Download Chereads APP
Chereads App StoreGoogle Play
Chereads

MAGOSILENCIOSO

Kakao_Cuenta_6269
56
chs / week
The average realized release rate over the past 30 days is 56 chs / week.
--
NOT RATINGS
1.4k
Views
VIEW MORE

Chapter 1 - 1-10

1화

1.

"저새끼 마법사라고 하지 않았냐?"

김성운은 인상을 구기며 행동대장 최철호에게 물었다.

"마, 맞습니다."

최철호는 침을 꿀꺽 삼키며 답했다.

그리고 힐끔 앞쪽을 보았다.

조직원들과 한 사내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넌 지금..."

김성운이 입을 열었고 최철호는 다시 김성운을 보았다.

"저새끼가 마법사로 보이냐?"

"..."

그리고 이어진 김성운의 말에 최철호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

방화역 태백 빌딩 8층, 9층에 위치한 해룡 휘트니스.

텅!

"후우..."

바벨을 내려놓은 김찬혁은 깊게 숨을 내쉬며 벤치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함께 운동하고 있던 장우성을 보았다.

"...?"

김찬혁은 장우성을 보고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보조에 집중하고 있어야 할 장우성이 넋을 놓은 표정으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찬혁은 장우성이 바라보는 곳을 따라 보았다.

'아...'

그리고 속으로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

'진석이형 보고 있었구나?'

장우성이 보고 있는 이는 PT존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강진석이었다.

강진석은 이곳 '해룡 헬스장'의 직원으로 김찬혁은 장우성의 반응을 이해했다.

김찬혁도 처음 강진석을 보았을 때 장우성과 마찬가지로 멍하니 바라보았었다.

'저걸 보고 아무렇지 않은게 이상한거겠지.'

과거를 회상한 김찬혁은 싱긋 웃으며 장우성에게 말했다.

"이보쇼. 정신차리쇼."

"...어?"

장우성은 탄성을 내뱉으며 움찔했다.

"미안."

그리고 김찬혁에게 사과를 한 뒤 다시 강진석을 힐끔 보고는 물었다.

"저 사람 뭐냐? 저거 내가 잘못 보고 있는거 아니지?"

"응, 잘못 본 거 아니야. 50kg 맞아."

장우성의 물음에 김찬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미친..."

김찬혁의 답을 듣고 장우성은 조용히 욕을 내뱉었다.

그리고 불신 가득한 눈빛으로 강진석을 보았다.

강진석은 양손에 50kg 덤벨을 하나씩 들고 덤벨컬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강진석의 표정이었다.

강진석의 표정은 무척이나 평온했다.

5kg도 아니고 50kg 덤벨로 덤벨컬을 하는데 어찌 저리 평온할 수 있단 말인가?

단순히 표정만 평온한게 아니다.

강진석은 아주 가볍게 50kg 덤벨을 움직이고 있었다.

"진석이형 보고 놀란건 알겠는데 운동 안 할거야?"

"...진석이형? 설마 아는 분이야?"

장우성은 김찬혁의 입에서 '형'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눈을 번뜩이며 물었다.

"응, 알지. 이곳에서 일하시거든. 그리고 같은 아파트에 살기도 하고."

"대박, 그럼 혹시 저분은 1회에 얼마나 받으시냐? 연결가능해?"

"아, 그게..."

김찬혁은 이어진 장우성의 말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PT를 말하는게 분명했다.

그래서 문제였다.

김찬혁은 조용한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PT는 안 하셔."

"...왜?"

"사고로 목소리를 잃으셨거든."

"목소리를?"

이어진 김찬혁의 말에 장우성 역시 조용한 목소리로 반문했다.

"어, 무슨 사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성대쪽 문제로 말을 하실 수 없으셔. 운동은 물어보면 알려주시긴 하는데 아무래도..."

"아..."

장우성은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안타까운 눈빛으로 강진석을 힐끔 보았다.

"운동이나 하자."

김찬혁은 장우성의 눈빛을 강진석이 볼까 재빨리 장우성에게 말했다.

"어, 그래."

장우성은 김찬혁의 말에 답하며 벤치에 누웠다.

그리고 자세를 잡은 뒤 바벨을 들어 올렸다.

한편 두 사람의 대화를 전부 들은 강진석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쓴웃음을 지은 이유는 자신을 향한 연민 때문이 아니었다.

목소리를 잃게 된 '사고'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더 나은 선택지가 있었을까.'

강진석은 사고 당시를 떠올렸다.

'...아니, 최선이었어.'

생각 끝에 강진석은 똑같은 결론을 내렸다.

사고 당시로 돌아가도 강진석은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다른 선택을 할 경우 목소리가 아닌 다른 것을 잃게 된다.

차라리 목소리를 잃는게 낫다.

쿵! 쿵!

이내 목표 개수를 달성해 운동을 끝낸 강진석은 덤벨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주변을 정리한 뒤 PT존에서 나와 유산소존으로 향했다.

이번 해의 마지막 날이라 그런 것일까?

아니면 마감까지 3시간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일까?

평소와 달리 유산소존에는 사람이 몇 없었다.

'미리미리 점검 해둬야지.'

그러나 강진석은 알고 있다.

1주일 아니, 이틀만 지나도 유산소존은 북적일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 고장난 기구가 없는지 확인을 해야했다.

강진석은 런닝머신, 자전거 등 유산소존에 설치되어 있는 각종 기구들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며칠 못 버틸 것 같긴 했는데 역시나 고장났구나.'

'이건 페달만 교체하면 될 것 같고.'

'뭐야? 어제만 해도 멀쩡 했는데...'

고장난 기구가 없길 바랐다.

그러나 바람과 달리 고장난 기구가 여럿이었다.

간단히 부품만 교체하면 되는 것도 있었고 수리업체에 보내야 할 정도로 크게 고장 난 것도 있었다.

얼마 뒤 마지막 기구 점검을 마친 강진석은 중앙 계단을 통해 8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곧장 사무실로 향했다.

고장난 기구들을 보고하고 퇴근하기 위해서였다.

끼이익

"...?"

사무실로 들어간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강진석이 의아해한 이유는 심각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는 최해룡 때문이었다.

"...지, 진석아. 비상이다."

****

"어우, 진석아 진짜 미안하다."

최해룡은 무척이나 미안한 표정과 목소리로 강진석에게 말했다.

빈말이 아니었다.

최해룡은 진심으로 강진석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

강진석은 말없이 싱긋 웃었다.

그리고 펜을 들어 메모지에 무언가를 적고는 최해룡에게 내밀었다.

-진짜 괜찮으니까. 마감은 걱정하지 마시고 마음 편히 갔다 오셔요.

-어차피 부모님이랑 동생도 일정이 있어서 집에 혼자 있을 예정이었거든요.

메모지를 확인한 최해룡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미안함과 감동이 반반 섞인 얼굴로 이어 말했다.

"너무 고맙다. 그럼 마감 잘 부탁할게!"

"..."

최해룡의 말에 강진석은 말없이 끄덕였다.

띠리리리리!

그 순간 최해룡의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을 확인한 최해룡은 움찔하더니 재빨리 전화를 받으며 외쳤다.

"어 그래, 소영아. 그럼그럼 안 잊었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딸과의 약속을 잊었을리가 있나! 어? 지금 어디냐고?"

최해룡은 자신의 딸 최소영과 통화를 하며 강진석에게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과 눈빛을 지었고 강진석은 다시 한 번 괜찮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석의 답에 최해룡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차장 가는 길이지. 15분이면 도착할거야. 엄마는 준비 다했다니?"

그리고 손을 들어 강진석에게 인사를 한 뒤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최해룡이 떠나고 강진석은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털썩!

강진석은 자리에 앉자마자 충전 중이던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가족 채팅방을 확인했다.

-강나연 : 어마마마, 아바마마. 잘 도착하셨나이까?

-엄마 : 잘 도착했지요! 딸~ 너무 고마워!

-엄마 : 아들도! 최고야, 최고!

-아빠 : 나연이는 아직 회사니?

-강나연 : 응! 마무리 단계라 앞으로 3시간 정도면 끝날 것 같아!

채팅을 쭉 확인하던 강진석은 싱긋 웃었다.

'좋아하셔서 다행이네.'

강진석은 강나연과 돈을 모아 정동진에 있는 5성급 호텔을 예약했다.

부모님의 반응을 보니 예약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진석 : 재미있게 놀다 오세요!

모든 채팅을 확인 후 강진석은 채팅을 하나 남긴 뒤 전자책 어플을 켰다.

그리고 얼마 전 완결이 난 '재벌가 무신님 귀환하셨다'를 읽기 시작했다.

'이런 세상이라면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소설을 읽던 중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쓴웃음을 지었다.

목소리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래, 완벽한 단념은 불가능한거겠지.'

강진석은 목소리에 대한 생각을 털어낸 뒤 계속해서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띠띠! 띠띠!

얼마 뒤 알람이 울렸고 강진석은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시간이...'

시간을 확인한 강진석은 알람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나와 카운터로 향했다.

"어? 아직 퇴근 안 하셨어요? 관장님은요?"

카운터에서 퇴근을 준비하고 있던 주다영이 놀란 얼굴과 목소리로 물었다.

강진석은 메모지에 글을 쓴 뒤 내밀었다.

-급한 일이 생기셔서 제가 대신 마감하기로 했어요.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아하~"

메모지를 확인한 주다영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어 인수인계를 시작했다.

"회원분들 다 가셔서 청소는 제가 미리 했구요! 이따 불만 꺼주시면 될 것 같아요!"

인수인계는 길지 않았고 강진석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진석씨 올 한 해 고생하셨어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려요!"

주다영의 인사에 강진석은 재빨리 메모지에 글을 적은 뒤 메모지를 보였다.

-다영씨도 고생하셨어요! 저도 잘 부탁드릴게요.

메모지를 본 주다영은 활짝 웃었다.

"다음에 봬요!"

이어 작별인사를 한 주다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졌다.

강진석은 카운터에 앉아 다시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2부는 언제 시작하려나.'

얼마 뒤 '재벌가 무신님 귀환하셨다'의 마지막화를 읽은 강진석은 잠시 여운을 즐긴 뒤 시간을 확인했다.

'10분 남았네.'

올해가 끝나기까지, 새해가 시작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10분이었다.

강진석은 카운터 앞 TV를 보았다.

-다음은...

국민 MC 유호규가 SKC에서 연기대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누가 받으려나?'

SKC에서 올해 대박을 낸 드라마는 2개였다.

당연하게도 강진석 역시 두 드라마를 전부 보았다.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두 드라마는 재미있었다.

'최철호? 아니면 백아진? 둘 중 하나가 받을 것 같긴한데...'

그래서 더 궁금했다.

과연 누가 대상을 받을까?

-자 이제 1분밖에 남지 않았는데요!

이내 시간이 흘렀고 새해까지 1분이 남자 강진석은 가족 채팅방을 확인했다.

-강나연 : 어마마마! 소녀 퇴근하였사옵니다!

-엄마 : 아이구, 고생했어요. 우리 공주!

-엄마 : 밥은 먹었구?

-강나연 : 근처에서 팀원들이랑 치킨에 맥주 한잔 하고 들어갈 것 같아!

-강나연 : 엄마는? 아빠랑 맛있는 것 좀 드셨나?

채팅을 보며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내년에도 보내 드려야겠네.'

적금을 얼마나 해야할까 생각하며 강진석은 채팅을 작성했다.

-강진석 : 새해에도 우리 가족 화이팅!

물론 작성만 하고 보내지 않았다.

강진석은 새해가 되는 순간 보낼 생각이었다.

바로 그때.

-10!

유호규의 외침에 강진석은 다시 고개를 들어 TV를 보았다.

새해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고 있었다.

-3!

-2!

-1!

팡! 팡! 팡!

이내 꽃가루 폭죽이 터지며 해가 바뀌었다.

-다들 새해복...

지지직...

"...?"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왜...'

방송이 끊겼다.

'방송 사고?'

강진석은 설마하는 표정으로 채널을 돌렸다.

지지직...

하지만 다른 채널 또한 SKC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방송 사고가 아니라 TV가 고장난 것 같았다.

'하아, 시작부터 좋지 않네.'

강진석은 속으로 한숨을 내뱉으며 일단 핸드폰을 보았다.

작성해둔 채팅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어...?'

그러나 핸드폰을 본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통화권 이탈 표시가 떠 있었다.

'뭐지?'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갑자기 TV가 고장 나고 통화권이 이탈됐다?

누가 봐도 지금 상황은 이상했다.

바로 그때였다.

쩌적!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에 강진석은 고개를 돌렸다.

"...!"

그리고 경악했다.

'뭐야 저건?'

2화

2.

강진석이 경악한 이유는 허공에 나타난 균열 때문이었다.

허공에 웬 균열이란 말인가?

혹시 잘못 본 것일까 강진석은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했다.

그러나 균열은 그대로였다.

잘못 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강진석은 불길한 눈빛으로 주변을 확인했다.

'미친.'

그리고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균열은 한 개가 아니었다.

주변에도 서넛이 더 보였다.

'이게 뭔...'

강진석의 불길함은 더욱 커졌다.

'...꿈인가?'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허벅지를 꼬집었다.

그리고 느껴지는 화끈한 통증에 강진석은 인상을 구겼다.

'꿈은 아닌데.'

통증을 보니 꿈은 확실히 아니었다.

그래서 더 문제였다.

갑작스러운 TV 고장과 동시에 발생한 통화권 이탈.

이상하기는 해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허공에 나타난 균열은?

강진석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스아아...

균열이 정체불명의 소리와 함께 작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균열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강진석은 움직일 수 없었다.

침을 꿀꺽 삼킨 채 균열이 있던 허공을 살필 뿐이었다.

'뭐였을까.'

갑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진 허공의 균열.

'이런 현상은 들어 본 적이 없는데...'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스앗!

강진석의 눈앞에 네모난 홀로그램 창이 나타났다.

"...!"

갑작스레 나타난 이질적인 홀로그램에 강진석은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네모난 창에 '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험이 시작됩니다.]

[10시간 뒤 안전 구역이 축소됩니다.]

[기본 포인트가 제공됩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1000]

소설 속에서나 보았던 '메시지'들이었다.

[정보창이 활성화됐습니다.]

[스킬창이 활성화됐습니다.]

[상점창이 활성화됐습니다.]

.

.

'이게 뭔...'

끊임없이 나타나는 메시지에 강진석은 당황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당황이 사라졌다.

가라 앉은게 아니다.

말 그대로 사라졌다.

이어 강진석은 냉철하게 상황을 바라보게 됐다.

'...뭐지?'

그래서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분명 당황해야 할 상황이었고 실제로 당황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째서 당황이 사라진 것일까?

'소설 속에서 수없이 본 상황이라?'

강진석은 살면서 수많은 소설을 읽었다.

그리고 지금 상황은 소설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상황이었다.

수없이 보아 익숙했기에 당황이 사라진 것일까?

'아닌 것 같은데.'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소설 속에서 수없이 보았다고 해도 소설은 소설.

당황이 사라진 데에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강진석은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메시지창을 보며 생각했다.

'...여기에 있을 것 같단 말이지.'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러나 강진석이 읽은 메시지는 아주 소수였다.

아직 대부분의 메시지를 읽지 못했다.

메시지를 읽다 보면 당황이 사라진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도.

강진석은 주변을 주시하며 메시지창에 나타난 메시지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랜덤으로 직업이 주어집니다.]

[축하합니다!]

[마법사가 되셨습니다.]

[마법사 특전을 획득합니다.]

[패시브 스킬 '차분한 정신'을 일시적으로 습득합니다.]

[정신력이 10 상승합니다.]

"...!"

메시지를 읽던 중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이것 때문인가?'

마법사로 전직하며 특전으로 2가지가 주어졌다.

패시브 스킬 '차분한 정신'과 정신력 10.

당황이 사라진 것은 '차분한 정신'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아니라면 정신력 10 때문일 수도.'

물론 확실한 것은 아니다.

정신력이 10 상승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강진석은 계속해서 메시지를 읽어 나갔다.

[절대적 존재들이 당신을 지켜볼 것입니다.]

"...!"

그리고 곧 등장한 '절대적 존재'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진짜였어?'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다.

지금 상황은 아무리 봐도 인간이 벌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신이라던가 악마라던가 절대적 존재, 초월적 존재들이 벌인 일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진짜였다니?

[전력을 다해 생존하세요.]

이내 마지막 메시지를 확인한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으음...'

메시지를 읽고 나니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는 아니어도 대충은 알 것 같았다.

소설 속 상황과 똑같았다.

절대적 존재들이 벌인 '시험'.

그리고 그 시험에 강제로 참가하게 된 '주인공'.

물론 주인공은 강진석 뿐만이 아니다.

지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주인공'이 됐다.

'진짜 목적이 뭘까?'

강진석은 절대적 존재들이 '시험'을 벌인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했다.

'유희려나?'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유희'였다.

전력을 다해 생존하라 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생존을 위해 발버둥을 쳐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고 즐기기 위해 시험을 벌인게 아닐까 싶었다.

물론 확신할 수는 없다.

확신하기에는 정보가 너무 적었다.

생각지도 못한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괜찮으실까.'

이어 강진석은 정동진에 있는 부모님을 떠올렸다.

'그래, 괜찮으실거야. 5성급 호텔이잖아? 물자도 많을테고.'

강진석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다시 한 번 메시지를 확인했다.

주어진 정보를 확실하게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우선 능력치부터.'

두번째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정보창을 떠올렸다.

그러자 눈앞에 정보창이 나타났다.

힘 : 21

민첩 : 19

체력 : 28

정신력 : 39

정보창은 무척이나 단순했다.

힘, 민첩, 체력, 정신력 4가지가 끝이었다.

'이게 내 능력치...'

능력치 중 가장 높은 것은 정신력으로 무려 39였다.

다른 능력치에 비해 10 이상 높았다.

가장 낮은 것은 민첩으로 가장 높은 정신력과 20이나 차이 났다.

'높은 편이겠지?'

강진석은 자신의 육체 능력을 알고 있다.

평범과는 거리가 멀다.

멀 수밖에 없다.

타고나기도 했고 끊임없이 노력도 했다.

가장 낮은 민첩도 다른 이들에 비해 높은 편일 것이다.

'...아닌가? 민첩이 오른 사람들도 있을테니.'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강진석은 마법사가 됐다.

그리고 특전으로 정신력이 10 상승했다.

어떤 직업이 있는지 전부 아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사, 도적 같은 직업은 분명 존재할 것이고 해당 직업들은 정신력이 아니라 힘, 민첩, 체력 중 하나가 상승했을 것이다.

즉, 시험이 시작되기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 강진석의 민첩은 높은 편이 아닐 확률이 매우 높았다.

'정보가 나오려나?'

강진석은 손가락으로 정보창에 있는 '힘'을 눌러보았다.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힘, 민첩, 체력, 정신력이 어떤 부분을 상징하는 것인지 상승하면 어떤 효과를 발생시키는지 궁금했다.

'...역시 안 뜨네.'

그러나 눌러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자그마한 설명도 뜨지 않았다.

'직접 알아가는 수밖에 없나.'

메시지창에도 언급이 없었다.

아무래도 직접 알아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뭐 대충은 파악되니까.'

정확히 모를 뿐 단어의 뜻을 생각하면 대충 예상은 됐다.

강진석은 정보창을 닫았다.

그리고 기대감이 듬뿍 담긴 얼굴로 스킬창을 열었다.

스킬창은 2개의 페이지로 나뉘어 있었다.

첫번째 페이지에는 '패시브 스킬'이.

두번째 페이지에는 '액티브 스킬'이 존재했다.

강진석은 시야를 가득 채운 스킬 아이콘을 보며 생각했다.

'회색은 조건을 충족해야 배울 수 있는건가?'

대부분의 스킬 아이콘이 회색이었다.

색을 가지고 있는 아이콘은 제일 위쪽에 자리 잡은 5가지 뿐이었다.

'하나는 차분한 정신이겠고.'

특전으로 패시브 스킬 '차분한 정신'을 습득했다.

5가지 중 하나는 차분한 정신일 것이고 나머지 4개는 무엇일까?

강진석은 확인을 위해 가장 왼쪽에 있는 아이콘을 클릭했다.

그러자 스킬 정보가 나타났다.

<힘[패시브]>

레벨을 올릴 때마다 힘이 1 상승합니다.

최대 레벨 : 5

현재 레벨 : 0

필요 포인트 : 100

'능력치였구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100포인트라...'

스킬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포인트가 필요했다.

'1레벨에서 2레벨은 그대로 100포인트려나?'

패시브 스킬 '힘'의 최대 레벨은 5였다.

레벨이 오를 수록 습득에 필요한 포인트가 늘어날지 아니면 그대로일지 궁금했다.

물론 지금 당장 궁금증을 해결할 생각은 없었다.

포인트가 수백, 수천만이 있다면 모를까 1000 포인트 밖에 없었다.

다른 패시브 스킬도 존재했고 액티브 스킬도 존재했다.

더구나 상점창에서 사용되는 화폐도 '포인트'였다.

궁금증을 해결하자고 함부로 쓸 수는 없다.

강진석은 정보창을 닫고 다음 아이콘을 클릭했다.

<민첩[패시브]>

레벨을 올릴 때마다 민첩이 1 상승합니다.

최대 레벨 : 5

현재 레벨 : 0

필요 포인트 : 100

이번에는 민첩이었다.

'남은건 체력이랑 정신력이겠네.'

힘과 민첩이 있는데 체력과 정신력이 없을리 없다.

남은 2개는 체력과 정신력으로 추정됐다.

'...잠깐.'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차분한 정신은 왜 0으로 나와 있는거지?'

아이콘 하단에는 현재 레벨과 최대 레벨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차분한 정신으로 추정되는 아이콘에 표시된 현재 레벨과 최대 레벨은 0과 1이었다.

습득을 했는데 왜 0이란 말인가?

강진석은 바로 확인을했다.

<인벤토리[패시브]>

인벤토리가 활성화됩니다.

최대 레벨 : 1

현재 레벨 : 0

필요 포인트 : 500

'어?'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인벤토리라고?'

차분한 정신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습득했다고 했는데?'

강진석의 놀람은 곧 당황으로 바뀌었다.

물론 이번에도 당황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설마...'

냉철하게 상황을 바라보게 된 강진석은 문득 든 생각에 스크롤을 내렸다.

그러자 아래에 있어 보이지 않았던 패시브 스킬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얼마 뒤 강진석은 중간 부분에서 스크롤 이동을 멈췄다.

이동을 멈춘 강진석의 시야에는 색을 가지고 있는 아이콘이 하나 보였다.

강진석은 바로 정보를 확인했다.

<차분한 정신[패시브]>

당황스러움을 빠르게 가라앉힙니다.

최대 레벨 : 5

현재 레벨 : 1(임시)

필요 포인트 : 2000

남은 시간 : 24시간

예상대로 아이콘의 정체는 '차분한 정신'이었다.

강진석은 차분한 정신의 정보를 보며 생각했다.

'일시적이라는게 이런 뜻이었구나.'

차분한 정신을 습득했을 때 '일시적'이란 단어가 쓰였다.

'기간제였을 줄이야.'

일시적이 왜 쓰인 것일까 궁금했었는데 이제야 알게 됐다.

'근데 2천 포인트나...'

강진석은 스킬 습득에 필요 포인트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습득에 필요한 포인트가 무려 2천이었다.

'바로 습득이 가능한 것도 아닌데...'

문제는 2천 포인트가 있어도 습득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차분한 정신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몇몇 조건들을 충족해야 했다.

문제는 해당 조건들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또 몇몇 조건들을 충족해야 했다.

즉, 차분한 정신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몇만 혹은 몇십만의 포인트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됐다.

'다른 것들은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으려나.'

차분한 정신은 중간 부분에 위치해 있었다.

중간 부분에 위치한 다른 패시브 스킬들은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을까?

호기심이 생긴 강진석은 차분한 정신 옆에 있던 아이콘을 클릭했다.

그러자 정보가 나타났다.

3화

3.

<영체 타격[패시브]>

영체에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최대 레벨 : 1

현재 레벨 : 0

필요 포인트 : 5000

'...영체?'

정보를 본 강진석은 속으로 반문했다.

'어떤 영체를 말하는거지?'

강진석이 아는 영체는 두종류였다.

첫번째는 육체 없이 영혼으로 이루어진 존재.

두번째는 절대적, 초월적 존재들의 육체.

'후자는 아니겠지...?'

만약 영체 타격에서 언급된 '영체'가 절대적, 초월적 존재들의 육체를 의미한다면?

최악이라 할 수 있다.

그들에게 물리력을 행사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아닐거야.'

영체 타격은 마지막도 아니고 중간 부근에 위치한 스킬이었다.

절대적, 초월적 존재들의 육체가 아닌 귀신, 유령 등 육체 없이 영혼으로 이루어진 존재들을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제일 밑에는 뭐가 있는거지?'

중간에 있는 영체 타격의 효과를 보니 최하단에는 어떤 패시브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강진석은 스크롤을 내렸다.

이내 최하단에 도착한 강진석은 제일 아래에 있는 스킬 중 하나를 클릭했다.

<초월[패시브]>

초월의 길을 엿봅니다.

최대 레벨 : 1

현재 레벨 : 0

필요 포인트 : ???

"...?"

패시브 '초월'의 정보를 확인한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초월의 길을 엿봐?'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필요 포인트도 안 나와 있고...'

앞서 확인한 스킬들과 달리 습득에 필요한 포인트가 얼만지 공개되지 않았다.

'조건도 다 물음표네?'

습득에 필요한 조건들 또한 비공개였다.

'흐음.'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으며 근처에 있는 다른 스킬을 확인했다.

<영혼 각성[패시브]>

영혼을 각성합니다.

최대 레벨 : 5

현재 레벨 : 0

필요 포인트 : 1억

정보를 확인한 강진석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1억?'

그도 그럴 것이 습득에 필요한 포인트가 1억이었다.

거기다 최대 레벨이 1이 아니라 5였다.

레벨별 필요 포인트가 동일하다고 해도 5억의 포인트가 필요한 것이다.

'어떻게 각성시키길래...'

영혼을 각성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기에 1억이나 되는 포인트가 필요한 것일까?

'패시브가 이러면 액티브는...'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두번째 페이지를 클릭했다.

그리고 수많은 스킬 아이콘이 시야에 들어왔다.

패시브와 마찬가지로 제일 위쪽에 있는 스킬들만 본연의 색을 가지고 있었다.

강진석은 스킬 정보를 확인했다.

<파이어 볼>

현재 레벨 : 0

숙련도 : 0%

주문을 외우면 불꽃으로 이루어진 구체가 생성됩니다.

주문 : 불꽃으로 이루어진 구체여 내 앞에 나타나라! 파이어 볼!

필요 포인트 : 800

'...주문?'

정보를 확인한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주문을 외워야 한다고?'

강진석은 설마하는 표정으로 다른 스킬들을 확인했다.

<워터 볼>

현재 레벨 : 0

숙련도 : 0%

주문을 외우면 물로 이루어진 구체가 생성됩니다.

주문 : 물로 이루어진 구체여 내 앞에 나타나라! 워터 볼!

필요 포인트 : 800

<일렉트릭 볼>

현재 레벨 : 0

숙련도 : 0%

주문을 외우면 전기로 이루어진 구체가 생성됩니다.

주문 : 전기로 이루어진 구체여 내 앞에 나타나라! 일렉트릭 볼!

필요 포인트 : 800

"..."

스킬 정보를 확인한 강진석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스킬 정보를 바라볼 뿐이었다.

강진석은 목소리를 잃었다.

단어 하나 내뱉을 수 없었다.

그런데 어찌 주문을 외우겠는가?

이내 정신을 차린 강진석은 인상을 구겼다.

'액티브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고?'

마법사의 강점은 당연히 '마법'이었다.

그런데 마법을 쓸 수 없다니?

강진석은 지금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모른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든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아주 큰 단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어떻게 하지?'

강진석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게임이 아니다.

현실이었다.

푸념할 시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워야 했다.

'혹시 패시브쪽에 회복할 수 있는 수단이 있지 않을까?'

강진석은 첫번째 페이지로 돌아갔다.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는 패시브 스킬이 있을 수 있다.

만약 목소리를 되찾는다?

그러면 액티브 스킬에 대한 문제가 해결된다.

강진석은 패시브 스킬을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했다.

****

태백 빌딩 경비원 최진수.

"에휴..."

순찰을 마친 뒤 보안실로 돌아온 최진수는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런 날 야간 근무가 웬 말이야..."

올해는 다를 줄 알았다.

토끼 같은 여자친구와 함께 새해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새해맞이는커녕 여자친구도 만들지 못했다.

최진수는 씁쓸한 표정으로 시간을 보았다.

새해까지 남은 시간은 1분.

"카운트 다운이나 보자."

최진수는 CCTV용 메인 TV 화면을 분할 후 SKC를 틀었다.

-자 이제 1분밖에 남지 않았는데요!

마침 국민MC 유호규가 카운트다운을 준비 하고 있었다.

-3! 2! 1!

팡! 팡! 팡!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꽃가루 폭죽과 함께 해가 바뀌었다.

-다들 새해복...

그리고 이어 방송이 끊겼다.

"응?"

최진수는 당황했다.

갑자기 방송이 왜 끊긴단 말인가?

TV가 고장 난 것은 아니다.

다른 화면에는 CCTV가 정상적으로 출력되고 있었다.

"방송 사고?!"

이어 든 생각에 최진수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들었다.

당장 커뮤니티에 접속해 글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응? 갑자기 왜 이래?"

하지만 핸드폰을 확인한 최진수는 통화권 이탈 표시에 인상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최진수는 핸드폰을 위로 들어 이곳저곳 움직였다.

그러나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아, 진짜..."

최진수는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짜증을 내뱉었다.

바로 그때였다.

스앗!

"헛!"

눈앞에 홀로그램 창이 나타났고 최진수는 화들짝 놀라며 핸드폰을 떨어트렸다.

팍!

핸드폰이 떨어지고 경쾌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평소였다면 기겁하며 핸드폰을 주웠겠지만 최진수는 그럴 수 없었다.

정확히는 그러지 않았다.

홀로그램 창에 나타난 메시지 때문이었다.

[시험이 시작됩니다.]

[10시간 뒤 안전 구역이 축소됩니다.]

.

.

[랜덤으로 직업이 주어집니다.]

[축하합니다!]

[전사가 되셨습니다.]

[전사 특전을 획득합니다.]

[패시브 스킬 '용맹한 기세'를 일시적으로 습득합니다.]

[힘이 10 상승합니다.]

'이게 뭐야?'

메시지를 보며 최진수는 눈을 끔뻑였다.

시험이 시작됐다니?

전사가 됐다니?

'잠깐...'

이내 최진수가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는 빠르게 메시지를 확인했다.

[전력을 다해 생존하세요.]

마지막 메시지를 확인한 최진수는 확신했다.

'이거 완전 그 웹툰이랑 똑같은 상황 아냐?'

1시간 전까지 보고 있던 웹툰의 시작과 비슷했다.

'미친.'

최진수는 짜릿함을 느꼈다.

웹툰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었다.

'주인공이 아니란 법 있나?'

최진수는 짜릿함을 음미하며 정보창을 열었다.

힘 : 22

민첩 : 10

체력 : 11

정신력 : 11

능력치를 확인한 최진수는 생각했다.

'10 오른게 엄청난 거였구나?'

전사로 전직하며 힘이 10 상승했다.

처음에는 별로 오르지 않은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능력치는 2배 가까이 됐는데 실제로도 2배 가까이 세졌을까?'

최진수는 주먹에 힘을 줬다.

확실히 전보다 강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2배까지는 아닌 것 같았다.

물론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 측정한 것은 아니기에 확신할 수는 없었다.

실제로는 2배 가까이 세졌을 수도 있다.

'이따 올라가서 확인해봐야겠다.'

태백 빌딩 최상층에는 헬스장이 있다.

헬스장에 있는 기구를 이용하면 힘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대충 알 수 있을 것이다.

최진수는 정보창을 닫았다.

그리고 스킬창을 열었다.

"패시브는 패스하고."

최진수는 살짝 흥분한 표정으로 액티브 스킬들이 있는 두번째 페이지로 넘어갔다.

그리고 수많은 스킬 아이콘을 본 최진수는 더할 나위 없이 활짝 웃었다.

아직 정보를 확인하지 않았지만 그냥 웃음이 나왔다.

실실 웃으며 최진수는 스킬을 확인했다.

<강격>

현재 레벨 : 0

숙련도 : 0%

주문을 외운 후 첫번째 공격이 강력해집니다.

주문 : 강격

필요 포인트 : 800

그리고 스킬을 확인하자마자 최진수의 입가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800 포인트? 별 스킬 아닌 것 같은데..."

스킬 '강격'은 특별한 공격 스킬이 아니었다.

공격을 한 번 강화해주는 스킬이었다.

그런데 습득에 필요한 포인트가 무려 800이었다.

최진수는 다른 스킬들을 확인했다.

<용기의 포효>

현재 레벨 : 0

숙련도 : 0%

주문을 외우면 일정 시간 용기를 얻습니다.

주문 : 용기의 포효

필요 포인트 : 1100

<도발>

현재 레벨 : 0

숙련도 : 0%

주문을 외우면 근처에 있는 적들을 도발합니다.

주문 : 도발

필요 포인트 : 1500

그리고 최진수는 깨달았다.

"강격 밖에 없네."

배울 수 있는 스킬이 강격 뿐이라는 것을.

바로 그때였다.

쿵...팅...팅..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에 최진수는 흠칫했다.

그리고 문을 바라보았다.

'뭐지?'

잘못 들은게 아니다.

최진수는 다시 고개를 돌려 CCTV를 확인했다.

"미친."

그리고 욕을 내뱉었다.

1m도 되지 않는 정체불명의 괴생명체들이 복도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최진수는 두려움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웹툰에서도 바로 나타났었잖아?'

두려움이 사라졌다.

'그리고 내가 왜 무서워 해야해?'

최진수는 사나운 표정으로 CCTV속 괴생명체들을 노려보았다.

'바로 나타난 녀석들은 강하지 않았어.'

웹툰에서는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미지만 그런 것이지 가장 먼저 나타난 만큼 가장 약한 존재들이었다.

몬스터들은 주인공에게 속절없이 죽음을 맞이했었다.

'그렇게 치고 나갔었지.'

최진수는 이내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민할 시간에 빠르게 치고 나간다!'

[스킬 '강격'을 습득하셨습니다.]

그리고 스킬 '강격'을 습득 후 괴한을 대비해 준비해둔 쇠몽둥이를 쥐었다.

쇠몽둥이 때문일까?

아니면 스킬 '강격'을 습득했기 때문일까?

자신감이 더욱 커졌다.

끼이익...

최진수는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그리고 복도 중간을 바라보았다.

괴생명체 세 마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키익?

-킥?

문 열리는 소리를 들은 것일까?

아니면 최진수의 기척을 느낀 것일까?

괴생명체들도 최진수를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친 순간 최진수는 두려움을 느꼈다.

그러나 두려움은 잠깐이었다.

두려움은 눈 녹듯 사라졌고 그 자리를 용기가 대신했다.

"강격!"

최진수는 스킬 '강격'을 시전했다.

그리고 괴생명체들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괴생명체들 역시 최진수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고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다.

최진수는 가장 앞에 있는 괴생명체의 머리를 향해 쇠몽둥이를 휘둘렀다.

쇠몽둥이의 속도는 빨랐고 괴생명체는 피하지 못했다.

퍽!

괴생명체의 머리에 쇠몽둥이가 작렬했고.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고블린이었구나! 역시 약한 녀석들이었어!'

웹툰에 등장한 몬스터 중 제일 약한 몬스터가 고블린이었다.

최진수는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쇠몽둥이를 다시 들며 남은 두 고블린을 보았다.

'어?'

그리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두 고블린이 들고 있던 단검을 던졌기 때문이다.

최진수는 피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았고 결국 두 고블린이 던진 단검은 최진수의 허벅지와 복부에 박혔다.

"아아악!"

최진수는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후웅! 후웅!

혹여 고블린들이 다가올까 최진수는 쇠몽둥이를 휘둘렀다.

다행히 두 고블린은 다가오지 못했고 최진수는 계속해서 뒤로 움직이며 생각했다.

'보, 보안실. 보안실로 가야 돼.'

태백 빌딩에는 4개의 안전 구역이 존재했고 그 중 하나가 보안실이었다.

보안실로 돌아가기만 하면 고블린은 걱정할 필요 없다.

-키릭?

그러나 이어 들려온 소리에 최진수는 이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울려퍼진 소리는 앞에 두 고블린이 낸 소리가 아니었다.

스윽

최진수는 뒤를 힐끔 보았다.

고블린 네 마리가 보안실 앞을 지나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네 고블린의 손에는 단검이 하나씩 쥐어져 있었다.

"아..."

최진수는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그리고 그 순간 웹툰이 떠올랐다.

웹툰 속 주인공은 고블린들을 학살했다.

상처 하나 없이 아주 가뿐히.

그러나 학살당한 고블린들 역시 수많은 엑스트라들을 학살했었다.

'나는...'

최진수는 허망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귓가에 고블린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4화

4.

****

"..."

강진석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모든 패시브 스킬을 확인했다.

그러나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는 스킬은 없었다.

물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목소리가 언급된 패시브가 없을뿐 육체 회복과 관련된 패시브는 여럿 있었다.

해당 패시브를 습득해 문제가 해결된다면?

목소리를 되찾을 수도 있다.

'너무 밑에 있어서 문제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해당 패시브들이 자리한 곳이 중간 부분이라는 것.

가장 빨리 습득할 수 있는 패시브도 수십, 수백만의 포인트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됐다.

'후.'

강진석은 속으로 짧게 한숨을 내뱉으며 스킬창을 닫았다.

그리고 이어 상점창을 열었다.

'뭘 팔려나?'

패시브를 확인하느라 아직 상점창을 확인하지 못했다.

상점창에 어떤 것들이 있을지 궁금했고 기대됐다.

스앗!

이내 상점창이 나타났고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식품도 판다고?'

놀랍게도 상점창에는 무기, 방어구, 장신구 뿐만 아니라 식품도 판매하고 있었다.

식품뿐만이 아니다.

의약품도 판매하고 있었고 몬스터들의 부산물도 판매하고 있었다.

'핸드폰도 있어? 없는게 없네...'

놀랍게도 핸드폰도 있었다.

'이건 사용이 가능한겠지?'

강진석은 힐끔 자신의 핸드폰을 보았다.

여전히 통화권 이탈 표시가 떠 있었다.

그러나 상점에서 판매하는 핸드폰끼리는 연락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진석은 핸드폰 구매에 필요한 포인트를 확인했다.

필요 포인트 : 2만

'음.'

포인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침음을 내뱉고는 무기 품목으로 넘어갔다.

<강철검>

강철로 만들어진 검

필수 조건 : 없음

필요 포인트 : 1000

<소나무 지팡이>

소나무로 만든 나무 지팡이

필수 조건 : 없음

필요 포인트 : 1000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핸드폰과 달리 무기들은 살만했다.

'살 생각은 없지만.'

물론 강진석은 무기를 살 생각이 없었다.

무기 뿐만이 아니다.

식품 또한 살 생각이 없었다.

'구할 수 없다면 모를까.'

그도 그럴 것이 현실에서도 충분히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진석은 무기 확인을 멈추고 방어구 품목으로 넘어갔다.

바로 그때였다.

-꺄아아악...

방어구를 확인하려던 그때 비명이 들려왔다.

"..."

강진석은 멈칫했다가 고개를 돌려 비명이 들려온 곳을 보았다.

비명의 근원지는 빌딩 밖이었다.

'뭐지?'

강진석은 의아한 얼굴로 상점창을 닫고 창가로 다가가 밖을 확인했다.

"...!"

그리고 바깥 상황을 확인한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비명의 주인공은 여인이었다.

여인이 비명을 내지른 이유는 괴생명체들 때문이었다.

괴생명체 다섯이 여인을 쫓고 있었다.

'저건...'

강진석은 여인을 쫓고 있는 괴생명체를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한 존재를 떠올릴 수 있었다.

'고블린?'

1m도 되지 않는 작은 키 그리고 녹색 피부.

아무리 봐도 고블린이었다.

물론 실제 명칭은 고블린이 아닐 수 있다.

소설 속에서나 고블린이지 다른 명칭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명칭 따위가 아니다.

'이거 진짜...'

강진석은 여태까지 읽었던 수많은 소설들을 떠올렸다.

절대적 존재가 관여한 시험, 익숙한 게임 시스템 거기다 몬스터의 등장까지.

흘러가는 상황이 소설들과 너무나 비슷했다.

그래서 더 걱정이 됐다.

'...점점 강한 녀석들이 나타나겠지?'

이후로도 소설과 비슷하게 흘러간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오크, 트롤, 오우거 같은 더욱 강한 몬스터들이 나타날 것이다.

강진석은 인상을 구겼다.

마지막에 나타난 메시지 '전력을 다해 생존하세요.'가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

미친듯이 쏘다니며 힘을 키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여인을 뒤쫓던 고블린 중 하나가 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던졌다.

앞만 보고 도망가던 여인은 단검을 피하지 못했고 허벅지에 단검이 박히며 앞으로 쓰러졌다.

그렇게 여인은 고블린들에게 붙잡혔다.

고블린들은 여인을 바로 죽이지 않았다.

대신 방화역으로 끌고 갔다.

'설마 근거지가 된건가?'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방화역은 고블린들의 근거지가 된 것 같았다.

'하필...'

태백 빌딩 지하 1층과 방화역은 연결되어 있다.

예상대로 방화역이 고블린들의 근거지가 된 것이라면?

태백 빌딩은 매우 위험한 곳이 됐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태백 빌딩에는 안전 구역이 4곳이나 존재했다.

지금 강진석이 있는 해룡 헬스장.

6층에 있는 태권도장.

4층에 있는 약국.

마지막으로 2층에 있는 보안실.

즉, 지금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고블린들은 안전 구역 안으로 들어오지 못할 것이기에.

'축소된다고 했는데...'

문제는 10시간 뒤였다.

메시지에 따르면 10시간 뒤 안전 구역이 축소된다.

10시간 뒤 태백 빌딩 안전 구역 네 곳이 전부 사라진다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태백 빌딩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할 준비를 해야했다.

만에 하나 10시간 뒤 안전 구역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해도 강진석은 태백 빌딩을 떠날 생각이었다.

영원히 이곳에 있을 수는 없고 시간이 흐를수록 탈출하기가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경찰과 군대가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었다면 최대한 버텼을 것이다.

그러나 메시지에는 탄알, 화약 등이 전부 무력화됐다는 메시지가 있었다.

경찰과 군대를 믿고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강진석은 창밖을 주시하며 다시 상점창을 열었다.

'쓸만한 방어구가 있으면 좋겠는데.'

무기와 식품은 살 필요 없다.

주변에서도 충분히 구할 수 있기에.

그러나 방어구는 아니다.

그리고 고블린들의 단검을 생각하면 방어구는 필수적이었다.

강진석은 방어구를 살피기 시작했다.

****

<청동 방패>

청동으로 만든 방패

필수 조건 : 없음

필요 포인트 : 600

강진석은 청동 방패의 정보를 보며 생각했다.

'이게 최선이겠지?'

상의, 하의, 투구 등 모든 방어구를 구매할 수 있다면 방패를 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포인트로 살 수 있는 방어구는 많아야 2개였고 그럴 바에는 방패가 나았다.

'그래, 이게 최선이야.'

다시 한 번 생각해도 청동 방패가 최선이었다.

방패라면 고블린들의 모든 공격을 막을 수 있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바로 청동 방패를 구입했다.

[청동 방패를 구입하셨습니다.]

[600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남은 포인트 : 400]

스악!

메시지와 함께 강진석의 앞에 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청동 방패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강진석은 청동 방패를 들었다.

'한손으로 들어도 되겠네.'

청동 방패는 생각보다 가벼웠고 강진석은 방패를 들고 9층으로 올라갔다.

강진석이 9층에 온 이유는 '무기' 때문이었다.

덤벨, 원판은 묵직하고 단단하다.

강력한 투척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바벨봉은?

쇠몽둥이나 마찬가지였다.

고블린을 상대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우선 강진석은 바벨봉 거치대로 다가갔다.

그리고 거치대에 있던 바벨봉들을 하나하나 들어 휘두르기 시작했다.

'너무 기네. 방패랑 사용하기는 좀...'

'이건 그립감이 영 별론데.'

'오, 이거 괜찮은데?'

강진석은 곧 마음에 쏙 드는 바벨봉을 찾아냈다.

후웅! 후웅!

'이걸로 하자.'

몇 번 더 바벨봉을 휘둘러 본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방패와 바벨봉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스킬창을 열었다.

방패를 구입하고 남은 포인트는 400.

처음에는 포인트를 남겨두려 했다.

훗날 포인트가 필요한 일이 있을 수 있기에.

그러나 이어 떠오른 생각에 생각이 바뀌었다.

강진석은 고블린들의 수준을 모른다.

만약 고블린들이 생각보다 강하다면?

훗날이 오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포인트를 아끼지 않기로 했다.

목숨이 걸린 일이다.

수준을 파악하기 전에는 과하더라도 모든 자원을 사용해 최대한으로 준비하는게 맞다.

'일단 민첩부터.'

힘, 민첩, 체력, 정신력 중 가장 낮은게 민첩이었다.

강진석은 민첩을 습득하기로 결정했다.

[스킬 '민첩'을 습득하셨습니다.]

[민첩이 1 상승합니다.]

"...!"

습득과 동시에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가벼워졌어?'

몸이 가벼워졌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느낌만 그런게 아니다.

정도가 크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가벼워졌다.

'민첩이 이런식으로 영향을 주는구나?'

몸이 가벼워진 이유는 민첩이 상승했기 때문이 분명했다.

'고작 1 올랐을 뿐인데...'

강진석은 살짝 흥분한 눈빛으로 스킬 '민첩'의 정보를 확인했다.

<민첩[패시브]>

레벨을 올릴 때마다 민첩이 1 상승합니다.

최대 레벨 : 5

현재 레벨 : 1

필요 포인트 : 200

'아...'

정보를 확인한 강진석은 속으로 탄식을 내뱉었다.

'역시 올랐네.'

필요 포인트가 100에서 200으로 늘어났다.

예상한 일이긴 했지만 아쉬웠다.

'...민첩 하나 더 올려?'

강진석은 고민했다.

이제 남은 포인트는 300.

필요 포인트가 200이 되기는 했지만 민첩을 한 번 더 올릴 수 있었다.

물론 민첩을 한 번 더 올리면 100 포인트 밖에 남지 않는다.

힘, 체력, 정신력 중 2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하나씩 올리자.'

고민 끝에 강진석은 정보창을 닫았다.

'다른 것들도 어느정도인지 알아둬야 하니까.'

민첩은 몸을 가볍게 만들어줬다.

힘, 체력, 정신력은 어떨까?

[스킬 '힘'을 습득하셨습니다.]

[힘이 1 상승합니다.]

강진석은 바로 스킬 '힘'을 습득했다.

"...!"

그리고 눈을 번뜩이며 주먹을 보았다.

강진석은 주먹을 쥐었다.

'근력에 영향을 주는구나?'

미세하게 근력이 강해진 느낌이었다.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전부 올리면...'

스킬 '힘'과 '민첩'의 최대 레벨은 5다.

그러나 힘과 민첩을 올리는 패시브 스킬은 하나가 아니다.

아래쪽에 힘과 민첩을 올리는 스킬들이 더 있었다.

전부 습득한다면 적어도 1천 이상이 상승할 것이다.

1이 올라도 이정도인데 1천 이상이 오르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해도 짜릿했다.

강진석은 이어 스킬 '체력'을 습득했다.

[스킬 '체력'을 습득하셨습니다.]

[체력이 1 상승합니다.]

"...?"

힘, 민첩을 습득했을 때와 달리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뭐지?'

아무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뭔가 변화가 있긴 할텐데.'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지구력이 늘어난걸까?'

변화가 없을 리는 없다.

바로 확인이 불가능한 부분이 변한게 아닐까 싶었다.

아니, 그런 것이 확실했다.

'뭔지 알 수 있으면 좋았을텐데.'

강진석은 아쉬운 표정으로 정신력 아이콘을 보았다.

'설마 정신력도...?'

제일 기대가 되지 않는 능력치가 정신력이었다.

체력과 마찬가지로 정신력 역시 당장 변화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진석은 기대를 가라앉히며 정신력을 습득했다.

[스킬 '정신력'을 습득하셨습니다.]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정신력을 40 달성하셨습니다.]

[초감각이 활성화됩니다.]

5화

5.

'엇?'

강진석은 움찔했다.

이전과 달리 메시지가 여럿 나타났다.

물론 강진석이 움찔한 것은 메시지가 더 나타났기 때문이 아니었다.

'뭐지?'

강진석이 움찔한 이유는 몸에 찾아온 변화 때문이었다.

일정 반경 내 모든 것들이 세세히 느껴졌다.

보지 않고 있는 뒤는 물론이고 보이지 않는 바닥 아래나 천장 위도 느껴졌다.

'이게 초감각...?'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균등히 올리길 잘했어.'

만약 민첩을 하나 더 올렸다면?

아마도 강진석은 힘이나 체력 중 하나를 올렸을 것이다.

정신력은 고민조차 하지 않고 배제 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신력은 다른 능력치에 비해 쓸모가 없어 보이는 능력치였다.

그리고 그런 선택을 했다면 초감각을 활성화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신력 위주로 올려야 하나?'

초감각이 활성화되며 자연스레 알게 됐다.

정신력이 강해질수록 초감각 범위가 넓어진다는 것을.

'아니지, 다른 능력치도 40이 되면 새로운 뭔가가 있을 수 있잖아. 균등히 가자. 균등히.'

초감각의 활성화 조건은 정신력 40이었다.

힘, 민첩, 체력이 40이 된다면?

초감각처럼 특별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기대되네.'

강진석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스킬창을 닫았다.

그리고 방패와 바벨봉을 들고 8층으로 내려갔다.

저벅!

8층에 도착과 동시에 강진석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바닥을 보았다.

강진석이 바닥을 본 이유는 단순했다.

바닥 아래쪽 그러니까 7층에서 '기운'이 느껴졌다.

'고블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고블린이었다.

강진석이 고블린을 떠올린 이유는 단순했다.

초감각이 전해주는 기운의 형태가 고블린과 비슷했다.

물론 확신해서는 안된다.

고블린이 아니라 강진석처럼 빌딩에 남아 있던 사람일 수도 있고 다른 몬스터 일 가능성도 있다.

'확인하러 갈까...?'

강진석은 고민했다.

7층으로 내려가 기운의 주인공을 확인할지 말지.

'...그래.'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결정을 내렸다.

'쉽게 오지 않을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기운의 주인공이 고블린일 확률은 매우 높았다.

그리고 고블린이 맞다면?

이번이 고블린의 수준을 파악할 절호의 기회다.

혼자 다니는 고블린을 언제 또 만나겠는가?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부터는 둘 이상을 상대 해야 될 수 있다.

'안된다 싶으면 돌아오면 되니까.'

만에 하나 고블린이 생각보다 강하고 죽이는게 힘들다?

그러면 도망치면 된다.

'일단 진짜 혼자인지 확인부터 하자.'

강진석은 8층 곳곳을 돌아다니며 초감각으로 7층을 탐색했다.

다행히 숨어 있는 존재는 없었다.

'가볼까.'

강진석은 방패와 바벨봉을 단단히 쥔 채 계단실로 향했다.

그리고 발소리를 최대한 죽인 채 7층으로 내려갔다.

문 앞에 도착한 강진석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미간을 찌푸렸다.

강진석이 미간을 찌푸린 것은 7층과 관련이 없었다.

'셋이나?'

7층으로 내려온 덕분에 강진석은 초감각으로 6층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아래쪽에서 3개의 기운이 느껴졌다.

이번 3개의 기운 역시 고블린으로 추정됐다.

'빠르게 처리하자.'

지금은 6층에 있지만 올라올 수도 있다.

강진석은 조용히 문을 열고 7층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복도 중앙을 보았다.

'역시.'

예상대로 기운의 주인공은 고블린이었다.

고블린은 창문을 통해 식당 안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강진석은 고블린을 살피며 생각했다.

'급이 좀 낮은 녀석인가?'

여인과 함께 방화역으로 들어간 고블린들은 전부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홀로 있는 고블린은 거적때기를 걸치고 있었다.

거기다 무기도 상태가 조잡해 보이는 나무 몽둥이가 끝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강진석의 시선을 느낀 것일까?

고블린이 고개를 돌렸고.

-키릭?

강진석을 발견한 고블린은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이어 고블린이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도망을?'

강진석은 살짝 놀랐다.

고블린이 도망을 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고블린을 그냥 보내줄 생각은 없었다.

강진석은 전력을 다해 고블린과의 거리를 좁혔다.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고 강진석은 바벨봉을 휘둘렀다.

고블린 역시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무 몽둥이를 마주 휘둘렀다.

물론 나무 몽둥이가 강진석에게 도달하는 일은 없었다.

방패로 막을 필요도 없었다.

바벨봉의 속도가 빠르기도 했고 무엇보다 리치 차이가 너무 컸다.

퍽!

바벨봉이 고블린의 머리에 작렬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고블린은 비명조차 내뱉지 못하고 그대로 즉사했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40 상승합니다.]

"...!"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강진석이 눈을 번뜩인 이유는 2가지였다.

첫번째는 고블린의 수준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나 낮았기 때문이었고.

두번째는 포인트를 40이나 줬기 때문이다.

강진석은 고블린의 시체를 보았다.

'뭐 가져갈 만한 건 없는 것 같고.'

고블린이 가지고 있던 것은 거적때기와 나무 몽둥이가 끝이었다.

강진석에게는 전혀 필요 없는 물품이었다.

'피 냄새 괜찮나?'

고블린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곧 바닥을 적실 것이고 피 냄새가 퍼질 것이다.

강진석은 6층에 있던 고블린 무리를 떠올렸다.

그들이 만약 피 냄새를 맡고 올라온다면?

'우선 녀석들이 끝인지 확인부터.'

강진석은 7층 곳곳을 돌아다니며 6층에 있는 고블린의 수를 확인했다.

'셋이 끝이었네?'

7층에 진입하기 전 세 마리를 감지했다.

당연히 6층에 더 많은 고블린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6층에는 세 마리가 끝이었다.

'어떻게 할까.'

강진석은 고민에 잠겼다.

고블린의 수준은 예상보다 매우 낮았다.

물론 지금 죽인 녀석이 유독 약한 것일 수 있다.

6층에 있는 셋은 더 강할 수 있다.

그러나 크게 차이 날 것 같지는 않았다.

강진석이 그리 생각하는 이유는 초감각을 통해 느낀 고블린들의 기운 '크기' 때문이었다.

6층 고블린들은 방금 죽인 고블린 보다 기운이 약간 컸다.

기운을 숨긴게 아니라면 분명 큰 차이 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 잡자. 솔직히 제대로 파악되지도 않았어.'

고민 끝에 강진석은 결정을 내리고 다시 계단실로 향했다.

그리고 계단실로 향하며 방금 죽인 고블린이 쳐다보고 식당 안쪽을 보았다.

저벅!

그와 동시에 강진석은 걸음을 멈췄다.

'...저건 또 뭐야?'

식당 안쪽에는 빨간색 책 한 권이 둥둥 떠 있었다.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초감각으로 시야가 넓어졌다.

그리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책에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책이 아무것도 아닐 리 없다.

어떤 책인지 궁금했다.

강진석은 자세히 보기 위해 창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창문 앞에 도착한 순간.

[포인트 북을 발견하셨습니다.]

[5분간 포인트 북을 소유 시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3분간 소유자가 없을 경우 포인트 북은 소멸합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포인트 북?'

생각지도 못한 정체였다.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식당 문을 열어 보았다.

덜컹덜컹

당연하게도 잠겨 있어 열리지 않았다.

'3분...'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대로 3분이 지나면 포인트 북은 소멸된다.

3분 안에 포인트 북을 손에 넣어야 했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강철로 만들어진 문도 아니고 유리문이었다.

바벨봉 한 방이면 바로 박살날 것이고 포인트 북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소리 괜찮을까?'

문제는 문을 부수는 순간 발생할 소음이었다.

만약 소음이 6층을 넘어 5층까지 퍼진다면?

6층에는 세 마리 뿐이지만 5층에는 얼마나 있을지 모른다.

'잡고 올 수도 없고...'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계산을 했다.

'들고 바로 올라가면...'

포인트 북을 챙겨 8층으로 도망치는게 빠를지 아니면 고블린들의 도착이 빠를지.

'도망이 빨라.'

계단실은 하나가 아니다.

양쪽 끝에 하나씩 총 두 개였다.

즉, 고블린들이 온다고 해도 반대편으로 도망치면 된다.

그리고 어디로 오는지는 초감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계산을 마친 강진석은 바벨봉을 들었다.

그리고 문을 향해 휘둘렀다.

쩡! 쨍그랑!

당연하게도 유리문은 바벨봉 한방에 박살이 났고 강진석은 바로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허공에 떠 있던 포인트 북을 잡았다.

[포인트 북을 소유하셨습니다.]

[5분 뒤 포인트를 습득합니다.]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고 강진석은 바로 포인트 북을 바지춤에 넣은 뒤 식당에서 나왔다.

그리고 계단실로 향하며 6층 고블린들의 동태를 확인했다.

'...소리가 안 들린건가?'

다행히 6층 고블린들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문이 닫혀 있어 소리가 퍼지지 않은듯 했다.

강진석은 조용히 문을 열었다.

그리고 다시 8층으로 올라갔다.

원래는 6층의 고블린들을 잡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포인트 북 때문에 생각이 바뀌었다.

'후아.'

이내 안전 구역인 8층에 도착한 강진석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바지춤에 넣어둔 포인트 북을 보았다.

5분만 소유하면 된다.

그러면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포인트를 얼마나 줄지 무척 기대됐다.

강진석은 방패와 바벨봉을 내려놓고 포인트 북을 살피기 시작했다.

'뭐라도 쓰여 있을 줄 알았는데...'

한 페이지도 빠짐없이 전부 확인했으나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다.

확인하던 사이 5분이 지났고.

스아악!

포인트 북이 빛나며 사라졌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1000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1000이나?'

고블린 한 마리를 잡아 40 포인트가 올랐다.

40 포인트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포인트 북은 5분만에 1000 포인트를 제공했다.

고블린을 잡아 1000 포인트를 얻으려면 25마리나 잡아야 했다.

'...대박인데.'

강진석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메시지를 바라보다가 스킬창을 열었다.

포인트를 아낄 상황이 아니었다.

'균등히 하나씩? 아니면 해금?'

현재 해금된 패시브 스킬은 힘, 민첩, 체력, 정신력 그리고 인벤토리 뿐이었다.

그러나 스킬 '힘'의 레벨이 3이 되면 패시브가 하나 해금된다.

힘뿐만이 아니다.

민첩, 체력, 정신력 역시 3레벨이 되면 해금되는 패시브가 하나씩 존재했다.

'일단 다음 포인트 확인하고 생각하자.'

강진석은 먼저 스킬 '힘'의 레벨을 올렸다.

[스킬 '힘'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힘이 1 상승합니다.]

레벨을 올림과 동시에 강진석은 근력이 강해짐을 느꼈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스킬 '힘'의 정보를 확인했다.

<힘[패시브]>

레벨을 올릴 때마다 힘이 1 상승합니다.

최대 레벨 : 5

현재 레벨 : 2

필요 포인트 : 400

'...400?'

필요 포인트를 확인하자마자 강진석의 표정에서 흡족함이 사라졌다.

'100씩 늘어나는게 아니었네.'

레벨 상승에 필요한 포인트가 300이길 바랐다.

그러면 3레벨을 찍고 해금되는 패시브 '무기술'까지 습득할 수 있기에.

'...6층 고블린 잡고 습득할까?'

무기술 습득까지 부족한 포인트는 60이었다.

고블린 2마리만 잡아도 채울 수 있다.

고민하던 강진석은 패시브 '무기술'의 정보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6화

6.

<무기술[패시브]>

레벨이 오를 때마다 특별한 효과를 얻습니다.

1. 사용 무기의 무게가 체감상 10% 가벼워집니다. (1레벨)

2. 사용 무기의 내구력이 10% 증가합니다. (2레벨)

3. 사용 무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집니다. (3레벨)

최대 레벨 : 3

현재 레벨 : 0

필요 포인트 : 500

무기술의 효과는 3가지였고 레벨이 오를 때마다 하나씩 활성화된다.

처음으로 활성화되는 효과는 무게 감소였다.

물론 실제로 무게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체감상 가벼워지는 것이지 실제 무게는 그대로였다.

무게는 곧 파괴력이다.

가벼워지는데 파괴력은 그대로다?

거기다 무려 10%다.

10%는 가볍게 볼 수치가 아니었다.

그래서 강진석은 무기술이 끌렸다.

'어떻게 할까...'

강진석은 고민했다.

민첩, 체력, 정신력을 하나씩 올릴지 아니면 힘을 하나 더 올리고 무기술 습득을 노릴지.

'...그래, 무기술이 맞아.'

고민 끝에 강진석은 무기술을 습득하기로 결정했다.

민첩, 체력, 정신력도 중요하지만 아무리 봐도 무기술의 첫번째 효과를 활성화하는게 더 좋아보였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바로 힘을 올렸다.

[스킬 '힘'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힘이 1 상승합니다.]

그렇게 스킬 '힘'이 3레벨이 되었고 회색이었던 무기술이 해금되어 본연의 색을 되찾았다.

'4레벨은 얼마나 필요할까.'

강진석은 스킬 '힘'의 정보를 확인했다.

필요 포인트 : 800

4레벨은 예상대로 2배인 800 포인트가 필요했다.

'2배씩 늘어나는거면 마지막은 1600인가.'

스킬 '힘'의 최대 레벨은 5였다.

아마도 4레벨에서 5레벨은 1600 포인트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됐다.

'효율이 영 아닌 것 같은데.'

800, 1600 포인트를 소모해 힘을 1씩 올린다?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면 힘2를 올리는게 더 낫지 않나?'

무기술을 습득하는 순간 해금되는 패시브가 있었다.

바로 '힘2'였다.

스킬 '힘2'은 스킬 '힘'과 똑같았다.

레벨당 오르는 힘이 1이었고 필요 포인트도 100이었으며 최대 레벨 또한 5였다.

'그래, 일단은 힘2 먼저 올리자.'

강진석은 향후 성장 방향을 정한 뒤 스킬창을 닫았다.

그리고 정보창을 열었다.

힘 : 24

민첩 : 20

체력 : 29

정신력 : 40

'초감각처럼 뭔가 있겠지?'

초감각의 활성화 조건은 정신력 40이었다.

힘, 민첩, 체력도 40이 되면 무언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었고 강진석은 힘, 민첩, 체력을 40까지 올릴 생각이었다.

물론 문제가 하나 있었다.

힘, 민첩, 체력 중 가장 수치가 높은 체력도 40을 달성하기 힘들다는 점이었다.

스킬 '체력'과 '체력2'를 최대 레벨인 5레벨까지 올려도 40이 되지 않는다.

스킬 '체력3'을 습득하면 40이 가능하긴 하다.

'체력3은 너무 밑에 있는데...'

그러나 스킬 '체력3'을 해금하기 위해서는 충족해야 할 조건이 많았다.

지금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태였다.

'패시브 말고는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없는걸까?'

능력치를 올리는 방법은 패시브 뿐일까?

'있을거야. 없을리가 없어.'

강진석은 능력치를 빤히 바라보다가 생각을 끝내고 정보창을 닫았다.

그리고 방패와 바벨봉을 챙겼다.

'확실히 가벼워졌네.'

바벨봉을 휙휙 휘두른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힘이 오르며 근력이 강화됐고 덕분에 바벨봉이 가볍게 느껴졌다.

전보다 더 강하게 그리고 더 많이 휘두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여기서 무기술까지 추가되면...'

생각만해도 짜릿했다.

강진석은 곧장 계단실로 향했다.

그리고 조용히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고블린들이 위치한 곳은 6층이었다.

그러나 강진석은 일단 7층에서 멈췄다.

강진석이 7층에서 멈춘 이유는 6층을 탐색하기 위해서였다.

잠시 올라가 있던 사이 6층 상황이 변했을 수 있다.

강진석은 곳곳을 돌아다니며 초감각으로 6층을 탐색했다.

다행히 고블린들이 복도 중앙으로 이동한 것을 제외하면 바뀐게 없었다.

고블린 셋이 끝이었다.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다시 계단실로 나와 6층으로 내려가며 생각했다.

'6층에도 포인트 북 있으려나?'

7층에는 포인트 북이 존재했다.

만약 6층에도 존재한다면?

'샅샅이 확인하자.'

강진석은 고블린들을 처리 후 6층을 꼼꼼히 확인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내 6층 문앞에 도착한 강진석은 멈칫했다.

'...많네.'

초감각 덕분에 5층을 감지할 수 있었다.

5층 문앞에 있는 고블린은 다섯마리였다.

거기다 다섯 중 하나의 기운이 유독 강했다.

다른 넷보다 1.5배는 강렬했다.

'보스 같지는 않은데 간부인가?'

기운이 강하긴 했지만 보스는 아닌 것 같았다.

아무래도 간부 고블린이 아닐까 싶었다.

'...정리부터 하자.'

강진석은 문을 열고 6층으로 진입했다.

진입과 동시에 강진석은 세 고블린의 시선을 마주할 수 있었다.

-키릭?

-키릭!

그리고 문이 닫힌 순간 고블린들이 괴성을 내뱉으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혼자가 아니라 그런가?'

도망을 선택했던 7층 고블린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아니면 무장 상태 때문에?'

7층 고블린은 혼자이기도 했지만 무장 상태가 거적때기에 나무 몽둥이로 좋지 않았다.

그러나 6층 고블린들은 가죽 갑옷에 단검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이번에는 포인트 말고도 수확이 있겠네.'

강진석은 고블린들이 들고 있는 단검을 보며 흡족한 표정으로 마주 다가갔다.

바로 그때였다.

앞에 있던 두 고블린이 갑자기 속도를 높였고 뒤에 있던 고블린은 단검을 투척했다.

당연히 목표는 강진석이었다.

단검은 엄청난 속도로 강진석에게 날아갔다.

팅!

물론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강진석은 당황하지 않고 방패를 들어 단검을 막았다.

후웅!

그리고 바로 바벨봉을 휘둘러 코앞까지 다가온 두 고블린 중 오른쪽에 있던 고블린을 공격했다.

퍽!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60 상승합니다.]

고블린은 바벨봉을 피하지 못했고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다.

그사이 왼쪽에 있던 고블린이 조금 더 거리를 좁혀 단검을 뻗었다.

물론 단검이 강진석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강진석은 방패를 내려 단검을 막았다.

팅!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후웅!

강진석은 바벨봉을 휘둘렀다.

퍽!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순식간에 고블린 둘을 처치한 강진석은 남은 고블린을 보았다.

동족들의 죽음에 충격을 먹은 것일까?

고블린은 멍하니 두 동족의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강진석은 애도의 시간을 줄 생각이 없었다.

강진석은 바로 고블린에게 달려들었다.

앞서 단검을 투척해 맨손이 된 고블린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고.

퍽!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죽음을 맞이했다.

순식간에 전투를 끝낸 강진석은 초감각으로 5층의 동태를 살폈다.

전투가 길었던 것도 아니고 큰 소리가 난 것도 아니다.

당연하게도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다.

강진석은 마음 편히 6층 곳곳을 돌아다니며 탐색을 시작했다.

얼마 뒤 탐색이 끝났고 강진석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포인트 북이 없었다.

물론 강진석이 심각한 표정을 지은 것은 포인트 북 때문이 아니었다.

포인트 북이 없는 것은 아쉬울 뿐 심각한 일은 아니었다.

강진석이 심각한 표정을 지은 이유는 5층에 있는 고블린의 수 때문이었다.

'갑자기 5배로 늘어나면...'

5층에는 고블린이 15마리나 있었다.

간부 고블린으로 추정되는 고블린도 한 마리가 아니었다.

두 마리였다.

'너무 많은데.'

15마리를 동시에 상대할 수 있을까?

강진석은 상상해 보았다.

'안 돼.'

아무리 한 방에 고블린을 죽일 수 있다고 해도 불리하다.

아니, 불리한게 아니라 불가능하다.

몇 마리는 죽일 수 있겠지만 그게 끝이다.

거기다 간부 고블린은 일반 고블린과 달리 한 방에 죽지 않을 수도 있다.

'...아니지.'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동시에 상대할 일이 없잖아?'

15마리를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애초에 15마리를 동시에 상대할 일이 없다.

주변이 탁 트인 장소에서 싸우는게 아니다.

강진석은 주변을 스윽 훑었다.

'많아 봐야 동시에 달려들 수 있는건 셋, 제대로 공격하려면 둘이겠지.'

복도는 넓지 않았다.

나란히 움직일 수 있는 수는 셋이었고 공격 자세를 생각하면 둘이었다.

'단검 투척이야 방패로 다 쳐낼 수 있고.'

고블린들의 단검 투척도 걱정되지 않았다.

단검이 여러개 날아와도 전부 쳐낼 자신이 있었다.

'정리할 수 있겠는데?'

생각을 하면할수록 정리가 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도 각개격파가 좋긴 하겠지.'

물론 가능하다고 바로 실행할 생각은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아닌데 굳이 15마리와 전투를 벌일 이유가 없다.

강진석은 어떻게 유인을 해야할까 고민하다가 스킬창을 열었다.

'일단 무기술부터.'

방금 전 세 마리를 죽여 160포인트를 얻었다.

덕분에 강진석의 포인트는 현재 600포인트가 됐고 무기술을 습득할 수 있게 됐다.

'100포인트만 더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무기술 습득에 필요한 포인트는 500.

습득 후 100포인트가 남는다.

남은 포인트로 습득할 수 있는 패시브는 없다.

힘의 경우 800 포인트가 필요했고 민첩, 체력, 정신력도 200포인트가 필요했다.

'인벤토리도 활성화 해야 하는데...'

아직 필요치 않아 습득하지 않은 '인벤토리' 아이콘을 보며 강진석은 무기술을 습득했다.

[스킬 '무기술'을 습득하셨습니다.]

"...!"

습득과 동시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왼손에 쥔 방패를 보았다.

'방패까지?'

바벨봉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벼워진 것은 바벨봉 뿐만이 아니었다.

방패 역시 가벼워졌다.

'...하기야 방패도 무기로 쓸 수 있긴 하니까.'

생각해보니 방패 역시 무기로 사용이 가능했다.

'내가 무기로 쓰기만 하면 전부 가벼워지는건가?'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의자나 탁자 같은 것도?'

아무래도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

강진석은 놀란 얼굴로 고개를 내려 바닥을 보았다.

'갑자기 왜?'

5층에 있던 고블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재빨리 계단실 문앞으로 달렸다.

만약 고블린들이 올라온다면?

문 앞에서 막는게 낫다.

전부 죽이지는 못해도 구조를 생각하면 셋 이상은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어진 상황에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내려간다고?'

고블린들은 올라오지 않았다.

발소리가 아래쪽으로 멀어지고 있었다.

'왜?'

갑자기 고블린들이 왜 아래로 내려간 것일까?

바로 그때였다.

쾅!

귓가에 폭음이 들려왔다.

폭음의 근원지는 빌딩 내부가 아니었다.

바깥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강진석은 복도 끝에 있는 창가로 다가갔다.

그리고 바깥을 확인했다.

"...!"

바깥을 확인한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십수 명의 사람들이 무리 지어 고블린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7화

7.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너무 많은데...?'

사람들을 말하는게 아니다.

강진석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고블린이었다.

인간 무리는 20명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고블린은 대충 봐도 100마리가 넘었다.

문제는 계속해서 고블린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방화역, 태백 빌딩 그리고 근처에 있는 대형 마트에서 고블린들이 끊임없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만약 인간 무리가 건물을 등지고 있는게 아니었다면?

진즉 고블린들에게 포위 당했을 것이고 죽었을 것이다.

그정도로 머릿수 차이가 어마어마했다.

바로 그때였다.

인간 무리에서 붉은 구체와 노란색 구체가 나타났다.

강진석은 축구공 크기의 두 구체를 본 순간 깨달았다.

'파이어 볼! 일렉트릭 볼!'

마법사 액티브 스킬인 파이어 볼과 일렉트릭 볼이 분명했다.

'저렇게 생긴거구나.'

강진석은 부러운 표정으로 파이어 볼과 일렉트릭 볼을 보며 생각했다.

'얼마나 강하려나?'

파이어 볼, 일렉트릭 볼의 파괴력이 궁금했다.

'소리 생각하면 약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방금 전 폭음의 원인은 파이어 볼로 추정됐다.

폭음의 크기를 생각하면 약하지 않을 것이다.

이내 파이어 볼과 일렉트릭 볼이 고블린들에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너무 느린데?'

기대하고 있던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파이어 볼과 일렉트릭 볼이 날아가는 속도는 예상과 달리 느렸다.

얼마나 느리냐면 보고 피할 수 있을 정도였다.

실제로 파이어 볼과 일렉트릭 볼이 다가오자 해당 지점에 있던 고블린들이 뒤로 물러났다.

'방향 전환도 안 돼?'

고블린들이 물러났음에도 파이어 볼과 일렉트릭 볼의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

이내 파이어 볼과 일렉트릭 볼이 아무것도 없는 장소에 작렬했다.

쾅! 지직...

파이어 볼과 일렉트릭 볼은 예상대로 강력했다.

고블린들이 그대로 있었다면 한마리도 빠짐없이 전부 죽었을 것이다.

'숙련도를 올리면 좀 달라질려나?'

패시브 스킬과 달리 액티브 스킬은 '숙련도'가 존재했다.

숙련도가 올라가면 속도가 빨라지거나 방향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근데 이러면 지금 위험한거 아니야?'

마법으로 고블린을 대거 죽일 수 있다면 모를까 단 한마리도 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 무리가 고블린들에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근데...'

걱정은 곧 의아함으로 바뀌었다.

'왜 이렇게 평온해 보여?'

마법으로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했다.

그런데 인간 무리들은 아무렇지 않은듯한 분위기였다.

'...도망칠 곳이 있어서?'

강진석은 인간 무리가 등지고 있는 건물 '로우포트'를 보았다.

11층 빌딩인 로우포트는 1층부터 3층까지 상가였고 4층부터는 오피스텔이었다.

즉, 태백 빌딩과 달리 사람이 매우 많다.

로우포트에 고블린이 몇마리나 나타났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정리가 끝났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아니, 확률이 높은게 아니라 이미 끝났을 것이다.

인간 무리가 로우포트쪽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게 바로 그 증거였다.

'2층이랑 3층에도 있네?'

자세히 살피니 2층, 3층 상가 창문에 사람들이 보였다.

한, 둘이 아니었다.

창문에 모습을 드러낸 이들만 수십명이었다.

'그럼 스카이1이나 스카이2도?'

강진석은 근처에 있는 또 다른 빌딩들을 떠올렸다.

태백 빌딩은 순수 상가였다.

그러나 다른 빌딩들은 3층 혹은 4층부터 전부 오피스텔이었다.

즉, 다른 빌딩들 역시 로우포트와 마찬가지로 정리가 끝났을 가능성이 높았다.

만약 각 빌딩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친다면?

고블린들을 밀어내고 안전을 되찾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설마 신호를 주는걸까?'

지금 바깥에 있는 십수 명으로는 모든 고블린을 처치할 수 없다.

직접 전투를 벌이는 십수 명도 그 사실을 아주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밖으로 나와 전투를 벌이는 이유는 혹시 주변에 신호를 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고블린들은 별거 아니라고, 힘을 합치면 물리칠 수 있다고.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키며 생각했다.

'합류하고 싶다.'

로우포트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거리는 가깝다.

태백 빌딩에서 로우포트는 1분도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건 아무런 장애물이 없을 때의 경우고 지금 상황에서 1분 안에 도착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고블린은 지금도 속속 늘어나고 있었다.

로우포트로 합류하려면 수많은 고블린들을 뚫어야 한다.

뚫을 수 있을까?

아니, 뚫다가 결국 포위당해 죽을 것이다.

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어떻게 하지? 다른 빌딩에서 무리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아니면 로우포트로 시선이 쏠린 지금 다른 빌딩으로?'

강진석이 고민을 하고 있던 그때.

전투를 벌이던 십수 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로우포트 내부로 후퇴했다.

고블린들은 추격하지 않았다.

대신 로우포트를 경계하며 자리를 지켰다.

'...왜 저러지? 전부가 안전 구역은 아닐텐데.'

강진석은 어째서 고블린들이 따라 들어가지 않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방화역에서 새로운 유형의 고블린들이 나타났다.

일반 고블린보다 1.5배 정도 거대한 체구를 가지고 있는 고블린들이었다.

간부로 추정됐다.

그리고 이어서 또 새로운 유형의 고블린들이 나타났다.

이번 고블린들은 일반 고블린과 체구는 같았다.

대신 지팡이를 들고 있었고 반짝이는 장신구를 착용하고 있었다.

거기다 앞서 나타난 거대 간부 고블린들의 호위를 받는 것을 보아 종족 내에서 위치가 높은 것이 분명했다.

'가까이 있었으면...'

초감각 범위 밖이었다.

생김새는 알 수 있지만 기운이 얼마나 강한지는 알 수 없었다.

강진석은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지팡이를 들고 있던 고블린들이 약속이라도 한듯 하늘 높이 지팡이를 들었다.

스앗! 스앗!

그러자 지팡이들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 강진석은 경악했다.

도로가 갈라졌다.

그리고 갈라진 틈 사이로 나무 뿌리가 솟아올랐다.

나무 뿌리는 사방으로 퍼져 목책, 감시탑, 건물로 변했다.

'거점!'

누가 봐도 거점이었다.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러면 빠져 나가기가...'

강진석은 태백 빌딩을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바로 근처에 고블린들이 거점을 만들었다.

고블린들이 거점 안에 얌전히 있을까?

아니, 그럴 리 없다.

감시탑만 봐도 향후 상황이 어떨지 훤히 보였다.

수많은 고블린들이 주변을 돌아다니며 순찰할 것이고 거점이 보이지 않는 다른 입구로 빠져나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네.'

현재 고블린들은 거점 정리에 몰두하고 있었다.

정리가 끝나면 고블린들은 빌딩으로 돌아오거나 주변으로 흩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 전에 최대한 내부 정리를 해야 했다.

만약 고블린이 없다면 포인트 북이라도 탐색해야 한다.

강진석은 6층 곳곳을 돌아다니며 초감각으로 5층을 확인했다.

'다섯이 끝이네.'

고블린 15마리가 전부 내려간 것이 아니었다.

5층에는 여전히 5마리가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간부 고블린도 있었다.

간부 고블린 하나에 일반 고블린 넷.

수준을 파악하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강진석은 계단실로 향하며 6층 고블린들이 가지고 있던 단검 중 가장 상태가 좋은 것을 챙겨 방패 안쪽에 있는 보관대에 고정했다.

이후 계단실로 나온 강진석은 조용히 5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바로 문을 열고 5층으로 진입했다.

진입과 동시에 강진석은 고블린 다섯을 볼 수 있었다.

강진석은 다른 고블린 보다 1.5배 정도 거대한 육체를 가지고 있는 간부 고블린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간부 고블린은 투구를 쓰고 있었다.

한번에 죽이지 못할 것 같았다.

-키릭!

간부 고블린이 괴성을 내뱉었다.

그러자 일반 고블린들이 강진석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다가오는 일반 고블린들을 보며 속으로 안도했다.

간부 고블린이 함께 달려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키릭!

이내 네 고블린과의 거리가 2m까지 좁혀졌고 가장 앞에 있던 고블린이 괴성을 내뱉으며 급발진했다.

후웅!

강진석은 당황하지 않고 바벨봉을 휘둘렀다.

퍽!

바벨봉은 정확히 고블린의 머리를 강타했고.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고블린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강진석은 곧바로 다음 고블린에게 바벨봉을 휘둘렀다.

후웅! 퍽!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그렇게 순식간에 두 고블린이 죽음을 맞이했고.

-키릭!!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간부 고블린이 괴성을 내뱉으며 움직였다.

강진석은 재빨리 세번째 고블린에게 다가가 바벨봉을 휘둘렀다.

후웅! 퍽!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세번째 고블린을 죽인 강진석은 이어 네번째 고블린을 향해 바벨봉을 휘둘렀다.

그러나 강진석은 중간에 바벨봉의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다.

간부 고블린이 단검을 던졌기 때문이었다.

팅!

바벨봉으로 단검을 쳐낸 순간 묵직함이 느껴졌다.

'간부는 간부라는건가.'

일반 고블린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진석은 4m 앞까지 도착한 간부 고블린을 보며 바벨봉을 휘둘렀다.

물론 시선은 간부 고블린에게 향해 있지만 바벨봉이 향한 곳은 네번째 고블린이었다.

네번째 고블린은 바벨봉을 막기 위해 단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아무 의미 없었다.

바벨봉에 담긴 힘은 일반 고블린이 어찌 할 수 없는 수준이었고 이내 바벨봉이 네번째 고블린에게 작렬했다.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그렇게 일반 고블린 넷을 처리한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근처에서 멈춘 간부 고블린을 보았다.

간부 고블린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분노가 가득 느껴졌다.

이내 간부 고블린이 허리춤에 달려 있던 검을 빼 들었다.

-키릭!

그리고 괴성을 내뱉으며 다시 강진석에게 달려들었다.

강진석은 우선 방어를 하기로 결정했다.

간부 고블린의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후웅!

이내 간부 고블린이 검을 휘둘렀고 강진석은 방패를 들며 생각했다.

'생각보다 빠르진 않네.'

막지 않고 피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그정도로 느렸다.

팅!

이어 간부 고블린의 검이 방패에 작렬했고 강진석은 뒤로 몇걸음 물러났다.

'묵직하네.'

속도가 느린 대신 묵직했다.

물론 지금처럼 몇걸음 물러날 정도는 아니었다.

솔직히 물러나지 않고 버틸 수도 있었다.

강진석이 물러난 이유는 묵직함을 가볍게 털어내기 위해서였다.

-키릭!

간부 고블린은 강진석이 뒤로 물러난 것에 자신감이 붙었는지 기세등등하게 따라 붙으며 재차 검을 휘둘렀다.

강진석은 방패를 들었다.

물론 이미 공격 수준을 파악했기에 정면으로 막지는 않았다.

검이 작렬하기 직전 강진석은 방패를 틀어 검을 흘려내고 바벨봉을 휘둘렀다.

투구를 착용하고 있기에 일반 고블린 때와 달리 강진석은 머리를 가격하지 않았다.

대신 아무 방어구도 없는 쇄골 부분을 가격했다.

퍽! 뽀각!

바벨봉이 작렬했고 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간부 고블린의 쇄골 부분이 움푹 들어갔다.

-키익!!

그리고 간부 고블린은 비명을 내뱉으며 휘청였다.

강진석은 바로 바벨봉을 다시 휘둘러 공격을 이어 나갔다.

퍽! 퍽! 퍽!

간부 고블린은 저항하지 못했다.

그러나 강진석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뭐 이리 단단해?'

아무리 지금 타격하고 있는 곳이 즉사할 만한 급소가 아니더라도 일반 고블린에 비해 너무 끈질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때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시지가 나타났다.

[부장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200 상승합니다.]

8화

8.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공격을 멈췄다.

그리고 부장 고블린의 시체를 보았다.

시체를 바라보는 강진석의 얼굴에는 후련함과 아쉬움이 공존하고 있었다.

후련함을 느낀 이유는 언제 죽나 고대하던 부장 고블린의 죽음 때문이었고.

아쉬움을 느낀 이유는 그 끈질긴 부장 고블린이 고작 200포인트 밖에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500은 오를 줄 알았는데.'

강진석은 아쉬움을 털어냈다.

그리고 부장 고블린의 투구를 보며 생각했다.

'빨리 끝낼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앞으로 만나지 않는다면 모를까 자주 마주할 것이 분명했다.

지금처럼 시간이 끌린다면?

1대1 상황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다수를 상대할 때에는 문제가 생길 것이다.

대책을 세워야 했다.

어떻게 하면 전투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까?

스윽

생각을 하다가 강진석은 부장 고블린의 철검을 보았다.

'...검을 쓰면 되겠네.'

답은 금방 나왔다.

방금 전 상황에서 강진석의 무기가 바벨봉이 아니라 검이었다면?

전투는 순식간에 끝났을 것이다.

물론 바벨봉이 검보다 더 나은 상황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바벨봉을 사용하면 된다.

강진석은 바벨봉을 놓고 검을 들었다.

그리고 허공에 휙휙 휘둘렀다.

'오랜만이네.'

검을 휘두르며 강진석은 과거를 떠올렸다.

이내 회상을 마친 강진석은 부장 고블린의 허리띠를 풀어 착용했다.

그리고 검을 매달았다.

그렇게 허리띠와 검을 챙긴 강진석은 고블린의 투구를 보았다.

'...투구는 맞으려나?'

부장 고블린은 일반 고블린 보다 체구도 컸고 머리도 컸다.

그래서 투구가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윽

강진석은 투구를 빼냈다.

그리고 투구 안쪽을 살핀 뒤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바로 착용했다.

'딱 맞네.'

다행히 투구는 크지도 작지도 않았다.

물론 안면 구조가 달라 시야를 살짝 가리긴 했다.

그러나 초감각도 있고 큰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 초감각 덕분에 이제 눈을 감고도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포인트는 적어도 이정도면...'

포인트만 생각하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철검, 허리띠, 투구까지 포함하면 아주 알찬 수확이라 할 수 있었다.

'이제...'

강진석은 주변을 훑었다.

'확인해볼까.'

탐색을 할 시간이었다.

강진석은 5층 곳곳을 돌아다니며 탐색을 시작했다.

저벅!

그리고 5층 왼쪽 끝에 있던 키즈 카페 앞에서 강진석은 걸음을 멈췄다.

걸음을 멈춘 강진석은 키즈 카페 안쪽을 바라보며 더할 나위 없이 활짝 웃었다.

'있구나!'

붉디붉은 포인트 북이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강진석은 문을 열었다.

덜컹덜컹

역시나 잠겨 있었고 강진석은 바벨봉을 들었다.

쨍그랑!

이내 바벨봉이 작렬했고 유리문은 산산이 부서졌다.

그리고 강진석은 키즈 카페로 진입했다.

[포인트 북을 발견하셨습니다.]

[5분간 포인트 북을 소유 시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3분간 소유자가 없을 경우 포인트 북은 소멸합니다.]

진입과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고 강진석은 바로 포인트 북을 집었다.

[포인트 북을 소유하셨습니다.]

[5분 뒤 포인트를 습득합니다.]

그러자 또 메시지가 나타났고 흐뭇한 얼굴로 메시지를 바라보며 강진석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다시 탐색을 이어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탐색이 끝났고 강진석은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5층이 빌딩 내 거점이었던건가? 아니면 다 밖으로?'

4층에는 놀랍게도 고블린이 한 마리도 없었다.

'확인할까? 포인트 북이 있을 수도 있잖아.'

원래는 탐색만 하고 다시 8층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빌딩 밖으로 나간 고블린들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비어 있는 4층을 보니 고민이 됐다.

'...그래, 쉽게 확인할 수 있을 때 확인해야지.'

고민 끝에 강진석은 4층을 탐색하기로 결정했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바로 계단실로 향했다.

그리고 조용히 내려와 4층으로 진입했다.

강진석은 4층 곳곳을 돌아다니며 포인트 북을 찾아다녔다.

아쉽게도 4층에는 포인트 북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강진석은 전혀 아쉬워하지 않았다.

아쉬워할 틈이 없었다.

3층 상황 때문이었다.

놀랍게도 3층에는 고블린이 20마리나 있었다.

'부장 고블린이 셋이나 있어? 건물 밖으로 나간게 아니라 3층으로 간 거였나?'

그리고 20마리 중 3마리는 부장 고블린이었다.

'빨리 돌아가자.'

4층에 더 머물면 안될 것 같았다.

강진석은 계단실로 나왔다.

그리고 아래를 힐끔 보고는 곧장 8층으로 올라갔다.

스아악!

8층에 도착한 순간 포인트 북이 빛나며 사라졌다.

[1000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드디어!'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고 바로 스킬창을 열었다.

'어떤거 먼저 해금할까?'

현재 강진석이 보유한 포인트는 1500이었다.

민첩, 체력, 정신력 중 하나를 3레벨까지 올려 새로운 패시브를 해금하고 습득까지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동체시력? 빠른 회복? 아니면 피로 감소?'

민첩이 3레벨이 되면 패시브 '동체시력'이 해금된다.

그리고 체력은 '빠른 회복', 정신력은 '피로 감소'가 해금된다.

'일단 피로 감소는 아닌 것 같고.'

패시브 '피로 감소'는 분명 좋은 스킬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동체시력, 빠른 회복 보다 더 낫다.

그러나 지금 당장 극적인 효과를 보기는 힘들었다.

강진석은 피로 감소를 배제하고 동체시력, 빠른 회복 중 어떤걸 습득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 동체시력이 맞아.'

고민 끝에 강진석은 동체시력을 먼저 습득하기로 결정했다.

'몸도 가벼워질 테고.'

동체시력을 선택한 데에는 민첩과 체력의 차이도 영향을 끼쳤다.

체력의 경우 바로 체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민첩은 바로 체감이 된다.

그것도 별 의미 없는 체감이 아니라 몸이 가벼워져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아주 의미가 큰 체감이었다.

[스킬 '민첩'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민첩이 1 상승합니다.]

.

.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바로 민첩을 3레벨까지 올렸다.

민첩이 2나 올랐기 때문일까?

처음 민첩이 올랐을 때보다 명확히 체감됐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해금된 패시브 '동체시력'을 습득했다.

[스킬 '동체시력'을 습득하셨습니다.]

"...!"

습득과 동시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초감각이 활성화됐을 때처럼 몸에 찾아온 변화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카운터로 다가갔다.

그리고 카운터에 있던 볼펜을 하나 들어 허공에 던졌다.

강진석은 볼펜에 집중했다.

그러자 시간의 흐름이 약간 느려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느낌이 아니다.

미세하지만 분명 느려졌다.

'이게 동체시력 효과라고?'

강진석은 자신의 생각과 다른 동체시력의 효과에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이어 스킬 '동체시력'의 정보를 확인했다.

<동체시력[패시브]>

레벨이 오를 때마다 특별한 효과를 얻습니다.

1. 동체시력이 약간 강화됩니다. (1레벨)

2. 동체시력이 강화됩니다. (2레벨)

3. 동체시력이 크게 강화됩니다. (3레벨)

최대 레벨 : 3

현재 레벨 : 1

필요 포인트 : 1000

'1레벨이 이정도면...'

동체시력은 1레벨이 끝이 아니다.

무기술과 마찬가지로 3레벨까지 있었다.

2레벨과 3레벨이 되면 얼마나 극적인 변화가 생길까?

'이건 바로 올려도 되겠는데?'

무기술의 경우 바로 올릴 생각이 없었다.

패시브 해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올려야 할 때 혹은 포인트가 여유 있을 때에나 올려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동체시력은 바로바로 올려도 될 것 같았다.

그정도로 스킬 '동체시력'의 효과는 엄청났다.

'설마 빠른 회복이나 피로 감소도?'

강진석은 스킬 '빠른 회복'과 '피로 감소'를 떠올렸다.

동체시력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효과를 보이지 않을까 기대가 됐다.

'일단.'

이내 정신을 차린 강진석은 동체시력의 정보창을 닫았다.

'해금은 해야 하니까.'

동체시력을 습득 후 남은 포인트는 400.

강진석은 남은 포인트로 체력과 정신력을 하나씩 올려줄 생각이었다.

[스킬 '체력'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체력이 1 상승합니다.]

먼저 체력을 올린 강진석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전에 올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조금의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정신력은 체감이 될테니까.'

초감각과 정신력은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정신력이 높아질수록 초감각은 강력해진다.

체력과 달리 정신력은 확실히 체감될 것이다.

[스킬 '정신력'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어?'

정신력을 올린 강진석은 당황했다.

초감각뿐만 아니라 변화를 맞이한 것이 하나 더 있었기 때문이다.

'동체시력이 왜?'

바로 동체시력이었다.

정신력을 올린 순간 느껴졌다.

동체시력이 미세하게 강해졌다는 것을.

초감각이 강화될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동체시력은 왜 강해진 것일까?

'민첩을 올린 것도 아닌데...'

스킬 '동체시력'의 해금 조건은 스킬 '민첩' 3레벨이었다.

그런데 민첩도 아니고 정신력에 영향을 받다니?

'...이러면 다른 스킬들도?'

동체시력만 이럴까?

아니, 그럴 리 없다.

강진석은 동체시력 같은 스킬이 여럿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리고 이어 강진석은 정신력에 대해 생각했다.

'정신력이 더 중요해졌네.'

처음에는 정신력을 가장 쓸모없는 능력치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쓸모가 아주 넘치는 능력치였다.

이내 강진석은 스킬창을 닫았다.

그리고 창가로 다가가 바깥 상황을 살폈다.

'음?'

바깥 상황을 확인한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다 어디 갔어?'

고블린들은 여전히 거점을 정리하고 있었다.

문제는 정리하는 고블린의 수가 현저히 적다는 점이었다.

아까와 비교해 반의반도 되지 않았다.

'자러 간건가?'

늦은 밤이었다.

고블린들이 보이지 않는 것은 잠을 자러 갔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강진석은 시간을 확인했다.

'나도 잠 좀 잘까?'

상황이 상황인지라 잘 생각을 하지 않았을 뿐 강진석 역시 무척 피곤한 상태였다.

'안전 구역 남아 있을 때 자는게 맞는 것 같은데...'

몇 시간 뒤 안전 구역이 축소된다.

지금이 마음 편히 잠을 잘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아니면 이때 그냥 밖으로?'

잠을 자고 나면 바깥 상황은 지금보다 더욱 좋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 탈출할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흐음...'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으며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그래, 잠이나 자자. 지금 상황에서 추격이라도 당하면 끝장이니.'

고민 끝에 강진석은 잠을 자기로 결정했다.

활동하는 고블린이 적을 뿐이지 없는 것이 아니다.

만에 하나 추격이라도 당한다면?

최악의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강진석은 바로 돌아섰다.

그리고 9층 구석에 있는 창고로 들어갔다.

철컥!

문을 잠근 뒤 강진석은 캐비닛을 옮겨 문을 막았다.

침입자가 있을리는 없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문을 봉쇄한 강진석은 이어 매트를 여러 겹 깔아 임시 침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알람을 맞춘 뒤 바로 눈을 감았다.

****

로우포트의 리더 한지윤.

한지윤은 어렸을 때부터 예지몽을 자주 꿨다.

그리고 1년 전부터 이런 상황이 올 것을 알고 있었다.

발 빠르게 움직여 사람들을 규합해 무리를 만들 수 있던 것도 바로 예지몽 덕분이었다.

한지윤은 창가로 다가갔다.

그리고 고블린들의 거점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시간은 잘 끌었는데...'

조금 전 빌딩 밖으로 나가 고블린들을 공격한 이유는 시간을 끌기 위해서였다.

만약 공격하지 않았다면?

이틀 뒤 방화역에서 '괴물'이 올라왔을 것이다.

'1주일 안에 가능할까?'

물론 무한정 시간이 주어진 것은 아니다.

주어진 시간은 1주일.

1주일 뒤 괴물이 올라올 것이다.

그 안에 상황을 최대한 유리하게 만들어야 했다.

'안될 것 같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문득 든 생각에 한지윤은 미간을 찌푸렸다.

'도망쳐야 하나?'

꿈에서는 도망치지 않았다.

죽어도 진짜 죽는게 아니기에 끝까지 싸웠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이긴 적 없었다.

그정도로 방화역에서 올라온 괴물은 강했다.

9화

9.

그리고 이제는 꿈이 아니다.

현실이다.

죽으면 끝이다.

끝까지 싸워서는 안된다.

만약 괴물을 이기지 못할 것 같다면?

도망을 치는게 맞다.

'근데 어디로?'

문제는 도망갈 곳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1년 전부터 예지몽을 꿨지만 모든 시작을 방화역에서 하지는 않았다.

한지윤은 서울 내 다른 지역 그리고 제주도, 강릉, 대전, 부산 등등을 돌아다니며 예지몽을 꿨었다.

그리고 가장 안전한 곳이 바로 이곳, 방화역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방화역이 위험하다고 다른 지역으로 도망을 친다?

어디로 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부정적인 생각 하지 말자. 아직 끝난거 아니잖아?'

한지윤은 고개를 휙휙 저었다.

'포인트도 더 모았고, 변수도 많으니까.'

꿈보다 상황이 좋았다.

그리고 앞으로 상황은 점점 더 좋아질 것이다.

1주일 뒤 괴물이 올라와도 충분히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한지윤은 뒤로 돌아 침대로 향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은 채 생각했다.

'3일 안에 전부 데리고 올 수 있을까?'

앞으로 3일이면 로우포트를 제외한 다른 빌딩들의 안전 구역은 전부 없어진다.

'그래, 전력을 다해야지. 그 괴물을 없애려면.'

한지윤은 안전 구역이 완전히 없어지기 전 최대한 많은 이들을 로우포트로 데리고 올 생각이었다.

인원이 늘어날수록 1주일 뒤 등장할 괴물을 처치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한지윤은 구출에 대해 생각하며 잠에 빠져들었다.

****

띠띠!

알람이 울렸다.

그와 동시에 강진석은 눈을 번쩍 뜨며 상체를 들어 주변을 확인했다.

'후...'

그리고 속으로 한숨을 내뱉으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침대에서 내려온 강진석은 초감각을 통해 창고 밖을 확인했다.

당연하게도 아무것도 없었다.

강진석은 캐비닛을 치워 봉쇄를 풀었다.

끼이익

그리고 창고에서 나와 곧장 창가로 향했다.

'으음...'

바깥 상황을 확인한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확실히 많이 늘어났네.'

활동하는 고블린의 수가 부쩍 늘어나 있었다.

예상했던 일이긴 했지만 막상 두 눈으로 확인하니 좋지 않았다.

강진석은 이어 시간을 확인했다.

'10분...'

10분 뒤 안전 구역이 축소된다.

'4곳이 다 사라지지는 않겠지?'

태백 빌딩의 안전 구역은 8, 9층에 자리 잡은 해룡 헬스장.

6층에 있는 태권도장 그리고 4층에 있는 약국 마지막으로 2층에 있는 보안실이었다.

'헬스장은 남았으면 좋겠는데...'

다른 세 곳은 어찌 되든 상관없다.

헬스장만 남으면 된다.

다른 곳들에 비해 넓었고 아래만 신경 쓰면 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정반대의 상황이 찾아올 수도 있다.

강진석은 대비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8층으로 내려가 곳곳을 돌아다니며 초감각으로 7층을 탐색했다.

'...시체가 없어졌어?'

7층을 탐색하던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처음으로 마주했던 고블린의 시체가 느껴지지 않았다.

'죽은 지 오래돼서 느낄 수 없는건가? 그럴 리가 없는데...'

강진석은 계단실로 나왔다.

그리고 7층으로 내려가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진입과 동시에 강진석은 멈칫했다.

시체가 보이지 않았다.

대신 핏자국은 그대로였다.

누군가 치운 것인지 아니면 그냥 저절로 사라진 것인지 강진석은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한다고 알 수 있는게 아니었다.

강진석은 찝찝한 표정으로 핏자국을 바라보다가 7층 곳곳을 돌아다니며 6층을 확인했다.

그리고 6층을 확인한 강진석은 7층에 있던 고블린의 시체가 어떻게 된 것인지 알 것 같았다.

'...고블린들이 치운 건가 보네.'

6층에는 고블린들이 있었다.

시체를 말하는게 아니다.

살아 있는 고블린들이었다.

그리고 고블린들은 강진석이 죽였던 고블린들을 들쳐 멘 상태였다.

7층에 있던 시체 역시 고블린들이 치운 것이 분명했다.

'잡으러 가자.'

시체를 옮기고 있는 고블린의 수는 셋이었다.

전부 일반 고블린이었고 강진석은 쉽게 처리할 자신이 있었다.

강진석은 곧장 계단실을 통해 6층으로 내려갔다.

끼이익!

그리고 문이 열렸다.

강진석이 연 것이 아니다.

문을 연 것은 고블린이었고.

퍽!

강진석은 고블린의 가슴을 밀어 찼다.

계단실로 나오려던 고블린은 그대로 뒤로 날아갔고 강진석은 따라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키릭!

-키릭!

강진석을 발견한 고블린들은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이어 들고 있던 시체를 내던지고 뒤로 물러나며 허리춤에 있던 단검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고블린들은 바로 달려들지 않았다.

강진석에게 단검을 겨눈 채 경계만 할 뿐이었다.

'...연습이나 해야겠다.'

고블린들의 반응에 강진석은 바벨봉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허리띠에 고정해 두었던 검을 빼 들었다.

-키..릭!

그 사이 강진석에게 차여 날아갔던 고블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른 두 고블린에게 합류해 마찬가지로 단검을 빼 들었다.

강진석은 고블린들을 보며 동선을 짜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바로 동선을 따라 움직였다.

강진석이 움직이자 고블린들 역시 움직였다.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고 강진석은 우선 가운데에 있는 고블린에게 검을 휘둘렀다.

강진석의 목표가 된 고블린은 검을 막기 위해 단검을 휘둘렀다.

팅!

이내 단검이 검에 작렬했다.

그러나 강진석이 검에 담은 힘은 고블린의 단검으로는 바꿀 수 없었고.

검은 그대로 단검을 밀어내며 고블린의 목을 베었다.

스걱!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고블린이 죽었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러나 강진석은 메시지에 시선을 주지 않았다.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았다.

2마리나 남아 있었다.

강진석은 방패로 왼쪽에 있던 고블린의 단검을 막으며 오른쪽 고블린에게 검을 휘둘렀다.

팅!

방패에 단검이 작렬했다.

스걱!

그리고 이어 강진석의 검이 오른쪽 고블린의 목을 베었다.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반응속도가 너무 느린데?'

가장 먼저 죽은 고블린은 강진석의 검을 반응했다.

단지 힘이 부족했을 뿐이다.

그런데 오른쪽 고블린은 반응 조차 하지 못했다.

'세부 능력치가 이렇게 차이 날 수 있는건가?'

두 고블린의 기운 크기는 같았다.

그런데 반응속도가 이리 차이 날 줄이야?

'주의해야겠네.'

기운의 크기가 같다고 다 똑같을 것이라 생각하다가는 큰코다칠 것 같았다.

강진석은 명심하기로 하고 마지막 고블린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마지막 고블린은 반응을 했지만 속도가 느렸다.

스걱!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그렇게 전투가 끝났고 강진석은 6층 곳곳을 돌아다니며 5층을 확인했다.

그리고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5층에는 고블린이 20마리나 있었다.

당연히 일반 고블린만 있는게 아니었다.

부장 고블린도 있었다.

문제는 부장 고블린의 숫자였다.

무려 4마리였다.

'잡을 수 있을까?'

강진석은 생각해보았다.

'...안돼.'

오래 생각할 필요 없었다.

'너무 위험해.'

승리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구조상 포위당할 일이 없어 잘 싸우면 이길 수도 있다.

그러나 100%가 아니다.

목숨이 걸린 일인데 도박을 할 수는 없었다.

'각개격파 하는 게 맞아.'

언제까지고 모여 있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나뉘어 6층이나 7층으로 올라올 것이고 그때 각개격파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안전 구역이 축소됩니다.]

[24시간 뒤 안전 구역이 축소됩니다.]

안전 구역 축소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난 순간 강진석은 퇴출당한 안전 구역을 알 수 있었고 안도했다.

'다행이다.'

퇴출당한 안전 구역은 2층 보안실과 4층 약국이었다.

헬스장은 여전히 안전 구역이었다.

물론 안전 구역 축소는 끝난게 아니다.

24시간 뒤 한 번 더 축소된다.

'...둘 다 없어지려나?'

이번에 퇴출된 안전 구역은 2곳.

24시간 뒤에는 모든 안전 구역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

메시지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강진석은 경악했다.

그리고 고개를 내려 바닥을 보았다.

5층에 새로운 고블린이 나타났다.

문제는 해당 고블린의 기운이었다.

기운의 크기가 부장 고블린보다 4배는 컸다.

일반 고블린과 비교하면 6배였다.

그리고 너무나도 기운이 강렬해 어떻게 생겼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뭐지? 무슨 고블린이지?'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

설마 지팡이 든 고블린인가?'

부장 고블린들에게 호위를 받던 지팡이 고블린들이 떠올랐다.

지팡이 고블린들은 힘을 합쳐 '거점'을 만들었다.

거점의 크기를 생각하면 지팡이 고블린들은 무척 강할 것이다.

즉, 지금 나타난 고블린은 지팡이 고블린일 확률이 높았다.

만에 하나 아니라고 해도 문제였다.

새로운 유형의 고블린이라는 뜻인데 정보가 전무 했기에.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외곽 계단실로 향했다.

이곳에 가만히 있다가 큰일 날 것 같았다.

조심히 계단실로 나온 강진석은 헬스장을 향해 전력을 다해 뛰었다.

전력을 다해 뛰며 강진석은 아래를 확인했다.

다행히 조용했다.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얼마 뒤 강진석은 8층에 도착했고.

'후.'

속으로 한숨을 내뱉으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민첩이 1 상승합니다.]

"...?"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빤히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혹시나 잘못 본 게 아닐까 강진석은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그러나 잘못 본 게 아니었고 강진석은 정보창을 열었다.

힘 : 24

민첩 : 23

체력 : 30

정신력 : 41

22였던 민첩이 23이 되어 있었다.

갑자기 왜 민첩이 오른 것일까?

'...뜀박질 때문에?'

강진석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방금 전 뜀박질 때문에 오른 것이 분명했다.

뜀박질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런식으로 올릴 수 있구나?'

패시브 말고도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방법을 알게 됐다.

'생각해보니 아주 당연한 건데.'

강진석은 정보창을 닫았다.

그리고 곧장 9층으로 올라갔다.

9층에 도착한 강진석은 주변을 훑었다.

수많은 운동기구가 시야에 들어왔다.

운동기구를 바라보는 강진석의 얼굴에는 기대와 흥분이 가득했다.

이내 강진석은 PT존으로 향했다.

그리고 비치된 덤벨 중 가장 무거운 50kg 덤벨을 들어 덤벨컬을 시작했다.

'얼마나 해야 오를까? 한계까지 해야 오르려나?'

강진석은 묵묵히 덤벨을 움직이며 생각했다.

'아니야, 민첩을 생각하면.'

조금 전 민첩이 올랐을 때 숨이 차기는 했지만 한계에 다다른 것은 아니었다.

즉, 한계까지 몰아붙여야 오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24, 25...'

강진석은 잡념을 지우고 횟수를 세며 운동에 집중했다.

'70.'

그리고 70회를 달성한 순간.

[힘이 1 상승합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시지가 나타났다.

1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