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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0 - 90-100

제90화

90.

강진석은 바로 스킬창을 열었다.

그리고 스킬 아이콘을 보며 포인트를 계산했다.

'5구획까지는 19만 4000이고.'

계산해 보니 5구획 그러니까 23번째 능력치 스킬까지는 한 구획당 19만 4000이 필요했다.

도합 384만 8000이었다.

문제는 그다음 구획부터는 필요 포인트가 증가한다는 점이다.

물론 몇 배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한 구획당 23만 7400으로 증가량은 20% 정도였다.

'10구획씩은 충분히 가능하겠네.'

증가한 포인트로 계산을 마친 강진석은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50씩 오르면 할 만하겠지?'

그리고 바로 스킬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스킬 '대원근 강화2'를 습득하셨습니다.]

.

.

[스킬 '힘19'를 습득하셨습니다.]

[힘이 1 상승합니다.]

스킬 '대원근 강화2'를 시작으로 스킬 '힘19'까지 순식간에 한 구획을 습득한 강진석은 잠시 습득을 멈추고 육체 변화에 집중했다.

변화를 확인한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스킬 습득을 이어 나갔다.

.

.

[스킬 '정신력28'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킬 '정신력28'까지 습득을 마친 강진석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몸을 부르르 떤 이유는 당연히 육체에 찾아온 변화 때문이었다.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게 느껴졌다.

강진석은 정보창을 열었다.

힘 : 199(162+37)

민첩 : 197(160+37)

체력 : 211(168+43)

정신력 : 215(179+36)

능력치를 확인하자마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래, 이 정도면....'

스킬 습득 전에는 도르에나와 기운이 비슷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도르에나보다 30%는 강해졌다.

이능이 얼마나 다양하고 강할지는 모르겠지만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능력치 스킬만 습득한 게 아니다.

수많은 패시브를 습득했다.

여러 근육, 뼈가 강해졌고 독, 물리, 냉기 등에 대한 저항력도 커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상처 헤집기[패시브]>

레벨이 오를 때마다 특별한 효과를 얻습니다.

1. 상처 입힌 대상의 회복력을 10% 감소시킵니다. (1레벨)

2. 상처 입힌 대상의 회복력을 10% 더 감소시킵니다. (2레벨)

최대 레벨 : 2

현재 레벨 : 2

<약화 저주[패시브]>

레벨이 오를 때마다 특별한 효과를 얻습니다.

1. 공격 성공 시 일정 확률로 공격 대상의 근력을 약화시킵니다. (1레벨)

2. 공격 성공 시 일정 확률로 공격 대상의 체력을 약화시킵니다. (2레벨)

최대 레벨 : 2

현재 레벨 : 2

상처 헤집기, 약화 저주 등 육체 강화와 관련되지 않은, 전투와 관련된 패시브들도 다양하게 습득했다.

어렵지 않기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오롯이 존재하는 자3은 조건이 뭘까.'

현재 강진석이 최대 레벨까지 습득한 패시브 스킬은 426개였다.

그럼에도 아직 오롯이 존재하는 자3의 조건 충족 메시지는 뜨지 않았다.

'진짜 625개일까?'

오롯이 존재하는 자1의 조건은 패시브 스킬 25개였다.

그리고 오롯이 존재하는 자2의 조건은 5배인 패시브 스킬 125개였다.

'...보상이 기대되네.'

강진석은 보상을 기대하며 스킬창과 정보창을 닫았다.

그리고 이리저리 움직여 변화한 육체에 적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적응을 마친 강진석은 걸음을 옮기며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64만 7770]

900만이 훌쩍 넘었던 포인트가 바닥에 가까워진 것을 보니 공허함이 밀려 들어왔다.

'...그래도 많이 복구할 수 있을 테니.'

이제 곧 수비단장 도르에나, 수비대장 말칸 그리고 수많은 오크들을 사냥할 예정이었다.

그들을 전부 잡고 퀘스트가 완료되면?

어느 정도 복구할 수 있을 것이다.

강진석은 공허함을 떨쳐내고 이동에 집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 근처에 도착한 강진석은 혼돈의 구에 기운을 주입해 그림자 단검으로 변형시켰다.

그리고 바로 은신을 시전 후 통로를 지나 공동으로 진입했다.

그렇게 공동에 발을 들인 순간.

스아앗!

강진석의 반투명했던 육체가 다시 선명하게 변했다.

'아직 시간 안 됐는데?'

은신이 해제되자 강진석은 살짝 당황했다.

지속 시간이 끝난 게 아닌데 왜 해제된단 말인가?

강진석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메시지창을 보았다.

[성소의 영향으로 은신이 해제됩니다.]

그리고 은신이 해제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런 효과도 있구나?'

은신이 해제된 것은 성소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범위가 넓네.'

성소는 지금 진입한 공동에 없었다.

공동에 있는 것은 오크 무리뿐이었다.

스윽.

강진석은 반대편에 있는 입구를 보았다.

성소가 자리 잡은 곳은 입구 너머였다.

아주 멀지는 않아도 가깝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곳까지 영향을 끼치다니?

'세계수 뿌리 조각처럼 공격까지 하려나?'

강진석은 선유도역에서 파괴한 세계수 뿌리 조각을 떠올리며 오크들을 살폈다.

성소로 향하는 반대편 입구 앞을 도르에나가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말칸은 수많은 오크들과 함께 공동 중앙에서 강진석을 경계하고 있었다.

'아쉽네, 성소 먼저 파괴할 수 있으면 파괴하려고 했는데.'

성소를 파괴하는 순간 영역도 파괴된다.

그리고 그만큼 디버프도 약화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오크들의 힘도 약화된다.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성소로 향하는 입구를 도르에나가 지키고 있었다.

성소를 먼저 파괴하는 것은 힘들 것 같았다.

'그래도 따로 떨어져 있어서 다행이야.'

상황을 보아 도르에나는 입구를 지키는 데 집중할 것 같았다.

말칸과 오크 무리를 손쉽게 처리할 기회라 할 수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도르에나가 입을 열어 외쳤다.

-!$%%%$

당연하게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만부장은 다를 줄 알았는데.'

도르에나는 여태껏 만난 그 어떤 몬스터보다 직위가 높은 몬스터였다.

그래서 혹시나 말이 통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헛된 생각이었다.

'위협적인 이능은 없었으면 좋겠네....'

강진석은 도르에나에 대해 생각하며 공동 중앙에 자리를 잡고 있는 오크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가가며 세계수의 축복이 깃든 허리띠에 기운을 주입했다.

그러자 허리띠가 빛나며 갑옷으로 변했다.

추가로 기운을 주입해 강화하지는 않았다.

도르에나와 전투할 때라면 모를까 말칸과 오크 무리를 상대하는 데에는 필요치 않았다.

솔직히 갑옷화도 필요 없기는 했다.

그럼에도 굳이 허리띠를 갑옷화 한 이유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이어 강진석은 혼돈의 구에 기운을 주입해 다시 델룬 장검으로 변형시켰다.

그렇게 전투 무장을 마친 강진석은 속도를 높였다.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고 강진석은 오크들에게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스걱! 스걱!

이미 오크들은 강진석이 다가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정면에서 달려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크들은 강진석의 공격을 반응하지 못했다.

그 정도로 강진석과 오크들의 격차는 컸다.

스걱! 스걱!

오크들의 목이 연달아 하늘로 비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크들을 빠르게 죽여 나가며 강진석은 말칸에게 다가갔다.

지금이야 도르에나가 성소로 향하는 입구를 지키고 있지만 언제 전투에 끼어들지 모른다.

그전에 가장 큰 변수라 할 수 있는 말칸을 죽여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말칸 근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강진석과 말칸 사이에 있는 오크는 둘 뿐이었다.

스걱! 스걱!

물론 두 오크의 머리는 바로 하늘로 떠올랐다.

그리고 강진석은 말칸에게 다가가 검을 휘두르며 도르에나를 보았다.

도르에나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도르에나는 움직일 기미를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겁을 먹은 건 아닌 것 같은데.'

당황한 이유가 겁을 먹었기 때문은 아니다.

겁을 먹은 기미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이유로 당황한 것일까?

속절없이 부하들이 죽는 상황을 예상치 못했기 때문일까?

'아니야, 처음 봤을 때부터 저랬잖아.'

도르에나가 당황한 것은 강진석이 처음 공동에 진입했을 때부터였다.

부하들의 죽음 때문에 당황한 것은 아닐 것이다.

스걱!

[열화 사막 부족 수비대장 말칸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17만 상승합니다.]

[퀘스트 '수비대장 말칸'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

.

이내 말칸이 죽으며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그러나 강진석은 메시지에 집중할 수 없었다.

아직 주변에 오크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 아니다.

말칸이 죽었음에도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당황해하기만 하는 도르에나 때문이었다.

'...대체 뭐야?'

움직이지 않아 오히려 더 불안했다.

차라리 공격해 왔다면?

이렇게 불안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체 도르에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강진석은 도르에나를 경계하며 공격을 이어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지막 십부장 오크가 죽음을 맞이했고 강진석은 돌아섰다.

이제 공동에 남은 오크는 도르에나뿐이었다.

도르에나만 잡으면 끝이다.

물론 여태까지와 달리 쉽지 않을 것이다.

강진석은 도르에나를 바라보며 호흡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 * *

[수비대장 말칸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퀘스트 '수비대장 말칸'이 완료됐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기여도가 0입니다.]

[최소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1만 상승합니다.]

"오, 또 떴습니다!"

메시지를 본 유성윤은 탄성을 내뱉으며 강나연과 김칠성을 보았다.

두 사람 다 흡족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메시지를 보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제 4개 남았네."

김칠성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강나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러게, 가장 위험한 보스가 남아 있긴 하지만."

"에이, 대장 힘 봤잖아?"

"보스도 금방 잡지 않으실까요?"

강나연의 말에 김칠성과 유성윤이 차례대로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말에도 강나연의 걱정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겠지?"

* * *

'이게 무슨....'

도르에나는 당황스러웠다.

'엘프들이 아니었다니!'

당연히 검은 숲 엘프들이 침입한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놀랍게도 침입한 이는 인간이었다.

'아드호란 제국인가? 아니면 메드린 왕국?'

시험 장소인 이곳 지구의 주요 지성체도 인간이었다.

그러나 시험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지금 나타난 인간의 힘은 이곳 지구의 인간이라 하기에는 너무 강했다.

말칸은 물론 부하들이 힘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즉, 지구의 인간이 아니라 아드호란 제국 혹은 메드린 왕국의 인간으로 추정됐다.

'무슨 수를 쓴 거지?'

물론 아드호란 제국이나 메드린 왕국의 인간인 것도 믿기 힘든 일이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1차 제약이 해제됐을 뿐이다.

아드호란 제국이나 메드린 왕국의 자리 잡은 곳이 어디인지 도르에나는 알고 있다.

2차 제약이 해제된다고 해도 오가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먼 곳이었다.

'어떻게 이곳에....'

그래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찌 아드호란 제국이나 메드린 왕국의 인간이 이곳에 나타난 것일까?

'제약을 벗어날 방법을 찾은 건가?'

문득 든 생각에 도르에나는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 침입한 인간을 주시했다.

작은 행동도 빠짐없이 머릿속에 각인해둘 생각이었다.

제91화

91.

각인하려는 이유는 2가지였다.

첫 번째 이유는 제약을 벗어난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서였다.

육체 혹은 행동에 힌트가 남아 있을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전투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이제 곧 직접 맞붙게 될 것이다.

어떤 식으로 공격하는지, 공격할 때 약점은 없는지 승리를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했다.

"...."

그러나 이어진 상황에 도르에나는 당황스러웠다.

'...뭐지?'

집중해서 보았음에도 인간의 육체나 행동에서 아무런 흔적도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약점도 보이지 않았다.

인간은 특별한 기술을 쓰거나 이능을 쓰지 않았다.

그냥 단순히 검을 휘두를 뿐이다.

그럼에도 부하 오크들이 저항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기야 어느 정도 정보를 뽑아낼 것이라 믿고 있던 말칸도 단숨에 목이 날아갔다.

그런데 다른 부하 오크들이 정보를 뽑아낸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기적이 일어난 것이라 봐야 했다.

'이 정도로 체급이 차이 난다라....'

이런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체급이 압도적으로 차이 나기 때문이었다.

'대체 몇 단계일까?'

3차 제약을 받았다고 다 똑같은 게 아니다.

수준에 따라 단계가 나뉘는데 총 10개 단계가 존재했고 숫자가 높을수록 강하다.

'조금도 가늠되지 않는 걸 보면 적어도 5단계라는 건데.'

도르에나는 1단계로 3차 제약을 받은 이들 중 최하위였다.

그리고 4단계까지는 어느 정도 가늠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인간은 조금도 가늠이 되지 않았다.

적어도 5단계의 존재라는 뜻이었다.

말 그대로 최소가 5단계라는 것이지 그 이상의 존재일 수도 있다.

'그래도 우리 영역이니....'

제약이 없는 상태라면 도르에나는 죽음을 각오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솔직히 말해 두렵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서초역은 열화 사막 부족의 영역이었다.

아드호란 제국 소속인지 메드린 왕국 소속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어떤 곳이든 이곳에서는 더욱 큰 제약을 받게 된다.

물론 인간은 제약을 벗어난 상태였다.

그러나 완벽히 벗어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제약을 부여한 이들은 절대적 존재인 '법칙'들이었다.

법칙들이 어떤 존재인지 도르에나는 잘 알고 있다.

도르에나가 감히 쳐다볼 수 없는 4차 제약, 5차 제약의 존재들도 법칙들 앞에서는 벌레만도 못했다.

그런 법칙들이 부여한 제약을 아무런 탈 없이 벗어났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법칙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그런 것이라면 이미 진즉 소멸당했을 것이다.

'제약을 어느 정도 벗어난 건지 알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도르에나는 답답한 표정으로 인간을 주시했다.

인간의 공격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어느새 부하 오크는 10마리도 남지 않았다.

이제 슬슬 전투를 준비해야 할 것 같았다.

'...설마 4차 제약은 아니겠지?'

문득 든 생각에 도르에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만약 인간이 4차 제약을 받은 존재라면?

아무리 제약이 강하다고 해도 4차 제약의 존재를 대적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냥 죽겠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아니야, 4차 제약을 받은 존재가 많은 것도 아닌데.'

이내 든 생각에 도르에나는 걱정을 떨쳐냈다.

열화 사막 부족에서도 4차 제약을 받은 존재는 아슬렌과 엘리타나 둘뿐이었다.

흔치 않은 4차 제약의 존재가 왜 이곳에 오겠는가?

스걱!

이내 마지막 부하 오크가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도르에나는 기다렸다는 듯 몽둥이에 기운을 주입했다.

스아앗!

몽둥이에 회색빛이 서렸고 이어 진동하기 시작했다.

도르에나는 몽둥이를 꽉 쥔 채 인간을 주시했다.

바로 그때 인간이 사라졌다.

도르에나는 순간 흠칫했지만 당황하지는 않았다.

'뒤!'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도르에나는 앞으로 굴렀다.

그리고 구르며 들을 수 있었다.

휙!

조금 전까지 목이 있던 자리에서 울리는 날카로운 소리를.

만약 구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위험했겠지.'

도르에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그대로 몽둥이를 휘둘렀다.

인간은 몽둥이를 피하지 않았다.

대신 검을 마주 휘둘렀다.

'벨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도르에나는 속으로 활짝 웃었다.

인간은 단순히 몽둥이를 막는 게 아니라 베어 없애려는 것 같았다.

그것은 아주 잘못된 선택이다.

도르에나의 몽둥이는 일반 몽둥이가 아니다.

강철보다 단단한 로필렌 나무로 만든 몽둥이였다.

거기다 특수한 제련을 통해 그렇지 않아도 뛰어난 강도가 배 이상 강해졌고 기운을 주입해 한 차례 더 강화했다.

인간의 검에 담긴 기운이 범상치 않기는 했지만 몽둥이는 결코 베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망가지는 것은 몽둥이가 아닌 인간의 검이 될 확률이 높았다.

도르에나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몽둥이가 단단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몽둥이에는 2가지 이능이 내장되어 있었다.

바로 '무구 파괴'와 '일시 마비'였다.

두 이능을 발동시키는 방법은 간단했다.

기운만 주입하면 된다.

그리고 현재 기운을 주입해 발동된 상태였다.

챙!

이내 몽둥이와 검이 마주하며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

그리고 도르에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상했던 상황이 펼쳐지지 않았다.

도르에나는 재빨리 검을 밀어내고 뒤로 슬쩍 물러났다.

인간 역시 당황했는지 따라붙지 않았다.

도르에나는 인간을 주시하며 힐끔 몽둥이를 보았다.

'이게 무슨....'

당연히 검이 파괴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검은 파괴되지 않았다.

자그마한 균열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손상이 간 것은 몽둥이였다.

검과 마주한 부분이 미세하게 파여 있었다.

'대체 뭐로 만들었기에....'

검의 재질이 궁금해졌다.

도르에나는 인간이 들고 있는 검을 보았다.

그러나 본다고 알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도르에나는 이어 인간의 오른팔을 보았다.

조금 전 격돌로 손해만 본 것은 아니었다.

인간의 오른팔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일시 마비가 먹힌 것이 분명했다.

물론 떨림은 오래가지 않았다.

3초도 지나지 않아 떨림이 사라졌다.

마비 상태가 풀린 것이다.

'육체 통제력이 정말 강한 인간이군.'

도르에나는 수많은 전투를 치렀고 많은 이들을 마비 상태에 빠트렸다.

이렇게 빨리 마비 상태에서 빠져나온 이는 처음이었다.

'조심해야겠어.'

* * *

힘 : 24

민첩 : 35 (32+3)

체력 : 23

정신력 : 27 (25+2)

한지윤은 정보창을 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만 더 올리면 40이네.'

현재 한지윤의 민첩은 35였다.

아티펙트를 제외하더라도 32였다.

'빨리 찍고 날아보고 싶네.'

강진석이 말했다.

아티펙트 도움 없이 순수하게 민첩 40을 찍으면 비행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한지윤은 어서 민첩 40을 찍고 비행을 해보고 싶었다.

비행을 하고 싶은 이유는 단순했다.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전투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이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화살을 쏜다?

생각만 해도 짜릿했다.

'네임드도 혼자서 잡을 수 있으려나?'

지금도 많이 강해지기는 했다.

주술사 고블린이나 정예 고블린이 포함된 무리를 혼자서 마주해도 손쉽게 죽일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네임드 몬스터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비행 능력을 손에 넣는다면?

혼자서도 네임드 몬스터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바로 그때.

"전방에서 고블린 13마리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찰을 나갔던 이가 돌아와 말했다.

"주술사 고블린 하나, 정예 전투 고블린 둘, 부장 고블린 둘, 일반 고블린 여덟입니다!"

한지윤은 정보창을 닫았다.

그리고 주변에서 쉬고 있던 조원들에게 말했다.

"다들 전투 준비하세요. 주술사 고블린은 제가 바로 저격해 죽이겠습니다. 만약 녀석들이 도망가면 추격하고 돌진해 오면 하던 대로 처리합니다."

"옙!"

"넵!"

앉아 있던 조원들은 한지윤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진영을 갖추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방에 고블린 무리가 나타났다.

한지윤은 바로 시위를 당겼다.

"저격."

그리고 저격을 시전 후 바로 시위를 놓았다.

휙!

화살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갔다.

그리고 이내 주술사 고블린의 미간에 정확히 박혔다.

미간에 화살이 박힌 주술사 고블린은 그대로 뒤로 쓰러졌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주술사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1100 상승합니다.]

메시지를 보며 한지윤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블린들을 주시했다.

이내 정예 전투 고블린이 외쳤고 고블린 무리가 뒤로 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추격합니다!"

한지윤이 외쳤고 조원들이 고블린들을 추격을 시작했다.

물론 한지윤은 추격하지 않았다.

남은 고블린은 조원들의 몫이었기 때문이었다.

한지윤은 조원들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강진석을 떠올렸다.

'잘 가고 계시려나?'

동생을 구출하기 위해 현재 강진석은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잘 가고 있을지 걱정이 됐다.

'그래, 어떤 몬스터든 진석 님 힘이라면 문제없겠지.'

* * *

'이런....'

강진석은 부들부들 떨리는 팔을 보고 고개를 들어 메시지창을 힐끔 보았다.

[일시적으로 오른팔이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부들부들 떨리는 이유는 마비 때문이었다.

마비 상태에 빠진 이유는 도르에나의 몽둥이 때문이었다.

몽둥이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몸에 침입해 마비를 유발하고 있었다.

'평범한 몽둥이가 아니었네.'

델룬 장검의 절삭력은 현재 더할 나위 없이 강력했다.

단숨에 몽둥이를 베고 도르에나까지 베어 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몽둥이는 살짝 파였을 뿐 갈라지지 않았다.

'맞대는 건 안 되겠는데.'

몇 번 더 공격하면 몽둥이를 갈라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맞대는 순간 기운이 흘러들어와 마비를 유발한다.

물론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지만 쌓이고 쌓인다면?

위험한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맞대는 것은 최대한 피해야 할 것 같았다.

생각을 마친 강진석은 바로 도르에나에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도르에나의 육체를 감싸는 반투명한 보호막이 나타났다.

'...끙.'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기회를 봐서 단숨에 목을 날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보호막이 나타나다니?

단숨에 목을 날리는 것은 힘들 것 같았다.

이내 거리가 좁혀졌고.

휙! 후웅!

검과 몽둥이가 허공에서 현란하게 어우러졌다.

챙!

맞대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맞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르에나의 수준은 여태껏 마주한 몬스터들과 격이 달랐다.

공격 속도가 빨라 전부 피할 수가 없었다.

챙!

맞닿을 때마다 몽둥이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육체로 침투해 마비를 유발했다.

쩍... 쩌적....

물론 마냥 당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강진석의 검 역시 중간중간 도르에나의 보호막을 강타했고 보호막 곳곳에 균열이 나타났다.

몇 번만 더 공격하면 보호막을 파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로 그때.

도르에나가 뒤로 훌쩍 물러났다.

강진석은 따라붙지 않았다.

침투한 기운을 몰아내기 위해서였다.

강진석은 기운을 몰아내며 도르에나를 보았다.

도르에나는 굳은 표정으로 몽둥이를 땅에 박았다.

그리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주문을 외우고 있는 게 분명했다.

'어림도 없지.'

이내 기운을 전부 몰아낸 강진석은 다급히 도르에나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강진석이 도착하기 전 도르에나의 주문 영창이 끝났고.

후웅!

몽둥이에서 파동이 퍼져 나왔다.

어쩔 수 없이 강진석은 다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상황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구구구궁!

이내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진이 발생한 것처럼 거칠게 흔들렸다.

균형 잡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물론 강진석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강진석은 하늘로 떠올랐다.

그리고 도르에나를 보았다.

도르에나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제92화

92.

비행할 것이라 생각지 못한 듯했다.

강진석은 지상을 보았다.

땅은 전보다 더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얇은 바늘 형태의 기운이 치솟기 시작했다.

당연히 한, 두 개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도르에나를 기준으로 반경 1m 정도를 제외한 공동 내 모든 곳에서 수천 아니, 수만 개의 가시가 치솟고 있었다.

만약 그대로 땅에 발을 디디고 있었다면?

'많이 아팠겠는데.'

기운의 크기를 보아 죽지는 않았겠지만 꽤나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강진석은 비행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들어 도르에나의 몽둥이를 보았다.

'내장 스킬인가?'

몽둥이에서 파동이 시작되기는 했다.

그러나 그것이 몽둥이에 내장된 스킬이란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발현 개체가 몽둥이인 것이지 도르에나의 본신 능력일 수도 있다.

'내장 스킬이면 좋겠는데.'

범위는 물론 파괴력까지 아주 괜찮은 광역 공격이었다.

물론 허공에 떠 있으면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지만 체공할 수 있는 몬스터가 몇이나 있겠는가?

강진석은 부디 도르에나의 본신 능력이 아니라 몽둥이 내장 스킬이길 기원하며 도르에나에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도르에나는 강진석이 날아오자 인상을 구겼다.

그리고 몽둥이에 주입하던 기운을 회수했다.

그러자 기운으로 만들어진 수만의 바늘이 사라지고 지진이 멈췄다.

그뿐만이 아니다.

도르에나는 괴성과 함께 피를 토해냈다.

강진석은 순간 멈칫했다.

갑자기 피를 토하다니?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했다.

'...중간에 멈춰서?'

아무리 봐도 기운 회수밖에 없었다.

강진석은 다시 도르에나에게 다가가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잘됐네.'

피를 토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기운이 뒤틀려서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도르에나의 기운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만큼 보호막도 약해졌다.

전에는 몇 번 더 공격해야 했지만 지금은 한두 번 만 공격해도 파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희소식이라 할 수 있었다.

후웅!

이내 거리가 좁혀졌고 강진석은 검을 휘둘렀다.

후웅!

도르에나 역시 몽둥이를 휘둘렀다.

몽둥이는 다시 진동하고 있었다.

강진석은 잠시 고민했다.

이대로 맞대는 것이 맞을까?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래, 진동이 약해졌으니까.'

기운이 약해졌기 때문일까?

몽둥이의 진동 또한 보호막과 마찬가지로 처음과 비교해 약해져 있었다.

지금이라면 문제없이 몽둥이를 쳐내고 도르에나의 보호막을 공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갖고 싶긴 하지만....'

쳐내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몽둥이가 파괴될 수도 있다.

'파괴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러나 몽둥이를 얻자고 피하면서 공격할 수는 없었다.

몽둥이는 2순위다.

1순위는 도르에나의 죽음이었다.

챙!

이내 검과 몽둥이가 조우했고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동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몽둥이는 단단했다.

맞닿은 부분이 전보다 크게 파이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몽둥이는 파괴되지 않았다.

후웅!

목표했던 대로 몽둥이를 쳐낸 강진석은 그대로 검을 뻗어 도르에나의 목을 찔렀다.

쩡! 쩌저적!

목을 보호하고 있던 보호막에 검이 작렬했고 그와 동시에 보호막에 균열이 생기더니 사방으로 퍼졌다.

툭 건드리기만 해도 깨질 것 같았다.

강진석은 완전히 파괴하기 위해 검에 힘을 줬다.

그러나 그 순간.

스앗!

도르에나가 사라졌다.

강진석은 아쉬운 표정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무척이나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도르에나를 볼 수 있었다.

'공간이동은 거의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하나?'

도르에나의 목걸이가 빛나고 있었다.

공간이동 기능을 가진 목걸이가 분명했다.

강진석은 바로 도르에나에게 달려들며 생각했다.

'몇 번이나 사용하려나?'

목걸이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적지 않았다.

앞으로도 대여섯 번은 족히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그러나 이어진 상황에 강진석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도르에나가 갑자기 품에서 동그란 구슬을 꺼냈다.

구슬에는 아주 기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성소?'

자세히 보니 성소의 기운과 비슷했다.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성소의 기운과 비슷하다니 불길했다.

이내 구슬이 하늘로 떠올랐다.

그리고 순식간에 크기를 키웠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렇다고 당장 달려들자니 구슬이 너무나 신경 쓰였다.

대체 구슬의 정체는 무엇일까?

바로 그때.

도르에나의 기운이 급속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3초도 지나지 않아 처음 마주했을 때보다 커졌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한없이 커지지는 않았다.

처음보다 20% 정도 강해졌을 때 성장이 멈췄다.

'...회복 수단이었나?'

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도르에나가 제물을 바쳐 일시적으로 제약을 완화합니다.]

[30분 뒤 도르에나의 모든 능력치가 50% 약화됩니다.]

메시지를 통해 강진석은 어째서 도르에나의 기운이 강해진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의문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뭘 바친 거지?'

도르에나를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었다.

제물을 바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언제 바친 것이며 무엇을 바친 것일까?

'...어쨌든 30분만 지나면.'

도르에나는 강해졌다.

그러나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강해진 것은 아니다.

앞으로 30분만 버티면 된다.

그러면 50%나 약화 되고 아주 손쉽게 잡을 수 있다.

'그 전에 잡을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솔직히 30분 전에 죽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바로 그때.

스윽.

도르에나가 하늘로 양손을 뻗었다.

그리고 도르에나의 양손에서 기운이 뿜어져 나와 허공에 떠 있는 구슬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구슬은 끊임없이 도르에나의 기운을 흡수하며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다.

'...뭘 하려는 거지?'

강진석은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구슬과 도르에나를 경계했다.

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막아야 할 것 같은데.'

거리를 좁혀도 되는 것일까 걱정이 들기는 했지만 아무리 봐도 가만히 놔두면 안 될 것 같았다.

위험을 감수하고 방해를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강진석이 결심을 내린 순간 도르에나가 고개를 내렸다.

그리고 무어라 말했다.

당연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어진 상황에 어떤 이야기를 한 것인지 대충이나마 알 수 있었다.

화르륵!

구슬에서 붉은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화염의 속도는 엄청났다.

강진석이 무엇을 하기도 전에 화염은 공동을 가득 채웠다.

화염에 휩싸인 강진석은 엄청난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열기뿐만이 아니다.

엄청난 압력도 함께 느껴졌다.

다행히 불 저항 패시브 스킬을 여럿 습득하고 육체를 강화한 덕분에 버틸 만했다.

그러나 버틸 수 있다는 것이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것도 아주 큰 문제가.

'공간이동이 불가능해?'

열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간이동을 하려 했다.

그런데 공간이동을 할 수가 없었다.

화염이 공간이동을 방해하고 있었다.

강진석은 걸음을 옮겼다.

직접 움직여 화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이런 개같은....'

그러나 한 걸음 옮기자마자 강진석은 벗어나는 것을 포기했다.

움직이는 데 너무나 많은 힘이 소모됐다.

'버티는 수밖에 없나?'

직접 움직여 화염을 벗어나는 것보다 그냥 자리에서 버티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거기다 도르에나의 기운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확실치는 않지만 도르에나의 기운이 바닥난다면?

공동을 가득 채운 화염도 없어질 것 같았다.

'그래, 버티자.'

강진석은 결정을 내리고 기운을 끌어올려 방어에 집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쩌저적....

"...?"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에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였다.

강진석은 고개를 내려 소리의 근원지를 보았다.

'미친.'

갑옷 곳곳에 균열이 나타났다.

쩌적!

균열은 점점 커졌고 이내 갑옷이 조각조각 떨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갑옷 조각이 땅에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스아아....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화염에 의해 불타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이내 강진석은 인상을 구겼다.

압박이 거세졌기 때문이었다.

'파괴된 건가.'

아무래도 세계수의 축복이 깃든 허리띠가 기능을 상실한 것 같았다.

물론 압박이 거세졌기에 기능이 상실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허리띠에는 여러 효과가 있었고 그중에는 민첩, 체력 5 상승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민첩과 체력이 5씩 떨어진 게 느껴졌다.

'잠깐...!'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현재 강진석이 착용하고 있는 아티펙트는 한두 개가 아니었다.

상급 아티펙트인 세계수의 축복이 깃든 허리띠도 파괴가 됐는데 다른 아티펙트가 무사할까 싶었다.

그리고 그 순간.

파삭....

파사삭....

착용하고 있던 각종 아티펙트들이 파괴되기 시작했다.

'이런 개 같은....'

아티펙트가 파괴되다니?

절로 욕이 나왔다.

강진석은 혼돈의 구를 보았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혼돈의 구는 무사했다.

그리고 혼돈의 구 말고도 파괴되지 않은 아티펙트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가온 팔찌였다.

가온 팔찌 역시 혼돈의 구와 마찬가지로 온전했다.

자그마한 균열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당황스러웠다.

'세계수 허리띠도 파괴됐는데 이게 버틴다고...?'

상급 아티펙트인 세계수의 축복이 깃든 허리띠도 버티지 못하고 파괴됐다.

그래서 가온 팔찌 역시 파괴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작은 흠집 하나 나지 않는다니?

'하기야 효과를 생각하면....'

가온 팔찌는 현재 모든 능력치를 32나 증가시켜준다.

세계수의 축복이 깃든 허리띠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효과였고 상급 아티펙트 이상이라고 봐야 했다.

'...더 있나 알아봐야겠는데?'

가온 팔찌의 가격은 20만 포인트로 성능에 비해 매우 저렴했다.

물론 성장 시키는 데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긴 했지만 가온 팔찌 같은 아티펙트를 몇 개 더 구할 수 있다면?

향후 아주 큰 힘이 될 것 같았다.

'...근데 언제 사라지는 거지?'

도르에나의 기운은 거의 바닥에 가까워져 있었다.

그런데 화염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강렬했다.

대체 언제쯤 약해지는 것일까?

바로 그때였다.

스앗!

화염은 나타났을 때처럼 일순간에 사라졌다.

'서서히 약해지는 게 아니었구나.'

혹시나 더 지속되면 가온 팔찌나 혼돈의 구에도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닐까 걱정했던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구슬을 보았다.

구슬은 빛을 잃었고 곳곳에 균열이 가 있었다.

살짝 툭 건드려도 산산이 조각날 것 같았다.

강진석은 이어 도르에나를 보았다.

도르에나의 상태 역시 좋지 않았다.

엎어진 채 경악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죽지 않은 것에 경악한 것이 분명했다.

강진석은 이를 악문 채 도르에나에게 다가가며 생각했다.

'...보상이 좋아야 할 텐데.'

이번에 정말 많은 것을 잃었다.

그런데 도르에나를 잡아 얻게 될 보상이 터무니없이 적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이내 도르에나 앞에 도착한 강진석은 검을 휘둘렀다.

기운이 바닥난 도르에나는 검을 피하지 못했다.

스걱!

그렇게 도르에나의 목이 날아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열화 사막 부족 수비단장 도르에나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100만 상승합니다.]

[퀘스트 '수비단장 도르에나'를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100만 상승합니다.]

.

.

완료된 퀘스트는 '수비단장 도르에나' 2개와 '서초역 지하 2층' 3가지였다.

'와.'

그리고 보상을 확인한 강진석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다행히 보상은 강진석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제93화

93.

스아앗!

이어 가온 팔찌가 도르에나의 시체를 흡수했고 추가로 메시지가 나타났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전환율 : 100%]

[조건 불충족으로 전환하지 못했던 모든 것을 전환합니다.]

[전환율 : 20%]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고 활짝 웃었다.

예상대로 조건이 충족됐다.

물론 조건이 충족돼서 웃은 것은 아니다.

강진석이 웃은 이유는 메시지가 나타난 순간 능력치가 크게 상승한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2배인 64가 된 것이 분명했다.

강진석은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정보창을 열었다.

힘 : 226(162+64)

민첩 : 224(160+64)

체력 : 232(168+64)

정신력 : 243(179+64)

모든 능력치가 200을 훌쩍 넘어간 상태였다.

'지금이라면 공간이동을 할 수 있을까?'

강진석은 조금 전 상황을 떠올렸다.

화염의 방해 때문에 공간이동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정신력이 강해진 지금이라면 어떨까?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방해를 뚫고 공간이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내 강진석은 공간이동에 대한 생각을 끝내고 정보창을 닫았다.

그리고 우선 인벤토리에서 옷을 꺼냈다.

조금 전 화염 폭풍에 아티펙트만 파괴된 게 아니다.

입고 있던 옷까지 전부 타버려 전라 상태였다.

'다른 사람들이랑 왔으면 민망했겠어.'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는 신경 쓸 여력이 없겠지만 상황이 종료된 이후에는?

상당히 민망한 상황이 찾아올 것이다.

강진석은 빠르게 옷을 입은 뒤 도르에나가 남긴 부산물을 보았다.

도르에나는 총 6개의 아티펙트를 남겼다.

그리고 그중에는 몽둥이도 있었다.

강진석은 가장 먼저 몽둥이를 집었다.

'역시.'

무척이나 묵직했고 예상대로 감정이 필요했다.

강진석은 상점창을 열었다.

그리고 상급 감정 스크롤을 구매하며 생각했다.

'설마 상급으로 안 되는 건 아니겠지?'

강진석이 보기에 몽둥이는 세계수의 축복이 깃든 허리띠보다 더 좋아 보였다.

즉, 상급이 아닌 최상급 아티펙트일 가능성도 존재했다.

'최상급은 좀 부담스러운데....'

최상급 감정 스크롤은 한 장에 무려 10만 포인트였다.

조금 전 도르에나를 잡아 퀘스트 보상까지 수백만 포인트를 수급했지만 그래도 감정 한 번에 10만 포인트를 사용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최상급이면 좋긴 하겠네.'

강진석은 살짝 기대하며 몽둥이를 감정했다.

그리고 메시지가 아닌 정보창이 나타났다.

'상급이었구나....'

내심 실패하길 바랐던 강진석은 아쉬운 표정으로 몽둥이의 정보를 확인했다.

<열화의 힘이 깃든 로필렌 몽둥이>

1. 착용 시 스킬 '불 저항' 활성화

2. 착용 시 스킬 '물리 저항' 활성화

3. 공격 시 일정 확률로 기운 회복

4. 기운 주입 시 '무구 파괴' 발동

5. 기운 주입 시 '일시 마비' 발동

"...."

정보를 확인한 강진석은 말없이 미간을 찌푸렸다.

'내장 스킬이 아니었네.'

도르에나가 사용했던 광역 공격이 부디 몽둥이에 내장된 스킬이길 바랐다.

그러나 정보창에는 해당 스킬이 없었다.

'...뭐, 스킬이 없어도 성능이 좋은 편이니까.'

아쉬워한다고 스킬이 생기는 게 아니다.

강진석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아쉬움을 떨쳐냈다.

그리고 이어 로필렌 몽둥이를 혼돈의 구에 저장했다.

'혼돈의 구에 저장하면 얼마나 더 강해지려나?'

델룬 장검도 그렇고 다른 무기들 또한 혼돈의 구로 강화할 경우 성능이 크게 강화됐었다.

과연 로필렌 몽둥이는 얼마나 강력해질까?

스앗!

이내 로필렌 몽둥이가 혼돈의 구에 저장됐다.

그리고 강진석은 바로 기운을 주입해 혼돈의 구를 로필렌 몽둥이로 변환했다.

"...!"

변환 후 몽둥이를 쥐자마자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게 뭔.'

거력이 느껴졌다.

원래 묵직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무엇이든 부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이야기는 없었는데?'

정보창에 거력과 관련된 기능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느껴지는 이 거력은 무엇이란 말인가?

강진석은 허공에 몽둥이를 가볍게 몇 번 휘둘렀다.

후웅! 후웅!

이내 강진석은 휘두름을 멈추고 흡족한 표정으로 몽둥이를 보았다.

'급이 높아져서 생긴 건가?'

몽둥이는 상급 아티펙트였다.

그리고 혼돈의 구로 한 차례 강화됐다.

거력이 생긴 이유는 급이 높아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이러면 다른 상급 아티펙트도....'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다른 상급 아티펙트도 이런 식으로 추가되는 기능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예상일 뿐이다.

몽둥이만 이런 것일 수 있다.

강진석은 추후 확인을 해보기로 하고 남은 다섯 아티펙트를 감정하기 시작했다.

'...능력치 올려주는 게 없네.'

상급 아티펙트는 하나도 없었다.

전부 중급 아티펙트였다.

거기다 능력치를 올려주는 아티펙트가 하나도 없었다.

목걸이에는 스킬 '블링크'만 내장되어 있었고 나머지 아티펙트에는 물리 저항, 관통 저항 등 패시브 스킬들만 내장되어 있었다.

'그래도 중첩되니까.'

강진석은 목걸이를 포함해 모든 아티펙트를 착용했다.

'보상 확인은 나중에 다시 하는 걸로 하고.'

퀘스트 '수비단장 도르에나'를 완료해 받은 보상은 포인트뿐만이 아니었다.

아티펙트를 포함해 여러 물품을 받았다.

괜히 메시지를 보고 감탄한 게 아니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도르에나를 죽인 것이지 모든 퀘스트를 완료한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메인 퀘스트 '성소 파괴'가 남아 있었다.

저벅저벅.

강진석은 처음 공동에 진입했을 때 도르에나가 지키고 있던 통로를 따라 성소가 있는 공동으로 향했다.

'...열기?'

걸음을 옮기며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성소에 가까워질수록 열기가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통로가 이 정도면 성소가 있는 곳은....'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아직 도착한 게 아니다.

가는 길이었다.

성소에 도착하면 열기가 얼마나 강할까?

'불 저항 없으면 가는 것도 힘들겠는데?'

강진석의 경우 불 저항을 여럿 찍어 아무렇지 않았다.

성소에 도착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불 저항을 찍지 않았다면?

성소에 가는 것은 힘들 것 같았다.

그 정도로 열기가 강해지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통로의 끝에 도착했고 성소가 있는 공동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강진석은 내부를 스윽 훑었다.

예상대로 열기가 어마어마했다.

웬만한 이들은 진입하자마자 타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강진석은 중앙을 보았다.

'제단이랑 비슷하네.'

성소의 외형은 차가운 뿌리 부족의 제단과 비슷했다.

강진석은 성소로 다가가며 몽둥이를 보았다.

'이걸로 부숴 버리는 게 더 빠르겠지?'

원래는 오함마로 부술 생각이었다.

그러나 몽둥이의 거력 때문에 생각이 바뀌었다.

오함마보다 몽둥이를 사용하는 게 더 빨리 때려 부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내 성소 앞에 도착한 강진석은 몽둥이를 휘둘렀다.

후웅!

바람이 불었고.

쾅!

이내 성소에 몽둥이가 작렬하며 폭음이 발생했다.

쩌저적!

당연하게도 몽둥이가 작렬한 부분은 산산이 조각났다.

강진석은 계속해서 성소를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그리고 얼마 뒤 메시지가 나타났다.

[성소가 파괴됐습니다.]

[퀘스트 '성소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

.

퀘스트 '성소 파괴' 완료 메시지였다.

물론 성소 파괴 완료 메시지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

[퀘스트 '서초역 탈환'을 완료하셨습니다.]

[서초역이 요새화됩니다.]

.

.

서초역 탈환 퀘스트도 완료가 됐고 강진석은 살짝 긴장한 채 보상을 확인했다.

[탈환에 압도적인 기여를 하셨습니다.]

[특수 보상을 획득합니다.]

[요새 지배권을 획득하셨습니다.]

[이미 요새를 보유 중입니다.]

[모든 요새가 합병됩니다.]

.

.

[퀘스트 '서초역 수비'가 생성됐습니다.]

'휴.'

확인 후 강진석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기여만 많이 하면 지배권 주는 거구나?'

전과 달리 여럿이서 들어왔다.

물론 강나연이나 김칠성, 유성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혼자 입장한 게 아니기에 지배권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메시지 내용이 달라지긴 했지만 보상은 그대로였다.

'다행이네.'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퀘스트창을 열었다.

'여기는 며칠이려나?'

퀘스트 '서초역 수비'의 침공 시기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서초역 수비>

6일 뒤 여러 몬스터들이 지하도를 통해 서초역을 침공할 예정이다.

공격을 막아 서초역을 지켜내라!

[기여도 : 0]

퀘스트 보상 : ???

'...6일이라.'

서초역 침공은 6일 뒤였다.

'겹치지는 않네.'

현재 시각을 기준으로 마곡나루역은 2일, 양천향교역은 3일, 신방화역은 4일, 방화역은 5일, 선유도역은 7일이 남은 상태였다.

다행히도 침공 날짜가 겹치지는 않았다.

'근데 1주일 내내 침공이라니.'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틀 뒤, 마곡나루역을 시작으로 내내 침공이 있을 예정이었다.

'내내 공격해 오지는 않겠지만....'

하루 종일 침공이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됐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뒤로 돌아 강나연, 김칠성, 유성윤이 있는 안전 캠프로 향했다.

* * *

[수비단장 도르에나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퀘스트 '수비단장 도르에나'가 완료됐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기여도가 0입니다.]

[최소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5만 상승합니다.]

.

.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강나연은 빠르게 메시지를 훑었다.

"휴."

그리고 안도했다.

하도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아 혹시나 도르에나에게 당한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아니었다.

'하기야, 오빠가 당할 리 없지.'

강나연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다시 천천히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완료된 퀘스트는 3개였다.

서초역 지하 2층과 수비단장 도르에나 2개.

그런데 도르에나 퀘스트 2개 중 하나는 보상이 없었다.

똑같이 기여도가 0인데 왜 하나는 보상이 주어지고 하나는 보상이 없는 것일까?

강나연은 곰곰이 생각했고 이내 그 답을 알 수 있었다.

'던전 퀘스트가 아니라서?'

퀘스트 '수비단장 도르에나'의 경우 하나는 던전 퀘스트였고 하나는 던전 퀘스트가 아니었다.

최소 보상이 없는 이유는 던전 퀘스트가 아니기 때문인 듯했다.

'아쉽네.'

수비단장 도르에나의 보상은 무려 5만 포인트였다.

보상이 적었다면 모를까 크다 보니 아쉬움이 더욱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근데 최소 보상으로 5만이나 줄 정도면....'

이내 든 생각에 강나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메시지에 나와 있듯 강나연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안전 캠프에 가만히 있었다.

그럼에도 던전 안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5만 포인트가 주어졌다.

도르에나는 대체 얼마나 강한 것일까?

'지금 받은 포인트를 전부 투자하면 잡을 수 있을까...?'

퀘스트 완료로 받은 포인트가 어마어마했다.

지금 받은 포인트를 전부 스킬에 투자하면 도르에나를 잡을 수 있을까?

'...안 되겠지.'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결론이 나왔다.

'물어봐야겠다.'

훗날 강진석의 도움 없이 도르에나와 동급의 존재를 상대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 강나연은 강진석이 돌아오는 대로 도르에나가 얼마나 강한지, 잡으려면 얼마나 강해야 하는지 물어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얼마 뒤.

몸이 한층 가벼워졌다.

강나연은 반사적으로 메시지창을 보았다.

[성소가 파괴됐습니다.]

[퀘스트 '성소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

.

이번에도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나 있었다.

그리고 메시지를 통해 몸이 가벼워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영역이 파괴됐기 때문이었다.

강나연은 메시지를 천천히 살폈다.

그리고 이내 시선을 멈췄다.

시선을 멈춘 이유는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의 메시지 때문이었다.

[탈환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았습니다.]

[최소 보상이 균등 분배됩니다.]

[요새 포인트 티켓(1만) 10장을 획득합니다.]

제94화

94.

'최소 보상? 포인트 티켓?'

강나연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김칠성과 유성윤을 보았다.

두 사람 다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는지 허공을 보고 있었다.

"혹시 요새 포인트 티켓 받았어?"

"...어? 어."

"네, 1만 티켓 10장 받았습니다."

강나연의 질문에 김칠성과 유성윤이 답했다.

"혹시 관련해서 또 다른 메시지 뜬 거 없지? 용도라든가."

두 사람의 답을 듣고 강나연이 재차 물었다.

"응, 아무것도."

김칠성은 물음에 답하며 인벤토리에서 요새 포인트 티켓 1장을 꺼냈다.

티켓 가운데에는 10,000이라는 숫자가 쓰여 있었다.

김칠성은 티켓 곳곳을 확인했다.

"음...."

그러나 알 수 있는 게 없었고 나지막이 침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어 강나연과 유성윤에게 물었다.

"이게 뭘까?"

"말 그대로 요새에서 사용하는 포인트 티켓 아닐까요? 요새 시설 이용이나 뭐 요새 강화할 때 쓰는?"

유성윤이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강나연이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 같네."

일리가 있었다.

이름부터가 요새 '포인트' 티켓이었다.

"진석 님 오시면 여쭤보죠! 요새를 가지고 계시니까요. 아시고 계실 것 같은데요?"

"그래, 오면 물어보는 걸로 하자."

강나연은 다시 메시지에 집중했다.

'서초역 수비....'

이내 마지막 메시지를 확인한 강나연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서초역 수비'를 확인했다.

<서초역 수비>

6일 뒤 여러 몬스터들이 지하도를 통해 서초역을 침공할 예정이다.

공격을 막아 서초역을 지켜내라!

[기여도 : 0]

퀘스트 보상 : ???

"휴."

강나연은 확인과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혹시나 당장 침공해 오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시간이 꽤 남아 있었다.

"웬 한숨?"

"수비 퀘스트 때문에. 6일 뒤에 공격한다는데?"

김칠성의 물음에 강나연은 퀘스트창을 닫으며 답했다.

"...설마 서초역을?"

"응."

"이런 미친."

강나연의 답에 김칠성은 경악하며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나 왔다."

강진석이 돌아왔다.

"오셨습니까! 고생하셨습니다!"

유성윤은 강진석이 나타나자마자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다친 곳은?"

이어 강나연이 강진석의 상태를 살피며 물었다.

"옷이 바뀌었네? 무슨 일 있었어?"

강진석의 옷이 바뀌어 있었다.

갑자기 옷이 더러워져 갈아입었을 리는 없고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까 싶었다.

강진석은 도르에나와의 전투 그리고 성소에서 있던 일을 세 사람에게 전했다.

"...혹시 내가 도르에나를 잡으려면 여기서 얼마나 강해져야 해?"

모든 이야기를 듣고 강나연이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강진석은 강나연의 기운을 보며 잠시 생각하고 답했다.

"스킬 없이 안전하게 잡으려면 모든 능력치가 지금보다 200씩은 높아야 할 거야. 물론 패시브로 육체를 강화했다는 가정하에. 그게 아니라면 더 높아야 할거고."

도르에나는 강했다.

지금 강나연의 수준으로는 수백이 달려들어도 죽이지 못한다.

수백이 아니라 수천이어도 안된다.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수천이라 해도 시간이 걸릴 뿐 결국 도르에나의 손에 전부 죽을 것이다.

그 정도로 수준 차이가 심했다.

"...그 정도로 차이가 나?"

강나연은 강진석의 말에 멈칫했다가 반문했다.

지금 상태로는 당연히 상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모든 능력치가 200씩 올라야 한다니?

예상 이상이었다.

"어, 그 정도로 차이 나. 그러니까 지금은 싸울 생각 하지 마."

강진석은 반문에 답한 뒤 화제를 돌렸다.

"보상은 얼마나 받았어?"

앞서 세 사람은 아무 기여를 하지 않았음에도 수비대장 퀘스트는 1만 포인트, 지하 청소는 5천 포인트를 받았다.

'도르에나는 더 많이 줬을 것 같은데.'

과연 퀘스트 '수비단장 도르에나'와 '성소 파괴'의 경우 어떤 보상이 주어졌을까?

"지하 2층은 1만, 도르에나는 5만, 성소 파괴는 3만. 그런데 도르에나 퀘스트가 2개였잖아?"

"응, 그렇지."

"근데 던전 퀘스트만 보상이 주어졌어."

"...던전 퀘스트만? 그전에 받았던 퀘스트는 아무것도 안 주고?"

"응."

강나연의 답에 강진석은 아쉬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해는 됐다.

'하기야 퀘스트를 한둘이 받은 게 아니니까.'

열화 사막 부족의 영역은 매우 컸다.

수많은 이들이 퀘스트를 받았을 것인데 그들에게 전부 포인트를 제공하는 친절을 베풀 리가 없다.

만약 절대적 존재들이 그런 친절을 베풀 수 있는 이들이었다면 애초에 상황이 이리 암담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제 가는 거야?"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강진석은 강나연의 물음에 생각을 끝냈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1회용 이동 게이트를 꺼내며 답했다.

"어, 가자."

* * *

열화 사막 부족의 총사령관 아슬렌의 거처.

현재 아슬렌의 거처에는 부족 최고 권력자 일곱이 모여 있었다.

일곱 중에서도 단연 최고 권력을 가지고 있는 아슬렌의 표정은 분노로 가득했고 2인자인 부사령관 엘리타나의 표정은 착잡했으며 1군단장 오블을 포함한 다섯 군단장의 표정에는 당혹이 가득했다.

아슬렌은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1군단장 오블을 바라보며 말했다.

"영역을 공고히 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죄, 죄송합니다."

아슬렌의 말에 오블은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얼마 전 서초역에 도르에나를 보내 영역을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조금 전 서초역에 설치한 성소가 파괴됐다.

이런 상황에 죄송하다는 말 말고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내가 죄송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 이러는 것 같나?"

"...제가 직접 확인해 보겠습니다."

아슬렌은 오블의 말에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반문했다.

"직접 간다? 가서 죽으려고?"

"...."

오블은 아슬렌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성소가 파괴됐다.

더 이상 서초역은 열화 사막 부족의 영역이 아니다.

즉, 오블은 엄청난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더구나 서초역을 공격한 이들은 영역에 침범해 성소를 파괴할 정도로 강한 이들이다.

제약을 받은 상태에서 그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아니, 불가능하다.

죽지 않아도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오블이 답이 없자 아슬렌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이어 말했다.

"교대역이나 남부터미널역 같은 인근 성소를 공격할 수도 있는데 대책은?"

"...지금 당장 1수비단장과 5수비단장을 보내겠습니다. 그리고 공격대와 특공대 역시 주변 역으로 보내 상황 파악 후 보고드리겠습니다."

1군단 휘하에는 많은 공격대와 특공대가 있었다.

원래 계획은 검은 숲 엘프들이 차가운 뿌리 부족 고블린들과 전쟁을 벌일 때 검은 숲을 공격해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역으로 영역을 빼앗기게 생겼다.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해야 할 때였다.

"그래, 내가 원하던 답이 이런 거였다."

아슬렌은 오블의 답에 분노를 지우고 흡족한 표정으로 다른 네 군단장을 보았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이런 일이 생기면 죄송하다는 말보다는 대책을 가지고 와야 할 거야."

* * *

"조는 어떻게 배정하실 생각이신지...."

최은형이 말끝을 흐리며 강진석에게 물었다.

그리고 이어 옆에 있는 세 사람.

강나연, 김칠성, 유성윤을 보았다.

세 사람은 최은형의 시선에 싱긋 웃고는 강진석을 보았다.

그리고 강진석이 입을 열었다.

"나연이는 지윤 님 조에 칠성이랑 성윤이는 은형 님 조에 투입할 생각입니다. 물론 영구적으로 투입하는 건 아닙니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 싶으면 각자 조를 이끌게 할 겁니다."

강나연과 김칠성, 유성윤은 강하다.

한지윤, 최은형도 강하긴 했지만 세 사람은 더욱 강했다.

그래서 강진석은 세 사람을 조장으로 임명할 예정이었다.

'바로 시켜도 잘하긴 하겠지만....'

솔직히 바로 조장을 시켜도 잘할 것이다.

그러나 요새 입주자들은 세 사람을 잘 모른다.

불만이 나올 수 있고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세 사람의 능력을 입주자들에게 알릴 시간이 필요했다.

"오, 잘됐네요! 그렇지 않아도 요즘 조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한지윤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요새에 많은 이들이 입주했으나 조장을 맡을 만한 이들이 없었다.

그래서 사냥이나 훈련에 문제가 생기고 있었다.

이 상황이 계속 유지되면 강진석에게 조장을 더 뽑아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하려 했는데 조장급 인물을 셋이나 데리고 왔다.

아직 능력을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강진석이 조장을 맡기려는 것을 보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한지윤은 싱긋 웃으며 세 사람에게 인사했다.

"저도 잘 부탁드릴게요!"

"하핫,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전 유성윤이라고 합니다!"

세 사람 역시 인사에 답했다.

그리고 인사를 나눈 뒤 회의실 내 모든 인원이 강진석을 보았다.

강진석은 시선이 모이자 다음 안건을 꺼냈다.

"이틀 뒤 마곡나루역 침공이 있을 예정입니다. 모두가 가면 좋겠지만 방화역도 지키고 있어야 하니...."

다음 안건은 '침공'이었다.

이틀 뒤 마곡나루역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침공이 발생할 예정이었다.

침공 방어는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했다.

그러나 강해질 기회이기도 했다.

'빨리 수준을 높여야 해.'

강진석은 강나연을 구출하러 가며 몬스터들의 수준을 확인했다.

지금 입주자들의 수준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번 기회에 입주자들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했다.

* * *

"그럼 오늘 회의는 이쯤에서 마치고, 내일 회의 때 뵙겠습니다."

회의를 마친 강진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인사 후 바로 자신의 방으로 공간이동을 했다.

방에 도착한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여러 물품을 꺼냈다.

퀘스트 '수비단장 도르에나', '성소 파괴' 등을 완료하며 받은 보상들이었다.

'...이건 나연이 주면 되겠고. 이건 은형 님한테 잘 맞겠는데?'

보상들을 확인하며 강진석은 서서히 미간을 찌푸렸다.

'정작 내가 쓸 게 없네.'

놀랍게도 수많은 물품 중 강진석이 사용할 만한 것이 없었다.

억지로 쓰려면 쓸 수는 있지만 '굳이?' 라는 생각이 드는 수준이었다.

이내 보상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이어 퀘스트창을 열었다.

향후 일정과 계획을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

퀘스트창을 열자마자 강진석은 잠시 멈칫했다.

시야에 들어온 퀘스트들 때문이었다.

'삭제될 줄 알았는데.'

영역을 벗어났음에도 열화 사막 부족 1군단 관련 퀘스트는 삭제되지 않았다.

하나도 빠짐없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다른 곳도 영역에 들어가면 이렇게 생기려나?'

강진석은 오가면서 보았던 몇몇 영역들을 떠올렸다.

'나중에 확인해 보는 걸로 하고.'

그러나 오래 생각하지는 않았다.

퀘스트 생성 유무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강진석은 퀘스트를 살피며 놓친 게 없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놓친 것은 없었고 강진석은 퀘스트창 하단에 있는 '퀘스트 받기' 버튼을 보았다.

특수 퀘스트를 완료한 지 1주일이 지났다.

'난도를 몇으로 해야 하나.'

강진석은 특수 퀘스트 난도에 대해 생각하며 퀘스트 받기 버튼을 클릭했다.

제95화

95.

[일일 퀘스트 받기]

[특수 퀘스트 받기]

클릭과 동시에 새로운 창이 나타났다.

'일단 10까지 올려보자.'

그리고 강진석은 상승 갱신 버튼을 클릭하기 시작했다.

.

.

[특수 퀘스트의 난도가 상승했습니다.]

[현재 난도 : 10]

순식간에 강진석은 난도를 10까지 올렸고 보상과 페널티를 확인했다.

[특수 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보상 : 30만 포인트]

[페널티 : 10일간 힘 30, 체력 20 감소]

보상을 확인한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30만이나?'

생각보다 보상이 강력했다.

물론 보상이 강력한 만큼 페널티도 강력하기는 했다.

강진석은 보상과 페널티를 보며 잠시 고민했다.

'...페널티 보면 더 올려도 될 것 같은데.'

10일간 힘 30, 체력 20 감소는 분명 엄청난 페널티다.

강진석도 쉽게 볼 수 없는 페널티였다.

그러나 죽음을 각오해야 할 정도의 페널티는 아니었다.

그래서 이대로 수락하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진석은 고민 끝에 난도를 올리기로 결정했다.

결정을 내린 뒤 강진석은 순식간에 상승 갱신을 통해 난도를 15까지 올렸다.

[특수 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보상 : 50만 포인트]

[페널티 : 14일간 힘 40, 체력 30, 정신력 20 감소]

'부족해.'

이번에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고 강진석은 다시 상승 갱신을 통해 20까지 난도를 올렸다.

[특수 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보상 : 100만 포인트, ???]

[페널티 : 30일간 힘 50, 체력 50, 정신력 50 감소]

난도 20의 페널티를 확인하고 나서야 강진석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일반 갱신을 통해 난도 20의 보상, 페널티의 종류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보상 : 130만 포인트, ???]

[페널티 : 14일간 수급 포인트 50% 감소]

[보상 : 110만 포인트, ???]

[페널티 : 15일간 사이엔의 저주 부여]

보상에 포인트 말고도 계속 '???'가 있었다.

아무래도 난도 20부터는 포인트뿐만 아니라 숨겨진 보상이 있는 듯했다.

강진석은 계속해서 갱신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얼마 뒤.

[보상 : 150만 포인트, ???]

[페널티 : 30일간 액티브 스킬 봉인]

목표했던 페널티 '액티브 스킬 봉인'이 나타났고 강진석은 활짝 웃었다.

'근데 액티브 스킬 봉인이 제일 큰 페널티인가?'

앞서 수많은 갱신을 했지만 액티브 스킬 봉인보다 보상이 좋은 적이 없었다.

아무래도 액티브 스킬 봉인이 최상위 페널티인 듯했다.

'어떤 퀘스트려나.'

강진석은 퀘스트 조건을 기대하며 퀘스트를 수락했다.

[특수 퀘스트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생성 메시지가 나타나자마자 강진석은 바로 퀘스트를 확인했다.

<특수 퀘스트 - 침공자 사냥>

세계 침공자들을 죽여 세계를 지켜내라!

[남은 시간 : 20일]

[기여도 : 0 / 1500만]

[2차 제약 침공자 : 0 / 10]

[3차 제약 침공자 : 0 / 1]

퀘스트 보상 : 150만 포인트, ???

세계 침공자 처치 시 기여도가 상승합니다.

'...?'

그리고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의아해한 이유는 '조건' 때문이었다.

완료 조건은 3가지였는데 그중 2가지가 의아했다.

'제약 침공자?'

2차 제약 침공자와 3차 제약 침공자가 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강진석은 곰곰이 생각했다.

'네임드 몬스터를 말하는 건가?'

세계 침공자는 고블린, 오크 같은 몬스터를 의미한다.

즉, 2차 제약 침공자나 3차 제약 침공자 역시 몬스터일 것인데 일반 몬스터일 것 같지는 않았다.

'...잡아보면 알 수 있겠지.'

이틀 뒤 침공이 시작된다.

당연히 네임드 몬스터도 나타날 것이고 늦어도 이틀 뒤에는 추측이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근데 기여도가 무슨....'

제약 침공자에 대한 생각을 끝낸 강진석은 다시 첫 번째 조건을 보았다.

첫 번째 조건은 기여도 1500만이었다.

딱 봐도 범상치 않은 수치였다.

'포인트랑 1대1 비율은 아니겠지...?'

기여도가 오르는 조건은 몬스터 사냥이었다.

몬스터가 제공하는 포인트만큼 기여도가 오르는 것이라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몬스터 사냥으로 1500만 포인트를 모으는 것은 강진석의 입장에서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 적을 수도 있잖아?'

퀘스트 '지하도 청소'의 경우 수급 포인트의 절반이 기여도로 인정됐다.

특수 퀘스트 '침공자 사냥' 역시 절반만 기여도로 인정된다면?

'3000만....'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퀘스트창을 닫았다.

아무래도 당장 나가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았다.

만약 3000만이라면?

주어진 기간은 20일이었다.

20일 안에 3000만 포인트를 사냥으로 수급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아니, 힘든 정도가 아니라 솔직히 말해 불가능하다.

하루에 평균 150만 포인트를 수급해야 하는데 어디서 수급을 한단 말인가?

'침공 때에는 가능하려나?'

요새 밖으로 나온 강진석은 곧장 개화산으로 향했다.

순식간에 개화산 입구에 도착한 강진석은 초감각으로 개화산을 훑었다.

'...이상하네.'

탐색을 마친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정상으로 향하며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정보 차단'을 확인했다.

<정보 차단>

개화산 정상에서 주변 정보를 수집하고 있던 카르몬.

.

.

정보를 차단하라!

퀘스트 보상 : ???

정보 차단 기간이 길어질수록 보상이 강화됩니다.

'오크들이 정보를 수집하면 완료되는 것 같은데....'

완료 조건을 확인한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이 녀석들 정보 수집할 생각이 없는 거 아냐?'

자리를 꽤나 오래 비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화산에는 오크들이 별로 없었다.

정상에만 몇 마리 있을 뿐이었다.

당연히 네임드 오크는 없었다.

십부장 오크 하나와 일반 오크 일곱이 끝이었다.

이대로라면 과장해서 정보 차단을 영원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차단 기간이 길수록 보상이 강화되기는 한다.

그러나 그것도 받을 수 있어야 의미가 있지 받지 못하면 강화된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개화역에 가면 완료 되려나?'

강진석은 어떻게 하면 완료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정상에 도착했다.

그리고 도착과 동시에 오크 무리에게 다가갔다.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고 강진석은 가볍게 몽둥이를 휘둘러 오른쪽 팔을 후려쳤다.

쾅!

몽둥이가 작렬했고 폭음과 함께 오크가 왼쪽으로 날아갔다.

스아앗!

물론 얼마 날아가지 못하고 가온 팔찌에 흡수되기는 했다.

그러나 강진석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검이 더 낫겠네.'

소리가 날 것은 예상했다.

그런데 생각 이상이었다.

강진석은 혼돈의 구에 기운을 주입해 델룬 장검으로 변형하며 메시지를 확인했다.

[오크를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350 상승합니다.]

그리고 수급 포인트를 확인 후 퀘스트창을 열었다.

<특수 퀘스트 - 침공자 사냥>

세계 침공자들을 죽여 세계를 지켜내라!

[남은 시간 : 20일]

[기여도 : 350 / 1500만]

[2차 제약 침공자 : 0 / 10]

[3차 제약 침공자 : 0 / 1]

퀘스트 보상 : 150만 포인트, ???

세계 침공자 처치 시 기여도가 상승합니다.

기여도가 350이 되어 있었다.

'하....'

강진석은 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예상대로 기여도는 수급 포인트와 1대1 비율이었다.

'그래, 절반이 아닌 게 어디야.'

지하도 청소처럼 절반이면 어쩌나 걱정했었다.

강진석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퀘스트창을 닫았다.

-취익?

-취익!

그리고 그 순간 동족의 죽음을 인지한 오크들이 비음이 섞인 괴성을 내뱉었다.

강진석은 남은 오크들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렀다.

그렇게 순식간에 나머지 오크들이 죽음을 맞이했고 강진석은 개화역이 보이는 곳으로 향했다.

'...역시 더 커졌네.'

개화역을 중심으로 펼쳐진 전쟁 바람 부족의 영역은 전보다 더 커졌고 색도 짙어진 상태였다.

이대로라면 곧 개화산도 영역에 포함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더 늘어난 것 같은데...?'

활동하는 오크의 수도 전보다 많아진 것 같았다.

영역이 커져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다.

천막의 수가 확실히 늘어났다.

전보다 200개 정도 늘어난 것 같았다.

'어디서 넘어오는 건가...?'

강진석은 개화역 건물을 보았다.

'...영역 디버프나 확인해 보자.'

잠시 건물을 바라보던 강진석은 이내 든 생각에 개화역 쪽으로 내려갔다.

'이쯤이면 되겠지.'

이내 걸음을 멈춘 강진석은 초감각을 변형시켜 영역의 디버프 수준을 확인했다.

'미친.'

그리고 확인과 동시에 강진석은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150이라고?'

개화역의 영역 디버프는 도합 150이었다.

앞서 방문한 곳들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서초역에 갔다 오며 강진석은 무척 강해졌다.

강해진 지금이라면 개화역도 탈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디버프 수준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이 정도 디버프 수준이면 몬스터의 수준도 보통이 아닐 것이다.

도르에나보다 훨씬 강한 존재가 있을 것 같았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

디버프로 능력치 150이 깎인 채 그들을 잡는다?

'지금 가면 죽겠는데.'

절대 불가능하다.

죽는 것은 오크가 아니라 강진석이 될 것이다.

이내 강진석은 착잡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한강 쪽으로 이동했다.

'반대편도 다 커졌으려나?'

한강 북쪽에는 수많은 몬스터들의 영역이 존재했다.

개화역의 영역이 커진 것을 보면 한강 북쪽 영역도 커지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내 한강이 보이는 곳에 도착한 강진석은 쓴웃음을 지었다.

'진짜네.'

예상대로 한강 북쪽에 있는 형형색색의 장막들이 전보다 훨씬 커져 있었다.

당연히 색도 짙어졌다.

'언젠가 저기도 다 탈환해야 할 텐데.'

메인 퀘스트 '멸망을 막기 위하여'의 완료 조건은 모든 영역 상징의 파괴였다.

즉, 시험을 끝내기 위해서는 한강 북쪽의 영역들도 언젠가는 전부 파괴해야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영역이 강력해지고 있으니 갑갑함이 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영역 때문은 아니다.

몬스터 때문도 아니다.

한강 북쪽에 있던 가로등, 건물들의 빛이 순차적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빛이 사라지는 이유는 단순했다.

전기가 끊긴 것이 분명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은 아니다.

전기가 끊길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대비해 자가발전 기능을 개발해 두었다.

즉, 요새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요새에 변화가 없는 것이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요새에만 있는 게 아니다.

로우포트에도 생존자들이 있고 주변 아파트 단지에도 수많은 생존자들이 있다.

생존자들의 눈에 요새가 어떻게 보일까?

'많이들 오겠는데.'

수많은 이들이 요새에 찾아올 것 같았다.

'잘됐어.'

그렇지 않아도 입주할 인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할 것은 뻔했지만 강진석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근데 몬스터들도 오는 거 아냐?'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생존자들의 시선만 끌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0에 가깝다.

몬스터들의 시선도 끌 확률이 높았다.

'...가서 대책부터 세워야겠어.'

강진석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요새로 향했다.

제96화

96.

요새로 향하며 강진석은 7단지, 6단지, 5단지 등에 머물고 있는 이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기가 끊겼으니 혼란스러워 하는 것은 당연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요새에 도착했다.

그리고 초감각에 집중해 관리자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모두들 아직 요새 내에 있었다.

강진석은 바로 관리자들에게 회의실로 와달라고 텔레파시를 보내며 회의실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뒤 한지윤과 강나연이 나타났다.

"무슨 일이야?"

강나연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전부 오시면 말해줄게. 거의 오셨으니까."

"그래."

강나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이어 관리자들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든 관리자가 모였고 강진석이 입을 열었다.

"전기가 끊겼습니다."

"...전기가요?"

김지용이 의아한 목소리로 반문하며 고개를 들어 회의실 형광등을 보았다.

분명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런데 전기가 끊겼다니?

"요새는 자가발전 기능을 개발해서 괜찮습니다."

"헛, 그러면...."

김지용이 말끝을 흐렸고 강진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했다.

"예, 로우포트, 5단지, 6단지는 물론 한강 반대편도 전부 전기가 끊겼습니다."

"이런 전기가 끊기다니...."

"하기야 지금 상황에 전기가 공급되고 있는 게 이상하긴 했죠."

"근데 이러면 주변 사람들은...."

회의실에 모인 이들이 한마디씩 내뱉었다.

그리고 모두가 한마디를 내뱉은 뒤 정적이 찾아오자 강진석이 입을 열었다.

"제가 회의를 소집한 게 바로 그 때문입니다. 요새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올 겁니다.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원이요."

* * *

5단지 509동 1002호.

김아율은 착잡한 표정으로 온기가 사라져가는 전기장판을 보았다.

'기다리면 돌아올까...?'

조금 전 전기가 끊겼다.

'안 돌아오겠지...?'

다시 공급되지 않을까 싶어 기다리고 있지만 이미 김아율은 결과를 알고 있다.

전기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수도까지 끊기면 어떻게 하지?'

문제는 전기뿐만 아니라 수도도 끊길 수 있다는 점이다.

김아율은 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고민했다.

'이대로 있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지금까지는 밖이 무서워 나가지 않고 집에 꼭꼭 숨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숨어 있을 수가 없게 됐다.

김아율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1000]

시험이 시작되며 받은 기본 포인트 1000.

괜히 썼다가 큰 문제가 생길까 무서워 쓰지 않고 있었다.

'...이걸 써야 하는 걸까?'

김아율은 다시 착잡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겨 창가로 다가갔다.

그리고 암막 커튼을 슬쩍 열어 밖을 자세히 살폈다.

'...어?'

김아율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태백 빌딩은 전기가 안 나갔나?'

다른 곳과 달리 태백 빌딩 곳곳에 빛이 보였다.

전기가 끊기지 않은 것 같았다.

'...저기로 일단 가볼까?'

김아율은 고민했다.

태백 빌딩에 가볼지 아니면 말지.

바로 그때였다.

"...!"

김아율은 눈을 번뜩였다.

508동 입구에서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총 13명이나 되는 큰 무리였다.

'어딜 가는 거지?'

김아율은 508동에서 나온 이들을 주시했다.

그리고 이내 508동 무리가 향하는 곳을 알 수 있었다.

바로 태백 빌딩이었다.

* * *

장윤석은 태백 빌딩 입구를 보았다.

수많은 이들이 입구에 모여 있었다.

'망할 녀석들.'

입구에 모인 이들을 보며 장윤석은 생각했다.

'전기 끊기니까 기어 나오는 꼬라지 봐라.'

조금 전 전기가 끊겼다.

그러나 태백 빌딩은 전기가 끊기지 않았다.

지금도 휘황찬란하게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전부 입주하지는 않겠지.'

아직 저들은 모른다.

요새 입주 조건을.

아무리 전기가 중요하다고 해도 목숨보다 중요하지는 않다.

분명 입주하지 않으려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을 설득해 로우포트에 정착시킨다면?

물론 로우포트 역시 전기가 끊기긴 했다.

그러나 바로 앞이 태백 빌딩이다.

지금도 태백 빌딩에서 새어 나오는 빛이 방안에 들어오고 있었다.

주변 다른 곳들과 비교해 입지가 매우 좋은 편이라 할 수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똑똑.

"윤석 님. 저희 왔습니다."

노크 소리와 함께 김장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윤석은 미소를 지으며 뒤로 돌아 현관으로 향했다.

끼이익.

문을 연 장윤석은 굳은 표정의 김장열, 최치성을 볼 수 있었다.

"어서 오세요."

장윤석은 두 사람에게 인사하며 다시 한번 씨익 웃었다.

두 사람을 부른 이유는 정보 수집 때문이었다.

이번에 장윤석은 두 사람을 요새에 입주시켜 정보를 얻어낼 생각이었다.

물론 두 사람이 정보를 주지 않고 요새에 안착할 가능성도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장윤석은 두 사람의 약점을 쥐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아주 열심히 정보를 가져다줄 것이다.

"바로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더군요."

"...알겠습니다."

"...네."

김장열과 최치성은 장윤석의 말에 살짝 짜증이 깃든 목소리로 답했다.

그리고 이어 두 사람이 떠났다.

장윤석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피식 웃고는 다시 창가로 향했다.

그리고 태백 빌딩을 보며 생각했다.

'요새를 빼앗을 방법은 없는 걸까?'

* * *

"그럼 잘 부탁해."

강진석이 유성윤에게 말했다.

그러자 유성윤이 활짝 웃으며 답했다.

"걱정 마십쇼! 제가 기초를 가르친 생도만 수천이니까요! 전투 기초는 확실히 잡아놓겠습니다."

앞으로 수많은 이들이 입주할 것이다.

유성윤은 앞으로 입주할 이들의 기초 훈련을 맡기로 했다.

"기대하고 있을게."

강진석은 싱긋 웃고는 이어 한지윤, 최은형 등 모두를 한 번씩 본 뒤 말했다.

"다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유성윤이 기초 훈련을 맡았듯 입주 면접, 심화 전투, 건의 사항 취합 등 모두가 최소 하나 이상의 업무를 맡기로 했다.

"네!"

"옙!"

"알겠어."

관리자들의 답을 듣고 강진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에 많이들 기다리고 계시는데 회의는 이만 끝내겠습니다. 바로 시작 부탁드릴게요."

오래된 것도 아닌데 벌써 요새 입구에 30명이 모여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최대한 빨리 입주 면접을 시작해야 했다.

강진석의 말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입구로 향했다.

입구에 도착한 강진석은 기다리고 있는 이들을 보며 생각했다.

'몇 명이나 입주하려나.'

30명이 전부 입주할 것 같지는 않았다.

조건을 듣고 입주를 거부하는 이도 분명 있을 것이다.

절반만 입주해도 성공이 아닐까 싶었다.

'근데 저 둘은 왜 이렇게 불안해 하는 거지?'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감정 분석을 추가로 더 습득해 현재 강진석은 '불안'을 볼 수 있었다.

로우포트에서 온 두 사람은 내색하지 않고 있지만 무척이나 불안해하고 있었다.

'입주를 거절 당할까 봐?'

두 사람은 앞서 한지윤 때 입주를 거절했었다.

혹시 이번에 입주를 거절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하는 것일까?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이미 한 번 입주를 거절했던 이들도 전부 입주한 상태다.

불안에 어느 정도 지분이 있을 수는 있지만 전부는 아닐 것이다.

이내 면접이 시작됐고 강진석은 요새 밖으로 나왔다.

'정리 좀 해야겠어.'

강진석이 요새 밖으로 나온 이유는 주변 몬스터를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기여도 때문만은 아니다.

전기가 끊겨 밖으로 나가고 싶은데 몬스터 때문에 나가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그들을 위해 몬스터를 청소하고 요새로 오는 길을 깨끗이 청소할 생각이었다.

'일단 방신시장부터 시작하자.'

강진석은 방신시장으로 향했다.

방신시장부터 청소를 시작하려는 이유는 방신시장에서 요새가 보이기 때문이었다.

고블린들에게 정보가 전해지면 괜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내 방신시장에 도착한 강진석은 수많은 고블린을 마주할 수 있었다.

고블린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건물 곳곳에 사람들이 모여 숨어 있었다.

그리고 고블린들에게 포위당한,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한 이들도 있었다.

'...오길 잘했다.'

강진석은 우선 포위당한 이들을 구하기로 하고 바로 공간이동을 했다.

-키익?

-키릭?

건물을 포위하고 있던 고블린들은 강진석의 등장에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강진석은 쇠파이프를 든 채 창가 그리고 입구에 버티고 있는 이들을 힐끔 보고 고블린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전력을 다해 휘두르지는 않았다.

건물에 있는 이들이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휘둘렀다.

힘을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스걱! 스걱! 스걱!

물론 전력을 다하지 않아도 고블린들은 강진석의 검을 막지 못했다.

네임드 몬스터들도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데 일반 고블린이 어찌 막겠는가?

순식간에 모든 고블린이 죽음을 맞이했고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입구에 서 있는 중년 사내를 보았다.

중년 사내는 강진석과 눈이 마주치자 멈칫하고는 이어 고개를 숙여 말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이 아니셨다면...."

감사를 표한 중년 사내는 말끝을 흐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중년 사내에게 말했다.

"아닙니다. 그리고 방화역에 요새가 있습니다. 요새에 입주하지 않으셔도 그 주변에 자리 잡으시면 이곳보다는 안전할 거예요. 그럼 전 이만."

그리고 요새를 언급 후 강진석은 다음 장소로 향했다.

오래 이야기를 나눌 상황이 아니었다.

돌아다닐 곳이 많았다.

강진석은 방신시장 주변을 돌아다니며 고블린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마주한 이들에게 요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방신시장을 정리 후 강진석은 자연스레 신방화역 쪽으로 향했다.

얼마 뒤 신방화역에 도착한 강진석은 역 근처를 서성이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입장 권한이 없어 들어가지는 못하고 입구에서 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제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고블린 십수 마리가 숨어 있었다.

'은신을?'

그냥 숨어 있는 게 아니었다.

고블린들은 은신한 상태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근처에 사람들이 지나가도 공격하지 않았다.

철저히 정보만 수집하는 것이 목적인 것 같았다.

물론 강진석은 고블린들을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이들이 정보를 가지고 가면 어떻게 되겠는가?

강진석은 바로 숨어 있는 고블린들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렀다.

스걱!

[정찰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700 상승합니다.]

메시지를 통해 강진석은 고블린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정찰 고블린이라는 처음 보는 유형의 고블린이었다.

'별 고블린이 다 있네.'

강진석은 다음 정찰 고블린에게 향했고 그렇게 신방화역 근처에 있던 모든 고블린을 정리했다.

정리를 마친 뒤 강진석은 신방화역 입구에 있는 인원과 근처 건물에 있는 403명에게 텔레파시를 보내기로 했다.

'정신력이 좀 들긴 하겠지만....'

많은 정신력이 소모될 것이다.

그러나 감당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일일이 말로 전하면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인데 시간을 쓰는 것보다 차라리 정신력을 조금 쓰는 게 낫다.

[방화역에 요새가 있습니다. 힘을 합쳐 상황을 헤쳐나가고 싶으시다면 방화역으로 와주세요. 신방화역도 임시로 개방해둘 테니 몬스터들이 나타나 위험하다 싶으시면 역으로 도망치셔도 됩니다.]

강진석은 장문의 텔레파시를 보냈다.

장문인 데에다가 대상이 403명이었다.

머리가 살짝 무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제97화

97.

"...?"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정신력이 오르다니?

뭘 했다고 오른단 말인가?

지금 한 것이라고는 장문의 텔레파시를 403명에게 보낸 것뿐이었다.

'설마 텔레파시 때문에?'

아무리 봐도 텔레파시 때문인 것 같았다.

그것 외에 정신력이 오를 만한 이유가 없었다.

강진석은 정보창을 열었다.

힘 : 226(162+64)

민첩 : 224(160+64)

체력 : 232(168+64)

정신력 : 244(180+64)

정신력이 1이 올라 244가 되어 있었다.

'...쉽게 오르는 건 아니겠지?'

재차 수백에게 텔레파시를 보낸다고 오를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강진석은 403명에게 다시 텔레파시를 보냈다.

[방화역으로 가실 때에는 신방화 사거리 통해서 가주세요. 공항시장 쪽에는 아직 몬스터가 있을 수 있거든요.]

텔레파시를 보낸 뒤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당연하게도 새로 나타난 메시지는 없었다.

'...언젠가는 오르겠지.'

그래도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오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정보창을 닫았다.

그리고 마곡나루역으로 향하며 초감각에 감지된 이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익숙해지고 있기 때문일까?

처음보다 피로감이 확실히 덜했다.

이내 마곡나루역에 도착한 강진석은 신방화역 때처럼 숨어 있는 고블린들을 정리 후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그리고 양천향교역으로 향했다.

양천향교역도 신방화역, 마곡나루역과 같았다.

강진석은 고블린들을 정리하고 텔레파시를 보낸 뒤 고민에 빠졌다.

'...가양역 탈환하러 갈까?'

몬스터의 수가 생각보다 적었고 기여도 상승 역시 생각보다 적었다.

그러나 가양역에는 많은 몬스터가 있을 것이다.

거기다 네임드 몬스터도 최소 하나는 있을 것이니 기여도를 꽤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2차 제약 침공자 확인도 가능하다.

물론 가양역을 탈환하려는 것이 기여도와 2차 제약 침공자 확인 때문만은 아니었다.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퀘스트 '양천향교역 수비'였다.

양천향교역의 연결역은 마곡나루역과 가양역 2개다.

마곡나루역을 탈환하며 양천향교역 수비 난도가 약화 됐다.

가양역을 탈환하면 어떻게 될까?

수비 난도가 약화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최소가 수비 난도 약화고 강진석은 그 이상을 기대하고 있었다.

생각을 마친 강진석은 가양역으로 향했다.

'그때보다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지.'

강나연을 구출하러 갈 때 이미 한 차례 휩쓸었었다.

그래서인지 고블린의 수가 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얼마 뒤 강진석은 가양역에 도착했고 디버프 수준을 확인했다.

'더 강해졌네.'

전에는 도합 20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22였다.

'얼마나 지났다고.'

며칠, 몇 주가 지난 게 아니다.

하루 만에 디버프가 2나 상승하다니?

물론 22가 됐다고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강진석에게는 별 의미 없는 수준의 상승이었다.

'뭐, 그래도 개화역이랑 비교하면....'

개화역의 디버프 수준을 떠올린 강진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가양역으로 진입했다.

[던전 '가양역'에 입장하셨습니다.]

[24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

.

진입과 동시에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수색대장이네.'

메시지를 보며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수색대장 가르넬>

가양역에 자리 잡은 차가운 뿌리 부족 6수색대의 수색대장 가르넬.

.

.

가르넬을 처치하라!

퀘스트 보상 : ???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앞서 보았던 수많은 퀘스트와 비슷했다.

'2차일까, 3차일까.'

수색대장 가르넬은 과연 몇 차 침공자일까?

'1차면 어쩌지...?'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만약 네임드 몬스터인 가르넬이 2차도 되지 못한 1차 제약 침공자라면?

상상만으로 끔찍했다.

'아니겠지.'

강진석은 퀘스트 확인을 이어 나갔다.

다른 퀘스트 역시 특별한 건 없었다.

퀘스트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안전지대를 나왔다.

그리고 곧장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지하 1층에 도착한 강진석은 초감각 집중하며 청소를 시작했다.

[퀘스트 '가양역 지하 1층'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10만 상승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1층 청소를 마칠 수 있었다.

'...퀘스트 포인트는 안 오르나?'

혹시나 하는 생각에 강진석 특수 퀘스트를 확인했다.

<특수 퀘스트 - 침공자 사냥>

세계 침공자들을 죽여 세계를 지켜내라!

[남은 시간 : 20일]

[기여도 : 18만 350 / 1500만]

[2차 제약 침공자 : 0 / 10]

[3차 제약 침공자 : 0 / 1]

퀘스트 보상 : 150만 포인트, ???

세계 침공자 처치 시 기여도가 상승합니다.

'안 되는구나.'

아쉽게도 퀘스트로 수급된 포인트는 기여도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기야 그러면 너무 쉽지.'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지하 2층으로 내려가며 생각했다.

'데리고 올 걸 그랬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던전에 있으면 최소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것도 적지 않은 보상을.

'아니야, 지금은 바쁠 테니까.'

그러나 강진석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무척 중요한 일이었다.

지하 2층에 도착한 강진석은 초감각을 통해 주변을 꼼꼼히 탐색하며 사냥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제단을 지키고 있는 가양역의 보스, 수색대장 가르넬을 마주할 수 있었다.

가르넬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강진석은 혼돈의 구에 기운을 주입해 몽둥이로 변환했다.

그리고 바로 공간이동을 하며 몽둥이를 휘둘렀다.

당연하게도 가르넬은 피하지 못했다.

쾅!

몽둥이가 작렬한 순간 폭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가르넬이 옆으로 날아가던 중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가온 팔찌에 흡수된 것이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았다.

[차가운 뿌리 부족 수색대장 가르넬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13만 상승합니다.]

[퀘스트 '수색대장 가르넬'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15만 상승합니다.]

'역시 기여도는 네임드로 채우는 게 맞아.'

네임드 몬스터가 제공하는 포인트는 일반 몬스터와 비교가 불가능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특수 퀘스트를 확인했다.

[기여도 : 41만 2350 / 1500만]

[2차 제약 침공자 : 1 / 10]

[3차 제약 침공자 : 0 / 1]

퀘스트 보상 : 150만 포인트, ???

'휴.'

확인과 동시에 강진석은 안도했다.

다행히 수색대장은 2차 제약 침공자였다.

'그러면 도르에나가 3차 제약인가?'

강진석은 도르에나를 떠올렸다.

수비단장이었던 도르에나는 조금 전 죽인 가르넬과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강한 존재였다.

그 둘이 같은 2차 제약 침공자일 것 같지는 않았다.

'근데 단장급을 어디서....'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꽤나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도르에나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단장급 몬스터를 마주한 적 없었다.

대체 단장급 몬스터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아직 20일 남았으니까.'

주어진 시간은 20일이다.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20일이면 단장급 몬스터를 한두 번은 마주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마주치지 못한다?

'개화역이나 봉제산 쪽으로 가봐야겠지.'

개화역에는 분명 단장급 존재가 있을 것이다.

단장급이 아니라 그 이상의 존재도 있을 확률이 100%다.

차가운 뿌리 부족의 본부가 있는 봉제산도 개화역과 마찬가지로 단장급 존재가 여럿 있을 것이다.

즉, 시간 내 마주하지 못하면 찾아가면 된다.

이내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이제 마무리를 하러 가볼까.'

가르넬을 잡기는 했지만 모든 것이 마무리 된 것은 아니다.

아직 제단이 남아 있었다.

강진석은 제단으로 향했다.

후웅!

제단 앞에 도착한 강진석은 몽둥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쾅! 쾅!

몽둥이에 담긴 거력은 어마어마했고 몇 번 휘두르자 제단은 형체를 완전히 잃었다.

그리고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

.

정말 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강진석은 빠르게 메시지를 확인했다.

[퀘스트 '가양역 수비'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양천향교역 수비'가 삭제됩니다.]

[퀘스트 '가양역 수비'의 난도가 약화됩니다.]

"...!"

그리고 이내 마지막 메시지를 확인한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가양역을 탈환하자 양천향교역 수비가 삭제됐다.

'이제 마음 편히 탈환해도 되겠네.'

여태껏 탈환할 수 있음에도 침공 때문에 탈환하지 않고 있었다.

침공 퀘스트가 감당이 되지 않을까 봐.

그런데 연결역을 전부 탈환하면 침공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제 마음껏 탈환을 해도 될 것 같았다.

물론 그렇다고 무작정 탈환해서는 안 된다.

침공 날짜가 겹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가양역 수비를 확인했다.

<가양역 수비>

3일 뒤 여러 몬스터들이 지하도를 통해 가양역을 침공할 예정이다.

공격을 막아 가양역을 지켜내라!

[기여도 : 0]

퀘스트 보상 : ???

'휴.'

강진석은 안도했다.

다행히 겹치지 않았다.

양천향교역 침공 날짜와 같았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 후 잠시 고민했다.

'...증미역까지 가볼까?'

생각보다 가양역 탈환이 빨리 끝났다.

증미역까지 탈환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더구나 가양역의 연결역이었다.

증미역을 탈환하면 가양역의 침공 퀘스트는 삭제될 것이니 침공 퀘스트 걱정도 할 필요 없다.

'그래, 증미역까지만 탈환하자.'

* * *

증미역 지하 3층 지휘소.

지휘소에는 차가운 뿌리 부족 대족장 메라키오의 딸이자 직할 정보단장 메타린이 의자에 앉아 짜증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휘소 내 고블린들은 메타린의 분위기에 숨을 죽이고 있었다.

눈에 띄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하아, 어쩌다가 여기에 오게 된 건지."

메타린이 깊게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빌어먹을 제약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기분이 더럽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지. 안 그래 도길렌?"

"그, 그렇습니다."

원래 증미역의 관리를 맡고 있던 수색대장 도길렌은 다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뭐가 그런데? 내 기분을 네가 알아?"

그러자 메타린이 도길렌에게 물었다.

도길렌은 메타린의 물음에 흠칫했다.

"죄, 죄송합니다."

그리고 다급히 고개를 숙여 사죄했다.

메타린은 도길렌의 반응에 짜증이 가득한 눈빛으로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았다.

'빌어먹을 제약.'

현재 메타린이 짜증을 내는 이유는 제약 때문이었다.

메타린은 3차 제약을 받은 존재였다.

증미역은 차가운 뿌리 부족의 영역이었지만 3차 제약을 받은 메타린에게는 활동이 허락된 곳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 큰 제약을 받아 원래 힘의 30%밖에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마저도 대족장이자 아버지인 메라키오의 힘이 깃든 반지를 착용하고 있기에 30%를 낼 수 있는 것이지 만약 반지가 아니었다면?

20%도 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재미도 없고 기분은 더럽고 언제까지 여기에 있어야 하는 거야?'

명령을 받아 오기는 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지 기한이 없어 참으로 답답했다.

'무슨 일 안 터지나? 누구라도 쳐들어왔으면 좋겠는데.'

제98화

98.

메타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이들이 메타린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수련하고 있을 테니까 문제 생기면 바로 보고해."

메타린은 부하들에게 말한 뒤 지휘소에서 나와 근처에 만들어둔 개인 수련장으로 향했다.

이렇게 가만히 대기하고 있는 것보다 수련이라도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이내 개인 수련장에 도착한 메타린은 구석에 설치해 둔 마법진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마법진 중앙에 털썩 앉은 뒤 눈을 감고 호흡을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호흡이 진정되자 이어 메타린은 기운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얼마 뒤 메타린이 오른손을 들었다.

그와 동시에 마법진에서 보랏빛 연기가 뿜어져 나와 메타린의 오른손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이어 메타린은 왼손을 들었다.

그러자 오른손을 돌던 보랏빛 연기가 왼손으로 이동했고 붉은빛으로 변화했다.

그렇게 모든 연기가 붉게 변했고 메타린은 왼손을 가슴에 댔다.

붉은빛 연기는 메타린의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

그와 동시에 메타린은 엄청난 고통에 인상을 구기며 거칠게 호흡했다.

얼마 뒤 다시 호흡이 안정됐고 메타린은 흡족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무기 진열대를 향해 손을 뻗었다.

무기 진열대에는 채찍, 검, 창, 도끼 등 수많은 무기가 진열되어 있었는데 가운데에 있던 붉은 채찍이 두둥실 떠올라 메타린에게 날아갔다.

이내 채찍을 쥔 메타린은 채찍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매끄러웠던 채찍 표면에 수많은 가시가 나타났다.

메타린은 수련장 중앙에 있는 오크 형태의 허수아비를 향해 채찍을 휘둘렀다.

스앗!

채찍이 허수아비를 강타했고 허수아비 곳곳에 구멍이 송송 났다.

나무로 만든 허수아비가 아니다.

특수 제련된 강철로 만든 허수아비였다.

이어 메타린은 재차 채찍을 휘둘러 오크 허수아비의 목을 감쌌다.

그리고 그대로 힘을 줘 채찍을 당겼다.

그러자 채찍이 오크 허수아비의 목을 파고들었고 그대로 허수아비의 머리가 분리됐다.

메타린은 땅에 떨어진 오크 허수아비의 머리를 보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하...."

메타린은 언제 그랬냐는 듯 미소를 지우며 한숨을 내뱉었다.

"살아 있는 녀석들을 이렇게 도륙 내야 하는데...."

* * *

"...?"

증미역 근처에 도착한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뭐지?'

강진석이 당황한 이유는 영역 디버프 때문이었다.

증미역의 디버프가 매우 강해졌다.

물론 가양역도 강화가 되기는 했다.

그러나 20에서 22로 10%밖에 강화되지 않았다.

그런데 증미역은 배로 뛰었다.

20에서 40이 되었다.

'이게 대체....'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갑작스레 디버프가 이리 강해졌다?

증미역에 큰 변화가 있었다는 뜻이다.

'...가는 게 맞나?'

강진석은 잠시 고민했다.

증미역을 탈환하는 게 맞는 걸까?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40 정도야 뭐.'

400도 아니고 40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디버프였다.

고민을 마친 강진석은 바로 증미역에 진입했다.

장막을 지나자마자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던전 '증미역'에 입장하셨습니다.]

[24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직할 정보단장 메타린'이 생성됐습니다.]

.

.

[퀘스트 '증미역 지하 3층'이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증미역 탈환'이 생성됐습니다.]

[30분 뒤 안전 구역이 사라집니다.]

"...!"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생성된 퀘스트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거기다 네임드 몬스터 퀘스트도 매우 많았다.

강진석은 바로 퀘스트창을 열었다.

가장 먼저 확인한 퀘스트는 당연하게도 던전 메인 보스로 추정되는 '직할 정보단장 메타린'이었다.

<직할 정보단장 메타린>

차가운 뿌리 부족 직할 정보단의 단장이자 대족장 메라키오의 세번째 딸 메타린.

메타린은 모종의 명령을 받아 증미역에 파견을 나온 상황이다.

.

.

메타린을 처치하라!

퀘스트 보상 : ???

퀘스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 증미역의 보스 '메타린'은 메라키오의 자식이었다.

'...도르에나 급인가?'

퀘스트 설명을 보니 범상치 않았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도르에나와 동급으로 추정됐다.

물론 추정일뿐 더 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강하더라도 상관없다.

서초역 때와 상황이 다르다.

당시에는 강나연, 김칠성, 유성윤이 있어 도망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감당 불가능할 정도로 메타린이 강하다면?

공간이동으로 도망가면 된다.

'3차 침공자면 좋겠는데.'

강진석은 부디 메타린이 3차 제약 침공자이길 바라며 다음 퀘스트를 확인했다.

<수색대장 도길렌>

메타린이 오기 전 증미역을 관리하고 있던 차가운 뿌리 부족 3수색대의 수색대장 도길렌.

.

.

도길렌을 처치하라!

퀘스트 보상 : ???

수색대장 도길렌을 시작으로 정보대장, 보급대장 등 수많은 네임드 퀘스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생각했다.

'이번에 2차는 거의 채울 수 있겠네.'

증미역 네임드 퀘스트는 메타린을 포함해 9개였다.

만약 메타린이 3차 제약 침공자가 아니라 2차 제약 침공자라면?

특수 퀘스트의 조건 중 하나인 '2차 제약 침공자'를 바로 충족할 수 있을 것이다.

네임드 퀘스트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이어 일반 퀘스트도 확인했다.

워낙 퀘스트가 많아 혹시나 특별한 퀘스트가 있을까 했는데 눈에 띄는 퀘스트는 없었다.

퀘스트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안전지대를 나섰다.

가양역 때처럼 무작정 내려가지는 않았다.

'뭔가 있을 것 같은데....'

그도 그럴 것이 메타린은 차가운 뿌리 부족의 대족장 메라키오의 자식이었다.

강진석은 앞서 메라키오의 막내아들이자 아픈 손가락이었던 메타르를 마주한 적 있다.

메타르가 자리 잡고 있던 방화역에는 영역을 강화해주는 '토템'이 있었다.

즉, 증미역에도 무언가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디버프 수준을 보면 토템은 아닐 테고.'

일단 확실한 것은 토템은 없다.

토템이 있었다면 디버프가 40이 아니라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그 토템이 진짜 말도 안 되는 거긴 했네.'

당시에는 몰랐다.

그저 디버프가 강력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데 다른 던전들을 공략하며 알게 됐다.

말도 안 되는 디버프였다는 것을.

바로 그때였다.

저벅!

강진석이 걸음을 멈췄다.

걸음을 멈춘 이유는 1층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기운 때문이었다.

'뭐 이리 많아?'

가양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거기다 단순히 많기만 한 게 아니다.

수준도 전체적으로 가양역보다 높았다.

'...요충지가 된 건가?'

퀘스트에 메타린이 파견 나온 이유는 나와 있지 않았다.

그러나 상황을 보니 차가운 뿌리 부족의 요충지가 된 것 같았다.

물론 그렇다고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가양역에 비해 수준이 높고 수가 많다고 해도 강진석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지금 강진석이 신경 쓰고 있는 이는 메타린뿐이었다.

수색대장 도길렌이나 보급대장, 수비대장들도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대장급 몬스터들은 전력을 다해 공격하면 10초 내로 죽일 자신이 있었다.

그 정도로 격차가 나는데 왜 신경을 쓰겠는가?

이내 지하 1층에 도착한 강진석은 고블린 사냥을 시작했다.

강진석은 고블린들을 사냥하며 요새 입주자들을 떠올렸다.

갓 입주한 이들은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에 입주했던 이들은 충분히 사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한지윤, 최은형처럼 유독 강한 이들은 손쉽게 사냥할 것이다.

'개화산역이랑 공항시장역은 같이 가야겠어.'

침공이 끝나는 대로 강진석은 개화산역과 공항시장역 탈환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지금처럼 혼자 탈환할 게 아니라 지원자를 받아 같이 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향후 계획에 대해 생각하며 강진석은 사냥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얼마 뒤 강진석은 강렬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당연히 메타린은 아니다.

기운의 크기를 보아 대장급으로 추정됐다.

그리고 하나가 아니었다.

셋이었다.

'1층인데 셋이나?'

증미역은 지하 3층까지 존재했다.

그런데 지하 1층부터 네임드 고블린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한곳에 셋이나 모여 있다니?

'잘 됐다.'

다른 이들에게는 최악의 상황일 수 있겠지만 강진석에게는 아니다.

더할 나위 없이 마음에 드는 상황이었다.

혹시나 강진석은 셋이 뿔뿔이 흩어질까 방향을 틀어 재빨리 세 네임드 고블린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내 강진석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키익?

-키릭!

-키이익!

그리고 세 네임드 고블린과 수많은 일반 고블린을 마주할 수 있었다.

강진석은 바로 고블린들에게 달려들어 몽둥이를 휘두르며 생각했다.

'진지하게 광역 공격 아티펙트 찾아봐야겠다.'

지금 마주한 고블린들은 한없이 약하다.

한 번이면 죽일 수 있다.

문제는 한 번에 한 마리밖에 죽이지 못한다는 점이다.

강진석은 이번 탈환이 끝나는 대로 광역 공격을 할 수 있는 아티펙트를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얼마 뒤 강진석은 네임드 고블린을 포함한 모든 고블린을 처치할 수 있었다.

[차가운 뿌리 부족 수비대장 밀리노스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13만 상승합니다.]

[퀘스트 '수비대장 밀리노스'를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15만 상승합니다.]

.

.

.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17만 상승합니다.]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싱긋 웃었다.

'역시 던전이 포인트는....'

포인트 수급이 바깥과 차원이 달랐다.

강진석은 이어 네임드 고블린들이 남긴 아티펙트를 수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언가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스윽.

강진석은 주변을 훑었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없었다.

'뭐지?'

강진석은 초감각에 집중했다.

그리고 곧 허공에 뭉쳐 있는 희미한 기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건 또 뭐야?'

강진석은 기운을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거울?'

희미한 기운은 형태를 이루고 있었는데 타원형 거울과 비슷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느낌이 좋지 않았다.

강진석은 기운을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스악!

바람을 가르며 몽둥이가 기운에 작렬했고.

쩍!

강진석은 타격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당황스러웠다.

그냥 기운을 흩어내려 휘두른 것인데 이 타격감은 무엇이란 말인가?

쩌저적!

이내 기운이 흩어지며 깨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이어 메시지가 나타났다.

[수비대장 밀리노스의 죽음으로 발동한 메타린의 눈을 파괴하셨습니다.]

[직할 정보단장 메타린의 능력치가 1% 하락합니다.]

[직할 정보단장 메타린이 분노합니다.]

[직할 정보단장 메타린이 당신을 엿보았습니다.]

[긴급 상황 발생]

[긴급 퀘스트 '보고를 막아라!'가 생성됐습니다.]

제99화

99.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들이 쓰여 있었다.

'이게 무슨....'

멍하니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긴급 퀘스트 '보고를 막아라!'가 무슨 퀘스트냐는 점이다.

이내 정신을 차린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긴급 퀘스트 - 보고를 막아라!>

차가운 뿌리 부족에서는 여태껏 자신들의 영역을 파괴한 게 전쟁 바람 부족이나 오르드 부족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메타린이 당신의 존재를 알게 됐고 메타린은 본부에 보고하려 한다.

통신 마법의 준비 시간은 10분.

10분 안에 통신 마법을 막아 내라!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실패 시 차가운 뿌리 부족이 당신의 존재를 인지합니다.

퀘스트 실패 시 위로 보상이 지급됩니다.

퀘스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나인 줄 모르고 있었다고?'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방화역을 시작으로 수많은 영역 상징을 파괴하고 탈환했기에.

그런데 퀘스트 내용을 보니 차가운 뿌리 부족은 강진석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근데 10분이라니.'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긴급이란 단어가 붙은 만큼 주어진 시간이 무척 적었다.

'위치라도 알려주든가.'

시간만 적은 게 아니다.

통신 마법이 어디서 시작되는지도 나와 있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보상이 왜 실패에 있는 건데?'

처음에는 잘못 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긴급 퀘스트의 보상은 완료가 아닌 실패에 있었다.

'...그냥 실패하자.'

고민 끝에 강진석은 그냥 내버려 두기로 결정했다.

적은 시간, 정보 부족, 보상을 보면 완료하라고 만든 퀘스트가 아닌 것 같았다.

'위험해지긴 하겠지만 어쩔 수 없지.'

차가운 뿌리 부족은 여태껏 강진석의 존재를 몰랐다.

이번에야 알게 될 것이다.

당연히 대응이 달라질 것이고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완료하고 싶어도 완료할 수가 없다.

위치를 알려줬다면 모를까 어찌 막겠는가?

괜히 다급히 움직였다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준비하는 동안 최대한 줄여놓자.'

물론 가만히 실패를 기다리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실패와 동시에 어떤 상황이 찾아올지 모른다.

도망쳐야 할 수 있다.

그 전에 최대한 수를 줄여놓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고블린 무리에게 다가갔다.

* * *

"...."

메타린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간이었다고?'

여태까지 영역을 공격해 온 것이 전쟁 바람 부족 오크들이나 오르드 부족 리자드맨들인 줄 알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오크나 리자드맨들이 침입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놀랍게도 이번에 영역에 침입한 이는 '인간'이었다.

'아드호란이나 메드린은 이곳에 올 수 없어.'

아드호란 제국이나 메드린 왕국의 인간들은 분명 아니다.

즉, 지금 침입한 인간은 이곳 지구의 지성체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래서 더 어처구니가 없었다.

'지구의 지성체들은 다 약해 빠진 거 아니었나?'

메타린은 이번 시험 무대인 지구의 인간들을 수없이 보았다.

하나같이 전부 약해 빠졌다.

눈에 띄는 강자가 단 하나도 없었다.

손짓 한 번이면 전부 죽일 수 있었다.

그래서 메타린은 지구의 인간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강자가 숨어 있었을 줄이야?

메타린은 생각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도길렌을 보았다.

눈치를 살피고 있던 도길렌은 메타린의 눈빛에 자세를 바로 잡았고 메타린이 입을 열었다.

"최후 방어 작전 발동해."

"예? 최후 방어 작전을요?"

도길렌은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후 방어 작전은 정말 최악의 상황에서나 발동하는 작전으로 발동하기만 해도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다른 방어 작전을 건너뛰고 바로 최후 방어 작전을 발동하라니?

"어떤 녀석들이 온 건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옆에 함께 있던 메타린의 직속 부하 보급대장 티메오가 물었다.

티메오 역시 최후 방어 작전을 바로 발동하라는 메타린의 명령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체 누가 쳐들어왔기에 바로 최후 방어 작전을 발동해야 한단 말인가?

"인간."

"...인간이요?"

"예? 설마 아드호란이나 메드린의 인간들이 나타난 겁니까?"

도길렌과 티메오가 반문했고 메타린은 짜증이 살짝 깃든 목소리로 답했다.

"아니, 이곳 지구의 인간일 거다. 1층에 있던 밀리노스, 브레드라, 카리오가 한 자리에서 죽었어. 너희 수준으로는 저항할 수 없을 테니 잔말 말고 최후 방어 작전 발동해. 난 보고하고 올 테니까."

"...아, 알겠습니다!"

도길렌이 답했고 메타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거처로 향했다.

거처에 도착한 메타린은 바로 통신 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통신 마법을 준비하며 메타린은 인상을 구겼다.

'빌어먹을 제약. 왜 통신 마법에도 제약을 건 거야?'

아드호란 제국이나 메드린 왕국이 있던 세계 '아스벨'을 침공할 때에는 이런 제약이 없었다.

1분이면 준비가 가능했다.

그런데 지구에서는 제약이 너무 많았다.

얼마 뒤 통신 마법 준비가 끝났다.

스아앗!

이내 허공에 반투명한 타원형 포털이 나타났다.

그리고 곧 포털에서 메타킨이 모습을 드러냈다.

"...."

메타린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이어 물었다.

"아버지는? 왜 오빠가 받아?"

-어제부터 회복에 집중하고 계신다. 3일은 걸리실 것 같다고 하셨다.

-무슨 일이지?

"...."

메타킨의 물음에 메타린은 잠시 고민했다.

이대로 메타킨을 통해 보고하는 게 맞을까?

공로를 가로채거나 혹은 수를 쓰지 않을까?

그러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다급한 상황이었다.

공로, 술책을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최후 방어 작전 발동했어. 10분 뒤면 발동될 거야. 그때부터 연락 안 될 거니까. 알고는 있으라고."

-...어떤 녀석들이지?

-전쟁 바람? 오르드?

최후 방어 작전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메타킨은 놀란 얼굴로 반문한 뒤 물었다.

대체 누가 공격을 왔기에 메타린이 최후 방어 작전을 발동했단 말인가?

"둘 다 아니야. 인간이었어. 일단 내가 본 건 하나."

-...뭐?

메타킨은 다시 한번 반문했고 반문을 예상했던 메타린은 바로 이어 말했다.

"아드호란 제국이나 메드린 왕국 인간은 아닌 것 같아. 그 녀석들 특유의 표식도 없었고 애초에 제약 때문에 이곳에 올 수 없으니까."

-그러면 설마 이곳 지구의 인간이란 소리냐?

"응, 내 생각에는."

-진심이냐?

"이런 상황에 거짓말을 왜 하겠어?"

메타린은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수준은?

"2차 제약들은 상대 안 돼. 대장급 셋이 있었는데 1분도 못 버티더라."

-...죽일 수 있나?

"몰라, 붙어 봐야 알 수 있어. 그 인간도 3차 제약 수준이니까."

전투를 처음부터 본 게 아니다.

밀리노스가 죽은 이후부터 보았다.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가늠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게 있었다.

침입한 인간이 최소 3차 제약이라는 점이다.

"근데 솔직히 말해서...."

말끝을 흐린 메타린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이어 고개를 갸웃하고는 입을 열었다.

"봉인 풀지 않으면 힘들 것 같은데?"

전부 보지 못했을 뿐이지 아예 보지 못한 것은 아니다.

인간은 무척 강했다.

페널티를 감수하고 제약을 일시적으로 풀지 않으면 이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봉인을 풀어?

-괜찮겠나? 후폭풍이 엄청날 텐데.

메타킨이 걱정을 내뱉었다.

그러나 메타린은 말없이 인상을 구겼다.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목소리에서 기쁨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맞지, 그래서 나도 풀기 싫어. 그러니까 지금 당장 지원 보내."

* * *

스걱! 스아앗!

고블린이 빛과 함께 사라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수색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2400 상승합니다.]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다음 무리를 향해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이제 끝이겠지?'

샅샅이 돌아다녔다.

길이 엇갈린 것만 아니라면 분명 지금 향하는 곳에 있는 무리가 마지막일 것이다.

'근데 왜 안 뜨지? 실패 시간 된 것 같은데.'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시간을 확인했다.

긴급 퀘스트의 실패 시간인 10분이 되어 있었다.

실패했다는 메시지가 왜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바로 그때였다.

[통신 마법을 막지 못했습니다.]

[긴급 퀘스트 '보고를 막아라!'를 실패하셨습니다.]

[차가운 뿌리 부족이 당신의 존재를 인지했습니다.]

[위로 보상을 획득합니다.]

.

.

기다렸다는 듯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저벅!

메시지를 보고 강진석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걸음을 멈춘 이유는 위로 보상 때문이었다.

[포인트가 200만 상승합니다.]

[요새 포인트 티켓(100만) 5장을 획득합니다.]

[포인트 티켓(1만) 50장을 획득합니다.]

[외벽 보호막 스크롤(하급) 10개를 획득합니다.]

[요새 마력포 10개를 획득합니다.]

.

.

보상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거기다 하나하나가 전부 엄청났다.

'이 정도나 준다고?'

보상을 기대하긴 했다.

그런데 기대 이상이었다.

그래서 강진석은 더 걱정이 됐다.

'아니, 얼마나 위험해지려고....'

차가운 뿌리 부족이 인지한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이기에 이렇게나 보상을 퍼부어 준단 말인가?

'...위험 감수하고 막아야 했나?'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이다.

후회를 할 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하는 게 맞다.

강진석은 일단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티켓 2장을 꺼냈다.

하나는 요새 포인트 티켓이었고 하나는 기본 포인트 티켓이었다.

'기본 포인트 티켓도 있을 줄은 몰랐는데.'

강진석은 기본 포인트 티켓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쓰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 주는 게 낫겠지?'

기본 포인트 티켓을 전부 사용하면 50만 포인트다.

50만 포인트는 강진석에게도 상당한 포인트였다.

그러나 미래를 생각하면 강진석이 50만 포인트를 사용해 강해지는 것보다 입주자들의 성장에 사용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래, 그게 맞아. 판매하던 성과 있는 사람한테 주는 걸로 해야겠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우선 두 티켓을 다시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그리고 보상으로 받은 물품들을 꺼내 확인했다.

전부 요새와 관련된 물품들이었다.

'...침공 난도가 엄청나게 올라가는 걸까?'

전부 요새의 방어력을 올려주는 물품들이었다.

아무래도 침공 난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일단 빠르게 끝내자.'

물품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한시라도 빨리 증미역을 탈환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저벅!

강진석은 다시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게 뭔....'

이번에 걸음을 멈춘 이유는 영역의 기운이 갑작스레 짙어졌기 때문이었다.

당연하게도 디버프 역시 강화됐다.

40이었던 디버프가 도합 70으로 상승했다.

강진석은 어떻게 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메시지창을 보았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최후 방어 작전이 발동됐습니다.]

[48시간 동안 증미역의 영역이 강화됩니다.]

[48시간 동안 차가운 뿌리 부족 고블린들의 능력치가 20% 강화됩니다.]

[48시간 동안 차가운 뿌리 부족 고블린들의 제약이 10% 약화됩니다.]

[던전 내 모든 보상이 대폭 강화됩니다.]

[퀘스트 '차가운 뿌리 부족의 지원군'이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지원군이 오기 전'이 생성됐습니다.]

제100화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