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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 - 150-160

제150화

150.

'4억 3950만....'

그저 웃음이 나오는 수치였다.

'다 같이 왔으면 얼마나 얻었을까?'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생각해 봤다.

길드원들과 함께 도시를 공략했다면 포인트가 얼마나 수급됐을까?

'...확 줄어들었겠는데?'

확실치는 않지만 지금처럼 많이 수급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생각을 마친 강진석은 주변을 스윽 훑었다.

'지배권이 생기면 참 좋았을 텐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탈환 퀘스트가 생성되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흔적을 지워 모든 퀘스트를 완료했음에도 지배권은커녕 요새화조차 되지 않았다.

'그래도 쓸 수는 있으니까.'

요새화가 되지 않았을 뿐이지 사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곳곳을 부수기는 했지만 성벽을 포함해 전체적인 도시의 틀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요새처럼 관리창으로 관리하지 못할 뿐이지 사용은 가능했다.

저벅저벅.

강진석은 성벽으로 향했다.

이내 성벽에 도착했고 강진석은 밖으로 나가며 생각했다.

'늪이 사라진 걸 다행이라 해야 하나?'

도시만 그대로 남아 있을 뿐이다.

넓디넓은 호수와 늪은 사라졌다.

'길드원들이 오기는 편하겠지만....'

도시에 길드원들이 방문할 일이 생길지 모르겠지만 이제부터는 쉽게 방문이 가능해졌다.

문제는 길드원에게만 쉬워진 게 아니라는 것.

몬스터들에게도 도시 방문이 쉬워졌다.

거기다 도시 근처에는 수많은 몬스터가 존재한다.

새로운 몬스터들이 도시를 점거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근처도 깔끔히 청소해야겠어.'

강진석은 추후 계획에 도시 주변 청소를 넣으며 한강에서 나왔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멀리 떨어져 있는 보랏빛 장막을 보았다.

'4구역일까? 6구역?'

리자드맨의 영역인 것은 확실했다.

'저기도 엄청나겠지?'

4구역인지 6구역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5구역 못지않은 규모를 가지고 있을 거라는 것.

즉, 어마어마한 포인트를 수급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만 기다려라.'

포인트를 생각하면 당장 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송정역이 탈환된 지 한참이었다.

어서 귀환해 상황을 정리하고 다음 계획으로 넘어가야 했다.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된 이후에나 리자드맨의 영역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강진석은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가장 가까이 있는 요새 염창역으로 향했다.

* * *

쾅! 쾅! 쩌저적!

한지윤은 봉제산 입구를 보았다.

입구에서 수많은 고블린이 길드원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한지윤은 시위를 당기며 생각했다.

'어디 계신 거지?'

현실이 아니다.

송정역 탈환 후 마곡나루역으로 돌아오자마자 잠에 빠졌다.

오랜만에 꾸게 된 예지몽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예지몽에는 강진석이 존재하지 않았다.

'다들 모르는 걸 보면 존재하시지 않는 걸까?'

잠시 자리를 비웠다는 뜻이 아니다.

길드원들은 강진석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강진석의 동생인 강나연조차 강진석을 모르고 있었다.

즉, 예지몽에는 강진석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째서 강진석이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이내 든 생각에 한지윤은 강진석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강진석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도 중요하긴 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한지윤은 시위를 놓아 화살을 날린 뒤 퀘스트창을 열었다.

<봉제산 생존자 구출>

봉제산에는 수많은 이들이 감금되어 있었다.

제물로 바쳐질 동족을 구출하라!

[남은 생존자 : 9811]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밀보닐의 제사 저지' 실패 시 퀘스트 실패

퀘스트 실패 시 생존자 전원 사망

'구할 수 있을까?'

퀘스트 '봉제산 생존자 구출'.

던전 '봉제산'의 메인 퀘스트는 아니었다.

그러나 메인 퀘스트만큼이나 중요한 퀘스트였다.

1만에 가까운 생존자들의 목숨이 달려 있기 때문이었다.

스윽.

퀘스트를 보던 한지윤은 다시 입구를 보았다.

대부분의 고블린이 죽음을 맞이한 상태였다.

앞으로 1, 2분 내로 전부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그래, 할 수 있을 거야.'

한지윤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시위를 당겼다.

'메라키오도 없으니.'

한지윤이 알기로 봉제산은 차가운 뿌리 부족의 본부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차가운 뿌리 부족의 대족장 메라키오가 없었다.

현재 봉제산의 보스 몬스터는 대주술사 밀보닐이었다.

즉, 어렵지 않게 제사를 저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근데 얼마나 남은 걸까.'

물론 한 가지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기는 했다.

바로 제사 시간이었다.

퀘스트 '밀보닐의 제사 저지'는 정상에 있는 대제단에서 진행되는 제사를 저지하라는 내용만 쓰여 있을 뿐, 제사가 언제 시작되는지는 물론 언제 끝나는지도 나와 있지 않았다.

만약 제사의 끝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면?

'...최대한 빨리 가자.'

이내 입구를 지키고 있던 고블린들이 전부 죽음을 맞이했고 한지윤이 외쳤다.

"다들 작전대로 움직여 주세요!"

그리고 앞장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폭발 화살, 연쇄 화살."

수많은 고블린이 앞을 막아섰지만 이미 초감각으로 위치와 수를 알고 있던 한지윤은 스킬을 퍼부어 빠르게 마무리했다.

밀보닐과의 일전을 생각하면 스킬을 쏟아부어서는 안 된다.

그걸 알면서도 한지윤이 스킬을 쏟아붓는 이유는 현실이 아닌 예지몽이기 때문이었다.

죽어도 상관없다.

예지몽이기에.

지금 중요한 것은 밀보닐과의 일전이 아니라 최대한 빨리 정상에 도착해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산을 올라 중턱에 도착한 그 순간.

스아앗!

봉제산 정상에 하늘을 꿰뚫은 거대한 빛의 기둥이 나타났다.

한지윤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밀보닐이 성공적으로 제사를 완료했습니다.]

[???의 축복이 차가운 뿌리 부족에 깃듭니다.]

[차가운 뿌리 부족의 모든 고블린들이 강해집니다.]

[퀘스트 '밀보닐의 제사 저지'를 실패하셨습니다.]

[퀘스트 '봉제산 생존자 구출'을 실패하셨습니다.]

"아...."

메시지를 본 한지윤은 탄식을 내뱉었다.

'도착도 못 했는데?'

이제야 중턱이었다.

대제단이 있는 정상까지 한참이나 남은 상태였다.

'...늦게 출발하면 안 되겠네.'

송정역 탈환 후 6일이 지난 상태였다.

현실에서 제사를 막기 위해서는, 생존자를 구출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출발해야 할 것이다.

"어, 어떻게 하죠?"

"심상치 않은데...."

"후퇴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어디로요?"

길드원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다들 진정하시고 이미 벌어진 일입니다. 이제 천천히 주변 정리하면서 올라가겠습니다."

한지윤은 길드원들을 다독였다.

제사를 저지하지 못했다.

급하게 제단으로 올라갈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지금부터는 천천히 진격하며 주변 상황을 꼼꼼히 파악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바로 그때.

"...!"

한지윤은 경악했다.

초감각에 감지된 강렬한 기운 때문이었다.

순간 숨이 막힐 정도로 강렬했다.

한지윤은 고개를 돌려 기운의 주인공을 확인했다.

기운의 주인공은 허공에 떠 있는 한 고블린이었다.

한지윤은 고블린을 주시하며 메시지창을 힐끔 확인했다.

[차가운 뿌리 부족의 대주술사 밀보닐이 등장했습니다.]

고블린의 정체는 밀보닐이었다.

'...이 정도였어?'

밀보닐의 수준을 알게 된 한지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축복을 받았기 때문일까?

생각했던 것보다 밀보닐의 수준은 훨씬 높았다.

'근데 이 정도면....'

그러나 이어 든 생각에 한지윤은 걱정을 살짝 내려놓았다.

'진석 님이 훨씬 강한 것 같은데.'

밀보닐은 분명 강하다.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하지만 강진석과 비교하면?

강하다고 할 수 없다.

솔직히 말해 강진석의 기운이 훨씬 더 강렬했다.

-키익!

생각에 잠겨 있던 한지윤은 귓가에 들려오는 괴성에 생각을 끝냈다.

괴성의 주인공은 밀보닐이었다.

밀보닐의 손에는 어느새 은장도가 쥐어져 있었다.

갑자기 웬 은장도일까?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스아앗!

은장도가 빛났다.

이어 한지윤은 급속도로 내려가는 기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허공에 수많은 얼음 알갱이가 나타났다.

한지윤은 움직이지 않았다.

알갱이와 닿는 순간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그러나 모든 이가 한지윤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알갱이를 무시하고 움직이는 길드원들이 있었다.

쩡! 쩌저적!

그리고 그들은 알갱이에 닿자마자 얼어붙었다.

단순히 얼어붙기만 한 게 아니었다.

얼어붙은 길드원들의 기운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기운이 줄어든다는 것,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내 얼어붙은 길드원들의 기운이 완전히 바닥났고 한지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말도 안 돼.'

슬프지는 않았다.

어차피 현실이 아니다.

꿈속이었다.

진짜 죽은 게 아니다.

한지윤의 표정이 좋지 않은 이유는 지금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빠져나갈 방법이 있나?'

얼음 알갱이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조금만 움직여도 닿을 것 같았다.

도무지 피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버틸 수 있을까?'

지금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얼음 알갱이를 뚫어야 했다.

냉기 저항을 습득하긴 했지만 얼음 알갱이를 버틸 수 있을까?

길드원들처럼 빠르게 죽지는 않겠지만 시간 차이일 뿐 결국 죽을 것 같았다.

한지윤이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키이익!

밀보닐이 재차 괴성을 내뱉었다.

이번에도 은장도가 빛났고 그 순간 한지윤은 볼 수 있었다.

폭발하는 얼음 알갱이를.

얼음 알갱이가 폭발하며 담겨 있던 한기가 퍼졌다.

그리고 한지윤은 얼어붙는 자신의 육체를 볼 수 있었다.

예상대로 냉기 저항을 습득한 상황임에도 저항이 불가능했다.

그렇게 한지윤은 죽음을 맞이했다.

"...."

잠에서 깨어난 한지윤은 눈을 떴다.

그리고 잠시 천장을 바라보다가 이내 침대에서 내려왔다.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

이번 예지몽을 통해 알아낸 것들은 보통 정보가 아니다.

혼자 알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믿어 주실까?'

문제는 강진석이 믿어 주느냐였다.

만약 강진석이 믿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신뢰가 깨질 수도 있다.

바로 그때였다.

[회의실로 와주시겠습니까?]

머릿속에 강진석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한지윤은 결심했다.

'말씀드리자.'

믿지 않는다고 해도, 신뢰가 깨진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봉제산의 상황을 전하지 않으면 더욱 큰 문제가 생길 것이기에.

* * *

"...진짜인가요?"

강진석이 물었다.

"...."

한지윤은 바로 답하지 못했다.

어떤 것을 말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이야기를 했다.

봉제산에서의 일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예지몽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계속 침묵할 수는 없기에 한지윤은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어떤...?"

"봉제산 상황부터...."

말끝을 흐린 강진석은 잠시 한지윤을 바라보다가 이어 말했다.

"제가 없었다는 것 그리고 정동진 이야기까지 전부요."

"아."

이어진 강진석의 말에 한지윤은 탄성을 내뱉었다.

전부라 말하긴 했다.

그러나 한지윤이 보기에 정동진 상황을 더욱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네, 전부 사실입니다."

한지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길드장님 부모님께서도 잘 계실 거구요. 적어도 반년 동안은요."

"...반년 뒤에는 무슨 일이 생긴다는 뜻일까요?"

"제가 그때를 항상 넘기지 못하고 죽어서...."

"아하, 그렇군요."

강진석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지윤이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믿어 주시는 건가요?"

한지윤의 말에 강진석은 일말의 고민도 하지 않고 답했다.

"네, 믿습니다."

제151화

151.

세상이 변하기 전이었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예지몽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러나 세상이 변해 초월적 현상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당장 강진석만 해도 수많은 초월적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예지몽이 존재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한지윤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

갑자기 이런 일로 왜 거짓말을 하겠는가?

무슨 이득이 있다고?

'확인은 해야겠지.'

물론 믿는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

예지몽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은 해야 할 것이다.

확인 방법은 어렵지 않다.

봉제산에 가면 바로 확인이 된다.

'그리고 봉제산이 말씀하신 대로라면 안전하신 것도 사실일 테니.'

강진석은 봉제산의 상황이 한지윤이 말한 대로이길 바랐다.

그러면 정동진 역시 안전할 것이기에.

'그래도 빠르게 모시고 와야겠지.'

최소 반년은 안전하다고 했다.

그러나 항상 예지몽대로 상황이 흐르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당장 지금 상황도 한지윤의 예지몽과 전혀 달랐다.

즉, 정동진 상황도 예지몽과 다를 수 있다.

그래서 강진석은 여유가 되는 대로 곧장 정동진에 갈 생각이었다.

"6일 뒤라고 하셨죠?"

"예, 맞습니다. 예지몽에 따르면 6일 뒤에 제사가 끝날 겁니다. 시간은 오후 5시 30분이요!"

"음...."

강진석은 침음을 내뱉으며 잠시 생각했다.

'디버프에 변화가 생기는 게 분명한데 언제 생기는 거지?'

봉제산의 영역 디버프는 도합 600이었다.

길드원들의 수준으로는 결코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한지윤은 예지몽에서 길드원들과 함께 봉제산에 진입했다.

꿈속이라 영역 디버프가 없는 게 아니다.

한지윤이 말했다.

봉제산의 영역 디버프는 모든 능력치 30 감소, 모든 회복력 50% 감소라고.

즉, 봉제산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 분명했다.

문제는 왜, 언제 변화가 생기냐는 점이다.

'혼자 가야 할 수도 있겠어.'

영역 디버프가 약화되면 더 수월할 것이다.

그러나 마냥 약화를 기다릴 수는 없다.

생각을 마친 강진석은 한지윤에게 말했다.

"일단 이따가 준비 끝나는 대로 혼자 탐색 좀 갔다 오겠습니다."

"혼자서요!?"

한지윤은 강진석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예, 지금은 디버프가 무척 강력한 상태니까요."

"너무 위험하시지 않을까요...?"

"잠깐 갔다가 올 생각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준비할 게 있을까요?"

"송정역, 마곡역 남쪽에 있는 영역 상징들을 파괴할 생각입니다."

이번 송정역 탈환에서 단 한 명도 죽지 않았다.

즉, 송정역과 비슷한 수준의 영역은 길드원들에게 맡겨도 아무 문제 없을 것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권유해야 한다.

성장을 위해서.

"혹시 이번에도 저희끼리 탈환하는 것일까요?"

한지윤이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네, 저는 조금 위험한 곳들을 탈환하러 다닐 생각이에요."

앞서 청소한 5구역, 이제 방문할 봉제산 같이 현재 길드원들의 수준으로는 갈 수 없는 곳들이 있다.

강진석은 길드원들의 수준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길드원들이 성장하는 만큼 몬스터들 역시 성장할 것이기에.

"알겠습니다!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한지윤이 답했고 이후 예지몽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눈 뒤 한지윤이 떠났다.

그리고 강진석은 거처로 이동했다.

도착 후 강진석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4억 3950만 2710]

수없이 보았지만 볼 때마다 웃음이 지어졌다.

강진석은 미소 지은 채 정보창을 열었다.

힘 : 730(602+128)

민첩 : 730(602+128)

체력 : 731(603+128)

정신력 : 732(604+128)

'균등히 습득하는 게 맞나?'

지금까지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힘, 민첩, 체력, 정신력을 균등히 올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고민이 됐다.

고민하는 이유는 보유 포인트가 4억을 넘어섰기 때문이었다.

4억은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4개 라인 전부는 습득할 수 없지만 한 가지 라인은 전부 습득이 가능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부 습득하고도 1억 8천만 정도가 남는다.

그래서 고민이었다.

영혼 각성의 습득 조건은 민첩 혹은 정신력 라인 스킬을 전부 습득하는 것이었고 육체 제련의 조건은 힘 혹은 체력 라인 스킬을 전부 습득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습득에 필요 포인트는 1억.

즉, 영혼 각성이나 육체 제련 중 하나를 습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최대 레벨까지 습득이 가능한 것은 아니고 1레벨만 가능했다.

'그래, 확인할 수 있을 때 확인하는 게 맞아.'

강진석은 결정을 내렸다.

영혼 각성이나 육체 제련을 습득하기로.

'근데 뭘 습득하지?'

강진석은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궁금한 건 영혼 각성인데....'

육체 제련은 대충 어떤 스킬인지 예상이 됐다.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육체가 단단해질 것이다.

그리고 근력 역시 강해질 것이고 회복력도 강력해질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영혼 각성은 예상이 되지 않았다.

대체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까?

너무나 궁금했다.

그러나 궁금하다고 영혼 각성을 선택할 수는 없었다.

강진석은 고민했다.

'영혼 각성으로 가자.'

고민 끝에 강진석은 '영혼 각성'을 선택했다.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정신력이 제일 효율이 좋으니.'

영혼 각성의 습득 조건은 민첩 혹은 정신력 라인 스킬을 전부 습득하는 것이다.

그리고 힘, 민첩, 체력, 정신력 중 가장 영향력이 큰 것은 정신력이었다.

그래서 영혼 각성을 선택했다.

정신력을 올리는 것이 제일 나았기에.

강진석은 스킬창을 열었다.

'이걸 진짜 다 습득하는 날이 오네.'

언젠가는 습득할 것이라 생각하기는 했다.

그래도 꽤나 시간이 걸릴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워낙 많은 포인트를 필요로 했기에.

'독식한 게 컸어.'

만약 누군가와 함께했다면?

이렇게 빨리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강진석은 스킬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습득하던 중.

"...!"

강진석은 잠시 멈칫했다.

정신력이 순수하게 1000이 되었고 그 순간 찾아온 변화 때문이었다.

'역시.'

이내 강진석은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

250, 500 때와 같았다.

정신력이 대폭 늘어난 것, 그것이 끝이었다.

강진석은 다시 스킬을 습득하며 생각했다.

'다음은 2000일 것 같은데.'

250, 500, 1000.

2배씩 늘어나고 있으니 다음은 2000에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언제쯤 2000이 되려나?'

스킬 '정신력 220'이 마지막 능력치 패시브였다.

그리고 스킬 '정신력 220'을 최대 레벨까지 습득해도 순수 정신력은 1200이 되지 않는다.

즉, 순수 정신력 2000을 달성하는 데에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됐다.

.

.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이내 스킬 '정신력 220'을 끝으로 모든 정신력 라인 스킬을 습득한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보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다 배우면 뭐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예상과 달리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후련은 하네.'

강진석은 아쉬움을 떨쳐내고 정보창을 보았다.

힘 : 730(602+128)

민첩 : 730(602+128)

체력 : 731(603+128)

정신력 : 1277(1149+128)

순수 정신력 2000까지 남은 수치는 851.

'음식 말고는 올릴 방법이 없으려나?'

강진석은 어떻게 하면 빠르게 올릴 수 있을까 생각하며 스킬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스킬 '영혼 각성'을 보았다.

정신력 라인 스킬을 전부 습득해 스킬 '영혼 각성'을 습득할 수 있게 됐다.

'어떤 스킬일까.'

강진석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스킬 '영혼 각성'을 선택해 습득했다.

그리고 습득과 동시에 강진석은 눈을 감고 육체에 집중했다.

어떤 변화가 생길지 무척 기대됐다.

'...음?'

그러나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런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혹시 냉기 저항, 불 저항 같은 저항 스킬처럼 당장 변화를 느낄 수 없는 스킬인 것일까?

강진석은 아쉬운 표정으로 눈을 떴다.

"...!"

그리고 눈을 뜬 순간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메시지가 나타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킬 '영혼 각성'을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퀘스트 '영혼 각성'이 생성됐습니다.]

'...스킬 퀘스트?'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스킬 퀘스트 '영혼 각성'을 확인했다.

<영혼 각성>

조건을 충족하라!

[혼력 : 0%]

.

.

[생명의 물이 깃든 나뭇가지 : X]

퀘스트 보상 : 스킬 '영혼 각성' 1레벨 활성화

세계 침공자 처치 시 혼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동족 처치 시 혼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습득만 한다고 활성화되는 게 아니었구나?'

저항 스킬처럼 바로 확인이 되지 않는 스킬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보상을 보니 그게 아니었다.

애초에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였다.

'...혼력이라.'

첫 번째 조건인 '혼력'을 충족하는 방법은 단순했다.

세계 침공자를 죽이거나 동족 그러니까 같은 인간을 죽이면 된다.

'금방 오를 것 같지는 않은데.'

아직 확인해 본 것은 아니지만 100% 충족하기가 쉬울 것 같지는 않았다.

강진석은 이어 다음 조건을 확인했다.

그렇게 마지막 조건인 '생명의 물이 깃든 나뭇가지'까지 확인한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완료 조건은 혼력을 포함해 총 11가지였다.

그리고 혼력을 제외하고는 전부 '물품'이었다.

'상점에 다 판매하려나?'

10가지 중 4가지는 상점에서 본 적 있었다.

본 적 없는 나머지도 상점에서 판매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포인트가 문제인데....'

문제는 물품 구매에 필요한 포인트였다.

강진석은 남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8950만 2710]

'다 살 수 있을까?'

남은 포인트는 적지 않다.

그러나 구매에 필요한 포인트를 생각하면 부족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퀘스트 완료에 필요한 물품들은 하나하나가 비쌌다.

'1레벨에 이러면....'

그리고 이번만 퀘스트가 생성되는 것일까?

확실하지는 않지만 2레벨에도 퀘스트가 생성될 것이고 3레벨에도 생성될 것 같았다.

그리고 이번처럼 가치가 매우 높은 재료들을 요구할 것이다.

습득에 들어가는 포인트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재료까지 생각하니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영혼 각성의 스킬 정보를 확인했다.

<영혼 각성[패시브]>

영혼을 각성합니다.

최대 레벨 : 5

현재 레벨 : 1

필요 포인트 : 2억

'...2억.'

예상대로 필요 포인트가 2배로 늘어났다.

'이러면 진짜....'

3레벨은 4억일 것이고 4레벨은 8억, 최대 레벨인 5레벨은 16억 포인트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됐다.

'...그래도 혼자 다니면 수급량이 엄청나니까.'

강진석은 5구역에서 수급한 포인트를 생각하며 스킬창과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상점창을 열었다.

바로 그때였다.

[차가운 뿌리 부족의 대족장 메라키오가 본부를 이동합니다.]

[봉제산의 영역이 약화됩니다.]

.

.

"...?"

갑작스레 메시지가 나타났고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본부 이동?'

제152화

152.

충격적인 내용에 잘못 본 것인가 싶어 강진석은 다시 한번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러나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이래서 약화되는 거였나?'

봉제산의 영역 디버프가 왜 약화되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지금 궁금증이 해결됐다.

영역 디버프가 약해진 이유는 본부 이동 때문이었다.

'이걸 좋아해야 하나.'

강진석은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면 아쉬워해야 하나.'

본부 이동 때문에 변화한 것은 영역뿐만이 아니다.

봉제산에 있는 고블린의 수도 대거 줄었다.

즉, 혼력과 포인트 수급에 차질이 생겼다고 할 수 있었다.

'...봉제산만 있는 건 아니니까.'

이미 벌어진 일이다.

생각한다고 고블린들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혼력과 포인트 수급을 봉제산에서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근데 왜 갑자기 본부 이동을 한 거지?'

메시지를 꼼꼼히 확인했으나 본부 이동의 이유는 나와 있지 않았다.

그러나 차가운 뿌리 부족 2인자이자 대주술사인 밀보닐이 남은 것을 보면 모두가 납득할 만한 이유는 아닐 것이다.

'...어떤 이유든.'

강진석은 메시지에 대한 관심을 접었다.

그리고 다시 상점창으로 시선을 돌려 물품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음....'

물품을 검색하며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이내 검색을 마친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다 있긴 한데.'

다행히 10가지 전부 상점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문제는 필요 포인트였다.

예상대로 엄청난 포인트를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검색한 '생명의 물이 깃든 나뭇가지'의 경우 2000만 포인트를 요구했다.

문제는 생명의 물이 깃든 나뭇가지가 가장 저렴하다는 점이다.

'2억 6500만....'

계산해 보니 10가지 물품을 전부 구매하는데 2억 6500만 포인트가 필요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는 8950만으로 1억 7550만이나 더 필요했다.

'봉제산에서 수급이 가능할까?'

강진석은 봉제산을 떠올렸다.

고블린들이 대거 빠져나간 지금 봉제산에서 1억 7550만을 수급할 수 있을까?

'그래, 아무리 본부를 이동했다고 해도.'

2인자 대주술사 밀보닐이 남았다.

그리고 밀보닐을 따르는 이들도 남았다.

퀘스트까지 생각하면 1억 7550만 정도는 수급할 수 있을 것이다.

* * *

봉제산 메라키오의 거처.

"...진심이십니까?"

메라키오가 반대편에 앉아 있는 밀보닐에게 물었다.

"예, 저는 이번 제사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평소와 달리 밀보닐은 무척이나 진지하고 단호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리고...."

말끝을 흐린 밀보닐은 종이를 내밀었다.

그리고 스르륵 종이가 메라키오의 앞으로 날아가 안착했다.

메라키오는 고개를 내려 종이를 보았다.

-주술사장 미르카나

-직할 5정보단장 멜리온

.

.

종이에는 수많은 이들의 직위와 이름이 쓰여 있었다.

하나 같이 전부 밀보닐을 따르는 이들이었다.

밀보닐이 왜 갑자기 이런 종이를 내밀었을까?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스윽.

메라키오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밀보닐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밀보닐이 입을 열었다.

"따라 제사를 지내고 싶다고 하더군요."

예상대로였다.

종이에 적힌 이들은 밀보닐을 따라 봉제산에 남으려는 이들이었다.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본부 이동을 하려는 이유는 초월의 씨앗에게서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밀보닐은 초월의 씨앗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이번 기회에 정리하는 게 좋겠어.'

밀보닐을 따르는 이들은 언젠가 부족에 큰 해가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초월의 씨앗의 힘을 빌려 정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메라키오는 싱긋 웃으며 답했다.

"알겠습니다."

"...!"

밀보닐은 메라키오의 답에 흠칫했다.

이렇게 흔쾌히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밀보닐의 반응에 메라키오는 미소를 유지한 채 이어 말했다.

"더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없습니다."

"그럼 다음에 뵙지요. 바로 출발할 생각이라."

이미 본부 이동 준비가 끝났다.

밀보닐이 대화를 청하지 않았다면?

이미 이동했을 것이다.

"예, 다음에 뵙지요."

밀보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숙여 메라키오에게 인사한 뒤 거처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온 밀보닐은 대제단으로 향하며 힐끔 메라키오의 거처를 보았다.

'영혼 각성만 하면 초월의 씨앗이든 뭐든 상관없을 것을!'

성공적으로 제사가 끝나는 순간 밀보닐은 영혼을 각성할 수 있다.

그리고 영혼만 각성하면 초월의 씨앗을 죽일 수 있다.

'하기야 육체 제련을 한 대족장은 영혼 각성의 힘을 모르겠지.'

메라키오는 영혼 각성 대신 육체를 제련했다.

밀보닐처럼 주술을 다루는 이들에게 영혼 각성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잘 알지 못한다.

바로 그때였다.

스아아앗!

발밑에 거대한 마법진이 나타났다.

밀보닐은 당황하지 않았다.

마법진의 정체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본부 이동 마법이었다.

'뭐가 그리 급하다고.'

밀보닐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마법진에서 새어 나온 빛이 밀보닐의 발을 감쌌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함께 이동하게 될 것이다.

밀보닐은 기운을 방출해 빛을 흩었다.

이후에도 마법진에서는 계속해서 빛이 새어 나왔다.

그러나 밀보닐의 발을 감싸지는 않았다.

얼마 뒤 마법진이 사라졌다.

그리고 밀보닐은 느낄 수 있었다.

메라키오를 포함해 수많은 이들이 떠났음을.

* * *

우장산에 도착한 강진석은 봉제산을 보았다.

'크기는 그대로네?'

영역이 약화됐다.

그래서 당연히 크기도 줄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크기는 여전했다.

약해진 것은 디버프 수치뿐이었다.

'말씀하신 대로겠지?'

도합 600이었던 영역 디버프는 120으로 줄어들었다.

한지윤이 말한 대로다.

모든 능력치가 30씩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바로 가서 정리해도 되겠어.'

강진석은 곧장 봉제산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영역 앞에 도착했고 강진석은 일말의 멈칫거림도 없이 장막을 지나쳤다.

[던전 '봉제산'에 입장하셨습니다.]

[48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대제단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대주술사 밀보닐'이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밀보닐의 제사 저지'가 생성됐습니다.]

.

.

입장과 동시에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우선 '봉제산 생존자 구출'을 확인했다.

<봉제산 생존자 구출>

봉제산에는 수많은 이들이 감금되어 있었다.

제물로 바쳐질 동족을 구출하라!

[남은 생존자 : 11211]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밀보닐의 제사 저지' 실패 시 퀘스트 실패

퀘스트 실패 시 생존자 전원 사망

"...?"

퀘스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9811명이 아니야?'

한지윤은 분명 9811명이 감금되어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보다 1400명이나 많았다.

'6일 동안 1400명이나 죽은 건가....'

한지윤이 봉제산에 진입한 시점은 지금이 아니라 한참 뒤였다.

아무래도 그사이 희생당한 것 같았다.

'빨리 오길 잘했네.'

바로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강진석은 퀘스트 확인을 이어 나갔다.

이미 한지윤에게 모든 퀘스트를 들었다.

그러나 생존자의 수가 다르듯 무언가 달라졌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대주술사 밀보닐>

차가운 뿌리 부족의 본부 이동 때문에 봉제산의 1인자가 된 대주술사 밀보닐.

.

.

밀보닐을 처치하라!

[대주술사 밀보닐 : X]

퀘스트 보상 : ???

메인 퀘스트는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은 퀘스트 '대주술사 밀보닐'.

'이건 똑같네.'

퀘스트 '대주술사 밀보닐'의 경우 한지윤이 말한 것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았다.

이어 강진석은 '대주술사 밀보닐'과 마찬가지로 메인 퀘스트와 동급이라 할 수 있는 퀘스트 '밀보닐의 제사 저지'를 확인했다.

<밀보닐의 제사 저지>

밀보닐이 봉제산을 떠나지 않은 이유는 제사 때문이었다.

.

.

제단을 파괴하거나 혹은 재료를 빼돌리거나 혹은 제물을 구출해 제사를 저지하라!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실패 시 밀보닐이 영혼을 각성해 4차 제약 침공자가 됩니다.

"...!"

퀘스트를 확인하던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지윤에게 듣지 못한 새로운 내용이 쓰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내용은 말미에 나와 있는 정보였다.

'영혼 각성? 4차 제약 침공자?'

강진석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4차 제약 침공자들은 영혼 각성을 했다고 봐야 하나?'

영혼을 각성하면 4차 제약 침공자가 된다고 쓰여 있었다.

즉, 4차 제약의 조건 중 하나가 '영혼 각성'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면 메라키오는....'

강진석은 봉제산에서 사라진 메라키오를 떠올렸다.

메라키오는 4차 제약 침공자로 추정됐다.

그렇다면 이미 메라키오는 영혼을 각성한 것일까?

'아니지, 영혼 각성만 있는 건 아니니까.'

영혼 각성과 동급의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육체 제련이었다.

영혼 각성이 아니라 육체 제련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둘 다 한 건 아니겠지...?'

강진석은 불길한 표정으로 메라키오에 대한 생각을 접고 다시 퀘스트에 집중했다.

'방법이 다양하긴 한데....'

제사 저지 방법은 3가지였다.

제단 파괴, 재료 빼돌리기, 생존자 구출.

3가지 중 하나만 해도 제사를 저지할 수 있다.

'어차피 다 해야 하지 않나?'

물론 하나만 할 생각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제단 파괴 퀘스트가 존재했다.

제단은 제사 저지가 아니더라도 어차피 파괴해야 한다.

그리고 재료의 경우 전리품인데 당연히 수거해야 한다.

그냥 둘 이유가 없다.

생존자 구출은 두말할 필요 없다.

순서 차이가 있을 뿐 어차피 전부 해야 하는 것들이었다.

강진석은 계속해서 퀘스트를 확인했고 얼마 뒤 모든 퀘스트를 확인 후 퀘스트창을 닫았다.

'천천히 정리하면서 가는 게 좋을까?'

강진석은 고민했다.

'아니면 생존자 구출 먼저?'

꼼꼼히 청소하면서 올라갈지 아니면 우선적으로 생존자를 구출할지.

'...청소 먼저 하는 게 맞겠지?'

생존자들이 감금된 장소는 정상이었다.

물론 정상이라고 구출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구출 자체는 어렵지 않다.

퀘스트 '간수장 길리니스'에 따르면 감옥을 지키는 고블린은 다섯뿐이었다.

그것도 전부 일반 고블린이었다.

일반 고블린 다섯을 죽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구출하고 나서다.

청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구출하면 하산시킬 수가 없다.

수많은 고블린이 산 곳곳을 지키고 있을 것이기에.

그렇다고 정상에 가만히 두는 것도 위험하다.

정상에는 밀보닐을 포함한 네임드 고블린들이 많다.

생존자가 한둘도 아니고 1만이 넘는데 밀보닐 같은 네임드 고블린을 상대로 모든 생존자의 안위를 지킬 수 있을까?

강진석은 그럴 자신이 없었다.

'그래, 청소하면서 가자.'

아무리 봐도 아래에서 꼼꼼히 고블린들을 청소하며 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바로 근처에 있는 고블린 무리를 향해 이동했다.

그리고 도착과 동시에 바람 칼날을 발동했다.

휙! 휙! 휙!

바람 칼날은 눈 깜짝할 사이에 고블린 무리에게 도달했고 한 마리도 빠짐없이 전부 죽음을 맞이했다.

강진석은 바로 다음 고블린 무리에게 향했다.

그렇게 꼼꼼히 청소를 이어 나가던 중.

저벅!

강진석은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정상을 보았다.

밀보닐을 포함한 3차 제약 침공자들의 기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153화

153.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강진석은 집중했다.

그리고 얼마 뒤 안도했다.

한 마리도 빠짐없이 전부 제단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제단에서 방어하려는 것 같았다.

'다행이네.'

혹시나 감옥으로 가 생존자들을 죽이면 어쩌나 했는데 참으로 다행이었다.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다시 청소를 이어 나갔다.

그리고 꽤나 시간이 흐른 뒤 퀘스트창을 열었다.

확인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올랐으려나?'

바로 퀘스트 '영혼 각성'의 혼력이었다.

수많은 고블린을 잡았다.

얼마나 올랐을까?

<영혼 각성>

조건을 충족하라!

[혼력 : 1%]

.

.

[생명의 물이 깃든 나뭇가지 : X]

퀘스트 보상 : 스킬 '영혼 각성' 1레벨 활성화

세계 침공자 처치 시 혼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동족 처치 시 혼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확인과 동시에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1퍼?'

무척 당황스러웠다.

정말 많은 고블린을 죽였다.

심층 영역에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감지된 봉제산 고블린의 20%를 죽였다.

그런데 고작 1%라니?

'아무리 일반 고블린들이라 해도 너무 적은데?'

물론 죽인 고블린이 전부 일반 고블린이긴 했다.

2차 제약 침공자나 3차 제약 침공자는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20%를 처리했는데 1%라니?

'...밀보닐은 많이 오르겠지?'

3차 제약 침공자인 밀보닐은 봉제산의 보스가 됐다.

일반 고블린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혼력을 올려줄 것이다.

물론 이것도 추측이긴 했다.

'만약 다 똑같은 거면....'

강함에 상관없이 오르는 수치가 같을 수도 있다.

'...아니야, 그럴 리가.'

강진석은 부정했다.

전부 똑같이 오른다면 혼력 100%는 너무나 험난한 일이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러고는 다시 청소를 시작했다.

* * *

"...."

밀보닐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인상을 구긴 채 주변에 모여 있는 이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

"...."

밀보닐의 시선을 받는 이들 역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할 수 없었다.

지금 상황에 말을 꺼내면 불똥이 튈 것이 분명했기에.

그렇게 한없이 이어질 것 같던 정적을 깬 것은 밀보닐이었다.

밀보닐이 의자 팔걸이를 내리쳤다.

쾅! 쩌적!

굉음과 함께 팔걸이에 균열이 나타났다.

그러나 밀보닐은 팔걸이 상태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왜 말들이 없어!"

대신 분노 가득한 표정으로 짜증 가득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침입한 녀석을 죽이러 가겠다는 녀석이 어찌 하나도 없을 수 있냔 말이야!"

"...."

"...."

밀보닐의 호통에도 입을 여는 이는 없었다.

서로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침입한 이들이 몇이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그중 '초월의 씨앗'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초월의 씨앗을 직접 마주한 적은 없다.

그러나 정보는 숱하게 접했다.

거기다 초월의 씨앗 때문에 대족장인 메라키오가 본부를 이동했다.

4차 제약 침공자인 메라키오도 피한 초월의 씨앗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어찌 죽이러 가겠다고 나서겠는가?

밀보닐은 답답한 표정으로 생각했다.

'아직 제사까지 한참 남았거늘!'

최대한 시기를 앞당겼다.

그럼에도 제삿날까지 한참 남은 상태였다.

'진짜 초월의 씨앗이 있다면....'

밀보닐은 자신을 따라 봉제산에 남은 이들이 왜 침묵하는지 알고 있다.

모를 수가 없다.

밀보닐도 같은 이유로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 어찌 모르겠는가?

애초에 가서 처리하겠다고 누군가 나섰어도 말렸을 것이다.

밀보닐이 입을 다물자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이번에도 정적을 깬 것은 밀보닐이었다.

"...수호진을 발동할 것이야. 다들 준비하거라."

* * *

봉제산 1 감옥.

"...무슨 일일까요?"

"그러게요. 갑자기 왜 떠난 건지...."

조금 전 봉제산에 있던 고블린들이 대거 떠났다.

이유는 나와 있지 않았다.

"혹시 군대가 나타난 거 아닐까요?"

"그럴 가능성도 있네요. 겁먹고 도망친 거라면...."

"그, 그러면 저희 살 수 있는 거죠?"

한 사내의 말에 순간 정적이 찾아왔다.

그리고 하나, 둘 얼굴에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다시 웅성대기 시작했다.

"다행입니다. 포인트 다 떨어져서 죽는 줄 알았는데."

"보, 보급도 있겠죠?"

"언제쯤 오는 걸까요?"

그렇게 웅성거림이 점차 커지던 그때.

-키익!

-키이익!

팅! 팅!

간수 고블린들이 다가와 괴성을 내뱉으며 쇠창살을 두들겼다.

고블린들의 괴성에 웅성대던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눈을 내리깐 채 바닥을 바라보았다.

두 간수 고블린은 흡족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고블린들이 자리로 돌아가자, 다시 하나둘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용한 목소리로 소곤소곤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쾅! 쾅!

굉음과 함께 땅이 흔들렸고 이야기하던 이들은 전부 눈을 번뜩이며 바깥을 바라보았다.

-키익?

-키익?

간수 고블린들은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이더니 이내 지상으로 올라갔다.

"무, 무슨 일일까요?"

"전투가 벌어진 거 아닐까요?"

고블린들이 떠나자 사람들의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그리고 쇠창살에서 가장 가까이 있던 김우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난 김우정에게 시선이 쏠렸다.

김우정은 시선을 무시한 채 쇠창살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간수 고블린들이 올라간 계단을 빤히 바라보았다.

'제발....'

김우정은 계단을 바라보며 간절히 바랐다.

고블린이 아니라 사람이 나타나기를.

그도 그럴 것이 고블린이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고블린들이 승리했다는 뜻이었다.

저벅... 저벅....

이내 발소리가 들려왔다.

김우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곧 김우정의 시야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탄탄한 체격을 가지고 있는 젊은 사내였다.

김우정은 활짝 웃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어 당황했다.

'왜 이러지...?'

사내를 보니 마음이 편해졌다.

이상할 정도로.

그리고 어째서인지 항거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사내가 무슨 말을 하든 받아들여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내 사내가 쇠창살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순간 김우정의 머릿속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는 강진석이라고 합니다.]

김우정은 화들짝 놀라며 주변을 훑었다.

다른 이들 역시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모두의 머릿속에 울린 것이 분명했다.

김우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분위기에서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강진석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이어 계속해서 강진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헛."

"호, 혼자서 오셨다니."

이어진 강진석의 말에 몇몇 이들이 당황했다.

당연히 군대가 온 것이라 생각했다.

나타난 것은 강진석뿐이었지만 밖에 다른 이들이 더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봉제산에 온 것은 강진석 한 명뿐이었다.

'...근데 왜 불안하지 않지?'

김우정은 의아했다.

강진석 한 명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불안하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해결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말씀드린 곳에서 대기해 주세요! 물론 다른 곳으로 가셔도 됩니다. 이제 열어드리겠습니다.]

이내 강진석의 이야기가 끝났다.

그리고 강진석은 바로 쇠창살을 잡아 뜯었다.

쇠창살은 수수깡 부러지듯 뜯겨나갔고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김우정은 감옥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2 감옥의 쇠창살을 뜯어내는 강진석을 보며 생각했다.

'말씀하신 곳으로 가야겠지?'

강진석은 선택지를 줬다.

산 아래에 만들어 둔 안전 장소에서 대기해도 되지만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된다고.

그러나 돌아다니다 생기는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줄 수 없다고 했다.

'그래, 디버프 생각하면 말씀하신 곳으로 가는 게 맞아.'

어차피 감옥을 나서는 순간 디버프에 영향을 받는다.

영역을 벗어나기 전까지는 최저 능력치로 활동해야 할 것인데 안전 장소로 가는 게 맞다.

"어, 어떻게 하실 건가요들?"

"저분이 말씀하신 대로 안전 장소에 가는 게 좋을 것 같긴 한데...."

"바깥은 진짜 괜찮은 거겠죠?"

"그, 그렇지 않을까요?"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김우정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곧장 행동으로 옮겼다.

계단을 통해 감옥 밖으로 나온 순간 김우정은 몸이 무거워짐을 느꼈다.

그리고 메시지를 보았다.

[영역 효과로 인해 능력치가 최저치에 도달했습니다.]

[24시간 내 영역을 벗어나지 않으면 영구적으로 능력치가 일부 감소합니다.]

메시지를 본 김우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도착할 수 있겠지?'

* * *

"감사합니다!"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힘내세요!"

"조, 조심하세요!"

강진석은 자신에게 인사 후 하산하는 예비 길드원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뒤로 돌아섰다.

이제 남은 것은 대제단에 있는 고블린들뿐이었다.

'얼마나 있으려나?'

심층 영역 때문에 제대로 감지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밀보닐을 포함해 많은 이들이 대제단으로 향했고 남은 퀘스트의 숫자를 생각하면 영역 안에는 많은 고블린이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강진석은 걸음을 옮기며 퀘스트창을 열었다.

혼력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영혼 각성>

조건을 충족하라!

[혼력 : 13%]

.

.

[생명의 물이 깃든 나뭇가지 : X]

퀘스트 보상 : 스킬 '영혼 각성' 1레벨 활성화

세계 침공자 처치 시 혼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동족 처치 시 혼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다 채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다행히 고블린들의 수준에 따라 수집되는 혼력의 수치가 달랐다.

2차 제약 침공자인 대장급 고블린들은 일반 고블린들에 비해 확실히 많은 혼력을 제공했다.

즉, 밀보닐을 포함해 3차 제약 침공자들은 더 많은 혼력을 제공할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저벅!

강진석이 걸음을 멈췄다.

걸음을 멈춘 이유는 심층 영역 주변 변화 때문이었다.

심층 영역 겉에 새로운 장막이 생겨났다.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수호진이 발동됐습니다.]

[수호진 내 모든 고블린들의 방어력이 대폭 강화됩니다.]

[수호진과 관련된 모든 보상이 대폭 강화됩니다.]

[퀘스트 '수호진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수호진?'

메시지를 확인한 강진석은 바로 퀘스트 '수호진 파괴'를 확인했다.

<수호진 파괴>

대제단을 지키기 위해 밀보닐은 수호진을 발동했다.

수호 장막을 뚫고 수호진을 파괴하라!

퀘스트 보상 : ???

퀘스트를 통해 강진석은 심층 영역 겉에 생겨난 새로운 장막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수호 장막이라....'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러고는 속도를 높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심층 영역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강진석은 수호 장막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손을 뻗었다.

턱!

심층 영역은 그냥 지나치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수호 장막은 아니었다.

'진짜 뚫으라는 거구나?'

강진석은 퀘스트 '수호진 파괴'의 내용을 떠올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혼돈의 구를 엘리넨 지팡이로 변환 후 기운을 주입하며 수호 장막을 겨눴다.

'단단하긴 해도....'

수호 장막은 단단하다.

직접 타격해 부수기에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그러나 엘리넨 파괴 광선을 사용한다면?

단숨에 부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내 지팡이 끝에 보랏빛 구슬이 생성됐다.

스앗!

그리고 곧 광선이 방출됐고 순식간에 장막에 도달했다.

쾅! 쩌저적!

예상대로 폭발과 함께 수호 장막에 거대한 구멍이 났다.

'...음?'

그리고 강진석은 볼 수 있었다.

심층 영역 안쪽에 있는 수많은 고블린을.

하나 같이 전부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고블린들의 정체였다.

심층 영역 안이었지만 코앞이라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무척이나 강렬했다.

강진석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힐끔 메시지창을 보았다.

[차가운 뿌리 부족의 대주술사 밀보닐이 등장했습니다.]

[차가운 뿌리 부족의 주술사장 미르카나가 등장했습니다.]

.

.

[차가운 뿌리 부족의 직할 5정보단장 멜리온이 등장했습니다.]

제154화

154.

메시지를 통해 강진석은 고블린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예상대로 3차 제약 침공자들이었다.

강진석은 더할 나위 없이 활짝 웃었다.

중심 부근에서나 마주하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바로 만나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스윽.

강진석은 지팡이를 내렸다.

'제약 완화 시키고 잡는 게 좋겠지?'

파괴 광선을 재차 발동하지 않은 이유는 보상 때문이었다.

제약을 완화한 3차 제약 침공자들이 여럿 모이면 보상이 강화된다.

이미 수호진 때문에 보상이 한 번 강화된 상태였다.

여기서 한 번 더 보상이 강화된다면?

5구역 때와 비슷한 아니, 그보다 더 많은 보상을 얻을 수도 있다.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강진석이 다가오자 밀보닐을 포함한 3차 제약 침공자들은 뒤로 훌쩍 물러났다.

이내 강진석이 수호 장막의 구멍을 지나 심층 영역에 진입했다.

진입과 동시에 강진석은 심층 영역 내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와, 다르긴 하네.'

차가운 뿌리 부족의 제단을 수없이 보았다.

그런데 대제단은 앞서 본 제단과 비교할 수가 없었다.

무척이나 강렬한 기운을 내재하고 있었다.

'옆에는 재료 창고겠지?'

대제단 근처에서 강렬한 기운이 여럿 느껴졌다.

생명체가 아니다.

제사에 쓰이는 재료들을 모아둔 창고가 분명했다.

'생각 이상이네.'

평범한 재료는 아닐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운을 보니 제사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가치 높은 재료들이 쓰이는 것 같았다.

'혹시 영혼 각성 재료도 있으려나?'

일리가 없는 허무맹랑한 생각은 아니었다.

밀보닐은 제사가 끝나는 대로 영혼을 각성한다.

제사 재료에 영혼 각성 재료가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있었으면 좋겠네.'

만약 예상대로 진짜 있다면?

가장 저렴한 생명의 물이 깃든 나뭇가지만 해도 2000만 포인트다.

포인트를 대거 아낄 수 있을 것이다.

강진석은 기대감을 끌어올리며 전방에 있는 고블린 무리를 보았다.

밀보닐은 물론 한 마리도 빠짐없이 전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강진석은 혼돈의 구를 몽둥이로 변환했다.

굳이 파괴 광선을 사용하지 않고 몽둥이로 변환한 이유는 당연하게도 제약 완화를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강진석은 몽둥이에 기운을 주입한 채 고블린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 * *

"제사가 끝날 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주술사장 미르카나가 밀보닐에게 물었다.

밀보닐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미르카나를 보았다.

미르카나가 움찔했고 밀보닐은 다시 전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수호 장막이 뚫리겠느냐?"

수호진을 발동해 수호 장막이 생성됐다.

수호 장막의 방어력은 매우 강하다.

방어력만 강한 게 아니다.

재생력 또한 엄청나다.

수호진의 기운이 다하기 전까지 수호 장막은 끊임없이 재생된다.

물론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방어력을 뛰어넘는 공격력으로 단숨에 파괴할 경우 재생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정도 공격력은 이곳에 모인 이들이 전부 힘을 합쳐도 힘들다.

즉, 불가능하다고 봐야 했다.

수호 장막 확인을 마친 밀보닐은 돌아가기 위해 입을 열었다.

"이제 돌...."

그러나 밀보닐은 중간에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장막 밖에 나타난 한 인간 때문이었다.

안에서는 바깥이 선명히 보인다.

그러나 바깥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인간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수호 장막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수호 장막을 더듬거리더니 다시 거리를 벌렸다.

떠나는 게 아니었다.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린 인간은 이동을 멈췄다.

곧이어 인간이 들고 있던 수정구가 지팡이로 변했다.

밀보닐은 순간 불길함을 느꼈다.

그리고 인간이 지팡이를 들어 수호 장막을 겨눈 순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막아야 하나 생각을 하던 그때.

지팡이 끝에 보랏빛 구슬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 밀보닐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구슬에서 광선이 방출됐고 수호 장막에 작렬했다.

쾅!

그러자 폭음과 함께 수호 장막에 구멍이 났다.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구멍 때문에 전과 달리 인간 역시 밀보닐을 볼 수 있게 됐고 눈이 마주친 인간은 활짝 웃었다.

그리고 인간이 다가왔다.

밀보닐은 반사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이내 인간이 심층 영역 안으로 들어왔고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내 지팡이가 몽둥이로 변하더니 인간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다들 제약을 완화해!"

밀보닐은 다급히 외쳤다.

수호 장막을 단숨에 파괴할 정도의 괴물이다.

제약을 완화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결코 상대할 수 없다.

완화와 동시에 힘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밀보닐은 바로 마법을 시전했다.

스앗! 스앗!

허공에 2개의 마법진이 나타났다.

두 마법진의 색은 달랐다.

하나는 파란색이었고 하나는 초록색이었다.

이어 파란색 마법진에서는 한기를 가득 머금은 얼음 구체가.

초록색 마법진에서는 두터운 나무뿌리가 튀어나왔다.

얼음 구체와 나무뿌리는 당연히 인간에게 향했다.

밀보닐은 두 마법으로 인간을 죽이지는 못해도 저지할 수는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어진 상황은 밀보닐의 생각과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인간이 나무뿌리를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쾅!

그러자 폭음과 함께 나무뿌리가 그대로 파괴되어 사라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뒤이어 도착한 얼음 구체 역시 인간이 휘두른 몽둥이에 그대로 흩어져 사라졌다.

'이게 무슨!'

나무뿌리와 얼음 구체의 위력을 알고 있는 밀보닐은 지금 벌어진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생각보다 수준이 더 높다!'

제약을 완화한 상태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수준이 생각보다 높았다.

모두가 힘을 합쳐도 힘들 수 있다.

아니, 힘들 것이다.

'...써야 하는가.'

밀보닐은 주머니에 넣어둔 두 성물을 떠올렸다.

아무래도 인간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성물을 사용해야 할 것 같았다.

문제는 성물을 사용할 경우 제사에 지장이 생긴다는 점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빠르게 판단을 마친 밀보닐은 허리에 달려 있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성물 '델칸의 은장도'를 꺼냈다.

바로 그때였다.

인간의 몽둥이가 다시 지팡이로 변했다.

수호 장막을 단숨에 파괴했던 그 지팡이였다.

문제는 지팡이를 겨눈 방향이었다.

'이런!'

밀보닐은 자신에게 향한 지팡이를 보며 다급히 은장도에 기운을 주입 후 내장되어 있는 시조 델칸의 마법 중 하나를 발동했다.

쩌저적!

발동과 동시에 밀보닐의 앞에 반투명한 얼음벽이 생성됐다.

밀보닐은 다시 은장도에 기운을 주입하며 얼음벽 너머 인간의 지팡이를 보았다.

'막을 수 있겠지?'

수호 장막에 구멍이 날 정도로 인간의 마법은 강력했다.

그러나 얼음벽의 방어력은 수호 장막보다 훨씬 단단하다.

인간의 마법이 제아무리 강력해도 얼음벽을 뚫지는 못할 것이다.

'근데 표정이 왜....'

밀보닐은 미간을 찌푸렸다.

인간의 표정이 변했다.

탐욕으로 가득 찼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갑자기 왜 탐욕스런 얼굴을 지은 것일까?

바로 그때 인간의 지팡이에서 광선이 쏘아져 나왔다.

광선은 순식간에 얼음벽에 도달했고.

쾅!

폭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밀보닐은 경악했다.

뚫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얼음벽이 산산이 조각났기 때문이었다.

'어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수호 장막도 구멍이 나는 선에서 끝났다.

그런데 어찌 그보다 더 단단한 얼음벽이 산산이 조각난단 말인가?

그러나 밀보닐은 의문에 잠겨 있을 수 없었다.

전방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기운 때문이었다.

인간의 지팡이 끝에 보랏빛 구슬이 생성됐다.

'...연달아 사용할 수 있다고?'

보통 마법이 아니다.

그리고 수호 장막을 파괴 후 몽둥이로 변환했었다.

그래서 당연히 연달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럴 때가...!'

밀보닐은 재차 얼음벽을 만들어 냈다.

원래 공격을 하려 했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지금 상황에 공격을 하면 분명 죽는다.

쩌저적!

다시 얼음벽이 생성됐다.

그러나 주입된 기운이 처음보다 적어 얼음벽의 두께는 처음보다 얇았다.

막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선은 순식간에 새로이 생성된 얼음벽에 작렬했다.

전과 달리 폭발하지 않았다.

얼음벽의 방어력이 부족했던 것일까?

광선은 그대로 얼음벽을 뚫고 나왔다.

그리고 이어 밀보닐의 가슴에 작렬하며 폭발이 발생했다.

얼음벽 덕분에 광선의 폭발 역시 약해지긴 했다.

그러나 밀보닐은 알 수 있었다.

몸에 회생 불가능한 거대한 구멍이 뚫렸음을.

'제련과 각성도 하지 않고 어찌.'

인간은 육체 제련을 하지도, 영혼 각성을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것이 초월의 씨앗....'

지금 보니 영혼을 각성해도 상대하기 힘들 것 같았다.

메라키오가 어째서 급히 도망간 것인지 알 것 같았다.

'따라갔어야 했나.'

후회가 됐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시야가 흐릿해졌고 힘이 빠졌다.

그리고 서서히 몸이 넘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쿵!

이내 밀보닐이 바닥에 쓰러졌고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다.

'대, 대주술사님이!'

곁에서 모든 것을 본 주술사장 미르카나는 당황했다.

밀보닐의 오른팔인 미르카나는 밀보닐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밀보닐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바로 그때였다.

밀보닐의 육체가 빛나더니 사라졌다.

자리에 남은 것은 은장도와 아공간 주머니뿐이었다.

'...성물!'

미르카나의 눈에 탐욕이 가득 나타났다.

뒤이어 재빨리 손을 뻗었다.

그러나 미르카나의 손이 은장도와 주머니에 닿는 일은 없었다.

스앗!

누군가 앞에 나타났고 미르카나는 볼 수 있었다.

코앞에 다가온 몽둥이를.

* * *

쾅!

전리품에 손을 대려던 고블린을 몽둥이로 날린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힐끔 보았다.

[차가운 뿌리 부족의 대주술사 밀보닐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2100만 상승합니다.]

.

.

메시지를 확인한 강진석은 활짝 웃었다.

'보상 봐라....'

메라키오가 사라져 봉제산의 보스가 된 밀보닐의 보상은 어마어마했다.

절로 미소가 지어질 정도였다.

강진석은 이어 밀보닐이 남긴 두 물품 중 은장도를 보며 생각했다.

'보통 물건이 아닌 것 같은데.'

여태까지 보았던 그 어떤 물품보다 기운이 강렬했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대체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을까?

강진석은 우선 은장도를 쥐었다.

그 순간 수많은 정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와....'

강진석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기운이 워낙 강렬해 평범한 아티펙트는 아닐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성물이었어?'

은장도는 차가운 뿌리 부족의 성물 중 하나였다.

정식 명칭은 '델칸의 은장도'.

그리고 성물답게 수많은 기능이 내장되어 있었다.

패시브 스킬뿐만 아니라 액티브 스킬도 5개나 됐다.

'근데....'

강진석은 혼돈의 구를 보았다.

얼마 전 혼돈의 구에 저장한 '무라무라의 은장도'.

은장도에는 2개 스킬이 내장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두 스킬이 델칸의 은장도에도 내장되어 있었다.

'모조품이었구나?'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무라무라가 가지고 있던 은장도는 델칸의 은장도의 모조품으로 추정됐다.

'일단.'

강진석은 델칸의 은장도를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저장하고 싶었다.

하지만 성물인 만큼 어딘가에서 필요할 수 있다.

저장은 봉제산을 마무리 짓고 나서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이어 강진석은 주머니를 집었다.

"...!"

강진석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주머니는 아공간 아티펙트였다.

그리고 주머니를 집은 순간 보관되어 있는 수많은 물품이 느껴졌다.

아티펙트부터 재료까지 무척이나 다양했다.

물론 알 수 있는 것은 외형뿐이었다.

그러나 밀보닐이 소유하던 것이니 보통 물품들은 아닐 것이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주머니를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그리고 남은 3차 제약 침공자들을 보았다.

밀보닐의 죽음 때문일까?

아니면 성물을 빼앗겼기 때문일까?

3차 제약 침공자들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머뭇거리고 있었다.

강진석은 다시 몽둥이를 지팡이로 변환 후 몽둥이로 날린 고블린을 겨눴다.

그러고는 바로 엘리넨 파괴 광선을 발동했다.

스앗!

광선은 순식간에 고블린에게 도달했다.

쾅!

그리고 폭발과 함께 메시지가 나타났다.

[차가운 뿌리 부족의 주술사장 미르카나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1500만 상승합니다.]

.

.

제155화

155.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지팡이의 방향을 틀었다.

머뭇거리고 있던 고블린들은 미르카나의 죽음에 정신을 차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두가 같은 선택을 한 것은 아니다.

몇몇은 달려들었지만 몇몇은 도망을 쳤다.

강진석은 다가오는 고블린 중 하나에게 광선을 쏘았다.

쾅!

[차가운 뿌리 부족 직할 8수비단장 메시오드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1300만 상승합니다.]

.

.

고블린은 광선을 피하지 못했고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다.

강진석은 다음 고블린에게 광선을 방출하며 생각했다.

'이것도 진품이 존재할까?'

확실치 않지만 엘리넨 파괴 광선이 내장된 지팡이 역시 모조품으로 추정됐다.

델칸의 은장도처럼 예상대로 원본이 존재한다면?

'...대책 세워야겠네.'

3차 제약 침공자들도 맥없이 죽음을 맞이할 정도로 파괴 광선은 매우 강력했다.

원본을 가지고 있는 이를 마주하게 되면 아주 큰 위협이 될 것이다.

쾅! 쾅!

얼마 지나지 않아 달려든 3차 제약 침공자들이 전부 죽었다.

그리고 강진석은 초감각을 통해 도망친 3차 제약 침공자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제단에 뭐가 있나?'

사방으로 도망친 게 아니다.

전부 제단이 있는 방향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제단에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착 전에 잡으면 되니까.'

지금까지는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서 그리고 정신력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공간이동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보스 몬스터인 밀보닐도 잡았고 별거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부터는 공간이동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강진석은 아티펙트 수거를 하고 곧장 도망친 3차 제약 침공자들 앞쪽으로 공간이동을 했다.

-키, 키익?!

-키익!

도망치던 3차 제약 침공자들은 갑작스레 나타난 강진석을 보고 멈칫하며 괴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강진석은 그런 고블린들을 향해 지팡이를 겨눴다.

이어 지팡이에서 광선이 방출됐다.

머뭇거리고 있던 고블린들은 광선에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대상이 된 고블린은 몸을 날렸지만 이미 늦었다.

광선의 속도는 빨랐고 몸을 날리던 고블린에게 적중했다.

쾅!

[차가운 뿌리 부족 직할 5정보단장 멜리온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1400만 상승합니다.]

.

.

그렇게 폭음과 함께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강진석은 이어 계속해서 파괴 광선을 발동했고 발동될 때마다 한 마리씩 죽음을 맞이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고블린이 죽음을 맞이했고 전리품을 회수하며 강진석은 생각했다.

'본부 이동을 안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본부 이동 때문에 봉제산의 영역은 크게 약화됐고 메라키오를 포함해 수많은 고블린이 떠난 상태였다.

만약 영역도 그대로고 메라키오도 있었다면 지금과 상황이 얼마나 달라졌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큰 차이 없었으려나?'

차가운 뿌리 부족의 2인자인 밀보닐도 파괴 광선 두 번에 죽었다.

델칸의 아이스 월이 아니었다면?

한 방에 죽었을 것이다.

즉, 3차 제약 침공자는 더 이상 강진석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

본부 이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지금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내 전리품 수거를 마친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얼마나 올랐으려나.'

혼력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영혼 각성>

조건을 충족하라!

[혼력 : 82%]

.

.

[생명의 물이 깃든 나뭇가지 : X]

퀘스트 보상 : 스킬 '영혼 각성' 1레벨 활성화

세계 침공자 처치 시 혼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동족 처치 시 혼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으음....'

확인과 동시에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82%.

결코 적게 오른 게 아니다.

3차 제약 침공자는 정말 많은 혼력을 제공했다.

문제는 이제 봉제산에 3차 제약 침공자가 없다는 점이다.

심층 영역 내에는 아직 많은 고블린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2차 제약 침공자를 잡았을 때 수급된 혼력을 생각하면 남은 고블린을 전부 잡는다고 해도 18%를 채우는 것은 힘들 것 같았다.

아니, 같은 게 아니라 확실히 불가능하다.

'...근처에서 채우면 되니까.'

꼭 봉제산에서 채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러고는 가장 가까이 있는 고블린 무리에게 공간이동을 했다.

* * *

김우정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잘못 본 게 아닐까 눈을 비비고 다시 메시지를 확인했다.

[차가운 뿌리 부족의 대주술사 밀보닐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퀘스트 '대주술사 밀보닐'이 완료됐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기여도가 0입니다.]

[최소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2만 상승합니다.]

.

.

잘못 본 게 아니다.

메시지는 토씨 하나 변하지 않았다.

"와...."

김우정은 감탄을 내뱉었다.

봉제산의 새로운 보스 몬스터 밀보닐이 죽었다.

밀보닐의 죽음도 중요하긴 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바로 보상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포인트가 무려 2만이나 제공됐다.

김우정은 봉제산으로 잡혀 오기 전 밖에서 1주일을 버텼다.

버티는 동안 고블린도 3마리나 죽여봤다.

그래서 포인트 수급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었다.

이번에 제공된 2만 포인트는 믿기 힘들 정도로 큰 보상이었다.

'진석 님은 그러면 얼마나 받으셨을까?'

밀보닐을 죽인 것은 강진석이 분명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이들에게 주어진 보상이 2만 포인트다.

강진석은 대체 얼마나 많은 포인트를 받았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차가운 뿌리 부족의 주술사장 미르카나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퀘스트 '주술사장 미르카나'가 완료됐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기여도가 0입니다.]

[최소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1만 5000 상승합니다.]

.

.

추가로 메시지가 나타났다.

"...!"

메시지를 본 김우정은 경악했다.

밀보닐이 죽은 지 얼마나 됐다고 주술사장 미르카나까지 죽는단 말인가?

'1만 5000.'

최소 보상으로 1만 5000 포인트가 제공됐다.

밀보닐 때만큼은 아니지만 1만 5000 역시 결코 적은 포인트가 아니었다.

'근데....'

문득 든 생각에 김우정은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했다.

"미친."

"3만 5천...."

"이게 끝이 아닐 것 같은데."

"와...."

모두가 흥분해 있었다.

하기야 포인트가 총 3만 5000이나 올랐는데 흥분하는 게 당연했다.

거기다 상황을 보면 여기서 끝이 아닐 것이다.

퀘스트는 계속 완료될 것이고 포인트도 계속 제공될 것이다.

'...마음 바뀌는 건 아니겠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모두 강진석이 이끄는 길드에 가입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고 포인트를 대거 얻은 지금 마음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

김우정은 사람들의 반응을 주시했다.

그러고 얼마 뒤 김우정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 정도면 굳이 길드에 들어갈 필요 있을까요...?"

"그러게요. 이 정도 포인트면 우리끼리 뭉쳐도 충분할 것 같은데."

"꼭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시긴 했으니...."

예상대로 몇몇 사람들이 마음을 바꿔 먹었다.

그러나 이어진 상황에 김우정은 미간을 풀었다.

"그래도 가입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게 더 안전할 것 같은데."

"맞아요. 오히려 가입하는 게 더 안전할 듯요? 그리고 구해주셨는데 보답은 해야죠."

더 많은 이들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분위기로 반대 의견을 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었고 마음을 바꿔 먹었던 이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차가운 뿌리 부족 직할 8수비단장 메시오드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퀘스트 '직할 8수비단장 메시오드'가 완료됐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기여도가 0입니다.]

[최소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1만 2000 상승합니다.]

.

.

퀘스트 하나가 더 완료됐다.

이번 보상은 1만 2000 포인트였다.

김우정은 침을 꿀꺽 삼키며 남은 퀘스트를 확인했다.

그리고 얻게 될 포인트를 계산하며 생각했다.

'이 정도면 기존에 가입한 분들만큼은 아니어도 충분히 도움 되겠지?'

김우정의 인생 신념 중 하나가 '은혜는 배로 갚아라!'였다.

목숨을 구해준 강진석에게 김우정은 있는 힘껏 은혜를 갚을 생각이었다.

'그래, 내 직업이 좀 특별한 편이니까...!'

* * *

<영혼 각성>

조건을 충족하라!

[혼력 : 97%]

.

.

[생명의 물이 깃든 나뭇가지 : X]

퀘스트 보상 : 스킬 '영혼 각성' 1레벨 활성화

세계 침공자 처치 시 혼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동족 처치 시 혼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역시.'

모든 고블린을 처치했다.

예상대로 혼력은 충족되지 않았다.

조금 아쉬울 뿐이지 큰 문제는 아니었다.

주변에 있는 던전 한 곳만 청소해도 3%는 오를 것이기에.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이제 남은 것은 2가지였다.

첫 번째는 대제단 파괴.

두 번째는 대제단 근처에 있는 '재료 창고' 확인이었다.

'창고는 맞겠지?'

강진석의 추측일 뿐이다.

재료 창고가 아니라 전혀 다른 장소일 수도 있다.

강진석은 확인을 위해 공간이동을 했다.

그리고 도착과 동시에 강진석은 볼 수 있었다.

거대한 천막과 천막을 둘러싸고 있는 반투명한 장막을.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미간을 찌푸린 이유는 장막 때문이었다.

장막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 불길했다.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닐 것인데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기에.

강진석은 일단 확인을 위해 손가락으로 장막을 살짝 건드렸다.

그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성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저주를 무시합니다.]

'아.'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고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안도했다.

역시나 평범한 장막이 아니었다.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장막을 지나 천막 내부로 들어갔다.

저벅!

그리고 진입과 동시에 다시 강진석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내부에는 수많은 진열대가 있었다.

그리고 진열대에는 수많은 물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무기, 방어구 등 아티펙트는 물론 재료까지 무척이나 다양했다.

'...잠깐, 저거 설마?'

진열된 물품을 확인하던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 걸음을 옮겨 3번 진열대로 다가갔다.

저벅!

진열대 앞에 도착한 강진석은 곧장 손을 뻗어 나뭇가지를 집었다.

그 순간 나뭇가지의 정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진짜였어?'

나뭇가지의 정체는 '생명의 물이 깃든 나뭇가지'였다.

강진석은 나뭇가지를 바로 인벤토리에 보관하고 고개를 돌려 그 옆에 있는 물품을 보았다.

별 모양의 광석이었다.

퀘스트 '영혼 각성'의 재료이자 상점창에서 2500만 포인트에 판매되는 '별의 기운이 깃든 운석'과 생김새가 매우 흡사했다.

'설마 이것도...?'

강진석은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손을 뻗었다.

광석을 집자마자 머릿속에 정보가 떠올랐고 강진석은 싱긋 웃었다.

예상대로였다.

광석의 정체는 '별의 기운이 깃든 운석'이었다.

강진석은 나뭇가지와 운석 주변에 진열되어 있는 물품들을 스윽 훑었다.

전부 눈에 익었다.

싱긋 웃고 있던 강진석은 더할 나위 없이 활짝 웃었다.

제156화

156.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흡사하게 생긴 다른 물품일 수 있다.

강진석은 차근차근 확인을 시작했다.

다행히 그리고 예상대로 전부 퀘스트 '영혼 각성'의 재료들이었다.

강진석은 마지막 재료를 인벤토리에 보관하며 생각했다.

'포인트 굳었네.'

10가지 물품을 전부 상점창에서 구매하려면 2억 6500만 포인트가 필요하다.

그런데 구매할 필요가 없어졌다.

2억 6500만 포인트를 아끼게 된 것이다.

'이러면....'

강진석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4억 8900만 2710]

봉제산에는 여태껏 방문했던 그 어떤 곳보다 많은 3차 제약 침공자가 있었다.

거기다 제약 완화로 한 번, 수호진으로 한 번.

보상이 총 2번 강화됐다.

덕분에 강진석은 5구역 때보다 훨씬 많은 포인트를 수급할 수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직 대제단이 남아 있었다.

모든 퀘스트를 완료한다면?

보유 포인트는 5억이 훌쩍 넘어갈 것이다.

'바로 2레벨 갈까? 아니면 다른 라인 스킬 먼저?'

5억은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포인트였다.

영혼 각성 2레벨 습득도 가능하고 또는 힘, 민첩, 체력 라인 스킬 중 2가지를 습득할 수도 있다.

'...일단 영혼 각성 위력부터 확인하자.'

이제 퀘스트 '영혼 각성'의 남은 조건은 혼력뿐이다.

그마저도 3%만 올리면 된다.

영혼 각성이 어떤 스킬인지 확인하고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향후 성장에 대한 생각을 마친 강진석은 다시 진열된 물품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확인하는 강진석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진열된 물품들의 가치가 뛰어났다.

이내 모든 물품을 확인한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주머니를 하나 꺼냈다.

'이것도 확인해야지.'

밀보닐이 남긴 아공간 주머니였다.

주머니에는 수많은 물품이 보관되어 있었다.

창고가 있음에도 따로 가지고 다닌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어 더 기대됐다.

강진석은 주머니를 뒤집어 보관되어 있던 모든 물품을 쏟아냈다.

"...!"

그리고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델칸의 은장도와 비슷한 기운을 가진 물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강진석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검은색 나무 지팡이를 쥔 순간.

"...!"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델칸의 은장도와 기운이 비슷했다.

그래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검은색 나무 지팡이는 델칸의 은장도와 마찬가지로 차가운 뿌리 부족의 '성물'이었다.

정식 명칭은 '델칸의 지팡이'.

회복 관련 패시브 스킬이 여럿 내장되어 있었고 액티브 스킬은 4개 내장되어 있었다.

내장된 첫 번째 액티브 스킬은 '나무 골렘'.

두 번째는 '생명 나무', 세 번째는 '저주 나무', 네 번째는 '용기 나무'였다.

당연히 전부 앞에 델칸이 붙어 있었다.

'나무 골렘은 이해가 되는데....'

첫 번째 스킬인 '나무 골렘'은 보지 않아도 어떤 스킬인지 알 것 같았다.

그러나 세 나무 스킬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중에 확인해 봐야겠다.'

강진석은 인벤토리에 델칸의 지팡이를 보관했다.

그리고 고개를 내려 혼돈의 구를 보았다.

'근데 뭘 버리지?'

혼돈의 구에 저장할 수 있는 장비는 10개뿐이었다.

그리고 이미 전부 저장되어 있는 상태였다.

즉, 델칸의 지팡이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10개 중 무언가를 버려야 한다.

'그냥 쓸까?'

꼭 저장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저장하지 않고도 사용이 가능했다.

'아니야, 강화 생각하면.'

혼돈의 구에 저장할 경우 기능이 강화된다.

강화를 생각하면 저장하는 게 맞다.

'흠.'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으며 마저 물품 확인을 이어 나갔다.

'비슷하네.'

델칸의 지팡이 외 나머지는 창고에 보관된 것들과 큰 차이 없었다.

'어차피 나중에 정리해야 하니까.'

다시 주머니에 물품을 담으려던 강진석은 문득 든 생각에 그냥 밖으로 나왔다.

'뭘 버려야 할까....'

그리고 다시 혼돈의 구에 대한 고민을 하며 대제단으로 향했다.

저벅!

얼마 지나지 않아 대제단이 시야에 들어왔고 강진석은 걸음을 멈췄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강진석의 머릿속에는 혼돈의 구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대제단을 보게 된 순간 혼돈의 구에 대한 생각이 싹 사라졌다.

'...뭐 저리 커?'

대제단은 매우 컸다.

여태껏 마주한 그 어떤 제단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히 크기만 큰 게 아니다.

제단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어마어마했다.

기운을 보면 특별한 뭔가가 있을 것 같았다.

'가까이 가면 안 될 것 같네.'

느낌이 좋지 않았다.

다가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다행이야. 파괴 광선이 있어서.'

강진석은 혼돈의 구를 지팡이로 변환했다.

그러고는 기운을 주입하며 제단을 겨눴다.

스앗!

이내 지팡이에서 파괴 광선이 방출됐다.

파괴 광선은 순식간에 제단에 도달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스아악!

반투명한 파란색 장막이 나타났다.

제단을 둘러싼.

쾅!

그 위로 파괴 광선이 작렬했다.

쩌저적!

작렬한 부분에 균열이 나타났다.

그러나 당장 무너질 정도의 균열은 아니었다.

적어도 몇 번은 더 발동해야 뚫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어진 상황에 강진석은 파괴 광선을 발동할 수 없었다.

장막이 번쩍였다.

그리고 주변 바닥에서 얼음으로 만들어진 날카로운 창들이 우수수 솟아났다.

당연히 평범한 얼음 창이 아니다.

얼음 창에는 기운이 가득 담겨 있었다.

만약 가까이 다가간 상태였다면?

'꿰뚫리지는 않았겠지만....'

얼음 창은 분명 강력하다.

그러나 강진석의 육체를 뚫어낼 정도로 강하지는 않았다.

'계속 유지되는 건 아닌 것 같고.'

얼음 창에 담긴 기운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이내 기운이 바닥난 순간 얼음 창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자취를 감췄다.

강진석은 다시 파괴 광선을 발동했다.

쾅!

파괴 광선이 장막에 작렬했고 균열이 더 커졌다.

그리고 이번에도 장막이 번쩍이더니 얼음 창이 나타났다.

이미 얼음 창의 존재를 알고 있던 강진석은 별 관심을 주지 않고 재차 파괴 광선을 발동했다.

쾅! 쾅!

그렇게 파괴 광선이 계속해서 장막을 두들겼고.

쩌저적!

이내 장막이 파괴됐다.

장막이 파괴된 것이지 제단이 파괴된 것은 아니었다.

강진석은 제단을 향해 파괴 광선을 날리며 생각했다.

'이게 끝이려나?'

장막과 얼음 창이 끝이라고 하기에는 대제단의 기운이 너무 컸다.

무언가 더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쾅!

이내 제단에 파괴 광선이 작렬했고 해당 부분이 산산조각 났다.

그리고 제단 조각이 한 번 더 바스러지며 한기를 뿜어냈다.

쩌적! 쩌저적!

허공이 얼어붙을 정도로 극도로 강한 한기였다.

'이건 너무한 거 아냐?'

강진석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제단과 얼어붙은 허공을 보았다.

'근접은 어떻게 하라고?'

길드원 중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있는 이들은 매우 적다.

비율로 치면 20%도 되지 않는다.

거기다 강진석이야 파괴 광선의 파괴력이 워낙 강해 쉽게 파괴할 수 있지만 다른 길드원들의 원거리 공격으로는 제단에 흠집도 내기 힘들 것 같았다.

무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는 했지만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진석은 파괴 광선을 계속해서 날리기 시작했다.

제단이 파괴될 때마다 극한의 한기가 발생했지만 상관없었다.

멀찍이 떨어져 영향권 밖에 있었기에.

얼마 뒤 제단이 완전히 무너졌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대제단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

.

예상대로 보상이 어마어마했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음?'

메시지를 확인하던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입가에 가득했던 웃음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의아함이 대신했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길드 훈련장이 활성화됐습니다.]

강진석에게 의아함을 안겨 준 메시지는 바로 길드 훈련장이었다.

[훈련 던전 '봉제산(대제단)'이 추가됩니다.]

[훈련 던전 '봉제산(중턱)'이 추가됩니다.]

[훈련 던전 '봉제산(입구)'가 추가됩니다.]

.

.

메시지를 확인한 강진석은 바로 길드 관리창을 열었다.

그리고 새로 생긴 버튼 길드 훈련장을 눌렀다.

길드 훈련장을 누른 순간.

'아.'

훈련장에 대한 모든 정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와....'

그리고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성장 걱정은 안 해도 되겠는데...?'

강진석은 주변에 잡을 몬스터가 부족해 길드원들의 성장이 막히거나 더뎌지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훈련 던전을 통해 성장시키면 된다.

'근데 이러면 봉제산은 훈련장으로 개발해야겠네.'

아쉽게도 훈련 던전은 관련 지역에만 설치가 가능했다.

즉, 다른 곳에는 봉제산 훈련 던전을 만들 수 없다.

물론 다른 곳에 훈련 던전을 아예 설치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훈련장이 활성화되면서 개발,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이 대거 생겼다.

그중에는 어디에나 설치가 가능한 일반 훈련 던전도 존재했다.

'일단 기본은 개발해야겠지?'

강진석은 일반 훈련 던전 개발을 시작했다.

그러고는 사라진 봉제산의 영역을 다시 활성화 후 강화했다.

마지막으로 입장 권한까지 설정을 마친 강진석은 산 아래 만들어 둔 안전 장소를 확인하며 생각했다.

'몇 분이나 가입하려나?'

봉제산에서 구출한 생존자는 1만 하고도 1211명이었다.

강진석은 구출할 때 생존자들에게 길드 가입 권유를 했었다.

당연히 강제하지는 않았다.

전부 가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발산역 구출 때를 생각하면 많은 이들이 가입할 것이다.

'근데 맡기고 가는 게 맞나...?'

강진석은 간부들에게 면접을 맡기고 주변 청소를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생존자 수를 보니 맡기고 떠나는 게 맞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그래, 어차피 나 하나 추가된다고 크게 단축되는 것도 아니고, 청소하는 게 더 나아.'

미래를 생각하면 면접 볼 시간에 주변 청소를 하는 게 낫다.

생각을 마친 강진석은 안전 장소로 공간이동을 했다.

* * *

"특수 직업 분들은 따로 취합해서 보고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한지윤의 답을 끝으로 대화를 마친 강진석은 간부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그럼 면접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텔레파시로 감사를 표한 뒤 강진석은 곧장 임시 면접장을 벗어났다.

그리고 우장산역으로 재차 공간이동을 한 강진석은 계단을 통해 내려가며 생각했다.

'간부 기준을 좀 낮춰야 하나?'

간부를 계속 뽑고 있었다.

그러나 길드원이 너무 많아 간부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다.

기준을 낮춰서라도 간부를 더 뽑아야 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고민하며 장막을 지나 역으로 진입한 순간.

"...?"

강진석은 고민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고민을 멈춘 강진석의 표정에 의아함이 가득 나타났다.

그리고 의아함은 곧 당황으로 바뀌었다.

강진석이 당황한 이유는 던전 퀘스트 때문이었다.

[던전 '등촌역'에 입장하셨습니다.]

[24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우장산역 탈환'이 생성됐습니다.]

퀘스트가 2개밖에 생성되지 않았다.

'이게 뭔....'

제157화

157.

이해가 가지 않았다.

보스 퀘스트나 청소 퀘스트는 어디 간 것일까?

'설마 생성됐는데 메시지가 누락됐나?'

말도 안 되는 생각이란 것을 안다.

그럼에도 강진석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퀘스트창을 열었다.

당연히 그 어디에도 보스 퀘스트나 청소 퀘스트는 보이지 않았다.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본부 이동 때문인가....'

아무리 봐도 퀘스트가 2개만 생성된 것은 본부 이동과 관련 있는 것 같았다.

그게 아니고서야 지금 상황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바로 확인하고 싶었는데....'

우장산역에서 남은 혼력 3%를 수집하려 했다.

그런데 고블린들이 싹 사라졌다.

그리고 제단은 혼력을 제공하지 않는다.

'에휴.'

강진석은 속으로 한숨을 내뱉으며 안전 구역을 나섰다.

그리고 초감각으로 지하 1층을 살폈다.

'급하게도 도망갔네....'

장비나 재료 같은 것들이 군데군데 남아 있기는 했지만 그뿐이다.

생명체는 개미 한 마리 감지되지 않았다.

강진석은 곧장 공간이동을 통해 지하 2층 계단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지하 2층으로 내려가며 생각했다.

'다 빠진 건 아니겠지...?'

우장산역만 빠져나간 것이면 다행이다.

그러나 우장산역뿐만 아니라 인근에 있는 모든 차가운 뿌리 부족 고블린들이 빠져나간 것이라면?

순간 걱정이 됐다.

그러나 말 그대로 순간이었다.

'...고블린들만 있는 건 아니니까.'

생각해 보니 꼭 고블린을 잡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크나 리자드맨, 엘프들도 혼력을 제공한다.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지하 2층을 살폈다.

1층과 같았다.

역시나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고 특별한 것도 보이지 않았다.

강진석은 바로 제단 심층 영역 앞으로 공간이동을 했다.

그리고 혼돈의 구를 지팡이로 변환하며 제단으로 향했다.

제단 앞에 도착한 강진석은 연달아 파괴 광선을 날렸다.

쾅! 쾅!

대제단과 달리 기본 제단은 두 방 만에 완전히 무너졌고.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

.

그렇게 우장산역의 탈환이 끝났다.

강진석은 바로 관리창을 열어 기본 설정을 마쳤다.

그리고 곧장 우장산역 밖으로 나와 화곡역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화곡역에는 있었으면 좋겠는데....'

부디 우장산역만 사라진 것이길, 화곡역에는 고블린들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강진석은 화곡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강진석의 바람은 산산이 조각났다.

[던전 '화곡역'에 입장하셨습니다.]

[24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화곡역 탈환'이 생성됐습니다.]

이번에도 던전 퀘스트는 2개뿐이었다.

강진석은 바로 안전 구역을 벗어나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초감각을 통해 탐색을 마친 강진석은 우장산역 때처럼 지하 2층으로 향했다.

당연히 지하 2층 역시 아무것도 없었고 강진석은 바로 제단을 파괴했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

.

그렇게 화곡역이 요새화됐고 강진석은 관리창을 열어 기본 설정을 하며 생각했다.

'까치산역에도 없을 것 같은데.'

화곡역에 진입하기 전 강진석은 초감각으로 까치산역 부근을 감지할 수 있었다.

까치산역 부근은 매우 깨끗했다.

숨어 있는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생명체가 없었다.

까치산역마저 없다면 강서구에서 완전히 철수했다고 봐야 했다.

'일단 싹 확인해 보자.'

* * *

양천구 남서쪽, 구로구 북서쪽에 위치한 매봉산.

차가운 뿌리 부족의 새로운 본부가 된 매봉산에는 현재 수많은 고블린이 분주히 움직이며 공사를 하고 있었다.

공사를 지켜보던 메라키오는 쓴웃음을 지었다.

조금 전 까치산역의 영역 상징이 파괴됐기 때문이었다.

물론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었다.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전 봉제산의 영역 상징이 파괴됐다.

영역 상징이 파괴됐다는 것은 밀보닐을 포함해 함께 남았던 이들이 전부 당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봉제산도 당했는데 다른 곳은 어떻겠는가?

'전부 데리고 오길 잘했어.'

물론 조금 전 파괴된 까치산역도 그렇고 직전에 파괴된 화곡역도 그렇고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메라키오는 밀보닐이 당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했다.

그냥 내버려 두면 주변에 자리 잡은 부족원들이 죽을 것이 뻔했기에 챙길 수 있는 것만 챙겨 전부 매봉산으로 데리고 왔다.

즉, 지키는 이가 없어 봉제산이 무너지지 않았더라도 결국 무너지긴 했을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준비됐습니다. 바로 시작하시겠습니까?"

메타킨이 다가와 말했다.

"그래, 가자꾸나."

메라키오는 앞장서 제단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던전 '강서농산물 도매시장'에 입장하셨습니다.]

[24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강서농산물 도매시장 탈환'이 생성됐습니다.]

"...."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진짜 다 빠졌을 줄이야....'

강서농산물 도매시장은 강서구에 남은 차가운 뿌리 부족의 마지막 던전이었다.

화곡역이 텅 빈 것을 마주했을 때 혹시 강서구에서 완전히 발을 뺀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진짜였다.

차가운 뿌리 부족은 강서구에서 완전히 발을 뺐다.

강서구 내 던전에 남아 있는 것은 차가운 뿌리 부족의 영역 상징인 '제단'뿐이었다.

놀라운 것은 강서구 남쪽에 위치한 양천구에는 고블린들이 득실득실하다는 점이었다.

'내가 가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강서구에는 없고 양천구에는 가득하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차가운 뿌리 부족이 2차 제약 조기 해제 조건에 대해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근데 양천구는 조기 해제 안 되는 거 아닌가?'

얼마 전 탈환했던 신목동역.

신목동역은 양천구에 속한 곳이었다.

그러나 신목동역에 갔을 때 영등포구와 달리 조기 해제 경고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양천구에 진입해도 조기 해제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해제된다고 해도....'

만에 하나 해제된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강서구는 이미 2차 제약이 해제된 상태였다.

거기다 봉제산에 차가운 뿌리 부족의 본부도 있었다.

그럼에도 별 위험이 없었다.

오히려 차가운 뿌리 부족이 본부를 옮기는 상황이 발생했다.

양천구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았다.

'바로 넘어갈까? 아니면 오크랑 리자드맨 정리부터?'

강진석은 향후 계획에 대해 고민하며 강서농산물 도매시장의 제단이 위치한 3층으로 공간이동했다.

그러고는 제단으로 향하며 퀘스트창을 열었다.

<찬란한 그날의 영광을(1)>

아래 조건을 충족하라!

[영역 상징 파괴 : 19 / 20]

[3차 제약 침공자 : 10 / 10]

퀘스트 보상 : 찬란한 방패 강화

완료 시 퀘스트 '찬란한 그날의 영광을(2)'이 생성됩니다.

완료 시 퀘스트 '혼돈의 구(1)'가 생성됩니다.

곳곳을 돌아다니며 영역 상징을 파괴했다.

덕분에 이제 하나만 더 파괴하면 모든 조건이 충족된다.

'어떨까.'

기대가 됐다.

찬란한 방패는 대체 어떻게 강화가 될까?

그리고 다음 해방 퀘스트는 어떨까?

혼돈의 구 해방 퀘스트는?

생각을 하면 할수록 기대감이 커졌다.

이내 제단 근처에 도착한 강진석은 혼돈의 구를 지팡이로 변환했다.

그리고 제단을 향해 바로 파괴 광선을 발동했다.

쾅! 쾅!

파괴 광선 두 번에 제단이 완전히 무너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

.

이전과 메시지가 똑같음을 확인한 강진석은 다시 퀘스트창을 보았다.

완료 버튼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강진석은 숨을 한 번 고르고 버튼을 클릭했다.

[해방 퀘스트 '찬란한 그날의 영광을(1)'을 완료하셨습니다.]

[찬란한 방패가 강화됩니다.]

[해방 퀘스트 '찬란한 그날의 영광을(2)'이 생성됐습니다.]

[해방 퀘스트 '혼돈의 구(1)'가 생성됐습니다.]

메시지를 빠르게 훑고 강진석은 찬란한 방패에 집중했다.

그리고 머릿속에 찬란한 방패가 어떻게 강화됐는지 떠올랐다.

'...!'

강진석은 놀란 얼굴로 찬란한 방패를 보았다.

달라진 부분은 2가지였다.

첫 번째로 그렇지 않아도 단단했던 방어력이 더욱 강해졌다.

그리고 두 번째로 찬란한 방패가 성장할 수 있게 됐다.

'...성장형이었구나?'

성장 방법은 단순했다.

혼돈의 구에 장비를 저장할 때와 같다.

찬란한 방패에 흡수시키면 된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장비만 저장할 수 있는 혼돈의 구와 달리 찬란한 방패는 아티펙트든 재료든 모든 것을 다 흡수한다는 점이다.

'얼마나 좋아지려나?'

흡수하는 물품에 따라 성장이 달라진다.

당장 확인하고 싶었지만 일단 그전에 확인할 것이 있었다.

완료와 동시에 생긴 두 해방 퀘스트였다.

<찬란한 그날의 영광을(2)>

아래 조건을 충족하라!

[영역 상징 파괴 : 0 / 10]

[4차 제약 침공자 : 0 / 1]

퀘스트 보상 : 찬란한 방패 강화

완료 시 퀘스트 '찬란한 그날의 영광을(3)'이 생성됩니다.

'음....'

강진석은 침음을 내뱉었다.

첫 번째 퀘스트보다 숫자 자체는 확실히 줄었다.

영역 상징 파괴는 20개에서 10개로, 침공자 사냥도 10마리에서 1마리로 줄었다.

문제는 사냥해야 할 침공자가 3차 제약 침공자가 아닌 4차 제약 침공자라는 점이었다.

'메라키오 잡으면 딱 완료 할 수 있겠네.'

강진석은 이어 혼돈의 구 해방 퀘스트를 확인했다.

"...?"

그리고 확인과 동시에 강진석의 얼굴에 물음표가 가득 나타났다.

<혼돈의 구(1)>

아래 조건을 충족하라!

[영혼 각성 1레벨 : X]

[육체 제련 1레벨 : X]

.

.

[알칸데움 : 0 / 500g]

퀘스트 보상 : 혼돈의 구 강화

완료 시 퀘스트 '혼돈의 구(2)'가 생성됩니다.

'이게 뭔....'

혼돈의 구의 완료 조건은 찬란한 방패와 비교하는 게 민망할 정도로 차이가 났다.

찬란한 방패의 10배로 무려 20개나 됐다.

물론 첫 번째 조건과 두 번째 조건을 제외한 나머지 18가지는 재료였다.

그러나 첫 번째 조건이 영혼 각성이고 두 번째 조건이 육체 제련이다.

재료 역시 평범한 것들은 아닐 것이다.

강진석은 상점창을 열었다.

재료의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

검색을 시작한 강진석은 말을 잃었다.

'4000만... 5500만....'

예상대로 평범한 것들이 아니었다.

하나하나가 매우 비쌌다.

영혼 각성에 필요한 재료들보다도 훨씬.

문제는 단순히 비싸기만 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없어?'

없는 게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상점창에서 판매하지 않는 물품도 있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보다가 고개를 내려 혼돈의 구를 보았다.

'대체 여기서 얼마나 더 좋아지려고....'

조건을 보면 혼돈의 구는 지금보다 훨씬 강력해질 것이다.

지금도 엄청난데 여기서 어떻게 더 강력해지는 것일까?

상상을 하던 강진석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혼돈의 구와 찬란한 방패를 보며 생각했다.

'강화해야 상대할 수 있는 존재도 있는 걸까?'

제158화

158.

지금도 3차 제약 침공자까지는 별 힘들이지 않고 잡을 수 있다.

4차 제약 침공자는 만나 본 적 없지만 그래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즉, 굳이 강화하지 않아도 큰 문제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괜히 강화가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 상태로는 힘든, 더 강해져야 잡을 수 있는 존재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 방화역이 제일 난도가 낮다고 하셨으니까.'

한지윤이 말해줬다.

곳곳을 돌아다닌 결과 방화역이 제일 안전하고 몬스터들이 약했다고.

즉, 방화역을 기준으로 인근에 있는 차가운 뿌리 부족, 전쟁 바람 부족, 오르드 부족.

세 부족은 침공자 중 약한 편일 가능성이 높았다.

강진석은 현재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강해지기 위해 더 노력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길드 관리창을 열어 요새가 된 강서농산물 도매시장의 기본 설정을 마친 뒤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어디로 갈까.'

지금 중요한 것은 혼력이었다.

혼력을 수급할 수 있는 곳은 현재 총 네 곳이었다.

첫 번째는 차가운 뿌리 부족 고블린들이 있는 양천구였다.

두 번째는 도매시장 바로 옆에 있는, 전쟁 바람 부족 오크들의 거점으로 추정되는 김포공항 일대였다.

세 번째는 전쟁 바람 부족의 거점이 확실한 개화역이었고 네 번째는 오르드 부족이 있는 한강이었다.

'...그래, 일단 차가운 뿌리 부족부터 마무리 짓자.'

고민 끝에 강진석은 양천구를 선택했다.

양천구를 선택한 이유는 차가운 뿌리 부족과의 전쟁이 끝나지 않았는데 다른 몬스터들을 자극하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이유가 하나뿐인 것은 아니다.

'조기 해제도 궁금하고.'

신목동역 때 어째서 경고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은 것인지, 양천구는 진짜로 2차 제약이 조기 해제되지 않는 것인지 확인하고 싶기도 했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바로 영역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양천구를 향해 이동하며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성물 확인을 안 했네.'

인벤토리에는 현재 차가운 뿌리 부족의 성물인 '델칸의 은장도'와 '델칸의 지팡이'가 보관되어 있었다.

차가운 뿌리 부족의 철수를 확인하느라 아직도 내장 스킬을 확인하지 않았다.

강진석은 확인을 위해 델칸의 지팡이를 꺼냈다.

'어떤 스킬이려나.'

델칸의 지팡이에 내장된 액티브 스킬은 나무 골렘, 생명 나무, 저주 나무, 용기 나무로 총 4개였다.

나무 골렘은 어떤 스킬인지 이해가 됐다.

스톤 골렘, 아이언 골렘과 마찬가지로 '나무'로 만들어진 골렘이 분명했다.

궁금한 것은 나머지 스킬들이었다.

강진석은 지팡이에 기운을 주입하며 의지 발현을 통해 '생명 나무'를 시전했다.

스아앗!

그러자 강진석의 앞에 마법진이 나타나더니 이내 마법진에서 거대한 나무가 솟아올랐다.

나무에서는 강렬한 활력이 느껴졌다.

그러나 강진석은 나무를 바라보지 않았다.

관심을 줄 수가 없었다.

그토록 궁금했던 나무인데 관심을 주지 않는 이유는 스킬을 시전한 순간 지팡이에서 뿜어져 나온 정체불명의 기운 때문이었다.

정체불명의 기운은 강진석의 손을 파고들기 위해 맹렬히 움직이고 있었다.

항상 기운을 몸에 두르고 있었기에 기운이 육체 안으로 파고드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만에 하나 기운을 두르고 있지 않았다면?

정체불명의 기운이 육체로 파고들었다면?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델칸의 생명 나무가 활력을 뿜어냅니다.]

[모든 회복 효과가 크게 증가합니다.]

[상처가 빠르게 치유됩니다.]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생명 나무의 효과였다.

그리고 그 뒤에 정체불명의 기운에 대한 메시지가 있었다.

[델칸의 마법을 사용하셨습니다.]

[차가운 뿌리 부족의 피가 흐르지 않습니다.]

[델칸의 저주가 깃들려 합니다.]

정체불명의 기운은 바로 델칸의 저주였다.

'...뭐지?'

당황스러웠다.

저주가 발생한 이유는 델칸의 마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진석은 여태껏 수없이 델칸의 마법을 사용했다.

이전에는 저주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제와서 저주가 발생한단 말인가?

'...설마 성물이 아니라 혼돈의 구로 사용해서?'

차이점은 하나였다.

이번에는 성물을 통해 직접 발동했고 이전에는 혼돈의 구에 저장해 발동했다.

'그런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혼돈의 구 때문이 분명했다.

그것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 정체불명의 기운이 약화되기 시작했고 이내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델칸의 저주가 소멸합니다.]

메시지를 통해 저주가 소멸했음을 확인한 강진석은 나무를 보았다.

'일단 신경 쓸 필요는 없겠네.'

그리고 이어 '저주 나무'를 시전했다.

스아앗!

저주 나무를 시전하자마자 생명 나무 밑에 마법진이 나타났다.

이어 생명 나무의 나뭇잎들이 바스러져 사라졌다.

그리고 완연한 갈색이었던 나무가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색만 바뀌는 게 아니었다.

성인 남성 여럿이 둘러싸야 할 정도로 두꺼웠던 둘레가 순식간에 앙상해졌다.

그리고 나무가 뿜어내던 활력 역시 사라졌고 그 자리를 스산함이 차지했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확인했다.

[델칸의 저주 나무가 당신의 적에게 저주를 부여합니다.]

저주 나무의 효과는 예상했던 대로 '저주 부여'였다.

[델칸의 마법을 사용하셨습니다.]

[차가운 뿌리 부족의 피가 흐르지 않습니다.]

[델칸의 저주가 깃들려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당연히 델칸의 저주가 발동됐다.

그러나 강진석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알아서 소멸할 것이기에.

강진석은 이어 용기 나무를 소환했다.

[델칸의 용기 나무가 아군의 저항력을 올려줍니다.]

.

.

'오.'

용기 나무의 효과를 확인한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그렇지 않아도 길드원들의 저항력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얼마나 올려주는지는 나와 있지 않았다.

그러나 델칸의 스킬들이 하나 같이 강력했던 것을 생각하면 적지 않게 올려줄 것이다.

'지속 시간도 3시간이니까, 소환해 놓고 가면 되겠네.'

나무의 지속 시간은 3시간이었다.

거기다 거리도 상관없다.

소환하고 다른 곳으로 가더라도 나무는 사라지지 않는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나무를 회수했다.

그리고 다시 양천구를 향해 이동하며 혼돈의 구를 보았다.

'강화하면 어떻게 될까?'

원래는 바로 저장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성물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전쟁이 끝난 뒤 저장하기로 했다.

당장 확인할 수 없어 더 궁금해졌다.

과연 혼돈의 구에 성물을 저장하면 어떻게 강화가 될까?

그렇게 생각에 잠긴 채 이동하던 강진석은 양천구에 도착했다.

도착과 동시에 강진석은 생각을 끝내며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경고 메시지는 물론 아무런 메시지도 나타나지 않았다.

'진짜 조기 해제가 안 되는 건가?'

솔직히 이번에는 경고 메시지가 나올 줄 알았다.

'잘됐네.'

강진석은 혼돈의 구에 기운을 주입하며 근처에 있는 고블린 무리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 * *

스걱! 스걱! 스걱!

고블린들이 바람 칼날에 양단됐다.

스아앗! 스아앗! 스아앗!

양단된 고블린들은 빛과 함께 사라졌고.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모든 조건이 충족됐습니다.]

"...!"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시지의 등장이었다.

강진석은 마저 주변에 있는 고블린들에게 바람 칼날을 날린 뒤 퀘스트창을 열었다.

<영혼 각성>

조건을 충족하라!

[혼력 : 100%]

.

.

[생명의 물이 깃든 나뭇가지 : O]

퀘스트 보상 : 스킬 '영혼 각성' 1레벨 활성화

세계 침공자 처치 시 혼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동족 처치 시 혼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드디어!'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드디어 모든 조건을 충족했다.

이제 완료 버튼만 누르면 된다.

강진석은 빤히 퀘스트를 바라보다가 퀘스트창을 닫았다.

'여기서 할 수는 없지.'

예전 육체가 재구성됐을 때 무방비 상태에 빠졌었다.

영혼 각성이 활성화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무방비 상태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강진석은 안전한 곳에서 영혼 각성을 활성화할 생각이었다.

강진석은 초감각에 감지된 수많은 고블린을 뒤로하고 공간이동을 통해 양천구를 벗어났다.

그리고 연달아 공간이동을 사용해 요새가 된 도매시장에 도착 후 다시 퀘스트창을 열었다.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키며 완료 버튼을 클릭했다.

[스킬 퀘스트 '영혼 각성'을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영혼 각성'이 활성화됩니다.]

.

.

완료와 동시에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러나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지 않았다.

영혼 각성이 활성화되며 찾아온 변화 때문이었다.

변화는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개안이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변했다.

초감각 때 이미 시야가 변하긴 했다.

그러나 그때와는 비교할 수가 없다.

전보다 시야가 더 넓어졌고 볼 수 없던 것들까지 보였다.

두 번째는 충만이었다.

활성화 전에도 이미 강진석은 기운이나 정신력이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몸에 힘이 넘쳤고 정신은 또렷했다.

그러나 영혼 각성이 활성화된 순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력이 강해졌다.

무슨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

물론 그 정도로 정신력이 강해졌다는 뜻이지 실제로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었다.

추측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대체 저건....'

강진석이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당장 눈앞에 반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요새 곳곳에 정체불명의 기운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던 충만해진 정신력이 기운을 마주한 순간 초라해졌다.

기운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이 엄청났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해졌다.

'...절대적 존재일까?'

요새 곳곳에 있는 것을 보면 시스템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고 절대적 존재들의 기운 혹은 편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벨이 높아지면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

지금은 기운을 계속 응시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영혼 각성의 레벨이 오른다면?

정신력이 더욱 굳건해지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이내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메시지를 확인했다.

"...?"

그리고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강진석의 표정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그도 그럴 것이 충격적인 내용의 메시지가 여럿 있었다.

[조건이 충족됐습니다.]

[강서구 내 세계 침공자들의 3차 제약이 조기 해제됩니다.]

.

.

우선 강서구의 3차 제약이 해제됐다.

어차피 강서구 내 침공자들의 영역은 한강 일부, 개화역, 김포공항 일대뿐이었다.

즉, 얼마 되지 않는다.

거기다 강진석은 영혼 각성으로 한층 더 강해졌다.

3차 제약 침공자들이 온전한 힘을 되찾았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후 나온 메시지였다.

[마주하는 3차 제약 침공자들의 제약이 일시적으로 전부 해제됩니다.]

[마주하는 4차 제약 침공자들의 제약이 일시적으로 전부 해제됩니다.]

'4차 제약 침공자도?'

3차 제약 침공자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4차 제약 침공자의 제약까지 전부 해제한다니?

물론 영구적인 해제가 아니긴 했다.

멀리 떨어지면 다시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결국 청소를 위해서는 온전한 상태의 4차 제약 침공자를 상대해야 한다.

거기다 '지역'이 언급되지 않았다.

강서구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 있는 침공자들 역시 마주하는 순간 제약이 전부 해제된다는 것인데 난도가 급상승한 느낌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3일 뒤 강서구 인근 지역의 2차 제약이 해제됩니다.]

강서구와 붙어 있는 지역은 한강 기준 남쪽으로 양천구, 영등포구, 오정구, 계양구, 고촌읍이 있었고 북쪽으로는 마포구와 덕양구가 있었다.

즉, 2차 제약이 해제될 곳이 7곳이나 된다.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생각했다.

'...괜히 완료했나?'

제159화

159.

퀘스트를 완료한 순간, 영혼 각성이 활성화된 순간 너무나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완료하지 말았어야 하나, 영혼 각성을 하지 말았어야 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이미 지나간 일이다.

이제 와서 영혼 각성을 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솔직히 다시 선택의 기회가 온다고 해도 영혼 각성을 할 것이다.

영혼 각성을 통해 얻게 된 것이 너무나 많았기에.

'이럴 때가 아니지.'

강진석은 정신을 차리고 길드 관리창을 열었다.

'아직 면접 중이시네.'

실시간으로 길드원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신규 가입자의 수를 보니 면접이 끝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았다.

'끝날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릴 테니까....'

강진석은 시간을 확인하고 방화역으로 이동했다.

'개화역부터 정리하자.'

방화역으로 이동한 이유는 개화역에 가기 위해서였다.

3차 제약이 해제된 상태였다.

강서구에 남아 있는 몬스터들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기에 강진석은 최대한 빨리 강서구 청소를 진행할 생각이었고 그 첫 장소가 개화역이었다.

'그 전에.'

떠나기 전 강진석은 스킬창을 열었다.

당연히 스킬을 습득하기 위해서였다.

'혼력을 또 요구할지도 모르니까.'

영혼 각성 2레벨 역시 퀘스트가 생성될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그리고 퀘스트 조건에 혼력이 있을 확률도 매우 높았다.

[스킬 '영혼 각성'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스킬 퀘스트 '영혼 각성'이 생성됐습니다.]

예상대로 퀘스트가 생성됐고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영혼 각성>

조건을 충족하라!

[혼력 : 0%]

.

.

[공허의 보석 라툴레타 : X]

퀘스트 보상 : 스킬 '영혼 각성' 2레벨 활성화

세계 침공자 처치 시 혼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동족 처치 시 혼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역시.'

강진석은 첫 번째 조건인 '혼력'을 보며 습득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어 천천히 나머지 조건들을 확인했다.

이내 강진석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너무 많아졌는데?'

충족해야 할 조건이 혼력을 포함해 25가지나 됐다.

1레벨의 경우 혼력을 포함해 11가지였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봉제산에서 얻은 물품 중에 퀘스트 재료가 10가지나 있다는 점이었다.

즉, 14가지만 더 모으면 된다.

'다 팔려나?'

강진석은 확인을 위해 상점창을 열었다.

'다행이네.'

혹시나 혼돈의 구 해방 퀘스트처럼 없는 물품이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다.

그런데 다행히 전부 있었다.

강진석은 상점창과 퀘스트창을 닫고 다시 스킬창을 보았다.

아직 포인트가 4억가량 남아 있었다.

4억이면 힘, 민첩, 체력 중 한 개 라인을 전부 습득할 수 있다.

그러고 나서도 1억 5천 정도가 남는다.

즉, 육체 제련을 습득할 수 있다.

'육체 제련도 퀘스트가 있겠지?'

활성화 퀘스트가 영혼 각성에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육체 제련 역시 있을 것이고 영혼 각성의 혼력처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조건이 있을 수 있다.

'...일단 체력부터.'

강진석은 체력 라인 스킬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

.

[스킬 '체력220'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체력이 1 상승합니다.]

이내 스킬 '체력220'을 끝으로 모든 체력 라인 스킬을 습득한 강진석은 이어 바로 스킬 '육체 제련'을 습득했다.

[스킬 '육체 제련'을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퀘스트 '육체 제련'이 생성됐습니다.]

예상대로 육체 제련 역시 퀘스트가 생성됐고 강진석은 다시 퀘스트창을 열어 육체 제련을 확인했다.

<육체 제련>

조건을 충족하라!

[혈력 : 0%]

.

.

[알칸데움 : 0 / 100g]

퀘스트 보상 : 스킬 '육체 제련' 1레벨 활성화

세계 침공자 처치 시 혈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동족 처치 시 혈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영혼 각성과 구성이 같았다.

조건의 수마저 같았다.

다른 것은 재료뿐이었다.

'봉제산 창고가 효자였네.'

거기다 필요 재료 중 일부가 봉제산 창고에 있었다.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남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4950만 3750]

6억에 다다랐던 포인트가 훅 떨어졌다.

예전에는 허전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봉제산과 5구역처럼 규모가 큰 곳에서 얼마나 많은 포인트를 수급할 수 있는지 알게 됐다.

이번에 갈 개화역도 규모가 매우 컸다.

'봉제산보다 더 주려나?'

강진석은 기대감을 끌어올리며 역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초감각으로 개화산을 탐색했다.

'...한 마리도 없네?'

놀랍게도 개화산에는 단 한 마리의 오크도 감지되지 않았다.

강진석은 공간이동을 통해 개화산 정상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개화역을 보았다.

3차 제약이 해제됐기 때문일까?

영역은 전보다 더 강력해져 있었고 그만큼 색이 진해져 안쪽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250이면 봉제산의 2배 정도인데....'

현재 개화역의 영역 디버프는 250이었다.

봉제산보다 2배 높았다.

당연히 본부 이동 후 기준이다.

이동 전에는 오히려 봉제산이 2배 이상 높았다.

'...4차 제약 침공자 있으려나?'

봉제산에 남아 있던 것은 차가운 뿌리 부족의 2인자 밀보닐이었다.

그리고 밀보닐은 영혼 각성을 코앞에 둔 존재였다.

그런 밀보닐이 남아 있던 봉제산보다 디버프 영역이 강한 것을 보면 4차 제약 침공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찬란한 그날의 영광을(2)>

아래 조건을 충족하라!

[영역 상징 파괴 : 0 / 10]

[4차 제약 침공자 : 0 / 1]

퀘스트 보상 : 찬란한 방패 강화

완료 시 퀘스트 '찬란한 그날의 영광을(3)'이 생성됩니다.

'생각보다 빨리 충족되겠는데.'

찬란한 방패의 해방 퀘스트 두 번째 조건인 '4차 제약 침공자'.

메라키오를 잡는 날에나 충족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예상대로 개화역에 4차 침공자가 존재한다면?

보다 빠르게 강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내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러고는 개화역으로 향했다.

* * *

계양산 정상.

정상에는 전쟁 바람 부족의 대족장이자 부족 최강의 전사인 올라쿤의 거처가 있었다.

그리고 현재 올라쿤의 거처에는 세 오크가 모여 있었는데 하나는 부족 서열 2위이자 올라쿤의 동생인 올라켄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서열 3위인 대제사장 마르브였다.

세 오크는 전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유는 조금 전 1군단장 에파드가 전해온 정보 때문이었다.

"형님, 그게 사실입니까? 아무리 봐도 말이 안 되는데...."

올라켄이 불신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리고 마르브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맞습니다. 시험이 시작된 지 얼마나 됐다고 영혼 각성이라뇨? 초월의 씨앗이라고 해도 말이 안 됩니다. 다른 걸 착각한 게 분명합니다."

"...."

두 오크의 말에 올라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올라쿤도 믿기지 않았다.

이곳 지구의 인간이 얼마나 약한지 안다.

굳이 공격할 필요도 없다.

기운만 약간 발산해도 죽을 정도로 급이 떨어졌다.

그런데 지구의 인간이 영혼 각성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끙.'

하지만 마냥 개소리로 치부하기에는 해당 정보의 출처가 문제였다.

정보의 출처는 1군단장 에파드였다.

부족 내에서 가장 정직하며 진중한 오크를 뽑는다면 그게 바로 에파드다.

그런 에파드가 이런 미친 소리를 왜 한단 말인가?

"대체 누구입니까? 그런 소리를 한 게."

"혹시 2군단장 무엘입니까?"

"무엘이라면 잘못 느꼈을 수도 있지요. 아직 끝에 도달하지 못했으니."

올라쿤이 말이 없자 올라켄과 마르브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괜히 무엘만 욕을 먹게 될 것 같아 올라쿤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에파드에게 들어온 정보다."

"...예?"

"1군단장 말씀이십니까...?"

올라쿤의 말에 직전까지 흥분해 있던 두 오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얼떨떨한 표정으로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래, 에파드에게 직접 보고 받았지."

"으음...."

"그러면 사실이라는 뜻인데...."

이어진 올라쿤의 말에 두 오크는 머쓱한 반응을 보이며 태세를 전환했다.

그러고는 다시 진지하게 현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일단...."

이야기를 나누던 중 마르브가 말했다.

"1군단과 2군단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이대로라면 전부 죽을 텐데요."

영혼 각성은 사실일 것이다.

그리고 1군단과 2군단에는 육체 제련이나 영혼 각성을 한, '벽'을 넘은 이들이 없다.

즉, 영혼 각성을 한 존재에 대한 대항 능력이 없다.

마르브의 말에 올라쿤이 입을 열었다.

"에파드가 있으니 1군단은 걱정 없다. 문제는 2군단인데...."

1군단장 에파드는 벽을 넘지 못했을 뿐이다.

벽을 마주하고 있기는 했다.

이번 시험에서 벽을 넘을 예정이었다.

1군단의 각종 마법진과 성물을 생각하면 영혼 각성을 한 존재가 나타난다고 해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2군단이다.

2군단장인 무엘은 벽을 아직 마주하지 못했다.

즉, 마르브의 말대로 대항 능력이 부족하다.

최악의 경우 전멸할 것이다.

"회군이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지?"

"오, 형님. 좋은 생각입니다. 어차피 그냥 두면 죽을 텐데 부족원들이라도 구하는 게 맞죠."

"저도 좋은 생각 같습니다. 일단 지금 바로 회군 명령을 내리시죠."

* * *

"...회군 명령이 내려왔단 말입니까?"

2군단 부단장 알리온은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성물과 부족원만 챙겨서요?"

"그래, 지금 당장 회군하라 하시더군."

"왜 그리 급하게 회군해야 한단 말입니까?"

알리온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창고에는 수많은 자원이 보관되어 있었다.

창고뿐만이 아니다.

군단 곳곳에 귀한 자원들이 퍼져 있었다.

그런데 그것들을 전부 버리고 귀환하라니?

알리온의 반문에 옆에 있던 블리오드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모든 제약이 해제됐습니다. 이제 온전히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인데 굳이 급하게 갈 필요가 있을까요? 명령을 어기자는 뜻이 아닙니다. 융통성 있게 조금 챙겨서 가자는 뜻이지요. 이대로 가면 군단 재정에 큰 문제가 생깁니다."

"으음...."

무엘은 침음을 내뱉었다.

알리온과 블리오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사리사욕을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2군단의 미래를 위해 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무엘은 두 오크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대족장 올라쿤이 이야기해 준 현재 상황 때문이었다.

"영혼 각성을 한 존재가 나타났다고 하더군."

무엘의 말에 두 오크는 멈칫했다.

"...."

"...."

그리고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정도로 영혼 각성이 갖는 의미가 컸다.

"그럼 아까 그 파동이...?"

"허어, 이런...."

이내 정신을 차린 두 오크가 말했다.

두 오크의 반응에 무엘은 굳이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음을 깨닫고 입을 열었다.

"그래, 그러니 어서...."

그러나 무엘은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스아앗!

한없이 밝게 빛나는 수정구 때문이었다.

수정구는 영역에 누군가 침입했음을 알려주는 아티펙트였다.

물론 아무나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존재가 침입했을 때만 발동된다.

그리고 그 수준은 '3차 제약' 이상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3차 제약 이상의 존재가 영역에 침입을 했다?

누가 침입을 했는지 확인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영혼 각성을 한 인간이 침입한 것이 분명했다.

"...."

"...."

"...."

세 오크는 말없이 서로를 보았다.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무엘이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내가 막으러 갈 테니. 부족원들 데리고 당장 떠나게. 성물도 포기하고."

다 같이 본부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지금 상황에서 최선은 침입자를 막는 동안 떠나는 것이다.

그리고 2군단에서 영혼 각성을 한 인간을 잠시나마 막을 수 있는 전사는 무엘뿐이었다.

제160화

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