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화 >
200.
'대체 뭐길래 공간을...'
강진석은 궁금했다.
공간이 일그러진 것은 외부의 힘이 아니다.
일그러진 공간 안에 있는 '무언가'의 본연의 힘이었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대체 어떤 것이기에 공간을 일그러트리는 것일까?
강진석은 확인하기 위해 찬란한 방패를 통해 일그러진 공간을 복구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본연의 힘으로 공간을 일그러트린 '무언가'를.
'...깃털?'
놀랍게도 무언가의 정체는 '깃털'이었다.
30cm로 상당히 큰 편이었으며 검은색 베이스에 회색 반점이 곳곳에 있었다.
그리고 공간이 일그러진 이유는 깃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 때문이었다.
'...잠깐.'
깃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잠시 바라보던 강진석은 문득 든 생각에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공간의 이해'를 확인했다.
<공간의 이해>
조건을 충족하라!
[공간 인지 : 75%]
[공간의 돌 타이르푸스 : 5 / 5]
.
.
퀘스트 보상 : 스킬 '공간의 이해' 1레벨 활성화
뭔가 느낌이 달라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공간 인지가 오르고 있었다.
'구리시에 가야 가능할 줄 알았는데.'
구리시에 있는 사일 부족의 대족장 카린을 만나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충족이 가능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강진석은 잠시동안 깃털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내 공간 인지가 100%가 되었고.
[스킬 퀘스트 '공간의 이해'를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공간의 이해'가 활성화됩니다.]
[공간과 관련된 모든 효과가 100% 증가합니다.]
강진석은 바로 퀘스트를 완료했다.
그리고 다른 이해 스킬과 마찬가지로 레벨을 올렸다.
[스킬 '공간의 이해'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스킬 퀘스트 '공간의 이해'가 생성됐습니다.]
<공간의 이해>
조건을 충족하라!
[공간 인지 : 0%]
[공간의 돌 타이르푸스 : 0 / 20]
.
.
퀘스트 보상 : 스킬 '공간의 이해' 2레벨 활성화
당연하게도 두번째 퀘스트 역시 '공간 인지'였고 강진석은 깃털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얼마 뒤.
'끝났네.'
강진석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더 이상 깃털을 통해 공간 인지를 올릴 수 없다는 것을.
강진석은 자신의 느낌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퀘스트 조건을 확인했다.
[공간 인지 : 25%]
예상대로 25%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있었다.
강진석은 깃털을 향해 손을 뻗었다.
공간 인지가 오르지 않는 다고 깃털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깃털은 공간에 영향을 끼치는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강진석은 깃털의 정체가 너무나 궁금했다.
이내 깃털을 잡은 강진석의 머릿속에 정보가 떠올랐다.
<봉인이 해제되고 있는 천황조의 깃털>
태생적으로 공간의 길을 걷는 천황조의 깃털이다.
깃털에는 강력한 공간의 기운이 서려 있다.
봉인 해제율 : 89%
깃털의 정체는 '천황조의 깃털'이었다.
'허.'
정체를 알게 된 강진석은 속으로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천황조의 깃털은 세번째 영혼 각성의 재료였다.
물론 지금은 '봉인이 해제되고 있는' 천황조의 깃털이었다.
그러나 11%만 더 해제되면 완전한 천황조의 깃털이 된다.
그리고 강진석은 봉인을 해제할 방법을 알고 있었다.
천황조의 깃털을 쥔 순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바로 해제해 볼까.'
강진석은 천황조의 깃털이 있는 공간을 비틀었다.
물론 강진석의 의지와 달리 공간은 비틀리지 않았다.
깃털의 기운이 저항하고 있었다.
그렇게 강진석의 기운과 깃털의 기운이 충돌해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그리고 깃털 곳곳에 자리 잡고 있던 회색 반점이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한 검은색 깃털이 되었고.
강진석은 기운을 회수했다.
그리고 봉인이 해제된 천황조의 깃털을 보며 흡족한 표정으로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이런 곳에서 구할 줄은 몰랐는데.'
던전 '서대문 아파트 단지'는 붉은 해일 부족의 본부가 아니었다.
수많은 지부 중 하나였다.
첫번째 영혼 각성의 재료도 아니고 세번째 영혼 각성의 재료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생각보다 더 빨리 완료할 수 있겠어.'
앞으로도 지금처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재료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기대감을 키우며 창고 밖으로 나왔다.
으파루를 포함한 던전 내 수뇌부들이 사방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강진석은 아이스 포그를 시전해 눈송이를 만들어 사방으로 보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붉은 해일 부족 수비단장 으파루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
.
* * * *
올림픽 공원 88호수.
열화 사막 부족 총사령관 아슬렌의 거처.
아슬렌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엘리타나에게 물었다.
"지금 상황 어떻게 생각하나? 누구의 짓일까?"
부족 내 몇몇 지부가 공격받았다.
문제는 외곽에 있는 지부가 아니라 영역 안쪽에 있는 지부가 공격받았다는 점이었다.
대체 누가 외곽 지부를 지나쳐 내부에 있는 지부를 공격한 것일까?
"...공격받은 곳은 전부 지구의 인간들을 가둬 둔 곳입니다. 아무래도 동족을 구하기 위해 검은 숲 세 노괴를 죽인 존재가 움직인 게 아닐까 싶습니다."
"...확신하나?"
"예,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존재는 현재 그밖에 없습니다."
엘리타나는 확신에 가득찬 목소리로 답했다.
열화 사막 부족의 영역을 습격한 존재는 검은 숲의 세 노괴를 죽인 존재가 분명했다.
그 존재여야만 지금 상황이 설명된다.
"...우리가 힘을 합치면 잡을 수 있을까?"
아슬렌이 물었다.
세 노괴를 죽인 존재는 벽을 넘어선 존재다.
그것도 벽을 막 넘어선 수준이 아니라 두번째 벽에 가까운 수준일 것이다.
그래야만 세 노괴의 죽음이 설명되기에.
그래서 궁금했다.
아슬렌과 엘리타나가 힘을 합치면 세 노괴를 죽인 존재를 죽일 수 있을까?
"...이곳에서는 저희가 이길 겁니다."
"그 말은 영역 밖에서는 이길 수 없다는 뜻이군."
"아무래도 제약을 받게 될테니까요."
"제약만 해결되면 가능할 것 같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약이 아니어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군."
엘리타나의 답은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아슬렌은 반박하지 않았다.
혹시나 자신과 생각이 다를까 싶어 질문한 것이지 답을 몰라 질문한 게 아니다.
아슬렌 역시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나?"
"일단 잠잠해진 것을 보면 떠난 것 같습니다."
더 이상 영역이 파괴되지 않았다.
공격받았다는 보고도 오지 않았다.
세 노괴를 죽인 존재는 열화 사막 부족의 영역을 떠난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언젠가는 다시 오겠지요."
영원히 떠난 것은 아닐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돌아올 것이다.
"혹은 저희가 공격해야 하거나."
그 전에 먼저 공격해야 할 가능성도 있었다.
공격받은 지부를 되찾기 위해서.
* * * *
"근접 전투 직업분들은 첫번째, 두번째 천막 앞으로 가주세요. 빨간색 천막입니다. 그리고 원거리 전투 직업분들은 세번째, 네번째 천막 앞으로 가주세요. 파란색 천막입니다."
한지윤은 마이크를 통해 대기실에 있는 생존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했다.
우웅!
전달을 마친 순간 핸드폰이 진동했다.
한지윤은 바로 핸드폰을 확인했다.
강진석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당연하게도 정리팀을 보내달라는 문자였다.
한지윤은 정리단장 김태호에게 문자를 보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강진석이 놔두고 간 생존자 현황 지도 앞으로 향했다.
도착과 동시에 한지윤은 활짝 웃었다.
서울에는 파란점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대부분이 초록점이었다.
이제 남은 파란점은 3개뿐이었다.
강진석의 속도를 생각하면 15분, 늦어도 20분 안에 전부 초록점으로 변할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초록점이었던 한곳의 색이 살짝 변했다.
한지윤은 바로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지부 '궁동근린공원'의 영역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색이 변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색이 변한 이유는 공격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지윤은 바로 강진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명령을 받기 위해서였다.
* * * *
[지부 '궁동근린공원'의 영역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현재 영역 내구도 : 99.9%]
[현재 영역 내구도 : 99.8%]
생존자 구출을 위해 이동하던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
가장 먼저 생존자를 구출했던 궁동근린공원이 공격 받고 있다는 내용의 메시지였다.
물론 강진석은 갈 생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구도가 깎이는 속도가 매우 느렸다.
서울에 남은 파란점은 세 곳.
세 곳에 있는 생존자들을 전부 구출해도 영역 내구도는 0%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궁동글린공원에는 생존자가 한 명도 없었다.
정리팀이 모든 생존자를 봉제산으로 데리고 가 훈련중이었다.
즉, 영역이 뚫린다고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영역이 뚫리고 요새를 빼앗긴다고 해도 다시 탈환하면 그만이었다.
바로 그때.
우웅우웅
한지윤에게 전화가 왔다.
무슨 이유로 전화를 한 것인지 알 것 같았다.
부길드장인 한지윤에게도 메시지가 나타났을 것이고 전화를 한 이유는 궁동근린공원에 대한 대처 때문으로 추정됐다.
"네, 지윤님."
-혹시 메시지 보셨나요?
"예, 봤습니다."
-혹시 수비팀 보내서 정리해도 될까요?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그냥 무시해도 된다고 말하려 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한지윤의 말대로 수비팀을 보내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내구도 깎이는 속도를 보면 영역을 공격하는 몬스터의 수준은 높지 않을 것이다.
즉, 안전하게 수비팀의 경험과 성장을 챙길 절호의 기회였다.
"그래도 무리는 금지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따 상황 보고 드리겠습니다!
"네!"
그렇게 통화가 끝났고 강진석은 남은 세 곳 중 첫번째 장소에 입장했다.
[던전 '아리아 수목원'에 입장하셨습니다.]
[24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석상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
.
입장과 동시에 강진석은 바로 감옥으로 이동해 생존자들의 안전을 확보했다.
그리고 마저 몬스터를 청소 후 석상을 파괴하며 탈환을 마쳤다.
강진석은 한지윤에게 문자를 보낸 뒤 다음 장소로 향하며 생각했다.
'속초 먼저 들르는게 맞겠지?'
이제 두 곳만 들르면 된다.
그러면 서울 내 생존자 구출은 끝난다.
당연히 강진석은 쉴 생각이 없었다.
계속 구출을 이어나갈 생각이었고 다음 목적지로 속초를 생각하고 있었다.
속초를 생각하고 있는 이유는 한반도 내 가장 많은 생존자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 속초가 맞아.'
아무리 생각해도 서울 생존자 구출을 끝낸 뒤에는 속초로 가는 게 맞는 것 같았다.
이내 두번째 목적지에 도착한 강진석은 해왔던 대로 안전을 확보하고 몬스터들을 청소했다.
그리고 영역 상징인 '석상'을 파괴하며 탈환을 마무리 지은 뒤 마지막 목적지로 향했다.
[던전 '대양 박물관'에 입장하셨습니다.]
[24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석상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
.
얼마 뒤 마지막 목적지에 도착했고.
"...!"
강진석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 201화 >
201.
멈칫한 이유는 던전에 들어온 뒤 추가로 나타난 메시지 때문이었다.
[지부 '서대문 아파트 단지'의 영역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현재 영역 내구도 : 99.9%]
.
.
[지부 '경복궁'의 영역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현재 영역 내구도 : 99.9%]
메시지의 정체는 영역 공격 메시지였다.
수많은 영역이 공격받기 시작했다.
'...하기야.'
생존자가 갇혀 있는 던전만 탈환했을 뿐이다.
그 주변에는 아직 많은 몬스터가 남아 있었다.
몬스터들의 공격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부 '창경궁'의 영역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현재 영역 내구도 : 99.9%]
계속해서 공격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러나 강진석은 무덤덤했다.
현재 공격 받고 있는 곳들은 궁동근린공원과 마찬가지로 내구도 깎이는 속도가 현저히 느렸고 생존자가 한 명도 없기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일단 감옥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안전을 확보 후 몬스터들을 청소한 뒤 석상을 파괴해 탈환을 마쳤다.
이어 강진석은 한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과 달리 문자가 아닌 전화를 건 이유는 추가로 할 말이 있기 때문이었다.
-네! 길드장님! 그렇지 않아도 전화 드리려 했는데.
한지윤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궁동근린공원 상황은 어떤가요?"
강진석은 우선 궁동근린공원에 대해 물었다.
다른 곳과 달리 궁동근린공원의 경우 내구도 하락이 멈췄다.
공격이 끝났다는 뜻이고 그것이 몬스터들의 자의인지 수비팀 때문인지 궁금했다.
-지금 막 수비팀이 몰아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20분 뒤 2차 공격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밖에 있는 임시 진지를 파괴하면 공격이 멈춘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안전하게 임시 진지 파괴를 할 수 있나요?"
-보고 들어온 바에 따르면 수월하게 가능할 것 같습니다.
-임시 진지 보스가 지원대장이라고 합니다.
대장이면 2차 제약 침공자였다.
강진석이 알고 있는 수비팀의 수준이라면 한지윤이 말한대로 죽지 않고 충분히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파괴하는 걸로 가죠. 좋은 경험이 될테니까요."
수비도 중요하지만 공격도 중요하다.
이번 기회는 공격 경험과 성장을 챙길 절호의 기회였다.
-알겠습니다.
-혹시 다른 지역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면 될까요?
"네, 대장급이라면 같은 방식으로요. 단장급이면 수비에 집중해주세요. 수비도 힘들면 철수하는걸로 하구요. 그리고 대양 박물관에 정리팀 보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혹시 이제 어디로 가실 예정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일단 속초에 갈 생각입니다."
-그럼 은형이한테 연락 넣어 놓겠습니다!
"네, 수고하세요!"
-넵!
통화가 끝났고 강진석은 바로 영역 이동을 통해 강릉 최북단 지부, '향호'로 이동했다.
그리고 도착과 동시에 북상을 시작했다.
북상하며 강진석은 수많은 오크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전부 짙은 어둠 부족 오크들이었고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오크들의 수준과 영역의 기운이 강해졌다.
'양양이 이정도면 속초는 어느정도려나.'
* * * *
"...뭐?"
킬로아는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정체불명의 존재가 나타나?"
조금 전 믿기 힘든 보고가 들어왔다.
양양에 정체불명의 존재가 나타났다.
문제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아무런 일도 벌이지 않고 북상했다는 점이다.
'초월의 씨앗이 분명한데.'
양양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존재는 초월의 씨앗이 분명했다.
그래서 더 의문이었다.
'대체 왜 그냥 북상하는 거지?'
초월의 씨앗은 강릉에 있던 모든 영역 상징과 부족원을 죽였다.
그런데 양양에서는 왜 아무런 일도 벌이지 않은 것일까?
가능성은 2가지였다.
첫번째는 양양에서 힘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일 경우였고.
두번째는 급히 가야할 곳이 있을 경우였다.
'제약을 받지 않으니 두번째겠지.'
킬로아가 보기에 둘 중 가능성이 높은 것은 두번째 상황이었다.
초월의 씨앗은 제약을 받지 않는다.
즉, 양양에서 힘을 사용하지 못한 게 아니라 안 쓴 것이다.
조금의 시간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대체 어딜 가려는 걸까.'
킬로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지도를 확인했다.
'속초? 고성?'
초월의 씨앗은 북상하고 있었다.
즉, 초월의 씨앗의 목적지는 양양 북쪽에 있는 지역일 것이다.
'아니면 설마 본부에 오려는 건가?'
문득 든 생각에 킬로아는 눈을 번뜩였다.
만약 초월의 씨앗의 목적지가 본부라면?
"제이라! 준비는 얼마나 됐지?"
그렇지 않아도 초월의 씨앗 때문에 준비하고 있는 계획이 있었다.
준비가 됐다면?
초월의 씨앗이 본부에 나타나도 별 피해 없이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20시간 정도 더 걸릴 것 같습니다."
"20시간..."
킬로아는 말끝을 흐리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준비가 끝났기를 바랐다.
말 그대로 바람일 뿐이다.
준비가 끝나지 않았을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던 킬로아는 제이라에게 독촉하지 않았다.
대신 생각에 잠겼다.
'20시간 정도면 충분히 버틸 수 있다'
초월의 씨앗은 육체 제련인지 영혼 각성인지는 알 수 없지만 두번째 벽을 넘어섰다.
킬로아 역시 육체를 두 번 제련했다.
즉, 초월의 씨앗이 당장 본부에 나타난다고 해도 막을 수 있다.
피해를 감수하면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을 마친 킬로아는 자신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제이라에게 말했다.
"급하게 준비할 필요는 없다. 대신 완벽히 준비할 수 있도록."
* * * *
속초에 도착한 강진석은 곧장 첫번째 생존자 무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던전 '대포제 농공단지'에 입장하셨습니다.]
[24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제단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
.
입장과 동시에 강진석은 여태까지 해왔던 대로 감옥 입구로 이동했다.
그리고 입구를 지키고 있던 오크를 처치 후 아이스 포그를 시전해 주변에 있는 오크들에게 눈송이를 보냈다.
그렇게 감옥의 안전이 확보됐으나 강진석은 전처럼 바로 감옥을 떠나지 않았다.
떠날 수가 없었다.
감옥 안 상황 때문이었다.
텔레파시를 보내지 않은 것도 상황을 먼저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감옥으로 들어갔다.
감옥은 총 6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리고 1구역과 3구역에 있는 이들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대부분이 죽어가고 있었다.
그중 몇몇은 당장에라도 죽을 정도로 기운이 미약했다.
강진석은 1구역 앞으로 다가갔다.
1구역 안쪽에 있던 이들은 강진석을 보고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놀라긴 했으나 축 처진 얼굴로 강진석을 바라볼 뿐이었다.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음식이 가득 든 보따리를 꺼냈다.
평범한 음식은 아니었다.
입 안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으며 효과를 발휘하는 개량 음식이었다.
강진석은 1구역의 철창을 비틀어 보따리를 안에 내려놓고 텔레파시를 보냈다.
[내색하지 말고 일단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저는 강진석입니다. 여러분을 구출하러 왔습니다.]
[일단 제가 지금 드리는 것은 식량입니다.]
.
.
강진석의 텔레파시에 움직일 수 있는 몇몇 이들이 다가와 보따리를 가지고 돌아가 죽기 직전인 이들을 시작으로 음식을 분배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강진석은 3구역으로 가 1구역에서 했던 것처럼 음식을 분배했다.
그렇게 급한 불을 끈 강진석은 2구역으로 향했다.
강진석이 감옥에 들어 온 이유는 죽기 직전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가장 큰 이유는 2구역이었다.
"뭐, 뭐야?"
"어떻게 사람이..."
"저기 혹시 구출대가 온 건가요?"
"문 좀 열어줄 수 있습니까?"
2구역의 사람들은 1구역, 3구역과 크게 달랐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전부 쌩쌩했다.
강진석은 쉴 새 없이 자신을 향해 말을 쏟아내는 2구역의 사람들을 보며 생각했다.
'악인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건가?'
놀랍게도 2구역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악인이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전부.
우연히 이렇게 모인 것일까?
아니, 강진석이 보기에는 우연히 '모인'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모은' 것 같았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짙은 어둠 부족에는 악인을 구별하는 능력이 있는 게 분명했다.
강진석은 악인들을 자세히 살폈다.
혹여 갱생의 여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봐요. 말 좀 해주세요."
"저기요!"
강진석이 말이 없자 2구역 악인들의 언성이 살짝 높아졌다.
그리고 때마침 확인을 끝낸 강진석은 1구역, 3구역 생존자들 때문에 잠시 운용을 멈췄던 전기를 다시 방출했다.
지지직!
방출된 전기는 철창을 지나 2구역으로 들어갔다.
[악인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3만 3000 상승합니다.]
.
.
그리고 5초도 지나지 않아 2구역 안에 있던 모든 악인이 죽음을 맞이했다.
'예상 했지만 한 사람도 없을 줄은.'
모두가 짙은 살의를 뿜어내고 있었다.
갱생의 여지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강진석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2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 구역의 생존자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
.
[잠시 기다려주세요. 곧 사람들이 올 겁니다.]
상황 설명을 마친 강진석은 감옥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앞서 해왔던 대로 던전 곳곳을 돌아다니며 청소를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청소가 끝났고 강진석은 제단을 파괴하며 탈환을 마쳤다.
그렇게 던전 '대포제 농공단지'는 지부가 되었고 강진석은 한지윤이 아닌 최은형에게 문자를 보냈다.
당연히 내용은 한지윤 때와 같았다.
강진석은 지부에서 나와 두번째 목적지로 향하며 생각했다.
'확실히 수준이 높아.'
속초의 짙은 어둠 부족 오크들은 양양보다 수준이 높았다.
'4차 제약 침공자도 수준이 높을까?'
짙은 어둠 부족의 4차 제약 침공자는 총 아홉이었다.
카타론이 죽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여덟이었다.
'속초에 한 마리 정도는 있겠지?'
여덟이 한곳에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수준을 보아 속초에 적어도 하나는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에 잠긴 채 이동하던 강진석은 두번째 목적지에 도착했고 영역에 진입했다.
[던전 '청대산'에 입장하셨습니다.]
[24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제단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
.
그리고 강진석은 잠시 멈칫했다.
진입과 동시에 영역 밖에서는 느껴지지 않았던 강렬한 기운이 느껴졌다.
4차 제약 침공자가 분명했다.
강진석은 퀘스트를 훑었다.
그리고 4차 제약 침공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퀘스트 '흑수 마법단장 게르마느'가 생성됐습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며 생각했다.
'카타론보다 강할까?'
흑익 기사단장 카타론.
카타론은 육체를 제련한 존재였다.
그리고 게르마느는 영혼을 각성했다.
기운은 카타론이 더 강렬했지만 실질 전투 능력은 게르마느가 더 뛰어날 수 있다.
게르마느의 힘에 대해 생각하며 강진석은 퀘스트 '흑수 마법단장 게르마느'를 확인했다.
"...!"
그리고 퀘스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흑수 마법단장 게르마느>
짙은 어둠 부족에는 2개의 마법단이 있다.
어둠 마법을 전문적으로 익힌 흑수 마법단.
다양한 마법을 익힌 흑린 마법단.
.
.
흑수 마법단의 단장 게르마느를 처치하라!
퀘스트 보상 : ???
'어둠 마법 전문?'
게르마느는 놀랍게도 어둠 마법 전문이었다.
'허...'
강진석은 속으로 탄성을 내뱉으며 퀘스트 '어둠의 이해'를 떠올렸다.
그리고 더할 나위 없이 활짝 웃었다.
< 202화 >
202.
'생각보다 빠르게 완료할 수 있겠네.'
퀘스트 '어둠의 이해'의 첫번째 조건은 '어둠 인지'였다.
게르마느의 어둠 마법이라면 충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재료는 이미 모두 모아두었다.
즉, 인지만 충족되면 바로 완료할 수 있는 상태였다.
'어둠 방출이 얼마나 강해지려나.'
강진석은 기대감을 키우며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청대산 정상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뭘 준비하는 거지?'
게르마느 역시 강진석의 존재를 인지한 상태였다.
강진석이 던전에 진입한 직후부터 무언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대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먼저 죽여야 하나?'
왠지 준비가 끝나기 전에 죽여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안전만 확보하고 죽이자.'
여태껏 강진석은 먼저 찾아오는 게 아니라면 보스 몬스터를 가장 마지막에 죽였다.
보스 몬스터가 죽을 경우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에.
그런데 이번에는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먼저 죽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감옥으로 이동해 생존자들의 안전을 확보했다.
이후 바로 정상으로 공간이동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볼 수 있었다.
분주히 마법진을 그리고 있는 게르마느를.
강진석은 게르마느에게 의지 번역을 시전 후 입을 열었다.
"대화할 생각이 있나?"
-...
게르마느는 강진석의 말에 움찔했다.
그리고 말없이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게르마느의 반응에 은은히 미소를 지었다.
'대화할 수 있겠는데?'
솔직히 대화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당장 공격하지 않는 것을 보니 조금만 더 구슬리면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100% 확실한 것은 아니다.
이대로 침묵을 이어나갈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죽일 수는 없다.
퀘스트 '어둠의 이해' 때문이었다.
첫번째 조건인 어둠 인지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게르마느를 살려둬야 했다.
"궁금한 게 있을텐데, 없나?"
강진석은 침묵하는 게르마느에게 재차 물었다.
그러자 게르마느가 움찔하더니 입을 열었다.
-!@$@!(답을 해줄 겁니까?)
"물론, 대신 서로 한번씩. 먼저 질문 할 수 있게 해줄게."
-!@%(좋습니다.)
-!@%!%@(영혼을 두 번 각성한 것 같은데 맞습니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아니었다.
강진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응, 맞아."
그리고 바로 질문했다.
"악인을 어떻게 구별하는 거지? 2구역에 악인들을 모아뒀던데."
-!@!@%(검은 인간들을 말씀하시는 것 같군요. 태어날 때부터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아..."
강진석은 탄성을 내뱉었다.
아티펙트 혹은 소수 오크의 능력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아티펙트라면 회수해 요긴하게 사용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태생적 능력이라니?
-!@%!@%(이곳에 온 목적이 뭡니까?)
게르마느가 물었다.
"...동족 구출."
강진석은 물음에 답한 뒤 질문했다.
그렇게 한참 문답이 이어졌고.
'뭐지?'
강진석은 위화감을 느꼈다.
그리고 이내 위화감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마법진이었구나?'
마법진이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었다.
강진석은 대화를 끝낼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아직 궁금한 게 더 남아 있었지만 솔직히 게르마느가 답할 것 같지 않았고 이대로두면 마법진이 완성될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스윽
강진석은 하늘을 보았다.
그리고 강렬한 기운을 머금은 먹구름을 볼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대화를 끝낼 생각이었던 강진석은 혼돈의 구를 다크닐로 변환했다.
-!@%(그, 그건!)
게르마느는 다크닐을 보고 멈칫했다.
-!@%!@%(다크닐을 어떻게 한 겁니까?)
"문답은 끝났어."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답했다.
그리고 다크닐에 기운을 살짝 주입해 어둠을 방출했다.
목표는 게르마느가 아니라 선명해지고 있는 마법진이었다.
아직 게르마느를 죽일 수는 없다.
어둠 인지를 올리지 못했다.
스아아!
마법진의 중점이 있던 자리에 어둠으로 이루어진 반경 5m 크기의 반구가 나타났다.
반구의 등장과 동시에 마법진이 흐려졌고 이내 완전히 사라졌다.
-!@%(어떻게!)
마법진이 파괴되자 게르마느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강진석은 빤히 자신을 바라보는 게르마느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내 정신을 차린 게르마느가 지팡이를 내밀었다.
그와 동시에 지팡이 끝 보석에 기운이 압축되는 것이 느껴졌다.
이어 압축된 기운이 보석에서 방출됐고 강진석은 볼 수 있었다.
한없이 검은 주먹 크기의 구체를.
방출된 검은 구체는 곧장 강진석에게 날아왔다.
강진석은 구체를 피하기 위해 공간이동을 했다.
그러자 게르마느가 피식 웃으며 지팡이를 움직였고 구체가 방향을 틀었다.
강진석은 자신을 따라오는 구체를 보며 은은히 미소를 지었다.
혹여 바로 폭발해버리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그럴 일은 없어 보였다.
강진석은 계속해서 구체를 피해다니며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어둠의 이해'를 확인했다.
<어둠의 이해>
조건을 충족하라!
[어둠 인지 : 55%]
[하급 흑요석 : 10 / 10]
.
.
퀘스트 보상 : 스킬 '어둠의 이해' 1레벨 활성화
어둠 인지가 급속도로 오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곧 완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둠 인지가 100%가 됐고.
[스킬 퀘스트 '어둠의 이해'를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어둠의 이해'가 활성화됩니다.]
[어둠과 관련된 모든 효과가 100% 증가합니다.]
강진석은 퀘스트를 완료했다.
[스킬 '어둠의 이해'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스킬 퀘스트 '어둠의 이해'가 생성됐습니다.]
그리고 2레벨로 올린 뒤 조건을 확인했다.
<어둠의 이해>
조건을 충족하라!
[어둠 인지 : 0%]
[중급 흑요석 : 10 / 10]
.
.
퀘스트 보상 : 스킬 '어둠의 이해' 2레벨 활성화
조건을 확인한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재료를 최대한 준비했다.
그럼에도 부족했다.
어둠 인지가 충족된다고 해도 완료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재료를 가지러 갈 수도 없었다.
청대산에 생존자가 없다면 모를까 무수히 많았다.
재료를 가지러 간 사이 생존자들에게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냥 살까?'
꼭 창고에 들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모자란 재료들은 전부 상점창에서 판매했다.
포인트가 많이 들긴 하지만 구매하면 완료가 가능했다.
'그래, 언제 또 올릴 수 있을지 모르는데.'
쉽게 오지 않을 기회다.
강진석은 상점창을 열어 필요 재료를 구매했다.
구매를 마친 뒤 강진석은 어둠 인지가 100%가 되기를 기다렸다.
바로 그때.
게르마느의 지팡이에서 검은 구체가 추가로 하나 더 방출됐다.
그리고 2개의 검은 구체가 강진석을 향해 날아왔다.
덕분에 어둠 인지가 2배로 빠르게 올랐고 곧 100%가 됐다.
[스킬 퀘스트 '어둠의 이해'를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어둠의 이해' 2레벨이 활성화됩니다.]
[어둠과 관련된 모든 효과가 100% 증가합니다.]
[스킬 '어둠의 이해'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스킬 퀘스트 '어둠의 이해'가 생성됐습니다.]
그렇게 강진석은 어둠의 이해 2레벨을 활성화할 수 있었고 바로 레벨을 올려 퀘스트를 받았다.
그리고 세번째 퀘스트 조건을 확인하며 강진석은 생각했다.
'...곧 멈출 것 같은데.'
어둠 인지 상승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100%가 되기 전 멈출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강진석의 예상대로 50%가 됐을 때 어둠 인지 상승이 멈췄다.
그 순간 검은 구체가 하나 더 나와 3개가 됐다.
새로운 검은 구체의 등장에도 어둠 인지는 상승하지 않았다.
구체의 한계인 듯했다.
강진석은 이동을 멈췄다.
여태까지 구체를 피했던 이유는 어둠 인지 때문이었다.
즉, 이제는 피할 필요가 없다.
치지직!
강진석은 전기를 방출해 구체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검은 구체 3개가 파괴됐고.
-...!
게르마느는 멈칫하더니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하기야 여태껏 도망 다니던 강진석이 아무렇지 않게 구체를 파괴했는데 당황하지 않는 게 이상했다.
강진석은 그런 게르마느에게 말했다.
"이게 최선이야?"
-...
게르마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내 강진석이 이어 말했다.
"기다려 줄 테니까. 가장 강한 공격해 봐."
검은 구체가 게르마느의 전력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전력을 다한 공격이라면 어둠 인지가 다시 상승할 것 같았다.
스아앗!
강진석의 말에 게르마느가 기운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게르마느의 머리 위로 검은 구체가 생성됐다.
그리고 검은 구체는 급속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앞서 지팡이에서 방출된 검은 구체와 달리 기운이 매우 불안정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알 수 있었다.
게르마느가 준비하는 마법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는 것을.
하나는 게르마느 머리 위 어둠 마법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공간 마법이었다.
강진석이 마법의 종류를 알 수 있던 이유는 공간의 이해와 어둠의 이해가 활성화되며 공간과 어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게르마느의 마법 준비를 지켜보다가 퀘스트 '공간의 이해'를 확인했다.
<공간의 이해>
조건을 충족하라!
[공간 인지 : 30%]
[공간의 돌 타이르푸스 : 20 / 20]
.
.
퀘스트 보상 : 스킬 '공간의 이해' 2레벨 활성화
공간 인지가 쭉쭉 올라가고 있었다.
강진석은 무척이나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대로라면 곧 2레벨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보물이네, 보물이야.'
많은 정보를 얻었고 어둠 인지와 공간 인지까지.
게르마느에게 많은 것을 받았다.
거기다 게르마느가 죽으면 아티펙트를 남길 것이고 퀘스트 보상도 받게 된다.
강진석에게 게르마느는 보물덩어리나 마찬가지였다.
얼마 뒤.
후웅!
게르마느의 몸에서 파동이 발생했다.
이어 공간 마법이 발동됐다.
"...?"
그리고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뭐지?'
분명 공간 마법이 발동됐다.
그런데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설마...'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뭘 이동시킨 건가?'
마법이라고 다 공격형인 것은 아니다.
상황을 보니 게르마느는 무언가를 어딘가로 전송한 것 같았다.
'...막을걸 그랬나.'
막으려면 막을 수 있었다.
막지 않은 이유는 공간 인지 때문이었다.
[공간 인지 : 95%]
발동되는 순간 100%가 될 것 같아 가만히 내버려 뒀는데 지금 보니 잘못된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다.
강진석은 아쉬움을 떨쳐내고 발동 직전인 어둠 마법을 보았다.
'이건 공격형이겠지.'
흉포함이 엄청났다.
발동과 동시에 어둠 인지는 100%가 될 것이다.
쩌적...
쩌저적...
이내 게르마느의 피부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갈라진 피부에서 어둠이 흘러나와 머리 위 구체에 합류했다.
그만큼 검은 구체의 기운이 강력해졌다.
'그냥 맞으면 안 되겠어.'
구체에 담긴 기운을 보니 준비하지 않으면 유의미한 피해를 입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전신에 기운을 둘렀다.
그리고 전기를 방출해 보호막을 만들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
준비를 마친 강진석은 발동을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뒤 게르마느가 외쳤다.
-!@%!@%(종말의 어둠!)
게르마느의 외침을 통해 강진석은 어둠 마법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 구체에 담겨 있던 어둠이 방출됐다.
어둠은 순식간에 강진석에게 도달했고.
지지지직!
전기 보호막과 충돌해 흩어지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어둠이 흩어지는 만큼 전기 보호막도 약해졌다.
물론 보호막이 깨질 일은 없었다.
강진석은 계속해서 전기를 방출해 보호막을 강화했다.
스아아...
얼마 뒤 어둠이 사라졌다.
그리고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어둠 인지가 딱 100%가 됐기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게르마느를 보았다.
-...
게르마느는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203화 >
203.
강진석은 게르마느의 반응을 이해했다.
종말의 어둠은 게르마느의 한계를 넘어선 마법이었다.
실시간으로 게르마느가 죽어가고 있는 것이 증거였다.
그런데 그런 종말의 어둠에도 강진석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게르마느의 얼떨떨한 반응은 지극히도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제 더 얻을 건 없어 보이고.'
게르마느의 기운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가만히 내버려 둬도 곧 죽을 것 같았다.
즉, 더 이상 마법을 사용하지 못할 것 같았다.
'저렇게 죽으면 포인트가 안들어 올 수 있으니.'
강진석은 게르마느에게 다가갔다.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고 강진석은 다크닐을 휘둘렀다.
스걱!
조금 전 공격에 모든 기운을 쏟아부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최후의 공격이 막혔기 때문일까?
게르마느는 다크닐을 피하지 않았고 그대로 다크닐은 게르마느의 목을 파고 들었다.
[짙은 어둠 부족 흑수 마법단장 게르마느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
.
그렇게 게르마느가 죽음을 맞이했다.
스아앗!
빛과 함께 게르마느의 육체가 사라졌고 아티펙트들이 땅에 떨어졌다.
강진석은 가장 먼저 게르마느의 지팡이를 확인했다.
그와 동시에 강진석의 표정에 아쉬움이 가득 나타났다.
'없네.'
종말의 어둠이 내장 스킬이길 바랐다.
많은 스킬이 내장되어 있었지만 종말의 어둠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도 뭐 이정도면.'
강진석은 아쉬움을 떨쳐냈다.
비록 종말의 어둠은 없었지만 쓸만해 보이는 스킬이 여럿 내장되어 있었다.
강진석은 생각대로 진짜 쓸만한지 확인하기 위해 지팡이에 기운을 주입했다.
그리고 내장된 스킬을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했다.
지팡이에서 다양한 형태의 '어둠'이 방출됐다.
그렇게 한동안 스킬을 확인하던 강진석은 이내 기운을 회수했다.
'이정도면 나머지도 괜찮겠지.'
확인하고 싶어도 확인할 수 없는 스킬들이 있었다.
시야 차단, 어둠의 늪 같은 디버프 스킬들이었다.
그러나 앞서 확인한 스킬 수준을 보니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강진석은 우선 지팡이를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그리고 초감각을 통해 청대산 전 지역을 탐색했다.
전투의 여파 때문인지 아니면 게르마느의 죽음이 알려진 것인지 오크들은 하나 같이 전부 당황스러워하고 있었다.
강진석은 바로 공간이동으로 곳곳을 돌아다니며 오크 청소를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청대산의 모든 오크가 죽음을 맞이했고 마지막으로 강진석은 제단을 파괴했다.
그렇게 청대산을 탈환했고 강진석은 핸드폰을 꺼내 최은형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장소로 향했다.
* * * *
"..."
킬로아는 멍하니 수정구를 바라보았다.
당연히 평범한 수정구가 아니다.
기억 마법이 각인되어 있는 수정구였다.
수정구를 보낸 이는 조금 전 죽은 게르마느였다.
즉, 수정구에는 게르마느의 죽기 전 상황이 담겨 있을 확률이 높았다.
킬로아는 수정구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기운을 주입했다.
그러자 수정구에 담긴 기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게르마느는 한 인간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운은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킬로아는 확신했다.
'초월의 씨앗!'
지금 상황에서 게르마느를 마주 보고 있을 만한 인간은 카타론을 죽인 초월의 씨앗뿐이었다.
킬로아는 인간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결코 잊지 않기 위해 머릿속에 꼼꼼히 각인했다.
이내 게르마느와 인간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킬로아는 대화를 통해 여러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역시 두 번이구나.'
예상대로 초월의 씨앗은 벽을 두 번 넘었다.
'영혼 각성이라니 참으로 다행이야.'
다행인 점은 육체를 제련한 게 아니라 영혼을 각성했다는 점이다.
현재 킬로아는 초월의 씨앗을 사카라 부족의 영역으로 보내기 위해 갖가지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만약 육체를 두 번 제련했다면?
사카라 부족에 보내는 것 자체야 수월하겠지만 살아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영혼을 각성했으니 사카라 부족 영역에 도착한 순간 죽는다고 봐야했다.
이내 게르마느와 인간의 대화가 끝났다.
그리고 전투가 시작됐다.
'...왜 피하지?'
전투를 지켜보던 킬로아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은 피하기만 할 뿐 공격하지 않았다.
게르마느의 마법이 너무나 위협적이라 공격할 틈이 없어서는 아니다.
인간이 피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왜 저러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얼마 뒤.
인간이 멈췄다.
이어 인간이 전기를 방출하더니 게르마느의 마법을 전부 파괴했다.
킬로아는 눈을 번뜩였다.
'...전기의 길을 걷는 건가?'
인간이 방출한 전기는 마법이 아니었다.
그래서 문제였다.
'하필 전기의 길이라니.'
사카라 부족의 약점 중 하나가 '전기'였다.
'조금 피해를 입히고 보내야겠어.'
그냥 보내면 안 될 것 같았다.
확실히 죽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힘을 빼낸 뒤 보내야 할 것 같았다.
생각에 잠겨 있던 킬로아는 이어진 상황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종말의 어둠?'
게르마느가 종말의 어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종말의 어둠은 보통 마법이 아니다.
영혼을 각성했다고 해도 사용하기 힘든 고위 마법이었다.
적어도 두번째 각성을 마쳐야 수월히 사용할 수 있다.
즉, 게르마느가 종말의 어둠을 준비한다는 것은 목숨을 걸었다는 뜻이다.
'...종말의 어둠도 가만히 내버려 둔다고?'
놀라운 것은 인간이 종말의 어둠을 보고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제아무리 영혼을 두 번 각성했다고 해도 종말의 어둠은 무시할 수 없는 마법이었다.
결과가 너무나 궁금했다.
그러나 결과를 볼 수 없었다.
종말의 어둠이 발동되기 전 기억이 끝났다.
'죽지는 않았겠지.'
종말의 어둠은 무척 강력한 고위 마법이다.
그러나 시전자인 게르마느의 수준은 낮았고 대상인 인간의 수준은 높았다.
즉, 인간은 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사하다는 뜻은 아니다.
죽지 않았을뿐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전처럼 움직이지는 못할 것이다.
청대산 영역 상징을 파괴한 것으로 자취를 감추지 않을까 싶었다.
바로 그때였다.
영역 상징이 하나 더 파괴됐다.
게르마느가 죽은 청대산 근처에 있는 영역 상징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해당 영역 상징이 파괴될 이유는 하나 뿐이었다.
바로 초월의 씨앗.
초월의 씨앗의 짓이 분명했다.
그래서 더 문제였다.
'종말의 어둠은 발동됐는데?'
기억이 끝나던 시점 이미 종말의 어둠은 발동 조건을 충족한 상태였다.
게르마느가 취소하고 싶어도 취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즉, 종말의 어둠에 당하고도 행동을 이어 나갔다는 뜻이다.
'...진정한 전사군.'
초월의 씨앗이 움직이는 이유는 동족 구출 때문이었다.
종말의 어둠으로 몸이 크게 상한 상태에서 동족을 구출하러 움직이다니?
적이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살려줄 수는 없지.'
물론 인정은 인정일 뿐이다.
초월의 씨앗은 이미 부족에 너무나 많은 피해를 입혔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피해 입힐 것이 자명했다.
계획대로 처리해야 했다.
'게르마느 네 희생은 잊지 않으마.'
킬로아는 마음속으로 게르마느를 기리며 입을 열었다.
"제이라!"
"예."
"지구의 인간들을 전부 본부로 모아라."
"...영역 내 모든 인간을 말입니까?"
"그래, 가능한 대로 전부."
* * * *
한지윤은 지도를 보며 생각했다.
'이대로면 10분 내로 끝나겠어.'
속초의 파란점이 속속 사라지고 있었다.
남은 파란점은 2개.
여태껏 강진석이 보여준 속도를 생각하면 10분 내로 끝날 것이다.
'다음은 고성에 가시겠지?'
한지윤은 속초 위에 있는 고성을 살폈다.
고성에 있는 파란점은 5개였다.
'30분 내로 끝날테고.'
바로 그때였다.
"...!"
한지윤은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지도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고성에 있던 파란점이 하나, 둘 작아지더니 이내 사라졌다.
파란점이 사라진 것은 고성뿐만이 아니다.
인제, 양구 그리고 북한 지역의 파란점도 없어졌다.
'이게 무슨!'
파란점은 생존자들의 위치다.
즉, 파란점이 사라졌다는 것은 생존자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사라졌다는 것은 2가지 중 하나다.
다른 곳으로 이동됐거나 혹은 죽었거나.
한지윤은 재빨리 지도를 살폈다.
어딘가에 새로운 파란점이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
이어 한지윤은 다시 한 번 놀랐다.
예상대로 새로운 파란점이 나타났다.
문제는 파란점이 위치한 장소였다.
'금강산...'
파란점이 나타난 곳은 바로 '금강산'이었다.
'전부 금강산으로 간 건가?'
한지윤은 확인을 위해 금강산의 파란점을 눌렀다.
그러자 정보가 나타났다.
'맞네, 전부 금강산으로 간 거.'
파란점을 누를 때마다 생존자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었다.
'영역 엄청 크네.'
짙은 어둠 부족의 영역이 작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근데 왜 금강산으로 모으는 거지?'
아무 이유 없이 생존자들을 모으는 게 아닐 것이다.
이유가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러나 당장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 중요한 것은 이유를 생각해내는 것이 아니다.
한지윤은 핸드폰을 들었다.
강진석에게 보고하기 위해서였다.
* * * *
"...금강산에요?"
-네.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한지윤에게 생각지도 못한 보고를 들었다.
속초 생존자 구출 후 바로 위에 있는 고성 생존자를 구출하려 했다.
그런데 고성 생존자들이 금강산으로 이동했다.
고성 생존자뿐만이 아니다.
인제, 양구, 북한 지역의 생존자도 금강산으로 이동했다.
짙은 어둠 부족의 짓이 분명했다.
대체 무슨 이유로 생존자들을 전부 금강산으로 이동시킨 것일까?
'제물로 바치려는 건가?'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제물'이었다.
아무리 봐도 제물이 가장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예상과 달리 제물이 아닐 수 있다.
강진석이 생존자들을 구출하고 있다는 것을 짙은 어둠 부족도 파악했을 것이고 그래서 한데 모은 것일 수 있다.
다른 곳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혹은 함정의 미끼로 사용하기 위해.
'...게르마느 때문이겠지?'
강진석은 게르마느를 떠올렸다.
여태까지 가만히 있던 짙은 어둠 부족이 갑자기 행동을 취한 데에는 게르마느가 연관되어 있을 것 같았다.
'어쨌든 가야 되겠지.'
정확한 이유와 상황은 알 수 없다.
그렇다고 생존자를 버릴 수는 없다.
그리고 오히려 기회라 할 수 있었다.
생존자들을 한 번에 구할 수 있는.
'위험하면 도망치면 되니까.'
강진석은 육체 제련과 영혼 각성을 두 번씩 했다.
솔직히 말해 금강산에 세번째 제련이나 각성을 한 존재가 있다고 해도 죽지 않고 도망칠 자신이 있었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한지윤에게 말했다.
"금강산에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역시 가시는군요.
한지윤은 예상했다는 듯 말했다.
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위험하면 도망칠게요."
생존자 구출은 중요하다.
그러나 강진석은 자신의 목숨을 희생할 생각이 없었다.
자신의 목숨이 더 중요한 강진석이었다.
204.
-그렇다면 안심이구요!
-그런데 생존자가 2만 1020명인데 강릉 훈련소로 보내실 생각인가요?
"그렇지 않아도 지금 이야기 드리려 했는데 봉제산 훈련소 여유 되나요?"
강릉 훈련소에서는 이미 많은 생존자들이 훈련 받고 있었다.
2만명이 넘는 생존자가 추가 투입 된다면?
강릉 훈련소는 마비가 될 것이다.
-1만 5000명까지는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이상은 잠시 대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나눠야겠네요."
그렇게 구출 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강진석은 한지윤과의 통화를 마쳤다.
그리고 바로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한시라도 빨리 금강산에 가야 했다.
그렇다고 속초에 남은 생존자를 버릴 수는 없다.
[던전 '학선 그룹 리조트'에 입장하셨습니다.]
[24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제단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
.
목적지에 도착한 강진석은 바로 해왔던 대로 감옥의 안전을 확보 후 오크들을 청소한 뒤 제단을 파괴함으로 탈환을 마쳤다.
그리고 최은형에게 문자를 보낸 뒤 마지막 목적지로 향했다.
마지막 목적지도 다를 바 없었고 그렇게 속초 내 모든 생존자를 구출한 강진석은 봉제산 창고로 이동했다.
금강산에서 무슨 일이 있을 지 모른다.
단단히 준비를 해야 했다.
[스킬 퀘스트 '어둠의 이해'를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어둠의 이해' 3레벨이 활성화됩니다.]
[어둠과 관련된 모든 효과가 100% 증가합니다.]
강진석은 우선 퀘스트 '어둠의 이해'를 완료해 3레벨을 활성화했다.
[스킬 '어둠의 이해'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스킬 퀘스트 '어둠의 이해'가 생성됐습니다.]
이어 4레벨로 올려 퀘스트 완료에 필요한 재료를 확인했다.
'다행이네.'
전부 창고와 비고에 있는 것들이었다.
강진석은 창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재료를 챙기고 비고를 소환해 재료를 찾아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그렇게 모든 재료를 챙긴 강진석은 영역 이동을 통해 다시 속초로 이동했다.
그리고 바로 고성으로 넘어가 북상을 시작했다.
북상하며 강진석은 많은 영역을 감지했고 많은 오크를 감지할 수 있었다.
고성에는 놀랍게도 4차 제약 침공자가 한 마리 있었다.
그러나 강진석은 들르지 않았다.
그냥 지나쳤다.
당연히 무서웠기 때문은 아니다.
4차 제약 침공자가 있는 곳에는 생존자가 없다.
모든 생존자는 금강산에 모여 있다.
4차 제약 침공자를 상대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가 생존자들에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얼마 뒤 금강산 근처에 도착한 강진석은 잠시 이동을 멈췄다.
이동을 멈춘 이유는 환경 때문이었다.
'...용암 지대?'
땅 곳곳이 용암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몇몇 장소에서는 끊임없이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이런 환경을 좋아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원래 용암이 흐르는 지역이 아니다.
즉, 이런 환경이 된 이유는 이곳에 자리 잡은 짙은 어둠 부족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강진석이 여태까지 보아온 짙은 어둠 부족의 영역 환경을 보면 지금 환경은 무언가 이상했다.
'음.'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어찌 됐든.'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지금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강진석은 스킬창을 열었다.
[스킬 '불의 이해'를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퀘스트 '불의 이해'가 생성됐습니다.]
그리고 스킬 '불의 이해'를 습득했다.
'생활일까? 인지?'
습득 후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어 조건을 확인했다.
<불의 이해>
조건을 충족하라!
[불속 생활 : 0%]
[불의 보석 파이어로스 : 0 / 10]
.
.
퀘스트 보상 : 스킬 '불의 이해' 1레벨 활성화
'생활이네.'
퀘스트 '불의 이해'의 첫번째 조건은 인지가 아니었다.
'아쉽다. 인지였으면 쉽게 올렸을텐데.'
상황이 갖추어지면 인지는 급속도로 상승한다.
그러나 생활은 아니다.
시간을 갈아 넣어야 하는 조건이 생활이었다.
일단 강진석은 용암 지대로 진입했다.
강렬한 열기가 느껴졌다.
물론 강진석의 육체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강렬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강진석은 열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퀘스트 조건인 '불속 생활'에 신경 썼다.
그리고 10초가 지났을 때 1%가 올랐다.
'...음?'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왜 벌써 올라?'
물속 생활의 경우 1분에 1%가 올랐다.
그런데 10초만에 1%가 오르다니?
'...환경이 극악할수록 잘 오르는건가?'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그래, 인지도 강력할수록 잘 올랐으니.'
생각해 보면 인지 역시 오르는 속도가 천차만별이었다.
환경 역시 상황에 따라 다른 게 어찌보면 당연했다.
'이러면 이야기가 다르지.'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오랜 시간을 갈아 넣어야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강진석은 쭉쭉 오르는 불속 생활을 보며 생각했다.
'탈환해도 그대로 남아 있으려나.'
생존자 구출 후 강진석은 금강산에 있는 영역 상징을 파괴할 생각이었다.
영역 상징이 파괴된 후에도 용암 지대가 그대로 남아 있을지 궁금했다.
'남아 있으면 좋겠네.'
강진석은 탈환 후에도 용암 지대가 남아있길 바라며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 곧 금강산에 펼쳐진 '영역'에 도착했다.
'...본부겠지?'
영역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여태까지 보아온 그 어떤 영역보다 강력했다.
짙은 어둠 부족의 본부로 추정됐다.
[던전 '금강산'에 입장하셨습니다.]
[48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대제단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대족장 킬로아'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흑린 마법단장 그라도르'가 생성됐습니다.]
.
.
'역시.'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예상대로 금강산은 짙은 어둠 부족의 본부였다.
대족장 킬로아가 증거였다.
'그라도르도 4차 제약 침공자겠지?'
짙은 어둠 부족에는 흑수 마법단, 흑린 마법단 총 2개의 마법단이 존재했다.
흑수 마법단의 단장 게르마느는 4차 제약 침공자였다.
흑린 마법단의 단장 그라도르 역시 4차 제약 침공자일 확률이 높았다.
'그럼 최소 둘.'
대족장 킬로아는 당연히 4차 제약 침공자다.
즉, 본부에는 4차 제약 침공자가 최소 둘이라는 뜻이었다.
'...둘이 끝인 것 같네.'
메시지를 통해 퀘스트명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안도했다.
안도의 이유가 4차 제약 침공자가 둘이라 그런 것은 아니었다.
[금강산에 입장하셨습니다.]
[감옥이 안전해집니다.]
생존자가 워낙 많아서인지 입장과 동시에 감옥이 안전해졌다.
시스템이 보장한 안전이다.
강진석이 확보하는 안전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는 생존자들이 다칠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즉, 마음 편히 날뛰어도 된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퀘스트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대족장 킬로아>
짙은 어둠 부족의 대족장 킬로아.
.
.
킬로아를 처치하라!
퀘스트 보상 : ???
가장 먼저 확인한 퀘스트는 '대족장 킬로아'였다.
'호오.'
퀘스트 내용을 읽던 강진석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놀랄 이야기가 여럿 쓰여 있었다.
'역시 두 번이네.'
그중 가장 놀라운 것은 킬로아가 세번째 육체 제련을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세번째를 앞두고 있다는 것, 그것은 이미 두번째 제련을 마쳤다는 뜻이다.
'보상이 보통이 아니겠어.'
두렵지는 않았다.
제련을 세 번 했다면 모를까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두려워해야 할 존재는 킬로아였다.
강진석 역시 육체를 두 번 제련했고 거기에 영혼을 두 번 각성했기에.
<흑린 마법단장 그라도르>
짙은 어둠 부족에는 2개의 마법단이 있다.
다양한 마법을 익힌 흑린 마법단.
어둠 마법을 전문적으로 익힌 흑수 마법단.
.
.
흑린 마법단의 단장 그라도르를 처치하라!
퀘스트 보상 : ???
'이건 순서만 바뀌었네.'
퀘스트 '흑수 마법단장 게르마느'와 순서만 다를 뿐 내용이 같았다.
강진석은 잠시 퀘스트 내용을 바라보다가 스킬창을 열었다.
[스킬 '바람의 이해'를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퀘스트 '바람의 이해'가 생성됐습니다.]
[스킬 '흙의 이해'를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퀘스트 '흙의 이해'가 생성됐습니다.]
.
.
[스킬 '빛의 이해'를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퀘스트 '빛의 이해'가 생성됐습니다.]
그리고 강진석은 모든 이해 스킬을 습득했다.
여태까지 습득할 수 있음에도 습득하지 않았던 이유는 하나였다.
조건을 충족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괜히 포인트만 낭비하게 될 것 같아서.
그러나 흑린 마법단의 단장 그라도르는 다양한 마법을 익혔다.
여기서 다양하다는 것은 마법의 '종류'가 아닌 '속성'을 의미하는 게 분명했다.
즉, 이번에 습득한 이해 스킬 중 몇몇은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만에 하나 충족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이해 스킬 습득에 투자한 포인트는 금강산에서 전부 회수가 가능했다.
그것도 투자한 것에 몇 배를 회수할 수 있을 것이다.
'생활, 인지 참 다양하구나.'
바람속 생활, 흙속 생활 그리고 환상 인지, 나무 인지 등 이해 스킬들은 한쪽에 치우지지 않고 비슷하게 생활과 인지로 나뉘어 있었다.
모든 이해 스킬의 조건과 재료를 확인한 강진석은 다시 던전 퀘스트를 확인했다.
그리고 퀘스트를 확인하던 중 강진석은 용암 지대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용암 생성기 파괴>
짙은 어둠 부족은 부족원들의 훈련을 위해, 외적 침입을 막기 위해 주변 환경을 용암 지대로 변화시키는 아티펙트를 여럿 설치했다.
.
.
용암 생성기를 파괴하라!
[남은 용암 생성기 : 10]
퀘스트 보상 : 용암 생성기 5개, 용암 생성기 제작법
'이거였구나.'
금강산에 갑작스레 생긴 용암 지대.
용암 지대는 용암 생성기라는 아티펙트 때문이었다.
'이러면 불의 이해는 걱정 안 해도 되겠는데?'
금강산을 탈환하며 용암 지대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사라진다고 해도 상관없다.
용암 생성기 5개와 제작법이 보상으로 주어지기 때문이었다.
'방어에도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 같고.'
강진석은 생각지도 못한 보상에 싱긋 웃으며 다음 퀘스트를 확인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퀘스트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으며 생각했다.
'근데 어디에 있으려나.'
영역 안으로 들어오며 초감각의 크기가 줄어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원래 금강산이었다면 충분히 전 지역을 탐색했을 것이다.
그러나 금강산은 넓어졌다.
전보다 몇 배는.
그래서 지금은 전 지역 탐색이 불가능했다.
지금 초감각으로 탐색할 수 있는 것은 오크들 뿐이었다.
물론 그중에는 대족장 킬로아도 없었고 흑린 마법단장 그라도르도 없었다.
'뭐 청소하다 보면 만날 수 있겠지.'
금강산 어딘가에 있는 것은 분명했다.
오크들을 죽이다 보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강진석은 가장 가까이 있는 오크 무리에게 공간이동했다.
이제 청소를 시작할 때였다.
205.
도착과 동시에 강진석은 다크닐을 휘둘렀다.
그러자 어둠이 방출됐고.
스아아!!!
방출된 어둠이 폭발하며 어둠의 반구가 나타났다.
그리고 범위 안에 있던 오크들은 한 마리도 빠짐없이 전원 죽음을 맞이했다.
공격 한 번으로 청소를 마친 강진석은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그렇게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기 시작했고.
멈칫!
열 다섯번째 오크 무리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 강진석은 잠시 멈칫했다.
초감각에 감지된 새로운 기운 때문이었다.
'뭐지?'
일단 오크는 아니다.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4차 제약 침공자 못지않은 강력한 기운이 느껴졌다.
'아티펙트인가? 마법진?'
거리가 멀어 형태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가까이 가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다시 청소를 이어나갔다.
얼마 뒤 강진석은 다시 멈췄다.
정체불명의 기운 때문이 아니다.
'이게 용암 생성기구나.'
강진석이 멈춘 이유는 아티펙트 '용암 생성기' 때문이었다.
'역시 크다.'
용암 생성기의 높이는 10m였고 넓이는 4m, 깊이는 3m로 매우 컸다.
'근데 범위 생각하면 작은 것 같기도 하고...'
금강산에 펼쳐진 용암 지대는 어마어마하게 넓었다.
용암 지대의 크기를 생각하면 생성기의 크기가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조하는 다른 뭔가 있나?'
강진석은 생각에 잠긴 채 다크닐을 휘둘렀다.
스걱!
어둠을 방출하지는 않았다.
확인할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다크닐에 의해 용암 생성기에 거대한 구멍이 났고 구멍에서 용암이 꿀렁꿀렁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용암의 양은 적어졌고 이내 완전히 멎었다.
그리고 강진석은 알 수 있었다.
용암 생성기에 기운을 주입하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무언가는 용암 생성기 바로 아래에 있었다.
강진석은 용암 생성기를 툭 찼다.
그러자 용암 생성기가 뒤로 훌쩍 날아갔고 강진석은 볼 수 있었다.
바닥에 숨어 있던 무척이나 거대한 마나석을.
평범한 마나석이 아니었다.
평범하지 않다는 것은 크기 때문이 아니다.
마나석 표면에 각인되어 있는 마법진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마나석을 들었다.
그와 동시에 마나석의 정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압축 마나석>
특급 마나석 50개를 압축시킨 마나석이다.
현재 남은 마나 : 92%
정보를 확인 후 강진석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와, 특급 마나석을 50개나?'
특급 마나석의 가치를 안다.
그래서 더 놀라웠다.
특급 마나석을 50개나 압축시킨 마나석이라니?
'하나에 500만이니까...'
가장 아래 등급의 특급 마나석이 상점창에서 500만 포인트였다.
즉, 가장 하급의 특급 마나석을 50개 압축시켰다고 해도 2억 5000만 포인트였다.
'...용암 생성기 아래에 다 하나씩 있겠지?'
짙은 어둠 부족의 용암 생성기는 총 10개였다.
그리고 용암 생성기 아래에는 이번처럼 전부 압축 마나석이 하나씩 있을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득템이네.'
강진석은 활짝 웃으며 압축 마나석을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그리고 다음 장소로 향했다.
그렇게 청소가 다시 시작됐고 강진석은 정체불명의 기운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아티펙트인지 마법진인지 궁금했다.
그런데 둘 다였다.
거대한 기둥이었고 기둥에는 수많은 마법진이 각인되어 있었다.
기둥에만 마법진이 있는 게 아니다.
기둥이 자리한 바닥에도 여러 마법진이 중첩되어 있었다.
'...용도가 뭐지?'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공간과 관련 있는 것 같은데.'
기둥에서 공간의 힘이 느껴졌다.
그리고 절반의 마법진에서도 공간의 힘이 느껴졌다.
즉, 기둥과 마법진은 공간과 관련된 용도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워프 게이트인가?'
오랜 생각 끝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워프 게이트였다.
'...그래, 생존자들이 움직인 걸 보면.'
짙은 어둠 부족 영역 각지에 있던 생존자들이 한데 모였다.
속도를 보면 생존자들이 직접 걸어 모인 게 아니다.
기둥은 워프 게이트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근데 워프 게이트 파괴 퀘스트는 없는데?'
문제는 던전 퀘스트 중 '워프 게이트' 파괴 퀘스트가 없다는 점이다.
파괴 퀘스트만 없는 게 아니라 관련된 퀘스트 자체가 없었다.
'아닌 건가?'
워프 게이트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서 확인해 봐야겠어.'
기둥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4차 제약 침공자 못지않았다.
워프 게이트든 아니든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강진석은 청소를 이어 나가며 기둥으로 향했다.
'...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초감각에 강렬한 기운이 감지됐다.
처음에는 기둥인 줄 알았다.
형태가 확실하지 않았기에.
그러나 이어진 상황에 기둥이 아닌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강렬한 기운은 움직이고 있었다.
즉, 살아 있는 생명체가 분명했다.
'...킬로아는 아닌 것 같고.'
지금 느껴지는 기운은 앞서 만난 4차 제약 침공자들과 비슷했다.
그러나 킬로아는 육체 제련을 두 번 했다.
즉, 앞서 만난 4차 제약 침공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운이 강렬할 것이다.
킬로아가 아니라면 남은 것은 하나.
'그라도르.'
흑린 마법단장 그라도르가 분명했다.
'날 막으려는 건가?'
그라도르가 나타난 이유가 무엇일까?
'기둥?'
2가지가 떠올랐다.
첫번째는 강진석의 청소를 막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기둥이었다.
'기둥인 것 같은데.'
그라도르는 기둥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청소를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둥에서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로 추정됐다.
바로 그때였다.
강진석은 누군가 자신을 훑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라도르가 멈칫했다.
강진석은 자신을 훑은 것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그라도르가 확실했다.
'감지 범위가 넓네.'
강진석은 그라도르의 감지 능력에 감탄하며 그라도르를 주시했다.
그라도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어떤 선택을 내릴지 궁금했다.
이내 그라도르가 왔던 길을 돌아가기 시작했다.
도망을 선택한 것이 분명했다.
강진석은 피식 웃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은 아니다.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카타론, 게르마느의 죽음을 알고 있을 것이고 그라도르는 혼자였다.
오히려 도망치지 않았다면 경계했을 것이다.
'어떻게 할까.'
강진석은 고민했다.
'지금 잡을까?'
지금 그라도르가 도망치면 영영 나타나지 않을까?
아니, 다른 누군가와 다시 나타날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킬로아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두번째 육체 제련을 마친 킬로아와 그라도르가 힘을 합친다면?
금방 끝날 싸움이 상당히 길어질 것이다.
'그래, 지금 잡자.'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바로 공간이동을 했다.
그렇게 그라도르의 앞에 도착한 순간.
그극! 그그극!
강진석은 전방의 공간을 비틀었다.
이어 비틀어진 공간에 불로 만들어진 화살이 작렬하더니 소멸했다.
당연하게도 그라도르가 시전한 마법이었다.
강진석은 공간을 복구하며 그라도르를 보았다.
그라도르의 표정은 무척이나 어두웠다.
예상치 못한 만남에 당황한 표정은 아니었다.
그라도르는 마주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온 것이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대체 기둥에 뭐가 있길래.'
그라도르가 향하던 곳은 '기둥'이었다.
기둥의 정체가 무엇이기에, 용도가 무엇이기에 이런 상황을 감수하고 움직인 것일까?
강진석은 그라도르에게 의지 번역을 시전했다.
"기둥의 용도를 알려 줄 수 있나?"
그리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
기둥 이야기에 그라도르가 움찔했다.
그리고 이어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정령의 영역!)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었다.
스아아!
그라도르의 외침에 주변 환경이 변화하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흑린 마법단장 그라도르가 영역을 선포합니다.]
[영역 효과를 받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00 감소합니다.]
[모든 저항력이 약간 감소합니다.]
.
.
오랜만에 보는 영역 선포였다.
스윽
강진석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은은히 미소를 지었다.
불, 물, 바람 등 다양한 속성의 힘이 느껴졌다.
강진석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이 장소에 있는 것만으로도 여러 이해 스킬의 첫번째 조건이 충족될 것이라고.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것이다.)
-!@%!@%(반항하면 네녀석의 동족들은 전부 죽는다.)
그라도르가 위협적인 목소리로 외쳤다.
물론 강진석은 그라도르의 외침에 놀라지 않았다.
허세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생존자들의 안전은 시스템이 보장했다.
시스템의 힘은 강진석에게도 아득한 벽이었다.
그런데 고작 영혼을 한 번 각성한 그라도르가 시스템의 보호를 뚫는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 자리에 없는, 육체를 두 번 제련한 킬로아도 뚫지 못한다.
그러나 강진석은 내색하지 않고 반문했다.
"이대로 죽으란 소리인가?"
그라도르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네녀석을 제압해 대족장에게 끌고 갈 것이다.)
-!@%!@(혹시 모르지, 동족을 생각하는 네녀석의 의지에 대족장께서 기회를 줄지도.)
강진석은 그라도르의 말에 당황한척 했다.
그리고 이어 고민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반항하는 순간 죽는다.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그라도르는 강진석의 반응에 씨익 웃으며 오른손에 쥐고 있던 검푸른 지팡이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의지 번역을 시전한 상태였으나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을 보아 주문을 외우는 것 같았다.
스아! 스아! 스아앗!
스아아앗! 스앗!
이내 그라도르의 주변에 마법진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법진의 크기와 형태는 제각기 달랐다.
그러나 전부 회색으로 색깔은 같았다.
20번째 마법진을 끝으로 더 이상 마법진은 생성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라도르는 왼손 팔목에 착용하고 있던 형형색색의 염주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염주알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회색이었던 20개의 마법진이 형형색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3개는 붉은색, 2개는 파란색, 3개는 노란색 등 휘황찬란했다.
'어떤 아티펙트인지 궁금하네.'
강진석은 염주와 지팡이에 대해 생각하며 마법진을 살폈다.
마법진의 기운은 저마다 달랐다.
가장 약한 마법진도 쉬이 볼 수 없었다.
역시 4차 제약 침공자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오를려나?'
물론 강진석은 아무런 위협도 느끼지 못했다.
지금 강진석의 머릿속에는 20개의 마법진에서 발동될 마법이 이해 스킬을 얼마나 충족시켜 줄지에 대한 기대감뿐이었다.
스앗!
가장 먼저 붉은색 마법진에서 화염새가 튀어나왔다.
화염새는 엄청난 열기를 머금은 채 강진석에게 날아들었다.
강진석은 화염새를 피하지 않았다.
대신 전신에 기운을 둘렀다.
그리고 전기를 방출해 보호막을 만들어냈다.
보호막 위로 화염새가 작렬했다.
화르륵!
화염새가 폭발하며 압축되어 있던 열기가 강진석을 엄습했다.
'따뜻하네.'
육체를 제련해 웬만한 열기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화염새의 열기도 마찬가지였다.
강진석은 남은 19개의 마법진을 보았다.
속속 마법진에서 마법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얼음 늑대, 바람 호랑이 등 무척이나 다양했다.
강진석은 날아오는 마법들을 바라보며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이해 스킬의 조건을 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예상대로 조건이 쑥쑥 오르고 있었다.
206.
15번째 마법이 작렬했을 때 그라도르는 추가로 마법진을 만들어 낸 뒤 염주를 통해 속성을 부여했다.
강진석은 더할 나위 없이 활짝 웃었다.
'역시 20개가 끝이 아니었구나.'
혹여 마법이 20개로 끝이면 어쩌나 걱정했다.
다행히 아니었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날아오는 마법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근데 어떻게 하지?'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고민에 잠겼다.
몇몇 퀘스트는 곧 첫번째 조건이 100%가 된다.
그러나 재료가 없어 완료가 불가능했다.
즉, 다음 퀘스트 진행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상점창에서 구매하자니 포인트가 아까웠다.
창고에 없다면 모를까 넘쳐나는 재료들을 굳이 비싸게 살 이유가 있을까?
'...그래, 언제 또 이런 상황이 오겠어.'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렇게 다양하게 올릴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오지 않을 것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막대한 시간 낭비로 되돌아올 수 있다.
고민을 마친 강진석은 상점창을 열었다.
그리고 100%가 될 것으로 추정되는 이해 스킬의 재료들을 구매했다.
가장 먼저 충족된 것은 '바람의 이해'였다.
[스킬 퀘스트 '바람의 이해'를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바람의 이해'가 활성화됩니다.]
[바람과 관련된 모든 효과가 100% 증가합니다.]
[스킬 '바람의 이해'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스킬 퀘스트 '바람의 이해'가 생성됐습니다.]
강진석은 바로 퀘스트를 완료해 1레벨을 활성화했고 이어 2레벨로 올려 퀘스트를 생성했다.
그리고 바람은 시작이었다.
[스킬 퀘스트 '대지의 이해'를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대지의 이해'가 활성화됩니다.]
.
.
[스킬 '빛의 이해'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스킬 퀘스트 '빛의 이해'가 생성됐습니다.]
이후에도 많은 이해 스킬을 완료할 수 있었다.
'2레벨은 힘들겠네.'
1레벨은 쑥쑥 올랐으나 2레벨부터는 쉽게 오르지 않았다.
오르는 속도를 보니 재료를 준비할 필요 없을 것 같았다.
'나무는 끝이고.'
가장 먼저 조건 충족이 멈춘 것은 '나무 인지'였다.
그리고 나무 인지를 시작으로 대지, 환상 등 속속 멈췄다.
마지막은 '빛'이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빛 인지 역시 상승을 멈췄다.
강진석은 그라도르를 보았다.
그라도르는 상당히 지쳐 있었다.
하기야 한, 두번도 아니고 마법을 수백 번 사용했다.
제아무리 영혼을 각성했다고 해도 지치는 게 당연했다.
'...더 강력한 마법은 못 쓸 것 같고.'
게르마느 때에는 종말의 어둠이라는 강력한 마법을 유도했다.
그러나 현재 그라도르는 종말의 어둠처럼 강한 마법을 사용할 상태가 아니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더 이상 이해 스킬의 조건을 충족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제 잡아 볼까.'
더 이상 마법에 맞아줄 이유가 없다.
강진석은 그라도르의 뒤로 공간이동했다.
그리고 바로 다크닐을 휘둘렀다.
강진석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기운이 빠져서일까?
그라도르의 반응은 늦었다.
스걱!
다크닐은 그대로 그라도르의 목을 파고들었고.
[짙은 어둠 부족 흑린 마법단장 그라도르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2억 2000만 상승합니다.]
.
.
그라도르의 죽음을 알리는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활짝 웃었다.
'보상 봐라.'
자체 포인트도 2억 2천만이었고 퀘스트 보상은 3억 포인트였다.
당연하게도 포인트가 끝이 아니었다.
[최상급 영혼의 돌을 획득하셨습니다.]
[중급 어둠의 집약체를 획득하셨습니다.]
.
.
퀘스트 보상으로 수많은 물품을 획득할 수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스윽
강진석은 고개를 내려 그라도르의 육체가 사라진 자리를 보았다.
그곳에는 지팡이, 염주 등 수많은 아티펙트가 떨어져 있었다.
강진석은 먼저 지팡이를 집었다.
그러자 지팡이의 정보가 떠올랐다.
<대현자의 보조 지팡이>
1. 주문 영창을 통해 무속성 마법진 생성 (최대 20개)
2. 기운 주입 후 의지 발현을 통해 무속성 마법진 생성 (최대 30개)
.
.
9. 기운 주입 시 '대현자의 눈' 발동
"...!"
정보를 확인한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지팡이 효과였어?'
그라도르가 만들어 냈던 회색 마법진 20개.
당연히 그라도르 본연의 능력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순전히 지팡이의 능력이었다.
'30개도 가능하겠네.'
주문 영창을 통해 마법진을 생성하면 최대 20개였다.
그리고 의지 발현을 통해 생성하면 최대 30개였다.
의지 발현은 주문 영창보다 더 많은 정신력을 요구했다.
그러나 강진석에는 전혀 부담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스윽
강진석은 이어 염주를 확인했다.
<정령들의 가호가 깃든 염주>
1. 무속성 마법진에 랜덤 속성 부여
-불(불새)
-얼음(늑대)
-바람(호랑이)
.
.
10. 모든 속성 피해 10% 증가
염주의 정보를 확인한 강진석은 활짝 웃었다.
'다 정해져 있던 거구나.'
그라도르는 쉬지 않고 마법을 시전했었다.
그때마다 크기는 달라졌지만 형태는 변하지 않았다.
항상 화염새였고 얼음 늑대였으며 바람 호랑이였고 전기 상어였다.
왜 형태가 변하지 않는 것인지 의아했는데 염주의 효과였다.
'나중에 한 번 실험해 봐야겠어.'
강진석은 지팡이와 염주를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그리고 남은 아티펙트를 마저 확인 후 기둥이 있는 방향을 보았다.
'먼저 확인하는 게 맞겠지?'
그라도르 때문에 기둥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졌다.
코앞에서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았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바로 기둥 앞으로 공간이동 했다.
그리고 도착과 동시에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멀리서 탐색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공간의 힘이 강력했다.
'대체 뭘까.'
강진석은 기둥을 보며 고민에 잠겼다.
던전 퀘스트를 꼼꼼히 확인했으나 기둥과 관련된 퀘스트는 없었다.
아무 의미 없지는 않을 것이다.
기운의 크기와 그라도르의 행동을 생각하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것도 아주 중요한 의미가.
'...부숴버릴까?'
아무리 봐도 그냥 내버려두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느낌만 믿고 바로 부술 수는 없었다.
부쉈다가 더 큰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냥 두는 것보다는 낫겠지.'
오랜 고민 끝에 강진석은 결정을 내렸다.
기둥을 파괴하기로.
결정을 내리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영혼 각성 후 강렬해진 '직감'이었다.
직감이 파괴를 가리키고 있었다.
강진석은 뒤로 훌쩍 물러났다.
기둥은 강력한 공간의 힘을 머금고 있었다.
즉, 파괴되는 순간 주변 공간이 일그러질 확률이 높았다.
후웅!
강진석은 다크닐을 휘둘렀다
그러자 어둠 덩어리가 기둥을 향해 날아갔다.
스아아!!
이내 기둥에 작렬한 어둠 덩어리가 폭발하며 반구가 나타났다.
그그극!
그리고 강진석은 느낄 수 있었다.
기둥이 파괴됐다는 것을.
그리고 볼 수 있었다.
공간과 함께 일그러지는 어둠의 반구를.
강진석은 상황을 지켜보다가 고개를 돌려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당연히 메시지를 통해 정보가 주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기둥의 정체는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아무런 메시지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도...'
아무런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간의 이해>
조건을 충족하라!
[공간 인지 : 100%]
[공간의 돌 타이르푸스 : 20 / 20]
.
.
퀘스트 보상 : 스킬 '공간의 이해' 2레벨 활성화
95%였던 공간 인지가 100%가 됐다.
그리고 이미 모든 재료를 준비해 둔 상태였다.
[스킬 퀘스트 '공간의 이해'를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공간의 이해' 2레벨이 활성화됩니다.]
[공간과 관련된 모든 효과가 100% 증가합니다.]
[스킬 '공간의 이해'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스킬 퀘스트 '공간의 이해'가 생성됐습니다.]
강진석은 바로 퀘스트를 완료해 2레벨을 활성화했다.
그리고 3레벨을 습득 후 일그러진 공간을 보았다.
공간 이해도가 한층 깊어졌기 때문일까?
전보다 많은 것이 느껴졌다.
'공간이동 마법이구나?'
기둥의 용도는 공간이동이었다.
'어디로 보내려는 거지?'
목적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공간이동 마법이 발동됐다면?
저항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정도로 공간의 힘이 강력했다.
'...그래도 100%는 안 되겠네.'
공간의 힘이 강력하긴 했으나 3레벨 공간 인지 100%는 힘들 것 같았다.
100%는커녕 절반인 50%도 힘들어 보였다.
[공간 인지 : 47%]
예상대로 공간 인지는 47%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뒤 일그러졌던 공간이 복구됐다.
어둠 역시 함께 자취를 감췄다.
강진석은 기둥이 있던 자리를 보았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내 정신을 차린 강진석은 다음 장소로 공간이동하며 생각했다.
'대체 어디로 가는 거였을까?'
* * * *
"..."
킬로아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말도 안 되는,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그것도 1가지가 아니라 2가지나.
첫번째는 흑린 마법단장 그라도르의 죽음이었다.
그리고 두번째는 공간 아티펙트 '알샤룬의 기둥' 파괴였다.
킬로아는 누가 이런 짓을 벌였는지 잘 알고 있었다.
'빌어먹을 초월의 씨앗!'
그라도르를 죽이고 기둥을 파괴한 이는 초월의 씨앗이었다.
'왜 하필 그쪽에 나타나서!'
킬로아는 초월의 씨앗이 남동쪽에 나타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기둥을 남서쪽에 배치하고 그라도르에게 작업을 지시했다.
초월의 씨앗을 언제든 사카라 부족의 영역으로 보낼 수 있게.
그런데 예상과 달리 초월의 씨앗은 남서쪽에 나타났다.
그로 인해 모든 계획이 어그러졌다.
'...근데 그라도르가 도망을 못 쳤다니.'
기둥이 파괴된 것이야 그럴 수 있다.
초월의 씨앗은 영혼을 두 번 각성한 강자였기에.
아무리 기둥이 단단하다고 해도 시간 문제일 뿐 파괴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라도르의 죽음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초월의 씨앗이 본부에 나타난 순간 모든 제약이 해제됐다.
즉, 그라도르는 온전한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였다.
물론 전력을 다할 수 있다고 해도 그라도르가 초월의 씨앗을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라도르는 영혼을 한 번 각성했을 뿐이기에.
초월의 씨앗과 격차가 어마어마했다.
그러나 죽이지 못할 뿐이지 쉽게 죽는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라도르가 도망을 못 친 것일까?
"후우."
이내 킬로아는 한숨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옆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옆에 놓여 있던 도끼가 날아왔다.
도끼를 쥔 킬로아는 거처 밖으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지금 가는 게 최선이겠지.'
기둥이 파괴됐다.
초월의 씨앗을 사카라 부족의 영역으로 보내려던 계획은 실패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까?
오래 생각할 필요 없다.
남은 답은 하나뿐이었다.
바로 초월의 씨앗을 죽이는 것.
그라도르는 그냥 죽지 않았을 것이다.
초월의 씨앗은 꽤나 힘을 썼을 것이다.
즉, 지금이 초월의 씨앗을 죽일 수 있는 최선의 상황이다.
거처에서 나온 킬로아는 남서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207.
얼마 뒤 킬로아는 이동을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다.
시야가 닿지 않는, 감각만으로 느낄 수 있는 곳에 강렬한 기운이 감지됐다.
초월의 씨앗이 분명했다.
킬로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역시 강하구나.'
영혼을 두 번 각성한 존재답게 초월의 씨앗의 기운은 보통이 아니었다.
바로 그때 초월의 씨앗이 사라졌다.
'공간이동...!'
킬로아는 집중했다.
그리고 곧 초월의 씨앗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있었다.
사라진 초월의 씨앗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용암 생성기 앞이었다.
킬로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렇게 멀리 이동할 수 있다니...'
영혼을 각성한 존재다.
공간이동 정도야 당연히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거리가 킬로아의 예상보다 길다는 점이었다.
만약 초월의 씨앗이 공간이동을 통해 계속해서 도망친다면?
킬로아 역시 공간이동을 할 수 있지만 본연의 능력이 아니다.
아티펙트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즉, 놓칠 확률이 높았다.
물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스윽
킬로아는 고개를 내려 팔목에 자리 잡은 성물 아사르를 보았다.
'낙인을 찍어야겠군.'
아사르의 힘을 이용하면 초월의 씨앗의 발을 묶을 수 있다.
'어차피 끝을 봐야 하니.'
초월의 씨앗만 발이 묶이는 게 아니다.
낙인을 사용하면 킬로아 역시 도망칠 수 없다.
그러나 킬로아는 신경쓰지 않았다.
애초에 도망은 킬로아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아니었다.
어차피 초월의 씨앗을 죽이지 못하면 끝이다.
결정을 내린 킬로아는 방향을 틀어 초월의 씨앗이 있는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왜 안 움직이는 거지?'
거리가 빠르게 좁혀지기 시작했고 킬로아는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초월의 씨앗은 용암 생성기를 파괴 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공간이동에 제한이 있나? 아니면 내가 도착하길 기다리는 건가?'
어째서 움직이지 않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킬로아에게 절호의 기회라는 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킬로아의 시야에 초월의 씨앗이 나타났다.
그리고 킬로아는 초월의 씨앗이 움직이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날 기다린 거군.'
초월의 씨앗은 은은한 미소를 지은 채 킬로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킬로아는 마주 미소를 지으며 계속 거리를 좁혔다.
초월의 씨앗은 영혼을 두 번 각성한 존재였다.
영혼을 각성한 이들은 보통 마법, 주술 같은 이능에 강했다.
즉, 거리를 주면 안 된다.
물론 그렇다고 무작정 달려들어서는 안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초월의 씨앗은 전기의 길을 걷고 있었다.
다른 존재들과 달리 가까이서도 조심해야 했다.
'지금이면.'
초월의 씨앗과의 거리가 50m 정도 되었을 때 킬로아는 아사르에 기운을 주입했다.
그리고 초월의 씨앗을 향해 낙인을 시전했다.
스앗!
초월의 씨앗 머리 위로 검은 악마의 얼굴이 나타났다.
킬로아는 활짝 웃었다.
혹여 낙인을 파훼하면 어쩌나 걱정했다.
걱정과 달리 다행히 파훼되지 않았다.
이제 초월의 씨앗은 도망칠 수 없다.
공간이동을 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낙인이 각인된 이상 킬로아의 반경 50m 이상을 벗어날 수 없다.
즉, 공간이동을 해봤자 반경 50m 이내다.
그리고 그정도 거리는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포기한 건가?'
미소 지은 채 계속 거리를 좁히던 킬로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낙인 때문에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
초월의 씨앗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포기한 것 같지는 않았다.
'전기를 믿는 건가?'
초월의 씨앗은 전기의 길을 걷는다.
아무래도 더 가까워졌을 때 전기를 방출해 회심의 공격을 하려는 것 같았다.
킬로아는 기운을 끌어올렸다.
스아아...
그러자 킬로아의 전신에서 어둠이 뿜어져 나왔다.
그극..그그극.
그리고 이어 어둠이 서린 공간이 살짝 일그러지며 흡입력이 발생했다.
'이정도면 막을 수 있겠지.'
영혼을 두 번 각성한 초월의 씨앗이 다루는 전기다.
전기는 분명 강력할 것이다.
그러나 킬로아는 자신의 어둠을 믿었다.
전기를 막아낼 것이라고.
조금의 침입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뭐지?'
하지만 곧 이어진 상황에 킬로아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코앞에 도착했음에도 초월의 씨앗은 전기를 방출하지 않았다.
느낌이 좋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물러날 수는 없었다.
킬로아는 도끼를 휘둘렀다.
후웅!
거력과 어둠을 품은 도끼가 초월의 씨앗에게 날아갔다.
그제야 초월의 씨앗이 움직였다.
콰아앙!
초월의 씨앗이 방패를 들었고 도끼가 방패에 작렬하며 굉음이 울려퍼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초월의 씨앗의 육체에서 거력이 뿜어져 나왔다.
"...!"
킬로아는 경악하며 뒤로 훌쩍 물러났다.
거리를 벌린 킬로아는 초월의 씨앗을 경계하며 생각했다.
'...육체를 제련했다고?'
조금 전 충돌했을 때 초월의 씨앗이 뿜어낸 거력은 분명 반발력이었다.
그것도 보편적인 반발력이 아닌 육체를 제련한 자들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반탄력'이었다.
즉, 초월의 씨앗은 육체를 제련한 것이 분명했다.
'각성만 한 게 아니야...?'
영혼을 각성했다고 육체를 제련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두 가지를 다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재료는 둘째치고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무척 험난한 일이었다.
그런데 초월의 씨앗은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문득 그라도르가 떠올랐다.
'...그래서 죽은 건가.'
어째서 그라도르가 도망치지 못하고 죽었는지 궁금했는데 이제는 알 것 같았다.
* * * *
'묵직하네.'
킬로아의 도끼를 막은 강진석은 방패를 통해 전달된 거력에 감탄하며 메시지창을 보았다.
[킬로아가 아사르의 낙인을 시전했습니다.]
[킬로아에게서 50m 이상 떨어질 경우 쇠약의 저주가 부여됩니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저주의 위력이 강해집니다.]
[50m 이내로 돌아올 경우 저주가 해제됩니다.]
.
.
[킬로아 사망 시 낙인이 해제됩니다.]
'좋네.'
킬로아가 도망치면 어쩌나 했다.
그런데 괜한 걱정이었다.
아사르의 낙인 때문에 강진석은 킬로아에게서 떨어질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은 킬로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왜 이런걸 시전한거지?'
낙인의 효과는 특별한 게 없었다.
멀어지면 저주를 받는 것.
그것 말고는 없었다.
그래서 궁금했다.
킬로아가 낙인을 시전한 이유가 무엇인지.
'내가 도망칠 것 같아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는 하나였다.
'날 죽일 자신이 있는 건가?'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킬로아를 보았다.
킬로아는 무척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처음 달려들었을 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반응이었다.
'지금은 자신이 없어졌나 보네.'
이어 강진석은 킬로아가 뿜어내는 어둠을 보았다.
무척이나 짙은 어둠이었다.
순수한 어둠은 아니었다.
'공간의 힘을 녹여낸 건가.'
놀랍게도 어둠 안쪽에서 공간의 힘이 느껴졌다.
'이정도면...'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어둠의 이해'와 '공간의 이해'를 보았다.
어둠 인지와 공간 인지가 오르고 있었다.
특히 어둠 인지의 경우 오르는 속도가 심상치 않았다.
곧 100%가 될 것 같았다.
'최대한 뽑아내야겠다.'
쉽게 오지 않을 기회다.
강진석은 어둠 인지와 공간 인지 상승이 멈출 때까지 킬로아를 죽이지 않기로 결심했다.
물론 그렇다고 그라도르 때처럼 가만히 맞아줄 생각은 없었다.
킬로아는 육체를 두 번 제련했다.
생명력이 무척 뛰어나다.
쉽게 죽지 않는다.
미리미리 두들겨 기운을 빼놓아야 했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우선 킬로아에게 의지 번역을 시전 후 입을 열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 대답해 줄 생각이 있나?"
-!@%!@(당신의 말을 어떻게 믿고?)
킬로아의 말에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대화하지 못한다고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대화하는 게 좋다.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대화를 거부한 킬로아의 선택이 아쉬웠다.
'어쩔 수 없지.'
강진석은 아쉬움을 떨쳐내며 다크닐을 휘둘러 어둠을 방출했다.
킬로아는 손을 뻗었다.
그러자 킬로아의 앞에 어둠의 장벽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어 장벽에 강진석이 방출한 어둠이 작렬했다.
폭발은 발생하지 않았다.
강진석이 방출한 어둠은 그대로 장벽에 스며들었다.
그 순간 강진석은 느낄 수 있었다.
방출한 어둠이 장벽 안에서 폭발했다는 것을.
'...어둠 방출로는 안 되겠네.'
장벽의 어둠이 약화되긴 했다.
그러나 약화된 정도가 크지 않았다.
어둠 방출로 장벽을 무력화 하려면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마법도 큰 피해는 입히기 힘들 것 같고.'
직접 확인해 보니 장벽의 방어력이 상상 이상이었다.
다른 마법으로도 뚫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더구나 장벽만 뚫는다고 끝이 아니다.
킬로아의 육체는 어둠으로 보호받고 있었다.
한 차례 더 어둠을 뚫어야 육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직접 공격하는 수밖에.'
강진석은 공간이동을 통해 킬로아의 등 뒤로 이동했다.
그리고 다크닐을 휘둘렀다.
후웅!
다크닐의 속도는 무척 빨랐다.
그러나 육체를 두 번 제련한 존재답게 킬로아는 다크닐에 반응했고 뒤로 돌며 도끼를 들었다.
팅!
이어 도끼와 다크닐이 충돌하며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후우웅!
그리고 그와 동시에 충격파가 발생했다.
강진석은 충격파를 무시하고 다시 다크닐을 휘둘렀다.
킬로아 역시 따라 도끼를 휘둘렀다.
그렇게 순식간에 10번의 공방이 이어졌다.
물론 모든 공방이 무승부는 아니었다.
강진석의 속도가 조금 더 빨랐고 킬로아는 10번 중 3번을 놓쳤다.
그리고 킬로아가 놓친 3번의 공격은 킬로아의 어둠을 뚫고 육체에 닿았다.
팅! 팅! 팅!
물론 치명적인 피해를 주지는 못했다.
두 번의 제련 덕분에 킬로아의 육체는 어둠보다 더 단단했다.
'바로 움직이길 잘했어.'
어둠 인지와 공간 인지를 최대한 뽑아내겠다고 공격하지 않았다면?
막상 죽이려 할 때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후웅! 팅! 팅!
강진석은 계속해서 킬로아와 공방을 이어 나갔다.
당연하게도 공방의 우위를 점한 것은 강진석이었다.
강진석은 간간이 육체에 타격을 줬지만 킬로아는 막는데 급급했다.
단 한 번도 킬로아의 도끼가 강진석에 닿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이어지던 공방은 강진석이 거리를 벌리며 잠시 중단됐다.
-...?
킬로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강진석을 보았다.
공방의 우위를 점하고 있던 강진석이 왜 물러난 것인지, 왜 공격을 멈춘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 킬로아의 시선을 받으며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강진석이 물러난 이유는 퀘스트 때문이었다.
퀘스트 '어둠의 이해'의 완료 버튼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스킬 퀘스트 '어둠의 이해'를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어둠의 이해' 4레벨이 활성화됩니다.]
[어둠과 관련된 모든 효과가 100% 증가합니다.]
[스킬 '어둠의 이해'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스킬 퀘스트 '어둠의 이해'가 생성됐습니다.]
강진석은 바로 완료해 4레벨을 활성화 후 5레벨을 습득 후 다시 킬로아를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알 수 있었다.
'...5레벨도 100% 될 수 있겠는데?'
킬로아의 어둠은 생각보다 더 강력했다.
문제 없이 5레벨 어둠 인지를 100% 충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재료 구매해야 하나?'
어둠 인지가 충족된다고 해도 재료가 부족해 완료할 수가 없었다.
'아니다. 어차피 어둠 운용일텐데.'
전기의 운용을 생각하면 어둠의 운용 역시 어둠 운용이 조건일 가능성이 높았다.
굳이 포인트를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근데 그 전에 죽지는 않겠지?'
어둠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진 덕분에 킬로아가 다루는 어둠의 약점이 보였다.
어둠 인지가 100%가 되기 전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눈치를 살피고 있던 킬로아가 순간 기운을 끌어올렸고 킬로아의 어둠에 변화가 생겼다.
208.
어둠이 압축되며 킬로아의 육체에 단단히 자리 잡았다.
'전신 갑옷?'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갑옷'이었다.
강진석은 자신만의 생각이 아니라 확신했다.
누가 봐도 갑옷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 정도로 어둠은 완벽한 갑옷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강진석은 갑옷을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대충이나마 알 수 있었다.
강진석은 전기를 방출해 따라 갑옷을 만들었다.
디테일이 부족해 완벽히 만들 수는 없었다.
형태는 비슷하게 갖추어졌지만 매우 불안정했다.
계속 집중하지 않으면 금세 형태를 잃을 것이다.
강진석은 집중을 유지하며 다짐했다.
'...나중에 꼭 연습해야 겠는데?'
추후 갑옷을 완벽히 완성하기로.
아무런 이유 없이 갑옷을 완성하려는 게 아니다.
아주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증폭'이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갑옷의 형태를 갖춘 순간 다룰 수 있는 전기의 힘이 강력해졌다.
그것도 조금이 아니라 확연히.
스윽
강진석은 다시 킬로아를 보았다.
불완전한 전기 갑옷으로도 증폭이 됐다.
그렇다면 완전한 어둠 갑옷은 어떨까?
'보기에는 큰 차이 없어 보이는데.'
일단 감각에 따르면 전과 차이가 없었다.
그렇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증폭됐다면 전보다 훨씬 강해졌을 것이고 전처럼 대응했다가는 큰코다칠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킬로아가 도끼를 하늘로 들었다.
스아아아!
그리고 강진석은 볼 수 있었다.
도끼날에 급속도로 압축되는 어둠을.
'...저건 좀 위험하겠는데.'
압축되는 어둠을 보니 게르마느의 종말의 어둠이 떠올랐다.
그정도로 도끼날에 압축되고 있는 어둠의 힘은 강력했다.
강진석은 다크닐을 델칸의 은장도로 변환했다.
지금도 종말의 어둠이 떠오를 정도인데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준비가 끝나면 감당하기 힘들 수도 있다.
이대로 그냥 준비하게 둬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변환 후 강진석은 아이스 필드를 시전했다.
바닥이 얼어붙으며 엄청난 한기를 뿜어냈다.
그러나 아쉽게도 바닥의 한기는 킬로아의 어둠을 뚫지 못했다.
갑옷의 어둠이 완벽히 한기를 제압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힘이 빠질테니.'
강진석은 아쉬움을 떨쳐냈다.
어차피 아이스 필드로 큰 피해를 줄 것이라 생각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기운을 뺄 수 있으면 된다.
그리고 아이스 필드가 끝이 아니다.
강진석은 이어 아이스 포그를 시전했다.
수많은 눈송이가 모습을 드러냈고 강진석은 눈송이를 전부 킬로아에게 보냈다.
그리고 은장도를 델칸의 단검으로 변환하며 눈송이를 살폈다.
눈송이는 아이스 필드보다 강력하다.
그렇다고 큰 피해를 줄 것이라 생각지는 않았다.
그정도로 킬로아의 어둠은 강했기에.
예상대로 눈송이는 킬로아의 어둠과 충돌함과 동시에 녹아 사라졌다.
장렬히 증발하는 눈송이를 보며 강진석은 단검을 휘둘러 아이스 스피어를 날리기 시작했다.
아이스 스피어 역시 큰 피해는 주지 못했다.
그러나 큰 피해를 주지 못했을 뿐이다.
어둠이 작게나마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그 때문일까?
아니면 예상치 못한 마법 공격이었기 때문일까?
어둠이 압축되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강진석은 느낄 수 있었다.
킬로아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갈대처럼 흔들리던 킬로아의 마음이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반대로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안정을 되찾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강진석은 도끼를 주시했다.
하늘을 향해 있던 도끼가 서서히 앞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끼날에 압축되어 있던 어둠이 도끼날을 떠났다.
강진석은 엄청난 속도로, 주변 공간을 일그러트리며 자신에게 날아오는 어둠을 보고 잠시 고민했다.
막을지, 피할지.
막을 것이라면 공격을 해 약화시킬지 아니면 그냥 온전히 방어에 집중할지.
피할 것이라면 어디로 피할 것인지.
'피하는 건 아닌 것 같고.'
어둠은 킬로아와 떨어졌다.
그러나 그렇게 보일 뿐이다.
여전히 연결되어 있었다.
강진석이 피해도 방향을 틀어 따라 올 것이다.
즉, 피할 게 아니라 막아야 한다.
'약화시킬 정도는 아닌 것 같고.'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일까?
굳이 약화시키지 않아도 별 피해 없이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즉, 정확한 위력을 확인할 절호의 기회였다.
강진석은 방패를 들었다.
그리고 이어 방패에 어둠이 작렬했다.
스아아!
그와 동시에 어둠은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그리고 강진석의 급소 곳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강진석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여러 갈래로 나뉘며 어둠이 크게 약화됐다.
불완전한 전기 갑옷으로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정도였다.
치지직!
스아앗!
예상대로였다.
앞서 강진석의 눈송이와 아이스 스피어가 증발했듯 킬로아의 어둠도 전기 갑옷에 닿자마자 증발해 사라졌다.
물론 어둠이 증발한 만큼 전기 갑옷 역시 약해졌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강진석은 추가로 전기를 방출해 갑옷에 주입했다.
그렇게 약해진 부분이 보수됐다.
'...여기는 매듭을 짓는게 좋겠는데.'
그리고 보수하던 중 눈에 띈 부분을 강진석은 추가로 수정했다.
덕분에 갑옷은 한층 더 완전해졌다.
물론 아직 킬로아의 어둠 갑옷만큼 완전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집중해야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보다 덜 집중해도 됐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다시 킬로아를 보았다.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어둠을 방출했던 킬로아는 매우 당황스러워하고 있었다.
하기야 회심의 공격이 적중했는데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당황해하는 게 당연했다.
만약 당황하지 않았다면 강진석이 당황했을 것이다.
더 강한 수법이 있다는 뜻이기에.
강진석은 단검을 다시 다크닐로 변환했다.
그리고 킬로아에게 다가갔다.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고 강진석은 다크닐을 휘둘렀다.
킬로아는 전처럼 도끼로 다크닐을 막지 않았다.
마주 강진석의 목을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갑옷을 믿는 듯했다.
물론 강진석은 공격 방향을 틀지 않았다.
킬로아가 갑옷을 믿듯이, 강진석도 갑옷을 믿었다.
그리고 도끼뿐인 킬로아와 달리 강진석은 방패도 있었다.
퉁!
이내 다크닐이 킬로아의 어깨에 작렬했다.
어깨를 보호하고 있던 어둠 갑옷이 살짝 파였다.
그리고 킬로아의 무릎이 살짝 굽혀졌다.
그걸로 끝이었다.
그리고 파인 부분은 눈 한 번 깜짝일 시간에 복원됐다.
텅!
이어 도끼가 방패에 작렬했다.
강진석은 방패에 서린 거력을 해소하기 위해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한 번의 걸음으로 거력을 해소한 강진석은 재차 다크닐을 휘둘렀다.
목표는 조금 전 복원된 부분이었다.
퉁!
이번에도 갑옷이 살짝 파였다.
그러나 전과 달리 복원되는 시간이 미세하게 느려졌다.
'두들기다 보면 깨지겠네.'
갑옷의 내구도가 예상했던 것보다 단단하면 어쩌나 했는데 안심이 됐다.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킬로아와 공방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이번 공방 역시 강진석이 우위를 점했다.
그리고 얼마 뒤.
강진석은 공방을 끝내고 훌쩍 물러났다.
공방을 끝낸 이유는 이번에도 퀘스트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퀘스트 '어둠의 이해'와 '공간의 이해'를 확인했다.
어둠 인지는 100%가 됐고 공간 인지는 80%에서 멈춰 올라가지 않았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으며 결정했다.
'끝내야겠다.'
뽑아낼 것은 전부 뽑아냈다.
더 이상 시간을 주지 않아도 된다.
강진석은 기운을 끌어 올렸다.
여태까지는 기운을 소모 시키기 위한 전투였다.
그래서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죽이기 위한 전투다.
즉, 전력을 다해도 된다.
두 번의 영혼 각성과 육체 제련 이후 강진석은 단 한 번도 전력을 다한 적 없었다.
전력을 다하면 얼마나 강할지 강진석 본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래서 궁금했다.
앞서 있었던 두 번의 공방과 얼마나 차이 날까?
-...?
킬로아는 갑작스레 변한 강진석의 분위기에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성을 되찾은 킬로아는 뒷걸음질을 멈췄다.
그리고 침을 꿀꺽 삼키며 강진석을 응시했다.
강진석은 킬로아의 반응에 싱긋 웃었다.
그리고 바로 거리를 좁혔다.
거리는 눈 깜짝할 사이에 좁혀졌다.
강진석은 바로 다크닐을 휘둘렀다.
전력을 다한 상태였다.
담겨 있는 기운도 전과 비교할 수 없었고 거기다 속도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그로 인해 킬로아는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고 다크닐이 어깨에 작렬했다.
쾅!
타격음이 전과 달랐다.
폭발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당연히 소리만 우렁차진 게 아니다.
킬로아의 갑옷에 균열이 생겼다.
균열은 쉽사리 복원되지 않았다.
크기가 워낙 크기도 했고 이전 공방에서 킬로아의 기운이 대폭 소모된 상태였다.
복원하고 싶어도 복원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복원됐다고 해도 상관없다.
강진석의 공격은 한 번이 끝이 아니었기에.
쾅! 쾅! 쾅!
쉼 없이 강진석은 다크닐을 휘둘렀다.
어깨가 아닌 곳곳을 공략했고 갑옷의 균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물론 킬로아도 가만히 당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마주 도끼를 휘둘렀다.
그러나 의미 없는 저항이었다.
강진석은 더 이상 킬로아의 도끼를 신경 쓰지 않았다.
도끼에 관심을 줄 시간에 한 번 더 공격하는 게 이득인 상황이었다.
쾅! 쾅! 쾅!
퉁! 퉁!
그렇게 서로가 공격에 몰두했다.
당연히 결과는 강진석의 압승이었다.
킬로아의 도끼는 강진석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못했다.
반대로 킬로아의 갑옷은 균열로 가득했다.
바로 그때였다.
쾅!
폭음이 울려 퍼졌고 강진석은 거리를 벌렸다.
이번에 공격을 멈춘 이유는 퀘스트 때문이 아니었다.
강진석은 킬로아를 빤히 보았다.
킬로아의 갑옷이 다시 어둠으로 돌아갔다.
그뿐만이 아니다.
킬로아의 육체가 서서히 어둠으로 변하며 흩어지고 있었다.
그에 맞춰 킬로아의 기운도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끝난 건가?'
처음에는 새로운 수법인가 했다.
그러나 킬로아의 얼굴에 허망함이 가득했다.
새로운 수법이 아니라 끝이 난 것 같았다.
그리고 강진석의 생각은 정확했다.
-!@$!@$(이렇게 끝날 줄은 몰랐는데.)
킬로아가 자조적인 냉소를 지었다.
-@%@(어둠의 여신이시여...)
그리고 말끝을 흐리며 하늘을 보았다.
그것이 킬로아의 마지막이었다.
[짙은 어둠 부족 대족장 킬로아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8억 5000만 상승합니다.]
.
.
이어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고 눈을 번뜩였다.
육체를 두 번 제련한 존재답게 보상은 앞서 잡았던 4차 제약 침공자들과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좋았다.
자체 보상과 퀘스트 보상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이어 킬로아가 남긴 아티펙트를 보았다.
하나 같이 전부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가진 것들이었다.
전부 성물이 아닐까 싶었다.
'...2개구나?'
그러나 예상과 달리 성물은 5개 중 2개뿐이었다.
나머지 3개는 성물이 아니라 일반 아티펙트였다.
그래서 더 놀라웠다.
일반 아티펙트임에도 성물 못지않은 성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나중에 확인하는 걸로 하고.'
마음 같아서는 당장 직접 아티펙트의 성능을 두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바로 금강산 청소였다.
킬로아는 죽었지만 아직 금강산에는 오크들이 매우 많이 남아 있었다.
물론 그중에는 강진석의 발을 붙잡을 만한 수준의 오크는 없었다.
문제는 킬로아의 죽음이 오크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만약 영역 밖으로 벗어난다면?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별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전부 예상일 뿐이다.
생존자들을 구출해야 하는 상황에 강진석은 변수를 내버려둘 생각이 없었다.
강진석은 떠나기 전 혹시나 빠트린 게 있을까 주변을 훑었다.
눈에 띄는 것은 없었고 강진석은 근처에 있는 오크 무리에게 공간이동을 했다.
그렇게 다시 청소가 시작됐다.
멈칫!
얼마 뒤 강진석은 멈칫했다.
강렬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초감각 끝자락이라 제대로 된 형태를 알 수는 없었다.
일단 생명체는 아니었다.
애초에 킬로아와 그라도르가 죽은 지금 금강산에는 4차 제약 침공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강한 오크도 3차 제약 침공자였다.
'용암 생성기도 아닌 것 같고.'
이어 압축 마나석이 떠올랐다.
그러나 압축 마나석이 품고 있는 기운의 성질과 너무 달랐다.
강진석은 확인을 위해 청소를 잠시 중단하고 해당 기운이 느껴지는 장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기운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건물이었어?'
기운의 정체는 3m 높이의 건물이었다.
그래서 더 의문이었다.
어떤 건물이기에 이렇게 강렬한 기운을 풍긴단 말인가?
강진석은 던전 퀘스트를 떠올렸다.
그러나 그 어떤 퀘스트에도 건물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확인해보자.'
잠시 고민하던 강진석은 확인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대로 그냥 내버려 두기에는 찝찝했다.
강진석은 입구로 다가가 철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쩡 쩌저적!
그러자 철문에 각인되어 있던 마법진들이 연달아 파괴되었고.
끼이익
이어 철문이 열렸다.
강진석은 그대로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진입과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킬로아의 보물 창고에 입장하셨습니다.]
제209화
209.
메시지를 통해 건물의 정체를 알게 된 강진석은 활짝 웃었다.
'보물 창고였어?'
어떤 건물인가 궁금했는데 보물 창고였다니?
강진석은 긴장을 풀고 내부를 살폈다.
방이 총 4개 있었고 방 입구에는 1부터 4까지 차례대로 숫자가 쓰여 있었다.
강진석은 우선 가장 가까이 있는 4번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입장과 동시에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4번 방에는 강진석이 잘 알고 있는 물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제련 재료잖아?'
바로 첫 번째 육체 제련 재료들이었다.
강진석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재료를 꼼꼼히 확인했다.
첫 번째 육체 제련에 필요한 재료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있었다.
'허, 그렇지 않아도 조만간 준비할 생각이었는데.'
언제가 될지,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길드 간부 중 육체 제련을 도전하는 이가 나타나면 선물로 육체 제련 재료를 제공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딱 나타나 주다니?
'포인트 아꼈네.'
강진석은 다시 한번 활짝 웃으며 비고를 소환했다.
그러고는 4번 방에 보관되어 있던 모든 재료를 비고로 옮겼다.
이어 강진석은 혹시나 놓친 게 있을까 내부를 스윽 훑었다.
당연히 놓친 것은 없었고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4번 방에서 나왔다.
그러고는 3번 방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나머지 방에는 뭐가 있으려나?'
4번 방에 육체 제련 재료가 있었다.
그래서 너무나 기대됐다.
아직 확인하지 않은 방은 3개.
과연 남은 방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영혼 각성 재료 있는 거 아냐?'
그렇게 행복한 상상을 하며 강진석은 3번 방에 들어갔다.
저벅!
그리고 입장과 동시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허.'
강진석은 속으로 헛웃음을 내뱉었다.
'제련 재료....'
3번 방에 있는 것도 제련 재료였다.
첫 번째 제련 재료가 아니다.
두 번째 제련 재료였다.
강진석은 4번 방처럼 꼼꼼히 내부를 확인했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전부 있는 건 아니네.'
4번 방에는 첫 번째 제련 재료가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있었다.
그러나 두 번째 제련 재료는 70% 정도뿐이었다.
'그래도 이 정도가 어디야.'
두 번째 제련 재료의 가치는 하나하나가 엄청난 것들이었다.
70%라고 해도 첫 번째 제련 재료를 전부 합친 것보다 몇 배는 더 가치 있었다.
강진석은 비고를 소환했다.
그러고는 두 번째 제련 재료를 옮기며 생각했다.
'근데 이러면 설마 2번 방에는....'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4번 방에는 첫 번째 육체 제련 재료가 있었다.
그리고 3번 방에는 두 번째 육체 제련 재료가 있었다.
그렇다면 2번 방에는?
이내 모든 재료를 옮긴 강진석은 비고를 역소환한 뒤, 방에서 나왔다.
그러고는 바로 2번 방으로 향했다.
'아....'
2번 방에 도착한 강진석은 속으로 탄식을 내뱉었다.
세 번째 제련 재료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2번 방에는 무구와 보석, 포션 등으로 가득했다.
물론 재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무구, 보석 등을 생각하면 세 번째 제련 재료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평범한 건 아니겠지.'
강진석은 확인을 위해 몇 안 되는 재료가 모여 있는 진열대로 다가갔다.
'호오.'
그러고는 첫 번째 재료를 확인하자마자 탄성을 내뱉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얼굴에 가득했던 아쉬움도 완전히 사라졌다.
'섬혼옥!'
강진석이 확인한 첫 번째 재료의 명칭은 '섬혼옥'이었다.
그리고 섬혼옥은 세 번째 영혼 각성의 재료였다.
그것도 상점창에서 판매하지 않는.
생각지도 못한 득템에 강진석은 활짝 웃으며 나머지 재료를 확인했다.
아쉽게도 나머지 재료는 육체 제련의 재료도 아니었고 영혼 각성의 재료도 아니었다.
그러나 상점창에서 검색해 본 결과 제일 가치가 낮은 재료가 5천만 포인트였다.
용도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범상치 않은 재료라 할 수 있었다.
강진석은 일단 비고를 소환해 2번 방에 있는 모든 재료를 보관했다.
그러고는 방에서 나와 1번 방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1번 방에는 뭐가 있으려나?'
3, 4번 방에는 육체 제련 재료가 있었다.
2번 방에는 무구, 보석 등의 보물이 있었다.
1번 방에는 어떤 보물이 있을지 기대됐다.
그렇게 한껏 기대하며 1번 방에 도착한 순간.
'...음?'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1번 방에 있는 것들은 전부 '재료'였다.
물론 당황한 이유가 재료만 있어서가 아니었다.
재료에서 강렬한 끌림이 느껴졌다.
강진석은 당황을 가라앉히고 가장 가까이 있던 말랑한 액체를 집었다.
그 순간 액체의 정보가 머릿속에 떠올랐고.
'...어?'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삼혈신목의 수액>
삼혈신목의 수액이다.
나무 법칙과 생명 법칙이 깃들어 있다.
완벽히 흡수할 경우 강력한 재생 능력을 얻을 수 있다.
액체의 정체는 '삼혈신목의 수액'이었다.
그리고 삼혈신목의 수액은 세 번째 육체 제련의 재료였다.
'설마....'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고는 삼혈신목의 수액을 인벤토리에 보관 후 옆에 있던 붉은색 보석을 확인했다.
<카드란 혈석>
피의 법칙에서 태어난 일족 카드란의 정혈로 만든 결정체다.
강렬한 피의 법칙이 담겨 있다.
붉은색 보석의 명칭은 '카드란 혈석'이었다.
그리고 삼혈신목의 수액과 마찬가지로 카드란 혈석 역시 세 번째 육체 제련의 재료였다.
강진석은 카드란 혈석에서 시선을 돌려 나머지 재료를 확인했다.
어째서 끌렸는지 알 것 같았다.
이곳에 있는 재료들은 세 번째 육체 제련의 재료들이 분명했다.
강진석은 카드란 혈석을 인벤토리에 보관 후 다음 재료로 향했다.
예상대로 세 번째로 확인한 재료 역시 세 번째 제련의 재료였다.
네 번째도, 다섯 번째도 마찬가지였다.
강진석은 더할 나위 없이 활짝 웃으며 재료를 확인을 이어 나갔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재료를 확인할 수 있었다.
모든 재료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10개가 부족했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전혀 아쉽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 없는 10개의 재료는 이미 강진석이 보유하고 있는 것들이었다.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보았다.
[모든 조건이 충족됐습니다.]
그토록 바라고 바랐던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렇게 빨리 완료할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몬스터들을 토벌하다 보면 창고에서 모든 재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는 했다.
다만 오래 걸릴 줄 알았다.
그런데 이리 빨리 얻게 될 줄이야?
'구출 마무리하고 진행하자.'
마음 같아서는 당장 제련하고 싶었다.
세 번째 제련을 마치면 어떤 변화가 있을지 너무나 궁금했기에.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아직 한반도에는 구출을 기다리는 생존자들이 많았다.
강진석은 마지막으로 1번 방을 스윽 훑고는 창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흡족한 표정으로 창고를 바라보다가 공간이동을 했다.
다시 청소를 시작할 때였다.
청소 속도는 무척 빨랐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감옥을 감지할 수 있었다.
수많은 오크가 감옥 주변에 있었다.
그러나 시스템이 보호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오크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처럼 감옥을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당장 감옥으로 향하지 않았다.
강진석은 길에 있는 모든 오크를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청소하며 감옥으로 향했다.
'...음?'
그렇게 감옥으로 향하던 중 강진석은 잠시 멈칫했다.
오크 때문이 아니다.
감옥 안 생존자 때문이었다.
생존자가 두 부류로 나뉘어 있었다.
구조 때문에 나뉜 게 아니다.
감옥은 아무런 장애물도 없는 거대한 공터였다.
강진석은 생존자들을 자세히 살폈다.
곧이어 어째서 두 부류로 나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북한 사람들도 있구나?'
국가 시스템이 붕괴한 지금 상황에서 국적이 무슨 상관이냐 할 수 있다.
물론 상관없는 이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감옥에 있는 생존자들에게는 아닐 것이다.
상관없었다면 지금처럼 두 부류로 나뉘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강진석은 고민에 빠졌다.
이런 상황을 생각지도 않았다.
전처럼 구출하면 끝일 줄 알았다.
'어?'
고민에 빠진 채 생존자들의 상태를 확인하던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이 녀석이 왜....'
생존자 중에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바로 군시절 동기 '김태용'이었다.
같은 부대였던 것은 아니지만 바로 옆 부대로 심심치 않게 보았다.
문제는 김태용이 북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있다는 점이었다.
'...작전 중에 시험이 시작된 건가?'
김태용이 속해 있던 부대는 주로 북파 작전을 수행하는 부대였다.
아무래도 김태용이 북한 무리에 있는 이유는 작전 중에 시험이 시작돼서가 아닐까 싶었다.
그게 아니고서야 지금 상황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리겠어.'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쉽게 해결될 것 같았다.
강진석은 감옥 안 생존자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내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강진석입니다.]
.
.
물론 김태용에게는 다른 텔레파시를 보냈다.
[오랜만이다.]
[이야기 좀 하자.]
* * *
"그럼 네 정체를 다 알고 있는 거야?"
강진석은 놀란 얼굴로 반문했다.
그러자 김태용이 특유의 넉살 가득한 얼굴로 답했다.
"응, 상황이 상황인지라 공개할 수밖에 없었어. 공개 안 했으면 다 죽었을걸? 다행히 다들 잘 따라주시기도 했고."
"허."
강진석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김태용을 보았다.
'친화력 좋은 건 알고 있었지만....'
김태용의 친화력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좋았다.
그런데 그 친화력이 북한에서도 통할 줄이야?
'어쨌든 이러면 마음 편히 맡겨도 되겠어.'
김태용에게 북한 주민 관리를 맡길 생각이었다.
다만 추후 김태용의 신분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어떻게 할지 이야기하려 했다.
그런데 이미 김태용의 정체를 북한 사람들은 전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김태용을 따르고 있었다.
즉, 걱정했던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계획대로 김태용에게 북한 주민 관리를 일임하면 될 것 같았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
"내가 할 말이지! 잘 봐주십쇼! 길드장님!"
김태용이 정중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강진석은 김태용의 반응에 피식 웃고는 말했다.
"이제 장막 해제한다."
"오케이! 신기한 구경 잘했다!"
김태용이 활짝 웃으며 답했고 강진석은 장막을 해제했다.
그리고 김태용은 자신을 바라보는 북한 주민들을 향해 잘 끝났다는 듯 손을 흔들며 돌아갔다.
이어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한국 생존자들을 보았다.
지금은 한곳에 모여 있지만 원래 한곳에 있던 이들이 아니다.
그 때문일까?
멀리서 보면 한 무리지만 가까이서 보면 여러 무리로 나뉘어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무리마다 대표가 있었고 표정이 제각각이었다.
기쁨, 안도의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지만 경계, 의심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경계를 하든, 의심을 하든 강진석은 지금 이 자리에서 해결할 생각이 없었다.
추후 모든 상황을 두 눈으로 확인하면 없어질 것들이기에.
강진석은 각 무리의 대표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청소가 끝나는 대로 길드원들이 올 겁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길드에 꼭 가입하셔야 되는 것은 아닙니다.]
.
.
[동료분들과 잘 이야기해 보시고 좋은 선택 하시길. 그럼 전 이만 청소하러 가보겠습니다.]
이야기를 마친 강진석은 다시 감옥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다시 청소를 시작했다.
* * *
강진석은 대제단을 향해 다크닐을 휘둘렀다.
스아아!
어둠이 날아갔고 이어 어둠의 반구가 나타났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대제단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
.
강진석은 활짝 웃었다.
드디어 기나길었던 금강산 청소가 끝났다.
제21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