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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4 - 230-240

제230화

230.

[퀘스트 '결계 탈출'이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어둠 속으로'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어둠의 근원'이 생성됐습니다.]

.

.

진입과 동시에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메시지는 두 종류였다.

퀘스트 생성과 디버프 메시지였다.

강진석은 바로 퀘스트창을 열어 퀘스트를 확인했다.

'호오.'

가장 먼저 퀘스트 '결계 탈출'을 확인한 강진석은 속으로 탄성을 내뱉으며 아직 회복되지 않은 구멍을 통해 결계 밖으로 나갔다.

[퀘스트 '결계 탈출'을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10만 상승합니다.]

[최상급 어둠의 조각을 획득하셨습니다.]

[퀘스트 '어둠 속으로'가 삭제됐습니다.]

[퀘스트 '어둠의 근원'이 삭제됐습니다.]

.

.

그러자 퀘스트가 완료됐고 나머지 퀘스트들이 전부 삭제됐다.

'보상은 나쁘지 않네.'

보상을 확인한 강진석은 다시 결계로 들어갔다.

[퀘스트 '어둠 속으로'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어둠의 근원'이 생성됐습니다.]

.

.

당연하게도 퀘스트 '결계 탈출'은 생성되지 않았다.

이미 보상을 받은지라 아무런 상관없었다.

강진석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다시 퀘스트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어둠으로 완전히 뒤덮인 건 아니구나?'

제주도부터 이곳까지 전부 어둠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퀘스트를 보니 아니었다.

'어둠의 근원이라....'

이어 강진석은 속으로 감탄하며 주변 어둠을 훑었다.

'이 정도 어둠을 만들 정도면 보통 물건이 아니겠는데.'

어둠 안개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어둠의 근원이 어떤 물건인지.

강진석은 마저 퀘스트를 확인하고 퀘스트창을 닫았다.

'어차피 언젠가 잡아야 할 녀석들이니.'

그리고 흑뢰 한 줄기를 뽑아냈다.

이어 흑뢰는 수십 다발로 갈라졌고 근처에 있는 몬스터들에게 날아갔다.

[미쳐버린 하급 어둠 정령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3만 5000 상승합니다.]

.

.

이어 흑뢰가 속속 표적에 도착하기 시작했고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그렇게 근처 몬스터 청소를 마친 강진석은 안쪽이 아닌 왼쪽으로 향하며 초감각에 집중했다.

'외곽에 계시겠지?'

안쪽이 아니라 왼쪽으로 향한 이유는 최태훈을 찾기 위해서였다.

강진석이 아는 최태훈은 매우 신중했다.

이런 상황에서 쉽사리 안쪽으로 파고들지 않았을 것이다.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외곽에서 버티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오호.'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역시.'

최태훈의 기운이 감지됐기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최태훈이 있는 방향으로 빠르게 다가갔다.

그리고 얼마 뒤.

최태훈이 돌아섰다.

그리고 해룡창을 만들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문득 든 생각에 다급히 텔레파시를 보냈다.

[접니다! 강진석!]

그러자 최태훈이 움찔하더니 만들고 있던 해룡창을 다시 흩트렸다.

그런 최태훈의 행동에 강진석은 알 수 있었다.

해룡창의 대상이 자신이었음을.

이내 강진석은 최태훈의 앞에 도착했다.

"진짜 진석 님이셨군요."

최태훈은 강진석을 보고 안도했다.

"갇히신 건가요?"

"네, 맞습니다. 제 힘으로는 나갈 수가 없어서 진석 님이 오실 거라 믿고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습니다. 혹시...."

질문에 답한 뒤 최태훈은 말끝을 흐리며 강진석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결계에서 나가실 수 있으십니까?"

최태훈은 걱정하고 있었다.

만약 강진석도 결계를 빠져나갈 수 없다면?

그때부터 어둠 안개는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든 결계를 뚫어낼 방법을 찾아야 했다.

강진석은 최태훈의 표정과 목소리에 담긴 걱정에 싱긋 웃으며 답했다.

"네, 가능합니다. 퀘스트도 완료하고 왔어요. 10만 포인트에 최상급 어둠의 조각을 주더군요."

"아! 그렇군요!"

최태훈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한 얼굴로 답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강진석이 이어 말했다.

"혹시 정보는 좀 수집하셨나요?"

"아, 네. 꽤나 중요한 정보를 발견한 것 같습니다."

"...!"

최태훈의 답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허튼 말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어떤 정보일지 무척 궁금했다.

그리고 강진석의 눈빛에 최태훈이 답했다.

"안쪽은 위험할 것 같아 외곽 먼저 탐색하고 있었는데 저쪽으로 가면 갈수록...."

최태훈은 말끝을 흐리며 왼쪽을 가리켰다.

"몬스터들의 수준이 강해지더군요."

"...외곽에서요?"

강진석은 반문하며 초감각을 통해 왼쪽을 탐색했다.

'호오?'

최태훈의 말대로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뭐가 있나?'

강진석은 왼쪽으로 가 봐야겠다고 결정을 내린 뒤 최태훈에게 말했다.

"혹시 돌아가시겠습니까? 아니면 함께 가시겠습니까?"

"...마음 같아서는 함께 하고 싶지만 짐이 될 것 같으니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최태훈은 자신의 수준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지금 강진석을 따라가봤자 도움은커녕 방해만 될 것이다.

물론 보상을 생각하면 짐이 되더라도 따라가고 싶었지만 마음이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 그렇게 할 생각은 없었다.

"혹시 결계 밖으로 저를 보내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죠. 이쪽으로."

강진석은 결계를 향해 앞장섰다.

그리고 최태훈이 그 뒤를 따랐다.

이내 결계 앞에 도착한 강진석은 흑뢰를 방출했다.

쩡!

흑뢰가 결계에 작렬했고 구멍이 나타났다.

"와...."

그리고 최태훈은 감탄했다.

최태훈의 경우 전력을 다해 공격해도 실금만 나타났었다.

'전력을 다하신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런데 강진석은 무척이나 손쉽게 결계에 구멍을 만들어 냈다.

그것도 여러 사람이 오갈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나가시면 연락부터 부탁드리겠습니다. 태윤 님이 걱정하시더라구요."

"네,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마무리하는 대로 연락드릴게요."

"옙, 조심하시길...!"

최태훈의 걱정으로 대화가 끝났고 구멍을 통해 최태훈이 결계를 빠져나갔다.

결계를 빠져나간 최태훈은 돌아서서 다시 한번 꾸벅 숙여 인사하고는 여수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점점 멀어지는 최태훈과 줄어드는 구멍을 보다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최태훈이 말한 왼쪽을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곧이어 씨익 미소를 지었다.

초감각 끝자락에 나타난 거대한 기운 때문이었다.

단순히 기운만 거대한 게 아니었다.

강력한 어둠도 품고 있었다.

'어둠의 근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어둠의 근원이었다.

아무리 봐도 어둠의 근원 말고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 호위까지 있는 걸 보면.'

어둠의 근원은 당연하게도 홀로 있는 게 아니었다.

주변에 수많은 존재가 호위하듯 함께 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최상급 정령으로 추정되는 존재도 여럿 있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완료할 수 있겠네.'

당연하게도 위협이 될 존재는 단 하나도 없었다.

강진석은 속도를 높였고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그리고 바로 그때.

어둠의 근원에서 파동이 발생했고 이어 근처에 있던 몬스터 중 최상급 정령들을 제외한 나머지가 전부 강진석이 있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누가 조종하는 건가? 내장된 기능?'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설마 살아 있는 건 아니겠지?'

어둠의 근원이 생명체라 생각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생명체라면?

갑작스런 파동 발생도 설명이 된다.

물론 어떤 경우든 상관없다.

강진석은 생각을 접고 앞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전방을 향해 흑뢰를 방출했다.

쩌저적!

흑뢰는 어둠 안개를 가르며 전방을 향해 쭉쭉 날아갔다.

그리고 얼마 뒤 다가오던 몬스터들과 마주한 순간 수백 다발로 나뉘었고 한 마리당 하나의 흑뢰 줄기가 작렬했다.

[미쳐버린 하급 어둠 정령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3만 5000 상승합니다.]

.

.

세기 힘들 정도로 많은 메시지가 나타났고 강진석은 대충 메시지를 훑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얼마 뒤 어둠의 근원과 그 앞을 지키고 있는 최상급 어둠의 정령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최상급 정령들은 바로 달려들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우웅!

다시 한번 어둠의 근원에서 파동이 발생했다.

그와 동시에 최상급 정령들의 분위기가 변했고.

-!@%!

-!@%@!

괴성과 함께 최상급 정령들이 공격을 시작했다.

강진석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쩌저적!

다시 한번 흑뢰를 방출했고.

[의지를 잃은 최상급 어둠 정령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1000만 상승합니다.]

[후회하는 최상급 어둠 정령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1500만 상승합니다.]

.

.

최상급 정령은 한 마리도 빠짐없이 전부 죽음을 맞이했다.

이어 강진석은 어둠의 근원을 보며 생각했다.

'...누구지?'

멀리서는 알 수 없었지만 코앞에 도착한 지금은 알 수 있었다.

근원 중앙에 자리 잡은 작은 포털의 존재를.

그리고 작은 포털 너머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그러나 포털이 워낙 작아 제대로 탐색할 수가 없었다.

'...근원을 만든 존재겠지.'

오래 바라본다고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강진석은 생각을 정리하고 어둠의 근원을 향해 흑뢰를 방출했다.

방어 능력이 없는 것일까?

거센 저항이 있을 줄 알았는데 어둠의 근원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고.

쩡!

흑뢰가 작렬하며 어둠의 근원이 파괴됐다.

그리고 이어 메시지가 나타났다.

[어둠의 근원이 파괴됐습니다.]

[퀘스트 '어둠의 근원'을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8억 상승합니다.]

[근원석(어둠)을 획득하셨습니다.]

.

.

그러나 강진석은 메시지에 시선을 줄 수 없었다.

어둠의 근원이 파괴된 직후 발생한 변화 때문이었다.

스아아!

어둠 안개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냥 제자리에서 사라지는 게 아니다.

'...포털이 남아 있었구나.'

근원 중앙에 있었던 작은 포털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이내 어둠 안개가 완전히 사라졌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어둠 안개를 통과하셨습니다.]

[퀘스트 '어둠 속으로'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

.

강진석은 메시지를 확인하던 중 눈을 번뜩였다.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됐기 때문이었다.

[퀘스트 '추락한 어둠의 정령왕 바라렌'이 생성됐습니다.]

심상치 않은 이름의 퀘스트였다.

강진석은 바로 퀘스트창을 열었다.

<추락한 어둠의 정령왕 바라렌>

13 정령계 어둠의 정령왕이었던 바라렌.

바라렌은 자신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삶의 욕구가 강했던 바라렌은 영면에 들 생각이 없었고 수명을 늘릴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

.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수명은 늘어났지만 세 번이나 각성했던 영혼에 금이 갔고 결국 바라렌은 정령왕의 격을 상실했다.

.

.

바라렌에게 영면을 선사하라.

[추락한 어둠의 정령왕 바라렌 : X]

퀘스트 보상 : ???

퀘스트를 통해 강진석은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제주도에 자리 잡은 존재가 정령왕이라는 것.

물론 현역은 아니다.

전대 정령왕이었다.

'세 번째 영혼을 각성했었다라....'

거기다 놀랍게도 바라렌은 세 번째 영혼을 각성했던 존재다.

물론 이것 역시 정령왕이라는 자리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이야기였다.

바라렌은 수명을 늘리기 위해 영혼을 희생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겠어.'

여전히 세 번째 영혼을 각성한 상태라면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고민할 필요 없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제주도를 향해 비행을 시작했다.

제231화

231.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제주도 근처에 도착했다.

'...장난 아니네.'

제주도가 어둠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심각했다.

제주도를 둘러싼 어둠은 평범한 어둠이 아니었다.

앞서 마주했던 어둠 안개보다 더욱 짙고 강한 어둠이었다.

'잠깐....'

강진석은 문득 든 생각에 집중해서 어둠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스아아....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의 몸에서 어둠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강진석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어둠은 점점 커졌고 이내 강진석을 완전히 감쌌다.

그 후에도 어둠은 끊임없이 회전하며 계속 커졌다.

그렇게 한없이 커질 것 같던 어둠은 어느 순간.

스앗!

단숨에 강진석의 몸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

"...."

강진석은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퀘스트창을 열었다.

<어둠의 운용>

조건을 충족하라!

[어둠 운용 : 100%]

[최상급 흑요석 : 300 / 300]

.

.

퀘스트 보상 : 스킬 '어둠의 운용' 4레벨 습득 권한 활성화

꽤나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던 어둠 운용이 100%가 되어 있었다.

이미 모든 재료를 준비해 둔 상태였고.

[스킬 퀘스트 '어둠의 운용'을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어둠의 운용' 4레벨 습득 권한이 활성화됩니다.]

[스킬 '어둠의 운용'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스킬 퀘스트 '어둠의 운용'이 생성됐습니다.]

강진석은 바로 퀘스트를 완료 후 4레벨로 올렸다.

그러고는 다시 퀘스트를 확인했다.

'역시.'

퀘스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더할 나위 없이 활짝 웃었다.

<어둠의 운용>

조건을 충족하라!

[어둠 운용 : 100%]

[응축된 어둠 : 0 / 10]

.

.

퀘스트 보상 : 스킬 '어둠의 운용' 5레벨 습득 권한 활성화

시작부터 어둠 운용이 100%였다.

물론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이미 강진석은 100%일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100%일 것이라 생각한 이유는 어둠 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5레벨은 어떨까.'

강진석은 5레벨 습득 후 생성될 마지막 운용 퀘스트를 떠올렸다.

'100%는 힘들겠지?'

이번에는 100%일 것이라 확신이 들었었다.

그러나 다음은 막연하게 모자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테니까.'

물론 100%가 아니더라도 100%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빨리 어둠의 지배 습득하고 싶네.'

이번에 강진석은 어둠의 지배가 어떤 스킬인지 어렴풋이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됐다.

자신의 감이 맞을지 아니면 전혀 다른 스킬일지.

강진석은 한껏 기대하며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러고는 다시 제주도를 보았다.

제주도는 달라진 게 없었다.

그러나 강진석의 눈에는 달라 보였다.

전과 달리 약한 부분이 느껴졌다.

지금이라면 내부로 손쉽게 파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강진석은 지금 보이는 약점을 파고들 생각이 없었다.

'성산일출봉으로 가야겠지.'

제주도에는 구출을 기다리는 생존자들이 있었다.

강진석은 추락한 어둠의 정령왕 바라렌을 잡기 전에 먼저 생존자들을 구출할 생각이었다.

이내 어둠에서 시선을 돌린 강진석은 성산일출봉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뒤 성산일출봉 앞바다에 도착한 강진석은 최태훈이 말했던 높게 솟은 원형 탑을 볼 수 있었다.

'음?'

강진석은 탑을 보고 살짝 당황했다.

'중앙에 있는 게 아니었나?'

퀘스트를 통해 강진석은 바라렌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바라렌은 한라산 정상에 있었다.

그런데 탑에서 무척이나 강렬한 어둠의 기운이 느껴졌다.

최상급 정령이 아니다.

앞서 강진석은 여러 최상급 어둠 정령을 만났다.

최상급 어둠 정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어둠과 기운을 품고 있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러고는 다시 한번 퀘스트 '추락한 어둠의 정령왕 바라렌'을 확인했다.

'...뭐지.'

잘못 본 게 아니다.

바라렌은 한라산에 있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탑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도 쓰여 있지 않았다.

즉, 바라렌과 큰 관련 없는 곳일 수 있다.

'가보면 알 수 있겠지.'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감당 못 할 정도는 아니니까.'

최상급 정령보다 강하긴 했으나 그것이 강진석에게 위협이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흑뢰 한 번으로 죽일 수는 없겠지만 죽일 자신은 있었다.

강진석은 탑이 위치한 성산일출봉으로 향했다.

얼마 뒤 제주도를 둘러싼 어둠 장벽 앞에 도착했고 강진석은 어둠을 방출했다.

강진석이 방출한 어둠이 어둠 장벽에 닿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둠 장벽이 갈라지며 길이 만들어졌다.

강진석은 갈라진 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장벽을 지나 제주도에 진입한 순간.

[퀘스트 '비운의 천재 정령사 카사브리온'이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수확의 탑'이 생성됐습니다.]

.

.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메시지를 통해 강진석은 탑의 정체와 탑에서 느껴졌던 강렬한 기운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자세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러나 퀘스트를 확인할 수 없었다.

퀘스트창을 연 순간 탑에서 날아온 공격 때문이었다.

'...뭐지?'

순수한 어둠이 아니었다.

어둠뿐만 아니라 언데드들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죽음'도 함께 느껴졌다.

스윽.

일단 강진석은 손을 뻗었다.

그리고 흑뢰를 방출해 탑에서 날아온 덩어리를 격추했다.

화르륵!

격추된 덩어리는 그대로 불타 사라졌다.

강진석은 탑을 보았다.

더 이상 공격은 날아오지 않았고 강진석은 퀘스트를 확인했다.

<비운의 천재 정령사 카사브리온>

정령사 카사브리온.

카사브리온은 정령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자연 친화력을 타고났다.

특히 어둠 친화력이 뛰어났는데 어둠의 정령왕이었던 바라렌과 문제없이 계약을 맺을 수 있을 정도였다.

바라렌과 계약을 했을 때 카사브리온은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비운의 시작이었다.

.

.

리치가 된 카사브리온에게 영원한 안식을 선사하라!

[리치 카사브리온 : X]

퀘스트 보상 : ???

'...리치였구나?'

퀘스트를 통해 강진석은 카사브리온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었다.

놀랍게도 카사브리온은 리치가 됐다.

물론 타의로 리치가 된 것은 아니다.

바라렌을 위해 스스로 리치가 됐다.

'그래서 죽음이 공존했던 거고....'

강진석은 탑에서 날아왔던 덩어리를 떠올렸다.

죽음이 깃들어 있던 이유도 이제야 이해가 됐다.

강진석은 다음 퀘스트를 확인했다.

<수확의 탑>

카사브리온은 바라렌을 위해 어둠과 관련된 것들을 수확하기 위한 '탑'을 세웠다.

탑을 점령하라!

[점령도 : 0%]

퀘스트 보상 : 수확의 탑 소유권, ???

'호오.'

확인과 동시에 강진석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어둠과 관련된 것들을?'

기대되는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어둠과 관련된 물품들을 수확하기 위한 탑이라니?

스윽.

강진석은 탑을 보았다.

어떤 물품들이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됐다.

강진석은 기대 가득한 얼굴로 마저 퀘스트를 확인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퀘스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카사브리온만 잡으면 되는 거네.'

탑에 카사브리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정령이 있었다.

그러나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고 카사브리온만 잡으면 문제없이 생존자도 구출하고 탑도 점령할 수 있을 것이다.

강진석은 탑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 * *

수확의 탑 1층 과수원.

과수원에는 많은 이들이 곳곳에 퍼져 수확하고 있었다.

'에휴....'

장태풍은 속으로 한숨을 내뱉으며 어둠 사과를 향해 손을 뻗었다.

또각.

어둠 사과를 수확한 장태풍은 다음 자리로 이동하며 생각했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걸까.'

수확의 탑에 잡혀 온 지 벌써 2주가 됐다.

2주 내내 어둠 사과를 따고 있었다.

그것도 하루에 한, 두 시간이 아닌 16시간 내내 수확 중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과로로 죽든가 아니면 정신이 나가 미쳐버리든가 조만간 큰 문제가 발생할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구궁....

탑이 굉음과 함께 흔들렸다.

"헛?"

그리고 장태풍은 순간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다행히 넘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넘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니다.

'뭐, 뭐지?'

탑이 흔들리다니?

거기다 웬 굉음이란 말인가?

여태껏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장태풍은 침을 꿀꺽 삼키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안녕하세요. 강진석입니다.]

머릿속에 한 사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장태풍은 움찔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어둠 사과나무뿐이었다.

1층 곳곳을 돌아다니며 감시하는 요정도 보이지 않았다.

'...강진석?'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장태풍은 눈을 번뜩였다.

'지구의 희망?'

얼마 전에 메시지로 언급이 된 존재가 바로 '강진석'이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이 그 강진석이라면?

'구, 구하러 온 거야? 미친!'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죽거나 미치거나 암울한 미래만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희망이 보였다.

[곧 구출해 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기다려달라는 말을 끝으로 더 이상 강진석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대신 새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쿠웅....

탑이 흔들리는 소리였다.

* * *

수확의 탑 9층.

최상층인 9층에는 현재 강진석과 카사브리온이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정확히는 전투가 아니다.

일방적인 강진석의 사냥이었다.

스걱!

다크닐이 카사브리온의 목을 파고들었고 카사브리온의 머리가 하늘로 떠올랐다.

스아아....

이어 카사브리온의 머리와 육체가 사라졌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힐끔 확인했다.

아무런 메시지도 나타나지 않았다.

죽지 않은 것이다.

강진석은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얼마 뒤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카사브리온이 부활하기 시작했다.

'라이프 베슬을 대체 어디에 숨긴 거지?'

리치인 카사브리온의 부활을 막기 위해서는 라이프 베슬을 파괴해야 한다.

그런데 수확의 탑 그 어디에도 라이프 베슬은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카사브리온의 부활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부활할 때마다 카사브리온의 기운이 대폭 줄어들고 있었다.

이대로 몇 번 더 죽이면 라이프 베슬을 파괴하지 않아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빠르게 끝내자.'

강진석은 육체 재구성을 거의 끝마친 카사브리온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카사브리온의 육체가 재구성되자마자 바로 다크닐을 휘둘렀다.

스걱!

다시 한번 카사브리온의 목이 떠올랐고 육체가 흩어졌다.

그리고 얼마 뒤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다시 카사브리온이 육체를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다시 재구성하는 곳으로 다가가 다크닐을 휘둘렀고 그렇게 7번을 반복했을 때.

[리치 카사브리온이 안식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7억 상승합니다.]

[라이프 베슬 추적기를 획득하셨습니다.]

.

.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시지가 나타났다.

'라이프 베슬 추적기?'

흡족한 표정으로 보상을 확인하던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파괴된 게 아니야?'

카사브리온이 죽었다.

당연히 라이프 베슬도 파괴됐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추적기가 주어진 것을 보면 파괴되지 않고 남아 있는 듯했다.

'어디에 있으려나.'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라이프 베슬 추적기를 꺼냈다.

추적기의 형태는 놀랍게도 지도였다.

강진석은 지도를 펼쳤고.

"...!"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제232화

232.

강진석이 놀란 이유.

'여기에 있다고?'

그 이유는 라이프 베슬이 이곳 9층에 있기 때문이었다.

스윽-

강진석이 주변을 훑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라이프 베슬은 보이지 않았다.

눈에만 보이지 않는 게 아니다.

초감각으로도 샅샅이 탐색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없었다.

지도가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내 감각으로 감지할 수 없는 곳이 있다니.'

지도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남은 경우는 하나다.

강진석의 감각으로도 파악이 불가능한 장소가 있다는 것.

저벅저벅-

강진석은 지도에 표시된 장소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저벅!

그리고 이내 목적지에 도착한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린 채 허공과 지도를 번갈아 보았다.

'분명 여기인데....'

지도에 나온 장소가 확실했다.

그러나 여전히 눈에 보이는 것은 없었고 초감각에도 감지되는 게 없었다.

스윽-

강진석은 지도를 이리저리 휘둘렀다.

당연하게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쩌저적!

강진석은 인벤토리에 보관 후 흑뢰를 방출했다.

주변 공간이 흑뢰로 가득 찼고.

'...어?'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흑뢰가 가득 찬 순간 공간이 일그러졌다.

문제는 일그러진 범위가 매우 작다는 점이었다.

만약 거리가 멀었다면 알 수 없을 정도로 미세했다.

'...어떻게 여는 거지?'

일그러졌을 뿐, 다른 변화는 없었다.

'혹시....'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찬란한 방패를 통해 일그러진 공간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스아앗!

그러자 눈앞에 포털이 나타났다.

'허.'

포털을 본 순간 강진석은 탄성을 내뱉었다.

'아공간?'

놀랍게도 포털 건너편은 '아공간'이었다.

아공간에는 수많은 물품이 있었다.

그러나 강진석은 물품에 관심을 줄 수 없었다.

강진석의 관심은 온통 포털과 아공간 그 자체에 향해 있었다.

'어떻게 설치한 거지?'

너무나 궁금했다.

어떻게 설치한 것인지.

"...."

강진석은 말없이 자세히 포털과 아공간을 살폈다.

'이런 거구나....'

얼마 뒤 확인을 끝낸 강진석은 은은히 미소를 지었다.

'나중에 한 번 만들어봐야겠다.'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다.

적어도 공간의 운용 5레벨이나 공간의 지배를 습득해야 가능할 것 같은 막연한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좋은 공부됐네.'

이번에 강진석은 공간에 대한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단순히 지식을 얻은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공간의 이해'를 확인했다.

<공간의 이해>

조건을 충족하라!

[공간 인지 : 100%]

[공간의 돌 타이르푸스 : 100 / 100]

.

.

퀘스트 보상 : 스킬 '공간의 이해' 5레벨 활성화

공간 인지가 100%가 되어 있었다.

드디어 공간의 운용을 배울 때가 된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겠지.'

강진석은 확신하고 있었다.

몇 레벨까지 충족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둠 운용 때와 마찬가지로 공간 운용 또한 100%로 시작할 것이라고.

[스킬 퀘스트 '공간의 이해'를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공간의 이해' 5레벨이 활성화됩니다.]

[공간과 관련된 모든 효과가 100% 증가합니다.]

[스킬 '공간의 운용'을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퀘스트 '공간의 운용'이 생성됐습니다.]

강진석은 퀘스트를 바로 완료했고 이어 공간의 운용을 습득했다.

'허....'

습득과 동시에 강진석은 깨달았다.

'별로 바뀌는 게 없을 줄 알았는데.'

이미 찬란한 방패에 공간 운용 기능이 내장되어 있었다.

그래서 공간의 운용을 습득한다고 해도 큰 차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찬란한 방패를 통해 공간 운용을 증폭시킬 수 있었다.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퀘스트 '공간의 운용'을 확인했다.

<공간의 운용>

조건을 충족하라!

[공간 운용 : 100%]

[공간석 : 100 / 100]

.

.

퀘스트 보상 : 스킬 '공간의 운용' 2레벨 습득 권한 활성화

"...!"

확인과 동시에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공간 운용이 100%여서가 아니다.

이미 공간 운용 100%는 예상하고 있었다.

강진석이 놀란 이유는 모든 재료를 이미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키며 퀘스트를 완료했다.

[스킬 퀘스트 '공간의 운용'을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공간의 운용' 2레벨 습득 권한이 활성화됩니다.]

[스킬 '공간의 운용'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스킬 퀘스트 '공간의 운용'이 생성됐습니다.]

강진석은 바로 퀘스트 조건을 확인했다.

그리고 활짝 웃었다.

이번에도 바로 완료가 가능했다.

강진석은 퀘스트를 완료하며 생각했다.

'이거 설마 5레벨까지 가능한가?'

기대가 됐다.

혹시 바로 5레벨을 습득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강진석의 기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간의 운용>

조건을 충족하라!

[공간 운용 : 100%]

[공간석 : 200 / 500]

.

.

퀘스트 보상 : 스킬 '공간의 운용' 5레벨 습득 권한 활성화

아쉽게도 재료 부족으로 퀘스트 완료가 불가능했다.

'나쁘지 않아.'

그러나 강진석은 전혀 아쉽지 않았다.

지금 당장 완료할 수 없을 뿐이다.

모자란 재료는 전부 창고에 있었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퀘스트창을 닫았다.

퀘스트 확인도 끝났고 이제 남은 것은 전리품 확인이었다.

강진석은 포털 안쪽 아공간을 보았다.

아공간에는 정말 많은 물품들이 있었다.

그리고 단 하나를 제외하고는 전부 어둠을 품고 있었다.

어둠을 품지 않은 물품은 바로 아공간 중앙에 홀로 진열되어 있는 라이프 베슬이었다.

강진석은 손을 뻗었다.

그러자 라이프 베슬이 두둥실 떠올라 강진석에게 날아왔다.

강진석은 라이프 베슬을 살피기 시작했다.

'진짜 조금 남았네.'

라이프 베슬에 담긴 생명력은 티끌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적었다.

'하긴.'

카사브리온의 부활 횟수를 생각하면 생명력이 티끌이라도 남은 게 이외의 상황이라 봐야 했다.

'나중에 자세히 확인하는 거로 하고.'

강진석은 라이프 베슬을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그리고 이어 비고를 소환했다.

아공간 안에 있는 물품들을 전부 옮기기 위해서였다.

스아아아!

강진석의 손짓에 아공간 안에 있는 물품들이 하나, 둘 떠올라 비고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얼마 뒤 아공간이 텅 비었고 강진석은 마지막으로 아공간 내부를 살피고 공간을 비틀었다.

그러자 포털이 등장했을 때와 정반대로 움직이며 스르륵 사라졌다.

그렇게 전리품 획득까지 마친 강진석은 8층으로 내려가며 퀘스트창을 열어 '수확의 탑'을 확인했다.

<수확의 탑>

카사브리온은 바라렌을 위해 어둠과 관련된 것들을 수확하기 위한 '탑'을 세웠다.

탑을 점령하라!

[점령도 : 95%]

퀘스트 보상 : 수확의 탑 소유권, ???

카사브리온을 죽였음에도 점령도는 아직 95%에 머물러 있었다.

'저것만 마무리하면 되겠지?'

8층에 도착한 강진석은 중앙을 보았다.

시스템으로 보호되고 있던, 카사브리온의 죽음이 해제 조건이었던 장막이 사라져있었고 그곳에는 거대한 구체가 하나 있었다.

마지막 퍼즐이 분명했다.

'파괴하는 건 아닌 것 같고.'

구체는 탑 곳곳과 연결되어 있었다.

기운을 받기도 기운을 보내기도 하는 것을 보면 탑의 핵이 분명했다.

강진석은 자세히 살피기 위해 다가갔다.

그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관리 골렘이 깨어납니다.]

[관리 골렘을 제압하세요.]

[관리 골렘에 보호의 축복이 서립니다.]

[파괴되지 않습니다.]

메시지와 함께 구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바로 흑뢰를 방출했고.

쩌저적!

흑뢰는 그대로 변형하는 구체에 작렬했다.

그리고 이어 메시지가 나타났다.

[관리 골렘을 제압하셨습니다.]

[조건이 충족됐습니다.]

[수확의 탑을 점령하셨습니다.]

[퀘스트 '수확의 탑'을 완료하셨습니다.]

[수확의 탑 소유권을 획득하셨습니다.]

[홀로 점령하셨습니다.]

[추가 보상을 획득합니다.]

[선택의 서(어둠, 생명)를 획득하셨습니다.]

.

.

예상대로 구체가 마지막 퍼즐이었다.

'...음?'

메시지를 보던 강진석이 고개를 갸웃했다.

시선을 끄는 보상이 있었다.

'선택의 서?'

바로 '선택의 서'라는 보상이었다.

'무슨 물건이지?'

선택의 서 뒤에는 어둠, 생명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었다.

딱 봐도 심상치 않았다.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선택의 서를 꺼냈다.

"...!"

그 순간 선택의 서에 대한 정보가 머릿속에 떠올랐고 강진석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놀랍게도 선택의 서는 이해, 운용, 지배와 관련이 있는 물품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어둠의 지배, 생명의 지배를 습득한 존재들의 깨달음과 보물을 전해 받을 수 있는 물품이었다.

강진석은 바로 선택의 서를 펼쳤다.

스아앗!

선택의 서에 빛이 서리더니 이윽고 사라졌다.

그리고 강진석의 앞에 선택창이 나타났다.

[어둠의 길]

[생명의 길]

강진석은 생명의 길을 보며 생각했다.

'이것도 궁금하긴 한데.'

이미 생명의 이해는 습득했다.

그러나 아직 1레벨이었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만약 생명의 길을 선택한다면?

이해는 물론 바로 운용 단계에 진입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끌렸다.

생명의 길이.

그러나 끌림대로 생명의 길을 선택할 수는 없었다.

어둠의 길 역시 생명의 길만큼이나 메리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배는 확정이겠지.'

이미 강진석은 어둠의 운용 4레벨이었다.

재료만 있으면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으니 5레벨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상황에 어둠의 길을 선택한다면?

그토록 궁금했던 '지배' 스킬을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 지배 1레벨에서 끝날까?

아니, 선택의 서의 설명을 생각하면 그 이상을 달성하게 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

오랜 고민 끝에 강진석은 결정을 내렸다.

'어둠이 맞아.'

생명 역시 궁금했다.

그러나 생명이 강진석의 예상과 달리 그리 뛰어나지 않다면?

추후 레아스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중요한 보상을 궁금증 해결에 사용할 수는 없었다.

강진석은 생명의 길을 바라보며 어둠의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어둠의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어둠 법칙 카스만의 수련서를 획득하셨습니다.]

[현재 어둠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수준에 맞는 보상이 제공됩니다.]

[응축된 어둠 300개를 획득하셨습니다.]

.

.

정말 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

그리고 강진석은 말없이 놀란 얼굴로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미친.'

이내 정신을 차린 강진석은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이렇게나 준다고?'

보상이 평범치 않을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보상이 훨씬 뛰어났다.

일단 지금 가지고 있지 않던 어둠의 운용 4레벨 퀘스트 재료들을 전부 제공했다.

4레벨뿐만이 아니다.

'재료 숫자 보면 지배 퀘스트까지 준 거 같은데....'

보상으로 제공된 응축된 어둠은 무려 300개였다.

4레벨 완료에 필요한 응축된 어둠은 고작 10개였다.

5레벨 퀘스트 역시 응축된 어둠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러나 290개까지 요구할 것 같지는 않았다.

즉, 지배 퀘스트에 필요한 재료도 제공해준 것이 분명했다.

'...근데 수련서는 뭐지?'

이내 보상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가장 먼저 제공된 보상 '어둠 법칙 카스만의 수련서'를 꺼냈다.

수련서는 예상했던 대로 책이었다.

강진석은 책을 펼쳤다.

책에는 알 수 없는 문자가 가득 쓰여 있었다.

'어떻게 읽는 거지?'

강진석이 의문을 가진 그때.

스아앗!

문자가 빛났다.

그리고 강진석의 머릿속에 갖가지 정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제233화

233.

"...!"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나 같이 대단한 정보들이었다.

최태훈에게 배운 운영법, 제주도 근처에서 깨달은 운영법 말고도 수많은 운영법이 존재했다.

운영법 말고도 어둠에 대한 카스만의 깨달음도 여럿 있었다.

이내 운영법을 포함한 모든 정보를 체득한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연습할 게 늘었네.'

웬만한 운영법은 바로 사용할 자신이 있었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충분히 효과를 볼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2가지만큼은 예외였다.

그 2가지는 바로 어둠을 성장시킬 방법과 어둠으로 만들 수 있는 카스만의 비전 마법진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실험해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둘 다 익숙해지기 전에는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대충하면 큰 손해만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법진의 경우 만에 하나 발동된다?

탑이 온전치 않을 것이다.

'일단 마무리부터 하자.'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어 퀘스트 '어둠의 운용'을 완료했다.

[스킬 퀘스트 '어둠의 운용'을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어둠의 운용' 5레벨 습득 권한이 활성화됩니다.]

[스킬 '어둠의 운용'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스킬 퀘스트 '어둠의 운용'이 생성됐습니다.]

완료 후 강진석은 바로 5레벨을 습득했고 퀘스트를 확인했다.

'역시.'

조건을 확인한 강진석은 싱긋 웃었다.

이번에 체득한 지식 덕분일까?

어둠 운용은 이번에도 100%로 시작이었다.

거기다 필요 재료 또한 앞서 보상으로 받은 물건들로 전부 충족된 상태였다.

즉, 바로 완료가 가능했다.

'이러면....'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키며 어둠의 운용 상위 스킬인 어둠의 지배를 떠올렸다.

드디어 궁금하고 궁금했던 지배 스킬을 확인할 때가 다가왔다.

[스킬 퀘스트 '어둠의 운용'을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어둠의 지배' 습득 권한이 활성화됩니다.]

강진석은 스킬창을 보았다.

메시지에 나온 대로 어둠의 지배가 활성화되어 있었다.

강진석은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어둠의 지배를 습득했다.

[스킬 '어둠의 지배'를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퀘스트 '어둠의 지배'가 생성됐습니다.]

[스킬 '초월'의 습득 조건이 충족됐습니다.]

습득과 동시에 놀랄 일이 2가지나 일어났다.

첫 번째는 어둠의 지배를 습득함과 동시에 얻게 된 어둠 장악력이었다.

전과는 아예 달라졌다.

어둠이 수족처럼 느껴졌다.

굳이 집중하지 않아도 의지에 따라 자연스레 어둠이 움직였다.

그것도 전보다 훨씬 강력하고 많은 어둠이.

두 번째는 초월 패시브의 습득 조건이 충족된 것이었다.

'조건이 뭔가 했는데....'

습득 조건은 '어둠의 지배'가 아닐 것이다.

지배 스킬을 하나라도 습득하는 것이 조건으로 추정됐다.

'지배 스킬 습득이 조건일 정도면....'

강진석은 첫 번째 페이지로 이동해 패시브 스킬 '초월'을 확인했다.

<초월[패시브]>

초월의 길을 엿봅니다.

최대 레벨 : 1

현재 레벨 : 0

필요 포인트 : 50억

'...50억?'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심상치 않은 스킬인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습득에 50억 포인트를 요구하다니?

물론 포인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강진석은 한반도 곳곳을 돌아다니며 4차 제약 침공자 말고도 많은 몬스터를 처치하고 퀘스트를 완료해 현재 보유 포인트가 100억이 훌쩍 넘었다.

'어떤 스킬이길래....'

습득 조건이 지배 스킬 습득이다.

거기다 50억 포인트를 요구한다.

패시브 스킬인 '초월'은 보통 스킬이 아닐 것이다.

강진석은 습득 버튼을 향해 손을 뻗었다.

멈칫!

그리고 버튼에 손이 닿기 직전 강진석은 그대로 멈췄다.

'...느낌이 안 좋은데?'

갑자기 습득하면 안 될 것 같았다.

포인트가 아까워 그런 게 아니다.

영혼 각성으로 강력해진 직감이 그리 말하고 있었다.

지금 습득하면 안 된다고.

여태까지 직감을 믿어 도움이 되면 도움이 됐지, 손해 본 일이 없었다.

그래서 고민이 됐다.

초월을 습득해도 되는 것일까?

오랜 고민 끝에 강진석은 결정을 내렸다.

'...직감을 믿자.'

초월 습득을 미루기로.

강진석은 스킬창을 닫았다.

그리고 퀘스트 '어둠의 지배'를 확인했다.

<어둠의 지배>

조건을 충족하라!

[어둠의 힘 : 0%]

퀘스트 보상 : 스킬 '어둠의 지배' 2레벨 습득 권한 활성화

'음?'

퀘스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퀘스트 '어둠의 지배'의 조건은 단 하나였다.

바로 '어둠의 힘'.

어둠의 힘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강진석은 알고 있었다.

바로 강진석이 다룰 수 있는 어둠의 힘 총량을 의미했다.

'재료는 왜 준 거지?'

보상으로 정말 많은 재료를 받았다.

스킬 '어둠의 운용' 4레벨, 5레벨을 완료하고도 많은 재료가 남아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어둠의 지배 완료에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설마....'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응축된 어둠을 하나 꺼냈다.

응축된 어둠은 이름 그대로 어둠이 응축된 보석이었다.

그리고 카스만의 수련서에는 어둠을 성장시키는 방법 외에도 흡수하는 방법 역시 쓰여 있었다.

강진석은 수련서에 나온 대로 응축된 어둠의 어둠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스아앗!

어둠 장악력이 강해졌기 때문일까?

응축된 어둠 안에 자리 잡고 있던 어둠이 순식간에 뽑혀 나왔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에 잠시 멈칫한 강진석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뽑아낸 어둠을 흡수하는 데 집중했다.

5초 만에 모든 어둠을 흡수한 강진석은 눈을 감고 수련서에 나온 대로 육체 내부에서 순환을 시켰다.

순환시킬수록 흡수한 어둠과의 결속력이 강해지기 시작했고, 이내 강진석은 어둠이 완전히 안착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강진석은 눈을 뜨고 '어둠의 힘'을 확인했다.

[어둠의 힘 : 1%]

예상대로 어둠의 힘이 상승했다.

'흡수하라고 준 건가.'

강진석은 응축된 어둠을 하나 더 꺼내 흡수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완전히 안착시킨 뒤 어둠의 힘을 확인했다.

'역시 하나에 1%는 아니네.'

하나를 더 흡수했음에도 여전히 어둠의 힘은 '1%'였다.

'금방 달성할 수 있겠지.'

응축된 어둠 말고도 강진석에게는 어둠이 담긴 재료가 많았다.

그리고 수확의 탑에서 어둠과 관련된 것들이 재배되고 있었다.

즉, 어둠의 힘 100%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생존자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낸 뒤 핸드폰을 꺼냈다.

길드 영역이 됐기 때문일까?

핸드폰은 다시 사용이 가능해졌고 강진석은 바로 한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길드장님!

"지금 제주도에 왔어요. 영역 하나 확보했구요. 생존자도 구출했습니다."

-오오오, 역시!

-바로 정리팀 보낼까요?

"아니요. 아직 위험해서요."

전대 어둠의 정령왕 바라렌을 죽이지 못했다.

정리팀이 왔다가 휩쓸릴 수도 있다.

"일단 생존자들을 봉제산으로 보내려고 해요."

-알겠습니다. 이쪽에서 준비하겠습니다!

-혹시 따로 더 준비할 일이 있을까요?

한지윤의 물음에 강진석은 현재 제주도 상황을 설명 후 준비할 것을 전했다.

-아, 그럼 농부들도 준비하겠습니다.

"네, 이따 연락드리겠습니다."

강진석은 통화를 마친 뒤 다시 생존자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내 한 곳으로 모았다.

그리고 이동 게이트를 통해 생존자들을 전부 봉제산을 보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혹시나 이곳에 대해 궁금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생존자들은 강진석에게 연신 감사를 표하며 포털을 통해 봉제산으로 떠나기 시작했다.

이내 마지막 생존자가 떠났고 강진석은 수확의 탑 이동 게이트를 부길드장 이상만 이용할 수 있도록 권한을 바꾼 뒤 탑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곧장 한라산으로 향했다.

한라산에 가까워질수록 어둠이 점점 짙어졌다.

'바라렌을 잡고 어둠 흡수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어둠의 양도 양이지만 질이 뛰어났다.

바라렌만 아니었다면 당장 자리 잡고 어둠을 흡수했을 것이다.

멈칫!

바로 그때 강진석은 이동을 멈췄다.

누군가가 훑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 상황에 강진석을 훑을만한 존재는 하나였다.

바로 전대 어둠의 정령왕 바라렌.

강진석은 한라산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보다 초감각 범위가 넓다라....'

아직 강진석은 바라렌을 감지하지 못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바라렌의 탐색 범위가 강진석 이상이라는 뜻이었다.

'하기야 세 번째 영혼 각성까지 했다고 하니.'

영혼 각성은 초감각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비록 지금은 영혼에 상처를 입었지만, 한때 세 번째 각성을 했던 존재다.

초감각이 넓은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강진석은 다시 한라산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뒤 초감각에 바라렌이 감지됐다.

'역시 상대할 만하네.'

짙은 어둠 부족의 대족장 킬로아보다는 강했지만 레아스 보다는 약했다.

혹여 레아스보다 강하거나 비슷하면 어쩌나 걱정했던 강진석은 안도하며 이동했다.

이내 정상에 도착한 강진석은 이동을 멈췄다.

[추락한 어둠의 정령왕 바라렌이 나타났습니다.]

[바라렌이 당신을 인지했습니다.]

[바라렌이 당신에게 흥미를 보입니다.]

그리고 메시지를 확인 후 정중앙에 있는 바라렌을 보았다.

'...생각보다 작네?'

현역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령왕이었다.

적어도 최상급 정령보다는 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바라렌의 몸집은 작았다.

키가 1m도 되지 않는 작은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물론 육체가 작다고 방심할 수는 없다.

작은 육체 안에 강진석도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어둠이 자리 잡고 있었기에.

바로 그때.

-아주 맛있는 어둠을 가지고 있구나!

바라렌이 강진석을 보고 활짝 웃으며 외쳤다.

-너의 어둠을 나에게 다오!

-그러면 난 다시! 다시!!!!

바라렌은 '다시'를 반복하며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광기 어린 바라렌을 보며 생각했다.

'미쳤구나.'

바라렌의 정신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누가 봐도 나사가 하나 아니, 여럿 빠진 분위기였다.

'이해는 가지만.'

바라렌의 어둠에 대한 탐욕이 이해되기는 했다.

솔직히 강진석도 바라렌의 어둠이 탐났다.

바라렌의 어둠을 흡수하면 어둠의 힘이 단숨에 100%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바라렌의 어둠은 짙었고 끌렸다.

'위험해.'

물론 강진석은 바라렌처럼 탐욕에 미치지 않았다.

탐욕에 끌려다니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지 강진석은 잘 알고 있었다.

강진석은 탐욕을 경계하며 다크닐에 전기를 둘렀다.

'어둠으로는 타격 주기 힘들겠지.'

바라렌은 어둠의 정령이었다.

그런 바라렌에게 어둠으로 공격한다?

피해를 줄 수는 있겠지만 큰 피해는 주지 못할 것이다.

-죽어어엇!!

바로 그때 바라렌이 양손을 뻗어 어둠을 방출했다.

강진석은 싱긋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강진석이 어둠으로 바라렌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없듯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강진석은 날아오는 어둠 덩어리를 보며 생각했다.

'흡수할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흡수하고 싶었지만 흡수할 수 없었다.

바라렌과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어둠을 흡수하면 내부가 뒤틀릴 것이다.

강진석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크닐을 휘둘렀다.

쩌저적!

그러자 다크닐을 통해 전기가 방출되어 어둠 덩어리를 향해 날아갔다.

순식간에 전기와 어둠이 마주했고.

후우웅!

충격파가 발생했다.

제234화

234.

강진석은 기운을 방출해 장막을 만들었다.

그리고 장막으로 충격파를 해소하며 바라렌을 보았다.

바라렌 역시 어둠으로 충격파를 해소하고 있었다.

'...뭐지?'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충격파를 해소하는 바라렌의 표정이 무척이나 어두웠다.

'힘들어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충격파가 강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피해를 입을 정도는 아니었다.

솔직히 장막으로 해소하지 않았다고 해도 다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바라렌의 표정은 왜 저리 어두운 것일까?

바로 그때 바라렌이 외쳤다.

-대체 왜!

그리고 이어진 외침에 강진석은 어째서 바라렌의 표정이 어두워졌는지 알 수 있었다.

-전기의 길까지 걸으려 하는 거냐!

-그까짓 전기 따위를 왜 진지하게!

-길에 갓 들어선 녀석이 집중하지는 못할망정!

"...."

강진석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전기 때문이었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이유였다.

'잠깐.'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어떻게 이해가 되는 거지?'

생각해 보니 이상했다.

강진석은 의지 번역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 바라렌의 말이 이해가 되는 것일까?

바라렌이 한국어를 하는 게 아니다.

정체불명의 언어를 내뱉고 있었다.

그런데 그 정체불명의 언어가 이해됐다.

혹시 바라렌이 의지 번역 같은 걸 사용한 걸까?

'아무것도 못 느꼈는데.'

그러나 바라렌이 의지 번역 같은 마법을 사용했다면 강진석이 눈치채지 못할 리 없다.

"내가 어떤 길을 걷던 그건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강진석은 혹시 바라렌도 자신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말했다.

그러자 바라렌이 흠칫하더니 이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래,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지.

-내가 원하는 건 네 녀석의 어둠이니까.

바라렌의 답에 강진석은 확신했다.

의지 번역 없이 대화가 된다는 것을.

-전기의 길을 걸으려는 녀석 따위에게는 과분한 어둠이다.

-내놓거라.

바라렌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이번에도 어둠이 방출됐다.

강진석은 전처럼 전기를 날리지 않았다.

대신 거리를 좁혔다.

조금 전 충돌을 통해 알게 됐다.

어둠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을.

이내 강진석은 어둠과 충돌했고.

스아앗!

그대로 어둠을 파고들며 바라렌에게 다가갔다.

예상대로였다.

아예 피해가 전무한 것은 아니다.

바라렌의 어둠은 강력했다.

강진석이 어둠을 파고들었듯, 어둠 역시 강진석의 육체를 파고들려고 했다.

그로 인해 압력이 어마어마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압력 이상의 피해를 발생시키지는 못했다.

이내 강진석은 바라렌 코앞에 도착했고 다크닐을 휘둘렀다.

-...!

바라렌은 움찔했다.

그러나 다크닐을 피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 강진석은 바라렌이 어째서 피하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다크닐은 바라렌의 목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감촉이 이상했다.

구름을 벤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리며 일단 뒤로 물러났다.

'...그래, 정령이었지.'

바라렌은 정령이었다.

정령들의 육체는 보통 '영체'로 이루어져 있다.

즉, 인간이나 오크, 엘프 등과 육체 구조가 다르다.

목이 베인다고 죽는 게 아닌 것이다.

물론 죽지 않을 뿐 피해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강진석은 바라렌을 보았다.

바라렌은 짜증 가득한 얼굴로 목을 쓰다듬고 있었다.

목에는 전에 없던 상처가 생겨 있었다.

강진석은 상처를 보며 생각했다.

'얼마나 더 공격해야 할까.'

바라렌의 기운은 여전히 강력했다.

상처를 입긴 했으나 조금도 줄어든 것 같지 않았다.

지금처럼 공격을 해서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약점이 어디에 있으려나.'

영체라고 해서 무적인 것은 아니다.

핵이 되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문제는 바라렌의 수준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영체 내부를 탐색하고 싶어도 탐색할 수가 없었다.

어둠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가벼이 상대해서는 안 될 것 같구나.

바라렌이 짜증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어둠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이어진 상황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바라렌의 작디작았던 몸집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2m가 넘어갔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10m를 넘어 계속해서 커졌다.

이내 20m가 되고 나서야 성장이 멈췄다.

거인이 될 정도로 많은 어둠을 흡수했기 때문일까?

전보다 훨씬 기운이 강렬해졌다.

기운만 달라진 게 아니다.

예전에는 광기가 어려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광기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흉포함만 느껴졌다.

강진석은 달라진 바라렌을 보며 활짝 웃었다.

바라렌은 더 강해졌고 난폭해졌다.

그럼에도 활짝 웃은 이유는 바라렌의 육체가 커지며 강진석이 그토록 찾던 '핵'이 여럿 감지됐기 때문이었다.

물론 핵의 위치는 쉽게 공격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러나 위치조차 알 수 없던 전과 비교하면 상황은 확실히 나아졌다.

강진석의 웃음 때문일까?

바라렌은 거대해진 주먹을 강진석에게 뻗었다.

후웅!

어둠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주먹은 공간을 일그러트릴 정도로 강력했다.

그러나 강진석은 피하지 않았다.

주먹을 향해 마주 달려들었다.

강진석이 피하지 않고 달려든 이유.

그 이유는 주먹에도 핵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강진석은 다크닐에 기운을 가득 담았다.

지지직!

그리고 전기를 둘렀다.

이어 강진석은 다크닐을 뻗었고 주먹과 충돌했다.

충돌 결과는 다크닐의 완승이었다.

다크닐은 주먹의 어둠을 가르며 나아갔고 이내 목표했던 핵에 닿았다.

쩌적!

그러자 핵에 균열이 가득 나타났고.

스아앗!

이어 폭발하며 핵에 응축되어 있던 어둠이 사방으로 분출됐다.

"...!"

어둠에 휩싸인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바라렌의 핵이었다.

당연히 바라렌에게 결속된 어둠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핵이 파괴되어서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핵에서 뿜어져 나온 어둠은 그 누구와도 결속되지 않은 매우 순수한 어둠이었다.

즉, 흡수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흡수하는 도중에 바라렌이 공격을 해온다고 해도 상관없다.

카스만의 운영법은 흡수 중에도 움직이는 게 가능했다.

스아앗!

강진석은 바로 어둠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내부로 들어온 순수한 어둠은 강진석의 의지에 따라 육체를 순환하기 시작했고 결속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둠의 힘이 강해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었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바라렌을 보았다.

'...왜 저래?'

그리고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라렌이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혹시 한쪽 팔이 사라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의 공격이 허무하게 막혀서?

-...어떻게!

이내 정신을 차린 바라렌이 외쳤다.

-네 녀석 카스만님과 무슨 관계냐!

-어떻게 네 녀석이 카스만님의 운용법을!!!

"...!"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바라렌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단어가 튀어나왔다.

'카스만을 알아?'

어둠 법칙 카스만.

바라렌은 카스만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강진석은 궁금했다.

바라렌이 카스만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그리고 카스만이 어떤 존재인지.

"카스만을 알고 있나?"

강진석은 바라렌에게 물었다.

그러자 바라렌이 멈칫하더니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이어 말했다.

-...카스만님을 만난 적 없구나.

-그런데 어떻게 카스만님의 운용법을 알고 있는 거지?

-설마 카스만님이 보상으로 운용법을 내리셨다고?

바라렌은 혼잣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잠자코 바라렌의 혼잣말을 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정보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그토록 헌신했던 나에게는 주지 않았던 운용법을!

-카스만님! 대체 왜!!!

이내 바라렌이 하늘을 향해 외쳤다.

그리고 잠시 뒤.

-아니지, 아니야....

바라렌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간절한 얼굴로 강진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카스만님이 운용법을 알려주셨다면 너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는 뜻이겠지.

-분명 널 지켜보고 계실 거다.

-지금 이 상황도 바라보고 계시겠지.

-제발 부탁한다.

-카스만님에게 날 용서해 달라고 해 줄 수 있나?

-용서만 받을 수 있다면 내 어둠을 주마.

바로 그때였다.

[참관자 어둠 법칙 카스만이 현재 상황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어둠 법칙 카스만이 임무를 부여합니다.]

[퀘스트 '당신의 선택'이 생성됐습니다.]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참관자? 시험 참관자라고?'

카스만의 정체 때문이었다.

'절대적 존재였어...?'

바라렌의 반응을 통해 범상치 않은 존재라는 것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존재였다.

강진석은 바라렌을 주시하며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러고는 퀘스트 '당신의 선택'을 확인했다.

<당신의 선택>

바라렌은 카스만이 키우던 정령 중 하나였다.

.

.

카스만은 당신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궁금해하고 있다.

당신의 선택은?

퀘스트 보상 : ???

퀘스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러고는 바라렌을 보았다.

바라렌은 여전히 간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만약 퀘스트를 확인하기 전이었다면 도와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퀘스트를 확인한 지금은 도와줄 생각이 싹 사라졌다.

그도 그럴 것이 퀘스트에 바라렌이 저지른 악행들이 쓰여 있었다.

그중 하나가 자신에게 헌신했던 정령들을 먹어 치운 것이었다.

카스만이 바라렌에게 벌을 내린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강진석이 돕는다고 바라렌이 고마워할까?

아니, 바라렌은 뒤통수를 칠 확률이 높다.

-...도와줄 생각이 없구나.

강진석의 차가운 눈빛에 바라렌이 말했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에서 간절함이 사라졌다.

때마침 흡수했던 어둠을 완전히 안착시킨 강진석은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바라렌에게 먼저 달려들었다.

바라렌은 반대 주먹을 날렸다.

강진석은 전처럼 마주 달려들지 않았다.

반대 주먹에는 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굳이 핵도 없는데 힘을 쓸 필요가 없다.

강진석은 주먹을 피해 왼쪽 허벅지로 다가갔다.

-...!

바라렌은 강진석이 주먹을 피하자 당황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강진석이 향하던 허벅지에서 어둠의 창이 우수수 튀어나와 날아오기 시작했다.

물론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강진석은 어둠의 창을 무시한 채 허벅지에 자리 잡은 핵으로 돌진했고.

쩌적! 스아앗!

핵에 응축되어 있던 어둠이 사방으로 분출됐다.

이번에도 순수한 어둠이었다.

-크아악!

바라렌이 비명을 내지르며 고통에 몸부림쳤고 강진석은 어둠을 흡수하며 생각했다.

'영체라 그런가 넘어지지도 않네.'

왼쪽 팔과 왼쪽 다리가 사라졌다.

그럼에도 바라렌은 쓰러지지 않았다.

'근데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쉬운데....'

걱정했었다.

바라렌과의 전투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그런데 막상 붙어보니 너무나 쉬웠다.

아무리 영혼에 흠집이 낫다고 해도 이상하리만큼 쉬웠다.

오히려 직전에 죽인 리치 카사브리온이 더 어려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상성 때문인가?'

바라렌의 모든 공격은 어둠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문제는 강진석이 어둠의 지배를 습득했다는 점이다.

거기다 절대적 존재인 어둠 법칙 카스만의 운영법도 여럿 익혔다.

즉, 바라렌과의 상성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했다고 할 수 있었다.

이내 두 번째 핵의 어둠도 완전히 소화한 강진석은 세 번째 핵이 있는 오른쪽 다리로 향했다.

제235화

235.

강진석이 핵을 노린다는 것을 안 바라렌은 뒤로 물러났다.

비록 다리 하나와 팔이 하나 없었지만 영체라 이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물론 이동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지 상황이 해결됐다는 뜻은 아니다.

강진석의 속도는 바라렌보다 빨랐다.

결국 강진석은 오른쪽 다리를 파고들어 세 번째 핵을 파괴했다.

당연히 이번에도 순수한 어둠이 분출됐고 강진석은 흡수하며 바라렌을 주시했다.

바라렌은 고통스러운 얼굴,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이내 흡수를 마친 강진석은 다시 바라렌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계속해서 핵을 공략했고.

6번째 핵을 파괴했을 때.

바라렌은 더 이상 거인이 아니었다.

처음 보았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핵이 거의 파괴됐기 때문일까?

처음과 달리 바라렌은 매우 약해져 있었다.

지금은 내부가 훤히 보였다.

즉, 마지막 핵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사, 살려다오.

죽음을 직감한 것일까?

-아니, 살려주십쇼.

바라렌은 강진석에게 목숨을 구걸하기 시작했다.

-살려만 주시면 시키는 대로 모든 걸 하겠습니다!

-어둠도 계속 바치겠습니다.

바라렌은 정말로 간절해 보였다.

그러나 강진석은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바라렌의 내부뿐만이 아니었다.

감정 역시 보이기 시작했다.

현재 바라렌의 감정은 증오와 복수로 가득 차 있었다.

즉, 살려주면 뒤통수를 칠 가능성이 100%였다.

"살려만 주면 어둠을 바치겠다라...."

강진석은 말끝을 흐리며 바라렌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바라렌은 강진석이 다가오자 움찔했지만 도망가지 않았다.

도망쳐도 의미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내 강진석은 바라렌의 앞에 도착했고 말없이 다크닐을 뻗었다.

강진석의 말을 기다리고 있던 바라렌은 화들짝 놀라며 다크닐을 막기 위해 어둠을 분출했다.

그러나 아무런 의미 없는 저항이었다.

바라렌은 약해졌고 반대로 강진석은 강해졌다.

다크닐이 바라렌의 어둠 장막을 단숨에 뚫어내며 마지막 핵을 관통했다.

스아악!

이번에도 어둠이 방출됐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바라렌의 영체도 흩어지기 시작했다.

영체가 흩어진다는 것.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죽음이었다.

[추락한 어둠의 정령왕 바라렌이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포인트가 15억 상승합니다.]

[2성 어둠을 획득하셨습니다.]

.

.

이어 메시지가 나타났다.

강진석은 어둠을 흡수하며 메시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2성 어둠?'

확인을 시작하자마자 눈에 띄는 메시지가 있었다.

바로 바라렌의 처치 보상으로 주어진 2성 어둠이었다.

강진석은 흡수를 마치는 대로 확인해 보기로 결정하고 다시 메시지를 확인했다.

"...!"

그리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강진석이 놀란 이유는 퀘스트 '당신의 선택' 때문이었다.

[퀘스트 '당신의 선택'을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당연히 보상이 바로 주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보상을 결정하고 있다는 처음 보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됐다.

퀘스트를 내린 것은 절대적 존재인 어둠 법칙 카스만이었다.

과연 어떤 보상이 주어질까?

이내 메시지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흡수에 집중했다.

얼마 뒤 흡수도 완벽히 끝났고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힐끔 보았다.

아직도 보상이 결정되지 않았는지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았다.

강진석은 보상을 기다리며 인벤토리에서 2성 어둠을 꺼냈다.

그리고 2성 어둠을 꺼낸 순간 강진석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이 어둠은?'

2성 어둠은 말 그대로 '어둠'의 결정체였다.

앞서 핵을 파괴했을 때 얻은 어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진한 어둠이었다.

'영약이나 마찬가지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2성 어둠에 담긴 어둠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담긴 어둠이 워낙 많기도 했고 단단히 붙어 있어 끌어내는 게 쉽지 않았다.

적어도 2시간은 흡수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흡수하던 중.

[보상이 결정됐습니다.]

[포털이 생성됩니다.]

[카스만님에게 직접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시지가 나타났다.

"...."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카스만에게 직접 보상을 받으라니?

스아악!

그 순간 강진석의 앞에 포털이 생성됐다.

더할 나위 없이 검은 포털이었다.

강진석은 바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반대쪽에 어둠 법칙 카스만이 있다.

절대적 존재가 있는 포털인데 어찌 바로 들어가겠는가?

바로 그때였다.

스아악!

포털에서 강력한 흡입력이 발생했다.

강진석은 저항하려 했지만 저항할 수 없었다.

그 정도로 흡입력이 강했다.

결국 강진석은 강제로 포털로 끌려 들어갔다.

그렇게 반대편에 도착한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키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온통 어둠이었다.

그것도 순수한 어둠이었다.

그러나 흡수할 수 있는 어둠은 아니었다.

한없이 순수했지만 주인이 없는 어둠이 아니다.

어둠 법칙 카스만의 어둠으로 추정됐다.

'이런 어둠을....'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현재 강진석이 다룰 수 있는 어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어둠이었다.

얼마나 흡수해야 이런 어둠을 다룰 수 있을까?

'5레벨이 되도 안 될 것 같은데....'

바로 그때였다.

-드디어 보게 되는구나.

사방에서 청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바로 보고 싶었는데 녀석들이 하도 귀찮게 해서 늦었다.

-미안하구나.

"...아닙니다."

본능적으로 존댓말이 튀어나왔다.

-하하, 그리 말해 주니 고맙구나.

-내가 너를 부른 이유는 녀석들이 알려줬을 거다.

-직접 보상을 주기 위해서지.

-물론 보상만 주려고 이렇게 직접 보자고 한 것은 아니다.

카스만의 말에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보상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었다니?

문득 불안해졌다.

만에 하나 좋지 않은 일로 보자고 한 것이라면?

-하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궁금한 게 많을 것 같아서 말이야.

-질문에 답을 해 주마.

이어진 카스만의 말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질문에 답을 해 주겠다니?

생각지도 못한 이유였다.

-질문해 보거라.

"...시험의 목적이 궁금합니다."

강진석은 눈치를 살피며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했다.

처음에는 절대적 존재들의 유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올라쿤과의 대화를 통해 초월자를 찾는 게 목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데 올라쿤이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아니라면?

다른 이유가 더 있는 것이라면?

-너와 같은 인재를 찾기 위해서다.

-그리고 멸망이 예정된 세계의 존재들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기도 하지.

예상대로 이유는 하나가 아니었다.

첫 번째 이유는 강진석이 알고 있던 대로 초월자를 찾기 위해서가 맞았다.

문제는 두 번째 이유였다.

"멸망이 예정된 세계요?"

-그래, 혼돈의 존재들이 이곳을 목표로 삼았거든.

"혼돈의 존재들이 혹시 시험에 참가한...."

-아니, 그 아이들 역시 혼돈의 존재들에게 당한 혹은 당할 세상의 존재들이다.

-혼돈의 존재들은 말 그대로 혼돈에 있는 녀석들을 말한다.

"아...."

강진석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카스만이 이어 말했다.

-나는 네가 그분의 조각이라 생각했다.

"...?"

강진석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카스만이 '그분'이라는 존칭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절대적 존재인 카스만이 존칭을 사용하는 존재는 대체 어떤 존재일까?

순수하게 궁금했다.

그러나 물어볼 수는 없었다.

물어봐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런데 보니 알겠구나.

-그분의 조각은 아니라는 것을.

-지금 수준이 된 것은 너의 순수한 재능이겠지.

-여러 행운도 함께 했을 것이고.

-그래서 제안을 하나 하고 싶다.

제안이라는 말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시험이 끝난 뒤 연합에 들어올 생각이 있다면 우리 연합을 생각해 줬으면 좋겠구나.

"...시험이 끝나면 어떻게 되는지 먼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공동 영역이 될 것이다.

-그리고 살아남은 이들은 선택을 하게 되겠지.

-전처럼 살든 혹은 세계를 떠나 연합에 들어가든, 혹은 다른 시험에 참가하든.

"아...."

강진석은 다시 한번 탄성을 내뱉었다.

시험이 끝나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궁금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선택지가 있었다.

-미리 말해 주자면 우리 연합의 이름은 메비아스란다.

-위대한 법칙들이 많이 있는 곳이지.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그래, 고맙구나.

-근데 약속한 시간이 곧 끝나서 말이다.

-질문 하나만 더 답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궁금한 게 있느냐?

"...시험 참가자 중 제가 이기는 게 불가능한 참가자가 있나요?"

마지막 질문이라는 이야기에 강진석은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있지.

-뭐 그렇다고 죽을 정도로 차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카스만의 답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이기지는 못해도 죽지는 않는다.

그 말은 거침없이 도전을 해도 된다는 뜻이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부딪히는 건 좋지 않다.

강진석의 생각을 눈치챈 것인지 카스만이 이어 말했다.

-죽지 않는다고 상처를 입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니까.

"...조언 감사드립니다."

-그럼 이제 보상을 주마.

스앗! 스앗!

카스만의 말이 끝나자마자 강진석의 앞에 2가지 물건이 나타났다.

'...2성 어둠?'

2가지 물건 중 하나는 매우 익숙했다.

2성 어둠과 흡사했다.

그러나 흡사할 뿐 같지는 않았다.

일단 크기도 컸고 담겨있는 어둠도 제대로 탐지할 수가 없었다.

-왼쪽에 있는 구슬은 5성 어둠이다.

-당장은 흡수하기 힘들겠지만, 지금보다 수준이 좀 높아지면 흡수가 가능할 게야.

이어진 카스만의 말에 강진석은 구슬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책은 네가 관심 있어 하는 또 다른 길에 대한 책이다.

-그걸 얻어 오느라 내가 꽤나 힘을 썼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구나.

"...감사합니다!"

어떤 책인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어떤 책인지 알 것 같았다.

'전기 수련서인가?'

현재 강진석은 어둠과 전기를 주력으로 삼고 있었다.

그리고 바라렌도 전기의 길을 언급했다.

아마도 전기와 관련된 수련서가 아닐까 싶었다.

-이곳에서는 시스템 아공간을 열기 힘드니 내가 직접 넣어주마.

스앗! 스앗!

구슬과 책이 다시 사라졌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5성 구슬을 획득하셨습니다.]

[전기 법칙 데레메마스의 수련서를 획득하셨습니다.]

예상대로 책의 정체는 전기 수련서였다.

-다음에 볼 수 있으면 좋겠구나.

-조심히 돌아가거라.

카스만의 말이 끝나자마자 포털이 나타났다.

그리고 강력한 흡입력과 함께 강진석은 다시 포털로 끌려갔다.

그렇게 다시 한라산 정상으로 돌아온 강진석은 주변을 스윽 훑었다.

'...꿈 같네.'

직전까지의 상황이 전부 꿈 같았다.

그러나 꿈이 아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5성 어둠을 꺼냈다.

카스만의 말대로 5성 어둠은 흡수하고 싶어도 흡수할 수가 없었다.

너무 단단했다.

지금 장악력으로는 턱도 없었다.

강진석은 다시 인벤토리에 5성 어둠을 넣고 이어 '전기 법칙 데레메마스의 수련서'를 꺼냈다.

그리고 수련서를 펼친 순간.

스아앗!

수련서에 쓰여 있던 문자가 빛나며 정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제236화

236.

'...와.'

정보를 체득하며 강진석은 감탄했다.

어둠과 완전히 같은 운용법도 있었고 미세하지만 다른 부분 운용법도 있었으며 완전히 다른 운용법도 있었다.

'이래서 갑옷이 제대로 안 만들어졌었구나?'

강진석은 전기 갑옷이 완벽하지 않았던 이유도 알 수 있었다.

어둠과 똑같은 방식으로는 불안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지직!

강진석은 전기를 방출했다.

그리고 이어 운용법에 따라 갑옷을 만들었다.

그러자 완벽한 전기 갑옷이 완성됐다.

강진석은 흡족한 얼굴로 갑옷을 해체했다.

그러고는 퀘스트창을 열었다.

확인할 것이 있었다.

<전기의 운용>

조건을 충족하라!

[전기 운용 : 100%]

[최상급 뇌전석 : 200 / 200]

.

.

퀘스트 보상 : 스킬 '전기의 운용' 3레벨 습득 권한 활성화

전기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덕분에 전기 운용은 100%가 되어 있었다.

물론 이번만 100%는 아닐 것이다.

다음 퀘스트도 100%일 것이고 그다음 퀘스트도 100%일 것이다.

'바로 지배 습득할 수 있겠지?'

확실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재료만 있으면 전기의 지배를 습득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스킬 퀘스트 '전기의 운용'을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전기의 운용' 3레벨 습득 권한이 활성화됩니다.]

[스킬 '전기의 운용'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스킬 퀘스트 '전기의 운용'이 생성됐습니다.]

<전기의 운용>

조건을 충족하라!

[전기 운용 : 100%]

[천둥 보석 크라몬드 : 0 / 10]

.

.

퀘스트 보상 : 스킬 '전기의 운용' 4레벨 습득 권한 활성화

예상대로 전기 운용은 100%였다.

재료가 부족해 완료할 수가 없었다.

'이따 재료 가지러 가야겠네.'

강진석은 이어 어둠의 지배를 확인했다.

<어둠의 지배>

조건을 충족하라!

[어둠의 힘 : 99%]

퀘스트 보상 : 스킬 '어둠의 지배' 2레벨 습득 권한 활성화

앞서 수많은 어둠을 흡수하고 소화한 덕분에 어느새 100%까지 한 걸음을 남겨둔 상태였다.

강진석은 2성 어둠을 꺼냈다.

그러고는 흡수를 시작했다.

[어둠의 힘 : 100%]

이내 100%가 되었고 강진석은 흡수를 멈췄다.

곧이어 바로 퀘스트를 완료했다.

[퀘스트 '어둠의 지배'를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어둠의 지배' 2레벨 습득 권한이 활성화됩니다.]

[활성 보상을 획득합니다.]

[1성 어둠을 5개 획득하셨습니다.]

.

.

완료와 동시에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놀랍게도 메시지가 예상과 달랐다.

'활성 보상?'

권한만 활성화되고 끝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보상이 존재했다.

여태까지는 주지 않다가 갑자기 왜 보상을 주는 것일까?

강진석은 의아한 표정으로 메시지를 바라보며 어둠의 지배 2레벨을 습득했다.

[스킬 '어둠의 지배'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스킬 퀘스트 '어둠의 지배'가 생성됐습니다.]

'...아.'

그리고 2레벨 습득과 동시에 강진석은 보상을 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변하는 게 없구나.'

어둠의 지배 1레벨을 습득했을 때 엄청난 변화가 있었기에 이번에도 당연히 큰 변화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영약을 준 이유가 이거였어?'

보상을 준 이유는 보상을 흡수해 성장하라는 뜻이 분명했다.

강진석은 헛웃음을 지으며 퀘스트 정보를 확인했다.

<어둠의 지배>

조건을 충족하라!

[어둠의 힘 : 1%]

퀘스트 보상 : 스킬 '어둠의 지배' 3레벨 습득 권한 활성화

1레벨 때와 같았다.

완료 조건은 어둠의 힘 100%뿐이었다.

'이것도 보상 주겠지?'

완료 시 이번처럼 보상이 주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근데 레벨이 전부는 아니라고 봐야겠네.'

레벨을 높여도 어둠은 성장하지 않는다.

성장을 위한 보상이 주어질 뿐이다.

그렇다고 성장 한계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애초에 1레벨에서도 성장 한계는 없었다.

즉, 지배 스킬의 경우 레벨만 보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러고는 주변을 보았다.

'더 늘어났네.'

직전보다 어둠이 더 짙어져 있었다.

어디선가 어둠이 계속 방출되고 있다는 의미였다.

강진석은 초감각에 집중해 주변을 샅샅이 탐색했다.

그러자 곧 어둠이 흘러나오는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강진석은 바로 근원지로 향했다.

근원지는 백록담 정중앙이었다.

그곳에는 4m가 훌쩍 넘는 거대한 흑수정이 박혀 있었다.

그리고 흑수정 주변에는 마법진이 존재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중첩되어 있었다.

'이건 이대로 내버려둬야겠는데.'

흑수정에 담긴 어둠이 탐나긴 했다.

그러나 굳이 회수할 필요 없어 보였다.

직접 흡수하는 것보다 마법진을 이용해 증폭시켜 흡수하는 게 훨씬 많은 어둠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근데 바라렌은 창고가 따로 없나?'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앞서 잡은 4차 제약 이상의 존재들은 대부분 창고를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바라렌의 거처인 백록담에는 창고가 감지되지 않았다.

'...잠깐.'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거처가 맞나?'

바라렌이 있었기에 거처라 생각했다.

그런데 거처가 아니라면?

수련을 위한 장소일 뿐이라면?

'영역 상징도 없잖아.'

생각해 보면 보통 거처에는 '영역 상징'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백록담 그 어디에도 영역 상징은 존재하지 않았다.

강진석은 바로 핸드폰을 꺼냈다.

주변에 있는 영역 상징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음?'

핸드폰을 꺼내자마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이제 되네?'

바라렌이 죽었기 때문일까?

통화권 이탈 표시가 사라져 있었다.

일단 강진석은 지도를 켜 주변 상황을 확인했다.

'...여긴가?'

백록담 주변에는 영역 상징이 여럿 존재했다.

그중 서쪽에 있는 영역 상징이 백록담과 가장 가까웠다.

강진석은 서쪽에 먼저 들르기로 결정을 내리고 이동하며 한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바라렌 잡았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럼 준비한 인원들 출발시켜도 될까요?

"네, 혹시 그사이에 문제없었나요?"

-...그렇지 않아도 지금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

강진석은 살짝 놀랐다.

혹시나 하고 물어봤던 것인데 진짜 보고 할 문제가 있다니?

-북쪽에 있던 파란 점이 전부 사라졌습니다.

"아...."

강진석은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

파란 점이 사라졌다는 것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그것도 시간 차이를 두고 사라진 게 아니라 동시에 전부 사라졌어요.

"...동시에요? 약간의 시간 차이도 없이?"

-네, 아무래도 무슨 일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약간의 차이를 두고 사라진 것이라면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다.

그러나 동시에 사라진 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일단 북쪽은 탐사하지 마시고 주시만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세 번째 제련을 진행할 생각이에요."

-제주도에서요?

"아뇨, 개화역에서 진행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제주도 한라산은 출입 금지해 주세요. 지윤 님도 버티기 힘든 환경이라서요. 길드원분들이 오면 크게 다칠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한지윤의 답을 끝으로 통화가 끝났고 이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던전 '바라렌의 처소'에 입장하셨습니다.]

[24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어둠의 핵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10분 뒤 안전 구역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메시지를 통해 목적지의 정체를 확인한 강진석은 활짝 웃었다.

예상대로 백록담은 바라렌의 거처가 아니었다.

'근데 영역 상징 말고는 없나 보네.'

생성된 퀘스트는 '어둠의 핵 파괴' 하나뿐이었다.

퀘스트가 하나뿐인 것을 보면 거처에는 영역 상징 말고 아무것도 없는 게 확실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기에 강진석은 초감각을 통해 거처 내부를 샅샅이 확인했다.

그리고 확인하던 중 강진석은 창고를 발견할 수 있었다.

'2개나 있네?'

창고는 하나가 아니었다.

200평은 가뿐히 넘어가는 거대한 창고 하나.

그리고 10평 정도의 작은 창고 하나.

총 2개가 있었다.

강진석은 우선 메인 창고로 추정되는 거대한 창고로 향했다.

[바라렌의 창고에 입장하셨습니다.]

창고의 이름은 '바라렌의 창고'였다.

보물이라든가 비밀이란 단어는 붙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창고에는 많은 물품이 있었지만 끌리는 물품은 없었다.

그렇다고 가치 없는 것들만 있다는 뜻은 아니다.

말 그대로 끌리지 않을 뿐이다.

창고에 있는 물품들은 대부분이 어둠을 품고 있었다.

즉, 어둠의 힘을 키우는 데 아주 좋은 영약들이었다.

이내 창고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작은 창고로 향하며 생각했다.

'그냥 창고는 아니겠지?'

크기가 작았다.

그래서 오히려 더 기대됐다.

중요한 것들을 모아둔 곳이 아닐까?

[바라렌의 보물 창고에 입장하셨습니다.]

입장과 동시에 강진석은 활짝 웃었다.

예상했던 대로 일반 창고가 아니었다.

바랐던 대로 보물 창고였다.

강진석은 창고 내부를 스윽 훑었다.

굳이 초감각으로 탐색할 필요 없다.

모든 물품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창고는 작았기에.

그러나 아쉽지는 않았다.

끌리지 않는 물품이 없었다.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끌리고 있었다.

강진석은 손을 뻗었다.

그러자 가장 가까이 있던 검은색 버섯이 날아왔다.

<아크라모스>

어둠을 양분 삼아 자라는 아크라모스.

천 년간 어둠을 흡수해 개화를 마친 상태다.

복용 시 어둠을 이해할 수 있다.

복용 시 일정 확률로 어둠에 잠식된다.

버섯을 잡자마자 정보가 떠올랐다.

아크라모스라는 이름의 영약이었다.

'...어둠을 이해할 수 있다고?'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복용 효과가 심상치 않았다.

'어둠의 이해를 말하는 건가?'

아무리 봐도 스킬 '어둠의 이해'를 의미하는 것 같았다.

복용하는 것만으로 어둠의 이해를 습득할 수 있다니?

'근데 어둠에 잠식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정 확률로 어둠에 잠식된다고 쓰여 있었다.

어떤 부작용인지 예상할 수가 없었다.

'부작용은 맞겠지...?'

예상과 달리 부작용이 아닐 수도 있다.

잠식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느낌이긴 했지만 예상과 달리 아주 적은 확률로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축복일 수도 있다.

'...나중에 알아봐야겠다.'

강진석은 비고를 소환했다.

그러고는 아크라모스를 포함한 모든 물품을 비고 안으로 옮긴 뒤 창고에서 나와 영역 상징인 어둠의 핵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흡수할 수 있나 기대했는데.'

어둠의 핵은 강력한 어둠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흡수해 소화할 수 있는 어둠이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와 단단히 결속되어 있었다.

'바라렌은 아닌데 누구지?'

바라렌은 죽었다.

결속된 '누군가'는 바라렌이 아니다.

'시스템인가?'

당장 떠오르는 것은 시스템이었다.

강진석은 손을 뻗었다.

쩌저적!

전보다 훨씬 강력해진 흑뢰가 어둠의 핵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이어 어둠의 핵이 파괴되며 익숙한 메시지가 나타났다.

특별한 메시지는 없었다.

강진석은 바로 관리창을 열어 기본 설정을 마친 뒤 영역 이동을 통해 봉제산으로 이동했다.

그러고는 곧장 창고로 향했다.

창고에서 강진석은 전기의 운용 완료에 필요한 재료들을 찾아다니며 완료를 시작했다.

.

.

[스킬 퀘스트 '전기의 운용'을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전기의 지배' 습득 권한이 활성화됩니다.]

전기 운용은 예상대로 항상 100%였고 강진석은 기대하고 기대했던 전기의 지배 습득 권한을 활성화할 수 있었다.

강진석은 스킬창을 보았다.

그리고 기대 가득한 얼굴로 전기의 지배를 습득했다.

습득과 동시에 강진석은 전기 장악력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

그러나 강진석은 전기 장악력에 집중할 수 없었다.

메시지 때문이었다.

[스킬 '전기의 지배'를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퀘스트 '전기의 지배'가 생성됐습니다.]

[조건이 충족됐습니다.]

[스킬 '초월'이 강화됩니다.]

제237화

237.

'초월이 강화됐다고?'

강진석은 당황스러웠다.

'아직 습득도 안 했는데?'

습득도 하지 않은 초월이 왜 강화된단 말인가?

'...설마 이것 때문에 습득하면 안 될 것 같았던 건가?'

이전에 초월을 습득하려 했다.

그런데 직감이 좋지 않아 습득을 미뤘었다.

'일단 확인부터.'

강진석은 스킬 '초월'을 확인했다.

<초월[패시브]>

초월의 길을 엿봅니다.

현재 선택지 : 2

최대 레벨 : 1

현재 레벨 : 0

필요 포인트 : 50억

"...!"

초월을 확인한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전에 없던 새로운 내용이 쓰여 있었다.

'현재 선택지?'

바로 '현재 선택지'였다.

'무슨 선택지를 말하는 거지?'

강진석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어둠이랑 전기를 말하는 건가?'

초월의 습득 조건은 지배 스킬 습득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강화된 이유는 전기의 지배를 습득했기 때문이었다.

즉, 선택지는 어둠과 전기일 확률이 높았다.

'어떤 스킬이길래....'

강진석은 궁금해졌다.

초월이 어떤 스킬인지.

습득하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그러나 강진석은 당장 궁금증을 해결하지 않았다.

'지배 스킬 습득할 때마다 강화되겠지?'

강화는 한 번이 끝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 지배 스킬을 습득할 때마다 강화될 것이고 선택지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선택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

그리고 조금 전 전기의 지배를 습득하며 손에 넣은 전기 장악력에 집중했다.

어둠과 마찬가지로 전기가 수족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다시 퀘스트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로 가능했으면 좋겠는데.'

아직 완료할 퀘스트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공간의 운용이었다.

현재 공간의 운용은 4레벨이었고 재료만 있으면 완료가 가능하다.

4레벨뿐만이 아니다.

강진석은 5레벨 역시 재료만 있으면 바로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5레벨을 완료할 수 있다면?

공간의 지배도 습득이 가능하다.

강진석은 부디 자신의 생각이 맞길 바라며 재료들을 찾아 움직였다.

그리고 얼마 뒤 재료를 모아 퀘스트를 완료 후 5레벨을 습득 한 강진석은 5레벨 퀘스트 조건을 보고 활짝 웃었다.

<공간의 운용>

조건을 충족하라!

[공간 운용 : 100%]

[공간 균열석 : 50 / 200]

.

.

퀘스트 보상 : 스킬 '공간의 지배' 습득 권한 활성화

첫 번째 조건인 '공간 운용'이 100%였다.

재료만 있으면 완료가 가능했고 부족한 재료들은 다행히 전부 창고에 있는 것들이었다.

'모아 두길 잘했네.'

강진석은 필요한 재료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고 바로 재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필요 재료가 전부 모였고.

[스킬 퀘스트 '공간의 운용'을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공간의 지배' 습득 권한이 활성화됩니다.]

습득 권한이 활성화되자마자 강진석은 바로 공간의 지배를 습득했다.

[스킬 '공간의 지배'를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퀘스트 '공간의 지배'가 생성됐습니다.]

[조건이 충족됐습니다.]

[스킬 '초월'이 강화됩니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고 눈을 번뜩였다.

'역시.'

이번에도 예상대로 스킬 '초월'이 강화됐다.

<초월[패시브]>

초월의 길을 엿봅니다.

현재 선택지 : 3

최대 레벨 : 1

현재 레벨 : 0

필요 포인트 : 50억

'확실해졌네.'

선택지가 2개에서 3개로 늘어났다.

강진석은 확신할 수 있었다.

어둠, 전기, 공간을 뜻하는 게 분명했다.

강진석은 다른 이해 스킬들을 떠올렸다.

'아직 멀었는데....'

어둠, 전기, 공간.

3가지를 제외하고는 아직 운용에도 진입하지 못했다.

그나마 운용에 가까운 속성은 '불' 그리고 '물' 2가지였다.

말 그대로 그나마 가깝다는 것이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아크라모스 같은 게 있을 것 같긴 한데....'

아크라모스는 어둠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영약이었다.

어둠만 존재할까?

아니, 불이나 물 등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영약도 있을 확률이 높았다.

'...레아스가 가지고 있을까?'

강진석은 레아스를 떠올렸다.

레아스는 강력한 불의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불의 이해를 도울 영약을 레아스가 가지고 있다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네.'

한시라도 빨리 육체 제련을 마치고 레아스와 붙고 싶었다.

강진석은 생각을 멈추고 바로 영역 이동을 통해 개화역으로 이동했다.

제련 장소에 도착한 강진석은 퀘스트 완료 버튼을 보며 생각했다.

'얼마나 걸릴까.'

걱정이 됐다.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봐.

걱정은 시간뿐만이 아니다.

'아프겠지...?'

첫 번째 육체 제련도 그렇고 두 번째 육체 제련도 그렇고 강력한 고통을 동반했다.

이번 역시 엄청난 고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강진석은 부디 고통이 덜하기를, 빠르게 끝나길 기원하며 완료 버튼을 눌렀다.

[스킬 퀘스트 '육체 제련'을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육체 제련'의 3레벨이 활성화됩니다.]

.

.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러나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지 않았다.

대신 눈을 감고 곧 다가올 고통에 대비했다.

이내 열기가 찾아왔다.

당연하게도 열기는 빠르게 강해졌고 강진석은 열기를 버티며 생각했다.

'이번에는 얼마나 뜨거워질까.'

바로 그때였다.

'...음?'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육체 안에 자리 잡은 어둠과 전기 그리고 공간의 기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진석이 움직인 게 아니다.

알아서 움직이고 있었다.

강진석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 둬야 할까?

'문제가 생길 것 같지는 않은데....'

직감은 아무런 경고를 보내지 않았다.

문제가 생기더라도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래, 직감을 믿자.'

고민 끝에 강진석은 가만히 내버려 두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어둠과 전기, 공간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조했다.

세 기운은 육체 내부에 갑작스레 나타난 열기의 근원이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근원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세 기운이 마주했고.

"...!"

강진석은 경악했다.

세 기운이 열기를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점점 강해지던 열기는 약해졌다.

반대로 어둠과 전기, 공간은 강해졌다.

'이래도 되나...?'

문득 궁금해졌다.

이렇게 열기를 먹어 없애도 제련이 제대로 되는 것일까?

강진석이 의문에 잠긴 사이 세 기운이 열기의 근원에 도달했다.

그리고 세 기운은 경쟁하듯 근원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열기의 근원이 사라졌고 치솟던 열기도 사라졌다.

강진석은 얼떨떨했다.

'진짜 이렇게 해도 되나? 다시 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

의아해하던 그때.

"...!"

한기의 근원이 생겨났다.

그리고 한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어둠, 전기, 공간 세 기운을 주시했다.

그리고 주시하기를 기다렸다는 듯 세 기운은 한기의 근원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기의 근원 근처에 도달한 세 기운은 열기 때처럼 한기를 먹어 치우며 전진했고 곧 근원 역시 흡수했다.

덕분에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한기가 사라졌다.

한기가 사라지자마자 압력이 찾아왔다.

사방에서 찾아오는 압력은 두 번째 제련 때보다 훨씬 거셌다.

'...버틸 만한데?'

그러나 세 기운 때문에 육체가 강해졌기 때문일까?

이상하게도 두 번째 제련 때보다 버티기가 쉬웠다.

굳이 전신에 기운을 둘러 압력에 저항할 필요도 없었다.

저항하지 않아도 전처럼 뼈가 부러지지 않았다.

'제련은 제대로 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뼈가 강해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압력을 받으면 받을수록 뼈가 점점 단단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얼마 뒤.

압력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알 수 있었다.

'이대로 끝이라고?'

세 번째 제련이 끝났다는 것을.

'더 있을 줄 알았는데.'

열기, 한기 그리고 압력.

세 가지 말고도 새로운 무언가가 더 있을 줄 알았다.

'뭐 다 찾아왔으니까.'

첫 번째 육체 제련 때에는 열기와 한기가 끝이었고 두 번째 육체 제련 때에는 압력이 끝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앞서 받은 시련이 전부 찾아왔다.

즉, 새로운 무언가가 없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강진석은 주먹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허공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그극!

그러자 궤적을 따라 공간이 일그러졌고.

파앙!!!

주먹이 멈춘 순간 기파가 터졌다.

공간 장악력을 사용한 게 아니다.

순수한 육체의 힘으로 발생한 상황이었다.

'지금이면....'

강진석은 레아스를 떠올렸다.

지금이라면 레아스를 쉽게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차올랐다.

물론 오만일 수 있다.

그러나 오만이어도 괜찮다.

카스만이 말했다.

'어차피 죽을 일은 없어.'

이기지는 못해도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거기다 애초에 카스만에게 답을 들었을 때에는 육체를 제련하기 전이었다.

지금은 제련뿐만이 아니라 전기의 지배와 공간의 지배도 습득했다.

카스만을 만났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바로 가볼까.'

강진석은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한지윤에게 문자를 보냈다.

제련이 끝났고 레아스를 잡으러 갈 테니 대전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오지 말라는 내용의 문자를.

문자를 보낸 뒤 강진석은 영역 이동을 통해 대전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레아스의 영역인 대덕구에 진입했다.

진입과 동시에 강진석은 초감각에 집중했다.

언제든 레아스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진석은 영역 안쪽으로 이동하며 생각했다.

'확실히 점점 뜨거워지네.'

안쪽으로 갈수록 열기가 강해지고 있었다.

물론 제련할 때 찾아온 열기만큼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외곽이라 그런 것이지 중심부에 가면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바로 그때였다.

"...!"

강진석은 멈칫했다.

초감각에 레아스가 나타났기 때문이 아니다.

퀘스트가 생성됐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아주 특별한 퀘스트였다.

[참관자 불 법칙 화령이 현재 상황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불 법칙 화령이 임무를 부여합니다.]

[퀘스트 '생사결'이 생성됐습니다.]

카스만처럼 절대적 존재로 추정되는 '화령'이라는 존재의 퀘스트였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생사결'을 확인했다.

<생사결>

화령은 카스만을 통해 당신을 알게 됐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자신이 후원하고 있는 레아스와 붙게 되면 어떤 결과를 보일지.

화령은 당신이 레아스와 목숨을 건 결투를 벌이길 바란다.

당신의 선택은?

[크라마 일족 2룡 레아스 : X]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거절 시 화령이 실망합니다.

화령의 기분에 따라 보상이 강화됩니다.

"...."

퀘스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생사결이라는 단어 때문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레아스를 죽이는 것이 퀘스트의 조건이었다.

'...죽일 수 있겠지?'

죽일 생각으로 왔다.

그러나 만약 레아스가 생각보다 강해 죽일 수 없다면?

도망쳐야 된다면?

생사결은 삭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삭제가 되는 순간 화령이 실망할 것이다.

절대적 존재의 실망을 받는다?

상상만으로 끔찍했다.

바로 그때였다.

"...!"

강진석은 눈을 번뜩이며 동쪽을 보았다.

초감각에 거대한 기운이 감지됐다.

레아스가 분명했다.

제238화

238.

강진석은 레아스의 기운을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안도했다.

'...실망할 일은 없겠네.'

붙어 봐야 알겠지만 기운만 놓고 보면 후퇴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즉, 화령이 실망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레아스가 달려오는 방향으로 마주 다가가기 시작했다.

[퀘스트 '크라마 일족 2룡 레아스'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생존하라!'가 생성됐습니다.]

다가가던 중 추가로 퀘스트가 생성됐다.

강진석은 다시 퀘스트창을 열어 빠르게 퀘스트를 확인했다.

'역시 5차였구나.'

퀘스트를 통해 강진석은 여러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레아스가 5차 제약 침공자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레아스가 세 번째 육체 제련을 마친 상태라는 점이었다.

'제련하고 오길 잘했어.'

두 번째 육체 제련과 세 번째 육체 제련의 차이는 크다.

만약 세 번째 육체 제련을 하지 않았다면?

죽일 수야 있겠지만 쉽게 죽이지 못했을 것이다.

퀘스트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다시 이동에 집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레아스를 마주할 수 있었다.

레아스는 3m가 훌쩍 넘어가는 큰 키에 다부진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이마에 원뿔 형태의 뿔이 2개 튀어나와 있었다.

'...열기가 장난 아니네.'

그리고 레아스는 강렬한 화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얼마나 화기가 강한지 공간이 일그러질 정도였다.

'웬만한 공격은 닿지도 않겠는걸.'

일그러진 공간을 보니 자연스레 느껴졌다.

마법 공격이든 물리 공격이든 육체에 닿기도 전에 막힐 것이라고.

바로 그때였다.

-허, 진짜 길에 들어섰구나?

-갈무리가 완벽히 됐어.

레아스가 입을 열었다.

이번에도 처음 듣는 언어였지만 뜻이 이해됐다.

앞서 바라렌의 경우가 있었기에 강진석은 당황하지 않고 레아스를 응시했다.

-화령 님이 농담하신 줄 알았는데 쉽게 볼 상황이 아니었군.

레아스는 불신 가득한 얼굴로 강진석을 바라보며 이어 말했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뭐지?"

-어떻게 그사이에 길에 들어선 거지?

-전에 봤을 때는 분명 길에 들어서기 전이었는데.

강진석은 레아스의 말에 답을 해줄까 말까 고민했다.

그리고 고민 끝에 사실대로 답해 주기로 했다.

강진석 역시 궁금한 게 있었다.

"어둠의 정령왕이었던 존재의 도움을 받았다."

-...설마 바라렌을 말하는 건가?

"...바라렌을 알고 있나?"

-알고 있지.

-그 녀석이 도왔다니 믿기지 않는군.

-설마 카스만 님이 명령을 내린 건가?

-그래, 그런 거라면....

레아스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강진석을 보고 싱긋 웃으며 말했다.

-어둠의 길을 걷기로 한 건 탁월한 선택이야.

-다만 내가 걷는 불의 길과 상성이 좋지 않다는 게 문제지만.

레아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화륵! 화르륵! 화륵!

그러자 레아스의 주변에 불덩어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림잡아 100개가 넘는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그리고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강력했다.

예전이었다면 하나를 막는 것도 버거웠을 것이다.

말 그대로 예전일 경우다.

지금은 아니다.

강진석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레아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불의 길을 걷고 있나?"

길은 '지배' 스킬을 의미했다.

강진석이 보기에 레아스는 불의 운용이 아닌 지배 스킬을 습득한 수준과 비슷해 보였다.

-그래, 불의 길을 걷고 있지.

-이제야 상황 파악이 됐나?

레아스는 실실 웃으며 말했다.

강진석이 보기에 자신감이 아니라 오만이었다.

솔직히 말해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강진석은 내색하지 않았다.

대신 추가로 질문했다.

"아크라모스 같은 영약을 가지고 있나?"

-...불의 영약을 말하는 건가?

-당연히 가지고 있지.

-설마 그걸 원하는 건가?

"...!"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혹시나 했는데 진짜 가지고 있다니?

바로 그때였다.

-그렇다면 패배를 인정해라.

-화령 님께서 빨리 결과를 보고 싶어 하시거든.

말을 마친 레아스가 손가락으로 강진석을 가리켰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불덩어리들이 일제히 강진석에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직선으로 날아오는 게 아니다.

몇몇은 직선으로 날아왔지만 대부분이 곡선을 그리며 날아오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공격에 강진석은 잠시 고민했다.

어떻게 막을지.

짤막한 고민 끝에 강진석은 주변 공간을 뒤틀었다.

그그극!

강진석의 주변 공간이 한 곳도 빠짐없이 전부 일그러졌다.

그와 동시에 레아스가 공간에 개입하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레아스의 장악력은 형편없었다.

수준을 보니 공간의 운용 2레벨 수준이었다.

당연히 일그러진 공간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위로 불덩어리들이 작렬했다.

화르륵....

화르륵....

불덩어리들은 일그러진 공간을 뚫지 못했다.

그대로 공간에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

단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모든 불덩어리가 없어지고 나서야 강진석은 일그러진 공간을 되돌렸다.

그리고 레아스를 보았다.

-....

레아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입을 다물기만 한 게 아니다.

처음 공격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그런데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미소가 싹 사라져 있었다.

-...어, 어떻게.

이내 레아스가 말을 더듬으며 외쳤다.

-공간의 길을 개척했다고?

-이게 무슨!

-어떻게!

레아스는 불신 가득한 목소리를 연신 내뱉었다.

그러나 강진석은 레아스의 의문을 해결해 줄 생각이 없었다.

문답 시간은 끝났다.

강진석은 바로 어둠을 방출했다.

'상성이 안 좋다고 했지.'

레아스가 말했다.

불은 어둠에 강하다고.

과연 얼마나 강한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스아악!

강진석과 결속된 어둠이 순식간에 레아스의 코앞에 당도했다.

-흥.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던 레아스는 코웃음을 내뱉으며 불을 방출했다.

그렇게 어둠과 불이 마주했다.

"...?"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당황한 것은 강진석뿐만이 아니다.

-엇?

레아스 역시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스아악!!

그도 그럴 것이 어둠이 불을 잡아먹고 있었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어둠에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상성 안 좋다며....'

레아스는 자신만만했다.

그래서 강진석도 믿었다.

그런데 상황은 레아스가 이야기했던 것과 너무 달랐다.

-흡!

이내 레아스가 괴성을 내지르며 훌쩍 물러났다.

물론 강진석은 그냥 보내 줄 생각이 없었다.

그그극!

레아스의 뒤쪽 공간을 뒤틀었다.

조그마한 틈도 없이 모든 공간을.

레아스가 공간에 개입하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장악력의 차이가 커도 너무 컸다.

결국 레아스는 아무런 변화도 만들어 내지 못했고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전보다 더욱 강력한 불을 뿜어냈다.

화르륵!

처음과 달리 어둠은 불을 흡수하지 못했다.

서로 충돌하며 소멸하기 시작했다.

레아스의 표정에는 그제야 안도감이 나타났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강진석의 표정이 부정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

강진석은 오히려 싱긋 웃었다.

레아스가 더 강력한 불을 뿜어냈듯 강진석 역시 더 강력한 어둠을 방출할 수 있었다.

강진석은 어둠의 출력을 높였다.

그러자 다시 어둠이 불을 흡수하며 강해지기 시작했다.

-...!

안도하던 레아스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그리고 강진석은 추가로 어둠 속에 전기를 여러 줄기 숨겨 보냈다.

쩌저적!

어둠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전기가 상성이 좋은 것일까?

전기는 그대로 불을 관통해 뚫고 나갔다.

불만 관통한 게 아니다.

현재 레아스의 육체 주변은 강력한 열기로 공간이 일그러진 상태였다.

전기는 그 일그러진 공간을 뚫고 본체에 작렬했다.

-크아악!

레아스는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감전 상태에 빠진 것이다.

그리고 감전 상태에 빠져 불을 조절하는 데 문제가 생겼는지 화력이 약해졌고 어둠은 순식간에 불을 잡아먹으며 레아스 코앞에 도착했다.

레아스는 이를 악물며 주먹을 뻗었다.

후웅!

주먹의 궤적에 따라 공간이 일그러지며 어둠이 밀려났다.

그리고 강진석은 확신했다.

'어둠만으로는 안 되겠네.'

힘을 뺄 수는 있겠지만 딱 거기까지다.

어둠으로 레아스를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기야 세 번째 제련을 했는데.'

레아스는 세 번째 육체 제련을 한 존재다.

강진석 역시 세 번째 육체 제련을 했기에 레아스의 육체가 얼마나 단단한지 알고 있다.

어둠은 물론 전기로도 죽이지 못할 것이다.

공간 역시 마찬가지다.

더 강해지면 모를까 적어도 지금은 불가능하다.

즉, 레아스를 죽일 방법은 직접 때려죽이는 것뿐이다.

'이번에 적응이나 해야겠다.'

강진석은 육체를 제련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아직 강해진 육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이 기회였다.

강해진 육체에 완벽히 적응할.

강진석은 다크닐에 흑뢰를 둘렀다.

그리고 레아스에게 다가갔다.

레아스 역시 더 이상 불을 방출하지 않았다.

대신 마주 달려오며 발차기를 했다.

강진석은 피하지 않았다.

다크닐을 휘둘러 발을 막았다.

쾅!

이내 다크닐과 발이 충돌하며 폭음이 울려 퍼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

강력한 반탄력에 강진석은 뒤로 살짝 물러났다.

당연히 강진석만 물러난 것은 아니다.

레아스 역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레아스는 매우 당황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어떻게 벌써 세 번째 육체 제련을 마친 거지?

-시간상 불가능했을 텐데?

"...."

강진석은 답하지 않았다.

다시 거리를 좁혀 다크닐을 휘둘렀다.

레아스는 불안한 얼굴로 주먹을 뻗었다.

그렇게 본격적인 박투가 시작됐다.

치밀한 기술이 오가는 박투가 아니었다.

원초적인 박투였다.

수없이 치고받으며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육체 상태가 완전히 파악됐다.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이 끝났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쉽게 죽일 수 있겠는데?'

박투를 하며 알게 됐다.

혼돈의 구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한 물건이었다.

사용자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따라 강해지는 성장형 아티펙트였다.

확인해 봐야겠지만 기운을 한계까지 주입하면 레아스의 육체도 쉽게 벨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상과 달리 벨 수 없다고 해도 상관없다.

베지 못할 뿐 피해가 누적되는 것은 확실했기에.

레아스가 다크닐을 피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강진석은 공격을 이어 나가며 생각했다.

'슬슬 끝낼까?'

목표했던 육체 적응이 끝났다.

더 이상 박투를 이어 나갈 이유가 없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거리를 벌려 다크닐에 기운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다크닐은 끊임없이 강진석의 기운을 받아들였고 곧 한계까지 주입을 마친 강진석은 레아스를 보았다.

레아스도 다크닐의 기운을 느꼈는지 무척이나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강진석은 레아스에게 달려들었다.

레아스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비장한 표정을 지었고 이어 전신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그러자 레아스의 기운이 폭증했다.

전보다 50%는 강해진 느낌이었다.

그러나 강진석은 아무런 신경 쓰지 않았다.

50% 강해진 지금도 죽일 자신이 있었기에.

그리고 죽이지 못하더라도 레아스는 지금 상태를 오래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금방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이내 강진석은 다크닐을 휘둘렀다.

그그극!

거력이 담긴 다크닐은 공간을 짓이기며 나아갔다.

그리고 레아스 역시 주먹을 뻗었다.

그그극!

레아스의 주먹 역시 공간을 짓이겼다.

이내 다크닐과 주먹이 닿았다.

그그극!

그극!

잠시 힘 싸움이 벌어졌다.

말 그대로 잠시였다.

힘 싸움은 다크닐의 승리로 끝났다.

스걱!

강진석은 레아스의 팔을 베었다.

-크아악!

그렇게 오른팔을 잃은 레아스는 비명을 내지르며 왼팔을 뻗었다.

강진석은 왼팔을 무시했다.

오른팔에 모든 기운을 담았었다.

왼팔에 담긴 기운은 매우 적었다.

대처하는 시간이 아까운 수준이었다.

대신 강진석은 레아스의 심장을 향해 다크닐을 뻗었다.

많은 기운을 소진했지만 레아스의 육체는 여전히 단단했다.

그러나 그것이 다크닐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다크닐은 훨씬 날카로웠고.

푹!

레아스의 심장에 다크닐이 박혔다.

-...!

그와 동시에 레아스는 눈을 부릅뜨며 강진석을 보았다.

그리고 불신 가득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화령 님....

레아스가 말하는 대상은 강진석이 아니었다.

-저를 버리시나이까....

바로 레아스의 후원자이자 절대적 존재인 불 법칙 화령이었다.

물론 화령이 답하는 일은 없었다.

화르륵!

이내 레아스의 육체가 타오르며 사라졌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크라마 일족 2룡 레아스가 영면에 듭니다.]

[포인트가 50억 상승합니다.]

.

.

제239화

239.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지 않았다.

레아스가 사라지며 남긴 '물건들' 때문이었다.

한두 개가 아니다.

총 10개의 물건이 나타났다.

그러나 10개가 끝이 아님을 강진석은 알고 있다.

퀘스트 보상을 말하는 게 아니다.

10개 중 2개에서 공간력이 느껴졌다.

공간 아티펙트로 추정됐다.

거기다 생김새가 주머니인 것을 보면 아공간 주머니가 아닐까 싶었다.

강진석은 주머니 먼저 확인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두 주머니가 두둥실 떠올라 강진석에게 날아왔다.

강진석은 우선 회색 주머니를 먼저 확인했다.

주머니는 예상대로 아공간 아티펙트였다.

"...!"

강진석은 주머니 안에 있는 내용물에 놀랐다.

주머니 안에는 금은보화가 있었다.

문제는 '양'이었다.

금은보화는 쌓이고 쌓여 산을 이루었다.

웬만한 산보다 거대했다.

총본부가 있는 '봉제산'보다도 거대했다.

'이러면....'

그래서 더 기대됐다.

다른 주머니 역시 아공간 아티펙트일 텐데 어떤 것들이 보관되어 있을까?

강진석은 확인을 위해 바로 검은 주머니를 확인했다.

그리고 활짝 미소를 지었다.

검은 주머니 안에는 '무구'들이 가득했다.

전부 불과 관련된 것은 아니다.

얼음으로 만들어진 검도 있었고 빛으로 이루어진 도끼도 있었고 어둠으로 만들어진 방패도 있었다.

'근데....'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영약은 어디에 있는 거지?'

레아스는 불의 영약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회색 주머니에 없었기에 당연히 검은 주머니에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검은 주머니에는 무구뿐이었다.

영약으로 보이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고 나머지 8개에 있는 것도 아니다.

주머니와 함께 남겨진 8개는 전부 단검, 반지, 목걸이 같은 '아티펙트'였다.

'따로 창고가 있나?'

아무래도 주머니 말고 따로 창고가 있는 것 같았다.

강진석은 창고를 찾아보기로 결정하고 남은 8개의 아티펙트를 확인했다.

'더 좋은 것들이네.'

8개의 아티펙트는 검은 주머니에 있는 것들보다 좋은 것들이었다.

얼마나 좋냐면 일반 길드원이 사용할 경우 3차 제약 침공자와도 전투를 벌일 수 있을 정도로 좋았다.

물론 일반 길드원이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용하기 위해서는 조건을 충족해야 했다.

착용 조건을 말하는 게 아니다.

사용은 아무나 가능했다.

문제는 사용할 경우 발생하는 '상황'이었다.

강진석은 검신이 한없이 붉은 '화천검'이라는 이름의 검을 쥐었다.

화르륵!

그러자 손잡이에서 불길이 치솟아 강진석의 팔을 휘감았다.

강진석은 놀라지 않았다.

이미 불길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길의 수준이 불의 운용 2레벨 정도로 강진석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았다.

'나 말고는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없겠어.'

강진석은 길드원들을 떠올렸다.

화천검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불의 운용 2레벨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페널티를 무시하고 다룰 수 있다.

문제는 길드원들 중 '불의 운용'은 커녕 '불의 이해'를 습득한 이도 없다는 점이다.

'그나마 칠성이가 가능성 높긴 한데.'

강진석은 김칠성을 떠올렸다.

김칠성은 당연하게도 불의 운용, 불의 이해를 습득하지 못했다.

그러나 강진석은 보았다.

김칠성은 불과 매우 가까웠다.

불의 이해와 운용을 습득만 할 수 있으면 금방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습득시켜야 하나....'

강진석이 특별 스킬창을 개방할 수 있던 것은 '오롯이 존재하는 자(4)'의 조건을 충족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오롯이 존재하는 자의 개방 조건이었다.

액티브 스킬을 습득하면 안 된다.

이미 김칠성은 충족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역시 영약뿐인가.'

물론 꼭 특별 스킬창을 개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레아스가 말한 불의 영약을 통해서도 습득할 수 있다.

그리고 최태훈처럼 직업을 통해 습득도 가능하다.

'어디에 있으려나.'

강진석은 영약에 대해 생각하며 화천검을 포함한 모든 물건을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그리고 메시지를 보았다.

'와....'

확인과 동시에 강진석은 감탄을 내뱉었다.

'50억이나?'

5차 제약 침공자답게 레아스는 정말 많은 포인트를 제공했다.

물론 50억이 끝은 아니다.

[크라마 일족 2룡 레아스가 영면에 듭니다.]

[포인트가 50억 상승합니다.]

[화염의 정수를 획득하셨습니다.]

[상급 불의 근원을 획득하셨습니다.]

.

.

화염의 정수를 시작으로 수많은 재료도 제공이 됐다.

'처치 보상이 이 정도면....'

보상을 확인하며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아직 퀘스트 보상은 확인하지도 않았다.

처치 보상이 이 정도면 퀘스트 보상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너무나 기대됐다.

강진석은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퀘스트 보상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퀘스트 '크라마 일족 2룡 레아스'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화룡의 비늘 100개를 획득하셨습니다.]

.

.

'와....'

확인과 동시에 강진석은 다시 감탄을 내뱉었다.

퀘스트 보상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특히 가장 미소가 지어지는 보상은 퀘스트 '생사결'의 보상이었다.

[퀘스트 '생사결'을 완료하셨습니다.]

[불 법칙 화령의 수련서를 획득하셨습니다.]

[응축된 불 100개를 획득하셨습니다.]

.

.

'수련서!'

화령의 퀘스트였다.

그래서 혹시나 수련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진짜 수련서가 제공됐다.

'이러면 불도....'

어둠 법칙 카스만의 수련서와 전기 법칙 데레메마스의 수련서를 통해 강진석은 어둠, 전기에 대한 지식이 비약적으로 늘어났었다.

즉, 불에 대한 지식 역시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불의 지배도 곧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바로 수련서를 꺼냈다.

그리고 한 번 심호흡을 한 뒤 수련서를 펼쳤다.

스아앗!

수련서에 적혀 있던 문자가 빛나기 시작했고 이어 강진석의 머릿속에 정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정보를 체득하기 시작했고 얼마 뒤 메시지가 나타났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불을 이해하셨습니다.]

[스킬 '불의 이해'가 급속 성장합니다.]

[스킬 '불의 이해'의 레벨이 대거 상승합니다.]

"...!"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불의 이해가 올라?'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불의 이해의 레벨이 상승하다니?

이내 모든 정보를 체득한 강진석은 스킬창을 열었다.

스킬 '불의 이해'가 몇 레벨이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아.'

그리고 스킬창을 열자마자 강진석은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스킬 '불의 운용'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불의 운용이 활성화됐다는 것은 불의 이해가 5레벨이 됐다는 뜻이다.

'수련서가 생각보다 더 대단한 물건이었네.'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키며 스킬 '불의 운용'을 습득했다.

[스킬 '불의 운용'을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퀘스트 '불의 운용'이 생성됐습니다.]

<불의 운용>

조건을 충족하라!

[불 운용 : 100%]

[응축된 불 : 10 / 10]

.

.

퀘스트 보상 : 스킬 '불의 운용' 2레벨 습득 권한 활성화

예상대로 조건 중 하나인 '불 운용'은 100%였다.

그리고 나머지 재료들 역시 지금 당장 보유하고 있는 것들이었다.

강진석은 불의 운용의 레벨을 올리기 시작했다.

물론 바로 5레벨을 습득할 수는 없었다.

4레벨이 끝이었다.

퀘스트를 완료하고 싶어도 완료할 수가 없었다.

불 운용이 충족되지 않아서는 아니다.

부족한 것은 재료였다.

물론 지금 당장 없는 것이지 창고에 있는 것들이었다.

지금 당장 창고에 가면 완료가 가능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으며 생각했다.

'레아스 창고에 있으려나?'

영약을 위해 강진석은 레아스의 창고에 갈 생각이었다.

창고에 영약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강진석은 레아스가 나타났던 방향을 보았다.

'일단 왔던 방향으로.'

레아스가 나타난 동선을 역으로 거슬러 가다 보면 거처가 나올 확률이 높다.

그리고 창고는 거처 주변에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동선을 결정한 강진석은 바로 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안으로 가면 갈수록 열기가 강해지기 시작했다.

저벅!

얼마 뒤 강진석은 이동을 멈췄다.

초감각 끝자락에 신기한 장소가 감지됐다.

지금 있는 장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불'로 가득 찬 곳이었다.

'어떤 곳이지?'

강진석은 다시 이동했다.

그리고 곧 초감각에 감지된 장소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용암 호수였구나.'

용암으로 이루어진 호수였다.

그리고 강진석은 호수에 도착한 순간 창고의 위치도 알 수 있었다.

창고는 호수 바닥에 있었다.

'공간이동도 안 되고.'

공간이 뒤틀려 있었다.

강진석도 쉽게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공간이동으로 진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창고에 가려면 직접 호수로 들어가야 했다.

'보안은 끝내주네.'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물론 강진석은 아무나가 아니었다.

강진석은 전신에 기운을 두른 후 호수로 들어갔다.

용암은 강진석의 기운을 뚫지 못했고 강진석은 목적지인 창고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창고 입구는 뻥 뚫려 있었다.

그러나 마법진으로 보호되어 용암이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강진석은 마법진을 지나 안으로 진입했다.

[레아스의 보물 창고에 입장하셨습니다.]

그리고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활짝 웃었다.

창고인 것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일반 창고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보물 창고였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통로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곧 공동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동 중앙에는 붉은 나무가 한 그루 박혀 있었다.

그리고 붉은 나무 뒤쪽에는 3개의 입구가 있었다.

강진석은 우선 나무로 다가갔다.

나무에는 사과 같은 과일이 달려 있었다.

총 6개로 나무 크기에 비해 많지는 않았다.

'보물 창고에 있으니 보통 물건은 아니겠지.'

일단 과일에 담겨 있는 불의 기운만 해도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강진석은 과일을 하나 땄다.

그 순간 강진석의 머릿속에 과일의 정보가 나타났다.

<화과>

크라마 일족의 신목 크라토니아의 과물 '화과'.

복용 시 불을 이해할 수 있다.

"...!"

정보를 확인한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게 영약이었구나?'

강진석이 창고에 온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는 불의 영약.

놀랍게도 화과가 바로 불의 영약이었다.

물론 이미 강진석은 불의 이해 5레벨을 달성한 상태였다.

화과가 필요 없는 상태였다.

'부작용이 없는 건가?'

그러나 강진석은 하나 복용을 해 볼 생각이었다.

부작용이 진짜 없는 것인지 아니면 언급이 되지 않은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강진석은 화과를 한입 베어 물었다.

그와 동시에 강렬한 불길이 나타나 입안을 맴돌기 시작했다.

'그럼 그렇지. 부작용이 없을 리가 없지.'

강진석은 마저 화과를 먹었다.

그리고 얼마 뒤 입안을 맴돌던 불길이 사라지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그대로 움직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화과를 섭취하셨습니다.]

[불에 한 층 가까워졌습니다.]

[불을 이해하셨습니다.]

[한계를 돌파합니다.]

[스킬 '불의 이해'가 6레벨로 상승합니다.]

5레벨이 끝인 줄 알았던 이해 스킬이 6레벨로 상승했다.

제240화

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