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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0 - <290-300>

제290화

290.

강진석은 활짝 웃었다.

운용 전부터 좋다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운용해 보니 예상보다 훨씬 더 좋은 운용법이었다.

스윽.

이어 강진석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서 확인하는 건 좀 그렇지?'

처음에는 한계까지 증폭된 흑염뢰를 품은 성광의 위력을 확인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생각이 바뀌었다.

애써 한 공사가 전부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성광이 품고 있는 기운을 흩트렸다.

그리고 현실로 돌아갔다.

이번에 얻은 운용법은 공간 무구 제작, 증폭뿐만이 아니다.

한 가지 더 있었다.

바로 포털이었다.

물론 원하는 곳에 바로바로 포털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포털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결 장소에 표식을 설치해야 했다.

즉, 강진석이 직접 움직여야 했다.

어찌 보면 이동 게이트보다 못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동 게이트와 달리 포털은 영역이 아니어도 설치가 가능했다.

강진석은 운용법을 이용해 표식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표식을 바닥에 설치했다.

이후 강진석은 관리창을 열었다.

그리고 우선 영역 현황을 확인했다.

'...엄청 넓어졌네.'

영역이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군데군데 빈 곳이 있긴 했지만 빈 곳이 아니다.

휘하 공국들이 자리 잡은 곳이었다.

강진석은 공국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중에 땅 달라고 하려나?'

한국에 자리 잡은 공국은 그럴 일이 없다.

강진석의 힘을 알고 있기에.

그러나 다른 지역에 있는, 왕국의 크기만 보고 공국이 된 곳들은 땅이나 다른 권리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흠....'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그런 상황이 찾아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중 일이니까.'

강진석은 생각을 멈췄다.

다 예상일 뿐이다.

그리고 딱히 중요한 일도 아니다.

그때 가서 생각해도 될 일이다.

'일단 확인부터 하자.'

강진석은 길드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국가 중에서 거의 탈환이 끝난 곳을 살폈다.

'...여기로 가면 되겠다.'

이내 강진석은 목적지를 정하고 영역 이동을 통해 해당 국가로 이동했다.

[조건이 충족됐습니다.]

[벨라루스 내 모든 제약이 해제됩니다.]

[벨라루스 내 모든 침공자가 시험을 포기한 상태입니다.]

[벨라루스 내 모든 영역 상징을 탈환할 때까지 벨라루스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도착과 동시에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벨라루스에는 이미 단 한 마리의 몬스터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로 인해 바로 장막이 생성됐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며 초감각을 통해 벨라루스 전역을 탐색했다.

남은 지역은 5% 정도였다.

길드원들의 탈환 속도를 생각하면 앞으로 2시간 안에 전부 탈환될 것으로 추정됐다.

'...음?'

바로 그때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새로운 무리가 벨라루스로 들어왔다.

'...누구지?'

길드원이 아니다.

처음 보는 이들이었다.

'근처에 있는 다른 길드인가.'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인접 국가에 자리 잡은 길드로 추정됐다.

그리고 이들이 나타난 이유는 주인 없는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서가 분명했다.

'...싸움 날 것 같은데.'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마주할 것이다.

마주한다고 무조건 싸움이 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싸움이 날 가능성이 높기는 했다.

강진석은 상황을 지켜보기로 결정을 내리고 일단 이곳에 온 목적인 '공간 표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내 표식이 완성됐고 강진석은 공간이동을 통해 영역이 아닌 장소로 향했다.

그리고 표식을 설치 후 운용법을 운용했다.

스아악!

그러자 표식이 빛나며 허공에 포털이 나타났다.

강진석은 포털 안쪽을 보았다.

익숙한 수련장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재 벨라루스에는 장막이 펼쳐져 있었다.

그래서 강진석은 벨라루스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포털을 통해서는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확인을 위해 포털로 향했다.

그렇게 강진석은 포털을 지나 일본 수련장에 도착했다.

"...."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되네?'

될 것 같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막상 벗어나니 당황스러웠다.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보았다.

시스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기도 했고 걱정되기도 했다.

'...아무 반응이 없네?'

그러나 아무런 메시지도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나 시스템이 고민 중인가 싶어 잠시 기다려 봤으나 그럼에도 메시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상관없는 건가?'

시스템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만약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벌써 무슨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강진석은 일단 다시 포털을 통해 벨라루스로 돌아갔다.

[벨라루스 내 모든 침공자가 시험을 포기한 상태입니다.]

[벨라루스 내 모든 영역 상징을 탈환할 때까지 벨라루스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러자 다시 메시지가 나타나며 장막이 생성됐다.

제약의 경우 이미 해제된 상태이기에 따로 메시지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며 생각했다.

'이러면 걱정할 필요 없겠네.'

전에는 갇혀 있을 경우 다른 곳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했었다.

그런데 이제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언제든 포털을 통해 이동이 가능했기에.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초감각에 집중했다.

길드원들과 다른 곳에서 넘어온 무리가 같은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곧 마주하게 될 것으로 보였다.

강진석은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았다.

물론 전투가 일어나도 잠자코 있을 생각은 아니었다.

강진석은 다른 곳에서 넘어온 무리의 '성향'을 파악할 생각이었다.

만약 대화 없이 다짜고짜 공격한다면?

바로 개입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대화를 한다면?

굳이 공격할 이유가 없다.

동맹이라는 좋은 선택지가 생길 수 있기에.

이내 길드원과 정체불명의 무리가 서로를 인지했다.

그리고 경계 가득한 분위기로 천천히 서로에게 접근했다.

이내 마주친 두 무리는 이동을 멈췄다.

그리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

상황을 지켜보던 강진석은 말없이 미간을 찌푸렸다.

대화는 원활히 진행되고 있었다.

문제는 정체불명의 무리가 뒤로는 다른 일을 꾸미고 있다는 점이다.

뒤쪽에 떨어져 있는 이들이 아티펙트 설치, 포션 복용 등 수상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대화를 위한 행동이 아니다.

'...대비하는 걸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강진석은 나서지 않았다.

기습이 아니라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한 행동일 수 있으니까.

상황을 보면, 감정을 보면 기습일 확률이 99.9%였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그리고 만에 하나 기습 공격을 한다고 해도 상관없다.

언제든 개입할 수 있는 상태였다.

'으음....'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대화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강진석은 알고 있다.

폭풍전야라는 것을.

그리고 바로 그때.

전투 준비를 마친 정체불명의 무리가 일제히 스킬을 시전했다.

대부분이 공격 스킬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길드 '코브라'가 선제공격을 했습니다.]

[길드 '코브라'와 적대 상태에 돌입합니다.]

메시지를 통해 정체를 파악한 강진석은 바로 상황에 개입했다.

그그극!

공간이 뒤틀렸고 코브라 길드원들이 사용한 모든 공격 스킬이 허공에서 산화했다.

길드원들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랐고 코브라 길드는 공격이 막힌 것에 놀랐다.

그리고 강진석은 해당 장소로 공간 이동했다.

"...!"

"...!"

그렇지 않아도 놀란 얼굴을 하고 있던 모두가 갑작스레 등장한 강진석에 한 번 더 놀랐다.

그러나 이어진 반응은 달랐다.

"길드장님을 뵙습니다!"

"폐하를 뵙습니다!"

"전하를 뵙습니다!"

길드원들은 저마다 다른 호칭을 사용하며 활짝 웃었다.

"...!"

"...!"

그리고 강진석이 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 코브라 길드는 절망, 당혹 등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했다.

강진석은 조금 전 코브라 길드에서 길드원들에게 사용한 스킬들을 떠올렸다.

'제압 수준이 아니었지.'

만약 스킬들의 위력이 약했다면?

강진석은 손속에 사정을 뒀을 것이다.

그러나 코브라 길드의 스킬 위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거기다 코브라 길드원 일부는 '살의'까지 표출했었다.

물론 강진석이 굳이 개입하지 않아도 길드원들이 죽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곳에 있는 길드원들은 최전방에서 활동하는 길드원들이다.

대부분이 제련 혹은 각성을 앞둔 상태로 약하지 않다.

즉, 상처는 입었어도 결국 죽는 것은 코브라 길드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손속에 사정을 둬야 하는 이유는 아니다.

강진석은 흑뢰를 한 줄기 방출했다.

쩌저적!

그리고 흑뢰는 곧 수십 다발로 나뉘어 코브라 길드원들에게 날아갔다.

표적이 된 코브라 길드원들은 흑뢰를 막지 못했다.

애초에 반응조차 하지 못했는데 어찌 막겠는가?

흑뢰가 작렬하며 표적이 된 코브라 길드원들은 전부 죽음을 맞이했다.

말 그대로 '표적'이 된 이들만 죽은 것이지 모든 코브라 길드원이 죽은 것은 아니다.

이번에 죽은 코브라 길드원은 절반 정도였다.

강진석이 절반만 죽인 이유는 단순했다.

[대악인(진) 로드리게스를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35만 상승합니다.]

.

.

악인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살아남은 이들은 공격했을지언정 악인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냥 놔주겠다는 뜻은 아니다.

악인이 아닐 뿐이지 공격한 사실이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강진석은 뒤로 돌아 중년 사내에게 말했다.

"최연호 님이셨죠?"

"헛, 제 이름을 기억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최연호가 화들짝 놀라며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

"남은 사람들은 포로로 대우해 주세요. 2급이면 적절할 것 같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보셨겠지만 이제 코브라 길드와는 적대 상태입니다. 악인이면 전부 죽이시고 악인이 아니라면 되도록 포로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명령을 받듭니다!"

"그럼 전 이만."

강진석은 최연호와 길드원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공간 이동을 통해 자리를 떠났다.

길드원들의 '폐하', '전하' 같은 호칭이 민망해서 떠난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규모가 큰가 보네.'

벨라루스로 속속 넘어오는 코브라 길드원들 때문이었다.

직전에 처리한 무리와 비슷한 규모의 무리가 각기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물론 길드원들에게 맡겨도 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길드원들이 처리하는 것보다 강진석이 처리하는 게 효율적이었다.

더구나 이번에 넘어온 이들은 놀랍게도 전부 악인이었다.

강진석은 공간 이동을 하며 흑뢰를 방출하기 시작했다.

쩌저적!

쩌저적!

쩌저적!

흑뢰를 방출할 때마다 무수히 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전부 악인 처치 메시지였다.

그렇게 넘어온 무리를 전부 처치한 순간.

폴란드, 리투아니아에서 넘어오려던 코브라 길드원들이 이동을 멈췄다.

그리고 방향을 틀어 근처에 있는 자신들의 영역으로 향했다.

'...철수 명령 내려왔나 보네.'

철수 명령을 받은 것이 분명했다.

강진석은 초감각을 통해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일부를 탐색하며 생각했다.

'본부는 어디에 있으려나.'

제291화

291.

이대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거기다 악인들의 수를 생각하면 코브라 길드는 필히 박살 내야 할 곳이었다.

'근데....'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 정도 규모면 왕국이어도 이상할 게 없는데....'

코브라 길드의 규모는 매우 컸다.

폴란드, 리투아니아에 수많은 영역을 가지고 있었다.

정확한 기준은 모르지만 소국이 아니라 왕국이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 아직도 '길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시스템만 봐도 넘어가는 게 맞는데.'

국가 시스템은 길드 시스템의 상위 시스템이었다.

당연히 모든 부분에서 더 뛰어났다.

넘어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설마....'

강진석은 이내 한 가지 상황을 도출할 수 있었다.

'길드장이 한 명이 아닌가?'

코브라 길드의 길드장이 한 명이 아니라면?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다.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앞서 강진석 왕국의 공국이 된 마온 길드는 3명의 길드장이 있었다.

다른 둘이 길드장 직위를 포기함으로 공국을 건국할 수 있었다.

'그럼 본부도 한 곳이 아닐 텐데....'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단숨에 본부를 작살내 지도부를 와해시킬 생각이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길드원들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그런데 본부가 여럿이라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물론 예상보다 오래 걸린다는 뜻이다.

솔직히 포털 덕분에 이동에 대한 제약이 사라진 지금 폴란드, 리투아니아 끝자락에 퍼져 있어도 반나절 안에 전부 박살 낼 자신이 있었다.

'일단 이야기부터 해봐야겠다.'

강진석은 핸드폰을 꺼내 한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코브라 길드 공동 지배 구역인 폴란드의 스웁스크.

스웁스크에 있는 공동 회의실에는 현재 코브라 길드의 공동 길드장인 네 사람이 모여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벨라루스로 넘어간 길드원들이 전부 죽었어."

3길드장 카스벨이 말했다.

"그것도 동시다발적으로 죽었지."

카스벨의 말에 2길드장 지엘린스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석 왕국이 그렇게 강할 줄은 몰랐는데...."

4길드장 잭슨이 착잡한 목소리로 말끝을 흐렸다.

"벨라루스는 강진석 왕국이 다 먹겠지?"

"그렇겠지."

"문제는 강진석 왕국이 벨라루스에서 멈추지 않을 것 같다는 거."

강진석 왕국과 적대 상태가 됐다.

적대 상태가 됐는데 벨라루스에서 진격을 멈출까?

"발뺌할 수도 없고."

선제공격을 한 것은 코브라 길드다.

시스템이 공인했다.

즉, 발뺌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숙이고 들어가기에는 우리 애들이 너무 죽었어."

"맞아, 이대로 숙이면 반발이 심하겠지."

숙이고 들어갈 수도 없다.

수많은 길드원이 죽은 상황에 숙이고 들어간다?

내부에서 분명 반발이 일어날 것이다.

그렇게 작금 상황에 대해 이야기 나누던 세 길드장은 고개를 돌려 잠자코 대화를 듣고 있는 1길드장 카밀을 보았다.

"음...."

카밀은 세 길드장의 시선에 침음을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일단 하나하나 확실히 정리부터 해보자. 지금 상황은 주인 없는 땅을 차지하기 위해 벌어진 일이야. 선제공격에 명분이 있다는 거지."

먼저 공격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 이유는 주인 없는 땅을 차지하기 위해서다.

즉,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은 아니다.

참작의 여지가 있다.

"오히려 상황이 종료된 상태에서도 강진석 왕국은 우리 길드원을 학살했어. 이건 선을 넘은 거지."

"...그쪽에서도 그렇게 생각할까?"

카밀의 말에 카스벨이 반문했다.

만약 서로의 힘이 동등하다면 카밀의 말대로 끌고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카스벨이 보기에 격차가 매우 컸다.

즉, 개소리로 치부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

카밀은 카스벨의 말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답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잭슨이 입을 열었다.

"지금 강진석 왕국만이 문제가 아니야."

잭슨의 말에 나머지 셋이 잭슨을 보았다.

"독일, 체코 애들은 어떻게 할 거야?"

코브라 길드가 벨라루스로 향한 이유는 주인 없는 땅이었기 때문이다.

인접 국가인 독일, 체코는 주인이 있었다.

독일은 일루지온 길드, 체코는 삐보 길드였다.

"며칠이면 내부 정리도 끝날 텐데."

코브라 길드와 마찬가지로 일루지온, 삐보는 여러 길드의 연합 길드였고 두 길드 다 내부 정리 중이었다.

내부 정리를 마친 두 길드가 어떤 선택을 내릴까?

잠자코 있을까?

아니, 분명 영역 확장을 하려 할 것이다.

영역이 크면 클수록 많은 것을 할 수 있기에.

강진석 왕국을 상대하며 두 길드까지 상대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음...."

카밀이 침음을 내뱉었다.

카밀뿐만이 아니다.

"...후."

"흐음...."

나머지도 답답한 얼굴로 숨을 내뱉었다.

그 정도로 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 * *

-그러면 전 수련하고 있겠습니다.

"네, 최대한 빨리 정리하고 보고드리겠습니다!"

-넵.

강진석과의 통화를 마친 한지윤은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주변을 스윽 훑었다.

이미 회의실에는 소집 문자를 받은 최고 간부들이 전부 도착해 있었다.

"다들 아시겠지만 코브라 길드와 적대 상태가 됐습니다."

한지윤의 말에 간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지윤이 이어 말했다.

"녀석들의 영역은 폴란드, 리투아니아입니다. 독일이나 체코 아니면 라트비아 쪽에도 있을 수 있구요."

코브라 길드에 대한 정보는 아직 많지 않았다.

그러나 조만간이다.

현재 코브라 길드에 대한 조사를 위해 수많은 길드원이 떠난 상태였다.

빠르면 몇 시간 늦어도 하루면 코브라 길드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파악이 끝나는 대로 싹 정리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정보 파악이 끝나는 순간 한지윤은 전력을 다해 코브라 길드를 박살 낼 계획이었다.

선제공격 때문은 아니다.

적대 상태가 되었기 때문도 아니다.

"대부분이 악인이라 하셨습니다. 손속에 사정을 두지 말라고 하셨어요."

코브라 길드원들이 대부분 악인이라는 강진석의 말 때문이었다.

악인은 살려두지 않는다.

길드 창설 전부터 이어진 기조였다.

"혹시 질문 있으신 분?"

한지윤이 물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김칠성이 손을 들었다.

"그냥 지금부터 쓸어버리면 안 될까요?"

코브라 길드의 규모는 작지 않다.

그러나 규모는 언제나 상대적인 것.

왕국 규모를 생각하면 매우 작다.

코끼리와 개미의 싸움이라 봐도 무방했다.

전력을 투입할 필요도 없다.

김칠성은 자신이 이끄는 3군단만으로도 코브라 길드를 박살 낼 자신이 있었다.

"음...."

한지윤은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어차피 다 투입하는 건 과해.'

현재 강진석 왕국의 전투원 수는 80만이 넘었다.

길드 하나 괴멸시키자고 전부 투입하기에는 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생각을 마친 한지윤이 입을 열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코브라 길드의 네 길드장들은 제련이나 각성을 한 걸로 추정돼요. 큰 피해 없이 제압할 자신 있어요?"

"네, 자신 있습니다."

김칠성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답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얼마 전 김칠성은 두 번째 육체 제련을 마쳤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제련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는 것을.

한 가지 더.

첫 번째 제련을 한 존재라 해도 쉽게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을.

거기다 3군단 소속 사단장들 대부분이 제련이나 각성을 마친 상태였다.

넷이 전부 제련, 각성을 했다고 해도 문제없이 죽일 수 있다.

"무리하지는 마세요.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 중요하니까요."

"옙! 위험 요소는 제가 앞장서서 제거하겠습니다."

김칠성은 씨익 웃으며 답했다.

그리고 이어 물었다.

"지금 바로 시작해도 될까요?"

* * *

-그래서 지금 3군단장이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정리 끝나는 대로 보고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강진석은 한지윤과 통화를 마쳤다.

그리고 코브라 길드에 대한 관심을 접었다.

'칠성이가 나선 거면 뭐....'

김칠성은 두 번째 육체 제련을 마쳤다.

거기다 스킬 '불의 운용'도 습득한 상태였다.

즉, 코브라 길드는 이제 끝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강진석은 다시 파괴 흡수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내 메시지가 나타났다.

[스킬 '파괴의 지배'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파괴의 지배 레벨 상승 메시지였다.

물론 이제 4레벨이다.

5레벨까지는 한참 남은 상태였다.

그러나 강진석은 걱정하지 않았다.

다섯 번째 제련, 각성도 마쳤고 갈림길도 5개 돌파했다.

이제 남은 것은 파괴와 물의 갈림길 2가지뿐이다.

시험이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그전에 남은 두 갈림길을 돌파할 자신이 있었다.

강진석은 다시 파괴 흡수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틀 뒤 한지윤에게 연락이 왔다.

-코브라 길드 정리 완료했습니다.

-폴란드, 리투아니아 전역 탈환도 했구요.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3군단장이 다 한 걸요!

-그리고 한 가지 보고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어떤 거죠?"

-이번에 코브라 길드를 정리하면서 독일과 체코에 있는 길드들을 조사했는데....

-독일의 일루지온 길드는 60%, 체코의 삐보 길드는 50% 정도가 악인으로 추정됩니다.

"...!"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악인이 많을 것은 알고 있었다.

코브라 길드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유럽은 전쟁 중이었다.

악인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는 했다.

그렇다고 해도 60%, 50%라니?

악인 비율이 높아도 너무 높았다.

-어떻게 할까요?

"음...."

강진석은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이참에 정리할까.'

원래는 지켜볼 생각이었다.

탈환할 장소가 많기도 했고 개입하기에는 반발이 클 것이기에.

그런데 악인 비율을 보니 개입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유럽 내 악인 비율이 100%가 될지도 모른다.

'그래, 전부 죽일 수는 없으니까.'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입을 열었다.

"처리하죠. 이참에 전부."

-...그 말씀은 유럽 전부를 말씀하시는 걸까요?

"네, 이대로 가다가는 전부 죽여야 하는 상황이 올 것 같아서요."

-아, 이해했습니다.

"혹시나 동맹을 원하는 곳이 있다면 받아주세요. 단, 악인은 안 됩니다."

-말씀하신 대로 정리하겠습니다!

한지윤과 통화를 마친 강진석은 다시 파괴 흡수에 집중했다.

* * *

이탈리아 로마를 지배하고 있는 길드 '디오'.

디오 길드의 소회의실에는 현재 길드장 산드로와 최고 간부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제안 거절하면 우리도 공격받을까?"

산드로의 말에 부길드장 프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예, 스위스, 오스트리아도 끝장낸 걸 보면 분명 공격할 겁니다. 마침 저희 차례기도 하구요."

조금 전 스위스의 란 길드와 오스트리아의 슈드 길드가 끝장났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그리고 앞서 독일의 일루지온, 체코의 삐보 길드도 박살 났다.

제안을 거절하면 분명 공격해 올 것이다.

프란의 답에 산드로가 간부들을 훑은 뒤 물었다.

"...그럼 제안을 받아들여야 하나?"

강진석 왕국의 제안은 어렵지 않았다.

첫 번째는 전쟁을 멈추는 것.

두 번째는 악인을 전부 죽일 것.

2가지만 받아들이면 된다.

그러면 전쟁은 없다.

"저는 제안 받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찬성이요. 어차피 악인들은 상황 마무리되는 대로 죽이려고 했잖아요?"

제292화

292.

간부들의 이야기를 듣고 산드로는 싱긋 웃었다.

"그럼 제안 받아들이자고."

솔직히 산드로는 제안을 듣자마자 받아들이고 싶었다.

전혀 어렵지 않은 제안이었기에.

다만 반대하는 간부가 있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우웅!

핸드폰이 울렸다.

산드로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최전방을 지키고 있는 파브로의 전화였기 때문이었다.

파브로가 아무 이유 없이 전화했을 리 없다.

"무슨 일이야?"

-지금 강진석 왕국에서 전령이 왔습니다.

-선택할 시간이라고.

"...!"

산드로는 눈을 번뜩였다.

'벌써?'

곧 올 것이라 생각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그러나 아무 걱정 없다.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였기에.

"지금 전령으로 온 사람이 혹시 결정권자야?"

-예, 김칠성이라는 사람인데 3군단장이라고 합니다.

"...!"

산드로는 눈을 번뜩였다.

김칠성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폴란드, 리투아니아 쪽을 지배하고 있던 길드들의 연합인 '코브라 길드'.

코브라 길드가 망하며 이탈리아까지 도망쳐 온 이들이 있었다.

전부 악인이라 제압 후 감옥에 처넣었다.

그리고 심문을 통해 정보를 뽑아냈다.

그중에 김칠성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

'코브라 길드 길드장들을 전부 쳐 죽인 괴물...!'

김칠성은 코브라 길드의 네 길드장을 20분 만에 전부 죽인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제안 받아들인다고 해."

산드로는 파브로에게 말하며 생각했다.

'제안받길 잘했어.'

거절할 이유가 없기는 했지만 만약 거절했다면?

상상만으로 끔찍했다.

-예, 바로 전하겠습니다.

파브로가 답했고 이어 파브로와 누군가가 대화 나누는 것이 들려왔다.

물론 상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제안을 받아들이신다고 합니다!

-물론입니다!

파브로의 말을 통해 대화 내용을 유추할 뿐이다.

-저, 길드장님 3군단장이 통화를 원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이내 파브로가 대화를 멈추고 물었다.

"바꿔줘."

-옙.

파브로가 답했고 산드로는 얼마 뒤 김칠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반갑습니다.

-김칠성입니다.

"산드로입니다."

-제안을 받아주셔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가 감사하죠. 그렇지 않아도 처리할 생각이었거든요."

-아, 그렇군요.

-상황이 상황인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 될까요?

"네, 물론입니다."

산드로는 침을 꿀꺽 삼켰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궁금했다.

-아시겠지만 저희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습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혹시 동맹 맺으신 곳이 있으십니까?

"그게...."

산드로는 말끝을 흐렸다.

크로아티아를 지배하는 로드 길드, 스페인의 블랙 길드와 동맹을 맺었다.

문제는 두 길드의 악인 비율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강진석 왕국은 악인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는 없다.

어차피 언젠가 들통날 거짓말이다.

'어차피 연 끊을 생각이었으니까.'

산드로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

"크로아티아의 로드 길드, 스페인의 블랙 길드랑 동맹이긴 합니다. 그런데 동맹 끊겠습니다. 악인들이 많으니까요. 참고로 저희가 동맹을 맺었을 때에는 악인들이 아니어서...."

-아아,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건국 퀘스트를 받으셨을 텐데 건국은 언제쯤 하실 예정이신가요?

"호, 혹시 건국을 하면 안 되는 걸까요?

산드로는 혹시나 하는 목소리로 조심스레 물었다.

-아니요. 그건 저희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고 동맹 때문에 여쭤본 겁니다.

-혹시 저희와 동맹 맺으실 건가요?

"매, 맺을 수 있을까요?"

-네, 물론입니다.

-약속하신 부분만 제대로 이행해 주신다면.

"악인 처리 말씀하시는 걸까요?

-예.

"지금 바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처리하고 바로 동맹 요청드리겠습니다!"

* * *

[소국 '디오'가 동맹을 요청했습니다.]

[국가 관리창에서 결정할 수 있습니다.]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관리창을 열며 생각했다.

'빠르네.'

2시간 전 연락이 왔다.

이탈리아를 지배하는 길드 '디오'가 제안을 받아들였고 동맹을 원한다고.

건국도 건국이고 악인도 처리해야 하기에 적어도 하루, 이틀은 걸릴 줄 알았다.

[소국 '디오'와의 동맹이 체결됐습니다.]

.

.

동맹을 수락한 강진석은 다시 파괴 흡수에 집중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스킬 '파괴의 지배'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메시지가 나타났다.

'드디어....'

강진석은 활짝 웃으며 돌파 조건을 확인했다.

'근원 찾기라.'

불의 갈림길과 같았다.

파괴의 근원을 찾아 흡수하는 것이 돌파 조건이었다.

'그러면 이번에도....'

강진석은 불의 근원을 흡수했을 때를 떠올렸다.

당시 막대한 기운과 장악력을 손에 넣었었다.

이번에도 같을 것이다.

막대한 기운과 파괴 장악력을 제공할 것으로 추정됐다.

강진석은 영역 현황을 확인했다.

'별일 없겠고.'

영역은 착실하게 넓어지고 있었다.

자리를 비워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한지윤에게 문자를 보낸 뒤 심상 세계로 진입했다.

"...?"

그리고 진입과 동시에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뭐지?'

곳곳에서 파괴가 감지되기는 했다.

그러나 너무나 미약했다.

파괴의 근원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스윽.

강진석은 심상 세계 외곽을 둘러싼 불바다를 보았다.

'설마 불바다 속에 있나?'

불의 근원은 불바다 속에 있었다.

그러나 꼭 그래야 하는 법은 없다.

파괴의 근원이 불바다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진석은 확인을 위해 불바다로 향했다.

그리고 불바다로 진입해 탐색을 시작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파괴의 근원을 찾았기 때문이 아니다.

'...이런 미친.'

강진석은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불바다 외곽에서 파괴의 기운이 감지됐다.

불바다처럼 파괴로 이루어진 영역이 생성된 것으로 추정됐다.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키며 다시 이동했다.

그리고 곧 불바다를 지나 파괴의 기운이 가득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안개가 가득했다.

당연히 평범한 안개가 아니다.

파괴로 이루어진 안개였다.

강진석은 안개를 보며 생각했다.

'...엄청 오래 걸리겠네.'

파괴의 안개가 이곳에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불바다를 둘러싸고 있을 것이다.

즉, 매우 넓을 것이고 그만큼 근원을 찾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됐다.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다.

강진석은 바로 안개로 진입했다.

그그극!

진입과 동시에 파괴가 강진석을 엄습했다.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보호막으로도 손쉽게 막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근처는 이것보다 강하겠지.'

불의 근원 주변은 다른 곳에 비해 열기가 강했다.

즉, 파괴의 근원 주변도 이곳보다 파괴가 더 강할 것이다.

강진석은 더 강한 파괴를 찾아 이동을 시작했다.

* * *

호주 멜버른의 중심.

쾅! 쾅! 쩌저적!

현재 도시 중심에는 두 존재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두 존재의 정체는 아르가 일족의 수장 루인과 붉은 벼락 부족의 수장 그라인이었다.

루인과 그라인의 전투는 가볍지 않았다.

목숨을 건 사투였다.

쾅!

루인의 주먹이 그라인의 가슴에 작렬했고 폭음과 함께 그라인은 근처 빌딩에 처박혔다.

빌딩에 처박힌 그라인은 가슴을 부여잡은 채 거칠게 숨을 내뱉으며 외쳤다.

"루인... 대체 이러는 이유가 뭐냐!"

이해가 가지 않았다.

루인의 행동이.

"1주일 뒤에 시험을 포기하겠다고 했는데 왜!"

시험을 포기하고 떠나겠다고 했다.

그런데 루인은 전쟁을 일으켰다.

그것도 시험을 포기할 수 없게 3급 보물까지 사용하며.

"약속했거든."

루인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이 대륙에 있는 모든 참가자를 죽이겠다고."

"...."

그라인은 누구에게 그런 약속을 했냐 물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묻지 않았다.

누군지 예상이 됐기 때문이다.

루인의 뒤를 봐주는 이들을 말하는 게 분명했다.

지지직!

그라인은 벼락을 끌어올렸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앞으로 1시간만 더 버티면 된다.

그러면 보물의 지속 시간도 끝날 것이고 시험도 포기할 수 있다.

바로 그때였다.

"그만 끝내자. 이제 너만 죽으면 끝이야."

"...그게 무슨!"

그라인은 루인의 말에 인상을 구기며 외쳤다.

둘만의 전투가 아니었다.

전쟁이다.

그런데 자신만 죽으면 끝이라니?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함께 시험에 참가한 부족원들이 전부 죽었다는 것.

"서, 설마...."

믿기지 않았다.

자신을 흔들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라 생각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르가 일족의 힘을 생각하면 가능성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순간 루인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라인은 화들짝 놀라며 벼락을 사방으로 방출했다.

그러나 루인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그라인의 근처가 아니었다.

높디높은 상공이었다.

상공에 나타난 루인은 한 손으로 목걸이를 쥐고 있었고 또 다른 한 손은 그라인을 향해 뻗고 있었다.

그라인은 침을 꿀꺽 삼켰다.

루인의 쥐고 있는 목걸이는 3급 보물이었다.

즉, 범상치 않은 공격이 날아올 것이다.

그라인은 벼락을 이용해 보호막을 만들며 생각했다.

'...어떻게 하지?'

보호막으로는 부족하다.

뭔가를 더 해야 했다.

그 순간.

스아앗!

목걸이가 빛났고 이어 루인의 손에서 붉은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

붉은 광선은 단숨에 그라인의 보호막을 관통했고 이어 그라인의 육체를 파고들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그라인을 죽인 루인은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품에서 작은 구슬을 꺼내 던졌다.

펑!

구슬이 터지며 제단이 나타났다.

그리고 루인은 목걸이를 벗어 제단에 내려놓았다.

스아악!

얼마 뒤 제단에 자그마한 포털이 생성됐다.

그리고 곧 포털에 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영혼 법칙 막사무스였다.

루인은 공손한 자세로 입을 열었다.

"막사무스 님을 뵙습니다."

-어, 그래.

-다 끝났어? 이제 포기할 거야?

"예, 이제 정리하고 포기할 예정입니다."

그라인의 붉은 벼락 부족이 마지막이었다.

이제 대륙에 남은 참가자 세력은 루인의 아르가 일족뿐이었다.

-그래, 고생했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뭐가?

"저 때문에 연합에서 많은 손해를 보았다고 들었습니다. 제 재능이 더 뛰어났다면...."

루인은 알고 있다.

법칙이 된 강진석이 왜 호주에 나타나지 않는지.

-아아.

막사무스는 루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닫고 탄성을 내뱉었다.

-강진석 이야기구나?

-신경 쓰지 마.

-규격 외 괴물이니까.

* * *

"...!"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보호막을 두들기는 파괴가 더 강해졌다.

파괴가 더 강해졌다는 것은 근처에 파괴의 근원이 있다는 뜻이다.

강진석은 방향을 틀어 곳곳을 돌아다니며 파괴의 근원이 있는 방향을 찾기 시작했다.

'일단 이쪽으로.'

이내 강진석은 방향을 잡았고 방향대로 이동을 시작했다.

점점 파괴의 기운이 강해졌고 강진석의 미소도 짙어졌다.

그리고 얼마 뒤.

'찾았다.'

강진석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파괴의 근원을 발견했다.

당연히 발견이 끝이 아니다.

근원이 품고 있는 파괴를 전부 흡수해야 끝이다.

강진석은 근원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손을 뻗었다.

제293화

293.

그그그극!

근원이 뿜어내는 파괴는 매우 강력했다.

보호막을 뚫고 직접적으로 육체를 두들길 정도로.

말 그대로다.

두들기는 것이지 뚫을 정도는 아니었다.

강진석은 멈추지 않았고 이내 근원을 잡았다.

그러고는 바로 근원이 품은 파괴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파괴를 흡수하며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육체 안에 자리 잡고 있던 파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었다.

'레벨이 몇까지 오르려나.'

예전 불의 근원을 전부 흡수했을 때 불의 지배가 7레벨이 되었다.

과연 이번에는 어떨까?

이번에도 7레벨까지 올라갈까?

'더 올라갈 것 같은데.'

불의 근원 때보다 성장하는 속도가 빨랐다.

7레벨이 아니라 그 이상도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얼마 뒤 모든 파괴가 흡수됐고 근원이 사라졌다.

그 순간 강진석은 갈림길을 돌파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파괴 법칙이 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파괴의 안개 소유권이 넘어왔기 때문일까?

더 이상 파괴의 안개는 강진석을 공격하지 않았다.

전과 달리 포근함이 느껴졌다.

강진석은 포근함에 미소 지은 채 변화를 확인했다.

'이야....'

절로 감탄이 나왔다.

불의 근원 때와 마찬가지로 기운이 대폭 늘어났고 장악력도 강해졌다.

정확히 말하면 불의 근원 때보다 훨씬 더 나았다.

기운은 더 큰 폭으로 늘어났고 장악력 역시 예상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

'이 정도면 7레벨은 그냥 넘었겠어.'

확인해 봐야겠지만 7레벨은 확실히 아니다.

적어도 8레벨이다.

그것도 최소로 잡은 것이지 9레벨도 가능해 보였다.

강진석은 일단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파괴의 안개가 갈라졌고 이어 불바다가 갈라지며 길이 나타났다.

강진석은 길을 따라 심상 세계 중심부로 이동하며 생각했다.

'근데....'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근데 마지막도 근원 찾기면....'

이제 남은 것은 물이다.

물의 갈림길 돌파 조건이 근원 찾기라면?

불바다 외곽에 파괴의 안개가 생겼듯 파괴의 안개 외곽에 바다가 생길 것으로 추정됐다.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분명 다른 속성도 근원 찾기가 나올 텐데.'

강진석은 첫 번째 갈림길에서 멈출 생각이 없다.

두 번째 갈림길도 돌파할 생각이었다.

첫 번째 갈림길 돌파 조건이 근원 찾기가 아니었던 어둠, 죽음 등의 두 번째 갈림길 돌파 조건이 근원 찾기라면?

상상만으로 막막했다.

'으음....'

강진석은 침음을 내뱉었다.

'이래서 돌파할수록 힘든 거겠지.'

불바다를 지나 심상 세계 중심부에 도착한 강진석은 공사를 시작했다.

이미 기본 틀은 잡혔다.

할 것이라고는 파괴를 덧씌우거나 섞어 강화하는 것뿐이었기에 공사는 금방 끝났고 강진석은 현실로 귀환했다.

그리고 귀환과 동시에 스킬창을 열었다.

스킬 '파괴의 지배'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파괴의 지배[패시브]>

파괴를 지배한다.

현재 레벨 : 9

"...."

레벨을 확인한 강진석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진짜 9레벨이네?'

9레벨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8레벨을 생각했다.

레벨이 오를수록 요구하는 장악력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기에.

그런데 9레벨이라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바로 그때였다.

[참관자 어둠 법칙 카스만이 대화를 원합니다.]

[어둠 법칙 카스만이 임무를 부여합니다.]

[퀘스트 '당신의 선택'이 생성됐습니다.]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고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 퀘스트창을 열었다.

<당신의 선택>

카스만이 대화를 원하고 있다.

대화를 할 것인가 아니면 거부할 것인가.

당신의 선택은?

퀘스트 보상 : 대화의 방 이동

당연하게도 대화 주제는 나와 있지 않았고 강진석은 완료 버튼을 향해 손을 뻗었다.

[퀘스트 '당신의 선택'을 완료하셨습니다.]

[대화의 방 포털이 생성됩니다.]

스아악!

포털이 나타났고 강진석은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보호를 원하는 곳이 생긴 걸까?'

메비아스 연합의 호주 대륙처럼 혹시나 추가로 보호를 원하는 곳이 나타난 게 아닐까 싶었다.

[대화의 방에 입장하셨습니다.]

입장과 동시에 강진석은 전방을 보았다.

그 순간 카스만이 나타났다.

'엇.'

강진석은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도 그럴 것이 카스만의 힘이 명확히 느껴졌다.

싸울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싸운다면?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진짜 힘은 아니실 테니.'

카스만은 본체로 나타난 게 아니다.

즉, 지금 감지된 힘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강진석은 카스만에게 다가갔다.

"오랜만이구나!"

카스만은 강진석을 보고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예, 오랜만에 뵙습니다."

강진석 역시 활짝 웃으며 답했다.

"내가 부른 이유는...."

이어 말하던 카스만이 갑자기 말을 멈췄다.

"...?"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카스만이 말을 멈췄기 때문이 아니다.

표정과 분위기가 이상했다.

갑자기 왜 저런 표정과 분위기를 보이는 것일까?

"호, 혹시...."

이내 정신을 차린 카스만이 입을 열었고 강진석은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갈림길을 몇 개 돌파했는지 알려줄 수 있을까?"

갈림길 때문이었다.

"지금 6개 돌파했습니다."

강진석은 사실대로 답했다.

몰라서 물은 것이 아닐 것이기에.

"지, 진짜 6개를 돌파한 거구나?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었어...."

"네. 물의 갈림길만 남은 상태입니다. 아직 멀긴 했지만요."

"허...."

카스만은 탄성을 내뱉으며 다시 침묵했다.

이번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고개를 휙휙 저으며 정신을 차린 카스만은 은은히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정말 대단한 재능이네. 시험이 끝날 때까지 4개 속성 돌파를 예상했는데...."

"저 혼자였으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영약을 잘 챙겨주신 덕분이죠."

빈말이 아니었다.

연합의 지원이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성장은 없었을 것이다.

"하하, 겸손하기까지!"

카스만은 껄껄 웃었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정신을 차리고 본론을 꺼냈다.

"내가 전할 이야기는 2가지야."

강진석은 카스만에게 집중했다.

그리고 카스만이 이어 말했다.

"첫 번째로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일이 완전히 해결됐어. 참가자들은 전부 죽였고 생존자들은 멜버른에 모아뒀데."

"그럼 이제 가도 되겠군요."

"그렇지."

카스만은 고개를 끄덕이며 두 번째 이야기를 꺼냈다.

"두 번째는 연합 가입 보상에 대한 이야기인데...."

말끝을 흐린 카스만이 살짝 난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강진석은 첫 번째 이야기를 들을 때보다 더욱 집중했다.

"원래 우리가 시험이 끝난 뒤 갈림길 돌파를 돕기로 했잖아?"

"예, 그렇게 제안하셨었죠."

"근데 네가 갈림길 돌파를 시작해서 내가 보고를 했거든 보상에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강진석은 카스만의 말에 은은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카스만이 계속해서 이어 말했다.

"그래서 시험 끝난 후 남은 속성 갈림길 돌파를 돕고 여섯 번째 제련 혹은 각성 재료를 지원해 주자고 했는데...."

"...!"

미소 지은 채 이야기를 듣던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시스템이 지원하는 게 다섯 번째까지일 뿐이지 다섯 번째가 끝이 아님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머나먼 이야기라 생각지도 않고 있었는데 여섯 번째 제련이나 각성을 지원하려 했었다니?

"그런데 벌써 6개를 돌파했고 나머지 1개도 시험이 끝나기 전에는 돌파할 거지?"

"...그럴 생각입니다."

"보상은 다시 상부에 이야기해 볼게. 더 좋은 쪽으로."

"감사합니다."

강진석은 더할 나위 없이 활짝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

'돌파하길 잘했다.'

기다리지 않고 돌파하길 너무나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 이야기는 끝났어. 혹시 궁금한 거 있어?"

"아, 네. 한 가지 있습니다."

카스만의 물음에 강진석은 기다렸다는 듯 답했다.

"전에는 시험이 끝난 후 3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하셨는데...."

예전 강진석은 시험이 끝나면 어떻게 되는지 물어봤었다.

당시 카스만은 3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했다.

첫 번째는 살던 대로 지구에 사는 것.

두 번째는 연합에 들어가는 것.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다른 시험에 참가하는 것.

"법칙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인가요?"

당시 강진석은 법칙이 아니었다.

길을 개척한 초월자일 뿐이었다.

그때와 지금 선택지가 같을 것 같지는 않았다.

"달라지긴 했는데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

카스만이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일단 연합에 들어온다고 꼭 거처를 옮길 필요는 없어. 법칙이 됐으니까. 이곳에 살아도 된다는 뜻이야. 그리고 이제 시험의 경우...."

시험 이야기가 나오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이번 시험 같은 초월자 시험은 참가 불가. 법칙 시험은 참가할 수 있고."

카스만의 말에 강진석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시험의 목적은 초월자를 찾는 것이었다.

그래서 법칙이 된 이상 참가가 불가능할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법칙 시험이 따로 존재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법칙 시험도 연합에서 관리하는 건가요?"

이번 시험을 주관하는 것은 체르딘 연합이었다.

혹시 법칙 시험도 연합에서 관리하는 것일까?

"연합에서 관리하는 것도 있긴 한데 거의 없다고 봐도 돼. 참고로 이 시험도 우리가 주관하긴 하지만 직접 만든 건 아니야. 그리고 법칙 시험은 굳이 참가하지 않아도 돼. 개인적으로 추천하지 않아. 왜 그런지는 나중에 시험이 끝난 뒤 자세히 알려줄게."

"...네, 알겠습니다."

"이만 시간이 돼서. 다음에 보자구."

"옙, 다음에 뵙겠습니다."

강진석이 인사에 답했고 카스만이 사라졌다.

스아악!

그리고 지구 포털이 생성됐다.

강진석은 포털을 지나 지구로 귀환하며 생각했다.

'법칙 시험이라....'

카스만은 개인적으로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대체 어떻기에 추천하지 않는 것일까?

강진석은 법칙 시험에 대해 생각하며 영역 이동을 통해 오키나와로 이동했다.

그리고 호주를 향해 비행을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호주로 향하던 강진석은 비행을 멈췄다.

'근데....'

호주에 도착해서가 아니다.

바닷속에 있는 영역 상징 때문이었다.

영역 상징만 있는 게 아니었다.

몬스터들도 있었다.

'이 녀석들은 포기 안 하나?'

육지에 있는 몬스터들은 강진석이 나타나지 않아도 시험을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바다에 있는 몬스터들은 시험 포기 비율이 매우 적었다.

혹시 바다라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가는 길에 정리하면서 가야겠다.'

호주 대륙은 텅 빈 상태였다.

급히 가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

강진석은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바다가 갈라지며 붉디붉은 영역 장막이 시야에 나타났다.

[던전 '레비다 해적 3군단'에 입장하셨습니다.]

[12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

.

장막을 지나치자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레비다 해적이었구나.'

정체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파괴를 응축한 알갱이 폭탄을 만들었다.

당연히 폭탄을 만든 곳은 영역 내 모든 몬스터 근처였다.

이내 강진석은 모든 폭탄을 터트렸다.

[해적 장군 그카륀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

.

* * *

"...뭐?"

당무혁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반문했다.

"여섯 속성의 갈림길을 돌파했다고? 벌써?"

제294화

294.

카스만은 당무혁의 반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예, 시험이 끝나기 전 물의 갈림길까지 돌파하겠다고 했습니다.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구요."

"...."

당무혁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벌써....'

전부 첫 번째 갈림길이긴 했다.

그러나 제아무리 첫 번째라 해도 속성이 늘어날수록 돌파 난도는 급격히 상승한다.

그런데 벌써 여섯 속성의 갈림길을 돌파하다니?

여기서 끝이 아니다.

카스만이 말하길 강진석은 아직 돌파하지 않은 물의 갈림길까지 돌파할 것이라 했다.

'아무리 시스템이 지원이 있었다고 해도....'

시스템이 지원하는 것은 첫 번째 갈림길까지다.

정확히 말하면 갈림길을 마주할 때까지만 지원하지 돌파는 돕지 않는다.

즉, 갈림길 돌파는 순전히 본인의 능력으로 돌파해야 한다.

'이러면....'

당무혁은 씨익 웃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재능이 더 뛰어났다.

'당장은 나와 비슷하다고 봐도 무방하겠어.'

두 번째 갈림길에서 무너질 수도 있기에 더 지켜봐야 하긴 한다.

그러나 지금 당장만 보면 당무혁 못지않은 재능이었다.

'이대로만 커 주면 아주 큰 기둥이 되겠는데.'

앞으로 계속 모든 속성 갈림길을 돌파할 필요는 없다.

3가지 속성만 계속 돌파해도 연합에 아주 큰 기둥이 될 것이다.

당무혁은 생각을 마치고 자신의 말을 기다리는 카스만에게 물었다.

"보상에 조정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

그렇지 않아도 보상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던 카스만은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 재빨리 이어 말했다.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갈림길 돌파를 한두 개 도와주든, 아니면 여섯 번째 제련, 각성 재료를 전부 챙겨주든가요."

"음...."

당무혁은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이내 생각을 마친 당무혁이 입을 열었다.

"미래를 생각하면 돌파는 도와주지 않는 게 나아."

첫 번째 갈림길은 상관없다.

그러나 두 번째 갈림길부터는 돌파에 도움을 받으면 훗날 더욱 큰 문제로 돌아온다.

강진석이 두 번째 갈림길 돌파로 멈춘다면 상관없지만 그럴 리 없다.

여태까지의 행보를 생각하면 계속 길을 걸으려 할 것이다.

즉, 돌파를 돕는 것은 제외해야 했다.

"여섯 번째 제련, 각성 재료를 챙겨주는 걸로 하지."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바로 대화 나눌 수 있나?"

"...화령을 통해 전하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도록."

스윽.

당무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거처 입구를 보았다.

"손님이 왔군."

카스만은 당무혁의 말에 따라 입구를 보았다.

그 순간 공간이 갈라지며 한 존재가 나타났다.

'...!'

손님의 정체를 알게 된 카스만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주 잘 알고 있는 존재였다.

'그룬 님이 여긴 어쩐 일로...?'

손님은 바로 그룬이었다.

그룬은 체르딘 연합 소속의 중위 법칙이었다.

평범한 중위 법칙은 아니다.

상위 법칙을 코앞에 둔 중위 법칙이었고 시간의 길과 공간의 길을 함께 걷고 있어 웬만한 상위 법칙보다 강한 존재가 바로 그룬이었다.

'무혁 님이 부르신 건 아닌 것 같은데.'

당무혁의 표정에는 의아함이 가득했다.

그룬이 왜 왔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즉, 당무혁이 부른 것은 아닐 것이다.

'뒤늦게 참관하시러 온 건가?'

그룬은 시험 참관자가 아니었다.

혹시 이곳에 온 이유는 뒤늦게라도 시험을 참관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저 왔습니다!"

그룬이 활짝 웃으며 외쳤다.

당무혁이 있는 자리였기에 카스만은 고개를 살짝 숙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체했고 그룬은 웃음으로 답했다.

그리고 당무혁이 물었다.

"여긴 어쩐 일이지?"

"겔피온 님에게 받을 물건이 있었는데 무혁 님이 가지고 계신다고 하셔서요."

"아."

당무혁은 짧게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어 물었다.

"운명의 나침반?"

시험이 시작될 때 겔피온이 맡긴 물건은 하나뿐이었다.

바로 12급 보물인 운명의 나침반.

"예, 맞습니다."

그룬이 고개를 끄덕였고 당무혁은 주머니에서 운명의 나침반을 꺼냈다.

그리고 그룬에게 운명의 나침반을 던지며 물었다.

"운명의 나침반은 왜?"

"크라이드 님이 점지해 주셨습니다. 지금이 후보를 찾을 때라고."

"후보? 무슨 후보?"

"그건 아직 비밀입니다! 밝히면 안 된다고 하셨거든요!"

"...."

당무혁은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그룬을 보았다.

그리고 그룬은 씨익 웃으며 화제를 전환했다.

"근데 괴물 하나 나타났다면서요? 누굽니까?"

오는 길에 들었다.

이번 시험에 전례 없는 괴물이 나타났다고.

괴물의 등장으로 평균 30년이 걸리는 시험이 1년도 지나지 않아 끝나게 생겼다고.

어떤 괴물인지, 어떤 재능을 가졌는지 너무나 궁금했다.

스윽.

당무혁이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허공에 포털이 나타났다.

포털에는 바다 위를 날아가는 강진석의 모습이 출력되고 있었다.

"오, 저 아이입니까?"

"그래, 칠성체고."

"칠성체요? 이야, 엄청난 재능이네요?"

그룬은 강진석을 빤히 바라보다가 다시 당무혁에게 물었다.

"길은 몇 개나 개척했어요?"

칠성체는 최대 7개의 길을 개척할 수 있다.

당무혁의 반응을 보니 한두 개를 개척한 것은 아닐 것이다.

몇 개의 길을 개척했는지 너무나 궁금했다.

"전부 개척했지."

"...벌써요?"

그리고 이어진 당무혁의 말에 그룬은 멈칫했다가 반문했다.

"설마 어중간한 길을 개척한 겁니까?"

벌써 모든 길을 개척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시험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그런데 모든 길을 개척했다니?

아무래도 쉽게 개척할 수 있는, 강하지 않은 길을 개척한 게 아닐까 싶었다.

"아니, 어둠, 죽음, 전기, 불, 물, 파괴 그리고 공간."

"...."

그룬은 잠시 말을 잃었다.

쉬운 길을 개척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하나 같이 강력하고 어려운 길을 개척했다.

"...어떤 길을 메인으로 삼았어요? 혹시 공간?"

그래서 궁금했다.

어떤 속성을 주로 수련할 예정인지.

"...."

당무혁은 그룬의 질문에 말없이 씨익 웃었다.

"...?"

그룬은 당무혁의 웃음에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당무혁이 이어 말했다.

"물 빼고 전부 돌파했어."

"...."

그룬은 다시 말을 잃었다.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 장난치시는 거구나?'

문득 든 생각에 그룬은 정신을 차리고 미소 지었다.

물 빼고 갈림길을 전부 돌파했다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즉, 장난치는 것이 분명했다.

"방금 제가 잘못 들은 게 아니면 잘못 말하신 것 같은데?"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진짜야."

"...."

그룬은 또다시 말을 잃었다.

스윽.

이내 그룬이 고개를 돌려 옆에 멀뚱히 서 있는 카스만을 보았다.

그리고 한없이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진짜야?"

"예, 제가 직접 확인한 사항입니다."

스윽.

그룬은 다시 고개를 돌려 당무혁을 보며 말했다.

"진짜 괴물이 나타났네요. 어떻게 벌써...."

"그러니까 내가 직접 영입에 뛰어든 거지. 이대로만 잘 커 주면 아주 든든한 기둥이 될 거야. 그래서 말인데...."

말끝을 흐린 당무혁이 그룬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룬은 당무혁의 시선에 잠시 멈칫했다가 설마 하는 얼굴로 말했다.

"...수련서요?"

당무혁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룬은 별거 아니라는 듯 아공간을 열어 수련서를 꺼냈다.

그리고 당무혁에게 전하며 말했다.

"원래는 세 번째 갈림길을 돌파하고 나서야 운용할 만한 건데 벌써 여섯 속성의 갈림길을 돌파했다면 지금 당장 운용해도 무리 없을 겁니다."

"고맙다."

"아닙니다. 저 좀 잘 봐달라고 잘 전해 주세요!"

그룬은 싱긋 웃고는 이어 말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러다가 때를 놓치면 안 되니까요."

당무혁은 그룬의 인사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고 카스만은 정중히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그룬은 등장했을 때처럼 공간을 찢고 안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그렇게 그룬이 떠난 뒤 당무혁이 말했다.

"이제 가보거라. 수련서는 내가 직접 후원하도록 하지."

"예, 알겠습니다."

카스만은 당무혁의 말에 정중히 인사한 뒤 떠났다.

그렇게 카스만까지 떠나고 홀로 남은 당무혁은 자리에 앉았다.

'근데 진짜 뭘 메인으로 삼으려나?'

현재 강진석은 모든 속성의 갈림길을 돌파하려 하고 있다.

첫 번째 갈림길은 그렇게 해도 된다.

아무 문제 없다.

두 번째 갈림길까지도 괜찮다.

그러나 세 번째부터는 좋지 않다.

너무나 비효율적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선택은 강진석의 몫이다.

강진석이 하겠다면 막을 생각은 없다.

'일단 수련서부터 전해야겠군.'

당무혁은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허공에 자그마한 포털이 나타났고 당무혁은 그룬의 수련서를 던져 넣었다.

* * *

[호주 내 모든 침공자가 시험을 포기한 상태입니다.]

[호주 내 모든 영역 상징을 탈환할 때까지 호주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호주에 도착한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며 근처에 있는 영역 상징으로 공간이동했다.

그러고는 바로 영역 상징을 파괴해 영지화시켰다.

이후 관리창을 열어 기본 설정을 마친 뒤 강진석은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한지윤에게 문자를 보낸 뒤 영지에서 나왔다.

이제 이동 게이트를 통해 길드원들이 호주에 상륙할 것이다.

즉, 영역 상징 파괴는 신경 쓸 필요 없다.

앞으로 신경 써야 할 것은 멜버른에 모여 있는 생존자들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

멜버른으로 향하던 강진석은 이동을 멈췄다.

[참관자 독 법칙 당무혁이 당신을 후원합니다.]

[시공간 법칙 그룬의 수련서를 획득하셨습니다.]

후원 메시지 때문이었다.

"...!"

메시지를 본 강진석의 얼굴에 놀람이 가득 나타났다.

2가지 이유였다.

첫 번째는 후원자 때문이었다.

당무혁이 누구인가?

체르딘 연합의 상급 법칙이었다.

상급 법칙인 당무혁이 후원을 하다니 너무나 놀라웠다.

두 번째는 당무혁이 후원한 물품이 '수련서'라는 점이었다.

당무혁의 수련서는 아니다.

시공간 법칙 그룬의 수련서였다.

'시공간이라....'

시공간은 시간과 공간을 합친 단어였다.

수련서에 어떤 운용법이 있을지 너무나 궁금했다.

강진석은 바로 수련서를 꺼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수련서를 펼쳤다.

그러자 머릿속에 수많은 정보가 떠올랐다.

'와....'

강진석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수련서에 쓰여 있는 운용법들은 하나하나가 엄청났다.

'이걸 운용할 수 있을까?'

지금 당장 운용하는 게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운용법 말고도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정보가 여럿 있었다.

덕분에 시야가 탁 트이는 느낌이었다.

이내 모든 정보와 운용법을 체득한 강진석은 수련서를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그리고 전방을 보았다.

전방에는 작은 산이 있었다.

강진석은 작은 산을 보며 생각했다.

'한 번 해보자.'

수련서에 나와 있던 운용법 중 하나를 운용해 보기로.

스윽.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키며 팔을 들었다.

그리고 작은 산 주변에 공간 장막을 만들었다.

이어 강진석은 멀찍이 떨어진, 아무것도 없는 곳에 공간 장막을 하나 더 만들었다.

그렇게 2개의 장막이 생겨났고 강진석은 운용법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운용을 시작한 지 1분 뒤.

스앗!

공간 장막에 있던 작은 산이 말끔히 사라졌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던 장막 안에 사라졌던 작은 산이 나타났다.

제295화

295.

"후아."

강진석은 나지막이 숨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기운이 너무 많이 드네.'

이번에 기운이 어마어마하게 소모됐다.

물론 단순히 작은 산을 옮긴 게 아니긴 했다.

강진석이 옮긴 것은 '공간' 그 자체였다.

그러나 결국 공간 안에 있던 것은 작은 산뿐이었다.

생물이나 보물, 아티펙트 같은 게 있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기운이 소모됐을 것이다.

'그래도 연습해야겠지. 써먹을 일이 꽤 있을 것 같으니.'

숙련되면 속도도 빨라질 것이고 소모되는 기운도 줄어들 것이다.

연습 겸 강진석은 다시 한번 운용을 시작했다.

두 번째라 그런 것일까?

전보다 5초 빨리 공간을 옮길 수 있었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원래 자리로 복귀한 산을 바라보다가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멜버른 근처에 도착한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싸우고 있어?'

생존자들이 가만히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생존자들은 싸우고 있었다.

당연히 말싸움을 말하는 게 아니다.

피와 살이 튀기는 극렬한 전투였다.

한둘이 싸우는 것도 아니다.

절반 정도가 두 무리로 나뉘어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두 무리에는 악인이 골고루 퍼져 있었다.

'...악인들이 문제가 됐을까?'

확실하지는 않다.

그러나 악인들이 시발점이 됐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정말 사소한 이유로 시작됐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악인들의 처우는 달라지지 않는다.

강진석은 악인들을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단순히 싸운다고, 누군가를 죽였다고 악인이 되는 게 아니다.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악인이 되지 않는다.

'에휴.'

강진석은 속으로 한숨을 내뱉으며 모든 이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싸움을 멈추세요.]

당연히 텔레파시만 보낸 것은 아니다.

무시하고 움직이는 이들이 있을 수 있기에 기운을 방출해 모든 이들을 억제했다.

그렇게 강제로 싸움이 중단됐다.

그리고 억제당한 생존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한 가지 감정을 표출했다.

바로 두려움이었다.

강진석은 두려워하는 생존자들을 바라보며 죽음을 응축해 악인들의 숫자만큼 알갱이를 만들었다.

그리고 바로 악인들에게 하나씩 날려 보냈다.

이내 죽음의 알갱이가 악인들에게 스며들었고.

[악인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만 9000 상승합니다.]

.

.

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악인 청소를 마친 강진석은 재차 텔레파시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저는 강진석이라고 합니다.]

강진석이 자신을 소개하자 많은 생존자가 새로운 감정을 보였다.

이번에는 전처럼 두려움으로 통일되지 않았다.

일부는 안도를 일부는 흥분을 일부는 호기심을 보였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강진석은 예전 생존자들을 마주했을 때처럼 현재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하며 생각했다.

'수준이 너무 낮은데.'

호주 생존자들의 수준은 높지 않았다.

다른 곳에 비해 매우 낮았다.

모두가 달려들어도 4차 제약 침공자 한 마리를 잡지 못할 정도였다.

'보호받아서 이러나?'

호주 생존자들은 보호를 받았다.

혹시 그 때문에 성장하지 못한 게 아닐까 싶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강진석은 고민이 됐다.

호주 생존자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일단 성장부터 시키는 게 맞겠지?'

지금 당장 다른 지역의 생존자들과 마주한다면?

힘의 차이가 극명한 상황이었다.

힘 있는 쪽에서 마수를 뻗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그래, 성장시키자.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일단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호주 생존자들을 성장시키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곧 저희 쪽 사람들이 올 겁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이내 모든 설명을 마친 강진석은 영역 상징이 위치한 공간을 비틀었다.

그렇게 영역 상징이 파괴됐고 강진석 왕국의 영지가 되며 영역 장막이 나타났다.

영역 장막을 본 생존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관리창을 열어 기본 설정을 마친 뒤 핸드폰을 꺼내 한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 * *

"그럼 전 근처에서 수련하고 있겠습니다. 혹시 문제 생기면 연락 주세요."

"옙!"

강진석의 말에 호주 생존자 교육을 맡은 김필두가 답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영지에서 나와 남쪽 바다로 향했다.

남쪽 바다로 향하는 이유는 수련하기 위해서였다.

굳이 수련장이 아니라 바다에서 수련하려는 이유는 효율 때문이었다.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육지에서 흡수하는 것보다 미세하게 효율이 좋았다.

시간을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서는 바다에서 수련하는 게 낫다.

'이쯤이면 되겠지.'

강진석은 육지와의 거리를 확인하고 바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물의 근원석을 시작으로 각종 영약을 꺼냈다.

바닷속이라 그럴까?

물의 근원석을 포함한 모든 영약이 품고 있는 물의 기운이 미세하게 짙어졌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짙어진 물의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흡수한 물의 기운을 운용법에 따라 운용하며 생각했다.

'이번에는 얼마나 걸리려나.'

물의 지배를 가장 마지막에 습득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장 성장이 더뎠다.

괜히 마지막까지 미룬 게 아니다.

그래서 궁금했다.

이번에는 과연 얼마나 걸릴지.

그리고 10일 뒤.

[스킬 '물의 지배'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물의 지배의 레벨이 상승했다.

당연히 5레벨이 된 것은 아니다.

이제 4레벨이었다.

강진석은 헛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느릴 줄은 몰랐는데.'

성장이 느릴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느렸다.

이대로라면 5레벨은 한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추정됐다.

'그 전에 시험이 끝날 확률은....'

강진석은 문득 든 생각에 관리창을 열었다.

그러고는 영역 현황을 확인했다.

'흐음....'

영역 현황을 확인한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지난 10일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일단 유럽 전쟁이 마무리됐다.

악인들이 주도권을 잡은 소국이나 길드는 끝장을 냈고 나머지는 동맹 혹은 휴전을 제안해 전쟁을 종식했다.

그리고 호주 내 모든 영역 상징을 파괴해 영지화시켰다.

호주뿐만이 아니다.

동남아시아, 러시아 등 수많은 지역의 영역 상징도 전부 파괴했다.

이제 남은 것은 아메리카 대륙뿐이었고 현재 칠레, 멕시코, 알래스카를 기점으로 탈환을 시작한 상태였다.

여태까지 보아온 탈환 속도를 생각하면 아메리카 대륙은 한 달 안에 끝날 확률이 매우 높았다.

즉, 물의 지배 5레벨보다 빠르다.

그렇다고 탈환을 지연시킬 생각은 없었다.

'바다가 있으니까.'

영역 상징은 육지에만 있는 게 아니다.

바다에도 있었다.

아메리카 대륙 탈환이 끝난다고 해도 시험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바다에 자리 잡은 몬스터들은 쉽게 시험을 포기하지 않았다.

최대한 늦게 시험을 포기해 페널티를 줄이려 했다.

즉, 물의 지배 5레벨 전에 시험이 끝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다시 흡수에 집중했다.

* * *

미국 텍사스.

아드호란 제국의 본부 대회의실.

현재 대회의실에는 이번 시험을 이끄는 제국 대표 2황자 케르반을 포함해 수많은 이들이 모여 있었다.

"상황은?"

케르반이 옆에 있던 재무관 가르가스에게 물었다.

"앞으로 3일이면 준비 끝입니다."

가르가스가 눈치를 살피며 답했다.

케르반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 이어 행정관 델리아에게 물었다.

"법칙이 이렇게 빨리 탄생한 적 있나?"

"저희 정보에 따르면 법칙이 탄생한 일 자체가 없습니다."

"...."

델리아의 답에 케르반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아."

그리고 이내 한숨을 내뱉었다.

절로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왜 하필 이때 법칙이!"

여태껏 한 번도 탄생한 적 없던 법칙이 왜 하필 이번에 탄생했단 말인가?

시간이 오래 걸린 것도 아니다.

차라리 시간이 많이 흘렀다면 이렇게 한숨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페널티가 없을 것이기에 마음 편히 시험을 포기하고 떠났을 것이다.

"...."

"...."

케르반의 외침에 가르가스, 델리아 등 자리에 있는 이들은 침묵했다.

지금 상황에 입을 열었다가는 케르반의 분노를 받게 될 것이기에.

이내 케르반은 인상을 구기며 짜증 가득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쪽에 있는 녀석들은 대체 뭘 한 거야!"

이번에 탄생한 법칙은 지구의 인간이었다.

지구의 인간들은 매우 나약했다.

나약한 지구의 인간이 법칙이 됐다?

법칙이 탄생한 지역의 참가자들이 멍청하게 움직인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나약한 지구의 인간이 이렇게 빨리 법칙이 됐겠는가?

"후우... 후우...."

케르반은 심호흡을 하며 화를 가라앉혔다.

그리고 다시 델리아에게 물었다.

"법칙이 이곳에 올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정보에 따르면 법칙을 따르는 인간들만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 법칙이 나타난다고 해도 카트람의 큐브를 사용하면 3일은 버틸 수 있습니다."

만에 하나의 상황을 대비해 제국 비고에서 5급 보물 카트람의 큐브를 가지고 왔다.

제아무리 법칙이라 해도 큐브를 사용하면 3일은 봉인할 수 있다.

즉, 어제 나타났다면 모를까 오늘부터는 법칙이 나타나도 상관없다.

모든 자산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페널티 약화를 위해 계속 머무를 생각은 없다.

카트람의 큐브는 무한히 사용할 수 있는 보물이 아니다.

남은 횟수는 4회뿐.

페널티를 받더라도 큐브를 사용하지 않는 게 더 이득이었다.

"함께 귀환할 인간들은?"

지구의 인간들은 나약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뛰어났다.

바로 '잠재력'.

성장 속도가 말도 안 되게 빨랐다.

그래서 케르반은 지구의 인간 중 특히 잠재력이 뛰어난 이들과 함께 귀환할 생각이었다.

"이틀이면 귀화까지 완료입니다."

"문제없게 마무리해. 법칙이 나타났다고 해도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면 문제 삼을 게 분명하니까."

* * *

"자자, 다들 다음 지점으로 이동합시다."

강나연은 휘하 길드원들에게 외쳤다.

그리고 앞장서 이동하며 생각했다.

'그냥 맡기고 빠지고 싶다.'

몬스터들이 시험을 포기하고 떠났다.

그로 인해 현재 탈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퀘스트 보상 포인트뿐이었다.

문제는 강나연의 입장에서 그리 많은 포인트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차라리 지금 시간에 던전을 돌거나 바다에 남아 있는 몬스터들을 잡는 게 더 이득이었다.

'그래도 아드호른 제국은 도망 안 치고 있으니까.'

미국에 자리 잡은 아드호른 제국.

아드호른 제국은 앞서 만난 그 어떤 세력보다 강했다.

그리고 다른 이들과 달리 도망치지 않고 있었다.

즉, 아드호른 제국과의 전투에서는 많은 포인트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아드호른 제국이 시험을 포기했습니다.]

[아드호른 제국이 원래 세계로 귀환합니다.]

[아드호른 제국의 영역 상징이 전부 파괴됐습니다.]

.

.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아...."

강나연은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탄식을 내뱉었다.

아드호른 제국과의 전쟁을 기대하고 기대했었는데 시험 포기라니?

"...음?"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어 메시지를 확인한 강나연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시험 포기 메시지에 이어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육지 시험 참가자가 5%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조건이 충족됐습니다.]

[퀘스트 '육지 청소'가 생성됐습니다.]

제296화

296.

'...시험 참가자면 몬스터를 말하는 거잖아?'

시험 참가자는 아드호란 제국의 인간들이나 몬스터 같은 세계 침공자를 의미한다.

'5%도 안 남았다고?'

아직 탈환하지 못한 곳이 수두룩했다.

그런데 5%도 남지 않았다니?

물론 '육지' 한정이다.

바다를 포함하면 5% 이상이 남아 있을 것이다.

"헛."

"어?"

함께 있던 이들이 놀란 목소리,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퀘스트 때문이 분명했다.

강나연은 다급히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러고는 퀘스트 '육지 청소'를 확인했다.

<육지 청소>

육지에는 이제 아주 극소수의 참가자만이 남아 있다.

.

.

육지에 있는 영역 상징을 시간 내 전부 파괴하라!

남은 시간 : 15일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실패 시 영구적으로 모든 능력치 30% 감소

퀘스트 실패 시 액티브 스킬 10개 레벨 초기화

"...!"

퀘스트를 확인하자마자 강나연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완료 조건 때문이 아니다.

강나연이 경악한 이유는 퀘스트 실패 시 받게 될 페널티 때문이었다.

'모든 능력치 30% 감소?'

페널티가 무시무시했다.

모든 능력치 30이 아니라 30% 감소였다.

거기다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게 아니다.

영구적인 감소였다.

'15일 안에 남은 영역 상징을 전부...?'

퀘스트 완료 조건은 육지에 있는 모든 영역 상징을 파괴하는 것이었다.

'전부 파괴할 수 있을까?'

강나연은 남은 지역을 떠올렸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등 수많은 곳이 남아 있었다.

과연 15일 안에 해당 지역에 있는 영역 상징들을 전부 파괴할 수 있을까?

'아직 남아 있을 텐데.'

5% 미만이 된 것이지 전부 사라진 게 아니다.

아직 영역에 남아 저항하는 몬스터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몬스터들이 없다고 해도 텅 비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처음에 사라진 녀석들의 영역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함정이 발견됐다.

즉, 몬스터가 없더라도 마음 편히 들어갈 수가 없다.

철저히 조사해야 했다.

그렇게 조사하며 15일 안에 모든 영역 상징을 파괴할 수 있을까?

'힘들 것 같은데.'

강나연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한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나연아.

"언니, 보고할 게 있어요."

-육지 청소 때문이지?

"네."

-그렇지 않아도 방금 보고 들어왔어.

-일단 지금 바로 회의 좀 할까 하는데 올 수 있어?

"네, 바로 갈게요."

* * *

봉제산 대회의실.

현재 대회의실에는 강진석 왕국의 최고 간부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불가능합니다."

김칠성이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모든 간부가 김칠성을 보았고 김칠성은 팔을 들며 말했다.

"아드호란 제국 녀석들 그냥 돌아간 게 아니에요. 함정 설치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위험한."

김칠성의 팔에는 한껏 구겨진 방패가 들려 있었다.

방패는 평범한 방패가 아니었다.

"상급 아티펙트가 이 꼴이 됐구요."

아티펙트였다.

그것도 '상급'의.

"다른 곳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드호란 제국은 제련, 각성한 사람만 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칠성은 확신했다.

아드호란 제국의 영역은 육체 제련, 영혼 각성을 한 존재만이 피해 없이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김칠성의 말에 강나연이 입을 열었다.

"그러면 너무 늦어. 시간이 얼마 없는 거 알잖아."

"그렇다고 희생하면서 무리하게 파괴할 수는 없어."

"페널티는 어떻게 하게? 영구적이야. 그것도 30%."

"차라리 페널티를 받는 게 나아."

"으음...."

두 사람의 열띤 대화에 한지윤이 침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한지윤의 침음에 강나연과 김칠성은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잠시 정적이 이어졌다.

기나긴 정적을 깬 이는 강나연이었다.

"오빠한테 연락하죠. 이럴 때 연락하라고 했으니까."

바로 그때였다.

스앗!

회의실에 누군가 나타났다.

모두가 흠칫하며 고개를 휙 돌렸고 이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회의실에 등장한 이는 바로 강진석이었다.

"오빠!"

"전하를 뵙습니다!"

"폐하를 뵙습니다!"

강나연을 시작으로 최고 간부들이 외쳤다.

저마다 호칭이 달랐다.

'호칭 정리를 해야 하나....'

강진석은 다양한 호칭에 잠시 멈칫했다가 비어 있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이야기는 다 들었습니다."

회의가 열린다고 해서 잠시 수련을 멈추고 귀환했다.

이미 회의는 시작된 상태였고 김칠성의 이야기부터 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아드호란 쪽 영역 상징은 제가 전부 파괴하겠습니다."

김칠성이 말했다.

시간 내 파괴는 불가능하다고.

그러나 그것은 강진석이 움직이지 않았을 때 이야기다.

강진석은 하루 안에 전부 파괴할 자신이 있었다.

그것도 아드호란 쪽 영역 상징뿐만이 아니라 아메리카에 있는 모든 영역 상징을.

"뒷정리만 부탁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한지윤이 대표로 답했고 강진석이 이어 물었다.

"근데 제가 아드호란 쪽 영역 상징을 전부 파괴하면 나머지는 시간 내 파괴가 가능한가요?"

강진석의 물음에 한지윤은 지도를 보았다.

지도에는 아드호란 제국, 플라브 일족 등 아메리카에 자리 잡고 있었던 이들의 영역이 표시되어 있었다.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혹시나 힘들 것 같으면 연락 주세요. 그럼 바로 가보겠습니다."

강진석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다들 안전한 탈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번에 정적을 깬 것은 한지윤이었다.

한지윤의 말에 간부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인사하며 회의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

한지윤은 눈을 번뜩였다.

그러고는 관리창을 열어 영역 현황을 확인했다.

잠깐 사이에 영역이 확장됐다.

확장된 영역은 아드호란 제국의 영역이었던 곳이었다.

'벌써....'

한지윤은 싱긋 웃었다.

누가 탈환했는지 굳이 확인할 필요 없다.

강진석이 분명했다.

한지윤은 잠자코 영역 현황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한번 영역이 확장됐다.

이번에도 아드호란 제국의 영역이었던 곳이었다.

'이 속도면....'

한지윤은 계산해 보았다.

지금처럼 영역이 확장되면 얼마나 걸릴지.

'...1시간.'

계산을 마친 한지윤은 헛웃음을 지었다.

아드호란 제국의 모든 영역을 탈환하는 데 1시간이었다.

그것도 최대한으로 잡은 것이다.

1시간도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했다.

'역시 차이가 엄청나구나.'

강나연, 김칠성처럼 육체 제련, 영혼 각성을 마친 이들이 전부 투입된다고 해도 며칠은 걸릴 일이다.

그런데 1시간이라니?

격차가 큰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막상 마주하니 그저 웃음이 나왔다.

'앞으로도 걱정할 필요는 없겠어.'

* * *

'한 곳 정도는 빼먹을 만한데....'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미간을 찌푸린 이유는 아드호란 제국이 설치한 '함정' 때문이었다.

초감각에 감지된 영역 상징은 총 4개.

4개 주변에는 전부 함정이 설치되어 있었다.

김칠성의 말대로 제련이나 각성하지 않으면 크게 다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지금 감지한 4곳뿐만이 아니다.

여태껏 수많은 영역 상징을 파괴했다.

놀랍게도 한 곳도 빠짐없이 전부 함정이 설치되어 있었다.

'아드호란 제국이 한국에 있었으면....'

강진석은 상상해 보았다.

만약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 방화역에 차가운 뿌리 부족이 아니라 아드호란 제국이 나타났다면?

과연 어떻게 됐을까?

'...천운이었네.'

아무리 생각해도 생존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당장 죽지는 않겠지만 결국 죽었을 것이다.

이내 강진석은 공간을 뒤틀어 가장 가까이 있던 영역 상징을 파괴했다.

당연히 영역 상징만 파괴한 것은 아니다.

함정들 역시 전부 파괴했다.

영역 상징이 파괴된다고 함정이 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상징과 함정 파괴를 마친 강진석은 관리창을 통해 기본 설정을 마쳤다.

그리고 바로 다음 장소로 향했다.

그렇게 계속해서 강진석은 영역 상징과 함정을 파괴했고 50분 정도가 지났을 때 아드호란 제국의 영역 상징을 전부 파괴할 수 있었다.

마지막 장소의 설정을 마친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영지 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온 김에 정리할까?'

아드호란 제국의 영역 상징만 파괴했을 뿐이다.

다른 일족의 영역 상징은 파괴하지 않았고 현재 초감각에 감지된 것만 3개였다.

당연히 영역 상징만 있지 않았다.

아드호란 제국만큼은 아니지만 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다.

'...아니다.'

이내 강진석은 내버려 두기로 했다.

'위험하지는 않으니까.'

아드호란 제국의 함정만큼 위험하지 않았다.

길드원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한지윤에게 문자를 보냈다.

[점령 끝냈습니다. 함정도 싹 파괴했구요.]

[전 다시 수련하러 가보겠습니다.]

[문제 생기면 바로 연락 주세요.]

문자를 보낸 뒤 강진석은 영역 이동을 통해 알래스카로 이동했다.

수련을 위해서였다.

도착과 동시에 강진석은 바다로 향했다.

알래스카의 바다는 확실히 차가웠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강진석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애초에 첫 번째 육체 제련의 한기보다 못했다.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물의 기운이 가득한 영약과 아티펙트를 꺼냈다.

그리고 물의 기운을 흡수하며 생각했다.

'바다도 분명 청소 퀘스트가 생기겠지.'

육지 청소로 끝일까?

아니, 분명 바다 청소도 생성될 것이다.

그리고 퀘스트 '바다 청소'가 생성되면 시험의 끝이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퀘스트 '육지 청소'가 생성된 원인은 육지에 자리 잡은 시험 참가자들이 5% 미만으로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퀘스트 '바다 청소' 역시 바다에 자리 잡은 시험 참가자가 5% 미만으로 떨어지면 생성될 것이다.

'바다에 자리 잡은 녀석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을 테니 시간은 넉넉하겠고.'

그나마 다행인 점은 육지와 달리 바다에 자리 잡은 참가자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즉, 여유가 있다고 할 수 있었다.

'...넉넉하겠지?'

물론 강진석의 예상일 뿐이다.

며칠이 아니라 당장에라도 생성될 수 있다.

'넉넉해야 하는데.'

현재 물의 지배는 4레벨이었다.

5레벨까지 정확히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20일 정도는 필요해 보였다.

즉, 지금 당장 퀘스트 '바다 청소'가 생성되면 차질이 생긴다.

'건들지 않고 있으니 괜찮겠지.'

강진석은 걱정을 떨쳐냈다.

그리고 흡수에 집중했다.

그렇게 수련이 시작됐고 5일 뒤.

'휴.'

강진석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다행히 5일이 지났음에도 퀘스트 '바다 청소'는 생성되지 않았다.

이제는 퀘스트 '바다 청소'가 생성돼도 괜찮다.

그 전에 갈림길에 도달할 수 있기에.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다시 흡수에 집중했다.

그렇게 또다시 시간이 흐르고 흘러 15일이 지났고.

[스킬 '물의 지배'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강진석은 목표했던 스킬 '물의 지배'의 5레벨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강진석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물의 갈림길 돌파 조건 때문이었다.

'근원 찾기....'

제297화

297.

부디 근원 찾기만 아니길 바랐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기에.

그런데 하필 근원 찾기였다.

'안개 외곽에 생겼겠지...?'

아직 확인한 것은 아니다.

앞서 불의 근원, 파괴의 근원 때를 생각하면 안개 외곽에 바다가 생겼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것도 매우 넓디넓은.

'바로 시작할까?'

강진석은 고민했다.

바로 심상 세계로 들어가 근원을 찾을지 말지.

고민하는 이유는 퀘스트 '바다 청소' 때문이었다.

아직 생성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얼마 전 퀘스트 '육지 청소'가 마무리됐다.

이후 천천히 바다 청소를 진행 중이었다.

곧 퀘스트 '바다 청소'도 생성될 것으로 추정됐다.

'그래, 시작하자. 어차피 한 번에 찾아야 하는 건 아니니까.'

근원을 찾을 때까지 심상 세계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오고 싶을 때 언제든 나올 수 있다.

퀘스트 '바다 청소'에 문제가 생기면 탐색을 멈추고 심상 세계에서 나오면 된다.

물론 밖으로 나올 때마다 난도가 올라가기는 하지만 화령이 말하길 5번까지는 괜찮다고 했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한지윤에게 문자를 보냈다.

[잠시 집중할 일이 생겨서요. 혹시나 문제가 생기면 제가 찍어드린 위치로 사람을 보내주세요.]

그리고 문자를 보낸 후 바로 심상 세계에 진입했다.

'...호수.'

심상 세계에는 전에 없던 거대한 호수가 생겨 있었다.

강진석은 호수로 다가갔다.

'이 안에 있지는 않겠지만....'

호수의 크기는 컸다.

그러나 물의 근원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기에는 너무 작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기에 강진석은 호수로 들어갔다.

호수에 들어가자마자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뭐야.'

밖에서 보았을 때는 맑디맑았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반경 1km는 맑디맑아 선명했지만 1km 이후부터는 혼탁해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물론 보이지 않을 뿐 초감각으로 감지할 수는 있었다.

'이러면 쉽게 찾을 수는 없겠네.'

혹여 거리 상관없이 전부 볼 수 있다면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했던 강진석은 아쉬운 얼굴로 호수 곳곳을 돌아다니며 탐색했다.

그리고 이내 탐색을 마친 강진석은 호수 밖으로 나왔다.

당연하게도 호수에는 물의 근원이 없었다.

그렇다고 아무런 소득도 없던 것은 아니다.

한 가지 정보를 알아냈다.

위치에 따라 수압이 달랐다.

높이에 따라 다르다는 게 아니다.

같은 높이여도 수압이 달랐다.

즉, 파괴의 안개 외곽에 생겼을 바다도 비슷할 것이다.

강진석은 호수에서 나왔다.

그리고 곧장 불바다로 향했다.

이어 불바다를 지나 파괴의 안개에 도착했고 쭉쭉 나아갔다.

그렇게 파괴의 안개 끝에 도착한 강진석은 마주할 수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넓디넓은 바다를.

'이번에는 얼마나 걸리려나.'

강진석은 잠시 바다를 바라보다가 진입했다.

'오우.'

진입과 동시에 강진석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호수의 수압과 차원이 달랐다.

물론 그렇다고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신경 쓰이긴 했다.

물의 근원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압이 강한, 강진석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면?

'...그 정도는 아니겠지.'

현재 강진석의 육체는 더할 나위 없이 강했다.

수압이 얼마나 강할지는 모르겠지만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강진석은 바다를 이동하며 본격적으로 탐색을 시작했다.

그리고 수압이 점점 강해지기 시작했다.

'뭐야, 설마 근처에 있나?'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우연히 수압이 강한 지역에 진입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 물의 근원이 근처에 있는 것이라면?

'아니지, 그러기에는 너무 약하잖아.'

이내 든 생각에 강진석은 미소를 지웠다.

수압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지만 물의 근원이 위치한 곳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약했다.

기대감을 털어낸 강진석은 탐색에 집중했다.

'...이상한데?'

얼마 뒤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왜 수압이 계속 강해져?'

이상하게도 수압이 계속 강해지고 있었다.

'잠깐 설마....'

확인을 위해 강진석은 지나왔던 길을 돌아갔다.

그런데 수압이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해졌다.

그 순간 강진석은 깨달았다.

움직일수록 수압이 강해진다는 것을.

'...위치마다 다른 게 아니었구나?'

호수는 위치마다 수압이 달랐다.

바다도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물의 근원 근처는 특히 수압이 강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움직일수록 수압이 강해지는 형태였다.

"...."

강진석은 이동을 멈춘 채 가만히 있었다.

당연히 수압은 변하지 않았고 강진석은 마음 편히 생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벗어났다가 다시 들어오면 어떻게 되는 거지?'

궁금했다.

바다를 벗어났다가 다시 바다에 들어오면 수압은 어떻게 될까?

그대로일까?

아니면 처음처럼 약해질까?

강진석은 확인을 위해 파괴의 안개로 향했다.

이내 파괴의 안개에 도착한 강진석은 바로 바다로 돌아갔다.

수압은 변하지 않았다.

'일단 초기화는 아니고.'

강진석은 다시 파괴의 안개로 돌아왔다.

'시간에 따라 줄어드는 거면 좋겠네....'

만약 시간이 흘러도 줄어들지 않는다면?

최악이다.

난도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상승하게 된다.

목숨을 걸어야 할 수도 있다.

얼마 뒤 강진석은 다시 바다로 진입했다.

'휴.'

그리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수압이 줄어들었다.

벗어난 시간에 따라 줄어드는 게 분명했다.

'근데 너무 적게 줄어든 거 아냐?'

수압이 늘어나는 속도와 줄어드는 속도는 상당히 차이가 났다.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리겠어.'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 * *

카스만의 거처.

"여!"

입구에 막 도착한 화령은 카스만을 향해 인사하며 다가갔다.

화령의 인사에 카스만은 힐끔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포털을 바라보았다.

"뭐 보고 있어?"

화령은 카스만에게 물으며 포털을 보았다.

현재 강진석은 모든 시선을 가린 상태였다.

즉, 카스만이 보고 있는 것은 강진석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무엇을 보고 있는지.

"...강진석 동생?"

화령은 포털 속 존재들을 보고 살짝 놀랐다.

카스만이 보고 있던 것은 강진석의 동생인 강나연 그리고 강나연이 이끄는 인간들이었다.

"얘들은 왜?"

"슬슬 준비할 때가 된 것 같아서."

"...?"

카스만의 말에 화령은 고개를 갸웃했다.

"...!"

그러다 이내 눈을 번뜩였다.

"그러고 보니 벌써 끝날 때가 됐구나?"

강나연과 인간들은 현재 바다에 있었다.

여행을 간 게 아니다.

바다에 있는 영역 상징들을 파괴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곧 마지막이 될 퀘스트가 시작될 것이고 그러면 시험도 끝이다.

"응, 그러니까 준비해야지."

시험 중에는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

그러나 시험이 끝나면 개입할 수 있다.

당연히 개인적으로 움직이겠다는 뜻이 아니다.

시험이 끝나면 연합 차원에서 움직이게 된다.

갑작스레 결정된 사항은 아니다.

처음부터 예정된 사항이었다.

그리고 체르딘 연합만 움직이는 게 아니다.

시험에 참여한 다른 연합도 전부 움직일 것이다.

"물건 확인은?"

"얼마 전에 90% 정도. 지금쯤이면 다 준비됐을 거야. 확인해 볼게."

* * *

콰앙!

전방에서 발생한 폭발을 바라보며 강나연은 생각했다.

'빌어먹을 해마들.'

현재 강나연이 있는 곳은 푸른 해마 일족의 영역이었던 곳이었다.

푸른 해마 일족은 시험을 포기했다.

당연하게도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수많은 함정을 설치했다.

조금 전 폭발도 함정을 해체하며 발생한 폭발이었다.

쾅!

다시 한번 폭발이 발생했다.

그리고 강나연은 알 수 있었다.

모든 함정이 해체됐다는 것을.

"상징 파괴하고 올게요."

물론 영역 상징 자체에 함정이 숨겨져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영역 상징을 파괴하는 건 항상 강나연의 몫이었다.

강나연은 영역 상징으로 다가갔다.

푸른 해마 일족의 영역 상징은 해마 형태의 동상이었다.

강나연은 동상을 바라보며 스킬을 시전했다.

"관통 강화, 파괴 강화."

스앗! 스앗!

검에 빛이 두 번 번쩍였고 강나연은 동상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스걱!

해마 동상은 그대로 반으로 갈라져 무너져 내렸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영역을 점령하셨습니다.]

.

.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영역 상징에 걱정했던 함정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강나연은 관리창을 열었다.

그리고 기본 설정을 마친 뒤 한지윤에게 보고 문자를 보냈다.

바로 그때 추가로 메시지가 나타났다.

[바다 시험 참가자가 5%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조건이 충족됐습니다.]

[퀘스트 '바다 청소'가 생성됐습니다.]

* * *

강진석은 파괴의 안개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연히 안개 쪽에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수압을 낮추기 위해서였다.

감당하기 버거워 낮추려는 것은 아니다.

물의 근원을 발견했다.

근원을 흡수하는데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에 최대한 수압을 낮춘 채 진입할 생각이었다.

'이쯤이면 되겠지?'

강진석은 다시 바다로 진입했다.

그리고 물의 근원이 있던 장소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의 시야에 물의 근원이 나타났다.

'후우.'

강진석은 속으로 깊게 숨을 내뱉었다.

이제 물의 근원만 흡수하면 끝이다.

강진석은 물의 근원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스아아악!

예상대로 근원과 가까워질수록 수압이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졌다.

'낮추고 오길 잘했어.'

만약 수압을 낮추고 오지 않았다면?

상당히 힘들었을 것이다.

이내 물의 근원 코앞에 도착한 강진석은 근원을 잡았다.

그리고 물의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움직이지 않고 있음에도 수압은 점점 거세졌다.

강진석은 수압을 버티며 기운 흡수에 집중했다.

그리고 얼마 뒤 모든 기운을 흡수할 수 있었고 그와 동시에 근원이 사라졌다.

사라진 것은 근원뿐만이 아니다.

강진석을 압박하던 수압 역시 사라졌다.

정확히 말하면 수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적절한 수준으로 내려갔고 더 이상 압박이 아닌 포근함이 느껴졌다.

강진석은 일단 늘어난 기운과 장악력을 확인했다.

"...."

확인 후 강진석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다른 조건보다 근원 찾기가 더 많은 기운, 장악력을 제공하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앞서 두 번이나 근원을 찾아 흡수해 봤기에.

그런데 기운과 장악력이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늘어났다.

스윽.

강진석은 손을 휘저었다.

스르르륵!

그러자 강진석의 의지에 따라 해류가 형성됐다.

이후 몇 번 더 해류를 형성한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생각했다.

'바다 청소는 순식간에 끝낼 수 있겠어.'

육지 청소도 빠르게 끝낼 수 있긴 했다.

그러나 바다 청소는 그보다 더 쉽게, 빠르게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다시 한번 손을 저었다.

그러자 바다가 갈라졌다.

바다 뿐만이 아니다.

파괴의 안개와 불바다 역시 갈라졌다.

그렇게 심상 세계로 향하는 길이 생겼고 강진성은 길을 따라 중심부로 향했다.

이내 심상 세계 중심부에 도착한 강진석은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는 금방 끝났고 강진석은 놓친 게 없나 확인을 위해 주변을 스윽 훑었다.

바로 그때였다.

"...!"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현실에서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이가 있었다.

현재 강진석이 있는 곳을 아는 건 한지윤뿐이었다.

즉, 한지윤이 보낸 게 분명했다.

'무슨 일이 생겼나?'

강진석은 현실 세계로 귀환했다.

그러고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바다 시험 참가자가 5%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조건이 충족됐습니다.]

[퀘스트 '바다 청소'가 생성됐습니다.]

'아.'

확인과 동시에 강진석은 탄성을 내뱉었다.

무슨 일이 생겼는지 궁금했는데 알 것 같았다.

바다 청소 때문으로 추정됐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며 생각했다.

'이제 끝이구나.'

제298화

298.

퀘스트 '바다 청소'는 바다에 있는 영역 상징을 전부 파괴하는 퀘스트일 것이다.

그리고 바다에 있는 영역 상징을 전부 파괴하면?

시험도 끝이다.

<바다 청소>

바다에는 이제 아주 극소수의 참가자만이 남아 있다.

.

.

바다에 있는 영역 상징을 시간 내 전부 파괴하라!

남은 시간 : 15일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실패 시 영구적으로 모든 능력치 30% 감소

퀘스트 실패 시 액티브 스킬 10개 레벨 초기화

'똑같네.'

퀘스트 '바다 청소'는 '육지 청소'와 매우 비슷했다.

다른 것이라고는 육지에서 바다로 단어가 바뀐 것뿐이었다.

퀘스트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다가오는 사내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혹시 바다 청소 때문입니까?]

[그냥 이야기하시면 됩니다.]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강진석의 감각은 먼 거리에서도 충분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강진석의 텔레파시에 흠칫했던 사내가 입을 열었다.

"네, 맞습니다."

[혹시 봉제산으로 가시나요?]

"아니요. 저는 이야기만 전달해 드리고 알래스카 쪽으로 갈 예정입니다. 개발하고 있는 것들이 있어서요."

[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이제 돌아가셔도 됩니다.]

대화를 마친 강진석은 표식을 이용해 포털을 만들었다.

봉제산과 연결된 포털이었다.

강진석은 포털을 지나 봉제산에 도착했고 포털을 닫았다.

그러고는 바로 한지윤의 위치를 찾았다.

당연하게도 한지윤은 지휘실에 있었다.

강진석은 지휘실로 공간이동 후 한지윤에게 인사했다.

"저 왔습니다."

"오셨군요!"

한지윤은 활짝 웃으며 답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바로 본론을 꺼냈다.

"얼마나 남았나요?"

영역 상징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궁금했다.

영역 현황이 만능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영역 현황은 왕국의 영역만 나온다.

다른 곳에서 파괴한 영역 상징은 확인이 불가능했다.

"보고드리겠습니다."

한지윤이 지도를 꺼내 허공으로 던졌다.

평범한 지도가 아니라 아티펙트였고 지도는 허공에 두둥실 떠올라 펼쳐졌다.

지도는 특정 지역의 지도가 아니라 세계 지도였다.

한지윤은 손가락을 뻗어 지도 왼쪽 하단에 있는 붉은 원을 눌렀다.

그러자 세계 지도의 바다가 두 부류로 나뉘었다.

초록색으로 빛나는 바다.

붉은색으로 빛나는 바다.

강진석은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초록색 바다는 이미 점령이 끝난 곳이고 붉은색 바다는 점령되지 않은 곳이 분명했다.

그리고 강진석의 예상은 정확했다.

"붉은색 바다가 아직 점령되지 않은 곳입니다."

"30% 정도 남았군요."

"예, 그렇습니다."

바로 그때 붉은색이었던 노르웨이해의 일부가 초록색으로 변했다.

길드원들이 점령한 것은 아닐 것이다.

퀘스트 '바다 청소'가 생성되면 즉시 점령을 멈추고 귀환하라는 명령을 내렸었다.

즉, 노르웨이해 근처에 있는 국가나 길드가 움직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제부터 제가 전담할게요."

강진석은 지도를 바라보다가 한지윤에게 말했다.

남은 영역 상징은 30% 정도로 많지 않다.

굳이 강진석이 돕지 않더라도, 길드원의 힘만으로도 시간 내 충분히 모든 영역 상징을 파괴할 수 있다.

그러나 강진석은 길드원들에게 맡길 생각이 없었다.

모든 영역 상징을 홀로 파괴할 생각이었다.

"예전에 말씀드린 대로 성장에 집중해 주세요."

그 이유는 바로 길드원들의 성장 때문이었다.

퀘스트 '바다 청소'의 완료는 시험의 끝을 의미한다.

그리고 시험이 끝나면 시스템의 지원이 사라진다.

시스템의 지원이 사라지면?

지금처럼 쉽게 강해질 수 없다.

즉, 이번이 쉽게 성장할 마지막 기회였다.

"네, 알겠습니다! 공지는...."

한지윤이 말끝을 흐렸고 강진석이 이어 말했다.

"공지는 제가 하겠습니다."

강진석은 관리창을 열었다.

그리고 시스템을 이용해 왕국에 속한 모든 이들에게 공지했다.

[계획대로... 조금만 더 힘내시길.]

공지를 마친 뒤 강진석은 한지윤에게 말했다.

"지원 잘 부탁드릴게요."

"네, 문제없게 잘 지원하겠습니다!"

그렇게 한지윤과 작별 인사를 나눈 강진석은 영역 이동을 통해 공략해야 할 영역 상징 근처 영해로 이동했다.

그러고는 초감각을 통해 주변을 탐색했다.

주인 잃은 영역 상징이 여럿 감지됐다.

'몇 개를 남겨둘까.'

강진석은 영역 상징을 일부 남겨두고 나머지는 전력을 다해 없앨 생각이었다.

그리고 남겨둔 영역 상징들은 퀘스트 '바다 청소'의 마지막 날에 없앨 예정이었다.

'1개는 좀 그런데....'

1개만 남겨두기에는 찜찜했다.

혹시나 누군가가 실수로 혹은 고의로 파괴한다면?

시스템이 개입한다면?

'...혹시 모르니 3개 남겨두자.'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남겨둘 영역 상징을 3개 선택했다.

그러고는 곧장 이동해 주변에 있는 영역 상징들을 파괴했다.

함정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강진석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는 수준이었기에.

손짓 한 번으로 영역 상징과 함께 파괴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주변 영역 상징을 파괴해 점령을 마친 강진석은 관리창을 열었다.

그리고 남겨둔 3개 영역을 둘러싼 주변 영해에 입장 권한을 높였다.

왕국 내 그 누구도 진입할 수 없도록.

이어 강진석은 언제든 돌아올 수 있도록 공간 표식을 만들어 설치했다.

그리고 주변 해류를 뒤틀었다.

강진석은 해류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물의 법칙이 된 강진석이 만들어 낸 해류다.

영역 상징 주변에 설치되어 있는 함정보다 훨씬 위험했다.

다른 국가나 길드에서 영역 상징을 파괴하기 위해 온다고 해도 문제없이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해류를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 있는, 주인 잃은 영역 상징을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 * *

"바람의 칼날!"

주다영이 외쳤다.

스악! 스악! 스악! 스악! 스악!

그와 동시에 주다영 곁에 있던 상급 바람의 정령이 손을 뻗었고 바람으로 이루어진 칼날 5개가 전방에 있는 오우거에게 날아갔다.

일반 오우거였다면 바람 칼날에 죽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바람 칼날에 담긴 기운은 강했다.

그러나 대상이 된 오우거는 일반 오우거가 아니었다.

트윈 헤드 오우거였다.

평범한 트윈 헤드 오우거여도 일반 오우거보다 몇 배는 강하다.

그런데 바람 칼날의 대상이 된 트윈 헤드 오우거는 훈련 던전 '오우거 둥지'의 보스 몬스터였다.

즉, 일반 오우거보다 몇 배가 아닌 10배 이상 강했다.

-크륵!

-크르륵!

트윈 헤드 오우거의 두 머리는 각기 다른 괴성을 내뱉으며 여섯 팔 중 다섯 개를 뻗어 바람 칼날을 막아 냈다.

그렇게 바람 칼날은 트윈 헤드 오우거의 손아귀에서 사라졌다.

물론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한 것은 아니다.

바람 칼날을 막아 낸 다섯 손바닥에 전부 길쭉한 상처가 나 있었다.

주다영은 상처를 보고 더할 나위 없이 활짝 미소를 지었다.

'됐다. 이 정도면.'

바람의 칼날에는 상처 발생 시 대상의 저항력을 감소시키는 디버프가 달려 있었다.

최대 중첩은 5회였고 상처도 5개였다.

즉, 현재 트윈 헤드 오우거의 저항력은 대폭 감소된 상태였다.

주다영은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파티원들에게 외쳤다.

"지금입니다!"

그러자 캐스팅을 마친 파티원들이 스킬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뇌신의 망치!"

"신의 분노!"

"파이어 스톰!"

바람 칼날 못지않은 스킬들이 트윈 헤드 오우거에게 작렬하기 시작했다.

쾅! 쾅! 스걱!

쩌저적! 쩍!

트윈 헤드 오우거는 단 하나의 스킬도 피하지 못했고.

쿵!

트윈 헤드 오우거가 무릎을 꿇었다.

-크륵....

-크륵....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두 머리가 동시에 힘 빠진 괴성을 내뱉고는 앞으로 쓰러졌다.

쿠웅!!

그렇게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훈련 퀘스트 '트윈 헤드 오우거'를 완료하셨습니다.]

[훈련 던전 '오우거의 둥지'를 클리어하셨습니다.]

[1분 뒤 귀환합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

.

주다영은 메시지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휴...."

그리고 이어 파티원들에게 외쳤다.

"고생하셨습니다! 바로 진입할 테니 준비해 주세요!"

클리어했다고 끝이 아니다.

주다영은 바로 던전에 재진입할 생각이었다.

'이틀밖에 안 남았으니.'

퀘스트 '바다 청소'의 남은 시간은 2일.

정확히는 49시간이 남은 상태였다.

그리고 얼마 전 공지가 내려왔었다.

남은 시간이 10분이 되었을 때 퀘스트를 완료할 것이라고.

퀘스트 '바다 청소'가 완료된다는 것은 바다에 있는 모든 영역 상징이 파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육지에 있는 영역 상징들이 전부 파괴된 상태였다.

즉, 퀘스트 '바다 청소'가 완료되는 순간 퀘스트 '멸망을 막기 위하여'가 완료될 것이고 시험이 종료될 것이다.

'최대한 끌어모아야지.'

시험이 끝나면 시스템도 사라진다.

물론 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유예 기간이 길지 않다고 했다.

그때까지 최대한 스킬을 습득해야 했다.

스킬뿐만이 아니다.

상점창에서 필요한 물품들도 구매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포인트가 필요했고 훈련 던전을 반복해서 클리어하며 최대한 포인트를 모아야 했다.

[1초 뒤 귀환합니다.]

스아악!

이내 주변 공간이 일그러지며 주다영은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파티원들과 함께 훈련 던전에 입장했다.

[훈련 던전 '오우거의 둥지'에 입장하셨습니다.]

[훈련 퀘스트 '트윈 헤드 오우거'가 생성됐습니다.]

.

.

입장과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수없이 본 메시지였다.

주다영은 대충 훑고는 트윈 헤드 오우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 * *

[바다의 정수를 구입하셨습니다.]

[500만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남은 포인트 : 10만 4000]

남은 포인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상점창을 닫았다.

'알차게 썼네.'

그리고 허공에 띄워둔 퀘스트 '바다 청소'를 보았다.

<바다 청소>

바다에는 이제 아주 극소수의 참가자만이 남아 있다.

.

.

바다에 있는 영역 상징을 시간 내 전부 파괴하라!

남은 시간 : 13분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실패 시 영구적으로 모든 능력치 30% 감소

퀘스트 실패 시 액티브 스킬 10개 레벨 초기화

남은 시간을 확인한 강진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가볼까.'

길드원들에게 공지했다.

남은 시간이 10분일 때 퀘스트를 완료할 것이라고.

예고 시간까지 3분밖에 남지 않았다.

남겨두었던 영역 상징 3개를 파괴할 때가 된 것이다.

강진석은 첫 번째 장소로 향했다.

그러고는 바로 공간을 뒤틀어 영역 상징을 파괴했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영역을 점령하셨습니다.]

.

.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고 강진석은 두 번째 장소로 향하며 생각했다.

'유예 기간은 얼마나 될까.'

시험이 끝나면 시스템의 지원이 끊긴다.

그러나 시험 종료와 동시에 지원이 끊기는 것은 아니다.

유예 기간이 주어진다.

시험마다 달라 카스만이나 화령도 정확한 기간을 모르고 있었다.

'적어도 1주일은 됐으면 좋겠는데.'

이내 두 번째 장소에 도착한 강진석은 유예 기간이 짧지 않길 기원하며 공간을 뒤틀어 두 번째 영역 상징을 파괴했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영역을 점령하셨습니다.]

.

.

이제 남은 영역 상징은 하나.

강진석은 마지막 장소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지막 장소에 도착한 강진석은 전처럼 바로 파괴하지 않았다.

아직 공지한 시간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마지막 영역 상징을 보며 시험이 시작됐을 때를 떠올렸다.

'...이렇게 끝날 줄은 몰랐는데.'

당시에는 시험의 끝 자체를 생각하지도 않았다.

생존하기에 급급했었다.

그렇게 시작부터 지금까지를 회상한 강진석은 시간을 확인했다.

남은 시간 : 10분

그리고 바로 공간을 뒤틀어 마지막 영역 상징을 파괴했다.

제299화

299.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영역을 점령하셨습니다.]

.

.

그러자 점령 메시지를 시작으로 무수히 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 '바다 청소'가 완료됐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압도적인 기여를 하셨습니다.]

.

.

그중에는 퀘스트 '바다 청소' 완료 메시지도 있었고.

[모든 영역 상징이 파괴됐습니다.]

[메인 퀘스트 '멸망을 막기 위하여'가 완료됐습니다.]

[시험이 종료됩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3000억 상승합니다.]

.

.

시험 종료 메시지도 있었다.

'보상 봐라.'

강진석은 보상을 보고 감탄했다.

포인트만 3000억이 주어졌다.

3000억은 강진석에게도 결코 적은 포인트가 아니었다.

그리고 포인트만 주어진 게 아니다.

[3급 보물 가르거스의 장갑을 획득하셨습니다.]

[4급 보물 신목 그란 지팡이를 획득하셨습니다.]

.

.

놀랍게도 보물이 주어졌다.

보통 갓 법칙이 된 이들이 주력으로 사용하는 보물이 2급이었다.

그마저도 한두 개가 끝이다.

그런데 이번에 보상으로 주어진 보물은 무려 6개였다.

거기다 제일 낮은 등급이 3급이었다.

보물이 끝이 아니다.

[보상의 방 입장 티켓을 2개 획득하셨습니다.]

[초월의 방 입장 티켓을 2개 획득하셨습니다.]

[시간의 방 입장 티켓을 획득하셨습니다.]

[모든 티켓은 5일 뒤 삭제됩니다.]

티켓도 주어졌다.

보상의 방과 초월의 방이 어떤 곳인지 강진석은 잘 알고 있었다.

'시간의 방은 어떤 곳일까.'

그러나 시간의 방은 처음 듣는 곳이었다.

대체 어떤 곳일까?

'곧 알 수 있겠지. 바로 써야 하니까.'

티켓은 5일 뒤 삭제된다.

아끼고 싶어도 아낄 수가 없는 물품이었다.

즉, 시간의 방이 어떤 곳인지는 곧 알 수 있을 것이다.

강진석은 흡족한 얼굴로 계속해서 메시지를 확인했다.

"...!"

그리고 눈을 번뜩였다.

[시험이 종료됨에 따라 5일 뒤 시스템 지원이 종료됩니다.]

유예 기간은 5일이었다.

어째서 티켓 사용 기한이 5일인지 알 것 같았다.

강진석은 다음 메시지를 확인했다.

[시스템 지원 종료 후 연합 상점이 열립니다.]

[체르딘 연합 상점 : 대한민국 서울, 영국 런던]

[레기온 연합 상점 : 호주 멜버른]

[블라디엘 연합 : 미국 뉴욕, 중국 충칭]

.

.

시스템 지원이 종료되는 순간 열리는 '연합 상점'.

얼마 전 화령과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연합 상점에 대해 들었다.

체르딘 연합 상점은 아티펙트와 재료를 매매하는 곳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연합 차원에서 수련생을 받는다.

기준을 충족한 재능 있는 이들은 무료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재능 없는 이들은 유료로.

물론 모든 연합 상점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다른 연합 상점은 어떨지.

강진석은 기대 가득한 얼굴로 다음 메시지를 확인했다.

"...!"

그리고 살짝 놀랐다.

.

.

[400일 뒤 세계 '발트란'에서 시험이 진행됩니다.]

[380일 뒤 시험 참가 신청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시험 정보는 블라디엘 연합 상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700일 뒤 세계 '지구182'에서 시험이 진행됩니다.]

[680일 뒤 시험 참가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시험 정보는 메비아스 연합 상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후 시험 일정은 각 연합 상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강진석을 놀라게 한 메시지는 향후 예정된 시험에 대한 메시지였다.

'...생각보다 많네.'

메시지로 공지된 시험은 무려 8개였다.

말 그대로 공지된 시험만 8개다.

메시지에 따르면 이후에도 많은 시험이 예정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시험에 대한 메시지 바로 다음.

믿기지 않는 내용의 메시지가 있었다.

[1000일 뒤 혼돈의 틈이 열립니다.]

바로 혼돈의 틈에 대한 메시지였다.

'혼돈의 틈이 열려?'

혼돈의 틈이 열린다는 건 지구와 혼돈의 틈이 연결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강진석은 영혼 각성 때 갔었던 혼돈의 틈을 떠올렸다.

'그게 열리면....'

혼돈의 틈의 환경 그리고 그 안에서 마주했던 혼돈의 존재들을 떠올린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통로가 하나이길 바라야겠네.'

만약 통로가 하나라면?

강진석은 혼자서도 막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통로가 하나가 아니라면?

막을 수 없다.

막대한 혼란과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아니지, 도움을 받으면 되는 거잖아?'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걱정을 떨쳐냈다.

혼돈의 틈이 열리는 건 1000일 뒤였다.

그리고 5일 뒤부터 지구는 공동 구역이 된다.

즉, 다른 세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거기다 강진석은 체르딘 연합에 가입할 생각이었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체르딘 연합의 도움은 기대해도 될 것이다.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마저 메시지를 확인했다.

얼마 뒤 모든 메시지를 확인한 강진석은 우선 인벤토리에서 보상의 방 입장 티켓을 꺼냈다.

보물도 궁금했지만 티켓이 더 궁금했다.

티켓을 쥔 순간 정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름 그대로 사용 시 보상의 방에 입장할 수 있는 티켓이었다.

그 외 특별한 정보는 없었다.

초월의 방 입장 티켓, 시간의 방 입장 티켓 역시 마찬가지였다.

'으음....'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앞서 보상의 방, 초월의 방을 가본 적 있지만 시간의 방은 가본 적 없다.

어떤 곳인지 모른다.

'수련의 방이랑 비슷하려나?'

그러나 예상은 됐다.

시간의 방은 시간과 관련 있을 것이다.

수련의 방처럼 지구와 시간의 흐름이 다른 장소로 추정됐다.

물론 수련의 방과 완전히 같지는 않을 것이다.

같았다면 시간의 방과 수련의 방으로 나뉠 이유가 없다.

다른 점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강진석은 그 다른 점이 도움이 되는 쪽이길 바라며 아공간을 열었다.

그리고 모든 티켓을 아공간에 보관했다.

이어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티켓과 함께 받은 보물 중 하나인 '가르거스의 장갑'을 꺼냈다.

<가르거스의 장갑>

1. 경량화

2. 투명화

3. 불 내성 증가

4. 물 내성 증가

5. 어둠 내성 증가

.

.

16. 힘 10% 증가

17. 정신력 10% 증가

18. 패시브 '가르거스의 의지'

역시나 3급 보물답게 가르거스의 장갑은 다양한 옵션을 가지고 있었다.

강진석은 장갑을 바로 착용했다.

스앗!

그와 동시에 장갑에 은색 문자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이어 장갑이 투명해지며 사라졌다.

당연히 진짜 사라진 게 아니다.

장갑과 육체가 연결되며 옵션 중 하나인 '투명화'가 발동된 것이다.

강진석은 강해진 육체를 확인하며 생각했다.

'10%가 아니네.'

힘이 10% 증가한다고 했다.

그런데 강진석이 확인한 바 10%가 아니었다.

약 5%로 절반 정도였다.

'육체 능력이 너무 강해서 그런가.'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효과가 절반밖에 되지 않는 이유는 강진석의 육체가 너무나 강하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그게 아니고서야 효과가 절반으로 뚝 떨어질 이유가 없다.

강진석은 이어 4급 보물 신목 그란 지팡이를 꺼냈다.

<신목 그란 지팡이>

1. 첫 번째 메모라이즈

2. 두 번째 메모라이즈

3. 세 번째 메모라이즈

4. 마나 내성 증가

.

.

25. 마나 증폭

'이야.'

강진석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4급 보물답게 신목 그란 지팡이는 수많은 옵션을 가지고 있었다.

스윽.

강진석은 혼돈의 구를 보았다.

'...흡수시킬까?'

혼돈의 구는 보물도 흡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보물 또한 성능이 강화된다.

문제는 흡수시킬 경우 다시는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한 번 저장하면 끝이다.

4급 보물의 가치를 생각하면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고민 좀 해보자.'

강진석은 생각을 더 해보기로 결정하고 아공간에 지팡이를 넣었다.

이후 인벤토리에서 차근차근 남은 4개의 보물을 꺼내 확인했다.

나머지 보물들 역시 하나하나가 매우 뛰어났다.

강진석은 흡족한 얼굴로 보물 확인을 마칠 수 있었고 상점창을 열었다.

보상으로 3000억 포인트가 주어졌다.

유예 기간은 5일.

그 안에 전부 사용해야 했다.

강진석은 부지런히 상점창을 확인하며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

.

[칠흑의 핵을 구입하셨습니다.]

[7500만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남은 포인트 : 5만 2000]

얼마 뒤 쇼핑을 마친 강진석은 상점창을 닫았다.

그러고는 퀘스트창을 열었다.

아직 완료하지 못한 퀘스트가 하나 있었다.

<혼돈의 구(1)>

아래 조건을 충족하라!

[영혼 각성 1레벨 : O]

[육체 제련 1레벨 : O]

.

.

[알칸데움 : 500 / 500g]

퀘스트 보상 : 혼돈의 구 강화

완료 시 퀘스트 '혼돈의 구(2)'가 생성됩니다.

'이건 어떻게 해야 하나....'

아직 재료 2개가 부족했다.

문제는 상점창에서도 판매하지 않고 시험이 종료되어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상태라는 점이었다.

연합 상점에서는 판매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때가 되면 시스템 지원이 끝난다.

즉, 퀘스트도 사라진다.

'시스템 지원 없이 강화해야 하나?'

꼭 퀘스트를 완료해야 강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정이 매우 귀찮을 뿐 재료만 있으면 강진석은 시스템 도움 없이 강화할 방법을 알고 있었다.

'일단....'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아공간에서 보상의 방 입장 티켓을 꺼냈다.

이제 티켓을 이용해 각 방에 방문할 차례였다.

강진석은 입장 티켓을 찢었다.

스악!

그러자 포털이 나타났다.

보상의 방 포털이 분명했다.

강진석은 포털로 향했다.

[보상의 방에 입장하셨습니다.]

[받고 싶은 특별 보상을 선택해 주세요.]

입장과 동시에 선택지가 나타났다.

[재화]

[보물]

[영약]

[수련서]

[2가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

그리고 선택지를 본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선택 가짓수는 그대로였는데 품목이 바뀌었다.

전부 바뀐 것은 아니고 1가지만 바뀌었다.

포션에서 영약으로.

'영약이라....'

원래 고민하지 않았다.

당연히 보물과 수련서를 선택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영약을 보니 고민이 됐다.

'...어차피 2번이니까 한 번 받아볼까?'

보상의 방 입장 티켓은 아직 한 장 남아 있었다.

한 번 정도는 어떤 영약을 주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

고민 끝에 강진석은 영약을 선택했다.

[6성 어둠을 획득하셨습니다.]

[6성 불을 획득하셨습니다.]

[6성 바람을 획득하셨습니다.]

[다르만 운명 단약을 획득하셨습니다.]

.

.

선택과 동시에 주르륵 메시지가 나타났다.

"...!"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영약이 제공됐다.

'이 정도면 다음에도 영약 받는 게 낫겠는데...?'

영약이 별로라면 다음 입장 때에는 보물과 수련서를 선택하려 했다.

그런데 다음에도 영약을 선택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스윽.

강진석은 미소 지은 채 고개를 돌려 선택지를 보았다.

[재화]

[보물]

[수련서]

남은 선택지는 3가지.

'...수련서는 어차피 초월의 방에서 얻을 수 있을 테니까.'

솔직히 수련서는 딱히 모자라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수련서는 초월의 방에서도 얻을 수 있다.

즉, 보물의 방에서는 수련서보다 보물을 선택하는 게 낫다.

[공격형]

[방어형]

[지원형]

[성장형]

[혼합형]

보물을 선택하자 하위 선택지가 나타났고 강진석은 지원형을 향해 손을 뻗었다.

기회가 한 번이라면 방어형이나 성장형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기회가 한 번 더 있었다.

이참에 지원형 보물이 무엇인지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6급 보물 자크람의 순환 팔찌를 획득하셨습니다.]

선택과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메시지를 통해 보물의 등급을 알게 된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6급?'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바로 자크람의 순환 팔찌를 꺼내 정보를 확인했다.

<자크람의 순환 팔찌>

1. 기운 흡수 효율 증가

2. 기운 순환 속도 증가

3. 기운 순환 효율 증가

.

.

15. 기운 주입 시 '순환 보호막' 생성

옵션의 개수는 6급 보물치고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옵션 하나하나가 전부 대단했다.

특히 수많은 영약을 흡수하며 수련할 예정인 강진석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강진석은 바로 팔찌를 착용했다.

착용과 동시에 강진석은 느낄 수 있었다.

육체 내부를 돌아다니는 기운들의 속도가 한층 빨라지는 것을.

강진석은 포털을 지나 지구로 귀환했다.

그러고는 아공간을 열어 초월의 방 입장 티켓을 꺼냈다.

'초월의 방도 변화가 있으려나?'

보상의 방에는 변화가 있었다.

초월의 방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기에 강진석은 다시 보상의 방을 가는 것보다 초월의 방을 먼저 확인할 생각이었다.

강진석은 티켓을 찢었다.

스악!

그러자 포털이 나타났고 강진석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초월의 방에 입장하셨습니다.]

그렇게 초월의 방에 입장한 강진석은 눈앞에 나타난 홀로그램을 보았다.

[불]

[공간]

[어둠]

[전기]

[파괴]

[물]

[죽음]

죽음의 길을 개척했기에 선택지는 전과 달리 6개가 아니라 7개였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았다.

[첫 번째 보상을 획득합니다.]

[최고 보상을 받을 속성을 선택해 주세요.]

'초월의 방은 그대로인가? 7개로 늘어났을까?'

아직까지는 알 수가 없었다.

최고 보상인 첫 번째 보상을 받아야 알 수 있다.

강진석은 고민하다가 죽음을 향해 손을 뻗었다.

[죽음을 선택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죽음 법칙 데멘의 수련서를 획득하셨습니다.]

[죽음 법칙 카르발타의 수련서를 획득하셨습니다.]

[죽음 법칙 혈지운의 수련서를 획득하셨습니다.]

.

.

[남은 보상 : 6]

[두 번째 보상을 획득합니다.]

[두 번째 보상을 받을 속성을 선택해 주세요.]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남은 보상이 6개였다.

보상 횟수가 늘어났다.

그뿐만이 아니다.

'수련서가 3개?'

최고 보상으로 주어지는 수련서는 원래 2개였다.

그런데 지금은 3개였다.

'이러면 세 번째 보상까지 수련서 받을 수 있겠네.'

강진석은 미소 지으며 차근차근 보상을 받기 시작했다.

이내 마지막 보상을 받아 지구로 귀환한 강진석은 보상의 방과 초월의 방을 한 번씩 더 다녀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간의 방 티켓을 찢었다.

그러자 포털과 함께 메시지가 나타났다.

[시간의 방 포털이 생성됐습니다.]

[시간의 방의 시간 흐름은 지구보다 50배 빠릅니다.]

[최대 입장 시간 : 5일]

'와....'

강진석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시간의 방은 수련의 방과 마찬가지로 시간의 흐름이 다른 장소였다.

당연히 똑같지는 않았다.

다른 점은 2가지.

배율과 입장 시간이 달랐다.

특히 배율이 말도 안 되게 차이 났다.

'알차게 수련할 수 있겠는데.'

최대 입장 시간은 5일.

그리고 배율은 50배였다.

즉, 250일이라 할 수 있다.

수련하기에 너무나 좋은 상황이었다.

강진석은 핸드폰을 꺼내 한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5일간 수련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시간의 방 최대 입장 시간은 5일.

그리고 5일 뒤 시스템 지원이 끝난다.

"제가 없는 동안 문제 생기면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미 준비를 다 해둔 상태다.

솔직히 강진석이 직접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없을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한지윤과 통화를 마친 강진석은 포털로 향했다.

[시간의 방에 입장하셨습니다.]

그리고 입장과 동시에 강진석은 아공간에서 바로 영약과 수련서를 꺼냈다.

바로 그때였다.

쩍!

전방의 공간이 갈라졌고 영약의 기운을 흡수하며 수련서를 펼치려던 강진석은 그대로 멈췄다.

"...!"

이어 놀란 눈으로 갈라진 공간을 보며 생각했다.

'뭐야? 저건?'

공간이 왜 갈라진단 말인가?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

[알 수 없는 !%!@]

그리고 더더욱 당황했다.

메시지가 오류가 난 것처럼 정상적이지 않았다.

'이건 왜 이래....'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키며 갈라진 공간을 보았다.

그리고 이내 갈라진 공간에서 한 사내가 걸어 나왔다.

사내에게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 긴장됐다.

공간을 찢고 나온 사내다.

그런 사내가 아무것도 아닐까?

아니, 그럴 리 없다.

절대 평범한 존재가 아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것은 한 가지를 의미한다.

사내와의 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

바로 그때였다.

"안녕하세요."

사내가 싱긋 웃으며 인사했다.

"저는 강림이라고 합니다."

제300화

300.

"...강진석이라고 합니다."

강진석은 강림의 인사에 잠시 멈칫했다가 인사에 답했다.

그러고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누구지?'

강림이라니?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다른 연합에서 온 건가?'

강진석이 모두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 시험을 참관하는 체르딘 연합 법칙들은 전부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다른 연합에 소속된 법칙이 아닐까 싶었다.

'...아니라면?'

확신할 수는 없다.

화령이 말했다.

모든 법칙이 연합에 소속된 것은 아니라고.

오히려 연합에 소속되지 않은 조직과 법칙들이 더 많다고.

바로 그때 강림이 이어 말했다.

"제가 찾고 있는 것이 있는데...."

말끝을 흐린 강림이 시선을 살짝 내렸다.

그리고 강진석은 알 수 있었다.

강림의 시선이 혼돈의 구에 향해 있다는 것을.

"저에게 아주 중요한 물건이라서요."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강림은 혼돈의 구를 원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혼돈의 구를 지킬 수 있을까?

오래 생각할 필요 없었다.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격차가 크다.

그런데 어찌 지키겠는가?

지금 중요한 것은 혼돈의 구를 지킬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혼돈의 구를 넘겨줬을 때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였다.

"오른손에 들고 계신 그것 좀 잠시 주실 수 있을까요?"

이내 강림이 예상대로 혼돈의 구를 요구했다.

잠시라고 했다.

진짜 잠시일까?

그러나 진짜든 아니든 강진석은 거부할 수 없었다.

"여기 있습니다...."

강진석은 조심스레 혼돈의 구를 날려 보냈다.

"감사합니다."

강림은 감사를 표하며 혼돈의 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혼돈의 구가 사라지더니 강림의 손 앞에 나타났다.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 어떻게.'

공간이동을 시킨 걸까?

그러나 공간이동의 전조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냥 빠르게 가져온 것일까?

'내가 보지 못할 정도의 속도라고?'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바로 그때.

강림의 양손에 빛이 서렸다.

이어 혼돈의 구에서 자그마한 구슬이 빠져나왔다.

구슬에서는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혼돈의 구가 아니라 저거였나...?'

강림이 원하는 게 혼돈의 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혼돈의 구가 아니라 혼돈의 구에서 빠져나온 구슬이라면?

'...돌려줄까?'

혼돈의 구를 돌려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강림이 감사를 표하며 말했다.

"감사의 의미로 이걸 좀 강화해 드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

강림의 말에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혼돈의 구를 강화해 주겠다니?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어떻게 강화해 주겠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강진석은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강림을 보았고 이내 강림의 양손에 다시 빛이 서렸다.

그리고 이어 혼돈의 구에도 빛이 서렸다.

"...!"

그와 동시에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연결이 끊겼어?'

원래 강진석은 각인을 통해 혼돈의 구와 연결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혼돈의 구에 빛이 서린 순간 연결이 끊겼다.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살짝 불안한 표정으로 강림과 혼돈의 구를 바라보았다.

이내 혼돈의 구에 서린 빛이 사라졌다.

"강화 때문에 잠시 각인을 지웠습니다. 강화는 끝났고 다시 각인하시면 됩니다."

강림의 말에 강진석은 불안함을 떨쳐낼 수 있었다.

혹시나 했는데 혹시나로 끝났다.

그리고 이어 강림이 혼돈의 구를 던졌고 강진석은 조심스레 혼돈의 구를 받았다.

"...!"

그 순간 혼돈의 구의 정보가 머릿속에 떠올랐고 강진석은 경악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혼돈의 구는 엄청난 변화를 맞이했다.

강화 전 혼돈의 구에 저장할 수 있는 무구는 10가지였다.

그런데 강화로 인해 저장 슬롯이 대폭 늘어났다.

무려 30개로.

그뿐만이 아니다.

전에는 한 번 저장하면 다시 꺼내는 게 불가능했다.

흡수하는 순간 끝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추출할 수 있다.

물론 100% 온전히 추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추출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이건 진석 님의 재능이 뛰어나 드리는 자그마한 선물입니다."

혼돈의 구에 감탄하고 있던 강진석은 귓가에 들리는 강림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강림이 책과 환약을 던졌다.

강진석은 혼돈의 구를 받을 때처럼 조심스레 책과 환약을 받았다.

책에 대한 정보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환약에 대한 정보는 떠올랐다.

<아르가로스의 단약>

최상위 법칙 아르가로스가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단약이다.

복용 시 막대한 장악력, 기운을 얻을 수 있다.

"...!"

정보를 확인한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최상위 법칙?'

아르가로스가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는 쓰여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건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아르가로스가 최상위 법칙이라는 점이었다.

최상위 법칙이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단약이라니?

스윽.

강진석은 강림을 보았다.

'대체....'

강림의 정체가 더더욱 궁금해졌다.

그러나 물을 수 없었다.

물으면 안 될 것 같은 직감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강림이 입을 열었다.

"저에 대한 이야기는...."

강림은 말끝을 흐리며 잠시 침묵했다.

굳이 뒷말을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이해했습니다."

강진석이 답했고 강림이 싱긋 웃었다.

"그럼."

이어 강림이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등장했을 때처럼 공간을 찢어 사라졌다.

"...."

강진석은 멍하니 강림이 사라진 공간을 바라보았다.

이내 공간이 닫혔고 정신을 차린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꿈인가.'

조금 전 있었던 일들이 꿈만 같았다.

그러나 꿈이 아니다.

강화된 혼돈의 구 그리고 책과 단약이 바로 그 증거였다.

'일단 각인부터 하자.'

강진석은 혼돈의 구에 피를 흡수시켰다.

그러자 혼돈의 구에 수많은 문양이 나타났다.

'문양도 늘어났네.'

강화됐기 때문일까?

처음 각인했을 때보다 훨씬 많은 문양이 등장했다.

강진석은 혼돈의 구를 쥐었다.

스아앗....

얼마 뒤 문양이 사라지며 각인이 끝났다.

각인이 끝나자마자 강진석은 혼돈의 구에서 손을 뗀 뒤 책과 단약을 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단약을 복용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전에 책부터 확인해야 했다.

'...수련서일까?'

확실한 것은 아니다.

수련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 서적일 확률은 더더욱 낮았다.

강진석은 기대와 걱정이 반반 섞인 눈빛으로 책을 펼쳤다.

그와 동시에 책에 쓰여 있던 문자들이 빛나기 시작했고 강진석의 머릿속에 정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책의 정체는 수련서였다.

"...."

강진석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나 같이 전부 수준 높은 정보였다.

'...이게 무슨 소리지?'

얼마나 수준이 높냐면 강진석이 이해할 수 없는 정보들이 다수였다.

그렇다고 쓸모없다는 뜻은 아니다.

이해할 수 있는 소수의 정보만 해도 아주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정보들은 시간이 지나면 깨닫게 될 확률이 매우 높았다.

강진석은 수련서를 덮었다.

그러고는 아공간에 수련서를 넣으며 생각했다.

'이건 자주 봐야겠어.'

한두 번으로는 안 될 것 같았다.

강해질 때마다, 깨달음이 필요할 때마다 봐야 할 것 같았다.

강진석은 이어 단약을 보았다.

'엄청나겠지?'

최상급 법칙이 만든, 그것도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단약이다.

현재 강진석이 가지고 있는 그 어떤 영약보다 효과가 뛰어날 것이다.

그래서 기대가 됐다.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강진석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바로 단약을 삼켰다.

단약은 식도를 따라 내려가며 순식간에 녹아내렸고 거대한 기운 덩어리로 바뀌었다.

이어 덩어리에서 기운이 쭉쭉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덩어리에서 흘러나온 기운은 일곱 갈래로 나뉘었고 죽음, 어둠 등 일곱 속성이 자리 잡은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일곱 속성은 단약의 기운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성장하는 일곱 기운을 보며 생각했다.

'성장 속도가 무슨.'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곧 두 번째 갈림길에 도달할 것 같았다.

그것도 일곱 속성 전부.

'괜히 복용했나?'

단약의 기운은 처음과 비교해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일곱 속성 전부 두 번째 갈림길을 마주한다고 해도 단약의 기운은 많이 남을 것으로 추정됐다.

문제는 갈림길을 돌파하지 않으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흡수되지 않는 단약의 기운은 어떻게 될까?

그대로 흩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으니까.'

애초에 강진석이 준비한 영약들로는 두 번째 갈림길에 도달할 수 없다.

어차피 단약을 복용해야 했다.

가장 먼저 두 번째 갈림길에 도달한 속성은 '불'이었다.

불의 두 번째 갈림길 돌파 조건은 '분체 사냥'이었다.

그리고 뒤이어 '파괴'가 갈림길에 도달했다.

파괴의 두 번째 갈림길 돌파 조건 역시 '분체 사냥'이었다.

'쉽겠지?'

그렇지 않아도 혼돈의 구 덕분에 분체와의 전투는 쉬운 편이다.

그런데 혼돈의 구가 강화됐다.

분체 사냥은 전보다 더더욱 쉬울 것으로 추정됐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세 번째로 갈림길을 마주한 것은 '물'이었다.

물의 갈림길 돌파 조건은 '버티기'였다.

이후 나머지 네 속성 역시 차례대로 두 번째 갈림길을 마주했다.

다행이라 해야 할까?

근원 찾기는 없었다.

"...!"

그리고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단약 때문이었다.

단약은 더 이상 기운을 뿜어내지 않았다.

그렇다고 흩어지지도 않았다.

상태를 유지한 채 가만히 있었다.

강진석은 활짝 웃었다.

'돌파만 하면 되겠네.'

두 번째 갈림길을 돌파하는 순간 성장 한계가 해제될 것이고 단약은 다시 기운을 뿜어낼 것이다.

'일단 불부터 돌파해 볼까.'

강진석은 불을 주시하며 심상 세계에 진입했다.

* * *

체르딘 연합 상점 5층.

5층에는 현재 카스만과 화령을 포함해 연합 소속 하위 법칙 다수가 모여 있었다.

"이제 곧이네."

"그래, 5분 남았지."

하위 법칙들은 실실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곧 시스템이 만들어 둔 장벽이 사라진다.

장벽이 사라지면 상점을 떠나 지구 곳곳을 갈 수 있다.

그것도 어디든.

"근데 어떻게 생각해?"

한창 대화를 나누던 중 화령이 물었다.

화령의 물음에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다짜고짜 어떻게 생각하냐니?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뭘?"

카스만이 반문했다.

"혼돈의 틈. 995일 뒤에 열린다잖아."

"아."

이어진 화령의 말에 카스만은 짧게 탄성을 내뱉었다.

무슨 이야기인가 했는데 혼돈의 틈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카스만의 탄성에 화령이 이어 말했다.

"공허의 틈이나 공허 지대도 아니고 혼돈의 틈인데 다른 연합에서 도우려 할까? 강진석도 영입 못 했는데?"

이전에는 시험이 끝난 뒤 공허의 틈이나 공허 지대가 연결됐었다.

그래서 막는 것도 수월했다.

그런데 시험이 비정상적으로 빨리 끝났기 때문일까?

공허의 틈이나 공허 지대가 아닌 혼돈의 틈이 연결될 예정이었다.

혼돈의 틈에서 쏟아져 나올 혼돈의 존재들.

그들의 침공을 막을 수 있을까?

다른 연합의 도움 없이?

"음...."

카스만은 침음을 내뱉었다.

솔직히 카스만도 걱정되기는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혼돈의 틈이 열릴 때 활동할 수 있는 법칙은 하위 법칙들뿐이다.

중위 법칙 이상은 나설 수 없다.

인과율 때문이었다.

다른 세계, 차원의 존재인 중위 법칙들이 개입하면 인과율이 뒤틀린다.

물론 인과율을 무시하고 나설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혼돈의 틈이 아니라 더 안쪽의 존재들이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시스템에 의해 지구가 강화됐다고 해도 초토화될 확률이 농후했다.

그런데 화령의 말대로 강진석을 영입하지 못한 다른 연합에서 굳이 지구를 지키려 할까?

이내 생각을 마친 카스만이 입을 열었다.

"지구 인간들을 믿어봐야지."

혼돈의 틈이 열리기까지 많은 시험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구 인간들은 성장력이 뛰어나다.

"강진석도 있고."

무엇보다 강진석.

강진석은 전례 없는 성장 속도를 보이며 법칙이 되었다.

시스템 지원이 끝났으니 지금과 같은 성장 속도는 보일 수 없겠지만 그래도 혼돈의 틈이 열릴 때까지 엄청난 성장을 할 것이다.

강진석과 함께라면 혼돈의 틈이 연결된다고 해도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스아앗!

상점 건물에 빛이 서렸다.

그리고 카스만을 포함해 모두가 눈을 번뜩였다.

시스템 장벽이 사라졌다.

"다들 자리로 가자고."

화령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

화령이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

화령뿐만이 아니다.

뒤따라 일어나던 카스만 역시 움직임을 멈췄고 함께 있던 하위 법칙들 전부 멈췄다.

그도 그럴 것이 상점 근처에 중위 법칙으로 추정되는 존재가 나타났다.

그리고 천천히 상점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체르딘 연합 소속이 아니다.

연합 소속이었다면 밖에 있을 수가 없다.

즉, 다른 연합에서 온 게 분명했다.

지금 상황에 중위 법칙이 왜 나타났을까?

좋은 일로 온 것일까?

아니면 좋지 않은 일로?

어떤 일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저 그런 일로 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카스만과 화령 그리고 하위 법칙들은 전부 1층 입구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뒤 1층 입구를 통해 중위 법칙이 들어왔다.

중위 법칙의 얼굴을 확인한 카스만과 화령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강진석이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강진석이 싱긋 웃으며 인사했다.

"어, 어떻게...."

카스만은 인사에 답하지 못했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떻게 강진석이 중위 법칙에 버금가는 기운과 격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주, 중위 법칙이 되신 겁니까?"

화령이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아니요. 아직 여섯 번째 갈림길도 마주하지 못했습니다."

"그, 그 말은 다섯 번째 갈림길을 돌파하셨다는...."

"네, 맞습니다."

강진석은 화령의 말에 답하며 생각했다.

'그분에 대한 이야기는 안 하는 게 좋겠지.'

강림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힘과 격을 얻을 수 있었을까?

아니, 결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강림에 대한 이야기는 할 수 없다.

바로 그때 화령이 중얼거렸다.

"...혼돈의 틈은 문제없겠네요."

직전까지 혼돈의 틈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강진석을 보니 혼돈의 틈은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았다.

다른 연합 도움 없이도 가뿐히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 *

혼돈의 틈 17구역.

17구역에는 현재 분노의 짐승 데이르, 절망의 짐승 크리마스 등 수많은 혼돈의 존재가 모여 있었다.

평소라면 서로를 물고 뜯었을 것이다.

그러나 혼돈의 존재들은 서로를 향해 적의를 표출할 뿐 행동하지는 않았다.

이들이 행동하지 않는 이유는 허공에 나타난 거대한 포털 때문이었다.

포털은 열려 있지 않았다.

굳게 닫혀 있었다.

그러나 조만간이다.

곧 포털이 열릴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모든 혼돈의 존재가 고개를 휙 돌려 한쪽을 보았다.

쩍!

그리고 시선이 모인 곳의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존재가 걸어 나왔다.

혼돈의 존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다시 고개를 휙 돌려 벌벌 떨기 시작했다.

"쯧, 모자란 것들."

갈라진 공간에서 나온 아크린은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분체에 이리 겁을 먹어서야."

아크린은 본체로 온 게 아니다.

전력의 5% 수준의 허약한 분체였다.

그럼에도 벌벌 떠는 혼돈의 존재들을 보니 한숨이 나왔다.

스윽.

아크린은 고개를 돌려 허공에 떠오른 포털을 보았다.

'심상치 않은 곳이겠지.'

혼돈의 틈에 통로가 생긴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즉, 연결된 장소가 외우주인지 내우주인지는 모르겠지만 쉽게 박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그그극!

바로 그때 포털이 준동했다.

그리고 닫혀 있던 포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혼돈의 존재들은 앞다퉈 포털을 향해 달려 나갔다.

'...호오?'

아크린은 감탄을 내뱉었다.

당연히 혼돈의 존재들 때문은 아니다.

아크린이 감탄을 내뱉은 이유는 포털 건너편에서 빠르게 날아오는 강력한 기운 때문이었다.

이내 강력한 기운은 포털을 넘어왔고 아크린은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벼락?'

포털을 넘어온 강력한 기운은 검붉은 벼락이었다.

검붉은 벼락은 가장 선두에 있던 혼돈의 존재에게 작렬하며 폭발했다.

쩌저적!

그리고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뒤에 있던 혼돈의 존재들을 불태웠다.

그렇게 순식간에 수십에 달하는 혼돈의 존재가 소멸했고 아크린은 생각했다.

'이 정도면 최소 중위 법칙이 움직인 건데....'

파괴력을 보니 검붉은 벼락은 중위 법칙이 날린 것으로 추정됐다.

그래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인과율은 그대로인데?'

인과율에 따라 포털의 크기와 내구도가 달라진다.

그런데 포털의 크기, 내구도를 보면 중위 법칙은 존재하지 않아야 했다.

그러나 벼락은 분명 최소 중위 법칙이 날린 것이다.

'이 녀석들 무슨 수를 쓴 거야?'

아크린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바로 그때.

검붉은 벼락이 하나 더 날아왔다.

쩌저적!

그리고 폭발하며 머뭇거리던 혼돈의 존재 수십이 또 소멸했다.

이어 포털이 닫히기 시작했다.

머뭇거리던 혼돈의 존재들은 포털이 닫히기 시작하자 다시 포털로 향했다.

그러나 검붉은 벼락이 하나 더 날아왔고 포털로 향하던 혼돈의 존재 수십이 또 소멸했다.

"...."

아크린은 말없이 포털을 바라보았다.

원래는 포털을 넘어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 넘어가봤자 죽는다.

검붉은 벼락을 날리는 존재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분체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이내 포털이 완전히 닫혔고 살아남은 혼돈의 존재들은 머뭇거리다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아크린은 공간을 갈라 본체가 있는 본부로 향하며 생각했다.

'...어떻게 된 건지 알아봐야겠군.'

* * *

제주도 한라산 정상.

한라산 정상에는 거대한 포털이 있었다.

물론 포털의 상태는 정상적이지 않았다.

서서히 닫히고 있었다.

이내 포털이 사라졌고 강진석은 함께 있던 카스만, 화령에게 물었다.

"...혹시 끝난 건가요?"

포털이 닫히면 끝이라고 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나 빨리 닫혔다.

그래서 진짜 끝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변수가 생긴 것인지 궁금했다.

"...예."

"...고생하셨습니다."

이내 카스만과 화령이 답했다.

두 법칙의 답에 마음이 한결 편해진 강진석은 포털이 있던 자리를 보며 생각했다.

'근데 그 녀석은 왜 안 움직였을까.'

포털 건너편, 혼돈의 틈에는 강진석도 쉽게 볼 수 없는 존재가 있었다.

그런데 그 존재는 다른 혼돈의 존재들과 달리 움직이지 않았다.

카스만, 화령처럼 가만히 상황을 바라보기만 했다.

'무슨 이유든.'

이미 포털은 닫혔다.

더 이상 신경 쓸 필요 없다.

바로 그때였다.

"혹시 앞으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카스만이 물었다.

"음...."

강진석은 카스만의 물음에 침음을 내뱉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이내 생각을 마친 강진석이 답했다.

"일단 쉴 생각입니다."

시험이 시작됐을 때에는 생존이 목표였다.

그리고 시험이 종료된 후에는 혼돈의 틈 저지가 목표였다.

두 목표를 이룬 지금 강진석은 딱히 생각해 둔 목표가 없었다.

우선 아무 생각 없이 수련하며 쉬고 싶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상부에는 휴식하시는 걸로 보고하겠습니다."

카스만의 말에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두 분 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카스만과 화령이 인사에 답했고 이어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두 법칙이 떠난 뒤 강진석은 근처에 만든 거처로 향했다.

거처에 도착한 강진석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아공간을 열어 5성 어둠을 꺼내 흡수하며 생각했다.

'2년 뒤 시작된다고 했지.'

카스만, 화령에게는 일단 쉬겠다고 했지만 기약 없이 쭉 쉴 생각은 아니었다.

강림에게 받은 책에는 어느 한 '시험'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

오늘을 기준으로 정확히 2년 뒤에 열리는, 하위 법칙만 참가할 수 있는 시험이었다.

이미 웬만한 중위 법칙보다 강한 강진석이 굳이 그 시험에 참가하려는 이유는 강림 때문이었다.

책에는 시험에 참가하면 다시 강림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쓰여 있었다.

그리고 강진석이 강림을 보려 하는 이유는 직감 때문이었다.

강림을 다시 만나야 한다고 직감이 강렬하게 말하고 있었다.

'지금은 뭔가를 볼 수 있을까?'

처음 강림을 만났을 때에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지금은 어떨까?

'...기대되네.'

강진석은 기대 가득한 얼굴로 다른 세계에서 만나게 될 강림과의 만남을 떠올리며 수련에 빠져들었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