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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6 - 250-260

제250화

250.

결정을 내린 드렉시로안은 바로 행동에 옮겼다.

드렉시로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구석에 있는 통신 거울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거울에 기운을 주입했다.

스아악!

거울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스아앗!

얼마 뒤 어둠이 사라지고 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카타렌 님을 뵙습니다."

-무슨 일인가?

"이번 시험에서 엄청난 인재를 찾았습니다. 체르딘 연합에서 점 찍어둔 인재인데...."

* * *

-칠성이는 지금 육체 확인하고 있어.

-곧 끝날 것 같아.

"그래, 고생했다."

-고생은, 하고 나니까 알겠더라.

-오빠가 얼마나 큰 고통을 감내했는지.

강진석은 강나연의 말에 싱긋 웃었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지금이라면 4차 제약 침공자도 쉽게 잡을 수 있을 거야. 물론 혼자서 잡을 생각은 하지 말고 칠성이랑 같이 힘 합쳐서 잡아. 녀석들 위치는 지윤 님한테 말씀드려놨어."

-알겠어.

-근데 오빠는?

-탐색 거의 끝났다며.

강진석은 강나연의 질문에 전방을 보았다.

강나연의 말대로 한반도 탐색은 거의 끝났다.

남은 곳은 이제 함경북도 뿐이었다.

문제는 2가지.

아직 5차 제약 침공자를 만나지 못했다.

즉, 5차 제약 침공자는 함경북도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두 번째는 함경북도에 퍼져 있는 기운이 어떤 기운인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직접 알아보는 수밖에 없겠지.'

진입하면 메시지를 통해 언급될 것이다.

어떤 기운인지.

생각을 마친 강진석은 입을 열었다.

"나도 탐색 끝나는 대로 합류할 생각이야. 그러니까 너무 무리하지는 마."

-오케이, 알겠어.

"그럼 나중에 연락하자."

-응!

강나연과 통화를 마친 강진석은 핸드폰을 인벤토리에 보관 후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함경북도로 진입했다.

그와 동시에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메시지를 통해 기운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다렉의 지대에 입장하셨습니다.]

"...?"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고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기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기운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다렉이 누굴까.'

강진석은 메시지에 나온 '다렉'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했다.

'일단 지배자 같은데.'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다렉은 이곳을 지배하는 '보스'로 추정됐다.

'...5차 제약 침공자일까?'

함경북도에는 5차 제약 침공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즉, 다렉이 5차 제약 침공자일 가능성이 있다.

강진석은 다렉에 대해 생각하며 근처에 있는 기운 덩어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메시지로 파악이 불가능하니 직접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기운 덩어리에 손이 닿은 순간.

그그극!

기운이 손을 파고들기 위해 맹렬히 움직였다.

물론 목적을 이루지는 못했다.

정체불명의 기운은 맹렬히 움직였으나 강진석이 손에 두른 기운도 뚫지 못했다.

이내 힘을 다한 기운이 사라졌다.

그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 '파괴의 기운'이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생성 메시지였다.

그리고 퀘스트명을 통해 강진석은 기운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파괴?'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어 퀘스트 '파괴의 기운'을 확인했다.

<파괴의 기운>

파괴의 길을 걷고 있는 초월자 다렉.

다렉은 자신의 영역 곳곳에 기운을 퍼트려 자신의 힘을 늘리는 중이다.

파괴의 기운을 제거해 다렉의 영역 성장을 억제하고 약화시켜라!

[제거된 파괴의 기운 : 1%]

퀘스트 보상 : ???

"...!"

퀘스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생각지도 못한 정보가 쓰여 있었다.

바로 다렉에 대한 정보였다.

'맞네, 5차 제약 침공자.'

다렉은 초월자였다.

거기다 파괴의 길은 걷는다는 것은 '지배'를 습득했다는 뜻이었다.

즉, 다렉은 5차 제약 침공자가 분명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파괴의 기운 덩어리들을 보았다.

'웬만한 수준으로는 진입하자마자 죽겠지.'

강진석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아주 큰 위협이다.

얼마나 큰 위협이냐면 닿자마자 죽을 것이다.

영혼 각성을 마친 강나연이나 육체 제련을 마친 김칠성도 마찬가지다.

버틸 수 없다.

즉, 파괴의 기운은 혼자서 제거해야 했다.

'얼마나 걸리려나.'

강진석은 손을 들었다.

지지직!

그러고는 흑뢰를 방출했다.

* * *

다렉의 거처.

"...."

다렉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허공을 응시할 뿐이었다.

이런 다렉의 반응에 함께 있던 데사르와 풀리베니아는 숨이 막혔다.

'대체 무슨 일이....'

'어째서 저런 표정을 짓고 계신 걸까.'

두 존재는 다렉의 심복이었다.

여태껏 다렉의 표정을 다양하게 보았다.

그런데 지금 짓고 있는 표정은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이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인지 너무나 궁금하고 걱정됐다.

"후."

이내 다렉이 한숨을 시작으로 입을 열었다.

"데사르, 풀리베니아."

"예, 다렉 님."

"부르셨나이까."

데사르와 풀리베니아는 기다렸다는 듯 부름에 답했고 다렉이 이어 말했다.

"남쪽에 있는 내 기운이 소멸됐다. 그것도 30% 정도가."

"...!"

"...!"

데사르와 풀리베니아는 경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다렉이 말한 기운은 '파괴의 기운'을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거기다 남쪽이라면 다렉이 신경 써서 만든 기운들이었다.

그런데 소멸됐다니?

"아마 레아스가 말했던 그 인간의 짓 같은데...."

다렉은 말끝을 흐리며 잠시 생각하고는 이어 말했다.

파괴의 기운을 소멸시키고 있는 존재는 예전 레아스가 말했던 '인간'으로 추정됐다.

"가서 어떤 녀석인지 파악만 하고 돌아와라."

기운이 소멸되는 속도를 보면 그 '인간'은 레아스가 말했던 것처럼 보통이 아니다.

데사르와 풀리베니아가 전력을 다해도 상대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알겠습니다."

"옙!"

다렉의 말에 데사르와 풀리베니아가 비장한 표정과 목소리로 답했다.

그리고 바로 거처를 떠났다.

홀로 남은 다렉은 오른손으로 턱을 괴며 생각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인간의 수준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그러나 충돌하게 될 것이 뻔했다.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 * *

그그극!

파괴의 기운이 소멸됐다.

그리고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어 퀘스트 '파괴의 기운'을 확인했다.

<파괴의 기운>

파괴의 길을 걷고 있는 초월자 다렉.

다렉은 자신의 영역 곳곳에 기운을 퍼트려 자신의 힘을 늘리는 중이다.

파괴의 기운을 제거해 다렉의 영역 성장을 억제하고 약화시켜라!

[제거된 파괴의 기운 : 50%]

퀘스트 보상 : ???

'이제야 절반....'

수많은 기운을 제거했다.

그럼에도 아직 절반밖에 제거하지 못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

금방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기운의 숫자가 많았다.

바로 그때였다.

"...!"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초감각 끝자락에 나타난 강렬한 기운 때문이었다.

'다렉?'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다렉이었다.

'아니야, 다렉은 아니야.'

그러나 감지된 강렬한 기운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렉이라 하기에는 기운의 크기가 작았다.

두 기운 다 게드락스와 비슷했다.

'다렉의 부하인가.'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다렉의 부하로 추정됐다.

강진석은 바로 방향을 틀어 두 기운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거리가 가까워졌고.

[폭발의 데사르가 나타났습니다.]

[퀘스트 '폭발의 데사르'가 생성됐습니다.]

[잠식의 풀리베니아가 나타났습니다.]

[퀘스트 '잠식의 풀리베니아'가 나타났습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통해 두 존재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폭발과 잠식이라는 이명을 가진 존재들이었다.

강진석은 계속 거리를 좁히며 퀘스트창을 열었다.

<폭발의 데사르>

사크라 일족의 왕자이자 다렉의 심복인 데사르.

데사르는 영혼을 두 번 각성했다.

.

.

데사르를 처치하라!

[폭발의 데사르 : X]

퀘스트 보상 : ???

<잠식의 풀리베니아>

마두렌 일족의 왕자이자 다렉의 심복인 풀리베니아.

풀리베니아는 영혼을 두 번 각성했다.

.

.

풀리베니아를 처치하라!

[잠식의 풀리베니아 : X]

퀘스트 보상 : ???

퀘스트를 통해 강진석은 데사르와 풀리베니아의 정확한 신분을 알 수 있었다.

두 존재는 다렉의 심복이었다.

'일족의 왕자들이 심복이 될 정도면....'

그리고 데사르는 물론 풀리베니아 역시 일족의 왕자였다.

신분이 낮지 않았다.

약한 것도 아니다.

두 존재 다 영혼을 두 번 각성했다.

신분도 높고 힘도 강하다.

그런 두 존재가 심복이 될 정도라면 다렉 역시 평범한 존재는 아닐 것이다.

'하기야 5차 제약 침공자니까.'

다렉이 평범한 존재가 아닌 것은 당연한 것이긴 했다.

5차 제약 침공자를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존재가 얼마나 있겠는가?

카스만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미리 잡는 게 좋겠지.'

데사르와 풀리베니아가 강하긴 하지만 목숨에 위협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다렉과 함께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지금보다 훨씬 위협적으로 변할 것이다.

즉, 다렉과 떨어져 있는 지금 처리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강진석은 바로 데사르와 풀리베니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거리가 빠르게 가까워졌고 데사르와 풀리베니아 역시 강진석을 인지했는지 이동을 멈춘 채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도망을 쳐?'

데사르와 풀리베니아가 도망치기 시작했다.

문제는 함께 도망치는 게 아니라 각기 다른 방향으로 도망치고 있다는 점이었다.

강진석은 잠시 고민했다.

동시에 뒤를 쫓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구의 뒤를 쫓아야 할까?

고민 끝에 강진석은 조금 더 느린 '데사르'의 뒤를 쫓기로 결심하고 방향을 틀었다.

거리는 빠르게 좁혀졌다.

데사르 역시 도망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도망을 멈췄다.

그리고 기운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데사르를 마주할 수 있었다.

데사르는 강진석을 보자마자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강진석은 느낄 수 있었다.

주변 공간이 뒤틀리는 것을.

그리고 폭발하려는 것을.

강진석은 바로 공간에 개입했다.

그러자 뒤틀리던 공간이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러나 공간만 복원됐을 뿐 폭발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스앗!

스앗!

곳곳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그러나 공간의 뒤틀림을 막았기 때문일까?

폭발의 위력은 매우 약했다.

시야에 살짝 방해가 될 뿐 그 외에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이내 폭발로 발생한 빛이 사라졌고 시야를 되찾은 강진석은 데사르를 보았다.

데사르는 무척이나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모습 때문이 분명했다.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데사르가 그랬던 것처럼 손을 뻗었다.

그리고 흑염뢰가 한 줄기 빠져나와 데사르에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강진석은 데사르가 도망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변 공간을 뒤틀었다.

피할 방법이 없을 깨달은 데사르는 인상을 구겼다.

그리고 품 안에서 작은 구슬을 꺼냈다.

스아앗!

이어 구슬이 깨지며 데사르를 감싸는 장막이 나타났다.

반투명한 붉은 장막이었다.

그리고 장막에서는 놀랍게도 공간과 불이 가득 느껴졌다.

그것도 강진석도 쉽게 볼 수 없는 수준의.

이내 그 위로 흑염뢰가 작렬했다.

제251화

251.

쩌적... 쩍....

그리고 장막에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더 보지 않아도 결과를 알 수 있었다.

흑염뢰는 장막을 뚫지 못할 것이다.

물론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흑염뢰는 하나만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강진석은 흑염뢰를 하나 더 뽑아 날렸다.

두 번째 흑염뢰가 장막에 작렬했고.

쩡!

이내 장막이 깨지며 기운이 다한 첫 번째 흑염뢰와 기운이 넘치는 두 번째 흑염뢰가 데사르에게 작렬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느낄 수 있었다.

데사르의 기운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것을.

그리고 한 가지 더.

'죽지는 않겠네.'

흑염뢰에 피해는 볼지언정 죽지 않는다는 것도.

강진석은 다크닐에 흑염뢰를 둘렀다.

그리고 데사르에게 다가갔다.

멀리서 흑염뢰를 날려도 죽일 수는 있다.

그러나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강진석은 단숨에 몰아붙여 죽이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킬 생각이었다.

이내 강진석이 코앞에 도착했고 그 순간 흑염뢰가 기운을 다해 사라졌다.

그리고 강진석은 바로 다크닐을 휘둘렀다.

데사르는 팔을 들었다.

스아악!

그 순간 데사르의 팔찌가 빛나며 보호막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보호막 위로 다크닐이 작렬했다.

쩡!

보호막은 단숨에 파괴됐다.

"...!"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다크닐에 담았던 모든 힘이 상쇄됐기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팔찌를 힐끔 보았다.

전만큼은 아니지만 팔찌에는 여전히 빛이 남아 있었다.

'탐나는데?'

전력을 다한 공격이었는데 막혔다.

그렇다는 것은 팔찌가 보통 아티펙트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다.

강진석은 다시 다크닐을 휘둘렀다.

다시 사용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지 데사르는 보호막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스걱!

대신 데사르는 팔을 하나 희생해 거리를 벌렸다.

강진석은 따라붙지 않고 팔찌를 챙겼다.

따라붙지 않은 이유는 팔찌가 더 중요해서가 아니다.

이미 데사르가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뒤틀어 둔 상태였다.

데사르가 빠져나갈 수 있는 방향은 단 한 곳.

강진석이 있는 방향이었다.

즉, 데사르가 도망치려면 어차피 강진석을 지나쳐야 한다.

굳이 따라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팔찌를 쥐자 머릿속에 정보가 떠올랐다.

<사크라의 팔찌>

1. 의지 발현 시 '사크라의 보호막' 발동

2. 적 처치 시 기운 축적

.

.

7. 공간 내성 증가

8. 불 내성 증가

'이야....'

강진석은 팔찌의 정보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보호막 말고도 쓸 만한 옵션이 많았다.

정보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인벤토리에 팔찌를 보관 후 데사르를 보았다.

데사르는 뒤틀린 공간을 뚫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뒤틀린 공간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근데 어떻게 회복한 거지?'

강진석은 잘렸던 데사르의 팔을 보았다.

분명 잘렸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새로 자라나 있었다.

'아티펙트는 아닌 것 같은데 종족 특성인가?'

강진석은 팔에 대해 생각하며 데사르에게 다가갔다.

데사르는 강진석이 다가오자 공간 뚫는 것을 포기하고 뒤로 돌아섰다.

뒤로 돌아선 데사르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무척이나 어두웠다.

하기야 상황을 보면 표정이 좋지 않은 게 당연했다.

이내 데사르가 양손을 뻗었다.

그러자 데사르의 손을 시작으로 공간이 일그러지며 폭발이 발생했다.

당연하게도 강진석은 일그러진 공간을 다시 되돌려 폭발의 위력을 약화시켰다.

약화된 폭발은 강진석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고, 코앞에 도착한 강진석은 다크닐을 휘둘렀다.

데사르는 이번에도 팔을 들었다.

그러나 팔찌의 보호막도 없는 상황이었고 팔을 하나 내주고 벗어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스걱!

팔은 단숨에 날아갔고 이어 다크닐은 목으로 향했다.

데사르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몸을 숙였다.

그러나 세 번째 육체 제련을 마친 강진석의 육체 능력은 데사르와 비할 바가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데사르의 모든 행동이 뻔히 보였고 대응도 가능했다.

강진석은 다크닐의 방향을 틀어 몸을 숙인 데사르의 목을 베었다.

스걱!

그렇게 데사르의 목이 떨어졌고.

[폭발의 데사르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15억 상승합니다.]

[폭발의 정수를 5개 획득하셨습니다.]

.

.

데사르가 죽으며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러나 강진석은 메시지에 집중할 수 없었다.

데사르가 죽으며 남긴 전리품 때문이었다.

전리품 중 3가지가 엄청난 기운을 갖고 있었다.

'왕자라 그런가?'

데사르는 팔찌도 그렇고 참으로 좋은 물건들을 가지고 있었다.

강진석은 기대감이 가득한 얼굴로 전리품의 정보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폭발 수련구>

폭발 법칙 사크라가 만든 수련구다.

소유 시 폭발을 증폭시킬 수 있다.

"...!"

정보를 확인하자마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폭발 법칙?'

데사르는 사크라 일족의 왕자였다.

즉, 절대적 존재의 혈육이라는 뜻이었다.

'음....'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사크라가 얼마나 강한지 모른다.

만약 사크라가 데사르의 복수를 하려 한다면?

'다음에 한 번 여쭤봐야겠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조만간 또 카스만을 만날 것 같았다.

그때 사크라에 관해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강진석은 전리품 확인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곧 확인이 끝났고 강진석은 메시지를 확인했다.

[폭발의 데사르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15억 상승합니다.]

[폭발의 정수를 5개 획득하셨습니다.]

.

.

자체 보상도 어마어마했고 퀘스트 보상도 어마어마했다.

그중 가장 놀라운 보상은 '폭과'라는 과일이었다.

<폭과>

사크라가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 낸 과일이다.

복용 시 폭발을 이해할 수 있다.

폭과는 폭발 법칙 사크라가 만들어 낸 과일이었다.

그리고 복용 효과는 폭발의 이해 습득이었다.

'폭발도 있었구나?'

앞서 사카라 부족에서 습득한 '죽음'과 마찬가지로 폭발 역시 특별 스킬창에 없는 속성이었다.

그래서 기대가 됐다.

어떤 속성일지.

강진석은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폭과를 섭취했다.

[폭과를 섭취하셨습니다.]

[폭발을 이해하셨습니다.]

[스킬 '폭발의 이해'를 습득하셨습니다.]

그러자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운용까지 습득되길 바랐지만 아쉽게도 이해가 끝이었다.

'더 먹으면 운용도 가능할 것 같은데.'

아쉽게도 보상으로 주어진 폭과는 1개뿐이었다.

더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상태였다.

'데사르도 비밀 창고를 가지고 있으려나?'

데사르는 다렉의 부하였지만 그래도 4차 제약 침공자였다.

그것도 영혼을 두 번 각성한 강자였다.

개인 창고를 가지고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강진석은 부디 데사르의 창고가 있기를 그리고 그곳에 폭과가 있기를 기원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데사르를 쫓아 꽤나 먼 곳까지 왔다.

그렇다고 파괴의 기운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곳에도 많은 파괴의 기운 덩어리가 있었다.

'여기서부터 시작하자.'

굳이 돌아가 시작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강진석은 파괴의 기운 덩어리를 향해 흑뢰를 방출하며 왔던 길을 돌아가기 시작했다.

* * *

"...."

다렉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불신 가득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바로 데사르의 죽음이었다.

다렉은 데사르와 풀리베니아에게 파악만 하고 돌아오라고 했다.

그런데 데사르가 죽다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보물을 쓰고도 죽은 건가? 아니면 쓸 틈도 없이?'

데사르는 사크라 일족의 왕자였다.

물론 일족을 이끄는 후계자는 아니었다.

그래도 왕족이었기에 사크라 일족의 보물을 가지고 있었다.

다렉도 쉽게 감당할 수 없는 보물이었다.

그 보물을 쓰고 죽은 것인지 아니면 그 보물을 쓰지 못하고 죽은 것인지 궁금했다.

얼마 뒤 풀리베니아가 도착했다.

"데사르가 죽었다."

다렉은 바로 데사르의 죽음을 알렸다.

"...!"

풀리베니아는 놀란 얼굴을 했다.

그러나 불신하지는 않았다.

그 모습에서 다렉은 알 수 있었다.

풀리베니아 또한 데사르의 죽음을 예상하고 있었음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다렉이 물었다.

그러자 풀리베니아가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는 답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약속한 대로 방향을 잡아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끝입니다."

"으음...."

이내 풀리베니아의 답이 끝났고 다렉은 나지막이 침음을 내뱉었다.

풀리베니아와 대화하면 뭔가를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풀리베니아가 아는 것은 2가지뿐이었다.

인간이라는 것.

그리고 영혼 각성을 최소 세 번 했다는 것.

그것 말고는 풀리베니아 역시 아는 게 없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위험한데....'

다렉은 손가락을 까딱이며 고민했다.

바로 그때였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제 시선에서는 다렉 님과 동급으로 느껴졌습니다."

풀리베니아가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말했다.

"...!"

고민에 잠겨 있던 다렉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풀리베니아는 다렉의 전력을 볼 수 없다.

수준이 차이 나기에.

그래도 70% 정도는 파악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인간과 자신을 동급으로 느끼다니?

그 말은 인간의 힘이 다렉의 70%라는 뜻이었다.

그것도 최소다.

그 이상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연락해 봐야겠군.'

아무래도 레아스에게 정보를 더 얻어야 할 것 같았다.

다렉은 바로 허공에 선을 그었다.

그러자 허공이 일그러지며 거울이 생성됐다.

스아악!

이어 거울에 푸른빛이 서렸다.

스아악!

그리고 얼마 뒤 푸른빛이 붉은빛으로 바뀌었다.

"...!"

붉은빛을 본 다렉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연락을 안 받아?'

평소 심심하다고 언제든 연락하라고 했던 레아스다.

그런데 레아스가 연락을 받지 않는다?

매우 이상한 상황이었다.

'안 받는 게 아니라 못 받는 건가?'

문득 든 생각에 다렉은 미간을 찌푸렸다.

혹시 연락되지 않는 이유가 인간에게 당했기 때문이라면?

다렉은 한층 진지해진 표정으로 생각을 이어 나갔다.

'만약 레아스가 당한 거라면....'

레아스가 인간에게 죽었다면 지금까지 했던 생각을 전부 지워야 한다.

기존 생각대로 움직였다가는 레아스와 같은 결말을 맞이할 수 있다.

* * *

'드디어 끝이네.'

강진석은 후련한 얼굴로 퀘스트를 보았다.

<파괴의 기운>

파괴의 길을 걷고 있는 초월자 다렉.

다렉은 자신의 영역 곳곳에 기운을 퍼트려 자신의 힘을 늘리는 중이다.

파괴의 기운을 제거해 다렉의 영역 성장을 억제하고 약화시켜라!

[제거된 파괴의 기운 : 100%]

퀘스트 보상 : ???

드디어 조건을 충족했다.

스윽.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전방을 보았다.

'근데 아직 많이 남았는데.'

조건을 충족했을 뿐이다.

파괴의 기운을 전부 제거한 게 아니다.

아직 시야에는 많은 파괴의 기운이 남아 있었다.

시야 밖에도 많았다.

'또 퀘스트 주려나?'

강진석은 남은 파괴의 기운에 대해 생각하며 퀘스트를 완료했다.

[퀘스트 '파괴의 기운'을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스킬 '파괴의 이해'를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파괴의 운용'을 습득하셨습니다.]

[파괴 법칙 운용서 습득하셨습니다.]

"...!"

그리고 완료와 동시에 강진석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보상이 주어졌기 때문이었다.

제252화

252.

'이게 무슨....'

보상으로 파괴의 이해와 파괴의 운용이라니?

거기다 운용서까지 제공됐다.

전혀 예상치 못한 보상이었다.

예상 못 한 것은 보상뿐만이 아니다.

'한계라....'

죽음 때와 마찬가지로 지배를 습득하지 않았음에도 육체에 '파괴'가 자리 잡았다.

그리고 강진석은 자연스레 알 수 있었다.

파괴가 자리 잡으며 육체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더 이상 새로운 기운이 자리 잡을 장소가 없다는 것을.

즉, 다른 기운을 받아들이려면 기존에 있는 기운 하나를 내보내야 했다.

'흠....'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나머지는 그냥 운용 수준에서 끝내야 하나.'

지배하지 못할 뿐이다.

운용은 가능했다.

'그래, 지금도 나쁘지는 않으니까.'

어둠, 전기, 공간, 불, 물 죽음 그리고 파괴.

전부 괜찮았다.

만족스럽지 않은 속성은 없었다.

만에 하나 더 좋은, 마음에 드는 속성이 나타난다?

그때 가서 비우고 습득하면 된다.

생각을 마친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파괴 법칙 운용서를 꺼냈다.

그리고 운용서를 펼쳤다.

그와 동시에 정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

그리고 강진석은 속으로 탄식을 내뱉었다.

수련서와 달리 운용서에는 단 하나의 운용법만 쓰여 있었다.

바로 파괴를 키우는 법이었다.

파괴를 키우는 법은 간단했다.

다른 '파괴'를 흡수하면 된다.

스윽.

운용법을 완전히 체득한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남은 파괴의 기운을 보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귀찮기만 했다.

그런데 운용법을 알게 된 지금,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 강진석의 눈에 파괴의 기운 덩어리는 영약으로 보였다.

실제로도 영약이나 마찬가지였다.

'다 흡수하면 얼마나 강해지려나?'

강진석은 기대가 됐다.

시야에 있는 그리고 시야 밖에 있는 모든 파괴의 기운 덩어리를 흡수하면 자신의 파괴가 얼마나 강해질지.

강진석은 가장 가까이 있는 기운 덩어리로 다가갔다.

그리고 운용법에 나온 대로 육체 안에 있는 자신의 파괴를 내보냈다.

밖으로 나온 강진석의 파괴는 의지에 따라 다렉의 파괴를 감쌌다.

그리고 다시 강진석의 손을 통해 육체 내부로 들어와 순환하기 시작했다.

순환하며 다렉의 파괴는 다렉과의 결속이 급속도로 약해지기 시작했다.

'역시 손실이 크긴 하네.'

결속만 약해지는 게 아니었다.

결속이 약해지는 만큼 기운도 약해졌다.

이내 결속이 완전히 끊겼고 강진석은 남은 파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30% 정도라....'

처음과 비교하면 고작 30%였다.

'나쁘지 않아.'

그러나 강진석은 전혀 아쉽지 않았다.

오히려 만족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얻는데 어마어마한 재화가 들어간 게 아니다.

시간과 집중력 말고는 사용한 재화가 없다.

30%가 아니라 20%여도 만족했을 것이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남은 기운 덩어리들을 보았다.

'생각보다 만남이 늦어지겠네.'

처음에는 최대한 빠르게 기운을 제거하고 다렉을 만나러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강진석은 다렉과의 만남이 늦어지더라도 최대한 파괴를 흡수할 생각이었다.

저벅저벅.

강진석은 다음 기운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파괴를 방출했다.

* * *

"...뭐지?"

다렉은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파괴의 기운이 사라지는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혹시 지친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변수가 생긴 것일까?

'...지금이 기회 같은데.'

정확히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속도가 느려졌다는 것은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다.

즉, 지금이 인간을 처리할 기회라 할 수 있었다.

'움직일 수만 있었다면.'

다렉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제약이 풀린 건 4차 제약까지다.

5차 제약을 받은 다렉은 영역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풀리베니아만 보내기는....'

데사르와 함께라면 모를까 풀리베니아만 보내기에는 걱정이 됐다.

아무리 인간에게 문제가 생겼다고 해도 풀리베니아를 죽이지 못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근데 어떤 상태인지 보고만 오는 건 괜찮지 않을까?'

인간을 죽여야 하는 게 아니다.

생각을 하다 보니 염탐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스윽.

다렉은 풀리베니아를 보았다.

눈치를 살피고 있던 풀리베니아는 다렉의 시선에 자세를 고쳐 잡았고 다렉이 이어 말했다.

"녀석에게 문제가 생긴 것 같구나."

"...!"

다렉의 말에 풀리베니아가 눈을 번뜩였다.

그러고는 비장한 표정으로 답했다.

"명령만 내려주시면 녀석을 죽이고 오겠습니다."

"...죽일 필요는 없다."

"그러면...."

"어떤 상태인지 확인만 하고 와라. 지금이라면 물러나는 데에도 문제없을 테니. 혹여 녀석이 공격하려 하면 후퇴에 전력을 다해라. 보물도 아끼지 말고."

"예, 알겠습니다."

풀리베니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꾸벅 숙여 인사하고는 거처를 떠났다.

그렇게 풀리베니아가 떠나고 홀로 남은 다렉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거처 옆에 만든 개인 수련장으로 향했다.

인간에 의해 곳곳에 퍼트려 둔 기운이 소멸하고 있었다.

어서 힘을 회복해야 했다.

수련장 중앙에 자리 잡은 다렉은 눈을 감고 파괴를 순환하며 회복에 집중했다.

그리고 얼마 뒤.

"...!"

다렉은 불신 가득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풀리베니아가 죽어?'

바로 풀리베니아의 죽음이었다.

'이게 무슨!'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기면 후퇴하는 데 전력을 다하라고 했다.

보물도 아낌없이 사용하라고 했다.

그럼에도 죽었다니?

'...느려진 게 문제가 생겨서가 아니었나?'

문득 든 생각에 다렉은 인상을 구겼다.

느려진 이유가 문제가 생겨서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혹시 느려진 것이 전부 의도된 것이라면?

이런 상황을 노리고 의도한 것이라면?

다렉은 침을 꿀꺽 삼켰다.

'힘만 강한 녀석이 아니라는 건가....'

상황을 보니 머리도 좋은 것 같았다.

다렉은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러고는 힘을 회복하는 데 집중했다.

회복에 집중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조만간 인간을 만나게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대화로 끝날 것 같지 않았다.

* * *

[잠식의 풀리베니아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16억 상승합니다.]

[잠식의 근원을 3개 획득하셨습니다.]

.

.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왜 온 거지?'

아까 도망쳤던 풀리베니아가 다시 돌아왔다.

왜 돌아온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만약 특별한 준비를 해왔다면 이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특별한 준비는 없었다.

풀리베니아는 전과 마찬가지로 도망을 쳤다.

이전에는 데사르 때문에 놓아줬을 뿐이다.

데사르도 없는 지금 풀리베니아를 놓아줄 이유는 없었고 당연하게도 풀리베니아는 도망치지 못했다.

그리고 데사르와 마찬가지로 죽음을 맞이했다.

'다렉이 보냈나?'

강진석은 다렉을 떠올렸다.

도망쳤던 풀리베니아가 다시 돌아올 이유는 아무리 봐도 다렉의 명령뿐이었다.

다렉이 명령을 내린 게 아니라면 풀리베니아가 왜 오겠는가?

'피도 눈물도 없는 녀석인가 보네.'

데사르의 죽음을 알았을 것인데 동급인 풀리베니아를 홀로 보내다니?

그것은 죽으라는 명령이나 마찬가지였다.

강진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파괴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우웅!

품 안에 있던 핸드폰이 진동했고 강진석은 이동을 멈췄다.

그러고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휴대폰이 진동한 이유는 한지윤이 보낸 문자 때문이었다.

강나연, 김칠성이 4차 제약 침공자를 잡았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북쪽 청소 현황, 개발 현황 등이 가득 쓰여 있었다.

문자를 통해 상황을 파악한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이 속도면 금방 청소 끝낼 수 있겠어.'

길드가 감당할 수 없는 위험 요소는 강진석이 전부 제거했다.

그래서일까?

청소 속도는 매우 빨랐다.

이대로라면 며칠 내로 한반도 청소를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렉만 잘 마무리하면 말이지....'

강진석은 핸드폰을 품에 넣었다.

그러고는 다시 기운을 흡수하며 전진하기 시작했다.

저벅!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다시 이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모든 파괴의 기운을 흡수했기 때문이 아니다.

초감각 끝자락에 감지 된 영역 때문이었다.

영역은 매우 강력했다.

얼마나 강력하냐면 강진석의 초감각으로도 영역 안쪽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이런 영역을 펼칠만한 존재는 지금 상황에 한 명뿐이었다.

바로 '다렉'.

지금 감지된 영역은 다렉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영역이 분명했다.

'싹 흡수하고 갈까? 아니면 확인 먼저?'

강진석은 잠시 고민했다.

영역 밖에 있는 모든 파괴의 기운을 흡수하고 진입할지 아니면 먼저 진입해 내부 상황을 파악할지.

'확인부터 가자.'

고민 끝에 강진석은 확인 먼저 하기로 결정했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곧장 영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장막을 지나 영역에 진입한 순간.

[다렉의 파괴 영역에 입장하셨습니다.]

[퀘스트 '네 번째 파괴의 근원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

.

무수히 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러나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지 않았다.

초감각 때문이었다.

영역 내부로 들어온 순간 감지할 수 있는 범위가 50% 정도 줄어들었다.

물론 애초에 워낙 컸기에 50%나 줄어들어도 감지할 수 있는 범위는 적지 않았다.

그리고 강진석은 수많은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수십을 말하는 게 아니다.

5000이 넘는 어마어마한 숫자가 감지됐다.

이곳이 어디인가?

다렉의 영역이었다.

즉, 5000이 넘는 이들은 전부 다렉의 부하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데사르랑 풀리베니아만 보낸 이유가 뭐지?'

부하가 이렇게 많은데 다렉은 왜 데사르와 풀리베니아만 보낸 것일까?

'그 둘이 가장 강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데사르와 풀리베니아보다 강한 존재는 없었다.

'어쨌든 이 정도면 뭐....'

강진석은 걱정을 덜었다.

안쪽에 더 강한 부하가 있을 수 있지만, 일단 지금 부하들의 수준만 보면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았다.

바로 그때.

다렉의 부하 일부가 부산히 움직이더니 진열을 맞춰 다가오기 시작했다.

'내가 온 걸 알았나 보네.'

강진석은 덤덤한 얼굴로 메시지를 확인 후 이어 퀘스트창을 열어 퀘스트들을 확인했다.

'여기에 없구나?'

그리고 퀘스트를 통해 강진석은 다렉이 이곳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쩐지 네 번째가 신경 쓰이더라니.'

영역 상징의 명칭이 '네 번째 파괴의 근원'이었다.

왜 첫 번째가 아니고 네 번째인지 의아했는데 이제야 이해됐다.

'첫 번째 영역은 어디에 있으려나.'

다렉이 있는 곳은 '첫 번째 영역'이었다.

강진석은 첫 번째 영역이 네 번째 영역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을지 생각하며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어느새 근방으로 다가온 다렉의 부하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쩌저적!

손에서 굵직한 흑뢰 한줄기가 뿜어져 나갔다.

이어 흑뢰는 수백 다발로 나뉘었고 각자의 목표를 향해 돌진했다.

곧 흑뢰 수백 다발이 각자의 목표에 도달했고.

[하이엘프 카무잔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1000만 상승합니다.]

[레드 오크 델페오나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800만 상승합니다.]

.

.

흑뢰와 마주한 모든 목표가 죽음을 맞이했다.

제253화

253.

그리고 수많은 아티펙트가 바닥에 떨어졌다.

강진석은 손을 뻗었다.

그러자 허공으로 아티펙트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모든 아티펙트가 떠오른 것은 아니다.

'쓸 만한 건 챙겨야지.'

강진석이 정한 '기준'을 통과한 아티펙트만 떠올랐다.

나머지는 그냥 버리고 갈 생각이었다.

이어 비고를 소환해 아티펙트 보관을 마친 강진석은 다시 전방으로 나아가며 생각했다.

'파괴의 근원도 흡수할 수 있으려나?'

네 번째 파괴의 근원은 영역 상징이었다.

막대한 파괴가 응축되어 있을 것이다.

흡수할 수만 있다면?

파괴가 급격히 성장할 것이다.

얼마 뒤 강진석은 다시 한번 흑뢰를 방출했다.

[블러드 고블린 코코론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800만 상승합니다.]

[하프 트롤 더티스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1300만 상승합니다.]

.

.

이번에도 흑뢰는 수백 다발로 갈라져 다렉의 부하들에게 죽음을 선사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전과 마찬가지로 비고를 소환해서 쓸 만한 아티펙트만 수거했고 다음 장소로 향했다.

그렇게 몇 번의 청소와 수거를 진행 후 강진석은 파괴의 근원이 있는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예상대로 파괴의 근원에는 먹음직스러운 파괴가 응축되어 있었다.

강진석은 운용법을 이용해 응축된 파괴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얼마 뒤 흡수를 마친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메시지창을 보았다.

[네 번째 파괴의 근원을 파괴하셨습니다.]

[퀘스트 '네 번째 파괴의 근원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파괴의 정을 획득하셨습니다.]

.

.

[스킬 '파괴의 운용' 레벨이 상승합니다.]

[스킬 '파괴의 이해' 레벨이 상승합니다.]

메시지를 본 강진석의 미소가 한층 더 짙어졌다.

'이번에는 이해도 올랐구나.'

스킬 레벨 상승 메시지는 처음 나타난 게 아니다.

얼마 전에 파괴의 운용 스킬 레벨이 상승했었다.

'근데 이러면 운용이 먼저 5레벨 되겠는데?'

파괴의 이해보다 운용의 상승 속도가 더 빨랐다.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 추세대로라면 파괴의 운용이 먼저 5레벨이 될 것으로 추정됐다.

'운용만 5레벨 돼도 지배가 습득되려나?'

파괴의 운용 5레벨이 되면 파괴의 지배를 습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해가 5레벨이 아니어도 습득할 수 있을까?

강진석은 파괴에 대해 생각하며 다음 장소로 향했다.

* * *

"그 이야기 들었어?"

크라모가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무슨 이야기?"

마수르는 크라모의 조심스러운 반응에 의아한 얼굴로 반문했다.

"네 번째 영역이 박살 났다는...."

"...뭣?"

그리고 이어진 크라모의 말에 마수르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데사르와 풀리베니아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런데 네 번째 영역이 박살 났다니?

"누구한테 들은 거야?"

"본부, 세르탐 님에게 보고드리러 갔는데 본부랑 이야기 중이시더라고. 우리가 바로 붙어 있으니 경계 단계 올리고 조사해 보라던데?"

바로 그때였다.

끼이이이이이이익!

소름 끼치는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

"...!"

크라모와 마수르는 경악했다.

두 존재가 경악한 이유는 당연히 소리 때문이었다.

지금 울려 퍼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는 영역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나타났음을 알리는 소리였다.

평소였다면 당장 뛰쳐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데사르와 풀리베니아의 영면 소식 그리고 네 번째 영역의 초토화 이야기를 들은 크라모와 마수르는 바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

"...."

물론 그렇다고 가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크라모와 마수르는 경비대 소속이었다.

만약 지금 소리가 울려 퍼진 것이 초대받지 않은 손님 때문이 아니라 훈련이라면?

담당 장소 도착이 늦을수록 페널티를 받게 될 것이다.

"...가자."

크라모가 무기를 챙기며 마수르에게 말했다.

마수르 역시 비장한 표정으로 무기를 챙긴 뒤 크라모와 함께 담당 장소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뒤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멈춰 섰다.

목적지에 도착했기 때문이 아니다.

크라모와 마수르가 걸음을 멈춘 이유는 전방에 펼쳐진 믿기지 않는 광경 때문이었다.

쩌저적!

저 멀리 검붉은 벼락이 날아오고 있었다.

벼락이 향하는 곳은 초소들이었다.

이어 벼락이 초소에 작렬했고 크라모와 마수르는 느낄 수 있었다.

초소에 있던 이들이 전부 죽었다는 것을.

"...."

"...."

크라모와 마수르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전방을 바라볼 뿐이었다.

먼저 정신을 차린 건 크라모였다.

"정신 차려!"

크라모는 멍하니 전방을 바라보는 마수르에게 외치며 돌아섰다.

그리고 외침에 정신을 차린 마수르 역시 따라 돌아섰고 둘은 전력을 다해 왔던 길을 돌아가기 시작했다.

쩌저적!

그러나 얼마 뒤 귓가에 좋지 않은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크라모와 마수르는 동시에 직감했다.

'...망할.'

'끝이구나.'

죽음을.

* * *

[세 번째 파괴의 근원을 파괴하셨습니다.]

[퀘스트 '세 번째 파괴의 근원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파괴의 정을 획득하셨습니다.]

.

.

세 번째 근원 흡수 후 메시지를 확인한 강진석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는 안 올랐네.'

네 번째 파괴의 근원을 흡수했을 때는 이해와 운용 둘 다 올랐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 하나도 오르지 않았다.

'하기야 근원 흡수할 때마다 오르는 게 이상하지.'

100% 흡수했다면 올랐을 것이다.

그러나 30% 정도밖에 흡수하지 못했다.

오르지 않는 게 당연했다.

스윽.

강진석은 시선을 돌려 북쪽을 보았다.

'그래도 두 번째 근원 흡수하면 오르겠지?'

이제 향할 장소는 두 번째 영역이었다.

두 번째 영역에 있을 두 번째 파괴의 근원을 흡수하면 파괴의 운용은 물론 이해의 레벨도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두 번째는 얼마나 강해지려나.'

강진석은 북쪽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또 50% 정도 강해지려나?'

세 번째 영역의 파괴는 네 번째 영역보다 50% 정도 강했다.

그래서 기대가 됐다.

두 번째 영역의 파괴는 얼마나 강할지.

바로 그때였다.

"...!"

강진석은 걸음을 멈췄다.

초감각에 두 번째 영역이 감지됐기 때문이었다.

'...100%라고?'

50% 정도 강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두 번째 영역의 파괴는 세 번째 영역보다 100% 강했다.

'...이러면 첫 번째는 얼마나 강한 거야?'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두 번째 영역의 파괴가 이렇게 강하면 다렉이 있는 첫 번째 영역의 파괴는 얼마나 강할까?

예측이 되지 않았다.

'힘만 회복 안 했어도 철저히 준비해서 갈 텐데.'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세 번째 영역에 진입하기 직전 갑작스레 퀘스트가 하나 생성됐다.

퀘스트명은 '다렉의 집중 회복'.

당시 강진석은 퀘스트명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다.

그리고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순간 강진석은 자신의 예상이 정확했음을 깨달았다.

다렉이 힘을 회복하는 데 전력을 다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다렉은 강해진다.

즉, 한시라도 빨리 첫 번째 영역으로 가 다렉이 온전히 힘을 회복하기 전에 죽여야 한다.

만약 다렉이 힘을 회복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급하게 가지 않았을 것이다.

천천히 파괴를 키우며 안전을 추구했을 것이다.

'그나마 상징 파괴할 때마다 약해져서 다행이지.'

강진석은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두 번째 영역에 진입할 수 있었다.

[다렉의 파괴 영역에 입장하셨습니다.]

[퀘스트 '첫 번째 파괴의 근원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크라마 일족 2룡 다렉'이 생성됐습니다.]

.

.

"...!"

진입과 동시에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가 아니었어?'

당연히 두 번째 영역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다렉이 있는 첫 번째 영역이었다.

놀라운 점은 하나 더 있었다.

'크라마 일족?'

다렉은 크라마 일족이었다.

'레아스랑 같은 일족이었어?'

앞서 죽인 레아스 역시 크라마 일족이었다.

다렉과 레아스가 같은 일족이라니?

강진석은 일단 초감각에 집중했다.

혹시나 가까운 곳에 다렉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쉽다고 해야 할까?

많은 기운이 감지됐지만 다렉이라고 할 만한 기운은 없었다.

'초감각이 정상이었으면 감지됐으려나?'

첫 번째 영역의 '파괴'가 워낙 강력해 초감각의 탐색 범위가 매우 줄어든 상태였다.

평상시와 비교해 30%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도 뭐 찾는 데 문제는 없을 테니까.'

다렉이 이곳에 있는 것은 확실했다.

돌아다니다 보면 줄어든 초감각으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를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앞서 생성된 퀘스트와 비슷했다.

다른 퀘스트는 '크라마 일족 2룡 다렉'을 포함해 3개뿐이었다.

<크라마 일족 2룡 다렉>

크라마 일족의 2룡인 다렉.

크라마 일족은 대대로 불의 길을 걷는다.

그러나 모두가 불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소수는 파괴, 폭발 등 다른 길을 걷기도 한다.

.

.

파괴의 길을 걷는 다렉을 처치하라!

[크라마 일족 2룡 다렉 : X]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크라마 일족 2룡 다렉'을 통해 강진석은 다렉에 대한 정보를 더 얻을 수 있었다.

'레아스보다는 확실히 강하겠네.'

다렉은 놀랍게도 2룡 중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였다.

레아스 때에는 이런 이야기가 없었다.

왜 없었겠는가?

열 손가락 안에 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다렉은 레아스보다 강할 것이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안쪽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렉의 부하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본부라 그런지 앞서 방문했던 네 번째, 세 번째 영역보다 수준이 높았다.

물론 그것이 강진석의 행보를 막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흑뢰만으로도 충분했다.

강진석은 다렉의 부하들을 죽이며 안쪽으로 거침없이 이동했고.

그렇게 한참 이동하던 중.

"...!"

놀란 얼굴로 이동을 멈추고 기운을 끌어올려 보호막을 만들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주변 공간을 뒤틀었다.

강진석이 갑작스레 보호막을 만들고 공간을 뒤튼 이유.

그 이유는 초감각 끝자락에 감지된 창 때문이었다.

평범한 창이 아니다.

파괴로 만들어진 창이었다.

그리고 하나가 아니었다.

수천 개가 사방에서 날아오고 있었다.

강진석이 보기에 이런 공격을 할 수 있는 존재는 다렉뿐이었다.

이내 파괴의 창 수천 개가 시야에 나타났다.

파괴의 창은 순식간에 뒤틀린 공간에 도달했고.

그그극!

그극!

충돌하며 뒤틀린 공간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강진석은 알 수 있었다.

'뚫린다.'

뒤틀린 공간으로는 파괴의 창을 전부 막아 낼 수 없다는 것을.

강진석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보호막을 만든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쩍! 쩌적!

이내 절반 정도가 폭발해 사라졌을 때 뒤틀린 공간이 뚫렸다.

그리고 파괴의 창이 보호막에 작렬하기 시작했다.

쾅! 쾅! 쾅!

파괴의 창은 맹렬히 보호막을 갉아 먹었다.

강진석은 보호막에 끊임없이 기운을 주입하며 생각했다.

'보호막이 뚫리지는 않겠네.'

다행히 남은 파괴의 창이 전부 폭발해도 보호막이 뚫릴 것 같지는 않았다.

'근데 레아스와는 진짜 비교가 안 되네.'

레아스와는 차원이 다른 공격력이었다.

'설마 이게 기본 공격은 아니겠지?'

만에 하나 지금 공격이 가볍게 한 공격이라면?

다렉에 대한 생각을 수정해야 한다.

잠시 후퇴해야 할 수도 있다.

이내 마지막 파괴의 창이 폭발했고 그와 동시에 초감각 끝자락에 거대한 기운이 나타났다.

다렉이 분명했다.

제254화

254.

강진석은 다렉의 기운을 확인 후 안도했다.

'...기본 공격은 아니었겠네.'

다렉의 기운은 거대했다.

그러나 파괴의 창 수천 개를 가볍게 날릴 정도는 아니었다.

즉, 꽤나 심혈을 기울인 공격일 것이다.

'그래도 시간을 주면 안 되겠지.'

강진석은 방향을 틀었다.

그러고는 다렉이 있는 곳으로 전력을 다해 이동했다.

다렉 역시 강진석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는지 움찔했다.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다렉은 다가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투 준비를 하지도 않았다.

'도망을 쳐?'

다렉이 선택한 것은 '도망'이었다.

도망을 왜 치겠는가?

자신이 없어서가 분명했다.

강진석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혹여 다렉이 숨겨둔 한 수를 가지고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속도도 느리고.'

그리고 다렉을 놓칠 일도 없다.

다렉의 이동속도는 강진석보다 느렸다.

거리는 점점 좁혀지기 시작했다.

얼마 뒤 도망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다렉이 이동을 멈췄다.

그러고는 기운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전투를 준비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걱정은 되지 않았다.

기운이 거세긴 했지만 조금 전 사방에서 날아왔던 파괴의 창 수천 개보다는 약했다.

그것도 비교하는 게 우스울 정도로.

이내 강진석은 다렉을 마주할 수 있었다.

'같은 일족인데 무슨....'

다렉은 레아스와 같은 일족이었다.

그래서 외형도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다렉은 레아스와 너무나도 다른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 다렉은 5m가 훌쩍 넘는 거인이었다.

거기다 등 뒤에 4장의 회색 날개가 달려 있었다.

그리고 레아스와 달리 이마에 뿔이 없었다.

만약 퀘스트가 아니었다면 다른 종족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강진석이 다렉의 외형에 놀라고 있던 그때.

다렉이 투창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이어 다렉의 손에 거대한 파괴의 창이 나타났다.

이어 다렉이 창을 던졌다.

스앗! 스앗! 스앗!

그와 동시에 창이 분열하기 시작했다.

1개에서 3개로 3개에서 9개로 9개에서 27개로 그렇게 쭉쭉 분열하며 순식간에 수백 개가 되었다.

그러나 강진석은 당황하지 않았다.

직전보다 숫자도 적었고 무엇보다 약했다.

굳이 공간을 뒤틀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물론 그렇다고 가만히 맞을 생각은 아니었다.

강진석은 흑염뢰 한 줄기를 뽑았다.

그리고 파괴의 창을 향해 던졌다.

순식간에 흑염뢰와 파괴의 창이 충돌했고.

스아앗!

흑염뢰가 폭발하며 분열된 파괴의 창 수백 개를 잡아먹었다.

그렇게 모든 파괴의 창이 증발했고 강진석은 다렉을 향해 다가가며 다크닐에 흑염뢰를 둘렀다.

다렉 역시 원거리 공격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파괴를 전신에 둘렀다.

그렇지 않아도 거대한 체구가 더욱 커졌고 강진석은 잠시 멈칫했다.

'그냥 맞아주면 안 되겠네.'

파괴의 창과는 느낌이 달랐다.

기운 차이는 크지 않지만 그냥 맞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강진석은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다시 다가갔다.

이번에도 먼저 공격한 건 다렉이었다.

후웅!

다렉이 주먹을 뻗었다.

파괴를 가득 머금은 주먹이 공간을 짓이기며 다가왔다.

강진석은 피하지 않았다.

피하려면 피할 수 있지만 어차피 공격을 위해서는 거리를 좁혀야 했다.

강진석은 다크닐을 마주 뻗었다.

이내 다크닐과 다렉의 주먹이 마주했다.

콰아아앙! 그그극!

폭음과 함께 공간이 뒤틀리며 충격파가 발생했다.

강진석은 충격파를 해소하며 뒤로 살짝 물러났다.

그리고 다렉의 상황을 확인했다.

다렉 역시 뒤로 물러나며 충격파를 해소하고 있었다.

물론 강진석처럼 상처 하나 없는 상황은 아니었다.

일단 다크닐과 직접적으로 충돌한 주먹에 상처가 가득했다.

상처뿐만이 아니다.

주먹에 가득했던 파괴 역시 크게 줄어 있었다.

다시 충돌한다고 해도 조금 전 충격파는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다렉의 상태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다시 다렉에게 달려들며 생각했다.

'어렵지 않게 끝낼 수 있겠어.'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어렵지도 않을 것 같았다.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고 다렉은 잠시 멈칫했다가 주먹을 뻗었다.

전처럼 주먹으로 직접 타격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후우웅!

다렉의 주먹에 남아 있던 파괴가 주먹을 빠져나와 강진석에게 날아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다렉은 날개를 펄럭이며 뒤로 물러났다.

강진석은 거리를 벌리려는 다렉과 날아오는 주먹 형태의 파괴를 보며 생각했다.

'무시하고 돌파해야겠어.'

다급히 날려서인지 주먹 형태의 파괴는 위협적이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냥 맞아줘도 될 정도였다.

즉, 막는 것보다 무시하고 돌파해 거리를 주지 않는 게 더 나아 보였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보호막의 기운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그대로 주먹을 파고들었다.

주먹 형태의 파괴는 충돌 즉시 보호막을 갉아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예상대로 보호막은 뚫리지 않았고 강진석은 거리를 더욱 좁힐 수 있었다.

다렉은 강진석이 그냥 무시하고 돌진할 것을 예상치 못했는지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강진석은 다크닐을 휘둘렀다.

다렉은 다급히 팔을 들어 다크닐을 막았다.

푹!

그리고 다크닐이 다렉의 팔을 파고들었다.

그 순간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뭐 이리 부드러워?'

다크닐이 너무나도 쉽게 다렉의 팔을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다.

'제련 차이인가?'

다렉은 육체 제련을 하지 않았다.

즉, 레아스보다 육체가 '훨씬'이라는 단어를 써도 될 정도로 연약했다.

스걱!

이내 다크닐이 빠져나왔고 다렉의 팔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리며 재빨리 보호막에 기운을 주입했다.

스아악!

떠오른 다렉의 팔이 폭발했기 때문이었다.

폭발하며 어마어마한 양의 파괴가 사방으로 퍼졌다.

보호막에 기운을 추가로 주입한 덕분에 보호막이 뚫리는 일은 없었다.

강진석은 다렉을 보았다.

잘렸던 팔이 다시 자라나고 있었다.

다행이라 해야 할까?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이런 건 생각 못 했는데.'

잘린 육체가 폭발하다니?

폭발의 위력이 약한 것도 아니다.

바로 그때였다.

다렉의 표정에 갑작스레 비장함이 자리 잡았다.

강진석은 불길함을 느꼈다.

대체 무엇을 하려고 저리 비장한 표정을 짓는단 말인가?

시간을 주면 안 될 것 같았다.

강진석은 다시 다렉에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다렉이 자라나던 자신의 팔을 어깨부터 뜯어냈다.

그리고 집어 던졌다.

전과 마찬가지로 다렉의 팔은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더니 폭발하며 파괴를 방출했다.

전보다 크기가 커진 만큼 파괴 역시 강했다.

'이런 미친.'

강진석은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보호막에 기운을 주입해 파괴를 막아 냈다.

그러고는 다렉을 보았다.

다렉은 눈을 감은 채 남은 한 팔을 하늘로 뻗고 있었다.

그리고 손바닥 위로 파괴가 응축되고 있었다.

완성되면 보호막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다렉의 손바닥 위 파괴 구체의 주변 공간을 뒤틀었다.

물론 공간을 뒤트는 정도로 파괴 구체를 막을 수는 없었다.

강진석도 알고 있었다.

애초에 공간을 뒤튼 이유는 성장을 늦추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덕분에 강진석은 파괴 구체가 완성되기 전에 다렉의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중간에 멈출 수 없나 보네.'

강진석이 코앞에 도착했음에도 다렉은 파괴 구체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아무래도 완성 전까지는 움직일 수 없는 듯했다.

강진석은 다렉의 목을 베었다.

그렇게 다렉의 머리가 하늘로 떠올랐고 위험하다 싶을 정도로 커지던 파괴 구체는 언제 그랬냐는 듯 흩어졌다.

곧이어 강진석은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스아악!

다렉의 머리가 폭발할 것처럼 부풀어 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어진 상황에 강진석은 안도했다.

스아앗!

부풀어 오른 머리가 빛나더니 사라졌다.

사라진 것은 머리뿐만이 아니었다.

육체 역시 사라졌다.

'휴.'

강진석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 순간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크라마 일족 2룡 다렉이 영면에 듭니다.]

[포인트가 60억 상승합니다.]

[파괴의 정수를 2개 획득하셨습니다.]

[최상급 파괴의 근원을 획득하셨습니다.]

.

.

자연스레 메시지를 확인하던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보상 때문이 아니다.

'파괴가...!'

육체에 자리 잡은 파괴가 급격히 커지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빠르게 메시지를 확인했다.

'허.'

그리고 파괴가 급격히 성장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스킬 '파괴의 이해' 레벨이 대폭 상승합니다.]

[스킬 '파괴의 운용' 레벨이 대폭 상승합니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스킬 '파괴의 지배'를 습득하셨습니다.]

[조건이 충족됐습니다.]

[스킬 '초월'이 강화됩니다.]

강진석은 스킬창을 열었다.

그리고 이해와 운용의 레벨을 확인했다.

<파괴의 이해[패시브]>

파괴를 이해한다.

현재 레벨 : 6

<파괴의 운용[패시브]>

파괴를 운용한다.

현재 레벨 : 7

"...!"

레벨을 확인한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대폭 상승했다고 쓰여 있기도 했고 파괴의 지배가 습득됐기에 낮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6과 7이라니?

'대박이네, 그럼 지배는....'

강진석은 이어 파괴의 지배 레벨을 확인했다.

<파괴의 지배[패시브]>

파괴를 지배한다.

현재 레벨 : 2

당연하게도 이해와 운용만큼 높지는 않았다.

'1레벨이 아닌 게 어디야.'

강진석은 씨익 미소 지으며 스킬창을 닫으며 생각했다.

'근원 흡수하면 어떻게 되려나.'

다렉의 죽음으로 모든 게 다 끝난 것은 아니다.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영역 상징이 남아 있었다.

강진석은 기대가 됐다.

영역 상징인 첫 번째 '파괴의 근원'의 파괴를 흡수하면 파괴가 얼마나 성장할지.

강진석은 마저 메시지를 확인하며 다렉이 남긴 아티펙트들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근데....'

얼마 뒤 보상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문득 든 생각에 흑염뢰를 한 줄기 뽑아냈다.

그리고 흑염뢰에 파괴를 덧씌웠다.

'오우.'

덧씌우자마자 강진석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파괴를 덧씌우자 흑염뢰가 매우 불안정해졌다.

조금만 있으면 흩어지거나 폭발할 것 같았다.

악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대신 파괴력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혹시나 했는데....'

파괴는 그 자체로도 위력적이지만 다른 속성과 섞을 경우 '증폭'의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안정적으로 덧씌울 방법만 알아내면....'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파괴를 덧씌워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면?

상상만 해도 짜릿했다.

강진석은 흑염뢰를 왼쪽에 있는, 아무것도 없는 평야에 던졌다.

후웅!

파괴가 덧씌워진 덕분일까?

흑염뢰는 전보다 훨씬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했고.

콰아아아아아앙!

전보다 거대한 폭발을 만들어 냈다.

강진석은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영역 상징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안쪽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한시라도 빨리 영역 상징의 파괴를 흡수하고 싶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영역 상징인 '첫 번째 파괴의 근원'을 찾아냈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 파괴의 근원은 앞서 파괴한 근원들보다 훨씬 많은 파괴를 품고 있었다.

강진석은 파괴의 근원으로 다가가며 생각했다.

'얼마나 흡수할 수 있으려나.'

이해와 운용의 레벨이 대폭 올랐다.

거기다 지배까지 습득한 지금 강진석의 흡수 능력은 전과 차원이 다르게 강해졌다.

전에는 30% 정도밖에 흡수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 이상 흡수할 자신이 있었다.

이내 근원 앞에 도착한 강진석은 운용법을 통해 파괴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첫 번째 파괴의 근원을 파괴하셨습니다.]

[퀘스트 '첫 번째 파괴의 근원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

.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나도 안 올랐네.'

파괴의 이해나 운용, 파괴 중 하나 정도는 레벨이 오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단 하나도 레벨이 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뭐 강해지긴 했으니까.'

레벨은 오르지 않았지만 그것이 변화가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육체 안에 자리 잡은 파괴는 확실히 강해졌다.

강진석은 아쉬움을 떨쳐냈다.

그리고 왔던 길을 돌아가기 시작했다.

'누구의 창고일까.'

오는 길에 창고를 발견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3개나.

3개 전부 평범한 창고는 아니다.

강진석도 내부를 탐색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은폐 마법진이 각인되어 있었다.

이내 첫 번째 창고 앞에 도착한 강진석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다렉의 첫 번째 보물 창고에 입장하셨습니다.]

절로 웃음이 나는 메시지였다.

제255화

255.

'첫 번째라면 나머지 창고는....'

다렉의 '첫 번째' 보물 창고였다.

만약 보물 창고가 하나였다면 첫 번째라는 단어를 썼을까?

아니, 그럴 리 없다.

거기다 강진석이 발견한 특별한 창고는 총 3개였다.

두 번째가 아니라 세 번째 보물 창고도 존재할 수 있다.

강진석은 미소를 지은 채 창고 내 물품을 확인했다.

은폐 마법진 내부로 들어온 덕분에 전과 달리 초감각으로 모든 물품을 탐색할 수 있었다.

5차 제약 침공자인 다렉의 창고답게 보관된 물품들은 하나하나가 매우 강렬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레아스의 창고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다.

강진석은 일단 가장 안쪽에 있는, 가장 강한 기운을 품고 있는 물품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곧 목적지에 도착한 강진석은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일단 가장 가까이 있는 회색 풀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회색 풀을 쥔 순간 머릿속에 정보가 떠올랐다.

"...!"

정보를 확인한 강진석은 경악했다.

생각지도 못한 물품이었기 때문이었다.

'진혼초!'

회색 풀의 정체는 '진혼초'.

'못 구할 줄 알았는데.'

진혼초는 네 번째 영혼 각성의 재료였다.

'이름만 같은 건 아니겠지...?'

혹시나 이름이 같은 다른 물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진석은 확인을 위해 퀘스트창을 열었다.

<영혼 각성>

조건을 충족하라!

[혼력 : 50%]

.

.

[진혼초 : O]

퀘스트 보상 : 스킬 '영혼 각성' 4레벨 활성화

세계 침공자 처치 시 혼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동족 처치 시 혼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맞네, 진짜 진혼초.'

다행히 이름만 같은 다른 물품이 아니었다.

'진혼초가 있다는 건....'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주변에 진열된 물품들을 보았다.

그리고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진혼초 말고도 네 번째 영혼 각성의 재료가 더 있었다.

물론 그 수는 많지 않았다.

고작 4개뿐이었다.

진혼초를 포함하면 5개.

완료에 필요한 재료는 총 80가지였다.

즉, 75가지가 더 필요했다.

'완료할 수 있을까?'

네 번째 영혼 각성에 필요한 재료들은 상점에서 판매하지 않았다.

즉, 지금처럼 직접 구하는 수밖에 없다.

5차 제약 침공자인 다렉도 5가지 밖에 없는데 과연 남은 75가지를 구할 수 있을까?

강진석은 쓴웃음을 지으며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창고 내 물품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챙기기 시작했다.

'다른 창고에는 뭐가 있으려나.'

* * *

"고생했어."

-아니에요. 그럼 바로 다음 장소로 넘어가겠습니다!

"수고해! 혹시 문제 생기면 바로 연락 주고!"

-네! 언니! 이따 연락할게요!

강나연과 통화를 마친 한지윤은 길드 관리창을 열었다.

그러고는 길드 영역을 확인했다.

많은 길드원이 이북 지역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현재 한반도 내 안전 지역은 70%에 다다른 상태였다.

'이러면....'

한지윤은 퀘스트창을 열어 퀘스트 '공습'을 확인했다.

<공습>

고위 침공자들은 제약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

.

침공자들의 공격에서 생존하라!

[기여도 : 3072만 912]

퀘스트 보상 : ???

4차 제약 침공자의 제약 중 '활동 범위'에 대한 제약이 완화됩니다.

30일 뒤 퀘스트 완료

한반도 내 침공자들의 영역 상징이 80% 이상 파괴되면 퀘스트 완료

'곧 완료되겠네.'

퀘스트 '공습'의 완료 조건은 영역 상징 80% 이상 파괴였다.

영역 상징은 안전 구역과 비례한다.

즉, 조금만 더 청소하면 완료될 것으로 추정됐다.

'완료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퀘스트 '공습'은 평범한 퀘스트가 아니다.

완료되는 순간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궁금하면서도 두려웠다.

과연 그 변화가 긍정적인 변화일까?

바로 그때였다.

우웅!

핸드폰이 진동했고 한지윤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길드장님!"

강진석의 전화였다.

* * *

-바로 취합해서 보고드릴게요!

"네, 그럼 나중에 뵐게요."

한지윤과 통화를 마친 강진석은 눈앞의 창고를 보았다.

그러고는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흐음....'

강진석은 당황스러웠다.

첫 번째 창고에 있는 모든 물품을 수거 후 강진석은 다음 창고로 향했었다.

다음 창고는 풀리베니아의 창고였다.

다렉의 첫 번째 창고만큼은 아니지만 풀리베니아의 창고에도 가치 높은 물품들이 있었고 모든 물품을 챙긴 뒤 강진석은 세 번째 창고로 향했다.

문제는 세 번째 창고의 명칭이었다.

놀랍게도 세 번째 창고의 명칭은 '다렉의 세 번째 보물 창고'였다.

두 번째가 아닌 세 번째.

즉, 두 번째 창고도 어딘가에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강진석은 영역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강진석은 데사르의 창고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게 끝이었다.

'두 번째 창고는 어디에 있는 거지?'

두 번째 창고는 첫 번째 영역에 존재하지 않았다.

스윽.

강진석은 북쪽을 보았다.

그리고 이어 북동쪽을 보았다.

'두 번째 영역에 있으려나?'

두 번째 영역이라 생각했던 이곳은 첫 번째 영역이었다.

즉, 강진석은 아직 두 번째 영역을 가보지 않았다.

혹시 두 번째 창고는 두 번째 영역에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중국이나 러시아 쪽일 것 같은데.'

문제는 두 번째 영역의 위치였다.

첫 번째 영역의 위치를 생각하면 두 번째 영역은 중국이나 러시아 쪽에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청소 끝나는 대로 가봐야겠다.'

아직 한반도 청소가 끝나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 중국이나 러시아에 갈 수는 없었다.

즉, 두 번째 영역에 가는 것은 한반도 청소가 끝난 이후가 될 것이다.

'근데 얼마나 걸리려나?'

다렉을 끝으로 한반도 청소는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남은 몬스터들은 길드원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청소할 수 있다.

물론 강진석이 도우면 더 빨리 끝나겠지만 강진석은 개입할 생각이 없었다.

빨리 끝나는 만큼 길드원들의 성장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반도가 끝이 아니다.

길드원들을 성장시킬 수 있을 때 최대한 성장시켜야 했다.

'1주일이면 되겠지?'

남은 몬스터들의 수준, 길드원들의 수준을 생각하면 늦어도 1주일이면 청소가 끝날 것 같았다.

'공습은 더 빨리 끝나겠고.'

퀘스트 '공습'은 100%가 아닌 80%만 청소해도 된다.

2, 3일 내로 완료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면 그동안 힘이나 키워야겠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길드 관리창을 열었다.

그리고 영역 이동을 통해 봉제산으로 이동 후 창고로 향했다.

전리품 정리와 힘을 키우기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창고에 도착한 강진석은 비고와 인벤토리에서 전리품을 꺼내 착실히 정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리를 마친 강진석은 초감각을 통해 창고 전역을 확인했다.

이어 창고 곳곳에서 물품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날아오는 물품들은 전부 속성을 품고 있었다.

어둠, 전기, 공간, 불, 물, 죽음 그리고 파괴까지.

전부 강진석의 육체에 자리 잡은 속성들이었다.

강진석이 해당 물품을 모은 이유는 길드원들이 청소를 하는 동안 각 속성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죽음의 지배는 언제 습득되려나?'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스킬창을 열며 생각했다.

'이번에는 불가능할 것 같은데.'

그리고 스킬 '초월'을 확인했다.

<초월[패시브]>

초월의 길을 엿봅니다.

현재 선택지 : 6

최대 레벨 : 1

현재 레벨 : 0

필요 포인트 : 50억

지배 스킬을 습득할 때마다 선택지가 늘어난다.

물론 무한정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강진석의 한계는 7가지였다.

그리고 강진석이 추가로 습득할 수 있는 지배 스킬은 '죽음'뿐이었다.

'...그냥 지금 습득할까?'

순간 습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습득할지 모르는 죽음의 지배 하나 때문에 습득을 미루는 게 맞을까 의문이 들었다.

'직감도 가만히 있는 거 보면 진행해도 될 것 같은데.'

전에는 습득하려면 직감이 말렸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습득될 수 있으니 수련 마무리하고 습득하자.'

고민 끝에 강진석은 결정을 내렸고 개화역으로 이동했다.

현재 개화역은 육체 제련, 영혼 각성 진행을 위해 개조를 한 상태였다.

수련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였다.

강진석은 자리를 잡고 우선 가장 숫자가 적은 '공간' 속성 물품들을 꺼냈다.

재료도 있었고 장비도 있었다.

강진석은 먼저 단검을 쥐었다.

그리고 단검 안에 있는 공간의 힘을 빼내며 생각했다.

'제대로 된 흡수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흡수하고 있기는 했지만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었다.

그로 인해 손실률이 어마어마했다.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까.'

강진석은 카스만과 화령을 떠올리며 흡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수련을 시작한 지 2일 뒤.

강진석은 마지막 반지를 향해 손을 뻗으며 생각했다.

'드디어 끝이구나.'

기나긴 수련이 끝났다.

이제 반지에 담긴 '죽음'만 흡수하면 수련도 끝이었다.

강진석은 반지에 담긴 죽음을 흡수하며 생각했다.

'역시 안 되겠지?'

앞서 많은 죽음을 흡수했다.

덕분에 육체에 자리 잡은 죽음이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지배가 습득될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 흡수하고 있는 죽음을 완전히 흡수해도 지배는 습득되지 않을 것이다.

이내 죽음 흡수를 마친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보았다.

그러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메시지가 나타나기는 했다.

[스킬 '죽음의 이해'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바랐던 메시지는 아니었다.

'어쩔 수 없지.'

예상하던 일이다.

강진석은 아쉬움을 떨쳐내고 스킬창을 열었다.

그리고 기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기다리고 기다렸던 스킬 '초월'을 습득할 차례였다.

[스킬 '초월'을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퀘스트 '초월의 방'이 생성됐습니다.]

습득과 동시에 퀘스트가 생성됐다.

'초월의 방?'

심상치 않은 이름의 퀘스트였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어 퀘스트 '초월의 방'을 확인했다.

<초월의 방>

완료 시 초월의 방으로 이동할 수 있다.

퀘스트 보상 : 초월의 방

"...?"

퀘스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살짝 당황했다.

'이동 퀘스트였어?'

심상치 않은 퀘스트라 생각했다.

그런데 전혀 심상치 않았다.

바로 완료가 가능한 이동 퀘스트였다.

'...바로 갈까?'

강진석은 잠시 고민했다.

초월의 방이란 곳이 어떤 곳인지 모른다.

일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평범한 곳이 아닐 것이라는 것.

'직감이 잠잠한 거 보면 가도 될 것 같은데.'

직감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문제가 될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일단 말씀은 드려놔야지.'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강진석은 핸드폰을 꺼내 한지윤에게 문자를 보냈다.

[네, 알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시길!]

바로 한지윤에게 답이 왔고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보았다.

그러고는 침을 꿀꺽 삼킨 뒤 완료 버튼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퀘스트 '초월의 방'을 완료하셨습니다.]

[10초 뒤 초월의 방 포털이 생성됩니다.]

[모든 절대적 존재가 당신의 존재를 인지합니다.]

제256화

256.

완료와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모든 절대적 존재?'

그도 그럴 것이 생각지도 못한 내용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나를 인지해?'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시험의 목적은 초월자를 찾는 것이다.

스킬 '초월'을 습득했으니 법칙들에게 알려지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이미 강진석을 인지한 법칙들은 카스만을 포함해 꽤나 있었다.

그래도 막상 모든 법칙들에게 자신의 존재가 알려졌다는 사실을 마주하니 긴장이 됐다.

'몇 명이나 있을까.'

강진석이 아는 법칙은 몇 되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그들이 끝이 아니다.

과연 법칙은 얼마나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들은 얼마나 강할까?

강진석이 법칙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사이 시간이 흘렀고.

스아악!

포털이 나타났다.

강진석은 포털을 보고 법칙에 대한 생각을 지웠다.

지금 중요한 것은 법칙의 숫자나 힘이 아니다.

초월의 방이 어떤 곳이냐가 더 중요했다.

강진석은 살짝 긴장한 얼굴로 걸음을 옮겼다.

[초월의 방에 입장하셨습니다.]

그리고 포털을 지나 초월의 방에 도착한 순간.

"...!"

강진석은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초월의 방은 무척이나 익숙했다.

'보상의 방?'

바로 보상의 방.

보상의 방 구조와 매우 비슷했다.

아니,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똑같았다.

다른 것은 색깔뿐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불]

[공간]

[어둠]

[전기]

[파괴]

[물]

강진석의 앞에 6개의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6개 전부 강진석이 지배하고 있는 속성들이었다.

그리고 이어 메시지가 나타났다.

[첫 번째 보상을 획득합니다.]

[최고 보상을 받을 속성을 선택해 주세요.]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며 생각했다.

'첫 번째라는 건 두 번째도 있다는 뜻인데.'

만약 보상이 하나였다면?

첫 번째라는 단어가 쓰이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두 번째 보상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보상이 있다고 아무것이나 선택할 수는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두 번째가 끝일 수 있고 첫 번째 보상은 '최고' 보상이었다.

즉, 두 번째 보상은 '최고' 보상보다 덜할 것이다.

다행히 선택에 시간제한이 있지는 않았다.

덕분에 강진석은 마음 편히 고민할 수 있었다.

어떤 속성을 선택해야 할까?

'수련서 생각하면 공간, 파괴가 맞는데....'

어떤 보상인지 쓰여 있지 않았다.

그러나 속성과 관련된 보상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그중 수련서가 포함되어 있다면?

수련서가 필요한 공간이나 파괴를 선택하는 게 맞다.

'...그래, 파괴로 가자.'

고민 끝에 강진석은 결정을 내렸다.

파괴를 선택하기로.

다른 속성과의 조화를 생각하면 파괴가 더 나을 것 같았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바로 손을 뻗었다.

[파괴를 선택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파괴 법칙 카슈마의 수련서를 획득하셨습니다.]

[파괴 법칙 로뚜루스의 수련서를 획득하셨습니다.]

.

.

[남은 보상 : 5]

[두 번째 보상을 획득합니다.]

[두 번째 보상을 받을 속성을 선택해 주세요.]

"...!"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경악한 이유는 2가지였다.

첫 번째는 '수련서' 때문이었다.

'2개나?'

보상에 수련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그러나 2개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남은 보상 5개는 뭐야....'

그리고 두 번째는 '남은 보상' 때문이었다.

'이러면 전부 보상받을 수 있는 거 아냐?'

파괴가 사라져 남은 홀로그램은 5개였다.

그런데 남은 보상이 5개다.

그 말은 남은 선택지 전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래서 잠잠했던 건가?'

죽음의 지배를 습득하지 못했다.

그래서 선택지를 한계까지 채우지 못했다.

그런데 왜 직감이 가만히 있던 것일까 의문이었는데 이제야 이해됐다.

애초에 선택지 6개부터 모든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 분명했다.

'근데....'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일단 카슈마의 수련서를 꺼냈다.

'얼마나 다르려나?'

카슈마의 수련서와 로뚜루스의 수련서는 전부 파괴 법칙 수련서였다.

그러나 두 수련서가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애초에 같았다면 2개나 제공할 이유가 없다.

스아악!

카슈마의 수련서를 펼치자 수많은 지식이 강진석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호오.'

그리고 강진석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이런 식으로 해야 안정적으로 덧씌울 수 있구나?'

카슈마의 수련서에는 강진석이 생각하고 있던 파괴의 운용법들이 쓰여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강진석이 매우 궁금해했던 다른 속성에 파괴를 덧씌워 '증폭'시키는 운용법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내 카슈마의 수련서에 담긴 모든 지식을 완전히 흡수한 강진석은 이어 로뚜루스의 수련서를 꺼내 펼쳤다.

"...."

그리고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로뚜루스의 수련서에는 파괴와 어울리지 않는 '방어' 운용법에 대해 쓰여 있었다.

완전히 같지는 않아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비슷한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 20% 정도로 무척 적었다.

나머지 80%는 완전히 달랐다.

'...이래서 2개를 준 거구나.'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제는 왜 2개를 줬는지 완전히 이해됐다.

스윽.

강진석은 고개를 들어 선택지를 보았다.

아직 보상은 끝나지 않았다.

두 번째 보상을 선택할 차례였다.

최고 보상인 첫 번째 보상은 예상대로 수련서를 제공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2개나 제공됐다.

두 번째 보상도 수련서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었다.

물론 2개는 아닐 것이다.

1개로 추정됐다.

그렇다면 남은 속성 중 수련서가 아예 없는 '공간'을 받는 게 합리적이었다.

강진석은 공간을 선택했다.

[공간을 선택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공간 법칙 데게르스의 수련서를 획득하셨습니다.]

[4성 공간을 획득하셨습니다.]

.

.

[남은 보상 : 4]

[세 번째 보상을 획득합니다.]

[세 번째 보상을 받을 속성을 선택해 주세요.]

예상대로 수련서가 1개 제공됐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보상을 확인하던 중 놀랄 수밖에 없었다.

[스킬 '공간의 이해'의 한계가 사라졌습니다.]

[스킬 '공간의 운용'의 한계가 사라졌습니다.]

[스킬 '공간의 지배'의 한계가 사라졌습니다.]

공간의 이해, 운용, 지배의 한계가 사라졌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조금 전 파괴 때에는 한계가 사라졌다는 메시지가 뜨지 않았었다.

'이미 한계가 없어서?'

공간과 달리 파괴는 처음 습득할 때부터 한계가 없었다.

한계 해제 메시지가 뜨지 않은 이유는 애초에 한계가 없었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이러면....'

강진석은 남은 선택지를 보았다.

[불]

[어둠]

[전기]

[물]

불은 이미 한계가 사라진 상태였다.

그러나 어둠, 전기, 물은 아니다.

'잘됐네.'

강진석은 더할 나위 없이 활짝 미소를 지었다.

* * *

카스만의 거처.

"...!"

카스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경악 가득한 얼굴과 목소리로 외쳤다.

"망할!"

카스만이 갑작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욕을 내뱉은 이유.

그 이유는 바로 강진석 때문이었다.

강진석이 스킬 '초월'을 습득했다.

그로 인해 조건이 충족됐고 시험을 참관하는 법칙들에게 강진석의 존재가 알려졌다.

강진석의 재능은 매우 뛰어나다.

이제 모든 연합에서 강진석을 영입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카스만의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에휴."

이내 카스만은 한숨을 내뱉으며 자리에 다시 앉았다.

"어차피 벌어질 일이긴 했지."

만약 초월을 습득하지 않았다고 해도 강진석의 재능이라면 금방 알려졌을 것이다.

"근데 칠성체라니...."

이번에 알려진 것은 강진석의 '존재'만이 아니다.

강진석의 재능도 조금 알려졌다.

"재능이 뛰어난 건 알았지만...."

칠성체는 7개의 길을 개척할 수 있는 육체를 의미했다.

쉽게 볼 수 있는 재능이 아니다.

"이 정도 재능이면 중위 법칙님들도 관심을 가지실 수 있겠...."

바로 그때였다.

"...!"

카스만은 화들짝 놀라며 입구를 보았다.

입구에 보랏빛 안개가 나타났다.

카스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재빨리 한쪽 무릎을 꿇고 외쳤다.

"독 법칙 당무혁 님을 뵙습니다."

그와 동시에 보랏빛 안개에서 한 사내가 걸어 나왔다.

사내의 정체는 독 법칙 당무혁이었다.

당무혁은 자연스레 카스만이 앉아 있던 상석에 앉으며 말했다.

"앉지."

"옙."

카스만은 자리에서 일어나 옆자리에 앉았고 당무혁이 말했다.

"조금 전에 시스템이 충격적인 정보를 전달해서 말이야."

이어진 당무혁의 말에 카스만은 당무혁이 나타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당무혁이 나타난 이유는 강진석 때문이 확실했다.

그래서 더 놀라웠다.

'무혁 님이 관심을 가지시다니!'

이번 시험에 참여한 체르딘 연합 소속 법칙 중 가장 직위가 높은 이는 겔피온이었다.

그러나 겔피온은 명목상 참가했을 뿐이다.

최상위 법칙인 겔피온은 시험에 전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

실질적인 전권을 가지고 있는 이는 상위 법칙인 당무혁이었다.

솔직히 강진석의 재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상위 법칙인 당무혁이 관심을 가질 만한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더 있는 건가?'

카스만은 침을 꿀꺽 삼키며 당무혁의 눈치를 살폈고 당무혁이 이어 말했다.

"강진석에게 이미 영입 제안을 했다는데 맞나?"

"예, 직접 만나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혹시 그분의 조각일 가능성은?"

"...!"

당무혁의 말에 카스만은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 다시 한번 침을 삼킨 뒤 이어 말했다.

"0%라고 생각합니다."

"확신하는 이유는?"

"그분의 조각이라면 칠성체 따위일 리가 없으니까요."

칠성체는 분명 뛰어난 재능이다.

그러나 기준이 '그분'이 된다면 뛰어난 게 아니라 티끌이 되어버린다.

"음...."

당무혁은 침음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이내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영입할 수 있겠나? 지원은 걱정하지 말고."

"...!"

카스만은 당무혁의 말에 놀란 눈을 했다.

이내 다급히 답했다.

"기필코 영입해 보겠습니다!"

* * *

[전기를 선택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3성 전기를 2개 획득하셨습니다.]

[아스타르의 뇌각을 획득하셨습니다.]

[파사의 벼락을 획득하셨습니다.]

.

.

[남은 보상 : 1]

[마지막 보상을 획득합니다.]

[마지막 보상을 받을 속성을 선택해 주세요.]

다섯 번째로 '전기'를 선택한 강진석은 보상을 보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하나 남은 선택지 '불'을 보았다.

'근데 보상만 받고 끝인가?'

문득 궁금해졌다.

이렇게 보상을 받는 것으로 끝인 것일까?

아니면 무언가가 더 있을까?

강진석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마지막 선택지인 '불'을 선택했다.

[불을 선택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3성 불을 획득하셨습니다.]

[아크타르의 불을 획득하셨습니다.]

[시간의 불을 획득하셨습니다.]

.

.

그렇게 보상이 주어졌고.

스앗! 스앗!

그와 동시에 2개의 포털이 나타났다.

'2개?'

제257화

257.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왜 2개야?'

하나는 지구로 향하는 포털로 추정됐다.

그렇다면 또 다른 하나는 어떤 포털인 것일까?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보았다.

그리고 때마침 포털에 대한 메시지가 나타났다.

[지구 포털이 생성됐습니다.]

[검은 포털 입장 시 지구로 귀환할 수 있습니다.]

[수련의 방 포털이 생성됐습니다.]

[하얀 포털 입장 시 수련의 방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수련의 방의 시간 흐름은 지구보다 7배 빠릅니다.]

[최대 입장 시간 : 7일]

하나는 예상대로 지구 포털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수련의 방'이라는 처음 듣는 이름의 포털이었다.

'시간의 흐름이 빠르다고?'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수련의 방은 지구보다 시간의 흐름이 7배 빠르다.

그 말은 지구에서의 하루가 수련의 방에서는 7일이라는 뜻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연습할 시간이 필요했는데.'

수련서를 통해 강진석은 파괴, 공간에 대한 운용법을 대거 습득했다.

그러나 그것이 완벽히, 자연스럽게, 빠르게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연습이 필요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보상으로 받은 '영약'들을 흡수할 시간이 필요했다.

즉, 수련의 방에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7일인 게 아쉽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무한정 수련의 방에 머물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 어차피 빨리 돌아가야 하니까.'

어차피 평생 머물 수 있다고 해도 평생 머물 생각은 없었다.

강진석은 아쉬움을 떨쳐내고 수련의 방과 연결된 하얀 포털로 향했다.

[수련의 방에 입장하셨습니다.]

[검은 포털을 통해 지구로 귀환할 수 있습니다.]

입장과 동시에 추가로 메시지가 나타났다.

스윽.

강진석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넓디넓은 공터였다.

그리고 근처에 검은 포털이 있었다.

주변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자리에 털썩 앉았다.

'일단 흡수부터 하자.'

그러고는 인벤토리에서 조금 전 보상으로 받은 것들을 하나둘 꺼내기 시작했다.

* * *

한지윤은 길드 영역을 보며 생각했다.

'이제 곧 완료되겠네.'

한반도 내 길드 영역은 동맹 길드의 영역을 포함해 80%에 가까워져 있었다.

늦어도 1시간 내 퀘스트 '공습'이 완료될 것으로 추정됐다.

스윽.

한지윤은 핸드폰을 보았다.

'완료 전에 돌아오실까?'

현재 강진석은 지구에 없다.

초월의 방이란 장소로 떠난 상태였다.

퀘스트 '공습'이 완료되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 강진석이 없다면?

당장에야 문제없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인지 상상만으로 부담이 느껴졌다.

한지윤은 부디 빠르게 강진석이 돌아오길 간절히 바랐다.

바로 그때였다.

[조건이 충족됐습니다.]

[퀘스트 '공습'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

.

기다리고 기다렸던 퀘스트 '공습' 완료를 시작으로 무수히 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한지윤은 빠르게 메시지를 확인 후 퀘스트창을 열었다.

새로 생긴 두 퀘스트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큰 변화가 있다면 바로 대처해야 했다.

"음...."

이내 두 퀘스트를 확인한 한지윤은 침음을 내뱉었다.

<한반도 완전 청소>

한반도에 세계 침공자들의 영역 상징은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영역 상징을 전부 파괴하고 세계 침공자들을 몰아내라!

[기여도 : 0]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한반도 완전 청소'는 문제없었다.

여태껏 해왔던 대로 계속 청소하면 된다.

문제는 퀘스트 '축복이 서리기 전'이었다.

<축복이 서리기 전>

20일 뒤, 한반도 인접 지역 모든 침공자들에게 축복이 서릴 예정이다.

1차 제약 침공자에게는 육체 강화, 정신 강화, 회복 강화의 축복이.

.

.

그전에 최대한 많은 침공자를 처치하라!

[기여도 : 0]

퀘스트 보상 : ???

지도를 통해 인접 지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역시 한반도 밖으로 뻗어가는구나...."

이미 한 번 경험해 본 퀘스트였기에 어떤 퀘스트인지 알고 있었다.

부디 축복 범위가 남은 한반도 내 몬스터 영역이길 바랐는데 아쉽게도 아니었다.

바로 그때였다.

띠리리리리!

벨소리가 울려 퍼졌고 한지윤은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리고 놀란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다급히 전화를 받았다.

"네, 길드장님!"

* * *

강진석은 허공에 둥둥 떠 있는 흑염뢰를 보았다.

수련 결과 흑염뢰는 전보다 한층 커져 있었다.

3m가 훌쩍 넘어간 상태였다.

단순히 크기만 커진 게 아니다.

파괴가 덧씌워져 있었다.

그럼에도 전과 달리 불안정하지 않았다.

무척이나 안정적이었다.

그리고 흑염뢰는 하나가 아니었다.

무려 5개였다.

'이렇게 확 성장할 줄은 몰랐는데.'

강진석은 다섯 흑염뢰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수련이 끝나면 발전할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발전했다.

수련 전과 비교하면 배 이상 강해졌다.

강진석은 흡족한 얼굴로 흑염뢰를 전방으로 날렸다.

흑염뢰는 강진석의 의지에 따라 각기 다른 목적지로 날아갔고.

콰아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보였다.

강진석은 폭발력을 보며 생각했다.

'이 정도면 이제 원거리에서도 어렵지 않겠어.'

앞서 죽인 5차 제약 침공자 다렉, 레아스는 원거리에서 죽이는 게 힘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수련을 통해 강해진 지금 강진석은 원거리에서도 어렵지 않게 다렉이나 레아스를 죽일 자신이 생겼다.

'이제 가볼까.'

강진석은 뒤로 돌아섰다.

아직 체류 시간은 1시간 정도 남아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 흡수할 영약도 없고 연습할 운용법도 없었다.

굳이 더 머물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내 강진석은 포털을 통해 지구로 귀환했다.

그리고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조건이 충족됐습니다.]

[퀘스트 '공습'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압도적인 기여를 하셨습니다.]

[1등 보상이 특별 보상으로 강화됩니다.]

[특별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100억 상승합니다.]

.

.

퀘스트 '공습'의 완료 메시지였다.

메시지를 살피던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됐기 때문이었다.

[퀘스트 '한반도 완전 청소'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축복이 서리기 전'이 생성됐습니다.]

[한반도 인접 지도를 획득하셨습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2개나 생성됐다.

'축복이 서리기 전은 그때 그 퀘스트겠고....'

퀘스트 '축복이 서리기 전'은 처음 생성된 퀘스트가 아니다.

어떤 퀘스트인지 알 것 같았다.

'한반도 완전 청소는 남은 녀석들 토벌하는 퀘스트겠지?'

퀘스트 '한반도 완전 청소'는 처음 생성된 퀘스트였지만 이름만 봐도 어떤 퀘스트인지 알 것 같았다.

그러나 혹시 모르는 일이었기에 확인을 해야 했다.

<한반도 완전 청소>

한반도에 세계 침공자들의 영역 상징은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영역 상징을 전부 파괴하고 세계 침공자들을 몰아내라!

[기여도 : 0]

퀘스트 보상 : ???, 길드 상위 시스템 개방

혹시는 혹시로 끝났다.

퀘스트 '한반도 완전 청소'는 강진석이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남은 지역을 청소하면 끝나는 퀘스트였다.

물론 예상치 못한 내용도 있었다.

'...길드 상위 시스템 개방?'

바로 보상이었다.

'연합이나 국가인가?'

생각하자마자 2가지가 떠올랐다.

'궁금하긴 하네.'

강진석은 상위 시스템에 대해 생각하며 퀘스트 '축복이 서리기 전'을 확인했다.

<축복이 서리기 전>

20일 뒤, 한반도 인접 지역 모든 침공자들에게 축복이 서릴 예정이다.

1차 제약 침공자에게는 육체 강화, 정신 강화, 회복 강화의 축복이.

.

.

그전에 최대한 많은 침공자를 처치하라!

[기여도 : 0]

퀘스트 보상 : ???

지도를 통해 인접 지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퀘스트 '축복이 서리기 전'은 예상했던 것과 100% 같았다.

특별히 눈에 띄는 정보도 없었다.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한반도 인접 지도를 꺼내 펼쳤다.

'중국, 러시아만이네.'

혹여 일본 역시 인접 지역으로 치는 것일까 궁금했는데 지도에 일본은 나와 있지 않았다.

지도에 나온 인접 지역은 중국의 랴오닝성, 지린성 그리고 러시아의 프리모리예 지방뿐이었다.

'이러면 청소 참여해야 하나?'

강진석은 잠시 고민했다.

원래 강진석은 길드원들의 성장을 위해 청소에 개입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상황을 보니 개입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 성장시키려다 몬스터들이 더 강해지면 안 되니까.'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길드 관리창을 열어 길드 영역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어 한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길드장님!

-돌아오셨군요!

"네, 다녀왔습니다. 혹시 퀘스트 확인하셨나요?"

-네, 방금 막 확인했습니다.

"빠르게 청소를 마무리 지을까 합니다."

-개입하신다는 말씀일까요?

"네."

-청소하시는 지역 알려주시면 길드원들에게 공지하겠습니다!

"함경북도 쪽은 제가 다 할게요."

함경북도는 다렉의 영역이었다.

주요 장소와 몬스터는 처리했지만 전부 처리한 것은 아니다.

거기다 중국 혹은 러시아 쪽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렉의 두 번째 영역 그리고 해당 영역에 있는 부하들이 넘어왔을 수 있다.

길드원들의 안전을 위해서 강진석은 함경북도를 홀로 청소할 생각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따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강진석은 영역 이동을 통해 함경북도로 넘어갔다.

그리고 첫 번째 목적지로 향했다.

순식간에 목적지에 도착했고 강진석은 초감각을 통해 영역 내부를 확인했다.

당연하게도 어중이떠중이뿐이었다.

가장 강한 존재가 3차 제약 침공자였다.

'그래, 넘어왔다고 해도 벌써 여기까지는 못 왔겠지.'

강진석은 흑염뢰 두 줄기를 뽑아내며 장막을 지나쳐 영역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입장 메시지와 함께 무수히 많은 메시지가 나타났고 강진석은 두 흑염뢰에 파괴를 덧발라 증폭시킨 뒤 날렸다.

하나는 신단이 있는 곳으로.

또 다른 하나는 몬스터들의 거처로.

먼저 목적지에 도착한 것은 거처로 간 흑염뢰였다.

[백부장 사이도르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

.

증폭된 흑염뢰는 폭발하며 거처에 있던 모든 몬스터에게 죽음을 선물했다.

그리고 이어 신단에 도착한 흑염뢰가 폭발했고.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작은 신단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

.

그렇게 순식간에 청소와 탈환을 마친 강진석은 길드 관리창을 열어 기본 설정을 마친 뒤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두 번째 목적지로 향하며 생각했다.

'이 속도면 1시간도 안 걸리겠는데?'

청소 속도가 말도 안 되게 빨라졌다.

지금 속도라면 1시간은커녕 30분 안에 함경북도 전역을 청소하고 탈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조금 전 청소한 곳은 3차 제약 침공자가 보스로 있는 약한 곳이었다.

그러나 4차 제약 침공자가 있었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똑같이 흑염뢰 두 방으로 끝났을 것이다.

만에 하나 예상과 달리 두 방으로 끝나지 않는다?

현재 강진석은 동시에 흑염뢰 5개를 다룰 수 있었다.

즉, 더 날리면 그만이었다.

'...그냥 혼자서 싹 청소해 버릴까?'

그래서 생각이 들었다.

한반도뿐만이 아니라 지구 전역을 혼자서 청소해 버리는 건 어떨지.

'가능할 것 같은데....'

제258화

258.

전에는 혼자서 청소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길드원들을 성장시키려 했던 것이다.

힘을 합쳐야만 청소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데 수련을 마친 지금은 자신이 생겼다.

몬스터들이 얼마나 되든 문제 없이 죽일 자신이.

5차 제약 침공자도 손쉽게 죽일 자신이.

물론 혼자서도 자신이 있다는 뜻이지 진짜로 혼자 청소할 생각은 없었다.

길드원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굳이 비효율적인 선택을 할 이유는 없다.

[던전 '12번째 전초 기지'에 입장하셨습니다.]

[24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작은 신단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

.

그렇게 청소에 대해 생각하던 중 두 번째 목적지에 도착했다.

12번째 전초 기지의 보스도 3차 제약 침공자였다.

강진석은 전과 마찬가지로 흑염뢰 두 줄기를 뽑아냈다.

그리고 파괴를 덧씌워 강화한 뒤 날렸다.

[기지장 킬마우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

.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작은 신단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

.

얼마 뒤 청소와 탈환이 끝났고 강진석은 영역 설정을 마친 뒤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세 번째 목적지로 향했다.

[던전 '13번째 전초 기지'에 입장하셨습니다.]

[24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작은 신단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

.

곧 세 번째 목적지에 도착했고 앞서 그랬던 것처럼 강진석은 흑염뢰 두 방으로 청소와 탈환을 마쳤다.

이후 강진석은 계속해서 움직이며 함경북도에 남은 영역 상징과 몬스터들을 처리하기 시작했고.

30분 뒤.

'마지막이네.'

함경북도의 마지막 영역에 진입할 수 있었다.

강진석은 여태까지 해왔던 대로 흑염뢰 두 줄기를 뽑아 청소와 탈환을 마쳤다.

그러고는 밖으로 나와 함경북도 국경으로 향했다.

인접 지역인 랴오닝성, 지린성 그리고 프리모리예 지방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넘어가 확인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넘어가는 순간 해당 지역에 있는 몬스터들의 제약이 대거 풀린다.

당장 청소할 게 아니라면 넘어가서는 안 된다.

강진석은 국경선을 따라 움직이며 초감각으로 탐색할 생각이었다.

이내 국경선에 도착한 강진석은 국경선을 따라 이동하며 초감각을 통해 탐색을 시작했다.

그리고 곧 걸음을 멈췄다.

'찾았다.'

걸음을 멈춘 이유는 찾고 있던 것을 찾아냈기 때문이었다.

강진석이 찾던 것은 바로 '다렉의 두 번째 영역'이었다.

'지린성에 있었구나.'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는데 지린성에 있을 줄이야?

'경계가 심하네.'

다렉의 부하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전부 남쪽을 경계하고 있었다.

'하기야, 본부가 당했으니.'

본부가 당한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다렉의 부하들이 본부가 있는 남쪽을 경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강진석은 다시 이동하며 탐색에 집중했다.

그리고 얼마 뒤 탐색을 마친 강진석은 생각했다.

'일단 청소가 어렵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인접 지역 전역을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일단 탐색한 지역의 몬스터들은 강하지 않았다.

그나마 신경 쓸 만한 곳은 다렉의 두 번째 영역뿐이었다.

'안쪽은 뭐가 좀 다르려나?'

물론 안쪽은 상황이 완전 다를 수 있다.

위험한 몬스터들이 대거 있을 수 있다.

'근데 달라 봤자겠지.'

그러나 5차 제약 침공자가 있다고 해도 솔직히 강진석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강진석은 인접 지역에 대한 생각을 끝내고 근처에 있는 지부로 향하며 길드 관리창을 열었다.

그리고 길드 영역을 확인 후 한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함경북도 청소가 끝났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는 아니다.

한지윤 역시 길드 영역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청소가 끝난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네, 길드장님!

"이제 량강도로 넘어갈 생각입니다."

함경북도를 혼자 청소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것이 함경북도 청소 후 가만히 있겠다는 뜻은 아니다.

한시라도 빨리 한반도 청소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길드원들을 도와 마저 청소할 생각이었다.

-그러면 량강도 쪽 배치한 길드원들은 다른 곳으로 돌리면 될까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예! 바로 전달하겠습니다.

"이따 또 연락 드리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강진석은 곧 지부에 도착했고 영역 이동을 통해 량강도에 있는 지부로 이동했다.

그리고 도착과 동시에 바로 지부 밖으로 나와 근처에 있는 몬스터들의 영역으로 향했다.

* * *

[던전 '라탠의 숲'에 입장하셨습니다.]

[24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작은 신목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

.

메시지를 보며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끝이구나.'

그도 그럴 것이 라탠의 숲이 마지막이었다.

이제 라탠의 숲에 있는 영역 상징 '작은 신목'만 파괴하면 한반도 내에는 몬스터들의 영역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퀘스트 '한반도 완전 청소'가 완료될 것이다.

'상위 시스템이 뭘까.'

퀘스트 '한반도 완전 청소'의 보상 중 길드 상위 시스템 개방이 있었다.

강진석은 상위 시스템에 대해 생각하며 흑염뢰를 뽑아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파괴를 덧씌웠다.

'이제 알 수 있겠지.'

강진석은 여태까지 해왔던 대로 영역 상징과 몬스터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흑염뢰를 날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빠르게 훑었다.

그리고 곧 볼 수 있었다.

[퀘스트 '한반도 완전 청소'를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

.

퀘스트 '한반도 완전 청소'의 완료 메시지를.

강진석은 집중해서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상위 시스템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국가 시스템이 활성화됩니다.]

[국가 '강진석'이 건국됐습니다.]

[국가 관리창에서 국가명을 바꿀 수 있습니다.]

[모든 길드원이 국가 '강진석'의 국민이 됩니다.]

.

.

[길드 관리창의 모든 기능이 국가 관리창으로 이전됩니다.]

[규모에 따라 등급이 정해집니다.]

[현재 등급 : 왕국]

길드 시스템의 상위 시스템은 바로 '국가'였다.

메시지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직접 확인하기 위해 국가 관리창을 열었다.

그리고 새로 생긴 기능, 강화된 기능 등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영주 임명이라....'

강진석은 '영주 관리'의 '영주 임명'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 기능도 넘길 수 있구나?'

길드 시스템에서는 맡기고 싶어도 맡길 수 없던 기능들을 국가 시스템에서는 맡길 수 있었다.

'근데 진짜 왕이 된 것 같네.'

길드 시스템에도 직위 설정은 있었다.

직위에 따라 권한도 부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가 시스템은 차원이 달랐다.

이내 기능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한지윤을 시작으로 이미 거점을 관리하고 있는 최고 간부들을 영주로 임명하고 영지를 부여했다.

우웅! 우웅!

그렇게 부여가 끝났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한지윤이었다.

"네, 지윤 씨."

-길드장님 방금 이상한 메시지가 나타나서.

"영주 임명을 말씀하신 거면 제가 한 게 맞습니다. 그리고 지금 영주로 임명된 최고 간부들 포함해서 전체 간부 회의를 하려 하는데 가능할까요?"

-네! 대회의실 준비하겠습니다.

* * *

여수 해왕 길드의 본부.

"으음...."

길드장 최태훈은 침음을 내뱉었다.

침음을 내뱉은 최태훈의 얼굴에는 고민이 가득했다.

최태훈에게 고민을 안겨 준 것은 바로 한 퀘스트였다.

퀘스트명은 '건국'.

<건국>

건국 조건을 충족했다.

당신에게는 2가지 선택지가 있다.

당신의 선택은?

1. 소국 건국

2. 공국 건국 (동맹 국가 '강진석' 왕국에 예속)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건국'은 말 그대로 건국 퀘스트였다.

완료에 필요한 조건은 없었다.

선택만 하면 된다.

선택지는 2가지.

첫 번째는 소국이었고 두 번째는 공국이었다.

'아무리 봐도 1번은 아닌 것 같은데.'

소국을 선택한다고 해서 동맹을 맺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공국의 존재 자체였다.

공국을 선택하면 바로 강진석 왕국에 예속된다.

강진석 왕국 입장에서 소국과 공국 둘 중 어떤 것을 더 좋게 볼까?

누가 봐도 공국을 좋게 볼 수밖에 없다.

최태훈은 목포, 부산 등 다른 지역에 자리 잡은 길드들을 떠올렸다.

건국 퀘스트는 해당 길드의 길드장들에게도 생성됐을 것이다.

'다른 곳에서 공국을 선택하면....'

강진석 왕국이 공국을 좋게 본다고 해도 모두가 소국을 선택하면 별문제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곳이라도 공국을 선택한다면?

강진석 왕국은 해당 공국을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눈치 살필 때가 아니야.'

최태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길드 공지를 통해 바로 회의를 소집했다.

'설득하자, 공국으로.'

퀘스트를 보자마자 최태훈은 공국을 선택하고 싶었다.

강진석에게 아주 큰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던 것은 휘하 길드원들 때문이었다.

혼자도 아니고 수많은 길드원이 있는 상황에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었다.

최태훈은 회의실로 향하며 생각했다.

'근데 다른 곳은 어떤 선택을 내리려나?'

* * *

[동맹 길드 '해왕'이 공국을 선택했습니다.]

[해왕 공국이 강진석 왕국에 예속됩니다.]

.

.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은은히 미소를 지었다.

'역시 나만 활성화된 게 아니네.'

국가 시스템은 길드 시스템의 상위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다른 길드도 활성화될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리고 예상대로였다.

'근데 공국이라....'

강진석은 선택지가 없었다.

처음부터 왕국 시작이었다.

그런데 메시지를 보면 최태훈은 공국을 '선택'했다.

그 말은 선택지가 있었다는 뜻이다.

'규모 때문인가?'

선택지가 있었던 이유는 아무리 봐도 규모 차이로 추정됐다.

'나중에 여쭤봐야겠네.'

강진석은 회의가 끝나는 대로 최태훈에게 물어보기로 결정을 내리고 다시 회의에 집중했다.

그리고 얼마 뒤 회의가 마무리됐다.

강나연을 필두로 왕국 전력의 30%는 중국 청소를.

김칠성을 필두로 30%는 일본 청소를.

나머지 40%는 한국에서 대기하며 지원 준비를 하기로.

이내 간부들이 청소 준비를 위해 대회의실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강진석과 한지윤 두 사람만 남게 되었고 한지윤이 강진석에게 물었다.

"지금 바로 가실 생각이신가요?"

"네, 러시아 가기 전에 들를 곳이 있으니까요."

강진석은 홀로 러시아를 청소하기로 했다.

물론 바로 러시아에 갈 생각은 없다.

지린성에 있는 두 번째 영역을 가장 먼저 정리할 예정이었다.

"혹시나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네, 도움이 필요하면 바로 연락할게요. 그리고 혹시나 중국이나 일본에 5차 제약 침공자라든가 강한 4차 제약 침공자가 나타나면 바로 연락 주세요."

"예! 바로 보고드릴게요."

그렇게 한지윤과 대화를 마친 강진석은 국가 관리창을 열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한지윤과 작별 인사를 한 뒤 영역 이동을 통해 다렉의 두 번째 영역과 가장 가까운 영지로 이동했다.

이어 강진석은 국경선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국경선에 도착한 강진석은 초감각을 통해 두 번째 영역을 확인했다.

'음?'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영역은 그대로였다.

그런데 영역 밖으로 나와 남쪽을 경계하던 다렉의 부하들이 감지되지 않았다.

단 한 마리도.

'영역으로 돌아간 건가?'

상황을 보니 전부 영역 안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냥 돌아간 건 아닐 테고....'

아무런 이유 없이 돌아간 것은 아닐 것이다.

강진석은 살짝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국경선을 넘어섰다.

그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조건이 충족됐습니다.]

[지린성 일정 지역의 모든 제약이 해제됩니다.]

제약 해제 메시지였다.

'전부 해제되는 건 아니네.'

지린성 전부가 해제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일정 지역만 해제가 되다니?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두 번째 영역을 향해 이동했다.

그러나 이동하자마자 강진석은 이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추가로 나타난 메시지 때문이었다.

[다렉의 잔존 세력이 시험을 포기했습니다.]

[다렉의 잔존 세력이 원래 세계로 귀환합니다.]

[다렉의 영역 상징이 전부 파괴됐습니다.]

[퀘스트 '선점하라!'가 생성됐습니다.]

제259화

259.

'없는 이유가 이거였어...?'

다렉의 부하들이 한 마리도 감지되지 않은 이유가 영역 안에서 특별한 뭔가를 준비하고 있어서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시험 포기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두 번째 영역의 파괴가 빠르게 흩어지고 있었다.

'흡수하려고 했는데....'

지금 당장 도착한다고 해도 흩어지는 파괴를 붙잡을 수는 없다.

'창고도 털렸으려나?'

두 번째 영역에는 다렉의 두 번째 보물 창고가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도망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파괴가 흩어지며 영역 안쪽을 탐색할 수 있게 됐다.

안쪽에는 흩어지지 않고 선명하게 남아 있는 파괴가 있었다.

파괴의 형태를 보아 창고로 추정됐다.

이 정도로 선명한 파괴가 남아 있을 만한 창고는 하나뿐이었다.

바로 조금 전까지 생각하고 있던 다렉의 두 번째 보물 창고.

강진석은 창고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곧 창고를 둘러싼 파괴의 장막을 볼 수 있었다.

파괴의 장막은 곳곳이 찌그러져 있었다.

그러나 그뿐이다.

찌그러졌을 뿐 뚫린 곳은 없었다.

진입을 시도했으나 결국 뚫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그럼 남아 있겠네.'

강진석은 미소를 지으며 장막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가져다 댔다.

그와 동시에 장막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이어 장막은 강진석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강진석은 잠시 눈을 감고 흡수한 파괴를 순환시켰다.

그렇게 파괴를 완전히 흡수한 강진석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창고로 향했다.

창고에 입장한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다렉의 두 번째 보물 창고에 입장하셨습니다.]

예상대로 창고의 정체는 다렉의 두 번째 보물 창고였다.

강진석은 창고 내부를 탐색했다.

'각성이나 제련 재료는 없겠네.'

특출나게 강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네 번째 영혼 각성의 재료, 네 번째 육체 제련의 재료는 없을 것으로 추정됐다.

강진석은 비고를 소환했다.

그러고는 손을 휘적였다.

그러자 창고 내 물품들이 두둥실 떠올라 강진석의 앞으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도착한 물품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비고에 보관하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네 번째 각성, 제련 재료는 없었다.

모든 물품을 보관한 강진석은 아쉬운 표정으로 비고를 역소환했다.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창고를 쓱 훑고 밖으로 나갔다.

창고에서 나온 강진석은 근처에 있는 영역 상징으로 향했다.

영역 상징은 파괴의 근원과 똑같이 생겼다.

말 그대로 외형만 같을 뿐이다.

조금의 파괴도 느껴지지 않았다.

강진석은 가볍게 손짓했다.

그러자 영역 상징 주변 공간이 일그러졌고 아무런 힘도 없는 영역 상징은 그대로 산산이 조각났다.

[두 번째 파괴의 근원을 파괴하셨습니다.]

[퀘스트 '두 번째 파괴의 근원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

.

예상과 달리 허무하긴 했지만 어쨌든 목표했던 두 번째 영역을 탈환한 강진석은 기본 설정을 마친 뒤 강나연에게 문자를 보냈다.

[지린성에 거점 만들어 뒀어.]

그리고 강진석은 영역 이동을 통해 러시아 국경선 근처에 있는 영지로 넘어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러시아 지역을 청소할 차례였다.

영지에서 나온 강진석은 곧장 국경선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국경선에 도착한 강진석은 잠시 멈춘 채 프리모리예 지방을 탐색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지린성 때와 달리 많은 몬스터와 영역이 감지됐다.

'하기야 이 녀석들이 도망칠 이유는 없지.'

다렉의 부하들이 도망친 것은 다렉의 죽음 때문이다.

프리모리예 지방의 몬스터들은 도망칠 이유가 없었다.

강진석은 국경선을 넘어섰다.

그러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조건이 충족됐습니다.]

[프리모리예 지방 일정 지역의 모든 제약이 해제됩니다.]

지린성 때와 마찬가지로 일부 지역의 제약만 해제됐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며 계속해서 이동했다.

그리고 곧 영역 밖에서 활동하고 있는 몬스터들을 볼 수 있었다.

전부 오크였는데 수준이 매우 낮았다.

대부분이 1차 제약 침공자였고 2차 제약 침공자는 넷뿐이었다.

흑염뢰를 사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강진석은 가볍게 손짓했다.

그러자 오크들의 사이사이에 주먹만 한 불덩어리들이 나타났다.

화르륵! 쾅! 쾅! 쾅!

이어 불덩어리들은 더욱 타오르며 폭발했고.

모든 오크가 죽음을 맞이했다.

그렇게 영역 밖 오크 무리를 전부 죽인 강진석은 영역 안으로 진입했다.

[던전 '차가운 대지 부족 14지부'에 입장하셨습니다.]

[24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작은 신전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

.

그리고 메시지를 보며 흑염뢰 두 줄기를 뽑아 날렸다.

[차가운 대지 부족 14지부장 크아크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

.

[퀘스트 '작은 신전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

.

그렇게 청소와 탈환이 끝났고 강진석은 국가 관리창을 열어 설정을 마쳤다.

그리고 영지 밖으로 나와 다음 장소로 향하던 중.

[참관자 어둠 법칙 카스만이 만남을 원합니다.]

[퀘스트 '만남'이 생성됐습니다.]

[참관자 불 법칙 화령이 만남을 원합니다.]

[퀘스트 '만남'이 생성됐습니다.]

[중복 퀘스트입니다.]

[퀘스트 '만남'이 강화됩니다.]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고 잠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빠른 시일 내로 만나고 싶기는 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만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러고는 퀘스트 '만남'을 확인했다.

<만남>

법칙들이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한다.

만남의 방으로 이동하라!

퀘스트 보상 : 만남의 방 포탈 생성

퀘스트 '만남'을 통해 정보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특별한 정보가 없었다.

'쉽게 만든 자리는 아닐 것 같은데.'

퀘스트만 보면 아주 가벼운 만남이었다.

그러나 쉽게 만날 수 있었다면 카스만과 화령이 진즉 자리를 만들었을 것이다.

쉽게 만든 자리는 아닐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참관자 어둠 법칙 드렉시로안이 만남을 원합니다.]

[퀘스트 '만남'이 생성됐습니다.]

[중복 퀘스트입니다.]

[퀘스트 '만남'이 강화됩니다.]

추가로 메시지가 나타났다.

'드렉시로안!'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드렉시로안이 누구인가?

마이호르드를 후원하는 존재였다.

'날 왜?'

카스만과 화령은 이해됐다.

그러나 드렉시로안이 왜 만남을 원하는 것일까?

'설마 복수?'

혹시 자신이 후원하던 마이호르드를 죽인 것에 대한 복수를 위해서일까?

'어?'

드렉시로안에 대해 생각하던 중 강진석은 퀘스트 '만남'을 보았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만남>

법칙들이 연합 영입을 위해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한다.

만남의 방으로 이동하라!

퀘스트 보상 : 만남의 방 포탈 생성

퀘스트가 강화되며 새로운 내용이 추가됐다.

'연합 영입? 복수 때문이 아니었구나?'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드렉시로안이 만남을 원하는 이유는 복수 때문이 아니었다.

강진석은 퀘스트 '만남'의 완료 버튼을 클릭했다.

[퀘스트 '만남'을 완료하셨습니다.]

[만남의 방 포털이 생성됩니다.]

스악!

완료와 동시에 눈앞에 포털이 생성됐다.

강진석은 포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만남의 방에 입장하셨습니다.]

그렇게 포털을 통해 만남의 방에 도착한 강진석은 주변을 훑었다.

'...비슷하네.'

만남의 방은 초월의 방, 보상의 방과 비슷했다.

다른 것은 이번에도 색깔뿐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스앗! 스앗! 스앗!

전방에 세 존재가 소환됐다.

물론 함께 있는 것은 아니다.

왼쪽에 둘, 오른쪽에 하나.

그렇게 두 진영으로 나뉘었고 대치를 시작했다.

대치하고 있는 세 존재를 본 강진석은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바로 그때.

[공정한 대화를 위해 정보가 제공됩니다.]

메시지와 함께 3개의 정보창이 나타났다.

'정보?'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고 의아해하며 정보창을 보았다.

<화령>

소속 연합 : 체르딘

개척 법칙 : 1. 불(네 번째 갈림길), 2. 공간(첫 번째 갈림길)

개척 속성 : 1. 폭발, 2. 분노

그리고 확인하자마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강진석은 놀란 얼굴로 나머지 두 정보창을 확인했다.

<카스만 드 아볼트>

소속 연합 : 체르딘

개척 법칙 : 1. 어둠(다섯 번째 갈림길)

개척 속성 : 1. 육체, 2. 힘, 3. 바람

<나인 드렉시로안>

소속 연합 : 레기온

개척 법칙 : 1. 어둠(여섯 번째 갈림길)

개척 속성 : 1. 지식, 2. 지혜, 3. 공간

정보를 제공해 준다기에 기대하고 있기는 했다.

'법칙들 정보를 제공해 준다고?'

그런데 그것이 법칙들의 정보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물론 정보가 많지는 않았다.

법칙들의 본명, 소속 연합, 개척한 법칙, 속성까지 4가지만 제공이 됐다.

'근데 법칙이랑 속성은 무슨 차이지?'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여태까지 강진석은 법칙과 속성이 같은 줄 알았다.

그런데 정보창을 보니 다른 것으로 추정됐다.

도대체 무슨 차이인 것일까?

궁금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갈림길은....'

개척 법칙에는 '갈림길'이 쓰여 있었다.

그리고 개척 속성에는 '갈림길'이 없었다.

대체 갈림길은 무엇일까?

스윽.

'물어보면 되겠지.'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카스만, 화령, 드렉시로안을 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세 존재에게 다가갔다.

강진석이 다가오자 세 존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돌려 강진석을 보았다.

그리고 강진석은 흠칫했다.

직전까지만 해도 세 존재의 얼굴과 눈빛에는 분노, 짜증이 가득했다.

그런데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온화함이 가득했다.

"오랜만이구나."

"오랜만이야."

먼저 인사한 것은 카스만과 화령이었다.

그리고 이어 드렉시로안이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레기온 연합 소속 하위 법칙 드렉시로안이라고 합니다."

강진석은 드렉시로안의 인사에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정중했기 때문은 아니다.

'하위 법칙?'

드렉시로안은 어둠 법칙이었다.

그런데 하위 법칙이라니?

"죄송하지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 바로 제안을 드리겠습니다."

드렉시로안이 이어 말했다.

"시험이 끝난 뒤 저희 레기온에 들어와 주신다면 곧 마주하게 되실 갈림길 중 하나를 쉽게 돌파하실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하겠습니다."

"...!"

강진석은 살짝 놀랐다.

'곧 마주하게 될 갈림길?'

놀란 이유는 '갈림길' 때문이었다.

'내가 마주하게 된다고 갈림길을?'

갈림길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른다.

'내가 법칙이 되는 걸 도와준다고?'

그러나 개척 속성에 없고 개척 법칙에만 있는 것을 보면 법칙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추정됐다.

강진석은 카스만과 화령을 보았다.

놀란 것은 강진석뿐만이 아니다.

"...!"

"...!"

카스만과 화령 역시 매우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돕는 게 쉬운 일이 아닌가 보네.'

쉬운 일이었다면 카스만과 화령이 저리 놀랄 이유가 없다.

갈림길 돌파를 돕는 것은 법칙들에게도 매우 어려운 일이 분명했다.

이어 화령이 카스만을 보았다.

그러자 카스만이 얼굴에서 놀람을 지우고 비장함을 가득 채우더니 강진석을 보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우리도 비슷해. 대신 우리는 갈림길 하나가 아니라 모든 갈림길을 쉽게 넘어설 수 있도록 지원할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

카스만의 말에 드렉시로안이 외쳤다.

드렉시로안의 목소리에는 불신이 가득했다.

강진석은 드렉시로안의 반응에서 알 수 있었다.

지금 카스만이 한 제안은 보통 제안이 아니라는 것을.

제260화

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