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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8 - 270-280

제270화

270.

모든 초특급 원혼이 귀령의 방울을 통해 카이라무스에게 흡수되고 있었다.

그리고 카이라무스의 기운이 급속도로 강해지기 시작했다.

기운만 강해지는 게 아니다.

카이라무스의 육체가 점점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투명해지는 육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영체화!'

바로 '영체화'.

카이라무스는 육신을 영체로 변환시키고 있었다.

'대단한 자신감이네.'

이렇게 대놓고 영체화를 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강진석은 흑염뢰를 하나 뽑았다.

그러고는 파괴를 덧씌워 날렸다.

강진석은 흑염뢰를 통해 큰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흑염뢰는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그그극!

흑염뢰가 카이라무스의 육체 주변에 도달한 순간 붉은색 장막이 나타나 흑염뢰를 소멸시켰다.

강진석은 당황스러웠다.

붉은 장막 때문이었다.

흑염뢰를 가뿐히 막아낼 정도로 장막의 방어력이 강해서는 아니다.

'시스템이 왜....'

붉은 장막에서 느껴지는 힘의 근원이 '시스템'이었기 때문이었다.

착각이 아니다.

[카이라무스의 영체화가 진행 중입니다.]

[영체화가 끝나기 전까지 공격할 수 없습니다.]

메시지로 언급까지 됐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만약 붉은 장막이 카이라무스의 힘이었다면?

후퇴했을 것이다.

다시 카이라무스의 힘이 약해질 때까지.

그 정도로 붉은 장막의 힘은 강했다.

그러나 시스템의 힘이다.

그렇다면 피할 이유가 없다.

카이라무스의 영체화가 끝나는 순간 시스템의 보호는 끝날 것이기에.

강진석은 카이라무스를 유심히 살피며 생각했다.

'근데 이러면 퀘스트는 어떻게 되는 거지?'

현재 모든 초특급 원혼이 카이라무스에게 흡수됐다.

즉, 죽이고 싶어도 죽일 수 없는 상태였다.

'카이라무스를 죽이면 동시에 완료되려나?'

바로 그때였다.

[초특급 원혼 비슌이 소멸했습니다.]

[퀘스트 '초특급 원혼 비슌'을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흑룡의 진원을 획득하셨습니다.]

.

.

메시지가 나타났다.

'아....'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고 속으로 나지막이 탄식을 내뱉었다.

흡수됐음에도 바로 완료가 되지 않기에 카이라무스를 죽여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완료되지 않았던 이유는 완전히 소화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보상이 근데....'

아무래도 직접 죽인 게 아니기 때문일까?

앞서 완료했던 초특급 원혼 퀘스트들에 비해 보상이 적었다.

진원도 1개밖에 나오지 않았다.

[초특급 원혼 자르하가 소멸했습니다.]

[퀘스트 '초특급 원혼 자르하'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적무령의 진원을 획득하셨습니다.]

.

.

이어 또 다른 초특급 원혼이 소멸하며 퀘스트가 완료됐다.

이번에도 진원은 1개뿐이었다.

'으음....'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누군가는 지금 상황을 날로 먹는다 생각해 좋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강진석은 아니었다.

초특급 원혼을 손쉽게 잡을 수 있는 강진석은 보상을 빼앗긴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렇다고 강진석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이미 초특급 원혼들은 흡수당했고 카이라무스는 시스템에 보호받고 있었다.

지금 강진석이 할 수 있는 것은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초특급 원혼 메스트론이 소멸했습니다.]

[퀘스트 '초특급 원혼 메스트론'을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사목거두의 진원을 획득하셨습니다.]

.

.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퀘스트가 완료됐다.

그리고 강진석은 상황을 지켜보며 '준비'를 시작했다.

영체화가 끝난 직후 일어날 전투에 대한 준비를.

[초특급 원혼 카미라슈가 소멸했습니다.]

[퀘스트 '초특급 원혼 카미라슈'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

.

이내 마지막 초특급 원혼 퀘스트가 완료됐고.

스아악!

그 순간 카이라무스가 붉은 안개를 대거 뿜어냈다.

그리고 붉은 안개는 다시 카이라무스에게 빨려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귀령 카이라무스가 영체화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귀령 카이라무스'의 보상이 대폭 강화됩니다.]

[20초 뒤 보호 장벽이 사라집니다.]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영체화가 끝나는 순간 보호 장벽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바로 공격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20초나 더 지속된다니?

20초는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강진석은 카이라무스를 보았다.

카이라무스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 정체불명의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10초 뒤 보호 장벽이 사라집니다.]

장벽이 사라지기까지 10초가 남았을 때 주문이 완성됐고.

스앗!

핏빛의 전신 갑옷이 나타났다.

'...쉽지 않겠어.'

갑옷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심상치 않았다.

흑염뢰를 두르고 파괴를 덧씌운 다크닐로도 단숨에 베지 못할 것 같았다.

[1초 뒤 보호 장벽이 사라집니다.]

[보호 장벽이 사라집니다.]

이내 시간이 되었고 장벽이 사라졌다.

스앗!

그와 동시에 카이라무스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강진석은 당황하지 않고 찬란한 방패를 들었다.

그 순간 카이라무스가 코앞에 나타났고.

쾅!

카이라무스의 주먹이 방패에 작렬하며 엄청난 폭음이 울려 퍼졌다.

주먹에 담긴 힘은 소리만큼이나 강력했다.

기운을 끌어올리지 않았다면 날아갔을 정도로.

강진석은 다크닐을 휘둘렀다.

후웅!

다크닐은 공간을 짓이기며 카이라무스에게 나아갔다.

카이라무스는 피하지 않았다.

강진석처럼 팔을 들어 다크닐을 막았다.

그그극!

흑염뢰와 파괴를 덧씌워 절삭력이 극대화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카이라무스의 갑옷을 뚫지 못했다.

물론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한 것은 아니다.

갑옷에 균열이 여럿 나타났다.

"...!"

자신만만한 얼굴을 하고 있던 카이라무스는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당황한 게 분명했다.

물론 강진석은 카이라무스에게 시간을 줄 생각이 없었고 바로 따라붙으며 생각했다.

'생각보다 더 단단하네.'

방패로 공격을 막았을 때 느끼긴 했다.

갑옷이 보통이 아니라고.

그래도 다크닐로 베지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여태까지 보아온 다크닐의 절삭력은 상상 초월이었기에.

'한 번에 죽여야 하는 건 아니니까.'

꼭 한 번에 베어야 했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번 공격에서 강진석은 확신을 얻었다.

몇 번이면 갑옷을 뚫을 수 있다.

강진석은 다크닐을 휘둘렀다.

후웅!

이번에도 다크닐은 공간을 짓이기며 나아갔다.

그리고 카이라무스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팔을 들어 다크닐을 막았다.

그그극!

갑옷은 뚫리지 않았다.

대신 균열이 대거 늘어났다.

앞으로 대여섯 번 정도면 팔 쪽 갑옷은 파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다크닐을 다시 휘둘렀다.

그리고 카이라무스 역시 막기만 해서는 답이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반대편 주먹을 뻗었다.

방패로 막기에는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강진석은 기운을 집중시켜 보호막을 강화했다.

그그극!

다크닐이 작렬하며 균열이 더욱 늘어났다.

쾅!

그리고 보호막에 카이라무스의 주먹이 작렬했다.

보호막은 약해졌을 뿐 파괴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완벽히 막았다는 뜻은 아니다.

고통이 느껴졌다.

'오랜만이네.'

오랜만에 느껴보는 고통에 강진석은 알 수 있었다.

이번 전투에서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는 걸.

카이라무스는 상처 없이 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강진석은 쉬지 않고 공격했다.

카이라무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공방이 이어졌고 카이라무스의 갑옷이 점점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진석의 육체에도 자잘한 상처가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막상막하의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만 막상막하인 것이지 실상은 강진석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카이라무스의 갑옷은 복구되지 않았다.

반면에 강진석의 상처는 몇 초 만에 회복됐다.

결정적으로 카이라무스의 힘은 '일시적'이다.

그리고 강진석의 경우 지금 상태로 며칠 내내 싸울 수 있었다.

즉, 시간은 어느 쪽으로든 강진석의 편이었다.

카이라무스도 그 사실을 알기에 무리해서 공격하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따라 무리하지 않았다.

받아낼 것은 받아내고 맞설 필요 없는 것은 흘려버렸다.

그로 인해 전투는 끝을 향해 더욱 빠르게 나아갔고.

스걱!

이내 카이라무스의 오른팔이 날아갔다.

스아아....

영체답게 오른팔은 잘리자마자 먼지로 변해 사라졌다.

그리고 새로운 오른팔이 자라났다.

그러나 전보다 매우 연약한 상태였다.

오른팔은 두 번 만에 다시 잘려 나갔고 이어 왼팔, 오른 다리 등 곳곳이 잘려 나가기 시작했다.

푹!

그리고 이내 강진석은 영체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영혼의 핵'에 다크닐을 꽂아 넣을 수 있었다.

핵이 관통당해서일까?

아니면 다른 부위를 회복하는 데 많은 힘을 쏟아부어서일까?

더 이상 카이라무스는 영체를 회복하지 못했다.

그리고 움직임도 멈췄다.

강진석은 다크닐을 뽑아낸 뒤 거리를 벌렸다.

최후의 발악으로 자폭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됐는데."

카이라무스가 무척이나 허무한 표정으로 말했다.

"말씀을 들어야 했는데...."

말끝을 흐린 카이라무스는 과거를 떠올렸다.

영혼 법칙 막사무스가 시험을 포기하라고 했을 때 포기했다면?

손해는 볼지언정 지금처럼 죽음을 맞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럽구나, 네 녀석의 재능이."

이어 카이라무스가 강진석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목소리에는 부러움이 가득했다.

"다음 생에는...."

스아아....

카이라무스는 말을 하던 중에 흩어졌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귀령 카이라무스가 영원한 안식에 듭니다.]

[포인트가 70억 상승합니다.]

[죽음의 정수를 3개 획득하셨습니다.]

[최상급 죽음의 근원 5개를 획득하셨습니다.]

[죽음의 흙덩이 1kg을 획득하셨습니다.]

.

.

[퀘스트 '귀령 카이라무스'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

.

"...!"

메시지를 통해 보상을 확인하던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생각지도 못한 보상이 있었다.

바로 네 번째 육체 제련, 영혼 각성의 재료들이었다.

'시험 끝나기 전에 할 수도 있겠는데?'

솔직히 말해 시험이 끝난 이후에나 네 번째 제련, 각성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재료 구하는 게 쉽지 않았기에.

그런데 이렇게 퀘스트 보상으로 재료가 주어진다면?

시험이 끝나기 전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미소를 지은 채 메시지 확인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얼마 뒤.

"...."

메시지를 보던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카이라무스의 후원자 영혼 법칙 막사무스가 카이라무스의 죽음을 인지했습니다.]

[영혼 법칙 막사무스가 당신의 존재를 인지했습니다.]

역시나 카이라무스의 죽음을 후원자인 영혼 법칙 막사무스가 알게 됐다.

'...이번에도 별문제 없으려나?'

드렉시로안은 마이호르드가 죽었음에도 별다른 감정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친절했다.

그러나 그것은 드렉시로안이 특별한 것일 수 있다.

막사무스는 적대적인 감정을 보일 수 있다.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조만간 또 카스만, 화령과 만나게 될 것이다.

강진석은 그때 막사무스에 대해 물어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조심해야 할 녀석들은 조심해야겠지.'

막사무스뿐만이 아니다.

아직 지구에 남아 있는 이들 중 주의해야 할 이들이 있는지도 물어볼 생각이었다.

이내 메시지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카이라무스가 사라진 자리 바닥을 보았다.

바닥에는 카이라무스가 남긴 물건들이 여럿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귀령의 방울도 존재했다.

강진석은 바닥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어떤 물건일까.'

다른 물건도 궁금하긴 했지만 가장 궁금한 것은 귀령의 방울이었다.

곧 바닥에 도착한 강진석은 가장 먼저 귀령의 방울을 쥐었다.

그리고 그 순간 강진석의 머릿속에 정보가 떠올랐다.

제271화

271.

<귀령의 방울>

1. 조건 충족 시 '영체화' 발동

2. 의지 발현 시 '영혼의 울림' 발동

3. 의지 발현 시 '영혼 강화' 발동

.

.

15. 저주 내성 증가

'역시 훨씬 좋은 거네.'

예상했던 대로 2급 보물은 최상급 아티펙트보다 훨씬 윗줄의 물품이었다.

'사용할 일은 없겠지만....'

귀령의 방울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귀기'가 필요했다.

그것도 무척이나 막대한.

그런데 강진석은 조금의 귀기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귀기를 품고 있는 물품을 통해 사용하려면 사용할 수 있겠지만 매우 비효율적이었다.

굳이 그렇게 하면서까지 사용할 이능이 아니다.

강진석은 귀령의 방울을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그리고 나머지 물품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귀령의 방울만큼은 아니지만 전부 좋은 것들이었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모든 물품을 인벤토리에 보관한 뒤 카이라무스가 나타났던 안쪽을 바라보았다.

카이라무스가 죽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아직 절대 영역 '귀성'과 귀무문의 본부 영역이 유지되고 있었다.

영역 상징인 '영혼의 제단'도 파괴해야 했고 귀성의 첫 번째 핵도 파괴해야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카이라무스는 어떤 물품을 꼭꼭 숨겨뒀으려나.'

사마척이 말해줬다.

카이라무스는 개인 창고를 3개나 가지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심복인 카미라슈의 출입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즉, 엄청난 물품이 보관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거기다 얼굴을 보지 못한 두 부문주 레뮬과 그라마시오 역시 개인 창고를 가지고 있었다.

확인해야 할 창고가 한두 개가 아닌 것이다.

강진석은 한껏 기대하며 안쪽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엄청난 귀기를 품고 있는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감지됐기 때문이었다.

귀기가 워낙 강해 형태는 알 수 없지만 영역 상징인 '영혼의 제단'으로 추정됐다.

물론 첫 번째 핵일 수도 있다.

그러나 첫 번째 핵이라고 하기에는 기운이 약했다.

'뭐든.'

예상과 달리 영혼의 제단이 아니라 첫 번째 핵이어도 상관없다.

어차피 둘 다 파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강진석은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얼마 뒤 목적지에 도착한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영역 상징 맞네.'

귀기를 품고 있는 정체불명의 무언가는 '제단' 형태를 하고 있었다.

'이건 흡수할 것도 없으니.'

제단에는 귀기뿐이었다.

강진석은 바로 흑염뢰를 뽑아 파괴를 두른 뒤 날렸다.

흑염뢰는 순식간에 제단에 작렬했다.

앞서 파괴한 상징들과 달리 제단은 바로 파괴되지 않았다.

귀기 때문이었다.

막대한 양의 귀기가 제단을 보호하고 있었다.

지지직!

물론 귀기는 흑염뢰에 의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었다.

강진석은 추가로 흑염뢰 하나를 더 뽑아 날렸다.

그렇지 않아도 급격히 바닥으로 향하던 귀기가 순식간에 바닥났고.

쩌저적! 쩍!

균열로 가득 차더니 이어 무너져 내렸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영혼의 제단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

.

그렇게 제단이 파괴되며 귀무문 본부의 영역 장막 역시 사라졌다.

'거기 있었구나?'

그리고 장막이 사라지며 초감각 범위가 다시 넓어졌고 강진석은 첫 번째 핵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강진석은 곧장 첫 번째 핵이 위치한 곳으로 향했다.

첫 번째 핵 역시 두 번째 핵과 마찬가지로 말뚝 형태였다.

그리고 두 번째 핵보다 더 강한 죽음을 품고 있었다.

'좋다, 좋아.'

흡수할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강진석은 스킬창을 열어 스킬 '죽음의 지배'를 확인했다.

<죽음의 지배[패시브]>

죽음을 지배한다.

현재 레벨 : 3

죽음의 지배를 가장 늦게 습득했다.

그런데 이번 귀무문 청소에서 엄청난 양의 죽음을 흡수해 벌써 3레벨이었다.

'이번에 4레벨 가능할까?'

확실치 않지만 첫 번째 핵을 흡수하면 4레벨이 될 것 같았다.

만약 4레벨이 되지 않아도 그 직전까지는 도달할 것이다.

'이대로 가면 제일 먼저 갈림길 마주하는 거 아냐?'

지배 스킬이 5레벨이 되면 갈림길을 마주하게 된다.

지금 성장 속도가 계속 유지되지는 않겠지만 만에 하나 다음 청소 지역에서도 지금처럼 죽음을 흡수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죽음의 갈림길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기대되네.'

머나멀었던 갈림길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생각에 강진석은 살짝 기대하며 스킬창을 닫았다.

그리고 첫 번째 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스아아아악!

그러자 첫 번째 핵이 품고 있던 죽음이 강진석의 손으로 빨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처럼 강진석은 필요 없는 불순물을 분리해 순수한 죽음만을 흡수했다.

그렇게 첫 번째 핵의 죽음은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고 얼마 뒤 바닥났다.

스아아....

두 번째 핵 때와 마찬가지로 첫 번째 핵은 먼지로 변해 사라졌다.

그리고 이어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귀성의 첫 번째 핵을 파괴하셨습니다.]

[퀘스트 '첫 번째 핵'을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

.

[모든 핵이 파괴됐습니다.]

[귀성이 파괴됐습니다.]

[퀘스트 '귀성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

.

메시지를 살피던 강진석은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보상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보상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강진석이 아쉬움을 느낀 부분은 스킬 '죽음의 지배'였다.

죽음의 지배 관련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았다.

즉, 4레벨이 되지 않았다.

'곧 될 테니까.'

인벤토리나 비고에 죽음을 품은 아티펙트나 재료가 많았다.

그것들을 흡수하면 4레벨은 금방이다.

강진석은 아쉬움을 떨쳐내고 초감각에 집중했다.

'어디부터 갈까....'

청소와 탈환이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전리품 확인이었다.

강진석은 초감각에 감지 된 수많은 창고 중 어딜 먼저 갈지 고민했다.

'어차피 다 확인할 거니까.'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강진석은 가장 가까이 있는 창고로 향했다.

* * *

카스만의 거처.

현재 카스만은 화면을 통해 강진석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강진석을 바라보는 카스만의 표정에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다 부질없는 것들인데....'

현재 강진석은 창고를 샅샅이 확인하고 있었다.

카스만은 그 시간이 너무나 아깝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연합에 들어오기만 하면 지금 확인하고 있는 것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들이 지원될 예정이었다.

"에휴."

카스만은 아쉬움이 듬뿍 담긴 한숨을 내뱉으며 화면을 껐다.

"...?"

그리고 그와 동시에 고개를 돌려 입구를 보았다.

입구에 손님이 막 들어오고 있었다.

'막사무스?'

바로 연합 메비아스 소속의 영혼 법칙 막사무스였다.

"무슨 일이냐?"

카스만은 막사무스에게 물었다.

그러자 막사무스가 분노 가득한 얼굴로 다가와 말했다.

"강진석 그 녀석이 내가 후원하고 있던 아이를 죽였어."

"...."

카스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잠자코 막사무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막사무스가 이어 말했다.

"2급 보물까지 쥐여 줄 정도로 소중한 아이를 말이지."

막사무스는 후원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후원하는 모든 존재에게 보물을 주지는 않는다.

2급 보물을 준 것은 셋밖에 되지 않는다.

"...."

이번에도 카스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막사무스를 바라볼 뿐이었다.

"...."

그러자 막사무스 역시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정적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래도 진짜 영입할 생각이야?"

막사무스가 물었다.

카스만은 막사무스의 진의를 알 수 있었다.

영입을 포기하라는 뜻이었다.

강진석에게 해를 가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재능만 보면 역대 시험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게 강진석이었다.

즉, 본인들이 영입을 하기 위해서가 분명했다.

'어림도 없지.'

카스만이 입을 열었다.

"네가 후원하고 있는 존재가 정확히 몇 명이지?"

"...어?"

예상치 못한 질문에 막사무스가 반문했다.

그리고 카스만은 차분한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내가 아는 것만 150명은 되는데. 한 명이 죽었으니 149명인가?"

"아니, 더 늘기는 했는데...."

"그리고 2급 보물을 찍어내는 녀석이 뭐 그리 아까운 걸 잃은 것처럼 말해?"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2급 보물 만드는 데 얼마나 돈이 드는데!"

"돈이 썩어 넘쳐서 미치겠다고 하던 게 누구지?"

"...."

막사무스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카스만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고는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그리고 이미 강진석 영입은 내 손을 떠난 일이야."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네 손을 떠나다니?"

막사무스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반문했다.

강진석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 게 카스만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런데 손을 떠났다?

혹시 지금 상황을 그냥 끝내기 위해 던진 말일까?

"당무혁 님께서 꼭 영입하라 하셨어."

"...!"

이어진 카스만의 말에 막사무스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다, 당무혁 님이?"

"그래, 직접 찾아오셔서 말씀하셨지."

"...."

막사무스는 말없이 침을 꿀꺽 삼켰다.

카스만은 씨익 웃으며 물었다.

"당무혁 님한테 보고드릴까? 메비아스 연합에서 강진석 영입을 포기하라고 압력이 들어왔는데 어떻게 할지?"

"에헤이!"

막사무스는 손사래를 쳤다.

그리고 다급히 이어 말했다.

"아니지, 아니지. 난 영입 포기하라고 말한 적 없어. 영입할 거냐고 물어본 거지. 우리 사이에 이 정도는 물어 볼 수 있잖아? 하핫."

막사무스가 멋쩍은 웃음으로 말을 마쳤다.

그리고 카스만은 다시 한번 피식 웃으며 물었다.

"근데 그것 때문에 온 거야?"

"아, 그건 아니고. 이번 시험 참가자 중에 연합 차원에서 아끼고 있는 녀석들이 있거든."

카스만의 물음에 막사무스는 진지한 표정으로 본론을 꺼냈다.

"이대로 가다가는 강진석한테 죽을 것 같아서 미리 조율 좀 하려고 왔지."

강진석은 길을 여럿 개척했다.

거기다 육체 제련과 영혼 각성도 3번씩 했다.

막사무스가 보기에 현재 시험 참가자 중 본인의 힘만으로 강진석에게 살아남을 수 있는 존재는 둘밖에 되지 않는다.

그 정도로 강진석은 강했다.

그리고 연합 후원을 받고 있는 존재들이 강진석을 마주한다면?

필히 죽을 것이다.

메비아스 연합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이라 할 수 있고 막사무스가 온 이유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였다.

"으음...."

카스만은 침음을 내뱉었다.

'내가 부탁한다고 동족을 버릴 것 같지 않은데.'

강진석의 성격을 안다.

카스만이 직접 부탁해도 동족들이 죽는 것을 가만히 바라볼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솔직히 카스만도 가만히 있지 않길 바랐다.

만약 가만히 있으면 실망할 것 같았다.

"강진석 입장에서도 나쁘지는 않을 거야."

카스만이 말이 없자 막사무스가 이어 말했다.

"지구 인간들은 안 건드리고 있거든. 오히려 구출해서 아주 잘 먹이고 있지. 많이 구하지는 못했지만."

"뭐? 그럼 설마...."

"같은 참가자들만 사냥하고 있어. 해당 지역만 정리하면 바로 시험 포기할 거고 어때? 조율 가능하겠어?"

"...!"

막사무스의 말에 카스만은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 씨익 웃었다.

"그런 거라면 조율 해줄 수 있지."

물론 선택은 강진석의 몫이다.

그러나 카스만이 아는 강진석이라면 흔쾌히 받아줄 것 같았다.

"어디에 있는데?"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제272화

272.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이면...."

카스만은 말끝을 흐리며 지도를 보았다.

"시간도 넉넉하네."

바로 옆이었다면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다행히 거리가 매우 멀었다.

위치 확인을 마친 카스만은 막사무스에게 말했다.

"근데 일단 지금 당장은 조율하기 힘들어."

"...왜?"

"격을 너무 썼거든."

시험에 무한히 개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개입할 때마다 시스템은 '격'을 요구했다.

카스만은 강진석 영입을 위해 이미 많은 격을 사용한 상태였다.

"아."

막사무스는 이해했다는 탄성을 내뱉으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고맙다."

"고맙기는 다 대가 받고 하는 건데."

"...어?"

"뭐야, 설마 공짜로 조율하려고 했어? 전에 우리가 조율 요청했을 때 아주 무지막지하게 뜯어갔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끝을 흐린 카스만은 눈을 가늘게 뜬 채 막사무스를 보았다.

막사무스는 움찔했다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그게 아니라.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니까!"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해 볼까?"

카스만은 본격적으로 막사무스와 보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심각한 일도 아니고 서로를 잘 알기에 보상 이야기는 금방 끝났다.

"회복되는 대로 조율하고 연락할게."

"...믿고 간다?"

"그래, 좋은 소식 들고 갈 테니까. 준비나 잘해 둬."

"걱정 마셔. 다 있는 것들이니까. 격도 충분하니 조율만 되면 바로 건네줄 수 있어."

막사무스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답했다.

그러고는 문득 든 생각에 물었다.

"근데 바로 네 번째 육체 제련이랑 각성시키게?"

카스만이 요구한 보상 중에는 네 번째 육체 제련, 영혼 각성 재료들이 있었다.

시험이 끝난 이후를 위해 요구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 것이라면 굳이 시험 중에 격을 소모해 건넬 이유가 없다.

"어, 너희 쪽에서 절반. 우리가 절반. 그러면 재료는 해결되니까."

카스만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리고 이어 물었다.

"네가 보기엔 어때? 될 것 같아?"

"...원래는 절대 안 된다고 했겠지."

네 번째 육체 제련이나 영혼 각성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길을 개척한 이들 중에서도 하지 않는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첫 번째 갈림길을 돌파한 이들 중에서도 대부분이 하지 않는다.

그만큼 재료도 구하기 어렵고 위험한 일이었다.

"근데 재능이 보통이 아니잖아?"

그러나 강진석의 재능은 남다르다.

"지금 수준도 말이 안 되는 수준이고."

애초에 세 번째 육체 제련, 영혼 각성도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거기다 개척한 속성들 생각하면...."

거기다 길을 한두 개도 아니고 무려 7개나 개척했다.

"성공 확률 90% 정도?"

막사무스의 답에 카스만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 녀석이 90%라고 할 정도면 문제없겠어.'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움직이는 막사무스다.

막사무스가 90%라면 100%나 마찬가지다.

"근데 진짜 시킬 거야?"

"선택은 그 아이 몫이지. 근데 아마...."

말끝을 흐린 카스만은 잠시 생각하고는 이어 말했다.

"할 것 같은데?"

* * *

창고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기분 좋은 표정으로 밖으로 나왔다.

'역시 있었구나.'

카이라무스가 심복도 접근하지 못하게 했던 개인 창고에는 네 번째 육체 제련, 영혼 각성의 재료가 다 합쳐 5개나 있었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러고는 퀘스트 '육체 제련'을 확인했다.

<육체 제련>

조건을 충족하라!

[혈력 : 100%]

.

.

퀘스트 보상 : 스킬 '육체 제련' 4레벨 활성화

세계 침공자 처치 시 혈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동족 처치 시 혈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15개니까.'

육체 제련에 필요한 재료는 영혼 각성과 마찬가지로 혈력을 제외하고 80가지였다.

그리고 현재 15가지를 모았다.

앞으로 65가지를 더 모아야 했다.

'아직 멀기는 했네.'

한참이나 남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금방 모을 수 있을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다.

강진석은 이어 퀘스트 '영혼 각성'을 확인했다.

<영혼 각성>

조건을 충족하라!

[혼력 : 100%]

.

.

[진혼초 : O]

퀘스트 보상 : 스킬 '영혼 각성' 4레벨 활성화

세계 침공자 처치 시 혼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동족 처치 시 혼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이건 60개만 더 모으면 되네.'

현재 강진석이 보유하고 있는 영혼 각성의 재료는 20가지로 육체 제련보다 더 많은 재료를 모은 상태였다.

그리고 육체 제련과 마찬가지로 영혼 각성의 재료 역시 금방 모을 수 있을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우웅! 우웅!

품 안에서 진동이 느껴졌고 강진석은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진동의 이유는 강나연의 전화였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으며 전화를 받았다.

"왜?"

-오빠! 거기 끝났다며?

"어, 이제 곧 갈 거야. 왜? 문제 생겼어?"

-아니, 그게 아니라 어디서부터 시작할 건지 물어보려고.

강나연의 말에 강진석은 국가 관리창을 열었다.

그러고는 길드 영역을 확인했다.

"헤이룽장성 청소 중이구나?"

-어, 일단은 거기가 제일 무난한 것 같아서.

-시험 포기한 녀석들도 많고.

"그러면...."

강진석은 말끝을 흐리며 잠시 생각했다.

'베이징시랑 텐진시 생각하면 허베이성을 가는 게 맞겠지?'

생각을 마친 강진석이 입을 열었다.

"허베이성부터 시작할게."

-알겠어!

통화를 마친 뒤 강진석은 영역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혹시나 놓친 무언가가 있을까 마지막으로 주변을 돌아다녔다.

당연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놓친 것은 없었고 강진석은 마음 편히 영지로 돌아왔다.

[이제 돌아간다. 문제 생기면 바로 연락해.]

그리고 김칠성에게 문자를 보낸 뒤 영역 이동을 통해 허베이성과 가장 가까운 랴오닝성의 영지로 이동했다.

강진석은 영지에서 나와 허베이성과 랴오닝성의 경계선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여전히 싸우고 있으려나?'

일본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허베이성의 경계선 인근 몬스터들은 자기들끼리 목숨을 건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귀무문에 꽤나 시간을 뺏기긴 했지만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른 것은 아니다.

거기다 당시 박빙이었던 전투 상황을 생각하면 아직까지 싸우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이내 경계선에 도착한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예상대로 여전히 전투가 진행 중이었다.

물론 전처럼 치열하지는 않았다.

규모가 대폭 줄어들었다.

'하기야 그렇게 계속 싸우면 남아나지 않았겠지.'

강진석은 미소를 지은 채 경계선을 지나 허베이성에 진입했다.

[조건이 충족됐습니다.]

[허베이성 일정 지역의 모든 제약이 해제됩니다.]

진입과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메시지였기에 강진석은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전투를 벌이고 있던 몬스터와 각 몬스터들의 진지를 살피는 데 집중했다.

갑작스러운 제약 해제 때문일까?

전투를 벌이던 몬스터들은 물론 각 진지에 있는 몬스터들 전부 어수선한 반응을 보였다.

몬스터들의 반응을 확인한 강진석은 일단 전투를 벌이고 있는 몬스터들에게 흑뢰를 방출했다.

곧 흑뢰가 목적지에 도착했고 해당 지역에 있던 모든 몬스터가 죽음을 맞이하며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강진석은 이어 조금 더 가까운 진지로 향하며 생각했다.

'멀리서도 퀘스트가 생성되면 참 좋을 텐데.'

지금 자리에서도 진지 내 몬스터나 영역 상징을 끝장낼 수 있다.

그럼에도 진지로 향하는 이유는 퀘스트 때문이었다.

영역 안에 진입해야만 퀘스트가 생성된다.

물론 현재 강진석에게 퀘스트 보상은 크지 않다.

그렇다고 그냥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만에 하나 육체 제련이나 영혼 각성 재료가 주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초에 영역 설정 때문에라도 가야 하기는 했다.

[던전 '다라랑 부족의 3전초 기지'에 입장하셨습니다.]

[12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

.

입장과 동시에 강진석은 바로 흑염뢰 한 줄기와 흑뢰 다발을 뽑아 날렸다.

그렇게 순식간에 던전 내 모든 몬스터가 죽고 영역 상징이 파괴됐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통해 보상을 확인하며 관리창을 열었다.

'역시 없구나.'

당연하게도 특별한 보상은 없었다.

강진석은 영역 설정을 마친 뒤 다음 장소로 향하며 생각했다.

'5차 제약 침공자가 있으려나?'

허베이성은 넓은 편이었다.

5차 제약 침공자가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있었으면 좋겠는데.'

예전이라면 5차 제약 침공자가 없길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더 이상 5차 제약 침공자가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보상 때문에 5차 제약 침공자와의 만남을 바라고 있었다.

'그래, 중국의 크기를 생각하면....'

허베이성에 없다고 해도 상관없다.

중국의 크기를 생각하면 없을 리가 없다.

[던전 '그완 일족의 달빛 기지'에 입장하셨습니다.]

[12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

.

'몇 개나 얻을 수 있으려나.'

강진석은 씨익 웃으며 흑염뢰와 흑뢰 다발을 날렸다.

* * *

'흠.'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처음 허베이성에 진입했을 때만 해도 몬스터들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기에 시험을 포기하는 이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허베이성 내부 상황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많은 몬스터들이 시험을 포기한 상태였다.

영역이 텅텅 비어 있었다.

'5차 제약 침공자 못 만나는 거 아냐?'

5차 제약 침공자와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던 강진석의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 나타났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참관자 어둠 법칙 카스만이 대화를 원합니다.]

[어둠 법칙 카스만이 임무를 부여합니다.]

[퀘스트 '당신의 선택'이 생성됐습니다.]

갑작스레 메시지가 나타났다.

'...대화!'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고 눈을 번뜩였다.

그렇지 않아도 물어볼 게 많아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회가 왔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어 퀘스트를 확인했다.

어떤 대화를 원하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당신의 선택>

카스만이 대화를 원하고 있다.

대화를 할 것인가 아니면 거부할 것인가.

당신의 선택은?

퀘스트 보상 : 대화의 방 이동

퀘스트 거절 시 카스만이 서운해합니다.

퀘스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살짝 당황했다.

대화 주제가 나와 있지 않아서가 아니다.

'뭔가 분위기가 바뀌신 것 같은데.'

카스만이 서운해한다는 부분 때문이었다.

'...근데 어떤 이야기일까.'

강진석은 카스만이 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일지 생각하며 완료 버튼을 클릭했다.

[퀘스트 '당신의 선택'을 완료하셨습니다.]

[대화의 방 포털이 생성됩니다.]

스아악!

그리고 눈앞에 포털이 나타났다.

강진석은 바로 포털로 향했다.

[대화의 방에 입장하셨습니다.]

그렇게 대화의 방에 도착한 강진석은 주변을 스윽 훑었다.

'다 똑같나 보네.'

보상의 방, 초월의 방, 만남의 방과 같았다.

다른 것은 이번에도 색깔뿐이었다.

스악!

이어 전방에 한 존재가 소환됐다.

바로 카스만이었다.

강진석은 바로 카스만에게 다가가며 인사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리고 강진석의 인사에 카스만이 다급한 얼굴과 목소리로 말했다.

"오랜만이야. 그런데 시간이 없어서 바로 본론부터 이야기할까 하는데 괜찮을까?"

"네, 괜찮습니다."

"메비아스 연합에 막사무스라는 녀석이 있는데 제안을 해왔어."

제273화

273.

"...!"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막사무스에 대해 물어보려 했다.

그런데 제안이 왔다니?

어떤 제안일까?

설마 카이라무스의 죽음과 관련된 제안일까?

'근데 그 막사무스가 맞겠지?'

혹여 동명이인일 수 있기에 강진석은 카스만에게 물었다.

"혹시 영혼 법칙 막사무스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응, 카이라무스를 후원하던 그 막사무스 맞아."

카스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동명이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강진석은 조심스레 다시 물었다.

"...어떤 제안이죠?"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 메비아스 연합에서 후원하는 참가자들이 있는데 건들지 말아 달라고 하더라구."

"아...."

강진석은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

갑자기 왜 호주 대륙 이야기가 나온 것인지 궁금했는데 이해가 됐다.

'카이라무스는 상관없나 보네.'

처음에는 카이라무스의 죽음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막사무스는 카이라무스의 죽음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카스만이 이어 말했다.

"대륙에 있는 다른 참가자들만 다 죽이고 시험도 포기하겠대."

"...!"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참가자를 다 죽이고 시험을 포기하겠다니?

'이런 제안을 왜 하는 거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히려 강진석이 부탁해야 할 일이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제안을 한 것일까?

'진짜 내가 죽일까 봐? 호주 가려면 멀었는데....'

아직 중국도 다 청소하지 못했다.

그런데 언제 호주에 가겠는가?

"참고로 대륙에 있던 지구 인간들은 안전히 보호 중이라고 하더라. 많이 구출하지는 못했다고 하는데...."

"...!"

강진석은 다시 한번 놀랐다.

'구출까지 해줬어?'

여태껏 강진석이 보아온 침공자들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어떻게 할래? 꼭 제안을 받을 필요는 없어. 후폭풍도 걱정할 필요 없고 막아줄 수 있으니까."

"음...."

강진석은 침음을 내뱉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놓친 게 있나?'

너무나 좋은 제안이었다.

혹여 놓친 부분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놓친 부분이 없다.

그리고 거절할 이유도 없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바로 입을 열었다.

"제안 받아들이겠습니다."

"좋은 선택이야."

강진석의 말에 카스만이 활짝 웃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 가장 중요한 걸 이야기 안 했네."

카스만은 아차 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떤 거죠?"

중요하다는 이야기에 강진석은 조심스레 물었다.

"보상으로 네 번째 육체 제련, 영혼 각성의 재료를 절반 받기로 했어. 후원 형태로 제공될 거야. 나머지 절반은 우리 쪽에서 후원할 거고."

"...!"

강진석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런 대가가 없어도 강진석에게 너무 좋은 제안이었다.

그런데 보상까지 주다니?

그것도 강진석이 꼭 필요로 했던 육체 제련 재료와 영혼 각성 재료였다.

"...받아도 되는 건가요?"

의심이 됐다.

혹여 받았다가 문제가 되지 않을까?

"네가 그 녀석들을 죽이면 더 큰 손해야. 정당한 대가니까 아무 걱정할 필요 없어. 그리고 우리가 주는 건 점수 따는 거라 생각해 주고."

카스만이 씨익 웃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강진석 역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러고는 생각했다.

'좋네.'

무언가를 해서 받는 보상이 아니다.

가만히 있는데 굴러들어 왔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보상이.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바로 그때 카스만이 입을 열었다.

"혹시 궁금한 거 있나? 생각보다 이야기가 빨리 끝나서."

카스만은 이야기가 꽤 걸릴 줄 알았다.

강진석이 이렇게 바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는 생각 못 했다.

그래서 모자랄 것으로 생각했던 시간이 꽤 남은 상황이었다.

"아, 있습니다."

강진석은 눈을 번뜩이며 바로 질문했다.

"혹시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말고 또 건드리지 말아야 할 이들이 있을까요?"

"음...."

카스만은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강진석은 잠자코 기다렸다.

얼마 뒤 카스만이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은 없어."

제안이 들어온 것은 메비아스 연합뿐이었다.

"우리 쪽에서 후원하던 녀석들은 다 포기시켰고."

그리고 체르딘 연합 혹은 연합 소속 법칙의 개인 후원을 받는 이들은 전부 시험을 포기한 상황이었다.

"앞으로 제안이 또 들어올 수 있기는 한데 들어오면 말해 줄게."

카스만은 확신했다.

메비아스 연합 말고도 조율을 원하는 연합 혹은 개인이 있을 것이라고.

"기준을 미리 이야기해 주면 좋을 것 같은데 정해둔 기준이 있을까? 동족을 계속 죽이는 녀석들의 제안은 받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야."

카스만의 물음에 강진석은 잠시 생각하고 답했다.

"말씀하신 대로 저희를 공격하는 상태에서 이런 제안이 오면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과거에 죽인 것은 상관없다.

죽은 이들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나 공격하면서 제안한다든가 제안 이후에도 공격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물론 악인은 예외입니다."

물론 예외가 있기는 했다.

바로 악인.

악인은 죽여도 상관없다.

"그래, 알겠어."

카스만은 은은히 미소 지으며 답했다.

아주 만족스러운 답이었다.

"기준 충족하는 제안만 전달할게. 혹시 또 궁금한 건?"

"이번에 2급 보물을 얻게 됐는데 보물의 등급 체계가 궁금합니다."

귀령의 방울은 2급 보물이었다.

1급도 있을 것이고 3급도 있을 것이다.

몇 급까지 있는지.

급이 끝인지.

숫자가 높을수록 좋은 것인지 낮을수록 좋은 것인지 궁금한 게 너무나 많았다.

"보물은 1급부터 존재한단다. 당연히 1급이 가장 낮은 등급이고 숫자가 높을수록 좋다. 그리고...."

말끝을 흐린 카스만은 잠시 생각하고는 답했다.

"내가 아는 바로 현재 가장 높은 등급은 47급이야. 말 그대로 내가 아는 선에서 제일 높다는 뜻이지 더 높은 등급도 존재하긴 할 거야. 참고로 등급은 제작될 때 알 수 있단다. 우주의 섭리거든."

"...47급이요?"

강진석은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9급, 10급 정도를 예상하고 있었는데 47급이라니?

차원이 달랐다.

"응, 그렇다고 2급 보물이 가치 없다는 뜻은 아니야. 갓 법칙이 된 이들이 주력으로 사용하는 게 2급 보물이거든. 돈 좀 있다는 녀석들은 3급 보물을 쓰기는 하지만."

"아하...."

강진석은 이해했다는 듯 탄성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엄청난 거구나.'

갓 법칙이 된 이들이 사용하는 게 2급 보물이라니?

생각했던 것보다 귀령의 방울은 더욱 가치 있는 물품이었다.

"근데 등급을 확인할 방법이 있나요?"

"기운을 주입하면 알 수 있단다. 자연스레 느껴질 거야. 물론 수준 차이가 나면 느끼는 게 힘들 거고. 참고로 나는 7급까지만 확인이 가능하단다."

"...!"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분명 카스만은 47급 보물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카스만이 7급 보물까지밖에 확인할 수 없다니?

"오늘은 여기까지. 참고로 후원은 며칠 걸릴 거...."

스악!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카스만이 사라졌다.

스아악!

곧이어 지구 포털이 생성됐다.

강진석은 포털을 지나 지구로 귀환했다.

'며칠 걸린다고 하셨지.'

카스만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사라졌다.

그러나 말의 의미는 충분히 전달됐다.

'그럼, 그전에 최대한 청소해야겠다.'

강진석은 근처에 있는 몬스터들의 영역으로 향하며 핸드폰을 꺼내 한지윤에게 문자를 보냈다.

며칠 뒤 육체 제련이나 영혼 각성을 할 것 같다는 내용의 문자였다.

[던전 '루아드 별 일족의 세 번째 성지'에 입장하셨습니다.]

[12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

.

이내 목적지에 도착한 강진석은 흑염뢰를 방출하며 생각했다.

'근데 며칠이 내가 아는 그 며칠이 맞겠지...?'

만에 하나 카스만의 며칠이 강진석이 아는 며칠과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면?

혹은 시간의 흐름이 다르다면?

'...같겠지.'

괜한 걱정일 것이다.

강진석은 걱정을 떨쳐내고 청소와 탈환에 집중했다.

* * *

영혼 법칙 막사무스의 거처.

"오? 진짜?"

"그래, 물건은 다 준비됐어?"

"물론이지! 오자마자 준비했지."

"당장 보낼 수는 있고?"

"그것도 물론, 우리는 쌓아둔 격이 많으니까. 에헴."

막사무스가 자신만만한 얼굴을 했다.

"...."

그리고 카스만은 부러운 표정으로 말없이 막사무스를 바라보았다.

막사무스는 카스만의 반응에 실실 웃으며 물었다.

"지금 보내?"

"아니, 4일 뒤에."

"그때 준비되는구나?"

"한두 개 보내는 게 아니니까."

한두 개였다면 당장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수십 가지였다.

거기다 하나하나가 전부 후원하는 데 많은 격을 요구했다.

"4일 뒤에 보자고."

카스만은 뒤로 돌아섰다.

"잠깐!"

그리고 그 순간 막사무스가 외쳤다.

"왜?"

"하나 궁금한 게 있어서. 답해 줄 수 있어?"

"답해 줄 수 있는 거면. 말해 봐."

카스만의 말에 막사무스가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혹시 그분의 조각은 아니지?"

"...."

카스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카스만이 말이 없자 막사무스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 진짜야?"

이어 막사무스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그리고 카스만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

"진짜겠냐?"

"아."

막사무스는 인상을 구기며 탄성을 내뱉었다.

"그럼 간다."

카스만은 손을 흔들며 거처를 떠났다.

그리고 카스만이 떠나자마자 막사무스는 무척이나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조각이 아니면 마트렌 님의 예언은 대체 무슨 뜻인 거지?'

* * *

강진석은 다음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며 생각했다.

'이제 슬슬 때가 된 것 같은데.'

메비아스 연합의 제안을 받아들인 지 벌써 5일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 후원은 도착하지 않았다.

혹시 처음 걱정했던 대로 며칠이 다른 의미이거나 시간의 흐름이 다른 것일까?

바로 그때였다.

[참관자 어둠 법칙 카스만이 당신을 후원합니다.]

[별의 심장을 획득하셨습니다.]

[운명의 파편석을 획득하셨습니다.]

.

.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그와 동시에 강진석은 느낄 수 있었다.

인벤토리에 하나둘 물품이 추가되는 것을.

'지금이구나.'

강진석은 미소를 지으며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두 퀘스트 '육체 제련'과 '영혼 각성'을 보았다.

<육체 제련>

조건을 충족하라!

[혈력 : 100%]

.

.

퀘스트 보상 : 스킬 '육체 제련' 4레벨 활성화

세계 침공자 처치 시 혈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동족 처치 시 혈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영혼 각성>

조건을 충족하라!

[혼력 : 100%]

.

.

[진혼초 : O]

퀘스트 보상 : 스킬 '영혼 각성' 4레벨 활성화

세계 침공자 처치 시 혼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동족 처치 시 혼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원래는 과반이 X였다.

이제는 아니다.

절반 이상이 O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X였던 나머지 재료들이 속속 O로 변하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보았다.

[참관자 영혼 법칙 막사무스가 당신을 후원합니다.]

[깊은 영혼의 울림석을 획득하셨습니다.]

[영혼의 강물을 획득하셨습니다.]

.

.

그리고 더할 나위 없이 활짝 웃으며 완료 버튼을 보았다.

두 퀘스트의 완료 버튼이 전부 활성화되어 있었다.

제274화

274.

'됐다.'

완료 버튼만 누르면 된다.

그러면 육체 제련, 영혼 각성을 진행할 수 있다.

강진석은 국가 관리창을 열어 영역 현황을 확인했다.

'별문제 없겠지.'

육체 제련, 영혼 각성을 진행하기 위해 이제 자리를 비울 생각이었다.

현황을 보니 자리를 비운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국가 관리창을 닫고 한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길드장님!

"이제 시작하려고 합니다. 육체 제련부터요."

영혼 각성은 육체 제련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제련과 각성을 둘 다 진행해 본 경험에 따르면 제련을 먼저 해야 각성이 더 수월했다.

-옙! 알겠습니다!

-개화역 통제 시작하겠습니다.

"넵, 그럼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강진석은 방금까지 있었던 영지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영역 이동을 통해 개화역으로 향했다.

개화역에 도착한 강진석은 자리를 잡고 퀘스트창을 열었다.

'이번에는 얼마나 걸릴까?'

그리고 완료 버튼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전처럼 수월할까?'

세 번째 육체 제련은 정말 수월하게, 빠르게 끝났다.

제련이 끝난 직후 이게 맞나 의심이 들 정도였다.

이번에는 과연 어떨까?

강진석은 침을 삼키며 완료 버튼을 눌렀다.

[스킬 퀘스트 '육체 제련'을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육체 제련'의 4레벨이 활성화됩니다.]

.

.

메시지가 나타났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지 않고 육체에 집중했다.

그러자 곧 열기가 찾아왔다.

'뭐야 3개나?'

강진석은 살짝 당황했다.

전에는 열기의 근원이 하나였다.

그런데 이번엔 열기의 근원이 3개나 나타났다.

개수가 많아서일까?

열기는 전보다 더 빠르게 강해졌다.

강진석은 열기를 버티며 내부에 자리 잡은 일곱 기운을 주시했다.

'역시.'

그리고 예상대로 기운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강진석이 움직인 게 아니다.

강진석은 전처럼 가만히 기운을 지켜보았다.

이내 일곱 기운이 둘, 둘, 셋으로 나뉘어 세 열기의 근원으로 향했다.

가장 먼저 열기와 마주한 것은 파괴와 죽음이었다.

파괴와 죽음은 열기를 먹어 치우며 근원을 향해 전진했다.

두 번째로 어둠, 전기, 불이 열기를 마주했고 세 기운 역시 엄청난 속도로 열기를 먹어 치우며 근원을 향해 나아갔다.

마지막으로 공간과 물이 열기를 마주했다.

'...더디네.'

공간과 물 역시 열기를 먹어 치우며 전진을 시작했다.

그러나 다른 기운들에 비해 차이가 확연히 느껴질 정도로 느렸다.

'레벨이 낮아서 그런가.'

공간과 물은 다른 속성에 비해 약한 편이었다.

속도가 느린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얼마 뒤 파괴와 죽음이 열기의 근원에 도달했다.

그리고 두 기운은 근원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이어 어둠, 전기, 불이 근원에 도착해 흡수를 시작했고 마지막으로 공간과 물이 열기의 근원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열기가 빠른 속도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확신했다.

'수월하겠는데.'

세 번째 육체 제련 때처럼 매우 수월하게 끝나리라는 것을.

이내 세 열기의 근원이 차례대로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일곱 기운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엄청 커졌네.'

열기를 흡수하기 전과 비교해 각 속성은 덩치가 매우 커졌다.

적게는 20% 많게는 30%까지 다양하게.

'한기 흡수하면....'

열기가 끝이 아니다.

곧 한기가 나타날 것이다.

한기를 흡수하면 또 얼마나 커질지 기대됐다.

그리고 이내 한기의 근원이 등장했다.

당연히 1개가 아닌 3개였다.

일곱 기운은 이번에도 똑같이 둘, 둘, 셋 나뉘어 한기의 근원으로 향했다.

그렇게 한기의 근원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자취를 감췄고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도 적게는 20% 많게는 30%까지 커졌다.

'조만간 어둠이랑 죽음은 5레벨 되겠는데?'

일곱 속성 중 가장 덩치가 큰 속성은 '어둠'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덩치가 큰 속성이 '죽음'이었다.

열기와 한기를 흡수하며 성장한 두 속성의 덩치를 보니 조만간 어둠의 지배와 죽음의 지배가 5레벨이 될 것 같았다.

'드디어 뭔지 알 수 있겠네.'

지배 스킬이 5레벨이 되면 갈림길을 마주하게 된다고 했다.

갈림길이 무엇인지 너무나 궁금했는데 궁금증을 해결할 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돌파는 시험 끝나고 하는 게 좋겠지?'

정확히 갈림길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마주하자마자 돌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굳이 돌파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돌파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

그러나 시험이 끝난 이후 돌파를 도와준다는데 굳이 홀로 돌파하는 위험을 무릅쓸 이유가 없다.

바로 그때.

압력이 찾아왔다.

세 번째 제련 때보다 훨씬 거셌다.

그러나 강진석은 걱정하지 않았다.

매우 편안한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세 번째 제련 때 3가지 속성만으로 아주 가뿐히 버텨냈다.

그런데 지금은 7가지 속성이 대기 중이다.

압력이 배는 거세졌지만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강진석의 예상대로 매우 편안한 상황이 이어졌다.

당연히 제련은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었다.

뼈가 점점 단단해지고 있었다.

얼마 뒤 압력이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강진석은 알 수 있었다.

'끝이 아니네.'

세 번째 제련은 압력에서 끝났다.

그러나 네 번째 제련은 압력에서 끝나지 않았다.

'뭘까.'

기대가 됐다.

열기, 한기, 압력 그다음은 무엇일지.

걱정은 되지 않았다.

일곱 속성과 함께라면 가뿐히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

강진석은 놀란 얼굴로 하늘을 보았다.

상공에 거대한 포털이 생성됐다.

그리고 이어 포털에서 빛이 쏟아져 내렸다.

빛에 담긴 힘은 평범하지 않았다.

그러나 강진석은 피하지 않았다.

제련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서는 빛을 피하면 안 된다.

이내 강진석은 빛에 휩싸였다.

그리고 강진석은 살짝 당황했다.

'...안 아프네?'

엄청난 고통이 동반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일말의 고통도 없었다.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빛을 쐬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육체가 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내 빛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고 얼마 뒤 포털이 사라졌다.

그 순간 강진석은 알 수 있었다.

네 번째 육체 제련이 끝났다는 것을.

강진석은 주먹을 쥐었다 펴며 생각했다.

'웬만한 이능은 그냥 찢을 수 있겠는데.'

세 번째 제련을 마친 뒤 강진석은 순수한 육체의 힘만으로 공간을 일그러트릴 수 있었다.

그 정도로 육체의 힘이 강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강해졌다.

비교하는 게 민망할 정도로.

'네 번째가 이 정도면 다섯 번째는 대체....'

네 번째 육체 제련이 끝이 아니다.

다섯 번째 육체 제련이 남아 있었다.

강진석은 궁금했다.

네 번째가 이 정도인데 다섯 번째는 대체 얼마나 강해지는 것일까?

강진석은 스킬창을 열었다.

그러고는 마지막 '육체 제련'을 습득했다.

[스킬 '육체 제련'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스킬 퀘스트 '육체 제련'이 생성됐습니다.]

당연하게도 퀘스트가 생성됐고 강진석은 퀘스트 조건을 확인했다.

<육체 제련>

조건을 충족하라!

[혈력 : 0%]

.

.

퀘스트 보상 : 스킬 '육체 제련' 5레벨 활성화

세계 침공자 처치 시 혈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동족 처치 시 혈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허.'

조건을 확인한 강진석은 헛웃음을 지었다.

'200?'

많은 재료를 요구할 것이라 생각하기는 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재료를 요구했다.

거기다 재료 하나하나가 전부 범상치 않은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10개는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네 번째 제련에 필요했던 재료가 10가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즉, 190가지만 더 모으면 된다.

강진석은 퀘스트 정보를 닫았다.

그러고는 핸드폰을 꺼냈다.

한지윤에게 제련이 끝났고 각성을 진행하겠다는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어?'

문자를 작성하던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강진석이 당황한 이유는 '시간' 때문이었다.

'잠깐인 줄 알았는데....'

금방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틀이나 흘러 있었다.

강진석은 문자를 보낸 뒤 관리창을 열어 영역 현황을 확인했다.

영역이 전보다 대폭 늘어나 있었다.

다행히 별문제는 없어 보였다.

'하기야 문제 있었으면 연락이 와 있었겠지.'

여러 문자가 와 있었지만 전부 현황 보고였을 뿐이다.

강진석은 영역에 대한 관심을 끄고 퀘스트창을 보았다.

'이번에는 얼마나 걸리려나.'

두 번째 영혼 각성 때에는 7일을 생존해야 했다.

그리고 세 번째 영혼 각성 때에는 100일을 생존해야 했다.

10배 이상 늘어났다.

이번에도 10배 이상 늘어난다면?

'그래도 그때랑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으니까.'

세 번째 영혼 각성을 진행할 때와는 비교하는 게 의미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즉, 그만큼 혼돈의 존재를 쉽게 잡을 수 있을 것이고 귀환 시간 단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강진석은 퀘스트 완료 버튼을 향해 손을 뻗었다.

[스킬 퀘스트 '영혼 각성'을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영혼 각성'의 4레벨이 활성화됩니다.]

.

.

완료와 동시에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나며 주변 환경이 바뀌었다.

"...!"

그리고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는 당황하지 않으려 했다.

공허의 틈을 처음 가는 게 아니었기에.

그런데 놀랍게도 이번에는 공허의 틈이 아니었다.

'공허 지대?'

공허는 공허였는데 틈이 아니라 '지대'였다.

단순히 이름만 다른 게 아니다.

공허의 틈보다 환경이 좋지 않았다.

'제련하고 오길 잘했어.'

만약 육체 제련을 하지 않았다면?

움직이는 데 상당히 불편했을 것이다.

강진석은 퀘스트 '공허 지대에서 생존하라!'를 확인했다.

<공허 지대에서 생존하라!>

네 번째 영혼 각성을 한 당신.

그러나 당신의 네 번째 영혼 각성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완벽한 각성을 위해 공허 지대에서 혼돈의 존재를 잡고 500일간 생존하라!

[혼돈의 존재 : 0%]

퀘스트 보상 : ???

모든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귀환할 수 없습니다.

'...500일.'

다행히 10배 이상 늘어나지는 않았다.

5배인 500일이었다.

문제는 조건이 하나 추가 됐다는 점이다.

'혼돈의 존재를 잡아야 된다라....'

바로 혼돈의 존재 사냥이었다.

혼돈의 존재를 얼마나 사냥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100%를 채우지 못하면 시간을 채워도 귀환하지 못한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으며 생각했다.

'어차피 잡을 생각이었으니까.'

애초에 퀘스트 조건이 아니더라도 강진석은 혼돈의 존재를 잡을 생각이었다.

귀환 시간을 단축해야 했기 때문이다.

'근데 여기 혼돈의 존재들은 얼마나 강할까....'

공허 지대는 공허의 틈보다 환경이 열악했다.

반대로 '혼돈의 존재'들의 수준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래서 걱정이 됐다.

혹여 지금의 힘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존재들이 있을까 봐.

걱정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기대도 됐다.

'...그만큼 시간 단축도 크겠지.'

강한 만큼 귀환 시간을 대폭 줄여줄 것이기에.

강진석은 방향을 잡고 이동을 시작했다.

제275화

275.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멈칫했다.

초감각에 감지된 2개의 기운 때문이었다.

함께 있는 게 아니다.

각기 다른 방향에 있었다.

강진석은 고민했다.

어떤 녀석부터 잡을지.

잡지 못할 걱정은 하지 않았다.

거리가 멀어 정확한 수준은 알 수 없지만 멸망의 씨앗 데리오브렌과 비슷했다.

즉, 손쉽게 잡을 자신이 있었다.

'아....'

강진석은 속으로 나지막이 탄식을 내뱉었다.

고민하던 사이 기운 하나가 초감각 밖으로 사라졌다.

물론 덕분에 고민도 끝났다.

하나밖에 남지 않았기에.

강진석은 남은 기운의 주인공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죽음을 예언하는 눈 카파란이 나타났습니다.]

[퀘스트 '죽음을 예언하는 눈 카파란'이 생성됐습니다.]

메시지를 통해 기운의 정체를 알게 된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죽음을 예언하는 눈 카파란>

마주한 이들에게 죽음을 선언하는 혼돈의 존재 카파란.

.

.

카파란을 처치하라!

퀘스트 보상 : ???

카파란 처치 시 귀환 시간이 크게 단축됩니다.

퀘스트 정보를 확인한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죽음을 쓰는 녀석이었구나?'

퀘스트명에서 혹시나 했다.

그런데 진짜 죽음을 다루는 존재였다.

'어떤 죽음이려나.'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과연 카파란이 다루는 죽음은 어떤 죽음일까?

'흡수할 수 있으면 이번에 5레벨 될 것 같은데.'

만에 하나 흡수가 가능하다면?

이번 기회에 강진석은 죽음의 지배 5레벨을 만들어 볼 생각이었다.

물론 흡수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혼돈의 존재였기에.

강진석은 카파란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곧 두 눈으로 카파란을 볼 수 있었다.

'...오우.'

카파란을 본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공허 지대에서 초감각은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확한 외형을 확인할 수 없다.

그래도 형체는 알 수 있기에 예상은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카파란은 강진석의 예상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카파란은 '거대한 눈'이었다.

눈뿐이었다.

팔, 다리 같은 다른 부분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기괴한 느낌이 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카파란의 눈동자가 작아졌다.

강진석은 본능적으로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이어 작아진 눈동자가 다시 커지며 '죽음'이 뿜어져 나왔다.

강진석은 날아오는 죽음을 보고 더할 나위 없이 활짝 웃었다.

혼돈의 존재가 다루는 '죽음'이었다.

그래서 흡수할 가능성을 낮게 보았다.

그런데 다행이라 해야 할까?

카파란의 죽음은 흡수가 가능한 죽음이었다.

물론 불순물이 많기는 했다.

그러나 불순물을 제거하고도 엄청난 양이 남을 정도로 죽음의 크기가 컸다.

강진석은 손바닥을 뻗었다.

그리고 카파란의 죽음이 손바닥으로 빨려 들어갔다.

강진석은 쉬지 않고 불순물을 걸러내며 순수한 죽음만을 흡수했다.

그리고 덩치가 커지는 죽음을 보며 생각했다.

'제련 안 했으면 이렇게 흡수 못 했겠지.'

네 번째 육체 제련으로 강해진 것은 외부뿐만이 아니다.

육체 내부 역시 매우 강해졌다.

덕분에 엄청난 양의 죽음을 흡수했음에도 아무런 손상이 없었다.

만약 제련하지 않았다면?

육체 내부가 망가져 지금처럼 흡수하지 못했을 것이다.

스아아....

이내 카파란이 죽음 방출을 멈췄다.

강진석은 아쉬운 표정으로 카파란을 보았다.

표정이 없는 카파란이었지만 당황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어 카파란이 돌아섰다.

그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흑염뢰를 한 줄기 뽑아냈다.

그러고는 파괴를 두른 뒤 던졌다.

후웅!

흑염뢰는 순식간에 카파란에게 도달했다.

그그그극!

그리고 폭발하며 카파란의 전신을 불태우고 지지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흑염뢰도 많이 약해졌네.'

흑염뢰의 파괴력이 매우 약해졌기 때문이었다.

지구에서 사용할 때와 비교해 30%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흑염뢰만 약해진 것일까?

아니, 다른 속성들 역시 약해졌을 것이다.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지.'

물론 모든 게 다 흑염뢰처럼 크게 약화된 것은 아니다.

'직접 죽이면 되니까.'

육체의 경우 움직임이 조금 둔화됐을 뿐 조금도 약해지지 않았다.

즉, 타격으로 죽이면 된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바로 카파란과의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다크닐을 휘둘렀다.

후웅!

흑염뢰에 부들부들 떨고 있던 카파란은 다크닐을 피하지 못했다.

스걱!

그리고 그대로 카파란이 반으로 갈라졌다.

스아아....

반으로 갈라진 카파란은 순식간에 먼지로 변해 사라졌다.

[죽음을 예언하는 눈 카파란이 소멸했습니다.]

[귀환 시간이 10일 단축됩니다.]

[귀환 시 특별 보상을 획득합니다.]

[혼돈의 존재를 잡을수록 특별 보상이 강화됩니다.]

[퀘스트 '죽음을 예언하는 눈 카파란'을 완료하셨습니다.]

.

.

* * *

-내일이면 산둥성 청소도 끝날 것 같아요.

-그리고 흑룡 길드에서 공국이 되고 싶다고 허락해 줄 수 있냐고 또 연락왔는데 어떻게 할까요?

"음...."

강나연의 말에 한지윤은 침음을 내뱉었다.

"일단 내가 따로 말해 볼게."

-네, 언니.

-그러면 나중에 또 연락할게요!

"응, 고생해."

통화를 마친 한지윤은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깊게 숨을 내뱉었다.

"후...."

강진석이 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느리긴 했지만 청소와 탈환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천천히 영역을 넓히던 중 중국에서 세력을 일군 몇몇 길드를 만날 수 있었다.

그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이 조금 전 강나연이 언급한 흑룡 길드였다.

흑룡 길드는 다른 길드와 달리 국가로 승격이 가능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승격이 가능함에도 승격하지 않는 이유는 소국이 아닌 공국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흑룡 길드는 강진석 왕국에 예속되길 바라고 있었다.

그들의 마음은 이해한다.

미래를 생각하면 소국이 되는 것보다 공국이 되는 것이 더 나을 테니까.

문제는 공국의 경우 강진석의 허락이 필요한데 강진석이 자리를 비운 상태라는 점이었다.

영혼 각성을 위해 떠난 지 벌써 2주째였다.

"언제쯤 돌아오실까...."

한지윤은 어서 강진석이 돌아오길 바랐다.

흑룡 길드 때문만은 아니다.

일본 쪽에도 문제가 하나 생겼다.

바로 5차 제약 침공자의 등장이었다.

주고쿠 지방 히로시마현에 5차 제약 침공자가 있었다.

5차 제약 침공자는 혼자가 아니었다.

거대 조직을 이끌고 있었다.

조직에 속한 4차 제약 침공자도 10마리가 훌쩍 넘었다.

"...기다리자, 어차피 돌아오시면 금방 해결될 문제니까."

생각한다고 답이 나오는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흑룡 길드나 히로시마현 문제는 강진석이 돌아오면 금방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지금 상황에서 한지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신경 끄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결정을 내린 한지윤은 지도를 확인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삐삐삐삐삐!

핸드폰이 울렸고 한지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울려 퍼지는 벨 소리는 한 사람만을 위한 벨 소리였다.

한지윤은 다급히 핸드폰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고는 전화를 받으며 외쳤다.

"네, 길드장님!"

* * *

[끝없이 불타는 데르갈이 소멸했습니다.]

[귀환 시간이 15일 단축됩니다.]

[귀환 시 특별 보상을 획득합니다.]

[혼돈의 존재를 잡을수록 특별 보상이 강화됩니다.]

[퀘스트 '끝없이 불타는 데르갈'을 완료하셨습니다.]

.

.

메시지를 확인한 강진석은 퀘스트 '공허 지대에서 생존하라!'를 확인했다.

<공허 지대에서 생존하라!>

네 번째 영혼 각성을 한 당신.

그러나 당신의 네 번째 영혼 각성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완벽한 각성을 위해 공허 지대에서 혼돈의 존재를 잡고 500일간 생존하라!

[혼돈의 존재 : 100%]

퀘스트 보상 : ???

모든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귀환할 수 없습니다.

조금 전 데르갈을 죽여 혼돈의 존재가 100%가 됐다.

그리고 귀환까지 남은 시간은 1분이었다.

이제 1분만 있으면 지구로 귀환할 수 있다.

그러나 곧 지구로 귀환하게 될 강진석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표정이 좋지 않은 이유는 얼마 전 발견한 한 '지역' 때문이었다.

공허 지대 내 특정 지역이 아니다.

강진석은 공허 지대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공허 지대가 아닌 '인접 지역'을 발견했다.

보통 장소가 아니었다.

초감각이 아예 힘을 쓰지 못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진입하지 않고 바라만 봐도 숨이 막히고 힘이 빠졌다.

'...거기가 혼돈이겠지?'

아무리 봐도 카스만이 설명해 주었던 '혼돈'의 영역이 분명했다.

'얼마나 더 강해져야 그런 곳에서도 쉽게 움직일 수 있을까.'

혼돈의 영역에 대해 생각하던 중 1분이 지났다.

[귀환 시간이 되었습니다.]

[퀘스트 '공허 지대에서 생존하라!'를 완료하셨습니다.]

[지구로 귀환합니다.]

[특수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보상의 방으로 이동합니다.]

.

.

곧이어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던 강진석의 입가에 미소가 나타났다.

'역시 보상의 방으로 가는구나.'

귀환 장소는 '지구'가 아닌 '보상의 방'이었다.

이내 주변 환경이 바뀌며 메시지가 추가로 나타났다.

[보상의 방에 입장하셨습니다.]

보상의 방 입장 메시지였다.

강진석은 보상의 방을 빠르게 훑고는 네 번째 영혼 각성이 완벽히 끝나며 찾아온 변화에 집중했다.

전보다 초감각이 훨씬 커졌고 예리해졌다.

그리고 육체 안에 자리 잡은 일곱 속성이 더욱 잘 느껴졌다.

'...이래도 거기서는.'

강진석은 쓴웃음을 지었다.

엄청난 성장을 이뤘지만 혼돈의 영역에서는 힘을 쓰지 못할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받고 싶은 특별 보상을 선택해 주세요.]

스앗! 스앗! 스앗!

메시지와 함께 선택지가 나타났다.

[재화]

[보물]

[포션]

[수련서]

"...?"

그리고 선택지를 확인한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선택지가 전과 매우 달라졌다.

일단 숫자가 대폭 줄어들었다.

그리고 '보물'이란 처음 보는 선택지가 나타났다.

'...그 보물을 말하는 건가?'

무기, 방어구, 장신구가 사라지고 보물이 나타났다.

즉, 보물 안에 무기, 방어구, 장신구가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귀령의 방울 같은 보물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보았다.

[2가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전에는 수련서를 선택하면 다른 보상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이야기가 없었다.

'이러면 보물을 확인해도....'

만약 한 가지만 선택해야 했다면 수련서를 선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2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래, 재화나 포션은 필요 없으니까.'

애초에 또 다른 선택지 재화, 포션은 선택할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보물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강진석은 보물을 선택했다.

그러자 선택지가 사라지며 새로운 선택지가 나타났다.

[공격형]

[방어형]

[지원형]

[성장형]

[혼합형]

선택지를 본 순간 강진석은 확신했다.

'맞네, 보물.'

귀령의 방울 같은 보물을 말하는 게 분명했다.

제276화

276.

보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 강진석은 새로운 고민에 잠겼다.

'어떤 걸 받아야 하지?'

아무거나 선택할 수는 없다.

몇 급 보물일지는 모르겠지만 1급이라고 해도 최상급 아티펙트보다는 훨씬 좋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거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보물을 선택해야 했다.

문제는 선택지가 많아도 너무 많다는 점이다.

한두 개도 아니고 무려 5개였다.

강진석은 첫 번째 선택지인 '공격형'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일단 공격형은 필요 없을 것 같고....'

공격력은 부족함이 없다.

지구에서는 물론 공허 지대에서도 부족함을 느낀 적 없었다.

물론 혼돈 영역을 생각하면 부족할 수 있다.

그러나 공격력을 얻는다고 혼돈 영역을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을까?

강진석은 결코 아니라 생각했다.

'방어형은 필요할 것 같은데.'

지구에서 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솔직히 지구에서는 죽을 일이 없다.

네 번째 육체 제련을 마친 지금 강진석은 카스만, 화령 같은 하위 법칙들에게도 죽지 않을 자신이 생겼다.

그런데 법칙들이 존재하지 않는 지구에서 어떻게 죽겠는가?

그러나 시험이 끝난 이후를 생각한다면?

법칙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혼돈 영역 같은 위험한 환경의 장소를 가게 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을 생각하면 방어형이 매우 끌렸다.

'지원형은 뭘까.'

물론 끌린다고 당장 방어형을 선택할 생각은 아니었다.

궁금한 선택지가 많았다.

'버프나 디버프 관련일까? 아니면 영역 선포?'

시간제한이 있는 게 아니었다.

강진석은 천천히 선택지에 대해 생각했다.

'성장형은 성장하는 보물일 테고.'

가장 궁금한 선택지는 성장형이었다.

'등급이 오르는 거면 성장형을 선택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만에 하나 성장을 통해 등급이 오른다면?

1급에서 2급으로 2급에서 3급이 된다면?

물론 성장시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예상과 달리 등급이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확실하지 않기에 선택하기가 꺼려졌다.

'혼합형은 섞여 있는 걸 테고.'

마지막으로 혼합형에 대한 생각까지 마친 강진석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얼마 뒤 강진석은 결정을 내렸다.

'방어형으로 가자.'

가장 무난한 건 혼합형이었다.

그리고 가장 끌리는 건 성장형이었다.

그러나 혼합형의 경우 공격력, 방어력 양쪽 다 부족해 이도 저도 아니게 될 확률이 있었다.

또한 성장형의 경우 성장 조건, 성장 후 성능 같은 충족해야 할 조건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한 가지라도 확실하게 챙기기로 했고 그게 바로 방어력이었다.

만에 하나 방어형 보물의 방어력이 강진석에게 큰 의미가 없다?

그러면 간부들에게 넘길 생각이었다.

강진석에게는 의미 없어도 간부들에게는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기에.

선택을 내린 강진석은 바로 손을 뻗어 '방어형'을 선택했다.

그리고 선택과 동시에 선택지가 사라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3급 보물 용린망을 획득하셨습니다.]

"...!"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3급 보물?'

1급 혹은 2급을 생각했다.

그리고 2급이 나오면 대박이라고 생각했다.

갓 법칙이 된 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것이 2급 보물이었기에.

그런데 3급이라니?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키며 인벤토리에서 용린망을 꺼냈다.

용린망은 검은색 로브였다.

그리고 용린망을 꺼내자마자 머릿속에 정보가 떠올랐다.

<용린망>

1. 치명적인 공격을 받을 경우 '용린막' 발동

2. 의지 발현 시 '용린막' 발동

3. 저주 내성 증가

4. 불 내성 증가

5. 패시브 '용의 힘'

6. 마나 공격 방어 시 10분간 '용의 분노' 발동 (쿨타임 15분)

.

.

20. 힘 1500 증가

21. 힘 10% 증가

22. 체력 2000 증가

23. 생명력 회복 속도 200% 증가

'와....'

정보를 확인한 강진석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3급 보물답게 옵션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거기다 옵션 하나하나가 전부 어마어마했다.

강진석은 옵션을 직접 체감하기 위해 용린망을 둘렀다.

스아악!

착용을 한 순간 용린망 겉에 황금빛 문자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강진석은 알 수 있었다.

용린망과 연결이 됐다는 것을.

강진석은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그렇지 않아도 네 번째 육체 제련을 통해 강해진 힘이 한층 더 강해진 게 느껴졌다.

이어 강진석은 의지를 발현해 '용린막'을 발동했다.

스아악!

황금빛 보호막이 나타났다.

'와....'

강진석은 보호막을 보고 감탄을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호막의 방어력이 어마어마했다.

'전력으로 몇 번은 공격해야겠는데.'

얼마나 방어력이 강하냐면 강진석이 전력을 다해 공격해도 한 번에 파괴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였다.

'오래 유지할 수는 없겠어.'

방어력이 어마어마한 만큼 유지에 필요한 기운도 어마어마했다.

강진석은 용린막을 해제했다.

'용의 분노 같은 건 차차 확인해 보고.'

그러고는 앞을 보았다.

[재화]

[포션]

[수련서]

다시 첫 번째 선택지가 나타나 있었다.

당연하게도 '보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강진석은 고민하지 않고 바로 수련서를 선택했다.

[불]

[바람]

[물]

[어둠]

[생명]

[시간]

.

.

선택과 동시에 새로운 선택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랜덤]

그리고 마지막으로 랜덤 선택지와 함께 메시지가 나타났다.

[직접 선택 시 수련서를 1개 획득할 수 있습니다.]

[랜덤 선택 시 수련서를 2개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랜덤을 선택하면 수련서 2개를 획득할 수 있다.

그러나 강진석은 랜덤을 선택할 생각이 없었다.

일곱 속성을 제외한 나머지 속성은 의미 없다.

즉, 랜덤은 꽝이 나올 확률이 높아도 너무 높았다.

강진석은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곧 한 선택지 앞에 멈춰 섰다.

[죽음]

강진석이 정한 선택지는 '죽음'이었다.

'공간도 궁금하긴 하지만.'

많은 고민을 했다.

공간과 죽음 2가지 중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 끝에 죽음을 선택한 이유는 곧 갈림길에 들어서기 때문이었다.

이번 공허 지대에서 강진석은 카파란을 총 셋이나 마주했고 많은 죽음을 흡수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조금만 더 흡수하면 5레벨이 될 것이라는 걸.

갈림길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걸.

'완전한 운용법을 알아두는 게 더 좋겠지.'

현재 강진석이 알고 있는 죽음 운용법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전부 사마척에게 들은 것으로 처음에는 몰랐으나 시간이 흐르며 알게 됐다.

완전한 운용법이 아니라는 것을.

전부 나사가 하나씩 빠져 있었다.

물론 나사가 빠져 있다고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뿐이다.

그리고 완전한 운용법을 모른다고 갈림길 돌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도움은 될 것이다.

그게 강진석이 죽음을 선택한 이유였다.

[죽음을 선택하셨습니다.]

[죽음 법칙 데블랑의 수련서를 획득하셨습니다.]

[보상 획득을 마치셨습니다.]

[지구와 연결된 포털이 생성됩니다.]

[10분 뒤 강제 귀환됩니다.]

수련서를 습득한 강진석은 바로 수련서를 꺼내 펼쳤다.

그 순간 수많은 정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정보를 체득하는 도중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스킬 '죽음의 지배'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죽음의 지배가 5레벨이 되었다.

'이런 거였구나.'

그리고 5레벨이 된 순간 강진석의 머릿속에 갈림길이 무엇인지, 어떻게 돌파해야 하는지 등 모든 것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나와의 싸움이라....'

갈림길은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죽음의 지배'만 익힌 강진석과의 싸움이었다.

그리고 싸움 장소는 내부 세계라 불리는 '정신세계'였다.

정신세계에 입장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육체에 자리 잡은 죽음을 관조하면 된다.

물론 당장 정신세계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

정신세계에 들어가는 순간 무방비 상태가 되기 때문이었다.

전투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안전한 장소에서 진행해야 했다.

일단 강진석은 마저 수련서에 있는 운용법을 체득하는 데 집중했다.

얼마 뒤 모든 운용법 체득을 마무리 지은 강진석은 포털을 보았다.

'10분이 아니라 10일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보상의 방은 매우 안전하다.

만약 주어진 시간이 10분이 아니라 10일이었다면 지금 바로 돌파를 시도했을 것이다.

강진석은 아쉬운 얼굴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포털을 지나 지구로 귀환한 순간.

[퀘스트 '축복이 서리기 전'을 완료하셨습니다.]

[침공자들이 축복을 받습니다.]

.

.

쌓여 있던 메시지들이 한꺼번에 나타났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확인하며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속속 도착하는 문자도 함께 확인했다.

"...!"

이내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한지윤이 보낸 문자 때문이었다.

'5차 제약 침공자가 있다라....'

일본 주고쿠 지방 히로시마현에 5차 제약 침공자가 있다는 내용의 문자였다.

5차 제약 침공자는 혼자가 아니다.

무수히 많은 4차 제약 침공자가 소속되어 있는 거대 조직을 이끌고 있었다.

'잘됐어.'

그렇지 않아도 강해진 힘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4차 제약 침공자로는 시험이 되지 않기에 5차 제약 침공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아주 좋은 대상이 나타났다.

강진석은 한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길드장님!

-잘 다녀오셨나요!

"네, 잘 다녀왔습니다."

강진석은 인사에 답한 뒤 곧장 본론을 꺼냈다.

"문자 봤습니다. 지금 바로 일본에 가려구요."

-히로시마현 말씀하시는 걸까요?

"네, 문제 있을까요?"

-아니요. 없습니다!

-뒷정리 준비 해두겠습니다!

"예,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혹시 제가 아직 문자를 다 확인 못 했는데 급한 일이 있을까요?"

-중국에 흑룡 길드라는 곳이 있는데 공국이 되길 원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괜찮은 곳인가요?"

-네, 악인은 전부 감옥에 가둬놨고 전투 능력도 뛰어납니다.

한지윤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리고 모든 설명을 들은 강진석은 흔쾌히 답했다.

"괜찮을 것 같네요."

-그럼 전달하겠습니다!

"네, 그럼 이따가 청소 마치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네!

한지윤과 통화를 마친 강진석은 관리창을 열었다.

그러고는 일본으로 넘어가기 전 영역 현황을 확인했다.

'...호오.'

강진석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예상보다 많이 넓혔네.'

공허 지대에서 강진석은 영역이 얼마나 넓어졌을지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때 생각했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져 있었다.

'이러면 생각보다 더 빨리 마무리 지을 수 있겠어.'

원래 강진석은 다른 이들의 성장을 기다려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혼돈 영역을 경험 후 의미 없다는 것을 깨닫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리고 결정을 내렸다.

전력을 다해 시험을 끝내기로.

영역 현황을 보니 예상보다 빠르게 시험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영역 이동을 통해 히로시마현과 가장 가까운 영지로 이동했다.

그러고는 바로 영지 밖으로 나와 히로시마현으로 향했다.

히로시마현에 도착한 강진석은 초감각에 집중했다.

그리고 수많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중에는 강진석이 찾던 5차 제약 침공자의 기운도 있었다.

'가는 길에 싹 정리하고 가는 게 맞겠지.'

마음 같아서는 당장 5차 제약 침공자를 만나러 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다.

5차 제약 침공자는 조직의 수장이었다.

수장이 죽으면 부하들이 잠자코 있을까?

상황 파악을 위해 잠자코 있는 이들도 있겠지만 날뛰는 녀석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4차 제약 침공자가 날뛰면 인근 영지에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즉, 영지를 위해서는 가는 길에 있는 4차 제약 침공자를 전부 죽이는 게 좋다.

생각을 마친 강진석은 가장 가까이 있는 4차 제약 침공자의 거처로 향했다.

[던전 '자마린 부족 13지부'에 입장하셨습니다.]

[12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

.

도착과 동시에 강진석은 메시지를 힐끔 훑고는 4차 제약 침공자가 있는 곳으로 공간이동을 했다.

굳이 공간이동을 하지 않아도 죽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공간이동을 한 이유는 4차 제약 침공자에게도 확인해 볼 게 있어서였다.

-누, 누구!

갑작스러운 강진석의 등장에 4차 제약 침공자인 자마린 부족의 13대장 '트루플'이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강진석은 트루플을 향해 주먹을 가볍게 뻗었다.

전력의 20% 수준이었다.

트루플은 주먹을 피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퉁!

이내 주먹이 작렬했다.

쾅!

그리고 폭음과 함께 메시지가 나타났다.

[자마린 부족 13대장 트루플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

.

제277화

277.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육체 제련을 한 녀석이 이 정도면....'

트루플은 한 번뿐이긴 해도 육체를 제련했다.

그런데 전력을 다한 공격도 아니고 20% 수준의 가벼운 공격 한 방에 죽음을 맞이하다니?

강진석은 잠시 과거를 떠올렸다.

과거 4차 제약 침공자를 죽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힘을 들였던가?

'...아닌가?'

생각해 보니 과거에도 치밀한 준비 덕분에 딱히 위기는 없었다.

강진석은 생각을 끝내고 곳곳에 퍼져 있는 몬스터들을 죽이기 위해 흑뢰를 방출했다.

이어 흑염뢰를 한 줄기 뽑아 영역 상징이 있는 곳으로 날렸다.

그리고 강진석은 관리창을 열었다.

이내 흑뢰와 흑염뢰가 목적지에 도착했고 그렇게 청소와 탈환을 마친 강진석은 바로 기본 설정을 마친 뒤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던전 '자마린 부족 11지부'에 입장하셨습니다.]

[12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

.

11지부에도 4차 제약 침공자가 존재했다.

그러나 강진석은 13지부 때처럼 직접 찾아가지 않았다.

이미 트루플에게 확인할 것을 전부 확인했다.

강진석은 흑염뢰와 흑뢰를 방출했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작은 신단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

.

* * *

자마린 부족의 대족장 스마쉬의 거처.

"...."

스마쉬는 매우 당황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게 대체....'

그도 그럴 것이 수족들이 속속 죽고 있었다.

힘이 약한 수족들이 아니다.

육체 제련 혹은 영혼 각성을 마친 부족 서열 20위 내 강자들이었다.

그들이 대체 무슨 이유로 죽어 나가고 있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녀석인가?'

문득 한 존재가 떠올랐다.

후원자인 불 법칙 델타오르가 말해준 지구 인간 '강진석'.

수많은 길을 개척했고 세 번째 육체 제련과 영혼 각성을 마친 괴물 중의 괴물.

역대 시험을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능을 가진 존재가 바로 강진석이었다.

혹시 지금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강진석과 관련 있는 게 아닐까?

'시험을 포기할 수도 없고....'

그 강진석이라면 지금 상황은 비상사태였다.

시험을 포기하는 게 맞다.

그러나 시험을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후원자인 델타오르 때문이었다.

델타오르가 말했다.

이번 시험에서 유의미한 성장을 하지 못하면 후원이 끝날 것이라고.

그리고 현재 스마쉬는 유의미한 성장을 이루지 못한 상태였다.

즉, 이대로 시험을 포기하면 후원이 끊긴다.

본 세계에서 델타오르의 비호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후원이 끊긴 것을 본 세계의 다른 이들이 알게 된다면?

사방에서 물어뜯을 것이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것도 아주 비참하고 험악하게.

'그래, 한 번 해보자.'

제아무리 괴물이라 해도 결국 혼자다.

그리고 스마쉬에게는 델타오르가 후원해 준 보물도 있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공격력을 가진.

보물을 이용하면 강진석을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바로 그때였다.

"...!"

스마쉬는 경악했다.

조금 전 누군가가 자신을 훑었기 때문이었다.

'...버, 법칙?'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법칙'이었다.

델타오르를 만났을 때 느꼈던 감각과 비슷했기에.

그러나 이곳은 지구다.

시험이 끝나기 전에는 법칙들이 직접 강림할 수 없는 곳이었다.

즉, 법칙이 아니다.

그렇다면 누구일까?

'강진석...?'

강진석이 떠올랐다.

지금 상황에 강진석이 아니라면 누가 이런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만약 강진석이 아니다?

그게 더 큰 일이다.

강진석 말고도 괴물이 하나 더 있다는 뜻이니까.

'근데 감각이 무슨....'

스마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강진석의 감각은 법칙이 떠오를 정도였다.

감각 수준이 법칙에 가깝다면 힘은 어떨까?

바로 그때.

스악!

전방 공간이 뒤틀리며 한 존재가 나타났다.

인간이었다.

스마쉬는 인간을 보며 생각했다.

'강진석....'

강진석이 분명했다.

문제는 강진석의 상태였다.

'세 번째가 아니잖아....'

델타오르는 강진석이 세 번째 영혼 각성을 했다고 했다.

그러나 똑같이 세 번째 영혼 각성을 한 스마쉬는 알 수 있었다.

'네 번째 영혼 각성을 어떻게.'

강진석이 네 번째 영혼 각성을 완벽히 마쳤다는 것을.

시간이 얼마나 됐다고 벌써 네 번째 영혼 각성을 마친단 말인가?

'너무 불공평하잖아....'

스마쉬는 두 번째 영혼 각성 후 세 번째 영혼 각성을 위해 100년을 투자했다.

네 번째 영혼 각성은 언제쯤 가능할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강진석의 각성 속도는 너무나 불공평했다.

그러나 억울해한다고 상황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억울함을 토로할 상황도 아니다.

스마쉬는 품에서 붉은색 단검을 꺼냈다.

델타오르에게 받은 보물 '적염단도'였다.

스마쉬는 적염단도에 기운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강진석이 코앞으로 다가와 주먹을 뻗었다.

스마쉬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기운 주입을 멈추고 피해야 한다고.

그러나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었다.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빨랐다.

스마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검에 주입하던 기운을 외부로 방출해 보호막을 만드는 것뿐이었다.

스악!

이내 보호막이 만들어졌고 주먹이 보호막에 닿았다.

쾅!

주먹이 작렬했다.

쩌저적!

보호막은 단번에 박살 났고 스마쉬는 깨달았다.

'...네 번째 제련도 마쳤다고?'

스마쉬는 본 세계에서, 시험장에서 세 번째 육체 제련을 마친 이들과 수차례 싸워 보았다.

그리고 본 세계에서 네 번째 육체 제련을 마친 존재와도 싸워 보았다.

지금 강진석의 주먹에서 느껴진 특유의 '반탄력'은 세 번째가 아닌 네 번째 육체 제련을 마친 존재에게서 느껴졌던 반탄력과 비슷했다.

'이게 무슨.'

믿기지 않았다.

네 번째 영혼 각성만으로도 놀라운데 네 번째 육체 제련까지 했다니?

그사이 두 번째 주먹이 날아왔다.

첫 번째 주먹에 보호막이 완전히 박살 났다.

다시 보호막을 만들어 낼 시간이 없었다.

즉, 이번 주먹은 온전히 육체로 받아내야 한다.

문제는 강진석이 네 번째 육체 제련을 했다는 점이다.

보호막도 단번에 박살 낸 주먹을 맨몸으로 받아낼 수 있을까?

그러나 받아낼 수 없다고 거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쾅!

두 번째 주먹이 가슴에 작렬했다.

그 순간 스마쉬는 깨달았다.

가슴뼈가 으스러지고 내부가 완전히 뒤집혔다는 것을.

지금 당장 회복에 집중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러나 회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지?'

스마쉬는 고통 가득한 얼굴로 강진석을 보았다.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시험이 시작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힘을 손에 넣는단 말인가?

지구 인간들이 태생적으로 강했다면 모를까 한없이 허약했다.

'적염을 썼어도 안 됐겠지....'

적염단도에 내장된 필살기 '적염'.

적염을 사용했어도 강진석을 죽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포기할걸.'

시험을 포기하고 본 세계에서 발버둥 치는 게 나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사이 강진석이 세 번째 주먹을 뻗었다.

이번에도 피할 수가 없었다.

스마쉬는 멍하니 주먹을 바라보았다.

* * *

[자마린 부족 대족장 스마쉬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55억 상승합니다.]

.

.

메시지를 보며 강진석은 생각했다.

'6번이라.....'

스마쉬는 전력을 다한 공격을 5번 버텨냈다.

그리고 6번째 공격에 죽었다.

'단단하긴 한데....'

4차 제약 침공자와 비교하면 생명력이 확실히 강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뜻이지 솔직히 말해 강진석의 입장에서 큰 의미가 없었다.

'어쨌든 이러면 시험 끝내는 건 문제 없겠어.'

지구 곳곳에는 5차 제약 침공자가 존재한다.

그중에는 스마쉬보다 강한 존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엄청난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이다.

즉, 손쉽게 죽일 수 있을 것이고 청소나 탈환이 지체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강진석은 스마쉬가 남긴 부산물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호오.'

그리고 부산물을 수거하던 중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1급 보물!'

놀랍게도 스마쉬는 '적염단도'라는 이름의 1급 보물을 가지고 있었다.

'델타오르가 후원한 거겠지?'

스마쉬를 후원하던 법칙은 불 법칙 델타오르였다.

적염단도는 델타오르가 선물해 준 물건이 분명했다.

'어느 소속이려나.'

강진석은 델타오르의 소속에 대해 생각하며 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 흑염뢰와 흑뢰를 방출했다.

쩌저적! 쩌적!

흑염뢰는 영역 상징을 파괴하기 위해, 흑뢰는 영역 내 남아 있는 몬스터들을 처치하기 위해서였다.

이어 강진석은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한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길드장님!

"5차 제약 침공자 잡았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바로 뒷정리팀 보낼까요?

"아니요. 4차 제약 침공자들이 아직 남아 있어서요. 지금부터 히로시마현에 있는 모든 4차 제약 침공자를 청소할 생각입니다. 청소 끝난 뒤에 뒷정리 시작하면 될 것 같아요."

스마쉬를 죽였다.

이제 히로시마현은 강진석이 나서지 않아도 길드원들의 힘만으로 충분히 청소할 수 있다.

그러나 강진석은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4차 제약 침공자까지 전부 처치할 생각이었다.

그래야 빠르게 청소와 탈환이 끝날 것이기에.

-예, 그러면 연락주시는 대로 바로 정리 시작하겠습니다!

"그럼 조금 이따 연락드릴게요."

강진석은 통화를 마친 뒤 관리창을 열어 설정을 마쳤다.

그리고 영역 밖으로 나와 다음 장소로 향하며 생각했다.

'갈림길 돌파는 시험 끝나고 진행해야 할까.'

카스만이 말했다.

체르딘 연합에서 모든 갈림길 돌파를 도와줄 것이라고.

즉, 안전하게 돌파하기 위해서는 시험을 끝나고 진행하는 게 맞다.

문제는 직감이었다.

직감이 말해 주고 있었다.

빨리하는 게 좋다고.

물론 강렬하게 권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 고민이 됐다.

'이야기할 기회 오면 물어봐야겠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조만간 또 카스만과 대화할 일이 생길 것이다.

강진석은 그때 갈림길에 대해 물어보고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갈림길에 대한 생각을 접고 이동에 집중했다.

* * *

블라디엘 연합 소속인 불 법칙 델타오르의 거처.

"...."

델타오르는 믿기지 않는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화면에는 델타오르가 후원하던 스마쉬의 최후가 재생되고 있었다.

스마쉬를 죽인 이는 델타오르도 잘 알고 있는 존재였다.

바로 강진석.

물론 실제로 본 적은 없다.

그럼에도 잘 아는 이유는 시험 참관자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게 말이 돼...?"

이내 정신을 차린 델타오르가 중얼거렸다.

"벌써 네 번째 제련, 각성을 마쳤다고?"

현재 강진석은 네 번째 육체 제련과 영혼 각성을 완벽히 마친 상태였다.

세 번째 육체 제련과 영혼 각성을 마친 게 얼마 전인데 그사이에 네 번째 제련과 각성을 완벽히 마치다니?

"이러면...."

델타오르는 말끝을 흐리며 침을 꿀꺽 삼켰다.

바로 그때였다.

스앗!

입구에 누군가 나타났고 델타오르는 고개를 돌렸다.

"여! 델타오르!"

방문자는 바로 메비아스 연합의 영혼 법칙 막사무스였다.

막사무스는 해맑은 얼굴로 이어 말했다.

"그때 주문했던 물건 가져왔어. 대금은 준비됐지?"

제278화

278.

"...준비됐지."

델타오르는 막사무스에게 답하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검은색 자루가 날아왔다.

그리고 막사무스가 다가와 검은색 자루를 확인했다.

"여기 물건 확인해 봐."

자루 확인을 마친 막사무스는 흡족한 표정으로 가지고 온 회색 자루를 건넸다.

그리고 델타오르가 회색 자루를 받아 확인을 시작했다.

"확인했다. 고맙다."

델타오르는 회색 자루를 옆에 내려놓았다.

"고맙기는, 다음에 또 연락 주십쇼. 고객님!"

막사무스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이어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을 지우고 물었다.

"근데 무슨 일이야? 왜 그리 표정이 죽어 있어?"

웬만한 일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델타오르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져 있었다.

즉, 심각한 일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심각한 일은 시험과 관련되어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막사무스는 궁금했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델타오르가 웃음을 잃은 것인지.

"그게...."

델타오르는 말끝을 흐리며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스마쉬의 최후가 재생되고 있는 화면을 막사무스가 볼 수 있게 회전시켰다.

"...?"

화면을 본 막사무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어 서서히 표정이 굳기 시작했다.

이내 인상을 구긴 막사무스는 고개를 휙 돌려 델타오르를 보았다.

"저거 뭐야? 언제 거야?"

"1시간 전."

"...."

막사무스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화면을 바라볼 뿐이었다.

'진짜 제련이랑 각성을 했다고?'

믿기지 않았다.

강진석이 네 번째 육체 제련과 영혼 각성을 했다는 것이.

물론 언젠가는 할 것이라 생각하기는 했다.

재능이 특출났기에.

'어떻게 이렇게 빨리?'

믿기지 않는 것은 '시간'이었다.

재료를 후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벌써 제련과 각성을 마무리 지었단 말인가?

'하나 하기에도 빠듯한 시간 아닌가?'

재료를 받자마자 바로 진행했다고 해도 제련이나 각성 하나 하기에 빠듯한 시간이었다.

'대체 어떻게 되먹은 재능이기에....'

재능이 뛰어난 것은 알았지만 예상 이상의 재능이었다.

'진짜 그분의 조각인 거 아냐?'

카스만은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상황을 보면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때 델타오르가 입을 열었다.

"너희 연합에서는 강진석을 어떻게 생각하지? 영입에 참여할 생각인가?"

"...아니, 우리는 포기하기로 했어."

막사무스는 고개를 저었다.

강진석과 체르딘 연합의 관계는 다른 연합에서 파고들기 힘들 정도로 깊었다.

거기다 체르딘 연합의 상급 법칙 당무혁이 직접 영입을 지시했다.

즉, 영입에 사활을 걸 것이다.

패배가 확실한 상황에 힘을 쓸 이유가 없다.

"그렇군."

"너희는 참여하게?"

"내가 정할 일은 아니다만 이 정도 재능이라면 탐내시겠지."

"하기야, 재능만 보면 중급까지는 가뿐히 올라갈 재능이니."

막사무스는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끄덕임을 멈춘 막사무스는 마지막으로 화면을 힐끔 보고는 말했다.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고."

이어 막사무스는 뒤로 돌아 손을 휙휙 저어 인사했다.

그러고는 곧장 거처로 귀환했다.

귀환과 동시에 막사무스는 재차 이동했다.

메비아스 연합의 임시 본부로.

강진석의 상태를 보고하기 위해서였다.

"음? 어쩐 일이냐?"

산뜻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막사무스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았다.

그러고는 한쪽 무릎을 꿇어 예를 취하며 말했다.

"생명 법칙 가르엘라 님을 뵙습니다. 보고드릴 것이 있어 왔습니다."

"잠깐!"

가르엘라가 외쳤다.

"...?"

막사무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가르엘라가 한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이어 말했다.

"곧 교대 시간이야. 마트렌한테 보고하면 안 돼?"

"...."

가르엘라의 말에 막사무스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상황이 상황이었기에 막사무스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급한 보고라서."

"에휴, 뭔데?"

가르엘라는 아쉬운 얼굴로 한숨을 내뱉으며 물었다.

그리고 막사무스가 답했다.

"강진석이 네 번째 제련과 각성을 마쳤습니다."

"...!"

가르엘라의 얼굴에서 아쉬움이 사라졌다.

그리고 한없이 진지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얼마 전에 재료 후원했다는 이야기 들은 것 같은데...."

"예, 맞습니다."

"근데 그사이에 제련이랑 각성을 마쳤다고? 그것도 네 번째를? 확실한 거야?"

"시스템 화면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으음...."

가르엘라는 나지막이 침음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생각에 잠겼다.

막사무스는 잠자코 기다렸다.

그리고 그때.

"나왔어."

한없이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막사무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한쪽 무릎을 꿇어 예를 취하며 말했다.

"운명 법칙 마트렌 님을 뵙습니다."

"그래, 우리 귀염둥이. 근데 무슨 일이야? 가르엘라 표정이 살벌한데?"

마트렌은 가르엘라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강진석이 네 번째 육체 제련과 영혼 각성을 마쳤습니다."

"...흐음, 그랬구나?"

가르엘라와 달리 마트렌은 당황하지 않았다.

마치 예상했다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런 마트렌의 반응에 가르엘라가 생각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이제 말해 주지?"

"뭘?"

"예언, 대체 무슨 의미야?"

마트렌은 메비아스 연합 내 법칙들에게 예언했다.

[모든 것이 끝난 후 혼돈의 주인이 자신의 조각을 찾으러 오리라.]

[조각을 바친 이는 강대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참으로 충격적인 예언이었다.

가르엘라는 예언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싶었다.

마트렌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나도 잘 몰라."

"그게 무슨...."

"내가 의식을 갖고 본 운명이 아니야."

"...!"

가르엘라는 마트렌의 답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트렌은 운명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렇다고 맨정신으로 모든 운명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막대한 운명은 무의식 상태에서만 엿볼 수 있다.

그래서 더 놀란 것이다.

"그러면 혼돈의 주인은 그분일 가능성이 매우 높겠네."

예언의 주인공인 혼돈의 주인.

혼돈의 주인이 '그분'이 아니라면?

마트렌은 의식을 유지한 채 운명을 엿보았을 것이다.

"글쎄."

가르엘라의 말에 마트렌은 어깨를 으쓱였다.

"근데 이거 하나는 확실해."

그리고 이어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한테 해가 될 일은 없다. 허튼짓만 하지 않으면 말이지."

* * *

"...."

강나연은 말없이 영역 현황을 보았다.

영역이 엄청난 속도로 확장되고 있었다.

확장 속도가 빨라진 이유를 안다.

바로 강진석 때문이었다.

'빨리 끝낼 거라고 하기는 했지만....'

강진석에게 연락이 왔었다.

시험이 끝날 때까지 전력을 다해 영역을 청소하고 탈환할 것이라고.

'이 정도로 빠를 줄은....'

그래서 빨라질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빨라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러면 진짜 한두 달 내로 가능한 거 아냐?'

강나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적어도 몇 년은 걸릴 것이라 생각했던 시험의 끝.

지금 속도를 보니 몇 년이 아니라 몇 달 내로 끝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강나연은 관리창을 닫았다.

'오빠가 청소하는 건 4차 제약 침공자뿐이니까.'

강진석이 청소하고 탈환하는 곳은 4차 제약 이상의 침공자가 있는 곳이었다.

3차 제약 이하 침공자들이 있는 곳은 길드원들이 맡기로 했다.

즉, 시험을 몇 달 내로 끝내기 위해서는 강나연도 열심히 움직여야 했다.

"휴식 끝내겠습니다! 다들 이동하죠!"

강나연이 근처에서 휴식하고 있던 팀원들에게 외쳤다.

"네!"

"옙!"

그리고 팀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강나연은 팀원들과 함께 다음 장소로 향하며 생각했다.

'근데 육체 제련은 언제 진행하지?'

육체 제련 조건을 충족한 상태였다.

재료도 거의 다 모았다.

아니, 거의가 아니라 전부 모았다고 봐도 된다.

모자란 재료는 포인트 상점에서 구매하거나 국가 창고에서 구매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끊임없는 청소, 탈환에 도저히 제련할 시간이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냥 미룰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번에 중국 쪽 마무리되면 바로 진행해야겠다.'

곧 중국 지역 청소, 탈환이 끝난다.

강나연은 중국 탈환이 끝나는 대로 첫 번째 육체 제련을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 * *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축복이 서리기 전'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압도적인 기여를 하셨습니다.]

[1등 보상이 특별 보상으로 강화됩니다.]

[특별 보상을 획득합니다.]

.

.

[퀘스트 '축복이 서리기 전'이 생성됐습니다.]

[인접 지도를 획득하셨습니다.]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바로 인벤토리에서 지도를 꺼냈다.

그리고 지도를 펼친 강진석은 헛웃음을 지었다.

'예상은 했지만....'

중국 청소가 끝나며 생성된 퀘스트였다.

인접 지역이 워낙 많기에 다음 퀘스트 진행 지역이 넓을 것은 예상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훨씬 넓었다.

'나라로 바뀔 줄은 몰랐는데.'

인접한 '지역'이 아닌 인접한 '국가'로 바뀌었다.

물론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축복이 서리기 전에 전부 죽이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지금 속도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만에 하나 전부 청소하지 못해도 된다.

남아 있는 몬스터는 축복을 받아도 그리 위협적이지 않을 테니까.

강진석은 지도를 인벤토리에 넣으며 생각했다.

'나중에는 대륙 단위로 바뀌는 거 아냐?'

인접 지역에서 인접 국가가 되었다.

나중에는 인접 대륙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이어 강진석은 핸드폰을 꺼내 한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길드장님!

"퀘스트 확인하셨나요?"

-예, 지금 보고 있습니다!

-어디부터 가실 생각이셔요?

"몽골부터 시작할게요."

-예, 알겠습니다.

-문자 주시면 바로 투입하겠습니다!

"네, 이따 연락드릴게요."

통화를 마친 강진석은 바로 영역 이동을 통해 몽골과 가장 가까운 중국 영지로 이동했다.

그리고 영지에서 나와 국경으로 향했다.

얼마 뒤 국경선에 도착한 순간.

강진석은 이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레 나타난 메시지 때문이었다.

[참관자 어둠 법칙 카스만이 대화를 원합니다.]

[어둠 법칙 카스만이 임무를 부여합니다.]

[퀘스트 '당신의 선택'이 생성됐습니다.]

"...!"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카스만과의 대화 메시지였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당신의 선택>

카스만이 대화를 원하고 있다.

대화를 할 것인가 아니면 거부할 것인가.

당신의 선택은?

퀘스트 보상 : 대화의 방 이동

퀘스트 거절 시 카스만이 서운해합니다.

전과 같았다.

이번에도 대화 주제는 나와 있지 않았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갈림길 돌파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강진석은 바로 퀘스트 완료 버튼을 클릭했다.

[퀘스트 '당신의 선택'을 완료하셨습니다.]

[대화의 방 포털이 생성됩니다.]

스아악!

완료와 동시에 포털이 나타났고 강진석은 바로 포털로 향했다.

[대화의 방에 입장하셨습니다.]

제279화

279.

입장과 동시에 강진석은 전방을 보았다.

스악!

때마침 카스만이 소환되고 있었다.

강진석은 미소를 지은 채 다가갔다.

'음?'

그리고 카스만에게 다가가던 강진석은 살짝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카스만의 표정 때문이었다.

누가 봐도 흥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얼굴에 흥분이 가득했다.

'무슨 좋은 일 있으신가?'

강진석은 당황을 가라앉히고 카스만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래, 정말 오랜만이야. 마음 같아서는 당장 만나고 싶었는데 격이 부족해서 말이야. 일단 축하한다! 제련은 예상했지만 영혼 각성까지 이렇게 빨리 끝낼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정말 대단해!"

카스만이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리고 강진석은 카스만이 흥분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제련이랑 각성 때문이었구나?'

반응을 보니 육체 제련과 영혼 각성 때문이 분명했다.

"공허의 틈이 아니라 다른 곳에 갔을 것 같은데 맞니?"

"네, 공허 지대라는 곳에 갔었습니다."

강진석은 답하며 생각했다.

'혼돈 영역에 대해서도 물어봐야겠어.'

카스만은 혼돈의 존재를 알고 있다.

혼돈 영역 역시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역시 진짜로 공허 지대에...!"

카스만이 감탄을 내뱉었다.

"시스템이 널 인정했나 보구나."

"...?"

그리고 이어진 카스만의 말에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시스템 이야기가 왜 나온단 말인가?

그리고 인정은 무슨 소리고?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원래 시험 중에 진행되는 영혼 각성은 공허의 틈에서 진행되거든. 시스템이 지원하는 마지막 단계인 다섯 번째 영혼 각성만 빼고."

"...!"

"물론 더 위험하긴 하지만 나쁜 건 아니야. 공허 지대에서 진행하는 게 훨씬 좋단다. 각성에 필요한 기간이 대폭 단축되거든. 워낙 환경이 극악인 곳이라."

"아...."

강진석은 카스만의 말에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궁금증이 떠올랐다.

"혹시 공허의 틈에서 진행됐다면 얼마나 걸렸을까요?"

원래 공허 지대는 다섯 번째 영혼 각성을 진행할 때 가는 곳이다.

그럼에도 강진석은 긴 시간을 보냈었다.

만약 공허 지대가 아닌 공허의 틈이었다면 얼마나 걸렸을지 궁금했다.

"음...."

카스만이 침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얼마 뒤 입을 열었다.

"적어도 3달은 걸렸을 거야. 닥치는 대로 잡았다고 해도."

"...!"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3달이라니?

차이가 나도 너무 났다.

그리고 이해가 됐다.

어째서 카스만이 그리 흥분한 것인지.

3달이 걸릴 일을 2주 만에 끝내고 왔으니 흥분하는 게 당연했다.

"혹시 하나 더 여쭤봐도 될까요?"

"물론. 이번에는 격을 넉넉히 모아 왔거든. 주제에 따라 금방 끝날 수도 있지만."

"공허 지대에서 특이한 지역을 발견했습니다."

"...!"

카스만은 강진석의 말에 흠칫했다.

그리고 이어 난감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혼돈의 틈을 발견했나 보네."

역시나 카스만은 알고 있었다.

"혼돈의 틈이란 곳이었군요."

"그래, 근데 그 이야기는 나중에 시험이 끝난 후에 해도 될까? 워낙 많은 격을 소모하는 이야기라서."

"네, 알겠습니다."

이름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근데 틈이 그 정도면 지대는....'

공허의 틈과 공허 지대가 따로 존재하듯 혼돈 지대 역시 존재할 것이다.

혼돈의 틈보다 혼돈 지대의 환경이 더 극악일 것인데 얼마나 극악일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혼돈의 존재들은 대체 어떤 존재들일까?

"혹시 그것 말고는 다른 궁금한 게 없니? 갈림길을 마주한 것 같은데...."

"...!"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그렇지 않아도 이제 물어보려 했던 갈림길 이야기를 먼저 꺼내주다니?

강진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맞습니다. 갈림길을 마주했습니다."

"어떤 갈림길이니? 어둠? 죽음? 공간?"

"죽음입니다."

"어쩐지 죽음이 가장 짙더라니."

카스만은 씨익 웃었다.

그리고 이어 물었다.

"돌파 조건을 알려줄 수 있니?"

"...?"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카스만이 조건을 왜 묻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설마 하나가 아닌가?'

확실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카스만의 반응을 보면 갈림길 돌파 조건은 하나가 아닌 것 같았다.

그게 아니고서야 왜 묻겠는가?

강진석은 카스만에게 답했다.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아하, 분체와의 싸움!"

카스만은 이해했다는 듯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강진석이 물었다.

"혹시 다른 조건도 있는 건가요?"

"응, 심상 세계에서 버티기도 있고 심상 세계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찾아야 하는 경우도 있고 매우 다양하지."

"아...."

이번에는 강진석이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

"혹시 분체와의 싸움은 어려운 편인가요?"

"음...."

카스만은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얼마 뒤 입을 열었다.

"너도 이제 알겠지만 분체와의 싸움은 너의 심상 세계에서 진행돼. 문제는 영혼과 연결된 보물이 아니면 심상 세계에 가져갈 수 없다는 점이지. 즉, 맨몸으로 싸워야 한다는 뜻인데 네가 상대할 분체는 완벽하게 죽음을 다룰 거야. 너보다 더. 네가 모르는 운용법도 사용할 수 있고."

"...!"

강진석은 살짝 놀랐다.

생각했던 것보다 난도가 높아 보였다.

"물론 분체를 죽이면 그 운용법은 전부 네 것이 되니 오히려 좋다고 할 수 있지."

카스만의 설명을 들으며 강진석은 생각했다.

'좋은 건가?'

분체를 죽이면 새로운 운용법을 얻을 수 있다.

말 그대로 분체를 죽여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장비를 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무척 어려운 일인 것 같은데 카스만은 너무나 쉬운 일처럼 말하고 있었다.

'혹시 도움받으면 쉽게 죽일 수 있어서?'

카스만은 시험이 끝난 이후 갈림길 돌파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혹시 그 때문에 쉬운 일처럼 말하는 것일까?

'지금 돌파할 수 있냐 없냐가 중요한데....'

강진석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제가 돌파할 수 있을까요?"

"지금 바로?"

"네."

"음...."

카스만은 말끝을 흐렸다.

"아주 쉽게 돌파할 수 있을 것 같은데?"

"...?"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시험이 끝난 이후가 아니다.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인데 쉽게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니?

'설마 시험 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가?'

강진석이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카스만이 이어 말했다.

"분체가 다룰 수 있는 건 죽음뿐이니까."

"...아!"

그리고 카스만의 말에 강진석은 탄성을 내뱉었다.

분체가 다룰 수 있는 건 죽음뿐이다.

그러나 강진석은 아니다.

죽음 말고도 여섯 속성을 더 다룰 수 있다.

그리고 여섯 속성 중에는 죽음에 강한 속성이 둘이나 있었다.

바로 전기와 불.

즉, 분체가 죽음을 더 완벽히 다룬다고 해도 전투는 강진석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혹시 돌파할 생각이야?"

"네, 돌파할 생각입니다."

강진석은 확정 지었다.

귀환하는 대로 죽음의 갈림길을 돌파하기로.

굳이 시험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어 보였다.

강진석의 답에 카스만이 진지한 얼굴로 이어 말했다.

"시험이 끝나기 전에 또 갈림길을 마주하게 될 거 같은데 혹시 어떤 속성인지 알려줄 수 있어?"

"어둠이 될 것 같습니다."

"만약 또 분체와의 싸움이라면 그 분체는 어둠만 다루는 게 아니라 죽음도 다룰 거야. 그래도 어렵지 않겠지만 알고는 있으라고."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강진석은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카스만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연합에 들어오면 돌파를 도와주기로 했는데 이렇게 되면 뭔가를 더 준비해야겠네."

그그극....

그극....

카스만의 말이 끝나자마자 카스만 주변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대화의 끝이 다가온 것이다.

"그럼 다음에 또 보자구."

카스만이 작별 인사를 했다.

그리고 강진석이 답하기도 전에 카스만이 사라졌다.

스아악!

이어 지구 포털이 생성됐다.

강진석은 포털로 향하며 생각했다.

'바로 하는 게 좋겠지?'

카스만에게 모든 것을 들었다.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돌파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지구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핸드폰을 꺼내 한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길드장님!

-투입할까요?

"아니요. 그게 아니라 잠시 해야 할 일이 생겨서요."

-아, 그러면 청소팀은 일단 다른 곳에 투입할까요?

"네,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카스만은 분체와의 전투가 쉽게 끝날 것이라 했다.

그러나 쉽다는 것이 빨리 끝난다는 뜻은 아니다.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청소팀을 마냥 대기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따 연락드릴게요."

-네!

한지윤의 답을 끝으로 강진석은 통화를 마쳤다.

그러고는 영지로 돌아갔다.

영지에 도착한 강진석은 영역 이동을 통해 개화역으로 이동했다.

제련, 각성처럼 갈림길 돌파 역시 개화역에서 진행할 생각이었다.

개화역에 도착한 강진석은 관리창을 열어 그 누구도 개화역에 진입할 수 없도록 설정을 바꿨다.

이후 강진석은 자리를 잡은 뒤 눈을 감았다.

그리고 죽음을 관조했다.

이어 강진석은 눈을 떴다.

당연하게도 온통 죽음이 가득한 공간이었다.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보았다.

'...없네.'

입장 메시지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메시지창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메시지창뿐만이 아니라 시스템과 관련된 모든 게 느껴지지 않았다.

'근데....'

강진석은 고개를 내려 오른손을 보았다.

'아무것도 못 가져온다고 하지 않았나?'

카스만이 말했다.

영혼을 연결한 보물이 아니면 정신세계, 심상 세계에 가져갈 수 없다고.

지금은 맨몸으로 상대해야 할 것이라고.

그런데 오른손에는 혼돈의 구가 있었다.

강진석은 혼돈의 구를 쥐었다.

헛것이 아니다.

혼돈의 구의 감촉이 선명히 느껴졌다.

강진석은 혼돈의 구를 변형시켰다.

혼돈의 구는 순식간에 다크닐로 변했다.

'변형도 되는데....'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아주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스윽.

강진석은 고개를 들어 전방을 보았다.

전방에는 분체가 있었다.

죽음으로 이루어진.

강진석은 분체를 보며 생각했다.

'안 그래도 유리한데 혼돈의 구까지 있으면....'

그렇지 않아도 강진석은 분체와의 전투에서 우위를 점한 상태였다.

그런데 혼돈의 구까지?

분체에게 너무나 불리한 상황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봐줄 생각은 없다.

갈림길 돌파 조건은 분체를 죽이는 것이지 정정당당한 승부가 아니다.

바로 그때 분체가 손을 뻗었다.

그러자 분체의 머리 위에 마법진이 나타났다.

이어 마법진에서 창이 하나 튀어나왔다.

당연하게도 죽음으로 이루어진 창이었다.

분체는 죽음의 창을 쥐었다.

그 순간 분체의 죽음이 한층 더 짙어졌다.

강진석은 죽음의 창을 보며 생각했다.

'저건 뭐지?'

단순히 죽음을 응축해 만든 창이 아니다.

특별한 운용법으로 만들어진 창이었다.

문제는 강진석이 모르는 운용법이라는 것.

'이게 그건가 보네.'

카스만이 말했다.

분체는 강진석이 모르는 운용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죽이면 얻을 수 있다고 했지.'

강진석은 다크닐에 흑염뢰를 두른 뒤 파괴를 덧씌웠다.

그리고 분체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분체 역시 강진석과 마찬가지로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거리가 좁혀졌을 때.

강진석과 분체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전력을 다해 움직였다.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고 강진석은 다크닐을, 분체는 죽음의 창을 뻗었다.

그렇게 다크닐과 죽음의 창이 충돌했다.

콰직!

결과는 다크닐의 압승이었다.

다크닐은 그대로 죽음의 창을 소멸시키며 나아갔다.

그리고 당황한 분체의 가슴에 다크닐이 박혔다.

쾅!

이어 흑염뢰가 폭발하며 분체의 상반신이 증발했다.

그 순간 강진석은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끝이라고?'

끝났다는 것을.

착각이 아니다.

머릿속에 죽음의 새로운 운용법이 속속 들어오고 있었다.

그중에는 조금 전 분체가 사용했던 '죽음의 창'도 존재했다.

제280화

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