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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9 - 280-290

제280화

280.

'이게 뭔....'

강진석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유리한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쉽게 끝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공격 한 번에 끝나다니?

'분체도 예상 못 했을 것 같은데....'

분체 역시 매우 당황스러운 얼굴을 했었다.

아마도 이렇게 죽을 것이라고는 분체 역시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스윽.

강진석은 고개를 힐끔 내려 다크닐을 보았다.

'이거 때문이겠지.'

이 당황스러운 상황은 전부 다크닐 덕분이었다.

다크닐이 아니었다면 죽음의 창이 그렇게 허무하게 소멸되지는 않았을 것이기에.

'다른 갈림길도 분체 전투면 쉽게 끝낼 수 있겠어.'

곧 마주하게 될 어둠 갈림길이나 추후 마주하게 될 다른 갈림길 역시 분체와의 전투라면?

매우 손쉽게 끝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확인부터 하자.'

강진석은 이번에 새로 알게 된 죽음 운용법을 직접 확인하기 시작했다.

콰직!

그그그그극!

콰아앙!

운용법을 확인하며 강진석은 살짝 당황했다.

'...흑염뢰보다 약한 게 없네.'

놀랍게도 이번에 알게 된 공격 운용법들은 흑염뢰와 비슷하거나 더 강했다.

약한 운용법은 단 하나도 없었다.

'갈림길을 돌파해서 그런가?'

분체가 죽은 순간 강진석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법칙이 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법칙이 되며 많은 변화가 생겼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졌고 기운도 늘어났으며 죽음에 대한 장악력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혹시 죽음을 이용한 공격 운용법이 흑염뢰보다 강한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스윽.

이내 운용법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죽음으로 가득한 심상 세계가 시야에 들어왔다.

갈림길을 돌파하며 얻은 것은 새로운 운용법, 시야, 힘뿐만이 아니었다.

분체가 죽은 이후 심상 세계의 소유권이 완벽히 넘어왔다.

강진석은 의지를 발현했다.

그러자 죽음이 응축되며 거대한 벽이 생성됐다.

벽을 만들어 낸 강진석은 계속 의지를 발현해 심상 세계를 공사하기 시작했다.

얼마 뒤 작은 별장을 완성됐고 강진석은 생각했다.

'이걸 영역화할 수 있다니.'

강진석이 열심히 공사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현실 세계에서 영역화를 통해 심상 세계를 발현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영역화에는 어마어마한 힘이 든다.

법칙이 되기 전이었다면 오래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말 그대로다.

법칙이 된 지금 강진석은 오래 유지할 수 있었다.

강진석은 흡족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

'이제 나가볼까.'

새로운 운용법 확인도 끝났고 공사도 끝났다.

더 이상 심상 세계에서 확인하거나 해야 할 일이 없었다.

이제 현실 세계로 돌아갈 때였다.

스아악!

현실 세계로 돌아온 강진석은 눈을 떴다.

[축하합니다.]

.

.

그러자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와....'

강진석은 감탄을 내뱉었다.

메시지 때문이 아니다.

현재 강진석의 눈에는 메시지가 들어오지 않았다.

강진석이 감탄을 내뱉은 것은 시야 때문이었다.

시야가 달라진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심상 세계 안이라 체감이 크게 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구에 오니 체감이 어마어마했다.

한동안 지구를 멍하니 바라보던 강진석은 정신을 차리고 메시지를 보았다.

[축하합니다.]

[절대적 존재가 되었습니다.]

[모든 절대적 존재가 당신의 상태를 인지합니다.]

.

.

'역시 다 알려졌구나.'

예전 초월의 방에 갔을 때에도 시스템은 시험을 참관하는 법칙들에게 강진석의 존재를 알렸다.

그래서 이번에도 알리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었는데 예상대로였다.

'특별한 건 없네.'

이내 메시지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시간을 확인했다.

'이것밖에 안 됐어?'

놀랍게도 심상 세계에 진입한 지 5분이 채 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시간이 확 흘렀으면 어쩌나 했는데.'

네 번째 육체 제련 때 잠깐이라 생각했는데 이틀이 흘렀다.

그때처럼 시간이 훅 흘렀을 수도 있다 생각했던 강진석은 은은히 미소를 지으며 한지윤에게 연락했다.

[생각보다 일이 빨리 끝났네요.]

전화를 한 게 아니다.

[바로 몽골로 넘어가겠습니다.]

텔레파시였다.

법칙이 되며 초감각이 무지막지하게 확장됐다.

개화역에서도 봉제산에 있는 한지윤에게 텔레파시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강진석은 영역 이동을 통해 직전까지 있던 영지로 이동 후 몽골로 향하며 생각했다.

'지금도 이 정도인데 다섯 번째 영혼 각성하면 얼마나 커지려나.'

영혼 각성을 하면 초감각이 강화된다.

지금도 초감각이 어마어마하게 큰데 영혼 각성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다른 갈림길을 개척해도 커질 것 같은데....'

영혼 각성뿐만이 아니다.

이번에 초감각이 커진 것은 갈림길을 돌파해 법칙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곧 마주할 어둠 갈림길을 돌파하면?

그렇게 갈림길과 초감각에 대해 생각하던 중 국경선에 도착했고 강진석은 국경선을 넘어섰다.

[조건이 충족됐습니다.]

[몽골 내 모든 제약이 해제됩니다.]

[몽골 내 모든 침공자가 당신의 등장을 인지합니다.]

법칙이 됐기 때문일까?

진입 지역이 아닌 몽골 전 지역의 제약이 해제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강진석의 존재가 침공자들에게 전해졌다.

'이러면 포기하는 녀석들이 많아지겠는데.'

몽골에 얼마나 강한 침공자가 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강해 봤자 5차 제약 침공자였다.

강진석은 알고 있다.

5차 제약 침공자와 법칙의 격차를.

지금 강진석은 5차 제약 침공자를 가벼운 공격으로도 죽일 자신이 있었다.

5차 제약 침공자도 그런데 그 이하 침공자들은 어떻겠는가?

시험을 포기하는 이들이 우르르 나올 것이라 강진석은 확신했다.

바로 그때였다.

"...!"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초감각에 감지된 수많은 영역에 공간 마법진이 나타났다.

마법진의 주체는 '시스템'이었다.

'...허, 미쳤네.'

강진석은 헛웃음을 지었다.

시스템의 공간 마법진은 이번에 처음 보는 게 아니다.

예전에도 본 적 있고 그때도 한없이 높은 벽이었다.

그래도 법칙이 되었으니 조금이나마 벽의 높이가 낮아졌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전혀 아니었다.

법칙이 되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된 지금 강진석은 알 수 있었다.

시스템의 공간 마법진은 적어도 '중위' 법칙은 되어야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을.

물론 예상과 달리 중위 법칙이 되어도 개입이 불가능할 수 있다.

지금 보이기에는 개입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초월자 시절 다 보지 못했듯 지금도 다 보지 못한 것일 수 있다.

[스카라 일족이 시험을 포기했습니다.]

[스카라 일족이 원래 세계로 귀환합니다.]

[스카라 일족의 영역 상징이 전부 파괴됐습니다.]

[퀘스트 '선점하라!'가 생성됐습니다.]

이어 메시지가 나타났다.

곧이어 초감각 내 모든 침공자가 사라졌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모트라노스 부족이 시험을 포기했습니다.]

[모트라노스 부족이 원래 세계로 귀환합니다.]

.

.

[루마나 군단의 영역 상징이 전부 파괴됐습니다.]

[퀘스트 '선점하라!'가 생성됐습니다.]

몽골 내 자리 잡고 있던 침공자들이 속속 시험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뭐야, 설마 다 포기하는 거 아냐?'

포기 메시지가 끊임없이 나타났다.

몽골 내 모든 침공자가 포기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물론 그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죽는다.

오히려 포기하는 게 정상이었다.

강진석은 잠자코 메시지가 끝나길 기다렸다.

.

.

[퀘스트 '선점하라!'가 생성됐습니다.]

[몽골 내 모든 침공자가 시험을 포기했습니다.]

[몽골 내 모든 영역 상징을 탈환할 때까지 몽골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어 마지막 메시지가 나타났고 강진석은 인상을 구겼다.

'이게 무슨.'

예상대로 몽골 내 모든 침공자가 시험을 포기했다.

문제는 모든 영역 상징을 탈환해야만 몽골을 벗어날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갑자기 날 왜 제약하는데....'

강진석은 뒤로 돌아섰다.

시스템 장막이 보였다.

밖에서 안으로 들어올 수는 있지만 안에서 밖으로는 나갈 수 없다는 게 느껴졌다.

영역 이동도 불가능할 것이다.

시스템이 막은 것인데 시스템을 이용해 벗어날 수 있을 리 없다.

'하기야 이게 아니면....'

이해는 됐다.

만약 이런 식으로 제약을 주지 않으면 하루, 늦어도 이틀 안에 지구 청소가 끝날 것이기에.

강진석은 근처에 있는 영역 상징으로 향하며 핸드폰을 꺼냈다.

그러고는 한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

카스만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바로 돌파했다고?'

조금 전 강진석과 대화를 했다.

돌파할 것이라 하기는 했다.

그래도 돌파 조건이 분체와의 전투였기에 바로 시작해도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분체를 잡다니?

바로 그때였다.

스악! 스악! 스악!

카스만의 거처 입구에 손님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약속하고 온 것은 아닌지 손님들은 서로를 보고 움찔했다.

가장 먼저 카스만에게 다가온 손님은 같은 연합 소속인 화령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화령이 다가와 물었다.

곧이어 뒤따라온 막사무스와 타 연합 법칙들이 빤히 카스만을 바라보았다.

"...돌파한다고 하길래 하라 했지."

"조금 전에 대화 나눴잖아? 조건이 뭐였는데 이렇게 빨리 돌파해?"

화령의 질문에 막사무스는 물론 다른 법칙들 역시 놀란 얼굴을 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며칠 동안 한 게 아니라고?"

특히 더 놀란 막사무스는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카스만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 화령을 노려보았다.

지금 이 자리에는 타 연합 법칙들도 있었다.

아무리 강진석이 체르딘 연합과 관계가 깊다고 하지만 아직 영입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강진석이 갈림길 돌파를 순식간에 해낸 것을 알게 된 타 연합이 잠자코 있을까?

화령의 마음도 이해는 됐다.

말도 안 되는, 믿기 힘든 상황이 펼쳐졌다.

거기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실수한 것은 실수한 것이었다.

카스만의 눈빛에 화령 역시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는지 흠칫했다.

그리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카스만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이어 말했다.

"분체와의 전투였어."

시간이 좀 걸릴 뿐 어차피 알려질 일이다.

카스만은 사실대로 답했다.

"...분체를 그렇게 빨리 잡았다고?"

"어떻게...."

"말이 되나?"

화령을 포함한 모든 법칙이 웅성이기 시작했다.

"...설마 그분의 조각인가?"

"...."

"...."

그리고 한참 웅성이던 중 망각 법칙 데옴의 혼잣말에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가 침묵했다.

카스만은 데옴을 보았다.

이번에도 그분의 조각 이야기가 나왔다.

'하기야....'

이해는 됐다.

시험이 시작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네 번째 영혼 각성, 육체 제련을 마쳤다.

거기다 7개의 길을 개척했다.

어중간한 길을 개척한 것도 아니다.

어둠, 전기, 불, 물, 공간, 죽음, 파괴.

하나 같이 전부 어렵고 강력한 길을 개척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역대급 재능인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갈림길을 돌파해 법칙이 되었다.

1년도 지나지 않아 평범한 인간이 법칙이 되었다?

누가 봐도 그분의 조각을 떠올릴 것이다.

"그건 확실히 답해주지. 아니다."

그러나 직접 그것도 여러 번 강진석을 본 카스만은 확신했다.

그분의 조각이 아니라는 것을.

바로 그때.

스악! 스악!

추가로 계속 손님이 나타났다.

'많이도 오는군.'

방문 목적을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강진석 때문이 분명했다.

제281화

281.

"강진석이 법칙이 됐던데 연합 차원에서 도운 거야?"

"어떻게 이렇게 빨리 갈림길 돌파를 한 거지?"

예상대로 뒤늦게 나타난 법칙들도 강진석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카스만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나도 잘 모르는데.'

솔직히 카스만도 어떻게 이렇게 빨리 돌파한 것인지 모른다.

격만 충분했다면 바로 대화를 요청했을 정도로 카스만 역시 궁금했다.

'근데 나가라고 할 수도 없고....'

거처에 찾아온 법칙은 하위 법칙만 있는 게 아니다.

중위 법칙도 몇몇 있었다.

어떻게 해야 지금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지 참으로 난감했다.

바로 그때였다.

모여 있던 모든 법칙이 흠칫했다.

그리고 뒤로 돌아 입구를 보았다.

입구에 보랏빛 안개가 나타났다.

카스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옆으로 나와 한쪽 무릎을 꿇었다.

무릎을 꿇은 건 카스만뿐만이 아니다.

화령 역시 무릎을 꿇었고 타 연합 소속 법칙들도 허둥지둥 무릎을 꿇었다.

중위 법칙들이라고 예외는 없었다.

그리고 카스만이 외쳤다.

"독 법칙 당무혁 님을 뵙습니다."

이어 안개에서 당무혁이 걸어 나왔다.

당무혁은 자연스레 카스만이 앉아 있던 상석에 앉으며 말했다.

"회의하려고 하는데 다들 자리를 비켜줬으면 좋겠군."

그리고 당무혁의 말에 타 연합 법칙들은 우르르 거처를 떠났다.

그렇게 체르딘 연합 소속 법칙들만 남게 됐고 당무혁이 말했다.

"다들 앉지."

당무혁의 말에 카스만과 화령 그리고 체르딘 연합 소속 법칙들이 서열에 따라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당무혁이 카스만에게 물었다.

"상황을 듣고 싶은데."

카스만은 당무혁의 물음에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전했다.

"흐음."

당무혁은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당무혁을 제외한 모두가 입을 꾹 다문 채 당무혁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얼마 뒤 생각을 마친 당무혁이 입을 열었다.

"화령."

"예."

"강진석과 친분이 있다고 했지?"

"예, 카스만 다음으로는 저와 친할 겁니다."

"대화를 나눌 격은 충분한가?"

"예, 격은 충분합니다. 다만 조금 전 카스만과 대화를 나눠서 시간제한이...."

"시간제한이 끝나는 대로 강진석에게 전하거라. 시험을 최대한 늦게 끝내라고."

* * *

"어...."

한지윤은 멍하니 탄성을 내뱉었다.

"음...."

이어 침음을 내뱉었다.

무어라 말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있을 수는 없기에 일단 한지윤은 자신이 들은 게 맞는지 되물었다.

"그러면 몽골 전 지역이 텅 빈 건가요...?"

-네, 지금 텅 비어 있습니다.

-생존자는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구요.

"영역 상징을 전부 탈환하실 때까지는 못 나오시는 거구요...?"

-예, 그래서 투입할 수 있는 팀 전부 투입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제가 갈 수 없으니.

"...아, 알겠습니다. 일단 바로 투입시키고 보고드리겠습니다!"

-네, 저도 탈환하고 있을게요.

"네!"

한지윤은 통화를 마쳤다.

그리고 바로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속속 답이 도착했고 얼마 뒤 모든 답이 도착하자 한지윤은 강진석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나서야 한지윤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지도를 보았다.

'이 넓은 곳이 텅 비었다고...?'

지금도 믿기지 않았다.

몽골의 크기는 작지 않다.

한반도보다 몇 배는 거대했다.

당연히 자리 잡은 몬스터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 많은 몬스터가 시험을 포기하다니?

'진석 님이 나타난 것만으로....'

강진석의 힘을 겪고 포기한 게 아니다.

몽골에 강진석이 나타난 것만으로 포기를 했다.

'다른 곳도 비슷할까?'

한지윤은 궁금했다.

다른 곳은 어떨지.

'비슷할 것 같은데.'

저항하는 몬스터가 있을 수는 있지만 많지는 않을 것 같았다.

즉, 금방금방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면....'

한지윤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고는 눈을 번뜩이며 세계 지도를 쭉 훑었다.

'1주일이면 끝나는 거 아냐?'

아무리 늦어도 1주일이면 지구 전 지역 청소를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너무 갑작스럽네.'

처음 시험이 시작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막연했다.

끝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끝을 생각지도 않았다.

생존하기도 바빴기에.

그러던 중 강진석을 만나 희망을 보았다.

그때도 끝을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렇게 급작스럽게 끝이 다가오다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혹시나 상황이 변할 수 있으니까.'

한지윤은 양손을 들어 뺨을 쳐 정신을 차렸다.

갑자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진짜 끝이 나기 전까지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우웅! 우웅!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한지윤은 다시 업무에 집중했다.

* * *

강진석은 몽골과 러시아의 국경선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 몽골 내 마지막 영역 상징을 탈환했다.

덕분에 장막이 사라진 상태였다.

즉, 다른 지역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됐다.

'러시아는 나중에 가는 게 맞겠지?'

처음에는 자연스레 인접 국가인 러시아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몽골과 같은 상황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러시아의 영토가 무지막지하게 크다는 점이었다.

탈환하는 데 그만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그사이 문제가 생긴다면?

'그래, 러시아는 나중에 가는 게 맞아.'

아무리 봐도 러시아는 나중에 가는 게 맞는 것 같았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영지로 돌아가며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보냈다.

이내 영지에 도착한 강진석은 텅 빈 영지를 보며 생각했다.

'어떻게 써먹어야 하나.'

인구수 대비 영지가 너무 많았다.

그로 인해 현재 이곳 말고도 텅 빈 영지가 매우 많았다.

'당분간은 그냥 내버려 둬야겠지?'

억지로 텅 빈 영지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냥 텅 빈 상태로 내버려둬도 문제없다.

강진석은 영지에 대한 관심을 거두고 영역 이동을 통해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조건이 충족됐습니다.]

[일본 내 모든 제약이 해제됩니다.]

[일본 내 모든 침공자가 당신의 등장을 인지합니다.]

강진석이 정한 다음 목적지는 바로 '일본'이었다.

일본 역시 국토가 작지 않다.

그러나 이미 절반 가까이 청소와 탈환을 마친 상태였다.

그리고 이미 투입된 길드원들이 있다.

즉, 몽골처럼 장막이 생긴다고 해도 금방 끝낼 수 있다.

[바샨 부족이 시험을 포기했습니다.]

[바샨 부족 원래 세계로 귀환합니다.]

[바샨 부족의 영역 상징이 전부 파괴됐습니다.]

[퀘스트 '선점하라!'가 생성됐습니다.]

곧 익숙한 메시지가 나타났다.

시험 포기 메시지였다.

그리고 바샨 부족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붉은 우레 부족이 시험을 포기했습니다.]

[붉은 우레 부족이 원래 세계로 귀환합니다.]

.

.

끊임없이 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확신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겠네.'

몽골과 같은 상황이 될 것이라는 것을.

.

.

[퀘스트 '선점하라!'가 생성됐습니다.]

[일본 내 모든 침공자가 시험을 포기했습니다.]

[일본 내 모든 영역 상징을 탈환할 때까지 일본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예상대로 얼마 뒤 일본에 장막이 생성됐다.

우웅!

곧이어 핸드폰이 울렸다.

강진석은 핸드폰을 꺼냈다.

일본 탈환을 맡은 김칠성의 전화였다.

"어, 칠성아."

-와, 대장 말대로네요?

-애들 바로 시험 포기하고 사라져 버렸는데요?

-이게 법칙의 힘...!

김칠성의 말에 강진석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제 탈환 집중해 줘."

-네, 걱정 마십쇼!

-안정적으로 포인트 벌 수 있는 기회니까. 다들 이 악물고 움직일 겁니다!

-근데 대장은 어디서부터 하실 생각이세요?

"나는...."

바로 그때였다.

[참관자 불 법칙 화령이 대화를 원합니다.]

[불 법칙 화령이 임무를 부여합니다.]

[퀘스트 '대화의 방으로'가 생성됐습니다.]

메시지가 나타났고 강진석은 그대로 말을 멈췄다.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대화 요청이었다.

거기다 대화를 요청한 존재가 카스만이 아닌 화령이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어 퀘스트 '대화의 방으로'를 확인했다.

<대화의 방으로>

화령은 당신에게 급히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대화의 방으로 이동하라!

퀘스트 보상 : 대화의 방 이동

퀘스트 거절 시 화령이 난감해합니다.

'급히?'

이번에도 별 내용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급히라는 단어가 쓰여 있었다.

"잠깐만, 어디 좀 다녀올게. 하고 있어봐."

강진석은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바로 퀘스트를 완료했다.

[퀘스트 '대화의 방으로'를 완료하셨습니다.]

[대화의 방 포털이 생성됩니다.]

완료와 동시에 포털이 나타났고 강진석은 포털로 향하며 생각했다.

'무슨 이야기일까.'

급히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너무나 궁금했다.

[대화의 방에 입장하셨습니다.]

대화의 방에 도착한 강진석은 전방을 보았다.

스악!

그리고 화령이 나타났다.

강진석은 화령에게 다가가며 인사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리고 화령이 인사에 답했다.

"오랜만이에요."

"...?"

강진석은 화령의 인사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왜 존대를....'

화령은 강진석의 반응에 싱긋 웃으며 말했다.

"존대에 당황하셨나 보군요. 근데 당황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제 함께 길을 나아가는 입장이니까요."

"아...."

강진석은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

이제 강진석도 '법칙'이 되었다.

화령의 말대로 함께 길을 나아가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강진석은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함께 길을 나아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강진석은 알고 있다.

화령이 얼마나 앞서 있는지.

불의 갈림길을 4번 돌파했고 공간의 갈림길도 돌파했다.

강진석보다 한참이나 앞서 있는 상태였다.

하위 법칙으로 묶이긴 하지만 동급이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 그럴까? 하핫."

화령은 눈치를 살피다가 활짝 웃었다.

"네, 그렇게 해주시는 게 저도 편할 것 같습니다."

"그래! 너도 언제든 편하게 해! 아무렇지 않으니까!"

"네, 편해지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강진석은 화령의 분위기에 싱긋 웃었다.

그러고는 문득 든 생각에 본론을 꺼냈다.

"급히 하실 이야기가 있다고 하셨는데...."

"어, 맞아."

화령은 무척이나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시험을 바로 끝낼 생각인 것 같은데 맞아?"

"네, 맞습니다."

강진석은 최대한 빨리 시험을 끝낼 생각이었다.

시스템의 제지가 아니었다면 이미 곳곳을 돌아다니며 우선적으로 침공자들을 쫓아냈을 것이다.

'근데 갑자기 시험 이야기는 왜...?'

화령은 급히 전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왜 시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일까?

바로 그때 화령이 이어 말했다.

"굳이 빨리 끝낼 필요가 있을까?"

"...?"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화령은 시험을 빨리 끝내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미 다 포기했다고 하지 않았나?'

연합에서 후원하는 이들은 전부 시험을 포기했다고 했다.

즉, 연합 후원을 받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혹시 개인적으로 후원하시는 존재가 있으신 거면...."

"아니, 그게 아니야."

화령은 고개를 저었다.

"시험이 끝나면 시스템의 지원을 받지 못하니까."

제282화

282.

"...!"

강진석은 화령의 말에 눈을 번뜩였다.

개인적으로 후원하는 존재를 지키기 위해서라 생각했다.

이미 레아스를 잃은 화령이었기에.

그런데 아니었다.

시스템의 지원이 끊기기 때문이었다.

"...혹시 시험이 끝나면 관리창이라든가 인벤토리 같은 게 전부 사라지는 건가요?"

강진석은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시험이 끝난 이후 시스템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본 적 없다.

당연히 남아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사라질 것이다.

앞서 만난 침공자들의 반응을 생각하면 사라질 가능성이 100에 가까웠다.

"응, 끝나는 즉시 사라지는 건 아니고 유예 기간이 있어."

화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시험마다 다르고 길어야 이틀. 그 안에 포인트는 전부 소진하는 게 좋아. 아무 보상 없이 그냥 사라지니까."

"아...."

강진석은 나지막이 탄식을 내뱉었다.

'준비해야겠는데.'

관리창도 그렇고 인벤토리도 그렇고 없어지면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

강진석에게만 문제 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다른 이들에게 더 큰 문제가 된다.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그리고 화령이 이어 말했다.

"그리고 너도 이제 알겠지만 시스템이 지원하는 건 갈림길 직전까지야."

강진석은 화령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화령의 말대로 죽음의 길은 이제 시스템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오롯이 강진석의 힘만으로 나아가야 했다.

"근데 너는 걷고 있는 길이 하나가 아니잖아?"

"...아!"

이어진 화령의 말에 강진석은 탄성을 내뱉었다.

죽음은 도움을 받지 못하지만 나머지 여섯 속성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다섯 번째 제련과 각성도 남아 있고."

화령은 강진석의 분위기를 살피며 물었다.

"시험을 바로 끝내는 것보다 그것들 먼저 하는 게 어때?"

"그러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근데 다섯 번째 제련이나 각성은 재료가 부족해서...."

마음 같아서는 남은 여섯 속성의 갈림길을 전부 돌파하고 다섯 번째 육체 제련과 영혼 각성도 마무리 짓고 싶었다.

그러나 재료가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다.

재료를 수급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상점에서 판매한다면 넘쳐나는 포인트로 구매하겠지만 상점에서 판매하지 않는다.

거기다 모든 침공자가 도망치기 바빴다.

퀘스트로 수급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재료 걱정은 하지 마."

화령이 씨익 웃었다.

"연합 차원에서 전부 후원할 거니까."

"...!"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솔직히 재료 이야기를 꺼냈을 때 은연중에 기대하기는 했다.

혹시나 네 번째 제련, 각성 때처럼 재료를 후원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그러나 다섯 번째 제련, 각성에 필요한 재료가 네 번째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는데 후원해 주겠다니?

"감사합니다."

강진석은 진심을 담아 감사를 표했다.

"참고로 이 모든 건 당무혁 님이 추진하신 일이야. 나중에 당무혁 님한테 감사 인사드리면 좋을 거야."

"...!"

화령의 말에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당무혁은 체르딘 연합의 상위 법칙으로 최소 21번째 갈림길을 돌파한 존재였다.

강진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이가 바로 당무혁이었다.

그런 당무혁이 이번 후원을 추진했다니?

"예, 나중에 꼭 감사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후원은 시간이 좀 걸릴 거야. 한 15일에서 20일 정도?"

"네, 수련하면서 기다리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또 보자구!"

"예, 다음에 뵙겠습니다."

강진석은 화령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화령이 사라졌다.

스아악!

포털이 생성됐고 강진석은 포털로 향하며 생각했다.

'수련에 집중해야겠네.'

여섯 속성 전부 갈림길에 도달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말 그대로다.

힘든 것이지 불가능한 게 아니다.

후원 전까지 적어도 1개 속성은 갈림길을 마주할 자신이 있었다.

이내 포털을 지나 지구로 돌아온 강진석은 관리창을 열어 영역 현황을 보았다.

아직 탈환해야 할 영역이 한참 남아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영역이 전부 탈환되기 전까지 강진석은 일본을 벗어날 수 없다.

'이참에 일본에도 수련장 하나 만들어야겠다.'

강진석은 수련장을 만들기로 결정을 내리고 핸드폰을 꺼내 한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험이 끝난 이후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였다.

-네, 길드장님!

"일본 탈환이 끝나는 대로 간부 회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간부 회의를요?

"네, 시험이 끝나면 시스템의 지원이 끝난다고 하네요."

-헛, 그러면....

"네, 관리창이나 인벤토리 같은 게 전부 사라진다고 하더라구요."

-...큰일이네요.

"그렇죠.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본 탈환은 빠르면 2일 늦어도 3일이면 끝날 것 같습니다."

-그러면 그때 맞춰서 간부 회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네, 부탁드릴게요."

한지윤과 통화를 마친 강진석은 귀무문의 본부가 있던 곳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바로 관리창을 열어 영지 개조를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수련장이 되었고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3성 어둠을 꺼냈다.

그러고는 자리에 앉아 3성 어둠에 담긴 어둠을 끌어내 흡수하며 생각했다.

'5레벨까지 얼마나 걸리려나.'

죽음 다음으로 5레벨에 가까운 게 어둠의 지배였다.

그렇다고 몇 시간 만에 5레벨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일본 탈환 전에 돌파할 수 있으려나?'

* * *

스윽.

한참 어둠을 흡수하던 강진석은 눈을 떴다.

그러고는 싱긋 웃으며 메시지창을 보았다.

[스킬 '어둠의 지배'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드디어 어둠의 지배가 5레벨이 되었다.

당연히 이번에도 5레벨이 된 순간 갈림길 돌파 조건이 떠올랐다.

'이번에도 분체네.'

죽음의 갈림길과 마찬가지로 어둠의 갈림길의 돌파 조건은 분체와의 전투였다.

강진석은 관리창을 열어 영역 현황을 확인했다.

'5% 정도 남았으니까....'

일본 국토의 95% 정도를 탈환했다.

'시간은 충분하겠지.'

죽음의 갈림길 돌파에 걸린 시간을 생각하면 탈환 전에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바로 돌파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어둠을 관조했다.

그렇게 심상 세계에 입장한 강진석은 눈을 떴다.

원래 심상 세계에는 죽음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어둠의 갈림길을 마주한 덕분에 심상 세계에는 어둠도 풍부해졌다.

스윽.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분체를 보았다.

분명 어둠의 분체다.

그러나 어둠보다 더 강력한 죽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도 강진석 못지않은.

물론 강진석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카스만에게 들어 알고 있었기에.

바로 그때였다.

분체가 손을 휘저었다.

스악! 스악! 스악! 스악!

그러자 상공에 마법진 수십 개가 나타났다.

이어 마법진에서 죽음과 어둠 덩어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법진 하나하나가 기관총 같았다.

강진석은 죽음을 방출해 보호막을 만들었다.

콰콰콰콰쾅!

보호막에 쉴 새 없이 죽음과 어둠이 작렬하며 폭발했다.

강진석은 보호막이 파괴되지 않게 끊임없이 죽음을 주입하며 혼돈의 구를 보았다.

그리고 혼돈의 구에 기운을 주입해 변형시켰다.

다크닐이 아니었다.

한없이 새하얀 백색의 창이었다.

백색 창의 이름은 '성광'.

성광은 빛과 관련된 효과를 다수 가지고 있는 최상급 아티펙트로 어둠 갈림길 돌파를 위해 강진석이 준비한 비장의 무기였다.

강진석은 성광에 흑염뢰와 파괴를 둘렀다.

법칙이 되기 전이었다면 여기서 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법칙이 된 후 강진석은 죽음을 섞을 방법을 알아냈다.

강진석은 창끝에 죽음을 응축시켰다.

그리고 투창 자세를 취했다.

이어 강진석은 분체를 향해 전력을 다해 성광을 던졌다.

성광은 보호막을 지나 마주하는 죽음, 어둠 덩어리들을 증발시키며 분체에게 날아갔다.

순식간에 성광은 분체 앞에 도달했고 분체는 강진석이 그랬던 것처럼 죽음을 방출해 보호막을 만들어 냈다.

물론 강진석이 만든 것보다 크기는 작았다.

그러나 크기만 작을 뿐이다.

방어력은 강진석의 죽음 보호막과 똑같았다.

그러나 강진석은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소 지었다.

만약 순수한 성광이었다면?

제아무리 흑염뢰를 두르고 파괴를 덧칠하고 죽음을 응축시켰어도 보호막을 파괴하는 것으로 끝났을 것이다.

그 정도로 보호막의 방어력은 강했으니까.

그러나 성광은 혼돈의 구로 강화된 상태였다.

이내 성광이 보호막에 작렬했다.

쩡!

그와 동시에 보호막에 구멍이 났다.

그리고 구멍을 통해 성광은 보호막 안쪽으로 들어왔고 그대로 분체의 가슴에 작렬했다.

쾅!

그렇게 폭발이 발생했다.

이어 구멍이 난 보호막이 스르륵 사라졌고 강진석은 분체의 상태를 볼 수 있었다.

분체는 두 다리만 남아 있었다.

죽음 때보다 더 심각했다.

그리고 남은 두 다리 역시 먼지로 변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강진석은 알 수 있었다.

어둠의 갈림길 역시 돌파했다는 것을.

죽음, 어둠 2가지 갈림길을 돌파한 법칙이 되었다는 것을.

'...이렇게 운용하는 거였구나?'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어둠의 분체 역시 새로운 운용법을 다수 남겼다.

그중에는 처음 분체가 사용했던, 기관총 같은 마법진도 있었다.

강진석은 운용법대로 어둠과 죽음을 운용했다.

스악! 스악! 스악!

그러자 100개가 훌쩍 넘는 마법진이 생겨났다.

이어 마법진에서 죽음과 어둠 덩어리들이 쏟아져 나와 강진석이 지정한 장소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쾅!

어둠 법칙이 된 덕분에 어둠 덩어리의 폭발력은 죽음 덩어리 못지않게 강력해졌다.

강진석은 어둠과 죽음의 폭발을 보며 생각했다.

'여유 없을 줄 알았는데.'

어둠의 갈림길을 돌파한 순간 어둠 장악력만 강해진 게 아니다.

다룰 수 있는 기운도 늘어났다.

그것도 2배 이상.

분체보다 마법진을 훨씬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던 것도 바로 그 덕분이었다.

강진석은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마법진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어 강진석은 심상 세계를 보았다.

갈림길을 돌파하기 전에는 심상 세계에 있는 어둠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분체가 죽은 순간 어둠의 소유권이 완벽히 넘어왔다.

강진석은 의지를 발현해 공사를 시작했다.

일단 이곳저곳 너저분하게 퍼져 있는 어둠을 한데 모아 정리했다.

그리고 전에 만들어 두었던 별장 외벽에 어둠을 섞어 강화했고 어둠이 가득한 호수도 만들었다.

그렇게 공사를 이어 나가며 강진석은 생각했다.

'다른 법칙들의 심상 세계는 어떨까.'

법칙들은 저마다 심상 세계를 가지고 있다.

다른 법칙들의 심상 세계는 어떨지 너무나 궁금했다.

'언젠가는 보게 되겠지.'

시험이 진행 중인 지금은 볼일이 없다.

그러나 시험이 끝난 후에는 법칙들과 마주하게 될 것이고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바로 그때 법칙들의 심상 세계를 보게 될 것이다.

'이 정도면 됐다.'

이내 공사를 마친 강진석은 심상 세계를 확인 후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심상 세계에서 빠져나왔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확인했다.

'두 번째부터는 언급 안 되나?'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나긴 했다.

그러나 법칙과 관련된 메시지는 하나도 없었다.

아무래도 두 번째라 그런 것 같았다.

'다행이네.'

아직 다섯 속성이 남아 있었다.

강진석은 갈림길을 더 돌파할 예정이었다.

돌파할 때마다 알려진다면?

그렇지 않아도 관심이 과한 상태인데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될 것이다.

긍정적인 관심만 있을까?

아니, 부정적인 관심이 더 많을 것이다.

강진석이 소속될 수 있는 연합은 하나뿐이었기에.

그리고 애초에 정보 유출은 적을수록 좋다.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관리창을 열었다.

그리고 영역 현황을 확인했다.

'늦어도 20분이면 끝나겠네.'

얼마 남지 않았다.

20분 정도면 일본 탈환도 끝이다.

'수련이나 하고 있자.'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3성 불을 꺼냈다.

그리고 안에 담긴 불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불은 얼마나 걸리려나.'

강진석이 선택한 세 번째 속성은 '불'이었다.

제283화

283.

불을 선택한 이유는 나머지 다섯 속성 중 가장 5레벨에 근접해 있기 때문이었다.

스윽.

강진석은 불을 흡수하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아직도 많이들 보고 계시네.'

법칙이 된 후 강진석은 볼 수 있었다.

법칙들의 시선을.

현재 강진석을 주시하고 있는 시선은 무려 35명이었다.

'그래도 많이 줄기는 했다.'

처음에는 이보다 더 많았다.

100명도 가뿐히 넘었었다.

그 많던 시선이 대폭 줄어든 이유는 강진석이 죽음을 이용해 시선을 차단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완벽한 차단은 아니다.

무엇을 하는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게 가리는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바로 그때였다.

[일본 내 모든 영역 상징이 탈환됐습니다.]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흡수를 멈추고 핸드폰을 꺼내 한지윤에게 문자를 보냈다.

[일본 탈환 끝났습니다. 지금 가겠습니다.]

이제 회의할 차례였다.

* * *

"준비는 다 됐나?"

카스만이 물었다.

그러자 막사무스가 더할 나위 없이 활짝 웃으며 답했다.

"당연,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준비했지."

체르딘 연합과 메비아스 연합은 거래를 했다.

강진석에게 후원할 다섯 번째 육체 제련, 영혼 각성 재료를 대상으로.

"대금은?"

"준비됐지."

카스만은 검은 보따리를 내밀었다.

막사무스는 보따리를 받아 안을 확인했다.

그리고 싱긋 웃었다.

"확인했어. 약속한 날에 바로 후원할게."

"그래, 그러면 그날 보자고."

카스만은 뒤로 돌아섰다.

바로 그때.

"잠깐!"

막사무스가 외쳤고 카스만은 다시 뒤로 돌아 의아한 얼굴을 했다.

"왜?"

"궁금한 게 있어서."

"뭔데?"

솔직히 무슨 질문이 나올지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강진석에 대한 이야기로 추정됐다.

"지금 강진석 뭐 하고 있는 거야?"

예상대로였다.

막사무스가 궁금해하는 것은 강진석의 상황이었다.

"...나도 몰라."

문제는 카스만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진짜?"

"우리도 보고 싶은데 볼 수 없는 상황이야. 죽음으로 완벽히 가렸잖아. 그렇다고 시스템을 뚫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거짓말이 아니다.

강진석은 법칙이 된 후 죽음을 이용해 자신을 가렸다.

카스만 역시 위치만 알 수 있을 뿐이다.

"흐음...."

막사무스가 침음을 내뱉었다.

"더 궁금한 거 없지? 간다."

카스만은 다시 돌아섰다.

그리고 입구로 향하며 생각했다.

'어디까지 했으려나.'

조금 전 막사무스에게 사실만을 말한 것은 아니다.

강진석을 보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다.

현재 강진석은 갈림길을 마주하기 위해 수련 중이었다.

'어둠은 돌파했을까?'

얼마 전에 봤을 때 강진석의 어둠은 곧 갈림길을 마주할 정도였다.

그리고 강진석에게는 5성 어둠 등 수많은 영약이 있었다.

지금쯤이면 갈림길을 마주했을 것이고 돌파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시험 끝날 때까지 3, 4개 정도만 돌파해 주면 참 좋을 텐데.'

솔직히 모든 속성 돌파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부디 3개 많으면 4개 속성 정도만 돌파해도 대박이라 할 수 있었다.

'그 재능이면 가능하겠지...?'

강진석의 재능은 보통이 아니었다.

역대 시험을 통틀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재능이었다.

괜히 법칙들 사이에서 '그분' 이야기가 나오는 게 아니다.

'거기에 다섯 번째 제련과 각성까지 마치면....'

카스만은 은은히 미소 지었다.

생각만 해도 짜릿했다.

* * *

"그럼 아공간 아티펙트는 얼마나 제작하면 될까요?"

"10만 개 정도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진석은 김지용의 질문에 답한 뒤 이어 자리에 있는 간부들을 스윽 훑으며 말했다.

"그리고 포인트 아끼지 마세요. 시간이 필요한 것들은 미리미리 하시는 게 좋습니다."

시험이 끝나면 포인트 역시 사라진다.

아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한 문제는 바로 말씀해 주시구요."

"저...."

강진석의 말에 바로 한태용이 입을 열었다.

그렇게 계속 회의가 이어졌고.

"이만 회의 마치겠습니다. 다들 조금만 더 고생해 주세요."

한참 뒤 강진석이 회의를 끝냈다.

그리고 간부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고는 회의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럼 전 수련하러 가보겠습니다."

"넵! 특이 사항 생기면 바로 보고드리겠습니다!"

강진석은 따로 한지윤과 인사를 나눈 뒤 개화역으로 공간이동을 했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2성 불을 꺼내며 자리에 앉았다.

강진석은 2성 불에 담겨 있는 불을 흡수하며 생각했다.

'근데 끝까지 영역 상징을 파괴 안 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시험 종료 조건은 모든 영역 상징 파괴였다.

모든 몬스터 사냥이 아니었다.

즉, 몬스터들이 전부 떠난다고 해도 영역 상징이 남아 있다면 시험은 종료되지 않는다.

시험이 종료되지 않게 영역 상징을 내버려 둔다면 어떻게 될까?

계속 시험이 유지되는 걸까?

'시스템이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아니, 시스템이 그런 상황을 가만히 내버려 둘 리 없다.

'강제로 끝내려나?'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시스템이 강제로 시험을 끝낼 수도 있다.

혹은 시간제한이 있는 퀘스트를 부여할 수도 있다.

'...쉬엄쉬엄하면 안 되겠어.'

강진석은 흡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됐다.'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스킬 '불의 지배'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드디어 스킬 '불의 지배'가 5레벨이 되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강진석은 불의 갈림길 돌파 조건을 알 수 있었다.

'...아쉽네.'

조건을 알게 된 강진석의 얼굴에 아쉬움이 떠올랐다.

'분체였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불의 갈림길 돌파 조건은 분체와의 전투가 아니었다.

'불의 근원 찾기라....'

정확히 말하면 찾기만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근원을 흡수해야 했다.

강진석은 심상 세계를 떠올렸다.

'얼마나 변했을까?'

불의 갈림길을 마주하기 직전까지 심상 세계에는 어둠과 죽음뿐이었다.

이제는 불이 추가됐을 것이다.

거기다 심상 세계의 크기도 어마어마하게 커졌을 것이다.

얼마나 커졌을지 그리고 그곳에서 근원을 찾는 건 얼마나 어려울지 궁금하면서도 기대됐다.

강진석은 시간을 확인했다.

'곧 후원 시간이긴 한데....'

화령이 말했다.

다섯 번째 육체 제련, 영혼 각성 재료 후원은 15일에서 20일 정도 걸릴 것이라고.

그리고 바로 내일이 15일째였다.

후원 시기가 코앞인 상황에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불의 근원을 찾으러 가야 할까?

'다른 속성 수련부터 할까?'

갈림길을 돌파해야 다른 속성을 수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돌파하지 않아도 다른 속성 수련은 가능했다.

'...아니지, 어차피 인벤토리로 들어오니까.'

직접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강진석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인벤토리에 자동으로 쌓인다.

즉, 심상 세계에 들어가 있어도 상관없기는 했다.

'그래, 그냥 하자.'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심상 세계에 진입했다.

진입과 동시에 강진석은 강대한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강진석은 열기에 저항하며 심상 세계 중심지를 확인했다.

죽음과 어둠, 불이 어우러져 있었다.

'불바다네.'

그리고 심상 세계 외곽은 온통 불이었다.

죽음과 어둠은 조금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조금의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었다.

'저기 어딘가에 있겠지?'

불의 근원이 죽음, 어둠이 함께 있는 안쪽에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온통 불뿐인 외곽에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즉, 근원을 찾기 위해서는 불바다로 들어가야 했다.

강진석은 기운을 방출해 보호막을 만든 뒤 곧장 불바다로 향했다.

불바다에 진입하자마자 처음 느껴졌던 열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열기가 느껴졌다.

물론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강진석은 열기를 감내하며 탐색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강진석은 헛웃음을 지었다.

'...얼마나 넓은 거야?'

전력을 다해 이동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불의 근원을 놓칠 수도 있기에.

그러나 한참을 이동했는데 끝이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

강진석은 잠시 이동을 멈췄다.

'...열기가 강해졌어?'

이동을 멈춘 이유는 열기가 미세하게 강해졌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왜 강해졌을까?

2가지가 떠올랐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불의 근원이었다.

물론 불의 근원 때문이 아닐 수 있다.

중심지에서 멀어져 그런 것일 수 있다.

강진석은 확인을 위해 조금 더 밖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열기가 다시 미세하게 약해졌고 강진석은 확신했다.

불의 근원 때문이라는 것을.

강진석은 뒤로 돌아 열기가 강했던 장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해당 장소를 기준 삼아 방향을 잡아 이동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열기가 더 강해지는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강진석은 더 강한 열기를 찾아 계속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얼마 뒤.

'찾았다.'

강진석은 불의 근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불의 근원에서는 엄청난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육체 제련 때 찾아온 열기와는 비교하는 게 의미 없을 정도로 강했다.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저걸 흡수해야 한다라....'

찾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근원이 품고 있는 불을 전부 흡수해야 한다.

거리가 꽤 떨어져 있음에도 열기가 어마어마한데 흡수할 생각을 하니 살짝 긴장됐다.

강진석은 근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뒤 근원 앞에 도착한 강진석은 근원을 향해 손을 뻗었다.

화르륵!

불의 근원에서 불길이 치솟더니 강진석을 휘감았다.

그그그극!

강진석의 보호막과 불길이 힘겨루기를 시작했고 그 사이 강진석은 불의 근원을 붙잡았다.

그리고 근원의 '불'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화르륵!

흡수와 동시에 강진석의 손 피부가 붉어졌다.

손은 시작이었다.

이어 팔뚝 피부가 붉어졌고 어깨, 가슴까지 전신으로 뻗어나갔다.

강진석은 화상으로 인한 고통에 이를 악물며 흡수에 집중했다.

그리고 얼마 뒤 열기가 약해지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약해진 게 아니라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이상 강진석은 이를 악물지 않았다.

입가에 미소가 나타났다.

이대로라면 문제없이 흡수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 뒤 불의 근원이 완전히 흡수됐다.

이어 강진석의 붉어진 피부가 원래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더할 나위 없이 활짝 웃었다.

갈림길 돌파에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운용법이 없는 건 아쉽지만....'

아쉽게도 불의 근원은 새로운 운용법을 제공해 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분체와 비교해 보상이 모자라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기운이 훨씬 더 커졌으니까.'

분체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운이 커졌다.

거기다 장악력 역시 훨씬 더 늘어났다.

'나가서 레벨 확인해 봐야겠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레벨이 대폭 올랐을 것으로 추정됐다.

스윽.

강진석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예전에는 불바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강진석은 의지를 발현했다.

그와 동시에 불바다가 갈라지며 중심지로 향하는 길이 생겨났다.

강진석은 중심지로 향하며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흑염뢰는 얼마나 강해졌으려나?'

흑염뢰는 어둠, 불, 전기 3가지 속성의 융합체였다.

어둠의 갈림길을 돌파한 후 흑염뢰의 위력은 배 이상 강해졌었다.

불의 길을 돌파한 지금은 얼마나 강해졌을지 궁금해졌다.

강진석은 확인을 위해 흑염뢰를 한 줄기 뽑아냈다.

'이야....'

그리고 속으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제284화

284.

'이 정도면 3배는 강해진 것 같은데.'

이번에도 2배보다 살짝 더 강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번에는 3배 정도 강해졌다.

'이 정도면....'

강진석은 혼돈의 틈을 떠올렸다.

'거기서도 먹힐까?'

혼돈의 틈에 어떤 존재가 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흑염뢰라면 혼돈의 틈에서도 충분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내 중심지에 도착한 강진석은 흑염뢰를 흩트렸다.

그리고 심상 세계를 스윽 훑고는 바로 공사를 시작했다.

얼마 뒤 공사가 끝났고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심상 세계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했다.

'이틀이라....'

분체 때는 금방금방 끝났다.

'생각보다 많이 흘렀네.'

그러나 불의 근원을 찾는 것은 분체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후원은 시간이 좀 걸리나....'

화령이 말한 15일은 이미 지난 상태였다.

그러나 강진석은 아무런 걱정하지 않았다.

'20일까지 생각하고 계시라 하셨으니.'

20일까지는 아직 4일이나 남은 상태였다.

강진석은 스킬창을 열었다.

그리고 불의 지배를 확인했다.

<불의 지배[패시브]>

불을 지배한다.

현재 레벨 : 7

"...!"

확인과 동시에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7레벨?'

레벨이 올랐을 것이라 생각하기는 했다.

그래도 6레벨 정도를 생각했다.

레벨이 늘어날 때마다 요구하는 장악력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었기에.

'근원 나쁘지 않을지도....'

강진석은 은은히 미소를 지으며 스킬창을 닫았다.

'다음 갈림길은 불이 제일 빠를 수 있겠는데.'

강진석은 갈림길 한 번 돌파한 것으로 멈출 생각이 없었다.

계속해서 나아갈 생각이었다.

두 번째 갈림길을 가장 먼저 마주하는 속성은 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일단 다른 속성부터 해야겠지.'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3성 전기를 꺼냈다.

'전기의 갈림길은 어떤 조건이려나.'

다음으로 선택한 속성은 '전기'였다.

전기가 가장 5레벨에 가까워서는 아니다.

5레벨에 가장 가까운 속성은 '공간'이었다.

그럼에도 전기를 선택한 이유는 '흑염뢰' 때문이었다.

어둠과 불이 강해지며 파괴력이 대폭 늘어난 상태였다.

그러나 균형이 맞지 않았다.

그래서 어둠과 불의 최대치를 뽑아낼 수 없는 상태였다.

전기의 갈림길을 돌파해 법칙이 된다면?

전기 장악력을 키워 균형을 맞출 수만 있다면?

흑염뢰의 파괴력은 매우 크게 도약할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참관자 영혼 법칙 막사무스가 당신을 후원합니다.]

[심연의 결정체를 획득하셨습니다.]

[1급 혼돈석을 획득하셨습니다.]

.

.

후원이 시작됐다.

강진석은 바로 퀘스트창을 열었다.

<육체 제련>

조건을 충족하라!

[혈력 : 100%]

.

.

[1급 혼돈석 : O]

퀘스트 보상 : 스킬 '육체 제련' 5레벨 활성화

세계 침공자 처치 시 혈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동족 처치 시 혈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영혼 각성>

조건을 충족하라!

[혼력 : 100%]

.

.

[시간의 실 : O]

퀘스트 보상 : 스킬 '영혼 각성' 5레벨 활성화

세계 침공자 처치 시 혼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동족 처치 시 혼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육체 제련과 영혼 각성의 완료 버튼이 둘 다 활성화되어 있었다.

강진석은 완료 버튼을 보며 고민에 잠겼다.

'영혼 각성은 어떻게 하지....'

육체 제련은 바로 진행할 생각이 있다.

문제는 영혼 각성이었다.

원래 다섯 번째 영혼 각성 진행 장소는 공허 지대였다.

그러나 강진석은 시스템의 인정을 받아 네 번째 영혼 각성 때 공허 지대에 진입했다.

더구나 지금 강진석은 죽음, 어둠, 불까지 3개의 갈림길을 돌파한 상태였다.

다섯 번째 영혼 각성 진행 장소가 그대로 공허 지대일까?

만약 공허 지대가 아니라 혼돈의 틈이라면?

전보다 자신이 생기긴 했지만 말 그대로 전보다 생겼다는 뜻이지 100% 살아남을 자신은 없었다.

'...전기 갈림길 돌파하고 진행하자.'

강진석은 결정을 내렸다.

육체 제련 후 전기의 갈림길을 돌파한 뒤 영혼 각성을 진행하기로.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영역 이동을 통해 귀무문의 본부가 있던 영지로 이동했다.

개화역에서 진행하기에는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다섯 번째 육체 제련의 여파였다.

네 번째 제련 마지막에 포털에서 빛이 쏟아져 내렸다.

이번에도 빛이 쏟아져 내릴 확률이 높았다.

그것도 네 번째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화역의 수준으로는 막지 못할 수 있다.

물론 귀무문의 본부가 있던 영지 역시 막지 못할 수 있지만 개화역과 달리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즉, 여파가 외부로 터져 나가도 상관없었다.

이내 본부 영지에 도착한 강진석은 수련장 중앙에 자리를 잡고 바로 퀘스트 완료 버튼을 눌렀다.

[스킬 퀘스트 '육체 제련'을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육체 제련'의 5레벨이 활성화됩니다.]

.

.

완료와 동시에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강진석은 육체에 집중했다.

그리고 곧 열기가 찾아왔다.

'...허.'

강진석은 속으로 헛웃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9개?'

그도 그럴 것이 열기의 근원이 무려 9개였다.

네 번째 육체 제련 때 1개에서 3개로 늘어났기에 또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9개라니?

'이러면....'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키며 육체 안에 자리 잡은 일곱 속성을 보았다.

전에는 둘, 둘, 셋씩 나뉘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각자 하나씩 맡아도 근원 2개가 남는다.

즉, 열기의 근원이 내뿜는 열기를 막아줄 속성이 없다.

온전히 열기를 버텨내야 되는 상황이었다.

예상대로 일곱 속성이 각자 하나씩 목표를 잡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표적이 되지 않은 두 열기의 근원에서 열기가 폭발적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곧 찾아올 고통을 인내하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음?'

그러나 이어진 상황에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왜 따뜻하지?'

그도 그럴 것이 고통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고통은커녕 매우 따스했다.

'불의 갈림길을 돌파해서 그런가...?'

문득 불의 갈림길이 떠올랐다.

현재 강진석은 불의 갈림길을 돌파해 불 법칙이 되었다.

혹시 지금 열기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일리가 있어....'

강진석은 싱긋 웃었다.

열기의 근원이 9개나 돼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마음 편히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어 떠오른 생각에 강진석은 웃음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

'근데 한기의 근원이 문제네....'

그도 그럴 것이 열기 다음은 한기다.

한기의 근원 역시 9개일 것이다.

열기의 근원은 불 법칙이 된 덕분에 가뿐히 넘길 수 있었지만 한기는 이렇게 수월하게 넘길 수 없을 것이다.

'빠르게 잡아먹어 주길 기원해야겠지....'

강진석은 어둠, 불, 죽음을 보았다.

세 속성은 다른 속성에 비해 강했다.

그만큼 빠르게 열기의 근원을 제압해 흡수 중이었다.

곧 흡수를 마치고 남은 두 열기의 근원을 흡수하러 갈 것으로 추정됐다.

한기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강진석은 부디 세 속성이 빠르게 흡수해 주길 기원하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얼마 뒤 모든 열기의 근원이 흡수되어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이어 한기의 근원이 나타났다.

역시나 이번에도 9개였고 각 속성은 하나씩 목표를 잡아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표적이 되지 않은 한기의 근원은 한기를 폭발적으로 방출하며 육체 내부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버틸 만하네.'

고통스러웠지만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며칠이고 버틸 수 있을 정도였다.

'괜히 걱정했네.'

강진석은 걱정을 완전히 털어내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역시 불이 제일 빠르네.'

열기의 근원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가장 먼저 근원을 흡수한 것은 '불'이었다.

불은 남은 두 근원 중 하나에게 맹렬히 돌진했고 흡수를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근원은 죽음과 어둠이 반반씩 흡수했다.

그렇게 모든 한기의 근원이 사라졌고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번에 찾아올 '압력' 때문이었다.

여태껏 압력에서 큰 문제가 생긴 적은 없다.

처음 압력이 찾아왔던 두 번째 육체 제련 때에도 버틸 만은 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버틸 필요도 없이 매우 편안했었다.

그러나 여태 그래왔다고 이번에도 그러리란 법은 없다.

이내 압력이 찾아왔다.

압력 역시 3배 정도 강력해진 상태였다.

그리고 강진석은 깨달았다.

'기우였네.'

이번에도 괜한 걱정이었다는 것을.

압력이 3배 정도 강력해졌지만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고통은커녕 매우 편안했다.

강진석은 압력에 의해 변화하는 육체를 주시하며 생각했다.

'이번에도 빛이 끝일까?'

네 번째 육체 제련에서 처음 등장한 '빛'.

빛 역시 아무런 고통이 없었다.

만약 이번에도 빛이 끝이라면?

다섯 번째 육체 제련은 아주 무난하게 끝날 것으로 추정됐다.

이내 압력이 사라졌다.

그리고 강진석은 상공을 보았다.

역시나 포털이 생성됐다.

포털 크기는 네 번째 때와 똑같았다.

그러나 포털 안쪽에서 느껴지는 빛은 전혀 달랐다.

'...이건 뭔가.'

일단 빛이 전과 달리 보라색이었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묘한 기운이 섞여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익숙했다.

'어디서 봤지...?'

강진석이 생각에 잠긴 그때 포털에서 빛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전처럼 강진석은 빛을 피하지 않았다.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서는 온전히 빛을 받아내야 했다.

"...!"

이내 빛에 휩싸인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 이를 악물었다.

'이런 미친!'

전에는 전혀 아프지 않았다.

일말의 고통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이건....'

덕분에 알 수 있었다.

빛에 섞여 있던 정체불명의 묘한 기운이 무엇인지를.

'혼돈...!'

혼돈의 틈에서 감지할 수 있던 '혼돈'이 분명했다.

똑같지는 않았다.

혼돈의 틈에서 감지했던 혼돈은 혼탁했다.

그러나 빛에 섞여 전신을 두들기고 있는 혼돈은 깨끗했다.

덕분에 강진석은 한 가지 사실을 더 알 수 있었다.

혼돈에도 종류가 있다는 것을.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혼돈의 종류가 아니었다.

강진석은 이를 악물며 고통을 인내했다.

육체가 실시간으로 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고통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육체가 강해지는 만큼 고통 역시 강해졌다.

얼마 뒤 빛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고 그제야 고통도 따라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내 포털이 사라졌고 강진석은 알 수 있었다.

다섯 번째 육체 제련이 끝났다는 것을.

강진석은 전처럼 바로 강해진 육체의 힘을 확인하지 않았다.

대신 심각한 얼굴로 육체를 살폈다.

강진석이 심각해하는 이유는 육체 곳곳에 자리 잡은 '혼돈' 때문이었다.

혼돈 덩어리가 콱 박혀 있는 것은 아니다.

군데군데가 혼돈으로 코팅되어 있었다.

'...나쁜 건 아니겠지.'

시스템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다섯 번째 제련이다.

육체에 좋으면 좋았지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

강진석은 혼돈에 대한 걱정을 떨쳐냈다.

그러고는 주먹을 쥐었다.

'...이야.'

강진석은 감탄을 내뱉었다.

'법칙들도 상대할 수 있겠는데.'

육체의 힘이 어마어마했다.

갈림길을 여러 번 돌파한 법칙은 힘들겠지만 갓 법칙이 된 이들은 육체의 힘만으로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혼돈의 틈을 떠올렸다.

'여기에 전기 갈림길까지 돌파하면....'

다섯 번째 영혼 각성의 진행 장소가 혼돈의 틈이라 해도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바로 3성 전기를 꺼냈다.

그러고는 흡수를 시작했다.

제285화

285.

"...?"

흡수를 시작하자마자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그도 그럴 것이 흡수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

속도만 빨라진 게 아니다.

효율도 더 좋아졌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강진석은 계속 흡수를 이어 나가며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혼돈 때문이구나?'

흡수 속도가 빨라지고 효율이 좋아진 이유는 다섯 번째 육체 제련 때 육체 곳곳에 자리 잡은 '혼돈' 때문이었다.

'혹시 전기만 이러나?'

강진석은 확인을 위해 공간의 기운을 담고 있는 아티펙트를 꺼내 흡수하기 시작했다.

'...!'

그리고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공간 역시 전기와 마찬가지로 흡수 속도는 물론 흡수 효율이 좋아졌다.

강진석은 이어 2성 물을 꺼내 흡수해 보았다.

물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박이네.'

강력해진 육체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흡수 시간과 효율까지 좋아지다니?

생각지도 못한 효과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러면 생각보다 빨리 5레벨 되겠네.'

전기의 지배 5레벨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 *

"대단한걸."

"그러게."

카스만과 화령은 화면 속 강진석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눴다.

"다섯 번째 제련을 저렇게 쉽게 하다니."

"그러게, 아무리 시스템이 지원해 준다고 해도 저렇게 쉽게...."

대화 주제는 강진석의 다섯 번째 제련이었다.

바로 그때.

스윽.

카스만이 화령을 힐끔 보고 다시 화면을 바라보며 물었다.

"근데 넌 언제 할 거야?"

화령은 아직 다섯 번째 제련을 하지 않았다.

네 번째 제련에서 멈춘 상태였다.

"재료는 다 모았다고 들었는데."

재료가 없어서 멈춘 것은 아닐 것이다.

소문에 따르면 화령은 이미 모든 재료를 모았다.

"음...."

화령은 침음을 내뱉었다.

"시스템이 지원해 주면 모를까 지금 하기에는 좀 그렇더라고."

강진석은 모르겠지만 현재 강진석은 엄청 쉽게 제련하고 있는 것이다.

재료만 있으면 시스템이 모든 걸 다 해주고 있기에.

시스템이 아니었다면?

재료 배합은 물론 복용까지 직접 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으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정도로 제련은 어려운 일이었다.

"조금 더 철저하게 계획 짜고 진행할 생각이야."

그래서 화령은 더욱 치밀하게 계획을 짜고 나서 제련을 진행할 생각이었다.

"근데 왜? 설마 하려고?"

화령이 카스만에게 물었다.

카스만 역시 다섯 번째 육체 제련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아니, 나는 아직 재료도 다 못 모았어."

화령의 질문에 카스만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뭐야, 물어보길래 하려는 줄 알았네."

"해야지. 넘어가려면."

지금 당장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해야 한다.

갈림길 돌파 때문이었다.

중위 법칙의 기준이 되는 11번째 갈림길부터는 현재 육체 수준으로 돌파하는 게 힘들다.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11번째 갈림길에 관심이 없다면 모를까 관심이 있다면 제련을 통해 육체를 강화해야 했다.

"근데...."

카스만이 말끝을 흐렸다.

화령이 의아한 눈빛을 지었고 카스만이 이어 말했다.

"얼마나 강할 것 같아?"

"강진석?"

"응."

"음...."

화령은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이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다섯 번째 제련은 이미 했고 각성도 곧 할 테고."

재료를 전부 제공했다.

육체 제련은 이미 마쳤고 영혼 각성도 진행할 것이다.

"시험이 끝날 즘에는 적어도 4개 속성 갈림길은 돌파할 테고."

이미 강진석은 죽음의 갈림길을 돌파했다.

그리고 카스만의 말에 따르면 어둠의 길 역시 돌파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현재 속도를 생각하면 4개 속성까지는 돌파할 것으로 추정됐다.

"난 이길 자신 없어."

4개 속성 전부 첫 번째 갈림길일 것이다.

두 번째 갈림길을 돌파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불, 공간 2가지 속성 갈림길을 돌파한 화령은 여러 속성 갈림길을 돌파하는 게 얼마나 힘들고 위험한지 알고 있었고 그만큼 얼마나 큰 보상이 주어지는지도 알고 있었다.

더구나 강진석이 개척한 속성은 하나 같이 강력한 속성들이다.

화령은 시험이 끝난 이후의 강진석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근데 그건 왜?"

"...금방 선배님 되실 것 같아서."

* * *

[스킬 '전기의 지배'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전기의 지배가 5레벨이 되었고 갈림길을 마주하게 됐다.

'버티기라....'

이번 돌파 조건은 분체 전투도 아니었고 근원 찾기도 아니었다.

바로 버티기였다.

심상 세계에서 주어질 시련을 버티면 된다.

'...별로 어려울 것 같지는 않은데.'

다섯 번째 육체 제련을 하기 전이었다면 걱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제련한 지금은 아니다.

강진석은 자신 있었다.

가뿐히 시련을 버틸 자신이.

'바로 가볼까.'

강진석은 심상 세계에 진입했다.

"...!"

그리고 진입과 동시에 흠칫하며 위를 보았다.

심상 세계 상공에 검은 먹구름이 있었다.

그것도 절로 침을 삼키게 되는 위력적인 '전기'를 머금고 있는.

'생각보다 강하긴 하네.'

먹구름의 기운은 강했다.

그러나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수준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쩌저적!

먹구름에서 벼락이 하나 떨어졌다.

정확히 강진석의 머리 위로.

강진석은 벼락을 피하지 않았다.

보호막을 만들지도 않았다.

피하면 시련은 끝나지 않는다.

시련을 끝내기 위해서는 온전히 벼락을 받아내야 했다.

이내 벼락이 작렬했고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벼락의 위력 때문이 아니다.

예상대로 벼락은 버틸 만했다.

강진석이 미간을 찌푸린 이유는 먹구름의 기운이 조금 더 강해졌기 때문이었다.

'...점점 강해지는 건가?'

버텨야 할 벼락은 한 번이 아니다.

총 40번의 벼락을 받아내야 했다.

먹구름의 기운이 강해진 것을 보면 두 번째 벼락은 첫 번째 벼락보다 강할 것으로 추정됐다.

세 번째 벼락은 어떨까?

두 번째 벼락과 같을까?

아니, 확인해 봐야겠지만 더 강해질 것으로 추정됐다.

이렇게 점차 강해진다면 마지막 벼락인 40번째 벼락은 어떨까?

그렇게 벼락에 대해 생각하던 그때.

쩌저적!

두 번째 벼락이 떨어졌다.

강진석은 전신을 두들기는 벼락을 묵묵히 인내하며 먹구름에 집중했다.

예상대로 먹구름의 기운이 조금 더 강해졌다.

'...큰일이네.'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처음에는 시련을 가볍게 넘길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먹구름의 기운이 강해지는 것을 보니 자신이 살짝 줄어들었다.

쩌저적!

쩌저적!

그렇게 계속 벼락은 강해졌고 강진석은 이를 악물며 버텨냈다.

그리고 39번째 벼락이 떨어지고 난 후.

"...!"

강진석은 인상을 구겼다.

먹구름의 기운이 전과 달리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긴장했다.

마지막 벼락이 얼마나 강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쩌저적!

이내 마지막 벼락이 쳤다.

"큽!"

강진석은 비명을 내뱉었다.

비명을 내뱉은 것은 처음이었다.

앞서 39번의 벼락도 고통스럽긴 했지만 비명을 내뱉은 적은 없었다.

그 정도로 마지막 벼락은 강력했다.

"후우...."

이내 벼락을 완벽히 해소해 낸 강진석은 깊게 숨을 내뱉었다.

'...다음에도 버티기면 단단히 준비해야겠어.'

두 번째 갈림길은 첫 번째 갈림길보다 위험할 것이다.

그런데 다음에도 버티기라면?

이번 벼락보다 더 위험한 벼락이 내리칠 것이다.

강진석은 상공을 보았다.

시련이 끝났음에도 먹구름은 여전히 하늘에 둥둥 떠 있었다.

'좋은 거 얻었네.'

먹구름은 '버티기'의 보상이었다.

심상 세계에서만 사용 가능한 게 아니다.

현실 세계에서도 사용이 가능했다.

영역화를 해야만 사용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먹구름만 소환할 수도 있었다.

강진석은 먹구름을 바라보며 의지를 발현했다.

그러자 먹구름에서 벼락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쩌저저적!

쩌적!

쩌저적!

벼락은 무작위로 떨어지는 게 아니었다.

단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강진석이 지정한 곳에 작렬하고 있었다.

이내 벼락이 멈췄다.

그리고 강진석은 벼락이 작렬한 장소를 보았다.

'역시 단단하긴 하네.'

벼락이 작렬한 장소는 강진석이 어둠과 죽음, 불을 섞어 만든 동상이었다.

동상 곳곳에 작은 실금이 생기긴 했으나 그뿐이었다.

'아무리 20%라 해도 50발을 박았는데.'

물론 전력을 다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꽂힌 벼락만 50개다.

그런데 작은 실금뿐이라니?

강진석은 의지를 발현했다.

그러자 실금이 사라지며 동상의 상태가 원래대로 돌아갔다.

'이제 확인해 볼까.'

먹구름 확인은 끝났다.

그러나 그 외에도 확인할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흑염뢰였다.

'얼마나 강해졌으려나.'

전기의 갈림길을 돌파하기 전까지는 균형이 맞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균형이 이루어진 지금 흑염뢰가 얼마나 강해졌을지 기대됐다.

강진석은 기대 가득한 얼굴로 흑염뢰 한 줄기를 뽑아냈다.

'와....'

그리고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둠의 갈림길을 돌파했을 때 2배 살짝 넘게 강해졌다.

그리고 불의 갈림길을 돌파했을 때 3배 정도 강해졌다.

이번에는 균형까지 이뤘으니 적어도 3배 많게는 4배 정도 강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균형을 이룬 게 생각보다 크구나?'

그런데 아니었다.

6배 정도 강해졌다.

'파괴의 갈림길까지 돌파하면....'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생각만 해도 짜릿했다.

그리고 이어 강진석은 영혼 각성을 떠올렸다.

'마음 편히 가면 되겠다.'

진행 장소가 공허 지대가 아닌 혼돈의 틈이라 해도 문제없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얼굴로 심상 세계 내부를 훑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한지윤에게 문자를 보냈다.

[영혼 각성 진행하고 오겠습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며 생각했다.

'이번에는 얼마나 걸리려나.'

네 번째 영혼 각성 때에는 귀환까지 2주가 걸렸다.

처음부터 2주였던 것은 아니다.

원래 귀환 기간은 500일이었다.

[스킬 퀘스트 '영혼 각성'을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영혼 각성'의 5레벨이 활성화됩니다.]

.

.

퀘스트를 완료한 순간 강진석은 새로운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허 지대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다섯 번째 영혼 각성의 진행 장소는 공허 지대였다.

물론 공허 지대 중심부는 아니었다.

멀지 않은 곳에 혼돈의 틈이 있었다.

'일단 기간부터.'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공허 지대에서 생존하라!'를 확인했다.

<공허 지대에서 생존하라!>

네 번째 영혼 각성을 한 당신.

그러나 당신의 네 번째 영혼 각성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완벽한 각성을 위해 공허 지대에서 혼돈의 존재를 잡고 4000일간 생존하라!

[혼돈의 존재 : 0%]

퀘스트 보상 : ???

모든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귀환할 수 없습니다.

'...4000일?'

퀘스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생존 시간이 무려 4000일이었다.

물론 4000일 내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혼돈의 존재를 죽이면 시간이 줄어든다.

'이러면 전처럼 사냥해도....'

그렇다고 4000일이 적은 것은 아니다.

네 번째 영혼 각성 때 500일이었고 미친 듯이 돌아다니며 혼돈의 존재를 사냥했음에도 2주가 걸렸다.

'16주....'

그때처럼 계속 사냥한다고 해도 16주였다.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오래 걸릴 것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한 달 정도를 생각했다.

그런데 16주라니?

스윽.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혼돈의 틈이 있는 방향을 보았다.

'가볼까?'

카스만이 말했다.

환경이 극악할수록 각성에 필요한 기간이 단축된다고.

혼돈의 틈은 공허 지대보다 환경이 극악했다.

4000일이나 되는 긴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

'그래, 아무리 시험이 끝난 거나 다름없어도 16주나 자리를 비울 수는 없지.'

제286화

286.

강진석이 법칙이 된 사실이 지구 전지역에 공표된 이후 굳이 강진석이 나타나지 않아도 시험을 포기하는 몬스터들이 속출하고 있었다.

즉, 시험은 끝났다고 봐도 된다.

그렇다고 해도 16주나 자리를 비울 수는 없다.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에.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혼돈의 틈을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죽음을 예언하는 눈 카파란이 나타났습니다.]

[퀘스트 '죽음을 예언하는 눈 카파란'이 생성됐습니다.]

전방에 나타난 카파란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예전 네 번째 영혼 각성 때를 떠올렸다.

당시 카파란은 흑염뢰로 죽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크닐로 직접 베어 죽였다.

지금은 어떨까?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 카파란이 죽음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죽음을 흡수하며 흑염뢰를 한 줄기 뽑았다.

바로 흑염뢰를 날리지는 않았다.

죽음의 갈림길을 돌파한 지금도 카파란의 죽음은 흡족함을 줄 정도로 풍부했기에.

이내 카파란이 죽음 방출을 멈췄다.

그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뽑아두었던 흑염뢰를 날렸다.

흑염뢰는 순식간에 카파란에게 작렬했고,

화르륵! 쩌저적!

전과 달리 카파란은 단숨에 먼지로 변해 사라졌다.

[죽음을 예언하는 눈 카파란이 소멸했습니다.]

[귀환 시간이 10일 단축됩니다.]

[귀환 시 특별 보상을 획득합니다.]

[혼돈의 존재를 잡을수록 특별 보상이 강화됩니다.]

[퀘스트 '죽음을 예언하는 눈 카파란'을 완료하셨습니다.]

.

.

카파란이 죽으며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강진석은 단축된 시간을 보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대로네.'

4000일로 늘어났기에 혹시나 처치 시 단축되는 귀환 시간도 늘어나지 않았을까 기대했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그대로였다.

'진짜 답은 혼돈의 틈뿐이네.'

강진석은 다시 혼돈의 틈을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경계선에 도착한 강진석은 잠시 이동을 멈췄다.

'경계 확실한 거 봐라....'

혼돈의 틈과 공허 지대의 경계는 완벽하게 나뉘어 있었다.

조금도 융화되지 않았다.

강진석은 기운을 끌어올린 뒤 경계선을 넘어섰다.

그리고 넘어가자마자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더 갑갑하네.'

혼돈의 틈 환경이 공허 지대보다 극악인 것은 초감각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진입해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했다.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혼돈의 틈에 입장하셨습니다.]

[귀환 시간 단축 속도가 가속됩니다.]

그리고 찌푸리고 있던 미간을 풀고 미소를 지었다.

역시나 환경이 극악해진 만큼 귀환 속도가 단축됐다.

'얼마나 빨라졌으려나?'

강진석은 확인을 위해 퀘스트창을 열었다.

"...!"

그리고 남은 시간을 확인한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공허 지대에 있을 때보다 정확히 5배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스윽.

강진석은 혼돈의 틈 안쪽을 보았다.

'...여기 녀석들은 훨씬 단축되겠지?'

혼돈의 틈에 어떤 혼돈의 존재가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공허 지대보다 더 많은 시간을 단축해 줄 것으로 추정됐다.

강진석은 미소를 지으며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러고는 안쪽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허.'

안쪽으로 이동하며 강진석은 속으로 탄식을 내뱉었다.

초감각 탐지 범위가 미세하게 줄어들고 있었다.

'틈 내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틈 내에서도 환경에 차이가 있다니?

앞서 방문했던 공허의 틈, 공허 지대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바로 그때였다.

"...!"

강진석은 멈칫했다.

곧이어 기운을 끌어올리며 보호막을 만들어 냈다.

그뿐만이 아니다.

흑염뢰를 여러 줄기 뽑아냈고 다크닐에도 흑염뢰를 둘렀다.

강진석이 갑작스레 전투를 준비한 이유.

그 이유는 초감각에 감지 된 기운 때문이었다.

기운의 주인공이 감지된 것은 아니다.

주인공이 뿜어내는 기운만 감지됐다.

그럼에도 강진석은 알 수 있었다.

기운의 주인공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물론 도망갈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강진석이 감지한 기운은 일부였다.

일부만으로 확신해서는 안 된다.

전체적으로 확인했을 때 감당 불가능한 존재일 수 있다.

그래서 전투를 준비하면서도 강진석은 도망칠 준비도 했다.

얼마 뒤 강진석은 기운의 주인공을 온전히 감지할 수 있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도망갈 수준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얕봐서는 안 된다.

강진석은 기운의 주인공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내 메시지가 나타났다.

[절망의 짐승 크라마스가 나타났습니다.]

[퀘스트 '절망의 짐승 크라마스'가 생성됐습니다.]

메시지를 통해 강진석은 기운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강진석은 바로 퀘스트창을 열어 퀘스트를 확인했다.

<절망의 짐승 크라마스>

절망을 먹고 사는 짐승 크라마스.

크라마스는 당신의 절망을 탐내고 있다.

.

.

크라마스를 처치하라!

퀘스트 보상 : ???

크라마스 처치 시 귀환 시간이 크게 단축됩니다.

퀘스트를 통해 강진석은 크라마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형태가 다르다라.'

크라마스는 개체마다 형태가 다르다.

그리고 형태에 따라 능력도 다르다.

공통점은 절망을 양분 삼는다는 것뿐이었다.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으려나.'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이동에 집중했다.

얼마 뒤 강진석은 크라마스를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개체는 코끼리의 몸, 사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등에는 분화구가 있었다.

그것도 6개나.

바로 그때였다.

스앗! 스앗!

3개의 분화구에서 보랏빛 덩어리가 튀어나와 위로 솟구쳤다.

이어 보랏빛 덩어리는 수십 조각으로 나뉘어 강진석에게 날아왔다.

강진석은 보랏빛 조각에 담긴 기운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부패랑 불을 섞었어?'

놀랍게도 조각에서 불과 부패의 기운이 느껴졌다.

강진석은 조각을 피하지 않았다.

'얼마나 강하려나.'

파괴력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내 조각이 강진석의 보호막에 작렬하기 시작했다.

그그극!

그극!

그리고 보호막이 약화되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살짝 당황했다.

'생각보다 약하네.'

그도 그럴 것이 파괴력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약했다.

'...내가 너무 걱정을 과하게 했나?'

강진석은 크라마스를 향해 미리 뽑아두었던 흑염뢰를 두 줄기 날려 보냈다.

스앗! 스앗!

흑염뢰는 순식간에 크라마스에게 도달했다.

크라마스는 피하지 않았다.

대신 크라마스의 피부가 검게 변했다.

그 위로 흑염뢰가 작렬했고.

[절망의 짐승 크라마스가 소멸했습니다.]

[귀환 시간이 30일 단축됩니다.]

[귀환 시 특별 보상을 획득합니다.]

[혼돈의 존재를 잡을수록 특별 보상이 강화됩니다.]

[퀘스트 '절망의 짐승 크라마스'를 완료하셨습니다.]

.

.

죽음을 맞이했다.

"...."

강진석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정도에 죽는다고?'

하나가 아니라 2개이긴 했다.

'위력도 절반밖에 안 되는데?'

그리고 혼돈의 틈 환경 때문에 본 위력의 50%밖에 되지 않았다.

당연히 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추가 공격을 생각했던 강진석은 크라마스의 죽음이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스윽.

일단 강진석은 손을 뻗었다.

그러자 크라마스가 남긴 동그란 보석이 강진석에게 날아왔다.

동그란 보석에는 불과 부패가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부패를 제외해도 3성 불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보석을 챙긴 뒤 메시지를 보았다.

'이렇게 쉽게 잡았는데 30일이라니.'

크라마스는 귀환 시간을 30일이나 단축시켜 줬다.

잡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아니다.

'많이 있었으면 좋겠네.'

강진석은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강진석은 익숙한 기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절망의 짐승 크라마스가 나타났습니다.]

[퀘스트 '절망의 짐승 크라마스'가 생성됐습니다.]

예상대로 기운의 주인공은 크라마스였다.

강진석은 크라마스에게 다가가며 생각했다.

'이렇게 빨리 만날 줄은 몰랐는데....'

적어도 몇 시간은 지나야 다른 개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공허 지대에서는 그랬으니까.

'개체도 많은 건가...?'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혼돈의 틈은 공허 지대보다 많은 혼돈의 존재들이 있는 것 같았다.

'이러면....'

강진석은 씨익 웃었다.

'네 번째 때보다 훨씬 빨리 끝나는 거 아냐?'

귀환 시간은 500일에서 4000일로 대폭 늘어났다.

그러나 예상대로 개체가 많다면?

네 번째 각성 때보다 빠르게 귀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은은히 미소를 지으며 흑염뢰 두 줄기를 뽑아냈다.

그리고 곧 크라마스를 마주할 수 있었다.

크라마스는 개체마다 형태가 다르다.

이번에 마주한 크라마스는 고릴라와 비슷한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

고릴라와 다른 점은 팔이 6개이며, 등 뒤에 거대한 얼음 날개 2장이 달려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얼음 날개를 통해 강진석은 이번 크라마스가 보유한 속성을 유추할 수 있었다.

바로 그때 크라마스가 날갯짓을 했다.

그와 동시에 날개에서 얼음 조각 수백 개가 떨어져 나와 날아오기 시작했다.

지지직!

그리고 얼음 조각은 단 하나도 빠짐없이 전기를 머금고 있었다.

'2개씩 다루는 건가?'

직전에 잡았던 크라마스는 부패와 불을 다뤘다.

이번 크라마스는 얼음과 전기를 다루고 있었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2가지 속성을 다루는 것으로 추정됐다.

'흡수하기는 좀 그렇고.'

흡수하려면 너무나 많은 기운을 소모해야 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 과한 투자는 할 수 없었다.

강진석은 보호막으로 얼음 조각을 막아내며 흑염뢰를 마주 날렸다.

그리고 이번에도 크라마스의 피부가 검게 변했다.

피부 강화는 다루는 속성과 상관없는 것 같았다.

이어 흑염뢰 두 줄기가 검은 피부 위로 작렬했다.

[절망의 짐승 크라마스가 소멸했습니다.]

[귀환 시간이 30일 단축됩니다.]

[귀환 시 특별 보상을 획득합니다.]

[혼돈의 존재를 잡을수록 특별 보상이 강화됩니다.]

[퀘스트 '절망의 짐승 크라마스'를 완료하셨습니다.]

.

.

당연하게도 크라마스는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크라마스는 동그란 보석을 남겼다.

강진석이 손을 뻗자 보석이 날아왔다.

보석에 담긴 기운은 얼음과 전기였다.

'좋네.'

전기는 물론이고 얼음도 강진석에게 큰 도움이 되는 속성이었다.

정제를 통해 물로 변환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워낙 밀접한 속성이라 손실률도 크지 않다.

거의 그대로 흡수할 수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보석을 챙긴 강진석은 다시 이동하며 생각했다.

'크라마스만 나타났으면 좋겠네.'

혼돈의 틈에 들어와 만난 것은 크라마스뿐이었다.

그러나 크라마스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다른 혼돈의 존재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강진석은 근처에 크라마스만 있기를 바랐다.

그 이유는 크라마스가 남기는 '보석' 때문이었다.

크라마스의 보석은 3성 영약과 비슷했다.

거기다 보석은 2가지 속성을 품고 있다.

즉, 보석을 얻는 것은 3성 영약 2개를 얻는 것과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초감각에 나타난 기운 때문이었다.

크라마스의 기운이 아니었다.

제287화

287.

강진석은 살짝 긴장했다.

긴장한 이유는 크라마스보다 강하기 때문이 아니다.

단지 처음 겪는 존재라 그런 것이지 기운의 크기는 크라마스와 비슷했다.

강진석은 처음 크라마스를 만났을 때처럼 만반의 준비를 한 뒤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메시지가 나타났다.

[분노의 짐승 데이르가 나타났습니다.]

[퀘스트 '분노의 짐승 데이르'가 생성됐습니다.]

새로운 기운의 주인공은 바로 '분노의 짐승 데이르'였다.

'...분노의 짐승?'

아직 퀘스트를 확인하지 않았지만 강진석은 퀘스트 내용이 대강 예상됐다.

물론 그렇다고 퀘스트 확인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분노의 짐승 데이르>

분노를 먹고 사는 짐승 데이르.

데이르는 당신의 분노를 탐내고 있다.

.

.

데이르를 처치하라!

퀘스트 보상 : ???

데이르 처치 시 귀환 시간이 크게 단축됩니다.

퀘스트 내용은 강진석의 예상과 매우 비슷했다.

'...이 녀석도 형태가 다르네.'

데이르 역시 크라마스처럼 개체마다 형태가 달랐다.

그러나 형태에 따라 능력이 다르지는 않았다.

데이르의 경우 같은 형태여도 능력이 다를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으며 생각했다.

'이 녀석도 보석을 드랍하려나?'

크라마스는 아주 큰 도움이 되는 보석을 남긴다.

데이르는 어떨까?

크라마스처럼 보석을 남길까?

이내 강진석은 두 눈으로 데이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데이르는 고릴라 형태를 하고 있었다.

앞서 만난 고릴라 형태의 크라마스와 달리 완벽한 고릴라였다.

날개도 없었고 팔도 2개였다.

바로 그때였다.

데이르가 달려들었다.

그리고 달려드는 데이르의 전신에 붉은 오로라가 서렸다.

붉은 오로라에서는 강한 활력이 느껴졌다.

강진석은 미리 뽑아두었던 흑염뢰 4줄기 중 2줄기를 날리며 생각했다.

'2줄기로는 안 될 것 같은데.'

데이르의 오로라가 무척 거슬렸다.

2줄기로는 죽이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럼에도 2줄기를 방출한 이유는 확인을 위해서였다.

데이르가 흑염뢰를 향해 오른 주먹을 뻗었다.

스아악!

흑염뢰가 폭발했고 데이르의 붉은 오로라도 따라 소멸했다.

그뿐이었다.

데이르의 육체에는 아무런 상처도 나지 않았다.

이어 두 번째 흑염뢰가 데이르의 육체에 작렬했다.

-키이이이이이익!

그와 동시에 데이르가 비명을 내뱉었다.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평범한 비명이 아니었다.

비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격해졌다.

'정신력이 약하면 바로 눈 뒤집히겠는데.'

강진석은 강한 정신력으로 억누를 수 있었다.

그러나 정신력이 약한 존재는 비명만 들어도 이성을 잃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흑염뢰를 하나 더 날리며 생각했다.

'이런 녀석이 지구에 나타나면....'

혼돈의 존재들은 이곳에만 머무는 게 아니다.

카스만의 말에 따르면 언젠가 지구에 나타날 것이다.

데이르가 만약 지구에 나타난다면?

한 마리라 해도 엄청난 재앙이 될 것 같았다.

'단단히 준비해야겠네.'

강진석은 지구로 돌아가 대비하기로 결심했다.

그 순간 세 번째 흑염뢰가 작렬했고.

[분노의 짐승 데이르가 소멸했습니다.]

[귀환 시간이 30일 단축됩니다.]

[귀환 시 특별 보상을 획득합니다.]

[혼돈의 존재를 잡을수록 특별 보상이 강화됩니다.]

[퀘스트 '분노의 짐승 데이르'를 완료하셨습니다.]

.

.

데이르가 소멸했다.

"...!"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데이르 역시 보석을 남겼기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바로 보석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보석이 날아왔고 강진석은 보석이 품은 기운을 알 수 있었다.

보석이 품은 기운은 붉은 오로라에 가득했던 '활력'이었다.

'데이르는 1개인 건가? 아니면 이 녀석만?'

활력뿐이었다.

다른 속성은 없었다.

'4성 영약이랑 비슷하니까 나쁘지는 않다만....'

속성이 1개인 대신 더욱 기운이 풍부했다.

그리고 활력은 아주 다양하게 사용이 가능한 속성이었다.

힘이 빠져도, 기운이 빠져도 보석의 활력을 이용하면 금방 회복할 수 있다.

회복이 쉽지 않은 혼돈의 틈에서는 앞서 획득한 보석보다 훨씬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었다.

강진석은 보석을 챙긴 뒤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방향을 잡아 이동을 시작했다.

* * *

체르딘 연합 소속 상위 법칙인 독 법칙 당무혁의 거처.

"허허."

당무혁은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소리 내어 웃었다.

그냥 웃음이 나왔다.

당무혁이 웃은 이유는 조금 전 시스템이 제공한 정보 때문이었다.

모두에게 제공되는 정보는 아니다.

상위 법칙들에게만 따로 제공되는 정보였다.

정보의 주인공은 바로 강진석이었다.

강진석이 혼돈의 틈에 진입했다는 단순한 그러나 심상치 않은 정보였다.

"일곱 번째도 아니고 다섯 번째에 혼돈의 틈을 가?"

당무혁은 지금 상황이 마냥 놀라웠다.

원래 혼돈의 틈은 일곱 번째 영혼 각성 때에나 갈 만한 곳이었다.

솔직히 말해 일곱 번째 각성 때 가는 것도 위험하다.

보통은 안전을 위해 여덟 번째 각성 때 가는 곳이었다.

"시스템이 인정했으니 만용은 아닐 테고."

시스템은 철저하고 깐깐했다.

만약 강진석의 능력이 부족했다면 애초에 강진석이 혼돈의 틈에 갈 상황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즉,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기야 재능을 생각하면."

시험이 시작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강진석은 벌써 법칙이 되었다.

재능을 생각하면 지금 상황도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옛날 생각 나는군."

당무혁 역시 다섯 번째 영혼 각성을 혼돈의 틈에서 진행했었다.

그것도 시스템의 도움 없이.

'근데 지금 수준으로는 크라마스나 데이르밖에 잡지 못할 텐데....'

당무혁은 강진석의 수준을 정확히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강진석이 잡을 수 있는 존재는 혼돈의 틈 최하위 존재인 크라마스와 데이르뿐이었다.

그 위 존재들은 잡는 게 매우 어렵다.

불가능하다고 봐도 된다.

'...어차피 안쪽으로 들어가지는 않을 테니 상관없나?'

혼돈의 틈에 진입하긴 했으나 경계선 부근에서 활동할 것이다.

안쪽으로 가지는 않을 테니 괜한 걱정이라 할 수 있다.

스윽.

생각에 잠겨 있던 당무혁은 고개를 돌려 입구를 보았다.

그와 동시에 입구에 한 존재가 나타났다.

당무혁이 아주 잘 알고 있는 존재였다.

"여기는 어쩐 일이지?"

레기온 연합 소속 상위 법칙인 시간 법칙 드벨뤼였다.

"...."

드벨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빤히 당무혁을 바라볼 뿐이었다.

"뭔데?"

당무혁은 인상을 구기며 재차 물었다.

드벨뤼가 왜 온 것인지 예상은 됐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강진석 때문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먼저 말할 생각은 없다.

그게 드벨뤼가 원하는 것이었으니.

"...."

"...."

잠시 정적이 찾아왔고 결국 드벨뤼가 입을 열었다.

"...양보할 생각 있나?"

드벨뤼의 말에 당무혁은 코웃음을 쳤다.

대상을 말하지 않았으나 누가 봐도 강진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무혁은 짜증 가득한 얼굴과 목소리로 말했다.

"개소리하지 말고 진짜 이유 말해."

"...없나 보군."

이내 드벨뤼가 사라졌다.

당무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중얼거렸다.

"미친놈."

그리고 중얼거림이 끝나자마자 다시 입구에 누군가 나타났다.

이번에도 당무혁이 잘 알고 있는 존재였다.

블라디엘 연합 소속 상위 법칙인 파멸 법칙 다르시엘이었다.

"...넌 또 웬일이냐?"

당무혁은 다르시엘에게 물으며 생각했다.

'이 녀석들 번갈아 나타나는 거 아냐?'

* * *

강진석은 생각했다.

'...이제 그만 들어갈까?'

현재 강진석은 혼돈의 틈 안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안쪽으로 향하는 이유는 2가지였다.

첫 번째로는 안쪽으로 갈수록 귀환 시간이 더욱 가속되기 때문이었다.

처음 혼돈의 틈에 들어왔을 때에는 공허 지대보다 5배 빨랐다.

그런데 지금은 8배였다.

두 번째로는 안쪽에 있는 혼돈의 존재일수록 잡았을 때 단축되는 귀환 시간이 크고 좋은 보상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물론 보상이 좋은 만큼 혼돈의 존재도 강해졌다.

그러나 잡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전처럼 순식간에 죽이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그래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강진석은 계속 안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슬슬 불안해졌다.

감당할 수 없는 존재를 마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

강진석은 움찔했다.

초감각에 감지된 기운 때문이었다.

크라마스와 데이르가 아니었다.

즉, 새로운 존재였다.

처음 크라마스와 데이르를 마주했을 때에는 만반의 전투 준비를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투 준비를 하지 않았다.

왔던 길을 돌아 전력을 다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강진석이 도망을 선택한 이유는 기운을 감지한 순간 깨달았기 때문이다.

'괴물이다.'

죽이기 위해서는 강진석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모를까 굳이 다가가 싸울 이유가 없었다.

이내 나름 안전한 장소에 도착한 강진석은 도망을 멈추고 안쪽을 보았다.

'뭐였을까?'

이름도 궁금했고 형체도 궁금했고 능력까지 모든 게 다 궁금했다.

'...나중에 알게 될 날이 오겠지.'

지금 궁금증은 독이다.

강진석은 궁금증을 털어냈다.

그리고 공허 지대가 있는 방향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경계 근처에서 마무리 짓자.'

강진석이 괴물을 감지했듯 괴물 역시 강진석을 감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만에 하나 괴물이 추격해 온다면?

계속 도망칠 수는 없다.

결국 전투가 벌어질 것이다.

'공허 지대에서는 목숨 걸 필요 없으니까.'

혼돈의 틈에서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러나 공허 지대에서는 목숨을 걸지 않고 죽일 자신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강진석은 혼돈의 틈에서 온전히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공허 지대에서도 온전히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혼돈의 틈보다는 낫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경계선으로 향했다.

그리고 경계선으로 향하던 중 크라마스와 데이르를 한 마리씩 잡을 수 있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어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100일 남았네.'

끝이 보이지 않았던 4000일은 어느새 100일로 확 줄어 있었다.

'4마리면 끝이구나.'

크라마스든 데이르든 1마리당 30일이 줄어든다.

즉, 귀환을 위해서는 3마리를 잡고 남은 10일을 버티거나 4마리를 잡으면 된다.

그리고 강진석은 4마리를 잡을 생각이었다.

오래 있을 생각이 없었기에.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경계선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가지 않았던 곳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운이 좋았던 것일까?

출발한 지 7시간 만에 강진석은 네 번째이자 마지막 혼돈의 존재를 소멸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손을 뻗어 보석을 챙긴 뒤 메시지를 보았다.

[귀환 시간이 되었습니다.]

[퀘스트 '공허 지대에서 생존하라!'를 완료하셨습니다.]

[지구로 귀환합니다.]

[특수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보상의 방으로 이동합니다.]

.

.

메시지를 확인한 강진석은 더할 나위 활짝 웃었다.

'보상의 방!'

보상의 방 때문이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지구로 바로 귀환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뭘 주려나.'

제288화

288.

기대가 됐다.

이번에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보상의 방에 입장하셨습니다.]

이내 메시지와 함께 강진석은 보상의 방에 도착했다.

강진석은 선택지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다섯 번째 영혼 각성으로 인한 변화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혼돈의 틈에서도 큰 문제 없겠어.'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흡족한 얼굴을 했다.

원래 혼돈의 틈에서는 전력의 반도 내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지금은 전력의 90%까지 발휘할 수 있게 됐다.

아까 도망을 선택하게 했던 없던 괴물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면?

더 이상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라면 혼돈의 틈에서도 죽일 자신이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받고 싶은 특별 보상을 선택해 주세요.]

스앗! 스앗! 스앗!

기다리고 기다렸던 선택지가 나타났다.

[재화]

[보물]

[포션]

[수련서]

선택지는 전과 같았다.

[2가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2가지를 획득할 수 있었다.

강진석은 일말의 고민도 하지 않고 보물을 선택했다.

[공격형]

[방어형]

[지원형]

[성장형]

[혼합형]

그러자 새로운 선택지가 나타났고 강진석은 고민에 빠졌다.

'뭘 받아야 하나.'

전에는 방어형을 선택했다.

그리고 3급 보물 '용린망'을 얻었다.

'최소 3급이겠지?'

네 번째 때보다 급이 낮은 보상을 줄 것 같지는 않았다.

'공격형은 필요 없을 것 같고.'

여러 갈림길을 돌파한 지금 공격력은 부족함이 없었다.

즉, 공격형은 선택할 필요가 없다.

'방어형으로 가는 게 맞나? 아니면 지원형이나 성장형? 무난하게 혼합형?'

강진석은 오랜 시간 고민했다.

그리고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성장형으로 가자.'

강진석의 선택은 '성장형'이었다.

성장형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가장 끌렸기 때문이었다.

스윽.

강진석은 손을 뻗었다.

그리고 선택과 동시에 선택지가 사라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4급 보물 공허의 반지를 획득하셨습니다.]

"...!"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4급 보물?'

그도 그럴 것이 강진석이 선택한 것은 '성장형'이었다.

그런데 4급 보물이라니?

'다른 걸 선택했으면....'

강진석은 나머지 선택지를 떠올렸다.

만약 성장형이 아닌 다른 선택지를 선택했다면 몇 급 보물이 주어졌을까?

'...됐다.'

강진석은 생각을 멈췄다.

선택을 무를 수 없다.

이미 지나간 일이다.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공허의 반지를 꺼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머릿속에 정보가 떠올랐다.

<공허의 반지>

1. 아공간

2. 공허 내성 증가

3. 공간 내성 증가

4. 불 내성 증가

.

.

17. 힘 15% 증가

18. 정신력 10% 증가

'...아공간 아티펙트였어?'

놀랍게도 4급 보물 '공허의 반지'는 아공간 보물이었다.

'공허라기에 특별한 능력 있는 줄 알았는데....'

이름에 '공허'가 들어가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특별한 능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특별한 능력은 아공간이 끝이었다.

'...그래도 효과가 좋으니까.'

아공간 보물이라고 해서 아공간 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각종 내성 증가에 능력치 증가까지 다양하게 붙어 있었다.

'마침 필요하기도 했고.'

머지않아 시험이 끝난다.

시험이 끝나면 인벤토리도 사라진다.

그래서 인벤토리를 대체할 무언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강진석은 공허의 반지를 착용했다.

착용과 동시에 반지와 연결이 됐고 강진석은 아공간을 열었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물품을 몇 개 꺼내 아공간에 넣었다.

인벤토리와 얼마나 다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진짜 똑같네.'

조금이라도 다른 부분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공허의 반지는 인벤토리와 완전히 같았다.

인벤토리가 지금 당장 사라진다고 해도 괜찮을 정도였다.

아공간을 닫으며 강진석은 생각했다.

'근데 성장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공허의 반지는 성장형 보물이었다.

성장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옵션이 강화되는 걸로 끝나려나? 아니면 새로운 기능?'

성장에 대해 생각하던 강진석은 결심했다.

'돌아가는 대로 성장시켜 봐야겠어.'

머릿속에 떠오른 정보는 반지의 효과뿐만이 아니다.

반지의 성장 방법 역시 떠올랐다.

성장 방법은 매우 단순했다.

공간 아티펙트를 흡수시키면 된다.

강진석은 귀환하자마자 확인해 보기로 하고 전방을 보았다.

[재화]

[포션]

[수련서]

이제 두 번째 보상을 선택할 차례였다.

이미 정해져 있는 상태였다.

강진석은 바로 수련서를 선택했다.

[불]

[바람]

[물]

[어둠]

[생명]

[시간]

.

.

선택과 동시에 수많은 선택지가 나타났다.

[랜덤]

[직접 선택 시 수련서를 1개 획득할 수 있습니다.]

[랜덤 선택 시 수련서를 2개 획득할 수 있습니다.]

강진석은 마지막으로 나타난 선택지 '랜덤'을 힐끔 보고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다.

이미 강진석은 어떤 속성의 수련서를 얻을지 정해둔 상태였다.

저벅!

이내 강진석은 한 선택지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공간]

강진석이 선택한 선택지는 '공간'이었다.

[공간을 선택하셨습니다.]

[공간 법칙 하드렌의 수련서를 획득하셨습니다.]

[보상 획득을 마치셨습니다.]

[지구와 연결된 포털이 생성됩니다.]

[10분 뒤 강제 귀환됩니다.]

강진석은 바로 수련서를 꺼내 펼쳤다.

그러자 수많은 정보가 머릿속에 떠올랐고 강진석은 빠르게 떠오른 정보를 체득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체득을 마친 강진석은 싱긋 웃었다.

레벨이 올랐기 때문은 아니다.

여전히 공간의 지배는 4레벨이었다.

그러나 머지않았다.

'며칠이면 되겠는데?'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며칠만 더 영약을 흡수하면 공간의 지배 레벨이 오를 것이다.

강진석은 포털로 향했다.

[퀘스트 '축복이 서리기 전'을 완료하셨습니다.]

[침공자들이 축복을 받습니다.]

.

.

지구로 귀환하자마자 쌓여 있던 메시지들이 우르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확인하며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한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리를 비운 사이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는지, 특별한 일은 없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길드장님!

-돌아오셨군요!

"네, 혹시 제가 없는 동안 문제 있었을까요?"

자리를 몇 달 비운 것도 아니고 고작 16일이었다.

강진석은 당연히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예, 한 가지 보고드릴 사항이 생겼어요.

"...어떤 거죠?"

웬만한 일은 한지윤에게 일임했다.

즉,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유럽 쪽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유럽 쪽이요?"

-예, 몬스터들이 떠나면서 생긴 문제인데....

한지윤의 설명이 시작됐다.

그리고 강진석은 설명을 들으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지금 4곳을 제외하고는 전부 전쟁 중이에요.

-남은 4곳도 언제든 전쟁에 돌입할 수 있구요.

-어떻게 해야 할지....

이내 한지윤의 이야기가 끝났다.

"으음...."

강진석은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이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유럽에도 길드가 있었다.

한두 곳이 아니다.

70곳이 넘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전에는 몬스터라는 공동의 적이 있었기에 별문제 없었다.

이권 다툼할 상황이 아니었기에.

문제는 몬스터들이 시험을 포기하면서 발생했다.

몬스터들이 떠나며 텅 비어 버린 땅.

시스템은 먼저 선점하는 이를 땅의 주인으로 인정한다.

즉, 이권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전쟁이 발발했다.

"일단 다른 곳부터 정리하면서 상황 좀 지켜보죠."

솔직히 전쟁은 언제든 끝낼 수 있다.

설득할 자신이 있는 게 아니다.

한, 둘도 아니고 수십을 어떻게 설득하겠는가?

강진석이 자신하는 이유는 '힘'이었다.

유럽 내 모든 길드가 힘을 합친다고 해도 상관없을 정도로 국력 차이가 컸다.

언제든 힘으로 찍어 누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면 일단 유럽 쪽은 내버려 두겠습니다!

"혹시나 너무 과열되면 알려주세요. 그때는 개입해야 할 것 같으니."

-네!

강진석은 한지윤과 통화를 마친 뒤 인벤토리에서 보유하고 있던 공간 아티펙트들을 꺼냈다.

공허의 반지를 성장시키기 위해서였다.

이어 강진석은 공허의 반지에 기운을 주입했다.

그러자 허공이 갈라지며 새로운 공간이 나타났다.

당연히 아공간은 아니었다.

공허의 반지 성장을 위한 공간이었다.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꺼낸 공간 아티펙트들을 전부 밀어 넣은 뒤 다시 기운을 주입했다.

그러자 공간이 닫혔고.

스아악!

공허의 반지에 보랏빛이 서렸다.

얼마 뒤 보랏빛이 사라졌고 강진석은 알 수 있었다.

공허의 반지가 성장했다는 것을.

등급이 오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등급만 오르지 않았을 뿐이다.

아공간의 크기도 커졌고 옵션도 강화됐다.

'곧 오르겠네.'

그리고 이번에 오르지 않았을 뿐이다.

느껴졌다.

조만간 5급이 될 것이라는 것이.

'어떤 변화가 있으려나.'

등급이 오르면 지금처럼 아공간 크기 증가나 옵션이 강화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강진석은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인벤토리에서 공간의 힘을 품은 영약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서는 전부 먹이고 싶긴 한데.'

공간 아티펙트가 효율이 좋을 뿐이지 공간력을 가진 것이라면 성장 재료로 사용이 가능했다.

그러나 전부 성장에 사용할 수는 없었다.

공간의 지배 레벨도 올려야 했기 때문이다.

강진석은 자리에 앉아 영약에 담긴 공간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 * *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거점으로 삼은 길드 '디오스'의 대회의실.

대회의실에는 현재 남자 둘, 여자 하나.

총 세 사람이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어쩌자고 이대로 계속 치고받을 거야?"

디오스의 길드장 안토니오가 물었다.

안토니오의 물음에 반대편에 앉아 있던 길드 '블랙'의 길드장 아단이 답했다.

"아니, 난 싸우고 싶지 않다니까? 그저...."

말끝을 흐린 아단은 길드 '씨엘로'의 길드장 이사벨을 보며 말했다.

"우리 어여쁜 여사님이 양보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 이거지."

아단의 말에 이사벨은 인상을 구겼다.

쾅!

그리고 이어 탁자를 내리치며 말했다.

"개소리! 그 녀석은 절대 풀어줄 수 없어! 그 녀석한테 죽은 우리 길드원만 셋이야! 죽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그러니까! 어차피 안 죽일 거 양보 좀 더 해달라는 거야!"

아단은 따라 흥분하며 외쳤다.

"그 녀석의 힘이라면 포르투갈이나 프랑스 녀석들도 그냥 밀어버릴 수 있을 테니까!"

"그 녀석이 뜻대로 움직이리란 보장이 있나?"

이사벨과 아단이 다시 열띤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토론에 안토니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바로 그때였다.

우웅!

핸드폰이 진동했고 안토니오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리고 인상을 구기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한창 대화를 나누던 이사벨과 아단이 대화를 멈추고 안토니오를 보았다.

안토니오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

"바스테르가 움직였다. 우리 영역으로 넘어왔다는군. 그것도 수백을 데리고."

"...!"

"...!"

두 사람은 안토니오의 말에 경악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바스테르는 포르투갈 전역을 지배하는 길드 '마에스트로'의 길드장이었다.

길드장인 바스테르가 수백을 데리고 넘어왔다?

여행 온 게 아닐 것이다.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서가 분명했다.

"망할 자식이! 기어이!"

이사벨이 분노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로드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었군."

반대로 아단은 한없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안토니오가 입을 열었다.

"녀석들이 시작한 거니까. 손속에 사정 두지 마."

"당연하지."

"...알겠다."

안토니오의 말에 아단과 이사벨이 차례대로 답했다.

그리고 이어 두 사람이 떠났다.

안토니오는 단체 문자를 통해 간부 회의를 소집 후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생각했다.

'빨리 소국이라도 건국해야 하는데.'

얼마 전 건국 퀘스트가 생성됐다.

조건은 어렵지 않았다.

앞으로 조금만 더 영역을 확장하고 길드원을 영입하면 완료할 수 있다.

안토니오가 빠르게 건국을 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권력 때문이 아니다.

'강진석 왕국에 대항하려면....'

바로 한국에 자리 잡은 왕국 '강진석'에 대항하기 위해서였다.

제289화

289.

메시지를 통해 강진석 왕국의 존재가 알려졌을 때 토니오는 희망을 가졌다.

이 빌어먹을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한 줄기 구원의 빛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몬스터들이 시험을 속속 포기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머지않아 시험이 끝날 것이다.

시험이 끝나면 어떻게 될까?

몬스터가 없으니 하하 호호 밝은 미래가 찾아올까?

아니, 몬스터에서 사람으로 대상이 바뀔 뿐이다.

오히려 전보다 더 어두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특히 가장 강한 힘을 가진 강진석 왕국은 어떨까?

지구를 지배하려 할 수도 있다.

끼이익.

이내 간부들이 하나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얼마 뒤 모든 간부가 모였고 안토니오는 회의를 시작했다.

* * *

'됐다.'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스킬 '공간의 지배'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드디어 공간의 지배가 5레벨이 됐다.

'분체 사냥이라.'

공간의 갈림길 돌파 조건은 '분체 사냥'이었다.

'어떤 운용법을 주려나.'

강진석은 조금의 걱정도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강진석에게 분체 사냥은 가장 쉬운 시련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걱정 대신 기대하고 있었다.

분체가 어떤 새로운 운용법을 가져다줄지.

'가볼까.'

강진석은 심상 세계에 진입했다.

진입과 동시에 강진석은 심상 세계 내부를 둘러보았다.

이전 다른 갈림길 때와 달리 눈에 보이는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심상 세계의 공간 밀도가 한층 더 높아진 게 느껴졌다.

강진석은 이어 분체를 보았다.

분체의 주변에는 4개의 구슬이 둥둥 떠 있었다.

당연하게도 평범한 구슬이 아니다.

죽음, 어둠, 전기, 불로 이루어진 구슬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분체 주변에 포털이 여럿 생성됐다.

그리고 구슬이 포털로 들어갔다.

강진석은 바로 보호막을 만들었다.

"...?"

그러나 이어진 상황에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날 공격하려던 게 아니야?'

처음에는 포털을 통해 여러 각도에서 공격을 하려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강진석 주변에는 포털이 생겨나지 않았다.

구슬은 포털을 통해 분체 주변을 계속해서 이동하고 있었다.

'뭐 하자는 거지?'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강화되는 것도 아닌데.'

포털을 지나칠 때마다 구슬의 기운이 증폭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속도가 빨라지는 것도 아니다.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왜 저런 짓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그러나 아무런 이유 없이 저런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스앗! 스앗! 스앗! 스앗!

죽음, 어둠, 불, 전기 구슬이 하나씩 늘어났다.

그리고 늘어난 구슬 역시 포털을 통해 쉴 새 없이 이동을 시작했다.

'...뭔지는 몰라도.'

궁금하긴 했다.

그러나 계속 지켜볼 생각은 없었다.

기묘한 행위의 끝이 강진석에게 좋은 일은 아닐 것이기에.

강진석은 흑염뢰를 한 줄기 뽑아냈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방출했다.

흑염뢰는 순식간에 분체에게 도달했다.

그리고 그 순간 분체가 포털을 만들어 냈다.

포털을 통해 흑염뢰를 다른 곳으로 보내려는 게 분명했다.

강진석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고 대처 방법도 생각해 둔 상태였다.

강진석은 포털 앞에 포털을 만들어 냈다.

흑염뢰는 분체의 포털이 아닌 강진석의 포털로 들어갔고.

쩌저적! 화르륵!

분체의 뒤통수에 작렬하며 폭발했다.

그러나 강진석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역시 흑염뢰로는 안 되나?'

흑염뢰는 성공적으로 작렬했다.

그러나 큰 피해를 입히지는 못했다.

분체의 기운이 미세하게 줄어들었을 뿐이다.

'하기야 나였어도 저랬겠지.'

애초에 분체는 강진석과 동급이다.

흑염뢰 한 방에 큰 피해를 입는 게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역시 이걸 이용해야....'

강진석은 힐끔 시선을 내려 혼돈의 구를 보았다.

앞서 두 번의 분체 사냥이 쉽게 끝난 것은 혼돈의 구 덕분이었다.

만약 혼돈의 구가 아니었다면 쉽게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즉, 이번에도 쉽게 끝내기 위해서는 혼돈의 구를 이용해야 한다.

강진석은 혼돈의 구에 기운을 주입해 다크닐로 변환시켰다.

그리고 분체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스앗! 스앗! 스앗! 스앗!

강진석의 주변에 포털이 나타났다.

그리고 분체 주변을 돌아다니던 구슬들이 포털을 통해 날아왔다.

'허.'

강진석은 속으로 헛웃음을 내뱉었다.

'이거였구나?'

궁금했다.

왜 쓸데없이 포털을 이용해 구슬을 움직이는 것인지.

지금 그 이유를 알게 됐다.

구슬은 일정한 간격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전부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나를 피하면 하나를 무조건 맞아야 했다.

'힘을 빼려는 거였어.'

한 번에 승부 보려는 게 아니다.

장기전을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분체도 알고 있는 것이다.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을.

그러나 그것은 분체의 입장이다.

강진석은 입장이 달랐다.

'혼돈의 구가 사기긴 사기네.'

바로 '혼돈의 구'의 존재였다.

강진석은 피할 수 있는 구슬은 피하고 피하지 못한 구슬은 보호막으로 막아 내며 전진했다.

그리고 곧 분체와 마주할 수 있었다.

분체는 반투명한 검을 쥐고 있었다.

공간으로 만들어진 검이었다.

그리고 검신에는 흑염뢰가 흐르고 있었다.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모르는 운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즉, 분체를 죽이면 얻을 수 있다.

'검만 가능한 건 아니겠지.'

검 말고도 창, 방패 등 다양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강진석은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다크닐을 휘둘렀다.

그리고 분체 역시 공간검을 휘둘렀다.

그렇게 다크닐과 공간검이 마주했다.

그그극!

"...!"

강진석은 살짝 놀랐다.

여태까지 보아온 절삭력을 생각하면 공간검이 단숨에 파괴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다크닐이 공간검의 검신을 파고들어 반쯤 잘리긴 했으나 완전히 잘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로 인해 분체가 대응할 시간이 생겼다.

분체는 바로 공간검을 놓고 뒤로 물러났다.

강진석은 바로 따라붙으려 했다.

스아악!

그러나 공간검이 폭발해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강진석은 공간을 뒤틀어 폭발력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보냈다.

그렇게 폭발력을 해소한 강진석은 분체를 보았다.

분체는 활을 들고 있었다.

검과 마찬가지로 공간으로 만들어진 활이었다.

그리고 화살은 흑염뢰였다.

분체가 시위를 당겼다.

그 순간 흑염뢰의 위력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시위를 당기기 전에는 걱정하지 않았다.

정통으로 맞아도 크게 다치지 않을 수준이었기에.

그런데 지금은 그냥 맞아서는 안 될 정도가 되었다.

거기다 실시간으로 강해지고 있었다.

강진석은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이내 분체가 시위를 놓았다.

그 순간 흑염뢰가 사라졌다.

공간을 뛰어넘은 것이다.

그와 동시에 강진석은 옆으로 몸을 살짝 숙였다.

흑염뢰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이 뒤통수 쪽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내 흑염뢰가 강진석의 머리가 있던 곳을 지나쳤다.

강진석은 안도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흑염뢰가 갑작스레 멈췄기 때문이었다.

스아악!

이어 흑염뢰가 폭발했다.

강진석은 다급히 기운을 끌어올려 폭발을 막아 냈다.

그리고 다시 시위를 당기는 분체를 보며 생각했다.

'달라도 너무 다른 거 아냐?'

앞서 죽였던 죽음의 분체와 어둠의 분체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쉽게 죽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미 쉽지 않았다.

강진석은 다크닐을 성광으로 변환시켰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분체에게 던졌다.

시위를 당긴 채 흑염뢰의 위력을 증가시키고 있던 분체는 성광을 보고 바로 시위를 놓았다.

이내 성광과 흑염뢰가 충돌했다.

흑염뢰는 강했다.

그러나 성광만큼은 아니었다.

성광은 그대로 흑염뢰를 가르며 분체에게 날아갔다.

분체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포털을 만들어 냈다.

포털을 통해 다른 곳으로 보내려는 게 분명했다.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성광에 특별한 대비를 해둔 상태였다.

그그극!

성광 주변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포털을 마주한 순간.

쩡! 쩍!

성광은 포털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포털에 작은 구멍을 만들어 내며 돌파했다.

그렇게 포털을 돌파한 성광은 그대로 분체에 작렬했다.

콰아앙!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강진석은 성광이 폭발한, 분체가 있는 장소로 달려들었다.

아직 분체가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진석은 분체가 있는 장소로 달려들며 혼돈의 구 기능인 '회수'를 통해 성광을 회수했다.

그리고 바로 다크닐로 변환 후 흑염뢰를 둘렀다.

이어 분체가 있는 장소에 도착한 강진석은 어느새 공간검을 들고 있는 분체를 향해 다크닐을 휘둘렀다.

분체 역시 공간검을 마주 휘둘렀다.

그러나 급조한 공간검이라 그럴까?

아니면 조금 전 성광에 피해를 입어서 약해졌기 때문일까?

스걱!

전과 달리 공간검은 단숨에 잘렸다.

스걱!

이어 다크닐은 분체의 목을 파고들었고 그렇게 분체의 머리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분체의 눈빛은 당혹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어 분체가 사라졌다.

그 순간 강진석은 알 수 있었다.

갈림길을 돌파했다는 것을.

'이야....'

강진석은 감탄을 내뱉었다.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한 새로운 운용법들 때문이었다.

예상대로 공간으로 만들 수 있는 무기는 검뿐만이 아니었다.

활, 창 등 다양했다.

애초에 무기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투구, 장갑 등 방어구도 만들 수 있었다.

'운용법 2개를 동시에 운용한 거구나?'

공간활의 시위를 당겼을 때 흑염뢰의 기운이 증폭됐었다.

처음에는 공간활의 효능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증폭 역시 새로운 운용법이었다.

2가지 운용법을 동시에 사용한 것이다.

화살에만 적용할 수 있는 운용법이 아니다.

검, 창 등 종류 상관없이 운용할 수 있었다.

물론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움직일 수 없다는 흠이 있긴 하지만....'

움직이는 순간 증폭이 끝난다.

즉, 증폭시키기 위해서는 자세를 고정해야 했다.

'그래도 나쁘지 않아.'

근접전에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분체가 보여줬듯 원거리에서 사용한다면?

쉽게 증폭시킬 수 있다.

마침 강진석은 흑염뢰, 성광이라는 좋은 원거리 공격이 있었다.

강진석은 일단 확인을 위해 다크닐을 성광으로 변환했다.

그리고 투창 자세를 한 채 증폭 운용법을 운용했다.

그러자 성광에 담긴 흑염뢰가 증폭되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잠자코 증폭을 지켜보았다.

세 가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첫 번째는 증폭 한계였다.

한계 없이 계속 증폭되는 게 아니다.

증폭에는 한계가 있었다.

두 번째는 시간이었다.

한계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적어도 어느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야 쓸 만한 수준으로 증폭되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증폭에 소모되는 기운이었다.

아무 대가 없이 증폭되는 게 아니다.

증폭에는 기운이 소모된다.

그그그극!

얼마 뒤 한계에 도달한 강진석은 모든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4배!'

놀랍게도 증폭 한계는 4배였다.

그리고 한계까지 증폭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1분이었다.

소모되는 기운은 전체 기운의 1% 정도로 전혀 신경 쓸 필요 없다.

회복되는 기운이 더 많기에.

'좋네.'

제29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