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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7 - 260-270

제260화

260.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카스만이 피식 웃으며 반문했다.

그러자 드렉시로안이 이를 악물며 반박했다.

"그러면 그 말이 진짜라고?"

"그래, 상위 법칙 당무혁 님께서 약속하셨다. 지금 네 녀석의 그 말 감당할 수 있나?"

"...!"

드렉시로안은 카스만의 말에 움찔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상위 법칙?'

어둠 법칙인 드렉시로안이 하위 법칙이라길래 무슨 의미일까 궁금했다.

'법칙 계급이었구나?'

그런데 돌아가는 상황과 반응을 보니 법칙들의 계급인 것 같았다.

'그럼 중위 법칙도 존재하나?'

강진석이 계급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바로 그때.

스윽.

드렉시로안이 고개를 돌려 강진석을 보았다.

그리고 의아한 눈빛을 띠었다.

'뭐지?'

강진석은 드렉시로안의 눈빛에 따라 의아해했다.

'왜 저런 눈빛으로 봐?'

의아한 눈빛은 대체 무슨 의미인 것일까?

"...다음에 더 좋은 제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이내 드렉시로안이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스앗!

그러고는 드렉시로안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카스만과 화령을 보았다.

"궁금한 게 많은 얼굴이군."

카스만이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에게도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서 말이야. 혹시 궁금한 게 있나?"

강진석은 카스만의 말에 잠시 생각했다.

궁금한 게 많았다.

그러나 답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빠르게 고민을 끝낸 강진석이 입을 열었다.

"...갈림길이 뭔가요?"

갈림길은 법칙이 되는 조건으로 추정됐다.

말 그대로 추정일 뿐이다.

확실한 게 아니다.

양쪽 다 갈림길 돌파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지원하겠다는 '갈림길 돌파'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했다.

"법칙이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배 스킬 5레벨이 되면 첫 번째 갈림길을 마주하게 되는데 갈림길을 돌파하면 법칙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돕겠다고 하는 것도 그 갈림길 돌파고. 참고로 돌파를 돕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야."

"아하."

카스만의 말에 강진석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대로 갈림길은 법칙이 되기 위한 조건이었다.

그것도 가장 중요한.

강진석은 끄덕임을 멈추고 다음 질문을 했다.

"상위 법칙이란 이야기를 하셨는데 혹시 그건 직위인가요?"

"직위라 볼 수 있지. 기준은 넘어선 갈림길의 수."

카스만이 설명을 시작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갈림길부터 열 번째 갈림길까지는 하위 법칙.

열한 번째 갈림길부터 스무 번째 갈림길까지는 중위 법칙.

스물한 번째 갈림길부터 쉰 번째 갈림길까지는 상위 법칙.

쉰한 번째 갈림길부터는 최상위 법칙으로 불린다는 것을.

이어 강진석은 세 번째 질문을 했다.

"혹시 폭발 법칙 사크라에 대해 아십니까?"

바로 사크라에 대한 질문이었다.

"사크라?"

카스만은 고개를 갸웃했고 화령은 눈을 번뜩였다.

두 존재의 반응을 통해 강진석은 알 수 있었다.

카스만은 모르고 있지만 화령은 알고 있다는 것을.

"...그 녀석은 왜?"

화령이 물었다.

"제가 사크라 일족의 왕자를 죽였는데 혹시나 문제가 될까 해서요."

"아~"

강진석의 답에 화령은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이어 말했다.

"걱정할 필요 없어. 사크라 녀석 죽었거든."

"...!"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법칙은 절대적 존재였다.

그러나 그것이 죽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법칙도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막상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놀라웠다.

'어쨌든 신경 쓸 필요 없겠네.'

강진석은 안도했다.

혹여 사크라가 앙심을 품으면 어쩌나 했는데 그럴 일은 없다.

바로 그때였다.

"아, 혹시 그 녀석인가? 100년 전 네 영역에 침입했다가 죽은?"

카스만이 탄성을 내뱉으며 화령에게 물었다.

"...!"

강진석은 놀란 얼굴로 화령을 보았고 화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 녀석."

화령의 답에 강진석은 어째서 화령이 사크라를 알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지지직....

지직..

카스만과 화령의 육체에 스파크가 튀었다.

"이런 벌써 돌아갈 때가 됐군, 전에도 말했듯 당장 결정을 내리지 않아도 된다. 그럼 다음에 또 보자꾸나."

다급히 카스만이 말했다.

"다음에...."

그리고 화령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 두 존재가 사라졌다.

스아악!

이어 포털이 생성됐다.

그리고 흡입력이 점점 강해지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포털로 향했다.

그렇게 지구로 귀환한 강진석은 다시 목적지로 향하며 생각했다.

'갈림길이라....'

궁금했다.

'대체 뭘까.'

갈림길이 무엇인지.

'깨달음 같은 걸 얻어야 하는 걸까?'

법칙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혹시 깨달음을 얻어야 넘어갈 수 있는 것일까?

도와준다는 것이 깨달음일까?

'아니면 공허의 틈 같은 곳으로 넘어가서 조건 충족?'

두 번째, 세 번째 영혼 각성 때 갔던 공허의 틈.

공허의 틈 같은 특수 지역에 가서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카스만이랑 화령이 하위 법칙이라니 그러면 중위 법칙이나 상위 법칙은 대체....'

카스만과 화령은 둘 다 하위 법칙이었다.

그것도 끝에 다다른 존재가 아니라 중간 단계였다.

중위 법칙과 상위 법칙 그리고 최상위 법칙은 얼마나 강할지 너무나 궁금했다.

[던전 '차가운 대지 부족 13지부'에 입장하셨습니다.]

[24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

.

생각에 잠긴 채 목적지에 도착한 강진석은 바로 흑염뢰를 뽑아 날렸다.

[차가운 대지 부족 13지부장 크로무크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

.

[퀘스트 '작은 신전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

.

그렇게 청소와 탈환이 끝났고 강진석은 다음 장소로 향했다.

* * *

지린성 북쪽 지역을 지배하고 있는 붉은 천둥 부족의 대족장 파르탄.

파르탄은 육체를 세 번 제련했고 천둥의 길 개척을 앞둔 강자였다.

인근에 적수가 없을 정도로 강한 파르탄은 무척이나 복잡한 표정으로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스윽.

부족 서열 2위 대장군 카마탄이 들어왔다.

"저 왔습니다. 형님."

카마탄은 씁쓸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파르탄에게 인사하며 옆에 앉았다.

"준비는 다 끝났냐?"

정신을 차린 파르탄이 카마탄에게 물었다.

"네, 저희는 준비 다 끝났습니다."

"그래, 고생했다."

"아닙니다."

그렇게 대화가 짤막이 끝났고 정적이 찾아왔다.

파르탄은 다시 허공을 바라보며 멍한 상태에 빠졌고 카마탄은 파르탄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눈치를 살피던 카마탄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근데 진짜 이대로 귀환하실 겁니까?"

스윽.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던 파르탄이 고개를 돌려 카마탄을 보았다.

그리고 반문했다.

"...그러면?"

"...."

카마탄은 파르탄의 반문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파르탄 역시 답을 바라고 반문한 것이 아니었기에 신경 쓰지 않고 이어 말했다.

"시험을 그냥 진행하자고? 아페르탄 님의 명령을 어기면서?"

붉은 천둥 부족은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고 시험을 포기하기로 했다.

포기 이유는 붉은 천둥 부족의 초대 대족장이자 이번 시험 참관자 중 하나인 천둥 법칙인 아페르탄의 명령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면 손해가 너무 막심합니다."

카마탄이 파르탄의 눈치를 살피며 답했다.

"초대가 하신 말씀이 사실이라면 지금 당장 포기하는 게 맞아. 괜히 손해를 줄이려다가 부족원들이 대거 죽을 수 있어."

아페르탄이 아무런 이유 없이 시험을 포기하라 한 것이 아니다.

믿기지 않기는 했지만 아페르탄이 말해준 이유는 당연히 시험을 포기해야 하는 합당한 이유였다.

그게 아니고서야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데 왜 포기하겠는가?

"초대께서 저희가 시험을 포기하지 않을까 봐 강하게 말하신 거 아닐까요?"

"아니, 다렉의 부하들이 시험을 포기한 걸 생각하면 강하게 말씀하신 게 아닐 거야."

같은 지역에 있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다렉의 부하들이 시험을 포기했다.

다렉이 누구인가?

파괴의 길을 개척한 5차 제약 침공자였다.

시험 포기 페널티는 빠를수록 그리고 강할수록 많이 받는다.

즉, 다렉 쪽에서 시험을 포기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손해를 감수한다는 뜻이다.

그들이 왜 손해를 감수하겠는가?

아페르탄이 말해준 정보가 과장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으음``."

카마탄은 침음을 내뱉었다.

그러자 파르탄이 말했다.

"번복은 없다."

"...알겠습니다."

카마탄의 답을 끝으로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그리고 이어 귀환 준비를 끝낸 부족 최고 간부들이 하나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얼마 뒤 마지막 간부가 도착했고 파르탄이 입을 열었다.

"시험을 포기할 건데 이견 있나?"

"...."

"...."

파르탄의 말에 입을 여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이견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파르탄은 바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시스템에 전언을 보냈다.

[시험을 포기하겠습니다.]

* * *

[퀘스트 '작은 신전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

.

메시지를 보며 강진석은 생각했다.

'드디어 끝났네.'

마지막 영역 상징이 파괴됐다.

정확히 말하면 프리모리예 지방의 마지막 영역 상징이었다.

이제 프리모리예 지방에서 탈환할 영역은 없다.

강진석은 국가 관리창을 열었다.

프리모리예 지방 청소가 끝났을 뿐이다.

아직 지린성, 랴오닝성 청소는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강진석은 두 성으로 넘어가 청소를 진행할 생각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띠리리리!

벨소리가 울렸고 강진석은 핸드폰을 꺼냈다.

한지윤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강나연이었다.

지린성에서 한창 청소를 하고 있을 강나연이 갑자기 왜 전화를 한 것일까?

설마 감당할 수 없는 적이 나타난 것일까?

강진석은 다급히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그, 그게....

강나연이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이어진 강나연의 말에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여기 애들 시험을 포기했어.

"시험을 포기했다고?"

-어, 붉은 천둥 부족이랑 차트린 일족.

-혹시 오빠 쪽도 그래?

"아니, 여기는...."

강나연의 말에 답하던 강진석은 문득 든 생각에 답을 멈췄다.

생각해 보니 이상하리만큼 대부분이 모여 있었고 움직이고 있는 이들은 물품을 한곳에 모으고 있었다.

혹시 그것이 시험을 포기하기 위한 준비였다면?

시험을 포기하기 전에 강진석이 들이닥친 것이라면?

-왜?

강나연의 말에 강진석은 생각을 끝냈다.

과거의 일이었다.

지금 생각한다고 바뀔 것은 없다.

"아니야, 여기는 포기한 녀석들 없어."

-그렇구나.

"그리고 청소 끝냈어."

-뭐? 거기를 벌써?

"어, 지린성은 맡길 테니까 랴오닝성으로 넘어간다?"

-알겠어. 우리도 빠르게 탈환 마무리 짓고 랴오닝성 갈게.

"그래, 혹시 강한 녀석 나타나면 연락하고."

-응.

강나연의 답을 끝으로 통화를 마친 강진석은 영역 이동을 통해 랴오닝성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영지를 벗어나 랴오닝성의 첫 번째 목적지로 향하던 중.

메시지가 나타났다.

[라올린 부족이 시험을 포기했습니다.]

[라올린 부족이 원래 세계로 귀환합니다.]

[라올린 부족의 영역 상징이 전부 파괴됐습니다.]

[퀘스트 '선점하라!'가 생성됐습니다.]

시험을 포기했다는 메시지가.

[자색 바람 부족이 시험을 포기했습니다.]

[자색 바람 부족이 원래 세계로 귀환합니다.]

[자색 바람 부족의 영역 상징이 전부 파괴됐습니다.]

[퀘스트 '선점하라!'가 생성됐습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2개나.

제261화

261.

'여기도?'

지린성에서 붉은 천둥 부족과 차트린 일족이 시험을 포기했다.

그들이 끝이 아닐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랴오닝성에서도 동시에 2개 부족이 시험을 포기하다니?

물론 랴오닝성은 매우 크다.

라올린 부족과 자색 바람 부족 말고도 아직 많은 몬스터가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라올린 부족, 자색 바람 부족이 시작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갑자기 왜?'

어째서 갑자기 시험을 포기하기 시작한 것일까?

'법칙들이 설마 정보를 제공하고 있나?'

법칙들은 참관자다.

그러나 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당장 카스만과 화령도 메시지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고 퀘스트를 제공했다.

혹시 다른 법칙들이 자신들이 후원하는 이들에게 시험을 포기하라고 하는 게 아닐까?

강진석은 찌푸렸던 미간을 풀었다.

'나쁜 건 아니니까.'

침공자들이 시험을 포기하고 돌아간다는 것.

그것은 전투 없이 영역을 탈환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길드원들의 성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긴 하지만 성장보다 더 중요한 게 안전이었다.

지금 상황은 나쁠 것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

강진석은 멈칫했다.

그리고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

첫 번째 목적지에 있던 이들이 전부 사라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장막의 힘도 약해지고 있었다.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보았다.

[다울 일족이 시험을 포기했습니다.]

[다울 일족이 원래 세계로 귀환합니다.]

[다울 일족의 영역 상징이 전부 파괴됐습니다.]

[퀘스트 '선점하라!'가 생성됐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목적지에 있던 이들이 사라지고 장막의 힘이 약해진 이유는 시험을 포기했기 때문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끝나겠는데.'

강해지긴 했지만 시험을 끝내는 데 시간이 꽤나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시험을 속속 포기하는 상황을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시험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다시 이동하며 퀘스트창을 열었다.

<선점하라!>

다울 일족은 시험을 포기했다.

그로 인해 다울 일족의 모든 영역 상징이 파괴됐고 다울 일족이 지배하던 영역은 주인 없는 땅이 되었다.

주인 없는 땅에 상징을 설치해 영역을 선점하라!

퀘스트 보상 : ???

강진석은 퀘스트를 보며 생각했다.

'이 근방에는 없겠지?'

다울 일족의 영역이 얼마나 넓은지는 모른다.

그러나 지금 강진석이 향하고 있는 곳 주변은 다울 일족의 영역으로 추정됐다.

즉, 몬스터가 없을 확률이 높았다.

'그러면 그냥 맡기고 안쪽으로 가는 게 낫지 않나?'

영역 탈환은 많은 포인트를 제공한다.

그러나 강진석에게는 결코 많은 포인트가 아니었다.

차라리 길드원들에게 맡기고 안쪽으로 가서 몬스터를 청소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 그게 맞아.'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강나연에게 문자를 보냈다.

[랴오닝성도 세 곳이 시험 포기했어.]

[그냥 안쪽으로 들어갈 테니까 올라오면서 탈환해.]

문자를 보낸 뒤 강진석은 첫 번째 목적지를 그냥 지나쳤다.

그리고 계속해서 안쪽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설마 세 부족이 끝은 아니겠지?'

초감각에 영역 상징이 여럿 감지 됐다.

전부 주인 없는 영역 상징이었다.

그래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혹시 랴오닝성을 지배하고 있던 침공자가 라올린 부족, 자색 바람 부족, 다울 일족까지 세 종족이 끝이라면?

세 종족이 귀환해 텅 빈 상태라면?

'...그건 아니겠지.'

강진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랴오닝성은 매우 크다.

그 넓은 지역에 세 종족만 있을 리 없다.

강진석은 초감각에 집중했다.

그리고 얼마 뒤.

'그럼 그렇지.'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라 해야 할까?

초감각에 몬스터들이 다수 감지됐다.

그것도 무척이나 분주히 움직이는.

물론 강진석의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점령하러 가는 게 아니야?'

몬스터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이유가 주변에 있는 영역 상징을 점령하러 가기 위해서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자세히 살피니 그게 아니었다.

'...포기구나.'

몬스터들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강진석은 속도를 높였다.

이대로 그냥 보내서는 안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시험이 끝난다고 끝이 아니다.

시험이 끝난 이후에도 충돌하게 될 것이다.

최대한 힘을 약화시켜야 했다.

[던전 '강철 전쟁 부족 17기지'에 입장하셨습니다.]

[24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

.

입장과 동시에 강진석은 흑뢰를 방출했다.

여러 곳에 퍼져 있기도 했고 몬스터들의 수준이 낮았다.

굳이 흑염뢰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내 수백 다발로 나뉜 흑뢰가 목적지에 도착했고.

[십부장 오크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

.

전부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영역 상징을 파괴 후 관리창을 열어 기본 설정을 마친 뒤 곧장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 * *

"그럼 지린성은 끝난 거야?"

한지윤이 물었다.

-네, 남은 곳도 몬스터가 없는 걸로 확인돼서 점령만 하면 끝이에요.

강나연이 답했고 한지윤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생했어."

-아니에요.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싱거워서 길드원들도 아쉬워하더라구요.

-물론 그렇다고 긴장 풀 생각은 없으니 걱정하지는 마시구요!

한지윤은 피식 웃고는 이어 말했다.

"그래, 걱정 안 할게. 그럼 이제 랴오닝성으로 넘어가는 거야?"

-네, 이미 선발대는 출발했어요.

-근데 랴오닝성도 시험 포기한 녀석들이 많고 오빠가 청소하고 있어서 금방 끝날 것 같아요.

강나연의 말에 한지윤은 동감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

"응?"

-혹시 일본 쪽은 어떻게 돼가고 있어요?

중국과 러시아만 청소하는 게 아니다.

현재 김칠성을 필두로 일본 역시 청소 중이었다.

강나연은 일본 상황이 궁금했다.

"후쿠오카 쪽 청소 진행 중이야. 4차 제약 침공자 하나 있기는 했는데 칠성 씨가 잡았고."

-혹시 일본에는 생존자나 길드 있어요?

"응, 지금까지 1421명 구출. 본부에서 교육 중이야. 들어보니까 길드는 나가사키 쪽에 하나 있는 것 같아. 규모는 꽤 큰 것 같아 규슈 지방의 희망이라는 메시지가 나타났다고 하더라."

-아하, 알겠어요! 언니 나중에 또 연락할게요!

"응, 고생해."

통화를 마친 한지윤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우웅! 우웅!

그러나 내려놓자마자 진동하는 핸드폰에 한지윤은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네, 칠성 씨."

-이제 새로운 지역에 진입할 것 같은데 귀신들이 활동하는 곳이라서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혹시 사기나 귀기 관련해서 물품 지원 좀 받을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바로 준비해서 보내드릴게요!"

* * *

[퀘스트 '작은 신단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

.

메시지를 보며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끝났네.'

드디어 랴오닝성의 마지막 영역 상징을 탈환했다.

정확히 말하면 몬스터가 있던 마지막 영역 상징이다.

아직 랴오닝성에는 주인이 없는 영역 상징이 남아 있었다.

물론 많지는 않다.

강진석은 핸드폰을 꺼내 남은 영역 상징의 수를 확인했다.

'2개 남았네.'

현재 주인 없는 영역 상징은 2개.

길드원들이 향하고 있을 테니 늦어도 10분 안에 2개 다 점령될 것으로 추정됐다.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곧 완료될 퀘스트 '축복이 서리기 전'을 보았다.

<축복이 서리기 전>

20일 뒤, 한반도 인접 지역 모든 침공자에게 축복이 서릴 예정이다.

1차 제약 침공자에게는 육체 강화, 정신 강화, 회복 강화의 축복이.

.

.

그전에 최대한 많은 침공자를 처치하라!

[기여도 : 4억 2992만 2174]

퀘스트 보상 : ???

지도를 통해 인접 지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기여도가 낮네.'

워낙 시험을 포기한 이들이 많아 기여도가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낮았다.

'이러면 보상이 어떻게 되려나.'

강진석은 궁금했다.

과연 어떤 보상이 주어질지.

'분명 또 생성될 텐데.'

기대하는 이유는 이번이 끝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완료와 동시에 다시 생성될 것으로 추정됐다.

진행 장소는 랴오닝성, 지린성, 프리모리예 지방과 인접한 지역으로.

당연히 거기서 끝이 아니다.

시험이 끝나기 전까지 계속해서 생성될 것으로 추정됐다.

'좋은 것들 주면 좋겠는데.'

강진석은 부디 좋은 보상이 주어지길 바라며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지역 경계선으로 향했다.

이제 곧 청소하게 될 지역을 미리 탐색하기 위해서였다.

이내 경계선에 도착한 강진석은 경계선을 따라 이동하며 탐색을 시작했다.

'음...?'

탐색하며 강진석은 살짝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몬스터들이 매우 많았다.

단순히 숫자만 많은 게 아니라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었다.

그것도 가볍게 충돌한 게 아니라 죽는 이들이 나올 정도로 험악했다.

'...여기 있는 녀석들은 포기할 생각이 없나?'

아무리 봐도 시험 포기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오래 걸리겠는데.'

앞서 청소를 마친 세 지역.

랴오닝성, 지린성, 프리모리예 지방과 달리 청소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됐다.

강진석은 계속해서 탐색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얼마 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축복이 서리기 전'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압도적인 기여를 하셨습니다.]

[1등 보상이 특별 보상으로 강화됩니다.]

[특별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30억 상승합니다.]

.

.

[퀘스트 '축복이 서리기 전'이 생성됐습니다.]

[인접 지도를 획득하셨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퀘스트 '축복이 서리기 전'이 완료됐다.

강진석은 빠르게 메시지를 확인했다.

'역시 바로 생성됐구나.'

예상대로 퀘스트 '축복이 서리기 전'은 반복 퀘스트였다.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지도를 꺼내 펼쳤다.

그리고 이번 퀘스트의 진행 장소가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내몽골 자치구, 허베이성, 헤이룽장성에....'

진행 장소는 예상했던 대로 랴오닝성, 지린성, 프리모리예 지방과 맞대고 있는 지역들이었다.

'엄청 늘어났네.'

크기로 비교하면 전보다 3, 4배는 늘어난 것 같았다.

'근데 이러면 다음은....'

강진석은 다음 진행 장소를 떠올렸다.

그리고 침을 꿀꺽 삼켰다.

전력을 다해도 시간 내 청소가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시간 내 청소를 못 한다고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몬스터들이 축복을 받아 강해질 뿐이다.

강진석은 자신 있었다.

몬스터들이 축복을 받아도 쉽게 죽일 자신이.

바로 그때였다.

우웅! 우웅!

핸드폰이 진동했다.

강진석은 핸드폰을 확인했다.

한지윤에게 온 전화였다.

"네, 지윤 씨."

강진석은 전화를 받았고.

-무, 문제가 생겼어요.

한지윤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무슨 문제가 생겼단 말인가?

-일본 쪽 길드원들이랑 연락이 끊겼어요.

제262화

262.

"...."

한지윤의 말에 강진석은 잠시 말을 잃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길드원들과 연락이 끊겼다니?

그러나 멍하니 있을 때가 아니다.

빠르게 정신을 차린 강진석이 물었다.

"혹시 칠성이를 포함해 전부 연락이 안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일부와 연락이 안 된다는 것인지 아니면 전부 연락이 안 된다는 것인지 정확한 상황이 궁금했다.

-1대대부터 5대대까지 연락이 안 돼요.

"으음...."

강진석은 침음을 내뱉었다.

1대대는 김칠성이 직접 이끄는 본대로 4천 명이나 됐다.

그리고 2대대부터 5대대는 본대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각 대대별로 3천 명이나 있는 매우 큰 규모였다.

그런데 1대대부터 5대대까지 연락이 끊기다니?

강진석의 침음에 한지윤이 이어 말했다.

-1대대부터 5대대가 있던 영지는 이동 게이트도 막혔구요.

-6대대에 연락해서 확인해 봤는데 붉은 장막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붉은 장막이랑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 * *

[퀘스트 '사당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

.

"후아."

사당을 파괴한 김칠성은 나지막이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팔을 보았다.

팔에는 무수히 많은 상처가 나 있었다.

얕은 상처만 있는 게 아니다.

깊은 상처도 여럿 있었다.

당연하게도 사당을 파괴하며 생긴 상처가 아니다.

사당을 파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팔에 난 상처는 사당을 지키고 있던 '귀혼 사마령'이라는 존재와의 전투 때문이었다.

사마령은 영혼을 각성한 4차 제약 침공자였다.

본부에서 지원받은 아티펙트들이 아니었다면 김칠성은 사마령을 죽이지 못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사마령은 강했다.

'제련 안 했으면 잘렸겠지?'

김칠성은 침을 꿀꺽 삼켰다.

사마령의 공격은 하나하나가 매우 날카로웠다.

육체를 제련한 덕분에 양팔을 지킨 것이지 만약 제련하지 않았다면?

양팔을 잃었을 것이다.

바로 그때.

"치료해 드릴까요?"

김칠성에게 다가온 치유사 장택기가 물었다.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치유의 물결."

장택기가 스킬 '치유의 물결'을 시전했고.

스아악!

그러자 장택기의 손에서 초록빛이 흘러나와 김칠성의 팔에 스며 들었다.

그리고 김칠성의 양팔 곳곳에 자리 잡고 있던 상처들이 하나둘 옅어지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이내 모든 상처가 사라졌고 김칠성은 장택기에게 감사를 표했다.

"아닙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장택기는 싱긋 웃으며 인사에 답하고 자리로 돌아가 길드원들을 치유하기 시작했다.

이어 김칠성은 중대장들을 소집했다.

이제 다음 장소로 넘어가기 위해서였다.

모든 중대장이 모였고 김칠성은 바로 회의를 시작했다.

중요한 회의는 아니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회의는 끝났고 김칠성이 말했다.

"10분 뒤 출발하겠습니다."

김칠성의 말에 중대장들이 자신의 중대로 돌아갔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

김칠성은 고개를 휙 돌려 동쪽을 보았다.

그러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뭐지?'

조금 전 동쪽에서 엄청난 기운이 느껴졌다.

김칠성만 느낀 게 아니다.

모든 이들이 동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윽.

김칠성은 고개를 내려 팔을 보았다.

닭살이 돋아 있었고 덜덜 떨리고 있었다.

김칠성은 이를 악물며 떨림을 억눌렀다.

가까스로 떨림을 억누른 김칠성은 다시 동쪽을 보았다.

'...가면 안 돼.'

다음 목적지는 동쪽에 있었다.

물론 기운이 느껴진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동쪽으로 가면 안 될 것 같았다.

김칠성은 다시 중대장들을 소집했다.

바로 그때였다.

스아악!

기운이 느껴졌던 동쪽 저 멀리 붉은 기둥이 솟아올랐다.

붉은 기둥은 순식간에 하늘 위 구름을 꿰뚫었다.

이어 붉은 기둥에서 붉은빛 장막이 생성됐다.

곧이어 장막은 엄청난 속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김칠성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도망쳐야 돼.'

김칠성은 바로 입을 열었다.

"다들 한반도로 귀환하세요!"

그러나 장막의 확장 속도가 더 빨랐다.

장막은 영지를 지나 끝없이 커졌다.

그리고 그렇게 장막 안에 갇힌 김칠성은 느낄 수 있었다.

외부와 단절됐다는 것을.

김칠성은 고개를 돌려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귀령 카이라무스가 절대 영역을 선포합니다.]

[절대 영역 '귀성'이 선포됐습니다.]

[외부와의 통신이 단절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감소합니다.]

.

.

[퀘스트 '생존하라!'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살아남기 위해서'가 생성됐습니다.]

그리고 장막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망할.'

김칠성은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조진 것 같은데.'

평범한 영역이 아니다.

앞에 '절대'라는 단어가 붙어 있었다.

거기다 길드 영역 안에 있음에도 디버프가 어마어마했다.

길드 영역을 벗어나면 디버프가 얼마나 강해질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5차 제약 침공자겠지?'

김칠성이 아는 4차 제약 침공자는 결코 이런 영역을 만들 수 없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카이라무스는 5차 제약 침공자로 추정됐다.

"중대장님들 다시 모여주세요."

* * *

강진석은 지도를 통해 연락이 끊긴 1대대부터 5대대의 최근 위치를 확인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고개를 들어 한지윤에게 말했다.

"갔다 오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연락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한지윤의 답을 듣고 강진석은 영역 이동을 통해 6대대의 본대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도착과 동시에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장막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장막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범상치 않았다.

'5차 제약 침공자가 아닌데?'

5차 제약 침공자가 장막을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만에 하나 5차 제약 침공자가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4차 제약 침공자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보니 아니었다.

'6차 제약 침공자도 존재하나?'

강진석이 아는 5차 제약 침공자의 수준으로는 만들 수 없는 장막이었다.

바로 그때 대기하고 있던 6대대장 김민정이 다가왔다.

강진석은 김민정과 인사를 나눈 뒤 장막을 보며 말했다.

"일단 장막 좀 가까이서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거리가 멀어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 확인해야 할 것 같았다.

스윽.

김민정이 동그란 환약을 내밀며 말했다.

"제령환입니다."

"아, 괜찮습니다."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답했다.

제령환은 귀기를 30분간 막아주는 물품이었다.

그러나 강진석에게는 의미 없었다.

장막에서 흘러나오는 귀기가 강하긴 했지만 강진석의 기운을 뚫을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

강진석은 바로 영지 밖으로 나와 장막으로 향했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귀기가 짙어졌다.

물론 귀기가 강진석의 육체에 침투하는 일은 없었다.

지지직!

전기가 날뛰며 가까이 있는 귀기를 전부 불태웠다.

그렇게 귀기를 불태우며 장막에 가까워졌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 '귀성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생성 메시지였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어 퀘스트를 확인했다.

<귀성 파괴>

귀령 카이라무스는 자신이 모시는 영혼 법칙 막사무스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 시험은 끝났으니 포기하고 세계로 돌아가라는.

.

.

카이라무스는 세계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영혼을 수집하기로 했다.

그리고 영혼 법칙 막사무스에게 받은 2급 보물 '귀령의 방울'을 사용해 영역 귀성을 선포했다.

귀성을 파괴해 카이라무스의 영혼 수집을 막아라!

[귀성의 첫 번째 핵 : X]

[귀성의 두 번째 핵 : X]

퀘스트 보상 : ???

그리고 퀘스트 정보를 통해 강진석은 장막을 만든 존재, 장막을 만든 이유 등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시 법칙의 도움이 있었구나?'

5차 제약 침공자가 만들었다기에는 아무리 봐도 이상했는데 역시나 법칙의 도움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법칙이 직접적으로 도운 것은 아니다.

카이라무스가 법칙에게 선물 받은 2급 보물 '귀령의 방울'을 이용했을 뿐이다.

'근데 2급 보물이면 어느 정도인 거지?'

최상급 아티펙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물품 같았다.

'나중에 한번 물어봐야겠다.'

후에 강진석은 카스만과 화령에게 물어보기로 결정하고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장막으로 향했다.

법칙의 도움 없이 만들었다면 돌아가 단단히 준비하고 진입했을 것이다.

그러나 법칙의 도움을 받아 만든 장막이다.

강진석은 장막 안에서 바로 만난다고 해도 이겨낼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장막을 지나친 순간.

[절대 영역 '귀성'에 입장하셨습니다.]

[외부와의 통신이 단절됩니다.]

[압도적인 격으로 영역 효과를 무시합니다.]

[퀘스트 '죽음의 깃발'이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죽음을 인내하며'가 생성됐습니다.]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그리고 강진석은 느낄 수 있었다.

'귀기만 있는 게 아니었네.'

장막 외부와 달리 장막 내부에는 귀기 말고도 한 가지 기운이 더 있었다.

바로 '죽음'.

강진석은 육체 안에서 날뛰기 시작하는 전기와 죽음을 억누르며 메시지에 집중했다.

'이래서 연락이 끊긴 거구나?'

영역 효과 중 외부와의 통신 단절이 있었다.

연락이 되지 않았던 이유가 이해됐다.

'이러면 안에서는 연락할 수 있는 건가?'

강진석은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김칠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과 달리 정상적으로 신호음이 들려왔다.

신호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전화가 끊겼다는 뜻이 아니다.

-엇, 대장!

김칠성이 전화를 받았다.

-어떻게 연락하신 겁니까?

상황이 상황인지라 김칠성의 목소리에는 놀람이 가득했다.

"영역 안으로 들어왔어."

강진석은 질문에 답한 뒤 물었다.

"지금 어디야? 영지에 있는 거야?"

-예, 그런데 영역이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탈출하려 했는데....

"얼마나 남았어?"

-5시간 정도면 파괴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안에서 대기해. 바깥은 못 버틸 거야."

김칠성은 영지 영역 밖에서도 돌아다닐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길드원들은 아니다.

대부분이 귀기와 죽음에 잠식당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혹시 다른 대대 위치는 어디야? 규슈15부터 19 맞아?"

-예, 저희가 규슈17에 있고 2대대가 15, 3대대가 16, 4대대가 18, 5대대 19에 있습니다.

강진석은 지도를 떠올렸다.

지금 가장 가까운 곳은 2대대가 있는 영지 '규슈15'였다.

"2대대부터 들를게. 연락 좀 돌려줘. 영지에서 대기하라고."

-옙! 전부 연락 돌리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응."

강진석은 통화를 마친 뒤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먼저 '죽음의 깃발'을 확인했다.

<죽음의 깃발>

귀성 곳곳에는 죽음을 퍼트리는 '깃발'이 존재한다.

깃발을 제거해 죽음을 약화시켜라!

퀘스트 보상 : ???

'이거였구나?'

그렇지 않아도 초감각에 감지된, 죽음을 뿜어내는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여럿 있었다.

그래서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퀘스트를 통해 그 정체를 알게 됐다.

'이것만 파괴하면 영지는 큰 문제 없겠고.'

영지 영역을 공격하는 건 귀기와 죽음이었다.

즉, 영지 주변에 있는 죽음의 깃발을 파괴하면 남는 것은 귀기뿐이데 귀기에 영지 영역이 파괴될 일은 없다.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다음 퀘스트를 확인했다.

<죽음을 인내하며>

귀성 곳곳에는 죽음이 퍼져 있다.

죽음에서 생존하라!

퀘스트 보상 : ???

생존 시간에 따라 보상이 강화됩니다.

안전 구역에서는 생존 시간이 흐르지 않습니다.

절대 영역 '귀성' 소멸 시 퀘스트 완료

절대 영역 '귀성' 탈출 시 퀘스트 완료

'이건 칠성이 말고 다른 길드원은 힘들겠는데.'

안전 구역 밖에서만 보상이 강화된다.

그러나 강진석이 알기로 길드원 중 귀기와 죽음을 버틸 존재는 김칠성뿐이었다.

2대대부터 5대대의 장들 역시 몇 분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 정도로 귀기와 죽음이 짙었다.

'보상이 중요한 상황은 아니니까.'

보상을 신경 쓸 상황이 아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2대대가 머물고 있는 영지 '규슈15' 근처에 있는 죽음의 깃발로 향했다.

제263화

263.

깃발로 향하며 강진석은 많은 혼령을 만날 수 있었다.

혼령의 형태는 무척이나 다양했다.

인간의 모습을 한 혼령도 있었고 짐승의 모습을 한 혼령도 있었고 곤충 형태의 혼령도 있었다.

그리고 오크, 고블린 등 몬스터의 혼령도 존재했다.

그러나 신기하지는 않았다.

앞서 사카라 부족에서 전부 보았기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다가오는 혼령들을 향해 흑뢰를 방출했다.

흑뢰를 본 혼령들은 기겁하며 도망쳤지만 흑뢰보다 빠른 혼령은 없었고.

화르륵!

[3급 혼령이 소멸했습니다.]

[포인트가 70만 상승합니다.]

화르륵!

[4급 혼령이 소멸했습니다.]

[포인트가 10만 상승합니다.]

전부 죽음을 맞이했다.

그렇게 수많은 혼령을 소멸시키며 나아가던 강진석은 곧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짙네.'

강진석이 미소 지은 이유는 죽음의 깃발이 품고 있는 죽음이 매우 짙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흡수할 수 있으려나.'

그냥 없앨 수도 있지만 그럴 이유가 없다.

강진석은 깃발이 품고 있는 죽음을 전부 흡수할 생각이었다.

'성질만 같았어도 50%는 흡수할 수 있을 텐데.'

죽음도 다 같은 죽음이 아니다.

종류가 여럿이었다.

죽음의 깃발이 품고 있는 죽음은 강진석의 죽음과 성질이 매우 달랐다.

흡수할 수 있게 정화하고 결속까지 끊고 나면 흡수할 수 있는 양은 매우 적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이 정도면 20%는 남으려나?'

강진석은 손을 뻗었다.

그러자 죽음의 깃발 주변 공간이 뒤틀렸다.

그리고 퍼져 나가던 죽음이 조금씩 응축되기 시작했다.

이어 강진석은 흑뢰 한 줄기를 뽑아 날렸다.

죽음의 깃발을 파괴하기 위해서였다.

이내 흑뢰가 죽음의 깃발에 작렬했고.

쩌저적!

죽음의 깃발 곳곳에 균열이 생겼다.

이어 균열을 통해 죽음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균열이 커졌다.

그리고 커진 균열을 통해 더 많은 죽음이 새어 나왔고 균열이 한 층 더 커졌다.

그렇게 악순환을 몇 번 반복한 뒤 죽음의 깃발이 먼지로 변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죽음의 깃발이 품고 있던 죽음이 사방으로 방출됐다.

물론 죽음이 멀리 퍼지는 일은 없었다.

공간을 뒤튼 이유가 바로 이런 상황을 위해서였다.

강진석은 바로 죽음을 방출했다.

밖으로 나온 죽음은 기다렸다는 듯 뒤틀린 공간 안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안에서 응축되고 있는 죽음의 결속을 끊고 정화하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정화가 끝나길 기다리며 메시지창을 보았다.

[죽음의 깃발이 파괴됐습니다.]

[인근 죽음이 약화됩니다.]

[퀘스트 '죽음의 깃발'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죽음의 구슬을 1개 획득하셨습니다.]

.

.

[퀘스트 '죽음의 깃발'이 생성됐습니다.]

'설마 반복 퀘스트인가?'

메시지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러고는 퀘스트 '죽음의 깃발'을 확인했다.

<죽음의 깃발>

귀성 곳곳에는 죽음을 퍼트리는 '깃발'이 존재한다.

깃발을 제거해 죽음을 약화시켜라!

퀘스트 보상 : ???

'똑같네.'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았다.

완전히 같았다.

'그러면 저 보상들을 계속 받을 수 있다는 건데....'

지금처럼 혼자 파괴한다면?

똑같은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잘하면 죽음의 지배 습득할 수 있겠는데?'

퀘스트 '죽음의 깃발'의 보상은 대부분이 죽음을 머금은 것들이었다.

즉, 영약이나 마찬가지였다.

거기다 죽음의 깃발이 가지고 있는 죽음까지 감안하면 죽음의 지배를 습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열심히 파괴해야겠어.'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때마침 정화가 끝났고 강진석은 순수한 죽음 덩어리를 볼 수 있었다.

'25%라....'

죽음의 깃발이 가지고 있던 전체 죽음이 100이라면 25밖에 남지 않았다.

'이 정도면 뭐 충분하지.'

애초에 예상한 손실률이 80%였다.

25%면 예상보다 많았다.

강진석은 흡족한 얼굴로 죽음을 불러들였다.

그렇게 죽음은 정화된 순수한 죽음 덩어리와 함께 육체로 돌아왔고 순환을 시작했다.

순환은 순식간에 끝났고 강진석은 근처에 있는 또 다른 깃발로 향하며 생각했다.

'근데 몇 개나 있으려나?'

2대대가 있는 영지 '규슈15' 근처에만 3개가 남아 있었다.

조금 전 파괴한 것을 포함하면 4개였다.

절대 영역 '귀성'의 크기를 생각하면 얼마나 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이내 두 번째 깃발에 도착한 강진석은 첫 번째 깃발 때처럼 공간을 뒤틀고 깃발을 파괴 후 죽음을 정화했다.

그리고 세 번째 깃발로 향하던 중 김칠성에게 문자가 왔다.

모든 대대에 연락을 마쳤다는 문자였다.

강진석은 확인했다는 답을 보내고 세 번째, 네 번째 깃발을 파괴 후 영지 '규슈15'로 향했다.

얼마 뒤 영지 '규슈15'에 도착한 강진석은 영역 장막을 보았다.

영역 장막 곳곳에 균열이 나 있었다.

다행히 주변 모든 깃발을 파괴한 덕분에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았다.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장막을 지나 영지 영역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관리창을 열어 영역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영역의 균열이 순식간에 복구됐고 이어 파란색이 짙어지기 시작했다.

강화를 마친 강진석은 2대대장 최진운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길드장님!"

강진석을 발견한 최진운은 감격과 안도가 뒤섞인 표정과 목소리로 외쳤다.

함께 있던 길드원들 역시 외치지만 않았을 뿐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꼼짝없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강진석이 나타났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죽음은 없앴지만 귀기는 남아 있습니다. 곧 완전히 없앨 테니 그때까지 휴식이나 숙련도 올리면서 기다려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훈련하면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최진운이 대표로 답했고 강진석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그리고 바로 영역에서 나와 3대대가 있는 영지 '규슈16'으로 향했다.

* * *

귀무문의 수장 귀령 카이라무스의 거처.

현재 카이라무스의 거처에는 카이라무스와 3명의 영혼사 그리고 초특급 원혼 10마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카이라무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영혼사와 초특급 원혼은 불똥이 튈까 카이라무스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바로 그때 카이라무스가 입을 열었다.

"이상하지?"

카이라무스의 목소리는 분노로 가득했다.

"보고에 따르면 죽음의 깃발을 파괴할 수준을 가진 녀석은 하나밖에 없는데 말이야. 왜 그 녀석이 있지도 않은 다른 곳의 깃발이 파괴되는 거지?"

아무런 생각 없이 절대 영역을 선포한 게 아니다.

모든 것을 계산하고, 확인한 뒤 선포했다.

그런데 상황이 예상과 너무나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 그래도 머지않아 죽을 겁니다."

영혼사 사마척이 조심스레 답했다.

스윽.

카이라무스는 고개를 돌려 사마척을 보았다.

그리고 싱긋 웃었다.

그러자 사마척 역시 따라 싱긋 웃었고 카이라무스는 기다렸다는 듯 더할 나위 없이 힘껏 인상을 구기며 외쳤다.

"이런 머저리 새끼! 죽기야 하겠지! 그런데 기다릴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2급 보물 '귀령의 방울'을 사용하며 절대 영역을 선포한 것은 시간이 없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여유로웠다면 귀령의 방울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깝게 왜 사용하겠는가?

"죄송합니다!"

사마척은 고개를 푹 숙여 사죄를 표했다.

"에휴."

카이라무스는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이어 영혼사 레뮬에게 물었다.

"파괴된 깃발 근처에 움직일 만한 특급 몇 마리 있지?"

"특급은 5마리 있고 초특급도 1마리 있습니다."

"...초특급도 있다고?"

카이라무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

그리고 이어 탄성을 내뱉었다.

"그러고 보니 거기에 그 녀석이 있었군."

카이라무스가 그 녀석이라 말한 초특급 원한은 바로 '바스레톤'이었다.

바스레톤은 카이라무스도 통제가 쉽지 않을 정도로 강한 자아를 가진 원혼이었다.

"특급들 폭주시켜 그 녀석은 내가 직접 움직일 테니."

"예, 알겠습니다."

레뮬의 답을 듣고 카이라무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거처 안쪽에 있는 제단으로 다가갔다.

카이라무스는 제단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스아악!

카이라무스의 몸에서 검붉은 연기가 빠져나와 제단에 스며들었다.

스앗!

이내 제단에 핏빛 거울이 나타났다.

거울이 나타나자 카이라무스는 새로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고 이어 거울에 한 존재가 나타났다.

바로 초특급 원혼 바스레톤이었다.

-웬일이요?

바스레톤은 짜증 가득한 얼굴과 목소리로 물었다.

카이라무스는 눈을 떴다.

그리고 바스레톤과 마찬가지로 짜증 가득한 얼굴과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처리할 일이 있다."

-....

바스레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얼굴에서 짜증을 지운 채 흥미로운 표정으로 카이라무스를 바라보았다.

카이라무스는 그런 바스레톤의 반응에 인상을 구겼다.

무엇을 바라는지 얼굴만 봐도 알 것 같았다.

만약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첫 번째 제약을 해제해 주지."

-완전히?

"...일을 잘 마치면."

바스레톤은 카이라무스의 말에 더할 나위 없이 활짝 웃었다.

-크하핫, 걱정 마쇼. 어떤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완벽히 해낼 테니.

-근데 우리끼리 말로 하는 건 그렇고.

-언약을 했으면 좋겠는데.

"...잠시 기다려라."

카이라무스는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손톱으로 손바닥을 그었다.

그러자 손바닥에서 흘러나온 피가 하늘로 떠올라 동그란 원이 되었고 이어 원 안에 복잡한 문양이 생겨났다.

이내 복잡한 문양의 원이 완성된 순간 거울 속 바스레톤의 앞에도 똑같은 원이 생성됐다.

바스레톤은 입을 쩍 벌려 그대로 원을 삼킨 뒤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해야 할 일이 뭐요?

"인근에 깃발을 부수고 다니는 녀석이 있다."

-...깃발을?

"개인인지 집단인지는 모르고."

-그럼 내가 해야 할 일은....

"그래, 개인이든 집단이든 그 망할 것을 죽여라."

카이라무스의 말에 바스레톤은 활짝 웃으며 답했다.

-곧 연락드리지.

* * *

'...음?'

영지 '규슈16' 근처에 있는 죽음의 깃발을 파괴 후 흡수하던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이어 미간을 찌푸렸다.

'뭐지?'

초감각 끝자락에 원혼들이 나타났다.

한둘이 아니었고 수준도 높았다.

갑자기 왜 이런 원혼들이 모습을 드러낸 걸까?

바로 그때였다.

"...!"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추가로 나타난 원혼 때문이었다.

놀랍게도 영혼 각성을 한 원혼이었다.

'이런 원혼도 있어?'

흥미로웠다.

영혼 각성을 한 원혼이라니?

가까이서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러나 강진석은 원혼이 있는 곳으로 향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원혼이 알아서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내 거리가 빠르게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 '초특급 원혼 바스레톤'이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특급 원혼 무리'가 생성됐습니다.]

제264화

264.

퀘스트 생성 메시지였다.

'초특급 원혼? 초특급도 있었어?'

특급 원혼은 이미 본 적 있다.

그러나 초특급은 처음이었다.

'영혼 각성을 하면 초특급이 되는 건가?'

강진석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초특급 원혼 바스레톤'을 확인했다.

<초특급 원혼 바스레톤>

촉망받던 흑마법사 바스레톤은 무리하게 두 번째 영혼 각성을 진행하다가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나 영혼 각성을 한 덕분에 완전한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

.

.

바스레톤에게 완전한 안식을 제공하라!

[초특급 원혼 바스레톤 : X]

퀘스트 보상 : ???

'카이라무스 때문이었네.'

바스레톤이 완전히 죽지 않은 것은 영혼 각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초특급 원혼이 된 것은 영혼 각성 때문이 아니었다.

귀령 카이라무스와의 계약 때문이었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카이라무스가 어떤 존재인지.

강진석은 이어 함께 생성된 퀘스트 '특급 원혼 무리'를 확인했다.

<특급 원혼 무리>

귀무문에는 수많은 특급 원혼이 소속되어 있었다.

그중 일부가 폭주한 상태로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

특급 원혼들에게 안식을 제공하라!

퀘스트 보상 : ???

'폭주 상태라 이런 거였구나?'

그렇지 않아도 바스레톤과 달리 함께 나타난 원혼들의 상태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폭주했기 때문이었다.

'근데 왜 폭주한 거지?'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한, 둘도 아니고 전부 폭주한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유 나와 있으면 좋았을 텐데.'

이번에 나타난 특급 원혼이 끝이 아니다.

귀무문에는 수많은 특급 원혼이 존재했다.

후에 또 마주칠 확률이 높았기에 폭주 이유가 나와 있다면 손쉽게 대처했을 것인데 그 점이 아쉬웠다.

물론 엄청 아쉬운 건 아니었다.

특급 원혼이 폭주했다고 강진석에게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흑염뢰 한 방이면 잠재울 수 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바스레톤과 특급 원혼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거리가 더욱 가까워지자 추가로 메시지가 나타났다.

[초특급 원혼 바스레톤이 등장했습니다.]

[특급 원혼 벨린이 등장했습니다.]

[특급 원혼 제갈무석이 등장했습니다.]

.

.

메시지를 보며 강진석은 생각했다.

'왜 퀘스트가 생성 안 되는 걸까.'

등장 메시지는 아무에게나 나타나는 게 아니다.

일정 수준 이상 몬스터들에게만 나타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퀘스트가 생성되지 않았다.

이번뿐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 등장 메시지만 나타나고 퀘스트가 생성되지 않는 일이 빈번히 발생했다.

'수준 차이가 너무 심해서 그런가.'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수준 차이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나중에는 4차 제약 침공자도 안 주는 거 아냐?'

그렇게 퀘스트에 대해 생각하던 사이 시야에 바스레톤과 특급 원혼들이 나타났다.

바스레톤이 가장 먼저 이동을 멈췄고 뒤따라 특급 원혼들이 멈췄다.

물론 특급 원혼들은 자의로 멈춘 게 아니다.

바스레톤이 짓누르고 있었다.

만약 바스레톤이 짓누르지 않았다면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바로 그때.

-호오, 네 녀석 보통이 아니구나.

바스레톤이 입을 열었다.

-나와 동급이라니!

"...?"

그리고 이어진 바스레톤의 말에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동급이라고?'

그도 그럴 것이 강진석은 기운을 완전히 숨기지 않았다.

그래서 궁금했었다.

기운을 제대로 감지했다면 다가올 리가 없는데 다가왔기에.

'원혼이 되면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건가?'

상황을 보니 아무래도 원혼이 되어 인지 능력이 떨어진 게 아닐까 싶었다.

그게 아니고서야 동급이란 단어를 사용할 이유가 없었다.

-이래서 그 좀팽이가 제약을 해제해 준다고 한 거였군.

-이 녀석들을 데리고 오길 잘했어.

바스레톤이 씨익 웃으며 엄지와 중지를 튕겼다.

그와 동시에 특급 원혼들을 억누르던 압력이 사라졌고 특급 원혼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달려오는 특급 원혼들을 보며 흑염뢰를 한 줄기 뽑아 날렸다.

파괴를 덧씌우지는 않았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쓸 이유가 없다.

물론 흑염뢰 자체가 소 잡는 칼이긴 했다.

특급 원혼들이 버틸 수 있는 파괴력이 아니었다.

쩌저적!

이내 흑염뢰가 폭발하며 사방으로 흑염뢰가 퍼졌고.

화르륵!

[특급 원혼 제갈무석이 소멸했습니다.]

[포인트가 2000만 상승합니다.]

화르륵!

[특급 원혼 겔리오스 드 마렌이 소멸했습니다.]

[포인트가 2300만 상승합니다.]

.

.

한 마리도 빠짐없이 전부 소멸했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힐끔 확인한 뒤 바스레톤을 보았다.

-....

바스레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멍한 얼굴로 강진석을 바라볼 뿐이었다.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했다.

하기야 흑염뢰 한 방에 특급 원혼들이 전부 소멸했다.

불신하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강진석은 바스레톤이 정신 차릴 때까지 가만히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강진석은 다시 한번 흑염뢰를 한 줄기 뽑았다.

물론 전처럼 바로 날리지는 않았다.

바스레톤은 앞서 죽은 특급 원혼들보다 훨씬 강했다.

그냥 흑염뢰로는 한 번에 죽일 수 없다.

강진석은 흑염뢰에 파괴를 덧씌운 뒤 바스레톤에게 날렸다.

멍한 상태에 빠져 있던 바스레톤은 흑염뢰에 정신을 차렸고 다급히 양손을 앞으로 뻗으며 주문을 외웠다.

스아악!

그리고 바스레톤의 몸을 감싸는 핏빛 보호막이 나타났다.

이어 보호막 위로 파괴를 두른 흑염뢰가 작렬했다.

쩌저적!

흑염뢰가 작렬한 순간 보호막 곳곳에 균열이 나타났다.

쩡!

그리고 2초도 지나지 않아 보호막이 산산이 조각났다.

보호막을 파괴한 흑염뢰에는 여전히 많은 힘이 담겨 있었고 그대로 흑염뢰는 바스레톤에게 작렬했다.

화르륵! 쩌저적!

바스레톤의 영체가 불타오르며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스레톤의 기운이 빠르게 줄어들며 영혼 곳곳에 균열이 나타났다.

모든 게 다 끝났다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

바스레톤은 이를 악물며 하늘을 향해 외쳤다.

-빌어먹을 카이라무스!

-네 녀석의 최후도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놀랍게도 바스레톤이 저주하는 대상은 강진석이 아닌 귀령 카이라무스였다.

스아아....

그리고 저주를 끝으로 바스레톤의 영체가 먼지로 변해 사라지기 시작했다.

[초특급 원혼 바스레톤이 영멸하였습니다.]

[포인트가 10억 상승합니다.]

[짙은 피의 결정체 5개를 획득하셨습니다.]

.

.

[퀘스트 '초특급 원혼 바스레톤'을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혈기린의 진원을 획득하셨습니다.]

[삼족봉황의 진원을 획득하셨습니다.]

.

.

메시지를 통해 보상을 확인한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눈에 띄는 보상들이 있었다.

'진원?'

강진석은 우선 혈기린의 진원을 꺼냈다.

'와.'

그리고 진원을 꺼내자마자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혈기린의 진원에서는 강력한 불의 힘이 느껴졌다.

'지배 레벨 오르겠는데.'

다른 영약 도움 없이 혈기린의 진원만 완벽히 흡수해도 불의 지배 레벨이 상승할 것 같았다.

그 정도로 진원에 담긴 불의 힘이 강했다.

'그러면 삼족봉황의 진원은....'

강진석은 기대 가득한 얼굴로 삼족봉황의 진원을 꺼냈다.

'와....'

그리고 혈기린의 진원 때와 마찬가지로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삼족봉황의 진원에서는 강력한 공간의 힘이 느껴졌다.

'이것도 레벨 올릴 수 있겠어.'

혈기린의 진원과 마찬가지로 삼족봉황의 진원 역시 완벽히 흡수하면 공간의 지배 레벨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흡족한 얼굴로 진원을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흡수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럴 수가 없었다.

강진석은 다음 죽음의 깃발이 있는 장소로 향하며 생각했다.

'초특급도 한둘이 아닌 것 같던데 진원을 또 주려나?'

정확한 숫자가 나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퀘스트에 따르면 초특급 원혼은 여럿 존재했다.

더구나 초특급 원혼과 동급이거나 그보다 강한 존재가 넷이나 있었다.

그들을 잡으면 어떤 보상이 제공될까?

상상만으로 짜릿했다.

* * *

"...."

카이라무스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제단의 핏빛 거울을 바라볼 뿐이었다.

-빌어먹을 카이라무스!

-네 녀석의 최후도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핏빛 거울에는 초특급 원혼 바스레톤의 최후가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빌어먹을 카이라무스!

-네 녀석의 최후도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내 카이라무스는 인상을 힘껏 구기며 핏빛 거울을 파괴했다.

'...이런 개 잡종 녀석이.'

반복 재생되고 있는 바스레톤의 최후 영상은 원래 이렇게 짧아서는 안 됐다.

원래대로라면 훨씬 더 길어야 했다.

거기다 바스레톤만 비추는 게 아니라 주변 광경도 비춰야 했다.

영상이 짧고 구도가 이상한 이유는 바스레톤이 개입했기 때문이었다.

'곱게 죽을 것이지 이런 식으로 엿을 먹여?'

마음 같아서는 바스레톤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죽은 바스레톤을 되살릴 방법은 없다.

카이라무스는 분노를 억누르며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자리로 향하며 생각했다.

'대체 누구지?'

바스레톤의 개짓거리 덕분에 바스레톤과 특급 원혼들을 죽인 존재가 개인인지 단체인지 아직도 알 수가 없었다.

문득 든 생각에 카이라무스는 침을 꿀꺽 삼켰다.

'설마 막사무스 님이 말한 그 녀석이 온 건 아니겠지...?'

바스레톤과 특급 원혼들을 죽인 존재가 막사무스가 말한 지구의 인간 '강진석'이라면?

깃발 파괴는 물론 바스레톤과 특급 원혼들의 죽음은 전부 설명된다.

'...어떻게 해야 하지?'

카이라무스는 고민에 잠겼다.

만약 강진석일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막사무스의 말대로 그냥 시험을 포기하기에는 사용한 자원이 너무 많다.

귀령의 방울을 사용하기 전이었다면 모를까 귀령의 방울을 사용한 지금 시험을 포기하면 너무나 막대한 손해다.

적어도 영역 안에 있는 생명 70%는 수거해야 했다.

그래야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강진석이 아닐 수도 있잖아.'

만에 하나 손해를 감수하고 시험을 포기했는데 강진석이 아니라면?

더할 나위 없이 최악이다.

스윽.

카이라무스는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지도가 날아와 카이라무스 앞에 펼쳐졌다.

카이라무스는 지도를 보며 고민했다.

'본부를 옮겨서 시간을 끌까?'

정체불명의 존재가 나타난 곳은 귀무문의 영역 서쪽 끝이었다.

반대편인 동쪽 끝으로 본부를 옮긴다면?

강진석이라면 시간을 끌 수 있으니 좋고 강진석이 아니라면 결국 깃발을 파괴하다가 영역 '귀성'에 흡수되어 죽을 것이다.

생각할수록 본부를 옮기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래.'

고민 끝에 카이라무스는 결정을 내렸다.

'옮기자.'

본부를 옮기기로.

* * *

"열심히 훈련하고 있겠습니다!"

3대대장 김명훈의 외침을 들으며 강진석은 영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김칠성의 1대대가 있는 영지 '규슈17'로 향했다.

'이번에도 나타나 주려나.'

영지 '규슈16' 주변에 있는 죽음의 깃발을 파괴할 때 초특급 원혼 바스레톤이 나타났었다.

그리고 막대한 보상을 제공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기대가 됐다.

'나타나 줬으면 좋겠네.'

바로 그때 메시지가 나타났다.

[귀령 카이라무스가 본부를 이전합니다.]

[새로운 본부 위치는 3일간 지도 어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잠시 이동을 멈췄다.

'본부를 이동해?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갑자기 왜 본부를 이동한단 말인가?

'근데 본부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라....'

강진석은 핸드폰을 꺼내며 생각했다.

'...본부 먼저 갈까?'

제265화

265.

현재 강진석이 죽음의 깃발을 파괴하는 이유는 영지 내 길드원들의 안전 때문이었다.

그러나 깃발 파괴로는 상황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절대 영역 '귀성'의 첫 번째 핵, 두 번째 핵을 파괴해야 했다.

문제는 두 핵의 위치가 나와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핵은 매우 중요하다.

중요한 핵이 어디 있겠는가?

핵만큼이나 중요한 본부에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강진석은 지도 어플을 열어 귀무문의 새로운 본부 위치를 확인했다.

'...뭐 이리 멀리 갔어?'

위치를 확인한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새로운 본부는 정 반대편에 있었다.

'으음....'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위치를 확인하기 전까지만 해도 본부에 먼저 들를 생각이 80% 이상이었다.

그런데 위치를 확인한 지금 50%로 훅 떨어졌다.

본부에 먼저 가는 게 맞는 것일까?

차라리 주변을 먼저 확인하는 게 낫지 않을까?

'어차피 가야 하기는 하는데....'

귀무문의 본부에 핵이 없다고 해도 강진석은 본부에 갈 생각이었다.

그 이유는 귀령 카이라무스 때문이었다.

카이라무스는 5차 제약 침공자였다.

강진석 말고는 잡을 수가 없는 강자였다.

물론 카이라무스는 시험을 포기할 예정이었다.

즉, 굳이 죽이지 않아도 어차피 지구에서 사라진다.

그러나 4차 제약 침공자였던 초특급 원혼 바스레톤이 제공한 보상을 생각하면 카이라무스를 그냥 보내서는 안 된다.

기필코 잡아야 했다.

'일단 영역 안전부터 확보하고 생각하자.'

본부에 가게 되더라도 영역의 안전을 확보한 이후에나 갈 수 있다.

즉, 지금 당장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었다.

강진석은 결정을 미루고 다시 영지 '규슈17'을 향해 이동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규슈17 근처에 도착했고 죽음의 깃발을 파괴하며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번째 깃발의 흡수를 마친 순간.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영지에서 뛰쳐나온 김칠성 때문이었다.

김칠성은 다급한 얼굴로 달려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아무런 이유 없이 다급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급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강진석은 김칠성에게 마주 다가갔다.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졌고 강진석은 김칠성을 만날 수 있었다.

"대, 대장! 큰일!"

김칠성은 강진석을 보자마자 외쳤다.

"무슨 일인데?"

"규슈19 근처에 초특급 원혼이 한 마리 나타났는데 그 녀석 때문에 영역이 급속도로 약화되고 있데요. 1시간이면 영역이 파괴될 것 같다고...."

"...!"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초특급 원혼이 나타나다니?

'...5대대 힘으로는 못 막는데.'

규슈19라면 5대대가 있는 곳이었다.

5대대 전체 전력은 알지 못하지만 5대대장 최운혁의 힘은 알고 있다.

최운혁은 곧 첫 번째 육체 제련을 진행할 예정으로 국내 백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였다.

그러나 그런 최운혁이 전력을 다해도 초특급 원혼은 죽일 수 없다.

죽이기는커녕 버티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바스레톤 급이면 3분 정도 버티시겠지.'

5대대 근처에 나타난 초특급 원혼이 얼마나 강한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바스레톤과 동급이라면 3분이 한계다.

"바로 5대대 갈 테니까 연락 넣어. 나가서 대응하지 말라고."

원래는 순서대로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했다가는 5대대가 전멸할 수 있다.

순서를 바꿔 바로 가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아직 깃발 2개 남아 있으니까 영역 안에서 대기하고. 죽음이 약해져서 영역 장막이 파괴되는 일은 없을 거야."

"네! 알겠습니다!"

김칠성의 답을 듣고 강진석은 전력을 다해 규슈19로 향했다.

규슈19로 향하며 강진석은 수많은 원혼을 감지할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전부 죽이고 싶었지만 상황이 다급해 그럴 수가 없었다.

강진석은 향하는 방향에 있는 원혼들만 소멸시키며 빠르게 이동했고 얼마 뒤 규슈19 근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강진석은 도착과 동시에 눈을 번뜩였다.

초감각에 감지된 무척이나 강렬한 기운 때문이었다.

기운만 강한 게 아니다.

이번 원혼 역시 바스레톤처럼 영혼을 각성한 원혼이었다.

즉, 초특급 원혼이 분명했다.

'바스레톤보다는 약하긴 한데 그래도 이 정도면....'

강진석은 미소를 지은 채 초특급 원혼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거리가 빠르게 좁혀지기 시작했고.

[퀘스트 '초특급 원혼 글라시코'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가 생성됐다.

강진석은 바로 퀘스트창을 열었다.

<초특급 원혼 글라시코>

8마계 남작이었던 글라시코.

.

.

글라시코에게 완전한 안식을 제공하라!

[초특급 원혼 글라시코 : X]

퀘스트 보상 : ???

놀랍게도 글라시코는 8마계 귀족 출신이었다.

'근데 마계는 대체 몇 개나 있는 거야?'

강진석은 마계에 대해 생각하며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러고는 거리를 좁히는 데 집중했다.

* * *

초특급 원혼 글라시코는 사방에 부패의 기운을 뿌리며 생각했다.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지?'

본부가 이전했다.

그것도 아주 머나먼 곳으로.

그리고 명령이 내려왔다.

사방에 있는 모든 생명을 제거하라는.

본부 이전과 명령 둘 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갑자기 왜 본부를 이전했고 이런 명령을 내린 것일까?

대체 무슨 이유로?

'제약까지 풀어준 걸 보면 다급한 일이 있는 건데.'

놀랍게도 제약까지 풀어줬다.

그것도 마지막 제약을 제외하고 전부.

타 세력과 존망을 건 전쟁에서도 이렇게 제약을 풀어준 적은 없다.

즉, 지금은 그 이상으로 다급한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어쨌든 나한테는....'

글라시코는 씨익 웃었다.

다급한 일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글라시코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번 기회에 벽을 넘어야겠어.'

바로 그때였다.

"...!"

글라시코는 눈을 번뜩이며 고개를 휙 돌려 서쪽을 보았다.

서쪽에서 동급의 존재가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이대로라면 곧 만나게 될 것이다.

만나서 하하호호 이야기 나누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충돌하게 될 것 같은데 피할지 아니면 맞설지 고민이 됐다.

그리고 고민하고 있던 사이 동급의 존재가 시야에 나타났다.

'뭐야, 인간이었어?'

놀랍게도 동급의 존재는 '인간'이었다.

'어떻게 인간이....'

글라시코는 믿기지 않았다.

지구의 인간을 수없이 보았다.

특출난 이들이 있기는 했지만 글라시코의 입장에서는 언제든 밟아 죽일 수 있는 벌레와도 같았다.

그래서 당연히 지금 다가오는 존재가 다른 영역에서 넘어온 존재라 생각했다.

'인간이라면 피할 이유가 없지.'

글라시코는 씨익 웃었다.

인간이라면 동급의 존재라도 자신 있었다.

"대단한 인간이구나."

글라시코는 여유로운 목소리로 인간에게 말했다.

"이곳 인간들은 다 벌레 같았...."

그러나 중간에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손바닥에서 검붉은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그 순간 글라시코는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글라시코는 침을 꿀꺽 삼키며 검붉은 무언가를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어둠, 불, 전기?'

검붉은 무언가는 놀랍게도 어둠, 불, 전기 3가지 속성이 섞여 있는 결정체였다.

'이런 미친!'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파괴까지!'

결정체 위로 파괴의 기운이 스며들었다.

3가지 속성이 섞인 것도 놀라운데 4가지라니?

스아악!

글라시코는 인간을 향해 부패를 쏟아냈다.

인간을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약간이라도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부패를 쏟아낸 글라시코는 뒤로 돌아 전력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화르륵!

이어 방출했던 부패가 불타오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작 이것 밖에!'

생각보다 너무나 빨리 부패가 사라졌다.

글라시코는 조마조마한 얼굴로 달리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후....'

글라시코는 속으로 한숨을 내뱉으며 달리기를 멈췄다.

그러고는 뒤로 돌아섰다.

인간이 방출한 어둠, 불 전기, 파괴 4가지 속성의 결정체가 코앞에 도달해 있었다.

'이래서 제약을 해제해 준 건가.'

본부가 이전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망할.'

* * *

[초특급 원혼 글라시코가 영멸하였습니다.]

[포인트가 8억 상승합니다.]

[완연한 부패의 결정 1개를 획득하셨습니다.]

.

.

글라시코가 소멸하며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강진석은 빠르게 메시지를 훑었다.

'진원이 나왔으려나?'

기대가 됐다.

이번에도 과연 보상에 진원이 있을까?

[퀘스트 '초특급 원혼 글라시코'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누더기 용의 진원을 획득하셨습니다.]

[부패의 근원을 획득하셨습니다.]

.

.

"...!"

퀘스트 보상을 확인한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기대했던 대로 보상에 진원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의아함이 가득 나타났다.

'누더기 용?'

진원의 주인공이 심상치 않았다.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누더기 용의 진원을 꺼냈다.

'아....'

그리고 속으로 나지막이 탄식을 내뱉었다.

'부패구나.'

누더기 용의 진원에서는 강력한 '부패'의 힘이 느껴졌다.

'다를 줄 알았는데....'

앞서 바스레톤 때 얻은 혈기린, 삼족봉황의 진원은 바스레톤과 전혀 연관 없는 속성의 진원이었다.

그래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부패라니?

'에휴.'

강진석은 아쉬운 얼굴로 속으로 한숨을 내뱉으며 진원을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그리고 이어 하늘을 향해 흑염뢰 두 줄기를 방출했다.

하늘로 솟아오른 두 흑염뢰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얼마 뒤 메시지가 나타났다.

[특급 원혼 무량이 소멸했습니다.]

[포인트가 1900만 상승합니다.]

[특급 원혼 장태천이 소멸했습니다.]

[포인트가 2100만 상승합니다.]

[특급 원혼 나카오 야스오가 소멸했습니다.]

[포인트가 2100만 상승합니다.]

.

.

멀리 떨어져 있던 특급 원혼 무리의 소멸 메시지였다.

그렇게 5대대 인근 모든 원혼을 정리한 강진석은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김철수와 5대대장 최운혁에게 상황이 거의 정리됐으니 안심하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후 강진석은 근처에 있는 죽음의 깃발로 향했다.

* * *

"...."

카이라무스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핏빛 거울을 바라볼 뿐이었다.

핏빛 거울에는 초특급 원혼 글라시코의 최후가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바스레톤의 최후와 비슷했다.

글라시코는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했다.

다른 점은 영상의 길이가 길었고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즉, 바스레톤 때와 달리 글라시코를 죽인 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글라시코를 죽인 이는 인간이었다.

그것도 조직이 아니라 개인이었다.

막사무스가 말한 그 '강진석'이 분명했다.

"으음...."

침음을 내뱉으며 정신을 차린 카이라무스는 생각했다.

'망했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영상 속 강진석은 4가지 속성을 능숙히 다뤘다.

그것도 어중이떠중이 속성이 아니라 메인 속성이라 불리는 불, 어둠, 전기, 파괴를.

어째서 막사무스가 시험을 포기하고 당장 귀환하라 한 것인지 알 것 같았다.

'...본부 이전을 하면 안 됐어.'

본부를 이전하면 3일간 시험을 포기할 수 없다.

즉, 지금은 포기하고 싶어도 시험을 포기할 수 없는 상태였다.

'시간을 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등장은 아니다.

강진석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다만 강진석이라고 해도 3일 정도는 충분히 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글라시코의 최후를 보니 아니다.

3일은커녕 이틀도 버티기 힘들어 보였다.

"하아...."

카이라무스는 한숨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어떻게 하지?'

제266화

266.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어떻게 해서든 시험을 포기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끌거나 아니면 강진석의 힘을 최대한 빼내 죽이거나 쫓아내야 한다.

'일단 전투는 안 되고.'

초특급 원혼들도 순식간에 죽을 정도로 강진석은 강하다.

본부에 모든 힘을 집결시킨다고 해도 패배할 확률이 100%였다.

'...한둘씩 보내서 시간 끄는 게 최선인가?'

아무래도 지금처럼 하나둘 외부로 보내 시간을 끄는 것이 최선인 것 같았다.

'정보를 통제해야겠어.'

강진석에 대한 정보를 알려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명령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

혹은 바스레톤처럼 개짓거리를 할 수도 있다.

스윽.

결정을 내린 카이라무스는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핏빛 거울이 무너져 내렸고 카이라무스는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탁자 위 벨을 눌렀다.

우웅!

벨을 누르자 영혼의 파동이 퍼졌다.

그리고 곧 영혼사와 초특급 원혼들이 하나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 * *

[죽음의 깃발이 파괴됐습니다.]

[인근 죽음이 약화됩니다.]

[퀘스트 '죽음의 깃발'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죽음의 구슬을 1개 획득하셨습니다.]

.

.

[퀘스트 '죽음의 깃발'이 생성됐습니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며 생각했다.

'드디어 끝났네.'

드디어 마지막 죽음의 깃발을 파괴했다.

'근데 얼마나 더 있으려나?'

정확히 말하면 영지 부근에 있는 마지막 깃발이었다.

아직 절대 영역 '귀성' 내에는 많은 깃발이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강진석은 깃발에 대해 생각하며 퀘스트창을 열었다.

<귀성 파괴>

귀령 카이라무스는 자신이 모시는 영혼 법칙 막사무스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 시험은 끝났으니 포기하고 세계로 돌아가라는.

.

.

카이라무스는 세계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영혼을 수집하기로 했다.

그리고 영혼 법칙 막사무스에게 받은 2급 보물 '귀령의 방울'을 사용해 영역 귀성을 선포했다.

귀성을 파괴해 카이라무스의 영혼 수집을 막아라!

[귀성의 첫 번째 핵 : X]

[귀성의 두 번째 핵 : X]

퀘스트 보상 : ???

'핵은 대체 어디 있을까.'

깃발은 더 이상 1순위가 아니다.

영지의 안전이 확보된 지금 1순위는 귀성의 핵이었다.

'일단 본부 쪽부터 가는 게 맞겠지?'

핵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장소가 귀무문의 '본부'였다.

완전 반대편에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본부 먼저 들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만에 하나 본부에 없다고 하더라도 상관없다.

본부에는 귀무문의 문주인 카이라무스를 포함해 많은 강자들이 있기에.

청소를 위해서라도 필히 방문해야 할 곳이었다.

'그래, 가는 길에 발견할 수도 있는 거니까.'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김칠성을 포함한 각 대대대장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제 본부에 갈 예정입니다.]

.

.

[너무 멀리 나가지는 마세요. 초특급 원혼 나타나면 바로 도망가시구요.]

문자 전송을 마친 강진석은 곧장 본부를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본부로 향하며 강진석은 생각했다.

'얼마나 걸릴까.'

본부 도착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깃발 개수가 관건이겠어.'

그냥 이동만 할 생각이 아니다.

강진석은 마주하는 깃발을 전부 흡수하며 갈 생각이었다.

즉,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다.

이내 강진석의 감각에 죽음의 깃발이 감지됐다.

그리고 죽음의 깃발 주변에는 원혼이 여럿 있었다.

당연하게도 초특급 원혼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전부 특급 원혼인 것도 아니다.

특급 원혼은 하나뿐이었다.

강진석은 미리 흑염뢰를 날려 보냈다.

그리고 깃발 근처에 도착했을 때 흑염뢰가 폭발하며 원혼들이 전부 소멸했다.

이어 강진석은 바로 깃발 주변 공간을 비틀어 샅샅이 막은 뒤 흑염뢰를 날려 깃발을 파괴했다.

그리고 사방으로 퍼지는 죽음을 정화하며 흡수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육체 내부에 있던 죽음이 변화를 맞이했기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스킬 '죽음의 지배'를 습득하셨습니다.]

예상대로였다.

스킬 '죽음의 지배'가 습득됐다.

드디어 길이 개척된 것이다.

'근데 초월에 변화가 없네.'

이전에는 지배 스킬을 습득하면 초월이 강화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미 갔다 와서 그런가?'

초월의 방을 다녀왔기 때문일까?

'뭐 이제는 상관없으니까.'

강진석은 초월에 대한 관심을 접고 죽음에 관심을 집중했다.

'...확실히 다르네.'

길을 개척하기 전과 후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강진석은 전방을 보았다.

아직 정화되지 않은 죽음들이 있었다.

길을 개척하기 전까지는 정화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강진석은 손을 뻗었다.

그리고 정화되지 않은 죽음들이 일제히 강진석의 손바닥으로 빨려 들어왔다.

강진석은 흡수한 죽음에 섞여 있는, 필요 없는 불순물을 '분리'했다.

그리고 불순물은 불과 전기로 태워 없앴다.

그렇게 순식간에 정화와 흡수를 마친 강진석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훨씬 빨리 도착하겠어.'

더 이상 흡수에 오랜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된다.

즉, 귀무문의 본부에 도착하는 시간이 대폭 단축될 것이다.

강진석은 다시 이동하며 죽음으로 이것저것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 * *

'으음....'

귀무문의 영혼사 사마척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뭘 숨기고 있는 거지?'

카이라무스가 명령을 내렸다.

깃발을 파괴하는 녀석들에게서 두 번째 핵을 지키라고.

문제는 상황에 대한 정보를 하나도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녀석들이 어떤 존재인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카이라무스는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았다.

정보가 없어서 주지 않은 게 아니다.

오랜 세월 카이라무스를 보필한 사마척은 알 수 있었다.

카이라무스가 정보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대체 무슨 정보이기에 숨기는 것일까?

'어차피 언약 때문에 배반할 수 없거늘, 아직도 못 믿는 건가?'

사마척은 답답했다.

카이라무스와 언약을 맺어 배반하고 싶어도 배반할 수가 없다.

배반했다가는 심장이 터져 죽을 텐데 어찌 배반하겠는가?

'...완전한 죽음이 아니라서?'

생각해 보니 심장이 터져 죽어도 완전한 죽음을 맞이하는 게 아니다.

사마척은 영체로 부활할 수 있다.

그리고 영체로 부활하는 순간 언약은 무력화된다.

혹시 그것 때문에 정보를 숨긴 것일까?

스윽.

사마척은 고개를 돌려 이번에 함께 온 초특급 원혼 카미리슈를 보았다.

'이 녀석한테는 말했겠지?'

카미리슈는 귀무문 소속 초특급 원혼 중 가장 충성심이 깊은 원혼이었다.

카이라무스가 특히나 아끼는 원혼이기도 했다.

즉, 카미리슈라면 카이라무스가 숨긴 정보가 무엇인지 알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물어 볼 수는 없었다.

질문한 순간 카이라무스에게 보고가 올라갈 것이고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 분명했기에.

'...뭐 별일 없겠지.'

사마척은 다시 고개를 돌려 전방에 박혀 있는 거대한 말뚝을 보았다.

말뚝은 사마척과 카미라슈가 지켜야 할 절대 영역 '귀성'의 두 번째 핵이었다.

허락되지 않은 이들은 접근을 허하지 않을 정도로 핵에서는 강력한 죽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즉, 깃발을 파괴하는 녀석들이 나타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우웅! 우웅!

사마척의 해골 수정구가 두 번 진동하며 핏빛을 뿜어냈다.

두 번의 진동은 사마척이 설치해 둔 경계 진법이 파괴됐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것은 침입자가 나타났다는 뜻이기도 했다.

-사마척 님.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바로 그때 카미라슈가 말했다.

"안다, 나도 눈이 있어."

사마척은 카미라슈의 말에 답하며 말뚝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해골 수정구에 기운을 주입했다.

그러자 해골 수정구에서 핏빛이 흘러나와 말뚝으로 날아가 스며들었다.

이어 말뚝에서 흘러나오던 죽음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단순히 양만 늘어난 게 아니다.

죽음의 농도도 짙어졌다.

물론 접근이 허락된 사마척이나 카미라슈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았다.

죽음의 강화를 마친 사마척은 뒤로 돌아섰다.

"...?"

그리고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카미라슈가 들고 있는 붉은색 스크롤 때문이었다.

처음 보는 스크롤이었다.

그런데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그건 뭐지?"

-카이라무스 님이 내리신 명령이 있습니다.

"무슨 명령?"

사마척은 살짝 경계했다.

-적이 침입하면 최선을 다해 막으라 하셨습니다.

-핵의 힘을 마음껏 이용하라고 하셨지요.

"...!"

카미라슈의 말에 사마척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핵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다니?

"...근데 그 스크롤은 뭐지?"

문득 든 생각에 사마척은 카미라슈에게 물었다.

생각해 보니 스크롤의 용도를 물었다.

그런데 카미라슈는 용도를 답하지 않았다.

사마척의 물음에 카미라슈가 입을 열었다.

-이걸 사용하면 핵의 마지막 경계막이 사라진다고 하셨습니다.

-바로 사용하겠습니다.

카미라슈는 사마척의 답을 듣지도 않고 바로 붉은색 스크롤을 찢었다.

그러자 붉은색 스크롤이 화르륵 타올라 사라졌다.

그 순간 사마척은 느낄 수 있었다.

핵의 마지막 경계막이 해제됐다는 것을.

이제 핵의 죽음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그러나 사마척은 핵으로 다가갈 수 없었다.

카미라슈 발밑에 생긴 마법진 때문이었다.

마법진에서는 강력한 공간의 힘이 느껴졌다.

공간 이동 마법진이 분명했다.

"뭐하자는...."

사마척은 얼떨떨한 얼굴로 물었다.

-제가 받은 명령입니다.

-경계막을 없애고 귀환하라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뵙기를.

카미라슈가 꾸벅 숙여 인사했다.

스아악!

그리고 그 순간 마법진이 발동되며 카미라슈가 사라졌다.

"...."

사마척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카미라슈가 사라진 자리를 바라볼 뿐이었다.

* * *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찾았다.'

무척이나 강렬한 죽음이 느껴졌다.

깃발이 아니다.

초특급 원혼도 아니다.

깃발이나 초특급 원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거기다 외형도 정확히 감지됐다.

귀성의 핵이 분명했다.

'하나는 초특급 원혼 같고 또 다른 하나는 누구지?'

당연하게도 핵은 덩그러니 혼자 있지 않았다.

강렬한 기운이 2개 더 감지됐다.

2개 중 하나는 초특급 원혼으로 추정됐다.

그런데 남은 하나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원혼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이라무스는 아닐 텐데.'

귀무문의 문주인 카이라무스는 본부에 있을 것이다.

즉, 카이라무스도 아니다.

'뭐 곧 알 수 있겠지.'

거리가 가까워지면 퀘스트가 생성될 것이다.

그리고 퀘스트를 통해 정체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퀘스트 '영혼사 사마척'이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초특급 원혼 카미리슈'가 생성됐습니다.]

예상대로 거리가 가까워지자 퀘스트가 생성됐고 강진석은 정체불명의 존재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영혼사?'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어 퀘스트 '영혼사 사마척'을 확인했다.

<영혼사 사마척>

귀무문에는 3명의 부문주가 있다.

사마척은 첫 번째 부문주로 죽음과 피를 기반으로 하는 주술에 능한 영혼사다.

.

.

영혼사 사마척을 처치하라!

[영혼사 사마척 : X]

퀘스트 보상 : ???

퀘스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부문주!'

범상치 않은 존재일 것이라 생각하기는 했다.

그런데 부문주였다니?

'보상이 기대되네.'

어떤 보상이 주어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됐다.

강진석은 은은히 미소를 지으며 이어 퀘스트 '초특급 원혼 카미리슈'를 확인했다.

<초특급 원혼 카미리슈>

.

.

카미리슈에게 완전한 안식을 제공하라!

[초특급 원혼 카미리슈 : X]

퀘스트 보상 : ???

그리고 확인과 동시에.

스앗!

퀘스트 정보가 사라졌다.

"...?"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강진석이 닫은 게 아니다.

'설마.'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퀘스트 '초특급 원혼 카미리슈'가 삭제됐습니다.]

'...진짜 삭제였어?'

제267화

267.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는 두 가지다.

첫 번째로 퀘스트 정보가 갱신됐을 때.

두 번째로 퀘스트가 삭제됐을 때.

그리고 퀘스트 정보가 사라지기 직전 초특급 원혼의 기운이 사라졌었다.

그래서 삭제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갱신이길 바랐는데.'

강진석의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 나타났다.

초특급 원혼의 자체 보상도 자체 보상이지만 퀘스트 보상이 아주 훌륭했다.

그래서 기운이 사라졌어도 삭제가 아니라 갱신이길 바랐는데 결국 삭제라니?

'...뭐 그래도 나중에 잡을 수 있을 테니까.'

어디로 간 것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귀성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강진석은 훗날을 기약하며 다시 사마척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

그러나 이번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사마척의 기운이 핵과 연결되더니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았다.

[영혼사 사마척이 강력한 죽음의 힘을 손에 넣었습니다.]

[퀘스트 '영혼사 사마척'의 보상이 강화됩니다.]

[퀘스트 '두 번째 핵'이 생성됐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강력한 죽음의 힘이라....'

강진석은 속으로 메시지를 되뇌며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러고는 우선 퀘스트 '영혼사 사마척'을 확인했다.

혹여나 강화되며 바뀐 내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대로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아쉽다고 해야 할까?

바뀐 내용은 없었다.

메시지에 나온 변화가 끝이었다.

이어 강진석은 퀘스트 '두 번째 핵'을 확인했다.

<두 번째 핵>

절대 영역 귀성의 '두 번째 핵'.

두 번째 핵을 파괴해 '귀성'을 약화시켜라!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두 번째 핵'의 내용은 무척이나 단순했다.

두 번째 핵을 파괴하라는 내용이 끝이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고 다시 사마척에게 다가가며 생각했다.

'뭘 주려나.'

사마척은 초특급 원혼이 아니다.

초특급 원혼보다 상위 존재였다.

애초에 더 좋은 보상을 제공할 것인데 거기서 강화까지 됐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됐다.

과연 어떤 것을 줄지.

'진원이나 더 줬으면 좋겠네.'

강진석은 진원을 떠올리며 은은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얼마 뒤 목적지에 도착한 강진석은 말뚝 옆에 서 있는 사마척을 볼 수 있었다.

원래 그런 것인지 아니면 죽음의 힘을 손에 넣어서인지 사마척의 피부는 무척이나 창백했다.

그리고 피부와 달리 두 눈에는 흰자가 없었다.

칠흑 같은 검은색이었다.

스윽

사마척의 외형을 확인한 강진석은 이어 말뚝을 보았다.

말뚝이 바로 두 번째 핵이었다.

강진석은 말뚝에서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죽음에 미소를 지었다.

'흡수하면 크게 늘겠어.'

말뚝이 품고 있는 죽음은 매우 강력했다.

불순물을 제거하더라도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전부 흡수하면 죽음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추정됐다.

바로 그때.

"허어...."

귓가에 탄식이 들려왔고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탄식을 내뱉은 사마척을 보았다.

사마척은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핵의 힘을 이용해도 끝이 보이지 않다니...."

이어진 사마척의 반응에 강진석은 무엇에 허탈함을 느꼈는지 알 수 있었다.

'원혼들이랑 다르네.'

초특급 원혼들은 강진석의 힘을, 자신과의 격차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사마척은 달랐다.

비록 코앞에서나 인지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격차를 인지했다.

"나를 버리는 패로 이용했구나...."

사마척은 이를 악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빌어먹을...."

그러고는 짧게 욕을 내뱉은 뒤 다시 고개를 내려 강진석을 보았다.

"초월자시여, 저에게 기회를 한 번 주실 수는 없으신지요."

사마척은 무척이나 간절한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강진석은 당연히 거절하려 했다.

살려주면 후에 후회할 일이 일어날 수 있는데 굳이 왜 살려주겠는가?

그러나 이어진 사마척의 말에 강진석은 거절을 잠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저 역시 시험을 겪은 적 있습니다. 분명 퀘스트가 생성됐겠지요. 저를 죽이라는."

사마척은 퀘스트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처한 상황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한 번만 죽여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영체로 시험을 포기할 수 있게 해 주신다면 모든 것을 드리겠습니다. 제 보잘것없는 재산뿐만 아니라 정보까지."

말을 마친 사마척은 간절한 눈빛으로 강진석을 보았다.

강진석은 살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진심이네?'

놀랍게도 사마척은 진심이었다.

감정에서 조금의 거짓도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참관자 어둠 법칙 카스만이 현재 상황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어둠 법칙 카스만이 임무를 부여합니다.]

[퀘스트 '당신의 선택'이 생성됐습니다.]

지켜보고 있었는지 카스만이 퀘스트를 부여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당신의 선택>

카스만은 지금 상황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영체까지 소멸시킬 것인지 아니면 영체로 살아갈 수 있게 할 것인지.

당신의 선택은?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내용은 예상한 대로였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고 사마척을 보았다.

사마척은 여전히 간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강진석은 고민했다.

평소였다면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마척이 진심이라고 해도 고민할 필요 없이 거절이다.

시간이 흐르면 생각과 감정은 바뀔 수 있기에.

'직감이 왜....'

그럼에도 강진석이 고민하는 이유는 '직감' 때문이었다.

직감이 사마척을 소멸시키지 말라고 말하고 있었다.

여태까지 직감대로 움직여 손해 본 일이 없다.

'...직감을 따르는 게 맞겠지.?'

후에 사마척이 변할 수 있다.

그러나 사마척이 변한다고 해도 지금 당장은 죽이지 않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사마척에게 말했다.

"좋아, 한 번만 죽여 주지."

"...가, 감사합니다!"

사마척이 감사를 표했다.

그러고는 이어 비장한 표정으로 품에서 주머니를 하나 꺼내며 말했다.

"제 재산 중 절반이 담겨 있는 주머니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본부 창고에 있어서 본부에서 드리겠습니다! 아, 물론 그때까지 퀘스트 완료를 미뤄달라는 뜻은 아닙니다. 지금 당장 죽이셔도 됩니다."

강진석은 사마척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주머니가 두둥실 떠올라 날아왔다.

강진석은 주머니를 쥐었고 이어 주머니 안에 어떤 것들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많이도 모았네.'

웬만한 창고 못지않은 재화가 들어 있었다.

거기다 이게 끝이 아니다.

절반이었고 본부에서 이만큼이 또 있다.

강진석은 주머니를 인벤토리에 보관하며 사마척에게 물었다.

"정보부터 듣지."

사마척이 제공하려는 것은 재화뿐만이 아니었다.

정보 역시 제공한다고 했다.

강진석은 사마척이 가지고 있는 정보가 무엇인지 너무나 궁금했다.

"그게...."

사마척이 말끝을 흐렸다.

"...?"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이 바뀐 건 아닐 텐데.'

재화까지 건넨 상황에서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을 리 없다.

즉, 말을 하지 않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언약을 맺은 상태인지라 죽어야만...."

그리고 이어진 사마척의 말에 강진석은 이해할 수 있었다.

'어차피 죽어야 했구나?'

너무나 쉽게 목숨을 포기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래야 할 이유가 있었다.

강진석은 흑염뢰를 한 줄기 뽑았다.

그러고는 파괴를 덧씌운 뒤 사마척에게 날렸다.

사마척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나 막지도 피하지도 않았다.

당당히 가슴을 편 채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내 흑염뢰가 작렬했고 곧 메시지가 나타났다.

[영혼사 사마척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13억 상승합니다.]

[영혼의 비석 2개를 획득하셨습니다.]

.

.

[퀘스트 '영혼사 사마척'을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암흑기린의 진원을 획득하셨습니다.]

[차원공작의 진원을 획득하셨습니다.]

.

.

"...."

강진석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메시지 때문이 아니다.

현재 강진석의 안중에는 메시지가 없었다.

강진석의 시선을 빼앗은 것은 바로 '사마척'이었다.

사마척이 영체로 부활하고 있었다.

'...저런 원리였구나?'

그리고 강진석은 사마척의 부활에서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내 사마척의 영체가 안정화됐다.

부활이 끝난 것이다.

사마척은 영체를 스윽 훑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어 강진석을 향해 부복하며 외쳤다.

-감사합니다.

-초월자시여.

-덕분에 언약을 깔끔히 지워낼 수 있었습니다.

"...."

그러나 강진석은 사마척의 말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조금 전 부활에서 얻은 깨달음을 정리하는 데 집중했다.

얼마 뒤 정리를 마친 강진석은 여전히 부복하고 있는 사마척에게 말했다.

"이제 정보를 들어볼까?"

-예, 일단 귀무문의 구성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마척은 바로 귀무문에 대한 정보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덕분에 강진석은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초특급 원혼이 생각보다 많네.'

예상보다 귀무문에 소속된 초특급 원혼이 많았다.

'이러면 진원이 몇 개야?'

초특급 원혼 퀘스트는 진원을 제공한다.

어떤 진원이 제공될지는 모르겠지만 개수를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 * *

-녀석의 존재를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감지해 본 결과 대적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렇구나."

카이라무스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예상하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그저 착잡할 뿐이었다.

"고생했다. 돌아가 수련하고 있거라."

-예, 문주님.

카미라슈가 꾸벅 숙여 인사하고는 뒤로 돌아 나갔다.

그리고 홀로 남은 카이라무스는 생각에 잠겼다.

'얼마나 버티려나.'

사마척은 두 번째 핵의 힘을 사용할 것이다.

즉, 쉽게 죽지 않을 것이다.

말 그대로 쉽게 죽지 않을 뿐이다.

강진석의 힘을 생각하면 결국에는 죽을 것이다.

관건은 얼마나 버티느냐였다.

바로 그때였다.

"...!"

카이라무스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사마척과 맺은 언약이 소멸했다.

언약의 소멸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였다.

바로 사마척의 죽음.

물론 완전한 죽음은 아니다.

영체로의 부활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사마척을 순식간에 죽일 정도로 강한 강진석이 사마척의 영체를 가만히 내버려 둘까?

그럴 리 없다.

사마척은 영체로 부활하자마자 소멸할 것이다.

아니, 애초에 영체로 부활하기도 전에 죽을 수도 있다.

'어떻게 벌써....'

카이라무스는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사마척의 죽음이 빨라도 너무 빨랐다.

'설마 핵의 힘을 사용 안 했나?'

혹시 핵의 힘을 사용하지 않고 죽은 것일까?

'그럴 리가 유일한 살길이었을 텐데.'

그러나 핵의 힘을 사용하지 않았을 리는 없다.

사마척의 입장에서 유일한 살길인 핵의 힘을 왜 포기하겠는가?

'...두 번째 핵도 파괴되겠지.'

두 번째 핵 역시 시간문제다.

사마척이 죽은 이상 머지않아 파괴될 것으로 추정됐다.

'금방 본부에 올 테고.'

어떻게 안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강진석은 현재 본부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강진석의 속도를 생각하면 시험을 포기할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러면....'

카이라무스는 인상을 구겼다.

'어쩔 수 없나.'

아무리 봐도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였다.

모든 힘을 본부로 집중해 최후의 전투를 치르는 것.

그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다.

제268화

268.

카이라무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제단으로 향했다.

곧 제단 앞에 도착한 카이라무스는 제단 위에 있던 2급 보물 '귀령의 방울'을 집었다.

그리고 방울에 기운을 주입해 영역 내 모든 원혼, 영혼사, 영혼귀들에게 소집 명령을 내렸다.

이후 카이라무스는 귀령의 방울을 다시 제단에 내려놓으며 생각했다.

'30분 안에 오지는 않겠지?'

30분 뒤 영역 압축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문제는 그 안에 강진석이 본부에 도착할 경우다.

'그래, 아무리 빨라도 30분 안에 오지는 못하겠지. 아직 두 번째 핵이 파괴된 것도 아니고.'

아직 두 번째 핵은 파괴되지 않았다.

즉, 강진석이 아무리 빨리 와도 30분 안에 도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카이라무스는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제단 앞에 앉아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스아아....

그러자 카이라무스의 몸에서 회색 안개가 빠져나와 제단에 흡수됐다.

스아아....

그리고 제단에서는 붉은색 안개가 빠져나와 카이라무스에게 흡수됐다.

그렇게 카이라무스의 기운이 점점 강해지기 시작했다.

* * *

-이상입니다.

이내 사마척의 보고가 끝났다.

그리고 강진석은 생각했다.

'...직감을 믿길 잘했어.'

놀랍게도 사마척은 귀무문에 대한 정보뿐만이 아니라 죽음의 운용법도 몇 가지 알고 있었다.

만약 직감대로 움직이지 않고 사마척을 죽였다면?

죽음의 운용법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쉬고 있어. 핵을 파괴할 거니까."

강진석은 사마척에게 말했다.

그러자 사마척이 꾸벅 숙여 인사하고는 핵에서 멀찍이 떨어졌다.

그리고 강진석은 바로 핵이 품고 있는 죽음을 끌어왔다.

스아아아악!

엄청난 양의 죽음이 강진석의 손으로 빨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필요 없는 불순물을 분리해 순수한 죽음만을 흡수했다.

그렇게 죽음을 흡수하며 강진석은 미뤄두었던 메시지 확인을 시작했다.

[영혼사 사마척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13억 상승합니다.]

[영혼의 비석 2개를 획득하셨습니다.]

.

.

[퀘스트 '영혼사 사마척'을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암흑기린의 진원을 획득하셨습니다.]

[차원공작의 진원을 획득하셨습니다.]

.

.

메시지를 확인하던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기대했던 대로 진원이 제공됐다.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니라 무려 6개나.

'암흑기린은 어둠이겠고 차원공작은 공간이겠지?'

거기다 진원의 주인공들은 전부 강진석이 개척한 속성과 연관된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음?'

미소 지은 채 메시지 확인을 이어 나가던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퀘스트 '당신의 선택'을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3성 어둠을 획득하셨습니다.]

'보상의 방으로 이동 안 하네?'

전과 달리 보상의 방으로 이동하지 않고 바로 보상이 주어졌다.

'물어볼 게 있었는데....'

궁금한 게 많았던 강진석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이내 메시지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두 번째 핵 흡수에 집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핵이 품고 있던 죽음이 바닥났고.

스아아....

두 번째 핵이 먼지로 변해 사라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귀성의 두 번째 핵을 파괴하셨습니다.]

[귀령 카이라무스가 핵의 파괴를 인지합니다.]

[귀성의 영역 효과가 크게 약화됩니다.]

[퀘스트 '두 번째 핵'을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

.

메시지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바로 퀘스트를 확인했다.

<귀성 파괴>

귀령 카이라무스는 자신이 모시는 영혼 법칙 막사무스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 시험은 끝났으니 포기하고 세계로 돌아가라는.

.

.

카이라무스는 세계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영혼을 수집하기로 했다.

그리고 영혼 법칙 막사무스에게 받은 2급 보물 '귀령의 방울'을 사용해 영역 귀성을 선포했다.

귀성을 파괴해 카이라무스의 영혼 수집을 막아라!

[귀성의 첫 번째 핵 : X]

[귀성의 두 번째 핵 : O]

퀘스트 보상 : ???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남은 것은 첫 번째 핵뿐이다.

첫 번째 핵만 파괴하면 영역 '귀성'은 해체될 것이다.

그리고 이미 강진석은 첫 번째 핵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다.

'본부만 들르면 끝이네.'

사마척이 말해주었다.

첫 번째 핵은 본부에 있다고.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고 사마척을 보았다.

사마척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두 번째 핵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반응을 보니 이렇게 핵이 파괴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듯했다.

강진석은 사마척에게 말했다.

"이제 바로 본부에 갈 거야."

-...네! 알겠습니다!

사마척은 강진석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답했다.

-앞장서겠습니다!

그리고 사마척의 답에 강진석은 생각했다.

'...같이 가자는 뜻은 아니었는데.'

퀘스트 보상도 받았고 정보도 얻었다.

받지 못한 것은 하나.

본부에 있는 사마척의 재산 절반이었다.

그러나 그건 굳이 사마척이 함께 가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거기다 사마척은 영체가 되며 귀무문과의 관계가 끝났다.

즉, 지금 당장 시험을 포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니, 앞장설 필요는 없고."

강진석은 사마척에게 말했다.

"지금 시험 포기할 수 있다며?"

-예, 그렇습니다.

"포기해. 지금."

-...엇.

예상치 못한 이야기였는지 사마척은 놀란 목소리를 내뱉었다.

-알겠습니다!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마척은 강진석에게 감사를 표한 뒤 눈을 감았다.

그리고 강진석은 사마척을 자세히 살폈다.

시험을 포기하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 보기 위해서였다.

스앗!

이내 사마척의 발밑에 마법진이 나타났다.

공간의 힘이 가득한 마법진이었다.

'허.'

강진석은 마법진을 보고 탄성을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강진석은 공간의 길을 개척했다.

그럼에도 마법진에서 느껴지는 공간의 힘은 아득했다.

'시스템은 격이 다르구나.'

강진석은 길을 개척했음에도 끝이 보이지 않는 시스템의 힘에 감탄했고.

스아아악!

이내 마법진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사마척과 함께 사라졌다.

강진석은 사마척이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았다.

사라지기 직전까지만 해도 엄청난 공간의 힘이 느껴졌는데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자그마한 흔적도 남지 않았다.

'언젠가는 도달할 수 있을까?'

강진석은 조금 전 마법진에서 느껴진 '공간'의 힘을 떠올리며 본부를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음?'

그리고 이동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초감각에 아무것도 감지되지 않았다.

죽음의 깃발은 물론이고 단 한 마리의 원혼도.

'...뭐지?'

우연히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마척의 말에 따르면 본부에 가까워질수록 많은 원혼과 깃발이 있을 것이라 했다.

즉, 지금 상황은 매우 수상했다.

그리고 얼마 뒤.

"...!"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절대 영역 '귀성'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어떻게 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귀령 카이라무스가 모든 죽음의 깃발을 회수했습니다.]

[귀무문의 본부에 모든 죽음이 밀집됩니다.]

[절대 영역 '귀성'의 크기가 줄어듭니다.]

.

.

그리고 메시지를 통해 강진석은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강진석은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김칠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띠... 띠... 띠....

전과 달리 연결이 되지 않았다.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네.'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영역 밖으로 나갔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아도 신경 쓰였다.

혹여 지금처럼 본부로 향하는 사이 초특급 원혼들과 마주칠까 봐.

그런데 이제 신경 쓸 필요 없어졌다.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본부를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 * *

"...."

김칠성은 당황스러운 얼굴로 메시지창을 바라보았다.

[귀령 카이라무스가 모든 죽음의 깃발을 회수했습니다.]

[귀무문의 본부에 모든 죽음이 밀집됩니다.]

[절대 영역 '귀성'의 크기가 줄어듭니다.]

[절대 영역 '귀성'을 탈출하셨습니다.]

[퀘스트 '생존하라!'를 완료하셨습니다.]

.

.

[퀘스트 '죽음을 인내하며'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15만 상승합니다.]

[죽음의 결정을 획득하셨습니다.]

[퀘스트 '귀성 파괴'가 삭제됐습니다.]

갑자기 영역에 변화가 생겼다.

그러더니 퀘스트가 주르륵 완료되거나 삭제됐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김칠성은 바로 핸드폰을 꺼내 강진석에게 연락했다.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띠... 띠... 띠....

그리고 처음 귀성에 갇혔을 때 들었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별문제 없겠지.'

다른 이도 아니고 강진석이다.

강진석이라면 아무런 문제 없을 것이다.

김칠성은 걱정을 덜어내고 각 대대장들에게 연락했다.

다행히 모든 대대가 영역을 탈출했다.

각 대대의 상황을 확인한 김칠성은 이어 한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엇! 칠성 씨!

-탈출하신 건가요?

"네, 일단 저희는 탈출했습니다."

김칠성은 한지윤의 질문에 답한 뒤 현재 상황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아, 그러면 곧 파괴되겠네요!

-고생하셨어요!

"아닙니다. 대장 아니, 길드장님 덕분이죠. 저희는 일단 다시 탈환 시작하겠습니다."

-네!

* * *

'이야....'

본부 근처에 도착한 강진석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죽음이 집중됐기 때문일까?

본부의 영역 장막은 앞서 마주했던 그 어떤 장막보다 강한 죽음과 귀기를 품고 있었다.

물론 강진석은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았다.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흡수하면 무조건 레벨 상승하겠네.'

위협은커녕 흡수할 생각에 강진석은 무척 기대 중이었다.

강진석은 다시 이동해 영역 장막 안으로 진입했다.

[던전 '귀무문 본부'에 입장하셨습니다.]

[12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영혼의 제단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첫 번째 핵'이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귀령 카이라무스'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영혼사 레뮬'이 생성됐습니다.]

.

.

진입과 동시에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대부분이 퀘스트 생성 메시지였다.

'이게 대체 몇 개야....'

강진석은 퀘스트 생성 메시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보상을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어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를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했다.

<영혼의 제단 파괴>

영역 내 어딘가에 '귀무문'의 제단이 존재한다.

제단을 파괴해 선포된 영역을 파괴하라!

퀘스트 보상 : ???

<첫 번째 핵>

절대 영역 귀성의 '첫 번째 핵'.

첫 번째 핵을 파괴해 '귀성'을 약화시켜라!

퀘스트 보상 : ???

<귀령 카이라무스>

귀무문의 문주인 귀령 카이라무스.

.

.

[귀령 카이라무스 : X]

퀘스트 보상 : ???

<영혼사 레뮬>

귀무문에는 3명의 부문주가 있었다.

레뮬은 두 번째 부문주로 부패와 영혼을 기반으로 하는 주술에 능한 영혼사다.

.

.

영혼사 레뮬을 처치하라!

[영혼사 레뮬 : X]

퀘스트 보상 : ???

한창 퀘스트를 확인하던 강진석은 잠시 확인을 멈추고 전방을 보았다.

전방에서 엄청난 숫자의 원혼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뭘 하려는 거지?'

원혼들의 상태는 정상적이지 않았다.

당장에라도 터질 것처럼 불안정했다.

'설마 자폭?'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리며 앞으로 손을 뻗었다.

지지직!

이어 강진석의 손에서 2m 굵기의 굵직한 흑뢰가 방출됐다.

흑뢰는 곧 수천 다발로 나뉘었고 다가오던 원혼들에게 날아갔다.

그리고 이내 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1급 원혼 칼류드가 소멸했습니다.]

.

.

그렇게 단 한 번의 공격으로 깔끔히 모든 원혼을 처리한 강진석은 다시 퀘스트에 집중했다.

* * *

"...."

카이라무스는 아무런 말 없이 핏빛 거울을 바라보았다.

핏빛 거울에는 검은 벼락에 불타 사라지는 원혼들의 최후가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이내 카이라무스가 입을 열었다.

"이런 미친."

제269화

269.

초특급 원혼들도 순식간에 죽임을 당했고 두 번째 핵의 힘을 손에 넣은 사마척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었다.

그래서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숫자가 숫자이니 조금이나마 시간을 끌거나 힘을 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공격 한 번에 전부 죽었다.

그것도 전력이 아닌 한없이 가벼워 보이는 공격에.

시간을 끌지도 못했고 힘을 빼지도 못한 것이다.

'...지금 상태로는 안 된다.'

카이라무스는 확신했다.

최대한 준비를 했지만 강진석을 죽이기에는 부족했다.

이대로라면 분명 패배할 것이다.

'어쩔 수 없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부디 사용할 일이 없길 바랐던 방법이 하나 있기는 했다.

스윽.

카이라무스는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는 초특급 원혼 카미라슈를 보며 말했다.

"레뮬과 그라마시오를 불러오거라."

-...!

카미라슈는 눈을 번뜩였다.

카이라무스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았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카미라슈는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고는 거처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카이라무스는 '준비'를 시작했다.

스걱!

카이라무스는 단검으로 손바닥을 베었다.

그러고는 손바닥에서 흘러나온 피를 제단에 뿌렸다.

우웅!

그러자 제단에서 자그마한 파동이 발생했다.

이어 카이라무스는 제단 주변에 피를 뿌려 진법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내 진법이 완성되었고 흉험한 기운이 진동했다.

곧이어 카이라무스가 손을 휘젓자 언제 그랬냐는 듯 기운이 자취를 감췄다.

자취를 감춘 것은 기운뿐만이 아니다.

진법 역시 투명하게 변하며 자취를 감췄다.

당연히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기감이 예민한 이라면 진법을 느낄 수 있다.

'준비는 끝났고....'

카이라무스는 마지막으로 제단과 진법을 스윽 훑고는 거처로 돌아왔다.

그리고 때마침 레뮬이 도착했다.

"부르셨습니까."

"긴히 할 말이 있다. 보여줄 것도 있고 따라와."

카이라무스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돌아서 제단으로 향했다.

그리고 레뮬이 뒤를 따랐다.

그렇게 제단 앞에 도착한 카이라무스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핏빛 거울이 나타났다.

이어 핏빛 거울에 조금 전 강진석에게 죽은 수많은 원혼의 최후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

원혼들의 최후를 본 레뮬은 경악했다.

"이, 이게...."

그러고는 말을 더듬으며 침을 꿀꺽 삼켰다.

카이라무스는 레뮬의 반응에 씁쓸한 얼굴과 목소리로 말했다.

"상황이 좋지 않다."

"...."

레뮬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카이라무스가 말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 정도로 핏빛 거울에서 재생되고 있는 원혼들의 최후는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카이라무스가 말끝을 흐렸다.

바로 그때였다.

푹!

"...!"

레뮬은 가슴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움찔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내려 가슴을 보았다.

가슴을 뚫고 나온 핏빛 칼날이 보였다.

'이런 미친....'

레뮬은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카이라무스를 보았다.

카이라무스는 한없이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 어째... 서."

레뮬은 힘겹게 입을 열어 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위기 상황인데 왜 이런 짓을 벌인 것인지 궁금했다.

"문을 위해 희생해라."

"...!"

이어진 카이라무스의 말에 레뮬은 인상을 구겼다.

여태껏 개처럼 헌신했다.

그런데 결국 돌아오는 게 희생이라니?

레뮬은 힘을 끌어올렸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 카이라무스에게 부패의 창을 날렸다.

이대로 그냥 죽을 수는 없었다.

물론 부패의 창이 카이라무스에게 닿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부패의 창은 카이라무스의 핏빛 보호막 앞에 그대로 바스러졌다.

정상적인 상태였어도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인데 심장이 꿰뚫린 상태에서 어떻게 상대가 되겠는가?

의미 없는 저항이라 할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스아악!

제단이 빛났다.

이어 자취를 감췄던 진법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더니 바닥이 붉게 변했다.

그리고 붉게 변한 바닥에서 붉은 손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붉은 손들은 전부 레뮬에게 향했다.

그리고 레뮬은 붉은 손들에 의해 바닥으로 끌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 이럴 수는...."

레뮬은 한없이 절망적인 얼굴로 말끝을 흐리며 바닥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바닥이 원래 색깔로 돌아갔고 진법도 자취를 감췄다.

카이라무스는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마라시오가 도착했다.

"부르셨습니까."

"긴히 할 말이 있다. 보여줄 것도 있고 따라와."

* * *

"...?"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레 나타난 메시지 때문이었다.

[퀘스트 '영혼사 레뮬'이 삭제됐습니다.]

기대했던 퀘스트 '영혼사 레뮬'이 삭제됐다.

'이게 왜....'

지금 상황에서 퀘스트가 삭제될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죽었다고?'

바로 죽음.

'...누가?'

문제는 이곳이 귀무문의 본부라는 점이다.

레뮬은 부문주였다.

귀무문의 본부에서 부문주가 죽었다?

'...카이라무스가 죽인 건가?'

아무리 봐도 카이라무스뿐이었다.

카이라무스의 허락 없이 누가 부문주인 레뮬을 죽일 수 있겠는가?

잠시 생각하고 있던 사이.

[퀘스트 '영혼사 그라마시오'가 삭제됐습니다.]

퀘스트 '영혼사 그라마시오'도 삭제됐다.

'왜 죽인 거지?'

아무런 이유 없이 죽인 것은 아닐 것이다.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귀령 카이라무스가 영혼의 제를 지냈습니다.]

[귀령 카이라무스가 3시간 동안 일시적으로 길을 개척합니다.]

[퀘스트 '귀령 카이라무스'의 보상이 크게 강화됩니다.]

메시지를 통해 강진석은 어떻게 된 상황인지 유추할 수 있었다.

'제물이 된 건가....'

영혼의 제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제사로 추정됐다.

그리고 레뮬과 그라마시오는 제사의 제물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야만 지금 상황이 설명된다.

'어떤 길을 말하는 걸까.'

영혼의 제를 통해 카이라무스는 일시적으로 길을 개척했다.

이미 개척한 길을 더 개척했다는 뜻인지 아니면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는 뜻인지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부문주 둘을 제물로 삼은 대가다.

방심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강진석은 살짝 긴장을 끌어올린 채 이동을 시작했다.

"...!"

그리고 얼마 뒤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초감각에 감지된 강력한 기운 때문이었다.

'카이라무스!'

앞서 만난 사마척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사마척뿐만이 아니다.

여태까지 지구에서 만난 그 어떤 존재보다도 강력했다.

지금 상황에 이렇게 강한 기운을 가진 존재는 카이라무스 말고는 없다.

즉, 카이라무스가 분명했다.

'...혼자가 아니네.'

처음에는 혼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기운이 워낙 강렬해 함께 있는 이들의 기운이 가려져 있었다.

'초특급 원혼들도 전부 데리고 왔네.'

함께 나타난 이들은 전부 초특급 원혼들이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익숙한 기운도 하나 있었다.

바로 사마척과 함께 있던 카미라슈였다.

'한 번에 승부 보려는 건가.'

지금 나타난 이들은 귀무문의 최고 전력이자 핵심 전력이었다.

전부 데려온 것을 보면 이번 한 번에 끝을 보려는 것 같았다.

'하기야 급할 테니.'

카이라무스는 영원히 강해진 게 아니다.

일시적으로 강해졌을 뿐이다.

3시간이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간다.

카이라무스 입장에서는 다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쨌든 잘 됐어. 한 번에 정리 할 수 있겠네.'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직전까지는 걱정하고 있었다.

길을 개척할 때마다 얼마나 강해지는지 알기에.

긴장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마주하고 알게 됐다.

괜한 걱정이었다는 것을.

카이라무스는 분명 강했지만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다.

강진석은 일단 흑염뢰 한 줄기를 뽑아냈다.

그러고는 파괴를 덧씌워 카이라무스에게 날린 뒤 잠시 상황을 주시했다.

카이라무스가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했다.

바로 그때 카이라무스가 품에서 방울을 꺼냈다.

당연하게도 평범한 방울이 아니다.

크기는 작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기운이 담겨 있었다.

'...귀령의 방울?'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2급 보물 '귀령의 방울'이었다.

이어 카이라무스가 방울을 흔들었다.

짤랑!

그러자 청량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흑염뢰의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급격히.

이내 흑염뢰가 허공에 멈췄다.

그리고 곧 폭발했다.

놀랍게도 폭발 속도 역시 느렸다.

'...뭐지?'

강진석은 당황스러웠다.

'귀령의 방울이면 영혼 법칙이 만들어 준 거 아닌가? 영혼의 지배에 저런 이능이 있나?'

어떻게 된 것인지 상황에 대해 생각하던 그때.

'잠깐.'

강진석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근처에 있던 초특급 원혼들의 기운이 눈에 띌 정도로 약화되어 있었다.

초특급 원혼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있었다.

움직인 것은 카이라무스뿐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원혼들의 기운이 줄어든 것일까?

'설마 귀령의 방울이 원혼들의 기운을 이용하나?'

문득 든 생각이었지만 생각할수록 일리가 있었다.

'...배터리였구나.'

강진석은 카이라무스가 초특급 원혼들을 데리고 온 이유를 전투에 직접적으로 참여시키기 위해서라 생각했다.

그런데 상황을 보니 아니었다.

카이라무스가 초특급 원혼들을 데리고 온 이유는 귀령의 방울 때문으로 추정됐다.

'그런 거면....'

강진석은 흑염뢰를 여럿 뽑아냈다.

그러고는 순차적으로 날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전과 달리 카이라무스에게만 날리지 않았다.

방향을 조금씩 틀어 초특급 원혼들에게도 날렸다.

짤랑! 짤랑!

카이라무스는 인상을 구긴 채 방울을 여러 번 흔들었다.

그리고 한 번 흔들릴 때마다 흑염뢰가 하나씩 느려지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혹여 범위가 넓어 한 번에 느려지는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다행히 아니었다.

덕분에 초특급 원혼들의 기운은 처음과 비교해 80% 수준으로 순식간에 떨어졌다.

'이대로 흑염뢰만 날려도 초특급 원혼들은 금방 바닥낼 수 있겠는데?'

강진석은 쉬지 않고 흑염뢰를 날려 보내기 시작했다.

'틈을 주면 안 되겠지.'

초특급 원혼들의 기운을 소모 시키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귀령의 방울 효과가 하나는 아닐 것이다.

또 다른 이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몰아붙일 생각이었다.

얼마 뒤 초특급 원혼들의 기운이 50%까지 떨어졌고 카이라무스가 이를 악물었다.

강진석은 계속 흑염뢰를 날려 보내며 카이라무스에게 집중했다.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푹!

카이라무스가 방울을 자신의 가슴에 꽂았다.

스아악!

그와 동시에 방울에서 엄청난 파동이 발생하며 날려 보낸 모든 흑염뢰가 움직임을 멈췄다.

곧이어 먼지로 변해 사라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파동이 멈추지 않고 계속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강진석은 공간을 뒤틀었다.

파동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다.

급작스레 뒤튼 공간으로는 파동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정도로 파동의 기운은 강했다.

강진석이 공간을 뒤튼 이유는 물러날 시간을 조금이나마 벌기 위해서였다.

그그극!

이내 파동이 뒤틀린 공간과 마주했고 잠시 멈칫했다가 그대로 공간을 뚫어냈다.

그 잠시로 충분했다.

강진석은 가까스로 파동을 피할 수 있었다.

그렇게 파동을 피해낸 강진석은 카이라무스를 보았다.

"...!"

그리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제27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