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0화
240.
강진석은 바로 스킬창을 열었다.
그러고는 스킬 '불의 이해'를 확인했다.
<불의 이해[패시브]>
불을 이해한다.
현재 레벨 : 6
5레벨이었던 현재 레벨이 6레벨로 바뀌었다.
그리고 최대 레벨이 사라졌다.
'6레벨 다음도 있는 거구나.'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혹시....'
그리고 이어 화과를 하나 더 섭취했다.
이번에도 섭취와 동시에 불길이 발생했다.
불의 이해 레벨이 올랐기 때문일까?
전보다 열기를 버티는 게 수월해졌다.
이내 불길이 사라졌고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화과를 섭취하셨습니다.]
처음과 달리 레벨이 올랐다는 메시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불에 한 층 가까워졌다는 메시지도 나타나지 않았다.
'역시 안 되겠네.'
섭취한 순간 느낌이 오기는 했다.
화과로 올릴 수 있는 불의 이해는 6레벨이 한계라고.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먹어 본 것인데 메시지를 보니 확실해졌다.
화과를 더 먹는다고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불에 대한 친화력이 미세하게 강해지기는 했다.
한두 개 정도로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수십, 수백 개를 먹는다면 유의미한 변화를 얻게 될 것이다.
'4개밖에 안 남아서 문제지만.'
방금 2개를 섭취했다.
이제 남은 화과는 4개뿐이었다.
하나가 열리는 데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수십, 수백 개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강진석은 신목 '크라토니아'를 지나쳐 뒤쪽 창고로 향했다.
창고에는 과연 어떤 물품들이 보관되어 있을지 기대됐다.
* * *
어둠 법칙 카스만의 임시 거처.
카스만은 눈을 감은 채 어둠을 순환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어둠을 순환시키던 카스만이 순환을 멈추고 눈을 떴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입구를 보았다.
화르륵!
그와 동시에 입구에 불꽃이 나타났다.
카스만은 불꽃을 보고 놀라지 않았다.
불꽃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카스만은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냐, 화령."
불꽃의 주인은 바로 불의 길을 걷고 있는 불 법칙 화령이었다.
이내 불꽃이 작은 꼬마의 모습으로 변했다.
-어둠의 길만 걷고 있다며!
화령은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
카스만은 화령의 말에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어둠의 길 이야기는 강진석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화령의 말은 강진석이 어둠의 길만 걷는 게 아니라 말하고 있었다.
'설마 그사이에 전기의 길을 개척했다고?'
보상으로 전기 법칙 데레메마스에게 부탁해 수련서를 하나 구해줬다.
조만간 전기의 길을 개척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그런데 벌써 전기의 길을 개척하다니?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너무 빠른 것 같았다.
'시스템의 도움이 컸나?'
시스템은 카스만도 감히 쳐다볼 수 없는 최상위 법칙들이 만든 인공체였다.
그런 시스템의 도움을 받았다면 지금 강진석의 성장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잠깐, 근데 그건 말했는데?'
전기의 길을 개척할 수도 있다고 화령에게 말했었다.
혹시 화령이 까먹고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전기의 길 때문인가?"
카스만이 물었다.
만약 전기의 길 때문이라면 역으로 짜증을 내줄 생각이었다.
-그건 말해줬잖아? 개척할 수도 있다고.
-그 인간 전기의 길도 개척했어. 어둠만큼은 아니지만 확실히.
-근데 내가 화난 건 그거 때문이 아니야!
화령이 다시 짜증을 냈다.
"...?"
카스만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무슨 이유로 짜증을 내는 것일까?
-응?
짜증 가득했던 화령은 카스만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이어 카스만과 똑같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너 설마 모르고 있는 거야?
화령의 말에 카스만은 미간을 찌푸렸다.
"돌려 말하지 말고 말해."
-공간의 길도 개척했어.
"...뭐?"
카스만은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공간의 길을 개척했다니?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였다.
"공간의 길을 개척했다고? 확실해?"
-어, 확실해.
"...."
카스만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2개까지는 개척하는 이들이 여럿 있다.
당장 화령만 해도 불과 공간 2개의 길을 개척한 상태였다.
그러나 3개부터는 많지 않다.
거기다 어둠, 전기, 공간.
하나 같이 강력한 속성들이었다.
-보상으로 내 수련서도 받아 갔어.
-불의 길까지 개척할 것 같아.
생각에 잠겨 있던 카스만은 화령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불의 길까지?"
-어, 직접 대면한 건 아니지만 불과 가까워 보이던데?
-아마 그 재능과 내 수련서라면 분명 길을 개척할 거야.
화령은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답했다.
그리고 이어 물었다.
-혹시 그분의 조각 아닐까?
카스만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니, 그분의 조각은 아니야."
처음에 카스만도 혹시 그분의 조각이 아닐까 싶어 직접 대면했었다.
대면 결과 확실히 아니었다.
-네가 잘못 본 건 아니고?
화령은 의심의 눈초리로 카스만을 보며 재차 물었다.
"그분의 조각이었다면 이 정도였을까?"
-....
카스만의 말에 화령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강진석이 그분의 조각이었다면?
고작 3개의 길을 개척하는 걸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어,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
화령이 갑작스레 화제를 전환하자 카스만은 한쪽 눈썹을 치켜떴다.
그리고 화령이 이어 말했다.
-강진석의 재능이 알려지는 건 시간 문제야.
-다른 연합 녀석들이 강진석을 가만히 내버려 둘까?
"...!"
카스만은 눈을 번뜩였다.
강진석에게 영입 제안을 했다.
말 그대로 제안을 한 것이지 영입이 확정된 게 아니다.
만약 다른 연합에서 강진석의 재능을 알게 된다면?
더 좋은 제안을 해 낚아채려 할 것이다.
"...당장 보고드려야겠군."
카스만의 말에 화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좋은 생각이야.
* * *
[스킬 '불의 지배'를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퀘스트 '불의 지배'가 생성됐습니다.]
[조건이 충족됐습니다.]
[스킬 '초월'이 강화됩니다.]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스킬 '초월'을 확인했다.
<초월[패시브]>
초월의 길을 엿봅니다.
현재 선택지 : 4
최대 레벨 : 1
현재 레벨 : 0
필요 포인트 : 50억
당연하게도 선택지가 4개로 늘어나 있었다.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스킬창을 닫았다.
그러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레아스의 창고에는 불의 운용 습득에 필요한 모든 재료가 있었다.
덕분에 귀환하지 않고도 습득할 수 있었다.
습득 재료만 있던 게 아니다.
오히려 습득 재료는 전체 물품에 비해 10%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5차 제약 침공자답게 레아스의 보물 창고에는 정말 많은 물품이 있었다.
'일단 놔둬야겠지?'
물품 대부분이 화기와 관련 있었다.
환경이 바뀌면 가치가 떨어지는 것들도 여럿 있었다.
즉, 함부로 옮겨서는 안 된다.
'어차피 올 수 있는 사람도 없을 테고.'
창고 위치는 용암 호수 바닥이었다.
도난 걱정도 할 필요 없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용암 호수를 지나 지상으로 올라온 강진석은 곧장 근처에 영역 상징이 있는 곳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이제 북쪽만 정리하면 되는 건가.'
레아스를 끝으로 이제 한반도 남쪽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한반도 북쪽 몬스터들만 처리하면 된다.
'나일 부족도 처리해야 하는데....'
물론 내륙에만 몬스터가 있는 게 아니다.
동해에 자리 잡은 나일 부족 역시 정리해야 했다.
'...나일 부족에 물의 이해 영약이 있을까?'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전대 어둠의 정령왕 바라렌은 어둠의 이해를 습득할 수 있게 해주는 영약 아크라모스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레아스는 불의 이해를 습득할 수 있게 해주는 '화과'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일 부족은 어떨까?
물속에서 생활하니 물의 이해를 습득할 수 있게 해주는 영약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그래, 나일 부족부터 가자.'
강진석은 결심했다.
나일 부족 먼저 정리하기로.
이내 영역 상징 앞에 도착한 강진석은 흑뢰를 방출했다.
쩌저적!
두터운 흑뢰 한 줄기가 영역 상징에 작렬했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신단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
.
메시지를 보며 강진석은 생각했다.
'다를 게 없네.'
5차 제약 침공자인 레아스의 영역 상징이었다.
그래서 혹시나 다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똑같았다.
강진석은 아쉬운 표정으로 영역 설정을 마친 뒤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한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길드장님!
"레아스 처리했습니다."
-헛, 벌써요?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지금 바로 나일 부족을 처리하러 갈 생각입니다. 혹시 본부에 대한 정보 들어온 게 있을까요?"
* * *
나일 부족 대신단.
'...미래가 바뀐 걸까.'
크라는 미간을 찌푸렸다.
예지 때문에 대신단에 붙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예지가 찾아오지 않았다.
혹시 미래가 바뀐 것일까?
그래서 찾아오지 않는 것일까?
'일단 보고를 드려야....'
크라는 카라빈에게 현 상황을 보고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컥!"
크라는 갑작스레 찾아온 고통에 비명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어 눈이 뒤집혔다.
크라는 당황하지 않았다.
예지의 전조였기 때문이었다.
이내 크라의 눈앞에 '예지'가 펼쳐졌다.
"...!"
크라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전에는 어두웠다.
보이는 게 없었다.
그런데 대신단 앞이라 그런 것일까?
지금은 모든 게 보였다.
그래서 더 당황스러웠다.
'이게 무슨....'
4가지 환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한 곳은 전처럼 어둠에 잠식되어 있었고.
한 곳은 쉴 새 없이 벼락이 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 곳은 모든 공간이 일그러져 제대로 볼 수가 없었고.
마지막 한 곳은 불타오르고 있었다.
"...."
크라는 혹시나 자신이 놓친 게 있을까 자세히 살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놓친 것은 없었다.
이내 예지가 끝났고 현실로 돌아온 크라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이어 미간을 찌푸렸다.
'이걸 어떻게 보고드린단 말인가?'
카라빈에게 예지를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이 사실을 카라빈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굳이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그렇다고 보고하지 않을 수는 없다.
조금 전 예지의 장소는 '대신단'이었다.
'에휴.'
크라는 속으로 한숨을 내뱉으며 카라빈의 거처로 향했다.
그리고 곧 거처에 도착한 크라는 카라빈을 마주할 수 있었다.
카라빈이 크라의 얼굴을 살핀 뒤 물었다.
"얼굴이 어두운 걸 보니 좋은 일로 온 건 아닌 것 같은데 혹시 예지 때문인가?"
바로 그때였다.
"...!"
"...!"
카라빈과 크라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눈을 번뜩였다.
두 존재가 눈을 번뜩인 이유.
그 이유는 누군가 영역 장막을 강제로 돌파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가 영역에 침입했다.
* * *
[던전 '나일 부족 본부'에 입장하셨습니다.]
[24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대신단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나일 부족 여왕 카라빈'이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나일 부족 대주술사 크라'가 생성됐습니다.]
.
.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싱긋 웃었다.
'역시 여기였구나?'
제241화
241.
나일 부족 본부에 대한 정보가 여럿 있었다.
그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을 찾아온 것인데 역시나였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우선 퀘스트 '나일 부족 여왕 카라빈'을 확인했다.
<나일 부족 여왕 카라빈>
나일 부족의 여왕이자 최강자 카라빈.
카라빈은 세 번째 영혼 각성을 앞둔 강자다.
.
.
카라빈을 처치하라!
[나일 부족 여왕 카라빈 : X]
퀘스트 보상 : ???
"...!"
퀘스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놀랍게도 카라빈은 세 번째 영혼 각성을 앞두고 있었다.
즉, 두 번째 영혼 각성을 마친 상태였다.
물론 강진석이 놀란 것은 '두 번째 영혼 각성'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
'...재료 가지고 있나?'
세 번째 영혼 각성을 앞두고 있다는 것.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세 번째 영혼 각성의 재료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강진석은 퀘스트 '영혼 각성'을 확인했다.
<영혼 각성>
조건을 충족하라!
[혼력 : 100%]
.
.
[공허의 결정 리튜렌 : X]
퀘스트 보상 : 스킬 '영혼 각성' 3레벨 활성화
세계 침공자 처치 시 혼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동족 처치 시 혼력이 자동 수집됩니다.
현재 강진석은 재료만 있으면 영혼 각성을 진행할 수 있었다.
만약 모자란 재료들을 카라빈이 가지고 있다면?
'오길 잘했네.'
나일 부족에 먼저 온 것은 아크라모스, 화과 같은 영약이 있을까 봐였다.
강진석은 씨익 웃으며 다음 퀘스트를 확인했다.
<나일 부족 대주술사 크라>
나일 부족의 대주술사인 크라.
크라는 예지 능력을 가지고 있다.
.
.
크라를 처치하라!
[나일 부족 대주술사 크라 : X]
퀘스트 보상 : ???
10분마다 크라가 당신에 대해 예지합니다.
퀘스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예지?'
바로 크라의 능력 중 하나인 '예지' 때문이었다.
'지윤 님이랑 같은 능력인가?'
한지윤은 예지몽을 꾼다.
혹시 한지윤처럼 예지몽을 통해 미래를 알아낼 수 있다는 걸까?
'아니지, 10분마다 꿈을 꿀 것 같지는 않고.'
퀘스트 마지막에는 10분마다 예지를 한다고 쓰여 있었다.
10분마다 잠에 들 것 같지는 않았다.
한지윤과는 다른 종류의 예지일 것이다.
이내 모든 퀘스트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러고는 전방을 보았다.
강진석의 침입을 눈치챘는지 나가들이 무장한 상태로 다가오고 있었다.
한두 무리가 아니다.
1000마리가 넘는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그리고 그중에는 4차 제약 침공자도 있었다.
카라빈과 크라가 아니다.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육체 제련을 한 4차 제약 침공자였다.
곧 강진석의 앞에 4차 제약 침공자와 1000마리가 넘는 나가들이 도착해 이동을 멈췄다.
강진석은 손을 뻗었다.
그리고 이어 굵직한 흑뢰가 방출됐다.
쩌저적!
흑뢰는 순식간에 나가 무리에게 도달했고.
[나일 부족 대전사 카무린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3억 상승합니다.]
.
.
4차 제약 침공자 카무린을 시작으로 죽음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메시지에 강진석은 메시지 보는 것을 포기했다.
그리고 흑뢰가 작렬한 장소를 보았다.
단 한 마리의 나가도 살아남지 못했다.
강진석은 해당 장소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 진짜 강해졌구나.'
4차 제약 침공자가 포함된 1000마리가 넘는 무리였다.
예전이라면 지금처럼 사냥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냥에 목숨을 걸어야 했을 것이다.
'생각보다 빠르게 시험을 끝낼 수 있겠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험을 끝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 속도라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강진석은 우선 카무린이 남긴 아티펙트를 수거했다.
그리고 초감각을 통해 주변을 탐색했다.
'선발대였구나?'
탐색 후 강진석은 카무린이 끌고 온 나가 무리가 선발대였음을 알 수 있었다.
멀리서 2천이 넘는 나가 무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무리 선두에는 4차 제약 침공자가 있었다.
당연히 카라빈과 크라가 아니었다.
'다섯 중 넷이 본부에 있는 건가?'
나일 부족에는 4차 제약 침공자가 다섯뿐이었다.
카라빈과 크라.
그리고 앞서 죽인 카무린을 제외하면 남은 것은 둘.
나일 부족의 영역은 작지 않다.
그래서 당연히 다른 영역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넷이 있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넷이 아니라 다섯이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강진석은 나가 무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전과 마찬가지로 흑뢰를 방출했다.
[나일 부족 대전사 크타라나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4억 상승합니다.]
.
.
전과 같았다.
이번에도 단 한 마리의 나가도 살아남지 못했다.
강진석은 크타라나가 남긴 아티펙트를 수거한 뒤 안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뒤 초감각에 두 존재가 감지됐다.
앞서 죽인 카무린 크타라나보다 기운이 훨씬 강렬했다.
카라빈과 크라로 추정됐다.
강진석은 방향을 틀어 두 존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두 존재 역시 강진석을 인지했는지 움찔했다.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 강진석은 잠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카라빈과 크라의 기운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기운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고 걱정되지는 않았다.
기운이 여기서 더 커져도 솔직히 말해 상관없었다.
멀리서도 알 수 있었다.
카라빈이든 크라든 지배하는 속성이 없다는 것을.
물을 좀 다루는 듯했지만 지배까지는 아니었다.
거기다 솔직히 물을 지배한다고 해도 상관없다.
강진석이 지배하는 속성은 4가지였고 그중에는 물과 상성이 좋은 속성이 있었다.
즉, 카라빈과 크라는 강진석에게 상대가 될 수 없다.
카라빈과 크라의 기운 성장이 끝났고 강진석은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나일 부족 여왕 카라빈을 마주했습니다.]
[나일 부족 대주술사 크라를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카리빈과 크라를 마주할 수 있었다.
카라빈과 크라는 앞서 마주했던 나가들과 생김새가 달랐다.
일단 체형이 2배는 컸다.
그리고 카라빈은 꼬리가 5갈래로 나뉘어 있었고 크라는 4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앞서 마주했던 나가들은 많아야 3갈래였던 것을 생각하면 꼬리가 힘이나 재능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됐다.
강진석은 자신을 경계하는 두 나가에게 흑뢰를 방출했다.
쩌저적! 쩌저적!
그것도 끊기지 않게 끊임없이 방출했다.
흑뢰 줄기가 아닌 광선이라 봐도 무방했다.
두 흑뢰는 순식간에 카라빈과 크라에게 작렬했다.
앞서 죽은 나가들과 달리 카라빈과 크라는 죽지 않았다.
흑뢰를 막아 내고 있었다.
강진석은 당황하지 않았다.
애초에 죽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제아무리 강진석이 강해졌다고 해도 두 번째 영혼 각성을 마친 거기서 한 단계 더 기운이 폭증한 카라빈과 크라를 단숨에 죽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흑뢰를 방출한 것은 힘을 소모시키기 위해서였다.
예상대로 흑뢰를 막아 내는 카라빈과 크라의 기운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었다.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이대로라면 얼마 뒤 무난하게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계속해서 흑뢰를 방출하며 추가로 공간을 뒤틀었다.
공간을 뒤튼 곳은 카라빈과 크라의 육체가 있는 곳이었다.
물질이 있는 공간은 뒤트는 게 쉽지 않다.
더구나 보통 물질이 아니라 카라빈과 크라의 육체다.
더욱더 어렵다.
그럼에도 뒤튼 이유는 2가지였다.
첫 번째는 피해를 주지 못한다고 해도 기운을 더 빨리 소모 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시도 자체로 공간 장악력이 강해지기 때문이었다.
카라빈과 크라는 뒤틀리는 공간에 저항했고 그만큼 기운 소모 속도가 빨라졌다.
바로 그때 크라가 외쳤다.
-사, 살려주십쇼!
-모든 것을 드리겠습니다.
-저희가 몰라뵀습니다.
-법칙이시여.
강진석은 크라의 외침에 잠시 공간 뒤트는 것을 멈췄다.
'...내가 법칙이라고?'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가 나왔다.
'착각한 것 같은데.'
강진석은 카스만을 대면한 적 있다.
아무리 강진석이 그때보다 강해졌다고 해도 카스만과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애초에 다른 차원의 존재였다.
'법칙을 본 적 없나?'
혹시 법칙을 본 적이 없는 것일까?
바로 그때였다.
[참관자 어둠 법칙 카스만이 현재 상황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어둠 법칙 카스만이 임무를 부여합니다.]
[퀘스트 '당신의 선택'이 생성됐습니다.]
지금 상황을 카스만이 보고 있었던 것인지 퀘스트가 생성됐다.
강진석은 바로 퀘스트창을 열어 퀘스트 '당신의 선택'을 확인했다.
<당신의 선택>
카스만은 지금 상황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살릴 것인가?
아니면 죽일 것인가?
카스만은 당신의 선택을 궁금해하고 있다.
퀘스트 보상 : 1. 카스만의 보상 2. 나일 부족의 창고 위치
카라빈과 크라를 죽일 경우 1번 보상을 획득합니다.
카라빈과 크라를 살릴 경우 2번 보상을 획득합니다.
'...뭐지?'
퀘스트를 본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답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었다.
2번 보상인 나일 부족의 창고 위치는 굳이 퀘스트 보상으로 받지 않아도 된다.
'죽이길 바라는 건가?'
아무래도 카스만은 카라빈과 크라의 죽음을 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퀘스트를 줄 이유가 없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러고는 다시 공간을 뒤틀었다.
강진석은 카스만의 바람대로 카라빈과 크라를 죽일 생각이었다.
크라는 살려만 주면 모든 것을 준다고 했다.
무엇을 주려는 지 모른다.
그러나 카스만의 보상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괜히 살려줬다가 카스만과 척이라도 진다면?
엄청난 손해다.
바로 그때였다.
-으아아아!!
크라가 괴성을 내지르며 기운을 폭주시켰다.
그와 동시에 강진석의 주변에 마법진이 여럿 나타났다.
물의 힘이 듬뿍 담겨 있는 마법진들이었다.
이어 마법진에서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강진석은 주변 공간을 뒤틀었다.
물줄기는 뒤틀린 공간을 뚫어내지 못했다.
그렇게 손쉽게 공격을 막아 낸 강진석은 크라를 보았다.
조금 전 공격에 많은 기운을 소모했는지 크라의 기운은 매우 적어져 있었다.
지금이라면 다크닐로 단숨에 끝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바로 끝을 내기로 결심하고 크라의 앞으로 공간이동을 했다.
그리고 바로 다크닐을 휘둘렀다.
예상치 못한 공격이었을까?
아니면 인지했으나 반응할 힘이 없는 것일까?
크라는 막지 않았고 다크닐은 그대로 크라의 목을 파고들었다.
그렇게 크라의 목이 떨어졌고.
스아앗!
빛과 함께 크라의 육체가 사라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나일 부족 대주술사 크라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9억 상승합니다.]
[최상급 물의 결정을 획득하셨습니다.]
.
.
강진석은 이어 카라빈을 보았다.
카라빈은 무척이나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기야 자신의 끝이 크라와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을 텐데 어둡지 않았다면 강진석은 의심했을 것이다.
비장의 한 수가 있을 것이라고.
-...무리해서라도 진행했어야 했는데.
이내 카라빈이 후회 가득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말하지 않았지만 알 것 같았다.
세 번째 영혼 각성을 말하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 말에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재료는 다 모았나 보네.'
어서 창고를 확인해 보고 싶었다.
얼마 뒤 카라빈의 기운도 강진석이 원하던 만큼 줄어들었고.
스걱!
스아앗!
[나일 부족 여왕 카라빈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11억 상승합니다.]
[하급 물의 근원을 획득하셨습니다.]
.
.
카라빈은 크라와 같은 결말을 맞이했다.
제242화
242.
이어 강진석은 카라빈과 크라가 남긴 물품들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레아스 때만큼은 아니지만 하나하나가 아주 가치 있는 것들이었다.
모든 전리품을 수거한 강진석은 이어 메시지를 통해 보상을 확인했다.
퀘스트 보상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
하나하나가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중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카스만이 내려준 퀘스트 '당신의 선택'의 보상이었다.
[퀘스트 '당신의 선택'을 완료하셨습니다.]
[10분 뒤 보상의 방으로 이동합니다.]
보상이 바로 주어지지 않았다.
어떤 보상을 주려고 10분이나 기다리라는 것일까?
'근데 보상의 방이면 전에 갔던 곳은 아닌 것 같은데.'
이전에는 직접 카스만에게 보상을 받았다.
당시 갔던 장소가 보상의 방은 아닐 것이다.
보상의 방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둠뿐이었다.
즉, 다른 곳일 텐데 어떤 곳일지 기대가 됐다.
'시간이 좀 남았으니.'
보상의 방 이동까지 시간이 꽤나 남은 상태였다.
강진석은 퀘스트 보상으로 받은 것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물의 근원석>
물의 근원이 담겨 있는 보석이다.
<응축된 물>
응축된 물의 결정체다.
'물의 지배만 습득하면 좋은 영약이 되겠는데.'
나일 부족이 물과 관련이 있어서일까?
퀘스트 보상 역시 전부 물과 관련이 있었다.
그렇게 퀘스트 보상을 확인하던 중.
스아앗!
포털이 나타났다.
전처럼 강력한 흡입력은 발생하지 않았다.
강진석은 보상 확인을 멈추고 걸음을 옮겨 포털로 향했다.
그렇게 포털을 지나쳤고.
[보상의 방에 입장하셨습니다.]
보상의 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강진석은 주변을 스윽 훑었다.
그리고 살짝 실망했다.
'...그냥 방이네?'
기대했다.
평범한 곳이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생각과 달리 매우 평범한 장소였다.
일단 특색이 없었다.
30평 정도 되는 빈방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스아앗!
전방에 어둠의 구체가 나타났다.
강진석은 흠칫했다.
구체에서 느껴지는 어둠의 수준이 보통이 아니었다.
카스만의 어둠으로 추정됐다.
-다시 보는구나.
이내 구체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스만의 목소리였다.
-직접 보고 싶었지만 허용되지 않더구나.
강진석은 카스만의 말에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카스만도 시스템을 자유롭게 조작할 수는 없다는 것을.
-화령에게 들었다.
-전기와 공간의 길을 개척했다고.
"...네, 맞습니다."
화령 이야기가 나오자 강진석은 흠칫했다가 답했다.
-화령이 강력하게 주장했다.
-너의 재능은 매우 뛰어나다고.
-영입을 위해 더 좋은 제안을 해야 한다고.
-그래서 위에 보고를 했다.
-아직 답이 내려오지는 않았지만 재능 있는 존재를 아주 좋아하는 분들이라 좋은 제안을 할 수 있을 것 같구나.
이어진 카스만의 말에 강진석은 여러 정보를 더 얻을 수 있었다.
첫 번째는 화령 또한 카스만과 같은 연합이라는 것.
두 번째는 연합 내에서 카스만보다 높은 이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혹시 그분도 윗분 중 하나인가?'
예전 카스만은 강진석에게 그분의 조각인 줄 알았다고 했다.
카스만이 높임말을 쓴 '그분'.
혹시 이번에 보고했다는 '윗선'에 '그분'이 있는 것일까?
'어쨌든....'
지금 중요한 것은 윗분이 그분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다행이야.'
강진석은 화령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레아스는 화령이 후원하고 있던 존재였다.
화령이 퀘스트를 내리긴 했지만 그래도 후원하던 존재를 죽인 것에 악감정을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화령이 연합 영입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니?
악감정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강진석이 말이 없자 카스만이 이어 말했다.
-물론 이 말만 전하려고 부른 건 아니고.
스앗.
카스만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강진석의 앞에 새로운 구슬이 나타났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2개나.
하나는 전에 받았던 5성 어둠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에서는 강력한 '불'의 기운이 느껴졌다.
어둠보다는 살짝 약한 것을 보면 4성으로 추정됐다.
-하나는 내가 주는 선물이고.
-또 다른 하나는 화령이 주는 선물이다.
"감사합니다!"
-여기서는 내가 직접 넣어줄 수가 없구나.
-직접 넣어가렴.
카스만의 말에 강진석은 두 구슬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5성 구슬을 획득하셨습니다.]
[4성 구슬을 획득하셨습니다.]
두 구슬의 정체는 예상대로 5성과 4성이었다.
'빨리 흡수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는데.'
지금 수준으로는 5성 어둠을 흡수할 수 없다.
4성 불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흡수할 수만 있다면?
엄청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강진석은 부디 성장하는 날이 빠르게 오길 기원하며 인벤토리를 닫았다.
-그럼 조만간 또 보자꾸나.
그와 동시에 카스만이 작별 인사를 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다급히 외쳤다.
"저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오, 물론이지!
-궁금한 게 있다면 당연히 물어봐도 된다.
"세 번째 영혼 각성을 곧 진행하게 될 것 같습니다. 혹시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벌써?
카스만은 놀란 목소리로 반문했다.
대답을 원하는 반문이 아니었기에 카스만은 곧장 이어 말했다.
-하기야, 재능을 생각하면....
-일단 영혼 각성에 대해 말해 주자면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지금은 시스템이 도울 테니 아마 공허의 틈에 가게 될 것 같구나.
-그리고 각성에 걸리는 시간은 네 재능을 생각하면 오래 걸리지 않을 거다.
"아...."
강진석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두 번째 영혼 각성을 마쳤을 때 다시 공허의 틈에 가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는데 카스만의 답을 통해 확실해졌다.
-혹시 공허의 틈에 가본 적 있나?
"예, 두 번째 각성 때 가봤습니다."
-그곳에 있는 녀석들이 혼돈의 존재다.
"...!"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혼돈의 존재는 지구를 포함한 여러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공허의 틈에서 만난 괴물들이 혼돈의 존재라니?
-수준이 아주 낮은 녀석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마음 놓으면 안 된다.
-녀석들의 힘은 위험하거든.
"...조언 감사합니다."
-더 궁금한 건 없느냐?
"예, 일단은 없습니다."
-그럼 나중에 또 보자꾸나.
카스만은 다시 작별 인사를 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스아악!
뒤이어 뒤쪽에 포털이 생성됐다.
강진석은 돌아가기 전 주변을 스윽 훑었다.
'다음에 또 올 일이 있으면 좋겠네.'
후에 재방문할 일이 생기길 기원하며 강진석은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포털을 통해 다시 나일 부족의 본부로 돌아온 강진석은 초감각을 통해 주변을 탐색했다.
카라빈, 크라를 포함해 수많은 나가를 죽였다.
그러나 본부에는 여전히 많은 나가들이 남아 있었다.
물론 숫자만 많을 뿐 수준이 높은 이들은 없다.
가장 강한 존재가 3차 제약 침공자였다.
'길드원들이 올 수 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나일 부족 본부는 길드원들에게 아주 좋은 사냥터라 할 수 있었다.
문제는 본부에 올 수 있는 길드원이 없다는 점이었다.
강진석은 청소를 위해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본부 내 모든 나가를 처치한 강진석은 영역 상징인 대신단이 있는 곳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뭐가 있으려나.'
곳곳을 돌아다니며 강진석은 창고를 3개나 발견했다.
일반 창고를 말하는 게 아니다.
전부 보물 창고였다.
2개는 카라빈의 보물 창고였고 1개는 크라의 것이었다.
강진석은 대신단을 파괴하는 즉시 보물 창고를 확인할 생각이었다.
이내 대신단에 도착한 강진석은 바로 흑뢰를 방출했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대신단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
.
그렇게 나일 부족의 본부를 탈환한 강진석은 길드 관리창을 열어 설정을 마쳤다.
그리고 이어 보물 창고로 향했다.
[카라빈의 첫 번째 비고에 입장하셨습니다.]
입장과 동시에 강진석은 활짝 웃었다.
'얼마나 있을까?'
비고에는 강렬한 기운을 품은 것들이 정말 많았다.
전부 세 번째 영혼 각성의 재료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세 번째 영혼 각성을 앞두고 있었으니 많은 재료가 있을 것이다.
이내 강진석은 창고 내 물품들을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했다.
예상과 달리 확인하는 족족 세 번째 영혼 각성의 재료였다.
"...."
얼마 뒤 창고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모든 재료가 있던 것은 아니다.
필요 재료 중 6가지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강진석은 이곳에 없는 6가지를 가지고 있었다.
즉, 모든 재료가 모인 것이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침을 꿀꺽 삼켰다.
퀘스트 '영혼 각성'의 완료 버튼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오래 걸리겠지?'
카스만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 했다.
그러나 시간은 상대적이다.
강진석이 보기에 카스만은 정말 오랜 세월을 살아온 존재였다.
카스만의 '오래'의 기준은 강진석과 다를 것이다.
'그래도 바로 진행하는 게 좋겠지.'
그렇다고 마냥 미룰 수는 없다.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빠르게 시작할수록 좋다고.
'정리만 마무리하고 진행하자.'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아직 확인하지 못한 보물 창고가 2개나 있었다.
강진석은 다음 보물 창고로 향했다.
* * *
"...."
강진석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메시지를 바라볼 뿐이었다.
[빙천수를 섭취하셨습니다.]
[물에 한 층 가까워졌습니다.]
[물을 이해하셨습니다.]
[스킬 '물의 이해'가 5레벨로 상승합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강진석은 고개를 내려 자신의 손에 들린 유리병을 보았다.
유리병에는 푸른빛 액체가 절반 정도 차 있었다.
'절반 마셨는데 이 정도라고?'
전부 마신 것도 아니다.
절반만 마셨다.
그런데 단숨에 스킬 '물의 이해'가 5레벨이 됐다.
물론 5레벨이 끝이다.
더 마신다고 해도 화과처럼 한계를 돌파할 수는 없다.
마시면서 알 수 있었다.
빙천수의 한계는 5레벨이었다.
절반만 마신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더 마셔도 소용이 없기에.
스윽.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앞에 있는 진열대를 보았다.
빙천수가 담긴 유리병은 하나가 아니었다.
2개나 더 있었다.
'부작용도 없는 편이고.'
빙천수는 놀랍게도 부작용이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육체 제련도 필요 없고 영혼 각성도 필요 없다.
물과의 친화력이 어느 정도만 존재하면 된다.
즉, 길드원들의 수준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였다.
'이거 엄청난 득템을 했는데?'
강진석은 씨익 웃으며 빙천수를 전부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그렇지 않아도 자리 비운 사이 무슨 일 생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제 강진석은 세 번째 영혼 각성을 진행할 생각이었다.
꽤나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게 될 것인데 그사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빙천수 덕분에 어느 정도 안심이 됐다.
강진석은 마저 창고 내 물품을 수거 후 영역 이동을 통해 봉제산으로 귀환했다.
그러고는 곧장 지휘실로 향했다.
한지윤에게 일정을 알리고 빙천수 외 여러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때마침 통화가 끝났는지 한지윤은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짜증과 슬픔이 가득 담긴 한숨이었다.
"저 왔습니다."
"헛, 길드장님!"
한지윤은 강진석의 목소리에 움찔했다가 은은히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그리고 강진석이 물었다.
"무슨 문제가 생긴 건가요?"
조금 전 한지윤은 짜증과 슬픔이 담긴 한숨을 내뱉었다.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그게...."
제243화
243.
말끝을 흐린 한지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명령을 어기고 깊숙이 들어간 길드원들이 있는데 7명이 죽고 5명이 크게 다쳤다고 합니다."
"아...."
강진석은 탄식을 내뱉었다.
안전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무리하는 이들이 주기적으로 나오고 있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건가....'
안전을 더 강조한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상황은 또 발생할 것이다.
강진석은 한지윤에게 말했다.
"바로 전체 공지하겠습니다."
얼마 전 길드원의 수가 80만을 돌파했을 때 길드 관리창에 새로운 시스템이 추가됐다.
바로 '공지 사항 시스템'이었다.
강진석은 모든 길드원들에게 '공지 사항'을 전달할 수 있게 됐다.
물론 공지한다고 지금 같은 상황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공지 사항으로 해결될 일이었다면 애초에 지금 같은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한지윤의 표정이 한결 편해졌고 강진석은 관리창을 통해 길드원들에게 공지 사항을 보낸 뒤 이어 본론을 꺼냈다.
"이제 세 번째 영혼 각성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
강진석의 말에 한지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재료를 벌써 다 모으신 건가요?"
그도 그럴 것이 한지윤은 강진석을 위해 세 번째 영혼 각성의 재료를 수소문하고 있었다.
모자란 재료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강진석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가 아니니 급하게 구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게 얼마 전이었다.
"네, 나일 부족 본부에 있더라구요. 거기 보스 몬스터가 세 번째 영혼 각성을 앞둔 존재였어요."
"아...."
한지윤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강진석은 말끝을 흐리며 인벤토리에서 빙천수를 2병 꺼냈다.
"빙천수예요. 절반 정도 드시면 물의 이해라는 스킬을 습득하실 수 있을 겁니다. 우선 지윤 님이 절반 드시구요. 나머지 1.5병은 최은지 치유단장, 유성윤 훈련단장 그리고 최태훈 길드장에게 0.5병씩 전달해 주세요. 그리고...."
그렇게 강진석은 빙천수를 시작으로 각종 물품 전달과 설명을 마쳤고.
"그럼 끝나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잘 끝내시길 기도할게요!"
한지윤의 인사를 받으며 창고로 이동했다.
창고에 온 이유는 영혼 각성을 진행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스킬 '물의 운용' 때문이었다.
빙천수 덕분에 물의 이해가 5레벨이 됐다.
덕분에 강진석은 물의 운용을 습득할 수 있는 상태였다.
[스킬 '물의 운용'을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퀘스트 '물의 운용'이 생성됐습니다.]
습득과 동시에 퀘스트가 생성됐고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물의 운용>
조건을 충족하라!
[물 운용 : 57%]
[정화가 필요한 물의 보석 : 0 / 50]
.
.
퀘스트 보상 : 스킬 '물의 운용' 2레벨 습득 권한 활성화
빙천수의 효과일까?
물의 운용은 시작부터 50%가 넘어간 상태였다.
조건을 확인한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으며 생각했다.
'물 수련서도 얻을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물 법칙의 수련서를 얻을 수만 있다면?
어둠, 전기, 불처럼 단숨에 지배 스킬을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 한번 여쭤봐야겠다.'
강진석은 추후 카스만을 만날 때 수련서에 대해 묻기로 결정하고 영역 이동을 통해 개화역으로 이동했다.
전과 마찬가지로 강진석은 개화역에서 영혼 각성을 진행할 생각이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후우....'
그리고 속으로 깊게 한숨을 내뱉은 뒤 영혼 각성의 완료 버튼을 클릭했다.
[스킬 퀘스트 '영혼 각성'을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영혼 각성'의 3레벨이 활성화됩니다.]
.
.
그러자 퀘스트가 완료되며 무수히 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순식간에 주변 환경이 바뀌었다.
강진석은 당황하지 않았다.
공허의 틈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이번에도 퀘스트명은 같네.'
강진석은 퀘스트 '공허의 틈에서 생존하라!'를 확인했다.
<공허의 틈에서 생존하라!>
세 번째 영혼 각성을 한 당신.
그러나 당신의 세 번째 영혼 각성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완벽한 각성을 위해 공허의 틈에서 100일간 생존하라!
퀘스트 보상 : ???
'100일?'
강진석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두 번째 영혼 각성 때에는 귀환 시간이 7일이었다.
그런데 2배, 3배도 아니고 10배 이상 증가하다니?
물론 공허의 틈에 있는 몬스터, 혼돈의 존재들을 죽이면 귀환 시간이 줄어들기는 한다.
그래도 너무 많이 증가한 게 아닌가 싶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이곳에서 100일을 보낼 수는 없다.
한시라도 빨리 혼돈의 존재를 찾아내 죽여 귀환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강진석은 바로 초감각에 집중했다.
초감각은 전에 왔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상태였다.
덕분에 강진석은 많은 곳을 탐색할 수 있었고 혼돈의 존재를 여럿 감지할 수 있었다.
강진석은 우선 가장 가까이 있는 존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공허 늑대가 나타났습니다.]
얼마 뒤 강진석은 목적지에 도착했고 자신을 바라보는 '공허 늑대'를 마주할 수 있었다.
공허 늑대는 입을 쩍 벌렸다.
그리고 늑대의 입에 회색 기운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미 수없이 상대해 보았다.
더 이상 경험해 볼 이유가 없는 공격이었다.
강진석은 바로 늑대의 입 공간을 비틀었다.
'...확실히 힘드네.'
공허의 틈은 공간을 비트는 게 쉽지 않았다.
지구보다 3배는 더 많은 힘이 필요했다.
그러나 힘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지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늑대의 입이 비틀렸고 회색 기운은 그대로 바스러졌다.
그리고 이어 강진석은 늑대에게 흑뢰를 방출했다.
쩌저적!
흑뢰는 순식간에 늑대에게 작렬했고.
[공허 늑대를 처치하셨습니다.]
[귀환 시간이 20분 단축됩니다.]
늑대가 죽음을 맞이했다.
강진석은 바로 다음 목표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공허 사자가 나타났습니다.]
[공허 사자를 처치하셨습니다.]
[귀환 시간이 30분 단축됩니다.]
.
.
[공허 늑대를 처치하셨습니다.]
[귀환 시간이 20분 단축됩니다.]
그렇게 쉴 새 없이 움직이며 혼돈의 존재를 찾아 죽이던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어 귀환까지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렸다.
수없이 죽였음에도 여전히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근처에는 더 없는데.'
지금 당장 초감각에 감지되는 혼돈의 존재가 단 한 마리도 없었다.
'...네임드를 노려야 하나?'
강진석은 예전에 왔을 때 마주친 적 있던 네임드 존재 '라카트'를 떠올렸다.
라카트는 앞서 죽인 공허 늑대, 거북이, 사자와는 비교하는 게 민망할 정도로 강한 존재였다.
즉, 귀환 시간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축시켜 줄 것이다.
'그래, 네임드 잡는 게 맞아.'
당시에는 죽이고 싶어도 죽일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그때의 강진석과 지금의 강진석은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지금이라면 강진석은 라카트를 손쉽게 죽일 자신이 있었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주변을 스윽 훑었다.
'근데 어디로 가야 하나.'
공허의 틈은 방향이 구분되지 않았다.
그때 왔던 장소와 아예 다른 장소일 가능성도 있다.
즉, 라카트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여기로 가자.'
고민 끝에 방향을 정한 강진석은 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거대한 기운이 감지됐다.
앞서 만난 공허 짐승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네임드가 분명했다.
라카트는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운이 라카트보다 크고 강했다.
물론 그렇다고 피할 정도로 강한 것은 아니다.
'얼마나 단축시켜 줄까?'
강진석은 오히려 기대하고 있었다.
라카트보다 강한 네임드 존재가 시간을 얼마나 단축시켜 줄지.
강진석은 빠르게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얼마 뒤 강진석은 기운의 주인공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멸망의 씨앗 데리오브렌이 나타났습니다.]
[퀘스트 '멸망의 씨앗 데리오브렌'이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생존하라!'가 생성됐습니다.]
"...!"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퀘스트가 생성됐어?'
예전 라카트를 마주했을 때에는 퀘스트가 생성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퀘스트가 생성된 것일까?
'수준 차이가 나서? 세 번째 영혼 각성이라?'
여러 이유가 떠올랐다.
일단 강진석은 데리오브렌을 보았다.
나무 형태를 하고 있는 데리오브렌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강진석은 데리오브렌을 주시하며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멸망의 씨앗 데리오브렌'을 확인했다.
<멸망의 씨앗 데리오브렌>
세계의 핵에 뿌리를 내려 기생하는 혼돈의 존재 데리오브렌.
현재 데리오브렌은 수면 상태에 빠져 있다.
외부 자극을 가할 경우 데리오브렌은 깨어날 것이다.
데리오브렌을 처치하라!
퀘스트 보상 : ???
데리오브렌 처치 시 귀환 시간이 크게 단축됩니다.
'이래서 반응이 없었구나?'
퀘스트를 통해 강진석은 데리오브렌이 반응이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꼭 깨야 되는 퀘스트는 아닌 것 같지만.'
이대로 그냥 물러나도 된다.
데리오브렌은 잠들어 있다.
그냥 물러나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귀한 보물을 그냥 두고 갈 수는 없지.'
물론 강진석은 그냥 갈 생각이 없었다.
데리오브렌은 강진석에게 있어 보물이었다.
'얼마나 단축될까나?'
퀘스트 말미에 데리오브렌을 처치할 경우 귀환 시간이 크게 단축된다고 쓰여 있었다.
언급이 된 만큼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이 단축될 것이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고 데리오브렌을 자세히 살폈다.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는 거지?'
나무 형태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나무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불이 느껴지기도 했고 어둠이 느껴지기도 했다.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없나.'
강진석은 기운을 끌어올렸다.
데리오브렌은 수면 상태다.
첫 공격은 피하지도 막지도 않을 것이다.
즉, 시간이 좀 걸려도 전력을 다해 공격할 생각이었다.
쩌저적!
강진석은 흑뢰 한 줄기를 뽑아냈다.
그리고 흑뢰에 불을 섞기 시작했다.
쉽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그대로 흩어질 것이다.
그렇게 3분이 지나 흑뢰에 불이 완전히 스며들어 '흑염뢰'가 되었다.
강진석은 흑염뢰를 보며 생각했다.
어둠, 전기, 불.
3가지 기운이 순환하며 기운이 대폭 증가했다.
'공간까지 섞고 싶긴 한데....'
마음 같아서는 흑염뢰에 공간까지 섞고 싶었다.
그러나 어떻게 섞어야 할지 도무지 방법을 알 수가 없었다.
'공간 수련서도 한 번 여쭤봐야겠어.'
공간의 지배는 수련서의 도움 없이 습득했다.
그래서 다른 속성과 달리 운영법을 다양하게 알지 못한다.
즉, 공간 수련서를 얻게 된다면?
흑염뢰에 공간의 힘을 추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강진석은 흑염뢰를 쥐었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데리오브렌에게 던졌다.
흑염뢰는 순식간에 데리오브렌에게 도달했고.
스아아아아아앗!
폭발했다.
강진석은 다시 흑뢰 한 줄기를 뽑아내며 데리오브렌을 주시했다.
바로 그때 메시지가 나타났다.
[멸망의 씨앗 데리오브렌이 소멸했습니다.]
.
.
제244화
244.
"...."
공격을 준비하던 강진석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메시지를 바라볼 뿐이었다.
'...한 방에 죽는다고?'
이내 정신을 차린 강진석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가능한 공격 중 가장 강한 공격이긴 했다.
그래도 한 방이라니?
강진석은 데리오브렌이 있던 자리를 보았다.
데리오브렌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정말 깔끔하게 사라졌다.
강진석은 다시 메시지를 보며 생각했다.
'...그래도 보상이 끝내주기는 하네.'
[멸망의 씨앗 데리오브렌이 소멸했습니다.]
[귀환 시간이 10일 단축됩니다.]
[귀환 시 특별 보상을 획득합니다.]
[혼돈의 존재를 잡을수록 특별 보상이 강화됩니다.]
무려 10일이나 단축됐다.
거기다 귀환 시 제공되는 특별 보상까지 있었다.
'보통 보상은 아니겠지?'
한 방에 죽기는 했지만 그것은 특별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수면 상태였음에도 데리오브렌은 레아스 못지않은 강자였다.
만약 데리오브렌이 죽지 않고 깨어났다면?
레아스보다 더 껄끄러운 상대가 됐을 것이다.
즉, 특별 보상은 기대해도 될 것이다.
'얼마나 강화할 수 있으려나.'
특별 보상은 '강화'할 수 있다.
귀환까지 강진석은 최대한 보상을 강화할 생각이었다.
'수련서가 제공되면 참 좋을 텐데.'
강진석은 수련서를 떠올리며 혼돈의 존재를 찾아 이동을 시작했다.
* * *
충청북도 충주시 계명산 정상.
강나연은 후련한 표정으로 전방에 보이는 제단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이것만 정리하면 끝인 건가?"
"응, 저것만 정리하면 분계선 이남 지역은 완벽히 우리 땅."
김칠성은 강나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쉬지 않고, 끊임없이 몬스터를 죽였고 영역 상징을 파괴했다.
덕분에 현재 군사 분계선 이남 지역에는 몬스터가 멸종된 상태였다.
영역 상징 역시 눈앞에 있는 하나만 파괴하면 끝이었다.
"그럼 어서 끝내자."
강나연은 씨익 웃으며 검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김칠성 역시 도끼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검과 도끼에 빛이 서렸고 강나연과 김칠성은 제단을 향해 휘둘렀다.
그러자 각 무기에 서려 있던 기운이 응축되어 제단으로 날아갔다.
쾅! 쾅!
두 기운이 작렬하며 제단이 산산조각 났고.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
.
영역 탈환 메시지가 나타났다.
강나연은 바로 핸드폰을 꺼내 한지윤에게 보고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김칠성이 눈치를 살피다가 물었다.
"근데 대장한테는 아직도 연락 없지?"
"오빠? 어, 이번에는 좀 오래 걸리나 봐."
현재 강진석은 영혼 각성을 위해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벌써 7일째였다.
"왜?"
"아니, 그냥 이번에는 얼마나 더 강해져서 돌아올까 싶어서."
"아...."
강나연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강나연도 궁금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 두 번째 영혼 각성을 마친 후 강진석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이번에는 그때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었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그만큼 더 강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예 연관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과연 얼마나 더 강해져 돌아올까?
"근데 너 뭐부터 진행할 거야?"
문득 든 생각에 강나연은 김칠성에게 물었다.
김칠성은 강진석의 가르침대로 패시브 스킬 습득에 집중했고 육체 제련과 영혼 각성 습득을 앞두고 있었다.
동시에 진행하기에는 여력이 부족해 하나를 먼저 습득해야 하는데 어떤 걸 먼저 습득할지 궁금했다.
"육체 제련부터 하려고."
김칠성은 일말의 고민도 하지 않고 답했다.
그러고는 이어 물었다.
"너는?"
김칠성과 마찬가지로 강나연 역시 육체 제련이나 영혼 각성을 습득할 수 있는 상태였다.
"난...."
강나연은 말끝을 흐리며 잠시 고민했다.
이미 결정을 내린 김칠성과 달리 아직 강나연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장단점이 너무나 명확했기 때문이다.
육체 제련은 위기가 닥쳐도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말 그대로 육체의 내구도가 높아지기에.
영혼 각성은 위기를 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초감각이 강해져 더 넓은 지역을 탐색할 수 있고 '직감'이 생기기에.
바로 그때였다.
우웅! 우웅!
한지윤에게 전화가 왔다.
강나연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언니!"
-나연아!
-길드장님 귀환하셨어!
* * *
강진석은 눈앞의 존재를 보았다.
스윽.
그러고는 이어 메시지창을 보았다.
[멸망의 씨앗 데리오브렌이 나타났습니다.]
[퀘스트 '멸망의 씨앗 데리오브렌'이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생존하라!'가 생성됐습니다.]
눈앞의 존재는 놀랍게도 처음 잡았던, 네임드라고 생각했던 혼돈의 존재 '멸망의 씨앗 데리오브렌'이었다.
'...네임드가 아니었구나.'
당연히 네임드 존재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데리오브렌은 종족을 의미했다.
'...개념이라 해야 하나?'
정확히 말하면 종족이라기보다 '개념'에 가까웠다.
'어쨌든 이제 마지막이네.'
데리오브렌은 귀환 시간을 10일을 단축시켜 준다.
그리고 현재 남은 시간은 9일.
즉, 데리오브렌을 죽이면 지구로 귀환할 수 있다.
강진석은 흑염뢰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수없이 연습한 덕분에 이제 1분이면 제작이 가능한 상태였다.
이내 흑염뢰가 완성됐고 강진석은 데리오브렌을 향해 흑염뢰를 던졌다.
[멸망의 씨앗 데리오브렌이 소멸했습니다.]
[귀환 시간이 10일 단축됩니다.]
[귀환 시 특별 보상을 획득합니다.]
[혼돈의 존재를 잡을수록 특별 보상이 강화됩니다.]
당연하게도 데리오브렌은 이번에도 한 방에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이어 주변 환경이 변하며 추가로 메시지가 나타났다.
[귀환 시간이 되었습니다.]
[퀘스트 '공허의 틈에서 생존하라!'를 완료하셨습니다.]
[지구로 귀환합니다.]
[특수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보상의 방으로 이동합니다.]
.
.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보상의 방!'
귀환 장소는 '지구'가 아니었다.
다시 가길 기원했던 '보상의 방'이었다.
이내 주변 환경이 익숙한 환경으로 변하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보상의 방에 입장하셨습니다.]
강진석은 씨익 웃으며 주변을 확인했다.
보상의 방은 전에 왔었을 때와 똑같았다.
한 치도 변함없었다.
'근데 이게 세 번째 영혼 각성의 힘인가....'
보상의 방을 확인하던 중 강진석은 영혼 각성으로 인해 찾아온 변화에 감탄했다.
'이 정도면....'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초감각이 더욱 커졌고 예리해졌다.
전보다 더 많은 것들이 느껴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둠, 전기, 공간, 불같은 '개념'들이 더욱 잘 느껴졌다.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섬세하게 잘 다룰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받고 싶은 특별 보상을 선택해 주세요.]
메시지가 나타났고.
스앗! 스앗! 스앗!
이어 선택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재화]
[무기]
[방어구]
[장신구]
[포션]
[수련서]
선택지가 나타난 뒤 추가로 메시지가 나타났다.
[2가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단, 수련서 선택 시 다른 보상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고 눈을 번뜩였다.
'수련서!'
수련서를 바라긴 했다.
그러나 진짜 있을 것이라 생각지 못했다.
재화, 무기 등에 어떤 보상들이 준비되어 있는지 모르지만 현재 강진석에게 수련서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강진석은 바로 수련서를 선택했다.
그러자 모든 선택지가 사라졌고 새로운 선택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불]
[바람]
[물]
[어둠]
[생명]
[시간]
.
.
'와....'
강진석은 속으로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
이번 선택지는 세기 힘들 정도로 많았다.
선택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강진석은 잘 알고 있었다.
수련서 속성을 의미하는 게 분명했다.
이내 마지막으로 눈앞에 선택지가 나타났다.
[랜덤]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랜덤이라니?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그러자 랜덤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직접 선택 시 수련서를 1개 획득할 수 있습니다.]
[랜덤 선택 시 수련서를 2개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음....'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선택지는 매우 다양했다.
그러나 직접 선택하면 1개밖에 얻지 못한다.
수련서의 가치를 생각하면 랜덤을 선택하는 게 맞다.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부분은 이미 습득한 어둠, 전기, 불의 수련서가 나오거나 식물, 나태 같은 정체불명의 수련서가 나올 경우다.
'...그래도 랜덤이 맞겠지?'
고민 끝에 강진석은 결정을 내렸다.
랜덤을 선택하기로.
아무리 봐도 1개와 2개 차이는 너무 컸다.
강진석은 부디 좋은 게 나오길 간절히 기원하며 랜덤을 선택했다.
[랜덤을 선택하셨습니다.]
[물 법칙 도게의 수련서를 획득하셨습니다.]
[바람 법칙 카슈모르의 수련서를 획득하셨습니다.]
"...!"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물, 바람!'
다행히 꽝이 아니었다.
생각하고 있던, 바라고 있던 속성 수련서가 나왔다.
그리고 이어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보상 획득을 마치셨습니다.]
[지구와 연결된 포털이 생성됩니다.]
[10분 뒤 강제 귀환됩니다.]
메시지를 확인한 강진석은 우선 '물 법칙 도게의 수련서'를 꺼냈다.
그러고는 바로 수련서를 펼쳤다.
'아....'
머릿속에 수많은 정보가 떠올랐다.
도게가 생각하는 물이란 무엇인가부터 각종 운용법들까지.
강진석은 하나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고 완벽히 체득했다.
이내 체득을 마친 강진석은 시간을 확인했다.
강제 귀환 시간이 다가왔다.
강진석은 포털로 향하며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물의 운용을 확인했다.
<물의 운용>
조건을 충족하라!
[물 운용 : 100%]
[정화가 필요한 물의 보석 : 0 / 50]
.
.
퀘스트 보상 : 스킬 '물의 운용' 2레벨 습득 권한 활성화
당연하게도 물 운용이 100%가 되어 있었다.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다.
2레벨은 물론 5레벨까지 전부 100%일 것이다.
'바람도 마찬가지겠지?'
바람은 아직 이해 1레벨이었다.
그러나 수련서를 이용하면 단숨에 지배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물이랑 바람은 어떨까.'
강진석은 물과 바람 장악력을 손에 넣게 되면 어떨지 생각하며 퀘스트창을 닫고 포털을 지나쳤다.
그리고 지구에 도착과 동시에 강진석은 물과 바람에 대한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
세 번째 영혼 각성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졌다.
그로 인해 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강화되고 있었구나?'
현재 지구는 시스템에 의해 '강화'되고 있었다.
강화의 이유는 시험 때문이 아니다.
몬스터들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과했다.
'혼돈의 존재 때문이겠지?'
확실치는 않지만 시스템이 지구를 강화하는 이유는 훗날 혼돈의 존재가 침공했을 때를 대비해서가 아닐까 싶었다.
'데리오브렌보다 강한 녀석들도 널렸겠지?'
강진석은 공허의 틈에서 사냥했던 '혼돈의 존재'들을 떠올렸다.
이번에 강진석이 사냥한 혼돈의 존재 중 가장 강한 존재는 데리오브렌이었다.
그러나 데리오브렌 때문에 지구를 이렇게 강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데리오브렌보다 강한 혼돈의 존재들이 널리고 널렸을 것이다.
'...더 강해져야겠어.'
강진석은 힘을 더 키우기로 결심하고 메시지창을 보았다.
'이야....'
그리고 감탄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제245화
245.
[퀘스트 '축복이 서리기 전'을 완료하셨습니다.]
[침공자들이 축복을 받습니다.]
.
.
공허의 틈은 지구와 단절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그동안 쌓여 있던 메시지들이 한꺼번에 나타났다.
물론 감탄을 내뱉은 것은 메시지가 많이 나타났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글라이커 부족이 시험을 포기했습니다.]
[글라이커 부족이 원래 세계로 귀환합니다.]
[글라이커 부족의 영역 상징이 전부 파괴됐습니다.]
[퀘스트 '선점하라!'가 생성됐습니다.]
시험을 포기한 침공자들이 있었다.
물론 많지는 않았다.
글라이커 부족을 포함해 셋뿐이었다.
그러나 강진석은 이제부터 시험을 포기하는 침공자들이 많아질 것이라 확신했다.
메시지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공습'을 확인했다.
<공습>
고위 침공자들은 제약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
.
침공자들의 공격에서 생존하라!
[기여도 : 30억 5872만 2912]
퀘스트 보상 : ???
4차 제약 침공자의 제약 중 '활동 범위'에 대한 제약이 완화됩니다.
30일 뒤 퀘스트 완료
한반도 내 침공자들의 영역 상징이 80% 이상 파괴되면 퀘스트 완료
퀘스트 '공습'의 완료 조건은 영역 상징 80% 파괴였다.
완료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 80%가 파괴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얼마나 청소됐으려나.'
강진석은 확인을 위해 길드 관리창을 열었다.
그러고는 길드 영역을 확인했다.
"...!"
영역을 확인하자마자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군사분계선 이남 지역에 영역 상징이 가득했다.
물론 비어 있는 곳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곳은 목포, 부산 등 다른 길드의 영역이었다.
즉, 이남 지역은 완전히 청소를 마친 것 같았다.
'북쪽도 좀 정리하고 갔어야 했나?'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아쉬운 얼굴을 했다.
북쪽에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주시만 하고 탐색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상황을 보니 정리하고 영혼 각성을 했다면?
북쪽도 길드 영역 상징이 가득 있었을 것이다.
이제 와서 후회한다고 바뀌는 것은 없다.
강진석은 후회를 떨쳐내며 생각했다.
'어쨌든 조금만 더 파괴하면 되겠어.'
한반도 내 영역 상징이 얼마나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군사분계선 기준 이남 지역에 있는 침공자들의 영역 상징이 전부 파괴됐다.
적어도 50%는 파괴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즉, 머지않아 퀘스트 '공습' 역시 완료될 것이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으며 생각했다.
'이게 끝은 아니겠지만.'
퀘스트 '공습'이 완료된다고 모든 게 다 끝나는 것은 아니다.
남은 20%를 말하는 게 아니다.
퀘스트 '공습'의 진행 지역은 '한반도'였다.
그리고 침공받은 곳은 한반도뿐만이 아니다.
강진석은 핸드폰을 꺼내 한지윤에게 연락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고 계획을 짜기 위해서였다.
* * *
"이만 회의 끝내겠습니다. 바로 북쪽 청소 시작할 준비해 주세요."
기나긴 회의 끝에 강진석은 북쪽을 탐색하기로 결정했다.
위험 장소를 찾고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탐색이었다.
물론 혼자서 모든 곳을 탐색하려는 것은 아니다.
길드원들이 해결할 수 있는 곳은 길드원들에게 일임할 생각이었다.
"네!"
"옙!"
강진석의 말에 회의에 참여했던 최고 간부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하나, 둘 회의실을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모두가 떠난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이 다가왔다.
바로 강나연과 김칠성이었다.
"왜?"
강진석은 두 사람에게 물었다.
"대장, 그때 하신 이야기 기억나십니까?"
"...?"
김칠성의 말에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김칠성이 씨익 웃으며 이어 말했다.
"첫 번째로 육체 제련을 습득하는 사람에게 재료 지원해 주신다는 이야기요."
"아."
강진석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김칠성의 말대로 이야기했었다.
처음으로 육체 제련과 영혼 각성을 하는 길드원에게는 모든 재료를 지원해 주겠다고.
"육체 제련 진행하려고?"
"예."
김칠성이 답했고 강진석은 김칠성의 육체를 살폈다.
육체 제련을 진행해도 문제없는 수준이었다.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주머니 하나를 꺼냈다.
당연히 평범한 주머니가 아니다.
첫 번째 육체 제련 재료를 모아둔 주머니였다.
스윽.
강진석은 주머니를 건네며 말했다.
"여기, 전부 들어있어."
"감사합니다!"
"그리고 개화역 가서 제련해. 제련하고 나서 확인해도 괜찮을 정도로 강화해 뒀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김칠성의 우렁찬 목소리를 들으며 강진석은 강나연을 보았다.
"너도 육체 제련하게? 줘?"
처음에만 준다고 말하긴 했다.
그러나 말만 그렇게 했을 뿐 강진석은 길드원들이 육체 제련, 영혼 각성을 습득할 수 있다면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었다.
길드 전력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기에.
"아니."
강나연은 고개를 저었다.
"난 영혼 각성."
"오케이."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또 다른 주머니를 꺼냈다.
영혼 각성 재료가 들어있는 주머니였다.
"너도 개화역 가서 각성해."
"고마워."
"고맙기는 앞으로 더 바빠질 텐데. 어서들 가. 끝나면 연락 주고."
강진석은 서둘러 두 사람을 보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떠나고 강진석은 창고로 이동했다.
탐색을 떠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스킬 퀘스트 '물의 운용'을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물의 운용' 2레벨 습득 권한이 활성화됩니다.]
[스킬 '물의 운용'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스킬 퀘스트 '물의 운용'이 생성됐습니다.]
바로 스킬 '물의 운용'의 습득이었다.
강진석은 다음 재료를 찾아다니며 생각했다.
'지배까지 가능하겠지?'
2레벨 퀘스트의 첫 번째 조건 물 운용은 예상대로 100%였다.
아마도 지배까지 쭉 100%일 것으로 추정됐다.
즉, 재료만 있다면?
바로 지배를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스킬 퀘스트 '물의 운용'을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물의 운용' 3레벨 습득 권한이 활성화됩니다.]
.
.
[스킬 '물의 지배'를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퀘스트 '물의 지배'가 생성됐습니다.]
[조건이 충족됐습니다.]
[스킬 '초월'이 강화됩니다.]
다행히 부족한 재료는 없었고 예상대로 강진석은 물의 지배를 습득할 수 있었다.
강진석은 눈을 감은 채 물 장악력에 집중했다.
얼마 뒤 눈을 뜬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인벤토리에서 수련서를 꺼냈다.
바람 법칙 카슈모르의 수련서였다.
'이것도 바로 지배할 수 있으면....'
강진석은 간절히 바라며 수련서를 펼쳤다.
그와 동시에 바람에 대한 각종 정보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음....'
그리고 강진석은 침음을 내뱉었다.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이건 안 되겠네.'
바람의 지배는 습득할 수 없다는 것을.
'내가 바람이랑 이렇게 안 친할 줄은 몰랐는데.'
습득이 불가능한 이유는 바람과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여태까지 습득한 어둠, 전기, 공간, 불, 물의 경우 아무런 문제가 없어 당연히 문제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앞서 습득한 다섯 속성이 잘 맞는 속성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시간이 걸릴 뿐이니까.'
물론 당장 습득할 수 없다는 것이지 영원히 습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을 투자하면 바람의 지배도 습득이 가능하다.
강진석은 아쉬운 표정으로 수련서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넘길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아쉽게도 수련서는 다른 이에게 양도가 불가능했다.
'내가 만들 수도 없고.'
세 번째 영혼 각성 후 수련서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대충 감이 잡혔다.
그러나 감이 잡혔다는 것이 만들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윤곽만 보일 뿐이고 만에 하나 정확한 방법을 알아내도 직접 만드는 데에는 말도 안 되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차라리 보상으로 직접 수련서를 얻게 하는 게 빠를 정도로.
'이제 가볼까.'
강진석은 수련서를 인벤토리에 보관 후 길드 관리창을 열었다.
그리고 영역 이동을 통해 짙은 어둠 부족의 본부가 있던 금강산으로 이동했다.
도착과 동시에 강진석은 동쪽으로 향했다.
한 곳도 빠짐없이 샅샅이 탐색하기 위해서였다.
초감각 범위가 워낙 넓어져 강진석은 동쪽 탐색을 금방 마칠 수 있었다.
'오길 잘했어.'
놀랍게도 금강산 동쪽에 4차 제약 침공자가 있었다.
첫 번째 육체 제련을 한 존재로 그리 강하지는 않았다.
그걸 본인도 아는지 영역 안에서 숨죽이고 있었다.
'이 정도면....'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고민했다.
그리고 고민 끝에 강진석은 직접 죽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나연이랑 칠성이한테 맡기는 게 좋겠어.'
강나연의 영혼 각성, 김칠성의 육체 제련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각성과 제련을 마친 뒤라면?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투를 통해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다.
강진석은 왔던 길을 돌아 서쪽으로 향했다.
이제 동쪽 확인을 마쳤으니 서쪽을 확인할 차례였다.
얼마 뒤 평양을 지나 서쪽 끝까지 탐색을 마친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더 올라가야 있는 건가?'
4차 제약 침공자는 여럿 있었지만 위협이라 할 만한 존재는 없었다.
가장 강한 존재가 두 번째 영혼 각성을 한 존재였다.
그러나 위협이 되는 존재가 없을 리 없다.
정확한 위치는 모르지만 아직 한반도에는 5차 제약 침공자가 최소 하나는 더 있었다.
일단 강진석은 한지윤에게 4차 제약 침공자의 위치를 전했다.
그리고 다시 북쪽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레아스보다 강하려나?'
여태까지 만나본 5차 제약 침공자는 레아스뿐이었다.
그래서 5차 제약 침공자가 얼마나 강한지 모른다.
만약 남은 5차 제약 침공자가 레아스보다 강하다면?
물론 그렇다고 강진석에게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강진석은 예전 레아스와 전투했을 때보다 훨씬 강해졌다.
남은 5차 제약 침공자가 레아스보다 강하다고 해도 손쉽게 죽일 수 있을 것이다.
멈칫!
그렇게 북쪽으로 올라가며 탐색하던 강진석은 갑자기 이동을 멈췄다.
이동을 멈춘 이유는 초감각 끝자락에 감지된 기운 때문이었다.
감지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더러워지는 무척이나 껄끄러운 기운이었다.
'뭐지 이건?'
강진석은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감지하는 것만으로 이런 기분을 들게 한단 말인가?
'설마....'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5차 제약 침공자?'
아무리 봐도 지금 이 기운은 심상치 않았다.
4차 제약 침공자가 다룰 만한 기운이 아니었다.
예상과 달리 4차 제약 침공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상관없다.
길드원들이 감당할 수 있는 기운이 아니었다.
각성과 제련을 마친 강나연과 김칠성이 힘을 합쳐도 마찬가지다.
즉, 강진석이 처리해야 한다.
강진석은 기운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당연히 가까이 다가감에 따라 더 많은 것들이 느껴졌다.
껄끄러운 기운 속에서 오가는 존재들이 있었다.
강진석은 존재들의 상태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귀신?'
형태가 명확하지 않았다.
무척이나 흐릿했다.
'아!'
이내 강진석은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이 녀석들이 사카라 부족의 원혼이구나?'
제246화
246.
생각해 보니 지금 위치는 사카라 부족의 영역과 매우 가까웠다.
지금 감지된 존재들은 사카라 부족에서 다루는 원혼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러면 이 기운은....'
사카라 부족이라는 것을 알게 된 강진석은 껄끄러운 기운의 정체도 예상할 수 있었다.
'부패겠구나.'
바로 '부패'.
사카라 부족은 여러 기운을 다루지만 그중 1순위가 '부패'였다.
즉, 감지하는 것만으로 껄끄러움을 안겨주는 기운의 정체는 '부패'일 확률이 높았다.
강진석은 그대로 부패의 기운이 가득한 장소로 진입했다.
그리고 진입과 동시에 부패의 기운이 육체를 향해 달려들었다.
지지직!
이어진 상황에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육체 안에 자리 잡고 있던 '전기'가 갑자기 튀어 나가 달려들던 모든 부패의 기운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싱긋 웃었다.
'전기랑 상극이구나?'
상황을 보니 전기와 부패는 상극 관계인 것 같았다.
전기뿐만이 아니다.
'불도 상극인 것 같고.'
육체에 자리 잡은 '불' 역시 뛰쳐나가지 않았을 뿐 들끓고 있었다.
만약 강진석이 제어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전기를 뒤따라 나가 주변을 불태우고 있을 것이다.
강진석은 계속해서 부패의 기운을 불태우며 쭉쭉 뻗어가려는 전기를 회수했다.
그러고는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부패의 영역에 입장하셨습니다.]
[퀘스트 '???'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의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가 완전 공개됩니다.]
[퀘스트 '???'가 '세 번째 영혼 각성을 막아라!'로 변경됩니다.]
.
.
"...!"
미소 짓고 있던 강진석은 메시지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미소를 지웠다.
'세 번째 영혼 각성?'
생각지도 못한 내용의 퀘스트가 생성됐기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바로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세 번째 영혼 각성을 막아라!'를 확인했다.
<세 번째 영혼 각성을 막아라!>
사카라 부족에는 세 지도자가 있다.
첫 번째 지도자 부패의 게드락스.
두 번째 지도자 어둠의 마이호르드.
세 번째 지도자 죽음의 브라노프스.
이 중 세 번째 지도자인 죽음의 브라노프스가 세 번째 영혼 각성을 진행 중이다.
.
.
브라노프스의 영혼 각성을 막아 내라!
[남은 시간 : 23시간 58분]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실패 시 퀘스트 '죽음의 초월자'가 생성됩니다.
'휴.'
퀘스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남은 시간이 촉박하면 어쩌나 했다.
그러나 남은 시간은 23시간 58분으로 만 하루에 가까웠다.
물론 쉬엄쉬엄 막을 생각은 아니다.
1일도 급박한 상황일 수 있다.
강진석은 전력을 다할 생각이었다.
'근데 이 녀석이 5차는 아닌 것 같은데.'
세 번째 영혼 각성을 진행 중인 것이지 완료한 게 아니다.
두 번째 영혼 각성 상태라는 뜻이다.
세 번째와 두 번째의 차이는 매우 크다.
두 번째 영혼 각성을 한 존재가 5차 제약 침공자는 아닐 것이다.
즉, 5차 제약 침공자는 다른 곳에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강진석은 다음 퀘스트를 확인했다.
생성된 퀘스트는 하나가 아니었다.
이내 모든 퀘스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으며 생각했다.
'...중요한 건 없네.'
가장 먼저 생성된 퀘스트 '세 번째 영혼 각성을 막아라!'를 제외하면 신경 쓸 만한 퀘스트는 없었다.
스윽.
강진석은 영역 안쪽을 보았다.
'본부는 안쪽에 있겠지?'
영혼 각성이 진행 중인 장소는 '본부'였다.
본부 위치는 나와 있지 않았지만 영역 중심부에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강진석은 안쪽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 * *
사카라 부족 본부.
게드락스의 거처.
현재 게드락스의 거처에는 거처의 주인 게드락스 외에도 한 존재가 더 있었다.
바로 어둠의 지도자 마이호르드였다.
두 지도자의 표정은 무척이나 어두웠다.
표정이 어두운 이유는 현재 상황 때문이었다.
"결정하셨습니까?"
마이호르드가 물었다.
"...그래, 결정했네."
게드락스는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브라노프스의 각성이 끝나는 대로 포기하지."
"잘 생각하셨습니다."
마이호르드는 안도했다.
혹시나 게드락스가 시험을 포기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물론 영혼 각성 중인 세 번째 지도자 브라노프스의 생각은 모른다.
그러나 브라노프스의 의견은 상관없다.
'과반을 확보했으니.'
브라노프스가 시험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해도 시험 포기는 확정이었다.
"근데 브라노프스가 각성을 마쳐도 상대가 안 될 거라 생각하나?"
게드락스가 물었다.
"음...."
마이호르드는 침음을 내뱉으며 고민했다.
게드락스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말을 해야 할지 말지 고민이 됐다.
'그래, 다른 이들에게 알리지 말라 하셨지만 게드락스라면....'
고민 끝에 마이호르드는 사실대로 말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입을 열었다.
"드렉시로안 님께서 따로 해주신 말씀이 있습니다."
"...!"
게드락스는 놀란 얼굴로 마이호르드를 보았다.
"무, 무어라 말씀하셨나?"
"그 존재는 어둠의 길을 개척했으며 전기의 길도 개척했고 공간의 길도 개척했다. 그리고 레아스가 그 존재에게 죽었다. 감히 대항할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지요."
"...."
마이호르드가 답했고 게드락스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너무나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충격적인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길을 3개나 개척했다고?"
게드락스는 부패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 미친 듯이 노력 중이었다.
그럼에도 아직 길을 개척하지 못했다.
그래서 알고 있다.
길을 개척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그런데 하나도 아니고 무려 3개의 길을 개척하다니?
어중간한 길을 개척한 것도 아니다.
어둠, 전기, 공간이라는 막강한 길을 개척했다.
"거기다 레아스가 죽어...?"
레아스가 누구인가?
대대로 불의 길을 개척하는 크라마 일족의 귀족인 '2룡' 출신의 용인이었다.
더구나 이미 레아스는 불의 길을 개척했다.
거기다 육체를 세 번이나 제련해 사카라 부족 전원이 달려들어도 승부를 점칠 수 없는 존재가 바로 레아스였다.
그런 레아스가 죽다니?
게드락스의 놀란 얼굴을 보며 마이호르드가 이어 말했다.
"이어 말씀하시길 레아스는 제약 없이 온전한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하셨습니다."
"...포기하는 게 당연한 거였군."
마이호르드의 말에 게드락스는 확신할 수 있었다.
시험 포기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는 것을.
"처음부터 그리 말해줬으면 고민하지도 않았을 것인데...."
"죄송합니다. 혼자만 알고 있으라 하셔서...."
"나만 알고 있겠...."
게드락스는 중간에 말을 멈췄다.
그러고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얼굴을 했다.
게드락스뿐만이 아니다.
마이호르드의 얼굴에도 당황이 가득 나타났다.
두 존재가 당황한 이유.
그 이유는 본부에 설치한 방어막이 공격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어막이 공격받는 상황을 생각지도 못했다.
누가 방어막을 공격할 수 있단 말인가?
'설마...!'
문득 든 생각에 게드락스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마이호르드를 보았다.
때마침 마이호르드도 게드락스를 보았고 눈이 마주친 두 존재는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혹시 그 존재일까?"
"...예, 그 존재인 것 같습니다."
* * *
강진석은 전방을 보았다.
전방에는 무척이나 검은 장막이 보였다.
장막에서 부패의 기운이 느껴졌다.
부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둠의 기운도 있었고 처음 보는 기운도 있었다.
'죽음이겠지?'
사카라 부족의 주력 기운은 3가지.
부패, 어둠, 죽음이었다.
부패와 어둠을 제외하면 남은 것은 죽음.
아마도 처음 보는 기운의 정체는 '죽음'으로 추정됐다.
지지직....
화르륵....
강진석은 장막을 향해 날뛰려는 전기와 불을 억누르며 생각했다.
'죽음도 상극인가 보네.'
부패 때와 마찬가지로 전기와 불이 날뛰고 있었다.
만약 억누르지 않았다면?
당장 뛰쳐나가 장막을 두들겼을 것이다.
'어차피 들어가려면 파괴해야 하니까.'
강진석은 억제를 멈추고 의지를 담았다.
그러자 전기와 불이 뛰쳐나와 장막으로 향했다.
순식간에 전기와 불이 장막에 도달했고.
콰아아앙!
폭발이 일어나며 장막에 거대한 구멍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사카라 부족의 영역 장막을 공격하셨습니다.]
[사카라 부족의 지도자들이 공격을 인지합니다.]
[퀘스트 '부패의 제단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어둠의 제단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죽음의 제단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첫 번째 지도자 부패의 게드락스'가 생성됐습니다.]
.
.
메시지를 보며 강진석은 생각했다.
'많기도 해라.'
그리고 싱긋 웃었다.
퀘스트가 많다는 것.
그것은 많은 보상을 의미했다.
물론 사카라 부족의 수준은 낮지 않다.
짙은 어둠 부족보다 한두 단계 위였다.
그러나 그것이 위협이 된다는 뜻은 아니다.
강진석은 짙은 어둠 부족 본부를 공격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상태였다.
오히려 짙은 어둠 부족 때보다 청소가 더 빨리 끝날 수도 있다.
강진석은 복원되려는 구멍을 향해 한 번 더 전기와 불을 방출하며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러고는 퀘스트를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래서 부패의 기운뿐이었구나?'
퀘스트를 통해 강진석은 의아했던 점 한 가지를 해소할 수 있었다.
'어쩐지.'
본부로 오는 길에 있던 기운은 온통 '부패'였다.
사카라 부족은 부패, 죽음, 어둠 3가지를 주력으로 다루는데 어째서 부패뿐일지 의아했었는데 퀘스트를 보니 영역이 나뉘어 있었다.
이내 퀘스트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장막을 보았다.
힘이 다한 것일까?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
구멍은 더 이상 복원되지 않았다.
그리고 덕분에 안쪽을 더욱 자세히 파악할 수 있었다.
'찾았다.'
강진석은 히죽 미소를 지었다.
장막 안에는 또 다른 장막이 있었다.
영혼 각성을 진행 중인 장소가 분명했다.
그리고 그 장막 앞에는 거대한 기운을 가진 존재가 둘 있었다.
게드락스와 마이호르드가 분명했다.
두 존재는 기운을 한껏 끌어올린 상태였다.
아마도 전투를 준비하고 있는 듯했다.
강진석은 구멍으로 향했다.
구멍을 지나 장막 안으로 진입하자마자 부패, 죽음, 어둠의 기운이 다가왔다.
그리고 강진석의 육체에서 전기, 불이 뛰쳐나갔다.
지지직!
화르륵!
그렇게 부패와 죽음의 기운이 소멸되기 시작했고.
'...음?'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어둠은 왜....'
잠자코 있던 어둠이 갑자기 들끓기 시작했다.
'사카라 부족의 어둠 때문인가?'
정확한 이유를 알기 위해 강진석은 들끓는 어둠을 관조했다.
그리고 어둠이 들끓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유를 알게 된 강진석은 씨익 웃으며 어둠을 방출했다.
강진석의 어둠은 다가오던 어둠에 마주 다가갔다.
그러고는 전기, 불과 달리 어둠을 소멸시키지 않고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강진석은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어둠이 급격히 강해지는 것을.
제247화
247.
강진석은 흡족한 얼굴로 생각했다.
'이 정도면 3레벨도 순식간이겠어.'
아직 확인하지 않았지만 알 수 있다.
퀘스트 '어둠의 지배'의 완료 조건인 '어둠의 힘'이 100%에 가까워졌을 것이란 것을.
강진석은 확인을 위해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그렇지 않아도 짙었던 강진석의 미소가 한층 더 짙어졌다.
<어둠의 지배>
조건을 충족하라!
[어둠의 힘 : 92%]
퀘스트 보상 : 스킬 '어둠의 지배' 3레벨 습득 권한 활성화
예상대로였다.
어둠의 힘은 90%를 넘어 100%를 향해 쭉쭉 상승하고 있었다.
[어둠의 힘 : 100%]
이내 100%가 되었고 강진석은 바로 퀘스트를 완료했다.
[퀘스트 '어둠의 지배'를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어둠의 지배' 3레벨 습득 권한이 활성화됩니다.]
[활성 보상을 획득합니다.]
[2성 어둠을 5개 획득하셨습니다.]
.
.
[스킬 '어둠의 지배'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스킬 퀘스트 '어둠의 지배'가 생성됐습니다.]
그리고 바로 3레벨을 습득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습득으로 인한 변화는 없었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에 실망은 없었다.
강진석은 퀘스트 정보를 확인했다.
<어둠의 지배>
조건을 충족하라!
[어둠의 힘 : 1%]
퀘스트 보상 : 스킬 '어둠의 지배' 4레벨 습득 권한 활성화
어둠의 힘이 쭉쭉 상승하고 있었다.
'전부 흡수해 버리면....'
장막 내부에는 아직 흡수하지 못한 어둠이 가득했다.
거기다 사카라 부족의 본부 북쪽에는 '어둠의 영역'이 펼쳐져 있다.
그곳에 있는 어둠까지 흡수한다면?
4레벨 습득도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초감각을 통해 게드락스와 마이호르드의 반응을 살폈다.
두 존재 역시 이곳의 상황을 알게 됐는지 당황해하고 있었다.
'각성하기 전이었다면 못 봤겠지.'
게드락스와 마이호르드는 영혼을 두 번 각성했다.
만약 세 번 각성하지 않았다면?
두 존재의 감정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감정을 보지 못했다면?
잘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함정인지 확신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역시 하고 오길 잘했어.'
강진석은 흐뭇한 얼굴로 부패와 죽음을 불태우고 어둠을 흡수하며 게드락스와 마이호르드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스아아!
스아아!
부패와 어둠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게드락스와 마이호르드가 수를 쓴 것이 분명했다.
물론 죽음은 여전히 불나방처럼 달려들고 있었다.
강진석은 죽음을 불태우며 생각했다.
'브라노프스는 못 움직이나 보네.'
세 번째 영혼 각성을 진행 중인 브라노프스.
브라노프스는 '죽음'을 다룬다.
만약 브라노프스가 움직일 수 있다면?
지금처럼 죽음을 헛되이 소모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더 쉽게 끝낼 수 있겠네.'
세 존재가 동시에 덤벼든다면?
강진석도 쉽게 이기지는 못할 것이다.
물론 그것이 어렵게 이긴다는 뜻은 아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는 뜻이다.
그러나 둘이라면?
매우 쉽게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게드락스는 부패를, 마이호르드는 어둠을 다룬다.
그 외에 다른 속성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주력은 결국 부패와 어둠이다.
강진석은 부패에 강한 전기와 불을 지배하고 있었다.
거기다 마이호르드의 어둠은 강진석에게 영약이나 마찬가지였다.
속성에서 우위를 점한 상태인데 셋이 아니라 둘이라면?
쉽게 이길 수밖에 없다.
강진석은 계속 죽음을 불태우며 전진했고 얼마 뒤 게드락스와 마이호르드를 마주할 수 있었다.
부패의 게드락스는 3m의 거인이었다.
그리고 드러난 피부 곳곳에 고름 덩어리가 가득했다.
부패라는 단어와 매우 잘 어울리는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어둠의 마이호르드는 반대로 새하얀 피부, 새하얀 머리카락, 새하얀 눈동자 모든 것이 하얬다.
어둠과 전혀 상관없는 존재로 보였다.
바로 그때였다.
-...사, 살려주십쇼!
게드락스가 외쳤다.
목숨 구걸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강진석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게드락스를 빤히 바라보았고 게드락스가 이어 말했다.
-저희는 시험을 계속 진행할 생각이 없습니다.
-브라노프스의 각성이 끝나는 대로 시험을 포기하겠습니다.
-어차피 브라노프스의 각성이 끝난다고 해도 귀하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부디 한 번만 자비를...!
-만약 자비를 베풀어 주신다면 저희 부족의 보물들을 바치겠습니다!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낸 게드락스는 강진석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게드락스를 빤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거짓말이 아니야.'
게드락스는 진심이었다.
복수는 전혀 생각지 않고 있었다.
두려움과 생존에 대한 욕구로 가득했다.
살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가져다 바칠 기세였다.
강진석은 이어 마이호르드를 보았다.
마이호르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입을 꾹 닫고 있었다.
분노 때문에 입을 닫은 게 아니다.
현재 마이호르드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게드락스가 두려워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두려움에 잠식당한 상태였다.
'내 어둠 때문인가?'
확실치는 않지만 아마도 강진석의 어둠 때문으로 추정됐다.
스윽.
강진석은 다시 게드락스를 보았다.
게드락스는 생존을 원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강진석은 게드락스를 살려줄 수 없었다.
[참관자 어둠 법칙 카스만이 현재 상황에 매우 큰 흥미를 느꼈습니다.]
[어둠 법칙 카스만이 임무를 부여합니다.]
[퀘스트 '당신의 선택은?'이 생성됐습니다.]
[참관자 불 법칙 화령이 현재 상황에 매우 큰 흥미를 느꼈습니다.]
[불 법칙 화령이 임무를 부여합니다.]
[퀘스트 '몰살'이 생성됐습니다.]
카스만과 화령이 동시에 퀘스트를 부여했다.
아직 확인하지 않았지만 어떤 내용의 퀘스트인지 예상됐다.
게드락스, 마이호르드를 죽이라는 퀘스트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카스만의 퀘스트는 아닐 수 있지만 화령의 퀘스트는 확실했다.
'그래도 확인은 해야겠지.'
강진석은 게드락스를 빤히 바라보며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카스만과 화령이 부여한 두 퀘스트를 확인했다.
<당신의 선택은?>
마이호르드는 원래 카스만의 후원을 받던 존재다.
그러나 마이호르드는 카스만을 배반하고 ???에게 후원을 받기 시작했다.
카스만은 자신을 대신해 당신이 마이호르드에게 벌을 내려주길 바란다.
당신의 선택은?
퀘스트 보상 : ???
<몰살>
화령은 부패를 다루는 사카라 부족을 혐오한다.
사카라 부족의 본부에서 부패를 몰살하라!
[부패의 게드락스 : X]
[부패의 제단 : X]
퀘스트 보상 : ???
카스만은 마이호르드를 죽이고 싶어 했고 화령은 게드락스를 죽이고 싶어 했다.
'근데 ???가 누구지?'
강진석은 마이호르드를 후원하는 '???'의 존재가 궁금해졌다.
카스만을 배반할 정도라면 ??? 역시 절대적 존재인 '법칙'일 확률이 높았다.
'죽였다가 문제가 되면....'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고민했다.
만약 마이호르드를 죽였다가 '???'가 분노한다면?
'그렇다고 살려 주기에는....'
현재 강진석은 카스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퀘스트 실패에 대한 페널티는 나와 있지 않지만 분명 카스만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선택의 시간인가.'
아무래도 선택할 때가 된 것 같았다.
더 가까워질지 아니면 멀어질지.
'그래, 여태까지 오간 게 있는데.'
강진석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차피 대놓고 힘을 행사할 수는 없을 테고.'
카스만도 강진석에게 대리 징벌을 부탁하고 있었다.
즉, 직접적으로 힘을 행사하기 힘들다는 뜻이었다.
그것은 ???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쉽게 당할 생각도 없고.'
???가 누구인지 모른다.
그러나 세 번째 영혼 각성을 마친 지금 강진석은 카스만에게도 쉽게 죽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즉, ???에게도 쉽게 죽지 않을 것이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게드락스를 보았다.
-....
아직 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분위기에서 답을 읽은 것일까?
-마이호르드!
게드락스는 마이호르드를 일깨우며 기운을 폭주시켰다.
그리고 게드락스의 육체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3m의 거인이었던 게드락스는 순식간에 8m의 거인이 되었다.
단순히 크기만 커진 게 아니다.
'호오, 이 정도면 내 첫 번째 육체 제련이랑 비슷하겠는데?'
육체도 단단해졌다.
강진석이 처음 육체 제련을 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마이호르드! 정신 차리게!
거인이 된 게드락스가 외쳤다.
게드락스의 외침에 마이호르드 역시 기운을 폭주시켰다.
그리고 새하얗던 피부, 머리카락 등이 전부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마이호르드의 어둠 또한 짙어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강진석은 느꼈다.
자신의 어둠이 들끓는 것을.
이번에도 포식을 위한 들끓음이었다.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마이호르드의 어둠을 전부 흡수한다면?
당장 어둠의 지배 4레벨을 습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흑염뢰를 두 줄기 뽑아냈다.
그리고 게드락스와 마이호르드에게 한 줄기씩 보냈다.
게드락스는 부패의 기운을 주먹에 응축해 흑염뢰를 향해 마주 뻗었다.
그리고 마이호르드는 흑염뢰를 피하기 위해 허공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강진석은 피식 웃으며 흑염뢰의 방향을 조절했다.
마이호르드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급히 어둠을 응축시켜 거대한 방패를 만들어 냈다.
먼저 흑염뢰와 게드락스의 주먹이 충돌했다.
콰앙!
폭발이 발생했고.
-크아악!
게드락스는 비명을 내지르며 팔을 회수했다.
그리고 게드락스는 볼 수 있었다.
손목까지 사라진 자신의 팔을.
콰아앙!
이어 마이호르드의 어둠 방패에 흑염뢰가 작렬했다.
부패의 기운을 응축한 게드락스의 주먹도 소멸했을 정도다.
다급히 만든 어둠 방패는 잠깐도 흑염뢰를 버티지 못했고 그대로 방패를 뚫은 흑염뢰는 마이호르드의 왼팔을 소멸시켰다.
팔을 잃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겁을 먹은 것일까?
두 존재는 반격하지 않았다.
그저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강진석을 바라볼 뿐이었다.
강진석은 두 존재의 시선을 마주 보며 생각했다.
'...시간을 끄는 건가?'
처음에는 겁을 먹어서 혹은 팔을 잃어서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조금 살펴보니 아닌 것 같았다.
두 존재는 강진석을 주시하면서 동시에 뒤쪽 장막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직 각성 끝나려면 한참 남았는데.'
퀘스트에는 각성 완료 시간이 나와 있었다.
혹시 두 존재는 각성이 끝나는 정확한 시간을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그때까지 버틸 자신이 있는 걸까?'
강진석은 다시 한번 두 존재의 기운을 살폈다.
'아무리 봐도 버틸 정도는 아닌데....'
팔이 하나 날아가긴 했으나 여전히 두 존재의 기운은 강성했다.
그러나 그것이 브라노프스의 각성이 끝날 때까지 버틸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빨리 끝내자.'
두 존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 생각을 알 이유도 필요도 없다.
강진석은 흑염뢰를 다시 뽑아냈다.
그리고 전처럼 날리지 않고 다크닐에 두른 뒤 우선 게드락스에게 달려들었다.
게드락스는 부패의 기운을 방출했다.
앞서 마주했던 부패의 기운과는 차원이 달랐지만 상관없었다.
강진석은 흑뢰로 갑옷을 만들었다.
부패의 기운은 흑뢰 갑옷에 닿는 즉시 증발했고 그렇게 강진석은 순식간에 게드락스와의 거리를 좁힐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게드락스의 목을 향해 다크닐을 휘둘렀다.
게드락스는 목을 방어하기 위해 팔을 들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절삭력이 강한 다크닐에 흑염뢰까지 둘렀다.
다크닐은 그대로 게드락스의 팔을 잘랐고 이어 목을 파고들었다.
스걱!
그렇게 게드락스의 머리가 육체와 분리됐고.
쿵
게드락스의 거대한 육체가 뒤로 쓰러지며 굉음이 울려 퍼졌다.
"...."
그러나 강진석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이것 봐라?'
그도 그럴 것이 게드락스의 사망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았다.
즉, 게드락스는 죽지 않았다.
죽은 척하고 있었다.
강진석은 죽은 척하고 있는 게드락스를 보며 생각했다.
'리치처럼 라이프 베슬이 있나?'
무언의 마법사
지은이 : 강철민
제작일 : 2024.08.30
발행인 : (주)고렘팩토리
편집인 : 진선미
표지 : 나쵸소년
주소 : 서울특별시 은평구 수색로 191, 502호(증산동, 두빌)
전자우편 : golem8182@gmail.com
※ 본 작품은 (주)고렘팩토리가 저작권자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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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405-2361-0(247)
제248화
248.
확실한 것은 아니다.
그냥 목이 잘려도 상관없는 것일 수 있다.
강진석은 확인을 위해 움직이지 않은 게드락스를 향해 흑염뢰를 날렸다.
흑염뢰는 가슴, 다리 등등에 작렬하며 해당 부분을 소멸시켰다.
그럼에도 게드락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강진석은 확신할 수 있었다.
'라이프 베슬이 있는 게 분명하네.'
부활할 방법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처럼 공격을 가만히 맞고 있을 이유가 없다.
스윽.
강진석은 마이호르드를 보았다.
눈이 마주친 마이호르드는 움찔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공격을 한다거나 도망치지 않았다.
'이 녀석도 마찬가지겠지.'
마이호르드도 게드락스처럼 라이프 베슬이 있을 것 같았다.
게드락스의 꼴을 보고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강진석은 초감각에 집중해 주변을 샅샅이 확인했다.
그러나 라이프 베슬 같은 특별한 것은 감지되지 않았다.
'...잠깐, 설마.'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제단인가?'
부패의 제단은 게드락스 못지않은 부패의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혹시 부패의 제단이 라이프 베슬 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강진석은 확인을 위해 부패의 제단으로 향했다.
갑작스런 강진석의 돌발 행동에도 게드락스는 여전히 죽은 척을 했고 마이호르드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강진석은 아무런 방해 없이 부패의 제단으로 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뒤 강진석은 씨익 웃었다.
죽은 척하고 있던 게드락스가 다급히 육체를 회복하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부패의 제단이 라이프 베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분명했다.
이내 제단 앞에 도착한 강진석은 흑염뢰를 두 줄기 뽑았다.
그리고 제단을 향해 날렸다.
두 흑염뢰는 눈 깜짝할 사이에 제단에 도달했고.
쾅! 쾅!
이내 작렬하며 폭발했다.
그렇게 부패의 제단이 산산이 조각나며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부패의 제단을 파괴하셨습니다.]
[부패의 게드락스가 더 이상 부활할 수 없습니다.]
[퀘스트 '부패의 제단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사카라 부족 본부 내 부패의 기운이 크게 감소합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
.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더할 나위 없이 활짝 미소를 지었다.
예상대로 부패의 제단이 라이프 베슬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강진석은 뒤로 돌아섰다.
때마침 도착한 게드락스가 덜덜 떨고 있었다.
전보다 두려움이 훨씬 커진 상태였다.
하기야 전과 달리 이제는 부활이 불가능하다.
진짜 죽음이 다가왔는데 어찌 두려워하지 않겠는가?
강진석은 게드락스에게 다가갔다.
게드락스는 움찔했고 뒤로 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물론 강진석은 도망치게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마이호르드와 합류하면 전과 달리 전력을 다해 저항할 것이다.
즉, 떨어져 있는 지금 처리하는 게 좋다.
그그극!
강진석은 게드락스가 도망치는 방향의 공간을 전부 뒤틀었다.
절대 빠져나갈 수 없게 자그마한 틈도 없이 완벽히.
게드락스는 뒤틀린 공간을 뚫기 위해 다급히 부패를 쏟아냈다.
전력을 다한 것도 아니고 다급히 방출한 부패였다.
당연하게도 뒤틀린 공간은 끄떡없었다.
결국 게드락스는 뒤로 돌아섰다.
그러고는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제단의 비밀을 어떻게 안 거지?
더 이상 게드락스는 존대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다가올 결말을 깨달은 것이 분명했다.
물론 강진석은 질문에 답해주지 않았다.
게드락스 말고도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다.
강진석은 전처럼 다크닐에 흑염뢰를 둘렀다.
그리고 게드락스에게 달려들었다.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다.
게드락스는 오른 주먹을 뻗었다.
전에는 힘을 숨겼던 것일까?
이번 주먹에는 전보다 더 많은 부패가 담겨 있었다.
물론 더 많은 부패가 담겨 있다고 해서 전과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스걱!
다크닐이 닿았고 게드락스의 오른 주먹은 그대로 갈라졌다.
그리고 강진석은 그대로 거리를 좁혀 목을 향해 다크닐을 휘둘렀다.
스걱!
전과 마찬가지로 흑염뢰를 두른 다크닐은 게드락스의 목을 아주 가볍게 파고들었다.
그렇게 게드락스의 머리가 허공으로 떠올랐고.
쿵!
게드락스의 거대한 육체는 전처럼 뒤로 쓰러졌다.
물론 결과는 전과 달랐다.
스아앗!
빛과 함께 게드락스의 육체가 사라졌다.
그러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사카라 부족 첫 번째 지도자 부패의 게드락스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15억 상승합니다.]
.
.
.
기다리고 기다렸던 게드락스의 사망 메시지가.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흡족한 얼굴로 돌아섰다.
그러고는 초감각에 집중했다.
장막 앞에 있던 마이호르드는 어둠의 제단으로 향하고 있었다.
제단을 지키기 위해서가 분명했다.
'먼저 도착할 수는 있지만.'
지금 출발해도 마이호르드보다 먼저 도착할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강진석은 어둠의 제단으로 향하지 않았다.
'어둠을 흡수해야 하니까.'
게드락스처럼 단숨에 죽여서는 안 된다.
천천히 어둠을 뽑아내야 된다.
그렇다고 지금부터 어둠을 뽑아낼 수는 없다.
우선 강진석은 죽음의 제단을 파괴 후 영혼 각성을 진행 중인 브라노프스부터 처리할 생각이었다.
'제단에 박혀 있을 테니 방해꾼도 없을 테고.'
마이호르드는 어둠의 제단에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즉, 계획을 방해할 존재는 없다.
강진석은 죽음의 제단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죽음의 제단을 파괴하셨습니다.]
[죽음의 브라노프스가 더 이상 부활할 수 없습니다.]
[퀘스트 '죽음의 제단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사카라 부족 본부 내 죽음의 기운이 크게 감소합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
.
그리고 도착과 동시에 제단을 파괴했고 메시지를 확인한 강진석은 장막으로 향했다.
이제 장막을 파괴하고 그 안에 있을 브라노프스를 마무리할 차례였다.
얼마 뒤 장막에 도착한 강진석은 흑염뢰를 두른 다크닐을 뻗어 장막을 찔렀다.
푝!
다크닐은 그대로 장막을 파고들었고.
화르륵!
지지직!
그와 동시에 다크닐에 서려 있던 흑염뢰가 사방으로 퍼지며 장막을 불태워 거대한 구멍을 만들어 냈다.
그렇게 강진석은 장막 안쪽을 볼 수 있었다.
장막 정중앙에는 한 존재가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강력한 죽음이 느껴졌다.
브라노프스가 분명했다.
'기괴하네.'
브라노프스는 머리가 2개였다.
하나는 통통을 넘어 뚱뚱하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살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또 다른 하나는 살점 하나 보이지 않는 완벽한 해골이었다.
그리고 두 머리는 전부 눈을 감고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인 건가?'
장막이 파괴됐다.
그럼에도 브라노프스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상황을 보니 각성 중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싶었다.
확인을 위해 강진석은 장막 내부로 진입했다.
진입하자마자 장막 안을 맴돌던 죽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뿐이었다.
브라노프스는 여전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지직!
화르륵!
강진석은 다가오는 죽음을 불태우며 흑염뢰를 한 줄기 뽑았다.
'공격받아도 그대로면 참 좋을 텐데.'
만약 공격을 받고도 반격을 하지 않는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샌드백이라 할 수 있다.
강진석은 전력을 다해 흑염뢰를 날렸다.
그 순간.
스아악!
브라노프스의 주변에 보호막이 나타났다.
강력한 죽음으로 이루어진 보호막이었다.
이내 보호막 위로 흑염뢰가 작렬했다.
그그그극!!!!!
보호막을 이루고 있는 죽음은 약하지 않았다.
흑염뢰에도 쉽게 불타 사라지지 않을 정도였다.
말 그대로 '쉽게' 불타지 않을 뿐이다.
강진석은 죽음이 사라지는 속도를 통해 보호막 파괴에 걸리는 시간을 계산했다.
'1분이라....'
생각했던 것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강진석은 1분 동안 가만히 있을 생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강진석이 뽑아 던질 수 있는 흑염뢰는 1개가 끝이 아니다.
추가로 흑염외를 뽑아낸 강진석은 다시 한번 흑염뢰를 날렸다.
두 번째 흑염뢰가 작렬했고 전보다 더욱 빠르게 보호막의 죽음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세 번째 흑염뢰를 뽑아 날렸다.
그렇게 3개의 흑염뢰가 죽음을 갉아 먹기 시작했고.
쩌적.
보호막에 균열이 나타났다.
균열은 삽시간에 무수히 늘어났고.
쩡!
이내 보호막이 파괴되었다.
보호막은 파괴됐으나 흑염뢰 세 줄기는 여전했고 그대로 브라노프스에게 작렬했다.
스아아!
폭발로 인해 브라노프스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강진석은 결과를 알 수 있었다.
[사카라 부족 세 번째 지도자 죽음의 브라노프스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17억 상승합니다.]
.
.
.
브라노프스의 사망 메시지를 보며 강진석은 생각했다.
'너무 쉽게 끝났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샌드백 상태이기는 했다.
그래도 세 번째 영혼 각성을 진행할 정도의 강자였는데 끝이 너무 허무한 게 아닌가 싶었다.
'각성 중이 아니었다면 좀 더 걸렸겠지?'
만약 각성 중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며 강진석은 메시지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그리고 이내 한 메시지에서 멈칫했다.
[퀘스트 '세 번째 영혼 각성을 막아라!'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죽음의 꽃 데일을 5개 획득하셨습니다.]
.
.
강진석을 멈칫하게 만든 메시지는 퀘스트 '세 번째 영혼 각성을 막아라!'의 완료 메시지였다.
멈칫한 이유는 '직감' 때문이었다.
직감이 메시지를 강하게 가리키고 있었다.
'보상 때문인가?'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퀘스트 보상을 꺼내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째서 직감이 메시지를 강하게 가리킨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죽음의 구슬>
죽음을 압축시켜 만든 구슬이다.
복용 시 죽음을 이해할 수 있다.
퀘스트 보상 중 하나인 '죽음의 구슬' 때문이었다.
'죽음의 이해라....'
죽음의 구슬 복용 효과를 보며 강진석은 생각했다.
'없는 속성이라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특별 스킬창에는 수많은 속성 스킬이 존재했다.
그러나 모든 속성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죽음 역시 존재하지 않는 속성 중 하나였다.
'습득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강진석은 죽음의 구슬을 빤히 바라보았다.
고민이 됐다.
죽음은 쉽게 다룰 수 있는 속성이 아니다.
'...죽지는 않을 테니까. 이해 정도는 괜찮겠지.'
고민 끝에 강진석은 죽음의 구슬을 삼켰다.
그와 동시에 구슬이 사르르 녹았고 담겨 있던 죽음이 사방으로 퍼져 난동 부리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죽음을 억누르려 했다.
그러나 그전에 육체에 자리 잡고 있던 전기가 벼락같이 달려들어 죽음을 억눌렀고 강진석은 개입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았다.
전기에 의해 순한 양이 된 죽음은 전기를 따라 육체를 순환하기 시작했다.
얼마 뒤 죽음이 육체 내부에 자리 잡았다.
이미 앞서 자리 잡은 전기, 어둠, 공간 등과 비교하면 크기가 현저히 작았다.
강진석은 죽음을 보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죽음의 크기가 작기 때문이 아니다.
강진석이 당황한 이유는 죽음이 육체에 자리 잡았다는 사실 그 자체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육체에 자리 잡았다는 것은 운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죽음의 구슬을 섭취하셨습니다.]
[죽음과 한층 가까워졌습니다.]
[스킬 '죽음의 이해'를 습득하셨습니다.]
[죽음이 육체에 자리 잡았습니다.]
[스킬 '죽음의 운용'을 습득하셨습니다.]
죽음의 구슬로 얻게 된 것은 '이해' 뿐만이 아니었다.
제249화
249.
강진석은 스킬창을 열었다.
그러고는 스킬 '죽음의 이해'와 '죽음의 운용'을 확인했다.
<죽음의 이해[패시브]>
죽음을 이해한다.
현재 레벨 : 2
<죽음의 운용[패시브]>
죽음을 운용한다.
현재 레벨 : 2
이해와 운용 전부 2레벨이었다.
그러나 전혀 아쉽지 않았다.
1레벨이 아닌 게 어디인가?
'근데 이건 어떻게 올려야 하나.'
강진석은 새로운 고민에 잠겼다.
다른 속성의 경우 스킬창을 통해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죽음의 이해와 운용은 스킬창에 존재하지 않았다.
'...직접 발로 뛰는 수밖에 없겠지.'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죽음의 구슬을 하나 더 꺼냈다.
그러고는 삼켰다.
이번에도 구슬은 사르르 녹아 죽음을 사방으로 방출했다.
전과 달리 죽음을 억누른 것은 전기가 아니었다.
육체에 자리 잡은 죽음이 허겁지겁 달려와 죽음을 억눌렀고 육체를 순환했다.
그리고 순환이 끝난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죽음의 구슬을 섭취하셨습니다.]
[죽음과 한층 가까워졌습니다.]
[스킬 '죽음의 이해'가 3레벨로 상승합니다.]
메시지에는 죽음의 이해뿐이었다.
죽음의 운용 관련 메시지는 없었다.
그러나 강진석은 알 수 있었다.
운용할 수 있는 죽음이 한층 더 강해졌다는 것을.
강진석은 육체에 자리 잡은 죽음에 의지를 보냈다.
그러자 죽음이 육체 밖으로 나왔다.
'역시 다르네.'
강진석의 죽음은 브라노프스의 죽음과 느낌이 달랐다.
일단 브라노프스의 죽음은 차가웠다.
그리고 끈적했다.
그러나 반대로 강진석의 죽음은 포근했다.
그리고 매끄러웠다.
느낌이 다른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강진석의 어둠만 해도 카스만의 어둠과 달랐다.
'이건 근데 어둠 말고 섞을 수가 없겠는데.'
죽음을 다른 속성과 섞어 보고 싶었다.
어떤 시너지를 낼지 궁금했기에.
그런데 확인해 보니 어둠 말고는 섞을 수 있는 속성이 없었다.
이내 강진석은 죽음을 회수했다.
그러고는 뒤로 돌아섰다.
브라노프스도 끝냈고 이제 남은 것은 마이호르드뿐이었다.
강진석은 어둠의 제단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근데 왜 도망을 안 치는 걸까?'
마이호르드도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도망칠 시간이 없던 것도 아니다.
강진석이 게드락스와 브라노프스를 죽이는 동안 도망치려면 도망칠 수 있었다.
'설마 제단에서 일정 이상 못 떨어지나? 아니면 숨겨둔 한 수가 있나?'
그렇게 마이호르드가 도망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생각하며 이동하던 강진석은 곧 마이호르드를 마주할 수 있었다.
마이호르드는 두려움에 잠식된 상태였다.
두려움 말고는 보이는 감정이 없었다.
'쉽게 끝낼 수 있겠는데?'
상태를 보아 브라노프스만큼은 아니어도 쉽게 끝장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쉽게 끝을 낼 생각은 아니었다.
강진석은 마이호르드의 어둠을 최대한 뽑아낼 생각이었다.
'일단 정신부터 차리게 하자.'
강진석은 흑염뢰가 아닌 흑뢰를 뽑아냈다.
그것도 최대치가 아닌 아주 약간의 기운만 담아냈다.
그리고 마이호르드에게 던졌다.
두려움에 잠식당한 마이호르드의 반응은 더뎠고 흑뢰는 그대로 마이호르드의 머리에 작렬했다.
지지직!
흑뢰가 폭발하며 마이호르드가 부들부들 떨었다.
-헉... 헉....
이어 마이호르드는 거칠게 숨을 내뱉으며 강진석을 보았다.
강진석을 바라보는 마이호르드의 눈빛에는 의아함이 있었다.
하기야 흑염뢰 맛을 이미 본 마이호르드다.
흑염뢰와 흑뢰의 차이를 생각하면 마이호르드의 의아함은 당연했다.
강진석은 다시 흑뢰를 뽑아 날렸다.
정신을 어느 정도 차린 마이호르드는 흑뢰를 막기 위해 어둠을 방출했다.
특별한 운용법으로 방출한 게 아니다.
한없이 순수한 어둠이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
흡수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았기에.
강진석은 따라 어둠을 방출했다.
그리고 강진석의 어둠이 마이호르드의 어둠을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마이호르드는 놀란 얼굴로 어둠을 회수하려 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강진석은 마이호르드의 어둠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실제로 써보는 건 처음이지만.'
카스만의 운용법 중 상대의 어둠 장악력, 통제력을 약화시키는 운용법이 있었다.
운용 조건이 워낙 극악인지라 사용할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이 바로 운용할 기회였다.
강진석은 운용법을 통해 마이호르드의 어둠 통제력을 약화시키기 시작했다.
약화된 통제력 때문에 마이호르드는 어둠을 회수할 수 없었다.
반대로 계속해서 어둠이 빠져나왔다.
-어, 어떻게!
마이호르드가 기겁하며 외쳤다.
강진석은 아무런 말 없이 어둠을 먹어 치우는 데 집중했다.
결국 마이호르드는 제단에 있는 어둠을 끌어오기 시작했다.
조금이나마 저항하기 위해서로 추정됐다.
그러나 아무 의미 없는 짓이었다.
상황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강진석은 마이호르드 덕분에 제단의 어둠 역시 포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뒤.
대부분의 어둠을 흡수당한 마이호르드의 상태는 극악으로 변했다.
매끄러웠던 피부가 바싹 말라 쭈글쭈글해져 있었다.
'더 흡수할 어둠은 없는 것 같고.'
강진석은 어둠 포식을 멈췄다.
그리고 흑염뢰를 뽑았다.
'제단 먼저 파괴해야겠지?'
이미 제단의 어둠은 마이호르드를 통해 바닥이 난 상태였다.
그러나 라이프 베슬의 효과는 그대로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강진석은 제단에 흑염뢰를 날렸다.
[어둠의 제단을 파괴하셨습니다.]
[어둠의 마이호르드가 더 이상 부활할 수 없습니다.]
[퀘스트 '어둠의 제단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사카라 부족 본부 내 어둠의 기운이 크게 감소합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
.
'역시.'
예상대로 제단에는 라이프 베슬의 효과가 남아 있었다.
강진석은 다시 흑염뢰를 뽑고는 마이호르드를 보았다.
마이호르드의 얼굴에서는 더 이상 두려움이 보이지 않았다.
그 자리를 허망함이 채우고 있었다.
강진석은 마이호르드에게 흑염뢰를 날렸다.
거의 모든 어둠을 잃은 마이호르드는 흑염뢰를 버티지 못했고.
[사카라 부족 두 번째 지도자 어둠의 마이호르드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15억 상승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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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맞이했다.
"...!"
그리고 메시지를 보던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마이호르드의 후원자인 '???'의 정체가 공개됐기 때문이었다.
[마이호르드의 후원자 어둠 법칙 드렉시로안이 마이호르드의 죽음을 인지했습니다.]
[어둠 법칙 드렉시로안이 당신의 존재를 인지했습니다.]
마이호르드가 카스만을 배반하고 옮겨탄 존재는 예상대로 절대적 존재인 법칙이었다.
'어둠 법칙?'
문제는 드렉시로안이 '어둠' 법칙이라는 점이었다.
카스만이 어둠 법칙이었다.
그런데 어둠 법칙 드렉시로안이라니?
'...하기야 한 명이 아닌 게 당연한 거긴 하지.'
카스만과 비교하면 한참이나 부족하지만 강진석 역시 어둠의 길을 걷고 있었다.
기준은 모르겠지만 이대로 성장하면 언젠가는 어둠 법칙이 될 것이다.
즉, 드렉시로안의 존재는 이상한 게 아니다.
이내 메시지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어둠의 지배>
조건을 충족하라!
[어둠의 힘 : 100%]
퀘스트 보상 : 스킬 '어둠의 지배' 4레벨 습득 권한 활성화
마이호르드의 어둠을 대거 흡수했다.
덕분에 어둠의 힘이 100%가 되어 있었다.
[퀘스트 '어둠의 지배'를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어둠의 지배' 4레벨 습득 권한이 활성화됩니다.]
[활성 보상을 획득합니다.]
[2성 어둠을 10개 획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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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어둠의 지배'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스킬 퀘스트 '어둠의 지배'가 생성됐습니다.]
강진석은 바로 퀘스트를 완료했고 이어 4레벨을 습득했다.
그리고 4레벨 퀘스트를 확인 후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고 초감각을 통해 본부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보스라 할 수 있는 세 지도자는 전부 죽였다.
그러나 본부에는 세 지도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사카라 부족의 부족원, 원혼들도 많았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곳곳에 모여 숨을 죽이고 있었다.
강진석은 잠시 고민했다.
'길드원들한테 맡길까.'
영역 상징을 파괴해 이제 사카라 부족의 본부는 길드 영역이 되었다.
그로 인해 사카라 부족의 부족원이나 원혼들은 한층 약해진 상태였다.
굳이 강진석이 청소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야, 상성 생각하면.'
사카라 부족은 부패, 어둠, 죽음을 다룬다.
길드원들이 청소하다 크게 다칠 수 있다.
'몬스터가 없는 것도 아니고.'
다른 곳에 청소할 몬스터가 없다면 모를까 굳이 맡길 필요 없어 보였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본부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카라 부족의 부족원, 원혼들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청소를 마친 강진석은 한껏 기대하며 창고를 확인했다.
'...음.'
창고를 확인한 강진석은 침음을 내뱉었다.
기대했었다.
두 번째 영혼 각성을 마친 이가 둘이었고 세 번째 영혼 각성을 진행 중인 존재가 하나 있었기에.
그런데 기대와 달리 창고에는 가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았다.
강진석의 기준에서 텅 비어 있다고 해도 무방했다.
'영혼 각성에 전부 쓴 건가?'
아무래도 세 번째 영혼 각성에 대부분 투입된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창고가 이렇게 텅 비어 있을 리 없다.
아쉬워한다고 돌아오는 게 아니다.
강진석은 아쉬움을 떨쳐내고 북쪽으로 향했다.
[어둠의 영역에 입장하셨습니다.]
영역 밖으로 나온 순간 메시지와 함께 어둠이 몰려들었다.
강진석은 흡족한 얼굴로 몰려드는 어둠을 흡수하며 탐색을 이어 나갔다.
* * *
어둠 법칙 드렉시로안의 임시 거처.
"허허."
드렉시로안은 껄껄 웃었다.
"결국 피하지 못했구나."
마이호르드가 죽었다.
죽지 말라고 언질까지 줬는데 결국 운명을 바꾸지 못했다.
"아쉽구나, 아쉬워."
말로만 아쉽다고 할 뿐이다.
실제로 아쉽지는 않았다.
마이호르드를 후원한 이유는 마이호르드의 재능 때문이 아니었다.
카스만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그래도 좋은 원석을 발견했으니."
그리고 마이호르드의 죽음 덕분에 드렉시로안은 아주 탐나는 원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강진석이었다.
"아니, 이미 보석이라 해야 하나?"
정확히 말하면 강진석은 원석이 아니다.
이미 가공이 어느 정도 된 상태였다.
인정하기 싫지만 솔직히 개척한 길의 숫자를 생각하면 드렉시로안의 윗분들은 드렉시로안보다 강진석의 가치를 더 높게 볼 것이다.
그 정도로 강진석의 가치는 뛰어났다.
"근데 추가로 길을 더 개척한 것 같은데."
이번에 강진석을 처음 안 게 아니다.
강진석에 대한 소문은 전부터 돌고 있었다.
그리고 소문에 따르면 강진석은 어둠의 길, 공간의 길, 전기의 길까지 총 3개의 길을 개척했다.
그런데 조금 전 마이호르드의 죽음으로 잠깐 보게 된 강진석에게서는 어둠, 공간, 전기 말고도 느껴지는 것들이 있었다.
"설마 화령 녀석이 불의 길 개척도 도왔나?"
문득 든 생각에 드렉시로안은 눈을 번뜩였다.
"그래, 카스만이 부탁했다면...."
카스만과 화령은 같은 연합이었다.
화령이 도울 이유는 충분했다.
"체르딘에서 그 정도로 녀석을 생각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제안으로는 마음을 돌리기 힘들 것 같은데...."
드렉시로안은 고민에 빠졌다.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체르딘 연합에서는 강진석 영입을 위해 많은 것을 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드렉시로안 혼자서는 강진석의 마음을 돌리는 게 힘들 것 같았다.
"...보고를 올려야겠군."
고민 끝에 드렉시로안은 윗분들에게 보고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제25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