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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3 - 220-230

제220화

220.

"팔금도에? 혼자?"

조수형은 경악하며 반문했다.

"네, 뭐 말릴 틈도 없었습니다."

장태호는 어쩔 수 없었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요? 가저스 포함해서 나가 100마리 이상을 한 방에 죽일 정도로 강한데."

"...."

조수형은 장태호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

대신 걱정스러운 얼굴로 생각했다.

'예상보다 더 강하긴 한데....'

장태호의 말대로 강진석은 강하다.

공격 한 번으로 가저스는 물론 나가 부대를 전멸시켰으니.

그러나 팔금도에는 푸른 뇌전 부족 나가들의 전진기지가 있었다.

그리고 전진기지에는 가저스보다 강한 존재가 있었다.

그것도 가저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그 존재는 바로 푸른 뇌전 부족의 1급 제사장 카서린이었다.

'그 괴물한테는 안 될 것 같은데.'

조수형은 예전 가저스를 죽이기 위해 뒤쫓다가 카서린을 마주한 적 있다.

코앞에서 마주한 것은 아니다.

아주 먼 거리에서 마주했다.

그럼에도 조수형은 알 수 있었다.

카서린은 가저스와는 격이 다른 존재라는 것을.

도망치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을.

그래서 바로 뒤로 돌아 전력을 다해 도망쳤었다.

빠른 판단이었음에도 도망은 쉽지 않았다.

카서린이 다루는 벼락은 무척이나 빨랐고 강력했다.

거리가 매우 멀었음에도 죽음을 각오해야 할 정도였다.

판단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도망치지 못했을 것이다.

카서린을 겪어보았기에 알 수 있다.

아무리 강진석이 강해도 카서린을 상대로는 힘들 것이다.

'...그래도 쉽게 죽지는 않으실 테니.'

조수형은 비장한 표정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장태호에게 물었다.

"가신 지 얼마나 됐어?"

"형님 오기 20초 전이요. 설마 따라가시게요?"

"어."

강진석은 이런 곳에서 죽어선 안 될 사람이다.

목숨을 걸어서라도 데리고 와야 했다.

"넌 따라오지 말고. 경계하고 있어. 나가들 또 나타날 수 있으니."

조수형은 장태호에게 말한 뒤 곧장 팔금도로 비행하며 생각했다.

'하, 미리 말했어야 했는데.'

후회가 됐다.

카서린의 존재를 미리 알렸다면 이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괜찮으셔야 할 텐데.'

* * *

[푸른 뇌전 부족 1급 제사장 카서린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2억 8000만 상승합니다.]

[퀘스트 '1급 제사장 카서린'을 완료하셨습니다.]

.

.

메시지를 통해 보상을 확인한 강진석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어 카서린이 남긴 아티펙트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바닥에 떨어져 있던 아티펙트들이 두둥실 떠올라 강진석에게 날아왔다.

강진석은 아티펙트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벼락 지팡이>

1. 주문 영창 시 '벼락의 지배자' 발동

2. 벼락의 지배자 지속 시간 동안 벼락 대미지 10% 증가

.

.

6. 10% 확률로 피해 입힌 대상에게 저주 부여

<천둥 투구>

1. 기운 주입 후 의지 발현 시 '천둥 보호막' 발동

2. 적 처치 시 10% 확률로 천둥 구름 소환

.

.

7. 전기 내성 증가

모든 아티펙트가 전기와 관련되어 있었다.

'벼락 지팡이는 흡수해야겠네.'

그리고 그중에는 강진석도 혹할 만한 옵션의 아티펙트도 있었다.

이내 아티펙트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이어 퀘스트창을 열었다.

<어둠의 운용>

조건을 충족하라!

[어둠 운용 : 100%]

[최상급 흑요석 : 100 / 100]

.

.

퀘스트 보상 : 스킬 '어둠의 운용' 2레벨 습득 권한 활성화

카서린을 사냥하던 중 기다리고 기다렸던 어둠 운용이 100%가 됐다.

강진석은 바로 퀘스트를 완료했다.

[스킬 퀘스트 '어둠의 운용'을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어둠의 운용' 2레벨 습득 권한이 활성화됩니다.]

완료하자마자 강진석은 스킬창을 열었다.

그러고는 어둠의 운용 2레벨을 습득했다.

[스킬 '어둠의 운용'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스킬 퀘스트 '어둠의 운용'이 생성됐습니다.]

습득과 동시에 퀘스트가 생성됐다.

그러나 강진석은 퀘스트를 바로 확인하지 않았다.

습득과 동시에 찾아온 변화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손을 뻗었다.

전보다 한층 더 강력해진 어둠이 방출됐다.

'와....'

강진석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1레벨 차이가 이렇게 커?'

차이가 날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차이가 훨씬 컸다.

'이러면 3레벨이나 4레벨은....'

2레벨이 끝이 아니다.

3레벨부터 5레벨까지 아직 3단계나 남아 있었다.

5레벨이 되면 대체 얼마나 강력해지는 것일까?

'지배는 대체....'

운용이 끝이 아니다.

상위 스킬인 '지배'가 존재했다.

어둠의 지배를 습득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상상해 봤지만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이내 강진석은 강해진 어둠으로 갑옷을 만들었다.

'이야....'

갑옷은 순식간에 완성됐고 강진석은 다시 한번 감탄했다.

그렇지 않아도 강력해진 어둠의 힘이 증폭되어 훨씬 더 강력해졌다.

'이 정도면....'

강진석은 옥천군에 있는 레아스를 떠올렸다.

'할 만할 것 같기도 하고.'

여전히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은 들지 않았다.

그래도 전보다는 할 만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내 레아스에 대한 생각을 접고 강진석은 퀘스트를 확인했다.

<어둠의 운용>

조건을 충족하라!

[어둠 운용 : 1%]

[최상급 흑요석 : 0 / 200]

.

.

퀘스트 보상 : 스킬 '어둠의 운용' 3레벨 습득 권한 활성화

'재료는 문제없고.'

필요 개수가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전과 똑같았다.

'운용은 얼마나 걸리려나.'

재료가 늘어났듯이 어둠 운용의 총량도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았다.

강진석은 언제쯤 100%가 충족될지 생각하며 퀘스트창을 닫았다.

스윽.

그러고는 주변을 훑었다.

아티펙트 확인도 마쳤고 스킬과 퀘스트 확인도 마쳤다.

더 이상 확인할 게 없다.

'이제 마무리하러 가볼까.'

강진석은 푸른 뇌전 부족의 영역 상징인 '동상'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지지직!

도착과 동시에 강진석은 흑뢰를 방출했고.

콰아앙!

전보다 강력해진 흑뢰는 동상에 작렬하며 전보다 더욱 크게 폭발했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동상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

.

그렇게 탈환을 마친 강진석은 바로 핸드폰을 꺼내 한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길드장님!

"지금 목포 부근에 팔금도라는 곳을 탈환했습니다."

-팔금도요? 혹시 목포 쪽 생존자들이랑 접촉하신 건가요?

"네."

강진석은 목포 생존자들이 '자연 길드'를 창설했다는 것.

그리고 동맹을 맺을 생각이라는 것, 주변 상황 등등을 전했다.

"이따 잠시 내려와 주실 수 있나요?"

-네, 물론입니다!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쪽에 정리팀 보내야 할까요?

"예, 근데 나가들이 공격해 올 수도 있어서 수비팀도 와야 할 것 같습니다."

팔금도 전역을 청소한 게 아니다.

아직 팔금도에는 나가들의 영역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팔금도 남쪽에 있는 안좌도, 북쪽에 있는 암태도에도 나가들이 가득했다.

지금이야 가만히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공격을 할 가능성이 있었다.

-아, 네! 그러면 정리팀, 수비팀 한 팀씩 보내겠습니다!

"네, 이따 연락드릴게요."

한지윤과의 통화를 마친 강진석은 초감각을 통해 주변 상황을 다시 한번 살폈다.

초감각 내 나가들이 잠잠한 것을 확인한 강진석은 지부에서 나와 다시 목포로 향했다.

'...음?'

목포를 향해 공간이동을 하던 강진석은 중간에 멈췄다.

조수형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강진석은 조수형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얼마 뒤 조수형을 마주할 수 있었다.

"헛, 진석 님!"

조수형은 강진석을 발견하고 놀란 얼굴을 했다.

"다행입니다. 그냥 돌아오셨군요!"

"...?"

이어진 조수형의 말에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무언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강진석은 오해가 깊어지기 전에 풀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냥 돌아온 건 아니고 팔금도 고산에 지부를 만들었습니다."

"...팔금도 고산에요?"

조수형은 깜짝 놀랐다.

"혹시 거기에 카서린이라는 나가가 없었습니까?"

그도 그럴 것이 팔금도 고산은 1급 제사장 카서린이 있는 곳이었다.

혹시 카서린이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일까?

"있었습니다. 죽였구요."

"...."

이어진 강진석의 말에 조수형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주, 죽이셨다구요? 카서린을?"

이내 정신을 차린 조수형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일까 싶어 반문했다.

"네."

강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리고 조수형은 다시 말을 잃었다.

"수형 님?"

강진석은 조수형을 불렀고.

"아, 죄송합니다."

정신을 차린 조수형은 사과하며 이어 말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지금 바로 동맹 체결할까요?"

아직 회의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일단 동맹부터 체결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물론 반발하는 길드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반발은 강진석의 힘을 전하면 알아서 수그러들 것이다.

* * *

"바로 여수에 가실 생각이신가요?"

"네, 여수 쪽으로 가면서 구출 진행할 생각이에요."

한지윤의 물음에 강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율이야 한지윤이 해줄 것이고 더 이상 강진석이 목포에서 할 일은 없다.

강진석의 답에 한지윤은 미소를 지으며 이어 말했다.

"그럼 조율 끝내고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네, 이따 연락드릴게요."

그렇게 한지윤의 배웅을 받으며 강진석은 목포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여수 방향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니 다행이야.'

놀랍게도 목포와 여수는 주기적으로 교류를 하고 있었고 조수형은 여수 생존자들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리고 강진석은 조수형에게 여수에 대한 정보를 대거 얻을 수 있었다.

여수 생존자들 역시 목포와 마찬가지로 길드를 창설했다.

길드명은 '해왕'이었다.

그리고 해왕 길드의 길드장 최태훈에게는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다.

'근데 히든 직업이 존재할 줄은 몰랐는데.'

여태껏 강진석은 전사, 마법사, 사냥꾼 같은 직업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놀랍게도 히든 직업이 존재했다.

히든 직업을 가진 존재는 바로 해왕 길드의 길드장 최태훈이었다.

최태훈의 직업은 길드명과 같은 '해왕'이었다.

'어떻게 전직한 걸까.'

처음부터 최태훈이 해왕이었던 것은 아니다.

전직 방법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처음 최태훈의 직업은 '마법사'였다.

'해왕 말고 다른 히든 직업도 있겠지?'

히든 직업이 '해왕'만 존재할 것 같지는 않았다.

얼마나 있을지는 몰라도 다른 히든 직업 역시 존재할 것이다.

그렇게 히든 직업에 대해 생각하며 강진석은 생존자들을 구출했다.

그리고 4번의 구출 후 강진석은 목적지 '여수' 근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호오?'

강진석은 잠시 이동을 멈추고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시야 밖 멀찍이 떨어진 곳에 5명이 있었다.

여수에서 마중을 나온 이들로 추정됐다.

마중을 나온 것에 감탄한 것은 아니다.

조수형이 미리 연락을 해두겠다고 했으니까.

강진석이 감탄을 내뱉은 것은 5명 중 유독 강한 한 사내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사내 주변을 맴돌고 있는 '물' 때문이었다.

'최태훈인가?'

사내의 정체는 해왕 길드의 길드장 최태훈으로 추정됐다.

강진석은 다시 움직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5명을 마주할 수 있었다.

"...!"

최태훈으로 추정되는 사내는 강진석을 보고 움찔했다.

그러고는 이어 한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해왕 길드의 길드장 최태훈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강진석입니다."

"휴, 역시 진석 님이셨군요."

강진석의 인사에 최태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이어 강진석의 머릿속에 최태훈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혹시 진석 님도 히든 직업으로 전직하신 겁니까?]

제221화

221.

"...?"

최태훈의 질문에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히든 직업으로 전직했냐니?

'내 직업을 알고 있을 텐데?'

강진석의 직업은 한반도 내 모든 이들에게 공개됐다.

마법사인 것을 알고 있을 최태훈이 왜 이런 질문을 한 것일까?

[왜 제가 히든 직업이라 생각하셨나요?]

강진석은 최태훈에게 텔레파시로 물었다.

히든 직업이냐고 질문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둠의 운용 습득하신 거 아닌가요?]

"...!"

최태훈이 답했고 강진석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어둠의 운용을 알고 있어?'

어둠 갑옷을 착용 중이긴 했다.

그러나 어둠 갑옷을 보고 어둠의 운용을 떠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은 아티펙트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설마.'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최태훈에게 물었다.

[혹시 물의 운용을 습득하셨습니까?]

최태훈의 주변을 맴돌고 있는 물.

물의 운용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히든 직업 '해왕'의 전용 스킬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해왕의 전용 스킬이 '물의 운용'이라면?

어둠의 운용을 아는 것, 히든 직업으로 전직했냐는 질문까지 모든 것이 설명된다.

[네, 맞습니다.]

최태훈이 답했고 강진석은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일단 강진석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최태훈에게 답했다.

[어둠의 운용을 습득하기는 했는데 히든 직업으로 전직한 건 아닙니다.]

[아, 그렇군요.]

강진석의 답에 최태훈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저처럼 전직해서 기본 스킬로 받으신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최태훈의 답에 강진석은 잠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기본 스킬로 받았다고? 물의 운용을?'

운용 스킬은 강진석도 쉽게 습득할 수 없는 스킬이었다.

하위 이해 스킬을 5레벨까지 습득해야 한다.

그런데 물의 운용을 전직하자마자 습득하다니?

'물어볼 수도 없고....'

궁금해졌다.

해왕이란 직업이 어떤 직업인지.

그러나 직업에 대해 자세히 묻는 것은 실례인 세상이었다.

바로 그때.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죠!]

[동맹 말고도 여쭤보고 싶은 게 좀 많아서요!]

최태훈이 추가로 텔레파시를 보냈고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강진석이 궁금한 게 많듯이 최태훈 역시 궁금한 것이 많은 듯했다.

잘만 하면 해왕 직업에 대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 * *

해왕 길드의 길드장 최태훈의 집무실.

"어서 지배를 배우고 싶은데 이게 참 쉽지가 않네요."

강진석은 아쉬움을 표하는 최태훈을 보며 생각했다.

'이해랑 운용이 기본 제공됐다니.'

최태훈은 아낌없이 정보를 오픈했다.

덕분에 강진석은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최태훈은 해왕으로 전직하며 마법사 액티브 스킬창이 삭제됐다.

그리고 새로운 스킬창이 생성됐다.

새로운 스킬창에는 액티브 스킬만 있는 게 아니었다.

물의 이해, 운용, 지배 외에도 다양한 패시브 스킬이 함께 있었다.

그리고 전직 특전으로 물의 이해와 물의 운용 1레벨이 기본 제공됐다.

'근데 액티브 스킬이 너무 궁금한데.'

처음 궁금했던 것은 물의 이해, 운용, 지배였다.

그러나 호기심이 해결됐기 때문일까?

아니면 최태훈의 설명 때문일까?

호기심의 대상이 바뀌었다.

지금은 해왕의 액티브 스킬들이 너무나 궁금했다.

"혹시...."

강진석은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액티브 스킬 좀 보여주실 수 있나요?"

"해왕 액티브 스킬이요?"

"네."

"물론 보여드릴 수 있죠!"

최태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집무실 구석에 만들어 둔 훈련장으로 향했다.

"일단 해룡창부터 보여드리겠습니다."

훈련장 중앙에 도착한 최태훈은 오른팔을 허공에 뻗었다.

스아아!

그러자 손에서 물줄기가 흘러나와 빙빙 맴돌기 시작했다.

"해룡창."

그리고 최태훈이 입을 연 순간.

스아앗!

물줄기가 '창'으로 변했다.

해룡창이라는 이름답게 창의 형태는 용과 같았다.

최태훈이 해룡창을 집어 앞으로 내밀었다.

"이게 주문 영창으로 만든 해룡창입니다."

"잡아봐도 되나요?"

"바로 흩어질 겁니다."

"아하...."

강진석은 아쉬운 얼굴로 직접 움직여 해룡창을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어떤 구조인지 알 수 있었다.

"확인 다 하셨나요?"

"네."

"그러면...."

최태훈이 말끝을 흐렸고 해룡창은 물줄기로 돌아갔다.

그리고 최태훈이 물줄기에 집중했다.

그러자 물줄기가 다시 해룡창으로 변했다.

"이게 제가 직접 만든 해룡창이구요."

최태훈의 말에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문 영창으로 만든 해룡창과 똑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훨씬 더 단단했다.

강진석은 왜 그런 것일까 다시 한번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구조가 같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몇몇 곳이 더욱 단단히 결속되어 있었다.

"시간이 더 걸리긴 하는데 확실히 직접 만든 해룡창이 더 강하더라구요."

최태훈의 말에 강진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어둠이나 전기로도 가능할까?'

어둠과 전기는 성질이 다르다.

그래서 갑옷을 만들 때에도 애를 먹었다.

물과도 당연히 성질이 다를 것이다.

즉, 똑같이 만들어도 똑같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지금 당장 확인해 보고 싶었다.

"저도 잠시 만들어 봐도 될까요?"

"네, 그렇지 않아도 궁금했거든요! 어둠이나 전기로 해룡창을 만들면 어떻게 될지."

최태훈은 흔쾌히 해룡창을 흩트리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강진석은 최태훈이 있던 자리로 가 우선 어둠을 방출했다.

그리고 해룡창의 구조를 떠올리며 어둠을 조각했다.

얼마 뒤 해룡창 아니, 흑룡창이 만들어졌다.

흑룡창은 해룡창과 느낌이 달랐다.

보기만 해도 심연으로 빠져들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강진석은 힐끔 최태훈을 보았다.

최태훈은 멍하니 흑룡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흑룡창 효과인가?'

자의로 집중하고 있는 게 아니다.

최태훈의 집중은 비정상적이었다.

"태훈 님?"

강진석은 흑룡창을 흩트리며 최태훈을 불렀다.

"...엇?"

그러자 최태훈이 움찔하며 정신을 차렸고 이어 경악했다.

"바, 방금 뭐였나요?"

"흑룡창 효과인 것 같습니다."

정신을 차린 최태훈을 보고 강진석은 다시 흑룡창을 만들었다.

그러나 한 번 겪었기 때문일까?

이번에는 처음과 달리 멍한 상태에 빠지지 않았다.

"어우, 이거 계속 시선이 가네요."

물론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최태훈의 말에 강진석은 흑룡창을 다시 흩트리며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어둠의 운용'의 첫 번째 조건 '어둠 운용'을 확인했다.

[어둠 운용 : 20%]

'설마 했는데....'

처음 어둠 갑옷을 만들었을 때 어둠 운용이 대폭 상승했었다.

그래서 혹시나 했는데 이번에도 대폭 상승했다.

'그럼 뇌룡창 만들면....'

강진석은 바로 전기를 방출해 조각을 시작했다.

앞서 두 번의 제작으로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뇌룡창은 순식간에 제작됐다.

정확히는 제작된 줄 알았다.

지지직....

이상하게도 형태가 유지되지 않았다.

해룡창, 흑룡창과 달리 결속되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뭐지?'

분명 똑같이 제대로 조각했다.

그런데 어째서 결속되지 않는 것일까?

'성질이 달라서?'

갑옷을 만들 때에도 어둠과 전기는 달랐다.

똑같이 만들어도 성질이 달라 다른 결과를 보이는 게 아닌가 싶었다.

강진석은 퀘스트 '전기의 운용'의 첫 번째 조건 '전기 운용'을 확인했다.

[전기 운용 : 85%]

어둠 운용과 달리 대폭 증가하지 않았다.

'완료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강진석은 아쉬운 표정으로 뇌룡창을 흩트렸다.

'흑뢰는 볼 필요도 없겠네.'

그리고 최태훈을 보았다.

최태훈 역시 뇌룡창의 문제를 느꼈는지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성질에 따라 제작 방식이 다른 것 같네요."

강진석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그러게 말입니다. 하하...."

그리고 최태훈은 따라 멋쩍은 웃음을 내뱉고는 화제를 돌렸다.

"다음 스킬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건 무기가 필요한데요."

최태훈은 이후에도 여러 액티브 스킬을 보여주었다.

그중에는 해룡창처럼 따라 할 수 있는 스킬이 여럿 있었고.

[전기 운용 : 100%]

전기 운용이 100%가 됐다.

그리고 놀랍게도.

[어둠 운용 : 100%]

생각지도 않았던 어둠 운용 역시 100%가 됐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큰 진전이 있었습니다."

강진석은 최태훈에게 감사를 표했다.

최태훈이 스킬을 보여준 덕분에 새로운 기술을 익힐 수 있었다.

거기다 전기 운용과 어둠 운용도 100%가 됐다.

"하하, 아닙니다! 저도 감사한걸요. 저 역시 큰 진전이 있었습니다. 아직 재료가 부족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는 못하겠지만요."

최태훈의 말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말로만 끝낼 생각이 없었다.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재료가 필요하다니?

그렇지 않아도 재료는 넘치도록 가지고 있는 강진석이었다.

"혹시 필요하신 재료가 어떤 건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예?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보답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말씀드렸듯 저한테도 도움이 된걸요."

최태훈은 강진석의 의중을 깨닫고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거절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보다 더 강해지셔야 앞으로가 수월할 테니까요. 그리고 필요하신 재료가 저한테 없을 수도 있습니다. 최대한 구해 드리겠다는 뜻이니 부담 갖지 말고 알려주세요."

"아, 그렇게까지 말씀해 주시니...."

말끝을 흐린 최태훈은 활짝 웃으며 이어 말했다.

"그럼 바로 적어서 드리겠습니다!"

최태훈은 책상 앞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강진석도 뒤따라 자리로 향했다.

"여기 있습니다...!"

이내 최태훈이 메모지를 내밀었다.

메모지에는 수많은 재료가 쓰여 있었다.

당연하게도 전부 알고 있는 재료들이었고 보유하고 있는 재료들이었다.

"조금 이따 가져다드리겠습니다."

강진석은 씨익 웃으며 최태훈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눈치를 살피고 있던 최태훈 역시 씨익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이어 물었다.

"더 궁금하신 건 없으신가요?"

"혹시 제주도에 대한 정보 가지고 계신 거 있으신가요?"

"...!"

최태훈은 강진석의 질문에 흠칫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최태훈의 반응에 확신했다.

제주도에 대해 뭔가를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내 최태훈이 입을 열었다.

"...제주도에 동생이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왕으로 전직하자마자 제주도에 갔었습니다. 그런데 진입할 수가 없었습니다. 애초에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어요."

"...?"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해왕인 최태훈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다니?

"몬스터들이 많아도 너무 많았거든요. 미쳐버린 하급 어둠 정령, 구속된 중급 어둠 정령 그리고 어둠 임프 등 종류도 다양했구요. 고등어, 갈치 같은 어류들도 몬스터화 됐습니다. 제주도 내부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외부는 지옥이었습니다."

"아...."

강진석은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

진입하지 못한 이유가 궁금했는데 이해가 됐다.

'수준도 높나 보네.'

최태훈은 강하다.

단순히 숫자만 많은 것이었다면 최태훈이 뚫지 못했을 리 없다.

"그리고 솔직히 몬스터들을 뚫었어도 진입 못 했을 겁니다."

최태훈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둠으로 둘러싸여 있거든요."

"...제주도가요?"

"네, 한 바퀴 쭉 돌았는데 빈틈이 없던데요?"

제222화

222.

최태훈의 말에 강진석은 제주도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어둠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주변 바다에는 수많은 몬스터가 활동하고 있다?

최태훈이 왜 지옥이라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구출하러 가야 하는데....'

제주도에는 구출을 기다리는 생존자들이 있었다.

그런데 상황을 보니 구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혹시 제주도에 가실 생각이셨나요?"

"네, 동쪽에 구출을 기다리는 분들이 있거든요."

"...동쪽이요?"

심상치 않은 최태훈의 반응에 강진석은 설마 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동쪽에 뭐가 있나요...?"

"네, 다른 곳은 어둠 때문에 아무것도 안 보였는데 동쪽에는 어둠을 뚫을 정도로 높게 솟은 탑이 있었어요."

"혹시 위치가...?"

강진석은 탑의 위치를 물었다.

생존자들이 구출을 기다리는 곳은 성산일출봉이었다.

성산일출봉만 아니면 된다.

"성산일출봉이요."

"아...."

강진석은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

성산일출봉만 아니길 바랐는데 성산일출봉이라니?

바로 그때였다.

"...!"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던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남해에서 은밀하게 북상하는 무리가 있었다.

기운도 강했고 강력한 어둠도 함께 감지됐다.

제주도에서 올라온 몬스터 무리로 추정됐다.

"태...."

강진석은 최태훈에게 몬스터 무리의 존재를 전해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아, 죄송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최태훈이 입을 열었다.

"남해에 몬스터들이 나타났네요. 잠시 정리 좀 하고 와야겠습니다."

최태훈의 말에 강진석은 생각했다.

'초감각 말고 뭔가가 있나 보네.'

강진석은 최태훈의 초감각 크기를 알고 있다.

결코 지금 위치에서 바다를 감지할 수준이 아니다.

그런데 몬스터들의 이동을 알아냈다는 것은 초감각 말고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었다.

"구경해도 될까요?"

강진석은 최태훈에게 물었다.

최태훈이 어떻게 싸우는지도 궁금했고 액티브 스킬의 위력도 궁금했다.

"물론입니다. 편히 모시겠습니다."

최태훈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물줄기가 뿜어져 나와 타원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 강진석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

타원 형태가 완성된 순간 강력한 공간의 힘이 서렸기 때문이었다.

'포털도 만들 수 있었어?'

포털이 확실했다.

그리고 포털이 연결된 곳은 여수 앞바다였다.

"가시죠!"

최태훈은 강진석에게 말하며 먼저 포털로 들어갔다.

강진석은 뒤따라 포털로 들어갔고 여수 앞바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최태훈은 바다를 가로지르며 앞장서 이동했고 강진석은 그 뒤를 따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최태훈이 이동을 멈췄고 따라 멈춘 강진석은 지평선을 보았다.

몬스터화 된 어류들이 시야에 나타났다.

'어쩌다 저렇게 된 걸까.'

모든 바다 생물이 몬스터화 된 것은 아니다.

동해에는 평범한 바다 생물밖에 없었다.

즉, 몬스터화 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이유는 제주도와 관련되어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스윽.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최태훈을 보았다.

최태훈은 해룡창을 만들고 있었다.

이내 해룡창이 완성됐고 최태훈은 전력을 다해 다가오는 어류 몬스터들에게 던졌다.

스아앗!

해룡창은 엄청난 속도로 어류 몬스터들에게 날아갔다.

어류 몬스터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선두에 있던 어류들이 하늘로 뛰어오르더니 물로 이루어진 보호막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 위로 해룡창이 작렬했다.

촤아아아!

해룡창은 보호막을 단숨에 찢어발겼고, 이어 폭발하며 허공에 떠오른 어류들을 엄습했다.

그렇게 허공에 떠올랐던 어류 십수 마리가 죽음을 맞이했다.

문제는 나타난 어류가 100마리 이상이라는 점이었다.

어류들은 다시 다가오기 시작했고 최태훈은 해룡창을 만들기 시작했다.

앞서 던진 해룡창에 많은 힘을 담았기 때문일까?

해룡창 제작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 게 보였다.

강진석은 최태훈에게 물었다.

"도와드려도 될까요?"

"오,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최태훈은 활짝 웃으며 답했다.

'생각보다 많아서 어쩌나 했는데.'

이렇게 많이 나타났을 줄은 몰랐다.

그래도 도와달라고 하기에는 민망해 말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먼저 도와주겠다고 말해주다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최태훈의 답에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어둠을 방출해 흑룡창을 만들었다.

굳이 창을 만들 필요 없다.

흑뢰만 방출해도 전부 죽일 수 있다.

그럼에도 굳이 흑룡창을 만든 이유는 확인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로 흑룡창의 파괴력이 궁금했고.

두 번째는 흑룡창의 효과가 몬스터들에게 먹히는지 궁금해서였다.

강진석은 흑룡창을 던졌다.

흑룡창은 해룡창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날아갔다.

어류들이 보호막을 만들 시간도 주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어류들은 보호막을 만들 생각이 없었다.

흑룡창이 강진석의 손을 떠난 순간부터 어류들은 멍한 상태에 빠졌다.

이내 흑룡창이 목표 지점에 도착했고.

스아악!

폭발하며 사방으로 어둠이 퍼졌다.

그리고 이어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어둠이 서린 은갈치를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1만 2000 상승합니다.]

[어둠을 흡수한 고등어를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1만 3000 상승합니다.]

.

.

'와....'

강진석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어류들이 제공한 포인트 때문이 아니다.

강진석이 감탄한 이유는 흑룡창의 파괴력 때문이었다.

흑룡창이 폭발하며 다가오던 모든 어류가 죽음을 맞이했다.

'이 정도로 증폭된다고?'

주입한 기운 이상의 파괴력을 보일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어둠 갑옷, 전기 갑옷 역시 기운을 증폭시켰기에.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흑룡창의 파괴력은 훨씬 강력했다.

'한 곳 박살 낼 때는 흑룡창 쓰는 게 좋겠는데?'

여러 곳에 퍼져 있는 상대를 죽일 때에는 여전히 흑뢰를 쪼개는 것이 낫다.

그러나 한 곳을 박살 낼 때에는 무조건 흑룡창을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와...."

귓가에 들려오는 감탄에 강진석은 정신을 차리고 최태훈을 보았다.

최태훈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흑룡창이 폭발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 대단하십니다. 한 방에 어떻게...."

이내 최태훈이 고개를 돌려 강진석을 보며 말했다.

"이 정도면 제주도도 문제없으시겠는데요?"

* * *

"그럼 조금 이따 뵙겠습니다."

"네! 이따 뵙겠습니다!"

강진석은 최태훈의 배웅을 받으며 여수에서 나와 북쪽으로 올라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크들의 영역을 발견했고 강진석은 바로 영역에 진입했다.

[던전 '천황산'에 입장하셨습니다.]

[24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제단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

.

생존자를 구출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천황산에는 생존자가 없다.

생존자가 없음에도 천황산에 진입한 이유는 해왕 길드와 교류할 지부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쩌저적!

강진석은 흑뢰를 방출했다.

수백 다발로 나뉜 흑뢰는 던전 곳곳에 있는 오크들에게 날아갔고.

[오크를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2000 상승합니다.]

.

.

그렇게 한 번의 공격으로 강진석은 모든 오크를 죽일 수 있었다.

강진석은 이어 영역 상징인 제단을 파괴했다.

그렇게 탈환을 마친 강진석은 영역 이동을 통해 총본부 '봉제산'으로 이동해 창고로 향했다.

필요한 재료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고, 강진석은 창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재료를 수거했다.

그리고 모든 재료를 수거한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스킬 퀘스트 '어둠의 운용'을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어둠의 운용' 3레벨 습득 권한이 활성화됩니다.]

[스킬 '어둠의 운용'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스킬 퀘스트 '어둠의 운용'이 생성됐습니다.]

"...."

어둠의 운용 3레벨을 습득한 강진석은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1레벨에서 2레벨이 되었을 때 어둠은 대폭 강해졌다.

3레벨이 되었을 때에도 대폭 강해질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둠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예상했던 대로 대폭 강해졌다.

'전기는 얼마나 강해지려나.'

완료할 퀘스트는 어둠의 운용뿐만이 아니다.

[스킬 퀘스트 '전기의 운용'을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전기의 운용' 2레벨 습득 권한이 활성화됩니다.]

[스킬 '전기의 운용'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스킬 퀘스트 '전기의 운용'이 생성됐습니다.]

강진석은 바로 전기의 운용 2레벨을 습득했고 활짝 웃었다.

그러고는 최태훈을 떠올렸다.

'물의 운용은 얼마나 강해지려나?'

강진석은 어둠의 이해, 전기의 이해가 5레벨이었다.

거기다 육체 제련, 영혼 각성도 두 번씩 진행했다.

그렇기에 지금처럼 대폭 강해진 것이다.

그러나 최태훈은 제련을 하지도, 각성을 하지도 않았으며 물의 이해 역시 3레벨밖에 되지 않았다.

강해지기야 하겠지만 강진석처럼 큰 폭으로 강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여수 앞바다는 신경 쓸 필요 없어지겠지?'

강진석은 다시 한번 최태훈이 필요하다는 재료들을 확인했다.

확인을 마친 뒤 최태훈에게 문자를 보낸 후 천황산으로 이동했다.

천황산에 도착한 강진석은 약속 장소로 향했다.

약속 장소에 도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최태훈이 도착했다.

"여기 있습니다."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자루를 꺼내 내밀었다.

"다행히 다 있더라구요."

"...저, 전부요?"

최태훈은 놀란 얼굴로 반문하더니 자루를 보았다.

그리고 고민하는 얼굴로 이어 말했다.

"...이걸 제가 받아도 될까요?"

"네, 앞으로를 위해서는 부담 없이 받아주셔야 합니다. 지금보다 훨씬 강해지셔야 해요."

"...알겠습니다!"

강진석의 말에 최태훈은 비장한 표정으로 자루를 받았다.

그리고 강진석은 은은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럼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혹시 제주도에 변화가 생기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최태훈과 작별 인사 후 강진석은 곧장 북쪽으로 향했다.

얼마 뒤 전라남도 내 모든 생존자 구출을 마친 강진석은 경상남도로 넘어가 생존자를 구출하며 생각했다.

'부산 먼저 갈까, 대구 먼저 갈까.'

고민이 됐다.

어떤 곳을 먼저 방문할지.

'동선 생각하면 대구 먼저 가는 게 맞는데.'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생존자 구출 동선까지 감안하면 대구에 먼저 들르는 게 낫다.

'거기다 부산은 걱정 없고.'

한지윤이 말했다.

부산을 지배하는 건 김필립이라는 사내로 악인들을 싹 죽였을 것이라고.

즉, 부산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강진석은 대구를 목표로 이동을 시작했다.

이후 3번의 생존자 구출 후 강진석은 '대구'에 도착했다.

대구 생존자들의 영역은 당연하게도 대구 전역이 아니다.

달서구, 서구, 남구 세 지역이었고 강진석은 가장 가까운 달서구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뒤 달서구로 향하던 강진석은 이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

이동을 멈춘 강진석의 얼굴에는 당황스러움이 가득했다.

'뭐야 저건...?'

강진석이 당황한 이유는 달서구 영역 안쪽 상황 때문이었다.

'...성채?'

달서구 영역 안쪽에는 '성채'가 있었다.

그리고 성채 외벽 곳곳에는 대포 말고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장비들이 여럿 설치되어 있었다.

제223화

223.

강진석은 성채 외부와 내부를 자세히 살피며 생각했다.

'저절로 생겨났나?'

성채는 원래부터 있던 게 아니다.

대구에 저런 '성채'가 있었다면 알려지지 않았을 리 없다.

'내부 생각하면 만든 것 같은데....'

성채 내부 구조를 보면 저절로 생겨났다기보다 생존자들이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어떻게 만든 거지?'

궁금해졌다.

대체 어떻게 저런 성채를 만들 수 있던 것일까?

'길드 시스템만으로 만든 건 아닌데.'

강진석 역시 길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었고, 샅샅이 확인했다.

성채 일부는 시스템을 통해 만들 수 있지만 만들 수 없는 것들이 더 많았다.

'목포처럼 특화 직업군이 모여 있나?'

목포에는 정령사들이 유독 많았다.

대구에 연금술사, 대장장이 같은 직업이 많이 모인 것이라면?

바로 그때였다.

"...!"

강진석은 파동을 느낄 수 있었다.

파동이 시작된 지점은 성채였다.

이어 성채 내부에 있던 일부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곧 외부에 있던 대포들이 강진석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레이더까지?'

무슨 파동일까 궁금했는데 확실해졌다.

'공격하기 전에 이야기부터 해야겠네.'

강진석은 성채 안쪽에 있는 생존자 중 기운이 강한 다섯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강진석 길드를 이끌고 있는 강진석입니다.]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저는 성채 기준으로 남서쪽에 있습니다.]

텔레파시를 받은 다섯 생존자는 움찔하더니 다시 움직였다.

그리고 하나둘 성채 밖으로 나왔다.

이내 다섯이 전부 모였으나 다섯은 강진석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더니 이내 다섯 중 셋이 성채로 돌아갔다.

그리고 둘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포에 기운이 응축되기 시작했다.

혹여 문제가 생기면 발포하려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내 두 사내가 강진석의 앞에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강진석은 텔레파시가 아닌 육성으로 인사했다.

"조금 전 연락드린 강진석입니다."

그리고 강진석의 자기소개에 두 사내 역시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성수라고 합니다."

"김택중입니다."

그렇게 소개가 끝났고 이어 한성수가 말했다.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하셨는데 어떤 대화를 말씀하시는 건지...."

말끝을 흐린 한성수는 강진석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김택중은 허리춤에 손을 가까이 가져갔다.

혹시나 전투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반응을 보니 잡다한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었다.

강진석은 바로 본론을 꺼냈다.

"동맹을 맺고 싶습니다."

"...!"

"...동맹이요?"

김택중은 움찔했고 한성수는 놀란 얼굴로 반문했다.

강진석은 은은히 미소를 지으며 이어 말했다.

"네, 몬스터들을 몰아내려면 다 같이 힘을 합치는 게 좋을 테니까요."

"음...."

한성수는 침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김택중이 한성수의 눈치를 살폈다.

김택중의 반응을 통해 강진석은 한성수에게 결정권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강진석은 잠자코 한성수의 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뒤 한성수가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

한성수의 말에 강진석은 살짝 놀랐다.

동맹을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거절할 수도 있다.

그러나 거절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생각했다.

동맹을 맺는다고 손해 볼 게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저희도 동맹을 맺고 싶긴 하지만...."

한성수가 이어 말했고 강진석은 동맹 거절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성채 유지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동맹을 맺는다고 해도 도와드릴 여력이 없습니다."

동맹을 거절한 이유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이었다.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었다.

"아...."

강진석은 이해했다는 듯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싱긋 웃으며 말했다.

"혹시 여력이 없는 이유가 전력을 공급해 주는 아티펙트 때문인가요?"

성채 중앙에는 곳곳에 전기를 공급하는 아티펙트가 있었다.

그리고 생존자들이 아티펙트를 향해 끊임없이 전기 마법, 스킬을 난사해 전력을 충전하고 있었다.

강진석이 보기에 정말 아슬아슬했다.

전기 마법이나 스킬이 몇 분만 중단되면 전기 공급은 멈추고 말 것이다.

"그, 그걸 어떻게!"

한성수가 경악하며 외쳤고.

휙!

김택중은 검을 뽑아 강진석에게 겨눴다.

"제가 초감각 범위가 넓어서요."

강진석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답했다.

"...."

"...."

한성수와 김택중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강진석을 바라볼 뿐이었다.

강진석은 두 사람의 반응을 이해했다.

전기 공급 아티펙트는 성채의 심장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한 번도 성채 안에 들어온 적 없는 강진석이 언급하고 있으니 경계하는 게 당연했다.

"제가...."

시간이 흐를수록 경계심은 커질 것이다.

강진석은 바로 본론을 꺼냈다.

"전력 공급 부분을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말을 마친 강진석은 뒤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전기를 방출했다.

지지직!

굳이 뒤쪽으로 전기를 방출한 이유는 2가지였다.

첫 번째는 두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고.

두 번째는.

[1급 두더지 수인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00 상승합니다.]

.

.

땅속에서 은밀하게 다가온 몬스터들을 처치하기 위해서였다.

"...!"

"...!"

한성수와 김택중 역시 초감각을 활성화한 상태였다.

당연히 땅속에서 다가오던 두더지 수인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래서 더 놀랐다.

전부터 두더지 수인과 끊임없이 전투를 벌인 두 사람은 두더지 수인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 공격 한 번에 두더지 15마리가 전부 죽었다.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제가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강진석은 경악한 두 사람을 보며 숨기던 기운을 살짝 끌어올렸다.

"헙!"

"헉!"

그리고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경악했다.

그 어떤 몬스터에게도 느낄 수 없던 강렬한 기운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막힐 정도로 압박이 엄청났다.

강진석은 다시 기운을 숨겼다.

"헉... 헉...."

"후우...."

압박이 사라지자 두 사람은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잠자코 기다렸다.

얼마 뒤 숨 고르기를 끝낸 한성수가 입을 열었다.

"...괜한 생각을 하고 있었네요. 죄송합니다."

한성수는 꾸벅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아닙니다. 두 분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이었으니까요."

강진석은 사과에 답하며 물었다.

"이제 생각이 바뀌셨을까요?"

"제가 길드장이긴 한데 혼자서 결정 내릴 수는 없는 사항인지라...."

말끝을 흐린 한성수는 김택중을 보았다.

김택중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한성수는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이어 말했다.

"그래도 긍정적인 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혹시 전력 공급을 도와주신다는 건 조금 전 그 전기로 도와주신다는 걸까요?"

"네, 맞습니다."

강진석은 다시 한번 전기를 방출했다.

물론 전처럼 어딘가를 타격하지는 않았다.

지지직!

강진석의 의지에 따라 전기가 하늘을 유영했다.

그리고 한성수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가시죠! 안내하겠습니다."

* * *

대구 생존자들의 길드 '철벽'의 간부 회의실.

현재 간부 회의실에는 철벽 길드의 길드장 한성수와 4명의 간부.

그리고 강진석까지 총 6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여력이 없다고 말씀드렸던 겁니다."

한성수가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마쳤다.

강진석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위험한 상황이었네요."

철벽 길드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심각했다.

길드원들은 성채 유지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휴식할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문제는 수인들의 공격이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얼마 전에는 성채 외벽에 구멍이 뚫릴 정도였다.

이대로라면 결국 무너질 것이 뻔했기에 철벽 길드는 성채를 버리고 떠날 계획을 짜고 있었다.

물론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강진석은 가만히 지켜볼 생각이 없었다.

"일단 전력부터 해결하죠."

"...!"

"...!"

한성수를 포함한 간부들은 강진석의 말에 눈을 번뜩였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어 한성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앞장섰다.

강진석은 그 뒤를 따랐고 곧 성채의 심장인 아티펙트를 마주할 수 있었다.

[9%]

아티펙트 중앙에는 충전량이 쓰여 있었다.

간혹 10%가 넘어가기도 했지만 금세 9%로 떨어졌다.

"근데 이건 어떻게 만드신 거예요?"

"저희가 만든 건 아니고 길드 퀘스트 보상으로 얻었습니다!"

"아하."

강진석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우리 창고에도 있으려나?'

처음에는 길드 퀘스트 보상을 확인했었다.

그러나 완료되는 길드 퀘스트가 워낙 많아져 현재는 한지윤, 최은형 같은 지역을 관리하기 시작한 간부들에게 일임한 상태였다.

즉, 길드 창고에도 아티펙트가 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잠시 길드원분들 좀 물려 주실 수 있을까요? 다치실 수도 있어서요."

강진석은 한성수에게 말했다.

그러자 한성수와 김택중을 제외한 간부 셋이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강진석의 전기를 두 눈으로 확인한 한성수와 김택중은 일말의 걱정도 하지 않았고 한성수가 외쳤다.

"다들 잠시 휴식하겠습니다! 뒤로 나와 주세요!"

한성수의 외침에 아티펙트를 향해 스킬을 쏟아붓던 길드원들이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하나둘 뒤로 물러났다.

이내 모든 길드원이 물러났고 강진석은 아티펙트로 다가가 전기를 방출했다.

지지직!

전기는 순식간에 아티펙트에 가까워졌고.

'호오.'

강진석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아티펙트에서 전기를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었다.

물론 강진석의 지배력이 더욱 강해 아티펙트의 강한 흡입력에도 빨려 들어가지는 않았다.

강진석은 천천히 아티펙트에 전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30%]

[40%]

그러자 충전량이 급속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미, 미친."

"뭐야."

"와...."

간부들은 물론 철벽 길드원들은 충전량을 보고 경악했다.

그리고 얼마 뒤.

[100%]

충전량이 100%가 되었고 강진석은 전기 방출을 멈췄다.

'주기적으로 충전해 줘야 하나 했는데 그럴 필요는 없겠네.'

충전량이 70%가 넘어간 순간 아티펙트는 자가발전을 시작했다.

웬만해서는 이제 따로 충전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강진석은 이어 주변을 확인했다.

한성수는 물론 모든 이들이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강진석은 한성수에게 말했다.

"이제 전력은 해결된 것 같은데 다시 이야기하러 갈까요?"

"...네!"

한성수는 정신을 차리고 아주 긍정적인 눈빛으로 강진석을 바라보며 답했다.

그리고 다시 앞장서 회의실로 향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회의실로 향하며 한성수는 강진석에게 감사를 표했다.

"아닙니다. 동맹인데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강진석은 감사 인사에 답하며 생각했다.

'뭐지?'

한성수는 감사만 표했다.

감사 외에는 아무것도 내색하지 않았다.

그러나 강진석은 패시브 스킬 '감정 분석'을 전부 습득했다.

감정을 파악할 수 있었고 현재 한성수는 '고뇌'의 감정을 표출하고 있었다.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 것일까?

"혹시 뭐 더 도와드릴 일 있을까요?"

강진석은 모르는 척 운을 띄웠다.

"...아닙니다!"

한성수는 멈칫했다가 사람 좋은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강진석은 확신했다.

부탁할 일이 있다는 것을.

"마음 편히 말씀해 주세요. 저한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한테도 어려운 일이면 한시라도 빨리 힘을 합쳐 해결해야죠."

강진석의 말에 한성수는 다시 한번 멈칫했다가 이내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말씀드리겠습니다. 실은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문제가 있습니다."

제224화

224.

한성수의 말에 함께 움직이던 간부들이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강진석은 궁금했다.

대체 어떤 문제인지.

"실은 저희 길드의 성채는 이곳 한 곳이 아닙니다. 전력 때문에 유지가 불가능해졌고 수인들이 이용할까 봐 봉인을 해둔 상태입니다. 문제는 봉인 해제를 하려면 전보다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합니다."

한성수의 말에 강진석은 무슨 부탁인지 알 것 같았다.

"혹시 두 성채에 전력을 공급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그리고 강진석의 예상은 정확했다.

"아...."

강진석은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

너무나도 비장해 심각한 문제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왜 비장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쉬운 문제였다.

"...죄송합니다."

강진석의 탄성에 눈치를 살피던 한성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역시 좀 과한...."

"아니요."

강진석은 한성수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바로 정정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쉬운 문제라서요."

"아하. 그러면...!"

"네, 성채 위치 알려주시면 바로 봉인 해제 하러 가죠."

전력 공급은 어렵지 않다.

솔직히 조금 전 충전도 가진 힘의 1%도 쓰지 않았다.

"회의실에 지도가 있습니다! 정확한 위치와 주의해야 할 수인들의 위치도 알려드리겠습니다!"

한성수는 활짝 웃으며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 회의실에 도착하자마자 한성수가 지도를 가져와 설명을 시작했다.

"이곳과 이곳에 성채가 있습니다. 그리고...."

강진석은 설명을 들으며 눈을 번뜩였다.

마침 성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생존자가 구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기를 지부 삼으면 되겠네.'

그렇지 않아도 철벽 길드와 교류할 지부를 어디에 만들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해결이 됐다.

"...이상입니다."

이내 한성수가 말을 마쳤고 강진석이 답했다.

"그럼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혹시 저희가 시선을 끌거나...."

"아니요. 괜찮습니다. 3분이면 활성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넵! 그러면 활성화되는 대로 이동하겠습니다!"

"그럼 이따 뵙죠."

강진석은 대화를 끝내고 한성수와 간부들의 인사를 받으며 성채에서 떠났다.

그렇게 강진석이 떠난 뒤.

"...."

"...."

회의실에는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그리고 정적 속에서 한성수를 포함한 모두가 서로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기나긴 정적을 깬 것은 한성수였다.

"혹시 내가 잘못 들었나 해서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오, 나도 물어볼 게 있었는데."

"나 역시."

한성수의 말에 간부들 역시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간부들의 반응에 한성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3분이라고 하신 것 같은데 맞지?"

한성수의 말에 간부들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음...."

"잘못 들은 게 아니었군...."

반은 놀란 반응을.

"허, 3분이라니. 말이 되나?"

"진짜일까?"

반은 불신의 반응을.

한성수는 간부들의 반응을 보며 강진석을 떠올렸다.

'금방 드러날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닌데....'

오래 본 것은 아니다.

아주 잠깐 보았다.

그러나 그 잠깐 동안 강진석이 보여준 힘과 성품을 생각하면 거짓말을 할 이가 아니었다.

그리고 30분도 아니고 3분이다.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왜 하겠는가?

이내 이야기했던 3분이 지났다.

그리고 3분이 지나자마자 장현섭이 물었다.

"혹시 뭐 메시지 떴어?"

한성수는 메시지창을 보았다.

당연하게도 새로운 메시지는 없었다.

'그래, 아무리 진석 님이 강해도 3분은....'

바로 그때였다.

[성채 '용두산'의 동력이 활성화됐습니다.]

[성채 '용두산'의 모든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

.

기다렸다는 듯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헉."

한성수는 반사적으로 놀란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그런 한성수의 반응에 간부들은 불신 가득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아니지?"

"...진짜로?"

간부들의 반문에 한성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현섭아, 준비해. 성채 귀환할 시간이다."

"미친! 진짜 3분 만에?"

바로 그때.

우웅.

핸드폰이 진동했다.

한성수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강진석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

문자를 확인한 한성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 그래?"

한성수의 반응에 장현섭이 물었다.

그리고 한성수가 고개를 들어 답했다.

"바로 다음 성채로 가신다네? 이번에는 들를 곳이 있으셔서 5분 정도 걸리실 것 같다는데?"

* * *

"정말 감사드립니다."

한성수는 허리를 숙여 인사하며 강진석에게 감사를 표했다.

강진석은 한성수를 일으키며 답했다.

"아닙니다. 동맹으로써 응당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필요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 연락해 주세요.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그럼 우선 주변 청소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위험한 일 생기면 언제든 연락 주시구요. 저희 지부 위치는 기억하고 계시죠?"

"네! 물론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럼 전 이만."

강진석은 한성수와 작별 인사 후 성채에서 나왔다.

그리고 북쪽으로 향했다.

얼마 뒤 경상북도에 도착한 강진석은 생존자를 구출하며 생각했다.

'왜 이렇게 불안하지?'

생존자 구출은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불안했다.

평범한 불안이 아니다.

영혼 각성으로 강해진 직감이 전해 주는 불안함이었다.

왜 불안한 것일까?

강진석은 불안함의 원인을 생각해 보았다.

'제주도 때문인가? 아니면 레아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제주도였고 두 번째로 떠오른 것은 레아스였다.

'...둘 다 아닌 것 같은데.'

생각해 봤으나 불안함의 원인은 둘 다 아니었다.

둘 다 신경은 쓰였지만 딱 그 정도였다.

불안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결국 강진석은 불안함을 해소하지 못한 채 경상북도 생존자 구출을 마쳤고 경상남도로 내려왔다.

그리고 부산으로 향하며 생존자 구출을 이어 나갔다.

'왜 점점 더 불안해지는 거야?'

이상하게 생존자를 구출할수록, 부산에 가까워질수록 불안함은 커졌다.

'설마 부산에 무슨 일이 있나?'

어서 부산 상황을 확인해야 할 것 같았다.

강진석은 흑룡창을 던져 영역 상징을 파괴했다.

그와 동시에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

바로 부산으로 넘어가려 했던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고 그대로 멈췄다.

이동을 멈춘 이유는 전과 달리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한반도 내 많은 생존자가 안전을 확보했습니다.]

[조건이 충족됐습니다.]

[퀘스트 '공습'이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축복이 서리기 전'이 생성됐습니다.]

'이거였어?'

메시지를 통해 강진석은 왜 불안을 느꼈었는지, 어째서 점점 불안함이 커졌는지 알 수 있었다.

강진석은 다급히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공습'을 확인했다.

<공습>

고위 침공자들은 제약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

.

침공자들의 공격에서 생존하라!

[기여도 : 0]

퀘스트 보상 : ???

4차 제약 침공자의 제약 중 '활동 범위'에 대한 제약이 완화됩니다.

30일 뒤 퀘스트 완료

한반도 내 침공자들의 영역 상징이 80% 이상 파괴되면 퀘스트 완료

"...."

공습을 확인한 강진석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멍하니 퀘스트 내용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정도로 매우 충격적인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이런 미친.'

이내 정신을 차린 강진석은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4차 제약 침공자들이 움직일 수 있다고?'

모든 제약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나머지 제약은 그대로고 활동 범위에 대한 제약만, 그것도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 완화됐을 뿐이다.

문제는 완화 정도가 얼마인지 정확히 나와 있지 않다는 점이다.

4차 제약 침공자가 지부에 나타날 수 있을 정도로 완화됐다면?

현재 길드원 중 4차 제약 침공자에게 살아남을 수 있는 이는 한지윤, 최은형 같은 최고 간부뿐이었다.

일반 길드원들은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강진석은 다급히 함께 생성된 퀘스트 '축복이 서리기 전'을 확인했다.

<축복이 서리기 전>

10일 뒤, 한반도 내 모든 침공자들에게 축복이 서릴 예정이다.

1차 제약 침공자에게는 육체 강화, 정신 강화, 회복 강화의 축복이.

.

.

그전에 최대한 많은 침공자를 처치하라!

[기여도 : 0]

퀘스트 보상 : ???

한반도 내 5차 제약 침공자들은 축복받지 않습니다.

"...."

앞서 퀘스트 '공습'을 확인했을 때처럼 강진석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번에도 퀘스트 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다.

'5차 제약 침공자들이라니....'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5차 제약 침공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몇 마리나 있는 거야?'

5차 제약 침공자 뒤에 '들'이 붙어 있었다.

하나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5차 제약 침공자들은 10일 뒤에도 축복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근데 이걸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나....'

물론 마음이 편해지지는 않았다.

'그 녀석은 5차겠지...?'

강진석은 이어 레아스를 떠올렸다.

당장에는 강진석도 상대하는 게 껄끄러울 정도로 레아스는 강했다.

만약 레아스가 5차 제약 침공자가 아니라 4차 제약 침공자라면?

'...지부에 나타날 수도 있어.'

4차 제약 침공자는 활동 범위에 대한 제약이 완화됐다.

레아스가 4차 제약 침공자일 경우 대덕구, 동구, 옥천군에서 벗어나 인근 지부에 나타날 수도 있다.

'철수부터 시켜야겠어.'

강진석은 바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 순간 한지윤에게 전화가 왔고 강진석은 전화를 받았다.

-길드장님! 보셨나요?

"네, 퀘스트 확인했습니다. 일단 대전 지부 인원 철수해야 할 것 같습니다. 레아스가 4차 제약 침공자면 나타날 수 있으니까요."

-네, 바로 철수 명령 내리겠습니다.

-대전만 철수시키면 될까요?

"인천도 철수 시켜주시고 강릉에는 4차 제약 침공자가 나타나면 대피하라고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한지윤과 통화를 마친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잠시 고민했다.

원래 계획은 생존자를 구출하며 부산에 있는 생존자들과 동맹을 맺는 것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급변했다.

계획대로 움직이는 게 맞을까?

'...부산은 마무리 짓자.'

부산이 코앞이었다.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강진석은 전력을 다해 부산으로 향했다.

얼마 뒤 부산 내 목적지에 도착한 강진석은 초감각으로 주변을 탐색했다.

"...!"

탐색을 하던 강진석은 살짝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초감각 끝자락에 4차 제약 침공자가 나타났다.

그리고 4차 제약 침공자는 생존자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곧 생존자들과 마주할 것이다.

생존자들은 부산에서 자주권을 확보했을 정도로 강했다.

그러나 4차 제약 침공자를 상대할 정도는 아니었다.

모자란 정도가 아니다.

둘 정도는 도망칠 수 있겠지만 나머지는 전부 죽을 것이다.

강진석은 바로 생존자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길드 '부산'의 영역 '일광산'에 침입하셨습니다.]

[힘이 30 감소합니다.]

.

.

그러자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당연하게도 신경 쓸 만한 디버프는 없었다.

강진석은 이어 생존자들을 보았다.

때마침 생존자들도 강진석의 존재를 인지했고 강진석은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강진석이라고 합니다."

"...!"

강진석의 인사에 가장 강한 기운을 가진 젊은 사내가 눈을 번뜩였다.

이어 사내는 경계심 가득한 얼굴을 했다.

이곳 생존자 무리의 결정권자로 추정됐다.

강진석은 사내에게 말했다.

"혹시 길드장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

사내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제가 부산 길드의 길드장 김필립입니다."

"아."

강진석은 탄성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지윤 님이 말했던 것보다 많이 약한데?'

제225화

225.

한지윤이 말했다.

김필립은 강하다고.

최고 간부들과 비슷할 것이라고.

그래서 당연히 사내가 김필립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최고 간부들에 비해 너무나 약했기에.

'하기야 예지몽이 정확한 건 아니라고 하셨으니.'

한지윤의 예지몽은 100% 정확하지 않다.

그리고 지금 중요한 건 김필립의 수준이 아니다.

강진석은 일단 입을 열었다.

"퀘스트 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네, 그래서 몬스터들을 사냥하러 갈 생각이었습니다. 오신 이유는 퀘스트 때문인가요?"

"동맹을 맺고 싶습니다."

"...!"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일까?

김필립은 매우 놀란 얼굴을 했다.

바로 그때.

콰앙... 쾅....

폭음이 울리며 영역 장막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필립과 부산 길드원들의 얼굴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강진석은 폭음과 장막이 흔들리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장막 밖에 오크들이 도착했다.

다가오는 걸 알고 있었고 진즉 죽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죽이지 않은 이유는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결정을 내리는데 아주 좋은 선택이 될 것이기에.

콰앙....

쾅....

폭음이 계속됐고 강진석은 장막의 내구도가 빠르게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라면 3분 안에 파괴될 것이다.

"동맹 이야기는...."

이내 김필립이 입을 열었다.

"상황 좀 정리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강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김필립은 길드원들을 이끌고 장막으로 향했다.

강진석은 그 뒤를 천천히 따랐다.

[퀘스트 '바란 부족 침공'이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바란 부족 대전사 그레스'가 생성됐습니다.]

.

.

이내 거리가 가까워졌고 퀘스트가 여럿 생성됐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바란 부족 침공>

바란 부족의 침공을 막아라!

[기여도 : 0]

퀘스트 보상 : ???

아주 간단명료한 퀘스트였다.

바란 부족 오크들의 공격을 막으면 된다.

물론 설명과 달리 오크들의 수준은 간단하지 않다.

앞장서 장막을 공격하는 1차, 2차 제약 오크들만 1000마리가 넘었다.

3차 제약 오크들도 6마리나 있었고 4차 제약 오크도 있었다.

강진석은 4차 제약 침공자로 추정되는 대전사 그레스의 퀘스트를 확인했다.

<바란 부족 대전사 그레스>

바란 부족의 대전사 그레스.

얼마 전 육체 제련을 마친 그레스는 자신감이 하늘을 뚫을 정도로 커진 상태다.

.

.

그레스를 처치하라!

퀘스트 보상 : ???

'역시 육체 제련이구나.'

예상대로 그레스는 육체 제련을 한 존재였다.

'...근데 뭐지?'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퀘스트는 강진석에게만 나타난 게 아니다.

김필립을 포함한 모든 길드원에게 나타났다.

즉, 4차 제약 침공자의 존재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처음과 다를 것 없이 거침없이 장막으로 다가가는 것일까?

'해결 방법이 있나?'

혹시 4차 제약 침공자가 나타나도 해결할 방법이 있는 걸까?

'장막을 믿는 건 아닐 텐데.'

3차 제약 침공자가 나선 것도 아닌데 장막의 내구도는 벌써 70% 이하로 내려갔다.

즉, 장막을 믿고 다가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내 장막에 도착한 김필립과 길드원들이 오크들을 향해 반격을 시작했다.

김필립과 길드원들의 반격은 거셌고 1, 2차 제약 오크들이 대거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던 3차 제약 침공자들이 나섰다.

3차 제약 침공자만 나선 게 아니다.

4차 제약 침공자 그레스 역시 모습을 드러냈다.

강진석은 궁금했다.

김필립과 길드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바로 그때.

"...자, 잠깐! 다들 멈추세요!"

김필립이 다급히 외쳤다.

길드원들은 김필립의 외침에 전부 공격을 멈췄고 의아한 표정으로 김필립을 보았다.

김필립은 절망적인 표정으로 그레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저 반응은? 설마 한 번도 만난 적 없던 건가?'

이미 퀘스트로 4차 제약 침공자의 존재가 언급됐다.

그런데 김필립의 반응을 보니 4차 제약 침공자를 만난 적 없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레스를 보고 갑작스레 절망할 이유가 없다.

"...후, 후퇴하세요!"

이내 김필립이 외쳤다.

강진석은 나설 때가 됐음을 깨닫고 김필립을 포함한 모든 부산 길드원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잠시만요.]

이후 강진석은 장막 밖 상공으로 나갔다.

그리고 장막 밖으로 나오자마자.

후웅!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도끼를 볼 수 있었다.

강진석은 손을 들어 도끼를 잡았다.

도끼에 담긴 거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만약 강진석이 육체 제련을 두 번 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거력을 쉽게 해소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스윽.

강진석은 도끼가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도끼를 날린 오크, 4차 제약 침공자 그레스를 보았다.

이렇게 도끼가 쉽게 잡힐 줄 몰랐던 것일까?

그레스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강진석은 그레스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득템 좋고.'

도끼의 성능은 매우 뛰어났다.

4차 제약 침공자의 무기다웠다.

강진석은 도끼를 인벤토리에 보관 후 흑룡창을 만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레스에게 던졌다.

4차 제약 침공자답게 멍하니 흑룡창을 바라보던 그레스는 금세 정신을 차렸고 다급히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그렇지 않아도 제련을 통해 단단해진 육체가 한층 더 단단해졌고.

스아악!

그 위로 흑룡창이 작렬하며 사방으로 어둠이 퍼졌다.

어둠 때문에 그레스가 어떻게 됐는지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꼭 두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초감각을 통해 강진석은 그레스의 상태를 알 수 있었다.

그레스는 죽지 않았다.

기운이 약화되고 있긴 했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강진석은 실망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레스가 죽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흑룡창을 날린 이유는 2가지다.

첫 번째는 그레스가 허튼짓을 할 수 없게 시간을 뺏기 위해서였고.

두 번째는 함께 있던 3차 제약 침공자들을 죽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다행히 두 목적은 달성됐다.

[바란 부족 1공격단장 토르소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1800만 상승합니다.]

.

.

그레스와 함께 있던 3차 제약 침공자들의 사망 메시지를 보며 강진석은 흑뢰를 방출했다.

그리고 흑뢰는 수백 다발로 갈라지며 앞서 부산 길드원의 공격에 살아남은 1차, 2차 제약 오크들에게 날아갔다.

당연하게도 한 마리도 빠짐없이 전부 죽음을 맞이했고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러나 강진석은 메시지에 시선을 주지 않았다.

딱히 시선을 줄 이유도 없었고 무엇보다 그레스가 남아 있었다.

강진석은 혼돈의 구를 다크닐로 변환 후 기운을 주입했다.

그리고 이어 다크닐에 흑뢰를 둘렀다.

그 순간 그레스가 어둠을 뚫고 밖으로 나왔다.

강진석은 바로 그레스의 앞으로 공간이동하며 다크닐을 휘둘렀다.

-!@%

그레스는 괴성을 내뱉으며 팔을 들었다.

그러자 팔에 기운이 집중되며 보호막이 한층 짙어졌다.

흑룡창은 그레스의 육체를 뚫을 수 없었다.

그러나 다크닐은 다르다.

더구나 흑뢰까지 두른 상태다.

두 번 제련했다면 모를까 한 번 제련한 육체로는 막을 수 없다.

그레스는 다크닐을 막을 게 아니라 피해야 했다.

쩡!

다크닐은 보호막을 단숨에 파괴했고 이어 그레스의 팔을 파고들었다.

스걱!

팔이 잘린 그레스는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물론 강진석은 그레스를 그대로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따라붙으며 강진석은 재차 다크닐을 휘둘렀다.

그레스는 이를 악물며 반대 팔을 들었다.

스걱!

그렇게 하나 남은 팔 역시 육체를 떠났고.

스걱!

이어 강진석은 그레스의 목을 벨 수 있었다.

[바란 부족 대전사 그레스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

.

그렇게 그레스가 죽음을 맞이했고 상황이 정리됐다.

강진석은 그레스가 남긴 아티펙트를 전부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그러고는 다시 장막으로 들어가 김필립 앞으로 다가갔다.

"...!"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필립은 강진석이 도착하자 움찔하며 정신을 차렸다.

이어 김필립의 얼굴에 불신이 가득 나타났다.

지금 상황을 믿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시간을 줄 수 없었다.

지금 바란 부족 오크들이 공격을 했듯 한반도 곳곳에서 몬스터들이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한시라도 빨리 귀환해 지부를 공격하는 몬스터들을 청소해야 했다.

"동맹하시겠습니까?"

"...네! 하겠습니다."

김필립은 잠시 멈칫했다가 답했다.

강진석은 바로 길드 관리창을 열어 동맹을 제안했다.

[길드 '부산'의 길드장 '김필립'이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길드 '부산'과 동맹을 체결하셨습니다.]

동맹은 순식간에 체결됐고 강진석은 김필립에게 말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자세한 이야기는 추후 다시 하시죠."

"네, 알겠습니다."

"그럼."

강진석은 작별 인사를 했다.

목적인 동맹 체결도 이루었고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이유가 없다.

영역 밖으로 나온 강진석은 그레스가 왔던 방향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세 번째 제련도 해야 하는데....'

원래 생존자 구출을 마친 뒤 제련을 진행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제련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지금 상황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제련을 한다?

상황이 매우 악화될 것이다.

'언제 하지?'

그렇다고 제련을 포기할 수는 없다.

레아스를 잡기 위해서 세 번째 제련은 필수적이었다.

'후우....'

강진석은 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 * *

"허."

레아스는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헛웃음을 내뱉었다.

"이 조건이 달성되는 건 오랜만인데?"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그 인간 짓이겠지?"

레아스는 자신에게 흥미를 안겨 준 인간을 떠올렸다.

아무리 봐도 지금 상황은 그 인간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 인간이 가만히 있는데 이런 상황이 됐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언제쯤 나타나려나?"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레아스의 앞에 나타날 것이다.

"빨리 나타나 줬으면 좋겠는데."

레아스는 실실 웃으며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용암이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거대한 거울이 되었다.

그리고 이내 거울에 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일이지?

"어휴, 다렉. 뭐가 그리 급해 인사도 안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실까? 어차피 너나 나나 이 상황에 할 수 있는 건 없는데."

-난 너처럼 혼자가 아니다.

레아스의 말에 다렉은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언제까지 혼자 움직일 생각이냐?

"벌레들을 부려서 뭐 하게?"

-벌레들도 다 쓰임이 있는 법이다.

"어이구? 수하들이 벌레라는 건 부정 안 하네?"

-...할 말은 그게 끝이냐?

-그럼 끊겠다.

다렉의 모습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아니아니, 잠깐!"

레아스가 다급히 외쳤고 흐릿해졌던 다렉의 모습이 다시 선명해졌다.

그리고 레아스가 이어 말했다.

"아래로 수하들 보낼 거냐?"

-아니, 네 녀석이 있는데 굳이 남쪽으로 넓힐 이유가 없지.

-북쪽으로 갈 생각이다.

"그래? 그러면 다행이고. 만약 온다고 하면 경고해 주려고 했거든."

-경고?

"응, 아주 괜찮은 녀석이 있거든. 벌레들은 상대도 되지 않을."

제226화

226.

-....

다렉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인상을 구기며 입을 열었다.

-네가 말한 벌레 중에 우리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는 위험한 벌레도 있다는 걸 아나?

"아아, 데사르랑 풀리베니아?"

데사르와 풀리베니아는 영혼을 두 번 각성한 4차 제약을 받은 존재들이었다.

다렉의 말대로 데사르와 풀리베니아는 레아스에게도 꽤나 귀찮은 존재였다.

그러나 레아스는 확신했다.

"그 녀석들도 그 인간한테는 상대 안 돼."

데사르든 풀리베니아든 흥미를 준 인간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시간이야 좀 걸리겠지만 결국 승리하는 건 인간이 될 것이다.

-인간?

-괜찮은 녀석이라는 게 인간이었나?

다렉이 반문했고 레아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응, 당연히 아드호란이나 메드린의 인간은 아니고."

-...그 두 곳이 아닌데 인간이라고?

-두 곳 말고는 참여한 인간 세력이 없을 텐데?

"그래, 이곳 지구의 인간이야."

-....

다렉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레아스는 다렉의 불신 가득한 표정에 히죽 웃으며 이어 말했다.

"거짓말 같겠지만 사실이야. 내 심장을 걸지."

심장을 건다는 레아스의 말에 다렉은 흠칫했다가 이어 말했다.

-...지구의 인간이 벌써 데사르와 풀리베니아를 이길 정도라고?

"그러니까 흥미롭지."

-...위치는?

"글쎄, 일단 내 영역 근처에 나타나긴 했는데 지금 상황을 생각해 보면 곳곳을 누비고 있겠지."

지구의 인간은 제약을 받지 않는다.

근처에서 보긴 했지만 지금까지 근처에 있으리란 보장은 없다.

오히려 지금 상황을 생각하면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근데 너희 쪽에는 나타난 적 없나 보네?"

다렉은 인간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만약 인간이 나타났었다면 다렉이 모를 리 없다.

즉, 인간은 다렉의 영역인 한반도 북쪽에 간 적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영역 아래에 사카라 녀석들이 있으니까.

"아아, 그쪽에 잡령들이 있었지?"

다렉의 영역 남쪽에 사카라 부족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사카라 부족은 혼령과 정신에 특화된 종족이었다.

정신력이 나약한 존재들에게는 무척이나 상성이 좋지 않은 종족으로 지구의 인간들에게는 절대적 상성 우위를 가지고 있었다.

'그 인간은 예외일 텐데....'

물론 모든 지구 인간에게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레아스가 본 인간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정신력도 강했었고 무엇보다 사카라 부족의 약점인 '전기'를 다루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지 않은 건가?'

레아스가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네가 말한 잡령 중 하나가 세 번째 각성을 진행 중이다.

-각성을 끝내고 나서도 잡령이라 할 수 있을지 궁금하군.

다렉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레아스는 다렉의 말에 생각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 각성을? 어떤 녀석이? 설마 게드락스?"

-아니, 브라노프스.

"제일 늦게 태어난 녀석이 제일 빨리 각성을 시도한다라...."

-다른 둘이 방해할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녀석들은 우리와 달리 아주 끈끈하니까.

"흠."

다렉의 말에 레아스는 침음을 내뱉었다.

-어쨌든 네 녀석의 경고 잘 기억해 두마.

이어 다렉이 흐릿해지더니 이내 거울에서 자취를 감췄다.

스윽.

레아스는 손을 저었다.

그러자 거울이 다시 용암으로 돌아가 호수로 떨어졌다.

그리고 레아스는 살짝 짜증이 난 얼굴로 생각했다.

'각성 성공 전에 인간이 끝장내 줬으면 좋겠는데....'

세 번째 각성을 시작한 것이지 완료한 게 아니다.

그리고 사카라 부족의 영혼 각성은 유별나다.

각성 시간이 길지 않은 대신 무척이나 위험하다.

어떤 점에서 위험하냐면 지금 각성하고 있는 브라노프스는 외부 변화에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다.

완벽한 무방비 상태라 할 수 있었다.

물론 함께 있는 사카라 부족원들이 브라노프스를 지키려 할 것이다.

그러나 전기를 다루는 인간이 방문한다면?

사카라 부족원들을 죽이고 각성을 진행 중인 브라노프스 역시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각성을 진행하고 있는 지금이 사카라 부족을 멸망시킬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물론 바라는 대로 상황이 흘러가리란 보장은 없다.

브라노프스가 세 번째 영혼 각성을 성공할 수도 있다.

'만약 녀석이 각성에 성공하면....'

레아스는 브라노프스가 세 번째 각성을 성공했다는 가정하에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생각해 보았다.

'귀찮게 되겠군.'

오래 생각할 필요도 없다.

레아스의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다.

최악이라는 것이 죽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브라노프스가 세 번째 각성을 완벽히 마쳐도 레아스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레아스와 달리 4차 제약을 받은 브라노프스는 시간이 흐르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브라노프스가 어떤 행동을 보일지는 뻔했다.

레아스의 영역 주변을 장악할 것이다.

그리고 고립시킬 것이다.

아무도 영역에 들어서지 못하게.

레아스가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망할.'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레아스는 조금 전 대화를 나눴던 다렉을 떠올렸다.

'다렉 녀석처럼 진짜 벌레들이라도 키워야 했나?'

* * *

"혹시 4차 제약 침공자가 나타나면 바로 연락주세요."

"네!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한지윤이 답했고 강진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나중에 뵙죠."

"조심하시길."

그리고 한지윤의 배웅을 받으며 강진석은 영역 이동을 통해 강북구 지부로 이동했다.

강북구를 첫 번째 목적지로 정한 이유는 강북구에 있는 한 몬스터 때문이었다.

그 몬스터는 바로 4차 제약 침공자인 푸른 불꽃 부족의 대족장 '바바리넬'이었다.

강진석은 바바리넬을 시작으로 서울에 있는 모든 4차 제약 침공자를 죽일 생각이었다.

물론 4차 제약 침공자를 죽이며 겸사겸사 함께 있는 몬스터도 죽일 것이다.

그러나 전부 죽일 생각은 없었다.

길드원들의 성장 때문이었다.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싹 쓸어버리고 끝냈을 텐데.'

몬스터들이 서울에만 있었다면?

4차 제약 몬스터뿐만 아니라 모든 몬스터를 죽였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이 끝이 아니다.

한반도 내에는 수많은 몬스터가 있다.

그리고 한반도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에도, 다른 대륙에도 몬스터들이 그득할 것이다.

강진석 혼자 전부 죽일 수는 없다.

이번에 길드원들의 성장을 이끌어 내야 했다.

'잘 성장해 주셨으면 좋겠네.'

강진석은 부디 길드원들이 폭풍 성장하길 기원하며 바바리넬이 거주하고 있는 푸른 불꽃 부족의 본부로 향했다.

[던전 '북한산'에 입장하셨습니다.]

[24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신단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

.

그리고 본부에 도착하자마자 강진석은 초감각으로 전역을 탐색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바리넬을 감지할 수 있었고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바바리넬의 기운은 킬로아보다 약했다.

그러나 웬만한 4차 제약 침공자보다는 훨씬 강했다.

'이 정도면 두 번째 영혼 각성을 했나 보네.'

거기다 의식의 크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오길 잘했어.'

첫 번째 각성도 아니고 두 번째다.

길드원들은 절대 상대할 수 없는 존재다.

강진석은 바로 바바리넬이 있는 곳으로 공간이동했다.

화르륵!

도착과 동시에 강진석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불덩이를 볼 수 있었다.

어둠의 갑옷을 입고 있었다.

불덩이는 갑옷을 뚫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뚫지 못할 뿐이다.

상당한 어둠이 사라질 정도로 불덩이는 강력했고 강진석은 다크닐을 뻗어 불덩이의 중점을 찔렀다.

화르륵!

불덩이는 그대로 폭발하며 사방으로 푸른 화염을 뿜어냈다.

물론 한없이 약해진 상태였고, 강진석은 별 피해 없이 막아 낼 수 있었다.

강진석은 불덩이가 날아온 방향을 보았다.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바바리넬이 시야에 들어왔다.

강진석은 바바리넬을 바라보며 흑룡창을 만들었다.

흑룡창으로 바바리넬을 죽일 수는 없다.

강진석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흑룡창을 만든 이유는 확인할 것이 한 가지 있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안 먹히네.'

흑룡창의 특수 효과는 바바리넬에게 전혀 먹히지 않았다.

바바리넬은 잠깐 시선을 줬을 뿐 여전히 강진석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두번째 각성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영혼 각성이라?'

강진석은 바바리넬을 향해 흑룡창을 날리며 생각했다.

'어둠의 운용이나 지배 배우면 먹힐까?'

어둠의 운용 레벨이 오르면 더 강한 어둠을 다룰 수 있다.

당연히 흑룡창도 강해진다.

그때가 되면 바바리넬에게 흑룡창의 특수 효과가 먹힐지 궁금했다.

후웅! 화르륵!

바바리넬이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리고 푸른 화염으로 이루어진 장막이 나타났고 그 위로 흑룡창이 작렬했다.

어둠과 화염이 서로를 잡아먹으며 줄어들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강진석은 혼돈의 구를 다크닐로 변환했다.

그리고 다크닐에 기운을 주입 후 흑뢰를 두른 뒤 바바리넬에게 달려들었다.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다.

어둠을 막아내고 있던 바바리넬은 강진석의 돌격에 움찔하며 지팡이를 들지 않은 반대 손을 뻗었다.

후웅!

그러자 반대 손에서 강력한 바람이 뿜어져 나왔다.

물론 바람의 수준은 불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았다.

강진석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고 강진석은 다크닐을 휘둘렀다.

스걱!

그러자 바바리넬의 손목이 허공에 떠올랐다.

손목은 시작이었다.

강진석은 계속해서 다크닐을 휘둘렀고 그때마다 바바리넬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스걱!

이내 강진석은 바바리넬의 목을 베었고.

[푸른 불꽃 부족 대족장 바바리넬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7억 8000만 상승합니다.]

.

.

바바리넬의 죽음을 알리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역시.'

2차 각성을 한 존재답게 보상이 어마어마했다.

강진석은 무척이나 흡족한 표정으로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흑뢰를 방출했다.

굵직한 흑뢰가 하늘로 솟구쳤고 이어 수백 다발로 갈라지며 사방으로 퍼졌다.

이어 강진석은 바바리넬이 남긴 아티펙트를 수거하며 생각했다.

'창고는 확인하고 가야겠지?'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바바리넬은 두 번째 영혼 각성을 한 몬스터였다.

창고에 세 번째 영혼 각성 재료가 있을 수도 있다.

이어 조금 전 방출한 흑뢰가 목적지에 도착하며 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메시지를 보며 강진석은 근처에 있는, 바바리넬의 창고로 추정되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창고에 진입한 순간.

[바바리넬의 보물 창고에 입장하셨습니다.]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예상대로 부족 창고가 아닌 바바리넬의 개인 창고였다.

강진석은 창고 내부를 자세히 탐색했다.

그리고 이어 눈을 번뜩였다.

기대하고 있었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무척이나 강렬한 기운을 가진 물품들이 여럿 감지됐다.

그리고 전부 한곳에 모여 있었다.

강진석은 해당 물품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더할 나위 없이 활짝 웃었다.

강진석이 알고 있는 물품이 하나 있었다.

'섬혼옥!'

바로 섬혼옥이었다.

섬혼옥은 세 번째 영혼 각성의 재료였다.

강진석은 기대감이 가득한 얼굴로 섬혼옥을 제외한 나머지 재료 확인을 시작했다.

제227화

227.

예상대로 나머지 재료 역시 전부 세 번째 영혼 각성의 재료였다.

강진석은 모든 재료를 인벤토리에 보관하며 생각했다.

'생각보다 수급이 잘 되네.'

여전히 구해야 할 재료는 많았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수급 상황을 보면 머지않아 전부 수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스윽.

강진석은 주변을 확인했다.

바바리넬의 보물 창고에는 세 번째 영혼 각성 재료 말고도 많은 것들이 있었다.

'세 번째 영혼 각성 재료는 더 없겠지만....'

그대로 두고 갈 수는 없었다.

강진석은 비고를 소환했다.

그러고는 모든 재료를 비고에 보관했다.

그렇게 모든 것을 수거하고 나서야 강진석은 후련한 표정으로 창고에서 나왔다.

그리고 바로 영역을 벗어나 다음 장소로 향했다.

* * *

사일 부족의 대족장 카린의 거처.

"...."

카린은 말없이 다리를 덜덜 떨고 있었다.

다리를 떠는 카린의 얼굴에는 불안함이 가득했다.

반대편에 앉아 있던 수아렌은 카린의 반응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카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거처 밖으로 나갔다.

수아렌은 카린의 뒤를 따라 나갔고 볼 수 있었다.

저 멀리 솟아오른 핏빛 기둥을.

'...저게 뭐지?'

수아렌은 고개를 갸웃했다.

'트롤킹의 영역인데....'

핏빛 기둥이 나타난 곳은 트롤킹 그라가의 영역이었다.

즉, 핏빛 기둥은 그라가와 관련 있을 것이다.

바로 그때.

"말도 안 돼...."

카린이 중얼거렸다.

목소리에는 절망감이 가득 묻어 있었다.

'알고 계시는구나.'

반응을 보니 카린은 핏빛 기둥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무엇인지 물을 수 없었다.

목소리뿐만 아니라 얼굴에도 절망이 가득했기에.

이내 핏빛 기둥이 사라졌다.

그리고 카린이 뒤로 돌아섰다.

카린의 표정에는 비장함이 가득했다.

오랜 시간 카린을 보필한 수아렌은 알 수 있었다.

카린이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수아렌."

"예."

수아렌은 카린의 부름에 기다렸다는 듯 답했다.

"이번 시험은 포기할 거야. 모두에게 전해. 5분 뒤 돌아간다고."

"...!"

이어진 카린의 말에 수아렌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시험 포기라니?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가 나왔다.

수아렌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지금 포기하면 격에 큰 상처를 입으실 겁니다."

"알아,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조금 전 봤을 거야, 핏빛 기둥."

"...예, 봤습니다."

"그 기둥, 그라가가 목숨을 바쳐 소환한 거야."

"...!"

카린의 말에 수아렌은 경악했다.

핏빛 기둥이 트롤킹 그라가와 관련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는 했지만 목숨을 바쳐 소환한 것이라니?

카린이 이어 말했다.

"지금쯤 그라가는 죽었을 거야."

"대체 누가...."

"그 인간."

"...그때 영역에 나타났다는 인간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응."

카린은 확신하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그라가를 죽일 정도의 존재는 얼마 전 사일 부족의 영역에 나타났던 인간뿐이었다.

카린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수아렌에게 말했다.

"그 인간이 언제 나타날지 몰라. 당장 움직여."

그라가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라가를 죽인 인간이 영역에 나타난다면?

당시에도 다른 곳으로 쫓아내는 것이 한계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공간 마법에 대한 방비를 했을 확률이 높았다.

"...알겠습니다."

정신을 차린 수아렌은 카린의 말에 답하고 부족원들에게 명령을 전하기 위해 떠났다.

그리고 카린은 거처로 돌아와 짐을 챙기며 생각했다.

'이번 시험은 최악이네.'

시험을 포기하게 되면 격을 잃게 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격을 잃는 게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낫다.

그리고 살아만 있다면 격은 언제든 다시 올릴 수 있다.

이내 짐을 전부 챙긴 카린은 원래 세계로의 귀환을 준비하며 생각했다.

'다른 녀석들은 어떤 선택을 내리려나.'

* * *

[트롤킹 그라가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2억 8000만 상승합니다.]

.

.

메시지를 확인한 강진석은 다시 고개를 돌려 그라가가 있던 자리를 보았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

쉽게 죽일 수 있을 줄 알았다.

기운이 그리 강하지 않았기에.

그러나 예상과 달리 그라가의 저항은 매우 거셌다.

위협적이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다만 매우 끈질겼다.

다른 4차 제약 침공자였다면 죽었을 상황에서도 그라가는 죽지 않았다.

팔이 잘리면 팔이 다시 자라났고, 다리가 잘려도 다시 자라났다.

심지어 머리가 잘렸음에도 머리가 다시 자라났다.

만약 흑뢰로 절단면을 불태우지 않았다면?

잡는 데 시간이 더 걸렸을 것이다.

스윽.

강진석은 그라가가 남긴 아티펙트를 챙겼다.

이어 그라가의 창고로 추정되는 장소로 향했다.

[그라가의 보물 창고에 입장하셨습니다.]

도착과 동시에 강진석은 내부를 탐색했다.

'역시 없나....'

세 번째 육체 제련이나 영혼 각성의 재료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아쉽게도 강렬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창고 내 물품들이 가치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강진석은 비고를 소환해 모든 물품을 수거했다.

그리고 창고에서 나온 강진석은 다음 목적지 '구리시'로 향하며 퀘스트창을 열었다.

<공간의 이해>

조건을 충족하라!

[공간 인지 : 23%]

[공간의 돌 타이르푸스 : 60 / 60]

.

.

퀘스트 보상 : 스킬 '공간의 이해' 4레벨 활성화

'이번에 완료 할 수 있으려나?'

사일 부족의 대족장 '카린'은 공간을 다룬다.

카린뿐만이 아니다.

강력한 공간의 힘이 담긴 아티펙트 '지정 전송기'를 만든 것도 사일 부족의 연금술사였다.

즉, 사일 부족원들도 공간을 다룰 확률이 높았다.

'근데 달라지는 게 있으려나?'

공간의 이해 상위 스킬은 '공간의 운용'이었다.

문제는 찬란한 방패에 내장되어 있는 '공간 운용'이었다.

강진석이 보기에 공간의 운용이나 공간 운용은 글자 수만 차이 날 뿐 같은 스킬이었다.

즉, 공간의 운용을 습득한다고 해도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

강진석은 이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멀리서 느껴지는 강렬한 기운 때문이었다.

문제는 기운이 자리 잡은 곳이 사일 부족이 있는, 강진석의 다음 목적지인 '구리시'라는 점이었다.

'...카린이 최강자 아니었어?'

카린은 사일 부족의 대족장이었다.

당연히 구리시에서 카린이 제일 강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느껴지는 기운은 카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

'잠깐....'

이어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시스템이구나?'

처음에는 침공자의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아니었다.

시스템의 기운과 흡사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대체 구리시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공간 인지가 오르는 걸 보면....'

공간 인지가 어느새 100%에 가까워져 있었다.

이대로라면 곧 100%가 될 것이다.

그리고 공간 인지가 상승하는 것을 보면 공간과 관련된 일로 추정됐다.

이내 공간 인지가 100%가 됐고 강진석은 바로 퀘스트를 완료 후 5레벨을 습득했다.

그리고 확인을 위해 구리시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리시에 도착했고.

[사일 부족이 시험을 포기했습니다.]

[사일 부족이 원래 세계로 귀환합니다.]

[사일 부족의 영역 상징이 전부 파괴됐습니다.]

[퀘스트 '선점하라!'가 생성됐습니다.]

도착과 동시에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이 쓰여 있었다.

'...시험을 포기해?'

강진석은 다급히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러고는 퀘스트 '선점하라!'를 확인했다.

<선점하라!>

사일 부족은 시험을 포기했다.

그로 인해 사일 부족의 모든 영역 상징이 파괴됐고 사일 부족이 지배하던 영역은 주인 없는 땅이 되었다.

주인 없는 땅에 상징을 설치해 영역을 선점하라!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내용은 예상했던 대로 사일 부족의 영역을 선점하는 퀘스트였다.

강진석은 인근에 있는 몬스터들을 떠올렸다.

길드원들이 감당할 수 없는, 4차 제약 침공자가 있는 부족은 남쪽에 있는 열화 사막 부족과 북동쪽에 있는 사트라 부족, 두 곳이었다.

두 부족의 4차 제약 침공자만 처치한다면?

길드원들의 힘만으로도 구리시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한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한지윤은 바로 전화를 받았고 강진석은 현재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 바로 영역 선점 시작하면 될까요?

"네, 혹시나 주변 몬스터들이 올 수도 있으니, 수비팀도 같이 보내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선점하는 대로 보고드릴게요!

"옙."

강진석은 대화를 마친 뒤 잠시 고민했다.

'어딜 먼저 갈까....'

사트라 부족이 있는 북동쪽 먼저 갈지, 아니면 열화 사막 부족이 있는 남쪽 먼저 갈지 고민이 됐다.

'...지부랑 가까운 곳부터 처리하는 게 맞겠지?'

이내 고민을 끝낸 강진석은 남쪽으로 향했다.

* * *

열화 사막 부족의 총사령관 아슬렌의 거처.

아슬렌은 매우 혼란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혼란에 빠진 것은 아슬렌뿐만이 아니다.

반대편에 있는 부사령관 엘리타나 역시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 오크의 분위기에 1군단장 오블을 포함한 다섯 군단장은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그렇게 숨 막히는 정적이 감돌던 그때.

"후우."

아슬렌이 나지막이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지도를 보았다.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공격을 받은 적은 없었는데.'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영역이 공격받기 시작했다.

그것도 한두 곳이 아닌 전방위적으로 공격받고 있었다.

'어떻게 수준이 이렇게 확 오른 거지?'

영역을 공격하는 이들은 같은 시험 참가자가 아니다.

이곳 지구의 인간들이었다.

특출난 인간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수준이 낮았다.

벌레만도 못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것인지 인간들의 수준이 대폭 높아졌다.

부족 내 전사들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

생각에 잠겨 있던 아슬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슬렌뿐만이 아니다.

엘리타나 역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난 두 오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눈을 마주쳤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리고 엘리타나가 물었다.

"...."

아슬렌은 바로 답할 수 없었다.

두 오크가 눈을 마주친 이유.

'사일 부족이 왜 귀환을 한 거지?'

그 이유는 북쪽에 자리 잡은 사일 부족이 시험을 포기하고 원래 세계로 귀환했다는 정보가 전달됐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각성도 앞두고 있으면서 대체 왜....'

사일 부족의 대족장 카린은 두 번째 각성을 앞두고 있었다.

시험을 포기하면 '격'에 손상을 입는다.

즉, 두 번째 각성이 멀어진다.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을 텐데 어째서 시험을 포기한 걸까?

'...지금 상황과 관련 있겠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예상은 됐다.

아슬렌은 생각을 마치고 입을 열었다.

"귀환은 없다."

사일 부족이 귀환했다고 따라 귀환할 이유는 없다.

무엇보다 지금 시험.을 포기하면 손해가 너무 크다.

스윽.

아슬렌은 고개를 돌려 군단장들을 보았다.

"지금부터 전력을 다해 영역 확장 시작해."

"...!"

"...!"

군단장들은 눈을 번뜩였다.

"알겠습니다!"

"명을 받듭니다!"

이어 군단장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답하며 거처를 떠났다.

그리고 엘리타나가 다시 물었다.

"사일 부족 영역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사일 부족이 지배하던 영역은 작지 않다.

그리고 사일 부족이 시험을 포기한 지금 사일 부족의 영역은 주인 없는 땅이 되었다.

먼저 상징을 설치하는 쪽이 유리했다.

"음...."

아슬렌은 침음을 내뱉었다.

손쉽게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불안했다.

바로 그때였다.

"...!"

아슬렌는 눈을 번뜩이며 고개를 휙 돌려 북쪽을 보았다.

이어 엘리타나 역시 기겁하며 북쪽을 보았다.

누군가 영역에 침입했다.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엘리타나는 아슬렌에게 말하며 거처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아슬렌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느낌이 좋지 않은데....'

엘리타나를 혼자 보내면 안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뒤.

"...!"

아슬렌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쩍!

엘리타나의 영혼석이 파괴됐다.

영혼석이 파괴됐다는 것은 한 가지를 의미했다.

'주, 죽었다고?'

바로 엘리타나의 죽음이었다.

제228화

228.

엘리타나는 조금 전 떠났다.

영역에 침입한 존재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그런데 떠난 지 얼마나 됐다고 죽는단 말인가?

스윽.

아슬렌은 손을 뻗었다.

이러고 멍하니 있을 때가 아니다.

후웅!

그러자 진열대에 놓여 있던 도끼가 날아왔다.

도끼를 잡은 아슬렌은 기운을 끌어올리며 거처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북쪽을 보았다.

"...!"

얼마 지나지 않아 아슬렌은 움찔했다.

한 존재가 허공에 나타났다.

'인간?'

허공에 나타난 존재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니, 인간이 아니야.'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을 뿐 본질은 인간이 아닐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강했다.

이 정도로 강한 기운을 가진 인간은 아드호란 제국 혹은 메드린 왕국 소속이어야 한다.

그러나 두 국가의 인간은 이곳에 올 수 없다.

'...그럼 누구지?'

문제는 인간이 아니라고 해도 예상 가는 존재가 없다는 점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인간이 손을 뻗었고 짙은 어둠의 용이 나타났다.

아슬렌은 자연스레 용을 바라보다가 화들짝 놀라며 안쪽 볼살을 깨물어 정신을 차렸다.

'이런 사술을!'

어둠의 용은 정신을 침식했다.

만약 수양이 조금만 모자랐어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죽었을 것이다.

이어 인간이 어둠의 용을 던졌다.

아슬렌은 이를 악물며 도끼를 던졌다.

스아앗!

도끼에 황금빛이 서렸고.

그그극!

황금빛 도끼는 공간을 일그러트리며 어둠의 용에게 날아갔다.

이내 황금빛 도끼와 어둠의 용이 마주했고.

후웅!

엄청난 기의 파동이 발생했다.

아슬렌은 이를 악물고는 파동을 버티며 도끼를 주시했다.

그리고 이내 속으로 안도했다.

도끼는 용을 반으로 가르며 나아가고 있었다.

이내 용이 소멸되었고 이어 도끼는 인간에게 날아갔다.

물론 용을 없애는 데 힘을 다해 인간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힘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점이었다.

바로 그때 인간이 도끼를 향해 손을 뻗었다.

도끼를 잡아 빼앗으려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아슬렌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스윽.

아슬렌은 도끼를 향해 손을 뻗었다.

스앗!

그러자 도끼가 허공에서 사라졌다.

곧이어 다시 아슬렌의 앞에 나타났다.

아슬렌은 도끼를 집었고 다시 전력을 다해 인간에게 날렸다.

도끼는 황금빛을 머금은 채 인간에게 날아갔다.

인간은 어둠의 용을 만들어 내지 않았다.

그저 묘한 표정으로 도끼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래서 더 불길했다.

인간은 결코 약하지 않다.

엘리타나가 순식간에 죽임을 당했을 정도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공격을 허용할까?

바로 그때 인간이 손을 뻗었다.

지지직!

그러자 인간의 손에서 전기가 방출됐다.

'저, 전기까지?'

아슬렌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은 어둠으로 만든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어둠의 용을 만들어 냈다.

당연히 어둠의 길을 걸으려는 존재라 생각했다.

그런데 전기까지 다루다니?

이내 인간이 뿜어낸 전기가 도끼를 감쌌고 맹렬히 전진하던 도끼는 언제 그랬냐는 듯 움직임을 멈췄다.

그 순간 아슬렌은 확신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엘리타나와 같은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어쩔 수 없지만.'

아슬렌은 아쉬운 표정으로 도끼를 향해 손을 뻗었다.

도끼를 회수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슬렌은 이어 주먹을 쥐었다.

쩌저적!

그와 동시에 도끼에 균열이 나타났다.

수많은 시험을 함께한, 부족 성물보다도 더 소중한 도끼였다.

그러나 아슬렌은 도끼보다 자신의 목숨이 소중했다.

화르륵!

이내 도끼가 폭발하며 사방으로 황금빛 화염이 뻗어나갔다.

평범한 화염이 아니다.

불의 길을 걷고 있는 존재가 담아준 화염이었다.

황금빛 화염은 순식간에 인간에게 도달했다.

인간은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부디 아슬렌은 인간이 화염에 죽기를 바랐다.

죽지 않더라도 죽음에 가까운 피해를 입길 바랐다.

그래야만 끝장을 낼 수 있을 테니까.

이내 화염이 인간을 뒤덮었다.

화염이 워낙 강렬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없었다.

아슬렌은 침을 꿀꺽 삼키며 상황을 주시했다.

이내 화염의 힘이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슬렌은 긴장했다.

과연 인간은 죽었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화염이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

그리고 아슬렌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화염이 사라진 자리를 바라볼 뿐이었다.

인간은 죽지 않았다.

그렇다고 죽기 직전도 아니었다.

갑옷의 어둠이 크게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뿐, 인간은 티끌 하나 다치지 않았다.

'어떻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강력한 화염 속에서 어찌 다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바로 그때였다.

스앗!

인간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아슬렌은 본능적으로 뒤로 돌아서며 양팔을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아슬렌은 볼 수 있었다.

시야를 가득 채운 검은 벼락을.

쩌저적!

이내 벼락이 전신을 엄습했고.

'컥!'

아슬렌은 속으로 비명을 내뱉었다.

입 밖으로 비명을 내뱉고 싶었으나 입이 벌어지지 않았다.

통제를 잃은 것은 입뿐만이 아니다.

몸 역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이어 아슬렌은 볼 수 있었다.

검은 벼락을 머금고 날아오는 인간의 검을.

* * *

스걱! 스아앗!

[열화 사막 부족 총사령관 아슬렌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3억 2000만 상승합니다.]

.

.

메시지를 확인한 강진석은 이어 아슬렌이 남긴 아티펙트를 보았다.

아슬렌이 남긴 아티펙트는 6개였고 강진석은 일일이 확인을 시작했다.

'...없네.'

이내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아쉬운 표정으로 조금 전 아슬렌이 던졌던 도끼를 떠올렸다.

도끼가 폭발하며 발생했던 화염.

화염은 강진석에게도 매우 위협적이었다.

전력을 다해 막지 않았다면 크게 상처를 입었을 정도로.

그래서 혹시나 화염과 관련된 아티펙트가 또 있지 않을까 확인한 것인데 아쉽게도 화염과 관련된 아티펙트는 없었다.

'하기야 하나가 더 있었으면 또 썼겠지.'

강진석은 아쉬움을 떨쳐내고 아티펙트를 전부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으며 근처 건물로 공간이동 했다.

'여기에 있을 수도 있고.'

강진석이 도착한 곳은 '창고'로 추정되는 장소였다.

끼이익.

[아슬렌의 보물 창고에 입장하셨습니다.]

문을 열고 건물 내부로 진입한 강진석은 활짝 웃었다.

예상대로 건물의 정체는 '아슬렌의 보물 창고'였다.

'많기도 해라.'

강진석은 비고를 소환해 창고 내 모든 보물을 비고로 옮겼다.

순식간에 아슬렌의 보물 창고는 텅 비었고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밖으로 나왔다.

'다른 창고들은 어떻게 할까.'

본부답게 아슬렌의 보물 창고 말고도 여러 창고가 존재했다.

그냥 내버려 두자니 창고에 있는 물품들이 사라질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렇다고 전부 챙길 수는 없다.

시간도 문제였지만 강진석의 비고에도 한계가 있었다.

물론 챙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 여기는 탈환하자.'

탈환하면 된다.

그러면 창고는 길드 소유가 된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쩌저적!

그리고 이어 굵직한 흑뢰 한 줄기가 하늘로 솟구쳤다.

이어 수천 다발로 갈라진 흑뢰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고.

[열화 사막 부족 침공대장 메드리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3만 상승합니다.]

[오크를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1900 상승합니다.]

.

.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물론 본부 내 모든 오크를 죽인 것은 아니다.

열화 사막 부족의 본부는 매우 넓었고 강진석은 두 번 더 자리를 옮겨 흑뢰를 방출했다.

그렇게 총 세 번의 공격으로 열화 사막 부족의 본부 청소를 마친 강진석은 열화 사막 부족의 영역 상징인 '성소'로 공간이동했다.

그리고 도착과 동시에 강진석은 강렬한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강진석은 바로 성소를 부수지 않았다.

대신 퀘스트창을 열어 퀘스트 '불의 이해'를 확인했다.

<불의 이해>

조건을 충족하라!

[불 속 생활 : 95%]

[불의 보석 파이어로스 : 20 / 20]

.

.

퀘스트 보상 : 스킬 '불의 이해' 2레벨 활성화

강렬한 열기 때문인지 불 속 생활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조금만 있으면 100%가 될 것 같았다.

'...레아스 생각하면 이것도 미리미리 올리는 게 좋겠지.'

이해 스킬을 완료하면 해당 속성과 관련된 모든 효과가 강화된다.

그리고 '모든' 것에는 저항력과 방어력 역시 포함된다.

즉, 불의 이해 레벨이 높아질수록 불에 대한 저항력과 방어력이 강해진다.

추후 레아스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불의 이해를 높이는 것도 중요했다.

'근데 진짜 제련을 언제 하지?'

물론 레아스를 상대함에 가장 중요한 것은 불의 이해가 아니다.

강진석이 보기에는 세 번째 육체 제련이 제일 중요했다.

문제는 육체 제련에 걸리는 시간이었다.

'며칠 걸릴 것 같은데....'

첫 번째 제련은 금방 끝났으나 두 번째 제련은 하루가 걸렸다.

세 번째 제련은 시간이 더 늘어났을 것이고 적어도 며칠 동안 진행될 것으로 추정됐다.

현 상황에 며칠은 매우 긴 시간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거기다 최소가 며칠이다.

1주일 이상이 걸린다면?

'...그래도 계속 미룰 수는 없어.'

오래 걸린다면 오히려 한시라도 빨리 시작해야 했다.

'어느 정도 정리되면 바로 시작하자.'

* * *

여수 앞바다.

해왕 길드의 길드장 최태훈은 심각한 얼굴로 남해에서 올라온 몬스터를 사냥 중이었다.

최태훈의 얼굴이 심각한 이유는 몬스터들의 수준이 갑작스레 상승했기 때문이었다.

'공습 때문이겠지?'

갑자기 몬스터들의 수준이 상승한 것은 아무리 봐도 어제 생성된 퀘스트 '공습' 때문으로 추정됐다.

그게 아니고서야 몬스터들의 수준이 갑자기 이렇게 상승할 이유가 없었다.

'아직 축복도 안 받았는데 이 정도면....'

문제는 지금보다 몬스터들의 수준이 더 높아질 것이란 점이었다.

[어둠이 서린 은갈치를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1만 1000 상승합니다.]

[어둠을 흡수한 고등어를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1만 4000 상승합니다.]

.

.

이내 나타난 몬스터 사냥을 마무리한 최태훈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러고는 퀘스트 '축복이 서리기 전'을 보았다.

<축복이 서리기 전>

10일 뒤, 한반도 내 모든 침공자들에게 축복이 서릴 예정이다.

1차 제약 침공자에게는 육체 강화, 정신 강화, 회복 강화의 축복이.

.

.

그전에 최대한 많은 침공자를 처치하라!

[기여도 : 105만 7347]

퀘스트 보상 : ???

한반도 내 5차 제약 침공자들은 축복받지 않습니다.

'9일 안에 다 죽이는 건 불가능하겠지?'

10일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러나 10일이 남은 것은 아니다.

퀘스트는 어제 생성됐고 9일 뒤 몬스터들에게 축복이 부여된다.

'진석님이 나서 주신다고 해도....'

최태훈은 강진석을 떠올렸다.

강진석은 정말 말도 안 되는, 믿기지 않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손짓 한 방에 수십, 수백의 몬스터들이 죽을 정도로 강했다.

그러나 강진석이 나선다고 해도 한반도 내 모든 몬스터를 9일 안에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바로 그때였다.

"...!"

최태훈은 움찔하며 남쪽을 보았다.

엄청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저, 저게 뭐야.'

시야에 검은 기둥이 보였다.

문제는 검은 기둥이 위치한 방향이었다.

'제주도?'

제229화

229.

놀랍게도 검은 기둥은 제주도가 있는 방향에 위치해 있었다.

거리가 멀어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지만 최태훈은 이상하게도 확신이 들었다.

검은 기둥은 제주도에서 솟구친 것이라고.

최태훈은 강진석을 떠올렸다.

'보고 드리는 게 좋겠지?'

특이한 일이 발생하면 언제든 연락을 달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연락할 때였다.

'바쁘실 수 있으니까.'

최태훈은 전화 대신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제주도 주변 탐색 후 추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음성 메시지를 보낸 최태훈은 이어 부길드장에게 문자를 남겼다.

[잠시 제주도 탐색 좀 다녀올게. 나 돌아올 때까지 길드원들 절대 제주도 쪽으로 보내지 마.]

[30분마다 연락할게.]

문자를 남긴 뒤 최태훈은 곧장 바다를 가로질러 제주도로 향했다.

제주도에 가까워질수록 최태훈은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압력은 대체....'

정신적인 이유로 답답한 게 아니다.

실제로 압력이 강해지고 있었다.

최태훈은 잠시 자리에 멈춰 물을 방출해 갑옷을 만들었다.

갑옷이 완성되자 압력이 상당 부분 해소됐고 최태훈은 한결 편해진 얼굴로 다시 제주도로 향하며 생각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갑작스레 등장한 검은 기둥도 그렇고 점점 강해지는 압력도 그렇고 제주도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은 분명했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렇게 상황이 급변한 것일까?

바로 그때였다.

"...!"

최태훈은 이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압력 때문이 아니다.

처음보다 훨씬 거세지긴 했으나 버틸 만했다.

'언제 나타난 거지?'

최태훈이 이동을 멈춘 이유는 전방에 나타난 거대한 검은 안개 때문이었다.

안개의 크기를 생각하면 훨씬 전부터 보여야 했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았다.

최태훈은 조심스레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어느 순간 검은 안개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

최태훈은 눈을 번뜩이며 이동을 멈췄다.

곧이어 다시 앞으로 전진했다.

그러자 다시 검은 안개가 시야에 나타났다.

'결계...!'

검은 안개를 가리는 결계가 펼쳐져 있는 게 분명했다.

최태훈은 주변을 스윽 훑었다.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 문제였다.

'이 정도 결계를 펼칠 존재면....'

매우 수준이 높은 결계라는 뜻이다.

이런 결계를 펼칠 수 있는 존재를 감당할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본 최태훈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결코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지금 돌아가? 아니면 조금만 더 가까이 가서 확인해?'

최태훈은 잠시 고민했다.

"후우."

고민하던 최태훈은 깊게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돌려 검은 안개를 보았다.

'...음?'

그리고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많이 가까워진 느낌인데.'

처음 봤을 때보다 검은 안개가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 최태훈은 경악했다.

처음에는 느낌인 줄 알았다.

그런데 느낌이 아니었다.

실제로 검은 안개가 다가오고 있었다.

최태훈은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퉁!

그러나 물러나고 싶어도 물러날 수 없었다.

전에 없던 투명한 벽이 생겨나 있었다.

결계의 벽이 분명했다.

최태훈은 벽을 파괴하기 위해 해룡창을 만들어 던졌다.

쩡!

이내 해룡창이 작렬하며 결계의 실체가 드러났고 최태훈은 볼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결계를.

'이런....'

문제는 결계의 크기가 아니라 방어력이었다.

해룡창이 작렬한 부분은 미세한 실금만 나타났을 뿐 파괴될 것 같지 않았다.

최태훈은 힐끔 검은 안개를 보았다.

검은 안개는 50m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이대로면 1분 안에 코앞까지 도착할 것이다.

최태훈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순간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퀘스트 '결계 탈출'이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어둠 속으로'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어둠의 근원'이 생성됐습니다.]

.

.

메시지를 본 최태훈은 바로 퀘스트창을 열었다.

퀘스트에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결계 탈출>

결계에 갇힌 당신.

결계에서 탈출하라!

퀘스트 보상 : ???

"...?"

확인과 동시에 최태훈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뭔.'

퀘스트 '결계 탈출'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기대했던 정보는 없었다.

그냥 탈출하라는 내용이 끝이었다.

최태훈은 바로 다음 퀘스트 '어둠 속으로'를 확인했다.

<어둠 속으로>

당신의 앞에 펼쳐진 어둠 안개.

어둠 안개 내부에는 정체불명의 무언가들이 있다.

당신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퀘스트 보상 : ???

어둠 안개 통과 시 퀘스트 완료

다행히 퀘스트 '어둠 속으로'는 '결계 탈출'과 달리 유추할 수 있는 정보가 있었다.

첫 번째는 검은 안개의 정식 명칭이 '어둠 안개'라는 것.

두 번째는 어둠 안개에 무언가가 여럿 있다는 것.

세 번째는 어둠 안개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최태훈은 다음 퀘스트를 확인했다.

<어둠의 근원>

어둠 안개는 자연스레 생겨난 게 아니다.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생성했다.

어둠 안개의 근원을 파괴하라!

[어둠의 근원 : X]

퀘스트 보상 : ???

'꼭 통과해야 할 필요는 없는 거구나?'

직전까지 어둠 안개를 없앨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퀘스트 '어둠의 근원'은 어둠 안개를 없애는 퀘스트였다.

'근데 누가 만든 거지?'

최태훈은 침을 꿀꺽 삼키며 어둠 안개를 보았다.

어느새 어둠 안개는 30m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안개 밖에 있을까? 아니면 안에?'

지금 최태훈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2가지였다.

어둠 안개를 지나 반대편인 제주도로 가는 것.

두 번째는 어둠의 근원을 파괴해 어둠 안개를 없애는 것.

문제는 어둠 안개를 만든 존재가 어디에 있냐는 점이다.

'마주치면 안 될 것 같은데.'

최태훈은 침을 꿀꺽 삼키며 핸드폰을 꺼냈다.

작금의 상황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그러나 핸드폰을 확인한 최태훈은 인상을 구겼다.

[통화 불가 지역]

'연락도 못 해?'

걱정되긴 했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었다.

강진석에게 연락하면 어떻게든 해결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통화 불가 지역이라니?

최악의 상황이었다.

최태훈은 어둠 안개를 보았다.

어느새 15m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물러설 곳이 없었다.

최태훈은 해룡창을 만들었다.

그러고는 전력을 다해 어둠 안개로 던졌다.

해룡창은 어둠 안개 안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뒤 메시지가 나타났다.

[미쳐버린 하급 어둠 정령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3만 상승합니다.]

.

.

메시지를 본 최태훈은 눈을 번뜩였다.

어둠 안개에 있는 존재를 여럿 알아냈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면 꽤 버틸 수 있겠어.'

혹여 감당 불가능한 존재가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다.

그런데 적어도 외곽 지역은 생존을 걱정할 필요 없어 보였다.

이내 어둠 안개가 최태훈을 엄습했다.

곧이어 메시지가 나타났다.

[???의 어둠 안개에 입장하셨습니다.]

[허락받지 않은 존재입니다.]

[어둠 저항력이 약화됩니다.]

.

.

메시지를 확인한 최태훈은 안도했다.

혹시나 디버프가 강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예상했던 것보다 약했다.

'이 정도면 오실 때까지 버틸 수 있겠어.'

비록 강진석에게 지금 상황을 전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상한 상황이라는 것은 전했다.

그런 상황에서 추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

최태훈이 아는 강진석이라면 분명 와줄 것이다.

'그때까지 정보 수집이나 하자.'

* * *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띠... 띠... 띠....

전화가 끊겼고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아직도 탐색 중이신가?'

최태훈에게 음성 메시지가 왔었다.

제주도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탐색 후 연락을 하겠다고.

여수에서 제주도는 코앞이라 할 수 있는 거리였다.

강진석이 아는 최태훈의 능력이라면 벌써 탐색을 마치고 연락을 했어야 했다.

탐색이 끝나지 않았더라도 중간 연락을 할 사람이었다.

그런데 최태훈은 아직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이상했다.

'...설마 갇히신 건 아니겠지?'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태가 뜨는 경우는 2가지다.

첫 번째는 핸드폰을 인벤토리에 보관했을 때.

그리고 두 번째는 통화가 불가능한 특별한 장소에 있을 때였다.

만약 최태훈이 특별한 장소에 갇힌 상태라면?

중간 연락도 없는 게 설명된다.

'어떻게 할까.'

퀘스트 '공습'이 생성되고 강진석은 쉬지 않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4차 제약 침공자를 죽였다.

이제 군사 분계선 이남에 남은 4차 제약 이상 침공자는 레아스뿐이었다.

'어차피 레아스는 5차일 테니 문제없을 테고.'

레아스는 여전히 영역을 벗어나지 않았다.

4차가 아닌 5차 제약 침공자로 추정됐다.

그리고 5차 제약 침공자라면 시간이 지나도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다.

즉,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갔다 오자. 구출도 진행할 겸.'

아직도 제주도의 유일한 파란 점은 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생존자들이 구출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한지윤에게 연락 후 영역 이동을 통해 여수 지부로 이동했다.

지부에 도착한 강진석은 바로 해왕 길드의 본부가 있는 여수로 향했다.

최태훈이 추가로 남긴 이야기가 있나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얼마 뒤 여수에 도착한 강진석은 초감각을 통해 부길드장 김태윤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김태윤을 발견한 강진석은 항구로 이동했다.

"헛!"

갑작스레 등장한 강진석에 김태윤은 움찔하며 경계했다.

그러나 곧 강진석이라는 것을 알게 된 김태윤은 경계를 풀고 안도했다.

"진석 님이셨군요! 그렇지 않아도 연락을 드리려 했는데...."

"혹시 태훈 님이 따로 남기신 이야기가 있나요?"

"제주도 탐색을 가겠다고 했습니다. 길드원들 절대 보내지 말라고, 30분마다 연락을 준다고 했는데...."

말끝을 흐린 김태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렇군요."

강진석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직접 가보겠습니다."

"...혹시 제가 준비해야 할 게 있을까요?"

"만약 2시간 내로 연락이 없다면 한지윤 부길드장에게 연락 해주세요. 시간이 좀 걸릴 뿐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제주도가 어떤 상황인지 모른다.

그러나 강진석은 자신 있었다.

죽지 않을 자신이.

"...알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시길!"

"그럼."

강진석은 대화를 마치고 제주도를 향해 비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강진석은 비행을 멈췄다.

'...결계?'

전방에 보이는 거대한 결계 때문이었다.

보통 결계가 아니었다.

크기도 크기였지만 결계에 담긴 기운이 어마어마했다.

'어둠도 엄청나네.'

문제는 결계뿐만이 아니다.

결계 안쪽에는 어둠이 가득했다.

그것도 강진석이 다루는 어둠보다 조금 더 강력한 어둠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강력한 어둠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여러 기운이었다.

'정령, 고등어... 다양도 하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중에는 아는 존재도 있었다.

바로 고등어, 갈치 같은 어류 몬스터였다.

'저 안에 계신 거겠지?'

최태훈은 감지되지 않았다.

그러나 어둠 어딘가에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강진석은 결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쩌저적!

흑뢰 한 줄기가 빠져나와 결계로 향했다.

쩡!

이내 결계에 흑뢰가 작렬하며 구멍이 나타났다.

강진석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구멍이었다.

그리고 구멍은 천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오가는 데에는 문제없겠고.'

결계의 방어력, 회복력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결계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대로 결계를 지나 내부로 들어갔다.

제23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