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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2 - 210-220

제210화

210.

강진석은 메시지를 전부 확인한 뒤 이어 길드 관리창을 열었다.

그리고 기본 설정을 끝낸 뒤 한지윤과 최은형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제 생존자들은 문제없고.'

다시 감옥에 갈 필요는 없다.

한지윤과 최은형이 정리조를 보낼 것이고 잘 마무리될 것이다.

'확인하러 가 볼까.'

바로 금강산을 떠날 생각도 아니다.

떠나기 전에 확인할 곳이 있었다.

'뭐가 있으려나.'

바로 창고였다.

짙은 어둠 부족에는 수많은 창고가 있었다.

그중에서 보물 창고만큼은 아니어도 강렬한 기운을 뿜어내는 창고가 있었다.

그래서 궁금했다.

무엇이 보관되어 있기에 그리 강렬한 기운을 뿜어내는 것인지.

강진석은 목적지로 공간이동을 했다.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거대한 창고를 잠시 바라보다가 입구로 향했다.

그렇게 입구를 지나 창고에 들어선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짙은 어둠 부족 제1 창고에 입장하셨습니다.]

메시지를 통해 몇 번째 창고인지 알게 된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내부를 스윽 훑었다.

'많네, 많아.'

창고에는 정말 많은 것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아티펙트는 물론 보석, 포션 등 없는 게 없었다.

그러나 강진석은 일일이 확인하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강진석은 강렬한 기운을 품고 있는 아티펙트와 재료만 확인했다.

그리고 얼마 뒤 확인을 마친 강진석의 얼굴에 아쉬움이 모습을 드러냈다.

'없네....'

세 번째 영혼 각성의 재료가 한두 개쯤은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단 하나도 없었다.

'이러면 다른 창고에도 없을 확률이 높겠지.'

가장 강렬한 기운을 뿜어내던 제1 창고에도 없었다.

그런데 다른 창고에 세 번째 각성의 재료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더 확인할 필요 없겠어.'

굳이 시간을 들일 이유가 없다는 뜻이었다.

강진석은 길드 관리창을 열었다.

그리고 영역이동을 통해 봉제산으로 이동했다.

생존자 현황 지도를 통해 생존자들의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해야 했고 창고에서 챙길 것이 있었다.

"...?"

봉제산에 도착과 동시에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왜 이러시지?'

한지윤의 감정 때문이었다.

강진석이 봉제산에 도착한 순간 한지윤의 감정이 부정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설마 생존자들한테 문제가 생겼나?'

현재 한지윤은 지도 앞에 있었다.

갑자기 감정이 변한 것은 지도와 관련 있을 것이다.

강진석은 확인을 위해 본부로 이동했다.

"길드장님...."

본부에 도착하자 한지윤이 강진석을 인지했고 나지막이 불렀다.

"무슨 일인가요?"

강진석은 한지윤에게 물으며 지도를 힐끔 보았다.

"...!"

그리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파란 점이 여럿 사라졌다.

그렇다고 새로운 파란 점이 나타난 것도 아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생존자들이 전부 죽었다는 뜻이다.

'바로 갈 수도 없고....'

파란 점이 사라진 곳은 함경북도, 양강도 그리고 제주도였다.

함경북도의 경우 모든 파란 점이 사라졌고 양강도는 하나밖에 남지 않았으며 제주도 역시 2개뿐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구출하러 가고 싶었다.

그러나 너무 멀었다.

양강도는 한반도의 북쪽 끝이었고 제주도는 남쪽 끝이었다.

생존자가 양강도, 제주도에만 있다면 모를까 구출해야 할 이들이 많았다.

'더 빨리 움직여야겠어.'

강진석은 생각을 마치고 한지윤에게 말했다.

"창고에 들렀다가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변화 생기면 문자 남겨주세요."

"네, 바로 연락드릴게요."

한지윤의 답을 듣고 강진석은 창고로 이동했다.

창고에 온 이유는 퀘스트 완료에 필요한 재료를 수급하기 위해서였다.

강진석은 창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필요 재료를 수급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재료 수급을 마친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스킬 퀘스트 '어둠의 이해'를 완료하셨습니다.]

[스킬 '어둠의 이해' 5레벨이 활성화됩니다.]

[어둠과 관련된 모든 효과가 100% 증가합니다.]

그리고 퀘스트를 완료 후 스킬창을 열었다.

스킬 '어둠의 운용'을 습득할 차례였다.

[스킬 '어둠의 운용'을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퀘스트 '어둠의 운용'이 생성됐습니다.]

습득과 동시에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전기의 운용과 마찬가지로 어둠의 운용 역시 바로 활성화됐다.

강진석은 눈을 감고 집중했다.

그러자 전신에서 어둠이 흘러나왔다.

킬로아가 다루던 어둠만큼이나 짙은 어둠이었다.

'전기랑 비슷할 줄 알았는데....'

어둠을 운용하며 강진석은 전기를 떠올렸다.

성질이 다르긴 해도 운용 방식은 비슷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성질이 다른 만큼 운용 방식도 달랐다.

어둠은 전기보다 묵직했고 그만큼 속도가 느렸다.

'갑옷도 다르려나?'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어둠으로 갑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미 수차례 전기로 갑옷을 만들어 봤기 때문일까?

아니면 어둠의 특성일까?

어둠 갑옷은 전기 갑옷보다 훨씬 더 견고했다.

'집중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얼마나 견고하냐면 집중하지 않아도 형태를 잃지 않을 정도였다.

'마음에 드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퀘스트창을 보았다.

그리고 퀘스트 '어둠의 운용'을 확인했다.

<어둠의 운용>

조건을 충족하라!

[어둠 운용 : 37%]

[최상급 흑요석 : 0 / 100]

.

.

퀘스트 보상 : 스킬 '어둠의 운용' 2레벨 습득 권한 활성화

"...?"

확인과 동시에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필요 재료 때문이 아니다.

의아해한 이유는 첫 번째 조건 '어둠 운용' 때문이었다.

'왜 37%야?'

방금 막 활성화했다.

그런데 0%에 가까워야 할 어둠 운용이 37%나 됐다.

'갑옷 때문에?'

아무리 봐도 어둠 운용이 오를 만한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갑옷.

갑옷을 만들어 급격히 오른 게 아닐까?

그러나 갑옷 때문이라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그럼 왜 전기는....'

바로 전기의 운용이었다.

강진석은 퀘스트 '전기의 운용'을 확인했다.

<전기의 운용>

조건을 충족하라!

[전기 운용 : 20%]

[최상급 뇌전석 : 100 / 100]

.

.

퀘스트 보상 : 스킬 '전기의 운용' 2레벨 습득 권한 활성화

전기 운용은 이제야 겨우 20%가 된 상태였다.

갑옷 때문이라면 왜 20%란 말인가?

'...설마 완벽하지 않아서?'

생각하다 보니 바로 합당한 이유가 떠올랐다.

어둠 갑옷은 전기 갑옷보다 완성도가 높다.

집중하지 않아도 형태를 잃지 않는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전기 운용이 낮은 이유는 완성도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확실한 것은 아니다.

완성도가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일 수 있다.

'...어쨌든 무작정 운용하는 게 답은 아닌 것 같네.'

쉬지 않고 운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내 전기를 방출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둠 운용 때문에 생각이 바뀌었다.

'근데 이 상태에서 전기를 방출하면 어떻게 되지?'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어둠 갑옷을 유지한 채 전기를 방출했다.

지지직!

'일단 방출은 되고.'

혹시나 한 가지만 다룰 수 있는 것이면 어쩌나 했다.

그런데 괜한 걱정이었다.

어둠과 전기는 동시에 운용이 가능했다.

물론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서로 충돌하며 힘을 갉아 먹고 있었다.

강진석은 충돌하는 어둠과 전기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신기해서 보는 게 아니다.

충돌해 사라지는 모습에서 무언가 알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

이내 깨달음을 얻은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섞을 수 있겠는데?'

충돌하고 있기는 했다.

그러나 서로의 존재를 배제하는 충돌은 아니었다.

충돌하는 이유는 강진석이 길을 잡아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즉, 길만 잡아주면 잘 어우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강진석은 바로 행동에 옮겼다.

그리고 얼마 뒤.

전기와 어둠이 섞이기 시작했다.

샛노랗던 전기의 색이 검게 변했고 어둠 갑옷 겉을 자연스레 맴돌기 시작했다.

'흑뢰....'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검은 전기, 흑뢰에서 어둠과 전기 두 속성이 느껴졌다.

그리고 두 속성이 혼합됐기 때문일까?

직접 본 것은 아니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최소 2배는 강력해진 것 같았다.

강진석은 영역 이동을 통해 다음 목적지와 가장 가까운 장소로 이동하며 생각했다.

'확인할 상대가 있으려나.'

3차 제약 침공자는 흑뢰를 버틸 수 없다.

닿자마자 죽을 것이다.

정확한 위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4차 제약 침공자는 되어야 했다.

'있으면 좋겠네.'

강진석은 부디 이후 방문할 지역에 4차 제약 침공자가 있기를 바라며 목적지로 향했다.

* * *

"칼날 폭풍!"

강나연은 스킬 '칼날 폭풍'을 시전하며 단검을 허공에 휘둘렀다.

그러자 푸른색 기운으로 만들어진 칼날 10개가 단검에서 빠져나와 전방에 있는 오크에게 날아갔다.

-...!@!@%

이미 전신에 상처가 가득한 오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괴성을 내뱉으며 방패를 들었다.

스아앗!

그러자 방패가 빛나더니 이내 보라색 보호막이 오크의 앞에 나타났다.

강나연은 싱긋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호막은 오크의 전면만 보호할 뿐이다.

위, 뒤, 양옆은 보호되지 않는다.

그리고 강나연은 혼자가 아니었다.

김칠성이 공간이동을 통해 오크의 뒤로 이동 후 짙은 보랏빛이 서린 대검을 휘둘렀다.

갑작스레 나타난 김칠성의 공격에 오크는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 멈칫한 사이 대검이 오크의 목에 작렬했다.

쾅!

대검에서 발생한 소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폭음이 울려 퍼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노란 숲 부족 3수비단장 카이롤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1000만 상승합니다.]

.

.

"휴."

메시지를 본 김칠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 순간 대검에 서려 있던 보랏빛이 사라졌다.

'하마터면 못 죽일 뻔했네.'

간발의 차이였다.

만약 조금만 더 늦었다면?

스킬 지속 시간이 끝났을 것이고 카이롤을 죽이지 못했을 것이다.

김칠성은 피로 가득한 얼굴로 강나연에게 말했다.

"고생했다."

"너도."

"근데 점점 강해지는 것 같지 않아?"

카이롤이 처음이 아니다.

김칠성은 서울에서 대전으로 향하며 수많은 3차 제약 침공자와 전투를 벌였다.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대전에 가까워질수록 3차 제약 침공자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었다.

"원래 힘을 되찾고 있는 거겠지. 2차 제약이 해제됐으니까."

강나연은 김칠성의 질문에 답하며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한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나연아!

"네, 이제 제단만 파괴하면 끝이에요."

-알겠어, 정리팀 준비할게!

"네네~ 근데 언니, 하나 물어볼 게 있어요."

-어떤 거?

"오빠는 어디까지 했어요?"

모두가 대전으로 향하는 길을 뚫는 것은 아니다.

이번 임무에 투입된 것은 강나연과 김칠성뿐이었다.

다른 이들은 각자 다른 임무를 맡았다.

그리고 강진석은 생존자 구출을 맡았는데 얼마나 구출했는지 궁금했다.

-서울, 강원도, 경기도 생존자 구출은 끝내셨어.

-지금 인천 생존자 구출하러 가셨고.

"...."

강나연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서울 생존자 구출은 진즉 끝났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강진석의 힘을 알기에.

서울 생존자 구출을 끝내고 강원도나 경기도 생존자 구출을 진행하고 있을 줄 알았다.

강진석이 쉴 리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런데 벌써 강원도와 경기도 생존자 구출을 끝내고 인천에 가다니?

'우리는 이제 천안인데....'

강나연과 김칠성은 이제야 천안에 입성했다.

천안을 뚫고 세종시를 넘어야 목적지인 대전에 도착한다.

'이렇게 차이가 난다고?'

힘이 차이 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차이가 났다.

물론 그렇다고 허탈하거나 허무하지는 않았다.

적이 아닌 아군이다.

허탈하거나 허무할 이유가 없었다.

반대로 마냥 기뻤다.

'오빠만 믿고 가면 되겠어.'

강나연은 씨익 웃으며 답했다.

"인천 다음에는요? 어디 간다고 이야기했어요?"

-어, 아마 합류할 것 같아.

"...혹시 저희 쪽이요?"

-응.

바로 그때였다.

-어?

한지윤이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목소리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낀 강나연이 물었다.

"...왜요? 무슨 일 생겼어요?"

-....

한지윤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강나연은 재촉하지 않았다.

잠자코 기다렸고 얼마 뒤 한지윤이 답했다.

-합류 못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

-동해에서 나가들이 쳐들어왔어.

제211화

211.

"나가들이요?"

강나연은 한지윤의 답에 경악했다.

갑자기 나가들이 쳐들어오다니?

-응, 지금 공격받는 곳은 두 곳인데 나타난 곳이 한두 곳이 아니야.

-곧 전방위적으로 공격 시작될 것 같아.

"심각한 상황 같은데 저희도 귀환해요?"

들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더 심각해 보였다.

대전으로 향하는 길을 뚫는 것보다 방어 지원을 해야 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아니야.

-본부 길드원들 힘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길드장님이 계시니까.

"아, 그렇죠. 오빠가 있었네요."

얼굴에 가득했던 걱정은 '강진석'이 언급된 순간 사르르 녹아 사라졌다.

나가들이 얼마나 몰려오든 상관없다.

강진석이 움직이면 나가들의 공격은 아무런 의미 없어질 것이다.

"그래도 혹시 필요한 일 생기면 연락 주세요!"

-응, 꼭 연락할게!

"네! 그럼 이제 제단 파괴하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강나연은 김칠성을 보았다.

"다 들었지?"

스피커 모드는 아니었다.

그러나 김칠성의 청력이라면 분명 들었을 것이다.

"응, 들었지."

김칠성은 강나연의 물음에 답했다.

그리고 뒤로 돌아서며 말했다.

"어서 가자고."

쉴 때가 아니다.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 했다.

* * *

"한 곳 남았는데 구출 끝나는 대로 가겠습니다."

-강릉으로 가신단 말씀이시죠?

"네, 혹시나 상황 더 악화되면 문자 남겨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은형이한테도 전달해 두겠습니다!

"넵!"

강진석은 한지윤과의 통화를 마쳤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가들이 갑자기 왜....'

동해 바닷속에 자리 잡은 나일 부족의 나가들이 전방위적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여태껏 잠잠했던 나일 부족이 왜 갑자기 공격을 시작한 것일까?

'킬로아가 죽은 걸 알아서?'

짙은 어둠 부족과 나일 부족의 사이는 좋지 않다.

혹시 킬로아가 죽은 것을 알고 짙은 어둠 부족의 영역을 손에 넣기 위해서 공격을 한 것일까?

'아니면 복수인가?'

강진석은 짙은 어둠 부족의 영역만 탈환한 게 아니다.

해변에는 나일 부족의 영역도 있었다.

나일 부족의 입장에서 빼앗긴 영역을 되찾기 위해 공격을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강진석은 나일 부족에 대해 생각하며 다음 목적지이자 마지막 목적지인 청라 호수 공원으로 향했다.

[던전 '청라 호수 공원'에 입장하셨습니다.]

[24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제단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

.

얼마 뒤 목적지에 도착한 강진석은 메시지를 훑으며 어둠 갑옷을 만들었다.

반복 훈련을 통해 숙달된 덕분에 어둠 갑옷은 한층 더 완벽에 가까워진 상태였다.

완성 시간도 1초면 충분했다.

그러나 강진석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흑뢰로 만들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어둠과 전기를 조합해 흑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흑뢰로 갑옷을 만드는 것은 아무리 연습해도 쉽지 않았다.

형태를 만드는 것조차 10번 시도해야 2번 성공할 정도였다.

이내 메시지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감옥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감옥 앞에 도착하자마자 강진석은 하늘을 향해 흑뢰를 방출했다.

지지직!

굵직한 흑뢰가 하늘로 솟아올랐고 이내 수백 다발로 갈라졌다.

그리고 갈라진 흑뢰 다발은 사방으로 퍼져 근처에 있는 모든 오크에게 날아갔다.

[십부장 오크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2500 상승합니다.]

[오크를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1000 상승합니다.]

.

.

이어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고 그렇게 감옥의 안전을 확보한 강진석은 생존자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그리고 다시 공간 이동을 통해 공원 곳곳을 돌아다니며 청소를 이어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청소가 끝났고 강진석은 제단으로 향했다.

스윽-

그리고 도착과 동시에 손을 뻗었다.

지지직!

그러자 흑뢰 한줄기가 빠져나와 제단으로 향했다.

쩌저적!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제단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

.

그렇게 탈환까지 마친 강진석은 길드 관리창을 열어 기본 설정을 마친 뒤 핸드폰을 확인했다.

잠깐 사이에 문자가 와 있었다.

공격받는 지부가 두 곳 더 늘어났다는 내용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공격받는 두 지부가 전부 길드원이 없는 텅 빈 지부라는 점이었다.

'본부 가도 되겠네.'

만약 길드원이 있는 지부가 공격받았다면 해당 지부로 갔을 것이다.

그러나 텅 빈 지부는 굳이 갈 필요가 없다.

무너지더라도 다시 탈환하면 그만이기에.

강진석은 한지윤에게 문자를 보냈다.

-청라 호수 공원 정리 끝냈습니다. 그리고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 * *

나일 부족의 여왕 카라빈의 거처.

"후우."

카라빈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착잡한 얼굴로 지도를 보며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멈춰야 하나?'

5지부의 복수를 위해, 빼앗긴 영역을 되찾기 위해 나일 부족은 육지에 있는 짙은 어둠 부족의 지부를 침공 중이었다.

그런데 침공 중 충격적인 정보를 여럿 접했다.

첫 번째는 몇몇 지부가 텅 비어 있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몇몇 지부에 짙은 어둠 오크가 아닌 인간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세 번째는 텅 빈 지부의 영역과 인간들이 있는 지부의 영역 성질이 똑같다는 점이다.

즉, 텅 빈 지부 역시 인간들의 영역이라는 뜻이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다.

짙은 어둠 부족이 인간들에게 밀려났다는 것.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진짜로 죽을 줄은 몰랐는데.'

짙은 어둠 부족의 대족장 킬로아가 죽었다.

킬로아의 죽음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크라의 예지가 있었다.

킬로아가 죽을 것이라는.

다만 벽을 넘어선 존재에 대한 예지는 자주 바뀌기에 이번에도 바뀔 것이라 생각했다.

크게 다칠지언정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짜 인간에게 죽은 걸까?'

크라는 킬로아를 죽인 존재가 인간인 것 같다고 했다.

지금 짙은 어둠 부족 영역에 자리 잡은 인간들을 보면 진짜로 킬로아는 인간에게 죽은 것일 수 있다.

그래서 더 고민이 됐다.

지금이라도 침공을 멈추고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이대로 계속 공격하다가 킬로아를 죽인 '인간'과 충돌하게 된다면?

죽지 않더라도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그보다 더 최악의 경우를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스윽-

카라빈은 고개를 들어 반대편에 앉아 자신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크라를 보았다.

"네 생각은 어때?"

"...침공에 대한 생각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응, 왠지 느낌이 좋지 않거든."

"제 생각에는...."

크라는 말끝을 흐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이내 생각을 끝낸 크라가 입을 열었다.

"일단 후퇴를 하고... 커억!"

답을 하던 중 크라가 비명을 내뱉었다.

그리고 눈이 뒤집히며 전신에 새하얀 빛이 서렸다.

"...!"

카리빈은 눈을 번뜩였다.

예지의 전조였다.

그렇지 않아도 예지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때마침 찾아와 주다니?

카라빈은 잠자코 크라가 깨어나길 기다렸다.

스아아-

얼마 뒤 빛이 사라졌고 크라가 깨어났다.

"...?"

그리고 카라빈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왜...?'

그도 그럴 것이 크라의 표정이 이상했다.

무척이나 당황한 얼굴이었다.

어떤 미래를 보았기에 이런 반응을 보인단 말인가?

"무엇을 봤길래?"

카라빈이 물었다.

"그게...."

크라는 말끝을 흐렸다.

이어 침을 꿀꺽 삼키고는 말했다.

"보았는데 보이지 않았습니다."

"...?"

크라의 말에 카라빈의 의아함은 더더욱 커졌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보았는데 보이지 않았다니?

카라빈의 반응에 크라가 이어 말했다.

"온통 검었습니다."

"...어둠으로 가득 찼다는 뜻인가?"

"예, 아시다시피 진짜 어둠이 아닌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크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제야 카라빈은 크라의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았다.

"위치는? 어디였지?"

카라빈이 물었다.

크라의 예지는 부족의 미래와 연관되어 있다.

아무런 상관없는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궁금했다.

어떤 곳이기에 어둠으로 가득 찬 것인지.

"두 곳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지금 공격하고 있는 강릉항입니다."

"강릉항이면...."

카라빈은 다시 지도를 보았다.

강릉항은 텅 비어 있는 인간들의 영역이었다.

'짙은 어둠 부족이 아닌 건가.'

어둠이라기에 당연히 짙은 어둠 부족과 연관되어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상황을 보니 크라가 본 어둠은 인간들과 연관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면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인데....'

어둠을 다루는 인간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크라의 예지 속 세상을 뒤덮을 정도로 강한 어둠을 다루지는 못할 것이다.

즉, 크라의 예지 속 어둠은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나머지 한 곳은?"

"그게...."

크라가 다시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카라빈은 미간을 찌푸렸다.

대체 어디이기에 이렇게 질질 끈단 말인가?

"말해."

카라빈이 짜증이 살짝 깃든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크라가 입을 열었다.

"대신단입니다."

"...대신단?"

카라빈은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카라빈이 아는 대신단은 하나뿐이었다.

"설마 부족 대신단을 말하는 건가? 바로 옆에 있는?"

카라빈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크라에게 물었다.

"...예."

크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

카라빈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크라를 바라볼 뿐이었다.

강릉항이야 어둠으로 가득 찰 수 있다.

짙은 어둠 부족을 밀어낸 인간들의 영역이니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대신단은 이야기가 다르다.

대신단은 나일 부족의 심장이었다.

그런데 대신단이 어둠으로 가득 찼다?

정신을 차린 카라빈은 크라에게 물었다.

"예지에 나도 있었나?"

"...없었습니다."

"죽었다는 뜻인가?"

"아니요. 그건 확실치 않습니다. 보지 못했습니다."

"...."

카라빈은 다시 침묵했다.

크라 역시 따라 입을 다문 채 카라빈의 눈치를 살폈다.

얼마 뒤 고민을 끝낸 카라빈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공격을 멈추고 상황을 지켜봐야겠어."

그리고 카라빈은 통신 구슬이 있는 진열대로 다가가 강릉항 공격 작전을 맡은 5공격단장 게르딜의 통신 구슬을 찾아 마나를 주입했다.

스아앗!

통신 구슬이 파랗게 빛났다.

그리고 얼마 뒤 빛이 초록색으로 변하며 구슬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5공격단장 게르딜, 여왕님을 뵙습니다!

"지금 당장 공격을...."

바로 그때였다.

스아앗!

통신 구슬에서 빛이 사라졌고 이어 반으로 갈라졌다.

"...?"

카라빈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게르딜의 통신 구슬이 파괴됐다고?'

* * *

"...그래서 현재 주문진항에 수비대를 보낸 상태입니다."

최은형의 보고가 끝났다.

그리고 강진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전 강릉항부터 쭉 정리하겠습니다. 특이사항 생기면 바로 연락해주세요."

"넵!"

최은형의 답을 듣고 강진석은 영역 이동을 통해 바로 강릉항으로 이동했다.

도착과 동시에 강진석은 수많은 나가를 감지할 수 있었다.

그중에는 3차 제약 침공자도 존재했다.

강진석은 3차 제약 침공자가 있는 방향으로 손을 뻗었다.

이내 손에서 흑뢰 한줄기가 방출됐다.

흑뢰는 곧 수백 다발로 나뉘었고 이어 메시지가 나타났다.

[나일 부족 5공격단장 게르딜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1700만 상승합니다.]

.

.

제212화

212.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며 생각했다.

'연습을 좀 더 해야겠어.'

조금 전 방출한 흑뢰로 모든 나가를 죽이려 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갈라진 수백 다발 중 일부가 목표했던 나가가 아닌 그 옆에 작렬했다.

물론 한 번에 죽이지 못한 게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강진석은 다시 한번 흑뢰를 방출했다.

이번에는 수백이 아닌 수십 다발로 갈라졌고.

[십부장 나가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

.

첫 번째 공격 때 살아남았던 나가들이 전부 죽음을 맞이했다.

그렇게 강릉항에 나타난 모든 나가를 섬멸한 강진석은 바로 영역 이동을 통해 남쪽에 있는 다음 지부로 이동했다.

지지직!

도착과 동시에 강진석은 흑뢰를 방출했고.

[나일 부족 6공격단장 가우로스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1500만 상승합니다.]

.

.

이번에는 첫 번째 흑뢰에 모든 나가가 죽음을 맞이했다.

강진석은 바로 영역 이동을 통해 다음 지부로 향하며 생각했다.

'본부는 어디에 있으려나.'

나가들을 섬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금처럼 흑뢰 한두 방이면 섬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공격이 끝일까?

아니, 나가들은 주기적으로 공격을 해올 것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강진석이 막으러 올 수는 없다.

근본적으로 공격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공격을 막는 방법은 무척 단순하다.

본부를 박살 내면 된다.

'넓어도 너무 넓으니....'

문제는 나일 부족의 본부가 동해에 있다는 점이다.

강진석의 초감각이 2배로 늘어나도 쉽게 찾을 수 없다.

'육지 정리 끝나는 대로 정리해야겠어.'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없다.

언젠가는 정리해야 할 곳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무식하게 온 바닷속을 돌아다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 침공자들의 영역 상징은 전부 핸드폰 지도에 표시되어 있다.

즉, 영역 상징이 있는 곳들을 방문하다 보면 나일 부족의 본부 역시 방문할 수 있을 것이다.

지지직!

[나일 부족 5침공단장 벨티오린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1600만 상승합니다.]

.

.

* * *

쩍!

통신 구슬이 반으로 갈라졌다.

쩍!

그리고 30초도 지나지 않아 통신 구슬이 하나 더 갈라졌다.

"...."

카라빈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박살 나는 통신 구슬을 바라볼 뿐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여왕님."

눈치를 살피고 있던 크라가 입을 열었다.

크라의 부름에 정신을 차린 카라빈은 이를 악물었다.

"고맙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게 해준 크라에게 감사를 표한 뒤 지도를 힐끔 보았다.

'남쪽으로 가고 있군.'

지금 파괴되는 통신 구슬의 주인들은 전부 강릉항 기준 남쪽에 파견된 이들이었다.

'그 녀석이겠지.'

부족원들이 순서대로 죽고 있다.

한 존재의 짓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존재는 킬로아를 죽인 인간으로 추정됐다.

남쪽에 파견된 부족원들이 전부 죽으면 인간이 멈출까?

아니, 북쪽으로 올라갈 확률이 높다.

스윽-

카라빈은 진열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아직 파괴되지 않은 통신 구슬이 여럿 떠올라 카라빈의 앞으로 날아왔다.

카라빈은 모든 통신 구슬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2공격단장 그라마, 여왕님을 뵙습니다!

-3침공단장 케이지로, 여왕님을 뵙습니다!!

속속 통신이 연결됐고 단장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카라빈은 바로 명령을 내렸다.

"당장 공격을 멈추고 귀환하세요."

-...옙, 알겠습니다.

-...예, 바로 귀환하겠습니다.

갑작스런 명령에 단장들은 머뭇거리긴 했으나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렇게 모든 단장에게 철수 명령을 내린 카라빈은 다시 한번 손을 뻗었다.

그러자 통신 구슬이 다시 떠올라 진열대로 돌아갔다.

그리고 카라빈은 크라에게 말했다.

"대신단으로 가줘, 정확한 예지가 필요해."

크라의 예지 능력은 대신단 근처에서 더욱 강해진다.

어두워 보이지 않았던 이번 예지도 대신단 근처였다면 보였을 수도 있다.

"네, 알겠습니다. 만약 예지가 내려오면 바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크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라빈에게 고개 숙여 인사 후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크라가 떠나고 홀로 남은 카라빈은 지도를 보며 이번 상황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인간'을 떠올렸다.

'적어도 벽을 두 번 넘었겠지.'

육체를 두 번 제련한 킬로아가 죽었다.

즉, 인간 역시 벽을 두 번 넘어섰을 것이다.

'상황을 보면 영혼을 각성했을 확률이 높고.'

이번에 인간이 보여준 능력을 생각하면 육체 제련보다는 영혼 각성의 가능성이 컸다.

'쉽지 않겠어.'

카라빈 또한 영혼을 두 번 각성했다.

꿀릴 것 없다.

그러나 꿀리지 않는다는 것이 쉽다는 뜻은 아니다.

분명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다.

'세 번째 각성만 했어도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았을 텐데.'

카라빈은 인상을 구겼다.

세 번째 영혼 각성이 코앞이었다.

재료도 거의 다 모았다.

천황조의 깃털, 섬혼옥 등 6개만 더 모으면 된다.

'무리해서라도 그때 재료를 얻었어야 했나....'

과거 얻을 기회가 있었다.

당시 상대가 너무나 과한 요구를 해 거절했다.

그런데 지금 후회가 됐다.

무리해서라도 그때 재료를 손에 넣어야 했다.

'...이미 지난 일.'

후회한다고 과거를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카라빈은 빠르게 후회를 털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비고로 향하며 생각했다.

'비술도 준비해야겠어.'

* * *

"...전부 철수했다구요?"

강진석은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예, 지금 일제히 물러나고 있습니다.

-추격 퀘스트가 생성된 걸 보면 함정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대기하라 했는데 추격할까요?

"...아니요. 추격하면 분명 반격할 텐데 물속에서는 너무 위험해요."

나가는 물속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인다.

그러나 길드원들은 아니다.

"일단 나가들이 다시 나타나면 연락 부탁드릴게요."

-예,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최은형과의 통화를 마친 강진석은 이어 한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길드장님!

기다리고 있었는지 한지윤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해결됐습니다. 전부 죽인 건 아니고 철수했다네요."

-아, 그렇군요! 고생하셨습니다!

-혹시 나가들을 추격하실 생각이신가요?

"아뇨. 일단 생존자 구출부터 진행할 생각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추격해 한 마리도 빠짐없이 전부 섬멸하고 싶었다.

후에 다시 공격해 올 것이 뻔했기에.

그러나 생존자 구출이 우선이었다.

"근데 구출 끝나기 전에 다시 공격해 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보다 더 준비해서요. 제가 올 수 있으면 큰 문제 없겠지만 만약 제가 올 수 없다면 강릉 본부 규모로는 쉽게 막지 못할 것 같습니다."

솔직히 이번에도 위험했다.

강진석이 오지 않았다면?

강릉 본부도 위험했을 정도로 나가들의 수준은 높았다.

"지원이 필요할 것 같아요."

-네! 준비해 두겠습니다.

한지윤의 답을 듣고 강진석은 이어 말했다.

"그리고 충청도부터 갈 생각입니다."

현재 강나연과 김칠성은 일직선으로 길을 뚫고 있다.

충청남도 서쪽에 있는 태안, 서산 등은 물론 충청북도 쪽은 발도 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해당 지역에는 많은 생존자가 구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나연이한테 전달해 둘게요!

"네, 그럼 이따 또 연락 드리겠습니다."

강진석은 통화를 마쳤다.

그리고 영역 이동을 통해 천안 지부 중 한 곳으로 이동했다.

도착과 동시에 강진석은 지부를 정리하고 있는 길드원들을 볼 수 있었다.

"엇, 길드장님을 뵙습니다!"

한 길드원이 강진석을 발견했고 화들짝 놀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강진석은 은은히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생존자 구출 때문에 바로 가야 해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완벽히 정리하겠습니다!"

길드원의 답을 들으며 강진석은 공간이동을 통해 영역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생존자들이 갇혀 있는 던전으로 향하며 대전을 떠올렸다.

'대전분들은 어떠려나.'

대전에는 세력이 존재했다.

작은 세력이 아니다.

유성구와 서구.

두 지역구를 관리하는 꽤나 큰 세력이었다.

물론 강진석의 길드와 비교하면 크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매우 작다.

비교하는 게 민망할 정도로.

그러나 강진석의 입장에서 규모는 중요하지 않았다.

해당 세력의 성향이 제일 중요했다.

'악인들이 세운 세력은 아니겠지?'

함께 으쌰으쌰 힘을 내서 생존에 전력을 다하는 이들이라면 상관없다.

세력을 존중하며 협력할 생각이 있다.

그러나 악인들이 가득한 세력이라면?

충돌할 수밖에 없다.

악인들의 생각은 중요하지 않다.

만약 악인들이 충돌을 원치 않아도 강진석은 악인들을 가만히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좋은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네.'

* * *

대전 서남부터미널 남쪽 사거리.

사거리 정중앙에는 10명이 서 있었다.

10명은 전부 방패를 들고 있었다.

말 그대로 방패뿐이었다.

검이든 창이든 도끼든 무기는 들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10명은 전부 덜덜 떨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키릭?

-키익!

동쪽에서 고블린 세 무리가 나타났다.

한 무리당 10마리로 총 30마리였다.

압도적인 수적 우위에도 고블린들은 다가오지 않았다.

멀리서 인간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눌 뿐이었다.

물론 이야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키익!

한 고블린이 외쳤고 나머지 고블린들이 무기를 빼 들었다.

그리고 인간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인간 무리와 고블린 무리의 거리가 30m 정도가 되었을 때.

스아악!

초록색 장막이 나타났다.

-키익?!

-키릭?!

장막 안에 갇힌 고블린들은 당황하며 장막을 두들겼다.

퉁! 퉁!

그러나 장막은 출렁일 뿐 파괴되지 않았고 이내 고블린들은 다시 방향을 틀어 사거리 중앙에 있는 인간들을 보았다.

-키익!

그리고 성난 목소리를 내뱉으며 인간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장막 서쪽에서 수많은 인간이 장막 안으로 들어왔다.

이번에 나타난 인간들은 사거리 정중앙에 있던 이들과 달리 무기와 갑옷까지 완전한 무장을 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덜덜 떨지도 않았다.

즐거움과 흥분 등으로 가득했다.

새로운 인간 무리의 등장에 잠시 멈칫했던 고블린들은 이내 중앙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인간들의 수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중앙에 있던 인간들은 살기 위해 서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몇몇 고블린들이 단검을 던졌고 도망치던 몇몇 이들의 다리, 등에 박혔다.

그러나 고블린들은 단검에 적중당한 인간들을 마무리할 수 없었다.

"다 죽여버려! 전리품은 알아서 챙기고!"

서쪽에서 나타난 인간들이 달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전사들만 있는 게 아니다.

마법사들은 마법을, 궁수들은 화살을 쏘았다.

원거리 공격이 고블린들에게 작렬했고.

이어 검, 도끼 등 근접 무기를 든 인간들이 달려와 고블린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전투는 순식간에 끝났고.

"다들 상황 보고해!"

사냥 2팀장 김장석이 외쳤다.

"1조 이상 없습니다!"

"2조 이상 없어요!"

"3조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장석의 외침에 조장들이 답했다.

답을 듣고 김장석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미끼조에서 답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내 김장석은 미끼조의 조장이 왜 답을 하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미끼조의 조장 최민기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등과 허벅지에 단검이 박혀 있었는데 출혈 상태를 보니 곧 죽을 것 같았다.

김장석은 최민기를 바라보며 조장들에게 물었다.

"이번 차례가 누구냐?"

그러자 1조 조장 김가준이 활짝 웃으며 외쳤다.

"접니다!"

"어서 끝내라. 자연사하면 포인트 안 들어온다."

"옙!"

김가준은 활짝 웃으며 최민기를 향해 지팡이를 겨눴다.

그리고 주문을 영창했다.

"아이스 애로우."

스아앗!

영창이 끝나자마자 마법진이 나타났고 이어 마법진에서 아이스 애로우가 등장해 최민기에게 날아갔다.

쩡! 쩌저적!

이내 아이스 애로우가 폭발했고 최민기는 숨을 거뒀다.

최민기의 죽음에 남은 미끼조 아홉은 덜덜 떨었다.

그리고 김장석은 미끼조에게 말했다.

"박준용 이제부터 네가 조장이야. 뒤지고 싶지 않으면 빨리 움직여. 시간 없다."

"...아, 알겠습니다."

박준용은 말을 더듬으며 답했다.

그리고 조원들을 데리고 다음 장소로 향했다.

"다들 이동."

김장석은 팀원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미끼조의 뒤를 따르며 생각했다.

'이 속도면 서울 녀석들이 내려와도 기강 잡을 수 있겠지?'

미끼조를 무리하게 운용하며 사냥 중이었다.

그로 인해 미끼조 피해가 크긴 했지만, 성장 속도는 확실히 빨라졌다.

이대로라면 서울에서 강진석 길드가 내려온다고 해도 기강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흐흐, 녀석들도 미끼조로 만들 수 있으면....'

제213화

213.

강진석 길드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길드 창설 조건을 생각하면 적어도 수백이다.

서울의 인구수를 생각하면 수천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들을 전부 미끼로 쓸 수 있다면?

'미끼가 아니라 죽여도....'

꼭 미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죽이면 포인트가 오른다.

그것도 적지 않은, 웬만한 몬스터보다 많은.

즉, 성장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그렇게 행복한 상상을 하며 다음 장소에 도착했고 김장석은 박준용에게 말했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잠자코 있는 게 좋을 거야. 최민기처럼 죽고 싶지 않으면."

* * *

쩡!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신단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

.

신단을 파괴한 강나연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보상이 어마어마했다.

물론 흡족해하는 이유가 보상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제 한 곳만 더 파괴하면 끝이네.'

대전까지 남은 던전은 이제 단 한 곳이다.

한 곳만 더 청소하면 임무 완료였다.

바로 그때 강나연의 옆에 있던 김칠성이 물었다.

"바로 갈 거지?"

"왜? 피곤해?"

"아니, 나는 괜찮지. 근데 길드원들이 피곤해 보여서."

"그럼 길드원들은 잠시 휴식하라 하고 우리 둘이 가자."

솔직히 말해 길드원들이 없다고 해도 던전을 공략하는 것은 문제없다.

웬만한 3차 제약 침공자는 혼자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강나연이었다.

강나연뿐만이 아니다.

김칠성 역시 홀로 3차 제약 침공자를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둘이 힘을 합친다면?

마지막 던전에 3차 제약 침공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상관없이 탈환할 수 있다.

"좋은 생각이야."

김칠성이 씨익 웃으며 말했고, 강나연 역시 씨익 웃었다.

바로 그때였다.

초감각에 강렬한 기운이 감지됐고 강나연과 김칠성은 움찔했다.

이어 강나연이 고개를 휙 돌렸다.

그리고 기운의 주인공을 보며 외쳤다.

"오빠!"

기운의 주인공은 강진석이었다.

강나연은 활짝 웃으며 물었다.

"벌써 다 구출한 거야?"

한지윤에게 들었다.

강진석이 충청도 곳곳을 돌아다니며 생존자를 구출하고 있다고.

구출을 잠시 멈추고 나타난 것은 아닐 것이다.

구출을 끝내고 왔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응."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어 물었다.

"마지막 던전 나도 껴도 되지?"

"물론!"

"대장이 함께 해주면 땡큐죠!"

강나연과 김칠성이 차례대로 답했다.

강진석은 두 사람의 답을 듣고 이어 말했다.

"그리고 길드원들도 전부 함께 갈 거야."

대화를 전부 들었다.

두 사람은 길드원들을 두고 단둘이서 마지막 던전에 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안 될 이야기다.

"어? 체력이 부족한 길드원들도?"

강나연이 반문했다.

길드원들을 두고 가려 했던 이유는 강행군으로 지친 길드원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이잖아? 이제 와서 휴식하라고 하면 넌 어떨 것 같은데?"

"아."

강진석의 말에 강나연은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

강나연은 미래를 보고 있었다.

그래서 다음에 공략할 마지막 던전 '여수비탈산'이 진짜 마지막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길드원들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아니, 확실히 다르다.

"같이 가는 게 맞겠네."

강나연은 생각을 바꿨다.

강진석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걱정되면 둘이 더 열심히 하면 되는 거고."

이후 강진석은 길드원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강진석입니다.]

[곧장 마지막 던전 여수비탈산으로 향할 생각입니다.]

[남쪽으로 와주세요.]

그리고 얼마 뒤 모든 길드원이 남쪽에 모였고 강진석은 이야기한 대로 길드원들과 함께 마지막 던전 '여수비탈산'으로 향했다.

[던전 '여수비탈산'에 입장하셨습니다.]

[24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신단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

.

그렇게 모든 길드원과 함께 던전 '여수비탈산'에 입장한 순간.

"흐음."

강진석이 침음을 내뱉었다.

"...?"

"...?"

바로 옆에 있던 강나연과 김칠성은 침음을 듣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던전에 입장한 순간 침음이라니?

설마 던전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왜 그래?"

강진석이 말이 없자 강나연이 물었다.

그러자 강진석이 고개를 돌려 강나연을 보았다.

"아무래도...."

강진석은 말끝을 흐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다른 곳에 다녀와야 할 것 같아."

"...다른 곳?"

"응, 던전 마무리 잘 부탁해."

"위험한 일이야?"

"그런 건 아니고. 급히 확인해야 할 일."

"알겠어. 혹시나 손 필요하면 바로 연락 줘."

"응, 고생해."

강진석은 강나연의 말에 답하며 다시 던전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곧장 남서쪽으로 공간이동을 했다.

목적지 근처에 도착한 강진석은 기운을 감춘 채 전방을 보았다.

남자 넷, 여자 셋.

총 일곱으로 이루어진 무리가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일곱 전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전부 덜덜 떨고 있었다.

연기가 아니다.

실제로 7명의 감정은 전부 '두려움', '공포'로 가득했다.

스윽.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근처에 숨어 있는 또 다른 무리를 보았다.

총 25명으로 이루어진 무리였다.

숨어 있는 25명은 전부 완전히 무장한 채 7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7명을 노리는 것은 아니었다.

그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미끼가 맞는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7명은 미끼였다.

강진석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눈앞의 상황 때문만은 아니었다.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코볼트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전체적인 상황을 보면 잠복해 있는 25명은 7명을 미끼 삼아 코볼트 사냥을 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으음....'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으며 인상을 구겼다.

상호합의하에 미끼가 된 것이라면 상관없지만 감정을 생각하면 그게 아니다.

물론 인상을 구긴 이유는 강제로 미끼로 삼았기 때문이 아니다.

더욱 큰 이유가 있었다.

잠복해 있는 25명 중 24명에게 선명한 '붉은 반점'이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1명 역시 반점만 없을 뿐이지 기운이 매우 붉었다.

곧 압축되어 반점이 생길 정도로.

즉, 전부 악인이다.

'이 녀석들만 악인일 것 같지는 않고....'

대전의 초록 점은 중구와 유성구에 퍼져 있었다.

눈앞의 악인 무리는 거리를 생각하면 유성구 초록 점에 속한 이들일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속한 세력은 대부분이 악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끼리끼리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내 생각이 틀렸으면 좋겠는데.'

물론 생각과 달리 전투원 하나하나가 중요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악인임을 알면서도 내버려 두는 것일 수도 있다.

'몇 곳이나 관련됐으려나.'

유성구 초록 점이 전부 한 세력일 수도 있다.

최악은 유성구뿐만 아니라 중구 역시 한 세력일 경우다.

'...그건 아니겠지.'

강진석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악인 무리를 향해 손을 뻗으며 흑뢰를 방출했다.

지지직!

흑뢰가 24가닥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제일 강한 악인을 제외한 나머지 악인들에게 작렬했다.

[악인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만 3000 상승합니다.]

.

.

그와 동시에 주르륵 메시지가 나타났다.

물론 강진석은 메시지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

대신 유일하게 살아남은 악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강진석이 가장 강한 악인을 살려둔 이유.

그 이유는 정보 때문이었다.

강한 만큼 아는 게 많을 것이다.

물론 답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냥 죽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면 그때 죽이면 된다.

"...누, 누구!"

강진석은 자신을 발견하고 놀란 악인을 바라보며 미끼였던 이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내 안심시켰다.

"내가 질문을 할 테니 너는 답을 해."

그러고는 악인에게 말하며 하늘로 흑뢰를 방출했다.

지지직!

겁을 주기 위해서 방출한 것은 아니다.

방출된 흑뢰는 멀리서 다가오던 코볼트 무리에게 작렬했고.

[십부장 코볼트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

.

당연하게도 코볼트 무리는 전멸했다.

"무, 물어만 봐주십쇼!"

물론 그것을 알 리 없는 악인 김재우는 땅에 엎드리며 외쳤다.

"제대로 답하는 게 좋을 거야."

"거, 걱정 마시길, 한 치의 거짓도 없이 성실히 답하겠습니다!"

"저들이 미끼가 된 것은 강제인가?"

"...그, 그렇습니다."

김재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사실대로 답했다.

'미끼조 새끼들 왜 하필 살아남아서....'

사실대로 답한 이유는 미끼조가 살아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미끼조가 전부 죽었다면?

사실대로 답하지 않았을 것이다.

누가 봐도 좋지 않은 일이다.

당연히 김재우도 알고 진행한 일이었다.

김재우의 답에 강진석은 다음 질문을 했다.

"네가 속한 조직의 이름이 뭐지?"

"지, 지존입니다."

이어진 강진석의 질문에 김재우는 의아했다.

'우리 조직을 몰라?'

대전의 두 지역구.

유성구와 중구 두 지역구를 지배하고 있는 길드 '지존'.

대전에서 길드 지존을 모를 수는 없다.

'그러고 보니 누구지?'

너무나도 강렬한 등장에 잊고 있었다.

일단 강진석은 길드원이 아니다.

김재우는 길드 '지존'의 전신인 '지존파'의 행동대장으로 아는 이가 많았다.

그러나 강진석은 처음 보는 인물이었다.

적대 조직이자 얼마 전에 멸망한 '쌍룡파'의 조직원도 아니다.

그리고 애초에 쌍룡파였다면 지존파를 모를 리 없다.

이런 질문도 할 이유가 없다.

'다른 곳에서 왔다?'

김재우는 강진석이 다른 곳에서 왔다는 것을 깨닫고 침을 꿀꺽 삼켰다.

'설마 서울?'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서울이었다.

'어떻게 벌써?'

서울과 대전 사이에는 정말 많은 몬스터가 존재한다.

그런데 어찌, 벌써 서울에서 이곳까지 올 수 있단 말인가?

김재우가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 강진석의 질문이 이어졌다.

"지존에서 네 위치는?"

"팀장이고 서열 21위입니다! 사, 살려만 주시면 보답하겠습니다!"

"혹시 유성구와 중구 두 곳을 전부 지배하고 있나?"

"마, 맞습니다! 저희 지존 길드는 두 곳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

김재우의 답에 강진석은 잠시 질문을 멈추고 미간을 찌푸렸다.

'최악의 상황이네.'

만약 김재우가 속한 세력이 악인들의 세력이라고 해도 대전 내에서 비중이 작길 바랐다.

그런데 실제 상황은 최악이라 가정했던 상황과 똑같았다.

전부 악인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강진석은 김재우를 보았다.

김재우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간절한 얼굴로 강진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끼로 쓰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지?"

"저, 정확한 인원은 모릅니다. 아직 길드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어서. 일단 길드에 가입한 미끼 팀은 1200명 정도입니다. 저와 같은 전투원은 2500명 정도 되구요. 저를 살려 주시면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추, 충돌도 없을 거구요!"

질문에 답하며 김재우는 은근슬쩍 지존 길드의 전력을 과시했다.

물론 강진석에게는 하등 위협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더 물어볼 건 없고.'

들을 이야기는 전부 들었다.

강진석은 대화를 끝내기로 결정하고 다크닐을 휘둘렀다.

스걱!

그대로 김재우의 머리가 육체와 분리됐고.

스아앗!

빛과 함께 김재우의 육체가 사라졌다.

제214화

214.

그리고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대악인(진) 김재우를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25만 상승합니다.]

'음?'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대악인(진)?'

앞서 악인들을 죽였을 때와는 다른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냥 악인이 아니다.

비록 '진'이 붙기는 했지만 '대악인'이었다.

'이름도 나와?'

그리고 일반 악인과 달리 대악인(진)은 메시지에 이름까지 언급이 됐다.

마치 네임드 몬스터처럼.

강진석은 김재우와 다른 악인들과의 차이점을 떠올렸다.

'확실히 다르긴 했는데....'

김재우는 다른 악인들에 비해 기운도 강렬했지만 붉은 반점도 훨씬 많았다.

'힘 때문은 아닌 것 같고.'

이전에 죽인 악인 중 김재우보다 강한 존재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대악인(진)'이 아니었다.

일반 악인이었다.

'그러면 붉은 반점 때문인가? 아니면 둘 다?'

강진석은 대악인(진)의 기준이 무엇일지 생각하며 김재우가 사라진 자리를 보았다.

자리에는 김재우가 보유하고 있던 아티펙트가 여럿 떨어져 있었다.

중급은 하나뿐이었고 나머지는 전부 하급, 최하급이었다.

강진석은 기운으로 아티펙트를 한데 모아 허공에 띄웠다.

그리고 강제로 미끼가 된 7명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7명은 코볼트 무리의 죽음을 제외한 모든 상황을 보았다.

악인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대악인(진) 김재우의 최후도.

그래서일까?

강진석이 다가오자 생존자들은 덜덜 떨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마냥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두려움이 한 점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비중이 지극히 낮았다.

생존자들이 덜덜 떠는 이유는 긴장의 비중이 높았다.

"몇 가지 질문 좀 해도 될까요?"

강진석은 일곱 중 리더로 보이는 중년 사내에게 물었다.

"네, 물론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이라면 전부 답해드리겠습니다!"

그러자 중년 사내는 비장한 목소리로 답했다.

강진석은 중년 사내의 답에 은은히 미소를 지은 채 질문을 시작했다.

생각보다 중년 사내가 알고 있는 정보는 많았다.

덕분에 강진석은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얼마 뒤 모든 궁금증을 해결한 강진석이 마지막으로 물었다.

"길드 가입하시겠어요?"

"네! 물론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탈퇴할 생각이었습니다!"

중년 사내는 활짝 웃으며 답했다.

그러고는 이어 뒤에 있는 여섯에게 물었다.

"다들 같은 생각이지?"

중년 사내의 질문에 여섯은 기다렸다는 듯 답했다.

당연하게도 전부 긍정의 답이었다.

* * *

"흐음...."

김성운은 짙은 커피 향에 콧소리를 내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고는 눈을 감은 채 맛을 음미했다.

"흐."

절로 웃음이 나오는 맛이었다.

음미를 마친 김성운은 다시 눈을 떴다.

"...음?"

그리고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당연히 커피 때문이 아니다.

김성운이 당황한 이유는 갑작스레 나타난 메시지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메시지의 내용이 문제였다.

[사냥 10팀장 김재우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사냥 팀장 김재우가 죽었다.

김재우가 누구인가?

길드 내 서열은 21위였지만 힘만 놓고 보면 15위까지도 가능한 강자였다.

그런 김재우가 죽었다?

김성운은 커피를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길드 관리창을 열어 김재우 휘하에 있던 사냥 10팀의 상황을 확인했다.

"미친."

확인과 동시에 김성운은 욕을 내뱉었다.

김재우가 죽었으니 10팀의 상황도 좋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는 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더 심각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전부 '사망' 상태였다.

"전멸했다고? 대체 무슨...."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형님! 비상입니다!"

최철호가 들어오며 외쳤다.

김성운은 인상을 구기며 최철호에게 말했다.

"어떻게 된 거야? 재우 이 녀석 어디로 갔길래 다 뒈졌어?"

"보, 보셨군요. 북동쪽입니다!"

"북동쪽이면 사갈 부족 코볼트?"

"예."

"설마 코볼트한테 죽었다고?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

최철호는 김성운의 반문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사갈 부족 코볼트는 강하다.

미끼팀을 이용해도 한둘이 죽을 수는 있다.

그러나 김성운의 말대로 전멸할 정도는 아니다.

문제는 코볼트가 아니라면 누가 김재우를 죽인단 말인가?

바로 그때였다.

[미끼 10팀장 김인성이 길드를 탈퇴했습니다.]

또다시 메시지가 나타났다.

메시지를 본 김성운은 인상을 구겼다.

이번에는 사망 메시지가 아닌 탈퇴 메시지였다.

'뒈지고 싶어 하는 새끼들이 왜 이렇게 많아?'

미끼의 길드 탈퇴는 한두 번 일어난 일이 아니다.

당연히 도망에 성공한 미끼는 없다.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추적해 죽였다.

문제는 김재우가 죽어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평소였다면 신경 쓰지 않고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려 마무리했겠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 탈퇴한 김인성이라는 새...."

김성운은 최철호에게 명령을 내리다가 말을 멈췄다.

'10팀?'

길드를 탈퇴한 김인성의 소속 때문이었다.

미끼 10팀이면 김재우의 사냥 10팀이 사용하는 미끼들이었다.

'이 새끼는 왜 안 죽은 거지?'

김재우가 죽었다.

그런데 미끼팀의 팀장인 김인성이 죽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이상했다.

김성운은 다시 길드 관리창을 보았다.

그리고 미끼 10팀의 상황을 확인했다.

미끼 10팀의 총원은 10명이었다.

3명은 사망 상태였고 김인성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은 김인성과 마찬가지로 '탈퇴' 상태였다.

"형님."

탈퇴 메시지는 김성운에게만 나타난 게 아니다.

최철호에게도 나타났다.

그리고 최철호는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김성운을 부르며 말했다.

"이거 이상합니다."

사냥 10팀은 전멸했고 미끼 10팀은 탈퇴했다.

코볼트의 짓이라면 미끼 10팀이 탈퇴할 수 있었을까?

아니, 미끼 10팀이 가장 먼저 죽었을 것이다.

괜히 '미끼'가 아니다.

즉, 이번 일은 코볼트의 짓이 아니다.

그리고 코볼트의 짓이 아니라면?

당장 떠오르는 상황은 하나였다.

"서울 녀석들이 내려온 거 아닐까요?"

"...!"

김성운은 눈을 번뜩였다.

"벌써? 너무 빠르지 않나?"

"지구의 희망이라 불리는 녀석이 이끄는 길드니까요."

강진석은 지구의 희망이었다.

아무 이유 없이 지구의 희망이 되었을까?

아니, 분명 능력이 특출날 것이다.

"확인해 보면 될 일."

김성운은 핸드폰을 꺼냈다.

그러고는 지도 어플을 켜 대전 북쪽 지역을 확인했다.

"영역 상징 있는데?"

몬스터들의 영역 상징은 여전히 존재했다.

김성운은 더욱 위쪽을 해금하고 확인했다.

그리고 서울에서 출발한 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아직 천안이야."

천안의 모든 영역 상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대신 북쪽에서 남쪽으로 쭉 길이 나 있었다.

즉, 서울에서 출발한 이들은 아직 천안에 있다.

김성운의 말에 최철호가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반문했다.

"...갱신이 안 돼서 그런 거 아닐까요?"

지도는 실시간으로 갱신되지 않는다.

주기는 알 수 없지만 직접 파괴한 게 아니면 일정 시간이 지나야 갱신이 된다.

"...그럴 수도 있겠군."

일리 있는 이야기였다.

최철호의 말대로 갱신이 되지 않았을 뿐 이미 진즉 천안을 돌파한 상태일 수도 있다.

"일단 귀환 명령 내릴까요?"

"그래, 다 귀환시켜. 서울 녀석들이든 아니든 문제가 생긴 건 분명하니까."

강진석 길드의 짓일 수도 있고 코볼트의 짓일 수도 있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김재우의 사냥 10팀이 전멸했다는 것.

사냥 10팀보다 수준이 높은 팀은 손에 꼽을 정도다.

즉, 다른 팀도 당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미끼들 한 곳에 가둬 두라고 해. 만약 서울 녀석들이면 미끼든 방패든 요긴하게 쓰일 것 같으니까."

* * *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신단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

.

신단이 파괴되며 마지막 던전 '여수비탈산'이 탈환됐다.

그리고 그 순간 강나연은 눈을 번뜩였다.

초감각에 강진석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강진석이 혼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7명이 더 있었다.

'누구지?'

길드원이 아니다.

처음 보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수준이 높지 않았다.

'설마 대전 생존자?'

강나연은 함께 나타난 7명에 대해 생각하며 김칠성과 함께 강진석에게 향했다.

그리고 얼마 뒤 강진석과 7명을 마주한 강나연은 긴장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7명을 훑고 강진석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누구야?]

[생존자.]

[생존자? 설마 대전?]

주변에는 생존자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구출을 기다리는 생존자가 없다.

생존자가 있는 곳은 대전뿐이었다.

[응.]

그리고 대화를 나누던 사이 강진석이 호출했던 팀장급 길드원이 다가왔다.

"새로 합류하신 분들입니다. 본부 훈련소로 안내 부탁드리겠습니다."

"옙! 이쪽으로."

강진석의 말에 팀장급 길드원은 7명을 데리고 사라졌다.

그리고 강진석은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조금 전 있었던 일과 얻은 정보를 전했고.

"...이런 개자식들을 봤나."

모든 이야기를 들은 강나연은 분노를 토해냈다.

강나연뿐만이 아니다.

"쓰레기들 청소하실 거죠?"

함께 이야기 들은 김칠성도 이를 악물며 물었다.

"당연하지. 악취가 더 퍼지면 안 되니까."

악인들은 존재 자체로 문제가 된다.

대전에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도 주변에 영향을 끼칠 확률이 높다.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했다.

"어떻게 청소할 생각이야?"

강나연이 물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전 상황은 평범하지 않다.

"무작정 쳐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데."

아무 계획 없이 그냥 쳐들어가면 꽤나 피해를 입을 것 같았다.

"몬스터 사냥이랑 크게 다를 건 없어. 어차피 구별도 가능하고. 문제는 방패나 인질로 쓸 때인데...."

인질들 사이에 악인들이 숨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악인들은 붉은 반점을 가지고 있다.

즉, 미끼로 쓰이는 생존자들 사이에 숨어 있다고 해도 찾아 죽일 수 있다.

그러나 숨는 게 아니라 생존자들을 인질로 삼거나 방패로 삼는다면?

"그 상황 해결할 수 있겠어?"

강진석은 강나연과 김칠성에게 물었다.

악인들이 생존자들을 인질로 삼든 방패로 삼든 강진석은 아무런 문제 없이 구해낼 자신이 있었다.

악인들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격차가 매우 클 것이기에.

뭔가를 하기도 전에 끝장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길드원들은 어떨까?

"...방패로 삼으면 힘들 것 같아."

"저도 다 구하는 건 힘들 것 같습니다."

강나연과 김칠성이 잠시 생각하고 답했다.

두 사람도 힘든 일이다.

다른 길드원들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럼 일단 내가 혼자 확인하고 올게."

"혼자서?"

"응, 당장은 그게 맞는 것 같아."

"...알겠어."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필요하신 일 생기면 언제든 연락주십쇼."

"그래, 필요한 일 있으면 연락할게. 일단 지윤 님한테 대전 상황 좀 전달해 주고."

강진석은 두 사람에게 말하며 영역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곧장 대전으로 향했다.

얼마 뒤 시야에 대전이 들어왔고 강진석은 지존 길드의 영역 장막을 볼 수 있었다.

장막은 한없이 짙은 붉은색이었다.

강진석은 영역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영역 내부를 탐색했다.

영역 안 지존 길드원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김재우의 죽음이 알려진 것 같았다.

'어떻게 한 사람도 빠짐없이....'

그리고 놀라운 것은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두가 붉은 반점 혹은 붉은 기운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전부 악인이었다.

물론 영역 내 모두가 악인인 것은 아니다.

움직이지 않고 한 곳에 가만히 있는, 정확히는 갇혀 있는 이들에게는 조금의 붉은 기운도 보이지 않았다.

'구하면서 갈까?'

강진석은 고민했다.

'다른 곳에서 문제가 되면....'

지존 길드의 영역은 이곳 한 곳이 아니다.

이곳 생존자를 구출했다가 다른 곳에 있는 생존자들에게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 시간에 정리하자.'

이내 든 생각에 강진석은 고민을 멈췄다.

고민할 시간에 청소하고 구출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바로 영역에 진입했다.

[길드 '지존'의 영역 '북쪽 최전선'에 침입하셨습니다.]

[힘이 5 감소합니다.]

.

.

진입과 동시에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그리고 강진석은 손을 뻗었다.

지지직!

이어 굵직한 흑뢰 한 줄기가 손에서 빠져나왔다.

제215화

215.

흑뢰는 곧 수백 다발로 갈라졌고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얼마 뒤.

[악인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3만 3000 상승합니다.]

[악인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9000 상승합니다.]

.

.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대악인은 없네.'

김재우만큼은 강한 것은 아니지만 붉은 반점은 비슷한 악인이 있었다.

그래서 혹시나 대악인(진)이 아닐까 했는데 일반 악인이었다.

'조건이 뭘까.'

강진석은 대악인(진)에 대해 생각하며 일단 영역의 핵이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영역의 핵을 파괴하셨습니다.]

[길드 '지존'의 영역 '북쪽 최전선'이 길드 영역에 병합됩니다.]

[길드 '지존'과 완전한 적대 상태에 돌입합니다.]

[퀘스트 '패잔병 처리'가 생성됐습니다.]

.

.

도착과 동시에 강진석은 핵을 파괴했고 그렇게 영역 '북쪽 최전선'을 손에 넣었다.

'패잔병 처리?'

메시지를 확인하던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심상치 않은 이름의 퀘스트가 생성됐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어 바로 퀘스트를 확인했다.

<패잔병 처리>

영역의 핵을 파괴해 전쟁에서 승리한 당신.

당신은 영역 안에 남아 있는 패잔병들의 처우를 결정할 수 있다.

자유를 제공할 수도 있고 영입할 수도 있으며 죽일 수도 있다.

당신의 선택은?

[영역 내 남은 패잔병 : 150]

퀘스트 보상 : ???

패잔병 처치 시 1명당 길드 포인트 5000 상승

패잔병 영입 시 1명당 길드 포인트 2000 상승

퀘스트 '패잔병 처리'는 말 그대로 패잔병을 처리하는 퀘스트였다.

'악독한 퀘스트네.'

문제는 퀘스트 조건이 참으로 악독하다는 점이다.

주어진 선택지는 3가지였다.

그러나 포인트가 제공되는 것은 처치와 영입 2가지뿐이었다.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은 포인트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리고 영입보다 처치 시 제공되는 포인트가 훨씬 많았다.

즉, 퀘스트는 패잔병을 죽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당연히 강진석은 죽일 생각이 없었다.

5000만 포인트도 아니고 5000 포인트다.

5000 포인트를 얻자고 죽일 수는 없다.

퀘스트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감금되어 있는 생존자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강진석입니다.]

[저희 길드로 오고 싶으시다면 1번 벽 쪽으로, 자유롭게 다른 곳으로 가고 싶으시면 2번 벽 쪽으로 서주세요.]

생존자들은 텔레파시를 받자 움찔하더니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생존자가 1번 벽 쪽으로 이동했고 강진석은 다시 텔레파시를 보냈다.

[곧 안내할 길드원이 도착할 겁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이어 강진석은 강나연에게 문자를 보낸 뒤 바로 영역 밖으로 나왔다.

영역 '북쪽 최전선'은 시작일 뿐이다.

아직 들러야 할 길드 '지존'의 영역은 많았다.

강진석은 남쪽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곧 또 다른 영역에 도착했고 진입 전 내부를 탐색했다.

북쪽 최전선과 비슷했다.

악인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고 생존자들은 한 곳에 갇혀 있었다.

[길드 '지존'의 영역 '반석역'에 침입하셨습니다.]

[힘이 8 감소합니다.]

.

.

진입과 동시에 강진석은 전과 마찬가지로 흑뢰를 한 줄기 방출했다.

흑뢰는 수백 다발로 갈라졌고.

[악인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4만 3000 상승합니다.]

[악인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1만 7000 상승합니다.]

.

.

악인들의 죽음을 알리는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이어 강진석은 영역의 핵을 파괴했다.

[영역의 핵을 파괴하셨습니다.]

[길드 '지존'의 영역 '반석역'이 길드 영역에 병합됩니다.]

[퀘스트 '패잔병 처리'가 생성됐습니다.]

.

.

영역 '북쪽 최전선' 때와 비슷했다.

강진석은 생존자들에게 똑같이 텔레파시를 보낸 뒤 강나연에게 문자 후 영역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다시 남쪽으로 향했다.

"...!"

얼마 뒤 또 다른 영역 근처에 도착한 강진석은 멈칫했다.

눈앞의 영역 때문이 아니다.

강진석이 멈칫한 이유는 초감각 끝자락에 감지된 또 다른 영역 때문이었다.

'...뭐지?'

끝자락에 감지된 영역은 앞서 마주한 지존 길드의 세 영역과 차원이 달랐다.

영역 디버프만 해도 5배 정도 짙었다.

'여기가 본부인가?'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본부'였다.

'그래, 이 근처라고 하셨으니 본부 같은데.'

처음 지존 길드에서 구출했던 7명에게 들었다.

제한당한 정보가 많아 확실치는 않지만, 본부가 이 부근에 있다고.

물론 예상과 달리 본부가 아닐 수는 있다.

근처에 또 다른 곳이 본부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본부가 아니더라도 특별한 곳인 것은 확실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영역 디버프가 앞서 방문한 영역과 이렇게 차이 날 이유가 없다.

'빨리 가봐야겠어.'

마음 같아서는 당장 가서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전에 먼저 눈앞의 영역부터 처리해야 했다.

[길드 '지존'의 영역 '지족역'에 침입하셨습니다.]

[힘이 10 감소합니다.]

.

.

입장과 동시에 강진석은 흑뢰를 방출했다.

당연하게도 지족역 악인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죽음을 맞이했다.

이어 강진석은 해왔던 대로 영역의 핵을 파괴해 지족역을 병합하고 생존자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그러고는 곧장 영역 밖으로 나와 지존 길드의 본부로 추정되는 영역으로 향했다.

순식간에 강진석은 목적지에 도착해 탐색을 했고.

"...?"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왜 이렇게 없어?'

앞서 마주한 영역보다 강력했다.

그래서 본부인 줄 알았다.

본부가 아니더라도 특별한 뭔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악인의 수가 많기는 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수준을 생각하면 앞서 방문한 반석역, 지족역보다 못했다.

'뭔가 이상한데....'

아무리 봐도 이번 영역은 이상했다.

물론 이상하다고 그대로 지나칠 생각은 없었다.

악인이 많은 만큼 갇혀 있는 이들도 많았다.

[길드 '지존'의 영역 '노은역'에 침입하셨습니다.]

[힘이 40 감소합니다.]

.

.

입장 후 강진석은 메시지를 확인했다.

앞서 방문했던 영역과는 다른 뭔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음....'

그러나 다른 것이라고는 영역 디버프뿐이었다.

지지직!

우선 강진석은 흑뢰를 방출해 모든 악인을 처치했다.

그러고는 생존자들이 갇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전과 달리 생존자들에게 향한 이유는 물어볼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세요. 강진석입니다.]

일단 강진석은 생존자들에게 현 상황을 전달하며 안심시켰다.

그러고는 모습을 드러냈다.

"헛."

"지, 진짜로?"

생존자들은 강진석이 나타나자 웅성대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웅성대는 생존자들에게 질문했고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예? 녀석들이 없다구요?"

"그게 무슨...? 아까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이곳이 지존 길드의 본부라는 것을.

그리고 길드장 '김성운'을 포함해 많은 수뇌부가 도망쳤다는 것을.

* * *

지존 길드의 본부가 위치한 노은역.

노은역의 4번 출구 앞 노은 빌딩에는 현재 지존 길드의 간부들이 속속 입성하고 있었다.

창가에서 간부들을 지켜보던 김성운은 뒤로 돌아섰다.

그러고는 자신의 자리인 상석에 앉아 주변을 스윽 훑었다.

"재우가 죽었어?"

"왜 죽었다냐?"

"그 녀석이 죽을 정도면...."

먼저 도착한 간부들이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야기 주제는 조금 전 사망한 사냥 10팀장 김재우였다.

"이야기 듣기로 서울 녀석들 짓이라는데...?"

"뭐야, 서울 녀석들이 벌써?"

분위기가 좋지 않게 흘러가자 김성운은 미간을 찌푸렸다.

바로 그때였다.

[4지부장 김우정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김성운은 언제 그랬냐는 듯 미간을 풀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벌리며 멍하니 메시지를 보았다.

4지부장 김우정.

김우정이 관리하는 지부는 지존 길드 영역 중 가장 북쪽에 위치한 '북쪽 최전선'이었다.

'마, 말이 되나?'

김성운은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김성운은 김우정에게 명령을 내렸다.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나타나도 공격하지 말고 방어에 전념하라고.

공격을 받으면 바로 보고하라고.

그런데 김우정에게 아무런 보고도 오지 않았다.

즉, 보고할 시간도 없이 당했다는 뜻이다.

바로 그때였다.

[지부 '북쪽 최전선'의 핵이 파괴됐습니다.]

[길드 '강진석'과 완전한 적대 상태에 돌입합니다.]

.

.

추가로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런 미친!"

김성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혹시나 했는데 확실해졌다.

김재우의 죽음도 북쪽 최전선도 전부 강진석 길드의 짓이 분명했다.

"혀, 형님 이거 뭡니까?"

"진짜 그 자식들이 쳐들어온 거야?"

"우정 형님까지 당하셨다고?"

메시지는 김성운에게만 나타난 게 아니다.

지금 회의실에 모인 이들 역시 간부였고 간부들에게도 메시지가 나타났다.

간부들의 웅성거림은 빠르게 커지기 시작했고 김성운은 주먹을 휘둘러 책상을 내리쳤다.

쾅!

굉음이 울려 퍼졌고 간부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김성운에게 모든 시선이 집중됐다.

"다들 정신 차려. 지금 비상사태다. 알다시피...."

아직 모든 간부가 도착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다릴 수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회의를 진행해 어떻게 할지 결정을 내려야 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김성운의 물음에 가장 먼저 답한 건 최철호였다.

"대화할 생각이 없습니다. 저희도 바로 공격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진석 길드는 바로 지부 '북쪽 최전선'을 공격했다.

대화할 생각이 있었다면 이렇게 바로 공격을 했을까?

아니, 애초에 대화할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당한 속도를 생각하면 치밀한 준비가 있었겠죠. 그것도 대비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거기다 김우정의 죽음부터 영역의 핵 파괴까지 너무나 빠르게 당했다.

시기를 생각하면 아주 치밀하게 준비해 공격한 것이라 봐야 했다.

어떤 준비인지는 몰라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그래, 철호 말이 맞지."

"철호 형님 말씀대로 우정 형님이랑 핵이 깨진 속도를 생각하면...."

간부들이 최철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성운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때.

[5지부장 장태성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메시지가 나타났고 김성운은 끄덕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태성이가 죽었다고?'

5지부장 장태성.

장태성이 관리하는 지부는 '반석역'이었다.

그리고 반석역은 조금 전 공격당한 지부 '북쪽 최전선' 아래에 있는 지부였다.

"어?"

"엇...."

"음...?"

장태성의 죽음을 알게 된 것은 김성운뿐만이 아니다.

간부들에게도 메시지가 나타났고 간부들은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바로 그때 추가로 메시지가 나타났다.

[지부 '반석역'의 핵이 파괴됐습니다.]

.

.

"...."

메시지를 본 김성운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메시지를 바라볼 뿐이었다.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북쪽 최전선이 공격당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반석역의 핵이 파괴된단 말인가?

"혀, 형님!"

최철호의 외침에 김성운은 정신을 차렸다.

"일단 피하시죠."

그리고 이어진 최철호의 말에 김성운은 미간을 찌푸렸다.

"피하라고?"

"무슨 준비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벌써 두 곳이 당했습니다. 그리고 반석역이 끝이 아니면 다음은 지족역이 될 텐데 바로 앞입니다.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두 곳을 빼앗긴 것은 괜찮다.

지존 길드의 지부는 20곳이 넘으니까.

그러나 그 두 곳이 북쪽 최전선과 반석역이라는 게 문제다.

본부인 '노은역'과 반석역 사이에 남은 지부는 '지족역' 하나뿐이었다.

만약 지족역도 반석역과 북쪽 최전선처럼 순식간에 무너진다면?

그리고 지족역에서 끝나지 않는다면?

본부도 위험하다.

김성운은 최철호의 말에 잠시 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리고 입을 열었다.

"...그래, 어차피 본부를 옮길 생각이었으니."

강진석 길드의 존재를 알게 된 순간부터 본부를 이전할 생각이었다.

아직 이전 준비가 끝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지금 당장 이전해야 할 것 같았다.

"다들 시청 회의실로 와라. 먼저 가 있을 테니."

김성운은 간부들에게 명령했다.

그러자 간부들이 기다렸다는 듯 일어나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따 뵙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최철호가 꾸벅 고개 숙여 인사하고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김성운은 길드 관리창을 열어 길드장 전용 기능 '영역 이동'을 통해 대전 시청으로 이동하며 생각했다.

'이 X자식들 어떤 준비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후회하게 해주마.'

제216화

216.

산책하듯 가볍게 공격한 것이 아니다.

상황을 보면 아주 치밀하게 준비해 공격한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준비가 어디까지 먹힐까?

대전 시청까지 먹힐까?

아니, 앞으로 몇 곳은 더 먹혀도 대전 시청까지는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일단 강화부터 하자.'

김성운은 새로운 본부가 될 대전 시청의 영역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화하던 중 속속 간부들이 도착했다.

간부들이 절반 정도 도착했을 때.

[6지부장 최용환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지족역 관리를 맡았던 최용환이 죽음을 맞이했다.

김성운은 이를 악물었다.

솔직히 말해 반석역이 끝일 줄 알았다.

지족역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용환이도 버리고 오라 했어야 했는데.'

김성운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지족역'에 머물고 있는 6지부 휘하 길드원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역시나 최용환만 죽은 게 아니다.

모든 길드원이 사망 상태였다.

'미끼들은 그대로네.'

정확히 말하면 진짜 길드원들만 사망했다.

미끼로 쓰이는 이들은 여전히 생존 상태였다.

바로 그때.

[지부 '지족역'의 핵이 파괴됐습니다.]

.

.

지족역의 핵이 파괴되었고 지족역은 강진석 길드로 병합됐다.

이어 미끼들이 하나, 둘 탈퇴를 시작했다.

김성운은 탈퇴하는 미끼들을 보며 생각했다.

'...다 죽였어야 했는데.'

미끼들이 탈퇴하는 이유가 뻔히 보였다.

강진석 길드로 넘어가는 게 분명했다.

물론 미끼들의 수준을 생각하면 별 위협은 되지 않는다.

김성운이 아쉬워하는 이유는 미끼들을 죽였을 때 얻을 수 있는 포인트 때문이었다.

'지금 남아 있는 미끼들이라도 처리할까...?'

아직 미끼들은 많이 남았다.

길드에 가입하지 않은 미끼들을 전부 합치면 1만 명이 훌쩍 넘는다.

지금이라도 그들을 전부 죽여 포인트를 회수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

"형님, 전부 모였습니다."

고민하고 있던 중 최철호의 말에 김성운은 회의실을 훑었다.

최철호의 말대로 모든 간부가 모였다.

김성운은 다시 회의를 시작했다.

[본부 '노은역'의 핵이 파괴됐습니다.]

[예비 본부 '대전 시청'이 본부로 승격했습니다.]

[다음 예비 본부를 설정해 주세요.]

.

.

회의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노은역의 핵이 파괴됐다.

원래 본부였던 노은역의 핵 파괴는 김성운을 포함한 간부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

"...."

그렇게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정적을 깬 이는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김성운이었다.

"...다들 봐서 알겠지만 노은역도 넘어갔다."

김성운의 말에 간부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김성운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물론 우리가 다 넘어왔으니 노은역이 넘어가는 건 기정사실이었지."

노은역은 텅 빈 껍데기나 마찬가지였다.

일반 길드원들이 남아 있긴 했지만 지존 길드의 전력이라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얕보면 안 된다. 앞서 당한 지부들의 수준을 생각하면 보통 녀석들이 아니야. 하지만 너무 겁먹을 필요도 없다. 예전에 쌍룡파에서 공격해 왔을 때를 떠올려라."

처음부터 지존 길드가 대전을 지배했던 것은 아니다.

지존 길드가 아닌 지존파이던 시절 쌍룡파라는 적대 조직이 존재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쌍룡파와 전쟁을 시작했을 때 지존파는 동시에 지부 3개가 날아갔다.

"결국 승자는 누구였지?"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지존파는 바로 반격을 시작했고.

지부 3개를 무너트리는 데 많은 힘을 소모한 쌍룡파는 반격을 저지하지 못했고 더한 피해를 입었다.

지존파는 방심하지 않고 치밀하게 계속해서 쌍룡파를 몰아붙였고 결국 전쟁이 시작된 지 1주일 만에 쌍룡파는 해체됐다.

"이번에도 그때처럼 흘러갈 거다."

김성운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간부들의 얼굴에서 불안함이 사라졌다.

김성운은 간부들의 반응을 보며 안도했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얼굴에서 사라졌을 뿐 불안함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음 한 곳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관없다.

얼굴에 드러날 정도만 아니면 된다.

분위기만 해치지 않으면 된다.

김성운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이어 말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걱정할 필요 없다."

지구의 희망이자 강진석 길드의 주인인 강진석.

강진석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지만 김성운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강진석의 직업은 마법사다.

그리고 김성운은 마법사들의 천적인 마법 사냥꾼이다.

웬만한 차이는 직업 스킬로 찍어 누를 수 있다.

물론 걱정하지 않는 이유가 직업 때문만은 아니다.

"동쪽의 지배자를 이용하면 되니까."

지존 길드에서 '동쪽의 지배자'라 부르는 존재가 있었다.

동쪽의 지배자는 대전의 대덕구, 동구 그리고 옥천군을 지배하고 있는 몬스터였다.

집단이 아니다.

휘하에 몬스터가 없다.

동쪽의 지배자는 혼자였다.

그럼에도 지존 길드는 대덕구와 동구, 옥천군에 진입하지 않았다.

지존 길드가 철저히 준비해 전력을 다해도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동쪽의 지배자는 대덕구와 동구, 옥천군에서만 활동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세 지역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김성운에게는 특별한 아티펙트가 있었다.

지정 전송기라는 최상급 아티펙트였다.

30초 뒤 특정 대상을 지정된 장소로 보낼 수 있는 엄청난 효과를 가진 아티펙트였다.

지정 전송기를 통해 강진석을 동쪽의 지배자가 있는 곳으로 보낸다면?

동쪽의 지배자는 영역을 침범한 강진석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호오, 그러고 보니 동쪽의 지배자가 있었군요!"

"그 괴물을 이용하면...!"

간부들은 동쪽의 지배자 이야기에 하나, 둘 눈을 번뜩이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지부 '월드컵경기장역'의 핵이 파괴됐습니다.]

.

.

노은역 바로 아래에 있는 지부 '월드컵경기장역'의 핵이 파괴됐다.

그리고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말 그대로 잠시였다.

"와...."

지부 '월드컵경기장역'과 지부 '노은터널' 관리를 맡은 문동결이 탄성을 내뱉으며 정적을 깼다.

"뒈질 뻔했구만."

만약 회의 소집이 아니었다면?

지부에 있었을 것이고 앞서 죽은 이들과 같은 결말을 맞이했을 것이다.

이어 문동결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녀석들 피해 좀 입었을 겁니다."

"...?"

문동결의 말에 김성운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전에 주셨던 아티펙트 설치해 뒀거든요."

"...설마 자폭구? 자폭구를 설치했어? 핵에?"

"네! 딱히 쓸 곳도 없고 해서 하핫."

"...잘했다."

평소였다면 미친놈 소리가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매우 특별했다.

자폭구의 위력을 생각하면 핵을 파괴한 이들은 물론 범위 안에 있는 이들은 죽었을 것이다.

즉, 강진석 길드는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고 당분간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것이다.

김성운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회의를 재개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얼마 뒤 나타난 메시지에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지부 '현충원역'의 핵이 파괴됐습니다.]

.

.

* * *

충청북도 옥천군 옥천읍에 위치한 마성산 정상.

마성산 정상에는 놀랍게도 펄펄 끓고 있는 용암 호수가 생겼다.

그리고 용암 호수 정중앙에는 한 존재가 반신욕을 하고 있었다.

용암으로 반신욕을 하는 존재의 정체는 용인 '레아스'였다.

"에휴."

레아스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뱉었다.

"5차 제약이 걸릴 줄 알았으면 참여 안 하는 건데."

이전 시험에서 4차 제약을 받았다.

이번에도 당연히 4차 제약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구를 지배하던 생명체들의 수준이 너무 낮아서일까?

아니면 다른 시험 참가자들의 수준이 낮아서일까?

4차 제약이 아닌 5차 제약을 받게 됐다.

5차 제약은 4차 제약과 비교할 수 없다.

4차 제약은 무리해서라도 주어진 영역 밖으로 나갈 수 있다.

그러나 5차 제약은 아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영역 밖으로 벗어나면 안 된다.

벗어나면 법칙들이 개입을 한다.

법칙들은 '길'에 들어선 존재들이다.

아직 길에 들어서지 못한 레아스는 법칙들을 감당할 힘이 없었다.

물론 육체를 세 번 제련했고 길에 들어서지 못했을 뿐 코앞이었다.

쉽게 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말 그대로 쉽게 죽지 않을 뿐이다.

죽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 기정사실이었다.

"기다렸다가 레기온 시험에나 참여할걸 그랬나."

시험은 하나가 아니다.

이번 시험은 체르딘 연합에서 주관하는 시험이었다.

다른 시험에 비해 체르딘 연합의 시험은 '안전'했다.

그래서 참여했던 것인데 5차 제약을 받게 될 줄이야?

만약 5차 제약을 받게 될 것을 알았다면 결코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에휴."

레아스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뱉으며 주어진 영역을 탐색했다.

"역시 없네...."

혹여 영역에 침입한 존재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개미 한 마리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 그 녀석들을 다 죽이는 게 아니었는데."

얼마 전 지구의 인간들이 영역으로 들어왔었다.

인간들이 영역에 들어온 이유는 또 다른 인간들에게 쫓겨서였다.

당시 레아스는 생각 없이 전부 죽였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 됐다.

노예로 만들어 끊임없이 생명체들을 끌고 왔어야 했다.

만약 그랬다면 지금처럼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방법 없으려나...."

레아스는 미래에 대해 생각하며 용암에 깊숙이 몸을 담갔다.

* * *

[영역의 핵을 파괴하셨습니다.]

[길드 '지존'의 영역 '유성온천역'이 길드 영역에 병합됩니다.]

[퀘스트 '패잔병 처리'가 생성됐습니다.]

.

.

메시지를 보며 강진석은 생각했다.

'어디에 있으려나?'

강진석은 구출한 생존자들과의 대화에서 지부 위치, 지존 길드의 길드장 '김성운'을 포함해 간부들의 정보를 대거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악인들의 수준이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시청에 있으려나?'

지존 길드는 노은역에서 대전 시청으로 본부를 이전하려 했다.

아마도 김성운을 포함한 지존 길드의 진짜 전력은 대전 시청에 있지 않을까 싶었다.

바로 그때였다.

우웅!

핸드폰이 진동했고 강진석은 핸드폰을 확인했다.

"네, 지윤 님."

-지금 파란 점이 또 사라졌어요.

"...파란 점이요? 어디요?"

-북한 북쪽 지역에서 5개 사라졌고.

-평양 쪽에는 3개 사라졌구요.

-그리고 제주도에 있던 2개 중 1개가 사라졌어요.

"으음...."

강진석은 나지막이 침음을 내뱉었다.

다 구할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보다 파란 점이 사라지는 속도가 빨랐다.

"알겠습니다. 혹시나 또 변화 생기면 알려주세요."

-네!

"그리고 유성온천역으로 정리팀 좀 부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한지윤과 통화를 마친 강진석은 바로 영역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다음 목표인 갑천역으로 향했다.

"...?"

갑천역에 도착한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한 명도 없어?'

영역 안에 단 한 명도 없었다.

악인은 물론 생존자도 없었다.

'설마....'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바로 갑천역을 지나 월평역으로 향했다.

월평역 역시 마찬가지였다.

강진석은 바로 월평역을 지나쳤고 다음 지부 갈마역으로 향했다.

갈마역 또한 갑천역, 월평역과 마찬가지로 단 한 명도 감지되지 않았다.

다음으로 가까운 정부청사역은 확인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텅 비어 있을 것이다.

강진석은 방향을 살짝 틀어 대전 시청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전 시청 근처에 도착한 강진석은 멈칫했다.

그러고는 인상을 구겼다.

예상대로 대전 시청 영역 안에는 수많은 악인과 생존자들이 있었다.

문제는 악인 중 일부가 생존자들을 죽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제217화

217.

강진석은 바로 영역에 진입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할 수 있다.

[길드 '지존'의 영역 '대전 시청'에 침입하셨습니다.]

[힘이 45 감소합니다.]

.

.

입장과 동시에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훑으며 악인들이 생존자들을 죽이고 장소로 향했다.

그리고 도착과 동시에 흑뢰를 방출했다.

방출된 흑뢰는 수십 가닥으로 나뉘었고.

[악인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6만 5000 상승합니다.]

[악인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3만 7000 상승합니다.]

.

.

자리에 있던 모든 악인이 죽음을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강진석입니다.]

.

.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일단 강진석은 생존자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내 안심시켰다.

그러고는 바로 다음 장소로 공간이동을 했다.

생존자는 한 곳에 갇혀 있는 게 아니다.

여러 곳에 나뉘어 갇혀 있었다.

지지직!

[악인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만 9000 상승합니다.]

.

.

두 번째 감옥에 도착한 강진석은 흑뢰를 방출해 악인을 죽였고 세 번째 감옥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도착 후 흑뢰 방출을 반복하며 1분 만에 강진석은 시청 내 모든 생존자의 안전을 확보했다.

안전을 확보한 강진석은 초감각을 통해 남아 있는 악인들을 탐색하며 생각했다.

'이 정도면 대악인이려나?'

악인 중 김재우보다 강하고 붉은 반점도 많은 이들이 셋 있었다.

대악인(진)일지 아니면 대악인일지 궁금했다.

바로 그때였다.

"...!"

강진석은 멈칫했다.

강력한 공간의 힘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공간의 이해>

조건을 충족하라!

[공간 인지 : 85%]

[공간의 돌 타이르푸스 : 40 / 40]

.

.

퀘스트 보상 : 스킬 '공간의 이해' 3레벨 활성화

80%에서 멈췄던 공간 인지가 급속도로 상승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곧 100%가 될 것 같았다.

'이 거리에서 이 정도라고?'

코앞에서 인지하고 있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빨리 오르다니?

그럼 코앞에서 인지할 경우 얼마나 빨리 오른단 말인가?

강진석은 일단 흑뢰를 방출했다.

목표는 공간의 힘이 느껴지는 곳을 제외한 나머지 장소의 악인들이었다.

이어 사방으로 퍼진 흑뢰가 하나둘 목적지에 도착했고 악인들의 사망 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내 목표했던 악인들이 전부 죽었고 강진석은 공간의 힘이 느껴지는 장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아티펙트였구나?'

공간의 힘을 뿜어내고 있는 '아티펙트'와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는 악인들을.

강진석은 아티펙트를 들고 있는 중년 사내를 보았다.

중년 사내의 머리 위에는 붉은 깃발이 떠 있었다.

적대 길드의 길드장 표식이었다.

즉, 중년 사내는 지존 길드의 길드장 김성운이 분명했다.

'바로 죽이면 안 될 것 같고.'

공간 인지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었다.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다.

뽑아낼 수 있을 때 최대한 뽑아내야 했다.

그리고 마침 대전 시청 내 모든 생존자를 구출했다.

급히 움직여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생각은 아니다.

대전 시청 내 모든 생존자를 구했을 뿐이다.

아직 구출을 기다리는 생존자는 많았다.

공간 인지도 중요했지만 그렇다고 오랜 시간을 투자할 수는 없었다.

적당한 때 정리하기로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악인들을 빤히 바라보았다.

"뭐, 뭐해! 다들 공격해!"

강진석의 시선에 정신을 차린 김성운이 외쳤다.

김성운의 외침에 다른 악인들 역시 정신을 차렸고.

"파쇄격."

"뇌격참."

긴장한 표정으로 스킬을 시전하며 강진석에게 슬금슬금 다가오기 시작했다.

"악의 영역."

[최철호가 영역을 선포합니다.]

[영역 효과를 받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5 감소합니다.]

.

.

[영역 내 악인들의 모든 능력치가 10 증가합니다.]

놀랍게도 영역을 만들 수 있는 악인도 있었다.

영역이 생성되자 악인들은 긴장을 살짝 풀었다.

그리고 긴장이 사라진 만큼 자신감을 보였다.

영역 효과를 생각하면 악인들의 자신감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물론 반대로 강진석의 자신감이 하락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강진석에게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

강진석은 자신 있게 다가오는 악인을 향해 다크닐을 휘둘렀다.

스걱!

그러자 악인의 머리가 하늘로 떠올랐다.

* * *

"저 새끼 마법사라고 하지 않았냐?"

김성운은 인상을 구기며 행동대장 최철호에게 물었다.

"마, 맞습니다."

최철호는 침을 꿀꺽 삼키며 답했다.

그리고 힐끔 앞쪽을 보았다.

조직원들과 한 사내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넌 지금...."

김성운이 입을 열었고 최철호는 다시 김성운을 보았다.

"저 새끼가 마법사로 보이냐?"

"...."

그리고 이어진 김성운의 말에 최철호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사내가 보이는 모습은 누가 봐도 마법사가 아니었다.

사내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길드원들이 죽고 있었다.

문제는 사내의 정체가 강진석이라는 점이다.

강진석은 마법사다.

시스템이 알려준 정보다.

잘못된 정보일 리 없다.

그런데 마법사인 강진석이 어찌 저런 막강한 근접 전투 실력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혹시 강진석이 아니라 다른 녀석 아닐까요?"

"머리 위 표식을 보고도 그 소리가 나와?"

"...죄송합니다."

사내의 머리 위에는 적대 길드의 길드장 표식이 떠 있었다.

현재 지존 길드의 적대 길드는 강진석 길드뿐이다.

그리고 강진석 길드의 길드장은 강진석이다.

즉, 사내는 강진석이 확실했다.

시스템이 보장하는 신원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스앗!

지정 전송기에 초록빛이 서렸다.

충전이 완료됐다는 뜻이다.

"바로 쏠 거니까. 10초 뒤에 신호 줘."

대상을 지정하기 위해서는 30초가 필요했다.

그러나 30초를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빗나갈 위험이 있지만 바로 발포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산개!]

이내 10초가 지났을 때 최철호는 스킬 '전음'을 이용해 길드원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신호를 받은 길드원들은 재빨리 강진석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김성운은 기다렸다는 듯 바로 버튼을 눌러 발사했다.

후웅!

지정 전송기에서 발사된 초록색 구슬이 맹렬한 속도로 강진석에게 날아갔다.

'...됐다!'

김성운은 미소를 지었다.

갑작스레 변한 상황 때문일까?

강진석은 초록색 구슬을 피하지 않았다.

이제 곧 초록색 구슬이 폭발할 것이고 강진석은 동쪽의 지배자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

그러나 이어진 상황에 김성운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그극!

강진석의 앞쪽 공간이 일그러졌다.

순간 김성운은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이어 초록색 구슬이 일그러진 공간에 도달해 폭발했고 잘못 본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스아앗!

그리고 일그러진 공간에 포털이 나타났다.

* * *

"...!"

포털을 본 강진석은 경악했다.

'뭐야? 이 불의 힘은?'

안쪽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불의 힘 때문이었다.

'어디지?'

강진석은 궁금했다.

저곳이라면 퀘스트 '불의 이해'의 첫 번째 조건 '불 속 생활'을 단숨에 충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포털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이내 주먹만 한 크기가 됐을 때.

"...!"

강진석은 다시 한번 경악했다.

안쪽에서 강렬한 기운이 느껴졌다.

여태까지 느껴본 적 없는 무척이나 강렬한 기운이었다.

짙은 어둠 부족의 대족장 킬로아도 상대가 되지 않는 강렬함이었다.

기운만 강렬한 게 아니다.

불의 힘도 엄청났다.

처음 강진석이 감탄했던 불의 힘과는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불의 힘이었다.

스앗!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강렬한 기운의 주인공이 도착하기 전 포털이 사라졌다.

"...."

"...."

포털이 사라지고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정적을 깬 건 강진석이었다.

스윽.

강진석은 하늘로 손을 뻗었다.

지지직!

손에서 흑뢰 한줄기가 뿜어져 나왔고 이어 수십 가닥으로 갈라져 김성운을 제외한 이들에게 날아갔다.

굳이 김성운을 남긴 이유는 확인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내 흑뢰를 맞은 악인들이 죽음을 맞이하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순간 눈을 번뜩였다.

[대악인 최철호를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81만 상승합니다.]

[악의 결정을 획득하셨습니다.]

[악의 조각을 획득하셨습니다.]

[하급 죽음의 돌을 획득하셨습니다.]

[대악인 정민영을 처치하셨습니다.]

.

.

영역을 만들었던 최철호가 일반 악인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대악인(진)이었던 김재우보다 기운도 강했고 붉은 반점도 많았기에.

그런데 놀랍게도 최철호는 대악인(진)이 아닌 대악인이었다.

그리고 대악인은 대악인(진)과 달리 포인트에다가 물품까지 제공했다.

스윽0

강진석은 김성운을 보았다.

김성운 역시 대악인이었다.

과연 김성운은 어떤 보상을 제공할까?

물론 당장 죽일 생각은 없었다.

그 전에 확인할 것이 있었다.

강진석은 김성운에게 다가갔다.

김성운은 강진석이 다가왔음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침을 꿀꺽 삼키며 두려움 가득한 얼굴로 강진석을 바라볼 뿐이었다.

"조금 전 포털 속 장소가 어딘지 알고 있지?"

강진석은 김성운에게 물었다.

"...."

김성운은 바로 답하지 않고 머뭇거렸다.

강진석은 김성운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지그시 눌렀다.

그러자 강진석의 손가락이 김성운의 어깨를 파고들었다.

"끄아아악!"

김성운은 비명을 내뱉으며 들고 있던 아티펙트를 떨어트렸다.

이내 강진석이 손가락을 빼냈고 김성운은 자리에 엎어져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김성운에게 재차 물었다.

"다시 묻지, 어디인지 알고 있지?"

"오, 옥천군 증약리라는 곳입니다!"

혹시나 또 어깨가 잡힐까 김성운은 재빨리 답했다.

"옥천군?"

그리고 김성운의 답에 강진석은 살짝 놀랐다.

'충북 옥천? 바로 옆이잖아?'

현 위치에서 매우 가까웠기 때문이다.

강진석은 순간 불길함을 느꼈다.

기운의 주인공이 지금 이 자리에 나타나기라도 한다면?

강진석은 동쪽에 집중하며 김성운에게 물었다.

"옥천군에 뭐가 있는 거지?"

김성운은 알고 있을 것이다.

옥천군과 연결된 포털을 만든 것을 보면 확실했다.

"레아스라는 몬스터입니다. 저희는 동쪽의 지배자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게 끝이야?"

"부, 부하는 없습니다. 혼자서 움직입니다. 그리고 대덕구, 동구 그리고 옥천군에서만 활동합니다. 안에 갇혀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김성운은 강진석의 질문에 끝없이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몸에서 용암을 분출했습니다. 제, 제가 아는 건 이게 끝입니다. 제발 살려주십쇼. 살려만 주시면 더 알아 오겠습니다. 그리고 모든 영역을 양도하겠습니다."

이내 목숨 구걸을 끝으로 김성운의 이야기가 끝났다.

그러자 강진석이 다크닐을 휘둘렀다.

곧이어 김성운의 머리가 하늘로 떠오르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대악인 김성운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101만 상승합니다.]

[악의 결정을 획득하셨습니다.]

[악의 조각을 획득하셨습니다.]

[하급 죽음의 돌을 획득하셨습니다.]

.

.

앞서 죽은 최철호, 정민영과 마찬가지로 포인트 말고도 악의 결정, 조각 그리고 죽음의 돌이 함께 제공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존 길드의 길드장 '김성운'을 처치하셨습니다.]

[퀘스트 '전쟁 마무리'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패잔병 처리'가 생성됐습니다.]

.

.

최철호, 정민영과 달리 김성운은 길드장이었다.

길드장의 죽음은 여러 퀘스트 생성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강진석은 바로 퀘스트창을 열지 않았다.

대신 동쪽을 바라보았다.

'잡을 수 있을까?'

제218화

218.

레아스는 강하다.

직접 마주하지는 않았지만 기운만 봐도 알 수 있다.

짙은 어둠 부족의 대족장 킬로아는 레아스에게 상대도 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희망이 없을 정도로 격차가 나는 것은 아니다.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은 없지만 죽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5차 제약 침공자일까?'

레아스의 기운을 느낀 당시 5차 제약 침공자가 떠올랐다.

물론 5차 제약 침공자가 아닐 수도 있다.

수준이 높은 4차 제약 침공자일 수 있다.

'5차 제약 침공자면 좋겠는데....'

강진석은 부디 레아스가 5차 제약 침공자이길 바랐다.

레아스가 4차 제약 침공자라면 5차 제약 침공자는 얼마나 강하겠는가?

상상만으로 끔찍했다.

'빨리 제련해야겠어.'

이어 강진석은 세 번째 제련을 떠올렸다.

모든 재료를 모았다.

완료 버튼만 누르면 제련이 가능한 상태였다.

제련만 마치면 쉽지는 않아도 레아스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영혼 각성 후 강렬해진 '직감'이었다.

스윽.

강진석은 김성운이 떨어트린, 포털을 만들어 낸 아티펙트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두둥실 아티펙트가 떠올라 강진석의 손에 잡혔다.

그 순간 아티펙트의 정보와 사용법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지정 전송기>

사일 부족의 연금술사 '크라사'가 만든 아티펙트다.

강력한 공간의 힘을 가지고 있다.

남은 사용 횟수 : 5

아티펙트의 정식 명칭은 '지정 전송기'였다.

"...!"

지정 전송기의 정보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사일 부족?'

경기도 구리시에 자리 잡은 부족이 사일 부족이었다.

강진석은 사일 부족의 대족장 카린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도 공간을 다뤘었지.'

카린에 의해 동해로 강제 이동 당했던 상황을 곱씹으며 강진석은 지정 전송기를 보았다.

'이제는 안 먹히겠지만.'

아직 스킬 '공간의 운용'은 습득하지 못했다.

그러나 찬란한 방패에 '공간 운용' 기능이 생겨 주변 공간에 간섭할 수 있었다.

카린의 강제 이동은 물론 지정 전송기 또한 강진석에게는 소용없었다.

'공간 인지 올릴 때 가야겠다.'

강진석은 추후 사일 부족 방문을 기약하며 인벤토리에 지정 전송기를 보관했다.

이어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생성된 퀘스트 '전쟁 마무리'를 확인했다.

<전쟁 마무리>

길드 '지존'의 길드장 김성운을 포함해 간부들이 대거 죽었다.

남은 간부의 수는 6.

.

.

지존 길드 영역의 모든 핵을 파괴해 전쟁을 끝내라!

[남은 영역의 핵 : 17]

퀘스트 보상 : ???

'6명밖에 안 남았어?'

퀘스트를 통해 남은 간부를 확인한 강진석은 살짝 놀랐다.

아직 지존 길드의 영역은 17개나 남아 있었다.

그런데 간부가 고작 6명밖에 남지 않았다니?

'...하기야 많이 모여 있긴 했지.'

대전 시청 악인들의 수준은 높았다.

대악인은 셋뿐이었지만 대악인(진)은 20명이나 있었다.

거기다 대악인(진)은 아니었지만 수준 높은 악인들도 여럿이었다.

그렇게 많은 악인이 죽었으니 간부들이 6명밖에 남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생존자 구출만 마무리하고 다른 곳은 맡겨야겠다.'

퀘스트 '전쟁 마무리'의 완료 조건은 지존 길드 영역의 핵 파괴였다.

굳이 강진석이 직접 파괴할 이유가 없다.

조금 전 대전으로 진입한 강나연, 김칠성에게 맡겨도 충분했다.

강진석은 이어 퀘스트 '패잔병 처리'를 확인했다.

'이건 비슷하네.'

원래 퀘스트 '패잔병 처리'는 영역의 핵을 파괴해야 생성되는 퀘스트였다.

김성운이 죽는 순간 생성됐기에 다르지 않을까 했는데 사용된 단어만 다를 뿐 완료 조건은 비슷했다.

강진석은 계속 퀘스트 확인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퀘스트 확인을 마쳤다.

딱히 눈에 띄는 퀘스트는 없었고 강진석은 핵 앞으로 이동했다.

지지직!

[영역의 핵을 파괴하셨습니다.]

[길드 '지존'의 영역 '대전 시청'이 길드 영역에 병합됩니다.]

.

.

그러고는 흑뢰를 통해 핵을 파괴 후 강진석은 핸드폰을 꺼내 한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길드장님!

"지존 길드 길드장 죽였습니다. 간부들도 전부 죽였구요."

-아, 네! 그렇지 않아도 메시지 떴어요!

-퀘스트도 생성됐구요!

-참고로 저한테만 뜬 것 같습니다. 지휘실 내 다른 길드원들한테는 안 떴어요.

"아, 그렇군요."

그렇지 않아도 이야기할 게 많았는데 이미 다 떴다니?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옙! 바로 준비해서 공격 시작하겠습니다!

"네,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듯이 대덕구, 동구, 옥천군은 절대 출입 금지입니다."

-레아스가 그 정도로 강한가요?

"예, 저도 이기기 힘들 정도로요."

-...기, 길드장님도요?

한지윤이 놀람과 걱정이 반반 섞인 목소리로 반문했다.

"네, 죽지도 않겠지만요."

-아, 어느 정도인지 알겠습니다.

이어진 강진석의 말에 한지윤은 걱정을 덜어냈다.

-단단히 단속하겠습니다!

"네, 나중에 또 연락드릴게요."

강진석은 통화를 마친 뒤 곧장 영역 밖으로 나왔다.

이제 본부에서 정리팀이 올 것이고 생존자들을 안내할 것이다.

즉, 대전 시청에서의 볼일은 끝났다.

강진석은 다음 장소로 향했다.

* * *

마성산 정상 용암 호수.

레아스는 용암 호수에서 반신욕을 하며 생각했다.

'누구였을까.'

조금 전 영역 내에 포털이 생겼다.

꽤나 쓸 만한 공간의 힘을 머금은 포털이었다.

물론 포털이 생겨난 것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운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포털 안쪽에서 느껴지던 강렬한 기운이었다.

기운만 강렬했다면 지금까지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놀랍게도 기운의 주인공은 전기와 어둠의 힘을 두르고 있었다.

아직 길에 들어설 정도는 아니었다.

레아스처럼 길에 들어서기 직전도 아니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수련한다면 분명 길에 들어설 것이다.

그 정도로 두른 전기와 어둠은 안정적이었다.

물론 동시에 2개의 길을 걷는 것은 험난한 일이다.

쉽지 않을 것이고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길에 들어서기 전에 죽을 확률도 매우 높았다.

'얼굴이라도 확인했어야 했는데.'

레아스는 전력을 다해 포탈로 달렸었다.

포털 속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

그러나 도착 전에 포털이 사라졌고 아쉽게도 얼굴을 확인하지 못했다.

스윽.

레아스는 동쪽을 보았다.

'그때 그 녀석들이니 근처 같은데.'

강렬한 기운 하나만 느껴진 것은 아니다.

벌레들이 여럿 감지됐었다.

그리고 그 벌레들은 예전 영역에 침입했던 인간들을 쫓아왔던 인간들이었다.

즉, 강렬한 기운의 주인 역시 동쪽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

'이쪽으로 와 준다면....'

문득 든 생각에 레아스는 씨익 웃었다.

만약 강렬한 기운의 주인이 영역에 나타나 준다면?

지루해 미칠 것 같은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재미있는 싸움이 되겠지.'

기운은 레아스보다 약하다.

그러나 기운이 전부는 아니다.

그리고 전기와 어둠 2가지 길을 걸으려는 존재다.

쉽게 볼 상대가 아니다.

물론 쉽게 본다고 질 것 같지는 않았다.

당장에는 격차가 컸다.

쉽게 죽이지는 못해도 끝을 본다면 이길 자신이 있었다.

'바로 와줬으면 좋겠네.'

레아스는 부디 강렬한 기운의 존재가 영역에 나타나 주길 바라며 용암 호수에 완전히 몸을 담갔다.

'잠깐.'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레아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 정도 수준이면 4차 제약인데 어떻게 움직인 거지?'

생각해 보니 이상했다.

기운의 주인은 확실히 4차 제약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레아스가 알기로 주변에 4차 제약 침공자는 없다.

그리고 4차 제약 침공자 역시 5차 제약만큼은 아니어도 운신에 제한을 받는다.

그런데 어찌 동쪽에 나타난 것일까?

'제약을 완화할 수 있는 특별한 성물을 가지고 있나?'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성물이었다.

시험 참가자들에게 허락된 성물 중 제약을 완화할 수 있는 성물도 존재했다.

'굳이 왜?'

문제는 성물을 사용하면서 동쪽에 나타난 이유다.

해당 지역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타날 이유가 없다.

'...설마 시험 참가자가 아닌가?'

이어 떠오른 생각에 레아스는 인상을 구겼다.

당연히 시험 참가자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라면?

지구의 인간이라면?

'아니야, 아니겠지.'

잠시 생각하던 레아스는 생각을 부정했다.

시험이 시작된 지 얼마나 됐다고 지구의 인간이 그렇게 강해진단 말인가?

지구의 인간이 태생부터 강하다면 모를까 벌레와 같았다.

'초월의 씨앗도 그런 성장은 힘들어.'

가끔씩 한 번 등장하는 초월의 씨앗.

초월의 씨앗도 이렇게 빠른 성장을 보인 적은 없다.

즉, 인간이 아니라 성물을 사용한 시험 참가자일 것이다.

'...내가 확인하지 못한 뭔가가 있나?'

* * *

'후.'

강진석은 속으로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제 대전도 끝이구나.'

생존자가 없는 대덕구, 동구를 제외한 나머지 세 지역구를 돌아다니며 강진석은 생존자를 구출했다.

물론 생존자를 구출하며 지존 길드의 남은 간부들을 죽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제 지존 길드에 남은 간부는 2명뿐이었다.

전부 죽이지 않은 이유는 생존자가 없는 곳을 방문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내버려 둘 생각은 아니다.

이제 곧 길드원들이 공격해 마무리를 지을 것이다.

'다음은 어디로 갈까.'

강진석은 고민했다.

전라도와 경상도에도 구출을 기다리는 생존자들이 있었다.

물론 두 곳이 끝이 아니다.

'근데 제주도 분들이 버틸 수 있을까.'

제주도에도 구출을 기다리는 한 곳이 있었다.

도착할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됐다.

걱정되는 것은 제주도뿐만이 아니다.

'다른 곳도 악인들이 지배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생존자들이 몬스터들에게서 자주권을 얻어낸 곳은 대전 말고도 목포, 부산 그리고 여수, 대구까지 총 4곳이나 됐다.

만약 4곳 전부 대전처럼 악인들이 지배하고 있다면?

"으음...."

상상만으로 침음이 나왔다.

'아니겠지.'

강진석은 고개를 저었다.

대전도 정상적인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다.

단지 악인들이 주도권을 잡았을 뿐이다.

나머지 4곳은 악인들이 주도권을 잡지 못했을 것이다.

만에 하나 악인들이 주도권을 잡았다고 해도 상관없다.

대전처럼 청소해버리면 그만이었다.

'일단 전라도부터 가자.'

강진석은 결정을 내리고 대전에서 나와 전라북도로 향했다.

곧이어 전라북도 곳곳을 돌아다니며 생존자를 구출하기 시작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안타깝다고 해야 할지 전라북도 내 생존자들이 감금되어 있는 곳은 고작 8곳밖에 되지 않았고 금방 구출을 마칠 수 있었다.

이어 강진석은 전라남도로 진입했다.

'목포 먼저 들르자.'

진입 후 강진석은 우선 자주권을 확보한 전라남도의 두 곳, 목포와 여수 중 가까이 있는 목포로 향했다.

목포로 향하며 강진석은 바랐다.

부디 목포에는 악인이 없기를.

정상적인 사람들이 이끌고 있기를.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목포 근처에 도착할 수 있었고.

"...!"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목포는 휘황찬란한, 형형색색의 장막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단지 색깔만 다양한 게 아니다.

장막에서는 물, 불, 바람 등 아주 다양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강력한 물, 불, 바람 등의 힘을 가진 존재들이 장막 안쪽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문제는 해당 존재가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정령?'

제219화

219.

거리가 멀어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정령으로 추정됐다.

강진석은 확인을 위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확신했다.

'맞네, 정령.'

길드 내 정령사들이 다루는 정령들과 성질이 똑같았다.

장막 안에서 돌아다니는 존재들은 정령이 확실했다.

'이 정도면 상급인 것 같은데....'

문제는 정령들의 수준이었다.

전부가 상급인 것은 아니지만 상급인 게 확실한 정령만 20마리였다.

'뭐 이리 상급이 많아?'

강진석은 상급 정령의 수가 너무 많아 당황스러웠다.

당황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강진석 길드에도 많은 정령사가 존재한다.

최근 강진석이 확인했을 때 1000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그중 상급 정령을 다루는 길드원은 정확히 30명이었다.

그런데 목포는 대체 얼마나 많은 정령사가 있기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상급 정령을 다루는 이가 이리 많은 것일까?

강진석은 일단 장막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가까워진 만큼 목포 내부를 탐색할 수 있었고, 이내 눈을 번뜩였다.

악인들이 감지됐기 때문이었다.

물론 악인들이 주도권을 잡은 것은 아니다.

악인들은 전부 한 곳에 갇혀 있었다.

그리고 악인들을 감시하는 이들이 있었다.

감시하는 이들에게는 붉은 반점이 보이지 않았다.

붉은 반점은커녕 붉은 기운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다행이네.'

혹시나 악인들이 주도권을 잡았으면 어쩌나 걱정했던 강진석은 안도하며 거리를 좁혔다.

곧이어 장막 근처에 도착한 강진석은 정령들과 눈이 마주쳤고.

스아앗!

스앗!

정령들이 기운을 뿜어냈다.

공격이 아니라 안쪽에 보낸 신호였기에 강진석은 대응하지 않고 잠자코 기다렸다.

그리고 안쪽에 있던 이들이 신호를 받고 장막 근처로 다가왔다.

장막에 다가온 이들은 강진석을 보고 놀랐다.

"누, 누구십니까?"

그리고 그중 가장 직위가 높은 것으로 추정되는 중년 사내가 입을 열어 물었다.

"강진석이라고 합니다."

"헛!"

강진석은 질문에 답했고 질문한 중년 사내는 놀란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이어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강진석이면 그 강진석인가?"

"서울 강진석 맞는 것 같은디?"

"근데 서울에서 어째 여기까지 왔다냐?"

"이거 일단 길드장한테 보고해야 되는 거 아녀?"

물론 강진석에게는 전부 들렸다.

강진석은 잠자코 대화를 들으며 답을 기다렸다.

이내 중년 사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 * *

목포를 거점 삼아 활동하고 있는 자연 길드의 길드장 조수형.

조수형은 지금 상황이 무척 당황스러웠다.

'강진석....'

당황스러운 이유는 반대편에 앉아 있는 사내, 강진석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강진석의 방문도 당황스러웠지만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강진석을 보고 등 뒤에 숨은 최상급 바람의 정령의 반응이었다.

'왜 이렇게 무서워해?'

최상급 정령은 강진석을 보고 겁을 먹었다.

바다에서 주기적으로 쳐들어오는 나가들에게도 겁을 먹지 않는 존재가 최상급 정령이었다.

그런 최상급 정령이 강진석을 마주한 것만으로 겁을 먹은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강하긴 한데....'

조수형은 초감각을 활성화한 상태였다.

그래서 강진석이 얼마나 강한지 대충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무서워할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조수형이 보기에 최상급 바람의 정령이 더 강했다.

그런데 왜 최상급 바람의 정령은 이리 겁을 먹은 것일까?

'진짜 기운이라도 느낀 걸까?'

현재 강진석은 손님으로 지정되어 영역 디버프 중 능력치와 관련된 디버프를 받지 않는 상태다.

그런데 지금이나 이전에 영역 디버프를 받았을 때나 기운에 변화가 없었다.

즉, 기운을 조절하고 있다는 뜻이고 지금 기운이 '진짜'가 아니라는 뜻이다.

최상급 바람의 정령이 겁을 먹은 것은 강진석의 '진짜'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스윽.

조수형은 생각하며 시간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씁쓸한 미소로 입을 열어 침묵을 깼다.

"저희가 사정이 있어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좋습니다."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답했다.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강진석 역시 바로 본론을 이야기하는 게 좋았다.

조수형은 강진석의 답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혹시 길드를 합병하러 오신 건가요?"

강진석은 자신의 이름을 딴 길드를 이끌고 있었다.

그리고 강진석 길드의 주 무대는 서울이었다.

생각을 해봤다.

강진석이 왜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목포에 왔을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길드 합병'이었다.

"아뇨."

강진석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합병 생각은 없습니다."

대전 길드는 악인들이 주도권을 잡았다.

악인들을 가만히 둘 수 없기에 공격해 흡수한 것이다.

그러나 자연 길드는 공격할 이유가 없다.

당연히 흡수할 생각도 없다.

"대신 동맹을 맺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동맹이요? 혹시 길드 시스템 동맹을 말씀하시는 건지...?"

"네, 맞습니다. 그 동맹."

길드 시스템 중에는 동맹도 존재했다.

동맹을 맺게 되면 따로 지정하지 않아도 상대 영역에서 영역 디버프를 받지 않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영역 버프를 통해 능력치도 강화된다.

물론 그렇다고 아무 곳이나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설정을 통해 진입 불가 장소를 지정할 수 있다.

그리고 진입 불가 장소에 침입하면 동맹 상태라도 디버프를 받는다.

즉, 문제가 생길 일도 적다.

"...동맹을 맺으시려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동맹 이야기에 곰곰이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동맹은 강진석 길드에 이득이 없다.

강진석은 무슨 이유로 동맹을 맺으려는 것일까?

"힘을 합쳐야 몬스터들을 더 빨리 몰아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아...."

조수형은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

'잘못 생각하고 있었네.'

동맹을 원하는 이유가 이득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강진석이 동맹을 원하는 이유는 몬스터를 물리치기 위해서였다.

'진짜 희망과도 같은 사람이구나.'

조수형이 강진석에 대한 이미지를 새로 구성하던 그때.

"...?"

강진석은 의아한 표정으로 서쪽을 보았다.

서쪽에서 바다를 경계하던 정령들이 갑자기 바다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지? 무슨 문제가 생겼나?'

애초에 정령들이 위치한 곳이 초감각 끝자락인지라 왜 바다 쪽으로 향한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순찰이라 하기에는 정령들의 감정이 분노와 흥분으로 가득했다.

'문제가 생긴 거면 곧 알 수 있겠지.'

큰 문제라면 조수형에게 보고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 알 수 있을 것이다.

강진석은 서쪽에 대한 관심을 거뒀다.

그리고 생각에 잠긴 듯한 조수형을 보았다.

얼마 뒤 정신을 차린 조수형이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동맹을 맺고 싶은데 저 혼자 결정 내릴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네요."

"이해합니다."

강진석은 은은히 미소를 지었다.

"바로 회의를 할까 하는데 잠시 기다려 주실 수 있으실...."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문이 열렸고 김창수가 들어오며 외쳤다.

"기, 길드장님! 녀석들이 나타났습니다!"

"...뭐?"

조수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강진석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잠시 멈칫했다.

강진석은 두 사람의 대화와 반응에 정령들이 바다에 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다에 몬스터들이 나타난 게 분명했다.

"도와드릴까요?"

강진석은 조수형에게 물었다.

"...!"

조수형은 강진석의 질문에 눈을 번뜩였다.

그렇지 않아도 강진석의 힘이 궁금했는데 도와주겠다니?

"감사합니다!"

조수형은 감사를 표하며 제안을 받아들였다.

강진석은 조수형의 말에 싱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가도 될까요?"

"아, 네! 물론입니다! 위치는 해변입니다!"

조수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움직여 준다니.'

강진석 길드의 일이 아니다.

느긋이 움직인다고 뭐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래서 더 강진석이 멋져 보였다.

바로 그때였다.

스앗!

강진석이 사라졌다.

"어?"

조수형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고, 공간이동?"

먼저 간다는 말이 빨리 달려가겠다는 뜻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강진석은 공간이동을 했다.

"어, 어떻게?"

현재 강진석의 신분은 '손님'이었다.

능력 디버프는 받지 않지만 공간이동 디버프는 유지되고 있었다.

즉, 디버프 상태에서 공간이동을 했다는 뜻이다.

'디버프로 막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조수형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힐끔 최상급 바람의 정령을 보았다.

강진석이 사라져서 그런지 최상급 바람의 정령은 평소처럼 다시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왜 겁을 먹었나 했는데.'

최상급 바람의 정령이 왜 겁을 먹었는지 알 것 같았다.

'동맹은 무조건 진행해야겠네.'

반대할 사람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만에 하나 반대하는 사람이 나와도 밀어붙여 설득해야 할 것 같았다.

조수형은 창가로 다가갔다.

"풍아!"

그러고는 최상급 바람의 정령의 애칭을 외치며 밖으로 뛰어내렸다.

스아앗!

최상급 바람의 정령이 조수형에게 스며들었고.

조수형은 그대로 하늘을 날아 바다로 향했다.

쩌저적!

바로 그때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조수형은 인상을 구겼다.

'그 녀석도 온 건가?'

천둥을 다루는 나가가 있었다.

최근에 나타나지 않아 안심하고 있었는데 천둥소리를 보니 다시 나타난 게 분명했다.

조수형은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변에 도착했다.

'뭐야?'

조수형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한창 나가들과 전투 중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나가는 보이지 않았다.

단 한 마리도.

이상한 것은 나가뿐만이 아니다.

길드원들의 상태도 이상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전부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정령들은 겁을 먹은 상태였다.

물론 모든 정령이 겁을 먹은 것은 아니다.

벼락의 정령, 천둥의 정령 그리고 어둠의 정령은 흥분한 상태로 자신의 주인을 뱅뱅 돌고 있었다.

'...진석 님도 안 보이는데?'

조수형은 미간을 찌푸렸다.

먼저 출발한 강진석도 보이지 않았다.

'아직 도착 못 하셨나?'

공간이동으로 사라져 당연히 도착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디버프 때문에 장거리 공간이동을 하지 못했고 아직 도착하지 못한 것이라면?

바로 그때.

"와...."

귓가에 들리는 감탄에 조수형은 고개를 돌렸다.

감탄을 내뱉은 이는 경계 팀장 장태호였다.

조수형은 장태호에게 다가가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엇, 길드장님."

"가저스 나타난 줄 알았는데 왜 아무도 없어?"

"나타났었죠."

"뭐? 나타났었다고?"

장태호의 답에 조수형은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스윽.

그리고 다시 한번 바다를 보았다.

'그 녀석이 그냥 돌아갔을 리가 없는데?'

조수형이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장태호가 이어 말했다.

"네. 근데 강진석 그 사람 뭡니까 대체?"

"...?"

조수형은 의아했다.

아직 강진석이 도착하지 않은 줄 알았다.

그런데 장태호의 반응을 보니 이미 도착한 것 같았다.

"진석 님이 오셨었어?"

"네, 오자마자 검은 벼락을 방출하더니 가저스 포함해서 나가들 싹 죽었어요. 한 방에 가저스가 죽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

조수형은 이어진 장태호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가저스를 포함한 나가들이 벼락 한 번에 죽었다는 것은 그 정도로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어디 가셨어?"

이내 정신을 차린 조수형이 물었다.

"팔금도 쪽으로 가셨어요. 정리 좀 하고 오겠다고...."

제220화

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