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0화
140.
"...!"
겔리도스의 답에 무엘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놀란 것은 무엘뿐만이 아니다.
"뭣?"
"그게 무슨!"
알리온과 블리오드 역시 경악했다.
인간들의 영역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그 정도로 놀라운 일이었다.
"얼마나 커지고 있지?"
"죄송합니다. 커지고 있다는 것만...."
"...."
무엘은 말없이 인상을 구겼다.
그리고 이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난 무엘은 밖으로 나가 곧장 영역의 끝으로 향했다.
이내 장막 앞에 도착한 무엘은 이동을 멈췄다.
제약 때문에 장막 밖으로 나갈 수 없기도 했고 굳이 나가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었다.
지금 위치에서도 느껴졌다.
인간들의 영역이.
'크기가 무슨....'
놀랍게도 인간들의 영역은 개화산 반대편 입구까지 확장되어 있었다.
'...제약에 비해 크기가 너무 큰 거 아닌가?'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인간들의 영역 제약은 강하지 않았다.
1차 제약자에게는 큰 영향을 끼치겠지만 2차 제약자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고 3차 제약자에게는 의미 없는 수준이었다.
'제약보다는 증폭에 투자했나?'
영역의 효과는 제약만 있는 게 아니다.
증폭도 있었다.
인간들이 증폭에 투자했다면?
크기에 비해 제약이 약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어쨌든 이러면....'
원래는 알리온의 의견대로 공격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생각이 바뀌었다.
공격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제약이 약하긴 하나 2차 제약 이하 부족원들에게는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증폭에 투자했다면?
2차 제약 이하 부족원으로 구성된 공격대는 패배할 것이다.
결정을 내린 무엘이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뒤따라온 블리오드와 알리온에게 말했다.
"공격은 보류해야겠군."
"예, 알겠습니다."
"그러는 게 좋겠습니다."
블리오드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공격을 주장했던 알리온 역시 수긍했다.
그리고 무엘이 이어 말했다.
"경계 수준도 최상으로 격상시킬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인간들의 수준이 예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역으로 인간들이 공격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던전 '송정역'에 입장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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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
.
메시지를 확인한 강진석은 생각했다.
'역시 별거 없네.'
영역 디버프가 약했다.
그래서 별것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대로였다.
스윽.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이번 던전 탈환 작전의 대장 한지윤과 부대장 최은형을 보았다.
"잘 부탁드립니다."
"네!"
"걱정 마십쇼! 완벽히 탈환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답했고 강진석은 싱긋 웃었다.
그리고 역 밖으로 나와 가장 가까운 길드 요새 공항시장역으로 공간이동을 했다.
공항시장역에 온 이유는 '영역 이동'을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강진석은 영역 이동 기능을 통해 증미역으로 이동했다.
증미역에 도착한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어디서 오신 거지?'
역 바로 근처에 사람들이 숨어 있었다.
총 65명으로 적지 않았다.
'그때 멀찍이 숨어 있던 분들인가?'
증미역을 탈환 후 근처에 있던 이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물론 움직이는 이들은 소수였다.
대부분은 보금자리에서 나오지 않았다.
혹시 그때 보금자리에 있던 이들이 밖으로 나온 것일까?
강진석은 초감각을 통해 역 밖을 다시 한번 훑었다.
여전히 보금자리에 숨어 있는 이들이 있긴 했지만 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강진석은 관리창을 열어 대기실을 만든 후 역 밖으로 나갔다.
[안녕하세요.]
그리고 숨어 있는 이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역 안에 대기실을 만들어뒀습니다. 길드에 가입하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대기실로 와주세요. 2시간 뒤 길드에 대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텔레파시를 보내자 숨어 있던 이들이 웅성대는 것이 느껴졌다.
'전부 오시려나?'
역 근처까지 왔다면 길드에 가입할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그러나 혹시 모르는 일이다.
발산역 생존자들이 예상과 달리 전부 가입한 것처럼 예상과 다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강진석은 몇 명이나 올까 생각하며 등촌역으로 향했다.
30초도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등촌역에 도착했고 입구에 선 채 한강이 있는 북쪽 방향을 바라보았다.
'저기 있는 녀석들도 정리해야 하는데.'
한강에도 몬스터가 여럿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남쪽으로 내려오며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역 부근에도 나타날 것이다.
'이번에 정리하자.'
강진석은 등촌역과 염창역을 탈환 후 한강 쪽을 청소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바로 등촌역으로 입장했다.
[던전 '등촌역'에 입장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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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여기도 없네.'
등촌역에도 3차 제약 침공자는 없었다.
'그래도 뭐 그만큼 빨리 끝날 테니까.'
3차 제약 침공자가 없다는 것은 난도가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했다.
난도가 낮은 만큼 빠르게 탈환할 수 있을 것이다.
강진석은 아쉬움을 떨쳐내고 안전 구역을 나섰다.
* * *
"후우...."
메라키오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뱉었다.
조금 전 등촌역의 영역 상징이 파괴됐다.
초월의 씨앗의 짓이 분명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주변을 먼저 정리하는,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
'...준비해야겠어.'
밀보닐에게는 1주일을 버텨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1주일을 버티는 것은 힘들 것 같았다.
그전에 성장을 마친 초월의 씨앗이 들이닥칠 것 같았다.
'근데....'
문득 든 생각에 메라키오는 미간을 찌푸렸다.
생각해 보니 문제가 하나 있었다.
'제사를 포기할 것 같지 않은데.'
바로 대주술사 밀보닐의 의중이었다.
모든 상황을 듣고도 밀보닐은 제사를 포기하기 싫어했다.
'하기야 영혼 각성이 코앞이니.'
제사를 잘 마무리 지으면 영혼이 각성 될 것이다.
밀보닐의 입장에서 포기하기 싫은 게 당연했고 본부 이동을 결정해도 밀보닐은 이동을 거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려야 하나?'
밀보닐은 강제로 데리고 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물론 꼭 함께 움직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밀보닐이 없으면 많은 곳에서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래도 죽는 것보다는 낫다.
즉, 밀보닐이 떠나지 않는다면?
버리고 이동하는 게 맞다.
'문제는 성물인데....'
차가운 뿌리 부족의 성물은 총 7개였다.
그중 메라키오가 가지고 있는 성물은 델칸의 단검과 델칸의 옥반지 2개뿐이었다.
나머지 5개를 밀보닐이 가지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원래 세계에 3개가 보관되어 있었고 밀보닐이 가지고 있는 것은 델칸의 지팡이와 델칸의 은장도 2개였다.
'성물을 내놓을 리가 없는데.'
메라키오는 고민에 빠졌다.
성물을 강제로 빼앗는 것은 힘들다.
밀보닐은 쉬운 상대가 아니다.
3차 제약 10단계였다.
그것도 4차 제약을 코앞에 둔 존재였다.
물론 전력을 다한다면야 제압할 수 있겠지만 메라키오 역시 큰 피해를 각오해야 했다.
성물을 회수하자고 굳이 피해를 감수해야 할까?
아무리 봐도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시험을 포기할 때 가지고 갈 수 있으니.'
메라키오는 성물을 포기하기로 했다.
완전한 포기는 아니다.
어차피 시험을 포기할 때 성물은 회수가 가능하다.
즉, 밀보닐이 초월의 씨앗에게 성물을 빼앗긴다 해도 상관없는 것이다.
향후 모든 상황에 대한 생각을 마친 메라키오는 다시 지도를 보았다.
'다음은 염창역이겠지.'
지도를 보니 다음 공격 장소가 눈에 보였다.
아마도 염창역을 공격할 것이다.
'그다음은....'
메라키오는 계속해서 지도를 보며 전황을 살폈다.
그리고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빨리 준비해야겠군.'
상황을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촉박했다.
한시라도 빨리 이동 준비를 끝내야 할 것 같았다.
* * *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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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창역의 제단을 파괴한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보았다.
'역시 내가 먼저 끝났구나.'
여전히 송정역 관련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예상된 바였다.
오래 걸려도 상관없으니 안전하게 공략하라고 했다.
느린 것이 당연했다.
강진석은 역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한강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예정대로 한강 쪽 몬스터들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으려나?'
한강 쪽에 있는 몬스터들은 소설 속에서 '리자드맨'이라 불리는 몬스터와 흡사한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고블린, 오크 등을 생각하면 명칭 역시 리자드맨일 가능성이 높았다.
리자드맨의 능력이나 강함은 소설마다 달랐다.
그래서 궁금했다.
어떤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지.
고블린, 오크와 비교해 얼마나 강할지.
저벅!
이내 강진석은 걸음을 멈추고 전방을 보았다.
한강에 도착해서가 아니다.
전방 도로에 리자드맨 무리가 주변을 경계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전부 일반이네.'
네임드의 기준인 2차 제약 침공자는 한 마리도 없었다.
전부 일반 몬스터였다.
'그래도 정보 파악해 두는 게 좋겠지.'
일반 리자드맨에 대한 정보는 강진석에게 의미 없다.
그러나 길드원들에게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바로 그때 리자드맨 무리도 강진석을 발견하고 이동을 멈췄다.
그리고 괴성을 내뱉었다.
-크륵?
-크르륵!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리자드맨들의 감정에 갑자기 '살의'가 가득 나타났다.
감정 변화를 보면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 예상이 됐다.
강진석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가만히 리자드맨들을 응시할 뿐이었다.
물론 강진석과 달리 리자드맨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크륵!
-크르르르륵!
괴성과 함께 한 마리도 빠짐없이 전부 강진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강진석은 다가오는 리자드맨들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속도는 많이 느리네. 지상이라 그런가?'
리자드맨들의 이동속도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느렸다.
강진석이 보기에 일반 길드원들도 도망치려 한다면 쉽게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전투 능력은 어떨까.'
이내 리자드맨들이 코앞에 도착했고 들고 있던 '창'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동속도와 달리 공격속도는 느리지 않았다.
오히려 생각보다 빨랐다.
그뿐만이 아니다.
창을 휘두를 때마다 창끝에서 반투명한 초록색 연기가 새어 나왔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연기는 아니었다.
'...독인가?'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독'이었다.
강진석은 확인을 위해 연기를 마셨다.
그러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마비독을 흡입하셨습니다.]
[중독되지 않습니다.]
예상대로 초록색 연기의 정체는 '독'이었다.
강진석은 리자드맨들을 보았다.
'내성이 있나 보네.'
리자드맨들 역시 마비독을 흡입하고 있었다.
그러나 움직임이 조금도 둔화되지 않았다.
'하기야 지들이 만든 독일 텐데.'
내성이 있는 게 당연한 일이긴 했다.
'근데 이러면 근접전은 힘들겠네.'
강진석의 경우 독 저항이 매우 높은 편이었다.
그래서 중독되지 않은 것이다.
다른 길드원들은 중독될 확률이 매우 높았다.
-크륵?
-크르륵!
생각에 잠겨 있던 강진석은 리자드맨들의 괴성에 생각을 잠시 멈추고 리자드맨들을 살폈다.
살의로 가득했던 감정에 당황이 추가되어 있었다.
하기야 창을 다 피하는 데에다가 마비독에도 중독되지 않고 있었다.
당황해하는 것은 당연했다.
강진석은 리자드맨들을 보며 생각했다.
'독 말고는 없나?'
독이 끝일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더 있을까?
바로 그때였다.
제141화
141.
리자드맨들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따라붙지 않았다.
도망치는 것이라면 따라붙어 죽였겠지만 그게 아니었다.
'뭘 하려는 거지?'
강진석은 잠자코 지켜보았다.
이내 리자드맨들이 하늘로 창을 들었다.
그러자 리자드맨들의 기운이 줄어들며 전신에서 물이 튀어나와 창끝에 모이기 시작했다.
'물을 다루는구나?'
역시나 독만 다루는 것이 아니었다.
'고블린이나 오크들보다 강하다고 봐야겠네.'
물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의 능력만 봐도 고블린이나 오크들보다 강해 보였다.
이내 창끝에 모인 물이 날카로운 창으로 변했다.
그리고 강진석에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한 마리당 하나씩 총 5개였다.
'더 볼 건 없겠지.'
강진석은 물의 창을 보며 바람 칼날을 발동했다.
휙! 휙! 휙! 휙! 휙!
그러자 5개의 바람 칼날이 물의 창을 향해 날아갔다.
스걱! 스걱! 스걱! 스걱! 스걱!
바람 칼날은 물의 창의 '중점'을 가르며 그대로 물의 창을 파괴했다.
물론 물의 창과 달리 바람 칼날은 파괴되지 않았다.
기운이 살짝 약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형태를 선명히 유지하고 있었고 그대로 리자드맨들에게 날아갔다.
리자드맨들은 반사적으로 창을 휘둘렀다.
그러나 바람 칼날의 속도는 빨랐고 창이 도달하기도 전에 리자드맨들에게 작렬했다.
스걱! 스걱! 스걱! 스걱! 스걱!
다섯 번의 절단음이 울려 퍼지며 상황이 종료됐다.
강진석은 메지시창을 확인했다.
[전사 리자드맨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2000 상승합니다.]
.
.
네임드 몬스터가 아니다.
일반 몬스터였다.
그럼에도 제공 포인트가 상당했다.
'수색 고블린보다는 훨씬 약했는데.'
제공 포인트가 차가운 뿌리 부족의 수색 고블린들과 비슷했다.
문제는 리자드맨들의 기운 크기가 수색 고블린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이다.
기운은 절반밖에 되지 않는데 포인트가 같다니?
'기대되는걸.'
그래서 기대가 됐다.
네임드 리자드맨은 얼마나 많은 포인트를 제공할까?
강진석은 메시지창에서 고개를 돌려 한강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은은히 미소를 지은 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한강으로 향하며 강진석은 마주하는 리자드맨들을 한 마리도 빠짐없이 전부 죽였다.
이내 한강에 도착한 강진석은 전방을 보았다.
전방에는 보랏빛 장막이 펼쳐져 있었다.
리자드맨들의 영역이 분명했다.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왼쪽을 보았다.
저 멀리 보랏빛 장막이 하나 더 펼쳐져 있었다.
'저건 리자드맨 영역이겠고.'
장막의 색깔뿐만 아니라 기운 또한 같았다.
왼쪽에 있는 장막 또한 리자드맨들의 영역이 분명했다.
스윽.
강진석은 이어 오른쪽을 보았다.
오른쪽에는 회색 장막이 있었다.
'저건 어떤 몬스터의 영역일까.'
장막의 색깔만 다른 게 아니라 기운도 달랐다.
즉, 리자드맨의 영역이 아닐 것이다.
'혹시 엘프들의 영역인가?'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엘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엘프들의 영역인 숲과 붙어 있었다.
'...아니겠지.'
그러나 잠시 생각한 강진석은 고개를 저었다.
엘프들의 기운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나중에 가보면 알 수 있을 테니.'
어차피 훗날 방문해야 할 곳이다.
그때 가서 파악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강진석은 회색 장막에 대한 관심을 접고 다시 전방에 있는 보랏빛 장막, 리자드맨들의 영역을 보며 생각했다.
'그냥 영역까지 청소할까?'
원래 영역을 박살 낼 생각은 없었다.
주변을 돌아다니는 몬스터들만 정리할 생각이었다.
리자드맨들의 직위 체계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괜히 영역을 건드렸다가 전쟁이 발생할 수도 있기에.
그러나 앞서 리자드맨들을 상대하며 생각이 바뀌었다.
리자드맨들의 속도는 지상에서 무척 느렸다.
거기다 길드 영역을 강화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느린 리자드맨들의 속도는 더욱 느려질 것이고 마력포 같은 방어 아티펙트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전쟁이 발생한다고 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 청소하자.'
고민 끝에 강진석은 결정을 내렸다.
'영역 디버프도 약하니 문제없을 테고.'
리자드맨들의 영역 디버프는 도합 80이었다.
약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길드원들은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강력했다.
말 그대로 길드원들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이지 강진석의 입장에서는 전혀 부담 없는 수준이었다.
안쪽 상황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위험할 일은 없을 것이다.
'네임드 리자드맨들은 얼마나 다를지도 확인해야 하니까.'
앞서 잡은 리자드맨들은 전부 일반 리자드맨이었다.
네임드의 기준인 2차 제약 이상의 리자드맨은 한 마리도 없었다.
그래서 정보 파악을 하지 못했다.
네임드 리자드맨들의 수준 파악을 위해서라도 진입하는 게 맞다.
만약 너무 위험하다?
공간이동으로 도망치면 그만이었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영역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내 장막을 지나 영역에 입장한 순간.
[던전 '오르드 부족 5구역'에 입장하셨습니다.]
[24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석상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대전사장 그아르'가 생성됐습니다.]
.
.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무수히 많은 퀘스트가 생성됐기 때문이 아니다.
환경 때문이었다.
'늪이라니....'
주변이 질척질척한 늪으로 변했다.
물론 영역 내 모든 지역이 늪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늪은 전체 지형의 10%도 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래서 더 문제였다.
강진석은 전방을 보았다.
'얼마나 확장이 된 거야?'
전방에는 바다라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호수가 있었다.
'전부 물속에 있는 건가....'
초감각이 제한되어 호수 전체를 확인할 수 없지만 호수 아래에서 수많은 기운이 느껴졌다.
영역 상징은 물론 대부분이 호수 안에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길드원들은 많이 힘들겠는데?'
강진석의 경우 문제없다.
패시브 '수중 호흡', '수중 고속 이동' 등을 습득해 물속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기에.
그러나 길드원들의 경우 수중 호흡이나 수중 고속 이동 같은 스킬을 배운 이들이 많지 않았다.
'리자드맨쪽은 내가 바쁘게 움직여야겠어.'
물론 언젠가는 배우겠지만 시간이 꽤 걸릴 것이고 그때까지는 홀로 바삐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일단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메인 퀘스트 '석상 파괴'를 확인했다.
<석상 파괴>
영역 내 어딘가에 '오르드 부족'의 영역 상징인 석상이 존재한다.
석상을 파괴해 선포된 영역을 파괴하라!
퀘스트 보상 : ???
'별것 없고.'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퀘스트 내용은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강진석은 바로 다음 퀘스트 '대전사장 그아르'를 확인했다.
<대전사장 그아르>
오르드 부족 5구역의 구역장이자 대전사장 그아르.
.
.
그아르를 처치하라!
퀘스트 보상 : ???
'전사, 전사장, 대전사장이라....'
퀘스트를 통해 강진석은 리자드맨들의 직위 체계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전사장이 2차 제약이고 대전사장이 3차 제약이려나?'
일단 전사 쪽 직위는 전사, 상급 전사, 전사장, 대전사장.
총 4가지로 이루어져 있었다.
대전사장이 최상위 직위인 만큼 대전사장 그아르는 3차 제약 침공자일 확률이 높았다.
'4차는 아니겠지?'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후퇴 생각도 해둬야겠네.'
여태껏 한 번도 4차 제약 침공자를 마주한 적 없다.
즉, 얼마나 강한지 모른다.
만에 하나 그아르가 4차 제약 침공자라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면?
즉시 후퇴로 노선을 변경해야 할 것이었다.
강진석은 마저 퀘스트들을 확인했다.
<부화장 청소>
리자드맨들의 알이 가득한 부화장.
부화장을 파괴해 리자드맨들의 부화를 막아라!
퀘스트 보상 : ???
<훈련장 파괴>
훈련장에는 리자드맨들의 힘이 급속도로 강해지는 마법진이 각인되어 있다.
마법진을 파괴해 리자드맨들의 성장을 약화하라!
퀘스트 보상 : ???
퀘스트를 확인하며 강진석은 생각했다.
'...왜 이렇게 다양해?'
부화장, 훈련장뿐만이 아니다.
대장간도 존재했고 재배지도 존재했다.
스윽.
강진석은 잠시 시선을 돌려 호수를 바라보았다.
'진짜 확장이 얼마나 된 거지?'
퀘스트에 나온 장소는 전부 호수 안에 있다.
호수 내부 광경이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탈환 퀘스트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이번에는 탈환 퀘스트가 생성되지 않았다.
요새화가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강진석은 아쉬운 표정으로 퀘스트를 마저 확인했다.
그리고 마지막 퀘스트를 확인하고 있을 때.
호수에서 리자드맨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여러 무리가 올라오고 있었다.
그중에는 2차 제약 침공자도 넷이나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면 우연히 올라오는 것은 아닌 듯했다.
아무래도 침공을 눈치챈 것 같았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혼돈의 구에 기운을 주입하며 호수로 향했다.
이내 리자드맨들이 호수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등장을 기다리고 있던 강진석은 바로 바람 칼날을 방출했다.
휙! 휙! 휙! 휙! 휙!
호수에서 나오던 리자드맨들은 바람 칼날을 피하지 못했고 그렇게 호수에서 나오는 족족 죽음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강진석은 바람 칼날 방출을 멈췄다.
모든 리자드맨들을 죽였기 때문이 아니다.
이제 등장할 리자드맨들에게는 바람 칼날이 의미 없기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혼돈의 구를 단검으로 변환하며 호수를 주시했다.
이내 호수에서 앞서 나타난 리자드맨들보다 1.5배는 거대한 리자드맨 넷이 나타났다.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힐끔 보았다.
[오르드 부족 전사장 벨리드아가 등장했습니다.]
[퀘스트 '전사장 벨리드아'가 생성됐습니다.]
[오르드 부족 전사장 무스타레가 등장했습니다.]
[퀘스트 '전사장 무스타레'가 생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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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를 통해 강진석은 리자드맨들의 직위와 이름을 알 수 있었다.
'전사장이었구나?'
기운의 크기 때문에 2차 제약 침공자인 것은 알고 있었다.
궁금했던 것은 직위였다.
상급 전사인지 전사장인지.
'이러면 그아르가 4차 제약 침공자일 확률은 낮겠네.'
직위가 궁금했던 이유는 대전사장 그아르 때문이었다.
대전사장 그아르가 4차 제약 침공자이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신경 쓰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단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스아앗! 스아앗!
그리고 최대 출력의 아이스 스피어들이 전사장 리자드맨들에게 날아갔다.
리자드맨들은 코웃음을 치며 각자의 무기를 휘둘렀다.
슉! 슉! 슉!
그러자 각자의 무기에서 물줄기가 튀어나왔다.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준비 시간이 없네?'
일반 리자드맨들은 물을 뽑아내는 데 시간이 좀 걸렸었다.
그런데 전사장 리자드맨들은 조금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물줄기에 독이 섞여 있었다.
앞서 일반 리자드맨들의 사용했던 '마비독'과 정체불명의 '독'까지 총 2가지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강진석은 잠시 고민했다.
독이 섞인 물줄기를 어찌 대처해야 할지.
'간부들도 힘들 것 같은데.'
물줄기는 독이 아니더라도 담긴 기운 자체가 컸다.
간부들도 쉽게 막을 수 없을 정도였다.
고민하던 사이 아이스 스피어와 물줄기가 마주했다.
당연하게도 물줄기는 그대로 얼어붙어 파괴됐고 아이스 스피어는 조금의 속도도 떨어지지 않은 채 그대로 쭉쭉 나아갔다.
-크륵?!
-크륵!
예상치 못한 상황인지 리자드맨들은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리자드맨들은 재차 무기를 휘둘렀다.
이번에도 물줄기가 튀어나왔다.
그러나 앞서 파괴된 물줄기와 마찬가지로 의미 없었다.
두 번째 물줄기도 그대로 얼어붙어 파괴됐고 아이스 스피어들이 리자드맨들에게 작렬하기 시작했다.
쩡! 쩌저적!
[오르드 부족 전사장 벨리드아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
.
그렇게 네 전사장 리자드맨들은 죽음을 맞이했다.
강진석은 호수로 다가가 전사장 리자드맨들이 남긴 아티펙트를 수거한 뒤 그대로 호수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진입과 동시에 강진석은 볼 수 있었다.
'와....'
감탄이 나올 정도로 거대하고 화려한 수중 도시를.
제142화
142.
'문명 수준이 장난이 아닌데?'
앞서 강진석이 마주한 부족은 4개다.
차가운 뿌리 고블린, 전쟁 바람 오크, 열화 사막 오크, 검은 숲 엘프.
4개 부족은 문명이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느낌을 받고 있었다.
문명이 뛰어나다는 느낌을.
물론 지구 문명의 상위호환이라는 뜻은 아니다.
지구 문명과는 종류가 달랐다.
'하기야 애초에 수중 도시인데.'
어찌 보면 다른 것이 당연했다.
같은 종족도 아니고 물속에 있는 도시였다.
이내 강진석은 감탄을 끝내고 도시 곳곳을 살피며 분석했다.
'장막 안은 물이 없는 것 같은데....'
도시는 거대한 장막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강진석이 보기에 장막 안에는 물이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강진석이 생각하는 이유는 감지된 리자드맨들이 전부 땅에 붙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 저 안에서는 마음 편히 스킬 쓸 수 있겠는데?'
현재 강진석이 사용 할 수 있는 스킬은 델칸의 아이스 스피어, 홍염의 숨결, 바람 칼날, 전기 사슬, 기운 흡수 총 5가지였고 대부분이 물속에서 사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예상대로 장막 안에 물이 없다면?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할 것이다.
'전부 때려잡아야 되나 했는데....'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분석을 이어 나갔다.
'내가 온 걸 확실히 알고 있네.'
도시 내 모든 리자드맨들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감지된 리자드맨들은 전부 분노한 상태로 강진석이 있는 방향을 경계하고 있었다.
이내 분석을 마친 강진석은 도시를 향해 이동하며 생각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겠는데.'
크기가 큰 만큼 리자드맨의 숫자가 많았다.
전부 죽이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됐다.
바로 그때였다.
"...!"
도시를 향해 나아가던 강진석은 이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주르륵 나타난 메시지 때문이었다.
[길드원들이 던전 '송정역'을 탈환했습니다.]
[요새 지배권을 획득합니다.]
.
.
.
강진석은 메시지를 꼼꼼히 확인했다.
이내 모든 메시지를 확인한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길드 관리창이 아니라 퀘스트창을 연 이유는 확인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찬란한 그날의 영광을(1)>
아래 조건을 충족하라!
[영역 상징 파괴 : 9 / 20]
[3차 제약 침공자 : 10 / 10]
퀘스트 보상 : 찬란한 방패 강화
완료 시 퀘스트 '찬란한 그날의 영광을(2)'이 생성됩니다.
완료 시 퀘스트 '혼돈의 구(1)'가 생성됩니다.
강진석이 확인하려는 것은 바로 해방 퀘스트 '찬란한 그날의 영광을(1)'이었다.
두 조건 중 3차 제약 침공자는 진즉 충족된 상태였다.
남은 것은 영역 상징 파괴뿐이었다.
'오르는구나?'
길드원들이 탈환해도 요새 지배권이 넘어온다.
그래서 혹시나 길드원들이 제단을 파괴해도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진짜로 올랐다.
'이러면 앞으로도....'
송정역같이 난도가 낮은 곳은 마음 편히 길드원들에게 맡겨도 될 것 같았다.
강진석은 활짝 웃으며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도시를 바라보며 고민했다.
'돌아가야 하나?'
길드원들을 보러 돌아갈지 아니면 마무리를 지을지 너무나 고민됐다.
'...그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차피 휴식해야 하니까.'
이제 막 탈환이 끝났다.
피로가 쌓였을 것이다.
휴식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다.
생각을 마친 강진석은 다시 도시를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 * *
5구역 대전사장 그아르의 거처.
그아르의 거처에는 현재 수많은 이들이 모여 있었다.
상석에 앉아 있는 그아르는 고개를 돌려 거처에 모인 이들을 보았다.
모인 이들은 전부 5구역을 이끄는 핵심들이었다.
물론 5구역의 핵심들이 전부 모인 것은 아니다.
지금 당장 모일 수 있는 이들만 모였다.
그리고 이들이 모인 이유는 그아르가 소집했기 때문이었고 그아르가 이들을 소집한 이유는 영역에 침입한 존재 때문이었다.
"...이 정도면 올 수 있는 이들은 전부 온 것 같습니다."
5구역의 2인자이자 총 훈련단장인 대전사장 무라그가 말했다.
무라그의 말에 그아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내가 긴급 소집을 한 이유는 다들 알다시피 침입자 때문이네."
"...진짜 인간이 침입한 것입니까?"
"규모는 어떻습니까?"
그아르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몇몇이 질문을 했다.
침입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누가 침입을 했는지, 얼마나 침입을 했는지는 몰라 무척이나 궁금한 상태였다.
여러 질문에 그아르는 재차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옆에 둥둥 떠 있던 거울이 그아르의 앞으로 날아왔다.
모든 리자드맨들의 시선이 거울로 향했고 그아르가 입을 열었다.
"조금 전 남쪽 입구에서 있었던 일이네."
그아르는 말을 마친 뒤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거울에 한 인간이 나타났다.
인간은 방패와 초록색 수정구를 들고 있었다.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엇?"
"설마 인간 하나입니까?"
"그럴 리가요. 이곳 지구의 인간일 텐데 혼자서 왔을 리가...."
인간의 존재에 많은 리자드맨들이 목소리를 내뱉었다.
"...."
그러나 그아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내 인간이 호수로 향했다.
그리고 곧 호수에서 동족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인간은 기다렸다는 듯 바람으로 만들어진 칼날을 방출했다.
"윈드 커터!"
"동시에 5개나?"
몇몇이 놀란 반응을 보였다.
놀란 이들은 전부 5구역에서 비주류라 불리는 '마법'의 길을 걷는 리자드맨들이었다.
반대로 전사의 길을 걷는 리자드맨들은 바람의 칼날을 보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전사 리자드맨들의 반응이 바뀌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어진 상황에 바로 경악했다.
바람의 칼날이 호수를 나선 동족들을 무참히 양단했다.
한둘이 당한 게 아니다.
호수를 나서는 모든 동족들이 죽임을 당했다.
"이, 이게 무슨!"
"내가 아는 그 윈드 커터라고?"
"다른 마법 아닙니까? 윈드 커터는 저 정도 파괴력이 아닐 텐데요!"
전사의 길을 걷는 리자드맨들이 마법의 길을 걷는 리자드맨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5구역 최고 마법사인 무라무라가 답했다.
"명칭의 차이일 뿐입니다. 여러분이 아시는 윈드 커터가 맞습니다."
전사 리자드맨들이 놀란 이유를 안다.
인간의 윈드 커터는 믿기 힘든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마법에 조예가 깊은 무라무라 역시 놀랐는데 전사 리자드맨들이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단지...."
무라무라는 말끝을 흐리며 거울 속 인간을 힐끔 보고 이어 말했다.
"저 인간이 강할 뿐입니다."
"무라무라님도 저 정도의 윈드 커터를 사용하실 수 있으십니까?"
"...네, 가능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무라무라 역시 일반 전사들을 단번에 양단 낼 파괴력의 윈드 커터를 사용할 줄 안다.
"그러나 저렇게나 많이 시전하지는 못할 것 같군요."
문제는 개수였다.
무라무라의 한계는 3개였다.
그런데 인간은 5개를 동시에 방출했다.
그것도 한 번으로 끝난 게 아니다.
계속해서 방출하고 있었다.
2가지 경우 중 하나다.
수준이 매우 높거나 혹은 바람 계열 마법에 특화됐거나.
'후자겠지.'
아무리 봐도 수준이 높은 것 같지는 않았다.
수준이 높았다면 윈드 커터가 아닌 다른 마법으로 일거에 쓸었을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엇, 인간의 수정구가 단검으로 변했는데요?"
한 리자드맨의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거울 속 인간의 손으로 향했다.
인간의 손에 들려 있던 초록색 수정구가 단검으로 변해 있었다.
무라무라는 단검을 보며 생각했다.
'뭐지? 갑자기 왜?'
어째서 수정구가 단검으로 변한 것일까?
자동으로 변한 것일까?
아니면 인간의 의지일까?
알 수가 없어 불안했다.
그리고 이내 호수에서 전사장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은 기다렸다는 듯 허공에 단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얼음으로 만들어진 창이 나타나 전사장들에게 날아갔다.
"아이스 스피어!"
무라무라는 경악하며 외쳤다.
바람 계열 마법에 특화된 존재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스 스피어를 사용하다니?
'파괴력이 약할 것 같지는 않은데....'
직접 마주한 게 아니라 아이스 스피어의 위력을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윈드 커터의 위력만 봐도 예상이 됐다.
결코 약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무라무라의 예상은 정확했다.
"어찌 물의 권능이!"
"저게 무슨!"
"허어...."
전사장들은 아이스 스피어를 막기 위해 물의 권능을 사용했다.
그아르를 제외한 모든 리자드맨들은 물의 권능이 아이스 스피어를 파괴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파괴된 것은 아이스 스피어가 아닌 물의 권능이었다.
거기다 아이스 스피어의 속도는 그대로였다.
조금도 느려지지 않았다.
영향을 주지 못한 게 분명했다.
이어 아이스 스피어가 전사장들에게 작렬했고 그렇게 전사장들의 죽음으로 영상이 끊겼다.
그리고 몇몇이 착잡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내뱉었다.
"...무라무라 님 말대로 엄청난 마법사군요."
"인간 중에 저런 실력자가 있을 줄이야...."
"2차 제약이 조기 해제된 것을 보고 심상치 않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여러 목소리를 들으며 그아르가 입을 열었다.
"감탄이나 하자고 자네들을 소집한 게 아니네. 조금 전 인간이 호수로 들어왔네. 곧 도시에 도착하겠지."
호수 내부를 구경하기 위해 온 것은 아닐 것이다.
분명 도시에 방문할 것이다.
그리고 방문 목적은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다.
"불마진을 발동시킬까 하는데 다들 어떻게 생각하나?"
"헛!"
"...!"
"불마진을...!"
이어진 그아르의 말에 많은 이들이 놀란 반응을 보였다.
특히 무라무라를 포함해 마법의 길을 걷는 리자드맨들은 전부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불마진은 5구역 최후 방어 수단 중 하나로 마법을 무력화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 마법진이었다.
물론 모든 마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육체 내부까지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영향을 끼치는 것은 육체 외부에 발현되는 마법뿐이다.
육체 강화 마법은 사용이 가능했다.
"...불마진까지 발동시킬 필요가 있을까요?"
무라무라가 입을 열었다.
인간이 강하다고는 하나 불마진까지 발동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불마진을 발동시키면 무라무라를 포함한 마법의 길을 걷는 리자드맨들 역시 힘을 쓸 수가 없다.
무력하게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이다.
"불마진 없이 인간을 잡으려면 많은 전사들이 죽을걸세."
"...."
그러나 이어진 그아르의 말에 무라무라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아르의 말대로 불마진을 발동시키지 않고 인간을 죽이려면 수많은 전사가 죽을 것이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불마진을 발동시키는 게 맞다.
무라무라의 침묵으로 둘의 대화가 끝나자마자 눈치를 살피던 무라그가 입을 열었다.
"근데 불마진을 발동시키면 인간 녀석이 눈치를 채고 도망치지 않을까요?"
"알고 있네. 미리 발동하면 분명 도망치겠지."
불마진은 발동과 동시에 막대한 기운을 뿜어낸다.
인간이 도시로 진입하기 전 불마진을 발동하면 분명 인간은 도망칠 것이다.
"그래서 녀석이 도망치지 못하게 어느 정도 들어왔을 때 발동하려 하네."
도시 깊숙이 들어왔을 때 불마진을 발동시킨다면?
공간이동 마법도 사용이 불가능하다.
도망치려면 직접 뛰어 도망쳐야 한다.
그아르는 인간 마법사들의 육체 능력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마법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아닌, 무척이나 연약한 이들이었다.
이번에 침입한 인간 마법사 역시 도시를 벗어나기 전 죽을 것이다.
제143화
143.
"좋은 생각이십니다!"
"인간 마법사의 표정이 벌써부터 궁금해지는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흐흐."
그아르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아르가 이어 말했다.
"지금 다들 구역으로 돌아가 중앙으로 집결시켜 주게. 인간이 도착하기 전에."
"예!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집결시키러 가보겠습니다!"
"이따 뵙겠습니다."
그아르의 말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거처를 떠났다.
그리고 모든 이들이 떠나자 그아르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구석으로 향했다.
구석에는 녹색 상자와 붉은 상자가 하나씩 놓여 있었다.
녹색 상자 안에는 불마진 발동에 필요한 재료가, 붉은 상자 안에는 혈폭진 발동에 필요한 재료가 들어 있었다.
그아르는 녹색 상자를 열며 생각했다.
'벌써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불마진이든 혈폭진이든 아무리 빨라도 3차 제약이 해제된 이후에나 사용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빨리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본부에는 무어라 보고해야 하나....'
* * *
'뭐지?'
도시 근처에 도착한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어딜 가는 거지?'
성벽을 지키고 있던 리자드맨들이 도시 안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문제는 성벽을 지키는 리자드맨들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미 안쪽에 있던 리자드맨들도 전부 안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수상한데?'
모든 리자드맨들이 안쪽으로 향한다?
누가 봐도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무척이나 수상한 상황이었다.
대체 무슨 일인 것일까?
강진석은 잠시 미간을 찌푸린 채 생각했다.
'설마 석상을 지키러?'
오르드 부족의 영역 상징인 '석상'.
혹시 석상을 지키러 가는 게 아닐까?
'...곧 알 수 있겠지.'
강진석은 생각을 끝냈다.
그리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성벽에 도착했고 지키고 있는 리자드맨이 한 마리도 없어 강진석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성벽을 지나칠 수 있었다.
그렇게 성벽을 지나 도시에 진입한 순간 강진석은 몸이 한층 무거워짐을 느꼈다.
영역 디버프가 강력해졌기 때문이었다.
'...어?'
강진석은 당황했다.
물론 영역 디버프가 강력해져서 당황한 것은 아니었다.
디버프 강화는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강진석이 당황한 이유는 진입과 동시에 나타난 수많은 메시지 때문이었다.
[퀘스트 '대전사장 무라그'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대마법사장 무라무라'가 생성됐습니다.]
.
.
전부 퀘스트 생성 메시지였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전부 확인 후 확신했다.
'4차는 확실히 아니네.'
5구역의 보스 몬스터인 대전사장 그아르.
4차 제약 침공자가 아닐 것이라 생각하고 있기는 했다.
그런데 이번에 생성된 퀘스트들을 보니 100% 확실해졌다.
그아르는 4차 제약 침공자가 확실히 아니다.
4차 제약 침공자라고 하기에는 대전사장이 너무나 많았다.
'설마 2차 제약 침공자인 건 아니겠지...?'
5구역에는 그아르를 포함해 대전사장이 10마리나 있었다.
거기다 대전사장과 동급으로 추정되는 대마법사장도 2마리나 있었다.
숫자가 워낙 많아 3차 제약 침공자도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2차는 아니겠지. 도시 크기 생각하면....'
강진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이번에 생성된 퀘스트들을 확인했다.
<대전사장 무라그>
오르드 부족 5구역의 대전사장 무라그.
무라그는 5구역의 2인자이자 총 훈련단장이다.
.
.
무라그를 처치하라!
퀘스트 보상 : ???
<대마법사장 무라무라>
오르드 부족 5구역의 대마법사장 무라무라.
.
.
무라무라를 처치하라!
퀘스트 보상 : ???
'...특별한 건 없네.'
특별한 정보가 있지 않을까 꼼꼼히 확인했다.
그러나 특별한 정보는 없었다.
퀘스트 구성은 똑같았고 알 수 있는 것은 계급과 보직뿐이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주변을 살피며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없는 게 없구나.'
집만 있는 게 아니었다.
물품을 판매하는 상점도 존재했고 식당으로 추정되는 장소도 여럿 보였다.
저벅!
얼마 뒤 강진석은 걸음을 멈췄다.
리자드맨들을 마주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여기가 훈련장인가?'
바닥에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었고 오크 형태의 허수아비가 다수 존재했다.
리자드맨들의 훈련장으로 추정됐다.
'마법진만 파괴하면 되니까.'
퀘스트 '훈련장 파괴'의 조건은 마법진 파괴였다.
훈련장에 설치된 마법진은 중점이 12개나 되는 무척이나 거대하고 수준 높은 마법진이었다.
그러나 자체 방어 기능도 없고 방어하는 리자드맨도 없었다.
강진석은 바람 칼날을 날려 중점을 하나하나 파괴하기 시작했다.
중점이 파괴될 때마다 마법진의 기운이 약해졌다.
그리고 9개가 파괴됐을 때.
쩌저적!
마법진이 완전히 파괴되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 '훈련장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50만 상승합니다.]
[요새 포인트가 25만 상승합니다.]
[퀘스트 '훈련장 파괴2'가 생성됐습니다.]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훈련장 파괴2?'
연계 퀘스트가 존재했다.
강진석은 바로 퀘스트창을 열었다.
<훈련장 파괴2>
훈련장에는 리자드맨들의 힘이 급속도로 강해지는 마법진이 각인되어 있다.
마법진을 파괴해 리자드맨들의 성장을 약화하라!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훈련장 파괴2'는 '훈련장 파괴'와 똑같았다.
다른 것은 퀘스트명에 숫자 '2'가 붙은 것뿐이었다.
'하나가 끝이 아니었구나?'
조금 전 파괴한 훈련장과 매우 흡사한 장소가 여럿 감지됐다.
처음에는 훈련장이 하나인 줄 알고 어떤 곳일까 궁금했는데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전부 훈련장으로 추정됐다.
'아주 쏠쏠하겠는데?'
현재 위치에서 감지된 훈련장만 8개였다.
퀘스트 보상이 같다면?
기본 포인트 400만에 요새 포인트 200만을 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 8개가 끝이 아닐 수도 있다.
감지되지 않는 지역에도 훈련장이 있을 수 있다.
'다른 것도 여러 개 있으려나?'
도시에서 파괴해야 될 것은 훈련장뿐만이 아니다.
재배지, 부화장, 대장간 등 다양했다.
'그래, 감지되는 곳들 보면....'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훈련장에서 나와 다음 장소로 향했다.
그렇게 다음 훈련장에 도착한 그 순간.
우웅!
바닥이 빛나기 시작했다.
훈련장 마법진이 뿜어내는 빛이 아니다.
처음 보는 마법진이 뿜어내는 빛이었다.
문제는 해당 마법진의 범위였다.
훈련장뿐만 아니라 강진석의 시야가 닿는 모든 곳 아니, 초감각으로 감지할 수 있는 모든 곳을 포함할 정도로 마법진의 범위는 넓었다.
범위만 넓은 게 아니다.
엄청난 기운이 느껴졌다.
'이게 뭐지?'
심상치 않았다.
강진석은 재빨리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그리고 때마침 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불마진이 발동됐습니다.]
[외부 발현 스킬이 대폭 약화됩니다.]
[이동 스킬이 봉인됩니다.]
[던전 내 모든 보상이 대폭 강화됩니다.]
[퀘스트 '섬멸 혹은 탈출'이 생성됐습니다.]
"...!"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스킬이 대폭 약화된다고?'
마법진의 정체는 '불마진'이었다.
그리고 불마진의 효과는 외부 발현 스킬 약화와 이동 스킬 봉인이었다.
강진석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메시지를 바라보며 바람 칼날을 방출했다.
스아....
스아....
5개의 바람 칼날은 방출과 동시에 흩어져 사라졌다.
강진석은 혼돈의 구를 단검으로 변환해 델칸의 아이스 스피어를 방출했다.
바람 칼날처럼 바로 흩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바로 흩어지지 않았을 뿐 3초를 넘기지 못했다.
홍염의 숨결 역시 마찬가지였다.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 정도면 약화가 아니라 그냥 봉인인데?'
코앞에서 사용해도 제대로 된 피해를 줄 수 없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혼돈의 구를 몽둥이로 변환했다.
'근데 왜 공간이동은 사용이 가능할 것 같지?'
불마진의 효과는 스킬 약화만 있는 게 아니다.
이동 스킬 봉인도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공간이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강진석은 가장 가까이 있는 훈련장 중점으로 공간이동을 시전했다.
스앗!
그리고 목적지에 정상적으로 도착할 수 있었다.
'...이러면 비행도?'
강진석은 의지를 발현했다.
그러자 몸이 두둥실 떠올랐다.
공간이동과 마찬가지로 비행 역시 정상적으로 사용이 가능했다.
강진석은 다시 지상으로 내려왔다.
'스킬로 안 치나 보네.'
확실하지는 않지만 스킬창에서 습득한 이동 스킬이나 아티펙트에 내장된 이동 스킬만 봉인하는 것 같았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몽둥이를 휘둘러 중점을 파괴했다.
그리고 다음 중점으로 향하며 퀘스트창을 열어 조금 전 생성된 퀘스트 '섬멸 혹은 탈출'을 확인했다.
<섬멸 혹은 탈출>
5구역의 최후 방어 수단 중 하나인 '불마진'이 발동됐다.
당신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2가지다.
불마진의 근원인 오르드 부족의 '석상'을 파괴하거나 혹은 불마진 밖으로 도망치는 것.
당신의 선택은?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석상 파괴' 완료 시 완료됩니다.
불마진을 벗어날 경우 완료됩니다.
이미 답이 정해져 있는 퀘스트였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고 다시 메시지를 힐끔 보았다.
그리고 씨익 웃었다.
'얼마나 강화됐으려나?'
불마진 덕분에 던전 내 모든 보상이 대폭 강화됐다.
앞서 보상 강화를 겪어 보았기에 무척 기대됐다.
과연 보상이 얼마나 뻥튀기됐을까?
강진석은 기대가 가득한 얼굴로 중점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훈련장 마법진이 파괴되며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퀘스트 '훈련장 파괴2'를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100만 상승합니다.]
[요새 포인트가 50만 상승합니다.]
[퀘스트 '훈련장 파괴3'이 생성됐습니다.]
'2배구나?'
강화되기 전에 완료한 퀘스트 '훈련장 파괴'의 보상은 기본 포인트 50만, 요새 포인트 25만이었다.
정확히 2배로 늘어났다.
'그럼 다른 것들도 다 2배려나?'
강진석은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훈련장을 나와 다음 장소로 향했다.
저벅!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강진석은 걸음을 멈췄다.
"...!"
그리고 눈을 번뜩이며 도시 안쪽을 바라보았다.
초감각 끝자락에 새로운 리자드맨 10마리가 감지됐다.
10마리는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당연히 일반 리자드맨들이 아니었다.
한 마리도 빠짐없이 전부 3차 제약 침공자와 기운이 비슷했다.
대전사장이나 대마법사장으로 추정됐다.
'처음부터 보스급들이 나설 줄이야.'
앞서 탈환한 던전들은 전부 보스들이 뒤늦게 나타났다.
그래서 지금 상황이 의외였다.
강진석은 왜 보스급 존재들이 먼저 나타난 것일까 생각했다.
'불마진 때문인가?'
아무리 봐도 불마진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뭐든.'
물론 불마진 때문이 아닐 수 있다.
다른 이유로 나선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든 상관없다.
강진석은 리자드맨들을 향해 마주 다가가며 생각했다.
'포인트를 얼마나 주려나?'
제144화
144.
3차 제약 침공자 10마리다.
그러나 강진석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포인트 생각에 흥분이 됐다.
'제약까지 완화하면....'
일시적으로 제약을 완화한 3차 제약 침공자들이 다수 모여 있을 경우 관련 보상이 대폭 강화된다.
이미 모든 보상이 대폭 강화된 상태에서 한 번 더 강화가 된다?
상상만으로 짜릿했다.
강진석은 속도를 높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리자드맨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다양하네.'
일반 리자드맨들은 대부분이 창을 들고 있었다.
그러나 3차 제약 침공자들은 삼지창, 대검, 도끼 등 무기의 종류가 무척 다양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전부 아티펙트였다.
강진석은 씨익 웃었다.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기운을 보면 범상치 않았다.
벌써부터 효과가 기대됐다.
강진석은 몽둥이를 쥔 손에 힘을 줬다.
그리고 리자드맨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크륵?
-크륵...?
리자드맨들은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왜 당황해?'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다 알고 왔을 것인데 왜 당황하는 것일까?
'내가 도망치지 않아서?'
리자드맨들의 생각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강진석이 보기에 당황해할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도망치지 않고 당당히 다가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바로 그때.
-크륵!!!
가장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던 리자드맨이 외쳤다.
-크륵!
-크르륵!
그러자 양옆에 있던 두 리자드맨이 따라 괴성을 내뱉으며 앞으로 나섰다.
강진석과 두 리자드맨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고.
후웅! 후웅!
두 리자드맨이 도끼와 몽둥이를 휘둘렀다.
강진석은 도끼와 몽둥이를 피하며 생각했다.
'일단 파악부터 해볼까.'
3차 제약 리자드맨들과 맞붙는 것은 처음이었다.
전투 능력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고블린, 오크와 얼마나 차이 날까?
후웅! 후웅!
두 리자드맨의 공격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물론 두 리자드맨의 공격이 강진석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최소한의 간격으로 강진석은 모든 공격을 피해 냈다.
아슬아슬하게 피해 내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나 여유가 있어 최소한의 간극으로 피해 내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여유가 있다는 것은 강진석만 아는 사실이었다.
두 리자드맨은 더욱 열심히 공격을 이어 나갔다.
'근데....'
강진석은 공격을 피하며 생각했다.
'이 녀석들도 못 쓰나?'
불마진 때문에 강진석은 스킬이 봉인되어 있는 상태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리자드맨들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불마진을 발동시킨 게 리자드맨들이기에.
그런데 단순히 무기만 휘두르는 것을 보니 리자드맨들 또한 스킬 사용이 불가능한 것 같았다.
'이건 아쉽네.'
3차 리자드맨들의 이능을 보고 싶었다.
향후 분명 이능을 겪게 될 것이기에.
그래서 지금 상황이 너무 아쉬웠다.
그리고 강진석이 아쉬움을 느낀 그 순간.
-크륵...?
-크륵?
드디어 리자드맨들이 계속해서 빗나가는 공격에 의아함을 품었다.
강진석은 리자드맨들의 반응에 이제 공격을 시작하기로 결정하고 몽둥이를 휘둘렀다.
* * *
'...뭐지?'
그아르는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저런 몸놀림을....'
대전사장 무라그와 델리스만이 인간을 죽이기 위해 나섰다.
그런데 무라그와 델리스만이 전력을 다하고 있음에도 인간에게 공격을 적중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도 단 한 번도.
'운이 아니야.'
아슬아슬하게 피해내고 있기는 했다.
처음에는 운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운이 아니었다.
인간의 실력이었다.
그래서 문제였다.
아슬아슬하게 피해 낼 정도로 여유가 있다는 뜻이기에.
'설마 마법사가 아니었나?'
마법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마법사라 생각했다.
그런데 몸놀림을 보니 마법사 같지 않았다.
마법사가 어찌 이런 몸놀림을 가지고 있겠는가?
'아니, 분명 마법사인데.'
그러나 윈드 커터와 아이스 스피어를 사용하던 그 인간 마법사가 분명했다.
바로 그때였다.
피하기만 하던 인간이 무라그를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후웅!
몽둥이의 속도는 빨랐다.
그아르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였다.
당연히 무라그도 피하지 못했고 그대로 몽둥이가 무라그의 어깨에 작렬했다.
쾅!
그리고 폭음이 울려 퍼졌다.
그아르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몽둥이에서 어찌 이런 폭음이 발생한단 말인가?
잠시 넋이 나가 있던 그아르는 인간이 재차 몽둥이를 들자 정신을 차리고 무라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무라그는 넋이 나가 있었다.
조금 전 공격에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이러면...!'
무라그가 위험하다.
몽둥이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겠지만 무라그의 상태를 보니 몇 번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다들 정신 차리게나!"
그아르는 무라그를 구출하기 위해 뛰쳐나가며 외쳤다.
멍한 상태에 빠져 있던 대전사장들은 그아르의 외침에 정신을 차리고 뒤따라 뛰쳐나갔다.
그리고 무라그 옆에 있던 델리스만이 인간을 향해 창을 뻗었다.
그아르는 안도했다.
이대로 몽둥이를 휘두르면 델리스만의 창이 인간을 꿰뚫을 것이다.
즉, 인간은 창을 피할 수밖에 없고 몽둥이를 휘두르지 못할 것이다.
'...?!'
그러나 이어진 상황에 그아르는 경악했다.
인간은 델리스만의 창을 피하지 않았다.
몽둥이를 휘두르는 데 집중했다.
설마 피해를 감수하고 무라그를 죽일 생각인 것일까?
쾅!
먼저 몽둥이가 작렬하며 폭음이 울려 퍼졌다.
이어 델리스만의 창이 인간의 옆구리에 작렬했다.
팅!
그리고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
쇳소리를 듣고 그아르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이런 미친!'
그아르는 델리스만의 섬창이 얼마나 단단한지 알고 있다.
그런데 쇳소리가 나다니?
인간의 육체가 섬창 못지않게 단단하다는 뜻인데 믿기 힘들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인간은 조금도 밀려나지 않았다.
델리스만의 힘은 5구역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강했다.
그런데 밀려나지 않는다니?
'...설마.'
문득 든 생각에 그아르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인간이 아닌 건가?'
인간의 육체가 섬창만큼 단단하고 힘이 강하다?
아무리 봐도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예상대로 인간이 아니라면?
'설마 폴리모프를 한 드래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드래곤이었다.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한 드래곤이라면 지금 상황이 전부 설명된다.
'그럴 리가....'
그러나 드래곤일 확률은 0에 가까웠다.
'5차 제약자들이 영역을 벗어났을 리 없다.'
시험에 참가한 드래곤들은 전부 5차 제약을 받았다.
5차 제약을 받은 이들이 영역을 벗어났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법칙들이 허용해 줄 리 없다.
'그럼....'
그래서 더 의문이었다.
뛰어난 마법 실력 그리고 인간 같지 않은 강력한 육체.
대체 정체가 무엇일까?
쾅!
바로 그때였다.
재차 굉음이 울려 퍼졌고 그아르는 정신을 차렸다.
'이럴 때가 아니야!'
지금 중요한 것은 인간의 정체가 아니었다.
"다들 제약을 해제해서 전력을 다하게나!"그아르는 주변을 향해 외치며 그와 동시에 기운을 강제로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허용된 수치 이상으로 기운이 커졌고 그 순간 그아르는 느낄 수 있었다.
1시간 뒤 영구적으로 기운의 일부가 소실될 것을.
'후....'
그아르는 속으로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불마진도 모자라 제약까지....'
불마진을 발동한 상태에서 제약까지 완화하다니?
지금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어쩌다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된 것일까?
그러나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인간은 무라그를 향해 다시 몽둥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아르는 전력을 다해 인간에게 달려들었다.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그리고 그아르는 인간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생각했다.
'이번에도 무시해 줬으면 좋겠는데.'
앞서 인간은 델리스만의 섬창을 무시했다.
그아르는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섬창 때처럼 이번에도 무시해 주기를.
그도 그럴 것이 그아르는 자신 있었다.
제약까지 완화했는데 이번 공격이 먹히지 않을 리 없다.
만에 하나 공격이 먹히지 않는다?
'그럴 리 없다!'
다행히 인간은 이번에도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인간의 어깨에 그아르의 검이 작렬했다.
핏!
그아르의 검은 인간의 어깨를 파고들었다.
그러나 그아르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파고들었다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파고든 정도가 미세했기 때문이었다.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작은 생채기 수준으로 추정됐다.
그아르는 깨달았다.
'괴물....'
대적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 * *
강진석은 죽어가는 리자드맨에게 재차 몽둥이를 휘두르며 생각했다.
'와, 기운을 뚫고 상처를 냈네?'
기운을 운용해 육체를 강화하고 전신에 보호막을 만들어 둔 상태였다.
그런데 조금 전 어깨에 작렬한 검이 보호막을 뚫고 피부를 미세하게 파고들었다.
'기운 안 둘렀으면....'
만약 기운으로 보호막을 만들지 않았거나 육체를 강화하지 않았다면?
그냥 넘길 수 없는 수준의 상처가 났을 것이다.
'어쨌든 물러났으니까.'
상처를 낸 리자드맨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물러나고 있었다.
당장은 공격을 해올 것 같지 않았다.
'마무리부터 짓자.'
이제 한 번만 더 공격하면 눈앞의 리자드맨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몽둥이를 휘두르며 메시지를 힐끔 보았다.
[그아르가 제물을 바쳐 일시적으로 제약을 완화합니다.]
[60분 뒤 그아르의 모든 능력치가 50% 약화됩니다.]
.
.
[델리스만이 제물을 바쳐 일시적으로 제약을 완화합니다.]
[50분 뒤 델리스만의 모든 능력치가 30% 약화됩니다.]
[일시적으로 제약을 완화한 3차 제약 침공자들이 다수 모여 있습니다.]
[모든 3차 제약 침공자 관련 보상이 대폭 강화됩니다.]
예상대로 보상이 한 번 더 대폭 강화된 상태였다.
기본적으로 리자드맨은 같은 수준의 고블린, 오크보다 보상이 뛰어났다.
그래서 기대가 됐다.
그렇지 않아도 뛰어난 보상이 두 번 강화된 지금.
얼마나 많은 보상이 주어질지.
쾅!
이내 몽둥이가 작렬했고.
스아앗!
빛과 함께 리자드맨의 육체가 사라졌다.
그리고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오르드 부족의 대전사장 무라그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500만 상승합니다.]
.
.
메시지를 통해 강진석은 리자드맨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5구역의 2인자 무라그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체가 아니었다.
보상이었다.
'500만이나....'
기본 포인트가 500만이나 주어졌다.
당연히 500만이 끝이 아니었다.
[퀘스트 '대전사장 무라그'를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1000만 상승합니다.]
[요새 포인트가 500만 상승합니다.]
[리자드맨의 상급 영혼석을 획득했습니다.]
.
.
퀘스트 보상이 어마어마했다.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남은 아홉 리자드맨을 보았다.
무라그의 죽음 때문일까?
리자드맨들은 거리를 벌린 채 혼란스러운 얼굴로 경계하고 있었다.
'마리당 1500만으로 계산하면....'
무라그는 2인자였다.
보상이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크게 차이 나지도 않을 것이다.
'1억 3500만....'
계산을 마친 강진석은 싱긋 웃었다.
제145화
145.
'요새 포인트는 4500만일 테고.'
기본 포인트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요새 포인트도 500만이나 제공됐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저마다 퀘스트를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즉, 요새 포인트 또한 4500만 정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거기서 끝이냐?
아니다.
퀘스트 보상은 기본 포인트, 요새 포인트 말고도 무척 다양했다.
방금 완료된 '대전사장 무라그'의 경우 리자드맨의 상급 영혼석을 포함해 10가지가 보상으로 제공됐다.
'안쪽에도 많이 남아 있고.'
거기다 여기에 있는 리자드맨들이 끝이 아니다.
도시에는 아직 수많은 리자드맨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파괴해야 할 장소도 많았다.
'비교가 안 되네.'
앞서 방문한 그 어떤 던전보다도 보상이 뛰어났다.
애초에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일 정도였다.
'오길 너무 잘했다.'
도시에 방문하길 참으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상에 대한 생각을 마친 강진석은 남은 아홉 중 가장 강한, 조금 전 어깨에 상처를 낸 리자드맨을 보았다.
'저 녀석이 그아르겠지?'
단순히 가장 강하기 때문에 그아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리자드맨이 괴성을 내뱉을 때마다 다른 리자드맨들이 움직였다.
즉, 명령을 내리는 존재다.
그뿐만이 아니다.
가장 먼저 완화 메시지가 나타난 게 '그아르'였다.
그리고 가장 먼저 기운이 강렬해진 것도 지금 바라보고 있는 리자드맨이었다.
여러 상황을 종합하면 그아르일 확률이 100%였다.
'일단 그아르부터.'
강진석은 그아르를 향해 달려들었다.
-크륵!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고 그아르는 움찔하며 검을 휘둘렀다.
강진석은 검을 쳐내기 위해 몽둥이를 마주 휘둘렀다.
물론 이렇게 하면 추후 얻게 될 검의 내구도가 손상되겠지만 어쩔 수 없다.
온전히 얻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인데 잡아야 할 이들이 너무 많았다.
텅!
이내 몽둥이와 검이 마주했고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검이 튕겨 나가며 그아르의 가슴이 활짝 열렸다.
강진석은 그대로 그아르의 품으로 파고들며 몽둥이를 휘둘렀다.
쾅!
그아르의 가슴에 몽둥이가 작렬했고 폭음과 함께 그아르가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그리고 강진석은 바로 따라붙어 재차 몽둥이를 휘두르며 생각했다.
'완화해서 그런가?'
조금 전 죽인 무라그는 몽둥이가 작렬한 순간 기절한 것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나 그아르는 달랐다.
제약이 완화되어 강해졌기 때문인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지만 똑바로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물론 정신을 차리고 있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쾅!
재차 몽둥이가 작렬하며 폭음이 울려 퍼졌다.
처음과 달리 그아르는 몽둥이의 힘에 저항하지 않았다.
그대로 몽둥이의 힘을 이용해 뒤로 쭉 날아갔다.
거리를 벌리려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의미 없는 짓이었다.
강진석은 그아르가 날아가는 방향 앞쪽으로 공간이동을 했다.
그리고 날아오는 그아르를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쾅!
그아르의 등에 몽둥이가 작렬했고 폭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아르는 그대로 허리가 꺾인 채 앞으로 날아갔다.
강진석은 그아르의 앞쪽으로 공간이동을 했다.
그리고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날아오는 그아르를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쾅! 쾅!
그렇게 쉬지 않고 강진석은 몽둥이를 휘둘렀고 그아르의 기운이 움푹움푹 줄어들었다.
스아앗!
얼마 뒤 빛과 함께 그아르의 육체가 사라졌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오르드 부족의 5구역장 그아르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700만 상승합니다.]
.
.
"...!"
힐끔 메시지를 살피던 강진석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퀘스트 '대전사장 그아르'를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1500만 상승합니다.]
[요새 포인트가 750만 상승합니다.]
.
.
예상했던 것보다 보상이 훨씬 컸기 때문이었다.
2인자인 무라그와 차이가 상당했다.
'보스라서 그런가?'
대전사장이라는 계급은 같았다.
그러나 보직은 달랐다.
5구역의 구역장은 그아르였다.
보스급이 아닌 진짜 '보스'였다.
보상이 차이 나는 이유는 아마도 보직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근데 이러면....'
강진석은 남은 리자드맨들을 보았다.
무라그 때보다 훨씬 더 충격받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생각보다 보상이 약할 수 있겠는데.'
1인자인 그아르, 2인자인 무라그의 보상 차이를 생각하면 남은 리자드맨들의 보상은 생각과 다를 가능성이 높았다.
강진석은 아쉬운 표정을 지은 채 가장 가까이 있는 리자드맨에게 달려들었다.
* * *
스아앗!
마지막 대전사장 빌레드의 육체가 빛나며 사라졌다.
그리고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오르드 부족의 대전사장 빌레드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470만 상승합니다.]
.
.
[작은 생명의 뿌리를 획득했습니다.]
보상을 확인한 강진석은 안도했다.
'크게 차이 없어서 다행이야.'
그아르와 무라그의 보상 차이가 심했다.
그래서 남은 리자드맨들의 보상이 걱정됐었다.
그런데 괜한 걱정이었다.
차이가 나기는 했으나 걱정했던 만큼은 아니었다.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곳곳을 돌아다니며 아티펙트 수거를 시작했다.
'...오?'
수거하던 중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강진석의 눈을 번뜩이게 한 아티펙트는 자루를 포함한 모든 것이 붉은 손도끼였다.
'파이어 월!'
눈을 번뜩인 이유는 내장 스킬 때문이었다.
손도끼에는 스킬 '파이어 월'이 내장되어 있었다.
'근데 사용 방법이 좀....'
강진석은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확인을 위해 도끼에 기운을 주입했다.
그리고 도끼를 휘둘러 바닥을 찍었다.
그와 동시에 도끼에 주입되어 있던 기운 일부가 바닥에 자리 잡았다.
강진석은 살짝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의지를 발현했다.
화르륵!
그러자 도끼가 작렬했던, 기운이 자리 잡은 바닥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그러나 불마진 때문일까?
불길은 바로 사그라들었다.
'그래도 파괴력은 괜찮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도끼를 보았다.
'근데 꼭 찍어야 하나?'
사용 방법은 발동하고 싶은 장소를 도끼로 찍어 표식을 남긴 뒤 표식이 사라지기 전 의지를 발현하는 것이었다.
꼭 도끼로 찍어야 하는 것일까?
그냥 기운을 남기면 안되는 것일까?
강진석은 확인을 위해 다시 도끼를 휘둘렀다.
그러자 기운의 일부가 방출되어 바닥에 작렬했다.
쿵....
바닥이 살짝 파이며 기운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강진석은 기운이 사라지기 전 의지를 발현했다.
그러자 불의 장벽이 등장했다.
물론 이번에도 등장 후 바로 사그라들기는 했다.
'되네.'
강진석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정도면 저장해도 되겠어.'
혹시나 표식을 남기는 방법이 직접 찍는 것밖에 없었다면?
혼돈의 구에 저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기운 방출로도 표식이 남는 것을 확인했으니 저장할 가치가 있었다.
강진석은 바로 손도끼를 혼돈의 구에 저장했다.
그리고 어떻게 강화가 되었는지 확인했다.
'동시에 2개라....'
기존에는 지속할 수 있는 파이어 월의 숫자가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혼돈의 구에 저장되어 강화된 덕분에 동시에 2개까지 지속이 가능해졌다.
물론 개수만 늘어난 것은 아니다.
지속 시간도 늘어났고 파괴력도 늘어났다.
'나쁘지 않네.'
강진석은 싱긋 웃었다.
그리고 마저 확인을 이어 나갔다.
확인을 하면 할수록 입가의 미소는 점점 옅어졌다.
이내 마지막 아티펙트를 확인한 강진석의 입가에는 미소가 완전히 사라졌고 대신 아쉬움만이 남았다.
'...전사들이라 그런가?'
액티브 스킬이 내장된 아티펙트는 손도끼뿐이었다.
그 외에는 전부 패시브 스킬만 내장되어 있었다.
스윽.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도시 안쪽을 보았다.
'대마법사장들은 좋은 거 가지고 있을까?'
이제 5구역에 남은 3차 제약 침공자는 대마법사장 2마리뿐이었다.
그들은 어떤 아티펙트를 가지고 있을까?
'상자 개봉은 나중에 하는 걸로 하고.'
이번 전투에서 가온 팔찌의 전환율이 3번이나 100%를 달성했다.
그리고 3번 전부 '상급 재료 랜덤 박스'가 나왔다.
개봉했을 때 어떤 것들이 나오는지 앞서 확인해 봤기에 크게 궁금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도시 청소가 끝나지 않았다.
강진석은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도망칠 수도 있으니 리자드맨들 먼저 제거할까? 아니면 가면서 꼼꼼히?'
* * *
"...."
무라무라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그아르가 남기고 간 거울을 바라볼 뿐이었다.
멍한 상태에 빠진 것은 무라무라 뿐만이 아니었다.
5구역에서 무라무라 다음으로 마법에 조예가 깊은 대마법사장 아르아르 역시 멍하니 거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리자드맨이 멍한 상태에 빠진 이유는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모든 대전사장이 침입한 인간을 죽이기 위해 떠났다.
떠날 때까지만 하더라도 금방 죽이고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다.
불마진이 발동되어 인간 마법사의 수준이 제아무리 뛰어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그런데 상황은 예상과 정반대로 흘러갔다.
인간은 대전사장들을 하나하나 죽여나갔다.
당연히 마법을 사용해 죽인 게 아니다.
직접 때려죽였다.
잘못 본 게 아니다.
거울을 통해 똑똑히 보았다.
'이게 대체....'
이내 정신을 차린 무라무라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조금 전 인간의 육체 능력을 떠올렸다.
'...전하의 전사들과 비슷했다.'
오르드 부족의 왕이자 최강자 '케잔'.
그리고 케잔의 가르침을 받은 '왕의 전사들'.
무라무라가 보기에 인간의 육체 능력은 왕의 전사들과 비교해도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
문제는 비교 대상이 현시점의 '왕의 전사들'이 아니라 '제약을 받지 않은' 상태인 왕의 전사들이라는 점이었다.
즉, 지금 당장 인간과 왕의 전사들이 맞붙는다면?
왕의 전사들이 패배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조금 전 인간이 보여준 육체 능력은 강력했다.
무라무라는 인상을 구겼다.
'마법 실력도 범상치 않은데....'
인간은 육체 능력만 강한 게 아니다.
마법 실력도 무척 뛰어났다.
'이곳 지구의 인간이 아닌 건가? 애초에 인간이긴 한가?'
여러 생각이 떠올라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바로 그때였다.
"어, 어떻게 하죠?"아르아르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물었다.
"일단 왕께 보고드리고...."
무라무라는 물음에 답하며 고개를 돌려 구석을 보았다.
그리고 구석에 있는 두 상자 중 붉은 상자를 바라보며 이어 말했다.
"혈폭진을 발동시킵시다."불마진을 해제하는 것은 의미 없다.
인간의 마법 실력을 생각하면 지금보다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다.
"...혈폭진으로 인간을 막을 수 있을까요?"
"못 막겠죠. 그래도 명령이 내려올 시간은 충분히 벌 수 있을 겁니다."
* * *
강진석은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이제 한 개만 더 부수면....'
훈련장에 설치된 마법진의 중점 12개 중 8개를 파괴했다.
앞으로 한 개만 더 부수면 파괴될 것이고 퀘스트가 완료될 것이다.
저벅!
강진석은 걸음을 멈췄다.
중점 앞에 도착했기 때문이 아니다.
새로이 나타난 메시지 때문이었다.
[혈폭진이 발동됐습니다.]
[모든 리자드맨들의 능력이 대폭 강화됩니다.]
[던전 내 모든 보상이 대폭 강화됩니다.]
[퀘스트 '섬멸 혹은 탈출'이 생성됐습니다.]
[해당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퀘스트 '섬멸 혹은 탈출'의 보상이 대폭 강화됩니다.]
제146화
146.
메시지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다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역시 하나가 더 있었구나?'
불마진이 끝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불마진의 효과는 리자드맨들의 힘을 강화하는 게 아닌 '마법'을 막는 것뿐이었으니까.
리자드맨들의 힘을 강화하는 뭔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당황스럽지 않았다.
'근데 수치가 안 나왔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리자드맨들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수치가 적혀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일반 리자드맨은 50%, 2차 제약 침공자는 30% 정도인가.'
물론 수치는 나와 있지 않았지만 초감각을 통해 강진석은 리자드맨들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대충이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기운이 전부는 아니어도 이 정도면....'
확인해 보니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닌 것 같았다.
'대마법사장만 조심하면 되겠어.'
5구역에 남은 3차 제약 침공자는 대마법사장 무라무라와 아르아르 둘뿐이었다.
그리고 두 리자드맨은 현재 강진석의 초감각 범위 밖에 있었다.
즉, 얼마나 강해졌는지 정확히 모른다.
다른 리자드맨은 조심하지 않아도 되지만 적어도 무라무라와 아르아르는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
'보상은 얼마나 강화됐으려나?'
이내 중점 앞에 도착한 강진석은 몽둥이를 들었다.
혈폭진이 발동되며 강화된 것은 리자드맨들의 능력뿐만이 아니다.
불마진 때처럼 보상 역시 대폭 강화됐다.
그리고 이제 강화된 보상을 확인할 차례였다.
쾅! 쩌적!
아홉 번째 중점이 파괴되며 훈련장 마법진이 파괴됐다.
그리고 퀘스트가 완료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퀘스트 '훈련장 파괴4'를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200만 상승합니다.]
[요새 포인트가 100만 상승합니다.]
[퀘스트 '훈련장 파괴5'가 생성됐습니다.]
'오.'
메시지를 통해 보상을 확인한 강진석은 속으로 짧게 감탄을 내뱉었다.
100만, 50만이었던 보상이 200만, 100만으로 정확히 2배가 됐다.
'다른 것들도 2배 됐을 테니....'
다른 퀘스트 보상 생각에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쉽네.'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의 얼굴에서 흡족함이 사라지고 아쉬움이 떠올랐다.
'조금만 더 일찍 발동됐으면 좋았을 텐데.'
조금 전 처치했던 대전사장들.
대전사장들이 제공한 보상은 막대했다.
혈폭진이 조금 일찍 발동돼 대전사장들의 보상이 강화됐었다면?
'...위험했을 수도 있으니까.'
그아르는 강진석의 보호막을 뚫고 육체에 상처를 냈다.
물론 생채기 수준이기는 했다.
5초도 지나지 않아 회복되어 사라질 정도로 옅었다.
그러나 그아르가 혈폭진을 통해 강해진 상태였다면?
위험했을지도 모른다.
그아르뿐만이 아니다.
다른 대전사장들도 위협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미 많이 모이기도 했고.'
강진석은 아쉬움을 떨쳐내며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요새 포인트 : 2억 1502만 4000]
대전사장들 덕분에 현재 강진석의 보유 포인트는 2억을 훌쩍 돌파한 상태였다.
포인트를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강진석은 환히 웃은 채 다음 장소로 향하며 생각했다.
'이 정도면 조만간 다 습득할 수 있겠는데?'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5구역을 마무리 지으면 보유 포인트는 3억을 돌파할 것이다.
3억으로 모든 패시브 스킬을 습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바로 근처에 있는 오르드 부족의 또 다른 영역.
그리고 봉제산에 있는 차가운 뿌리 부족의 본부 등에서 포인트를 수급한다면?
육체 제련, 영혼 각성, 초월을 제외한 나머지 패시브 스킬들은 전부 최대 레벨까지 습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고민에 잠겼다.
'근데 둘 중에 뭘 먼저 습득해야 할까.'
일단 초월은 논외다.
습득 조건이나 필요 포인트나 모든 게 다 비공개였기에.
육체 제련, 영혼 각성 둘 중 하나를 먼저 습득하게 될 것 같은데 어떤 것을 먼저 습득하는 게 좋을까?
습득 포인트가 무려 1억이다 보니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걸음을 옮기던 강진석은 이내 목적지 '재배지'에 도착했고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들었다.
미간을 찌푸린 것은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재배지에 자리 잡은 수많은 나무 때문이었다.
'이 냄새....'
정확히는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세한 피 냄새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검은 숲에서 보았던, 인간을 먹어 치우던 나무들을 떠올렸다.
확실치 않지만 그때와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강진석은 혼돈의 구를 갈락 도끼로 변환했다.
그리고 기운을 가득 주입한 채 가장 가까이 있던 나무로 다가가 휘둘렀다.
쩍! 쾅!
갈락 도끼가 작렬한 순간 폭음과 함께 나무가 양단됐고 윗부분이 땅에 떨어졌다.
화르륵!
그리고 윗부분은 땅에 닿자마자 그대로 불타 사라졌다.
그러나 강진석은 재로 변한 윗부분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
강진석은 밑동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밑동에 가득 차 있는 붉은 액체를 보고 있었다.
이내 강진석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 정도 양이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은 것일까?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화르륵!
밑동에 가득했던 피가 보글보글 끓어오르더니 이내 불타기 시작했다.
스윽.
5초도 지나지 않아 나무는 완전히 사라졌고 강진석은 주변 나무들을 보았다.
퀘스트 '재배지 파괴'의 조건은 재배지에 있는 나무들을 80% 없애는 것이었다.
'굳이 남겨둘 필요 없겠지.'
그러나 강진석은 나무를 남겨둘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강진석은 근처에 있는 나무로 다가갔다.
그리고 바로 도끼를 휘둘렀다.
쩍! 쾅!
첫 나무와 마찬가지로 폭음과 함께 양단되어 윗부분이 땅에 떨어졌다.
화르륵!
땅에 떨어진 윗부분은 바로 불타 사라졌고 밑동 역시 이내 불타 사라졌다.
강진석은 다음 나무로 다가갔다.
그렇게 계속해서 벌목을 이어 나갔고.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재배지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300만 상승합니다.]
[요새 포인트가 150만 상승합니다.]
[퀘스트 '재배지 파괴2'가 생성됐습니다.]
얼마 뒤 퀘스트 '재배지 파괴'가 완료됐다.
그러나 강진석은 벌목을 멈추지 않았다.
이내 마지막 나무가 불타 사라졌고 그제야 강진석은 벌목을 멈췄다.
그리고 재만 남은 재배지를 바라보며 강진석은 생각했다.
'...나중에 파괴하는 걸로 하고 일단 리자드맨들부터 처리하자.'
원래는 리자드맨들이 있는 도시 안쪽으로 향하며 가는 길에 있는 훈련소, 재배지, 대장간 같은 곳들은 전부 파괴할 생각이었다.
후에 동선 낭비를 하지 않기 위해.
그러나 조금 전 나무들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혹시 모를 생존자가 있을 수 있으니.'
구출 퀘스트는 생성되지 않았다.
즉, 도시 내 생존자는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혹시 모르는 일이다.
퀘스트는 생성되지 않았지만 초감각으로 감지되지 않은 어딘가에 생존자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생존해 있는 리자드맨들이 도시 밖으로 도망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최대한 빨리 청소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도시 안쪽으로 향했다.
'정중앙에 석상이 있는 건가?'
안쪽으로 향하며 강진석은 초감각을 막아 내는 '장막'을 감지할 수 있었다.
5구역의 영역 상징인 '석상'의 심층 영역이 분명했다.
그리고 얼마 뒤 강진석의 시야에 리자드맨들이 나타났다.
리자드맨들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앞서 마주했을 때와 달리 눈이 풀려 있었다.
'혈폭진 때문인가?'
혈폭진의 효과는 리자드맨들의 능력 강화였다.
리자드맨들의 상태 변화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러나 상황을 보면 리자드맨들의 상태는 혈폭진 때문일 확률이 높았다.
'뭐 때문인지는 몰라도.'
강진석의 예상일 뿐이다.
리자드맨들의 상태는 혈폭진 때문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든 상관없다.
강진석은 거리를 좁혔다.
-크륵?
-크륵?
거리가 가까워지자 리자드맨들이 강진석을 인지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강진석의 몽둥이가 리자드맨들에게 작렬했다.
쾅!
몽둥이의 파괴력은 3차 제약 침공자들도 10번을 버티지 못했다.
제아무리 혈폭진으로 능력이 강화됐다고 해도 일반 리자드맨이 버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쾅!
몽둥이가 작렬할 때마다 리자드맨들은 죽음을 맞이했고 강진석은 쉬지 않고 전진하며 계속해서 몽둥이를 휘둘렀다.
* * *
무라무라와 아르아르는 거울 앞에 엎드려 있었다.
거울에는 거대한 왕좌에 앉아 있는 리자드맨이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
"...."
부복하고 있는 두 리자드맨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거울 속 존재는 오르드 부족의 왕 '케잔'이었다.
왕이 인상을 구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하겠는가?
지금 말을 했다가는 무슨 불똥이 튈지 모른다.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그아르를 포함해 모든 대전사장들이 죽었다.
-그런데 혈폭진을 발동시켰다?
케잔이 입을 열었다.
-대전사장들이 전부 죽을 정도인데 혈폭진을 발동시킨다고 부족원들이 그 인간을 죽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느냐?
-내가 보기에는 시간을 끌기 위해 부족원들을 희생시킨 것으로 보이는데.
-답해 보거라.
이내 케잔의 말이 끝났고 무라무라가 외쳤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었다?
"혈폭진을 통해 부족원들의 능력을 강화해야 더 많은 부족원이 살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죽더라도 고통을 느끼지 않길 바랐습니다. 죄송합니다!"
거짓말은 아니다.
그러나 완벽한 진실도 아니었다.
말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바로 혈폭진을 발동시킨 이유였다.
케잔이 말한 대로 혈폭진을 발동시킨 이유는 시간을 끌기 위해서가 가장 컸다.
'사실대로 말하면 죽는다.'
그러나 케잔의 말을 곧이곧대로 수긍할 수 없었다.
수긍하면 어떻게 될지 뻔하다.
무라무라는 죽고 싶지 않았다.
-....
케잔은 무라무라의 답에 침묵했다.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버티고 있거라.
-크라젠에게 명령을 내려 포털을 만들 테니.
"...!"
"...!"
케잔의 말에 무라무라와 아르아르는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 이어 외쳤다.
"목숨을 바쳐 버티고 있겠습니다!"
"왕의 명령을 받듭니다!"
두 리자드맨이 외쳤고 이내 거울 속 케잔이 사라졌다.
그렇게 연결이 끊기고 나서야 두 리자드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두 리자드맨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근데...."
먼저 입을 연 것은 아르아르였다.
"4구역으로 간다고 해결이 될까요?"
크라젠은 4구역의 장이었다.
즉, 이번에 만들어질 통로는 4구역과 연결된 통로일 것이다.
문제는 4구역과 5구역의 거리다.
다른 구역과 달리 4구역과 5구역은 매우 가까웠다.
인간이 만약 4구역까지 공격한다면?
"왕께 모든 걸 보고드렸습니다. 분명 추가로 대처를 하시겠지요."
"그렇겠지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 걱정하지 맙시다. 그리고 지금 중요한 건...."
말끝을 흐린 무라무라는 침을 꿀꺽 삼켰다.
"통로가 만들어질 때까지 버틸 수 있느냡니다. 미리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해도 최소 3시간은 걸릴 것인데 버틸 수 있을지."
"...3시간은 충분히 버티지 않을까요? 혈폭진도 발동시킨 상황인데."
"대전사장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보시지 않았습니까. 아무리 혈폭진을 발동시킨 상황이어도 3시간을 버티는 것은 힘들 수 있습니다."
"그, 그러면 어떻게 하죠?"
아르아르가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무라무라는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만에 하나 인간이 석상 근처에 오면 불마진을 해제합시다."
"예?!"
아르아르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무라무라는 아르아르의 반문에 싱긋 웃으며 말했다.
"직전 시험에서 엘리넨 종족의 성물 '파멸 지팡이'의 모조품을 얻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그걸 어찌!"
"지금 중요한 건 제가 어찌 알았느냐가 아닙니다. 파괴 광선 몇 번이나 남았나요?"
"...5번 정도는 가능할 겁니다. 연달아 사용하는 건 3번이 한계구요."
"그러면 제가 발을 묶어볼 테니 써봅시다. 인간의 육체 능력을 생각하면 죽지 않을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그래도 큰 상처는 입힐 수 있을 테니."
제147화
147.
인간의 육체는 무척 단단하다.
제약을 완화한 그아르의 공격에도 상처 입지 않을 정도다.
온전한 성물의 파괴 광선이라면 모를까 모조품의 파괴 광선으로는 죽이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죽이지는 못해도 큰 상처는 입힐 수 있을 것이다.
상처 입은 상태로 달려든다면 어쩔 수 없지만 물러난다면?
많은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발을 묶으실 생각입니까?"
아르아르가 물었다.
"불마진이 발동된 상태에서도 공간이동을 했습니다. 발을 묶는 게 가능한 겁니까?"
놀랍게도 인간은 불마진이 발동된 상태에서 공간이동을 했다.
그것은 불마진을 무시할 정도로 인간의 수준이 높거나 강력한 아티펙트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강력한 아티펙트를 가지고 있을 것 같은데...."
사용한 마법은 공간이동뿐이었다.
다른 마법은 사용하지 않았다.
즉,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닐 것이고 강력한 아티펙트의 도움을 받아 공간이동을 한 것이 분명했다.
아르아르는 무라무라가 어떻게 발을 묶을 것인지 궁금했다.
"...."
무라무라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고는 답했다.
"저도 직전 시험에서 차가운 뿌리 부족의 성물 중 하나인 델칸의 은장도 모조품을 얻었습니다."
"델칸의 은장도!"
아르아르는 놀란 얼굴로 외쳤다.
그리고 이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어떤 마법이 내장되어 있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델칸의 은장도에는 많은 마법이 내장되어 있다.
아르아르가 아는 것만 3가지였다.
그러나 모조품에 모든 마법이 내장되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무라무라는 싱긋 웃으며 답했다.
"아이스 포그와 아이스 필드입니다."
* * *
강진석은 전방에 자리 잡은 짙은 보랏빛 장막을 보며 생각했다.
'저 안에는 얼마나 있을까?'
장막 밖에는 리자드맨이 정말 많이 있었다.
그래서 청소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과연 장막 안에는 얼마나 있을지, 청소에 얼마나 걸릴지 궁금했다.
강진석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장막을 지나 심층 영역에 입장했다.
진입과 동시에 강진석은 심층 영역 내부를 감지할 수 있었다.
'엄청 크네.'
심층 영역은 무척 컸다.
앞서 방문했던 심층 영역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그리고 크기가 큰 만큼 내부에도 외부 못지않게 많은 리자드맨이 있었다.
'...뭐지?'
강진석은 내부를 감지하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진석이 당황한 이유는 대마법사장 무라무라, 아르아르로 추정되는 두 기운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너무 약한데...?'
대마법사장과 대전사장이 동급이라 생각했다.
혈폭진이 발동된 상태였기에 지금은 대마법사장의 기운이 대전사장보다 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대마법사장의 기운은 대전사장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와 비슷했다.
'분명 동급일 텐데....'
퀘스트 내용을 보면 대전사장과 대마법사장은 동급일 확률이 100%였다.
대체 어떻게 된 상황일까?
'혈폭진이 해제된 건 아닌데....'
심층 영역 내 다른 리자드맨들의 기운은 여전히 강화된 상태였다.
즉, 혈폭진은 심층 영역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설마....'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3차 제약 침공자는 효과를 안 받나?'
만에 하나 3차 제약부터 혈폭진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라면?
대마법사장들의 기운이 생각보다 약한 것이 이해된다.
'...만나 보면 알 수 있겠지.'
혈폭진에 영향을 받은 리자드맨들은 전부 눈이 풀려 있었다.
이지를 상실하고 본능에 따라 움직였다.
즉, 만나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무라무라와 아르아르가 혈폭진의 효과를 받고 있는지 아닌지.
이내 강진석은 무라무라와 아르아르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호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감탄을 내뱉었다.
리자드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영역 안은 다른 건가?'
영역 밖에 있던 리자드맨들은 강진석이 나타나기 전에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니면 조종이 가능한 건가?'
어째서 움직이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떤 이유든 상관없다.
강진석은 지금 상황이 무척 만족스러웠다.
'동선 단축 좋고.'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됐기 때문이었다.
-크륵!
-크륵!
이내 눈앞에 리자드맨 무리가 나타났다.
그러나 강진석은 이동을 멈추지 않았다.
끊임없이 달리며 몽둥이를 휘둘렀다.
쾅! 쾅! 쾅!
그렇게 마주하는 모든 리자드맨을 처치하며 이동하던 그때.
저벅!
돌연 강진석은 이동을 멈췄다.
목적지에 도착했기 때문이 아니다.
무라무라와 아르아르가 나타났기 때문도 아니다.
강진석이 이동을 멈춘 이유는 메시지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내용을 담은.
[불마진이 해제됩니다.]
바로 불마진의 해제 메시지였다.
강진석의 표정이 굳었다.
불마진이 해제됐으니 이제 강진석도 마음껏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강진석의 표정이 굳은 이유.
그 이유는 이어 나타난 메시지 때문이었다.
[3시간 뒤 불마진 발동으로 강화된 보상이 다시 약화됩니다.]
바로 보상 약화 메시지였다.
'이런 미친.'
불마진이 해제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도시 전역에 영향을 끼치는 수준 높은 마법진이고 그만큼 마법진을 유지하는 데 많은 자원이 소모될 것이기에.
그런데 해제된다고 보상이 약화될 것은 예상치 못했다.
'많이 남았는데....'
아직 도시에는 대장간, 훈련장, 재배지 등 파괴하지 못한 곳이 많았다.
'3시간....'
이러고 멍하니 있을 때가 아니었다.
강진석은 시간을 확인 후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무라무라와 아르아르가 있는 곳으로 달리며 혼돈의 구를 초록 수정구로 변환했다.
불마진이 해제됐다.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지금 상황에서 굳이 몽둥이를 휘두를 필요는 없다.
휙! 휙! 휙!
초록 수정구에서 방출된 바람 칼날이 사방으로 날아가 리자드맨들을 양단하기 시작했다.
'스킬이 여럿 상대하는 데에는 확실히 좋네.'
바람 칼날은 분명 몽둥이질보다 파괴력이 약하다.
그러나 리자드맨들을 상대하는 데에는 훨씬 더 나았다.
덕분에 강진석은 전보다 더 많은 리자드맨을 처치하면서도 더욱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저벅!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거대한 공터에 도착했고 이동을 멈췄다.
이동을 멈춘 강진석은 전방을 보았다.
전방에는 두 리자드맨이 있었다.
강진석은 힐끔 메시지창을 보았다.
[무라무라가 제물을 바쳐 일시적으로 제약을 완화합니다.]
[30분 뒤 무라무라의 모든 능력치가 30% 약화됩니다.]
[아르아르가 제물을 바쳐 일시적으로 제약을 완화합니다.]
[30분 뒤 아르아르의 모든 능력치가 40% 약화됩니다.]
두 리자드맨의 정체는 5구역에 남은 3차 제약 침공자 무라무라와 아르아르였다.
'바로 완화할 줄이야.'
마주하자마자 제약을 완화할 줄 예상 못했다.
예상을 못 했을 뿐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영역은 안 만드나?'
강진석은 무라무라와 아르아르의 외형을 살폈다.
그리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두 리자드맨은 수많은 아티펙트를 주렁주렁 착용하고 있었다.
앞서 죽인 대전사장들보다 훨씬 많았다.
그렇다고 아티펙트의 수준이 낮은 것도 아니다.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수준이 높았다.
그래서 더 기대됐다.
어떤 아티펙트일지 한시라도 빨리 확인하고 싶었다.
바로 그때였다.
-크륵!!!
무라무라인지 아르아르인지 알 수 없지만 은장도를 들고 있던 리자드맨이 괴성을 내뱉었다.
그와 동시에 리자드맨의 기운이 대폭 줄어들며 은장도가 빛났다.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기온이 순식간에 내려갔다.
그리고 허공에 안개와 얼음 알갱이가 나타났다.
한두 개가 아니었다.
세기 힘들 정도로 많은 양의 얼음 알갱이가 감지됐다.
얼음 알갱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허공에 그대로 떠 있을 뿐이었다.
불마진이 해제된 상태였다.
그리고 무라무라, 아르아르는 대전사장이 아니라 대마법사장이었다.
당연히 마법을 사용할 것이라 생각하기는 했다.
'이건....'
그러나 수준이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공간이동을 막은 건가?'
지금 상황에서 공간이동은 불가능하다.
정확히 말하면 가능하긴 하지만 얼음 알갱이 때문에 다칠 것이다.
안전하게 이동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강진석은 얼음 알갱이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그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빙결을 무시합니다.]
메시지를 확인한 강진석은 손가락을 보았다.
손가락에 펼쳐둔 보호막에 서리가 껴 있었다.
강진석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홍염의 숨결로 녹이면서 가야 하나?'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홍염의 숨결'이었다.
홍염의 숨결의 열기라면 충분히 녹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바로 그때.
-크륵!
얼음 알갱이를 만들어 낸 리자드맨이 재차 괴성을 내뱉었다.
이번에도 기운이 대폭 사라졌고 은장도가 빛났다.
그리고 강진석은 볼 수 있었다.
쩌저적!
급속도로 생성되는 빙판을.
강진석은 자신의 종아리를 가둔 두터운 빙판을 보며 생각했다.
'보통 빙판이 아니네.'
빙판 생성 속도도 그렇고 빙판의 한기도 보통이 아니었다.
'패시브를 그렇게 많이 습득했는데 이 정도면....'
강진석은 냉기 저항 패시브를 여럿 습득했다.
그럼에도 한기가 강하게 느껴졌다.
만약 패시브를 습득하지 않았다면?
한기에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근데 왜 발을 묶으려는 거지?'
죽이기 위해 얼음 알갱이와 빙판을 만든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 것이었다면 지금 강진석의 상태에 놀라거나 혹은 당황하거나 감정의 동요가 있어야 했다.
그런데 리자드맨은 전혀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즉, 다른 목적이 있다는 뜻인데 상황을 보면 발을 묶는 것일 확률이 높았다.
대체 발을 묶어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일단.'
강진석은 빙판에서 발을 빼내기 위해 힘을 줬다.
쩌저적!
그러자 빙판에 균열이 쩍쩍 가기 시작했다.
'단단하네.'
강진석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쉽게 빼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빙판은 생각보다 더욱 단단했다.
이대로라면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강진석은 계속해서 힘을 주며 빙판을 만들어 낸 리자드맨의 은장도를 보았다.
'...이것도 내장 스킬일까?'
얼음 알갱이 그리고 빙판.
두 마법 전부 은장도의 내장 스킬이라면?
'저건 꼭 챙겨야겠어.'
강진석은 은장도를 필히 챙기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그 순간 강진석은 빙판에서 왼발을 빼냈다.
마저 오른발을 빼내기 위해 힘을 준 순간.
"...!"
강진석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은장도 리자드맨 옆에 있던, 지팡이 리자드맨을 보았다.
지팡이 리자드맨의 기운이 대폭 줄어들었다.
그리고 지팡이 끝에 보랏빛 구슬이 나타났다.
평범한 구슬이 아니었다.
구슬에는 막대한 양의 기운이 담겨 있었다.
'...이거였나?'
어째서 발을 묶으려 한 것인지 알 것 같았다.
바로 그때.
스아앗!
보랏빛 구슬에서 보랏빛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
광선에 담긴 기운이 보통이 아니었다.
강진석은 찬란한 방패를 들었고 이내 찬란한 방패에 보랏빛 광선이 작렬했다.
제148화
148.
스아아앗!
광선이 작렬한 순간 보랏빛 폭발이 발생했다.
폭발의 여파는 강력했다.
여파에 휘말린 얼음 알갱이는 전부 증발해 사라졌고 강진석도 쉽게 빼내지 못할 정도로 단단했던 빙판 역시 한순간에 녹아 사라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강진석 역시 뒤로 쭉 밀려났다.
'방패 아니었으면 위험했다.'
만약 방패로 막지 않고 맨몸으로 막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확실치 않지만 구멍이 뚫렸을 것이다.
그 정도로 광선의 위력은 강력했다.
스윽.
강진석은 두 리자드맨을 보았다.
두 리자드맨은 무척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금 상황을 전혀 예상치 못한 것 같았다.
'하긴 죽을 줄 알았겠지.'
광선의 파괴력을 생각하면 두 리자드맨의 당황이 이해가 됐다.
이어 강진석은 지팡이 리자드맨의 지팡이를 보았다.
'아티펙트가 확실해.'
강진석은 여태껏 수많은 3차 제약 침공자를 마주했다.
3차 제약 침공자들의 수준을 대략적으로 파악한 상태였다.
조금 전 보랏빛 광선은 3차 제약 침공자의 힘이라고 하기에는 매우 과했다.
즉, 보랏빛 광선은 리자드맨의 본연 능력이 아니라 지팡이에 내장된 스킬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래서 더욱 탐났다.
'어떻게 강화가 되려나.'
혼돈의 구에 저장했을 때 보랏빛 광선이 강화된다면?
어떻게 강화될지 상상만 해도 기대가 됐다.
'일단 충격 방출은 쓰면 안 되겠고.'
찬란한 방패는 보랏빛 광선의 파괴력 일부를 흡수했다.
지금 충격 방출을 사용한다면?
두 리자드맨 중 하나는 바로 증발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충격 방출을 사용할 수는 없다.
두 리자드맨이 가지고 있는 아티펙트 때문이었다.
아티펙트가 필요 없다면 마음 편히 사용하겠지만 아티펙트를 꼭 얻으려 하는 지금 상황에 충격 방출은 봉인된 상태나 다름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크륵!
은장도 리자드맨이 괴성을 내뱉었고.
-크륵!
지팡이 리자드맨이 괴성을 내뱉었다.
그러자 다시 보랏빛 구슬이 나타났다.
광선을 쏘려는 것이 분명했다.
강진석은 싱긋 웃었다.
조금 전 여파로 얼음 알갱이들이 대거 사라졌다.
즉, 공간이동으로 피하면 그만이었다.
만에 하나 유도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상관없다.
파괴력을 알기 전이라면 모를까 이제는 안다.
방패로 막으면 그만이었다.
강진석은 혼돈의 구를 몽둥이로 변환했다.
그 순간 보랏빛 구슬에서 광선이 방출됐고 강진석은 공간이동을 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볼 수 있었다.
조금 전 자신이 서 있던 자리를 지나 쭉 날아가는 보랏빛 광선을.
'...유도는 아니구나.'
강진석의 얼굴에 아쉬움이 나타났다.
솔직히 유도 기능이 있길 바랐다.
'강화로 조종 기능이 생길 수도 있으려나?'
강진석은 어떤 기능이 강화될지 다시 상상하며 고개를 돌렸다.
-크, 크륵!
-크륵!
때마침 두 리자드맨이 괴성을 내뱉었다.
두 리자드맨은 무척이나 당황해하고 있었다.
강진석은 전력을 다해 두 리자드맨에게 달리기 시작했다.
'저기 알갱이들도 싹 사라졌으면 좋았을 텐데.'
많은 얼음 알갱이들이 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두 리자드맨 주변에는 알갱이가 가득했다.
알갱이가 없었다면 공간이동을 통해 바로 거리를 좁혔을 것인데 참으로 아쉬웠다.
'그냥 방패로 밀고 들어가야 하나?'
리자드맨들은 허둥지둥거리고 있었다.
방패로 밀고 들어가도 시간은 충분할 것 같았다.
'잠깐.'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기운 흡수해서 없애면 되잖아?'
보랏빛 광선의 경우 흡수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빨랐다.
그러나 얼음 알갱이는 아니다.
위치가 고정되어 있었고 시간이 넘치는 상황이었다.
강진석은 몽둥이를 보랏빛 보석 지팡이로 변환했다.
그리고 바로 기운 흡수를 시전했다.
흡수와 동시에 그렇지 않아도 작았던 얼음 알갱이들이 더욱 작아졌고 이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전진하며 계속해서 얼음 알갱이를 흡수했다.
5초.
강진석과 두 리자드맨 사이에 있던 모든 얼음 알갱이가 사라지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모든 알갱이가 사라지고 강진석은 지팡이를 몽둥이로 변환했다.
-크륵!
-크르륵!
얼음 알갱이가 사라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얼음 알갱이가 사라짐으로 직접적으로 마주하게 됐기 때문일까?
두 리자드맨이 괴성을 내뱉더니 자리에서 사라졌다.
공간이동을 한 것이다.
그것도 한 곳으로 함께 이동한 게 아니었다.
각자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강진석은 일말의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따라 공간이동을 했다.
그리고 지팡이 리자드맨을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크...?!
지팡이 리자드맨이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괴성을 전부 내뱉기도 전에 몽둥이가 어깨에 작렬했다.
쾅!
폭음과 함께 지팡이 리자드맨이 한쪽 무릎을 굽혔다.
그리고 강진석은 재차 몽둥이를 휘두르며 생각했다.
'대전사장들보다 확실히 약하네.'
대마법사장과 대전사장은 동급이었다.
그러나 계급이 동급이라는 것이지 모든 것이 동급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대마법사장의 육체는 대전사장과 비교해 확실히 약했다.
앞으로 서너 번이면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쾅!
두 번째 공격이 작렬하며 재차 폭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리자드맨은 나머지 한쪽 무릎을 굽혔다.
강진석은 계속해서 몽둥이를 휘둘렀고.
스아앗!
이내 빛과 함께 지팡이 리자드맨이 사라졌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오르드 부족의 대마법사장 아르아르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960만 상승합니다.]
.
.
'...!'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 이렇게 높아?'
놀란 이유는 보상 때문이었다.
보상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좋았다.
'대전사장 때보다 2배...?'
대전사장 때와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전사장때는 불마진과 제약을 완화한 3차 제약 침공자 다수가 모여 보상이 2번 강화됐고 지금은 불마진과 혈폭진으로 2번 강화가 됐기에.
'...설마 다수 완화 보상이 둘한테도 적용된 건가?'
당시 나타난 메시지는 '모든 3차 제약 침공자 관련 보상이 대폭 강화됩니다.'였다.
당연히 자리에 있던 대전사장들을 가리키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자리에 없던 무라무라와 아르아르에게도 적용이 된 것 같았다.
그래야만 지금 보상이 설명된다.
'어쨌든.'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은장도를 쥔 리자드맨, 무라무라를 보았다.
무라무라는 아르아르의 죽음에 충격을 받았는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강진석의 시선에 움찔했다.
그리고 눈을 이리저리 굴리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무라무라를 주시하며 아르아르가 남긴 아티펙트를 수거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수거한 아티펙트는 '지팡이'였다.
'역시!'
그리고 예상대로 보랏빛 광선은 지팡이에 내장된 스킬이었다.
내장된 스킬의 이름은 '엘리넨 파괴 광선'이었다.
델칸의 아이스 스피어, 홍염의 숨결처럼 특별한 느낌이 들었다.
강진석은 바로 지팡이를 혼돈의 구에 저장했다.
그리고 혼돈의 구를 지팡이로 변환했다.
강화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음...?'
이내 강화 효과를 확인한 강진석은 침음을 내뱉었다.
스킬 '엘리넨 파괴 광선'이 강화되기는 했다.
그런데 파괴력과 효율만 강화됐다.
조종이라던가 유도라던가 동시 방출 같은 기대했던 효과는 생기지 않았다.
'...그래도 파괴력 생각하면.'
이내 강진석은 아쉬움을 떨쳐냈다.
파괴 광선은 강화 전에도 매우 강력했다.
찬란한 방패가 아니었다면 육체에 구멍이 날 정도로.
그렇지 않아도 강력한 파괴 광선의 파괴력이 한층 더 강해졌다.
필살기가 생겼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강진석은 파괴 광선에 대한 관심을 접고 다시 아티펙트 수거를 이어 나갔다.
'공간이동 아티펙트!'
놀랍게도 아르아르는 공간이동 아티펙트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도 1개가 아니라 2개나.
'좋은 선물이 되겠어.'
강진석에게는 필요 없는 아티펙트였다.
그러나 다른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게 쓰일 것이다.
이내 수거를 마친 강진석은 무라무라를 보았다.
무라무라는 경악 가득 한 얼굴로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스윽.
강진석은 시선을 힐끔 내려 지팡이를 보았다.
'...이거 때문인가?'
무라무라의 시선은 지팡이에 집중되어 있었다.
지금 무라무라의 경악은 지팡이 때문이라는 뜻이었다.
'변환은 이미 알고 있으니 변환 때문은 아닐 테고 평범한 지팡이가 아니라서? 설마 엘리넨이 오르드 부족 시조인가?'
델칸은 차가운 뿌리 부족의 시조였다.
오르드 부족의 시조가 엘리넨이라면?
무라무라의 반응을 보니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았다.
'석상에 확인해 보자.'
차가운 뿌리 부족의 제단은 델칸의 아이스 스피어를 흡수했다.
즉, 엘리넨이 오르드 부족의 시조라면 오르드 부족의 석상 역시 파괴 광선을 흡수할 가능성이 높았다.
'일단.'
강진석은 혼돈의 구를 몽둥이로 변환했다.
'처리부터.'
마음 같아서는 파괴 광선의 위력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러나 무라무라의 아티펙트 역시 꼭 습득해야 했다.
파괴 광선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크, 크륵?
안절부절하고 있던 무라무라가 강진석의 몽둥이를 보고 멈칫하더니 이어 괴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공간이동을 했다.
도망친 것이다.
'이제 와서?'
강진석은 피식 웃으며 따라 공간이동을 했고 도착과 동시에 몽둥이를 휘둘렀다.
후웅!
몽둥이는 정확히 무라무라의 얼굴로 날아갔고.
쾅!
작렬과 동시에 폭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무라무라가 주저앉았다.
강진석은 멈추지 않고 재차 몽둥이를 휘두르며 생각했다.
'대마법사장은 다 약한 건가 보네.'
혹시 아르아르만 약한 것일까 싶었다.
그러나 무라무라의 육체 역시 아르아르와 마찬가지로 대전사장들과는 비교하는 게 민망할 정도로 연약했다.
쾅!
다섯 번째 몽둥이가 작렬한 순간.
스아앗!
[오르드 부족의 대마법사장 무라무라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980만 상승합니다.]
.
.
빛과 함께 무라무라의 육체가 사라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엄청나네.'
아르아르와 마찬가지로 무라무라의 보상 역시 어마어마했다.
'이 정도면 3억이 아니라 4억도 가능하겠는데...?'
도시 청소를 마치면 보유 포인트가 3억을 넘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르아르와 무라무라 덕분에 이미 3억에 가까워져 있었다.
청소가 끝나면 4억도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바로 봉제산에 가도....'
모든 포인트를 패시브 습득에 투자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것이다.
봉제산의 영역 디버프를 받은 상태에서도 문제없이 청소가 가능할 것 같았다.
강진석은 향후 계획에 대해 생각하며 무라무라가 남긴 아티펙트를 수거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가장 먼저 확인하려는 것은 '은장도'였다.
얼음 알갱이와 빙판이 내장 스킬인지 아닌지 궁금했다.
한시라도 빨리 확인하고 싶었다.
이내 은장도를 집은 그 순간.
"...!"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은장도에는 2개의 스킬이 내장되어 있었다.
아이스 포그와 아이스 필드였다.
문제는 두 스킬 앞에 붙어 있는 단어였다.
'델칸....'
두 스킬의 정식 명칭은 '델칸의 아이스 필드', '델칸의 아이스 포그'였다.
제149화
149.
생각지도 못했다.
차가운 뿌리 부족의 시조 델칸의 마법이 내장된 아티펙트를 오르드 부족의 리자드맨이 가지고 있다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일단.'
강진석은 생각을 접었다.
어찌 된 것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생각한다고 이유를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도 아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델칸의 마법이 2가지나 내장된 아티펙트가 손에 들어왔다는 것.
강진석은 은장도에 기운을 주입했다.
그리고 혼돈의 구에 저장하며 생각했다.
'...하나만 강화될까?'
은장도에 내장된 스킬은 델칸의 아이스 필드, 델칸의 아이스 포그 2가지였다.
2가지 전부 강화되면 좋겠지만 1가지만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강진석은 부디 2가지 전부 강화되길 바라며 혼돈의 구를 은장도로 변환했다.
변환과 동시에 정보가 머릿속에 떠올랐고.
'아....'
강진석은 속으로 나지막이 탄식을 내뱉었다.
2가지가 전부 강화되길 바랐으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강화된 것은 '델칸의 아이스 포그'뿐이었다.
그러나 강진석의 아쉬움은 바로 사라졌다.
델칸의 아이스 포그가 강화되며 생긴 기능 때문이었다.
'알갱이 조종이라....'
새로 생긴 기능은 아이스 포그 시전 시 발생하는 얼음 알갱이의 조종이었다.
강진석은 확인을 위해 혼돈의 구에 기운을 주입했다.
그리고 아이스 포그를 발동했다.
그러자 주변 기온이 순식간에 영하로 내려갔고 수많은 얼음 알갱이가 등장했다.
강진석은 알갱이를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손가락이 닿자마자 알갱이가 깨지며 응축되어 있던 극한의 한기가 퍼졌다.
강진석은 싱긋 웃었다.
'시전자한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니.'
극한의 한기는 강진석의 육체를 파고들지 않았다.
강진석의 육체를 피해 주변으로 퍼질 뿐이었다.
'나쁘지 않네.'
당연히 시전자에게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 생각했다.
앞서 다른 마법들이 그러했기에.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의지를 발현했다.
그리고 허공에 떠 있던 알갱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얼마 뒤 조종을 멈춘 강진석은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기운이랑 정신력 소모가 너무 큰데?'
얼음 알갱이의 숫자나 위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많은 기운이 필요하다.
그리고 조종에는 막대한 정신력이 필요했다.
'쓸 일이 있으려나....'
아이스 포그는 무척 강력했다.
그러나 사용할 상황이 자주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이어 아이스 필드를 시전했다.
쩌저적!
그리고 전방에 나타난 두터운 빙판을 보며 생각했다.
'이건 요긴하게 쓸 수 있겠어.'
발동에 필요한 기운이 적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이스 포그와 비교하면 부담이 전혀 없는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강진석은 기운 흡수를 통해 아이스 포그와 아이스 필드에 투자한 기운 일부를 회수했다.
그리고 다시 아티펙트 수거를 이어 나갔다.
이내 수거를 마친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석상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먼저 파괴하는 게 맞겠지?'
석상만 남은 게 아니다.
아직 리자드맨 청소도 끝나지 않았고 훈련장, 재배지 등 파괴해야 할 장소도 많았다.
'그래, 보상 생각하면.'
불마진이 해제되어 곧 보상이 약화된다.
약화되기 전에 보상이 큰 순서대로 완료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석상을 향해 이동하며 생각했다.
'근데 영역 파괴되면 어떻게 되려나?'
석상 파괴는 던전 메인 퀘스트였다.
파괴되는 순간 영역 역시 파괴가 된다.
영역이 파괴되면 도시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궁금했다.
'설마 또 보상이 약화되려나?'
변화에 대해 생각하며 이동하던 강진석은 석상 근처에 도착 후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혼돈의 구를 지팡이로 변환했다.
엘리넨 파괴 광선을 시험하기 위해서였다.
강진석은 석상을 향해 지팡이를 겨누며 기운을 주입했다.
그러자 지팡이 끝에 보랏빛 구슬이 생겼고 강진석은 긴장했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델칸 때처럼 엘리넨이 영역 내 리자드맨들에게 축복을 내릴 수도 있지만 세계수 뿌리 조각 때처럼 공격을 해올 수도 있다.
'근데 시조는 맞겠지?'
전부 강진석의 추측일 뿐이다.
엘리넨이 시조가 아닐 가능성도 존재했다.
이내 구슬에서 광선이 방출됐다.
스앗!
광선은 순식간에 석상에 도달했다.
쾅!
이내 광선이 작렬하며 폭발했다.
그리고 석상은 산산이 조각나 무너졌다.
"....?"
강진석은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석상이 이렇게 파괴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신을 차린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석상이 파괴됐습니다.]
[퀘스트 '석상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
.
[퀘스트 '완벽한 청소'가 생성됐습니다.]
메시지를 보며 강진석은 생각했다.
'시조가 아닌가...?'
엘리넨이 오르드 부족의 시조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그러나 아닐 가능성은 작다고 생각했다.
무라무라의 반응이 너무 격했기에.
그런데 상황을 보니 엘리넨은 시조가 아닌 것 같았다.
'일단.'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퀘스트 '완벽한 청소'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완벽한 청소>
오르드 부족의 영역 상징인 석상이 파괴됐다.
그러나 아직 5구역에는 오르드 부족의 흔적이 가득 남아 있다.
모든 흔적을 제거해 5구역을 청소하라!
[남은 훈련장 : 9]
[남은 재배지 : 10]
.
.
[남은 대장간 : 8]
퀘스트 보상 : ???
'호오.'
퀘스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청소라는 단어 때문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예상했던 내용 그대로였다.
'정확히 얼마나 남았는지 궁금했는데.'
영역이 파괴되어 초감각의 범위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래도 도시 전역을 감지할 수는 없었다.
그 정도로 도시는 넓었다.
그래서 얼마나 남았는지, 혹시나 놓치는 게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었다.
그런데 완벽한 청소에 모든 것이 나와 있었다.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러고는 우선 가장 가까이 있는 리자드맨 무리에게 향했다.
* * *
크라젠은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전방에 있는 마법진을 바라보았다.
쩌저적... 쩌적....
마법진 곳곳에 균열이 나타났다.
균열이 나타난 순간 크라젠은 깨달았다.
곧 마법진이 파괴될 것을.
쩡!
크라젠의 예상대로 10초도 지나지 않아 마법진이 파괴됐다.
빛을 잃은 마법진을 보며 크라젠은 생각했다.
'우리 쪽 문제가 아니야.'
마법진의 정체는 5구역과 4구역을 잇는 통로 마법이었다.
두 구역을 잇는 엄청난 마법이지만 5구역에서 할 일은 딱히 없다.
5구역에 있는 영역 상징이 온전하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문제였다.
크라젠은 잘못 한 게 없었다.
즉, 5구역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뜻인데 그것은 영역 상징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다.
'설마 인간이 벌써?'
5구역이 어떤 상황인지 들었다.
인간 하나가 침입해 5구역을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확실치 않지만 인간이 영역 상징에 도달한 게 분명했다.
그래야만 지금 상황이 설명된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크라젠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거처로 돌아가 보고를 위해 통신 마법을 준비했다.
얼마 뒤 거울에 케잔이 나타났다.
"왕을 뵙습니다."
크라젠은 한쪽 무릎을 꿇어 예를 갖추며 인사했다.
-....
케잔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크라젠은 케잔이 말이 없는 이유를 안다.
5구역의 영역 상징이 파괴된 것을 케잔이 모를 리 없다.
"...어떻게 할까요."
평소였다면 케잔이 먼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렸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크라젠은 먼저 말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본부에서 통로를 만들 것이다.
"...!"
크라젠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본부와 4구역의 거리는 무척 멀다.
당연히 거리가 먼 만큼 통로 마법을 발동하는 데에도 엄청난 자원이 소모된다.
그런데 본부에서 통로를 만들겠다니?
-블레니, 크라스가 갈 것이다.
"...!!"
이어진 케잔의 말에 크라젠의 놀람은 더욱 커졌다.
블레니, 크라스.
두 리자드맨은 케잔에게 가르침을 받은, 오르드 부족의 최정예 전력인 왕의 전사들이었다.
그리고 블레니는 오르드 부족 최강 전사단인 '카쿰 전사단'의 단장이었고 크라스는 세 번째로 강한 '하힐 전사단'의 단장이었다.
블레니와 크라스를 보내겠다는 뜻은 카쿰 전사단과 하힐 전사단을 보낸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하기야 5구역을 홀로 초토화했다면....'
5구역 상황을 떠올린 크라젠은 놀람을 가라앉혔다.
상황을 생각하면 카쿰 전사단과 하힐 전사단을 보내겠다는 케잔의 생각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다.
-혹시나 녀석이 4구역에 온다면 잘 버티고 있거라.
"명을 받듭니다."
크라젠의 답을 끝으로 케잔이 사라졌다.
그리고 통신 마법이 끊겼다.
크라젠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생각했다.
'그 인간이 이곳에 오면....'
크라젠이 관리하는 4구역은 5구역과 매우 가깝다.
케잔의 말대로 5구역을 초토화한 인간이 4구역에 올 수도 있다.
'죽일 수 있을까?'
4구역의 힘은 5구역보다 훨씬 강하다.
애초에 대전사장과 대마법사장의 숫자부터 큰 차이가 난다.
전력을 다한다면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상황을 상상하던 크라젠은 고개를 저었다.
'...불가.'
케잔이 카쿰 전사단과 하힐 전사단을 보내려는 이유는 인간을 죽이기 위해서이다.
애초에 4구역의 힘으로 잡을 수 있었다면 두 전사단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통로가 연결될 때까지 버틸 수는 있겠지.'
크라젠은 이를 악물었다.
'방어 태세로 전환해야겠어.'
영역을 넓히기 위해, 전쟁 바람 부족 오크들을 섬멸하기 위해 현재 많은 전사들이 밖으로 나가 있는 상태였다.
한시라도 빨리, 전부 불러들여야 할 것 같았다.
* * *
<완벽한 청소>
오르드 부족의 영역 상징인 석상이 파괴됐다.
그러나 아직 5구역에는 오르드 부족의 흔적이 가득 남아 있다.
모든 흔적을 제거해 5구역을 청소하라!
[남은 훈련장 : 1]
[남은 재배지 : 0]
.
.
[남은 대장간 : 0]
퀘스트 보상 : ???
'드디어 끝이구나.'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이제 남은 것은 훈련장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강진석은 마지막 훈련장에 도착해 있었다.
'시간이 모자라면 어쩌나 했는데.'
불마진이 해제되고 보상 약화까지 주어진 시간은 3시간.
혹시나 시간이 부족하면 어쩌나 걱정했다.
다행히 시간은 부족하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넉넉했다.
후웅! 쾅!
강진석은 중점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아홉 번째 중점이 파괴된 순간 훈련장 마법진이 파괴되며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
흡족한 표정으로 메시지를 확인하던 강진석은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 이어 강진석의 얼굴에 놀람이 가득 나타났다.
강진석이 놀란 이유는 영역 상징인 '석상'을 파괴했을 때 생성된 퀘스트 '완벽한 청소' 때문이었다.
'...보상이 무슨.'
퀘스트 '완벽한 청소'의 조건은 모든 흔적을 지우는 것이었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보상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훈련장 파괴나 대장간 파괴 같은 퀘스트들이 따로 존재했기에.
그런데 아니었다.
퀘스트 '완벽한 청소'의 보상은 생각 이상이었다.
[퀘스트 '완벽한 청소'를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5000만 상승합니다.]
[요새 포인트가 2500만 상승합니다.]
'4억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강진석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4억 3950만 2710]
그리고 더할 나위 없이 활짝 미소를 지었다.
제150화
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