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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4 - 130-140

제130화

130.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득을 보는 것은 차가운 뿌리 부족이 될 것이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먼저 나서 공격을 하는 게 어떨까 싶었다.

'영역이 문제이긴 한데....'

마곡역에는 영역이 펼쳐져 있었다.

역 안에만 펼쳐져 있는 게 아니다.

역 밖에도 영역이 펼쳐져 있었다.

강력하지는 않았다.

도합 60으로 강진석에게는 부담 없는 수준이었다.

물론 강진석에게만 부담이 없을 뿐이다.

길드원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었다.

즉, 공격한다면 혼자 공격해야 했다.

'...조금만 더 보고 결정하자.'

무작정 계속 대기할 수는 없다.

조금 더 기다려 보고 상황 변화가 없으면 혼자서라도 공격을 하기로 결정한 강진석은 지하로 공간이동을 했다.

길드원들은 팀끼리 모여 휴식하고 있었다.

[회의 좀 하죠. 지휘소로 모여주세요.]

강진석은 간부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간부들이 속속 지휘소에 도착했다.

"이대로 상황이 지속되면 가만히 있을 게 아니라 공격을 하려 합니다."

그리고 이내 모든 간부들이 모이자 강진석은 회의를 시작했다.

"물론 영역 때문에 위험할 테니 혼자 갈 생각이구요."

"...같이 가면 짐이 될까요?"

강진석의 말에 한지윤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리고 한지윤의 질문에 김칠성을 포함한 몇몇 간부들이 눈을 반짝였다.

공격을 가고 싶어 하는 게 분명했다.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답했다.

"영역 디버프가 60입니다."

"...!"

영역 디버프의 수준을 알게 된 한지윤은 경악했다.

한지윤뿐만이 아니다.

"...!?"

"헉."

간부들 역시 영역 디버프 수치를 들었고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전부 경악했다.

강진석은 간부들의 경악으로 가득 찬 얼굴을 훑으며 이어 말했다.

"물론 디버프를 받은 상태에서도 일반 고블린은 죽이실 수 있을 겁니다."

간부들은 강하다.

영역 디버프 60을 받게 되더라도 일반 고블린은 충분히 죽일 수 있다.

"하지만 2차 제약 침공자나 3차 제약 침공자를 마주하면 위험하실 겁니다."

그러나 그게 끝이다.

마곡역에는 일반 고블린만 있는 게 아니다.

2차 제약 침공자, 3차 제약 침공자도 존재한다.

영역 디버프로 능력치가 60이나 깎인 상태에서 그들을 만나게 된다면?

단순히 상처 입는 선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

"...."

이어진 강진석의 말에 한지윤은 물론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반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가고 싶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짐이 되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기에.

그렇게 정적이 흘렀고 분위기가 이상해질 낌새가 보이자 강진석은 바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조금 전 3차 제약 침공자들을 죽이며 여러 아티펙트를 얻었습니다."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아티펙트를 꺼내기 시작했다.

아티펙트의 등장에 간부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아티펙트에 집중했다.

이내 10번째 아티펙트를 꺼내 내려놓은 강진석은 간부들을 훑으며 말했다.

"그중 일부를 지금 경매할까 합니다."

"...오오!"

"헉, 지금이요?"

"엇, 잠시 시간 주실 수 있으신가요? 요새 포인트 티켓을 맡겨 둔 게 있어서...!"

* * *

마곡역 지휘소.

지휘소 앞에 도착한 글라마는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발산역에서 명령을 받았다.

그것도 메라키오에게 직접 명령을 하달받았다.

글라마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명령이었다.

그래서 궁금했다.

'다들 받아들일까?'

과연 지휘소 안에 있는 수뇌부들이 명령을 순순히 받아들일지.

'...일단 전해야겠지.'

글라마는 지휘소 안으로 들어갔다.

"오, 오셨습니까."

"어찌 됐나요?"

"상부에서 지원이 온답니까?"

들어가자마자 수뇌부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반겼다.

수뇌부들의 표정에는 화색이 맴돌았다.

이런 수뇌부들의 반응에 글라마는 난감해할 수밖에 없었다.

명령을 듣고 나서 수뇌부들의 표정이 어떻게 변할지 예상이 됐기에.

일단 글라마는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그리고 자리에 앉으며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수뇌부들에게 전했다.

"대족장께서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대족장 메라키오에게 직접 받은 명령을.

"최대한 시간을 끌라고 그리고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면 일시적으로 제약을 완화해서라도 녀석을 죽이라고."

명령을 전한 글라마는 수뇌부들의 반응을 확인했다.

"...?"

"...?"

수뇌부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전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예상했던 반응이기에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역시 나만 그런 생각이 든 게 아니었어.'

혹시나 글라마 혼자 이해를 못 하고 있는 것이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아니었다.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글라마가 말이 없자 수뇌부들이 짜증, 분노 등 여러 감정이 섞인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그게 끝입니까? 시간을 끌라는 게?"

"지원 이야기는 없었습니까?"

수뇌부들의 질문에 글라마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방금 전 말씀드린 게 끝입니다.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럼 우리끼리 막으라는 소리인가요?"

"제약을 완화해서라도 죽이라는 건 저희보고 죽으라는 소리 아닙니까...?"

글라마의 말에 수뇌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저마다의 생각을 내뱉었다.

단 한 고블린도 메라키오의 명령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글라마는 알고 있다.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도망치려면 다른 부족의 영역으로 도망쳐야 하는데 그럴 경우 제약이 강화된다.

힘이 약해진 상태에서 다른 부족과 마주한다면?

필시 죽을 것이다.

즉, 도망이란 선택지는 없다고 봐야 했다.

그렇다고 다른 선택지가 많은 것도 아니다.

글라마가 보기에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명령대로 수비에 전념하다가 인간을 죽이는 것.

'다들 알고 계시겠지.'

수뇌부들은 바보가 아니다.

다들 짜증과 분노를 토해내고 있지만 분위기를 보아 상황을 냉정히 파악하고 있었다.

"일단."

글라마가 입을 열었다.

그러자 수뇌부들의 시선이 집중됐고 글라마는 이어 말했다.

"작전부터 다시 짭시다."

* * *

마지막 아티펙트의 경매가 끝난 뒤 강진석은 간부들의 반응을 살폈다.

몇몇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몇몇은 아쉬운 표정을, 몇몇은 부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강진석은 간부들에게 말했다.

"이번 침공이 끝나는 대로 한 번 더 경매를 열겠습니다."

간부들은 강진석의 말에 눈을 번뜩였다.

특히 이번에 아티펙트를 가까스로 낙찰받지 못한 간부들의 눈에서는 불꽃이 튀겼다.

"그리고...."

이후 강진석은 경매 중 떠오른 생각들을 토대로 회의를 이어 나갔다.

회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20분도 지나지 않아 회의가 끝났고 강진석은 회의를 끝낸 뒤 다시 지상으로 공간이동을 했다.

그리고 목책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무척이나 고요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특수 퀘스트 '세계 정화'를 보며 생각했다.

<특수 퀘스트 - 세계 정화>

세계 침공자들을 죽여 세계를 정화하라!

[남은 시간 : 10일]

[3차 제약 침공자 : 6 / 10]

퀘스트 보상 : 200만 포인트, ???

'몇이나 더 있을까?'

특수 퀘스트 '세계 정화'의 완료 조건은 '3차 제약 침공자' 10마리였다.

그리고 강진석은 침공이 시작되고 트리만을 포함해 여섯을 죽였다.

앞으로 4마리만 더 잡으면 완료가 가능했다.

'셋이나 더 있지는 않겠지?'

일단 마곡역에 3차 제약 침공자가 최소 하나는 있다.

공성 무기를 파괴할 때 목책 쪽에 한 마리가 나타났었다.

'그래, 3차 제약자가 흔한 것도 아니고.'

감지됐던 한 마리가 마지막 한 마리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 곳에 1마리가 있는 것도 흔한 게 아니다.

그런데 앞서 죽인 여섯을 포함하면 7마리다.

이미 말도 안 되게 과한 상태였다.

주변에 있는 모든 3차 제약 침공자들이 모인 게 아닐까 싶었다.

'완료에 시간이 좀 걸리겠는걸.'

만약 예상대로라면?

당분간 3차 제약 침공자를 마주할 일은 없을 것이다.

'급한 건 아니니까.'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고 이어 스킬창을 열었다.

앞서 3차 제약 침공자 여섯을 잡아 퀘스트 보상까지 무수히 많은 포인트를 수급했다.

마곡역에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기에 강진석은 공격을 가기 전 패시브 스킬을 습득해 최대한 전력을 강화할 생각이었다.

.

.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여기까지.'

이내 스킬 습득을 마친 강진석은 스킬창을 닫고 정보창을 열었다.

힘 : 471(407+64)

민첩 : 466(402+64)

체력 : 472(408+64)

정신력 : 468(404+64)

모든 능력치가 순수하게 400을 넘어섰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능력치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625에 뭔가 있으려나?'

40, 100, 250에 특별한 변화가 있었다.

250에서 2.5배를 하면 625.

다음 특별한 변화는 625에 발생할 확률이 높았다.

'근데 그다음을 생각하면 배수에 변화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물론 625가 아닐 가능성도 있다.

625에서 2.5배를 할 경우 소수점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500이면 좋겠는데.'

강진석은 부디 특별한 변화가 조금이라도 빨리 찾아오길 바라며 정보창을 닫았다.

그리고 목책을 주시하며 시간을 보냈다.

얼마 뒤 생각해 둔 시간이 되었다.

여전히 고블린들은 반응이 없었고 메시지도 나타나지 않았다.

'출발해야겠다.'

계획대로 공격을 하기로 결심한 강진석은 간부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출발하겠습니다.]

[혹시나 녀석들이 공격해오면 잘 막아주세요. 3차 제약 침공자는 피하시고.]

텔레파시를 보낸 뒤 강진석은 곧장 목책으로 이동했다.

-키익!

-키릭!

목책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고블린들은 갑작스레 목책 앞에 등장한 강진석에 경악하며 괴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강진석은 고블린들의 괴성을 들으며 목책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목책을 넘어 차가운 뿌리 부족의 영역에 진입한 순간.

[퀘스트 '차가운 뿌리 10부족장 글라마'가 생성됐습니다.]

.

.

[퀘스트 '탈출하라'가 생성됐습니다.]

수많은 퀘스트가 생성됐다.

'어?'

퀘스트를 본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가 아니야?'

3차 제약 침공자가 하나 남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퀘스트명을 보니 하나가 아닌 것 같았다.

'여섯이나 남아 있다고?'

퀘스트명을 보면 마곡역에 남아 있는 3차 제약 침공자는 무려 여섯이었다.

물론 확실한 것은 아니었다.

강진석은 확인을 위해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맞네, 여섯.'

마곡역에 남아 있는 3차 제약 침공자는 여섯이었다.

'바로 완료할 수 있겠는데?'

현재 강진석은 영역 디버프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아까 여섯을 잡았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그러나 강진석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보다 더욱 강해졌고 델칸의 아이스 스피어, 홍염의 숨결 같은 강력한 스킬이 생겼다.

오히려 이번 전투가 더 수월할 수 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으며 혼돈의 구를 지팡이로 변환했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고블린들에게 불길을 날리며 생각했다.

'어디에 있으려나?'

3차 제약 침공자들이 어디에 있을지 참으로 궁금했다.

'한 곳에 모여 있으면 좋겠는데.'

제131화

131.

강진석은 마곡역에 있는 3차 제약 침공자들이 앞서 나타났던 여섯처럼 한 곳에 있길 바랐다.

서로 떨어져 있을 경우 잡는 데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었다.

물론 한 곳에 있길 바라는 것은 시간 때문만이 아니다.

'한, 둘이 빠져나가지는 않겠지?'

강진석이 마곡역에 온 것처럼 3차 제약 침공자들도 마곡나루역에 갈 수 있다.

그리고 현재 마곡나루역에는 3차 제약 침공자를 막을 힘이 없다.

그래서 길드원들에게 말해두긴 했다.

3차 제약 침공자들이 나타나면 결코 대응하지 말라고, 숨어 있으라고.

즉, 길드원들이 당할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요새는?

3차 제약 침공자들의 공성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

만약 공성 무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공성 능력이 강하다면?

요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쉬엄쉬엄하면 안 되겠어.'

강진석은 더욱 빠르게 불길을 날리기 시작했다.

화르륵!

[수색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2,900 상승합니다.]

.

.

화르륵!

-키이익!

-키익!

불길이 작렬하며 열기가 퍼질 때마다 수많은 고블린이 죽음을 맞이했다.

강진석은 사망 메시지와 비명을 들으며 생각했다.

'이 속도면 혼자서도 얼마 안 걸리겠는데?'

전과 달리 공격 한 번에 여럿을 죽일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전보다 몬스터 청소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이대로라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청소가 끝날 것 같았다.

'다른 곳도 이렇게 빨리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마곡역뿐만이 아니다.

발산역이나 그 외 다른 몬스터들의 영역도 빠르게 청소할 수 있을 것이다.

'상황 봐서 밀 수 있는 곳은 밀자.'

길드원들의 성장을 생각하면 무작정 홀로 청소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

그때그때 상황을 보고 진행하기로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청소에 집중했다.

* * *

"인간 하나가 침입했습니다."

무후라의 보고를 듣고 글라마는 생각했다.

'그 인간이겠지?'

앞서 트리만을 포함한 3차 제약자 여섯을 죽이고 공성 무기 등을 파괴한, 초월의 씨앗으로 추정되는 인간.

지금 침입한 인간은 그 인간이 분명했다.

"피해 상황은?"

글라마는 무후라에게 물었다.

"그것이...."

무후라는 말끝을 흐리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됐다."

글라마는 답을 듣지 않기로 했다.

답을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나가서 바로 준비하거라."

글라마의 말에 무후라는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지휘소 내에는 글라마를 포함한 수뇌부들만 남게 됐고 글라마는 수뇌부들과 눈을 한 번씩 마주친 뒤 입을 열었다.

"다들 작전 잊지 않으셨지요?"

작전은 단순했다.

영역을 선포해 제약을 한층 완화하고 모두가 일시적으로 제물을 바쳐 제약을 한 번 더 완화한다.

그리고 합심해 인간을 죽이는 것.

그게 끝이었다.

"...너무 과한 것 아닐까요?"

12부족장 브아르가 반문했다.

"제물까지 바칠 필요가 있을지...."

브아르의 반문에 글라마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앞서 죽은 분들을 생각하면 전혀 과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죽은 여섯은 영역 안에서 죽임을 당했다.

물론 부족 영역 밖에서 형성한 개인 영역이긴 했지만 그래도 영역은 영역이었다.

"그리고 그가 초월의 씨앗이라면 제약을 한계까지 풀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한계까지 풀면 후유증이 엄청날 텐데요."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렇게까지 해서 막아내면 대족장께서도 보상을 내리시겠지요."

"으음...."

"흠...."

대족장 메라키오 이야기가 나오자 수뇌부들이 침음과 헛기침을 내뱉었다.

브아르와 레키라스는 미간까지 찌푸렸다.

글라마는 수뇌부들의 반응에 쓴웃음을 지었다.

어떤 마음인지 여실히 이해됐기 때문이었다.

'이번 일이 잘 풀려도....'

전처럼 충성을 다하지는 못할 것 같았다.

"일단 다들 일어나시죠."

글라마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인간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른다.

미리 가서 준비해야 했다.

"근데 녀석이 제단으로 올까요?"

브아르가 따라 일어나며 물었다.

그리고 글라마는 확신에 가득찬 목소리로 답했다.

"올 겁니다. 여태껏 녀석은 수많은 제단을 파괴했으니까요."

인간들에게 빼앗긴 영역은 한, 두 곳이 아니다.

수많은 제단이 파괴됐다.

이번 또한 제단을 파괴하러 올 것이다.

"뭐 오지 않으면 그건 그것대로 괜찮은 것 아니겠습니까?"

만약 오지 않는다?

그건 그것대로 괜찮다.

시간을 버는 것이기에.

* * *

강진석은 마곡역 입구에 멈춰 섰다.

주변을 돌아다니며 꼼꼼히 확인했다.

2차 제약 침공자는 여럿 잡았지만 3차 제약 침공자는 보이지 않았다.

만약 어딘가로 도망간 게 아니라면 전부 역 안에 있을 것이다.

스윽.

입구 안쪽을 바라보던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발산역 방향을 바라보았다.

'발산역도 난도가 장난 아닌 것 같은데.'

주변을 정리할 때 발산역도 확인했다.

발산역은 마곡역보다 영역 디버프가 강력했다.

고블린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더욱 험난할 것으로 추정됐다.

'마곡역이나 발산역이 이 정도면 본부는 대체....'

차가운 뿌리 부족의 본부는 봉제산에 있었다.

봉제산은 과연 얼마나 험난할까?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일단 먼 미래니까.'

강진석은 봉제산에 대한 관심을 접었다.

언젠가는 가게 되겠지만 지금 당장 갈 것도 아니고 미리 걱정할 이유가 없다.

강진석은 마곡역을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던전 '마곡역'에 입장하셨습니다.]

[24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차가운 뿌리 10부족장 글라마'가 생성됐습니다.]

.

.

[퀘스트 '마곡역 지하 2층'이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마곡역 탈환'이 생성됐습니다.]

[30분 뒤 안전 구역이 사라집니다.]

입장과 동시에 무수히 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활짝 웃었다.

서초역 도르에나 때처럼 퀘스트가 중복 생성됐다.

보상이 뻥튀기된 것이다.

그것도 글라마 하나만 중복 생성된 게 아니다.

나머지 3차 제약 침공자 다섯도 중복 생성됐다.

강진석은 마음이 편해졌다.

막대한 보상 때문에 편해진 것은 아니다.

'여기 있어서 다행이야.'

혹여 한, 두 마리가 마곡나루역을 공격하러 갔으면 어쩌나 했다.

그런데 퀘스트를 보니 전부 마곡역에 있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도움 될 정보가 추가됐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별거 없네.'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아쉬운 표정으로 퀘스트창을 닫았다.

딱히 도움 될 정보는 없었다.

강진석은 안전 구역을 나섰다.

그리고 마저 걸음을 옮겨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지하 1층에 도착한 강진석은 수많은 고블린들을 감지할 수 있었다.

여태껏 공략했던 그 어떤 던전보다 고블린의 수가 많았다.

이미 지팡이에 기운을 가득 주입해 둔 강진석은 바로 홍염의 숨결을 발동해 고블린들에게 불길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화르륵! 화르륵!

불길이 작렬하며 열기가 퍼졌고 범위 안에 있던 고블린들은 한 마리도 빠짐없이 전부 죽음을 맞이했다.

그렇게 강진석은 계속해서 불길을 방출하며 지하 1층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퀘스트 '마곡역 지하 1층'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

.

얼마 뒤 지하 1층 청소가 끝났고 강진석은 지하 2층 계단 입구로 향하며 생각했다.

'역시 전부 2층에 있구나.'

지상과 마찬가지로 지하 1층에도 3차 제약 침공자가 한 마리도 없었다.

'제단 지키고 있으려나?'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 전부 제단을 지키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저벅!

지하 2층에 도착한 강진석은 걸음을 멈추고 초감각에 집중했다.

지하 1층에 비해 지하 2층은 작았고 초감각으로 모든 곳을 감지할 수 있었다.

'역시 제단 쪽에 있는 것 같네.'

3차 제약 침공자들의 기운이 감지되지 않았다.

그것이 지하 2층에 없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제단 근처는 초감각을 막아내는 장막이 있어 제대로 감지할 수가 없었다.

아마도 3차 제약 침공자들은 제단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물론 단순히 기운이 감지되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지하 2층에는 수많은 고블린이 있었다.

그런데 그 많은 고블린이 전부 한 곳에 모여 있었다.

모여 있는 장소는 바로 제단의 장막 앞쪽이었다.

강진석은 제단이 있는 곳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한 곳에 모여 있어서 다행이네.'

3차 제약 침공자들만 한 곳에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고블린이 모여 있다니?

청소 시간이 대폭 단축될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목적지에 도착했고 수많은 고블린을 볼 수 있었다.

고블린들이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었다.

"...?"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고블린들의 상태가 이상했다.

한 마리도 빠짐없이 전부 눈에 검은자가 없었다.

흰자뿐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키이이익!

제단으로 향하는 통로 안쪽에서 괴성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고블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다가오는 고블린들을 향해 지팡이를 겨누며 생각했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눈만 이상한 게 아니다.

고블린들의 감정은 평온 그 자체였다.

지금 상황에 평온한 감정을 가지고 달려든다?

아무리 봐도 이상했다.

강진석은 힐끔 메시지창을 보았다.

그러나 아무런 메시지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신경이 쓰였다.

대체 무슨 상황인 것일까?

화르륵!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린 채 홍염의 숨결을 발동했다.

이번에는 중간에 끊지 않았다.

고블린들이 끊임없이 몰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고블린들은 불길에 날아드는 불나방처럼 의미 없는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메시지창을 확인한 강진석은 은은히 미소를 지었다.

[수색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2,900 상승합니다.]

[수색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3,200 상승합니다.]

.

.

고블린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왜 이러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포인트가 오르는 속도를 보니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이어 위험한 상황이 온다고 해도 수급되는 포인트를 보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얼마 뒤 도열해 있던 고블린의 90% 정도가 죽음을 맞이한 그 순간.

'...어?'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사망 메시지와 포인트 상승 메시지 말고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제단이 한계까지 영혼을 흡수했습니다.]

[제단이 강화됩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강진석은 느낄 수 있었다.

초감각을 막아내던 제단의 영역이 급속도로 커지는 것을.

스아앗!

제단의 영역은 순식간에 강진석을 지나쳤고 그 순간 강진석은 몸이 무거워짐을 느꼈다.

디버프가 한층 더 강해진 것이다.

'이거였구나.'

고블린들의 상태가 왜 이러는 것일까, 무엇을 노리는 것일까 궁금했었다.

그리고 지금 궁금증이 해결됐다.

강진석은 남은 10%의 고블린들에게 불길을 날리며 제단으로 향하는 통로를 보았다.

통로에서 고블린들이 나오고 있었다.

제단 영역에 들어서기도 했고 거리가 가까워 강진석은 통로에서 나오는 고블린들의 기운을 명확히 감지할 수 있었다.

전부 3차 제약 침공자들이었다.

제132화

132.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보았다.

[차가운 뿌리 부족 10부족장 글라마가 등장했습니다.]

.

.

[차가운 뿌리 부족 12부족장 브아르가 등장했습니다.]

[차가운 뿌리 부족 직할 7공격단장 레키라스가 등장했습니다.]

'추가 효과는 없는 건가?'

제단이 강화됐다.

특별한 효과가 추가되지 않았을까 했는데 새로 나타난 메시지는 3차 제약 침공자들의 등장 메시지뿐이었다.

강진석은 다시 고개를 돌려 3차 제약 침공자들을 보았다.

바로 그때였다.

선두에 있던 고블린이 합장을 했다.

스아앗!

그와 동시에 발밑에 거대한 마법진이 나타났다.

영역 선포로 추정됐다.

'...또?'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제한이 없는 건가?'

그렇지 않아도 제단의 기본 영역과 심층 영역이 중첩된 상태였다.

여기서 영역이 하나 더 추가된다니?

이어 주변 환경이 바뀌며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차가운 뿌리 부족 10부족장 글라마가 영역을 선포합니다.]

[영역 효과를 받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감소합니다.]

[모든 저항력이 약간 감소합니다.]

[회복력이 감소합니다.]

메시지를 통해 글라마의 영역 위력을 확인한 강진석은 안도했다.

다행히 글라마의 영역은 강력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어진 상황에 강진석은 다시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글라마를 포함한 모든 3차 제약 침공자들의 기운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추가로 메시지가 나타났다.

[글라마가 제물을 바쳐 일시적으로 제약을 완화합니다.]

[30분 뒤 글라마의 모든 능력치가 50% 약화됩니다.]

.

.

[레키라스가 제물을 바쳐 일시적으로 제약을 완화합니다.]

[20분 뒤 글라마의 모든 능력치가 40% 약화됩니다.]

[일시적으로 제약을 완화한 3차 제약 침공자들이 다수 모여 있습니다.]

[모든 3차 제약 침공자 관련 보상이 대폭 강화됩니다.]

갑작스레 기운이 강해져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대체 조건이 뭘까?'

앞서 죽인 여섯은 제약을 완화하지 않았다.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증미역을 침공했던 3차 제약 침공자들도 제약을 완화하지 않았다.

즉, 제물을 바쳐 제약을 완화하는 데에도 조건이 있는 게 분명했다.

'...영역 상징 근처에서만 가능한가?'

생각해 보면 앞서 제약을 완화하지 않고 죽은 3차 제약 침공자들은 전부 영역 상징과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혹시 상징의 기본 영역 안에서만 제물을 바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게 유일한 조건일까?'

강진석은 조건에 대해 생각하며 전방을 보았다.

기운이 대폭 강해진 여섯 고블린은 짜증, 분노 등이 가득 담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제물이 뭔지 알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예상 가는 것이 있기는 했다.

바로 '미래'.

제약 완화 시간은 명시되어 있지만 페널티 지속 시간은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페널티로 아주 오랜 시간 육체가 약해지는 것이라면?

지금 고블린들의 반응은 당연한 반응이라 할 수 있었다.

-키익!

-키릭!

이내 고블린들이 괴성을 내뱉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성난 고블린들을 보며 싱긋 웃었다.

제단의 기본 영역, 심층 영역 거기다 글라마의 개인 영역까지 영역이 3개나 중첩됐고 거기다 일시적으로 제약이 완화됐다.

그로 인해 여섯 고블린의 기운이 무척 강해진 상태였다.

문제는 강진석에게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라는 점이었다.

바로 그때 마지막 일반 고블린이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지팡이의 방향을 틀어 영역을 선포 후 앞장서 다가오는 글라마에게 불길을 방출했다.

화르륵!

최대 출력의 불길이 글라마에게 향했다.

그러나 글라마는 다가오는 불길을 보고도 피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방어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대신 히죽 웃었다.

"...?"

그래서 강진석은 당황스러웠다.

최대 출력이었다.

아무리 제약을 완화해 기운이 강해졌다고 해도 불길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죽지야 않겠지만 이대로라면 글라마는 아주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나야 좋긴 한데.'

물론 강진석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기는 했다.

'내가 모르는 뭔가 있나?'

그러나 너무 의외의 상황인지라 불안했다.

바로 그때였다.

스아아....

불길이 급속도로 약해지기 시작했다.

"...?"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속 시간이 끝난 게 아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불길이 약해진단 말인가?

강진석은 반사적으로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아....'

그리고 속으로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

메시지창에 불길이 약해진 이유가 나와 있었다.

[제단이 열기를 무력화합니다.]

불길이 약해진 이유는 제단 효과였다.

'제단에 이런 효과도 있었구나?'

열기 무력화라니?

생각지도 못한 효과였다.

'강화돼서 생긴 건가?'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 약해진 불길이 글라마에게 도달했고 글라마는 허리춤에 있던 도끼를 빼 들어 휘둘렀다.

불길이 폭발하며 열기가 퍼졌다.

그러나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였기에 글라마는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홍염의 숨결은 안 되겠네.'

출력을 더 높일 수 있다면 모를까 최대 출력임에도 피해를 주지 못했다.

홍염의 숨결로 공격하는 것은 무의미했다.

강진석은 바로 혼돈의 구를 단검으로 변환했다.

홍염의 숨결을 사용할 것도 아닌데 굳이 지팡이로 싸울 이유가 없었다.

'한기도 무력화하지는 않겠지?'

강진석은 기운을 주입하며 단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최대 출력의 아이스 스피어가 방출됐다.

스아앗!

최대 출력의 아이스 스피어는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글라마에게 날아갔다.

그리고 바로 그때.

-키익!

글라마가 아이스 스피어를 보며 괴성을 내뱉었다.

"...?"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글라마의 감정 변화 때문이었다.

'불신?'

어째서인지 글라마는 '불신'을 가득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문제였다.

'아이스 스피어에 왜?'

아이스 스피어를 보고 왜 불신을 느낀단 말인가?

글라마뿐만이 아니다.

다른 고블린들도 불신을 느끼기 시작했다.

'델칸이 설마 차가운 뿌리 부족이랑 관련 있나?'

평범한 아이스 스피어가 아니라 '델칸'의 아이스 스피어였다.

혹시 델칸이 차가운 뿌리 부족과 연관된 중요한 무언가라면?

글라마를 포함한 고블린들의 불신이 설명된다.

그사이 아이스 스피어가 글라마에게 도달했고 정신을 차린 글라마는 다급히 기운을 끌어올리며 도끼를 휘둘렀다.

쩡! 쩌저적!

도끼에 의해 아이스 스피어가 파괴되었고 한기가 퍼졌다.

글라마는 끌어올린 기운으로 한기에 저항했으나 의미 없었다.

한기는 잠시 멈칫했을 뿐 도끼를 시작으로 순식간에 글라마를 동결시켰다.

강진석은 얼어붙은 글라마에게 재차 아이스 스피어를 날리며 남은 다섯 고블린을 주시했다.

다섯 고블린은 불신에 이어 당황하고 있었다.

당황의 이유 역시 불신과 마찬가지로 아이스 스피어 같았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대체 왜 저리 불신과 당황을 하는 것일까?

그사이 두 번째 스피어가 글라마에게 도달했고 근처에 있던 다섯 고블린은 한기에 휘말릴까 재빨리 물러났다.

쩌저정!

이미 빙결된 상태였던 글라마는 두 번째 아이스 스피어가 작렬함과 동시에 얼음과 함께 그대로 산산이 조각났다.

[차가운 뿌리 부족 10부족장 글라마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200만 상승합니다.]

.

.

그리고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와.'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일시적으로 제약을 완화한 3차 제약 침공자들이 다수 모여 있어 관련 보상이 대폭 강화된 상태이긴 했다.

그래서 보상이 메타린 때와 비슷하거나 조금 모자랄 것이라 생각했다.

메타린보다는 약했기에.

그런데 아니었다.

메타린 때보다 보상이 더 컸다.

'1000만....'

글라마가 죽으며 200만 포인트.

퀘스트 2개가 완료되며 각각 400만 포인트가 주어졌다.

도합 1000만 포인트였다.

기본 포인트만 1000만이었다.

퀘스트 보상으로 요새 포인트도 200만씩, 총 400만 포인트가 제공됐다.

그리고 포인트만 제공된 것도 아니다.

수많은 물품도 함께 제공됐다.

'이렇게나 준다고?'

막대한 보상에 강진석은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으로 남은 다섯 고블린을 보았다.

글라마가 제일 강하기는 했다.

그러나 크게 차이 나는 것은 아니었다.

무척이나 미세한 차이였다.

즉, 나머지 다섯 역시 글라마와 보상이 비슷할 것으로 추정됐다.

'마리 당 1000만....'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육체 제련이나 영혼 각성도 생각보다 금방 습득할 수 있겠는데?'

최종 패시브 스킬이라 할 수 있는 육체 제련, 영혼 각성.

두 스킬을 습득하는 것은 아주 머나먼 미래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대로라면 금방 두 스킬을 습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다섯 고블린이 일제히 기운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정신을 차리고 공간이동을 해 글라마가 있던 자리로 다가갔다.

그리고 글라마가 남긴 아티펙트를 수거했다.

'특별한 건 없네.'

아쉽게도 글라마가 남긴 아티펙트에는 델칸의 아이스 스피어나 홍염의 숨결 같은 특별한 공격 스킬이 없었다.

수거를 마친 강진석은 단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스아앗! 스아앗!

그리고 최대 출력의 아이스 스피어들이 다섯 고블린에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키익!

다섯 고블린 중 하나가 괴성을 내뱉었고 약속이라도 한 듯 다섯 고블린은 하늘로 각자의 무기를 뻗었다.

그리고 무기를 통해 다섯 고블린의 기운이 하늘로 치솟아 합쳐졌고 이어 검은색 보호막이 나타났다.

쩡!

이어 검은색 보호막에 아이스 스피어가 작렬했다.

'...단단하네.'

보호막은 무척 단단했다.

아이스 스피어가 작렬하며 한기가 퍼졌으나 기운이 살짝 약해졌을 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쩡! 쩡!

두 번째, 세 번째 아이스 스피어가 작렬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보호막의 기운만 약해졌을 뿐 균열이 생기거나 얼어붙지 않았다.

강진석은 계속해서 아이스 스피어를 방출하며 생각했다.

'일단 버티려는 걸까? 아니면 이렇게 소모전을?'

다섯 고블린들이 합심해서 보호막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잠시 안전하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서일까?

아니면 강진석의 기운이 바닥날 때까지 버티려는 것일까?

후자라면 아주 잘못된 생각이었다.

시간은 강진석의 편이었다.

넉넉히 30분이면 다섯 고블린의 능력치는 40%에서 50%까지 약화된다.

그리고 강진석은 30분이 아니라 1시간 내내 아이스 스피어를 방출할 수 있었다.

'그 전에 파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솔직히 30분까지 갈 필요도 없다.

지금 당장 균열이 생기지 않고 얼어붙지 않은 것이지 기운이 약해지는 속도를 보면 보호막의 기운은 30분이 아니라 10분 안에 바닥날 것으로 추정됐다.

쩡! 쩡!

강진석은 계속해서 아이스 스피어를 방출해 보호막을 공격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고블린들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쩍! 쩌적!

얼마 뒤 보호막에 균열이 하나 생겼다.

이후 아이스 스피어가 작렬할 때마다 균열은 우후죽순 늘어났고.

쩌저저정!

절반이 균열로 뒤덮였을 때 보호막이 파괴됐다.

-키익!

-케엑....

기운을 쏟아붓고 있던 고블린들은 보호막이 파괴됨과 동시에 피를 토해냈다.

보호막에 기운을 전부 쏟아서인지 다섯 고블린들의 기운은 현저히 약해져 있었다.

강진석은 멈추지 않고 아이스 스피어를 방출하며 생각했다.

'너무 허무하게 끝났네.'

3차 제약 고블린들은 영역 3중첩에 일시적으로 제약까지 완화한 상태였다.

그런데 강진석은 시작부터 끝까지 방어 한 번 하지 않았다.

내내 아이스 스피어 방출만 했을 뿐인데 끝이나 버렸다.

'...이게 당연한 거긴 하지.'

조금 생각해 보니 이런 결말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강진석은 아이스 스피어가 아니더라도 3차 제약 침공자들을 가볍게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

오히려 고전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이 정도면 그냥 내가 다 쓸어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길드원들의 성장을 챙기려 했던 이유는 시간이 흐를수록 방어해야 할 곳이 늘어날 텐데 혼자서는 막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이 살짝 바뀌었다.

방어할 일이 없게 먼저 공격해 쓸어버린다면?

강진석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제133화

133.

고민하던 사이 첫 번째 아이스 스피어가 고블린들에게 도달했다.

쩡! 쩌저적!

기운이 바닥 난 고블린들은 아이스 스피어를 피하지 못했고.

쩌저적! 쩌저적!

아이스 스피어가 폭발하며 한기가 퍼졌다.

그리고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아이스 스피어가 연달아 작렬하며 다섯 중 둘이 죽었고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

.

[퀘스트 '차가운 뿌리 부족 12부족장 브아르'를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390만 상승합니다.]

[요새 포인트가 195만 상승합니다.]

.

.

고민에 잠겨 있던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고 잠시 고민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예상했던 대로 앞서 죽은 글라마와 마찬가지로 두 고블린은 도합 1000만에 달하는 포인트를 각각 제공했다.

이어 나머지 세 고블린도 죽음을 맞이했고 강진석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7452만 3510]

확인과 동시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냥 웃음이 나오는 수치였다.

'625인지 확인해 볼까?'

궁금했다.

250 다음 특별한 변화가 625일지 아닐지.

그리고 지금 포인트라면 확인이 가능했다.

전부 사용할 필요도 없다.

일부만 사용해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 끝내고 바로 확인하자.'

강진석은 행복한 상상을 하며 메시지에서 관심을 거뒀다.

그리고 브아르를 포함한 3차 제약 침공자 다섯이 남긴 아티펙트들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아티펙트를 수거하던 강진석의 표정에 아쉬움이 나타났다.

아쉬움은 아티펙트를 확인할 때마다 점점 짙어졌다.

'후....'

이내 모든 아티펙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속으로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 둘이 유독 좋은 걸 가지고 있었던 거였나.'

델칸의 아이스 스피어가 내장되어 있던 트리만의 단검.

홍염의 숨결이 내장되어 있던 바바리아의 지팡이.

두 아티펙트처럼 특별한 스킬이 내장된 아티펙트는 없었다.

'그래도 공격 스킬 2개는 확보했으니까.'

물론 특별한 스킬이 없다는 것이지 일반 공격 스킬이 내장된 아티펙트는 존재했다.

강진석은 '전기 사슬'과 '바람 칼날'이 내장된 두 아티펙트를 혼돈의 구에 저장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주변을 스윽 훑으며 생각했다.

'끝내러 가볼까.'

3차 제약 침공자들이 끝이었다.

이제 마곡역에는 몬스터가 없다.

그러나 끝난 게 아니다.

몬스터는 없지만 제일 중요한 것이 남아 있었다.

바로 제단이었다.

강진석은 혼돈의 구를 '바람 칼날'이 내장된 초록 수정구로 변환했다.

그리고 수정구에 기운을 주입 후 발동 의지를 발현했다.

그와 동시에 수정구에서 5개의 바람 칼날이 튀어나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스걱! 스걱! 스걱!

얼마 뒤 강진석의 귓가에 영역의 '중점'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글라마의 영역을 파괴하셨습니다.]

.

.

그리고 메시지와 함께 영역이 파괴되었다.

강진석은 통로를 향해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일반 몬스터 잡을 때에는 이게 좋겠네.'

바람 칼날의 파괴력은 강진석의 입장에서 약했다.

3차 제약 침공자들에게는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할 것이다.

2차 제약 침공자들에게도 치명적인 피해는 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 몬스터 정도는 가뿐히 죽일 수 있다.

거기다 동시에 5개까지 발동이 가능했다.

절삭력을 생각하면 일반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바람 칼날이 나을 것 같았다.

향후 전투에 대해 생각하며 강진석은 통로에 들어섰고 초감각에 집중하며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얼마 뒤 통로의 끝에 도착했고 강진석은 공동으로 나갔다.

그리고 공동 중앙에 있는 제단을 보았다.

강화됐기 때문일까?

아니면 원래 그런 것일까?

제단의 형태는 여태까지 강진석이 보았던 것과 달랐다.

일단 색깔이 매우 검붉어졌고 제단 곳곳에 해괴한 문양이 각인되어 있었다.

그래서 불길했다.

혹시 특별한 능력이 생긴 게 아닐까?

저벅!

강진석은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걸음을 멈췄다.

이전까지는 가까이서 몽둥이로 직접 때려 부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강진석은 혼돈의 구를 단검으로 변환했다.

그리고 제단을 향해 아이스 스피어를 날렸다.

스아앗!

최대 출력의 아이스 스피어가 제단으로 향했고 강진석은 잠시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아이스 스피어가 제단에 작렬하기 직전.

스아아아!

제단 곳곳에 각인되어 있던 해괴한 문양이 빛났다.

그리고 아이스 스피어가 그대로 문양에 흡수됐다.

"...!?"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스 스피어가 흡수되다니?

그러나 이어진 상황에 강진석은 더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건 또 뭐야?'

제단에서 하얀 연기로 이루어진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명확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눈이나 코, 입이 흐릿했고 손이나 발도 흐릿했다.

'고블린...?'

그러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고블린을 떠올리게 했다.

바로 그때 하얀 연기의 무언가가 하늘로 팔을 뻗었다.

그리고 이어 번쩍이며 사라졌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차가운 뿌리 부족의 시조 델칸의 영혼 조각이 흡수한 기운으로 영역 내 고블린들을 축복합니다.]

[영역 내 고블린의 회복력이 10% 강화됩니다.]

[영역 내 고블린의 물 속성 스킬 효과가 5% 강화됩니다.]

"...!"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궁금했던 델칸에 대한 정보가 메시지에 나와 있었다.

'시조?'

델칸은 차가운 뿌리 부족의 시조였다.

'그래서 그렇게 경악했던 거야?'

강진석은 앞서 글라마를 포함한 3차 제약 침공자들이 왜 경악했는지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의 시조인 델칸의 아이스 스피어를 인간인 강진석이 사용하고 있는데 경악하는 것이 당연했다.

'...메타벤의 부관이었지.'

단검을 가지고 있던 트리만은 메타벤의 부관이었다.

'이름 보면 메라키오 자식일 테니....'

메라키오의 자식인 메타르, 메타린.

전부 앞에 '메타'가 들어가 있었다.

메타벤 역시 메라키오의 자식일 것으로 추정됐고 어째서 트리만이 델칸의 아이스 스피어가 내장된 단검을 가지고 있던 것인지 알 것 같았다.

'근데 이러면 아이스 스피어로는 안 되겠는데.'

제단은 아이스 스피어를 흡수한다.

즉, 아이스 스피어로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홍염의 숨결은 무력화되고....'

제단은 열기도 무력화한다.

약해지던 속도를 생각하면 한세월이 걸릴 것이다.

즉, 홍염의 숨결로 파괴하는 것은 효율이 좋지 않다.

'전기 사슬은 생각할 필요도 없고 바람 칼날은....'

강진석은 혼돈의 구를 초록 수정구로 변환했다.

그리고 바람 칼날을 발동했다.

휙! 휙! 휙! 휙! 휙!

5개의 바람 칼날이 제단으로 날아갔다.

당연하게도 바람 칼날은 제단에 흡수되지 않았다.

팅! 팅! 팅! 팅! 팅!

대신 흠집도 나지 않았다.

'...직접 때려 부수는 수밖에 없나?'

아무래도 직접 다가가 파괴해야 할 것 같았다.

강진석은 델칸의 영혼 조각이 튀어나올까 경계하며 제단으로 다가갔다.

다행히 제단 앞에 도착했음에도 델칸의 영혼 조각은 튀어나오지 않았다.

강진석은 적당히 힘을 실어 몽둥이를 휘둘렀다.

쾅!

몽둥이가 제단에 작렬하며 폭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강진석은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많이 단단한데?'

적당히 힘을 실어서는 파괴하는 데 오래 걸릴 것 같았다.

아무래도 기운을 가득 주입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별일 없는 것 같으니.'

타격한 부분에 균열이 여럿 생겼다.

그럼에도 델칸의 영혼 조각은 나타나지 않았다.

기운을 흡수해야만 등장할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기에 강진석은 경계를 유지한 채 몽둥이를 휘둘렀다.

쾅! 쾅!

기운을 가득 주입한 덕분에 몽둥이는 처음보다 더 강한 파괴력을 발휘했고 제단이 빠르게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

.

제단이 파괴되며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살피며 활짝 웃었다.

'보상 봐라.'

다른 곳에 비해 난도가 높았기 때문일까?

보상이 다른 곳과 비교하는 게 민망할 정도로 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

메시지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왜 수비 퀘스트가....'

항상 나타났던, 그래서 당연히 나타날 것이라 생각했던 '마곡역 수비'가 보이지 않았다.

잘못 본 게 아니다.

분명 생성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생성된 퀘스트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주 불길한 이름의 퀘스트가 생성됐다.

[퀘스트 '발산역 생존자 구출'이 생성됐습니다.]

'이건....'

강진석은 불길한 눈빛으로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발산역 생존자 구출'을 확인했다.

<발산역 생존자 구출>

발산역 지하 1층 감옥에 인간들이 감금되어 있다.

3일 뒤 제물로 바쳐질 동족을 구출하라!

[남은 생존자 : 1235]

퀘스트 보상 : ???

발산역 입장 시 감옥이 안전해집니다.

던전 클리어 시 완료

완료 시점 생존자의 수에 따라 보상이 강화됩니다.

'아....'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속으로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

* * *

"...."

메라키오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마곡역의 영역 상징이 파괴됐다.

영역 상징이 파괴됐다는 것은 마곡역에 남아 있던 3차 제약자 여섯도 당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렇게 빨리....'

솔직히 패배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패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다.

문제는 속도였다.

빨라도 너무 빨리 무너졌다.

'분명 전력을 다했을 것인데.'

마곡역에 남은 이들에게는 선택지가 하나뿐이었다.

전력을 다해 인간을 죽이는 것.

그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즉, 전력을 다했을 것인데 그럼에도 이렇게 빨리 무너지다니?

'이런 거였나...?'

초월의 씨앗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접했다.

믿기 힘든 것들도 많았다.

그런데 초월의 씨앗을 직접 겪어보니 이해가 됐다.

어째서 그 많은 부족들이 무너진 것인지 알 것 같았다.

'...어찌해야 할까.'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분명 계속 밀고 내려올 텐데.'

초월의 씨앗이 마곡역에서 만족할까?

아니, 분명 계속해서 영역을 확장하려 할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초월의 씨앗을 어떻게 막느냐였다.

'얼마나 강한 거지?'

메라키오는 일단 초월의 씨앗의 힘을 가늠해 보았다.

힘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그에 맞춰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상황을 보면 최소 3차 제약 10단계겠지.'

부족 영역이었던 마곡역에서 일시적으로 제약을 완화한 3차 제약자 여섯이 당했다.

당한 3차 제약자들의 수준을 생각하면 이미 초월의 씨앗은 최소 3차 제약 10단계 수준이 됐을 것이다.

'4차 제약이라 가정하는 게 좋겠군.'

최소 수준으로 계획을 짜서는 안 된다.

넉넉히 4차 제약자라 생각하고 계획을 짜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당장 이곳까지 온다면....'

메라키오는 상상해 봤다.

초월의 씨앗이 지금 바로 봉제산에 쳐들어온다면?

'...그랬으면 좋겠는데.'

봉제산에는 강력한 영역이 펼쳐져 있다.

초월의 씨앗이 4차 제약자라 해도 지금 바로 봉제산에 나타나면 죽일 자신이 있었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초월의 씨앗이 그런 멍청한 선택을 할 이유가 없다.

분명 다른 곳에서 힘을 키울 것이다.

그리고 며칠만 지나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강해질 것이다.

"흐음...."

메라키오는 착잡한 얼굴로 침음을 내뱉었다.

제134화

134.

'본부를 옮겨야 하나?'

제약이 풀린 이후에는 자유롭게 본부를 옮길 수 있다.

그러나 제약이 풀리기 전에는 단 한 번만 본부를 옮길 수 있었다.

한 번뿐이기에 본부 이동은 신중히 선택해야 했다.

'...아무래도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어.'

혼자 결정 내리기에는 너무나 중대한 사항이었다.

2인자인 대주술사 밀보닐과 현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메라키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밀보닐의 거처가 있는 대제단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제단에 도착한 메라키오는 품에서 단검을 꺼냈다.

차가운 뿌리 부족의 성물 중 하나인 '델칸의 단검'이었다.

메라키오가 갑자기 성물을 꺼낸 이유는 대제단의 심층 영역을 둘러싼 '장막' 때문이었다.

대제단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장막을 지나치기 위해서는 준비물이 필요했다.

그리고 준비물이 바로 '성물'이었다.

메라키오는 장막에 단검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단검이 닿자마자 장막에 자그마한 통로가 생겼다.

메라키오는 통로를 지나 심층 영역으로 진입했다.

"하아...."

진입과 동시에 힘이 충만해지기 시작했고 메라키오는 만족스런 호흡을 내뱉었다.

'모든 곳이 이랬으면 좋으련만.'

모든 영역이 심층 영역과 같았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초월의 씨앗도 단숨에 죽였을 것이다.

메라키오는 아쉬운 표정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밀보닐의 천막에 도착했고.

"허허, 대족장께서 어쩐 일로?"

껄껄 웃으며 인사하는 밀보닐을 만날 수 있었다.

밀보닐은 아직 초월의 씨앗의 탄생을 알지 못한다.

심층 영역에서 내내 제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따로 정보를 전해 준 이가 없기 때문이었다.

메라키오는 밀보닐에게 현재 상황을 전했다.

초월의 씨앗 탄생과 마곡역에서의 일을.

그리고 모든 상황을 알게 된 밀보닐은 처음과 달리 상당히 굳은 얼굴로 물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일단 본부를 옮길까 합니다. 최대한 먼 곳으로. 적어도 한 달은 더 버틸 수 있는 곳으로."

"한 달이요? 설마 시험을 포기하실 생각이십니까?"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습니다."

"...."

시험 포기 이야기에 밀보닐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초월의 씨앗에 대한 이야기는 밀보닐 역시 수없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시험을 포기하는 게 오히려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어디로 옮기실 생각이십니까?"

이내 정신을 차린 밀보닐이 물었다.

"일단 양천구 남서쪽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차가운 뿌리 부족의 영역은 강서구, 양천구, 구로구 총 세 곳이었다.

그리고 현재 본부가 위치한 봉제산은 강서구에 있었다.

즉, 강서구로 이동하는 것은 한 번뿐인 기회를 날리는 것과 같았고 남은 것은 양천구와 구로구인데 구로구는 검은 숲 엘프들과 격전 중인 곳이라 껄끄러웠다.

"양천구 남서쪽이면...."

밀보닐은 말끝을 흐리며 머릿속으로 지도를 떠올렸다.

그리고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했다.

"나쁘지 않군요. 강대한 세력도 없고. 검은 숲 엘프들이 진격해 와도 그곳까지 오기에는 시간이 걸릴 테니."

"예, 그렇지요."

"근데...."

문득 든 생각에 밀보닐이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메라키오의 눈치를 살폈다.

메라키오는 밀보닐의 반응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을 하려고 눈치를 살피는 것일까?

"말씀하시지요."

"...제사까지 버티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은 겁니까?"

"아...."

메라키오는 밀보닐의 답에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밀보닐이 재빨리 이어 말했다.

"이대로 바로 본부를 옮기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준비를 해야 하는데 아시겠지만 다시 준비하기가 쉽지 않은지라. 그리고 제사만 마치면 버티는 건 무척 수월할 겁니다. 얼마나 흡족해하실지 모르겠지만 본부를 옮기지 않고 초월의 씨앗을 막아 낼 수도 있겠지요."

"...알겠습니다. 일단 제사 때까지는 옮기는 것을 보류하겠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어쩔 수 없으니 준비는 해 주시길."

* * *

마곡나루역 지휘소.

현재 지휘소에는 강진석을 포함해 간부들이 전부 모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강진석이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간부들은 듣는 입장이었다.

"질문 있으신 분?"

이야기를 마친 뒤 강진석이 물었다.

그러자 한지윤이 손을 들며 말했다.

"그럼 발산역도 혼자 가실 생각이신가요?"

강진석은 한지윤의 질문에 잠시 생각하고는 답했다.

"...예, 마곡역보다 더 위험하거든요."

마곡나루역 수비 퀘스트 보상으로 길드원들은 많은 포인트를 받았다.

특히 간부들은 일반 길드원들보다 더 많은 포인트를 받아 훨씬 강해졌다.

그러나 발산역은 마곡역보다 난도가 훨씬 높은 곳이었다.

최소 보상을 챙겨주기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군요."

이미 마곡역 때 한번 나왔던 이야기였기에 한지윤은 별말 없이 수긍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간부들을 스윽 훑었다.

질문이 없는지 간부들 중 입을 여는 이는 없었고 강진석은 회의를 끝내기로 결정했다.

"질문이 없으신 것 같으니 이만 회의를 끝내겠습니다. 그리고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회의를 끝낸 강진석은 곧장 임시 거처로 공간이동을 했다.

그리고 도착과 동시에 스킬창을 열었다.

'빨리 찍고 가자.'

이번에 강진석은 정말 많은 포인트를 얻었다.

그리고 발산역에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출발 전 최대한 포인트를 투자할 생각이었다.

강진석은 바로 힘 라인 스킬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

.

[힘이 1 상승합니다.]

얼마 뒤 강진석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

강진석이 멈칫한 이유는 특별한 변화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500이었구나?'

여태껏 2.5배마다 특별한 변화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2.5배가 아니라 2배인 500에 특별한 변화가 찾아왔다.

공간이동이라든가 육체의 재구성 같은 특수한 변화가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250 때와 마찬가지로 대폭 기운이 늘어나고 근력이 강해진 게 끝이었다.

'앞으로는 이렇게 대폭 증가하기만 하는 건가?'

확실치는 않지만 이제부터는 지금처럼 대폭 증가하기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아쉽지는 않았다.

기운과 근력이 대폭 증가함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기에.

일단 강진석은 습득하고 있던 패시브를 마저 최대 레벨까지 습득 후 이어 정신력 라인 스킬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정신력 또한 500에서 특별한 변화가 찾아왔고 250 때와 마찬가지로 정신력이 대폭 늘어나는 것으로 끝났다.

강진석은 이어 체력 라인 스킬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체력과 민첩까지 전부 500을 달성한 강진석은 정보창을 열었다.

힘 : 566(502+64)

민첩 : 566(502+64)

체력 : 567(503+64)

정신력 : 568(504+64)

능력치를 보니 절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한동안 능력치를 보던 강진석은 이어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3520만 4170]

'근데 진짜 이번에 포인트를 많이 얻기는 했네.'

이번 스킬 습득에 정말 많은 포인트를 소모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3000만이 넘게 남아 있었다.

'하나에 전부 투자하면 몇까지 오르려나?'

바로 그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끼이익.

그리고 강진석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노크를 한 존재는 그냥 문을 열고 들어왔다.

강진석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초감각을 통해 누구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윽.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문을 열고 들어온 강나연을 보며 물었다.

"왜?"

"...진짜 혼자 가야겠어? 위험하다며 천천히 안전히 다 같이 가면 안 돼?"

강나연이 찾아온 이유는 걱정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답했다.

"걱정 안 해도 돼."

발산역이 마곡역에 비해 난도가 높기는 했다.

"스킬 습득해서 엄청 강해졌거든."

스킬 습득 전에도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모든 능력치가 500을 돌파한 지금은 오만해도 될 것 같았다.

발산역의 상황은 모르지만 위협이 될 존재나 상황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말끝을 흐리며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퀘스트 '발산역 생존자 구출'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발산역 생존자 구출>

발산역 지하 1층 감옥에 인간들이 감금되어 있다.

3일 뒤 제물로 바쳐질 동족을 구출하라!

[남은 생존자 : 1230]

퀘스트 보상 : ???

발산역 입장 시 감옥이 안전해집니다.

던전 클리어 시 완료

완료 시점 생존자의 수에 따라 보상이 강화됩니다.

'...어?'

그러나 확인과 동시에 강진석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를 당황이 대신했다.

강진석이 당황한 이유는 생존자의 '수' 때문이었다.

'왜 1230이야?'

퀘스트 생성 당시 생존자는 1235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1230명이었다.

'이런....'

숫자가 줄었다는 것,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강진석은 인상을 구겼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왜 그래?"

강나연이 물었다.

"발산역에 감금된 사람들이 있어."

강진석은 빠르게 강나연의 물음에 답했다.

"지금 바로 구하러 가야 할 것 같아."

원래는 마저 스킬을 습득하고 출발하려 했다.

그런데 생존자의 숫자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 당장 출발해야 할 것 같았다.

'일단 입장만 하면 되니까.'

발산역에 입장만 하면 된다.

그러면 감옥은 안전해진다.

생존자들이 죽을 일은 없을 것이다.

"너무 걱정 마, 위험하면 도망칠게."

발산역에 감금된 이들의 목숨도 중요하긴 하지만 당연하게도 강진석에게 1순위는 자신의 목숨이었다.

발산역에 위협이 될 존재나 상황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그런 존재나 상황이 찾아온다면?

그러면 어쩔 수 없이 포기할 수밖에 없다.

"...알겠어."

"그럼 갔다 올게. 혹시나 잔존 고블린들이 쳐들어오면 잘 막고 있어. 위험하면 빠지고."

"응."

강나연의 답을 듣고 강진석은 바로 공간이동을 통해 역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발산역으로 비행했다.

순식간에 강진석은 발산역의 기본 영역에 진입했고 수많은 고블린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메시지도 나타났다.

그러나 강진석은 고블린을 죽이지도, 메시지를 확인하지도 않았다.

일단 발산역에 진입하는 것이 1순위였다.

기본 영역에 진입 후 5초도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9번 출구에 도착했고 바로 발산역으로 들어갔다.

[던전 '발산역'에 입장하셨습니다.]

[24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

.

역에 진입하자마자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강진석은 빠르게 메시지를 훑었다.

[발산역에 입장하셨습니다.]

[감옥이 안전해집니다.]

찾고 있던 메시지를 발견한 강진석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퀘스트창을 열어 생존자를 확인했다.

다행히 생존자는 1230명 그대로였다.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다시 처음부터 메시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어?'

그리고 메시지를 확인하던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퀘스트가 생성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퀘스트 '비밀 철수 준비'가 생성됐습니다.]

제135화

135.

'비밀 철수?'

철수라니?

그리고 철수 앞에 왜 '비밀'이 붙은 것일까?

대체 무슨 퀘스트일까?

강진석은 바로 퀘스트 '비밀 철수 준비'를 확인했다.

<비밀 철수 준비>

차가운 뿌리 부족의 대족장 메라키오의 자식이자 발산역을 관리하고 있는 메타벤.

메타벤은 메라키오에게 명령을 받았다.

수족만 챙겨 비밀리에 본부로 철수하라는.

.

.

메타벤의 철수를 막아라!

퀘스트 보상 : ???

메타벤이 발산역을 벗어날 경우 퀘스트 실패

'...뭐지?'

퀘스트 내용을 통해 어떤 상황인지 파악이 됐다.

그래서 더 당황스러웠다.

메라키오가 왜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일까?

그것도 전원 철수가 아니다.

메타벤과 메타벤의 수족만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다른 부족원들이 모르게 비밀리에.

상황만 놓고 보면 자식을 위해 나머지 부족원들을 희생하려는 모양새였다.

물론 강진석은 메타벤의 철수를 가만히 내버려둘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메타벤은 언젠가 충돌할 상대였다.

시간을 줄 이유가 없다.

괜히 시간을 줬다가 후에 더 큰 위험으로 돌아올 수 있다.

죽일 수 있을 때 죽여야 했다.

강진석은 다시 메시지 확인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얼마 뒤 메시지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진짜 넷이 끝인가.'

발산역에는 3차 제약 침공자가 넷뿐이었다.

철수 명령이 내려온 것 때문에 마곡역만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는 했다.

많았다면 철수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기에.

그래도 넷이라니?

적어도 너무 적은 게 아닌가 싶었다.

'마곡역보다 포인트는 엄청 적겠네.'

발산역의 영역 디버프는 마곡역보다 강했다.

그래서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상황을 보니 마곡역보다 수급되는 포인트가 훨씬 적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마지막으로 퀘스트를 쭉 확인하고 안전 구역을 나섰다.

그리고 곧장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지하 1층에 도착한 강진석은 혼돈의 구를 초록 수정구로 변환했다.

휙! 휙! 휙! 휙! 휙!

그리고 바람 칼날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 * *

"후우."

짐을 챙기던 메타벤은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게 맞는 건가?'

명령이 내려왔다.

비밀리에 철수하라는.

'부족원들을 버리는 게?'

문제는 전원 철수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철수할 수 있는 것은 메타벤과 메타벤의 수족 몇몇뿐이었다.

나머지는 발산역에 남아야 했다.

거절할 수 없는 명령이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메라키오의 명령이었다.

'이대로 돌아가면 기반이....'

물론 메타벤이 걱정하는 것은 부족원들의 안위가 아니었다.

자신의 미래였다.

이대로 부족원들을 버리고 철수한다?

본부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까?

명령이었으니 이해할까?

아니, 그럴 가능성은 0에 가까웠다.

분명 부족원을 버렸다는 낙인이 찍힐 것이다.

그리고 낙인은 기반을 키우는 데 매우 큰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

메타벤은 눈을 번뜩였다.

'...침입자!'

누군가 발산역에 침입했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 침입할 이는 하나뿐이었다.

'초월의 씨앗이 온 건가? 벌써?'

메타벤은 인상을 구겼다.

'...싸우면 죽겠지.'

마곡역에는 3차 제약자만 열둘이 있었다.

그런데 한 고블린도 빠짐없이 전부 죽었다.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전부 초월의 씨앗에게 죽은 것으로 추정됐다.

물론 메타벤은 마곡역에 있던 3차 제약자들보다 훨씬 강했다.

그 누구와 붙어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전부 1대1일 때 이야기다.

초월의 씨앗처럼 다수를 상대로는 이길 자신이 없었다.

아니, 자신이 없는 게 아니라 확실히 불가능하다.

동시에 둘까지는 버틸 수 있겠지만 셋부터는 죽을 확률이 100%다.

즉, 초월의 씨앗과 마주하면 마곡역에 있던 3차 제약자들보다야 더 버티긴 하겠지만 결국 죽을 것이다.

'망할, 진즉 연결을 끊어놨어야 했는데.'

당장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도망칠 수가 없었다.

빠르게 힘을 회복하기 위해 발산역 제단에 영혼을 연결해 둔 상태였다.

그로 인해 현재 발산역에서 일정 이상 벗어날 수가 없었다.

'3시간을 버틸 수 있나?'

명령이 내려오자마자 연결을 끊기 시작했다.

앞으로 3시간만 지나면 연결이 끊긴다.

문제는 이미 발산역에 침입한 초월의 씨앗에게서 3시간을 버틸 수 있느냐였다.

아무리 봐도 그냥은 힘들 것 같았다.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메타벤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곧 2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첫 번째는 제단에서 결사 항전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초월의 씨앗을 피해 숨어다니는 것이다.

'...숨어다니는 건 아닌 것 같고.'

발산역이 넓기는 했다.

그러나 3시간 내내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초월의 씨앗에게 탐지 능력이 있다면?

오히려 더욱 빨리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가만히 있느니만 못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아무래도 두 번째 방법은 폐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결사 항전이 답이네. 제단이 강화되면 3시간은 충분히 버틸 수 있겠지.'

첫 번째 방법으로 결정을 내린 메타벤은 바로 의지를 발현해 부관 트리라스를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얼마 뒤 트리라스가 도착했다.

그리고 메타벤이 말했다.

"전부 제단으로 집합시켜."

* * *

감옥에 갇혀 있던 김명훈은 감옥 밖에 있는 고블린 간수를 보며 생각했다.

'왜 저런 표정을....'

고블린 간수는 무척이나 험악한 표정으로 감옥 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누군가를 죽일 것 같은 분위기였다.

김명훈은 눈을 깔았다.

괜히 눈이 마주쳤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키이익!

괴성이 들려왔다.

김명훈은 힐끔 고개를 들어 괴성이 들려온 감옥 밖을 보았다.

"...!"

그리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두 고블린이 걸어오고 있었다.

문제는 고블린의 옷과 단검에 피가 잔뜩 묻어 있다는 점이다.

더욱 큰 문제는 두 고블린이 아까 사람들을 끌고 나갔다는 점이다.

그리고 끌고 나갔을 때에는 분명 피가 묻어 있지 않았다.

'죽인 건가....'

상황을 보니 아무래도 끌려 나간 다섯은 죽은 게 분명했다.

'이런 개같은....'

김명훈은 이를 악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두 고블린을 쳐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실제로 행동에 옮길 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고블린들은 강했다.

지금 감옥에 갇혀 있는 이들이 힘을 합친다고 해도 둘을 죽이려면 수십이 죽을 것이다.

그리고 두 고블린을 죽인다고 끝이 아니다.

밖에는 고블린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키익!

-키익?

두 고블린이 감옥 앞에 도착했고 고블린 간수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느낌이 좋지 않았다.

전에 다섯이 끌려갔을 때랑 분위기가 비슷했다.

이내 고블린 간수가 열쇠를 꺼냈다.

감옥 문을 열려는 것이 분명했다.

바로 그때였다.

스아앗!

감옥 입구에 푸른 장막이 생겼다.

-키익?

-키이익?

고블린 간수와 두 고블린이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당황한 것은 고블린들뿐만이 아니다.

김명훈은 물론 함께 갇혀 있던 이들도 당황했다.

갑자기 웬 장막이란 말인가?

"메, 메시지가 떴는데요?"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김명훈은 메시지창을 보았다.

[감옥이 안전해집니다.]

'...안전해진다고?'

김명훈은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감옥 입구를 보았다.

고블린 간수가 열쇠 구멍에 열쇠를 넣으려 했다.

그러나 장막에 막혀 열쇠를 넣지 못하고 있었다.

이어 두 고블린이 단검을 휘둘렀다.

팅! 팅!

그러나 장막은 단단했다.

두 고블린이 쉴 새 없이 단검으로 내려쳤으나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일까요?"

"그러게요."

"밖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설마 군대가 온 거 아닐까요?"

감옥 안에 갇혀 있던 이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웅성거림을 들으며 김명훈은 생각했다.

'군대는 아닐 것 같은데....'

시험이 시작될 때 지구에 있는 모든 탄알, 화약 등이 무력화됐다.

만에 하나 지금 상황이 군대가 온 것 때문이라 해도 지금 이야기 나오는,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런 군대는 아닐 것이다.

얼마 뒤.

-키익!

-키이익!

고블린 간수와 두 고블린이 대화를 나누더니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또 얼마 뒤.

"사, 사람!"

"헛, 사람이다!"

고블린들이 사라졌던 통로에서 한 사람이 나타났다.

젊은 사내로 무척이나 탄탄한 체구를 가지고 있었다.

김명훈은 사내를 보며 생각했다.

'뭐지? 이 느낌은?'

이상하게도 위축이 됐다.

항거할 수 없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구, 군인이신가요?"

"군복이 아닌데...?"

"사, 살려주세요!"

"저희 좀 꺼내주세요!"

"고블린들은 전부 죽은 건가요?"

김명훈이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 사람들이 사내에게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안녕하세요. 강진석이라고 합니다.]

머릿속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김명훈은 경악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경악한 것은 김명훈뿐만이 아니었다.

"헛?"

"어? 이게 뭔...."

질문을 쏟아내던 사람들 역시 경악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머릿속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일단 지하 1층에 있는 고블린들은 거의 죽였습니다. 마저 죽이러 갈 생각이구요.]

[발산역을 깔끔히 청소 후 돌아오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 * *

[퀘스트 '발산역 지하 1층'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

.

감옥에 들른 뒤 지하 1층 청소를 마친 강진석은 지하 2층으로 향했다.

그리고 지하 2층에 도착한 순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마곡역과 마찬가지로 고블린들은 한곳에 모여 있었다.

바로 제단의 심층 영역 장막 앞쪽이었다.

'설마 또 강화인가?'

아무래도 제단을 강화하려는 것 같았다.

물론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발산역에는 3차 제약 침공자가 넷뿐이었다.

제단이 강화된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 없을 것이다.

강진석은 미간을 풀고 곧장 제단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목적지에 도착했고 수많은 고블린을 볼 수 있었다.

마곡역과 마찬가지로 고블린들은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상태도 마곡역 때와 같았다.

검은 자가 없었다.

흰자뿐이었다.

강진석은 혼돈의 구를 지팡이로 변환했다.

바람 칼날로 처리할까 했으나 2차 제약 침공자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홍염의 숨결로 처리하는 게 깔끔할 것 같았다.

그리고 지팡이로 변환한 순간.

-키이이익!

제단으로 향하는 통로에서 괴성이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고블린들이 움직였다.

강진석은 바로 홍염의 숨결을 발동했다.

화르륵!

지팡이에서 불길이 방출됐고 달려들던 고블린들은 불길과 닿는 족족 죽음을 맞이했다.

그렇게 대부분의 고블린이 죽음을 맞이했고.

[제단이 한계까지 영혼을 흡수했습니다.]

[제단이 강화됩니다.]

예상했던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강진석은 볼 수 있었다.

제단의 심층 영역이 확장되는 것을.

전과 달리 이번에는 가뿐히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강진석은 피하지 않았다.

어차피 안쪽으로 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근데 왜 안 나오지?'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마곡역 때는 제단이 강화되고 3차 제약 침공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여전히 3차 제약 침공자들은 제단 근처에 있었다.

'왜 무서워하고 있는 거야?'

그리고 거리 때문에 명확하지는 않지만 3차 제약 침공자들의 감정은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죽을 걸 아는 건가?'

두려워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미래를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강진석은 잔존 고블린을 전부 처치하고 통로로 향했다.

그리고 통로의 끝을 지나 공동에 들어선 강진석은 제단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고블린 4마리를 볼 수 있었다.

'제일 뒤에 있는 녀석이 메타벤인가?'

제136화

136.

착용하고 있는 아티펙트가 가장 많기도 했고 다른 셋이 호위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메타벤이 분명했다.

강진석은 네 고블린을 바라보며 혼돈의 구를 몽둥이로 변환했다.

심층 영역이 갓 확장됐을 때라면 모를까 꽤나 시간이 흘렀다.

이제 홍염의 숨결은 빠르게 무력화될 것이다.

그리고 제단 코앞이었다.

델칸의 아이스 스피어는 흡수될 것이다.

전기 사슬이나 바람 칼날은 3차 제약 침공자들에게 의미 없다.

즉, 지금 상황에서 가장 빠르게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직접 때려잡는 것이었다.

강진석은 몽둥이를 쥔 채 네 고블린에게 다가갔다.

'영역은 없는 건가?'

당연히 영역 선포를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영역을 선포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스앗!

메타벤이 사라졌다.

그리고 강진석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도망을 쳐?'

통로 쪽으로 공간이동을 했다.

뒤를 막으려는 게 아니다.

통로로 들어가 도망치고 있었다.

강진석은 전방의 세 고블린을 보았다.

세 고블린 또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야기된 상황이 아닌 듯했다.

'이런 상황은 생각 못 했는데.'

강진석은 공간이동으로 도망치는 메타벤의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몽둥이를 휘둘렀다.

-...!

메타벤은 경악하며 공간이동을 했다.

강진석은 메타벤이 사라지자마자 따라 공간이동을 하며 생각했다.

'생각보다 정신력 소모가 심하네.'

심층 영역에서의 공간이동은 더욱 많은 정신력을 필요로 했다.

물론 정신력이 무지막지하게 증가한 강진석에게는 별 부담 되지 않는 수준인지라 큰 문제는 없었다.

'앞으로 3, 4번 정도 더할 것 같은데....'

그리고 메타벤은 반지 아티펙트로 공간이동을 하고 있었다.

반지에 남은 기운을 보면 앞으로 서너 번 정도는 더 공간이동을 할 것으로 추정됐다.

'일단 다 소진될 때까지 내버려 두자.'

강진석은 메타벤이 더 이상 공간이동을 할 수 없을 때까지 따라붙기만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세 번 더 메타벤은 공간이동을 했고 반지 아티펙트의 기운이 바닥났다.

그리고 이번에도 메타벤의 앞을 막아선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몽둥이를 휘둘렀다.

메타벤은 뒤로 허리를 꺾었다.

몽둥이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쾅!

몽둥이의 속도는 빨랐고 메타벤은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강진석은 메타벤에게 시간을 주지 않았다.

계속해서 몽둥이를 휘둘렀다.

쾅! 쾅! 쾅!

몽둥이가 작렬할 때마다 기운이 움푹움푹 줄어들었다.

줄어드는 속도를 보면 앞으로 10번 정도면 바닥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확실히 델칸의 아이스 스피어가 강하긴 하네.'

델칸의 아이스 스피어였다면?

이렇게 오래 때릴 필요 없다.

두 방이면 끝이다.

'잠깐, 이 위치면 써도 되지 않나?'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생각해 보니 지금은 제단과 거리가 상당했다.

아이스 스피어가 흡수되지 않을 위치였다.

'...아니다, 가깝기도 하고 이미 끝났으니까.'

그러나 강진석은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

거리가 가까웠다.

지금 위치에서는 강진석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끝이 난 상태였다.

굳이 변수를 발생시킬 이유가 없었다.

쾅!

이내 메타벤의 기운이 바닥났다.

스아앗!

그리고 메타벤의 육체가 빛나더니 사라졌다.

"...!"

그와 동시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육체에 찾아온 변화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바로 메시지를 훑었다.

.

.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전환율 : 100%]

예상대로 변화가 찾아온 이유는 가온 팔찌 때문이었다.

'...뭐지?'

이유를 알게 된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메타벤이 있던 자리를 보았다.

'3차 제약 침공자였는데?'

메타벤은 3차 제약 침공자였다.

그리고 강진석은 앞서 수많은 3차 제약 침공자를 죽였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제 와서 조건이 충족된단 말인가?

'수준이 높아서?'

메타벤은 여태껏 잡은 3차 제약 침공자들 중 가장 강했다.

메타린보다도 더 강했다.

혹시 일정 수준 이상의 3차 제약 침공자가 조건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숫자?'

확실한 것은 아니다.

3차 제약 침공자를 여럿 흡수하는 것이 조건이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정보창을 열었다.

힘 : 630(502+128)

민첩 : 630(502+128)

체력 : 631(503+128)

정신력 : 632(504+128)

가온 팔찌의 능력치 상승량이 다시 한번 2배가 됐다.

능력치 상승량을 보니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곧 1000도 가능하겠네.'

포인트 수급 속도가 엄청났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능력치 1000도 가능할 것 같았다.

이내 강진석은 정보창을 닫았다.

그리고 메타벤이 남긴 아티펙트를 수거 후 통로를 보았다.

제단에 있던 세 고블린이 다가오고 있었다.

'잘됐어.'

강진석은 혼돈의 구를 단검으로 변환했다.

제단 앞에서 그대로 대기하고 있었다면 직접 때려잡아야 한다.

그러나 이곳에서라면 그럴 필요 없다.

아이스 스피어로 빠르게 끝낼 수 있다.

강진석은 단검에 기운을 주입하며 세 고블린이 도착하길 기다렸다.

얼마 뒤 세 고블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 고블린은 강진석을 보고 경악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경악한 고블린들을 향해 단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스아앗! 스아앗!

단검에서 방출된 아이스 스피어는 엄청난 속도로 세 고블린에게 날아갔다.

-키, 키익?

-키익!

세 고블린은 날아오는 아이스 스피어를 보고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대화를 나눌 정도로 시간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세 고블린 중 선두에 있던 고블린이 지팡이를 내밀며 괴성을 내뱉었다.

-키익!

스아앗!

괴성과 함께 지팡이 끝에 달려 있던 보랏빛 보석에 빛이 서렸다.

그 순간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아이스 스피어의 기운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문제 될 정도로 약해진 것은 아니었다.

100에서 80 정도가 되고 약화가 멈췄다.

'어떤 마법이지? 디스펠인가?'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무효화 마법인 디스펠이었다.

그러나 디스펠이라 하기에는 위력이 너무 약했다.

거기다 아이스 스피어가 약해지며 지팡이에 담긴 기운이 늘어났다.

디스펠이 아니라 흡수 계열 스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장 스킬이면 좋겠는데.'

어떤 스킬인지 궁금했다.

강진석은 아이스 스피어가 지팡이와 부딪히지 않게 방향을 살짝 틀었다.

-키, 키익?

고블린은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었고.

쩍! 쩌적!

아이스 스피어가 가슴에 작렬하며 고블린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어 두 번째 아이스 스피어가 작렬했고 산산이 조각나 죽음을 맞이했다.

강진석은 지팡이의 상태를 확인했다.

기운을 보니 약간 손상이 가기는 했지만 크게 상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근데 이거 보면 유독 고블린들이 대미지를 크게 입는 것 같단 말이지.'

3차 제약 침공자의 육체는 단단하다.

그런 육체를 2번 만에 파괴할 정도로 아이스 스피어는 강력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3차 제약 침공자의 육체보다 내구가 약한 아티펙트들은 파괴되지 않았다.

'혹시 고블린 추가 피해가 붙어 있는 건가?'

갈락 도끼에는 식물 추가 피해 기능이 붙어 있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델칸의 아이스 스피어에는 고블린 추가 피해가 붙어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쩍! 쩌적!

이어 두 번째 고블린이 얼어붙었다.

그리고 강진석은 힐끔 메시지를 확인했다.

앞서 죽은 지팡이 고블린이 제공한 포인트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강화 안 됐으니 적겠... 응?'

확인과 동시에 강진석은 당황했다.

생각지 못한 메시지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전환율 : 20%]

'...뭐지?'

조금 전 100%가 됐다.

추가로 전환된 전환율은 없었다.

그런데 왜 벌써 20%가 된단 말인가?

그사이 두 번째 고블린이 죽음을 맞이하며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미친.'

그리고 강진석은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전환율 : 40%]

20%였던 전환율이 단숨에 40%가 됐다.

'...설마.'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강화가 아닌 건가?'

여태껏 항상 강화가 되긴 했지만 가온 팔찌는 강화만 있는 게 아니다.

부산물을 내뱉기도 한다.

이번에는 강화가 아니라 부산물을 내뱉기에 급격히 상승한 게 아닐까 싶었다.

강진석은 다시 고개를 돌려 홀로 남은 고블린을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아이스 스피어가 작렬하며 얼어붙었다.

얼어붙은 고블린을 보며 강진석은 생각했다.

'밖에서 나머지 채울 수 있으려나?'

아마도 60%가 될 것이다.

문제는 이제 발산역에 남은 고블린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발산역 안에 없는 것이지 발산역 밖에는 아직 많은 고블린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중에는 3차 제약 침공자가 없다.

전부 잡는다고 전환율이 100%가 될지 확실치 않았다.

'좀 더 나가면 되니까.'

만약 100%가 되지 않으면 더 멀리 나가 채우면 된다.

그렇게 향후 계획에 대해 생각하던 중 마지막 고블린이 죽음을 맞이하며 무수히 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전환율 : 60%]

전환율은 예상대로였다.

강진석은 공간이동을 통해 세 고블린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가장 먼저 '보랏빛 보석 지팡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지팡이를 쥔 순간 머릿속에 정보가 떠올랐다.

강진석은 말없이 씨익 웃었다.

'기운 흡수라니.'

지팡이에 내장된 스킬은 '기운 흡수'였다.

물론 대상은 한정적이었다.

한 번에 하나만 흡수가 가능했다.

그리고 생명이 깃들어 있는 경우 흡수가 불가능했다.

스윽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혼돈의 구를 보았다.

혼돈의 구는 저장되는 무기를 '강화'한다.

어떤 식으로 강화될지는 모른다.

로필렌 몽둥이나 월아창에는 '거력'이 생겼고.

트리만과 바바리에게 얻은 단검, 지팡이의 경우 내장 스킬이 크게 강화됐다.

그래서 기대가 됐다.

보석 지팡의 내장 스킬인 '기운 흡수'가 강화된다면 어떻게 강화가 될까?

한 번에 여러 마나를 흡수할 수 있게 될지, 흡수 속도가 빨라질지 아니면 생명이 깃든 것들도 흡수가 가능해질지.

강진석은 한껏 기대하며 보석 지팡이를 혼돈의 구에 저장했다.

그리고 바로 혼돈의 구를 보석 지팡이로 변환했다.

변환하자마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기대했던 대로 스킬 '기운 흡수'가 강화됐다.

생각했던 것들 중 하나만 강화된 게 아니다.

여러 가지가 강화됐다.

일단 동시에 2개까지 흡수할 수 있게 됐다.

거기다 흡수 속도도 빨라졌고 흡수할 수 있는 '총량'도 대폭 증가됐다.

여전히 생명이 깃든 것들은 흡수할 수 없었지만 전혀 아쉽지 않았다.

강진석은 혼돈의 구를 단검으로 변환했다.

그리고 최대 출력의 아이스 스피어를 방출한 뒤 다시 보석 지팡이로 변환했다.

'손실률이 얼마나 될까?'

강진석은 허공에 떠 있는 아이스 스피어를 향해 지팡이를 겨누며 기운 흡수를 시전했다.

스아아....

아이스 스피어의 기운이 빠르게 약화됐다.

그리고 지팡이에 기운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3초도 지나지 않아 아이스 스피어의 기운이 바닥나 사라졌고 강진석은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40%....'

100을 사용했는데 40 정도가 돌아왔다.

생각했던 것보다 손실률이 컸다.

'그래도 뭐 이 정도면.'

기운을 흡수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상대의 스킬을 '약화'하는 게 주목적이었다.

강진석은 아쉬움을 떨쳐냈다.

그리고 마저 아티펙트를 수거하기 시작했다.

제137화

137.

아쉽게도 강진석이 직접 사용할 만한 아티펙트는 없었다.

'그래도 뭐 길드원들이 강해지면 좋은 거니까.'

물론 강진석에게는 쓸모가 없지만 길드원들의 경우 눈이 돌아갈 만한 수준이었다.

강진석이 보기에 경매에 내놓는 순간 경쟁이 치열해질 확률이 100%였다.

치열해질 경매를 생각하며 강진석은 아쉬움을 떨쳐냈다.

그리고 통로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제 제단을 마무리할 차례였다.

'일단 제단 파괴하고 나면....'

제단으로 향하며 강진석은 향후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가입 제의부터 하고 바깥 청소는 나중에 하는 게 좋겠어.'

순식간에 계획을 짠 강진석은 시선을 슬쩍 내려 가온 팔찌를 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바깥 청소를 먼저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을 생각하면 청소는 나중에 하는 게 맞았다.

'어떤 부산물이 나오려나?'

강진석은 가온 팔찌가 내뱉을 부산물이 무엇일지 기대하며 속도를 높였다.

* * *

쩌적!

귓가에 들리는 소리에 메라키오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진열대를 보았다.

"...."

그리고 메라키오는 말없이 인상을 구겼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진열대에는 8개의 수정구가 빛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7개만이 빛나고 있었다.

1개가 파괴된 것이다.

'메타벤....'

파괴된 수정구의 주인은 메타벤이었다.

'벌써 움직인 건가.'

메타벤을 죽인 것은 초월의 씨앗이 분명했다.

애초에 초월의 씨앗이 아니면 그 근방에서 메타벤을 누가 죽이겠는가?

'그러면....'

메라키오는 고개를 돌려 중앙 지도를 보았다.

아직 발산역의 영역 상징은 파괴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아직일 뿐이다.

메타벤이 죽었는데 발산역의 영역 상징이 무사할 리 없다.

곧 파괴될 것으로 추정됐다.

"후우...."

자식을 잃은 슬픔, 영역을 잃은 슬픔.

2가지 슬픔에 메라키오는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다음은 어디일까.'

발산역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분명 계속해서 공격해 올 것이다.

과연 다음은 어디일까?

'우장산 쪽으로 오면 좋으련만.'

메라키오는 부디 초월의 씨앗이 우장산을 넘어 봉제산에 오길 바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이 아니면 초월의 씨앗을 죽일 수 없을 것 같았다.

물론 우장산을 넘어 봉제산에 초월의 씨앗이 나타날 확률은 매우 낮다.

봉제산 전역에 펼쳐져 있는 강력한 영역을 초월의 씨앗이 감지하지 못할 리 없기에.

그래서 더 문제였다.

현재 초월의 씨앗을 감당할 수 있는 곳은 본부뿐이었다.

마곡역과 발산역이 당했는데 어떤 곳이 버틸 수 있겠는가?

바로 그때였다.

"...!"

메라키오가 눈을 번뜩였다.

발산역 영역 상징이 파괴됐다.

* * *

"가, 가입하고 싶습니다!"

"저도요!"

"받아주신다면 뭐든 열심히 하겠습니다!"

발산역 생존자들이 외쳤다.

'전부 가입할 줄은 몰랐는데.'

생존자들에게 길드에 대해 설명했다.

가입 조건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상세히 전했다.

당연히 가입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수가 무려 1230명이었기에.

그런데 예상과 달리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전부 가입을 원했다.

'다행이야.'

그렇지 않아도 관리하고 있는 영역 크기에 비해 길드원의 수가 매우 적은 상황이었다.

1230명의 가입은 가뭄 속 단비와 같았다.

강진석은 일단 1회용 이동 게이트를 꺼냈다.

그러자 생존자들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강진석은 생존자들의 시선을 받으며 마곡나루역과 연결했다.

이어 은은히 미소를 지으며 텔레파시를 보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사람들 좀 데리고 오겠습니다.]

"네!"

"옙!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생존자들의 답을 듣고 강진석은 마곡나루역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바로 간부들을 호출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기하고 있던 간부들은 속속 회의실로 모이기 시작했다.

이내 모든 간부가 모이자 강진석은 발산역 상황을 전했다.

그리고 상황을 알게 된 간부들이 한마디씩 내뱉기 시작했다.

"헐, 1230명이나...."

"잘됐네요. 그렇지 않아도 인원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1230명 정도면 바로 면접 시작해야겠는데요?"

"혹시 발산역에서 면접을 진행하실 생각이신가요?"

마지막으로 유성윤이 물었다.

유성윤의 물음에 강진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발산역에서 면접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발산역과 연결된 이동 게이트구요. 마곡나루역 관리를 맡아주실 한지윤 님, 장태호 님 두 분 빼고는 전부 이동해 면접 시작해 주세요.]

모든 간부를 발산역으로 보낼 수는 없다.

마곡나루역에 남아 있는 길드원들을 관리할 간부가 필요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김칠성은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이동 게이트로 들어갔다.

그리고 김칠성을 시작으로 속속 간부들이 발산역으로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지윤, 장태호 둘만 남게 되었고 강진석은 두 사람에게 말했다.

"30분 뒤에 간부 시험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원래는 간부들이 발산역 생존자들의 면접을 보는 동안 강진석은 발산역 주변 청소를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발산역 생존자 전원이 가입 의사를 보인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도 간부가 부족한 상황인데 길드원이 1230명이나 추가된다?

간부들의 부담이 무척 커질 것이다.

그리고 관리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

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미리 간부를 뽑을 생각이었다.

"새로운 간부들 교육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한지윤과 장태호를 남긴 이유는 길드원 관리 때문만이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곧 뽑힐 간부들의 교육 때문이 더 컸다.

"네! 혹시 그전에 필요하신 일 생기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두 사람의 답을 듣고 강진석은 감사를 표한 뒤 임시 거처로 공간이동을 했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말했던 것처럼 길드원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내 간부 시험을 공지했다.

[30분 뒤 간부 시험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시험을 보실 분들은 지하 1층 자유 훈련장으로 와 주세요.]

텔레파시를 보내자마자 길드원들 일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자유 훈련장으로 향하는 길드원들에게서 관심을 거두고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5922만 4170]

발산역으로 출발하기 전 강진석이 보유했던 포인트는 약 3520만으로 2400만가량이 늘어난 상태였다.

'이렇게 차이 날 줄은 몰랐는데.'

강진석은 쓴웃음을 지었다.

수급 포인트 차이가 날 것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3차 제약 침공자의 수가 너무 차이 났고 퀘스트 보상이 강화되지도 않았기에.

그래도 2400만이라니?

너무 적은 게 아닌가 싶었다.

물론 마곡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뜻이지 실제로 적다는 뜻은 아니다.

2400만은 강진석에게도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일단 습득부터 하자.'

강진석은 스킬창을 열었다.

그리고 정신력 라인 스킬부터 습득을 시작했다.

.

.

[힘이 1 상승합니다.]

마지막으로 힘 라인 스킬까지 습득을 마친 강진석은 주먹을 쥐었다가 펴며 능력치 상승으로 인한 변화를 자세히 확인했다.

'이야.'

이내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100 오른 게 이 정도라니.'

이번에 오른 능력치는 각각 100씩이었다.

그런데 능력치 상승하기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느낌이었다.

'능력치 오르기 전의 나랑 붙으면....'

강진석은 상상해 봤다.

지금의 자신과 능력치가 상승하기 전의 자신이 붙는다면 어떻게 될까?

'공간이동만 아니면 5분 내로 끝나겠어.'

힘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기에 금세 결론이 났다.

공간이동을 배제하고 붙는다면 5분 내로 전투는 끝날 것이다.

'공간이동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 같은데.'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공간이동이 무적인 것은 아니다.

상대가 공간이동 할 틈을 주지 않고 공격하면 된다.

그러나 그 정도 차이는 쉽게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당장 이번 상상 전투에서도 공간이동을 배제하지 않았다면?

5분이 아니라 50분은 걸렸을 것이다.

'대처 방법 생각해 봐야겠어.'

분명 후에 문제가 될 상황이 올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 공간이동에 대한 대처 방법을 찾아 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생각을 마친 강진석은 정보창을 열었다.

힘 : 730(602+128)

민첩 : 730(602+128)

체력 : 731(603+128)

정신력 : 732(604+128)

1000에 한층 가까워진 능력치들을 보니 절로 흡족한 미소가 지어졌다.

'1000에 한 번 더 변화가 있으려나?'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왠지 1000에 한 번 더 특별한 변화가 있을 것 같았다.

'음식도 꾸준히 먹어줘야겠어.'

패시브 습득으로만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몇몇 음식은 능력치를 영구적으로 올려준다.

1000을 넘어 그 이상을 위해서는 음식도 꾸준히 섭취해야 한다.

강진석은 훗날의 능력치를 상상하며 정보창을 닫았다.

그리고 길드 관리창을 열었다.

[현재 보유 요새 포인트 : 8501만 2000]

기본 포인트만 수급된 게 아니다.

요새 포인트 또한 엄청나게 수급됐다.

'일단 발산역, 마곡역 영역을 강화하는 게 좋겠지?'

이제 최전선은 발산역과 마곡역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모든 포인트를 영역 강화에 쓸 생각은 없었다.

마곡나루역과 비슷한 수준으로 강화할 생각이었다.

아직 개발하고 강화해야 할 기능이 많았다.

'드디어 이동 게이트가 개발되는구나.'

개발할 기능 중에는 바라고 바랐던 '이동 게이트'가 포함되어 있었다.

강진석은 계획대로 요새 포인트를 투자하기 시작했다.

[영역을 강화하시겠습니까?]

[영역이 강화됐습니다.]

.

.

[이동 게이트 개발이 완료됐습니다.]

[이동 게이트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영역 강화를 시작으로 각종 기능 개발, 강화까지 마친 강진석은 이동 게이트 생산 가능 메시지를 보고 활짝 웃었다.

그리고 바로 이동 게이트 제작에 필요한 자원을 확인했다.

'재료는 다 있고.'

다행히 부족한 재료는 없었다.

'기다리기만 하면 되네.'

버튼을 누른다고 딸칵 제작되는 게 아니었다.

완성에 3시간이 필요했다.

'일단 10개 제작 가자.'

* * *

[고생하셨습니다.]

간부 시험이 끝났고 강진석은 합격자들에게 추가로 텔레파시를 보냈다.

[합격하신 분들은 여기 계신 한지윤 부길드장, 장태호 교육대장님 앞에 서주세요.]

텔레파시를 받은, 간부가 된 길드원들이 한지윤과 장태호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네!"

"옙!"

강진석은 한지윤과 장태호에게 뒷일을 부탁 후 곧장 역 밖으로 공간이동을 했다.

그리고 발산역으로 향했다.

역 밖을 돌아다니는 고블린들을 청소하기 위해서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발산역 근처에 도착한 강진석은 지상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혼란스러워하는 고블린 무리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영역 상징이 파괴돼서 저러나?'

발산역에 있던 영역 상징이 파괴됐다.

당연히 차가운 뿌리 부족의 영역은 사라졌고 그 자리를 강진석의 길드 영역이 대체했다.

그 때문일까?

고블린들은 자신들을 옥죄는 영역에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강진석은 혼돈의 구를 초록 수정구로 변환했다.

그리고 고블린들에게 바람 칼날을 날리며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 속도는 무척 빨랐다.

전환율도 쭉쭉 올라갔다.

그러나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애매한데?'

이대로라면 청소가 끝나도 90% 정도에서 멈출 것 같았다.

90%를 넘는다고 해도 100%는 되지 않을 것이다.

'조금 더 가야겠어.'

물론 90%에서 멈춘다고 엄청나게 큰일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었다.

청소 지역을 넓히면 그만이었다.

문제는 어디를 더 청소하느냐였다.

'봉제산 영역 확인할 겸 우장산 쪽 가볼까?'

강진석은 우장산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우장산 너머에 봉제산이 있다.

봉제산에는 차가운 뿌리 부족의 본부가 있다.

본부의 영역은 얼마나 거대하고 강력할까?

'...그래, 확인해 두는 게 좋겠지.'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방향을 틀어 우장산으로 향했다.

제138화

138.

얼마 뒤 우장산 입구에 도착한 강진석은 잠시 고민했다.

'들어가야 하나?'

우장산에도 영역 상징이 하나 있었다.

당연히 영역이 펼쳐져 있었다.

물론 우장산 전역을 뒤덮을 정도로 크지는 않았다.

정상을 중심으로 중간 높이까지만 펼쳐져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강진석은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면접 끝나려면 시간이 좀 걸릴 테니.'

1230명 중 가입한 인원은 620명으로 아직 절반 정도가 더 가입해야 했다.

그리고 어차피 발산역 방어를 위해서는 정리해야 할 곳이었다.

생각을 마친 강진석은 우장산을 오르며 청소를 이어 나갔다.

그렇게 수많은 고블린이 죽음을 맞이하며 가온 팔찌에 흡수됐고 강진석이 우장산 영역 근처에 도착한 순간.

[전환율 : 100%]

전환율이 100%가 됐다.

"...!"

그리고 이어 나타난 메시지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전환율이 초기화됩니다.]

[보상으로 상급 재료 랜덤 박스를 획득합니다.]

'랜덤 박스?'

가온 팔찌에서 나온 부산물은 '상급 재료 랜덤 박스'였다.

저벅!

일단 강진석은 이동을 멈췄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상급 재료 랜덤 박스를 꺼냈다.

그 순간 상자의 사용법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무척이나 단순했다.

상자 중앙에 있는 마법진에 손을 가져다 대기만 하면 된다.

강진석은 상자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마법진에 손을 올리기 전 상자를 살폈다.

상자는 한 변이 1m인 정육면체로 무척 컸다.

'그냥 나무는 아닌 것 같은데.'

재질은 나무로 추정됐다.

그러나 초감각의 감지를 완벽히 막아 내는 것을 보면 보통 나무는 아닐 것 같았다.

상자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마법진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 순간 상자가 빛과 함께 사라졌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트리플 헤드 오우거의 힘줄 5개를 획득했습니다.]

[하이 트롤의 피 1L를 획득했습니다.]

.

.

"...!"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나 많이?'

많아야 서너 개를 예상했다.

그런데 종류만 6가지였다.

단순히 개수만 많은 게 아니다.

상점창에서 하이 트롤의 피를 본 적 있다.

10ml 단위로 판매가 되는데 1만 포인트였다.

즉, 하이 트롤의 피 1L면 상점창 기준으로 100만 포인트였다.

하이 트롤의 피만 비쌀까?

'다른 것들도 비쌀 것 같은데....'

확인해 봐야겠지만 이름만 봐도 값이 나갈 것 같았다.

스윽.

강진석은 다시 가온 팔찌를 보았다.

'계속 상급만 나오는 걸까? 아니면 상자가 아니라 다른 게 나오려나?'

그리고 다음 부산물에 대해 생각하며 강진석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강진석은 우장산의 영역 장막을 지나쳤고.

[우장산에 입장하셨습니다.]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수비대장 겔리나스'가 생성됐습니다.]

.

.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2차 제약자 하나가 끝이네.'

본부 근처라 3차 제약 침공자가 여럿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런데 여럿은커녕 한 마리도 없었다.

그렇다고 2차 제약 침공자가 많은 것도 아니다.

하나뿐이었다.

'빨리 끝내고 확인이나 하러 가자.'

강진석은 곧장 정상으로 향했다.

멀찍이 일반 고블린들이 감지됐다.

그러나 강진석은 방향을 틀지 않았다.

시간이 아까웠다.

물론 길드원들에게 위험이 됐다면 방향을 틀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 고블린들은 현재 길드원들에게 좋은 성장의 발판이었다.

가는 길에 있다면 모를까 굳이 시간을 들여가며 잡을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정상에 도착했고 제단을 지키고 있는 수비대장 겔리나스와 여러 고블린을 볼 수 있었다.

강진석은 바로 바람 칼날을 발동했다.

5개의 바람 칼날이 겔리나스와 휘하 고블린들에게 날아갔다.

그리고 강진석은 날아가는 바람 칼날을 보며 혼돈의 구를 몽둥이로 변환했다.

겔리나스 때문이었다.

휘하 고블린이야 바람 칼날에 전부 죽겠지만 겔리나스는 아니다.

상처는 입겠지만 죽지는 않을 것이다.

스걱! 스걱! 스걱!

-키익!

-키이익!

이내 바람 칼날이 고블린들을 그대로 가로질러 양단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겔리나스는 다른 고블린들과 달리 죽지 않았다.

-키... 익.

팔에 기다란 상처가 생기긴 했으나 그뿐이었다.

물론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던 강진석은 겔리나스 앞으로 공간이동을 했고 바로 몽둥이를 휘둘렀다.

쾅!

[수비대장 겔리나스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30만 상승합니다.]

[퀘스트 '수비대장 겔리나스'를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

.

겔리나스를 마무리한 강진석은 겔리나스가 남긴 아티펙트를 수거했다.

'확실히 3차 제약 침공자들이 가지고 있는 것보다 수준이 떨어지네.'

아티펙트 수거를 마친 강진석은 다시 걸음을 옮겨 제단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몽둥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

.

강화되지 않은 일반 제단은 순식간에 파괴됐고 우장산 절반을 뒤덮고 있던 영역이 파괴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강진석은 다시 걸음을 옮겨 봉제산이 보이는 곳으로 향했다.

저벅!

그러나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강진석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봉제산의 영역이 초감각에 감지됐기 때문이었다.

'이게 무슨....'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내가 잘못 느끼고 있는 건가?'

당황스러웠다.

지금 감지된 봉제산의 영역 디버프가.

'600이라고?'

봉제산의 영역 디버프는 무려 도합 600이었다.

여태껏 강진석이 보았던 가장 강한 영역 디버프는 개화역의 영역 디버프로 도합 150이었다.

그런데 600이라니?

강진석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내 목적지에 도착한 강진석은 봉제산의 영역을 볼 수 있었다.

우장산과 달리 봉제산의 영역은 봉제산 전역을 뒤덮고 있었다.

봉제산 뿐만이 아니다.

주변 아파트 단지까지 뒤덮고 있었다.

'본부는 본부구나....'

차가운 뿌리 부족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믿기 힘들긴 하지만 이해가 아예 안 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나중에 가야겠다.'

솔직히 디버프 수준이 150 정도라면 우선적으로 처리하려 했다.

본부를 빠르게 와해시킬수록 좋기에.

그런데 디버프 수준을 보니 나중으로 미뤄야 할 것 같았다.

무리해서 갔다가는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내 강진석은 뒤로 돌아섰다.

'곧 끝나겠지.'

아직 면접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10~15분 정도면 끝날 것이다.

그리고 면접이 끝나는 대로 강진석은 회의를 할 생각이었다.

회의 목적은 향후 계획이었다.

발산역의 영역 상징을 파괴한 순간 수비 퀘스트들이 삭제됐다.

모든 수비 퀘스트가 삭제된 것은 아니다.

서초역, 선유도역 같은 다른 부족 영역에 있는 수비 퀘스트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차가운 뿌리 부족과 영역을 맞대고 있는 요새 수비 퀘스트만 삭제됐다.

수비 퀘스트가 삭제됐다고 마냥 좋은 표정으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강진석은 지금이 역으로 공격할 때라 생각하고 있었다.

'송정역은 맡기는 게 좋겠지?'

* * *

발산역 임시 회의실.

회의실에는 강진석과 간부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송정역을 탈환하고 계시는 동안 전 등촌역, 염창역을 정리할 생각입니다."

"...!"

"...!"

강진석의 말에 모든 간부가 놀라거나 흠칫했다.

따로 움직이겠다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오빠 아니, 길드장님 없이 저희끼리 탈환을 하라는 말씀이실까요?"

강나연이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네, 맞습니다."

강진석의 답에 몇몇 간부들은 눈을 번뜩였고 몇몇 간부들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간부들의 반응에 생각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

'항상 따라다닐 수는 없으니까.'

미래를 위해서는 계속해서 몬스터들의 영역을 공격해야 한다.

그런데 그때마다 강진석이 함께 할 수는 없었다.

"물론 생각지도 못한 존재가 있을 수 있기에 당분간 입장까지는 함께 할 생각입니다."

"아."

"그렇군요."

"입장만 함께 해주셔도...."

이어진 강진석의 말에 불안해하던 간부들은 한결 편해진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지윤이 물었다.

"혹시 간부들만 보내실 생각이실까요?"

"아, 그러고 보니 제가 인원을 말씀드리지 않았군요."

한지윤의 질문에 강진석은 탄성을 내뱉으며 답했다.

"총 20팀을 보낼 생각입니다. 10팀은 부길드장님이 뽑아 주시고...."

말끝을 흐린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강나연에게 말했다.

"6팀은 작전단장님이."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최은형을 보며 말했다.

"4팀은 정보단장님이 뽑아주시면 됩니다."

강진석의 말에 간부들의 시선이 한지윤, 강나연, 최은형에게 향했다.

그리고 강진석이 이어 말했다.

"1시간 뒤 출발할 생각이고 회의 끝내겠습니다. 지금 바로 뽑아주세요."

처음에는 휴식 시간을 주려 했다.

면접 역시 전투만큼이나 피곤한 일이었기에.

그러나 조금 전 회의를 통해 알게 됐다.

육체적 체력이나 정신적 체력이 넘쳐나는 것을.

오히려 좀이 쑤시는 듯한 분위기였다.

바로 출발해도 문제없을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바로 뽑고 보고드릴게요!"

한지윤이 싱긋 웃으며 답했다.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강진석은 한지윤의 말에 답하며 길드 관리창을 열었다.

그리고 길드장 전용 기능 '영역 이동'을 통해 방화역으로 이동했다.

방화역에 온 이유는 2가지였다.

첫 번째는 자리를 비운 사이 특별한 일이 없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고 두 번째는 이번에 얻은 아티펙트와 재료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특별한 일은 없는 것 같고.'

초감각을 통해 주변을 탐색했다.

떠나기 전과 비교해 달라진 것은 하나뿐이었다.

바로 인원.

길드 가입 대기실에 인원이 늘었다는 것 말고는 변한 게 없었다.

강진석은 일단 김지용이 있는 대장간으로 공간이동을 했다.

"헛, 길드장님 오셨습니까."

잠시 의자에 앉아 휴식하고 있던 김지용은 강진석의 등장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쳤다.

그리고 김지용의 외침에 작업하고 있던 다른 길드원들 또한 작업을 멈추고 강진석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강진석은 텔레파시로 인사에 답했다.

그리고 김지용에게 추가로 텔레파시를 보냈다.

[조용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아, 네! 이쪽으로."

김지용이 앞장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강진석이 그 뒤를 따랐다.

저벅!

그러나 몇 걸음 옮기지 않고 강진석은 걸음을 멈췄다.

목적지에 도착했기 때문이 아니다.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개화산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뭐지?'

초감각의 범위가 대폭 늘어나 강진석은 방화역에서도 개화산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개화산에 오크들이 발을 들이고 있었다.

한두 마리가 아니다.

애초에 한두 마리였다면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감지된 숫자만 100을 넘었고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다.

일반 오크뿐만이 아니었다.

2차 제약 침공자도 여럿이었다.

제139화

139.

'실패한 것 때문인가?'

얼마 전 퀘스트 '정보 차단'이 완료됐다.

즉, 정보 차단에 실패했다.

정보가 새어 나갔다는 뜻이다.

어떤 정보가 새어 나갔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지금 오크들이 움직이고 있는 이유는 그 정보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지금은 가만히 있으면 좋겠는데.'

차가운 뿌리 부족과 전면전 중이었다.

전쟁 바람 오크들까지 신경 쓰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확 쓸어버리면 경고가 될까?'

강진석은 잠시 고민했다.

지금 개화산에 발을 들인 오크들을 전부 죽여 오지 말라고 경고를 할지.

아니면 그냥 내버려 둘지.

"혹시 무슨 문제라도...?"

김지용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강진석을 보고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아, 아닙니다."

정신을 차린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답하고는 다시 김지용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끼이익.

이내 휴게실 앞에 도착한 두 사람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김지용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강진석을 보았다.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각종 재료를 꺼내 탁자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번에 제가 얻은 재료들입니다."

"오오!!"

김지용은 탄성을 내뱉으며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재료들을 보았다.

그러고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강진석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혹시 살펴봐도 될까요?"

"네, 물론입니다."

강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김지용에게 맡길 생각으로 가지고 온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김지용은 감사를 표하며 강진석이 꺼낸 재료들을 하나하나 살피기 시작했다.

얼마 뒤 확인을 마친 김지용이 물었다.

"어떤 걸 만들면 될까요?"

"특별한 재료로 새로운 거 만들면 숙련도 대폭 오르시죠?"

"네, 맞습니다."

"그럼 연습하신다고 생각하시고 자유롭게 만들어 주세요. 숙련도 위주로."

"...혹시 아티펙트를 생각하고 계시는 걸까요?"

"예, 슬슬 준비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올리겠습니다!"

김지용은 아티펙트 이야기에 정열이 넘치는 얼굴로 답했다.

"앞으로 재료는 창고에 전부 넣어두겠습니다."

"옙!"

"아, 그리고 이번에 대장장이 직업을 가진 길드원이 12명 추가됐습니다."

발산역 생존자 1230명 중 대장장이가 직업인 이들이 12명이었다.

"곧 방화역에 데리고 올 생각인데 필요한 게 있을까요?"

"12명이면...."

김지용은 말끝을 흐리며 생각했다.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작업대가 부족할 것 같습니다. 휴식 시간을 생각해도 8개는 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추후 더 늘어날 수 있으니 넉넉히 30개 늘려두겠습니다."

"오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하죠. 혹시 더 필요하신 게 있으실까요?"

"아뇨. 지금 당장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 나중에 필요한 게 생기시면 바로 말씀해 주세요!"

"옙!"

김지용과 대화를 마친 강진석은 곧장 개화산 입구로 공간이동을 했다.

개화산 오크들을 청소하기 위해서였다.

범위가 늘어난 초감각 덕분에 강진석은 개화산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개화역에 펼쳐진 영역을 감지할 수 있었다.

'더 커졌네?'

개화역의 영역은 얼마 전보다 더 커져 있었다.

이제는 개화산과 맞닿아 있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거기다 디버프도 도합 150에서 180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하기야 2차 제약이 해제됐으니까.'

개화역 역시 강서구에 포함되어 있었다.

즉, 개화역 오크들 또한 2차 제약이 해제된 상태였다.

영역의 성장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이 정도면 개화역을 먼저 처리해야 하나?'

강진석은 잠시 고민했다.

원래는 길드원들이 송정역을 탈환하는 사이 등촌역, 염창역을 정리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개화역의 영역 성장 속도를 보니 개화역을 먼저 정리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근데 이러다 전면전 발생하면....'

문제는 개화역을 공격할 경우 전쟁 바람 부족과 전면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재 차가운 뿌리 부족과 전쟁 중이었다.

여기서 전쟁 바람 부족까지 추가되면 상황이 너무 악화된다.

강진석은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며 개화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다 2차인 걸 보면 당장 넘어올 것 같지는 않은데.'

3차 제약 침공자는 한 마리도 감지되지 않았다.

2차 제약 침공자도 많지 않았다.

감지된 숫자는 다섯이 끝이었다.

나머지는 전부 일반 오크였다.

구성을 보면 개화산을 넘어 방화역을 공격해 오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래, 그냥 개화산만 정리하자.'

고민 끝에 강진석은 결정을 내렸다.

개화역은 내버려 두기로, 개화산에 있는 오크들만 죽여 경고하기로.

'오크들까지 상대하기는 상황이 안 좋으니까.'

아무리 봐도 개화역까지 공격하면 전면전이 발생할 것 같았다.

차가운 뿌리 부족과의 전쟁이 끝나가는 상태면 모를까 동시에 전쟁 바람 부족까지 상대하는 것은 힘들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영역은 강화해 두자.'

복수를 한답시고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

만에 하나 당장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다.

그리고 그때는 방화역이 최전선이 될 확률이 높았다.

미리미리 방화역의 영역을 강화하고 확장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 곧 일반 오크들과 마주했고 바람 칼날을 방출했다.

바람 칼날은 사방으로 날아가며 수풀과 오크들을 양단했다.

그렇게 강진석은 오크들을 죽이며 정상으로 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퀘스트 '정찰대장 길리토나스'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지원대장 라그라토'가 생성됐습니다.]

.

.

도착과 동시에 퀘스트가 여럿 생성됐다.

전부 2차 제약 침공자 처치 퀘스트로 다른 특별한 퀘스트는 없었다.

강진석은 관심을 거두고 다시 바람 칼날을 방출했다.

5개의 바람 칼날이 사방으로 날아갔고 강진석은 혼돈의 구를 몽둥이로 변환했다.

바람 칼날로 죽일 수 있는 것은 일반 오크들뿐이었다.

2차 제약 침공자들은 죽지 않는다.

예상대로 일반 오크들이 바람 칼날에 양단되어 죽기 시작했고 강진석은 바로 거리를 좁혀 대장급 오크들에게 몽둥이를 휘둘렀다.

쾅!

[정찰대장 길리토나스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

.

쾅!

[지원대장 라그나토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

.

몽둥이가 작렬할 때마다 2차 제약 침공자들이 죽음을 맞이했다.

쾅! 쾅! 쾅!

그렇게 총 5번의 굉음이 울려 퍼졌고 청소가 끝났다.

강진석은 주변을 스윽 훑었다.

'경고를 알아먹을 지능은 되겠지?'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전부 죽였다.

오크들의 지능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알아먹었을 것이다.

강진석은 2차 제약 침공자들이 남긴 아티펙트를 수거하기 시작했다.

이내 수거를 마친 강진석은 개화역이 보이는 곳으로 이동했다.

저벅!

개화역이 보이는 자리에 도착한 강진석은 장막 안쪽을 보며 생각했다.

'...더 늘었네.'

전보다 천막의 수가 또 늘어나 있었다.

50%는 늘어난 것 같았다.

'저건 뭐지?'

천막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처음 보는 형태의 거대한 건물이 하나 생겨 있었다.

'...처형장 같은데?'

곳곳에 핏자국이 보였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처형장으로 추정됐다.

'동족을 처형한 건가?'

처형장을 바라보던 강진석은 다시 고개를 돌려 마저 장막 안쪽을 확인했다.

'최대한 빠르게 끝내야겠네.'

그리고 이내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결심했다.

차가운 뿌리 부족을 최대한 빨리 끝장내기로.

전쟁이 길어질수록 전쟁 바람 부족과의 전쟁이 험난해질 것 같았다.

이내 강진석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연달아 공간이동을 해 방화역으로 귀환했다.

* * *

전쟁 바람 부족 2군단장 무엘의 거처.

"...."

"...."

"...."

상석에 앉아 있는 2군단장 무엘 그리고 그 아래 앉아 있는 두 부단장 알리온, 블리오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문 채 탁자 위 보고서를 바라볼 뿐이었다.

보고서에는 개화산에 전초기지를 세우러 간 이들이 전멸했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문제는 누구에게 당했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남아 있는 것은 전투의 흔적 아니, 학살의 흔적뿐이었다.

"...누구의 짓이라 생각하나?"

한없이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던 정적을 깬 이는 2군단장 무엘이었다.

그러자 블리오드가 답했다.

"높은 산입니다. 오르드 부족일 가능성은 없고 아무래도 방화역을 점거한 인간의 짓이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블리오드의 말에 알리온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두 오크의 답을 듣고 무엘이 재차 물었다.

"그럼 인간들의 짓이라 가정하고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이번에는 알리온이 먼저 답했다.

"바로 응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넘어가면 부족원들의 사기가 떨어질 겁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영역이 강화될 텐데 최대한 빨리 박살 내는 게 맞는다고 봅니다."

알리온의 답을 듣고 무엘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었다.

그러나 알리온의 말만 듣고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무엘은 끄덕임을 멈추고 블리오드를 보았다.

블리오드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알리온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자네는?"

무엘이 묻자 블리오드가 눈치를 살피며 답을 시작했다.

"저도 마음 같아서는 당장 응징을 하고 싶습니다. 부족원들의 복수를 위해서. 그런데 현실적으로 인간들의 영역을 파괴할 힘이 없습니다. 저희가 직접 갈 수 있다면 모를까 누굴 보낸단 말입니까?"

2차 제약이 해제된 것이지 3차 제약이 해제된 게 아니다.

지금 상황에서 영역을 벗어나면 3차 제약자들은 강한 제약을 받게 된다.

즉, 2차 제약자 이하로 구성해 공격을 해야 한단 것인데 블리오드가 보기에는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러면 이대로 그냥 넘어가자는 말씀이십니까?"

알리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과 목소리로 반문했다.

"그냥 넘어가자는 뜻은 아닙니다. 3차 제약이 해제되는 대로 공격을 하자는 것이지요. 2차 제약이 조기 해제됐듯 3차 제약도 조기에 해제되지 않겠습니까?"

2차 제약은 예정보다 훨씬 빨리 해제됐다.

3차 제약 역시 2차 제약처럼 예정보다 빠르게 해제될 가능성이 있었다.

"3차 제약이 조기 해제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시는 겁니까?"

"알지요. 그래도 지금 당장 공격하는 것보다는 그때 공격하는 게 훨씬 더 가능성이 높다 생각이 듭니다."

블리오드와 알리온의 목소리가 점점 과격해지기 시작했다.

무엘은 중재를 위해 기운을 발산했다.

스아앗!

그와 동시에 블리오드와 알리온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고 무엘을 보았다.

그리고 무엘이 입을 열었다.

"양쪽 다 일리가 있군."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알리온의 말도 일리가 있고 블리오드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그러나 한쪽 의견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무엘은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알리온 부단장 말대로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하지만 무엘은 중간에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허락을 구하지 않고 거처로 들어온 부관 겔리도스 때문이었다.

무엘은 화를 내지 않았다.

겔리도스가 그냥 들어왔다는 것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는 뜻이기에.

"무슨 일이지?"

무엘이 물었다.

그러자 겔리도스가 외쳤다.

"인간들의 영역이 커지고 있습니다!"

제140화

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