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화
100.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메시지를 바라볼 뿐이었다.
강진석이 당황한 이유는 고블린들의 능력치가 20% 강화됐기 때문이 아니다.
반대로 제약이 10% 약화됐기 때문도 아니다.
기나긴 디버프 지속 시간 때문도 아니고 던전 보상이 대폭 강화됐기 때문도 아니다.
바로 퀘스트 때문이었다.
'지원군...?'
퀘스트 이름이 심상치 않았다.
강진석은 바로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먼저 퀘스트 '차가운 뿌리 부족의 지원군'을 확인했다.
<차가운 뿌리 부족의 지원군>
메타린은 본부에 당신의 존재를 보고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원까지 요청했다.
본부에서는 요청을 받아들였고 증미역으로 지원군을 보내기로 했다.
지원군의 규모는 총 300.
3차 제약 침공자가 3마리, 2차 제약 침공자가 15마리나 포함된 엄청난 규모다.
5시간 뒤 도착할 지원군의 공격에서 생존하라!
퀘스트 보상 : ???
지원군 도착 후 10시간 생존 시 퀘스트 완료
퀘스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3차 제약 침공자?'
그토록 찾고 있던 3차 제약 침공자가 언급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근데 셋이나....'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지원군의 규모는 퀘스트에 나온 대로 엄청났다.
3차 제약 침공자가 무려 셋이나 포함되어 있었다.
'만약 전부 도르에나급이면....'
강진석은 상상을 해봤다.
3차 제약 침공자들이 도르에나와 동급의 존재라면?
전투할 때 어떤 결과가 발생할까?
'...위험해.'
솔직히 말해 도르에나와는 상성이 좋았다.
도르에나의 필살기라 할 수 있었던 화염이 강진석에게는 치명적이지 않았기에.
그러나 상성이 좋은 도르에나도 셋이라면 위험하다.
즉, 지원을 오는 3차 제약 침공자 셋과 싸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최악의 경우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처치가 아니라 생존이 목표인 건가?'
확인 전에는 지원군을 격파하라는 퀘스트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생존하는 것이 퀘스트 완료 조건이었다.
강진석은 이어 퀘스트 '지원군이 오기 전'을 확인했다.
<지원군이 오기 전>
차가운 뿌리 부족의 지원군이 도착하기 전 당신은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첫 번째, 도망.
두 번째, 탈환.
당신의 선택은?
퀘스트 보상 : ???
탈출 시 지원군이 당신을 추격합니다.
탈환 시 보상이 강화됩니다.
퀘스트 '지원군이 오기 전'에는 선택 퀘스트였다.
'도망을 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그런데 자세히 보니 선택지가 강요되어 있었다.
도망치면 추격한다는 내용이 쓰여 있는 상황에 도망을 선택할 수는 없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으며 생각했다.
'5시간 안에 탈환이 가능할까?'
지원군이 오기까지 남은 시간은 5시간이었다.
과연 그 안에 증미역을 탈환할 수 있을까?
영역이 강화되고 고블린들이 강해진 지금 상황에?
바로 그때였다.
강진석이 목표하고 있던 고블린 무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딜 가는 거지?'
다가오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강진석은 천천히 고블린 무리의 뒤를 따랐다.
어디로 가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지하 2층? 도망치는 거였나?'
그리고 이내 강진석은 고블린 무리가 어디로 향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지하 2층이었다.
곧 고블린 무리가 지하 2층으로 완전히 사라졌고.
[퀘스트 '증미역 지하 1층'을 완료하셨습니다.]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나타났다.
"...?"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퀘스트가 완료됐기 때문은 아니다.
고블린 무리가 지하 2층으로 떠나며 지하 1층에는 몬스터가 남지 않게 됐으니 완료되는 것은 당연했다.
'보상이 무슨....'
강진석이 의아해한 이유는 보상 때문이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40만 상승합니다.]
[포인트 티켓(1만) 10장을 획득합니다.]
보상이 어마어마했다.
앞서 수많은 던전의 청소 퀘스트를 진행했지만 이번만큼 많은 보상을 받은 적은 없었다.
'이 정도로 강화되는 거였어?'
영역이 강화되며 던전 보상 역시 대폭 강화됐다.
그래도 이렇게까지나 강화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남은 퀘스트가....'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남은 퀘스트의 숫자를 확인했다.
메인 퀘스트인 '작은 제단 파괴' 그리고 메타린을 포함한 네임드 퀘스트 6개 등등 총 14개의 퀘스트가 남아 있었다.
14개 퀘스트 역시 보상이 대폭 강화된 상태일 것이다.
어서 완료해 보상을 맛보고 싶었다.
그리고 퀘스트 보상만 강화된 게 아니다.
던전 내 '모든 보상'이 강화됐다.
고블린들이 제공하는 포인트도 강화됐을 확률이 높았다.
지하 2층, 지하 3층에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1층에 있던 숫자를 생각하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기대가 됐다.
남은 고블린들은 얼마나 많은 포인트를 제공할까?
확인을 위해 강진석은 바로 지하 2층 입구 계단으로 향했다.
그리고 계단을 통해 내려가며 생각했다.
'역시 강해지긴 하네.'
지하 2층의 디버프는 지하 1층보다 강했다.
도합 70에서 80으로 상승했다.
'이러면 지하 3층은....'
지하 3층은 지하 2층보다 더 강력할 것이다.
'감당 안 될 정도는 아니겠지?'
강진석은 지하 3층에 대해 생각하며 지하 2층에 도착했고.
휙! 휙! 휙!
도착과 동시에 날아오는 수많은 단창을 볼 수 있었다.
이미 초감각을 통해 공격을 예상하고 있던 강진석은 바로 공간이동을 했다.
푹! 푹! 푹!
그리고 강진석이 사라진 자리에 단창이 우수수 박혔다.
-키릭?
-키릭!?
단창을 던진 고블린들은 당황스런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그런 고블린들의 뒤로 공간이동을 했던 강진석은 바로 검을 휘둘러 고블린 무리의 목을 날리며 포인트를 확인했다.
스걱!
[수색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3500 상승합니다.]
스걱!
[수색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3600 상승합니다.]
'...50% 정도네.'
퀘스트는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래서 포인트도 2배 이상 증가하지 않았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사냥 포인트는 50% 정도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그래, 이게 어디야.'
워낙 기대를 많이 했기에 아쉽기는 했다.
그래도 50% 역시 엄청난 증가였다.
강진석은 아쉬움을 털어낸 뒤 사냥에 집중했다.
30초도 지나지 않아 입구에 대기하고 있던 모든 고블린을 처치한 강진석은 초감각을 변형시켜 주변을 꼼꼼히 확인했다.
'...곳곳에 자리 잡고 있네.'
고블린들은 길목 곳곳에 숨어 대기하고 있었다.
강진석이 모습을 드러내면 바로 공격할 수 있는 위치들이었다.
물론 고블린들이 대비했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은 없다.
전부 일반 고블린이다.
네임드 고블린이 하나도 없었다.
대장급 고블린들이 대기하고 있다고 해도 문제없을 것인데 일반 고블린들은 어떻겠는가?
더더욱 문제없다.
탐색을 마친 강진석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와...."
유진우는 요새 밖 사람들을 보며 감탄을 내뱉었다.
그리고 옆에서 요리하고 있는 배영태에게 말했다.
"엄청 바빠지겠는데요?"
그렇지 않아도 최근 입주자들이 늘어 바빠진 상태였다.
그런데 지금 입구에 줄을 서 있는 이들을 보니 더욱 바빠질 것 같았다.
"그 정도로 많아?"
"네, 조리사 없으면 저희 좀 많이 빡셀 것 같아요."
"그럼 숙련도 오르고 좋겠네."
배영태가 싱긋 웃으며 답했다.
"...그, 그렇죠."
예상치 못한 답에 유진우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배영태가 만들고 있는 요리를 보았다.
"뭐 만드시는 거예요?"
"동파육."
"헐, 동파육도 만드실 줄 알았어요?"
"아니, 연습하는 거지. 새로운 요리 만들 때마다 숙련도가 더 오르잖아?"
"그, 그렇기는 한데."
유진우는 당황스러웠다.
만들지 않았던 새로운 요리를 만들면 숙련도가 더 오르긴 한다.
그러나 그것은 조건 이상의 요리를 만들었을 때 이야기지 조건을 달성하지 못한다?
그러면 숙련도가 조금도 오르지 않는다.
유진우는 힐끔 동파육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리고 침을 꿀꺽 삼키며 생각했다.
'조건 충족은 됐겠네.'
한시라도 빨리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언제쯤 완성돼요?"
"앞으로 1분. 맛 좀 봐줄래?"
"...물론이죠!"
배영태의 말에 유진우는 활짝 웃으며 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맛보고 싶었는데 먼저 말해주다니?
이내 1분이 지났다.
그리고 바로 그때.
"...어?"
배영태가 당황스런 목소리를 내뱉었다.
"...?"
유진우는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왜 당황해하는 것일까?
"형? 왜요? 설마 숙련도 안 올랐어요?"
"아, 아니. 숙련도 올랐어. 근데 엄청나게 올랐는데? 요리의 길 레벨 5가 됐어."
"헐, 벌써요?"
유진우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똑같이 요리를 시작했다.
그런데 아직 유진우는 3레벨밖에 되지 않았다.
그것도 숙련도가 50%로 4레벨까지 한참 남은 상태였다.
그런데 벌써 5레벨을 달성했다니?
"어, 그런데 이게...."
배영태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요? 혹시 뭐 문제 있는 거예요?"
"아니, 그건 아니고...."
유진우의 물음에 배영태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일단 동파육을 꺼내 먹기 좋게 자른 뒤 접시에 담았다.
"맛 한번 볼래?"
"네!"
유진우는 기다렸다는 듯 젓가락으로 동파육을 집었다.
"하...."
입 안에 넣자마자 사르륵 녹아내리는 동파육의 식감과 곳곳을 강타하는 진미에 유진우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으며 감탄을 내뱉었다.
"음?"
그리고 이어 고개를 갸웃했다.
몸이 갑작스레 가벼워지고 힘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진미에 기분이 좋아져서일까?
유진우는 눈을 떴다.
그리고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10분 동안 일시적으로 힘이 3 상승합니다.]
[10분 동안 일시적으로 민첩이 2 상승합니다.]
[10분 동안 일시적으로 체력이 4 상승합니다.]
"...?"
메시지를 본 유진우는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능력치가 왜 올랐단 말인가?
'설마....'
이내 든 생각에 유진우는 동파육을 보았다.
조금 전 유진우가 한 것이라고는 동파육을 한 조각 먹은 것뿐이었다.
유진우는 다시 동파육을 한 조각 먹었다.
그리고 메시지를 보았다.
[기존 버프가 갱신됩니다.]
[20분 동안 일시적으로 힘이 3 상승합니다.]
[20분 동안 일시적으로 민첩이 2 상승합니다.]
[20분 동안 일시적으로 체력이 4 상승합니다.]
유진우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배영태를 보았다.
배영태 역시 동파육을 먹고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이거 어떻게 된 거예요?"
유진우가 물었다.
그러자 배영태가 답했다.
"레벨 5되는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어. 앞으로 만드는 요리에 작은 축복이 깃든다고...."
"미친! 대박! 그러면 어떤 음식이든 전부 버프 생기는 거예요? 간단한 음식도? 혹시 라면도?"
"아니, 버프는 2등급 요리부터 그리고 등급이 높을수록 버프가 강력해지는 것 같아."
"동파육이 몇 등급이죠?"
"2.5등급."
"와, 형 그때 3등급 요리도 만들었잖아요. 그건 더 강력한 버프를 줄 테니...."
말끝을 흐린 유진우는 활짝 웃으며 이어 말했다.
"침공 때 엄청 큰 힘이 되겠는데요?"
제101화
101.
"...!"
배영태는 눈을 번뜩였다.
그렇지 않아도 다른 이들에게 항상 미안했다.
다른 이들은 목숨을 걸고 요새를 방어하고 있는데 배영태는 안전한 곳에서 요리만 하고 있었기에.
물론 다른 입주자들이 무어라 말한 것은 아니다.
그냥 스스로 그렇게 느끼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 미안함을 내려놓아도 될 것 같았다.
힘 3, 민첩 2, 체력 4.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유진우의 말대로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딸랑딸랑.
문이 열리며 종소리가 울렸고 배영태와 유진우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입구를 보았다.
처음 보는 여인이 들어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새로 입주한 김아율이라고 합니다. 혹시 지금도 식사할 수 있을까요...?"
여인의 정체는 이번에 새로 입주한 김아율이었다.
김아율은 눈치를 살피며 배영태와 유진우에게 물었다.
"아, 네. 물론입니다!"
배영태는 활짝 웃으며 답했다.
그리고 이어 동파육을 힐끔 보고는 김아율에게 말했다.
"혹시 저희가 방금 동파육을 만들었는데 기본 식사 대신 동파육 좀 드시겠어요? 물론 포인트 티켓은 받지 않겠습니다."
요새 입주자들에게는 삼시 세끼가 무료로 제공된다.
그러나 꼭 정해진 식단대로만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포인트 티켓을 통해 다른 음식도 요청할 수 있다.
"...네!"
김아율은 동파육이란 단어에 눈을 번뜩이며 외쳤다.
시험이 시작되고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했다.
집에 남아 있던 참치캔, 과일캔 등 장기 보존 식품만으로 연명했었다.
그런데 동파육이라니?
상상만 해도 침이 나오기 시작했다.
"1번 탁자에 앉아주시면 가져다드리겠습니다."
"네!"
김아율은 배영태의 말에 재차 답하며 후다닥 1번 탁자에 앉았다.
그리고 얼마 뒤 배영태가 동파육이 담긴 접시와 함께 숟가락, 젓가락을 가지고 왔다.
"여기 있습니다. 물은 오른쪽 냉장고에서 가져다 드시면 됩니다. 혹시나 밥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
"그, 그러면 밥도 좀 주실 수 있으실까요?"
"네, 가져다드릴게요."
배영태는 김아율의 말에 싱긋 웃고 돌아섰다.
그리고 김아율은 동파육을 보았다.
동파육 특유의 향기가 콧속을 강타했고 침이 샘솟았다.
김아율은 침을 꿀꺽 삼키고 젓가락을 들었다.
그리고 동파육을 집어 입 안에 넣고 눈을 감은 채 맛을 음미했다.
"하아...."
동파육의 진한 단맛과 짭조름함이 입안을 가득 채웠고 반사적으로 탄성이 나왔다.
그뿐만이 아니다.
몸이 가벼워졌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서일까?
김아율은 다음 동파육을 먹기 위해 눈을 떴다.
그리고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10분 동안 일시적으로 힘이 3 상승합니다.]
[10분 동안 일시적으로 민첩이 2 상승합니다.]
[10분 동안 일시적으로 체력이 4 상승합니다.]
"...?"
메시지를 본 김아율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왜 능력치가 오른단 말인가?
바로 그때였다.
밥을 가지고 온 배영태가 김아율에게 물었다.
"능력치 오르셨죠?"
"네, 이게 어떻게...?"
"스킬 효과입니다. 제가 만든 음식에 축복이 부여된다고 하더라구요."
"아하! 와, 정말 대단하세요! 지금 몸이 완전 가벼워졌어요!"
"다행이네요. 혹시 전부 드시고 버프 지속시간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맛있는 식사 하세요."
배영태는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고는 주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김아율은 동파육을 반찬 삼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
[최대 지속 시간에 도달했습니다.]
[더 이상 지속 시간이 증가하지 않습니다.]
[60분 동안 일시적으로 힘이 3 상승합니다.]
[60분 동안 일시적으로 민첩이 2 상승합니다.]
[60분 동안 일시적으로 체력이 4 상승합니다.]
끝없이 갱신되던 버프가 한계에 도달했고 김아율은 주방을 향해 외쳤다.
"최대 지속 시간에 도달했다는 메시지 나타났어요. 60분이에요!"
"앗,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동파육 정말 맛있어요. 감사해요."
"아닙니다. 하핫."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문이 열리며 또 다른 이들이 식당으로 들어왔다.
새로운 입주자는 아니었다.
"오, 은형 씨! 칠성 씨!"
최은형과 얼마 전 입주한 김칠성이었다.
"혹시 야식 하나 부탁드려도 될까요? 면접이 좀 길어질 것 같아서요."
"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두 사람이 온 이유는 야식 때문이었다.
"네, 물론 가능하죠! 뭐로 준비해 드릴까요?"
"라면이랑 주먹밥 좀 부탁드리려 했는데 이거 무슨 냄새예요?"
김칠성이 코를 킁킁거리며 물었다.
"동파육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말씀드릴 게 있었는데 잘됐네요. 와서 한 번 맛봐주시겠어요?"
배영태는 씨익 웃으며 답하며 생각했다.
'진석 님한테도 어서 보고 드리고 싶은데 언제쯤 오시려나?'
* * *
-키릭!
지원대장 마르놀이 괴성을 내뱉었다.
괴성에는 경계심과 두려움이 반반씩 담겨 있었다.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마르놀에게 달려들었다.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고 강진석은 몽둥이를 마르놀은 방패를 들었다.
방패는 아티펙트가 아니다.
평범한 강철 방패였다.
아티펙트가 아닌데 굳이 챙길 이유가 없기에 강진석은 그대로 몽둥이를 휘둘렀다.
이내 몽둥이가 방패에 작렬했다.
쾅! 쩌저적!
몽둥이에 담긴 거력은 단숨에 방패를 박살 냈고 이어 마르놀까지 엄습했다.
쩍!
땅에 처박힌 마르놀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강진석은 재차 몽둥이를 휘둘렀다.
쾅! 스아앗!
그렇게 마르놀은 빛과 함께 사라졌다.
[차가운 뿌리 부족 지원대장 마르놀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21만 상승합니다.]
[퀘스트 '지원대장 마르놀'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50만 상승합니다.]
[포인트 티켓(1만) 20장을 획득합니다.]
그리고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완료된 것은 '지원대장 마르놀'뿐만이 아니다.
지하 2층 마지막 고블린이 마르놀이었고 증미역 지하 2층 퀘스트도 완료됐다.
[퀘스트 '증미역 지하 2층'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50만 상승합니다.]
[포인트 티켓(1만) 15장을 획득합니다.]
'히야....'
마르놀이 제공한 포인트 그리고 두 퀘스트의 보상을 본 강진석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진짜 대박이다, 대박이야.'
강화된 보상을 볼 때마다 웃음이 나왔다.
'이 정도면 침공 걱정은 크게 안 해도 되겠어.'
침공 때 걱정되는 부분은 하나였다.
바로 네임드 몬스터.
강진석이 없는 곳에 네임드 몬스터가 나타날 경우 감당할 수 있는 이가 없다.
그래서 항상 걱정이 됐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포인트 티켓이 대거 생겼다.
지금 강진석이 보유한 티켓을 강나연이나 한지윤, 김칠성 등 관리자들에게 제공한다면?
대장급 고블린들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스윽.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허공을 보았다.
희미한 타원형 거울, 메타린의 눈이 시야에 들어왔다.
강진석은 바로 몽둥이를 휘둘렀다.
쩡! 스악!
[지원대장 마르놀의 죽음으로 발동한 메타린의 눈을 파괴하셨습니다.]
[직할 정보단장 메타린의 능력치가 1% 하락합니다.]
[직할 정보단장 메타린이 크게 분노합니다.]
메타린의 눈을 파괴한 강진석은 이어 마르놀이 남긴 부산물을 챙겼다.
그리고 지하 3층 계단으로 향했다.
이내 계단 앞에 도착한 강진석은 좀 더 짙어진 지하 3층의 영역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시간 내 탈환할 수 있겠지?'
지하 2층 곳곳을 확인하느라 무려 1시간 30분이나 소비했고 이제 남은 시간은 3시간 30분뿐이었다.
지하 3층 난도는 지하 2층과 비할 바가 아니다.
일단 메타린의 존재만으로 시간이 훨씬 걸릴 것으로 추정됐다.
과연 3시간 30분 안에 탈환이 가능할까?
'가능하게 만들어야지.'
강진석은 마음을 다잡고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지하 3층에 도착한 순간 강진석은 실소를 내뱉었다.
바로 공격이 날아와서는 아니다.
근처에 고블린 무리가 있기는 했지만 숨죽이고 있을 뿐 공격해 오지 않았다.
'...많을 건 예상하고 있었는데.'
강진석이 실소를 내뱉은 이유는 초감각에 감지 된 고블린들의 숫자 때문이었다.
한둘이 아니었다.
지하 2층에 막 들어섰을 때보다 3배는 많았다.
'쉬엄쉬엄 움직이면 안 되겠네.'
숫자를 보니 3시간 30분도 부족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진석은 곧장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포위하려는 걸까?'
고블린 무리는 하나가 아니었다.
세 무리가 숨을 죽이고 있었다.
아마도 강진석이 일정 거리에 도달하면 포위해 공격하려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강진석의 예상은 정확했다.
-키릭!
-키익!
세 고블린 무리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튀어나와 강진석의 사방을 포위했다.
그리고 고블린들은 강진석을 향해 단창을 던졌다.
사방에서 빽빽이 날아오는 단창을 보며 강진석은 정면에 있는 고블린 무리 뒤로 공간이동을 했다.
쾅! 쾅! 쾅!
그리고 몽둥이로 고블린들의 머리를 한 땀 한 땀 찍어내기 시작했다.
* * *
"...."
메타린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조금 전 지원대장 마르놀이 죽었다.
문제는 마르놀이 자리 잡고 있던 곳이 지하 3층과 지하 2층을 연결하는 통로 근처라는 점이었다.
메타린은 시간을 확인했다.
현재 본부에서 증미역으로 지원군이 오고 있었다.
지원군과 함께라면 충분히 인간을 죽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도 매우 안전하게.
별 피해 없이.
그러나 인간의 파고드는 속도가 보통 빠른 게 아니었다.
이대로라면 지원군이 오기 전 마주하게 될 것 같았다.
'망할, 봉인을 풀고 싶지는 않은데....'
봉인을 풀어 제약을 일시적으로 완화할 경우 후에 엄청난 페널티를 감수해야 한다.
페널티를 받게 되면 마지막 후계자 싸움도 물 건너간다.
메타린에게는 최악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봉인을 풀지 않을 수는 없다.
봉인을 풀지 않고 지금 이대로 싸운다면 죽을 것 같았다.
스윽.
메타린은 고개를 돌려 양옆에서 눈치를 살피고 있는 도길렌과 티메오를 보았다.
처음 증미역에는 2차 제약을 받은 이가 여덟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도길렌과 티메오 둘밖에 남지 않았다.
'이 둘로는 힘든데.'
도길렌과 티메오는 앞서 죽은 여섯보다 강했다.
여섯과 달리 어느 정도 시간을 끌긴 할 것이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결국 도길렌과 티메오도 죽을 것이다.
'시간 끌 방법 없나?'
메타린은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인간의 진격 속도를 늦출 수 있을까?
'잠깐....'
이내 든 생각에 메타린은 눈을 번뜩였다.
'길을 없애면?'
증미역에는 중요 시설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혹여 다른 부족, 종족에 빼앗길 때를 대비해 중요 시설과 주요 길목 곳곳에 자폭 마법진과 마나 폭탄을 설치해 두었다.
자폭 마법진과 마나 폭탄을 발동시켜 지휘소로 오는 길을 무너트린다면?
진격 속도를 확실히 늦출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후에 복원하려면 어마어마한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그러나 증미역 창고에 있는 자원들로도 충분히 복원할 수 있다.
'그래, 길을 없애는 게 맞아.'
제102화
102.
결정을 내린 메타린은 증미역 지하 3층 지도를 보았다.
전부 무너트릴 생각은 없다.
지휘소로 오는 길목만 무너트릴 생각이었다.
"도길렌, 티메오."
이내 메타린이 지도를 계속 응시하며 두 고블린을 불렀다.
"예."
"네."
두 고블린이 답했고 메타린이 이어 말했다.
"a2, a5, b3, c5, d3...."
"...?"
"...?"
도길렌과 티메오는 이어진 메타린의 말에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왜 지도를 보며 특정 지점을 언급하는 것일까?
"...e7까지 전부 발동시킨다."
"...!"
"...!"
이내 메타린의 말이 끝났고 두 고블린은 경악했다.
무엇을 발동시키라는 것인지 주어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두 고블린은 알고 있었다.
"혹시 자폭 마법진과 마나 폭탄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도길렌이 설마 하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러자 지도를 보고 있던 메타린이 고개를 들어 도길렌을 보았다.
"무슨 문제 있나? 지금 상황에 진격을 늦출 최선의 방법 같은데."
"그, 그건 그렇지만...."
싸늘한 메타린의 눈빛과 목소리에 도길렌이 말을 더듬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티메오가 대신 답했다.
"후에 복원하는 데 많은 자원이 들 겁니다."
"알아, 그 정도는 이미 계산했어. 창고에 있는 자원만 써도 충분히 복원할 수 있어."
"하지만 말씀하신 부분을 전부 파괴한다고 해도 창고 쪽은 막는 게 불가능합니다. 만약 인간이 창고를 털어 간다면...."
"그 많은 걸 전부 털어 간다면 어쩔 수 없지. 정 마음에 안 들면 둘이 나가서 막아 보든가."
메타린이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
"...."
도길렌과 티메오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둘이 힘을 합친다고 해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잔말 말고 발동시켜. 더 늦으면 녀석이 안으로 들어올 수도 있으니까. 그때 되면 막으러 가기 싫어도 막으러 가야 할 거야."
"...알겠습니다."
"바로 발동시키겠습니다."
이어진 메타린의 말에 도길렌과 티메오가 다급히 답했다.
그리고 바로 근처에 있는 조작실로 이동해 메타린이 말한 지점의 자폭 마법진, 마나 폭탄을 발동시키기 시작했다.
* * *
스걱!
[수색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3600 상승합니다.]
마지막 수색 고블린이 죽음을 맞이했고 강진석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전방을 보았다.
'대체 뭘까?'
초감각에 감지된 마법진과 아티펙트가 있었다.
문제는 마법진과 아티펙트가 벽이나 천장 혹은 바닥에 숨겨져 있다는 점이다.
한두 개가 아니다.
초감각에 감지된 것만 10개가 넘었다.
대체 무슨 용도인 것일까?
'함정인 건 분명한데.'
아무리 봐도 긍정적인 효과의 마법진이나 아티펙트는 아니다.
함정인데 어떤 함정인지 궁금했다.
바로 그때였다.
'어?'
강진석이 주시하고 있던 마법진에 기운이 공급됐다.
이어 마법진이 빛나기 시작했고.
콰아아앙!
폭음이 들려왔다.
강진석은 갑작스러운 폭음 그리고 지진 난 것처럼 흔들리는 땅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내 흔들림이 가라앉았고 강진석은 폭발의 근원지로 향했다.
얼마 뒤 목적지에 도착한 강진석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더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통로가 무너져 있었다.
강진석은 무너진 통로를 보며 생각했다.
'...날 노린 게 아니야.'
처음에는 폭발로 공격하려 했는데 실수한 게 아닐까 했다.
그러나 강진석은 통로와 매우 멀리 떨어져 있었다.
폭발의 목적은 직접적인 피해를 주기 위해서가 아닐 것이다.
'설마 오는 길을 막으려는 건가?'
지금 무너진 통로는 안쪽으로 이어지는 통로였다.
생각을 해보면 안쪽으로 오지 못하게 막으려는 게 아닐까 싶었다.
바로 그때였다.
쿠웅....
쿵....
연달아 폭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확신했다.
'맞네. 시간 끌려는 거.'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많은 통로가 무너졌을 것이다.
통로를 무너트린 이유는 진격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이유는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버티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었다.
'근데 이렇게 무너트려도 의미 없는데.'
강진석에게는 공간이동이 있었다.
초감각으로 감지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공간이동이 가능하다.
그리고 지금 강진석은 무너진 통로 반대편을 감지할 수 있었다.
즉, 무너진 통로를 건너뛰면 그만이었다.
'나중에 보자고.'
강진석은 뒤로 돌아섰다.
모든 통로가 무너진 것은 아니다.
아직 멀쩡한 통로가 여럿 있다.
그리고 강진석의 주목적은 메타린 처치가 아니다.
증미역의 완벽한 탈환이었다.
강진석은 공간이동 없이 갈 수 있는 곳들을 전부 깔끔히 청소하고 넘어갈 생각이었다.
저벅!
얼마 뒤 강진석은 다시 걸음을 멈췄다.
전방 바닥에 숨겨져 있는 마법진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섣불리 다가갈 수 없었다.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할까....'
강진석은 고민했다.
공간이동으로 넘어갈지 아니면 제거하고 갈지.
'그래, 제거가 맞아.'
고민 끝에 강진석은 제거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만에 하나 지나가고 터져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었다.
탈환 후 복원을 해야 할 것인데 복원에 들어가는 자원을 생각하면 미리 제거하는 게 맞다.
제거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강진석은 패시브 스킬 '마법 분석4'까지 습득했다.
덕분에 강진석은 많은 마법들의 '중점'이자 '약점'이 보였다.
당연히 지금 바닥에 숨겨져 있는 마법진의 중점도 보였다.
마법진의 중점을 파괴한다면?
무력화될 것이다.
아티펙트 또한 마찬가지다.
어딘가로 연결되어 있는 '선'을 끊으면 무력화될 것으로 추정됐다.
강진석은 혼돈의 구에 기운을 주입해 델룬 장검으로 변형시켰다.
그리고 검에 기운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직접 다가가 파괴할 생각이 없었다.
괜히 잘못 파괴했다가 폭발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강진석은 기운을 날려 원거리에서 파괴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굳이 검으로 변형한 이유는 몽둥이보다 검 형태에서 기운을 방출하는 게 더 쉽기 때문이었다.
이내 검 끝에 서린 빛이 강렬해졌다.
그리고 강진석은 검을 휘둘렀다.
후웅!
검 끝에 서린 기운이 날아가 바닥을 뚫고 내부에 각인되어 있던 마법진의 중점에 작렬했다.
쩡!
그리고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마법진이 파괴됐고 기운이 완전히 사라졌다.
완벽히 무력화된 것이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마주하는 모든 마법진과 아티펙트를 무력화시키기 시작했다.
'이건 생각지도 못한 득템이네.'
마법진과 달리 아티펙트는 수거가 가능했다.
아티펙트의 정체는 놀랍게도 '마나 폭탄'이었다.
설치 시 반경 5m 내 마나 폭풍을 발생시키는 아티펙트로 상점에서 개당 3만 포인트에 파는 고가의 소비 아티펙트였다.
'이것도 침공 때 요긴하게 쓸 수 있겠어.'
파괴력을 알고 있다.
2차 제약 침공자인 대장급 몬스터들에게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강력한 아티펙트였다.
곧 있을 침공에서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강진석은 활짝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 * *
"a3, a4에 설치해 둔 마나 폭탄 연결이 끊겼습니다."
"d2, d5에 설치해 둔 마법진도 망가졌습니다."
도길렌과 티메오가 외쳤다.
"...."
메타린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입을 꾹 다문 채 짜증 가득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아니, 아는 건 둘째 치고 어떻게 파괴하고 있는 거야?'
자폭 마법진은 중점을 파괴하지 않을 경우 자동 발동된다.
마나 폭탄 역시 마찬가지다.
선을 끊지 않고 건드는 순간 자동 폭발한다.
그래서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폭 마법진과 마나 폭탄을 어떻게 이렇게 수월히 무력화하는 걸까?
'마법사였나?'
마법사라면 이해가 간다.
마법진의 중점을 볼 수 있을 테고 마나 폭탄에 연결해 둔 선을 볼 수 있을 테니.
'분명 전사였는데?'
그러나 전투하는 모습을 보았다.
누가 봐도 전사였다.
그게 전사가 아니면 누가 전사라 할 수 있겠는가?
'...아니면 동료가?'
문득 든 생각에 메타린은 눈을 번뜩였다.
앞서 메타린은 인간의 전투 모습을 두 번 보았다.
그리고 두 번 다 혼자였다.
그래서 당연히 혼자라 생각했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라면?
보이지 않는 곳에 다른 동료들이 더 있다면?
'그래, 동료가 있는 게 분명해.'
생각해 보니 인간의 진격 속도가 너무 빨랐다.
혼자서는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의 속도였다.
그러나 동료가 있다면 모든 것이 설명된다.
몇이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지 않은 이들과 함께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바로 그때였다.
"e6 마나 폭탄의 연결이 끊겼습니다. 동선을 보니 이대로면 곧 창고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도길렌이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창고?"
생각에 잠겨 있던 메타린은 창고 이야기가 나오자 눈을 번뜩이며 반문했다.
"확실해? 창고로 가고 있는 거?"
"예, 동선을 보면...."
도길렌이 말끝을 흐렸다.
메타린은 지도를 보았다.
도길렌의 말대로 동선을 보니 창고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전부 털어 가는 건 아니겠지?'
처음에는 혼자라 생각해 창고에 간다고 해도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걱정이 됐다.
만약 창고 자원을 전부 털어 간다면?
* * *
스걱!
[수색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3600 상승합니다.]
수색 고블린을 처치한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데리고 올 걸.'
포인트가 상승할 때마다 아쉬움이 느껴졌다.
증미역에 입주자들을 데리고 왔다면?
최소 보상으로도 다량의 포인트를 수급할 수 있었을 것이고 입주자들이 크게 성장했을 것이다.
물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보상을 보면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었다.
그 정도로 수급되는 포인트가 엄청나게 많았다.
'다음 역부터는 최대한 많이 데리고 가야겠어.'
침공을 막으면 강진석은 개화역, 공항시장역을 탈환할 생각이었다.
두 역을 탈환할 때에는 최대한 많은 이들과 함께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저벅!
강진석은 걸음을 멈추며 고개를 갸웃했다.
특정 공간이 초감각의 진입을 막아 내고 있었다.
'제단은 아닌 것 같은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제단이었다.
그러나 제단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컸다.
아무리 봐도 제단은 아닌 것 같았다.
'설마...!'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창고?'
마곡나루역 창고 역시 초감각의 감지를 막아 냈었다.
그리고 창고 역시 지금만큼은 아니지만 규모가 컸다.
'창고인 것 같은데....'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만약 창고가 맞는다면?
증미역은 요충지였다.
그리고 마곡나루역의 창고보다 컸다.
즉, 더 많은 물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강진석은 재빨리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목적지에 도착한 강진석은 활짝 웃었다.
3m 높이의 거대한 철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크기가 다르긴 했지만 마곡나루역 창고와 양식이 똑같았다.
강진석은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끼이익.
문이 열렸고 강진석은 안쪽을 보았다.
그리고 더할 나위 없이 활짝 웃었다.
예상대로 창고가 맞았다.
수많은 물품이 시야에 들어왔다.
제103화
103.
강진석은 창고로 진입했다.
그리고 주변을 스윽 훑으며 마곡나루역 창고를 떠올렸다.
'차이가 엄청나네.'
마곡나루역 창고도 엄청나기는 했다.
정말 많은 물품이 보관되어 있었다.
그런데 증미역 창고와 비교하면 조족지혈이었다.
일단 크기만 봐도 증미역 창고가 마곡나루역 창고보다 5~6배는 컸다.
그리고 크기가 큰 만큼 진열되어 있는 물품도 훨씬 많고 다양했다.
강진석은 입구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진열대로 다가갔다.
진열대에는 '13'이라는 숫자가 쓰여 있었다.
13번째 진열대라는 뜻으로 추정됐다.
물론 진열대의 번호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13번 진열대에 진열되어 있는 '물품'들이었다.
'전부....'
강진석은 실실 웃기 시작했다.
'마나석 맞지?'
13번 진열대에 진열되어 있는 물품은 전부 '마나석'이었다.
크기는 제각기 달랐다.
담긴 기운도 제각기 달랐다.
그러나 가장 작고 적은 기운이 담긴 마나석도 상점창에서 판매하는 마나석보다 좋아 보였다.
'이 정도면 포인트로 얼마나 될까?'
강진석은 잠시 계산을 해봤다.
지금 진열되어 있는 마나석들을 상점창에서 구매하려 했다면?
'...2000만은 그냥 넘겠는데?'
확실한 것은 아니다.
품고 있는 기운이 클수록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비싸지는 게 마나석이었기에.
그러나 최소로 계산해도 2000만은 가뿐히 넘어섰다.
'와....'
강진석은 속으로 재차 감탄을 내뱉으며 12번 진열대로 이동했다.
12번 진열대에는 수많은 스크롤이 쌓여 있었다.
스크롤의 종류는 무척이나 다양했다.
최하급 감정 스크롤은 물론 최상급 감정 스크롤도 있었고.
하급 불 정령, 최하급 물 정령 소환 스크롤도 있었다. 힘을 올려준다거나 혹은 민첩을 올려주는 등의 버프 스크롤도 있었으며.
파이어 볼, 라이트닝 볼텍스 등의 마법 스크롤도 있었다.
물론 파악된 스크롤의 수는 10%밖에 되지 않았다.
감정이 필요한 스크롤들이 대다수였다.
강진석은 감정 스크롤로 정체불명의 스크롤들을 감정하며 생각했다.
'감정 패시브를 빨리 배워야겠는데.'
정신력 라인 패시브 스킬 중에는 '물품 감정'도 있었다.
물론 물품 감정을 습득한다고 모든 물품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킬 '물품 감정'은 최하급과 하급만 감정이 가능했고.
스킬 '물품 감정2'는 중급과 상급까지 감정이 가능했다.
그리고 최종 스킬인 '물품 감정3'을 습득해야만 모든 물품을 감정할 수 있었다.
'...나중에 하자.'
감정을 이어 나가던 강진석은 이내든 생각에 스크롤을 내려놓았다.
시간이 많은 게 아니다.
물품 감정에 시간을 쓸 때가 아니었다.
강진석은 11번 진열대로 향했다.
11번 진열대에는 각종 소비 아티펙트가 가득했다.
당연히 마나 폭탄도 있었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쭉 진열대를 돌아 대충 창고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확인했다.
확인 후 창고에서 나온 강진석은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이번 탈환은 진짜 대박이네.'
증미역은 앞서 방문한 그 어떤 곳보다 위험했다.
그리고 위험한 만큼 보상이 엄청났다.
'근데 증미역이 이 정도면 본부 같은 곳은....'
강진석은 차가운 뿌리 부족의 본부가 있는 봉제산을 떠올렸다.
봉제산은 증미역과 차원이 다른 위험도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기대가 됐다.
위험한 만큼 그에 걸맞은 큰 보상이 준비되어 있을 것이기에.
-키릭?
-키익?
얼마 뒤 고블린 무리를 마주한 강진석은 생각을 멈추고 사냥에 집중했다.
고블린 여섯은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했고 강진석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다시 강진석의 청소가 시작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공간이동 없이 갈 수 있는 모든 곳의 청소를 마칠 수 있었다.
'이제 가볼까.'
강진석은 무너진 통로 앞에 섰다.
그리고 공간이동을 통해 건너편으로 넘어갔다.
도착 후 강진석은 초감각에 집중했다.
'도길렌이나 티메오는 어디에 있으려나?'
메타린을 제외하고 남은 대장급 고블린은 둘뿐이었다.
수색대장 도길렌과 메타린의 부관 티메오.
'같이 있으려나?'
확실치는 않지만 아마도 세 고블린은 함께 하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따로 있었으면 좋겠는데.'
메타린은 다른 두 고블린과 다르다.
전력을 다해야 할 것으로 추정됐다.
그런데 도길렌과 티메오가 함께 있다면?
변수가 될 수 있다.
그것도 강진석에게 좋지 않은 부정적인 변수가.
강진석은 부디 도길렌, 티메오가 메타린 근처에 없길 기원하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엇?"
도길렌이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
"...?"
그러자 메타린과 티메오가 의아한 표정으로 도길렌을 보았다.
갑자기 왜 당황해한단 말인가?
분위기를 보니 좋은 의미의 당황은 아닌 것 같았다.
"...f1에 설치된 마나 폭탄이 끊겼습니다."
이내 도길렌이 답했다.
메타린은 반사적으로 지도를 보았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들어 도길렌을 보았다.
"f1? 확실해?"
f1은 무너트린 통로 밖에 있는 지점이 아닌 안쪽에 있는 지점이었다.
즉, 마나 폭탄이 해체가 됐다는 뜻은 무너진 통로를 넘어왔다는 뜻이다.
"...예, 확실합니다. 아무래도 넘어온 것 같습니다."
도길렌이 눈치를 살피며 답했다.
"...."
메타린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상황이 무척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넘어와 마나 폭탄을 해체하고 있는 것일까?
'설마 블링크?'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마법사들의 공간이동 마법인 '블링크'였다.
'그래, 블링크로 넘어온 거라면....'
마법사가 블링크로 넘어와 마나 폭탄을 해체하고 있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어리석은 선택을 했군.'
메타린은 싱긋 웃었다.
만약 진짜로 마법사들이 넘어온 것이라면?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다.
그도 그럴 것이 메타린은 마법사에게 강했다.
선천적으로 마법 저항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전사들에게는 약한 편이다.
그러나 전사들은 넘어오지 못했을 테니 메타린에게 지금 상황은 별 힘들이지 않고 각개격파 할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었다.
메타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길렌과 티메오가 의아한 표정으로 메타린을 보았다.
그리고 메타린은 두 고블린에게 말했다.
"넘어온 녀석들을 정리하고 올 테니 대기하고 있어."
"...예?"
"혼자서 가신단 말입니까?"
도길렌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반문했고 티메오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러자 메타린이 씨익 웃으며 답했다.
"무너진 공간을 벌써 뚫었을 리는 없고 마법사만 넘어왔을 것인데 내가 인간 마법사 따위에게 질 것 같나?"
"아...."
"인간 마법사라면 문제없지요."
메타린의 답에 도길렌은 이해했다는 듯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티메오는 메타린처럼 씨익 웃었다.
두 고블린은 메타린의 능력을 자세히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인간 마법사라면 메타린을 결코 죽일 수 없다.
"여러 방향에서 침입했을 수도 있으니 돌아올 때까지 잘 주시하고 있도록."
메타린은 재차 명령을 내리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지휘소에서 나왔다.
그리고 거처로 향했다.
무기와 전투에 쓸 물품을 챙기기 위해서였다.
"마법사 따위가 감히."
거처에 도착한 메타린은 실실 웃으며 무기와 아티펙트를 챙기기 시작했다.
이내 모든 물품을 챙긴 메타린은 거처에서 나와 f7 지점으로 이동하며 생각했다.
'어떻게 죽여야 이 더러운 기분이 해소될까.'
그냥 죽일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너무나 많은 피해를 받았고 기분이 더러웠다.
이번 기회에 메타린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생각이었다.
'많이 넘어왔으면 좋겠는데.'
몇이나 넘어왔는지 모르지만 최대한 많이 넘어왔길 바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법사가 몇이든 메타린은 전부 죽일 자신이 있었다.
메타린은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쾅....
굉음을 들을 수 있었다.
메타린은 잠시 멈칫했다.
굉음의 근원지는 자폭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는 곳이었다.
'어쩐지 빠르다 했더니 해체가 아니라 파괴였군.'
그렇지 않아도 해체 속도가 너무 빠른 게 아닌가 싶었는데 정석적인 해체가 아니었다.
마법진의 무력화가 빨랐던 이유를 알게 된 메타린은 기운을 끌어올리며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메타린은 목적지에 도착하고 이동을 멈췄다.
목적지에는 한 인간 사내가 있었다.
"...?"
메타린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당황한 이유는 목적지에 있는 인간이 하나라서가 아니다.
'저, 저 녀석은.'
메타린이 알고 있는 인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직접 보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부하들이 죽었을 때 보았던 인간이었다.
'저 녀석이 마법사일 리가 없는데?'
분명 인간은 전사였다.
전투 방식을 생각하면 전사일 수밖에 없다.
마법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고 몽둥이만 휘둘렀기에.
그래서 더 당황스러웠다.
마법사가 아닌 인간 사내가 어찌 이곳에 있단 말인가?
메타린은 인상을 구겼다.
지금 중요한 것은 통로를 어떻게 벌써 뚫었느냐가 아니다.
인간 사내가 이곳에 와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바로 그때였다.
인간 사내가 싱긋 웃었다.
그리고 메타린은 이를 악물었다.
* * *
쾅!
강진석은 기운을 날려 마법진의 중점을 파괴했다.
쩡!
이어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마법진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렇게 마법진을 무력화시킨 강진석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저벅!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마나 폭탄이나 마법진을 발견했기 때문은 아니다.
강진석이 걸음을 멈춘 이유는 초감각에 감지 된 강렬한 기운 때문이었다.
여태까지 만났던 그 어떤 기운보다 강렬했다.
증미역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가양역, 마곡나루역, 선유도역은 물론 도르에나가 있던 서초역 등 모든 곳을 포함해서였다.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메타린!'
증미역에서 도르에나보다 강렬한 기운을 가진 존재가 누가 있을까?
보스 몬스터인 직할 정보단장 메타린밖에 없다.
지금 감지된 기운의 주인공은 메타린이 분명했다.
'제단 지키고 있을 줄 알았는데...?'
강진석은 당황스러웠다.
제단 앞 혹은 제단으로 향하는 입구 앞에서나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메타린이 다가오다니?
'탈환할 때 더 조심해야겠네.'
메타린만 이렇게 움직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개화산역이나 공항시장역의 보스 역시 돌아다닐 수 있다.
입주자들의 위치를 더욱더 신경 써야겠다고 생각하며 강진석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근데 왜 혼자 오는 거야?'
메타린은 혼자였다.
근처에 도길렌은 물론 부관인 티메오도 없었다.
'하기야 자신 있을 만하지.'
이어 든 생각에 강진석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메타린은 강하다.
자신의 힘을 믿는 게 분명했다.
이내 공동에 들어선 강진석은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반대편을 주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반대편 입구에서 한 고블린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차가운 뿌리 부족 직할 정보단장 메타린이 등장했습니다.]
제104화
104.
예상대로 고블린의 정체는 메타린이었다.
메시지를 통해 정체를 확인한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메타린을 보았다.
메타린은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강진석은 메타린을 보며 싱긋 웃었다.
그러자 메타린이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기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단단히 화가 난 듯했다.
강진석은 메타린의 무기를 보았다.
채찍, 작은 지팡이 등 무척이나 다양했다.
'거리를 주면 안 되겠는데?'
강진석은 바로 공간이동을 통해 메타린에게 달려들었다.
무기 종류를 보니 거리를 주면 좋지 않을 것 같았다.
스앗! 스앗!
그러나 이어진 상황에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자마자 메타린 역시 자리에서 사라졌다.
공간이동을 한 것이다.
강진석은 뒤로 돌아섰다.
메타린이 공간이동을 한 곳은 처음 강진석이 서 있던 곳이었다.
'아티펙트로 이동한 게 아니야....'
메타린은 분명 공간이동을 했다.
그러나 앞서 마주했던 이들과 달리 아티펙트의 힘으로 공간이동을 한 게 아니다.
강진석처럼 본연의 힘으로 공간이동을 했다.
'...귀찮게 됐네.'
차라리 아티펙트였다면?
몇 번밖에 사용하지 못할 것이니 별문제 없다.
그러나 본연의 힘이라면?
기운이 다할 때까지 도망칠 수도 있다.
'그래도 많이 쓰지는 못하겠어.'
그나마 다행인 점은 메타린의 기운이 처음보다 크게 줄었다는 점이었다.
수십 번 사용하지는 못할 것이다.
'...잠깐만.'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이대로 계속 공간이동만 해도 되는 거 아냐?'
강진석 역시 공간이동에 많은 정신력이 소모된다.
그러나 메타린만큼은 아니었다.
즉, 계속해서 공간이동으로 거리를 좁힌다면?
손쉽게 메타린을 지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메타린이 도망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도망치지 않으면 오히려 좋다.
애초에 공간이동으로 거리를 좁히려는 것이 직접 공격하기 위해서였기에.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채찍을 든 메타린을 향해 다시 공간이동을 했다.
그러자 메타린 역시 다급히 공간이동을 했다.
이번에도 메타린의 기운은 눈에 띌 정도로 줄었고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재차 공간이동을 했다.
계획대로 계속 공간이동으로 몰아붙이면 될 것 같았다.
스앗! 스앗! 스앗! 스앗!
그렇게 강진석과 메타린은 쫓고 쫓기는 술래잡기를 시작했다.
순식간에 강진석과 메타린은 십수 번을 공간이동 했다.
십수 번의 공간이동은 강진석에게도 상당히 부담이 됐다.
그러나 강진석은 지금 상황이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강진석의 경우 머릿속이 살짝 무거워졌을 뿐이다.
그러나 메타린은 기운이 처음과 비교해 70%까지 떨어졌다.
이대로라면?
금방 절반에 도달할 것이고 금세 바닥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스앗! 스앗!
술래잡기는 계속됐고 어느새 메타린의 기운이 50%까지 떨어졌다.
그리고 바로 그때.
-키익!
메타린이 공간이동 대신 뒤로 점프해 거리를 벌리며 채찍을 휘둘렀다.
슬슬 변화가 있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던 강진석은 공간이동을 하자마자 날아오는 채찍에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후웅!
대신 마주 몽둥이를 휘둘렀다.
쾅!
이내 채찍과 몽둥이가 마주하며 폭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채찍은 왔던 길을 그대로 다시 돌아 메타린에게 날아갔다.
메타린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채찍에 다시 힘을 주었고 겨우 방향을 비틀어 채찍을 피할 수 있었다.
물론 채찍을 피한 것으로 메타린의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강진석은 그사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후웅!
메타린이 채찍의 방향을 비트는 동안 강진석은 거리를 좁히며 재차 몽둥이를 휘둘렀고 거력이 담긴 몽둥이는 바람을 가르며 메타린에게 나아갔다.
그리고 몽둥이가 작렬하기 직전.
스아악!
메타린의 육체에 보호막이 생겼다.
쾅! 쩌적!
그 위로 몽둥이가 작렬하며 폭음이 발생했고 보호막에 균열이 나타났다.
강진석은 단숨에 보호막을 깨트리기 위해 재차 몽둥이를 휘둘렀다.
쾅! 쩌저저적!
두 번째 공격이 작렬한 순간 보호막이 무너졌고 강진석은 다시 몽둥이를 휘둘렀다.
지금 몰아붙이면 손쉽게 끝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스앗!
그러나 아쉽게도 강진석의 세 번째 공격은 허공을 갈랐다.
메타린이 자리에서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30m 정도 거리에 나타난 메타린을 보았다.
메타린은 처음과 달리 지극히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도르에나 때랑 비슷하네.'
강진석이 전과 달리 공간이동으로 따라붙지 않은 이유.
그 이유는 메타린의 기운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메타린이 제물을 바쳐 일시적으로 제약을 완화합니다.]
[30분 뒤 메타린의 모든 능력치가 30% 약화됩니다.]
예상대로 제약 완화 메시지가 나타났다.
'근데 30%? 제약을 덜 완화해서 그런가?'
도르에나 때에는 50%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작 30%였다.
'하기야....'
메타린의 기운 성장이 멈췄다.
처음보다 못했다.
제약을 덜 완화해 페널티 역시 약한 게 아닐까 싶었다.
'이 정도면....'
강진석은 메타린을 보며 싱긋 웃었다.
'쉽게 끝낼 수 있겠어.'
기운이 회복되기는 했으나 처음보다 강한 게 아니다.
오히려 약했다.
별 힘들이지 않고 끝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다시 공간이동으로 거리를 좁혔다.
제약을 완화해 자신감이 생긴 것일까?
메타린은 도망치지 않았다.
채찍을 휘두르는 것으로 맞불을 놓았다.
맞불을 놓는 메타린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물론 메타린의 자신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쾅!
거력이 담긴 몽둥이와 채찍이 마주했고.
쩌저적!
채찍 곳곳에 균열이 나타나자 메타린의 자신감은 게 눈 감추듯 사라졌다.
강진석은 이어 메타린의 머리를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메타린은 재빨리 몸을 비틀었다.
그러나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고 이내 어깨에 몽둥이가 작렬했다.
쾅!
그리고 그 순간 메타린이 비틀거렸다.
강진석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쉴 새 없이 몽둥이를 휘둘렀다.
쾅! 쾅! 쾅!
그렇게 몇 번 몽둥이가 더 작렬했고 기운이 움푹움푹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확신했다.
'끝났다.'
이대로 끝을 볼 수 있겠다고.
그리고 강진석의 예상은 정확했다.
쾅!
일곱 번째 공격이 작렬한 순간 메타린의 기운이 바닥났다.
[차가운 뿌리 부족 직할 정보단장 메타린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150만 상승합니다.]
[퀘스트 '직할 정보단장 메타린'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300만 상승합니다.]
.
.
그리고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와....'
보상이 대폭 강화된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보상이 엄청났다.
포인트만 봐도 만족 그 이상인데 포인트만 준 것도 아니다.
수많은 아티펙트가 함께 제공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퀘스트 보상 말고도 또 다른 보상이 주어졌다.
바로 메타린이 남긴 아티펙트였다.
강진석은 메타린이 사라진 자리를 보았다.
수많은 아티펙트가 떨어져 있었다.
'...12개나?'
아티펙트의 수를 확인한 강진석은 살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메타린이 남긴 아티펙트의 수가 생각보다 많았다.
도르에나의 경우 총 6개의 아티펙트를 남겼었다.
그런데 메타린은 그 2배인 12개를 남겼다.
개수가 많다고 수준이 낮은 것도 아니다.
12개 중 3개는 몽둥이와 비슷한 수준의 기운을 품고 있었다.
강진석은 우선 아티펙트를 전부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그리고 메타린이 나타났던 입구로 향했다.
던전 '증미역'의 보스인 메타린이 죽었다.
그렇다고 끝이 난 것은 아니다.
아직 네임드 몬스터인 도길렌과 티메오가 남아 있었고 제단 파괴도 남아 있었다.
거기다 3층 내 모든 고블린을 한 마리도 빠짐없이 처치해야만 탈환이 된다.
'그래도 다행이네.'
할 일은 많았지만 다급하지는 않았다.
나머지 일을 처리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메타린이 생각보다 빨리 잡혀서 다행이야.'
이번 증미역 탈환이 가장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던 이유가 메타린이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쉬웠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도 않았다.
'근데 왜 이렇게 약했을까?'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메타린의 기운은 분명 도르에나보다 강렬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도르에나보다 쉬웠다.
그것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연히 쉬웠다.
위험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조금의 위험도 없었다.
공간이동으로 기운을 빼놨기 때문은 아니다.
'근접전이 약해서 그런 건가?'
맞붙었을 때 확신할 수 있었다.
메타린은 도르에나보다 근접전이 약하다는 것을.
아마도 쉬웠던 것은 근접전이 약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아, 맞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특수 퀘스트 '침공자 사냥'을 확인했다.
<특수 퀘스트 - 침공자 사냥>
세계 침공자들을 죽여 세계를 지켜내라!
[남은 시간 : 20일]
[기여도 : 470만 2050 / 1500만]
[2차 제약 침공자 : 7 / 10]
[3차 제약 침공자 : 1 / 1]
퀘스트 보상 : 150만 포인트, ???
세계 침공자 처치 시 기여도가 상승합니다.
조건을 확인한 강진석은 활짝 웃었다.
예상대로 메타린은 3차 제약 침공자였다.
'금방 완료할 수 있겠는데?'
처음에는 완료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줄 알았다.
20일도 부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증미역 덕분에 상황이 바뀌었다.
'지원군까지 싹 잡으면 바로 완료할 수 있는 거 아냐?'
남은 증미역 고블린들을 전부 죽인다고 해도 완료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증미역에 오고 있는 차가운 뿌리 부족의 지원군까지 전부 죽인다면?
바로 완료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기대되네. 어떨지.'
강진석은 기대감을 키우며 속도를 높였다.
* * *
"...?"
도길렌은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왜 연결이....'
g2 지점에 설치해 둔 마나 폭탄의 연결이 끊겼다.
'아직 도착하지 않으신 건가?'
메타린이 인간들을 정리하기 위해 떠났다.
시간이 좀 흘렀기에 진즉 조우해 정리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마나 폭탄의 연결이 끊긴 것을 보니 아직 조우 하지 못한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흐음...."
티메오가 침음을 내뱉었다.
도길렌은 고개를 들어 티메오를 보았다.
티메오의 표정 역시 복잡미묘했다.
"설마 연결 끊겼나?"
"어, g3 지점에 설치해 둔 마법진과의 연결이 끊겼어."
도길렌의 물음에 티메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리고 이어 물었다.
"마나 폭탄은?"
"g2 지점 끊겼어."
"언제쯤 정리하고 돌아오실지."
"뭐 금방 오시지 않겠...!"
도길렌이 갑자기 말을 멈췄다.
"...?"
티메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도길렌이 침을 꿀꺽 삼켰다.
'또?'
g4 지점에 설치해 둔 마나 폭탄과의 연결이 끊겼다.
"왜 그러지?"
티메오가 살짝 불안한 눈빛으로 물었다.
"...g4 지점 마나 폭탄의 연결이 끊겼어."
"뭐? 그럴 리가 g4 지점이면...."
티메오는 고개를 휙 돌려 입구 쪽을 보았다.
g4 지점은 지휘소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엇갈리신 건가?"
도길렌이 불길함이 가득 담긴 얼굴과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엇갈리셨을 리가 없어."
티메오는 바로 부정했다.
메타린은 인간들의 진입 루트를 파악하고 떠났다.
길이 엇갈렸을 가능성은 0에 가깝다.
"...그러면?"
"...."
도길렌이 재차 반문했고 티메오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제105화
105.
티메오가 말을 하지 않자 도길렌은 인상을 구기며 이어 말했다.
"메타린님이 당하셨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맞나?"
"...그럴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길이 엇갈리지 않았는데 인간들이 진격을 멈추지 않는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다.
바로 메타린이 당했다는 것.
물론 아닐 확률도 있다.
정말 만에 하나 경우로 길이 엇갈렸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럴 확률은 0에 가깝다.
"...."
티메오의 말에 이번에는 도길렌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메타린의 힘을 안다.
도길렌이 수십 있어도 상대하기 힘든 강자가 바로 메타린이었다.
그런 메타린이 당했다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
"...."
그렇게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폭 마법진 하나가 더 해체됐고 정신을 차린 티메오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그럼?"
"준비해야지. 메타린 님이 쉽게 당하셨을 리 없다. 녀석들도 지쳐 있겠지."
도길렌이 반문했고 티메오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답했다.
"그러기에는 진격 속도가 너무 빠른데? 지친 게 맞나?"
"그런 생각을 노렸을 확률이 높아. 우리 아무렇지도 않다. 진격 속도를 봐라."
"...그럴 수도 있겠군. 근데 아니라면?"
"그래, 아닐 수도 있겠지. 근데 아니라고 해도 지금이 제일 힘이 빠져 있을 때인데 회복할 시간을 주고 싶은 건가?"
솔직히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
최후 방어 작전이 발동된 이상 도망칠 방법은 없다.
남은 것은 전투뿐인데 생존할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면 조금이나마 지쳐 있을 때 공격하는 게 낫다.
"...그렇군."
도길렌이 이해했다는 듯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티메오와 도길렌은 지휘소 입구 왼편에 비치된 무기 진열대로 다가가 각자의 애병을 챙겼다.
티메오는 애병 '월아창'을 보며 생각했다.
'이거라면 적어도 몇 놈은....'
메타린에게 선물로 받은 월아창은 3차 제약을 받은 이들도 탐을 내는 상급 아티펙트로 티메오에게 무척이나 과분한 무기였다.
월아창을 사용한다면?
진격해 오는 인간 몇몇은 확실히 데리고 갈 수 있을 것이다.
스윽.
월아창을 챙긴 티메오는 도길렌을 보았다.
도길렌은 진열대에 있는 몇몇 무기들을 보며 고민하고 있었다.
티메오는 무기들의 주인을 떠올리고 말했다.
"이미 주인을 잃은 것들이다. 쓴다고 해도 뭐라 할 이 없다."
"...그렇겠지?"
도길렌은 티메오의 말에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주인 잃은 무기들을 챙겼다.
그렇게 무기를 챙긴 두 고블린은 눈을 마주쳤다.
눈을 마주친 두 고블린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비장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지휘소를 나섰다.
* * *
[메타린의 부관 티메오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40만 상승합니다.]
[퀘스트 '부관 티메오'를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80만 상승합니다.]
[포인트 티켓(1만) 30장을 획득합니다.]
.
.
메시지를 보며 강진석은 생각했다.
'왜 부하 없이 나타난 거지?'
메타린도 그렇고 조금 전 티메오, 도길렌도 그렇고 부하를 대동하지 않고 나타났다.
어째서 부하들을 데리고 오지 않은 것일까?
전부 대동하더라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그래도 다 데리고 와주지.'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어째서 대동하지 않은 것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만약 전부 데리고 나타났다면?
청소를 손쉽게 끝낼 수 있었을 텐데 참으로 아쉬웠다.
'전부 죽었으니 이제 도망 다니려나?'
이제 증미역에는 네임드 고블린이 없다.
남은 고블린은 전부 일반 고블린뿐이다.
일반 고블린들이 네임드 고블린의 부재를 알지는 모르겠지만 만에 하나 알게 된다면?
자리를 지키지 않고 도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통로가 막혀 있으니 다행이지.'
물론 도망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다.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가 전부 무너져 있다.
도망치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
독 안에 든 쥐나 마찬가지인 상태였다.
이어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도길렌과 티메오가 남긴 아티펙트들을 보았다.
도길렌은 9개, 티메오는 5개.
총 14개의 아티펙트가 떨어졌다.
강진석은 그중 티메오가 남기고 간 기다란 백색 창을 보며 생각했다.
'상급 아티펙트겠지?'
백색 창은 14개의 아티펙트 중 가장 강렬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몽둥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상급 아티펙트가 아닐까 싶었다.
강진석은 확인을 위해 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역시나 감정이 필요했고 강진석은 바로 상급 감정 스크롤을 꺼내 감정을 시도했다.
<월아창>
1. 착용 시 스킬 '물리 저항' 활성화
2. 착용 시 스킬 '전투 가속' 활성화
3. 기운 주입 시 모든 능력치 5 상승
4. 기운 주입 시 '잔영' 발동
정보창이 나타났고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그게 잔영이었구나?'
강진석이 월아창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단순히 기운이 강렬해서가 아니었다.
바로 4번째 효과인 '잔영'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월아창에 기운을 주입했다.
그리고 허공에 휘둘렀다.
후웅!
월아창이 바람을 갈랐다.
그리고 뒤이어 월아창과 똑같이 생긴, 희미한 잔영이 나타나 똑같이 바람을 갈랐다.
강진석은 무척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잠깐.'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월아창을 재차 휘둘렀다.
물론 이번에는 전과 달리 중간에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 강진석은 더할 나위 없이 활짝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생성된 잔영은 방향을 튼 대로 날아가지 않았다.
처음 방향 그대로 날아갔다.
강진석은 몇 번 더 휘둘러 잔영의 이동 '기준'을 파악했고 더할 나위 없이 활짝 웃었다.
앞으로의 전투가 조금 더 수월해질 것 같았다.
'근데 이것도 상급인데 거력 같은 게 생기려나?'
강진석은 혼돈의 구에 월아창을 저장할 생각이었다.
몽둥이의 경우 혼돈의 구에 저장한 순간 '거력'이 생성됐다.
월아창은 과연 무엇이 생길까?
물론 생기지 않을 수 있다.
몽둥이가 예외의 경우였을 수 있다.
그러나 기대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강진석은 새로운 효과에 대한 기대감 반, 효과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걱정 반이 섞인 얼굴로 혼돈의 구에 월아창을 저장했다.
저장 후 강진석은 바로 기운을 주입해 월아창으로 변환시켰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다 거력인가?'
월아창 역시 몽둥이와 마찬가지로 '거력'이 생겼다.
무엇이든 다 꿰뚫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쨌든 생겨서 다행이야.'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거력은 무척이나 좋은 기능이었다.
실망할 이유가 없다.
강진석은 남은 아티펙트를 전부 수거했다.
그리고 다시 일반 고블린 사냥을 위해 이동을 시작했다.
* * *
[퀘스트 '증미역 지하 3층'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70만 상승합니다.]
[포인트 티켓(1만) 30장을 획득합니다.]
강진석은 더할 나위 없이 활짝 웃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청소 완료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제 제단만 파괴하면....'
이제 남은 것은 제단 파괴뿐이었다.
제단만 파괴하면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가 완료될 것이고 '증미역 탈환' 또한 완료될 것이다.
강진석은 시간을 확인했다.
지원군 도착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 20분으로 무척이나 여유로웠다.
'생각보다 많이 남았네.'
촉박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제단이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저벅!
목적지에 도착한 강진석은 걸음을 멈췄다.
걸음을 멈춘 강진석은 전방에 자리 잡고 있는 제단을 보며 생각했다.
'요충지라 더 큰 건가?'
앞서 강진석은 많은 제단을 보았다.
그런데 증미역에 있는 제단은 앞서 본 제단보다 훨씬 컸다.
적어도 2배는 더 컸다.
'특별한 기능은 없는 것 같고....'
검은 숲 엘프들의 세계수 뿌리 조각이나 열화 사막 부족 오크들의 성소는 특별한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크기가 크기에 혹시나 하고 잠시 살폈지만 특별한 기능은 없어 보였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기에 강진석은 경계하며 제단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제단 앞에 도착한 강진석은 월아창을 몽둥이로 변환 후 휘두르기 시작했다.
쾅! 쾅! 쾅!
몽둥이가 작렬할 때마다 해당 부분이 조각조각 파괴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단은 형태를 완전히 잃었고.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
.
[퀘스트 '증미역 수비'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가양역 수비'가 삭제됩니다.]
[퀘스트 '증미역 수비'의 난도가 약화됩니다.]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러나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고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이상한 내용의 메시지가 하나 끼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퀘스트 '차가운 뿌리 부족의 지원군'의 정보가 갱신됩니다.]
바로 퀘스트 '차가운 뿌리 부족의 지원군'에 대한 메시지였다.
다른 퀘스트 '지원군이 오기 전'은 완료가 됐는데 차가운 뿌리 부족의 지원군은 갱신이 됐다?
무언가 불안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차가운 뿌리 부족의 지원군'을 확인했다.
<차가운 뿌리 부족의 지원군>
메타린은 본부에 당신의 존재를 보고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원까지 요청했다.
본부에서는 요청을 받아들였고 증미역으로 지원군을 보내기로 했다.
지원군의 규모는 총 300.
3차 제약 침공자가 3마리, 2차 제약 침공자가 15마리나 포함된 엄청난 규모다.
4시간 뒤 증미역을 침공할 지원군의 공격에서 생존하라!
퀘스트 보상 : ???
침공 시작 후 24시간 생존 시 퀘스트 완료
"...."
퀘스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말없이 미간을 찌푸렸다.
생존 시간이 10시간에서 24시간으로 늘었기 때문이 아니다.
'침공 시작?'
강진석이 미간을 찌푸린 이유는 4시간 뒤 지원군이 증미역을 침공한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갑자기 침공이라니?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퀘스트 '증미역 수비'를 확인했다.
<증미역 수비>
4시간 뒤 여러 몬스터들이 지하도를 통해 증미역을 침공할 예정이다.
공격을 막아 증미역을 지켜내라!
[기여도 : 0]
퀘스트 보상 : ???
설마 했는데 역시나였다.
퀘스트 '증미역 수비' 역시 4시간 뒤 시작이었다.
'3일 일 줄 알았는데.'
가양역 수비가 3일이었다.
그래서 당연히 증미역 역시 3일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4시간이라니?
'지원군이 변수가 된 건가?'
원래는 3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갑자기 앞당겨진 이유는 지원군 때문이 분명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네.'
멍하니 있을 때가 아니다.
한시라도 빨리 방어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1회용 이동 게이트를 꺼내 설치했다.
그리고 바로 방화역으로 이동했다.
제106화
106.
강진석이 방화역에 간 이유는 당연히 함께 침공을 막을 이들을 데리러 가기 위해서였다.
혼자서 막으라는 조건이 있는 것도 아닌데 홀로 수비할 이유가 없다.
물론 이번에는 3차 제약 침공자들도 공격해 올 것이다.
방화역 수비 때와는 위험성이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보상도 좋을 것이고 크게 성장할 기회라 할 수 있다.
강진석은 이번 기회에 입주자들의 수준을 대폭 성장시킬 생각이었다.
방화역에 도착한 강진석은 바로 관리자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엄청 늘었네.'
초감각에 수많은 기운이 느껴졌다.
떠날 때보다 배 이상 늘어난 상태였다.
'전부 데리고 갈 수는 없겠지....'
마음 같아서는 전부 데리고 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다.
전투와 전혀 관련이 없는 직업을 가진 이들 그리고 전투 직업을 가지고 있더라도 전투를 해본 적 없는 이들을 데리고 갈 수는 없다.
강진석은 일단 관리자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그리고 얼마 뒤 면접을 보고 있던 관리자들이 잠시 면접을 중단하고 회의실에 속속 도착했다.
이내 모든 관리자가 모였고 강진석은 방신시장 청소를 시작으로 증미역 탈환까지 요새를 떠난 기간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하루도 안 걸려서 그 많은 일들을 했다고?"
"대, 대단하십니다."
"와...."
강나연을 시작으로 관리자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내뱉었다.
대부분이 감탄이었다.
하기야 단순히 주변 청소만 한 게 아니라 가양역과 증미역을 탈환했다.
거기다 증미역은 차가운 뿌리 부족 고블린들의 요충지.
며칠도 아니고 하루 만에 탈환을 했으니 감탄하는 게 당연했다.
강진석은 관리자들의 반응에 싱긋 웃고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말씀드렸듯 곧 증미역에 침공이 있을 예정입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감탄을 즐기는 게 아니다.
증미역 침공이 더욱 중요했다.
몇 시간 남지 않았다.
한시라도 빨리 준비를 시작해야 했다.
"이번 침공은 엄청 위험할 겁니다. 앞서 보셨던 그 어떤 몬스터보다 강한 몬스터들이 나타날 겁니다. 물론 그 몬스터들은 제가 맡을 예정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구요."
관리자들은 강진석의 이야기에 흠칫하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집중했다.
"...관리자분들은 필히 참여해 주셨으면 하는데 혹시나 갈 수 없는 분이 있을까요?"
이야기를 마친 강진석이 물었다.
"저는...."
그리고 김지용이 난감한 표정으로 손을 들며 말끝을 흐렸다.
김지용의 직업은 대장장이였다.
다른 이들과 달리 전투 직업이 아니었다.
이전 방화역 수비 때에는 참여했지만 이번 침공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아, 지용 님에게는 따로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
"아시겠지만 오늘 침공이 끝이 아닙니다."
증미역 침공은 시작일 뿐이다.
2일 뒤 마곡나루역, 4일 뒤 신방화역, 5일 뒤 방화역 등 계속해서 침공이 있을 예정이었다.
"그때를 대비해서...."
말끝을 흐린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종이 뭉치를 꺼냈다.
증미역에 있던 종이 뭉치로 당연히 평범한 종이 뭉치는 아니었다.
종이 뭉치는 바로 '설계도'였다.
스윽.
강진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설계도를 김지용 앞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것 좀 제작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우선 확인해 봐도 될까요?"
"네."
강진석이 답했고 김지용은 바로 설계도를 들어 살피기 시작했다.
"호오...."
설계도를 살피며 김지용은 연신 감탄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내 확인을 마친 김지용이 설계도를 내려놓고 강진석에게 물었다.
"이것들을 각자 몇 개씩 만들면 될까요?"
"최소 마나 요새포는 10개, 강철 가시 외벽은 6개요. 많이 제작해 주실수록 좋습니다. 재료는 제가 대장간 창고에 가져다 놓겠습니다."
증미역 창고에는 제작에 필요한 재료들 역시 가득했다.
재료 걱정은 할 필요 없었다.
"네, 가능합니다! 근데 모든 인원이 달려들어도 1주일 이상은 걸릴 것 같은데...."
"천천히 만들어 주셔도 됩니다.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거니까요."
훗날을 위해 준비하려는 것이지 당장 침공에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아, 그런 거라면 다행이네요. 화살이나 검 같은 것들도 제작을 멈춰야 하나 했는데."
김지용은 탄성을 내뱉으며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면 회의 끝나는 대로 바로 제작 돌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감사를 표하고는 자리로 돌아왔다.
"다른 분들은 다 가실 수 있는 걸로 알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회의를 이어 나갔다.
"...이제 입주자분들에게 증미역 침공 이야기를 전달해 주시고 지원자를 받아주세요. 지원하는 분들에게 크게 성장할 기회이지만 위험하다는 것도 꼭 알려 주시구요."
원래는 텔레파시로 전달할까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할 경우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어차피 지원자를 받으려면 따로 또 이야기를 해야 하기에 강진석은 증미역 관련 이야기 전달을 관리자들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옙."
"네!"
관리자들이 답했고 모든 이야기 전달을 마친 강진석이 화제를 전환했다.
"혹시 제가 잠깐 자리 비운 사이 특이 사항은 없었나요?"
자리를 비운 지 오래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수많은 이들이 찾아왔다.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고 특별한 일이 생겼을 수도 있다.
강진석의 말에 최은형과 김칠성이 서로를 보았다.
두 사람의 눈빛 대화에 강진석은 무슨 일이 있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내 김칠성이 입을 열었다.
"하나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뭔데?"
"식당에서 조리하시는 배영태 씨의 음식에 버프가 생겼어요."
"...!"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벌써?'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다.
음식을 먹으면 버프가 생기는 것은 여러 소설에서 흔히 나오는 설정이었고 여러 게임에서도 흔히 있는 설정이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조리사들의 음식에도 버프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생기다니?
"버프 수준은?"
"제가 먹은 건 동파육이었는데 힘 3, 민첩 2, 체력 4 상승이었습니다. 한입 크기 한 조각당 10분 정도고 최대 1시간이라고 합니다."
김칠성의 답을 듣고 강진석은 생각했다.
'엄청 괜찮은데?'
힘 3, 민첩 2, 체력 4는 강진석의 입장에서 별 영향이 없는 수치다.
그러나 강진석이 아닌 일반 입주자들에게는 엄청난 수치다.
거기다 지속 시간이 최대라고는 해도 1시간이라니?
'이 정도면 침공에 엄청나게 도움 되겠는데?'
그렇지 않아도 일반 입주자들의 능력치가 낮아 걱정이 됐는데 음식 버프를 받고 방어에 임한다면?
조금 더 안전히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초감각으로 식당을 탐색했다.
동파육을 만드는 데 소요되는 시간, 다른 음식의 버프 수준 등 물을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내 강진석은 배영태를 감지할 수 있었다.
현재 배영태는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혹시 지금 시간 괜찮으시면 잠시 회의실로 와주실 수 있으실까요? 음식 버프에 대해 여쭤볼 게 있습니다.]
강진석은 배영태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그러자 배영태가 움찔하더니 이내 회의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배영태가 도착했다.
배영태의 손에는 접시가 들려 있었는데 접시 위에는 만두 10개가 자리 잡고 있었다.
"혹시 그 만두...."
강진석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말끝을 흐리며 배영태를 보았다.
그러자 배영태가 싱긋 웃으며 답했다.
"아마 저를 부르신 이유는 음식 버프 때문이시겠죠? 마침 이것도 축복이 서려서 가지고 와봤습니다."
배영태는 만두 접시를 강진석의 앞에 내려놓았다.
강진석은 만두를 자세히 살폈다.
만두에 기운이 살짝 서려 있었다.
강진석은 기대하는 표정으로 만두를 하나 집어 먹었다.
그리고 그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10분 동안 일시적으로 힘이 2 상승합니다.]
[10분 동안 일시적으로 민첩이 2 상승합니다.]
[10분 동안 일시적으로 체력이 2 상승합니다.]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고작 만두 하나를 먹었을 뿐이다.
그런데 10분간 정신력을 제외한 나머지 세 능력치가 2씩 오른다니?
강진석은 만두를 하나 더 먹었다.
그러자 버프가 갱신되며 지속 시간이 20분으로 늘어났다.
"...엄청나네요. 맛도 있고 버프도 좋고."
"하핫, 만족하셔서 다행입니다!"
배영태는 강진석의 반응에 더할 나위 없이 활짝 웃었다.
그리고 강진석이 물었다.
"혹시 만두를 만드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만두의 버프는 무척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실험을 해봤습니다. 찌는 거랑 재료 손질은 맡겨도 되는데 나머지는 제가 전부 해야 해서 시간당 120개 정도가 한계일 것 같습니다."
"아하."
강진석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계산을 했다.
그리고 계산을 마친 강진석이 이어 말했다.
"혹시 지금부터 계속 만두 좀 만들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실은 곧 증미역 침공이 있을 예정이라...."
지금부터 만두를 계속 제작하면 400개는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400개면 침공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헛! 그런 거라면 해야죠! 지금 바로 만들러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증미역 이야기에 배영태가 놀란 얼굴로 답했고 강진석은 감사를 표했다.
"근데 만두만 만들면 될까요? 아니면 조금 더 강력한 버프가 달린...?"
"만두면 괜찮을 것 같습...."
배영태의 물음에 답하던 중 문득 떠오른 생각에 강진석은 말을 멈추고 눈을 번뜩였다.
'민정 씨 씨앗으로 요리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농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김민정'.
김민정은 스킬을 통해 씨앗을 생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씨앗 중에는 자체적으로 버프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 있었다.
자체적으로 버프를 가지고 있는 씨앗으로 요리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대로일까?
아니면 더 강력해질까?
"저 혹시 씨앗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있나요?"
"씨앗이요? 있긴 합니다만...."
말끝을 흐린 배영태는 난감한 표정으로 이어 말했다.
"제가 만들어 본 적이 없어서...."
씨앗 요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주재료가 씨앗인 요리도 있고 부재료가 씨앗인 요리는 많다.
문제는 배영태가 그런 요리를 만들어 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면 혹시 만두 한두 개에만 씨앗을 넣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속재료로요!"
"네, 그거야 가능합니다. 근데 어떤 씨앗을...?"
배영태의 물음에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김민정에게 받은 씨앗을 꺼냈다.
"만들고 바로 가져다드릴까요?"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조금만 기다려 주십쇼. 금방 만들어 가져다드리겠습니다."
강진석의 답에 배영태는 비장한 표정으로 회의실을 떠났다.
그리고 이어 강진석은 회의를 끝냈고 관리자들은 각자 맡은 입주자들에게 증미역 침공을 알리기 위해 떠났다.
그렇게 모두가 떠나고 강진석 역시 거처로 공간이동을 했다.
거처에 도착한 강진석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2315만 5970]
포인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활짝 웃었다.
이제 포인트를 사용할 차례였다.
제107화
107.
'이 정도면....'
포인트를 보던 강진석은 이어 정보창을 열었다.
힘 : 226(162+64)
민첩 : 224(160+64)
체력 : 232(168+64)
정신력 : 244(180+64)
'정신력부터 200 찍을까?'
현재 정신력은 순수 180으로 200이 코앞이었다.
200에 세 번째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그래, 100만도 안 드는데.'
포인트도 충분하고 상황도 안정적이니 변화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었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바로 스킬 '유혹 반사'를 시작으로 스킬 습득을 시작했다.
.
.
[스킬 '정신력32'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순식간에 스킬 '정신력32'의 최대 레벨까지 습득해 순수 정신력이 200이 된 강진석은 몸 상태에 집중했다.
"...."
그러나 아무런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고 기대를 했던 강진석은 아쉬운 표정으로 정보창을 보았다.
힘 : 226(162+64)
민첩 : 224(160+64)
체력 : 232(168+64)
정신력 : 264(200+64)
'설마 250인가?'
첫 번째 변화는 40에 발생했고 두 번째 변화는 100에 발생했다.
40에서 100은 2.5배.
100에서 2.5배를 하면 250이었다.
혹시 250에 변화가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강진석은 남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2220만 6370]
조금 전 100만에 가까운 포인트를 소모했다.
그럼에도 포인트는 여전히 2천만이 훌쩍 넘어갔다.
포인트를 보며 강진석은 생각했다.
'...찍어 봐?'
정신력 250을 찍기 위해서는 정신력 라인 스킬 10개 블록, 총 40개의 스킬을 습득해야 했다.
'다 합쳐도 어차피 300만도 안 드는데....'
40개 스킬 습득에 필요한 포인트는 전부 합쳐 259만 9000이었다.
'그래, 물품 감정도 있고.'
거기다 40개의 스킬 중에는 강진석이 습득하려 마음먹었던 '물품 감정'도 존재했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다시 정신력 라인 스킬 습득을 시작했다.
.
.
[스킬 '정신력42'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그렇게 순식간에 강진석은 스킬 '정신력42'까지 습득을 했고.
"...!"
눈을 번뜩였다.
'...이게 세 번째 변화인가?'
초감각 활성화, 변형, 텔레파시 같은 특별한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대신 정신력이 무지막지하게 늘어났다.
정신력이 249일 때와 비교해 보면 50%는 늘어난 것 같았다.
'이게 끝인가?'
50% 증가도 엄청난 것이긴 했다.
그러나 단순히 정신력이 강해진 것이 끝일까?
강진석은 몸에 생긴 변화가 더 없는지 꼼꼼히 육체를 관조했다.
'...이게 끝인가 보네.'
아쉽게도 정신력이 대폭 늘어난 것 말고는 아무런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근데 이 정도면....'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싱긋 웃었다.
'24시간 비행도 가능하겠는데.'
비행에 필요한 자원은 '정신력'이었다.
정신력이 대폭 늘어난 덕에 24시간 내내 비행을 해도 정신력이 바닥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신력을 기반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공간이동'.
물론 비행처럼 24시간 내내 공간이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간이동 역시 수십 번 정도는 전혀 부담 없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불 속에서도 가능하겠지?'
강진석은 열화 사막 부족의 수비단장 도르에나가 만들어 냈던 화염 지대를 떠올렸다.
당시 화염 지대에서는 공간이동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이라면?
가뿐히 공간이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이러면 다른 것들도 대폭 늘어나는 거려나?'
강진석은 힘, 민첩, 체력을 떠올렸다.
정신력과 마찬가지로 힘, 민첩, 체력 역시 250에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신력을 보니 특별한 변화는 없을 것 같았다.
비슷하게 해당 능력치의 효과가 대폭 강화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찍어?'
강진석은 각 능력치를 250 찍으려면 얼마나 많은 스킬을 습득해야 하는지, 필요 포인트는 얼마인지 계산하기 시작했다.
이내 계산을 마친 강진석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473만?'
필요 포인트가 473만인 것은 아니다.
남는 포인트가 473만이었다.
정확히는 473만 3170이 남는다.
[현재 보유 포인트 : 1960만 7370]
현재 강진석의 포인트는 1960만.
각 능력치 250을 찍기 위해서는 거의 1500만에 가까운 포인트가 필요했다.
'...그래, 어차피 찍을 생각이었으니까.'
막대한 포인트에 잠시 고민했던 강진석은 이내 고민을 마치고 바로 체력 라인 스킬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
.
[스킬 '체력45'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체력이 1 상승합니다.]
그렇게 순식간에 체력이 순수 250이 되었고.
"...!"
그 순간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체력이 무지막지하게 늘어난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육체의 방어력도 무척 강해진 것이 느껴졌다.
지금이라면 3차 제약 침공자인 도르에나, 메타린의 가벼운 공격은 생채기 나는 선에서 끝날 것 같았다.
그 정도로 방어력이 강해졌다.
'...이러면 침공도 걱정이 없겠는데?'
강진석은 곧 있을 증미역 침공을 떠올렸다.
해당 침공에서 3차 제약 침공자는 최소 셋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걱정이 됐다.
동시에 셋이 나타날 경우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셋이 동시에 나타나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력은 얼마나 강해지는 거지?'
원래 민첩을 찍으려 했던 강진석은 순서를 바꿔 힘 라인 스킬을 먼저 습득하기 시작했다.
.
.
[스킬 '힘46'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힘이 1 상승합니다.]
그렇게 힘이 250이 됐고.
"허...."
강진석은 실소를 내뱉었다.
그리고 주먹을 쥐었다.
몽둥이와 월아창에서만 느낄 수 있던 '거력'.
지금 주먹에 거력이 느껴졌다.
주먹뿐만이 아니다.
몸 전체에 거력이 맴돌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무기를 쓸 필요 없이 맨몸으로도 도르에나, 메타린을 손쉽게 박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민첩은 어떨까?'
거력을 음미하던 강진석은 이어 민첩으로 시선을 돌렸다.
정신력, 체력, 힘.
전부 만족스러운 결과를 제공했다.
민첩은 과연 어떨까?
강진석은 기대감이 듬뿍 담긴 눈빛으로 민첩 라인 스킬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
.
[스킬 '민첩46'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민첩이 1 상승합니다.]
그렇게 민첩이 250이 됐고.
"...?"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몸에 찾아온 변화 때문이 아니었다.
'이게 무슨....'
강진석이 의아해한 이유는 250을 찍은 순간 나타난 메시지 때문이었다.
[축하합니다.]
[최초로 오롯이 존재하는 자(3)의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최초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500만 상승합니다.]
.
.
뜬금없이 오롯이 존재하는 자(3)의 조건이 충족됐다.
물론 강진석이 의아해한 것은 오롯이 존재하는 자 때문만이 아니었다.
이어 나타난 메시지 때문이 더 컸다.
[조건이 충족됐습니다.]
[강서구 내 세계 침공자들의 2차 제약이 조기 해제됩니다.]
[세계 침공자들의 활동 반경이 더욱 넓어집니다.]
.
.
[세계 침공자들의 성장 속도가 빨라집니다.]
바로 몬스터들의 2차 제약 해제 메시지였다.
혹시 잘못 본 게 아닐까 강진석은 다시 한번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인상을 구겼다.
'왜 강서구만....'
모든 몬스터들의 2차 제약이 해제된 게 아니다.
강서구 내 몬스터들의 2차 제약만 해제됐다.
대체 어떤 조건이 충족됐기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일까?
강진석은 메시지를 클릭해 조건을 확인했다.
1. 초월의 씨앗 탄생
조건을 확인한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이 쓰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랑 관련된 거라 생각했는데....'
오롯이 존재하는 자(3)의 조건을 충족하자 나타났다.
거기다 '강서구'로 지역이 제한됐다.
그래서 당연히 강진석은 자신과 관련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조건을 보니 아닌 것 같았다.
때마침 우연히 발생한 일이 아닐까 싶었다.
'...잠깐.'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민정 씨가 만든 건가?'
김민정은 '씨앗 생성' 스킬을 가지고 있다.
혹시 씨앗 생성 스킬로 '초월의 씨앗'을 생성한 게 아닐까?
강진석은 바로 초감각으로 김민정을 찾았다.
'...아닌데.'
그러나 김민정은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김민정은 아닌 것 같았다.
'...다른 농부가 한 건가?'
농부는 김민정의 전용 직업이 아니다.
강서구에 있는 또 다른 농부가 생성한 것일 수 있다.
'하필 침공 앞두고....'
이제 곧 증미역에서 차가운 뿌리 부족 고블린들과의 전쟁이 있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2차 제약이 해제 돼 버리다니?
좋지 않았다.
'...일단.'
더 생각한다고 해제가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
강진석은 관심을 거두고 오롯이 존재하는 자(3)의 조건을 확인했다.
1. 패시브 스킬 300개 최대 레벨 달성
2. 오롯이 순수하게 모든 능력치 250 달성
3. 액티브 스킬 습득하지 않기
전과 달리 새로운 조건이 추가되어 있었다.
바로 능력치였다.
'어쩐지 충족이 안 되더라니.'
현재 강진석이 최대 레벨을 달성한 스킬은 500개가 훌쩍 넘었다.
왜 충족되지 않는 것일까 의아했는데 능력치가 추가 됐을 줄이야?
'이러면 다음 조건도....'
강진석은 오롯이 존재하는 자(4)의 조건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능력치가 조건에서 갑자기 사라질 것 같지는 않았다.
'부지런히 올려야겠네.'
강진석은 앞으로도 꾸준히 능력치를 올리기로 결심하고 보상을 확인했다.
오롯이 존재하는 자(3)의 보상은 2가지였다.
첫 번째는 500만 포인트.
두 번째는 찬란한 방패였다.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방패를 꺼냈다.
그리고 방패를 쥔 순간.
[해방 퀘스트 '찬란한 그날의 영광을(1)'이 생성됐습니다.]
퀘스트가 생성됐다.
'해방 퀘스트?'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방패를 쥐었을 뿐인데 퀘스트가 생성되다니?
일단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해방 퀘스트를 확인했다.
<찬란한 그날의 영광을(1)>
아래 조건을 충족하라!
[영역 상징 파괴 : 0 / 20]
[3차 제약 침공자 : 0 / 10]
퀘스트 보상 : 찬란한 방패 강화
완료 시 퀘스트 '찬란한 그날의 영광을(2)'이 생성됩니다.
완료 시 퀘스트 '혼돈의 구(1)'가 생성됩니다.
해방 퀘스트의 조건은 단순했다.
2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된다.
물론 단순하다는 것이 쉽다는 뜻은 아니다.
메인 퀘스트 '멸망을 막기 위하여'를 제외하면 여태껏 강진석이 진행한 그 어떤 퀘스트보다 난도가 높았다.
'이건 깨라고 만든 건가...?'
영역 상징 20개, 3차 제약 침공자 10마리.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조건이었다.
'...근데 여기서 더 강화된다고?'
퀘스트 보상을 본 강진석은 고개를 내려 방패를 보았다.
'지금도 엄청난 것 같은데 여기서 더?'
제108화
108.
방패를 쥔 순간 알 수 있었다.
혼돈의 구와 같은 재질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물론 재질만 같을 뿐이다.
성능은 달랐다.
혼돈의 구의 기능은 저장, 변환, 회수 3가지였다.
그러나 찬란한 방패는 저장, 변환 기능이 없었다.
3가지 기능 중 회수만 있을 뿐이다.
당연히 회수 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기능도 존재했다.
많지는 않고 혼돈의 구와 마찬가지로 회수를 포함해 총 3가지였다.
첫 번째는 자가 복구였다.
흠집은 물론 반으로 갈라져도 찬란한 방패는 시간이 흐르면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두 번째는 충격 방출이었다.
찬란한 방패는 충격을 받을 때마다 일부를 흡수하는데 원할 때 저장된 충격을 방출할 수 있었다.
'강화되면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려나? 아니면 기존 기능 강화?'
언젠가는 완료하는 날이 올 것인데 어떻게 강화가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졌다.
'혼돈의 구 퀘스트도 해방 퀘스트겠지?'
퀘스트 완료 시 2가지 퀘스트가 생성된다.
찬란한 방패의 다음 퀘스트인 '찬란한 그날의 영광을(2)' 그리고 '혼돈의 구(1)'.
혼돈의 구 역시 해방 퀘스트일 것이고 완료 보상은 '혼돈의 구 강화'가 아닐까 싶었다.
강진석은 혼돈의 구를 보았다.
'이건 또 어떻게 강화가 되려나.'
찬란한 방패와 마찬가지로 혼돈의 구 역시 어떻게 강화될지 무척 궁금했다.
이어 강진석은 남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973만 3170]
500만 밑으로 떨어졌던 포인트가 오롯이 존재하는 자(3)의 최초 보상 덕분에 다시 1000만에 근접했다.
'...이건 혹시 모르니 여유분으로 남겨두자.'
마음 같아서는 당장 패시브 스킬에 투자하고 싶었다.
그러나 2차 제약이 해제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여유롭게 남겨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생각을 마친 강진석은 스킬창을 닫았다.
그리고 요새 관리창을 열었다.
포인트는 기본 포인트만 있는 게 아니다.
요새 포인트 역시 존재했다.
이제부터 계속해서 있을 침공을 대비해 강진석은 요새의 여러 기능을 개발, 강화할 생각이었다.
'일단 게이트 라인부터 뚫는 게 좋겠지?'
* * *
화곡동 봉제산.
차가운 뿌리 부족의 대족장 메라키오의 천막.
현재 천막에는 한 고블린이 있었다.
천막의 주인 메라키오는 아니었다.
바로 차가운 뿌리 부족의 차기 대족장 메타킨이었다.
메타킨이 메라키오의 천막에 있는 이유는 천막 중앙에 있는 지도 때문이었다.
중앙 지도는 차가운 뿌리 부족의 영역뿐만 아니라 주변 부족들의 영역이 실시간으로 표시되는 마법 지도였다.
"...끙."
지도를 보던 메타킨은 나지막이 침음을 내뱉었다.
증미역에 있던 영역 상징이 파괴됐기 때문이었다.
스윽.
메타킨은 고개를 돌려 왼쪽에 있는 진열대를 보았다.
진열대에는 10개의 수정구가 있었다.
그리고 현재 10개의 수정구 중 8개만이 빛나고 있었다.
'메타린이 죽었으니 당연한 결과인가....'
이미 메타킨은 증미역의 영역 상징이 파괴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조금 전 메타린을 상징하는 수정구가 빛을 잃었다.
빛을 잃었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했다.
메타린이 죽었는데 증미역의 영역 상징이 무사할 가능성은 0에 가까웠다.
'지구의 인간이 메타린을 죽일 정도로 강하다고?'
메타킨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여태껏 보았던 지구의 인간은 무척 허약했다.
그런데 대체 어찌 메타린이 죽은 것일까?
한참 생각하던 중 메타킨은 움찔하며 입구를 보았다.
이내 메라키오가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메타킨이 위대한 아버지를 뵙습니다."
메타킨은 자리에서 일어나 재빨리 인사했다.
"...."
메라키오는 인사에 답하지 않고 묵묵히 걸음을 옮겨 진열대로 다가갔다.
이내 진열대 앞에 선 메라키오는 빛을 잃은 메타린의 상징 수정구를 바라보았다.
숨 막히는 정적이 찾아왔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
정적을 깬 것은 당연하게도 메라키오였다.
메라키오는 한없이 차가운 표정과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것이...."
메타킨은 조심스레 메타린이 보고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전했다.
전쟁 바람 부족이나 오르드 부족이 쳐들어온 게 아니었다고.
영역을 공격했던 것은 이곳 지구의 인간이라고.
"...뭐? 그게 사실이냐?"
"메타린이 두 눈으로 직접 보았다고 합니다."
"그럼 증미역을 공격한 것도 지구의 인간이다?"
"예, 최후 방어 작전까지 발동했는데 당할 줄은...."
혹여나 불똥이 튈까 메타킨은 메라키오의 물음에 답하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언급했다.
"...."
메라키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메타킨도 숨을 죽인 채 메라키오의 눈치를 살폈다.
이내 메라키오가 입을 열었다.
"대응은?"
"현재 다시 증미역을 탈환하기 위해 인근 부족에 명령을 전달했습니다. 본부에서도 지원군을 보냈구요."
"메타린이 죽었다. 보통 수준이 아닐 것인데 규모는?"
"3차 제약만 지원군에 셋, 인근 부족에서 둘. 총 다섯입니다. 메타린이 말하길 제약을 받은 자신과 비슷하다고 했습니다. 다섯이면 충분히 복수할 수 있을 겁니다."
충분하지 않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다섯이 최선이었다.
현재 차가운 뿌리 부족은 검은 숲 엘프들과 전쟁 중이었다.
더 이상 투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메라키오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잘했...."
그러나 중간에 메라키오는 말을 멈추고 멈칫했다.
메라키오뿐만이 아니다.
메타킨 역시 멈칫하고 눈을 번뜩였다.
두 고블린이 멈칫한 이유는 같은 이유였다.
"2차 제약이 해제됐구나."
"...이게 대체."
바로 '2차 제약의 해제'였다.
"...."
"...."
좋은 일이다.
제약이 해제된 것은.
그러나 두 고블린은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상황을 생각하면 좋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해제된 것이 아니라 '조기' 해제였다.
제약이 조기 해제됐다는 것은 근처에 있는 지구의 지성체 중 '조건'을 달성한 이가 있다는 뜻이다.
조건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어떤 조건이 달성되어 제약이 조기 해제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중 가장 최악의 조건은 존재했다.
"초월의 씨앗이 탄생한 걸까요?"
바로 '초월의 씨앗' 탄생이었다.
"아니, 그럴 리는 없다. 쉽게 탄생하는 게 아니니."
메라키오는 고개를 저었다.
여태까지 메라키오는 수많은 세계를 침공했다.
그러나 초월의 씨앗 탄생은 단 두 번밖에 보지 못했다.
그것도 두 번 다 시험이 시작되고 1년이 훌쩍 지난 시점에서 탄생했다.
그런데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지금 상황에 초월의 씨앗이 탄생했다?
말도 안 된다.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마도...."
말끝을 흐린 메라키오는 지도를 보았다.
꽤나 많은 영역 상징이 파괴된 상태였다.
"일정 이상 영역을 확보한 것 때문이겠지."
2차 제약이 조기 해제된 것은 지구의 지성체들이 영역을 확보했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지금 상황에 가장 가능성이 높은 조건이었다.
"...그럴 수 있겠군요."
메타킨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이어 물었다.
"그럼 계획대로 공격을 할까요? 아니면 일단 멈출까요?"
상황이 바뀌었다.
지금 상황에 공격을 하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계획대로 공격하거라. 2차 제약이 해제됐으니 쉽게 당하지 않겠지."
증미역을 점거한 인간들은 강하다.
거기다 2차 제약이 조기 해제된 것을 보면 파악된 것보다 수준이 더 높을 것이다.
그러나 2차 제약이 해제되며 부족원들의 힘도 강해졌다.
"하지만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이 전부 당하면...."
메타킨이 말끝을 흐리며 살짝 걱정했다.
그러자 메라키오가 아무런 문제 없다는 표정과 목소리로 답했다.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 쉬이 공격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걸.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도 공격을 하는 게 좋아 보이는구나."
"...."
메라키오의 말에 메타킨은 바로 답할 수 없었다.
부족원들을 희생시켜서라도 정보를 알아 오라는 뜻이다.
이 부분은 메타킨 역시 동의한다.
숭고한 희생이라 할 수 있기에.
그러나 문제는 지금 지원을 간 이들 중 절반이 메타킨의 부하라는 점이다.
부하들의 숭고한 희생이 메타킨은 달갑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렇다고 거부할 수는 없었기에 메타킨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으며 답했다.
* * *
"다들 이동하시겠습니다."
강진석의 말에 입주자들이 차근차근 이동 게이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마지막 인원이 떠났고 강진석은 방화역에 홀로 남게 될 관리자 김지용에게 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예, 조심히 다녀오시길."
김지용의 인사를 들으며 강진석 역시 게이트로 이동했다.
그렇게 증미역에 도착한 강진석은 질서정연하게 팀별로 모이는 입주자들을 볼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팀별로 도열이 끝났고 강진석이 강나연에게 물었다.
"퀘스트 생성됐어?"
"어, 증미역 수비 하나."
강나연의 답을 듣고 강진석은 생각했다.
'역시 차가운 뿌리 부족의 지원군은 생성 안 된 건가?'
강진석의 입장에서 침공과 관련된 퀘스트는 2가지였다.
바로 '증미역 수비'와 '차가운 뿌리 부족의 지원군'.
차가운 뿌리 부족의 지원군은 대상이 명확했다.
그래서 생성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막상 생성되지 않았다고 하니 아쉬웠다.
'최소 보상도 엄청날 것 같은데.'
지원군의 규모는 3차 제약 침공자가 3마리, 2차 제약 침공자가 15마리였다.
최소 보상만 해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됐다.
그래서 참으로 아쉬웠다.
'...잠깐.'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멈칫했다.
그리고 퀘스트창을 열었다.
<차가운 뿌리 부족의 지원군>
메타린은 본부에 당신의 존재를 보고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원까지 요청했다.
본부에서는 요청을 받아들였고 증미역으로 지원군을 보내기로 했다.
지원군의 규모는 총 300.
3차 제약 침공자가 3마리, 2차 제약 침공자가 15마리나 포함된 엄청난 규모다.
4시간 뒤 증미역을 침공할 지원군의 공격에서 생존하라!
퀘스트 보상 : ???
침공 시작 후 24시간 생존 시 퀘스트 완료
'300...? 왜 300이지?'
3차 제약 침공자, 2차 제약 침공자에 꽂혀 생각지 못하고 있었는데 지원군의 규모는 300마리였다.
그냥 공격도 아니고 '침공'이다.
그런데 고작 300마리밖에 되지 않는다?
무언가 이상했다.
'...설마 지원군의 규모만 300?'
생각해 보니 퀘스트명에 '지원군'이라 명시되어 있었다.
지원군만 공격해 오는 게 아니라면?
다른 곳에서도 공격을 해 온다면?
300마리밖에 되지 않는 규모가 설명된다.
'이러면 3차 제약이나 2차 제약이 더 많을 수 있다는 건데....'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바로 그때.
"왜 그래? 문제 있어?"
강나연이 의아한 목소리로 주변을 살피며 조용히 물었다.
"...아니, 그냥 문득 든 생각 때문에. 별일 아냐."
강진석은 정신을 차리고 답했다.
그리고 이어 관리자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잠시 회의 좀 할까요? 드릴 것도 있구요.]
"줄 거? 뭔데?"
텔레파시를 보내자마자 바로 앞에 있던 강나연이 물었다.
강나연의 물음에 강진석은 싱긋 웃었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포인트 티켓'을 꺼냈다.
제109화
109.
"...요새 포인트 티켓?"
포인트 티켓을 본 강나연이 고개를 갸웃하며 반문했다.
"주려는 게 그거야?"
강진석은 강나연의 반문에 피식 웃었다.
'하기야, 생김새가 비슷하긴 하지.'
기본 포인트 티켓과 요새 포인트 티켓은 외형이 비슷했다.
다른 것이라고는 하단에 있는 문양 하나뿐이었다.
"당연히 이게 끝은 아니고."
강진석은 굳이 정정하지 않았다.
"아티펙트도 줄 거야."
"...!"
이어진 강진석의 말에 강나연은 눈을 번뜩였다.
"진짜? 어떤 거?"
"좋은 거. 조금만 기다려."
"알겠어!"
강진석의 말에 강나연은 실실 웃으며 잠자코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관리자들이 모였다.
강진석은 바로 포인트 티켓을 나누어 관리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엇, 요새 포인트 티켓이 아닌 건가요?"
가장 먼저 이상한 점을 발견한 것은 한지윤이었다.
"그러고 보니 문양이 이상한데?"
"이거 혹시 설마...."
한지윤을 시작으로 관리자들이 한마디씩 내뱉었고 강진석은 은은히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기본 포인트 티켓입니다. 요새 포인트 티켓과 효과는 같구요. 사용하시면 적혀 있는 숫자만큼 포인트가 오를 겁니다."
"헐."
"대박...."
"이 귀한 걸 저희한테 주셔도 되는 건가요...?"
"이렇게나 많이...!"
관리자들은 강진석의 말에 전부 약속이라도 한 듯 놀란 반응을 보였다.
하기야 직접적인 쓸모가 없는 요새 포인트 티켓과 달리 기본 포인트 티켓은 패시브 스킬이든 액티브 스킬이든 혹은 상점창 쇼핑이든 직접적인 사용이 가능했다.
거기다 적게 준 것도 아니고 한 명당 30만 포인트씩 제공했다.
놀라는 게 당연했다.
"스킬 습득들 하셔요. 개인적으로 패시브 스킬 올리는 것을 추천드릴게요."
액티브 스킬도 중요하긴 하다.
그러나 당장에는 스킬 레벨이 낮아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패시브 스킬은 다르다.
습득과 동시에 바로 체감이 확 된다.
그리고 네임드의 기준이 되는 2차 제약 침공자부터는 육체 능력이 강하다.
스킬만 믿고 싸우다가는 당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습득 마치시면 아티펙트를 드리겠습니다."
강진석의 입에서 아티펙트 이야기가 나온 순간 관리자들은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 바로 패시브 스킬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관리자들의 기운을 주시했다.
관리자들의 기운이 빠르게 강렬해지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한지윤의 몸에서 무언가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무언가의 정체는 반투명한 구체였다.
'...초감각?'
구체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초감각이었다.
마침 한지윤은 능력치를 올리고 있었다.
초감각일 확률이 높았다.
이어 강나연의 몸에서 반투명한 구체가 튀어나왔다.
강진석은 확신했다.
초감각이 분명했다.
"초감각인가요?"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강진석은 한지윤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네! 이런 시야를 가지고 계셨...."
물음에 답하던 한지윤이 갑자기 말을 멈췄다.
그리고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왜 저리 당황해한단 말인가?
"...어, 엄청나시네요."
이내 정신을 차린 한지윤이 말했고 강진석은 깨달았다.
현재 강진석은 한지윤의 초감각 범위에 들어가 있었다.
한지윤이 놀란 것은 강진석의 기운 때문이 분명했다.
'놀라실 만하지.'
강진석의 기운은 다른 이들과 격이 다르다.
3차 제약 침공자들과 비교해도 우위였다.
물론 2차 제약이 해제된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해제 전에는 우위였다.
한지윤이 놀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근데 이거 조절할 수 있나?'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잠시 고민에 잠겼다.
앞으로 마주하게 될 몬스터 중 기운을 감지할 수 있는 몬스터도 있을 것이다.
기운을 보고 그냥 물러나면 다행이지만 그에 맞춰 대비를 한다면?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기운을 감춰야 할 것인데 방법이 없을까?
'한 번 막을 만들어 봐?'
소설이나 웹툰에는 기운을 숨기는 방법이 여럿 존재했다.
그중 하나를 떠올린 강진석은 기운을 움직여 육체를 감싸는 얇은 막을 만들어 냈다.
"...어?"
그리고 그 순간 한지윤이 탄성을 내뱉었다.
강진석은 한지윤을 보았다.
한지윤의 표정에는 당혹, 걱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내 한지윤이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어떻게 하신 거예요? 갑자기 기운이 약해지셨어요. 괜찮으신 거죠?"
"네, 물론입니다."
강진석은 물음에 답하며 생각했다.
'되는구나?'
첫 번째 방법이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보려 했다.
그런데 바로 되다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자주 연습해야겠어.'
익숙하지 않아 유지하는 게 불편했다.
강진석은 꾸준히 기운 운용을 연습하기로 결정하고 인벤토리에서 아티펙트를 꺼내 분류하기 시작했다.
이내 마지막 아티펙트를 내려놓은 강진석은 관리자들을 보았다.
스킬 습득을 마친 관리자들은 전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아티펙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단 지윤 님 이쪽으로."
강진석은 가장 먼저 한지윤을 불렀다.
"네!"
한지윤은 활짝 웃으며 강진석의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바닥에 내려둔 목걸이를 하나 들었다.
"이건 날렵한 자의 목걸이라는 아티펙트인데요. 민첩을 1 상승시켜 주고 화살 속도를 10% 증가시켜 주는 기능이 있는 목걸이입니다."
설명을 마친 강진석은 한지윤에게 목걸이를 건넸고 다음 아티펙트를 들어 설명했다.
"칠성아."
이내 모든 설명을 마친 강진석은 이어 김칠성을 불렀다.
김칠성이 살짝 흥분한 채 다가왔고 강진석은 앞서 그랬던 것처럼 아티펙트 설명을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관리자들에게 아티펙트를 전달했고 강진석은 시간을 확인했다.
침공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
'충분하겠네.'
계획이 있었는데 1시간이면 모자람이 없었다.
생각을 마친 강진석은 아티펙트를 착용 후 기능을 확인하는 관리자들에게 말했다.
"잠시 창고 좀 갔다 올게요. 갔다 와서 바로 대련할 생각이니 준비들 해 주시구요."
강진석은 관리자들에게 말한 뒤 답을 듣지도 않고 곧장 증미역 창고 입구로 공간이동을 했다.
끼이익.
육중한 철문을 열어 창고에 진입한 강진석은 바로 근처에 있던 자루 여러 개를 챙겨 무기와 방어구를 담기 시작했다.
수준이 높기는 했지만 아티펙트는 아니다.
굳이 강진석이 아티펙트가 아닌 무기와 방어구를 챙기는 이유는 일반 입주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입주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무기와 방어구보다 성능이 좋은 것들이었다.
앞으로 있을 전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정도면 되겠지.'
강진석은 무기와 방어구로 두둑해진 자루들을 인벤토리에 보관 후 창고에서 나왔다.
그리고 일반 입주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공간이동을 했다.
도착하자마자 강진석은 가장 가까이 있던 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무구가 들어가 있는 자루를 꺼내 내려놓았다.
"무기와 방어구입니다. 잘 분배해 사용해 주세요. 혹시나 남거나 모자라면 말씀해 주시구요."
"가, 감사합니다."
"오오!!"
일반 입주자들은 감사와 감탄을 표했다.
"그리고 이번 침공이 끝난 후 이것들보다 좋은 아티펙트 경매를 열 예정입니다. 경매 재화는 요새 포인트 티켓이 될 테니 아티펙트에 관심이 있으시면 열심히 막아 주세요. 물론 제일 중요한 건 다치지 않으시는 거구요."
"...아티펙트!"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입주자들의 답을 듣고 강진석은 미소를 지으며 다음 팀으로 향했다.
* * *
휙!
김칠성이 검을 휘둘렀다.
허공에 휘두른 게 아니다.
대상은 강진석이었다.
김칠성의 검은 강진석의 목을 단숨에 날릴 것처럼 바람을 가르며 날아갔다.
물론 검이 목에 닿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강진석은 최소한의 간극을 유지하며 검을 피했다.
그뿐이다.
강진석은 반격하지 않았다.
그리고 김칠성의 공격이 계속됐다.
그렇게 한동안 김칠성의 검이 허공을 갈랐고 이내 1분이 지나자 강진석이 손을 뻗어 김칠성을 툭 밀었다.
"컥!"
가볍게 밀었다.
그러나 균형을 잃은 김칠성은 비명과 함께 비틀거리다가 고꾸라졌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난 김칠성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안 될 건 알고 있었는데 너무 차이가 큰데요?"
김칠성의 대련 순서는 마지막이었다.
앞서 김칠성을 제외한 모든 관리자들이 대련을 했고 김칠성은 유심히 대련을 살폈다.
그리고 결과를 내렸다.
전력을 다해도 털끝 하나 건들지 못할 것이라고.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력을 다했다.
혹시는 혹시였다.
전력을 다했음에도 털끝 하나 건들지 못했다.
"가볍게 하신 거죠?"
거기다 김칠성이 보기에 강진석은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아주 여유가 넘쳐 보였다.
"당연, 열심히 해서 따라와."
강진석은 씨익 웃으며 답했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준비하자."
침공까지 남은 시간은 5분.
5분이면 침공이 시작된다.
이제 대련을 마치고 침공을 준비할 때였다.
강진석과 관리자들 그리고 일반 입주자들은 각자 정비를 하며 침공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침공이 시작됩니다.]
이내 시간이 흘러 침공이 시작됐다.
그리고 전과 마찬가지로 시작과 동시에 침공 정보가 나타났다.
[퀘스트 '지하도 청소'가 일시 정지됩니다.]
[첫 번째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남은 침공 웨이브 : 7회]
.
.
'8회나?'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막아야 할 몬스터 웨이브가 무려 8회였다.
한 웨이브에 몬스터가 한 무리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여러 무리가 나타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침공 루트가 1번 입구와 4번 입구 두 곳이라는 점이었다.
두 곳밖에 되지 않아 다행이라는 게 아니다.
1번 입구와 4번 입구는 가깝다.
얼마나 가깝냐면 현재 강진석의 초감각으로 1번 입구에서 4번 입구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문제가 생겨도 공간이동을 통해 바로 지원이 가능하다.
즉,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일은 없을 것이다.
'1번은 내가 맡고 4번을 맡기자.'
강진석은 입구가 넓은 1번을 맡기로 결정했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바로 입주자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4번 입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치지 않는 선에서 열심히 막아 주세요.]
이어 관리자들의 통솔하에 입주자들이 4번 입구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초감각에 고블린들이 감지됐다.
'...많네.'
감지된 고블린의 수는 무려 80마리였다.
구성은 수색 고블린 10마리, 정예 전투 고블린 10마리, 주술사 고블린 5마리, 부장 고블린 15마리, 일반 고블린 40마리였다.
첫 번째 웨이브 첫 번째 공격이었다.
가면 갈수록 강력해질 것인데 살짝 걱정이 됐다.
이내 4번 입구를 공격하는 무리가 초감각에 감지됐다.
1번 입구와 같았다.
'지금 당장은 걱정할 필요 없겠네.'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내 시야에 첫 번째 무리가 보였다.
강진석은 방패를 보았다.
'드디어 확인할 때가 됐네.'
찬란한 방패의 기능 '충격 방출'.
이번 기회에 강진석은 충격 방출의 위력을 확인할 생각이었다.
스윽.
강진석은 몽둥이를 들어 목탁 치듯 방패를 쳤다.
쾅!
그러자 폭음이 울려 퍼졌다.
이어 강진석은 바로 방패를 앞세웠다.
그리고 폭음에 잠시 멈칫한 고블린 무리를 향해 충격 방출을 시전했다.
제110화
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