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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8 - 70-80

제70화

70.

그냥 돌려보내기에는 너무 찝찝했다.

그리고 궁금했다.

어떤 부탁을 받은 것인지.

"예, 알겠습니다."

유호동이 답했고 장석현은 근처에서 쉬고 있던 이들에게 말했다.

"다들 준비합시다."

그러자 쉬고 있던 이들이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윤호영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크, 큰일 났습니다!"

그리고 다급히 외쳤다.

"정문에 고블린 수십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뭐? 고블린이?"

"수십 마리나?"

윤호영의 외침에 모두가 경악했다.

"...."

그리고 장석현은 말없이 인상을 구겼다.

하필 지금 상황에 고블린 수십 마리가 나타나다니?

'설마 강진석이?'

주씨 일가를 만나러 온 강진석.

혹시 강진석이 고블린들을 끌고 온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다들 갑시다."

장석현은 옆에 세워뒀던 도끼를 챙겼다.

그리고 장석현을 필두로 관리사무소에 있던 이들은 전부 입구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석현은 입구에 도착했다.

"...?"

그리고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왜 한 마리도 없어?'

고블린 수십 마리가 나타났다고 했다.

그런데 수십은커녕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입구 밖에 서 있는, 처음 보는 사내뿐이었다.

'강진석이겠지.'

유호동이 말한 강진석이 분명했다.

"어?"

바로 그때 윤호영이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장석현은 고개를 돌려 윤호영에게 물었다.

"고블린 수십 마리가 나타났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 그게...."

윤호영은 물음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여전히 당황스러운 얼굴로 입구를 지키고 있던 두 사내를 보았다.

두 사내는 매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체 이게....'

고블린이 나타난 것은 사실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냥 돌아간 건 아닌 것 같은데....'

만약 그냥 돌아간 것이라면 두 사내가 저런 표정을 짓고 있을 리 없다.

"호영 씨?"

장석현이 나지막이 윤호영을 불렀다.

"거, 거짓말 아닙니다. 어떻게 된 건지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신을 차린 윤호영이 답했고 장석현은 자연스레 고개를 돌려 입구를 지키고 있던 두 사내를 보았다.

그리고 바로 그때.

"바로 만날 수 있을까요?"

강진석이 외쳤다.

"일단 안으로 오셔서 이야기 나누시죠."

장석현은 외침에 답하며 생각했다.

'일단 제압부터 해야겠어.'

애초에 강진석을 제압하려고 했다.

고블린 무리가 있다는 이야기에 노선을 변경했을 뿐이다.

그런데 고블린 무리가 없으니 원래 노선으로 돌아갈 때였다.

"네, 그러죠."

강진석은 장석현의 말에 천천히 입구를 지나 단지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이내 장석현의 앞에 섰다.

장석현은 싱긋 웃으며 손을 들어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일순간 근처에 있던 이들이 강진석을 포위했다.

그리고 무기를 든 채 위협적인 분위기를 형성했다.

강진석은 사람들을 훑었다.

진심으로 위협을 토해내는 이들은 여섯뿐이었다.

여섯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

억지로 포위한 것 같은 느낌이 물씬 들었다.

'이런 상황이었구나?'

단지 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그려졌다.

강진석은 장석현을 보았다.

"이게 뭐 하자는 겁니까?"

"질문은 내가 한다."

장석현은 강진석의 물음을 자르고 위협적인 분위기로 이어 물었다.

"주상현을 찾는 이유는 뭐지?"

"...."

강진석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주상현은 주다영의 아버지였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강진석이 말이 없자 장석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대답하지 않으면 좋지 않을 텐데."

"...."

물론 이번에도 강진석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관리사무소에 집중했다.

현재 관리사무소에는 세 사람이 남아 있었다.

세 사람이 자리하고 있는 곳은 창고였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주다영의 가족들로 추정됐다.

"어이. 상황 파악이 안 돼?"

바로 그때 장석현이 도끼를 흔들흔들 움직이며 말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장석현에게 물었다.

"세 분을 데리고 갈까 하는데 이의 있으실까요?"

"그 셋을? 누구 마음대로?"

장석현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반문했다.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꼭 맞아야 정신을 차리는 녀석이 있다니까."

장석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도끼를 떨어트렸다.

강진석은 힐끔 떨어지는 도끼를 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장석현이 왼발을 들어 강진석에게 앞차기를 했다.

물론 장석현의 왼발이 강진석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속도가 느려도 너무 느렸다.

강진석은 옆으로 한 걸음 옮겼고 그대로 장석현의 왼발은 허공을 갈랐다.

"엇."

왼발에 무게를 실었던 장석현은 균형을 잃었고 당황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장석현의 왼발을 잡았다.

덕분에 장석현은 쓰러지지 않고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이런 망할!'

물론 장석현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장석현은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전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게 무슨 개망신이야!'

진지하게 기습했는데 아주 가뿐히 막혔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었다.

'잠깐....'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장석현은 흠칫했다.

'무슨 힘이....'

잡힌 다리를 빼내기 위해 힘을 주고 있었다.

그런데 빼낼 수가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후웅!

강진석이 그대로 장석현을 들어 올렸다.

"어?"

장석현은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뿐이었다.

저항하려 했지만 너무나 순식간에 들려 저항할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있었다고 해도 방법이 없다.

어떻게 저항하겠는가?

이내 강진석이 장석현을 바닥에 내리찍었다.

쿵!

"컥."

장석현은 비명을 내뱉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장석현은 움직이지 않았다.

당연히 죽은 것은 아니다.

악인이었다면 죽였겠지만 아쉽게도 장석현은 악인이 아니었다.

'악인이 될 것 같긴 한데.'

물론 지금은 악인이 아니지만 훗날에는 악인이 될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그러나 확률이 높다고 죽일 수는 없다.

악인이 되지 않을 작은 가능성을 믿기 때문이 아니다.

악인이 아닌 자를 죽이면 강진석이 악인이 된다.

강진석은 악인이 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전력을 다해 내리찍지 않고 적당히 힘을 조절해 기절할 정도로만 내리찍었다.

스윽.

이어 강진석은 주변을 훑었다.

가장 강한 장석현이 순식간에 당했기 때문일까?

움직이는 이는 없었다.

눈이 마주치는 족족 피하는 것을 보면 겁을 먹은 게 분명했다.

"허튼짓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

"...."

강진석의 말에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강진석은 관리사무소로 향했다.

이내 관리사무소에 도착한 강진석은 곧장 창고로 향했다.

창고는 안에서 열 수 없게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열쇠가 없었다.

그러나 아무런 문제 없었다.

강진석은 자물쇠를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힘을 줘 자물쇠를 뜯어냈다.

끼이익.

자물쇠를 뜯어낸 강진석은 바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세 사람의 시선을 마주할 수 있었다.

주상현, 김현주, 주소영이 분명했다.

"누, 누구십니까?"

"안녕하세요. 다영 씨 직장동료 강진석이라고 합니다."

강진석은 주상현의 물음에 싱긋 웃으며 답했다.

"헛! 다, 다영이는 괜찮습니까? 잘 있나요?"

주상현은 주다영의 이름이 나오자 놀란 얼굴로 물었다.

"예, 다친 곳 없이 열심히 지내고 계십니다."

"휴우...."

강진석의 답에 주상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김현주와 주소영 역시 한숨만 내뱉지 않았을 뿐 표정이 한결 편해졌다.

그리고 강진석은 바로 본론을 꺼냈다.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다영 씨가 구출을 부탁하셨습니다. 혹시 요새로 가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요새요?"

"제가 소유하고 있는 안전 구역입니다. 아, 참고로...."

강진석은 요새의 상황, 요새 입주 인원, 요새의 입주 조건 등을 설명했다.

"가시겠습니까?"

이내 설명을 마친 강진석이 물었다.

"음...."

주상현은 침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어 김현주와 주소영을 힐끔 보고 말했다.

"여기서 방화역까지 거리가 먼 데 혹시 어떻게 가실 생각이신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위험하지는 않을지...."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오면서 전부 죽였거든요."

"...예?"

주상현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제가 좀 강한 편입니다.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던 거구요. 가는 길에 한두 무리가 더 나타날 수는 있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강진석의 말에 주상현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김현주, 주소영을 보고는 결심한 표정으로 이어 말했다.

"입주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환영합니다."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답했다.

"가시죠."

그리고 뒤로 돌아 창고에서 나와 밖으로 향했다.

저벅!

관리사무소 입구에 도착한 강진석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

많은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앞을 막고 있었다.

그리고 무리 선두에는 입구를 지키고 있던 동글동글한 사내와 장발 사내 서 있었다.

"무슨 일이 신가요?"

"저, 저는 김치호라고 합니다. 혹시 다른 보금자리로 가시는 건가요?"

동글동글한 사내, 김치호가 자신을 소개한 뒤 물었다.

"네, 맞습니다."

"혹시 저희도 데리고 가주실 수 있나요?"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치호의 말이 끝나자마자 옆에 있던 장발 사내가 이어 말했다.

강진석은 잠시 생각했다.

'심성이 나쁜 사람들은 아니니.'

고블린들이 나타났을 때 두 사내는 강진석을 안으로 들이려 했다.

자신들이 피해 볼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요새에 도움이 되면 도움이 됐지 해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거기다 뒤에 있는 이들도 강진석을 포위하긴 했지만 하나같이 표정이 좋지 않았던 이들이었다.

기절했을 장석현과 진심으로 위협했던 여섯은 보이지 않았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바로 입을 열었다.

"같이 갈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조건이 있습니다."

강진석은 요새에 대한 설명과 입주 조건 등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설명을 듣던 이들의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몇몇은 놀람을, 몇몇은 흥분을, 몇몇은 호기심을 보였다.

이내 설명을 끝낸 강진석이 물었다.

"이래도 가시겠습니까?"

"예! 물론입니다!"

"지금보다 더 좋습니다!"

"데리고 가주시면 성실히 활동하겠습니다!"

* * *

"으...."

장석현은 전신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침음을 내뱉으며 눈을 떴다.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장석현은 고통을 인내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무척이나 조용했다.

'어떻게 된 거지?'

장석현은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밖으로 나왔다.

"엇, 일어나셨습니까?"

밖으로 나오자마자 장석현은 자신의 오른팔 김필동을 마주할 수 있었다.

김필동의 표정은 무척이나 어두웠다.

"어떻게 된 거야?"

장석현이 물었다.

그러자 김필동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설명을 시작했다.

"이런 개같은 새끼들이 은혜도 모르고...."

모든 이야기를 들은 장석현은 인상을 구겼다.

"감히 나를 배신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당장 추격해 죽여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크, 큰일 났습니다!"

문이 열리며 윤호영이 나타났다.

윤호영의 목소리는 무척 다급했고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불길함을 느낀 장석현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윤호영에게 물었다.

이번에는 대체 무슨 일일까?

설마 또 고블린 무리가 나타나기라도 한 것일까?

이내 윤호영이 답했다.

"고, 고블린들이 나타났습니다."

제71화

71.

윤호영의 답을 듣고 장석현은 인상을 구겼다.

혹시나 했는데 진짜 나타났다니?

"몇 마리나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족히 50은 넘어 보입니다."

"...."

장석현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런 개같은 경우가 있나.'

대신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현재 푸름 아파트 단지에 있는 인원은 장석현을 포함해 일곱뿐이었다.

일곱으로 막을 수 있을까?

매우 힘들 것이다.

막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막아야 해.'

그러나 막지 않으면 죽는다.

장석현은 바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입구로 달렸다.

입구에 도착한 순간.

[퀘스트 '수색대장 가르곤'이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생성 메시지가 나타났다.

'미친!'

메시지를 본 장석현은 경악했다.

'네임드가 나타났다고?'

퀘스트가 생성된 것을 보면 네임드 고블린이 나타난 게 분명했다.

장석현은 네임드 고블린을 본 적 있다.

대적 불가의 존재였다.

지금 상태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존재가 바로 네임드 고블린이었다.

장석현은 입구 밖을 보았다.

윤호영은 족히 50이 넘는다고 했다.

사실이었다.

문제는 50이 아니라 100도 넘는다는 점이었다.

50마리여도 잡기 힘들 것인데 100마리라니?

거기다 선두에는 다른 고블린보다 월등히 큰 고블린이 있었다.

수색대장 가르곤이 분명했다.

가르곤은 거대한 도끼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허리에는 작은 손도끼 3개가 달려 있었다.

외형에서 느껴지는 위압감이 어마어마했다.

장석현은 침을 삼키며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수색대장 가르곤'을 확인했다.

<수색대장 가르곤>

양천향교역에 자리 잡은 5수색대 수색대장 가르곤.

가르곤은 앞서 죽은 수색 7팀의 복수를 위해 직접 나섰다.

.

.

가르곤을 처치하라!

퀘스트 보상 : ???

퀘스트를 확인한 장석현은 경악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퀘스트 '수색대장 가르곤'은 가르곤을 처치하는 퀘스트였다.

'근데 이건 뭔 소리야 수색 7팀의 복수?'

장석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가르곤이 움직인 것은 복수를 위해서였다.

그런데 왜 이곳에 왔단 말인가?

"혀, 형님."

김필동이 말을 더듬으며 장석현을 불렀다.

장석현은 정신을 차리고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입구 밖을 보았다.

고블린들이 50m 앞에 도착했다.

전력을 다해 달리면 10초 안에 도착할 거리였다.

지금 속도를 유지한다고 해도 20초면 도착할 것이다.

방어든 도망이든 어서 결정을 내려야 했다.

'...도망쳐야 해.'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방어는 불가능하다.

네임드 고블린 '가르곤'이 있는데 어찌 막겠는가?

가르곤이 없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100마리가 넘는 고블린을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답은 도망뿐이다.

"입구 무너트리고 뒷문으로!"

결정을 내린 장석현은 도끼를 휘두르며 외쳤다.

도끼가 장애물을 단단히 동여매고 있던 줄을 강타했고.

줄이 잘리며 장애물들이 무너졌다.

장석현은 마지막으로 힐끔 가르곤을 보았다.

'이 정도면 꽤 시간 벌 수 있...?'

그리고 가르곤을 본 장석현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가르곤이 스르륵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이내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장석현은 반사적으로 위를 보았다.

가르곤이 떨어지고 있었다.

'어, 어떻게!'

분명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허공에 나타났단 말인가?

그러나 의아해할 때가 아니었다.

장석현은 뒤로 몸을 날렸다.

후웅!

뒤로 구르며 가까스로 도끼를 피할 수 있었다.

쾅!

구르는 동안 굉음이 들려왔다.

소리의 근원지는 방금 전 장석현이 서 있던 곳이었다.

장석현은 일어나며 자신의 서 있던 자리를 보았다.

가르곤이 땅에 박힌 도끼를 다시 들고 있었다.

장석현은 바로 돌아섰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후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전신이 오싹해졌다.

푹!

이내 오른쪽 다리에 무언가 박혔다.

"컥!"

장석현은 비명과 함께 그대로 엎어졌다.

그리고 오른쪽 허벅지를 보았다.

작은 손도끼가 허벅지에 꽂혀 있었다.

장석현은 가르곤을 보았다.

가르곤이 싱긋 웃고 있었다.

"혀, 형님!"

김필동이 외쳤다.

그러나 김필동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잠시 멈칫했을 뿐 전력을 다해 뒷문으로 뛰쳐 갔다.

'망할 새끼들.'

장석현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다시 가르곤을 보았다.

가르곤이 도끼를 쥔 채 다가오고 있었다.

'아, 안 돼...!'

* * *

로우포트 장윤석의 방.

창밖을 바라보던 장윤석은 당황했다.

'저것들은 또 뭐야?'

강진석이 돌아왔다.

그런데 강진석은 혼자가 아니었다.

수많은 이들과 함께였다.

'이러면 안 되는데....'

장윤석은 인상을 구겼다.

요새 구경을 온 것은 아닐 것이다.

입주 인원이 분명했다.

저 많은 이들이 입주를 한다면?

요새의 영향력은 지금 보다 더욱 커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앞서 떠난 김지용 무리 때문에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 여기서 요새 영향력이 커진다면?

추가 이탈자가 생길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어떻게 하지...?'

장윤석은 고민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그러나 딱히 떠오르는 묘수가 없었다.

'대체 왜 안 나오는 거야?'

원래 생각했던 방법은 요새 입주자들을 죽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요새로 들어간 이들은 나오지 않았다.

요새 밖으로 나오는 이는 강진석뿐이었다.

그래서 죽이고 싶어도 죽일 수가 없었다.

'내부가 어떻길래....'

장윤석은 너무나 궁금했다.

요새 내부가 어떻기에 입주자들이 요새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인지.

'...정보원을 보내야 하나?'

아무리 봐도 요새 내부 상황을 알아야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굴 보내야 할까.'

* * *

5층 회의실.

회의실에는 모든 입주자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그리고 앞쪽 단상에는 강진석이 자리해 회의를 이끌어 가고 있었다.

"영역 상징을 파괴해야 하는데...."

말끝을 흐린 강진석은 입주자들을 스윽 훑었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현재 여러분들의 힘으로는 영역을 파괴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영역 상징은 보통 수많은 몬스터들이 지킨다.

일반 몬스터만 있는 게 아니다.

네임드 몬스터도 있을 확률이 100%였다.

영역 상징을 파괴하려면 일반 몬스터뿐만 아니라 네임드 몬스터까지 상대해야 하는데 현재 입주자들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

네임드 몬스터에게 전멸당할 확률이 매우 높았다.

"꾸준히 사냥하시고 훈련해 주세요. 몬스터들도 강해지고 있으니까요."

물론 강해져야 하는 이유가 영역 상징 파괴 때문만은 아니다.

몬스터들 역시 성장하고 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일반 몬스터조차 상대하지 못할 것이다.

생존을 위해서는 꾸준한 사냥과 훈련이 필수였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듯 비전투 직업분들은 맡아주신 일에 전념해 주세요. 사냥이나 훈련을 하셔도 되지만 주어진 업무는 꼭 부탁드립니다."

"예! 알겠습니다."

"네! 걱정 마십쇼!"

입주자들의 답했고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이어 말했다.

"회의 마치겠습니다. 그리고 전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이제부터 강진석은 입주자들의 가족을 구출하러 갈 생각이었다.

갈 곳은 많지 않았다.

공항시장역과 방화역 중간 부근에 김지용의 동생 부부가 살고 있었다.

그리고 장은서의 부모님이 살고 있는 신방화역 근처 아파트까지 두 곳뿐이었다.

"네! 저희도 열심히 작업하고 있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김지용이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감사를 표했다.

이후 입주자들이 우르르 각자의 일과를 하러 떠났다.

그리고 회의실에 홀로 남은 강진석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11만 2050]

주다영의 가족을 구출하러 가며 수많은 고블린을 잡았다.

그러나 목표인 민첩 100까지는 한없이 부족한 상태였다.

'곧 수급할 수 있을 테니까.'

강진석은 김지용과 장은서의 가족을 구출한 뒤 곧장 양천향교역에 갈 예정이었다.

양천향교역이라면 목표 포인트를 가볍게 충족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가자.'

이내 강진석은 요새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김지용의 동생 부부가 있는 장소로 비행을 시작했다.

* * *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장은서가 꾸벅 숙여 인사하며 감사를 표했다.

"아닙니다."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답했다.

장은서의 부모님을 구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미 장은서의 부모님은 장은서를 찾기 위해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아주 수월히 구출할 수 있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강진석은 장은서의 부모님에게 꾸벅 숙여 인사한 뒤 이어 말했다.

"그리고 혹시나 일하시면서 부족하거나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장은서의 아버지 장택수의 직업은 대장장이였다.

주어진 직업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시험이 시작되기 전부터 장택수는 대장장이였다.

취미 수준이 아니라 27년이나 쇠를 두드린 명인이었다.

앞으로 요새 대장간에서 작업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장은서의 어머니 최현숙은 근처 군부대에서 수많은 군인들의 식사를 책임지던 민간조리원이었다.

대량 조리 경험을 살려 앞으로 요새 입주자들의 식사를 담당하기로 했다.

그렇지 않아도 신경 쓰였던 부분들이었는데 이렇게 간단히 해결되니 마음이 무척 편해졌다.

"예,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저희 은서 구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장택수와 최현숙이 차례대로 답했다.

"아닙니다. 응당 해야 했던 일이었습니다. 그럼 이야기들 나누세요! 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강진석은 먼저 회의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이어 요새 밖으로 나가 양천향교 쪽으로 날아가며 생각했다.

'얼마나 걸리려나?'

이제 강진석은 양천향교역에 갈 생각이었다.

양천향교역은 가본 적 없다.

구조를 잘 모른다.

거기다 방화역처럼 공간 확장이 되어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방화역을 탈환할 때보다 훨씬 강해지긴 했지만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네 곳 돌 수 있으려나?'

강진석이 방문하려는 곳은 양천향교역 한 곳이 아니다.

시간이 된다면 양천향교역 근처에 있는 궁산.

그리고 신방화역과 마곡나루역까지 방문할 생각이었다.

얼마 뒤 강진석은 양천향교역에 도착했다.

강진석은 계단 아래쪽을 보았다.

검은색 장막이 시야에 들어왔다.

잠시 장막을 바라보던 강진석은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이내 장막을 지나쳤고 기다렸다는 듯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던전 '양천향교역'에 입장하셨습니다.]

[24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수색대장 가르곤'이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5수색대'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양천향교역 지하 1층'이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양천향교역 지하 2층'이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양천향교역 탈환'이 생성됐습니다.]

[30분 뒤 안전 구역이 사라집니다.]

제72화

72.

메시지를 보며 강진석은 디버프 수준을 확인했다.

'민첩 5, 힘 5였구나?'

예상대로 도합 10이었다.

'근데 퀘스트가 생각보다 많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들을 확인했다.

<작은 제단 파괴>

양천향교역 어딘가에는 영역의 근간이 되는 제단이 존재한다.

제단을 파괴해 양천향교역에 선포된 영역을 파괴하라!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완료 시 던전 클리어

'이건 방화역이랑 똑같고.'

방화역의 메인 퀘스트였던 '작은 제단 파괴'와 이름만 같은 게 아니라 완료 조건도 같았다.

강진석은 다음 퀘스트를 확인했다.

<수색대장 가르곤>

양천향교역에 자리 잡은 차가운 뿌리 부족 5수색대의 수색대장 가르곤.

.

.

가르곤을 처치하라!

퀘스트 보상 : ???

'이것도 특별한 건 없고.'

가르곤의 직위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완료 조건은 가르곤의 죽음이었다.

앞서 완료한 수많은 네임드 몬스터 퀘스트와 비슷했다.

'5수색대는 수색 고블린 전부 잡으면 끝이고, 1층이랑 2층은 방화역 때랑 같고.'

강진석은 마지막으로 탈환 퀘스트를 확인했다.

<양천향교역 탈환>

양천향교역에는 수많은 고블린들이 자리하고 있다.

고블린들을 몰아내 양천향교역을 탈환하라!

[기여도 : 0]

퀘스트 보상 : ???

모든 퀘스트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냥 싹 청소하면 되는 거네.'

신경 써서 해야 할 무언가는 없었다.

그냥 역 내에 있는 모든 고블린을 처치하면 된다.

그러면 모든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다.

'신방화역이나 마곡나루역도 똑같으려나?'

강진석은 신방화역과 마곡나루역을 떠올리며 안전 구역에서 나왔다.

그리고 마저 계단을 내려가 지하 1층으로 향했다.

저벅!

이내 지하 1층에 도착한 강진석은 주변을 스윽 훑었다.

역시나 공간 확장이 되어 있었다.

넓어진 초감각으로도 전부 감지가 안 됐다.

'방화역보다 많은 것 같은데.'

넓은 만큼 고블린도 많았다.

초감각에 감지된 고블린의 수가 어마어마했다.

단순히 숫자만 많은 게 아니었다.

고블린들의 수준이 방화역보다 높았다.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거 웬만한 수준으로는 안 되겠는데?'

후에 입주자들이 강해지면 강진석은 입주자들에게 영역 상징 파괴를 맡길 생각이었다.

혼자서 모든 영역 상징을 파괴하는 것은 솔직히 말해 너무나 오래 걸리고 힘든 일이기에.

그런데 상황을 보니 입주자들이 웬만큼 강해져도 맡기기 힘들 것 같았다.

'몬스터들이 성장만 안 했어도....'

강진석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바로 그때였다.

-키익!

-키릭!

근처에 있던 고블린 무리가 강진석을 발견했고 이내 괴성을 내뱉으며 달려들었다.

강진석은 다가오는 고블린 무리를 보며 인벤토리에서 혼돈의 구를 꺼냈다.

그리고 바로 델룬 장검으로 변형시켰다.

추가로 기운을 주입해 강화하지는 않았다.

양천향교역의 보스인 수색대장 가르곤이라면 강화했을 수도 있지만 일반 고블린에게 기운 주입은 사치였다.

스걱! 스걱! 스걱!

강진석은 몇 번 검을 휘두르는 것으로 달려든 고블린 무리를 깔끔히 정리했다.

그리고 초감각을 통해 주변 지형과 고블린들의 위치를 확인 후 동선을 짜기 시작했다.

동선은 순식간에 짜였고 강진석은 걸음을 옮기며 요새 입주자들을 떠올렸다.

'다들 잘하고 계시겠지?'

* * *

방화역 지하 1층 훈련실.

훈련실에는 수많은 이들이 있었다.

러닝머신을 통해 유산소 운동을 하는 이도 있었고 덤벨이나 각종 머신을 통해 무산소 운동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훈련실 구석에 있는 자유 훈련장에는 최은형을 포함한 다섯이 허공에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후웅! 후웅!

검을 휘두르던 중 오지훈이 미심쩍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게 도움이 된다고 하셔서 하고 있긴 한데 진짜 도움이 될까요...?"

오지훈의 말에 최은형은 싱긋 웃으며 답했다.

"지훈 씨 능력치가 어떻게 되죠?"

"힘은 24, 민첩은 18, 체력 15, 정신력 15입니다."

"지금 지훈 씨가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고블린의 숫자는요?"

"음...."

오지훈은 침음을 내뱉으며 잠시 상상했다.

그리고 이내 상상을 마친 오지훈이 답했다.

"일반 고블린 기준으로 3마리는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상처는 좀 감수해야겠지만."

처음에는 1마리도 잡기 힘들었다.

그러나 능력치가 오르고 어느 정도 익숙해진 지금은 동시에 3마리도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오지훈의 답에 최은형이 씨익 웃으며 답했다.

"저는 그 능력치 때 5마리도 쉽게 잡았습니다. 상처 하나 없이요."

"엇, 어떻게요?"

"익숙했으니까요. 지금 검을 휘두르는 게 어색하시죠?"

"...네."

"그게 익숙해지시면 힘을 덜 들이고 더 빠르게 휘두르는 게 가능해지실 겁니다. 능력치가 오르지 않더라도요. 그렇게 되면 당연히 전투할 때에도 쉽게 고블린들을 썰어버릴 수 있을 테구요."

능력치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능력치가 모든 것은 아니다.

"오, 그러면 언젠가는 저희도 진석 님처럼 될 수 있을까요?"

오지훈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물었다.

"...."

최은형은 물음에 바로 답할 수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답을 해야 할까 잠시 고민한 최은형은 이내 고민을 끝내고 답했다.

"축구 가르친다고 하셨죠?"

"네, 1부 가고 싶었는데 세상에는 괴물들이 너무 많더라구요."

오지훈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제가 축구를 배우면 지금보다 나아질까요?"

"네, 물론이죠! 속도도 빠르시고 배우기만 하시면 지금보다는 나아지실 겁니다! 근데 갑자기 축구 이야기는 왜...?"

"그러면 언젠가는 국가대표도 될 수 있을까요?"

"네? 그건...."

오지훈은 반문했다가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최은형이 이어 말했다.

"진석 님이 그래요. 그냥 다른 존재라고 생각하시는 게 마음 편하실 거예요."

최은형은 강진석의 전투를 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격이 다른 존재라는 것을.

어떤 삶을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강진석은 다른 이들보다 몇 차원 위에 있었다.

백날 수련을 해도 따라잡을 수 없다.

"물론 그렇다고 이게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건 아닙니다. 말씀하셨듯 수련하면 나아집니다."

최은형은 활짝 웃으며 오지훈에게 말했다.

"지금 하시는 내려치기 한 번이 지훈 씨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너무 기죽지 마시고 힘냅시다."

* * *

[퀘스트 '양천향교역 지하 1층'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8만 상승합니다.]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바로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50만 2270]

'됐다.'

포인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활짝 웃었다.

민첩 100까지 필요한 포인트는 44만 2200이었다.

지금 당장 민첩 100을 찍어도 포인트가 6만 넘게 남는다.

물론 바로 민첩 100을 찍을 생각은 없었다.

육체 재구성 때처럼 엄청난 고통이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안전한 장소와 상황에서 민첩 100을 찍을 생각이었다.

'어떤 변화가 생길까?'

힘은 기운 운용, 체력은 육체 재구성, 정신력은 초감각 조절과 텔레파시.

하나같이 엄청난 변화들이었다.

그래서 기대가 됐다.

과연 민첩은 어떤 변화를 일으킬까?

강진석은 한껏 기대하며 지하 2층 계단으로 향했다.

이내 계단 앞에 도착한 강진석은 아래쪽을 보았다.

'이 정도면 15 정도 되겠네.'

디버프 수준을 파악한 강진석은 지하 2층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하 2층에 도착한 순간.

저벅!

강진석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

'와....'

그리고 나지막이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감탄을 내뱉은 이유는 지하 2층에 있는 고블린들의 '수준' 때문이었다.

수가 많지는 않았다.

감지된 고블린은 50마리뿐이었다.

그런데 하나하나가 정예 전투 고블린보다 기운이 컸다.

50마리 중 가장 약한 개체가 주술사 고블린과 동급이었다.

가장 강한 개체는 정예 전투대장보다 살짝 약한 정도였다.

'수색 고블린이겠지?'

지하 1층에서 한 마리도 마주하지 못한 수색 고블린.

아마도 지금 감지된 50마리는 전부 수색 고블린이 아닐까 싶었다.

'근데 수색 고블린이 이 정도면 가르곤은 얼마나 강한 거야?'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가르곤의 직위는 '수색대장'이었다.

지금 감지된 고블린들보다 강한 것은 분명한데 얼마나 강할지 예측이 되지 않았다.

'감당 안 될 정도는 아니겠지?'

강진석은 찝찝한 표정으로 가장 가까이 있던 수색 고블린 무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수색 고블린 무리를 마주할 수 있었다.

'확실히 다르긴 하네.'

수색 고블린들은 앞서 만난 고블린들과는 많이 달랐다.

일단 무장 상태부터 격이 달랐다.

투구부터 갑옷까지 전신 무장을 한 상태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분위기도 달랐다.

한없이 차가웠다.

고블린이 이런 눈빛을 지을 수 있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차디찼다.

'특수 능력 가지고 있겠지?'

기운이 비슷한 주술사 고블린도 현혹과 나무뿌리를 사용했다.

수색 고블린들에게도 특별한 능력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바로 그때였다.

스아앗!

스아앗!

수색 고블린들의 눈동자가 붉게 물들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수색 고블린들의 기운이 한층 커졌다.

-키익!

-키릭!

기운이 커진 수색 고블린들은 곧장 강진석에게 달려들었다.

강진석은 가만히 수색 고블린들이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확인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색 고블린들의 속도는 빨랐고 순식간에 강진석의 코앞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두 수색 고블린이 강진석에게 검을 뻗었다.

강진석은 수색 고블린들의 검을 보았다.

보랏빛 액체가 보였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독이 아닐까 싶었다.

'가르곤도 독을 사용하려나?'

강진석은 가르곤을 떠올리며 뒤로 슬쩍 물러났다.

그렇게 두 수색 고블린의 검은 허공을 갈랐다.

'...?'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수색 고블린들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푯! 푯!

수색 고블린들의 검 끝에서 물줄기가 튀어나왔다.

정확히 말하면 물줄기가 아니다.

독줄기였다.

문제는 거리가 매우 가까웠다는 점이다.

그래서 독줄기를 피할 수 없었고 그대로 보랏빛 독줄기가 강진석의 옷과 피부를 적셨다.

'...아티펙트가 아니었는데.'

강진석은 당황스러웠다.

수색 고블린들의 검에서는 아무런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즉, 아티펙트가 아니다.

그런데 이런 기능이 숨겨져 있었을 줄이야?

'방심했네.'

기운 차이가 매우 컸다.

그래서 얕잡아 보고 있었다.

수색 고블린들의 능력을 확인하려 했던 것도 별일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별 느낌 없는 거 보면 다행이긴 한데.'

다행히 독 저항을 많이 올려둔 덕분에 지금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

'앞으로는 방심하지 말자.'

만약 위급한 상황이고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독이었다면?

크나큰 낭패를 보았을 것이다.

강진석은 마음을 다잡고 히죽 웃고 있는 고블린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스걱! 스걱!

그렇게 두 고블린의 목이 날아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수색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1800 상승합니다.]

[수색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1900 상승합니다.]

제73화

73.

포인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많이 주네.'

제일 약한 개체가 주술사 고블린과 비슷했다.

그래서 포인트가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는 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제공 포인트가 높았다.

강진석은 남은 수색 고블린을 보았다.

8마리의 수색 고블린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강진석을 경계하고 있었다.

하기야 단숨에 두 동족의 목이 날아갔는데 경계하지 않고 달려들었다면?

오히려 강진석이 경계했을 것이다.

강진석은 남은 수색 고블린들을 보며 생각했다.

'이 녀석들은 2천 넘게 주겠지?'

앞서 잡은 2마리가 제일 약했다.

그런데 그 둘이 1800, 1900 포인트를 제공했다.

남은 8마리는 그보다 더 많은 포인트를 제공할 것이고 그래서 강진석은 기대가 됐다.

지하 2층에 있는 고블린을 전부 처치하면 포인트를 얼마나 수급할 수 있을까?

강진석은 기대감이 담긴 눈빛으로 수색 고블린들에게 다가갔다.

-키익!

그러자 무리의 리더로 추정되는, 가장 강한 수색 고블린이 외쳤고 수색 고블린들이 진형을 갖췄다.

저벅!

그리고 강진석은 잠시 멈칫했다.

'호오?'

이어 감탄을 내뱉었다.

강진석이 갑자기 멈칫하고 감탄한 이유는 고블린들이 진형을 갖춘 순간 생긴 변화 때문이었다.

고블린들의 기운이 자그마한 선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한층 더 기운이 흉포해졌다.

'진형에 이런 효과도 있었구나?'

여태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상황이었다.

'수색 고블린들 수준이 높아서? 아니면 1차 제약이 해제돼서?'

강진석은 진형에 대해 생각하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고블린들의 기운이 강해지긴 했다.

그러나 그것이 감당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강진석은 감당할 자신이 있었다.

-키릭!

-키익!

이내 거리가 좁혀졌고 고블린들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강진석은 검을 휘둘렀다.

스걱! 스걱!

그렇게 달려든 두 고블린의 머리가 그대로 허공에 떠올랐다.

스앗! 스앗!

그리고 이어 빛과 함께 시체가 사라졌고 강진석은 남은 고블린들을 보았다.

추가로 두 마리가 죽었음에도 기운은 여전히 연결되어 있었다.

'몇 마리가 돼야 진법이 붕괴되려나?'

강진석은 차근차근 고블린들을 죽여 나갔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서로의 기운을 연결해 증폭시키는 진형은 2마리일 때에도 유지가 된다는 것을.

'입주자들이 잡을 수 있을까?'

강진석은 남은 두 수색 고블린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상상했다.

입주자들이 얼마나 강해져야 죽지 않고 진형을 갖춘 수색 고블린 무리를 죽일 수 있을까?

'...좋지 않아.'

이내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수색 고블린 한 무리가 10마리라는 가정하에 상상을 해봤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한 마리도 빠짐없이 전부 죽일 수는 있다.

그러나 입주자들도 여럿 죽을 것이다.

입주자들과 수색 고블린의 차이는 그 정도로 컸다.

'방법을 찾아봐야겠는데.'

지금 당장 입주자들과 수색 고블린이 마주할 일은 없다.

솔직히 말해 강진석도 양천향교역에 오지 않았다면 수색 고블린을 마주하지 못했을 것이다.

즉, 시간이 있다.

강진석은 어떻게 하면 입주자들의 성장 속도를 높일 수 있을까 생각하며 다음 수색 고블린 무리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강진석의 수색 고블린 사냥이 시작됐고.

저벅!

얼마 뒤 마지막 무리 근처에 도착했을 때 걸음을 멈췄다.

'...찾았다.'

걸음을 멈춘 강진석은 싱긋 웃었다.

델니오만큼은 아니지만 메타르보다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수색대장 가르곤이 분명했다.

'이 정도였구나?'

감당할 수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어떤 이능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기운 격차를 생각하면 큰 문제 없이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진석이 감지한 것은 가르곤뿐만이 아니다.

가르곤은 혼자 있지 않았다.

수색 고블린 80마리와 함께 있었다.

거기다 초감각의 감지를 막아 내는 무언가도 있었다.

제단이 확실했다.

'조금만 기다려라.'

가르곤과 제단을 발견했지만 강진석은 방향을 틀지 않았다.

방향을 틀지 않은 이유는 가르곤을 죽이고 제단을 파괴한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퀘스트 '양천향교 지하 2층'과 '양천향교역 탈환'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한 마리도 빠짐없이 전부 죽여야 한다.

그래서 강진석은 가르곤이 지키고 있는 제단을 가장 나중에 방문할 생각이었다.

혹여 메타르 때처럼 보스가 먼저 죽으면 변수가 생길 수 있기에.

저벅저벅.

강진석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부산 일광역 부근 한 골목.

골목에서 세 사내와 다섯 오크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숫자만 보면 오크들이 유리했다.

둘이나 더 있었으니까.

그러나 30초도 지나지 않아 오크 한 마리가 죽었다.

그로부터 20초 뒤 오크 한 마리가 또 죽었다.

물론 세 사내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상태였다.

애초에 수준 차이가 너무 컸다.

다섯이 아니라 2배인 10마리였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전투가 시작된 지 2분도 지나지 않아 모든 오크가 죽음을 맞이했다.

전투가 끝나자마자 세 사내는 익숙하게 오크들의 소지품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확인을 끝낸 백창주가 입을 열었다.

"근데 필립 형 진짜 어떻게 그렇게 쉽게 잡는 거예요? 능력치 차이가 난다고 해도 이거 너무 차이 나는 것 같은데?"

백창주의 물음에 김필립이 은은히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능력치가 전부가 아니라니까?"

많은 이들이 착각하고 있다.

능력치가 높을수록 강하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능력치가 높을수록 '체급'이 높아지긴 하니까.

그러나 체급이 전부가 아니다.

예를 들어 맨손으로 총을 든 이를 정면에서 이길 수 있을까?

아니, 이기기 힘들다.

아무리 체급이 차이 난다고 해도 다가가다가 죽을 테니까.

그러나 등 뒤에서 기습을 한다면?

이길 수도 있다.

"그리고 이게 내 일이었잖냐. 싸움이 일이었던 사람인데 당연히 차이 나지!"

김필립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싸우는 방법'이었다.

많은 이들이 모른다.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만약 대부분이 싸우는 방법을 알았다면?

일광역 상황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저도 언젠가는 형처럼 오크들 도륙할 수 있을까요?"

"...당연하지."

백창주가 재차 물었고 김필립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며칠이면 지금의 나를 이길 수 있을걸? 물론 그때가 되면 난 더 강해져 있겠지만."

"하, 차이가 점점 벌어진다는 뜻이군요. 그래도 다행이에요. 형 옆에 있을 수 있어서.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행님!"

백창주가 능글맞은 표정으로 허리 숙여 인사했다.

김필립은 백창주의 말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제 귀환하자."

그리고 근처에 있는 요새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걸음을 옮기며 김필립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1만 5500]

'수급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단 말이지.'

원래 이번 사냥에서 1만 정도를 예상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5천 포인트나 더 모였다.

'이 정도면....'

김필립은 점점 빨라지는 수급 속도에 실실 웃으며 정보창을 열었다.

힘 : 39(37+4)

민첩 : 37(35+2)

체력 : 40(38+2)

정신력 : 29(28+1)

'힘이랑 민첩도 40 찍을 수 있겠네.'

액티브 스킬을 습득하고 남은 포인트를 패시브 스킬에 투자하면?

체력에 이어 힘과 민첩 역시 40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김필립은 흡족한 표정으로 정보창을 닫으며 생각했다.

'근데 나보다 강한 녀석이 있을까?'

일단 일광역 근처에는 없다.

수많은 이들을 만났지만 전부 약했다.

'...그래, 나처럼 목숨을 건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지금이야 오크들을 수월히 잡지만 얼마 전만 해도 김필립은 죽음의 사선을 수없이 넘나들었다.

그리고 목숨을 걸었기에 엄청난 성장을 할 수 있었다.

비슷한 힘을 가진 존재가 있을 수는 있어도 확연히 강한 이는 없을 것이다.

* * *

스걱!

[수색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2300 상승합니다.]

마지막 수색 고블린이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75만 5470]

포인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활짝 웃으며 생각했다.

'방화역 때랑은 비교가 안 되는데?'

방화역에서도 많은 포인트를 수급하기는 했다.

그러나 양천향교역과 비교하면 차이가 무척 컸다.

'가르곤 잡고 퀘스트까지 완료하면....'

이제 남은 것은 가르곤과 수색 고블린 80마리뿐이다.

가르곤이 얼마나 포인트를 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8만은 주지 않을까 싶었다.

더구나 수색 고블린 역시 평균 2천 정도의 포인트를 제공할 테니 16만.

도합 24만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양천향교역에 진입하며 생성된 퀘스트는 총 6개였다.

그리고 완료된 퀘스트는 '양천향교역 지하 1층'뿐이었다.

아직 5개의 퀘스트가 남아 있었다.

퀘스트 '양천향교역 지하 1층'이 8만 포인트를 줬다.

남은 퀘스트가 포인트를 얼마나 줄지는 모르겠지만 8만보다 적을 것 같지는 않았다.

'이야....'

포인트를 계산해 본 강진석은 감탄을 내뱉었다.

그리고 미소를 지은 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얼마 뒤 강진석은 가르곤이 있는 공동에 도착했고.

[차가운 뿌리 부족 수색대장 가르곤이 등장했습니다.]

메시지를 확인 후 고개를 돌려 반대편을 보았다.

반대편에는 제단이 있었다.

제단 앞에는 가르곤이 서 있었고 그 앞에는 수색 고블린 80마리가 도열해 있었다.

강진석은 가르곤과 수색 고블린 무리를 보며 생각했다.

'최대한 빨리 끝내자.'

수색대장인 가르곤의 능력이 궁금하긴 했다.

그러나 전투 정보를 수집할 상황이 아니었다.

궁산, 마곡나루역, 신방화역 등 들러야 할 곳이 많아 최대한 빨리 끝내야 했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바로 무리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키익!

강진석이 다가오자 가르곤이 외쳤다.

스아앗!

스아앗!

그러자 수색 고블린들의 눈동자가 붉게 물들었고 기운이 커졌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10마리씩 기운이 연결되며 한 번 더 기운이 증폭됐다.

스걱!

[수색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2200 상승합니다.]

물론 두 번의 증폭이 강진석에게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현재 강진석에게 수색 고블린들은 일반 고블린과 다를 바 없었다.

똑같이 한 방이었다.

강진석은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고 수색 고블린의 목이 날아갔다.

그렇게 수색 고블린 절반의 목을 날렸을 때.

"...!"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가르곤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너무 빨라 놓친 게 아니다.

공간이동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능력이 있네?'

물론 강진석은 당황하지 않았다.

초감각을 통해 가르곤이 어디로 이동했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르곤은 도망친 게 아니었다.

스윽.

강진석은 고개를 들었다.

가르곤이 도끼를 쥔 채 떨어지고 있었다.

'이제 죽여도 되나?'

강진석은 잠시 고민했다.

도끼와 함께 떨어지고 있는 가르곤을 단숨에 죽일 자신이 있었다.

남은 수색 고블린은 40마리.

가르곤을 죽여도 별문제가 없을까?

'그래, 도망칠 것 같지는 않으니까.'

수색 고블린들은 도망친 적이 없었다.

동족들이 죽어도 오크들처럼 달려들었다.

가르곤이 죽는다고 해도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만에 하나 도망친다고 해도 상관없다.

40마리 정도는 추격해 죽이는 데 얼마 걸리지 않는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뒤로 사뿐히 물러나며 검에 기운을 주입했다.

그리고 검을 휘둘렀다.

쾅!

이내 강진석이 서 있던 자리에 도끼가 작렬하며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강진석의 검이 가르곤의 목에 작렬했다.

기운이 주입돼 절삭력이 한층 더 강해진 강진석의 검은 물 흐르듯 가르곤의 목을 파고들었고.

스걱!

가르곤은 다시 도끼를 들어 올리지도 못한 채 그대로 목이 날아갔다.

스아앗!

그리고 빛과 함께 가르곤의 시체가 사라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차가운 뿌리 부족 수색대장 가르곤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13만 상승합니다.]

[전환율 : 40%]

[퀘스트 '수색대장 가르곤'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15만 상승합니다.]

제74화

74.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뭐야? 델니오보다 많이 주네?'

가르곤은 델니오보다 약했다.

그래서 8만 정도를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가르곤은 델니오보다 많은 포인트를 제공했다.

'특별수색대장이 일반 수색대장 아래는 아닐 것 같은데....'

델니오는 특별수색대장이었다.

일반 수색대장인 가르곤보다 직위가 낮아 보이지는 않았다.

'설마 던전이라서 추가 된 건가?'

아무리 봐도 가르곤이 더 많은 포인트를 준 이유는 장소 때문인 것 같았다.

다른 이유는 떠오르지 않았다.

'...어쨌든 28만이라니.'

퀘스트를 포함해 도합 28만이었다.

어처구니없는 양에 강진석은 헛웃음을 지으며 수색 고블린들을 보았다.

수색 고블린들은 가르곤의 죽음에 멈칫한 상태였다.

그러나 도망치지는 않았다.

'역시.'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가르곤이 떨어트린 아티펙트들을 챙겼다.

그리고 다시 수색 고블린들에게 달려들었다.

수색 고블린들 역시 강진석에게 마주 달려들었고.

스걱!

얼마 뒤 마지막 수색 고블린의 머리가 하늘로 떠올랐다.

[퀘스트 '5수색대'를 완료하셨습니다.]

.

.

[퀘스트 '양천향교역 지하 2층'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15만 상승합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퀘스트 '5수색대'와 '양천향교역 지하 2층'이 완료됐다.

'와....'

보상을 확인한 강진석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두 퀘스트로 오른 포인트는 각 15만씩으로 도합 30만이었다.

앞서 가르곤이 제공한 포인트가 워낙 많아 혹시나 하고 기대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제단을 보았다.

이제 남은 퀘스트는 '작은 제단 파괴'와 '양천향교역 탈환' 2개뿐이었다.

그리고 제단을 파괴하면 두 퀘스트 다 완료될 것이다.

'보상을 얼마나 주려나.'

두 퀘스트의 보상이 무척 기대됐다.

강진석은 기대감이 듬뿍 담긴 눈빛을 지은 채 제단으로 향했다.

그리고 혼돈의 구에 기운을 주입해 오함마로 변형시켰다.

이내 제단 앞에 도착한 강진석은 추가로 기운을 주입해 오함마를 강화했다.

오함마에 진한 보랏빛이 서렸고.

후웅!

강진석은 제단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쾅! 쾅!

오함마가 작렬할 때마다 폭음이 울려 퍼지며 제단에 균열이 나타났다.

'진짜 차원이 다르구나.'

강화된 오함마는 무척이나 강력했다.

몇 번만 더 휘두르면 제단을 파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쾅! 쾅!

예상대로 몇 번 휘두르자 마지막 기둥만이 남았고 강진석은 마지막 기둥으로 다가가 오함마를 휘둘렀다.

쾅!

폭음과 함께 마지막 기둥이 산산이 부서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

.

가장 먼저 나타난 메시지는 던전 메인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의 완료 메시지였다.

메인 퀘스트답게 보상이 엄청났다.

포인트뿐만 아니라 아티펙트도 여럿 주어졌다.

강진석은 어떤 아티펙트일지 기대하며 메시지 확인을 이어 나갔다.

[퀘스트 '양천향교역 탈환'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

.

[퀘스트 '양천향교역 수비'가 생성됐습니다.]

이내 마지막 메시지를 확인한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바로 퀘스트창을 열었다.

<양천향교역 수비>

4일 뒤 여러 몬스터들이 지하도를 통해 양천향교역을 침공할 예정이다.

공격을 막아 양천향교역을 지켜내라!

[기여도 : 0]

퀘스트 보상 : ???

수비라는 단어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하....'

강진석은 속으로 나지막이 한숨을 내뱉었다.

'역마다 침공이 따로라니.'

솔직히 말해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다.

수비 퀘스트가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하긴 했다.

그래도 아니길 바랐다.

아니길 바랐던 이유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하철역을 탈환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이러면 마곡나루역이나 신방화역도 수비 퀘스트가 생성된다는 건데....'

확실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황을 보면 마곡나루역이나 신방화역 또한 수비 퀘스트가 생성될 확률이 100에 가까웠다.

'날짜가 다르면 가능이야 하겠지만....'

퀘스트 '방화역 수비2'와 '양천향교역 수비'의 날짜는 다르다.

마곡나루역과 신방화역의 수비 퀘스트 역시 날짜가 다를 수 있다.

그리고 날짜가 다르다면 방어할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날짜가 같을 경우다.

강진석은 입주자들의 수준을 떠올렸다.

현재 입주자들의 수준으로 강진석 없이 수비 퀘스트 진행이 가능할까?

'...네임드가 문제네.'

상상해 보니 바로 답이 나왔다.

네임드 몬스터만 아니면 된다.

그래서 문제였다.

침공의 마지막에는 항상 네임드 몬스터가 등장하기에.

'며칠 안에 네임드 잡을 정도로 강해질 수 있을까?'

강진석은 입주자들의 성장 속도를 생각하며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며 요새 관리창을 열었다.

'일단 어떤 기능들이 있으려나.'

이제 요새가 된 양천향교역에 대해 알아볼 차례였다.

스앗!

구조 변경을 클릭하자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양천향교역이 떨어져 있기 때문일까?

전처럼 바로 건물이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지도가 나타났다.

'늘어날수록 지도가 커지려나?'

현재 지도에 나와 있는 것은 방화역과 양천향교역뿐이었다.

요새가 점점 늘어나면 지도 역시 커지지 않을까 싶었다.

강진석은 일단 양천향교역을 선택했다.

그러자 지도가 확대되며 사라졌고 양천향교역이 나타났다.

'방화역이랑 똑같네.'

양천향교역에 적용된 기능은 방화역과 똑같았다.

지하 2층 경보 기능까지 완전히 같았다.

다른 게 하나도 없었다.

'입구도 같고.'

기능뿐만이 아니다.

양천향교역의 입구 또한 4개였다.

입구를 보니 다시 침공이 떠올랐다.

'...침공 같이 막아야겠지?'

혼자서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혼자서 막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미래를 위해서는 입주자들과 함께 수비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래, 내가 항상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요새 관리창을 닫았다.

그리고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189만 5870]

포인트를 확인하자마자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침공 때문에 어지러웠던 머리가 다시 맑아지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스킬창을 열었다.

'어떤 변화가 찾아오려나.'

이제 민첩 100을 찍을 예정이었다.

강진석은 한없이 기대감을 끌어올리며 스킬을 습득했다.

.

.

[스킬 '민첩16'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민첩이 1 상승합니다.]

강진석은 쉬지 않고 스킬을 습득했고 이내 스킬 '민첩16'의 4레벨을 달성 후 잠시 모든 행동을 멈췄다.

이제 남은 민첩은 1이었다.

1만 더 올리면 100이 되고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후우....'

강진석은 속으로 깊게 숨을 내뱉으며 스킬 '민첩16'의 레벨을 올렸다.

[스킬 '민첩16'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민첩이 1 상승합니다.]

그렇게 민첩이 100이 되었고 강진석은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

그리고 강진석은 경악했다.

'진짜로?'

생각지도 못한 변화가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

강진석은 말없이 고개를 들어 입구를 보았다.

그리고 집중했다.

스앗!

이내 강진석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사라진 강진석이 다시 나타난 곳은 공동 입구였다.

공동 입구에 도착한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공간이동이라니.'

민첩이 100이 되어 발생한 변화는 '공간이동'이었다.

'쿨타임도 없고.'

놀랍게도 쿨타임이 존재하지 않았다.

몇 번이고 연달아 이동이 가능했다.

물론 아무런 제한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초감각으로 감지할 수 있는 곳만 이동이 가능했다.

'정신력이 너무 많이 들긴 하지만 너무 좋은데?'

공간이동에 소모되는 자원은 비행과 마찬가지로 '정신력'이었다.

한 번 이동하는 데 소모되는 정신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렇다고 사용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혹시 봉쇄된 곳 탈출도 가능하려나...?'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현재 강진석이 크게 신경 쓰는 것 중 하나가 어딘가에 갇히는 것이다.

만약 봉쇄된 곳도 공간이동을 통해 빠져나올 수 있다면?

운신의 폭이 매우 넓어질 것이다.

'...확인해 보자.'

마침 양천향교역 북쪽에 위치한 '궁산'에 영역 상징이 있었다.

궁산에서 확인을 하면 될 것 같았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양천향교역 밖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화곡동 봉제산.

차가운 뿌리 부족의 대족장 메라키오의 천막.

메라키오는 지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도를 바라보는 메라키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영역 상징이 파괴됐기 때문이었다.

상징이 파괴된 곳은 양천향교역이었다.

누가 양천향교역을 공격한 것일까?

메라키오는 곰곰이 생각했다.

'전쟁 바람 녀석들인가?'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전쟁 바람 부족 오크들이었다.

'그럴 여력이 없을 텐데?'

방화역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양천향교역을 건드렸다?

전면전을 하자는 것인데 현재 전쟁 바람 부족의 상황을 생각하면 이해가 가지 않는 선택이었다.

전쟁 바람 부족이 아니라면 어디일까?

'...그럼 오르드 부족이?'

두 번째로 떠오른 것은 한강에 자리 잡은 오르드 부족 리자드맨들이었다.

그러나 오르드 부족은 전쟁 바람 부족과 전쟁 중이었다.

오르드 부족의 짓일 확률도 매우 낮았다.

'...대체.'

메라키오는 인상을 구겼다.

전쟁 바람 부족도 아니고 오르드 부족도 아니면 대체 누가 양천향교역의 상징을 파괴했단 말인가?

바로 그때였다.

"메타킨이 위대한 아버지를 뵙습니다."

천막 밖에서 메타킨이 외쳤다.

"들어오거라."

메라키오는 여전히 지도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이내 메타킨이 들어왔다.

메라키오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메타킨을 보았다.

그리고 물었다.

"델니오에게 소식은?"

"...없습니다."

"으음."

메타킨의 답을 듣고 메라키오는 침음을 내뱉었다.

방화역을 조사하러 떠난 델니오에게 연락이 없다.

그리고 양천향교역의 영역 상징이 파괴됐다.

2가지 상황을 엮어 생각해 보면 한 가지 가정이 나온다.

'델니오도 당한 건가.'

확실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델니오 역시 당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바로 그때였다.

메라키오가 인상을 구겼다.

영역 상징이 하나 더 파괴됐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파괴된 영역 상징이 위치한 곳은 '궁산'이란 곳이었다.

궁산은 양천향교 북쪽에 위치해 있었고 한강과 붙어 있었다.

'...설마 오르드 부족이라고?'

전쟁 바람 부족과 전쟁 중이기에 오르드 부족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상황이 오르드 부족을 가리키고 있었다.

'잠깐....'

문득 든 생각에 메라키오는 눈을 번뜩였다.

전쟁 바람 부족과 오르드 부족이 전쟁을 끝내고 힘을 합친 것이라면?

지금 상황이 전부 설명된다.

"메타킨."

메라키오는 메타킨을 불렀다.

"예."

"전쟁 바람과 오르드가 휴전을 했을 수도 있다."

"...!"

메타킨은 메라키오의 말에 경악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제75화

75.

그도 그럴 것이 이전 침공 때 전쟁 바람 부족의 3왕자가 오르드 부족 리자드맨들에게 죽었다.

그리고 오르드 부족의 2공주가 전쟁 바람 부족 오크들에게 죽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3왕자와 2공주의 죽음을 기점으로 전쟁이 발발했고 수많은 이들이 죽었다.

그런데 두 부족이 휴전을 했을 수 있다니?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를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메타킨은 메라키오에게 물었다.

두 부족의 휴전은 보통 일이 아니다.

만약 두 부족이 휴전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차가운 뿌리 부족의 향후 계획도 전면 수정을 해야 할 정도로 큰일이다.

어째서 메라키오가 휴전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인지 궁금했다.

"양천향교역과 궁산의 영역 상징이 파괴됐다."

"...?"

메타킨은 의아해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

양천향교역과 궁산의 위치를 떠올린 메타킨은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

"가능성이 매우 높군요."

"그래, 델니오까지 연락이 없는 것을 보면 100에 가깝다고 봐야겠지."

"...."

델니오 이야기가 나오자 메타킨은 말없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것이 델니오는 메타킨의 수족이었다.

그리고 메타킨의 세력 내에서 적지 않은 입지를 가지고 있었다.

즉, 델니오의 죽음이 알려지면 메타킨의 세력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다.

물론 후계자 자리를 빼앗길 정도는 아니지만 넘보는 이들이 생길 것은 분명했다.

"...두 부족이 휴전한 것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이대로 동쪽 엘프들과 계속해서 전쟁을 벌이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닌 듯합니다만."

메타킨이 물었다.

현재 차가운 뿌리 부족은 동쪽에 자리 잡은 검은 숲 엘프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곧 대대적인 공격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전쟁 바람 부족과 오르드 부족이 휴전을 했다면?

대대적인 공격을 해서는 안 된다.

공격을 할 경우 필연적으로 세력이 약화 될 수밖에 없는데 그때 전쟁 바람 부족이나 오르드 부족이 공격해 오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메타킨의 말에 메라키오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와서 전쟁을 멈출 수는 없다."

공격을 멈춰도 검은 숲 엘프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발산역에 메타벤을 보내고, 증미역에 메타린을 보내거라. 만약 녀석들이 나타나도 대응하지 말고 방어만 하라는 것도 꼭 전하고."

지금 상황에서 최선은 계획대로 공격을 진행하되 전쟁 바람 부족과 오르드 부족이 공격해 올 수 있는 두 지역을 방어하는 것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더 하실 말씀은...?"

메라키오가 말없이 손짓했고 메타킨은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천막 밖으로 나갔다.

메타킨이 떠나고 메라키오는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만약 휴전하고 공격해 온 것이 사실이라면....'

두 부족의 휴전은 확실한 것이 아니다.

가능성이 높을 뿐이다.

'각오하는 게 좋을 게야.'

* * *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

.

메시지를 보며 강진석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영역 상징이 있는 곳은 다 던전일 줄 알았는데.'

궁산에는 영역 상징인 '제단'이 있었다.

그러나 방화역, 양천향교역과 달리 '던전'은 아니었다.

당연히 봉쇄도 없었다.

봉쇄가 되지 않아 확인하고 싶었던 공간이동을 확인하지 못했다.

'...마곡나루역에서 확인하면 되니까.'

이제 강진석은 마곡나루역에 갈 예정이었다.

마곡나루역은 분명 방화역, 양천향교역처럼 던전일 것이고 봉쇄가 될 것이다.

공간이동으로 탈출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마곡나루역에서 확인하면 된다.

강진석은 떠나기 전 혹시나 놓친 게 있을까 주변을 확인했다.

보이는 것은 제단의 잔해뿐이었다.

놓친 게 없음을 확인한 강진석은 궁산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곧장 마곡나루역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곡나루역에 도착한 강진석은 헛웃음을 지었다.

'와, 여기는 무슨....'

강진석이 헛웃음을 지은 이유는 역 근처에서 수많은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놀랍게도 1000 명이 넘는 인원이 각자의 거처에 숨어 있었다.

'확실히 리더가 없는 게 크네.'

만약 이곳에 리더가 있었다면?

이미 고블린들을 몰아내고 안전 구역을 확보했을 것이다.

'일단 확인부터 하자.'

강진석은 마곡나루역 입구로 다가갔다.

그리고 계단 아래쪽을 보았다.

짙은 검은색 장막이 시야에 들어왔다.

'수준이 좀 높네?'

도합 20으로 디버프 수준이 생각보다 높았다.

물론 예상보다 높다는 것이지 강진석의 입장에서 20은 아무 문제 없는 수준이었다.

강진석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장막을 지나친 순간.

[던전 '마곡나루역'에 입장하셨습니다.]

[24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

.

[퀘스트 '마곡나루역 공항철도 지하 2층'이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마곡나루역 탈환'이 생성됐습니다.]

[30분 뒤 안전 구역이 사라집니다.]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와, 퀘스트가 무슨....'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곡나루역은 9호선만 있는 게 아니었다.

공항철도까지 2개 호선이 존재하는 환승역이었다.

그래서일까?

양천향교역이나 방화역보다 퀘스트의 수가 훨씬 많았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강진석은 정신을 차린 뒤 집중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마곡나루역의 퀘스트가 아니었다.

스앗!

이내 강진석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강진석은 싱긋 웃었다.

눈앞에 장막이 보였다.

성공적으로 탈출한 것이다.

'근데 정신력이 어마어마하게 드네.'

고작 1m 공간이동 했을 뿐이다.

그런데 100m는 이동한 느낌이었다.

'영역 수준이 높을수록 많이 소모되는 걸까?'

정신력이 이동 거리에 비해 과하게 소모된 이유는 '영역' 때문이 분명했다.

영역의 수준이 높을수록 탈출하는 데에 많은 정신력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서초동까지는 문제없이 다녀올 수 있겠는데.'

강진석은 서초동에 있는 강나연을 떠올렸다.

여태까지 강나연을 구하러 가지 않았던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단 가는 길은 물론 서초구에 대한 정보가 전무했다.

어떤 몬스터, 위험이 있을지 모른다.

거기다 던전 같은 곳에 납치라도 당해 시간이 끌린다면?

요새도 위험해질 수 있다.

그래서 여태까지는 구출을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봉쇄된 곳도 공간이동을 통해 탈출이 가능하다.

'마무리하고 계획 짜자.'

이제 남은 것은 마곡나루역과 신방화역 두 곳뿐이었다.

강진석은 두 곳을 마무리한 뒤 어떻게 서초동에 갈 것인지 계획을 짜기로 결정 내리고 메시지창을 보았다.

[던전 '마곡나루역'을 탈출하셨습니다.]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가 삭제됐습니다.]

.

.

[퀘스트 '마곡나루역 공항철도 지하 2층'이 삭제됐습니다.]

[퀘스트 '마곡나루역 탈환'이 삭제됐습니다.]

모든 퀘스트가 삭제되어 있었다.

'이건 좀 아쉽네.'

만약 퀘스트가 그대로 유지됐다면?

상황 파악, 보상 공유 등 여러 쓸모가 있었을 텐데 참으로 아쉬웠다.

강진석은 다시 장막을 지나 마곡나루역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퀘스트가 생성됐고 바로 퀘스트창을 열어 퀘스트를 살피기 시작했다.

'보스가 둘이라....'

환승역이라 그런지 마곡나루역에는 보스 몬스터가 둘이나 있었다.

'호선마다 하나씩 있는 거면 김포공항은....'

김포공항역은 5호선, 9호선, 공항철도, 서해선, 김포골드라인까지 총 5개의 호선이 존재했다.

'공항철도랑 9호선은 붙어 있으니까 하나로 쳐도....'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보스가 4마리라니?

생각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지금 당장 갈 거는 아니니까.'

강진석은 김포공항에 대한 생각을 접고 퀘스트 확인을 이어 나갔다.

* * *

서초동에 위치한 특수 임무 사령부 제3 안가.

두 사람이 탁자 앞에 앉아 샌드위치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하...."

강나연은 입으로 향하던 샌드위치를 다시 내려놓고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잘 계시겠지....?'

한숨을 내뱉은 이유는 정동진으로 여행을 간 부모님 때문이었다.

절대적 존재들의 시험이라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하며 세상이 변했다.

수많은 몬스터들이 나타났고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서초동만 변한 것은 아닐 것이다.

부모님이 있는 정동진에도 몬스터들이 활보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걱정이 됐다.

부모님이 몬스터들에게 당했을까 봐.

'총만 사용할 수 있었어도....'

시험이 시작된 순간 모든 총기가 무력화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강한 살상 능력을 가진 특수 장비들 역시 무력화됐다.

그 점이 참으로 아쉬웠다.

그것들만 사용할 수 있었어도 지금처럼 상황이 암울하지는 않았을 것이기에.

반대편에 앉아 있던 유성윤은 우유를 통해 샌드위치를 넘겨 입안을 비워낸 뒤 강나연에게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부모님 걱정돼서."

"아...."

유성윤은 이해했다는 듯 탄성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선배."

"어."

"오빠도 계신 거 아닙니까?"

"있지."

"아하."

강나연의 답에 유성윤은 이해했다는 듯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유성윤의 반응에 강나연은 피식 웃었다.

유성윤이 왜 이런 질문을 했는지 알았기 때문이었다.

딱 봐도 걱정을 하지 않아서가 분명했다.

"오빠는 걱정할 필요 없어."

"...예? 이런 상황에서 말입니까?"

"응, 지금 오빠 있는 지역 몬스터들은 전부 도륙 났을 걸?"

"...?"

유성윤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몬스터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유성윤은 알고 있다.

수많은 몬스터들을 직접 겪어 보아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런 몬스터들이 도륙이 났을 것이라니?

농담이라고 하기에는 강나연의 반응이 무척 진지했다.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들어왔다.

강나연의 동기이자 유성윤의 선배인 김칠성이었다.

"뭐야, 성윤이 표정 왜 저래? 무슨 이야기 중이었어?"

"오빠 이야기."

"아, 진석이 형?"

"응."

김칠성의 반문에 강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유성윤이 김칠성에게 물었다.

"어? 선배님도 아시는 분입니까?"

"응, 당연히 알지."

김칠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우리 대장이었는데."

"...예?"

유성윤은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김칠성의 대장이었다니?

김칠성은 특수 작전 사령부 직할 2팀장이었다.

직할 팀장인 김칠성에게 대장이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는 특수 작전 사령부를 이끄는 정우진뿐이었다.

강나연의 오빠가 정우진이다?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아니지, 과거형이잖아.'

생각해 보니 대장이었다고 했다.

지금은 대장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유성윤은 김칠성의 과거를 떠올렸다.

그리고 이내 침을 꿀꺽 삼켰다.

'...북파 공작 쪽이셨잖아.'

유성윤은 김칠성을 보았다.

그러나 김칠성은 유성윤의 눈빛에 싱긋 웃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강나연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진석이 형 있는 곳으로 가면 되는 거 아냐?"

제76화

76.

강진석이 있는 곳은 안전할 것이 분명했다.

더 이상 몬스터들에게 죽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가는 길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강나연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김칠성의 말대로 강진석이 있는 곳에 도착한다면 안전할 것이다.

문제는 안전하게 도착할 가능성이 100%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가다가 봉변을 당할 수 있다.

"...그건 또 그렇네."

김칠성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진석이 형이 구하러 오는 걸 기다려야 할까? 진석이 형 성격 생각하면 분명 너 구하러 올 텐데?"

"그 사건 이후로 오빠가 어떻게 변했는지 너도 잘 알잖아?"

"...그렇지. 엄청 신중해졌지."

김칠성은 강나연의 입에서 나온 '사건'에 잠시 멈칫했다가 답했다.

짐승 그 자체였던, 본능에 따라 움직였던, 웬만한 위험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감수했던 강진석은 그 '사건' 이후로 무척이나 신중해졌다.

너무 과한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이곳 또한 오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이제 그 이야기는 그만. 오빠가 온다면 우리는 산 거니까. 그때까지 어떻게 버틸지 이야기나 해보자고."

* * *

강진석은 마곡나루역 공항철도의 보스 몬스터 '릴그랏'에게 다가가며 생각했다.

'이 녀석만 잡으면....'

9호선 쪽은 전부 정리했다.

수비대장 레리온을 포함해 한 마리도 빠짐없이 전부 죽였다.

그리고 공항철도 쪽도 이제 릴그랏만 잡으면 끝이다.

이내 릴그랏 앞에 도착한 강진석은 검을 휘둘렀다.

릴그랏은 방패를 들고 있었다.

그러나 강진석은 신경 쓰지 않았다.

방향을 틀지 않고 그대로 휘둘렀다.

강진석이 방향을 틀지 않은 이유는 방패가 아무런 의미 없기 때문이었다.

방패는 아티펙트가 아니다.

일반 방패였다.

스걱!

기운을 주입해 절삭력이 강화된 검은 방패를 그대로 갈랐고.

스걱!

이어 방패를 들고 있던 릴그랏 역시 그대로 갈렸다.

스아앗!

그리고 빛과 함께 릴그랏이 사라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차가운 뿌리 부족 보급대장 릴그랏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15만 상승합니다.]

[퀘스트 '보급대장 릴그랏'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

.

[퀘스트 '마곡나루역 공항철도 지하 2층'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15만 상승합니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며 생각했다.

'제단에 있을 줄 알았는데.'

당연히 제단을 지키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릴그랏은 제단을 지키지 않았다.

물론 제단을 지키지 않았을 뿐이다.

지키고 있던 게 있기는 했다.

'뭘 지키고 있던 걸까?'

강진석은 릴그랏이 막고 있던 문을 보았다.

안에 어떤 것이 있는지 느껴지지 않았다.

공간 자체가 초감각을 막아 내고 있었다.

제단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제단은 초감각에 감지된 상태였다.

'제단보다 더 우선시한 걸 보면 제단 못지않게 중요한 것 같은데.'

강진석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문고리를 잡았다.

끼이익.

그리고 문을 열고 안쪽을 확인했다.

'...어?'

안쪽을 확인한 강진석은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어 활짝 웃으며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벅!

내부로 진입하자마자 강진석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내부를 스윽 훑었다.

'창고였을 줄이야.'

내부에는 수많은 병장기, 광물, 보석 그리고 처음 보는 물품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하기야 보급대장이니까. 제단보다 창고가 더 중요했을 수 있지.'

릴그랏이 왜 제단보다 우선시했는지 알 것 같았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다시 걸음을 옮겨 가장 가까이 있는 진열대로 다가갔다.

진열대 앞에 도착한 강진석은 병장기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상태 좋네.'

단 하나도 빠짐없이 잘 관리되어 있었다.

입주자들의 전투력을 크게 끌어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떤 기능들이 있으려나?'

평범한 병장기만 있는 게 아니었다.

많지는 않지만 중간중간 아티펙트도 있었다.

강진석은 곳곳을 돌아다니며 아티펙트들을 확인했다.

이내 병장기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광물 진열대로 넘어갔다.

'대장간에 넘겨주면 될 것 같고.'

일반 광물부터 기운이 담겨 있는 광물까지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어떤 광물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대장간에 공급하면 될 것 같았다.

'보석은....'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보석 역시 광물과 마찬가지로 기운을 품은 것들이 있었다.

'일단 놔두자.'

광물과 달리 보석은 쓰임새를 제대로 파악하기 전까지는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보석뿐만이 아니다.

처음 보는 재료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내 창고 내 모든 물품을 확인한 강진석은 입구로 향했다.

'마무리 지으러 가볼까.'

릴그랏을 끝으로 이제 역 내에는 고블린이 한 마리도 없다.

그러나 고블린이 없을 뿐 아직 던전이 클리어된 것은 아니다.

제단이 남아 있었다.

창고에서 나온 강진석은 곧장 제단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단이 있는 곳에 도착한 강진석은 제단으로 다가가며 혼돈의 구를 오함마로 변형시켰다.

그리고 제단에 도착하자마자 기운을 주입 후 휘두르기 시작했다.

쾅! 쾅!

강화된 오함마는 작렬할 때마다 해당 부분을 산산조각 냈고.

쾅!

얼마 뒤 제단이 완전히 파괴됐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

.

[퀘스트 '마곡나루역 수비'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양천향교역 수비'의 난도가 약화됩니다.]

"...?"

메시지를 보던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지막 메시지의 내용이 무언가 이상했다.

'난도가 약해져?'

강진석은 잘못 본 것인가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그러나 잘못 본 게 아니었다.

그래서 의문이었다.

'양천향교역이 왜?'

탈환한 것은 마곡나루역인데 어째서 양천향교역의 침공 난도가 약화된단 말인가?

'...설마 연결 역이라서?'

이내 든 생각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마곡나루역과 양천향교역은 연결되어 있다.

혹시 난도가 약화된 것이 마곡나루역에서 양천향교역으로 공격을 갈 방법이 없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일리가 있었다.

'확인해 보면 알 수 있겠지.'

이제 강진석은 신방화역에 갈 예정이었다.

신방화역을 탈환한 순간 마곡나루역의 침공 난도가 약화된다면?

연결 역 때문인 게 확실해진다.

'그런 거라면 수비도 수월해지겠고.'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요새 관리창을 열었다.

그리고 구조 변경을 클릭하자 지도가 나타났다.

마곡나루역이 추가되어 있었다.

강진석은 마곡나루역을 클릭했다.

그러자 지도가 확대되며 마곡나루역의 구조가 나타났고 강진석은 기능들을 확인했다.

'특별한 건 없네.'

마곡나루역은 다른 역보다 크기도 컸고 보스가 둘이나 있었다.

그래서 기능이 다르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었다.

종류부터 레벨까지 똑같았다.

기능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요새 관리창을 닫았다.

그리고 이어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410만 2050]

확인과 동시에 반사적으로 미소가 지어졌다.

민첩 100을 찍은 이후 강진석은 포인트를 조금도 쓰지 않았다.

지금 상태로도 충분히 고블린들을 상대할 수 있었고 추후 서초동으로 구출을 갈 때 필요한 부분에 투자하기 위해서였다.

'신방화역까지 마무리 지으면 얼마나 쌓이려나.'

마곡나루역 탈환이 끝났으니 이제 신방화역에 갈 차례였다.

신방화역을 탈환하면 포인트가 또 얼마나 쌓일지 기대가 됐다.

'500만은 넘겠지?'

강진석은 마곡나루역에서 나왔다.

그리고 신방화역으로 향하며 요새를 떠올렸다.

자리를 비운 지 꽤나 시간이 흐른 상태였다.

'...그래, 별일 없겠지.'

작은 사건 사고는 있을 수 있겠지만 며칠이 지난 것도 아니고 큰일이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걱정을 떨쳐냈다.

그리고 이내 신방화역에 도착한 강진석은 장막을 보았다.

'혹시나 했는데 변함이 없네.'

마곡나루역 탈환으로 연결 역인 양천향교역의 침공 난도가 약화됐다.

그래서 혹시나 신방화역에도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신방화역의 디버프 수준은 도합 15로 여전했다.

장은서의 부모님을 구출하러 왔을 때와 똑같았다.

디버프 수준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던전 '신방화역'에 입장하셨습니다.]

[24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

.

* * *

신방화역 바로 앞에 있는 레온 오피스텔의 1102호.

"저 사람은...."

창가에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던 김민정은 신방화역 입구에 나타난 사내를 보고 흠칫했다.

처음 보는 사내가 아니다.

오전에 신방화역에 나타났던 사내였다.

사내는 고블린들을 거침없이 청소하고 중년 남녀와 방화역 쪽으로 떠났었다.

그런데 왜 다시 돌아온 것일까?

바로 그때였다.

사내가 신방화역으로 들어갔다.

"...!"

김민정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신방화역은 고블린들의 거처로 매우 위험한 곳이었다.

사내는 왜 그런 위험한 곳에 홀로 들어간 것일까?

'...자신이 있는 건가?'

김민정은 오전에 보았던 사내의 힘을 떠올렸다.

사내에게 죽은 수많은 고블린들을 떠올리니 역에 들어간 사내의 행동이 이해가 됐다.

"음...."

김민정은 침음을 내뱉으며 고민에 잠겼다.

'...이대로 있는 것보다는 저 사람 따라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사내가 누군지 모른다.

그러나 사내를 따라나서야 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 어차피 여기 있으면 죽도 밥도 안 돼.'

고민 끝에 김민정은 결정을 내렸다.

사내를 따라가기로.

물론 사내와 이야기된 게 아니다.

일방적인 김민정의 생각이었고 사내가 받아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이곳에서 더 버티는 건 불가능하다.

식량이 거의 떨어지기도 했고 정신이 피폐해졌다.

김민정은 뒤로 돌아섰다.

사내가 언제 나올지 모른다.

그때까지 떠날 채비를 마쳐야 한다.

김민정은 백팩을 들었다.

그리고 옷가지, 식량 등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김민정은 냉장고 오른쪽을 보았다.

씨앗이 담겨 있는 비닐 주머니가 가득 쌓여 있었다.

'...다 챙겨야겠지?'

김민정은 잠시 고민했다.

씨앗을 챙기는 게 맞는 것일까?

'그래, 어떻게 모은 건데.'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김민정은 모든 씨앗 주머니를 백팩에 넣었다.

그렇게 떠날 준비를 마친 김민정은 백팩을 메기 전 빈 주머니를 펼쳤다.

"씨앗 생성"

그리고 스킬 '씨앗 생성'을 시전했다.

[씨앗이 생성됩니다.]

시전과 동시에 빛과 함께 허공에 씨앗 덩어리가 나타났다.

향긋한 냄새가 나는, 붉디붉은 씨앗이었다.

'오, 이번엔 이게 나왔네?'

김민정은 일단 씨앗들이 떨어지기 전 주머니에 씨앗을 담았다.

그리고 씨앗 다섯 알을 꺼냈다.

스킬 '씨앗 생성'의 레벨이 3이 된 후 종종 나오는 씨앗으로 평범한 씨앗이 아니었다.

김민정은 그대로 씨앗 다섯 알을 삼켰다.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아렌지 씨앗을 복용하셨습니다.]

[5분간 모든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5분간 감지 능력이 강화됩니다.]

메시지를 본 김민정은 흡족한 표정으로 생각했다.

'이걸로 어필하면 데리고 가주지 않을까?'

제77화

77.

1밖에 오르지 않지만 그래도 모든 능력치가 오른다.

거기다 감지 능력 강화는 정말 대단한 효과였다.

감지 능력 강화 덕분에 김민정은 위험을 여러 번 피할 수 있었다.

거기다 버프를 주는 씨앗이 아렌지 씨앗만 있는 게 아니다.

물속에서 호흡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씨앗도 있었고 피부를 단단하게 해주는 씨앗도 있었다.

이런 씨앗들의 존재를 사내에게 어필한다면?

흔쾌히 동료로 받아주지 않을까 싶었다.

끼이익.

이내 김민정은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아렌지 씨앗을 통해 감지 능력이 강화된 덕분에 김민정은 근처에 누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다들 이대로 있을 생각인가.'

11층에는 김민정 말고도 다섯 명이 더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거처에서 나오지 않았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것인지 궁금했다.

'알아서들 하겠지.'

김민정은 관심을 거뒀다.

남을 생각할 상황이 아니었다.

김민정은 조용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 * *

한지윤은 시위를 당기며 입을 열었다.

"저격."

그리고 스킬 '저격'을 시전 후 바로 시위를 놓았다.

화살이 맹렬히 날아가며 전방에서 다가오던 부장 고블린의 머리를 관통했다.

그와 동시에 한지윤의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섯이 우르르 달려 나갔다.

부장 고블린이 죽어 남은 고블린은 10마리였다.

그러나 전부 일반 고블린이었다.

달려 나간 다섯의 수준을 생각하면 일반 고블린 10마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전부 죽을 것이다.

스걱!

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마지막 고블린이 죽었고 다섯이 돌아왔다.

"고생하셨습니다. 1분 휴식 후 출발하겠습니다."

한지윤은 돌아온 다섯에게 말하며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지하도 청소'를 확인했다.

<지하도 청소>

지하도 곳곳에는 추방당한 고블린, 거대 쥐 등 수많은 몬스터들이 서식하고 있다.

몬스터들을 청소해 안전을 확보하라!

[기여도 : 2만 10]

퀘스트 보상 : ???

기여도 1000부터 완료가 가능합니다.

완료 시 퀘스트 '지하도 청소'가 생성됩니다.

한지윤은 활짝 웃었다.

목표했던 기여도 2만을 달성했기 때문이었다.

'보상이 뭘까?'

이제 보상을 받을 예정이었다.

어떤 보상이 주어질지 기대가 됐다.

한지윤은 기대감 가득한 눈빛으로 완료 버튼을 클릭했다.

[퀘스트 '지하도 청소'를 완료하셨습니다.]

[포인트가 1만 상승합니다.]

[요새 포인트 티켓(5000) 2장을 획득합니다.]

[하급 민첩 반지를 획득합니다.]

[퀘스트 '지하도 청소'가 생성됐습니다.]

"...!"

완료 후 메시지를 통해 보상을 확인한 한지윤은 눈을 번뜩였다.

'요새 포인트 티켓?'

생각지도 못한 보상이 끼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야? 전에는 없었는데?'

지하도 청소를 처음 완료하는 게 아니다.

이전에 기여도가 1000이 됐을 때 바로 완료했었다.

당시 주어진 보상은 포인트 500뿐이었다.

'일정 수치 넘으면 주는 건가?'

아무래도 티켓이 제공된 이유는 기여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몇부터 주는 걸까? 5000? 1만?'

한지윤이 기여도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바로 그때.

"어?"

귓가에 들리는 소리에 한지윤은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김치호였다.

"청소 퀘스트 완료했는데 포인트 티켓을 주는데요?"

"...?"

그리고 이어진 김치호의 말에 한지윤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치호 씨도 티켓을 받았다고?'

한지윤이 의아해하는 이유는 김치호의 기여도를 알기 때문이었다.

김치호는 오늘 합류했다.

수십 무리를 사냥한 것도 아니다.

한지윤이 보기에 김치호의 기여도는 높아 봐야 2000이었다.

"치호 씨, 혹시 기여도 몇에 완료하셨어요?"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기에 한지윤은 김치호에게 물었다.

"1100이요! 포인트 티켓은 100짜리 2개 받았구요."

"...!"

기여도를 듣고 한지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2000도 아니고 1100? 이러면 1000에도 준다는 건데....'

한지윤은 어떻게 된 것일까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곧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아무리 봐도 침공 이후로 바뀐 게 분명했다.

그래야만 지금 상황이 설명된다.

'오시는 대로 보고드려야겠다.'

한지윤은 강진석이 돌아오는 대로 다시 티켓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로 결심했다.

* * *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

.

[퀘스트 '신방화역 수비'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마곡나루역 수비'의 난도가 약화됩니다.]

신방화역의 제단이 파괴되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확신했다.

'맞네, 연결 역 침공 난도 약화.'

마곡나루역 탈환 후 양천향교역의 침공 난도가 약화됐다.

그래서 혹시나 했는데 확실해졌다.

'걱정 덜었네.'

침공 때문에 무작정 탈환하는 것이 껄끄러웠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껄끄러움이 완전히 사라졌다.

'근데 침공 날짜가 언제려나.'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신방화역의 침공 날짜를 확인했다.

<신방화역 수비>

5일 뒤 여러 몬스터들이 지하도를 통해 신방화역을 침공할 예정이다.

공격을 막아 신방화역을 지켜내라!

[기여도 : 0]

퀘스트 보상 : ???

'휴.'

확인과 동시에 강진석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혹시나 겹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겹치지 않았다.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퀘스트창을 닫고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530만 1020]

포인트를 확인하자마자 반사적으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냥 웃음이 나오는 양이었다.

'이 정도면 무슨 일 생겨도....'

강진석은 이제 동생 강나연을 구출하러 서초동에 갈 예정이었다.

가는 길에 문제가 발생해도 지금 포인트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어 강진석은 요새 관리창을 열었다.

그리고 구조 변경을 통해 신방화역의 기능을 확인했다.

예상대로 다른 곳과 다르지 않았다.

모든 기능, 레벨이 같았다.

'다른 몬스터들이 장악한 지역은 다르려나?'

강진석은 요새 관리창을 닫았다.

그리고 지상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제 방화역으로 귀환할 때였다.

'...음?'

입구를 지나 역 밖으로 나온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한 여인이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내 여인이 도착했고.

"안녕하세요. 전 김민정이라고 합니다!"

여인은 인사 후 자신을 소개했다.

"네, 안녕하세요."

강진석은 김민정의 인사에 답한 뒤 물었다.

"무슨 일이신지...?"

김민정은 백팩을 메고 있었다.

누가 봐도 어딘가로 떠나려는 차림새였다.

목적을 알 것 같기는 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전혀 다른 이유일 수 있다.

"아, 네! 그게...."

김민정은 말끝을 흐리며 강진석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아까 멀리서 뵀었거든요! 어떤 분들이랑 같이 위쪽으로 올라가시던데 혹시 그 모임에 저도 끼워주실 수 있을까요...?"

말을 마친 김민정은 다시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저희 쪽은...."

그리고 강진석은 예상했던 이야기에 은은히 미소를 지으며 요새와 입주자들에 대해 그리고 요새에 입주하기 위한 조건들을 간략히 설명했다.

얼마 뒤 설명을 마친 강진석은 김민정에게 물었다.

"직업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지, 직업이요?"

"...?"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직업을 물었는데 왜 이렇게 당황한단 말인가?

"그게...."

김민정은 말끝을 흐리며 멋쩍은 표정을 지은 뒤 이어 말했다.

"농부입니다."

"...농부요?"

생각지도 못한 직업에 강진석은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농부도 있었구나?'

대장장이, 연금술사 같은 비전투 직업이 이미 있긴 했다.

농부가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바로 그때였다.

"...네, 농부입니다."

김민정이 반문에 답하며 주머니를 하나 꺼냈다.

'...씨앗?'

주머니를 본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 씨앗에서 기운이....'

갸웃한 것은 갑자기 씨앗을 꺼냈기 때문이 아니다.

씨앗에서 느껴지는 기운 때문이었다.

"이건 제가 스킬로 생성한 아렌지 씨앗이에요. 이걸 먹으면 모든 능력치가 1 상승하고 감지 능력이 강화돼요. 씨앗 하나당 지속 시간은 1분이고 최대 20분이에요.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바로 확인해 보셔도 됩니다!"

김민정의 말에 강진석은 일단 주머니를 받았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감정 스크롤을 꺼냈다.

'확실한 건 아니니까.'

김민정의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닐 수도 있다.

처음 보는 이가 주는 것을 무작정 먹을 수는 없다.

강진석은 감정 스크롤을 통해 씨앗을 감정했다.

그리고 이내 정보창이 나타났다.

<아렌지 씨앗>

1. 복용 시 1분간 모든 능력치 1 상승

2. 복용 시 1분간 감지 능력 강화

3. 열매로 복용 시 효과 증폭

"...!"

정보를 확인 후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김민정의 말은 사실이었다.

물론 놀란 이유는 아렌지 씨앗의 효과가 사실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열매로 복용 시 효과 증폭?'

마지막에 기재된 내용 때문이었다.

'재배하면 효과가 증폭된다라....'

강진석은 김민정을 보았다.

요새에 아주 큰 도움이 될 재목으로 보였다.

"감사히 쓰겠습니다."

이어 강진석은 활짝 웃으며 인벤토리에 씨앗 주머니를 넣었다.

그리고 물었다.

"함께 하시겠어요?"

"노, 농부인데 괜찮을까요?"

"네, 물론입니다."

직업을 물어본 이유는 가려 받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어울리는 일을 추천해 주기 위해서였다.

애초에 가려 받을 상황이 아니다.

방화역 요새에는 현재 인원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양천향교, 마곡나루, 신방화에는 한 명도 없었다.

미래를 생각하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입주자들이 필요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씨앗이라....'

김민정이 스킬로 생성한 아렌지 씨앗은 보통 씨앗이 아니다.

씨앗 자체로도 버프가 대단한데 열매가 되면 버프가 강화된다.

즉, 김민정은 입주자들에게도 아주 큰 도움이 될 존재였다.

반대로 강진석이 요새 입주를 꼬셔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었다.

"가,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어떤 일이든!"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일단 가시죠!"

강진석은 김민정과 함께 방화역으로 향하며 대화를 나눴다.

대화를 나누며 농부의 직업 스킬도 알 수 있었고 어떤 일을 맡겨야 할지 알 수 있었다.

'농사 지을 곳을 알아봐야겠네.'

* * *

회의실에 도착한 한지윤은 움찔했다.

강진석, 최은형, 주다영, 김지용이 이미 도착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한지윤은 머쓱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는 재빨리 자리에 가 앉았다.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자리에 앉은 한지윤을 시작으로 최은형, 김지용, 주다영을 보았다.

'잘 뽑았어.'

모든 입주자와 직접 대화하고 의견을 파악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강진석은 대신 의견을 취합해 줄 관리자를 뽑았다.

지금 모인 넷이 바로 관리자들이었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강진석은 네 사람의 시선이 모이자 바로 회의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강진석이 꺼낸 이야기는 마곡나루역, 양천향교역, 신방화역의 탈환과 침공이었다.

당연하게도 네 사람 모두 놀란 얼굴을 했다.

하기야 하루도 지나지 않아 요새가 3개나 늘었는데 놀라는 게 당연했다.

강진석은 진지한 얼굴로 네 사람이 놀람을 가라앉히길 기다렸다.

이제부터 서초동에 대한 이야기를 할 예정이었다.

갑작스런 강진석의 진지한 분위기에 네 사람 역시 진지한 얼굴로 강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강진석이 입을 열었다.

"잠시 자리를 비울 예정입니다. 들를 곳이 있어서요."

"네!?"

"예?"

역시나 네 사람은 놀란 반응을 보였고 강진석이 이어 말했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잘하면 하루 만에 돌아올 수도 있구요."

제78화

78.

예상과 달리 가는 길이 평화롭다면?

왕복까지 하루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평화롭지만은 않겠지만.'

물론 그럴 가능성은 적었다.

방화동 주변 상황만 봐도 가는 길은 험난할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굳이 험난을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해 봤자 좋을 것 없기에.

"혹시 어디를 가시는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최은형이 강진석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서초동입니다."

묻지 않아도 말할 예정이었던 강진석은 흔쾌히 답해주었다.

"...서초동이요?"

"네, 동생이 그곳에 있거든요."

"아...."

최은형은 이해했다는 듯 탄성을 내뱉었다.

갑자기 왜 서초동에 가는 것일까 궁금했다.

가족 때문이라니 이해가 됐다.

"혹시 더 궁금하신 게 있을까요?"

강진석이 이어 물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주다영이 물었다.

"가시는 길에 있는 지하철역들 탈환하실 생각이신가요? 영역 상징을 파괴한다거나요!"

"음...."

강진석은 침음을 내뱉었다.

이번에는 바로 답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까지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가는 길에 강진석이 마주할 지하철역은 한두 개가 아니다.

동선을 정확히 짜봐야 알지만 적어도 10개 이상은 마주할 것이다.

지하철역만 10개다.

영역 상징은 지하철역에만 있는 게 아니다.

"...아마 탈환은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영역 상징도 마찬가지구요."

고민 끝에 강진석이 답했다.

"일단 구출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강진석의 목적은 강나연의 구출이었다.

주어진 시간이 많다면 모를까 3일 뒤 마곡나루역 침공이 시작된다.

늦어도 3일 안에는 돌아와야 하는데 영역 상징 파괴나 거점 탈환에 시간을 쓰며 구출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또 다른 질문 있으실까요?"

"네! 서초동 가시는 것에 대한 질문은 아니고 마곡나루역에서 광물들을 발견하셨다고 하셨는데...."

이후로도 여러 질문을 받았고 답을 했다.

얼마 뒤 네 사람의 질문이 끝났고 반대로 강진석이 물었다.

"특별한 일 없었나요?"

"지하도 청소 퀘스트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있어요."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한지윤이 말했다.

"네, 말씀하세요."

"지하도 청소 보상으로 요새 포인트 티켓이 나왔어요. 기여도 1000부터요! 침공 이후로 바뀐 것 같습니다."

"...!"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침공 때에만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지하도 청소 퀘스트로도 요새 포인트 티켓을 얻을 수 있다니?

생각지도 못한 희소식이었다.

"혹시 얼마나 주나요?"

강진석은 기대감이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기여도 2만 기준으로 1만 줬고 기여도 1100은 200을 줬습니다. 물론 포인트는 기여도의 절반 그대로 제공되구요!"

"오호."

강진석은 탄성을 내뱉었다.

'보상 포인트가 그대로인데 생각보다 많이 주네?'

요새 티켓이 추가됐다기에 보상으로 주는 기본 포인트가 줄어든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보상 포인트는 그대로였다.

'이러면....'

강진석은 은은히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요새 포인트를 빠르게, 많이 수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 *

"그럼 조심히 다녀오세요!"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회의가 끝났고 네 사람이 떠났다.

그리고 강진석은 바로 핸드폰을 꺼내 지도를 켰다.

지도를 켠 이유는 동선을 짜기 위해서였다.

'그래, 일단 9호선 따라가자. 고터역에서 내려가면 되겠지.'

강진석의 1차 목적지는 서초동에 있는 특수 임무 사령부의 제3 안가였다.

제3 안가는 서초역에 있는 대법원 근처에 있었다.

9호선을 쭉 따라가다가 고속터미널역 부근에서 남하하면 될 것 같았다.

물론 동선을 하나만 짠 것은 아니었다.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에 강진석은 여러 동선을 짰다.

9호선은 첫 번째 동선일 뿐이었다.

강진석은 지도를 닫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생각했다.

'게이트 설치할 수 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이동 게이트 기능이 개발됐다면?

서초역이든 고속터미널역이든 역 하나를 탈환하고 게이트를 설치해 바로 방화역으로 귀환했을 것이다.

'우선적으로 개발해야겠어.'

당장 이동 게이트를 목표로 개발을 시작해도 강나연 구출에는 사용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추후 입주자들의 가족을 구출할 때에는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강진석은 요새 기능 개발에 대한 방향성을 수립한 뒤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우선 양천향교역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양천향교역에 도착한 강진석은 다음 역인 가양역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선유도역에는 어떤 몬스터들이 있으려나?'

차가운 뿌리 부족의 영역은 강서구, 양천구, 구로구였다.

가양역, 증미역, 등촌역, 염창역, 신목동역까지는 차가운 뿌리 부족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신목동역의 다음 역인 선유도역부터는 영등포구였다.

즉, 차가운 뿌리 부족의 영역이 아니었다.

그래서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선유도역부터는 어떤 몬스터들의 영역일까?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가양역 근처에 도착했다.

아직 청소가 되지 않은 곳이라 그런지 고블린들이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고 있었다.

강진석은 고블린들에게 다가가며 초감각에 집중했다.

'문제없겠네.'

가양역의 디버프 수준은 도합 20 정도였다.

디버프 수준을 보니 역에서 네임드 고블린이 뛰쳐나와도 문제없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마음 편히 고블린들을 청소했다.

그렇게 고블린들을 청소하며 강진석은 계속해서 이동했다.

그리고 얼마 뒤 신목동역 근처에 도착한 강진석은 이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동을 멈춘 이유는 신목동역의 디버프 수준 때문이 아니었다.

'저건 뭐야....'

신목동역에서 선유도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안양천을 건너야 했다.

문제는 안양천 건너편의 환경 상태였다.

'웬 숲이....'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가장 작은 나무도 족히 10m는 되어 보였다.

거기다 신기하게도 모든 나무가 검었다.

'썩은 건 아닌 것 같은데.'

검은 이유가 썩어서는 아니다.

그냥 색 자체가 검은 듯했다.

'이게 뭔....'

검은 숲의 존재를 생각지도 못한 강진석은 지금 상황이 매우 당황스러웠다.

'...뭐가 있는 거지?'

아무 이유 없이 나무가 우후죽순 생겨난 것은 아닐 것이다.

숲을 만든, 숲에서 활동하는 몬스터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강진석은 어떤 몬스터가 이런 환경을 만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엘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엘프였다.

숲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종족이 엘프였기에.

'아니면 트렌트?'

이어 떠오른 존재는 나무 괴물 트렌트였다.

지금 시야에 들어온 나무 중 일부가 트렌트일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물론 엘프나 트렌트 둘 다 아닐 수 있다.

앞서 마주했던 오크나 고블린이 있을 수도 있다.

강진석은 초감각을 변형시켜 숲을 탐색했다.

그리고 숲을 탐색하던 강진석은 인상을 구겼다.

'...흐리네.'

제대로 감지할 수가 없었다.

거리가 멀수록 세밀한 외형이 파악되지 않았다.

'나무 때문인가? 아니면 다른 뭔가가 있나?'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보다 더 위험할 것이라는 점이다.

'저길 가는 게 맞는 걸까?'

강진석은 고민했다.

숲을 가로지르는 게 맞을까?

돌아서 가는 게 맞지 않을까?

'그래, 돌아갈 수 있으면 돌아가는 게....'

강진석은 안양천을 따라 남하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남하를 멈췄다.

'...끝이 없네.'

숲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숲을 보았다.

아무래도 숲을 가로질러 가야 할 것 같았다.

'상대할 수 없다면....'

엘프가 있을 수도 있고 트렌트가 있을 수도 있고 다른 몬스터가 있을 수 있다.

어떤 몬스터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감당이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강진석은 곰곰이 생각해봤다.

'...아니야, 그 정도는 아니겠지.'

네임드 오크, 고블린도 쉬이 잡아내는 상황이었다.

숲에 감당이 불가능한 몬스터가 있을 수는 있지만 모든 몬스터가 감당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강진석은 포인트를 보았다.

[현재 보유 포인트 : 538만 2070]

'이 정도면 문제가 생겨도 해결할 수 있을 테고.'

문제가 생길 때를 대비해 모아둔 포인트가 500만이 넘었다.

포인트를 보며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강진석은 결정을 내렸다.

'가자.'

그리고 바로 하늘을 날아 안양천을 건넜다.

이내 지상으로 내려온 강진석은 숲으로 진입했다.

'음?'

진입과 동시에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공기가 비릿했기 때문이었다.

'상쾌가 아니라 비릿하다고?'

당연히 상쾌할 줄 알았다.

정반대의 상황에 강진석은 당황스러웠다.

물론 문제가 될 정도로 비릿한 것은 아니었다.

살짝 거슬릴 정도였다.

강진석의 후각이 무척 예민해졌기 때문이지 보통은 비릿함을 느끼지도 못할 것이다.

당황을 가라앉힌 강진석은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저벅!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여러 기운을 발견했고 다시 걸음을 멈췄다.

다행이라 해야 할까?

기운의 크기가 전부 십부장 오크와 비슷했다.

이어 강진석은 생김새에 집중했다.

거리가 멀어 정확한 생김새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인간형인 것은 알 수 있었다.

적어도 나무 괴물인 트렌트는 아니었다.

'...엘프 같은데.'

보면 볼수록 엘프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뭐 어차피 십부장 수준이니까.'

강진석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조금만 가까이 가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약 기운의 주인공들이 달려든다고 해도 상관없다.

십부장 오크 수준은 몇십이 달려들던 죽일 자신이 있었다.

거리가 좁혀졌고 흐릿했던 이들이 점점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기운의 주인공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엘프구나.'

예상대로 기운의 주인공들은 엘프였다.

여러 소설 속에서 언급된 생김새와 흡사했다.

'...죽일 필요가 있나?'

그리고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고민했다.

'적대적이지 않을 수도 있잖아?'

엘프들의 성향은 소설마다 달랐다.

적대적인 경우도 있었고 친밀하게 지내는 경우도 있었으며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관계인 경우도 있었다.

'괜히 죽였다가 더 꼬이는 거 아냐?'

만에 하나 적대적인 관계가 아닌 상황에 엘프들을 죽인다면?

마주하지 않아도 됐을 귀찮은 상황을 마주하게 될 수 있다.

'...근데 침공자가 적대적이지 않을 수가 있나.'

오크, 고블린 등을 가리키는 말은 '세계 침공자'였다.

엘프 역시 '세계 침공자'다.

세계 침공자인 엘프가 적대적이지 않을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것 같지 않았다.

강진석은 쓴웃음을 지으며 엘프들과의 전투를 준비했다.

물론 피해 갈 수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피할 수는 없을 것이고 맞붙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귀환할 때를 생각하면 수준을 파악해 두는 게 좋다.

바로 그때였다.

저벅!

강진석은 걸음을 멈췄다.

걸음을 멈춘 강진석의 표정이 굳었다.

표정이 굳은 이유는 선유도역에서 나온 엘프들 때문이었다.

엘프들은 들것을 들고 있었다.

문제는 들것에 실려 있는 존재였다.

'...사람?'

거리가 멀어 확실치는 않지만 엘프와 달랐다.

보면 볼수록 사람인 것 같았다.

문제는 사람의 상태였다.

들것에 실린 사람은 죽어 가고 있었다.

제79화

79.

죽어 간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2가지였다.

첫 번째는 기운이 작아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5분 뒤에 기운이 완전히 소멸될 것이다.

두 번째는 가슴 부근에 박혀 있는 '무언가' 때문이었다.

'단검을 박은 건가?'

흐려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단검으로 추정됐다.

'설마 엘프들이?'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상황을 보면 단검을 박아 넣은 것은 엘프들로 추정됐다.

'뭘 하려는 거지?'

만약 단검을 박아 넣은 것이 엘프들이라면 무엇을 하려고 죽어가는 이를 들것에 실은 걸까?

강진석은 잠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이내 이동을 멈춘 엘프들이 들것을 뒤집었다.

당연히 실려 있던 이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엘프들이 바닥으로 떨어진 이를 중심으로 둘러섰다.

이어 엘프들의 기운이 땅으로 스며들었고.

주변 나무들의 뿌리가 튀어나와 바닥에 떨어진 이를 집어삼켰다.

그리고 엘프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들것을 들고 다시 역으로 돌아갔다.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주변 나무들을 보았다.

처음 숲에 진입했을 때 비릿한 냄새가 났다.

왜 숲에서 이런 냄새가 나는 것일까 했는데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싹 죽이는 게 맞네.'

엘프들을 살려둬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보이는 족족 죽여야 많은 사람이 살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을 마친 강진석은 다시 걸음을 옮겨 엘프들에게 다가갔다.

이내 거리가 좁혀졌고 강진석은 엘프들을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

등에 화살통과 활을 메고 있었고 허리춤에 15cm 크기의 단검 하나, 허벅지에 10cm 크기의 단검 하나를 매달고 있었다.

여덟 엘프의 무장 상태는 한 마리도 빠짐없이 전부 같았다.

무장 상태를 파악한 강진석은 혼돈의 구에 기운을 주입했다.

그러자 혼돈의 구가 델룬 장검에서 작은 단검으로 바뀌었다.

작은 단검의 이름은 마곡나루역에서 얻은 '그림자 단검'이었다.

그림자 단검의 효과는 3가지였다.

첫 번째로 민첩 3 상승이었고.

두 번째는 패시브 '전투 가속'이었으며.

세 번째는 스킬 '은신'이었다.

강진석이 그림자 단검으로 변형한 이유는 스킬 '은신' 때문이었다.

은신 상태로 강진석은 거리를 좁혀 기습으로 전투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얼마 뒤 강진석의 시야에 엘프들이 나타났다.

"은신."

강진석은 바로 은신을 시전했다.

시전과 동시에 강진석의 육체가 반투명해졌다.

은신의 지속 시간은 30초였다.

30초 안에 거리를 좁혀야 했다.

전력으로 달리면 10초 안에 도착할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전력을 다해 달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

발소리까지 없애주지는 않는다.

스킬 '조용한 발걸음'을 통해 발소리가 줄어든 상태이긴 했지만 소설 속 엘프들의 청력은 매우 뛰어난 편이었다.

조심해서 나쁠 것 없었다.

강진석은 소리를 죽인 채 그렇다고 너무 느리지는 않게 엘프들에게 다가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한 엘프의 등 뒤에 도착했다.

강진석은 그림자 단검을 휘두르며 기운을 주입했다.

기운 주입과 동시에 강진석의 은신이 풀렸다.

그리고 그림자 단검이 델룬 장검으로 변하며 그대로 목표했던 엘프의 목을 파고들었다.

스걱! 스아앗!

[엘프를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1300 상승합니다.]

빛과 함께 엘프가 사라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1300이라....'

기운의 크기가 십부장 오크와 비슷한 만큼 포인트 역시 비슷했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다음 엘프에게 달려들었다.

스걱! 스아앗!

[엘프를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1300 상승합니다.]

그렇게 두 엘프가 죽고 나서야 남은 여섯 엘프가 강진석을 인지했다.

멀리 떨어진 두 엘프는 활을 중간 거리에 있는 두 엘프는 허리춤에 있는 단검을 그리고 가장 가까이 있는 두 엘프는 허벅지에 매달아 둔 단검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엘프들이 무기를 꺼내는 사이 강진석은 표적이 된 다음 엘프 앞에 도착했고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스걱! 스아앗!

그렇게 또 빛과 함께 엘프 한 마리가 사라졌다.

이어 활을 든 가장 뒤쪽에 있던 두 엘프가 시위를 당길 때.

스걱! 스아앗!

또 한 마리의 엘프가 사라졌고.

시위를 놓는 순간.

스걱! 스아앗!

또 한 마리의 엘프가 사라졌다.

강진석은 두 화살을 피하며 다음 엘프와의 거리를 좁혔다.

스걱! 스아앗!

그리고 또 한 마리의 엘프가 사라졌다.

강진석은 남은 엘프를 보았다.

이제 남은 엘프는 활을 든 엘프 둘뿐이었다.

그리고 두 엘프는 약속이라도 한 듯 뒤로 돌아섰다.

도망치려는 것이 분명했다.

물론 강진석은 도망치게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강진석은 전력을 다해 남은 두 엘프를 쫓았다.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고.

스걱! 스아앗!

스걱! 스아앗!

두 엘프 역시 죽음을 맞이했다.

그렇게 여덟 엘프를 전부 처치한 강진석은 선유도역 방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떻게 할까.'

오는 길에 마주한 고블린들은 전부 죽였다.

그러나 역으로는 들어가지 않았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기에.

하지만 엘프들의 만행을 보고 나니 그냥 지나치는 게 찝찝했다.

고민하고 있던 그때.

"...!"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멀리서 엘프들이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한둘이 아니었다.

무려 50마리였다.

그리고 그중에는 델니오와 동급의 엘프도 있었다.

이내 50마리 중 42마리가 선유도역으로 들어갔다.

그중에는 델니오와 동급의 엘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들어가지 않은 엘프 8마리는 강진석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설마 교대?'

강진석이 방금 죽인 엘프는 8마리였다.

그리고 지금 다가오는 엘프도 8마리였다.

숫자가 같은 것을 보니 경계 교대가 아닐까 싶었다.

'그럼 선유도역에도 42마리가 있는 건가?'

엘프들이 나타난 이유가 경계 교대라면 선유도역에는 현재 84마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강진석은 기존에 하고 있던 고민을 이어 나갔다.

'...84마리 정도면.'

적게는 수백 많게는 천 마리가 넘게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상황을 보니 숫자가 많지 않을 것 같았다.

고민하던 강진석은 주변을 스윽 훑었다.

미약하게 비릿한 냄새를 뿜어내는 나무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나무를 본 강진석은 고민을 끝냈다.

'그래, 오래 걸리지도 않는데.'

강진석은 바로 혼돈의 구에 기운을 주입해 그림자 단검으로 변형시켰다.

"은신"

그리고 은신을 시전 후 근처까지 다가온 엘프들에게 다가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리가 좁혀졌고.

스걱!

강진석은 사냥을 시작했다.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엘프 사냥은 순식간에 끝이 났다.

사냥을 끝낸 강진석은 선유도역 입구로 향했다.

입구 근처에 도착한 강진석은 디버프의 수준을 알 수 있었다.

도합 25로 약하지도 강하지도 않은 수준이었다.

이내 입구에 도착한 강진석은 힐끔 안쪽을 보았다.

그리고 초록빛 장막을 보며 생각했다.

'들어가서 잡는 게 나으려나?'

원래는 더욱 쉽게, 안전히 잡기 위해 각개격파를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퀘스트 생각을 하니 들어가 잡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던전인 '선유도역' 안에서 잡는 것과 밖에서 잡는 것에는 보상 차이가 클 것이기에.

'...그래.'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바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초록빛 장막을 지나친 순간.

[던전 '선유도역'에 입장하셨습니다.]

[24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세계수 뿌리 조각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수비대장 레이렌'이 생성됐습니다.]

.

.

[퀘스트 '선유도역 지하 3층'이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선유도역 탈환'이 생성됐습니다.]

[30분 뒤 안전 구역이 사라집니다.]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엘프들은 제단이 아니라 세계수 뿌리 조각이구나?'

선유도역 메인 퀘스트는 '작은 제단 파괴'가 아닌 '세계수 뿌리 조각 파괴'였다.

'...어?'

메시지를 통해 퀘스트를 확인해 나가던 강진석은 멈칫했다.

그리고 이어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가득 나타났다.

'동족 구출?'

강진석이 당황한 이유는 '동족 구출'이란 이름의 퀘스트 때문이었다.

'설마....'

강진석은 바로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동족 구출'을 확인했다.

<동족 구출>

검은 숲 엘프들은 지하 2층 어딘가에 인간들을 가둬 두었다.

인간들을 가둬 둔 이유는 세계수 뿌리 조각과 숲의 비료로 쓰기 위해서다.

비료를 뿌리는 주기는 세계수 뿌리 조각의 경우 50분, 숲의 경우 100분이다.

엘프들에게서 동족을 구출하라!

퀘스트 보상 : ???

던전 클리어 시 완료

구출한 숫자에 따라 보상이 강화됩니다.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강진석은 인상을 구겼다.

설마 했지만 아니길 바랐다.

'이런 미친....'

강진석은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빠르게 다른 퀘스트들을 확인했다.

퀘스트 '동족 구출' 같은 퀘스트는 없었다.

앞서 차가운 뿌리 부족이 관리하고 있던 역들과 비슷했다.

네임드 처치, 각 층 정리, 탈환이 끝이었다.

물론 의아한 부분이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의아한 퀘스트가 하나 있었다.

바로 층 정리 퀘스트였다.

<선유도역 지하 1층>

선유도역 지하 1층에는 수많은 세계 침공자들이 있다.

세계 침공자들을 전부 처치하라!

[기여도 : 0]

퀘스트 보상 : ???

'왜 엘프가 아니라 침공자로 나온 거지?'

앞서 방문한 방화역, 양천향교역 등에는 세계 침공자가 아닌 '고블린'으로 명확히 표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선유도역은 '엘프'가 아닌 세계 침공자로 표시가 되어 있었다.

'엘프들만 있는 게 아닌 건가?'

강진석은 이내 퀘스트창을 닫았다.

내려가 확인해 보면 될 일이다.

강진석은 바로 안전 구역을 나섰다.

그리고 마저 계단을 내려가 지하 1층으로 향했다.

'바로 내려가자.'

원래대로라면 차근차근 정리하며 내려갔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지하 2층 어딘가에 사람들이 갇혀 있다.

감금된 이들을 먼저 구출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이내 강진석은 지하 1층에 도착했고 잠시 멈칫했다.

수많은 나무가 시야에 들어왔다.

'...없을 줄 알았는데.'

강진석은 헛웃음을 지으며 혼돈의 구를 갈락 도끼로 변형시켰다.

그리고 걸음을 옮겨 근처에 있던 나무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쩍!

도끼가 박혔다.

-키이이익!

그리고 나무 아랫부분이 쩍 갈라지며 비명이 울려 퍼졌다.

이어 비명을 내뱉은 나무가 빛나며 사라졌고.

[나무 괴인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1500 상승합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근처에 있던 몇몇 나무들이 눈을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특이사항은 없었나?"

"예, 없었습니다. 레이렌 님."

레이렌의 물음에 마르다닌이 싱긋 웃으며 답했다.

"알겠네, 그러면 나중에 또 보도록 하지. 고생했네."

"예, 나중에 뵙겠습니다."

마르다닌은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약속이라도 한 듯 레이렌과 마르다닌이 눈을 번뜩였다.

이어 서로를 바라보았다.

"침입자군."

"침입자네요."

누군가 영역에 침범했다.

일반 직위의 엘프들은 모르겠지만 수비대장인 레이렌과 마르다닌은 침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고블린 녀석들인 것 같은데...."

레이렌이 말끝을 흐리며 마르다닌을 보았다.

그리고 레이렌의 말뜻을 이해한 마르다닌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제가 가면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네."

"아닙니다. 어려운 일도 아닌걸요. 그러면 바로 가보겠습니다."

제80화

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