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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 - 40-50

40화

40.

강진석이 미간을 찌푸린 이유.

[오크를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300 상승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죽은 오크가 일반 오크였기 때문이었다.

기운의 크기 때문에 부장 오크나 정예 오크 같은 특별한 오크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일반 오크라니?

일반 오크가 이정도면 직위가 높은 오크는 얼마나 강할까?

그리고 네임드 몬스터는?

상상만 해도 짜증이 치솟았다.

'이러면 찾으러 가기가...'

강진석은 요새가 어느정도 안정화되면 바로 동생 강나연이 있는 서초동에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오크들의 수준을 보니 서초동에 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았다.

오크가 이정도인데 오우거나 트롤 같은 몬스터들은 어떻겠는가?

고블린 사냥으로 듬뿍 커졌던 자신감이 구멍 난 풍선처럼 푹 쪼그라들었다.

-취익?

-취, 취익!

이어 귓가에 들려오는 비음에 강진석은 고개를 돌렸다.

당황한 네 오크가 시야에 들어왔다.

강진석은 오크들에게 다가갔다.

스걱! 스걱! 스걱! 스걱!

그리고 네 번의 공격으로 사냥을 마무리했다.

사냥을 끝낸 강진석은 포인트를 보며 생각했다.

'포인트라도 많이 주던가 왜 300밖에 안 돼?'

오크의 기운은 정예 전투 고블린보다 컸다.

그런데 포인트는 정예 전투 고블린보다 훨씬 적었다.

여태까지 강진석은 기운의 크기가 곧 포인트인 줄 알았다.

지금 보니 아니었다.

'하기야 네임드 몬스터들이 줬던 포인트 생각하면...'

앞서 잡은 정예 전투대장 마글론과 메차이.

마글론은 2만 포인트, 메차이는 2만 5000 포인트를 줬다.

두 고블린의 기운이 정예 전투 고블린보다 크긴 했지만 수십 배 큰 것은 아니었다.

직위가 높을수록 포인트가 크게 뻥튀기되는 것이 확실했다.

'잠깐, 그러면 메타르는...'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메타르는 3부족장이었다.

마글론, 메차이보다 기운도 클 것이고 직위도 높다.

메타르를 홀로 죽이면 포인트가 얼마나 오를까?

'5만 정도 오르려나? 아니, 10만?'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럴 때가 아니지.'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메타르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메타르가 제공할 보상이 아니다.

메타르의 등장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다.

강진석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6만 5700]

요새에 투자해 포인트는 다시 10만 밑으로 내려간 상태였다.

'8만 1700.'

강진석은 2개 라인 스킬을 습득할 생각이었다.

2개 라인 습득에 필요한 포인트는 14만 7400으로 8만 1700이 더 필요했다.

'요새 수리까지 생각하면 넉넉히 10만은 모아야 해.'

스킬 습득에만 8만 1700이다.

위급상황을 대비해 적어도 10만 포인트는 수급해야 할 것 같았다.

'수급 가능할까?'

남은 시간 동안 개화산 곳곳을 돌아다니며 강진석은 오크들을 사냥할 생각이었다.

'그래, 직위 높은 녀석들도 있을테니.'

일반 오크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정식 명칭은 모르겠지만 부장 오크든 정예 오크든 직위가 높은 오크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일반 오크가 300포인트를 준다.

직위가 높은 오크는 훨씬 많은 포인트를 줄 테니 포인트 수급은 아무 문제 없을 것이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다시 걸음을 옮기며 초감각에 집중했다.

그리고 개화산 오크 사냥을 시작했다.

그렇게 1시간 30분이 지났고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일반 오크뿐인 건가?'

조용히, 꼼꼼히 돌아다니느라 아직 개화산 전 지역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절반은 확인했는데 200마리뿐이었고 전부 일반 오크였다.

직위가 높은 오크는 한 마리도 만나지 못했다.

'없을 리가 없는데.'

강진석은 생각에 잠겼다.

직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크들 중 직위가 높은 이들은 어디에 있을까?

'정상에 있는걸까?'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꼭대기 쪽을 보았다.

혹시 직위가 높은 오크들은 전부 정상에 모여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가보자.'

어차피 주변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정상에 갈 예정이었다.

강진석은 방향을 틀어 정상을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맞는 것 같은데?'

정상으로 향하며 강진석은 오크 무리를 전보다 자주 마주할 수 있었다.

예상대로 직위가 높은 오크들은 정상에 있는 것 같았다.

얼마 뒤 강진석은 정상에 도착했다.

물론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수풀에 몸을 숨겼다.

몸을 숨긴 이유는 정상 공터에 모여 있는 몇몇 오크들의 '외형' 때문이었다.

다른 오크들보다 머리가 2개는 더 컸다.

키만 큰 게 아니라 육체도 두꺼웠고 분위기 자체도 험악했다.

'네임드는 아니고.'

한 마리가 아니다.

5마리인 것을 보면 부장 혹은 정예 오크로 추정됐다.

강진석은 이어 일반 오크의 수를 확인했다.

'20마리니까. 이정도면...'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수풀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강진석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오크들의 시선이 강진석에게 향했다.

-취익?

-취익!

오크들이 비음 섞인 괴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일반 오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오크들에게 마주 달려갔다.

거리가 빠르게 좁혀졌고 강진석은 뒤쪽에 서 있는 다섯 오크의 기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글론, 메차이 만큼은 아니었지만 주술사 고블린보다 2배는 컸다.

'이정도면 문제 없겠어.'

예상보다 강하면 도망칠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운의 크기를 보니 도망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스걱!

강진석은 일반 오크들의 목을 날리며 생각했다.

'근데 거점이 아닌건가?'

정상에 오크들의 거점이 있지 않을까 했다.

그러나 거점이라기에는 오크의 수가 너무 적었다.

'중심부에 있나?'

지금 강진석이 위치한 곳은 정상에서도 외곽이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거점이 있을 수도 있다.

-취익!

이내 모든 일반 오크들을 처치했고 남은 다섯 오크들이 달려들었다.

강진석은 여태까지 그래왔듯 단숨에 죽이기 위해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표적이 된 첫번째 오크는 검을 인지하기는 했지만 피하지는 못했고 강진석의 검이 오크의 목에 닿았다.

'...!'

그리고 느껴지는 감촉에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뭐 이리 질겨?'

일반 오크들보다 질기고 단단할 것은 알았다.

그런데 예상보다 더욱 질기고 단단했다.

'마글론 급이잖아?'

방어력만 보면 네임드 몬스터였던 마글론과 비슷했다.

스걱!

이내 검이 반대편으로 빠져나왔고 오크의 시체가 빛나며 사라졌다.

그리고 강진석은 바로 메시지를 확인했다.

[십부장 오크를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1000 상승합니다.]

'십부장...'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오크의 직위는 '십부장'이었다.

거기다 포인트를 보니 일반 오크 바로 윗 계급으로 추정됐다.

'더 높은 녀석들은 그러면...'

직위가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블린으로 비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오크들은 고블린보다 훨씬 강했다.

-취익!

-취익!

일단 강진석은 나머지 십부장 오크들과의 전투를 이어 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십부장 오크들이 전부 죽음을 맞이했다.

그렇게 전투가 끝났고 강진석은 주변 상황 파악을 위해 일단 개화역이 보이는 장소로 향했다.

"...?"

이내 시야에 개화역이 들어왔고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의아함은 곧 경악으로 바뀌었다.

'이런 미친.'

개화역은 강진석의 기억과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개화역 시설 자체는 그대로였다.

대신 주변에 수많은 천막이 설치되어 있었다.

한, 두 개가 아니었다.

대충 봐도 1000개가 넘었다.

크기가 작은 것도 아니다.

전부 10인용 텐트 크기였다.

'...전부 오크 막사라고?'

오크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리고 오크들이 천막을 오가고 있었다.

1000개가 넘는 천막은 전부 오크들의 막사로 추정됐다.

'천막 하나에 7마리 정도 쓸 수 있을테고.'

강진석은 계산을 해보았다.

'...'

바로 계산이 끝났고 강진석의 표정이 굳었다.

'내려가자.'

이내 정신을 차린 강진석은 뒤로 돌아섰다.

아무리 봐도 개화역으로는 가면 안 될 것 같았다.

아니, 개화역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이곳에서 시선이 끌리면 개화역 오크 군단이 개화산을 넘어 올 수도 있다.

5, 6단지에 고블린들이 있긴 했지만 절대 막을 수 없다.

강진석은 왔던 길로 돌아가며 방금 죽인 오크들을 떠올렸다.

'분명 반응이 있을텐데.'

개화역 오크 군단의 정찰 부대로 추정됐다.

물론 정찰 부대가 행방불명됐다고 군단 전체가 움직이지는 않겠지만 반응을 보이기는 할 것이다.

'어떻게 하지.'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서 전부 죽일 수 있을까?'

강진석은 상상했다.

만약 오크 군단이 온다면 홀로 상대가 가능할까?

'...안 될 것 같은데.'

일반, 부장 고블린 수천 마리는 오래 걸리긴 하겠지만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오크들은 고블린보다 훨씬 강했다.

즉, 더 높은 직위 오크나 네임드 오크는 강진석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전부 잡을 수 있다고 해도 문제다.

잡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대책을 세워야겠어.'

어서 요새로 귀환해 어떻게 할지 미래 계획을 짜야 할 것 같았다.

이내 개화산 입구에 도착한 강진석은 곧장 요새로 향했다.

그리고 요새 옥상에 도착하자마자 강진석은 주변을 훑었다.

다행히 보이는 것은 고블린들 뿐이었다.

오크는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강진석은 입구로 내려갔다.

그리고 입구에서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19만 700]

'일단 스킬부터.'

포인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스킬창을 열었다.

그리고 능력치 스킬 해금에 필요한 각 라인별 스킬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힘 라인 스킬은 '무기술2, 대흉근 강화, 흉쇄유돌근 강화'.

민첩 라인 스킬은 '바람 저항2, 가자미근 강화, 슬와근 강화'.

체력 라인 스킬은 '독소 배출, 코뼈 강화, 전기 저항'.

정신력 라인 스킬은 '저주 저항, 마법 분석, 자아 관조'였다.

'마법 분석이랑 자아 관조는 뭐지?'

강진석은 스킬 '마법 분석', '자아 관조'를 보고 고개 갸웃했다.

'마법 분석은 어떤 마법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건가?'

그나마 마법 분석은 예상이 됐다.

그러나 자아 관조는 도무지 예상되지 않았다.

'궁금하긴 한데...'

강진석 고민했다.

'아니야. 그래도.'

이제 곧 메타르와 전투를 벌여야 했다.

궁금증 때문에 정신력 라인 스킬을 익힐 수는 없었다.

강진석은 계획대로 체력 라인 스킬을 습득 후 해금된 '체력7'까지 최대 레벨로 올렸다.

그리고 이어 힘 라인 스킬까지 습득 후 강진석은 스킬창을 닫았다.

그렇게 스킬 습득을 마친 강진석은 생각에 잠겼다.

'요새가 오크 군단을 버틸 수 있을까? 메타르도 못버티면 어쩌지?'

****

"1분 남았네요."

생각에 잠겨 있던 강진석은 한지윤의 말에 생각을 끝내고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새 메타르 등장 1분 전이었다.

'시간 되자마자 바로 나오는건가?'

등장 전조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무척 조용했다.

'어디로 나오려나?'

원래 방화역의 입구는 4개였다.

그러나 뒷길과 연결된 1번과 4번 출구는 봉쇄됐고 중앙도로와 연결된 2, 3번 출구만이 열려 있었다.

2개 입구 중 어디에서 나올지 궁금했다.

이내 1분이 지났고.

쿠웅...

소리가 들렸다.

쿵.....

근원지는 방화역 2번 출구였다.

쿵...

점점 커지는 소리에 강진석은 방화역 2번 출구를 보았다.

이내 2번 출구에서 한 고블린이 등장했다.

[차가운 뿌리 부족 3부족장 메타르가 등장했습니다.]

[퀘스트 '도망!'이 삭제됩니다.]

[퀘스트 '대비!'가 완료됐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

.

그리고 등장과 동시에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러나 강진석은 메시지에 집중할 수 없었다.

'저게 고블린이라고?'

가장 앞서 등장한 고블린, 메타르의 외형 때문이었다.

'왜 이렇게 차이가...'

강진석은 인상을 구겼다.

'저게 고블린 맞나?'

메타르는 고블린 같지 않은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

41화

41.

'뭐 저리 커?'

우선 매우 컸다.

2m가 훌쩍 넘는 고블린답지 않은 큰 키를 가지고 있었다.

'근육이 무슨...'

거기다 근육질이었다.

만약 얼굴이 가려져 있었다면?

고블린이 아니라 오크라 생각했을 것이다.

'전투대장들도 마글론, 메차이 보다 더 큰 것 같은데...'

메타르는 가장 먼저 등장했을 뿐이지 혼자 나타난 게 아니다.

뒤이어 수많은 고블린들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중에는 정예 전투대장도 3마리나 있었다.

3마리는 앞서 본 마글론, 메차이 보다 육체가 약간 컸다.

그리고 육체가 큰 만큼 기운도 클 것으로 추정됐다.

물론 정예 전투대장은 걱정되지 않았다.

기운이 크다고 해도 쉽게 잡아낼 자신이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키이이이익!

메타르가 무너진 제단의 잔해를 보고 포효했다.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위압을 무시합니다.]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한지윤과 주다영 등 입구로 나온 몇몇 생존자들을 보았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전부 엎어진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위험한 분은 없고.'

전부 떨고 있긴 했다.

그러나 목숨이 위험해 보이는 이는 없었다.

강진석은 메모지에 글을 적으며 생각했다.

'확실히 다르긴 하네.'

메타르는 앞서 만난 고블린들과는 '격'이 달랐다.

포효 한 번에 이런 상황을 만들어내다니?

보스 몬스터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진석은 바로 옆에 있던 한지윤에게 메모지를 내밀었다.

[괜찮으세요? 가능하시겠어요?]

한지윤을 제외한 생존자들이 입구에 온 이유는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메타르를 보기 위해서, 상황 파악을 위해서였다.

즉, 언제든 돌아가 휴식해도 된다.

그러나 한지윤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물론 꼭 해야 하는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한지윤의 상태를 보니 돌아가 쉬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조, 조금만 쉬면 될 것 같아요. 죄송해요."

[아닙니다. 완전히 회복되면 말씀해주세요.]

강진석은 대화를 마친 뒤 다시 메타르를 보았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메타르가 성큼성큼 요새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무 이유 없이 요새에 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강진석은 메타르를 주시했다.

이내 초감각 범위에 메타르가 발을 들였고 강진석은 메타르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무슨 기운이.'

강진석은 경악했다.

메타르는 육체만 큰 게 아니었다.

기운 또한 컸다.

얼마나 크냐면 여태껏 강진석이 만난 몬스터 중 가장 기운이 큰 메차이보다 3배 정도 컸다.

그러나 문제는 크기가 아니었다.

강렬함이었다.

기운의 강렬함이 차원이 달랐다.

크기는 분명 3배인데 강렬함 때문에 10배는 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잡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체감상 메타르의 기운은 전투대장 메차이의 10배였다.

놀랍긴 했지만 그뿐이다.

두렵지 않았고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 이런 느낌이 드는거지?'

잡을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있는 게 아니었다.

그냥 느낌이 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런 느낌은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도 자주 느꼈다.

그래서 더 의문이었다.

어째서 이런 느낌이 계속 드는 것일까?

바로 그때 메타르가 요새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들고 있던 쇠몽둥이를 하늘 번쩍 들어 올렸다.

'설마...'

강진석은 인상을 구겼고 그 순간 메타르가 요새 외벽을 향해 쇠몽둥이를 휘둘렀다.

쾅!

이내 쇠몽둥이가 작렬하며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요새 내구도 : 99.9%]

'...음?'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내구도가 깎였다.

문제는 수치였다.

'0.1%?'

메타르는 다른 고블린들과 비교하는 게 무의미 할 정도로 강하다.

그리고 소리도 엄청났다.

그래서 내구도가 움푹 깎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고작 0.1%라니?

강진석은 메타르를 보았다.

메타르는 다시 한 번 쇠몽둥이를 하늘 번쩍 든 상태였다.

쾅!

이내 쇠몽둥이가 요새에 재차 작렬하며 폭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요새 내구도 : 99.8%]

'오...'

강진석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처음에는 잘못 공격해 내구도가 덜 깎인 줄 알았다.

그런데 두번째 공격을 보니 잘못 공격한 게 아니었다.

'많이 단단하네.'

외벽이 약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는 했다.

그런데 생각 이상이었다.

'이정도면 급하게 진행할 필요 없겠는데.'

혹시나 내구도가 움푹움푹 깎이면 강진석은 당장 나가 시선을 끌 생각이었다.

그런데 깎인 내구도를 보니 위험을 감수할 필요 없을 것 같았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천천히, 안전히 진행하면 될 것 같았다.

쾅!

[요새 내구도 : 99.7%]

다시 한 번 쇠몽둥이가 작렬했다.

-키이이익!

세 번의 공격에도 꿈쩍 않는 요새에 화가 났는지 메타르는 성난 목소리를 토해냈다.

그리고 뒤로 돌아 고블린들을 보았다.

방화역에서 나와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고블린들은 메타르의 눈빛에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키익!

이내 메타르가 괴성을 내뱉었다.

그러자 고블린들이 일제히 제단으로 향했다.

그리고 제단 건설을 시작했다.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제단에 왜 이리 목을 메는거지?'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메타르는 제단이 파괴되자 안전한 둥지에서 뛰쳐나왔다.

그리고 직접 제단 건설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대체 제단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퀘스트에 나와 있으려나?'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메타르가 등장하며 여러 퀘스트가 생성됐다.

그중에는 제단에 대한 퀘스트도 있었다.

해당 퀘스트에 제단의 의미가 쓰여 있을 수 있다.

'일단 메인 퀘스트부터.'

물론 그전에 강진석은 메인 퀘스트로 추정되는 '3부족장 메타르'를 먼저 확인했다.

제단보다 메타르가 더 중요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3부족장 메타르>

차가운 뿌리 부족의 대족장 메라키오의 막내아들 메타르.

다른 형제자매들 보다 유독 약한 메타르는 메라키오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

.

메타르를 처치하라!

퀘스트 보상 : ???

'이런 미친.'

확인과 동시에 강진석은 욕을 내뱉었다.

대족장 메라키오.

메라키오의 막내아들 메타르.

메타르는 메라키오의 자식 중 가장 약하다는 것 등등.

충격적인 내용이 너무 많았다.

강진석은 다시 메타르를 보았다.

'저게 가장 약한거라고?'

메타르를 잡을 수 있을 것 같기는 했다.

그러나 느낌일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메타르가 약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메타르는 분명 강했다.

그런데 퀘스트에는 메타르가 '약자'로 표현되고 있었다.

'다른 지역은 그럼...'

메타르가 자리 잡은 방화역도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다른 지역은 어떨까?

대족장 메라키오가 자리 잡은 곳은?

'으음...'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다음 퀘스트를 확인했다.

그렇게 몇몇 퀘스트를 확인하고 강진석은 제단에 대한 퀘스트도 확인했다.

'영역으로 선포된다라...'

그리고 제단이 완성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알 수 있었다.

퀘스트 '제단 건설 저지'에는 제단이 완성되는 순간 영역이 선포된다고 쓰여 있었다.

태백 빌딩 지하층, 두나로 마트에 설치되어 있던 검은 장막을 말하는게 분명했다.

'막아야겠네.'

영역의 범위와 위력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좁거나 약하지 않을 것이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회복을 마친 한지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아, 죄송합니다."

한지윤은 한숨을 토해내며 사과했다.

그리고 이어 물었다.

"바로 시작해도 될까요?"

[네, 시작하셔도 됩니다.]

강진석은 바로 답했다.

[어차피 전 맞아도 안 다칠테니까.]

[제가 내려가더라도 신경 쓰지 말고 쏘셔도 됩니다.]

1시간 전 한지윤이 제안했다.

메타르가 등장하면 요새 입구에서 사냥을 해도 되겠냐고.

강진석은 흔쾌히 수락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한지윤이 강해질수록 요새의 방어력도 강해지는 것이기에.

"감사합니다!"

강진석의 답에 한지윤은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장궁을 쥐고 시위를 당기며 입을 열었다.

"저격"

한지윤이 저격이란 단어를 내뱉은 순간 강진석은 볼 수 있었다.

화살에 기운이 서리는 것을.

이내 한지윤이 시위를 놓았고 기운이 담긴 화살이 날아갔다.

화살의 속도는 매우 빨랐다.

순식간에 일반 고블린에게 도달했다.

푝!

그리고 화살이 고블린의 머리에 작렬했고.

고블린은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다.

'스킬이 확실히 좋긴 하네.'

강진석은 스킬 '저격'의 위력에 고개를 끄덕이며 지상으로 내려갔다.

-키이익!

그리고 지상에 도착하자마자 메타르가 괴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고블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다가오는 고블린들을 보며 생각했다.

'바로 맞붙어보고 싶긴 하지만.'

메타르가 얼마나 강한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쉬운 길이 있는데 돌아갈 이유가 없었다.

'이따 기회 되면 확인해보자.'

강진석은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검을 쥔 채 고블린들이 다가오길 기다렸다.

****

"으..."

장윤석은 나지막이 신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메시지를 보았다.

[안전 구역에 있습니다.]

[위압의 효과가 70% 감소합니다.]

'70% 감소된게 이정도라고?'

전신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70%가 감소된 것이라니?

이내 정신을 차린 장윤석은 창밖을 보았다."미친."그리고 욕을 내뱉었다.

방화역에서 고블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정도였다.

바로 그때 메타르로 추정되는 고블린이 요새로 다가갔다.

쾅!

그리고 요새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여기 있길 잘했어.'

장윤석은 공격 받는 요새를 보며 안도했다.

만약 요새에 입주했다면?

상상만으로 끔찍했다.

'지금 뭘 해야 하지?'

요새에 있는 이들에게는 지금 상황이 위기겠지만 로우포트에 있는 장윤석에게는 기회였다.

장윤석은 고민에 잠겼다.

****

스걱!

부장 고블린의 시체가 빛과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힐끔 보았다.

'대체 언제 100%가 되는거지?'

가온 팔찌의 전환율은 오래 전 90%가 됐다.

이후 수많은 시체를 흡수했다.

이미 100%가 되고도 남았을 상황인데 여전히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설마 조건이 있는건가?'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만약 100%에 특별한 조건이 있는 것이라면?

'있는게 분명한데.'

조금 생각해보니 확신이 들었다.

특별한 조건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래야만 지금 상황을 설명할 수 있다.

이내 강진석은 팔찌에 대한 생각을 접고 메타르를 보았다.

분노가 가득했던 처음과 달리 메타르의 얼굴에는 당혹스러움이 가득했다.

하기야 부하들이 족족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데 당혹스러워하는 것이 당연했다.

바로 그때였다.

메타르의 표정이 변했고 이어 메타르가 전력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 대상은 강진석이었다.

강진석은 피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슬슬 얼마나 강한지 한 번 간을 볼 생각이었다.

이내 강진석과 메타르의 거리가 좁혀졌고.

후웅!

메타르가 쇠몽둥이를 휘둘렀다.

강진석은 쇠몽둥이의 속도를 보며 생각했다.

'이정도면 죽을 일은 없겠네.'

빠르긴 했다.

그러나 피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 말은 죽을 일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공격을 맞지 않을테니까.

'방어력은 어떨까?'

강진석은 쇠몽둥이를 피하며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메타르는 검을 보았다.

푹..

그러나 보았을 뿐 피하지는 못했고 검이 목에 닿았다.

'...!'

그리고 그 순간 강진석은 검을 놓고 재빨리 뒤로 몸을 날렸다.

화르륵!

몸을 날림과 동시에 메타르의 몸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불길은 얼마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그리고 불길이 사라지자 메타르가 착용하고 있던 목걸이가 빛을 잃었다.

'아티펙트가 있었구나?'

강진석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싱긋 웃었다.

비록 죽이지 못하고 물러났다.

그러나 조금 전 공격으로 확신이 들었다.

죽일 수 있다는 확신이.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검을 하나 꺼냈다.

그리고 다시 메타르에게 달려 들었다.

메타르는 쇠몽둥이를 휘둘렀다.

물론 쇠몽둥이는 닿지 않았다.

강진석은 쇠몽둥이를 가뿐히 피해 품으로 파고 들었고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불길이 나타나지 않았다.

스걱!

그리고 검이 메타르의 목을 파고들었다.

이어 강진석은 볼 수 있었다.

스아악!

빛과 함께 사라지는 메타르의 육체를.

[차가운 뿌리 부족 3부족장 메타르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10만 상승합니다.]

.

.

42화

42.

메타르의 육체가 사라지고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러나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지 않았다.

메타르의 시체가 사라진 자리에 나타난 갈색 스크롤 때문이었다.

'아티펙트는 아니고.'

스크롤에서는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메타르가 남긴 것이다.

보통 물건은 아닐 것이었다.

강진석은 일단 스크롤을 집어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메타르는 죽었지만 아직 주변에는 수많은 고블린이 남아 있었다.

강진석은 주변을 스윽 훑었다.

직위 상관없이 모든 고블린이 얼어붙은 듯 굳어 있었다.

고블린들을 보며 강진석은 싱긋 웃었다.

전부 잡으면 포인트가 얼마나 될지 너무나 기대됐다.

강진석은 바로 굳어 있는 고블린들에게 달려들었다.

스걱! 스걱! 스걱!

학살이 이어졌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키이이익!

멀찍이 떨어져 있던, 이름을 알 수 없는 정예 전투대장 고블린이 외쳤다.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키익!

-키릭!!

고블린들이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그것도 한 곳으로 도망치는 게 아니었다.

방화역, 방신시장, 개화산 근린공원 등등 사방으로 도망쳤다.

'이러면 다 잡을 수가 없는데...'

한 번의 공격으로 수십마리를 죽일 수 있는 게 아니다.

강진석은 한 번에 한 마리만 죽일 수 있었다.

즉, 사방으로 도망치는 고블린들을 전부 죽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어디가 포인트 수급이 제일 잘 되려나?'

그래도 한 방향 정도는 추격해 싹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도망치는 고블린들의 직위, 숫자를 확인했다.

'잠깐, 오크들 자극하는 거 아냐?'

그러다 문득 강진석은 개화역에 있는 오크 군단을 떠올렸다.

'...혹시 모르니까.'

강진석은 결정을 내렸다.

개화산 근린공원으로 도망치는 고블린들을 사냥하기로.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바로 방향을 잡아 추격 사냥을 시작했다.

****

한지윤은 멍하니 메시지창을 보았다.

[퀘스트 '3부족장 메타르'를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기여도가 0입니다.]

[보상이 지급되지 않습니다.]

.

.

[퀘스트 '최소한의 저항'을 완료하셨습니다.]

[포인트가 1500 상승합니다.]

수많은 퀘스트가 완료됐다.

물론 보상을 받은 퀘스트는 3개 뿐이었다.

바로 '3부족 고블린들', '생존하라!', '최소한의 저항'이었다.

퀘스트 '생존하라!'의 보상은 말 그대로 생존하기만 하면 되는 따로 뭔가를 할 게 없는 퀘스트였다.

그래서 그런지 보상이 200포인트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퀘스트 '최소한의 저항'은 메타르가 죽거나 떠나기 전까지 고블린 5마리를 잡는 퀘스트였고 보상으로 무려 1500포인트가 제공됐다.

물론 한지윤이 멍하니 메시지창을 쳐다보고 있는 이유는 퀘스트 '생존하라!'나 '최소한의 저항'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퀘스트 '3부족 고블린들' 때문이었다.

[퀘스트 '3부족 고블린들'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2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최소 기여도를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보상이 감소됩니다.]

[포인트가 2만 상승합니다.]

'2등이라니...'

한지윤은 자신이 잡은 고블린의 수를 알고 있다.

정확히 14마리였다.

그런데 2등 보상이 주어졌다.

물론 최소 기여도를 충족하지 못해 보상이 감소되긴 했지만 그래도 2만 포인트였다.

한지윤에게 2만 포인트는 결코 적은 보상이 아니었다.

경악스러운 보상이었다.

바로 그때 옆에 있던 주다영이 한지윤의 얼굴을 보고 물었다.

"무슨 일 생기신거에요...?"

"아, 아니요."

한지윤은 정신을 차리고 주다영의 물음에 답했다.

"보상이 생각보다 좋아서요."

"아하! 좋은 일이었네요!"

"네! 앞으로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2만 포인트는 수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포인트였다.

전부 스킬에 투자한다면?

지금 보다 훨씬 강해질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마음 가는 대로 쓸 생각은 없었다.

'일단 여쭤보자.'

포인트를 얻게 된 것은 강진석 덕분이었다.

강진석이 아니었다면 몇 마리 잡는 선에서 끝났을 것이다.

결코 이렇게 많은 포인트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필요하신 게 있으실 수 있으니.'

물론 포인트를 직접적으로 줄 수는 없다.

그러나 상점창에서 물건을 대신 구매해주는 방식으로 전달이 가능했다.

만약 강진석이 필요한 물건이 있다고 한다면?

대신 구매해줄 생각이었다.

'근데 언제쯤 오시려나?'

메타르가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블린들이 도망쳤다.

그리고 강진석은 근린공원 쪽으로 도망친 고블린들을 뒤쫓았다.

한지윤은 고개를 빼꼼 내밀어 근린공원이 있는 방향을 보았다.

'...벌써 끝나신건가?'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빠르게 날아오는 강진석을.

****

스걱!

마지막 고블린을 처치한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수많은 메시지가 시야에 들어왔고 강진석은 메시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

.

[퀘스트 '최소한의 저항'을 완료하셨습니다.]

[포인트가 1500 상승합니다.]

모든 메시지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다시 스크롤을 움직여 중간 지점으로 이동했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전환율 : 100%]

[조건 불충족으로 전환하지 못했던 모든 것을 전환합니다.]

[전환율 : 20%]

그리고 전환율 메시지를 보며 생각했다.

'메타르의 육체가 조건이 됐다는 건데.'

전과 달리 전환율 100% 메시지 앞에 조건을 충족했다는 내용이 나타났다.

그리고 뒤에는 조건 불충족으로 전환되지 않던 것들이 전환됐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제부터 마지막은 특별한 시체가 필요한 건가?'

강진석은 고개를 내려 가온 팔찌를 보았다.

그리고 잠시 팔찌를 바라보다가 정보창을 열었다.

힘 : 73(57+16)

민첩 : 66(50+16)

체력 : 81(63+18)

정신력 : 87(69+18)

예상대로 가온 팔찌의 능력치 상승량은 8에서 16으로 증가했다.

'하기야 능력치를 이렇게 올려주는데...'

능력치 상승량이 어마어마했다.

강화에 특별한 조건을 요구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32겠지?'

계속해서 2배씩 늘어나고 있었다.

다음 상승량은 32로 추정됐다.

'그다음은...'

상상만해도 짜릿했다.

'근데 부산물은 언제 나오는 거지?'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의아해했다.

전환율 100%가 된다고 항상 강화가 되는 게 아니다.

일정 확률로 부산물을 내뱉는다고 했다.

그런데 여태까지는 항상 강화가 됐다.

대체 언제 부산물을 내뱉는 것일까?

'강화만큼 좋을까?'

강진석은 부산물에 대해 생각하며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35만 2550]

포인트를 확인하자마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정도면 다 배울 수 있겠네.'

수많은 스킬을 습득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물론 전부 스킬 습득에 투자할 생각은 없었다.

이번에 강진석은 요새의 위력을 확인했다.

메타르의 공격에도 꿈쩍 않는 엄청난 방어력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서 기능을 더 강화하고 개발한다면?

메타르보다 강한 몬스터들이 나타나도 문제없을 것이다.

그래서 요새에도 포인트를 투자할 생각이었다.

'맞다. 스크롤.'

메타르 생각을 하니 스크롤이 떠올랐고 강진석은 바로 인벤토리에서 스크롤을 꺼냈다.

정체가 무엇일까?

강진석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스크롤을 펼쳤다.

'...지도?'

스크롤을 펼치자 나타난 것은 지도였다.

아주 익숙한, 서울 지도였다.

'미친.'

이내 지도를 자세히 살핀 강진석은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놀랍게도 지도에는 '차가운 뿌리 부족'의 영역이 표시되어 있었다.

문제는 차가운 뿌리 부족의 영역이 강진석의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었다.

지도에 따르면 강서구는 물론 양천구, 구로구까지 전부 차가운 뿌리 부족의 영역이었다.

'...이거 진짜일까?'

강진석은 지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차가운 뿌리 부족은 수많은 고블린 부족 중 규모 순위가 '48등'이었다.

'1등 부족은 그럼...'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린 채 스크롤을 접어 인벤토리에 넣었다.

나중에 진위를 확인해봐야 할 것 같았다.

이어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메타르가 등장했을 때 생성된 퀘스트 중 아직 완료되지 않은 퀘스트가 있었다.

바로 '제단 건설 저지'였다.

'이건 같이 해야겠지?'

제단 파괴는 혼자서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강진석은 혼자 완료할 생각이 없었다.

지금 세상에서 홀로 모두를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니, 솔직히 말해 지키는 게 문제가 아니다.

혼자서는 생존하는 것도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이들도 함께 강해져야 한다.

그래야만 생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혼자 해야겠지?'

강진석이 퀘스트창을 연 이유는 '제단 건설 저지' 때문이 아니었다.

메타르가 죽었을 때 생성된 퀘스트가 있었다.

바로 퀘스트 '방화역 탈환'이었다.

<방화역 탈환>

현재 방화역은 부족장을 잃고 혼란에 빠진 고블린들로 가득하다.

고블린들을 몰아내 방화역을 탈환하라!

[기여도 : 0]

퀘스트 보상 : ???

방화역 탈환은 말 그대로 방화역을 탈환하는 퀘스트였다.

보상은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강진석은 이와 비슷한 퀘스트를 클리어한 적 있었다.

바로 '거점 탈환'이었다.

퀘스트 '거점 탈환'의 보상은 태백 빌딩의 요새화.

그리고 요새 지배권이었다.

방화역 탈환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 다른 사람들은 죽을 수도 있으니.'

메타르라는 큰 위험은 사라졌다.

그러나 디버프는 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고 또다른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이건 혼자 진행하는 게 맞아.'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바로 요새로 향했다.

요새에 도착한 강진석은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는 한지윤, 주다영, 최은지, 김수형을 만날 수 있었다.

다른 이들은 전부 돌아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 같았다.

스윽

강진석은 제단을 힐끔 보았다.

그리고 크기를 확인한 뒤 다시 네사람을 보았다.

"저 드릴 말씀이 있는데..."

한지윤이 말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메모지에 글을 적어 내밀었다.

[일단 제단 퀘스트부터 마무리하고 들어도 될까요?]

"네, 물론입니다!"

[그럼 다들 가시죠!]

"예?"

"네?"

강진석의 말에 한지윤을 시작으로 모두가 반문했고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네 사람과 지상으로 내려갔다.

****

화곡동 봉제산.

차가운 뿌리 부족의 대족장 메라키오의 천막.

메라키오는 천막 왼쪽에 자리 잡은 진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열대에는 10개의 수정구가 있었는데 가장 오른쪽에 있는 수정구는 다른 수정구들과 달리 빛을 잃은 상태였다.

빛을 잃은 수정구를 바라보는 메라키오의 얼굴에는 2가지 감정이 존재했다.

바로 분노와 슬픔이었다.

"메타킨이 위대한 아버지를 뵙습니다."

바로 그때 천막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메라키오는 고개를 돌려 천막 입구를 보았다.

"들어오거라."

이어 메라키오가 말했고.

입구를 통해 메타킨이 들어왔다.

메타킨은 힐끔 고개를 돌려 메라키오가 보고 있던 진열대를 보았다.

그리고 빛을 잃은 수정구를 본 메타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녀석이 죽었군요."

메타킨은 다시 메라키오를 보며 말했다.

"동생이 죽었는데 남 일처럼 말하는구나."

"슬프십니까?"

"..."

메라키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메타킨을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메타킨 역시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그래, 이런 냉철함 때문에 너를 후계로 삼은거지."

이내 메라키오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어떻게 된 것인지는 알아봐야 할 것이야. 메타르가 약하다고는 해도 쉬이 죽을 녀석은 아니니."

43화

43.

메라키오는 총 10명의 자식을 두었다.

그리고 메타르는 10명의 자식 중 유독 약했다.

그러나 다른 자식들에 비해 약하다는 것이지 쉽게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즉, 메타르가 죽은 데에는 분명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혹시 저를 부르신 이유가 녀석의 죽음을 조사하라 명하시기 위해서였습니까?"

"..."

메라키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1차 제약이 풀리는 대로 조사 인원을 보내겠습니다. 더 하실 말씀은 없으신 것 같으니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메타킨은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천막에서 나왔다.

그리고 자신의 거처로 향하며 생각했다.

'딱 봐도 그려지는데.'

조사하지 않아도 어떻게 된 것인지 알 것 같았다.

메타르는 약했고 부족 내 영향력도 작았다.

그로 인해 항상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고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전쟁 바람 녀석들에게 죽은거겠지.'

메타르가 자리 잡은 곳 근처에는 전쟁 바람 부족 오크들이 있었다.

아마 공을 세우기 위해 전쟁 바람 오크들의 영역을 침공하다가 죽은 것이 분명했다.

'멍청한 녀석, 2차 제약이 풀린 상태에서도 힘들었을 것인데.'

메타킨은 냉소를 지었다.

이 세계로 전이된 모든 존재는 '제약'을 받았다.

모두가 같은 제약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강함의 정도에 따라 1차부터 5차까지 다양하게 제약을 받았다.

그리고 메타르가 받은 제약은 2차 제약이었다.

모든 제약이 풀렸다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인데 제약을 받은 상태에서 침공을 하다니?

참으로 멍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녀석들이 이걸 빌미로 쳐들어오면...'

문득 든 생각에 메타킨은 미간을 찌푸렸다.

'...내주는 게 좋으려나.'

****

"흐압!"

김수형이 마지막 기둥을 발로 찼다.

그러자 기둥이 쓰러졌고.

쿵!

굉음과 함께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 '제단 건설 저지'를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1만 상승합니다.]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어 한지윤, 주다영, 최은지, 김수형을 보았다.

네 사람의 표정은 한없이 밝았다.

"2500이나 올랐어요!"

"저도요!"

"대박! 2500이라니!"

"와, 이정도면..."

반응을 보니 전부 2500 포인트씩 받은 것 같았다.

강진석은 네 사람과 함께 요새로 귀환했다.

그리고 귀환 후 기다렸다는 듯 한지윤이 입을 열었다.

"이제 말씀드려도 될까요?"

한지윤의 말에 주다영, 최은지, 김수형 역시 강진석을 보았다.

그리고 강진석이 고개를 끄덕이자 한지윤이 이어 말했다.

"아까 사냥이랑 퀘스트로 2만 2400포인트를 얻었습니다. 방금 전 제단 퀘스트까지 2만 4900포인트인데 혹시 필요하신 물품 있으신가요? 대신 구매해드릴까 해서요!"

한지윤의 말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2만 4900포인트나?'

그렇지 않아도 요새 생존자들이 강해지길 바랐다.

그래야 생존확률도 올라가고 향후 계획을 짜기가 수월해지기에.

그런데 2만 4900포인트나 수급했다니?

[괜찮습니다. 필요한 게 없어서요.]

"예?! 그래도..."

한지윤은 놀란 목소리로 반문하고 이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메모지를 내밀었다.

[그러면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게 있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혹시 패시브 스킬 힘, 민첩, 체력, 정신력을 하나씩 찍어주실 수 있나요?]

"...패시브를요?"

한지윤이 의아한 얼굴과 목소리로 반문했고 강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운이 얼마나 증가하려나.'

강진석이 패시브 습득을 부탁한 이유는 능력치가 증가할 때 기운의 크기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려는 이유는 자신의 기운 크기를 대략이나마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찍겠습니다!"

한지윤이 외쳤고 강진석은 한지윤의 기운에 집중했다.

그리고 곧 한지윤의 기운이 연달아 4번 커졌다.

'으음...'

강진석은 침음을 내뱉었다.

'역시 다 다르네.'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전부 커진 크기가 달랐다.

'이러면 능력치의 합은 아니겠고.'

능력치의 총합이 곧 기운의 크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능력치마다 커진 크기가 다른 것을 보니 아니었다.

강진석은 메모지에 글을 적어 내밀었다.

[혹시 힘, 민첩, 체력, 정신력 순으로 올리셨나요?]

"네! 혹시 문제라도...?"

한지윤이 의아한 눈빛으로 반문했다.

[아닙니다. 혹시 다시 한 번 올려주실 수 있나요?]

"힘, 민첩, 체력, 정신력 순으로요?"

[네.]

"알겠습니다! 올릴게요!"

한지윤이 답했고 이어 강진석은 살짝 당황했다.

'뭐지...?'

조금 전에는 힘을 올릴 때 기운이 가장 커졌고 그다음은 체력, 민첩, 정신력 순이었다.

'왜 이번에는 정신력이 제일 커져?'

그런데 이번에는 정신력을 올릴 때 기운이 가장 커졌고 그다음은 체력, 힘, 민첩 순이었다.

'이러면 계산이...'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기운 크기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능력치 수치로 기운 크기를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혹시 한 번 더 찍을까요?"

강진석이 말이 없자 한지윤이 재차 물었다.

[아뇨. 이번에는 액티브 스킬 중에 공격 스킬 찍어주실 수 있을까요?]

"오, 네! 그렇지 않아도 찍고 싶었던 게 있었는데 찍어볼게요!"

한지윤이 활짝 웃으며 답했고 강진석은 기운에 집중했다.

"찍었어요!"

이어 한지윤이 말했고 강진석은 깨달았다.

액티브 스킬은 기운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것을.

[감사합니다. 이제 마음 편히 습득하셔도 됩니다.]

"앗, 넵!"

"혹시 저도 패시브 찍어야 할까요?"

한지윤이 답했고 대화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던 최은지가 물었다.

강진석은 잠시 생각하고는 최은지와 주다영, 김수형에게 메모지를 내밀었다.

[힘, 민첩, 체력, 정신력 순으로 하나씩만 습득해주세요.]

"네, 올리겠습니다."

최은지가 가장 먼저 답했고 이어 최은지의 기운이 커졌다.

그리고 주다영과 김수형의 기운 역시 커졌다.

강진석은 세 사람의 기운 성장을 보고 확신했다.

계산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전부 다 달랐다.

[이제 마음 편히 습득하셔도 됩니다.]

강진석은 세 사람에게 메모지를 건넨 뒤 무언가 할말이 있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한지윤을 보았다.

눈이 마주쳤고 한지윤이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근데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계획 여쭤봐도 될까요?"

[방화역을 탈환할 생각입니다.]

"혹시 제가 도울 일 있을까요?"

[일단은 없습니다. 생기면 말씀드릴게요!]

"네,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네, 말씀 드릴게요.]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대화를 마쳤다.

그리고 이내 네 사람이 방으로 돌아갔다.

홀로 남은 강진석은 스킬창을 열며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36만 2550]

포인트는 엄청나게 쌓여 있었다.

기존에 습득 못 했던 민첩 라인 스킬과 정신력 라인 스킬을 습득하고 다시 3개 라인 스킬을 습득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일단 강진석은 민첩 라인 스킬 '바람 저항2, 가자미근 강화, 슬와근 강화, 민첩7'을 습득 후 최대 레벨로 올렸다.

그리고 정신력 라인 스킬 '저주 저항, 마법 분석, 자아 관조, 정신력7'을 차근차근 습득하기 시작했다.

[스킬 '마법 분석'을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마법 분석'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마법 분석을 습득했고 최대 레벨로 올렸다.

그런데 아무런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다.

'스킬이나 마법을 봐야하나?'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근처에 주다영이 펼쳐둔 하급 바람 결계를 보았다.

'아...'

그리고 속으로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

'이런 거였구나?'

하급 바람 결계에 5개의 점이 보였다.

결계를 이루는 중점들이 분명했다.

'다른 마법들도 그러면...'

강진석은 추후 다른 마법도 확인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시 스킬창을 보았다.

'이건 진짜 어떤 스킬이려나...'

그리고 최대 레벨이 1이며 습득에 필요한 포인트가 무려 3만이나 되는 스킬 '자아 관조'를 습득했다.

[스킬 '자아 관조'를 습득하셨습니다.]

'...!'

그리고 습득과 동시에 강진석은 굳었다.

강진석이 굳은 이유는 자아 관조를 습득한 순간 찾아온 변화 때문이었다.

'...내가 이정도였어?'

초감각을 통해 강진석은 다른 이들의 기운을 감지하고 측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기운은 측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항상 궁금했었다.

기운의 크기가.

기운의 강렬함이.

그런데 자아 관조를 습득한 순간 알게 됐다.

기운의 크기와 강렬함을.

일단 크기는 메타르 보다 2배 컸다.

그리고 강렬함은 메타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

강렬함 때문에 메타르 보다 기운이 체감상 5배는 큰 느낌이었다.

'그래서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던 건가...'

강진석은 메타르 그리고 앞서 마주했던 몬스터들을 떠올렸다.

기운을 확인하고도 항상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왜 그런 것일까 궁금했는데 기운을 인지하게 된 지금 이해가 됐다.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던 것이다.

상대가 자신 보다 약하다는 것을.

'이러면 됐다.'

강진석은 마음이 편해졌다.

여태까지는 자신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강한지 몰라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괜히 겁을 먹고 물러서거나 머뭇거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기운이 전부는 아니니까 조심은 해야겠지만.'

물론 기운이 크다고 무조건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티펙트, 기운으로 드러나지 않는 액티브 스킬, 특수한 능력 등 변수가 될 수 있는 것들은 많았다.

겁을 먹지는 않아도 조심은 해야 할 것이었다.

****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조심히 다녀오세요!"

"요새는 걱정하지 마세요!"

"전력을 다해 지키겠습니다!"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강진석은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방화역 2번 입구로 향했다.

이내 입구 앞에 도착한 강진석은 계단 아래쪽을 보았다.

검은색 장막이 시야에 들어왔다.

여태까지 보았던 그 어떤 장막보다 검은색이 짙었다.

'누가 보스 자리를 대체했으려나? 아니면 없으려나?'

메타르는 죽었다.

방화역에는 보스 몬스터가 없어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정예 전투대장이 보스의 자리를 대체했을 수 있다.

'대체 했으면 좋겠네.'

직위가 높아지면 포인트도 높아진다.

강진석은 부디 정예 전투대장이 보스 자리를 대체했길 바라며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그리고 장막을 지나친 순간.

[던전 '방화역'에 입장하셨습니다.]

[24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방화역 지하 1층'이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방화역 지하 2층'이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숨겨진 공간'이 생성됐습니다.]

[20분 뒤 안전 구역이 사라집니다.]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44화

44.

'음.'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메시지 때문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심하네.'

강진석이 침음을 내뱉은 이유는 바로 방화역의 디버프 때문이었다.

디버프가 강할 것이라 생각하긴 했다.

그런데 예상했던 수준을 아득히 넘어섰다.

민첩이 30정도 내려간 느낌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민첩 말고도 하나 더 내려간 능력치가 있었다.

바로 정신력이었다.

정신력 역시 20정도 내려간 느낌이었다.

다행히 민첩과 달리 정신력의 경우 초감각의 범위만 줄어들었다.

동체시력이나 비행에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았다.

물론 그나마 다행이란 뜻이지 마음이 편해지지는 않았다.

'입구에서 이정도면...'

거기다 아직 지하 1층에 완전히 들어선 것이 아니다.

현재 강진석이 위치한 곳은 중간 계단이었다.

물론 중간 계단과 지하 1층의 디버프는 동일할 확률이 높았다.

높이가 큰 차이 나지 않기에.

그러나 지하 2층은 어떨까?

지하 2층도 지하 1층과 같을까?

아니, 앞서 방문했던 태백 빌딩 지하층, 두나로 마트 때를 생각하면 지하 2층의 디버프는 지금 보다 강력할 것이다.

'같이 왔으면 진짜 위험했겠다.'

강진석은 혼자 오길 잘했다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방화역 디버프는 다른 생존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근데 능력치가 0이 되면 어떻게 되는거지?'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방화역 디버프는 민첩 30, 정신력 20 감소였다.

만약 디버프를 받아 능력치가 0이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죽는걸까? 아니면 애초에 0이 안 되려나?'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직접 확인해볼 수도 없고...'

이내 강진석은 디버프에 대한 생각을 끝낸 뒤 퀘스트창을 열었다.

방화역에 입장하며 생성된 퀘스트는 총 4개.

강진석은 우선 가장 먼저 생성된, 메인 퀘스트로 추정되는 '작은 제단 파괴'를 확인했다.

<작은 제단 파괴>

방화역 어딘가에는 메타르가 만든 작은 제단이 존재한다.

제단을 파괴해 방화역에 선포된 영역을 파괴하라!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완료 시 던전 클리어

예상대로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는 메인 퀘스트였다.

'작은 제단도 영역이 선포되는 거면 무조건 영역 선포된다고 봐야겠네...'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제단이 완성되면 영역이 선포되는 것은 앞서 퀘스트 '제단 건설 저지' 때문에 알고 있었다.

그래도 항상 그런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제단이 완성된다고 해도 영역이 선포되지 않는 경우가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의 내용을 보니 제단이 완성되면 무조건 영역이 선포된다고 생각 해야할 것 같았다.

'한, 두개가 아닐텐데...'

메타르가 남긴 지도에 따르면 차가운 뿌리 부족은 강서구, 양천구, 구로구에 자리 잡고 있었다.

3개 구에 건설되고 있는 제단이 한, 두 개일까?

아니, 그럴 리 없다.

적게는 수십 개 많으면 수백 개가 건설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고블린만 짓고 있는 것도 아닐테고...'

지구에 나타난 몬스터는 고블린 뿐만이 아니다.

오크도 있었다.

고블린과 오크뿐일까?

보지 못했을 뿐 트롤, 오우거, 코볼트, 하피 등 다양한 몬스터들이 나타났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도 제단 혹은 제단을 대체하는 무언가가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빠르게 강해져야 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강진석은 마음을 다잡고 다음 퀘스트 '방화역 지하 1층'을 확인했다.

<방화역 지하 1층>

방화역 지하 1층에는 수많은 고블린들이 있다.

메타르의 죽음으로 고블린들은 제정신이 아닌 상태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고블린들을 전부 처치하라!

[기여도 : 0]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방화역 지하 1층'은 무척 간단한 퀘스트였다.

고블린을 한 마리도 빠짐없이 전부 처치하기만 하면 된다.

퀘스트 '방화역 지하 2층'도 지하 1층과 마찬가지로 지하 2층에 있는 모든 고블린을 처치하는 퀘스트였다.

그러면 완료였다.

<숨겨진 공간>

방화역 어딘가에는 숨겨진 공간이 있다.

숨겨진 공간을 찾아내라!

퀘스트 보상 : ???

'...뭐가 있으려나.'

마지막으로 퀘스트 '숨겨진 공간'을 확인한 강진석은 숨겨진 공간에 무엇이 있을지 생각하며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안전 구역에서 나와 지하 1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앞으로 향했다.

저벅!

이내 계단 앞에 도착한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뭐지? 왜 길어졌어?'

그도 그럴 것이 지하 1층까지의 거리가 매우 길어졌다.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게 아니다.

여러 번 이용했던 계단이다.

확실히 길어졌다.

족히 4배는 길어진 느낌이었다.

'설마...'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재빨리 계단을 내려가 지하 1층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하 1층에 도착한 강진석은 주변을 훑었다.

'아...'

그리고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공간 확장 마법인가...?'

방화역은 강진석의 기억과 너무 달라져 있었다.

구조도 바뀌었지만 일단 기억보다 훨씬 넓어졌다.

전에는 한눈에 끝에서 끝을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방화역이 아니라 새로운 곳에 온 느낌이었다.

'어쩐지 고블린들이 너무 많더라니...'

강진석은 방화역에서 나왔던 고블린들을 떠올렸다.

방화역에서는 고블린들이 정말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었다.

그래서 항상 의문이었다.

강진석이 알고 있는 방화역의 크기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숫자였기에.

그런데 넓어진 방화역을 보니 이해가 됐다.

'생각보다 더 걸리겠는데...'

원래는 40분 내로 끝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1시간은 그냥 넘길 것 같았다.

'별일 없겠지?'

강진석은 요새를 떠올렸다.

주변 고블린들을 전부 처치한 게 아니다.

데르망1, 데르망2에도 고블린들이 있었고 5단지, 6단지 등등 주변 아파트 단지에도 고블린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그들이 만약 메타르의 죽음을 알고 복수를 위해 요새를 공격한다면?

'...그래, 별 문제 없을거야.'

상상을 해 본 강진석은 걱정을 떨칠 수 있었다.

제단 건설 저지를 통해 포인트를 얻은 한지윤, 주다영, 최은지, 김수형은 강해졌다.

특히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은 포인트를 얻은 한지윤은 현재 정예 전투 고블린까지 잡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자신 없다고 하시긴 했지만.'

물론 강진석의 생각일 뿐이다.

한지윤은 잡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만에 하나 한지윤이 잡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다.

요새 외벽을 강화했다.

기존에도 메타르의 공격을 가볍게 버텼는데 강화까지 됐으니 요새에 고블린들이 몰려와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강진석이 방화역을 정리하고 나갈때까지 충분히 버틸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모퉁이를 보았다.

그리고 곧 모퉁이에서 고블린들이 등장했다.

'...제정신이 아니라는게 미쳤다는 거였어?'

고블린들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한 마리도 빠짐없이 전부 눈이 뒤집혀 있었다.

-키익!

-키익!

이내 괴성을 내뱉으며 고블린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미쳤기 때문일까?

아니면 영역이 선포된 곳이라 그런 것일까?

고블린들의 속도는 강진석이 알고 있는 것보다 빨랐다.

속도만 빠른 게 아니다.

육체도 살짝 커졌고 기운도 커져 있었다.

물론 배 이상 커진 것은 아니다.

10% 정도였다.

그리고 강해졌다고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달려오는 고블린들은 전부 '일반' 고블린이었다.

강진석은 고블린들에게 마주 다가갔다.

스걱!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60 상승합니다.]

'60? 50이 아니라?'

포인트를 본 강진석은 살짝 놀랐다.

여태까지 강진석은 수많은 고블린을 죽였다.

초기에 죽였던 두마리를 제외하고는 전부 50포인트를 제공했다.

그래서 여태껏 의문이었다.

왜 초기에 죽인 둘은 40포인트와 60포인트였을까?

'어느 정도 차이가 나면 포인트도 차이 나는 건가?'

40포인트를 주었던 고블린은 딱 봐도 상태가 좋지 않았었다.

장비뿐만 아니라 육체 자체가 왜소했었다.

그리고 60포인트를 주었던 고블린은 다른 고블린들과 비교해 기운은 같았지만 육체가 살짝 컸었다.

'어쨌든 잘됐네.'

정확히 어떤 요인이 포인트에 영향을 끼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앞으로 만날 모든 고블린의 포인트가 전보다 높을 것이라는 점이다.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고블린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

스걱!

마지막 고블린이 죽음을 맞이했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 '방화역 지하 1층'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5만 상승합니다.]

메시지를 확인한 강진석은 곳곳을 돌아다니며 탐색을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탐색이 끝났고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다 2층에 있는걸까.,'

작은 제단, 숨겨진 공간을 찾기 위해 1층 곳곳을 꼼꼼히 확인했다.

그러나 발견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작은 제단이나 숨겨진 공간은 전부 지하 2층에 있는 것 같았다.

'설마 숨겨진 공간이 지하 3층인건 아니겠지?'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찌푸리고 있던 미간을 한층 더 찌푸렸다.

처음에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넓어진 방화역을 보니 지하 3층이 생겼고 그곳이 숨겨진 공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강진석은 부디 지하 2층에 전부 있길 바라며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지하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앞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계단 앞에 도착한 강진석은 아래쪽을 보았다.

역시나 4배 정도 길어져 있었다.

그리고 검은색이 한층 짙어져 있었다.

디버프가 강화된다는 뜻이었다.

'여기서 더 강화가 된다라...'

지금도 민첩 30, 정신력 20 정도가 감소했다.

그런데 한층 더 강화가 되면 얼마나 감소시키는 것일까?

'힘이나 체력도 감소시키려나?'

강진석은 디버프에 대해 생각하며 계단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저벅!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중간에서 강진석은 걸음을 멈췄다.

디버프가 겁이 나서 멈춘게 아니다.

스윽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오른쪽 벽을 보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초감각에는 아무것도 감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 위치에서 갑작스레 감지된 것이 있었다.

강진석은 인벤토리에 검을 넣었다.

그리고 오함마를 꺼냈다.

'챙겨오길 잘했어.'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에 강진석은 각종 공구를 챙겼었다.

지금 보니 챙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진석은 오함마를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힘껏 벽을 쳤다.

쾅!

오함마가 작렬하자마자 벽 일부가 무너져 내리며 통로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차가운 뿌리 부족 3부족장 메타르의 보물 창고를 발견하셨습니다.]

[퀘스트 '숨겨진 공간'을 완료하셨습니다.]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보물 창고?'

45화

45.

숨겨진 공간이라 생각하기는 했다.

그런데 숨겨진 공간의 정체가 보물 창고였다니?

강진석은 통로 안쪽을 보았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철문이 하나 보였다.

'저 안에 보물들이...'

메타르는 2개의 신분을 가지고 있었다.

첫번째는 3부족의 부족장이었고.

두번째는 차가운 뿌리 부족의 대족장 메라키오의 막내아들이었다.

그런 메타르의 보물 창고였다.

어떤 보물들이 있을지 상상하니 기대감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강진석은 다시 오함마를 들었다.

쾅! 쾅!

그리고 마저 벽을 부쉈다.

그렇게 통로가 완벽히 드러났고 강진석은 바로 통로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근데...'

걸음을 옮기며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떻게 초감각에 걸리지 않았던거지?'

장막처럼 초감각을 막아낸 게 아니다.

초감각은 정상적으로 보물 창고가 있는 곳을 탐색했었다.

그때는 분명 아무것도 없었다.

'초감각도 만능은 아닌건가?'

코앞에서야 존재를 알게 됐다.

만약 거리가 멀었더라면?

그대로 지나쳤을 것이다.

'아니야, 결국 찾아냈잖아.'

물론 보물 창고를 찾아낸 것도 초감각 덕분이긴 했다.

'정신력이 높아지면 해결되려나?'

이내 강진석은 문 앞에 도착했고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바닥을 보았다.

문에 쓸린 자국이 있었다.

강진석은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뭐 이리 무거워?'

철문은 엄청난 무게를 자랑했다.

'힘이 약하면 못 열겠는데?'

강진석도 묵직함을 느낄 정도였다.

'이래서 경비병들이 없는건가.'

보물 창고임에도 지키는 이들이 없어 의아했는데 문의 무게를 알게 된 지금은 모든 것이 이해됐다.

끼이익

이내 문이 완전히 열렸고 강진석은 문밖에서 안쪽을 보았다.

그리고 안쪽을 확인한 강진석의 얼굴에서 기대감이 빠르게 사라졌다.

강진석은 다급히 안으로 들어가 주변을 확인했다.

사라진 기대감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생각보다 너무 없는데.'

기대감이 사라진 이유는 보물 창고의 상태 때문이었다.

보물로 가득할 것이라 생각했다.

3부족을 이끌고 있었고 대족장의 막내아들이었기에.

그런데 생각과 달리 보물 창고는 무척 작았고 보물의 수도 적었다.

강진석은 정면에 자리한, 창고에 있는 유일한 진열대를 보았다.

3층으로 이루어진 진열대였다.

1층에는 상자가 3개 있었고.

2층에는 장검과 도끼가 있었고.

3층에는 목걸이 1개, 반지 2개, 장갑이 있었다.

창고에 있는 물건은 이것들이 끝이었다.

물론 모든 물품에서 '기운'이 느껴졌다.

전부 아티펙트라는 뜻이었고 강진석은 진열대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1층에 있던 상자 중 하나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상자는 유리병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리고 유리병에는 붉디붉은 액체가 가득 차 있었다.

'...물약?'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물약이었다.

그러나 확실치 않았다.

'먹어서 확인할 수도 없고...'

강진석은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아!'

그리고 이내 눈을 번뜩였다.

확인할 방법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거 쓰면 되잖아?'

강진석은 상점창을 열었다.

<하급 감정 스크롤>

하급 감정 스크롤

필요 포인트 : 500

'이거면 알 수 있지 않을까?'

만약 하급 감정 스크롤로 감정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 더욱 좋은 일이다.

보통 물건이 아니라는 뜻이기에.

강진석은 남은 두 상자를 확인했다.

한 상자에는 푸른 액체가 담긴 유리병들이.

또 다른 상자에는 보라색 액체가 담긴 유리병들이 있었다.

'적어도 3개는 사야겠네.'

강진석은 바로 하급 감정 스크롤을 3개 구매했다.

그리고 인벤토리로 들어온 스크롤을 하나 꺼내 찢었다.

스아앗!

스크롤을 찢자마자 강진석의 손에 빛이 서렸고 강진석은 붉은 유리병을 집었다.

그와 동시에 강진석의 앞에 창이 하나 나타났다.

<하급 체력 물약>

1. 복용 시 체력이 빠르게 회복됩니다.

2. 상처에 사용 시 빠르게 회복됩니다.

예상대로 체력 물약이었다.

'그럼 이것들은...'

강진석은 이어 푸른색 물약과 보라색 물약을 확인했다.

<하급 정신력 물약>

1. 복용 시 정신력이 빠르게 회복됩니다.

2. 과다 복용 시 환각에 빠질 수 있습니다.

<하급 힘 물약>

1. 복용 시 일시적으로 힘이 강해집니다.

2. 과다 복용 시 근육이 파괴될 수 있습니다.

푸른색 물약은 정신력 물약이었고 보라색 물약은 힘을 올려주는 능력치 물약이었다.

'구체적인 수치도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아쉽게도 얼마나 회복 되는지, 얼마나 힘이 강해지는지 구체적인 수치는 쓰여 있지 않았다.

'이건 나중에 직접 확인해보는 걸로 하고.'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각 물약이 든 상자를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그리고 진열대 2층을 보았다.

'...어떤 녀석들일까?'

무기 아티펙트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기대가 됐다.

장검과 도끼는 어떤 효과가, 능력이 담겨 있을까?

강진석은 일단 장검을 집었다.

그와 동시에 강진석의 머릿속에 장검에 대한 정보가 떠올랐다.

'...음?'

그리고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제대로 된 정보가 아니었다.

장검에는 2가지 기능이 있었다.

그런데 어떤 기능인지 알 수가 없었다.

'뭐지?'

가온 팔찌나 보호막 목걸이, 구리 목걸이의 경우 착용과 동시에 알 수 있었다.

어떤 기능이 내장되어 있는지.

그런데 장검은 왜 이런 것일까?

'혹시...'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상점창을 열어 하급 감정 스크롤을 구매했다.

그리고 바로 스크롤을 사용 후 장검을 집었다.

그러자 정보창이 아닌 메시지가 나타났다.

[감정에 실패했습니다.]

"...!"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감정에 실패했다는 것.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한가지였다.

최소 중급의 물품이라는 것.

강진석은 다시 상점창을 열었다.

그리고 중급 감정 스크롤을 구매했다.

2배인 1000포인트나 소모됐지만 상관없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포인트가 아닌 장검의 능력이었다.

강진석은 스크롤을 사용 후 다시 장검을 집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메시지가 아닌 정보창이 나타났다.

<델룬 장검>

1. 상처 입힌 대상에게 일정 확률로 저주 부여

2. 기운 주입 시 '쇠락의 오라' 발동

"...!"

정보창을 본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기운 주입?'

****

두나로 마트 1층.

현재 1층에는 장윤석을 포함해 로우포트 생존자 다섯이 모여 있었다.

"...와, 진짜 텅 비었는데요?"

"미친, 어떻게 옮긴거지?"

"진짜 인벤토리로 옮긴걸까요...?"

생존자들은 텅 빈 마트 진열대를 보며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로 위쪽에 편의점이랑 슈퍼 있는데 들려서 그쪽 물자라도 챙겨올까요?"

"거기는 남아 있을까요?"

"제가 아까 봤는데 바깥 진열대에는 그대로 남아 있었어요."

"근데 고블린이 나타나면 어쩌죠?"

묵묵히 대화를 듣고 있던 장윤석이 입을 열었다.

"도망치면 됩니다. 가시죠."

고블린들의 속도는 빠르지 않다.

전력을 다해 도망치면 충분히 따돌릴 수 있다.

장윤석은 두나로 마트에서 나왔다.

그리고 5단지 편의점으로 향하며 요새가 된 태백 빌딩을 힐끔 보았다.

'갔어야 했나.'

메타르가 막 나타났을 때만 해도 요새에 가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고블린들의 공격에 요새가 무너지며 한지윤을 포함해 전부 죽을 줄 알았다.

그런데 상황은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반대로 고블린들이 박살났다.

그리고 이후 요새는 변화를 맞이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전보다 더 안전해졌다는 것.

장윤석은 속으로 씁쓸함을 곱씹었다.

"와, 다행이네요."

"저는 음료 위주로 챙기겠습니다!"

다행히 5단지 편의점은 물자가 가득했다.

"제가 경계 서겠습니다. 다들 빠르게 챙겨주세요."

장윤석은 생존자들에게 물자 수급을 명령하고 밖에서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윤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7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고블린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한, 두 마리가 아니었다.

10마리나 됐다.

거기다 부장 고블린도 둘이나 섞여 있었다.

'...들킨건가?'

순찰을 도는 것 같지 않았다.

'잠깐.'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장윤석은 눈을 번뜩였다.

'아까 방화역에 들어갔잖아. 그러면...'

이내 장윤석은 은은히 미소를 지으며 편의점으로 들어가 생존자들에게 말했다.

"고블린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헉, 고블린들이요?!"

"어, 어떻게 하죠?"

"도망쳐야죠!"

장윤석의 말에 생존자들이 기겁하며 외쳤다.

그리고 생존자들의 반응에 장윤석이 이어 말했다.

"제가 유인할 테니까. 물자 챙겨서 먼저 귀환해주세요."

장윤석은 생존자들의 답을 듣지도 않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고블린들은 어느새 40m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장윤석은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며 외쳤다.

"이새끼들아!"

외침과 동시에 고블린들이 멈칫했다가 이내 전력을 다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장윤석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요새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요새로 달리며 장윤석은 생각했다.

'이번이 확인할 기회야.'

장윤석은 요새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야 향후 올바른 선택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윤석은 요새 근처에 도착했다.

그리고 뒤를 힐끔 보았다.

고블린들은 여전히 전력을 다해 달려오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화살?'

장윤석의 시야에 화살이 보였다.

평범한 화살이 아니었다.

붉은 화살이었다.

이내 붉은 화살이 선두에서 달리던 부장 고블린에게 작렬했다.

쾅!

그리고 폭발했다.

****

쾅...

.

.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메시지를 본 한지윤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역시 부장 고블린은 한 방이 아니네.'

부장 고블린을 목표로 스킬 '폭발 화살'을 날렸다.

그러나 목표였던 부장 고블린은 죽지 않았고 근처에 있던 일반 고블린들만 죽었다.

'몇 발 못 쓰는데.'

폭발 화살은 무한히 쓸 수 있는 스킬이 아니었다.

저격과 달리 4번이면 탈진할 정도로 많은 기운이 소모되는 스킬이었다.

'저격으로 바꾸자.'

한지윤은 화살통에서 화살을 꺼냈다.

그리고 시위를 당기며 입을 열었다.

"저격."

스킬 '저격'을 시전 후 한지윤은 시위를 놓았다.

그러자 화살이 엄청난 속도로 부장 고블린에게 날아갔다.

폭발 화살에 죽지 않았을 뿐 큰 피해를 받아 비틀거리고 있던 부장 고블린은 화살을 피하지 못했고.

[부장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200 상승합니다.]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다.

한지윤은 메시지를 보며 싱긋 웃었다.

'이렇게 쉽게 잡을 수 있게 되다니.'

지금 한지윤은 너무나도 편하게 고블린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상황이다.

'진석님이 아니었으면...'

모든 게 다 강진석 덕분이었다.

강진석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쉽게 고블린들을 사냥하지 못했을 것이다.

'근데 진석님은 능력치가 얼마나 높으신 걸까?'

한지윤은 강진석이 보여준 힘을 떠올렸다.

강진석은 육체의 힘만으로 고블린들을 학살했다.

대체 능력치가 얼마나 높아야 가능한 것인지 궁금했다.

'나도 진석님만큼 능력치가 높으면 가능할까...?'

한지윤은 상상해 보았다.

'아니야.'

그리고 이내 고개를 저었다.

강진석만큼 능력치가 높아도 강진석처럼 근접해서 싸울 자신이 없었다.

'나는 이게 맞아.'

한지윤은 시위를 당기며 외쳤다.

"저격."

이어 시위를 놓았고 화살이 빠르게 날아가 홀로 남은 부장 고블린의 머리에 정확히 작렬했다.

그렇게 모든 고블린이 죽음을 맞이했고 한지윤은 장윤석을 보았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괘씸하네.'

46화

46.

한지윤 처음부터 전부 보았다.

장윤석은 쫓긴 게 아니다.

고블린들을 고의로 끌고 왔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석님한테 말씀드려놓자.'

이후에도 장윤석은 이런식으로 요새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할 것이다.

강진석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는 모르겠지만 말을 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사이 머뭇거리던 장윤석이 로우포트로 떠났다.

한지윤은 다시 한 번 주변을 스윽 훑었다.

다행히 추가로 보이는 고블린은 없었다.

확인을 마친 한지윤은 방금 자신이 죽인 고블린들을 보았다.

'근데 김필립이나 최서윤이면 가능할까?'

부산의 김필립, 정동진의 최서윤.

두 사람은 한지윤이 알고 있는 강자 중에서도 특히 강한 존재들이었다.

그 둘이라면 강진석처럼 싸우는 게 가능할까?

'가능할 것 같기도 한데...'

김필립은 종합 격투기, 최서윤은 검도를 배운 무도인이었다.

그렇기에 다른 이들에 비해 전투에 능했다.

그 둘이라면 강진석처럼 싸우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또 새로운 의문이 들었다.

강진석은 어떻게 전투에 그리 능한 것일까?

'진석님도 과거에 격투기를 하셨던걸까?'

주다영과 이야기를 나누며 알게 됐다.

강진석이 헬스장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1년 전부터라고.

혹시 그전에는 격투기를 했던 게 아닐까?

'사고 때문에 그만두신 거고?'

강진석은 사고 때문에 목소리를 잃었다고 했다.

어떤 사고인지는 묻지 못 했지만 사고 이후 격투기를 그만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것이라면 전투에 능한 것이 설명된다.

바로 그때였다.

"언니! 저 왔어요. 교대 시간입니다!"

주다영이 나타났다.

"왔어?"

한지윤은 싱긋 웃으며 주다영을 반겼다.

그리고 조금 전 장윤석이 했던 괘씸한 짓을 이야기했다.

"네? 진짜요?"

"응, 전부 죽이긴 했지만."

한지윤은 손가락으로 고블린들의 시체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와, 언니 진짜 대단해요."

주다영은 감탄했다.

시체가 한, 둘이 아니었다.

죽어 있는 고블린은 10마리였고 그중에는 부장 고블린도 2마리나 있었다.

한지윤이 강해졌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혼자 이렇게 많은 고블린을 죽이다니?

'진석씨만 가능한 일인 줄 알았는데...'

주다영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한지윤을 보았다.

한지윤은 주다영의 시선에 싱긋 웃으며 이어 말했다.

"이따 혹시 고블린들 몰려오면 알려줘! 언제든!"

"네! 바로 말씀드릴게요!"

"그럼 난 가볼게. 화이팅!"

주다영과 작별 인사를 나눈 뒤 한지윤은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방에 도착하자마자 스킬창을 열며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3500]

조금 전 고블린 사냥으로 800포인트가 올랐고 덕분에 포인트는 다시 3천을 넘어선 상태였다.

'...폭발 덫을 배우는 게 맞을까?'

원래 한지윤은 스킬 '끈끈이 덫'의 다음 스킬인 '폭발 덫'을 배우려 했다.

그런데 조금 전 있었던 고블린 사냥을 떠올리니 고민이 됐다.

'어차피 안 쓸 것 같은데.'

솔직히 폭발 덫을 배운다고 해도 기운이 부족해 쓰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기운이 부족하지 않다고 해도 폭발 덫을 사용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요새가 있고 폭발 화살이 있는데 굳이 폭발 덫을 쓸 이유가 있을까?

'그래.'

한지윤은 고민 끝에 패시브 스킬창으로 넘어갔다.

'스킬 더 쓰려면 정신력이 맞아.'

지금 상황에서는 정신력을 올리는 게 제일 좋아 보였다.

결정을 내린 한지윤은 바로 스킬 '정신력1, 피로 감소, 정신력2'에 포인트를 투자했다.

순식간에 정신력이 5 올랐고 한지윤은 스킬 사용의 여파로 남아 있던 미세한 두통이 사라짐을 느낄 수 있었다.

한지윤은 미소를 지으며 정보창을 열었다.

힘 : 14

민첩 : 24

체력 : 15

정신력 : 22

'빠르다, 빨라.'

예지몽을 통해 한지윤은 수없이 시험을 치렀었다.

그 어떤 때보다 능력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액티브 스킬은 말할 필요도 없다.

폭발 화살을 처음 써봤다.

이렇게 좋은 스킬일 것이라 생각지도 못했다.

'이정도면.'

한지윤은 김필립과 최서윤을 떠올렸다.

'그 둘만큼은 안되겠지만...'

가파르게 강해져 혹시나 하고 생각해봤지만 김필립과 최서윤에게는 안된다.

그 둘은 강진석만큼은 아니지만 규격 외 강자였다.

그래도 다른 강자들에게는 크게 밀리지 않는 수준이 된 것 같았다.

한지윤은 정보창을 닫았다.

그리고 침대로 향하며 생각했다.

'오늘은 꿀 수 있을까?'

한지윤은 시험이 시작되고 단 한 번도 예지몽을 꾸지 못했다.

물론 시험 시작 전에도 매번 예지몽을 꾼 것은 아니다.

길게는 1주일이 지나고 나서야 꾼 적도 있다.

즉, 오늘도 꾸지 못할 수 있다.

'꿀 수 있으면 좋겠는데...'

한지윤은 예지몽을 꿀 수 있길 기원하며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

강진석은 진열대 3층을 보았다.

이제 남은 물품은 은으로 만들어진 목걸이뿐이었다.

'이건 어떤 기능이 있으려나.'

강진석은 은목걸이를 들어 바로 착용했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렸다.

구리 목걸이의 기운과 은목걸이의 기운이 충돌해 어떤 기능이 있는지 확인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사용할 수는 없는건가.'

강진석은 구리 목걸이를 뺐다.

그러자 은목걸이의 기운이 강진석의 목을 감쌌고 그 순간 강진석은 은목걸이의 기능을 알 수 있었다.

은목걸이에는 3가지 기능이 있었다.

첫번째는 힘 1 상승이었다.

두번째는 스킬 '용기의 포효'가 내장되어 있었고.

세번째는 스킬 '화염 보호막'이 내장되어 있었다.

물론 내장된 두 스킬은 성격이 달랐다.

용기의 포효는 착용자의 기운으로 사용하는 스킬이었다.

그러나 화염 보호막은 목걸이의 기운으로 사용하는 스킬이었다.

목걸이의 기운이 전부 소진되면 더 이상 화염 보호막은 사용이 불가능했다.

물론 강진석에게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이긴 했다.

애초에 강진석은 두 스킬 다 사용이 불가능했기에.

'힘 1 때문에 정신력 2를 포기할 수는 없지.'

은목걸이는 강진석에게 힘을 1 올려주는 목걸이일 뿐이었다.

그리고 힘 1을 올리자고 정신력 2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강진석은 다시 구리 목걸이를 착용했다.

그리고 인벤토리에 은목걸이를 보관 후 오른손을 보았다.

'그래도 많이 얻었다.'

은목걸이와 함께 있던 반지 2개와 장갑은 매우 쓸모 있는 아티펙트였다.

중지에 착용한 회색 반지에는 저주 저항 능력이 담겨 있었고.

약지에 착용한 초록 반지에는 독 저항 능력에다가 정신력도 1 올려줬다.

그리고 장갑은 불 저항 능력에 힘을 2나 올려줬다.

스윽

강진석은 혹시나 놓친게 있을까 마지막으로 창고 내부를 훑었다.

당연히 놓친 것은 없었고 강진석은 통로를 지나 다시 계단으로 향했다.

이내 계단에 도착한 강진석은 지하 2층을 바라보며 인벤토리에서 장검을 꺼냈다.

방금 전 창고에서 획득한 '델룬 장검'이었다.

델룬 장검의 첫번째 기능은 상처 입힌 대상에게 일정 확률로 저주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번째 기능은 델룬 장검에 기운을 주입하면 '쇠락의 오라'가 발동된다는 것이었다.

첫번째 기능은 쉽게 이해가 됐다.

문제는 두번째 기능이었다.

'어떻게 하면 기운을 주입할 수 있는걸까? 주문은 아닌 것 같은데.'

처음에는 집중하면 되는 것일까 집중을 해봤었다.

당연하게도 변화가 없었다.

'진짜 기운 통제를 습득해야 되는건가?'

강진석은 힘 라인 스킬 '기운 통제'를 떠올렸다.

스킬 '기운 통제'가 기운을 움직일 수 있는 스킬이라면?

특정 물품에 주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었다.

'한참 남았는데...'

문제는 아직 스킬 '기운 통제'를 습득하기까지 많은 스킬이 남아 있다는 점이었다.

균등히 올리는 게 아니라 힘 라인 스킬에만 올인한다고 해도 수백만은 필요했다.

'그럼 그때까지는 이대로 사용해야 하나?'

기운을 주입할 다른 방법이 없다면?

두번째 기능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뭐 도끼보다는 나으니까.'

델룬 장검과 함께 있던 도끼의 이름은 '갈락 도끼'였다.

갈락 도끼의 기능은 하나였다.

식물에게 추가 피해를 입히는 것.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델룬 장검보다 경도와 강도가 약했다.

고블린들이 식물도 아닌데 굳이 델룬 장검을 두고 갈락 도끼를 쓸 이유는 없었다.

'일단 움직이자.'

강진석은 생각을 끝냈다.

그리고 지하 2층으로 내려가며 정보창을 열었다.

힘 : 75(57+18)

민첩 : 71(55+16)

체력 : 81(63+18)

정신력 : 93(74+19)

'이정도면 문제없겠지?'

지하 2층의 디버프는 지하 1층보다 더 강력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능력치 수치를 생각하면 별문제 없을 것으로 추정됐다.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정신력을 보며 생각했다.

'조금만 더 올리면 되네.'

현재 강진석의 정신력은 93이었다.

7만 더 올리면 100이었다.

정신력 40에 초감각이 활성화됐다.

과연 100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물론 뭔가 있는 것이 확실한 것은 아니다.

강진석의 바람일 뿐이었다.

예상과 달리 아무것도 없을 수 있다.

이내 강진석은 정보창을 닫았고 지하 2층에 도착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느낄 수 있었다.

디버프가 강해진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예상했던 것보다는 약했다.

민첩 35, 정신력 25 정도였다.

물론 정신력은 이번에도 '초감각'에만 영향을 끼쳤다.

'이정도야 뭐.'

강진석은 주변을 스윽 훑었다.

역시나 지하 1층과 마찬가지로 지하 2층 역시 매우 넓어져 있었다.

당연하게도 구조 역시 달라져 있었는데 개화산역, 차량기지 등과 연결되어 있는 선로가 보이지 않았다.

물론 보이지 않는 게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고블린들을 처치하기 위해, 작은 제단을 파괴하기 위해 곳곳을 돌아다녀야 했다.

돌아다니다 보면 선로가 없어진 것인지 아니면 이동 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입구 환경 파악을 마친 강진석은 다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그런데 요새화되면 확장된 채로 요새가 되는건가?'

퀘스트 '방화역 탈환'의 보상은 '거점 탈환'과 마찬가지로 방화역의 요새화 그리고 요새 지배권으로 추정됐다.

그리고 현재 방화역은 공간 확장이 된 상태였다.

확장된 상태로 요새가 되는 것일까?

아니면 원래 상태로 요새가 되는 것일까?

'요새가 되긴 하겠지?'

문득 예상과 달리 요새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저벅!

강진석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다.

초감각을 막는 무언가가 있었다.

지금 상황에 초감각을 막을만한 무언가는 하나뿐이었다.

바로 제단이었다.

'벌써 찾았다고...?'

아직 고블린들을 한 마리도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제단을 먼저 찾게 될 줄이야?

강진석은 방향을 틀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초감각을 막아내는 무언가를 마주할 수 있었다.

'...맞네.'

예상대로 제단이었다.

제단 가운데에는 고블린 모양의 토템이 굳건히 서 있었다.

그리고 토템에서 강력한 기운이 느껴졌다.

제단의 본체가 분명했다.

'이렇게 쉽게 끝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강진석은 헛웃음을 지으며 토템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갈락 도끼를 꺼냈다.

이내 토템 앞에 도착한 강진석은 장작 패듯 토템의 정중앙을 찍었다.

쾅! 쩌저적!

폭음과 함께 도끼는 거침없이 토템을 파고들었고 그렇게 토템은 양단이 나 파괴됐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강진석은 느낄 수 있었다.

방화역 디버프가 크게 약화된 것을.

'...왜 안 없어져?'

말 그대로 약화였다.

디버프는 사라지지 않았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확인했다.

'어?'

그리고 알 수 있었다.

[대족장 메라키오의 기운이 담긴 토템을 파괴하셨습니다.]

[영역이 약화 됩니다.]

[작은 제단을 지키고 있는 고블린들이 당신의 존재를 인지합니다.]

'...제단이 아니었구나?'

47화

47.

당연히 작은 제단이라 생각했다.

고블린들이 중앙 도로에 건설하던 제단과 형태가 비슷했고 강력한 기운이 깃든 토템도 있었기에.

그런데 메시지를 보니 아니었다.

'어쩐지 지키고 있는 녀석들이 없더라니...'

고블린들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아 의아해했는데 이제야 이해가 됐다.

'근데 토템도 중요한 거 아닌가?'

토템이 파괴되며 영역이 약화 됐고 디버프도 약해졌다.

얼마나 약해졌냐면 기존에는 민첩 35, 정신력 25가 감소했는데 지금은 민첩 10, 정신력 5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약해졌다.

디버프가 약화 된 수준만 봐도 토템 역시 제단 못지않은 중요 물품 같았다.

그런데 어째서 고블린들은 토템을 지키지 않은 것일까?

'파괴될 거라고 생각을 못 했나?'

나무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토템은 매우 단단했다.

만약 식물 추가 피해 기능이 붙어 있는 갈락 도끼가 아니었다면 강진석도 한 방에 파괴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혹시 토템의 방어력을 믿고 그냥 내버려 둔 것일까?

'아니면 제단 지키는데 전력을 다하기 위해서?'

토템이 파괴된다고 영역이 파괴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제단이 파괴되면 영역이 파괴된다.

그래서 제단에 집중한 것이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이내 강진석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메라키오가 있는 곳은...'

기운이 깃든 토템의 존재만으로 디버프가 무지막지하게 강력해졌다.

메라키오가 직접 자리하고 있는 지역은 디버프가 얼마나 강력할까?

상상을 해본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가면 무조건 죽겠네.'

디버프가 얼마나 강력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방화역보다는 훨씬 강력할 것이고 지금 상황에서 해당 지역에 방문한다면?

필히 죽을 것이다.

저벅!

디버프에 대해 생각하던 강진석은 걸음을 멈췄다.

'전부 제단에 있는건 아닌가 보네.'

초감각에 고블린들이 감지됐다.

강진석은 바로 방향을 틀어 고블린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곧 고블린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총 다섯.

전부 정예 전투 고블린이었다.

'...뭐지?'

강진석은 고블린들의 상태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정신 차린 건가? 아니면 원래부터?'

지하 1층 고블린들은 전부 미쳐 있었다.

당연히 지하 2층 고블린들도 미쳐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마주한 정예 고블린들에게는 광기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정예라서?'

광기가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니면 토템이 파괴돼서?'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예상가는 이유가 너무 다양했다.

'...중요한 것도 아니고.'

강진석은 생각하는 것을 그만뒀다.

솔직히 말해 광기가 있든 없든 아무런 상관없었다.

어차피 잡아야 할 존재들이었다.

강진석은 정예 고블린들에게 다가갔다.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고.

-키익!

가장 앞에 있던 정예 고블린이 놀란 목소리를 내뱉으며 검을 휘둘렀다.

강진석은 검으로 검을 쳐냈다.

팅!

쇳소리가 울려퍼졌고 정예 고블린의 검이 날아갔다.

검을 놓친 정예 고블린은 완벽한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강진석은 바로 죽일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죽일 것이었다면 검을 쳐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단숨에 목을 베 죽였을 것이다.

강진석이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델룬 장검의 첫번째 기능 때문이었다.

'확률이 얼마나 되려나?'

델룬 장검은 상처입힌 대상에게 일정 확률로 저주를 부여한다.

확률이 몇 퍼센트인지.

저주의 종류는 몇 개인지.

구체적인 정보는 없었다.

그래서 강진석은 이번 기회에 해당 기능을 자세히 확인할 생각이었다.

푹!

강진석은 정예 고블린의 오른쪽 어깨를 찔렀다.

-키이이익!

정예 고블린이 괴성을 내질렀다.

'...!'

그리고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괴성에 놀란 것은 아니었다.

'뭐 이리 부드럽게...'

강진석은 정예 고블린의 육체가 얼마나 단단한지, 질긴지 알고 있다.

그런데 델룬 장검은 아주 부드럽게 파고들었다.

솜사탕을 찌른 느낌이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철검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러면 베는 것도...'

찌르기만 이런 것은 아닐 것이다.

강진석은 기대가 됐다.

물론 지금 당장 확인할 생각은 없었다.

강진석은 정예 고블린의 상태를 확인했다.

고통스러워할 뿐 특별한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저주가 부여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강진석은 다시 한 번 왼쪽 어깨를 향해 검을 뻗었다.

푹!

-키, 키익!

고통에 빠져 있던 정예 고블린은 피하지 못했고 다시 한 번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나 이번에도 특별한 반응은 없었다.

바로 그때.

-키, 키릭!

-키익!

뒤쪽에 있던 정예 고블린들이 동족을 지키기 위해 괴성을 내뱉으며 달려들었다.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검을 뻗었다.

푹! 푹! 푹! 푹!

순식간에 네 정예 고블린의 어깨에 검이 박혔다.

그리고 강진석은 볼 수 있었다.

-키...익...

마지막에 찔린 정예 고블린의 기운이 약해지는 것을.상처 때문이 아니다.

다른 정예 고블린들의 기운이 그대로인 것을 보면 저주의 효과가 분명했다.

강진석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정예 고블린들에게 상처를 입히며 확률과 종류를 확인했다.

스아앗!

그렇게 확인하던 도중 빛과 함께 한 정예 고블린이 사라졌다.

강진석은 힐끔 메시지를 확인했다.

[정예 전투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600 상승합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죽어 흡수된 것이었다.

강진석은 남은 네 정예 고블린을 보았다.

정예 고블린들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이대로 두면 얼마 지나지 않아 출혈로 죽을 것이 분명했다.

'충분히 확인했으니까.'

저주 부여 확률은 20% 정도였다.

그리고 저주의 종류는 2가지로 추정됐다.

더 확인해도 달라질 것은 없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마무리를 짓기로 결정하고 정예 고블린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스걱! 스걱! 스걱! 스걱!

순식간에 네 정예 고블린이 빛나더니 사라졌다.

그리고 강진석은 델룬 장검을 보며 생각했다.

'진짜 날카롭구나.'

이미 찌르기를 통해 절삭력이 강할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 이상이었다.

기존 철검의 경우 정예 고블린의 목을 단숨에 베기 위해서는 힘을 주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단숨에 베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델룬 장검은 굳이 힘을 주지 않아도 됐다.

마치 물을 베는 것처럼 가볍게 휘둘러도 막힘이 없었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델룬 장검에서 시선을 돌려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고블린 한 무리를 마주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다섯이었는데 대신 전과 달리 주술사 고블린이 한 마리 껴 있었다.

무리 구성이 달라지긴 했지만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스걱!

[주술사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1200 상승합니다.]

강진석은 순식간에 사냥을 마무리했고 다시 걸음을 옮기며 보유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29만 4700]

요새 기능 강화와 개발에 투자하느라 바닥났던 포인트가 다시 30만에 가까워져 있었다.

'다 끝내면 얼마나 되려나?'

아직 끝이 아니다.

많은 고블린들이 남아 있었고 퀘스트도 남아 있었다.

전부 마무리하면 포인트가 얼마나 쌓일지 무척 기대됐다.

'근데...'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스킬창을 열었다.

그리고 스크롤을 내려 제일 아래에 위치한 스킬들을 보았다.

<육체 제련[패시브]>

육체를 제련합니다.

최대 레벨 : 5

현재 레벨 : 0

필요 포인트 : 1억

<영혼 각성[패시브]>

영혼을 각성합니다.

최대 레벨 : 5

현재 레벨 : 0

필요 포인트 : 1억

'배울 수 있긴 한걸까?'

육체 제련, 영혼 각성에 필요한 포인트는 1억이었다.

최대 레벨이 1인 것도 아니다.

무려 5였다.

2배씩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스킬 하나당 31억 포인트가 필요했다.

바로 습득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육체 제련, 영혼 각성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또 수많은 스킬들을 습득해야 했다.

'아무리 봐도 지금 포인트 수급 속도로는...'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 이어 육체 제련, 영혼 각성보다 살짝 아래에 있는 스킬을 보았다.

<초월[패시브]>

초월의 길을 엿봅니다.

최대 레벨 : 1

현재 레벨 : 0

필요 포인트 : ???

'이건 더 엄청나 보이는데...'

스킬 '초월'의 경우 습득 조건, 필요 포인트 모든게 다 비공개였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육체 제련이나 영혼 각성보다 습득이 더 어려울 것으로 추정됐다.

'...먼 미래일테니까.'

이내 강진석은 스킬창을 닫았다.

그리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탐색과 사냥을 이어 나갔다.

저벅!

얼마 뒤 강진석은 걸음을 멈췄다.

초감각에 수많은 기운이 감지됐다.

그리고 그중에는 정예 전투대장으로 추정되는 강력한 기운도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초감각의 감지를 막아내는 무언가도 있었다.

상황을 보아 제단이 확실했다.

'드디어!'

강진석은 방향을 틀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큰 공동에 도착했고 마주할 수 있었다.

들어선 입구 정반대편에 위치한 작은 제단을.

그리고 제단을 지키고 있는 수많은 고블린들을.

가장 직위가 낮은 고블린이 정예 전투 고블린이었다.

매듭을 3개 단 주술사 고블린도 보였고.

제단 바로 앞에는 정예 전투대장도 보였다.

강진석은 힐끔 메시지를 보았다.

[차가운 뿌리 부족 3부족장 대행 모르파가 등장했습니다.]

[퀘스트 '3부족장 대행 모르파'가 생성됐습니다.]

그리고 강진석은 정예 전투대장의 이름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3부족장 대행!'

평범한 정예 전투대장이 아니었다.

강진석은 자신을 경계하는 고블린들을 주시하며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3부족장 대행 모르파'를 확인했다.

<3부족장 대행 모르파>

메타르가 죽어 3부족은 혼란에 빠졌다.

결국 서열 2위였던 정예 전투대장 모르파가 임시로 부족을 이끌게 됐다.

.

.

모르파는 제단의 힘을 흡수해 강해졌지만 아직 완전히 소화하지 못한 상태다.

완전히 힘을 소화하기 전 모르파를 처치하라!

퀘스트 보상 : ???

'이래서 기운이 더 컸던 거구나?'

퀘스트 내용을 통해 강진석은 모르파가 다른 전투대장들에 비해 기운이 좀 더 컸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제단의 힘을 흡수했기 때문이었다.

'이러면 직위도 높아졌고 기운도 커졌으니...'

강진석은 제단 앞에 있는 모르파를 보았다.

직위는 포인트에 영향을 끼친다.

즉, 3부족장 대행이 된 모르파는 원래보다 더 많은 포인트를 제공할 것이었다.

'얼마나 주려나.'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기대감을 끌어올리며 고블린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고블린들은 강진석이 움직이자 움찔했다.

겁을 먹은 것 같았다.

단순히 움찔했기 때문에 그리 생각하는 게 아니다.

모르파와 3매듭 주술사 고블린을 제외한 모든 고블린들의 기운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쉬운 전투가 더욱 쉬워질 것 같았다.

바로 그때.

-키이이익!

모르파가 포효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나타난 메시지는 2가지였다.

[위압을 무시합니다.]

첫번째는 위압 무시 메시지였고.

[포효를 들은 고블린들이 두려움을 잊습니다.]

두번째는 고블린들의 상태 변화 메시지였다.

강진석은 고블린들을 보았다.

더 이상 고블린들의 기운이 흔들리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공포가 사라진 자리를 분노가 대신하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곧 현실이 됐다.

-키익!

모르파가 재차 외쳤고 일제히 고블린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분노 가득한 얼굴로 전력을 다해 달려오는 수많은 고블린들의 기세는 엄청났다.

앞에 무엇이 있든 부숴버릴 것 같은 파괴적인 기세였다.

물론 기세의 대상이 된 강진석의 얼굴에는 아무런 근심도 없었다.

근심은커녕 강진석의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겁 먹어서 도망치면 어쩌나 했는데.'

메타르가 죽었을 때처럼 고블린들이 사방으로 도망치면 어쩌나 걱정했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강진석은 장검을 쥔 오른손에 힘을 줬다.

그리고 고블린들처럼 전력을 다해 마주 달려 나갔다.

48화

48.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고.

휙!

강진석은 검을 휘둘렀다.

표적이 된 고블린은 강진석의 검을 인지했다.

문제는 인지 타이밍이었다.

고블린이 강진석의 검을 인지한 순간은 검이 목에 닿는 순간이었다.

스걱!

델룬 장검은 허공을 지나가듯 정예 고블린의 목을 그대로 지나쳤다.

스아앗!

그리고 빛과 함께 정예 고블린의 시체가 사라졌다.

강진석은 이어 근처에 있던 고블린에게 검을 휘둘렀다.

스걱! 스아앗!

스걱! 스아앗!

그렇게 계속해서 빛이 번쩍였고 강진석은 힐끔 모르파를 보았다.

수많은 동족이 죽었음에도 모르파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처음과 마찬가지로 분노만이 가득했다.

'끝까지 저랬으면 좋겠는데.'

강진석은 부디 모르파의 분위기가 바뀌지 않길 바랐다.

만에 하나 겁을 먹기라도 하면 도망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도망친다고 해도 놓칠 일은 없다.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고블린들을 건너 뛰고 바로 죽일 자신이 있었다.

강진석이 모르파를 먼저 죽이지 않는 이유는 지금이 특별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한 마리도 빠짐없이 전부 죽여야 했다.

그래서 모르파를 먼저 죽일 수가 없었다.

수장인 모르파가 죽는 순간 고블린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뻔했기에.

'전부 도망치겠지.'

강진석은 모르파에게서 관심을 거두고 정예 고블린 사냥에 집중했다.

이내 마지막 정예 고블린이 죽음을 맞이했고 강진석은 제단을 바라보았다.

이제 남은 고블린은 모르파와 주술사 고블린들 뿐이었다.

그리고 정예 고블린들이 전부 그것도 일방적으로 죽었기 때문일까?

3매듭 주술사 고블린을 포함한 모든 주술사 고블린이 벌벌 떨고 있었다.

유일하게 떨지 않는 존재는 모르파 뿐이었다.

'자신이 있는건가?'

강진석은 의아했다.

어째서 모르파는 겁을 먹지 않는 것일까?

혹시 제단 덕분에 강해진 자신의 힘에 취한 것일까?

'나야 고맙긴한데.'

모르파는 분명 전투대장치고 강했다.

그러나 메타르와 비교하면 확실히 약했다.

메타르의 70% 수준으로 솔직히 말해 강진석의 입장에서는 앞서 죽인 고블린들처럼 단숨에 죽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

강진석은 은은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바로 거리를 좁혔다.

모르파 역시 따라 뛰쳐나왔다.

거리가 좁혀졌고 모르파가 검을 휘둘렀다.

강진석은 모르파의 검을 피하며 그대로 모르파를 지나쳤다.

'일단 주술사부터.'

모르파가 죽으면 주술사 고블린들이 도망칠 수 있다.

그래서 강진석은 모르파를 죽이기 전에 먼저 주술사 고블린들을 처치할 생각이었다.

주술사 고블린들은 강진석이 다가오자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나 의미 없는 저항이었다.

주술사 고블린들의 물리 공격은 터무니없이 약한 편이었다.

강진석은 지팡이를 피하며 주술사 고블린들을 전부 죽였다.

그리고 뒤로 돌아 모르파를 보았다.

주술사 고블린들이 죽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조금 전 돌파당한 것 때문일까?

분노가 가득했던 모르파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모르파가 어떤 감정을 갖든, 생각을 갖든 상관없었다.

강진석은 모르파에게 달려들었다.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고 모르파는 전처럼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강진석도 전처럼 검을 피했다.

전과 다른 것은 강진석이 지나치지 않고 목을 베었다는 점이었다.

스걱!

델룬 장검은 막힘없이 모르파의 목을 파고들었고.

스아앗!

이내 빛과 함께 모르파가 사라졌다.

강진석은 바로 메시지를 보았다.

[차가운 뿌리 부족 3부족장 대행 모르파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5만 상승합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직위가 오른만큼 모르파는 훨씬 많은 포인트를 제공했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제단을 보았다.

이제 남은 것은 제단 파괴뿐이었다.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오함마를 꺼냈다.

그리고 제단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쾅! 쾅! 쩌적!

오함마가 작렬할 때마다 폭음이 울려 퍼졌고 제단이 움푹움푹 파괴되기 시작했다.

얼마 뒤 강진석은 마지막 기둥을 향해 오함마를 휘둘렀고.

쾅!

폭음과 함께 마지막 기둥이 부서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작은 제단 파괴'를 완료하셨습니다.]

[영역이 파괴됐습니다.]

.

.

[던전 '방화역'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봉쇄가 해제됩니다.]

'2층은 따로 깨야 되는 건가?'

던전이 클리어됐다.

그러나 모든 퀘스트가 완료된 것은 아니었다.

아직 퀘스트 '방화역 지하 2층'이 완료되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퀘스트 '방화역 탈환' 역시 완료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남아 있는 고블린들을 전부 죽여야 할 것 같았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영역이 사라져 그나마 남아 있던 디버프도 사라졌다.

그리고 무척 밝아졌다.

디버프가 있는 상황에서도, 살짝 어두웠을 때도 어렵지 않았는데 지금은 누워서 떡 먹기였다.

강진석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공동에서 나와 탐색을 시작했다.

****

공항시장역 근처 주택가.

담장에 몸을 숨긴 최은형은 유리를 살짝 내밀어 도로를 확인했다.

멀리서 고블린 3마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저녀석들만 잡으면...'

현재 최은형이 필요한 포인트는 150.

고블린 3마리만 잡으면 수급할 수 있는 양이었다.

최은형은 고개를 돌려 손에 쥔 철검을 보았다.

부장 고블린을 죽이고 획득한 검으로 최은형은 철검을 보며 심호흡을 했다.

저벅...

저벅..

이내 귓가에 고블린들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은신"

최은형은 은신을 시전했다.

그리고 고개를 내려 손을 보았다.

반투명해진 손과 철검이 시야에 들어왔다.

최은형은 바로 담장을 나섰다.

현재 최은형의 은신 레벨은 2였고 지속 시간은 20초였다.

늦어도 20초 안에는 공격을 시작해야 했다.

최은형은 은밀히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얼마 뒤 고블린들의 뒤를 잡은 최은형은 가운데에 있던 고블린에게 철검을 휘둘렀다.

스걱!

철검이 목을 파고들었다.

물론 단숨에 베어 내지는 못했다.

절반 부근에서 검이 멈췄다.

'힘이 조금만 더 셌어도.'

최은형은 아쉬운 표정으로 고블린의 등을 발로 차며 검을 빼냈다.

목이 베인 고블린은 앞으로 고꾸라졌고.

-키, 키익?

-키릭?

함께 있던 두 고블린은 갑작스런 최은형의 등장에 놀란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사이 최은형은 왼쪽에 있던 고블린의 가슴에 검을 박았다.

푹!

검이 박힌 고블린의 두 눈이 커졌고.

최은형은 그대로 검을 놓으며 왼쪽 허리에 매달아두었던 단검을 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오른쪽으로 돌며 고블린의 목을 베었다.

스걱!

목젖이 베인 고블린은 비명조차 내뱉지 못했다.

그저 꺽꺽거릴 뿐이었다.

최은형은 죽지 않고 꿈틀거리는 고블린들을 마무리했다.

그렇게 전투가 끝났고 최은형은 메시지를 확인 후 활짝 웃었다.

목표했던 포인트를 달성했기 때문이었다.

최은형은 일단 근처에 있는 주택 현관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그리고 스킬창을 열었다.

<공간 동화>

현재 레벨 : 0

숙련도 : 0%

주문을 외우면 공간에 동화됩니다.

공격하거나 공격받으면 동화 상태가 해제됩니다.

주문 : 공간 동화

필요 포인트 : 3000

'드디어 배우는 구나.'

최은형이 3000포인트를 모으려 했던 이유는 단 하나.

스킬 '공간 동화'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누나 오피스텔까지 안 들키고 갈 수 있겠지?'

공간 동화를 배우려 한 이유는 얼마 전 집에서 독립해 방화역 근처로 이사를 간 최은지를 찾아가기 위해서였다.

'...잘 있을까?'

최은형은 문득 든 생각에 미간을 찌푸렸다.

세상이 변했다.

방화역 역시 몬스터들이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빨리 가자.'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킬 '공간 동화'를 습득하셨습니다.]

최은형은 공간 동화를 습득했다.

"공간 동화"

그리고 바로 공간 동화를 시전했다.

은신했을 때처럼 최은형이 반투명하게 변했다.

'10분...'

공간 동화의 최대 지속 시간은 10분이었다.

물론 10분을 가득 채울 수는 없다.

10분이 지나면 탈진 상태에 빠질 것이기에.

'꽤 걸리겠는데...'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며 가야 할 것 같았다.

최은형은 현관을 나섰다.

그리고 주변을 살피며 방화역을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

스걱!

고블린이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저벅!

그러나 걸음을 옮기자마자 강진석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퀘스트 '방화역 지하 2층'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8만 상승합니다.]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이었구나?'

아직 확인할 구역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퀘스트가 완료된 것을 보니 미확인 구역에는 고블린이 없는 게 분명했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방화역 탈환'을 완료하셨습니다.]

완료된 것은 '방화역 지하 2층'뿐만이 아니었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퀘스트 '방화역 탈환' 역시 완료됐다.

[방화역이 요새화됩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20만 상승합니다.]

.

.

보상은 예상대로 방화역의 '요새화'였다.

[홀로 방화역을 탈환하셨습니다.]

[특수 보상을 획득합니다.]

[요새 지배권을 획득하셨습니다.]

[이미 요새를 보유중입니다.]

[모든 요새가 합병됩니다.]

.

.

당연하게도 요새 지배권까지 함께 주어졌다.

메시지를 빠르게 훑은 강진석은 주변을 스윽 훑었다.

지하 2층 공간은 확장된 상태 그대로였다.

'다행이네.'

혹여 원래 상태로 돌아가면 어쩌나 했던 강진석은 안도하며 요새 관리창을 열었다.

그리고 구조 변경을 클릭했다.

스앗!

그러자 허공에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전과 달리 태백 빌딩 옆에 방화역이 붙어 있었다.

강진석은 방화역 지하 1층을 선택했고.

홀로그램이 확대되며 방화역 지하 1층이 나타났다.

'와...'

방화역 지하 1층에 적용된 기능을 알게 된 강진석은 감탄을 내뱉었다.

지하 1층에 적용된 기능은 공간 확장뿐만이 아니었다.

거주자들의 능력치를 올려주는 기능도 적용되어 있었고.

기온 조절, 대기 정화 등 수많은 기능이 적용되어 있었다.

물론 공간 확장을 제외한 나머지 기능들은 전부 1레벨이었다.

그러나 레벨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애초에 개발조차 하지 못한 기능들이었다.

1레벨도 감지덕지한 상황이었다.

'어떻게 써야할까.'

강진석은 고민에 잠겼다.

'...차근차근 생각해보자.'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방화역 지하 1층을 어떻게 쓸지 당장 정할 필요는 없다.

아직 태백 빌딩도 쓰임새를 정하지 못한 층이 많았다.

'2층도 같으려나?'

강진석 2층을 확인했다.

2층 또한 1층에 적용된 모든 기능이 적용되어 있었다.

거기다 한 가지 기능이 더 있었는데 바로 경보 기능이었다.

'...2층에 경보 기능이 있다는건.'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지하도로 공격을 올 수 있는건가.'

방화역도 요새화가 되며 외벽이 생겼다.

그러나 지하도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외벽으로 막혔을 뿐 여전히 존재했다.

즉, 다른 곳에서 지하도를 통해 공격을 해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확실히 공격해올 것이다.

강진석이 확신하는 이유는 퀘스트 때문이었다.

'하긴 퀘스트명 생각하면...'

요새화되며 생긴 퀘스트들이 있었다.

퀘스트명이 '지하도 청소', '방화역 수비'였다.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어떤 퀘스트인지 알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확실히 하기 위해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지하도 청소>

지하도 곳곳에는 추방 당한 고블린, 거대 쥐 등 수많은 몬스터들이 서식하고 있다.

몬스터들을 청소해 안전을 확보하라!

[기여도 : 0]

퀘스트 보상 : ???

기여도 1000부터 완료가 가능합니다.

완료 시 퀘스트 '지하도 청소'가 생성됩니다.

퀘스트 '지하도 청소'는 말 그대로 지하도에 있는 몬스터를 청소하는 퀘스트였다.

거기다 단발성 퀘스트가 아닌 반복 퀘스트였다.

강진석은 이어서 퀘스트 '방화역 수비'를 확인했다.

확인과 동시에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방화역 수비>

3일 뒤 여러 몬스터들이 지하도를 통해 방화역을 침공할 예정이다.

공격을 막아 방화역을 지켜내라!

[기여도 : 0]

퀘스트 보상 : ???

49화

49.

수비라는 단어 때문에 몬스터들의 침공을 예상하기는 했다.

그런데 3일은 생각지도 못했다.

너무 촉박한 게 아닌가 싶었다.

신경 쓰이는 건 시간뿐만이 아니다.

퀘스트에는 '여러 몬스터'라는 단어가 쓰여 있었다.

'여러 몬스터라...'

개체수를 말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개체수가 아닌 종류를 말하는 것이라면?

퀘스트 '지하도 청소'에 따르면 지하도에는 고블린, 거대 쥐 외에도 여러 몬스터가 서식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강진석에게도 위협적인 몬스터가 있을 수 있다.

'동시에 공격해오면...'

거기다 방화역이 공격받는 상황에 태백 빌딩도 공격을 받는다면?

'지금 있는 인원들로는 좀 힘들겠는데.'

현재 요새에는 강진석을 포함해 25명뿐이었다.

25명으로는 지키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일...'

강진석은 방화역 침공까지 남은 시간을 곱씹으며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방화역 지하 2층 홀로그램을 보았다.

'일단 연결부터 하자.'

방화역과 태백 빌딩은 통합됐다.

그러나 아직 오갈 수 있는 입구가 없었다.

'이쪽에 만들면 딱이네.'

강진석은 구조 변경을 통해 방화역과 태백 빌딩에 연결 통로를 만들었다.

통로를 만든 뒤 강진석은 지하 1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조금 전 만든 연결 통로를 지나 태백 빌딩 지하 1층으로 향했다.

강진석은 주변을 스윽 훑었다.

'옮겨야겠다.'

현재 태백 빌딩의 지하 1층은 창고로 쓰이고 있었다.

각종 물품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수많은 이들이 오갈 곳이다.

이대로 두면 안될 것 같았다.

강진석은 요새 관리창을 통해 물품을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이내 빛과 함께 지하 1층의 모든 물품들이 사라졌고 강진석은 5층으로 올라가며 생각했다.

'별일 없었겠지?'

****

[퀘스트 '방화역 탈환'을 완료하셨습니다.]

[방화역이 요새화됩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기여를 하지 않았습니다.]

[보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갑작스레 메시지가 나타났다.

"..."

장윤석은 메시지를 보고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게 뭔...'

이내 정신을 차린 장윤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가 방화역을 보았다.

그리고 방화역을 본 장윤석은 경악했다.

방화역이 변화를 맞이했다.

입구에 외벽이 생겼다.

태백 빌딩 때와 똑같았다.

'미친.'

절로 욕이 나왔다.

태백 빌딩에 이어 방화역까지 요새가 되다니?

'잠깐만.'

문득 든 생각에 장윤석은 고개를 돌려 옆을 보았다.

뒤따라 창가로 다가온 생존자들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화역을 바라보는 생존자도 있었고 태백 빌딩을 바라보는 생존자도 있었다.

그러나 어딜 바라보던 하나 같이 전부 표정이 묘했다.

전에 볼 수 없던 감정들이 보였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요새에 대한 갈망이 분명했다.

하기야 당연했다.

방화역을 탈환했다는 것은 방화역에 있던 고블린들을 전부 죽이거나 몰아냈다는 뜻이고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에.

'좋지 않아.'

장윤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미 요새 입주를 한 번 거절한 상태였다.

더구나 다른 이들과 달리 장윤석의 경우 아까 요새로 고블린들을 끌고 갔었다.

그리고 그것을 한지윤이 보았다.

한지윤이 만약 강진석에게 고블린 유인을 이야기한다면?

물론 변명은 준비되어 있다.

모두가 납득할만한 완벽한 변명이었다.

그러나 변명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강진석이 좋게 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어떻게 하지?'

상황을 반전시켜야 했다.

반전시키지는 못해도 요새에 대한 갈망이 커지는 것은 막아야 했다.

이대로라면 요새로 이탈하는 이들이 생길 것이기에.

****

강진석은 고민에 잠겨 있었다.

고민에 잠긴 이유는 '포인트' 때문이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79만 9550]

방화역에서 강진석은 엄청난 양의 포인트를 수급했다.

문제는 포인트 사용처였다.

스킬 습득에 올인할지.

요새 기능 강화, 개발에 올인할지.

아니면 상점창에서 아티펙트를 구매할지.

혹은 균등히 투자할지.

선택지가 다양했고 저마다 장단점이 있어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일단 이야기부터 하고 결정하자.'

회의를 소집했고 지금쯤이면 회의실에 전부 모여 있을 것이다.

강진석은 고민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5층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실에는 예상대로 요새에 입주한 생존자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전부 모여 있었다.

강진석은 컴퓨터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자리에 앉자마자 키보드를 두들기며 대형TV를 보았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방금 적은 글이 정상적으로 대형 TV에 나오고 있었다.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강진석은 이어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아시겠지만 방화역 역시 요새가 됐습니다.]

[현재 지하 1층과 방화역 지하 1층이 연결된 상태구요.]

[모든 분들께 입장 권한을 부여해두었습니다.]

강진석은 우선 방화역에 대해 이야기했다.

당연히 퀘스트 '지하도 청소', '방화역 수비'도 언급했다.

"허, 침공이라니..."

"3일..."

"준비해야겠네요."

잠자코 이야기를 듣던 생존자들은 퀘스트 '방화역 수비' 이야기에 저마다 한마디씩 내뱉었다.

강진석은 생존자들의 분위기를 살폈다.

그리고 안도했다.

혹여 패닉에 빠진 이들이 있으면 어쩌나 했다.

다행히 패닉에 빠진 이들은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이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계속해서 키보드를 두들겼다.

[혹시 질문 있으신 분?]

그리고 얼마 뒤 이야기를 마친 강진석이 물었다.

이제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차례였다.

스윽

"질문 있습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최은지가 손을 들었다.

[네, 말씀하세요.]

"...나중에 가족들을 데리고 와도 될까요?"

최은지의 질문에 많은 이들이 흠칫하고는 강진석을 보았다.

강진석은 흠칫한 이들의 가족 구성을 떠올렸다.

전부 근처에 가족이 있는 이들이었다.

강진석은 잠시 생각하다가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러자 사람들이 전부 화면을 보았다.

[당연히 데리고 오셔도 됩니다.]

강진석은 흔쾌히 수락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이 부족해 새로운 입주자가 필요한 상태였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물론 입주자들의 가족이란 이유로 마냥 받을 생각은 없었다.

[가족분들도 열심히 해주셔야 합니다. 예외의 상황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요.]

"네! 물론이죠! 만약 농땡이 피우면 제가 먼저 나가라고 하겠습니다!"

최은지가 활짝 웃으며 외쳤다.

그리고 흠칫했던 다른 이들 역시 요새 입주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에 활짝 웃었다.

강진석은 생존자들의 반응에 부모님과 동생 강나연을 떠올렸다.

'어떻게 해야하나.'

마음 같아서는 당장 구하러 가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다른 구역에 어떤 몬스터가 있는지 모른다.

분명 감당할 수 없는 몬스터가 존재할 것이다.

오히려 갔다가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이내 씁쓸함을 곱씹으며 강진석은 키보드를 두들겼다.

[질문 있으신 분 있을까요?]

"..."

"..."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이제 퀘스트 받으러 가시죠.]

강진석은 질의응답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생존자들과 함께 연결 통로가 있는 지하 1층으로 향했다.

저벅!

1층에 도착한 순간 강진석은 걸음을 멈췄다.

"...!"

그리고 눈을 번뜩였다.

'뭐야? 이건?'

초감각에 엄청난 기운을 가진 존재가 감지됐다.

몬스터가 아니다.

분명 사람이었다.

'지윤님 보다 강하다고?'

한지윤보다 기운이 50%는 강렬했다.

[잠시만요. 요새 근처에 누가 와서요.]

강진석은 한지윤에게 메모지를 내밀었다.

그리고 바로 2층으로 올라가 주변 경계를 위해 만들어둔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20대 초반의 사내가 당황스런 얼굴로 요새를 바라보고 있었다.

강진석은 사내와 마찬가지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뭐지? 왜 반투명해?'

그도 그럴 것이 사내의 육체가 반투명했다.

'유령은 아닌 것 같은데. 설마 스킬인가?'

강진석은 사내를 유심히 살폈다.

'...음?'

그리고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처음 보는 사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낯이 익었다.

어째서 낯이 익은 것일까?

곰곰이 생각하던 강진석은 이내 그 이유를 깨달았다.

'은지씨랑 너무 닮았는데?'

최은지와 비슷한 구석이 많았다.

'...설마.'

강진석은 최은지의 가족 구성을 떠올렸다.

남동생이 공항시장에 있다고 했다.

혹시 최은지의 동생이 아닐까?

강진석은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최은지에게 물었다.

[혹시 동생분이 금색으로 염색을 했나요?]

"어? 네! 맞아요! 1주일 전에 염색했다고 했어요."

[밖에 은지씨랑 닮은 사람이 있는데 혹시 확인한 번 해주실 수 있나요?]

"예?! 예!"

최은지는 놀란 얼굴로 반문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강진석은 최은지와 함께 2층으로 올라가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 순간 사내가 고개를 들어 창문을 보았고.

"누, 누나!"

사내가 외쳤다.

그 순간 반투명했던 사내의 육체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최은지가 놀란 얼굴로 외쳤다.

"은형아!"

****

5층 회의실.

강진석은 반대편에 앉아 있는 최은형을 보았다.

'암살자도 있을줄이야.'

최은형의 직업은 암살자였다.

당연히 실제 직업이 아니라 시험이 시작되며 주어진 직업이었다.

'근데 능력치는 전사나 다름없으시고.'

최은형은 액티브 스킬 '은신'을 습득한 이후 패시브 스킬에 포인트를 투자했다.

그로 인해 현재 최은형의 능력치는 힘 21, 민첩 29, 체력 22, 정신력 24로 굳이 스킬을 사용하지 않아도 손쉽게 고블린들을 죽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

바로 그때.

"혹시..."

눈치를 살피고 있던 최은형이 입을 열었다.

"입주해도 될까요?"

[네, 환영합니다.]

강진석은 싱긋 웃었다.

최은형은 최은지의 동생이었다.

거기다 능력 또한 매우 뛰어났다.

마음가짐은 어떨지 확인해봐야겠지만 지금 당장은 입주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감사합니다!"

최은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꾸벅 숙여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최은지를 보았다.

최은지가 방긋 웃었고 최은형 역시 싱긋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공항시장 쪽에 계셨다고 하셨는데 혹시 그쪽 이야기 좀 들을 수 있을까요?]

"아, 네! 일단 공항시장역부터 말씀 드리면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 했어요. 입구에 검은색 장막이 있는데 엄청 불길하더라구요. 그리고..."

강진석의 물음에 최은형은 공항시장역부터 방화역 사이 상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혹시 다른 몬스터는 없었나요? 고블린 말고 아예 다른 종류의 몬스터요.]

"있었습니다! 김포공항에 오크들이 있었고. 간간이 오우거랑 트롤들이 도로에 나타났었어요."

"...!"

최은형의 입에서 오우거와 트롤 이야기가 나오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있을 것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근처에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고블린과 오크뿐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5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