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화
60.
오크들은 잠깐의 틈도 없이 계속해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크들은 겁을 먹지 않았다.
-취익!
-취익!
오히려 동족의 죽음에 분노했다.
'오크들은 이게 참 좋아.'
강진석은 오크들의 성향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만약 고블린이었다면?
사방으로 도망쳤을 것이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고 이내 마지막 오크가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다시 메시지가 나타났다.
[다섯 번째 웨이브가 끝났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마지막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10만 상승합니다.]
[요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요새 포인트가 5만 상승합니다.]
메시지를 대충 훑은 강진석은 바로 돌아섰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요새로 달리기 시작했다.
요새로 달리며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도끼를 꺼냈다.
마르키온이 가지고 있던 도끼로 기능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음.'
도끼를 쥐자마자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감정이 필요하다는 뜻이었고 강진석은 감정 스크롤을 꺼내며 생각했다.
'이건 기준이 뭘까?'
아티펙트는 감정이 필요한 것, 필요 없는 것.
2가지로 나뉜다.
기준이 있을 것인데 그 기준이 무엇인지 무척 궁금했다.
[감정에 실패했습니다.]
이어 감정 스크롤을 사용했고 정보창이 아닌 메시지가 나타났다.
'...!'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감정에 실패했다는 것은 하급 물품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강진석은 바로 중급 감정 스크롤을 꺼내 사용했다.
그러자 도끼의 정보창이 나타났다.
<전쟁 바람 피도끼>
1. 기운 주입 시 '전쟁의 피바람' 발동
2. 상처 입힌 대상에게 일정 확률로 약화 부여
3. 상처 입힌 대상의 생명력 일부 흡수
도끼의 정보를 확인한 강진석은 생각했다.
'장기전은 도끼가 더 낫겠는데?'
첫 번째 기능인 전쟁의 피바람은 사용할 수 없다.
기운을 주입해야 했기에.
그러나 첫 번째 기능을 제외하더라도 전쟁 바람 피도끼는 보통 도끼가 아니었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세 번째 기능이었는데 장기전에서는 델룬 장검보다 피도끼를 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기능이었다.
'나중에 알아봐야겠다.'
물론 생명력 흡수가 강진석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른 기능일 수 있다.
강진석은 추후에 확인해 보기로 결정을 내리고 인벤토리에 다시 도끼를 보관했다.
그리고 요새에 도착한 강진석은 곧장 1번 입구로 향했다.
[퀘스트 '전투대장 데카리'가 생성됐습니다.]
입구에 가까워지자 퀘스트가 생성됐다.
강진석은 퀘스트가 생성된 위치를 기억 후 퀘스트창을 열었다.
<전투대장 데카리>
데카리는 고블린 부족 중 47번째로 규모가 큰 차가운 뿌리 부족의 5부족 전투대장이다.
.
.
5부족장 데리오스의 명을 받은 데카리는 전력을 다해 요새를 파괴하려 한다.
데카리를 막아 내라!
퀘스트 보상 : ???
퀘스트는 마르키온 때와 비슷했다.
다른 점은 한 가지.
방화역의 상황을 아느냐 모르냐였다.
고블린들은 방화역이 탈환됐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오크들은 여전히 방화역을 고블린들의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럼 준비를 더 했으려나?'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탈환된 것을 알고 있으니 그만큼 더 준비를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속도를 높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초감각에 입주자들의 기운이 감지됐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죽은 사람은 없었다.
전원 생존이었다.
물론 그것이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입주자들의 기운에 문제가 있었다.
대부분 기운의 크기가 크게 줄어 있었다.
거기다 지금도 기운의 크기가 계속해서 줄고 있는 이도 있었다.
직접 보지 않아도 어떤 상태인지 예상이 됐다.
이내 강진석은 1번 입구에 도착했고 입주자들을 볼 수 있었다.
예상대로 입주자들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상태가 괜찮은 이는 한지윤, 최은형, 최은지 셋뿐이었다.
그나마 괜찮다는 것이지 셋의 상태도 그리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은지 님은 곧 탈진하겠는데.'
특히 치유사인 최은지는 입주자들의 상처를 회복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스킬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곧 탈진 상태에 빠질 것이 분명했다.
바로 그때였다.
쾅! 쾅!
폭음과 함께 1번 입구 외벽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메시지도 나타났다.
[요새 내구도 : 99.9%]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외벽을 보았다.
외벽을 잠시 바라보던 강진석은 가장 가까이 있던 김지용에게 다가갔다.
"지, 진석 님...."
김지용은 강진석을 발견하고 입을 열다가 고통에 입을 다시 다물었다.
그리고 허벅지를 부여잡았다.
허벅지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하급 체력 물약을 꺼냈다.
그리고 뚜껑을 따 바로 김지용의 허벅지에 부었다.
그러자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고 김지용은 이를 악물었다.
이어 강진석은 김지용에게 남은 물약을 복용시켰다.
"가, 감사합니다."
김지용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감사를 표했고 강진석은 고개를 살짝 숙여 답한 뒤 옆에 있던 생존자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강진석은 물약으로 입주자 치료를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입주자들의 치료가 끝났고 강진석은 마지막으로 최은지에게 물약을 내밀었다.
[정신력 물약입니다. 드시면 좀 나으실 거예요.]
"...감사합니다."
최은지는 물약을 받은 뒤 바로 들이마셨다.
그리고 강진석은 한지윤과 최은형을 보았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듣기 위해서였다.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는데 대포 같은 걸 가지고 왔습니다. 잘 싸우다가 폭발 한 번에 결계랑 진영이 무너졌고...."
한지윤이 설명을 시작했고 설명을 듣던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그렇지 않아도 요새를 두들기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궁금했는데 이제 이해가 됐다.
이내 한지윤의 설명이 끝났고 강진석은 메모지를 내밀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제 마음 편히 쉬고 계세요.]
그리고 강진석은 바로 입구로 향했다.
그렇게 입구를 지나 지하도로 나온 강진석은 바로 방패를 들었다.
보랏빛 덩어리가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세려나?'
피하려면 얼마든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강진석은 피하지 않기로 했다.
요새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정확한 파괴력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쾅!
이내 보랏빛 덩어리가 청동 방패에 작렬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파괴력 때문이 아니었다.
청동 방패가 조각나 떨어지고 있었다.
'...손으로 막을걸.'
부서진 청동 방패에 강진석은 아쉬운 표정으로 보랏빛 덩어리가 날아온 방향을 보았다.
그곳에는 한지윤이 말했던 대포 같은 무언가가 있었다.
'...그냥 대포 아냐?'
자세히 살펴보니 대포 같은 무언가가 아니라 대포였다.
포신뿐이긴 했지만 대포가 확실했다.
강진석은 대포 옆에 있는 전투대장 데카리를 보았다.
눈이 마주쳤고 데카리는 근처에 있던 고블린들에게 무어라 외쳤다.
데카리의 외침에 고블린들이 주머니에서 정체불명의 조각을 꺼내 포신 곳곳에 박았다.
그러자 포신 입구에 빛이 모이기 시작했다.
빛을 본 강진석은 고블린들이 포신 곳곳에 박은 조각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상점에서 판매하는 마나석이 분명했다.
'마나석으로 운용되는 거구나?'
확실치는 않지만 상황을 보아 아무래도 대포는 마나석으로 운용되는 아티펙트로 추정됐다.
'요긴하게 쓸 수 있겠어.'
강진석은 싱긋 웃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강진석은 이내 든 생각에 미간을 찌푸렸다.
'근데 대포를 쓴다고?'
강진석이 미간을 찌푸린 이유는 대포의 존재 자체 때문이었다.
'우리는 전부 무력화됐는데 왜 몬스터들은....'
시험이 시작될 때 절대적 존재들은 지구에 있는 모든 탄알, 화약 등을 무력화시켰다.
그런데 몬스터들은 대포를 사용 중이다.
그래서 어처구니가 없었다.
절대적 존재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도 안 되는 페널티를 인간들에게 부여한 것일까?
'진짜 전부 죽이는 게 목적인가?'
강진석은 절대적 존재들의 목적에 대해 생각하며 고블린들에게 다가갔다.
거리가 좁혀졌고 강진석은 바로 고블린 사냥을 시작했다.
오크들을 상대할 때와 달리 대포 옆에 있는 데카리를 먼저 죽이지는 않았다.
고블린들의 성향 때문이었다.
데카리가 죽는 순간 고블린들은 사방으로 도망칠 것이다.
물론 놓칠 일은 없지만 시간이 더 걸릴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강진석은 차근차근 고블린들을 죽여나갔다.
그리고 얼마 뒤 강진석은 대포 쪽을 보았다.
이제 남은 고블린은 데카리와 세 고블린뿐이었다.
강진석은 다급히 대포에 마나석을 박는 세 고블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대포에 빛이 다 모이기도 전 강진석은 대포 앞에 도착할 수 있었고.
스걱!
우선 데카리의 목을 베었다.
[퀘스트 '전투대장 데카리'를 완료하셨습니다.]
[포인트가 3만 상승합니다.]
[요새 포인트가 2만 상승합니다.]
그렇게 퀘스트 '전투대장 데카리'가 완료됐다.
그리고 강진석은 이어 세 고블린을 처치했다.
[다섯 번째 웨이브가 끝났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마지막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6만 상승합니다.]
[요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요새 포인트가 3만 상승합니다.]
그렇게 1번 입구의 웨이브도 끝이 났다.
강진석은 대포를 회수한 뒤 계속해서 메시지를 확인했다.
[퀘스트 '방화역 수비'를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압도적인 기여를 하셨습니다.]
[보상이 강화됩니다.]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
.
[퀘스트 '지하도 청소'가 다시 활성화됩니다.]
[퀘스트 '방화역 수비2'가 생성됐습니다.]
메시지 확인을 끝낸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마지막에 나타난 퀘스트 생성 메시지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바로 퀘스트창을 열었다.
<방화역 수비2>
7일 뒤 여러 몬스터들이 지하도를 통해 방화역을 침공할 예정이다.
공격을 막아 방화역을 지켜내라!
[기여도 : 0]
퀘스트 보상 : ???
역시나 침공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다음 침공까지 남은 시간은 7일.
'이번에는 준비 잘해야겠어.'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요새로 귀환했다.
요새에 도착한 강진석은 후련함과 걱정이 공존하는 입주자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후련해하는 이유는 침공이 끝났기 때문일 테고 걱정하는 이유는 퀘스트 '방화역 수비2' 때문으로 추정됐다.
"고생하셨습니다!"
바로 그때 한지윤이 다가와 인사했다.
힘차게 인사한 한지윤에게서도 피로가 가득 느껴졌다.
강진석은 한지윤에게 메모지를 전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다들 돌아가 휴식하시죠.]
[이야기는 쉬고 나서 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이곳 마무리는 제가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한지윤은 힘찬 목소리로 답했다.
그리고 입주자들을 인솔해 빌딩으로 떠났다.
그렇게 모든 입주자가 떠나고 홀로 남은 강진석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을음과 핏자국 등 방어의 흔적이 잔뜩 남아 있었다.
강진석은 바로 요새 관리창을 열어 흔적을 청소했다.
클릭 한 번에 모든 흔적이 사라졌고 강진석은 은은히 미소를 지으며 포인트들을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130만 7500]
[현재 보유 요새 포인트 : 23만 5000]
'침공 한 번에 많이도 모였네.'
일반 포인트는 다시 100만을 훌쩍 넘어섰고 요새 포인트 역시 20만을 넘어섰다.
거기다 아직 입주자들에게 티켓을 받지 않았다.
티켓을 받으면 요새 포인트는 지금 보다 더욱 오를 것이다.
'...일단 스킬부터 찍자.'
포인트를 바라보던 강진석은 스킬창을 열었다.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 여태까지 아껴두고 있었는데 이제는 아낄 이유가 없다.
강진석은 바로 스킬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차례 모든 라인 스킬을 습득 후 정보창을 열었다.
힘 : 100(82+18)
민첩 : 96(80+16)
체력 : 106(88+18)
정신력 : 118(99+19)
힘 역시 세자릿수가 됐다.
이제 남은 것은 민첩뿐이었다.
'정신력은 1만 올리면 순수하게 세자릿수네.'
그리고 정신력은 1만 더 올리면 아티펙트가 없어도 세자릿수였다.
'많이도 올렸다.'
강진석은 갓 시험이 시작됐을 때의 능력치를 떠올리며 다시 스킬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
.
[스킬 '정신력13'을 습득하셨습니다.]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그리고 스킬 '정신력13'을 습득해 정신력이 1이 올라 순수하게 100이 된 순간.
"...."
강진석은 모든 움직임을 멈췄다.
초감각에 찾아온 변화 때문이었다.
제61화
61.
범위 증가를 말하는 게 아니다.
각 능력치가 40이 됐을 때 발생한 변화처럼 파격적인 변화가 발생했다.
바로 '변형'이었다.
여태까지 초감각은 형태 변형이 불가능했다.
항상 '구' 형태였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다른 형태로 변형이 가능해졌다.
한쪽으로 모는 것도 가능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한쪽으로 몰면 더 넓은 지역을 감지할 수 있다.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키며 초감각에 집중했다.
그러자 '구' 형태였던 초감각이 정육면체로 변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정신력 소모가 장난이 아닌데?'
변형하는 순간 엄청난 정신력이 소모됐다.
아무래도 수시로 형태를 바꾸는 것은 힘들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변형 이후에는 정신력이 따로 소모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강진석은 이어 지하도 쪽으로 초감각을 최대한 키웠다.
감지 범위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내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감지 범위가 기존의 2배가 된 순간을 기점으로 더 이상 길어지지 않았다.
길어지지 않을 뿐이다.
넓어지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2배가 한계인 듯했다.
최대 감지 범위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초감각의 범위를 줄이기 시작했다.
이내 기존보다 훨씬 작은 반경 1m 정도가 됐고.
'오.'
강진석은 감탄했다.
'회복 속도가 장난 아닌데?'
인지되는 정보가 줄어서 그런지 머리가 맑아졌다.
그리고 정신력이 빠르게 회복되는 것이 느껴졌다.
'회복할 때는 줄이면 되겠네.'
확인하고 싶었던 것들을 전부 확인한 강진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원래 형태인 '구'로 변형시켰다.
그리고 기대감이 가득 담긴 눈빛을 지었다.
강진석이 갑자기 기대하는 이유는 이제부터 확인할 또 하나의 '변화' 때문이었다.
정신력이 순수하게 100이 되며 생긴 변화는 초감각의 '변형'뿐만이 아니었다.
한가지가 더 있었다.
바로 '텔레파시'였다.
강진석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집중했다.
스앗!
이내 강진석의 눈앞에 작디작은, 지름 0.5cm 정도의 하얀 구슬이 나타났다.
하나로 끝이 아니었다.
스앗! 스앗! 스앗!
허공에 연달아 하얀 구슬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색은 같았지만 크기는 같지 않았다.
0.3cm부터 1cm까지 다양했다.
이내 10번째 구슬이 나타났고 강진석은 눈을 떴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눈앞에 있는 구슬을 찔렀다.
그러자 구슬이 사르륵 녹아내리며 흡수됐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강진석의 머릿속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강진석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어 강진석은 연달아 구슬을 찌르기 시작했다.
[가나다라마바사]
[아자차카타파하]
.
.
[방화역 지하 2층 1번 입구에 고블린들이 나타났습니다. 1팀 가주세요.]
이내 마지막 구슬까지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심호흡하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이 정도로 완벽할 줄이야.'
솔직히 말해 이렇게나 완벽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단어 몇 개 정도 전하는 것으로 끝일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기나긴 이야기도 전달이 가능했다.
물론 전하려는 이야기가 길수록 정신력이 많이 소모되긴 한다.
그러나 전혀 부담 없는 수준이었다.
현재 강진석의 정신력이라면 입주자들과 몇 시간 수다를 떠드는 것도 가능했다.
거기다 텔레파시를 보낼 수 있는 거리도 결코 짧지 않았다.
초감각이 닿는 곳이라면 물속이든 땅속이든 어디든 전달이 가능했다.
강진석은 고개를 내려 앞주머니에 있는 메모지를 보았다.
이제 메모지를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다시 고개를 들어 정보창을 보았다.
힘 : 105(87+18)
민첩 : 101(85+16)
체력 : 111(93+18)
정신력 : 119(100+19)
'다른 것들도 100이려나?'
변화가 생긴 이유는 정신력이 순수하게 100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100이겠지.'
에너지 통합, 비행, 육체 인식, 초감각.
전부 40에 활성화됐다.
다른 능력치 역시 100에 큰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추정됐다.
'체력에 올인하면....'
현재 100에 가장 가까운 능력치는 체력이었다.
7만 더 올리면 습득이 가능했다.
강진석은 남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14만 300]
'...안되겠네.'
굳이 계산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100은 불가능했다.
'정신력 먼저 올릴걸....'
균등히 올릴 생각에 정신력을 마지막에 올렸다.
만약 정신력 먼저 올렸다면?
체력 역시 100을 찍을 수 있었을 것이다.
'...천천히 가자, 천천히.'
강진석은 아쉬움을 떨쳐냈다.
다급할 필요 없다.
어차피 곧 올릴 수 있을 것이다.
.
.
[스킬 '정신력13'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강진석은 마저 스킬 '정신력13'을 최대 레벨로 올렸다.
그리고 모든 창을 닫았다.
'이제 확인해 볼까.'
아직 모든 보상을 확인한 게 아니다.
이번 침공에서 강진석은 포인트 말고도 여러 아티펙트와 요새 확장권 등을 얻었다.
이제부터 강진석은 그것들을 확인할 생각이었다.
강진석은 우선 인벤토리에 넣어두었던 대포를 꺼냈다.
그리고 대포에 손을 댔다.
그러자 대포에 대한 정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것도 주문 영창이야?'
장전에 마나석이 필요해 주문을 영창 하지 않고도 쓸 수 있지 않을까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장전이 끝난 뒤 발사하기 위해서는 주문을 영창 해야 했다.
'그게 주문 영창이었구나....'
강진석은 데카리의 괴성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대포를 다시 인벤토리에 넣으며 생각했다.
'그래도 요새 방어에는 요긴하게 쓸 수 있겠어.'
* * *
화곡동 봉제산.
차가운 뿌리 부족의 대족장 메라키오의 천막.
현재 천막에는 두 고블린이 마주 보고 있었다.
바로 천막의 주인 메라키오와 후계자 메타킨이었다.
"이제 곧 제약이 풀린다."
"예, 2시간 남았군요."
메라키오의 말에 메타킨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준비는 됐느냐?"
"동쪽 엘프들에 대한 준비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메타르에 대한 준비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
메타킨의 반문에 메라키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메타킨을 바라볼 뿐이었다.
메타킨은 잠시 눈빛을 마주 보다가 슬며시 눈을 내리며 답했다.
"...뭐든 다 준비 끝냈습니다."
"실수는 없어야 할 것이야."
"엘프들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2차 제약이 풀리는 것도 아니고 1차 제약이니까요."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답을 한 메타킨이 이어 말했다.
"근데 하나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말하거라."
"만약 메타르를 죽인 게 전쟁 바람 녀석들이라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차가운 뿌리 부족과 전쟁 바람 부족은 영역을 맞대고 있었다.
자그마한 충돌이 있긴 했지만 그뿐이다.
전면전은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당연히 사이가 좋아 그런 것은 아니다.
현재 두 부족이 처한 상황 때문이었다.
차가운 뿌리 부족은 동쪽에 있는 검은 숲 엘프들과 전쟁 중이었다.
그리고 전쟁 바람 부족은 서쪽에 있는 늑대인간들, 북쪽에 있는 리자드맨들과 전쟁 중이었다.
이미 전쟁 중이기에 전면전을 펼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만약 메타르를 죽인 게 전쟁 바람 부족이라면?
메타킨은 메라키오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궁금했다.
"으음...."
메라키오는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메타킨은 메라키오의 반응에 쓴웃음을 지었다.
이미 답이 정해져 있는 일이었다.
전쟁 바람 부족이 메타르를 죽인 것이라 해도 그냥 묻어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메타르가 자리 잡은 지역은 그리 중요한 지역이 아니다.
지금 상황에서 전쟁 바람 부족과 전쟁을 한다?
영역 확장은커녕 오히려 영역이 축소될 것이다.
그런데 고민을 하다니?
물론 메타킨은 알고 있다.
메라키오가 잘못된 선택을 내리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그저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짜증이 날 뿐이었다.
"그건...."
이내 생각을 마친 메라키오가 답했다.
"정확한 상황을 확인하고 이야기하는 게 좋겠구나."
"...알겠습니다."
이어진 메라키오의 답에 메타킨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근데 누굴 보낼 생각이냐?"
"1차 제약이 풀리니 델니오에게 맡길 생각입니다."
"...잘했다. 델니오라면 확실히 알아 오겠지."
"그렇겠지요. 더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없으면 마지막으로 점검하러 가볼까 합니다만."
메라키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메타킨은 천막에서 나왔다.
그리고 자신의 거처로 향하며 생각했다.
'너무 유약해지셨어.'
메타킨은 오랜 시간 메라키오를 보좌했다.
메라키오가 얼마나 냉철했는지 알고 있다.
과거의 메라키오였다면 지금 상황에 고민하지 않고 바로 결단을 내렸을 것이다.
'으음....'
메타킨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부족에 큰 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타킨은 한층 싸늘해진 눈빛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전쟁 바람 부족 2군단장 무엘의 거처.
현재 무엘의 거처에서 세 오크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상석에 앉아 있는 이는 2군단장 무엘이었고 그 아래 앉아 있는 이들은 2군단의 두 부단장 알리온과 블리오드였다.
"북쪽 길목은 끊을 수 있겠나?"
무엘이 블리오드에게 물었다.
그러자 블리오드가 난감한 표정으로 답했다.
"지상은 막을 수 있습니다. 마침 오늘 1차 제약이 풀리니까요. 다만 강바닥으로 이동하는 녀석들은...."
"그거야 뭐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무르텐도 그 정도는 생각하고 있을 테니 지상만 철저히 막아. 한 마리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알겠습니다!"
블리오드가 우렁찬 목소리로 답했다.
그리고 이어 무엘이 알리온을 보았다.
"개화산 쪽에 우리와 동급의 존재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게 무슨 뜻이지?"
무엘의 물음에 블리오드 역시 침을 삼키며 알리온을 보았다.
"정보 수집을 위해 개화산에 카르몬을 보냈었습니다. 그런데 연락이 끊겼습니다."
그리고 알리온이 답을 시작했다.
"...공격받은 흔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상황을 보아 아무래도 개화산 혹은 인근에 3차 제약을 받은 존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으음...."
알리온의 답이 끝났고 무엘은 침음을 내뱉었다.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전부 추측일 뿐이었다.
그러나 부정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할 생각이지?"
무엘이 물었다.
"우선 어떤 존재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당이 불가능한 존재일 수 있으니까요."
3차 제약을 받았다고 전부 동등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이곳에 있는 무엘과 알리온, 블리오드만해도 격차가 상당했다.
만약 카르몬을 죽인 존재가 무엘보다 강한 존재라면?
대적해서는 안 된다.
피해야 한다.
"그래서 1차 제약이 풀리는 대로 클라브, 에스탈을 보내 조사를 하려 합니다. 허가 부탁드리겠습니다."
"...클라브와 에스탈을?"
무엘이 미간을 찌푸리며 반문했다.
그리고 알리온이 무엘의 눈치를 살피며 답했다.
"예, 그 둘이라면 충분히 알아낼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62화
62.
"알아내기야 하겠지만...."
클라브와 에스탈의 능력은 무엘도 인정한다.
알리온의 말대로 3차 제약을 받은 존재가 있더라도 정보를 수집해 올 것이다.
문제는 클라브와 에스탈의 성격이다.
클라브와 에스탈은 군단의 골칫덩어리였다.
통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클라브와 에스탈은 많은 사건 사고를 일으켰고 현재 감옥에 수감된 상태였다.
만약 임무 수행 중 또 사고를 친다면?
그러다 죽기라도 한다면?
"그 둘의 신분을 잊은 건 아니겠지?"
수많은 사고를 쳤음에도 죽이지 않고 감옥에 수감한 이유는 클라브와 에스탈의 신분 때문이었다.
클라브는 전쟁 바람 부족 서열 3위 대제사장 마르브의 손주였다.
그리고 에스탈은 서열 4위 1군단장 에파드의 조카였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일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어울린다?"
"예, 강력한 아티펙트를 적어도 한두 개 가지고 있을 테니까요."
"으음...."
무엘은 침음을 내뱉었다.
일리가 있었다.
한동안 고민을 한 무엘은 결정을 내리고 입을 열었다.
"...허가하지."
* * *
[지정 장소에 요새 확장권을 사용하시겠습니까?]
확인 창이 나타났다.
이미 수없이 고민했던 강진석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확인을 눌렀다.
그러자 확인 창이 사라지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요새 확장권을 사용하셨습니다.]
[요새가 확장됩니다.]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바로 지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요새 밖으로 나와 고개를 들어 태백 빌딩을 보았다.
9층이었던 태백 빌딩이 10층이 되어 있었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날아 옥상으로 올라갔다.
이내 옥상에 도착한 강진석은 곳곳을 돌아다니며 문제 될 만한 곳은 없는지 제대로 확장이 됐는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당연하게도 문제 될 만한 공간은 없었고 강진석은 옥상에서 주변을 스윽 훑었다.
한층 높아졌을 뿐인데 전보다 더 많은 것들이 보였다.
주변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시간을 확인했다.
자정까지 5분이 남은 상태였다.
'벌써 1주일이나 지났네.'
강진석은 지난 1주일간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시험 시작부터 태백 빌딩 탈출, 방화역 탈환 등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체감상 1주일이 아니라 2, 3주는 지난 것 같았다.
'잠을 안 자서 그런가?'
체력과 정신력이 높아졌고 피로 관련 스킬을 여럿 습득했기 때문일까?
강진석은 첫날을 제외하고는 잠을 자지 않았음에도 피곤하지 않았다.
지금도 컨디션이 매우 좋은 상태였다.
'하기야 안 잤으니 길게 느껴지는 게 당연한 거긴 하네.'
강진석은 회상을 끝내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생각을 시작했다.
'회의는 안 되고.'
입주자들이 휴식을 취한 지 꽤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전부 회복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회의는 내일 아침에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사냥이나 갈까?'
이어 떠오른 것은 '사냥'이었다.
'그래, 개화산 청소도 해야 하고.'
침공을 막는데 시간이 많이 지났다.
지금쯤이면 다시 많은 오크들이 활보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청소 끝내면 가능할까...?'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정보창을 열었다.
힘 : 105(87+18)
민첩 : 101(85+16)
체력 : 111(93+18)
정신력 : 123(104+19)
7만 더 올리면 체력도 100이었다.
체력을 7 올리기 위해 필요한 포인트는 총 28만 3600.
현재 강진석이 보유한 포인트는 12만 8300이었다.
즉, 15만 5300 포인트만 더 모으면 된다.
개화산 청소를 끝내고 조금만 더 사냥하면 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체력 100은 뭘까.'
강진석은 기대감이 듬뿍 담긴 눈빛으로 체력을 바라보다가 정보창을 닫았다.
그리고 바로 사냥을 위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때마침 그 순간 자정이 되었고.
[튜토리얼이 끝났습니다.]
[세계 침공자들의 1차 제약이 해제됩니다.]
[세계 침공자들의 활동 반경이 넓어집니다.]
.
.
[세계 침공자들의 성장 제한이 해제됩니다.]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게 무슨....'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다시 옥상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천천히 메시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튜토리얼이라니....'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첫 메시지부터 어이가 없었다.
지난 1주일이 튜토리얼이었다니?
'성장 제한 해제....'
이내 마지막 메시지를 확인한 강진석은 인상을 구겼다.
세계 침공자는 고블린, 오크 같은 몬스터들을 말하는 게 분명했다.
'여태까지는 성장할 수 없었다는 거야?'
메시지에 따르면 몬스터들은 여태까지 성장이 막혀 있었다.
이제부터 가능해졌다.
그래서 문제였다.
'지금 보다 강해진다고?'
몬스터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성장할수록 강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도 위협적인데 더 강해진다면?
상상만으로 끔찍했다.
'...일단 회의하자.'
사냥을 갈 때가 아니었다.
입주자들도 메시지를 봤는지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회의를 하는 게 맞는 것 같았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모든 입주자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회의실로 와주세요.]
* * *
한지윤은 매우 당황스러웠다.
당황한 이유는 자정이 된 순간 나타난 메시지 때문이었다.
[튜토리얼이 끝났습니다.]
[세계 침공자들의 1차 제약이 해제됩니다.]
[세계 침공자들의 활동 반경이 넓어집니다.]
.
.
[세계 침공자들의 성장 제한이 해제됩니다.]
처음 보는 메시지였다.
'튜토리얼은 뭐고 제약은 뭐야?'
예지몽에서도 보지 못했다.
"흠...."
한지윤은 침음을 내뱉었다.
아무리 봐도 예지몽을 맹신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회의실로 와주세요.]
머릿속에 목소리가 울렸다.
"...뭐, 뭐야!"
한지윤은 경악하며 주변을 확인했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더 문제였다.
대체 방금 전 목소리는 무엇이란 말인가?
한지윤이 의아해하던 그때 머릿속에 목소리가 한 번 더 울려 퍼졌다.
[강진석입니다.]
"...진석 씨?"
한지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머릿속을 울린 목소리의 주인이 강진석이라니?
이게 어떻게 된 것일까?
일단 한지윤은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그리고 나오자마자 주다영을 마주쳤다.
주다영 역시 당황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목소리를 들은 게 분명했다.
"혹시 진석 씨 목소리 맞아?"
"어, 그게...."
한지윤의 물음에 주다영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갸웃하고는 이어 말했다.
"사고로 목소리 잃기 전 영상을 보여주신 적 있는데 그때 그 목소리가 맞기는 해요."
"....맞구나."
한지윤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다급히 주다영과 함께 회의실로 향했다.
어떻게 된 것인지 너무나 궁금했다.
어서 듣고 싶었다.
이내 회의실에 도착한 한지윤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강진석을 볼 수 있었다.
'어떻게 여쭤보지?'
한지윤은 고민했다.
어떻게 물어봐야 할까?
그리고 한지윤이 고민하던 그때.
"목소리를 찾으신 거예요?"
주다영이 물었다.
"...."
강진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엇, 그러면 방금은 어떻게...?"
그러자 주다영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강진석은 주다영의 물음에 미소를 지으며 텔레파시를 보냈다.
[다 오시면 설명해 드릴게요.]
"헙, 네. 어쨌든 축하드려요!"
주다영은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움찔했다가 답하고는 한지윤과 자리에 가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모든 입주자가 모였고 강진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진석은 입주자들을 스윽 훑었다.
입주자들의 표정을 확인한 강진석은 이어 모든 입주자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다들 놀라셨죠.]
"어?"
"헛."
"이게...."
당연하게도 입주자들은 당황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입주자들에게 텔레파시의 존재를 공개했다.
[정신력이 아티펙트 도움 없이 순수하게 100이 된 순간 텔레파시를 보낼 수 있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조건을 공개하지 않으려 했다.
정확하지는 않아도 능력치가 몇인지 유추할 수 있게 되기에.
그러나 언젠가는 알려질 일이었고 신뢰를 위해서는 공개하는 게 맞는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공개를 했다.
"100이요? 정신력이 100?"
"어떻게 정신력이...."
입주자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놀란 얼굴로 강진석을 바라보았다.
강진석은 입주자들의 반응을 충분히 이해했다.
애초에 가장 정신력이 높은 이도 40이 되지 않았다.
초감각을 활성화한 이도 없는데 100에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바로 그때.
"혹시 텔레파시 말고도 또 다른 능력이 생기셨나요?"
최은지가 물었다.
강진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음에 답했다.
[네, 전에 말씀드렸던 정신력 40에 활성화되는 초감각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게 됐습니다. 조절과 텔레파시가 끝입니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축하드려요!"
최은지의 외침에 강진석은 싱긋 웃었다.
그리고 이어 물었다.
[텔레파시에 대해 더 궁금하신 게 있으신가요?]
"...."
"...."
아무도 답하지 않았고 강진석은 이어 화제를 전환했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다들 메시지를 보셨을 겁니다.]
[자정에 나타난 튜토리얼이 끝났다는 메시지요.]
"예, 봤습니다."
"...지금까지 튜토리얼이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요."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강진석의 말에 입주자들이 저마다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다시 정적이 찾아왔고 강진석이 이어 말했다.
[상황이 변했으니 처음부터 다시 계획을 짜려 합니다.]
원래 계획대로 움직일 수는 없다.
상황이 변해도 너무나 크게 변했다.
처음부터 계획을 다시 짜야 했다.
* * *
메타킨의 거처.
현재 메타킨은 거처 구석에 만들어 둔 마법진 중앙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스윽.
메타킨이 오른손을 들었다.
그러자 마법진에서 보랏빛 연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메타킨의 오른손을 빙빙 돌며 점점 진해지기 시작했다.
얼마 뒤 메타킨이 왼손을 들었다.
그러자 오른손에 있던 보랏빛이 왼손으로 날아가 빙빙 돌며 붉은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내 메타킨이 왼손을 가슴에 가져다 댔다.
붉은빛 연기는 그대로 메타킨의 가슴에 스며들었고.
"큽!"
메타킨은 짧게 비명을 내뱉으며 인상을 구겼다.
그리고 거칠게 호흡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호흡이 안정됐고 메타킨은 손을 내리며 눈을 떴다.
눈을 뜬 메타킨의 얼굴에는 흡족함이 가득했다.
메타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먹을 쥐었다 펴며 책상으로 향했다.
저벅!
책상 앞에 도착한 순간 메타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 입을 열어 나지막이 말했다.
"델니오."
메타킨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스아앗!
2m 떨어진 거리에서 스르륵 델니오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핫, 역시 왕자님의 눈을 속일 수는 없군요!"
델니오는 낄낄 웃으며 말했다.
"다음부터 이런 짓을 하면 팔을 잘라 버리겠다."
"옙! 걱정 마십쇼! 다시는 이런 장난치지 않겠습니다!"
메타킨은 델니오의 반응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바로 출발해라."
"근데 녀석들의 짓이라면 증거는 어떻게.?"
"머리 하나 아니, 둘 정도 가지고 오면 되겠지."
"알겠습니다. 그러면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제63화
63.
델니오는 꾸벅 숙여 예를 갖춰 인사 후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그 순간 메타킨이 말했다.
"만에 하나 3차 제약을 받은 녀석이 개입한 것이라면 그냥 돌아와도 된다."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만에 하나 3차 제약을 받은 오크가 개입한 것일 수 있다.
그런 것이라면 2차 제약을 받은 델니오의 힘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예, 만약 그런 것이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겠습니다."
델니오는 싱긋 웃으며 답하고는 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델니오는 품에서 지도를 펼쳤다.
목적지 '방화역'의 주변 지도였다.
'...바로 가면 안 되겠지.'
가는 길목에 술책을 부려놨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아무래도 빙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강을 따라 개화산으로 진입하는 게 좋겠군.'
* * *
"열거라."
알리온이 감옥을 지키고 있던 간수장에게 말했다.
"예."
간수장은 꾸벅 숙여 답하고는 열쇠를 가지고 감옥 입구로 다가갔다.
철컥!
이내 자물쇠가 열렸고 간수장은 옆으로 비켜섰다.
그리고 알리온은 감옥 안에 있던 클라브와 에스탈에게 말했다.
"나오거라."
알리온의 말에 클라브와 에스탈은 잠시 눈치를 살피다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알리온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아직 기간이 남아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너희들의 힘이 필요한 일이 생겼다. 군단장님께 허가도 받았고."
알리온은 바로 두 오크의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개화산에서 벌어진 일, 3차 제약을 받은 존재가 있을 수 있다는 것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그러니까 임무군요."
"3차 제약을 받은 존재가 누구인지 알아 오라는...."
"자신 있나?"
"하하, 당연히 자신 있습니다."
"자신이 없어도 해내야지요! 맡겨만 주십쇼! 완벽하게 알아 오겠습니다. 어떤 녀석이 감히 우리 대 전쟁 바람 부족을 건드렸는지."
"...."
알리온은 자신감 넘치는 클라브와 에스칼의 모습에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짧게 절레절레 저은 뒤 말했다.
"사고 치지 말고 임무 수행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하, 걱정하지 마십쇼."
"저희도 이번에 많이 반성했습니다."
"...보고 기다리지."
알리온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감옥을 떠났다.
"후아, 답답해 죽는 줄 알았는데."
알리온이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클라브가 깊게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하루가 1년 같았지. 정말 지옥이었어."
에스탈 역시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끄덕임을 멈춘 에스탈이 고개를 돌려 간수장을 보았다.
눈이 마주친 간수장은 움찔하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에스탈은 피식 웃고는 클라브에게 말했다.
"일단 나가지!"
"좋지! 어떤 세상인지 구경이나 해 보자고."
클라브와 에스탈은 감옥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주변을 훑었다.
"기운 농도가 상당히 옅군."
"이 정도면 이곳 지성체는 걱정할 필요 없겠는데?"
"그러게 말이야. 저번 세상에서는 죽는 줄 알았는데."
대화를 나누며 클라브와 에스탈은 일단 진영 밖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걸음을 옮기는 동안 수많은 오크들을 마주했다.
전부 눈을 마주치자마자 시선을 피하기 급급했다.
시선을 피하는 동족들의 모습에 클라브는 미간을 찌푸렸고 에스탈은 실실 웃었다.
그리고 진영에 펼쳐져 있던 영역 밖으로 나온 순간.
저벅!
저벅!
약속이라도 한 듯 클라브와 에스탈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동시에 인상을 구겼다.
"1차 제약이 해제됐는 데에도 이 정도라니."
"저번보다 심한 것 같은데?"
"흐, 그건 우리가 강해졌으니까."
"흐흐, 그렇군!"
인상을 구기고 있던 클라브와 에스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씨익 웃었다.
"근데 어떻게 할까?"
그리고 이어 클라브가 에스탈에게 물었다.
"임무부터?"
"음...."
클라브의 물음에 에스탈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침음을 내뱉으며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내 에스탈이 고민을 끝내고 입을 열었다.
"3차 제약이라는데 바로 작업하기에는 좀 그렇지 않아?"
"그러면?"
"만에 하나의 경우를 대비해 도망칠 길도 찾아야 하고, 주변 지형을 자세히 파악해야 문제없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전 조사를 하자는 말이군."
"그렇지. 네 생각은?"
에스탈이 물었다.
"당연히...."
클라브는 말끝을 흐리며 더할 나위 없이 활짝 웃었다.
그리고 에스탈 또한 따라 활짝 웃었다.
"어디부터 탐색을 하는 게 좋을까?"
"북쪽에 있는 강에 리자드맨 녀석들이 있다는데 거기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지 않나? 우리가 감옥에 갇힌 것도 어찌 보면 그 도마뱀 새끼들 때문이니 말일세."
"좋은 생각이군! 그럼 바로 가보자고."
순식간에 계획을 수립한 클라브와 에스탈은 곧장 북쪽을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 * *
[대장간은 방화역 지하 1층 1구역에 만들겠습니다.]
[연금술은 방화역 지하 1층 2구역, 식당은 3구역에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훈련실은 지하 2층 2구역에 만들겠습니다.]
[운동기구 같은 건 헬스장에 있던 것들 그대로 이동시키겠습니다. 추가로 필요한 게 있으시면 따로 말씀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입주자들이 답했고 강진석은 입주자들을 스윽 훑었다.
이제 마지막 안건만이 남아 있었다.
바로 요새 포인트 티켓에 대한 안건이었다.
강진석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입주자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안건입니다.]
[요새 포인트 티켓에 대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앞서 주신 포인트 티켓들은 정말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포인트 티켓을 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추후 문제가 생길 확률이 매우 높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순간 마음이 불편해지는 경우가 올 거예요.]
요새 포인트 티켓이 입주자들에게 아무 쓸모 없다고 해도 포인트는 포인트였다.
지금이야 아무렇지 않게 넘기고 있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럴 수 있을까?
언제까지 포인트 티켓을 넘겨야 하는 걸까 마음이 불편해지는 이들이 생길 것이다.
[물론 여러분들은 그렇지 않더라도 추후에 들어오는 분들 중에는 분명 불편함을 느끼는 분이 있을 겁니다.]
지금 입주자들은 시간이 흘러도 불만이 없을 수 있다.
처음부터 함께해 모든 것을 보았기에.
그러나 이후에 들어올 입주자들은 어떨까?
솔직히 강진석은 불만이 생길 가능성을 100%로 보고 있었다.
[추후에 들어오는 분들과 형평성도 맞지 않을 테구요.]
[그리고....]
강진석은 장황하게 설명을 이어 나갔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나 싶을 정도로 자세히 이야기했다.
자세히 이야기할수록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작아지기 때문이었다.
한동안 밑밥을 깔던 강진석이 이내 결론을 전했다.
[그래서 전 앞으로 요새 포인트 티켓을 지역 화폐로 만들 생각입니다.]
강진석이 내린 결론은 '지역 화폐'였다.
지역 화폐 이야기에 입주자들이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 강진석은 입주자들의 반응을 살피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
.
[그리고 각 시설물을 이용하는 데 포인트를 부과할 생각입니다.]
[아직 부과 포인트는 미정이고 이 부분은 다음 회의 때 이야기를 나눌까 합니다. 어느 정도가 적절할지 다음 회의 때 의견 부탁드리겠습니다.]
얼마 뒤 모든 설명을 끝낸 강진석은 입주자들에게 물었다.
[혹시 질문이나 의견 있으신 분 있나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최은형이 손을 들며 말했다.
[말씀하세요.]
"일단 말씀하신 부분은 전적 찬성입니다. 동기 부여도 되고 은근슬쩍 일을 덜 하려는 것도 방지할 수 있을 테구요. 그런데 저희가 침공 마지막 때 보상으로 받은 티켓은 받아 주셨으면 합니다. 대장간, 연금술사 작업실 등은 솔직히 진석 님에게는 딱히 필요한 시설도 아닌데 설치에 많은 포인트가 필요할 테니까요."
최은형은 쉼 없이 말을 쏟아낸 뒤 한지윤을 보았다.
그러자 한지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어 말했다.
"이미 다 모아두기도 했구요."
한지윤은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품에서 요새 포인트 티켓 뭉치를 꺼내 강진석의 앞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빈말이 아니다.
환심을 사기 위해, 점수 따기 위해 하는 말도 아니다.
한지윤은 진심으로 강진석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강진석이 강압적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입주자들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강진석은 요새의 지배자였고 요새가 아니더라도 압도적인 힘을 가진 강자였기에.
입주자들이 불만을 가진다고 해도 강진석은 그 불만을 그냥 무시할 수 있는 위치였다.
그런데 강진석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주 이상적인 방향으로 입주자들을 이끌고 있었다.
특히 화폐 이야기가 나왔을 때 한지윤은 정말 놀랐다.
요새 포인트 티켓은 솔직히 강진석에게나 의미가 있지 다른 입주자들에게는 아무런 쓸모없는 종이 쪼가리나 마찬가지였다.
'확실히 달라.'
예지몽에서 보았던 강자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행보였다.
한지윤은 다시 한번 요새에 입주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자리로 돌아갔다.
[감사합니다. 이건 요긴하게 쓰겠습니다.]
강진석은 입주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생각했다.
'그렇지 않아도 모자랐는데 잘 됐다.'
생각보다 설치할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포인트가 부족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두께를 보니 모자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생각을 마친 강진석은 입주자들에게 이어 물었다.
[궁금하신 부분 있으실까요?]
"...."
"...."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잠시 정적이 흘렀고 이내 강진석이 정적을 깼다.
[그럼 티켓 관련해서는 다음 회의 때 다시 이야기 나누는 걸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따 일어나서 사냥을 가실 때에는 조심해 주세요.]
몬스터들의 성장 제한이 해제됐다.
거기다 활동 반경도 넓어졌다.
방화역까지 올 수 없던 강한 몬스터들도 나타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만에 하나 네임드가 나타나면?
침공 마지막 웨이브 때에는 요새 바로 앞이라 대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멀리 나가 마주하면 죽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만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강진석은 입주자들의 답을 듣고 회의를 끝냈다.
입주자들이 회의실을 떠났고 강진석은 티켓 뭉치를 전부 사용한 뒤 요새 관리창을 열었다.
그리고 대장간, 연금술 작업실 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모든 시설 설치를 마친 강진석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12만 8300]
[현재 보유 요새 포인트 : 1만 2000]
'...진짜 쭉쭉 들어가는구나.'
모자라지는 않았다.
그러나 많이 남지도 않았다.
만약 티켓 뭉치를 받지 않았다면 확실히 부족했을 것이다.
강진석은 바로 방화역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두 눈으로 직접 대장간과 연금술 작업실 등을 확인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강진석이 보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만에 하나 문제가 있어도 구조 변경을 통해 수정해 주면 그만이었다.
'이제 빨리 수급하러 가야겠다.'
강진석은 지상으로 올라갔다.
이제 사냥을 갈 예정이었다.
포인트 때문만은 아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몬스터는 강해진다.
한 마리라도 더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내 지상에 도착한 강진석은 개화산을 향해 비행을 시작했다.
제64화
64.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개화산 입구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시간이 꽤 흘렀다.
오크들이 수두룩까진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활보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감지되는 오크가 단 한 마리도 없었다.
'...설마 오크들이 발을 뺀 건가?'
강진석은 개화산에 있던 오크들을 전부 죽였다.
그리고 이후에 나타난 오크들도 싹 죽였다.
혹시 그 때문에 개화역 오크들이 개화산을 포기한 것일까?
'그럼 퀘스트는 어떻게 되는 거지?'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정보 차단'을 확인했다.
<정보 차단>
개화산 정상에서 주변 정보를 수집하고 있던 카르몬.
.
.
정보를 차단하라!
퀘스트 보상 : ???
정보 차단 기간이 길어질수록 보상이 강화됩니다.
'완료가 안 되는 건 아니겠지...?'
퀘스트 '정보 차단'의 완료 조건은 정보 차단 실패다.
그런데 오크들이 발을 뺀 것이라면?
정보 차단을 실패할 수가 없다.
애초에 정보를 수집하러 오지 않으니까.
'...일단 지켜보자.'
이내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개화산 정상으로 향했다.
오크들이 진짜 개화산을 포기한 것인지, 포기한 것이라면 개화역의 상황은 어떤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저벅!
얼마 뒤 정상 부근에 도착한 강진석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
'휴.'
그리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발 뺀 건 아니었구나.'
초감각에 오크들이 감지됐다.
혹시나 발을 뺀 것이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었다.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곧 정상에 도착한 강진석은 바로 오크들에게 달려들었다.
십부장 오크와 일반 오크뿐이었고 도합 30마리였다.
전투는 순식간에 끝났고 강진석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13만 9400]
포인트를 확인한 강진석의 표정에 아쉬움이 나타났다.
청소라는 목적은 달성했다.
문제는 포인트였다.
'이래서는....'
현재 강진석의 목표는 체력 100이었다.
처음에는 몇 시간이면 체력 100을 찍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상황을 보니 이대로라면 몇 시간이 아니라 하루 이상이 걸릴 것 같았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나?'
물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개화산이나 방화역 인근을 돌아다니며 안정적으로 수급한다는 가정 하에 하루 이상이 걸린다는 것이지 조금 더 멀리 나간다면?
한두 시간 만에 목표 포인트를 달성할 수도 있다.
'그래, 위험을 감수할 때가 됐어.'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걸음을 옮겨 개화역이 보이는 장소로 향했다.
곧 목적지에 도착한 강진석은 개화역을 자세히 살폈다.
1차 제약이 해제됐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일까?
전보다 영역이 커지고 색도 짙어졌다.
'저기는 아니고....'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이 죽음을 감수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강진석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한강이 보이는 장소로 향했다.
'확실히 많아졌어.'
한강 북쪽 그리고 한강에는 전보다 많은 몬스터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처음 보는 몬스터도 있었다.
'...한강이 좋겠어.'
잠시 한강의 몬스터들을 바라보던 강진석은 결정을 내렸다.
한강에서 사냥을 하기로.
'파악도 해야 하니까.'
방화역에서 한강은 멀지 않다.
강진석의 경우 전력을 다하면 5분도 걸리지 않고 현재 요새에 입주한 이들도 10분에서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그리고 몬스터들의 활동 반경이 넓어진 상태였다.
즉, 언제든 한강의 몬스터들이 방화역에 나타날 수 있다.
얼마나 강한지, 어떤 능력이 있는지, 약점이 뭔지 미리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개화산에서 한강 가는 길을 바라보았다.
'싹 쓸면서 가면 되겠다.'
직진할 생각은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몬스터들은 강해진다.
강진석은 가면서 한 마리도 남김없이 싹 청소할 생각이었다.
동선을 짠 강진석은 바로 걸음을 옮겼다.
'...와, 진짜.'
강진석은 동선을 따라 개화산을 내려가며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정상에 있던 녀석들이 끝이었구나.'
그도 그럴 것이 몬스터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이내 개화산 아래에 도착한 강진석은 계속해서 동선을 따라 움직이며 초감각에 집중했다.
얼마 뒤.
쾅! 펑!
이내 폭음과 굉음이 울려 퍼졌고 강진석은 멈칫했다.
갑작스러웠기도 했지만 소리의 근원지가 매우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확인을 위해 초감각을 변형시켰다.
그리고 소리의 근원지를 탐색했다.
'...!'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강렬한 세 기운이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같은 종족은 아니었다.
오크 둘에 고블린 하나였다.
놀라운 것은 셋 모두 메타르, 카르몬보다 강하다는 점이었다.
특히 고블린은 다른 두 오크보다 확연히 강했다.
만약 오크가 둘이 아니라 하나였다면?
고블린에게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
'정체가 뭐지?'
강진석은 정체 확인을 위해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그러나 거리가 멀어서 그런지 등장 메시지나 퀘스트 생성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았다.
메시지로 정체를 파악하려 했던 강진석은 잠시 고민했다.
'이렇게 강한 녀석들이면 보통 위치는 아니겠지.'
메타르는 3부족의 족장이었고 카르몬은 천부장이자 정찰대장이었다.
그들보다 기운이 컸다.
강함이 곧 직위인 것은 아니지만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
결코 직위가 낮지 않을 것이다.
'죽일 수 있으면 죽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동안.
쾅! 쾅!
전투는 계속해서 이어졌고 서서히 세 몬스터들의 기운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약해진 기운에 강진석은 결정을 내렸다.
'그래,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쉽게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오크와 고블린이 살아간다면?
후에 더 많은 이들이 죽을 수 있다.
죽일 수 있을 때 죽여야 했다.
물론 그렇다고 당장 전투에 참여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알아서 힘을 빼주고 있는데 바로 개입할 이유가 없었다.
힘이 전부 빠졌을 때 공격할 생각이었다.
강진석은 전투가 벌어지는 장소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 '천부장 클라브'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천부장 에스탈'이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특별수색대장 델니오'가 생성됐습니다.]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바로 퀘스트창을 열었다.
<천부장 클라브>
전쟁 바람 부족 천부장 클라브.
현재 클라브는 모종의 임무를 수행 중이다.
클라브를 처치하라!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실패 시 퀘스트 '정보 차단' 실패
"...!"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정보 차단 실패?'
생각지도 못한 내용이 쓰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이어 퀘스트 '천부장 에스탈'을 확인했다.
퀘스트 '천부장 클라브'와 똑같았다.
다른 것은 이름뿐이었다.
'모종의 임무라는 게 정보 조사구나.'
강진석은 필히 두 오크 클라브와 에스탈을 죽여야겠다고 다짐하며 퀘스트 '특별수색대장 델니오'를 확인했다.
<특별수색대장 델니오>
차가운 뿌리 부족의 특별수색대를 이끄는 델니오.
현재 델니오는 모종의 임무를 수행 중이다.
델니오를 처치하라!
퀘스트 보상 : ???
앞서 확인한 두 퀘스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속과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전투가 벌어지는 곳으로 향했다.
얼마 뒤 목적지에 도착한 강진석은 바위 뒤에 몸을 숨긴 채 전방을 주시했다.
도끼를 들고 있는 오크와 방패, 검을 들고 있는 오크.
그리고 장검을 들고 있는 고블린 델니오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어떤 녀석이 클라브고 에스탈일까.'
델니오는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혼자였기에.
그러나 클라브와 에스탈은 구별이 불가능했다.
'뭐, 중요한 건 아니니까.'
어차피 둘 다 죽일 것이고 이름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강진석은 전투에 집중했다.
'와....'
그리고 이내 감탄을 내뱉었다.
전투가 매우 화려했다.
두 오크와 델니오는 매우 다양한 이능을 사용하고 있었다.
여태까지 보아온 오크, 고블린들에게서는 보지 못했던 전투 능력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취익!
도끼 오크가 외쳤다.
그러자 방패 오크가 앞으로 나서며 홀로 델니오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둘이 함께 상대할 때도 박빙이었는데 홀로 상대하니 당연하게도 밀릴 수밖에 없었고 델니오의 검이 방패 오크의 전신 곳곳에 상처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이유가 뭘까.'
방패 오크가 델니오를 혼자 상대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강진석은 도끼 오크를 주시했다.
도끼 오크는 양손으로 도끼를 쥔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스아악!
"...!"
이어진 상황에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도끼 오크가 도끼에 기운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도끼의 기운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 도끼날에 무척이나 짙은 붉은빛이 서렸다.
붉은빛은 점점 커졌고 5초도 지나지 않아 5m까지 자라났다.
델니오 역시 이상함을 느꼈는지 흠칫하고는 뒤로 물러나려 했다.
그러나 물러날 수 없었다.
방패 오크가 물고 늘어졌기 때문이었다.
'...뭐지?'
강진석은 의아했다.
지금 상황에서 도끼 오크가 공격을 하면 엉켜 있는 방패 오크 역시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동귀어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동귀어진'이었다.
혹시 같이 죽으려는 것이 아닐까?
-취익!
바로 그때 도끼 오크가 괴성을 내뱉었다.
스앗! 스앗! 스앗! 스앗!
그러자 5m까지 자라난 붉은빛이 분열을 시작했다.
물론 동일한 크기로 분열한 것은 아니었다.
크기가 작아졌다.
그리고 분열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계속해서 분열됐고 이내 수십 개가 되었을 때.
도끼 오크가 도끼를 휘둘렀다.
그러자 수십 개의 붉은빛이 방패 오크와 델니오에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스아악!
방패 오크의 목걸이가 빛났다.
목걸이에서 시작된 빛은 순식간에 방패 오크를 뒤덮었고 이어 방패 오크가 사라졌다.
사라진 방패 오크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도끼 오크 옆이었다.
'...연계 공격이었구나?'
강진석은 두 오크의 연계에 침을 삼키며 델니오를 보았다.
델니오의 얼굴은 무척이나 어두웠다.
방패 오크처럼 공간이동 능력은 없는 듯했다.
이내 델니오가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검에서 기운이 노란빛이 방출되어 붉은빛과 충돌했다.
쾅!
충돌과 동시에 노란빛과 붉은빛이 사라졌다.
문제는 아직 남아 있는 붉은빛이 수십 개라는 점이었다.
델니오는 뒤로 물러나며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그렇게 몇 개의 붉은빛이 더 폭발해 사라졌다.
그뿐이었다.
모든 붉은빛을 없앨 수는 없었고 이내 남은 붉은빛이 델니오를 엄습했다.
스악!
붉은빛이 닿기 직전 델니오의 몸에 반투명한 보호막이 나타났다.
쾅! 쾅! 쾅! 쾅! 쾅!
그리고 그 위로 붉은빛이 작렬하며 폭발하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빠르게 줄어드는 델니오의 기운을 보며 상상했다.
'만약 나였으면....'
제65화
65.
붉은빛 폭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살긴 하겠네.'
현재 강진석의 육체는 매우 단단했다.
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죽지만 않을 뿐이다.
'근데 빈사 상태가 됐겠지?'
죽음 직전까지 가지 않을까 싶었다.
그 정도로 붉은빛은 강력했다.
'뭐, 애초에 맞지 않겠지만.'
물론 맞았을 때의 이야기다.
델니오는 피하지 못했지만 강진석은 방금 전 상황에서 붉은빛을 피할 자신이 있었다.
쾅! 쾅! 쾅!
이내 마지막 붉은빛이 폭발하며 기나긴 폭발이 끝났다.
먼지구름이 가라앉았고 강진석은 델니오를 볼 수 있었다.
'엄청난 정신력이네.'
델니오의 상태는 당연하게도 좋지 않았다.
솔직히 당장 쓰러져도 이상할 것 없는 상태였다.
오른쪽 발목이 사라졌고 왼쪽 팔 역시 팔뚝 아래가 사라진 상태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몸 곳곳에 난 상처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가만히 둬도 머지않아 죽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델니오의 육체 상태는 최악이었다.
그런데 델니오는 쓰러지지 않았다.
검을 지팡이 삼아 버티고 있었다.
몬스터지만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취익?
-취익.
두 오크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오크의 언어를 모른다.
그러나 분위기를 보면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추측할 수 있었다.
델니오를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게 분명했다.
강진석은 다시 델니오를 보았다.
'아직 한 방이 남아 있는 것 같은데.'
분명 육체 상태는 최악이다.
기운도 처음과 비교해 무척 줄어들어 있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강진석이 보기에 최후의 한 방 정도는 날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오크가 대비 없이 델니오에게 다가간다면?
큰코다치지 않을까 싶었다.
'죽을 수도 있겠지.'
델니오에게 남은 것은 동귀어진뿐이었다.
크게 다치는 수준이 아니라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 강진석은 나설 생각이었다.
솔직히 상잔하게 되면 강진석이야 편하다.
힘이 덜 들 테니까.
그러나 그만큼 보상도 줄어든다.
포인트를 위해서는 지금 나서는 게 가장 좋아 보였다.
'근데 상태가 저렇게 별로인데 포인트를 제대로 주려나?'
델니오는 물론 두 오크의 상태도 정상은 아니었다.
몬스터끼리 싸운 것이니 상관없이 포인트를 줄지 아니면 기여한 바가 적으니 그만큼 적게 줄지 궁금했다.
강진석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바위 뒤에서 나갔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두 오크에게 달려들었다.
쉽게 잡을 수 있는 것은 분명 델니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진석이 오크에게 달려든 이유는 삼각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물론 델니오의 상태를 보면 제대로 된 삼각 구도는 아니다.
델니오에게 남아 있는 것은 한 방뿐이었으니까.
그러나 상관없다.
삼각 구도가 된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했다.
-취익?!
-취익!
갑작스런 등장 때문인지 아니면 속도 때문인지 두 오크는 놀란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이어 방패 오크가 앞으로 나섰다.
그러나 강진석은 방패 오크를 먼저 처리할 생각이 없었다.
도끼 오크 먼저 죽일 생각이었다.
굳이 도끼 오크를 먼저 죽이려는 이유는 도끼 오크의 상태 때문이었다.
델니오를 빈사 상태로 만든 붉은빛 공격.
도끼 오크는 붉은빛 공격을 하는 데 많은 기운을 소모했다.
처음에는 방패 오크와 비슷했던 기운이 지금은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문제는 소모된 기운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방패 오크가 나선 이유도 도끼 오크에게 회복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가 분명했다.
도끼 오크가 기운을 회복한다면?
붉은빛을 재차 사용할 수도 있다.
방패 오크를 지나칠 방법이 없다면 모를까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거기다 방패 오크의 경우 공간이동을 할 수 있다.
전투 중 도망을 친다면?
잡지도 못하고 시간만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확실히 잡을 수 있는 도끼 오크부터 잡는 게 옳았다.
이내 방패 오크와의 거리가 가까워졌고.
후웅!
방패 오크가 검을 휘둘렀다.
전력을 다한 공격은 아니었다.
진심이 담긴 공격도 아니었다.
수준 파악을 위한 가벼운 공격이었다.
강진석은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이며 방향을 틀었다.
방패 오크의 검은 허공을 갈랐고 강진석은 그대로 방패 오크의 옆구리를 지나쳤다.
-취익!?
이런 상황을 예상치 못한 방패 오크는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였고 강진석은 그대로 속도를 유지한 채 도끼 오크에게 달려갔다.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고.
-취익!
후웅!
도끼 오크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괴성을 내뱉으며 도끼를 휘둘렀다.
그러나 앞서 붉은빛 공격으로 기운이 빠진 도끼 오크의 도끼는 무척이나 느렸고 몸을 살짝 트는 것으로 손쉽게 도끼를 피할 수 있었다.
공격을 피한 강진석은 바로 도끼 오크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도끼 오크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씨익 웃으며 도끼의 방향을 틀어 마주 휘둘렀다.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 강진석은 도끼 오크가 왜 공격을 피하지 않았는지, 웃었는지 알 수 있었다.
카르몬과 똑같은 이유였다.
도끼 오크의 목 피부가 돌로 변했다.
그극....
이내 돌로 변한 목에 검이 작렬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알 수 있었다.
도끼 오크의 돌 피부는 카르몬보다 훨씬 단단하다는 것을.
그러나 그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강진석의 힘도 카르몬을 죽일 때보다 훨씬 강해진 상태였다.
스걱!
이내 델룬 장검이 돌 피부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어 도끼 오크의 머리가 육체에서 떨어져 나왔다.
스아앗!
도끼 오크의 머리와 몸에 빛이 서렸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천부장 에스탈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8만 상승합니다.]
[퀘스트 '천부장 에스탈'을 완료하셨습니다.]
[포인트가 10만 상승합니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고 눈을 번뜩였다.
'18만!'
에스탈을 잡아 8만, 퀘스트 보상으로 10만.
총 18만 포인트가 올랐다.
공격 한 번에 18만이라니?
여기서 끝이 아니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전환율 : 100%]
[조건 불충족으로 전환하지 못했던 모든 것을 전환합니다.]
[전환율 : 10%]
90%에서 멈춰있던 가온 팔찌의 전환율도 100%가 됐다.
그와 동시에 강진석은 근력이 강해지고 몸이 가벼워지고 육체가 단단해지고 초감각 범위가 늘어남을 느낄 수 있었다.
변화를 보아 가온 팔찌의 능력치 상승량이 16에서 32가 된 것이 분명했다.
팅! 퉁! 툭!
그리고 에스탈이 사라진 자리에 여러 물품이 떨어졌다.
반지, 목걸이, 도끼 등 총 6개였다.
'도끼가 너무 궁금한데.'
6개 물품 중 가장 궁금한 것은 도끼였다.
당장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확인할 수 없었다.
강진석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방패 오크 클라브를 보았다.
뒤를 쫓아 오던 클라브는 에스탈이 죽자 이동을 멈춘 채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현 상황을 부정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강진석은 이어 델니오를 보았다.
델니오 역시 클라브와 마찬가지로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만 클라브와 달리 '현실 부정'은 보이지 않았다.
강진석은 두 몬스터를 주시하며 상체를 숙였다.
그리고 에스탈이 떨어트린 아티펙트 6개를 전부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취, 취익!!!!
그러자 클라브가 괴성을 내뱉었다.
괴성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괴성만 내뱉을 뿐 클라브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강진석은 볼 수 있었다.
클라브의 기운이 흔들리는 것을.
겁을 먹은 것이 분명했다.
'...다른 오크랑 좀 다른 것 같은데?'
앞서 만난 오크들은 겁이란 게 없었다.
동족들의 죽음에 분노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클라브는 앞서 만난 오크들과 전혀 달랐다.
어째서인지 도망을 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죽여야겠는데.'
클라브와 델니오 중 누굴 먼저 죽일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분위기를 보니 클라브를 먼저 죽여야 할 것 같았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바로 클라브에게 달려들었다.
클라브는 강진석이 다가오자 움찔했다.
강화된 가온 팔찌 덕분에 능력치가 대폭 오른 강진석의 속도는 전보다 훨씬 빨라졌고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스아악!
그 순간 클라브의 목걸이가 빛났다.
목걸이에서 시작된 빛은 순식간에 클라브를 뒤덮었고 이어 클라브가 사라졌다.
이미 사라질 것을 예상하고 있던 강진석은 초감각에 집중했다.
그리고 클라브가 감지되자마자 바로 방향을 틀었다.
거리가 다시 좁혀지기 시작했고 클라브는 이를 악물며 전투 자세를 취했다.
'역시 연달아 사용할 수는 없나 보네.'
최악의 경우 목걸이를 통해 연달아 공간이동을 해 도망치면 어쩌나 했다.
그런데 다행히 제한이 있는 듯했다.
이내 거리가 좁혀졌고 전과 달리 강진석이 먼저 검을 휘둘렀다.
클라브는 방패로 검을 막으며 마주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이미 방패로 막으려 할 것을 예상하고 있던 강진석은 검의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그대로 검을 쥔 팔뚝을 찔렀다.
푹!
델룬 장검이 가볍게 클라브의 팔뚝을 파고들었고.
-취익!
클라브는 비명과 함께 검을 놓쳤다.
강진석은 검을 빼내며 생각했다.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달랐을까?'
앞서 죽은 에스탈이나 지금 상대하고 있는 클라브는 델니오와의 전투로 힘이 빠진 상태였다.
만약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어땠을까?
'이렇게 쉽게 잡을 순 없었겠지.'
죽일 자신은 있었다.
그러나 이리 쉽게 죽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강진석은 클라브를 향해 재차 검을 휘둘렀다.
클라브는 검을 막기 위해 계속해서 방패를 움직였지만 의미 없었다.
속도 차이가 심했고 강진석의 검은 방패를 피해 클라브의 육체 곳곳을 파고들었다.
스아악!
얼마 뒤 클라브의 육체가 빛났다.
[천부장 클라브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8만 상승합니다.]
[퀘스트 '천부장 클라브'를 완료하셨습니다.]
[포인트가 10만 상승합니다.]
[전환율 : 20%]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클라브가 떨어트린 아티펙트 5개를 인벤토리에 보관 후 돌아섰다.
이제 남은 것은 델니오뿐이었다.
에스탈, 클라브를 죽일 때와 달리 강진석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델니오를 자세히 살폈다.
기운이 약해지고 있긴 했지만 여전히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정도는 남아 있었다.
강진석은 고민했다.
'좀 기다릴까?'
계속해서 기운이 약해지고 있었다.
이대로 대치만 해도 델니오는 죽을 것이다.
굳이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있을까?
'...그래, 어떤 녀석이 나타날지 모르니.'
고민 끝에 강진석은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다.
소리가 커도 너무 컸다.
다른 곳에 있는 몬스터들이 몰려올 수 있다.
일반 몬스터라면 상관없지만 네임드 몬스터가 나타난다면?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가만히 기다리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저벅!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10m 부근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델룬 장검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굳이 직접 목을 벨 필요는 없지.'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덤벨을 꺼냈다.
-키, 키익?
푹 가라앉은 눈빛을 짓고 있던 델니오는 강진석이 꺼낸 덤벨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강진석은 델니오를 향해 덤벨을 전력투구했다.
후웅!
덤벨은 바람을 가르며 델니오에게 날아갔다.
델니오는 다급히 지팡이 삼아 쓰고 있던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검에서 노란빛이 튀어나와 덤벨과 충돌했다.
쾅!
폭음과 함께 덤벨과 노란빛이 사라졌다.
분명 덤벨 공격은 실패했다.
그럼에도 강진석은 싱긋 웃었다.
델니오의 기운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델니오가 떨기 시작했다.
이제는 검을 지팡이 삼아 버티는 것도 힘든 게 분명했다.
강진석은 다시 인벤토리에서 덤벨을 꺼냈다.
그리고 조금 전처럼 전력을 다해 던지며 생각했다.
'한두 번이면 되겠어.'
남은 기운을 보니 금방 끝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제66화
66.
후웅!
바람을 가르며 덤벨이 날아갔고 델니오는 전처럼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노란빛이 튀어나왔다.
"...!"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노란빛은 덤벨로 향하지 않았다.
덤벨을 지나 강진석에게 날아오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답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동귀어진을 선택한 것이 분명했다.
강진석은 피식 웃으며 하늘로 점프했다.
그리고 델니오를 보았다.
델니오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따라 고개를 올리고 있었다.
퍽!
그리고 덤벨이 델니오의 머리에 작렬했고 그대로 델니오의 머리가 뒤로 꺾였다.
쾅!
이어 강진석이 서 있던 자리에 노란빛이 작렬하며 폭발했다.
강진석은 다시 지상으로 내려가며 꿈틀거리는 델니오를 주시했다.
이내 델니오의 기운이 완전히 자취를 감췄고.
스아악!
빛과 함께 델니오의 육체가 사라졌다.
그리고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특별수색대장 델니오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11만 상승합니다.]
[퀘스트 '특별수색대장 델니오'를 완료하셨습니다.]
[포인트가 13만 상승합니다.]
[전환율 : 30%]
메시지를 보며 강진석은 감탄했다.
'와, 무슨 포인트를....'
강진석이 한 것이라고는 덤벨을 두 번 던진 것뿐이었다.
그런데 포인트가 24만이나 올랐다.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포인트를 보니 그냥 웃음이 나왔다.
이어 강진석은 델니오가 죽은 자리로 향했다.
그리고 자리에 떨어진 물품을 확인했다.
검, 벨트, 신발 등 총 7개였다.
'7개나....'
에스탈에게 6개.
클라브에게 5개.
델니오에게 7개.
이번 사냥으로 강진석이 얻은 아티펙트는 무려 18개였다.
포인트 때와 마찬가지로 그냥 웃음이 나왔다.
강진석은 일단 아티펙트를 전부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한강 쪽에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몬스터들이 내는 소리가 분명했다.
강진석은 숨어 있던 바위 뒤쪽으로 돌아갔다.
정보를 파악할 생각이긴 했다.
그러나 소리를 보니 한두 마리가 아니다.
그리고 무리에 네임드 몬스터가 끼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우선 강진석은 바위 뒤에 숨어 몬스터들의 수준을 파악할 생각이었다.
얼마 뒤 강진석의 초감각에 몬스터들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역시 숨길 잘했네.'
총 50마리였고 델니오와 비슷한 기운을 가진 존재가 둘이나 있었다.
강진석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오크나 고블린도 아니고 정보가 전무한 몬스터를 그것도 델니오와 동급의 존재 둘이 포함된 무리를 상대하는 것이 옳은 행위일까?
'이건 아니야.'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았다.
하나라면 모를까 둘은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인트도 모았으니까.'
강진석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강진석이 사라지고 얼마 뒤.
수많은 리자드맨 무리가 나타났다.
선두에는 다른 리자드맨들보다 50cm 정도 큰 리자드맨이 둘 있었는데 하나는 삼지창을 또 다른 하나는 쌍검을 들고 있었다.
삼지창을 들고 있던 리자드맨이 주변을 스윽 훑고는 옆에 있던 쌍검 리자드맨에게 말했다.
"전투가 일어난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필포르."
"그건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사실 아닌가? 레파이르."
필포르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물음에 답했다.
"흠흠."
레파이르는 필포르의 답에 멋쩍은 표정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필포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앞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바닥에 흩뿌려져 있는 핏자국을 유심히 살피다가 입을 열었다.
"오크와 고블린의 피군."
"그럼 오크와 고블린이 전투를 벌였단 말인가?"
"상황을 보면."
전투를 본 것도 아니고 시체도 남아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핏자국을 보면 오크와 고블린이 전투를 벌였을 확률이 99%였다.
다른 존재가 전투를 벌이고 두 종족의 피를 흩뿌리지는 않았을 테니.
"이쪽에서 전투를 벌일 만한 녀석들이면...."
"전쟁 바람과 차가운 뿌리겠지."
* * *
요새 근처에 도착한 강진석은 뒤쪽을 보았다.
다행히, 당연하게도 몬스터들은 따라오지 않았다.
강진석은 다시 요새로 향했고 도착과 동시에 바로 정보창을 열었다.
힘 : 121(87+34)
민첩 : 117(85+32)
체력 : 127(93+34)
정신력 : 139(104+35)
그리고 능력치를 확인한 강진석은 활짝 웃으며 가온 팔찌를 보았다.
'사길 너무 잘했다.'
아무리 봐도 가온 팔찌를 구매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강진석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73만 9400]
'이게 네임드의 힘인가.'
3마리를 잡았을 뿐이다.
그런데 퀘스트까지 총 60만 포인트가 올랐다.
잡는 데 오래 걸린 것도 아니다.
발견부터 사냥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힘이 많이 든 것도 아니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어부지리였다.
'다른 네임드들도 이렇게 쉽게 잡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스킬창을 열었다.
'어떤 변화가 있으려나.'
이제 강진석은 체력 100을 찍을 생각이었다.
정신력 100은 초감각 조절과 텔레파시였다.
체력 100은 과연 어떤 변화가 있을지 무척 기대됐다.
.
.
[스킬 '체력14'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체력이 1 상승합니다.]
강진석은 순식간에 스킬 '체력14'를 최대 레벨까지 올렸다.
이제 남은 체력은 단 2였다.
스킬 '체력15'를 습득하고 1레벨만 더 올리면 된다.
체력 100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강진석은 속으로 짧게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스킬 습득을 이어 나갔다.
.
.
[스킬 '체력15'를 습득하셨습니다.]
[체력이 1 상승합니다.]
이내 '체력15'를 습득해 순수 체력이 99가 되었고.
[스킬 '체력15'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체력이 1 상승합니다.]
레벨을 올리며 순수 체력이 100이 되었다.
"...!"
그 순간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몸이 뜨거워졌다.
한두 곳이 아니다.
전신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대체....'
강진석은 의아했다.
무슨 변화가 일어나려는 것일까?
의아함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해결됐다.
머릿속에 앞으로 일어날 일이 저절로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육체가 재구성된다고? 환골탈태를 말하는 건가?'
바로 육체의 재구성이었다.
무협 소설에서 등장했던 '환골탈태'가 떠올랐다.
바로 그때였다.
"...!"
강진석은 인상을 구겼다.
전신을 엄습한 고통 때문이었다.
고통은 점점 강해졌다.
강진석은 재빨리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심호흡하며 고통을 참는 데 집중했다.
이내 머리카락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강진석은 머리카락에 신경 쓸 수 없었다.
고통을 버티는 데 모든 집중력을 쏟아붓고 있었기에.
다른 곳에 신경을 돌릴 상황이 아니었다.
고통은 점점 커졌고 결국 강진석은 눈을 감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고통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열기 또한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내 고통과 열기가 완전히 사라졌고 이어 그 자리를 상쾌함이 차지했다.
강진석은 육체 재구성이 끝났다는 것을 깨닫고 눈을 떴다.
그리고 코를 킁킁거리며 생각했다.
'냄새가 안 나네?'
무협 소설에서는 환골탈태를 하면 보편적으로 지독한 악취가 동반됐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물론 냄새만 나지 않을 뿐이었다.
머리카락, 피부 껍질 같은 잔해들이 옷과 주변에 널브러져 있었다.
강진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옷에 있던 이물질들을 털어낸 뒤 육체에 집중했다.
재구성되며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궁금했다.
'흉터도 전부 사라진 건가?'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피부였다.
왼손 손등 있던 흉터 3개가 보이지 않았다.
오른손 손바닥에 있던 자잘한 흉터들도 전부 사라져 있었다.
아직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곳에 있는 흉터들 역시 전부 사라졌을 것으로 추정됐다.
물론 흉터 제거가 끝은 아니다.
'...다 강력해졌네.'
육체가 전반적으로 강력해졌다.
일단 근력이 크게 강해졌고 육체의 방어력 역시 강해졌다.
강력해진 것은 육체뿐만이 아니다.
정신력 역시 강해졌다.
초감각 범위가 대폭 늘어났다.
능력치가 오른 것은 아니지만 재구성 전과 비교해 수십 오른 느낌이었다.
"이야...."
절로 감탄이 나왔다.
"...?"
그리고 감탄을 내뱉고 1초 만에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방금....'
강진석은 조금 전 상황을 떠올리며 침을 삼켰다.
그리고 재차 입을 열었다.
"아아, 가나다라마바사...."
강진석은 말끝을 흐렸다.
사고로 잃었던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었다.
'이러면....'
강진석은 목에 걸고 있는 구리 목걸이를 만졌다.
구리 목걸이의 효과는 2가지였다.
스킬 '헤이스트'와 정신력 2 상승.
여태까지는 정신력 상승 밖에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주문 영창을 할 수 있게 됐기에.
"헤이스트."
강진석은 바로 주문을 영창했다.
그와 동시에 강진석은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육체에서 빠져나간 기운은 목걸이로 향했고.
이내 목걸이에서 다시 기운이 돌아왔다.
돌아온 기운은 순식간에 전신으로 퍼졌고 강진석은 몸이 한층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민첩 5 정도 오른 것 같은데?'
헤이스트의 효과는 예상보다 강력했다.
강진석은 스킬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두 번째 페이지를 클릭했다.
그러자 수많은 액티브 스킬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제 이것들을 쓸 수 있다는 이야기네.'
습득만 하면 된다.
그러면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강진석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토록 바라고 바랐던 파이어볼, 매직 미사일 등을 사용할 수 있게 됐는데 아쉬워하는 이유는 액티브 스킬을 습득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었다.
습득 생각이 없는 이유는 바로 '오롯이 존재하는 자'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오롯이 존재하는 자'를 확인했다.
<오롯이 존재하는 자>
???
???
퀘스트 보상 : ???
액티브 스킬 습득 시 퀘스트 실패
완료 조건은 나와 있지 않았다.
그러나 실패 조건은 나와 있었다.
액티브 스킬을 습득하면 안 된다.
물론 보상이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굳이 액티브 스킬을 포기할 필요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최초 보상을 생각하면 엄청나겠지.'
그러나 강진석은 앞서 '오롯이 존재하는 자1'과 '오롯이 존재하는자 2'의 최초 보상을 맛보았다.
최초 보상을 생각하면 퀘스트 '오롯이 존재하는 자'의 보상은 평범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 스킬은 아티펙트 이용하면 되는 거고!'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남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45만 5800]
포인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다시 정보창을 보았다.
힘 : 121(87+34)
민첩 : 117(85+32)
체력 : 134(100+34)
정신력 : 139(104+35)
'힘을 올릴까? 민첩?'
다행히 남은 포인트로 힘과 민첩 둘 중 하나는 100을 찍을 수 있었다.
어떤 것을 먼저 올릴지 고민이 됐다.
'...그래.'
고민 끝에 강진석은 결정을 내렸다.
'일단 힘부터 가자.'
제67화
67.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바로 힘 라인 스킬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
.
[스킬 '힘16'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힘이 1 상승합니다.]
이내 힘이 99가 되었고 강진석은 잠시 모든 행동을 멈췄다.
이제 1만 더 올리면 된다.
그러면 100이 될 것이고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그래서 멈췄다.
마음의 준비를 하기 위해서.
'체력 때처럼 고통이 찾아오지는 않겠지?'
육체가 재구성될 때 강진석은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힘 역시 그와 비슷한 고통이 제공될 수 있다.
"후우...."
강진석은 소리 내어 깊게 숨을 내뱉는 것으로 마음의 준비를 끝냈다.
그리고 스킬 '힘16'의 레벨을 올렸다.
[스킬 '힘16'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힘이 1 상승합니다.]
그렇게 힘이 100이 되었고.
"...!"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고통 때문이 아니다.
힘이 100이 된 순간 느껴진 변화 때문이었다.
'이게 무슨....'
강진석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손바닥을 보았다.
그리고 집중했다.
스아아....
이내 손바닥에서 새하얀 기운이 흘러나왔다.
새하얀 기운은 강진석의 의지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어깨를 통해 다시 육체로 돌아갔다.
'허....'
강진석은 속으로 헛웃음을 내뱉었다.
'기운 운용이라니.'
힘 100이 가져다 준 변화는 바로 '기운 운용'이었다.
스킬 '기운 통제'를 배워야 기운을 운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힘 100이 된 지금 기운 운용이 가능해졌다.
'이러면 이제 다 사용할 수 있는 거잖아?'
스킬 같은 이능을 사용하는 방법은 3가지였다.
첫 번째는 기운 주입.
두 번째는 주문 영창.
세 번째는 의지 발현.
조금 전까지만 해도 3가지 중 가능했던 방법은 의지 발현뿐이었다.
기운 주입은 멀다고 생각했고 주문 영창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힘과 체력이 100이 된 순간 찾아온 변화 덕분에 기운 주입은 물론 주문 영창까지 가능해졌다.
'일단 확인부터 해 볼까.'
강진석은 델룬 장검을 다시 꺼냈다.
델룬 장검의 두 번째 기능은 기운 주입 시 '쇠락의 오라' 발동이었다.
'궁금했었는데.'
항상 쇠락의 오라가 무엇인지 궁금했었다.
드디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바로 델룬 장검에 기운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손에서 흘러나온 기운은 델룬 장검 곳곳으로 퍼져 나갔고.
스아앗!
이내 델룬 장검에 빛이 서렸다.
무협지에서 보던 '검기'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강진석은 느낄 수 있었다.
델룬 장검의 내구력과 절삭력이 강해졌다는 것을.
그렇지 않아도 뛰어났던 내구력과 절삭력이 더 강해지다니?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강진석이 느낀 것은 내구력, 절삭력의 강화뿐만이 아니다.
쇠락의 오라를 발동하는 방법 역시 알게 됐다.
'내부에 마법진이 새겨져 있는 거였구나?'
델룬 장검 내부에 마법진이 각인되어 있었다.
쇠락의 오라를 발동하는 방법은 마법진 중심에 기운을 불어넣는 것이었다.
만약 주입하지 않는다면?
쇠락의 오라는 발동되지 않는다.
'이건 좋네.'
그래서 더 좋았다.
쇠락의 오라를 사용하지 않고도 내구력과 절삭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기에.
강진석은 마법진 중심에 기운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스아아!
그러자 주변에 반투명한 회색 장막이 생겨났다.
'이게 쇠락의 오라구나? 생각보다 작네.'
강진석은 쇠락의 오라를 보며 생각했다.
쇠락의 오라 범위는 반경 2m의 반구 형태로 예상보다 작았다.
'더 주입하면 늘어나려나?'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추가로 기운을 더 주입했다.
스아아!
그러자 쇠락의 오라 범위가 커지기 시작했다.
물론 무한정 커지지는 않았다.
반경 3m부터는 기운을 더 주입해도 늘어나지 않았다.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마법진에 불어 넣었던 기운을 회수했다.
그러자 쇠락의 오라가 사라졌고 강진석은 델룬 장검에 서린 빛을 보며 델니오를 떠올렸다.
'나도 날릴 수 있을까?'
델니오는 검을 휘두를 때마다 노란빛을 방출했다.
당시에는 검의 기능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기운을 운용할 수 있게 된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기운을 방출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능할 것 같긴 한데....'
강진석은 기운을 검 끝에 몰아넣었다.
그러자 검 끝에 서린 빛이 강렬해졌다.
강진석은 창가로 다가갔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후웅!
그러자 검 끝에 서려 있던 기운이 하늘로 방출됐다.
'...되네.'
강진석은 싱긋 웃었다.
'근데 연습 좀 해야겠어.'
기운을 날리는 게 가능하기는 했지만 어색했다.
그리고 어색해서 그런지 허술했다.
입주자들도 쉽게 피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전투에서 사용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기운이 적게 드는 것도 아니고 매우 많은 기운이 필요했다.
그리고 기운만 드는 게 아니다.
정신력도 상당히 소모됐다.
'이런 거 보면 정신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단 말이지.'
기운 운용도 그렇고 비행도 그렇고 정신력이 안 들어가는 곳이 없었다.
그렇게 정신력에 대해 생각하며 강진석은 인벤토리에 델룬 장검을 넣었다.
그리고 이어 혼돈의 구와 일반 장검을 꺼냈다.
혼돈의 구의 기능은 총 3가지였다.
장비 저장, 형태 변환, 회수.
회수를 발동하는 방법은 의지 발현이었고 나머지 두 기능 장비 저장과 형태 변환은 기운 주입으로 발동이 가능했다.
이제부터 강진석은 장비 저장과 형태 변환을 확인할 생각이었다.
강진석은 오른손에 혼돈의 구를 쥔 채 기운을 주입했다.
그러자 혼돈의 구에 보랏빛이 서렸다.
이어 강진석은 왼손에 들고 있던 일반 장검에 기운을 주입했다.
그러자 일반 장검에 하얀빛이 서렸다.
두 물품의 빛을 확인한 강진석은 일반 장검으로 혼돈의 구를 찔렀다.
일반 장검은 허공을 지나치는 것처럼 조금의 멈칫거림 없이 자연스레 혼돈의 구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후웅!
혼돈의 구에서 흡입력이 발생했고 일반 장검을 빨아들였다.
그리고 이내 혼돈의 구에 문양이 하나 나타났다.
방금 전 빨려 들어간 '일반 장검'과 똑같이 생긴 문양이었다.
'표시도 되는구나?'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다시 혼돈의 구에 집중했다.
그러자 동그랗던 혼돈의 구의 형태가 일반 장검으로 변했다.
'오래 걸리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네.'
변환 속도가 무척 빨랐다.
눈 한 번 깜빡이니 검이 됐다.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검을 몇 번 휘둘렀다.
'...어?'
그리고 휘두르며 알게 됐다.
내구력과 절삭력이 일반 장검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해졌다는 것을.
얼마나 강력해졌냐면 델룬 장검에 기운을 주입했을 때와 비슷했다.
'전부 저장하는 게 아닌 건가...?'
모든 것을 저장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내구력과 절삭력을 보니 저장되는 것은 형태와 기능뿐인 듯했다.
'근데 이게 말이 되나? 기운 주입한 것도 아닌데....'
아직 기운을 주입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미 델룬 장검에 기운을 주입한 것과 동급이었다.
그렇다면 기운을 주입하게 될 경우 어떻게 되는 것일까?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혼돈의 구에 기운을 주입했다.
기운이 주입되자 내구력과 절삭력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끝이 없어?'
델룬 장검의 경우 일정 이상 기운을 주입하면 더 이상 기운을 주입할 수 없었다.
그런데 혼돈의 구는 끝없이 기운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주입한 만큼 내구력과 절삭력이 강해졌다.
이내 보유 기운의 50%를 주입한 강진석은 주입을 멈췄다.
끝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다.
더 이상 주입하는 게 의미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강진석은 혼돈의 구를 보았다.
진한 보랏빛이 서려 있는 혼돈의 구를 보니 그냥 웃음이 나왔다.
'뭐든 다 벨 수 있겠는데.'
델룬 장검의 절삭력도 어마어마했다.
그러나 혼돈의 구와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근데....'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기운을 회수하고 혼돈의 구를 기본 상태로 변환시킨 뒤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델룬 장검을 꺼낸 뒤 기운을 주입했다.
델룬 장검에 새하얀 빛이 서렸고 강진석은 바로 혼돈의 구를 찔렀다.
일반 장검 때처럼 흡입력이 발생하며 혼돈의 구가 델룬 장검을 빨아들였다.
델룬 장검을 저장한 강진석은 바로 델룬 장검으로 변환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진짜 증폭이었어?'
형태와 기능만 가져오는 게 아니라 내구력과 절삭력을 증폭시키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었다.
그래서 확인해 봤는데 진짜였다.
똑같이 기운을 주입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일반 장검 때보다 내구력, 절삭력이 강했다.
'여기에 주입을 하면....'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내구력과 절삭력이 얼마나 강해질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기능에도 영향을 끼칠까?'
강진석은 기운을 주입해 쇠락의 오라를 발동시켰다.
'...이건 아니구나.'
아쉽게도 쇠락의 오라는 그대로였다.
강해지는 것은 내구력과 절삭력뿐인 듯했다.
'어쨌든 미친 물건이었네.'
강진석은 실실 웃으며 혼돈의 구를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그리고 마저 스킬 '힘16'과 '체력15'를 최대 레벨로 올린 뒤 정보창을 열었다.
힘 : 136(102+34)
민첩 : 117(85+32)
체력 : 137(103+34)
정신력 : 139(104+35)
민첩을 제외한 모든 능력치가 130대가 됐다.
'이제 민첩만 올리면....'
강진석은 남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2400]
'민첩 100까지 필요한 포인트가....'
민첩 100 달성을 위해서는 스킬 '민첩16'을 최대 레벨로 올려야 했다.
'44만 2200....'
필요 포인트 계산을 마친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네임드 몇 마리 더 잡으면 모을 수 있겠네.'
강진석은 조금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지금이라면 델니오, 에스탈, 클라브가 정상적인 상태였어도 쉽게 죽일 자신이 있었다.
'한강에서 왔던 녀석들 잡으러 갈까?'
강진석은 어떻게 할지 생각하며 정보창을 닫았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델니오, 에스탈, 클라브에게 얻은 18개의 아티펙트를 꺼내 내려놓았다.
이제부터 강진석은 아티펙트를 확인할 생각이었다.
'우선.'
강진석은 가장 관심이 가던 에스탈의 도끼를 집었다.
'역시 감정이 필요하네.'
정보가 떠오르지 않았다.
'하급은 안 되겠지?'
아무리 봐도 하급 아티펙트는 아니었다.
강진석은 중급 감정 스크롤을 꺼내 에스탈의 도끼를 감정했다.
<에파드의 수련 도끼>
1. 상처 입힌 대상의 생명력 일부 흡수
2. 기운 주입 시 '붉은 바람 잔영' 발동
3. 기운 주입 시 '전장의 전사' 발동
4. 주문 영창 시 '헤이스트' 발동
그러자 정보창이 나타났다.
'와....'
정보를 확인하자마자 강진석은 감탄을 내뱉었다.
기능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일단 패시브가 하나 있었고 기운 주입으로 발동할 수 있는 기능이 2개였으며 주문 영창으로 발동할 수 있는 스킬도 하나 있었다.
'근데 에파드? 에스탈이 아니라?'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도끼의 이름은 에스탈의 수련 도끼가 아니라 '에파드'의 수련 도끼였다.
'받거나 빼앗은 건가?'
이름이 다른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받은 것일 수도 있고 훔친 것일 수도 있으니.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수련 도끼'라는 부분이었다.
'...누군지 몰라도 평범한 존재는 아닌 것 같은데.'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바로 그때였다.
[누군가 최초로 '핸드폰-지도'를 활성화했습니다.]
[메인 퀘스트 '멸망을 막기 위하여'가 생성됐습니다.]
[메인 퀘스트 완료 시 시험이 종료됩니다.]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메인 퀘스트?'
제68화
68.
강진석은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메인 퀘스트가 생성되다니?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메인 퀘스트 '멸망을 막기 위하여'를 확인했다.
<멸망을 막기 위하여>
세계 침공자들은 영역의 근간이 되는 제단, 성소, 신전 등의 상징을 지구 곳곳에 설치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영역 상징을 설치해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하려 한다.
모든 영역 상징을 파괴해 세계 침공자들을 몰아내라!
퀘스트 보상 : 시험 종료, ???
'이래서 메타르가....'
메인 퀘스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메타르를 떠올렸다.
어째서 제단에 그리 목을 맨 것일까 의아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게 됐다.
'근데 전부 파괴해야 한다니....'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퀘스트 완료 조건은 단순했다.
모든 영역 상징을 파괴하면 된다.
그러나 단순하다는 게 쉽다는 뜻은 아니다.
강진석은 개화역을 떠올렸다.
확인해 본 것은 아니지만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영역 디버프는 무시무시할 것이다.
거기다 지키고 있는 오크가 수천이었다.
영역에 들어가 상징을 파괴하는 게 쉬울까?
'쉽지 않겠는데.'
아무리 봐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바로 그때였다.
입주자들이 웅성대는 게 느껴졌다.
강진석은 회의를 소집해야 하나 잠깐 고민했지만 이내 소집하지 않기로 했다.
회의를 소집할 정도로 급한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어차피 3시간 뒤 2차 회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이내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으며 생각했다.
'근데 핸드폰을 사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메인 퀘스트가 생성된 이유는 누군가 핸드폰을 구매해 지도를 활성화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강진석도 핸드폰을 살 수는 있었다.
제일 싼 핸드폰의 경우 2만 포인트만 있으면 살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사지 않았었다.
지금 상황에 핸드폰을 사서 무엇에 쓰겠는가?
2만은 결코 적은 포인트가 아니었다.
핸드폰을 구매할 바에 스킬을 습득하는 게 낫다.
그런데 대체 누가, 어떤 생각으로 핸드폰을 산 것일까?
'혹시 퀘스트 보상으로 받았나?'
꼭 샀으리란 법은 없다.
퀘스트 보상으로 아티펙트가 주어지기도 했다.
보상으로 핸드폰이 주어진 것일 수 있다.
'어쨌든 바로 핸드폰 사야겠네.'
전에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의미가 생겼다.
한시라도 빨리 핸드폰을 구매해 지도를 확인하고 싶었다.
'다 나와 있겠지?'
지도를 확인하려는 이유는 영역 상징이 표시되어 있을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었다.
스윽.
강진석은 고개를 내렸다.
그리고 바닥에 놓아둔 아티펙트들을 보았다.
확인한 것은 '에파드의 수련 도끼'뿐이었다.
아직 17개가 남아 있었다.
'빨리 확인하고 가자.'
빠르게 확인하고 사냥을 나가야 할 것 같았다.
강진석은 아티펙트 확인을 이어 나갔다.
바로 정보가 확인되는 것도 있었고 감정을 요구하는 것도 있었다.
이내 마지막 아티펙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자연스레 구리 목걸이를 벗었다.
그리고 '오묘한 공간 목걸이'라는 이름의 사파이어가 달린 은목걸이를 착용했다.
오묘한 공간 목걸이는 클라브가 사용하고 있던 목걸이였다.
목걸이의 기능은 총 3가지였다.
1. 정신력 +3
2. 기운 주입 후 의지 발현 시 '블링크' 발동 (쿨타임 30초)
3.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힐 경우 '전투 가속' 발동
구리 목걸이보다 훨씬 나았다.
교체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목걸이뿐만이 아니다.
강진석은 반지 2개를 추가로 착용했고 몇몇 무기를 혼돈의 구에 저장했다.
저장 후 강진석은 정보창을 확인했다.
힘 : 139(102+37)
민첩 : 117(85+32)
체력 : 141(103+38)
정신력 : 140(104+36)
능력치를 확인한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수치를 보니 그냥 웃음이 나왔다.
바로 그때였다.
'음?'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주다영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내 주다영이 문 앞에서 멈췄다.
똑똑.
"계신가요?"
이어 노크와 함께 주다영이 외쳤다.
강진석은 정보창을 닫고 문을 열어주었다.
"계셨... 응?"
주다영은 강진석을 보고 움찔했다.
'피부가 왜 이렇게....'
그도 그럴 것이 피부가 매우 깨끗해졌다.
회의 때와 너무나 달랐다.
그뿐만이 아니다.
'흉도 사라지셨네?'
목과 얼굴에 있던 흉터도 보이지 않았다.
"네, 조금 전에 돌아왔습니다."
"아, 그러셨... 응?"
주다영은 다시 한번 움찔했다.
무언가 이상했다.
주다영은 당황스런 표정으로 눈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다.
강진석은 주다영의 반응에 피식 웃으며 이어 말했다.
"목소리를 되찾았습니다."
"잘못 들은 게 아니었군요! 축하드려요!"
혹시나 잘못 들은 것일까 했는데 아니었다.
주다영은 진심을 다해 축하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쩐 일로...."
강진석은 축하에 답한 뒤 말끝을 흐렸다.
아직 주다영이 온 이유를 듣지 못했다.
대체 무슨 일로 온 것일까?
"아, 그게...."
주다영은 강진석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부탁할 게 있으신가 보네.'
요새 이야기나 메인 퀘스트 이야기라면 눈치를 볼 리 없다.
분위기를 보니 요새, 메인 퀘스트와 관련 없는 개인적인 부탁 때문에 온 게 아닌가 싶었다.
"이따가 회의 끝나고 근처에 있는 가족들을 데리고 와주신다고 하셨잖아요...?"
"네, 그랬죠."
튜토리얼이 끝나 몬스터들의 활동 반경이 넓어졌고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지기에 시간을 끌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2차 회의가 끝난 뒤 강진석은 가까이 살고 있는 입주자들의 가족을 구출하러 갈 예정이었다.
"가족들이 너무 걱정돼서요...."
"아하."
이어진 주다영의 말에 강진석은 탄성을 내뱉었다.
어떤 부탁인지 알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지금 모셔 오도록 하죠!"
"가,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해요. 이러면 안 되는 걸 알지만...."
주다영은 강진석의 말에 진심을 다해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이어 죄송함이 가득 담긴 얼굴과 목소리로 말끝을 흐렸다.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답했다.
"그만큼 더 열심히 해주시면 됩니다."
"그건 걱정 마세요! 최선을 다할게요!"
주다영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답했다.
"네, 기대하고 있을게요. 돌아가 쉬고 계셔요. 바로 출발할 생각이라."
"아, 네! 알겠습니다!"
강진석은 주다영과 인사를 나눈 뒤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에 도착한 강진석은 양천향교 방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잘됐네. 어디로 갈까 고민 중이었는데.'
애초에 강진석은 아티펙트 확인을 끝낸 후 사냥을 나갈 생각이었다.
핸드폰 구매에 필요한 포인트를 수급하기 위해서였다.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주다영의 가족이 있는 양천향교 쪽을 가면 될 것 같았다.
'지금이면 쉽게 구출 가능하겠지?'
몇 시간 전과 비교해 말도 안 되게 강해졌다.
강해진 지금이라면 양천향교의 상황이 어떻든 쉽게 구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내 강진석은 하늘로 떠올랐다.
그리고 양천향교를 향해 비행을 시작했다.
'와, 속도 빨라진 거 봐라.'
육체가 재구성되며 비행 속도 역시 눈에 띄게 빨라졌다.
이대로라면 금방 양천향교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호?'
그리고 아파트 단지들을 지나치며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따로따로 각자의 집에서 버티고 있던 이들이 무리를 짓기 시작했다.
조만간 마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만남을 떠올린 강진석은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좋게 좋게 흘러갔으면 좋겠지만....'
좋은 만남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만나지 않느니만 못한 만남도 존재했다.
얼마 뒤 강진석은 비행을 멈추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목적지에 도착했기 때문은 아니다.
주다영의 본가까지는 비행 기준 3분은 더 가야 했다.
그럼에도 강진석이 지상으로 내려온 이유.
그 이유는 고블린들 때문이었다.
여러 고블린 무리가 곳곳에서 주변을 경계하거나 활보하고 있었다.
이대로 고블린들을 무시하고 갔다가 고블린들이 따라온다면?
강진석에게는 별문제가 되지 않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금방 모을 수 있겠네.'
거기다 강진석은 포인트를 모아야 했다.
혹여 2만을 모으는 데 시간이 걸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금방 수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혼돈의 구를 꺼냈다.
그리고 델룬 장검으로 변환시키며 고블린 무리에게 다가갔다.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고.
-키익!
-키익?!
고블린 무리 역시 강진석을 발견하고 전투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자세를 취할 때 이미 강진석은 고블린 무리 코앞에 도착했고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스걱! 스걱!
고블린들은 반응을 하지 못했고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다.
순식간에 고블린 10마리를 처치한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았다.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60 상승합니다.]
.
.
[부장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220 상승합니다.]
'호오.'
포인트 상승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성장 제한이 해제됐다.
강해지는 만큼 제공 포인트도 오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대로였다.
'근데 생각보다 빠른데...?'
며칠, 몇 주가 지난 게 아니다.
그런데 벌써 포인트가 이렇게 오르다니?
스윽.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보았다.
근처에 있던 고블린 무리가 강진석을 경계하고 있었다.
강진석은 가장 가까이 있던 고블린 무리에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사냥이 시작됐고 세 무리 정도 잡았을 때.
-키익!
-키이익!
고블린들이 괴성을 내뱉으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고블린들을 뒤쫓아 죽이며 생각했다.
'네임드는 없는 건가?'
현재 초감각에 감지된 고블린의 수는 총 300마리였다.
그리고 대부분이 일반 고블린이었다.
'없지는 않을 텐데....'
강진석은 네임드 고블린이 어디에 있을까 생각했다.
'설마 전부 역에 모여 있나?'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은 '양천향교역'이었다.
양천향교역 역시 방화역과 마찬가지로 고블린들의 영역이 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혹시 그곳에 네임드들이 전부 모여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스걱!
얼마 뒤 근처에 있던 마지막 고블린을 처치한 강진석은 보유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2만 1250]
아슬아슬하게 목표 포인트가 충족됐고 강진석은 바로 상점창을 열었다.
그리고 핸드폰 페이지로 이동했다.
이내 수많은 핸드폰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강진석은 첫 번째에 있는 가장 싼 핸드폰을 구매하기 위해 손을 뻗다가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다른 핸드폰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가격 차이가 있는 이유가 뭘까?'
핸드폰의 가격은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것은 5만 포인트였고 어떤 것은 10만 포인트였다.
외형 때문에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닐 것 같았다.
차이가 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중에 사면 되니까.'
생각을 마친 강진석은 첫 번째 핸드폰을 구매했다.
[핸드폰을 구입하셨습니다.]
[2만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남은 포인트 : 1250]
구매와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고 강진석은 바로 인벤토리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핸드폰을 켜며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러나 아무런 메시지도 나타나지 않았고 강진석은 화면을 보았다.
화면에는 아이콘 4개가 떠 있었다.
전화, 번호부, 지도, 커뮤니티였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떠 있지 않았다.
'설정도 없어?'
강진석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지도를 클릭했다.
그러자 지도가 켜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시험 시작 후 방문한 지역의 지도가 활성화됩니다.]
'방문한 지역 활성?'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지도를 보았다.
현재 강진석이 자리하고 있는 양천향교 부근 지도였다.
그리고 양천향교역과 궁산 정상에 '붉은 점'이 표시되어 있었다.
'영역 상징인가?'
설명이 없었다.
그러나 영역 상징일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제69화
69.
강진석은 지도를 축소했다.
그리고 인상을 구겼다.
다른 지역에는 붉은 점이 없었다.
대신 '자물쇠'가 있었다.
'방문한 지역 활성이라는 게 이 뜻이었어?'
자물쇠가 있는 이유를 강진석은 알 것 같았다.
직접 방문하지 않고 확인하려면 포인트를 주고 해금해야 되는 것이다.
강진석은 일단 양천향교 바로 옆 지역의 자물쇠를 클릭했다.
[해당 지역의 지도를 활성화하시겠습니까?]
[필요 포인트 : 1000]
그러자 확인창과 함께 필요 포인트가 나타났다.
'자물쇠 하나에 1000 포인트인가?'
강진석은 일단 취소를 눌렀다.
그리고 지도를 움직여 동생 강나연이 있는 서초동에 있는 여러 자물쇠 중 하나를 눌렀다.
[해당 지역의 지도를 활성화하시겠습니까?]
[필요 포인트 : 2500]
'2500?'
강진석은 살짝 당황했다.
활성화에 필요한 포인트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영역 상징이 많아서 그런가? 아니면 거리가 멀어서?'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다시 지도를 움직여 몇몇 자물쇠를 클릭했다.
'거리 때문인가 보네.'
거리가 멀수록 많은 포인트를 요구했다.
'나중은 몰라도 지금은....'
굳이 자물쇠에 포인트를 쓸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내 강진석은 지도를 닫았다.
그리고 다시 주다영의 본가로 이동하며 사냥을 시작했다.
얼마 뒤 초감각에 양천향교역이 감지됐다.
물론 영역이 선포되어 있어 제대로 감지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조금 더 가까워졌을 때.
저벅!
강진석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뭐야? 디버프가 왜....'
걸음을 멈춘 이유는 양천향교역의 '영역 디버프'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영역 디버프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느껴졌다.
정확히 어떤 능력치가, 얼마나 감소하는지 느껴진다는 것은 아니다.
대략 느껴질 뿐이다.
예를 들어 어떤 능력치가 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도합 10 정도가 감소할 것이다.
'초감각이 강력해져서 그런가?'
강진석은 어떻게 디버프 수준이 느껴지는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육체가 재구성돼서? 아니면 기운 운용이 가능해져서?'
너무나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래서 이유를 쉽사리 추측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는 몇 마리 있는지도 알 수 있게 되겠지?'
아쉽게도 알 수 있는 것은 디버프 수준뿐이었다.
양천향교역 안에 고블린이 얼마나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보다 더 성장한다면 영역 안에 있는 몬스터의 숫자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근데 이 정도면 금방 청소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고블린이 얼마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디버프 수준을 보니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따 회의 끝나는 대로 가보자.'
마음 같아서는 당장 양천향교역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주다영의 가족을 구출해 요새로 귀환하는 게 먼저였다.
향후 계획에 대해 생각하며, 앞을 막아서는 고블린들을 사냥하며 강진석은 쭉쭉 이동했고 얼마 뒤 목적지 '푸름 아파트' 근처에 도착했다.
푸름 아파트 입구를 본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입구에 수많은 장애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장애물 뒤쪽에는 경계를 서는 이들이 넷 있었다.
'힘을 합쳤나 보네.'
경계를 서는 이가 하나도 아니고 넷이다.
이것은 단지 내 조직이 형성됐음을 의미했다.
강진석은 입구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초감각으로 경계를 서고 있는 이들의 기운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평균 17에서 20 정도 되겠는데?'
정확한 능력치 수치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평균 17에서 20 정도로 한지윤, 최은형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입주자들과 비슷했다.
강진석은 조금 더 다가갔다.
그리고 관리사무소로 추정되는 장소에 수십 명이 모여 있는 게 감지됐다.
그중에는 유독 강한 이가 하나 있었다.
평균 능력치가 25 정도로 추정됐다.
'...여기에 계시려고 할 수도 있겠는데?'
요새만큼은 아니지만 푸름 아파트는 안전해 보였다.
그리고 주다영의 가족들은 요새에 대해 모른다.
떠나지 않으려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계시나 확인부터 하자.'
강진석은 입구로 다가갔다.
"저, 정지!"
이내 입구에 도착한 강진석은 귓가에 들리는 소리에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경계 서고 있는 이들을 보았다.
네 사람 모두 경계심이 가득했다.
"누, 누구십니까!"
넷 중 가장 기운이 큰 중년 사내가 외쳤다.
"저는 강진석이라고 합니다. 102동 302호분들을 뵈러 왔습니다."
강진석은 본론을 꺼낸 뒤 반응을 살폈다.
"엇, 102동 302호면...."
"그...."
"조, 조용."
"...?"
이어진 반응에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네 사람은 주다영의 가족들을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숨기는 듯한 반응을 보인단 말인가?
"...무슨 일로 찾으십니까?"
다시 중년 사내가 물었다.
"따님의 부탁으로 왔습니다. 혹시 안에 계신가요?"
"안에 계시긴 한데...."
중년 사내는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강진석은 안도했다.
혹시나 죽은 것이면 어쩌나 했는데 죽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근데 무슨 일이지?'
그러나 죽지 않았을 뿐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했다.
대체 무슨 문제일까?
"일단 안에 전달해 보겠습니다. 그곳에서 잠시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아, 네."
강진석이 답했고 중년 사내는 같이 경계를 서고 있던 이들에게 조용히 말했다.
"못 들어오게 잘 지키고 있어."
"네."
"예."
물론 강진석의 귓가에는 너무나 생생히 들렸다.
이내 중년 사내가 떠났다.
그리고 초감각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중년 사내가 관리사무소로 향한다는 것을.
바로 그때였다.
"...!"
강진석은 눈을 번뜩이며 고개를 돌렸다.
초감각에 고블린들이 감지됐다.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30마리였다.
그리고 그중에는 정예 전투 고블린도 2마리나 껴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포인트가 아쉬웠는데.'
강진석은 싱긋 웃었다.
많은 고블린을 잡았지만 포인트가 만족할 만큼 수급되지 않았다.
중년 사내가 돌아올 때까지 포인트를 수급하면 될 것 같았다.
'...아니지.'
그러나 이내 든 생각에 강진석은 다시 고개를 돌려 자신을 경계하고 있는 이들을 보았다.
중년 사내는 세 사람에게 말했다.
못 들어오게 하라고.
그러나 고블린들이 나타난다면?
세 사람은 명령대로 강진석을 못 들어오게 할까?
아니면 일단 들어오라고 할까?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들어오라고 하면 큰 문제는 아니겠지만....'
궁금해하는 이유는 내부 상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고블린들이 나타나도 들어오라 하지 않는다?
규율이 철저히 잡혀 있다고 할 수 있고 폐쇄적일 가능성도 매우 높다.
그러나 반대로 들어오라 한다면?
인정이 남아 있다고 할 수 있고 그런 분위기라면 주다영의 가족들에게 큰일이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
"저거 고블린 아냐?"
"미, 미친!"
이내 세 사람이 고블린 무리를 발견하고 놀란 얼굴을 했다.
"마, 막고 있어! 갔다 올게! 최대한 버티기만 해!"
금발 사내가 다른 두 사람에게 말하며 관리사무소로 뛰어갔다.
남은 둘은 두려운 표정으로 고블린들을 보다가 강진석을 보고 고뇌에 빠졌다.
그리고 서로 조용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어, 어쩌지?"
"저대로 밖에 두면 안 되는 거 아냐?"
"근데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고 했잖아."
"그건 그렇지만...."
"우리도 302호분들처럼 감옥에 갇힐 수 있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감옥?'
주다영의 가족들이 감옥에 갇혀 있다니?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였다.
"아니야, 그래도 이건 아니야. 차라리 저 사람 구하고 감옥 가는 게 나을 것 같아."
눈썹이 매우 짙고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한 사내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 나도 그게 마음 편할 것 같긴 하다."
동글동글한 사내의 말에 장발 사내도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장발 사내의 답에 동글동글한 사내는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강진석에게 외쳤다.
"저기 이쪽... 으로...?"
그러나 동글동글한 사내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강진석이 고블린 무리에게 다가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저 사람 왜 저래? 저기요!"
"이쪽으로 오세요! 위험합니다!"
장발 사내와 동글동글한 사내가 외쳤다.
그러나 강진석은 두 사내의 외침에도 돌아서지 않았다.
이내 강진석과 고블린 무리가 마주했고.
스걱!
[정예 전투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40 상승합니다.]
스걱!
[부장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210 상승합니다.]
강진석은 고블린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블린들을 학살하며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주다영의 가족들이 감옥에 갇힌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그러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합당한 이유로 갇힌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어떻게 상황을 해결할지 고민이 됐다.
* * *
유호동은 관리사무소로 향하며 생각했다.
'여기는 어떻게 온 걸까.'
조금 전 입구에 강진석이란 이름의 사내가 나타났다.
유호동은 물자 수급을 위해 단지 밖으로 나간 적 있었다.
바깥은 매우 위험했다.
고블린들이 수없이 돌아다닌다.
그런데 강진석은 어떻게 이곳까지 온 것일까?
궁금한 것은 하나 더 있었다.
'무슨 사이일까?'
강진석이 푸름 아파트에 온 이유는 102동 302호 주씨 일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친한 사이라면....'
주씨 일가는 현재 관리사무소 임시 감옥에 갇혀 있었다.
감옥에 갇힌 이유는 조직을 와해시키려 했기 때문이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유호동은 주씨 일가가 갇힌 진짜 이유를 안다.
푸름 아파트의 리더인 장석현과 의견 충돌이 크게 났었다.
당시 장석현은 기분이 상했고 조직 와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주씨 일가를 가뒀다.
'그때 들고 일어섰어야 했는데....'
장석현이 리더가 된 것은 압도적인 힘 때문이었다.
혼자서 고블린 다섯을 동시에 상대할 정도로 장석현은 강했다.
생존을 위해서는 장석현이 필요했기에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래서는 안 됐다.
'에휴....'
유호동은 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이내 관리사무소에 도착한 유호동은 곧장 상황실로 향했다.
"음?"
상황실에 있던 장석현은 유호동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힐끔 시간을 확인한 뒤 물었다.
"아직 시간이 안 됐는데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그게...."
유호동은 장석현의 눈치를 살피며 이어 말했다.
"강진석이라는 청년이 찾아왔습니다. 102동 302호를 만나러 왔다고...."
"...."
장석현은 주씨 일가 이야기가 나오자 말없이 인상을 구겼다.
그리고 이내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답했다.
"이유는 뭐랍니까?"
"딸의 부탁으로 왔다고 합니다. 정확한 이유는 말해주지 않더라구요. 일단 기다리라 했습니다만 어떻게 할까요?"
"음...."
장석현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들기며 고민했다.
이내 고민을 끝낸 장석현이 말했다.
"데리고 오세요. 일단 제압하고 이야기 들어봅시다."
제70화
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