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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 10-20

10화

10.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더할 나위 없이 활짝 미소를 지었다.

오를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막상 오르는 것을 보니 무척이나 짜릿했다.

강진석은 잠시 덤벨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정보창을 열었다.

힘 : 25

민첩 : 23

체력 : 30

정신력 : 41

24였던 힘이 25가 됐다.

'15만 더 올리면...'

강진석의 1차 목표는 각 능력치 40이었다.

앞으로 15만 더 올리면 힘은 40이 된다.

'스킬로 7 올릴 수 있으니까...'

스킬 '힘'은 3레벨이었고 2레벨을 더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스킬 '힘2'는 아직 0레벨이었고 5레벨을 더 올릴 수 있었다.

즉, 패시브로 힘을 7 올릴 수 있는 상황이었고 따로 8만 더 올리면 되는 상황이었다.

'...쉽지는 않겠네.'

계산을 마친 강진석은 쓴웃음을 지었다.

덤벨컬 70회에 힘이 1 올랐다.

다음에도 70회에 힘이 1 오를까?

아니, 그럴리 없다.

더 많은 횟수를 요구할 것이다.

'그래도 오른다는걸 확인했으니까.'

강진석은 쓴웃음을 떨쳐냈다.

그리고 정보창을 닫은 뒤 덤벨을 보며 생각했다.

'더 할까?'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계속해서 운동을 할지.

아니면 고블린과의 전투를 대비해 힘을 남겨둘지 고민이 됐다.

'그래, 힘들 때 더 쥐어짜면 잘 오를 수도 있으니까.'

고민 끝에 강진석은 다시 덤벨을 들었다.

그리고 운동을 하며 생각했다.

'하다 보면 체력도 오르겠지?'

지금까지는 힘과 민첩만 올랐다.

그러나 체력 또한 운동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능력치였다.

운동을 하다 보면 분명 체력 또한 오를 것이다.

'근데 정신력은...'

문제는 정신력이었다.

정신력도 패시브 말고 올릴 방법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정신력이 오를까?

'운동으로 올리기는 힘들 것 같은데.'

힘, 민첩, 체력만큼은 아니지만 정신력 역시 운동과 연관 있는 능력치였다.

정신력도 운동을 하다 보면 오를 수 있다.

다만 힘, 민첩, 체력보다 배 이상 어려울 것이다.

연관성은 높지 않은데 반대로 수치는 높기 때문이다.

'...혹시 책 같은 걸 읽으면?'

문득 '리더-읽는자'라는 소설이 떠올랐다.

리더-읽는자에서는 책을 읽으면 지혜가 올랐다.

혹시 책을 읽으면 정신력이 오르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면 고통을 참다 보면?'

고통을 인내하는 데에는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고통을 인내하다 보면 정신력이 오를 수도 있다.

그렇게 강진석은 정신력에 대해 생각하다가 근육이 한계에 다다름을 느끼고 운동을 멈췄다.

'역시...'

강진석은 아쉬운 표정으로 메시지 창을 보았다.

아쉽게도 한계까지 쥐어 짰지만 능력치 상승 메시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쉽지 않구나.'

강진석은 스트레칭을 한 뒤 창가로 다가갔다.

이제 강진석은 휴식을 취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냥 휴식할 생각은 없었다.

휴식하며 최대한 정보를 확보할 생각이었다.

강진석은 거점을 중심으로 활발히 움직이는 고블린들을 보며 생각했다.

'뭘 하는 걸까.'

고블린들은 쉴 새 없이 방화역과 거점을 오가고 있었다.

'뭐가 있는거지?'

강진석은 방화역 입구를 보았다.

대체 방화역에 무엇이 있기에 고블린들이 쉴 새 없이 오가는 것일까?

너무나 궁금했다.

그러나 궁금증을 해결할 수는 없었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데 목숨을 걸 만큼 궁금한 것은 아니었다.

'별거 아니면 좋겠네.'

방화역을 바라보던 강진석은 다시 고블린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자세히 고블린들의 생김새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진석이 고블린을 자세히 살피는 이유는 5층에 나타났던 정체불명의 고블린 때문이었다.

부장 고블린보다 4배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강렬한 기운 때문에 초감각으로는 형태를 파악할 수 없던 정체불명의 고블린.

고블린들을 꼼꼼히 살피던 강진석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지팡이 고블린이 맞나 보네...'

아무리 봐도 일반 고블린, 부장 고블린, 지팡이 고블린 외 다른 유형은 보이지 않았다.

'마법을 어떻게 대응하지?'

지팡이 고블린은 분명 마법을 사용할 것이다.

문제는 강진석이 마법을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다는 점이다.

'나무뿌리에 발이 묶이기라도 하면...'

전투를 상상하던 강진석은 인상을 구겼다.

지팡이 고블린이 나무뿌리만 사용해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강진석은 습관적으로 주먹에 힘을 주었다.

'...음?'

그리고 고개를 갸웃했다.

강진석은 고개를 내려 주먹을 보았다.

그리고 주먹을 쥐었다가 펴는 것을 반복했다.

'뭐야...'

몇 번의 반복 후 강진석은 당황했다.

'왜 벌써...'

분명 한계까지 운동했다.

억지로 더 했더라도 5회를 채우지 못할 정도로 힘을 썼다.

그런데 힘이 돌아왔다.

물론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다.

그래도 50회 이상은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됐다.

그래서 문제였다.

평소에 비해 회복이 너무나 빨랐다.

아니, 평소 보다 빠른게 문제가 아니라 지금 회복 속도는 비정상적이었다.

'설마...'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회복이 빠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체력이 올라서?'

28이었던 체력이 30이 됐다.

전보다 회복이 빨라진 이유는 혹시 체력이 올라서가 아닐까?

'근데 고작 2 올랐는데 이정도라고?'

20이 오른게 아니다.

2밖에 오르지 않았다.

지금 회복 속도는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30에도 뭐가 있나?'

초감각은 정신력 40에 활성화됐다.

그래서 당연히 다른 능력치도 40에 뭔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30에도 뭔가가 있는 것이라면?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있는 것 같았다.

그래야만 지금 상황이 설명된다.

만약 30에 아무것도 없고 지금의 비정상적인 회복 속도가 순수히 체력 2가 올라서라면?

그런 것이라면 앞으로 체력을 1순위로 삼아야 한다.

그정도로 현재 회복력은 엄청났다.

'근데 이거 보니까...'

강진석은 스킬창을 열었다.

그리고 스킬 '빠른 회복'을 확인했다.

<빠른 회복[패시브]>

레벨이 오를 때마다 특별한 효과를 얻습니다.

1. 체력이 빠르게 회복됩니다. (1레벨)

2. 자연 치유력이 강화됩니다. (2레벨)

최대 레벨 : 2

현재 레벨 : 0

필요 포인트 : 500

빠른 회복은 앞서 습득한 두 스킬 '무기술', '동체시력'과 달리 2레벨이 끝이었다.

효과는 빠른 체력 회복과 치유력 강화였다.

'이거 배우면...'

그렇지 않아도 회복 속도가 빠른데 스킬 '빠른 회복'을 습득하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 해도 짜릿했다.

'문제는 필요 포인트인데...'

스킬 '빠른 회복'을 해금하기 위해서는 스킬 '체력'을 3레벨까지 올려야 했다.

현재 스킬 '체력'의 레벨은 2레벨.

3레벨로 올리는데 400 포인트가 필요했다.

그리고 빠른 회복을 습득하는데 필요한 포인트 500을 합치면 필요한 포인트는 총 900포인트였다.

현재 강진석이 보유한 포인트는 150으로 750포인트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일반 고블린 15마리...'

750포인트는 결코 적은 포인트가 아니었다.

'5층에 있는 녀석들 잡으면 되긴 하는데...'

강진석은 5층을 떠올렸다.

5층에는 일반 고블린이 16마리, 부장 고블린이 4마리 그리고 지팡이 고블린으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고블린 1마리가 있었다.

전부 잡을 필요 없다.

절반만 잡아도 빠른 회복을 습득할 수 있다.

'스킬 하나 배우자고 목숨을 걸 수는 없지.'

물론 강진석은 갈 생각이 없었다.

5층은 사지(死地)였다.

아무리 스킬이 중요하다고 해도 목숨보다 중요하지는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쾅!

귓가에 들려오는 폭음에 강진석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밖을 확인했다.

폭음의 정체는 파이어 볼이었다.

그리고 로우포트에서 수십명이 쏟아져 나와 고블린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강진석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침을 꿀꺽 삼키며 상황을 주시했다.

얼마 뒤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로우포트 사람들은 고블린들을 공격하고 있었지만 전력을 다해 공격하지는 않았다.

시선과 시간을 끄는 것이 목적인 것 같았다.

'...왜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강진석은 전투가 벌어지는 장소가 아닌 주변으로 시야를 돌렸다.

"...!"

그리고 강진석은 한 여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등에 장궁을 메고 있는 여인은 뒷길을 통해 바로 옆 빌딩인 '스카이1'로 달리고 있었다.

이내 여인이 시야에서 사라졌고 강진석은 생각에 잠겼다.

'정찰을 간건가? 아니면 스카이1 사람들과 접선하기 위해서?'

여인의 목적은 무엇일까?

'접선이면 좋겠는데.'

스카이1에 생존자가 얼마나 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적지는 않을 것이고 로우포트 생존자들과 힘을 합친다면?

홀로 떨어져 있는 강진석에게도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더 많은 고블린들이 로우포트, 스카이1에 배치될 것이기에.

'...잠깐, 이거 기회 아냐?'

강진석은 문득 든 생각에 고개를 내려 태백 빌딩 입구를 보았다.

많은 고블린들이 입구에서 우르르 나오고 있었다.

그 중에는 부장 고블린 뿐만 아니라 지팡이 고블린도 있었다.

'기회다!'

상황을 지켜볼 때가 아니었다.

강진석은 눈을 번뜩이며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방패와 검, 바벨봉을 챙겨 8층으로 내려왔다.

8층에 도착한 강진석은 곳곳을 돌아다니며 7층을 확인했다.

아쉽게도 한 마리도 없었다.

강진석은 바로 7층으로 내려가 6층을 확인했다.

'셋!'

6층에는 일반 고블린이 셋 있었다.

강진석은 활짝 웃으며 6층으로 내려갔다.

-키릭?

-키릭!

6층에 있던 고블린들은 강진석을 발견하고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강진석은 당황해하는 고블린들에게 바로 달려들었다.

검이 생긴 지금 부장 고블린도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일반 고블린은 당연히 긴장할 필요도 없는 아주 손쉬운 사냥감이었다.

스걱! 스걱! 스걱!

강진석은 세 번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한 번에 한 마리씩 죽음을 맞이했다.

순식간에 고블린 셋을 죽인 강진석은 6층 곳곳을 돌아다니며 5층을 확인했다.

강진석은 더할 나위 없이 활짝 웃었다.

5층에는 고블린이 다섯 있었다.

부장 고블린 하나에 일반 고블린 넷이었다.

거기다 부장 고블린은 중앙 계단실 쪽에 혼자 있었고 일반 고블린 넷은 외곽 계단실쪽에 있었다.

'동선 좋고.'

강진석은 고블린들이 이동하기 전 재빨리 5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앞에 있던 부장 고블린의 목을 찔렀다.

푹!

투구로 보호되지 않는 목은 그대로 검에 꿰뚫렸다.

-키...

물론 목이 꿰뚫렸음에도 부장 고블린은 바로 죽지 않았다.

강진석은 힘을 줘 그대로 목을 베었다.

스걱!

[부장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200 상승합니다.]

그러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역시 바벨봉 보다는...'

바벨봉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투가 빨리 끝났다.

아니, 전투라고 할 수 없다.

이제는 '전투'가 아닌 '사냥'이라 봐야 했다.

스윽

강진석은 뒤로 쓰러지는 부장 고블린에게서 시선을 돌려 외곽 계단실 쪽에 있는 고블린들을 보았다.

고블린들은 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는지 머뭇거리고 있었다.

강진석은 활짝 웃으며 고블린들에게 달려들었다.

11화

11.

-키릭!

-키익!

고블린들은 강진석이 다가오자 괴성을 내뱉으며 단검을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강진석은 순식간에 네 고블린을 처리했다.

'200포인트만 더 모으면...'

현재 강진석의 보유 포인트는 700.

앞으로 200포인트만 더 모으면 스킬 '빠른 회복'을 습득할 수 있다.

'아니, 200으로 만족할 수는 없지.'

쉽게 오지 않을 상황이었다.

200포인트만 얻고 돌아갈게 아니라 최대한 많은 고블린을 사냥해야 한다.

강진석은 5층을 돌아다니며 4층 상황을 확인했다.

그리고 확인하던 중 스킬창을 열었다.

[스킬 '체력'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체력이 1 상승합니다.]

체력의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큰 도움 되겠지.'

역시나 이번에도 바로 체감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강진석은 비정상적인 회복 속도를 겪어 보았다.

그래서인지 전과 달리 아쉽지 않았다.

'셋 밖에 없네.'

4층에는 고블린이 셋뿐이었다.

당연히 전부 일반 고블린이었다.

'한 마리만 더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일반 고블린은 보통 50포인트를 제공한다.

셋이 아니라 넷이었다면?

스킬 '빠른 회복'을 습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강진석은 아쉬운 눈빛을 지은채 4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가 움찔하는 고블린들에게 달려들었다.

전투는 순식간에 끝났다.

강진석이 4층에 진입하고 10초도 지나지 않아 세 고블린은 죽음을 맞이했다.

그렇게 4층 정리를 끝낸 강진석은 살짝 긴장했다.

대망의 3층이었다.

이전에도 3층은 가지 않았다.

고블린이 너무 많아 그대로 귀환했었다.

'얼마나 있으려나.'

강진석은 4층 곳곳을 돌아다니며 3층을 확인했다.

'10마리라...'

3층에는 고블린 10마리가 있었다.

다행히 지팡이 고블린은 없었다.

부장 고블린 2마리, 일반 고블린 8마리였다.

거기다 한곳에 모여 있지 않았다.

부장 고블린을 중심으로 다섯씩 나뉘어 있었는데 한 무리는 중앙에 그리고 또 다른 무리는 왼쪽 끝에 있는 식당 안쪽에 있었다.

'딱히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동시에 10마리를 상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5마리씩 상대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했다.

연달아 전투를 벌여야 하는게 문제라면 문제인데 강진석은 아무렇지 않았다.

고블린 사냥은 많은 체력을 요하지 않았다.

5마리씩이라면 몇 번이고 싸울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시간인데...'

강진석은 창가로 다가가 바깥을 확인했다.

로우포트 생존자들과 고블린들은 여전히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처음과 양상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생존자들이 우세했던 처음과 달리 박빙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고블린들이 우세해질 것으로 보였다.

고블린들이 우세해지면 로우포트 생존자들은 후퇴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전투가 끝나면 고블린들은 돌아올 것이다.

즉,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이다.

'빨리 끝내자.'

강진석은 바로 계단실을 통해 3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문을 열기 전 안쪽에 있는 고블린들의 위치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부장 고블린 먼저.'

위치 확인 후 동선을 짠 강진석은 바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는 부장 고블린을 향해 검을 뻗었다.

푹!

부장 고블린의 목에 검이 박혔다.

그리고 전과 마찬가지로 강진석은 옆으로 검을 빼냈다.

스걱!

[부장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200 상승합니다.]

기습 공격으로 손쉽게 부장 고블린을 처치한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근처에 있던 고블린들을 공격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한 것인지 아니면 부장 고블린의 죽음에 당황한 것인지 고블린들의 반응은 느렸고 강진석은 별 힘들이지 않고 사냥을 마칠 수 있었다.

물론 1차 사냥이 끝났을 뿐이다.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식당 안쪽을 보았다.

그리고 일반 고블린과 눈이 마주쳤다.

-키익

이내 일반 고블린이 괴성을 내뱉었고 이어 부장 고블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부장 고블린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빤히 강진석을 바라볼 뿐이었다.

강진석은 부장 고블린이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 것 같았다.

발아래에 쓰러져 있는 고블린들 때문이 분명했다.

동족들이 그것도 자신과 동급인 부장 고블린이 쓰러져 있는데 바로 달려든다?

만약 그랬다면 강진석은 경계를 했을 것이다.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기에.

'다가오지 않는다는건 무언가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강진석은 마음 편히 걸음을 옮겼다.

거리가 조금씩 좁혀지기 시작했고 이내 중간 지점에 도달했을 때.

-키익!

부장 고블린이 괴성을 내뱉었다.

그러자 일반 고블린들이 일제히 부장 고블린 앞에 섰다.

그리고 단검을 쥔 채 강진석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경계만 할 뿐 고블린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물론 고블린들과 달리 강진석은 멈추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식당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포인트 북을 발견하셨습니다.]

[20분간 포인트 북을 소유 시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5분간 소유자가 없을 경우 포인트 북은 소멸합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어?'

강진석은 순간 당황했다.

물론 스킬 '차분한 정신' 덕분에 당황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강진석은 고블린들을 경계하며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오른쪽 끝에 둥둥 떠 있는 포인트 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주황?'

포인트 북의 색깔이 주황색이었다.

'빨강이 아니라?'

앞서 습득했던 포인트 북의 색깔은 빨강이었다.

색깔이 왜 다른 것일까?

'그러고 보니 시간도...'

생각해보니 색깔만 다른게 아니었다.

빨간색 포인트 북은 5분만 소유하면 됐다.

그런데 주황색 포인트 북은 20분이나 소유해야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었다.

'그럼 주는 포인트도...?'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주어진 시간은 5분이었다.

5분 안에 소유하지 못하면 포인트 북은 소멸된다.

강진석은 고블린들을 보았다.

일반 고블린들은 갑작스레 변한 강진석의 분위기에 흠칫했다.

-키익!!

부장 고블린 역시 그걸 느꼈는지 괴성을 내뱉었고.

일반 고블린들이 일제히 강진석에게 달려들었다.

강진석은 마주 앞으로 다가가며 검을 뻗었다.

푹!

중앙에 있던 고블린의 목이 꿰뚫렸고.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메시지를 통해 죽음을 확인한 강진석은 바로 오른쪽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방패를 움직여 왼쪽에서 날아오는 두 단검을 막아냈다.

팅! 팅! 스걱!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강진석은 남은 두 고블린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부장 고블린을 힐끔 보았다.

'왜 흔들리나 했는데 겁먹은거였어?'

초감각을 통해 강진석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부장 고블린의 기운이 갑자기 흔들리기에 왜 그런 것일까 궁금했는데 표정을 보니 알 것 같았다.

기운이 흔들리는 이유는 겁을 먹었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스걱! 스걱!

강진석은 두 고블린을 죽였다.

그리고 굳어 있는 부장 고블린을 응시했다.

부장 고블린은 강진석의 시선에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다.

강진석은 피식 웃었다.

입구는 하나 뿐이었고 강진석이 막고 있었다.

즉, 부장 고블린이 도망칠 곳은 없었다.

'빨리 죽이자.'

가지고 놀 이유도, 시간도 없었다.

강진석은 바로 부장 고블린에게 달려들었다.

푹!

정상적인 상태였다고 해도 상대가 되지 않았을 부장 고블린은 강진석의 검을 피하지 못했고.

스걱!

[부장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200 상승합니다.]

죽음을 맞이했다.

강진석은 부장 고블린을 처치 후 바로 오른쪽 끝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포인트 북을 집었다.

[포인트 북을 소유하셨습니다.]

[20분 뒤 포인트를 습득합니다.]

그러자 메시지가 나타났고 강진석은 바로 식당을 나섰다.

'올라가자.'

원래는 3층을 정리 후 2층에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포인트 북 때문에 생각이 바뀌었다.

식당에서 나온 강진석은 반대편에 있는 외곽 계단실로 향하며 2층을 탐색했다.

'...어차피 갈 수 없었네.'

2층에는 고블린이 40마리나 있었다.

그 중 부장 고블린이 10마리였다.

물론 한 곳에 뭉쳐 있지는 않았다.

다섯 무리로 나뉘어 떨어져 있었다.

그래도 너무 많았다.

아무리 쉽게 사냥할 수 있다고 해도 이정도 숫자는 불가능했다.

'더 강해지면 가능하겠지.'

강진석은 포인트 북을 보았다.

그리고 포인트 북이 제공할 포인트를 기대하며 계단실로 나와 전력을 다해 8층으로 올라갔다.

8층에 도착한 강진석은 우선 창가로 다가가 바깥 상황을 확인했다.

예상대로 고블린들이 서서히 승기를 잡아가고 있었다.

물론 고블린들이 승리할 일은 없을 것이다.

로우포트 생존자들이 끝까지 싸울 리가 없기에.

바로 그때였다.

스카이1 빌딩으로 향했던 여인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여인은 전과 마찬가지로 뒷길을 통해 로우포트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내 여인이 시야에서 사라졌고 그로부터 얼마 뒤 고블린과 전투를 벌이던 로우포트 생존자들이 일제히 건물로 후퇴했다.

강진석은 고블린들의 반응을 주시했다.

'이번에도 가만히 있는다고?'

반응을 살피던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전과 마찬가지로 고블린들은 로우포트로 들어가지 않았다.

'대체 왜? 설마 로우포트는 빌딩 전체가 안전 구역인건가?'

강진석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중에 만나게 되면 알 수 있겠지.'

이내 강진석은 로우포트에 대한 관심을 접었다.

그리고 보유 포인트를 확인했다.

포인트 북을 제외하고도 1250포인트였다.

스킬 '빠른 회복'을 습득하고도 750포인트나 남는 상황이었다.

'포인트 북이 얼마나 주려나.'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키며 생각했다.

'빨간색 보다 더 줄 것 같은데...'

5분간 소유해야 하는 빨간색 포인트 북이 1000 포인트를 줬다.

20분 동안 소유해야 하는 주황색 포인트 북은 더 많은 포인트를 줄 것으로 추정됐다.

'4배니까 4000포인트 주면 좋겠네.'

강진석은 피식 웃었다.

그럴리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그래도 2000은 주겠지? 그러면 빠른 회복 배워도 여유 포인트가 2750. 피로 감소 배워도 1850.'

정신력 3레벨을 찍고 스킬 '피로 감소'를 습득해도 남는 포인트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게 된 강진석은 더할 나위 없이 활짝 웃었다.

그리고 스킬 '빠른 회복'을 습득했다.

포인트 북이 포인트를 얼마나 줄지는 모르겠지만 스킬 '빠른 회복'의 습득은 기정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스킬 '빠른 회복'을 습득하셨습니다.]

"...!"

스킬을 습득한 순간 강진석의 입가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그리고 웃음이 사라진 자리를 놀라움이 차지했다.

강진석이 놀란 이유는 스킬 '빠른 회복'을 습득한 순간 육체 상태가 정확히 파악됐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힘을 쓸 수 있는지, 체력이 얼마나 남았는지 각 부위별로 세밀하게 느껴졌다.

'이제 체력도 체감할 수 있겠네.'

능력치 '체력'은 회복력에 영향을 끼친다.

육체 상태를 세밀하게 느낄 수 있게 됐으니 이제는 전과 달리 체력이 올라도 즉시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면...'

강진석은 다시 포인트 북을 보았다.

'어떤걸 먼저 올려야지?'

힘, 민첩, 체력, 정신력 모두 영향력이 엄청났다.

어떤 능력치 먼저 올려야할까?

강진석은 향후 성장 방향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다.

그렇게 고민하는 동안 시간이 쭉쭉 흘렀고.

스아악!

포인트 북이 빛나며 사라졌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5000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12화

12.

'어...'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음...'

그저 멍하니 메시지를 바라볼 뿐이었다.

'...5000?'

이내 정신을 차린 강진석은 침을 삼켰다.

혹여 잘못 본 게 아닐까 눈을 끔뻑이고, 비비고 다시 확인했다.

'맞네, 5000...'

그러나 잘못 본 게 아니다.

포인트 북이 제공한 포인트는 분명 5000이었다.

'이게 무슨...'

4배인 4000을 생각하긴 했다.

그러나 말 그대로 생각만 했다.

실제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5000이라니?

빨간색 포인트 북의 5배나 되는 엄청난 양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강진석은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얼마 뒤 혼란이 가라앉았고 이성을 완벽히 되찾은 강진석은 조금 전까지 머리를 어지럽히던 성장 방향에 대한 고민들을 떠올렸다.

'다 엎어야겠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짜둔 성장 방향이었다.

그러나 포인트 북이 제공한 포인트가 5000이나 되는데 그대로 갈 이유가 없다.

뒤집어엎어야 한다.

강진석은 다시 고민에 잠겼다.

고민은 한참 동안 이어졌고 이내 강진석은 2가지 방향을 도출해냈다.

첫번째는 예정대로 스킬 '피로 감소'를 습득 후 나머지 스킬에 균등히 분배하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스킬 '피로 감소'를 건너뛰고 스킬 '체력' 라인에 모든 포인트를 투자해 스킬 '질긴 피부'를 습득하는 것이었다.

강진석은 다시 한 번 스킬 '피로 감소'의 정보를 확인했다.

<피로 감소[패시브]>

레벨이 오를 때마다 특별한 효과를 얻습니다.

1. 행동으로 인한 피로를 감소시킵니다. (1레벨)

2. 모든 상황에서 피로를 감소시킵니다. (2레벨)

최대 레벨 : 2

현재 레벨 : 0

필요 포인트 : 500

스킬 '피로 감소'는 스킬 '빠른 회복'과 마찬가지로 2레벨이 끝이었다.

그리고 효과는 무척이나 단순했다.

피로를 덜 느끼게 해주는 스킬이었다.

강진석은 이어 스킬 '질긴 피부'를 확인했다.

<질긴 피부[패시브]>

피부를 강화합니다.

최대 레벨 : 3

현재 레벨 : 0

필요 포인트 : 1000

스킬 '질긴 피부'는 피부를 강화하는 스킬이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강화되는지는 나와 있지 않았다.

그래도 해금 조건을 생각하면 별 볼 일 없지는 않을 것이다.

스킬 '질긴 피부'의 해금 조건은 3가지였다.

첫번째는 스킬 '체력'의 5레벨.

두번째는 스킬 '빠른 회복' 2레벨.

세번째는 스킬 '체력2'의 3레벨.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 투자해야 할 포인트는 4100이었고 질긴 피부 습득에 또 1000 포인트가 필요했다.

합쳐서 5100 포인트로 질긴 피부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거의 모든 포인트를 소모해야 했다.

강진석은 두 방향을 두고 다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균등히 가자.'

고민 끝에 강진석은 첫번째 방향을 선택했다.

'방어력이 모자란 것도 아니고.'

스킬 '질긴 피부'를 습득하면 방어력이 강해진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지금 상황에서 방어력이 강해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애초에 맞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균등히 올리는게 더 나아 보였다.

[스킬 '정신력'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강진석은 우선 400포인트를 소모해 정신력을 3레벨로 올렸다.

정신력이 올라가자마자 강진석은 초감각과 동체시력이 강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이어 스킬 '피로 감소'를 습득했다.

[스킬 '피로 감소'를 습득하셨습니다.]

'역시 체감은 안되네.'

피로 감소의 효과는 피로를 덜 느끼는 것이었다.

이미 체감이 되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있던 강진석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해금된 스킬들을 스윽 훑었다.

'능력치들 먼저 3레벨로 올리는게 맞겠지?'

남은 포인트는 4850이었다.

스킬 '힘2'나 '민첩2' 같은 두번째 능력치 스킬들을 전부 3레벨까지 올려도 2050이 남는다.

'전부 3씩 오르면...'

1이 올라도 체감이 되는데 3이 오른다면?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전부 3씩 오를 예정이었다.

상상만 해도 기대됐다.

강진석은 바로 실행에 옮겼다.

[스킬 '힘2'를 습득하셨습니다.]

[힘이 1 상승합니다.]

[스킬 '힘2'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힘이 1 상승합니다.]

.

.

[스킬 '정신력2'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이야...'

힘부터 정신력까지 모든 능력치가 3씩 올랐고 강진석은 감탄했다.

가장 감탄을 자아낸 것은 '정신력' 정확히는 정신력으로 강화된 '초감각'이었다.

'탐색 시간 엄청나게 줄일 수 있겠는데.'

범위가 넓어졌다.

얼마나 넓어졌냐면 이제는 1층이 아니라 2층씩 탐색이 가능할 정도였다.

'이정도면...'

강진석은 포기하고 돌아왔던 2층을 떠올렸다.

지금이라면 2층도 문제없이 청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내 능력치 상승으로 인한 변화를 전부 확인한 강진석은 다시 스킬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뭘 올릴까...'

남은 포인트는 2050.

포인트를 최대한 깔끔히 쓰는 방법은 무기술, 동체시력, 빠른 회복, 피로 감소 중 2가지를 올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신경 쓰이는 스킬이 있었다.

바로 '인벤토리'였다.

'포인트 북 생각하면 열어야 할 것 같은데.'

지금까지는 전투를 끝낸 뒤 습득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시간이 충분했기에.

그러나 앞으로는 전투가 끝나기 전에 습득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솔직히 그럴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그래, 전리품까지 생각하면 여는게 맞아.'

포인트 북뿐만이 아니다.

다른 것들 때문에라도 이제는 활성화해야 할 것 같았다.

강진석은 바로 행동에 옮겼다.

[스킬 '인벤토리'를 습득하셨습니다.]

[인벤토리가 활성화됩니다.]

습득과 동시에 인벤토리가 활성화됐다.

그리고 강진석은 인벤토리에 대한 모든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고정이 아니었네.'

당연히 칸이나 무게가 고정되어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정신력이 높아지면 '칸'이 늘어나고 힘이 높아지면 '무게'가 늘어난다.

강진석은 정보창을 열었다.

힘 : 28

민첩 : 26

체력 : 34

정신력 : 45

'45칸 그리고 1칸에 28kg...'

강진석은 인벤토리에 보관할 수 있는 최대 무게를 계산했다.

계산은 어렵지 않았다.

정신력과 힘을 곱하면 된다.

'1260kg...'

계산을 마친 강진석은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바로 인벤토리를 열었다.

손 앞에 불투명한 정사각형이 나타났고 강진석은 들고 있던 검을 넣었다.

그러자 검이 정사각형 안으로 쏙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

'보관하면 이런 느낌이구나?'

강진석은 정사각형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바로 손을 빼냈다.

방금 전 사라졌던 검이 쏙 빨려 나왔다.

'이러면...'

인벤토리 사용법을 확인한 강진석은 문득 든 생각에 곧장 9층으로 올라갔다.

9층에 도착한 강진석은 PT존으로 향했다.

그리고 PT존에 있는 수많은 덤벨들을 인벤토리에 넣기 시작했다.

'원거리 공격 확보네.'

단단하고 묵직한 덤벨은 강력한 투척 무기라 할 수 있었다.

전력을 다해 덤벨을 던진다면?

일반 고블린은 확실히 죽는다.

부장 고블린 역시 죽지 않는다 해도 빈사 상태에 빠질 것이다.

물론 강진석의 생각일 뿐이다.

실제로 죽는지 확인해봐야 했다.

이내 덤벨을 한계까지 챙긴 강진석은 인벤토리를 닫았다.

'바로 확인하러 가볼까.'

그리고 8층으로 내려가 초감각으로 6층과 7층을 탐색했다.

아쉽게도 6층과 7층에는 고블린이 한 마리도 없었다.

'없는게 좋은거긴 한데..'

고블린이 없는 것은 좋은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아쉬움이 느껴졌다.

이내 강진석은 아쉬움을 떨치고 계단실로 나왔다.

그리고 6층으로 내려가 4층과 5층을 탐색했다.

'다행이네.'

다행히 4층과 5층에는 고블린들이 있었다.

물론 수가 많지는 않았다.

층마다 부장 고블린 하나에 일반 고블린 넷이 끝이었다.

강진석은 5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문을 열기 전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덤벨을 하나 꺼내 들었다.

끼이익

-키익?

-키익?

시체를 치우고 있던 고블린들은 강진석의 등장에 의아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강진석은 고블린들을 바라보며 덤벨을 든 팔을 뒤로 뻗었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덤벨을 던졌다.

후웅!

덤벨은 묵직하게, 바람을 가르며 날아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목표 지점에 도착한 덤벨은 선두에 있던 고블린에게 작렬했다.

퍽!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그리고 굉음과 함께 메시지가 나타났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며 다시 인벤토리에서 덤벨을 꺼내 전력을 다해 던졌다.

후웅! 퍽!!

이번 덤벨도 바람을 가르며 날아갔고 이어 굉음을 발생시켰다.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당연히 메시지도 함께였다.

강진석은 세번째 덤벨을 꺼냈다.

-키, 키릭!

정신을 차린 부장 고블린이 외쳤다.

그러나 일반 고블린들은 멈칫할 뿐 움직이지 않았고.

후웅!

강진석은 세번째 덤벨을 던졌다.

이번 목표는 부장 고블린이었다.

그리고 덤벨은 눈 깜짝할 사이 부장 고블린 눈앞에 도달했다.

퍽!!

[부장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200 상승합니다.]

'투구가 있는데도 한방이야?'

강진석은 살짝 놀랐다.

부장 고블린은 투구를 쓰고 있었다.

그래서 한 번에 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부장 고블린 또한 한 방이었다.

'...나쁘지 않네.'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허리춤에 있던 검을 들었다.

덤벨 투척의 위력은 충분히 확인했다.

이제 육체 능력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검을 통해 직접 확인할 차례였다.

강진석은 두 고블린에게 다가갔다.

덤벨만큼은 아니지만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졌고 강진석은 검을 휘둘렀다.

스걱! 스걱!

두 고블린은 반응하지 못했고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다.

그렇게 5층 정리가 끝났고 강진석은 고블린들을 보며 생각했다.

'이정도라고?'

능력치가 크게 오르긴 했다.

그래서 전보다 더 쉽게 전투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긴 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쉽게 끝났다.

'2층 정리도 쉽게 할 수 있겠는데...?'

강해진 육체 능력 그리고 덤벨까지.

돌아설 수 밖에 없었던 2층도 지금이라면 손쉽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정리할 수 있다.

강진석은 근처에 떨어진 덤벨을 회수했다.

그리고 4층으로 내려가며 생각했다.

'싹 정리하자.'

원래는 정리할 생각이 없었다.

덤벨의 위력과 육체 능력을 확인 후 귀환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조금 전 전투를 통해 생각이 바뀌었다.

이제 부장 고블린, 일반 고블린은 아무런 해가 되지 않는다.

빌딩 안이라면 몇마리든 자신 있었다.

4층에 도착한 강진석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멀리 떨어져 있는 부장 고블린 그리고 모여 있는 일반 고블린들이 시야에 보였다.

강진석은 고개를 돌리는 일반 고블린들에게 다가가며 생각했다.

'2층에도 포인트 북이 있을까?'

13화

13.

앞서 강진석이 포인트 북을 얻은 곳은 7층, 5층, 3층으로 홀수층이었다.

2층에는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없어도 전부 잡으면 쏠쏠할테니까.'

솔직히 포인트 북이 없다고 해도 상관없다.

2층에 있는 고블린의 수는 40마리였다.

그중 10마리가 부장 고블린이었다.

부장 고블린은 200포인트를 준다.

그리고 일반 고블린은 평균 50포인트를 준다.

2층에 있는 고블린이 지금도 그대로라는 가정하에 전부 잡는다면?

도합 3500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주황색 포인트 북만큼은 아니지만 빨간색 포인트 북으로 계산하면 3.5개 수준으로 결코 적은 포인트가 아니었다.

푹! 스걱!

그렇게 강진석은 2층과 포인트 북에 대해 생각하며 일반 고블린들을 공격했다.

스걱! 푹!

고블린 4마리가 전부 죽는데에는 2초도 걸리지 않았다.

순식간에 고블린들을 정리한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부장 고블린을 보았다.

부하들의 죽음 때문일까?

'겁먹었네.'

부장 고블린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연기가 아니다.

강진석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부장 고블린의 기운 때문이었다.

부장 고블린의 기운은 바람 앞 갈대처럼 쉴 새 흔들리고 있었다.

강진석은 부장 고블린에게 다가가며 생각했다.

'근데 26으로 이정도면 나중에는 진짜 어떻게 되는거지?'

포인트가 어마어마하게 필요하긴 하지만 패시브 스킬을 전부 습득한다면?

가뿐히 1000을 넘어설 것이다.

26으로도 이리 빠른데 1000이 넘으면 어떻게 될까?

'눈에 보이지도 않으려나?'

바로 그때였다.

부장 고블린이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생각을 멈추고 속도를 높였다.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고 강진석은 검을 뻗었다.

푹!

부장 고블린의 목에 검이 박혔다.

그리고 강진석은 그대로 목을 베었다.

스걱!

그렇게 부장 고블린이 앞으로 고꾸라졌고.

[부장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200 상승합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4층 정리를 마친 강진석은 곳곳을 돌아다니며 2층과 3층을 탐색했다.

3층에는 부장 고블린 2마리, 일반 고블린 8마리가 한곳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2층에는 전에 보았던 대로 부장 고블린 10마리, 일반 고블린 30마리가 군데군데 무리 지어 있었다.

2층, 3층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계단실로 향하며 생각했다.

'총 몇 마리나 있는걸까?'

문득 궁금해졌다.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는 것 같았다.

대체 방화역 인근에는 고블린이 얼마나 있는 것일까?

'주변 아파트 단지에도 많이 있던 것 같던데.'

강진석은 계단실을 통해 3층으로 내려왔다.

끼이익

그리고 바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진입과 동시에 강진석은 수많은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주황색 포인트 북을 얻기 전이었다면 지금 몰린 시선에 흠칫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이미 고블린들의 위치를 알고 있었고 내려오며 동선을 짠 강진석은 바로 동선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걱! 스걱!

강진석은 단 한 번도 허투루 검을 휘두르지 않았다.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고블린 한 마리가 죽음을 맞이했다.

부장 고블린도 예외는 아니었다.

푹! 스걱!

물론 일반 고블린과 달리 두 번 공격을 해야 했지만 그뿐이다.

부장 고블린 역시 일반 고블린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스걱!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마지막 고블린을 처치한 강진석은 부장 고블린의 시체를 보며 생각했다.

'조금만 더 쎄지면 한 방에 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힘이나 민첩을 조금만 더 올리면 부장 고블린 역시 한 방에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스윽

이어 강진석은 들고 있던 검을 보았다.

미세한 균열들이 군데군데 보였다.

하기야 한, 둘도 아니고 수많은 고블린들의 목숨을 앗았다.

상태가 좋지 않은게 당연했다.

'고생했다.'

강진석은 검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부장 고블린에게 다가가 부장 고블린이 들고 있던 검을 살폈다.

'좋네.'

균열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칼날은 무척 날카로웠다.

스윽

그렇게 새로운 검을 획득한 강진석은 곧장 2층으로 내려갔다.

"...?"

문 앞에 도착한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아래쪽을 보았다.

'뭐지?'

강진석이 의아해한 이유는 1층 때문이 아니었다.

지하 1층 때문이었다.

초감각의 범위가 늘어나 현재 강진석은 2개 층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지하 1층이 파악되지 않았다.

초감각이 무언가에 가로막혀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방화역 때문인가?'

태백 빌딩 1층은 방화역과 연결되어 있었다.

초감각이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방화역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대체 뭐가 있길래?'

방화역에 무엇이 있기에 초감각을 막아내는 것일까?

'지금 중요한건 아니니까.'

강진석은 방화역과 지하 1층에 대한 관심을 거뒀다.

지금 중요한 것은 2층이었다.

끼이익

강진석은 마음을 다잡은 뒤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며 바로 검을 휘둘렀다.

스걱!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그렇게 진입과 동시에 고블린을 죽인 강진석은 근처에 있던 또 다른 고블린에게 검을 휘두르며 생각했다.

스걱!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38마리.'

****

"저쪽 상황은 어땠나요?"

김왕철이 물었다.

한지윤은 김왕철의 물음에 바로 답하지 않았다.

대신 주변을 스윽 훑었다.

김왕철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이들 전부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상황은 나쁘지 않았어요. 저희랑은 조금 다른 분위기긴 했지만요. 그리고 생존자는 54명이었어요."

이내 한지윤이 답했고 김왕철을 포함한 로우포트 생존자들은 환호를 내뱉었다.

"오오!"

"다행이네요!"

"54명이나!"

환호를 들으며 한지윤이 이어 말했다.

"10시간 뒤 다시 이야기 하기로 했어요. 상의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구요."

"그 말씀은 10시간 뒤에 한 번 더 고블린들을 혼내줘야 한단 말씀이시죠?"

"예, 맞습니다. 이번에는 4팀부터 역순으로 시작할게요. 전달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전달 하겠습니다! 걱정마십쇼!"

김왕철이 우렁찬 목소리로 답했고 한지윤은 싱긋 웃었다.

그리고 이후 상황에 대해 더 이야기를 나눈 뒤 회의가 끝났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한지윤은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방에 도착하자마자 한지윤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하필 왜 장윤석이 리더가 된거야?'

한지윤의 얼굴이 굳은 이유는 스카이1 생존자들의 리더가 장윤석이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예지몽 속에서 스카이1 생존자들의 리더는 항상 바뀌었다.

장윤석 아니면 최민호였다.

그리고 한지윤은 부디 최민호가 리더이길 바랐다.

최민호가 좋은 리더라서가 아니다.

장윤석이 최악이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또 도망칠텐데.'

수많은 예지몽 속에서 장윤석은 도망치지 않은 적이 없었다.

항상 도망쳤었다.

그것도 조용히 도망친게 아니라 항상 생존자들을 미끼로 던지고 도망쳤다.

'죽일 수도 없고.'

문제가 생기기 전 장윤석을 처리하고 싶었다.

그러나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는 죽일 수가 없다.

도망 직전까지 참된 리더의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 장윤석을 처리한다?

그러면 스카이1 생존자들과는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될 것이다.

거기다 로우포트 내 입지도 흔들릴 것이다.

'주황색 포인트 북만 아니었어도 쉽게 죽일 수 있었을텐데...'

애초에 장윤석을 죽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각 빌딩에 하나씩 존재하는 주황색 포인트 북을 장윤석이 습득했다.

지금 세상에서 포인트는 곧 힘이었다.

현재 장윤석은 한지윤도 얕볼 수 없는 존재였다.

"하..."

한지윤은 나지막이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창가로 다가가 창밖을 보았다.

수많은 고블린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변수를 더 늘려야 하나...?'

이미 변수를 많이 만들었다.

그러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더 늘리자. 생존자들도 늘어났으니 더 과감하게!'

****

푹! 스걱!

[부장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200 상승합니다.]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후련한 표정으로 검을 흔들어 피를 털어냈다.

그리고 뒤로 돌아섰다.

수많은 고블린들의 시체가 시야에 들어왔다.

'덤벨이 필요 없을 줄은 몰랐는데.'

무려 40마리였다.

그중 부장 고블린이 10마리였다.

당연히 덤벨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덤벨은 필요 없었다.

검만 사용해도 충분했다.

위험한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제는 포위당해도 문제없겠어.'

이번 고블린 사냥으로 강진석은 막대한 포인트를 획득했다.

포인트를 전부 투자하면 지금보다 더 강해질 것이다.

그리고 고블린과의 격차는 더더욱 커질 것이다.

이제는 수십 마리에게 포위를 당해도 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진석은 포인트 북을 찾기 위해 2층 곳곳을 확인했다.

'...없네.'

아쉽게도 포인트 북은 보이지 않았다.

강진석은 계단실로 나왔다.

그리고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보았다.

1층에 있는 고블린은 10마리 뿐이다.

충분히 청소할 수 있다.

그러나 10마리가 끝이라 생각하면 안된다.

바깥과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러 입구에서 고블린들이 나타날 수 있다.

아니,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는 지팡이 고블린도 포함되어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정비하고 보자.'

강진석은 생각을 끝내고 8층으로 귀환했다.

그리고 창가로 다가가며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6650]

포인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웃었다.

그냥 웃음이 나왔다.

창가에 도착한 강진석은 바깥을 살피며 스킬창을 열었다.

'질긴 피부부터 올릴까?'

원래 강진석은 스킬 '질긴 피부'를 먼저 습득하려고 했다.

생존에 가장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지, 어차피 맞을 일이 없는데.'

그러나 고블린들을 사냥하며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 당장 스킬 '질긴 피부'는 필요 없다.

'능력치 먼저?'

다음으로 떠오른 것은 '능력치'였다.

강진석은 능력치를 올려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만약 능력치를 올리지 않았다면 이리 쉽게 고블린을 사냥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제 능력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최소 800포인트가 소모된다는 점이다.

'아니면...'

강진석은 스킬 '질긴 피부'와 같은 선상에 있는, 아직 해금되지 않은 스킬들을 확인했다.

'조용한 발걸음이나 공포 저항은 당장 필요 없을 것 같고.'

스킬 '조용한 발걸음'은 민첩 라인, 스킬 '공포 저항'은 정신력 라인에 있는 패시브였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질긴 피부와 마찬가지로 별로 쓸모가 없어 보였다.

'광분을 배울까?'

강진석은 힘 라인에 있는 스킬 '광분'의 정보를 확인했다.

<광분[패시브]>

레벨이 오를 때마다 특별한 효과를 얻습니다.

1. 전투 시 행동 속도가 약간 빨라집니다. (1레벨)

2. 전투 시 행동 속도가 빨라집니다. (2레벨)

최대 레벨 : 2

현재 레벨 : 0

필요 포인트 : 1000

광분의 습득 조건은 3가지였다.

스킬 '힘' 5레벨, 스킬 '무기술' 2레벨, 스킬 '힘2' 3레벨.

이미 스킬 '힘2' 3레벨은 충족했다.

나머지 두 조건만 충족하면 습득이 가능했다.

'음...'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행동 속도란 움직임을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얼마나 빨라지는거지?'

문제는 구체적으로 얼마나 빨라지는지 쓰여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

고민 끝에 강진석은 결정을 내렸다.

14화

14.

'능력치나 올리자.'

아무리 봐도 능력치를 올리는게 제일 나아 보였다.

공격력, 방어력을 다 챙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고 거기다 포인트도 가장 깔끔히 떨어진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스킬 '힘'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힘이 1 상승합니다.]

.

.

[스킬 '정신력2'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모든 능력치 스킬을 4레벨로 올린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2씩 올랐을 뿐이다.

그런데 느껴지는 육체, 정신의 변화는 엄청났다.

'역시 능력치를 올리는게 맞았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바깥을 보았다.

능력치가 올라 시력도 좋아졌고 그로 인해 강진석은 더욱 멀리 그리고 자세히 볼 수 있게 됐다.

전에는 흐릿해 보이지 않았던 것도 명확히 보였다.

'지팡이 고블린끼리도 차이가 있나 보네.'

지팡이 고블린들 허리에는 매듭이 달려 있었다.

매듭의 개수는 1개에서 3개로 제각기 달랐다.

그리고 매듭이 많을수록 착용한 장신구도 많았다.

처음에는 장신구 개수가 취향 차이인 줄 알았는데 상황을 보니 지위 차이인 것 같았다.

이내 고블린 탐색을 끝낸 강진석은 이어 전에 볼 수 없던 먼 곳까지 확인했다.

가장 먼저 '방신시장'을 확인한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사거리에 위치한 시장 입구에 수많은 고블린이 보였다.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전부 일반 고블린이었다.

부장 고블린은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입구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고블린들의 수를 생각하면 시장 안쪽에는 부장 고블린이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근데 입구에 저정도면 안쪽에는 얼마나 있으려나?'

강진석의 시야에 보이는 개체수만 20마리였다.

가려 보이지 않는 곳에도 있을 수 있고 안쪽에는 더 많은 고블린이 있을 것이다.

'잠깐.'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엄청 좋은 사냥터잖아?'

아무것도 모를 때라면, 능력치를 올리기 전이었다면 사지(死地)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강진석이 보기에 방신시장은 최고의 사냥터였다.

태백 빌딩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포인트 밭으로 보였다.

'갈수만 있어도 참 좋을텐데...'

문제는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는 점이다.

태백 빌딩에서 방신시장에 가려면 일단 고블린들의 거점을 돌파해야 한다.

부장 고블린, 일반 고블린만 있다면 모를까 강진석은 지팡이 고블린들을 뚫고 갈 자신이 없었다.

'...외곽으로 돌아서 가봐?'

물론 꼭 거점을 돌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외곽으로 돌아가면 된다.

'그래, 어차피 떠날 거였잖아?'

원래는 버티다가 안전한 곳으로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고블린들을 사냥하다가 생각이 바뀌었다.

더 많은 고블린을 사냥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나기로.

갑자기 생각이 바뀐 이유는 안전한 장소에서 버티는 것보다 적극적인 사냥을 통해 강해지는 것이 더 안전할 것 같아서였다.

'일단 그러면...'

강진석은 동선을 짜기 시작했다.

동선을 짜던 강진석은 속으로 헛웃음을 내뱉었다.

'오래 걸리겠는데.'

고블린들의 거점을 피해 방신시장에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를 지나쳐야 하는데 그곳에도 고블린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뭐, 애초에 사냥이 목적이니까.'

물론 오래 걸린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강진석이 방신시장에 가려는 것은 고블린들을 사냥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에 고블린들이 많다?

오히려 좋은 상황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 쪽이 더 좋으면 거기 눌러 앉으면 되는거고.'

그리고 방신시장에 꼭 가야 하는 것이 아니다.

가는 길에 더 좋은 장소를 발견하면 강진석은 바로 목적지를 변경할 생각이었다.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다시 동선을 짜는데 집중했다.

****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최민호가 물었다.

"음..."

장윤석은 침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장윤석은 질문을 한 최민호를 보았다.

최민호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장윤석은 이어 근처에 있는 다른 이들을 보았다.

다른 이들 역시 최민호처럼 초롱초롱한 눈빛은 아니지만 빤히 시선을 보내오고 있었다.

수많은 이들의 시선에 장윤석은 미간을 풀고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생각해봤는데 제가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닌 것 같네요."

스카이1 생존자 전원의 생사가 달린 문제였다.

"자유롭게 의견을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장윤석은 질문을 한 뒤 다시 한 번 최민호를 시작으로 주변 사람들을 훑었다.

"저는 합류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가장 먼저 의견을 낸 것은 최민호였다.

"이유는요?"

"힘을 합치면 고블린들을 물리칠 가능성이 더 커질테니까요."

"확실히 힘을 합치면 물리칠 가능성이 커지긴 하겠네요."

장윤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최민호는 장윤석의 답에 활짝 웃었다.

그러나 최민호의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끄덕임을 멈춘 장윤석이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만약 합류했는데 저희 보고 앞장서라고 하면 어떻게 하실거에요? 싫다고 다시 돌아오는건 힘들 것 같은데..."

"아...?"

최민호는 장윤석의 말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괜히 생긴 말이 아니다.

위험한 일을 스카이1 생존자들이 전담하게 될 수도 있다.

오히려 합류하는 것이 현상을 유지하는 것보다 못한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최민호가 답을 하지 못하자 장윤석은 고개를 돌려 다른 이들을 보았다.

그러나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서로의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그렇게 정적이 찾아왔다.

그리고 정적을 깬 것은 장윤석이었다.

"30분 뒤에 다시 모이죠. 그때는 다들 의견 내주셔야 합니다. 생사가 걸린 일이니까요."

장윤석은 회의를 끝낸 뒤 가장 먼저 복도로 나왔다.

그리고 곧장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끼이익

방에 도착하자마자 장윤석은 인상을 구겼다.

그리고 창가로 다가가 고블린들의 거점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저것들을 밀어내자고? 그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고블린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힘을 합친다고 해도 고블린들을 밀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장윤석은 합류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이대로 현상을 유지하고 싶었다.

문제는 다른 생존자들의 생각이 장윤석과 다르다는 점이었다.

조금 전 최민호의 의견을 동조하는 척하면서 일부러 부정적인 상황을 언급했다.

합류하지 말자는 반응을 주도하기 위해서.

그런데 그 누구도 합류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리고 장윤석은 느꼈다.

합류를 바라는 분위기를.

만약 회의를 중단하지 않았다면?

분명 합류하자는 의견이 튀어나왔을 것이다.

장윤석은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낸 한지윤을 떠올렸다.

'망할년.'

한지윤만 아니었어도 이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죽일 수도 없고...'

마음 같아서는 한지윤을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한지윤은 강했다.

죽이려면 장윤석도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였다.

스윽

장윤석은 고개를 돌려 태백 빌딩을 보았다.

'포인트 북이 몇 개나 있으려나?'

스카이1에도 포인트 북이 있었고 로우포트에도 포인트 북이 있었다.

두 빌딩에만 있었을까?

아니, 다른 빌딩에도 포인트 북이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태백 빌딩은 상가 빌딩이었다.

즉, 포인트 북이 남아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스윽

장윤석은 다시 고개를 돌려 태백 빌딩 옆에 있는 '어스뷰1'을 보았다.

'저기도 남아 있으려나?'

어스뷰1은 스카이1, 로우포트와 상황이 달랐다.

여전히 고블린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생존자들이 고블린들을 밀어내지 못한 것이다.

즉, 포인트 북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

'포인트 북 몇개만 더 손에 넣으면 한지윤 그년도 손쉽게 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포인트 북이 제공하는 포인트는 어마무시하다.

고블린 수십 마리를 잡아야 얻을 수 있는 포인트를 단번에 제공한다.

그래서 욕심이 났다.

태백 빌딩, 어스뷰1에 있을 포인트 북을 어떻게 하면 손에 넣을 수 있을까?

'로우포트 녀석들이나 여기 녀석들을 미끼 삼으면...'

장윤석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

쿵! 쿵!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덤벨을 꺼내 내려놓았다.

물론 모든 덤벨을 꺼낸 것은 아니다.

'이정도면 충분하겠지.'

강진석은 인벤토리에 남은 덤벨을 보며 PT존에서 나왔다.

그리고 곧장 8층으로 내려가 카운터 앞에 있는 중앙 냉장고로 다가갔다.

냉장고에는 물과 에너지음료가 가득했다.

강진석은 냉장고 옆에 있던 대형 봉투를 집었다.

그리고 봉투에 물과 에너지음료를 담기 시작했다.

'귀찮긴 해도 많이 챙겨야 하니까.'

인벤토리는 한 칸에 한 개의 물품만 보관이 가능했다.

그러나 꼼수가 있었다.

바로 봉투였다.

봉투에 담아 보관하면 여러 개를 한 칸에 보관할 수 있다.

물론 봉투를 이용할 경우에는 하나만 따로 빼낼 수가 없다.

항상 봉투를 꺼내야 한다.

그러나 물과 에너지음료는 덤벨 같은 무기류와 달리 급히 꺼내 써야 하는 물건이 아니었다.

귀찮더라도,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여러 개를 보관하는게 맞았다.

이내 봉투가 가득찼고 강진석은 인벤토리에 봉투를 넣었다.

인벤토리에 자리 잡은 봉투를 보며 강진석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열기를 정말 잘했어.'

만약 인벤토리를 열지 않았다면?

이렇게 알차게, 손쉽게 물자를 챙기지 못했을 것이다.

스윽

강진석은 대형 봉투 하나를 더 집었다.

그리고 다시 봉투에 물과 음료를 담기 시작했다.

그렇게 냉장고에 있던 모든 물과 음료가 인벤토리로 들어갔고 강진석은 옆 냉장고로 이동했다.

옆 냉장고에는 연어 샐러드, 리코타치즈 샐러드, 닭가슴살 등 식품으로 가득했다.

물, 음료와 달리 강진석은 몇 개만 챙겼다.

인벤토리에 넣는다고 시간이 멈추는게 아니다.

사용기한을 늘릴 방법이 없다.

많이 보관해봤자 쓰레기가 될 뿐이었다.

스윽

물자 확보를 마친 강진석은 마지막으로 주변을 훑었다.

그리고 계단실로 향했다.

'가볼까.'

이제 빌딩을 떠날 시간이었다.

'어스뷰1에는 얼마나 있으려나?'

강진석의 첫번째 목적지는 바로 옆 빌딩인 '어스뷰1'이었다.

어스뷰1은 로우포트, 스카이1과 상황이 달랐다.

생존자들이 장악하지 못했다.

3층과 4층을 돌아다니는 고블린들이 바로 그 증거였다.

'설마 생존자가 아예 없는건 아니겠지...?'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있겠지. 한, 둘도 아니고.'

어스뷰1는 4층부터 11층까지 전부 오피스텔이었다.

연말이라 해도 수십 많게는 100명이 넘는 이들이 집에 있었을 것이다.

구심점이 될 사람이 없어 고블린들을 밀어내지 못했을 뿐 생존자들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저벅!

강진석은 6층에서 걸음을 멈췄다.

끼이익!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진입과 동시에 강진석은 복도 끝에 있는 고블린 3마리를 볼 수 있었다.

'갈 땐 가더라도...'

강진석은 고블린들에게 달려가며 생각했다.

'포인트는 꼼꼼히 챙겨야지.'

15화

15.

애초에 빌딩을 떠나려는 이유가 더 많은 고블린을 사냥해, 많은 포인트를 얻기 위해서였다.

3마리뿐이라도 그냥 지나칠 이유가 없었다.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고.

스걱! 스걱! 스걱!

강진석은 세 번 검을 휘둘렀다.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

.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그렇게 고블린 3마리는 죽음을 맞이하며 포인트를 남겼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메시지를 보고는 계단실로 나왔다.

그리고 5층으로 내려갔다.

5층에는 5마리가 있었다.

그리고 부장 고블린도 한 마리 껴 있었다.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

.

[포인트가 200 상승합니다.]

이번 사냥도 순식간에 끝났다.

강진석은 마지막에 죽인 부장 고블린의 시체를 보며 싱긋 웃었다.

'드디어 한 방이구나.'

전에는 부장 고블린을 한 방에 죽일 수 없었다.

그러나 힘과 속도가 늘어나 공격력이 강해진 덕분에 이제는 한 방에 죽일 수 있게 됐다.

강진석은 계단실로 나와 4층으로 내려가며 생각했다.

'4층도 금방 끝낼 수 있겠는데?'

4층에는 고블린이 7마리 있었고 그중 2마리가 부장 고블린이었다.

그러나 이제 강진석에게 고블린의 종류는 아무 의미 없다.

부장 고블린이든 일반 고블린이든 어차피 한 방이었다.

사냥을 시작하고 끝내는 데에는 10초도 걸리지 않을 것이었다.

'부장 고블린만 있으면 좋겠네...'

부장 고블린은 200포인트를 제공한다.

그리고 일반 고블린은 50포인트를 제공한다.

똑같은 한 방인데 제공하는 포인트는 4배나 차이 났다.

'근데 포인트는 어떻게 분배 되는거지?'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마무리? 아니면 기여도?'

강진석은 혼자였다.

그래서 사냥한 고블린의 포인트를 독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로우포트나 스카이1 생존자들은 혼자가 아니었다.

마무리를 한 사람이 모든 포인트를 독식하는지 아니면 기여도에 따라 차등 분배되는 것인지 너무나 궁금했다.

'만나게 되면 한 번 물어 봐야겠네.'

언제까지나 혼자 활동할 수는 없다.

힘을 합쳐야 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그리고 분배 방식을 알아두어야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여러 생각을 하며 강진석은 4층과 3층 그리고 2층의 고블린들을 정리했다.

정리를 마친 강진석은 2층 곳곳을 돌아다니며 꼼꼼히 1층 상황을 확인했다.

'흠...'

그리고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침음을 내뱉은 것은 1층 상황 때문이 아니었다.

1층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고블린의 수가 5마리밖에 되지 않았다.

'여전하네.'

강진석이 침음을 내뱉은 것은 지하 1층 때문이었다.

정신력이 올라 초감각이 강력해졌다.

그래서 지금이라면 지하 1층 상황을 탐색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었다.

전만큼 단단한 것은 아니지만 초감각은 여전히 무언가에 막혀 나아가지 못했다.

'나중에 알게 될 날이 오겠지.'

무엇이 있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직접 가 확인할 생각은 없었다.

위험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이내 강진석은 지하 1층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그리고 계단실로 나와 1층으로 내려왔다.

문을 열기 전 강진석은 지하 1층으로 이어진 계단을 보았다.

살짝 어둡다는 것 말고는 특별한게 없었다.

강진석은 문고리를 잡았다.

끼이익

그리고 조심히 문을 열고 1층으로 진입했다.

1층에 있는 고블린은 5마리였다.

그러나 강진석은 고블린들을 잡을 생각이 없었다.

5마리를 처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바로 앞이 거점이었다.

거점에 있는 고블린들의 시선을 끌 수도 있다.

강진석은 고블린들을 피해 조용히 뒷길로 나갈 생각이었다.

'지금!'

이미 고블린들의 위치를 전부 파악해 둔 강진석은 조용히 움직였다.

그리고 아무런 문제 없이 뒷길로 나오는데 성공했다.

뒷길은 텅텅 비어 있었다.

단 한 마리의 고블린도 보이지 않았다.

'로우포트 아니었으면 불가능했겠지.'

뒷길에 고블린들이 없는 것은 로우포트 생존자들 덕분이었다.

현재 대부분의 고블린들은 로우포트 쪽에 배치되어 있었다.

만약 로우포트 생존자들이 아니었다면?

뒷길에도 고블린들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 상황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다.

어디선가 계속해서 고블린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개체수가 늘어나는 속도를 보면 뒷길도 금방 고블린들로 가득 찰 것이다.

강진석은 전력을 다해 뛰었다.

민첩이 오른 덕분에 이전에는 상상도 못 할 속도를 낼 수 있었고 5초만에 강진석은 목적지 '어스뷰1'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강진석은 바로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진입과 동시에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미간을 찌푸린 이유는 진입과 동시에 느껴진 안전 구역 위치 때문이었다.

'11층 하나야?'

놀랍게도 어스뷰1의 안전 구역은 최상층인 11층 뿐이었다.

그 외에는 안전 구역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건 예상 밖인데...'

중간층에 안전 구역이 하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전투 중 문제가 생기더라도 큰 문제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안전 구역으로 피하면 되니까.

그런데 안전 구역이 11층뿐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의 해야겠어.'

물론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 자체가 낮기는 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기에 강진석은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검을 꽉 쥐었다.

그리고 초감각에 집중했다.

'카페에 다섯, 중앙 엘리베이터에 셋.'

당장 느껴지는 고블린만 여덟이었다.

'카페는 신경 쓸 필요 없겠고 문제는 중앙 셋인데...'

솔직히 강진석은 1층에 있는 고블린들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

가능만 하다면 한 마리도 죽이지 않고 2층으로 올라가고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거점에서 조금 멀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코앞이었다.

소란이 벌어지면 로우포트로 향해 있는 거점 고블린들의 시선이 어스뷰1로 넘어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최악이다.

그런 상황만은 막아야 했다.

바로 그때였다.

엘리베이터 앞에 있던 세 고블린이 복도로 나왔다.

강진석은 조용히 침을 삼키며 고블린들의 동선에 집중했다.

만에 하나 다가온다면?

소란이 벌어지기 전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저벅...저벅...

다행히 복도로 나온 고블린들은 다가오지 않았다.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지금인가?'

강진석은 안도하며 살짝 고개를 내밀어 복도를 확인했다.

초감각 범위 밖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세 고블린의 뒷모습 밖에 보이지 않았다.

복도는 텅 비어 있었다.

'다행이네.'

강진석은 복도로 나왔다.

그리고 조용히, 빠르게 중앙 엘리베이터 앞으로 이동했다.

당연히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엘리베이터 반대편에 계단실이 있었다.

이미 초감각으로 계단실이 텅 비어 있음을 확인한 강진석은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휴.'

그리고 문을 닫고 나서야 강진석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

강진석은 인상을 구겼다.

후각을 강타한 짙은 피 냄새 때문이었다.

무척 비린 것을 보아 적은 양이 아니다.

그리고 강진석은 고블린의 피 냄새를 안다.

고블린의 피 냄새는 이처럼 비리지 않았다.

즉, 지금 피 냄새는 사람의 것이 분명했다.

'어디지?'

피 냄새의 근원지가 파악되지 않았다.

대체 어디서 이 많은 피 냄새가 발생 된 것일까?

'...돌아다니다 보면 알게 되겠지.'

강진석은 이를 악물며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문고리를 잡았다.

'잠깐.'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2층부터 청소하는게 맞나?'

강진석은 2층부터 10층 사이에 있는 모든 고블린을 죽일 생각이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모든'이 아니다.

부장 고블린과 일반 고블린만이다.

지팡이 고블린은 예외였다.

'만약 지팡이 고블린이 있으면...'

태백 빌딩에는 지팡이 고블린이 없었다.

그래서 당연히 어스뷰1에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당연한 상황이 아니라 의외의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면?

'...11층부터 가자.'

아무래도 안전 구역인 11층부터 시작하는게 좋을 것 같았다.

아니, 좋은게 아니라 그렇게 하는게 옳다.

게임이 아니다.

현실이었다.

죽으면 그대로 끝이다.

모험을 할 이유가 없다.

강진석은 문고리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바로 돌아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확실히 많네.'

계단을 오르며 강진석은 초감각으로 수많은 고블린들을 감지할 수 있었다.

태백 빌딩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한층, 한층이 태백 빌딩 2층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일 것으로 추정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9층에 도착했고.

"...!"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안전 구역인 11층 때문이었다.

11층에서 새로운 형태의 기운이 느껴졌다.

'이게 사람들 기운이구나?'

강진석은 초감각이 활성화된 이후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떻게 느껴질까 궁금했는데 드디어 궁금증이 해결됐다.

'근데 왜 경계를 아무도...?'

그리고 궁금증이 해결되자마자 새로운 궁금증이 생겼다.

층 전체를 감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 반대편 입구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 강진석이 향하고 있는 중앙 입구에는 아무도 없었고 감지된 이들은 각자 집에 들어가 있었다.

'안전 구역을 믿는 건가?'

아예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은 아니다.

11층 전체가 안전 구역이었다.

안전 구역을 믿고 경계를 내려놓은 것일 수 있다.

'그래도 상황을 생각하면 경계를 설 만한데...'

바로 밑인 10층에도 고블린들이 득실득실했다.

아무리 안전 구역을 믿는다고 해도 강진석은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해서 개입할 생각은 없었다.

강진석은 외부인이었다.

그리고 애초에 오래 머물 생각이 없다.

강진석이 11층에 온 이유는 안전하게 9층, 10층을 탐색하기 위해서지 안착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다시 걸음을 옮긴 강진석은 곧 11층에 도착했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래도 집중은 하고 있나 보네.'

문 열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자 1105호, 1106호, 1107호에 있던 이들이 문 앞으로 다가왔다.

물론 문 앞으로 다가왔을 뿐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강진석은 11층 곳곳을 돌아다니며 9층과 10층 상황을 확인했다.

10층에는 35마리가 있었고 9층에는 32마리가 있었다.

그리고 다행히 지팡이 고블린은 없었다.

'너무 좋은걸.'

강진석은 더할 나위 없이 활짝 웃었다.

어스뷰1 청소를 마치면 얼마나 많은 포인트가 쌓일지 그리고 육체와 정신이 얼마나 강해질지 벌써 기대가 됐다.

강진석은 계단실로 향했다.

계단실로 향하며 강진석은 수많은 이들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강진석은 시선을 무시한 채 묵묵히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안전 구역 사라지면 어쩌려고...'

안전 구역은 영원하지 않다.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근데 이게 보편적인 반응이겠지.'

어스뷰1 생존자들의 반응이 이상한 것은 아니다.

로우포트, 스카이1 생존자들이 이상한 것이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스뷰1 생존자들과 같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

끼이익

계단실로 나온 강진석은 곧장 10층으로 내려갔다.

문 앞에 선 강진석은 안쪽에 있는 고블린들의 위치를 다시 한 번 파악 후 동선을 짠 뒤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며 검을 휘둘렀다.

스걱!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16화

16.

첫번째 표적이 된 고블린은 공격을 인지하지도 못하고 즉사했다.

강진석은 이어 옆에 있던 고블린에게 검을 휘둘렀다.

스걱!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검을 휘두르는 속도가 워낙 빨라 두번째 표적이 된 고블린 역시 반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다.

그렇게 두 고블린이 죽고 나서야 고블린들은 강진석의 존재를 인지했고 입을 열었다.

그리고 강진석은 검을 휘둘렀다.

-키...

스걱!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세번째 표적이 된 고블린은 제대로 소리를 내기도 전에 죽음을 맞이했다.

물론 그렇다고 침묵이 유지된 것은 아니다.

입을 연 고블린은 하나가 아니었다.

-키이익!

-키익!

표적이 되지 않아 살아남은 고블린들이 괴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강진석은 초감각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근처에 있던 고블린들의 시선이 몰리는 것을.

물론 이런 상황을 이미 예상했던 강진석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검을 휘둘러 공격을 이어 나갔다.

스걱! 스걱!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고블린이 한 마리씩 죽어 나갔다.

그렇게 강진석은 5초도 지나지 않아 모여 있던 고블린 7마리를 처리했고 복도를 보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 고블린 무리가 머뭇거리고 있었고 그보다 더 먼 곳에 또 한 무리가 머뭇거리고 있었다.

강진석은 다가오지 않는 고블린 무리를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그러자 고블린 무리가 움찔했다.

겁을 먹은 것이다.

물론 겁을 먹었다고 해서 그대로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강진석은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고블린들은 강진석이 가까워지자 머뭇거림을 멈추고 단검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강진석에게 마주 달려들었다.

그러나 고블린들은 여전히 겁을 먹은 상태였고 그로인해 동작이 무척 굼떴다.

스걱! 스걱! 스걱!

정상적인 상태였어도 상대가 되지 않았을 것인데 굼뜨기까지 해 강진석은 무척이나 손쉽게 고블린 무리를 처치할 수 있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두 무리를 처리한 강진석은 멀리 떨어져 있는 고블린 무리를 보며 생각했다.

'공포감 조성하고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겁에 질린 상태와 질리지 않은 상태의 차이는 무척 컸다.

무엇보다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기운이 전보다 더욱 크게 흔들리고 있는 고블린들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세번째 무리는 두번째 무리와 마찬가지로 강진석이 가까워지자 단검을 빼들고 달려 들었다.

그리고 두번째 무리와 같은 결말을 맞이했다.

그렇게 복도에 있던 모든 고블린을 처치한 강진석은 걸음을 옮겼다.

저벅!

그리고 이내 1009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계단실이 아닌 1009호 앞에서 걸음을 멈춘 이유.

그 이유는 1009호에서 숨을 죽이고 있는 고블린 무리 때문이었다.

1009호 뿐만이 아니다.

1005호에도 고블린 무리가 있었다.

'나올 줄 알았는데...'

강진석은 당연히 소란이 일었으니 고블린들이 밖으로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고블린들은 나오지 않았다.

고블린들이 나오지 않은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고블린들의 기운이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겁을 먹은 것이다.

동족들의 죽음을 직접 보지도 않았는데 겁을 먹다니?

'소리 때문인가? 아니면 냄새?'

강진석은 고블린들이 겁을 먹은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문고리를 잡았다.

끼이익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고블린 무리가 일제히 뒷걸음질을 쳤다.

강진석은 따라 들어가 문을 닫았다.

스걱! 스걱! 스걱!

1009호 정리를 마친 강진석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이어 1005호에 있는 고블린들을 정리했다.

그렇게 10층 정리를 마친 강진석은 다른 곳도 꼼꼼히 확인했다.

혹시나 포인트 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없네...'

꼼꼼히 확인했으나 아쉽게도 포인트 북은 없었고 강진석은 계단실로 향했다.

그리고 9층으로 내려가며 강진석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6850]

포인트를 확인하자마자 웃음이 나왔다.

조금 전 10층 고블린들을 정리하며 포인트가 2800이나 올랐다.

그리고 아직 2층부터 9층까지 여덟 층이나 남아 있는 상태였다.

모든 층을 정리하면 포인트가 얼마나 오를까?

'층당 2500씩만 잡아도... 2만!'

계산을 한 강진석은 순간 멈칫했다.

'세번째 능력치도 오픈 가능하겠는데?'

세번째 능력치 스킬 해금은 강진석에게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무언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능력치 40이 가능해지기 때문이었다.

'...뭘 오픈 하는게 좋지?'

강진석은 다시 걸음을 옮기며 정보창을 열었다.

힘 : 30

민첩 : 28

체력 : 36

정신력 : 47

그리고 능력치를 본 순간 깨달았다.

이미 답이 정해져 있었다는 것을.

세번째 능력치 스킬이 해금된다고 해도 40이 가능한 것은 체력 뿐이었다.

힘이나 민첩의 경우 네번째 능력치 스킬이 해금되어야 40이 가능했다.

강진석은 정보창을 닫았다.

끼이익

그리고 문을 열고 9층으로 진입했다.

강진석은 10층에서 그랬던 것처럼 9층 고블린들을 사냥했다.

'...음?'

그리고 사냥하던 중 강진석은 살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11층에만 있던게 아니었네.'

7층에 생존자가 있었다.

물론 많지는 않았다.

단둘이었다.

'뭐, 있을 수도 있지.'

안전 구역이 아닌 곳에서 생존하는 것은 어려울 뿐이지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강진석은 생존자에 대한 관심을 접고 9층 사냥을 마무리한 뒤 구석구석 확인 후 8층으로 내려갔다.

8층 또한 9층, 10층과 비슷했다.

고블린이 더 많다는 것 말고는 다른 게 없었다.

강진석은 7층으로 내려가며 생각했다.

'포인트 북은 없는건가?'

3개 층을 확인했으나 포인트 북은 보이지 않았다.

포인트 북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강진석은 포인트 북에 대한 기대를 낮췄다.

끼이익

그리고 강진석은 7층에 진입했다.

스걱! 스걱!

진입과 동시에 강진석은 문 앞에 있던 고블린 무리를 향해 검을 휘두르며 복도를 확인했다.

그리고 순간 멈칫했다.

'...저건 뭐지?'

반투명한 초록색 장막이 보였다.

'스킬인가?'

장막이 위치한 곳은 생존자들이 숨어 있는 709호였다.

아무래도 생존자들의 스킬 아니면 상점에서 판매하는 물품의 효과인 것 같았다.

-키익!

-키릭!

장막을 보던 강진석은 귓가에 들리는 괴성에 정신을 차리고 검을 휘둘렀다.

스걱! 스걱!

장막의 정체는 후에 확인하면 된다.

지금 중요한 것은 고블린 사냥이었다.

강진석은 고블린들에게 집중했고 1분도 지나지 않아 복도에 있던 모든 고블린들이 죽음을 맞이했다.

물론 복도 정리가 끝났을 뿐 7층 정리가 끝난건 아니었다.

강진석은 702호와 705호에 숨어 있던 고블린 무리를 처치 후 709호를 제외한 나머지 호수를 돌아다니며 꼼꼼히 탐색했다.

[포인트 북을 발견하셨습니다.]

[5분간 포인트 북을 소유 시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3분간 소유자가 없을 경우 포인트 북은 소멸합니다.]

그리고 707호에서 강진석은 포인트 북을 발견할 수 있었다.

1000포인트를 제공하는 빨간색 포인트 북이었다.

'...없을 줄 알았는데?'

709호에 생존자가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7층에는 포인트 북이 없을 줄 알았다.

그냥 형식적으로 탐색했을 뿐인데 포인트 북이 남아 있었다니?

[포인트 북을 소유하셨습니다.]

[5분 뒤 포인트를 습득합니다.]

강진석은 일단 포인트 북을 집어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와 다른 곳도 꼼꼼히 확인했다.

당연하게도 특별한 건 없었다.

그러나 아쉽지는 않았다.

이미 하나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강진석에게는 포인트 북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다.

바로 709호에 설치되어 있는 초록빛 장막이었다.

강진석은 709호로 다가갔다.

그리고 장막을 자세히 살폈다.

'대체 뭐지?'

장막을 살피고 있던 그때.

"...!"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709호의 두 생존자가 문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끼이익...

얼마 뒤 문이 살짝 열리며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

강진석은 여인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인은 강진석이 아주 잘 아는 사람이었다.

'다영씨?'

바로 직장동료 주다영이었다.

"...진석씨 맞아요?"

이내 주다영이 물었다.

강진석은 고개를 끄덕인 뒤 투구를 들어 얼굴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주다영은 안도하며 문을 열었다.

"일단 들어오...헙!"

그리고 강진석에게 말하며 복도를 힐끔 확인한 주다영은 수많은 고블린들의 시체를 보고 움찔했다.

"지, 진석씨가 하, 한거에요?"

주다영은 침을 꿀꺽 삼킨 뒤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강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와..."

주다영은 감탄을 내뱉고는 강진석에게 말했다.

"이, 일단 들어오세요!"

강진석은 주다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장막을 지나쳤다.

장막을 지나친 순간 강진석은 산뜻한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 강진석은 주다영과 함께 있던 이를 볼 수 있었다.

주다영의 또래로 보이는 여인이었다.

끼이익 철컥 철컥

이내 문을 닫은 주다영은 안전고리까지 걸어 단단히 문을 잠갔다.

그리고 여인을 가리키며 강진석에게 말했다.

"이쪽은 제 친구 최은지에요. 은지야 여기는 내가 종종 말했던 우리 헬스장 에이스 진석씨."

"안녕하세요."

최은지가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강진석 역시 따라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렇게 인사를 나눈 뒤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진석씨."

정적을 깬 것은 최은지였다.

최은지는 아주 침착하고 진중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바깥 상황에 대해 여쭈어봐도 될까요?"

"..."

강진석은 최은지의 말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강진석 역시 물어볼 것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

'뭐지?'

한지윤은 창밖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바깥에는 수많은 고블린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예지몽에서 보았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밖에 되지 않았다.

'변수의 힘인가?'

고블린들이 적은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하던 한지윤은 자신이 만들어낸 변수들을 떠올렸다.

아무리 봐도 고블린들이 적은 이유는 변수 때문이 분명했다.

그러나 어떤 변수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솔직히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고블린들이 적은 '이유'가 아니라 고블린들이 '적다'는 것 그자체였다.

'주술사 고블린 처리할 기회 같은데.'

한지윤은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주술사 고블린을 처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물론 문제가 하나 있었다.

한지윤은 정보창을 열었다.

힘 : 12

민첩 : 22

체력 : 13

정신력 : 15

'어떻게 정신력을 5 더 올리지?'

사냥꾼으로 전직한 한지윤은 특전으로 민첩이 10 올랐다.

그로인해 다른 스텟에 비해 민첩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주술사 고블린을 상대할 때 가장 중요한 스텟은 '정신력'이었다.

'20은 어떻게 해서든 찍어야 하는데...'

정신력이 중요한 이유는 주술사 고블린이 사용하는 '현혹' 때문이었다.

현혹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정신력이 최소 20은 되어야 했다.

지금 상황에서 현혹을 당한다?

그러면 30초를 멍때릴 것이다.

30초는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었다.

목이 여러 번 날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포인트를 정신력에 투자한다고 해도...'

한지윤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대로 그냥 기회를 날려야 하는걸까...'

17화

17.

포인트를 전부 투자해도 정신력 20은 불가능했다.

물론 꼭 20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신력이 20이 되지 않아도 주술사 고블린을 잡을 수 있기는 하다.

대신 많은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수많은 이들이 죽을 것이다.

'그래, 어차피 나 혼자 20 찍는다고 죽일 수 있는게 아니니까.'

이내 든 생각에 한지윤은 미간을 풀었다.

그리고 아쉬움을 떨쳐냈다.

애초에 정신력이 20이 됐어도 주술사 고블린을 죽이는 것은 힘들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주술사 고블린은 혼자가 아니다.

수많은 부장 고블린, 일반 고블린들의 호위를 받는다.

함께 싸울 생존자들의 능력치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안전히 가자 안전히.'

한지윤은 정보창을 닫았다.

그리고 스킬창을 열어 기대감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스킬 '저격'의 정보를 확인했다.

<저격>

현재 레벨 : 0

숙련도 : 0%

주문을 외운 후 첫번째 공격이 강력해집니다.

주문 : 저격

필요 포인트 : 2000

이미 조건을 충족해 해금은 해두었다.

현재 한지윤이 보유한 포인트는 1300으로 700포인트만 더 있으면 습득이 가능했다.

'이것만 있으면...'

스킬 '저격'의 위력을 한지윤은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일반 고블린은 당연히 한방이었고 숙련도가 올라 레벨이 오르면 부장 고블린도 한 방에 보낼 수 있다.

그리고 단순히 공격력만 증가하는 게 아니다.

정보에 나와 있지는 않지만 집중력이 높아지기 때문인지 명중률 역시 높아진다.

'그래, 패시브는 차차 하면 돼.'

지금 중요한 것은 능력치나 여러 특별한 효과를 제공하는 패시브 스킬이 아니라 강력한 공격을 할 수 있는 액티브 스킬이었다.

한지윤은 스킬창을 닫았다.

그리고 뒤로 돌아섰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전투나 준비하자.'

곧 고블린들과의 전투가 시작될 것이다.

'700포인트 가능할까?'

일반 고블린은 평균 50포인트를 제공한다.

그러나 그것은 혼자 잡았을 때 이야기다.

기여도에 따라 포인트가 차등 분배되는데 한지윤은 한 마리당 평균 20포인트를 얻었다.

700포인트를 얻기 위해서는 고블린을 무려 35마리나 잡아야 하는 것이다.

'최소 두 번이네...'

한 번의 전투에서 35마리를 잡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거기다 화살에 들어가는 포인트 값도 있었다.

전투를 최소 두 번은 치러야 700포인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저격만 배우면 그다음부터는 쉽게 얻을 수 있을테니까.'

한지윤은 아쉬움을 억누르며 벽 앞에 어질러져 있는 화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

강진석은 주다영과 최은지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내가 잘못 들은건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주다영의 직업은 정령사였고 최은지의 직업은 치유사였다.

그리고 입구의 초록빛 장막은 정령사의 스킬 중 하나인 '하급 바람 결계'였다.

하급 바람 결계의 효과는 2가지였다.

첫번째는 결계 내에서 정령사의 능력치를 일시적으로 상승시키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적들의 침입을 막는 것이었다.

조금 전 강진석이 그냥 지나칠 수 있던 것은 주다영이 허락을 했기 때문이지 만약 주다영이 허락하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강진석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의아함을 느낀 부분은 하급 바람 결계의 효과가 아니었다.

바로 주다영과 최은지의 '능력치'였다.

[혹시 능력치를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강진석은 메모지에 글을 적은 뒤 주다영과 최은지에게 내밀었다.

"힘은 11이구요. 민첩은 12, 체력은 11, 정신력은 22요!"

"저는 힘은 9, 민첩은 11, 체력은 10, 정신력은 24에요."

메모지를 본 주다영과 최은지가 차례대로 답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답을 들은 강진석은 잘못 들은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당황스러웠다.

'...왜 이리 낮아?'

정신력을 제외한 능력치가 너무나 낮았다.

'정신력도 특전으로 10 올라서 20대인 거잖아.'

정령사와 치유사의 특전 능력치는 정신력 10이었다.

만약 특전이 아니었다면?

주다영과 최은지의 정신력은 20이 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보다 높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건...'

강진석은 처음부터 힘이 21이었고 민첩은 19, 체력은 28, 정신력은 29였다.

당연히 마법사 특전 능력치인 정신력 10을 포함하지 않은 수치였다.

타고나기도 했고 살아온 삶도 다르기에 능력치 차이가 있을 것은 예상했지만 그래도 너무 차이 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진석씨는요?"

바로 그때 주다영이 물었다.

[힘 30, 민첩 28, 체력 36, 정신력 47이에요.]

"엥?"

주다영은 강진석의 메모를 보고 경악했다.

"왜 이렇게 높아요? 진짜예요?"

그리고 놀란 목소리로 반문했다.

[저는 패시브 스킬을 찍었거든요.]

"그거 1씩 오르는거 아니에요?"

[맞아요.]

"와..."

주다영은 강진석의 답에 감탄을 내뱉었다.

그리고 조금 전 보았던 고블린들의 시체를 떠올리고 이어 말했다.

"고블린들이 작살난 이유가 있었네요."

처음에는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이해가 됐다.

"..."

주다영의 말에 강진석은 말없이 싱긋 웃었다.

"저 혹시..."

그리고 최은지가 입을 열었다.

"실례가 되지 않으면 한 가지 더 여쭈어봐도 될까요?"

강진석은 고개를 끄덕였고 최은지가 이어 말했다.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책이 뭔지 아시나요?"

"...!"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포인트 북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메모지에 글을 적어 내밀었다.

[포인트 북이라고 일정 시간 소유하면 포인트를 주는 물건이에요.]

"포인트를요? 그래서 그 사람들이..."

"...?"

강진석은 최은지의 반응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반응을 보니 사건이 있었던 것 같았다.

무슨 사건이 있었던 것일까?

"7단지 정문쪽에 책 그러니까 포인트 북이 하나 떠 있었거든요."

강진석의 표정을 본 주다영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3시간 전에 10명이 나타나서 책을 가지고 싸우다가 결국..."

주다영은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찝찝한 표정을 지었다.

굳이 뒷말을 듣지 않아도 어떻게 됐는지 알 것 같았다.

'조심해야겠다.'

세상이 변했다.

앞으로도 인간끼리 싸우는 일은 빈번히 일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능력치도 막 공개하면 안 되겠어.'

주다영, 최은지와는 이미 정보를 교류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정보 교류도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밖에도 있을 줄이야.'

포인트 북이 빌딩 같은 건물 내부에만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길가에도 있다니?

'잘 살피면서 가야겠네.'

강진석은 밖을 돌아다닐 때에도 유심히 주변을 살펴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푹 가라앉은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주다영이 물었다.

강진석은 바로 메모지에 글을 써 내밀었다.

[계속 사냥할 생각이에요.]

"아...혹시 안전 구역에 계실 생각은 없으신거에요?"

[네, 계속 움직이는게 더 나을 것 같아서요.]

강진석은 액티브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

믿을 것은 능력치를 최대한 키우는 것 뿐이다.

그러나 안전 구역에 있으면 능력치를 올리기가 힘들다.

[다영씨나 은지씨는요?]

7층은 안전 구역이 아니었다.

거기다 물자가 무한한 것도 아니었다.

언젠가는 떠나야 할 것인데 강진석은 주다영과 최은지의 계획이 궁금했다.

"일단은 여기에 있을 것 같아요. 언젠가는 나가야겠지만..."

말끝을 흐린 주다영은 복잡미묘한 표정을 짓고는 이어 말했다.

"아직 용기가 안 나네요."

강진석은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보편적인 반응이긴 하지.'

주다영의 반응은 결코 이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강진석은 끄덕임을 멈추고 메모지에 글을 적었다.

[제가 빌딩 내 고블린들은 최대한 정리해볼게요. 바깥에 있는 녀석들이 또 들어올 것 같긴 하지만요.]

"계속 사냥하신다고 하셨으니 말리지는 않을게요. 그래도 조심하세요!"

주다영이 걱정 가득한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강진석은 주다영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만 가볼게요!]

이야기도 다 나눴고 휴식도 충분히 취했다.

이제 다시 사냥을 시작할 때였다.

"혹시나 잠시라도 휴식하실 곳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오시구요!"

"별일 없으시길 기도할게요."

강진석은 주다영, 최은지의 배웅을 받으며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7층 곳곳을 돌아다니며 6층과 5층의 상황을 파악했다.

대화를 나누는 사이 변화가 생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대로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6층과 5층은 그대로였다.

강진석은 곧장 계단실로 나가 6층으로 내려가며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1만 7750]

포인트를 보자마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웃음을 지우고 고민에 잠겼다.

'지금 체력 올릴까?'

우선 체력 40을 찍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 포인트라면 40을 찍을 수 있다.

전부 투자할 필요도 없다.

고민하던 강진석은 스킬창을 열었다.

그리고 스킬 '체력3' 해금에 필요한 스킬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빠른 회복[패시브]>

레벨이 오를 때마다 특별한 효과를 얻습니다.

1. 체력이 빠르게 회복됩니다. (1레벨)

2. 자연 치유력이 강화됩니다. (2레벨)

최대 레벨 : 2

현재 레벨 : 1

필요 포인트 : 1000

<질긴 피부[패시브]>

피부를 강화합니다.

최대 레벨 : 3

현재 레벨 : 0

필요 포인트 : 1000

<독 저항[패시브]>

독에 대한 저항 능력을 강화합니다.

최대 레벨 : 3

현재 레벨 : 0

필요 포인트 : 2000

스킬 '체력3'의 해금 조건은 스킬 '독 저항' 1레벨이었다.

그리고 스킬 '독 저항'의 해금 조건은 2가지.

첫번째는 스킬 '질긴 피부'의 2레벨이었고.

두번째는 스킬 '체력2'의 5레벨이었다.

'...9200포인트.'

해금하는데 필요한 포인트를 계산한 강진석은 눈을 감았다.

'2레벨만 올리면 되니까 총 9500포인트. 쓸모없는 스킬은 없고.'

빠른 회복, 질긴 피부, 독 저항.

하나 같이 전부 습득해서 나쁠 것 없는 스킬들이었다.

눈을 뜬 강진석은 바로 실행에 옮겼다.

[스킬 '체력'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

[스킬 '질긴 피부'를 습득하셨습니다.]

질긴 피부를 습득한 강진석은 잠시 육체 상태를 관조했다.

그러나 아무런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다.

[스킬 '질긴 피부'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을 올려도 마찬가지였다.

스킬 '질긴 피부'의 효과는 피부 강화였다.

아무래도 나중에 직접 확인해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스킬 '독 저항'을 습득하셨습니다.]

독 저항 역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건 뭐 예상했으니까.'

강진석은 해금된 스킬 '체력3'을 보았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뒤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스킬 '체력3'을 습득했다.

[스킬 '체력3'을 습득하셨습니다.]

[체력이 1 상승합니다.]

이제 40까지 남은 체력은 1.

1만 더 올리면 40이었다.

강진석은 기대감을 한층 더 키우며 '체력3'의 레벨을 올렸다.

[스킬 '체력3'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체력이 1 상승합니다.]

그렇게 체력이 40이 됐다.

초감각 때와 달리 아무런 메시지도 뜨지 않았다.

그러나 메시지만 뜨지 않았을 뿐이다.

"..."

강진석은 멍한 상태에 빠졌다.

육체에 찾아온 변화 때문이었다.

18화

18.

정확히 말하면 육체가 변한 것은 아니다.

육체에 대한 '인식'이 변했다.

강진석은 육체 상태를 정확히 느낄 수 있게 됐다.

빠른 회복을 습득했을 때와는 다르다.

그때는 힘을 얼마나 쓸 수 있는지, 체력이 얼마나 남았는지만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육체가 얼마나 단단한지, 육체의 '방어력'도 알 수 있었다.

'질긴 피부가 엄청난 거였구나?'

앞서 체감이 되지 않았던 스킬 '질긴 피부'의 위력이 여실히 느껴졌다.

'이정도면 고블린들 공격은 그냥 무시해도 되겠는데?'

강진석은 일반 고블린, 부장 고블린의 공격력을 알고 있다.

그래서 여태까지는 피했다.

그런데 이제는 피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일반 고블린의 단검이, 부장 고블린의 철검이 맨몸에 작렬해도 아무런 일 없을 것이다.

상처 하나 나지 않을 것이라 강진석은 확신했다.

그정도로 육체는 질기고 단단했다.

'질긴 피부가 3레벨이 되면...'

현재 스킬 '질긴 피부'는 2레벨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레벨이 하나 더 오른다면 어떻게 될까?

강진석은 남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남은 포인트 : 8250]

'4천을 쓸 가치가 있을까?'

질긴 피부의 레벨을 올리는데 필요한 포인트는 무려 4000이었다.

현재 보유 포인트의 절반 정도를 써야 했다.

'필요 없는 상황이긴 한데...'

지금도 일반 고블린, 부장 고블린의 공격을 무시할 수 있다.

즉, 3레벨은 과투자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너무나 궁금했다.

질긴 피부 3레벨을 찍으면 육체가 얼마나 더 단단해질지.

'그래. 목숨이 걸린 일인데 안전에 과투자 하는게 나쁜건 아니니까.'

강진석은 결정을 내렸다.

'찍자.'

질긴 피부의 레벨을 올리기로.

그뿐만이 아니다.

'그리고 체력까지 올리자.'

강진석은 남은 절반의 포인트로 스킬 '체력3'의 레벨을 올릴 생각이었다.

필요한 상황이 아님에도 강진석이 체력을 올리려는 이유.

그 이유는 더 많은 포인트를 수급하기 위해서였다.

체력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지구력과 회복력이 강해진다.

사냥 시간은 늘어나는데 휴식 시간은 줄어드는 무척 효율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강진석은 바로 계획대로 움직였다.

[스킬 '질긴 피부'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와...'

우선 질긴 피부를 3레벨로 올린 강진석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이정도면 더 강한 녀석이 나타나도 문제 없겠는데?'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차이가 있었다.

향후 고블린 보다 강한 몬스터가 나타나도 위험에 빠질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이어 체력을 올렸다.

[스킬 '체력3'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

[체력이 1 상승합니다.]

순식간에 체력이 3 올랐고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강진석이 침음을 내뱉은 이유는 체력이 오른 순간 느껴진 '변화' 때문이었다.

지구력, 회복력을 말하는게 아니다.

변화를 맞이한 부분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방어력'이었다.

'질긴 피부 때문만이 아니었구나?'

여태껏 육체의 단단함이 '질긴 피부' 때문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체력이 오르니 육체가 단단해졌다.

질긴 피부 3레벨만큼은 아니지만 확실히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거기다 질긴 피부와 달리 피부만 단단해진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단단해졌다.

'체력을 올릴 이유가 하나 더 늘었네.'

능력치 '체력'은 생존과 직결된 능력치였다.

다른 능력치도 중요하긴 하겠지만 체력을 더 중요시 해야 할 것 같았다.

'근데...'

강진석은 문득 든 생각에 정보창을 열었다.

힘 : 30

민첩 : 28

체력 : 43

정신력 : 47

'힘이랑 민첩은 어떨까?'

정신력은 초감각이 활성화됐다.

체력은 육체를 정확히 관조할 수 있게 됐다.

힘과 민첩은 40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까?

무척이나 기대됐다.

'10이랑 12...'

강진석은 40까지 남은 수치를 확인 후 정보창을 닫았다.

그리고 남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1450]

2만에 가까웠던 포인트가 바닥에 가까워져 있었다.

그러나 아깝지는 않았다.

많은 것들을 얻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걸리려나?'

힘과 민첩을 40까지 올리는데 얼마나 걸릴까 생각하며 강진석은 문고리를 잡았다.

끼이익

그리고 바로 문을 열고 6층으로 진입했다.

평소였다면 진입과 동시에 고블린들의 목을 날렸을 것이다.

그러나 강진석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확인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키익?

-키익!

강진석을 발견한 고블린들이 괴성을 내뱉었다.

이어 고블린들이 단검을 휘둘렀다.

강진석은 방패로 단검을 막지 않았다.

대신 손으로 막았다.

팅! 팅!

이내 단검이 손에 작렬했고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예상과 달리 상처가 났기 때문이 아니다.

손에는 자그마한 생채기조차 나지 않았다.

강진석이 미간을 찌푸린 이유.

'아프네.'

그 이유는 바로 고통 때문이었다.

물론 큰 고통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무시할 정도로 약한 것도 아니었다.

'고통 저항이 이래서 있던거구나?'

체력 라인과 정신력 라인에 '고통 저항'이란 스킬이 여럿 존재했다.

육체가 단단해져 필요 없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추후 꼭 습득해야 할 것 같았다.

-키릭?

-키익?

고블린들이 의아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하기야 단검과 손이 만났는데 쇳소리가 났으니 의아해하는 게 당연했다.

강진석은 고블린들의 목소리에 생각을 끝내고 검을 휘둘렀다.

스걱!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확인도 했고 더 이상 맞아줄 이유가 없다.

이제 다시 사냥을 시작할 때였다.

스걱! 스걱!

강진석은 사냥에 집중했다.

6층에 있던 고블린은 총 50마리였다.

부장 고블린이 10마리였고 일반 고블린이 40마리였다.

결코 적은 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고블린들이 전부 죽는 데에는 2분도 걸리지 않았다.

사냥을 마친 강진석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5450]

그리고 속으로 헛웃음을 내뱉었다.

한 층을 정리했을 뿐인데 포인트가 4000이나 올랐다.

'금방 복구하겠네.'

조금 전 사용했던 포인트를 금방 복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미소를 지은 채 6층 탐색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저벅!

604호에 진입한 강진석은 걸음을 멈췄다.

[포인트 북을 발견하셨습니다.]

[20분간 포인트 북을 소유 시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5분간 소유자가 없을 경우 포인트 북은 소멸합니다.]

포인트 북 발견 메시지 때문이었다.

'20분?'

소유 시간을 확인한 강진석은 눈을 번뜩이며 주변을 확인했다.

그리고 구석에 둥둥 떠 있는 주황색 포인트 북을 발견하고 활짝 웃었다.

[포인트 북을 소유하셨습니다.]

[20분 뒤 포인트를 습득합니다.]

강진석은 바로 포인트 북을 집어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4000이 아니라 9000이었네.'

그리고 미소를 지은 채 604호에서 나와 탐색을 이어갔다.

당연하게도 다른 곳에서는 포인트 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전혀 아쉽지 않았다.

포인트 북을 얻었다.

그것도 5000이나 제공하는 주황색 포인트 북을.

이 이상을 바라는 것은 과욕이었다.

강진석은 5층으로 내려가며 생각했다.

'한, 두개는 더 있겠지?'

2층, 3층, 4층, 5층.

1층을 제외해도 4개 층이 남아 있었다.

포인트 북이 최소 하나는 남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끼이익

5층에 도착한 강진석은 바로 문을 열었다.

"..."

그리고 진입하다가 그대로 멈칫했다.

이어 강진석은 인상을 구겼다.

매우 짙은 피 냄새 때문이었다.

'어디서 나는 걸까 했는데...'

피 냄새의 근원이 어디인지 궁금했었다.

그런데 지금 알게 됐다.

'여기 였구나?'

강진석은 복도에 가득한 피 웅덩이들을 보았다.

한 사람의 몸에서 나올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수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죽임을 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키릭?

-키익?

피 웅덩이를 바라보던 강진석은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시야에 고블린들이 들어왔다.

고블린들이 들고 있는 단검과 검에는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괜찮으실까?'

강진석은 고블린들을 보며 부모님과 동생 강나연을 떠올렸다.

정동진에 있는 부모님.

그리고 서초동에 있을 강나연.

안전하게 있을지 다친 곳은 없을지 걱정이 됐다.

'...'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계속해서 좋지 않은 생각이 들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강진석은 고개를 휙휙 저어 부정적인 생각을 털어냈다.

그리고 차디찬 눈빛으로 고블린을 보았다.

'강해지자. 최대한 빨리.'

지금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져야 한다.

그래야 만날 수 있을 것이고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강진석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고블린들에게 다가갔다.

스걱!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스걱!

[부장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200 상승합니다.]

강진석은 쉬지 않고 끊임없이 검을 휘둘렀고 그때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5층 또한 6층과 마찬가지로 2분도 지나지 않아 모든 고블린이 죽음을 맞이했다.

강진석은 탐색을 시작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음을 확인한 강진석은 곧장 4층으로 향했다.

****

"음..."

장윤석은 침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최민호를 포함한 생존자들을 스윽 훑고는 이어 말했다.

"그러니까 다들 합류를 원하시는거 맞죠?"

"...네."

가장 먼저 답을 한 것은 최민호였다.

그리고 최민호를 시작으로 생존자들이 하나, 둘 입을 열었다.

"저는 합류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도요."

"합류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장기적으로 보면요."

"말씀하신 대로 걱정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생존자들의 답을 듣고 장윤석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모든 분들이 합류를 원하니 이따가 한지윤씨가 오면 의견을 전달하죠!"

물론 웃고는 있지만 진짜 웃는 것은 아니었다.

'이 멍청한 새끼들.'

장윤석은 속으로 생존자들을 욕하고 있었다.

'상황 파악이 안되는거야?'

대체 무슨 생각으로 합류를 하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 보다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생각하는 것일까?

바로 그때였다.

"어? 고블린들 뭔가 이상한데요?"

창가에서 바깥을 살피고 있던 진민영이 외쳤다.

진민영의 외침에 장윤석은 곧장 창가로 달려갔다.

그리고 바깥을 확인했다.

고블린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평상시에도 움직이기는 했지만 이번은 평상시와 달랐다.

주술사 고블린들이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음?'

이내 고블린들이 향하는 곳을 알게 된 장윤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태백 빌딩에 뭐가 있나?'

고블린들이 향하는 곳은 바로 태백 빌딩이었다.

'설마 영역 확장?'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영역 확장이었다.

아무리 봐도 지금 고블린들의 이동 목적은 영역 확장으로 보였다.

장윤석은 잠시 상황을 주시했다.

'휴.'

그리고 안도했다.

다행히도 고블린들이 향하는 곳은 태백 빌딩 뿐이었다.

혹여 로우포트나 스카이1로 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저녀석들은 어디로 가는거지?'

장윤석은 태백 빌딩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하는 고블린 한 무리를 발견했고 불길한 표정을 지었다.

주술사 고블린이 포함된 무리였다.

대체 어딜 가려는 것일까?

'설마 다음 확장 장소 선발대인가?'

장윤석은 고블린 무리가 향하는 곳을 주시했다.

얼마 뒤 주시하고 있던 고블린 무리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장윤석은 건물 외벽에 쓰여 있는 건물 이름 간판을 보았다.

[어스뷰1]

19화

19.

'어스뷰1이 다음 확장 장소인가.'

지금 어스뷰1에 들어간 고블린 무리는 선발대로 추정됐다.

즉, 태백 빌딩 다음은 어스뷰1일 것이다.

지금은 한 무리만 들어갔지만 언젠가는 태백 빌딩처럼 수많은 고블린들이 어스뷰1로 향할 것이다.

그래서 문제였다.

어스뷰1에서 끝날까?

아니, 고블린들은 계속해서 영역을 확장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스카이1 역시 확장 대상이 될 것이다.

'빨리 움직여야 겠는데'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장윤석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생존자들에게 말했다.

"다들 합류 준비해주세요. 최대한 빨리 합류해야 할 것 같네요."

"네! 알겠습니다!"

"예!"

장윤석의 말에 생존자들이 일제히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다.

그렇게 홀로 남은 장윤석은 태백 빌딩과 어스뷰1을 보며 생각했다.

'포인트 북은 포기해야겠네.'

원래는 다른 이들을 미끼 삼아 고블린들의 시선을 끈 뒤 포인트 북을 습득하러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다.

고블린들의 시선을 끈다고 해도 거점이 된 곳을 갈 수는 없다.

너무 위험했다.

포인트 북이 중요하다고 해도 목숨 보다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아깝다, 아까워. 저기 있는 포인트 북만 습득하면 그년도 쉽게 제압할 수 있을텐데.'

장윤석은 아쉬운 표정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합류를 준비하기 위해 거처로 향했다.

****

스걱!

[부장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200 상승합니다.]

부장 고블린을 끝으로 2층 사냥을 마친 강진석은 바로 탐색을 시작했다.

'역시 없구나.'

3층에 포인트 북이 있었다.

그래서 2층에는 없겠구나 생각 했는데 역시나였다.

복도로 나온 강진석은 생각했다.

'힘들줄 알았는데.'

6층부터 2층까지 강진석은 고블린을 수백마리 죽였다.

그런데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바로 넘어가자.'

원래는 사냥을 끝낸 뒤 쉬고 나서 '어스뷰2'로 넘어가려 했다.

그런데 체력 상황을 보니 바로 넘어가도 될 것 같았다.

물론 넘어가기 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강진석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2만 7500]

포인트를 확인하자마자 강진석의 얼굴에 흡족함이 나타났다.

6층 진입 직전 바닥에 가까워졌던 포인트가 어느새 3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2만 7500포인트는 결코 적은 포인트가 아니었다.

정말 많은 스킬을 찍을 수 있는 양이었다.

강진석은 스킬창을 열었다.

'우선...'

어떤 스킬을 찍을지 고민할 필요 없었다.

이미 정해두었다.

[스킬 '힘'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힘이 1 상승합니다.]

.

.

[스킬 '정신력2'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강진석은 우선 4레벨이었던 능력치 스킬들을 전부 5레벨로 올렸다.

체력을 제외한 나머지 능력치들이 전부 2씩 올랐고 강진석은 육체와 정신의 변화를 느끼며 생각했다.

'역시 능력치는 올려서 나쁠 게 없어.'

영향을 끼치는 분야가 워낙 다양해 체감이 엄청났다.

강진석은 이어 무기술과 동체시력, 피로 감소의 레벨을 최대 레벨로 올렸다.

[스킬 '광분'을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광분'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또 이어 힘 라인 스킬 '광분'을 습득했다.

광분을 습득한 이유는 스킬 '힘4' 해금 때문이었다.

물론 광분을 습득했다고 '힘4'가 해금되는 것은 아니었다.

광분과 '힘4' 사이에는 치명타를 시작으로 힘3, 손목 강화, 전완근 강화까지 총 4개의 스킬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얼마 안 걸리겠지.'

포인트 수급 속도를 생각하면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

어스뷰2 사냥만 끝나도 해금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스킬 '치명타'를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치명타'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강진석은 이어 치명타를 습득했다.

그리고 스킬 '치명타'의 정보를 보며 생각했다.

<치명타[패시브]>

일정 확률로 더 강한 피해를 입힙니다.

최대 레벨 : 3

현재 레벨 : 2

필요 포인트 : 1만

'정확히 표기됐으면 참 좋았을텐데.'

수치가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1레벨 습득에 2500, 2레벨 습득에 5000포인트가 필요한 스킬이었다.

많은 포인트가 필요한 만큼 효과 또한 뛰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스킬 '힘3'을 습득하셨습니다.]

[힘이 1 상승합니다.]

[스킬 '힘3'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힘이 1 상승합니다.]

마지막으로 강진석은 스킬 '힘3'에 남은 포인트를 투자했다.

그렇게 알차게 포인트를 소모한 강진석은 스킬창을 닫은 뒤 정보창을 열었다.

힘 : 34

민첩 : 30

체력 : 43

정신력 : 49

'6만 더 올리면...'

40까지 남은 수치를 확인한 강진석은 정보창을 닫았다.

그리고 계단실로 향했다.

스킬도 찍었고 이제 어스뷰2로 넘어갈 차례였다.

저벅!

그러나 몇 걸음 옮기자마자 강진석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 고개를 휙 내려 아래를 보았다.

지금 막 입구를 통해 고블린 무리가 들어왔다.

문제는 해당 무리에 지팡이 고블린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어떻게 하지?'

강진석은 고민했다.

여태까지 지팡이 고블린을 피했었다.

마법을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계속 피할 수는 없는데...'

그러나 이렇게 계속 도망치는 게 맞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그래, 잡자.'

고민 끝에 강진석은 도망치지 않기로 결정했다.

언제까지고 피할 수는 없다.

'딱 좋은 상황이기도 하고.'

지팡이 고블린이 함께 하고 있는 고블린은 부장 고블린 셋, 일반 고블린 셋이었다.

부장 고블린과 일반 고블린의 공격은 강진석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즉, 존재 하지 않는 것과 같았고 지금이 지팡이 고블린을 파악하기 최적의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솔직히 자신이 있었다.

겪어본 적이 없어 신경이 쓰이는 것이지 지팡이 고블린도 쉽게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그렇다고 방심할 생각은 없었다.

생각과 현실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강진석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내 지팡이 고블린이 중앙 계단실을 통해 올라오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204호에 들어가 몸을 숨겼다.

그리고 초감각으로 고블린들을 주시하며 생각했다.

'내 기운도 느낄 수 있었으면 이렇게 부딪히지 않아도 알 수 있었을텐데.'

초감각으로 다른 존재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의 기운은 느낄 수 없었다.

'그 패시브를 배우면 느낄 수 있으려나?'

강진석은 힘 라인에 있는 패시브 스킬 '기운 통제'를 떠올렸다.

기운 통제를 습득하면 자신의 기운이 어느정도인지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끼이익

이내 고블린 무리가 2층에 도착했고 강진석은 생각을 멈췄다.

그리고 검을 꽉 쥔 채 뛰쳐나갈 준비를 했다.

-키릭!

-키이익!

부장 고블린들이 괴성을 내뱉었다.

목소리에서 당황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동족들의 시체를 보았기 때문일까?

기운이 흔들리고 있었다.

겁을 먹은 것이다.

부장 고블린, 일반 고블린 뿐만이 아니다.

지팡이 고블린의 기운 또한 흔들리고 있었다.

-키익!

이내 지팡이 고블린이 괴성을 내뱉었고 부장 고블린과 일반 고블린이 짝을 지어 탐색을 떠났다.

그렇게 지팡이 고블린은 혼자가 되었고.

'기회네.'

강진석은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쾅!

문을 박차며 밖으로 나온 강진석은 지팡이 고블린을 향해 검을 뻗었다.

문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던 지팡이 고블린은 검을 발견하고 눈을 번뜩였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검의 속도는 빨랐고.

푹!

지팡이 고블린이 무언가를 하기 전에 검이 목에 박혔다.

-키...이...

주술사 고블린은 무어라 말을 하려 했다.

그러나 목에 박힌 검 때문에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다.

강진석은 그대로 검에 힘을 주어 옆으로 베었다.

스걱!

그러자 칼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메시지가 나타났다.

[주술사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1000 상승합니다.]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2가지를 알 수 있었다.

첫번째는 지팡이 고블린의 정식 명칭이 '주술사 고블린'이라는 것.

그리고 두번째는 주술사 고블린이 무척 허약하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약하다고?'

처음부터 죽일 자신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이렇게 쉽게 죽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원래는 기습 공격으로 피해를 주고, 우위를 점한 채 전투를 끌어나갈 생각이었다.

'괜히 쫄았잖아...'

강진석은 주술사 고블린의 허리를 보았다.

허리에 달린 매듭은 하나였다.

'둘이나 셋은 몰라도 하나는 신경 쓸 필요 없겠어.'

이정도라면 나무뿌리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주술사 고블린은 약하다.

덤벨 투척으로 한 방에 보낼 수 있을 정도였다.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사방으로 탐색을 떠난 고블린들을 보았다.

주술사 고블린의 죽음 때문일까?

고블린들은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강진석은 걸음을 옮겼다.

스걱! 스걱!

순식간에 고블린들을 처리한 강진석은 다시 중앙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주술사 고블린의 시체를 자세히 살폈다.

혹시나 사용할만한 물품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눈에 띄는 것은 없었고 강진석의 얼굴에 아쉬움이 나타났다.

'그래도 포인트가 엄청나니까.'

주술사 고블린은 무려 1000포인트를 제공했다.

추가 전리품이 없다고 아쉬워하는 것은 욕심이었다.

강진석은 아쉬움 아니, 욕심을 떨쳐냈다.

그리고 다음 목적지 '어스뷰2'를 떠올리며 1층으로 내려갔다.

문 앞에 도착한 강진석은 잠시 고민했다.

'1층까지 쓸어버리는 건 아직 좀 그렇겠지?'

이제 주술사 고블린도 두렵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한 마리가 두렵지 않은 것이다.

두 마리부터는 여전히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1층에서 시선이 끌리면?

두 마리가 아니라 그 이상이 올 수 있다.

'그래, 조용히 가자.'

강진석은 결정을 내리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조심히 걸음을 옮겨 입구쪽으로 이동했다.

****

"미친."

한지윤은 태백 빌딩으로 들어가는 고블린들을 보고 욕을 내뱉었다.

'벌써 영역 확장을 시작한다고?'

고블린들의 영역 확장을 한지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예지몽에서 수없이 보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기였다.

'아직 24시간도 안 지났는데?'

꿈에서는 4일차부터 영역 확장을 시작했다.

상황이 달라져도 시기가 달라진 적은 없었다.

항상 4일차부터였다.

그런데 어째서 벌써 영역 확장을 시작한단 말인가?

한지윤은 인상을 구겼다.

'이러다 그 괴물도 일찍 올라오면...'

1주일 뒤 방화역에서 올라올 예정인 '괴물'.

영역 확장이 앞당겨진 만큼 괴물의 등장 시기도 앞당겨진다면?

'...안 돼.'

1주일간 철저히 준비해도 잡을 수 있을지 확실치 않은데 더욱 빨리 나타난다?

그러면 필패다.

모두가 목숨을 걸고 달려들어도 안 될 것이다.

만약 괴물이 일찍 나타난다면?

달려들 게 아니라 도망쳐야 한다.

답은 도망 뿐이다.

"대체 왜..."

한지윤은 짜증 가득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어떤 변수가 상황을 이리 만든 것일까?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2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