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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 20-30

20화

20.

"끙..."

이내 한지윤은 앓는 소리를 내며 돌아섰다.

가만히 고블린들의 영역 확장을 지켜보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바로 시작하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기나긴 싸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중간중간 휴식 시간을 배정했다.

적절히 휴식을 취해야 더 오래,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기에.

그러나 상황이 변했다.

휴식은 사치가 됐다.

한지윤은 문 앞에 비치해뒀던 화살통 2개를 들었다.

그리고 어깨에 멘 뒤 밖으로 나와 1층으로 내려갔다.

1층에 도착한 한지윤은 뒷길 입구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김호준과 임지성에게 물었다.

"특이사항 있나요?"

"고블린 무리가 4단지 상가에 들어갔다는 것 말고는 없습니다."

"또 사냥 가시게요?"

김호준이 답했고 임지성이 물었다.

"네."

한지윤은 싱긋 웃으며 답했다.

"어디로 가시나요? 곧 교대 시간이라 전달해둬야 할 것 같아서요!"

"치현초로 갈 생각이에요. 금방 돌아올게요."

"옙! 조심히 다녀오십쇼!"

대화를 마친 한지윤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주변을 살피며 조심히 목적지로 향했다.

목적지로 향하며 한지윤은 로우포트, 치현초등학교 사이에 있는 유일한 건물 '스카이3'을 보며 생각했다.

'대체 왜 봉쇄된 걸까?'

스카이3은 봉쇄된 상태였다.

반투명한 장막으로 건물 전체가 둘러싸여 있었다.

장막 때문에 외부에서는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 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아무 이유 없이 봉쇄된 것은 아닐 것이다.

봉쇄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볼 수 있을까?'

꿈에서는 항상 죽어 어떻게 됐는지 본 적이 없었다.

'볼 수 있으면 좋겠네.'

한지윤은 스카이3에 대한 생각을 접고 이동에 집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지윤은 목적지 '치현초등학교'에 도착했다.

도착과 동시에 한지윤은 중앙 건물 외벽에 바짝 붙었다.

"주변 탐지"

그리고 외벽에 손을 댄 채 스킬 '주변 탐지'를 시전했다.

스앗!

시전과 동시에 한지윤의 눈에 빛이 서렸다.

그리고 한지윤은 중앙 건물 내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많기도 해라.'

중앙 건물에는 많은 고블린들이 무리 지어 돌아다니고 있었다.

다행인 점은 전부 '일반' 고블린이라는 점이었다.

'얼마나 잡을 수 있으려나.'

주변 탐지의 지속 시간은 5분으로 길지 않았다.

한지윤은 외벽을 따라 조심히 학교 내부로 진입했다.

그리고 곧장 교무실로 향했다.

"끈끈이 덫"

교무실 근처에 도착한 한지윤은 스킬 '끈끈이 덫'을 시전했고 바닥에 반투명한 네모판이 나타났다.

끈끈이 덫을 확인한 한지윤은 교무실 문을 열었다.

그러자 교무실 안에 있던 고블린 3마리가 고개를 돌렸고 눈이 마주친 한지윤은 싱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키익!

-키릭!

고블린들은 한지윤의 인사에 괴성을 지른 뒤 한지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지윤은 다가오는 고블린들을 유인했다.

한지윤만 바라보던 고블린들은 끈끈이 덫을 발견하지 못했고.

촤악!

덫이 발동하며 대량의 끈끈이가 튀어나와 고블린들을 덮쳤다.

-키릭?

-키익?

끈끈이에 사로잡힌 고블린들은 안간힘을 썼지만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정도 거리면 단검 투척도 신경 쓸 필요 없겠고.'

한지윤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활을 들어 시위를 당겼다.

그리고 이내 시위를 놓았다.

휙!

화살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갔고.

푝!

가장 앞에 있던 고블린에게 박혔다.

-키익!

가슴에 화살이 박힌 고블린은 비명을 내질렀다.

고통이 가득 담긴 비명이었다.

한지윤은 비명을 들으며 재차 시위를 당겼다.

휙!

시위를 놓자 다시 한 번 화살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갔고.

푝!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한지윤은 메시지에 신경 쓰지 않고 시위를 당겼다.

이제 한 마리 잡았을 뿐이다.

아직 두 마리나 남아 있었다.

'빨리 잡아야 해.'

거기다 비명이 생각보다 컸다.

이대로라면 비명을 들은 다른 고블린 무리가 나타날 수 있다.

한지윤은 연달아 화살을 날렸다.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그렇게 두 번째 고블린이 죽음을 맞이했고 한지윤은 마지막 고블린을 잡기 위해 시위를 당겼다.

그러나 한지윤은 화살을 날릴 수 없었다.

'망할!'

한지윤은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뒤로 돌아섰다.

근처에 있던 고블린 무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마지막 고블린을 처리하려다가는 고블린들과 마주하게 될 것이었다.

그렇다면 근접전을 하게 될텐데 세 마리와 근접전을?

어불성설이었다.

솔직히 근접전의 경우 세 마리가 아닌 한 마리도 이기기 힘들었다.

'내 화살...'

한지윤은 아쉬운 표정으로 자리를 피하며 생각했다.

'언제쯤이면 쉽게, 시원하게 저 녀석들을 잡을 수 있을까...'

****

스걱!

[부장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200 상승합니다.]

부장 고블린을 죽인 강진석은 주변을 훑었다.

수많은 고블린들의 시체가 시야에 들어왔다.

강진석은 고블린들의 시체를 보며 생각했다.

'앞으로도 쭉 이정도 수준이면 좋을텐데...'

현재 강진석에게 고블린들은 아무런 해가 되지 않았다.

걸어 다니는 포인트 자판기와 같았다.

'그럴 리 없겠지...'

고블린들이 더 강해지든.

더 강한 몬스터가 나타나든.

위험성은 점점 올라갈 것이다.

강진석은 생각을 끝내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탐색했다.

'5층에는 있으려나?'

아쉽게도 4층에는 포인트 북이 없었다.

4층뿐만이 아니다.

앞서 탐색한 2층, 3층에도 포인트 북은 없었다.

'그래, 태백 빌딩이나 어스뷰1 생각하면...'

강진석은 계단실로 나왔다.

그리고 곧장 5층으로 올라갔다.

5층 문 앞에 선 강진석은 인벤토리에 검을 넣고 덤벨을 꺼냈다.

덤벨을 꺼낸 이유는 5층에 '주술사 고블린'이 있기 때문이었다.

끼이익

강진석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강진석은 수많은 고블린들의 시선을 마주할 수 있었다.

강진석은 고블린들의 시선에 싱긋 웃으며 뒤로 팔을 뻗었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덤벨을 던졌다.

당연히 목표는 7M 거리에 있는 주술사 고블린이었다.

후웅!

덤벨은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다.

퍽!

그리고 이내 주술사 고블린의 얼굴에 정확히 작렬했다.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주술사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1000 상승합니다.]

그리고 메시지를 통해 주술사 고블린의 죽음을 확인한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한 방 맞네.'

혹여 한 방이 아니면 어쩌나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검을 꺼냈다.

그리고 고블린들을 보았다.

고블린들은 한 마리도 빠짐없이 전부 주술사 고블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장이라 할 수 있는 주술사 고블린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물론 강진석은 고블린들이 충격에서 빠져나올 때까지 기다려줄 생각이 없었다.

강진석은 고블린들에게 다가가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스걱! 스걱!

그렇게 몇 마리가 더 죽었고 그제야 고블린들이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정신을 차렸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스걱! 스걱!

강진석의 학살이 이어졌고 2분도 지나지 않아 5층 내 모든 고블린을 처치할 수 있었다.

고블린을 처치한 강진석은 5층 탐색을 시작했다.

[포인트 북을 발견하셨습니다.]

[20분간 포인트 북을 소유 시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5분간 소유자가 없을 경우 포인트 북은 소멸합니다.]

주술사 고블린이 있어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5층에는 포인트 북이 있었다.

그것도 5000포인트를 제공하는 주황색 포인트 북이.

[포인트 북을 소유하셨습니다.]

[20분 뒤 포인트를 습득합니다.]

포인트 북을 습득 후 강진석은 마저 탐색을 이어나갔다.

'...뭐지?'

탐색을 끝낸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 아무도 없어?'

강진석이 고개를 갸웃한 이유는 7층 상황 때문이었다.

7층은 안전 구역이었다.

그런데 안전 구역에 한 사람도 없었다.

'전부 11층에 있는건가?'

어스뷰2 안전 구역은 7층 한 곳이 아니었다.

11층 역시 안전 구역이었다.

혹시 7층을 버리고 전부 11층으로 올라간 것일까?

'굳이 왜?'

어째서 7층을 버린 것일까?

'퇴출 될까봐?'

조금 뒤 안전 구역이 한 번 더 축소된다.

혹시 7층이 축소 대상이 될까 미리 떠난 것일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강진석은 의아해하며 6층으로 올라갔다.

5층만큼은 아니지만 6층에도 많은 고블린이 있었다.

스걱! 스걱!

물론 정리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순식간에 모든 고블린을 사냥한 강진석은 여태까지 그래왔듯 탐색을 시작했다.

아쉽게도 6층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강진석은 7층으로 올라갔다.

"...?"

7층 문앞에 선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문에 핏자국이 있었다.

그것도 한, 두 방울이 아니다.

핏자국 크기는 문의 절반 정도로 무척 컸다.

고블린들의 피도 아니다.

핏자국에서는 사람의 피 냄새가 나고 있었다.

'설마...'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문을 열었다.

그리고 강진석은 완전히 인상을 구겼다.

인상을 구긴 이유는 7층 상황 때문이었다.

복도 곳곳에 피 웅덩이가 있었다.

7층은 안전 구역이었다.

고블린들은 침입이 불가능한 곳이었다.

즉, 피 웅덩이는 고블린들의 짓이 아니다.

'고블린들 피도 아니야...'

아무래도 생존자들끼리 싸움이 벌어진 것 같았다.

그게 아니고서야 지금 상황은 설명이 되지 않았다.

'생각보다 더 더럽네.'

이런 상황을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실제로 보니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강진석은 7층 곳곳을 확인했다.

모든 문의 문고리가 박살나 있었다.

성한 문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피 웅덩이는 복도에만 있던게 아니었다.

수많은 피 웅덩이를 마주하고 복도로 나온 강진석은 생각했다.

'...11층도 설마?'

또 다른 안전 구역인 11층은 어떤 상황일까?

11층도 7층과 같은 상황일까?

강진석은 계단실로 나와 올라가기 시작했다.

8층에 도착했으나 강진석은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올라갔다.

먼저 11층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9층에 도착한 강진석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

다행히 11층에는 생존자가 있었다.

혼자가 아니었다.

당장 감지된 생존자만 셋이었다.

'...뭐지?'

생존자가 있다는 것에 안도했던 강진석은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한 생존자의 기운이 유독 컸다.

얼마나 크냐면 어스뷰1에서 가장 기운이 컸던 최은지 보다 3배나 컸다.

물론 강진석이 고개를 갸웃한 것은 단순히 기운이 컸기 때문이 아니다.

기운 곳곳에 붉은색 반점이 있었다.

반점에 집중하면 이상하게도 기분이 나빠졌다.

거기다 다른 두 생존자도 반점은 아니지만 기운이 전체적으로 불그스름했다.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반점이 존재하는 데에는, 기운이 불그스름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으음.'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문득 떠오른 생각 때문이었다.

만약 7층 상황이 11층 생존자들과 관련이 있다면?

지금 감지된 세 사람이 한 짓이라면?

'...확인해봐야겠어.'

고민 끝에 강진석은 확인을 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바로 가서 확인할 생각은 아니었다.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

확인 전에 8층부터 10층까지 싹 정리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다시 8층으로 내려가며 생각했다.

'진짜면 어쩌지?'

만약 생각한 그대로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21화

21.

강진석은 금방 생각을 끝냈다.

오래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답이 정해져 있었다.

7층 상황이 11층 생존자들의 짓이라면 어찌해야 하는지 강진석은 매우 잘 알고 있었다.

끼이익

이내 8층에 도착한 강진석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수많은 고블린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강진석은 여태까지 그래왔듯 고블린들을 사냥했다.

그리고 사냥을 마친 뒤에는 곳곳을 탐색했다.

포인트 북은 없었고 눈에 띄는 특별한 무언가도 없었다.

강진석은 이어 9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9층 사냥을 끝낸 뒤 탐색을 했다.

9층 역시 8층과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전혀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한 가지 소득이 있었다.

바로 11층에 대한 정보였다.

초감각을 통해 강진석은 11층 상황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었다.

11층에는 총 10명의 생존자가 있었다.

'이상하네, 확실히.'

앞서 확인했던 셋을 제외한 나머지 일곱은 한 방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일곱의 기운은 앞서 확인한 셋과 달리 무척 평범했다.

반점은 당연히 없었고 불그스름하지도 않았다.

어스뷰1 생존자들과 같았다.

물론 특이사항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기운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강진석은 기운이 흔들리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안전 구역에서 겁을 먹었다라...'

안전 구역에 있는 생존자들이 왜 겁을 먹은 것일까?

그리고 안전 구역이 좁은 것도 아닌데 어째서 한 곳에 뭉쳐 있는 것일까?

'아니길 바랐는데...'

생각했던 상황이 아니길 바랐다.

그런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았다.

강진석은 10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여태까지 그래왔듯 고블린들을 처치 후 탐색을 시작했다.

탐색을 하던 중 강진석은 탁자 위에 펼쳐져 있던 한 '공책'을 발견했고 잠시 탐색을 멈췄다.

[망할 깡패 새끼들. 자기들 말을 따르라고?]

[고블린들이 올라오고 있다. 11층에 가는게 맞는 걸까?]

[그래, 괴물보다는 깡패 새끼들이 낫겠지.]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치면 깡패 새끼들도 허튼짓 못할테니까.]

공책에는 눈에 띄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강진석은 공책을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 페이지를 넘겨 쓰여 있는 내용들을 자세히 확인하기 시작했다.

'으음...'

이내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공책에는 정말 많은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덕분에 강진석은 예상할 수 있었다.

처음 감지했던 11층의 세 생존자가 어떤 이들인지.

공책 내용을 요약하면 깡패, 건달1, 건달2였다.

물론 공책에 쓰여 있는 이야기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매우 과장된 것일 수 있고 실제로는 전혀 다른 상황일 수 있다.

'쓰여있는 대로라면 만나는 순간 알 수 있겠지. 진짜인지 아닌지.'

강진석은 공책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마저 탐색을 이어 나갔다.

공책 이후로는 특별한 게 없었고 강진석은 계단실로 나와 11층으로 올라갔다.

문 앞에 도착한 강진석은 우선 인벤토리에 검을 숨겼다.

검을 들고 있으면 진짜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눈치를 살피며 거짓 모습을 보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공책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제대로 확인하려면 검을 숨기는 것이 맞다.

끼이익

이내 강진석은 문을 열고 11층으로 진입했다.

진입과 동시에 생존자 7명이 모여 있는 1109호가 시야에 들어왔다.

"어? 뭐야?"

이어 귓가에 들리는 소리에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복도 중간을 보았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오른팔 팔뚝에 뱀 문신이 있는 사내였다.

'뱀 문신이면 1104호인가.'

생김새를 보니 1104호에 살고 있는 '건달2' 박진호가 분명했다.

강진석은 박진호의 기운을 자세히 살폈다.

대체 왜 불그스름한 것일까?

"혀, 형님!"

박진호가 당황스런 목소리로 외쳤다.

끼이익

그러자 1103호가 열리며 금발 사내가 걸어 나왔다.

사내의 얼굴에는 흉터가 하나 있었다.

턱에서 오른쪽 귓볼까지 쭉 이어진 기다란 흉터였다.

흉터와 금발 그리고 1103호에서 나온 것을 보면 금발 사내는 '건달1' 김창준이 분명했다.

강진석은 김창준의 기운을 자세히 살폈다.

김창준의 기운 역시 박진호와 마찬가지로 불그스름했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도 불그스름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왜? 새끼들이 또 개기기라도 해?"

"아뇨. 저기..."

김창준의 물음에 박진호가 강진석을 가리켰다.

"음? 저새끼 누구냐? 처음 보는데?"

"방금 막 나타났어요."

강진석은 김창준과 박진호의 대화를 들으며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을 더 본다고 알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였다.

차라리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듣는게 나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끼이익

문이 열렸고 강진석은 안에 있던 이들 중 일부와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친 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고개를 푹 숙여 눈을 피했다.

그리고 살짝 몸을 떨었다.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생존자들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눈을 피하고 몸을 떤 것 때문만이 아니다.

드러나 있는 피부 곳곳에 피멍이 보였다.

피멍뿐만이 아니다.

자잘한 상처도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상처의 원인은 고블린일 수 있다.

그러나 피멍은 아니다.

고블린들에게는 피멍을 낼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하지 않았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보인 반응 그리고 피멍 등 여러 상황을 종합하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대충 그림이 그려졌다.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에 강진석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1102호 문이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1102호에서 거대한 체구를 가진, 곰 같은 사내가 등장했다.

깡패 최동팔이 분명했다.

최동팔을 본 강진석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동팔은 맨손으로 나온게 아니었다.

오른손에 손도끼, 왼손에 망치를 들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최동팔이 박진호와 김창준에게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강진석을 발견한 최동팔이 이어 물었다.

"저새낀 뭐야?"

"방금 막 나타났습니다. 아래에서 올라온 녀석 같습니다."

"아래에서? 고블린 새끼들이 득실득실한데 그걸 뚫고?"

"그,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근데 외곽 계단실에서 들어왔습니다."

강진석은 대화를 듣다가 관심을 거두고 1109호로 들어갔다.

1109호에 있던 생존자들은 강진석이 다가오자 움찔하며 더더욱 고개를 숙였다.

강진석은 생존자들의 반응에 씁쓸한 표정으로 메모지와 펜을 들었다.

그리고 글을 쓴 뒤 가장 가까이 있던 여인에게 메모지를 내밀었다.

[제가 다른 곳에서 왔는데 이곳 상황 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듣지 않아도 어떻게 된 상황인지 예상은 됐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확인은 해야 했다.

메모지를 본 여인은 흠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강진석을 보았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이어 말했다.

"도, 도망치세요. 여기는 지옥이에요. 그 사람들한테 잡히기 전에..."

여인의 말에 강진석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재차 메모지를 내밀었다.

[혹시 1002호에 살던 분이 여기에 계실까요?]

공책이 있던 곳이 1002호였다.

강진석은 공책의 주인이 이곳에 있는지 궁금했다.

"...!"

메모지를 본 여인의 얼굴에 놀람이 나타났다.

이어 여인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그분은 저희를 지키시려다가..."

여인의 말에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다시 복도로 나왔다.

"어이, 형씨."

복도로 나오자마자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에 강진석은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김창준이었다.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김창준 때문이 아니었다.

뒤에 서서 흥미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최동팔 때문이었다.

최동팔의 기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붉은 반점.

반점을 보니 껄끄러움이 느껴졌고 이어 기분이 나빠졌다.

'대체 뭘까? 어떻게 하면 생기는거지?'

불그스름한 기운은 반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강진석은 반점의 정체가 너무나 궁금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어디서 왔어?"

김창준이 물었다.

물론 강진석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말을 할 수 없기도 했지만 말을 할 수 있다고 해도 답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화 할 가치가 없기 때문이었다.

"설마 고블린들 피해서 도망온거야?"

김창준은 강진석이 말이 없자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근데 여기는 여기만의 룰이 있단 말이지. 포인트 얼마나 있어? 입장료로 상점에서 뭔가를 좀 사줬으면 좋겠는데."

강진석은 김창준의 말을 들으며 걸음을 옮겼다.

당연히 최동팔, 김창준, 박진호 세 사람을 향해서였다.

강진석이 다가오자 김창준과 박진호는 움찔했다.

그리고는 이어 최동팔을 보았다.

최동팔이 고개를 끄덕였고 김창준과 박진호가 강진석을 향해 마주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박진호가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이 새끼가 형님이 말씀하시는데 왜 말이 없어?"

위협적인 분위기를 형성해 기선 제압을 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물론 강진석은 아무렇지 않았다.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할까.'

강진석은 고민했다.

김창준과 박진석을 어떻게 처리할지.

'...일단 제압부터 해두자.'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떻게 처리할지는 제압한 뒤에 생각해도 된다.

강진석은 고민을 끝내고 속도를 높였다.

스앗!

속도를 높이자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졌다.

"엇!"

"헙!"

김창준과 박진호는 움찔했다.

그리고 다급히 주먹을 뻗었다.

물론 강진석에게 주먹이 닿는 일은 없었다.

두 사람이 제대로 주먹을 뻗기 전 강진석은 두 사람의 목을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들어 올리고는 내리찍었다.

쾅! 쾅!

김창준과 박진호가 바닥에 처박히며 굉음이 울려 퍼졌다.

"커...억..."

"꺽..."

당연히 전력을 다한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김창준과 박진호는 몸을 부들부들 떨 뿐 움직이지 못했다.

이미 제압이 됐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강진석은 여기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스킬의 존재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김창준과 박진호의 양 손목을 한 번씩 밟아 으스러트렸다.

김창준과 박진호는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 엄청난 고통에 눈을 크게 뜨더니 이어 기절했다.

그렇게 두 사람을 제압한 강진석은 최동팔을 보았다.

최동팔은 여전히 흥미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호오, 설마 너도 포인트 북 얻은 녀석이냐?"

눈이 마주친 최동팔이 탄성을 내뱉으며 물었다.

'저녀석이었구나? 어쩐지 없더라니.'

강진석은 어스뷰2에 포인트 북이 하나밖에 없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최동팔이 이미 습득을 한 것 같았다.

"근데 포인트로 좀 강해졌다고 해서..."

말끝을 흐린 최동팔은 강진석에게 다가가며 이어 말했다.

"너와 나 사이의 격차가 없는건 아닌데 말이야."

최동팔은 실실 웃으며 손도끼를 쥔 손에 힘을 줬다.

"태생이란게 있단 말이지."

강진석 역시 최동팔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거리가 빠르게 좁혀졌고.

"뒤져!"

이내 최동팔이 외침과 함께 손도끼를 휘둘렀다.

손도끼는 바람을 가르며 강진석에게 나아갔다.

물론 강진석의 눈에 손도끼는 한없이 느렸다.

얼마나 느리냐면 도끼가 날아오는 중에도 어떻게 제압할지 고민할 정도였다.

'이녀석은 변수가 많으니까 확실하게.'

다른 이들보다 기운이 훨씬 컸다.

육체 능력만 강한게 아니라 비장의 수가 여럿 있을 수도 있다.

고민을 마친 강진석은 손을 뻗어 도끼를 쥐고 있던 최동팔의 오른손을 잡았다.

당연히 손도끼의 이동이 멈췄고.

"어?"

최동팔은 당황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그대로 손에 힘을 줬다.

"아아아악!"

최동팔은 손이 으스러지는 느낌에 비명을 내질렀다.

22화

22.

강진석은 이어 오른발로 최동팔의 왼쪽 무릎을 돌려찼다.

뽀각!

그러자 무릎이 안쪽으로 들어갔다.

정확히 말하면 '무릎'만 들어갔다.

말이 나오지 않는 고통에 최동팔은 이를 악물며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강진석은 최동팔을 보며 생각했다.

'확실히 다르긴 하네.'

김창준, 박진호였다면 진즉 기절했을 것이다.

기절하지 않은 것만 봐도 수준이 다른게 느껴졌다.

물론 그렇다고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기절하는게 나았을텐데.'

강진석은 봐줄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기절하지 않은 것이 최동팔에게는 '악재'였다.

스윽

강진석은 왼발을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최동팔의 오른발을 찍었다.

콰직!

그러자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를 악물고 있던 최동팔이 입을 쩍 벌렸다.

"꺽..."

이내 최동팔의 입에서 숨넘어가는 소리가 튀어 나왔다.

그리고 이어 최동팔의 눈이 뒤집어졌다.

죽은 것은 아니었다.

기절이었다.

목적을 달성한 강진석은 손을 놓았다.

그리고 최동팔을 슬쩍 밀었다.

그러자 앞으로 쓰러지려던 최동팔이 뒤로 넘어갔다.

쿵!

이내 최동팔의 육중한 육체와 바닥이 마주했고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이어 강진석은 최동팔의 다리를 들었다.

그리고 질질 끌어 김창준과 박진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강진석이 최동팔, 김창준, 박진호를 제압만 한 이유.

그것은 따로 확인할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7층 상황이나 11층 상황이 궁금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생존자들에게 물어봐도 알 수 있다.

강진석이 확인하려는 것은 바로 붉은 반점과 붉은 기운이었다.

'근데 알고 있으려나?'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강진석이 붉은 반점과 붉은 기운을 알고 있는 것은 '초감각' 덕분이었다.

초감각은 정신력이 40이 되어야 활성화된다.

최동팔, 김창준, 박진호의 정신력이 과연 40이 될까?

아니, 특전 능력치가 정신력이라 10이 올랐다고 해도 40은 되지 않을 것이다.

즉, 초감각이 활성화되지 않았을 것이고 붉은 반점과 붉은 기운을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모르면 어쩔 수 없지.'

꼭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모른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 없다.

단지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정확히 말하면 '당장'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언젠가는 해결할 수 있다.

목적지에 도착한 강진석은 최동팔의 다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김창준과 박진호를 보며 생각했다.

'예상되기도 하고.'

여태껏 강진석은 수많은 생존자를 만났다.

그중 최동팔에게만 붉은 반점이 있었고 김창준, 박진호의 기운만 붉었다.

왜 그럴까?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오래 생각할 필요 없다.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눈에 띄는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악행'이었다.

최동팔, 김창준, 박진호는 여러 악행을 저질렀을 것이다.

붉은 반점과 붉은 기운은 악행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예상일 뿐이었다.

악행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

전혀 다른 이유 때문일 수 있다.

그리고 악행 때문이라 해도 모든 의문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악행 때문이라면 어째서 최동팔에게만 반점이 있는 것일까?

반점과 붉은 기운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그때였다.

1109호에서 한 생존자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이야기를 나눴던 여인이었다.

여인은 최동팔과 김창준, 박진호를 보고 놀란 얼굴을 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강진석을 보았다.

눈이 마주친 여인은 움찔하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메모지에 글을 썼다.

그리고 여인에게 다가가 메모지를 내밀었다.

[대화 좀 나눌 수 있을까요?]

****

"...다음 사냥 때 저희를 방패로 쓴다고 했어요. 만약 1시간만 늦게 오셨으면 저희는..."

장은서가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구석에 기절해 있는 최동팔, 김창준, 박진호를 노려보았다.

세 사람을 노려보는 장은서의 눈빛에는 분노와 살의가 가득했다.

강진석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의례적으로 끄덕이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이해가 됐다.

장은서를 포함한 모든 생존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알게 됐다.

최동팔, 김창준, 박진호가 어떤 짓을 벌였는지.

참혹했던 7층은 강진석의 예상대로 세 사람의 짓이었다.

김창준과 박진호는 각각 2명을 죽였고 최동팔은 10명을 죽였다.

생존자들이 확실히 본 것만 14명이다.

그리고 세 사람이 저지른 악행은 살인 뿐만이 아니다.

폭행, 갈취 등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다.

이런 상황에 분노, 살의를 느끼는 것은 지극히도 당연한 일이었다.

"혹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장은서가 강진석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그리고 장은서의 물음에 함께 있던 생존자들의 시선이 전부 강진석에게 향했다.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최동팔, 김창준, 박진호를 차례대로 훑었다.

'...굳이 기다릴 필요 없겠지?'

원래는 깨어나길 기다렸다가 붉은 반점, 붉은 기운에 대한 정보를 캐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생존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그래, 어차피 모를 것 같기도 하고. 사실대로 말할거란 보장도 없고.'

만에 하나 안다고 해도 진실을 말한다는 보장이 없었다.

생각을 마친 강진석은 메모지에 글을 적어 내밀었다.

[끝장낼 생각입니다. 살 가치가 없는 이들이니까요.]

애초에 강진석은 세 사람을 살려줄 생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세 사람은 이미 선을 넘었다.

살려두면 더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끼칠 것이고 큰 후환이 될 것이다.

"그러면..."

강진석의 말에 장은서가 눈을 번뜩이며 김창준을 힐끔 보고 이어 말했다.

"김창준 저 개자식을 제가 마무리 지어도 될까요...?"

[괜찮으시겠어요?]

"네, 그분의 복수를 하고 싶어요. 그분이 아니었으면 전 저 개자식한테..."

장은서는 말끝을 흐리며 이를 악물었다.

[알겠습니다.]

"감사해요."

장은서가 감사를 표했고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다른 생존자들을 보았다.

대화는 끝났고 이제 세 사람을 처리할 시간이었다.

생존자들은 이미 많은 죽음을 보았다.

그러나 그것이 죽음을 계속 봐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죽음은 익숙해지기 힘들다.

익숙해지기 전에, 무뎌지기 전에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지켜보셔도 되고 나가셔도 됩니다.]

강진석은 생존자들에게 선택지를 주었고.

"가, 감사합니다."

"옙."

생존자들은 한명도 빠짐없이 감사를 표하며 밖으로 나갔다.

이어 강진석은 김창준에게 향했다.

그리고 김창준의 목덜미를 잡아 들고 장은서에게 돌아갔다.

강진석은 김창준을 내려놨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단검을 꺼내 장은서에게 내밀었다.

"감사해요."

장은서는 감사를 표하며 단검을 받았다.

그리고 잠시 김창준을 바라보다가 목을 찔렀다.

푹!

단검이 박혔고 김창준의 기운이 빠르게 작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운이 완전히 사라졌다.

김창준의 죽음을 확인한 강진석은 이어 장은서의 기운을 확인했다.

기운이 얼마나 붉어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기운을 확인한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대로네?'

그도 그럴 것이 장은서의 기운은 조금도 붉어지지 않았다.

'죽인다고 다 변하는 건 아닌 건가?'

붉은 반점이 생기거나 기운이 붉어지는 이유가 살인 등의 악행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당연히 김창준을 죽이면 장은서의 기운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악행이라 할 수 없어서?'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생각해보니 장은서가 김창준을 죽인 것은 '악행'이라 할 수 없었다.

기운에 변화가 생기지 않은 것은 악행이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확실한 것은 아니다.

'아니면 붉은 기운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라?'

악행과 상관없이 김창준의 기운이 이미 붉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바로 그때였다.

"저, 저기..."

장은서가 놀란 목소리를 내뱉었다.

죽이겠다고 했지만 막상 죽이고 나니 놀란 것일까?

이내 장은서가 고개를 돌려 강진석을 보았다.

그리고 허공을 힐끔거리며 이어 말했다.

"포인트가 올랐어요."

"...?"

강진석은 장은서의 말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스킬 '차분한 정신' 덕분에 당황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냉철해진 강진석은 메모지에 글을 적어 내밀었다.

[포인트가 올랐다구요?]

"네, 300포인트가 올랐어요."

[혹시 다른 메시지는 안 떴나요?]

김창준을 죽여서 오른게 아니라 다른 이유로 오른 것일 수 있다.

솔직히 말해 강진석은 다른 이유로 오른 것이길 바랐다.

사람이 사람을 죽여도 포인트가 오른다면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동팔, 김창준, 박진호가 보인 행동을 생각하면 다른 이유로 올랐을 가능성은 매우 적었다.

"예, 그냥 포인트 상승 메시지만 나타났어요."

그리고 이어진 장은서의 답에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최악인데.'

좋지 않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얼마나 큰 혼란이 발생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이 망할 녀석들 고작 포인트 때문에..."

장은서가 김창준, 박진호, 최동팔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강진석은 장은서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생각했다.

'다들 은서씨처럼 생각하면 좋겠지만...'

대부분이 포인트 때문에 사람을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소수의 몇몇이다.

맑디맑은 웅덩이도 미꾸라지 한마리가 흐릴 수 있다.

소수의 몇몇이 포인트 때문에 사람을 죽이기 시작한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질 것이다.

"저..."

생각에 잠겨 있던 강진석은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장은서를 보았다.

그리고 장은서가 이어 말했다.

"혹시 필요하신게 있으실까요? 상점에서 구매해서 드릴게요. 제가 원래 100포인트를 가지고 있어서 400포인트까지 사드릴 수 있어요."

장은서의 말에 강진석은 메모지에 글을 적었다.

그리고 은은히 미소를 지으며 메모지를 내밀었다.

[괜찮습니다.]

막 세상이 변했을 때라면 혹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강진석에게 400포인트는 큰 포인트가 아니었다.

반대로 장은서에게는 큰 포인트였다.

대리 구매를 하면서까지 받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장은서가 말끝을 흐리며 눈치를 보았다.

강진석은 앞에 두 글자를 추가한 뒤 다시 내밀었다.

[진짜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장은서가 감사를 표했고 강진석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살짝 숙이는 것으로 답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최동팔과 박진호를 보았다.

"...여기요.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장은서는 눈치를 채고 단검을 반납한 뒤 밖으로 나갔다.

강진석은 최동팔과 박진호에게 다가가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단검을 넣은 뒤 철검을 꺼냈다.

스걱!

강진석은 먼저 박진호의 목을 벴다.

[포인트가 250 상승합니다.]

그러자 포인트 상승 메시지가 나타났다.

김창준 보다 50포인트가 적었다.

'농도가 옅어서 그런건가?'

박진호, 김창준 둘 다 기운이 붉긴 했다.

그러나 미세하게 김창준이 더 붉었었다.

아마도 포인트가 차이 나는 이유는 농도의 차이가 아닐까 싶었다.

강진석은 최동팔을 보았다.

김창준, 박진호와 달리 붉은 반점이 있었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강진석은 최동팔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스걱!

그렇게 최동팔의 목이 떨어졌고 이어 메시지가 나타났다.

[악인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3000 상승합니다.]

23화

23.

"...!"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박진호를 죽였을 때와 메시지가 달랐다.

포인트 상승 메시지 말고도 메시지가 하나 더 나타났다.

왜 박진호 때와 메시지가 다를까?

어째서 악인을 처치했다는 메시지가 뜬 것일까?

'반점 때문에?'

메시지가 다른 이유는 아무리 봐도 '반점' 때문인 것 같았다.

반점 말고는 다른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악행이 쌓여서 반점이 되는건가?'

강진석은 이어 떠오른 생각에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악행이 쌓이고 쌓이면 반점이 되고, 반점이 된 순간 '악인'으로 규정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주의해야겠다.'

최동팔이 끝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도 종종 '악인'들을 마주하게 될 것 같았다.

물론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초감각 때문이었다.

악인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 있으니 조심만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근데 포인트를 엄청나게 주네.'

최동팔은 무려 3000포인트를 제공했다.

일반 고블린은 60마리, 부장 고블린은 15마리, 주술사 고블린은 3마리를 잡아야 얻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이었다.

'이정도면...'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청소도 하고 포인트도 얻고 일석이조 아닌가?'

악인들을 찾아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휙!

강진석은 검을 휘둘러 피를 털어냈다.

그리고 복도로 나갔다.

복도에는 장은서와 생존자들이 강진석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선이 마주쳤고 장은서는 강진석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혹시 앞으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장은서의 물음에 다른 여섯 생존자의 시선 또한 강진석에게 집중됐다.

강진석은 집중된 시선에서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머물기를 바라시는 건가.'

그러나 강진석은 어스뷰2에 머물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한 곳에 머물 것이었다면 어스뷰1에 자리 잡았을 것이다.

스윽

강진석은 메모지를 꺼내며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곧 밤이었다.

'잠시 쉬었다가 갈까?'

체력은 충분했다.

그러나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그래, 차분한 정신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바로 스킬 '차분한 정신'이었다.

자정에 차분한 정신이 사라진다.

차분한 정신이 사라지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고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마침 포인트도 써야 하고.'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메모지에 글을 적었다.

[잠시 쉬다가 떠날 생각입니다.]

"아, 그러시군요."

장은서가 아쉬운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장은서는 남아달라 말할 수 없었다.

'구해주신 것만으로도 큰 은혜니까.'

여기서 뭔가를 더 바라는 것은 염치없는 짓이었다.

장은서는 아쉬움을 억누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저는 1101호에서 쉬고 있겠습니다.]

"네! 필요하신 게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신 일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강진석은 장은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대화가 끝났다.

그리고 강진석은 1101호로 향했다.

도착과 동시에 강진석은 곧장 창가로 다가갔다.

그리고 바깥 상황을 확인했다.

'태백 빌딩은 완전히 장악당한 건가...'

수많은 고블린들이 태백 빌딩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강진석이 머물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이제 태백 빌딩은 고블린들의 거점이 됐다고 봐야 했다.

'탈출 안 했으면...'

강진석은 상상해 보았다.

만약 태백 빌딩에서 탈출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포인트 수급 장난 아니었겠는데?'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지금이라도...?'

그리고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생각 끝에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주술사 고블린만 아니었어도.'

일반 고블린, 부장 고블린은 상관없다.

문제는 주술사 고블린이었다.

현재 강진석은 주술사 고블린도 한 방에 죽일 수 있었다.

그러나 주술사 고블린이 하나만 있을까?

아니, 여럿이 있을 것이다.

여럿을 한 번에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마리를 먼저 죽인다고 해도 남은 주술사 고블린들의 공격을 받아내야 할 텐데 그러면 위험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목숨은 하나뿐이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것은 '안전'이었다.

'나중에 주술사 고블린도 문제가 없어지면 가자.'

언젠가는 일반 고블린, 부장 고블린처럼 주술사 고블린이 아무런 해가 되지 않는 때가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태백 빌딩이나 거점을 방문하는게 좋을 것 같았다.

생각을 마친 강진석은 이어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4만 1800]

확인과 동시에 만족감이 가득 느껴졌다.

'이정도면 힘 40하고도 남겠네.'

현재 강진석의 첫번째 목표는 힘 40이었다.

포인트를 보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스킬창을 열었다.

이미 성장 방향을 정해둔 강진석은 일말의 멈칫거림도 없이 바로 스킬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스킬 '힘3'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

[힘이 1 상승합니다.]

우선 강진석은 2레벨이었던 힘3을 최대 레벨까지 올렸다.

그렇게 힘이 3 상승했고.

'와...'

강진석은 늘어난 근력에 감탄했다.

체감이 엄청났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됐다.

힘 40이 되면 대체 어떤 변화가 생길까?

강진석은 기대감을 유지한 채 1만 포인트를 소모해 치명타의 레벨을 올렸다.

그리고 이어 스킬 '손목 강화'를 습득했다.

[스킬 '손목 강화'를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손목 강화'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허어?'

강진석은 다시 한 번 감탄했다.

손목 강화는 말 그대로 손목을 강화해주는 스킬이었다.

강진석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냥 손목이 단단해지는, 방어력이 오르는 패시브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과 달랐다.

'...더 쎄졌는데?'

힘 수치는 그대로였다.

그런데 습득 전보다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게 됐다.

착각이 아니다.

확실히 근력이 강해졌다.

수치로 따지면 힘이 5정도 오른 것 같았다.

'수치가 전부는 아닌 거네.'

여태까지 수치가 전부 인 줄 알았다.

그래서 힘 수치가 같으면 근력도 같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지금 육체 상태를 보니 앞으로는 수치를 마냥 맹신하면 안될 것 같았다.

'이러면 전완근 강화도...'

강진석은 문득 든 생각에 바로 스킬 '전완근 강화'를 습득했다.

[스킬 '전완근 강화'를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전완근 강화'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미쳤네.'

전완근이 강화됐고 강진석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손목 강화 때와 마찬가지로 더욱 강한 힘을 낼 수 있게 됐다.

수치로 따지면 이번에는 6정도 오른 것 같았다.

'다른 것들도 이럴까?'

손목 강화와 전완근 강화만 있는게 아니다.

이두 강화, 삼두 강화 등 수많은 패시브가 있었다.

혹시 해당 패시브들 또한 습득할 때마다 이렇게 근력이 강해지는 것일까?

'나중에 확인해보면 알 수 있겠지.'

어차피 추후 습득 예정이었다.

강진석은 관심을 거두고 전완근 강화를 습득하며 해금된 스킬 '힘4'에 집중했다.

'드디어...'

현재 강진석의 힘은 37이었다.

앞으로 3만 더 올리면 40이 된다.

스킬 '힘4'를 3레벨만 찍으면 되는 것이다.

강진석은 우선 스킬 '힘4'를 습득했다.

[스킬 '힘4'을 습득하셨습니다.]

[힘이 1 상승합니다.]

습득과 동시에 힘이 1 올랐고.

'어?'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의아해한 이유는 강해진 근력 때문이었다.

전에는 힘을 1 올리면 근력이 1 강해졌다.

그런데 지금은 1이 아니라 1.3 정도 강해졌다.

왜 갑자기 효율이 오른 것일까?

'설마 손목, 전완근 강화 때문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손목 강화와 전완근 강화였다.

혹시나 다른 뭔가가 더 있을까 생각해 봤지만 손목 강화, 전완근 강화 말고는 떠오르는 이유가 없었다.

'이러면 나중에는...'

이두 강화, 삼두 강화 등을 습득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힘 1의 영향력이 얼마나 커지는 것일까?

갖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일단 힘부터 확인하자.'

지금 중요한 것은 힘 40이었다.

강진석은 힘4의 레벨을 올렸다.

.

.

[힘이 1 상승합니다.]

그렇게 힘이 40이 됐다.

"...!"

그리고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체력 때와 같았다.

메시지는 뜨지 않았다.

그러나 메시지만 뜨지 않았을 뿐이다.

변화가 느껴졌다.

그것도 아주 충격적인 변화였다.

강진석이 충격을 느낀 변화는 바로 체내 에너지의 '통합'이었다.

예전에는 오른쪽 팔 힘이 바닥나면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기다릴 필요 없다.

다른 근육에서 에너지를 가져다 쓰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회복력이었다.

현재 강진석의 회복력은 비정상적으로 강한 상태였다.

에너지를 곳곳에서 조금씩 가져다 쓴다면?

'무한이나 마찬가지잖아...'

물론 회복력을 넘어서는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존재에게는 무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고블린들을 상대로는 며칠 내내 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포인트 수급이...'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태백 빌딩을 보았다.

'최대한 빨리 알아내야겠는데.'

주술사 고블린의 공격력이 어느정도인지 한시라도 빨리, 자세히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만약 여럿이어도 견딜 만하다면?

강진석은 바로 태백 빌딩에 갈 생각이었다.

포인트 수급을 생각하면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일단.'

이내 정신을 차린 강진석은 힘4를 5레벨까지 올렸다.

그리고 남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1만 3900]

'허.'

강진석은 속으로 헛웃음을 내뱉었다.

힘4를 5레벨까지 올렸음에도 포인트가 1만이 넘게 남아 있었다.

'민첩도 금방이겠네.'

첫번째 목표인 힘 40을 달성했다.

이제 두번째 목표인 민첩 40을 달성할 차례였다.

그런데 포인트 수급 속도를 생각하면 머지않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민첩은 뭘까?'

정신력은 초감각, 체력은 육체 관조, 힘은 에너지 통합.

하나 같이 전부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민첩은 어떤 충격을 안겨줄까?

'...예상이 안되네.'

생각을 해봤지만 감이 잡히지 않았다

강진석은 생각을 끝내고 민첩 라인 스킬들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조용한 발걸음 2레벨.

기척 지우기 2레벨.

순식간에 2개 스킬 습득을 완료한 강진석은 해금된 '민첩3'을 4레벨까지 올렸다.

그리고 스킬창을 닫은 뒤 정보창을 열었다.

힘 : 42

민첩 : 34

체력 : 43

정신력 : 49

'민첩도 엄청 좋아 보인단 말이지...'

민첩이 4 오르며 몸이 무척 가벼워졌다.

전보다 훨씬 빨리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뭘 우선해야 할까.'

모든 능력치가 체감이 엄청났다.

최대한 균등하게 올릴 생각이지만 포인트가 무한한 것은 아니기에 결국 우선순위를 정해야 할 것이다.

어떤 능력치를 우선해서 올릴지 고민이 됐다.

바로 그때였다.

"...?"

고민에 잠겨 있던 강진석은 의아한 표정으로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문을 바라보았다.

장은서가 다급히 다가오고 있었다.

거기다 기운이 흔들리고 있었다.

겁을 먹은 것이다.

'뭐지?'

강진석은 의아했다.

갑자기 장은서가 왜 겁을 먹는단 말인가?

똑똑

"진석님!"

이내 노크와 함께 장은서가 외쳤다.

"처음 보는 괴물이 나타났어요!"

"...!"

장은서의 외침에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처음 보는 괴물이라니?

끼이익

강진석은 문을 열고 장은서를 보았다.

장은서의 얼굴에는 다급함이 가득했다.

"고블린 보다 훨씬 커요. 2m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강진석은 장은서의 설명에 메모지를 들었다.

[어디죠?]

"개화산쪽이에요! 이쪽으로!"

장은서가 질문에 답하며 앞장섰고 강진석은 장은서의 뒤를 따랐다.

얼마 뒤 1109호에 도착했고 강진석은 창가로 다가가 장은서가 말한 개화산 방향을 보았다.

"...!"

그리고 눈을 번뜩였다.

처음에는 새로운 유형의 고블린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저녀석들은...'

24화

24.

생김새를 보니 어떤 몬스터인지 알 것 같았다.

'오크?'

녹색 피부, 근육질 몸매, 납작한 코와 길쭉한 어금니.

아무리 봐도 오크였다.

'...역시 고블린만 있던게 아니었어.'

오크의 존재가 놀랍지는 않았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잠깐만.'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면 오우거나 트롤 같은 녀석들도 이미 어딘가에 있으려나...?'

차근차근 등장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미 활동하고 있는 오크들을 보니 오우거나 트롤도 어딘가에서 활동하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으실까?'

강진석은 이어 자연스레 부모님과 강나연을 떠올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정동진이나 서초동에 나타난 몬스터가 고블린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고블린이 아니라 오우거, 트롤 같은 몬스터들이라면?

'아닐거야.'

강진석은 바로 부정했다.

그리고 걱정하는 것을 멈췄다.

걱정한다고 상황이 바뀌는 게 아니다.

불안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만 커질 뿐이었다.

'얼마나 강할까.'

걱정을 멈춘 강진석은 오크들에게 집중했다.

'고블린 보다는 쎄겠지?'

육체만 봐도 느껴졌다.

오크는 고블린보다 강할 것이다.

그것도 조금 강한게 아니라 혼자서 둘, 셋은 너끈히 상대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포인트는 얼마나 주려나.'

일반 고블린은 50, 부장 고블린은 200, 주술사 고블린은 1000포인트를 제공한다.

과연 오크는 얼마나 많은 포인트를 제공할까?

'근데 일반 오크일까?'

오크 역시 고블린처럼 직위가 여럿 있을 것이다.

지금 시야에 보이는 오크들의 직위가 궁금했다.

'그래, 숫자 생각하면....'

한, 둘이 아니었다.

숫자를 보면 직위가 높지는 않을 것 같았다.

아마 가장 직위가 가장 낮은 일반 오크가 아닐까 싶었다.

'잡기 어려울까?'

이어 강진석은 오크와의 전투를 상상했다.

'맞으면 상처 나려나?'

현재 고블린들의 공격은 강진석의 육체에 생채기 하나 낼 수 없다.

그러나 오크들의 공격은 생채기가 날 수도 있다.

아니, 육체 크기나 근육을 보면 생채기 수준이 아니라 꽤나 심각한 상처가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전부 예상일 뿐이다.

실제로는 생채기 하나 나지 않을 수 있다.

'한번 붙어 보면 알 수 있겠지.'

한 번만 검을 맞대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상처가 날지 나지 않을지.

그리고 솔직히 말해 오크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직 싸워본 것은 아니지만 강진석은 자신 있었다.

'오우거나 트롤들이 문제인데...'

지금 강진석의 신경을 건드는 존재는 오크가 아니라 오우거와 트롤이었다.

아직 본 적은 없지만 오크, 고블린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육체 크기는 물론 공격력 또한 비교가 안될 것으로 추정됐다.

공격을 맞대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오우거나 트롤들에게 공격당하면 상처가 날 것이다.

그것도 작은 상처가 아닌 죽을 수도 있는 큰 상처가.

'...민첩만 찍고 체력 라인 위주로 올리자.'

오우거, 트롤에 대해 생각하던 강진석은 고민하고 있던 성장 방향을 결정했다.

균등히 올리긴 하겠지만 체력을 1순위로 둬야 할 것 같았다.

바로 그때.

"저녀석들이 누구인지 아시나요?"

장은서가 물었다.

[오크 같습니다. 정식 명칭은 아닐 수도 있지만요.]

"오크요? 웹툰 같은 곳에 자주 나오던 몬스터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강진석의 답에 장은서가 놀란 목소리로 반문했다.

[예, 그 오크요.]

"아..."

장은서는 탄성을 내뱉으며 오크들을 보았다.

그리고 침을 꿀꺽 삼킨 뒤 말했다.

"고블린 보다 많이 강할까요...?"

[붙어 봐야 알겠지만 아마도 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군요..."

장은서의 기운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겁을 먹은 것이다.

강진석은 메모지에 글을 써 내밀었다.

[여긴 고블린들의 영역이니 오크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거에요.]

어스뷰2는 고블린들의 영역이었다.

바로 근처에 거점이 있다.

전면전이 아닌 이상 오크들이 이곳까지 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 그렇겠죠?"

장은서가 살짝 안도하며 반문했고 강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강진석은 다시 개화산 입구에서 활보하는 오크들을 보며 생각했다.

'바로 움직여야겠다.'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차분한 정신이 사라지면 어떻게 되는지 상황을 파악하고 바로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그대로 가야 하나?'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원래 강진석의 계획은 어스뷰2에서 6단지로 올라가 이어 5단지로 넘어간 뒤 주택가를 통해 방신시장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개화산에 오크들이 나타났다.

6단지나 5단지는 고블린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고블린들의 영역이 확실했다.

문제는 주택가였다.

개화산 입구 두 곳이 주택가와 연결이 되어 있었다.

즉, 주택가는 오크들의 영역일 수도 있는 것이다.

'아니라고 해도 공격해오면...'

고블린과 오크의 관계가 하하호호 웃고 떠드는 좋은 관계일까?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경쟁 관계일 것이고 오크들이 영역 확장을 위해 공격을 해올 수 있다.

이런 상황에 원래 계획대로 움직이는 게 맞는 것일까?

'고민 좀 해봐야겠네.'

계획했던 대로 움직일지.

아니면 동선을 변경할지.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았다.

****

한지윤은 시간을 확인했다.

'2시간 남았네.'

현재 시각은 오후 10시.

2시간만 지나면 자정이었다.

'빨리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한지윤이 자정을 기다리는 이유는 자정이 되는 순간, 2일차가 시작되는 순간 활성화되는 기능 때문이었다.

'특수 퀘스트는 못 받겠지만...'

활성화되는 기능은 바로 퀘스트창이었다.

'일일 퀘스트만 완료해도...'

한지윤은 씨익 웃었다.

저격을 습득했다.

일일 퀘스트는 수월하게 깰 수 있을 것이고 지금보다 훨씬 빨리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다들 깨시려고 하겠지?'

퀘스트창이 활성화되는 것은 한지윤뿐만이 아니다.

다른 이들 역시 퀘스트를 받을 수 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전달은 한 번 하자.'

한지윤은 향후 계획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똑똑

"지윤님!"

노크와 함께 김준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준호의 목소리에는 놀람이 가득했다.

끼이익

한지윤은 문을 열었다.

그리고 얼굴에 놀람이 가득한 김준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죠?"

"스카이1 생존자들이 왔습니다. 전부요!"

"...!"

한지윤은 눈을 번뜩였다.

'벌써?'

올 것이라 생각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변수 때문인가?'

고블린들이 영역 확장을 일찍 시작했다.

혹시 그것에 영향을 받아 빨리 합류한 것일까?

"지금 어디 있죠?"

"전부 2층 회의실에 모여 있습니다. 장윤석이란 사람이 대화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가죠."

한지윤은 김준호와 함께 2층으로 내려갔다.

얼마 뒤 2층 회의실에 도착한 한지윤은 두 무리를 볼 수 있었다.

한 무리는 장윤석을 필두로 모인 스카이1 생존자 무리였고 또 다른 무리는 로우포트 생존자 무리였다.

한지윤은 로우포트 생존자 무리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장윤석을 보며 말했다.

"환영합니다. 이렇게 바로 와주실 거라고는 생각지 못 했는데..."

"한시라도 빨리 합류해서 어우러지는 게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혹시 문제가 있을까요?"

"아니요! 문제 없습니다. 아주 탁월한 선택이셨어요."

장윤석의 물음에 한지윤은 활짝 웃으며 답했다.

"혹시 저희가 지낼 곳은 어디일까요?"

"11층은 창고로 쓸 예정이고, 6층부터 9층까지 비워뒀습니다. 그중 2개 층을 사용하시면 될 것 같은데 원하시는 층이 있으실까요?"

"잠시 이야기 좀 나눠봐도 될까요?"

"예."

한지윤이 고개를 끄덕였고 장윤석은 돌아섰다.

그리고 스카이1 생존자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6층, 7층이 빨리 내려가 대처할 수 있어서 괜찮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들?"

"좋을 것 같아요."

"저도 6층이나 7층이 괜찮아 보입니다."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니었다.

덕분에 모든 대화를 들을 수 있었고 한지윤은 생각했다.

'이 모습이 진짜 모습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장윤석은 완벽한 리더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한지윤은 알고 있다.

지금 보이는 모습이 진짜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꿈에서 본 장윤석은 한결같이 쓰레기였다.

위험하다 싶으면 생존자들을 미끼로 던지고 도망치는, 본인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인간이었다.

물론 꿈일 뿐이다.

현실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다를 확률은 0에 가깝다.

한지윤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이미 여러 방면에서 확인을 했기 때문이다.

로우포트 내 수많은 이들이 꿈속 모습 그대로였다.

성격 뿐만이 아니라 직업, 스킬 등도 그대로였다.

그런데 장윤석만 다를까?

'그럴 리 없지.'

한지윤은 장윤석을 보며 은은히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어림도 없어!'

****

'1분 남았네.'

강진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1분 뒤 차분한 정신이 사라진다.

'어떻게 되려나?'

강진석은 너무나 궁금했다.

차분한 정신이 없어지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이내 1분이 지났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패시브 스킬 '차분한 정신'이 비활성화됩니다.]

차분한 정신이 비활성화됐고.

"...?"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런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황하지 않아서 그런가?'

차분한 정신의 효과는 당황스러움을 빠르게 가라앉히는 것이었다.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퀘스트창이 활성화됐습니다.]

추가로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머릿속으로 퀘스트창에 대한 정보가 속속 들어왔다.

"...!"

강진석은 정보를 확인하며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이거구나.'

차분한 정신의 위력을.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차분한 정신의 위력이 아니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당연하게도 아직 아무런 퀘스트를 받지 않아 퀘스트창은 텅 비어 있었다.

스윽

강진석은 시선을 내려 오른쪽 아래를 보았다.

그곳에는 '퀘스트 받기'라는 이름의 버튼이 있었다.

강진석은 버튼을 클릭했다.

그러자 새로운 창이 나타났다.

[일일 퀘스트 받기]

[특수 퀘스트 받기]

일일 퀘스트는 자정을 기준으로 하루에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퀘스트였다.

그리고 특수 퀘스트는 완료 시점을 기준으로 1주일이 지나야 받을 수 있었다.

즉, 주간 퀘스트나 마찬가지였다.

'페널티라...'

일일 퀘스트는 페널티가 없다.

완료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특수 퀘스트는 아니다.

실패 시 페널티가 부여된다.

물론 페널티가 부여되는 만큼 보상 또한 막대했다.

실제로 얼마나 막대한지는 모른다.

퀘스트창이 활성화되며 떠오른 정보에 따르면 그랬다.

'미리 알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그리고 퀘스트 내용은 미리 알 수 없다.

미리 알 수 있는 것은 2가지 뿐이었다.

바로 페널티와 보상.

페널티와 보상만 보고 진행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강진석은 우선 특수 퀘스트 버튼을 클릭했다.

그러자 확인창과 함께 보상과 페널티가 나타났다.

[특수 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보상 : 1만 포인트]

[페널티 : 1주일간 힘 7 감소]

25화

25.

'음...'

강진석은 보상과 페널티를 보고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1만 포인트라...'

특수 퀘스트는 완료 후 1주일이 지나야 다시 받을 수 있다.

기간을 생각하면 보상이 살짝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널티를 감수하면서까지 노릴만한 포인트인가?'

거기다 특수 퀘스트는 실패 시 페널티를 받는다.

페널티는 1주일간 힘 7 감소였다.

일시적이긴 해도 힘이 7이나 감소하는데 그런 위험을 감수할 만큼 1만 포인트가 매력적인 보상인지 의문이 들었다.

물론 페널티는 실패할 때 받는 것이다.

실패하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페널티가 무엇이든 상관없다.

문제는 퀘스트 완료 조건이 비공개라는 점이다.

만약 퀘스트를 받았는데 도저히 완료할 수 없는 퀘스트라면?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특수 퀘스트는 받지 않는게 나을 것 같았다.

'근데 난도 1이 이정도면...'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특수 퀘스트에는 난도가 존재한다.

그리고 지금 특수 퀘스트의 난도는 가장 낮은 '1'이었다.

그런데 보상이 1만 포인트이고 페널티가 1주일간 힘 7 감소다.

난도가 높아지면 어떻게 될까?

보상이나 페널티는 얼마나 강화되는 것일까?

'상승 갱신해볼까?'

일일 퀘스트와 달리 특수 퀘스트는 '갱신'이 가능했다.

세 종류의 갱신이 있었는데 일반 갱신과 상승 갱신, 하락 갱신이었다.

일반 갱신은 현재 난도에서 갱신하는 것이었고 300포인트가 필요했다.

상승 갱신은 현재 난도보다 1이 높게, 하락 갱신은 1이 낮게 갱신하는 것으로 둘 다 500포인트가 필요했다.

'아니다. 포인트도 없는데.'

조금 전 스킬을 습득하느라 포인트가 바닥이 난 상태였다.

상승 갱신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나중에 포인트 넉넉해지면 확인하자.'

강진석은 확인창을 닫았다.

'일일 퀘스트는 어떨까나.'

그리고 일일 퀘스트 버튼을 클릭했다.

[일일 퀘스트가 생성됐습니다.]

특수 퀘스트 때와 달리 일일 퀘스트는 바로 생성이 됐다.

강진석은 목록에 나타난 일일 퀘스트를 클릭했다.

그러자 퀘스트 정보가 나타났다.

<일일 퀘스트 - 고블린 사냥>

고블린을 처치하라!

[고블린 : 0 / 3]

퀘스트 보상 : 300 포인트

정보를 본 순간 강진석은 생각했다.

'쉽네.'

퀘스트 조건은 고블린 3마리 사냥이었다.

3마리만 잡으면 완료할 수 있고 보상을 얻을 수 있다.

'근데 300포인트라니...'

물론 쉬운 만큼 보상이 아쉬웠다.

고작 300포인트였다.

다른 생존자들에게는 아주 유익한 양이겠지만 강진석에게는 별 감흥이 없는 양이었다.

'난도를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특수 퀘스트와 달리 일일 퀘스트는 난도가 고정되어 있었다.

'그래, 덤 느낌으로 생각하자.'

아쉬워한다고 보상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시간만 낭비될 뿐이다.

강진석은 아쉬움을 떨쳐내고 밖으로 향했다.

차분한 정신도 확인했고 뜬금없이 활성화된 퀘스트창도 확인했다.

이제 어스뷰2를 떠날 시간이었다.

끼이익

밖으로 나오자마자 강진석은 장은서를 포함한 생존자들을 볼 수 있었다.

'...왜 저러지?'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배웅을 나온 줄 알았다.

그런데 분위기가 무척 심각했다.

장은서와 생존자들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한 사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생존자들의 시선을 받는 사내 '김수형'은 절망하고 있었다.

강진석은 장은서와 생존자들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떠나기 전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헛, 진석님!"

이내 장은서가 강진석을 발견했고 외쳤다.

그러자 생존자들의 시선이 강진석에게 향했다.

"이제 출발하시는 건가요?"

장은서의 물음에 강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메모지에 글을 쓰고 내밀었다.

[근데 무슨 일 있나요?]

"아, 그게..."

장은서는 말끝을 흐리며 김수형을 보았다.

그리고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이어 말했다.

"수형이가 특수 퀘스트를 받았어요."

"...!"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특수 퀘스트를 받았다니?

강진석은 김수형을 보았다.

눈이 마주친 김수형은 움찔하더니 구구절절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원래 받을 생각이 없었는데 보상 보고 눈이 돌아가서 반사적으로 수락해버렸습니다..."

[완료 조건이 어떻게 되나요?]

그러나 강진석이 궁금한 것은 특수 퀘스트를 받은 이유가 아니었다.

특수 퀘스트의 조건이었다.

"3일 안에 고블린 100마리 사냥이요. 부장 고블린도 10마리 잡아야 하구요."

"어휴..."

"참..."

김수형이 답했고 생존자들이 한숨과 탄식을 내뱉었다.

그리고 강진석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3일에 100마리? 쉽네?'

완료하기 정말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조건을 들어 보니 전혀 어렵지 않았다.

강진석은 3일이 아니라 하루라고 해도 완료할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김수형이 이어 말했다.

"보상은 9000 포인트고 페널티는 1주일간 민첩 5 감소에요."

"...?"

고개를 끄덕이고 있던 강진석은 멈칫했다.

그리고 당황스런 눈빛으로 김수형을 보았다.

'9000포인트에 민첩 5 감소?'

보상과 페널티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설마하는 표정으로 메모지에 글을 적어 내밀었다.

[혹시 다른 분들은 특수 퀘스트 보상과 페널티가 어떻게 되시나요?]

"저는 보상 1만 포인트, 페널티는 1주일간 체력 4 감소에요."

"8천 포인트에 5일간 정신력 5감소요."

생존자들의 답을 듣고 강진석은 깨달았다.

조건 역시 다를 것이라고.

'그래도 비슷하겠지.'

보상과 페널티가 전부 다르긴 했다.

그러나 큰 차이는 나지 않았다.

그러니 조건 역시 큰 차이 나지 않을 것이다.

'상승 갱신하고 진행해도 될 것 같은데...'

특수 퀘스트는 완료 후 1주일이 지나야 다시 받을 수 있다.

즉, 텀이 길다.

난도를 높여 보상을 강화해 진행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2로 진행하자.'

고민 끝에 강진석은 상승 갱신을 하기로 결심했다.

난도 1의 조건을 보니 난도 2 역시 그리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았다.

'2도 쉬우면 3으로 올리고.'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생존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사를 나누며 김수형에게 물었다.

[근데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강진석에게 100마리는 매우 쉽다.

그러나 김수형은 물론 다른 생존자들에게 100마리는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떻게든 진행해볼 생각입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함께 싸우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요! 아니, 가능할 거예요!"

김수형이 답했고 이어 장은서가 말했다.

"누나..."

장은서의 말에 김수형의 얼굴에 감동이 나타났다.

이후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눈 뒤 강진석은 계단실로 나왔다.

그리고 모든 층을 꼼꼼히 탐색하며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자정이라 그런가...'

시간이 꽤 흘렀다.

그래서 고블린들이 다시 충원됐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4층까지 텅텅 비어 있었다.

3층에도 10마리 밖에 없었다.

스걱!

[부장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200 상승합니다.]

순식간에 3층 고블린들을 처리한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일일 퀘스트를 완료했다.

[일일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포인트가 300 상승합니다.]

완료 후 메시지를 보며 강진석은 쓴웃음을 지었다.

덤으로 생각하기로 했지만 막상 보상을 보니 아쉬움이 느껴졌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2층으로 내려가 고블린들을 처리한 뒤 스킬창을 열어 민첩3의 레벨을 올렸다.

육체가 한결 가벼워졌고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1층으로 내려갔다.

'어스뷰1에는 얼마나 충원됐으려나?'

이제 강진석은 어스뷰1에 갈 생각이었다.

동선을 바꾼 것은 아니다.

처음 계획대로 6단지, 5단지, 주택가를 통해 방신시장에 갈 예정이었다.

다만 그 전에 주다영, 최은지 그리고 11층 생존자들과 정보 교류를 할 생각이었다.

'특수 퀘스트 받은 사람이 있으려나?'

강진석은 궁금했다.

김수형처럼 특수 퀘스트를 받은 이가 있을지.

끼이익

이내 1층에 도착한 강진석은 고블린들을 피해 입구로 향했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어스뷰1로 넘어갔다.

도착과 동시에 강진석은 초감각에 집중하며 고개를 빼꼼 내밀어 복도를 확인했다.

다행히도 고블린들이 보이지 않았고 강진석은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계단실로 향했다.

끼이익

그렇게 계단실에 입성한 강진석은 2층으로 올라가며 생각했다.

'여기는 왜 이렇게 많아?'

어스뷰1을 떠날 때 깔끔히 정리했다.

그런데 어스뷰2와 달리 2층, 3층에 많은 고블린들이 감지됐다.

'더 가까워서 그런가?'

어스뷰1은 거점 바로 옆이나 마찬가지였다.

고블린들이 빠르게 충원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정도 속도면 굳이 방신시장에 갈 필요 없을 것 같기도 한데...'

끼이익

이내 2층 입구에 도착한 강진석은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2층 모든 곳을 확인한 게 아니다.

주술사 고블린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거침없이 문을 연 이유는 이제 주술사 고블린이 있든 없든 상관없기 때문이었다.

'있으면 좋겠다.'

오히려 강진석은 주술사 고블린이 있길 바랐다.

주술사 고블린의 공격력을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스걱!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강진석은 앞에 있던 고블린의 목을 베었다.

그렇게 사냥이 시작됐고 2층에 있던 고블린들은 2분도 지나지 않아 전부 죽음을 맞이했다.

강진석은 계단실로 나와 3층으로 향하며 스킬창을 열었다.

그리고 스킬 '발목 강화'를 습득했다.

[스킬 '발목 강화'를 습득하셨습니다.]

저벅!

습득 후 강진석은 잠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발목 강화는 민첩 라인에 있는 스킬이었다.

그런데 습득과 동시에 근력이 늘어났다.

'...동체시력도 그렇고 엇갈려 있는 게 많네.'

동체시력은 민첩 라인에 있었지만 정신력에 영향을 받았다.

발목 강화를 통해 근력이 늘어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근데 이러면 체력에 있는 강화 스킬들도?'

체력 라인에도 두개골 강화, 쇄골 강화 등 육체 강화 스킬이 많았다.

혹시 해당 스킬을 습득해도 근력이 늘어나는 것일까?

'뭐 나쁠건 없으니까.'

근력이 늘어나서 나쁠 것 없었다.

강진석은 스킬 창을 닫았다.

끼이익

그리고 3층에 진입해 다시 고블린들을 사냥했다.

고블린들을 사냥하며 강진석은 생각했다.

'여기서 40 찍을 수도 있겠는데?'

4층에도, 5층에도 고블린이 많았다.

어스뷰1 청소를 마치면 민첩4 해금은 물론 최대 레벨을 찍어 민첩 40을 달성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얼마 뒤 사냥이 끝났고 강진석은 계단실로 나와 4층으로 향하며 스킬창을 열었다.

그리고 스킬 '발목 강화'의 레벨을 올렸다.

[스킬 '발목 강화'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을 올리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저벅!

그리고 강진석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걸음을 멈춘 것은 발목 강화의 레벨이 올라 생긴 변화 때문이 아니었다.

뒤이어 새로운 메시지들이 우수수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축하합니다.]

[최초로 오롯이 존재하는 자(1)의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최초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10만 상승합니다.]

[퀘스트 '오롯이 존재하는 자'가 생성됐습니다.]

"...?"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또 뭐야?'

발목 강화를 2레벨로 올렸을 뿐이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

그런데 조건을 충족했다니?

'보상으로 10만 포인트?'

거기다 보상이 어마무시했다.

잘못 본 게 아닌가 눈을 비비고 다시 봤을 정도였다.

'대체 조건이 뭐지?'

오롯이 존재하는 자(1)의 조건은 확인이 가능했다.

강진석은 클릭해 조건을 확인했다.

1. 패시브 스킬 25개 최대 레벨 달성

2. 액티브 스킬 습득하지 않기

조건을 확인한 강진석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액티브 스킬 습득 금지?'

생각지도 못한 조건이 끼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첫번째 조건인 패시브 스킬 25개 최대 레벨 달성은 그리 어려운 조건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 많은 이들이 충족할 것이다.

문제는 두번째 조건이었다.

액티브 스킬을 습득하면 안된다.

'습득 안 할 리가 없지 않나...?'

강진석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포기했을 뿐이다.

목소리가 나왔다면 우선적으로 액티브 스킬을 습득했을 것이다.

'...퀘스트부터 확인하자.'

조건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목록에 떠있는 '오롯이 존재하는 자'를 클릭했다.

그러자 퀘스트 정보가 나타났다.

'...음?'

퀘스트를 본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26화

26.

<오롯이 존재하는 자>

???

???

퀘스트 보상 : ???

액티브 스킬 습득 시 퀘스트 실패

그도 그럴 것이 퀘스트가 물음표로 가득했다.

내용이든, 완료 조건이든, 보상이든 온통 물음표였다.

제대로 나와 있는 것은 2가지.

퀘스트명과 실패 조건 뿐이었다.

'액티브 스킬 습득 시 실패라.'

강진석은 실패 조건을 보며 생각했다.

'어차피 습득할 생각이 없긴 했는데...'

애초에 강진석은 목소리가 다시 나오기 전까지 액티브 스킬을 습득할 생각이 없었다.

사용이 불가능한데 왜 습득하겠는가?

액티브 스킬을 습득하는 것은 그냥 포인트를 버리는 것과 같았다.

그런데 이제는 목소리가 다시 나온다고 해도 액티브 스킬을 습득할 생각이 없었다.

물론 퀘스트 때문만은 아니다.

퀘스트도 영향을 끼치긴 했지만 2순위다.

강진석이 액티브 스킬을 습득하지 않으려는 1순위 이유는 따로 있었다.

'분명 2도 있겠지?'

그 이유는 바로 '오롯이 존재하는 자'의 최초 보상이었다.

오롯이 존재하는 자 뒤에는 '1'이 붙어 있었다.

괜히 숫자가 붙은게 아닐 것이다.

몇까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2'는 존재할 것이다.

'2는 몇 개를 달성해야 하는 걸까?'

정확한 조건은 알 수 없지만 1과 종류는 비슷할 것이다.

바로 패시브 스킬 최대 레벨 달성.

'50개일까?'

오롯이 존재하는 자(1)의 경우 패시브 스킬 25개였다.

다음은 2배인 50개가 아닐까 싶었다.

'아니면 100개?'

물론 50개도 확실한 것은 아니었다.

보상을 생각하면 100개라고 해도 이상할 것 없었다.

그리고 패시브 스킬 최대 레벨 달성, 액티브 스킬 미습득 외에도 다른 조건이 추가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했다.

조건 충족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됐다.

과연 오롯이 존재하는 자(2)의 최초 보상은 어떨까?

'1보다 적지는 않을테니...'

잠시 상상을 한 강진석은 활짝 웃었다.

상상을 하니 그냥 웃음이 나왔다.

이내 흥분을 살짝 가라앉힌 강진석은 하단에 있는 퀘스트 받기 버튼을 보았다.

'...난도2로 진행해야 하나?'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강진석은 난도2 특수 퀘스트를 진행할 생각이었다.

근데 10만 포인트가 생긴 지금 난도2로 진행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고민 좀 해봐야겠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10만 1500]

포인트를 확인하자마자 다시 입가에 미소가 나타났다.

오롯이 존재하는 자(2)의 최초 보상을 상상할 때처럼 그냥 웃음이 나왔다.

이어 강진석은 스킬창을 열었다.

'바로 찍자.'

10만 포인트면 당장 민첩 40을 찍을 수 있다.

민첩 40이 문제가 아니다.

40을 찍고도 엄청나게 남을 것이다.

10만 포인트는 그정도로 많은 포인트였다.

[스킬 '종아리 강화'를 습득하셨습니다.]

강진석은 우선 종아리 강화를 습득했다.

'역시.'

발목 강화와 같았다.

종아리가 단단해지며 근력이 늘어났다.

'이러면 다른 것들도 다 근력이 늘어난다고 봐야겠네.'

다른 육체 강화 패시브들 또한 근력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스킬 '종아리 강화'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이어 강진석은 종아리 강화를 최대 레벨인 2레벨로 올렸다.

그렇게 목표했던 민첩4가 해금됐다.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드디어...'

두번째 목표인 민첩 40을 달성할 차례였다.

[스킬 '민첩4'를 습득하셨습니다.]

[민첩이 1 상승합니다.]

.

.

[스킬 '민첩4'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민첩이 1 상승합니다.]

강진석은 바로 최대 레벨인 5레벨까지 올렸다.

그렇게 민첩이 40이 됐다.

메시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힘, 체력 때와 마찬가지로 강진석은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

그리고 강진석은 경악했다.

'이게 무슨...'

민첩이 40이 되며 생긴 변화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진짜라고?'

믿기 힘들었다.

그러나 머릿속에 저절로 떠오른 정보는 변화가 사실이라 말하고 있었다.

'확인해보자.'

이내 강진석은 변화를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강진석은 눈을 감았다.

꼭 눈을 감아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눈을 감은 것은 집중을 하기 위해서였다.

스아앗...

이내 강진석의 육체가 두둥실 떠올랐다.

그리고 강진석은 눈을 떴다.

'...와.'

강진석은 허공에 뜬 자신의 육체를 보고 감탄했다.

'진짜였구나.'

민첩 40이 되며 생긴 변화는 바로 '비행'이었다.

물론 아무런 제한 없이 계속해서 비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근데 이건 왜 정신력에 영향을 받는거야?'

비행을 하는데에는 '정신력'이 소모된다.

정신력이 바닥나면 비행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민첩도 영향이 없는건 아니지만...'

물론 비행이 정신력에만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정신력은 '연료'였다.

그리고 민첩은 '무게'와 '속도'를 담당했다.

민첩이 높아질수록 비행에 필요한 정신력 소모량이 줄어들고 속도가 빨라진다.

원활한 비행을 위해서는 민첩과 정신력 둘 다 중요한 것이다.

이내 강진석은 비행을 멈추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오래는 못 날겠다.'

정신력 소모량이 어마어마했다.

오래 날아봤자 최고 속도 기준 30초가 한계일 것 같았다.

'그래도 요긴하게 쓸 수 있겠어.'

비장의 무기가 생긴 느낌이었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남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9만 2400]

'아직도...'

확인과 동시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민첩을 40 달성했음에도 아직 9만이 넘는, 어마어마한 양이 남아 있었다.

강진석은 다시 스킬창을 보았다.

그리고 스킬 습득에 필요한 포인트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계산을 마친 강진석은 몸을 한 번 부르르 떨었다.

이제 강진석은 스킬을 습득할 생각이었다.

습득할 스킬은 한, 두개가 아니다.

능력치 스킬도 체력3, 정신력3, 정신력4로 3개나 있었다.

체력 5, 정신력이 10이나 오를 예정이었다.

1이 올라도 체감이 엄청난데 5와 10이 오르면 얼마나 달라질까?

거기다 다른 패시브들도 예상치 못한 효과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강진석은 한껏 기대하며 스킬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스킬 '독 저항'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독 저항을 시작으로 두개골 강화, 독 저항2, 체력4까지 체력 라인 스킬 4개를 습득한 강진석은 이어 정신력 라인 스킬을 습득했다.

'역시 체감이 안되네.'

공포 저항과 유혹 저항은 아쉽게도 독 저항처럼 체감이 되지 않았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지만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스킬 '정신력3'을 습득하셨습니다.]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정신력이 오르자마자 느껴지는 체감에 강진석은 아쉬움을 떨쳐낼 수 있었다.

강진석은 더할 나위 없이 활짝 웃은 채 정신력4까지 최대 레벨을 달성했고 정보창을 열었다.

힘 : 42

민첩 : 40

체력 : 48

정신력 : 59

능력치는 전에 확인했을 때와 크게 달라져 있었다.

'오롯이 존재하는 자...'

이렇게 달라질 수 있던 것은 전부 오롯이 존재하는 자 덕분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정보창을 보며 강진석은 허벅지를 살짝 꼬집었다.

'꿈은 아니네.'

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강진석은 정보창을 닫았다.

그리고 초감각에 집중했다.

정신력이 10이나 증가한 덕분에 초감각 범위가 대폭 늘어났다.

4층에 있는데도 9층을 감지할 수 있었다.

'6층까지만 충원된 건가?'

7층과 8층 그리고 9층에는 고블린이 한 마리도 감지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6층까지만 충원이 된 것 같았다.

강진석은 초감각을 이용한 탐색을 멈추고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2만 8600]

포인트는 아직도 3만 가까이 남아 있었다.

'이정도면...'

강진석은 다시 스킬창을 보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스킬창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찍자.'

다섯번째 능력치 스킬을 해금할 수 있었다면 바로 투자했을 것이다.

그러나 해금을 위해서는 스킬을 3개나 습득해야 했다.

그러기에는 포인트가 부족했다.

'갱신도 해야되니까.'

거기다 강진석은 특수 퀘스트의 난도를 올릴 생각이었다.

갱신에 얼마나 많은 포인트가 소모될지 모른다.

강진석은 다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끼이익

그리고 4층 입구에 도착하자 마자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스걱! 스걱!

강해진 덕분에 그렇지 않아도 빨랐던 사냥 속도가 더욱 빨라졌고 1분도 지나지 않아 강진석은 4층 정리를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고 5층으로 올라가며 강진석은 생각했다.

'가자. 태백.'

태백 빌딩을 청소하기로.

여태까지 강진석이 태백 빌딩을 껄끄러워했던 가장 큰 이유는 다수의 주술사 고블린을 상대하는 게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직 주술사 고블린의 공격력을 확인하지 못했다.

그런데 4층에서 고블린들을 사냥하며 생각이 바뀌었다.

주술사 고블린도 신경 쓸 필요 없겠다고.

지금의 힘이라면 다섯 이상이 나타나도 박살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확실히 박살낼 수 있다.

'안 될 것 같으면 도망치면 되니까.'

만에 하나 생각과 달리 죽일 수 없다?

그러면 도망치면 된다.

이제 비행을 할 수 있다.

꼭 계단으로 도망쳐야 하는 게 아니다.

창문을 깨고 날아서 도망치면 된다.

'로우포트도 가봐야겠어.'

강진석이 가려는 곳은 태백 빌딩뿐만이 아니다.

로우포트에도 갈 생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로우포트에는 생존자들이 매우 많았다.

생존자들이 많은 만큼 정보 역시 많을 것이다.

그렇게 향후 계획을 수정하며 강진석은 5층에 진입했고 고블린들을 사냥하며 생각했다.

'근데 사냥을 하신건가?'

주다영, 최은지는 여전히 709호에 머물고 있었다.

그런데 두 사람의 기운이 전보다 살짝 커져 있었다.

아무래도 사냥으로 포인트를 얻어 스킬이나 패시브에 투자한 게 아닐까 싶었다.

'6층은 남겨둬야겠는데?'

강진석은 6층 고블린을 잡지 않기로 결정했다.

주다영, 최은지가 필요로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스뷰2에도 좀 남겨둘 걸 그랬나...'

생각해보니 어스뷰2 생존자들도 고블린들을 사냥해야 하는데 너무 깔끔히 정리한 것 같아 신경이 쓰였다.

'...금방 충원될테니까.'

강진석은 5층 사냥을 마쳤고 6층을 지나 7층으로 올라갔다.

7층에 도착한 강진석은 곧장 709호로 향했다.

여전히 709호 앞에는 반투명한 초록색 장막이 자리하고 있었다.

전보다 살짝 짙어진 것을 보니 숙련도가 오른 듯했다.

저벅!

강진석은 장막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주다영이 허락하지 않으면 장막 안으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럴때는 참 불편하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부를 수가 없었다.

물론 부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장막을 노크하면 된다.

강진석은 주다영을 부르기 위해 장막을 노크했다.

그러나 이어진 상황에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퉁! 우우웅!

살짝 노크했을 뿐인데 장막이 꿀렁꿀렁 흔들리기 시작했다.

쩍! 쩌저적!

이어 흔들리던 장막에 실금이 나타났고.

스아아...

산산조각이 나 사라졌다.

강진석은 당황스런 눈빛으로 장막이 있던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음...어...'

27화

27.

노크 한 번 했을 뿐이다.

그런데 장막이 파괴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괜찮으신 것 같긴 한데...'

장막이 파괴됐으나 주다영의 기운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다행히도 장막 파괴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없는 듯했다.

바로 그때였다.

주다영과 최은지가 문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가오는 속도를 보면 경계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기야 장막이 파괴됐는데 어찌 경계하지 않겠는가?

강진석은 멋쩍은 표정으로 외시경을 바라보았다.

이내 주다영과 최은지가 문 앞에 도착했고.

끼이익

곧 문이 열렸다.

"진석씨!"

"진석님!"

주다영과 최은지는 놀란 얼굴과 목소리로 강진석을 불렀다.

그리고 이어 주다영이 물었다.

"어떻게 하신 거에요?"

주다영의 물음에 강진석은 메모지를 내밀었다.

[그냥 한 번 노크했을 뿐인데 이게...]

"...?"

주다영은 메모지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어 강진석을 보았다.

강진석을 바라보는 주다영은 이게 무슨 소리냐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기야 노크 한 번에 장막이 파괴됐다는 것을 어찌 믿겠는가?

그러나 사실이었다.

강진석은 메모지에 글을 적어 다시 내밀었다.

[진짜예요.]

"...진짜요?"

주다영은 여전히 의심 가득한 눈빛과 목소리로 물었고 강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때 최은지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저기,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할까요? 고블린들이 올라올 수도 있으니까요. 다영이는 다시 결계치고."

"그러는게 좋겠다. 들어오셔요!"

주다영이 옆으로 비켜섰고 강진석은 최은지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바람이여 이곳에 모여라!"

그리고 주다영은 결계를 친 뒤 강진석, 최은지의 뒤를 따랐다.

마주보고 앉은 세사람은 바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역시 진석씨도 일일 퀘스트 완료하셨군요!"

[네, 두 분도 완료하신거에요?]

"네, 조금 전에 기회가 와서 완료했어요."

"능력치 하나씩 올렸구요!"

대화를 통해 강진석은 주다영, 최은지의 기운이 살짝 커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능력치를 올렸기 때문이었다.

[특수 퀘스트는 받으셨나요?]

"아니요. 고민 중이었어요."

"보상을 보니까 엄청 어려울 것 같은데 페널티가 장난 아니라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강진석은 김수형에게 들었던 특수 퀘스트 완료 조건을 전해줬다.

"...3일 안에 고블린 100마리 사냥요?"

"부장 고블린도 10마리?"

완료 조건을 알게 된 주다영과 최은지는 놀란 얼굴로 반문하고는 서로를 보았다.

그리고 눈빛으로 대화를 나누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석은 끄덕임을 통해 주다영과 최은지가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 알 수 있었다.

"안 받는 게 맞겠네요."

"3일 안에 어떻게 100마리를..."

예상대로였다.

주다영과 최은지는 특수 퀘스트를 포기했다.

이해는 됐다.

김수형과 조건이 똑같지는 않겠지만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주다영, 최은지 역시 100마리 정도를 잡아야 할 것이다.

거기다 부장 고블린도 잡아야 한다.

시간제한이 없다면 모를까 지금 상황에서 특수 퀘스트를 받는 것은 페널티를 받겠다는 것과 다름 없었다.

강진석은 다음 화제로 넘어갔다.

[근데 혹시 11층 사람들이랑 이야기하셨나요?]

초감각 범위가 넓어진 덕분에 강진석은 지금도 11층을 감지할 수 있었다.

전에 11층 생존자들은 각자 꼭꼭 숨어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한곳에 모여 있었다.

어떤 것이 계기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변화가 생긴 것이다.

거기다 11층부터 7층까지는 고블린이 한마리도 없었다.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렇지 않아도 그 사람들 때문에..."

주다영은 말끝을 흐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강진석은 주다영의 반응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사람들 내려오긴 했어요.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구요. 직전에 문제가 하나 생겼거든요."

목소리에도 짜증이 가득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강진석의 의아함은 최은지가 해결해줬다.

"고블린들 시선을 끌었어요. 그 사람들은 11층으로 바로 도망가버리고 고블린들은 8층이랑 7층 돌아다니기 시작하고..."

최은지는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주다영이 이어 말했다.

"그래서 아까 장막이 깨졌을 때 놀란거에요. 혹시나 고블린들이 또 왔나 했거든요."

장막 이야기가 나오자 강진석은 뜨끔하고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근데 여긴 어쩐 일로 오신거에요? 휴식 때문에 오신건 아닌 것 같은데..."

강진석은 주다영의 물음에 메모지를 내밀었다.

[원래는 퀘스트 관해서 정보 교류도 하고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인사드리는 게 목적이었어요.]

"...원래는이란 말씀은 생각이 바뀌신 건가요?"

[네, 태백 빌딩에 갈 생각입니다.]

"태백 빌딩을요?"

주다영이 놀란 얼굴과 목소리로 반문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최은지는 걱정스런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나갔을 때 보니까 고블린들 소굴 된 것 같던데 알고 계시죠...?"

[네, 알고 있어요. 소굴된거.]

소굴이 되었기에 가려는 것이었다.

현재 강진석에게 태백 빌딩은 포인트 밭이었다.

미래를 위해서는 무조건 가야 한다.

"에?! 아는데 가신다구요? 진석씨가 강한건 알지만 그래도 태백 빌딩에는..."

주다영이 기겁하며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은지가 팔꿈치로 주다영의 옆구리를 툭툭 치며 말을 끊었다.

"생각이 있으시겠지."

[네, 맞아요. 안된다 싶으면 도망칠 생각이에요.]

그렇게 강진석은 주다영, 최은지와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눈 뒤 복도로 나왔다.

"준비하고 있을게요!"

"정말 감사해요!"

그리고 주다영, 최은지의 배웅을 받으며 11층으로 향했다.

이제 11층 생존자들과 대화를 나눌 차례였다.

'난도2 받은 사람은 없겠지?'

현재 강진석이 가장 궁금한 것은 난도2 특수 퀘스트의 완료 조건이었다.

그러나 11층에 난도2 특수 퀘스트를 받은 이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 상승 갱신해야 하는데 있을리가.'

그도 그럴 것이 난도2 특수 퀘스트를 받기 위해서는 상승 갱신을 한 번 해야 하는데 500포인트가 소모된다.

11층 생존자들에게 상승 갱신을 할만한 포인트 여유가 있을리 없다.

특수 퀘스트를 받았더라도 난도1 일 것이다.

끼이익

이내 11층에 도착한 강진석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복도에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생존자 무리를 볼 수 있었다.

생존자 무리 역시 강진석을 보았고 이어 경계했다.

강진석은 메모지를 꺼냈다.

그리고 글을 적은 뒤 생존자들에게 다가갔다.

"누, 누구십니까? 잠시 거기 서 주시겠어요?"

생존자들의 리더로 보이는 중년 사내가 외쳤다.

물론 강진석은 사내의 외침에 답할 수 없었다.

대신 걸음을 멈추고 메모지를 내밀었다.

사내는 강진석의 행동에 의아해 하더니 이내 슬금슬금 다가와 메모지를 보았다.

[안녕하세요.]

그리고 메모지를 본 사내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강진석을 보았다.

강진석은 사내의 시선에 다시 메모지에 글을 적어 내밀었다.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

"가, 감사합니다!"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정말 감사해요!"

11층 생존자들이 열렬히 감사를 표했다.

강진석은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에 답하고 계단실로 나왔다.

그리고 옥상으로 올라가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역시 없었어.'

예상대로 11층 생존자들 중 난도2 특수 퀘스트를 받은 이는 없었다.

난도2 뿐만 아니라 특수 퀘스트 자체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조건을 알게 됐으니 앞으로도 받지 않을 것이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 하단에 있는 퀘스트 받기 버튼을 클릭했다.

[일일 퀘스트 받기]

[특수 퀘스트 받기]

그러자 새로운 창이 나타났고 강진석은 바로 하단에 있는 상승 갱신 버튼을 클릭했다.

[특수 퀘스트의 난도가 상승했습니다.]

[현재 난도 : 2]

확인창이 따로 뜨지 않았다.

바로 난도가 상승했고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과연 보상과 페널티는 얼마나 강화됐을까?

[특수 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보상 : 3만 포인트]

[페널티 : 5일간 힘 10, 민첩 10 감소]

'...3만 포인트?'

보상과 페널티를 확인한 강진석은 살짝 놀랐다.

생각했던 것보다 증가량이 컸기 때문이었다.

보상은 3배 늘어났고 페널티는 2배 늘어났다.

'이러면...'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보상과 페널티만 늘어난 게 아니다.

완료 조건 역시 어려워졌을 것이다.

난도1이 3일 동안 100마리 사냥이었다.

그것도 부장 고블린 10마리를 포함한.

'3배라고 해도 문제없을 것 같긴 한데...'

잡아야 할 숫자가 300마리로 늘어도 상관없다.

강진석은 3일이 아닌 하루 안에 300마리를 잡을 자신이 있었다.

주술사 고블린이 포함된다고 해도 가능했다.

문제는 강진석이 난도2가 아닌 3을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만약 보상이 또 3배 늘어나고 페널티가 2배 늘어난다?

'일단 확인부터 하자.'

강진석은 다시 한 번 상승 갱신을 했다.

[특수 퀘스트의 난도가 상승했습니다.]

[현재 난도 : 3]

난도가 3이 되었고 강진석은 바로 보상과 페널티를 확인했다.

"...?"

확인과 동시에 강진석의 표정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의아해한 이유는 보상 때문이 아니었다.

페널티 때문이었다.

[특수 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보상 : 7만 포인트]

[페널티 : 2일간 모든 액티브 스킬 봉인]

'액티브 스킬 봉인?'

페널티가 액티브 스킬 봉인이었다.

다른 생존자들에게는 최악의 페널티일 수 있다.

그러나 강진석에게는 최상의 페널티였다.

아니, 페널티라 할 수 없다.

노 페널티나 마찬가지였다.

'...이거로 할까?'

생각지도 못한 페널티에 강진석은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래, 이걸로 가자.'

만에 하나 실패하더라도 상관없다.

액티브 스킬이 봉인된다고 해도 아무 의미 없다.

2일이 아니라 2주간 봉인된다고 해도 괜찮았다.

강진석은 확인 버튼을 클릭했다.

[특수 퀘스트가 생성됐습니다.]

그러자 퀘스트가 생성됐고 강진석은 바로 퀘스트를 확인했다.

<특수 퀘스트 - 고블린 사냥>

고블린을 처치하라!

[남은 시간 : 3일]

[고블린 : 0 / 500]

[부장 고블린 : 0 / 20]

[주술사 고블린 : 0 / 5]

퀘스트 보상 : 7만 포인트

'뭐야...'

그리고 조건을 확인한 강진석은 인상을 찌푸렸다.

'왜 이렇게 쉬워?'

생각했던 것보다 완료 조건이 너무나 쉬웠다.

3일 안에 고블린을 500마리만 잡으면 된다.

부장 고블린과 주술사 고블린도 잡아야 했지만 강진석에게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끼이익

이내 강진석은 문을 열고 옥상으로 나갔다.

그리고 태백 빌딩 옥상을 보며 생각했다.

'바로 완료할 수 있겠는데.'

이제 강진석은 태백 빌딩에 갈 생각이었다.

특수 퀘스트를 바로 완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7만 포인트라...'

강진석은 미소를 지었다.

'다시 10만 포인트 넘기겠네.'

그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내 난간에 도착했고 강진석은 난간에서 점프를 했다.

힘과 민첩이 오른 덕분에 점프력 역시 크게 늘어났다.

물론 옥상을 오갈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강진석은 아무런 걱정하지 않았다.

바로 비행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하늘을 날아 안전하게 태백 빌딩 옥상에 도착했다.

그리고 태백빌딩 옥상에 발을 디딘 순간.

[차가운 뿌리 부족 거점에 진입하셨습니다.]

[퀘스트 '거점 탈환'이 생성됐습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28화

28.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차가운 뿌리 부족?'

여태까지 수많은 고블린을 잡았다.

그러나 부족명이 나온 적은 없었다.

그래서 당연히 부족명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냥 '고블린'인 줄 알았다.

'...뭐, 이름 있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니까.'

물론 부족명이 존재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강진석은 부족명에 대한 관심을 거두고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새로 생긴 퀘스트 '거점 탈환'을 확인했다.

<거점 탈환>

현재 태백 빌딩은 수많은 고블린 부족 중에서 48번째로 규모가 큰 '차가운 뿌리 부족' 고블린들에게 점령당한 상태다.

빌딩에서 고블린들을 몰아내 거점을 탈환하라!

[기여도 : 0]

퀘스트 보상 : ???

예상대로 퀘스트 '거점 탈환'은 고블린들에게서 태백 빌딩을 되찾는 퀘스트였다.

완료 조건은 빌딩에서 고블린들을 몰아내는 것.

'이게 무슨...'

그러나 퀘스트를 보던 강진석은 인상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강진석이 인상을 구긴 이유는 퀘스트 내용 때문이었다.

'48번째로 규모가 큰? 48번째?'

퀘스트 내용에 따르면 차가운 뿌리 부족은 모든 고블린 부족 중 48번째로 규모가 큰 부족이었다.

즉, 차가운 뿌리 부족보다 규모가 큰 부족이 47곳이나 존재한다는 뜻인데 규모가 큰 곳만 있을까?

아니, 규모가 작은 부족도 있을 것이다.

'뭐 이리 많아?'

많아도 너무 많은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니지, 한국에만 이런 일이 생긴건 아닐테니까.'

이어 든 생각에 강진석은 이해하게 됐다.

지금 상황이 한국에만 펼쳐진 것은 아닐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펼쳐졌을 것이고 지구의 크기를 생각하면 부족이 많은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방신시장에 있는 녀석들은 다른 부족일까?'

강진석은 방신시장의 고블린들을 떠올렸다.

방신시장 고블린들은 차가운 뿌리 부족일까?

아니면 다른 부족의 고블린일까?

'오크들은 몇 개 부족이려나...'

고블린만 나타난 게 아니다.

오크도 있었다.

고블린처럼 부족의 수가 많을까?

아니면 단일 부족일까?

'부족이 없는 몬스터도 있겠지?'

끼이익

강진석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옥상 문을 열었다.

그리고 계단을 통해 일단 헬스장으로 내려가며 미소를 지었다.

'엄청 많기는 하네.'

태백 빌딩은 강진석이 떠났을 때와 완전히 다른 곳이 됐다.

일단 지금 초감각에 감지된 고블린들의 수만 500마리가 넘었다.

그중에는 부장 고블린도 많았고 주술사 고블린도 5마리나 있었다.

감지되지 않은 곳까지 감안하면?

1000마리는 가뿐히 넘을 것 같았다.

'얼마나 걸리려나?'

물론 탈환할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1000마리가 넘는다고 해도 강진석은 전부 죽일 자신이 있었다.

궁금한 것은 탈환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였다.

'30분은 힘들겠지?'

앞서 어스뷰1, 어스뷰2에서 강진석은 고블린 수십 마리를 2분 내로 처리했었다.

그러나 태백 빌딩은 각 층당 100마리가 넘게 있었고 6층부터는 주술사 고블린도 있었다.

'지하도 정리해야 하는거면...'

더구나 태백 빌딩은 지하층도 존재했다.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전부 정리해야 탈환이 되는 것이라면?

30분 안에 정리를 끝내는 것은 힘들 것 같았다.

아니, 힘든 게 아니라 불가능하다.

지하층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거기다 지하 1층은 방화역과 연결이 되어 있었다.

어떤 상황인지 모르고 끊임없이 고블린들이 유입될 수 있는데 30분 안에 정리를 끝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지금은 탐색 가능하려나?'

이어 강진석은 초감각을 막아냈던 지하 1층의 무언가를 떠올렸다.

초감각이 강해진 지금은 탐색이 가능할지 궁금했다.

'곧 알 수 있겠지.'

강진석은 바로 사냥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초감각 범위를 생각하면 5층에만 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탐색이 가능한지.

아니면 여전히 불가능한지.

'탐색 가능했으면 좋겠네.'

이내 헬스장에 들어선 강진석은 주변을 스윽 훑었다.

태백 빌딩은 고블린들의 거점이 됐다.

안전 구역에도 변화가 생겼을 수 있다.

'...그대로네.'

그러나 강진석의 생각과 달리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떠날 때 모습 그대로였다.

안전 구역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다시 계단실로 나왔다.

그리고 7층으로 내려갔다.

끼이익

7층에 도착과 동시에 문이 열렸다.

강진석은 검을 쥔 손에 힘을 줬다.

그도 그럴 것이 문을 연 것은 강진석이 아니었다.

-키릭?

-키익?

문을 열고 나오던 고블린들이 강진석을 발견하고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강진석은 고블린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스걱!

[부장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200 상승합니다.]

스걱!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순식간에 두 고블린의 목을 날린 강진석은 7층으로 진입하며 뒤따라 나오려던 고블린들에게 검을 휘둘렀다.

스걱! 스걱!

그렇게 또 두 고블린의 목이 날아갔고 강진석은 생각했다.

'오래 걸리겠는데?'

고블린들을 죽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고블린들의 '시체'였다.

시체가 동선을 방해하고 있었다.

강진석은 다음 고블린에게 다가가며 상점창을 떠올렸다.

'이래서 상점에 그런걸 팔고 있던건가.'

상점에는 아주 다양한 물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몬스터들의 시체를 처리할 수 있는 물품도 여럿 있었다.

당시에는 이런 걸 왜 팔고 있나 했는데 이제는 알 것 같았다.

'나중에 자세히 살펴봐야겠다.'

일단 강진석은 사냥에 집중했다.

그리고 얼마 뒤 7층 내 모든 고블린을 처리한 강진석은 복도로 나왔다.

복도에 쌓여 있는 시체를 보며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시체가 신경 쓰일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보다 더 신경이 쓰였다.

'탈환하고 바로 알아봐야겠다.'

강진석은 퀘스트 '거점 탈환'을 완료한 뒤 상점에서 판매하는 시체 처리기들을 살피기로 하고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먼저 특수 퀘스트를 확인했다.

<특수 퀘스트 - 고블린 사냥>

고블린을 처치하라!

[남은 시간 : 2일 23시간 47분]

[고블린 : 138 / 500]

[부장 고블린 : 5 / 20]

[주술사 고블린 : 0 / 5]

퀘스트 보상 : 7만 포인트

'4층에서 완료할 수 있겠는데.'

층마다 고블린이 무척 많았다.

1층까지 갈 필요 없이 4층에서 특수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이어 퀘스트 '거점 탈환'을 확인했다.

<거점 탈환>

현재 태백 빌딩은 수많은 고블린 부족 중에서 48번째로 규모가 큰 '차가운 뿌리 부족' 고블린들에게 점령당한 상태다.

빌딩에서 고블린들을 몰아내 거점을 탈환하라!

[기여도 : 1552]

퀘스트 보상 : ???

'생각보다 안 올랐네?'

포인트와 비슷하게 오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측정 방식이 다른 듯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달라질 것 같은데...'

보상은 물음표였다.

그러나 기여도가 괜히 있는게 아닐 것이다.

'순위별이면 어차피 나 혼자니까 상관없지만...'

생각에 잠겨 있던 강진석은 이내 생각을 끝내고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계단실로 나와 6층으로 향했다.

****

"그럼 내일 아침 7시 30분에 다시 모이는 걸로 하죠. 다들 편안한 밤 보내시길."

회의를 끝낸 한지윤이 먼저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장윤석 역시 회의실에서 나와 거처로 향하며 생각했다.

'아무리 봐도 이상하단 말이지.'

조금 전 회의에서 퀘스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지윤은 조건이 카운트되기 위해서는 기여도가 30% 이상이어야 한다고 했다.

일반 고블린은 15, 부장 고블린은 60 포인트 이상 얻어야 카운트된다고 구체적으로 예까지 들었다.

그리고 특수 퀘스트는 절대 받지 말라고.

받아도 깰 수 없을 것이라 했다.

너무나도 확신하기에 장윤석은 물어보았다.

어떻게 확신 하냐고.

물어볼 수밖에 없던 것이 퀘스트창은 회의 도중에 활성화됐다.

즉, 직접 경험해서 알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러자 한지윤은 조건을 충족해 추가 메시지가 나타났다고 답했다.

장윤석은 한지윤의 답에 더는 추궁할 수 없었다.

'뭔가 숨기고 있는게 확실한데.'

그러나 추궁하지 않았을 뿐 믿지 않았다.

메시지 때문이 아닐 것이다.

한지윤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설마 사냥을 나간게 아니라 특별한 장소에 간 걸까?'

장윤석이 알아본바 한지윤은 혼자서도 사냥을 나갔다.

혹시 사냥을 나간 것이 아니라 정보를 얻으러 간 것이 아닐까?

바깥에 특별한 뭔가가 있는 비밀 장소가 있는 게 아닐까?

이내 장윤석은 거처에 도착했고 창가로 다가갔다.

'뒤를 밟아봐?'

한지윤이 숨기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그래야 후에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하."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장윤석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태백 빌딩을 보았다.

'저것들만 아니었어도.'

고블린들이 영역을 확장하지만 않았더라도 이리 빠르게 합류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보를 좀 더 확보하고 더욱 동등한 상황에서 합류했을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

장윤석의 표정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저건 뭐야?'

태백 빌딩 옥상으로 무언가 안착했다.

'...사람이었지?'

순간이었기에 명확히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분명 사람의 형태였다.

'대체...'

장윤석은 혼란스러운 얼굴로 어스뷰1을 보았다.

'뭐지?'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어스뷰1에서 넘어온 것으로 추정됐다.

'...잘못 본 건가?'

****

창가에서 태백 빌딩을 바라보던 한지윤은 이내 고개를 돌려 어스뷰1을 보았다.

'언제 점령하러 가려나?'

고블린들의 다음 목표는 어스뷰1이었다.

'정오 전에 가려나?'

언제 점령을 하러 갈지 궁금했다.

'하나씩만 점령했으면 좋겠는데...'

꿈에서는 하루에 하나씩 점령했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일단 고블린들의 영역 확장 시작 시기가 크게 앞당겨졌다.

상황이 달라졌으니 하나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어스뷰2까지 점령하면...'

한지윤은 미간을 찌푸렸다.

바로 그때였다.

'음?'

어스뷰1 옥상에서 뭔가가 엄청난 속도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이내 태백 빌딩 옥상으로 사라졌다.

'뭐지?'

한지윤은 당황했다.

'분명 사람이었는데...'

거리가 멀어 세밀히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확실히 사람이었다.

'어떻게 저 거리를...'

태백 빌딩과 어스뷰1 사이의 거리는 50m가 넘었다.

점프해서 넘어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어떤 직업인거지? 저런 이동 스킬 있는 직업이 있었나?'

한지윤은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이내 한 직업의 스킬을 떠올렸다.

'플라이?'

바로 마법사의 스킬 '플라이'였다.

'근데 그거 엄청 아래에 있는 스킬이잖아.'

플라이는 바로 배울 수 있는 스킬이 아니었다.

수많은 바람 마법 스킬을 습득해야 배울 수 있는 스킬이었다.

'벌써 플라이를 배운 사람이 있다고?'

한지윤은 고개를 갸웃했다.

'다른 스킬인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플라이는 아닌 것 같았다.

다른 직업의 다른 스킬로 추정됐다.

'대체 누구지?'

29화

29.

꿈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정보가 아예 없었다.

그래서 더욱 신경 쓰였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잠깐.'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한지윤은 눈을 번뜩였다.

'설마 저 사람 때문인가?'

어째서 고블린들이 영역 확장을 일찍 시작한 것일까 항상 의문이었다.

'그래, 능력을 보면...'

50m가 넘는 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했다.

능력을 보면 범상치 않은 존재다.

영역 확장이 빨라진 데에 분명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근데 왜 태백 빌딩에 간거지?'

이어 든 생각에 한지윤은 고개를 갸웃했다.

태백 빌딩에서 어스뷰1로 간 게 아니다.

어스뷰1에서 태백 빌딩으로 갔다.

현재 태백 빌딩은 고블린들의 거점이 된 상태였다.

고블린들이 득실거리는 무척 위험한 곳이 된 것이다.

어째서 위험한 태백 빌딩으로 간 것일까?

'...자려고 했는데.'

한지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원래는 바로 잠을 자려고 했다.

그런데 자면 안 될 것 같았다.

매우 중요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지윤은 냉장고에서 커피를 하나 꺼내 창가로 돌아왔다.

딸칵

그리고 커피를 마시며 태백 빌딩과 거점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

주술사 고블린이 지팡이를 뻗었다.

그러자 허공에 작은 마법진이 생성됐고 이어 마법진에서 나무뿌리가 튀어나왔다.

강진석은 날아오는 나무뿌리를 보며 싱긋 웃었다.

그리고 옆으로 한걸음 옮겼다.

훙!

그러자 나무뿌리가 강진석의 머리가 있던 곳을 지나쳤다.

이어 강진석은 나무뿌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스걱!

검은 나무뿌리를 아주 가볍게 파고들었고.

스아아...

절단된 나무뿌리는 그대로 먼지로 변해 사라졌다.

강진석은 주술사 고블린을 보았다.

주술사 고블린은 매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기야 회심의 공격이 막혔는데 당황해 하는게 당연했다.

강진석은 주술사 고블린에게 다가가며 생각했다.

'나무뿌리가 이 정도인 줄 알았으면 진즉 때려 잡는거였는데.'

처음 주술사 고블린들이 힘을 합쳐 나무뿌리로 도로 위에 거점을 만들었다.

그때의 나무뿌리를 생각해 강진석은 경계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나무뿌리는 형편이 없었다.

한번 움직이면 방향을 바꾸지도 못했고 속도도 느렸다.

거기다 공격력도 약했다.

피하지 않더라도 생채기 하나 나지 않을 정도였다.

-키..키익!

주술사 고블린은 강진석이 다가오자 당황스러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러나 양옆에 있던 부장 고블린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강진석을 보며 부들부들 떨 뿐이었다.

-키익!

-키이익!

물론 어느정도 거리가 가까워지자 부장 고블린들은 괴성을 내뱉으며 강진석에게 달려들었다.

강진석은 검을 휘둘렀다.

스걱! 스걱!

그렇게 두 부장 고블린은 죽음을 맞이했고.

이어 강진석은 홀로 남은 주술사 고블린에게 다가가 재차 검을 휘둘렀다.

스걱!

[주술사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1000 상승합니다.]

그렇게 주술사 고블린도 죽음을 맞이했고 4층 정리가 끝났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며 활짝 웃었다.

활짝 웃은 이유는 4층 정리가 끝났기 때문이 아니다.

'드디어 완료구나.'

퀘스트 조건을 달성했기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특수 퀘스트를 완료했다.

[특수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포인트가 7만 상승합니다.]

'7만...'

강진석은 포인트 상승 메시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정신을 차린 강진석은 보유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13만 8000]

'와...'

확인과 동시에 강진석은 감탄을 내뱉었다.

특수 퀘스트 덕분에 포인트는 현재 10만이 훌쩍 넘어선 상태였다.

'1층까지 청소하면...'

아직 사냥이 끝난 게 아니다.

3층부터 1층까지 감지된 고블린만 400마리가 넘었다.

전부 잡으면 포인트가 얼마나 늘어날까?

'거점 탈환도 포인트를 주려나?'

거기다 현재 강진석은 퀘스트 '거점 탈환'을 진행 중이었다.

'얼마나 주려나...'

만에 하나 퀘스트 보상이 포인트라면?

보유 포인트 20만을 넘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 특수 퀘스트보다 더 어려운 퀘스트인데 적게 주지는 않겠지.'

퀘스트 '거점 탈환'의 난도는 방금 완료한 특수 퀘스트보다 높았다.

난도를 생각하면 적지 않은 보상이 제공될 것이다.

'근데 지하가 문제인데...'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거점 탈환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지하층 역시 청소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여전히 초감각으로 지하층을 완벽히 감지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초감각을 막는 '무언가'가 전처럼 단단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현재 지하 1층의 천장 정도는 감지할 수 있었다.

1층에서는 '무언가'를 완전히 뚫고 지하 1층 전부를 감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일단 1층까지 청소하고 생각하자.'

강진석은 지하층에 대한 생각을 접고 계단실로 나왔다.

-키릭?

-키익?

계단실로 나오자마자 강진석은 계단을 통해 올라오고 있는 고블린 5마리를 볼 수 있었다.

이미 초감각으로 고블린들이 올라오고 있던 것을 알고 있던 강진석은 당황하지 않고 점프했다.

허공에 뜬 강진석은 그대로 비행하며 고블린들에게 날아가 검을 휘둘렀다.

스걱! 스걱!

앞에 있던 두 고블린들은 반응하지 못했고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 한 채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그대로 고블린들 머리 위로 날며 연달아 검을 휘둘렀다.

스걱! 스걱! 스걱!

그렇게 뒤에 있던 세 고블린까지 죽음을 맞이했고 강진석은 비행을 멈춘 뒤 계단에 발을 디뎠다.

'비행이 좋긴 하네.'

만약 비행이 아니었다면?

시체에 가로막혀 지금처럼 빠르게 죽이지 못했을 것이다.

강진석은 다시 걸음을 옮겨 계단을 내려갔다.

끼이익!

그리고 3층 문앞에 도착하자마자 문을 열었다.

스걱! 스걱!

여태까지 그래왔듯 강진석은 진입하며 앞을 막고 있던 고블린들의 목을 날렸다.

-키익?

-키릭?

그리고 근처에 있던 고블린들이 동족의 죽음에 당황했다.

스걱! 스걱!

물론 강진석은 그 사이에도 공격을 이어 나갔고 추가로 두 고블린의 목이 떨어졌다.

-키익!

-키이익!

이내 고블린들의 괴성이 울려 퍼졌고 강진석은 힐끔 왼쪽 복도 끝을 보았다.

3층에는 주술사 고블린이 둘 있었다.

그리고 둘 다 왼쪽 복도 끝에 있었다.

강진석은 고블린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생각했다.

'날아 오겠지?'

앞서 주술사 고블린들을 사냥하며 모든 것을 확인했다.

곧 주술사 고블린들의 마법이 날아올 것이다.

스아아!

스아아!

예상대로 5초도 지나지 않아 왼쪽 복도에서 푸른 덩어리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예상과 한 치도 다르지 않은 상황에 피식 웃었다.

푸른 덩어리에 대한 반응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강진석은 푸른 덩어리를 무시한 채 고블린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내 푸른 덩어리가 강진석에게 작렬했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현혹을 무시합니다.]

[현혹을 무시합니다.]

'역시.'

예상했던 메시지가 나타났고 강진석은 은은히 미소를 지었다.

역시나 신경 쓸 필요 없었다.

강진석은 고블린들을 쓰러트리며 왼쪽 복도 끝으로 향했다.

주술사 고블린들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저벅!

바로 그때 강진석이 옆으로 한걸음 옮겼다.

훙!

그러자 강진석의 머리가 있던 자리로 나무뿌리가 쑥 지나갔다.

스걱!

강진석은 검을 휘둘러 나무뿌리를 베었다.

스아아...

나무뿌리가 먼지가 되어 사라졌고 강진석은 뿌리가 날아온 방향을 보았다.

그리고 이미 지팡이를 뻗은채 당황해하는 주술사 고블린과 지팡이를 뻗고 있는 주술사 고블린을 볼 수 있었다.

스아악!

이어 허공에 작은 마법진이 생성됐고 나무뿌리가 튀어나왔다.

물론 이번 뿌리 역시 강진석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스걱! 스아아...

강진석은 뿌리를 피한 뒤 베었고 그대로 먼지로 변해 사라졌다.

그리고 강진석은 주술사 고블린들에 대한 관심을 접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현혹과 나무뿌리를 사용했다.

주술사 고블린들이 다시 현혹 마법을 사용하려면 5분, 나무뿌리 마법은 3분을 기다려야 한다.

3분은커녕 2분안에 강진석은 주술사 고블린들 앞에 도착할 자신이 있었다.

강진석은 묵묵히 고블린들을 죽이며 전진했고.

스걱!

[주술사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1000 상승합니다.]

스걱!

[주술사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1000 상승합니다.]

두 주술사 고블린을 처치할 수 있었다.

주술사 고블린들이 죽자 3층에 있던 모든 고블린들의 기운이 폭풍을 만난 조각배처럼 사정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공포에 전의를 상실한 고블린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그렇지 않아도 쉬웠던 사냥은 더욱 쉽게 끝났다.

그렇게 3층 정리를 마친 강진석은 곧장 2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2층에 발을 디딘 순간.

"...!"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초감각을 막고 있던 지하 1층의 '무언가'.

1층에 가면 완전히 뚫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2층에 도착한 순간 초감각이 '무언가'를 뚫어냈고 지하 1층을 감지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명확히 감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이 흐렸다.

형태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알 수 있는 것은 지하 1층에 돌아다니는 존재들이 고블린이라는 것뿐이었다.

'1층 가면 확실히 알 수 있겠지.'

조금이나마 지하 1층에 대한 정보를 얻은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2층 청소를 시작했다.

2층에는 주술사 고블린이 셋 있었다.

거기다 한 곳에 있는게 아니라 중앙, 양쪽 복도 끝에 따로따로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층에 비해 시간이 조금 더 걸렸을 뿐 강진석은 얼마 지나지 않아 청소를 끝냈고 계단실로 나왔다.

이제 대망의 '1층'이었다.

1층은 바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다른 층보다 훨씬 오래 걸릴 것으로 추정됐다.

강진석은 바깥에서 고블린들이 얼마나 유입될지 생각하며 1층으로 향했다.

그리고 1층에 도착하기 직전 미간을 찌푸렸다.

'...지하 2층에도 있네?'

초감각을 막아내던 '무언가'가 지하 2층에도 있었다.

'설마 층마다 있는건가?'

지하 3층, 4층, 5층에도 있을 것 같았다.

'던전도 아니고 대체...'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린 채 다시 걸음을 옮겨 1층 문을 열었다.

끼이익

그리고 1층에 발을 들이자마자.

[퀘스트 '거점 탈환'을 진행중입니다.]

[1층에 진입하셨습니다.]

[6시간 동안 모든 출입구가 봉쇄됩니다.]

[남은 봉쇄 횟수 : 4]

주르륵 메시지가 나타났다.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출입구 봉쇄?'

그도 그럴 것이 생각지도 못한 메시지였다.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가장 가까운 입구를 보았다.

반투명한 장막이 생겨나 있었다.

'배려가 좋네.'

태백 빌딩 바깥에 거점이 있다.

진짜 거점이라 할 수 있는 방화역도 있었다.

즉, 봉쇄가 되지 않으면 고블린들이 끊임없이 유입될 것이다.

강진석은 당연히 끊임없는 유입도 감당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배려를 해주다니?

절대적 존재들의 목적이 대체 무엇이기에 이리 배려를 해주는 것일까?

스윽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고블린들을 보았다.

그리고 1층 곳곳을 돌아다니며 고블린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고블린 숫자는 다른 층보다 많았다.

그러나 다른 층과 달리 1층은 훤히 트여 있었고 동선에 제한이 없어 강진석은 더욱 빠르게 청소할 수 있었다.

스걱!

[부장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200 상승합니다.]

이내 부장 고블린을 끝으로 청소가 끝났다.

그리고 강진석은 뒤로 돌아섰다.

주어진 봉쇄 시간은 6시간이었다.

그 안에 지하층도 마무리 지어야 했다.

그러나 바로 그때.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거점 탈환'을 완료하셨습니다.]

메시지가 나타났고 강진석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태백 빌딩이 요새화됩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10만 상승합니다.]

.

.

[홀로 거점을 탈환하셨습니다.]

[특수 보상을 획득합니다.]

[요새 지배권을 획득하셨습니다.]

[요새 관리창이 활성화됐습니다.]

.

.

나타난 메시지는 한, 두개가 아니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게 뭔...'

3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