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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RREHA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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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Chapter 1 - 146-149

사용 방법을 습득한 후, 81층에서 터뜨려보자.

< 하남자의 탑 공략법 146 >

다시 집으로 돌아온 주혁.

다행히 핵무기는 확보했지만 금방 가져올 수 있나?

사용할 수 있게끔 준비되려면 시간이 제법 걸린다.

그래서 주혁은 코사크를 보내주기로 했다.

LSSR 등급 돌파를 위해.

2주 정도만 기다리면 되니까.

현재 남은 현물 배지는 27개.

코사크의 가슴에 달린 배지 9개.

돌파하는데 25개가 필요하니까, 피소환인 등급 돌파의 룬과 배지 16개를 코사크의 손에 꼭 쥐여 주며.

"무사히 돌아오세요. 돌파 실패해도 상관없어요."

"···예압!"

아아.

개국공신을 2주 동안 보지 못한다니.

와락! 껴안고는.

"코사크, 화이팅!"

"헉! 이, 이러지 마십쇼. 제 취향은 확고함다."

"거참! 나도 이성 좋아해요. 땀내 나는 남자 안는 게 좋은 줄 아나?"

"헤헤."

남자끼리의 포옹.

진한 우정의 표현 아닌가.

그러고 나서.

"코사크, 소환 해제."

스팟!

이제 남은 배지는 11개.

앞으로 배지 수여식도 못 하겠네.

'뭐, 천천히 모아가면 되지.'

코사크의 빈자리.

나머지 피소환인들이 메꾸었다.

광마와 고방, 베 상사, 바르딘, 라직스와 혈랑, 제페트가 번갈아 가며 북한으로 출근했다.

그리고 SR 등급으로 돌아온 디아마트는 집안일.

견달래가 시간 날 때마다 귀에서 피가 날 정도로 디아마트의 정신교육을 담당했고.

한편 우리 방구석 연금술사 알리아마리는?

견달래와 대화 중.

<겅듀♥선녀> : ···그래서 핵을 사용할 거야. 81층에서.

<마리> : 폭발할 때 충격파가 장난이 아닐 텐데, 방사능도 신경 써야 하고, 소환사님이 걱정돼.

<겅듀♥선녀> : 괜찮아. 우리도 준비 중이야. 밖에서 나랏일 하는 공자님의 부하가 도움을 주고 있고.

<마리> : 부럽다. 나도 도움이 되고 싶은데, 그래도 방사능은 해결할 수 있어.

<겅듀♥선녀> : 잘됐다. 근데 폭발형 말고 방어에 특화된 호문쿨루스는 없어?

<마리> : 아! 있어. 기본형 몇 개를 개조하면 돼,

<겅듀♥선녀> : 좋아, 빨리 만들어. 아마 공자님하고 같이 81층에 입장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

<마리> : 알았어. 최대한 많이 만들어볼게.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거의 2주가 흐른 시점.

"호에!"

북한에서 퇴근한 라직스가 아공간 배낭에 전술 핵탄두 2개를 넣고 왔다.

무선 격발장치까지 완비된.

즉 단추만 누르면 터질 수 있도록.

작동은 문제없을 것이다.

핵기술 하면 북한 아닌가.

비록 전술 소형 핵탄두지만 히로시마 급 원폭보다 더 강한 위력.

2개면 충분하다.

초거대 괴수든 초초거대 괴수든, 초초초 울트라 거대 괴수든, 순식간에 녹아버릴 것이다.

그리고 하루가 더 지났다.

카탈로그에서 소환 가능 상태로 변한 우리 인민무력부장.

"존 코사크 지정 소환!"

스팟!

"봉 소환사님! 이 코사크 무사히 돌아왔슴다."

드디어 그가 왔다.

LSSR 등급 돌파를 성공해 내고 말이다.

"오! 르스스알 인민무력부장 동지."

"내레, 죽는 줄 알았시오. 정신 강화, 그거 보통이 아님메다."

"아유, 르스스알 님, 엄살도 르스스알이야. 하하하하!"

"헤헤헤헤."

<카탈로그 : 암살, 잠입, 정찰, 교란, 협박, 강탈, 광란의 소드마스터>

- 이름 : 존 코사크

- 등급 : LSSR(레전드 스페셜 슈퍼 레어)

- 유형 : 암살자(인간)

- 현신 기한 : 6시간

- 만족도 평가 : 없음.

- 재소환 대기 시간: 3시간(현재 지정 소환 가능)

수식어야 그렇다 치고,

무려 소드마스터.

아버지의 유산을 이어나가겠다는 건가?

마음에 들었다.

현신 기한이 줄어든 것이 아쉽긴 하지만.

슬슬 준비해보자.

공략에 그다지 많은 사람은 필요치 않다.

광마, 코사크, 그리고 마리가 고정 멤버.

라직스는 81층까지 핵탄두 배달.

베로니카는 베헤모스 유인.

고방은 핵탄두 설치.

이 정도면 충분하다.

가보자.

아주 산산조각으로 만들어버려야지.

※ ※ ※

[대한민국 검은 탑(NO.2) 81층에 입장합니다.]

[현재 헬 모드 단계입니다.]

다시 81층에 들어왔다.

빠르게 준비.

오늘을 위해 미리 손발을 맞췄다.

일단 앞으로 나가서 임무를 받고.

띠링!

공략 시작 상태에서 라직스가 아공간 배낭에서 최초로 꺼낸 건···,

"호에!"

탑 금속으로 만든 거대하고 튼튼한 삽이었다.

플레이어 샵 공방에서 만드느라 한참 걸렸다.

전광일 부청장이 도와줘서 빨리 만든 것.

누가 쓸 거냐고?

거대화 고방이지.

그 말고 누가 써?

팍팍팍팍!

고방은 거대 삽을 이용해 열심히 땅을 팠다.

그 모습에 감탄하는 베 상사.

"고방 씨만 있으면 참호 진지 공사 같은 건 식은 죽 먹기일 겁니다."

그랬다.

삽도 크고, 힘도 좋고.

순식간에 크고 깊숙한 사각 구덩이가 만들어졌다.

다음.

스스스슷.

라직스는 아공간에서 가로, 세로, 높이 각각 3m 정도인 콘크리트 구조물을 꺼냈다.

맞다.

간이 휴대용 방공호다.

2주간 준비하면서 만든 것.

정육면체, 두꺼운 콘크리트 벽.

내부와 외부엔 견달래의 부적과 금줄이 붙어 있었다.

납 성분이 들어간 철판도 덧댔다. 

밖에서 제작해서 아공간 배낭에 넣어 왔다.

캠핑카도 들어가는 데 이쯤이야.

"호에에에."

고방이 판 구덩이에 간이 방공호를 넣을 예정.

라직스가 구덩이에 손을 뻗으니 휴대용 방공호가 딱 맞게 들어갔다.

출입구가 달린 윗부분만 남기고 흙으로 빈틈없이 메꾸면서, 흔들리지 않도록 다진 후에.

10분도 안 돼 만들어진 완벽한 방공호.

2주 동안 가장 신경 쓴 것이 바로 이 부분.

핵은 양날의 검,

81층에서 터뜨리면 베헤모스 뿐만 아니라 자신들도 위험하다.

그러나 이젠 안전해졌다.

베헤모스는 빼고.

본격적인 공략 시작.

스슷, 스슷,

마지막으로 라직스는 격발장치가 달린 전술 핵탄두 2개를 꺼내놓았다.

"수고했어요. 라직스씨,"

"호에에에."

"내가 우리 라직스 씨는 배지 꼭 챙겨줄게요."

"호엥!"

라직스가 없었다면 핵폭발 공략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

"이리 와요, 가기 전에 한 번만 안아봅시다."

"호에···,"

우리 우주대머슴,

꽉! 안아서 복슬복슬한 털에다 얼굴도 비비고.

그런 뒤에.

"라직스, 소환 해제."

스팟!

라직스가 자신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돌아갔다.

이제 핵탄두 설치.

최대한 놈을 간이 방공호에서 멀리 떨어뜨려야 한다. 

그를 위해 놈을 유인할 필요가 있다.

유인 작업은 베 상사의 몫.

"다치지 마세요. 안전 제일! 아시죠?"

"상사 베로니카 캘리버. 명령대로 이행하겠습니다."

그러더니 스윽, 몸을 가까이 밀착하는 베 상사.

"왜, 왜요?"

"저도 보급관님처럼 안아 주십시오. 그러면 사기가 오를 것 같습니다."

"···어."

갑자기?

"베 상사, 내가 대신 안아드림다. 르스스알의 포옹임다. 사기가 하늘 끝까지 오를 검다."

"응, 닥치시고요."

"호에?"

라직스 흉내는 왜 내?

"지휘관님, 빨리 안아주십시오."

"···."

어쩔 수 없다.

최대한 허리는 쭉 빼고 살포시 안아서,

물컹!

'···으힉?'

그러나 꾹 참고 속으로 기도문을 외우며 등을 토닥토닥.

"감사합니다! 지휘관님!"

베로니카의 사기가 +10 올랐습니다. 라는 메시지가 들리는 듯.

타다다닥!

전술 기동으로 달려 나가는 베로니카.

그 뒤를 양어깨에 핵탄두 하나씩 얹은 거대화 고방이 따라갔다.

탄두 중량만 약 200kg인 핵탄두.

하지만 고방에겐 아무것도 아니다.

기껏해야 합쳐서 400kg 아닌가?

베로니카와 고방.

그렇게 한참을 뛰어가더니.

찌이이잉!

파주주죽!

콰쾅!

베 상사가 발사한 대형탄이 초거대 괴수 타이탄 베헤모스에게 명중했다.

"크라라라라라락!"

크게 한방 먹이고.

파죽! 파주주주죽! 파주주주죽!

소형 연발탄으로 괴롭히기.

쿵쿵쿵쿵!

베로니카를 쫓아 자신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베헤모스.

그 뒤를 핵탄두를 들고 추적하는 거대 고방.

핵탄두 설치가 진행되는 동안 주혁은 방구석 연금술사 알리아마리를 소환했다.

스팟!

언제나처럼 고개를 숙이고 쪼그려 앉은 채 소환된 마리.

그녀의 역할은 방공호 안에서 방어형 호문쿨루스를 꺼내 혹시라도 있을 위험에 대비하는 것.

그런데, 

스윽,

소환된 마리가 스윽, 물약 몇 병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건?"

<현자가 제조한 최상급 정화의 비약>

"아! 방사능 때문에?"

바닥에 손가락으로 슥슥 글씨를 쓰는 마리.

- 네.

"효과가 있어요?"

슥슥.

- 있어요. 외부에서 들어오는 그 어떤 기운도 정화해줘요.

"어떻게 방사능물질을 알고···,"

- 저도 핵폭발을 겪어봤거든요. 다른 세상에서, 물론 탑 밖이었지만.

아!

그렇지.

지구 문명과 비슷한 세상이 많이 존재했었다니까.

"마리씨도 드셨죠?"

슥슥.

- 마셨어요.

옆에서 멀뚱히 서 있는 광마와 코사크에게도.

"한 병씩 드세요. 방사성 물질을 막아준다니까."

"재주는 있구나. 고맙다. 연금술사."

"무슨 맛임까? 딸기 맛이면 좋겠슴다."

꿀꺽꿀꺽.

광마와 코사크의 역할은?

베헤모스가 만에 하나 살아남았을 때, 숨통을 완전히 끊어 놓는 임무.

솔직히 그럴 리 있겠나?

지가 핵폭발에서 어떻게 살아남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피소환인 중에서 가장 강한 딜러 두 사람을 곁에 두는 거고.

파죽! 파주주죽!

열심히 유인 작업 중인 베로니카.

주혁은 계속 기다렸다.

망원경으로 관찰하면서.

거리가 충분히 벌어질 때까지.

잠시 후.

피융! 팡!

베로니카가 쏘아 올린 신호탄이 하늘에서 터졌다.

거리도 충분히 벌렸고 핵탄두도 베헤모스 가까운 곳에 설치되었다는 신호.

목적 달성.

그럼?

"베로니카 소환 해제, 고방 소환 해제."

스팟! 스팟!

베 상사와 고방도 무사히 돌아갔고.

덜컹!

주혁은 방공호 문을 열고 광마와 코사크, 마리와 함께 들어간 후 문을 닫았다.

쿵!

'이제 곧···.'

무선 격발장치를 꺼내자.

촤르르르르르.

마리의 방어형 호문쿨루스들이 나타나더니.

차착! 차차차차착!

방공호 안에 오밀조밀하게 퍼졌다.

동시에,

스웅, 스웅, 스웅, 스웅, 스웅···,

각 호문 하나당, 하나의 실드 보호막.

아주 작은 비눗방울처럼 변했다.

충격 완화 역할.

완충재가 방공호 안을 가득 채웠다고 보면 된다.

실로 완벽하다.

3중 4중으로 꽁꽁 둘려 처진 보호막.

지이잉.

주혁도 에너지 방어막 실행.

동시에 천지일원공의 기운도 돌리고.

바로 터뜨린다.

가즈아! 인민의 핵불맛!

쿡!

격발장치를 누르니.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무시무시한 굉음과 함께 핵폭발이 일어났다.

방공호 안이 마구마구 흔들린다.

하지만 충격 같은 건 느껴지지도 않았다.

쿠쿵! 드드드드드드···,

한편 주혁 바로 옆에서 바르르르, 떨고 있는 마리.

'무서워서 그런가?'

그런 그녀를 뒤에서 슬쩍 안아주는 주혁.

움찔!

더 심하게 떨리는 마리의 몸.

오늘 다양하게 안아보네.

라직스, 베로니카, 마리도.

쿵덕쿵덕!

요란하게 들리는 심장박동.

핵탄두가 마리의 심장에서 터진 줄 알겠다.

아무튼 방공호 안에 주혁과 마리, 광마, 코사크는 멀쩡했다.

히로시마 원폭보다 더 위력이 강한 전술 핵폭탄이 2개나 터졌는데도 말이다.

※ ※ ※

관리자들은 공략 과정을 처음부터 실시간으로 구경하고 있었다.

라직스가 아공간 배낭에서 삽을 꺼낼 때부터.

어이가 없었다.

웬 삽?

[저건 뭐야? 베헤모스를 삽으로 때려잡으려는 건가?]

[땅을 파고 있는데요.]

[왜 땅을 파지?]

[함정이라도 만들려고?]

[초거대 베헤모스를 함정에 빠트린다니요. 하하하. 그럴 리가.]

다음으로 꺼낸 콘크리트 구조물.

[집인가?]

[장기전이라도 계획하는 모양입니다.]

[2시간밖에 안 되는데 무슨 장기전.]

[아무튼 저 일꾼은 별걸 다 넣어서 다닙니다.]

[생각보다 능력이 뛰어난 일꾼이네요.]

[흥! 그래봐야 비전투 요원이지.]

그리고.

기어코 모습을 드러낸 2개의 핵탄두.

[어어?]

[무, 무슨?]

[···뭐지?]

[해, 핵무기 같습니다만.]

[저게 왜 배낭에서 나와]

[글쎄요?]

핵이다.

현 지구 과학 열병기의 최종 테크트리.

핵분열로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서 모든 것을 태우고 부수며 지형의 모습마저 변화시키는 강력한 폭탄.

관리자들은 입을 떡 벌렸다.

그리고 번뜩 정신을 차렸다.

저놈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챘기 때문이다.

땅을 파고, 콘크리트 구조물을 넣고, 한 명은 베헤모스 유인하고, 한 명은 폭탄을 들고 따라가고.

[81층에서···, 핵을?]

[마, 막아! 공략하게 놔둬선 안 돼! 핵무기를 빼앗아!]

[으음, 아, 안 됩니다. 공략 중엔 우리가 개입할 수 없어요.]

[규칙이라도 바꿔! 탑에서 핵분열이 일어나지 않게끔!!!]

[그건 시간이 오래 걸려서.]

[닥치고 뭐라도 해보라···,]

하지만 이미 늦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망했군.]

81층, 드넓은 초원지대에.

거대한 버섯구름이 피어올랐다.

그것도 2개씩이나.

[···.]

[···.]

[···.]

모두 침묵했다.

이게 말이나 되나?

탑 안에서 핵이 터져?

어이가 없었다.

욕설이 튀어나오는 건 당연했다.

[이런 씹···!]

[제기랄!]

[시련? 시련? 이게 시련이야? 씨발!!!]

뭐?

소환사의 멘탈을 무너뜨려?

정작 무너지는 건 관리자들의 멘탈.

패닉 상태에 빠졌다.

상상도 못 할 일이 81층에서 벌어졌다.

이게 다 그 수인족 일꾼 때문.

[하아, 일꾼 주제에 어떻게?]

[광마나 마리만 신경 썼지, 다른 피소환인들의 능력을 간과한 것이 실수였습니다.]

[수인족 일꾼의 능력을 제재할 방법은?]

[그, 그건 불가능합니다. 탑의 규칙을 바꾸는 건 되지만.]

[···.]

망연자실한 관리자들.

이런 미친 공략은 처음 봤다.

※ ※ ※

쿠쿠쿠쿠쿠···,

충격파가 점점 사그라졌다.

민둥산은 어떻게 됐지?

초거대 괴수 타이탄 베헤모스말이다.

아직 안 죽었나?

광마가 천장에 달린 방공호 뚜껑을 열었다.

후끈!

폭발로 인한 열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참을 만하네.'

주혁과 일행은 방공호 밖으로 나왔다.

다시 망원경으로 관찰.

저 멀리 베헤모스가 있던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두 개의 버섯구름만이 보일 뿐이었다.

'완료 메시지는 언제 떠?'

시스템이 판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모양.

하긴, 지금까지 이런 공략은 없었으니까.

바로 그 순간!

[초거대 괴수 타이탄 베헤모스 1/1]

[81층 임무에 성공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라갔습니다.]

[보상 : 상급 마정석 81kg]

오! 드디어 임무 성공 판정.

당연한 거지.

핵으로 죽이든, 칼로 찔러 죽이든, 베헤모스 처리만 하면 성공 아닌가.

[확정 보상이 지급됩니다.]

과연?

[탑 소속 하르트만의 영혼 해방 절차가 시작됩니다.]

'됐어!'

[하르트만의 영혼이 81층에 소환되었습니다.]

스팟!

"아!"

나타났다.

77층에서 쇠사슬에 묶인 채 죽어가던 그 하르트만이, 지금은 멀쩡한 모습으로 81층에 등장했다.

이렇게 보니 확실히 알겠다.

코사크와 판박이라는 사실을.

"···아부지?"

"리안."

"절 알아보시겠슴까?"

"알다마다."

"그리고···, 어, 여, 여긴."

하르트만은 푸근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 깨달았다. 여기가 탑이라는 것도, 내가 속박된 영혼이라는 것도, 앞으로 풀려날 거라는 것도, 그리고 네가 해온 일들도."

그리고 주혁을 바라보는 하르트만.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진심이 담긴 감사의 인사.

한참 동안을 그렇게 있었다.

잠시 후 고개를 들더니 코사크를 보면서,

"리안. 이리 와라. 안아보자꾸나."

"···."

코사크가 아무 말 없이 다가갔다.

덥석!

서로 끌어안은 두 사람.

어우,

눈에 뭐가 들어갔나.

방사능 낙진이야?

눈물이 막 나네.

< 하남자의 탑 공략법 147 >

하르트만 부자.

서로 얼굴도 닮고 성격도 비슷했다.

일단 둘 다 말이 많다.

그래도 방해하지 않고 그들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는 주혁.

흐뭇하다.

아름다웠다.

얼마나 보기 좋은지.

"암살 길드 길드장 그놈, 시원하게 죽였슴다. 원수 갚았슴다."

"칼리우스 황제는?"

"걔도 한번 죽이긴 했는데, 부족함다. 다시 가서 한 번 더 죽일 검다."

"웬만하면 한 번에 죽이지 말고 천천히 고통을 각인시켜 주면서 죽이거라."

"넴."

오고 가는 대화는 썩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아버지, 영혼도 해방되었으니 이참에 피소환인에 지원해보는 게 어떻슴까?"

"피소환인? 나더러 아들과 같은 직장에 다니라는 게냐?"

"예압!"

"···소환되면 네 밑이고?"

"당연한 거 아임까? 나중에 들어오면 신입임다. 아무리 부자 관계라도 지킬 건 지켜야 함다."

저저저, 입벌구 코사크.

입만 벌리면 구라네.

그럼 광마 영감님이 자기보다 아래야?

그건 그렇고.

하르트만 님이 피소환인이라,

'조금 껄끄러운데.'

코사크 아버지에게 이래라저래라 어떻게 지시를 내려?

"제의는 고맙지만 사양하련다."

다행이다.

"왜 그러심까?"

"네 엄마 찾으러 가야 하거든."

"아!"

"사후세계가 있는 것 같으니 어떻게든 찾아봐야지."

"찾으시면 안부 전해주십쇼. 전 잘살고 있다고. 나중에 일이 잘되면 만나러 갈 수도 있다고."

"알았다. 그렇게 전하마."

제발 그렇게 되길.

"아참! 아버지가 절 한칼에 상하체를 분리해 죽였다는 말은 안 하는 게 좋겠슴다."

"···."

"어머니가 아버지 죽일지도 모름다."

"···."

아니?

미치셨습니까? 코사크?

어떻게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을?

"···그때 나의 검술이 어떠했느냐?"

"당시엔 알고도 못 피했지만 지금은 할만함다. 저도 소드마스터임다. 캬캬캬캬."

"그래? 그럼 어디 한번 겨뤄보자꾸나."

피식, 웃는 코사크.

"자신있슴까?"

"조심하거라. 또 반으로 잘려 죽기 싫거든."

부전자전.

둘이 똑같다.

"제가 되갚아드림다."

"어서 들어와라. 네게 보여 줄 것도 있으니."

"뭘 보여줌까?"

"우리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검술, 하르트만 검식이란다."

츠핏!

섬전 같은 빠르기로 발검하는 하르트만,

챙!

여유롭게 받아넘기는 코사크.

"좋슴다. 겨뤄볼 만 함다."

"여유 부리다 큰코다친다."

"르스스알 우습게 보지 마십쇼."

츠피피핏!

매서워지는 검식.

코사크가 연신 뒤로 물러났다.

"흐익?"

"왜? 겨뤄볼 만하다며?"

"···아들 또 죽이려는 검까?"

멈칫! 흔들리는 하르트만의 검.

채챙!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세에 나서는 코사크.

"농담임다. 신경 쓰지 마십쇼."

와! 사악한 거 좀 보소.

저런 식으로 흔드나?

하지만 저게 코사크의 싸움 방식.

암살, 잠입, 정찰, 교란, 협박, 강탈, 광란의 소드마스터.

그래서인지 하르트만도 실소를 흘리며 코사크를 상대해나갔다.

"들어오거라."

"예압!"

채챙! 챙챙! 챙! 챙!

검이 오고 간다.

하르트만의 검식은 매서운 듯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가르침이었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다가 익숙해졌다 싶으면 또 다른 검식.

알 것 같다.

떠나기 전에 아들에게 가전 검술을 전해주려는 아버지의 마음.

코사크라고 그 마음을 왜 모를까?

열심히 검식을 따라했다.

"참으로 감동적이군."

광마가 주혁에게 다가와 말했다.

"동감입니다."

"저 암살자 놈도 애비의 죄책감을 덜어주려고 괜한 호들갑을 떠는 것 같고."

맞다.

아버지가 아들을 죽인 참혹한 비극.

'다 지난 일이다.'

'이젠 농담으로 써먹을 만큼 아무렇지도 않다.'

'그러니 죄책감 따윈 가지지 말고 웃자. 웃어도 상관없다.'

이런 의지를 전달하고 싶은 듯.

그래서 주혁과 광마, 그리고 마리는 아들과 아버지가 나누는 검의 대화를 가만히 지켜봤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점점 흐릿해지는 하르트만의 몸.

그들도 알고 있나 보다.

더 가열차게, 더 격렬하게 검을 부딪쳐갔다.

마침내.

하르트만이 뒤로 물러서서 검을 거두더니.

"리안!"

"아, 아버지!"

"나는 이만 간다. 잘 있어라!"

"어어···,"

스팟!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하르트만.

"아버지···."

코사크가 검을 축 늘어뜨리며 눈물을 삼켰다.

"왜, 왜 그렇게 급하게 가심까! 베 상사 비키니 입은 건 보고 가셔야 하지 않슴까! 아부지!!!"

처절한 코사크의 외침,

눈물과 콧물이 범벅.

"흑흑흑, 동해안 양양이 그렇게 핫 플레이스라고 소문이 났는데, 아버진 가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슬피 울다가.

"음."

언제 그랬냐는 듯 눈물을 딱 그치며.

"후우, 효도하기 힘듬다. 봉 소환사님도 그랬슴까?"

"···."

[확정 보상이 지급되었습니다.]

[탑 소속 하르트만의 영혼 해방이 완료되었습니다.]

[지구 검은 탑 77층 초고난도 선택 임무는 연쇄살인 소드마스터 조르딕 처치로 대체되었습니다.]

[대한민국 검은 탑(NO.2) 81층의 난이도가 일반 모드로 변경되었습니다.]

기본 보상에 확정 보상까지 다 받았다.

다음은?

'S+++ 등급 공략과 플래티넘 배지는 안 주는 건가?'

[세계 공지 : 검은 탑 NO.2(한국)의 81층 공략 등급 S+++를 달성하셨습니다.]

[S+++ 공략 보상 : 플래티넘 배지 2개를 수여합니다.]

'주는구나.'

만족스럽다.

더없이 완벽한 공략에, 더없이 깔끔한 보상이었다.

※ ※ ※

세계 공지는 보통 S+++ 등급 공략이나 탑에 중대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울린다.

오늘은 이거.

[세계 공지 : 검은 탑 NO.2(한국)의 81층 공략 등급 S+++를 달성하셨습니다.]

└ 또 북한 탑이야?

└ 아니. 우리 최고 플레이어 왜 이래? 월북한 건가?

└ 그래, 왜 1번 탑은 공략 안 하는 건데. 76층에서 멈춰있잖아.

└ 동무들, 넓은 마음을 가지라우! 남조선 탑도 붕괴 시한 3년 이상 남았디 않니?

└ 시끄럽고, 또 2번 탑 공략하면 나 삐질거임.

└ 간나 새끼, 같은 대한민국 탑 가지고 편 가르기 하면 안 되는 거디.

그런데 다음날.

다소 이상한 내용의 세계 공지가 울려 퍼졌다.

[세계 공지 : 앞으로 탑 안에서의 열병기 사용은 엄격하게 제한됩니다. 화약 혹은 핵분열과 핵융합 등 지구 과학에 기반한 폭발 반응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 뭐야?

└ 총기 사용은 그렇다 쳐도 핵분열 핵융합이라니.

그런 게 일어나기나 한 건가?

아무튼 화약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 권총은 필요 없겠네.

└ 뭐, 대신 석궁 가지고 가면 되잖아.

└ 아이 씨, 이제 석궁 쓰는 방법도 배워야 하나?

└ 석궁이야 쉽지. 당기고 조준해서 방아쇠 당기면 되는데.

└ 이참에 탑 보상 석궁 하나 장만해. 권총보다 파괴력도 좋잖아. 사거리도 길고.

└ 활은?

└ 그건 좀 힘들걸. 특성 스킬이 있어야지.

└ 근데 핵분열 금지는 또 뭐야? 누가 탑 안에서 핵이라도 터뜨린 거냐?

└ 일단 난 아니다.

└ 동무들, 지금 핵이라고 했소? 핵은 우리 공화국이 전문이디 않카서?

└ 북조선이 터뜨렸나?

└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도 말기요. 핵탄두를 소지하고 어케 들어간다는 거네?

└ 뭐, 그쪽 수령 동지는 솔방울로 핵은 못 만드나?

└ 낄낄낄, 남조선 동무들은 참 재미지구만 기래.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탑에서 핵이 터졌다는 걸 말이다.

하지만 한 사람만은 짐작하고 있었다.

전광일 청장.

초대형 삽이나 간이 방공호를 만들 때 도움을 준 사람이 바로 그.

뜬금없는 핵분열, 핵융합 세계 공지에 한국 각성 관리청에도 문의 전화가 왔다.

혹시 알고 있는 것 있냐면서.

짐작은 하지만 어떻게 말을 해?

모른다고 해야지.

그래도 확인차 봉주혁 플레이어에게 전화해서.

"진짜로 핵이 터졌습니까?"

- 네, 딱 두 방에 초거대 괴수 타이탄 베헤모스 날려버렸어요.

"···."

기가 막힌다.

진짜 핵 공략이라니.

"그, 그래서 탑의 세계 공지가 뜬 겁니까?"

- 하아, 네, 그래서 아까워 죽겠어요. 기껏 대형 삽하고 간이 방공호 제작했는데···, 몇 번 더 써먹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렇다면 봉 플레이어는 핵을 어디서 구한 걸까?

그것도 알만하다.

북한이겠지.

달라고 하면 줘야지.

반항이 불가능했을 텐데.

갑자기 김인중 위원장이 불쌍해진다.

- 참! 레벨은 많이 올리셨어요?

"네, 23레벨입니다."

- 저런! 아직 쪼렙이시네요. 버스 타고 가면 얼마나 편한데, 솔직히 전 딱히 한 것도 없이 82레벨이잖아요.

"···어음, 그런가요?"

뭐지?

놀리는 건가?

- 아무튼 저 휴가 중이라···, 시간 있으면 놀러 오세요. 여기 동해안 바닷가인데.

놀리는 거구나.

바쁜 거 뻔히 알면서도 놀러 오라니.

※ ※ ※

주혁은 전광일 청장과의 통화를 끝내고 다시 선베드에 누워 푸르른 바다를 감상했다.

옆 선베드에는 광마가 누웠고, 뒤엔 캠핑카도 한 대 주차되어 있었다.

캠핑카는 마리의 개인 공간을 위해.

그녀가 하는 일은?

"주인님, 여기···,"

"오! 고마워요. 제페트씨."

마리가 최상의 비율로 하이볼 칵테일을 말아줬다.

살며시 캠핑카 문틈으로 내려놓으면 그걸 서빙하는 제페트.

"광마님도 여기."

"샷 추가는 한 것이냐?"

"네, 투샷입니다."

얼마나 멋진 휴가인가?

모래사장 선베드에서 르스스알 연금술사가 말아주는 칵테일을 마시며 바다 물멍을 하는 기분이란.

사실 날씨는 그리 좋지 않았다.

장마라 그런지 주룩주룩 내리는 비.

하지만 이것도 제법 운치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노부가 복을 타고난 것 같소."

"네?"

"소환사, 그대에게 불려 나온 게 복이오."

에이,

낯 간지럽게.

"그전엔 탑 밖에서만 핵폭발을 겪었었는데, 탑 안에서 보게 될 줄 상상이나 했겠소? 관리자 놈들이 식겁했을 거요. 생각만 해도 통쾌해. 하하하하."

무슨 말인지 이해된다.

탑의 농간으로 빗어진 갈등 때문에 일어나는 국가 간 전쟁, 혹은 탑 붕괴로 인한 몬스터 범람.

그리하여 탑 밖에서 터지는 핵무기.

멸망은 더더욱 가속화되었을 것이고.

안타까웠을 것이다.

그리고 무기력했을 것이다.

"하아, 아쉬워. 딱 3번만 탑 안에서 더 터뜨려봤으면 여한이 없을 텐데 말이오."

주혁도 광마와 비슷한 생각.

날로 먹는 공략이었는데 말이야.

"거, 핵 한 방 얻어맞았다고 바로 규칙을 바꿔? 쯧쯧, 쪼잔한 놈들."

"맞습니다. 관리자들, 저보다 더 하남자들이에요."

"응? 소환사가 왜 하남자요? 상남자 중의 상남자지."

"아유, 과찬이십니다. 하하하."

"허허허!"

어쨌든 비가 오는 와중에도 피소환인들은 바닷가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

팔다리 짧은 라직스는 얕은 바다에서 수영.

고방과 코사크, 바르딘은 3명이 조를 이뤄 아무나 잡히는 데로 바다로 던졌고.

코사크는 소원을 성취했다.

베로니카도 비키니, 견달래도 비키니, 심지어 디아마트도 비키니.

아아아!

어디다 눈을 둬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비가 오는데도 선글라스를 꼈다.

뭐, 남자들도 그에 못지않았다.

피소환인들이 보통 사람들인가?

고방, 바르딘, 코사크.

모두 떡 벌어진 어깨, 불끈한 가슴, 선명하게 갈라진 복근, 탄탄한 대퇴부와 엉덩이.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무조건 한번은 뒤돌아보게 만드는 몸매들.

같은 남자인 주혁이 봐도 멋진데.

그런데 제페트가 고기를 굽다가 주혁에게 물었다.

"저기, 막내는 몽마 아닙니까? 근대 쟤는 놀고 저는 왜···,"

"고기만 굽고 있느냐고요?"

"어어어, 딱히 불만 있는 건 아니지만,"

"그냥 비키니 못 입는 죄라고 알아둡시다."

"아!"

의외로 쉽게 납득하는 제페트.

뱀파이어긴 해도 천성은 순진한 피소환인이다.

아무튼 슬슬 바다로 뛰어들어볼까?

"광마님 같이 안 가실래요?"

"젋은이들 노는데 늙은이가 주책없이 끼면 틀딱이라고 욕먹기 딱 좋소."

그럼 뭐,

가즈아!

바다로.

"봉 소환사님, 수영하러 오신다!!!"

"마이 로드! 모시겠습니다."

"어서 오시지요. 기다렸사옵니다."

"상사 베로니카 캘리버, 전투 수영 준비됐습니다."

"호에에에!"

확실히 큰 거 하나 터트리고 마음이 가뿐하다.

그동안 걱정이 많았는데, 핵과 함께 싹 날라간 것 같다.

※ ※ ※

어찌어찌 휴가는 끝났다.

맨날 바닷가에서만 놀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럼?

일도 해야지.

1번 탑도 81층까지.

하르트만 씨 영혼을 해방한 덕분에 1번 탑 77층은 S+++ 등급 공략이 가능할 듯.

초고난도 선택 임무가 연쇄살인 소드마스터 조르딕 처치로 바뀌었다던데, 코스크 선에서 정리되겠고.

그러나 당장 일하고 싶진 않다.

아직 휴가의 여파가 남아있어서 일상에 적응한 후에.

주혁은 백색 탑 17층으로 왔다.

그러자 떠오르는 메뉴.

[기초] [배치] [입주권 부여] [입주민 명단]

기초는 다 건드려봤고 다음은 배치.

백색 탑 17층 도시 건설의 핵심 메뉴.

배치의 하위메뉴는 2개.

<복사>

최대 100개의 사물 항목을 복사합니다. 외부에서도 복사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붙여넣기>

복사한 사물을 붙여넣어 배치합니다. 높이와 부피, 가치에 비례해 상급 마정석 비용이 발생합니다.

전에 전광일 청장에게 부탁해 부동산 가격 싼 지방에 디자인 괜찮은 꼬마 빌딩이나 전원주택 몇 채 구매해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리고 시간 날 때마다 가서 틈틈이 복사해왔고.

이제 복사한 건축물들을 여기 붙여넣기.

게임과 똑같다.

시뮬레이션 화면으로 축소된 건축물이 보이고, 지면에 붙여넣기 가능한 장소가 초록색으로 표시되면?

슬슬 이동시켜 위치를 고정한 뒤에.

'붙여넣기.'

[해당 건축물 붙여넣기에 드는 비용은 상급 마정석 30kg입니다. 실행하시겠습니까?]

'실행.'

착!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실제 전원주택이 나타났다.

"와!"

안으로 들어가 봤다.

가구나 생활용품은 하나도 없다.

만들어진 직후의 새집 상태.

나중에 꾸미면 되고.

'1호 입주민은 무조건 라직스야.'

그래야 아공간 배낭으로 가구나 전자 제품 같은 것을 이곳으로 가져올 수 있으니까.

아무튼 집 하나만 덩그러니 놓이면 쓸쓸하다.

붙여넣기, 붙여넣기, 붙여넣기, 붙여넣기···.

크기에 따라 소모되는 상급 마정석 비용.

20kg, 25kg, 30kg, 40kg···,

금세 작은 주택촌이 만들어졌다.

아스팔트 도로도 깐다.

10m당 1kg.

쭉쭉 연결하고,

아! 집집마다 주차장도 설치해야지.

백색 탑 17층.

참으로 신기한 공간이다.

이러면 자급자족하는 하나의 세상 아닌가?

물론 제한이 있다.

입주민.

입주에 드는 비용이 최성급 마정석 1kg.

그래서 이곳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들은 극히 제한적.

뭐, 사람들 얼마나 많이 들어올 거라고.

지구가 망하지 않는다면 이곳은 단순한 별장일 뿐.

그리고 하나 더.

엘리베이터.

이제부터는 상급 마정석 1,000톤을 확보해야 한다.

언제 다 캐지?

엘리베이터 설치는 할 수 있으려나.

< 하남자의 탑 공략법 148 >

영혼들이 사는 세상은 삭막하다.

육체가 없어 오감이 차단된 그들.

서로 소통이야 한다지만 재미가 있나?

그러나 참고 견디는 이유.

가늠할 수 없는 법칙과의 계약으로 영혼들에게 주어진 사명.

자신들을 불러낸 구원자를 도와 세상을 구원하라.

소환사 플레이어.

그 직업의 강력함은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다.

어쩌면 탑의 오류일지도 모를 이레귤러.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성공한 적 없었다.

어떤 세상에서든 여지없이 탑은 붕괴하였으며, 그로 인해 세상과 탑의 경계는 사라지고 말았다.

높이 등반하지도 못했다.

보통은 70층 카발란 평균의 저주에서 무너졌다.

소환사가 존재하는 세상이었는데도 말이다.

탑 공략이 이렇게나 어렵다.

하지만 이번 소환사는 확실히 다르다.

현재 나가 있는 피소환인들의 숫자는 벌써 10여 명, 그에 힘입어 쾌속 등반 중.

그런데 결국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

매우 경악할 만한 일이었다.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나갔다.

『지구 탑에서 핵이 터졌다더군.』

『···아! 저런!』

『제기랄! 잘 버티는가 싶더니.』

『쯧쯧, 그럼 지구도 이제 끝난 건가? 곧 보복 핵공격이 날아오겠고, 탑 붕괴 이전에 멸망하겠어.』

『아니, 난 나가보지도 못했는데 벌써 망하면 어쩌라고.』

『아이참, 광마는 뭐한 거야? 핵으로 장난치는 정치인들부터 죽였어야지.』

『하아, 이번에도 또 못 나가나?』

답답함과 안타까움, 좌절과 한탄이 섞인 영혼들의 텔레파시.

그런데?

『아니 니들, 내 말 뭐로 들은 거야? 이해는 했냐?』

『핵이 터졌다면서? 핵전쟁의 시작 아닌가?』

『참나! 탑에서 터졌다고, 탑 안! 밖이 아니라 안!』

『···뭐?』

『이건 또 무슨 터무니 없는 헛소리야?』

『잠깐! 탑 안? 어어, 그, 그러니까 각층에서 임무 받는 그곳?』

『그래, 81층에서 핵분열이 일어나 거대 괴수 날려버렸대.』

어리둥절, 영문을 모르겠다는 영혼들.

『마, 말도 안 되는, 탑 안에서 핵이 왜 터져?』

『핵폭탄 특성 플레이어라도 출현했나?』

『혹시 욕쟁이 마리 년이야? 걔 기어코 핵분열 호문쿨루스 연성한 건가?』

『아냐, 다 아냐.』

『그럼 어떻게?』

『지구 소환사가 핵탄두를 탑 안으로 공수해서 터뜨렸다더군.』

순간!

무한의 세상에서 침묵이 흘렀다.

그럴 수밖에.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저, 정말?』

『확실해. 광마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라니까.』

『과, 광마가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저번에 전설 등급으로 승급한 무녀도 재차 확인해줬어. 걔 거짓말은 안 하잖아.』

갑자기 영혼들이 떠들썩해졌다.

『와!』

『하하하!』

『멋지군.』

『호호호, 속이 다 시원해.』

하지만 의문점도 있었다.

『그런데 81층의 베헤모스가 핵을 터뜨려야 될 만큼 강한 놈이었나?』

『맞아. 광마 정도면 처리했을 텐데.』

『그게 숨겨진 이유가 있더라고.』

『어떤?』

『관리자가 소환사 앞에 모습을 드러내서 딜을 쳤대. 등가교환의 법칙으로 원하는 보상을 말해라, 성공하면 주겠다. 대신 임무가 어려워질 것이다.』

『···거래를 시도했다고? 이런 미친 관리자 새끼가!』

『정신이 나갔나? 이건 명백한 인과율 위반이잖아. 월권이고.』

『찢어 죽일.』

『관리자 감투 쓰더니 똥 된장 구분을 못 해.』

『개좆같은 쓰레기들, 앞으로도 내 소원은 불변이야. 관리자 모가지 꺾어버리는 거.』

그 와중에 하나 궁금한 것.

『근데 소환사가 뭘 원했길래? 영생? 특성 강화? 세계 정복?』

『탑에 속박된 영혼 해방, 그게 어떻게 된 거냐 하면···,』

설명이 이어지고.

『아!』

『역시···,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었어.』

『이타적이군. 구원자라는 호칭이 딱 맞는 사람이야.』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네.』

『흐응, 참으로 사랑스럽지 않아?』

『나도 빨리 나가서 소환사와 만나고 싶다.』

『그래, 곧 무작위 소환이니까···.』

『이번엔 무조건 나다. 소환사! 기다리시오!』

그때였다!

영혼들의 소통에 끼어든 낯선 텔레파시.

『어림도 없슴다. 다들 꿈 깨십쇼. 여러분들은 소환 안 될 검다.』

어?

이런 말투로 텔레파시를 날리는 놈은?

『오!』

『넌 암살자로구나.』

『드디어 주인공이 나타났군.』

『축하한다. 부럽도다.』

『근데 무슨 말이지? 왜 소환이 안 된다는 거냐?』

『카탈로그 꽉 찾슴다.』

『응? 카탈로그 차면 확장권 나오겠지.』

『그니까 그 확장권이 안 나온단 말임다.』

『그게 왜 안나와?』

『맞다. 원래 카탈로그 인원 채워지면 자동으로 나오는 것이거늘.』

『카탈로그 확장권 확률이야 매우 높지. 20명, 30명, 40명, 마음대로 늘릴 수 있는데.』

『근데 안 나옴다. 특전을 3개 이상 몰아서 받아도 안 나옴다. 이상하지 않슴까?』

안 나온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그제야 심각성을 깨달은 영혼들.

『이거 설마 관리자 놈들이?』

『그렇군. 확률조정이 틀림없어.』

『이 새끼들이, 이렇게 비열한 수를 썼다고?』

『하! 플레이어에게 딜 치는 것도 모자라 아이템 확률조정까지?』

『이 거지 같은 소인배들이···,』

원래 영혼들은 관리자들을 싫어한다.

거의 불구대천의 원수로 인식한다.

『가만있을 거야? 들고 일어나야지.』

『어떻게?』

『그냥 막 질러대! 무한의 세상이 뒤집어지도록.』

『아이템 확률을 떨어뜨려? 그리고 감히 플레이어에게 딜을 쳐? 운영 똑바로 해라. ···이런 식으로?』

『더 세게!』

『관리자들의 월권을 고발한다. 쌍놈 새끼들아!』

『인과율이 누구 집 개 이름이냐? 등가교환? 좆이나 까 잡숴!』

『치사한 새끼들아! 양심이란 게 있냐?』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관리자 꺼져! 관리자 꺼져! 관리자 꺼져! 관리자 꺼져! 관리자 꺼져! 관리자 꺼···,』

『야이, 개새끼들아! 야이, 개새끼들아! 야이, 개새끼들아! 야이, 개새끼들아! 야이, 개새끼···,』

『맴맴, 스피오, 스피오! 맴맴, 스피오, 스피오! 맴맴, 스피오, 스피오! 맴맴, 스피오···,』

『매미 소리는 누구야?』

영혼들의 아우성이 무한의 세상에 가득 울려 퍼졌다.

끝도 없게, 전염병처럼 퍼져나갔다,

분노한 영혼들의 포효.

거대한 흐름이었다.

그칠 줄을 몰랐다.

당연했다.

카탈로그 확장이 없으면 무작위 소환 자체가 중단될지도 모르는데.

영혼들에게 있어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또 있을까?

※ ※ ※

중국 베이징.

요즘 신임 류자오 중국 국가 주석은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중국 3개 탑 모두 70층대로 올라왔다.

난공불락이라고 여겼던 언데드 구간을 기어코 돌파하고 만 것.

이게 다 성수와 탑 보상 아이템 덕분.

더불어 70층 대 등반도 매우 순조로웠다.

듣던 대로 진짜 쉬웠다.

언데드 구간의 고난을 벗어나니 눈 앞에 펼쳐진 꽃길.

물론 기본 임무만 한정해서 말이다.

뭐, 기본 임무만 해도 어딘가?

71층 공략을 시작으로, 72층, 73층, 74층···,

3개 탑 모두 쾌속 순항 중,

이제 80층이 눈앞에 있었다.

얼마나 기분이 좋나?

당분간 탑 붕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류자오 주석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도 존재했다.

바로 소국의 반도 놈들 때문에.

남한과 북한.

분수도 모르는 주제에 서로 통일 논의를 시작했다.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

통일이 이루어지기 전에 막아야 한다.

"섭외 작업은 끝났나?"

"네, 북조선 인민군 플레이어 장창수 소좌와 접촉했습니다. 물건도 무사히 넘겼고요,"

"믿을 수 있는 놈이야?"

"돈을 믿으면 됩니다. 3,000만 위안을 약속했습니다. 이미 가족들을 중국으로 데려와서 선금 조로 500만 위안을 지급했고요."

3,000만 위안이면 한국 돈으로 거의 60억.

"만약 놈이 마지막에 변심하면?"

"장창수 소좌는 췌장암 4기입니다.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는 놈이지요.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할 겁니다."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류자오 주석.

남한과 북한 모두에게 응징이 필요하다.

만약 두 나라가 통일하면 중국의 안보가 위협받게 된다.

한국이 핵을 보유하게 되는 것.

베이징까지 도달하는 현무 미사일에 핵탄두가 장착되면?

더불어 동아시아의 주도권은?

그렇지 않아도 탑 공략 선진국으로 쭉쭉 뻗어나가는 한국인데, 유엔 상임이사국에 한국을 들어 앉히자는 이야기도 솔솔 흘러나오고.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결행 일은 언제?"

"며칠 후에 평양에서 각성 관리청 지청 설립 행사가 있을 예정입니다. 그날이 디데이입니다."

세계 최고의 탑 등반 및 공략 기관.

대한민국의 각성 관리청.

그런데 북한에 지부를 건설한단다.

남한의 공무원들이 북한 땅에서, 북한 플레이어들을 위한 업무를 시작한다?

이게 통일이 아니면 뭔가?

"행사에 김인중 위원장과 고사극 인민무력부장, 곧 평양 각성 관리청 지청장으로 부임하게 될 박경수와 전광일 청장 등, 남북한 고위 관료들이 모두 참석하는 행사라서 딱 좋습니다."

사실 중국에도 참석해달라는 요청이 왔었다.

콧방귀도 끼지 않았지만.

"실패하면 안 돼."

"장창수 소좌는 플레이어입니다. 그것도 레벨이 상당이 높은 편이죠."

"췌장암 4기라고 하지 않았나? 아무리 해방의 룬 목걸이를 사용해도···,"

"그렇지 않습니다. 해방의 룬 목걸이를 사용하는 순간만은 탑 안의 능력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무조건 성공할 겁니다."

하나 더.

"우리가 관계되었다는 것이 드러날 위험은?"

"절대 없을 겁니다. 어차피 파키스탄에서 공수한 러시아제 물건입니다. 장창수 소좌 혼자만 알고 있고, 그가 죽으면 영영 묻히게 됩니다."

"좋군."

일이 터진다고 해도 중국을 의심할 여지는 많지 않다,

특히 요근래 들어 매우 불안했던 북한의 정치 상황.

테러 같은 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문득 류자오 주석은 얼마 전에 울렸던 세계 공지를 떠올렸다.

탑 안에서는 핵분열과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내용.

뭐, 웃기는 공지였다.

탑 안으로 핵무기를 가지고 들어갈 수도 없는데, 굳이?

'하지만 탑 밖은 다르지.'

여긴 현실.

핵배낭 정도야 얼마나 휴대 가능하고 터트리면 터진다.

그동안 북한에 충분한 기회를 줬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는다면?

힘으로 억누를 수밖에.

※ ※ ※

주혁은 한국 1번 검은 탑 77층부터 81층까지 공략하기로 했다.

균형은 맞춰줘야지.

그렇지 않아도 말이 많았다.

북한 탑만 공략한 것이 의심스럽다느니, 월북했냐느니, 빨갱이가 됐냐느니.

'아니, 내가 왜 빨갱이야?'

국적이 똑같은 탑인데.

탑 강점으로 업어왔을 때는 북진통일, 어쩌고저쩌고하더니.

그래서 연속 등반하기로 했다.

플래티넘 배지와 특전도 확보할 겸.

우선 초고난도 선택 임무가 바뀌어버린 77층.

연쇄살인 소드마스터 조르딕 처치.

"하르트만 검식을 써볼 기회임다!"

씩씩하게 정면 대결을 선포.

조르딕이 숨어있는 감옥에 스르륵, 은신으로 살금살금 들어가.

스윽,

치핏!

뎅겅!

비열한 기습으로 마무리.

짝짝짝짝!

쏟아지는 박수갈채.

"에헴! 제가 소드마스터 르스스알임다. 르르르."

다 좋은데···.

"정면 대결한다면서요?"

"이게 암살자의 정면 대결임다."

"하르트만 검식은?"

"목 자를 때 썼슴다."

"···."

그래 뭐,

아무리 소드마스터라도 암살자에겐 암살자만의 방식이 있겠지.

78층도 코사크가 혼자 캐리했다.

초고난도 임무 크루얼 길드 길드장 제리코 처치.

어차피 자신의 테마층 아닌가?

79층은 황궁 미로 별궁에서 황제 칼리우스 처치.

타임 어택 임무, 그러나 견달래의 추적부로 쉽게 찾았다.

코사크는 아버지의 지시대로 칼리우스를 처리했다.

웬만하면 한 번에 죽이지 말고 천천히 고통을 각인시켜 주면서.

80층?

디아마트의 귀순으로 교체된 악몽의 흑마 나이트메어.

이놈도 몽마 타입.

이름답게 악몽을 선사하는 나이트메어.

그래서 입장하자마자 꿈의 공격이 시작됐다.

그러나 걸려들지 않았다.

이젠 꿈속에서 진숙이 볼일은 없었다.

마리가 몽마의 고유 스킬인 꿈의 영역을 피할 수 있게 하는 약물을 만들었기 때문에.

<현자가 제조한 수면 제어의 비약>

이걸 먹으면 잠을 자지 않는다.

눈이 말똥말똥해진다.

그러니 꿈을 꿀 일도 없지.

부작용이 있다면 한 3일 정도 못 잔다는 건데.

그 정도야 부작용 축에도 못 낀다.

더불어 견달래의 척사부(斥邪符).

외부에서 들어오는 나쁜 기운을 1회 막아주는 부적.

이 2개만 있으면 꿈을 꿀 일이 없다.

꿈을 꾸지 않으면?

악몽의 흑마 나이트메어는 그저 힘이 조금 센 말.

물리적인 면에서 와이번보다 쉽다.

마지막 81층.

2번 탑에선 등가교환의 결과로 강화된 초거대 괴수 타이탄 베헤모스였다.

그럼 난이도가 정상으로 돌아온 후의 바뀐 놈의 스펙은?

[81층 임무 : 거대 괴수 베헤모스 1마리를 처치하세요.]

[완료 시한 : 15시간 이내.]

'초'와 '타이탄'이 빠졌다.

시간도 15시간 이내.

가뿐하다.

산만큼이나 컸던 베헤모스의 크기가 형편없이 쪼그라들었으니까

비유하자면 코끼리였던 것이 이젠 생쥐가 됐다.

그래도 매우 거대했지만.

쿵쿵쿵쿵!

그때보다 왜소해진 베헤모스가 이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렵겠어.'

물론 자신이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

거품이 꺼졌어도 만만치 않은 난이도.

잡기 힘들 것이다.

사실 그동안 70층 대는 너무나 쉬웠다.

이 정도는 되어야 고층 등반이지.

주혁은 직감했다.

여기가 새로운 주차 명소다.

자신 빼고 지구상 거의 모든 플레이어들은 81층이라는 통곡의 벽 앞에서 좌절을 맛볼 것이다.

"노부는 생각이 다르오만."

"네?"

생각이 다르다니.

"플레이어들의 절망은 아마 80층부터일 거요."

"아!"

무슨 말인지 알겠다.

"꿈에 걸려들면 끝이오. 공략 포기도 안 되는 거지. 방비가 없으면 아마 80층에서 줄줄이 죽어 나갈 거고."

맞는 말이긴 하지만.

"수면 제어의 비약과 척사부가 있잖아요,"

"맞슴다. 그게 있으면 쉬울 검다. 마치 언데드 구간의 성검처럼."

그러면서 경박하게 손가락을 비벼대는 코사크.

"한때 성검은 든든한 캐시카우였잖슴까. 이제 인기도 줄어들었으니 새로운 수익원으로 갈아탈 때임다. 헤헤헤."

새로운 수익 사업 창출.

바로 수면 제어의 비약과 척사부를 팔자는 의미.

"가격은 얼마로?"

"비싸게 팔아야 함다. 플레이어 목숨값이지 않슴까?"

그렇지.

이거 없으면 그대로 죽을 판인데.

꿈에 빠져 깨어나지도 못하는 상태로.

"말 안 듣는 놈들에겐 팔지 마시길 권하오. 길들이거나 혹은 세계 정복의 용도로도 쓰일 수 있겠군."

"···."

이 양반이 병이 또 도졌나?

세계 정복의 미련이 아직 남은 모양.

어쨌거나 80층은 비약과 부적으로 넘긴다 치고.

베헤모스의 81층은?

'정말 답이 안 나오네.'

줄었다고 해도 너무 크다.

주혁은 스마트폰을 들고 베헤모스가 움직이는 영상을 찍었다.

쿵쿵쿵쿵!

비록 공략 영상은 못 보여줘도 이 정도면 경각심은 가지겠지.

아무튼 공략 시작.

일반 베헤모스의 앞을 막아서는 거대화 고방.

당시엔 엄두도 못 냈지만 지금은 다리 하나 정도는 어떻게든 잡고 늘어질 만한 크기.

그리고 견달래의 부적술.

광마와 코사크의 딜링.

공략은 금방이었다.

이로써 대한민국 NO.1 검은탑도 81층까지 완료.

최종 결산은?

누적 배지 128개.

현물 23개.

그리고 특전은?

[플래티넘 배지 120개 누적으로 특전을 지급합니다.]

[특전 : 다국적 탑 공략 티켓을 인벤토리로 지급합니다.]

'에이씨,'

[플래티넘 배지 125개 누적으로 특전을 지급합니다.]

[특전 : 전향 귀순자 등급 상승의 룬을 인벤토리로 지급합니다.]

'···끝내 확장권 안 주네.'

나쁜 놈들.

치사하게 시리.

탑 안에서 핵 터뜨렸다고 삐졌나?

그래도 전향 귀순자 등급 상승의 룬이 하나 더 나왔다.

'이건 왜 이렇게 잘 나와?'

풍선 효과인가?

한쪽이 막혔으니 이쪽으로 방향을 전환해보라는 의도 같은데.

"디아마트 씨?"

"네."

"룬 드릴 테니까, 등급 올리고 오세요."

"으음, ···또요?"

"스스알로 다시 만납시다."

쭉 이렇게만 가주면 전향 귀순도 나쁘지 않지,

"알겠습니다. 주인님, 고 부장에게 내일 참석 못 한다고 말하고 다녀오겠습니다."

내일이라니.

"아!"

그러고 보니 내일 행사였지?

평양 각성 관리지청 개소식.

박경수 전(前)청장이 지청장에 부임하고 전광일 청장도 참석한다.

고 부장, 인민무력부장 고사극, 코사크도.

"그럼 행사 참여하고 가는 걸로 해요. 고 부장에겐 내가 이야기해놓을 테니까."

"감사합니다. 주인님."

당연히 주혁도 행사에 가 볼 예정.

직접 나서지는 않더라도 뒤에서 축하는 해줘야 하지 않겠나?

< 하남자의 탑 공략법 1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