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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1 - 51

검은탑 75층.

끄르릉.

펜릴이 자신을 향해 험악한 표정을 한 채 다가오는 테오와 꾸엥이를 보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래봤자. 귀여울 뿐이었지만.

낑!낑!

[오지 마! 오면 물 거야!]

자신의 으르렁이 통하지 않자, 펜릴이 시끄럽게 짖었다.

하지만

"까망이 시끄럽다냥! 역시 혼나야겠다냥!"

꾸엥!

[꾸엥이가 정의가 뭔지 가르쳐 주겠다요!]

그건 형들을 더 화나게 할 뿐이었다.

낑?!낑!

[야! 뭐해?! 나 지켜줘!]

펜릴은 궁지에 몰리자, 자신의 집사 세준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야? 까망이, 지금 나한테 또 '야'라고 한 거야?"

배신감에 빠진 세준은 도와주지 않았다.

"까망이, 버릇 없다냥! 혼나야 한다냥!"

꾸엥!꾸엥!

[그렇다요! 예절을 넣어주겠다요!]

그렇게 테오와 꾸엥이에게 맴매를 맞으며 강제로 예의범절 패치를 받게 된 펜릴.

낑!낑!

[나 까망이 아니야! 멸망의 사도 1좌 신을 사냥하는 고고한 늑대 펜릴이라고!]

펜릴은 결국 참지 못하고 자신의 정체를 밝혔지만

"푸후훗. 까망이가 펜릴이면 난 박 회장이다냥!"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그럼 꾸엥이는 카이저 할아버지다요!]

둘은 펜릴의 말을 귀여운 동생의 허세로 생각했다. 이미 탑 99층에서 거대한 펜릴을 봤기 때문.

잠시 후.

"앞으로 박 회장에게 잘하라냥!"

낑···

[알았어.]

슥.

펜릴의 말에 테오가 앞발을 들자

낑···

[요···]

펜릴이 몸을 움츠리며 존댓말을 썼다.

드디어 예의 패치가 완료된 펜릴.

"근데 까망이 언제부터 말할 수 있게 된 거야?"

세준이 까망이에게 묻자

······

까망이?

대답하지 않는 까망이. 아직 자신의 이름이 익숙하지 않았다.

꾸엥?

[까망이, 아빠 질문에 대답 안 한다요?]

꾸엥이가 다시 주머니에서 정의봉을 꺼내려 하자

아! 내 이름이 까망이였지!

낑!낑!

[몰라요! 갑자기 됐어요!]

까망이가 테오와 꾸엥이의 눈치를 보며 서둘러 대답했다.

"그래. 까망이, 반가워. 내 이름은 박세준이야."

낑!

[네!]

세준은 말이 통하게 된 까망이와 정식으로 인사를 나눴다.

"자. 이제 쇼핑가자."

세준이 까망이를 슬링백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푸후훗. 박 회장, 뭘 사고 싶으냥?! 나한테 말하면 내가 다 안내 해주겠다냥!"

상점 거리에 많이 와본 테오가 세준의 다리에 매달리며 외쳤다.

"그럼···일단 대장간부터 가자."

"알겠다냥! 저기다냥!"

테오가 앞발로 대장간을 안내했다.

그렇게 도착한 대장간.

"오! 여기가 뽑기 코너구나!"

세준이 말로만 듣던 대장간 뽑기 코너를 직접 본 것에 감동했다.

"여기 얼마에요?"

세준이 뽑기를 하기 위해 대장간 직원에게 묻자

"20탑코인입니다."

직원이 대답했다.

"깎아주···."

이미 테오가 얼마에 뽑았는지 가격을 알고 있기에 세준이 3번 깎기를 사용하려 했다.

돈은 넘칠 정도로 많았지만, 테오에게 항상 사용하라고 말했기에 모범을 보여야 했다.

그때

꾸엥!꾸엥!

[꾸엥이가 쏜다요! 흥정해보겠다요!]

열정 충만한 꾸엥이가 앞으로 나섰다. 꾸엥이가 많이 깎아서 꾸엥이 용돈으로 아빠 뽑기 시켜줄 거다요!

꾸엥!

[깎아준다요!]

"그럼···17탑코···."

꾸엥이가 흥정을 걸어오자, 직원도 흥정을 받아주며 말할 때

슥.

꾸엥이가 간식 주머니에서 정의봉을 꺼냈다.

꾸엥아 말로 해 말로.

팡!팡!

다행히 직원을 때리지는 않고, 정의봉으로 자신의 앞발을 가볍게 치는 꾸엥이.

하지만 꾸엥이에게만 가볍게였고, 정의봉을 칠 때마다 충격에 대장간이 흔들렸다.

"잠시만요! 오늘만 특별히 절반 가격인 10탑코인으로 드리겠습니다!"

흥정하다 대장간이 먼저 무너지게 생겼다고 생각했는지 직원이 서둘러 외쳤다.

꾸헤헤헤. 꾸엥!꾸엥!

[헤헤헤. 아빠, 꾸엥이가 쏜다요! 여기있다요!]

직원의 말에 꾸엥이가 자신의 소중한 용돈 10탑코인을 꺼내 지불했다.

"꾸엥이, 고마워."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아빠, 필요한 거 있으면 꾸엥이가 다 사준다요!]

세준의 말에 꾸엥이가 자신의 용돈 주머니를 뜰며 호기롭게 외쳤다.

잠시 후.

"좋아. 난 이거."

뽑기 코너에서 한참을 고민한 세준이 날이 무딘 돌칼 하나를 골랐다.

[돌칼]

???

사용 제한 : Lv. 10

제작자 : 비공개

등급 : C

이유는 없었다. 그냥 손이 갔기 때문.

"테 부회장, 이거 어때?"

세준은 자신이 잘 골랐는지 확인하기 위해 황금 앞발 테오에게 물었다.

"푸후훗. 역시 박 회장이다냥! 훌륭하다냥!"

"엥? 훌륭하다고?"

나 똥손인데? 내가 이럴 리가 없는데?

테오의 칭찬에 의아해하는 세준.

확인해 보면 알겠지.

"에일린, 이거 감정해 줘."

세준이 에일린에게 돌칼을 보냈다.

***

검은탑 관리자 구역.

"크히히히. 잠깐만 기다려 세준아!"

에일린이 서둘러 세준이 보낸 돌칼을 감정했다.

그러자

[대지의 칼날]

아이템의 이름이 변했다. 설명에는 대지의 신 패트릭의 신기라고 적혀 있었다.

"어?! 이거 신기잖아!"

에일린이 대지의 칼날을 보며 놀랄 때

[신기 5개를 모으며 거탑 성장 조건 중 하나를 달성했습니다.]

수정구에 알람이 나타났다. 전투의 신 배틀러 때문에 신기가 부서지며 미달성이었던 조건이 다시 달성된 것.

"크히히히. 역시 우리 세준이! 그럼 성장 조건이···"

원래 7개를 달성했으니까···그럼 8개네?!

파앗!

[검은 거탑 성장 조건 8개를 모두 달성했습니다.]

수정구가 황금색으로 빛나며 검은 거탑 성장이 모두 채워졌음을 알렸다.

407화. 세준아, 미안해.

407화. 세준아, 미안해.

[검은탑이 검은 거탑으로의 성장을 시작합니다.]

[검은 거탑 성장까지 1만일 남았습니다.]

1만 일이면 대략 30년. 용들에게는 하품 한 번 할 정도의 시간이지만

"크잉?! 그렇게 많이 걸린다고?!"

우리 세준이한테 빨리 자랑하고 싶은데···

에일린에게는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그때

[검은 거탑 성장 조건에서 신품종을 13개 더 탄생시켰습니다.]

[검은 거탑 성장에 필요한 시간을 3900일 단축시킵니다.]

[검은 거탑 성장 조건에서 세계수를 하나 더 키웠습니다.]

[검은 거탑 성장에 필요한 시간을 1000일 단축시킵니다.]

[검은 거탑 성장 조건에서 위대한 업적을 2개 더 달성했습니다.]

[검은 거탑 성장에 필요한 시간을 4000일 단축시킵니다.]

초과 달성한 조건들이 검은 거탑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단축시켰다.

그 결과···

[검은 거탑으로의 성장까지 1100일 남았습니다.]

남은 시간이 거의 90% 줄어들었다.

"크힝···그래도 길잖아."

에이린이 상심할 때

"에퉤퉷! 으!"

에일린의 요리를 맛본 실비아가 음식을 뱉어내며 진저리를 쳤다.

에일린은 실비아를 으슥한 곳으로 데려가 이 정도 요리 실력은 있어야 세준의 부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며 자신의 요리를 줬다.

크히히히. 내 요리를 먹으면 세준이랑 결혼한다는 말은 안 하겠지?

에일린은 요리에 자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세준이 맛없다고 한 적이 없으니까.

이게 안 통하면 실비아 언니를 더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가서···

"에일린, 실비아는 이런 거 절대 못 만들어. 박세준이랑 결혼 안 할래!"

다행히 실비아는 에일린의 의도대로 세준과의 결혼을 포기했다.

박세준이 이런 끔찍한 요리를 좋아한다고?! 무서워!

에일린이 생각한 것과는 다른 이유로 결혼을 포기했지만, 결과는 같으니까.

대신 세준만 억울할 뿐이었다.

그렇게 실비아가 입을 헹구기 위해 물을 마시러 가자

"실비아 언니는 아무리 부러워도 그렇지. 왜 이 맛있는 음식을 뱉지?"

끝에만 조금 먹었기에 새것과 다름없는 음식. 에일린이 실비아가 남긴 음식을 한 입 먹었다.

지금까지는 세준을 먹이기 위해 자신의 음식을 한 입도 먹어보지 않았던 에일린.

···?

자신의 요리를 처음 먹어보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

···!!!

이럴 리가···내 요리가 이렇게 끔찍한 맛을 낸다고?

"에퉤퉷!"

에일린이 서둘러 음식을 뱉어냈다.

"크힝···"

세준아, 미안해.

지금까지 자신의 맛없는 요리를 먹은 세준에게 에일린은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꼈다.

***

"아직 감정이 안 됐나?"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에일린을 기다리는 세준.

"까망이, 이거 먹어 보라냥!"

꾸엥!

[까망이, 이거 먹어야 강해진다요!]

테오와 꾸엥이는 막내 챙기기에 열심이었다.

'아. 귀찮아. 난 세준이가 만든 군고구마 말랭이 먹고 싶은데···"

물론 까망이는 둘의 챙김이 귀찮았지만, 싫은 티는 내지 않고 주는 대로 열심히 먹었다. 또 맞을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점심을 먹고

"테 부회장, 봇짐 좀 꺼내봐."

세준은 테오에게 아홉 탑을 유랑하는 대상인의 봇짐을 꺼내게 했다.

"푸후훗. 알겠다냥!"

세준의 말에 테오가 봇짐을 꺼냈다.

"지금 봇짐이 연결된 곳이 자색탑 72층이라고 했지?"

"그렇다냥!"

"흠···일단 5000억 탑코인을 써서 장소를 바꿔보자. 여기."

세준이 테오에게 돈을 건넸다.

"바껴라냥!"

테오가 세준에게 받은 돈을 봇짐 안에 넣으며 외쳤다.

그러자

우웅.

봇짐에서 붉은빛이 났다가 사라졌다.

"테 부회장, 들어가 봐."

"알겠다냥!"

테오가 봇짐 안으로 들어갔다.

1분 후.

"박 회장, 여긴 검은탑 30층이다냥!"

"아."

완전 꽝이네. 설마 검은탑으로도 연결될 줄이야···

"한 번만 더 바꾸자."

세준이 다시 5000억 탑코인을 테오에게 건넸다.

"바껴라냥!"

그렇게 순식간에 1조 탑코인이 사라졌다.

"테 부회장, 다시 들어가 봐."

"알겠다냥!"

테오가 다시 봇짐으로 들어갔고

"박 회장, 여긴 녹색탑 1층이다냥!"

"어?! 녹색탑 1층?"

마침 세준에게는 조금 전 메이슨에게 받은 녹색탑 1층 땅문서가 있었다.

그리고

"주변은 어때? 위험해?"

"박 회장보다 강한 존재는 없다냥!"

정찰까지 완벽하게 끝냈다.

"그래?"

나보다 센 녀석은 없다는 거지?

그럼 탑 1층 구경이나 해볼까?

"얘들아, 잠깐 들어가 있어."

세준이 테오를 제외한 일행들을 아공간 창고에 들어가게 했다.

그리고

촤르르륵.

세준이 녹색탑 1층 땅문서를 펼치며 사라졌다.

***

녹색탑 1층.

"스킬을 배우고 싶으신 분은 이곳으로 오시면 됩니다!"

"검 좀 보고 가세요!

"검보다는 방패죠! 이 방패만 있으면 살아 돌아올 수 있습니다!"

"마력 사용량을 줄여주는 포션 팝니다!"

검은탑 1층과 비슷하게 스킬을 배울 수 있는 훈련소와 장비와 포션을 파는 상점들로 활기찼다.

하지만

"배고프다···"

"땅에 떨어진 음식 없나?"

그런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하고 골목에 몸을 숨기고 얼굴만 빼꼼 내민 채 바닥을 살피는 검은색의 동그란 털복숭이들이 있었다.

그때

"에이! 난민 새끼들이! 재수 없게. 안 꺼져?! 내가 얼굴도 보이지 말랬지!"

검을 파는 상인이 그들을 발견하고는 돌을 던지며 쫓아냈고.

"죄송해요!"

난민이라고 불린 검은색 털복숭이들은 화들짝 놀라며 사과를 하고 뽈뽈뽈 다른 곳으로 도망쳤다.

그들은 우르르족이라고 불리는 종족으로, 그들이 사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멸망에 먹히는 바람에 탑에서 충분한 세력을 키우지 못한 채 탑의 주민이 됐다.

그러나 탑은 생존자를 받아는 주지만, 생존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난민은 세상이 망할 때까지 탑에 자리를 잡지 못한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렇게 자리를 잡지 못한 종족은 난민이 되어 탑을 떠돌다가, 다른 종족의 땅을 뺏거나 계속 떠돌다 점점 도태되며 탑에서 사라진다.

그들은 그렇게 몇 번이나 장소를 옮기고, 쫓겨나기를 반복했고 저녁이 되자.

음식 찌꺼기 몇 개를 들고 자신들의 거처인 탑 1층의 외곽에 있는 건물로 돌아왔다.

주인이 없는 빈 건물로 그들이 사용하고 있었다.

"어른들이 왔어요!"

부모가 오자 건물에 숨어 있던 부모보다 작은 우르르족 아이들이 뽈뽈뽈 달려 나와 부모를 맞이했다.

"엄마, 배고파요!"

"그래. 이거 먹으렴."

어른들은 자신이 어렵게 구해온 음식을 자식들에게 내어줬다.

그때

파앗.

건물 중앙에서 밝은 빛이 나며 세준이 나타났다.

***

[녹색탑 1층에 도착했습니다.]

"여기는?"

농장이 아니네?

세준이 주변의 건물을 발견했다.

그때

"저···누구세요?"

"엄마야!"

세준이 자신의 발밑에서 들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박 회장, 무슨 일이냐?! 이 녀석들이 박 회장을 위협했냥?!"

어느새 세준의 무릎에 달라붙은 테오가 자신의 용발톱을 뽑으며 검은 털뭉치들을 위협했다.

"저···저희는 아무 짓도 안 했어요!"

테오의 위협에 겁을 먹고 물러나는 검은 털뭉치들.

"크흠. 테 부회장, 발톱 집어넣어."

혼자 놀란 게 민망한 세준이 테오를 진정시키며 발밑을 둘러봤다.

수백의 검은 털뭉치들이 옹기종기 모여 두려운 눈으로 세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내가 이러니까 악당 같잖아.

세준이 곤란해할 때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상점을 불법 점거하고 있는 우르르족 난민들을 처치하거나 합의를 하고 땅의 권리를 되찾아라.]

보상 : 녹색탑 1층 상점의 정당한 주인으로 인정

세준의 앞에 퀘스트가 나타났다.

"여기 상점이구나."

어쩐지 건물이 있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근데 우르르족 난민?

"너희가 우르르족이야?"

세준이 검은 털뭉치들에게 묻자

"오! 저희 우르르족을 아세요?!"

"맞아요! 저희가 우르르족이에요!"

우르르족들이 자신들을 알아보는 것에 기뻐하며 대답했다.

"그래. 반가워. 근데 내가 여기 상점 주인이거든···"

세준이 말을 꺼내자

"아···"

우르르족들이 급격히 조용해졌다.

아. 난민이라고 했지. 갈 곳이 없어서 그런가?

"너희 혹시 여기서 일할 생각있어? 일당은 없어. 대신 숙식 제공해 줄게."

세준은 이곳이 상점이라는 걸 알자마자 이곳에서 농작물을 팔 생각을 했다.

상점이 그렇게 크지 않아 30명 정도 고용하면 충분할 것 같았지만.

음식쓰레기를 소중하게 든 우르르족을 보며 임금보다는 이게 더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할게요!"

"시켜만 주세요!"

"와! 취업했다!"

세준의 말에 우르르족이 눈물을 흘리며 만세를 불렀다.

그리고

뚝.뚝.

우르르족의 몸에서 떨어지는 검은색 땟구정물.

원래 검은색이 아니구나.

"자. 세준 컴퍼니의 직원들은 깨끗해야 하니까, 일단 씻자. 땅 일으키기."

세준이 상점 밖으로 나와 거대한 욕조를 만들고

"아이스 큐브. 아이스 큐브."

거대 얼음을 만들어 욕조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이오나, 데워죠."

"뀻뀻뀻. 네. 파이어!"

그사이 아공간 창고에서 나와 테오의 꼬리에 매달린 이오나에게 화염 마법을 부탁했다.

그러자 얼음이 빠르게 녹으며 물이 됐고, 물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기 시작했다.

"자. 빨리 들어가 씻어."

세준이 우르르족을 씻게 했다.

우르르족이 들어가자, 금세 까맣게 변한 물.

"아이스큐브."

그렇게 몇 번 물을 갈아주자, 우르르족이 본래 색을 되찾았다.

"어? 너희 원래 녹색이었어?"

우르르족의 녹색털을 보며 세준이 묻자

"네! 요즘 씻지를 못해서···"

우르르족 하나가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요즘이 아마 최소 년 단위일 것 같은데···

그때

꾸엥!

[아빠, 꾸엥이가 옥수수랑 고구마, 감자 다 구웠다요!]

세준이 우르르족의 목욕물을 갈아주는 사이 요리를 한 꾸엥이가 외쳤다.

"그래. 일단 너희 그 쓰레기는 내려놓고 이거 먹어."

세준이 아직도 음식쓰레기를 소중히 들고 있는 우르르족에게 구운 고구마를 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오! 진짜 맛잇어요!"

"세준 님도 드세요!"

그렇게 우르르족과 테오, 꾸엥이, 까망이, 이오나까지 모두가 맛있게 저녁을 먹고 있을 때

[우르르족의 쏟아지는 찬사에 영혼이 충만해집니다.]

[정신력이 5 상승합니다.]

···

..

.

"흐흐흐."

세준은 메시지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세준 님, 안 드세요?"

우르르족 아이 하나가 세준에게 구운 감자를 건네며 물었다.

"아냐. 너희들 많이 먹어. 나는 안 먹어도 배부르니까."

세준이 구운 감자의 껍질을 까 옆에 있는 아기 우르르족에게 주면서 말했다.

잠시 후

[우르르족 530명을 배불리 먹였습니다.]

[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106 상승합니다.]

"아이고 배부르다."

세준이 메시지를 보며 흐뭇한 표정으로 배를 두드릴 때

꼬르르륵.

세준의 배에서 소리가 났다.

"냥?! 박 회장, 설마 머리가 고장 난 거냥?! 빨리 이거 먹어라냥!"

테오가 자기가 먹던 생선구이를 세준의 입에 쑤셔 넣었다.

"으읍!"

다음 날 아침.

"어?! 저기에 상점이 있었나?"

"아니. 분명 없었는데."

"그럼 새로 생긴 건가?"

"한 번 가보자."

녹색탑 1층에 농작물 상점 하나가 조용히 오픈했다.

408화. 믿는다. 테 부회장.

408화. 믿는다. 테 부회장.

"모릭, 들었어? 상점 거리 외곽에 있는 빈 건물 있잖아, 거기에 새로운 상점이 오픈했대."

방패 상점 주인 치렌이 옆 건물의 검 상점 주인 모릭에게 말했다.

"그래? 거기 몇 년 전에 망했던 가게 아닌가?"

"맞아. 물약 상점 열었다가 루카가 물약 가격을 절반으로 내리는 바람에 못 버티고 나갔잖아."

"근데 거기서 뭐 파는데? 이번에도 우리랑 겹치는 물품 팔면 가서 해코지 좀 해야지."

"그럴 필요 없어. 농작물을 팔더라고."

모릭의 말에 물약 상점 주인 루카가 다가오며 말했다.

"뭐? 농작물?! 프하하! 그거 팔아서 세금이나 낼 수 있겠어?"

"그러니까, 금방 망하겠네."

"우리 내기할까? 얼마 만에 망하는지."

그렇게 상점 거리의 상인들이 세준의 상점이 며칠 만에 망할지를 두고 돈을 걸 때

"농작물 사세요!"

"맛있고 효과도 좋은 농작물 팔아요!"

세준의 상점 앞에서는 세준의 상점을 홍보하는 우르르족 아이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부모님을 고용해 준 세준과 상점에서 일하는 부모님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아이들이 나선 것.

아침부터 달콤한 핫케이크와 우유로 배를 채운 우르르족 아이들의 목소리는 아주 힘찼다.

덕분에 상점 거리의 외곽에 있었지만, 우르르족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은 헌터 하나둘 세준의 상점으로 구경 왔다.

"이게 뭐야?"

"이건 마력의 방울토마토라는 농작물로 섭취 시 10분간···"

녹색탑의 헌터들의 질문에 우르르족 직원들이 세준의 농작물 효과를 열심히 설명했다.

이곳의 헌터들은 사람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많이 달랐다.

남여 가릴 것 없이 우락부락한 근육에 이마에 뿔 하나가 있는 모습으로.

네타라는 세상 출신이라 탑에서는 네타족이라고 불린다고 했다.

우르르족에게 들은 바로는 네타족은 평생 건강한 신체를 유지해서 다이어트나 암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지구에서 파는 것보다는 농작물 가격을 할인했다. 현지화 전략이라고나 할까?

"오! 상점에서 파는 물약보다 효과가 좋은데! 그럼 이거랑 이거 하나씩만 줘."

"그럼 5탑코인입니다."

헌터들은 직원들의 설명을 듣고는 농작물을 몇 가지 구매해서 돌아갔고

"여기 농작물이 물약 상점에서 파는 더럽게 맛없는 포션보다 맛도 좋고 효과도 좋다며?!"

"그래! 엘케아스가 먹었는데, 진짜 맛있데!"

곧 세준의 상점 앞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다. 오픈빨과 세준의 농작물에 대한 효과가 헌터들 사이에 퍼진 덕분.

그리고

아. 맛이다! 여기는 맛으로 공략해야 돼!

네타족 헌터들을 지켜보던 세준은 무엇을 셀링 포인트로 내세워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꾸엥아, 찜기 꺼내와."

꾸엥!

[알겠다요!]

그래서 상점 앞에서 옥수수, 고구마, 감자를 찌기 시작했다.

농작물이 쪄지며 달콤한 향기가 스멀스멀 퍼져나갔다.

그리고

"킁킁. 이거 어디서 나는 냄새야?"

"와. 진짜 맛있는 냄새가 나!"

줄을 선 헌터들이 냄새가 나는 곳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얘들아, 잠깐 이리 와 봐."

"네!"

세준은 우르르족 아이들을 불러 찐 농작물과 방울토마토, 당근을 바구니에 담아 돌아다니게 했다. 당연히 판매를 위해서였다.

흐흐흐. 이렇게 냄새를 잔뜩 풍겼으니, 당연히 먹고 싶겠지?

"혹시 그거 파는 거야?"

"네!"

"그럼 하나만 줄래?"

"나도 하나만 줘!"

세준의 예상대로 이미 냄새에 홀린 헌터들은 줄을 서 있는 동안 세준의 농작물을 사서

"오! 진짜 맛있다. 이건 체력을 올려주는 거네?"

"이 상콤한 방울토마토는 마력을 올려줘!"

맛있게 먹으며 자신이 어떤 농작물을 구매해야 하는지 정했다.

그렇게 세준의 상점이 오픈 첫날부터 문전성시를 이룰 때

쿵.쿵.

거대한 도끼 2개를 등에 X자로 맨, 다른 헌터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헌터가 길게 선 줄을 무시하며 세준의 상점 안으로 들어오려 했다.

하지만

꾸엥!꾸엥!

[안된다요! 줄을 선다요!]

상점 입구에는 이따가 별 다섯 개 도장 2개를 받기로 한 꾸엥이가 나름 무서운 얼굴로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뭐?! 감히 나 쌍도끼 크란 님에게···"

꾸엥이의 제지에 분노한 크란이 자신의 기세를 끌어올렸지만

꾸엥!

[계속 말 안 들으면 혼난다요!]

"헉! 알겠습니다! 가서 줄 서겠습니다!"

꾸엥이가 내뿜는 난폭한 기운에 금세 순한 양이 됐다.

"냥···아쉽다냥!"

녹색탑의 공식 1호 노예를 만들 기회를 노리고 있던 테오가 순순히 물러나는 크란을 아쉽게 바라봤다.

하지만

쿵.쿵.

노예를 만들 기회는 금방 찾아왔다.

"트하하하! 새로 장사를 시작한 가게가 있었네? 자릿세 좀 걷어볼까. 여기 사장 나오라 그래!"

거대한 녹색 트롤이 세준을 찾았다.

잠시 후.

"저를 왜 보자고 한 거죠?"

"하악!"

꾸엥!

"뀨-뀨-뀨-"

뭐···뭐지?

불사파의 막내 크르타는 자신을 포위한 존재들을 보며 당황했다. 하나같이 기운이 심상치 않았다.

특히 사장을 제외한 셋이 보내는 살벌한 기운에 다리가 떨리고, 식은땀이 날 정도였다.

"감히 불사파 조직원인 나한테 적의를 보여?! 너희들 다 죽고 싶어?!"

크르타는 무서웠지만, 그래서 더 강하게 나갔다. 원래 이 바닥은 목소리 큰 놈이 이기니까.

"시끄럽다냥! 박 회장, 일단 혼내주자냥!"

꾸엥!꾸엥!

[아빠한테 살기를 보냈다요! 꾸엥이 화난다요!]

그리고 이 바닥은 강한 놈이 법이기도 했다.

퍽!

크르타는 눈앞에 분홍색의 뭔가가 휙 지나가는 것을 보며 의식을 잃었다.

"푸후훗. 녹색탑 1호 노예다냥!"

꾹.

테오가 기절한 크르타의 엄지를 들어 노예 계약서에 도장을 받았다.

[노예 1명을 거느렸습니다.]

[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0.01 상승합니다.]

덕분에 세준의 스탯도 상승했다.

"장사에 방해되니까, 꾸엥이가 일단 상점 뒤편으로 옮겨줘."

꾸엥!

[알겠다요!]

세준의 말에 꾸엥이가 크르타의 다리 한쪽을 잡아, 질질 끌고 갔다.

***

검은탑 관리자 구역.

"크히히히. 우리 세준이 뭐하지?"

앞으로 자신이 먹어도 괜찮은 요리를 만들 때까지 세준에게 요리를 주지 않기로 결심한 에일린이 세준을 찾았다.

하지만

"크엥?"

검은탑을 다 뒤져도 세준을 찾을 수 없었다.

"어디 갔지? 중간관리자 위치 탐색."

에일린이 수정구로 세준의 위치를 탐색하자

[검은탑 중간관리자의 위치를 탐색합니다.]

[검은탑 중간관리자의 위치를 찾았습니다.]

[검은탑 중간관리자는 현재 녹색탑 1층에 있습니다.]

수정구에 위치가 나타났다.

"크엥?"

세준이가 녹색탑에는 왜?

"크힝. 설마 내 요리 때문에 도망친 거야?! 세준아, 내가 잘 못했어! 돌아와!"

에일린이 서둘러 세준에게 말을 걸었다.

***

트롤이 온 지 30분 정도 지나자

"이놈! 감히 불사파 조직원을 건드려?!"

막내가 당했다는 연락을 받은 불사파 행동대장이 부하 셋을 거느리고 나타났다.

"푸후훗. 환영한다냥!"

퍼버벅.

물론 노예사냥꾼 테오의 좋은 사냠감이 됐다.

[노예 3명을 거느렸습니다.]

[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0.03 상승합니다.]

세준의 좋은 스탯도.

질질질.

꾸엥이가 이번에는 두 번에 걸쳐 트롤들을 상점 뒤편으로 옮겼다.

1시간 후

"이놈! 감히 불사파를 건드려!"

101마리의 트롤들이 나타난 장사를 방해했다.

아. 뭔데?

"애들아 일단 제압해."

세준이 장사를 방해하는 트롤들에게 분노하며 지시했고

"혼내준다냥!"

꾸엥!

"뀨-뀨-뀨-"

빠르게 트롤들이 처리됐다.

[불사파 중간 보스 억타]

하나만 남기고.

물어볼 게 있었다.

"이놈들 우리 불사파의 뒤를 봐주는 분이 누군지 알고···"

"응. 안 궁금해."

이게 어디서 인맥 자랑이야. 난 용맥있어.

"근데 너희들 왜 우리 장사 방해하는 거야?"

세준은 억타의 말을 무시하며 궁금한 걸 물었다.

"뭐?! 그건···"

세준의 물음에 억타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네가 자릿세를 안 내서잖아!

"그러니까 자릿세를 내야 한다고?"

"그렇다."

"여기 내 땅인데 왜 자릿세를 내?"

"그래도 내야 한다. 내지 않으면 녹색탑에서 살아남지 못할 테니까."

"뭐?"

"우리 불사파의 뒤를 봐주시는 분은 이 녹색탑의 실세 중의 실세다. 우린 그분의 지시에 따라 탑 50층 아래를 관리할 뿐이라고."

"실세? 실세가 몇 층 출신인데?"

"무려 93층 출신이시다."

세준의 물음에 억타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왜 네가 자부심이 넘쳐.

그러나

"뭐야···아무것도 아니잖아."

매일 탑 99층 출신들과 어울리는 세준에게는 진짜 아무것도 아니었다.

"뭐? 감히 탑 93층 출신께 아무것도···"

퍽.

세준이 발끈하는 억타의 뒤통수를 때려 기절 시···

"이놈!!!"

어?! 기절 안 하네?

"꾸엥아."

꾸엥!

퍽!

"커억!"

세준의 부름에 꾸엥이가 정의봉으로 억타의 뒤통수를 때렸다.

아프겠다. 그러게 나한테 맞고 기절하지···

그렇게 꾸엥이에게 맞아 기절하는 억타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사이

꾹.

[노예 1명을 거느렸습니다.]

[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0.01 상승합니다.]

테오가 억타의 도장을 받았다.

잠시 후 하늘이 어두워졌고

"애들아, 수고했어. 저녁 먹고 쉬어."

세준이 상점 문을 닫았다.

"세준 님, 여기 오늘 번 돈이요."

우르르족이 농작물을 판 돈을 세준에게 가져왔다.

3만 1213탑코인.

손님은 많았지만, 큰돈이 벌리지는 않았다.

"얘들아, 이리 와. 오늘 고생했으니까, 용돈 줄게."

요즘 버는 돈에 비하면 정말 푼돈이었기에, 세준은 받은 돈으로 홍보를 열심히 한 우르르족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고.

돈을 보태 우르르족이 살 수 있는 거주 지역의 5억 탑코인짜리 건물 하나를 매입했다.

그렇게 건물을 구매하고 다시 상점으로 가는 길.

"오늘도 수고했어! 내일 보자고!"

세준의 눈에 탑을 나가는 네타족들이 보였다.

설마 저거 녹색탑의 출구?

세준은 갑자기 궁금해졌다.

나도 저기로 나갈 수 있나?

그래서 조심스럽게 출구로 다가갔다.

하지만

[녹색탑이 보호하는 차원의 존재가 아닙니다.]

[녹색탑의 출구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나가시려면 녹색탑 관리자의 특별 허가가 필요합니다.]

메시지가 나타나며 보이지 않는 벽이 세준을 막았다.

"녹색탑 관리자의 특별 허가가 필요하다고?"

녹색탑 관리자면···브라키오 님?

그냥 안 나가야지.

밖이 궁금하기는 했지만, 브라키오를 만나면서까지는 아니다.

그때

[검은탑의 관리자가 자신이 다 잘 못했다며 빨리 검은탑으로 돌아오라고 울먹입니다.]

"응?"

에일린이 갑자기 왜 저러지?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빨리 돌아가 봐야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냥 가면 불사파놈들이랑 그 실세라는 놈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

바로 가기에는 우르르족이 걸렸다.

"테 부회장, 내가 오필리아한테 여기로 부하 몇만 보내라고 말할 테니까. 그때까지만 상점이랑 우르르족을 지켜줘."

그래서 봇짐으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테오에게 부탁했다.

"냥?! 나만 남기고 가는 거냥?! 싫다냥! 나도 데려가라냥!"

당연히 거부하는 테오.

그러나 세준에게는 테오를 다룰 수 있는 치트키가 몇 개 있었다.

"믿는다. 테 부회장."

"푸후훗. 나 테 부회장에게 맡기라냥!"

박 회장이 날 믿는다고 했다냥!

세준의 말 한마디에 테오의 눈빛이 변했다.

409화. 푸후훗. 네타족들아, 그럼 경매를 시작하겠다냥!

409화. 푸후훗. 네타족들아, 그럼 경매를 시작하겠다냥!

[검은탑 99층에 도착했습니다.]

"집이다."

세준이 용각의 귀환 팔찌를 사용해 집 앞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귀환 마법이 절대 좌표로 발동해 녹색탑 99층으로 가지 않고, 검은탑 99층에 제대로 왔다.

그렇게 검은탑에 도착한 세준.

"에일린, 무슨 일이야?"

서둘러 에일린을 불렀다.

[탑의 관리자가 앞으로 자신의 맛없는 요리를 주지 않을 테니 도망치지 말라고 말합니다.]

"어?! 진짜? 아니. 에일린 요리가 왜? 먹을 만해. 그리고 에일린 요리 때문에 도망친 게 아니라 녹색탑 1층 땅문서도 있고, 테오 봇짐이···."

세준은 자신도 모르게 나온 본심을 급하게 수습하며 에일린에게 자신이 녹색탑에 가게 된 경위를 자세히 설명했다.

[탑의 관리자가 그대가 자신의 요리 때문에 녹색탑으로 도망친 게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말합니다.]

"그래. 에일린이 여기에 있는데, 내가 왜 다른 탑으로 도망치겠어."

세준이 불안해하는 에일린을 안심시켰다.

[탑의 관리자가 이제야 자신의 요리가 맛없다는 걸 알았다며 침울해합니다.]

그래. 이제 알았구나···

"그래도 오릭이 가져오는 음식보다는 맛있어."

세준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에일린을 위로했다.

흐흐흐. 이제 에일린은 요리하지 말자. 내가 한 요리만 맛있게 먹어.

자신도 모르게 삐죽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기기 위해 슬픈 척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탑의 관리자가 더 열심히 요리 연습을 해서 그대에게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주겠다고 의지를 불태웁니다.]

세준의 기대와 다르게 에일린은 요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응. 기대할게!"

세준이 약간 침울한 목소리로 에일린을 응원했다. 요리 안 하는 옵션도 있는데···

그렇게 에일린과의 대화를 끝낸 세준.

"오필리아, 나와라. 오바."

오필리아를 불렀다. 탑 1층에 부하들을 파견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녹색탑의 노예가 무슨 일이냐고 묻습니다.]

"녹색탑 1층으로 쓸만한 부하들 좀 보내줘."

[탑 1층에 무슨 일이 있냐고 묻습니다.]

"아. 내가 탑 1층에 상점을 열었어. 그래서 상점이랑 거기서 일하는 우르르족을 지킬 보디가드가 필요해."

탑 93층 실세 얘기는 뺐다. 좋은 스탯 공급처를 잃으면 안 되니까.

[녹색탑의 노예가 걱정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녹색탑의 노예가 쓸만한 부하들을 보내겠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세준의 부탁을 받은 오필리아.

"엣헴. 인간 녀석, 결국 유능하고 위대한 녹색용 오필리아 이올그 님에게 도움을 청하는군. 근데 누굴 보내지?"

세준의 부탁을 받은 것에 기뻐하며 오필리아가 탑 1층으로 누굴 보낼지 고민에 빠졌다.

자신은 위대한 녹색용. 약한 부하를 보냈다가는 체면이 서지 않는다.

"좋아. 너희로 정했다!"

오필리아가 탑 99층 보스, 탑 98층 보스, 탑 97층 보스를 동시에 탑 1층으로 보냈다.

이동 마법으로 보냈기 때문에, 검은탑의 블랙 미노타우루스 남하 사건 같은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

녹색탑 1층.

쿵.쿵.쿵

오필리아의 명령을 받은 보스들이 세준의 상점 앞에 도착했다.

"냥? 왔냥? 반갑다냥! 난 위대한 검은용의 부하 치명적인 용발톱 황금고양이 대상인 테오 박이라고 한다냥!"

오필리아의 부하들을 기다리고 있던 테오가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자신을 소개했고

"탑 99층 보스 겁화의 아그니입니다."

"탑 98층 보스 마견 케르베로스입니다."

"탑 97층 보스 파괴의 성녀 에겔이에요"

보스들도 자신을 소개했다.

"근데 너희들 몸 크기 줄일 수 없냥?"

셋이 서 있는 것만으로 상점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가능합니다."

"저도 가능합니다."

"저도요."

보스들은 테오 크기와 비슷하게 몸을 줄였다.

"푸후훗. 좋다냥! 너희들 할 줄 아는 게 뭐냥?"

"저는 불을 잘 씁니다."

화르륵.

테오의 물음에 아그니가 불을 뿜어내며 자신 있게 대답했다.

"푸후훗. 좋다냥! 아그니는 앞으로 고구마, 감자, 옥수수를 구워라냥!"

"네!"

그렇게 탑 99층 보스를 군고구마 장수로 만든 테오.

"저는 잘 뭅니다."

"케르베로스는 입구를 지켜라냥!"

"저는 잘 패고, 회복도 할 수 있어요."

"푸후훗. 좋다냥! 에겔은 돈을 받고 치료를 하는 거다냥!"

케르베로스는 경비, 에겔은 치료사로 일하게 했다.

푸후훗. 박 회장이 날 믿는다고 했다냥!

내가 이 상점을 녹색탑 최고 매출의 상점으로 만들겠다냥!

세준의 믿는다는 말 하나 때문에 녹색탑에 엄청난 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뭐지? 오필리아 님이 저 테오라는 고양이 말을 잘 들으라고 해서 듣긴 듣는데···

보디가드로 갔다가, 상점에 취업한 보스들이 의아해할 때

"푸후훗. 여기는 우리 상점에서 일하는 우르르족이다냥! 앞으로 잘 지켜주라냥!"

테오가 우르르족을 보스들에게 소개시켰다.

"안녕하세요!"

"그래. 반갑다."

보스들과 우르르족이 인사하는 사이

"그럼 수고하라냥!"

테오는 인사를 하고, 봇짐을 열어 검은탑으로 돌아갔다.

***

다음 날 아침.

"읏차."

세준이 눈을 뜨자

[대지의 보석의 봉인이 풀렸습니다.]

[대지의 보석에 봉인돼 있던 돌의 신 토가가 봉인에서 풀려납니다.]

[돌의 신 토가가 자신의 봉인을 풀어준 대상에게 은혜를 갚습니다.]

[돌의 신 토가가 길 1평을 돌밭으로 만들어 은혜를 갚습니다.]

보이는 메시지.

"···뭐지?"

돌밭이 어떻게 은혜를 갚는 거야?

"냥···."

세준이 새벽에 들어온 테오를 무릎에 착용하고 돌밭을 찾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응?"

돌밭은 생각보다 쉽게 찾았다.

햇빛을 받은 돌들이 빛을 반사하며 다양한 색으로 영롱하게 반짝이고 있었으니까.

보석돌이라고 해야 하나? 보석돌은 보석 자갈보다 알이 굵었다.

알이 굵으면 더 비싸잖아.

"흐흐흐. 토가 님, 땡큐."

세준이 보석돌을 수거하고

[토가 로드]

-우리에게 묵직한 보석으로 보답한 돌의 신 토가. 그는 큰 신이었다.

보석돌이 있던 길보다 두 배 큰 2평짜리 토가 로드를 만들었다.

그렇게 길을 만들고

"에일린, 혹시 저번에 부탁한 돌칼 감정 어떻게 됐어?"

세준이 농장을 거닐며 에일린에게 물었다.

[탑의 관리자가 그대도 뽑기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흐흐흐. 그 정도야?"

자신이 뽑은 게 아직 신기라는 걸 모르는 세준이 웃으며 말했다.

[탑의 관리자가 무거우니, 조심하라고 말합니다.]

"응."

쿵.

세준의 대답과 함께 앞에 돌칼이 나타나, 땅에 박혔다.

[대지의 칼날]

"오. 이름부터 뭔가 느낌이 오는데?"

세준이 서둘러 대지의 칼날의 손잡이를 잡고 들어 올리려 했지만

······

검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뭐지?"

세준은 어쩔 수 없이 땅에 박힌 검의 옵션을 확인했다.

[대지의 칼날]

대지의 신 패트릭이 전투에서 사용한 신기입니다.

버려진 차원 하나를 압축해 칼날로 만들었기 때문에 무게가 엄청납니다.

마력을 넣으면 원하는 만큼 거대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땅에 꽂아 놓으면 대지의 힘이 충전되며 권능 : 대지의 칼날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현재 사용가능한 시간 : 0.3초)

사용 제한 : 대지의 사랑을 받는 자, 힘 5만 이상

제작자 : 대지의 신 패트릭

등급 : ★★★

"신기였네. 근데···이거 쓰라고 만든 거냐?"

힘 5만 이상이라니···

나중에 패트릭을 만나면 따져야 될 것 같았다.

"그냥 꽂아놔야지."

어차피 대지의 힘을 충전하면 할수록 좋으니 세준은 대지의 칼날을 그냥 두기로 했다.

"편하네. 누가 훔쳐 갈 걱정 안 해도 되고."

원래 탑 99층에 도둑이 있을 리 없지만, 세준은 괜히 쿨한 척했다.

세준은 대지의 칼날을 뒤로하고 아침을 만들기 위해 취사장으로 향했다.

잠시 후

꾸엥!

[아빠, 좋은 아침이다요!]

낑!

[배고파요!]

꾸엥이와 까망이가 사이 좋게 취사장 안으로 들어왔고

"자. 먹자."

세준이 준비한 소지지볶음을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아침 식사가 끝나자

꾸엥!

[꾸엥이 약초 보고 온다요!]

꾸엥이가 도시락을 챙겨 서쪽 숲으로 떠났고

끼로롱.

펜릴은 다시 잠을 잤다.

그리고

"푸후훗. 박 회장, 나만 믿으라냥!"

"응?"

뭘 믿어?

테오가 큰소리를 치며 봇짐을 열고 녹색탑으로 떠났다.

***

녹색탑 1층.

오픈 시간이 되자 세준의 상점 문이 열렸고

"군고구마 10개랑 방울토마토 100개 줘!"

"나는 찐옥수수 10개!"

아침도 굶고 상점이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던 네타족 헌터들이 돈을 내밀며 주문을 했다.

하루 만에 세준의 상점은 녹색탑 1층 최고의 핫플이 됐다.

다행히 어제 급히 고용된 화력 좋은 요리사 덕분에 물밀듯이 들어오는 주문을 감당할 수 있었다.

그때

"다치신 분은 여기서 치료받으세요!"

"이쁜 누나가 치료해 드려요!"

우르르족 아이들이 상점 옆에 새로 만든 치료소를 홍보했다.

잠시 후 헌터 하나가 치료소 안으로 들어갔고, 치료소 앞으로도 줄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직 부족하다냥!"

테오가 상점 지붕에서 헌터들을 지켜보며 고민에 빠졌다. 이래서는 녹색탑 최고의 상점이 될 수 없다냥!

그때

"너 어제 로커스트 잡다가 귀 뜯겼잖아. 가서 치료받아봐."

"그럴까?"

테오의 귀로 헌터들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로커스터다냥!"

대화를 들은 테오가 상점의 매출을 멱살 잡고 끌어올릴 방법을 생각해 냈다.

생각해 보면 이곳의 헌터들도 로커스트의 침입을 받고 있을 거다.

하지만 지구는?

"푸후훗. 위대한 박 회장 덕분에 없다냥!"

그럼 이곳에서 가장 필요한 건···

"당연히 창고에 넘쳐나는 견고한 칼날의 대파다냥!"

현재 지구는 로커스터가 완전히 멸종하며 견고한 칼날 대파에 대한 수요가 없어, 창고에 가득 쌓이고 있었다.

요즘 재고가 많이 쌓였는데, 여기다 팔면 되겠다냥! 나 너무 똑똑하다냥!

테오가 스스로를 칭찬하며 봇짐에서 대파를 꺼내고

"네타족들아. 로커스트 때문에 골치가 아프지 않느냥?! 푸후훗. 이것만 있으면 걱정 마라냥!"

헌터들을 향해 외쳤다.

로커스트는 그들의 세상을 위협하는 재앙. 헌터들의 이목이 단숨에 테오에게 집중됐다.

"푸후훗. 이걸로 말할 것 같으면 무려 지구에 침입한 로커스트를 멸종시킨 견고한 칼날 대파라는 것이다냥!"

테오가 견고한 칼날 대파를 흔들며 말하자

"뭐?! 그런 풀 쪼가리고 로커스트를 멸종시켰다고?!"

"거짓말! 로커스터가 뭘 먹는지는 알고 말하는 거야?!"

헌터들이 흥분하며 외쳤다.

"시끄럽다냥! 멍멍이 조용히 시키라냥!"

테오가 입구를 지키고 있는 마견 케르베로스를 보며 말하자

크르릉.

케르베로스가 덩치를 키우며 헌터들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거대한 힘이 헌터들을 압박하자, 헌터들은 금세 조용해졌고

"이건 위대한 박 회장과 위대한 녹색용 오필리아 님이 인정한 견고한 칼날 대파다냥!"

테오가 계속 홍보를 이어갔다. 오필리아는 견고한 칼날 대파를 본 적도 없지만

박 회장의 노예니까, 이름 좀 팔아도 된다냥!

테오는 아무렇지 않게 오필리아의 이름을 함께 언급했다.

그렇게 테오의 설명이 끝나자

"뭐?! 위대한 녹색용께서?"

"그렇다면···."

"일단 옵션 좀 볼 수 있을까?"

"푸후훗. 보라냥!"

헌터들이 대파의 옵션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래서 이거 얼마야?"

견고한 칼날 대파에 관심이 생긴 헌터들이 가격을 물어봤고

"푸후훗. 네타족들아, 그럼 경매를 시작하겠다냥!"

테오가 웃으며 외쳤다.

410화. 코어가 필요해!

410화. 코어가 필요해!

미국 휴스턴 시내.

케에엑!

도시 안은 살점포식자로 가득했다.

10만의 헌터들이 살점포식자와 싸우면 간신히 지켜낸 전선은 결국 제거하지 못한 살점포식자의 씨앗으로 인해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헌터들은 휴스턴에 살던 700만 시민들의 대피가 끝나자마자 미리 계획된 후퇴 작전에 따라 대피했다.

미국 백악관.

"대통령님, 방금 헌터들의 후퇴 작전이 종료됐습니다."

국방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래. 피해는?"

"작전 중 헌터 125명과 군인 1129명이 사망했습니다."

"흠. 생각보다 피해가 크군."

"그게 갑자기 변이 개체가 나타나면서···."

"변이 개체?"

"네. 여기 화면을 보시죠."

국방 장관이 자신의 태블릿으로 영상을 재생했고.

화면 안에는 방울토마토 머리에 사람과 비슷한 몸을 가진 몬스터 수천 마리가 헌터들과 군인들을 덮치는 영상이 나왔다.

살점포식자들과 다르게 이동 속도가 너무 빨라 헌터들과 군인들도 대처하기 힘들었다.

"다행이라면 변이 개체는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죽고, 머리에 씨앗이 없다는 겁니다."

"그나마 다행이군. 그래서 놈들은 어디로 움직이고 있지?"

"현재 휴스턴을 점령한 살점포식자는 동쪽과 서쪽으로 갈라져 해안선을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럼 동쪽은 루이지애나, 서쪽은 멕시코로 가는 건가?"

"네. 그래서 저희는 일단 루이지애나의 라피엣에 방어선을 만들어 시간을 끌면서 마법사 헌터들을 탑으로 보낼 생각입니다."

"뭐?! 10만의 헌터로도 못 막는데, 마법사들을 탑으로 보낸다고?! 자네 미쳤어?!"

국방장관의 말에 대통령이 불같이 화를 냈다.

"대통령님, 진정하십시오. 놈들을 물리치기 위해서라도 마법사들을 꼭 탑에 보내야 합니다."

국방장관이 서둘러 탑에서 새로 등장한 직업인 폭탑 마법사에 대한 정보를 보고했다.

"그러니까···박세준이 재배한 파인애플 폭탄이 탑에서 팔리고 있다고?"

"···네. 그렇습니다."

대통령의 절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 국방장관은 웃음을 삼키며 대답했다.

자신도 파인애플 폭탄을 직접 보고 나서야 믿었으니까.

"효과는 확실한 거겠지?"

"네. 폭발 반경 50m 안에는 살점포식자의 씨앗까지 가루가 된다고 합니다."

국방장관은 추가로 폭탄 마법사가 되면 얻게 되는 직업 특성에 대해서 설명했다.

[폭발은 예술 - 폭탄에 마력을 주입해 폭발 범위와 위력 10% 상승]

[폭탄 타이머 - 폭탄을 기폭 하는 타이머 마법을 설치해 10분 이내에서 폭발 시간 예약]

[정밀 폭탄 투척 - 폭탄 투척 정확도 20% 상승]

"알겠네. 진행시켜. 그리고 최대한 많은 파인애플 폭탄을 확보하도록."

"네!"

미국이 한 번 꾹 참은 비명을 지르는 파인애플 확보를 위해 움직였다.

***

"푸후훗. 견고한 칼날 대파는 10만 개씩 총 1000만 개를 팔겠다냥!"

"10만 개에 1000만 탑코인!"

"1500만 탑코인!"

테오의 말과 함께 네타족 헌터들이 경쟁적으로 호가를 올리기 시작했다.

견고한 칼날 대파가 로커스트를 멸종시켜 준다는 위대한 녹색용의 인증(?)도 있으니 거리낄 게 없었다.

"1910만 탑코인!"

"1930만 탑코인!"

"2000만 탑코인!"

마지막 호가 이후

······

아무도 호가를 부르지 않자

"낙찰이다냥!"

테오가 마지막 호가를 부른 헌터를 앞발로 가리키며 외쳤다.

"와아!!! 사슴족 만세!"

"사슴족이 이겼다!"

테오의 말과 함께 헌터들 일부가 환호했다.

네타에는 국가라고 불릴 정도로 거대한 규모의 부족이 수백 개 있었다.

그리고 조금 전 경매는 그들에게 국가대항전 같은 것. 거기에서 이겼으니 당연히 환호할 수밖에.

"1930만 탑코인!"

"낙찰이다냥!"

그렇게 경매가 계속되자 낙찰가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할 때

"여기서 로커스트를 멸종시킬 물건을 판다고?!"

"뭐냐?! 호랑이족 따위가 여기 왜 있어?"

"그러는 사자족이야 말로 여기서 왜 알짱거리는 거지?"

두 부족의 헌터들이 서로 으르렁거리며 상점으로 다가왔다.

경매 소식을 듣고 상층에서 사냥을 하다 내려온 것.

두 부족이 나타나자 다른 헌터들이 자리를 비키며 그들의 자리를 만들어줬다.

그것만으로 호랑이족과 사자족의 위세를 알 수 있었다.

"시작이다냥!"

다시 경매를 시작하자

"1900만."

"3000만."

"4000만."

두 부족의 대표들이 호가를 미친 듯이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5000만!"

"크윽! 5500만!"

"이익! 6000만!"

서로를 노려보며 호가를 부르는 두 부족의 대표.

호랑이족과 사자족의 자존심 싸움에 다른 부족들은 감히 끼지 못하고 숨죽인 채 지켜봤다.

그리고

히죽.

테오도 두 부족을 보며 앞발로 입을 가리며 환하게 웃었다. 푸후훗. 대형 호구들이 왔다냥!

잠시 후

"완판이다냥!"

남은 견고한 칼날 대파는 호랑이족과 사자족에게 모두 팔렸고, 36억 탑코인을 벌었다.

"푸후훗. 역시 돈을 벌려면 경매를 해야한다냥!"

물론 테오 기준으로는 아직 한참 부족한 매출이지만, 그래도 어제 상점 매출에 비하면 거의 12만 배가 올랐다.

"이 돈은 재투자를 해야겠다냥!"

박 회장이 날 믿는다고 했다냥! 박 회장의 믿음에 보답하려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냥!

테오가 36억 탑코인을 어떻게 쓸지 고민할 때

"이봐. 다음부터는 우리 호랑이족에게 물건을 다 넘겨."

호랑이족 대표 티세우스가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다가와 테오를 협박했다.

"푸후훗. 방금 나 테 부회장을 협박한거냥?"

"그래. 좋은 말로 할 때 견고한 칼날 대파를 다 넘겨라."

"푸후훗."

퍽.

테오가 웃으며 티세우스의 뒤통수를 향해 앞발을 휘둘렀다. 같은 고양이과라고 봐주는 일은 없었다.

그러자

"티세우스 님!"

다른 호랑이족들이 테오를 향해 달려들었고

퍼버벅.

테오는 신나게 뒤통수를 때려줬다.

그리고

꾸욱.꾸욱.

도장을 받기 시작했다.

***

검은탑 99층.

[노예 1명을 거느렸습니다.]

[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0.01 상승합니다.]

···

..

.

"뭐지?"

나만 믿으라고 하더니, 이거였나?

"흐흐흐. 테 부회장, 고맙다."

세준은 올라가는 스탯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다

똑.

[앵두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1을 획득했습니다.]

앵두 열매를 수확했다.

요즘 대지의 보석 때문에 땅의 지력이 떨어졌는지, 수확의 비약으로 빠르게 자란 열매의 10% 정도는 덜 자란 상태였다.

그래서 이렇게 뒤늦게 수확했다.

"권능 좀 써줘야겠네."

세준이 조만간 날을 잡아 땅에 를 써야겠다고 생각하며 앵두를 계속 수확했다.

그때

[작열의 앵두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70을 획득했습니다.]

"응?"

작열의 앵두?

앞에 수식어가 붙은 앵두를 수확한 세준.

[탑에서 신품종을 탄생시키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탑에서 신품종에 대한 당신의 독점 재배권을 인정합니다.]

[당신의 허락 없이는 작열의 앵두를 재배할 수 없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직업 특성으로 모든 스탯이 10씩 상승합니다.]

세준이 24번째 신품종을 수확했다.

"오! 신품종이다!"

세준이 서둘러 앵두의 옵션을 확인했다.

[작열의 앵두]

검은탑 안에서 자란 앵두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 맛있습니다.

씨앗에 화염의 기운을 품고 있어 마력을 주입하면 폭발과 함께 뜨겁게 타오릅니다.

섭취 시 1시간 동안 추위 내성이 강해집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20

등급 : A

옵션은 쓸데가 없어 애매했지만, 신품종이 하나 늘어난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그래도 맛있어졌으니까."

흐흐흐. 5개로 늘려서 내일 심어야지.

세준이 수확한 앵두를 바로 풍요의 황금 상자에 넣고 있을 때

낑?

[누가 또 내 비밀창고를 건드린 거지?]

까망이는 자신의 비밀창고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첫 번째 비밀창고뿐만 아니라, 두 번째 비밀창고까지 음식이 가득 담겨 있었다.

테오, 꾸엥이, 뱃뱃이가 막내의 비밀창고를 채워준 것.

그러나

누가 다른 창고랑 헷갈렸나?

끼히힛.낑!

[히힛. 그럼 내가 다 먹고 모른 척해야지!]

그걸 모르는 까망이는 다시 가져갈까 열심히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낑···

[배불러···]

그득그득한 욕심에 비해 위는 초라할 정도로 작았다.

안 되겠어! 코어가 필요해!

까망이는 지금까지 자신의 코어를 찾을 걸 생각해 코어를 만들지 않았다.

코어를 새로 만들면 나중에 코어를 찾았을 때 두 코어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니까.

하지만 이젠 자신의 코어를 찾고 싶지 않았다.

코어를 찾으면 얘네들이랑 못 놀고, 군고구마 말랭이도 못 먹으니까!

이제 이곳이 더 좋아졌다. 아니. 더 좋아졌다는 말은 이상했다.

왜냐하면···

멸망의 사도일 때는 항상 가슴 속에 분노만 가득했으니까.

즐거운 적이 없었다.

근데 여긴 얘 품에서 잠만 자도 신나! 그러니까 코어를 새로 만들래!

그렇게 새로운 코어를 만들기로 결심한 까망이.

낑!

[모여라!]

방금까지 먹은 음식들이 빠르게 소화되며 모래알 크기의 아주 작은 코어를 만들었다.

끼히힛.낑!낑!

[히힛. 코어 생겼다! 이제 많이 먹을 수 있어!]

까망이가 음식을 먹고, 흡수를 반복하며 코어의 크기를 키우기 시작했다.

개복치 세준을 앞지르려는 슈퍼 개복치 까망이.

그러나

"까망이, 누가 밥 먹기 전에 군것질하래?!"

개복치 세준이 그냥 놔두지 않았다.

낑!

"음식 물고 도망치는 건 어디서 배웠어?! 이리 안 와!"

세준이 소리만 지르며 천천히 까망이를 쫓아갔다.

끼히힛.낑!낑!

[히힛. 코어가 생기니 발걸음이 가벼워! 쟤도 못 쫓아오잖아!]

그것도 모르고 세준을 따돌렸다고 좋아하는 까망이였다.

***

녹색탑 1층.

"푸후훗. 여기도 유랑 상인 협회 있냥?"

돈을 불리기 위해 고민하던 테오가 아그니의 몸에서 나는 불로 생선을 구우며 물었다.

"네. 있습니다. 마법사 협회랑 용병 협회도 있죠."

"푸후훗. 좋다냥!"

잠시 후

"노예 1호에서 105호까지 모여라냥!"

생선을 다 구운 테오가 밖으로 나가며 트롤들을 불렀다.

"네!"

테오의 부름에 노예 1호에서부터 105호까지 모인 트롤들.

"노예 1호부터 순서대로 서라냥!"

"네!"

테오의 지시에 트로들이 빠르게 움직여 줄을 섰고, 노예 1호이자 불사파 막내인 크르타가 가장 앞에 섰다.

'막내온탑인가?'

크르타는 자신의 선배들을 제치고 가장 앞에 선 것에 뿌듯해하며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테오를 바라봤다.

'저는 이제 테오 님의 라인입니다!'

크르타가 마음속으로 테오에게 충성을 맹세할 때

"푸후훗. 이제 너희는 유랑 상인이 되는 거다냥! 노예 1호가 대표로 돈을 관리하라냥!"

테오가 대표인 크르타에게 유랑상인 협회에 가입할 돈을 줬다.

테오는 트롤들을 유랑 상인으로 만들어 녹색 탑에 세준의 농작물을 홍보할 생각이었다.

"푸후훗. 그럼 다녀오라냥!"

테오가 트롤들을 보내고

"박 회장, 내가 돌아왔다냥!'

검은탑으로 퇴근했다.

411화. 이제 코어 있는 까망이지롱!

411화. 이제 코어 있는 까망이지롱!

네타의 호랑이족 영토.

"로커스트들이 오기 전에 빨리 견고한 칼날 대파를 심어라!"

"네!"

"너무 촘촘하게 심을 필요 없다! 1m 정도 간격을 두고 띄엄띄엄 심어!"

견고한 칼날 대파를 어떻게 심어야 최대의 효율이 나오는지 테오에게 조언을 들은 티세우스가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덕분에 다른 부족들과 다르게 시행착오 없이 견고한 칼날 대파를 심을 수 있었다.

의도치 않게 노예가 된 게 오히려 행운이 됐다.

그때

"티세우스 님! 레드 로커스트 50만 마리가 날아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놈들의 몸에 보라색 점들이 발견됐습니다!"

정찰을 나간 부하가 달려와 보고했다.

"그래? 중간에 이 해독의 대파도 심어라!"

티세우스가 테오가 챙겨준 주머니에서 해독의 대파를 꺼내 부하들에게 나줘줬다.

내 노예는 세심하게 챙기는 테오.

혹시 로커스트가 퍼플 로커스트로 진화할 걸 대비해 티세우스에게 해독의 대파를 챙겨준 것.

잠시 후.

푸드득.

푹.

날아온 로커스트들이 견고한 칼날 대파에 찔려 죽고, 해독의 대파를 먹고 독이 해독돼 죽기 시작했다.

"대···대단하군."

"그렇습니다! 로커스트를 이렇게 쉽게 처리할 수 있다니냥!"

"냥?"

"테오 님에 대한 존경을 담아 그분의 말투를 따라 하기로 했습니다냥!"

"···그래. 알겠다."

그들이 대파를 먹는 로커스트를 구경하는 사이 50만 마리의 로커스트들이 전멸했다.

중간에 개체수가 줄어들며 보라색 점도 사라졌다.

"놈들이 언제 올지 모른다! 사체를 옮겨라!"

티세우스는 테오의 조언을 기억하며 견고한 칼날 대파 주변에 쌓인 시체들을 치웠다.

견고한 칼날 대파가 로커스트의 시체로 덮여 버리면 로커스트가 대파를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

로커스트 시체는 해독의 대파랑 같이 먹으면 먹어도 괜찮다고 했지.

로커스트도 처치하고, 식량까지 해결할 수 있다니 1석2조.

"테오 님 덕분에 좋은 일만 생기는구···냥."

티세우스가 테오를 존경하는 의미에서 끝에 '냥'자를 조용히 붙었다.

***

검은탑 관리자 구역.

[검은 거탑 성장까지 남은 시간 : 798일]

세준의 신품종 수확으로 검은 거탑 성장까지 남은 시간이 300일 단축됐다.

"크히히히. 역시 우리 세준이는 대단해! 아. 요리 다 됐겠다."

에일린이 기분 좋게 웃으며 냄비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윽!"

에일린이 냄비 안에 흘러나온 냄새를 맡고는 서둘러 코를 막았다.

"나 분명 수프를 만들었는데···."

수프는 없고, 안에는 고약한 냄새의 액체가 끓고 있었다.

"그래도 맛은 있을지 몰라!"

에일린은 포기하지 않고 과감히 자신의 창조물에 숟가락을 담가, 아주 조금 찍어 입에 넣었고

"에퉤퉷!"

바로 뱉어냈다.

"크힝. 실패다."

울적해진 에일린.

"기분 전환도 할 겸 우리 세준이 구경해야지."

에일린이 수정구로 세준을 찾았다.

***

검은탑 99층 취사장 안.

"흥흥흥."

세준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저녁을 하고 있었다.

메뉴는 부대찌개. 햄은 없었지만, 대신 소시지를 왕창 넣었다.

이어서 양파, 마늘, 대파, 감자를 넣고

"된장 한 수푼, 고추장 한 수푼···."

양념을 했다.

고추장은 얼마 전 용들의 회의 때 왕창 수확한 태양초 중 일부를 따로 빼둔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면을 넣었다. 라면 사리는 면 뽑기 장인 꾸엥이가 뽑은 갓 뽑은 생면으로 대체했다.

흐흐흐. 완전 건강한 면인 거지. 난 기름으로 튀긴 라면이 전혀 부럽지 않아! 부럽지 않다고! 아무튼 그런 거임.

부대찌개가 끓기 시작하자

"얘들아, 먹자."

세준이 일행을 불렀다.

일행들이 오기 전

"일단 이거는 에일린 거. 에일린 먹어."

세준은 면과 소시지, 야채들을 골고루 담아 에일린에게 보냈다.

[탑의 관리자가 잘 먹겠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역시 그대의 요리는 맛있다고 말합니다.]

"응. 맛있게 먹어."

[탑의 관리자가 이걸 다 먹고 다시 분발해서 요리 연습을 해보겠다고 말합니다.]

"···그래."

분발은 하지 마!

에일린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푸후훗. 박 회장, 내 생선구이는 어디 있냥?!"

꾸엥!

[맛있는 냄새 난다요!]

끼히힛.낑!

[히힛. 소시지다!]

밖에서 놀고 있던 테오, 꾸엥이, 까망이가 취사장으로 들어왔다.

"자. 테 부회장을 위한 생선구이."

"푸후훗. 박 회장의 정성이 들어간 생선구이다냥!"

세준이 화로에 올려둔 생선구이를 꺼내서 테오에게 주자 테오가 자연스럽게 세준의 무릎에 앉아 생선구이를 먹기 시작했다.

"꾸엥이는 국자로 떠먹고, 까망이는 여기."

세준이 까망이 전용 밥그릇에 소시지와 감자를 담아 줬다.

낑?

[나는 뭐가 많이 없는데요?]

까망이가 국자로 푸짐하게 떠서 담은 꾸엥이의 거대한 그릇과 자신의 조그만 그릇을 한 번씩 보고는 세준에게 항의했다.

"너 저번에도 욕심만 부리다 다 남겼잖아. 다 먹으면 또 줄게."

낑!

[네!]

히힛. 이제 예전의 코어 없는 까망이가 아니지롱! 이제 코어 있는 까망이지롱!

그렇게 탑 99층에 먹보 하나가 추가되는가 했지만

끼히힛.낑!낑!

[히힛. 다 먹었어요! 더 줘요!]

"···다 먹었는데?"

이미 부대찌개는 사라진 후였다.

까망이가 음식을 먹고 코어로 만들기 위해서는 소화시키는 시간이 필요한데

낑?!

[엥?! 다 어디 갔어요?!]

꾸엥.꾸엥.

[까망이 미안하다요. 꾸엥이가 다 먹어다요.]

그사이 꾸엥이가 다 먹어버린 것.

낑···

[내 소시지···]

"까망이, 이거라도 먹자."

세준이 슬퍼하는 까망이의 입에 군고구마 말랭이를 넣어주자

짭.짭.짭.

언제 슬퍼했냐는 듯 군고구마 말랭이를 맛있게 먹는 까망이.

히힛. 군고구마 말랭이가 제일 좋아!

소시지보다는 군고구마 말랭이를 더 선호했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자

"푸후훗."

테오가 자신의 머리를 세준의 무릎에 비비며 기분 좋게 웃었고

끼로롱.

까망이는 세준이 맨 슬링백 안에서 잤다.

그리고

꾸헤헤헤.

꾸엥이는 세준의 엉덩이에 궁둥이를 붙이고 배를 두드리며 포만감을 만끽했다.

세준과 일행들이 식후의 나른함을 즐기고 있을 때

-크하하하. 이제 5000억 탑코인만 있으면 황금빛 삼양주를 먹을 수 있겠군.

카이저가 다른 용들 들으라는 듯이 우쭐한 목소리로 말했다.

-치사한 놈. 우리도 출동할 수 있었는데···

-그러니까, 지만 VVIP될라고···

그런 카이저를 램터와 티어가 원망스럽게 바라봤다.

용들의 회의에서 딱 한 잔 마셔본 황금빛 삼양주. 그 순간만 생각하면 지금도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수장들은 당연히 세준에게 황금빛 삼양주를 사겠다고 찾아갔지만, 세준은 단칼에 거절했다.

모든 용들에게 한 잔씩 돌려야 하는 퀘스트 때문.

그래도 완전히 안 파는 건 아니고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VVIP등급은 한 달에 한 병 황금빛 삼양주를 살 수 있다.

덕분에 수장들은 황금빛 삼양주를 마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VVIP가 되기 위해 매일 돈을 벌고, 세준에게서 초월의 검은콩과 삼양주를 샀다.

근데···카이저가 검은탑에 나타난 펜릴의 힘이 15% 담긴 펜릴의 사념을 처치하며 압도적으로 앞서 나가버렸다.

-크흐흐흐. 내가 나중에 황금빛 삼양주 사면 한 잔씩 줄게.

-진짜지?!

-방금 녹음했다!

-알았어. 근데 쟤는 왜 저래?

카이저가 혼자 히죽히죽 웃고 있는 켈리온을 보며 물었다.

-몰라.

-아까부터 저 상태야.

-뭐지?

카이저가 켈리온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었지만

-으흐흐흐.

전혀 반응이 없었다.

***

하얀탑 관리자 구역.

"할아버지! 이것 봐! 나 이제 이것도 할 수 있어!"

"그래. 우리 손자 대단하구나!"

켈리온이 주변에 수십 개의 광(光)구를 만들어 자유자재로 다루는 아작스를 칭찬했다.

빛을 다루는 게 뭐가 대단하냐고 할 수 있지만, 아작스가 다루는 빛은 마법이 아니었다.

그냥 다루는 것이다. 빛 자체를.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각성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속성에 익숙해져야 하고 마력도 많이 필요하기에 용들은 보통 1500살에서 2000살 사이에 각성을 하는데, 아작스는 500살에 해낸 것이다.

각성이 빠른 용들도 1000살 정도에야 하는 걸 생각하면 정말 빠른 속도.

마력은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먹고, 속성은 검은탑에서 해를 쬔 것과 빛바라기 씨앗 덕분도 있었지만, 아작스의 재능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

그랬다. 모자라 보였지만, 아작스는 천재였다.

"아이구. 우리 손자 잘한다!"

우리 손자가 천재라니!

그래서 켈리온이 꿀이 떨어질 것 같은 눈빛으로 아작스를 바라보는 거다.

"할아버지, 나 이제 세준이 형 보러 갈래! 봉인 해줘."

"그래. 봉인."

켈리온이 아작스의 능력을 봉인하자 아작스의 크기가 작아졌다.

"으히힛. 형한테 자랑해야지! 세준이형 나 불러줘!"

잠시 후 아작스가 사라졌다.

"아. 그러고 보니 각성을 하면 능력이 10배 정도 강해지는데···."

그래도 우리 세준이도 강해졌으니까 괜찮겠지?

"얘들아, 우리 아작스가···."

켈리온이 걱정을 뒤로하고 다른 용들에게 손자 자랑을 시작했다.

***

[하얀탑의 노예가 자신을 소환해 달라고 말합니다.]

"아작스?"

무슨 일이지?

"아작스, 소환."

세준이 아작스를 소환했다.

그러자

쿠구궁.

"형! 나왔어!"

거대한 압박감을 흘리며 아작스가 나타났다.

"윽···"

세준은 약간의 신음을 흘리고

낑···?

[뭐야···?]

까망이는 기절했다.

"테 부회장, 까망이 좀 커버해 줘."

세준이 기절한 까망이를 보며 테오에게 말했다.

"알겠다냥!"

테오가 기운 빨려로 세준과 까망이에게 향하는 기운을 줄여줬다.

"아작스, 강해졌으면 얘기를 했어야지. 까망이 기절했잖아."

세준이 조금 편해진 것을 느끼며 아작스를 혼냈다. 정말 큰일 날뻔했다. 자신도 까망이도.

"형. 미안···"

"근데 갑자기 어떻게 세진 거야?"

"형! 나 각성했어! 다 형 덕분이야!"

세준의 물음에 다시 흥이 난 아작스가 세준을 껴안으려 하자

"안 돼!"

세준이 서둘러 손을 들어 아작스를 막았다. 이렇게 얘기하는 건 괜찮지만, 터치는 노. 접촉은 다른 얘기였다.

또 기절할 수는 없지.

"아작스, 근데 각성이 뭐야?"

세준이 절대 기절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아작스에게 물었다.

"아. 각성은···."

아작스가 자신이 한 각성이라는 게 얼마나 대단한지 알려주기 위해 각성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다.

"그러니까 각성을 해야 진짜 성룡 대우를 해준다는 거지? 능력도 10배 정도 강해지고?"

"응! 형!"

정확히는 각성을 하면 스탯이 10배 늘어나는 건 아니고, 스탯의 10배로 힘을 쓸 수 있는 이라는 걸 얻게 된다고 했다.

그래서 아작스가 강해졌지만, 세준의 스탯은 늘지 않았던 것. 아쉽네.

"그럼 500살에 각성한 아작스는 엄청 대단한 거네?"

"응! 아직 1000살이 안 돼서 진짜 성룡이 아니기는 하지만. 으히힛."

세준의 칭찬에 아작스가 부끄러워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근데 에일린도 각성했어?"

갑자기 궁금증이 든 세준이 에일린에게 물었다.

[탑의 관리자가 자신은 아직 각성을 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그래?"

그럼 각성하면 10배 더 강해지는 거네?

에일린이 여기서 10배 더 강해지면···

부르르르.

세준이 10배 강해진 에일린을 생각하며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412화. 내가 박세준한테 거대 신전 받은 썰 푼다!

412화. 내가 박세준한테 거대 신전 받은 썰 푼다!

녹색탑 10층에서 20층까지 이어져 있는 상인 통로의 어느 중간

"크르타, 우리 그 돈 가지고 도망치자."

"그래. 그 돈만 있으면 돌아가도 보스가 용서해 주실 거야."

불사파의 중간 보스 억타와 다른 부하들이 막내인 크르타를 설득하며 걷고 있었다.

하지만

"싫습니다! 테오 박 님을 배신할 수 없습니다!"

라인을 테오로 갈아탄 크르타는 완강히 거부했다.

막내 주제에!!!

억타는 크르타를 그냥 패고 돈을 뺏고 싶었지만, 계약서에 노예들끼리 싸우지 말라는 내용 때문에 폭력을 쓸 수 없었다.

"막내야 왜 그래? 그러다 다른 불사파 조직원들 만나면 어쩌려고?!"

"그래. 그러다 죽어."

설득이 통하지 않자 그들은 점점 협박을 섞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건 상황을 악화시켰다.

"형님들, 이거 나중에 테오 박 님한테 다 이를 거예요! 그리고 제가 대표니까, 앞으로 저한테 존댓말 써주세요!"

계속 테오를 배신하라는 형님들의 말에 막내가 드디어 대표로 각성했다.

"뭐?!"

"크르타, 너 미쳤어?!"

"어허! 저는 테오 박 님에게 대표로 인정받은 몸입니다! 제 말을 따르세요!"

"두고 보자."

"좋습니다. 와크 형님, 방금 '두고 보자'라고 하신 말씀 테오 박 님에게 보고하겠습니다."

"어?!"

"······."

그 이후 트롤들은 조용히 유랑 상인 협회 본부가 있는 탑 35층을 향해 이동했다.

녹색탑은 검은탑과 다르게 유랑 상인 협회의 본부가 탑 35층에 있었다.

***

검은탑 99층.

"읏차."

세준이 침대에서 눈을 뜨자

[대지의 보석의 봉인이 풀렸습니다.]

[대지의 보석에 봉인돼 있던 늪의 신 스웜프가 봉인에서 풀려납니다.]

[늪의 신 스웜프가 자신의 봉인을 풀어준 대상에게 은혜를 갚습니다.]

[늪의 신 스웜프가 길 1평을 늪으로 만들어 은혜를 갚습니다.]

메시지가 보였다.

"늪이면···."

황금늪? 보석늪? 뭐지?

"냥···."

세준이 늪을 확인하기 위해 테오를 들어 무릎에 착용하고

낑···

까망이는 슬링백에 넣은 후

슥.

침대에서 일어나 벽에 날짜를 표시했다. 입탑 405일 차 하루가 시작됐다.

그렇게 밖으로 나온 세준은 늪을 찾아 농장을 돌아다녔다.

잠시 후

"왜 없지?"

농장을 다 뒤져도 늪길이 나오지 않자

설마 취사장인가?

세준은 취사장으로 향했고, 우유샘 옆에서 늪의 신 스웜프가 만든 갈색 늪을 찾을 수 있었다.

"이거 그거 아냐?"

악마의 초코잼 노뗄라!!!

"흐흐흐. 스웜프 님, 아주 훌륭한 신이시군요."

인정! 10평 만점에 7평 드리겠습니다!

세준이 7평짜리 스웜프 로드를 만들어야 겠다고 결심할 때

[신 다섯의 봉인을 풀었습니다.]

[퀘스트 조건이 달성됐습니다.]

[퀘스트 조건 달성 보상으로 성장의 비약 5방울을 획득했습니다.]

메시지와 함께 세준의 손에 여러 가지 색의 영롱한 빛을 내는 액체가 든 작은 유리병이 나타났다.

"이게 성장의 비약?"

세준이 비약이 내는 빛을 홀린 듯이 바라보며 성장의 비약의 옵션을 확인했다.

[성장의 비약]

지고한 창조신의 기운이 아주 미약하게 담긴 비약입니다.

섭취 시 경험치 100만을 획득합니다.

섭취 시 힘, 체력, 민첩, 마력 중 가장 낮은 스탯 10을, 직업 스킬 중 하나의 숙련도를 많이 상승시킵니다.

성장의 비약을 10방울 섭취할 때마다 모든 스탯이 100 상승합니다.

남은 양 : 5방울

사용 제한 : 검은탑의 탑농부

제작자 : 창조신의 사도 에밀라 이베너스

등급 : SSS

"뭐지?"

이렇게 다양하게 올려준다고?

경험치, 직업 스킬 숙련도, 스탯을 동시에 올려주는 아이템은 처음이었다.

뭔가 자신의 멱살을 잡고 강제로 성장하게 만들려는 의지가 느껴졌다.

이래서 성장의 비약이구나···

세준은 바로 성장의 비약을 마셨다.

맛은···

으엑!

엄마가 어렸을 때 해준 건강한 녹즙 맛.

꿀꺽.꿀꺽.

세준은 서둘러 물을 마셔 성장의 비약을 삼켰다.

[성장의 비약 5방울을 섭취했습니다.]

[경험치를 500만 획득했습니다.]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힘이 10 상승합니다.]

···

..

.

덕분에 레벨업을 하며 88레벨이 됐고, 세준의 스탯 중 가장 낮은 스탯인 민첩이 50 상승했다.

그리고 직업 스킬 중 마력 씨뿌리기, 수확하기, 농작물 거대화, 너는 밭이다, 온실의 숙력도가 상승했다.

그렇게 성장의 비약을 마신 세준.

"땅 일으키기."

마일러의 괭이로 스킬을 사용해 7평짜리 스웜프 로드를 만들었다.

[스웜프 로드]

우리에게 악마의 초코잼 늪으로 보답한 늪의 신 스웜프. 그는 아주아주 훌륭한 신이었습니다.

"이제 아침 해야지."

길을 만든 세준이 다시 취사장으로 돌아와 아침을 했다.

잠시 후.

꾸엥!

[아빠, 안녕히 주무셨다요!]

꾸엥이가 힘차게 인사를 하며 취사장 안으로 들어왔다.

"꾸엥아, 이거 먹어봐."

세준이 직접 구운 바게트 빵에 초코잼을 발라 꾸엥이의 입에 넣어주며 말했다.

꾸엥?!꾸엥!

[이게 뭐다요?! 진짜 맛있다요!]

맛있는 걸 먹고 흥이 올라 궁둥이를 실룩실룩 흔드는 꾸엥이.

낑!

[맛있어!]

까망이도 흥분해서 입 주변에 초코잼을 다 묻히며 먹었다.

역시 악마의 잼.

"테 부회장도 먹을래?"

"싫다냥! 나 테 부회장은 생선구이 먹을 거다냥

그러나 악마의 잼도 생선애호가한테는 안 먹혔다.

그렇게 아침 식사가 끝나자

"푸후훗. 박 회장, 갔다 오겠다냥!"

"그래. 잘 다녀와."

"알겠다냥!"

테오가 녹색탑 1층으로 출근했다. 당연히 세준이 구운 생선구이 도시락을 봇짐에 넣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