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컥.
한태준은 한국 각성자 협회 지부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자
"지구 방위 사령관님과 부사령관님을 뵙습니다! 저는 코드명 캡틴 K라고 합니다."
갑자기 세준에게 절도있게 경계를 했고
"저는 코드명 K-6입니다!"
김동식도 한태준을 따라서 세준에게 경례했다.
"푸후훗. 모두 고생이 많다냥! 이 몸은 지구 방위 부사령관 코드명 옐로우다냥! 아니! 이제 골드로 바꾸겠다냥!"
테오가 둘의 경례를 받아줬지만, 둘은 경례를 내리지 않았다. 최상급자인 세준이 아직 경례를 받지 않았으니까.
맞다. 내가 지구 방위 사령관이었지.
"저는 코드명 검은용입니다."
세준이 둘의 경례를 받으며 대충 코드명을 만들어 말했다.
"아니다냥! 위대한 검은용이다냥! 빼 먹으면 안 된다냥!"
"그래. 위대한 검은용. 됐지?"
"푸후훗. 그렇다냥! 박 회장은 위대한 검은용인 것이다냥!"
그렇게 각자의 코드명 소개가 끝나자
"그럼 지구 상황에 대해 브리핑하겠습니다."
김동식이 일어나 현재 지구의 상황을 설명했다.
잠시 후
"네?! 살점포식자요?"
김동식의 설명을 들은 세준이 놀랐다.
로커스트는 멸종하고, 거머리는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로 인해서 거의 처리가 됐다고 알고 있던 세준.
미국 텍사스주 전체가 살점포식자라는 몬스터에게 점령됐다는 소식에 크게 놀랐다.
"살점포식자는 검은탑에서 먼저 발생했는데, 저희는 그 배후로 세계적인 곡물 기업 가겔의 회장인 마이클 맥라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이클은 현재···"
"푸후훗. 걱정 말라냥! 박 회장이 왔으니, 이제 끝이다냥!"
"그래요. 걱정 마세요."
세준도 지구에서는 자신의 강함이 먹힐 거라 자신하며 큰소리를 쳤다.
"미국에 있는 몬스터도 제가 깔끔하게 처리해 드릴게요."
흐흐흐. 미국 한 번도 안 가봤는데, 겸사겸사 미국 여행도 해야지.
미국 가서 관광할 생각으로 신난 세준.
"그럼 바로 나가실 건가요?"
"아니요. 흑곰들 좀 교육시켜서 시장 정상화 시키고 가려고요."
세준은 한태준을 따라가며 흑곰들은 아공간 창고에 넣어뒀다. 꾸엥이가 심심할 테니, 교육 좀 시키라고.
그리고 지구가 검은 거탑 0층에 편입되려면 내일 오전에나 가능하기에 지금은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었다.
아까 잠깐 탑의 정식 출구로 나가보려 했지만
[검은탑 탑농부는 탑을 나갈 수 없습니다.]
나갈 수 없었다.
"헌터 님, 혹시 출구가 사라지신 건가요?"
"네?!"
덕분에 한국 각성자 협회 직원의 오해를 사기도 했다.
"아. 그럼 저희는 미리 나가서 미국으로 갈 전용기 준비와 세준 님 가족분들에게 미리 연락해 두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대화를 끝나고, 한국 각성자 협회 지부에서 나온 세준.
철컹.
세준이 조심히 아공간 창고를 살짝 열고
"꾸엥아, 교육 다 끝났어?"
안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꾸엥!꾸엥?!
[그렇다요! 맞다요?!]
꾸엥이가 몽둥이를 든 채 흑곰들을 보며 묻자
"그렇습니다! 저희는 이제 완전히 착해졌습니다! 아주 착한 흑곰입니다!"
"이제 나쁜 짓은 하지 않는 꾸엥이파가 되기로 했습니다!"
꾸엥이파?
꾸엥아, 애들 교육시키라고 했더니 왜 조직을 만들어.
세준이 걱정스러운 눈빛을 할 때
꾸엥!꾸엥!
[그렇다요! 우리 꾸엥이파는 나쁜 짓은 하지 않는다요! 나쁜 짓을 하면 이렇게 된다요!]
꾸엥이가 몽둥이를 부러뜨리는 동작을 하자, 흑곰들이 벌벌 떨었다.
무서워.
세준도 떨었다. 딴마음은 절대 안 먹을 것 같았다.
"자. 따라 와."
"네."
세준은 정신을 차린 꾸엥이파의 흑곰들을 데리고 시장을 정비했다.
"땅 일으키기!"
세준이 시장의 절반에 장사를 할 수 있는 점포를 만들고, 나머지 절반에는 기존처럼 헌터들이 장사를 할 수 있게 해놨다.
"푸후훗. 일단 덤비면 도장을 받는 거다냥!"
"네! 덤비면 도장!"
그사이 테오는 흑곰들에게는 장사를 방해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들을 어떻게 할지 교육했다.
그때
달그락.
탑 4층에 있던 1000명의 스켈레톤 마법사들이 도착했다.
"자. 여기서 너희들은 이제 여기서 헌터들이 가져온 물건을 감정하고 적당한 가격에 팔면 돼."
세준은 그들을 점포에 투입시켰다.
이로써 검은탑 1층에 24시간 연중무휴 헌터들의 물건을 전문적으로 매입하는 상점이 들어섰다.
처음에는 헌터들도 직접 팔겠지만, 나중에는 이곳에 적당한 가격에 팔고 사냥을 가는 게 더 이득이라는 걸 깨닫게 될 거다.
그렇게 시장의 영업 준비가 끝나자, 주변이 어두워졌다.
세준은 간단히 저녁을 먹고, 아공간 창고에 들어가 테오, 흑토끼, 꾸엥이, 뱃뱃이, 까망이와 함께 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
철컹.
잠에서 일어난 세준이 아공간 창고를 나와 간단히 씻고, 시장을 둘러볼 때
[탑의 관리자가 지구가 검은 거탑 0층에 편입이 완료됐다고 말합니다.]
"진짜?! 그래서 전용 통로는 어디 있어?"
[탑의 관리자가 그대가 있는 위치에서 북쪽으로 쭉 이동하라고 말합니다.]
"알았어!"
세준이 에일린의 말에 따라 북쪽을 향해 이동하자 바닥에 뚫린 검은 구멍이 보였다.
"여기가 전용 통로구나."
좋아. 가자.
세준이 검은 구멍을 향해 손을 대자
[현재 전용 통로를 이용하려는 수는 여섯입니다.]
[여섯의 체류 비용을 내고 검은 거탑 0층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나타나는 메시지.
"응."
세준이 대답하자, 체류 비용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테오 박의 스탯과 격을 고려해 체류 비용을 계산합니다.]
[1시간에 체류 비용 4000억 탑코인이 듭니다.]
[흑토끼의 스탯과 격을 고려해 체류 비용을 계산합니다.]
[1시간에 체류 비용 3000억 탑코인이 듭니다.]
[꾸엥이 박의 스탯과 격을 고려해 체류 비용을 계산합니다.]
[1시간에 체류 비용 5000억 탑코인이 듭니다.]
[뱃뱃이 박의 스탯과 격을 고려해 체류 비용을 계산합니다.]
[1시간에 체류 비용 3000억 탑코인이 듭니다.]
비싸긴 했지만, 예상 범위 내였다.
그리고 이제 남은 건 가장 약한 세준과 까망이뿐. 한 마디로 돈이 가장 적게 드는 둘만 남았다.
하지만
[박세준의 스탯과 격을 고려해 체류 비용을 계산합니다.]
[1시간에 체류 비용 1000억이 듭니다.]
[가 확인됐습니다.]
[1시간 체류 비용에 1조 탑코인이 할증됩니다.]
"어?!"
저기요!
생각지도 못 한 곳에서 가격이 확 올라갔다.
그래도 가진 보석 다 팔면 10일은 머물 수 있겠지?
세준이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할 때
[까망이 박의 스탯과 격을 고려해 체류 비용을 계산합니다.]
마지막 순서인 까망이의 체류 비용이 계산됐다.
[1시간 체류 비용 1억 탑코인이 듭니다.]
흐흐흐. 역시 가장 낮군.
우리 까망이 이쁘다.
세준이 돈을 가장 적게 잡아먹는 까망이를 흐뭇하게 바라볼 때
[가 확인됐습니다.]
[1시간 체류 비용에 1000조 탑코인이 할증됩니다.]
[이 확인됐습니다.]
[1시간 체류 비용에 500조 탑코인이 할증됩니다.]
[이 확인됐습니다.]
[1시간 체류 비용에 100조 탑코인이 할증됩니다.]
[이 확인됐습니다.]
[1시간 체류 비용에 900조 탑코인이 할증됩니다.]
···
..
.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오는 메시지.
"뭐야?!"
세준이 절규할 때
낑!낑!
[엣헴! 내가 이 정도임! 이게 나 위대한 까망이 님의 능력이다!]
까망이는 세준의 마음도 모르고 마음껏 우쭐해하고 있었다.
430화. 역시 우리 까망이 아직 약하쥬?
430화. 역시 우리 까망이 아직 약하쥬?
까망이, 너 시고르자브종 아니었어?
끼히힛.낑!
[히힛. 나의 대단함을 더 !더! 더! 설명하거라!]
세준은 메시지를 향해 호통을 치는 까망이를 보며 큰 배신감을 느꼈다.
똥개에 개복치인 줄 알았던 우리 까망이가 고고한 늑대라는 혈통에 돈 잡아 먹는 엄청난 권능을 여러 개 가진 존재였다니···
위험해!
검은탑 99층 최약체에서 간신히 벗어난 자신의 위치가 위협받고 있었다.
밑에서 두 번째는 나라고!
자신의 아래 까망이가 있다는 게 세준의 큰 기쁨이었는데, 까망이마저 세준을 밟고 올라서고 있었다.
그렇게 세준이 안타까워하는 사이
[현재 가진 돈은 5조 탑코인입니다.]
[돈이 크게 부족합니다.]
당연히 부족하지.
까망이는 빼야 하나?
같이 가고 싶었지만, 돈이 없다는데 어쩔 수 없었다.
까망아, 미안하다. 그래도 나는 가야지.
세준이 까망이를 탑 1층에 맡겨놔야겠다고 생각할 때
[아공간 창고에 있는 재물을 팔아 현금화합니다.]
"어?!"
뭘 팔아? 팔아도 얼마···
[27경 3억 탑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오!
생각보다 흑스터의 보물들이 돈이 되는 모양이었다.
[테오 박의 [아홉 탑을 유랑하는 대상인의 봇짐]에 있는 현금 3억 탑코인을 가져옵니다.]
[테오 박의 [아홉 탑을 유랑하는 대상인의 봇짐]에 있는 재물을 현급화합니다.]
[3경을 획득해습니다.]
테오 봇짐에는 뭐가 있었던 거지?
세준이 궁금해할 때
[꾸엥이 박의 용돈 주머니에 있는 현금 3000탑코인을 가져옵니다.]
야! 꾸엥이 용돈은 건드리면 안 되지!
우리 꾸엥이가 칭찬 카드에 도장 채우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나중에 꾸엥이 몰래 다시 채워놔야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일행들이 가진 돈을 전부 합치자
[현재 가진 돈은 30경 5조 3억 3000탑코인입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돈이 모였다.
하지만
[가진 돈 30경을 소모해 지구에 3시간 동안 머무릅니다.]
그 돈으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고작 3시간.
"뭐?! 3일도 아니고 3시간?!"
할 게 얼마나 많은데!
미국도 가야하고, 애들이랑 놀이동산도 가야하고, 엄마가 차려준 밥 먹으면서 밀린 드라마도···
[지구로 이동합니다.]
따질 새도 없이 세준의 시야가 검게 변하며 지구로 이동됐다.
***
한국에 안전지대를 만들고 있던 9개의 검은탑.
하지만 마이클이 한국의 검은탑을 제거하며 현재 검은탑은 강남과 한남동에 있는 2개까지 총 3개만 남은 상황이었다.
"크크크. 이제 하나만 더 제거하면 안전지대도 사라지는군."
마이클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강남에 있는 검은탑으로 다가갈 때
"윽!"
휘청.
마이클이 나무뿌리에 다리가 걸려 휘청거렸다.
"아. 짜증 나. 서울은 탑 근처에 무슨 나무를 키우길래 이렇게 나무뿌리가 많아!"
마이클이 투덜거리며 다시 검은탑을 향해 다가갔다.
[어떡하죠? 제가 나서야 하나요?]
그걸 보며 뿌리를 동동 구르는 불꽃이.
자신이 나서는 순간 인근이, 최소 강남이 사라진다. 그래서 마이클을 지켜보며 뿌리로 방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이클이 마지막 남은 안전지대를 제거하려 하자, 불꽃이도 결단을 내려야 했다.
안전 지대가 사라지면 세준이 지구에 올 수 없게 된다.
세준 님, 빨리 오세요!
불꽃이가 자신이 나서지 않기를 바라며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뿌리를 꺼낼 준비를 할 때
"지구여! 내가 돌아왔다!"
세준이 만세를 부르며 마이클 앞에 나타났다.
'이놈은 뭐야?'
마이클은 자신의 앞에 갑자기 나타난 세준을 보며 귀찮은 파리 치우듯이 손을 뻗었다.
과업을 가장 빠르게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세준을 제거하려 한 것.
지금까지는 일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그걸 필요가 없지.'
이제 눈앞의 장애물을 치우고 검은탑 하나만 제거하면 지구에서 안전지대가 사라진다.
'그럼 끝이지. 너무 슬퍼하지 말아라. 곧 다른 사람들도 따라갈 테니.'
그렇게 마이클이 세준에게 손을 뻗을 때
[검은 거탑 0층에 도착했습니다.]
[안전지대 안에서는 몸에서 뿜어내는 기운이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습니다.]
[멸망 탐지를 시작합니다.]
.
.
.
[멸망 탐지가 끝났습니다.]
[반경 500km 내에서 멸망의 기운이 다수 탐지됐습니다.]
[동쪽 1만 1000km 지점 미국 텍사스에서 멸망의 기운이 대량 탐지됐습니다.]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서둘러 탐지된 멸망의 기운을 전부 제거하십시오. 현재 상태가 계속되면 38일 후 지구가 멸망합니다.]
보상 : 지구의 멸망 유예
세준은 열심히 메시지를 읽고 있었다.
어···멸망을 제거하긴 해야지. 근데 나 지구에 3시간밖에 못 머무는데···
빨리 끝내면 집에서 밥 한 끼는 먹을 수 있으려나?
그렇게 생각에 빠진 세준은 불과 10cm 거리를 남겨두고서야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마이클의 손바닥을 발견했다.
다가오는 주먹에서 엄청난 힘이 느껴졌다.
오자마자 팔찌부터 풀었어야 했는데···
세준이 후회할 때
"냥!"
퍽.
테오가 마이클의 기습 공격을 막았다.
"푸후훗. 이 몸은 박 회장의 충성스러운 부하 철벽방어 테오 박이다냥! 나 테 부회장이 있는 한 박 회장의 썩은 얼굴에는 손 하나 못 댄다냥!"
기고만장한 표정을 짓는 테오.
끼히힛.낑?낑!
[히힛. 네가 얘 때릴려고 했냐?! 고고한 늑대 위대한 까망이 님이 혼내주마!]
뽈짝.
까망이도 마이클을 향해 호기롭게 몸을 날렸다.
그리고
꿍.
마이클의 이마와 살짝 박치기를 한 후
끼잉···
기절하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까망이.
[봉인이 해제됐습니다.]
[능력을 100% 사용할 수 있습니다.]
"흐흐흐. 개복치 녀석."
역시 우리 까망이 아직 약하쥬?
그사이 봉인의 포도 넝쿨 팔찌를 푼 세준이 서둘러 떨어지는 까망이를 조심스럽게 잡았고
퍽!퍽!
"왜 우리 박 회장한테 까불었냥?! 혼내준다냥!"
테오는 마이클을 혼내주기 시작했다.
"이익! 펜릴의 힘이 왜···"
마이클은 멸망의 힘을 사용할 수 없자, 억울한 표정으로 테오에게 두들겨 맞았다.
"표정이 불순하다냥!"
물론 거기에 기분이 나빠진 테오가 더 열심히 혼내줬다.
그리고
끼히힛.낑?낑...
[히힛. 봤냥? 위대한 까망이 님의 힘을···]
자신의 정신세계로 코어 조각에 든 사념을 불러들여 소멸시키는 가장 큰 일을 한 까망이.
하지만
"그래. 우리 까망이, 꿈에서라도 위대해져라."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다.
잠시 후
"박 회장, 내가 좋은 거 주웠다냥!"
어느새 마이클의 몸에서 빠져나온 펜릴의 코어 조각을 주운 테오가 세준에게 가져갔다.
[펜릴의 코어 조각(10%)]
"응? 10%짜리?!"
와. 지구에 이런 게 있었다니, 큰일 날 뻔했다.
"테 부회장, 아주 훌륭해! 잘했어!"
세준이 테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극찬을 하자
"푸후훗. 나 테 부회장은 원래 훌륭하고 잘한다냥!"
기고만장해진 테오가 우쭐해했다. 얄밉기는 했지만, 오늘은 참아줬다.
눈앞의 쓰러진 남자가 10%짜리 펜릴의 코어 조각이 잘못 사용되면 지구는 바로 멸망했을 테니까.
"에일린, 이거 정화해 줘."
세준이 코어 조각을 정화하기 위해 에일린을 불렀지만
······
대답이 없었다. 검은 거탑에 임시 편입된 거라 그런지 관리자 구역에 있는 에일린이랑 대화는 할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펜릴의 코어 조각을 챙긴 세준.
철컹.
"얘들아, 나와."
아공간 창고를 열어 꾸엥이와 흑토끼를 불렀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꾸엥이 이제 꾸엥이 할머니 볼 수 있다요?!]
"그럼. 가서 할머니 김치찌개 먹자."
꾸엥!
[좋다요!]
뺙?
[여기가 지구?]
"응. 신기하지?"
뺙!
[네!]
"근데 진짜 깨끗해졌네."
체류 비용을 위해 현금화하면서 보석으로 두껍게 깔려있던 아공간 창고 바닥이 깨끗진 걸 보며 세준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때
"세준 님, 오셨군요!"
한태준과 김동식이 금발의 남자 두 명과 함께 달려왔다. 미국에서 파견된 CIA요원 로빈과 피터였다.
한태준이 미국 텍사스의 살점포식자 제거를 위한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둘을 부른 것.
"김동식, 이 인간이 우리 박 회장을 공격했다냥!"
테오가 기절한 마이클의 팔을 잡고 동식에게 끌고 가며 말했다.
"어?! 이자는 마이클?!"
"어?! 이 사람이 마이클이었어요?!"
"네! 역시 대단하십니다. 벌써 마이클을 잡다니!"
"푸후훗. 김동식, 내가 뭐라고 했냥?! 박 회장이 나서는 순간 끝이라고 했냥? 안 했냥? 박 회장은 위대하다냥!"
테오가 신나게 세준을 찬양할 때
"세준 님, 안녕하십니까. CIA요원 로빈입니다."
"안녕하십니까. CIA요원 피터입니다."
피터와 로빈이 세준에게 다가와 영어로 인사했다.
"네. 반가워요."
오! 통한다!
영어는 못하지만, 세준은 재능 : 자연의 친구 덕분에 세준은 영어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살점포식자 처치를 위해 미군이 텍사스에 핵을 쏜다고요?"
덕분에 통역 없이 둘에게 미국의 사정을 직접 들은 세준.
"네. 그러니 부디 도와주십시오! 텍사스에는 아직 도망치지 못한 20만 명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번처럼 뱃···"
피터가 과거 뱃뱃이가 한 일을 말하려 할 때
(뱃뱃! 이렇게 지구에 오는 건 처음이에요!)
이러다 들키겠어요!
형들의 스킬을 표절한 걸 들킬까 뱃뱃이가 서둘러 피터의 말을 끊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리고
(뱃뱃! 아. 죄송해요. 두 분의 대화를 방해했죠? 근데 들어보니까, 꾸엥이 형님의 꾸엥만보권이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은근슬쩍 해결책을 제시하며 말을 돌렸다.
꾸엥!꾸엥!
[그렇다요! 꾸엥이가 꾸엥만보권으로 해결한다요!]
뱃뱃이의 말을 들은 꾸엥이가 앞으로 나서자
(뱃뱃. 이제 아무도 모를 거예요.)
안심하는 뱃뱃이.
꾸엥이가 꾸엥만보권으로 텍사스의 살점포식자를 처치하면 과거에 자신이 만든 흔적까지 깔끔하게 사라질 거다.
그렇게 꾸엥이가 앞으로 나서자
???
당황하는 피터와 로빈. 저 곰은 뭐지?
그때
"꾸엥아, 이쪽 아니고 저쪽."
탐지된 멸망의 위치를 느낄 수 있는 세준이 꾸엥이의 앞발 방향을 수정해 줬다.
그리고
꾸엥!
휙.
힘차게 앞발을 휘두르는 꾸엥이.
물론 그들의 앞에는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나비효과처럼 미국 텍사스에는 재앙이 들이닥쳤다.
***
미국 펜타곤 작전실.
"장관님, 이제 30분 남았습니다."
결국 본토에 핵을 쏴야 하는 건가?
"텍사스에 남은 사람은?"
"아직 20만 명을 구출하지 못했습니다."
"음···"
부하의 보고에 국방장관은 침음을 흘렸다.
자신의 결정으로 20만 명의 목숨이 사라지겠지만, 이제 더 이상 기다려 줄 수 없었다.
그래도 해야만 한다.
국방장관이 결단을 내릴 때
우웅.
친구인 CIA국장에게 연락이 왔다.
평소라면 작전 중에 전화를 받는 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국방장관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방금 한국에 박세준이 나타났네!"
"뭐?!"
"박세준이 검은탑에서 나왔다고!"
"진짜인가?!"
"그래. 우리 요원들이 박세준을 설득하러 갔으니, 생존자들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주게."
"알았네!"
국방장관이 서둘러 부하를 부르려 할 때
"장관님! 영상을 보십시오!"
미국 텍사스 상공을 촬영하는 위성 영상에 구름을 가르는 거대한 곰발바닥 형상이 보였다.
잠시 후.
정확하게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지역을 피해 살점포식자만 때리는 곰발바닥.
이어서 곰발바닥이 한 번 더 떨어지며 텍사스에 거대한 두 개의 곰발바닥이 찍히며 살점포식자를 완전히 전멸시켰다.
431화. 저 돌아왔습니다.
431화. 저 돌아왔습니다.
[약초꾼 꾸엥이 박이 살점포식자를 처치했습니다.]
[약초꾼 꾸엥이 박이 회득한 경험치의 50%인 500을 획득했습니다.]
···
..
.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오. 레벨업."
꾸엥이 덕에 제자리에서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레벨업을 한 세준이 웃고 있을 때
꾸헤헤헤.꾸엥?
[헤헤헤.아빠, 꾸엥이 잘했다요?]
꾸엥이가 주섬주섬 간식 주머니서에서 칭찬 카드를 꺼냈다.
"그럼 아주 잘했지. 근데 우리 꾸엥이 용돈 얼마나 모았나 볼까?"
꾹.
세준이 긴장한 표정으로 칭찬 카드에 도장을 찍어주며 말했다.
꾸엥!꾸엥!
[꾸엥이, 많이 모았다요! 여깄다요!]
세준의 말에 꾸엥이는 자신이 열심히 모은 용돈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자신의 용돈 주머니를 세준에게 건넸다.
그리고
"어! 꾸엥아, 저기 봐! 편의점이다! 저기 맛있는 거 많은데, 가서 구경할까?"
꾸엥이의 용돈 주머니를 받은 세준은 서둘러 꾸엥이에게 편의점 구경을 제안했다.
꾸엥이가 편의점 먹거리를 구경하는 사이 용돈 주머니에 다시 3000탑코인을 채워둘 생각이었다.
하지만
꾸엥!꾸엥!
[싫다요! 빨리 꾸엥이 할머니 만나서 맛있는 거 해달라고 할 거다요!]
쓰읍.
비록 침은 흘렸지만, 사특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지조 있는 우리 꾸엥이.
"저기 동식 님, 잠깐 폰 빌려주실 수 있나요?"
"네.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작전을 바꿔 동식에게 스마트폰을 빌린 후
"영통해도 되죠?"
"그럼요! 얼마든지 쓰십시오."
김미란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엄마, 나야 세준이."
-세준아! 드디어 탑에서 나온 거야?!
"응. 근데 좀 있다 다시 들어가 봐야 될 것 같아."
-얼마나 있다?
"3시간 정도? 엄마. 잠깐만. 꾸엥이 바꿔줄게."
-어머! 꾸엥이도 나왔어?!
엄마, 왜 꾸엥이 나온 거에 더 반가워하는 거죠? 아들 섭섭해질려고하네.
"꾸엥아, 할머니야."
세준이 꾸엥이에게 폰을 주자
꾸엥!
[꾸엥이 할머니 반갑다요!]
두 앞발로 폰을 들고, 김미란에게 배꼽 인사를 하는 꾸엥이.
-우리 꾸엥이, 잘 지냈어?
꾸엥!
[꾸엥이, 꾸엥이 할머니가 만든 맛있는 음식 먹고 싶다요!]
-그래. 꾸엥이, 할머니가 맛있는 거 많이 만들었으니까 빨리 와.
꾸엥!꾸엥!
[꾸엥이 배고프다요! 많이 먹을 수 있다요!]
분명 말이 안 통하는 데, 대화가 무리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꾸엥이가 김미란과 대화를 하는 사이
손은 눈보다 빠르다!
세준은 빠르게 3000탑코인을 꺼내 용돈 주머니에 넣고
"엄마, 우리 한 시간 안에 도착할 것 같으니까 세돌이한테 내 단골 배달 음식 다 시키라고 해줘."
-그래. 빨리 와! 보고 싶으니까.
"···응."
왠지 내가 아니라 꾸엥이를 더 기다리는 기분이 들었지만, 세준은 애써 무시하고 영통을 끊었다.
그리고
"우와. 우리 꾸엥이 3000탑코인이나 모았네?"
태연하게 용돈 주머니에서 3000탑코인을 꺼내며 놀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꾸엥!꾸엥!
[그렇다요! 꾸엥이 부자다요!]
세준의 말에 가슴 대신 배를 내밀며 우쭐해하는 꾸엥이.
좋아. 완벽했어.
"그래. 우리 꾸엥이 부자네."
[스킬 : 꾸엥만보권(Master)을 복제했습니다.]
세준이 그런 꾸엥이의 배를 쓰다듬어 주며 스킬을 복제했다.
세준이 연구한 결과 상대방과의 친밀도가 높을수록 스킬 강탈석으로 원하는 스킬을 복제할 확률이 크게 올라갔다.
물론 사용가능한 스킬이어야 했다.
덕분에 꾸엥만보권만 복제할 수 있게 된 세준.
500km 내에 있는 멸망의 기운은 꾸엥만보권을 사용해 세준이 직접 제거할 생각이었다. 멸망이 바다에 있기 때문.
꾸엥이가 꾸엥만보권으로 처치하면 동해, 서해, 남해 주변의 나라들은 거대한 해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을지도 몰랐다.
[꾸엥만보권(Master)]
크림슨 자이언트 허니베어 꾸엥이가 아빠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멀리서 적을 타격하기 위해 스승인 우마왕과 함께 고안해 만든 공동 창작 스킬입니다.
꾸엥백보권과 꾸엥천보권을 거쳐 진화한 스킬로 대상을 감지할 수만 있으면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적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적의 거리가 1km 멀어질 때마다 파괴력이 감소합니다.
사용 제한 : 모든 스탯 1000 이상
빨리 끝내고 집에 간다!
"꾸박만보권!"
후웅.
세준이 은근슬쩍 스킬에 자기 이름을 붙이면서 멸망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세차게 주먹을 뻗었다.
······
당연히 앞에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후훗. 이제 동해에 있는 멸망을 처치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나겠지.
세준이 계속 메시지를 기다렸지만
······
나타나지 않는 메시지.
[스킬 : 꾸엥만보권(Master)을 복제했습니다.]
후웅.
거리가 가까운 멸망의 기운에 스킬을 몇 번 더 사용했지만, 메시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 힘들어. 테 부회장, 이것 좀 받아."
결국 꾸박만보권 7번에 나가떨어진 세준. 테오에게 스킬 강탈석을 주며 대신 스킬을 사용하게 했고
"냥!"
[파수꾼 테오 박이 거대 흡혈 거머리를 처치했습니다.]
[파수꾼 테오 박이 회득한 경험치의 50%인 5000을 획득했습니다.]
테오가 적을 처치했다.
그리고
"푸후훗. 신기술을 완성했다냥!"
스킬의 원리를 파악한 테오는 금세 새로운 스킬을 만들어 냈다.
테오는 저렇게 쉽게 스킬을 만드는 데 왜 난 못 만들지?
세준이 테오를 부러운 눈으로 볼 때
"박 회장, 이건 합체 기술이니까 이름을 지어달라냥!"
푸후훗. 박 회장 이름이 들어가면 좋겠다냥!
테오가 세준에게 신기술의 이름을 부탁했다.
"테꾸박 만보 유성족장?"
만복 밖에 적에게 유성을 떨어트리는 발바닥.
"와!"
이 이름을 내가 지었다고?! 미쳤다! 방금 나 소름 돋았어!
세준은 스스로 이름을 짓고도 놀랐다. 너무 잘 지어서.
테꾸박 드릴스톰에 이은 괴상망측한 이름의 합체기가 또 하나 만들어졌다.
"냥! 냥!"
그렇게 테오가 신기술 테꾸박 만보 유성족장으로 거머리를 처치하는 동안
슬슬 집에 가야지.
"동식 님, 근데 우리 집이 어디죠?"
세준이 동식에게 가족들이 사는 집의 위치를 물었다. 이사한 집의 정확한 주소를 모르기 때문.
"따라오시죠.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네."
세준이 일행들과 동식의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사이
"테 부회장, 이번에는 여기."
"알겠다냥! 냥!"
창박에 발을 내밀고 테오의 앞발을 세준이 잡아 휘둘러
[파수꾼 테오 박이 거대 흡혈 거머리를 처치했습니다.]
[파수꾼 테오 박이 회득한 경험치의 50%인 5000을 획득했습니다.]
거대 흡혈 거머리들을 처치했고
[멸망이 보낸 두 번째 재앙 거대 흡혈 거머리를 멸종시켰습니다.]
[지금까지 아무도 이루지 못한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위대한 업적 보상으로 지구에 멸망의 세 번째 재앙 거대 흡혈 거머리가 침입할 수 없습니다.]
거대 흡혈 거머리가 지구에서 멸종되며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다.
[위대한 업적 보상으로 이후 검은 거탑 0층 체류 비용이 2% 감소합니다.]
덕분에 체류 비용이 2% 줄어들었다.
애게 고작 2%라니···
불평하는 세준.
하지만
10경의 2%면 2000조네?!
곧 그게 엄청난 금액이라는 걸 깨달았다. 까망이 덕에 원채 체류 비용이 컸기에 2%만 해도 엄청난 금액이 줄어들었다.
"근데 여긴 뭐지?"
남은 멸망의 기운 위치는 서해, 동해, 남해도 아닌 북쪽이었다. 그것도 지하 깊숙한 곳.
세준은 전혀 다른 곳에 몰려 있는 멸망의 기운 위치에 의아해하며
"테 부회장, 이번에는 사이즈 좀 키워서 때려줘."
"알겠다냥!"
휙.
테오의 앞발을 움직였다.
그리고
[파수꾼 테오 박이 불나방들을 처치했습니다.]
[파수꾼 테오 박이 회득한 경험치의 50%인 3000을 획득했습니다.]
···
..
.
[멸망이 보낸 세 번째 재앙 불나방을 멸종시켰습니다.]
[지금까지 아무도 이루지 못한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위대한 업적 보상으로 지구에 멸망의 세 번째 재앙 불나방이 침입할 수 없습니다.]
백두산 근처에 테오의 거대 발자국이 깊숙이 찍히며 다시 한번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다.
아무도 모르게 지하에서 힘을 키우고 있던 불나방은 결국 아무도 모르게 지구에서 사라졌다.
[위대한 업적 보상으로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이 재배한 농작물은 멸망의 힘을 조금 흡수해 영양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위대한 업적 보상으로 이후 검은 거탑 0층 체류 비용이 2% 감소합니다.]
이번에는 체류 비용 2% 감소 이외에도 농작물이 멸망의 힘을 흡수할 수 있는 양이 늘어났다.
그리고
[탐지된 멸망의 기운을 전부 제거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지구 멸망이 유예됩니다.]
드디어 퀘스트가 완료됐다.
"끝났다!"
이제 열심히 놀고 먹기만 하면 돼!
세준이 활짝 웃으며 테오와 꾸엥이, 흑토끼를 안고 신나 하다
커어어.
고로롱.
뺘로롱.
꾸로롱.
끼로롱.
잠깐 잠든 사이
"세준 님, 집에 도착했습니다."
김동식이 거대한 저택 앞에 차를 세웠다.
"아. 네."
세준이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차에서 내리자, 집 앞에는 세준의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동식이 미리 연락을 준 것.
"엄마, 아빠, 동생아···"
세준은 오랜만에 보는 가족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울컥했다. 참았던 그리움이 물밀듯이 가슴에서부터 솟구쳤다.
"세준아···"
"아들···"
"형···"
그건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으헝! 엄마, 아빠, 세돌아!"
"아들아!"
"세준아!"
"형!"
그렇게 가족들이 서로를 안고 우는 사이
핥짝.핥짝.
테오, 흑토끼, 꾸엥이, 까망이는 세준의 가족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털을 정돈했다.
그리고
"푸후훗. 인간들 반갑다냥! 이 몸은 박 회장의 오른팔 테오 박이다냥!"
꾸헤헤헤.꾸엥!
[꾸헤헤헤. 꾸엥이는 아빠 아들 꾸엥이 박이다요!]
뺙!뺙!
[안녕하세요! 조카 흑토끼에요!]
끼히힛.낑!낑!
[히힛. 이 몸은 고고한 늑대 위대한 까망이다! 박세준의 가족이니 대를 이어 나를 모실 수 있는 영광을 주겠다!]
각자 인사를 했다.
물론 세준의 가족들은 테오의 말만 알아들을 수 있었기에 세준이 통역을 해줬고
"이게 돈만 많이 잡아먹는 주제에 어디서 까불어!"
꿍.
낑···
건방진 까망이는 세준에게 약하게 꿀밤을 맞아야 했다.
"절받으세요. 저 돌아왔습니다."
세준이 길바닥에서 부모님에게 큰절을 했다.
그러자
철푸덕.
세준을 따라 서둘러 엎드려 절을 하는 꾸엥이.
세준이 일아나자, 꾸엥이는 같이 일어나며 세준의 부모님에게 두 앞발을 내밀었다. 세준이 세배를 했다고 생각한 것.
"꾸엥아, 이건 세뱃돈 받는 거 아냐."
꾸엥?
[세뱃돈 아니다요?]
세준의 말에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꾸엥이.
하지만
"자. 들어가자. 음식 많이 준비했으니까."
"네. 애들아, 들어가서 밥 먹자."
꾸헤헤헤.꾸엥!꾸엥!
[헤헤헤. 드디어 꾸엥이 할머니가 해준 밥 먹는다요! 신난다요!]
곧 세준의 말에 방긋 웃었다.
세준이 가족들을 따라 정원을 거쳐 집으로 들어가자
[휴우···]
세준에게 들킬까 봐 조마조마해하고 있던 불꽃이가 집 안으로 들어가는 세준을 보며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뱃뱃. 휴우. 형님들한테 안 들켜서 다행이에요.)
옆에서 뱃뱃이도 같이 한숨을 내쉬었다.
432화. 이걸 세준 님한테 어떻게 전해 드리죠?
432화. 이걸 세준 님한테 어떻게 전해 드리죠?
검은탑 관리자 구역.
"좋아. 이제 배운 대로 했으니까, 완벽하겠지?"
김미란에게 배운 계란 후라이를 연습하는 에일린.
그때
우웅.
수정구가 진동했다.
뭐지?
에일린이 계란 후라이를 만들며 수정구를 자신의 앞으로 가져왔다.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이 탑이 수호하는 차원에서 최초로 두 번째 재앙 거대 흡혈 거머리를 멸종시키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역시 우리 세준이가 또 해냈어!"
알람을 읽은 에일린이 활짝 웃었다.
[검은 거탑 0층에 사라졌던 검은 거탑 입구들이 복구됩니다.]
"크잉? 입구들이 복구된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에일린은 입구가 사라졌다는 알람은 보지 못했기에 의아해했다.
그때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이 탑이 수호하는 차원에서 최초로 세 번째 재앙 불나방을 멸종시키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검은 거탑 0층의 탑 주변 반경 100m에 안전지대가 만들어집니다.]
이어서 나타나는 메시지.
덕분에 한국뿐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탑을 중심으로 반경 100m의 안전지대가 만들어졌다.
***
세준의 집.
세준이 흰밥이 담긴 밥그릇에 김치찌개를 국물과 함께 덜어 밥과 자작자작 비빈 후 크게 한입 먹었다.
"크으. 이거지!"
역시 엄마 김치찌개가 최고!
세준이 김미란이 한 김치찌개를 먹으며 감탄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탑에서는 이 맛이 안 났다.
뺙!뺙!
[맛있어요! 최고에요!]
꾸엥!꾸엥!
[그렇다요! 꾸엥이 할머니가 만든 김치찌개가 최고다요!]
옆에서 세준을 따라 김치찌개를 먹은 흑토끼와 꾸엥이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흑토끼는 너무 맛있어서 쫑긋 세운 귀를 부르르 떨었고 꾸엥이는 궁둥이를 흔들며 맛있음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얘들아, 많이 먹어."
김미란이 그걸 흐뭇하게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서둘러 새로운 김치찌개를 끓이기 시작했다.
"박 회장의 박 회장, 츄르를 내놓으라냥! 지구에는 츄르맛이 많다고 했다냥! 오늘 모든 종류의 츄르를 먹어 보겠다냥!"
푸후훗. 박 회장의 박 회장의 무릎을 정복했다냥!
그사이 테오는 세준의 아버지인 박춘호의 무릎에 발라당 누워 츄르를 요구했다.
"허허허. 테 부회장, 잠깐만 기다려. 세돌이가 츄르랑 까망이 먹을 거 사러 갔으니까."
박춘호가 대답하며 테오의 배를 쓰다듬으려 하자
"냥! 만지지 말라냥!"
아무리 박 회장의 박 회장이라도 배는 박 회장만 만질 수 있다냥!
배는 허락하지 않는 테오.
너무하네.
덕분에 냥덕후 박춘호는 슬퍼졌다.
그리고
낑?!
[야! 나는 왜 밥 안 줘?!]
까망이는 세준이 김치찌개에 정신이 팔린 사이 세돌에게 완전히 개 취급을 당해 사람 음식을 못 먹었다.
잠시 후
"아빠, 사 왔어!"
"왜 이렇게 늦었어? 빨리 우리 테 부회장, 츄르 줘!"
서둘러 편의점에서 츄르와 개 먹이를 사 온 세돌이 박춘호에게 츄르를 넘기고
"자. 까망이 밥 먹자."
밥그릇에 사료를 부어줬다.
아작.
일단 한 입 먹어보는 까망이.
하지만
퉷.
나한테 이렇게 맛없는 걸 주다니!!!
이미 세준의 음식에 길들여진 까망이의 입에 개 사료가 입에 맞을 리 없었다.
낑!
[이딴 맛없는 거 말고, 쟤가 먹는 거 달라고!]
까망이가 밥그릇을 뒤집으며 횡포를 부렸다.
와. 밥그릇 엎는 강아지 귀여워!
물론 세돌에게 까망이의 하찮은 반항은 오히려 귀여워 보일 뿐이었다.
"아. 배부르다."
세준은 배가 어느 정도 부르자
"엄마, 아빠, 세돌아 잠깐 모여봐."
아직도 열심히 먹고 있는 일행들을 놔두고 가족들을 부른 후
"이거 선물이요."
세준은 자신이 키운 농작물들과 꾸엥이가 캔 약초가 든 공간 확장 주머니를 가족들에게 건넸다.
"그리고 이건 보석이에요. 아시는 분들이 줬어요."
이어서 용들이 준 보석 상자 4개를 꺼냈다. 용들이랑 산다고 하면 걱정할 것 같아 그냥 아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아니 뭐 이런 것까지···."
"그래. 이런 건···."
달칵.
······
······
부모님은 안에 든 보석의 크기에 놀란 듯 말이 없었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지구에서는 구할 수 없는 크기에 색도 희귀한 검은색, 붉은색, 보라색 다이아몬드까지 있으니까.
부르는 게 값일 거다.
하지만
"세준아···."
"아무것도 없는데?"
부모님이 돌린 보석 상자 안은
어?! 없네.
텅 비어있었다.
아마 체류 비용을 위해 재물을 현금화할 때 보석 상자 안의 다이아몬드들도 다 청산된 것 같았다.
"괘···괜찮다. 보석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
"그래. 우리 아들만 건강하면 되지."
두 분은 서둘러 기대 안 한 척했지만, 얼굴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
끼히힛.낑!
[히힛. 이건 맛있네!]
까망이 이노무 자식!
세준이 열심히 개껌을 씹는 까망이를 째려봤다.
***
북한산 근처.
뿌드득.뿌드득.
[이건 주인님이 못 찾으신 것 같으니, 제가 없애버려야겠어요!]
마이클이 안전지대가 사라지면 심기 위해 미리 가져다 놓은 컨테이너를 불꽃이의 뿌리가 감쌌다.
그리고
[멸망의 힘을 미량 흡수했습니다.]
[흡수한 멸망의 힘을 소화해 영양분으로 만듭니다.]
씨앗에 깃든 멸망의 힘을 흡수하는 불꽃이.
그렇게 불꽃이가 컨테이너 안에 있는 멸망의 기운을 거의 다 흡수했을 때
-숨 막혀요.
-답답해.
-우리는 언제 커?
집중해야 겨우 들릴 정도로 희미한 소리가 컨테이너 안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뭐지?]
불꽃이가 의아해하며 컨테이너에 구멍을 내고 안을 들여다봤다.
-배고프다.
-뭐 먹을 거 없나?
-자극적인 거 먹고 싶은데···
안에는 새하얀 빛을 내는 씨앗들이 가득했다. 살점포식자 씨앗이 가지고 있던 멸망의 힘이 사라지며 새로운 씨앗으로 진화한 것.
[이걸 세준 님한테 어떻게 전해 드리죠?]
불꽃이가 고민에 빠졌다.
잠시 후.
(뱃뱃. 부르셨어요?)
세준의 집 마당에서 김미란이 잘라준 키위를 빨아먹고 있던 뱃뱃이가 급하게 날아왔다.
사라졌던 탑이 복구되며 안전지대도 다시 넓어진 덕분.
[응. 뱃뱃아, 이걸 세준 님에게 전해드려.]
불꽃이가 컨테이너 가득 들어있는 씨앗을 가리키며 말했다.
(뱃뱃?)
불꽃이의 말에 당황하는 뱃뱃이.
뭐라고 하면서 드려요?
이걸 가져가면 분명 의심받을 수밖에 없었다.
[걱정 마. 근처에 두면 테오 님이 알아서 해줄 테니까.]
테오는 워낙 맥락 없이 뭔가를 주워 오는 경우가 많았기에 테오가 주우면 세준도 어디서 어떻게 주워 왔는지 묻지 않았다.
(뱃뱃! 그렇네요! 그럼 가져갈게요!)
뱃뱃이가 컨테이너 안에 든 씨앗을 공간 주머니에 넣고 다시 세준의 집으로 날아갔다.
***
"아. 이건 아니지."
원작의 괜찮은 결말이 있는데, 마지막을 이렇게 끝낸다고?!!!
드라마 재벌집 막내 손자를 마지막 두 화 남겨두고 탑에 들어갔던 세준이 치킨을 뜯으며 드라마 결말에 분노했다.
끝을 이렇게 망칠 거면 처음부터 망쳐서 안 보게 할 것이지. 안 본 게 이긴 거였어.
아. 시간 아까워.
지구에 머물 수 있는 시간 중 두 시간이 빛길 엔딩을 보다 날아갔다.
물론 드라마는 거의 브금으로 틀어 놓은 채 가족들과 얘기를 하며 먹고 싶은 음식을 먹었기에 그렇게 억울하지는 않았다.
"푸후훗. 박 회장, 저런 거에 분노하지 말라냥! 박 회장은 이미 저거보다 훨씬 큰 세준 컴퍼니의 회장이다냥!"
"그래."
그런 세준을 츄르를 배불리 먹은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 등 따시게 누운 상태로 세준을 진정시켰고
뺙!
[엽떡느님 최고!]
꾸엥!꾸엥!
[치느님도 최고다요! 짜느님도 최고다요!]
흑토끼와 꾸엥이는 세준의 옆에 앉아 처음으로 영접하는 배달 요리들을 먹으며 찬양하기 바빴다.
그때
"냥?!"
척.
갑자기 두 앞발을 앞으로 번쩍 뻗는 테오.
"테 부회장, 왜 그래?"
"끌림이 느껴진다냥!"
"그래?!"
혹시 우리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물건 중에 보물이?
세준이 기대감을 품을 때
다다다.
테오가 서둘러 밖으로 달려 나갔다.
"어?!"
집 안에 있는 게 아닌가?
세준이 실망할 때
"푸후훗. 이거다냥!"
테오가 가죽 주머니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그게 뭔데?"
"모른다냥!"
세준의 물음에 당당하게 모른다고 대답하는 테오.
맞아. 우리 테오는 원래 이런 녀석이었지.
테오에게 물어본 자신을 탓하며 세준이 가죽 주머니를 열었다.
그리고
"이건?!"
[멸망포식자 씨앗]
새하얀 빛을 내는 씨앗들을 발견했다.
"이게 뭐지?"
세준이 씨앗을 잡아 살펴보려 할 때
[검은 거탑 0층 체류 시간이 15분 남았습니다.]
떠날 준비를 하라는 듯 메시지가 나타났다.
"저 이제 슬슬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세준이 주머니를 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가족들이 집 앞으로 배웅 나왔다.
"좋아. 그럼 피자는 다 온 거지?"
"네. 로미노 피자 메뉴별로 100판씩 다 받았고···아! 쿱네 치킨도 지금 도착했습니다!"
"탄산 음료 종류별로 1000박스씩 실었습니다."
"이쁘게 잘 쌓았죠?"
"그럼요! 비용도 1.5배 주시는데요!"
"라면도 종류별로 1000상자씩 잘 실었습니다!"
밖에는 세준이 나온 것도 모를 정도로 정신 없이 바쁜 한태준과 김동식, 로빈, 피터가 배달 온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세준은 지구에 머무는 시간이 짧았기에 원래 아공간 창고에 배달 음식이나 채워 돌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세준이 하는, 모든 걸 도와주라는 강력한 미국의 지시를 받은 로빈과 피터가 나섰고
둘에게 밀리기 싫은 한태준과 김동식도 나서면서 넷은 한 마음이 돼 세준의 아공간 창고에 배달 음식과 먹을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그러나 세준의 아공간 창고 크기는 어마어마했다.
2시간 동안 주변 도로를 비우고, 마트, 음식점을 거의 독점했음에도 아직 아공간 창고의 10분의 1도 채우지 못했다.
그렇게 그들이 열심히 세준의 아공간 창고를 채우고 있을 때
"태준 님, 사람 좀 빼주세요. 그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벌써요?"
"네."
"알겠습니다. 철수!"
세준의 말을 들은 한태준이 서둘러 아공간 창고에 들어간 사람들을 나가게 했다.
사람들이 창고를 나오는 사이
"다음에는 더 오래 있다 갈게요."
"그래. 조심히 다녀와라."
"형, 조심해."
박춘호와 세돌이 세준에게 인사를 했다.
그때
"세준아···에일린한테 요리 안 하면 안 되냐고 말해주면 안 돼?"
김미란이 세준의 손을 꼭 잡으며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에일린에게 요리 가르친다는 말을 들었는데, 힘드셨던 모양이다.
"그건 저도 말을 해봤는데···말을 안 들어요. 다시 말은 해볼게요."
세준은 자신의 손을 잡은 김미란의 손을 꽉 한 번 잡은 후 놨다.
"그럼 갈게요."
"푸후훗. 박 회장의 가족들아, 반가웠다냥!"
뺙
[안녕히 계세요!]
꾸엥!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다음에 본다요!]
끼히힛.낑!낑!
[히힛. 오늘 대접은 마음에 들었다! 다음에도 위대한 까망이 님을 대접할 기회를 주지!]
(뱃뱃. 안녕히 계세요!)
[검은 거탑 0층 체류 시간이 종료됐습니다.]
[검은 거탑으로 돌아갑니다.]
세준과 일행들이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세준이 떠나고 1시간 후
쾅!
쾅!
쾅!
동해 상공에서 갑자기 내려온 충격파가 7번 수면을 때렸다.
세준이 사용한 꾸엥만보권이 뒤늦게 도착한 것.
덕분에 어업에 나선 배들이 충격파에 기절한 물고기를 잡아 만선으로 돌아왔다.
433화. 위대한 까망이 님을 따르라!
433화. 위대한 까망이 님을 따르라!
멸망의 외곽.
"이익! 도대체 펜릴은 검은탑 안에서 뭘 하고 있는 거지?"
검은탑에서 업그레이드되며 높이가 살짝 높아진 거대 거탑을 보면서 할파스가 분노했다.
겉모습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기운은 몇 배나 더 강해졌다.
그때 주변에 있던, 절반까지 멸망에 붉게 물들었던 구슬 하나가 빠르게 투명해졌다.
"응?!"
할파스가 고개를 돌려 구슬을 확인했다.
"여긴 펜릴이 직접 멸망의 통제권을 가져간 곳이잖아."
펜릴, 이 무능한! 이런 작은 세상조차 멸망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밀려나다니!
과거에 펜릴에게 처절하게 당한 기억 때문에 펜릴의 능력을 너무 과대평가한 것 같았다.
이제 더 이상 펜릴을 기다릴 수 없다!
"모두 모여라!"
할파스가 다른 멸망의 사도들을 소집했다.
그리고
"검은탑에 파편을 보내 펜릴을 찾아와!"
멸망의 사도들에게 펜릴을 데려오게 했다.
"그리고 만약 펜릴이 힘을 잃었다면 놈을 소멸시키고 놈의 코어 조각은 흡수해도 좋다."
"네!"
할파스의 말에 멸망의 사도들이 앞다투어 검은 거탑으로 파편을 보내기 시작했다.
***
[검은 거탑 99층에 도착했습니다.]
"돌아올 때는 탑 99층으로 돌아오네."
세준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세준은 웨이포인트 중앙에 있었다.
생각해 보니 다행이었다.
봉인의 포도 넝쿨 팔찌를 착용하지 않았고, 애들도 아공간 창고에 넣지 않은 상태로 탑 1층에 갔으면 난리가 났을 거다.
"에일린, 나 돌아왔어."
세준은 바로 에일린에게 복귀 신고를 했다.
[탑의 관리자가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냐고 묻습니다.]
"응! 너무 즐거웠어. 에일린, 이거 지구에서 가져온 음식인데, 먹어 봐."
세준이 아공간 창고에서 치킨, 피자, 떡볶이 등의 배달 음식을 꺼내 에일린에게 보냈다.
[탑의 관리자가 잘 먹겠다고 말합니다.]
"필요하면 말해. 더 줄게. 에일린, 근데 요즘 우리 엄마한테 요리 배운다며? 어렵지는 않아?"
기회를 봐서 요리를 하지 말라고 말해보려던 세준.
어렵다고 말해! 힘들다고 말해! 제발 내가 요리하게 해줘!
세준이 마음속으로 열심히 기도했지만
[탑의 관리자가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너무너무 재미있다고 말합니다.]
세준의 기도는 통하지 않았다.
[탑의 관리자가 그렇지 않아도 그대를 위해 요리를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응?"
오히려 세준의 기도를 배신하고 시련이 찾아왔다.
[탑의 관리자가 계란 후라이 100개를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100개나?!
거대한 시련이.
세준의 앞에 계란 후라이 100개가 쌓인 접시가 나타났다.
그리고
'휴. 다행이다.'
완전히 타서 석탄 같은 계란 후라이를 예상한 세준은 덜 익은 계란 후라이를 보며 크게 안도했다.
평소라면 실패라고 말할 요리 수준이지만
에일린이 요리를 안 태웠다고?! 우리 에일린 진짜 고생했구나.
너무 최악을 예상한 덕분인지 세준은 에일린의 요리에 크게 만족했다.
차라리 불이 약한 게 낫네.
반반숙 계란 후라이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먹을 만했다.
그때
[탑의 관리자가 어서 먹어보라고 긴장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자신의 요리가 괜찮을지 불안한 에일린이 세준에게 계란 후라이를 먹어보라고 재촉했다.
"응."
세준이 반반숙 계란이 하나를 통째로 집어 입에 넣었다.
반반숙 계란 후라이라 약간 비렸지만
흐흐흐. 먹을만해.
석탄 계란 후라이를 안 먹어도 된다는 기쁨에 세준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크히히히. 세준이가 내 요리를 먹으면서 웃었어! 진짜 맛있나 봐!
덕분에 에일린의 요리 자신감이 크게 상승했고
어머님 최고! 더 열심히 배워야지!
에일린은 더 열심히 김미란에게 요리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꿀꺽.
그렇게 에일린의 요리 열의에 불을 붙인 것도 모르고 세준이 계란 후라이를 삼켰을 때
뺙!
[삼촌, 나 이제 내려가 볼게!]
흑토끼가 떠날 준비를 했다. 좀 있다 갈 줄 알았는데, 며칠 못 봤다고 쀼쀼가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이것 좀 가져가."
세준은 흑토끼에게 지구 음식을 챙겨줬다.
"잘 가라냥!"
꾸엥!
[작은 형아 잘 간다요!]
낑!
[위대한 까망이 님과 밥 먹었다고 소문내는 걸 허락해 줄게요!]
흑토끼 배웅이 끝나자
"토룡아."
세준이 토룡이를 불러 집으로 향했고
"저 왔어요."
도착하자마자 용들을 찾아가 돌아왔음을 알렸다.
-크하하하. 우리 세준이 잘 갔다 왔느냐?
"네."
-으하하하. 우리 선물은 잘 전해드렸고?
"네···."
보석을 팔아서 간 까망이가 귀여움으로 부모님들에게 기쁨을 드렸으니, 전해졌을 겁니다. 그럴 겁니다.
끼로롱.
지금 잠이 오냐?!
세준은 대답하며 슬링백에서 자는 꾸엥이를 살짝 째려봤다.
"이거 지구에서 가져온 거예요."
세준은 네 수장들에게도 지구 음식을 돌렸다.
그리고
"드디어 집이다!"
집에 들어가 침대 위에 몸을 던졌고
커어어.
잠들었다.
***
다음 날 아침.
"으. 잘 잤다."
세준이 기지개를 켜며 눈을 떴다.
그리고
[대지의 보석의 봉인이 풀렸습니다.]
[대지의 보석에 봉인돼 있던 사파이어의 신 사피가 봉인에서 풀려납니다.]
[사파이어의 신 사피가 자신의 봉인을 풀어준 대상에게 은혜를 갚습니다.]
[사파이어의 신 사피가 1평 땅에 사파이어 길을 만들어 은혜를 갚습니다.]
[자는 동안 가진 생명력의 10%를 저장했습니다.]
[생명의 구슬이 9.22% 완성됐습니다.]
[24시간 동안 마력이 0.1 축적됐습니다.
[마력이 0.1 상승합니다.]
사파이어?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고로롱.
끼로롱.
자는 테오와 까망이를 챙기고, 일어나 벽에 날짜를 표시했다.
어제 돌아오며 헌터폰을 가져왔지만, 이게 익숙해져서인지 직접 벽에 표시하는 게 더 좋았다.
잠시 후
"오! 진짜 사파이어네."
사피 님, 10평 만점에 3평 드리겠습니다.
척.
세준이 사피 로드를 만들기 위해 허리에 달린 공간 확장 주머니를 열어 마일러의 괭이를 꺼냈다.
그리고
"땅 움직이기!"
[사피 로드]
우리에게 반짝이는 사파이어로 보답한 사파이어의 신 사피. 그는 쿨한 신이었다.
사파이어의 신 사피의 보답을 확인한 세준이 3평짜리 사피 로드를 만들어줬다.
전이라면 1평밖에 못 받을 보상이었지만
돈이 필요해.
지구에 다녀오며 웬만한 음식 재료들을 다 가져왔기에 이제 세준에게 더 중요해진 건 돈이었다.
다시 지구에 갈 돈을 모아야 했다.
그래서 재물에 대한 보상이 올라간 것.
"나머지 장비들도 꺼내야지."
세준이 장비를 꺼낸 김에 벗어놨던 장비들을 입었다.
툭.
장비를 꺼내다 주머니에서 뭔가가 빠져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응? 이건······."
어제 테오가 주워 왔던 멸망포식자 씨앗이 든 주머니였다.
"맞다. 이거 확인해야지."
세준이 주머니를 열어 씨앗을 살펴봤다.
[멸망포식자 씨앗]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의 마력의 방울토마토가 약품의 영향으로 돌연변이 방울토마토로 진화했고, 거기서 다시 멸망에 오염되며 살점포식자로 진화했던 살점포식자 씨앗이 멸망의 힘이 정화되며 새롭게 진화한 씨앗입니다.
멸망의 힘을 증오하기에 멸망의 힘이 주변에 있으면 멸망의 기운을 포식해 제거합니다.
포식한 멸망의 힘을 소화시키고 창조의 기운을 뿜어냅니다.
등급 : E
"뭐지?"
이게 내 마력의 방울토마토였다고?
세준이 설명을 보며 놀랄 때
[탑에서 신품종을 탄생시키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
..
.
[직업 특성으로 모든 스탯이 10씩 상승합니다.]
신품종을 탄생시켰다는 업적 메시지가 나타났다.
"좋은데."
뭔가 꽁으로 얻은 신품종.
세준이 웃으며 밭으로 이동했다. 멸망포식자의 씨앗을 심기 위해서였다.
[마력이 담긴 땅에 멸망포식자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멸망포식자 씨앗이 농사꾼의 발소리를 듣고 있어 마력 씨뿌리기 Lv. 9의 효과로 24시간 동안 멸망포식자의 성장 속도가 2배 빨라집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9의 효과로 탑농부의 기운이 멸망포식자 씨앗에 일부 담깁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9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그렇게 세준이 멸망포식자 씨앗을 심자
뿌드득.
멸망포식자가 빠르게 자라며 땅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크기는 세준의 발등 정도 높이로 작았지만, 살점포식자처럼 붉은 방울토마토 머리에 움직이는 뿌리까지 있을 건 다 있었다.
자라난 멸망포식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키키.
뭔가 발견한 건지 이상하게 웃으며 옥수수밭 쪽으로 아장아장 걸으며 움직였다.
왜 농작물이 움직여?
세준이 걸어가는 멸망포식자를 보며 당황하는 동안 열심히 걸어 옥수수밭에 도착한 멸망포식자.
합.합.
허공을 향해 입을 벌리며 열심히 뭔가를 삼키기 시작했다.
멸망의 기운을 먹는 건가?
아마 옥수수밭에 시은 펜릴의 코어 조각에서 나오는 멸망의 기운을 잡아먹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멸망포식자는 멸망의 기운을 배불리 먹었는지 키가 살짝 자라고 볼이 빵빵해졌다.
그때
꺼억.
멸망포식자가 시원하게 트림을 하며 푸른 안개를 뿜어냈다.
그리고
[창조의 기운을 세상에 퍼트리는 위대한 창조의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엥?"
트림이 창조의 기운? 좀 더러운데?
세준이 퍼져나가는 푸른 안개를 보며 인상을 찌푸릴 때
[위대한 창조의 업적 보상으로 창조의 기운이 다시 세상에 퍼지기 시작합니다.]
[위대한 창조의 업적 보상으로 이후 검은 거탑 0층 체류 비용이 7% 감소합니다.]
업적 보상이 나타났다.
"오! 7프로!"
세준이 메시지를 보며 기뻐했다.
원래 4%에 7%가 더 감소하면 11%네?
지구에 가기가 점점 쉬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메시지를 읽고 있을 때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창조의 기운은 아직 너무도 미약합니다. 멸망포식자를 키워 숫자를 100만으로 늘려 창조의 힘을 퍼트려 주세요.
보상 : 성장의 비약 100방울, 멸망포식자를 재앙 파수꾼으로 지정
퀘스트가 나타났다.
재앙 파수꾼은 퀘스트가 완료돼야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있을 것 같고···
"흐흐흐. 성장의 비약을 100방울이나 준다고?"
세준이 웃으며 취사장으로 향했다.
빨리 퀘스트를 수행하고 싶지만, 그래도 배는 채워야지
세준이 아침 준비를 위해 취사장으로 가고 있을 때
꾸엥!
[아빠, 좋은 아침이다요!]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꾸엥이가 세준을 보며 인사했다.
"응. 꾸엥이, 배고프지? 가서 밥 먹자."
꾸엥!
[좋다요!]
그렇게 취사장에 도착한 세준.
"뭐 먹지?"
김치찌개, 잡채, 치킨, 피자, 짜장면, 탕수육 등등.
먹을 게 너무 많아도 문제는···
"아니지."
그냥 다 먹으면 되지.
"흐흐흐."
세준은 먹고 싶은 음식들을 꺼내 식탁에 전부 올리고 일행들과 열심히 먹었다.
아침 식사가 끝나자
"냥! 그럼 다녀오겠다냥!"
테오는 오필리아에게 줄 지구 음식을 챙겨 녹색탑으로 출근했고
[마력이 담긴 땅에 멸망포식자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
..
.
세준은 퀘스트 완료를 위해 멸망포식자 씨앗을 심었다.
뿌드득.
심자마자 자라자는 멸망포식자.
키키.
멸망포식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멸망의 기운을 찾아 움직였기에 세준은 자리에서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세준이 제자리에서 멸망포식자를 심고 있을 때
끼히힛.낑!
[히힛. 위대한 까망이 님을 따르라!]
키키!
키키!
까망이를 졸졸 따라다니는 멸망포식자들.
펜릴의 사념을 삼키며 통제권을 가지게 된 까망이가 멸망포식자들을 데리고 대장 놀이를 하고 있었다.
434화. 여기가 명당이야!
434화. 여기가 명당이야!
녹색탑 1층.
"테오 님이 오늘도 안 오시는 건 아니겠지냥?"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말라냥! 오늘은 꼭 오실 거다냥!"
호랑이족과 사자족은 테오가 어제 출근하지 않자, 벌이가 시원찮은 녹색탑에 실망해 발길을 끊은 건 아닌지 걱정했다.
예전에도 견고한 칼날 대파가 팔리지 않은 다음 날 출근하지 않았으니까.
"포도와 파인애플이 다 떨어졌는데, 큰일이다냥."
"우리도다냥···."
요즘 네타족들은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로 거대 흡혈 거머리들을 유인하고
한 번 꾹 참은 비명을 지르는 파인애플로 모여있는 거머리들을 처리하는 방법으로 큰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포도와 파인애플이 조금만 더 있으면 로커스트처럼 거대 흡혈 거머리도 멸종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중요한 순간에 테오가 농작물을 팔러 오지 않자, 그들은 마음이 급해졌다.
"안 되겠다냥! 테오 님이 오시면 우리 호랑이 족이 테오 님의 물건을 두 배로 사겠다냥!"
"호랑이족만 테오 님의 총애를 받겠다는 거냥?! 웃기지 말라냥! 우리 사자족이 세 배로 살 거다냥!"
"뭐냥?! 우리 호랑이족이 사자족한테 질 것 같냥?! 호랑이 족이 네 배로 사겠다냥!"
그렇게 호랑이족과 사자족이 테오의 물건을 더 비싸게 사겠다고 싸우고 있을 때
"푸후훗. 네타족들이여. 나 테 부회장이 출근했다냥!"
테오가 지붕에서 뛰어내려 공중 3회전 후 히어로 랜딩으로 착지하며 요란스럽게 자신의 등장을 알렸다.
그리고
"테오 님이 오셨다냥!"
"다른 종족들을 불러라냥!"
테오를 발견한 호랑이족과 사자족이 서둘러 다른 종족들을 불렀다.
낙찰은 자신들이 받을 거지만, 테오에게 네타족들이 테오의 물건을 원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푸후훗. 이 몸은 역시 인기가 많다냥!
덕분에 자신을 둘러싼 네타족들을 보며 기분이 좋아진 테오.
"경매를 시작하겠다냥!"
신나게 물건을 팔았고
"완판이다냥!"
푸후훗. 전보다 5배 더 벌었다냥! 박 회장이 좋아하겠다냥!
크게 오른 매출을 세준에게 자랑하며, 세준의 무릎 위에서 츄르를 받아먹을 생각에 테오는 활짝 웃었다.
그때
고오오오.
하늘에서 강대한 기운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테오를 기다린 건 네타족만이 아니었다.
테 부회장, 왜 안 와?!
소시지 꼬치구이를 다 먹은 오필리아도 테오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던 것.
"냥?!"
오필리아 님이다냥! 호구들이 위험하다냥!
테오가 서둘러 기운 빨려를 사용해 오필리아의 기운을 순식간에 흡수했다.
오필리아의 강한 기운을 몇 번 흡수하며 테오의 능력이 상승한 덕분에 이제 한결 편하게 기운을 빨아들일 수 있었다.
그렇게 테오가 기운을 흡수하자
"테 부회장, 어제 왜 안 왔어?! 나 진짜 열심히 쑥 키웠단 말이야! 내가 쑥을 몇 개나···응?!"
이게 무슨 냄새지?
오필리아가 테오 앞으로 내려오며 따지기 시작하자, 테오가 사악하게 웃으며 봇짐에서 지구의 음식을 꺼내기 시작했다.
"테 부회장, 그게 뭐야?"
"푸후훗. 이건 박 회장만 구할 수 있는 음식이다냥! 박 회장이 오필리아 님 주라고 했다냥!"
"세준이가?"
"그렇다냥!"
"근데 이건 이름이 뭐야?"
오필리아가 한 음식을 가리키며 물었다. 붉은색과 매운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푸후훗. 그건 엽떡느님이다냥!"
"그럼 이건?"
"그런 치느님이다냥!"
"이건?"
"그건 짜느님이다냥!"
그렇게 음식 이름을 다 물어본 오필리아는 음식을 먹기 시작했고
"아."
맛있는 음식 뒤에는 '느님'이라는 단어가 붙는다는 걸 깨달았다.
잠시 후.
"세준이한테 잘 먹었다고 전해줘. 그리고 이건 내가 캔 쑥이야."
오필리아가 남은 음식을 아공간에 넣으며 수확한 쑥을 테오에게 넘겼다.
"알겠다냥! 오필리아 님도 쑥 더 많이 캐라냥!"
"알았어. 대신 다음에도 맛있는 음식 가져와. 알았지?"
"푸후훗. 물론이다냥! 우리 박 회장 부모님 집에 가면 이런 음식 많이 있다냥!"
테오가 가슴을 내밀며 마치 자신의 집인 것처럼 거만하게 말했다.
"진짜? 알았어. 그럼 난 갈게."
자신하는 테오의 말에 오필리아가 안심하며 탑 99층으로 돌아갔다.
오필리아는 세준의 부모님 집 가기가 어렵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
검은 거탑 99층.
[마력이 담긴 땅에 멸망포식자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
..
.
멸망포식자 씨앗을 심던 세준.
뭐지?
끼히히.낑!낑!
[히힛. 얘들아, 이리 와! 여기가 명당이야!]
멸망의 기운이 가장 강한 곳을 찾아 멸망포식자들을 부르는 까망이와
키키!
키키!
그런 까망이의 부름에 답하며 아장아장 까망이를 향해 걸어가는 멸망포식자를 보며 황당해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양치기 개 대신 멸치기 늑대인가?
쓸데없이 혈통만 좋고, 권능만 많은 까망이에게 의외의 재능이 있었다.
끼히힛.낑!
[히힛. 멸망의 기운을 먹고 빨리 자라나서, 고고한 늑대 위대한 까망이 님의 훌륭한 부하가 되는 거야!]
이제 팀킬을 해도 전혀 죄책감이 없는 까망이. 이제 멸망으로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왜냐하면···
히힛. 이렇게 신나고 재미있는데, 왜 거길 가?
여기서 노는 게 훨씬 더 재미있으니까.
흐흐흐. 귀엽네.
낑낑 짖으며 멸망포식자들을 데리고 다니는 까망이와 키키 소리를 내며 그런 까망이를 졸졸 따르는 멸망포식자의 모습을 구경하던 세준.
푹.
[마력이 담긴 땅에 멸망포식자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
..
.
다시 멸망포식자 씨앗을 심었다.
그렇게 멸망포식자의 수가 점점 늘어났고
끼히힛.낑!
[히힛. 나를 따르라!]
키키!
키키!
멸망포식자들은 까망이를 따라 멸망의 기운이 진한 곳에서 멸망의 기운을 배불리 흡수했다.
그리고
꺼억.
멸망의 기운을 소화해 창조의 기운을 탑 99층에 퍼트리며 창조의 기운 농도가 조금씩 짙어졌다.
잠시 후
"으자자자! 다 심었다!"
세준이 주머니에 들어있던 10만 개의 멸망포식자 씨앗을 다 심은 후 기지개를 켰다.
"배고프네···."
세준이 창고에서 햄버거 하나를 꺼내 먹자
뚱따당.뚱따당.
낑!낑!
[야! 너만 먹냐?! 나도 군고구마 말랭이 줘!]
멸망포식자들과 대장 놀이를 하던 까망이가 열심히 세준에게 달려왔다.
하지만
철푸덕.
구덩이를 못 보고 넘어졌다.
키키?!
대장도 넘어져?!
멸망포식자들이 넘어진 까망이를 보며 동요하자
끼히힛.낑!
[히힛. 얘들아, 난 괜찮아!]
부하들 앞이라고 강한 척하는 까망이.
"푸흡!"
세준은 그런 까망이의 모습에 웃음이 터졌다.
뚱따당.뚱따당.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세준에게 달려 온 까망이.
멸망포식자들이 보지 못하는 세준의 뒤로 가자마자
낑···
[나 다리 아파···]
드러누워 세준에게 낑낑거리기 시작했다.
"괜찮아?"
세준이 까망이의 다리를 마시지해주면서 10분 정도 지나자
끼히힛.낑!
[히힛. 위대한 까망이 님 부활!]
까망이는 금세 일어났다.
그리고
낑!낑!
[배고파! 군고구마 말랭이 내놔!]
세준의 앞에 앉으며 짖었다.
"알았어. 자."
세준이 아공간 창고에서 군고구마 말랭이를 꺼내 까망이의 입에 넣어주자
짭.짭.짭.
끼히힛.낑!
[히힛. 맛있다!]
까망이는 세준의 엉덩이에 자신의 궁둥이를 붙이고 군고구마 말랭이를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준과 까망이가 식사를 하고 있을 때
"푸후훗. 박 회장, 내가 돌아왔다냥!"
녹색탑에서 퇴근한 테오가 봇짐에서 나오며 세준의 얼굴로 달려들었다.
"오늘도 잘 팔았어?"
"푸후훗. 당연하다냥! 오늘도 완판했다냥! 거기다 매출을 다섯 배나 올랐다냥!"
테오가 웃으며 세준에게 경매로 번 돈을 건넸다.
"오. 진짜? 테 부회장 훌륭해."
"푸후훗. 나 테 부회장이 훌륭한 건 당연한 거다냥! 츄르를 달라냥!"
세준의 칭찬을 받은 테오가 거만하게 웃으며 세준의 무릎에 발라당 누워 츄르를 받아먹고 있을 때
달달달.
허공에 검은 구멍이 생기며 황금탑에서 물건을 완판한 테오의 수레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사흘 만에 돌아온 수레. 전보다 하루를 더 보내고 돌아왔다.
덜컹.
[정산을 시작합니다.]
수레의 입구가 열리며 문에 글씨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모든 물건을 팔아 2150만 탑코인을 벌었습니다.]
방울토마토 가격을 올린 덕분에 번 돈이 예전에 비해 두 배 정도 늘었지만, 그건 큰 관심 사항이 아니었다.
판매해서 번 돈보다는 수레가 황금탑에서 사 온 것에 더 관심이 컸다.
"흐흐흐. 많이 사 왔으려나?"
"푸후훗. 주인인 나 테 부회장을 닮아 유능하니 많이 사 왔을 거다냥!"
테오가 큰소리를 칠 때
[매입을 지시하신 '황금탑 35층 땅문서'를 매입하지 못했습니다.]
[벼락 맞은 나무 120개를 840탑코인에 매입했습니다.]
[벼락석 3000개를 450탑코인에 매입했습니다.]
[뇌령석 1개를 1000탑코인에 매입했습니다.]
[글라토 마을의 발주서를 0탑코인에 매입했습니다.]
수레가 사 온 것을 문에 표시하기 시작했다.
"역시 테 부회장의 수레."
"푸후훗. 역시 나 테 부회장의 수레다냥!"
메시지를 읽은 세준과 테오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황금탑에 벼락 맞은 나무와 벼락석이 많다는 것을 인지한 수레는 매입 가격을 사정없이 후려쳤고.
덕분에 개당 10탑코인 하던 벼락 맞은 나무는 개당 7탑코인에, 개당 0.2탑코인 하던 벼락석은 0.15탑코인에 사왔다.
"근데 뇌령석은 뭔데 1000탑코인이나 하지?"
파지직.
세준이 수레 안쪽에 1분에 한 번 정도 황금빛 스파크를 뿜어내는 주먹 두 개 크기의 돌을 보며 말했다.
황금탑의 다른 물건들에 비하면 지나치게 비싼 가격.
감전될까 봐 잡지는 못했다.
"그러고 보니 수레를 만든 재료 중에 뇌령석이 있지 않았나?"
세준이 예전에 읽었던 [검은탑과 황금탑을 유랑하는 자동 수레]의 내용을 떠올릴 때
[현재 검은탑과 황금탑을 유랑하는 자동 수레 안에 수레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재료인 뇌령석 1개가 있습니다.]
[뇌령석 1개를 사용해 검은탑과 황금탑을 유랑하는 자동 수레의 저장칸을 1.5배 확장할 수 있습니다.]
[뇌령석을 사용해 검은탑과 황금탑을 유랑하는 자동 수레를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나타나는 메시지.
1000탑코인을 내고 수레의 저장칸을 50% 확장해 벼락 맞은 나무와 번개석을 더 가져올 수 있다면 충분히 이득이었다.
"응. 사용할게."
파지직.
세준의 말과 함께 뇌령석이 뇌전을 뿜으며 사라졌고, 수레의 크기는 그대로인 상태로 저장 공간만 넓어졌다.
그렇게 넓어진 수레의 저장칸에서 번개 맞은 나무와 번개석을 빼낸 세준.
"발주서가 여기 있었네."
물건을 다 치운 후에야 바닥에 떨어진 봉투를 발견하고 종이를 꺼내 확인했다. 방울토마토 5만 개를 발주한다는 내용이었다.
확실히 황금탑의 주민들은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테 부회장, 물건 실어서 보내."
"알겠다냥!"
세준의 지시에 테오가 수레에 농작물들을 채운 후
"돈 많이 벌어오라냥!"
달달달.
테오가 수레를 다시 황금탑으로 보냈다.
이번에는 3일 만에 돌아왔기에 2700억 탑코인을 지불했다.
그렇게 수레가 떠나자
"이제 옥수수 수확해야지."
세준이 테오와 까망이를 데리고 일어나 옥수수밭으로 다가갔다.
그때
키키!
옥수수밭에서 멸망의 기운을 흡수하던 멸망포식자 하나가 세준에게 가까이 다가가더니
퉤퉷퉷.
나 잘했죠?
세준의 발 앞에 뭔가를 뱉어내고는 자랑스러워했다.
뭐가?
세준이 멸망포식자가 뱉은 걸 유심히 봤다.
"이건?"
[멸망포식자 씨앗]
멸망포식자의 씨앗 5개였다. 멸망포식자는 씨앗을 이렇게 퍼트리는 모양이었다.
"또 씨 뱉을 식물?"
키키!
키키!
세준의 물음에 멸망포식자들이 앞다투어 세준에게 걸어왔고
퉤퉷퉷.
퉤퉷퉷.
세준의 손바닥에 씨앗을 뱉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력이 담긴 땅에 멸망포식자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
..
.
세준은 다시 5만 개의 멸망포식자 씨앗을 심어야 했다.
435화. 난 고고한 늑대 위대한 까망이야! 쫄지 않아!
435화. 난 고고한 늑대 위대한 까망이야! 쫄지 않아!
[마력이 담긴 땅에 멸망포식자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
..
.
세준이 씨앗을 심는 동안
퉤퉷퉷.
퉤퉷퉷.
멸망포식자들은 씨앗을 아무 데나 뱉어냈고
끼히힛.낑
[히힛. 야! 여기 또 있어!]
까망이는 멸망포식자를 전혀 통제하지 않고 해맑게 짖으며 세준에게 씨앗이 있는 걸 알려줬다.
"까망아, 그렇게 씨앗이 흩어져 있으면 줍기 불편하니까, 애들한테 씨앗 좀 한 곳에 뱉으라고 말해줘."
그래서 세준이 까망이에게 말했지만
끼히힛.낑!
[히힛. 싫지롱!]
부하들이 많아진 것에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은 까망이는 흥분해서 선을 넘고 말았다.
그리고
"하악···."
마음에 안 든다냥!
열심히 씨앗을 심는 세준 대신 씨앗을 줍는 테오가 선을 크게 넘은 까망이를 보며 분노의 하악 1단계 시동을 부릉부릉 걸기 시작했다.
우리 막내 정신교육 받을 때가 된 것 같다냥!
세준이 까망이는 아직 아기니까 봐주라는 말에 요즘 많이 풀어줬더니, 정신교육 약빨이 다한 것 같았다.
그렇게 테오가 까망이를 혼내주러 다가갈 때
꾸엥!꾸엥!
[다녀왔습니다요! 까망이, 따라온다요!]
우마왕과 특훈을 하고 집에 돌아온 꾸엥이가 세준에게 까부는 까망이의 모습을 보고 간식 주머니에서 몽둥이를 꺼내 들었다.
그렇게 둘에게 끌려가게 생긴 까망이.
하지만
낑!
[얘들아, 날 지켜!]
까망이는 이제 혼자가 아니었다.
키키!
키키!
15만의 부하들이 함께했다.
끼히힛.낑!낑!
[히힛. 나 이제 부하 많아! 나 건들지 마!]
까망이가 멸망포식자들 뒤에 숨은 채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외쳤지만
"하악! 비킨다냥!"
꾸엥!
[비킨다요!]
테오와 꾸엥이가 기운을 일으키자
키이···
키이···
멸망포식자들은 슬금슬금 옆으로 움직였고
낑?!낑!
[얘들아, 어디 가?! 나 버리지 마!]
까망이와 둘 사이가 홍해처럼 갈라졌다.
······
까망이는 둘과 눈을 마주치자 살짝 고민하다가
난 고고한 늑대 위대한 까망이야! 쫄지 않아!
낑!끼깅!
[이 몸은 위대한 까망···악!]
마지막 자존심을 세우고 대신 혹독한 참정신교육을 받았다.
끼깅!
[까망이 살려!]
그렇게 까망이가 테오와 꾸엥이에게 정신교육을 받는 사이, 멸망포식자들은 대장의 비명 소리를 들으며 몸을 파들파들 떨었다.
퉤퉷퉷.
퉤퉷퉷.
씨앗은 계속 뱉어내면서.
그리고
"어차피 이거 오늘 다 못하겠네···."
끝도 없이 씨앗을 뱉어내는 멸망포식자들을 보면서 세준은 그만 작업을 끝내기로 했다.
일단 씨앗은 챙겨야지.
흙에 묻히면 씨앗을 찾을 수 없기에 세준은 바가지를 꺼내 주변에 떨어진 씨앗을 담았다.
그러자
키이!
키이!
세준의 행동을 본 멸망포식자들이 세준의 바가지에 떨어진 씨앗을 담기 시작했다.
눈치 없이 행동하면 어떻게 되는지 대장을 보며 간접 학습한 것.
퉤퉷퉷.
퉤퉷퉷.
씨앗을 뱉는 멸망포식자들도 눈치껏 세준이 들고 있는 바가지에 씨앗을 뱉기 시작했다.
"자. 여기다 뱉으면 돼."
덕분에 편해진 세준은 바가지를 땅에 내려놓고
"벌써 저녁 먹을 때네. 얘들아, 이거 먹어."
탑노예들인 아작스, 베로니카, 젤가, 오릭에게도 지구 음식을 보냈다.
원래 점심시간에 맞춰 보내려고 했는데, 멸망포식자 씨앗을 심느라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렇게 음식을 보내고 5분 정도 지나자
[하얀탑의 노예가 너무 맛있고 세준이 형을 빨리 보러 가고 싶다고 울먹입니다.]
아작스에게 가장 먼저 메시지가 왔다.
"야. 왜 울고 그래? 형이 빨리 강해져서 얼굴 보면 돼지."
[하얀탑의 노예가 그건 불가능할 것 같다고 펑펑 웁니다.]
세준의 말에 더 크게 우는 아작스.
이 자식···
덕분에 서로 다른 이유로 세준도 울고, 아작스도 울었다.
[자색탑의 노예가 역시 세준 님이 권하는 음식은 실패가 없다고 극찬합니다.]
[푸른탑의 노예가 가족들과 맛있게 먹었다고 감사를 전합니다.]
이어서 베로니카와 젤가의 메시지가 왔고
[갈색탑의 노예가 맛있는 음식을 받은 보답으로 고블린 전통 요리를 대접하고 싶어 합니다.]
마지막으로 오릭의 메시지가 왔다.
"싫어."
이게 은혜를 원수로 갚아?!
세준은 괘씸함에 오릭을 불러 참교육을 한 번 할까 고민하다
"아냐. 먹이고 갈구는 건 좀 아니지."
이건 적립.
나중에 잘못하면 두 배로 갈구기로 했다.
그렇게 세준이 탑노예들의 메시지를 다 받았을 때
"푸후훗. 이제 말 잘 들으라냥!"
꾸엥!
[말 안 들으면 또 정신교육이다요!]
낑!
[넵! 형님들!]
정신교육을 제대로 받은 까망이가 형님들의 그림자라도 밟을까 조심하며 둘의 뒤를 졸졸 따라왔다.
물론 저 정신교육의 약빨이 며칠이나 갈지는 두고 볼 일이었다.
그렇게 세준과 일행들은 저녁을 먹고 띵가띵가 놀다가 하루를 마무리했다.
***
검은탑 관리자 구역.
"크히히. 이제 계란 후라이는 마스터했으니까, 좀 더 어려운 요리로 넘어가야지."
자신이 만든 계란 후라이를 웃으며 먹는 세준을 보며 자신감을 키운 에일린.
"이번에는 매운탕이다!"
갑자기 요리 난이도를 확 올렸다. 물론 에일린 본인은 자신이 난이도를 많이 올린 건지도 몰랐다.
매운탕 별로 안 어려워 보이던데?
원래 아무것도 모를 때는 다 쉬워 보이는 법이었다.
"흥흥흥."
에일린은 콧노래를 부르며 냄비를 꺼내고 손질도 안 된 생선을 통째로 냄비에 넣었다.
그렇게 세준이 에일린의 건강 수프 이후 다시 한번 생선 대가리와 조우할 위기에 처했을 때
"에일린, 어디 있어?"
"우리 왔어!"
"포비 오빠, 왔어!"
"에일린, 실비아 언니도 왔어!"
세준을 구원하는 소리가 들렸다.
에일린은 몰랐지만, 오늘은 해츨링 부모들끼리 정한 정모가 있는 날이었다.
부모들 모두 오늘만 손꼽아 기다렸기에 불참한 가족은 없었다.
그렇게 검은탑 관리자 구역에 방생된 해츨링들은 빨빨거리며 에일린을 찾아다녔고
요리 연습해야 되는데···
에일린은 어쩔 수 없이 생선이 상하지 않게 다시 아공간에 넣고
"언니, 오빠들 어서 오세요."
해츨링들을 맞이했다.
숨바꼭질은 저번에 했고, 오늘은 뭘 하면서 놀아주지?
머릿속으로는 언니, 오빠들을 어떻게 재미있게 해줄지 생각에 잠긴 에일린.
그때
아! 그거면!
에일린의 머리속에 좋은 놀이가 떠올랐다.
"언니, 오빠들 이건 슈퍼허어로 랜딩이라는 건데··· 폴리모프 해제."
에일린이 설명하면서 폴리모프를 해제하고 하늘 높이 올라간 후
"기가 라이트닝. 파이어 스톰. 아이스 포그."
쿵.
마법을 사용해 화려한 효과를 내며 지상을 향해 강하하며 슈퍼히어로 랜딩으로 착지했다.
크히히. 재밌는데?
원래 시범만 보이고 언니, 오빠들이 하는 걸 구경할 생각이었는데, 뭔가 짜릿한 쾌감이 있었다.
"오와! 멋있다! 나도 슈퍼히어로 랜딩할래!"
"나도!"
"실비아가 먼저 할 거야!"
그건 해츨링들도 마찬가지. 슈퍼히어로 랜딩을 보니 가슴이 뛰었다.
그렇게 에일린과 여섯 해츨링들은 서로 자신만의 멋있는 슈퍼히어로 랜딩을 만들기 위해 특훈에 들어갔다.
***
다음 날 아침.
"읏차!"
눈을 뜬 세준.
[대지의 보석의 봉인이 풀렸습니다.]
[대지의 보석에 봉인돼 있던 사금의 신 판이 봉인에서 풀려납니다.]
···
[사금의 신 판 1평 땅에 사금 채취장을 만들어 은혜를 갚습니다.]
[자는 동안 가진 생명력의 10%를 저장했습니다.]
[생명의 구슬이 9.48% 완성됐습니다.]
[24시간 동안 마력이 0.1 축적됐습니다.
[마력이 0.1 상승합니다.]
"사금 채취장?"
"냐앙···."
끼잉···
메시지를 읽은 세준이 테오와 까망이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우와. 씨앗이 왜 이렇게 많아···."
밖으로 나온 세준이 처음 발견한 건 바가지가 넘칠 정도로 담긴 멸망포식자 씨앗. 어제 늦게까지 뱉어낸 것 같았다.
세준이 씨앗을 챙긴 후
근데 포식이들은 어디 있지?
주변을 둘러보자
키로롱.
멸망포식자들은 옥수수밭에 옹기종기 모여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꺼억.
중간에 트림을 하며 푸른 안개를 뿜어내는 걸 보니, 자면서도 멸망의 기운을 흡수하는 모양.
그렇게 포식이들이 자는 걸 확인하고
"근데 사금 채취장은 어디 있지?"
세준이 사금 채취장을 찾아 나섰다.
연못에 있으려나?
보통 영화를 보면 물가에서 넓은 접시에 흙을 퍼서 사금을 찾는 걸 기억해 낸 세준이 동굴 안의 연못을 찾아갔다.
그리고
"역시 여기 있었네."
은은한 황금색 빛을 내는 1평짜리 사금 채취장을 찾을 수 있었다.
"흐흐흐."
재밌겠다.
세준은 넓은 접시 하나를 꺼내 사금이 섞인 흙을 담아 물에서 살살 흔들었다.
하지만
"어? 없는데?"
접시 위에 흙이 다 사라질 때까지 세준은 금을 구경도 못 했다.
금가루가 흙이랑 같이 흘러나가 버린 것. 사금 채취는 쉬운 게 아니었다.
"어렵네"
세준은 몇 번 더 시도해 봤지만
"이익! 안 해!"
결국 금 한 톨 못 얻고 시간만 버렸다.
날 이렇게 고생시키다니. 판 님은 0.3평.
덕분에 매일 사금이 10kg씩 새로 생성되는 사금 채취장을 주고도 판은 0.3평짜리 판 로드가 확정됐다.
그렇게 사금 채취에 실패한 세준이 자리에서 일어날 때
"응?"
옆에 두 손바닥을 합친 크기의 거대한 검은색 조개가 보였다.
진주의 신 펄이 보답으로 만들어 준 진주조개 양식장에서 자란 조개였다.
조개구이나 먹을까?
세준이 거대 진주조개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치즈 조개구이 만들어야지.
그렇게 아침 메뉴가 결정 됐고
덥석.
진주조개를 들려고 했는데···
"어?!"
조개가 들리지 않았다. 꼼짝도 안 하는 조개.
뭐지?
"으윽!"
세준이 다시 한번 온 힘을 다해 조개를 들었지만, 조개는 들리지 않았다.
그때
꾸엥?
[아빠, 거기서 뭐 한다요?]
세준의 힘쓰는 소리를 들은 꾸엥이가 동굴 천장에서 머리를 빼꼼 내밀며 물었다.
"꾸엥아, 좀 도와줘. 이 조개 엄청 무거워!"
꾸엥!
[알겠다요! 꾸엥이가 도와준다요!]
쿵.
꾸엥이가 슈퍼히어로 랜딩 자세로 늠름하게 착지한 후
덥석.
진주조개를 들었다. 아주 가볍게.
······
진짜 무거웠는데?
덕분에 세준은 민망해졌고
역시 아빠는 아직도 많이 약하다요!
꾸엥이는 세준을 위해 몸에 좋은 약초를 많이 캐와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꾸엥이의 도움을 받아 거대 진주조개를 취사장으로 옮겨 치즈 조개구이를 만들었고
"어?! 이게 뭐지?"
[짓누르는 중력의 흑진주]
조개를 먹던 세준이 주먹만 한 흑진주를 발견했다.
"오! 이거면······."
이오나의 지팡이를 만들 수 있겠는데?
세준이 이오나를 떠올릴 때
"푸후훗. 이오나의 지팡이를 만들 수 있다냥!"
테오도 이오나를 떠올리며 외쳤다.
중력의 힘을 가진 흑진주를 핵심 코어로 해서 이미 챙긴 설인의 심장, 킹 자이언트 웜의 심장, 알바트로스의 심장을 지팡이에 함께 박는다면?
이오나에게 재앙의 지팡이 이상의 아이템을 만들어 줄 수 있다냥!
거기다 지팡이에 그 귀하디귀한 세계수의 가지까지 사용한다면 어떤 등급의 아이템이 나올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푸후훗. 박 회장, 용님들에게 가자냥!"
"그래."
덥석.
대답하며 흑진주를 들려고 한 세준.
그러나
······
흑진주는 들리지 않았다. 조개가 무거운 게 아니었다.
흑진주의 설명을 보지 않은 세준은 몰랐지만, 흑진주에는 마력이 작을수록 더 큰 중력이 작용하는 옵션이 있었다.
물론 자체 무게도 꽤 무거웠다.
"꾸엥아. 이것 좀···."
꾸엥!
[알겠다요!]
결국 꾸엥이의 도움을 받아 흑진주를 챙긴 세준이 테오와 분수대에서 놀고 있는 용들을 찾아갔다.
그 시각.
검은 거탑 50층과 60층을 연결한 상인 통로.
삐욧!
[도망쳐요!]
꾸익!
삐욧이와 유렌은 검은 거탑에 들어온 멸망의 사도 파편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436화. 안돼! 집이 멀어진다!
436화. 안 돼! 집이 멀어진다!
오늘도 평소처럼 훌륭한 테오의 오른 앞발이 되기 위해 유렌의 돈을 받으러 다니며 경험을 쌓는 삐욧이.
쁘흐흣. 오늘은 10억 탑코인을 받아냈어요!
며칠간 돈이 없다고 배 째라는 상대를 미행한 끝에 다른 이의 명의로 된 재산을 발견해 돈을 받아냈다.
테오 님이 기뻐해 주시겠죠?!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테오가 있는 탑 99층을 향해 올라가던 삐욧이.
하지만 유렌의 돈을 받아내는 것보다 훨씬 힘든 게 있었으니.
삐욧!
[역시 유렌 님은 너무 재수 없어요!]
"꾸익! 미안!"
유렌이 가는 곳마다 멸망의 사도 파편들을 끊이지 않고 만난다는 것.
만나는 멸망의 사도 종류도 다양했다. 거의 멸망의 사도 3좌에서 12좌까지는 한 번 이상 만나본 것 같았다.
물론 둘이 힘을 합치면 하나는 충분히 이길 수 있지만
셋이면 얘기가 다르죠!
멸망의 사도 4좌 파멸의 악마 멜픽스,
멸망의 사도 7좌 산을 부수는 바위 쿠루거,
멸망의 사도 10좌 아홉 개의 머리를 가진 뱀 히드라까지.
-붙잡아라! 저놈들에게서 펜릴의 기운이 느껴진다!
-서라! 네놈들에게서 나는 펜릴 님의 기운을 설명해라!
-펜릴 님의 코어 조각을 내놔라!
그들은 현재 멸망의 사도 파편 셋에게 쫓기고 있었다.
처음에는 둘이라 도망쳤는데, 도망치다 하나를 더 만나 셋이 됐다.
불행한 유렌답게 가도 꼭 적이 있는 곳으로만 갔다.
그때
-어서 오거라. 나 비명과 얼음의 여왕 샤샤의 품으로.
그들의 앞을 막는 적.
삐욧!
[유렌 님, 돌파요!]
앞뒤가 막혔기에 돌파 말고는 답이 없었다.
"알았어! 황금이 돼라!"
유렌이 앞으로 달려가며 샤샤에게 앞발을 뻗었고, 샤샤는 잠시간 황금으로 변했다.
그사이 삐욧이와 유렌을 빠져나갔고, 다시 본 모습으로 돌아온 샤샤가 삐욧이와 유렌을 공격하려다
-죽···어?!
-샤샤, 뭐 하는 거야?!
동료를 공격했고 서로 충돌한 멸망의 사도들 덕분에 삐욧이와 유렌은 다행히 그들을 따돌릴 수 있었다.
둘은 멸망의 사도들을 따돌리고도 1시간을 더 달린 후
삐욧!
[이번에는 정말 위험했어요!]
"그러게···."
잠시 휴식을 취했다.
삐욧?
[근데 아까 사도들이 펜릴의 코어 조각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요?]
"응. 나도 들었어."
삐욧···삐욧?
[설마···유렌 님, 아니죠?]
삐욧이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자
"나?! 아니야!"
두 앞발을 흔들며 강한 부정을 하는 유렌.
그러나
설마 진짜 난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짐을 뒤졌다.
그리고
"삐욧아, 미안."
유렌이 펜릴의 코어 조각을 꺼내며 사과했다.
모양이 괜찮은 돌들이 있어 나중에 황금으로 만들 생각으로 챙겼는데, 그중 펜릴의 코어 조각이 끼어 있었던 것.
역시 재수 없는 놈은 뭘 해도 재수가 없다.
삐욧!삐욕!!!
[유렌 님! %!$@!]
덕분에 새하얀 깃털이 붉게 보일 정도로 분노한 삐욧이가 유렌을 향해 엄청난 잔소리를 쏟아냈다.
***
검은 거탑 99층.
"안녕하세요."
"용님들 반갑다냥!"
꾸엥!
[용님들 안녕하다요!]
세준과 테오, 꾸엥이가 카이저, 켈리온, 램터, 티어가 술판을 벌이고 있는 분수대로 찾아가 인사를 하자
-크하하하. 우리야 우리 세준이만 건강하면 항상 안녕하지.
-그럼! 우리 세준이 덕분에 우리 손자가 각성도 하고···으하하하!
-프하하하. 우리 붉은탑도 우리 세준이 덕분에 이제 거의 정상을 되찾았다.
-우리 자색탑도 우리 세준이 덕분에 살기가 많이 좋다더군.
세준을 칭찬하기 바쁜 용들.
좋아.
부탁하기 나쁘지 않은 분위기였다. 아니. 뭘 말해도 들어줄 것 같았다.
"이 재료로 지팡이 하나만 만들어 주세요."
그래서 과감하게 용건을 말했다.
-지팡이?
-이 재료로?
-세준이 네가?
-어려울 텐데?
재료를 확인한 용들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세준을 봤다.
세준이 꺼낸 재료의 효과를 제대로 살려 지팡이를 만든다면 세준은 절대 쓸 수 없는 지팡이가 나오기 때문.
거기다 마법의 '마'자도 모르는 세준이 필요도 없는 지팡이를 만들어 달라고 하니, 이상했다.
"제가 아니고 이오나가 쓸 지팡이에요."
-크흠. 진작 그렇게 말을 하지.
-아무 걱정 말거라!
-최고의 지팡이를 만들어 주마!
용들이 세준에게서 재료를 가져가 잠시 상의하더니
-좋아. 내가 마력 스트림을 유도하지.
-그럼 난 내 힘으로 설인의 심장을 중화시키지.
뭔가 합의를 보고는 재료를 중심에 두고 네 방향에 위치해 섰다.
-시작하지.
넷이 동시에 재료를 향해 마력을 불어 넣자
우웅.
조금 전 올라오며 챙긴 포도리의 가지의 모습이 변하며 지팡이의 형상을 만들었고
짓누르는 중력의 흑진주, 설인의 심장, 킹 자이언트 웜의 심장, 알바트로스의 심장이 하나로 합쳐지며 지팡이의 머리 부분에 박혔다.
파앗.
동시에 검정, 하양, 파랑, 빨강, 보라, 노랑, 은빛의 7가지 색이 폭발했고
-우리가 만들었지만, 꽤 훌륭하군.
-당연하지. 우리가 만들었으니까.
용들은 완성된 지팡이를 보며 자화자찬을 했다. 눈높이가 높은 용들이 훌륭하다고 하는 걸 보면 정말 괜찮은 아이템이 만들어진 것 같았다.
[짓누르는 제압의 중력 지팡이]
전설급인가?
세준이 지팡이의 이름을 보며 궁금해할 때
-자. 받아라.
카이저가 검은 보석이 박힌 지팡이를 세준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세준이 인사를 하고 서둘러 지팡이를 확인했다.
[짓누르는 제압의 중력 지팡이]
세계수의 가지, 짓누르는 중력의 흑진주, 설인의 심장, 킹 자이언트 웜의 심장, 알바트로스의 심장을 재료로 사용해 만든 지팡이로 신격이 없어 신기가 되지 못했습니다.
중력 마법에 특화돼 있습니다.
위대한 검은용과 위대한 하얀용이 어둠과 빛의 균형을, 위대한 붉은용이 불의 힘으로 설인의 심장과 균형을, 위대한 자색용이 독의 힘으로 킹 자이언트 웜의 심장과 알바트로스의 심장 사이의 균형을 만들어 냈습니다.
7가지 속성이 균형을 이루며 아홉 줄기의 마력 스트림 중 2줄기가 지팡이와 접속된 상태입니다.
착용 시 마력 스트림 2줄기와 추가 접속할 수 있습니다.
사용 제한 : 아홉 줄기의 마력 스트림과 3줄기 이상 접속한 자
제작자 : 위대한 용족
등급 : ★
스킬 : [제압(Master)]
[제압(Master)]
반경 1km 이내에 적에게 작용하는 중력을 증가시킵니다.(스킬 사용자와 마력이 1000 차이 날 때마다 중력이 1배 증가됩니다. 중력은 최대 50배까지 증가합니다.)
"와."
진짜 사기템이네.
지팡이를 착용하는 것만으로 마력 스트림과 2줄기를 연결해 주고, 스킬도 너무 좋았다.
너무 부럽다.
이오나의 아이템이 너무 부러워진 세준.
저는요? 저도 이런 거 만들어줘요.
세준이 기대를 가득 담은 눈빛으로 용들을 바라보자
응. 안 돼.
안 만들어 줄 거야.
더 강해져서 와.
도리도리.
고개를 젓는 용들.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줘도 너무 높은 사용 제한 때문에 세준은 착용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세준이 착용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들면 재료 낭비가 될 게 뻔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재료 낭비 아이템이 용각의 귀환 팔찌와 소환 팔찌.
카이저가 엄청난 마력으로 찍어 눌러 사용 제한을 없애는 대신 재료가 가진 능력이 극한으로 떨어졌다.
너무 단호하시네···
용들의 단호한 태도에 실망한 세준.
"박 회장, 빨리 이오나에게 지팡이 주러 가자냥!"
"응. 알았어. 그럼 저희는 가볼게요."
테오의 재촉에 세준은 용들에게 인사를 하고 이오나가 있는 검은 박에 마탑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세준이 일행들을 데리고 농장을 나서려 할 때
낑!
[저는 집을 지킬게요!]
까망이가 집을 지킨다며 따라가지 않으려 했다.
정신교육 덕분인지 기특한 소리를 하는 까망이.
"집은 안 지켜도 되는데?"
낑!낑!
[아니에요! 제가 집을 지키게 해주세요!]
"알았어. 그럼 금방 올게. 집 잘 지키고 있어."
뭔가 사명감까지 느껴지는 까망이의 말에 세준은 까망이를 두고 가기로 했고
끼히힛.낑!
[히힛. 안녕히 다녀오세요!]
환하게 웃는 까망이의 배웅을 받으며 테오, 꾸엥이와 이오나에게 지팡이를 주러 떠났다.
***
검은 박에 마탑 최상층.
이오나의 방.
촤르륵.
"하아."
"휴우."
안에는 문서 넘기는 소리와 한숨 소리만 들렸다.
"뀽. 또 예산 늘려달라는 소리네요···."
문서를 넘기는 소리는 이오나였고
"하아. 뭐였지?"
"분명 들었는데···."
"야···나 좀 보여줘···."
한숨 소리는 10명의 부협회장들이 내는 소리였다.
도망친 부협회장들은 결국 전부 잡혀 왔고, 매일 이오나에게 어제 배운 내용을 시험 보고 있었다.
하지만
스스슥.
한숨을 푹푹 내쉬며 문제를 푸는 부협회장들과 다르게 거치 없이 펜을 움직이는 존재가 하나 있었으니.
오! 이건 그저께 배운 건데! 너무 쉬운데?
흑스터는 이오나가 내준 문제를 너무도 쉽게 풀었다.
잠시 후
"뀨-뀨-내가 분명 다 말해줬는데, 왜 이걸 못 풀죠?! 흑스터 빼고 다 따라와요!"
"네···."
합격점을 넘지 못한 10명의 부협회장들은 이오나에게 끌려가
"그래비티 컨트롤!"
"으악!"
"버텨!"
마력이 바닥날 때까지 방어 마법을 사용하며 이오나의 중력 마법을 버텨야 했다.
그렇게 이오나가 10명의 부협회장들을 갈구고 있을 때
"응? 이오나는 어디 갔나?"
세준과 일행들이 이오나의 방에 도착했다.
"어! 세준 님, 안녕하세요."
혼자서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풀어보고 있던 흑스터가 세준을 맞이했다.
"흑스터, 지내는 건 어때? 이오나가 마법은 잘 가르쳐줘?"
"네. 너무 재미있어요! 아! 이건 이오나 님한테 배운 마법 지식을 동원해 만든 마법 장비 설계도인데, 한 번 봐주세요."
흑스터가 직육면체 모양의 장비 설계도를 보여줬다.
내가 보면 아니?
"···그냥 설명만 해주면 안 될까?"
"아. 이건 이오나 님에게 배운 마력 효율을 높여주는 기술을 이용해 만든 발소리를 제거해주는 장비에요. 이걸 신으면 잠입할 때 절대 안 들킬걸요. 이름은 사운드 이터라고 지었어요."
대도 아니랄까 봐 또 잠입용 장비를 만드는 흑스터.
"이름이 별로네. 소개비로 하자."
"네? 소개비요?"
"소리랑 먹개비를 합친 거야? 어때? 기발하지?"
"푸후훗. 역시 박 회장이다냥!"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그럼 꾸엥이는 꿀개비다요!]
"······."
이오나 님, 빨리 와주세요!
흑스터는 대답하지 않는 것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저항을 했다.
***
세준의 농장.
세준이 테오와 꾸엥이를 데리고 떠나자 혼자 남게 된 까망이.
끼히힛.낑!낑!
[히힛. 자유다! 이제 내 세상이야!]
테오와 꾸엥이의 눈치를 보지 않는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리고
키키!
키키!
그런 까망이를 둘러싸고 헹가래 쳐주는 멸망포식자들.
끼히힛.낑!낑!
[히힛. 얘들아, 저쪽으로 가! 이번에는 이쪽!]
까망이는 아예 멸망포식자들 위에 자세를 잡고 앉아 지시를 내렸고, 멸망포식자들은 대장의 지시에 따라 우르르 움직였다.
그때
키?!
휙.
무엇을 느낀 건지 멸망포식자들의 고개가 한쪽을 향해 동시에 돌아가더니
키!키!키!
그쪽을 향해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낑?!
[어?! 얘들아, 어디 가?!]
덕분에 멸망포식자들을 타고 있다 얼떨결에 같이 이동하는 까망이.
낑!낑!
[안 돼! 집이 멀어진다!]
그렇게 까망이가 의도치 않게 가출을 했다.
437화. 뭣이?! 나한테 방금 개라고 한 거냐?!
437화. 뭣이?! 나한테 방금 개라고 한 거냐?!
탑 97층 부근.
삐욧!
꾸익!
삐욧이와 유렌은 기어코 둘을 추적한 멸망의 사도 파편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거기다 유렌이 계속 멸망의 사도 파편이 있는 곳으로 도망치며 적의 수는 다섯으로 늘어났다.
참고로 유렌은 다시 추적을 받은 후 멸망의 사도 파편을 세 번 더 만났고
유렌 덕분에 멜픽스와 쿠루거는 평소에는 탑에서 마주치기 힘들었던 자신의 파편을 만나 하나로 합쳐지며 파워업까지 했다.
그렇다고 펜릴의 코어 조각을 버리고 도망칠 수도 없었다.
코어 조각을 버리고 가면 그걸 흡수한 멸망의 사도가 더 강해질 테니까.
운이 좋아 멸망의 사도들의 추격을 따돌려도 그사이 펜릴의 코어 조각을 흡수한 적이 탑의 죄 없는 다른 이들을 해칠 수도 있었다.
깔끔하게 적을 처치할 방법은 하나뿐이에요!
삐욧이는 적들을 탑 99층까지 유인해 일망타진할 생각이었다.
거기에는 멸망의 사도 파편 정도는 가볍게 처치할 강자들이 많으니까.
그렇게 멸망의 사도 파편들에게서 한참을 도망친 둘.
하지만 삐욧이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탑 99층에 도착하기 전에 유렌이 퍼져버린 것.
삐욧!삐욧!
[유렌 님, 힘내요! 조금만 더 가면 탑 99층이에요!]
삐욧이가 지쳐서 거의 걷다시피 하는 유렌의 귀를 잡아당기며 재촉했지만
"아냐. 난 이제 틀렸어. 날 버리고 가···."
유렌은 이제 걸을 힘도 없었다.
멸망의 사도 파편들에게 잡힐 위기에 빠질 때마다 '황금이 돼라'로 위기를 넘긴 유렌.
하지만 이제 한계였다. 유렌의 능력은 먹은 만큼 황금으로 만들기 때문.
꼬르르륵.
즉 배가 고파 못 움직인다는 소리였다.
그때
-이놈들 드디어 잡았다!
-이번에는 도망칠 수 없을 거다!
-어서 네놈들에게 펜릴 님의 기운이 느껴지는 이유를 설명해라!
둘의 뒤를 쫓아온 멸망의 사도 파편들이 도착했다.
삐욧?!
[유렌 님, 어떡해요?!]
"돈으로는 안 되겠지?"
삐욧!
[당연히 안 되죠!]
"그럼 내가 최대한 버텨볼 테니까, 삐욧이 네가 테오 님을 불러와!"
나 때문인데, 책임은 져야지.
유렌은 나름 멋있는 최후를 맞이하려 했지만
삐욧?
[네?]
님이요? 잘도 버티시겠네요.
삐욧!
[바보 같은 생각하지 말고, 쓸만한 생각을 내놔요!]
"으응···."
똑똑한 삐욧이는 속아주지 않았다.
-크크큭. 우리를 앞에 두고 한가하게 실없는 얘기를 나누다니, 재미있구나.
그사이 둘을 포위한 멸망의 사도 파편들.
삐욧.
[유렌 님, 다시 태어나면 꼭 운 좋은 놈으로 태어나세요.]
"나도 그러고 싶어. 그때는 꼭 내 덕 보게 해줄게."
삐욧!
[퍽이나요!]
삐욧이와 유렌이 시답잖은 소리를 하며 멸망의 사도 파편들을 상대로 이길 수 없는 마지막 전투를 준비할 때
우르르르.
땅을 울리며 엄청난 대군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빼욧?!삐욧!
[어?! 누가 우리를 구하러 왔나 봐요!]
"살았다!"
희망을 품은 표정으로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는 삐욧이와 유렌.
하지만
끼히힛.낑!
[히힛. 위대한 까망이 님 등장!]
키키!
삐욧?
[까망이?]
"방울토마토?"
멸망포식자를 타고 거만하게 등장하는 탑 99층 최약체 까망이를 보며 삐욧이와 유렌의 희망은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
낑?!낑···
[어떡해?! 집사가 걱정할 텐데···]
처음에는 강제로 가출당한 자신의 상황에 당황한 까망이.
그러나
끼히힛.낑!낑!
[히힛. 모험이다! 얘들아, 달려!]
곧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지금을 즐기기로 했다.
어?! 저 녀석들은?!
그렇게 멸망포식자들을 타고 이동하는 까망이의 눈에 멸망의 사도 파편들과 그들에게 포위된 삐욧이와 유렌을 들어왔고
어쩌지?!
까망이는 딜레마에 빠졌다.
한쪽은 원래 자신의 부하들이고, 다른 쪽은 자신의 큰형인 테오의 부하들.
형의 부하는 내 부하기도 하지!
고로 양쪽 다 자신의 부하라는 소리였다.
낑!
[야! 싸우지 마!]
그래서 둘의 싸움을 말리기 위해 나섰다.
예전에는 아무리 외쳐도 존재감이 없었지만, 지금은 새 코어를 만들면서 나름 존재감이 생겼다.
그리고
-혹시 펜릴 님이십니까?
까망이를 본 멸망의 사도 쿠루거가 까망이에게 물었다.
쿠루거는 멸망의 12 사도 중 펜릴을 가장 따르는 충성스러운 사도.
모습이 많이 변했지만, 까망이의 당당한 태도에서 펜릴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러나
낑···낑!낑!
[아···아뉜데! 난 위대한 까망이인데!]
여기서 정체를 들키면 자신의 해피라이프가 깨지기에 까망이는 긍정할 수 없었다.
-진짜 펜릴 님이 아니십니까?
충성스러운 쿠루거가 다시 한번 물었지만
낑!
[쿠루거, 이 몸은 위대한 펜릴 님이 아니라니까!]
다시 한번 강하게 부정하는 까망이.
-근데 제 이름은 어떻게 아시는 거죠? 역시 펜릴 님 맞죠?!
낑?!낑!낑!
[어?! 아무튼 아님! 난 멸망의 1좌 신을 사냥하는 고고한 늑대 위대한 펜릴 님이 아니고 고고한 늑대 위대한 까망이 박 님이시다!]
그렇게 까망이가 정체를 들키지 않게 애를 쓰고 있을 때
-쿠루거! 저게 어딜 봐서 펜릴이냐?! 그냥 개잖아!
멸망의 사도 4좌 파멸의 악마 멜픽스가 까망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뭣이?! 나한테 방금 개라고 한 거냐?!
발끈하는 까망이.
그때
-멜픽스, 펜릴 님에 대한 예의를 지켜라!
펜릴에 대한 존중을 보이지 않는 멜픽스에게 쌓인 게 많았던 쿠루거가 화를 냈다.
-흥! 쿠루거, 정신 차려라! 펜릴의 코어 조각을 발견하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냐?! 펜릴은 이제 예전의 펜릴이 아니야. 크크큭. 내가 펜릴의 코어 조각을 흡수하고 멸망의 사도 3좌가 될 거다!
멜픽스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고
멜픽스 이 자식 내 앞에서는 그렇게 열심히 충성 맹세를 하더니···
까망이가 그런 멜픽스를 보며 분노했다.
-내가 그렇게 둘 것 같으냐?! 펜릴 님의 코어 조각은 나 산을 부수는 바위 쿠루거가 수거해 펜릴 님에게 전해드릴 거다!
오히려 평소에는 무뚝뚝했던 쿠루거가 진짜 충신이었다.
쿠루거, 넌 앞으로도 내 부하로 해줄게!
까망이가 쿠루거를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할 때
-뭐지? 갑자기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든다.
-나도 그래.
멸망의 사도 파편들이 당황했다.
합.합.
멸망의 사도들을 포위한 채 열심히 멸망의 기운을 포식하고 있는 멸망포식자들 때문.
그때
꺼억.
꺼억.
멸망포식자들이 멸망의 기운을 소화하고 푸른 안개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 기분 나쁜 기운은 뭐지?
창조의 기운은 멸망의 기운과 상극.
창조의 기운이 멸망의 사도 파편들이 힘을 쓰는 걸 방해했다.
아직은 크게 불편하지 않았지만, 저 푸른 안개가 더 진해진다면 상황이 나빠질 수도 있었다.
다투고 있던 멜픽스와 쿠루거는 상황이 심상치 않자
-쿠루거, 일단 저것들을 서둘러 처리하자!
-알았다.
-모두 공격해!
다른 멸망의 사도들과 함께 멸망포식자들을 공격했고
키키!
키키!
멸망의 힘을 증오하는 멸망포식자들답게 바로 응전했다.
하지만 숫자만 많지, 전투 능력이 형편없는 멸망포식자들의 힘으로는 멸망의 사도 파편과 대적할 수 없었다.
키이···
멸망포식자들은 멸망의 사도 파편들에게 죽임을 당하며 빠르게 수가 줄었다.
"꾸익! 황금이 돼라!"
그사이 배를 채운 유렌이 히드라의 파편을 황금으로 만들고
삐욧!
[전령새 비기 수평비행!]
삐욧이가 빠르게 날아 히드라의 목을 자르려 했지만
-어림없다!
퍽.
쿠루거가 삐욧이의 공격을 돌로 만들어진 단단한 몸으로 받아냈다.
낑!낑!
[내 부하들 건들지 마! 위대한 까망이 님이 혼내주마!]
까망이도 호기롭게 멸망의 사도 파편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쾅!
끼깅!
멸망의 사도 파편이 만든 충격파에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튕겨 나갔다.
낑···.
그렇게 퉁겨져 데굴데굴 굴러간 까망이.
키이···
그런 까망이의 눈에 머리가 절반 정도 잘린 채 쓰러진 멸망포식자 하나가 까망이에게 도망치라는 듯 이파리를 힘겹게 흔드는 게 보였다.
낑!낑!
[대장은 부하를 두고 도망 안 가! 내가 너희들을 지켜줄 거야!]
힘이 필요해!
까망이가 코어를 최대치로 활성화하며
모여라!
지금까지 모으기 꺼렸던 힘을 자신의 코어로 인도했다.
스멀스멀.
그런 까망이의 의지에 반응하듯 창조의 기운이 까망이를 향해 움직였다.
멸망의 사도였기에 까망이에게 창조의 기운은 본능적으로 꺼려지는 힘.
하지만
저놈들과 싸우려면 이것만큼 좋은 게 없어!
그렇기에 창조의 기운이 멸망의 사도를 상대하기에 가장 좋은 힘이라는 것도 알았다.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주변에 흐리게 퍼져있던 창조의 기운이 까망이에게 모이며 점점 색이 짙어졌고
우웅.
손을 대면 손에 푸른색이 묻어나올 정도로 진해진 푸른 안개가 까망이의 입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좋아!
코어에 창조의 기운이 쌓이자
끄르릉.낑!낑!
[크르릉. 이놈들! 당장 멈춰라!]
까망이가 포효하며 멸망의 사도 파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놈! 아까 나한테 개라고 했겠다!
가장 먼저 공격한 건 아까부터 벼르고 있던 멜픽스.
배신한 것보다 개라고 한 게 더 기분 나빴다.
쾅!
까망이가 멜픽스의 뒤통수를 앞발로 강하게 후려쳤다.
-커억!
까망이의 공격을 받은 멜픽스가 날아가며 벽에 처박혔다.
그러나
'역시 힘이 부족했나?'
멜픽스를 때린 까망이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창조의 기운을 흡수하기는 했지만, 그 양이 모자라 멜픽스의 파편을 한방에 처치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놈!
-합류하겠다!
멜픽스 혼자는 어렵다고 판단한 쿠루거가 까망이를 협공했고
-너희 둘은 저 녀석들을 처리해라! 난 이것들을 처리하고 가겠다!
비명과 열음의 여왕 샤샤가 멸망포식자들을 얼린 후 비명으로 깨버리며 히드라와 레비아탄에게 외쳤다.
까망이가 나서며 상황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까망이 vs 멜픽스, 쿠루거
삐욧이, 유렌 vs 히드라, 레비아탄
8만의 멸망포식자들 vs 샤샤
어디도 유리하지 않았다.
특히 샤샤가 멸망포식자들을 학살하며 멸망포식자들의 수가 줄어드는 게 문제였다.
멸망포식자가 포식하는 멸망의 기운의 양이 줄어들자, 뿜어내는 창조의 기운도 줄며 까망이의 힘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까망이, 삐욧이, 유렌의 상처가 늘어나며 멸망의 사도들의 승리가 확실해지고 있을 때
쿵.쿵.
땅울 울리는 진동과 함께 거대한 뿔과 덩치를 가진 검은 형체가 나타났다. 까망이를 따라온 우마왕이었다.
끼히힛.
키키!
음머?
[저 녀석은 세준 님의?]
우마왕은 멸망포식자들과 탑을 내려가는 까망이를 발견했고
혼자 가면 위험할 텐데···
까망이가 걱정돼 서둘러 부하들을 불러 웨이포인트를 지키게 하고 까망이의 뒤를 따라갔다.
부하들을 보내도 되지만, 오랜만에 바람도 쐬고 기회가 되면 꾸엥이와 특훈하며 만든 새로운 기술을 써보고 싶었다.
그리고
적이네.
신기술을 쓸 기회가 오자 우마왕은 멸망의 사도 파편 다섯을 빠르게 낚아채 손바닥에 모은 후
음머!
[마왕권!]
망설임 없이 멸망의 사도 파편들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콰아아앙!
강력한 파괴력이 발생하며 손바닥 안에 있던 멸망의 사도 파편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주변은 멀쩡했다.
손바닥으로 밖으로 나가는 충격파를 막은 것.
꾸엥이에게 가르쳐줘도 되겠어.
우마왕이 흡족하게 웃으며 얼얼한 손바닥을 흔들었다.
그 시각 검은 거탑 99층.
"어?! 까망이 어디 갔지?"
이오나에게 짓눌리는 제압의 중력 지팡이를 전달하고 농장으로 돌아온 세준이 까망이가 사라진 걸 알게 됐다.
438화. 좋아! 집사를 봐서 해줄게!
438화. 좋아! 집사를 봐서 해줄게!
지구.
한국의 신기한 일을 다루는 TV 프로그램
하지만
"고양이랑 곰이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만약 이런 바보 같은 질문을 한다면 모두들 비웃을 겁니다. 당연히 곰이 이기니까요. 하지만 이 영상을 보시면 그런 생각은 사라질 겁니다."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한국이 아닌 다른 곳의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사회자의 말과 함께 화면에 중국과 미국에 찍힌 거대한 고양이 발자국과 곰 발자국이 나타났다.
"이 흔적을 남긴 존재들은 한국의 헌터인 박세준 님의 동료 테오 박과 꾸엥이 박으로 보시다시피 귀여운 고양이와 아기곰입니다."
이어서 화면이 전환되며 CCTV에 찍힌 테오와 꾸엥이의 모습이 보였고
"여러분들은 둘 중 누가 이길 거라고 보십니까?"
"당연히 테오죠!"
"아닙니다! 꾸엥이는 아기잖아요! 꾸엥이가 지금도 이기겠지만, 1년만 지나면 100% 이길걸요!"
"우리 테오는 노나요? 당연히 테오도 1년 동안 더 강해지죠. 그리고 우리 테오는 1년 후에도 귀여울 예정입니다!"
"동의할 수 없어요! 1년 후의 꾸엥이도 귀여워요!"
사회자의 물음에 게스트들이 열심히 테오와 꾸엥이를 옹호하며 누가 더 귀여운지 귀여움 배틀을 했다.
의견은 거의 5대5.
그러나 이렇게 의견이 반반으로 나눠진 건 게스트들만이 아니었다.
한국. 아니. 전 세계의 사람들이 테오파와 꾸엥이파로 갈라져 누가 더 귀여운지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우리···뱃뱃이도 있어요···."
물론 뱃뱃이를 응원하는 소수도 존재했다.
뱃뱃이를 닮아서인지 뱃뱃이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지 않는 걸 좋아했고,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
우마왕이 멸망의 사도 파편들을 처리하자
낑?
[얘들아, 괜찮아?]
까망이는 서둘러 부하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키키!
살아남은 멸망포식자들은 대부분 멀쩡했다. 그러나 그게 좋은 의미는 아니었다.
멸망의 사도 파편들의 힘이 워낙 강했기에, 공격받은 멸망포식자들은 다 죽었다.
그때
키키···
키키···
멸망포식자들이 머리가 절반 정도 잘린, 죽어가는 멸망포식자 하나를 까망이 앞으로 들고 왔다.
자신의 대장을 걱정하느라 눈을 감지 못하고 있던, 까망이에게 도망가라고 했던 멸망포식자였다.
키···이···키···이.
대장, 무사···하셔서···다행···이에요.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까망이는 마지막으로 뱉어내는 멸망포식자의 말을 이해했다. 아니. 이해가 됐다.
그래서 슬펐고, 고고한 늑대이자 위대한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에 화가 났다.
낑!낑!
[야! 일어나! 대장이 명령하잖아!]
할 수 있는 건 도움도 안 되는, 명령을 가장한 억지뿐.
내가 나서야겠군.
여기서 가장 연장자(?)인 우마왕이 슬퍼하는 까망이에게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도 있다는 걸 설명하려 할 때
스멀스멀.
주변에 흐릿하게 퍼져 있던 창조의 기운이 모이며 죽어가는 멸망포식자의 머리로 모여들었다.
까망이의 말에 반응한 것.
용에게 용언(龍言)이 있듯이, 까망이에게도 비슷한 멸언령(滅言霊)이라는 게 있었다.
말에 멸망의 힘을 담아 세상의 섭리를 무시하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힘.
지금까지는 멸망의 힘이 없어 멸언령을 사용할 수 없던 까망이.
그러나 감정이 북받치자, 자신도 모르게 창조의 기운을 움직여 멸언령을 사용했다.
그리고
키···키?!
죽어가던 멸망포식자의 머리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어?! 이게 왜 되지?
자신이 사용하고도 이해가 안 되는 까망이.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끼히힛.낑?!낑!
[히힛. 봤냐?! 대장의 명령은 절대적인 거야!]
지금 중요한 건 멸망포식자들에게 대장의 위엄을 보여줬다는 것.
키키!
키키!
멸망포식자들이 그런 까망이를 머리 위에 올리고 헹가래를 쳤고
끼히힛.낑!
[히힛. 더 높이 올려! 위대한 까망이 님을 존경하는 만큼!]
까망이가 멸망포식자들에게 대장 대접을 받으며 기뻐했다.
저 녀석도 능력을 숨기고 있었군.
우마왕이 까망이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세준 님이 데리고 다니는 일행들은 하나같이 능력이 출중해.
테오, 불꽃이, 꾸엥이, 흑토끼 등등.
우마왕이 생각하기에 세준은 능력 있는 인재를 찾는 데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세준이 있지도 않은 능력으로 우마왕의 인정을 받고 있을 때
우적.우적.
유렌은 '황금이 돼라'를 사용하느라 텅 빈 배를 허겁지겁 채우고 있었고
삐욧!
[횡재했어요!]
삐욧이는 멸망의 사도 파편들이 사라지며 떨어트린 코인들을 주웠다.
그때
낑!
[저 돼지를 포위해라!]
멸망포식자들의 머리 위에서 까망이가 유렌을 가리키며 외쳤다.
냄새가 난다!
유렌의 몸에서 자신의 코어 조각이 느껴졌기 때문.
코어 조각을 찾아 부하들에게 다시 한번 대장으로서의 위엄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키키!
키키!
까망이의 명령을 받은 멸망포식자들이 유렌을 포위하자
꾸익?
음식을 먹던 유렌이 당황했다.
끼히힛.낑!
[히힛. 내 코어 조각을 내놔라!]
그런 유렌을 향해 까망이가 유렌의 주머니를 노리고 달려들자
어떡하지?
두 손에 든 음식과 주머니 중 고민하던 유렌.
우적.우적.
유렌은 당연히 음식을 선택했고
끼히힛.낑?!낑?!
[히힛. 얘들아, 봤냐?! 위대한 까망이 님이 너무 빨라서 반응도 못 하는 거?!]
유렌의 주머니를 낚아챈 까망이가 한껏 으스댄 후 유렌의 주머니에서 자신의 코어 조각을 꺼내
까불지 마!
코어 조각에 있는 자신의 사념을 제압했다.
그리고
낑!
[이거 먹어!]
멸망포식자들에게 코어 조각을 보여주자
키키!
키키!
합.합.
멸망포식자들이 까망이를 향해 환호를 보낸 후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끼히힛.
그걸 보며 뿌듯해하는 까망이.
낑···
[근데 졸리네···]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갑자기 많은 힘을 쓰며 무리했기 때문.
털썩.
까망이가 바닥에 쓰러지자
덥석.
우마왕이 까망이의 목덜미를 잡아 들고
음머.
[돌아가자.]
삐욧!
[네!]
"네!"
삐욧이 유렌과 탑 99층으로 이동했다.
키키!
키키!
멸망포식자들도 우마왕의 손에 대롱대롱 매달린 까망이를 쫓아 우마왕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
검은 거탑 99층.
"까망아!"
"까망이, 어디 있냥?!"
꾸엥?
[까망이 어디 있다요?]
세준과 테오, 꾸엥이가 까망이를 찾고 있을 때
[세준 님, 제가 까망이가 어디로 갔는지 알아요!]
포도리가 가지를 흔들며 세준에게 말했다.
"진짜?! 까망이, 어디로 갔어?"
[아까 멸망포식자들 타고 저쪽으로 갔어요.]
포도리가 가지를 움직여 까망이가 간 방향을 가리켰다.
"어?! 저쪽은···."
탑을 내려갈 수 있는 상인 통로가 있는 방향이었다.
"설마 까망이 정신교육 받았다고 삐져서 가출한 거야?!"
질풍노도 까망이?
"이거 안 되겠네."
아무리 그래도 가출은 아니지!
"얘들아, 까망이, 잡으러 가자!"
"알겠다냥!"
꾸엥!
[알겠다요!]
농장에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출한 까망이를 잡아 오기 위해 다시 농장을 나서는 세준과 일행들.
그때
쿵.쿵.
낑!
[이것 놔라!]
음머.
[안 돼.]
우마왕에게 목덜미를 잡힌 까망이가 우마왕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바둥거리는 게 보였다.
"어?! 까망아!"
세준이 까망이를 부르자
낑?!낑!낑!
[어?! 집사야! 보고 싶었어!]
까망이가 세준을 보며 반갑게 짖었다.
하지만
낑?!
까망이가 기대한 따뜻한 환대와 다르게 테오와 꾸엥이에게 둘러싸인 까망이.
"까망이, 아직 정신 못 차렸다냥! 따라온다냥!"
꾸엥!
[따라온다요! 더 혼나야 한다요!]
테오와 꾸엥이에게 다시 정신교육을 받으러 갈 위기에 처했다.
낑!낑!낑!
[나 이제 강해졌어! 정신교육 안 받을 거야! 나 막지 마!]
까망이가 창조의 기운을 끌어올리며 둘 사이를 빠져나가려 했지만
"푸후훗. 뭐 하는 거냥?"
덥석.
낑?!
가볍게 테오에게 목덜미를 잡힌 까망이. 이 정도 창조의 기운으로는 테오와 꾸엥이를 이길 수 없었다.
끼낑!
[까망이, 살려!]
결국 까망이는 끌려가 정신교육을 다시 받았고, 강한 저항에는 강한 매가 따른다는 걸 직접 몸으로 체험했다.
그렇게 까망이가 정신교육을 받는 사이
합.합.
대장을 위해 멸망포식자들이 까망이가 떨어트린 펜릴의 코어 조각에서 열심히 멸망의 기운을 흡수해
꺼억!
꺼억!
창조의 기운을 뿜어냈지만
끼깅!
까망이의 비명은 사라지지 않았다.
키이···
멸망포식자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대장을 구하기 어렵다는 걸 깨닫고
대장 우리가 빨리 숫자를 늘릴게요!
퉤퉷퉷.
퉤퉷퉷.
세준의 앞에 씨앗을 뱉어냈다.
3일 후.
[마력이 담긴 땅에 멸망포식자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
..
.
뿌드득.
세준이 심은 씨앗이 빠르게 자라며 멸망포식자가 일어나자
낑!
[부하야! 이쪽으로 와! 여기 먹을 거 많아!]
까망이가 두 앞발로 코어 조각을 잡아 보여주며 외쳤고
키키!
까망이의 부름을 받은 멸망포식자가 까망이 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멸망포식자의 수를 100만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성장의 비약 100방울을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멸망포식자가 재앙파수꾼으로 지정됩니다.]
3일 동안 쉬지 않고 멸망포식자 씨앗만 심은 세준의 앞에 드디어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나타났다.
"흐흐흐. 좋아."
세준이 자신의 손에 들린, 성장의 비약 100방울이 들린 유리병을 보며 웃었다.
그리고
근데 재앙파수꾼이 뭐지?
키키!
키키!
재앙파수꾼이 됐다고 환호를 지르는 멸망포식자들을 바라봤다.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그때
[멸망포식자의 통제권을 가진 까망이 박을 세 번째 창조의 사도로 임명합니다.]
낑!
[감히!]
까망이가 자신의 앞에 나타난 메시지를 보며 분노했다.
내가 세 번째라고?! 나 멸망의 사도 1좌였던 위대한 까망이야!
세 번째라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안 할래!
그래서 창조의 사도를 거절하려 할 때
[를 획득했습니다.]
이어서 나타나는 메시지.
'박세준을 수호하는 고고한 늑대?'
좀 솔깃한데?
낑!낑!
[좋아! 집사를 봐서 해줄게!]
그렇게 까망이가 세 번째 창조신의 사도가 된 것도 모른 채
"흐흐흐. 까망아, 형 먼저 간다."
꿀꺽.
[성장의 비약을 섭취했습니다.]
[경험치 100만을 획득했습니다.]
[가장 낮은 스탯인 민첩이 10 상승합니다.]
[채종하기 Lv. 8의 숙련도가 많이 상승합니다.]
세준이 성장의 비약을 한 방울 삼켰다.
그리고
꿀꺽.
다시 성장의 비약 한 방울을 삼켰다.
세준의 현재 레벨은 99.
레벨 100이되면 직업 퀘스트 때문에 더 이상 경험치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한 방울씩 조심스럽게 마셨다.
한 방울의 손실도 허용할 수 없지!
세준이 성장의 비약을 5방울 삼키자
[성장의 비약을 10방울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이 100 상승합니다.]
성장의 비약의 추가 효과가 나타났다.
"흐흐흐."
이제 까망이랑 내 격차가 더 벌어졌군.
까망이와 더 크게 격차를 벌렸다고 좋아하는 세준.
꿀꺽.
세준은 계속 성장의 비약을 마셨고, 성장의 비약을 80방울 먹었을 때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힘이 10 상승합니다.]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직업 퀘스트 : 농사의 신 하메르, 대지의 신 패트릭, 풍요의 신 레아의 인정을 받고 탑농부 등급을 S로 만드십시오.]
보상 : 모든 직업 스킬 레벨 +1, 직업 스킬 1개
세준이 드디어 100레벨이 되며 직업 퀘스트가 나타났다.
그리고
[풍요의 신 레아가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을 첫 번째로 인정합니다.]
풍요의 신 레아가 재빨리 1등으로 세준을 인정했다.
439화. 뒷담화는 못 참지!
439화. 뒷담화는 못 참지!
씨앗 상점 본부.
"벌써 일주일째야···."
일주일째 아무도 자신의 신전을 들르지 않자, 레아가 절망에 빠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직 포도리가 레아 로드를 길막한 걸 모르는 레아.
"뭐지?"
내가 뭘 잘못했길래 박세준이 나한테 화가 난 거지?
레아가 세준이 화난 이유를 생각했다.
그리고
"아! 그건가?"
세준이 화날 이유 한 가지가 떠올랐다.
설마 내가 신기 제작을 늦게 해서 화가 난 건가?!
요즘 신들의 봉인이 풀릴 때마다 파티를 열어 먹고, 마시며 놀았으니···
"거의 매일 놀았군."
화날 만하네.
"근데 박세준의 화를 어떻게 풀어주지?"
레아가 고민할 때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이 직업 퀘스트를 받았습니다.]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에게 시험을 내려 농사 실력을 확인하고, 박세준의 농사 실력이 마음에 들면 '인정'이라고 말해주세요.]
나타나는 메시지.
박세준에게 시험을?!
이건 기회였다. 자신이 얼마나 박세준을 신뢰하고 있는지 어필할 기회.
우리 사이에 시험은 필요 없다! 난 박세준 너를 전적으로 믿으니까!
"인정!!!"
그래서 시험도 내리지 않고 빠르게 인정했다.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의 농사 실력을 첫 번째로 인정했습니다.]
오! 1등!
"헤헤. 이제 박세준의 화가 좀 풀리겠지?"
빨리 풀어줘!
레아가 두 손을 꼭 모으고 신성력이 모이길 기도했다.
그리고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이 당신의 신전을 15평으로 확장했습니다.]
[신성력이 50 상승합니다.]
[세 번째 창조의 사도 까망이 박이 당신의 신전을 지나갔습니다.]
[신성력이 10 상승합니다.]
[재앙파수꾼 멸망포식자 1000마리가 당신의 신전을 지나갔습니다.]
[신성력이 5 상승합니다.]
···
..
.
세준이 신전을 확장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까망이와 멸망포식자들이 신전을 지나가며 레아의 신성력을 올려줬다.
"박세준! 박세준!"
박세준 대범한 남자! 믿고 있었다고!
금방 화를 풀어준 세준의 이름을 연호하던 레아.
"응?! 세 번째 창조의 사도 까망이 박?!"
세 번째가 있다고?! 그럼 두 번째는 누구지?
뒤늦게 까망이의 이름을 발견하고는 의아해했다.
신들이 아는 창조의 사도는 에밀라 이베너스 한 명뿐이었다.
"아.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박세준이 또 화내면 안 되니까.
레아가 서둘러 신기를 제작했다.
***
검은 거탑 99층.
"1등은 우대해 줘야지."
세준은 자신을 가장 먼저 인정해 준 레아를 위한 보답으로 레아 로드를 확장해 주기로 했다.
그래서 레아 로드가 있는 곳으로 가서
"땅 움직이기."
마일러의 괭이로 스킬을 사용해 레아 로드를 10평 더 확장해 줬다.
그리고
[레아 로드]
-수확의 비약으로 우리의 주머니를 풍요롭게 만들 풍요의 신 레아. 그녀는 좋은 신이었다.
-100레벨 직업 퀘스트 1등으로 인정.
업적에 한 줄 더 새겼다.
그렇게 세준이 레아 로드를 확장하고 있을 때
끼히힛.낑!
[히힛. 얘들아, 나를 따르라!]
키키!
키키!
까망이가 멸망포식자들을 데리고 세준의 주변에서 놀고 있었다.
정신교육으로 잠깐 기가 죽었지만, 창조의 사도가 되면서 다시 기고만장해진 까망이.
특히 를 얻으면서
집사는 내가 지켜!
세준을 보호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긴 이후로는 더욱 그랬다.
그래서 까망이는 부하들을 이끌며 세준 주변을 맴돌았고
까망이와 멸망포식자들은 자연스럽게 레아 로드를 밟으며 레아의 신성력을 올려줬다.
그리고
[걸리면 절대 안 돼.]
레아 로드를 길막하고 있던 포도리는 세준에게 들키지 않게 서둘러 뿌리를 뺐다.
어느 정도 화풀이도 했고, 자신이 레아 로드를 길막하고 있던 게 불꽃이의 귀에 들어가면 혼날 것 같았다.
엄청난 갈굼과 함께 엄청난 영양제도 먹게 될 거다.
"끝."
레아 로드 확장을 끝낸 세준.
"근데 농사의 신 하메르의 인정은 어떻게 받지?"
문득 궁금증이 들었다.
대지의 신 패트릭은 황금탑 35층에 봉인돼 있으니, 봉인을 풀어주는 대가로 인정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농사의 신 하메르에 대해서는 정보가 전혀 없었다.
"뭐 언젠가는 나오겠지?"
세준은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일은 뒤로 미루고
"얘들아, 밥 먹자!"
취사장으로 저녁을 준비하러 갔다.
"오늘은 뭐 먹지?"
세준이 아공간 창고를 둘러보며 오늘 저녁 메뉴를 고민했다.
"요즘 계속 배달 음식만 먹었으니까···."
오늘은 가볍게 먹어야지.
세준이 배달 음식이 모인 장소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자 신선한 소, 돼지, 닭고기들이 보였다.
그럼···
"오늘은 가볍게 삼겹살?"
오겹살보다는 삼겹살이 가벼울 거다. 그럴 거다.
세준이 삼겹살을 집은 후 농장에 없는 상추와 깻잎을 챙겨 아공간 창고에서 나왔다.
치이익.
세준이 삼겹살을 굽자
"박 회장, 내 생선구이도 굽고 있냥?!"
세준의 다리에 매달려 자던 테오가 일어나 물었다.
"응. 당연하지. 여기 굽는 거 보이지?"
세준이 삼겹살을 굽고 있는 화로 옆에서 꼬치에 끼워져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 생선을 보여줬다.
"푸후훗."
테오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구워지는 생선구이를 보고 있을 때
꾸엥!
[맛있는 냄새 난다요!]
끼히힛.낑!낑.
[히힛. 집사야! 밥 줘!요.]
꾸엥이와 까망이가 들어왔다.
까망이는 아직 정신교육의 약빨이 남았는지 형들의 눈치를 보며 서둘러 뒤에 '요'자를 붙였다.
잠시 후.
"자. 먹자."
세준이 구워진 삼겹살을 접시에 담아 테이블 중앙에 놓자
꾸엥!
[꾸엥이가 아빠가 먹을 쌈 싸주겠다요!]
삼겹살을 한 번 먹어본 꾸엥이가 호기롭게 쌈을 싸기 시작했다.
상추 위에 깻잎을 2장 깐 후 삼겹살 5점, 마늘 세 개, 청양고추 다섯 조각, 흰쌀밥 세 숟가락?
"어?! 꾸엥아, 그건 좀 큰 거 같은데?"
세준이 염려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꾸엥!
[괜찮다요! 이렇게 해야 맛있다요!]
파채 한 줌, 고추장 반 숟가락을 넣고는 그 위에 다시 삼겹살 5점을 올리고 상추와 깻잎으로 덮으며 쌈 마이웨이를 가는 꾸엥이.
그리고
꾸엥!
[다 했다요!]
세준에게 거대한 쌈을 내밀었다.
"···아이고. 맛있겠다! 꾸엥이, 고마워."
이거 쌈이 아니라, 주먹밥 같은데?
차마 속에 있는 말은 하지 못하고 쌈을 받았다.
꾸엥!
[아빠, 한입에 넣는 거다요!]
맛있게 먹어주길 바라는 눈빛으로 세준을 바라보는 꾸엥이의 기대를 외면하지 못하고 세준이 거대한 쌈을 입에 욱여넣었다.
우적.우적.
넣기는 힘들었지만, 맛은 좋았다.
척.
세준이 꾸엥이에게 엄지를 들어 보이자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이제 꾸엥이 차례다요!]
꾸엥이가 만족하며 세준의 쌈을 만들 때보다 3배의 내용물을 넣어 자신의 쌈을 만들었다.
물론 크기도 3배로 컸다.
꾸엥!
꾸앵이는 기합을 지른 후 쌈을 입에 넣었다. 역시 먹을 때도 기합을 지르다니, 푸드파이터 대회 우승자다운 면모였다.
끼히힛.낑!낑!
[히힛. 위대한 까망이 님이 질 수 없지! 나도 한입에 먹을 거야!]
나도 예전에 잘 먹었어!
꾸엥이의 모습에 승부욕을 느낀 까망이가 삼겹살 한 점을 통째로 입에 넣으며 고개를 들었다.
한 번에 꿀떡 삼킬 생각.
하지만
어?!
까망이의 목구멍에 비해 큰 삼겹살은 완전히 넘어가지 않았고, 까망이의 목구멍에 걸려버렸다.
껙!껙!
"야! 왜 그걸 통째로 삼켜!"
까망이를 보고 있던 세준이 서둘러 까망이의 상태를 파악하고는 배를 누르며 하임리히법 실행했고
끼악!!!
까망이가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목구멍에서 삼겹살을 뱉어냈다.
"까망이는 일주일간 고기 금지."
낑!
[안 돼!]
덕분에 고기를 못 먹게 된 까망이가 좌절할 때
"대신 군고구마 말랭이 줄게."
세준이 군고구마 말랭이를 꺼내자
끼히힛.낑!낑!
[히힛. 좋아! 빨리 줘!]
까망이는 순식간에 좌절에서 벗어나며 꼬리를 붕붕 흔들었다.
***
검은 박에 마탑 마탑주실.
"뀻뀻뀻. 너무 마음에 들어요."
이오나가 손에 쥐고 있는 짓누르는 제압의 중력 지팡이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요즘 검은 박에 마탑의 분위기는 최고였다.
덕분에 매일 시험을 보는 10명의 부협회장들은 정말 행복했다.
예전이면 바로 끌려가 기절할 때까지 중력 고문을 당했을 텐데···
"뀻뀻뀻. 이건 어제 설명해 준 거잖아요. 이걸 보면서 다시 풀어봐요."
"네!"
요즘 이오나는 그들이 문제를 풀 때까지 몇 번이나 힌트를 주며 기회를 줬다.
그렇게 10명의 부협회장들이 시험을 보는 동안
세준 님한테 필요한 게 뭐가 있을까요?
이오나는 세준에게 줄 선물을 고민했다.
지팡이를 만든 데는 당연히 테오의 공도 있지만, 세준의 선물만 고민하는 이오나.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테오에게 선물해봤자, 어차피 테오는 세준에게 준다.
거기다
뀻뀻뀻. 테오 님의 마음을 잡으려면 우선 세준 님의 마음을 잡아야죠!
테오의 정신적 지주인 세준이 좋아하면 당연히 테오도 좋아하니 어떻게 보면 1석2조였다.
그렇게 이오나가 세준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고 있을 때
스삭.슥슥.
옆에서 뭔가 열심히 끼적이는 소리가 들렸다.
뀻?
이오나가 고개를 돌리자, 이미 시험을 통과한 흑스터가 설계도를 그리는 게 보였다.
"흑스터, 그건 뭐예요?"
"아. 이거요? 저번에 세준 님이 저한테 요구하신 마법 장비들이에요."
며칠 전 이오나에게 지팡이를 주기 위해 왔던 세준은 이오나를 기다리면서 흑스터에게 자신이 원하는 마법 장비의 옵션을 말했었다.
"뀻뀻뀻. 그래요?"
세준이 원하는 마법 장비들이라니.
뀻뀻뀻. 이것보다 확실한 선물은 없어요!
흑스터의 말에 이오나가 설계도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열심히 설계도를 보는 이오나.
훌륭하네요.
역시 마법 이해력이 높은 흑스터답게 마력 효율이 좋은 장비 설계였다.
하지만
"뀻? 이 짱세건은 뭘 말하는 거죠?"
설계도에는 모르는 단어들이 하나씩 있었다.
"짱 세지는 건틀렛을 줄인 이름입니다.
"그럼 짱세부는?"
"짱 세지는 부츠를 줄인 겁니다."
"그럼 짱세벨은 짱 세지는 벨트겠네요. 이 이름 세준 님이 지으신 거죠?"
상당히 대충 지은 것 같은 이름. 이오나는 이름을 듣는 순간 세준을 떠올렸다.
"네. 맞아요. 솔직히···이 이름 때문에 장비 만들려는 의욕이 안 생겨요."
"뀻뀻뀻. 이해해요. 솔직히 세준 님 작명 솜씨는···."
세준의 극악한 작명 솜씨를 몇 번이나 지켜봤기에 이오나는 흑스터의 마음을 이해했다.
"그렇죠?! 이오나 님도 이상하죠?! 저만 이상한 거 아니죠?!"
"뀻뀻뀻. 그럼요. 솔직히 흑스터도···."
"크흑. 이해하신다니 너무 기뻐요!"
그렇게 이오나와 흑스터가 세준의 작명 실력을 험담하자
뒷담화는 못 참지!
"근데 며칠 전에 왔던 노랑색 고양이 조금 모자라 보이지 않았나요?"
말하고 싶어 입을 실룩거리던 7번 부협회장 그룬이 입을 열었고
바보야! 그거 아니야!
대도답게 눈치에 민감한 흑스터가 어느새 서릿발 같은 기세를 뿜어내는 이오나를 보며 그룬에게 고개를 흔들며 눈치를 줬다.
하지만 마법 공부만 하느라 눈치 보는 법은 못 배운 마법사들.
"조금이 아니죠. 많이 모자라 보이던데요."
"맞아요. 웃는 것도 '푸후훗'이라니, 너무 경망스러워요."
분위기가 차가워지고 있는 것도 모르고 다른 부협회장들까지 테오를 험담하기 시작했다.
님들아 눈치 좀 챙기라고!
흑스터가 강한 눈빛으로 그들에게 눈치를 계속 줬지만, 마법사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리고
어?! 분위기가 왜 이러지?
10명의 부협회장들이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한참 늦었다.
"뀨-뀨-뀨-흑스터 빼고, 다 따라와요!"
결국 그들은 이오나에게 끌려갔고
"뀨-뀨-뀨-감히 테오 님을 욕해요?! 제압!"
"으악! 잘못했습니다!"
"이오나 님, 살려주세요!"
짓누르는 제압의 중력 지팡이의 첫 테스터가 됐다.
440화. 지금 우리 주인님 욕했어요?!
440화. 지금 우리 주인님 욕했어요?!
"음."
어제 삼겹살을 먹다 기분에 취해 술을 마시고 잠든 세준이 눈을 떴다.
그리고
[대지의 보석의 봉인이 풀렸습니다.]
···
..
.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잠시 후
"오늘은 메이플 시럽이네."
메이플 님은 1평 드릴게요.
취사장에서 거대한 항아리에 담긴 단풍의 신 메이플의 보상을 확인한 세준이 약간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신 다섯의 봉인을 풀었습니다.]
[퀘스트 조건이 달성됐습니다.]
[퀘스트 조건 달성 보상으로 성장의 비약 5방울을 획득했습니다.]
오늘은 신 다섯의 봉인을 풀고 성장의 비약을 받는 날이니까.
어제 먹고 남은 20방울에 오늘 받은 5방울을 받았으니까···
"흐흐흐. 25방울인가?"
세준이 보상으로 성장의 비약을 챙기며 웃었다.
"근데 왜 용들 1000의 저주를 풀 때마다 주는 성장의 비약은 소식이 없지?"
세준이 의아해할 때
[탑의 관리자가 걱정 말라고 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자신이 황금빛 삼양주 한 잔의 가격을 5000억 탑코인에 팔아서 그렇다고 말합니다.]
에일린이 세준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위대한 용들은 황금빛 삼양주 한 잔 값을 벌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버는 중이었다.
그래서 황금빛 삼양주가 한 잔도 안 팔린 것.
"5000억 탑코인?!"
비싸도 너무 비싼데? 이러니 퀘스트 완료가 안 되지.
세준이 놀란 목소리로 말하자
[탑의 관리자가 시간은 걸리겠지만, 대신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합니다.]
에일린이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망각의 저주를 풀기 위해 위대한 용들은 무조건 황금빛 삼양주를 한 잔 마셔야 된다.
그래서 에일린은 한 잔 가격을 아주 세게 불렀다. 두 잔부터는 그냥 술이 되기 때문.
"그래도 너무 비싼데. 에일린, 100억 탑코인으로 내리자."
솔직히 세준은 100억 탑코인도 비싸다고 생각했다.
평소라면 세준의 의견을 따라주던 에일린.
그러나
[탑의 관리자가 그건 너무 싸다고 말합니다.]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100경이 필요해!
돈이 필요했기 때문.
에일린은 황금빛 삼양주를 비싸게 팔아 세준과 지구에 가기 위한 자신의 체류 비용을 마련하고 싶었다.
물론 술 한 잔을 5000억 탑코인에 팔아도 100경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에일린, 그러지 말고 가격 내리자."
세준이 생각하기에 상대의 약점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먹어도 적당히 먹어야지.
이렇게 폭리를 취하면 자신도 자신이지만, 나중에 용들 사이에서 에일린의 평판이 안 좋아질 가능성이 있었다.
에일린이 다른 용들에게 욕을 먹게 둘 수는 없지.
[탑의 관리자가 그대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그럼 2500억 탑코인으로 내리겠다고 말합니다.]
"좀 더 내리자."
세준은 에일린을 계속 설득했고
[탑의 관리자가 500억 탑코인 아래로는 절대 못 내린다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알았어. 내 말 들어줘서 고마워."
황금빛 삼양주 가격이 그나마 용들이 살 수 있는 가격으로 내려갔다.
덕분에 황금빛 삼양주도 팔리기 시작했고
"뭐?! 500억 탑코인?! 에일린이 갑자기 왜 그런데?!"
"에일린, 완전 착해졌네."
용들 사이에서 에일린의 평판도 좋아졌다.
그렇게 세준이 에일린을 설득하는 동안
꾸엥!
[아빠, 안녕히 주무셨다요!]
꾸엥이가 세준을 찾아 와 아침 인사를 했다.
꾸엥!
[그리고 꾸엥이 배고프다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에일린,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가격을 내리며 에일린이 굉장히 서운해했기에 세준은 에일린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물었다.
[탑의 관리자가 그대가 만든 10단 핫케이크가 먹고 싶다고 말합니다.]
"알았어! 내가 완전 맛있게 만들어 줄게!"
세준이 호기롭게 외쳤다.
예전에는 핫케이크에 꿀을 뿌리는 게 다였지만
흐흐흐. 이제 난 모든 재료를 다 가진 남자라고!
지구에서 마트를 털어온 세준의 아공간 창고에는 생크림, 아이스크림 등 쓸 재료가 많았다.
세준은 핫케이크를 구워 식혀준 후 핫케이크를 10단으로 쌓으며 그 사이사이에 생크림을 듬뿍 넣었다.
그리고 핫케이크 최상층에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 스쿱을 올리고 그 주변을 블루베리와 딸기로 장식했다.
그렇게 10단짜리 핫케이크 5개가 완성됐다.
에일린, 아작스가 1개씩, 세준과 까망이가 1개, 나머지 2개는 꾸엥이 거였다.
"에일린, 맛있게 먹어."
세준은 가장 먼저 에일린에게 핫케이크를 보냈다.
[탑의 관리자가 핫케이크가 정말 이쁘다며 먹기 아까울 정도라고 말합니다.]
"흐흐흐. 그냥 먹어. 다음에 또 만들어 줄게."
[탑의 관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기쁜 목소리로 말합니다.]
에일린에게 핫케이크를 전달한 세준.
"아작스도 맛있게 먹어."
이번에는 아작스에게 핫케이크를 보냈다.
[하얀탑의 노예가 세준이 형이 자신에게 핫케이크를 보내줬다며 만세를 부르며 기뻐합니다.]
"우리도 이제 먹자."
꾸엥!
[맛있게 먹겠습다요!]
세준은 아작스에게도 핫케이크를 보내고 식사를 시작했다.
"푸후훗. 역시 박 회장의 정성이 들어간 생선구이는 맛있다냥!"
물론 테오는 오늘도 세준이 구운 생선구이를 먹었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우유랑 먹으니까 녹는다요!]
끼히힛.낑!
[히힛. 맛있어!]
꾸엥이와 까망이는 핫케이크와 우유를 함께 먹었고
후루룩.
"크으. 좋다."
세준은 직접 내린 커피와 함께 핫케이크를 먹었다.
잠시 후.
꾸엥!
[뽀득뽀득 소리가 나게 깨끗이 닦는다요!]
꾸엥이가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
"냥?! 박 회장, 수레가 돌아왔다냥!"
귀를 쫑긋 세운 테오가 한쪽을 바라보며 외쳤고
달달달.
테오가 바라보는 방향에 검은 구멍이 생기며 황금탑에서 물건을 완판한 검은탑과 황금탑을 유랑하는 자동 수레가 돌아왔다.
"점점 돌아오는 시간이 늦어지네."
처음에는 2일, 그다음은 3일이 걸렸고, 이번에는 4일이 걸렸다.
아직 풀린 물건이 많지 않으니, 수요가 없어서는 아닐 거고···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세준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덜컹.
[정산을 시작합니다.]
수레의 문이 열리며 정산이 시작됐다.
역시 이번에도 매출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뇌령석 5개.
벼락 맞은 나무 200개.
벼락석 3000개.
중요한 건 매입한 물건들. 저장칸을 업그레이드하며 매입해 온 물건의 양이 크게 늘어났다.
그리고
[헬릭 마을의 발주서]
발주서 하나.
이번에도 방울토마토인가?
세준이 발주서를 확인했다.
[헬릭 마을의 발주서]
발주자 : 헬릭 마을의 촌장 코이
발주 물품 : 마력의 방울토마토 1000만 개
추신 - 대금은 황금탑 35층 땅문서로 지불하겠습니다. 저희 마을을 비롯해 주변 1000개의 마을이 굶주리고 있습니다. 제발 방울토마토를 보내주십시오.
"어?!"
세준의 예상대로 마력의 방울토마토 발주였지만, 발주 수량과 지불 방법이 세준의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좋은 쪽으로.
"찾았다."
드디어 황금탑 35층 땅문서를 구할 수 있게 됐다.
"근데 다섯 번은 가야 되겠네···."
지금 수레의 저장칸 크기로는 방울토마토 200만 개가 간신히 들어간다.
물론 업그레이드를 하기 전의 이야기였다.
[현재 검은탑과 황금탑을 유랑하는 자동 수레 안에 수레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재료인 뇌령석 5개가 있습니다.]
[뇌령석 5(2+3)개를 사용해 검은탑과 황금탑을 유랑하는 자동 수레의 저장칸을 2.25배 확장할 수 있습니다.]
[뇌령석을 사용해 검은탑과 황금탑을 유랑하는 자동 수레를 두 번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업그레이드 때마다 필요한 뇌령석의 수가 하나씩 늘어나네.
"응."
저장칸이 커질수록 더 많은 황금탑의 물건을 사 올 수 있는데 당연히 해야지.
세준의 대답과 함께 수레의 저장칸이 2.25배 넓어졌다.
"테 부회장, 이번에는 방울토마토만 채워."
"알겠다냥!"
세준이 테오에게 지시하고는 방울토마토를 수확하러 갔다.
마력의 방울토마토는 지구와 녹색탑에서 꾸준히 팔리는 상품이기에 저장량이 많지 않았다.
수레칸에 450만 개의 방울토마토를 채우려면 수가 부족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세준은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테오는 방울토마토를 수레에 실을 때
끼히힛!낑!
[히힛. 얘들아, 옮겨!]
키키!
키키!
까망이가 멸망포식자들을 2열로 세워 세준이 수확한 방울토마토를 테오에게 전달하게 하며 처음으로 농장에 도움이 되는 일을 했다.
그리고
꾸엥!
[약초 캐고 우마왕 스승님한테 특훈 받고 오겠다요!]
설거지를 끝낸 꾸엥이는 약초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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