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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7 - 57

***

검은 거탑 99층.

"차단이요."

아침부터 귀찮게 하는 베브를 차단한 세준.

[너는 밭이다 Lv. 5가 발동합니다.]

[멸망의 사도 9좌 현혹하는 거미 앨리스의 몸에 멸망포식자 씨앗을 심었습니다.]

···

..

.

평소처럼 아침을 먹고 멸망포식자 씨앗을 심었다.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났을 때

[너는 밭이다 Lv. 5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

이틀 전 레벨이 올라 5벨이 됐던 너는 밭이다 스킬의 숙련도가 다시 한번 채워지며 레벨이 올랐다.

"흐흐흐. 레벨이 쭉쭉 오르네."

뭔가 변했나 볼까.

세준이 스킬을 확인했다.

[너는 밭이다 Lv. 6]

-살아있는 적에게 농작물을 심을 수 있습니다.(단, 피부를 뚫을 수 없는 적에게는 심을 수 없습니다.)

-적에게 씨뿌리기를 사용하면 심어진 씨앗이 적의 몸에 뿌리를 내리고 생명력을 흡수해 급속 성장합니다.(일부 씨앗은 특수 효과가 발생합니다.)

-수확하기로 적의 몸에서 성장한 농작물을 수확하면 추가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낮은 확률로 대상의 스탯을 랜덤하게 수확할 수 있는 스탯 수확이 발동합니다.)

-농작물을 심을 때 발에 접착력이 생겨 적의 몸에서 발이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스탯 수확의 발동 확률이 '희박한'에서 '낮은'으로 변했고

"접착력? 적의 몸에서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적의 몸에서 발이 잘 떨어지지 않는 효과가 추가됐다.

세준이 자신의 발을 움직여 보자

쩌억.쩌억.

발에서 나는 끈적한 소리.

덕분에 세준은 농작물을 심기 어려운 위치에서도 어렵지 않게 농작물을 심을 수 있게 됐다.

"오! 좋은데?!"

심지어 거꾸로 서서도 농작물을 심을 수 있게 된 세준.

남들에게는 하찮은 능력이지만, 세준에게는 너무도 좋은 능력이었다.

"얘들아, 이것 봐! 나도 이제 뱃뱃이처럼 거꾸로 매달리 수 있어!"

낑!

[야! 나 떨어져!]

"어?!"

끼룩?!

물론 슬링백에 있던 까망이에게는 접착력이 없었기에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척.

세준이 잘 받아냈다.

[너는 밭이다 Lv. 6가 발동합니다.]

···

..

.

그렇게 거꾸로 서서 앨리스의 배 부분에 농작물을 심은 세준.

하지만

키키!

키키!

거꾸로 태어난 멸망포식자들은 바닥으로 떨어질까 뿌리를 움직이지 못했고

"알았어. 뿌리에 힘 빼. 힘주면 다치니까. 자. 간다! 하나! 둘! 셋!"

쑥.

세준이 멸망포식자를 조심스럽게 뽑아 바닥에 내려줬다.

"휴우. 뽑는 것도 일이네."

그렇게 세준이 거의 1만의 멸망포식자들을 내려줬을 때

[씨앗 상점이 열립니다.]

12번째 씨앗 상점이 열렸다.

"흐흐흐. 드디어 열렸구나."

세준이 기대 가득한 눈으로 상점창을 바라봤다.

[박세준 님의 등급은 초월입니다.]

[오늘 판매할 초월급이 포함된 씨앗 7종이 랜덤으로 보여집니다.]

[현재 등급에서는 500탑코인 안에서 씨앗을 원하는 만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용과 씨앗(초월급) - 300탑코인+세계의 기운 500피스]

[몽땅 삼키는 젤리 씨앗(초월급) - 100탑코인+세계의 기운 100피스]

[사탕수수 씨앗 10개 - 55탑코인]

[잣나무 씨앗 10개 - 45탑코인]

···

..

.

"오. 이번부터 초월급 씨앗을 살 수 있다고 하더니···."

세준은 가장 위에 있는 2개의 초월급 씨앗부터 살펴봤다.

용과 씨앗?

지구에서 먹었던 그 용과겠지?

몽땅 삼키는 젤리 씨앗?

삼켜봐야 젤리가 얼마나 삼키겠어? 젤리가 젤리지.

"근데 초월급 씨앗은 세계의 기운도 필요하네?"

세계의 기운이면···

촤르르르.

세준이 그동안 테오가 멸망의 사도 파편을 처치하고 챙겨온 1000개 정도의 코인들을 꺼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일단 초월급은 궁금하니까 전부 구매.

세준은 이어서 나머지 씨앗들을 살펴봤지만, 크게 끌리는 건 위에 사탕수수와 잣나무뿐이었다.

"이렇게 4개 구매할게."

세준이 씨앗을 구매하자

[총 500탑코인과 세계의 기운 600피스를 지불해 용과, 몽땅 삼키는 젤리, 사탕수수, 잣나무 씨앗을 구매합니다.]

[씨앗 은행 박세준 님의 계좌에서 총 500탑코인이 빠져나갑니다.]

[씨앗 상점 마일리지 5000점이 적립됩니다.]

[씨앗 상점 마일리지가 5101점 적립됐습니다.]

[세계의 기운 600피스를 지불했습니다.]

[씨앗 상점 쿠폰 600장이 지급됩니다.]

[현재 교환할 수 있는 상품이 1개뿐입니다.]

[자동으로 씨앗 상점 쿠폰 600장이 씨앗 상점 랜덤 기간 단축권 6장으로 교환됩니다.]

[씨앗 상점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30일 후에 다시 씨앗 상점 Lv. 4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메시지와 함께 세준의 두 손에 가죽 주머니 4개와 쿠폰 6장이 나타났다.

"일단 씨앗들부터 심고···."

세준이 일단 용과 씨앗이 든 주머니를 거꾸로 해서 털자

툭.

세준의 손바닥 위로 골프공만 한 씨앗이 떨어졌다.

"와. 진짜 크네."

[용과 씨앗]

???

수확을 해야 옵션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확을 해야 옵션을 알 수 있다고?"

뭐가 이렇게 불친절해.

푹.

세준은 투덜거리며 바로 용과 씨앗을 심었다.

[너는 밭이다 Lv. 6가 발동합니다.]

···

..

.

투덜거리며 할 건 다 하는 타입인 세준.

그렇게 씨앗을 심었지만

······

씨앗은 조용했다. 초월급이라 그런지 다른 씨앗들과는 반응이 달랐다.

세준은 이어서 바로 젤리 씨앗이 담김 가죽주머니를 들어

탈탈.

털었지만

"응?"

나오지 않는 씨앗.

"뭐야?"

세준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이리저리 손을 움직인 후에야 젤리처럼 말랑말랑한 하얀색의 좁쌀만 한 씨앗을 꺼낼 수 있었다.

[몽땅 삼키는 젤리 씨앗]

???

수확을 해야 옵션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것도 물음표네."

초월급 씨앗은 다 이런 것 같았다.

푹.

그렇게 몽땅 삼키는 젤리 씨앗까지 심은 후 세준은 사탕수수와 잣나무 씨앗을 심었다.

뿌드득.

초월급 씨앗들과 다르게 심자마자 빠르게 자라나는 사탕수수와 잣나무.

세준은 농작물들이 자라는 동안

[씨앗 상점 랜덤 기간 단축권]

찢으면 자동으로 사용됩니다.

다음 씨앗 상점이 열리는 날을 랜덤(1~10일)하게 단축할 수 있습니다.

가격 : 씨앗 상점 쿠폰 100장

발행처 : 씨앗 상점 본부

사용 제한 : 씨앗 상점 회원

등급 : 초월

씨앗 상점에서 받은 종이를 확인했다.

1~10일 랜덤하게 씨앗 상점이 열리는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어?! 그럼 운 좋으면 바로 씨앗 상점을 또 열 수 있는 건가?"

찌익.

설명을 읽은 세준이 바로 씨앗 상점 랜덤 기간 단축권을 찢었다.

그러자

[씨앗 상점 랜덤 기간 단축권을 사용했습니다.]

[다음 씨앗 상점 열리는 날이 하루 단축됩니다.]

[다음 씨앗 상점이 29일 후에 열립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오! 이렇게 줄어드는 거구나."

그럼 바로 10일 단축 가자!

찌익.

[다음 씨앗 상점 열리는 날이 하루 단축됩니다.]

찌익.

[다음 씨앗 상점 열리는 날이 하루 단축됩니다.]

"에잇! 아직 포기하긴 일러! 아직 3장 남았다고! 세 번 연속 10일 나오면 가능!"

누구나 계획이 있다. 털리기 전까진.

찌익.

찌익.

찌익.

······

[다음 씨앗 상점이 24일 후에 열립니다.]

아. 찢어진다. 내 마음.

결국 세준은 씨앗 상점 랜덤 기간 단축권 6장을 다 찢어서 6일을 단축했다.

"뭐지? 저번에는 내 뽑기운도 괜찮았는데, 신기도 뽑고···."

그때는 테오 버프 덕분인가?

"다음에는 테오를 무릎에 올리고 해봐야지."

항상 탐욕은 가깝고 이성은 멀리 있었다.

그렇게 운이 필요할 때는 테오 버프를 사용해야 한다는 교육을 얻은 세준.

아직 덜 자란 잣나무가 자라길 기다리며

서걱.

[사탕수수를 수확했습니다.]

[너는 밭이다 Lv. 6가 발동하며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

···

..

.

사탕수수를 수확했다.

그리고

뿌득.

중간에 출출해지자, 수확한 사탕수수를 부러트려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씹었다.

"흐흐흐. 다네. 달아."

몇 번 씹자 입에 고이는 단물.

"근데 사탕수수즙을 짜는 건 꾸엥이시켜야겠지?"

아주 야무지게 짤 테니까.

근데 혼자 하기엔 양이···

심으면 거의 1분 만에 자라기에 아직 작업한 지 1시간이 안 됐는데도 수확한 사탕수수가 10m 정도 높이로 쌓여있었다.

앞으로 채종한 씨앗으로 심을 사탕수수 양을 생각하면 아무리 꾸엥이라도 무리였다.

"그럼 분홍털도···"

세준이 분홍털도 같이 사탕수수즙 짜기 작업에 투입시키려 할 때

[찾았다! 나한테 왜 그랬어?!]

"내 말을 좀···"

포도리가 뿌리로 농사왕의 목을 야무지게 조이며 흔드는 게 보였다.

"흐흐흐. 나도 찾았다."

역시 등잔 밑이 어둡다.

"포도리 당첨."

세준이 사탕수수즙을 짜는 역할로 포도리를 낙점했다.

455화. 믿고 있었다고 박세준!!!

455화. 믿고 있었다고 박세준!!!

최근에 기억을 찾았다.

농사왕이라고 불렸던 내 원래 이름은 성 루드비히 슈루엔 아르곤 발터 18세.

지금은 멸망한 세상 오간의 대성자였다.

'그런 나였는데···.'

[왜 내 씨를 없앴냐고!]

'나는 왜 여기서 이런 취급을 받는 걸까?'

농사왕이 포도리의 뿌리에 잡혀 탈탈 털리며 생각에 잠겼다.

물론 어느 정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억울합니다! 일단 제 사연을 들어주십시오! 이건 다 포도주를 처먹은···."

농사왕이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말하기 시작했다.

농사왕은 대성자가 되기 한참 전 일반 신관일 때 포도주 창고 관리를 맡았다.

그러나 전임 포도주 창고 관리자인 수도원 선배는 인수인계를 내일부터 해준다고 하더니 야반도주를 했고

"뭐야?! 다 빈 통이잖아!"

창고 안의 포도주통이 대부분 비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거의 10년간 포도주 창고를 관리하는 선배 신관들이 조금씩 빼먹다 보니 어느새 포도주가 바닥난 것.

폭탄 돌리기의 폭탄 심지가 거의 1mm도 안 남은 상황에서 자신이 폭탄을 받은 것이다.

"아. 망했다."

그렇게 절망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낼 때

"네?! 한 달 후에 재고 확인을 한다고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앙 신전에서 대대적으로 재고 조사를 하겠다는 공문이 도착했다.

진짜 망했다!

포도주 수량이 기록과 크게 차이가 나는 걸 들키면 아마 종교 재판에 끌려갈 거고 그러면 무시무시한 고문이···

"왜 내게 이런 시련을···신이여. 도와주십시오!"

그래서 포도주 창고 안에서 열심히 풍요의 신 레아에게 기도를 드렸지만, 이때는 인기가 많은 레아였기에 평신도의 기도를 들어줄 여유가 없었다.

"에잇! 더러운 세상!"

농사왕은 하루 동안 열심히 기도해도 소용이 없자

"어차피 얼마 남지도 않은 거, 이거 먹고 죽어 버릴 거야!"

농사왕은 홧김에 창고에 남은 포도주를 다 먹었다.

그리고

"어?!"

정신을 차리니 자신은 땅바닥에 누워있었고, 어제는 본 적이 없는 포도가 주렁주렁 열린 포도나무들이 보였다.

술김에 씨 없는 포도를 만드는 신성 마법을 개발한 것.

이후로 농사왕의 앞날은 탄탄대로였다.

성수의 재료인 포도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전 대신관이 되었죠."

[그러니까 씨 없는 포도를 대량 생산해서 잘 먹고 잘살았다는 소리네?]

이 포도 학살범! 너 때문에 태어나지 못한 포도들의 복수를 해주마!

"어?!"

이게 아닌데. 분명 자신의 피치 못할 상황을 설명했는데···

포도리의 반응에 당황하는 농사왕.

털썩.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서둘러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깨닫고 싹싹 빌기 시작했다.

[흥!]

포도리도 세준의 부하를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기에 그만 화를 풀기로 했다.

너무 일을 키우면 자신이 레아 로드를 막았던 일까지 들킬지도 몰랐다.

그렇게 상황이 일단락될 때쯤

"포도리 기분 풀어. 넌 이제 씨 있고, 농사왕은 이제 없잖아."

[오! 그렇네요!]

세준이 다가와 화난 포도리의 기분을 풀어줬다.

"···?!"

덕분에 의문의 1패를 당한 농사왕. 뭔가 억울했다.

세준 님은 있어도 못···

하고 싶은 말이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서부터 치밀어 올라왔다.

하지만

안 돼! 참아야 해!

세준을 건드리면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험한 일을 당하기에 농사왕은 하고 싶은 말을 꾹꾹 참았다.

그때

"농사왕, 뭐 하고 싶은 말 있어?"

자신에게 할 말이 있어 보이는 농사왕에게 세준이 물었다.

그리고

"세준 님은···."

농사왕이 간신히 꾹꾹 누르고 있던 말이 터져나오려 할 때

[오랜만이구나. 검은 거탑의 탑농부 박세준이여.]

다행히 농사왕의 눈이 황금빛으로 물들며 레아가 강림했다.

"레아 님?"

[그렇다. 그대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신기를 전달하기 위해 머나먼 길을 왔도다.]

먼 길을 이동한 건 농사왕이지만, 생색은 자신이 내는 레아.

[자. 나의 신기를 받거라.]

파앗.

레아의 말과 함께 세준의 손 위에 갈색의 누더기 주머니가 나타났다.

[풍요의 주머니]

이게 신기?

세준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레아를 보자

[크흠. 겉모습이 다가 아니느라! 어서 확인해보거라!]

찔리긴 하는지, 큰소리와는 다르게 세준의 눈을 슬쩍 피하며 말하는 레아.

"네."

그래 겉모습이 다는 아니지.

세준도 레아의 말을 인정하며 누더기 주머니의 옵션을 확인했다.

[풍요의 주머니]

고대 풍요를 담당했던 풍요의 신 레아의 권능이 담긴 신기입니다.

한 번에 제작한 것이 아니라 신성력이 생길 때마다 여러 번에 걸쳐 제작하는 바람에 누더기가 됐습니다.

수십 개의 누더기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신기의 능력이 일관되지 않게 변했습니다.

곡식이나 과일을 1개 넣고 하루를 기다리면 랜덤하게 1~10개로 늘어납니다.

사용 제한 : 풍요의 신 레아의 인정을 받은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

제작자 : 풍요의 신 레아

등급 : ★

"이것도 랜덤이네···."

거기다 1개에서 1개는 늘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오늘은 자신의 운을 시험해 보려는 것처럼 효과가 랜덤인 것들이 계속 나타났다.

그러나

"흐흐흐. 난 이미 공략법을 알고 있지."

조금 전 씨앗 상점 랜덤 기간 단축권 6장을 날리며 교훈을 얻은 세준.

'무조건 테오가 무릎에 있을 때만 오픈한다!'

아니면 아예 테오한테 주머니를 차고 다니라고 할까?

'그럼 누더기 주머니를 들고 다니는 테오를 무시하는 놈들이 생길 테고···.'

그럼 노예가 되는 거지. 흐흐흐.

세준이 누더기 주머니를 차고 노예를 유인하는 테오를 상상할 때

'응?! 뭐지? 박세준이 웃고 있잖아.'

솔직히 신기의 능력이 부족하게 나와서 많이 찔리고 있던 레아.

엣헴! 역시 이 몸의 신기가 박세준을 실망시킬 리 없지!

자신의 신기를 보고 웃는 세준을 보며 표정에 우쭐함이 담기기 시작했다.

물론 스켈레톤인 농사왕은 표정을 지을 수 없어서 레아의 우쭐거리는 표정을 세준은 볼 수 없었다.

"레아 님, 감사합니다. 신기 잘 쓸게요."

[크흠. 설명을 읽었으니 잘 알 테지만, 신기가 모자라서 누더기 모양이 된 것이다.]

"네.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괜찮다. 그것보다 풍요의 주머니의 겉모습을 바꾸고 싶으면···]

자신에게도 업적비를 세워달라고 말하려던 레아.

그러나

"아. 외관은 괜찮아요. 이게 더 마음에 들어요."

세준이 거절해 버렸고

[어···]

레아는 순간적으로 업적비를 세워달라고 할 명분을 잃어버리며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그럼 돌아가겠느니라.]

힝. 망했어.

강림 시간이 끝나며 성과 없이 돌아갔다.

***

씨앗 상점 본부.

"으악! 레아, 이 바보! 거기서 말문이 막히면 어떡해! 망했어! 망했다고!"

세준에게 업적비를 받지 못한 레아가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절망에 찬 목소리로 베개를 허공에 붕붕 휘두르며 외쳤다.

"내 업적비···."

헤르랑 루나한테 나도 업적비 받을 거라고 엄청 자랑했는데 어떡하지?

"3일 정도 밖에 안 나가면 애들도 알아서 눈치채겠지?"

그렇게 레아가 3일간 강제 칩거에 들어가야겠다고 결심할 때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이 당신을 위해 신전을 새로운 장소에 크고 높게 다시 지었습니다.]

[신성력이 200 상승합니다.]

[신전의 위치가 창조신의 비석 옆이라 창조신의 가호를 받아 얻는 신성력의 양이 2배로 늘어납니다.]

[세 번째 창조의 사도 까망이 박이 당신의 신전을 목격합니다.]

[신성력이 5 상승합니다.]

[세 번째 창조의 사도 까망이 박의 첫째 부하 엄돌이가 당신의 신전을 목격합니다.]

[신성력이 1 상승합니다.]

[세 번째 창조의 사도 까망이 박의 둘째 부하 꼬미가 당신의 신전을 목격합니다.]

[신성력이 1 상승합니다.]

···

..

.

나타나는 메시지.

"흐엉! 믿고 있었다고 박세준!!!"

역시 믿투박은 언제나 옳아!

"얘들아!"

레아가 서둘러 자신의 업적비를 자랑하기 위해 헤르와 루나를 찾아갔다.

***

[레아 업적비]

-수확의 비약으로 우리의 주머니를 풍요롭게 만들 풍요의 신 레아. 그녀는 좋은 신이었다.

-100레벨 직업 퀘스트 1등으로 인정.

-농사왕에게 강림해서 신기 풍요의 주머니를 직접 전달.

"좋아. 이 정도면 레아 님도 만족하시겠지?"

세준이 창조신의 비석 근처에 새로 만든 10평짜리 레아 로드의 중앙에 높이 10m의 업적비를 완성시킨 후 말했다.

씨앗과 노예도 동시에 늘릴 수 있는 좋은 신기를 받았으니 보상은 당연했다.

그렇게 레아의 업적비를 만든 세준.

"농사왕, 근데 기억이 돌아왔다며? 이름이 뭐야?

농사왕의 이름을 물었다.

"성 루드비히 슈루엔 아르곤 발터 18세입니다."

"···그냥 농사왕이라고 부를게."

"네···"

"농사왕은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으니까 일단 쉬어."

"네. 감사합니다."

세준은 농사왕을 쉬게 하고

"포도리, 이거 짜봐."

포도리에게 사탕수수를 내밀었다.

[이걸요?]

"응."

귀찮은데···

포도리는 당연히 하기 싫었지만

세준 님이 시킨 거 거절했단 소리가 불꽃이 님 귀에 들어가면 나 죽겠지?

[네!]

분노한 불꽃이가 불꽃을 일으키며 '태워버릴 거에요!'라고 외치는 걸 상상하자 뿌리를 부르르 떨며 냉큼 사탕수수를 받았다.

그리고

뿌드득.

뿌리를 이용해 사탕수수를 힘껏 짜자

콸콸콸

사탕수수가 착즙되며 사탕수수즙이 세준이 바닥에 준비한 유리병으로 시원한 소리를 내며 흘러내렸다.

'어. 뭔가 가슴이 시원한데?'

동시에 포도리는 사탕수수를 쥐어짜며 자신의 가슴에 쌓인 화가 조금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세준 님, 이거 더 없어요?]

"저기 많아."

그렇게 자진해서 사탕수수 착즙 담당이 된 포도리.

"좋아. 이제 본격적으로 사탕수수를 심어 볼까."

세준이 본격적으로 사탕수수를 수확하기 시작했다.

***

녹색탑 1층.

"푸후훗. 노예들아, 그동안의 성과를 말하라냥!"

테오가 녹색탑의 대상인 노예인 터보와 샤크를 불러 사업 성과를 보고 받았다.

"테 부회장님, 저는 땅문서 5개를 구해왔습니다!"

테오의 말에 터보가 서둘러 땅문서 5개를 꺼냈다.

녹색탑 땅문서 3개와 검은탑과 하얀탑 땅문서 1개.

내 대상인 아이템인 일곱 탑의 땅문서 탐지기를 뺏길 수는 없어.

테오는 다른 대상인의 대상인 아이템도 뺏을 수 있는 악마 같은 대상인이었다.

뺏기기 전에 잘하자.

그래서 터보는 테오가 시키는 일을 진짜 열심히 했다.

그리고

"저는 노예군을 이끌고 탑을 뒤져서 테 부회장님이 말씀하신 녹색 생명의 구슬 1개를 구해왔습니다!"

터보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 샤크는 녹색 구슬을 꺼냈다.

뭐?! 녹색 생명의 구슬?!

구슬을 본 터보가 경악했다.

브라키오는 아무렇지 않게 이 구슬을 가져왔지만, 탑에서 녹색 생명의 구슬을 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생명력이 강하게 모인 구슬 주변에는 항상 강한 몬스터들이 꼬이기 마련이었고

그런 강한 몬스터들과의 사투를 벌이고 구슬의 주인이 된 몬스터의 강함은 어마어마했다.

"푸후훗. 좋다냥! 다음에도 또 가져오라냥!"

"네!"

"네!"

그렇게 부하들의 보고를 받은 테오.

"오필리아 님, 특훈할 시간이다냥!"

"응. 알았어. 이것만 먹고."

옆에서 소시지 꼬치구이를 먹고 있는 오필리아와 특훈을 시작했다.

몇 시간 후.

"박 회장, 내가 돌아왔다냥!"

오필리아와의 특훈으로 기운을 잔뜩 흡수한 테오가 힘찬 목소리로 자신의 복귀를 알렸다.

그리고

달달달.

드디어 발주서에 적힌 마력의 방울토마토 1000만 개를 전부 배달한 황금 수레도 조용히 복귀했다.

456화. 왜 아무도 안 와?!

456화. 왜 아무도 안 와?!

그동안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황금 수레에 계속 실어서 보낸 세준.

황금탑 35층 땅문서가 대가라서 방울토마토값은 받지 못했지만

황금탑의 거래 상대가 벼락 맞은 나무, 벼락석 등 먹을 수 없는 것들은 수레에 전부 팔았기에 왔다 갔다 하는 비용은 충분히 나왔다.

그리고

"흐흐흐. 드디어 얻었다."

세준이 황금탑 35층 땅문서를 얻었다.

"박 회장, 축하한다냥! 푸후훗. 물론 다 내 덕분이다냥!"

역시 자랑할 거리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놓치지 않는 테오.

"그래. 그래. 다 우리 테 부회장, 덕분이지."

원하던 땅문서를 얻어 기분이 좋은 세준이 테오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칭찬해 줬다.

잠시 후

"냐앙···푸후훗. 박 회장, 이것도 받아라냥!"

세준의 손길을 한참 만끽한 테오가 자신의 봇짐에 앞발을 넣고 뒤적거리더니 터보와 샤크에게 받은 물건을 세준에게 건넸다.

"어?! 땅문서랑···녹색 생명의 구슬이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브라키오 님이 녹색 생명의 구슬 대신 돈으로 줘서 아쉬웠는데 잘 됐다.

브라키오가 세준에게 준 녹색 생명의 구슬은 녹색 생명의 구슬을 먹고 강해진 몬스터가 다른 몬스터들을 멸종의 위험에 빠트릴 때

브라키오가 몬스터를 처치하고 수거해 온 것으로 일부러 구한 게 아니었다.

브라키오로서는 귀찮게 탑을 탐색하며 녹색 생명의 구슬을 가진 몬스터를 찾는 것보다 차라리 밖에 나가서 붉은 안개를 처치하고 돈을 버는 게 훨씬 더 쉬웠다.

"흐흐흐. 테 부회장, 이거 더 구해와."

"알겠다냥! 나만 믿으라냥!"

고생은 샤크가 하지만, 큰소리는 테오가 쳤다.

세준에게는 아직 쓰지 않은 녹색 생명의 구슬이 방금 얻은 것까지 45개나 되지만, 세준은 만족할 수 없었다.

생명의 구슬이 많으면 많을수록 마음이 든든해지기 때문.

그리고

"푸후훗. 박 회장, 나 잘했으니까 츄르를 달라냥!"

츄르는 칭찬인 것이다냥!

"그래."

테오도 세준의 칭찬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촵촵촵.

세준은 한 손으로는 테오에게 츄르를 먹이면서 남은 손으로는 테오가 가져온 5개의 땅문서를 확인했다.

땅문서는 녹색탑 22층, 26층, 28층과 검은탑 2층, 하얀탑 97층의 것이었다.

척.척.

그렇게 얻은 땅문서를 차곡차곡 정리하던 세준.

"응?! 그럼 이제 녹색탑은 20층에서 28층까지 땅문서가 다 있는 거네."

녹색탑 땅문서가 20층에서 28층까지 전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오. 좋네."

가서한 번에 쭉 등록해야지.

물론 지금은 황금탑 35층이 먼저였다.

"근데 황금탑에 가려면 일단 벼락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데···역시 마법으로 막아야겠지?"

세준이 이오나를 황금탑에 데려가는 것으로 가닥을 잡을 때

삐욧?!

[테 부회장님, 황금탑에 가세요?!]

"푸후훗. 그렇다냥! 박 회장이랑 같이 간다냥!"

테오는 방금 함께 전 온 삐욧이, 유렌, 우마왕에게 세준과 황금탑에 간다고 자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왔어? 근데 왜 셋이 같이 와?"

그들의 대화 소리를 들은 세준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음머.

[특훈을 하고 왔습니다.]

"특훈?"

사실 삐욧이, 유렌, 농사왕은 멸망의 사도에게서 도망치다 탑 90층 대를 순찰하는 우마왕을 만나 같이 올라왔다.

셋은 안도하며 우마왕과 함께 탑 99층까지 편하게 올라왔지만

음머.음머.

[너희들은 너무 약하다. 특훈이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휴식이 아니라 우마왕의 무지막지한 3시간의 특훈이었다.

"근데 농사왕은 왜 먼저 왔어?"

음머.

[농사왕은 제 특훈을 버티기에는 너무 약해서 열외 됐습니다.]

흐흐흐. 농사왕도 슈퍼 개복치였군.

농사왕을 비웃어 준 세준.

"우마왕, 나도 특훈 받을 수 있어?"

갑자기 무슨 자신감인지 자신도 우마왕의 특훈을 받겠다고 나섰다.

음머···

세준의 물음에 세준을 뚫어지게 보며 고민하던 우마왕.

음머.

[10분 정도 가능합니다.]

"뭐?! 10분이나?!"

세준이 우마왕의 말에 감격했다.

'솔직히 3분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나 많이 컸구나.

"우마왕, 그럼 나도 특훈시켜줘."

에일린 보려면 강해져야지!

음머.

[그럼 버티십시오.]

"응? 뭘······."

세준이 물으려 할 때

슥.

세준의 머리 위로 내려오는 우마왕의 오른손 검지.

척.

세준이 서둘러 양팔을 들어 우마왕의 손가락을 막자, 손가락을 통해 전해진 엄청난 거력이 세준의 몸을 누르기 시작했다.

9분 55초 후.

"으악!"

죽을 거 같아···

세준이 땀을 뻘뻘 흘리며 악을 질렀다.

[엄청난 무게를 밀어냈습니다.]

[힘이 1 상승합니다.]

[엄청난 무게를 몸이 버텨냈습니다.]

[체력이 1 상승합니다.]

그래도 1분 정도마다 나타나는 메시지 덕분에 버텨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젠 무리야···

그것도 이제 한계가 왔다.

세준의 몸이 무너지기 직전

척.

음머.

[10분 끝났습니다.]

우마왕이 정확히 10분을 채우고 손가락을 거뒀고

"헉.헉.헉."

"박 회장, 얼굴이 더 심하게 썩어간다냥!"

꾹.꾹.꾹.

고개를 숙인 채 숨을 고르는 세준의 얼굴에 달라붙어 집중 케어에 들어가는 테오.

평소라면 바로 '안 썩었다고!'라며 화를 냈겠지만

'내가 해냈어! 해냈다고!'

세준은 무려 우마왕의 손가락을 버텨냈다는 엄청난 성취감에 뿌듯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커어어. 흐흐흐."

성취감은 자면서도 이어졌다.

***

다음 날 아침.

"읏차."

기분 좋게 자고 일어난 세준.

[대지의 보석의 봉인이 풀렸습니다.]

···

..

.

눈앞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오늘은 숯의 신 탄이 보상으로 1평 땅에 정화의 숯을 두고 갔다.

애매하네.

세준은 보상을 보고 [탄 로드]의 크기를 결정하기로 했다.

슥.

상체를 일으킨 세준.

고로롱.

뀨로롱.

끼로롱.

엄도롱.

끼루룽.

"이오나?"

테오의 꼬리를 말고 자는 이오나를 발견했다.

"잘됐네."

그렇지 않아도 황금탑에 갈 때 부르려고 했는데.

냐앙···

끼잉···

세준은 테오와 까망이를 챙겨 침대에서 일어났다.

테오의 꼬리에 매달린 이오나와 까망이의 털에 매달린 엄돌이와 꼬미는 자동으로 딸려왔다.

그렇게 일행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온 세준.

일단 숯의 신 탄의 보상을 찾았다.

그리고

"찾았다."

옥수수밭과 고구마밭 사이에서 종아리 굵기의 숯 100개를 발견했다.

[정화의 숯]

숯의 신 탄이 직접 만든 상품의 숯입니다.

반경 1km 이내의 공기를 정화합니다.

성수로 깨끗이 씻어내면 원래 성능의 50%로 재사용이 가능합니다.

제작자 : 숯의 신 탄

등급 : A

"흠···일단 화장실에 하나 놓자."

그렇게 화장실에 정화의 숯 한 개를 놓은 세준.

"오! 공기가 쾌적해졌어."

바로 변화를 알 수 있었다.

탄 님 7평.

"땅 움직이기."

[탄 로드]

우리에게 화장실에서도 쾌적한 공기를 마실 수 있게 정화의 숯을 선물해 준 숯의 신 탄. 그는 쾌적한 신이었다.

세준은 [탄 로드]를 만든 후 아공간 창고로 들어가

키키!

키키!

멸망포식자들의 환영을 받으며 멸망의 사도 몸에 심어둔 농작물들을 확인했다.

"좋아. 잣은 다 자랐네."

높게 자란 잣나무에 솔방울처럼 열린 잣송이들이 잔뜩 열린 게 보였다.

이따 수확해야지.

세준은 이어서 호박석을 깨고 안의 자두 씨앗을 꺼내심은 자두나무를 확인했다.

"오. 자두도 다 자랐네."

톡.

세준이 자두 하나를 따자

[자두를 수확했습니다.]

[너는 밭이다 Lv. 6가 발동하며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

···

..

.

나타나는 메시지.

특별한 효과는 없었다.

"그럼 어때 맛만 있으면 되지."

후르륵.

세준이 자두를 한입 베어 물었다.

"음. 맛있다."

자두 하나를 순식간에 다 먹은 세준.

"얘네들은 반응이 없네."

용과와 몽땅 삼키는 젤리가 심어진 곳을 바라봤다.

초월급이라 느린 건지 아니면 발아를 위해 다른 조건이 필요한 건지 아직 싹도 올라오지 않은 상태였다.

세준은 두 초월급 씨앗에 물을 준 후

"자. 씨앗 뱉을 식물!"

퉤퉷퉷!

퉤퉷퉷!

멸망포식자들의 씨앗을 받아주고 아침을 하러 갔다.

잠시 후

"뀻뀻뀻. 그럼요! 저한테 맡겨주세요!"

세준이 밥을 먹으면서 이오나에게 황금탑에 같이 가서 벼락을 막아달라고 말하자, 이오나는 흔쾌히 허락했다.

그러자

삐욧!

[세준 님, 저도 데려가 주세요!]

오른 앞발인 제가 테오 님을 보필할 거예요!

삐욧이도 날개를 파닥거리며 외쳤다.

"푸후훗. 삐욧이는 나 테 부회장의 오른 앞발이니 당연히 같이 간다냥! 그리고 왼 앞발인 유렌도 같이 가는 거다냥!"

"꾸익?! 저도 가나요?!"

"당연하다냥!"

테오의 말에 놀라는 황금탑 출신 유렌.

'아직 돈을 다 못받았는데 가도 되나?'

아빠가 돈 다 받을 때까지는 오지 말라고 했는데···

'아냐. 차라리 잘 됐어. 혹시 마긴을 만나면 직접 확인해보자.'

삐욧이와 돈을 받으러 다니면서 블랙리스트에 올린 자들에 대한 정보를 계속 구한 유렌.

그러던 중

"뭐?! 에비스, 마다프, 넬리가 모두 마긴의 부하가 됐다고?!"

최근에 엄청난 정보를 듣게 됐다.

블랙리스트의 첫 번째에서 세 번째까지가 전부 자신의 친척인 마긴 데이몬의 부하로 일하고 있다는 것.

거기다 자세히 조사한 바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마긴의 뒤처리를 해주는 존재들이라고 했다.

마긴이 부하들을 시켜 유렌에게 사기를 치게 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심증뿐인 증거.

그래서 조금 더 확실한 정보를 구한 후 가려고 했는데···

'차라리 세준 님과 테오 님이 함께 가주시는 지금이 더 좋은 시기일지도 몰라.'

혼자 가면 또 어떤 불행이 닥쳐올지 몰랐다.

솔직히 자신도 없고···

그렇게 황금탑에 돌아가기로 결심한 유렌.

"근데 황금탑의 벼락에 대한 대비책은 있으신가요?"

황금탑 출신의 꿀팁을 알려드려야지.

"이오나가 다 해결해 주기로 했는데?"

"네?!"

"뀨-절 못 믿는 건가요?!"

"꾸익! 절대 아닙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밥만 먹느라 안 듣고 있었던 유렌이 서둘러 이오나에게 사과했다.

"그래서 방법이 뭔데?"

그래도 혹시 쓸만한 방법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세준이 유렌에게 물었다.

그러자

"이겁니다."

유렌이 자신의 두꺼운 뱃살을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응?"

"두꺼운 지방이요. 이게 있으면 벼락에 맞아도 괜찮아요."

황금탑 최고의 가문 데이몬가.

데이몬가가 엄청난 부를 이룬 데에는 전기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두꺼운 지방을 가진 그들의 몸이 큰 역할을 했다.

덕분에 그들은 황금탑의 물류를 독점하며 거대한 부를 이룰 수 있었다.

"흠."

유렌의 말에 생각에 잠긴 세준.

하긴 전기뱀장어도 자신이 일으킨 전기를 막기 위해 두꺼운 지방을···

"되겠냐?!"

그냥 네 종특이잖아!

그렇게 유렌에게 벼락을 대비할 좋은 방법이 없다는 걸 알게 된 세준.

"얘들아, 모여!"

세준이 일행들을 아공간 창고에 들어가게 했다.

그리고

"심심하면 잣 좀 따고 있어."

은근슬쩍 일을 하라고 언질을 준 후

철컹.

아공간 창고를 닫았다.

"에일린, 나 잠깐 황금탑 좀 다녀올게."

[탑의 관리자가 잘 다녀오라고 말합니다.]

"응."

차마 걱정 마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에일린한테 자신은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 같은 그대니까.

좀 슬프네. 빨리 강해져야지.

세준은 다시 한번 강해지겠다는 의지를 다진 후

촤르르륵.

황금탑 35층 땅문서를 펼쳤고

[황금탑 35층 땅문서의 최초 소유자 각인을 위해 소환 기능이 발동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세준이 사라졌다.

***

멸망의 외곽.

할파스가 멸망의 사도들을 소집한 지 4일째

······

할파스는 여전히 혼자였다.

"이것들이! 왜 아무도 안 와?!"

할파스는 자신의 리더십에 큰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457화. 납득이 되네.

457화. 납득이 되네.

[황금탑 35층에 도착했습니다.]

세준은 황금탑에 도착하자마자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경계했다.

다행히 나무들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좋아. 이상 없···."

콰과광!

······

세준은 갑작스럽게 자신의 바로 옆에 떨어지는 황금색 벼락에 얼음이 됐다가

콰과광!

다시 벼락이 치자

후다닥.

서둘러 엎드려 가장 가까운 나무를 향해 낮은 포복으로 이동했다.

벼락은 지상과 가장 최단 거리를 향해 움직이고, 그 최단 거리는 지상에서는 가장 높은 곳이니까.

즉, 높은 곳 아래 있으면 벼락 맞을 확률이 크게 줄어든다는 말이었다.

사사삭.

세준은 지금껏 했던 포복 중 가장 빠르게 움직였고

"휴우. 도착."

세준이 나무 아래 도착했을 때

콰과광!

세준의 앞 5m쯤에 떨어지는 벼락 한 줄기.

파지직.

벼락을 맞은 돌에 스파크가 튀며 황금색 벼락 무늬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응?! 저건?"

벼락석이었다.

벼락석이 저렇게 만들어지는구나. 신기하네.

그렇게 낮은 포복 자세로 벼락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목격한 세준.

"어?!"

여기 뭐야?!

뒤늦게 사방에 깔린 벼락 맞은 나무와 벼락석을 발견했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있었다. 많을 건 예상했지만, 이건 많아도 너무 많았다.

"흐흐흐. 역시 황금탑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군."

척.척.

세준이 엎드린 상태로 조심히 이동하며 벼락 맞은 나무와 벼락석을 줍줍하고 있을 때

철컹.

"냥! 박 회장, 이것 보라냥! 나 테 부회장이 잣을 많이 따왔다냥!"

품에 잣송이를 가득 품은 테오가 아공간 창고에서 달려 나와 세준의 뒤통수를 밟았고

척.

"억."

덕분에 세준은 바닥과 입을 맞췄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아빠, 꾸엥이도 잣 많이 땄다요!]

척.

끼히힛.낑!

[히힛. 위대한 까망이 님 등장!]

척.

이어서 나오는 꾸엥이와 까망이에게 연속으로 머리를 밟힌 세준.

이것들이!

실수로 밟은 걸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속으로 화를 삭이고 있을 때

"박 회장, 고개를 들어라냥! 얼굴이 썩었다고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냥!"

"······"

눈치 없이 테오가 나름 위로랍시고 세준의 뒤통수를 툭툭 두드리며 세준을 더 열받게 했다.

"푸후훗. 박 회장, 상심하지 말라냥! 나 테 부회장이 언젠가 꼭 안 썩은 얼굴로 만들어 주겠다냥!"

"안···썩었다고!"

"바 케장, 사시룰 인정하라냥!"

결국 테오는 세준에게 볼살을 잡히는 찹쌀떡 형을 당했다.

그렇게 테오가 세준에게 응징을 당하는 사이

콰과광!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여기 벼락이 많이 친다요! 벼락봉을 충전할 수 있다요!]

하늘에서 수시로 떨어지는 벼락을 보며 꾸엥이는 벼락봉을 들며 벼락을 맞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끼히힛.낑!

[히힛. 얘들아, 모험이다!]

"네! 위대한 까망이 님!"

끼룩!

뚱따당.뚱따당.

까망이는 부하들과 주변을 탐험한다고 달려 나가다

콰광!

콰과광!

주변에 떨어지는 벼락을 보고는

낑?낑!

[어···갑자기 졸리네? 야! 나 올려줘!]

역시 슬링백 밖은 위험해!

세준에게 가서 낑낑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쭈욱.

테오의 볼살을 만지며 화를 가라앉힘과 동시에 조금 전 벼락에 놀랐던 마음까지 힐링한 세준.

척.

칭얼거리는 까망이를 슬링백에 넣고

"꾸엥아, 그렇게 하는 것보다는 하늘로 올라가 봐. 그러면 벼락이 잘 모일 거야."

꾸엥이를 하늘로 올라가게 했다.

꾸엥!

[알겠다요!]

그렇게 세준의 말을 듣고 염력을 사용해 하늘로 올라간 꾸엥이.

콰과광!

콰과광!

덕분에 반경 500m 정도의 하늘에서 치는 벼락들이 전부 꾸엥이가 든 벼락봉으로 빨려 들어가며 사라졌고

"좋아. 꾸엥이 피뢰침 완성."

괜히 벼락 대책 세운다고 고생했네.

세준의 벼락 걱정도 깔끔하게 사라졌다.

물론 가끔 꾸엥이의 벼락봉으로 향하지 않고 땅으로 떨어지는 벼락들이 있었지만

꾸익!!!

불행의 아이콘 유렌이 다 맞아줬다.

아닌가? 유렌의 불행 때문에 원래 벼락봉으로 떨어질 벼락이 유렌에게 떨어지는 건가?

어쨌든 유렌은 위험해.

세준이 유렌과 가까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할 때

"보셨죠? 이렇게 벼락을 맞을 때 기합을 지르면 하나도 안 아파요."

유렌이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약간 으스대며 말했다.

기합이 문제가 아냐. 그건 너만 된다고.

"유렌은 나랑 항상 100m 간격 유지해."

"네!"

세준은 만에 하나 떨어질 벼락을 위해 보험으로 유렌을 근처에 뒀다.

불행도 이용하는 남자.

"후훗. 나 좀 멋있군."

그렇게 완벽한 피뢰 시스템이 구축되자

"꾸엥이, 삐욧이, 뱃뱃이는 하늘에서 웨이포인트랑 수상해 보이는 곳이 있으면 알려 주고, 나머지는 벼락 맞은 나무랑 벼락석을 모아줘."

세준은 포복 자세를 풀고 몸을 일으킨 후 일행들에게 할 일을 줬다.

그리고

"근데 땅문서 퀘스트는 왜 안 주지?"

땅문서 퀘스트를 받기 위해 근처 나무들을 살펴봤다.

그때

"응?!"

세준의 눈에 농장의 다른 나무들과 다르게 가지에 노란색 레몬이 잔뜩 열린 앙상한 나무가 보였다.

"뭐지? 여기 레몬 농장인가?"

세준이 레몬을 따려 할 때

캬악!

움즈린 몸을 펼치며 세준의 손을 물려는 레몬이···아니고 레몬으로 위장한 콩벌레들.

"냐냐냥!"

"뀻뀻뀻. 제압!"

[파쑤꾼 테오가 전기 콩벌레를 처치했습니다.]

[파수꾼 테오가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5000을 획득했습니다.]

[파수꾼 이오나가 전기 콩벌레를 처치했습니다.]

···

..

.

물론 테오와 이오나에 의해서 전기 콩벌레들은 간단하게 제압됐고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황금탑 35층 자몽 농장에서 자몽 나무의 이파리와 열매를 먹어 치우는 전기 콩벌레를 처치해 주십시오.]

전기 콩벌레(700/1만)

전기 콩벌레 여왕(0/1)

보상 : 황금탑 35층 농장의 정당한 주인으로 인정

땅문서 퀘스트가 나타났다.

"얘들아, 전기 콩벌레 9300마리 더 잡고 여왕까지 잡···."

세준이 테오와 이오나에게 퀘스트 내용을 알려줄 때

"테꾸박 만보 유성족장이다냥!"

"뀻뀻뀻. 제압."

콰과광!

주변의 땅을 공격하는 테오와 이오나.

전기 콩벌레(3500/1만)

전기 콩벌레(5700/1만)

전기 콩벌레(8300/1만)

빠르게 처치한 전기 콩벌레 수가 빠르게 증가하더니

"냥!"

쾅!

[전기 콩벌레 1만 마리와 전기 콩벌레 여왕 1마리를 처치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황금탑 35층 자몽나무 농장 땅문서의 정당한 주인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땅문서의 스킬 : 농장 정보 Lv. Max가 활성화됩니다.]

테오의 거대한 발자국이 농장으로부터 1km 지점에 찍히며 땅문서 퀘스트가 완료됐다.

덕분에 할 일이 금방 끝난 세준.

"출출한데 간식이나 먹을까?"

일행들과 먹을 소시지를 굽기 시작했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소시지다요!]

꾸엥이는 염력으로 벼락봉을 하늘에 띄워 놓은 채 구워지는 소시지에 집중했고.

다른 일행들도 모닥불 앞에 앉아 간식을 기다렸다.

유렌은 어쩔 수 없이 일행들과 떨어져 혼자 먹었지만, 대신 세준이 소시지를 많이 챙겨줬고

"우헤헤. 맛있겠다."

많은 소시지를 독식할 수 있다는 기쁨에 오히려 좋아했다.

잠시 후.

치이익.

칼집을 낸 소시지에서 흘러나온 육즙이 불에 타는 나무 위에 떨어지며 빠르게 증발할 때

"냥?!"

꾸엥?!

뀻?!

테오, 이오나 꾸엥이가 한 방향을 바라봤다.

조금의 시차를 두고

삐욧?!

"어?!"

삐욧이와 유렌도 셋이 보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끼히힛. 낑!

[얘들아, 소시지 돌려!]

"네!"

끼룩!

음식에 정신이 팔려 침입자가 가까이 다가오는 줄도 모르는 까망이, 엄돌이, 꼬미만 빼고.

"얘들아, 뭔데?"

영문을 모르는 세준이 일행들이 고개를 돌린 방향을 바라볼 때

"응?"

세준의 눈에도 멀리서 빠르게 다가오는 존재가 보였다.

훤칠한 키와 길다란 팔다리를 가진 금발의 잘생긴 남자.

엘프였다.

"데이몬가의 상인이여. 쓰읍. 우리에게 식량을 팔아주십시오!"

어느새 다가온 엘프가 소시지에 시선을 고정한 채 침을 삼키며 유렌에게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취했다.

***

"반드시 식량을 구해야 해!"

식량을 구하기 위해 밖으로 나온 카락 마을의 촌장 핸슨.

동굴 밖은 수시로 치는 벼락 때문에 너무도 위험했지만

남은 식량으로는 3일도 못 버텨.

하루에 한 끼를 먹으며 버틴 마을의 식량이 거의 바닥나자, 주민들이 먹을 식량을 구하기 위해 밖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때

"뭐지?"

왜 저곳만 벼락이 한 곳으로 떨어지는 거지?

핸슨의 눈에 벼락들이 하늘의 한 점으로 모이는 것이 보였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저기 아래는 안전하다는 소리네."

저기서는 좀 편하게 식량을 찾을 수 있겠군.

때마침 위치도 전기 콩벌레들의 서식지.

그래서 벼락이 모이는 점을 목표로 나무 아래로만 빠르게 이동했다.

그러던 중

"응?!?

이게 무슨 냄새지?

멀리까지 퍼진 소시지의 기름진 냄새를 맡게 됐다.

"설마 데이몬가의 상단인가?"

이렇게 야외에서 여유롭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존재는 데이몬가의 상인들뿐이었다.

요즘 도통 보이질 않더니, 빨리 가서 식량을 사야 해!

핸슨이 서둘러 냄새가 나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데이몬가의 상단이 카라 마을로 온다는 보장도 없고 혹시 다른 마을에 들렸다가 식량이 다 팔리면 그냥 돌아갈 수도 있었다.

빠르게 냄새가 나는 곳을 향해 달린 핸슨.

역시 데이몬가였어! 그것도 직계다!

세준과 떨어진 곳에 따로 자리를 잡고 소시지가 구워지길 눈이 빠져라 기다리는 유렌을 발견하고는 확신했다.

돼지=데이몬가.

분홍 돼지=데이몬가의 직계.

황금탑에 사는 존재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정보였다.

핸슨은 당연히 유렌이 이곳의 총책임자라고 생각하고 유렌에게 다가가 예를 취하며 말했다.

하지만

"저 아닌데요?"

고개를 젓는 유렌.

"네?"

"저쪽이에요."

유렌이 핸슨에게 말하며 세준을 가리켜다

끄응.

얼굴을 찌푸리는 세준과 눈이 마주쳤다.

'어떡해?! 세준 님이 화났나 봐.'

"빨리 저쪽으로 가요!"

미움을 받을까 서둘러 핸슨을 세준 쪽으로 보내려는 유렌.

그러나

"아니. 식량을···."

핸슨은 어떻게든 식량을 사기 위해 버텼다.

"아니. 저쪽에 가서 세준 님이랑 얘기하라고!"

그렇게 유렌과 핸슨이 실랑이를 버리는 동안

"진짜 잘 생겼네. 기럭지도 길어."

거기다 미의 완성이라고 해야 하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완벽함이 있었다.

그렇게 다 가져야만 했냐?!

세준은 부러움과 짜증이 담긴 표정으로 핸슨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테오가 얼굴이 썩었다고 할 때 솔직히 납득할 수 없었는데 핸슨을 보니···

납득이 되네.

그래서 더 짜증이 났다.

툭툭.

"박 회장, 힘내라냥! 원래 치료의 1단계는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는 것이다냥! 이제 얼굴이 썩은 걸 인정했으니 박 회장의 썩은 얼굴을 차근차근 고쳐보자냥!"

그런 세준의 다리를 두드리며 위로하는 테오.

물론 테오의 위로는 전혀 통하지 않았고

"이게!"

"바 케장, 자모해따냥!"

세준에게 볼살을 잡히며 다시 한번 찹쌀떡 형을 당했다.

그렇게 세준이 테오의 볼살을 쭉쭉 늘리고 있을 때

"저기 유렌 님이 여기서 식량을 사라고···."

핸슨이 세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와 말을 하는 중

꼬르르륵.

핸슨의 배에서 소리가 났다.

"어? 배고프신가 보네요. 일단 이것 좀 드세요."

세준이 잘 구워진 소시지구이를 핸슨에게 내밀었다.

꿀꺽.

소시지구이를 보며 침을 삼키는 핸슨.

거절하고 싶었지만

"감사합니다!"

오늘 먹은 게 아무 것도 없던 핸슨은 소시지구이의 유혹을 거부할 수 없었다.

소시지구이를 허겁지겁 먹는 핸슨.

흐흐흐. 먹었군

푸후훗. 먹었다냥!

그런 핸슨을 보며 어느새 한마음이 된 세준과 테오가 조용히 웃고 있었다.

458화. 얼굴 안 썩은 노예가 도망가려고 한다냥!

458화. 얼굴 안 썩은 노예가 도망가려고 한다냥!

"휴우. 정말 잘 먹었습니다."

소시지구이 3개를 먹고 다음 소시지구이를 향해 손을 뻗던 핸슨이 더는 못 먹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을 내려놨다.

하지만

더 먹고 싶은데···

눈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리고

좀 더 먹지.

아쉽다냥.

그런 핸슨을 보는 세준과 테오의 눈에도 아쉬움이 가득했다. 많이 먹어야 노예 기간이 늘어나니까.

"저···."

핸슨이 말을 꺼내려 하자

척.

"푸후훗.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냥! 소시지구이 3개 값을 계산하라냥!"

"후훗. 그리고 우리는 외상 안 받아."

앞발을 내밀어 핸슨의 말을 막고 악당처럼 웃으며 외치는 테오와 뒤에서 팔짱을 낀 채 역시 악당처럼 웃으며 말하는 세준.

우리 자몽 농장의 일꾼이 되어라!

박 회장의 노예가 되어라냥!!

둘이 뜨거운 눈빛으로 핸슨을 바라봤다.

그러나

"그럼요. 음식이 당연히 공짜일 리 없죠. 얼맙니까?"

"냥?!"

"어?!"

둘의 예상과 다르게 핸슨은 돈주머니를 꺼내며 소시지값을 계산하려 했다.

핸슨은 밖에서 상단을 만나면 식량을 사기 위해 돈을 챙겨 나왔다.

밥을 먹고 순순히 밥값을 내다니냥?! 이러면 노예로 만들 수 없다냥!

수십만 명의 노예를 만든 경력 많은 노예사냥꾼 테오로서는 처음 겪는 상황.

박 회장, 어떡하냥?! 얼굴 안 썩은 노예가 도망가려고 한다냥! 어떻게 해보라냥!

테오가 다급하게 세준의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기며 세준을 바라봤다.

테 부회장, 걱정 마. 나만 믿어!

세준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서며 엄지를 들었다.

하지만

푸후훗. 박 회장, 알았다냥!

세준의 행동을 잘못 해석한 건지 힘차게 고게를 끄덕이는 테오.

"응? 뭘 알···."

세준이 물을 새도 없었다.

꾸욱.

테오가 언제 꺼낸 건지 앞발에 든 다섯 탑의 노예 인장으로 냅다 핸슨의 손등에 인장을 찍었고

"어?!"

핸슨의 손등에 테오의 발바닥 모양 노예 인장이 새겨졌다.

[노예 1명을 사냥했습니다.]

[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1 상승합니다.]

[노예 1명을 거느렸습니다.]

[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0.01 상승합니다.]

덕분에 새로운 노예가 생기며 테오와 세준은 스탯이 올랐고 핸슨은 세준 컴퍼니에 강제 입사했다.

***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비싸겠지?'

앞으로 나서는 세준을 보며 긴장한 핸슨.

지금 가진 돈이···

머릿속으로 가진 돈을 계산할 때

꾸욱.

테오가 자신의 손등에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다섯 탑의 노예 인장에 찍혔습니다.]

[검은 거탑의 대상인 테오 박에게 갚아야 할 500억 탑코인의 채무가 발생합니다.]

[500억 탑코인을 갚지 못하면 갚을 때까지 노예로 일해야 합니다.]

[소지하고 있는 3000탑코인을 강제로 차압당합니다.]

[이제 남은 빚은 499억 9999만 7000탑코인입니다.]

핸슨은 가진 돈이 사라짐과 동시에 엄청난 빚이 생겼다.

"푸후훗. 핸슨은 이제 빚 다 갚을 때까지 자몽 농장 노예다냥! 월급은···박 회장, 얼마 주냥?"

이게 뭐 하는 짓···

핸슨이 세준과 테오에게 따지려 할 때

"흠. 월급은 10만 탑코인에 식량은 매일 방울토마토 150개 정도면 되려나?"

월급은 다른 곳보다 많이 줬지만, 어차피 받는 족족 회수된다.

대신 황금탑의 엘프들이 좋아하는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많이 줬다.

뭐?! 방울토마토 150개?!

세준의 말을 들은 핸슨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요즘 배급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성인 엘프가 한 끼로 먹는 방울토마토 수는 5개.

방울토마토 150개면 성인 엘프 30명에게 배급할 수 있는 식량이다.

며칠만 버티면 방울토마토를 수확할 수 있으니까···

"저···세준 님, 방울토마토 한 달 치만 먼저 주실 수 있나요?"

핸슨은 식량이 급했기에 세준에게 방울토마토 한 달 치를 먼저 가불받고 싶다고 말했다. 간절한 눈빛을 보내며.

방울토마토 4500개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구하기 힘든 수량이다.

요즘 황금탑에 수백만 개의 방울토마토를 실은 황금 수레라는 게 마을에 들린다고 하지만···

'아마 헛소문일 거야.'

핸슨이 며칠 전 식량을 구하기 위해 밖을 돌아다니다 다른 마을의 엘프가 해준 말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황금탑에서 그 정도 양의 방울토마토를 팔 수 있는 곳은 데이몬가 뿐이었다.

"그래. 그럼 이따 끝나고 줄게."

"네! 그럼 저는 뭐부터 할까요?"

역시 데이몬가!

세준의 허락에 벌떡 일어나 할 일을 찾는 핸슨.

핸슨은 아직도 유렌이 실세고 세준과 테오는 실무 당당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주변에 떨어진 벼락 맞은 나무랑 벼락석을 여기로 옮겨줘."

"네."

세준의 지시를 받은 핸슨은 다른 일행들과 인사를 나누며 물건을 아공간 창고로 옮겼다.

몇 시간 후.

"핸슨, 수고했어. 잘 데는 있어?"

"네. 근데···정말 제가 다 챙겨가도 될까요?"

저녁까지 얻어먹은 핸슨이 말과는 다르게 남은 군고구마를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챙기며 물었다.

"그럼. 다 가져가."

챙겨가라고 많이 구운건데.

핸슨의 식량 사정이 나빠 보였기에 세준은 일부러 넉넉히 만들어 핸슨이 챙겨갈 수 있게 했다.

"그래. 그럼 내일 아침까지 오고. 이건 30일 치 방울토마토."

세준이 세준이 방울토마토 4500개가 든 박스를 핸슨에게 건넸고

"세준 님, 감사합니다!"

함께 일하며 실세가 세준이라는 걸 깨달은 핸슨이 세준에게 인사를 하고는 조심하면서도 빠르게 마을로 돌아갔다.

***

황금탑 35층.

데이몬가 상단 지부.

"유렌이 알았다고?"

눈을 감고 조용히 부하의 보고를 듣던 마긴이 눈을 뜨며 물었다.

"네. 죄송합니다."

"괜찮아. 유렌, 그 호구가 알아봤자지. 혹시라도 따지러 오면 사기 한 번 더 치고 좋지. 그것보다 시킨 일은?"

"마지막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좋아. 조금만 있으면 35층 엘프들은 굶어 죽겠군."

이것들은 다 너희가 자초한 일이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상상하며 비릿하게 웃는 마긴.

과거 '크룬'이라는 세상이 망하면서 같이 탑에 들어온 엘프족과 돼지족.

크룬이라는 세상에서 두 종족은 같이 살았지만, 두 종족의 대우는 완전히 달랐다.

신들은 완벽한 미를 가진 엘프족만 이뻐했다. 추하고, 뚱뚱하고, 똥을 싸는 돼지족은 혐오했다.

그렇게 항상 천대받던 돼지족.

그러나 탑에 들어오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엘프들에게 우호적인 신들은 사라졌고 돼지들은 벼락이 치는 곳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었지만, 엘프들은 그럴 수 없었다.

덕분에 돼지족들은 상단을 만들어, 벼락을 피해 동굴에 마을을 만든 엘프들을 찾아가

필요한 것을 비싸게 팔고 남는 것을 싸게 사며 거대한 부를 축적했다.

거기다 똥으로 퇴비를 만들어 지력을 보충할 수 있는 돼지족과는 달리, 엘프들은 퇴비도 없이 동굴 안에서 계속 농작물을 심었고

땅의 지력이 점점 줄어들며 생산량이 크게 낮아졌다.

그렇게 엘프족과 돼지족 간의 격차가 커지자

"그동안 엘프들에게 당한 것을 복수하자!"

돼지족 중 자신들을 무시했던 엘프들을 멸종시켜야 한다는 극단주의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긴 데이몬은 엘프 멸종을 주장하는 극단주의 단체 엘프킬러의 수장이었다.

"좋아. 작업을 하는 곳으로 안내해라."

"네!"

엘프들을 멸종시킬 마지막 작업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마긴이 부하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했다.

그리고 그들이 향한 곳은 밀짚모자를 뒤집어 놓은 것 같은 거대한 분지였다.

***

다음 날 아침.

"뀻뀻뀻. 세준 님, 작업이 끝났어요! 마법진 활성화할게요! 시동!"

어제부터 자몽 농장에 주변에 벼락을 막을 대형 방뢰 마법진을 구축한 이오나가 마법진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우웅.

자몽 농장 상공 500m 지점에 투명한 정사각형 벽이 만들어지며

콰과광!

하늘에서 떨어지는 벼락들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이오나, 수고했어."

"뀻뀻뀻. 네!"

"그럼 아침 먹고 웨이포인트부터 가자. 얘들아!"

어제 수상한 곳은 찾지 못하고 웨이포인트만 찾았기에 일단 웨이포인트 등록부터 하기로 했다.

어제 핸슨에게 뭔가 특별한 장소가 있는지 물어봤지만, 핸슨은 벼락 때문에 마을을 멀리 벗어난 적이 없어서 아는 게 없었다.

"푸후훗. 박 회장, 빨리 생선구이 구워달라냥!"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꾸엥이가 아침 준비 도와준다요!]

히힛.낑!

[히힛. 밥 줘!]

세준의 부름에 일행들이 세준의 주변에 몰려들었다.

잠시 후.

세준이 일행들과 아침을 맛있게 먹고 있을 때

"세준 님, 안녕하십니까."

핸슨이 출근했다.

"응? 뒤에는 누구야?"

"나중에 자몽 농장을 저 혼자 관리하기에는 일손이 부족할 것 같아서···."

20명의 엘프들을 데리고.

모두 자신이 노예가 되더라도 가족들을 굶지 않게 하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온 엘프들.

후훗. 회장이 훌륭하니, 알아서 잘생긴 직원들이 모이는군.

세준이 그들을 보며 혼자 흐뭇해했다.

그사이

"푸후훗."

꾸욱.

테오는 엘프들에게 도장을 찍어 세준과 자신의 스탯을 올렸다.

"아침 안 먹었으면 와서 좀 먹어."

"괜찮···."

세준이 권하는 음식을 핸슨이 거절하려 할 때

꼬르르륵.

"죄···죄송합니다!"

뒤에 있던 엘프의 배속에서 소리가 났다.

엘프들은 아침으로 방울토마토 5개를 먹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참 부족했다.

"많이 먹어. 배가 차야지 열심히 일하지."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엘프들이 세준이 주는 옥수수를 하나씩 받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그럼 농장 잘 관리해 줘."

"네. 맡겨주십시오!"

그렇게 엘프들에게 농장을 맡기고 일행들과 웨이포인트로 이동한 세준.

"웬놈이냐?! 어?! 넌 유렌?!"

황금탑 35층의 보스이자 유렌의 블랙리스트 3번째에 오른 붉은 돼지 넬리가 유렌을 발견하고는 당황했다.

참고로 넬리가 유렌에게 빌린 돈은 10조 탑코인이었다.

"유렌, 오랜만이야. 근데 여기 황금탑에 오신 거 가주님도 아시나?"

유렌을 보고 잠시 당황했던 넬리는 유렌의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하고는 능글맞게 웃으며 물었다.

"아니···모르시는데···."

역시나 몰래 온 게 맞았는지 작아지는 유렌의 목소리.

"그럴 줄 알았어. 유렌, 친구 좋다는 게 뭐야. 네가 황금탑에 온 건 비밀로 해줄게. 근데 내가 요즘 사고 싶은 게 있는데 돈이 부족해서···."

넬리는 유렌을 위하는 척 돈을 빌려달라고 말했다.

물론 돈을 받자마자, 마긴에게 달려가 유렌이 황금탑에 복귀한 걸 보고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래? 근데 나도 돈 없어."

지금까지 넬리의 예상을 벗어난 적이 없었던 유렌이 다른 대답을 했다.

"뭐?"

"그리고 우리 아빠한테 내가 돌아왔다는 소식이 전해질 일은 없어. 왜냐하면 넬리, 넌 노예가 될 테니까."

에전의 킹호구 유렌이 아니었다.

"뭐라고?! 감히 네까짓 게 날 노예로 만들겠다고?! 이게 지금까지 직계라 봐줬더니! 뜨거운 맛을 보여주마!"

쿠구궁.

화르르륵.

분노한 넬리가 몸집을 키우며 뜨거운 화염에 휩싸일 때

"나라고는 안 했는데···테오 님, 부탁드려요. 5대5 아시죠?"

"푸후훗. 걱정 말라냥!"

유렌과 얘기를 하며 몸을 푸는 테오.

그때

꾸엥!!!

퍽!

꾸익!!

거대화한 넬리를 벼락봉으로 후려치는 거대 꾸엥이.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꾸엥이가 큰형아 도와줬으니까 100탑코인 준다요!]

넬리를 기절시킨 꾸엥이가 해맑게 웃으며 테오에게 앞발바닥을 내밀었다.

"푸후훗. 좋다냥!"

좋은 거래다냥!

꾸엥이에게 100탑코인을 준 테오.

꾸헤헤.꾸엥!

[헤헤헤. 꾸엥이 100탑코인 벌었다요!]

꾸엥이가 테오에게 받은 돈을 용돈 주머니에 넣으며 기뻐할 때

푸후훗. 이제 5조 탑코인을 받아 박 회장에게 칭찬받는 거다냥!

꾹.

테오가 노예계약서에 넬리의 발도장을 찍으며 음흉하게 웃었다.

459화. 히힛. 집사야 내가 너 비웃은 애 혼내줬다.

459화. 히힛. 집사야 내가 너 비웃은 애 혼내줬다.

[황금탑 35층 웨이포인트가 저장됐습니다.]

세준이 웨이포인트를 등록하는 사이

"푸후훗. 빨리 유렌에게 빌려 간 돈 내놓으라냥!"

"우헤헤. 내놔! 임마!"

테오와 유렌은 기절한 채 밧줄에 묶인 넬리의 품을 뒤졌다.

그러나

땡그랑.

"뭐냥?! 완전 거지다냥!"

넬리의 품에서 나온 건 고작 900탑코인이 다였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이제 꾸엥이 3300탑코인 모았다요!]

꾸엥이가 모은 용돈보다 적었다.

"이럴 리가 없다냥! 내 돈 내놓으라냥!"

꾹.

그래서 넬리에게 다섯 탑의 노예 인장을 찍어 돈을 수거하려 했지만

[넬리 홍에게 다섯 탑의 노예 인장을 찍었습니다.]

[넬리 홍에게 500억 탑코인의 강제 채무가 발생합니다.]

[500억 탑코인을 받기 위한 강제 집행을 시작합니다.]

[넬리 홍이 가진 현금성 재산은 0탑코인 입니다.]

[넬리 홍은 이미 노예이기에 기존 채무에 500억 탑코인을 추가합니다.]

[넬리 홍의 남은 채무 : 10조 499억 9999만 9100 탑코인]

넬리는 정말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개털이었다.

"뭐냥?!"

"마긴에게 준 것 같아요."

"그런 것이냥?!"

"네. 차라리 잘 됐어요. 에비스, 마다프가 가져간 돈도 아마 마긴에게 있을 거예요."

"그럼 이 녀석을 깨워서 마긴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자냥!"

"근데···테오 님 제가 깨워도 되나요?"

"푸후훗. 1대당 1억 탑코인이다냥!"

유렌이 말하는 의미를 눈치챈 테오가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네! 여기 500억 탑코인이요! 야! 일어나!"

퍼버벅!

유렌은 테오에게 돈을 주자마자 넬리를 패기 시작했다.

잠시 후.

"헉.헉.헉. 넬리, 마긴 어디 있어?

유렌이 숨을 헐떡이며 묻자

"마긴 님의 위치는 왜 묻지?"

유렌에게 500대나 맞은 넬리가 태연한 목소리로 물었다.

지방과 지방의 충돌이었기에 열심히 때린 유렌만 지쳤다.

"나한테 돈 빌려 가라고 시킨 게 마긴이니까. 너랑 에비스, 마다프가 나한테 빌려 간 돈들 전부 마긴한테 있잖아."

"···마긴 님이? 무슨 소린지 전혀 모르겠군."

"말하라냥! 마긴, 어디 있냥?!"

옆에서 듣고 있던 테오가 넬리의 멱살을 잡으며 물었다.

박 회장 쿨타임이 돌아왔다냥! 빨리 칭찬받고 싶다냥!

항상 세준의 상태를 파악하고 있는 테오.

잘한 일도 너무 자주 하면 세준의 칭찬이 약해진다는 걸 깨닫고 적절한 시간이 될 때마다 세준이 좋아하는 걸 가져다줬다.

좋아하는 걸 받고 뜨거워진 박 회장이 다시 차가워지기까지의 시간.

푸후훗. 그것이 박 회장 쿨타임이다냥!

그렇게 세준의 칭찬을 받기 위한 공물이 시급한 테오.

하지만

"흥!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군."

"하악! 말하라냥!"

넬리는 테오의 재촉에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때

"후훗. 내가 나설 때인가?"

뒤에서 지켜보던 세준이 거만하게 말하며 앞으로 나서자

"모두들 물러나라냥! 위대한 박 회장이 뭔가를 보여주려고 한다냥!"

테오가 호들갑을 떨었고, 덕분에 모두의 시선이 세준에게 집중됐다.

'부담스러운데.'

잘 되겠지?

세준이 생각한 건 음식으로 회유하기.

넬리도 유렌과 같은 돼지니 먹을 거에 환장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지만···

"푸흡. 뭐 하는 거냐? 설마 날 음식으로 회유해서 대답을 들으려 한 거냐?"

넬리의 비웃음만 샀다.

"에잇. 밥이나 먹자."

"생선구이를 달라냥!"

"뀻뀻뀻. 잘 먹을게요."

꾸헤헤헤.

삐욧!

"우헤헤.'

그렇게 이른 점심을 먹게 된 세준과 일행들.

그사이

낑?!낑!

[감히 내 집사를 비웃어?! 얘들아, 준비해!]

"네!"

끼룩!

세준을 비웃은 것에 분노한 까망이가 넬리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

툭.

하찮은 박치기를 하고는

털썩.

까망이, 엄돌이, 꼬미가 단체로 잠들었다.

"푸흡. 이것들은 또 뭐냐?"

넬리가 까망이와 부하들을 비웃을 때

"어?"

넬리의 시선이 까맣게 변하며 의식을 잃었다.

***

넬리의 정신세계 안.

"여기가 어디지?"

넬리가 주변을 두리번거릴 때

쿵!

"으악!"

"크르릉. 감히 네가 내 집사를 비웃어?!"

거대한 늑대가 나타나 넬리를 앞발로 짓누르며 나타났다.

그리고

쿵!

쿵!

"감히 세준 님을 비웃어?!"

"감히 세준 님을!!!"

이어서 나타나는 거대한 바위 인간과 거미.

늑대보다는 작았지만, 그래도 거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이게 뭐야?!'

이런 공포는 처음이었다. 죽음도 두렵지 않았지만, 이건 죽음에 대한 두려움조차 아득히 벗어난 공포였다.

세상에서 자신이 완전히 지워질 것 같았다.

"사···살려주십시오!"

겁에 질린 넬리가 외쳤지만

"크르릉. 늦었다. 내 집사는 이미 마음의 상처를 받았어!"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키이익. 그래. 우리 세준 님 아까 상처받은 얼굴 못 봤어?!"

셋은 이미 분노한 상태.

"끄아악!"

과거 멸망의 사도 출신인 까망이, 엄돌이, 꼬미가 넬리에게 지옥을 보여줬다.

***

[대지의 배꼽에 입장했습니다.]

"도착했군."

마긴이 메시지를 읽으며 부하를 따라 분지 안으로 들어가자 분지의 중심에 놓인 거대한 둥근 돌이 보였다.

"이제 거의 다 됐군."

면적의 90% 이상이 검붉은색으로 변한 돌을 보며 마긴이 말했다.

"마긴 님, 근데 진짜 괜찮을까요?"

마긴과 함께 온 에비스가 두려운 목소리로 물었다.

"걱정 마라. 아무리 멸망의 사도라도 황금탑 안에서는 제힘을 낼 수 없으니까."

1년 전 우연히 만난 멸망의 사도 8좌 부패의 악마 딜리아의 파편.

-너에게서 좋은 냄새가 나는구나. 내가 너를 도와주겠다.

딜리아의 파편은 마긴의 타락한 영혼을 발견하고는 호의를 보이며 동맹을 제안했고

"좋다."

마긴은 받아들였다.

엘프를 멸종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한 마긴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물론 자신이 상황을 잘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렇게 딜리아와 동맹을 맺은 마긴은 딜리아를 대지의 배꼽으로 데려와 대지의 기운이 가득한 돌을 파괴하게 했다.

돌에서 강한 대지의 기운이 땅으로 흘러 들어가는 걸 확인했기에 마긴은 이 돌만 파괴하면 탑 35층의 지력이 크게 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척.

마긴이 돌 근처에 도착하자, 돌을 중심으로 반경 100m에 그려진 방뢰 마법진이 보였고

마법진 안에서 돌을 향해 붉은 기운을 보내고 있는 딜리아의 파편들도 보였다.

"지금 파편이 몇이나 있는 거지?"

"삼천입니다."

"많기는 하군."

생각 이상으로 파편들이 많아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걱정은 없었다.

멸망의 사도 파편들은 벼락을 감당할 수 없으니까.

"딜리아, 얼마나 남았지?"

마긴이 돌을 둘러싸고 있는 딜리아의 파편 중 하나에게 묻자

-크크큭. 오늘 밤이면 끝날 거다.

딜리아의 파편들이 동시에 대답하며 비릿하게 웃었다.

뭐지?

마긴은 그들의 웃음에서 불길함을 느꼈지만

콰과광!

벼락이 있으니까.

벼락이 있는 한 저들은 방뢰 마법진 밖으로 나올 수 없다.

마긴은 벼락을 믿으며 자신을 안도시켰다.

***

"푸후훗. 오늘도 박 회장의 생선구이는 훌륭했다냥! 역시 박 회장은 생선구이를 잘 굽는다냥!"

세준이 구운 생선구이를 맛있게 먹은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 누운 채 배를 두드리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고

꾸헤헤헤.꾸앵!꾸엥!

[헤헤헤. 아빠는 핫케이크도 잘 굽는다요! 아빠, 꾸엥이 돈 많으니까 갖고 싶은 거 있으면 다 말한다요!]

핫케이크를 꿀에 찍어 먹고 흥이 난 꾸엥이가 자신의 용돈 주머니를 열어 3300탑코인을 꺼내며 호기롭게 말했다.

오늘 평생 가장 많이 모았던 용돈인 3200탑코인을 넘어 3300탑코인을 찍은 꾸엥이.

충분히 호기로울 만했다.

"응. 알았어. 나중에 갖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할게."

그렇게 즐거운 대화가 오가던 중

"헉! 맞습니다! 마긴 그 새끼가 다 시켰습니다! 유렌한테 돈을 빌려서 가져오라고 했어요! 흑흑. 비웃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갑자기 넬리가 꽥꽥 소리를 질러대며 혼자 자백을 하더니 울면서 사과를 했다.

"뭐지?"

"역시 박 회장이다냥! 아까 음식 유혹이 통한 거다냥! 대단하다냥!"

테오가 세준을 찬양하기 시작했다.

"그···그런 건가?"

어리둥절해하는 세준.

"푸후훗. 마긴은 어디 있냥?!"

"마긴은 대지의 배꼽이라는 곳에···."

테오가 넬리에게 마긴의 위치를 알아낼 때

낑!

[집사야! 군고구마 말랭이 10개 줘!]

오늘은 열심히 일했으니 당당히 10개를 요구해도 돼!

어느새 일어난 까망이가 세준을 불렀다.

"응."

어차피 다 안 먹고 비밀창고에 저장하는 걸 알기에 세준은 까망이에게 군고구마 말랭이 10개를 줬다.

짭.짭.짭.

히힛. 집사야 내가 너 비웃은 애 혼내줬다.

까망이가 씨익 웃으며 군고구마 말랭이를 맛있게 먹었다.

잠시 후.

"대지의 배꼽이라는 곳에 마긴이 있다고?"

"푸후훗. 그렇다냥! 넬리가 안내할 거다냥!"

"그래. 그럼 바로 가자."

"출발이다냥!"

세준과 일행들은 넬리의 안내를 받아 마긴이 있는 대지의 배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무서워.'

넬리는 세준의 슬링백 안에서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눈을 부릅뜨고 있는 까망이를 보며 두려움에 떨었다.

하지만

자면 안 돼! 누가 또 집사 비웃으면 혼내줘야 해!

잠을 이겨내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있는 까망이였다.

그렇게 3시간 정도를 이동한 세준과 일행들.

[대지의 배꼽에 입장했습니다.]

마긴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때

[서쪽 5km 떨어진 지점에서 멸망의 사도 8좌 부패의 악마 딜리아의 힘이 다수 탐색됐습니다.]

세준의 앞에 나타나는 메시지.

"부패의 악마, 딜리아?"

딜리아면···

"얼굴은 썩었지만, 발효 스킬을 준 좋은 녀석?"

얼굴이 못생겼다는 의미가 아니라 진짜 썩었다.

세준의 딜리아에 대한 첫인상은 나름 좋았다.

그래서 좋은 첫인상을 유지하기 위해 멀리서 얼굴은 보지 않고 처치하기로 했다.

서쪽 5km면···

"얘들아, 저길 공격해!"

세준이 분지 중앙의 거대한 검붉은색 돌을 공격하게 했다.

"푸후훗. 알겠다냥! 테꾸박 만보 유성족장이다냥!"

"뀻뀻뀻. 네! 중력의 힘이여. 하늘을 떠다니는 돌을 적에게 떨어트려라. 메테오."

꾸엥!꾸엥!

[알겠다요! 꾸엥만보권이다요!]

콰과광!

테오, 이오나, 꾸엥이의 공격이 돌과 그 주변에 몰아쳤다.

하지만

'뭐지?'

아무런 메시지도 나타나지 않았다.

"뭐냥?"

"뀻뀻뀻. 뭔가 이상해요."

꾸엥?

[다시 공격한다요?]

셋도 심상치 않음을 느끼며 다시 공격을 준비했다.

그때

-이놈들! 감히 나 멸망의 사도 8좌 부패의 악마 딜리아 님을 공격하다니!

깊은 분지보다 두 배의 신장을 가진 거대한 악마가 나타났다.

[멸망의 사도 8좌, 부패의 악마 딜리아]

거대한 한 쌍의 검은 날개에, 전신을 가리는 답답한 검은색 롱드레스를 입고, 썩은 피부가 너덜거리는 얼굴을 가진 딜리아의 본체.

왜 여기에 본체가···?

"얘들아, 이거 받아!"

세준이 딜리아가 봉인을 풀기 전에 서둘러 초월의 검은콩과 4개의 콩이 담긴 콩 세트를 일행들에게 나눠주고

꿀꺽.

[초월의 검은콩(+2)을 섭취했습니다.]

···

..

.

자신도 먹었다.

그리고

철컹.

"얘들아, 나와!"

키키!

키키!

아공간 창고를 열어 멸망포식자들을 나오게 했다.

동시에 아공간에 갇혀 있던 밀도 높은 창조의 기운이 창고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때

-케케케! 다 썩어버려라! 봉인 해제!

딜리아의 등에서 네 쌍의 날개가 자라나며 대지와 대기가 딜리아의 기운에 빠르게 오염되며 검붉게 변해갔다.

한 번에 봉인을 4단계까지 다 풀어버린 것.

치이익.

어느새 세준이 있는 곳까지 퍼진 부패의 기운에 푸른색 창조의 기운이 타들어 갈 때

[용맹의 신 베브가 '박세준, 널 믿고 있었다고!'라고 외쳐며 기뻐합니다.]

[용맹의 신 베브가 당신의 용맹한 업적을 인정합니다.]

···?

세준이 의도치 않게 또 베브에게 용맹을 인정받았다.

460화. 히힛. 위대한 까망이 님이 이 전투를 끝내주겠다!

460화. 히힛. 위대한 까망이 님이 이 전투를 끝내주겠다!

전투 상점 본부.

"에휴."

말하고 싶은데 못 하니까 너무 답답하네.

며칠 간의 경험으로 괜히 세준에게 말을 걸어봤자 차단당한다는 걸 깨달은 용맹의 신 베브가 답답함에 한숨을 내쉴 때

"믿투박!!!"

"믿투박!!!"

벽 너머로 들려오는 비전투신들의 목소리.

그들은 오늘도 '믿투박'이라는 이상한 단어를 외치고 있었다.

베브는 순간 짜증이 일었지만

'아니야. 쟤네들도 조용히 외치면 얼마나 답답할 거야? 좀 참아주지.'

베브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관대하게 넘어가 주려 했지만

"야! 조용히 안 해?! 꾸엥이 박! 대답 좀 해줘!"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폭풍의 신 썬더가 꾸엥이에게 다섯 번째 차단을 당하고 그 화를 벽 너머의 비전투신들에게 풀었다.

"믿투박···."

"믿투박···."

그로 인해 겁을 먹고 작아진 비전투신들의 목소리.

"썬더, 그렇게 화를 낸다고 차단이 풀리는 게 아니다. 내가 특별히 너에게만 차단당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지."

베브는 자신도 세준에게 차단당하고 비전투신들에게 화풀이를 한 적이 있으면서 썬더를 꾸짖었다.

"베브 님! 정말 그런 게 있습니까?!"

전투 상점 본부의 5대 간부 중 하나인 베브의 말에 솔깃한 썬더가 다급히 물었다.

"그렇다. 하지만 목이 마르군."

"베브 님, 술집으로 가서 시원한 맥주 한 잔 드시죠! 제가 사겠습니다!"

"크흠. 그럴까?"

그렇게 술집으로 간 둘.

"크으. 시원하군. 간단하다. 말을 걸지 않으면 차단도 당하지 않지."

거대한 얼음 잔에 가득 담긴 맥주를 시원하게 원샷한 베브가 입을 열었다.

"네?! 그럼 너무 답답하지 않습니까?!"

"썬더, 어리석은 전사여. 전사라면 인내할 줄도 알아야 하는 법. 기다리다 보면 때가 온다."

"그래서 베브 님은 때가 왔습니까?"

썬더가 불신의 눈으로 베브를 보며 물었다.

그리고

"크흠. 아직 기다리는 중···."

베브가 민망한 목소리로 대답할 때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이 범접할 수 없는 적과 대치 중입니다.]

베브의 앞에 나타나는 메시지.

응?!

베브는 서둘러 세준의 적을 확인했고

'박세준, 이 녀석!!! 멸망의 사도 8좌 부패의 악마 딜리아랑 싸우는 거냐?!'

세준이 싸우는 상대를 보고 경악했다.

박 세준, 넌 다 계획이 있었구나! 날 깜짝 놀라게 하려고 일부러 차단했던 거야. 기특한 녀석!

혼자 착각에 빠진 채 흐뭇한 표정을 짓는 베브.

"하하하! 박세준! 믿고 있었다고! 역시 아주 용맹해! 박세준, 너의 용맹을 인정한다!"

세준의 용맹을 공식적으로 인정해 줬다.

"봤지? 이렇게 기다리면 때가 온다. 한 잔 더 먹어도 되지?"

베브가 썬더에게 으스대며 맥주 한 잔을 더 시켰다.

***

황금탑 35층.

치이익.

창조의 기운이 딜리아가 뿜어내는 부패의 기운에 타들어 가며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거의 1cm 두께밖에 남지 않은 창조의 기운.

"뀻. 차원의 힘이여. 마력의 힘이여! 나의 명에 따라 모든 걸 차단하라! 디멘션 실드!"

이오나가 시간을 끌기 위해 딜리아를 디멘션 실드로 봉인했다.

그러나

"뀻?!"

쩌저적.

딜리아의 가공할 힘을 버티기에는 역부족. 디멘션 실드에 금이 가고 있었다.

"박 회장이 위험하다냥! 박 회장은 박 회장의 충성스러운 오른팔 나 테 부회장이 보호한다냥!"

파앗.

테오가 서둘러 왼 앞발에는 돈주머니를 들고 오른 앞발로는 기운 흘리기와 기운 흡입기를 사용할 준비를 하며 세준의 앞을 막아섰고

꾸엥!

[아빠의 왼팔인 꾸엥이도 아빠를 보호한다요!]

쿠구궁.

꾸엥이는 의 고요함 상태를 풀며 하늘로 올라가 벼락봉에 벼락을 최대한 충전하며 세준에게 향하는 멸망의 힘을 공격할 준비를 했다.

그렇게 둘이 세준을 보호할 준비를 하느라 정작 보호 대상인 세준을 못 보고 있을 때

[용맹의 신 베브에게 용맹을 3번 인정받았습니다.]

[용맹의 심장을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스킬 : 용맹한 함성(Master)에 대한 내용이 개방됩니다.]

[용맹의 심장이 당신의 심장에 흡수됩니다.]

세준의 품에 있던 용맹의 심장이 붉게 변하며 세준의 가슴에 강제로 흡수됐다.

쨍그랑.

그사이 딜리아를 가둬두고 있던 디멘션 실드가 허무하게 깨지며 디멘션 실드에 갖혀있던 딜리아의 기운이 파도처럼 창조의 기운을 삼켜버렸고

"온다냥!"

꾸엥!

세준과 일행들이 있는 곳을 잠식했다.

"냐앙!!!"

큰일이다냥! 기운이 너무 크다냥!

꾸엥!!!

큰일이다요! 이러다 아빠 죽는다요!

둘이 예상했던 것보다 4단계 봉인을 푼 멸망의 사도 딜리아의 힘은 거대했다.

하지만

"후훗. 얘들아, 걱정 마."

둘의 걱정과 달리 뒤에서 들려오는 세준의 평온한 목소리.

용맹한 자는 적의 기운에 굴하지 않습니다.

적과의 격차가 커질수록 저항력이 상승합니다.(최대 1000%)

가 발동하며 세준의 저항력이 상승한 것.

물론 세준의 저항력은 최대치인 1000% 상승했다.

덕분에 테오 혼자 세준을 보호하는 것만으로 충분했고

"얘들아, 공격!"

세준은 스킬 : 용맹한 함성을 사용하며 일행들에게 공격을 지시했다.

[스킬 : 용맹한 함성]은 함성을 질러 동료들의 능력을 최대 100% 상승시키는 버프 스킬.

그러나

[스킬 : 용맹한 함성을 사용합니다.]

[함성이 용맹하지 않습니다.]

[2분 동안 동료들의 능력이 10% 상승합니다.]

용맹한 함성이 아니면 효과가 떨어졌다.

함성을 판정해서 버프를 준다는 건 몰랐네.

세준은 10분 후에 다시 사용하기로 하고

"메테오 샤워!"

수십 개의 운석을 떨어트리는 이오나와

꾸엥!

[신기술 꾸엥천뢰다요!]

벼락봉에 충전한 뇌전의 힘으로 1000줄기 낙뢰를 떨어트리는 꾸엥이가 원거리로 딜리아의 본체를 공격하는 동안

[너는 밭이다 Lv. 6가 발동합니다.]

[멸망의 사도 7좌 산을 부수는 바위 쿠루거의 몸에 멸망포식자 씨앗을 심었습니다.]

···

..

.

아공간 창고로 들어가 열심히 멸망포식자를 심었다.

딜리아가 퍼트리는 부패의 기운 때문에 접근할 수가 없으니 주변을 포위하고

멸망폭식자로 멸망의 힘을 잘근잘근 흡수하며 창조의 기운으로 부패의 기운을 제거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10분마다 용맹한 함성을 사용하며 씨앗을 심은 지 5시간.

꼬르르륵.

꾸엥이의 배에서 소리가 났다.

밥 먹고 할까?

-케케케. 이놈들 전부 썩어버려라!

이상하게 딜리아는 제자리에서 가만히 부패의 기운만 퍼트리면서 협박만 했기에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괜찮겠군.

"애들아, 밥 먹고 하자!"

세준이 서둘러 밥을 차리기 시작했다.

***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멸망의 사도 8좌 부패의 악마 딜리아가 한탄하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생각에 잠겼다.

멍청한 마긴은 단순히 이 돌을 부수면 황금탑 35층의 대지가 죽는다고 생각했지만, 대지의 배꼽은 모든 탑의 대지와 연결된 곳이었다.

그래서 딜리아는 대지의 신 패트릭을 소멸시키고 모든 탑의 대지를 부패시킬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신의 파편을 하나씩 이곳으로 보내며 결국 본체를 전부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는데···

세준과 일행들이 나타나며 모든 게 어그러졌다.

갑작스러운 테오, 꾸엥이, 이오나의 공격에 방뢰 마법진이 파괴되며 서둘러 파편들을 하나로 합쳐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딜리아.

덕분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벼락을 고스란히 맞아야 했고

거기다 패트릭은 갑자기 멸망의 힘을 태우는 불꽃으로 자신을 괴롭히며 위와 아래, 안과 밖 모두와 싸우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이 악독한 놈들!'

다 너희 때문이야!

딜리아가 감히 자신의 앞에서 며칠째 태연히 밥을 먹는 세준과 일행들을 보며 분노했다.

그러나

-이놈들 썩어버려라!

패트릭의 불꽃 때문에 움직일 수 없기에 분노만 했다

***

후루룩.

아침을 먹고 후식으로 모닝커피를 마시는 세준.

-이놈들 썩어버려라!

"벌써 딜리아와 싸운 지 10일이나 지났네."

푸른색 창조의 기운에 포위된 딜리아의 외침을 들으며 입을 열었다.

어느새 딜리아와의 거리는 5km에서 1km로 가까워져 있었다.

배고프면 밥 먹고, 싸우고, 그러다 졸리면 자고, 일어나서 다시 싸우고, 밥 먹고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열흘이 지났다.

상대는 못 먹고, 못 자는데 자기들만 먹고 자면서 멀리서 공격만 하니 딜리아가 악독한 놈들이라고 할 만했다.

그때

[망각의 저주에 걸린 위대한 용 1천이 황금빛 삼양주를 마시고 저주가 풀렸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성장의 비약 3방울을 획득했습니다.]

세준의 앞에 나타나는 메시지.

"흐흐흐. 에일린이 잘 팔고 있구나."

세준의 걱정과 달리 황금빛 삼양주 한 잔을 500억 탑코인에 판 이후 삼양주는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있었다.

이게 벌써 5번째 퀘스트 완료 메시지였다.

메시지를 확인한 세준.

"근데 성장의 비약 진짜 많이 모았네."

세준이 성장의 비약 수백 방울이 모인 유리병을 보며 말했다.

최근 멸망포식자를 대량으로 심으며 씨앗 100만 개를 심을 때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성장의 비약 5방울을 받은 덕분.

"그럼 오늘도 싸워볼까!!!"

세준이 스킬 용맹한 함성을 사용하며 외치자

[스킬 : 용맹한 함성을 사용합니다.]

[조금 부족한 용맹한 함성입니다.]

[2분 동안 동료들의 능력이 80% 상승합니다.]

발동하는 스킬.

그동안의 많은 시도로 용맹한 함성의 기준이 높은 데시벨이라는 걸 깨달은 세준.

그러나

나 고음이 안 된다고···

80%가 세준의 한계였다.

그렇게 세준의 함성이 퍼지자

"좋다냥!"

힘차게 대답한 테오는 평소처럼 계속 세준의 무릎에서 기운을 흘리며 남은 기운을 흡수했고

꾸엥!

"뀻!"

꾸엥이, 이오나는 열심히 딜리아를 공격했다.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없는 일행들은 주변에 떨어진 벼락 맞은 나무와 벼락석을 주웠고

끼히힛.낑!

[히힛. 얘들아, 힘내! 빨리 딜리아를 내 부하 3호로 만들어 줘!]

딜리아를 부하로 만들 생각에 신이 난 까망이도 열심히 멸망포식자들을 지휘했다. 물론 말뿐이었지만.

딜리아가 뿜어내는 부패의 기운 때문에 박치기가 불가능했다.

그렇게 각자가 자신의 일을 하는 사이

[너는 밭이다 Lv. 7가 발동합니다.]

···

..

.

세준도 아공간 창고에 들어가 열심히 멸망포식자 씨앗을 심었다.

그동안 열심히 스킬을 사용한 덕분에 너는 밭이다 스킬의 레벨이 올랐다.

그때

[재앙파수꾼 멸망포식자의 개체수 1억을 달성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신품종 멸망개척자 씨앗을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내용이 갱신됩니다.]

[퀘스트 : 멸망개척자 씨앗을 100개 심으십시오.]

보상 : 멸망개척자 씨앗을 100개 심을 때마다 성장의 비약 1방울 지급

퀘스트 완료 메시지와 함께 기존에 멸망포식자 씨앗 100만 개를 심는 퀘스트의 내용이 갱신됐다.

[멸망개척자 씨앗]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의 마력의 방울토마토가 약품의 영향으로···

멸망포식자보다 멸망의 힘을 더 증오합니다.

직접 멸망의 힘을 포식할 수는 없지만, 멸망포식자의 씨앗을 심어 직접 멸망을 개척합니다.

약간의 전투가 가능합니다.

멸망개척자 씨앗은 심을 수 없습니다.

등급 : D

"오."

직접 멸망포식자 씨앗을 심는다고?

세준이 궁금증에 바로 씨앗을 심었다.

[너는 밭이다 Lv. 7가 발동합니다.]

[멸망의 사도 7좌 산을 부수는 바위 쿠루거의 몸에 멸망개척자 씨앗을 심었습니다.]

···

..

.

그러자

뿌드득.

캬캬!

멸망포식자와는 다른 소리를 내며 멸망개척자가 빠르게 자라났다. 멸망포식자들보다 덩치는 1.2배 정도 더 컸다.

캬캬!

퉤퉤퉷!

멸망개척자는 멸망포식자들 주변을 돌아다니며 씨앗을 수거하더니

푹.

멸망포식자 씨앗을 가지로 집어 땅에 심기 시작했다.

5일 후.

캬캬!

멸망포식자 씨앗을 심는 세준의 주변으로 멸망개척자 50마리가 열심히 멸망포식자 씨앗을 심고 있었다.

"흐흐흐. 든든하네."

그런 멸망개척자들을 보며 세준이 흐뭇한 미소를 지을 때

끼히힛.낑!

[히힛. 드디어 위대한 까망이 님이 나설 때가 됐다! 돌격!]

"위대한 까망이 님이 돌격하라신다!"

끼룩!

키키!

키키!

딜리아와 박치기를 할 수 있는 거리가 되자, 까망이가 멸망포식자를 타고 돌격했다.

끼히힛.낑!

[히힛. 위대한 까망이 님이 이 전투를 끝내주겠다!]

정화되지 않은 부패의 기운 10cm를 남겨두고 딜리아를 향해 몸을 날리는 까망이.

푹.

딜리아에게 박치기를 하며

끼로롱.

엄로롱.

끼루룽

부하들과 잠에 빠졌다.

461화. S급 탑농부가 되다.

461화. S급 탑농부가 되다.

딜리아의 정신세계 안.

그곳은 썩은 나무와 썩은 물 그리고 썩은 사체가 가득했다.

그리고

-제길! 다 썩어버려!

그 중앙에서 거대한 악마 딜리아가 썩은 것들을 흡수하며 분노에 찬 악을 질렀다.

그때

쿵.쿵.쿵.

크르릉.

거대한 늑대 까망이와 까망이를 보필하듯 양옆에 선 엄돌이와 꼬미가 나타났다.

"어?!"

펜릴 님?

갑작스럽게 나타난 펜릴의 출현에 당황한 딜리아.

너무 당황한 나머지 까망이의 옆에 있는 거대한 엄돌이와 꼬미는 보이지도 않았다.

"멸망의 사도 1좌 신을 사냥하는 고고한 늑대, 펜릴 님을 뵙습니다!"

딜리아가 서둘러 거의 땅에 닿을 듯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자

"크르릉. 내 이름은 이제 까망이다. 위대한 까망이 님이라고 불러라."

까망이라고 부르라는 펜릴.

"네?! 까망이요?!"

뭐죠? 그 구린 이름은?

딜리아가 당황한 표정으로 묻다가

"크르릉."

"네! 위대한 까망이 님!"

까망이가 으르렁거리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서둘러 대답했다.

'어?! 근데 여긴 내 정신세계 안인데···펜릴 님이 어떻게?'

딜리아는 문득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나 뭐 잘못했나?

서둘러 자신이 최근에 한 일을 되새겨보는 딜리아.

하지만

······없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건 없었다.

자신은 열심히 세상을 멸망시켰고.

거기다 조금 전에도 모든 탑의 대지를 부패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자신과 싸우면서 먹고 자는 그 얄미운 녀석 때문에 실패할 것 같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신이 잘한 일만 떠오르는 딜리아.

"아! 위대한 까망이 님, 절 도우러 오신 거군요?! 그렇지 않아도 적의 진영에 저희 멸망의 사도보다 악독한 녀석이 있습니다!"

서둘러 까망이에게 자신을 열받게 한 세준을 일러바쳤다.

"크르릉. 악독한 녀석?"

"네! 무릎에 고양이를 달고 다니는 녀석인데 아주 치사하고 야비한 놈입니다!"

바보야! 위대한 까망이 님 앞에서 세준 님을 욕한 면 어떻게?! 어?! 근데 듣다 보니 열받네!

쿵.쿵.

까망이의 옆에 서 있던 엄돌이와 꼬미가 딜리아의 말에 발끈하며 앞으로 나섰고

"어?! 너희도 있었네?"

그제야 엄돌이와 꼬미를 발견한 딜리아가 아는 체를 할 때

"크르릉. 너 방금 내 집사한테 악독하고, 치사하고, 야비하다고 한 거냐?"

"네? 집사요?"

잔뜩 화가 난 까망이가 딜리아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그리고

덥석.

"얘들아, 왜 그래?!"

조용히 딜리아의 양팔을 붙잡는 엄돌이와 꼬미.

이후 진지한 몸의 대화를 나눴다.

잠시 후.

"딜리아, 내 부하가 돼라."

"네?! 네! 부하가 되겠습니다."

딜리아는 '저희 이미 같은 편이잖아요.'라고 묻고 싶었지만, 다시 진지한 몸의 대화를 나눌까 서둘러 승낙했다.

"그럼 따라 와. 가자."

"네? 어딜······?"

덥석.

까망이가 딜리아의 영혼을 물고 사라졌다.

***

[너는 밭이다 Lv. 7가 발동합니다.]

[멸망의 사도 7좌 산을 부수는 바위 쿠루거의 몸에 멸망포식자 씨앗을 심었습니다.]

···

..

.

"흥흥흥."

아공간 창고 안에서 콧노래를 부르며 멸망포식자 씨앗을 심던 세준.

그때

캬캬!

멸망개척자 하나가 뒤뚱거리며 세준에게 다가왔다.

"자."

멸망개척자가 왜 왔는지 아는 세준이 손바닥을 내밀자

퉷.

멸망개척자가 포도알만 한 씨앗 하나를 뱉어냈다.

멸망개척자들은 멸망포식자 씨앗 100만 개를 심을 때마다 씨앗 한 개를 뱉어냈다.

"잘했어."

[농사꾼의 따뜻한 손길 Lv. 7이 발동합니다.]

[손길이 닿는 동안 멸망개척자의 피로가 풀립니다.]

세준이 씨앗을 뱉어낸 멸망개척자의 머리를 스킬을 사용해 쓰다듬어 주며 피로를 풀어준 후

푹.

새로 얻은 멸망개척자 씨앗을 심었다.

그렇게 51마리의 멸망개척자들과 다시 열심히 멸망포식자들을 심으려고 할 때

[멸망의 사도 8좌 부패의 악마 딜리아와의 전투에서 승리했습니다.]

[용맹의 업적 1개를 획득했습니다.]

[경이적인 승리입니다.]

[용맹의 업적이 1개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응? 내가?!"

이겼다고?

영문을 모르는 세준이 의아해하며 밖으로 나오자

꾸엥!

[아빠, 딜리아가 멈췄다요!]

꾸엥이가 딜리아를 가리키며 외쳤다.

[영혼을 잃은 멸망의 사도 8좌 부패의 악마 딜리아]

"뭐지?"

왜 싸우기만 하면 영혼이 없어져?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할 때

끼로롱.

엄로롱.

끼루룽.

"어?!"

까망이랑 애들이 왜 저기에?!

딜리아 옆에서 대(大)자로 자고 있는 까망이와 까망이의 분홍 배 위에서 자는 엄돌이와 꼬미 그리고 검은색 나비가 보였다.

'나비랑 놀다가 저기서 자는 건가?'

이 개복치들이 위험하게!

후다닥 달려가 까망이와 부하들을 챙긴 세준.

"꾸엥아, 딜리아도 아공간 창고에 넣어줘."

꾸엥이에게 딜리아의 몸을 챙기게 했다.

꾸엥!

[알겠다요!]

꾸엥이가 거대화를 한 후 딜리아의 거대한 몸을 들어 아공간 창고로 넣자, 딜리아의 몸에 가려져 있던 거대하고 둥근 돌이 보였다.

군데군데 큰 균열들이 있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돌.

쩌저적.

결국 균열을 따라 갈라지며 바위가 부서졌다.

그리고

데구르르.

부서진 바위에서 굴러 나오는 주먹만 한 황금색 구슬.

[황금 대지의 구슬]

"이게 뭐지?"

세준이 구슬을 집어 살펴봤다.

[황금 대지의 구슬]

대지의 신 패트릭이 봉인돼 있던 구슬입니다.

대지의 힘이 일부 남아있습니다.

사용 제한 : 없음

등급 : SSS

"패트릭이 봉인돼 있던 구슬?"

그럼 패트릭은 어디 간 건데?

"설마?!"

딜리아한테 죽은 건가?! 아니면···

세준은 전투 첫날 돌을 향해 떨어진 이오나와 꾸엥이의 공격을 떠올렸다.

나 팀킬한 거야?

공격을 지시한 건 자신. 세준은 자신이 패트릭을 죽인 건 아닌가 죄책감에 빠질 때

[대지의 신 패트릭이 당신의 농사 실력을 인정합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휴우. 살아계셨구나···."

덕분에 세준은 안도했다. 다행히 패트릭을 죽이지 않은 것 같았다.

'근데 농사 실력을 그냥 인정해 주네?'

감사합니다. 패트릭 님, 제가 나중에 업적비 세워 드릴게요.

믿음에는 믿음으로 보답하는 세준.

그렇게 세준은 레아, 하메르에 이어 패트릭까지 세 신에게 농사 실력을 인정받았고

[풍요의 신 레아, 농사의 신 하메르, 대지의 신 패트릭에게 농사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탑농부 S등급의 해금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탑농부(A)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탑농부(S)가 되었습니다.]

드디어 S급 탑농부가 됐다.

[직업 등급이 상승하며 직업 특성이 강화됩니다.]

[직업 등급이 상승하며 직업 특성이 1개 추가됩니다.]

[주변의 농작물들이 탑농부가 받는 피해 일부를 대신 받습니다.]

"오! 좋아!"

농작물이 피해 일부를 대신 받아 준다니!

항상 강한 적이 나타날 때마다 목숨이 간당간당했던 세준이 새로운 직업 특성에 환호했다.

그리고 직업 특성이 강화되며 신품종을 탄생시켰을 때 상승하는 모든 스탯이 10에서 20으로, 거느린 탑농부들에게 빌려오는 스탯이 0.3%에서 0.5%로 증가했다.

[직업 특성에 따라 하얀탑 탑농부 아작스 마므브의 스탯 0.5%를 빌려옵니다.]

···

..

.

덕분에 세준이 거느린 다섯 탑농부의 스탯을 0.2% 더 빌려오며 세준은 총 스탯이 2000정도 상승했다.

"후훗. 좋군."

세준이 기뻐할 때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101레벨이 개방됩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모든 직업 스킬이 1레벨 상승합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직업 스킬 - 농작물 소형화 Lv. 1를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나타나며 세준을 좀 더 기쁘게 했다.

***

-됐지? 이제 풀어줄래?

한참 멀리서 세준을 지켜보던 패트릭이 자신의 몸을 묶고 있는 뿌리를 보며 말했다.

그러자

[네! 패트릭 님, 주인님의 농사 실력을 인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불꽃이가 패트릭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패트릭의 몸을 묶었던 뿌리를 풀어줬다.

-그래···근데 불꽃아 꼭 이래야만 했니?

갑자기 급 공손해지는 불꽃이의 태도에 패트릭이 약간 서운한 목소리로 물었다.

패트릭은 이오나와 꾸엥이의 공격으로 돌이 깨지며 봉인에서 풀려났다.

이러지 않았어도 세준에게 큰 도움을 받았기에 보답의 의미로 농사 실력을 인정해 줬을 거다.

물론 세준의 농사 실력이 너무 형편없었으면 조금은 고민했을지도 모르지만,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아니. 아주 훌륭했다.

조건 없이 농사 실력을 인정할 정도로.

그리고 봉인에서 풀린 자신을 도운 불꽃이.

봉인이 풀리자, 주변에는 부패의 힘이 가득했고 패트릭은 부패의 힘에 갇혀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그때

[얍! 이 불꽃으로 버티세요! 그럼 주인님이 구하러 올 거예요!]

불꽃이의 작은 뿌리가 땅에서 올라오더니 자신에게 부패의 기운을 태우는 정화의 불꽃을 빌려줬다.

그래서 전투가 끝나고, 불꽃이에게 대지의 힘이 가득한 땅의 위치를 알려주려 했는데

[그것보다는 우리 주인님의 농사 실력을 인정해 주세요!]

갑자기 자신의 몸을 칭칭 휘감으며 세준의 농사 실력을 인정하라고 협박과 부탁을 같이 했다.

이렇게 안 해도 당연히 해주지. 내가 둘에게 어떤 도움을 받았는데···

패트릭은 세준의 농사 실력을 인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추가로 보답을 하고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네! 그럼요!]

패트릭의 생각과는 다르게 당연히 이렇게 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대답하는 불꽃이.

신들의 마음은 간사하니까요!

농사의 신 하메르 때문에 신에 대한 신뢰가 많이 없는 불꽃이였다.

***

[농작물 소형화 Lv. 1]

농작물의 크기를 20% 작게 만듭니다.

농작물의 크기가 작아져도 농작물의 원래 능력을 잃지 않습니다.

"좋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농작물을 먹고 강해지려고 해도 배가 불러서 먹지를 못했는데···

스킬을 확인한 세준이 입을 열었다.

그렇게 새롭게 얻은 직업 스킬을 확인한 세준.

그때

"어?! 테오 님, 마긴이에요!"

주변에서 번개 맞은 나무와 벼락석을 줍던 유렌이 땅에 얼굴만 남기고 묻혀있는 마긴과 에비스를 발견했다.

불꽃이가 테오가 돈을 받게 하기 위해 딜리아의 힘에서 마긴을 보호하고 있었다.

"푸후훗. 그럼 받아야 할 게 얼마냥?"

"우헤헤. 33조 탑코인이요."

에비스, 마다프,넬리 셋에게 받아야 할 돈을 다 더한 유렌이 대답했다.

"푸후훗. 좋다냥!"

박 회장에게 줄 돈이 늘어났다냥!

퍽.퍽.

테오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마긴과 에비스의 뒤통수를 쳐 확인기절을 시킨 후

"푸후훗."

"우헤헤."

땅에서 마긴과 에비스를 꺼내 유렌과 돈을 털기 시작했다.

철컹.

"얘들아, 집에 갈 거니까 창고로 들어가."

그사이 세준은 멸망포식자들을 다시 아공간 창고로 들어가게 했다.

하지만 올 때와는 다르게 갈 때는 수가 너무 많아졌다.

아직 3000만 마리 밖에 안 들어갔는데, 창고에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7000만 마리는 다음에 데려가기로 했고

키···

키···

자신들을 놓고 가려 하자 우는 소리를 내는 멸망포식자들.

낑!낑?

[얘들아, 걱정 마! 너희들의 대장이 누구지?]

키키!

키키!

낑!낑!낑!

[그래! 바로 나 위대한 까망이 님이라고! 대장은 너희들을 버리지 않는다!]

까망이가 그런 부하들을 안심시켰다.

"어떡하지?"

그런 까망이와 멸망포식자들을 보며 고민에 빠진 세준.

원래는 절대 좌표로 귀환 마법을 사용해 바로 검은 거탑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다시 돌아와야 할 이유가 생겼다.

그렇다면···

"찍튀다!"

황금탑 99층 웨이포인트만 찍고 튀기.

세준은 떠날 준비가 끝나자, 황금탑 99층으로 이동해 빠르게 웨이포인트를 찾아 등록했고

[축하합니다!]

[검은탑과 하얀탑, 녹색탑에 이어 황금탑까지 클리어하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업적 보상으로 를 획득했습니다.]

···

..

.

"튀자!"

서둘러 검은 거탑 99층으로 복귀했다.

그렇게 농장에 복귀한 세준.

"근데 나 왜 튄 거지?"

잘못한 게 없는데?

괜히 튄 세준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462화. 너희들 정체가 뭐야?

462화. 너희들 정체가 뭐야?

세준이 황금탑 99층 웨이포인트를 찍고 검은 거탑으로 돌아간 시각.

"인간이 멸망의 사도를 처치하다니···."

황금탑 관리자 구역에 모인 아홉 용족의 수장들은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보름 전 세준이 딜리아와 싸우기 시작할 때

[황금탑 35층에 멸망의 사도 8좌 부패의 악마 딜리아가 침입했습니다.]

우우웅.

관리자 수정구가 피처럼 새빨간 알람을 보내며 격하게 진동하기 시작했고

"뭐지?"

황금탑의 관리자이자 율 가문의 수장인 아르테미스 율이 수정구를 확인했다.

그리고

"티어, 램터 황금탑으로 와주게! 멸망의 사도 8좌 부패의 악마 딜리아의 본체가 황금탑 35층에 나타났어!"

약속에 따라 황금탑의 좌우에 있는 위대한 자색용의 수장 티어와 위대한 붉은용의 수장 램터를 불렀다.

-황금탑 35층에 멸망의 사도가 나타났다는데?

그걸 들은 티어와 램터는 카이저와 켈리온에게 황금탑에 멸망의 사도가 나타났다고 알려줬고

-뭐?! 우리 세준이가 간 황금탑 35층에 멸망의 사도가 나타났다고?!

-그럼 우리도 간다!

수장 넷이 황금탑으로 빠르게 날아가자 다른 용족의 수장들도 궁금증에 황금탑에 오게 되면서 아홉 용족의 수장이 회의도 아닌데 전부 모이게 됐다.

그렇게 황금탑 관리자 구역에 모여 수정구로 전투를 주시하는 아홉 용족의 수장들.

원래는 탑 35층의 생물들이 멸종하는 걸 각오하고 아르테미스가 수장 둘과 난입하려 했지만

"잠깐! 조금만 더 지켜보자! 우리 세준이가 아직 싸우고 있어!"

"그래! 우리 세준이 알지? 검은 거탑의 탑농부!"

세준이 멀쩡한 걸 확인한 카이저와 다른 네 용(켈리온, 램터, 티어, 브라키오)이 좀 더 지켜보자고 강하게 주장했다.

수장 셋이 탑 35층에 나타나는 순간.

세준의 목숨을 보장할 수 없었다.

멸망의 사도 앞에서 잘 버티는 걸 보면 수장들이 나타나도 문제가 없을 것 같긴 했지만

저건 뭔가 있어.

개복치 세준이 기절한 걸 수십 번 본 카이저는 절대 방심하지 않았다.

거기다 얼마 전 녹색탑에서 멸망의 사도 7좌 산을 부수는 쿠루거와 멸망의 사도 9좌 앨리스의 몸을 가져온 세준이니 믿어볼 만했다.

브라키오는 모르는 눈치였지만.

만약 세준이 다른 수장들이 보는 앞에서 멸망의 사도 딜리아를 처치한다면?

'크흐흐흐. 아무도 우리 세준이를 무시하지 못하겠지.'

그렇게 5대4로 지켜보자는 쪽이 하나 더 많은 상황.

"알았다. 하지만 딜리아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바로 전투를 시작하겠다."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지만, 움직이지 않는 딜리아를 보며 아르테미스도 한 발 물러나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1시간 후.

"뭐지? 인간 주제에 잘 버티는데?"

"어허! 인간 주제라니?! 우리 세준이가 왜 인간 주제야?!

"그래! 그레이브! 우리 세준이가 약하긴 하지만, 그런 취급 받을 애는 아니라고!"

갈색용 그레이브의 말에 발끈하는 카이저, 켈리온, 램터, 티어 그리고 브라키오.

1일 후.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이 황금탑에 창조의 기운이 퍼트리는 위대한 창조의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황금탑의 균형이 일부 돌아옵니다.]

메시지와 함께 황금탑에 벼락이 치는 횟수가 조금 줄어들었다.

"창조의 기운?"

"파란 안개가 창조의 기운이었어?!"

수장들은 세준이 심은 식물들이 뿜어내는 푸른 안개가 창조의 기운인 걸 알게 됐다.

"크하하하. 아르테미스, 우리 세준이에게 고마워해라."

"그래. 우리 세준이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어?!"

"프하하하. 나중에 세준이한테 비늘 좀 줘라!"

덕분에 기고만장해진 세준파 용들.

7일 후.

푸른 안개에 완전히 휩싸인 딜리아가 뿜어내는 붉은 안개의 크기가 점점 줄어들었다.

점점 승기가 세준에게 기우는 것이 보이기 시작하자

"크흠. 우리 한 잔씩 하면서 볼까? 우리 세준이가 만든 삼양주 알지?"

"그럴까?"

"드하하하. 우리 세준이가 또 안주도 잘 만들지."

카이저와 켈리온, 램터, 티어가 삼양주와 세준이 만들어 준 안주를 꺼내며 세준파 섭외에 들어갔고.

며칠 동안 신나게 술을 마시는 도중

"어?!"

갑자기 딜리아의 몸을 아공간 창고에 담는 꾸엥이를 보며 아홉 용족의 수장들은 전투가 끝났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 저걸 전투라고 할 수 있나? 그냥 식물만 심다가 이겼는데?

저렇게 이겼구나···

그렇게 충격에 빠져있던 수장들.

"크하하하. 봤지?! 역시 우리 세준이라니까! 기분이다! 2차는 내가 쏜다!"

"뭐?! 우리 세준이가 이겼는데 왜 카이저 네가 쏴?! 2차는 내가 쏜다!"

"우리 세준이는 검은 거탑 탑농부니까 당연히 내가 쏴야지!"

"무슨 소리?! 우리 세준이는 우리 손자의 형이야! 그러니까 내가 쏘는 게 맞지!"

먼저 정신을 차린 카이저와 켈리온이 서로 자신이 2차를 사겠다고 싸우기 시작했다.

***

검은 거탑 99층.

집에 와서 한숨 자고 일어난 세준.

"자. 이름을 지어볼까?"

"푸후훗. 좋다냥!"

까망이가 새로 데려온 검은 나비의 이름을 정하기 위해 세준 작명소를 열었다.

두둥!

히힛. 드디어 그 시간이 왔어!

그렇네요. 결국 왔습니다. 그 시간이···

왜 내가 더 긴장되지?

모두들 왜 그러세요?

꿀꺽.

세준의 말에 긴장하는 까망이와 부하들.

그때

"근데 그 전에 우리 진지한 대화가 필요할 것 같아. 너희들 정체가 뭐야?"

세준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낑?!

[우리 정체?!]

설마?! 집사가 우리가 멸망의 사도인 걸 눈치챈 건가?! 어떡하지?

이름을 기다릴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긴장감이 몰려왔다.

여기서 자신들이 멸망의 사도인 걸 들키면 즐거운 해피라이프가 사라지는 건 당연하고

바로 용들에게 잡혀가 깊은 곳에 봉인되거나, 탑 99층에서 쫓겨나서 배고픈 생활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렇게 까망이와 부하들이 정체를 들킨 후를 걱정할 때

역시 뭔가 있어.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까망이와 부하들을 보며 세준은 확신했다.

생각해 보니 이상했다.

과거 자신이 용들의 극찬에 정신을 잃었을 때 들었던 까망이의 목소리.

자고 일어나면 흡수된 펜릴의 코어 조각들.

갑자기 까망이가 데려온 쿠루거와 비슷한 모습의 엄돌이.

멸망의 사도 앨리스의 본체와 싸울 때 기절해 있던 까망이와 전투 후 나타난 앨리스를 닮은 꼬미.

그리고 대답을 거절하던 넬리의 주변에서 까망이와 부하들이 자고 난 후 넬리가 겁에 질려 대답을 하기 시작했고

이번에도 영혼을 잃은 딜리아의 옆에서 자고 있던 까망이와 부하들의 옆에 새로 나타난 검은 나비.

모습은 달랐지만, 딜리아의 느낌이 있었다.

모든 게 하나로 귀결됐다.

흐흐흐. 셜록 세준의 눈은 못 속이지.

스스로의 추리에 흠뻑 빠진 세준.

"까망이, 너 퇴마할 줄 아는 거지? 그리고 너희들은 까망이가 퇴마한 멸망의 사도고."

범인을 지목하듯 자신 있게 까망이와 부하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반만 맞춘 세준. 아니. 75%만 맞춘 세준.

낑?

!!!

!!!

!!!

세준의 말에 까망이는 당황했고 부하들은 얼어붙었다.

낑···낑!

[그···그렇다! 사실 위대한 까망이 님은 퇴마를 할 줄 아는 늑대다!]

정체를 들킬까 조마조마하던 까망이가 서둘러 세준의 오해를 긍정하며 대답했다.

"오. 그럼 퇴마랑이네?

낑!낑?낑!낑!

[맞아! 퇴마랑이라고도 부를걸? 아무튼 집사야 위대한 까망이 님이 퇴마한 사도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위대한 까망이 님이 보증하지!]

졸지에 까망이에게 퇴마당한 존재가 돼버린 부하들.

"알았어. 그래도 다른 데다가 멸망의 사도라고 말하면 안 돼. 용님들이 멸망의 사도들을 싫어하니까."

낑!

[알았어!]

끄덕.끄덕.

세준의 말에 까망이와 부하들이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휴우. 계속 맛난 거 먹을 수 있어.

그렇게 세준의 말에 안도한 넷.

"아. 그리고 얘 이름은 까비로 정했어. 까만 나비를 줄여서 까비."

끼히힛.

"역시!"

끼룩!

샤라랑···

세준의 말에 셋은 웃고 하나는 울었다.

그렇게 이름 하나로 어제까지 멸망의 사도였던 까비를 울린 대단한 남자 세준.

"얘들아, 모여. 포식이들 데리러 가야되니까."

"준비됐다냥!"

계속 세준의 무릎에 매달려 있던 테오가 대답했고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벼락봉 또 충전할 수 있다요!]

꾸엥이도 벼락봉을 들고 서둘러 달려왔다.

보름 동안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일이 밀린 이오나는 어제 돌아오자마자 바로 마탑으로 돌아갔고

삐욧이와 유렌은 우마왕에게 특훈을 받고 있었다.

세준이 웨이포인트로 가자

삐욧!

꾸익!

우마왕의 두 팔을 하나씩 버티며 열심히 수련을 받는 둘이 보였다.

나도 좀 강해졌으니 이제 우마왕 손가락 두 개는 버티겠지?

세준은 이번에 늘어난 스탯을 생각하며

척.

붉은색 크리스탈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황금탑 99층으로 이동합니다.]

곧 사라졌다.

***

황금탑 99층.

"그러니까 어제 나타난 외부인이 널 기절시키고 웨이포인트를 등록한 것 같다고?"

"네···죄송합니다."

세실리아의 물음에 탑 99층의 보스로서 웨이포인트를 지키던 엘프족 대전사 요한이 면목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외부인이라니···큰일이네."

세실리아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황금탑의 관리자 위대한 황금용 아르테미스 율은 탑 99층에 외부인이 오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그래서 황금탑의 주민들은 아르테미스의 허락을 받은 몇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탑 99층에 올라오지 않았다.

아르테미스의 분노를 살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이곳에 와서 탑 99층 보스인 요한까지 쓰러트리고 사라져?

이걸 아르테미스가 알게 된다면 상당히 큰일이었다.

외부인에게도, 자신들에게도.

탑 99층에 침입한 외부인은 당연히 아르테미스의 분노를 받겠지만

탑 99층 관리를 제대로 못 한 자신들도 그 분노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책임을 져야겠지.'

다행이라면 아직 아르테미스가 조용하다는 것.

'다행히 아르테미스 님이 눈치 못 챈 것 같아. 외부인이 다시 나타나지만 않으면···.'

제발 다시 나타나지 마라.

세실리아가 간절히 기도할 때

[황금탑 99층에 도착했습니다.]

"어?!"

"엥?!"

갑자기 나타난 세준.

"잡아요!"

"네!"

세실리아가 서둘러 같이 온 엘프들에게 지시했지만

철컹.

"냥! 박 회장은 못 건드린다냥!"

꾸엥!

[아빠 건드리면 꾸엥이 가만 안 있는다요!]

테오와 꾸엥이의 등장에 상황은 쉽게 정리됐다.

그리고

"푸후훗. 노예다냥!"

역시 위대한 박 회장이랑 다니니까 노예가 많이 생긴다냥!

꾹.꾹.

세준을 찬양하며 제압당한 엘프들의 이마에 신나게 다섯 탑의 노예 인장을 찍는 테오.

덕분에 아름다운 엘프들의 이마에 귀여운 테오의 발바닥 모양이 새겨졌다.

그리고

"냥! 돈이 계속 나온다냥!"

꾹.꾹.

테오가 계속 돈이 나오는 세실리아에게 도장을 10번 정도 찍자

[파수꾼 테오 박이 황금탑 탑농부 세실리아를 노예로 거느렸습니다.]

[파수꾼 테오 박이 황금탑 탑농부 세실리아를 노예로 거느리는 동안 황금탑 탑농부 세실리아를 거느릴 수 있게됩니다.]

[직업 특성에 따라 황금탑 탑농부 세실리아의 스탯 0.5%를 빌려옵니다.]

[힘 15, 체력 10, 민첩 55, 마력 45가 증가합니다.]

세준의 앞에 나타나는 메시지.

탑농부였어?

그러고 보니 과거 수확제 때 만난 너구리족들에게 세실리아의 이름을 들은 게 기억났다.

쌀과 밀을 키운다고 했지?

"세실리아, 너희 마을로 안내해 줘."

흐흐흐. 밀 씨앗 몇 개 달라고 해야지.

밀을 키워 밀가루를 마음껏 쓸 생각에 신난 세준.

"네···."

세실리아는 순순히 세준을 안내했다.

잠시 후.

"위대한 황금용이시여! 저희를 구해주십시오!"

갑자기 황금용 석상 앞에 엎드리는 엘프들.

"어?!"

설마 날 속인 건가?!

세준이 자신의 앞에 보이는 황금용 석상을 보며 당황하며 용각의 귀환 팔찌로 도망치려 할 때

-환영한다! 검은 거탑의 탑농부 박세준이여!

아르테미스가 세준을 환대했다.

그리고

?!!

망했다···

엎드린 엘프들이 몸을 떨기 시작했다.

463화. 히힛. 위대한 까망이 님은 나쁜 짓해도 괜찮아!

463화. 히힛. 위대한 까망이 님은 나쁜 짓해도 괜찮아!

황금탑 관리자 구역.

"크으. 좋다."

계란말이 한 조각을 먹고 바로 삼양주 한 잔을 삼킨 아르테미스가 탄성을 질렀다.

삼양주가 기름의 느끼함은 깔끔하게 잡아주면서 계란의 풍미는 해치지 않게 음식과 조화를 이루며 혀를 즐겁게 해줬다.

'이번에는 오징어볶음이랑 한잔해야지.

식도락에 빠진 아르테미스가 오징어볶음과 삼양주 조합을 시도했다.

그리고

"크으! 이건 더 좋군."

오징어볶음의 자극적인 매운맛이 입안에 퍼질 때 삼양주의 단맛이 매운맛을 중화해 주며 훌륭한 맛을 만들었다.

'세준이 녀석, 멸망의 사도도 처리해 주고 이런 술과 안주까지 만들 줄 알다니 아주 기특하구만'

맛있는 술과 안주에 흥이 오른 아르테미스. 세준에 대한 호감이 쭉쭉 올라갔다.

그리고

나중에 자리를 만들어서 선물도 주고 나도 안주 좀 만들어 달라고 해야지.

세준에게 멸망의 사도 딜리아를 처치해 준 보답도 하고 안주도 부탁해야겠다고 결심할 때

-위대한 황금용이시여! 저희를 구해주십시오!

황금탑의 탑농부 세실리아가 자신을 불렀다.

뭐지?

아르테미스가 서둘러 황금용 석상에 의식을 집중했고

어?! 세준이잖아!

기회다!

세준을 발견한 아르테미스는 조금 전의 결심을 바로 실행하기로 했다.

***

황금탑 99층.

"박세준이여. 멸망의 사도를 물리쳐 줘서 고맙다. 이건 내 보답이다."

황금용 석상이 입을 벌리고 황금빛 비늘과 용의 이빨을 꺼내 선물하자

"흐흐흐. 감사합니다."

이런 일이 익숙한 듯 전혀 놀라지 않고 넙죽넙죽 비늘과 이빨을 잘도 받아 챙기는 세준.

그리고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세실리아는 상황이 매우 심각함을 깨달았다.

그 까칠하고 난폭한 아르테미스가 자신의 비늘과 이빨을 엄청나게 주며 세준을 마치 손자 대하듯 하고 있었다.

'설마 우리 아르테미스 님의 손자를 건드린 건가?'

우린 끝이야!

세실리아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아. 카이저 님이랑 다른 분들도 거기 계세요?"

-그렇다. 박세준 그대가 만든 삼양주를 같이 마시고 있었다.

"그럼 안주 부족하지 않으세요? 제가 안주 몇 가지 더 만들어 드릴까요?"

-정말?! 크흠. 그러면 고맙겠구나.

세준은 아르테미스와 화기애애하게 얘기를 나눴다.

"그럼 일단 벼락이 없는 곳으로 이동한 다음에 안주를 만들어 드릴게요."

-흠. 그렇다면···세실리아, 박세준을 마을로 안내해라. 그리고 박세준이 필요한 건 전부 제공해라.

"네?! 네! 그러겠습니다!"

다행이다. 그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키운 자였어.

생각해 보니 아르테미스의 손자 이름은 호쿠스 율이었다.

둘의 대화를 통해 세준이 위대한 용이 아니라 자신이 수확제에서 얻은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키운 검은 거탑의 탑농부라는 걸 안 세실리아가 안도하며 대답했다.

같은 탑농부끼리는 좀 통할 줄 알았지만

"흐흐흐. 일러바쳤는데 어쩌나? 아르테미스 님은 나랑 더 친한뒈?"

"······."

아니었다. 자신과 성향이 완전히 달랐다.

"푸후훗. 우리 위대한 박 회장은 용님들과 아주 친하다냥!"

"후훗. 내 용맥이 좀 화려하지."

"푸후훗. 역시 박 회장은 위대하다냥!"

마을로 안내하는 세실리아의 뒤에서 약을 올리며 악당처럼 웃는 세준과 테오.

그리고

꾸엥?!

[엘프들이 아빠 일렀다요?! 혼내준다요!]

아무것도 모르다 뒤늦게 세준이 함정에 빠졌었다는 걸 깨달은 꾸엥이가 하늘에 떠 있는 벼락봉을 부르며 분노했다.

"꾸엥아, 참아. 아빠가 다 해결했어."

"푸후훗. 그렇다냥! 위대한 박 회장이 다 해결했다냥!"

꾸엥?꾸엥...

[그렇다요? 아쉽다요···]

세준과 테오의 말에 꾸엥이가 아쉬운 표정으로 벼락봉을 다시 하늘로 올려보냈다.

잠시 후.

"여기가 저희가 사는 네릴 마을입니다."

세실리아가 세준을 거대한 동굴 안으로 안내했다.

동굴 천장에는 찌릿버섯이 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잔뜩 자라고 있었고 땅에는 방울토마토들과 벼, 밀이 심어진 게 보였다.

"일단 넓은 곳으로 안내해 줘."

"네."

그렇게 아무것도 없는 땅으로 안내받은 세준.

"땅 움직이기!"

마일로의 괭이를 사용해 취사장을 만든 후

철컹.

안주를 만들 재료를 꺼내기 위해 아공간 창고를 열었다.

***

낑!낑!낑?

[모두 잘 들어! 집사가 너희들을 위대한 까망이 님한테 퇴마 당한 멸망의 사도로 알고 있으니까 앞으로 나쁜 짓하면 안 돼! 알았지?]

"네!"

끼룩!

샤라랑!

아공간 창고에서 엄돌이, 꼬미, 까비에게 주의를 주는 까망이.

낑!낑!

[좋아! 그럼 각자 앞으로 집사를 어떻게 도울지 말해봐!]

부하들에게 세준을 도울 방법을 생각하게 했다.

세준에게 큰 도움이 돼 나중에 자신이 멸망의 사도 1좌 신을 사냥하는 늑대 펜릴이라는 걸 들켜도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였다.

"저는 세준 님께 돌솥을 만들어 드릴 생각입니다!"

끼히힛.낑!낑!

[히힛. 엄돌이, 좋은 생각이야! 집사가 좋아하겠어!]

끼룩!

[저는 거미줄로 세준 님을 보호할 옷을 만들어 드릴 거예요!]

끼히힛.낑!낑!

[히힛. 꼬미 훌륭해! 약한 집사에게는 튼튼한 옷이 필요하지!]

샤라랑!

[저는 세준 님이 만드는 음식을 맛있게 부패시켜서 도울 거예요!]

끼히힛.낑!낑!낑!

[히힛. 까비도 좋은 생각이야! 모두 훌륭해! 앞으로도 집사에게 도움이 될 것들을 생각하도록!]

그렇게 부하들의 보고가 끝나자

많이 떠들었더니 배고프네.

까망이가 창고에 저장된 군고구마 말랭이를 세준의 허락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꺼내먹기 시작했다.

짭.짭.짭.

"저···위대한 까망이 님, 저희 나쁜 짓 하면 안 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걸 지켜보던 엄돌이가 까망이에게 충언을 했다.

하지만

끼히힛.낑!낑!

[히힛. 위대한 까망이 님은 나쁜 짓 해도 괜찮아! 왜냐하면 위대한 까망이 님은 퇴마 당하지 않았으니까!]

자랑스럽게 대답하는 까망이와

"아! 역시 위대한 까망이 님!"

끼룩!

샤라랑!

까망이의 논리에 납득 당한 부하들.

하지만

철컹.

"까망이, 누가 마음대로 군고구마 말랭이 꺼내먹으래?!"

세준은 납득시키지 못했다.

낑!

[도망쳐!]

뚱따당.뚱따당

까망이가 군고구마 말랭이를 물고 잽싸게 도망쳤지만

"꾸엥아, 까망이 잡아."

꾸엥!

[알겠다요!]

꾸엥이의 염력에 허무하게 잡혔고

"까망이, 네가 퇴마한 애들 앞에서 모범을 보여야지. 네가 나서서 사고를 치면 어떡해?! 그러면 돼? 안 돼?"

낑···

[안 돼···]

부하들이 보는 앞에서 수치스럽게 세준의 손에 들린 채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렇게 까망이를 혼낸 세준.

"일단 에그 푸릇이랑 오징어 꺼내고···."

아르테미스가 부탁한 계란말이와 오징어볶음 재료와 다른 안주를 만들 재료를 꺼내 요리를 시작했다.

1시간 후.

"여기 안주요."

세준이 아르테미스에게 안주를 보냈을 때

"와! 이거 무슨 냄새지?"

"맛있는 냄새가 나!"

"저게 뭐지?"

동굴 안에 퍼진 음식 냄새를 맡은 어린 엘프들이 하나둘 세준의 취사장으로 모여들었다.

쓰읍.

씁.

입에 고인 침을 닦으면서.

"얘들아, 좀 먹을래?"

세준이 취사장 문에서 기웃거리는 어린 엘프들에게 점심으로 먹기 위해 여분으로 만든 계란말이를 권하자

"진짜 먹어도 돼요?"

선뜻 취사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눈치를 보는 어린 엘프들.

"응. 여기에 찍어 먹으면 맛있어."

세준이 직접 만든 케첩을 같이 주자

꿀꺽.

어린 엘프들이 군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쪼르르 취사장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푸욱.

10등분 한 계란말이를 한 조각씩 집었다.

"어···나는?"

"우리 반씩 먹을까?"

물론 아이들은 10명보다 많아 계란말이가 부족했지만

"자. 여기 더 있어."

입이 많은 세준 패밀리를 위해 세준이 만드는 계란말이 최소 수량은 50개 정도.

아이들이 한 조각씩 먹기에는 충분했다.

그렇게 모두가 계란말이를 한 조각씩 집자 아이들은 계란말이를 케첩에 찍어 입에 넣었다.

케첩의 새콤한 맛과 부드럽게 부서지는 계란말이.

"와! 너무 맛있어요!"

"흐흐흐. 그럼 이것도 먹어봐."

아이들이 음식을 먹을 동안 세준은 새로운 음식 몇 가지를 더 만들어 같이 식사를 했다.

그리고

"어?! 해산물이나 고기는 못 먹는다고?"

"네. 그거 먹으면 아파요."

엘프들이 채식주의자라는 걸 알게 됐다.

신기한 건 나무에서 수확한 에그 푸릇과 소시지는 잘 먹는다는 것.

그렇게 점심을 먹고 있을 때

달달달.

허공에 구멍이 생기며 다른 층에서 완판을 한 황금 수레가 테오의 앞으로 굴러왔다.

덜컹.

[정산을 시작합니다.]

수레의 문이 열리며 시작되는 정산.

[모든 물건을 팔아 2050억 141만 탑코인을 벌었습니다.]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금액이었다.

황금 수레의 저장칸을 뇌령석 30개를 사용해 다섯 번이나 업그레이드한 덕분.

딜리아와 싸우면서 삐욧이와 유렌이 벼락 맞은 나무와 벼락석을 줍는 도중

콰과광!

"꾸익!"

콰과광!

"꾸익!"

불행한 유렌은 계속 벼락을 맞았고 유렌이 가지고 있던 벼락석 중 하나가 뇌령석으로 변한 걸 발견했다.

"유렌, 아무것도 하지 말고 벼락 맞은 나무랑 벼락석만 들고 있어."

세준은 벼락석이 벼락을 계속 맞으면 뇌령석이 되듯이 벼락 맞은 나무도 더 좋은 나무로 변할 거라 기대했다.

"먹을 거 먹으면서 있어도 되나요?"

"당연하지."

그렇게 세준이 잔뜩 챙겨 준 음식을 방뢰 기능이 있는 공간 확장 주머니에 넣고

콰과광!

"꾸익!"

유렌은 벼락을 계속 맞으며 뇌령석 30개와 뇌령목 3개를 만들어 냈다.

벼락 맞은 나무가 변한 뇌령목은 뇌령석과 마찬가지로 강한 뇌의 기운을 품은 재료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황금 수레의 업그레이드 재료는 아니었다.

그래서 나중에 팔 생각이었는데···

[검은탑과 황금탑을 유랑하는 자동 수레가 10번의 유랑을 성공하며 새로운 업그레이드 항목이 해금됩니다.]

[뇌령목 3(1+2)개를 사용해 검은탑과 황금탑을 유랑하는 자동 수레를 두 번 업그레이드해 판매하는 요리 종류를 늘릴 수 있습니다.]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수레의 문짝에 나타나는 글씨.

요리?

"응. 할게."

세준이 뇌령목 하나를 수레의 저장칸에 넣으며 말하자

파지직.

뇌령목이 뇌전을 뿜으며 사라졌다.

그리고

[검은탑과 황금탑을 유랑하는 자동 수레가 두 번 업그레이드되며 세 가지 요리를 판매할 수 있게 됐습니다.]

[검은탑과 황금탑을 유랑하는 자동 수레에서 팔 음식의 레시피를 입력하면 저장칸에 레시피의 재료가 모두 있을 시 자동으로 레시피에 있는 음식을 만듭니다.]

황금 수레가 자동으로 요리를 만들어 팔 수 있게 됐다.

"레시피를 입력하면 된다고?"

이렇게 하면 되나?

세준이 문짝에 자주 먹는 핫케이크의 레시피를 직접 쓰기 위에 손을 대자

[요리 Lv. 9에 등록된 레시피를 불러옵니다.]

세준이 그동안 등록한 레시피가 나타났다.

그리고

"핫케이크, 계란말이, 방울토마토 주스 레시피를 입력할게."

어린 엘프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요리 레시피를 황금 수레에 입력했다.

그렇게 황금 수레에 요리를 만들기 위한 재료들을 가득 채웠을 때

"저기···저희도 요리 좀···."

취사장 앞에서 기웃거리던 어른 엘프 중 하나가 용기를 내서 목소리를 냈고

"푸후훗. 엘프들아 환영한다냥!"

달달달.

테오가 직접 황금 수레를 끌고 취사장 밖에다 주차한 후

"푸후훗. 여기다 돈을 주면 음식이 나온다냥! 돈이 없으면 이리 오라냥! 이 도장을 받으면 하루 세 끼가 무료다냥!"

황금 수레 사용법을 가르치며 은근슬쩍 엘프들을 노예로 만들려 했다.

***

10번째 탑 관리자 구역.

스르륵.

"드디어 돌아왔군."

10번째 탑의 관리자 대지의 신 패트릭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리고

"하메르, 당장 튀어 와."

감히 신의 이름에 먹칠을 해?!

이곳에 오기 전 불꽃이가 왜 신을 불신하는지 듣게 된 패트릭이 10번째 탑의 부관리자 농사의 신 하메르를 불렀다.

464화. 아직도 기다린 거야?!

464화. 아직도 기다린 거야?!

"푸후훗. 많이 찍었다냥!"

척.

다섯 탑의 노예 인장으로 도장을 찍으러 다닌 테오가 뿌듯한 표정으로 돌아와 세준의 무릎에 매달리자

슥.슥.

흐흐흐. 테 부회장, 잘했어.

세준이 조용히 테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테오 덕분에 노예를 1000명 거느리며 모든 스탯이 10 상승했다.

잠시 후.

"이제 일어나자."

세준이 일어나자

꾸엥···

[알겠다요···]

점심을 먹고 세준의 옆에서 궁둥이를 붙인 채 꾸벅꾸벅 졸고 있던 꾸엥이가 세준의 허리에 매달렸다.

"이제 가십니까?"

세준이 취사장에서 나오자, 요리를 받기 위해 황금 수레 앞에 줄을 서고 있던 세실리아가 서둘러 달려왔다.

"응."

"그럼 웨이포인트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괜찮아. 그것보다 내가 말한 밀 씨앗은?"

"아. 여기 있습니다! 1000개 정도 넣었습니다."

세준의 말에 세실리아가 품에서 식물 줄기로 만든 작은 주머니를 꺼냈다.

"고마워. 그리고 밭에다 이걸 심으면 도움이 될 거야."

밀 씨앗을 받은 세준이 세실리아에게 지력의 강낭콩 한 포대를 건넸다.

어제 오릭이 갈색탑에서 지력의 강낭콩 수확을 시작하면서 보낸 것.

물론 세준은 급하지 않았기에 임시 저장고가 다 차면 받을 생각이었지만

[갈색탑의 노예가 켈켈켈, 항상 세준 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수확하고 있다고 말하며 지력의 강낭콩 1만 개를 보냅니다.]

세준에게 자신이 열심히 일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보낸 것이었다. 역시 간사한 오릭이었다.

덕분에 지력을 보강할 수 있는 귀중한 콩을 얻은 세실리아.

"감사합니다!"

세준에게 감사를 했다.

"그럼 갈게."

세준이 떠나자

"땅의 지력을 복구해 준다고?!"

지력의 강낭콩 옵션을 확인하고 서둘러 밭에 콩을 심었다.

그리고

[독점 재배권을 가진 검은탑의 탑농부 박세준의 농작물을 허락 없이 무단으로 심었습니다.]

[탑의 율법에 따라 황금탑의 탑농부 세실리아는 앞으로 100년간 검은 탑의 탑농부 박세준의 노예가 됩니다.]

[이미 황금탑의 탑농부 세실리아를 거느리고 있어 노예 기간만 추가로 100년 늘어납니다.]

세실리아가 세준이 소환할 수 있는 정통 탑노예가 됐다.

[황금탑의 탑농부 세실리아가 지력의 강낭콩을 허락 없이 심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

..

.

"아. 깜빡했네."

웨이포인트로 가던 세준이 메시지를 보며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뭘 말이냥?"

"실수로 지력의 강낭콩에 심어도 된다고 허가를 안 했어."

"냥?! 그랬냥? 세실리아한테 너무 미안하겠다냥!"

"그럼. 미안하지. 너무 미안하네. 흐흐흐."

세준은 전혀 미안한 얼굴이 아니었다.

"푸후훗. 역시 박 회장은 위대하다냥! 오늘도 위대한 박 회장에게 한 수 배웠다냥!"

"흐흐흐. 실수래도. 그보다 아까 엘프들에게 세 끼를 대가로 인장을 찍을 생각을 하다니, 테 부회장도 대단했어."

"푸후훗. 다 위대한 박 회장에게 배운 덕분이다냥!"

"다 테 부회장이 훌륭해서 그런 거지."

"푸후훗."

"흐흐흐."

그렇게 서로를 칭찬하며 웨이포인트에 도착한 세준과 테오.

"테 부회장, 들어가 있어."

철컹.

세준이 아공간 창고를 열며 말하자

"알겠다냥!"

일등으로 나간다냥!

잽싸게 바로 문 앞에 식빵 자세로 앉아 대기하는 테오.

그때

끼로롱.

엄로롱.

끼루룽.

샤로롱.

아공간 창고 안에서 들려오는 까망이와 부하들의 코 고는 소리.

까망이와 부하들은 아까 점심을 먹자마자 아공간 창고 정중앙에 자리를 잡고 늘어지게 자고 있었다.

꾸로롱.

세준은 자신의 허리에 매달려 자고 있는 꾸엥이를 조심히 들어 까망이 옆에 눕히고

철컹.

아공간 창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척.

붉은색 크리스탈에 손을 올리고 웨이포인트 리스트를 불러내 황금탑 35층으로 이동했다.

***

10번째 탑 관리자 구역.

부들부들.

"패트릭 님, 제가 뭘 잘못했기에 이러시는 겁니까?"

무릎을 꿇고, 하늘을 덮을 정도로 거대한 돌을 떨리는 두 팔로 간신히 들고 있는 하메르가 억울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메르가 들고 있는 돌은 영압석이라는 돌로 신에게 영혼을 짓누르는 고통을 줄 수 있었다.

"뭐?! 하메르, 네가 뭘 잘못했는지 몰라?!"

하메르의 물음에 열받은 패트릭.

쿵.

"으압!!!"

덕분에 패트릭이 들고 있는 돌 위에 거대한 영압석 하나가 더 추가됐고

뭐지?! 내가 뭘 잘못한 거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메르가 머리를 전력으로 돌리며 자신의 잘못을 찾기 시작했다.

"아! 기억났습니다! 제가 패트릭 님 몰래 팝콘이라는 간식을 좀 챙겼습니다!"

"아니다. 그리고 팝콘은 압수."

안 돼! 내 팝콘!

팝콘을 압수당하게 생긴 하메르가 속으로 비명을 지를 때

쿵.

괘씸함의 영압석 하나가 더 추가됐다. 덕분에 딴 생각을 할 겨를이 사라진 하메르.

"으압! 아! 사실 패트릭 님이 없는 사이 심심해서 스텔라 히스론이라는 은빛용을 10번째 탑에 마음대로 데려왔습니다!"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자신의 잘못을 전부 말하기 시작했고

"사실 10번째 탑으로 통하는 문 조각을 찾아서 10번째 탑의 시련을 통과한 자에게 알려줘야 하는데 귀찮아서 안 했습니다!"

···

..

.

"최근에 탑농부를 속여서 간식을 얻어내려 했었습니다! 이것도 아닌가요?! 패트릭 님, 진짜 모르겠어요! 그냥 알려주세요! 흑흑."

결국 하메르가 자포자기한 채 울음을 터트릴 때

"맞아! 네가 잘못한 게 바로 그거야. 네가 검은 거탑의 탑농부 박세준을 속이려 한 것 때문에 100만 년 만에 탄생한 창조수 후보 불꽃이가 신을 못 믿을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알겠어?!"

하메르의 말을 들은 패트릭이 하메르의 잘못을 자세히 알려주며 호통을 쳤다.

"···네?! 불꽃이가 창조수 후보라구요?!"

패트릭의 말에 하메르는 가슴이 철렁했다.

수억 년을 살며 창조신이 소멸하고 새로운 창조신이 태어나는 동안 창조신의 공백을 지키고

새로 태어난 창조신에게 창조의 권능을 내리는 존재.

어떻게 보면 창조신 보다 상위의 존재가 창조수다.

아직은 후보라서 마음대로 이름을 부를 수 있지만, 진짜 창조수가 되는 순간 자신은 쳐다보지도 못할 지고한 존재가 된다.

그런데···

난 불꽃이가 주인으로 모시는 박세준에게 사기를 치려고 했었지.

내 신생(神生) 망한 듯.

이번 생뿐만 아니라 다음 생도, 그다음 생도···

다시 태어나도 수억 년을 사는 불꽃이가 자신을 미워할 거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패트릭 님, 저 어떡하죠?!"

하메르가 급한 마음에 영압석을 든 채로 패트릭에게 기어가며 물었다.

지금 영압석의 고통이 문제가 아니었다.

"뭐 어떡해?! 어떻게든 불꽃이가 좋아할 행동을 해서 신에 대한 불신을 없애야지."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메르가 어떻게든 불꽃이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결심할 때

"근데 그전에 하메르 네가 아까 말한 잘못에 대한 벌은 받아야지."

"네?!"

쿠구궁.

"크억!"

패트릭이 하메르가 들고 있는 돌 위에 거대한 영압석 수십 개를 추가했다.

"벌은 10번째 탑으로 통하는 문 조각 2개를 박세준이 다 찾아낼 때까지. 그러니까 빨리 찾아."

"네!"

하메르가 그동안 태만했던 10번째 탑의 부관리자 업무를 열심히 수행하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