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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3 - 63

***

씨앗 상점 본부.

"외로움의 신이 탄생했대!"

"진짜?!"

"우리 구경가자!"

"그래!"

소문을 들은 비전투신들이 외로움의 신 우리를 찾아가자

"반가워."

"외로움의 신이라고?"

우리는 이미 많은 비전투신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네···외로움의 신 우리라고 해요."

"우리?"

"네. 외롭지 말라고 세준 님이 지어주셨어요! 그래서 저도 외로운 이들을 위로하는 신이 될 거예요!"

"세준 님? 우리야, 설마 네가 말하는 세준 님이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은 아니지?"

질문을 한 비전투신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비전투신들도 긴장한 표정으로 우리의 대답을 기다렸다.

설마···아닐 거야.(아무리 믿투박이라도···맞으면 나 바로 박세준한테 신성력 올인한다!)

아니겠지?(믿투박이라도 신의 이름을···믿투박은 가능할지도?!)

기대했다 실망이 커질까, 필사적으로 기대를 숨긴 표정으로.

"어?! 어떻게 아셨어요?"

세준 님의 이름을 신들이 어떻게 알지?

우리가 세준을 아는 비전투신들을 보며 당황할 때

"오! 맙소사!"

"믿투박! 이제 신의 이름까지 짓는 거야?!"

우리의 대답을 들은 비전투신들은 뒤집어졌다.

종족신이 아닌 신의 이름을 짓는 건 창조신만이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

그걸 세준이 했다는 건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때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이 당신을 위해 버섯개미 3003호를 신전의 최하급 신도로 배치합니다.]

[신성력이 10 상승합니다.]

[최하급 신도 버섯개미 3003호가 신전 주변을 청소합니다.]

[신성력이 0.2 상승합니다.]

[최하급 신도 버섯개미 3003호가 신전에 묻은 먼지를 청소합니다.]

[다른 이가 신전을 볼 때 가시거리가 1m 증가합니다.]

[최하급 신도 버섯개미 3003호가 당신의 신전에 친구 버섯개미 3002호를 데려옵니다.]

[버섯개미 3002호가 당신의 신전을 목격합니다.]

[신성력이 0.0002 상승합니다.]

···

..

.

루나의 앞에 주르륵 나타나는 메시지.

"바···박세준이 내 신전에 신도를 배치해 줬다!"

"뭐?! 신도를?!"

"믿투박!!!"

"믿투박!!!"

씨앗 상점 본부에 있는 루나와 다른 비전투신들이 구호를 외치며 난리가 났다.

그리고

"믿투박! 믿투박!"

외로움의 신 우리도 다른 비전투신들과 함께 믿투박을 외쳤다.

여기 너무 재미있어요!

이제 전혀 외롭지 않은 우리였다.

***

검은 거탑 99층.

"읏차!"

새벽에 늦게 잔 덕분에 평소보다 늦게 일어난 세준.

꼬르르륵.

"배고프네."

"냥···."

꾸엥···

낑···

일행들을 챙기고 배를 문지르며 취사장으로 가서

"세준 1호, 밥 좀 줘."

일행들과 세준 1호가 차려주는 밥을 먹었다.

흐흐흐. 역시 남이 해주는 밥이 최고야.

맛있게 밥을 먹던 세준.

근데 남이 맞나?

세준 1호는 자신의 능력을 복제한 존재.

문득 의문이 들었다.

"에이. 그게 뭐가 중요해."

세준은 잡생각을 지우고 다시 맛있게 밥을 먹었다.

그렇게 아침 식사가 끝나자

꾸엥!

[아빠, 여기 커피다요!]

꾸엥이가 커피를 내려서 가져왔다.

"응. 고마워. 크으. 역시 우리 꾸엥이가 내려준 커피가 최고다."

세준이 커피를 마시며 꾸엥이를 칭찬하자

꾸헤헤헤.

꾸엥이가 웃으며 세준의 옆에 앉아 세준의 몸에 자신의 몸을 기댔다.

잠시 후.

아침 식사 후의 즐거운 휴식 시간이 끝나자

꾸엥!

[아빠, 꾸엥이 약초 캐고 온다요!]

꾸엥이는 서쪽 숲으로 떠났고

"푸후훗. 위대한 하이브리드 박 회장, 나 하이브리드 테 부회장은 아래층에 갔다 오겠다냥!"

테오는 녹색탑이 아닌 탑을 내려갈 준비를 했다.

"응? 탑을 내려간다고? 어디 가게?"

"탄핵 파워를 키워야 한다냥!"

뭘 키운다고? 탄핵 파워?

세준이 무슨 소리냐며 테오를 볼 때

······

테오는 이미 사라진 후. 냥보를 사용해 검은 거탑 99층 출구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뭐···금방 오겠지.

언제나 항상 자신의 무릎에 붙어있으려는 테오의 성향을 알기에 세준은 안심하고 오전 일과를 시작했다.

철컹.

아공간 창고를 열고 안으로 들어간 세준.

"얘들아, 좋은 아침."

캬캬!

키키!

멸망개척자와 멸망포식자들에게 인사한 후

[너는 밭이다 Lv. 8가 발동합니다.]

[멸망의 사도 9좌 현혹하는 거미 앨리스의 몸에 멸망포식자 씨앗을 심었습니다.]

···

..

.

일을 했다.

그렇게 세준이 열심히 씨앗을 심을 때

캬캬!

멸망개척자 하나가 뒤뚱거리며 세준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퉷.

세준의 손에 씨앗 하나를 뱉어냈다.

멸망개척자가 씨앗을 뱉었다는 건 100만 개의 멸망포식자 씨앗을 심었다는 의미.

"잘했어."

캬캬!

세준이 씨앗을 뱉은 멸망개척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하고

푹.

새로운 멸망개척자 씨앗을 심었다.

그때

[직업 재능 : 성장하는 씨앗이 탑농부의 정성을 흡수해 성장을 시작합니다.]

[발아하지 못 한 씨앗이 발아를 시작합니다.]

[발아하지 못 한 씨앗이 발아 중인 씨앗(1단계)으로 변합니다.]

[씨앗이 햇살의 오라를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낮 동안 10m 이내의 농작물들에게 햇살을 비춰줍니다.]

세준의 정성을 먹고 자란 재능 : 성장하는 씨앗이 드디어 성장을 시작했다.

햇살의 오라?

물론 검은 거탑 99층 날씨는 항상 좋기에 전혀 필요 없는 오라였다.

"뭐. 내가 그렇지."

세준이 실망하며 다시 일을 시작하려 할 때

[대지의 신 패트릭이 하메르의 퀘스트를 완료해 10번째 탑으로 빨리 와줄 수 없냐며 간곡하게 말합니다.]

차단당한 하메르를 대신해 패트릭이 말을 걸어왔다.

하메르가 차단당한 건 쌤통이었지만, 세준이 빨리 10번째 탑으로 와줘야 했다.

"퀘스트요? 그렇지 않아도···."

세준이 퀘스트에 왜 보상이 없냐고 따지려 할 때

[대지의 신 패트릭이 퀘스트 보상도 좋으니, 완료하는 게 어떠냐고 말합니다.]

다시 말을 하는 패트릭.

그리고

"무슨 소리에요?! 보상이 좋다뇨?! 보상이 없는데!"

누구 놀려요?!

패트릭의 말에 쌓인 게 있던 세준이 발끈하며 외쳤다.

[······.]

세준의 대답에 잠시 말이 없던 패트릭.

[대지의 신 패트릭이 잠시 알아보고 오겠다고 말합니다.]

10분.

[퀘스트 보상에 강화의 비약 3방울이 추가됩니다.]

[퀘스트 보상에 100억 탑코인이 추가됩니다.]

···

..

.

하메르의 퀘스트 보상이 변경됐다.

***

검은 거탑 75층.

"냥냥냥."

콧노래를 부르며 상인 구역에 도착한 테오.

바닥에 앉아서

촵촵촵.

세준이 준 츄르를 먹으며 지나가는 상인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시간 정도 지났을 때

"테오 님, 여기서 뭐 하세요?"

상인 구역을 순찰하다 테오를 발견한 제라스가 다가와 물었다.

"푸후훗. 제라스, 반갑다냥! 이 몸은 대상인이 될 상인을 찾고 있다냥!"

"대상인이 될 상인이요?"

"그렇다냥! 대상인을 많이 만들어서 탄핵 파워를 올릴 거다냥! 푸후훗."

대상인들의 표를 모아 시스템을 탄핵시킬 파워를 모으겠다는 게 테오의 계획이었다.

이름하여 대상인 육성 프로젝트.

"네···수고하세요."

뭔가 나쁜 짓인 것 같아.

제라스가 악당처럼 웃는 테오와 엮이지 않게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그렇게 제라스가 떠나고 30분 정도가 지났을 때

찾았다냥!

"푸후훗. 너 내 대상인이 되라냥!"

테오가 지나가는 상인 하나를 붙잡았다.

494화. 도망쳐! 걘 진짜 악마야!

"이건 오늘 일당이다. 그리고 마긴 인턴은 앞으로 나와라."

제프 대리가 직원들에게 일당을 주며 마긴을 불렀다.

"네."

제프의 말에 앞으로 나서는 마긴.

"이번에 마긴 인턴이 전기하마족과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그리고 이건 인센티브다."

제프는 마긴의 공로를 모두에게 알리며 3탑코인을 건넸다.

마긴이 전기하마족과의 거래로 올린 매출 100탑코인에 인턴 인센티브 3%를 계산해서 주는 돈이었다.

"감사합니다!"

마긴이 넙죽 고개를 숙이며 돈을 받았다.

'므히힣. 재밌다.'

고개를 숙인 마긴은 헤죽헤죽 웃고 있었다.

처음에는 데이몬가의 일원인 자신에게 이런 하찮은 일을 시키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

당연했다. 마긴은 데이몬가의 직계. 평소 다루던 돈의 규모가 최소 억부터 시작하는 황금수저였으니까.

그러나

할만한데?

이곳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평소에는 느껴보지 못한 성취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직접 판로를 개척하고, 거래를 하며 친분을 쌓는 일.

부하들에게 판로를 개척하라고 지시하고 거래 상대에게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뺏기 위해 얼굴을 붉혔었던 때와는 달리 즐거웠다.

"좋아. 그럼 오늘은 흩어지고 내일 다시 출발한다. 해산."

제프의 말과 함께 유랑 상인들이 흩어졌고

'므히힣. 이걸로 노점상에서 간식 사 먹어야지.'

마긴은 상점 거리에 있는 노점상으로 향했다. 과일의 겉을 설탕으로 코팅해 꼬치로 만들어 파는 간식인데 진짜 맛있었다.

"이거 얼마···."

마긴이 노점상에 도착해 과일사탕을 사려 할 때

척.

"푸후훗. 너 내 대상인이 되라냥!"

마긴은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을 거는 익숙한 목소리에 몸을 흠칫 떨었다.

그 녀석이다!

도장을 들고 다니며 노예(직원)로 만드는 사악한 노랑 악마.

"냥?"

뭔가 익숙한 뒤통수다냥!

그사이 테오도 뭔가 익숙함을 느끼고는 빠르게 앞으로 이동해 마긴의 얼굴을 확인하며 실망했다.

휴. 나 산 건가?

테오의 반응에 마긴이 안도했다. 자신은 아닌 것 같았다.

악마의 마수에서 벗어난 것에 기뻐하는 마긴.

하지만

"마긴은 여기서 대기하라냥!"

악마는 자신을 놔주지 않았다.

그렇게 마긴을 옆에 세워두고 다시 대상인이 될 상인을 탐색하는 테오.

덕분에 마긴은 과일사탕이 앞에 있는데도 사 먹지 못한 채, 군침만 삼키며 대기했다.

잠시 후.

"어?! 형?!"

"마긴?"

마긴과 마찬가지로 노점상에서 과일사탕을 사려던 마춘이 테오에게 붙잡혀 왔다.

확실히 황금탑에 있는 재물의 절반은 데이몬가에 있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듯 둘 다 전부 대상인이 될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대상인이 될 상인을 둘이나 찾은 테오.

그러나

"냥···이미 잡은 물고기 들이다냥!

테오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때

"냥?!"

뉴페이스다냥!

테오의 눈에 과일사탕 노점상으로 다가가는 붉은색 털을 가진 양 하나가 보였다.

그리고

"푸후훗. 너 내 대상인이 되라냥!"

서둘러 다가가 말을 거는 테오.

그러자

"정말요?! 저 대상인 시켜줄 거예요?!"

정상적이지 않은 대답이 돌아왔다.

"물론이다냥! 이 도장만 받으면 대상인으로 만들어 주겠다냥!"

물론 이쪽도 정상적이지 않았다.

"네! 할게요! 대상인이 될 수만 있으면 악마에게 영혼도 팔 수 있어요!"

당차게 대답하는 붉은 양.

도망쳐! 걘 진짜 악마야!

악마는 영혼만 가져가지! 걘 다 가져가!

마춘과 마긴이 사악한 노랑 악마의 마수에 걸린 어린 양을 향해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었지만

꾸욱.

[아홉 용의 직원 계약 인장을 찍었습니다.]

[영원 계약을 발동합니다.]

[상대방과의 계약이 영원히 유지됩니다.]

악마의 말에 홀린 어린 양은 결국 악마에게 도장을 찍혀버렸다.

"환영한다냥! 근데 이름이 뭐냥?!"

"빨리도 물어보시네요. 니니르에요! 도장도 찍었으니까 빨리 대상인 만들어 주세요!"

"푸후훗. 알겠다냥! 모두 모이라냥!"

"네!"

"네!"

테오의 부름에 마춘과 마긴이 서둘러 달려왔다.

"안녕하세요! 전 니니르 곧 대상인이 될 양이죠!"

"난 마춘. 여기는 내 동생 마긴이야."

"안녕."

셋이서 인사를 나누는 사이

"헤르 님, 얘네들 대상인으로 만들어 달라냥!"

테오는 헤르에게 셋을 대상인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상인의 신 헤르가 일단 셋을 대상인 시험을 볼 수 있는 최우수 상인으로 만들겠다고 말합니다.]

[상인의 신 헤르가 자신의 직권으로 대상인의 인맥을 시험하는 대상인 승급 1단계 시험을 통과시킵니다.]

[상인의 신 헤르가 대상인 승급 2단계 시험은 자신의 직권으로 통과시킬 수 없지만, 그대가 가진 고용 계약서를 1000부씩 셋에게 빌려주면 간단하게 통과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푸후훗. 알겠다냥!"

헤르는 의외로 순순히 협조했는데···

[상인의 신 헤르가 그대가 박세준에게 잘 말해줘서 자신의 신전에도 신도들을 배치해 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세준에게 신도를 받기 위해서였다.

이미 전체 20표 중 10표를 가진 테오. 여기서 검은 거탑의 대상인 셋이 추가되면 26표 중 절반 이상인 16표를 가지게 된다.

검은 거탑 대상인은 두 표를 행사할 수 있으니까.

거기다 자신이 테오의 요구를 거부해도 어차피 테오가 지나가는 대상인을 붙잡아 표를 늘리면 과반수가 넘어간다.

결국 테오가 자신을 탄핵시킬 수 있는 권한을 얻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래서 박세준을 믿고 그냥 순순히 테오에게 협조하기로 했다. 믿투박은 언제나 옳으니까.

이어서 대상인의 무력을 시험하는 대상인 승급 3단계 시험은 셋의 무력이 강해 쉽게 통과했고.

4단계 시험인 11조 탑코인을 가져오는 건 테오가 외상으로 해달라고 우겨서 패스.

[상인의 신 헤르가 마지막 시험을 시작하겠다고 말합니다.]

헤르의 말과 함께 마춘, 마긴, 니니르의 앞에 1에서 5까지의 숫자가 적힌 두루마리가 5장씩 나타났다.

[상인의 신 헤르가 순서대로 열어야 하며 대신 열어주면 실격이라고 말합니다.]

"냥···아쉽다냥! 빨리 1번을 열어보라냥!"

자신이 두루마리를 열려고 했던 테오가 아쉬워하며 셋을 재촉했다.

***

검은 거탑 99층.

꾸엥!

[아빠, 꾸엥이가 약초 캐왔다요!]

늦은 오후가 되자, 약초밭에서 돌아온 꾸엥이가 세준에게 푸른색 칡뿌리를 건넸다.

"응. 고마워."

세준은 꾸엥이에게 받은 칡뿌리를 바로 입에 넣었다.

우적.우적.

꾸엥이가 약초밭에서 이미 깨끗이 씻은 약초기에 흙이 씹히는 일은 없었다.

꿀꺽.

[푸른 잠재력의 칡뿌리를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의 잠재력이 7 상승합니다.]

그렇게 칡뿌리를 삼키자 나타나는 메시지.

"응?"

5가 아니고 7이네?

평소와 다른 메시지에 세준이 푸른 잠재력의 칡뿌리 옵션을 확인하자

재배자 : 중급 약초꾼 꾸엥이 박

약초꾼 앞에 중급이라는 말이 붙어있었다.

꾸엥이의 약초꾼 등급이 중급으로 오르며 수확한 칡뿌리의 능력이 오른 것.

"오! 우리 꾸엥이 중급 약초꾼 됐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그렇다요!]

엣헴. 꾸엥이 이제 중급 약초꾼이다요!

뿌듯한 표정으로 큰형아인 테오를 따라 허리에 두 앞발을 올리고 세준에게 칭찬받을 준비를 하는 꾸엥이.

"축하해! 꾸엥이가 중급 약초꾼이 된 기념으로 우리 탑 75층 가서 맛있는 거 먹자!"

세준은 그런 꾸엥이와 탑 75층에 내려가기로 했다.

꾸엥!

[좋다요!]

헤헤헤. 이걸로 아빠랑 맛있는 거 사 먹을 거다요!

세준의 말에 기뻐하며 꾸엥이가 자신의 용돈주머니가 잘 있나 확인했다.

그리고

맛있는 걸 먹으러 간다고?!

세준과 꾸엥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둘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까르르.

깍!

(위대한 까망이 님, 세준 님이랑 꾸엥이 님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간답니다!)

까르르는 자신이 들은 걸 서둘러 까망이에게 보고했고

낑?!낑!

[뭐 맛있는 거 먹는 걸 먹으러 간다고?! 집사야! 우리도 데려가!]

까망이는 부하들을 데리고 세준이 자신을 두고 갈까 봐 헐레벌떡 달려왔다.

그렇게 꾸엥이, 까망이 패밀리를 데리고 탑을 내려가는 세준.

테오와 길을 엇갈리지 않을까라는 걱정은 하지 않았다. 테오는 알아서 자신을 잘 찾아오니까.

잠시 후.

[검은 거탑 75층에 도착했습니다.]

[최상층인 탑 99층에서 탑 75층으로 이동했습니다.]

[24층을 내려갔습니다.]

[이명 : 역행자와 이명 : 다섯 탑의 정상에 오른 자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120 상승합니다.]

[이명 : 다섯 탑의 정상에 오른 자의 효과로 1초간 무적 상태가 됩니다.]

웨이포인트로 탑 75층에 도착한 세준.

"아니네. 내가 찾아왔네."

10km 정도 떨어져 있나?

세준이 멀리서 느껴지는 테오와의 거리를 계산하며 말했다.

그때

슉.

"푸후훗. 위대한 하이브리드 박 회장, 나 보러 온 거냥?! 그렇지 않아도 박 회장이 필요했다냥!"

세준의 기운을 느낀 테오가 냥냥보로 순식간에 이동해 세준의 얼굴에 달라붙었다.

"푸후훗."

부비부비.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세준을 만나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세준의 얼굴에 자신의 몸을 비비는 테오.

"내가 필요했다고?"

"냥! 그렇다냥! 빨리 저쪽으로 가자냥! 저쪽이다냥!"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 매달려 앞발로 상인 구역 쪽을 가리켰고

꾸엥!

[빨리 가서 맛있는 거 사 먹는 거다요!]

낑!

[집사야! 맛있는 거!]

뒤늦게 아공간 창고에서 나온 꾸엥이와 까망이도 세준을 재촉했다.

"그래. 알았어."

세준은 꾸엥이와 까망이를 챙긴 후

다다다다.

빠르게 상인 구역으로 달려갔다.

10분 후.

"여기다냥! 이 녀석들을 대상인으로 만들려면 박 회장의 아공간 창고에 든 물건들이 필요하다냥!"

테오의 안내를 받은 세준이 마춘, 마긴, 니니르가 대기하고 있는 곳에 도착했다.

철컹.

테오가 셋이 펼친 두루마리에 나온 물건들을 세준의 아공간 창고에서 꺼내왔고

"나도 도와줄게."

세준도 그런 테오를 도왔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맛있어 보인다요!]

끼히힛.낑!

[히힛. 맛있을 거 같은 음식이다!]

그사이 노점상을 기웃거리는 둘.

꾸엥?

[그거 얼마다요?]

꾸엥이가 다섯 개의 과일 사탕이 꽂혀있는 꼬치를 가리키며 물었다.

"하나에 10탑코인입니다."

꾸엥!

[그럼 1000개 준다요!]

과감하게 지르는 꾸엥이.

자신의 용돈주머니에 든 돈은 5000탑코인도 안 됐지만, 상관없었다.

꾸엥이에게는 아빠의 3번 깎기가 있다요!

3번 깎기로 깎으면 되니까.

꾸엥!

[깎아준다요!]

"그럼 8탑코인에···."

꾸엥!

[더 많이 깎아준다요!]

"그러 5탑코인에···."

꾸엥!

[더 더 많이 깎아 준다요!]

"뭐···1000개나 사시니까···그럼 3000탑코인에 드릴게요."

오늘은 망나니가 돌아오는 날이라 일찍 들어갈 생각이었기에 노점상 주인은 이문을 조금만 남기고 팔기로 했다.

그렇게 3번 깎기로 사탕과자를 3탑코인에 산 꾸엥이.

"1000개는 만드는데 시간이 좀 걸리니까. 먼저 몇 개 먹고 계세요."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좋다요!]

꾸엥이가 딸기사탕 꼬치를 집자

낑!낑!낑!

[형! 형! 나도 한 개만!]

까망이가 서둘러 자신도 달라고 짖었다.

꾸엥!

[알겠다요!]

멋진 형은 동생에게 음식을 양보한다요!

꾸엥이가 꼬치에서 딸기사탕 하나를 빼서 까망이에게 줄 때

슥.

"야. 나도 하나만 사줘라. 그리고 돈도 좀 줘. 혹시 숨길 생각은 마. 그러다 걸리면 1탑코인에 한 대니까. 크크크."

호랑이족 전사 하나가 꾸엥이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삥을 뜯으려 했다.

히힛. 재밌겠다.

까망이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꾸엥이를 지켜봤다.

495화. 저 충성스러운 정직원 베이온이 해냈습니다!

"이야. 이게 얼마만의 도시 냄새야."

상인 구역 상인들에게 망나니 한라라고 불리는, 자유 용병 협회 협회장 한니발의 외손자 한라가 상인 구역에 들어서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크크크. 할아버지랑 라크 삼촌 몰래 출발한 보람이 있네."

한나발과 라크가 대련하는 사이 빠져나온 한라. 아직 영업을 하는 상점들과 노점상들을 보며 미소 지었다.

매일 힘든 훈련을 받다 한 달에 한 번 나오는 외출.

그런데 올 때마다 상점들과 노점상들이 닫혀있어 얼마나 심심했던가.

상인들은 자신을 발견하고는 부랴부랴 자리를 피하거나 서둘러 가게를 닫고 있었다.

크크크. 어디로 갈까?

한라는 그런 그들을 구경하며 오늘은 어디 가서 깽판을 칠지 사냥감을 물색하듯 상인 구역을 어슬렁거렸다.

그때

"응?! 호랑이족 차기 에이스 한라 님이 왔는데 반응이 없는 곳이 있네?"

내 명성도 많이 죽었네. 죽었어.

한라가 문을 닫지 않은 한 노점상을 발견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꾸엥이랑 흥정을 하느라 미처 한라를 발견하지 못한 과일사탕 노점상이었다.

"크크크. 오늘은 저기로 해야겠네."

한라 님이 나타났는데 감히 문을 안 닫아?!

한라가 과일사탕 노점상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근데 저 녀석들은 누구지? 촌구석에서 온 녀석들인가?

노점상 앞에서 과일사탕 꼬치 하나를 사서 사이좋게 나눠 먹는 어린 곰과 강아지.

누가 봐도 부모를 따라 상인 구역에 처음 촌뜨기들이 분명했다.

아마 그동안 열심히 모은 용돈으로 저거 하나 사서 나눠 먹는 거겠지?

"크크크. 코 묻은 돈 뺏는 게 또 재밌지."

한라 님이 도시의 매운맛을 가르쳐줘야겠군.

그렇게 노점상에서 깽판을 치기 전에 간단히 어린 곰과 강아지에게 세상의 무서움을 보여주기로 한 한라.

척.

일단 어린 곰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작업을 시작했다.

***

꾸엥?

자신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을 거는 한라를 보며 꾸엥이는 당황했다.

아빠가 분명 어깨동무는 친한 사이끼리 한다고 했는데 상대는 자신과 친하지도 않으면서 어깨동무를 했다.

거기다

1탑코인에 한 대?!

동시에 협박까지 하니

친구다요? 나쁜 놈이다요?

꾸엥이는 상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꾸엥?

[설마 방금 꾸엥이한테서 꾸엥이 돈을 뺏는다고 말한 거다요?!]

그래서 상대가 나쁜 놈인지 확인하기 위해 한라에게 되물었다.

아직 분노하지 않으려 했지만, 자신의 용돈을 뺏으려는 한라에게 꾸엥이는 무의식적으로 살기를 찔끔 뿜어냈다.

흠칫.

한라는 갑자기 꾸엥이에게서 느껴진 살벌한 기운에 자신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본능이 뭔가 잘못됐다고 말했지만

'뭐야?! 지금 내가 저런 녀석한테 겁을 먹었다는 거야!?'

우리 할아버지가 자유 용병 협회 협회장이고 우리 삼촌이 오린산의 지배자 흑곰 라크라고!

본능을 무시하고

"그래! 돈 내놓으라고. 돈! 곰탱이 새끼가 귓구멍이 막혔나? 귀 좀 뚫어줘?!"

꽈악.

어깨동무를 한 팔에 힘을 주며 더욱 불량스러운 말투로 말하는 한라.

'이 녀석 나쁜 놈이다요! 때려도 된다요!'

덕분에 한라를 때려도 된다는 확신을 얻은 꾸엥이.

"어?! 뭐···."

자신의 어깨에 올린 한라의 손을 뿌리치며 냅다 바닥에 메다꽂았다.

콰앙!

"커억! 이 곰탱이 새···."

콰앙!

한라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다시 반대쪽으로 메다꽂는 꾸엥이.

쾅!콰광!쾅!

이어서 수십 번을 바닥에 메다꽂았다.

"으···."

그렇게 한라가 기절하자

꾸엥?

[과일사탕 1000개 다 됐다요?]

노점상 주인을 향해 해맑은 표정으로 묻는 꾸엥이.

"네?! 네! 여기 있습니다!"

노점상 주인이 두려움에 떨며 서둘러 과일사탕을 건넸고

꾸헤헤헤.

끼히힛.낑

[히힛. 형! 나 하나만 더 줘!]

꾸엥이와 까망이는 과일사탕을 먹으며 세준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질질질.

기절한 한라를 끌고.

***

"허허허. 한라, 이 녀석이 그새를 못 참고."

"한니발, 웃지만 말고 애 좀 혼내! 그러다 나중에 정말 큰 사고 치면 어쩌려고 그래?!"

한니발이 도망간 한라를 혼낼 생각이 없어 보이자, 라크가 목소리를 높였다.

"때가 되면 우리 한라도 정신을 차릴 거야."

"그 때가 오기 전에 사고 치면?"

"그건 내가 막아줘야지."

"어휴···."

아무리 하나 남은 혈육이라도 그렇지···

도저히 한라에 대한 태도를 고치려고 하지 않는 한니발을 보며 라크가 한숨을 내쉴 때

"한니발 님!"

미리 상인 구역에 가서 한라가 사고 치지 않게 잡아두기로 한 용병들 중 하나가 빠르게 달려왔다.

"허허허. 무슨 일인데 그러느냐? 우리 한라가 또 상점에 가서 행패라도 부렸느냐?"

우리 한라가 또 사고를 친 모양이군. 상점 주인한테 사과하고 보상해야겠어.

"아니요. 행패를 부리려다 손님에게 맞아서 기절했습니다. 지금은 끌려가고 있는 중이고요."

"뭐?! 우리 한라가 기절할 정도로 맞아?!!!"

우리 한라, 때릴 데가 어디 있다고?!

평소에는 냉정하지만, 손자의 일에는 냉정을 잃는 한니발.

"거기다 어디냐?! 빨리 안내해라!"

"네!"

수하를 재촉하며 상인 구역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한라 녀석. 내가 언젠가 임자 만날 줄 알았다. 근데 수련이 부족했나? 어디서 맞고 다닐 애는 아닌데···."

라크는 천천히 한니발의 뒤를 따라갔다.

***

"마춘이랑 마긴은 황금용의 비늘 한 장씩, 니니르는 화염콩 1000개네."

"푸후훗. 쉬운 거 나왔다냥!"

"그러게. 자. 여기."

세준이 마지막 5번 두루마리에 나온 물건들을 아공간 창고에서 꺼내 마춘, 마긴, 니니르에게 건네자

우웅.

1에서 5번 문서가 합쳐지며 대상인 아이템을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검은탑과 황금탑을 유랑하는 양탄자]

[검은탑과 황금탑을 유랑하는 봇짐]

[재화를 생산하는 초고열화로]

마춘은 하늘을 날며 검은탑과 황금탑을 오갈 수 있는 양탄자를,

마긴은 테오와 비슷하지만 검은탑과 황금탑만 오갈 수 있는 봇짐을,

니니르는 집어넣은 물건을 태워 돈을 생산하는 화로를 얻었다.

"푸후훗. 대상인 3명을 얻었다냥!"

그렇게 탄핵 파워를 키운 테오가 기뻐할 때

꾸엥!꾸엥!

[아빠! 꾸엥이가 간식 사왔다요! 이거 먹어본다요!]

꾸엥이가 과일사탕을 잔뜩 들고 나타나 세준과 새로 대상인이 된 셋에게 건넸다.

그리고

아작.아작.

세준의 옆구리에 매달려 열심히 간식을 먹는 꾸엥이.

"근데 얜 누구야?"

세준이 꾸엥이가 끌고 온, 꾸엥이보다 덩치가 몇십 배는 큰 한라를 보며 물었다.

꾸엥!

[이 녀석이 꾸엥이 돈 뺏으려고 해서 혼내줬다요!]

"푸후훗. 꾸엥이 도장은 찍었냥?!"

테오가 웃으며 꾸엥이에게 물었다.

꾸엥!꾸엥!

[꾸엥이 도장 없어서 못 찍었다요! 큰형아가 꾸엥이 대신 찍어 준다요!]

"푸후훗. 알겠다냥!"

꾸욱.

기절한 한라의 뒤통수에 도장을 찍는 테오.

그때

"누구냐?! 감히 우리 손자를 때린 게?!"

멀리서 한니발이 포효하며 세준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왔다.

그렇게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커질 때

"푸후훗. 한니발 님, 어서 오라냥!"

"어?!"

검은 거탑의 대상인 노예사냥꾼 테오 박?!

도장을 들고 자신을 반갑게 맞이하는 테오를 보며 한니발의 분노가 빠르게 식어갔다.

"저 녀석이 한라 님을 기절시켰습니다."

그런 한니발에게 수하가 조용히 꾸엥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분은?!

세준의 옆구리에 매달려있는 꾸엥이를 발견한 한니발이 경악했다. 예전 레드리본 왕국에서 본 적이 있었다.

위대한 검은용의 아들 꾸엥이 박.

한라야, 미안하다. 이건 할아버지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구나.

한라가 친 사고는 한니발이 수습할 수 있는 범위를 까마득히 벗어났다.

자신의 손자가 위대한 검은용의 가족을 건드릴 줄이야···안 죽은 게 다행이었다.

생각해 보니 우리 한라가 정신을 차릴 때가 되긴 했지.

세준컴퍼니에 들어가 개과천선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한니발.

세준컴퍼니의 소문을 믿고 자신의 손자를 맡기기로 했다. 아니. 자신에게 다른 선택권은 없었다.

"하하하. 위대한 검은용 세준 님과 세준 님의 오른팔 테오 님을 뵙습니다. 앞으로 제 손자 한라를 잘 부탁드립니다."

"이 녀석 말이냥?"

테오가 기절한 한라를 가리킬 때

"으음···."

한라가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할아버지, 이 곰탱이 새···."

퍽!

"억!"

한니발을 발견한 한라가 기세등등한 목소리로 꾸엥이가 자신을 때렸다고 이르려다 한니발에게 뒤통수를 맞고 기절했다.

"하하하.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요. 죽이지만, 말아주십시오."

"푸후훗. 걱정 말라냥! 죽이지는 않는다냥!"

그때

꼬르르륵.

꾸엥!

[아빠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안 간다요?]

어느새 과일사탕을 다 먹은 꾸엥이가 세준을 보며 물었다.

"어!? 그래!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맞다! 꾸엥이가 중급 약초꾼이 된 걸 축하하러 온 거였지.

원래 이곳에 온 목표를 깨달은 세준이 서둘러 음식점을 찾아 들어갔고

"푸후훗. 오늘은 한니발 님이 계산하는 거다냥?"

"그···그럼요!"

자연스럽게 한니발이 음식값을 계산했다.

잠시 후.

"아. 배부르다."

"푸후훗. 공짜라 더 맛있었다냥!"

꾸헤헤헤. 꾸엥!

[헤헤헤. 잘 먹었다요!]

식사가 끝나자

"푸후훗. 제프 대리, 여긴 새 인턴 한라다냥! 마춘과 마긴은 내가 데려가겠다냥!"

테오는 상인 구역에 있는 세준컴퍼니 지부에 들려 기절한 한라를 인계했다.

그리고

"메이슨 님한테 가자."

세준은 이곳에 온 김에 탑 59층과 94층 땅문서를 구하기 위해 유랑 상인 협회 협회장 메이슨을 찾아갔다.

그렇게 도착한 유랑 상인 협회 협회장실.

"메이슨 님, 탑 59층과 94층 땅문서를 구할 수 있을까요?"

"잠시만요. 세준 님이 또 땅문서를 찾지 않으실까 해서 미리 모아두고 있었습니다."

세준의 말에 서랍에서 땅문서를 꺼내는 메이슨.

"오. 다행히 세준 님이 찾으시는 탑 59층과 94층 땅문서도 있네요. 나머지도 나중에 필요하실 수 있으니 가져가시지요."

세준에게 5장의 땅문서를 건넸다.

나머지 3개는 검은 거탑 65층, 72층, 붉은탑 62층 땅문서였다.

"고맙습니다. 잘 쓸게요."

땅문서를 챙긴 세준이 자리에서 일어날 때

[붉은탑의 탑농부 우돈이 작열의 앵두를 허락 없이 심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탑의 율법에 따라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이 앞으로 100년간 붉은탑의 탑농부 우돈을 거느립니다.]

세준의 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탑농부 8명을 전부 거느리는 위대한 농부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위대한 농부 업적에 대한 보상으로 거느린 탑농부들의 스탯을 빌려오는 직업 특성이 강화됩니다.]

[직업 특성에 따라 하얀탑 탑농부 아작스의 스탯 1%를 빌려옵니다.]

···

..

.

동시에 위대한 농부 업적 보상으로 거느린 탑농부들에게 빌려오는 스탯이 0.5%에서 1%로 상승했다.

"어?! 뭐지?"

어떻게 우돈몬이?!

갑작스러운 메시지에 세준이 당황했다.

***

붉은탑 93층.

우돈의 화염콩 씨앗 통에 몰래 작열의 앵두 씨앗을 섞어 넣은 붉은 여우 베이온.

"안 돼!"

'박 회장님! 테 부회장님! 저 충성스러운 정직원 베이온이 해냈습니다!'

우돈이 씨앗을 뿌리다 절규하는 걸 숨어서 지켜보다 웃었다.

그리고

두 분, 잘 지내고 계시죠? 충성스러운 정직원 베이온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가끔 두 분과 함께 먹었던 음식들이 떠오르곤 합니다.

'절 잊으신 건 아니시죠?'

꿀꺽.

베이온이 아련한 눈빛으로 하늘을 보며 군침을 삼켰다. 오늘따라 구름이 세준이 아이스크림을 올려준 핫케이크를 닮아 있었다.

496화. 이게 웬 횡재야! 세준컴퍼니에 단체 입사라니!

[잠재력의 한계로 인해 더 이상 스탯을 올릴 수 없습니다.]

"아쉽네."

메시지를 확인한 세준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다른 여덟 탑농부들의 스탯을 1%씩 빌려오게 되면서 엄청나게 올라야 할 세준의 스탯이 잠재력 때문에 거의 오르지 못했기 때문.

뭐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

말 그대로 빌려온 스탯.

세준의 잠재력이 오르면 알아서 그만큼 빌려와서 채울 수 있다.

"근데 우돈몬이 어떻게 작열의 앵두를 심은 거지?"

우돈 본인의 짓은 아닐 거고···

"램터 님도 아닐 텐데···."

만약 램터에게 그럴 마음이 있었다면 이미 한참 전에 우돈에게 씨앗을 심게 했을 거다.

그런 누구지?

잠시 고민하던 세준.

직접 물어보자.

"우돈몬 소환."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기 위해 우돈을 소환했다.

세준도 많이 강해졌기에 용 정도가 아니면 대면만으로 목숨을 위협받을 일은 없었다.

[붉은탑의 탑농부 우돈을 소환합니다.]

메시지가 나타나고 10초 후

"네놈이냐?! 내 씨앗 통에 다른 씨앗을 넣은 게?!"

세준의 허리 정도 키에 등에 거대한 배틀엑스를 맨, 덥수룩한 붉은 수염과 사자 같은 붉은 머리를 가진 드워프가 나타나자마자 세준을 향해 소리쳤다.

화르르륵.

동시에 우돈의 몸에서 나온 화염이 입을 벌리며 세준을 위협했다.

그러자

"하악! 100년짜리 비정규직 주제에 감히 우리 위대한 하이브리드 박 회장에게 화를 내는 것이냥?! 나 하이브리드 테 부회장이 혼내주겠다냥!"

바로 직원 참교육에 들어가는 테오.

꾸엥?!꾸엥!

[방금 아빠한테 화냈다요?! 꾸엥이가 혼내준다요!]

세준의 보디가드 꾸엥이도 나섰다.

"저···저기 말로···."

그렇게 압도적인 강자 둘에게 둘러싸여 찍소리도 못하고 맞는 우돈.

낑?!낑!

[감히 네가 뭔데 내 집사를 위협해?! 위대한 까망이 님이 혼내주겠다!]

팡.팡.

까망이도 합세해서 우돈을 나름 열심히 때려줬다.

그리고

우돈몬도 모르네.

세준은 우돈의 반응을 보며 우돈 본인도 자신이 어떻게 세준의 씨앗을 심게 됐는지 전혀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우돈몬 돌아가."

세준은 테오와 꾸엥이, 까망이에게 맞고 있는 우돈을 역소환시켰다.

그럼 뭐지?

누가 우돈에게 작열의 앵두를 심게 했는지 다시 고민에 빠진 세준.

그때

설마 베이온?!

세준의 머릿속으로 간사하게 웃는 베이온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주 가능성이 있어.'

흐흐흐. 나중에 붉은탑 가면 칭찬 좀 해줘야겠네.

궁금증이 풀린 세준이 기분 좋게 웃으며 집으로 복귀했다.

***

다음 날 아침.

아침에 모닝커피까지 해치운 세준.

"자. 인원 점검!"

"냥!"

꾸엥!

낑!

다다다.

세준의 말에 일행들이 빠르게 세준의 앞에 테오, 꾸엥이, 까망이 순으로 일렬횡대로 위치했다.

"좋아. 아공간 창고로!"

세준이 창고를 열며 말하자, 셋은 쪼르르 아공간 창고로 들어갔고

세준은 일행들이 아공간 창고로 들어가자

철컹.

문을 닫았다.

그리고

"에일린, 나 다녀올게."

[탑의 관리자가 조심히 다녀오라고 말합니다.]

"응."

에일린에게 인사를 한 후

촤르르륵.

땅문서를 펼치며 사라졌다.

10번째 탑으로 통하는 문을 완성하라는 하메르의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탑 94층으로 이동하는 세준이었다.

***

[검은 거탑 94층에 도착했습니다.]

[최상층인 탑 99층에서 탑 94층으로 이동했습니다.]

···

..

[이명 : 다섯 탑의 정상에 오른 자의 효과로 1초간 무적 상태가 됩니다.]

탑 94층에 도착한 세준.

쾅!

"어?!"

도착하자마자, 거대한 공룡의 꼬리가 세준을 후려쳤다.

[치명적인 공격을 받았습니다.]

[무적 상태입니다.]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다행히 무적 상태라 피해는 없었지만

더럽게 아프잖아!

고통은 그대로였다. 너무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났다.

그때

철컹.

"위대한 하이브리드 박···냥?! 박 회장, 왜 우냥?!!!"

누가 우리 박 회장 울렸냥?!

아공간 창고를 열며 세준의 얼굴을 향해 몸을 날리던 테오가 세준의 눈물을 보고 분노했다.

척.

[치카산의 지배자 블랙 드레이크 모자크]

조용히 자신을 때린 모자크를 가리키는 세준.

몸 주변에 붉은 안개를 두른 모자크는 어느새 하늘로 날아올라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하악! 네가 우리 박 회장 울렸냥?!"

운 건 아닌데···

아파서 눈물은 흘렸지만, 운 건 아니다. 진짜다.

아무튼 가랏! 테 부회장!

팟.

테오가 바로 방향을 전환해 세준을 공격한 모자크의 머리로 이동하자

후웅.

모자크가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만든 바람의 칼날로 테오를 공격했다.

그러나

"냥!냥!"

허공을 밟으며 자유롭게 방향을 전환하며 공격을 피하는 테오. 이명 : 하늘을 달리는 자의 효과 덕분이었다.

잠시 후.

쾅!

모자크의 덩치에 비하면 거의 점처럼 보일 정도로 작은 테오의 앞발에 뒤통수를 맞은 모자크가 바닥에 처박혔다.

"냥! 박 회장을 공격했으니, 이건 1000년짜리다냥!"

꾹.꾹.꾹.

테오가 기절한 모자크의 머리 위에서 서서 열심히 도장을 찍자

[커피나무 농장을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던 치카산의 지배자 블랙 드레이크 모자크를 거느렸습니다.]

[검은 거탑 94층 커피나무 농장 땅문서의 정당한 주인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땅문서의 스킬 : 농장 정보 Lv. Max가 활성화됩니다.]

동시에 땅문서 퀘스트가 완료됐다.

"오! 여기 커피나무 농장이야?!"

이제 커피도 직접 수확해서 먹을 수 있겠다.

메시지를 보며 환호하는 세준.

"이게 커피나무였구나."

세준이 주변 나무들을 보며 신나 할 때

끼히힛.낑!

[히힛. 얘들아 당겨!]

까망이는 모자크의 가슴에 박힌 자신의 코어 조각을 입으로 물고 잡아 당겼고

"네!"

끼룩!

샤사랑!

"넵!"

깍!

부하들도 까망이의 털을 잡아당기며 까망이를 도왔다.

그리고

뾱!

낑!

코어 조각이 뽑히며 까망이는 부하들과 함께 데구르르 굴렀다.

그렇게 고생 끝에 자신의 코어 조각을 뽑아낸 까망이.

끼히힛.낑!

[히힛. 집사야! 이거 가져!]

빨리 먹고 강해져서 맛있는 거 많이 만들어줘!

자신의 코어 조각을 물고 세준에게 달려갔다.

"오. 고마워."

세준이 까망이가 주는 코어 조각을 받자

[10번째 탑으로 통하는 문의 조각을 획득했습니다.]

메시지와 함께 코어 조각에서 갈색의 주먹만 한 나무 조각 하나가 분리되며 세준은 10번째 탑으로 통하는 문의 4번째 조각을 얻었다.

모자크 하나를 잡아서 복수, 땅문서 퀘스트, 10번째 탑으로 통하는 문 조각까지 1타3피를 한 세준.

[펜릴의 코어 조각(0.5%)]

테오가 0.5%짜리를 그렇게 쉽게 잡았다고?!

자신의 손에 들린 코어 조각을 보며 당황했다.

각성 전 아작스가 0.1%짜리 코어에 고전했던 걸 생각하면 테오가 얼마나 강해진 건지 알 수 있다.

테오, 이 녀석 언제 이렇게 강해진 거지?

갑자기 배가 아파지는 세준.

하지만

"푸후훗. 위대한 하이브리드 박 회장, 나 하이브리드 테 부회장이 박 회장 울린 녀석 혼내줬다냥!"

우쭐해하며 세준을 향해 달려오는 테오의 미소를 보니 질투심은 사르륵 녹아 사라졌다.

"운 거 아냐."

"냥?! 분명 박 회장의 눈에서 흐르는 물을 봤다냥!"

"그거 비야."

"비가 왔었냥?!"

"응."

세준의 말은 무조건 믿는 테오. 세준의 말대로 비가 왔다고 생각했다.

"이제 하나 남았다. 탑 59층으로 가자."

"푸후훗.알겠다냥!"

세준과 일행들이 탑 59층 땅문서를 사용해 다시 이동했다.

***

검은 거탑 59층.

"빨리 도망쳐라!"

"닿으면 끝이야!"

쩌저적.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얼음을 피해 도망치는 탑 59층 주민들.

"여기가 맞네."

여기서 펜릴 님의 기운이 느껴져.

도망치는 주민들에게는 관심도 없는 푸른 피부의 여인이 고혹스럽지만,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펜릴의 기운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멸망의 사도 비명과 얼음의 여왕 샤샤.

그녀는 자신과 같은 솔로파인 펜릴, 쿠루거, 바이올렛, 앨리스가 전부 모습을 감추자, 그들을 찾아 나섰다.

그때

[검은 거탑 59층에 도착했습니다.]

···

..

.

[이명 : 다섯 탑의 정상에 오른 자의 효과로 1초간 무적 상태가 됩니다.]

그런 샤샤의 앞에 나타난 세준.

상당히 거리가 있었지만

쩌저적.

샤샤의 냉기가 세준을 얼리려 했다.

샤샤는 펜릴을 찾기 위해 엄청난 수의 파편을 검은 거탑으로 보냈고

현재 세준의 앞에 있는 샤샤는 탑 안에서 파편들이 모이며 원래 힘의 1%를 가진 상태.

[버틸 수 없는 냉기 공격을 받았습니다.]

[무적 상태입니다.]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어?!"

냉기?!

"온실!"

세준은 메시지를 보자마자 서둘러 스킬을 사용했다.

[온실 Lv. 6이 발동합니다.]

[반경 2km에 따뜻한 온실이 만들어집니다.]

[온실 Lv. 6의 숙련도가 채워집니다.]

[주변의 냉기로 인해 온실 온도가 크게 떨어집니다.]

"휴우. 살았다."

오들오들.

추위에 몸을 떠는 세준. 아직도 온도가 영하기는 했지만, 온실 스킬 덕분에 버틸만했다.

그리고

철컹.

"냥?! 위대한 하이브리드 박 회장, 이번엔 왜 코에서 물이 나오냥?! 많이 춥냥?!"

걱정 말라냥! 나 하이브리드 테 부회장이 따뜻하게 해주겠다냥!

포옥.

아공간 창고에서 나온 테오가 서둘러 세준의 무릎을 안으며 털옷이 되어줬다.

꾸엥!

[꾸엥이도 아빠 따뜻하게 해준다요!]

꾸엥이도 세준의 옆구리에 매달리며 세준을 따뜻하게 해줬다.

그리고

낑?!

[이건 샤샤의 기운?!]

멀리서 샤샤의 기운을 느낀 까망이.

끼엣취!

한기에 재채기를 하며 세준처럼 코에서 콧물이 나왔다.

너무 추운데?

낑!

[까르르, 엄돌이랑 앨리스 데려가서 샤샤 데려와!]

끼룩!

까망이의 지시에 꼬미가 거미줄로 까르르의 몸을 감싸 냉기를 막는 막을 만들어줬다.

그렇게 까르르가 엄돌이와 꼬미를 태우고 떠나자

낑!낑!

[집사야! 나 추워! 빨리 집에 들어갈래!]

까망이는 자신을 빨리 슬링백에 넣으라고 짖었다.

"알았어. 우리 까망이 춥지?"

세준이 서둘러 까망이를 들어 콧물을 닦아준 후 슬링백에 넣었다.

아직 추웠기에 세준은 추가로 옷을 몇 벌 더 입고

"근데 여기가 농장인가?"

세준이 주변에 차곡차곡 높게 쌓인 풀 더미를 살펴볼 때

스스슥.

풀더미에서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미는 고블린 하나.

"어?! 테 부회장님?"

스카람의 조카 파쿠였다.

그리고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들깨 농장을 불법 점거하고 있는 그린 고블린족들을 처치하거나 합의를 하고 땅의 권리를 되찾아라.]

보상 : 검은 거탑 59층 들깨 농장의 정당한 주인으로 인정

세준의 앞에 나타나는 메시지.

"흐흐흐. 좋게 말할 때 합의하고 여기서 일할래? 아니면 맞고 일할래?"

이제 들기름을 먹을 수 있는 건가?

머릿속이 들기름으로 가득한 세준이 파쿠를 보며 악당처럼 웃으며 말했고

"푸후훗. 파쿠, 빨리 다른 고블린들 데려와서 도장 받게 하라냥!"

테오가 파쿠에게 다른 고블린들을 데려오게 했다. 어느새 추위는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네! 그럼요! 빨리 데려올게요!"

이게 웬 횡재야! 세준컴퍼니에 단체 입사라니!

파쿠가 기뻐하며 서둘러 마을에 있는 고블린들을 데리러 갔다.

그렇게 파쿠가 다른 고블린들을 데리러 간 사이

파닥.파닥.

깍!

[위대한 까망이 님, 샤샤를 데려왔습니다!]

삐약!

[펜릴 님! 여기 계셨군요!]

까르르가 푸른색 병아리와 함께 날아왔다.

497화. 얘들아, 까망이 패밀리의 힘을 보여주자!

낑!낑!

[집사야! 얘는 샤샤야!]

까망이가 세준에게 푸른색 병아리를 소개하자

삐약!삐약!삐···

[반갑다! 미천한 인간. 이 몸은 위대한 멸망의 사도 5좌 얼음과 비명의 여왕···]

파닥.파닥.

푸른색 병아리는 힘들게 날아 세준을 내려다보며 제법 거만한 표정으로 세준에게 직접 자기소개를 했고

낑!

[샤샤 머리 박아!]

삐약?

[네?]

까망이의 심기를 건드렸다.

낑?!낑?!낑!

[내 집사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 뭐해?! 빨리 머리 박으라고!]

삐약!

[네!]

까망이의 호령에 서둘러 머리를 박는 샤샤.

모든 게 계획대로군.

까르르가 그런 샤샤를 보며 속으로 웃었다.

까르르는 샤샤를 데려오면서 일부러 샤샤에게 세준의 서열을 알려주지 않았다.

자신이 당해본 것처럼 당해보라는 의미도 있었고

샤샤의 첫인상이 안 좋아지면 내 이름보다 더 처참한 이름이 나오겠지?

샤샤가 세준에게 나쁜 이름을 받게 하기 위한 큰그림이었다.

억울하게도 아직까지 세준이 만든 이름 중 자신의 이름보다 못한 이름은 없었다.

세준 님 화이팅! 필생의 역작을 만드는 겁니다!

까르르가 두 날개를 기도하듯이 모으며 세준을 응원했다.

아직 퇴마가 덜 됐나?

머리를 박고 있는 푸른색 병아리를 보며 조심스럽게 거리를 벌리는 세준.

낑!

[집사야! 애 이름 지어줘!]

그런 세준을 향해 까망이가 이름을 부탁했고

"그럴까?"

검은 거탑 59층에 세준작명소가 오픈했다.

두근!두근!

머리를 박고 있는 샤샤를 제외한 까망이 패밀리의 심장이 기대감에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시선은 세준의 입에 집중됐고, 귀도 최대한 쫑긋 세워 어떤 순간에도 세준의 목소리를 못 듣는 일이 없도록 했다.

"샤샤니까 샤샤샥? 아냐 최대한 멸망의 사도 느낌은 빼야지. 그럼···파랑 병아리니까 파리. 얼음 쓰는 새니까 얼새···."

그사이 작명에 들어간 세준. 작명한 이름들을 입으로 하나씩 말해보며 테스트를 했다.

좋지도 않지만, 나쁘지도 않은 이름들.

뭔가 부족한데···

딱 꽂히는 게 없었다.

세준이 아쉬워하며 더욱 깊은 고민에 들어갔고

비명과 얼음을 쓴다고 했으니까···비명의 'ㅂ'에 얼음 빙(氷)을 더해서 삥닭?

아니면 동서양의 조화를 생각해서···블루 병아리. 블아리.

미래지향적으로 병아리가 자라면 닭이니까 파랑 닭. 파닭.

고심 끝에 세 개의 이름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삥닭, 블아리, 파닭."

세 개의 이름을 입으로 말해보며 느낌이 오는 걸 골랐다.

하지만

이것도 아닌데···

고심 끝에 고른 이름들 중에도 마음에 드는 이름이 없었다.

이렇게 오래 고민하고도 답이 나오지 않을 때는···

처음으로 돌아간다.

첫 단추를 잘못 꼈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샤샤부터 다시 생각해 보자.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이름을 만들었다.

"샤샤랑 병아리를 더해서 샤리? 샤리··· 샤리."

이거다!

말하면 말할수록 이름이 입에 촥촥 감겼다.

"좋아. 앞으로 네 이름은 샤리야."

끼히힛.낑!

[히힛. 내 이름보다 못하군!]

"그러게요. 샤리보단 엄돌이가 낫죠."

끼룩!

샤라랑!

"크흠. 제 이름보단 좋은 거 같은데욥···."

세준의 말에 까망이 패밀리들의 희비가 교차했다. 세준과 지내다 보니 멋진 이름에 대한 기준이 이상해진 까망이 패밀리였다.

안돼!

물론 샤리라는 이름에 가장 크게 슬퍼한 건 까르르였다.

까르르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세준의 마스터피스로 기록될 것 같았다.

그렇게 세준이 샤리의 이름을 지었을 때

[양봉 Lv. 9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

세준의 앞에 나타나는 메시지.

양봉 스킬이 드디어 마스터 레벨이 됐다.

***

검은 거탑 99층.

달콤이의 벌집.

위잉.위잉.

수천 마리의 독꿀벌 여왕들이 달콤이가 있는 벌집 앞에 길게 줄을 섰다.

그리고

위잉!

[달콤이 님, 독꿀벌 대여왕이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독꿀벌 여왕들이 들어가 달콤이에게 축하 인사를 했다.

그동안 독꿀벌 대여왕의 밑에서 많은 걸 배운 달콤이가 드디어 독꿀벌 대여왕으로 진화한 것.

비잉.비잉.

[응. 고마워.]

달콤이는 그런 독꿀벌 여왕들의 축하 인사를 무심하게 받았다.

세준 님이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자신이 독꿀벌 대여왕이 되는 순간을 세준에게 보여주지 못한 걸 아쉬워하면서.

그렇게 달콤이가 독꿀벌 여왕들의 축하 인사를 받고 있을 때

위잉.위잉.

[헤헤헤. 달콤이 님, 독꿀벌 대여왕이 되신 걸 축하드려요. 이건 제 성의에요.]

세준이 '일곱째'라고 부르는 일곱 번째 독꿀벌 여왕이 달콤이에게 축하를 전하며 달콤이 앞에 붉은색 물체 하나를 놨다.

간신배의 재능을 가진 일곱째답게 뇌물을 빼놓지 않았다.

위잉?

[왜 저런걸?]

다른 독꿀벌 여왕들은 그런 일곱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의 씨앗]

독꿀벌 여왕 앞에 놓인 건 이름 모를 씨앗. 꽃가루나 꿀처럼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방긋.

이 씨앗을 세준 님에게 드리면 좋아하시겠지?

지금까지 무표정했던 독꿀벌 대여왕 달콤이의 얼굴에 처음으로 미소가 그려졌다.

헤헤헤. 통했다.

달콤이 님의 마음을 얻으려면 먼저 세준 님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말씀!

일곱째가 다른 독꿀벌 여왕들을 보며 당당히 달콤이의 오른쪽에 자리했고

위잉.

[헤헤헤. 달콤이 님, 뭐 필요한 건 없으신가요?]

열심히 앞발을 비비며 간신배의 재능을 본격적으로 발휘하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