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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0 - 40

***

하얀탑.

-위대한 하얀용 켈리온 마므브가 명령한다! 내일 아침까지 탑 83층 땅문서를 찾아라!

"네!"

켈리온의 지시를 받은 하얀탑의 강자 5명.

탑 83층 땅문서를 구하기 위해 잠도 못 자고 어둠을 헤치며 땅문서 추적을 시작했다.

그리고

"정보에 의하면 카온이라는 상인이 탑 83층 땅문서를 1년 전에 구매했다고 합니다!"

어렵게 찾은 탑 83층 땅문서의 단서.

"그럼 카온을 찾아간다!"

"네!"

하지만

"뭐? 카온이 이미 반년 전에 실종됐다고?!"

카온은 이미 실종된 뒤였다.

"어떡하지?!"

"이제 곧 아침이야."

아침까지 한 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 카온을 추적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점점 다가오는 카운트다운.

하얀탑의 강자들이 곧 자신들에게 향할 위대한 하얀용의 분노를 생각하며 두려움에 떨었다.

***

다음 날 아침.

"읏차!"

잠에서 깬 세준.

슥.

"냐앙···."

몸을 일으켜 테오를 무릎에 착용한 후

꾸로롱.

끼로롱.

아로롱.

삐로롱.

코를 골며 곤히 자는 동물들을 두고 벽에 날짜를 표시한 후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흥흥흥."

[민첩의 당근이 농사꾼의 발소리에 감사하며 힘을 보탭니다.]

[민첩 스탯의 잠재력이 857에서 858으로 상승합니다.]

농장을 걸으며 잠재력을 올리는 세준.

그때

끼에엑!

불개미가 위풍당당한 걸음으로 세준을 향해 다가왔다.

"어?! 너는?"

세준이 다가오는 불개미를 보며 당황했다.

과거 세준이 '너는 밭이다'를 사용했다가 페로몬이 변해 세준을 따라온 불개미였다.

쓱.

불개미가 세준을 향해 자신의 등을 보였다. 나 영약 있어요!

화르륵.

얼마나 자신감이 넘치는지 불개미는 더듬이로 하늘을 향해 불을 뿜어냈다.

"그렇게 자신 있어?"

끼에엑!

화르르륵.

세준의 물음에 더 강하게 불을 뿜어내는 불개미.

"오. 그 정도야?"

세준이 불개미의 등에 난 영약을 바라봤다.

얇은 주황색 줄기가 수백 개 나 있는 다른 버섯과는 다른 모습.

"뭐지?"

툭.

세준이 궁금해하며 영약을 수확했다.

[최상급 영약 : 동충하초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1500을 획득했습니다.]

[직업 퀘스트를 완료하지 못해 경험치가 쌓이지 않습니다.]

"동충하초?"

세준이 서둘러 옵션을 확인했다.

[최상급 영약 : 동충하초]

탑농부의 소작농 불개미가 키웠습니다.

뛰어난 맛과 향을 자랑합니다.

섭취 시 모든 스탯 +20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의 소작농 불개미

유통기한 : 150일

등급 : A+

불개미가 자신 있어 할 만했다.

"오! 불개미 잘했어!"

세준이 불개미를 칭찬하며 불개미들을 더 길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세준이 동충하초를 수확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자

-아작스, 미안하다. 아직 탑 83층 땅문서를 못 찾았단다.

아작스의 눈치를 보며 말하는 켈리온이 보였다.

그리고

"흥! 실망이야! 이제 할아바지랑 얘기 안 해!"

고개를 획 돌리며 토라진 티를 내는 아작스. 할아버지 미워! 세준이 형한테 큰소리쳐놨는데···

그렇게 다시 틀어진 조손 지간.

-내 이것들을···.

켈리온이 자신의 명을 어긴 5명에게 화풀이를 하려고 할 때

"아작스, 할아버지한테 그러는 거 아냐. 빨리 사과드려."

세준이 엄한 목소리로 아작스를 꾸짖었다.

이건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 자신이 나서서 둘의 사이를 회복시키는 게 맞았다.

"그치만···난 형이 말한 땅문서를···."

세준이 자신의 편을 안 들어주자 억울한지 아작스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난 세준이 형을 위해 그런 건데···

"아작스 마음은 형도 알지. 그래도 할아버지한테 그러면 안 돼. 빨리 할아버지 안아드려."

"응. 알았어. 할아버지 미안."

세준의 말에 아작스가 켈리온을 안으며 사과했다.

"켈리온 님, 죄송합니다. 제가 무리한 부탁을 드려서···."

자신의 책임도 있기에 세준도 켈리온에게 사과했다.

-으흐흐흐. 아니다. 땅문서는 내가 계속 찾아보마.

아작스의 포옹에 기운이 좋아진 켈리온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말했다.

덕분에 하얀탑의 강자들은 위대한 하얀용의 분노를 피할 수 있었다.

그렇게 켈리온과 아작스를 화해시킨 세준.

"얘들아, 이제 출발할 거니까 빨리 들어가."

세준이 아공찬 창고를 열며 말했다.

테오가 가져온 탑 70층과 탑 81층 땅문서를 사용해 밤고구마와 힘과 체력의 배를 수확해 오기 위해서였다.

"푸후훗. 알겠다냥!"

꾸엥!

[알았다요!]

"응! 형!"

삐욧!

[네!]

테오, 꾸엥이, 아작스, 삐욧이가 아공간 창고로 들어가자

"그럼 문 닫을···."

문을 닫으려는 세준.

그때

낑?!낑!

'어디가?! 나도 데려가!'

뚱땅.뚱땅.

펜릴이 서둘러 달려왔다. 어제 성장하며 커진 보폭에 걸음이 조금 빨라졌다.

"우리 까망이도 갈 거야?"

낑?!

'네가 가면 누가 날 보호해?!'

세준의 바짓가랑이를 물며 같이 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펜릴.

"알았어. 같이 가자."

척.

세준이 펜릴을 들어 아공간 창고에 넣었다.

그리고

촤르륵.

탑 70층 땅문서를 펼치며 세준이 사라졌다.

316화. 나 아니거든!

316화. 나 아니거든!

[검은탑 70층 농장에 도착했습니다.]

[최상층인 탑 99층에서 탑 70층으로 이동했습니다.]

[29층을 내려갔습니다.]

[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29 상승합니다.]

탑 70층에 도착한 세준.

"읍!"

주변의 고약한 악취에 황급히 코를 막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왜 똥냄새가 나지?

그리고

"어? 이건..."

세준의 눈에 샛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들이 들어왔다. 이곳은 은행나무 농장이었던 것.

"그럼 이 냄새는···?"

세준이 바닥을 보자 바닥에 떨어진 은행 열매들이 무수히 보였다.

"흐흐흐. 맛있겠다."

껍질을 벗겨 안에 종자를 구워 먹으면 이게 또 별미다.

"빨리 애들 불러야지."

세준이 서둘러 아공간 창고를 열려고 할 때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농장 관리가 너무 안 돼 농장에 심한 악취가 납니다. 악취 제거를 위해 땅에 떨어진 은행 열매를 전부 수거하십시오.]

보상 : 검은탑 70층 농장의 정당한 주인으로 인정

"잘됐네."

퀘스트를 본 세준이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다 주우려고 했다.

그리고

철컹.

"얘들아, 나와."

세준이 아공간 창고를 열어 일행을 불렀다.

하지만

철컹!

다시 닫히는 문.

"뭐지?"

철컹.

세준이 아공간 창고 문을 다시 열자

"이걸로 코를 막으라냥! 박 회장이 똥 싼 거 같다냥!"

꾸엥!꾸엥!

[아빠 몸에서 나는 똥냄새 너무 지독하다요!]

"아무리 세준이 형을 좋아해도 당분간은 멀리해야겠어."

삐욧!

[테오 님! 저도 주세요!]

낑?!

'너 뭘 먹은 거야?!'

일행들이 테오가 준 대파로 부랴부랴 코를 막고 있는 게 보였다. 이것들이!

"나 아니거든!"

자신을 오해하는 일행들에게 발끈한 세준.

"여기서 나는 거야!"

푹.

은행 열매 과육은 맨손으로 만지면 안 되기 때문에 세준이 테오가 가져온 맥기의 단검으로 은행 열매 하나를 찔러서 보여줬다.

구릿한 냄새를 풍기는 진범, 은행 열매를 보여준 덕분에 세준은 똥을 쌌다는 오해에서 벗어났다.

그렇게 오해는 풀렸지만, 그래도 코를 대파로 막은 일행들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냄새나는 은행 열매를 밟고 싶지 않기 때문.

거기다 나가기 싫은 이유가 더 있었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맛있다요!]

"으힛. 맛있다."

낑!낑!

'먹을 게 많아! 여기서 안 나갈 거야!'

바닥에 앉아 세준이 만든 군고구마 말랭이를 열심히 먹고 있는 꾸엥이, 아작스, 까망이.

"꾸엥이, 아작스 은행 열매를 여기다 담아줘."

세준이 그런 둘에게 가죽 주머니의 입구를 벌리며 말했다.

은행 열매를 만지기 싫기는 세준도 마찬가지.

그래서 염력과 마법을 쓸 수 있는 꾸엥이와 아작스에게 부탁했다.

꾸엥!꾸엥!

[알겠다요! 떠오른다요!]

"응! 레비테이션!"

세준의 부탁에 꾸엥이와 아작스가 군고무마 말랭이를 씹으며 은행 열매를 띄워 가죽 주머니 안으로 넣었다.

엄청나게 많은 양이었지만, 끝도 없이 들어가는 가죽 주머니.

용들이 세준에게 돈을 줄 때 주는 돈을 담는 가죽 주머니로.

공간 확장과 경량화 마법이 걸려있어 세준이 농작물을 담아두는 용도로 쓰고 있었다.

1시간 후

[은행나무 농장에 떨어져 있던 은행 열매 10만 231개를 깨끗이 수거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탑 70층 은행나무 땅문서의 정당한 주인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땅문서의 스킬 : 농장 정보 Lv. Max가 활성화됩니다.]

은행나무 농장에 떨어진 열매를 전부 가죽 주머니에 담으며 퀘스트가 완료됐다.

땅문서 퀘스트가 끝나자

"이제 밤고구마 찾으러 가야지."

세준은 원래 목표였던 밤고구마를 찾기로 했다.

"일단 너희들은 주변에 뭐가 있는지 찾아봐 줘."

세준이 하늘을 날 수 있는 꾸엥이, 아작스, 삐욧이에게 정찰을 부탁했다.

셋이 주변을 정찰하는 사이

툭.

세준이 아공간 창고에서 아까 은행 열매를 넣은 가죽 주머니와 갈색 장갑 한 켤레를 꺼냈다.

[방독의 장갑]

독을 다룰 때 사용하기 위해 특수 처리한 가죽으로 만든 장갑입니다.

B급 이하의 독을 만져도 중독되지 않습니다.

사용 제한 : Lv. 30 이상, 마력 100 이상

제작자 : 가죽 장인 윌슨

등급 : B+

장갑은 테오가 가져온 블랙 마켓에서 털어온 물건 중 하나.

척.척.

세준이 방독의 장갑을 착용하고 은행 열매의 씨앗을 빼기 시작했다. 흐흐흐. 구워 먹어야지.

그렇게 세준이 은행 열매에서 씨앗을 빼내자

[은행 씨앗을 얻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채종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채종하기 스킬을 63만 3716번 더 사용하셔야 합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아. 이것도 채종이지."

은행을 구워 먹을 생각만 하느라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일석이조네. 흥흥흥."

덕분에 세준은 콧노래까지 부르며 열심히 은행을 깠다.

그때

(으헙!)

지금까지 은행 냄새를 안 맡기 위해 1시간 넘게 숨을 참고 있던 황금박쥐가 가쁜 숨을 들이마시며 모습을 드러냈다.

숨이 차서 은신이 풀린 것.

"어?! 황금박쥐, 거기 있었어?!"

세준이 갑자기 옆구리에서 나타난 황금박쥐를 발견하며 놀랐다.

어딘가 은신하고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옆구리에 있었다니? 전혀 느끼지 못했다.

(헉.헉. 네···)

"푸후훗. 황금박쥐도 빨리 이거 끼라냥!"

테오가 대파로 코마개를 만들어 황금박쥐에게 건넸다.

(뱃뱃. 감사합니다.)

황금박쥐가 테오가 만들어준 대파 코마개로 코를 막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스르륵.

자연스럽게 다시 은신하는 황금박쥐. 황금박쥐에게는 은신이 더 편한 상태였다.

그러나 대파는 황금박쥐의 몸이 아니기에 그대로 보였고

'다리에 있네'

'지금은 테오 등에 있구나.'

세준은 황금박쥐가 어디에 은신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황금박쥐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찾으며 은행 열매를 까고 있을 때

꾸엥!

[아빠 저쪽에 숲이랑 웨이포인트가 있다요!]

"세준이 형, 저쪽에는 바위산이 있어!"

삐욧!

[세준 님, 저쪽에는 호수가 있어요!]

정찰을 한 셋이 돌아왔다. 숲, 바위산, 호수라···

"그럼 숲으로 가자."

결론을 내린 세준이 말했다.

아무래도 밤고구마가 자라는 환경과 가장 비슷한 건 숲이고 거기다 웨이포인트까지 있으니까.

"푸후훗. 모험이다냥!"

새로운 곳을 탐험하는 것에 신난 테오가 세준의 다리에 매달린 채 앞발을 들며 외쳤다.

그렇게 숲을 향해 길을 나선 세준과 일행들.

숲의 초입에 도착하자

꼬르르륵.

점심시간을 알리는 꾸엥이의 배꼽시계가 울렸다.

"잠깐 쉬고 있어."

세준이 서둘러 불을 피우고 요리를 시작했다.

오늘의 요리는 꼬치 요리.

은행도 생겼으니 은행 꼬치를 만드는 김에 다른 꼬치 요리도 함께 만들 생각이었다.

쏙.쏙.쏙.

세준이 은행 꼬치, 가래떡 꼬치. 생선 꼬치, 과일 꼬치를 준비하고

"흐흐흐. 꾸엥이랑 아작스가 이걸 먹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네."

아공간 창고에서 소시지야채볶음이 든 반찬통을 꺼냈다.

그리고

슥.슥.

반찬통에서 소시지만 꺼내 가래떡과 교대로 꼬치에 꼈다. 소떡소떡이었다.

그렇게 꼬치가 완성되자

척.척.척.

세준이 불 위에 은행 꼬치와 가래떡꼬치, 생선 꼬치, 소떡소떡 꼬치를 올리고 구웠다.

어느 정도 꼬치가 익자

"얘들아, 먹자."

세준이 일행들을 불렀다.

"자. 여기 생선 꼬치."

생선애호가 테오에게는 당연히 생선 꼬치를 줬고

"잠깐만 기다려."

자신과 입맛이 비슷한 꾸엥이, 아작스에게는 소떡소떡 꼬치를 줬다.

"푸후훗. 역시 박 회장의 정성이 들어간 생선구이는 맛있다냥!"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이건 뭐다요?! 맛있다요!]

"세준이 형이 한 건 다 맛있어!"

그렇게 셋이 꼬치 요리를 맛있게 먹는 동안

쭙쭙.

과일 꼬치에 달라붙어 정신없이 과즙을 빠는 황금박쥐.

모두가 꼬치 요리를 즐겼다.

삐욧···삐욧..

[쁘힝···저만 꼬치가 없어요···]

삐욧이만 빼고. 꼬치가 없는 삐욧이.

자신의 땅콩주머니에서 땅콩을 꺼내며 넷을 부럽게 바라봤다.

그때

"자. 이건 삐욧이 거."

세준이 바늘에 땅콩 5개를 꽂아 만든 땅콩 꼬치를 삐욧이에게 줬다.

바늘에 땅콩을 꽂을 때마다 땅콩이 쪼개져 꼬치를 만드는 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삐욧!삐욧!

[세준 님, 감사해요! 테오 님, 저도 꼬치 있어요!]

빠닥.빠닥.

삐욧이가 자신의 땅콩 꼬치를 들고 테오 옆으로 날아가 함께 먹었고

"흐흐흐. 맛있다."

세준도 일행들과 함께 즐겁게 식사를 했다.

그때

부스럭.

"감히 이기루스 님의 영역에 들어오다니?! 너희들은 누구냐?!"

풀이 움직이는 소리가 나며 캥거루 두 마리가 숲속에서 나타났다. 세준과 일행들을 향해 창을 겨누며.

하지만 타이밍이 너무 나빴다. 하필 밥 먹을 때 나타나다니.

꾸에에에엥!

[밥 먹을 때 건드는 거 아니다요!]

"까불지 마라-!"

털썩.

운이 안 좋았던 둘은 꾸엥이와 아작스의 기운을 정면으로 받고 기절했다.

잠시 후.

찰싹.찰싹.

"노예들아 정신 차려라냥!"

점심을 다 먹은 테오가 둘을 깨웠다.

둘의 앞발에는 어느새 검은 잉크가 묻어있었다. 테오가 둘이 기절했을 때 발도장을 찍은 것.

"으음···"

"여긴?

캥거루들이 일어나자

"이기루스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세준이 말했다.

우두머리인 이가루스가 있는 곳이 곧 본거지. 밤고구마가 있을 확률이 높았다.

"좋다. 이기루스 님에게 안내하지. 따라와라!"

'오히려 잘 됐어.'

'두목이라면 이길 수 있겠지.'

둘은 이기루스가 이들을 처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본거지로 세준을 안내했다.

하지만

꾸엥!

[꿇는다요!]

꾸엥이의 염력에 너무도 쉽게 무릎 꺾인 이기루스의 무릎.

"사···살려주십시오!"

당연히 이기루스는 세준의 일행을 이길 수 없었고

"푸후훗. 도장을 찍으라냥!"

꾸욱.

테오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렇게 상황이 정리되자

"너희들 식량 창고 좀 보여줘."

세준이 밤고구마를 찾기 위해 캥거루들의 식량 창고를 보자고 했다.

그러나

"식량 창고요? 저희는 그런 거 없는데요?"

캥거루들에게는 식량 창고가 없었다.

당연했다. 숲에 먹을 싱싱한 이파리가 지천으로 널렸는데 굳이 미리 따서 시들게 만들 이유가 없었다.

"그럼 땅에서 자라는 이런 거 본 적 없어?"

세준이 캥거루들에게 호박고구마를 꺼내 보여줬다.

"아니요. 저희는 땅을 파지 않아서···"

이것도 좀 전과 비슷한 이유였다.

눈앞에도 먹을 이파리가 많은 데 굳이 땅에서 식량을 구할 이유가 없었다.

"알았어. 얘들아, 가자."

결국 세준은 아무런 수확도 없이 일행과 이기루스의 본거지를 나와 붉은 빛기둥을 향해 걸었다.

일단 탑 70층의 웨이포인트를 등록하고 탑 99층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이곳에 남아 밤고구마를 계속 찾을지 정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붉은 크리스탈 앞에 도착한 세준.

척.

[검은탑 70층 웨이포인트가 저장됐습니다.]

붉은 크리스탈에 손을 올려 웨이포인트를 등록했다.

그때

킁.킁.

낑!

'노랗고 쫀득한 거랑 비슷한 냄새가 나!'

세준의 주머니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던 펜릴이 고구마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낑!

'내꺼야!'

뽈짝.

혼자 먹기 위해 세준의 주머니에서 뛰어내려

뚱땅.뚱땅.

냄새를 따라 달렸다.

그리고

푹.

낑?

바닥이 꺼지며 펜릴이 어둠 속으로 삼켜졌다.

317화. 내가 힘이 없지 정신력이 없냐?!

317화. 내가 힘이 없지 정신력이 없냐?!

뽈짝.

'응?'

자신의 주머니에서 혼자 빠져나오는 펜릴을 발견한 세준.

'까망이가 크더니 이제 잘 움직이네?'

세준은 펜릴을 잡지 않고 그냥 지켜봤다.

뚱땅뚱땅 걸음으로 아무리 열심히 달려봐야 멀리 가지 못하기에 풀어둔 것.

그때

낑?

얼마 못 간 펜릴이 갑자기 아래쪽으로 사라졌다.

"까망아!"

세준이 서둘러 펜릴이 사라진 곳으로 갔고

푹.

"어?!"

바닥이 꺼지며 세준도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박 회장이 빠졌다냥!"

꾸엥!

[아빠가 사라졌다요!]

"세준이 형! 내가 구해줄게!"

(세준 님!)

삐욧!

[세준 님, 제가 갑니다!]

아공간 창고에서 대기하고 있던 일행들이 서둘러 세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세준과 펜릴을 삼킨 땅은 어느새 멀쩡하게 변한 뒤.

"땅을 판다냥!"

일행들이 세준과 펜릴을 찾기 위해 땅을 파기 시작했다.

***

데굴데굴.

철푸덕.

경사진 동굴을 따라 한참을 굴러 내려온 펜릴이 바닥에 엎어졌다.

잠시 후.

낑···

펜릴이 정신을 차렸다.

'여기가 어디지?'

주변을 둘러보는 펜릴.

하지만

낑.

'아무것도 안 보여.'

바로 앞에만 겨우 보일 뿐. 그 너머는 칠흑 같은 어둠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게 펜릴이 주변을 둘러볼 때

데굴데굴.

철푸덕.

펜릴처럼 동굴을 굴러 내려온 세준이 펜릴의 옆에 나타났다.

낑?!

'너도 온 거야?!'

세준이 나타나자 너무 반가운 펜릴. 마음이 안정되는 걸 느꼈다.

그리고

낑차.낑차.

열심히 기절한 세준의 가슴에 올라가

툭.툭.

낑!

'일어나!'

앙증맞은 앞발로 세준의 얼굴응 때리며 세준을 깨웠다.

그때

스멀스멀.

세준과 펜릴을 향해 조금씩 다가오는 어둠.

낑!낑!

'오지 마! 얘 건들지 마!'

펜릴이 어둠을 향해 크게 짖으며 위협했다.

하지만

스륵.

어둠은 점점 다가왔고

낑!

'오지 말라고!'

펜릴이 어둠을 향해 몸을 날렸다.

스륵.

그렇게 펜릴이 어둠에 삼켜졌다.

스륵.

세준도.

***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어둠에 삼켜진 펜릴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주변은 조금 전과 다른 게 없었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나 정신체네?

지금 펜릴은 정신체 상태였다. 어둠이 펜릴의 정신을 육체와 분리시킨 것.

그때

뚜벅.뚜벅.

-나는 밤을 걷는 자, 나이트 워커(NightWalker) 밤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검은 어둠 속에서 더 어두운 존재가 걸어 나왔다.

그리고

-밤의 일부가 되거라.

나이트워커의 말과 함께 펜릴을 구속하기 위해 어둠에서 수십만 개의 손들이 나왔다.

-흥! 잡스러운 것들이!

내가 힘이 없지 정신력이 없냐?! 정신력만 따지면 펜릴은 신과 10대 1로도 맞짱뜰 수 있는 레벨이었다.

물론 펜릴이 1이다.

쿵.

펜릴이 정신력을 조금 끌어올리는 것만으로 어둠의 손들은 펜릴에게 범접하지 못했다.

하지만

-윽! 이게 뭐야?! 놔-!

세준은 아니었다. 어둠의 손 10개에 붙잡혀 어둠 속으로 끌려가는 세준.

세준은 정신력도 낮고, 힘도 없는 진정한 개복치였다.

-······

어느새 세준은 어둠에 삼켜져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감히! 잡스러운 존재 따위가 나에게 밥 주는 녀석을 건드려?!

세준을 건드리자 분노한 펜릴이 몸을 키우며 거대해졌다.

이곳은 정신의 세계. 펜릴이 원하면 몸을 거대하게 만드는 건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모습을 되찾은 펜릴.

-나는 신을 사냥하는 늑대 펜릴. 내가 명하니 너는 소멸하라.

-어?! 펜릴 님? 잠시만···

뒤늦게 펜릴의 정체를 안 나이트워커가 펜릴을 불렀지만

우오오오-!

펜릴의 포효에 묻혀버렸고

-펜릴 님? 저를 왜···?

우리 같은 편이잖아요···나이트워커가 펜릴에게 억울하다는 눈빛을 보내며 소멸됐다.

-흥! 한 입 거리도 안 되는 게 감히 누굴 건드려!

팀킬을 한지 전혀 모르는 펜릴.

-나와라.

펜릴이 어둠에 삼켜진 세준을 꺼냈다.

그렇게 멸망에게 밤을 봉인하라는 임무를 받은 나이트워커가 사라지자

스르륵.

나이트워커에의해 봉인돼 있던 밤이 풀려나며 동굴의 어둠이 흐려지기 시작했고

커어어.

끼로롱.

분리된 정신이 다시 육체로 돌아가며 세준과 펜릴은 잠에 빠졌다.

잠시 후

쿠궁.

천정이 부서지며 땅을 파고 내려온 테오, 꾸엥이, 아작스, 황금박쥐, 삐욧이가 나타났다.

"박 회장, 일어나라냥!"

꾹.꾹.

바닥에 누워있는 세준을 발견한 테오가 치유의 기운을 담아 세준의 얼굴을 주물렀다.

그러자

"으음."

정신을 차리며 눈을 뜬 세준.

"박 회장, 괜찮냥?!"

"응. 괜찮아. 근데 내가 왜 여기 있지? 아!"

까망이를 쫓다가 땅이 꺼졌지!

"어?! 까망이는?!"

세준이 서둘러 펜릴을 찾았다.

그리고

끼로롱.

자신의 배 위에서 대(大)자로 누워 배를 내밀고 태평하게 자는 펜릴을 발견했다.

척.

세준이 펜릴을 조심히 들어 주머니에 넣었다.

'기특한 녀석.'

정신을 차리기 전 세준은 무서운 악몽을 꿨다.

어둠 속에서 셀 수 없는(?) 많은 손들이 나와 자신을 어둠으로 끌고 갔다.

발버둥 쳤지만, 뿌리칠 수 없었다.

그렇게 어둠 속으로 끌려가며 세준이 죽음을 생각할 때.

'까망이가 날 구해줬지.'

꿈이었지만, 진짜 같았다. 뭐 개복치 펜릴이 자신을 구해줄 리는 없지만···

그래도 꿈에서 자신을 지켜준 게 세준은 기특했다.

'이따 까망이 일어나면 군고구마 말랭이 줘야지.'

그렇게 세준이 자신이 진짜 죽을 뻔한 게 아니라 무서운 꿈을 꿨다고 생각할 때

꾸엥!

[아빠 여기 고구마 있다요!]

꾸엥이가 세준을 불렀다.

"고구마?"

꾸엥이의 부름에 세준이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자

"어?! 진짜 고구마네?!"

동굴 가득 고구마줄기가 가득했다. 벽과 천장까지 전부.

그리고

우드득.

세준이 줄기를 당겨 고구마를 수확하자

[밤고구마 30개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2100을 획득했습니다.]

[직업 퀘스트를 완료하지 못해 경험치가 쌓이지 않습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흐흐흐. 찾았다. 밤고구마."

세준이 웃으며 밤고구마의 옵션을 확인했다.

[밤고구마]

탑 안에서 자란 고구마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 맛있습니다.

밤에만 자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섭취 시 잠을 잘 잘 수 있고, 자는 동안 힘, 체력, 민첩, 마력 스탯 중 하나가 랜덤하게 3 상승합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50일

등급 : A

"어?!"

세준이 찾는 어둠의 힘과는 상관없었지만, 생각보다 옵션이 좋았다. 한 가지 내용만 빼면···

-밤에만 자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밤에만 자라서 밤고구마인 건가? 근데 검은탑에는 밤이 없는데?

"그럼 이건 어떻게 자란 거지?"

세준이 의아해할 때

[검은탑의 밤을 되찾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위대한 업적 보상으로 를 획득했습니다.]

[위대한 업적 보상으로 모든 스탯이 100 상승합니다.]

[위대한 업적에 도움을 준 이들에게 공헌도에 따라 보상이 주어집니다.]

"응?! 내가?!"

내가 언제? 검은탑의 밤을 되찾았다는 메시지를 보며 세준이 당황했다.

하지만

끼로롱.

유일하게 대답해줄 수 있는 펜릴은 자고 있었고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세준은 잠깐 생각하다가

"아. 이럴 때가 아니지. 얘들아, 도와줘."

우드득.우드득.

일행들을 데리고 밤고구마 수확에 집중했다.

그렇게 밤고구마를 전부 수확한 세준이 밖으로 나오자

"어?! 어두워졌네?"

조금 어두운 하늘이 세준을 맞이했다. 밤이 찾아오고 있는 것.

"뭐냥?! 하늘이 왜 어둡냥?!"

꾸엥!

[무섭다요!]

삐욧?!

[하늘이 왜 어두워지죠?!]

검은탑에서 한 번도 어두운 하늘을 본 적 없는 테오, 꾸엥이, 삐욧이가 겁을 먹고 세준에게 달라붙었다.

그리고

(뱃뱃! 좋은데요!)

어두운 걸 좋아하는 황금박쥐는 기뻐했다.

"에이. 어두워지네."

마지막으로 아작스는 밤이 오자 싫어했다.

하얀탑은 검은탑과 반대로 오로지 밤만 있고 낮이 없기 때문.

"일단 돌아가자."

세준이 일행들을 데리고 탑 99층으로 돌아갔다.

검은탑에서의 첫 밤은 집에서 즐기고 싶었다.

***

검은탑 99층.

-크으. 좋다!

-자! 바로 잔 채워!

-프흐흐흐. 켈리온, 기분이 엄청 좋네?

-당연하지. 요즘 세준이 덕분에 아작스랑 사이가 좋잖아.

용들이 분수대에서 즐겁게 삼양주를 마시고 있을 때

-응?!

-뭐야?!

-왜 어두워져?!

-감히 누가?!

주변이 조금 어둑해지자 용들이 불쾌해하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누가 하늘에서 자신들을 내려다 보고있다고 생각한 것.

하지만

······

하늘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신 어두워진 하늘이 보일 뿐.

-어?! 이건 밤이잖아!

카이저가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감격했다.

그때

-할아버지, 이거 우리 세준이가 한 거야!

에일린이 검은탑에 밤을 내린 게 누구인지 카이저에게 알려줬다.

-크하하하. 역시 우리 세준이야!

-그렇지. 세준이 아니면 누가 이런 걸 하겠어?

-부럽다. 우리 탑에도 비가 좀 와야 할 텐데···

-램터, 너도 세준이 농작물 중에 뭐 도움 되는 거 있나 찾아봐. 나는 세준이한테 허락받으면 해독의 대파 자색탑에 심어보려고.

그렇게 용들이 대화를 나눌 때

쿠구궁.

멀리서 세준이 토룡이를 타고 나타났다.

잠시 후.

"후훗. 또 칭찬받았군."

흐흐흐. 나란 녀석. 카이저에게 엄청난 우쭈쭈를 받은 세준이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품에는 비늘과 발톱이 가득했다. 밤을 찾아준 것에 고마워하며 카이저가 잔뜩 챙겨준 것.

하지만

"근데 이래도 되나?"

자신이 정확히 뭘 했는지는 모르는 세준. 모두가 자신이 밤을 되찾아줬다고 하니.

"그저 즐길 뿐. 흐흐흐."

세준이 웃으며 집 앞의 마당으로 갔다.

그리고

뿌드득.뿌드득.

수호하는 나무 방패에 마나를 불어넣어 계속 늘어나게 하고

"테 부회장, 잘라."

"푸후훗. 알겠다냥!"

테오에게 자르게 했다.

세계수로 만들어 단단했지만

슥.슥.

테오의 용발톱에는 쉽게 잘렸다.

"꾸엥이랑 아작스는 나무 쌓아."

꾸엥!

[알겠다요!]

"응! 형!"

둘에게는 테오가 자른 나무를 쌓게 했다.

나무가 수북이 쌓이자

딱.

세준이 손가락을 튕겨 불꽃을 만들고 나무에 불을 붙였다.

"흐흐흐. 역시 어두운 밤에는 캠프파이어지."

타닥.타닥.

세준이 나무 타는 소리를 들으며 고구마와 감자를 파이파리로 싸서 불에 던졌다.

군고구마와 군감자를 만드는 것.

고구마는 호박고구마와 오늘 수확한 밤고구마 두 가지를 같이 넣었다.

그렇게 군고구마와 군감자가 익어가는 사이.

불은 더 활활 타올랐고 반대로 하늘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그리고 모닥불에 둘러앉은 일행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이렇게 먹으면 진짜 맛있다요!]

"그래?! 으힛. 기대된다."

"저도요."

꾸엥이의 설명을 들으며 침을 꼴깍꼴깍 삼키는 아작스와 베로니카.

삐욧!삐욧!

[쁘흣! 이렇게 하면 불땅콩이지!]

꼬치에 생땅콩을 꽂아 불에 굽는 삐욧이.

"냐앙. 좋다냥!"

세준의 무릎에서 불을 쬐며 나른하게 누운 테오.

끼로롱.

아직 세준의 주머니에서 자는 펜릴.

"좋네."

세준이 일행들을 흐뭇하게 보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밤이 찾아왔습니다.]

[가 발동합니다.]

[모든 스탯이 밤 동안 20% 상승합니다.]

검은탑에 처음으로 밤이 찾아왔다.

318화. 달콤한 복수.

318화. 달콤한 복수.

푹.

세준이 모닥불에서 군고구마 하나를 꺼내 젓가락으로 찌르자

쑤우욱.

저항감 없이 부드럽게 반대편으로 뚫고 나오는 젓가락. 다 익었다.

"얘들아, 이제 먹어도 돼."

꾸엥!

[알겠다요!]

세준의 말을 힘차게 대답하는 꾸엥이.

꾸엥!

[군고구마랑 군감자를 하나씩 든다요!]

"응!"

"네!"

꾸엥이가 아작스, 베로니카가 서둘러 모닥불에서 군고구마와 군감자를 하나씩 들게 했다.

그리고

꾸엥!

[이제 꾸엥이가 군고구마와 군감자를 맛있게 먹는 방법 알려주겠다요!]

"으힛! 알았어!"

"기다리고 있었어요!"

먹선생 꾸엥이의 시범을 뚫어지게 보는 아작스와 베로니카.

그렇게 둘이 꾸엥이에게 맛있게 먹는 방법을 배우는 사이

척.

세준도 아까 젓가락으로 찌른 고구마의 껍질을 깠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영롱한 노란색 군고구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호-호-"

세준이 입김을 불어 고구마를 식힌 후

와압.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노란색 덩어리가 입에 들어오자 뜨거움과 함께 진한 달콤함이 입안 가득 퍼졌다.

"흐흐흐. 맛있다."

순식간에 군고구마 하나를 해치운 세준.

뒤적뒤적.

다시 모닥불 안을 살펴보며 새로운 목표물을 탐색했다.

그리고

척.

왠지 맛있어 보이는 군고구마를 꺼냈다. 좀 전 고구마보다 단단한 느낌. 밤고구마였다.

"밤고구마네. 이건 목매는···아! 맞다!"

그게 있었지! 세준이 갑자기 뭔가 생각났는지 벌떡 일어나

철컹.

서둘러 아공간 창고를 열고 우유를 꺼냈다.

"흐흐흐. 드디어 고구마랑 우유를 같이 먹는구나."

"푸후훗. 박 회장, 다 내 덕이다냥!"

테오가 놓치지 않고 자신의 덕임을 세준에게 어필했다.

"그럼. 다 테 부회장 덕이지. 흐흐흐."

세준이 기특한 일을 한 테오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푸후훗."

만족했다는 듯 테오가 세준의 다리를 안고 조용해졌다.

그리고

"얘들아, 이것도 같이 먹어봐."

쪼르륵.

세준이 컵에 우유를 부으며 꾸엥이, 아작스, 베로니카를 부르자

[아빠가 같이 먹어보라고 하는 건 꼭 먹어봐야 한다요!]

아작스와 베로니카에게 시범을 보이던 꾸엥이가 가장 먼저 달려왔다.

"뭐야? 맛있게 먹는 거 알려준다더니?"

"그러게요. 선생님이 아직 모르는 게 많은데요."

덕분에 먹선생의 명성에 금이 갔지만

꿀꺽.꿀꺽.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군고구마 먹고 이거 마시면 꿀맛이다요!]

꾸엥이는 그런 허명에 신경 쓰지 않았다. 맛있는 것만 먹을 수 있다면.

"흐흐흐. 역시 우리 꾸엥이가 먹을 줄 안다니까."

세준도 군고구마를 한 입 먹고

꿀꺽.꿀꺽.

우유를 마셨다.

우유가 포슬포슬한 밤고구마 사이사이에 스며들며 고구마의 열을 식혀주고 촉촉하게 만들어줬다.

동시에 고구마의 단맛과 우유의 고소함이 섞이며 맛이 한층 풍성하고 부드러워졌다.

그렇게 세준과 꾸엥이가 밤고구마와 우유를 맛있게 먹자

꿀꺽.

꿀꺽.

"세준이 형, 나도!"

"세준 님, 저도요!"

구경하고 있던 아작스와 베로니카도 군침을 삼키며 서둘러 세준에게 우유를 받아 갔다.

그때

낑!낑!

'맛있는 냄새가 나! 노랗고 쫄깃한 거!'

군고구마 냄새를 맡고 잠에서 깬 펜릴.

뽈짝.

세준의 주머니에서 나와 테이블 위에 착지한 후

척.

세준의 앞에 앉았다. 나도 줘!

그리고

낑?!낑!

'지고한 늑대인 나 펜릴이 널 구해준 걸 봤겠지?! 나 힘 회복하면 더 세지니까 계속 날 보호하라고!'

세준에게 자신이 구해준 걸 생색냈다. 앞으로 나 잘 모셔!

하지만 펜릴의 활약을 꿈이라고 생각하는 세준.

"그래. 우리 까망이 배고픈데 우리만 먹어서 화났어?"

그냥 배고파서 화를 낸다고 생각했다.

"잠깐만 기다려. 맛있는 거 만들어줄게."

세준이 서둘러 펜릴의 밥그릇을 꺼내 먹고 있던 밤고구마를 넣어 으깨준 후 우유를 붓고 섞어주자

[탑에서 최초로 밤 군고구마라떼를 만드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요리 Lv. 8에 밤 군고구마라떼의 레시피가 등록됩니다.]

[요리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오! 이게 밤 군고구마 라떼면?

세준이 밤고구마보다 더 단 호박고구마로 라떼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자. 먹어봐."

펜릴에게 밤 군고구마라떼를 내밀었다.

낑?

'뭐지? 이 이상한 건?'

노랗고 쫄깃한 것의 냄새가 나는 액체.

펜릴은 잠시 밤 군고구마라떼를 살펴보더니

'그래. 저 녀석이 나한테 맛없는 걸 줄 리는 없으니까.'

세준을 믿고 먹어 보기로 했다.

맛없는 게 하나 있었지만, 그건 펜릴이 직접 달라고 한 검은 열매뿐.

할짝.

펜릴이 그릇에 담긴 밤 군고구마라떼에 조심히 혀를 댔다.

···!!!

혀에 느껴지는 거대한 충격.

'이게 뭐지?!'

짭.짭.짭.

펜릴이 혀에 모터가 달린 것처럼 허겁지겁 밤 군고구마라떼를 핥아먹었다.

그사이

[탑에서 최초로 허니 호박 군고구마라떼를 만드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

..

"흐흐흐. 완성."

세준은 호박 군고구마와 우유, 꿀을 섞어 허니 호박 군고구마라떼를 만들었다.

호박고구마만으로는 단맛이 조금 부족한 것 같아 꿀을 넣어 단맛을 보강해줬다.

후루룩.

음. 달다. 자신의 컵에 따라 허니 호박 군고구마라떼의 맛을 확인한 세준.

"에일린, 이것 좀 마셔봐."

세준이 에일린에게 허니 호박 군고구마라떼를 보냈다.

[탑의 관리자가 잘 마시겠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진짜 맛있다고 흥분합니다.]

"응. 마시고 더 마시고 싶으면 말해."

[탑의 관리자가 알겠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에일린에게 가장 먼저 허니 호박 군고구마라떼를 준 세준.

"얘들아, 먹어봐."

세준이 완성된 허니 호박 군고구마 라떼를 꾸엥이, 아작스, 베로니카의 컵에 가득 따라줬다.

그러자

꾸엥!

[역시 아빠는 천재다요!]

"으히힛! 역시 세준이 형이야!

"제 선택은 옳았습니다."

예상대로 이어지는 극찬.

"흐흐흐. 얘들아, 더 만들어줄게."

세준이 셋의 극찬에 흐뭇해하며 허니 호박 군고구마 라떼를 다시 만드는 동안

'부족한데'

자신의 밥그릇을 깨끗하게 비운 펜릴이 어슬렁거리다 세준의 컵을 발견했다.

'끄흐흣. 쟤꺼 더 먹어야지.'

낑차!

펜릴이 까치발을 세우며 세준의 컵에 앞발을 걸치고

할짝.

한 입을 먹었다.

그리고

···?!

밀려오는 엄청난 배신감.

'네가 어떻게···? 나보다 더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어?! 복수할 거야!'

펜릴이 복수심에 불타올랐다.

'내가 다 먹어 버릴 거야!'

짭.짭.짭.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세준의 컵에 담긴 허니 호박 군고구마 라떼를 격렬하게 먹어 치우는 펜릴.

'맛있어! 달아!'

펜릴의 복수는 아주 달았다. 말 그대로 달콤한 복수.

펜릴이 열심히 복수를 하는 사이

짭.짭.짭.

허니 호박 군고구마 라떼를 먹은 펜릴의 몸무게는 점점 무거워졌고 반대로 컵의 무게는 점점 가벼워졌다.

그로 인해 펜릴의 힘으로 유리컵이 밀리기 시작했고

스르륵.

컵이 점점 테이블의 모서리 쪽으로 움직였다.

짭.짭.짭.

아장.아장.

덕분에 복수하랴 움직이는 컵을 따라가랴 정신이 없는 펜릴.

스르륵.

그사이 컵과 펜릴이 점점 테이블 모서리 쪽으로 이동했고

기우뚱.

결국 테이블 모서리 끝까지 간 컵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낑?

당연히 컵에 기대고 있던 펜릴도 함께 떨어졌다.

우당탕탕.

컵이 떨어지며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

모두의 시선이 소리가 난 곳을 향해 집중됐고

'복수할 거야!'

짭.짭.짭.

거기에는 바닥에 쏟아진 허니 호박 군고구마 라떼를 핥아먹는 펜릴이 보였다.

용가죽이라 테이블 정도 높이에서 떨어져도 멀쩡했다.

"안 돼! 까망이, 지지야!"

척.

세준이 서둘러 펜릴을 잡아채 올리자

낑!낑!

'너 나빠! 혼자만 맛있는 거 먹고!'

세준에게 열심히 따지는 펜릴.

"우리 까망이, 이제 졸리구나. 알았어. 자자."

물론 세준은 펜릴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기에 펜릴이 잠투정을 한다고 생각하고

쓰담.쓰담.

펜릴을 눕혀 펜릴의 뽈록 나온 배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낑!낑!

'이거 아니야! 아직 나의 복수는 끝나지 않았다고!'

펜릴이 열심히 반항했지만

꿈뻑.꿈뻑.

펜릴의 의지를 거부하며 눈꺼풀이 점점 내려갔다. 밤고구마의 효과가 발휘되는 것.

'이러면 안 되는데···복수를 해···.'

꺼억.

펜릴은 트림을 마지막으로 몸이 조금 자라며 까무룩 잠들었다.

그리고

"먹자!"

캠프파이어는 늦게까지 계속됐다.

홀짝.

"달도, 별도 없네."

모두를 재우고 다시 밖으로 나온 세준이 삼양주로 입을 축이며 말했다.

밤이 깊어져도 하늘은 그냥 새카맣기만 했다.

지금의 분위기도 좋기는 했지만, 조금 아쉬웠다.

"푸후훗. 박 회장, 걱정 말라냥! 내가 달이랑 별을 구해주겠다냥!"

달과 별이 얼마나 큰지도 모르고 구해주겠다고 말하는 테오.

덕분에 아쉬웠던 분위기가 없어지는 건 아니고

"그래? 그럼 앞으로 한 달 안에 달이랑 별 못 구하면 앞으로 테 인턴으로 강등!"

테오를 골려줄 생각이 들었다.

"냥?! 그건 싫다냥!"

세준의 말에 테오는 강하게 거절했다. 여기까지 힘들게 올라왔다냥! 절대 못 내려간다냥!

"흐흐흐. 농담이야."

"냥! 농담으로도 그런 말은 하지 말라냥!"

삐진 건지 테오의 목소리가 조금 뾰족해졌다.

"알았어."

쓰담.쓰담.

세준이 말하며 테오의 배를 쓰다듬어주자

발라당.

배를 까며 눕는 테오.

"푸후훗."

세준에게 테오 기분 푸는 것만큼 쉬운 게 없었다.

그렇게 깊어지는 밤하늘을 보며 테오의 배를 쓰담듬다

커어어.

고로롱.

세준이 테오와 밖에서 잠들었다.

***

다음 날 아침.

"으음···."

세준이 눈을 비추는 햇살에 눈 부심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흐흐흐. 잘 잤다."

밖에서 잘 때는 아무래도 빛 때문에 깊이 자기 힘들었는데 밤이 생기며 깊이 잘 수 있었다.

그렇게 푹 자고 일어난 세준.

농장을 돌아다니며 오늘도 농작물들에게 발소리를 들려줬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할아버지, 오늘은 구했어?"

켈리온과 아작스가 보였다.

-미안하구나···

오늘도 하얀탑 83층 땅문서를 못 구해 체면을 구긴 켈리온. 내 이놈들을!

켈리온이 자신의 명을 어긴 하얀탑의 다섯 강자를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왜 못 구해? 빨리 구해줘. 세준이 형이 나한테 화났나 봐. 이제 나랑 잠도 안 자. 으힝!"

아작스가 켈리온에게 찡찡거리고 있었다.

어제 세준이 집에서 안 잔 걸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모양.

-걱정 말거라. 이 할애비가 꼭 구해주마.

"할아버지, 빨리 83층 땅문서 구해주세요. 나 세준이 형이랑 같이 자고 싶어요."

얼마나 세준과 같이 자고 싶으면 어색해서 하지 않았던 존댓말까지 하는 아작스.

-으하하하. 이 할애비에게 모두 맡기거라!

그런 아작스의 노력은 켈리온을 감동시켰다.

그리고

'어떡하지?'

그런 켈리온을 보면서 고민스러운 표정을 짓는 티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과거 모아두었던 땅문서를 살펴봤는데···

하얀탑 83층의 땅문서가 자신에게 있었기 때문.

하지만 켈리온에게 직접 전달해 줄 수는 없었다.

자신이 다른 탑의 땅문서를 모으고 있었다는 걸 다른 용들이 알게 되면 검은탑에서 쫓겨날 수도 있었다.

그때

"아! 저 녀석이라면!"

티어가 세준의 다리에 매달려 있는 테오를 보며 웃었다.

"테오 앞에 던져두면···."

분명 테오는 하얀탑 83층 땅문서를 주워 세준에게 가져갈 거다.

'워낙 특이한 걸 많이 주워오니 테오가 하얀탑 83층 땅문서를 주워와도 누구도 의심하지 않겠지. 좋아.'

티어가 테오가 돌아다니길 기다렸다. 그러면 슬쩍 그 앞에 던져둘 생각.

하지만

"화장실도 안 가냐!"

테오는 세준의 무릎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319화. 정신력 스탯을 개방하다.

319화. 정신력 스탯을 개방하다.

머엉···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멍하게 앉아 있는 세준.

"푸후훗."

꾸헤헤헤.

"으힛."

[헤헷.]

그런 세준의 곁에 테오, 꾸엥이, 아작스, 불꽃이가 자리를 잡고

쓰담.쓰담.

세준의 쓰다듬을 받고 있었다.

"으힛. 이제 내 차례야."

[제 차례예요.]

교대로.

아작스가 꾸엥이의 배를 쓰담듬고 있는 세준의 왼손을 자신의 꼬리로 가져왔고

폴짝.

불꽃이는 테오의 배를 쓰다듬는 오른손을 가져와 자신의 머리에 올렸다.

쓰담.쓰담.

"으헤헤···."

[헤헷···]

세준의 쓰다듬을 받으며 헤벌쭉 웃는 아작스와 불꽃이.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푸후훗. 이제 내 차례다냥!"

꾸엥!

[이제 꾸엥이 차례다요!]

다시 세준의 손을 가져오는 테오와 꾸엥이.

그렇게 세준의 손이 여러 번 왔다 갔다 했고

"응?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멍하게 있던 세준이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스륵.

잠시 세준의 손이 멈추자

머엉···

점점 아득해지는 세준의 의식. 이상하게 공허하고 의욕이 없었다.

"박 회장, 손을 움직이라냥!"

꾸엥!

[꾸엥이도 아직 부족하다요!]

쓰담.쓰담.

그런 세준의 손을 잡고 강제로 움직여 자신의 배를 쓰다듬는 테오와 꾸엥이.

"음···."

손이 움직이자 세준이 다시 정신을 차렸다.

어제 나이트워커에게 정신이 소멸당할 뻔한 세준.

펜릴이 서둘러 구해내기는 했지만, 그사이 세준은 영혼에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그 상처를 통해 영혼이 흩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어제부터 계속 흩어진 세준의 영혼.

아침이 되자 세준의 영혼 상태가 더 나빠졌지만,

다행히 정신력이 강한 넷을 쓰다듬으며 영혼의 상처가 치료되고 있었다.

쓰다듬을 통해 넷의 영혼이 발산하는 기운이 세준의 영혼 쪽으로 흐르며 기운을 채워준 것.

쓰담.쓰담.

그렇게 세준이 점심이 훌쩍 넘은 시간까지 넷을 쓰다듬고 있을 때

[영혼에 입은 상처가 치료됐습니다.]

[재능 : 상처를 치료한 영혼이 개화됩니다.]

세준의 앞에 재능을 개화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응?"

내가 영혼에 상처를 입었었다고?! 세준이 메시지를 보며 놀랐다.

그러고 보니 갑자기 온몸을 지배하던 무기력함이 많이 사라져있었다.

요즘 기가 허한가? 어제 악몽을 꾼 걸 보면 몸이 약해진 게 분명했다.

"오늘은 보양식 먹어야지. 근데 무슨 재능이지?"

세준이 몸에 좋은 걸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재능을 확인했다.

[재능 : 상처를 치료한 영혼]

영혼에 상처를 입고 치료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재능입니다.

-특수 스탯 정신력이 개방됩니다.

-정신력 +10

-정신력 잠재력 +500

-영혼이 충만해지는 일을 할 때마다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정신력이 개방됐다고?"

세준이 스탯을 확인하자

스탯 : 힘(921/943) 체력(1319/1396) 민첩(929/958) 마력(1323/2279) 정신력(10/500)

설명대로 정신력 스탯이 추가돼 있었다.

"근데 정신력은 어디다 쓰는 거지?"

쓰담.쓰담.

세준이 아작스와 불꽃이를 쓰다듬으며 궁금해할 때

"세준이 형, 정신력 스탯 생겼어?! 엣헴! 내가 정신력 스탯이 뭔지 알려줄게! 그건···."

아작스가 우쭐해하며 설명했다.

그리고

"그러니까 어른들이 높으면 좋은 스탯이라고 말했다고?"

"응! 좋은데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스탯이라고 했어!"

무슨 정력제도 아니고 좋은데 말로 설명을 못 한다니···

'나중에 카이저 님에게 물어봐야지.'

지금 당장 물어보고 싶었지만

반짝.반짝.

으힛. 내가 세준이 형한테 알려줬어! 세준에게 뭔가를 알려준 것에 뿌듯한 표정을 짓는 아작스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그때

꾸르르륵-!

저녁을 알리는 꾸엥이의 배꼽시계가 우렁차게 울렸다.

"어?! 벌써 저녁이네."

살짝 어두워진 하늘을 보며 세준은 왜 꾸엥이의 배꼽시계가 평소보다 더 우렁차게 울렸는지 깨달았다.

점심을 안 먹었으니까.

"배고프지? 얘들아, 너희가 연못에서 해산물 좀 잡아줘."

저녁 메뉴는 해산물 버섯 샤부샤부. 아이들에게 해산물을 부탁했다.

꾸엥!

[알겠다요!]

"응! 형!"

세준의 말에 꾸엥이와 아작스가 서둘러 연못으로 다다다 달려갔고

"푸후훗. 나는 싫다냥."

물도 싫고, 세준의 무릎에서 떨어지기도 싫은 테오는 계속 세준의 다리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리고

[헤헷. 주인님, 근데 꾸엥이랑 아작스 님이 뭘 잡아 오면 좋을 것 같아요?]

불꽃이는 세준의 어깨에서 세준이 뭘 잡고 싶은지 정보를 캐냈다.

"글쎄. 오늘은 보양식 재료인 낙지가 있으면 좋겠는데···있으려나?"

[낙지요? 그건 어떻게 생겼어요?]

"낙지? 음···다리가 8개에 머리가 좀 둥글게 생겼어."

불꽃이의 물음에 세준이 자신이 아는 대로 설명했다.

[오! 그렇군요!]

덕분에 불꽃이에게 낙지에 대한 데이터가 전달됐고.

'낙지 찾아야지!'

차원의 바다에 있는 불꽃이의 뿌리들이 부지런히 낙지를 찾아 연못 쪽으로 몰아넣었다.

잠시 후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다리가 많이 달린 녀석들을 잔뜩 잡았다요!]

"으힛! 세준이 형이 좋아하겠지?"

꿈틀.꿈틀.

불꽃이가 보낸 낙지를 꾸엥이와 아작스가 품에 잔뜩 안고 연못에서 나왔다.

그리고

쿠궁.

둘의 허리에 하나씩 묶인 다리와 연결된 거대한 낙지···

-이놈들! 감히 이 몸을 이렇게 대하다니!

가 아니라 멸망의 사도 중 6좌, 바다를 삼키는 괴수 크라켄의 파편이 끌려 올라왔다.

죽이면 동전으로 변하니 산채로 잡아온 것.

물론 움직이지 못하도록 남은 여섯 개의 다리들을 서로 꽉 묶어놨다.

불행하게도 크라켄도 다리가 8개였던 것.

꾸엥?!

[근데 이게 진짜 보양식이다요?!]

"세준이 형이 그랬다고 하니까 맞겠지."

둘은 멸망의 사도를 먹어도 되는지 의문이었지만, 세준이 보양식이라고 하면 보양식인 것이다.

물론 세준은 크라켄을 잡아 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

'지독한 녀석, 진짜 세준이한테서 떨어질 생각을 안 하는구나···.'

하루 종일 하얀탑 83층 땅문서를 자연스럽게 넘기기 위해 테오를 지켜보고 있던 티어.

하지만 테오는 껌딱지처럼 세준에게서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

덕분에 티어의 인내심이 점점 바닥을 드러낼 때

-응?! 이 기운은?!

티어는 멸망의 기운을 느꼈다. 감히 멸망의 힘이!

서둘러 멸망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날아간 티어.

-이노옴!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멸망의 사도 따위가 모습을 드러내느냐?! 얘들아, 구해주마!

크라켄의 다리에 허리가 묶인 꾸엥이와 아작스를 보며 소리쳤다.

티어에게는 꾸엥이와 아작스가 허리에 묶은 다리가 마치 크라켄에게 잡혀가는 것처럼 보인 것.

그리고

-녹아라!

스르륵.

티어가 크라켄을 녹여버렸다.

-돌아와라.

물론, 독은 다시 몸으로 흡수하며 뒷처리를 확실하게 했다. 세준이 독에 중독되면 안 되니까.

땡그랑.

그렇게 회색 동전 10개로 변한 크라켄.

꿰엥-!

[아빠 보양식이 사라졌다요-!]

"으힝! 세준이 형, 줄 거였는데-!"

열심히 끌어올린 크라켄이 사라진 것에 꾸엥이와 아작스가 울음을 터트렸고

"우리 꾸엥이 왜 울어?!"

-누가 우리 손자 울렸어?!

둘의 울음소리를 들은 세준과 켈리온이 서둘러 달려왔다.

-어···그게···

덕분에 티어는 넷의 눈치를 보며 상황을 설명해야 했다. 난 잘못한 게 없는데···

"네? 크라켄이요?

-멸망의 사도를 왜···?

티어의 설명에 세준과 켈리온이 꾸엥이와 아작스를 바라봤다.

그러자

꾸엥!

[아빠가 다리가 8개에 머리가 둥근 낙지라는 보양식을 먹고 싶다고 해서 잡아 왔다요!]

"응! 세준이 형이 보양식으로 낙지를 먹고 싶다고 했어!"

열심히 자신이 크라켄을 잡아 온 이유를 대답하는 둘.

하지만

"어? 너희들 내가 보양식으로 낙지 먹고 싶은 거 누구한테 들었어?"

"···!"

"···!"

감정이 격해지는 바람에 말하지 말아야 할 것까지 말해버렸다.

그때

"아. 그건 제가 지나가는 길에 듣고 두분에게 알려드렸습니다."

베로니카가 연못에서 나오며 대답했다.

"어?! 베로니카도 연못에 있었어?"

"네. 갑자기 헤엄이 치고 싶어서···."

불꽃이의 지시로 엔트들이 있는 곳과 연못을 연결하고 있던 베로니카.

[베로니카, 빨리 연못으로 가서 내가 한 말을 세준 님에게 전해요!]

"네! 광월난무!"

콰과광!

불꽃이의 지시에 서둘러 터널을 연결하고 연못으로 올라온 것.

덕분에 불꽃이의 정체는 지켜졌다.

"자. 이제 저녁 먹으러 가자."

세준은 저녁을 먹기 위해 꾸엥이와 아작스를 데리고 취사장으로 간 후

미리 준비해둔 샤부샤부 육수를 끓이며 서둘러 낙지를 손질한 세준.

와르르르.

낙지와 여러 버섯들을 육수에 부었다.

잠시 후.

[탑에서 최초로 기운찬 낙지 버섯 샤부샤부를 만드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요리 Lv. 8에 기운찬 낙지 버섯 샤부샤부의 레시피가 등록됩니다.]

[요리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요리가 완성됐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제 먹자. 여기다 찍어 먹어."

세준이 간장을 꺼내며 말하자

꾸엥!

[잘 먹겠습다요!]

"형님, 잘 먹을게!"

"잘 먹겠습니다!"

꾸엥이와 아작스, 베로니카가 낙지와 버섯들을 건져 간장에 찍어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희들도 먹어."

세준이 테오, 삐욧이, 까망이의 식사를 챙겨줬다. 츄르, 땅콩, 군고구마 말랭이를.

와압.

세준도 샤부샤부에서 낙지와 버섯을 건져내 먹었다. 역시 낙지. 쫄깃하고 맛있었다.

그렇게 모두가 맛있게 저녁을 먹고 있을 때

낑!

'다 먹었다!'

빠르게 군고구마 말랭이를 먹은 펜릴.

'분명 쟤가 먹는 게 더 맛있겠지?'

세준이 먹는 걸 노렸다.

꿈틀꿈틀.

세준이 나중에 넣기 위해 옆에 둔 움직이는 생낙지를.

뽈짝.

'내가 다 먹을 거야!'

생낙지가 담긴 그릇을 향해 몸을 날리는 펜릴.

하지만

낑!낑!

'야! 나 구해줘! 못 움직이겠어!'

먹기는커녕 오히려 생낙지에게 몸이 칭칭 감긴 펜릴이 세준에게 SOS를 보냈다.

"야! 먹고 싶으면 나를 불러야지! 거기에는 왜 들어가?!"

결국 세준에게 구박만 받는 펜릴.

낑!

'또 너만 맛있는 거 혼자 먹잖아!'

"까망이, 이게 먹고 싶었어? 자."

그래도 펜릴의 항의가 통했는지 삶은 낙지 한 덩이를 얻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짭.짭.짭.

서둘러 세준이 준 낙지를 다 먹고

낑···낑···

'배불러···쓰다듬어줘···.'

다시 세준에게 SOS를 보냈다.

"으휴."

쓰담.쓰담.

세준이 펜릴의 빵빵한 배를 쓰다듬어

꺼억.

트림을 시켰다.

그렇게 저녁 식사가 끝나고

[은행 씨앗을 얻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채종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채종하기 스킬을 60만 3716번 더 사용하셔야 합니다.]

···

..

.

세준은 자기 전까지 은행 씨앗을 채종하며 시간을 보냈다.

타닥.타닥.

밤하늘 아래 모닥불 앞에서.

그렇게 한참 은행을 채종하던 세준.

"많이도 했네."

어느새 수북이 쌓인 깐 은행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보람찼다.

그때

[영혼이 충만해집니다.]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정신력이 1 상승했다.

"일단 높으면 좋은 거라고 했으니까···."

세준이 오늘도 성장한 자신에게 뿌듯해하며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오늘은 배 찾으러 가자!"

의욕을 완전히 되찾은 세준이 배를 찾으러 가기로 했다.

꾸엥?!

[새로운 꾸엥이호 찾는다요?!]

"아니. 타는 배 말고 먹는 배. 어서 들어가."

세준이 일행들을 아공간 창고에 들여보낸 후

촤르르륵.

검은탑 81층 땅문서를 펼치며 자리에서 사라졌다.

320화. 배를 수확하다.

320화. 배를 수확하다.

[검은탑 81층에 도착했습니다.]

[최상층인 탑 99층에서 탑 81층으로 이동했습니다.]

[18층을 내려갔습니다.]

[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18 상승합니다.]

탑 81층에 도착한 세준.

풍덩.

세준을 가장 먼저 맞아준 건 엄청난 양의 물이었다.

"어?!"

세준이 평소와 다른 주변 환경에 당황했고

꿀꺽.

자신도 모르게 벌린 입으로 흘러들어온 물을 삼켜버렸다.

그때

[퀘스트가 발생합···]

퀘스트 메시지가 나타났지만

"으읍."

숨 막혀! 볼 틈이 없었다. 일단 숨을 쉬는 게 먼저였다.

세준이 숨을 쉬기 위해 서둘러 수면 위로 올라갔다.

수면까지 15m.

물이 꽤 깊었지만

파바박.

발차기 3번 만에 세준은 수면에 도착했다. 후훗. 수영 상급반 박세준 님에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물론, 수영실력보다는 힘 스탯의 영향이 컸다.

힘 스탯이 거의 1000에 육박하는 걸 생각하면 오히려 수영 상급반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푸하!"

그렇게 수면에서 올라와 숨을 크게 들이마신 세준.

철컹.

수면에서 숨을 쉬며 아공간 창고를 소환해 문을 열었다.

그리고

"박 회장! 보고 싶었다냥!"

문이 열리자마자 세준의 얼굴로 몸을 날리는 테오.

"얌마···아아압!"

"푸후훗. 간지럽다······ 냥?!"

의도치 않게 세준에게 배방구를 당했다.

덥석.

"이 자식···."

세준이 간지러움에 몸을 배배 꼬는 테오의 목덜미를 잡아

첨벙.

"냥?"

물에 담그며 튜브 대용으로 사용했다. 테오는 친수성 재능을 방수 목적으로 사용하기에 물 위에 잘 떴다.

휙.

"박 회장, 여기는 왜 이러냥?"

테오가 물 위에서 몸을 돌려 배를 세준 쪽으로 보이며 물었다. 수달 같네.

"몰라. 이제 알아봐야지."

세준이 대답하며 숨이 차서 확인하지 못한 메시지를 확인했다.

[퀘스트 : 알 수 없는 이유로 주변 강이 범람하며 농장이 침수되며 호수가 됐습니다. 일주일 안에 침수된 농장을 원래대로 만드십시오.]

보상 : 검은탑 81층 농장의 정당한 주인으로 인정

실패 시 : 배나무 농장이 사라짐.

"알 수 없는 이유?"

이거 약간 그건데···알고 보니 뒤에 엄청난 배후가 있는 거지.

"근데 일주일 안에 물은 어떻게 빼지?"

잠깐 망상을 하던 세준이 호수에서 물을 뺄 방법을 고민했다.

그때

쿠웅.

갑자기 아공간 창고에서 거대한 배가 물로 던져졌다.

꾸엥!

[꾸엥이호 출동이다요!]

"야호! 출동!"

삐욧!

[삐르르르 요트, 출동합니다!]

낑!

'난 안 갈래!'

배 안에는 꾸엥이, 아작스, 삐욧이, 까망이가 타고 있었다.

밖에 호수가 보이자 꾸엥이가 아공간 창고에 있던 꾸엥이호를 꺼낸 것.

꾸엥!

[아빠, 꾸엥이호 탄다요!]

둥둥.

꾸엥이가 염력으로 세준을 물에서 꺼내 꾸엥이호에 태워줬다.

"고마워."

세준이 꾸엥이에게 감사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여기 화산이구나."

세준의 눈에 배나무 농장을 둥글게 둘러싸고 있는 산과 산의 높이까지 차오른 물이 보였다.

"근데 강은 어디 있지? 꾸엥아, 하늘로 올라가 보자."

꾸엥!

[알았다요! 떠오른다요!]

세준의 말에 꾸엥이가 꾸엥이호를 하늘 높이 띄우자

"와아."

거의 바다라고 불러도 될 것 같은 거대한 강이 보였다. 배나무 농장이 있는 화산은 유유히 흐르는 강 한가운데 있었던 것.

"근데 강이 어떻게 여기까지 범람한 거지?"

세준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농장을 둘러싼 화산과 강의 수면 차이는 30m 이상. 아무리 강이 범람한다고 해도 이 분지에 물을 가득 채우는 건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일단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주변에 강이 있으니 산을 부숴서 물을 빼면 안 된다는 것.

"그럼···."

잠시 생각에 잠긴 세준.

"꾸엥아, 물놀이할래?"

세준이 꾸엥이를 물에서 놀게 했다. 거대화한 상태로.

화산 안의 분지가 상당히 넓었기에 배나무 농장을 밟지만 않으면 괜찮았다.

꾸엥!

[좋다요! 꾸엥이 최대로 커진다요!]

꾸엥이가 거대화하자

콸콸콸.

엄청난 양의 물이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30m를 넘었지만, 계속 커지는 꾸엥이. 45m까지 자라났다.

"와···우리 꾸엥이 그새 많이 자랐구나?"

세준이 전보다 10m나 자라난 꾸엥이를 보며 넋이 나간 잠깐 사이

콸콸콸

계속 넘치는 물. 꽤 많은 물이 넘쳐 강으로 떨어졌다.

꾸엥!

[신난다요!]

첨벙.첨벙.

오랜만에 풀사이즈로 거대화한 꾸엥이가 본격적으로 물놀이를 시작했다.

콸콸콸.

몸을 움직이거나 할 때마다 빠르게 줄어드는 물.

더 많은 물을 뺄 수도 있지만, 산이 무너지지 않아야 하기에 꾸엥이가 힘을 줄여서 놀았다.

잠시 후.

꾸엥이의 물놀이에 빠르게 물이 빠지며 물에 잠겼던 배나무들의 위쪽이 물 밖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배가 엄청 크네."

물에 잠긴 배의 크기는 거의 축구공만 했다.

"꾸엥이, 잘했어. 이제 다시 작아지자."

꾸엥!꾸엥!

[알겠다요! 꾸엥이 이제 꾸엥이호 타고 놀고 싶다요!]

"그래. 꾸엥이는 꾸엥이호 타고 놀고 있어."

세준이 물 빼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꾸엥이를 놀게 했다.

꾸엥!

[꾸엥이호 출발이다요!]

삐욧!

[네! 꾸엥이 선장님!]

낑!낑!

'난 싫다고! 쟤 주머니에 넣어줘!'

물 빼는 데 큰 도움이 안 되는 삐욧이와 까망이는 꾸엥이호의 선원이 됐고

"애들아. 일하자."

세준이 테오, 아작스와 물을 빼기 시작했다.

"아이스큐브."

세준이 물을 얼리면

쏙.쏙.

테오가 얼음덩어리를 봇짐에 담았고

"드라이!"

아작스는 마법으로 물을 건조시켰다.

그렇게 셋이 열심히 일하는 동안

꾸엥!

[물이 없어서 재미 없다요!]

셋의 작업으로 물이 사라지며 배를 움직이기 힘들어지자

꾸엥!

[떠오른다요!]

꾸엥이가 큰물에서 놀기 위해 꾸엥이호를 하늘로 올렸다. 강에서 놀기 위해서였다.

"꾸엥아, 밖에서 노는 김에 강이 왜 범람했는지도 알아봐 줘."

꾸엥!

[알겠다요!]

첨범.

꾸엥이가 대답하며 꾸엥이호를 강에 띄웠다.

꾸엥!

[새로운 모험이다요!]

삐욧!

[네!]

낑···

'집에 가고 싶어······.'

꾸엥이호가 강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붉은탑 99층.

"우돈 님, 탑 53층에서 칵투스가 발견됐습니다."

"하아···벌써 53층까지···."

전령의 보고에 붉은탑 탑농부 우돈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내리던 비.

어느 순간 일 년에 한 번, 10년에 한 번 내리더니 어느 순간 내리지 않았다.

비가 내리지 않자 붉은탑의 온도는 점점 더 뜨거워졌고.

탑이 뜨거워진 부작용은 사막화라는 결과로 1층부터 시작해 점점 위층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현재 10층 아래는 완전히 사막으로 변해버린 상태.

그리고 칵투스는 선인장을 닮은 식물형 몬스터로 사막화를 만드는 주범이었다.

칵투스가 모이면 그 주변은 빠르게 사막화된다. 주변의 수분을 빨아들이기 때문.

하지만 아무리 칵투스를 깨끗이 토벌해도 사막이 있는 곳이면 칵투스는 어느새 무리를 지으며 나타나 상층을 향해 올라왔다.

그것도 더 많은 수로.

대신 좋은 점도 있었다. 칵투스는 흡수한 수분을 몸에 순수한 물 상태로 저장한다는 것.

덕분에 붉은탑에서 칵투스는 물을 확보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었다.

"모든 드워프 전사들을 소집해라! 칵투스를 토벌하겠다."

"네!"

고민하던 우돈이 부하에게 병력을 소집하게 했다.

칵투스를 토벌하면 피해도 크고 그 후에는 더 많은 칵투스가 태어난다.

하지만 사막화를 조금 늦출 수 있는 방법이 토벌 말고는 없었다.

"비가 보고 싶군···."

마른하늘을 바라보던 우돈.

철컥.철컥.

붉은 갑옷을 입은 우돈이 아래층을 향해 이동했다.

***

"이제 거의 끝나가네."

세준이 발등까지 잠긴 물을 보며 말했다.

그때

"푸후훗. 박 회장, 버리고 왔다냥!"

찰싹.

봇짐에 가득 담겨 있던 얼음을 강에 버리고 온 테오가 세준의 다리에 매달렸다.

그리고

"푸후훗. 박 회장, 이제 나한테 맡겨라냥! 얘들아, 날 따라오라냥!"

테오가 세준에게 우쭐해하며 말하자

꿀렁.꿀렁.

물들이 테오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친수성 재능을 이름에 맞게 사용하는 테오.

테오가 농장에 있던 물들을 빼자

"땅 움직이기!"

세준이 마일로의 괭이로 땅을 찍어

구구궁.

농장 주변 땅을 일으켜 물이 농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그렇게 농장의 물이 완전히 다 빠지자

[배나무 농장이 원래대로 돌아왔습니다.]

[퀘스트가 완료됐습니다.]

[검은탑 81층 배나무 땅문서의 정당한 주인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땅문서 스킬 : 농장 정보 Lv. Max가 활성화됩니다.]

퀘스트가 완료됐다.

"좋아. 이제 배를 수확해볼까?"

툭.

농장의 주인이 된 세준이 배를 수확했다.

그리고

[밍밍한 힘과 체력의 배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70을 획득했습니다.]

[직업 퀘스트를 완료하지 못해 경험치가 쌓이지 않습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응?"

밍밍하다니?! 세준이 당황하며 배의 옵션을 확인했다. 물을 빼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맛없으면 다 개고생이었다.

[밍밍한 힘과 체력의 배]

탑 안에서 자란 배나무가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 생산한 배입니다.

마지막에 배가 물에 잠기며 많은 물을 흡수해 맛이 밍밍해지고 거대해졌습니다.

건조한 곳에 놔둬 수분을 10L 증발시키면 크기가 원래대로 돌아오며 맛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섭취 시 힘과 체력이 1씩 상승합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50일

등급 : A

"휴. 다행이다···."

설명을 읽은 세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배를 다시 맛있게 만들 방법이 있었다.

"일단 수확해야지. 아작스, 도와줘."

"응! 형!"

그렇게 세준과 아작스가 배를 수확하고 있을 때

쿵.

강을 따라 움직이던 꾸엥이호가 거대한 나무뿌리와 부딪혔다.

꾸엥?

[불꽃이 누나 여기에도 있었다요?]

불꽃이였다.

[응. 세준 님이 찾는 배가 여기 있었어?]

꾸엥!

[그렇다요! 근데 불꽃이 누나는 강이 범람한 이유를 안다요?]

꾸엥이가 불꽃이에게 강이 범람한 이유를 물었다.

[범람? 그건 왜···?]

꾸엥!

[아빠가 배나무 농장을 잠기게 한 원인을 알고 싶어 한다요!]

세준 님이 알고 싶어 한다고?! 어떡해?! 꾸엥이의 대답에 당황한 불꽃이. 당연했다. 강을 범람시킨 게 불꽃이니까.

뿌리를 움직이면서 그 여파로 강이 범람한 것.

배나무 농장을 물에 잠기게 한 범인이 불꽃이었다.

'이걸 세준 님이 아시면 날 미워할 거야! 어떡하지?'

고민에 빠진 불꽃이.

그때

'아!'

불꽃이가 자신의 뿌리 근처를 지나가는 거대한 몬스터 하나를 급하게 낚아챘다.

그리고

[아! 누가 했는지 알아!]

꾸엥?!

[누구다요?!]

[이 녀석이야!]

불꽃이가 방금 뿌리로 잡은 놈을 꾸엥이에게 보여줬다.

-이놈! 내가 누군지 아느냐?! 나는 멸망의···

어제 용들에게 멸망의 사도는 보는 즉시 없애라고 아작스와 함께 단단히 교육받은 꾸엥이.

꾸엥!

[나쁜 놈이다요!]

쾅!

꾸엥이가 멸망의 사도를 보자마자 공격했고

땡그랑.

멸망의 사도 12좌, 해일을 부르는 뱀 레비아탄의 파편이 녹색 동전 7개를 남기고 사라졌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꾸엥이가 사건을 해결했다요!]

범람의 원인을 제거한 꾸엥이가 세준에게 자랑할 생각에 환하게 웃었다.

[그래. 꾸엥이, 잘했어. 근데 세준 님한테 나 봤다고 말하면 안 돼. 알았지?]

꾸엥!꾸엥!

[알았다요! 그럼 돌아가겠다요!]

꾸엥이가 꾸엥이호를 염력으로 강을 거슬러 갔다.

[헤헷.]

덕분에 불꽃이는 오늘도 자신의 덩치를 세준에게 들키지 않았다.

321화. 역시 우리 세준이야.

321화. 역시 우리 세준이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까악.까악.

"아. 시끄러워."

"저것들 왜 저러는 거야?!"

"에이! 재수 없어!"

사람들이 거대한 2개의 동심원을 만들며 하늘을 나는 수십만 마리의 떼까마귀들을 보며 짜증 냈다.

수십만 마리의 까마귀들이 저렇게 울어댄 지 벌써 3시간.

사람들이 짜증 낼 만했다.

그렇게 사람들이 짜증을 낼 때

까악.까악.

"어?! 저기 또 모인다!"

"뭐?!"

사람들의 눈에 수만 마리의 떼까마귀들이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그 까마귀들은 원래 한 무리였다는 듯 자연스럽게 거대한 까마귀 무리에 합류해 2개의 동심원을 함께 그렸다.

계속 몰려드는 까마귀들. 어느새 까마귀들의 수가 백만을 넘었다.

그리고

[Н Э Ю Ц Ч Ð]

까마귀들이 그리는 두 개의 동심원 사이에 처음 보는 핏빛의 문자들이 흐릿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까마귀들의 행동이 심상치 않자

두두두두.

군인들이 탄 헬기 몇 대가 접근해 기관총을 쏘며 까마귀들을 공격했다.

하지만 까마귀들은 도망가기는커녕

까악.까악.

무리에서 떨어져나온 떼까마기들이 헬기를 향해 돌진해 군인들을 공격했다.

새빨개진 눈으로 군인들을 공격하는 까마귀들.

"으악!"

잠시 후

쾅!콰광!

도심에 헬기들이 추락했다.

"까약!"

"도망쳐!"

까마귀의 이상 행동에 겁을 먹고 있던 사람들이 헬기마저 당하자 서둘러 도시에서 도망쳤다.

그사이

까악.까악.

까마귀들은 계속 2개의 동심원을 그렸고 하늘이 어두워질 때쯤 핏빛의 문자가 완성됐다.

그러자

우웅.

까마귀들이 그리는 2개의 원 중 가운데 원의 중앙이 검게 변하며 섬찟한 붉은 눈동자가 구멍 밖을 두룩두룩 살펴보는 게 보였다.

-흐음···별거 없어 보이는 차원인데···

깜빡.

붉은 눈동자가 의아해하며 눈을 깜빡였고

똑.

붉은 눈물 한 방울이 구멍 밖에서 나와 지구로 떨어지며 구멍이 닫혔다.

그리고

촤아악.

붉은 눈물이 쫙 펼쳐지며 주변의 까마귀들을 전부 삼켜버렸다.

거대한 검은 덩어리로 변한 까마귀들.

콰드드득.

그 모습은 순식간에 멸망의 사도 2좌, 죽음의 까마귀 할파스로 변했다.

재앙들을 직접 지휘하기 위해 자신의 파편을 지구에 보낸 것.

다른 차원에 파편을 보내는 건 상당한 제약이 있기에 굉장히 약한 파편이었다.

물론, 지구에서 할파스의 파편을 상대할 상대는 없겠지만.

-크크큭. 나 죽음의 까마귀 할파스가 지휘하는 군대를 상대하게 된 걸 영광으로 알거라. 나와라. 재앙들이여.

할파스의 말과 함께 주변에 크고 수십 개의 작은 구멍들이 만들어지며

푸드득.푸드득.

온몸이 검은색인 블랙 로커스트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

"끝! 아작스, 수고했어."

"응! 형!"

배를 전부 수확한 세준이 자신을 도와준 아작스를 치하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자 세준의 눈에 수분을 증발시키기 위해 마른 땅에 가지런히 놓인 1만 개의 배들이 보였다.

나머지 49만 개는 깔기 귀찮아 일단 세준과 테오의 봇짐에 보관했다.

"흐흐흐. 많이도 땄네."

뿌듯한 표정을 짓는 세준.

그때

[영혼이 충만해집니다.]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아. 이럴 때 정신력이 상승하는 거구나."

세준이 대충 영혼이 언제 충만해지는지 감을 잡았다.

수확하기나 채종하기 같은 탑농부 스킬을 많이 사용한 후 보람이나 뿌듯함을 느낌 때 영혼이 충만해지는 것 같았다.

"근데 모든 스탯에 정신력도 포함되나?"

문득 역행자 효과로 정신력 스탯도 오르는지 궁금증이 생긴 세준이 스탯을 확인했다.

그리고

정신력(12/500)

"아쉽네···."

모든 스탯에 특수 스탯인 정신력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다.

그때

꾸엥!

[아빠 꾸엥이가 먹을 거 잡아 왔다요!]

쿵.

꾸엥이가 꾸엥이호에 생선을 가득 싣고 나타났다.

불꽃이를 만나고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길에 생선을 발견한 꾸엥이.

꾸엥!

[맛있겠다요!]

팡!

물에 충격파를 일으켜 잡아 온 것.

"그렇지 않아도 배고팠는데 잘됐네. 꾸엥이, 잘했어."

톡.톡.

세준이 꾸엥이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칭찬했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빨리 먹는 거다요!]

"그래. 일단 무슨 생선인지 볼까?"

세준이 꾸엥이가 잡아 온 생선이 뭔지 확인하려 하자

"푸후훗. 박 회장, 이거 무지개송어다냥! 무지개송어는 구이가 맛있다냥!"

테오가 생선을 알아보며 말했다. 역시 생선구이 애호가.

그리고

"그래. 테 부회장은 생선구이로 만들어줄게."

"푸후훗. 좋다냥!"

뒷말은 참고만 했다. 어떤 생선을 잡아도 생선구이로 먹는 게 가장 맛있다고 할 녀석이니까.

잠시 후

"얘들아, 밥 먹자."

무지개송어 구이, 무지개송어 매운탕, 무지개송어 회까지 3가지 요리를 준비한 세준이 일행을 불렀다.

"푸후훗. 역시 박 회장의 생선구이는 최고다냥!"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입에서 녹는다요!]

"으힛! 맛있어!"

삐욕!삐욧!

[쁘흐흣! 전 세준 님이 볶은 땅콩이 제일 좋아요!]

낑!

'쟤가 준 건 다 맛있어!'

세준이 한 요리를 맛있게 먹는 다섯.

척.

세준도 젓가락을 들어 무지개송어 회를 간장에 찍어 먹었다.

"음. 맛있다."

담백하고 맛있었다.

하지만

"약간 물리네."

담백한 맛의 송어회를 계속 먹다 보니 자극적인 맛이 당겼다.

그래서

송송송.

서둘러 청양고추를 썰어 간장에 넣고 송어회와 청양고추를 같이 먹었다.

아삭.아삭.

"크으. 이거지."

세준이 칼칼한 맛에 만족하며 웃을 때

털썩.

송어회 10점을 먹은 펜릴이 세준의 앞으로 힘들게 걸어와 드러누웠다.

낑···

'나 배 아파···.'

배를 쓰다듬어 소화시켜 달라는 것.

"우리 까망이 많이 먹었어?"

쓰담.쓰담.

세준이 펜릴의 배를 쓰다듬으며 생선구이와 매운탕을 먹었다.

그렇게 세준의 쓰다듬을 30분 정도 받자

꺼억.

펜릴이 트림을 하며 조금 커졌다.

그리고

낑!

'좋아! 2차전이다!'

뚱땅.뚱땅.

다시 송어회를 먹으러 가는 펜릴.

하지만

텅.

이미 송어회가 담긴 접시는 깨끗이 비어 있었다.

낑?

'다른 먹을 건?'

서둘러 구이와 매운탕을 살피는 펜릴.

하지만

낑···

'없어···.'

다른 요리들도 이미 사라졌다. 2차전을 하기에는 펜릴의 소화 속도가 너무 느렸다.

그렇게 펜릴이 빈 그릇들을 보며 슬퍼할 때

척.

세준이 바닥에 깔아둔 배를 확인했다.

하지만

"그대로네."

배의 수분은 10L에서 한 방울도 증발하지 않았다. 많이 건조한 날씨가 필요한 모양.

"아작스, 이거 건조시켜 볼래?"

"응! 형! 드라이!"

세준의 말에 아작스가 세준이 들고 있는 배에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수분이 급격히 증발되며 쭈글쭈글해지는 배.

[쪼그라든 배]

마법으로 빠르게 말리자 이름도 변했고, 힘과 체력을 올려주는 옵션까지 사라져버렸다.

"이것도 아니네."

나중에 건조할 장소를 만들거나, 찾아서 수분을 증발시켜야 할 것 같았다.

"배 챙겨서 돌아가자."

세준이 일행과 배를 챙겨 탑 99층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그리고

꾸엥!

[출발이다요!]

웨이포인트를 향해 날아가는 꾸엥이호.

잠시 후

"얘들아, 들어가."

웨이포인트에 도착한 세준이 일행을 아공간 창고에 넣은 후

척.

[검은탑 81층 웨이포인트가 저장됐습니다.]

붉은 크리스탈에 손을 올려 웨이포인트를 등록하고

[검은탑 99층으로 이동합니다.]

탑 99층으로 돌아갔다.

***

붉은탑 51층.

투구와 갑옷을 입고 배틀액스나 배틀해머로 무장하고 있는 10만의 드워프 전사들이 모여 있었다.

그런 드워프 전사들의 가장 선두에는 붉은 갑옷을 입은 붉은탑 탑농부 우돈이 서 있었다.

드워프들의 반대편에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지역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칵투스들이 보였다.

잠시 후

"우돈 님, 준비 끝났습니다!"

붉은 모래족, 붉은 바위족, 붉은 암석족, 붉은 망치족, 붉은 도끼족.

다섯 종족을 이끄는 드워프 대전사들이 우돈에게 보고했다.

"좋다. 전군 돌진하라!"

척.

드워프 전사들의 보고에 우돈이 도끼를 들며 가장 먼저 달려나갔고

"공격이다!"

"와아아!"

10만 드워프 전사들이 그 뒤를 따랐다.

탑농부가 가장 앞에서 돌진하다니···검은탑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였다.

그렇게 드워프들이 달려가자

뿌드득.뿌드득.

땅의 수분을 흡수하기 위해 뿌리를 박고 있던 칵투스들이 뿌리를 뽑으며 몸을 일으켰다.

"으랏차! 거인의 장작 패기!"

그사이 칵투스의 앞에 도착한 우돈이 배틀엑스를 머리 위로 들어 강하게 휘둘렀다.

그러자

쾅!

배틀 엑스에서 뻗어 나온 크기 10m의 거대한 붉은 도끼가 칵투스들을 향해 떨어졌고

"와아아! 죽어라!"

퍽.퍽.

우돈의 뒤를 따라온 드워프들이 칵투스들을 공격했다.

슉.슉.

칵투스들도 자신들의 몸에 있던 가시를 쏴 드워프을 공격했지만

팅.팅.

갑옷과 방패를 뚫을 수 없었다.

"거인의 도끼질!"

"죽어라!"

칵투스를 상대로 날뛰는 우돈과 10만 드워프들.

칵투스들이 약했기에 전투는 몇 시간 만에 끝났다.

"칵투스 사체를 챙겨 돌아간다!"

"네!"

그렇게 드워프들이 돌아간 후

뿌드득.뿌드득.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다시 칵투스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칵투스들은 전과 달랐다.

붉은탑을 절반 이상 사막화시키며 진화 조건을 달성한 칵투스들.

화르르륵.

가시가 나와야 할 자리에서 불을 뿜어냈고 주변이 더 빠르게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

[검은탑 99층에 도착했습니다.]

세준이 탑 99층에 도착하자

음머.

[세준 님, 잘 다녀오셨습니까.]

웨이포인트를 지키고 있는 우마왕이 인사했다.

"응. 잘 갔다 왔어. 얘들아, 나와."

철컹.

세준이 대답하며 아공간 창고를 열었다.

그러자

"박 회장, 보고 싶었다냥!"

테오가 쏜살같이 달려 나와 세준의 얼굴을 향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훗. 이럴 줄 알았지."

척.

세준이 그런 테오를 향해 다리를 들어 무릎을 보이자

"무릎이다냥!"

슉.

찰싹.

공중에서 허공을 차 방향을 바꾼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 달라붙었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맛있었다요!]

"으힛. 세준이 형, 창고 너무 재미있어!"

삐욧!

[맞아요!]

그사이 아공간 창고에서 군고구마 말랭이와 가래떡 등의 간식을 먹은 다른 일행들이 창고에서 나왔다.

낑.끼잉···

'나 좀 옮겨줘. 못 움직이겠어··.·'

너무 많이 먹어 움직이지 못하는 펜릴 빼고.

"우리 까망이, 또 과식했어?"

세준이 펜릴을 들어 배를 쓰다듬으면서

"토룡아."

토룡이를 타고 농장으로 향했다.

꺼억.

펜릴이 트림을 할 때쯤

-주인님, 도착했습니다.

집에 도착했다.

"응. 고마워."

세준이 토룡이에게 감사를 표하며 바닥에 내려왔다.

"일단 방에 몇 개 둬볼까?"

척.

방에 온돌이 있으니 배의 수분을 증발시키기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세준이 방에 배 10개를 놓고 나오자

"티어 할아버지, 이건 배라는 건데 수분을 날려야 맛있어진대요."

티어에게 설명하는 아작스가 보였다.

세준이 오자 다시 테오를 감시하던 티어.

아작스가 아공간 창고에서 새로운 농작물을 꺼내자 구경하기 위해 다가온 것.

-그래?

티어가 배를 들어 살펴봤다.

-오! 역시 세준이라니까! 램터에게 필요한 것도 구해올 줄 알았어!

램터에게 말해줘야겠어! 배의 옵션을 살펴본 티어가 서둘러 램터를 부르러 분수대로 날아갔다.

잠시 후

-세준아! 이거 다 내가 말려주마!

배의 옵션을 확인한 램터가 자신이 말려주겠다고 나섰다.

-나한테 맡겨주면 돈도 주마!

유로로.

덕분에 세준은 배도 말리고 탑코인도 벌었다.

거기다

'역시 우리 세준이야.'

네 용의 사랑과 신뢰도 듬뿍.

322화. 아작스, 형이 하얀탑에 아침을 찾아주마!

322화. 아작스, 형이 하얀탑에 아침을 찾아주마!

붉은탑 99층.

"휴우. 힘들다."

철컹.

칵투스와의 전투를 끝내고 온 우돈이 투구를 벗으며 쉬려 할 때

고오오오.

"우돈-!"

거대한 기운이 주변을 점령하며 램터가 나타났다.

철컹.

서둘러 다시 투구를 쓰는 우돈.

그리고

"위대한 붉은용 램터 님을 뵙습니다! 시키실 게 있으십니까?"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향해 무릎을 꿇고 외쳤다.

"그렇다! 우돈, 이걸 건조한 곳에서 말리고 다시 수거해오거라!"

쿵.

램터가 묵직한 가죽주머니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수거가 끝나면 부르거라."

램터가 명령을 내리고 사라지자

"휴우. 다시 내려가야겠군."

우돈이 엉덩이 한 번 붙이지 못하고 다시 탑을 내려갔다.

***

[마력의 방울토마토 씨앗을 얻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채종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채종하기 스킬을 53만 12번 더 사용하셔야 합니다.]

···

..

.

"흐흐흐. 좋다."

램터에게 배를 말리게 해주는 대가로 돈까지 받은 세준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방울토마토를 채종했다.

그렇게 세준이 1시간 정도 방울토마토를 채종하자

[영혼이 충만해집니다.]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보람찬 마음과 함께 정신력이 상승했다.

그리고

"에일린, 정신력은 어디에다 쓰는 거야?"

에일린에게 정신력의 쓰임을 물었다.

원래 카이저에게 물어보려 했지만, 에일린이 자신이 알아봐 주겠다고 한 것.

[탑의 관리자가 정신력이 높아지면 다른 스탯들도 영향을 받아 높아진다고 말합니다.]

카이저에게 정신력에 대해 자세히 물어본 에일린이 대답했다.

"진짜?"

흐흐흐. 앞으로 정신력 열심히 올려야지.

그렇게 정신력의 쓰임에 대해 알았을 때

"푸후훗. 박 회장, 나 일하고 오겠다냥!"

테오가 일을 하러 가겠다고 했다.

"오! 진짜? 테 부회장이 웬일이래?"

테오의 말에 세준이 놀라는 표정을 짓자

"푸후훗. 나는 테 부회장이니 직원들이 노는지 감시해야 한다냥!"

테오가 우쭐해하며 대답했다. 몰래 내려가 직원들이 땡땡이를 치는지 확인할 생각.

하지만

'누가 누굴 감시하냐.'

세준 컴퍼니는 부회장 빼고 전부 열심히 일하는 회사였다.

그래도 알아서 일한다니 기특하기는 했다.

"조심히 다녀와."

"푸후훗. 알겠다냥! 금방 오겠다냥!"

"그래."

"삐욧이 가자냥!"

삐욧!

[네!]

테오가 삐욧이와 직원들을 감시하러 내려가자

"밭이나 둘러볼까?"

저벅.저벅.

농장으로 걸어가는 세준. 오늘은 둘러볼 농작물들이 있었다.

8번째 씨앗 상점이 열렸을 때 산 단호박, 화염콩, 수박, 블루베리를 살펴볼 생각.

그렇게 세준이 농작물들이 심어진 밭에 도착하자

[물을 잡아먹는 수박이 농사꾼의 발소리에 감사하며 힘을 보탭니다.]

[마력 스탯의 잠재력이 2279에서 2280으로 상승합니다.]

수박이 발소리를 들려준 보답으로 마력 잠재력을 하나 올려줬다.

"얘는 언제 크냐?"

세준이 주먹만 한 수박을 보며 말했다. 다른 농작물에 비해 지나치게 성장 속도가 느렸다.

"물을 그렇게 줬는데도 부족한가?"

물을 잡아먹는 수박이라는 이름을 확인한 후 하루에 물을 10번이나 주고 있지만, 그 결과가 콩알에서 주먹으로 커진 수박이었다.

"뭐···자라기는 하니까."

세준이 수박에서 시선을 거둬 다른 농작물들을 바라봤다.

하지만 화염콩은 싹을 틔우기 위한 특별한 조건이 있는지 싹조차 나지 않았고

블루베리는 아직 한참 자라는 중으로 이제 세준의 무릎 높이 정도로 자라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건 단호박.

"너희라도 잘 자라줘서 다행히다. 흐흐흐."

세준이 짙은 녹색으로 잘 영근 단호박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리고

서걱.

단호박 꼭지를 단검으로 잘라 수확했다.

그러자

[독을 배출하는 단호박을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숙련도 상승 Lv. 1의 효과로 수확하기 Lv. 8의 숙련도가 5% 추가 상승합니다.]

[경험치 70을 획득했습니다.]

[직업 퀘스트를 완료하지 못해 경험치가 쌓이지 않습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이건 100퍼 티어 님이 살 거 같은데."

티어가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는 이름.

그러나 티어는 지금 여기 없었다.

-어서 줍거라.

하얀탑 83층 땅문서를 세준에게 전달하기 위해 테오가 가는 길목에 땅문서를 던져 놓고 테오가 줍는지 지켜 보는 중.

척.

세준이 단호박을 들어 옵션을 확인했다.

[독을 배출하는 단호박]

탑 안에서 자란 단호박으로 영양을 충분히 흡수해 맛있습니다.

섭취 시 몸 안에 있는 독을 소량 배출합니다.

최대 2주까지 후숙하면 맛과 효과가 증가합니다.

장복하면 어떤 독도 완전히 배출할 수 있습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50일

등급 : A

"역시."

장복하면 어떤 독도 완전히 배출할 수 있다니. 이건 티어가 무조건 군침을 흘릴 농작물이었다.

"흐흐흐. 빨리 따자."

단호박의 효과를 확인한 세준이 본격적으로 단호박을 수확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끝."

세준이 300개의 단호박을 수확하며 뿌듯함을 느낄 때

[영혼이 충만해집니다.]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정신력이 1 상승했다.

그렇게 단호박 수확이 끝나자

"오늘 저녁은 단호박 먹어야지."

세준이 단호박을 챙겨 취사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박.박.

[독을 배출하는 단호박 씨앗을 5개 얻었습니다.]

···

..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채종하기 스킬을 52만 8172번 더 사용하셔야 합니다.]

단호박의 윗부분을 잘라 안에 있는 씨를 숟가락으로 빼낸 후 요리를 시작했다.

오늘 저녁 메뉴는 단호박 매운 해물찜.

세준이 일단 단호박 안에 넣을 낙지, 오징어, 생선살에 대파, 양파를 넣은 후

"어?! 청양고추가 없네?"

뒤늦게 청양고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세준이 형! 내가 따다 줄게!"

옆에서 세준이 요리하는 걸 구경하고 있던 아작스가 손을 들며 외쳤다.

"그럼 좀 부탁할게."

"응! 형! 조금만 기다려!"

슈웅.

아작스가 서둘러 청양고추밭으로 날아갔다.

잠시 후

[당신의 노예 하얀탑의 탑농부 아작스 마므브가 신품종 태양초를 수확했습니다.]

아작스가 태양초라는 신품종을 수확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럼 저건 아작스 껀가?

세준이 의문을 가질 때

[노예의 업적은 곧 당신의 업적입니다.]

[탑에서 신품종을 탄생시키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

..

.

[직업 특성으로 모든 스탯이 10씩 상승합니다.]

아작스가 수확한 태양초의 독점 재배권을 세준이 획득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나며 세준의 의문을 풀어줬다.

그리고

"세준이 형! 내가 이걸 수확했어!"

마냥 세준에게 도움이 된 게 기쁜 아작스가 앙증맞은 손에 붉은 고추 하나를 들고 날아왔다.

"그래. 잘했어."

세준이 아작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태양초를 받아 살펴봤다.

[태양초]

탑 안에서 자란 고추로 영양과 태양의 기운을 충분히 흡수해 맛있게 맵습니다.

섭취 시 빛을 충분히 받으면 스탯 중 하나가 랜덤하게 5 상승합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50일

등급 : A

"오! 옵션도 좋네."

"으힛! 세준이 형, 나 잘했지?!"

"그래. 잘했어."

팡.팡.

세준이 아작스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칭찬할 때

[위대한 업적을 달성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었습니다.]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태양초 1만 개를 재배해 하얀탑에 가져가세요. 그러면 하얀탑 안에 봉인된 태양의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보상 : 수확의 비약 5방울

세준의 앞에 퀘스트 메시지가 나타났다.

"수확의 비약 다섯 방울?!"

보상이 너무 좋든데? 아작스, 형이 하얀탑에 아침을 찾아주마!

"아작스, 근데 청양고추는?"

일단 밥 먹고.

"아! 맞다! 빨리 가져올게!"

그렇게 아작스가 가져온 청양고추를 넣어 미리 준비한 요리를 한 번 더 볶고 간을 했다.

그리고 단호박 안에 볶은 해물을 넣은 후 피자를 만들기 위해 만든 화덕 안에 넣었다.

그렇게 단호박 해물찜이 완성되는 사이

"으힛! 왔어?"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맛있는 냄새 난다요!]

"벌써 저녁 시간인가요?"

음식 냄새를 맡은 꾸엥이, 베로니카가 취사장 안으로 들어와

척.척.

식탁 의자에 앉았다.

낑!

'맛있는 냄새!'

펜릴도 취사장에 들어와 '까망이'라고 쓰여있는 자기 밥그릇 앞에 자리를 잡았다.

30분 후

[탑에서 최초로 단호박 매운 해물찜을 만드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요리 Lv. 8에 단호박 매운 해물찜의 레시피가 등록됩니다.]

[요리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요리가 완성됐다.

척.척.

세준이 각자의 접시에 단호박을 하나씩 올린 후

"자. 먹자."

척.

단호박 뚜껑을 열며 말하자

척.척.척.

꾸엥이, 아작스, 베로니카도 세준을 따라 단호박 뚜껑을 열고 해물찜을 먹기 시작했다.

그때

낑!

'나도.'

자신도 밥을 달라며 강하게 짖는 펜릴.

"알았어. 자."

세준이 해물찜을 감싸고 있는 단호박을 잘라 펜릴에게 주자

쫩.쫩.쫩.

낑!

'맛있어!'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빨리 먹고 2차전 할 거야!

그렇게 모두가 맛있게 저녁을 먹는 사이

"냥냥냥."

삐욧.삐욧.

테오와 삐욧이는 콧노래를 부르며 탑 99층 입구로 가고 있었다.

그리고

"냥?!"

티어가 미리 던져둔 땅문서를 발견했다.

"푸후훗. 좋은 거 주웠다냥!"

척.

당연히 땅문서를 주운 테오.

"냥냥냥."

삐욧.삐욧.

다시 콧노래를 부르며 이동했고

-됐다.

드디어 하얀탑 83층 땅문서를 테오에게 전달한 티어가 웃으며 분수대로 돌아갔다.

그렇게 세준의 입탑 370일 차 하루가 지나갔다.

***

붉은탑 53층.

"근데 램터 님은 검은탑의 농작물을 어떻게 구해오신 거지?

가죽주머니 안에 든 배의 옵션을 확인한 우돈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자신이 알기로 모든 용들은 서로 뭔가를 잘 주고받지 않는다.

다른 용이 뭔가를 주면 상대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 그런 용들이 이런 하찮은 농작물을 교환한다고?

우돈의 상식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뭐···용 대 용이 아닌, 용 대 세준이 거래한 거니 다르기는 했지만.

"근데 정말 신기하군."

우돈이 배를 보며 말했다. 이런 농작물은 처음 봤다. 건조한 곳에서 물을 배출하는 농작물이라니.

"이 정도 건조함이면 되겠지?"

이제 막 사막화가 되고 있는 지역에 도착한 우돈.

척.척.

가죽주머니에서 배를 꺼내 땅에 놓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돈이 배를 5만 개쯤 바닥에 깔자

"증발이 잘 되고 있나?"

처음에 꺼낸 배를 확인했다.

겉으로만 봐도 가죽주머니 안에 있는 배보다 크기가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근데 왜 어둡지?"

주변이 어두워진 걸 발견한 우돈이 서둘러 하늘을 봤다.

그리고

"저건?!"

하늘에 떠 있는 먹구름을 발견했다. 배에서 증발한 수분이 하늘로 올라가며 구름을 만든 것.

그때

툭.툭.

하늘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

"비다···."

우돈이 얼굴을 적시는 물기에 감격했다.

쏴아아아.

그사이 빗줄기가 굵어지며 소나기로 변했다.

"우하하하! 비다! 비야!"

우돈이 크게 웃으며 떨어지는 비를 온몸으로 맞았다.

붉은탑에 1000년 만에 처음으로 비가 내렸다.

323화. 대답 안 하냐?

323화. 대답 안 하냐?

탑을 내려가는 길.

"냥냥냥."

삐욧?

[테오 님, 근데 누굴 먼저 찾아갈 건가요?]

삐욧이가 콧노래를 부르는 테오에게 묻자

"푸후훗. 일단 빌 과장을 감시할 거다냥!"

테오가 대답했다.

테오의 밑에서 일하던 8마리의 고양이 인턴들.

그들은 공을 세우고 승진해 빌은 과장, 제프와 마크는 대리, 나머지 다섯은 사원이 됐다.

삐욧?!삐욧!

[아! 가장 상급자부터 살피시는 거군요?! 역시 테오 님은 훌륭하세요!]

"푸후훗. 당연하다냥! 나 테 부회장은 훌륭하다냥!"

삐욧이의 아부에 기분 좋게 웃는 테오.

그때

"테 부회장, 삐욧이 왜 이렇게 늦게 왔어?"

그들의 앞에 세준이 나타났다.

삐욧!

[테오 님, 세준 님이에요!]

세준을 만나자 아무런 의심 없이 세준에게 다가가려는 삐욧이.

하지만

"삐욧이! 떨어져라냥!"

테오는 눈앞의 세준을 경계했다. 아니. 눈앞의 세준을 부정했다. 저건 박 회장이 아니다냥!

자신의 세준 무릎 탐지기는 변함없이 탑 99층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

"넌 누구냥?"

테오가 눈앞의 세준을 향해 묻자

"테 부회장, 무슨 소리야? 나야!"

세준이 억울해하며 말했다.

"거짓말 말라냥! 너는 박 회장이 아니다냥!"

"테 부회장, 잘 봐. 나라니까."

말하며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는 세준.

그러자 세준의 얼굴이 조금 더 밝아지고 이목구비도 선명해지며 더 잘생겨졌다.

삐욧···

[세준 님···]

삐욧이가 홀린듯이 세준을 향해 다가가려 했다.

그러나

"하악!하악!하악! 박 회장 얼굴은 그렇게 잘 생기지 않았다냥! 마음대로 고치지 말라냥!"

그건 테오의 화만 돋울 뿐이었다. 박 회장의 썩은 얼굴은 나만 고칠 수 있다냥!

삐욧?!

[테오 님이 하악질을 세 번 연속으로 하다니?!]

뿌들.뿌들.

삐욧이가 그런 테오를 보며 공포에 떨었다.

"나 화 났다냥!!!"

빳칭!

분노한 테오가 용발톱 하나를 뽑아

척.

눈앞에 보이는 세준을 가리키자

퍽.

테오의 발톱에서 쏘아져 나간 마력 발톱이 세준의 머리 위 1m쯤 되는 곳을 관통했다.

동시에 사라진 세준의 모습.

-크헉! 어떻게···?!

대신 세준이 사라진 자리에는 머리에 주먹만 한 구멍이 생긴 5쌍의 눈을 가진 거대한 거미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자신이 가진 10개의 눈으로 상대에게 환상을 보여준 후.

방심한 사냥감을 사냥하는 게 멸망의 사도 9좌 현혹하는 거미, 앨리스의 사냥법이었다.

-네놈, 다음번에는···

쿵.

앨리스의 파편이 말을 잇지 못하고 쓰러지며 몸이 검은 재로 변해 사라졌다.

그리고

땡그랑.

그 자리에는 10개의 눈과 8개의 다리를 가진 거미가 새겨져 있는 은색 코인 5개만이 남았다.

"푸후훗. 나 테 회장을 속일 수는 없다냥! 삐욧이, 가자냥!"

삐욧!

[네!]

삐욧이가 서둘러 코인을 주운 후 테오를 따라갔다.

멸망의 사도 9좌 현혹하는 거미, 앨리스. 절대 속일 수 없는 천적을 만나버렸다.

"냥냥냥."

삐욧!삐욧!

콧노래를 부르며 다시 길을 내려가는 테오와 삐욧이.

그렇게 10층 정도 내려갔을 때

"냥?!"

삐욧!

[갈림길이에요!]

둘의 앞에 갈림길이 보였다.

"프후훗. 이쪽이다냥!"

망설임 없이 앞장서는 테오.

그리고

"테오 님, 살려주세요!"

"푸후훗. 알겠다냥! 돈 달라냥!"

"네! 여기 있습니다!"

당연하다는 듯 요르문간드 파편의 뱃속에 조난당한 유렌과 만나 돈을 받아냈다.

이 정도면 테오에게 돈을 너무 주고 싶은 유렌이 테오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해야 할 것 같았다.

"테오 님, 근데 어디 가세요?"

요르문간드 파편에서 구조당한 유렌이 물었다.

"푸후훗. 직원들 감시하러 간다냥!

"오! 저도 따라가도 돼요?!"

뭔가 재미있을 것 같자 유렌이 따라간다고 했다. 물론 혼자 움직이다 다시 조난 당하기 싫은 것도 있었다.

"좋다냥!"

테오는 돈을 내줄 물주가 같이 간다고 하자 당연히 허락했고

"냥냥냥."

삐욧!삐욧!

꾸익!꾸익!

그렇게 테오, 삐욧이, 유렌이 콧노래를 부르며 빌 과장이 있는 탑 42층으로 이동했다.

***

다음 날 아침.

"읏차!"

잠에서 깬 세준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때

아로롱.

끼잉···

아작스의 코 고는 소리와 함께 펜릴의 신음이 들렸다. 뭐지?

세준이 소리가 나는 곳을 보자

아작스의 머리에 깔린 펜릴이 보였다. 아작스가 자다가 펜릴을 베개로 착각한 모양.

척.

세준이 아작스의 머리를 들어 펜릴을 빼내고

슥.

아작스의 머릿밑에 베개를 넣어줬다.

끼로롱.

덕분에 편하게 잠든 펜릴.

아로롱.

끼로롱.

척.

아작스와 펜릴의 코 고는 소리를 뒤로하고 세준이 밖으로 나왔다.

"일단 검은콩 확인해야지."

철컹.

세준이 아공간 창고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달칵.

풍요의 상자를 열어 검은콩 3개 중 2개를 꺼낸 후 다시 닫았다.

[초월의 검은콩(+2)]

"이걸로 6개네."

척.

세준이 가죽주머니 안에 2강 검은콩을 넣으며 말했다.

검은콩 수거가 끝나자

슥.

세준이 태양초의 옆구리를 갈라 손가락으로 조심히 씨앗을 빼냈다.

[태양초 씨앗을 얻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채종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채종하기 스킬을 49만 4829번 더 사용하셔야 합니다.]

···

..

.

그렇게 200개 정도의 태양초 씨앗을 얻은 세준.

농장의 빈 땅으로 가서

푹.

땅을 파고 태양초 씨앗 하나를 정성스럽게 심었다.

그리고

뽕!

수확의 비약이 든 유리병을 열어

똑.

마지막 남은 수확의 비약 한 방울을 태양초 위에 떨어트렸다. 태양초를 빨리 키워 씨앗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뿌득.

수확의 비약을 흡수하자 빠르게 자라나는 태양초의 새싹.

"좋아. 태양초는 아침 먹고 수확하면 되겠고···."

세준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농장을 살폈다.

[체력의 옥수수가 농사꾼의 발소리에 감사하며 힘을 보탭니다.]

[체력 스탯의 잠재력이 1397에서 1398로 상승합니다.]

그렇게 농작물들에게 발소리를 들려주며 잠재력을 올리고 있을 때

"응?"

세준을 황금빛 광채가 덮쳤다.

***

[포도리, 준비됐어?]

[네! 불꽃이 님!]

불꽃이의 물음에 포도리가 비장하게 대답했다.

지금 포도리는 목생(木生)의 중요한 순간에 와 있었다.

그건 바로 세계수로의 진화.

'이제 저걸 먹고 세계수만 되면 영양제는 먹지 않아도 돼!'

불꽃이의 뿌리가 든 엄지손가락만 한 황금색 사과를 보며 포도리가 생각했다.

포도리에게는 세계수가 되는 것보다 세계수가 되면 더 이상 영양제를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게 더 중요했다.

[좋아. 그럼 간다!]

[네!]

포도리의 대답과 함께 불꽃이의 뿌리가 포도리에게 황금색 사과를 보냈다.

그러자 황금색 사과는 물처럼 녹듯이 포도리의 몸에 흡수됐다.

그리고 포도리의 뿌리부터 황금색으로 물들며 몸을 타고 위쪽으로 올라갔고

그렇게 포도리의 몸이 전부 황금으로 물들자

파앗!

황금색 빛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

검은탑 관리자 구역.

"크히히히. 우리 세준이 오늘도 아침부터 농작물 관리하네. 역시 부지런해."

냠냠.

세준이 준 영약급 토마토를 먹으며 수정구로 세준을 지켜보는 에일린.

그때

[검은 거탑 성장 조건 중 하나를 달성했습니다.]

세준의 주변이 눈부신 황금빛으로 물들며 알람 하나가 나타났다.

"크힝? 뭐지?"

에일린이 의아해하며 검은 거탑 성장 조건을 확인하자

[검은 거탑 성장 조건(4/8)]

-탑농부(A) : 달성

-신품종 10종 이상 탄생시키기 : 초과 달성(19/10)

-경작지 1억 평 이상 경작하기 : 미달성

-세계수 키우기 : 1(포도리)/?

-세계의 기운 1만 피스 이상 확보하기: 미달성

-신기 5개 이상 소유하기 : 미달성

-위대한 업적 3개 달성하기 : 미달성

-검은탑의 입구 120개로 늘리기 : 미달성

세계수 키우기에 1이라는 숫자와 함께 포도리의 이름이 나타났다.

"어?! 포도리가 언제 세계수가 됐지? 역시 우리 세준이야!"

세계수가 된 건 포도리인데 세준을 칭찬하는 에일린.

"할아버지한테 말해줘야지!"

에일린이 세준의 업적(?)을 카이저에게 알렸다.

***

"윽! 뭐였지?"

황금빛이 사라지자 세준이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을 거뒀다.

뿌드득.뿌드득.

"응?!"

그런 세준의 눈에 포도리 주변을 감시하고 있던 엔트들이 포도리를 향해 절을 하는 게 보였다.

"뭐지?"

세준이 포도리를 향해 다가갈 때

폴짝.

[주인님! 포도리 님이 세계수가 됐어요!]

세준을 부르러 가던 불꽃이가 세준을 발견하고는 세준의 어깨로 점프하며 말했다.

"세계수? 그럼 나도 절해야 되나?"

세준이 약간 기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계수면 엄청 센 거 아냐?

[아니요! 절대 아니죠! 쫄지 마세요!]

세준의 말에 불꽃이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감히 어떤 나무가 제 주인님께 절을 받아요?!

[주인님, 포도리 님한테 가봐요!]

"응."

그렇게 불꽃이와 포도리에게 다가가는 세준.

'뭐지?'

포도리는 그런 불꽃이를 보며 굉장히 당황하고 있었다.

자신도 세계수가 됐으니 이제 불꽃이와 같은 급이라고 생각했다. 좀 맞먹으며 반항할 생각도 했다.

하지만

'뭐야?! 이게 불꽃이 님이라고?!'

세계수가 되자 불꽃이가 더욱더 무서워졌다.

지금까지 자신 같은 걸 왜 상대해줬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로 불꽃이의 크기와 힘은 어마어마했다.

세계수가 된 자신의 인지력으로 불꽃이의 크기가 가늠이 안 됐다.

'세준 님한테 말씀드려야 해!'

포도리가 불꽃이의 무서움을 세준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헤헷. 주인님, 이제 포도리 님이 더 맛있는 포도를 만들어줄 거예요? 그렇지요. 포도리 님?]

[······]

세준을 속이기 위해 자신에게 존댓말까지 하는 불꽃이를 보자 가지가 서늘해지며 엄청난 공포심에 입이 얼어붙었다.

말하면 분명 날 영양과다로 죽일 거야···

[포도리 님, 대답이 없으시네요? 세계수가 되신다고 속이 허해지셨나 봐요? 헤헷.]

세준이 듣는 불꽃이의 목소리는 나긋나긋했지만

'대답 안 하냐?'

세준이 보지 않는 불꽃이의 이파리는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아···아니요! 아주 배부릅니다! 세준 님께 더 맛있는 포도를 만들어드리겠습니다!]

불꽃이의 행동에 포도리가 서둘러 대답하며 포도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포도도.

세준의 앞에 큼직한 알을 가진 황금색 포도송이 하나가 빠르게 자라났다.

"오!"

투둑.

세준이 황금색 포도를 보며 홀린 듯이 포도송이 끝의 가지를 꺾었다.

그러자

[세계수의 기운이 담긴 향긋한 황금 포도 1송이(30알)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색만큼이나 이름도 있어 보였다.

"효과도 엄청나려나?"

똑.

세준이 황금 포도 한 알을 들어 옵션을 살펴봤다.

[세계수의 기운이 담긴 향긋한 황금 포도]

세계수가 자신의 기운을 담아 만든 포도입니다.

맛이 아주 좋고 포도의 향긋한 향이 아주 멀리까지 퍼져나갑니다.

섭취 시 모든 스탯이 5 상승합니다.

10알 이상 섭취 시 10일 동안 몸에서 나는 향긋한 냄새가 주변의 이성을 유혹합니다.

껍질과 씨앗을 모두 섭취해야 효과가 나타납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80일

등급 : A+

"역시 옵션도 훌륭하네."

포도 한 알을 먹을 때마다 모든 스탯 5가 상승한다.

거기다 겉으로 내색하긴 부끄럽지만, 10알 이상 먹으면 이성을 유혹하는 효과도···후훗.

평생 인기라고는 있어 본 적 없는 세준으로서는 한 번은 가져보고 싶은 능력이었다.

그때

[탑의 관리자가 절대 세준이가 10알 이상 먹지 못하게 하라고 말합니다!]

꾸엥!

[아빠는 9개만 먹는다요!]

"세준이 형은 9개만 먹으래!"

에일린의 특명을 받은 꾸엥이와 아작스가 빠르게 세준을 향해 날아왔다.

324화. 후훗. 다 아는 수가 있지.

324화. 후훗. 다 아는 수가 있지.

[탑의 관리자가 누가 포도에 그딴 효과를 넣냐며 불같이 화를 냅니다.]

[에일린 님, 잘못했습니다! 다음부터는 조심하겠습니다!]

포도리가 에일린에게 욕을 먹고 있는 사이

"흐흐흐. 맛있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진짜 달다요!]

'으힛! 이거 진짜 맛있네!"

세준, 꾸엥이, 아작스는 포도리가 만든 황금포도를 공평하게 6개씩 맛있게 먹고 있었다.

6개가 왜 공평하냐고 묻는다면?

-크하하하! 포도리, 고생했다.

-이 포도 하나 먹고 술 들이켜봐. 진짜 죽여준다고!

-오! 그러네!

-와! 이거로 술 담그면···

포도리를 구경하러 온 네 용에게 황금포도를 3개씩 양보했기 때문.

그렇게 즐겁게 황금포도를 먹고 있을 때

"티어 님, 이거 사실래요?"

세준이 독을 배출하는 단호박을 꺼내 티어에게 보여줬다.

-독을 배출하는 단호박?! 사겠다!

이름만 보고 1초의 고민도 없이 사겠다는 티어. 세준이가 파는 건 다 사야지!

"가격은 일단 이걸 드셔보시고 정해주세요."

-알았다.

척.

티어가 세준이 건넨 단호박을 삼켜 본체로 보냈다.

***

자색탑 관리자 구역.

"뭐···세준이가 준 거니까 성능은 확실하겠지."

우적.우적.

세준이 준 단호박을 통째로 씹어 먹는 티어.

생으로 먹어 맛은 별로였지만, 이번에는 어떤 효과가 나타날지 기대됐다.

그때

[독을 배출하는 단호박을 섭취했습니다.]

[심독(心毒)을 배출합니다.]

"크윽!"

메시지와 함께 심장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고

"크헉!"

티어가 붉은색 구슬 하나를 토해냈다.

그리고

"오! 심독의 크기가 절반으로 작아졌어!"

티어가 심장에 자리하고 있던 심독의 크기가 작아진 것에 기뻐했다.

방금 뱉은 붉은색 구슬이 티어의 심장에 붙어 있던 지긋지긋한 심독의 일부였던 것.

해독의 대파로 심독을 일정 크기까지 줄이는 건 가능했지만,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었는데.

"해독의 대파로 심독의 크기를 줄이고, 이 단호박을 먹으면···."

심독의 완치가 가능하다.

"이 단호박 개당 10억 탑코인 이상 줘야겠는데?"

심독을 제거할 수 있으면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럼 우선 돈을 마련해야지."

티어가 서둘러 자색용들을 불러 돈을 벌어오게 했고.

자색용들이 탑을 나가 멀리 있는 붉은 안개를 소멸시키며 탑코인을 벌었다.

예전에는 탑에서 조금만 나가도 붉은 안개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경쟁이 치열했다.

그리고 경쟁은 당연히 검은용, 하얀용, 붉은용, 자색용. 넷만 했다.

***

[세준 님이 포도 맛있데! 영양제 줄 테니까 포도 더 만들어!]

세준이 황금포도를 먹으면 기뻐하는 걸 본 불꽃이가 포도리에게 영양제를 왕창 건넸다.

[네?! 영양제요?!]

포도리가 거의 100개쯤 되는 영양제를 보며 기겁했다.

세계수가 되면 이제 영양제 먹을 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오히려 그 숫자가 크게 늘어났다.

그렇다고 반항하기에는 불꽃이가 너무 무서운 포도리.

[네···]

이왕 만드는 거 세준 님에게 맛있는 포도를 만들어 드려야지.

포도리가 마음을 다잡으며 영양제를 흡수할 때

[독을 배출하는 단호박이 심독(心毒)을 제거하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업적을 달성한 보상으로 일주일간 독을 배출하는 단호박의 성장 속도가 10배 빨라집니다.]

세준의 앞에 업적 메시지가 나타났다. 단호박이 생각대로 효과를 낸 것.

"근데 성장 속도를 10배나 올려준다고?!"

성장 속도가 10배면 지금 씨앗을 심으면 7일 후 정도면 단호박 수확이 가능하다는 소리.

'그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벌떡.

세준이 서둘러 일어나 농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박.박.

서둘러 단호박의 윗부분을 잘라 씨앗을 긁어내

폭.

"땅 일으키기."

모든 단호박 씨앗을 마일러의 괭이로 한 번에 심었고

[마력이 담긴 땅에 독을 배출하는 단호박 씨앗 2만 5000개를 심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단호박밭 10만 평을 만들었습니다.]

[경험치 20만을 획득했습니다.]

[직업 퀘스트를 완료하지 못해 경험치가 쌓이지 않습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흐흐흐. 이제 일주일만 기다리면···."

거의 100만 개의 단호박을 수확할 수 있다.

세준이 단호박이 심어진 밭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을 때

[소유한 농장의 크기가 1000만 평을 넘었습니다.]

[재능 : 만석꾼이 대지주로 성장합니다.]

어느새 세준이 관리하는 땅의 크기가 1000만 평을 넘으며 재능이 성장했다.

"응? 대지주?"

세준이 놀라며 재능을 확인했다.

[재능 : 대지주]

-1000만 평 이상의 농지를 가진 농부만이 가질 수 있는 후천적 재능입니다.

-대지주를 대신해 농장을 관리하는 마름 100명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농장을 지킬 파수꾼을 최대 1000명까지 지정할 수 있습니다.(만석꾼의 주변 10km 안에서 파수꾼이 처치하는 적의 경험치 50%를 보상으로 받습니다.)

-소작농을 제한 없이 지정할 수 있습니다.

-소작농들은 만석꾼의 농사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소작농이 만석꾼의 스킬을 사용하면 만석꾼은 10%의 스킬 숙련도 보상을 받습니다.)

-농장의 크기가 커지는 만큼 재능이 성장합니다.

"오!"

재능이 증가하며 숫자들이 전부 증가했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소작농의 숫자 제한이 사라진 것.

지금까지 소작농 제한 때문에 세준의 농장이 빠르게 커지지 못했다.

기본적인 밭 만들기, 물 주기, 가지치기들은 모두가 할 수 있지만.

스킬을 써야 하는 채종하기, 씨뿌리기, 수확하기 같은 건 소장농들이 해야 하기 때문.

그런데 그 제한이 사라진 것이다.

"얘들아, 모여!"

세준이 버섯개미들을 불러 자신의 소작농으로 지정하기 시작했다.

"소작농 지정."

세준이 버섯개미의 머리에 손을 대고 말하자

[1022번째 소작농으로 지정했습니다.]

께엑!

세준의 소작농이 된 버섯개미가 엄청나게 기뻐했다.

잠시 후 탑 99층의 모든 버섯개미들이 소작농이 됐다.

그렇게 소작농 지정을 마친 세준.

"태양초 수확해야지."

아까 태양초를 심어둔 곳으로 가서 태양초를 수확한 후

[태양초 씨앗을 얻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채종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채종하기 스킬을 41만 1567번 더 사용하셔야 합니다.]

···

..

.

채종하기 시작했다.

[당근밭 1만 평을 만들었습니다.]

[경험치 2만을 획득했습니다.]

[직업 퀘스트를 완료하지 못해 경험치가 쌓이지 않습니다.]

그사이 세준의 소작농이 돼서 신난 버섯개미들이 미친 듯이 밭 크기를 넓히고 있었다.

동시에 허공으로 날아가는 경험치.

"퀘스트 빨리 끝내야지."

메시지를 본 세준의 의욕이 불타올랐고 덕분에 점심, 저녁 메뉴가 부실해졌다.

그렇게 점심, 저녁을 삶은 에그 푸릇과 군고구마 말랭이, 가래떡만 먹었다.

꾸엥!

[꿀 찍어 먹으면 다 맛있다요!]

"으힛! 꿀에 가래떡이면 100개도 먹을 수 있어!"

"저도 삶은 에그 푸릇이랑 소금만 있으면 100개도 가능해요!"

낑!

'노랗고 쫄깃한 거다!'

다행히 꾸엥이, 아작스, 베로니카, 펜릴은 불평 한마디 없이 아주 잘 먹었다.

***

"푸후훗. 도착이다냥!"

테오가 세준 컴퍼니 지부가 있는 탑 42층에 도착했다.

그리고

"냥냥냥."

삐욧!삐욧!

당당히 지부로 향하는 테오와 삐욧이.

"테오 님, 감시하러 간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유렌이 그런 테오를 보며 의아하게 물었다.

감시를 하려면 비밀리에 접근해야 부하들이 뭔가를 숨기지 못하기 때문.

"냥?! 아! 맞다냥!"

태생이 관종인 테오.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가장 끌 수 있게 행동해 버렸다.

"유렌, 고맙다냥!"

"우헤헤. 에이 뭘요. 테오 님, 이런 일은 비밀이 생명입니다."

"그런 것이냥?"

"그럼요. 테오 님, 이번 일 저에게 맡겨주시죠."

유렌이 자신 있게 나섰다.

아무래도 호구인 만큼 유렌은 그동안 직원들에게도 사기를 많이 당했고.

그걸 밝혀내는 과정에서 많은 직원 감시 노하우를 쌓았다.

"푸후훗. 좋다냥!"

"일단 이걸 같이 쓰죠."

유렌이 큰 망토 하나를 꺼내 몸을 두르자

스스륵.

유렌의 몸이 사라졌다.

"냥?! 그거 투명 망토다냥?!"

투명 망토를 보며 놀라는 테오.

"우헤헤. 이거 어렵게 구한 겁니다!"

유렌이 우쭐해하며 대답했다.

"푸후훗. 좋다냥! 나중에 그거 나 주라냥!"

"네? 이거 어렵게 구한···."

유렌이 거절의 의사를 표했지만

"푸후훗. 박 회장, 놀래킬 때 써야겠다냥!"

테오의 머릿속에는 이미 투명 망토를 받아 어떻게 쓸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테오의 것이 된 투명 망토.

"그럼 가자냥!"

유렌의 어깨를 밟고 선 테오가 말하자

"네!"

유렌이 이동했다.

"푸후훗. 이것 신기하다냥!"

삐욧!삐욧!

[쁘후훗! 테오 님, 이것 재미있어요!]

투명 망토 안에서 밖의 존재들이 자신들을 보지 못하는 것에 신기해하는 테오와 삐욧이.

"유렌, 이제 뭘 해야 하냥?"

"기다리면 됩니다."

"냥?!"

"결정적인 증거가 나타날 때까지 잠복해서 현장을 덮쳐야 합니다!"

예전의 일이 생각났는지 유렌의 언성이 높아졌다.

"그래서 현장은 덮쳤냥?"

"아니요. 다른 통로가 있었습니다."

결국 열심히 노하우만 쌓고 한 번도 증거는 잡지 못한 유렌.

"푸후훗. 감시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냥!"

폴짝.

테오가 유렌의 어깨에서 내려와

"빌, 내가 왔다냥!"

건물 앞에서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건물 안에서 빌과 다른 고양이들이 우르르르 나와

"테 부회장님, 어서 오십시오!"

테오를 향해 깍듯하게 인사했다. 다른 고양이들은 새롭게 채용된 인턴들이었다.

"푸후훗. 빌, 잘 지내고 있냥?!"

"네! 박 회장님과 테 부회장님 덕입니다!"

테오의 물음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담아 대답하는 빌. 인턴 고양이들의 눈빛도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세준과 테오 덕분에 자신들이 식량난을 이겨냈다는 걸 알았다.

거기다 세준 컴퍼니에서 일하는 고양이들의 수가 많아지며 마을이 부유해지자 자연스럽게 마을이 커졌고.

최근에 그래니어 마을이 도시로 승격했다.

그런 고양이들에게 세준 컴퍼니에서 일하는 건 영광이었고 당연히 열심히 일했다.

'푸후훗. 박 회장에 대한 충성심이 높다냥!'

고양이들의 눈빛을 확인한 테오.

"푸후훗. 빌, 오늘은 회식이다냥!"

직원들에게 회식을 시켜주기로 했다.

"네! 그럼 회식할 곳을 찾아보겠습니다!"

빌이 서둘러 회식 장소를 알아보러 가자

"테오 님, 감시 안 하세요?"

유렌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푸후훗. 나 테 부회장은 눈만 보고도 안다냥!"

"네?!"

"유렌은 어서 회식비나 내놓으라냥!"

"네? 네!"

테오의 말에 유렌이 서둘러 돈을 꺼냈다.

몇 시간 후.

"푸후훗. 돌아가겠다냥!"

"테 부회장님, 조심히 가세요!"

"잘 먹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회식을 끝낸 테오가 빌과 고양이 인턴들의 배웅을 받으며 탑 99층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푸후훗.'

'쁘흐흣.'

투명 망토를 쓴 테오와 삐욧이.

슬금.슬금.

방울토마토를 채종하고 있는 세준의 뒤로 몰래 접근했다.

하지만

"왕!"

"냐아악!"

삐욧!

한 박자 더 빨리 놀래키는 세준.

"냥! 엄청 놀랐다냥! 박 회장, 어떻게 알았냥?!"

찰싹.

테오가 서둘러 세준의 다리에 매달리며 물었다.

"후훗. 다 아는 수가 있지."

세준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테오에게 세준 무릎 탐지기가 있듯이 세준에게는 테오 탐지기가 있다.

"박 회장, 말해 달라냥!"

"잠이나 자."

말해주면 분명 기고만장해질 거기에 세준은 말해주지 않고

쓰담.쓰담.

테오의 배를 쓰다듬으며 재웠다.

"말해···."

고로롱.

금세 잠든 테오.

입탑 371일 차도 아무 사고 없이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325화. 테오야, 너 뭐 잊은 거 없느냐?

325화. 테오야, 너 뭐 잊은 거 없느냐?

붉은탑 52층.

"서둘러 배를 바닥에 깔아라!"

"네!"

우돈의 명령을 받은 드워프들이 사막의 경계에 배를 깔기 시작했다.

탑 53층에서 밍밍한 힘과 체력의 배에서 수분이 증발하며 내린 비.

우돈은 비가 내리며 사막화됐던 지역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을 확인했고.

드워프들을 동원해 본격적으로 배를 말리고 있었다.

그렇게 10만 개의 배가 바닥에 깔리자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사막화가 많이 진행된 지역이라 땅으로 흡수되는 수분도 있어 비를 내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배가 필요했다.

잠시 후

쏴아아아.

드워프들의 머리 위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와아아!"

"비다!"

감격하는 드워프들.

우돈이 그런 드워프들에게 잠깐 비를 만끽한 시간을 주고

"건조가 끝난 배는 서둘러 수거해라!"

10L의 수분이 전부 증발돼 이름이 '힘과 체력의 배'로 바뀐 배들을 수거하게 했다.

비를 맞는다고 해서 배에 다시 수분이 채워지는 건 아니었지만.

이 배는 위대한 붉은용의 수장 램터가 직접 맡긴 농작물. 하나라도 상하면 램터의 노여움을 살 수도 있다.

그렇게 드워프들이 맛있게 건조된 배를 차곡차곡 가죽주머니에 다시 담았다.

***

검은탑 99층의 아침.

"으자자자!"

늦잠을 잔 세준이 집에서 나오며 기지개를 켜자

"으냐냐냥!"

"아자자자!"

세준의 양옆에 있던 테오와 아작스도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고

꾸에엥!

세준을 찾아오던 꾸엥이도 소리를 듣고 따라서 기지개를 켰다.

그렇게 모인 세준과 2인자 셋.

"좋아. 각자 오늘 할 일에 대해 애기해 보자."

세준이 근엄한 목소리로 말하자

"푸후훗. 나 테 부회장은 박 회장의 무릎과 함께 할 거다냥!"

꾸엥!

[꾸엥이는 약초를 보고 와서 맛있는 걸 먹을 거다요!]

"으힛! 난 태양초 씨앗을 심고 맛있는 걸 먹어!"

각자 일과를 얘기하는 셋. 특별한 건 없었다. 뭐 그게 당연했지만···

그런데···

"난 오늘 엄청나게 중요한 일을 할 거야."

갑자기 폼을 잡으며 폭탄선언을 하는 세준.

"냥?! 그게 뭐냥?!"

꾸엥!?

[뭐다요?!]

"세준이 형! 나한테만 알려줘!"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세준을 바라보는 셋.

"그건 바로···화염콩 발아시키기!"

세준은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해도 화염콩이 발아하지 않자 램터에게 가져가서 강하게 지져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푸후훗. 뭔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라냥!"

꾸엥!

[아빠 배고프다요!]

"형! 나 할아버지한테 갔다 올게."

물론 셋은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당연했다. 화염콩 발아는 말만 들어도 재미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테오를 다리에 달고 램터를 찾아간 세준.

"램터 님, 안녕하세요. 저···."

램터에게 인사를 하며 용건을 꺼내려 할 때

-세준아, 마침 잘 왔다. 이거 받아라!

램터가 가죽주머니를 벌리며 안에 든 배를 보여줬다. 우돈이 1차로 말린 배 5만 개를 가져온 것.

[힘과 체력의 배]

이름을 보니 제대로 건조된 것 같았다.

-자. 이건 약속했던 배 50만 개를 건조하게 해준 값이다.

램터가 배가 든 가죽주머니와 함께 돈주머니도 건넸다.

돈주머니 안에는 500억 탑코인이 들어있었다.

배 한 개당 10만 탑코인.

배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더 맛있어지는데 돈까지 받으니 세준으로서는 완전 이득이었다.

"램터님, 감사합니다."

-프하하하. 다음에도 배가 생기면 가져오거라.

"네."

흐흐흐. 당연하죠. 세준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램터 님, 이것 좀 봐주실래요?"

세준이 본래 목적인 화염콩을 꺼내 램터에게 보여줬다.

-화염콩? 이걸 왜 나에게 보여주는 게냐?

램터가 화염콩을 보며 의아해했다. 이거 나 먹으라고?

"아니요. 이게 특정한 조건이 있는지 발아가 안 돼서요. 램터 님의 불로 태워봐 주시면 안 될까요?"

-뭐···안 될 건 없지. 근데 재가 될 수도 있는데?

"괜찮아요. 제 불로 태워봤는데 타지는 않더라고요."

-그래? 세준이 네가 그렇다면···

화르륵.

램터가 화염콩을 자신의 불로 태우기 시작했다. 당연히 힘의 극히 일부만 사용했다.

세준이 불로 태웠다고는 했지만, 세준이 쓰는 불과 자신이 쓰는 불은 격이 달랐다. 거의 밧딧불과 태양의 차이만큼 컸다.

-호오. 이걸 버티네?

화르륵.

의외로 화염콩은 이름값을 하는지 램터의 불을 잘 버텨냈다. 그럼 이 정도도 버티나 볼까?

화르르륵.

램터가 화력을 서서히 올리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점점 더 강해지는 불.

그러자

트득.

화염콩이 조금 갈라졌다. 조직이 타면서 경질화된 표면이 깨지는 것과는 달랐다.

빼꼼.

왜냐하면 안에서 붉은색 뿌리가 밖으로 나왔으니까.

투둑.

화염콩은 램터의 불을 적극적으로 흡수하며 활짝 벌어지기 시작했다.

"나도 불로 태워줬는데···."

세준이 발아한 화염콩을 보며 섭섭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하다못해 콩에게도 무시받는 세준.

잠시 후

-이 정도면 된 것 같구나.

램터가 우쭐한 목소리로 완전하게 발아한 화염콩을 세준에게 건넸다. 프하하하. 내가 이 정도다!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램터의 불로 발아한 화염콩을 세준이 땅에 심자

-······.

물끄러미 세준을 보는 램터. 정확히는 배가 든 가죽주머니를 바라봤다. 감사한데 뭐 없냐?

"···램터 님, 배 드실래요?"

-크흠. 세준이 네가 준다면 하나 먹어볼까?

"네."

사각.사각.

세준이 램터의 뜨거운 시선을 받으며 배를 깎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니. 이게 무슨 소리지?

-그러게 뭘 깎는 소린가?

-무슨 냄새도 나는 것 같은데?

근처에서 지켜보고 있었으면서 아무것도 몰랐다는 듯 어색한 대사를 뱉으며 다가오는 용들.

"와서 같이 드세요."

-크하하하. 그럴까?

세준의 말에 세 용이 빠르게 날아와

덥석.덥석.

세준이 자른 배 조각을 집어 먹기 시작했다.

-맛있군.

-역시 세준이.

-프하하하. 내 덕인지 알아!

-무슨 네 덕이야? 세준이 덕이지!

티격태격하지만, 사이좋게 배를 먹는 용들.

잠시 후 용들은 배를 먹자 술이 당긴다며 다시 술을 먹으러 갔다. 세준이 깐 배 10개를 챙겨서.

그렇게 용들이 사라지자

와압.

세준도 배 껍질을 깎아 배를 크게 베어 물었다.

아삭.

경쾌한 소리와 함께 씹히는 배의 과육.

그리고 달달한 과즙. 맛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부족한 게 있었다.

'안 시원해.'

세준은 시원한 배를 좋아했다.

그래서

"아이스큐브."

배를 얼음으로 얼려 시원하게 만들고

아삭.

다시 베어 물었다. 크으. 시원하다. 역시 시원한 배가 더 맛있다.

세준이 빠르게 배 하나를 먹어 치웠다.

[힘과 체력의 배를 섭취했습니다.]

[힘과 체력이 1씩 상승합니다.]

그리고

"퀘스트 끝내러 가야지."

세준이 집 앞 마당에 앉아 채종을 시작했다.

어제 자기 전까지 열심히 채종한 덕분에 이제 10만 번만 더 하면 직업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다.

"오늘 퀘스트 끝낸다."

세준이 각오를 다지며 옥수수 채종을 시작했다.

***

검은탑 79층.

삐르르.

까오.

짹짹.

거대한 나무의 꽃이 피며 아기 새들이 부화했고

"아이들을 챙겨라."

어른 새들이 그런 새끼들을 수습해 코브의 수도 에이브로 데려갔다.

그리고

[불싹아, 수고했어. 자. 여기 영양제.]

불꽃이가 새들을 부화시키고 지친 불싹이에게 영양제를 건넸다.

[불꽃이 님, 감사합니다!]

영양제를 받은 불싹이가 영양제를 쭉쭉 들이켰다.

불싹이는 현재 줄어든 새들의 수를 복구하기 위해 열심히 새를 잉태하는 중이었다.

덕분에 빠르게 예전 성세를 회복하는 코브 왕국.

불꽃이의 영양제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불꽃이 님, 영양제 너무 맛있어요!]

쭉.쭉.

그렇게 열심히 영양제를 빨아먹는 불싹이.

[배고파요···]

어느새 불싹이가 영양제를 다 먹고 불꽃이를 불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옳지. 우리 불싹이 잘 먹네. 더 먹어.]

끼적거리는 포도리와는 다른 반응에 불꽃이가 신나 하며 다시 영양제를 불싹이에게 안겨줬다.

'우리 불싹이 복스럽게도 먹네.'

그렇게 불꽃이가 영양제를 맛있게 먹는 불싹이를 흐뭇하게 보고 있을 때

[너냐?! 감히 우리 세준 님의 불을 무시한 게?!]

[······]

[어쭈! 세계수인 나 포도리 님이 말을 거는데 씹어?!]

[······]

포도리는 아직 말도 못 하는 신참 화염콩을 갈궈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

늦은 오후.

툭.툭.

[체력의 옥수수 씨앗을 얻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채종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채종하기 스킬을 892번 더 사용하셔야 합니다.]

"이제 거의 끝났다."

세준이 얼마 남지 않은 남은 숫자를 보며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직업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71레벨이 개방됩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1000만 탑코인을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모든 스탯이 100 상승합니다.]

100만 번의 채종을 끝내고 드디어 직업 퀘스트를 완료됐다.

"좋아! 퀘스트 끝!"

쾌재를 부르는 세준. 이제 경험치를 버리지 않아도 된다!

"푸후훗. 박 회장, 축하한다냥!"

그런 세준을 세준의 무릎에서 하루 종일 놀던 테오가 축하해줬다.

"그래. 고맙다."

영혼 없는 목소리로 세준이 대답할 때

[밤고구마밭 1만 평을 만들었습니다.]

[경험치 2만을 획득했습니다.]

[강한 하체의 무밭 1000평을 만들었습니다.]

[경험치 2000을 획득했습니다.]

···

..

.

세준의 퀘스트 완료를 축하하듯이 나타나는 메시지들. 소장농 버섯개미들이 일군 밭이 완성됐다.

"내일은 탑 55층에 내려가야지."

흐흐흐. 토끼들까지 소작농으로 지정하면 경험치 얻는 속도가 더 빨라지겠지?

그렇게 세준이 실실 웃고 있을 때

꾸엥!

[꾸엥이가 약초 캐왔다요!]

서쪽 숲에서 약초를 수확한 꾸엥이가 세준에게 달려왔다.

"형! 다 심었어!"

태양초를 다 심은 아작스도.

"얘들아, 수고했어."

세준이 꾸엥이와 아작스를 반기며 저녁을 하기 위해 취사장으로 향했다.

그때

-커험.

티어가 헛기침을 하며 다가왔다.

테오가 하얀탑 83층 땅문서를 세준에게 잘 전달했을 거라고 생각한 티어.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세준이 하얀탑으로 떠나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세준이 방금 탑 55층으로 내려간다는 말까지 하자

'테오, 녀석 잊어버렸군.'

티어는 테오가 땅문서 주운 걸 잊어버렸다고 확신했다.

-크흠. 테오야, 너 뭐 잊은 거 없느냐?

그래서 테오가 기억을 할 수 있도록 은근슬쩍 물었지만

"티어 님, 나 테 부회장은 잊은 거 없다냥!"

'난 아무것도 몰라요'라는 천진난만한 눈빛으로 당당하게 대답하는 테오.

'이 바보 고양이야, 너 땅문서 주웠잖아!'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티어는 간신히 참았다.

그리고

-아니. 내가 지나가다 보니까 너 가다가 뭘 줍던데? 삐욧이도 봤지?

흥분을 가라앉히며 아주 구체적으로 알려줬다. 같이 있던 삐욧이에게 물어보면서.

그러나

삐욧!삐욧!

[아니요! 모르겠는데요!]

삐욧이는 깜빡하기의 천재였다.

"냥! 기억났다냥! 박 회장, 나 이거 주웠다냥!"

다행히 테오가 기억해내고 땅문서를 꺼냈다.

"어?! 이거 하얀탑 83층 땅문서네?!"

"푸후훗. 내가 주웠다냥!"

'휴우. 힘들다.'

드디어 세준의 손에 하얀탑 83층 땅문서가 전달된 걸 확인한 티어가 안심하고 술을 마시러 갔다.

326화. 이거 우리 손자가 만들어 준 거다!

326화. 이거 우리 손자가 만들어 준 거다!

"테 부회장, 잘했어."

세준이 하얀탑 83층 땅문서를 가져온 테오를 칭찬하자

"푸후훗! 나 테 부회장은 원래 잘한다냥!"

테오가 우쭐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때

"으힝···."

세준과 테오를 보며 울상짓는 아작스.

"어? 아작스, 왜 그래?"

세준이 그런 아작스에게 묻자

"으히힝! 내가 세준이 형한테 땅문서 찾아주고 칭찬받으려고 했단 말야! 으아아앙!"

서러움이 폭발한 아작스가 눈물을 터트렸다.

그리고

-아작스, 무슨 일이냐?

아작스의 울음을 들은 켈리온이 서둘러 날아왔다.

하지만

"몰라! 다 할아버지 때문이야!"

켈리온에게 빼액하고 화를 내는 아작스. 이게 다 할아버지가 땅문서를 못 구해서 그래!

그렇게 아작스가 켈리온에게 징징거리고 있을 때

"나 저녁 준비하는 거 도와주고 칭찬받을 착한 용 어디 없나?"

세준이 과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으힝···형! 나요! 내가 도와줄게!"

아작스가 울음을 뚝 그치고 손을 들었다. 세준이 형한테 칭찬받고 싶어!

하지만

"음···이건 착한 용만 만들 수 있는 거라 아작스는 안 돼. 켈리온 님한테 화냈잖아."

꾸엥!꾸엥!

[그럼 꾸엥이가 도와주겠다요! 꾸엥이는 착하다요!]

"좋아. 착한 곰도 가능하지. 꾸엥이 합격."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좋다요!]

"으힝···."

꾸엥이만 합격하자 다시 울상이 된 아작스.

"뭐···아작스가 켈리온 님에게 사과하고 켈리온 님이 용서를 해주신다면 다시 착한 용이 될 수 있을지도···."

"할아버지, 미안해요!"

와락.

세준의 말에 냉큼 켈리온을 안으며 사과하는 아작스.

포옹을 하며 간절한 눈빛으로 켈리온을 바라봤다. 할아버지, 나 용서해줄 거지?

-으하하하. 당연히 용서해주지.

켈리온이 바로 아작스를 용서했다. 그러면서 세준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우리 아작스가 보통 성격은 아닌데 어떻게 세준이 앞에서는 저렇게 고분고분해지는 거지?'

카이저의 말로는 에일린도 원래는 성격이 장난 아니었다고 했다. 정말 미스테리였다.

켈리온이 세준을 보며 신기해할 때

"형! 나 이제 착한 용 됐어!"

"그래. 이제 착한 용이네. 그럼 나 좀 도와줘!"

"응! 형!"

세준이 꾸엥이와 아작스를 데리고 취사장으로 갔다.

그리고

철컹.

아공간 창고를 열어 로커스트 고기를 꺼냈다. 다 먹은 줄 알았는데 다른 농작물 아래에 깔려있던 게 있었다.

"테오, 이것 좀 다져줘."

"푸후훗. 알겠다냥!"

빳칭.

다다다다.

테오가 열심히 로커스트 고기를 다지자

꾸엥?

[꾸엥이는 뭘 한다요?]

"형. 내가 뭐 도와줄까?"

세준을 도와주고 칭찬을 받아야 하는 꾸엥이와 아작스가 조바심을 내며 세준에게 물었다.

"지금은 없으니까 여기 앉아서 조금만 기다려."

세준이 테이블 위에 접시와 밀가루를 두며 말했다.

잠시 후

"푸후훗. 다했다냥!"

"수고했어."

테오가 로커스트 고기를 다 다듬자 세준이 고기에 소금과 후추를 넣고 밑간을 한 후.

"얘들아, 이제 이걸로 이렇게 만들어 주면 돼."

꾸엥이와 아작스에게 다진 고기를 공룡 모양으로 만들며 시범을 보였다. 용가리 치킨이었다.

꾸엥!꾸엥!

[알겠다요! 꾸엥이가 열심히

도와주겠다요!]

"응! 형, 나만 믿어!"

찹찹찹.

열심히 고기를 주물럭거리며 모양을 만들기

시작하는 둘.

하지만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이건 꾸엥이다요!]

"으히힛. 이건 위대한 하얀용인 아작스 님이야!"

둘은 어느새 세준은 돕겠다는 생각은 사라지고 열심히 놀고 있었다.

"녀석들 잘 노네."

새준도 둘에게 뭘 기대한 건 아니었다. 솔직히 이렇게 놀려고 한 거였다.

그때

"짜잔! 어때?! 테 부회장."

세준이 자신이 다진 고기로 만든 걸 테오에게 보여줬다.

"냥?! 이 못생긴 고양이는 누구냥?!"

"넌데. 테 부회장 치킨."

"냥?! 나는 이렇게 얼굴이 썩지 않았다냥!"

"왜? 귀 두 개에 얼굴 둥글고 나름 비슷해."

"아니다냥!"

"미적 허용을 모르네."

동그라미에 점 두 개 찍어 사람이라고 우길 미술 실력으로 미적 허용을 운운하는 세준.

세준는 이어서 삐욧이와 황금박쥐, 불꽃이도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하나도 닮지 않았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이오나 치킨을 만들 때

"어?! 고기가 없네."

꽤 많았던 고기가 바닥났다.

꾸엥!

[꾸엥이가 더 크다요!]

"아니야! 내가 더 커!"

꾸엥이와 아작스가 자신을 더 크게 만들기 위해 다진 고기를 다 쓸어갔기 때문.

"야! 그렇게 크게 만들면 맛없어."

꾸엥?!

[크게 만들면 맛 없다요?!]

"그럼 안 되지!"

세준의 말에 둘은 서둘러 고기를 떼어냈고 덕분에 주먹만 한 꾸엥이 치킨과 아작스 치킨이 금세 완성됐다.

"둘은 켈리온 님이랑 분홍털도 만들어서 선물해드려."

꾸엥!

[알겠다요!]

"응! 형!"

둘이 분홍털 치킨과 캘리온 치킨을 만드는 사이

"흐흐흐. 완성이다."

세준도 이오나 치킨을 완성하고 나머지는 용가리 치킨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밀가루, 계란물, 빵가루로 3겹 코팅을 한 후 겉에 기름을 발라주고 화덕 오븐에 구웠다.

참고로 빵가루는 테오가 블랙 마켓에서 털어온 빵을 갈아서 만들었다.

아무래도 가져오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식사도 함께 가져온 거 같았다. 덕분에 요긴하게 잘 썼다.

그렇게 치킨이 구워지는 사이

"얘들아, 도와줘서 고마워."

팡팡.

세준이 꾸엥이와 아작스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칭찬했다.

꾸헤헤헤

"으히힛."

세준의 칭찬해 만족하는 둘.

잠시 후

"얘들아, 먹자!"

척.

화덕에 넣은 치킨이 잘 구워지자 치킨을 꺼내며 말했다.

"여기다 찍어 먹으면 맛있어."

세준이 토마토소스를 꺼내 테이블에 놨다.

푹.

세준의 말에 자신들이 만든 치킨을 소스에 찍어 맛있게 먹는 꾸엥이와 아작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맛있다요!]

"으힛! 맛있어!"

"진짜 맛있네요!"

열심히 불꽃이 심부름을 끝낸 베로니카도 돌아와 용가리 치킨을 먹으며 감탄했다.

그때

"푸후훗."

스륵.

테오가 앞발로 테 부회장 치킨과 이오나 치킨을 봇짐에 챙겼다. 박 회장이 나와 이오나를 만들었으니 이건 소장각이다냥!

바사삭.

그것도 모르고 세준이 잘 구워진 용가리 치킨을 먹었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자. 이제 갖다드려."

꾸엥!

[알겠다요!]

"응! 형!"

꾸엥이와 아작스가 자신이 만든 치킨을 분홍털과 켈리온에게 가져갔다.

꾸엥!

[엄마, 이거 꾸엥이가 만들었다요!]

쿠어어어!

[맛있겠네. 어디 먹어볼···]

치킨을 입에 넣으려는 분홍털이 꾸엥이의 시선을 느꼈다.

질질.

침을 흘리며 자신을 보는 꾸엥이. 엄마, 꾸엥이랑 같이 먹는 거다요!

쿠어어어!

[나눠 먹을까?]

꾸엥!

[좋다요!]

분홍털과 꾸엥이가 치킨을 사이좋게 나눠 먹고 잠에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