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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6 - 46

***

-결국 티어도 용용마켓 VIP가 됐군.

티어까지 VIP가 되자 카이저는 두려움이 들었다. 용용마켓 VIP 체험권은 30일짜리다.

그리고 티어는 자신보다 하루 늦게 용용마켓 VIP가 됐다.

-그 말은···

단 하루지만, 티어가 자신보다 등급이 높아지는 때가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 만약 켈리온이 더 늦게 용용마켓 VIP가 된다면?

그럼 켈리온 혼자 용용마켓 VIP가 돼서 일반 등급으로 강등된 자신과 램터, 티어를 놀릴 거다.

-그건 절대 안 돼!

상상만 해도 너무 아찔했다. 뿌린 대로 거두는 거지만,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용용마켓 VIP 기간을 늘릴 방법을 찾아야겠어.

일반 등급으로 강등되고 싶지 않은 카이저가 세준을 찾아갔다.

그렇게 카이저가 세준을 찾아갈 때 유일한 일반 등급 켈리온은 황금탑을 떠나고 있었다.

"쳇. 술만 먹고 거절하다니···얍삽한 아르테미스 녀석."

위대한 황금용족의 수장 아르테미스 율을 상대로 한 용용마켓 영업에 실패한 켈리온.

"이제 남은 건···위대한 갈색용족 뿐이군."

켈리온이 위대한 갈색용의 수장 그레이브 렌마를 만나기 위해 갈색탑 방향으로 날아갔다.

***

"화장실 가야지."

태양초밭에 권능을 다 사용하느라 쑥즙 포션을 많이 마신 세준이 화장실에 갔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나오는 길.

"응? 여기는 왜 이래?"

세준이 대지의 보석이 박혀 있던 곳 주변의 땅을 보며 말했다.

땅에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새 근처에 심어진 방울토마토들도 전부 시들어 있었다.

"아. 아까 땅의 힘을 흡수한다고 하더니 지력을 다 흡수한 건가? 풍성해져라!"

세준이 땅의 지력을 회복하기 위해 권능을 사용했다.

[땅에 가 작용합니다.]

[땅이 2배 비옥해집니다.]

"풍성해져라!"

지력을 얼마나 흡수한 건지 권능을 다섯 번이나 사용한 후에야 방울토마토들의 줄기가 건강을 되찾았다.

꿀꺽.

[물을 탄 생명의 쑥즙을 섭취했습니다.]

[생명력이 10% 회복됩니다.]

세준이 쑥즙 포션을 마시며 소모한 생명을 회복했다.

그때

-세준아!

카이저가 세준을 찾아왔다.

"카이저 님, 안녕하세요."

-그래. 우리 세준이 일하고 있었구나. 역시 우리 세준이는 아주 부지런하구나. 오. 얼굴도 조금 괜찮아졌구나.

뭐지? 오늘따라 칭찬이 너무 많은데? 세준이 카이저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볼 때

"푸후훗. 카이저 님, 그건 나 테 부회장이 당분간 박 회장의 얼굴을 안 썩게 했기 때문이다냥!"

테오가 자신의 노고를 알아봐 준 카이저에게 자신이 한 일을 자랑했다.

-그래. 테오가 고생이 많구나.

"푸후훗. 그렇다냥! 박 회장 때문에 나 테 부회장이 고생이 아주 많다냥!"

"테 부회장, 조용해."

세준이 이를 물며 조용히 테오에게 얘기하자

"알겠다냥!"

또 말은 잘 듣는 테오. 조용히 하라는 세준의 말에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 얼굴을 비비며 애교를 피웠다.

"···근데 카이저 님, 무슨 일이세요?"

그런 테오의 애교를 잠깐 보다 세준이 카이저에게 물었다.

-아. 용용마켓 VIP 기간을 늘릴 방법이 있는지 물어보러 왔다.

"용용마켓 VIP 기간을 늘릴 방법이요?"

-그래.

카이저가 간절한 눈빛으로 세준을 대답을 기다렸다.

"그건 쉬워요. 한 달 누적 구매액이 3000억 탑코인을 넘으면 용용마켓 VIP 기간이 30일 자동 연장돼요."

-진짜?! 그렇게 쉽다고?

"네."

-크하하하.

세준의 말에 크게 기뻐하는 카이저. 3000억 탑코인이면 검은콩 3개만 사면 채울 수 있는 금액이었다.

열심히 펜릴의 코어 조각을 정화하고 밖의 붉은 안개를 해치우면 한 달 안에 충분히 벌 수 있다.

그 말은 평생 용용마켓 VIP가 될 수 있다는 의미.

'티어나 켈리온에게 놀림당할 일은 없겠군.'

카이저가 안도할 때

"그리고 총 누적 구매액이 5조 탑코인을 넘으면 VIP보다 등급이 높은 VVIP가 될 수 있어요."

-뭐?! VVIP?!

세준의 말에 카이저가 충격을 받았다. VIP보다 높은 등급이 있다니? 너무 짜릿했다.

빨리 다른 용들보다 등급을 높여 무시해 주고 싶었다.

-크하하하. 세준아, 일단 검은콩 3개를 사겠다.

카이저는 4000억 탑코인이 있었지만, 바로 전 재산을 쓰는 경솔한 짓은 하지 않았다.

'돈은 전략적으로 써야지.'

한 달 누적 구매액이 3000억 탑코인 이상이면 3000억이든 4000억이든 똑같이 VIP기간 30일 연장이다.

그래서 딱 3000억 탑코인만 써서 용용마켓 VIP 기간을 30일 연장했다.

그리고 다른 용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분수대로 날아갔다.

***

갈색탑 관리자 구역.

"켈리온, 네가 여기까지 무슨 일이지?"

위대한 갈색용의 수장 그레이브

렌마가 자신을 찾아온 켈리온을 보며 물었다.

"크흠. 우리가 무슨 일이 있을 때만 보는 사이는 아니지 않은가? 내가 자네랑 마시려고 이렇게 삼양주도 가져왔네."

켈리온이 술을 꺼내며 용용마켓 영업을 시작했다.

잠시 후.

"그래서 내가 요즘 고민이 많아."

"그래. 자네가 고생이 많았구만. 내가 그 마음 알지. 알아. 우리 하얀탑도 말이야···."

켈리온이 그레이브의 말에 맞장구쳐 주며 그레이브의 빈 잔을 채워줬다. 이번에는 왠지 느낌이 좋았다.

아르테미스처럼 술만 먹고 거절할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급하면 안 돼.'

여기까지 실패하면 용용마켓 VIP는 물 건너간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

그래서 그레이브에게 술을 조금 더 먹이고

"그레이브, 용용마켓이라는 곳이 있는데 말이야. 그곳에는···."

여러 능력을 가진 농작물을 파는 용용마켓에 대해 소개했다.

자신과 카이저는 빛과 어둠의 힘을 찾아주는 농작물을,

램터와 킨, 브라키오는 넘치는 화기와 수기, 생명력을 흡수해 주는 농작물을,

티어는 몸에 쌓인 독을 해독해 주는 농작물을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용마켓? 정말 그런 데가 있어?"

켈리온의 말에 갈색탑의 문제로 고민이 많았던 그레이브가 바로 관심을 보였다.

특히 붉은탑, 푸른탑, 녹색탑의 상황은 갈색탑의 상황과 비슷했기에 더욱 관심이 갔다.

"그렇다니까! 그리고 용용마켓에는 분명 갈색탑의 문제를 해결할 농작물이 있어!"

켈리온이 자신 있게 말했다.

'세준이라면 어떻게든 해주겠지.'

예전부터 세준을 봐온 켈리온. 세준이는 항상 준비된 것처럼 필요한 농작물을 꺼내놨다.

"그럼 바로 출발하지."

"그래. 따라 와."

켈리온이 자신을 용용마켓 VIP로 승급시켜 줄 그레이브와 함께 검은탑으로 날아갔다.

***

카이저가 돌아간 후.

'흥흥흥."

에일린의 주먹 고기로 점심을 간단히 때우고 농장을 거닐다 멈춘 세준.

후루룩.

세준이 푸른 하늘을 보며 오른손에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크으. 여유롭다."

오랜만에 가져보는 혼자만의 시간에 세준이 심취했다.

고로롱.

물론 무릎에 츄르를 먹고 자는 테오가 있어 완벽한 혼자는 아니었다. 뭐···막상 혼자가 되면 쓸쓸할 거 같아 지금이 딱 좋았지만.

[오색콩이 농사꾼의 발소리에 감사하며 힘을 보탭니다.]

[민첩 스탯 잠재력이 1651에서 1652로 상승합니다.]

그렇게 세준이 농작물들에게 발소리를 들려주며 여유로운 커피 타임을 즐길 때

철컹.

끼히힛.낑!

'히힛. 신난다!'

아공간 창고 안에서 군고구마 말랭이를 배불리 먹고 늘어지게 자다가 기분 좋게 깨어난 펜릴이 밖으로 달려 나왔다.

그런 펜릴의 입에는 군고구마 말랭이 5개가 물려 있었다

"다 먹지도 못하면서···."

저러다 배 아프다고 올 게 뻔하기에 세준이 펜릴의 입에 있는 군고구마 말랭이를 뺏기 위해 일어났다.

그때

쨍그랑!

아공간 창고 안에서 데굴데굴 굴러나온 유리병이 바닥에 떨어지며 깨졌다.

낑!

'저거 아까 내가 가지고 놀던 건데!'

순간적으로 자신이 뭔가 잘못했다는 걸 깨달은 펜릴이 서둘러 몸을 숨겼다.

하지만 평소 사냥만 했지 숨어본 적이 없는 멸망의 사도 1좌 신을 사냥하는 늑대 펜릴.

"까망이, 너 안에서 뭔 짓을 한 거야?!"

오색콩 이파리로 자신의 눈만 가리고 있었기에 금세 세준에게 걸려 목덜미를 잡혔다.

그리고

"유리병 깼으니까 이건 압수."

낑!

'그거 내꺼야!'

사고를 친 벌로 세준이 펜릴이 문 군고구마 말랭이 5개 중 4개를 뺐을 때

뿌드득.

유리병이 깨진 곳에서 소리가 들렸다.

"응?"

세준이 소리가 나는 곳을 보자 오색콩의 끝에 속이 꽉찬 갈색 콩깍지 하나가 열려있었다.

"저게 뭐지?"

세준이 갈색 콩깍지를 따자

[지력의 강낭콩을 수확했습니다.]

···

..

.

나타나는 메시지.

"지력의 강낭콩?"

처음보는 이름의 콩. 신품종이었다.

그리고

"저거 돌연변이 비약이었어?!"

세준이 방금 깨진 유리병에 들어있던 게 뭔지 깨달았다. 내 3000억 탑코인이···

뚱땅.뚱땅.

그사이 펜릴이 재빨리 움직여 다시 숨었다.

끼히힛.낑!

'히힛. 이번에는 안 걸려!'

펜릴이 이파리로 귀까지 가리고 완벽하게 숨었다고 자신만만해했다.

362화. 레아 님이 한 번 더 오면 좋겠는데···

362화. 레아 님이 한 번 더 오면 좋겠는데···

세준은 일단 지력의 강낭콩 옵션부터 확인했다.

[지력의 강낭콩]

검은탑에서 자란 강낭콩으로 영양을 충분히 흡수해 맛있습니다.

농사에 익숙한 농부가 재배해 맛과 효율이 좋아졌습니다.

특히 죽은 땅에서도 잘 자라 죽은 땅의 지력을 복구하는 능력이 특출납니다.

섭취 시 몸에 근육이 잘 만들어집니다.(단, 과다 섭취 시 근육이 과도하게 발달할 수 있습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50일

등급 : A

지력의 강낭콩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지력을 올려주는 능력이 뛰어났다.

하지만 세준의 밭은 대부분 잘 관리돼 지력이 높았기에

"오! 이거 먹으면 근육이 잘 만들어진다고?"

세준은 섭취 시 옵션에 집중했다. 보자마자 어디다 팔아야 할지 판매처가 떠올랐다.

바로 지구. 수천만 헬스인들이 열심히 사줄 테니, 수확만 하면 판매는 보장돼 있었다.

"흐흐흐. 대박 나겠군."

"푸후훗. 박 회장, 돈 냄새가 진하게 난다냥!"

세준의 말에 테오도 맞장구를 쳤다.

"후훗. 역시 테 부회장이군. 앞으로 잘 팔아줘."

"푸후훗. 나만 믿어라냥!"

그렇게 갈색 강낭콩을 바라보며 음흉하게 웃는 세준과 테오.

"돈을 벌려면 일단 심어야지."

세준이 풍요의 황금빛 나무 밑동 화분의 남는 자리에 지력의 강낭콩을 심었다.

처음에는 성장 속도 10배 옵션이 있었지만, 지금은 풍요의 힘을 모두 사용해 성장 속도 2배도 어려워진 화분.

지금까지는 세준이 생명의 위협 때문에 로 풍요의 힘을 채울 수 없었지만

"후훗. 이제 나에게는 쑥즙 포션과 생명의 구슬이 3개나 있지."

세준의 기본 생명력도 크게 올랐고 안전장치가 두 개나 있었다.

"박 회장, 나도 준비됐다냥!"

아니. 세 개였다.

꾹.꾹.

테오도 열심히 세준의 다리를 안마하고 있었다.

"풍성해져라!"

세준이 오른손에 물에 탄 쑥즙을 들고 왼손을 풍요의 황금빛 나무 밑동 화분에 올려 권능을 사용했다.

그리고

꿀꺽.꿀꺽.

[물을 탄 생명의 쑥즙을 섭취했습니다.]

[생명력이 10% 회복됩니다.]

[물을 탄 생명의 쑥즙을 섭취했습니다.]

[생명력이 10% 회복됩니다.]

빠져나갈 생명력을 대비해 미리 쑥즙 포션을 마셨다.

[풍요의 황금빛 나무 밑동 화분에 의 힘이 직접 작용합니다.]

[풍요의 황금빛 나무 밑동 화분에 풍요의 힘이 채워집니다.]

세준의 생명력이 소모되며 권능이 발동됐다.

예상대로 쭉 빠져나가는 생명력.

하지만

"···!!!"

예상한 것 이상이었다. 쑥즙 포션으로 채워지는 것보다 더 빠르게 줄어드는 생명력.

[생명력이 바닥납니다.]

[생명의 구슬 1개를 소모합니다.]

너무 빠르게 줄어드는 생명력에 순식간에 생명의 구슬 하나가 부서지며 세준의 바닥난 생명력을 즉시 채워줬다.

다행히 더 이상 생명력이 빠져나가지는 않았다.

[죽을 위기를 넘겼습니다.]

[재능 : 억센 생명력으로 인해 체력이 1 상승합니다.]

"휴우. 조금 위험했네."

세준이 죽을 위기를 넘기며 체력이 1 상승했다는 메시지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때

파앗.

풍요의 황금빛 나무 밑동 화분이 다시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풍요의 힘이 충전된 것이다.

"흐흐흐."

세준이 화분에 종자 확보가 급한 농작물들을 옮겨 심었다.

그렇게 작업이 끝나자

"좋아. 이제 사고뭉치를 잡아볼까?"

세준이 펜릴을 찾으려 했지만

"까망이, 여기 있네?"

오색콩밭에서 콩 이파리로 눈과 귀를 가리고 엉덩이를 내민 채 뭐가 좋은지 '끼히힛.'하고 웃고 있는 펜릴을 발견했다.

"풉. 그게 숨은 거야?"

펜릴의 숨은 모습에 빵 터진 세준. 조심히 펜릴에게 다가가 밖으로 내민 엉덩이를 콕콕 찌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낑!

'이러다 걸리겠어!'

앞발로 더욱 열심히 눈과 귀를 가리는 펜릴. 눈과 귀만 가리면 숨을 수 있는 줄 아는 모양이었다.

"흐흐흐."

그래서 재미가 들려 계속 엉덩이를 찔렀는데, 처음에는 몇 번 움찔하더니 나중에는 안 걸렸다고 생각하는지 반응이 없었다.

끼로롱.

대신 펜릴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까망이, 너 지금 자는 거야?"

너무 어이가 없어 혼내야겠다는 마음도 사라졌다.

아니. 혼내야겠다는 마음은 엉덩이를 찌를 때 이미 사라진 지 거 같았다.

"이러다 감기 걸리겠네."

세준이 콩 이파리로 얼굴을 덮고 자는 펜릴을 들어 슬링백에 넣었다.

참고로 슬링백은 커진 펜릴을 위해 에일린이 내부 공간이 1.5배 커지는 확장 마법을 걸어줬다.

너무 크게 확장하면 펜릴이 슬링백 내부에서 조난당할 수도 있기에 조금만 확장시켰다.

그렇게 슬링백에 펜릴을 넣고, 다리에는 테오를 매달고 끈끈이 옥수수밭으로 가는 세준.

지나가다 페블로스가 보석 원석으로 덮여줬던, 이제는 보석을 전부 수거해 횅해진 길을 발견했다.

"그래도 받은 게 있는데···후원자 기념비 정도는 만들어줘야지. 땅 움직이기."

횅한 길에 괜히 마음이 안 좋아진 세준이 길에 마일러의 괭이를 찍으며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쿠구궁.

1평 길을 가득 채우는 정사각형 돌이 올라왔다.

그리고

"테 부회장, 발톱."

"알았다냥!"

빳칭.

테오의 앞발을 잡고

사각.사각.

용발톱으로 돌 중앙에 글을 새겼다.

[페블로스 로드]

-우리에게 보석을 주고 간 자갈의 신 페블로스. 그는 좋은 신이었다.

후원자(?)의 업적을 기려 1평 길에 펠블로스 로드라는 이름도 붙여줬다.

"페블로스 님도 이 정도면 만족하겠지?"

세준이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페블로스 로드를 지나 끈끈이 옥수수밭으로 이동했고

께엑!

께엑!

세준이 떠난 페블로스 로드를 버섯개미들이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갔다.

***

"풍성해져라!"

끈끈이 옥수수밭에 도착한 세준이 쑥즙 포션을 마시며 옥수수에 권능을 사용했다.

그렇게 밭의 중간까지 권능을 사용했을 때

-세준아···

어딘가 숨어 있던 켈리온이 나타나 세준을 조용히 불렀다.

"아. 켈리온 님, 안녕하세요."

-그래. 세준아, 혹시 죽은 땅을 살릴 농작물이 있느냐?

켈리온은 혹시 그레이브가 살 농작물이 없을까 봐 걱정되는 마음에 세준을 찾아온 것.

그레이브가 살 농작물이 없다고 용용마켓에 가입 안 하면 자신은 용용마켓 VIP가 될 수 없다.

"죽은 땅을 살릴 농작물이요? 아···있죠. 죽은 땅에서 잘 자라고 지력을 복구해 주는 농작물."

켈리온의 물음에 세준은 잠시 생각하다 조금 전 봤던 지력의 강낭콩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설명에서 분명 죽은 땅에서 잘 자라고 지력을 복구하는 능력이 특출나다고 했다.

-오! 그래?! 으하하하···역시 있을 줄 알았다.

세준의 대답에 크게 웃던 켈리온이 서둘러 주변을 둘러보며 목소리를 낮췄다.

"근데 지금은 없어요. 방금 심어서 기다려야 해요."

-뭐? 얼마나?

"글쎄요. 빨라도 5일은 걸릴 것 같은데요.

-5일이라···그 정도는···술을 좀 더 먹여야겠군.

"네?"

-아. 아니다! 그럼 수고하거라. 이놈들 두고 봐라. 이제 조금만 참으면···

원하는 대답을 들은 켈리온이 다른 용들을 피해 다시 몸을 숨겼다.

켈리온이 사라지자

"풍요의 황금 상자 거 하나 더 얻을 수 없나?

켈리온과 대화하며 종자를 확보하는 속도가 너무 느린 게 불편했던 세준이 말했다.

'아니면 풍요의 상자를 업그레이드하거나.'

지금도 충분히 빠르긴 했지만, 숫자를 불려야 할 농작물이 하나둘 늘어나자, 계속 아쉬움이 들었다.

"레아 님이 한 번 더 오면 좋겠는데···."

풍요의 신 레아를 잠시 떠올린 세준.

"풍성해져라."

[끈끈이 옥수수에 가 작용합니다.]

[끈끈이 옥수수에서 맺을 다음 열매의 양이 2배로 늘어납니다.]

다시 권능을 사용해 끈끈이 옥수수의 수확량을 늘렸다.

그렇게 쑥즙 포션을 마시며 끈끈이 옥수수밭 옥수수에 권능을 다 사용한 세준.

"풍성해져라."

마지막으로 밭의 지력까지 올리고

"이제 저녁 준비해야지."

요리를 하기 위해 취사장으로 향했다.

잠시 후

뺙!

[삼촌, 우리 왔어요!]

꾸엥!

[아빠, 꾸엥이 왔다요!]

우마왕에게 특훈을 받은 흑토끼와 꾸엥이가 사이 좋게 복귀했다.

그리고

[하얀탑의 노예가 퇴근 시간이라며 복귀하고 싶어 합니다.]

[자색탑의 노예가 일이 끝났다며 복귀하고 싶어 합니다.]

복귀하고 싶다는 아작스와 베로니카가 보낸 메시지가 나타났다. 모두들 저녁 시간은 귀신같이 알았다.

***

씨앗 상점 본점.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이 당신을 위해 신전을 지었습니다.]

[신성력이 15 상승합니다.]

···

..

.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의 소작농 버섯개미 5마리가 당신의 신전을 지나갔습니다.]

[신성력이 0.0005 상승합니다.]

"박세준, 나를 위해 신전까지 만들어 주다니···."

신성력 상승으로 희마하게 빛이 나는 페블로스가 메시지를 보며 감동했다.

세준이 후원자 페블로스를 기리게 위해 만든 페블로스 로드.

그게 페블로스의 신전으로 등록되며 이후로 누군가 길을 지나갈 때마다 페블로스에게 신성력이 들어오고 있었다.

"저렇게도 신성력이 오르다니···."

지금까지 탑코인으로만 신성력을 키우던 레아와 비전신들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었다.

"부럽다···."

"부러워···."

덕분에 페블로스는 레아와 비전투신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박세준의 기도도 받고.

박세준이 신전도 만들어 주고.

그 신전에서 받는 짭짤한 신성력까지.

"나도 박세준이가 만들어 준 신전 갖고 싶다···."

레아가 페블로스를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볼 때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이 당신의 강림을 바랍니다.]

[신성력이 2 상승합니다.]

레아의 앞에 나타나는 메시지.

"오. 박세준이 나의 강림을?!"

풍요의 신 레아가 메시지를 보며 기뻐했다. 무엇보다 신성력이 2나 상승했다는 게 특히 기뻤다. 나의 강림을 2만큼이나 바라다니!

정확히는 와서 풍요의 황금 상자를 하나 더 주거나, 업그레이드 해주길 원한 거지만, 일단 강림을 원하긴 한 거니까···

"박세준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니 내 친히 강림을 준비해야겠군. 농사왕!"

레아가 서둘러 자신의 신도 농사왕에게 신탁을 내렸다.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을 찾아가라고.

이번에는 자신도 신전을 만들어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

검은탑 4층.

'풍요의 신 레아 님이시여. 저는 오늘도 열심히···.'

오늘도 포도를 키우고, 포도주를 만들어 헌터들에게 팔고 돈을 번 농사왕이 레아에게 기도를 했다.

지구는 할파스가 모든 로커스트를 소집했다가 황금박쥐에게 소멸되는 바람에 로커스트는 멸종했다.

그래서 견고한 칼날 대파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지만, 흡혈 거머리는 그대로였기에 포도주 수요는 꾸준히 있었다.

그때

-나의 아이야.

레아가 농사왕의 기도에 응답했다. 기도를 이틀에 한 번씩 드려야 하나?

요즘 자신의 기도에 너무 자주 응답하는 레아가 부담스러운 농사왕이 기도를 조금 줄여야겠다고 생각할 때

-때가 됐도다!

'때요······?'

세준 님과 만나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레아가 다시 때를 말하자, 농사왕이 살짝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왠지 또 세준을 찾아가야 할 것 같은 슬픈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다. 박세준이 나의 강림을 바란다고 하니 당장 박세준을 찾아가라.

슬픈 예감은 항상 틀리질 않았다. 농사왕이 성유인 포도씨유를 챙겨 탑을 올라갔다.

363화. 메주를 만들다.

363화. 메주를 만들다.

10번째 탑 1층.

"이게 감히 내 말을 무시해?!"

스텔라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위대한 은빛용인 자신이 직접 음성 메시지를 보냈는데, 아직도 안 와?

10번째 탑의 시련이 뭔지 모르지만, 시련을 통과했다는 건 10번째 탑으로 올 충분한 능력이 있다는 의미다.

거기다 놈은 마지막 시련을 압도적인 결과로 돌파해 추가 보상으로 2층에 오를 수 있는 자격까지 받았다.

그런데도 안 왔다는 건···

'내 음성 메시지를 씹은 거지!'

까드득.

스텔라가 이를 갈았다.

반응을 보면 엄마에게도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알리지 않았을 확률이 높았다.

"다시 보내야겠지? 하아. 귀찮은데···."

스텔라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음성 메시지 구슬을 만들 재료를 찾으려면 꽤 수고가 필요했다.

***

검은탑 99층의 새벽.

낑···

자다 일어난 펜릴이 자신의 집인 슬링백 안에서 꼼지락거리며 기어 나왔다.

끼히힛.낑.

'히힛. 내가 가장 부지런하군.'

1등으로 일어난 게 뿌듯한지 펜릴은 아직 자고 있는 세준, 테오, 흑토끼, 아작스를 보며 우쭐해졌다.

하지만 펜릴이 어제저녁 전부터 잠든 걸 생각하면 부지런한 건 아니었다. 그냥 잠을 많이 자서 졸리지 않은 것뿐.

낑.

'이 자식들 내가 바로 멸망의 사도 1좌 신을 사냥하는 늑대 펜릴 님이시다.'

펜릴이 혼자 조용히 짖으며 자존감을 찾고 있을 때

낑?

'이건 미약하지만, 내 코어 기운인데?'

펜릴의 감각에 자신의 코어 조각이 느껴졌다. 정확히 말하면 저번에 땅을 파고 먹었던, 멸망의 기운이 없는 코어 기운과 비슷했다.

내 코어!

뽈짝.

펜릴이 서둘러 침대를 내려와 밖으로 달려 나갔다.

뚱땅.뚱땅.

기운을 따라 달려가니 그곳에는 황금빛을 뿜어내고 있는 풍요의 황금빛 나무 밑동 화분이 보였다.

낑!

'저기다!'

펜릴이 화분 위에 심어진 농작물을 보며 짖었다.

먀력 씨뿌리기 Lv. 9의 효과로 탑농부의 기운을 씨앗에 남겨 몬스터를 쫓아내는 능력이었지만

낑!

'내 코어!'

기운에 코어의 힘이 일부 담겨 펜릴을 유인하는 효과가 생겼다.

몬스터를 쫓아내지는 못하고 펜릴만 유인하니 득보다 실이 훨씬 큰 능력이었다.

끼히힛.낑?

'히힛. 뭐부터 먹지?'

펜릴이 아등바등 화분 위로 올라가 심어진 농작물들을 보며 고민했다.

그렇게 잠시 고민하던 펜릴.

'근데 이거 집사가 열심히 심은 건데···.'

자신이 이걸 몰래 먹으면 집사가 기분 나빠할 것 같았다.

거기다

'이렇게 먹는 것보다 집사가 요리해 주면 더 맛있겠지?'

집사가 저것들을 요리한 걸 먹는 게 더 맛있다.

그래서 펜릴은 집사의 기분을 신경 쓰는 좋은 주인이 되기로 했다.

절대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자신이 관대하기 때문이다.

'역시 난 좋은 주인이야!'

펜릴이 스스로를 자화자찬하며 고구마밭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생고구마를 캐서

'히힛. 맛있다.'

아작.아작.

하나는 그 자리에서 다 먹고, 남은 생고구마들을 가지고 자신의 비밀 창고로 가져갔다.

파바박.

펜릴이 땅을 파자 거기에는 먼저 숨겨뒀던 군고구마 말랭이와 다른 간식들도 있었다.

그렇게 생고구마를 자신의 비밀 창고에 넣고 다시 흙을 덮은 펜릴.

'히힛. 여긴 절대 안 걸려.'

고구마를 완벽하게 숨겼다고 자신하며 침대로 돌아가 다시 잠들었다.

***

몇 시간 후.

다다다.

일어나자마자 세준에게 달려가던 꾸엥이.

꾸엥?

[이게 무슨 냄새다요?]

밭이 아닌 곳에서 나는 고구마 냄새를 추적했다.

그리고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먹을 거다요!]

꾸엥이가 펜릴의 비밀 창고를 알아 버렸다.

"으자자자."

"냐아앙."

뺙!

"아자자자!"

세준이 일어나 밖으로 나와 크게 기지개를 켜자 테오, 흑토끼, 아작스가 세준을 따라 기지개를 켰다.

끼로롱.

펜릴은 새벽 활동이 피곤했는지 아직 꿈나라였다.

그때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아빠, 좋은 아침이다요!]

꾸엥이가 아주 활기찬 목소리로 세준을 맞이했다.

'꾸엥이가 좋은 꿈 꿨나?'

평소라면 아침 식사 전이라 목소리가 두 톤 정도는 낮아야 하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높았다.

"잠깐만 기다려."

세준이 취사장으로 들어가 아침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아작스 돌아가. 베로니카 돌아가."

세준이 아작스와 베로니카를 하얀탑과 자색탑으로 출근시켰다.

꾸엥!

[꾸엥이도 간다요!]

뺙!

[꾸엥이, 이따 봐!]

꾸엥!

[알겠다요!]

꾸엥이와 흑토끼도 이따 우마왕이 있는 곳에서 만나기로 하고 농장을 나섰다.

모두가 떠나자

달칵.

풍요의 황금 상자에서 초월의 검은콩 5개 중 4개를 챙겼다.

그리고 양조장으로 가서 술을 담그기 시작했다. 용들이 꾸준히 삼양주를 사 가면서 슬슬 담가놓은 삼양주가 다 떨어져 갔다.

그래서 고두밥을 짓고 한 김 식혀 누룩과 섞어 100병의 항아리에 담는 것으로 밑술 작업을 끝냈다.

아니. 오늘은 작업 하나가 남았다.

"발효."

[발효 Lv. 1을 사용합니다.]

[발효 Lv. 1의 효과로 발효 속도가 미세하게 빨라집니다.]

[발효 Lv. 1의 효과로 맛이 미세하게 깊어 집니다.]

[발효 Lv. 1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세준이 항아리에 하나하나 발효 스킬을 사용했다.

잠시 후

"발효."

[발효 Lv. 1을 사용합니다.]

···

..

[발효 Lv. 1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

세준이 100번째 항아리에 발효 스킬을 사용하자 발효 스킬의 레벨이 2로 상승했다.

"흐흐흐. 좋아."

레벨이 올랐다고 변한 건 없었지만, 앞에 있는 100병의 항아리를 보니 그냥 웃음이 나왔다.

저 항아리 100병 안의 술이 완성되면 삼양주 1만 병이 나온다. 그러면 돈이···

"좀 더 만들까?"

욕심이 생긴 세준이 말하자

"푸후훗. 박 회장, 더 만들자냥!"

테오가 세준을 부추겼다.

"그럴까?"

요즘 용용마켓 손님이 늘어났으니 미리 삼양주를 많이 만들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세준이 열심히 항아리 200병에 추가로 밑술 작업을 할 때

끼이이잉!

침대에서 일어난 펜릴이 크게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낑···

'배고파···.'

배고픔에 세준을 찾아간 펜릴.

'일하는 중이네.'

세준은 양조장에서 열심히 술을 담그는 중이었다.

평소라면 어쩔 수 없이 밥 달라고 세준을 불렀겠지만

끼히힛.낑!낑!

'히힛. 나는 세심한 주인 펜릴이지! 그리고 나에게는 비밀 창고가 있지!'

이제는 아니었다.

뚱땅.뚱땅.

펜릴이 신난 발걸음으로 비밀 창고를 향해 달려갔다. 비밀 창고의 위치는 세준의 집 앞마당, 창조석의 비석 바로 옆이었다.

하지만

낑?!

'누구야?!'

누군가 자신의 비밀 창고를 건드렸다는 걸 깨달았다. 파헤친 흔적이 있었다.

낑?!낑!낑!

'감히 멸망의 사도 1좌 신을 사냥하는 늑대 펜릴 님의 비밀 창고를 건드려?! 1개 훔쳐갈 때마다 100대야! 잡히면 가만 안 둬!'

파바박.

펜릴이 분노의 앞발질로 비밀 창고를 파며 복수를 다짐하며 비밀 창고가 얼마나 털렸는지 확인했다.

낑?

'왜 더 많아졌어?'

비밀 창고 안에는 펜릴의 생각과 다르게 넣은 것보다 음식이 더 많아졌다.

거기다 원래는 없던 가래떡과 감말랭이 등의 다른 간식들도 들어 있었다.

그때

낑?!

'이건?!'

펜릴이 꾸엥이의 발도장이 찍힌 쑥개떡을 발견했다.

펜릴의 비밀 창고를 발견한 꾸엥이가 자신의 간식주머니에서 음식을 꺼내 채워준 것. 그 곰탱이 녀석 좋은 놈이었군.

낑?

'근데 이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좀 전에 훔쳐 가는 거 한 개당 100대라고 했는데, 이렇게 음식을 넣어주면 내가 맞는 건가?

지극히 단순한 방식으로 계산하던 펜릴.

낑!

'안 돼!'

잠깐 생각해 본 펜릴이 꾸엥이의 흉악한 힘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낑.

'나중에 한 번 살려주는 거로 하자.'

펜릴이 꾸엥이를 살려주기로 하고 군고구마 말랭이 2개를 꺼낸 후 다시 비밀 창고를 덮었다.

그리고

짭.짭.짭.

열심히 군고구마 말랭이를 먹고 다시 잠들었다.

***

끼로롱.

"얘는 아직도 자네. 안 배고픈가?"

300병의 항아리에 밑술 잡업을 끝내고 양조장에서 나온 세준이 코를 골며 땅바닥에서 자는 펜릴을 살펴보며 말했다.

중간에 일어나 혼자 뭘 주워 먹은 건지 배는 또 빵빵했다.

척.

세준이 펜릴을 주워 슬링백에 넣자

"박 회장, 나는 배고프다냥!"

세준의 다리에 달라붙어 있던 테오가 말했다.

"알았어. 밥 먹자."

세준이 해가 잘 드는 의자에 앉아

냠.

[에일린의 더 건강한 주먹 고기 조각을 섭취했습니다.]

[음식을 모두 먹어야 효과를 발휘합니다.]

[99조각 남았습니다.]

자신은 에일린이 준 고기를 먹고 테오는 무릎에 앉히고 츄르를 먹였다.

촵촵촵.

열심히 츄르를 핥아먹는 테오.

그때

삐욧!

[테오 님!]

멀리서 삐욧이가 테오를 부르며 급하게 날아왔다.

불행을 몰고 다니는 유렌이 위험에 빠졌을 때 테오에게 알리기 위해 유렌과 함께 있던 삐욧이.

그런 삐욧이가 왔다는 건···

"냥? 설마 유렌이 위험해진 거냥?"

삐욧!

[네!]

유렌에게 불행이 왔다는 의미.

그리고

"푸후훗. 박 회장, 나 돈 벌고 오겠다냥!"

테오에게는 행운이 왔다는 뜻이었다. 테오가 서둘러 삐욧이를 따라 탑을 내려갔다.

그렇게 테오가 떠나자

"나도 다시 일해야지."

세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취사장으로 가서 오색콩을 삶기 시작했다.

그동안 미뤄뒀던 일을 할 생각이었다. 그건 바로 메주 만들기. 간장, 고추장, 된장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게 메주였다.

세준이 검은 냄비에 오색콩과 물을 가득 넣고 손잡이에 마력을 넣어 강한 불로 콩을 삶았다.

그사이 파 이파리로 메주를 묶을 줄을 만들었다.

콩을 삶은 지 몇 시간이 지나 손으로 만져도 쉽게 으깨질 정도로 삶아지자, 콩을 건져내 물기를 뺐다.

콩의 물기를 다 뺐을 때

뺙!

[삼촌, 나왔어요!]

꾸엥!

[아빠, 꾸엥이 왔다요!]

때마침 힘을 쓸 애들이 왔다. '때마침'이라는 말은 조금 애매했다.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흐흐흐.

"얘들아, 어서 와."

세준이 흑토끼에게는 콩을 으깨는 역할을, 꾸엥이에게는 으깬 콩을 네모난 틀에 눌러서 메주를 만드는 역할을 줬다.

"아작스, 소환. 베로니카, 소환."

그사이 아작스랑 베로니카도 소환해 일을 돕게 했다.

베로니카는 꾸엥이가 만든 메주를 밧줄로 묶고, 아작스에게는 밧줄로 묶은 메주를 취사장 천장에 매달게 했다.

그리고

"발효."

세준은 고정된 메주에 스킬을 사용해 메주의 발효 속도와 맛을 좋게 했다. 미세하게.

그렇게 메주 만들기를 끝낸 세준.

"끝. 얘들아, 밥 먹자."

세준이 일행들과 저녁을 먹었다. 오늘도 평화로운 세준의 하루였다.

***

검은탑 15층.

"좋아. 많이 올라왔어!"

몬스터들을 피해 다니거나 죽은 척을 하며 세준을 찾아 탑을 올라가던 블랙 스켈레톤 농사왕.

이제 84층만 더 올라가면 된다···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때

"가진 거 다 내놔"

갑자기 5명의 강도들이 농사왕을 포위해 가진 걸 다 털었다.

그리고

"너 몰골이 마음에 든다! 우리 우는 해골단에 입단해라!"

농사왕의 얼굴이 마음에 든다며 입단을 권유하는 강도들.

"네? 싫은······."

농사왕이 거절하려 했지만

"거절은 없다!"

농사왕의 목에 칼을 들이미는 강도들. 정말 울고 싶어졌다.

"네···."

농사왕은 어쩔 수 없이 우는 얼굴로 우는 해골단에 입단했다.

364화. 5대5다냥!

364화. 5대5다냥!

"막내야. 일단 우리 아지트로 가자!"

"···네."

대답이 없자 바로 칼부터 꺼내는 다른 해골들을 보면서 농사왕이 서둘러 대답했다.

그렇게 그들을 따라가는 길.

'그래도 다행히 올라가는군.'

탑을 오르는 것을 보며 농사왕은 조금 안도했다.

그때

"막내야. 잘 들어라. 사실 우리 우는 해골단은 골품제를 타도하고 골품제로 고통받는 해골들을 돕는 비밀조직이다."

우는 해골단의 개뼈다귀 머리를 한 첫째가 자신들의 정체를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골품제 타도? 비밀조직?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

개뼈다귀의 말에 농사왕은 어이가 없어 울고 싶어졌다. 레아 님의 지시를 수행해야 하는데, 뭔가 이상한 일에 엮인 것 같았다.

농사왕이 곤란한 표정을 짓자

"오! 우는 표정을 보니 막내도 골품제로 슬픈 일을 겪었군!"

"역시 골품제로 억울한 일을 당한 얼굴이었어."

우는 해골단의 다른 해골들은 농사왕의 얼굴을 보며 자신들의 동료가 맞다고 확신했다.

'아니라고!'

농사왕이 속으로 외치며 그들의 뒤를 터덜터덜 따라갈 때

"여기가 우리 아지트다. 문을 열어라! 나 코토가 돌아왔다!"

탑 20층의 허름한 성 앞에 도착한 개뼈다귀가 외쳤다.

***

꾸엥!

[아빠, 안녕히 주무신다요!]

뺙!

[삼촌, 나도 먼저 잘게요!]

꾸엥이와 흑토끼는 특훈이 피곤했는지 저녁을 먹자마자 자러 갔다.

그리고

"형, 나 탑에 마력을 방출해야 할 것 같아. 탑으로 다시 보내줘."

"세준 님, 저도 아직 탑에 할 일이 남아서···."

아작스는 하얀탑 99층의 마력 농도를 올리기 위해서, 베로니카는 해독의 대파를 심기 위해 다시 탑으로 보내 달라고 했다.

"알았어.

둘까지 역소환 시키자 세준의 옆에 남은 건 좀 전까지 자다가 이제 일어나 기운이 넘치는 펜릴 뿐.

끼히힛.낑!

'히힛. 맛있어!'

펜릴은 세준이 우유와 콩을 같이 섞어 만든 콩수프를 몇 입 먹다가 중간에 한 번씩 기쁨의 점프를 하며 기운 넘치게 먹었다.

"흐흐흐. 잘 먹네."

세준이 콩수프를 맛있게 먹는 펜릴을 보며 흐뭇한 웃음을 지을 때

[쏟아지는 찬사에 영혼이 충만해집니다.]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정신력 스탯 100을 달성했습니다.]

[당신의 아주 미약한 의지가 세상에 아주 미세하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합니다.]

정신력이 1 상승하며 정신력 스탯 100을 달성했다.

"뭐야? 아주 미약한 의지가···아주 미세하게 영향을 준다고?"

그냥 하찮아서 아무것도 못 한다고 말해.

그동안 희망찬 메시지에 여러 번 속은 세준은 이제 속지 않았다.

그래도 정신력 스탯 100을 찍은 기념식은 했다.

"자. 100번째 손님 선물 받아 가세요."

낑!

'노랗고 쫀득한 거!'

덕분에 펜릴은 군고구마 말랭이 하나를 받았다.

그렇게 펜릴에게 선물을 주고 세준은 소화도 시킬 겸 농장을 거닐었다.

그때

[탑의 관리자가 펜릴의 코어 조각 정화가 끝났다고 말합니다.]

에일린이 세준에게 정화된 펜릴의 코어 조각을 보냈다.

"에일린, 고마워."

코어 조각을 받은 세준은 바로 옵션을 확인했다.

[정화된 펜릴의 코어 조각]

멸망의 사도 1좌 신을 사냥하는 늑대 펜릴의 코어 조각입니다.

전체 코어 힘의 1%가 담겨 있는 조각입니다.

안에 깃든 멸망의 힘이 완전히 제거되며 코어에 있던 힘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섭취 시 모든 스탯 10만 상승합니다.

주변에 다른 펜릴의 코어 조각이 있을 경우 끌림이 발생합니다.

사용 제한 : 모든 스탯 50만 이상

등급 : 측정 불가

"와···."

사용 제한이 모든 스탯 50만 이상이라니···이건 뭐 자신이 어떻게 노력으로 비빌 수 있는 스케일이 아니었다.

"이건 까망이 장난감으로 줘야지."

그래서 용도를 찾을 때까지 검은 구슬만 보면 흥분하는 펜릴에게 주기로 했다.

사용 제한 때문에 삼킬 수 없으니 좋은 장난감이 될 것 같았다.

"에일린, 근데 다른 멸망의 힘은 못 찾았어?"

[탑의 관리자가 그렇다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에일린이 멸망의 힘을 쉽게 찾아서 나머지 코어도 금방 찾을 줄 알았는데, 초심자의 운이었던 모양이다.

[탑의 관리자가 탑 80층에는 확실히 멸망의 힘이 탐색 된다고 말합니다.]

"역시 탑 80층에 가야겠네."

테오가 탑 80층 땅문서를 가져와 줘야 할 텐데···

세준이 테오가 분발해 주길 바라고 있을 때

낑!

'내 코어!'

자신의 코어 조각을 느낀 펜릴이 입에 군고구마 말랭이를 물고 뚱땅뚱땅 열심히 세준에게 달려왔다.

"까망이, 이거 찾으러 왔지? 자. 가지고 놀아."

세준이 순순히 코어 조각을 주자

낑?

'일단 급하게 달려오긴 했는데···이렇게 쉽게 준다고?'

펜릴이 살짝 당황했다.

거기다

······

입에 문 군고구마 말랭이랑 자신의 코어 조각 중 뭘 물어야 할지 고민됐다.

'여기서 내가 노랗고 쫀득한 거를 버리고 코어를 문다면···.'

집사 녀석이 서운해하겠지.

이건 집사 녀석의 시험이 분명했다. 주인이 자신의 음식을 얼마나 아끼는지가 궁금한 거다.

끼히힛.낑.낑!

'히힛. 집사 녀석 머리 좀 썼군. 하지만 이 몸은 멸망의 사도 1좌 신을 사냥하는 늑대 펜릴 님이시다!'

이 정도 시험은 자신에게 너무 쉬웠다.

앙.

펜릴이 입을 크게 벌려 군고구마 말랭이와 자신의 코어 조각을 동시에 물었다.

그리고

······

세준을 잠시 바라보더니 후다닥 어딘가로 달려갔다.

"···왜 저래?"

펜릴이 사라지자

[마력의 땅콩이 농사꾼의 발소리에 감사하며 힘을 보탭니다.]

[마력 스탯 잠재력이 2891에서 2892로 상승합니다.]

세준은 다시 농장을 걸었다.

잠시 후

뚱땅···뚱땅···.

낑···

'나 졸려···.'

졸려서 잠에 취한 펜릴이 비틀대며 돌아왔다. 펜릴의 입에는 얼마나 물고 빨았는지 침이 잔뜩 묻은 코어 조각이 있었다.

"까망이, 그만 잘까?"

세준이 펜릴을 들어 슬링백에 넣자

끼로롱.

펜릴은 바로 곯아떨어졌다.

"휴우. 나도 자야지."

크게 한숨을 쉬며 침대로 가는 세준. 왠지 표정이 아주 비장했다.

그리고

"'난 불면증이야. 그리고 이거 먹으면 숙면할 수 있어!"

약쑥을 들고 스스로에게 불면증 환자라고 최면을 거는 세준을 보며 비장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지독하게 쓴 약쑥을 먹을 각오를 다졌던 것.

"좋아. 가자!"

이런 건 시간을 끌면 끌수록 힘들다는 걸 알기에 세준은 바로 약쑥을 씹어 먹었다.

꿀꺽.

[약쑥을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이 20 상승합니다.]

[수명이 3개월 늘어납니다.]

[쓴맛이 나는 약을 섭취했습니다.]

[재능 : 체력에 좋은 약이 쓰다가 발동합니다.]

[체력이 9 상승합니다.]

"역시 잠이 잘···."

커어어.

약쑥을 먹은 세준이 까무룩 잠에 빠졌다.

***

"테오 님, 저기예요!"

삐욧이가 탑 70층과 탑 60층을 잇는 상인 통로 중간에 있는 갈림길을 보며 외쳤다.

"근데 유렌은 가만히 있지 항상 어디를 그렇게 돌아다니는 거냥?"

갈림길로 들어서며 갑자기 궁금해진 테오가 삐욧이에게 물었다.

자신이야 돈을 벌어서 좋지만, 항상 위험에 처하면서 움직이는 유렌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삐욧.

[그게 저도 이번에 알았는데, 빌려준 돈이나 사기당한 돈을 받으러 다니는 거래요!]

삐욧이가 유렌이 열심히 돌아다니는 이유를 설명했다.

"냥? 그게 정말이냥?! 돈 받으러 다니는 거였냥?!"

돈 받는 것보다 찾아가면서 쓰는 돈이 훨씬 많았지만, 유렌은 악착같이 찾아가 자신의 돈을 받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유렌은 호구 기질이 강해 돈을 받는 데 성공하는 경우는 100건 중 1건 정도.

나머지 99건은 갔다가 더한 사기를 당하거나, 오히려 돈을 더 빌려주고 왔다.

그렇게 유렌이 탑을 돌아다니는 이유를 들으며 이동하는 사이

"테오 님, 살려주세요!"

멀리서 유렌의 목소리가 들렸다.

"푸후훗. 유렌, 기다려라냥!"

빳칭.

테오가 용발톱을 뽑아

"일냥섬이다냥!"

앞발로 크게 허공을 그어 요르그문드 파편을 처치했다.

땡그랑.

"삐욧이는 코인 줍고, 유렌은 돈 내놓으라냥!"

삐욧!

[네!]

"네! 드리겠습니다!"

빠르게 뒷정리까지 마친 테오.

"푸후훗. 유렌, 앞장 서라냥!"

"네?"

"나 테 부회장이 호···아니. 유렌이 돈 받는 거 도와주겠다냥!"

테오는 오늘따라 돈 냄새가 진하게 나는 유렌을 따라가 유렌의 돈을 같이 받아주기로 했다.

"꾸익! 테오 님이 도와주시면 정말 좋죠! 지금 찾아갈 놈은 저에게 검을 심는 검 농장을 한다고 하면서 돈을 1000억 탑코인 빌려 간···."

테오의 말에 유렌이 신나게 자신이 어떻게 사기를 당했는지 떠들었다.

'왜 사기를 당했는지 너무 잘 알 것 같다냥!'

테오는 유렌을 속이는 게 더 빠르게 돈을 벌 방법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박 회장이 정직하게 돈 벌라고 했다냥!'

세준의 말을 떠올리며 정직(?)하게 돈을 벌기로 했다.

"푸후훗. 유렌 5대5다냥!"

"네?"

"어디냥?! 빨리 앞장 서라냥!"

"네! 40층입니다!"

테오의 재촉에 유렌이 서둘러 앞장섰다.

***

"읏차."

[자는 동안 가진 생명력의 10%를 저장했습니다.]

[생명의 구슬이 0.25% 완성됐습니다.]

[24시간 동안 마력이 0.1 축적됐습니다.

[마력이 0.1 상승합니다.]

눈을 뜨자마자 메시지가 보였다.

"흐흐흐. 좋군."

낭비가 없는 게 마음에 든 세준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침대에서 일어나

슥.

벽에 날짜를 표시하고 입탑 383일 차 아침을 시작했다.

"좋아. 이상 없고."

우선 취사장으로 가서 메주가 잘 발효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요리를 시작하려 할 때

[탑의 관리자가 브라키오 할머니가 그대의 물건을 사러 왔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농작물을 2만 개씩 포장해 달라고 말합니다.]

에일린이 말을 걸었다. 저번에 농작물을 10개씩 사가더니 많이 부족했던 모양.

"그래? 알았어."

세준이 저장고로 가서 농작물들을 2만 개씩 에일린에게 보냈다.

그렇게 농작물을 다 보냈을 때

[탑의 관리자가 킨 할아버지가 그대의 물건을 사러 왔다고 말합니다.]

이번에는 위대한 푸른용의 수장 킨이 와서 농작물 3만 개와 삼양주 1000병을 사 갔다.

세준이 다시 물건을 보냈다.

"오늘은 아침부터 손님이 많네."

세준이 잠깐 쉬다가

달칵.

아공간 창고에서 풍요의 황금 상자를 열어 검은콩 5개 중 4개를 챙겨 밖으로 나올 때

-세준아.

램터가 세준을 찾아왔다.

"램터 님, 안녕하세요."

-오냐. 근데 검은콩 있어?

"네. 몇 개 필요하세요?

-3개만 주거라.

"네. 그럼 3000억 탑코인이요."

-그래. 여기 있다.

세준이 램터에게 초월의 검은콩 3알을 넘기고 돈주머니를 받았다.

"램터 님은 이번 달 누적 구매액이 3000억 탑코인을 넘기셨으니까, 용용마켓 VIP 30일 연장이에요."

-응? 연장?!

반응을 보니 카이저가 혼자만 알고 있던 것 같았다. 뭐 예상은 했지만.

"네. 한 달 누적 구매액이···."

그래서 세준이 VIP 기간을 연장하는 방법과 총 누적 구매액 5조가 넘으면 VVIP가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줬다.

-프하하하. 그런 게 있었어?!

세준의 말에 램터가 크게 웃다가 다른 용들이 눈치 못 채게 조용히 돌아갔다.

하지만

"에일린, 앞으로 용용마켓 찾아오는 손님에게 용용마켓 VIP랑 VVIP가 되는 방법을 알려 줘."

매번 설명하기 귀찮은 세준이 에일린에게 부탁했다.

용용마켓 VIP가 되는 조건은 용용마켓 홍보 외에, 총 누적 구매액 1조 탑코인을 달성하면 될 수 있게 했다.

[탑의 관리자가 알겠다고 말합니다.]

덕분에 용용마켓을 이용하는 모든 용들이 VIP와 VVIP 등급과 등급 유지 방법에 대해 알게 됐다.

365화. 이건 밀실 사건이다냥!

365화. 이건 밀실 사건이다냥!

검은탑 40층.

"테오 님, 저기입니다!"

앞장서서 걷던 유렌이 멀리 보이는 허름한 농장을 가리켰다.

"냥?! 진짜였냥?"

유렌이 가리킨 곳에는 1만 자루의 검들이 질서정연하게 거꾸로 박혀 있었다. 정말로 검 농장이 있었다.

그리고 진짜 검을 키울 수 있다고 믿는지 농장에는 족제비 한 마리가 열심히 뛰어다니며 검에 물을 주고 있었다.

아직은 사기인지, 그냥 사업 실패인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 다만 검은 멀리서 봐도 붉게 보일 정도로 심하게 녹슬어 있었다.

그때

"테오 님, 저기 봐요. 원래 단검 크기였는데 이제 거의 다 자란 건가 봐요!"

유렌이 땅에 박힌 녹슨 장검 1만 자루를 보며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덕분에 테오는 다시 한번 확신했다.

'유렌은 사기를 당했다냥!'

검이 자란다냥?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진짜 호구다냥! 유렌한테 사기 치고 쉽게 돈 벌고 싶다냥!'

테오의 머릿속에 너무도 쉽게 황금을 얻을 100가지 사기 방법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냥! 나 테 부회장은 명탐정 셜록 세준의 조수 테옷슨이다냥! 범죄와 타협할 수 없다냥!'

세준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테오가 잠깐 흔들린 마음을 추스르는 사이

"이봐! 톨트!"

유렌이 위풍당당하게 다가가며 자신에게 1000억 탑코인을 빚진 갈색 족제비 톨트를 불렀다.

돈을 받으러 온 입장인 만큼 톨트보다 우위에 있는 입장이기에 거침이 없었다.

그때

"아이고···."

하필, 때마침 유렌이 부를 때 바닥에 발이 걸려 쓰러지는 톨트.

"어?! 톨트, 괜찮아요?"

유렌은 자신이 부르는 바람에 톨트가 쓰러졌다고 생각하는지 미안함에 목소리가 작아졌다. 어느새 말도 높이고 있었다.

"아니야. 근데···유렌, 돈 받으러 온 거야? 보면 알겠지만, 내 사정이···."

톨트가 자신의 다리를 붙잡으며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그···그렇겠네요. 그럼 언제까지 가능할까요?"

어느새 저자세가 된 유렌이 돈을 언제 받을 수 있는지 톨트에게 물었다.

"그게···퇴비가 부족한지 검이 자꾸 녹슬어서···며칠 전까지 10자루는 전설급 검이었는데···퇴비를 더 사야 할 것 같아."

"저···전설급이요? 그럼 퇴비 사는 데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요?"

톨트의 말에 흥분하는 유렌. 이제 급해진 쪽은 유렌이었다.

"아냐···내가 무슨 염치로···."

"아니에요! 조금만 더 하면 전설급 명검이 10자루나 생기는데, 제가 조금 더 빌려드릴게요! 대신 전설급 검 저한테 파세요."

"크흠. 유렌이 그렇게 빌려주고 싶다면···200억 탑코인만···."

"그 정도로 돼요? 그냥 500억 탑코인 빌려드릴게요."

유렌의 말에 톨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가 빠르게 내려갔다.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항상 도움만 받고···."

"다 돕고 사는 거죠. 그리고 나중에 전설급 검을 저한테 팔기로 했잖아요. 제가 가격도 제대로 쳐 드릴게요."

미안해하는 톨트를 오히려 위로하는 유렌. 진정한 대호구가 여기 있었다.

***

검은탑 99층.

"자. 가자!"

뺙!

꾸엥!

세준의 말에 꾸엥이와 흑토끼가 크게 대답하며 세준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갔다.

지금 그들이 향하는 곳에는 호두가 잔뜩 열린 호두나무들이 있었다.

오늘은 세준을 도와 호두를 수확하기 위해 밖에 나가지 않은 둘이었다.

"이얍!"

쿵!

세준이 발로 호두나무를 찼다.

그러자

[수련의 호두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70을 획득했습니다.]

···

..

.

[특훈의 호두를 수확했습니다.]

···

..

.

메시지와 함께 후두둑 떨어지는 호두들. 중간중간 특훈의 호두를 수확했다는 메시지도 나왔다.

그렇게 떨어진 호두를

뺙!

[꾸엥이, 시합이다!]

꾸엥!

[좋다요! 꾸엥이가 이긴다요!]

흑토끼와 꾸엥이가 빠르게 주웠다.

쿵!쿵!

그사이 세준은 계속 호두나무를 차서 호두를 떨어트렸다. 세준의 힘이 약해 호두가 잘 안 떨어져 나무마다 10번은 차야 했다.

그렇게 나무를 차고 있을 때

후두둑.

"응?"

떨어지는 호두 사이로 붉은색 호두 하나가 보였다.

'신품종이구나.'

세준이 직감했지만, 아무런 추가 메시지도 나오지 않았다.

"뭐지? 특훈의 호두 같은 건가?"

세준이 의아해하며 바닥에 떨어진 붉은색 호두를 집어 옵션을 확인했다.

[지옥 훈련의 호두]

탑 안에서 자란 호두나무에서 희박한 확률로 열리는 호두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 맛있습니다.

특훈의 호두보다 더욱 단단한 껍질을 가진 호두입니다.

껍질을 깔 부술 때마다 힘이 50 상승합니다.

맛이 좀 더 고소합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50일

등급 : A

"지옥 훈련?"

특훈의 호두보다 더 단단하다고? 설명에 호승심이 생긴 세준이 지옥 훈련의 호두를 쥔 손에 힘을 줬다.

···콰직!

지옥 수련의 호두는 처음은 버텼지만, 힘 1400대의 세준이 힘을 더 주자 붉은 호두 껍질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깨졌다.

[지옥 훈련의 호두 껍질을 부쉈습니다.]

[힘이 50 상승합니다.]

"확실히 더 고소하네."

붉은 껍질을 깨고 안의 내용물을 먹으며 세준이 말했다.

쿵!쿵!

세준은 계속해서 호두나무를 차며 호두를 수확했다.

잠시 후

"끝."

세준이 호두를 다 떨어트린 후 흑토끼, 꾸엥이와 함께 호두를 줍기 시작했다.

지옥 훈련의 호두는 호두나무 9그루에서 7개를 수확했다.

호두나무 한 그루당 호두가 1000개 정도 수확되는 걸 보면 정말 희박한 확률이었다.

그렇게 세준이 호두를 줍고 있을 때

아드득.

아드득.

어디선가 호두 깨는 소리가 들렸다.

"응?"

세준이 소리를 따라가자

끼히힛.낑

'히힛. 이걸 깨면 강해져!'

펜릴이 자신의 용이빨로 수련의 호두를 깨고 있었다. 그래봤자 힘이 미세하게 올랐지만, 개복치 펜릴에게는 큰 힘이었다.

낑!낑!

'좋아! 다음 거!'

펜릴은 깬 호두를 먹지 않고 다시 다른 호두를 향해 뚱땅뚱땅 달려갔다.

그러다 모양이 같은 특훈의 호두를 깨문 펜릴.

까드득.

힘이 약해 용이빨이 단단한 호두 껍질을 부수지 못했다.

낑?

'이거 왜 안 깨져?'

나 멸망의 사도 1좌 신을 사냥하는 고고한 늑대 펜릴 님인데?

펜릴이 호두를 협박하며 용을 써도 특훈의 호두는 깨지지 않았다.

오늘도 하찮은 펜릴.

"까망이, 그거 말고 이거 깨."

펜릴의 하찮음에 기분이 좋아진 세준이 슬며시 특훈의 호두와 수련의 호두를 바꿔치기했다.

아드득!

낑!

'역시 나는 강해!'

덕분에 펜릴은 오늘도 자신감에 넘쳤다.

***

유렌이 톨트에게 500억 탑코인을 자진 납세하겠다고 하는 사이

'교활한 녀석이다냥!'

테오는 톨트의 귀여운 얼굴 뒤 교활함을 간파했다. 어떻게 아냐고? 그냥···관상이 그랬다.

거기다 아까 유렌이 부를 때 일부러 넘어지는 녀석의 치밀한 연기까지. 녀석의 자백을 받아내려면 상당히 까다로울 것 같았다.

하지만···

"푸후훗. 걱정할 것 없다냥! 이럴 때는 명탐정 셜록 세준이 증거로 혼내주라고 했다냥!"

테오는 세준과 탐정 놀이를 하며 선진 수사 기법을 들은 적이 있었다.

푸후훗. 셜록 세준의 조수 테옷슨이 활약할 때다냥!

"삐욧이, 잘 들어라냥! 이건 밀실 사건이다냥!"

테오가 자신의 오른 앞발 삐욧이를 향해 앞발을 뻗으며 외쳤다.

삐욧?

[밀실 사건이요?]

테오의 말에 삐욧이가 주변을 둘러봤다. 밀실 없는데요?

"그렇다냥! 박 회장이 원래 밀실 사건이 가장 많다고 했다냥! 이제부터 밀실을 찾는다냥!"

밑도 끝도 없는 테오의 밀실 찾기 수사법.

테오가 두 앞발로 쌍안경을 만들어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고

삐욧!삐욧!

[아! 밀실을 찾아야 되는 거군요!]

삐욧이도 테오를 따라 날개를 최대한 테오의 앞발과 비슷하게 만들고는 숨어 있는 밀실을 수색했다.

그리고

"푸후훗. 찾았다냥!"

운이 좋은 테오는 진짜로 밀실을 찾아냈다.

드르륵.

테오가 바위로 위장된 밀실의 입구를 열자

"야! 톨트, 그 돼지 갔어?!"

"큭큭. 돼지 녀석, 우리가 입구에서 망보고 있다는 건 상상도 못 하겠지?"

"그 돼지는 오면 온다고 말 좀 하지. 돼지 때문에 부랴부랴 장검 박은 걸 생각하면···."

"톨트, 이번에는 얼마나 뜯어냈어?"

톨트가 돌아온 줄 알고 숨을 죽이고 있던 족제비들이 시끄럽게 떠들며 자신들의 죄를 자랑스럽게 자백했다.

밀실 안에는 파티를 하고 있었는지 테이블에 음식과 술이 가득했고 주변에는 유렌에게 사기 쳐서 받은 황금이 가득했다.

"어이. 톨트, 왜 대답이 없어?"

"그러게 왜 말이 없냐?"

평소라면 서둘러 내려와 자신이 어떻게 유렌을 등쳐먹었는지 떠들었을 톨트가 조용하자, 족제비들이 입구를 바라봤다.

하지만

"푸후훗."

입구에는 톨트가 아니라 테오가 음흉하게 웃으며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

조용해진 밀실 안.

족제비들이 서둘러 자신들의 무기를 꺼내려 할 때

"덤비면 혼난다냥!"

빳칭.

테오가 용발톱을 뽑아 밀실 쪽 허공을 찌르자 '푹' 소리가 나며 벽에 주먹 정도 크기의 구멍이 파였다.

구멍이 너무 깊어 끝이 보이지 않았다. 테오의 신기술 일냥지였다.

꿀꺽.

족제비들은 자신들이 어쩌지 못할 강자의 등장에 몸이 굳어버렸다. 거기다 여기는 밀실이라 도망칠 곳도 없었다.

"푸후훗. 다 튀어 나오라냥!"

테오가 밀실에서 나오는 족제비들을 지켜보는 사이

삐욧!

[찍어!]

삐욧이가 노예 계약서를 꺼내 족제비들의 발도장을 받았다.

삐욧!

[테오 님, 다 받았어요!]

그렇게 발도장을 다 받자 총 107장의 노예 계약서가 완성됐다.

"이제 내려가서 황금을 가져오라냥!"

""네!""

노예가 된 족제비들이 테오의 지시에 다시 밀실 안으로 들어가 테오의 봇짐에 황금을 담기 시작했다.

***

"고마워! 내가 꼭 전설급 검을 키워서 빌린 돈 다 갚을게!"

"네···꼭 좀 부탁드려요."

"그럼! 나만 믿어!"

500억 탑코인을 받은 톨트가 불안해하는 유렌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어느새 완전히 뒤집힌 상하관계.

'전설급 검 판다고 하면서 한 번 더 사기 칠 수 있겠네.'

톨트가 비릿한 미소를 흘리며 최후의 한탕을 위한 계획을 세울 때

"어?!"

톨트의 눈에 유렌이 데려왔던 일행이 자신의 동료를 굴비 엮듯이 밧줄로 묶어 끌 고오는 게 보였다. 네들이 왜 거기 있어?!

'망했다!'

동료들이 잡힌 걸 확인하자마자 톨트는 동료고 뭐고 뒤도 안 보고 도망치기 위해 몸을 돌렸다

하지만 몸이 돌아가지 않았다.

꾸익!꾸익!

대신 옆에서 들리는 거친 숨소리. 어느새 유렌이 톨트의 어깨를 꽉 붙잡고 있었다.

테오가 족제비들을 끌고 오는 걸 보며 톨트가 망했다는 걸 깨달은 것처럼, 유렌도 자신이 사기당했다는 걸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아직도 자신이 어떤 사기를 당했는지는 몰랐지만.

그렇게 톨트를 붙잡아 사기를 자백받고, 노예 계약서에 발도장까지 받자

"푸후훗. 유렌, 750억 탑코인 내놓으라냥!"

테오가 유렌이 방금 사기당한 500억 탑코인까지 합쳐 5대5로 수고비를 청구했다.

"네. 여기요! 역시 테오 님입니다!"

유렌이 돈을 주며 테오를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푸후훗. 유렌, 다음 노예···아니. 돈 받을 놈한테 안내하라냥!"

유렌에게 750억 탑코인도 받고 108마리의 족제비 노예도 생긴 테오가 환한 목소리로 외쳤다.

"네! 이번에 찾아갈 놈은 저한테 탑코인이 열리는 나무를 3000억 탑코인에 팔았던···."

유렌이 자신에게 돈이 열리는 나무를 판 다음 사기꾼에게 테오를 안내했다.

366화. 푸후훗. 역시 셜록 세준의 말대로 범인이 현장에 왔다냥!

366화. 푸후훗. 역시 셜록 세준의 말대로 범인이 현장에 왔다냥!

검은탑 20층.

"어이, 막내야. 하급 진골인 내가 왜 골품제 타도를 목표로 삼았는지 아나?"

우는 해골단의 리더이자 탑 20층 '조잡한 해골성'의 주인인 코토가 농사왕을 보며 물었다.

척.

검 손잡이에 슬며시 오른손을 올리면서.

"아니요···모릅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코토의 행동에 위축된 농사왕이 목을 움츠리며 대답했다.

솔직히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자신은 풍요의 신 레아의 명을 수행해야 하는 사제. 지금 여기서 한가하게 혁명에 참가할 시간이 없었다.

'그냥 보내줘.'

농사왕은 진짜 하고 싶은 뒷말을 애써 삼켰다. 그랬다가는 바로 목으로 칼이 날아올 테니까.

"그렇겠지. 너는 막내니까. 알 수 없겠지."

알면서 왜 물어봤어···

"막내야, 잘 들어라."

코토가 추억에 찬 목소리로 설명을 시작했다.

"때는 바야흐로 77일 전···"

검은탑 99층에 있는 검은 박에 마탑의 개탑식이 열렸다.

대파괴의 마법사 이오나가 초대했기에 검은탑에 웬만한 이름있는 몬스터들은 대부분 참가했다.

거절했다 나중에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니까.

코토는 직접 초대된 건 아니고 탑 93층의 지배자인 성골 케르와 그의 아들 베르의 시중을 들기 위해 개탑식에 참석했다.

그리고

"거기서 그분을 만났지···"

코토는 자신보다 계급이 높은 해골들의 지시로 웬 잡골에게 가서 뼈를 바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실랑이를 하는 도중 잡골에게 오히려 내 오른 팔뼈를 뺏겼고 나는 내 팔뼈로 엄청나게 두드려 맞았다."

나중에 다른 진골과 성골들도 나섰지만, 잡골을 따르는 곰에게 맞아 몸이 가루가 돼서 아직도 회복 중이었다.

" 처음에는 잡골에게 맞은 게 분했지만···다른 진골과 성골이 가루가 되는 걸 보니 가슴이 뻥 뚫리더군."

코토는 그때 깨달았다고 한다.

"아. 잡골이면 어떤가? 강하면 그만인데···이런 고루한 골품제는 필요 없구나."

그래서 탑 20층으로 돌아온 코토는 우는 해골단을 만들고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을 모으는 중이라고 했다.

"그때 그 잡골이 그분이었지. 그분은 진골과 성골을 처단하시고 홀연히 사라지셨다. 그리고 이 오른팔이 그때 그분이 휘둘렀던 영광스러운 팔이다. 만져보겠는가?"

달그락.

코토가 자랑스럽게 자신의 오른팔을 내밀었다.

"······"

싫다고 하고 싶었지만, 싫다고 하면 분명 칼을 꺼낼 거기에 농사왕은 코토의 오른팔을 만지는 시늉만 했다.

"어떤가?"

코토가 기대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네? 뭐가여?"

"골품제 타도에 대한 열의가 생기지 않는가?

"네···"

칼이 들어오지 않는 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렇게 우는 해골단이 창단된 사연을 듣게 된 농사왕.

"우리는 조만간 골품제 타도를 위해 탑 76층에 있는 성골 도르의 해골성을 습격할 거다."

코토가 앞으로의 포부를 얘기했다.

그때

"코토 님, 층을 오르는 놈들이 오고 있습니다!"

망을 보고 있던 우는 해적단의 부하가 헌터의 접근을 보고했다.

"좋아! 우리 우는 해적단의 실력을 보여주자!"

"네!"

달그락.달그락.

외침과 함께 코토와 나머지 부하 넷이 몸을 무너트렸다. 죽은 척하기였다.

달그락.달그락.

농사왕도 서둘러 그들을 따라 죽은 척했다.

그리고

'아. 누가 쟤를 때린 거야?'

코토를 때려 '골품제 타도'라는 이상한 생각을 하게 만든, 곰을 데리고 다닌다는 잡골을 원망했다.

***

검은탑 99층.

[힘의 고구마 20개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8의 숙련도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경험치 1400을 획득했습니다.]

세준이 호두 수확을 끝내고 고구마를 수확하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서는 흑토끼, 꾸엥이가 바닥에 철푸덕 앉아 세준이 수확한 고구마를 파 이파리로 감싸 모닥불에 넣었다.

그동안 만들어뒀던 군고구마 말랭이가 떨어져 다시 만드는 중이었다.

끼히힛.낑!

'히힛. 노랗고 쫀득한 거 만든다!'

군고구마 말랭이를 만들자, 펜릴도 돕기 위해 땅에 박힌 고구마 줄기를 힘껏 당겼다.

하지만

투둑.

고구마가 나오기 전 줄기가 먼저 끊어졌고 펜릴은 자신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한참을 데구르르 굴렀다.

낑!

'난 포기안해!'

포기를 모르는 펜릴. 펜릴은 그렇게 몇 번 땅을 데구르르 구르더니.

낑!

'난 땅도 잘 파!'

이렇게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땅을 파서 고구마를 캐내기 시작했다. 덕분에 온몸이 완전 흑투성이가 됐다. 목욕 예약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자신의 일을 하고 있을 때

꼬르르륵.

꾸엥!

[아빠, 꾸엥이 배고프다요!]

점심시간을 알리는 꾸엥이의 배꼽시계가 울렸다.

"우리 군고구···"

세준이 군고구마를 먹자고 말하려 할 때

[푸른탑의 임시 보관소에 포동포동해진 대가뭄을 부르는 수박 10개가 저장됩니다.]

[푸른탑의 임시 보관소가 가득 찼습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젤가가 대가뭄을 부르는 수박을 수확한 모양이었다.

개당 무게가 상당한지 수박 10개에 보관소 용량이 가득 찼다.

수박이라···

"운송."

맛이 상당히 궁금했기에 세준은 바로 운송했다. 푸른탑도 녹색탑만큼 멀었기에 운송 비용으로 800만 탑코인이 들었다.

잠시 후

파앗.

세준 앞에 밝은 빛기둥이 떨어지며 거대한 수박 10개가 나타났다.

"와. 진짜 크네."

크기 3m짜리 수박을 보며 세준이 당황했다.

하지만 당황도 잠시.

서걱.

세준이 증폭의 대검을 가져와 수박 하나를 일도양단했다.

대검의 길이는 2m였지만, 2m의 검풍이 모자란 검의 길이를 대신해 수박을 잘라줬다. 중급 검술 Lv. 5의 효과였다.

이어서 수박 반쪽을 잘게 잘라 먹기 좋은 크기로 만들었다. 수박의 크기가 너무 컸기에 수백 조각으로 잘라야 했다.

옵션에 섭취 시 모든 스탯 20이 상승한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도저히 혼자 먹을 양이 아니었다.

나중에 수박화채를 만들어, 먹은 만큼 효과를 받는 요리 스킬을 쓰기로 하고 오늘은 수박 본연의 맛을 즐겼다.

"꾸엥이는 이거 먹자."

세준이 많이 먹을 수 있는 꾸엥이에게 손질하지 않은 수박 반쪽을 줬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좋다요!]

아삭.아삭.

꾸엥이가 세준의 말에 신나 하며 수박을 파먹으며 수박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도 먹자."

세준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수박을 흑토끼, 펜릴과 먹었다.

뺙!

[삼촌, 완전 달고 시원해요!]

낑!낑!낑!

'달아! 시원해! 맛있어!'

"에일린도 먹어봐."

세준이 수박 1통을 통째로 에일린에게 보내고 일행들과 맛있게 수박을 먹었다.

그렇게 수박으로 배를 채우고

"이것 좀 드셔보세요."

카이저, 램터, 티어에게 가뭄을 부르는 수박을 1개씩 선물했다. 이런 게 있으니 앞으로 이용해 달라는 의미였다.

-오! VIP만 주는 건가?

-역시 VIP가 좋군.

-드하하하. 불쌍한 켈리온.

켈리온은 어디 숨었는지 찾을 수 없어 셋만 준 거지만, 굳이 말하지 않았다.

'나중에 아작스 통해서 보내드려야겠다.'

그렇게 용들에게 수박을 주고

"자. 목욕하자!"

세준이 일행을 데리고 목욕탕으로 갔다.

흑토끼, 꾸엥이, 펜릴까지 전부 수박을 먹다 털에 수박즙이 묻어, 끈적해진 털이 중간중간 뭉쳐져 거지꼴이었다.

낑!

'야! 고고한 녹대 펜릴 님의 고고한 수영을 봐라!'

덕분에 땀방땀방 물을 차는 펜릴의 개헤엄을 볼 수 있었다.

***

탑 35층.

"테오 님, 여기입니다."

유렌이 뾰족한 절벽 위에서 자라는 나무 앞으로 테오를 데려왔다.

"유렌, 사기꾼은 어디 있냥?"

테오가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아···그게 사기꾼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여기로 왔습니다. 이 나무가 제가 사기당한 나무거든요."

유렌이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도 열매 맛이 꽤 좋습니다. 우헤헤."

나무 때문에 3000억 탑코인을 사기당했는데도 나무 열매를 칭찬하는 웃는 유렌.

어쩌면 호구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에 초-긍정적 마인드가 있을 것 같았다.

그때

"푸후훗. 유렌, 좋은 자세다냥! 왜냐하면 범인은 다시 현장에 오게 돼 있다냥!"

테오가 명탐정 셜록 세준에게 들은 걸 따라 읊으며 외쳤다.

"그러니까 주변을 수색하라냥!"

테오가 앞발로 동그란 안경을 만들어 나무를 수색했고

삐욧!

[네!]

"네!"

삐욧이와 유렌도 솔선수범하는 테오를 따라 날개와 앞발로 안경을 만들어 나무를 수색했다.

하지만 유렌이 말하지 않은 게 있었다. 유렌이 사기를 당한 지 10년 정도 됐다는 것.

만약 범인이 왔어도 이미 한참 전에 왔다 갔을 거다.

그러니 나무를 수색한다고 나올 게 없었다.

하지만

"푸후훗. 찾았다냥!"

운이 좋은 테오는 찾아냈다. 이 나무의 쓰임을.

"이거 박 회장이 좋아하겠다냥!"

테오가 대추나무에 열린 대추를 봇짐에 열심히 챙기며 말했다.

테오가 대추를 따자 삐욧이와 유렌도 수색을 멈추고 테오를 따라 대추를 땄다.

그렇게 모두 다 같이 나무 속에 파묻혀 신나게 대추를 따고 있을 때

"자! 바로 이 나무가 황금이 열리는 나무입니다!"

나무 아래에서 간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금이 열리는 나무라니, 이건 대추나무다냥!'

테오가 소리가 나는 방향을 내려다보자, 회색 스컹크가 보였다.

'테오 님, 저에게 이 나무를 판 놈이에요!'

스컹크를 본 유렌이 발짓으로 테오에게 신호했다.

10년. 유렌에게 사기를 치고 잠적했던 사기꾼이 모습을 드러내기 적당한 시간이었다.

'푸후훗. 역시 셜록 세준의 말대로 범인이 현장에 왔다냥!'

다시 한번 세준의 말이 곧 진리임을 확인한 테오.

그때

"근데 황금은 어디 있죵?"

익숙한 목소리도 들렸다. 대상인 황금양 미미르였다.

"그건 아직 황금이 열릴 때가 아니라서요. 1년은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용? 그럼 황금이 열리면 그때 다시 얘기하죠."

"잠시만···"

사기꾼이 불렀지만, 미미르는 쫑쫑거리는 발소리와 함께 미련 없이 절벽을 내려갔다.

"역시 쉽게 안 속네. 그때 그 돼지는 바로 돈 줬는데···"

역시 유렌처럼 잘 속는 호구가 귀하다는 걸 사기꾼도 아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사기꾼이 유렌의 가치를 인정할 때

꾸익!

쿵!

대추나무에 숨어 있던 유렌이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찾아다! 시론! 이 사기꾼!"

회색 스컹크 시론을 향해 외쳤다.

"어?! 유렌 님, 반갑습니다!"

시론은 능숙한 사기꾼답게 잠깐 당황했지만, 곧 진짜 반가운 것처럼 유렌을 포옹했다.

"뭐?! 반가워?! 나한테 그런 사기를 치고 반갑다는 말이 나와?!"

유렌이 그런 시론을 밀치며 소리치자

"아···죄송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때 제가 실수로 다른 나무를 팔아 유렌 님을 찾고 있었습니다."

시론이 미안한 말투로 말했다.

"···정말이야?"

"그렇습니다. 대신 이 황금이 열리는 나무를 드리죠. 조금 전 들으셨겠지만, 앞으로 1년만 있으면 황금이 열릴 겁니다."

이미 유렌이 돈 주고 산 나무지만, 마치 자신이 주는 것처럼 말하는 시론.

그리고

"근데···아까 미미르 님에게는 말씀드리지 않았지만, 내일 바로 황금이 열리게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오. 정말? 뭔데?!"

"땅에 황금 1톤을 묻는 겁니다."

새로운 사기를 치기 시작했다.

'푸후훗. 잘 한다냥!'

대추나무 위에서 테오가 수수료를 올려주는 시론을 응원했다.

슥.

옆에서 삐욧이도 노예 계약서를 꺼냈다.

367화. 푸후훗. 이 정도 방귀로는 박 회장의 똥 냄새를 이길 수 없다냥!

367화. 푸후훗. 이 정도 방귀로는 박 회장의 똥 냄새를 이길 수 없다냥!

검은탑 40층.

흑돼지 하나가 검 농장에 발을 디뎠다.

하지만 농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족제비들이 원래 머무는 장소도 조심히 살펴봤지만, 그곳에도 아무도 없었다.

"흠···소문이 사실인가? 유렌 님이 '톨트와 아이들'에게서 돈을 받아내고 노예로 만들었다는 게···."

믿을 수 없는 소문이라 확인차 직접 왔는데 현장을 보니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유렌 님이 톨트에게 1000억 탑코인을 받아내셨으면 남은 돈은···."

49조 9000억 탑코인.

원래 유렌은 그냥 좀 많이, 아니 엄청나게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돼지였다.

유렌은 어려서부터 호구 꿈나무의 가능성을 보이며 남에게 쉽게 돈을 빌려주거나 사기를 당했고 그 금액이 점점 커져갔고.

어느덧 유렌이 빌려주고 사기당한 금액이 1조 탑코인을 넘어갔다.

그러자 가문의 장로들이 유렌을 이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고 유렌의 아버지 유토를 매일 찾아와 성토했다.

가문의 재산을 생각하면 하찮은 금액이지만, 다음 차기 가주 자리를 뺏기 위해 명분을 쌓기 위한 공작이었다.

하지만 유토도 유렌의 장래를 위해서 이렇게 놔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데이몬 가의 가주로서 말한다. 유렌, 빌려주고 사기당한 돈 다 받아올 때까지 집에 들어올 생각 말거라."

그래서 장로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척 유렌을 맨몸으로 쫓아냈다. 지엄한 가주의 명으로.

아들이 고생을 좀 하면 돈의 소중함을 깨우치고 호구 기질도 약해질 거라는 생각이었다.

물론, 1조 탑코인 전부를 받아오길 기대한 건 아니었다.

유렌이 1000억 탑코인 정도 받아오면 장로들을 설득해 못 이기는 척 집으로 들어오게 할 계획이었다.

물론 유렌 혼자는 어려울 테니 중간에 자신이 사람을 보내 도와줄 준비도 돼 있었다.

하지만 유토가 생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유렌이 먹은 무게만큼 황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재능 : 마다스의 손을 개화한 것.

덕분에 유렌은 넘쳐나는 돈으로 호구력을 폭발시켰고 돈을 받아오기는커녕 더 많은 돈을 빌려주고 사기당했다.

도와주고 싶어도 너무 순식간에 호구짓을 해버렸고, 유렌의 불행 때문에 가까이 가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유렌이 집에서 쫓겨난 지 10년.

유렌은 대상인이라는 허명과 함께 집에 돌아가기 위해 받아내야 할 돈이 50조 탑코인으로 늘어나 있었다.

덕분에 유렌이 누구에게 돈을 빌려줬다거나 사기를 당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유토는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며 앓아누웠다.

그래서 최근에는 유렌에 대한 소문은 유토의 귀에 들어가지 않게 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남편 몰래 유렌의 소식을 듣기 위해 유렌의 어머니 하미에가 고용한 추적꾼이었다.

"그 호구 도련님이 드디어 돈을 받아내다니···하미에 님이 좋아하시겠군."

흑돼지 데이브가 자신이 파악한 정보를 가지고 서둘러 하미에를 찾아갔다.

그렇게 데이브가 하미에에게 유렌의 기쁜 소식을 가져갈 때

"황금 1톤 다 묻었어요!"

새로운 사기를 당하고 있는 유렌이 회색 스컹크 시론의 말대로 대추나무 밑에 황금 1톤을 심은 후 외쳤다.

"좋습니다. 근데 나무가 혼자 있을 때만 황금이 열리니 자리를 비웠다 내일 아침에 다시 오죠. 저는 황금이 잘 열리도록 가지치기만 하고 내려가겠습니다."

누가 봐도 유렌이 자리를 비우면 땅에 묻은 황금 1톤을 가져가겠다는 얕은수였지만.

"알았어요. 테오 님, 가요. 내일 아침에···."

유렌은 시론의 말대로 대답하며 테오를 불렀다.

그때

"푸후훗. 거기 까지다냥!"

착.

유렌이 확실하게 사기를 당하자, 수수료 계산이 끝난 테오가 대추나무에서 공중 3회전하며 멋진 히어로 랜딩으로 착지했다.

삐욧!

착.

삐욧이도 테오를 따라 히어로 랜딩 자세로 착지했다.

"푸후훗. 유렌, 이제 저 황금 절반은 내꺼다냥!"

멋잇게 착륙한 테오가 황금이 묻힌 곳을 가리키며 유렌에게 당당한 목소리로 말하자

"네? 왜요?"

유렌이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

"푸후훗. 왜냐하면 유렌은 또 사기를 당했기 때문이다냥! 황금 절반은 5대5 수수료다냥!"

"저..사기 아닌···."

찰싹

"정신 차려라냥! 이건 대추나무다냥! 황금이 열릴 수 없다냥!"

테오가 유렌의 뺨을 때리며 외쳤다.

"아···그렇네요! 대추나무에 황금이라니···저 사기당한 거예요?"

아직도 자신이 사기당한 게 맞는지 반신반의하는 유렌.

"푸후훗. 그렇다냥! 유렌은 사기를 당했다냥!"

그렇게 테오가 유렌이 사기당했다는 걸 알려줄 때

"에이! 재수 없게! 거의 다 넘어왔는데!!!"

자신의 사기를 방해하는 테오의 등장에 시론이 서둘러 도망치기 시작했다.

많이 도망쳐 봤는지 범상치 않은 달리기 실력. 시론이 빠르게 멀어졌다.

"푸후훗. 나 테 부회장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냥! 삐욧이 가자냥!"

테오가 말을 마치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나타난 곳은 시론의 바로 옆.

"푸후훗. 잡았다냥!"

덥썩.

테오가 도망치는 시론의 목덜미를 잡으며 말했다. 테오의 빠르게 이동하는 신기술 '냥보'였다.

"이익! 이거나 먹어라!"

테오에게 목덜미를 잡힌 회색 스컹크 시론이 자신의 도주기를 사용하며 엉덩이에 힘을 줬다.

그러자

뿌우우웅!

시론의 엉덩이에서 갈색 똥방귀가 방출됐다.

'크크크. 이건 누구도 이겨낼 수 없는 악취다!'

시론은 곧 악취의 고통에 오만상을 짖는 테오의 얼굴을 상상하며 비릿하게 웃었다.

하지만

"푸후훗."

시론의 똥방귀를 정면으로 맞은 테오는 평온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어···어떻게?!"

시론이 자신의 도주기가 전혀 통하지 않는 테오를 보며 경악했다. 내 방귀에 문제가 있나?

시론이 자신의 방귀 냄새가 약했나 고민할 때

삐욕!!!!

테오를 따라오던 삐욧이가 거친 욕을 뱉으며 빠르게 멀어졌다. 역시 자신의 똥방귀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럼···저 녀석은 후각이 없는 게 분명했다. 아니면 자신의 똥방귀를 견뎌내는 건 말이 안 됐다.

운이 없었다. 하필 후각이 없는 녀석에게 걸리다니. 최악의 상성이었다.

"푸후훗. 이 정도 방귀로는 박 회장의 똥 냄새를 이길 수 없다냥!"

그러나 테오가 그 정도 냄새로 어디서 까부냐는 목소리로 시론을 꾸짖듯이 말했다.

세준의 옆에 붙어 있기 위해 세준의 많은 똥냄새를 참아온 테오에게 이 정도 똥방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뭐?! 내 방귀보다 지독한 냄새가 있다고?!"

나름 악취 생산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시론이 테오의 말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사이

"냥!"

테오가 하늘을 향해 앞발을 뻗자 용권풍이 일어나며 악취가 하늘로 날아가며 사라졌다.

삐욧!

[테오 님, 여기요!]

악취가 사라지자 삐욧이가 날아와 노예 계약서를 테오에게 전달했고

"푸후훗. 찍어라냥!"

테오가 시론의 발도장을 꾹 받으며 사기꾼 시론을 검거했다.

"푸후훗. 역시 박 회장은 대단하다냥!"

세준의 똥냄새 덕분에 시론을 쉽게 잡은 테오가 세준을 찬양했다.

그렇게 시론을 상대로 의문의 1승을 한 세준. 하지만 이겼다는 걸 모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푸후훗. 유렌 이번에는 황금 0.5톤이랑 1500억 탑코인이다냥!

"네! 드릴게요!"

유렌이 돈을 꺼내 정산을 마치자

"다음은 어떤 놈이냥?! 안내하라냥!"

돈을 벌고 흥이 오른 테오가 유렌을 재촉했다.

"네!"

테오의 재촉에 유렌이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원래 유렌의 다음 목적지는 탑 31층.

아무 효과도 없는 돌멩이를 사기를 당하지 않는 부적이라고 자신에게 500억 탑코인에 판 사기꾼을 잡으러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테오의 돈 받아내는 실력을 보면서 유렌은 용기가 생겼다.

'테오 님이라면 놈들한테 돈을 받아낼 수 있을 거야!'

그래서 돈 받기를 거의 포기하고 블랙리스트에 올렸던 놈들을 찾아가기로 했다.

'이제 집에 갈 수 있을지도 몰라!'

유렌이 환하게 웃으며 테오를 안내했고

'푸후훗. 돈 더 많이 벌어서 박 회장의 무릎을 독점할 거다냥!'

돈을 벌어 세준의 무릎을 오래오래 독차지할 기대에 부푼 테오도 환한 표정으로 그 뒤를 따랐다.

'쁘흐흣. 테오 님이 웃고 있어요! 제 보필이 마음에 든 게 분명해욧!'

덕분에 삐욧이도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

검은탑 99층.

목욕을 하고 바나나 우유를 먹은 후 늘어지게 낮잠을 잔 세준.

"운송."

[싱그러운 생명의 쑥 2만 5000개와 파릇파릇한 마력의 쑥 2만 개가 도착했습니다.]

800만 탑코인을 소모해 녹색탑에서 쑥을 가져와

"꾸엥아, 짜자."

꾸엥!

[알겠다요!]

뺙!

[나도 짤래!]

꾸엥이, 흑토끼와 쑥즙을 만들었다.

그렇게 생명의 쑥즙 2.5리터와 마력의 쑥즙 2리터를 만든 후

"자. 챙겨놨다 위험할 때 사용해."

쑥즙 17ml에 마시기 편하게 물을 조금 섞은 생명의 쑥즙 포션과 마력의 쑥즙 포션 10병씩을 꾸엥이, 흑토끼에게 챙겨 줬다.

꾸엥이의 즙 짜는 실력이 늘면서 이제는 쑥즙 1ml당 생명력, 마력을 6% 회복할 수 있었다.

그렇게 둘에게 쑥즙 포션을 챙겨준 후 세준이 쌀가루에 쑥즙 원액을 넣어 반죽했다.

버섯개미들은 유리병에 담긴 쑥즙 포션을 마실 수 없기에 먹기 편하게 쑥즙을 넣어 환으로 만들기로 했다.

생명의 쑥즙과 마력의 쑥즙이 들어가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변한 반죽을 먹기 좋은 크기로 뭉쳐주자

[탑에서 최초로 생명의 쑥환을 만드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

..

.

[탑에서 최초로 마력의 쑥환을 만드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

..

.

요리 업적 메시지가 나타났다. 요리 효과로 재료 효과가 상승해 쑥에 들어간 쑥환의 효과도 좋아졌다.

"위험할 때 사용해."

께엑!

그렇게 두 종류의 쑥환 총 2000개를 버섯개미들의 대표에게 나눠주자

낑!

'야! 나도 줘!'

세준의 앞에 살포시 앉아 자신도 달라고 짖는 펜릴.

"까망이도 줘?"

낑!

'내놔!'

"알았어."

세준이 나중에 펜릴에게 먹일 쑥환을 주자

짭···퉷!

낑!낑!

'이건 쓰잖아! 못 먹는 거야!'

쓴맛을 느낀 펜릴이 쑥환을 뱉어버리고 사납게 짖었다. 조금의 쓴맛도 참을 수 없었다.

"후훗. 역시 어려서 인생의 쓴맛을 모르네."

세준이 쓴 걸 못 먹는 최고령 멸망의 사도 펜릴을 한 번 비웃어 준 후 펜릴의 입에 군고구마 말랭이를 물려줬다.

짭.짭.짭.

끼히힛.낑!

'히힛. 역시 노랗고 쫀득한 게 제일 맛있어!'

펜릴이 군고구마 말랭이를 맛있게 먹는 사이 세준은 저녁을 준비했다.

저녁은 쌀가루와 꾸엥이가 쑥즙을 만들며 가루로 만든 쑥가루를 섞어 경단을 만들었다.

잠시 후 세준이 쑥경단을 꼬치에 3개씩 꽂아 접시에 가득 쌓은 다음 테이블로 가져갔다.

접시 옆에는 콩가루와 꿀이 담긴 그릇을 둬 원하는 걸 찍어 먹을 수 있게 했다.

그렇게 저녁 식사 준비가 끝나자

"아작스 소환. 베로니카 소환."

저녁은 꼭 검은탑에서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아작스와 베로니카를 소환했다.

그리고

"애들아, 저녁 먹자!"

일행을 불러 같이 저녁을 먹었다.

꾸엥!

[너무너무 맛있다요!]

"역시 세준이 형님이야!"

"맞아요! 세준 님, 요리가 최고예요!"

"그래. 많이 먹어."

[쏟아지는 찬사에 영혼이 충만해집니다.]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흐흐흐.'

세준이 메시지를 보며 일행들에게 음식을 더 권할 때

낑!

'나도 찍어 먹을래!'

펜릴이 꿀이 담긴 그릇에 자신이 입에 물고 있던 경단을 넣었다.

당연히 경단은 가라앉았고 펜릴은 그릇에 얼굴을 넣어 자신의 경단을 꺼냈다. 그 결과 입 주변 털에 꿀이 잔뜩 묻었다.

끼히힛.낑!

'히힛. 맛있다!'

펜릴은 좋아라하며 자신의 얼굴에 묻은 꿀을 짭짭거리며 핥아먹었다.

그때

"까망이, 목욕해야겠네."

잠깐 사이에 꼬질꼬질 거지꼴이 된 펜릴을 보며 세준이 말하자

'싫어! 아까 했잖아!'

'목욕'은 펜릴이 알아듣는 몇 가지 단어 중 하나. 펜릴이 슬며시 경단 꼬치 사이에 얼굴을 파묻으며 몸을 숨겼다.

끼히힛.낑!

'히힛. 이번에는 안 들켜!'

펜릴은 이번에도 숨을 때 자신의 눈과 귀를 완벽하게 가리며 자신만만해 했지만

"흐흐흐. 까망이, 여기 숨은 거야?"

세준에게 목덜미를 잡혀 목욕탕으로 달랑달랑 연행됐다.

낑?

'난 분명 잘 숨었는데, 왜 자꾸 걸리는 거지?'

오늘도 자신이 왜 걸렸는지 이해가 안 되는, 억울한 펜릴이었다.

368화. 딱 적당한 먹잇감이군.

368화. 딱 적당한 먹잇감이군.

"읏차"

침대에서 눈을 뜬 세준.

"···이번에는 오래 걸리네."

자신의 무릎을 바라보며 말했다. 테오가 없으니 허전했다.

하지만 습관은 무서워서 세준은 평소처럼 일어나 벽에 획 하나를 추가해 날씨를 표시했다. 입탑 384일 차 아침이 시작됐다.

세준이 움직이자

뺙···

"횽···."

낑···

인기척에 깬 흑토끼와 아작스, 펜릴이 아직 덜 깬 눈으로 세준의 뒤를 졸졸 따랐다.

세준이 따뜻한 해가 내리쬐는 집 앞에 서자 셋도 그런 세준의 옆에 나란히 섰고

"으갸갸갸!"

뺘아악!

"아갸갸갸!"

끼이이잉!

다 함께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참고로 아작스는 어제 경단을 먹고 세준을 따라 목욕탕에서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한 후 뻗어버렸다.

넷이 기지개를 켜는 사이

꾸에에엥!

꾸엥이도 기지개를 켜며 나타났다.

그렇게 모인 다섯은 다시 흩어져 각자 자신의 일을 했다.

세준은 취사장으로 가서 아침을 준비했고 흑토끼, 꾸엥이, 아작스는 아침 먹기 전까지 농작물을 수확했다.

끼히힛.낑?

'히힛. 내 비밀 창고 잘 있나?'

펜릴은 자신의 비밀 창고를 확인하기 위해 창조신의 비석으로 향했다.

하지만

낑?!

'누구야?!'

누군가 비밀 창고를 파헤쳐진 흔적이 있었다.

'또 곰탱이가 다녀갔나?'

펜릴은 이번에도 꾸엥이가 다녀갔을 거라고 생각하며 간식이 많아진 비밀 창고를 기대하며 땅을 열심히 팠다.

그리고 펜릴의 예상대로 비밀 창고 안에 든 간식의 양이 많아졌다.

그러나 꾸엥이의 짓은 아니었다. 간식 종류가 달랐다. 비밀 창고에는 당근과 방울토마토가 가득 들어있었다.

낑?

'누구지?'

펜릴이 범인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릴 때

뺙!

펜릴을 보며 엄지를 척 올리는 흑토끼.

소리를 잘 듣기에 펜릴에게 비밀 창고가 있다는 걸 알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간식을 비밀 창고에 넣어줬다.

막내의 간식을 챙겨주는 착한 형 덕분에 펜릴은 아침을 먹기 전에 간식으로 배를 배불리 채울 수 있었고

낑!낑!

'나도 먹고 싶어! 내놔!'

"안 돼. 그 배로 이걸 어떻해 먹어? 나중에 먹어."

대신 세준이 아침으로 갓 구운 따뜻한 핫케이크를 먹지 못했다.

낑···

식어가는 핫케이크를 보면서 펜릴은 다음부터 밥 먹기 전에는 간식을 조금만 먹어야겠다고 결심하며 잠들었다.

아침을 다 먹자, 세준은 일행들을 데리고 파인애플밭으로 갔다.

일반 파인애플은 세준 혼자 수확해도 되지만, 오늘은 비명을 지르는 파인애플도 수확해야 했다.

세준도 이제 강해져 비명을 지르는 파인애플의 비명 정도는 충분히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세준의 힘으로 '한 번 꾹 참은 비명을 지르는 파인애플'을 만드는 건 어려웠다. 힘이 부족해 비명이 새어나갔다.

오늘 다 먹을 게 아니면 후처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힘이 강한 일행들을 데리고 가는 것.

"그럼 자른다."

농사 스킬을 올려야 하는 세준과 아작스가 비명을 지르는 파인애플을 수확하고

뺙!

꾸엥!

흑토끼와 꾸엥이가 수확한 파인애플이 비명을 지르지 못하게 꽉 눌렀다.

그렇게 2인 1조로 수확한 한 번 꾹 참은 비명을 지르는 파인애플들이 밭 한쪽에 쌓여갔다.

수확이 끝나자

"하나 먹어 볼까?"

세준이 파인애플 하나를 잡아 반으로 잘랐다.

끼이이이이익!!!

충격파를 동반한 비명을 지르는 파인애플.

"으. 귀 따가워."

이거 조용하게 먹을 방법 없나? 맛있기는 한데 너무 시끄러웠다.

그래서 흑토끼, 꾸엥이, 아작스에게 조용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내면 상으로 황금 수저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받은 황금 수저를 세준에게 주면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할 수 있었다.

"그럼 연구해 보고 있어."

세준이 셋에게 말하고 일반 파인애플을 수확하러 갔다.

그렇게 세준이 파인애플을 수확하고 있을 때

"형! 찾았어!"

아작스가 세준을 찾아와 사일런트 마법이 걸린 파인애플을 잘랐다.

아무 소리도 없이 갈라지는 조용히 파인애플.

하지만

쿵.

충격파는 그대로였다.

"충격파가 남아서 불합격."

"으잉···."

불합격을 받은 아작스가 실망하며 돌아가자

뺙!

[삼촌, 나도 방법을 찾았어요!]

흑토끼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서둘러 달려왔다.

그리고 땅을 파 파인애플을 깊게 묻은 후

뾱!

망치로 땅을 쳤다. 마력으로 정밀하게 움직여 파인애플에만 충격을 주는 고급 기술이었다.

구궁.

충격을 받은 파인애플이 폭발하며 땅이 조금 흔들렸다.

흔들림이 사라지자, 흑토끼가 땅을 파고 들어가 반으로 쪼개진 파인애플을 가지고 나왔다.

진동이 조금 있고 먹는 방법이 많이 번거롭지만, 나름 조용하기는 했다.

"일단 보류."

그래서 꾸엥이의 방법을 본 후 결정하기로 했다.

그때

꾸엥!꾸엥!

[아빠, 꾸엥이가 이겼다요! 황금 수저는 꾸엥이꺼다요!]

꾸엥이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앞발에 든 파인애플을 세준에게 건넸다.

[세 번 꾹 참고 맛있어진 파인애플]

"응? 이름이 다르네?"

꾸엥이가 든 파인애플은 다른 파인애플들과 이름이 달랐다. 이름만 봐도 꾸엥이가 뭘 했는지 짐작이 갔다.

'그냥 조용해질 때까지 힘으로 제압했구나.'

그래도 효과가 있었는지 이름이 '비명을 지르는'에서 '맛있어진'으로 변해 있었다.

"어디 볼까?"

세준이 파인애플의 옵션을 확인했다.

[세 번 꾹 참고 맛있어진 파인애플]

탑 안에서 자란 파인애플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 맛있습니다.

3번이나 폭발하지 못한 마력이 폭발하려는 성질을 잃고 파인애플 과육에 흡수돼 과육을 더 맛있게 만들었습니다.

섭취 시 마력이 5 상승합니다.

섭취 시 낮은 확률로 재능 : 3번 참기를 개화할 수 있습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50일

등급 : A

"와."

그저 탄성밖에 안 나왔다. 이렇게도 되는구나···비명이 맛과 스탯, 재능으로 승화됐다.

"꾸엥이, 합격."

세준이 꾸엥이에게 황금 수저를 건넸다.

그러자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꾸엥이, 배부른 쌀국수를 먹고 싶다요!]

꾸엥이는 바로 황금 수저를 세준에게 건네며 먹고 싶은 음식을 요구했다.

"배···배부른 쌀국수를 먹고 싶다고?"

꾸엥이의 요구에 세준이 말을 더듬었다.

'꾸엥이가 배불리 먹으려면 얼마나 만들어야 하지?'

꾸엥이가 요즘 먹는 양이 줄었지만, 그건 배불러서가 절대 아니었다. 자신이 많이 먹으면 세준이 고생하니 자제하는 것.

배불리 먹겠다고 하면 얼마나 먹을 수 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거기다 얼마 전 우유 호수를 마셔서 없애는 꾸엥이를 봤는데?

하지만 이해도 됐다. 그동안 얼마나 배불리 먹고 싶었으면 황금 수저를 받자마자 사용할까.

"꾸엥아, 아빠만 믿어! 꾸엥이는 오늘 아무것도 하지 마. 먹기만 해!"

우리 아들이 먹고 싶다는데, 그 정도는 아빠가 해줄 수 있지!

그나마 국물 요리라서 다행이었다.

세준이 비장한 표정으로 유물 : 재화를 삼키는 쌀반죽을 꺼내 크기를 거대하게 키운 검은 냄비에 쌀가루를 채웠다.

검은 냄비를 가득까지 채우니 1000만 탑코인이나 사용됐다.

"아작스, 봉인 해제!"

세준이 아작스의 봉인을 해제했다. 거대한 반죽에는 거대한 힘이 필요했다.

"아작스, 주물러!"

"응! 형!"

세준이 아작스에게 쌀국수 반죽을 시키고 대용량 육수 제조에 들어갔다.

***

"힘내라! 곧 40층이다!"

"네!"

우는 해골단의 단장 코토의 말에 다른 부하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골품제 타도라는 대업을 위해 열심히 탑을 오르는 우는 해골단.

하지만 하층 출신 여섯이 탑 76층으로 올라가는 건 아주 힘들고 위험한 여정이었다.

길도 험했고 위험한 몬스터들이 즐비했기 때문에.

그러나 몬스터보다 그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게 있었다.

그건···

"대장님, 상인 통로를 사용할 돈이 없습니다!"

바로 돈. 빠르고 안전한 상인 통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거기다 그들은 상인 협회에 등록되지 않아 사용료가 더 비쌌다.

원래 농사왕이 세준에게 전달하기 위해 챙긴 돈의 액수가 상당하기에, 그 돈을 뺏은 우는 해골단은 돈이 많아야 했다.

하지만 우는 해골단은 중간에 다른 강도들을 만나 가진 돈을 다 뺏겼다.

'이렇게 뺏길 거면 내 돈 왜 가져갔어?'

자신의 돈이 다른 강도들에게 넘어갈 때 농사왕은 정말 울고 싶었다.

그렇게 빈털터리가 된 우는 해골단. 이름 때문인지 슬픈 일이 자주 생기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군. 영업을 준비해라!"

그래도 같은 업종이라고 강도들이 무기는 안 가져가 그들은 영업을 할 수 있었다.

몸을 숨기고 본업인 강도 업무를 개시하며 누군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우는 해골단.

그때 그들의 앞을 지나가는 블랙 오크 하나.

"단장님, 칠까요?"

"기다린다···."

아까 말했듯이 이곳은 하층 몬스터들에게 위험한 몬스터들이 많았다. 그들은 만만한 상대가 나올 때까지 한참을 기다렸다.

***

뺙!

[삼촌, 여기요!]

흑토끼가 물 속에 들어가 육수에 사용할 해산물을 잡아 왔다.

흑토끼는 양식장에서 건져 올리듯이 장어, 낙지, 오징어, 게 등을 쉽게 잡았다.

그것도 전부 차원의 바다에서 1000년 이상 살아 내단이 있는 것들로.

세준이 해산물을 원한다는 말에 불꽃이가 연못 쪽으로 해양 몬스터들을 몰아준 덕분이었다.

그렇게 불꽃이와 흑토끼의 도움으로 상태 좋은 해산물을 잔뜩 얻은 세준.

서걱.서걱.

증폭의 대검으로 대형 게를 손질해 게딱지 냄비를 만들고 물을 넣어 끓이며 다른 해산물들과 야채를 넣어 육수를 만들었다.

다행히 게가 많아 게딱지 냄비를 10개나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육수 준비가 끝나자

"아작스!"

세준을 위해 멀리 떨어져 반죽을 만들고 있던 아작스를 불렀다.

"좋아. 잘했어. 아작스, 봉인!"

쌀국수 반죽이 제대로 완성된 걸 확인한 세준이 아작스를 봉인했다.

그리고

"눌러!"

"응! 형!"

검은 국수틀에 쌀국수 반죽을 넣고 눌러 면을 뽑아냈다. 면이 바로 끓고 있는 육수 안으로 들어가 빠르게 익어갔다.

게딱지 냄비 안에 거의 100인분의 쌀국수가 들어갔다.

하지만

후루룩.

꾸엥이에게는 쌀국수 100인분이 한 젓가락이었다.

"아작스, 눌러!"

세준이 서둘러 나머지 9개의 게딱지 냄비에 쌀국수를 뽑아 넣었고 꾸엥이가 그 뒤를 따르며 쌀국수를 먹었다.

국수는 가만히 있고 꾸엥이가 움직이는 신개념 회전 국숫집이었다.

세준과 흑토끼는 육수의 간이 맛도록 물을 더 붓거나 해산물과 야채를 더 넣었다.

덕분에 꾸엥이는 끝까지 맛있는 쌀국수를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꾸엥이가 정확히 39바퀴를 돌았을 때

꾸헤헤헤···꾸엥.

[헤헤헤···꾸엥이 진짜 배부르다요.]

꾸엥이가 자신의 배를 두드리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수고했어······."

뺙···

"응···형도···."

3만 9000인분의 국수를 만들고 하얗게 불태운 세준, 흑토끼, 아작스가 바닥에 드러누웠다.

'두 번은 못 해.'

세준이 당분간 황금 수저를 봉인해야겠다고 생각할 때

[탑의 관리자가 탑 44층에서 멸망의 힘을 찾았다고 말합니다.]

에일린이 말을 걸어왔다.

"44층?"

탑 44층이면 세준이 웨이포인트를 등록한 곳.

"오랜만에 펭귄들이나 보러 갈까?"

세준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탑 44층이면 탑의 중간쯤이니 근처에 테오가 있다면 자신을 찾아올 수도 있었다. 아니면 자신이 찾아가거나.

"토룡아!"

세준이 토룡이를 타고 일행들과 웨이포인트로 이동했다.

***

검은탑 40층.

'딱 적당한 먹잇감이군.'

몇 시간 동안 만만한 대상을 기다리던 코토가 멀리서 다가오는 노랑 고양이, 분홍색 돼지, 주먹만 한 흰 새를 보며 씨익 웃엇다.

"좋았어! 우는 해적단 출동이다!"

단장의 용맹함을 보여주기 위해 코토가 외치며 선두로 달려 나갔다.

"푸후훗."

반대쪽에서 불길한 웃음이 들렸지만, 애써 무시했다. 아직 자신들을 못 본 게 분명했다.

369화. 로커스트가 멸종했다고?

369화. 로커스트가 멸종했다고?

"저건···테오 님!"

멀리서 오는 테오를 알아본 농사왕. 살았다! 세준 님에게 갈 수 있어!

농사왕이 테오를 보고 기뻐할 때

"좋았어! 우는 해적단 출동이다!"

코토와 부하들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바보야! 안돼!'

그런 그들을 보며 농사왕이 경악했다. 탑 4층까지 테오와 함께 이동하며 테오의 강함을 옆에서 직접 봤기 때문.

달그락.달그락.

그래도 같이 보낸 시간이 있기에 코토를 구하기 위해 빠르게 달려 나갔다. 자신이 얘기하면 테오도 봐줄 거다.

그리고

"막내가 저렇게 저돌적이었다니!"

자신을 앞질러 달려 나가는 농사왕을 보며 코토가 흐뭇해했다. 처음이라 쉬게 하려고 했는데, 저렇게 열심히라니···

'막내가 활약하게 해줘야지.'

코토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농사왕이 앞에 설 수 있게 달리는 속도를 줄였다.

그렇게 가장 선두에 선 농사왕.

고양이 앞에 가더니, 무기를 뽑는 게 아니라 뭐라고 말하려 했다.

그때

퍽.

달그락.달그락.

막내가 노랑 고양이의 앞발을 맞고 부서졌다.

"막내야! 우는 해골단! 막내야 복수를 하자!"

"네!"

코토와 나머지 해골 넷이 농사왕의 복수를 위해 빠르게 달려 나갔고

퍼버벅.

달그락.달그락.

농사왕과 모두 같은 꼴이 됐다.

***

"냥냥냥."

삐욧.삐욧.

꾸익!꾸익!

유렌의 블랙리스트 가장 아랫줄에 있는 목표를 향해 이동하는 길.

달그락.달그락.

"푸후훗."

멀리서 검을 뽑으며 달려오는 해골들을 보며 테오가 환하게 웃었다. 밥 없이 일하는 노예다냥!

쁘흐흣.

삐욧이도 노예 계약서를 꺼내며 테오가 지시하면 언제든 도장을 찍을 수 있게 준비했다.

그리고

퍽.

퍼버벅.

테오는 달려오는 순서대로 해골들을 때려 기절시켰다. 처음 해골이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냥 기절시켰다.

'노예로 만들고 나중에 들으면 된다냥!'

애석하게도 테오의 눈에는 해골들이 전부 비슷하게 생겼기에 농사왕을 알아볼 수 없었다.

삐욧···

[엄지손가락 뼈가···]

삐욧이가 부서진 해골에서 엄지손가락을 찾아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렇게 삐욧이가 해골들의 손가락 뼈를 찾아 노예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우는 해골단의 뼈를 다 수습했을 때

"냥?!"

테오가 똥그래진 눈으로 갑자기 위쪽을 바라봤다. 기분이 너무 좋아 입꼬리는 올라가고 꼬리는 살랑거리고 있었다.

"테오 님, 왜 그러세요?"

"박 회장의 무릎이 아주 가까이 있다냥!"

유렌의 물음에 테오가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빨리 따라오라냥!"

테오가 서둘러 세준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고

삐욧!

[네!]

"테오 님, 같이 가요!"

삐욧이와 유렌이 그 뒤를 따라 달렸다.

***

[검은탑 44층에 도착했습니다.]

[최상층인 탑 99층에서 탑 44층으로 이동했습니다.]

[55층을 내려갔습니다.]

[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55 상승합니다.]

탑 44층 웨이포인트에 도착한 세준.

'테오 녀석, 근처에 있네.'

테오가 세준의 기운을 느꼈듯이 세준도 테오의 기운을 느꼈다.

기운이 점점 가까워지는 걸 보니 자신을 찾아오고 있는 것 같았다.

'30분쯤 걸리려나?'

세준이 테오가 도착할 시간을 계산하고 있을 때

"펭! 위대한 검은용을 뵙습니다!"

용아병 투구를 쓴, 탑 44층의 보스 황제펭귄 젬이 세준에게 인사했다.

"젬, 최근에 44층에 이상한 점 없어?"

세준이 젬의 인사를 받으며 물었다.

"펭? 이상한 점이요?···없는 건 같은데요."

젬이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그래? 토룡아!"

-네! 주인님!

젬의 대답에 세준이 토룡이를 불러 직접 멸망의 기운을 찾기로 했다. 방향은 일단 등 푸른 펭귄들이 사는 호수로 정했다.

오랜만에 여기까지 왔으니 민물 새우를 잡아 새우탕도 만들고 새우젓도 만들 생각이었다.

그렇게 호수로 가는 길.

"근데 얘네들 왜 안 나와?"

아공간 창고에서 흑토끼, 꾸엥이, 아작스, 펜릴이 나오지 않자 뭐 하는지 궁금해진 세준이 아공간 창고를 열었다.

그러자

뺘로롱.

꾸로롱.

아로롱.

바닥에서 서로 뭉쳐서 곤히 자는 흑토끼, 꾸엥이, 아작스가 보였다.

꾸엥이는 배불러서, 흑토끼와 아작스는 힘들어서 깊이 잠든 것 같았다.

'흐흐흐. 귀엽네.'

사진으로 남기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장면.

그때 창고 안쪽에서 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지는 뻔했다.

'안 보이는 놈이 범인이지.'

세준이 몰래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다가가자

끼히힛.낑!

'히힛. 이거 다 내 비밀 창고에 넣어야지!'

세준의 예상대로 군고구마 말랭이와 다른 간식들을 잔뜩 쌓아놓고 있는 펜릴이 보였다. 몇 개는 이미 먹은 건지 배가 빵빵했다.

그렇게 신나게 간식을 챙기던 펜릴.

"우리 까망이, 지금 뭐 하는 거지?"

···!

세준의 목소리가 들리자 얼음이 됐다.

그리고 끼기긱 태엽 달린 인형처럼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더니 서둘러 도망쳤다.

하지만 뚱땅뚱땅 걸음으로 도망쳐봤자 세준의 손바닥 안.

"흐흐흐. 잡았다. 이놈."

펜릴은 몇 걸음 가기도 전에 세준에게 목덜미를 잡혔다.

그리고

"까망이, 고새를 못 참고 사고를 쳐? 어?"

세준과 눈을 맞추고 잔소리를 듣는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잠시 후.

"이그. 이거 침 다 묻혔네."

펜릴을 다 혼낸 세준이 펜릴이 빼돌린 간식들을 치웠다.

낑···

[내 간식···]

자신의 간식이 사라지는 걸 차마 볼 수 없던 펜릴이 슬링백에 고개를 푹 박았다 까무룩 잠들었다.

뺙?

꾸엥?

"형 뭐해?"

그사이 일어난 흑토끼, 꾸엥이, 아작스가 세준을 도와 간식을 박스 하나에 담았다.

그렇게 간식 정리가 끝내고 다시 움직여 호수 농장에 도착하자

"세준 님이다!"

"세준 님이 오셨다!"

등 푸른 펭귄들이 세준을 반갑게 맞이했다.

***

"도착이다냥!"

유렌의 불행 때문에 4개 층을 오르는 동안 요르그문드 파편을 1번, 강도를 5번 만나며 시간을 뺏긴 테오가 탑 40층에 도착했다.

참고로 강도 5번에 우는 해골단은 미포함이었다.

"푸후훗. 이제 박 회장의 무릎이 멀지 않았다냥!"

테오가 서둘러 세준을 향해 달려가려 할 때

"헤헤헤···알았어···."

유렌이 약간 멍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하며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많이 봐왔던 장면.

"푸후훗. 박 회장에게 좋은 거 더 줄 수 있겠다냥!"

테오가 웃으며 그런 유렌의 뒤를 쫓아갔다.

"그래···우리 같이 용을 죽이는 거···."

그렇게 유렌의 뒤를 따르며 유렌이 검은 구슬을 줍기 직전

찰싹!

"유렌, 정신 차려라냥!"

테오가 유렌의 뺨을 때리며 검은 구슬을 잽싸게 집어 봇짐에 넣었다.

"어? 테오 님? 방금 무슨···?"

"구해줬으니까, 돈 내놓으라냥!"

"네!"

유렌 덕분에 돈도 벌고, 펜릴의 코어 조각도 얻은 오늘도 운이 넘치게 좋은 테오.

"푸후훗. 가자냥!"

빠르게 세준에게 달려갔다.

***

"얘들아, 이쪽으로 몰아!"

뺙!

꾸엥!

"응! 형!"

세준의 외침에 흑토끼, 꾸엥이, 아작스가 물을 강하게 치며 민물 새우를 세준이 든 그물 쪽으로 몰았다.

세준은 생각보다 느리게 오는 테오를 기다리며 민물 새우를 잡고 있었다.

그렇게 민물 새우를 잡고 있을 때

"···?!"

세준의 시야를 가리며 뭔가가 얼굴에 달라붙었다. 익숙한 촉감과 꼬순내 그리고 기운. 테오였다.

분명 조금 전까지 상당히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순식간에 이곳에 있었다.

"박 회장, 내가 왔다냥!"

"부부부붑."

세준이 대답 대신 냅다 배방구를 날렸다.

"푸후훕. 간지럽다냥~!"

테오가 몸을 배배 꼬며 웃음을 터트리는 사이 세준이 테오의 목덜미를 잡아 무릎에 붙였다.

그러자

찰싹.

세준의 무릎에 달라붙는 테오.

"테 부회장, 잘 다녀왔어?"

"푸후훗. 그렇다냥!"

테오가 대답하며 세준의 무릎에 열심히 얼굴을 비볐고 세준도 그런 테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박 회장, 앉아보라냥!"

그런 세준을 향해 테오가 가슴을 내밀고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뭔가 있네.'

대단한 게 있을 때만 짓는 테오 특유의 표정을 알아본 세준.

"알았어."

테오의 말대로 세준이 바닥에 앉자, 세준의 무릎 위에 선 테오가 자신의 봇짐을 뒤집어 흔들었다.

그러자 쏟아지는 돈주머니와 검은 구슬.

"어?! 이건?!"

돈도 돈이지만, 세준은 펜릴의 코어 조각을 보며 당황했다. 이걸 찾으러 왔는데···

"푸후훗. 박 회장, 배 쓰다듬어 달라냥!"

세준의 표정으로 자신이 대단한 걸 가져왔다고 확신한 테오가 거만한 표정으로 발라당 누워 분홍빛 배를 내밀었다.

조금 얄미웠지만, 자신의 수고를 덜어줬기에 세준은 순순히 테오의 배를 쓰다듬으며 코어 조각을 집어 확인했다.

"0.5%짜리네. 에일린, 이것도 정화 좀 해줘."

세준이 펜릴의 코어 조각을 에일린에게 맡겼다.

그렇게 테오의 배를 쓰다듬고 있을 때

뺙!

[삼촌, 나도!]

꾸엥!

[꾸엥이도 배 쓰담쓰담 받고 싶다요!]

"형! 나도 배 쓰다듬어 줘!"

어느새 세준의 곁으로 온 흑토끼, 꾸엥이, 아작스가 자신들도 배를 쓰다듬어 달라고 요구했다.

"흠."

세준이 고민했다. 자신의 손은 두 개. 넷을 동시에 쓰다듬어 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둘만 쓰다듬어 주면 나머지 둘이 서운해하겠지?

그러면···

"흐흐흐. 다 안아 버려야지. 이리 와."

세준이 넷을 모두 안아 버리자, 처음에는 투정을 부렸지만

"푸후훗."

뺙크크!

꾸헤헤헤.

"으히힛."

곧 넷은 세준의 품이 주는 포근함에 빠져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끼히힛.

세준이 맨 슬링백에서 자던 펜릴도 더 포근해지자 입꼬리가 올라갔다.

"흐흐흐."

그건 세준도 마찬가지.

그렇게 세준과 일행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

삐욧!

[세준 님, 안녕하세요!]

"세준 님, 안녕하세요."

삐욧이와 유렌이 테오의 노예를 이끌고 도착했다.

***

멸망의 외곽.

"근데 펜릴은 뭐 하는 거지?"

할파스가 검은탑을 바라보며 말했다. 펜릴이 검은탑에 들어간 지 오늘로 20일이 지났는데,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원래 혼자 다니는 편이라 연락이 잘 안되기는 했지만, 다른 멸망의 사도들에게서 요즘 이상한 얘기가 나오고 있었다.

펜릴의 코어 조각이 검은탑에 돌아다닌다고.

물론 작은 힘이 담긴 코어 조각이라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재수는 없지만, 그 실력은 진짜니까.

멸망의 사도 1좌 신을 사냥하는 늑대 펜릴이 죽는다는 건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근데 여기는 왜 진척이 없지?"

할파스가 끝부분만 붉게 물든 구슬 '지구'를 보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지구 주변에는 재앙만 보냈는데도 빠르게 붉게 변하는 구슬들 수백 개가 있었다.

하지만 유독 지구는 멸망에 잠식되는 속도가 아주 느렸다. 거의 멈춰있었다. 자신의 파편까지 보냈는데도.

"뭔가 있는 건가?"

그렇지 않고서는 저곳만 잘 버텨낼 리가 없었다.

"불쾌하군."

할파스는 자신의 파편을 보냈는데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할파스는 좀 더 강한 파편을 보내기로 했다. 그만큼 큰 페널티를 받겠지만, 감내할 수 있는 정도였다.

물론, 자신의 강림을 위해서는 많은 제물이 필요했기에 할파스는 지구로 재앙을 보낼 준비를 했다.

7개의 재앙 중 가장 적게 들고, 효과는 좋은 첫 번째 재앙 로커스트를.

그러나

"뭐지?"

할파스가 로커스트가 지구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익! 이게 왜 안 보내져?!"

그렇게 할파스가 로커스트를 지구에 보내려고 노력할 때

[멸망이 보낸 첫 번째 재앙 로커스트를 멸종시켰습니다.]

[지금까지 아무도 이루지 못한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위대한 업적의 보상으로 지구에 멸망의 첫 번째 재앙 로커스트가 침입할 수 없습니다.]

"로커스트가 멸종했다고?"

세준은 자신의 앞에 나타난 메시지를 읽고 있었다.

드디어 지구에 있던 로커스트가 전부 박멸됐다.

370화. 나는 너무 섭섭하도다···

370화. 나는 너무 섭섭하도다···

검은탑 관리자 구역.

"크히히히. 맛있다."

에일린이 멸망 탐지기로 멸망을 찾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먹고 있었다.

그때

우웅.

수정구가 진동했다.

"뭐지?"

에일린이 남은 방울토마토를 입에 전부 털어 넣고 수정구를 확인했다.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이 탑이 수호하는 차원에서 최초로 첫 번째 재앙 로커스트를 멸종시키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검은 거탑 성장 조건 중 하나인 위대한 업적 3개 달성하기 중 위대한 업적 3개가 채워졌습니다.]

[검은 거탑 성장 조건 중 하나를 달성했습니다.]

"크히히히. 역시 우리 세준이야!"

수정구에 나타난 알람을 확인한 에일린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검은 거탑 조건 8개 중 6개가 달성됐다.

세준과 함께 하는 이후로 모든 게 잘 풀리고 있었다.

"나도 우리 세준이에게 어울리는 훌륭하고 위대한 검은용이 될 거야!"

그래서 에일린은 더욱 분발하기로 했다.

그리고

-하쿤 오빠, 내가 용용마켓 구경 오라고 했는데, 왜 아직도 안 와? 설마 부모님이 가지 말라고 해서 못 오고 있는 건 아니지? 그렇다면 정말 실망이야. 부모님도 뜻대로 못 움직이는 나.약.한. 해츨링이라니···

에일린이 다른 해츨링들을 도발하며 용용마켓에 오라고 다시 한번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참고로 에일린은 아홉 용족의 해츨링 중 가장 어린 200살.

아마 에일린의 편지를 받은 해츨링들은 자신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부모님을 졸라 한 번은 용용마켓에 오게 될 거다.

***

[위대한 업적 보상으로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이 재배한 농작물은 멸망의 힘을 아주 미세한 양 흡수해 영양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추가로 나타나는 보상 메시지.

멸망의 힘을 흡수해서 영양분으로 만들 수 있다니. 미세한 양밖에 흡수할 수 없지만, 꽤 괜찮은 보상이었다.

"많이 심으면 되니까."

세준은 탑 99층에 돌아가면 펜릴의 코어 조각을 땅에 심어 멸망의 힘을 제거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흐흐흐. 내가 대단한 일을 했군."

대파로 멸망의 첫 번째 재앙 로커스트를 멸종시킨 세준이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달그락?

[세준 님?]

세준의 앞에 두개골만 놓인 농사왕이 자신의 얘기를 듣다가 혼잣말을 하는 세준을 불렀다.

유렌이 등에 멘 보따리에 다른 우는 해골단과 함께 담겨있던 농사왕.

농사왕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세준을 발견했고

달그락!

[세준 님, 저 농사왕입니다!]

자신이 농사왕임을 알렸다.

덕분에 세준에게 구출된 농사왕이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설명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레아 님의 지시로 날 만나러 오다가 얘네한테 돈이랑 포도씨유를 다 뺏겨서 빈털터리라고?"

달그락!

[얘네들이 아니라, 우는 해골단이다!]

달그락!

[그리고 뺏은 게 아니라, 위대한 혁명 자금으로 사용한 거다!]

달그락!달그락···

[그래! 골품제 타도라는 대의를 위해···]

세준의 말에 열심히 항의하는 코토와 다른 부하들.

하지만

"하악! 박 회장에게 말대꾸하지 말라냥!"

퍼버벅.

테오에게 머리를 맞고 간신히 회복시킨 두개골이 부서지며 우는 해골단이 조용해졌다.

"근데 그 몸으로 레아 님, 강림시킬 수 있어?"

달그락.달그락.

[아니요. 몸이 완전히 회복돼야 가능합니다.]

"그래? 그럼 기다려야겠네."

뼈를 세밀하게 조립해야 하기에 테오의 치유술도, 꾸엥이의 육체 마력 마사지도, 아작스의 리커버리도 소용이 없었다.

회복하는 데 5시간은 필요할 것 같았다.

"근데 돈이랑 포도씨유는 어디 있어? 테오가 가져온 거에는 없던데."

세준이 농사왕의 뼛조각이 조금씩 조립되는 걸 구경하며 농사왕이 가져왔다는 물건에 대해 물었다.

포도씨유가 거의 다 떨어졌기에 세준의 관심은 포도씨유에 집중돼 있었다.

달그락···

[그게···]

농사왕이 돈과 포도씨유를 다른 강도에게 털린 얘기를 했다.

그리고

"하악!하악! 감히 박 회장의 돈에 손댔다냥!"

농사왕의 말을 들은 테오가 분노했다.

액수는 100만 탑코인으로 적었지만, 액수는 중요하지 않았다. 세준의 돈에 손을 댔다는 게 중요했다.

"박 회장의 돈은 나 테 부회장만 빌려서 태울 수 있다냥! 근데 감히 그 돈을 강탈했다냥!!!"

테오는 절대!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어디서 뺏겼냥?!"

그래서 세준의 돈을 되찾기 위해 농사왕에게 뺏긴 위치를 물었다.

달그락.

[탑 38층 근처 상인통로에서요.]

농사왕이 자신이 강도를 만났었던 위치를 떠올리며 말했다.

탑 38층 근처 상인통로.

너무 애매한 설명이었지만, 테오에게는 노예 유인기 유렌이 있었다. 유렌의 달콤한 불행에 이끌려 강도들이 알아서 나타날 게 분명했다.

그리고 자신은 그런 강도들을 잡아 노예로 만들고 세준의 돈과 포도씨유를 찾으면 된다.

"박 회장, 가서 돈 받아오겠다냥!"

테오가 서둘러 떠날 준비를 했다. 탑 38층이면 넉넉잡아 2시간 안에 다녀올 수 있다.

"테 부회장, 포도씨유도 꼭 찾아줘."

"알겠다냥! 삐욧이, 유렌 가자냥!"

테오가 삐욧이와 유렌을 데리고 빠르게 이동했다.

3시간 후.

"푸후훗. 박 회장, 내가 돈이랑 포도씨유 찾아왔다냥!"

강도 10팀을 만나 시간이 지체된 테오가 강도 100명에게 노예 계약서 도장을 받고 복귀했다.

역시 노예 유인기의 성능은 탁월했다.

"잘 왔어. 우리 막 저녁 먹고 있었거든."

주변에는 세준과 펜릴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지만

뺙!

[맛있어!]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맛있다요!]

"으아악. 이거 진짜 매워! 근데 맛있어!"

흑토끼, 꾸엥이, 아작스와 등 푸른 펭귄 수백 마리가 세준이 민물새우를 넣고 만든 얼큰한 수제비를 맛있게 먹는 소리가 들렸다.

민물새우의 특수 효과 은신 때문.

"푸후훗. 나 테 부회장은 생선구이 먹고 싶다냥!"

테오가 서둘러 세준의 무릎에 앉았고

"그럴 줄 알고 이미 준비했지. 자."

"푸후훗. 박 회장의 정성이 들어간 생선구이다냥!"

세준이 열심히 구운 생선구이를 받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유렌은 새우탕 먹고, 삐욧이는 호두 먹을래?"

삐욧!삐욧!

[네! 먹을래요!]

세준이 아무거나 잘 먹는 유렌에게는 수제비를, 견과류를 좋아하는 삐욧이에게는 호두를 권했다.

"알았어. 잠깐만. 호두 깎기 까망이, 일하자."

세준이 펜릴에게 수련의 호두를 내밀자

낑!

'강해지는 거다!'

아드득.

펜릴이 냅다 호두를 물어서 깼다.

아드득.

아드득.

"자. 먹어."

세준이 호두 5알을 깨서 호두껍질 안의 호두를 발라내 삐욧이에게 주고

낑!

'야! 나도 먹을 거 줘야지!'

"알았어. 까망이는 이거 먹자."

세준의 앞에 앉아 자신의 밥그릇을 놓고 열심히 짖는 펜릴에게 생선살을 발라 밥그릇에 담아 줬다.

그리고

"야! 내꺼는 남겨야지!"

세준도 서둘러 바닥을 보이는 냄비에서 수제비를 국자로 그릇에 퍼담아 먹기 시작했다.

후루룩.

"크으. 시원하다."

얼큰하고 시원한 맛에 세준은 땀을 뻘뻘 흘리며 정신없이 수제비를 먹었다.

세준이 수제비를 다 먹자

[얼큰시원 민물새우 수제비를 섭취했습니다.]

[특수 효과 : 은신의 효과로 30분 동안 모습이 투명해집니다.]

은신이 발동하며 세준의 모습이 사라졌다.

잠시 후.

끼히힛.낑.낑.

'히힛. 배부르다. 이제 집사한테 배 쓰다듬어 달라고 해야지.'

생선살로 기분 좋게 배를 채운 펜릴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세준을 찾았다.

하지만

낑?!

'얘 어디 갔어?!'

뚱땅.뚱땅.

세준이 보이지 않자, 열심히 세준을 찾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낑!낑?!

'분명 냄새는 나는데! 야! 어디 있어?!'

펜릴이 코를 땅에 박고 열심히 세준의 냄새를 추적했다.

그리고

퍽.

은신한 꾸엥이의 엉덩이에 부딪히며 펜릴이 기절했다. 역시 세준이 인정한 개복치다웠다.

꾸엥?꾸엥!

[까망이, 여기서 뭐 한다요? 아빠, 까망이 여기서 잔다요!]

꾸엥이가 기절한 펜릴을 들어 세준에게 전달했고

"얘는 왜 여기서 자?"

세준이 펜릴을 슬링백에 넣었다. 누구도 펜릴이 기절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게 세준이 저녁을 먹고

"자. 새우 한 바가지 넣고 소금 한 움큼 집어서 뿌려주면 돼."

일행들과 항아리에 민물새우를 넣고 소금을 뿌리며 새우젓을 담그고 있을 때

-박세준이여. 나는 너무 섭섭하도다···

어느새 뼈 조립이 끝난 농사왕의 눈이 황금빛으로 변하며 레아가 세준에게 자신의 서운함을 어필했다.

"네? 제가 뭘 어쨌길래···?"

-자갈의 신 페블로스에게는 신전을 만들어 주고, 나는 안 만들어 주지 않았느냐?

"신전이요?"

레아의 말에 세준이 잠깐 생각에 빠졌다. 아···1평짜리 페블로스 로드를 말하는 건가?

페블로스를 위해 만든 건 그것뿐이니 맞을 거다.

근데···길을 신전이라고 말하는 걸 보면 저쪽에서 이쪽을 전혀 못 보는 것 같았다.

"저도 레아 님의 신전을 가장 먼저 만들어 드리고 싶었죠. 근데 아시겠지만, 신전을 만들려면 돈이 많이 들잖아요."

그래서 뻥을 좀 쳤다. 땅 일으키기 스킬만 사용하면 길 정도는 쉽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세준에게는 스킬을 사용하면 마력을 소모하고, 마력을 소모하면 배가 고파지고, 배를 채우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기적의 논리가 있었다.

-그럼! 신전을 건립하려면 당연히 돈이 많이 들겠지!

세준의 말에 맞장구치는 레아.

"네. 근데 페블로스 님이 재물을 투척하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페블로스 님의 신전부터 만든 거예요."

-그랬군. 박세준이여. 그럼 나는 신전 건립 비용으로 수확의 비약 5병을 주겠다.

"정말요?"

-그렇다! 그리고···크흠. 내 신전이 페블로스의 신전보다 크고 방문객도 더 많으면 좋겠구나.

아. 유동 인구도 중요하구나.

레아 덕분에 좋은 정보를 얻은 세준.

"당연하죠! 제가 페블로스 님의 신전보다 목 좋은 곳에 거대한 신전을 만들게요!"

수확의 비약 5병이면 가격으로 5000억 탑코인이니까···

버섯개미들이 잘 지나가는 길에 레아의 이름을 새긴 5평 크기의 돌을 깔고 레아 로드라고 부르면 되겠군.

세준이 대답하며 견적을 낸 후

"아. 근데···풍요의 황금 상자 같은 신기 또 없어요?"

레아에게 신기가 또 있는지 물었다.

-그건···지금은 힘들고 나중에 주마. 그럼 이만···

신 체면에 신성력이 없어서 못 만든다고 말할 수 없는 레아가 얼버무리며 서둘러 떠나려 할 때

"어?! 오늘은 수확의 비약 안 파세요?"

세준이 급히 레아를 불렀다. 돈도 많겠다, 비약을 왕창 살 생각이었다.

하지만

-···비약은 방금 5개가 다였느니라.

짠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레아. 비약을 만들려면 신성력도 필요하지만, 시간도 필요했다.

"아···그럼 이거 받으세요."

레아의 대답에 마음이 불편해진 세준이 5000억 탑코인을 꺼내 레아에게 건넸다.

-이걸 왜?

"신전 비용은 후불로 받을게요. 나중에 갚으세요."

-오! 고맙구나! 박세준이여. 그대는 아주 자상하구나! 이 은혜는 꼭 갚지!

레아는 자신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전부 세준 칭찬에 쓰고 돌아갔다.

그리고

[풍요의 신 레아의 극찬에 영혼이 충만해집니다.]

[정신력이 10 상승합니다.]

레아의 칭찬 덕분에 정신력이 상승했다.

"흐흐흐. 다음부터 잘해주고 칭찬도 받아내야겠어."

세준은 다음에 신들을 만나면 재물과 함께 칭찬도 받아내야겠다고 생각하며 수확의 비약을 아공간 창고에 넣고 나온 후

"얘들아, 집에 가자. 토룡아!"

토룡이를 불러 집에 돌아갈 준비를 했다.

***

위대한 황금용의 터전.

"이익! 고작 200살 짜리가 나 위대한 황금용 호쿠스 님한테 나약한 해츨링이라고?!"

푹신한 황금 요람에 누워 에일린의 편지를 읽던 호쿠스가 발끈했다.

"흥! 나 호쿠스 님이 얼마나 강한 해츨링인지 보여주겠어!"

호쿠스가 각오를 다지며 황금 요람에서 나왔다.

그리고

"흐아아앙! 엄마-! 나 검은탑에 갈래!"

빼액 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371화. 뱃뱃. 오늘도 보람찬 하루였어요.

371화. 뱃뱃. 오늘도 보람찬 하루였어요.

세준이 웨이포인트로 떠날 준비를 할 때

"박 회장, 우리 먼저 가겠다냥!"

테오가 봇짐을 들며 세준에게 말했다. 어느새 짐을 챙긴 삐욧이와 유렌도 테오의 뒤에 서 있었다.

"응? 또 어디 가?"

같이 가는 줄 알았던 세준이 물었다.

"푸후훗. 그렇다냥! 돈 벌러 간다냥! 나 테 부회장이···."

테오가 유렌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빚쟁이와 사기꾼을 잡기 위해서 같이 가 준다고 설명했다.

돈을 받기 위해서 테오가 필요한 유렌이 옆에서 자신의 블랙리스트를 보여주며 세준을 불쌍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와. 진짜 많이도 뜯겼다."

세준이 블랙리스트에 적힌 금액들을 확인하며 경악했다.

블랙리스트에 적힌 15명 중 가장 아래에 있는 이름 옆에 적힌 금액이 1조 탑코인이었다.

그리고 테오가 받은 돈을 5대5로 나눈다는 말을 하자···

"역시 테 부회장! 아주 훌륭해! 그래. 서로 돕고 사는 거지. 먼저 가."

세준이 빨리 떠나라고 테오를 재촉했다.

"푸후훗. 알겠다냥! 빨리 갔다 오겠다냥!"

"응. 잘 다녀와."

세준에게 칭찬을 받았다냥!

세준의 칭찬에 신난 테오가 마지막으로 자신의 얼굴을 세준의 무릎에 열심히 비비고 삐욧이, 유렌, 노예들을 데리고 떠났다.

해골들은 빼고. 그들은 따로 탑 4층으로 내려갈 예정이었다.

세준은 노예가 된 우는 해골단에게 농사왕의 지시를 받게 했고, 농사왕에게는 용아병 다섯을 줘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했다.

달그락.

[그럼 저희도 가보겠습니다.]

우는 해골단의 막내에서 권력의 최상위로 오른 농사왕이 뒤에 우는 해골단과 용아병 다섯을 이끌고 탑을 내려갔다.

그렇게 이동하던 농사왕.

'아···세준 님이었구나.'

용아병, 세준, 꾸엥이.

셋이 머릿속에서 연결되며 농사왕은 코토가 골품제 타도의 길을 걷게 한 잡골이 누군지 깨달았다.

***

10번째 탑 1층.

"좋아. 완성이다."

음성 메시지 구슬을 완성한 스텔라가 웃으며 말했다.

주변은 스텔라가 음성 메시지 구슬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찾는다고 땅을 여기저기 파는 바람에 중간중간 작은 동산들이 만들어져 있었다.

우웅.

스텔라가 구슬에 마력을 불어넣으며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했다.

그리고

"운송."

세준에게 음성 메시지 구슬을 보냈다.

-좀 부드럽게 얘기하지···

듣고 있던 10번째 탑의 관리자가 염려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스텔라의 음성 메시지 구슬을 받고 10번째 탑의 시련을 통과한 자가 기분이 상해 안 올까 봐 걱정이었다.

***

검은탑 99층.

토룡이를 타고 농장으로 가는 길.

"좀 있으면 깜깜해지겠네."

세준이 어둑해진 하늘을 보며 말했다.

잠시 후.

-주인님, 도착했습니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응. 토룡이도 잘자."

농장에 도착한 세준이 토룡이와 인사하고

뺘로롱.

꾸로롱.

아로롱.

끼로롱.

이미 잠든 넷을 품에 안고 침대에 내려놨다.

그리고 침대에 누운 세준.

꿀꺽.

[약쑥을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이 20 상승합니다.]

[수명이 3개월 늘어납니다.]

[쓴맛이 나는 약을 섭취했습니다.]

[재능 : 체력에 좋은 약이 쓰다가 발동합니다.]

[체력이 9 상승합니다.]

"역시 쓰네···."

약쑥을 먹고 잠들며 384일 차 하루를 마무리했다.

커어어.

그렇게 모두가 깊게 잠든 밤.

하늘이 완전히 검게 물들자

(뱃뱃!)

세준의 어깨에 달라붙어 은신하고 있던, 야행성 황금박쥐 뱃뱃이의 하루가 시작됐다.

(뱃뱃! 모두들 좋은 밤이에요!)

뱃뱃이가 자고 있는 일행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인사한 후

(뱃뱃. 배고프네요.)

파닥.파닥.

조용히 밖으로 나와 취사장으로 향했다.

취사장 테이블 위에는 뱃뱃이가 먹을 수 있게 세준이 준비해 둔 과일이 있었다.

영약급 방울토마토, 포도, 수박 등 세준이 키우는 모든 과일이 있었다.

쭙.쭙.

(뱃뱃! 너무 맛있어요!)

과즙으로 배를 채운 뱃뱃이.

비명을 지르는 파인애플밭으로 가서 파인애플을 자르고, 비명을 지르려는 파인애플을 날개로 꽉 잡아서 눌렀다.

(뱃뱃! 성공이에요!)

낮에 자느라 세준과 못 해본 걸 지금 혼자 하는 중이었다.

(뱃···저는 한 번이 한계네요. 역시 꾸엥이 형님은 힘이 엄청나요!)

그렇게 한 번 꾹 참은 비명을 지르는 파인애플을 만든 뱃뱃이.

동쪽의 인적 드문 동굴로 날아갔다.

뱃뱃이는 동굴이 익숙한 듯 아무렇지 않게 깊숙이 들어갔고, 거대한 공터 중앙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뱃뱃폭풍권!)

(일뱃섬!)

(뱃뱃후-!)

이미 익힌 형님들의 스킬로 몸을 풀며 밤 운동을 시작했다.

(뱃뱃박 드릴 스톰!)

테오, 꾸엥이의 합체기인 테꾸박 드릴 스톰에 자신의 이름을 넣어 연습하고

(일뱃지!)

(뱃뱃멸망권!)

(뱃보!)

테오와 꾸엥이의 신기술을 여러 번 사용해 자신의 몸에 맞게 변형하고 동굴 밖으로 나왔다.

해가 뜨고 있는지, 하늘이 조금 밝아져 있었다.

(슬슬 피곤하네요.)

뱃뱃이가 서둘러 농장으로 돌아와 목욕탕에서 몸을 씻은 후

(뱃뱃! 까망이가 좋아할 거예요!)

형으로서 막내 간식을 챙겨주고 싶은 뱃뱃이가 펜릴의 비밀 창고에 방울토마토를 넣어줬다.

어제 펜릴이 본 당근과 방울토마토 중 방울토마토는 흑토끼가 아니라 뱃뱃이가 넣은 거였다.

비밀창고라고 하기에는 아는 존재가 너무 많았다.

(뱃뱃. 오늘도 보람찬 하루였어요. 이제 자야겠어요.)

뱃뱃이가 세준의 허벅지에 달라붙어 은신 상태로 잠들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

"읏차!"

눈을 뜨며 상체를 일으킨 세준.

[자는 동안 가진 생명력의 10%를 저장했습니다.]

[생명의 구슬이 0.75% 완성됐습니다.]

[24시간 동안 마력이 0.1 축적됐습니다.

[마력이 0.1 상승합니다.]

"흐흐흐."

메시지를 보며 헤벌쭉 웃으며 벽에 날짜 표시를 하고 농장을 거닐었다.

그때

"응? 이게 왜 여기 있지?"

세준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한 번 꾹 참은 비명을 지르는 파인애플을 주우며 말했다.

"모르고 빼먹었나?"

세준이 파인애플을 아공간 창고에 넣고 다시 걷다

"좋아. 여기가 좋겠다. 땅 일으키기."

세준이 버섯개미들이 잘 지나가는 길 5평에 돌을 깔고

[레아 로드]

-수확의 비약으로 우리의 주머니를 풍요롭게 만들 풍요의 신 레아. 그녀는 좋은 신이었다.

돌에 후원자의 업적을 새겨 레아 로드를 만들었다.

아직 후불이라 수확의 비약을 안 받았기에 업적을 '만든'이 아닌 '만들'로 미래형으로 적었다.

그렇게 레아 로드를 만든 세준.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 취사장으로 향했고

"잘 먹었네."

세준이 테이블 위의 과즙이 빨린 과일들을 확인한 후 아침을 준비했다.

그사이

뺙.

꾸엥.

"응. 좋은 아침."

잠에서 깬 흑토끼, 꾸엥이, 아작스가 서로 아침 인사를 했고

끼히힛.낑?!

'히힛. 내 비밀창고 잘 있나?!'

펜릴은 침대에서 눈 뜨자마자 설레는 마음으로 자신의 비밀창고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낑?

'또 누구지?'

비밀창고를 확인한 펜릴은 방울토마토가 가득한 자신의 비밀창고를 보며 용의자 색출에 들어갔다.

하지만···자신과 눈을 마주치고도 엄지를 들지 않는 걸 보면 이번엔 검은 토끼 짓이 아닌 것 같았다.

낑.

'여긴 이제 안전하지 않아.'

펜릴이 비밀창고 2호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잠시 후

"아작스, 잘 다녀와."

"응! 형!"

꾸엥!

[꾸엥이 약초 캐고 온다요!]

뺙!

[삼촌, 나도 다녀올게요!]

아침 식사가 끝나자, 아작스는 하얀탑으로, 꾸엥에는 약초가 있는 서쪽 숲으로, 흑토끼는 우마왕이 있는 웨이포인트로 떠났다.

그리고

끼히힛.낑!

'히힛. 비밀창고 2호는 진짜 안 들킬 거야!'

세준은 창조신의 비석 오른편을 열심히 파는 펜릴을 놔두고 농장에서 가장 넓은 옥수수밭으로 이동했다.

참고로 펜릴의 비밀창고 1호는 창조신의 비석 왼편에 있었다.

"에일린, 0.5%짜리 펜릴의 코어 조각 좀 줄래?"

밭에 도착한 세준이 어제 가져온 펜릴의 코어 조각을 달라고 했다.

로커스트를 처치하고 위대한 업적 보상으로 받은 농작물이 멸망의 힘을 진짜 흡수하는지 시험해 볼 생각이었다.

[탑의 관리자가 알겠다고 말합니다.]

에일린의 대답과 함께 세준의 손바닥 위에 나타나자, 세준이 그걸 땅에 얕게 묻었다.

그렇게 코어 조각을 묻고

똑.

똑.

세준이 짙은 어둠의 체리를 심은 곳으로 이동해 새싹에 수확의 비약을 한 방울씩 떨어트렸다.

뿌드득.

뿌드득.

빠르게 자라나는 체리. 까지 사용했으니 수확량이 기대됐다.

세준은 이어서 빛바라기 새싹이 자라는 곳으로 가서

"풍성해져라!"

쑥즙 포션을 마시며 심어진 빛바라기 새싹들에 전부 권능을 사용한 후

똑.

똑.

새싹 두 개에 수확의 비약을 한 방울씩 떨어트렸다.

그리고

"풍성해져라!'

마지막 남은 수확의 비약 1방울은 지력의 강낭콩에 권능을 사용한 후 떨어트렸다. 갈색용 고객님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렇게 수확의 비약을 다 사용하고 다시 옥수수밭으로 가서 펜릴의 코어 조각을 꺼내보자

[0.4999···9%]

9가 몇 개냐···? 대충 셌는데도 20개가 넘었다. 진짜 미세하게 멸망의 기운이 흡수돼 있었다.

"되긴 되는데···"

효과가 너무 미약했다.

"그래도 효과는 확인했으니까."

세준은 일단 펜릴의 코어 조각을 땅에 묻어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물론 코어 조각만 보면 흥분하는 펜릴을 생각해서 펜릴이 꺼낼 수 없게 주변을 두꺼운 돌로 두르고 땅속 깊이 묻었다.

그때

낑!

'여기서 내 코어가 느껴졌어!'

뚱땅.뚱땅.

펜릴이 뒤늦게 코어 조각을 느끼고 달려왔다.

하지만

낑?

'어디지?'

농작물들이 펜릴의 코어 조각에 있는 멸망의 힘을 흡수하며 코어 조각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낼 수가 없게 됐다.

낑!

'내가 찾아낼 거야!'

물론 그렇다고 포기할 펜릴이 아니었다.

하지만

"까망이, 밭에서 노는 건 안 된다고 했지!"

밭을 파헤치다 세준에게 목덜미를 잡혀 강제로 슬링백에 격리됐다.

낑!

'언젠가 찾아낼 거야!'

슬링백에 머리만 내민 펜릴이 끝까지 옥수수밭을 쳐다보다

끼로롱.

까무룩 잠들었다. 얘 품은 너무 편안해···

그렇게 세준이 펜릴을 데리고 수확의 비약을 흡수하며 빠르게 자라나는 농작물들을 살펴보고 있을 때

[10번재 탑의 도우미 위대한 은빛용 스텔라 히스론이 음성 메시지 구슬을 보냈습니다.]

[음성 메시지 구슬을 받기 위해서는 100만 탑코인이 필요합니다.]

[음성 메시지 구슬을 받으시겠습니까?]

메시지가 나타났다.

"응. 받을게."

받아서 크리셀라에게 전달만 하면 1만 배의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 안 받을 이유가 없었다.

[100만 탑코인을 지불합니다.]

[음성 메시지 구슬을 획득했습니다.]

"에일린, 이거 크리셀라 님 오면 전달해 줘."

세준은 받은 구슬을 바로 에일린에게 전달했다.

[탑의 관리자가 안 들어봐도 되냐고 묻습니다.]

"응. 안 들을래."

분명 왜 10번째 탑에 빨리 안 오냐고 화낼 게 분명했다. 덕분에 스텔라의 악에 바친 분노의 음성을 듣지 않을 수 있었다.

아주 현명한 선택을 한 세준이었다.

***

탑의 대지 지하.

[어?! 이게 되네?]

불꽃이가 자신의 뿌리로 흡수되는 붉은 안개를 보며 신기해했다.

세준이 위대한 업적을 달성하며 얻은 효과를 보는 것.

불꽃이도 세준이 키운 농작물이었기 때문에 아주 미세한 양의 멸망의 힘을 흡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불꽃이가 흡수하는 '아주 미세한 양'은 스케일이 달랐다.

[좋아! 이제 다른 곳도 갈 수 있겠어!]

불꽃이가 붉은 안개 때문에 갈 수 없었던 지역으로 뿌리를 뻗기 시작했다.

372화. 바로 심을 줄 몰랐지.

372화. 바로 심을 줄 몰랐지.

하얀탑 관리자 구역.

"자. 마셔!"

"가하하하! 그래! 마시자고!"

웃는 얼굴로 켈리온이 그레이브의 빈 잔에 삼양주를 따라줬다.

하지만 켈리온의 웃는 표정과 다르게 속은 썩어가고 있었다.

당연했다. 자신의 피 같은 삼양주를 벌써 3일째 그레이브와 나눠 마시고 있었으니까.

세준이 죽은 땅을 살릴 농작물을 수확하길 기다리며 그레이브를 하얀탑으로 데려와 술을 먹이고 있었는데···

어느새 주변에 뒹구는 빈 삼양주병만 2000병이 넘어갔다.

'작작 좀 마셔! 안주도 먹으라고!'

켈리온이 삼양주를 입술에 살짝 축이며 그레이브에게 살기 어린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이 눈치 없는 녀석은 안주도 안 먹고, 깡삼양주를 들이키고 있었다.

삼양주를 천천히 먹게 하기 위해 하얀탑 애들이 즐겨 먹는 구운 개구리 뒷다리 안주까지 꺼냈는데···

그레이브는 개구리 뒷다리를 한 번 뜯어 먹은 후 인상을 찡그리더니, 삼양주만 마시고 있었다.

물론 자신도 안 먹는 안주기는 했다.

그러나 자신은 세준의 안주로 입맛이 높아졌기 때문. 예전에는 술안주로 곧잘 먹었었다.

'근데 세준이 안주도 안 먹어본 놈이···'

켈리온은 세준의 안주도 못 먹어본 주제에 입맛이 까다로운 그레이브가 괘씸했다.

그렇게 그레이브를 탐탁지 않은 눈빛으로 보고 있을 때

"켈리온, 한 잔 따라줘."

그레이브가 삼양주를 원샷하고는 빈 잔을 내밀었다. 주인도 혀만 축였거늘! 원샷을 해?! 정말 눈치 없는 놈이었다.

'켈리온, 힘내자! 용용마켓 VIP가 멀지 않았어!'

켈리온이 자신도 모르게 불끈 쥐어지는 주먹을 풀며 자신의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으하하하. 그래. 많이 마셔!"

접대 미소를 장착하고 그레이브의 잔에 삼양주를 따라줬다.

'세준이한테 한 번 더 물어봐야지.'

동시에 하얀용 조각상을 움직여 세준을 찾아갔다.

***

검은탑 99층.

[어둠의 짙은 체리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8의 숙련도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경험치 70을 획득했습니다.]

···

..

.

세준이 수확의 비약을 사용해 빠르게 성장한 체리 나무 2그루에서 체리를 수확했다.

잠시 후.

"흐흐흐. 끝났다."

세준이 바구니 가득 담긴 체리들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봤다.

를 사용한 덕분에 수확량이 2배로 늘어나 거의 4000개의 체리를 수확했다.

그리고

[많은 수확량에 흐뭇함을 느낀 영혼이 충만해집니다.]

[정신력이 2 상승합니다.]

정신력이 상승했다. 물질적 풍요가 정신을 살찌웠다.

"에일린, 체리 받아."

세준이 에일린이 먹을 체리를 보낸 후

"하나 먹어볼까?"

체리 하나를 입에 넣었다.

그러자

[짙은 어둠의 체리를 섭취했습니다.]

[아주 미세한 양의 어둠의 힘이 몸 안에 저장됩니다.]

[파괴력이 아주 미세하게 증가합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좋아. 강해졌군."

'아주 미세하게' 강해진 세준이 자신의 오른팔을 붕붕 돌리며 말했다.

그리고

끼로롱.

"흐흐흐. 슈퍼 개복치 까망이여. 이제 이걸로 너와 나의 격차는 더 커졌구나."

슬랭백 안에서 곤히 자는 펜릴을 내려다보며 괜히 우쭐거렸다. 자신보다 약한 펜릴이 있어 너무 행복한 세준이었다.

세준은 체리를 몇 개 더 먹고

"이제 빛바라기 수확하러 고고!"

흐드러지게 피어난 빛바라기꽃 앞으로 가 빛바라기 씨앗을 수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서 지력의 강낭콩까지 수확한 후

"카이저 님, 여기 짙은 어둠의 체리 3500개요."

세준이 카이저를 찾아가 남은 체리를 전부 넘겼다.

-크하하하. 고맙구나! 이거 받거라!

카이저가 세준에게 35억 탑코인을 건넸다. 체리 하나당 10만 탑코인이었다.

그렇게 카이저에게 체리를 전달하고

"켈리온 님은 어디 가서 찾지?"

세준이 켈리온을 찾으려 할 때

-세준아···

방울토마토밭에 몸을 숨기고 있던 켈리온이 조용한 목소리로 지나가는 세준을 불렀다.

"아. 켈리온 님, 그렇지 않아도 찾고 있었어요."

-그래? 설마 드디어 죽은 땅을 살릴 농작물이 준비된 것이냐?

"네. 여기요."

세준이 지력의 강낭콩을 건네자

-오! 드디어···

켈리온이 지력의 강낭콩을 보며 흥분하더니 서둘러 강낭콩을 삼켜 본체로 보냈다.

그리고

-으하하하. 세준아 고맙구나! 에일린!

에일린을 부르며 사라졌다. 에일린에게 계약서를 받아 그레이브와 바로 계약을 할 생각이었다.

"···빛바라기 씨앗은 조금 있다 드려야겠네."

아마 조금 있으면 누적 구매액을 늘리기 위해 서둘러 오실 게 뻔했다.

세준은 빛바라기 씨앗을 주머니에 넣고

냠.

[에일린의 더 건강한 주먹 고기 조각을 섭취했습니다.]

[음식을 모두 먹어야 효과를 발휘합니다.]

[75조각 남았습니다.]

에일린이 만들어 준 주먹 고기 3조각으로 간단히 점심을 때웠다.

후루룩.

"크으. 좋다."

점심을 먹은 세준이 커피를 마시며 쉬고 있을 때

"켈리온 할아버지, 용용마켓 VIP가 된 걸 축하드려요."

켈리온이 그레이브의 사인을 받은 계약서를 에일린에게 건네고 용용마켓 VIP가 됐다.

-으하하하. 고맙구나.

에일린의 축하에 기뻐하는 켈리온.

하지만

-뭐?! 내가 네 번째가 아니라 다섯 번째 VIP라고?

켈리온은 충격적인 소식을 들어야 했다.

"네. 네 번째 VIP는 브라키오 할머니에요."

-설마···브라키오가 아르테미스를 데려온 것이냐?

"아니요. 브라키오 할머니의 용용마켓 누적 구매액이 1조 탑코인을 넘어서 VIP가 되셨죠."

-뭐?! 누적 구매액 1조 탑코인이면 용용마켓 VIP가 될 수 있다고?

"네. 못 들으셨어요? 이제 누적 구매액이 1조 탑코인을 넘으면 용용마켓 VIP가 될 수 있어요."

"그럴 수가···"

숨어 다니던 켈리온은 용용마켓 규정이 바뀐 걸 이제야 알았다.

용용마켓 한 달 누적 구매액이 3000억 탑코인이 이상이면 용용마켓 VIP 기간이 자동으로 30일 연장된다는 것도.

그리고

"내 삼양주···"

지금 가장 억울한 건 그레이브를 붙잡아 두기 위해 마신 2100병의 삼양주였다. 그사이 삼양주를 100병이나 더 마신 그레이브였다.

***

검은탑 50층.

테오와 삐욧이가 유렌을 따라 블랙리스트 가장 아래에 있는 빚쟁이를 잡기 위해 거대한 성 앞에 도착했다.

"테오 님, 여깁니다."

"푸후훗. 여기가 그롤이라는 녀석이 있는 곳이냥?"

테오가 히죽 웃으며 성문을 바라봤다.

"네. 그롤은 저한테 1조 탑코인 빌려간 녀석으로 처음에는 빚이 100만 탑코인이었는데···"

유렌이 자신이 어떻게 그롤에게 1조 탑코인을 빌려주게 됐는지 설명했다.

"이상하게 그롤이 어깨 동무를 하고 '돈 있냐?'라고 물어볼 때마다 돈을 빌려주게 되더라고요."

"냥?"

삐욧?

누가 들어도 삥 뜯긴 건데, 유렌은 정말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헤헤. 그래서 요즘은 그롤을 만날 때는 돈을 안 가지고 가요."

해맑은 표정으로 그롤을 상대하는 자신의 노하우를 자랑스럽게 말하는 유렌.

너무 탐스러운 호구다냥!

유렌의 호구력에 다시 한번 흔들리는 테오. 안 된다냥! 이러면 박 회장이 싫어한다냥!

"빨리 안내나 하라냥!"

자신의 마음을 다잡으며 유렌을 재촉했다.

"네! 가시죠!"

유렌이 앞으로 나서며 성문을 똑똑 두드렸다.

그러자

"아니. 이게 누구야?! 내 돈 많은 친구아냐?!"

육중한 걸음 소리와 함께 거대한 문이 가볍게 열리며 키 10m의 근육질 하마 그롤이 유렌을 맞이했다.

그리고

"우리 돈 많은 친구, 돈 좀 있어? 없으면 내가 좀 서운할 거 같은데···"

그롤이 손가락 하나를 유렌의 어깨에 올리려 했다. 어깨동무가 아니라 손가락동무였다.

그때

"푸후훗. 멈춰라냥!"

테오가 그롤의 손가락을 앞발로 막으며 소리쳤다.

"흥! 이것···"

그롤이 코웃음을 치며 가볍게 테오의 앞발을 뿌리치려 했지만.

"윽! 무슨 힘이···"

그롤의 손가락은 요지부동이었다.

"푸후훗. 그롤, 돈 있냥?"

"···없는데."

"푸후훗. 잘 생각하고 대답하라냥! 뒤져서 나오면 1탑코인당 1대다냥!"

테오가 그런 그롤에게 삥을 뜯기 시작했다.

"진짜 없다니까! 뒤져 보던가!"

아직 분위기 파악을 못 한 그롤은 대놓고 거짓말을 하며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푸후훗. 거짓말하지 말라냥!"

테오는 보통 냥아치가 아니었다. 순식간에 그롤의 품에 있던 돈주머니를 꺼내 안에 든 액수까지 확인했다.

"푸후훗. 100억 탑코인이니까 100억 대다냥! 백억냥타!"

찰싹!찰싹!

"뭐?! 으헉···"

테오가 급조해서 만든 신기술 싸대기 100억번을 후리는 백억냥타에 맞은 그롤이 기절했다.

"1억 대 밖에 못 때렸다냥! 아쉽다냥!"

100억 대를 다 때리기 전에 그롤이 기절해서 백억냥타를 완성하지 못한 테오가 아쉬워했다.

쁘흐흣.

꾹.

그사이 삐욧이가 기절한 그롤의 손가락을 노예 계약서에 찍었다.

그리고

"저···테오 님, 저도 때리고···"

기절한 그롤을 보며 용기가 생긴 유렌이 테오에게 그롤을 100대 때릴 수 있는 권리를 100억 탑코인을 주고 샀다.

"이 나쁜 놈! 내가 왜 네 친구야?! 어?! 내가 얼마나 주기 싫었는데!!!"

퍽!퍽!

분명 빌려준 거라고 하더니, 유렌이 열심히 그롤을 때리는 사이

"푸후훗. 찾았다냥!"

테오는 그롤의 비밀 창고를 찾아 유렌과 1조 탑코인을 5대5로 나눴다.

"푸후훗. 가장 가까운 빚쟁이에게 안내하라냥!"

"우헤헤. 네!"

그롤을 때리며 속이 좀 후련해진 유렌. 테오와 함께면 어떤 상대든지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솟았다.

그래서 테오를 블랙리스트의 5번째 줄에 있는 이구엔에게 안내했다.

이구엔이라고 적혀 이름 옆에는 4조 3000억 탑코인이라는 금액이 적혀 있었다.

***

후루룩.

-세준아!

역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세준이 용용마켓 VIP가 되자마자 자신을 찾아오는 켈리온을 보며 찻잔을 내려놨다.

아마 VIP기간 연장과 가장 먼저 VVIP가 되기 위해서일 거다.

세준은 준비해 둔 빛바라기 씨앗 4000개 외에 이외에 삼양주, 초월의 검은콩 등을 팔아 3000억 탑코인을 받았다.

그리고

-이것들아! 나 여기 있다! 이제 나도 VIP다!

이제 숨을 필요가 없는 켈리온이 한 맺힌 목소리로 외치며 다른 용조각상들이 있는 분수대로 날아갔다.

그렇게 켈리온과 거래를 끝내고 오후 농사를 시작하려 할 때

[갈색탑의 탑농부 오릭이 지력의 강낭콩을 허락 없이 심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

[탑의 율법에 따라 검은 탑의 탑농부 박세준이 앞으로 100년간 갈색탑의 탑농부 오릭을 거느립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아."

그러고 보니 켈리온에게 지력의 강낭콩을 건넬 때 심어도 된다는 허락을 안 했다. 절대 일부러 노예를 만들려고 한 건 아니었다.

'확인만 하라고 준 건데, 바로 심을 줄 몰랐지.'

덕분에 갈색탑 탑농부 오릭은 세준의 5번째 노예가 됐다.

[직업 특성에 따라 갈색탑 탑농부 오릭의 스탯 0.2%를 빌려옵니다.]

[힘 10, 체력 7, 민첩 17, 마력 16가 증가합니다.]

이어서 스탯이 올랐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아이고.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갈색탑의 탑농부 오릭에게 미안해 하는 세준.

하지만

"흐흐흐."

입에서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역시 냥아치 테 부회장을 거느리는 박 회장다웠다.

그때

[탑농부 5명을 거느리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세준을 더 크게 웃게 해줄 메시지가 나타났다.

373화. 나 이제 무적인가?

373화. 나 이제 무적인가?

갈색탑 63층.

대부분의 땅이 검붉은색으로 썩어있는 대지 위.

"휴우. 이게 효과가 있나?"

붉은 피부를 가진 레드 고블린 하나가 갈색의 콩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설명에도 죽은 땅을 살릴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진짜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위대한 갈색용 그레이브 님이 명하신 일이니까."

갈색탑 탑농부 오릭이 의심을 지우고 콩을 썩은 땅에 심었다.

그리고

[지력의 강낭콩을 심었습니다.]

[독점 재배권을 가진 검은탑의 탑농부 박세준의 농작물을 허락 없이 무단으로 심었습니다.]

[탑의 율법에 따라 갈색탑의 탑농부 오릭은 앞으로 100년간 검은 탑의 탑농부 박세준의 노예가 됩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서···설마 나 팔린 건가?"

오릭이 메시지를 보며 그레이브가 자신을 노예로 팔았다고 생각했다. 그레이브가 심으라고 했으니, 합리적 의심이었다.

"그레이브 님이 날 팔다니···."

오릭이 그레이브가 자신을 팔았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있을 때.

꼼지락.꼼지락.

지력의 강낭콩은 썩은 땅에서도 죽지 않고 빠르게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

[위대한 농부 업적에 대한 보상으로 거느린 탑농부들의 스탯을 빌려오는 직업 특성이 강화됩니다.]

[직업 특성에 따라 하얀탑 탑농부 아작스의 스탯 0.3%를 빌려옵니다.]

···

..

.

0.2%에서 0.3%로 0.1%의 상승.

큰 숫자는 아니지만, 크고 작은 건 상대적이었다.

그리고

"와. 나 이제 무적인가?"

개복치 세준이 무모한 헛소리를 하게 만들 정도로 엄청나게 큰 숫자였다.

그렇게 자신감이 넘쳤지만, 세준은 갈색탑 탑농부 오릭을 소환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안전이 우선인 세준에게 혼자 뭔가를 하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흐흐흐. 총 스탯이 거의 1000이나 올랐네."

세준이 스탯창을 확인하며 흐뭇한 웃음을 지은 후

"까망이, 너 이제 클 났다. 이제 나 절대 못 이김. 흐흐흐."

괜히 슬링백에서 잘 자고 있는 펜릴의 배를 살살 긁으며 말했다.

낑···낑···낑···

'시끄러워···나 잘 거야···배는 더 쓰다듬···.'

세준의 목소리에 잠을 방해받은 펜릴이 찡찡거리다, 세준의 손길에 다시 잠들었다.

그때

[자신의 큰 성장에 흐뭇함을 느낀 영혼이 충만해집니다.]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세준의 앞에 나타나는 메시지.

"에?"

왜 1밖에 안 올라? 나 지금 엄청나게 흐뭇하다고!

세준이 메시지를 향해 자신이 얼마나 흐뭇한지 열심히 설명했지만, 메시지는 변하지 않았다.

"쳇. 단호박 같은 녀석. 내 마음도 모르면서···."

세준이 투덜거리며 단호박밭으로 가서

"후훗. 단호박 녀석, 네가 그래 봤자 단호박이지!"

독을 배출하는 단호박을 수확하며 화풀이를 했다. 뒤끝 있는 세준.

"끝났다."

그렇게 열심히 화풀이하며 단호박 수확을 끝냈을 때

위잉.

[세준 님, 안녕하세요.]

부비부비.

독꿀벌 대여왕의 로얄젤리 만들기 실습을 마친 독꿀벌 여왕이 세준의 어깨에 앉아 자신의 몸을 세준의 볼에 비볐다.

"응. 안녕. 실습은 잘 끝냈어?"

위잉!위잉!

[네! 제가 엄청난 걸 만들었어요!]

세준의 물음에 기다렸다는 듯 큰 원을 몇 바퀴나 그리며 대답하는 독꿀벌 여왕.

'불안한데···.'

세준은 그런 독꿀벌 여왕을 보면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강한 부정은 긍정인 것처럼, 독꿀벌 여왕의 강한 자신감은 맛없음이었다.

그런 세준의 마음을 모르는지

위잉.위잉.

[이번에는 세준 님이 진짜 좋아하실 거예요. 왜냐하면 드디어 저만의 특제 레시피를 개발했거든요.]

더욱 강한 자신감을 뿜뿜 뿜어내는 독꿀벌 여왕. 거기다 특제 레시피란다···아주 불안했다.

위잉.

[대여왕님도 좋아하셨어요.]

다행히 이번에는 믿을 만한 근거가 있는 자신감이었다.

"그래? 한 번 줘봐."

독꿀벌 대여왕도 좋아했다는 말에 세준이 얼른 손바닥을 내밀었다.

독꿀벌 대여왕이 만든 로얄젤리는 다 맛있었으니까, 이것도 괜찮을 거다.

위잉!위잉!

[네! 여기요!]

세준의 말에 독꿀벌 여왕이 자신의 솜털에 숨겨뒀던 황금빛 로얄젤리 1개를 꺼내 세준의 손바닥 위에 올려놨다.

[달달한 황금 로얄젤리]

일단 빛깔과 이름은 합격이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옵션 확인은 필수였다.

강자들이 우글거리는 이 검은탑 99층에서 개복치급으로 약한 세준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

그중 하나는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세준의 조심성에 있었다.

물론 세준이 살아남은 가장 큰 비결은 먹을거리로 강자들을 꼬신 거였지만.

"어디 볼까?"

세준이 로얄젤리의 옵션을 확인했다.

[달달한 황금 로얄젤리]

독꿀벌 대여왕이 전수한 로얄젤리 제조법을 독꿀벌 대여왕이 개량해 자신만의 특제 레시피로 만든 로얄젤리입니다.

꿀로 만들어 달콤합니다.

섭취 시 모든 스탯이 20 상승합니다.

섭취 시 1시간 동안 몸에서 달달한 맛과 냄새가 납니다.

제조자 : 독꿀벌 여왕

유통기한 : 100년

등급 : A+

다행히 옵션도 좋고 맛도 좋았다.

1시간 동안 몸에서 달달한 맛과 냄새가 나긴 했지만, 예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목숨에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내가 얘 이름을 안 지어줬었네. 그동안 같이한 기간이 얼만데···

세준이 제조자에 달랑 독꿀벌 여왕이라고 쓰여있는 걸 보며 뜨끔했다.

그리고

'이름을 뭐로 하지···.'

서둘러 독꿀벌 여왕의 이름을 생각했다.

위잉거리면서 나니까 잉잉이.

독꿀벌이니까 독에 bee를 붙여 독비.

첫 번째 독꿀벌이니까 일벌.

···

..

.

하나같이 별로인 이름들만 생각해 내는 세준.

그리고 고심 끝에 독꿀벌 여왕의 이름을 정했다.

"좋아. 앞으로 네 이름은 달콤이야."

꿀은 달콤하니까 달콤이로.

위잉?!위잉?

[설마?! 세준 님이제 이름을 지어주신 건가요?]

"응. 혹시 이름 있어···?"

이름이 있는데 지금까지 내가 안 물어봐서 얘기 안 한 건가? 그건 그거대로 더 뜨끔했다.

세준이 당황할 때

위잉!위잉!위잉!

[아니요! 저 이름 없어요! 저한테 이름이 생기다니 너무 기뻐요!]

다행히 독꿀벌 여왕, 아니 달콤이는 세준이 지어준 이름을 마음에 들어 하며 세준의 얼굴에 자신의 몸을 비볐다.

그렇게 세준 작명소의 피해자가 하나 더 늘어났고

"후훗. 역시 내가 이름 하나는 잘 짓는다니까."

덕분에 더욱 자신감을 얻은 세준은 세준 작명소의 다음 오픈할 날을 기다렸다.

위잉.

[세준 님, 그럼 달콤이는 자러 갈게요.]

아침부터 로얄젤리를 만드느라 피곤했던 달콤이가 벌집으로 들어가자

냠.

세준이 달콤이가 준 로얄젤리를 입에 넣었다.

"흐흐흐. 맛있네."

꽃의 향긋함과 꿀의 달달함이 세준의 입 안에서 노닐며 긴 여운을 줬다.

로얄젤리가 녹아 사라지자

[달콤이의 달달한 황금 로얄젤리를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이 20 상승합니다.]

[1시간 동안 몸에서 달달한 맛과 냄새가 납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이름을 지어준 덕분인지 로얄젤리의 이름이 변해있었다.

"근데 진짜 몸에서 단내가 나는 건가? 잘 모르겠는데."

세준이 코로 자신의 몸 냄새를 맡아보며 말했다.

그때 슬링백에서 자던 펜릴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리고

낑!낑!

'단내가 난다! 진한 단내가 나!'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쫓아 세준의 몸을 타고 올라가

핥.핥.핥.

세준의 목을 열심히 핥기 시작했다.

"흐헤헿···핥지 마!"

세준이 간지러움에 서둘러 펜릴을 떼어냈다.

그러자

핥-짝.핥-짝.

고개를 돌려 짧은 혀로 자신의 목덜미를 잡은 세준의 손을 노리는 펜릴. 아주 집요했다.

"야.그러다 목 부러지겠다."

세준은 펜릴이 다칠까 봐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손을 상납했다.

끼히힛.낑!낑!

'히힛. 달아! 맛있어!'

세준의 손에서 나는 단맛에 신난 펜릴.

"그래도 다른 애들이 없어서 다행이야. 다른 애들이 있을 때 그랬으면···역시 난 운이 좋아."

세준이 그런 펜릴을 보며 생각할 때

[안 좋은 현실을 정신 승리로 이겨냈습니다.]

[영혼이 충만해집니다.]

[정신력이 3 상승합니다.]

정신력이 올랐다.

"이게 진짜···."

아까부터 마음에 안 드는 시스템이었다.

잠시 후.

[1시간이 지나 몸에서 달달한 맛과 냄새가 사라집니다.]

달콤이의 달달한 황금 로얄젤리 효과가 사라지자

낑!

'짜잖아!'

세준의 손을 핥던 펜릴이 퉤 하면서 침을 뱉었다.

'망할 까망이 자식.'

자신은 손이 침 범벅이 되는 걸 참아줬는데······

펜릴의 행동에 기분이 상한 세준.

'오늘 네 저녁은 오필리아가 수확한 고구마로 만든 군고구마 말랭이다.'

맛없는 오필리아의 농작물로 하찮은 복수를 결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