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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4 - 44

***

"자. 먹자."

세준이 접시에 핫케이크를 10장씩 쌓아 모두의 앞에 하나씩 놨다.

그러자

꾸헤헤헤.꾸엥!꾸엥···

[헤헤헤. 하나! 둘···]

꾸엥이가 핫케이크를 아래층부터 하나씩 세기 시작했고

"으히힛! 베로니카, 이거 내가 세준이 형한테 만들어 달라고 한 거야!"

"그렇군요! 아작스 님, 대단하십니다!"

아작스는 자신의 의견으로 세준이 10단 핫케이크를 만들어 준 거라며 베로니카에게 자랑했다.

그리고

끼히힛.낑!

'히힛. 요즘 내가 잘해줬더니 신경 좀 썼네!'

핫케이크를 작게 잘라 만든 미니 10단 핫케이크를 보고 흐뭇해하는 펜릴.

그사이.

꾸엥!

[열! 이거 핫케이크가 10개다요!]

꾸엥이가 쌓이 핫케이크 숫자를 다 셌다.

쿵.

"이제 먹자."

세준이 중간에 칡꿀이 담긴 유리병을 놓자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아빠, 잘 먹겠습다요!]

"으히힛. 형님, 잘 먹을게!"

"세준 님, 잘 먹겠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스타일대로 핫케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에일린, 여기."

세준이 에일린에게도 핫케이크를 전달하고

냠.

핫케이크 한 조각을 먹었다.

꿀에 촉촉하게 적셔진 빵이 입 안에서 사르륵 녹으며 버터향이 입 안에 가장 퍼졌다.

그렇게 입 안이 달달함과 느끼함에 절여지기 직전

후루룩.

쓴 커피 한 입으로 완성되는 완벽한 조합.

"크으."

내가 만들었지만, 진짜 맛있다.

그렇게 세준이 혼자 감동에 취해 저녁을 먹고 있을 때

철푸덕.

낑···

'야. 나 배 좀 쓰다듬어 줘···.'

10단 중 3단을 정복하다 포기한 펜릴이 세준 앞에 힘겹게 걸어와 드러누웠다.

"우리 까망이, 오늘 많이 먹었네."

세준이 뽈록 나옴 펜릴의 배를 쓰다듬어 트림을 시켰다.

꺼억.

10분 정도가 지나자 시원하게 트림을 하는 펜릴. 덕분에 먹은 것들이 소화되며 몸이 1.5배 커졌다.

끼히힛!낑!낑?!

'히힛! 야! 나 봐봐! 나 강해졌지?!'

펜릴이 자신의 성장한 힘에 끼뻐하며 5분 정도 혼자 신나게 방방대며 돌아다니다

끼로롱.

바닥에 엎어져 잠들었다. 아직 많이 허약한 펜릴이었다.

"우리도 오늘은 일찍 자자."

세준이 바닥에서 자는 펜릴을 들어 품에 안고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다음날 펜릴은 큰 충격에 빠졌다.

348화. 용용 마켓 VIP 나가신다!

348화. 용용 마켓 VIP 나가신다!

푸른탑 관리자 구역.

"휴우. 방법이 없군···."

크게 한숨을 내쉬는 위대한 푸른용의 수장 킨 아스터. 아무리 생각해도 푸른탑의 수기를 잠재울 방법이 없었다.

그것도 멸망의 사도의 방해까지 받으면서는 더더욱···

"결국 그것뿐인가?

뭔가 결심한 킨이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올라 붉은용의 터전을 향해 날아갔다.

잠시 후.

"램터, 불의 정수를 몇 개만 다오."

붉은용의 터전에 도착한 킨이 램터에게 불의 정수를 요구했다.

"불의 정수? 네가 불의 정수를 어디다 쓰게?"

"푸른탑에 쓸 생각이다."

킨은 불의 정수를 폭발시켜 푸른탑의 수기를 잠재울 생각이었다.

"뭐?! 미쳤어?!"

킨의 말에 램터가 크게 놀랐다.

수기와 화기는 상극. 두 기운이 부딪히면 그 주변은 초토화된다.

운이 좋으면 한 층, 심하면 여러 층이 소멸할 수도 있다. 중간에 층이 비어 버리는 것이다.

"미친 방법이라는 걸 알지만 나머지를 살리려면 어쩔 수 없지. 근데 그건 뭐지?"

킨이 램터가 가진 화염콩을 보며 물었다.

"아. 이거?"

···어떡하지?

램터가 고민에 빠졌다. 원래 사룡회가 정한 회칙에 의하면 다른 용에게 세준이 재배한 농작물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 용용 마켓이 활성화되면 어차피 모든 용들이 알게 될 사실.

거기다 세준이 용용 마켓을 준비하며 한 가지 공약을 걸었다.

"앞으로 용용 마켓을 홍보해주시는 분들에게는 용용 마켓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를 드릴게요."

용용마켓이 열리기 전까지는 이 상태를 유지할 생각이었기에 마일리지에는 관심 없던 램터.

'그래도 오는 마일리지를 굳이 거절할 필요는 없잖아.'

램터는 용용마켓 마일리지를 한 번 받아보기로 하고

"킨, 이건 용용마켓에게 파는 물건인데···."

킨에게 여러 가지 효과의 농작물을 파는 용용마켓에 대한 홍보를 시작했다.

"용용 마켓? 그런 농작물을 파는 곳이 있었어? 램터, 용용 마켓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줘. 나도 가고 싶어!"

램터의 말에 푸른탑에 도움이 될 농작물을 찾고 싶은 킨이 흥분했다.

그러나 용용 마켓은 아직 세준과 테오의 머릿속에만 있는 마켓. 아직 존재하지 않았다.

"안돼. 용용 마켓은 허락된 회원에게만 농작물을 팔거든."

그래서 엉겁결에 회원제라고 말한 램터. 그런 램터의 턱은 올라가고 목소리에는 거만함이 담겼다. 괜히 우쭐해졌다.

"그래···?"

램터의 대답에 크게 실망하는 킨.

"대신 내가 용용마켓에서 푸른탑에 도움이 될 만한 농작물이 있는지 찾아봐 줄게."

"진짜?! 램터, 고맙다."

"프하하하. 나만 믿어라! 탑코인이나 준비하고 있어. 용용 마켓은 탑코인으로 거래하니까.

"알았어! 바로 구해올게!"

킨이 서둘러 탑코인을 챙기기 위해 푸른탑으로 날아갔다.

***

커어어.

아로롱.

끼로롱.

코 고는 소리가 가득한 세준의 침실.

그때

낑···

'추워···.'

펜릴이 새벽의 서늘함에 일어났다. 떠지지 않는 눈으로 따뜻한 곳을 찾아 앞발을 더듬거리며 움직였다.

그렇게 찾아간 곳은 세준의 주머니. 히힛. 얘 주머니에서 자야지.

펜릴이 헤실헤실 웃으며 세준의 주머니에 들어가려 했지만

낑···?낑?

'어···? 왜 안 들어가지?'

예전이라면 자신이 충분히 들어갔을 주머니가 오늘은 머리랑 발 하나를 넣었을 뿐인데 꽉 꼈다.

펜릴의 몸이 커지며 주머니에 들어갈 수 없게 된 것.

하지만

낑!낑!

'난 들어갈 수 있어! 왜냐하면 난 고고한 늑대 펜릴이니까!'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펜릴은 계속해서 세준의 주머니에 들어가려고 몸을 밀어 넣었고

부욱.

그 결과 주머니가 찢어졌다.

낑?!

'내 집이?!'

어떡해?! 세준의 주머니는 자신의 집. 그 집이 사라지다니···펜릴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리고 충격에 이어서 자신이 엄청난 잘못을 했단 걸 깨달았다.

낑?낑!

'얘가 집을 부쉈다고 날 싫어할지도 몰라! 일단 숨자!'

서둘러 숨을 곳을 찾던 펜릴이 세준의 상의 안으로 들어갔다. 숨고는 싶은데 또 세준과 떨어지기는 싫었다.

히힛. 따듯하다···

끼로롱.

세준의 상의 안에 숨은 펜릴이 포근함에 취해 까무룩 잠들었다.

***

"유렌 이제 어디로 가야 되냥?!"

탑 4층을 벗어나자, 테오가 유렌의 목적지를 물었다.

"탑 75층이요. 거기서 지금···."

"푸후훗. 알겠다냥! 따라오라냥!"

유렌의 말을 자르며 테오가 앞장섰다. 빨리 박 회장에게 돌아갈 거다냥!

"테오 님, 같이 가요!"

유렌이 테오의 뒤를 서둘러 쫄래쫄래 따라갔다.

탑 75층으로 향하는 길.

테오는 유렌의 불행이 몰고 온 요르문간드의 파편을 일곱 번 만나 백색 코인을 왕창 얻고, 노상강도 25팀을 만나 노예를 1000명 만들었다.

"푸후훗. 유렌이랑 다니니 좋다냥!"

혼자 다녔으면 절대 얻을 수 없는 성과(?)에 테오가 기뻐했다.

"저도요!"

"푸후훗. 그렇다냥! 나 테 부회장과 다니는 건 영광인 줄 알라냥!

"네. 당연히 영광이죠!!"

"푸후훗. 그럼 영광이니까 황금 내놓으라냥!"

"네!"

테오의 말에 유렌이 돌 하나를 집어 황금으로 만들어 테오에게 줬다.

유렌으로서는 테오와 이동하는 게 돈을 훨씬 덜 쓰는 방법이었다.

유렌이 혼자 돌아나닐 때는 목숨의 위협에 노상강도들에게 뺏기는 돈만 해도 테오에게 뺏기는 돈의 몇 배였다.

그렇게 테오가 유렌의 불운을 자신의 행운으로 상쇄시키며 1시간이면 될 거리를 6시간이나 걸려 탑 75층에 도착했다.

"푸후훗. 도착이다냥!"

"테오 님, 다음에도 또 부탁드립니다."

"푸후훗. 알겠다냥! 돈 많이 준비하고 있으라냥!"

헤헤헤. 그럼요! 테오 님, 이거 가져가세요!"

유렌이 돌을 황금으로 만들어 건넸다.

"푸후훗. 고맙다냥!"

테오가 유렌과 인사하고 탑 99층을 향해 빠르게 이동했다.

***

"윽!"

뭐가 이렇게 아파?! 옆구리가 뜯겨나가는 고통에 눈을 뜬 세준. 서둘러 옆구리를 만졌다.

그러자 옷 속으로 뭔가 물컹한 게 느껴졌다.

몬스터?!

세준이 옷을 들치자 세준의 옷 속에서 꼬물거리며 자고 있던 펜릴과 옆구리에 나 있는 선명하고 작은 이빨 자국이 보였다.

슥.

펜릴의 입을 옆구리의 이빨 자국에 대보자 정확히 일치했다.

잠결에 펜릴이 세준의 옆구리를 앙 하고 물어버린 것.

펜릴의 무는 힘이 약해서 다행이었다. 펜릴의 이빨은 용이빨. 잘못했으면 옆구리가 뜯겨 나가 죽을 뻔했다.

"까망이 자식···."

감히 나를 아프게 했겠다? 슈퍼 개복치에게 목숨의 위협을 받았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한 개복치 세준. 펜릴의 몸을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끼히힛.끼히힛.

세준의 간지럼에 자지러지게 웃으며 잠에서 깬 펜릴.

낑!낑!

'더 해봐! 재미있어!'

자신이 새벽에 뭘 하다 세준의 옷 속에 숨었는지 까먹고 신나게 놀았다.

그때

"어?! 이게 왜 찢어졌지?"

세준이 찢어져서 나풀거리는 자신의 주머니를 발견했다.

···!!!

낑!

'맞다!'

나 숨어야 되는데! 펜릴이 서둘러 도망쳤다.

하지만

뚱땅.뚱땅.

뚱땅거리는 걸음으로는 멀리 도망칠 수 없었고 오히려 세준에게 '내가 범인이요'하고 알려주는 꼴이었다.

덥석.

"범인 검거."

낑?

'나 엄청 빠르게 달렸는데 왜 잡히지?'

자신이 잡힌 이유를 이해할 수 없는 펜릴

세준이 그런 펜릴과 얼굴을 가까이하고 눈을 마주치자

낑···?

'왜 보는데···?'

제 발 저린 펜릴이 고개를 돌려 세준의 눈을 피했다.

"어딜?!"

그러자 세준도 고개를 돌려 펜릴과 다시 눈을 마주쳤다.

낑···

'그만 봐···.'

그렇게 눈을 피하려는 펜릴과 눈을 마주치려는 세준의 실랑이가 계속됐고

낑···낑···

'일부러 그런 건 아냐···미안해···.'

펜릴이 결국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다.

"좋아. 반성의 태도를 보이니까 용서해 주지."

세준이 펜릴을 내려놓고 실과 바늘을 꺼내 찢어진 주머니를 꿰맸다.

낑!

'야! 좀 크게 만들어! 나 이제 거기 못 들어가!'

그세 자신감을 회복한 펜릴이 세준에게 주머니를 넓히라고 요구했다.

"까망이, 기다려. 이거 다 하고 놀아줄게."

물론 펜릴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세준은 주머니를 그대로 수선했다.

그렇게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결과.

부욱.

펜릴이 세준의 주머니에 들어가기 위해 머리를 집어넣다 다시 주머니를 찢었다.

낑?!낑?!

'야! 왜 안 늘렸어?! 왜 안 늘렸냐고?!'

이번에는 오히려 화를 내는 펜릴. 자신이 말했는데 세준이 말을 안 들은 거니 아주 당당했다.

"아. 주머니에 들어가고 싶은 거였어?"

펜릴이 뭘 원하는지 깨달은 세준. 안 입는 옷을 꺼내 자르고, 바느질해 펜릴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슬링백을 만들었다.

"자. 들어와."

세준이 슬링백의 입구를 벌리자

뽈짝.

냉큼 들어가는 펜릴.

낑!낑!

'이거 좋아! 잘했어!'

펜릴이 세준을 칭찬했다. 주머니보다 공간도 넓고, 눕기도 편했다.

그렇게 세준이 펜릴을 담은 슬링백을 메고 밖으로 나오자

-우리 세준이 일어났느냐?

램터가 세준을 찾아왔다.

"네. 램터 님, 안녕하세요."

-그래. 내가 이번에 말이다 푸른용의 수장인 킨에게···

램터가 다른 용들이 못 듣게 조용한 목소리로 자신이 킨에게 용용 마켓을 홍보하고 푸른탑에 쓸 농작물을 알아봐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램터 님, 감사합니다!"

수박을 심을 곳이 없어 고민이었는데···물이 많아서 고민인 곳이 있다니.

세준이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램터에게 감사를 표했다.

-크흠. 뭘 그런 걸 가지고···근데 세준아, 마일리지는?

"아! 당연히 지급해 드리죠! 100억 마일리지 드릴게요! 참고로 1마일리지가 1탑코인이에요."

-오! 그럼 나한테 100억 탑코인이 생긴 거군!

세준의 말에 램터가 헤벌쭉 웃었다.

"네. 그리고 100억 마일리지를 사용하면 용용 마켓 VIP 30일 체험권을 살 수 있어요."

-용용 마켓 VIP?! 그게 무엇이냐? 어감이 아주 좋구나.

"아. 용용 마켓 VIP가 되시면요. 다른 일반 회원보다 등급이 높아서 농작물을 우선 구매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요."

세준이 용용 마켓 VIP의 혜택에 대해 설명했다.

-다른 용들보다 등급이 높다고? 사겠다. 용용 마켓 VIP 30일 체험권.

그렇게 다른 용들보다 등급이 높다는 것에 혹한 램터가 용들 중 최초로 용용 마켓 VIP가 됐고

'흐흐흐. 돈 굳었다.'

세준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100억 마일리지를 다시 회수했다.

"이건 계약서요."

세준이 킨에게 수박 씨를 받는 대신 지켜야 할 내용이 적힌 계약서를 램터에게 건넸다.

-알았다. 내가 킨에게 잘 전달하마! 프하하하. 용용 마켓 VIP님 나가신다!

램터가 다른 용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서둘러 날아갔다.

그렇게 램터가 떠나자

"아작스, 태양초 수확해 줘."

"응! 형! 나한테 맡겨!"

어제 수확의 비약으로 키운 태양초의 수확을 아작스에게 부탁하고 블루베리를 수확하러 갔다.

그렇게 블루베리 나무 10그루가 있는 곳에 도착한 세준.

그중 수확의 비약을 흡수하고 다른 나무들보다 높게 솟은 블루베리 나무 앞에 섰다.

그리고

똑.

블루베리 열매 하나를 따자

[마력의 블루베리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70을 획득했습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마력의 블루베리]

검은탑 안에서 자란 블루베리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 맛있습니다.

섭취 시 10분간 마력을 1 상승시킵니다.

한 시간 안에 최대 10개까지 효과가 중복 적용됩니다.

블루문의 기운을 충분히 흡수할 경우 특수한 효과가 추가됩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50일

등급 : A

마력의 방울토마토, 마력의 땅콩처럼 10분간 마력 1을 올려주는 농작물.

다른 게 있다면 블루문을 흡수할 경우 특수한 효과가 추가된다는 설명이 있었다.

"이런 건 처음 보네."

앞으로 12일 후면 블루문이 뜬다. 세준이 그때 무슨 추가 효과가 생기는지 확인하기로 하고 블루베리 수확을 시작할 때

"박 회장, 내가 돌아왔다냥!"

테오가 세준의 얼굴로 날아들었다.

349화. 후훗. 나에게 겁먹을 녀석이 있지.

349화. 후훗. 나에게 겁먹을 녀석이 있지.

날아오는 테오.

'이건 어차피 못 피해.'

세준은 자신의 능력으로는 테오를 피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피해 봤자 '푸후훗' 자신을 한 번 비웃고 허공에서 방향 전환을 해 결국 자신의 얼굴에 매달릴 거다.

그래서

휙.

테오가 얼굴에 매달리기 직전

'지금이다!'

고개를 휙 돌렸다. 얼굴 대신 뒤통수를 내주기로 한 것.

하지만

"푸후훗···."

불길한 비웃음과 함께 세준은 테오의 체온을 온 얼굴로 느껴야 했다. 뜨듯했다.

"왔냐?"

세준이 테오의 목덜미를 잡아들며 말했다. 그래도 테오의 재능 : 강한 모발 덕분에 입에 털이 들어가는 일은···

"퉷."

있구나···아예 안 빠지는 건 아닌 모양이다.

"푸후훗. 그렇다냥! 박 회장이 시킨 대로 농사왕을 탑 4층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줬다냥!"

"그래. 잘했어."

"안다냥! 나 테 부회장은 항상 잘한다냥!"

"그래···."

세준은 테오의 기고만장한 태도에 살짝 장난기가 올라왔지만

'탑 4층까지 갔다 오느라 고생했으니까.'

테오의 고생을 생각하며 꾹 참아냈다.

"테 부회장, 조금 쉬고 있어."

"알겠다냥!"

세준의 말에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 매달려 자신의 얼굴을 열심히 비볐다. 푸후훗. 박 회장 무릎 잘 있었냥?

그리고

툭.

[마력의 블루베리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70을 획득했습니다.]

세준은 블루베리를 수확하기 시작했다.

30분 후.

"끝."

세준이 블루베리 수확을 끝냈다. 블루베리가 1000개뿐이라 금방 끝났다.

그때

"형! 나 다 했어!"

아작스가 태양초를 품에 가득 들고 세준에게 날아왔다.

"아작스, 수고했어."

세준이 아작스를 칭찬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으히힛. 응!"

그렇게 아작스를 쓰다듬어 주고 있을 때

"박 회장, 나도 잘했다냥!"

테오가 아작스의 머리를 쓰다듬는 세준의 손을 두 앞발로 잡아 자신의 머리 위로 올렸다.

"으익! 뭐야?!"

"푸후훗. 내가 아작스보다 더 수고했다냥!"

아작스가 화를 내며 노려봤지만, 당당하게 자기 말을 하는 테오.

얌마. 아작스 용이야.

척.

세준이 서둘러 다른 손으로 아작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작스를 다독였다.

그때

낑!

'야! 그 손 치워! 그 손 내꺼란 말야!'

세준이 다른 녀석을 쓰다듬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펜릴이 열심히 짖었다.

하지만

'우리 까망이, 배고파? 자."

펜릴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세준.

세준이 펜릴의 입에 군고구마 말랭이를 넣어주자

짭.짭.짭.

금세 조용해진 펜릴. 이번에는 관대한 자신이 넘어가 주기로 했다. 절대 군고구마 말랭이 때문은 아니다.

잠시 후

고로롱.

아로롱.

끼로롱.

셋이 세준의 무릎, 어깨, 가슴에서 잠들었다.

세준은 손이 자유로워지자

아작.

태양초를 하나 집어서 한 입 먹어봤다. 맛이 궁금했다.

"후하. 매운데 맛있네."

뭔가 고통스러운 매움이 아니라 맛있게 매웠다. 중독성 있는 매움. 고추장 만들면 진짜 맛있겠다.

태양초를 전부 삼키자

[태양초를 섭취했습니다.]

[빛을 충분히 받으면 스탯 중 하나가 랜덤하게 5 상승합니다.]

빛을 충분히 받아야 스탯이 오른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거야 쉽지. 흥흥흥."

[태양초 씨앗 201개를 얻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채종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세준이 콧노래를 부르며 따뜻한 해가 비추는 곳에 앉아 태양초를 채종하기 시작했다.

아작스가 수확한 태양초는 300개. 그중 50개는 요리에 넣기 위해 빼고 나머지 250개를 채종했다.

세준이 태양초를 200개쯤 채종할 때

[채종하기 Lv. 8의 효과로 채종한 씨앗의 수가 4배 증가합니다.]

[태양초 씨앗 800개를 얻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채종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낮은 확률로 2~5배 씨앗을 얻을 수 있는 채종하기 스킬의 효과가 발동하며 획득한 씨앗의 수가 늘어났다.

"4배나? 흐흐흐."

메시지를 보며 흐뭇하게 웃는 세준.

[영혼이 충만해집니다.]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덕분에 정신력도 증가했다.

그렇게 태양초 채종이 끝나자

척.

[마력이 담긴 땅에 태양초를 심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태양초들이 농사꾼의 발소리를 듣고 있어 마력 씨뿌리기 Lv. 8의 효과로 24시간 동안 태양초의 성장 속도가 2배 빨라집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8의 효과로 신품종을 획득할 확률이 5배 증가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세준은 바로 5만 개의 태양초 씨앗을 심기 시작했다.

***

붉은탑 99층.

"우돈이여. 이 화염콩을 사막화가 심한 곳에 심어라."

"네! 램터 님!"

램터의 지시에 우돈이 한 치의 의심도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막이 된 땅에 콩을 심으라니? 예전의 우돈이라면 아무리 위대한 붉은용의 말이라도 조금은 의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돈은 밍밍한 힘과 체력의 배를 건조하며 램터의 말이 틀릴 리가 없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어서 가거라!"

"네. 램터 님, 그럼 화염콩을 심으러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화염콩을 심으러 사막화가 심한 지역인 탑 48층에 내려간 우돈.

"너희들은 주변의 칵투스를 사냥해라!"

"네!"

부하들에게 주변의 칵투스를 사냥하게 하고

푹.

우돈은 모레를 파고, 화염콩을 넣고, 다시 모레를 덮었다.

그러자

[불콩이의 화염콩을 심었습니다.]

[화기가 많은 지역에 농작물을 심었습니다.]

[주변 환경과 불콩이의 화염콩의 상성이 아주 좋습니다.]

[불콩이의 화염콩의 성장 속도가 빨라집니다.]

[직업 경험치가 크게 상승합니다.]

[탑농부(D)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탑농부(C)가 되었습니다.]

[직업 등급이 상승하며 직업 특성이 강화됩니다.]

[씨뿌리기 Lv. 3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씨뿌리기 Lv. 3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오!"

우돈이 메시지를 보며 경악했다.

그동안 화기가 많아 우돈이 심는 농작물 중 1000개를 심으면 하나 정도가 제대로 심어졌다.

그래서 탑농부로서 성장할 수 없었던 우돈.

그런데···정체됐던 직업 등급과 씨뿌리기 스킬 레벨이 단숨에 올랐다.

잠시 후.

화염콩 50개를 다 심고 씨뿌리기 스킬 레벨이 2번 더 오른 우돈.

"하하하! 씨뿌리기 스킬이 5레벨이 됐어! 충해를 당할 확률 감소 효과가 생겼다! 이놈들! 감히 램터 님의 화염콩 밭을 넘봐?!"

우돈이 화염콩밭에 접근하는 칵투스 사냥들을 향해 오늘따라 너무 가벼운, 거대한 배틀엑스를 휘둘렀다.

정확히는 세준의 화염콩 밭이지만, 계약 내용을 모르는 우돈이었다.

***

"이제 거의 다 했다."

세준이 몇 개 남지 않은 태양초 씨앗을 보며 다시 태양초를 심었다.

그때

[마력이 담긴 땅에 태양초를 심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

..

[마력 씨뿌리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8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마력 씨뿌리기 스킬이 세준이 가진 직업 스킬 중 최초로 9레벨을 달성했다.

전체 스킬 중에는 요리 스킬에 이어 두 번째였다.

"뭐가 변했나?"

세준이 뭔가 변했길 기대하며 마력 씨뿌리기 스킬을 확인했다.

[직업스킬 - 마력 씨뿌리기 Lv. 9]

-씨앗을 심었을 때 발아할 확률이 크게 상승합니다.

-해충으로부터 충해를 당할 확률이 크게 감소합니다.

-마력을 땅에 주입하고 씨앗을 심을 경우 씨앗의 성장 속도가 24시간 동안 빨라집니다.

-씨앗을 손수 심을 경우 신품종 획득 확률이 5배 증가합니다.(소작농에게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씨앗을 심은 탑농부의 기운이 농작물에 남아 몬스터에게 겁을 줘 접근하지 못하게 합니다.

몬스터에게 겁을 준다라?

"아. 뭔가 애매한데."

괜찮은 효과 같은데 애매했다. 아니. 나라서 애매했다. 내 기운에 몬스터가 겁을 먹기는 하나?

그때

"아냐. 후훗. 나에게 겁먹을 녀석이 있지."

세준의 머릿속에 떠오른 한 존재. 있었다. 자신의 기운에도 겁먹을 탑 99층의 최약체가.

푹.

세준이 신나게 땅을 파서 태양초를 심고

"좋아."

자신이 멘 슬링백 안에서 꼬물락거리며 자는 펜릴을 꺼냈다.

끼이이잉.

낑?

'밥 먹을 때야?'

아무것도 모르고 신나게 기지개를 켜며 묻는 펜릴.

'미안하다. 이것만 확인하고 밥 줄게.'

세준이 펜릴에게 미리 사과하며 자신이 심은 태양초 옆에 펜릴을 내려놨다.

그러자

파바박.

펜릴이 앞발로 땅을 파 세준이 방금 심은 태양초 씨앗을 꿀떡 삼켜버렸다.

"어?"

겁을 먹는 게 아니고 먹는다고?! 너무 당황한 세준.

그래서 '개가 고추를 먹어도 되나?' 이런 물음조차 가질 생각을 못 했다.

끼히힛~

뚱땅.뚱땅.

태양초 씨앗을 먹고 신나게 밭을 뛰어다니는 펜릴.

끼히힛~낑!

'히힛~내 코어 기운이다!'

세준의 기운이 태양초 씨앗에 스며들며 세준의 몸에 있던 펜릴의 코어 일부도 함께 스며들어 있었다.

그래서 겁을 먹지 않은 것.

하지만

"내 기운은 고작 이 정도군···."

그것을 모르는 세준은 펜릴 조차 겁줄 수 없는 자신의 기운에 좌절하며 다시 태양초를 심었다.

그리고

끼히힛~

파바박.

펜릴은 열심히 세준의 뒤를 따라다니며 세준의 기운이 담긴 태양초 씨앗을 파먹었다.

낑···낑···

'너무 많이 먹었어···나 졸려···.'

물론 허약한 펜릴은 태양초 씨앗 5개를 먹고 밭에 쓰러져 잠들었다.

"얘는 왜 여기서 자?

태양초 씨앗을 다 심은 세준이 돌아오다 흙밭에 널브러져 있는 펜릴을 주워 털에 묻은 흙을 툭툭 털어주고 슬링백에 넣었다.

***

붉은탑 관리자 구역.

우돈에게 화염콩을 심으라고 지시한 램터.

다시 관리자 구역으로 돌아와 탑코인을 가지러 간 킨을 기다렸다.

"프흐흐흐. 다른 녀석들 지금 용용마켓 VIP되려고 열심히 다른 탑 돌아다니고 있겠지? 근데 킨은 왜 안 오지?"

기다리던 램터가 슬슬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할 때

"램터, 탑코인 가져왔다!"

킨이 나타났다.

"좋아. 일단 이거 읽어봐."

램터가 세준이 쓴 계약서를 킨에게 보여줬다.

잠시 후.

"램터? 진짜 이런 수박이 있어?!"

계약서를 읽던 킨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물을 잡아먹는 수박과 대가뭄을 부르는 수박에 대한 옵션.

계약서에 속임수를 쓸 수는 없으니···

계약서에 적힌 대로라면 푸른탑의 물을 제거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래. 여기."

"오! 진짜잖아!"

램터가 씨앗을 보여주자 흥분하는 킨.

"일단 계약서부터 마저 읽어봐."

"응."

램터의 말에 킨이 계약서의 남은 내용을 마저 읽었다.

수박을 심게 해주는 대신 물을 잡아먹는 수박 씨앗은 개당 10만 탑코인, 대가뭄을 부르는 수박 씨앗은 개당 1000만 탑코인을 지불.

그리고 수확한 수박은 전부 용용마켓에 돌려줘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물만 제거할 수 있다면 킨의 입장에서는 크게 손해 볼 게 없었다.

"좋아. 계약하지."

킨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후회하지 않을 거다. 자. 여기 물을 잡아먹는 수박 씨앗 2만 개랑, 대가뭄을 부르는 수박 씨앗 100개. 총 30억 탑코인이야."

"여기 있다."

그렇게 램터에게 30억 탑코인을 주고 수박 씨앗을 받은 킨.

서둘러 수박 씨앗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푸른탑으로 돌아갔고

-젤가여. 이 씨앗을 탑 70층에 심어보거라.

푸른탑 탑농부 젤가에게 수박 씨앗을 주고 심게 했다.

킨의 지시로 탑 70층에 도착한 젤가.

"이런 거 심는다고 뭐가 바뀔까?"

푸른탑 70층에는 비가 멈추지 않는 우중충한 하늘과 땅을 삼킨 거대한 호수를 보며 푸념했다.

"그래도 킨 님이 심으라고 했으니까···"

심을 땅이 없자 젤가는 수박 씨앗 하나를 그냥 물에 담갔다.

그러자

[대가뭄을 부르는 수박 씨앗을 심었습니다.]

[대가뭄을 부르는 수박 씨앗이 남 눈치 안 보고 물을 흡수합니다.]

···

..

.

나타나는 메시지.

그리고 순간 주변의 바다가 사라졌다.

350화. 너도 망명할래?

350화. 너도 망명할래?

순식간에 바다가 사라지는 광경을 목격한 젤가.

"······맙소사!"

한참 입을 못 떼다가 간신히 한마디를 뱉어냈다.

그리고 지금까지 바다였던, 지상을 살펴봤다.

물에 잠겨 있던 산과 평지가 보였고 발밑에는 바다를 삼켜버린 노란색에 검은 줄무늬를 가진 수박도 보였다.

3m 크기의 수박 10개.

일반 수박보다는 훨씬 큰 크기지만, 바다를 이루고 있던 물의 양을 생각하면 너무 작았다.

대가뭄을 부르는 수박은 다 성장한 건지 더 이상 물을 흡수하지는 않았다. 정말 다행이었다.

아니었다면 이름대로 푸른탑 70층에 대가뭄이 왔을 테니까.

척.

젤가가 하늘에서 내려와 수박 앞에 섰다.

"일단 수확해야지."

톡.

젤가가 수박의 꼭지를 자르자

[포동포동해진 대가뭄을 부르는 수박을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70을 획득했습니다.]

수확 메시지가 나타났다.

"포동포동?"

바다를 다 삼키고 고작 포동포동이라니···

젤가가 의아해하며 수박의 옵션을 확인했다.

[포동포동해진 대가뭄을 부르는 수박]

검은탑 안에서 자란 수박으로 물을 많이 흡수하지 못해 다음 생에는 남 눈치 안 보고 물을 잔뜩 흡수하겠다고 이를 박박 갈며 진화한 돌연변이 수박입니다.

이 수박을 심을 경우 주변에 대가뭄이 옵니다.

물을 많이 흡수해 아주 만족스러워하고 있습니다.

포동포동해지며 섭취 시 효과가 100% 상승합니다.

섭취 시 모든 스탯이 20 상승합니다.

섭취 시 낮은 확률로 수속성 관련 재능을 개화 및 강화합니다.

섭취 시 두 달 동안 목이 마르지 않습니다.

재배자 : 푸른탑 탑농부 젤가

유통기한 : 150일

등급 : A

섭취 시 모든 스탯 20 상승과 낮은 확률로 수소성 관련 재능 개화 및 강화.

나쁘진 않았지만···

"그 많은 물을 흡수하고 고작 이거?"

그리고 두 달 동안 목이 마르지 않는 효과가 왜 필요한데?!

생각보다 하찮은 옵션에 젤가가 당황했다.

"연금술로 약효를 끌어올려 볼까?"

그래서 자신의 특기인 연금술을 사용하기로 했다.

쿵.

젤가는 일단 수박의 엑기스를 뽑기 위해 압축기를 꺼내 그 안에 수박을 넣었다.

그러자

콰지직.

껍질과 과육이 부서지며 압축기로 빨려 들어가는 수박.

그리고

[대가뭄을 부르는 수박 1개를 서리했습니다.]

[계약서의 내용에 따라 킨 아스터에게 위약금 100억 탑코인을 청구합니다]

나타나는 계약 위반 메시지.

수확한 수박은 전부 용용마켓에 돌려줘야 한다는 내용을 어긴 것.

"뭐?! 위약금? 수박 하나가 가지고 치사하게!"

메시지를 보고 화가 난 젤가.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내가 왕창 심어주마"

이미 수박 서리범이 된 젤가.

툭.

수박 서리를 1개 하나 2개 하나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며 수박 하나를 더 서리해 그 안의 씨앗을 뺐다.

위약금까지 냈으니 서리한 수박은 자신의 것.

당연히 자신의 수박에서 나온 씨앗도 자신의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탑 69층으로 내려가 대가뭄을 부르는 수박 씨앗을 심은 순간.

[대가뭄을 부르는 수박 씨앗을 심었습니다.]

[대가뭄을 부르는 수박 씨앗이 남 눈치 안 보고 물을 흡수합니다.]

···

..

.

[독점 재배권을 가진 검은탑의 탑농부 박세준의 농작물을 허락 없이 무단으로 심었습니다.]

[탑의 율법에 따라 푸른탑의 탑농부 젤가는 앞으로 100년간 검은 탑의 탑농부 박세준의 노예가 됩니다.]

바다가 사라짐과 동시에 젤가의 자유도 사라졌다.

"뭐?! 내가 검은탑 탑농부의 노예라고?!"

메시지를 보며 당황하는 젤가.

-젤가,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당장 올라와!

200억 탑코인의 빚과 노예 메시지에 분노한 킨이 젤가를 호출했다.

***

"아. 좋다."

태양초를 다 심고 돌로 만들어진 평상에 누워 해를 쬐는 세준.

세준의 주변에는 테오, 꾸엥이, 아작스, 펜릴이 함께 누워 나른한 표정으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그때

[빛을 충분히 받았습니다.]

[태양초의 효과로 힘이 5 상승합니다.]

"흐흐흐. 행복하군."

세준이 메시지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푸후훗. 박 회장, 나도 행복하다냥!'

세준의 무릎에서 따뜻한 해를 받으며 졸던 테오가 행복함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꾸엥!꾸엥!

[꾸엥이도 행복하다요! 근데 간식이 있으면 더 행복할 것 같다요!]

"그래? 그럼 우리 꾸엥이를 더 행복하게 해볼까?"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좋다요!]

"어?! 형! 나도 간식이 있으면 행복할 거 같아!"

아작스가 꾸엥이만 간식을 받을까 서둘러 외쳤다.

"흐흐흐. 알았어. 아작스도 간식 먹자."

철컹.

세준이 아공간 창고를 열어 간식거리들을 이것저것 꺼냈다.

검은탑 99층 공식 간식인 군고구마 말랭이 외에 감말랭이, 바삭하게 건조시킨 바나나칩, 쫄깃한 가래떡까지.

그렇게 시작된 간식 타임.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아빠, 꾸엥이 너무 행복하다요!]

"으히힛. 형! 나도 너무 행복해!"

끼히힛.낑!낑?

'히힛. 간식이 4개나 있다니! 오늘 무슨 날이야?"

꾸엥이, 아작스, 펜릴이 행복한 표정으로 열심히 간식을 먹었다.

"잘 먹네."

세준이 그런 셋을 흐뭇하게 바라볼 때

[쏟아지는 행복감에 영혼이 충만해집니다.]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정신력도 상승했다.

툭.툭.

"박 회장, 나도 간식 달라냥!"

"그래."

네가 왜 가만히 있나 했다.

세준이 츄르를 숟가락으로 떠서 테오의 앞에 가져가자

촵.촵.촵.

츄르를 맛있게 핥아먹는 테오.

"푸후훗. 행복하다냥! 역시 박 회장이다냥!"

[당신을 향한 무한한 신뢰감에 영혼이 충만해집니다.]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오. 또 정신력이 오르다니!

"응. 나도 행복해."

그때

[푸른탑 탑농부 젤가가 대가뭄을 부르는 수박 1개를 서리했습니다.]

수박을 서리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서리? 내가 가져가지 말라고 일부러 위약금까지 크게 걸었는데···."

[계약서의 내용에 따라 킨 아스터에게 위약금 100억 탑코인을 받았습니다]

쿵.

아직 세준의 행복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푸른탑의 젤가가 돈을 줬다.

[푸른탑 탑농부 젤가가 대가뭄을 부르는 수박 1개를 서리했습니다.]

[계약서의 내용에 따라 킨 아스터에게 위약금 100억 탑코인을 받았습니다]

그것도 두 번이나.

"흐흐흐. 감사요."

세준이 행복한 표정으로 바닥에 떨어진 탑코인을 챙겼다.

하지만

[푸른탑의 탑농부 젤가가 대가뭄을 부르는 수박을 허락 없이 심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그 정도로 행복해하지 말라는 듯이 더 큰 선물이 왔다.

[탑의 율법에 따라 독점 재배권을 가진 농작물을 허락 없이 심은 탑농부는 100년간 독점 재배권을 가진 자의 밑에서 일해야 합니다.]

[탑의 율법에 따라 검은 탑의 탑농부 박세준이 앞으로 100년간 푸른탑의 탑농부 젤가를 거느립니다.]

푸른탑 탑농부 젤가가 세준의 4번째 탑농부 노예가 됐다.

"아니. 나 그만 행복해도 되는데···흐흐흐."

절로 터져 나오는 행복한 웃음.

[직업 특성에 따라 푸른탑의 탑농부 젤가의 스탯 0.2%를 빌려옵니다.]

[힘 11, 체력 16, 민첩 6, 마력 14가 증가합니다.]

덕분에 스탯도 올랐다.

"젤가는 많이 약하구나···?"

크게 오르지 않은 스탯을 보며 세준이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자신보다는 당연히 강했지만, 이 정도면 앞에 있어도 기절할 정도는 아니다. 얼굴이나 볼까?

"얘들아, 집합!"

젤가를 소환하기 전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테오, 꾸엥이, 아작스, 베로니카를 불렀다.

그리고

"노예 4호 소환!"

세준이 젤가를 소환했다.

[푸른탑의 탑농부 젤가를 소환합니다.]

메시지가 나타나고 10초, 20초가 지나도 젤가는 나타나지 않았다. 검은탑과 푸른탑의 거리가 있기 때문.

그렇게 30초가 더 지나자

"킨 님,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위대한 푸른용 킨에게 납작 엎드려 용서를 빌던 상태로 젤가가 소환됐다.

불쌍한 녀석이네.

잘해줘야겠다.

"근데 어디서 비린내가 나네?"

세준이 냄새가 나는 곳을 찾을 때

토닥.토닥.

"너도 망명할래?"

베로니카가 동질감을 느꼈는지 젤가의 등을 두드려 주며 망명을 권했다.

***

검은용의 터전.

"크하하하. 끝났다."

펜릴의 코어 안에 있는 멸망을 소멸시키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카이저가 눈을 떴다.

코어에 담긴 펜릴의 힘 1%에서 딱 0.25%만 제거하기로 했기에 조각상을 움직일 여유도 없이 집중했다.

그렇게 정확히 0.25%의 멸망만 제거한 카이저.

촤르르륵.

멸망을 제거하고 바닥에 떨어진 탑코인을 쓸어 담았다.

"좋아. 딱 2500억 탑코인이군!"

카이저가 자신의 정확한 계산에 만족하며 웃었다.

그러자

"좋겠다."

돌아가지 않고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브라키오가 부러운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야! 브라키오, 그만 돌아가라고!"

카이저가 그런 브라키오를 보며 소리쳤다. 가라고 해도 며칠째 주변에서 얼쩡거리고 있는 브라키오였다.

"그러니가 빨리 세준이한테 내 얘기 좀 전해줘"

"싫어. 그럼 에일린이 나한테 삐진단 말이야!"

"해줘!"

"싫어!"

그렇게 카이저가 브라키오와 한참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뭐?! 용용마켓 VIP?! 그게 뭔데?"

검은용 조각상으로 펜릴의 코어를 다음 순서인 티어에게 전해주던 카이저가 새로운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위대한 검은용인 내가 램터보다 등급이 낮다고?! 용납할 수 없다! 브라키오, 잠깐만 기다려 내가 세준이한테 얘기해줄게!"

충격적인 소식에 카이저가 마음을 바꿨다.

에이린에게 조금 욕을 먹더라도 브라키오에게 용용마켓을 홍보하고 VIP가 되기로.

물론 그 전에 세준이 브라키오에 대한 화를 풀어야겠지만.

카이저가 검은용 조각상을 움직여 서둘러 세준을 찾아갔다.

그사이

"크리셀라, 용용 마켓과 거래할 기회를 주지."

"아르테미스, 혹시 탑에 문제 없어? 용용 마켓이라는 게 있는데 말이야. 여러 농작물을···."

램터 다음으로 용용마켓 VIP가 되기 위해 켈리온과 티어가 은색탑과 황금탑을 찾아가 용용마켓을 홍보하고 있었다.

***

"오! 이거 엄청 맛있네요!"

세준이 위로의 차원에서 준 감자를 젤가가 후드를 벗고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얘였구나.'

세준은 비린내의 근원을 알 수 있었다.

후드를 벗은 젤가의 모습은 어인이었다. 생선에 팔과 다리가 달린 어인.

"많이 먹어."

"네!"

세준의 말에 다시 감자를 열심히 먹는 젤가.

"푸후훗. 젤가, 많이 먹어라냥!"

"네. 감사합니다."

평소라면 남 먹는 거에 신경 쓰지 않는 테오가 웬일인지 흐뭇한 표정으로 음식을 권했다.

그리고

"푸후훗."

맛잇게 먹는 젤가를 보며 궁둥이를 실룩이며 눈을 빛내는 테오. 아주 수상했다.

"저거 사고칠 거 같은데···."

세준이 테오를 불안하게 볼 때

"푸후훗. 박 회장, 저 녀석으로 생선구이 만들면 안 되냥?"

테오가 세준에게 다가와 젤가가 듣지 못하게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그럴 줄 알았다.

"안돼."

"알겠다냥!"

세준의 단호한 목소리에 금세 포기하는 테오.

"맞다! 박 회장, 이거 가져라냥!"

갑자기 봇짐에서 돈을 꺼냈다. 유렌에게 받은 돈과 카이만 왕국에서 얻은 아이템들이 쏟아져 나왔다.

"흐흐흐. 행복하군."

세준이 테오가 쏟아낸 재물을 보며 웃었다.

오늘은 행복이 넘치는 날이었다.

그때

-세준아!

카이저가 세준에게 또 다른 행복을 전달하기 위해 날아왔다.

351화. 누구 놀리냐?!

351화. 누구 놀리냐?!

"그러니까 저보고 지금 브라키오 님을 용서해 줄 생각이 있냐는 거죠?"

-그래···.

카이저가 세준의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내가 왜 물어본다고 했지?'

속으로 후회하면서.

세준의 대답 여하에 따라 에일린에게만 미움받을지 세준과 에일린 둘에게 미움받을지 결정 난다.

그리고 세준의 미움을 받으면 에일린의 화를 풀 방법이 없었다. 아. 용용마켓 VIP에 혹하는 바람에···

카이저가 속으로 자신의 경솔함을 자책하고 있을 때

"당연히 있죠!"

다행히 세준은 브라키오를 용서해 줬다.

세준 입장에서는 브라키오를 그냥 돌려보내는 게 더 위험했다. 앙심을 품고 다시 살기를 보낼 수도 있다.

차라리 계약서에 자신을 해치지 않겠다는 내용을 넣어 계약하는 게 더 안전했다.

-그래?!

세준의 대답에 카이저의 목소리에 화색이 돌았다.

"물론 그냥은 용서 못 해 드리죠. 저 죽을 뻔했으니 목숨값은 받아야겠어요."

-그건 당연하지! 당연히 우리 세준이 목숨을 노린 대가는 치러야지! 얼마를 원하느냐?

"간단하게 5000억 탑코인에 합의 보죠."

카이저의 물음에 세준이 쿨하게 대답했다. 그동안 세준의 목숨값은 많이 올랐다.

-알겠다! 근데 브라키오랑 거래 트면 나도 용용마켓 VIP시켜주는 거지?

카이저가 살짝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물었다. 누가 봐도 너무 하고 싶어 하는 눈치.

'너무 효과가 좋은데?'

용용마켓 VIP의 반응이 이렇게 뜨거울 줄은 몰랐다. VIP 위에 VVIP, 플래티넘 등의 다음 등급이 있다는 건 나중에 말해야겠다.

장난으로라도 안 된다고 말하면 아주 흉흉한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그럼요."

뒷일을 감당할 수 없기에 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크하하하. 조금만 기다리거라!

카이저가 서둘러 본체로 브라키오에게 세준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잠시 후

-세준아, 브라키오가 5000억 탑코인 대신 이 구슬 50개로 합의 보자는데?

5000억 탑코인이 없는 브라키오는 다른 대안을 제시했고 검은용 조각상이 포도알 크기의 녹색 구슬을 뱉어냈다.

조잡한 물건은 카이저 선에서 커트했겠지만, 브라키오가 건넨 물건은 카이저가 봐도 세준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었다.

세준이 녹색 구슬을 살펴보기 위해 잡았다.

[이 녹색 생명의 구슬에 들어있는 생명력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흡수하시겠습니까?]

"아니."

아직 거래를 한 게 아니기에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도 생명력을 흡수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어디 보자."

세준이 녹색 구슬을 살펴봤다.

[녹색 생명의 구슬]

녹색탑의 넘치는 생명력이 한 곳에 모이며 만들어진 구슬입니다.

녹색탑의 거대한 생명력이 담겨있습니다.

사용 제한 : 체력 1500 이상, 마력 1500 이상

등급 : SS

구슬에 담긴 생명력을 가늠해 보니 예전에 맨티스퀸을 처치하고 얻은 생명의 구슬보다 3배 정도 많은 생명력이 담겨있었다.

"녹색탑은 생명력이 넘치나 보네?"

세준이 설명을 보며 녹색탑의 환경을 알 수 있었다.

그러자 오필리아가 왜 맛없는 농작물을 수확했는지 의문이 자연스럽게 풀렸다.

영양 과다라 맛이 없었던 것.

"카이저 님, 거래할게요."

"크하하하. 잘 생각했다."

세준이 거래를 승낙하자 카이저가 세준에게 녹색 생명의 구슬을 주고 기대 가득한 눈으로 세준을 바라봤다.

"지금부터 30일간 카이저 님은 용용마켓 VIP에요."

-크하하하. 고맙구나!

카이저가 서둘러 다른 용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날아갔다.

그때

[탑의 관리자가 자신도 용용마켓 VIP가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에일린이 말을 걸었다.

"에일린은 안 돼."

에일린의 요청을 거절하는 세준.

[탑의 관리자가 그대의 말에 섭섭해합니다.]

"에일린은 나랑 같이 용용마켓 운영하는 운영진이잖아. 그러니까 VIP가 되면 안 되지. 우리는 한팀이니까."

[탑의 관리자가 그대의 말이 맞다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탑의 관리자가 그대와 자신은 한 팀이라고 강하게 주장합니다.]

그렇게 에일린과 얘기를 끝내고

"흡수."

세준이 녹색 생명의 구슬 안에 있는 생명력을 흡수했다.

그러자

[이 녹색 생명의 구슬에 들어있는 생명력을 흡수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녹색 기운이 세준의 손으로 흡수되며 녹색 구슬이 소멸했다.

[생명의 구슬이 100% 완성됐습니다.]

[의 생명의 구슬 1개가 채워졌습니다.]

[생명의 구슬이 100% 완성됐습니다.]

[의 생명의 구슬 2개가 채워졌습니다.]

[생명의 구슬이 23.5%가 채워졌습니다.]

순식간에 의 생명의 구슬 2개가 채워졌다.

녹색 생명의 구슬 하나로 두 개의 추가 목숨이 생긴 것.

"흐흐흐."

매일 생명의 구슬을 0.2%씩 완성시키던 세준에게는 아주 반가운 소식이었다.

***

아홉 개의 탑과 10번째 탑이 세워진 탑의 대지 아래 땅속.

[힘들다···그래도 조금만 더 힘내자!]

피곤한 목소리의 불꽃이가 힘을 내기 위해 기합을 넣으며 자신의 거대한 뿌리를 움직였다.

여러 탑으로 뻗어진 불꽃이의 뿌리들.

붉은탑에 연결된 뿌리로 흡수된 화염의 기운이 푸른탑과 연결된 뿌리로 흘러갔고

녹색탑과 연결된 뿌리로 흡수된 생명력이 생명력이 없어 죽어가는 갈색탑에 연결된 뿌리로 흘러갔다.

자색탑에 연결된 뿌리는 독을 빼내 불로 태웠다.

다른 탑들은 불꽃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기에 뿌리만 뻗어놨다.

그렇게 불꽃이는 5개 탑을 돌보고 있었다.

[헤헷. 이러면 나중에 주인님이 좀 편해지시겠지?]

세준을 위해서.

불꽃이의 거대한 뿌리 주변에는 탑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크고 강한 기운을 가진 엔트들이 불꽃이를 보조했다.

그렇게 탑을 돌보던 불꽃이.

[아. 안 되겠다. 오늘은 그만할래! 주인님의 손길이 필요해!]

지쳐버린 불꽃이가 휴식을 선언하고 세준을 찾아가기로 했다. 동시에 뿌리를 통해 기운들의 움직임도 멈췄다.

그리고 그사이 갈색탑, 녹색탑의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다.

다행히 붉은탑과 푸른탑, 자색탑은 화염콩과 대가뭄을 부르는 수박, 해독의 대파 덕분에 상황이 크게 나빠지지 않았다.

***

"젤가는 돌아가서 다시 수박 키워."

"네! 감자는 잘 먹겠습니다!"

[푸른탑의 탑농부 젤가를 역소환합니다.]

젤가가 삶은 감자를 품에 소중히 안고 푸른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젤가가 돌아가자

"냐앙···아쉽다냥···."

거대 생선구이를 먹을 수 없게 된 것에 시무룩해진 테오.

"이따가 생선구이 해줄게."

"푸후훗. 알겠다냥!"

세준의 말에 금세 기운을 차렸다.

그리고

"박 회장, 나 이거 빌려달라냥!"

세준의 재물을 태워야 더 효율이 좋은 테오가 자신이 세준에게 준 물건 중 황금 덩어리 하나를 집었다.

"그래. 빌려줄게."

"푸후훗. 고맙다냥!"

그렇게 세준에게 재물을 빌린 테오.

파앗.

"푸후훗. 이제 진짜 황금고양이 테오 박 님이다냥!"

황금을 태우며 황금빛을 뽐냈다.

"흥! 나도 빛바라기 씨앗 먹으면 밝게 빛나!"

아작.

테오의 자랑에 아작스가 나중에 먹을려고 남겨뒀던 빛바라기 씨앗을 먹고 몸을 빛냈다.

꾸엥!

[꾸엥이도 빛나고 싶다요!]

그런 테오와 아작스를 부러운 눈으로 보는 꾸엥이.

"대신 꾸엥이는 많이 먹을 수 있잖아."

꾸엥!꾸엥!

[맞다요! 꾸엥이는 많이 먹을 수 있다요!]

세준의 말에 꾸엥이의 표정이 금세 밝아졌다.

낑!

'야! 눈부셔!'

때마침 펜릴이 테오와 아작스가 뿜어내는 빛에 앞발로 눈을 가리며 꾸엥이의 기분을 더 좋게 만들었다. 빛은 눈만 부시다요!

그때

[주인님!]

멀리서 다가오는 베로니카의 손바닥 위에서 불꽃이가 세준을 불렀다.

그리고

폴짝.

거리가 가까워지자 세준을 향해 점프했다.

"불꽃이 왔어?"

세준이 불꽃이를 받아 조금 푸석해진 이파리를 쓰다듬어 줬다.

[헤헷. 네!]

세준의 손길을 만끽하며 불꽃이는 그동안의 노고를 보상받았다.

하지만

[농사꾼의 따뜻한 손길 Lv. 7이 발동합니다.]

[손길이 닿는 동안 사과나무의 이파리가 조금 치유됩니다.]

메시지를 보며 세준은 불꽃이를 걱정했다.

"테 부회장, 불꽃이 좀 치유해 줘."

"푸후훗. 황금고양이 테오 박에게 맡겨라냥!"

꾹.꾹.

황금빛을 뿜어내는 테오가 세준과 함께 불꽃이의 이파리를 열심히 치유했다.

그렇게 세준과 테오가 1시간을 정성껏 치유했지만

[농사꾼의 따뜻한 손길 Lv. 7이 발동합니다.]

[손길이 닿는 동안 사과나무의 이파리가 조금 치유됩니다.]

완치가 안 됐다. 작은 몸에도 엄청난 힘을 담을 수 있게 된 불꽃이에 비해 둘의 치유력이 너무 약했기 때문.

"뭐지?"

[헤헷. 주인님, 전 이제 괜찮아요.]

찔리는 게 있는 불꽃이가 서둘러 세준의 손에서 벗어나려 할 때

"안 된다냥! 나 황금고양이 테 부회장의 자존심이 용납할 수 없다냥! 박 회장, 재물 좀 빌려달라냥!"

"그래."

파바밧.

세준의 허락에 테오가 세준의 아공간 창고에 있는 황금을 태웠다.

재능 : 하찮은 재물로 태우는 재물의 힘을 이번에는 공격이 아니라 치유술에 불어넣었다.

꾹.

"푸후훗. 이번에는 완쾌다냥!"

재물을 얼마나 태운 건지 태양처럼 밝은 황금빛을 뿜어내는 테오가 불꽃이의 이파리를 찬란히 빛나는 황금 앞발로 눌렀다.

불꽃이의 가지와 이파리들이 앞발에서 흘러나온 황금빛으로 물들었고

[농사꾼의 따뜻한 손길 Lv. 7이 발동합니다.]

[손길이 닿는 동안 사과나무가 전부 치유됐습니다.]

[손길이 닿는 동안 사과나무가 조금 성장합니다.]

불꽃이의 이파리도 치유됐다.

그순간 탑의 대지와 아홉 탑의 중간중간이 아주 잠깐 황금색으로 빛났다.

[헤헷. 테오 님, 고마워요.]

불꽃이가 테오에게 감사를 하고 세준의 손길을 잔뜩 즐기다 돌아갔다.

잠시 후

"테 부회장, 아공간 창고에 있던 재물 다 태운 거야?!"

점심을 준비하기 위해 아공간 창고에 들어간 세준이 창고 구석에 그동안 쌓아뒀던 재물이 깨끗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테오가 불꽃이를 치유한다고 아공간 창고에 있던 모든 재물을 활활 태워버린 것.

"푸후훗.그렇다냥! 나 테 부회장이 훌륭한 거 나도 안다냥!"

세준이 자신을 칭찬하는 줄 알고 테오가 평소처럼 기고만장하게 말했다. 나 재물 잘 태운다냥!

하지만

"알긴 뭘 알아?! 칭찬 아니거든!"

칭찬이 아니었다.

"냥?! 칭찬 아니었냥?!"

"그래."

"냥! 그럼 빨리 칭찬해 달라냥! 난 박 회장의 칭찬이 필요하다냥!"

세준의 무릎에 발라당 누워 당당히 배를 보이는 테오. 칭찬하고 쓰다듬어라냥!

"알았어. 잘했어."

재물을 다 태운 건 열 받았지만, 불꽃이를 치유한 건 잘한 일이기에 세준이 테오를 칭찬하며 배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세준의 옆에 발라당 누워 배를 보이는 꾸엥이와 아작스.

슥.슥.

세준이 두 손을 번갈아 바쁘게 움직이며 셋의 배를 쓰다듬었고

낑!

'야! 그 손은 나 쓰다듬을 때만 써!'

그런 세준에게 펜릴이 화를 냈다.

"알았어. 까망이 밥 먹자."

그렇게 까망이에게 군고구마 말랭이를 줘 조용히 시키고 한참 동안 셋의 배를 쓰다듬었다.

"생각해 보니 브라키오 님에게 돈으로 안 받아서 다행이네."

문든 생각난 세준이 말했다. 브라키오에게 5000억 탑코인을 돈으로 받았으면 조금 전 테오가 다 태워버렸을 테니까.

그렇게 세준이 웃고 있을 때

[불행을 정신 승리로 이겨냈습니다.]

[영혼이 충만해집니다.]

[정신력이 5 상승합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누구 놀리냐?!"

세준이 메시지에 발끈했다.

352화. 내 얼굴 진짜 썩음?

352화. 내 얼굴 진짜 썩음?

검은탑 관리자 구역.

"브라키오 할머니, 이번만 용서해 주는 거예요."

"호호호. 알았다. 여기 도장도 찍지 않았느냐? 화 풀거라."

브라키오가 세준을 해치지 않겠다는 내용이 들어간 계약서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알았어요. 여기서 고르시면 돼요."

에일린이 손수 작성한 세준의 농작물 이름과 옵션, 가격이 적혀있는 종이를 뿌듯하게 건넸다.

"오. 종류가 이렇게 많아?!"

검은콩과 삼양주만 생각하고 있던 브라키오는 수십 종류의 농작물들을 보며 놀랐고 곧 흥분했다.

"달달한 거 좋아하시면 고구마나 옥수수가 추천드려요. 고소한 거 좋아하시면 땅콩도···."

에일린이 옆에서 브라키오에게 농작물들을 추천해 줬다.

"그래? 혹시 먹어볼 수는 없어?"

"그건 어려워요. 대신 많이 사면 서비스 좀 드릴게요."

대화만 들으면 지구 아주머니들의 대화 같았지만, 용들의 대화였다.

잠시 후

"일단 검은콩 1개랑 삼양주 1만 병 그리고 다른 농작물 10개씩 다 줄래?"

브라키오는 다른 농작물들은 먹어보고 판단하기 위해 종류별로 다 샀다.

"네! 잠시만요! 세준아, 주문이야!"

에일린이 서둘러 세준에게 브라키오의 주문 목록을 전달했다.

잠시 후

"여기요. 이 꿀젤리 100개는 서비스에요."

세준에게 농작물을 전달받아 브라키오에게 건넸다.

"그래. 고맙구나. 여기 1200억 탑코인이다. 잔돈은 맛있는 거 사 먹거라."

"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할머니, 다음에 또 와요!"

"호호호. 그래."

브라키오가 환한 표정으로 자신을 배웅하는 에일린을 보며 웃었다. 역시 아이들과 친해지려면 용돈만큼 좋은 게 없다.

그렇게 브라키오가 떠나자

"크히히히. 세준아! 내가 많이 팔았어!"

에일린이 자신의 실적을 세준에게 자랑했다.

***

후루룩.

"크으."

좋다. 좋아. 점심을 먹은 세준이 자신이 직접 내린 커피를 마시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쓴맛이 나는 약을 섭취했습니다.]

[재능 : 체력에 좋은 약이 쓰다가 발동합니다.]

[체력이 3 상승합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후훗. 이 정도 쓴맛은 충분히 버티지. 난 어른이니까."

결국 커피를 맛있게 내리는 것에 실패하고 세준은 쓴맛에 적응했다.

그렇게 커피를 즐기고 있을 때

[탑의 관리자가 그대의 농작물을 팔아 1200억 탑코인을 벌었다고 말합니다.]

에일린이 세준의 비었던 곳간을 다시 채워주며 기분을 더욱 좋게 만들어줬다.

"1200억? 1155억 아니었어?"

[탑의 관리자가 브라키오 할머니가 잔돈은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자신에게 줬다고 말합니다.]

역시 용들의 스케일은 엄청났다.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45억 탑코인을 주다니.

"그래? 그럼 잔돈은 에일린 가져도 되는데."

[탑의 관리자가 그대의 농작물을 팔고 얻은 거니 그것도 그대의 것이라고 말합니다.]

1탑코인도 삥땅 치지 않는 저 정직함.

훌륭하군. 아주 훌륭해.

"에일린,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기특한 마음에 세준이 에일린에게 물었다.

[탑의 관리자가 그대가 기쁘면 자신도 기쁘니 괜찮다고 말합니다.]

말까지 너무 예쁘게 한다.

[탑의 관리자가 자신이 아는 해츨링들에게 용용마켓에 구경 오라고 마법으로 연락했으니 손님이 늘어날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거기다 홍보력도 엄청났다. 해츨링들을 데려오겠다니?

물론 해츨링은 돈이 없다. 아직 밖에도 잘 안 나갈 때니까.

하지만 해츨링이 움직이면 해츨링을 보호하기 위해 부모나 어른이 같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부모들은 돈이 많다.

그렇게 부모와 같이 온 해츨링이 바닥에 누워 떼 한 번 써주면?

"흐흐흐. 게임 끝이지."

나중에 해츨링들에게만 '이렇게 하면 원하는 걸 살 수 있다. 엄마아빠의 지갑을 여는 54가지 방법' 같은 책을 만들어 보내 줄까?

"박 회장! 얼굴이 심하게 썩고있다냥!"

세준이 해츨링 부모들을 등칠 생각에 음흉하게 웃자 테오가 귀신같이 알아채고 세준의 얼굴을 주물렀다.

이 자식이!

방금은 자신이 생각해도 조금 못생겼던 거 같아 화를 낼 수 없었다.

하지만 괘씸하군.

내 곳간을 깨끗이 털어버린 녀석이 날 못생겼다고 하다니. 응징이다!

"부부부분."

세준이 테오의 배에다 입을 대고 바람을 불었다.

"냐아악! 하지 말라냥! 박 회장, 썩은 얼굴 치료할 거다냥!"

그렇게 세준이 테오와 놀고 있을 때

꾸헤헤헤.

"으히힛."

슬며시 배를 까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꾸엥이와 아작스.

그리고

낑!

'야! 충성 맹세는 나한테만 해야지!'

펜릴.

펜릴은 배방구를 충성 맹세로 오해했다.

잠시 후

"우리 까망이도 배방구 간다! 부부부붑."

세준이 테오, 꾸엥이, 아작스를 거쳐 마지막으로 펜릴의 배에 배방구를 했다.

끼히힛.낑!낑!

'히힛. 좋아! 마지막에 나한테 충성 맹세했으니까 넌 내 부하인 거야!'

그렇게 펜릴의 배에 배방구를 하고 있을 때

"뀻뀻뀻. 세준 님, 안녕하세요!"

이오나가 날아와 테오의 꼬리에 자신의 몸을 감았다.

"푸후훗. 이오나 왔냥?"

"뀻뀻뀻. 네! 테오 님, 근데 이건 왜 안 가져가세요?"

이오나가 자기 손보다 조금 큰 작은 주머니를 꺼내며 말했다.

"냥? 그게 뭐냥?"

"뀻뀻뀻. 저번에 카이만 왕국에서 챙긴 황금 조각상들이요."

"냥? 맞다냥! 이게 있었다냥!"

테오가 이오나에게 받은 작은 주머니를 열자

촤르르륵.

주머니 안에서 엄청난 양의 황금 조각상들이 쏟아져나왔다.

"푸후훗. 박 회장! 박 회장이 좋아하는 황금이다냥!"

덕분에 세준의 아공간 창고는 전보다 많은 재물이 쌓였다.

그리고 테오의 대우도 크게 달라졌다.

"흐흐흐. 우리 테 부회장,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세준이 테오의 다리를 주무르며 물었다.

"푸후훗. 배부르다냥! 대신 다른 걸 원한다냥!"

"응? 뭐?"

"박 회장의 썩은 얼굴을 주무르고 싶다냥!"

"내 얼굴이 그렇게 썩었어?"

"푸후훗. 그렇다냥! 싱싱하게 썩었다냥!"

싱싱하게 썩은 건 뭔데?

"알았어. 주물러봐."

"알겠다냥!"

세준이 누워서 테오의 앞발에 얼굴을 맡겼다.

꾹.꾹.

썩은 얼굴은 참을 수 없다냥! 테오가 세준의 얼굴을 거대한 악을 무찌르듯이 비장한 표정으로 주물렀다.

그렇게 열심히 세준의 얼굴을 주무르던 테오.

"박 회장, 재물 태워도 되냥?"

역부족이었는지 재물을 태워 힘을 보충하려 했다.

하지만

"안 돼."

조금 전 테오가 재물을 홀라당 태워버리는 걸 봤기에 허락할 리 없었다.

"알겠다냥···."

세준의 대답에 실망한 테오.

잠시 후

커어어.

세준이 잠들자

"뀻뀻뀻. 테오 님, 이거라도 태우세요."

이오나가 테오에게 자신의 돈을 건넸다.

"푸후훗. 고맙다냥!"

100억 탑코인을 태워 빛나는 황금 앞발로 테오가 세준의 얼굴을 주물렀다.

***

갈색탑 99층.

"위대한 갈색용이시여. 갑자기 땅이 썩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갈색탑 탑농부 오릭이 돌로 만들어진 갈색용 조각상을 향해 외쳤다.

-몇 층까지 썩었느냐?"

갈색용 조각상에서 단단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위대한 갈색용의 수장 그레이브 렌마였다.

"현재 탑 61층이 썩고 있습니다."

-뭐?! 벌써 탑 61층이라고?!

몇 시간 전까진 탑 60층이 썩기 시작했다는 보고를 받은 그레이브가 크게 놀랐다.

'몇 시간 만에 한 층이 다 썩었다고?!'

이건 빨라도 너무 빨랐다.

그렇게 당황한 그레이브가 서둘러 수정구로 탑 61층 상황을 지켜볼 때

-응?

탑 61층의 썩는 속도가 점점 줄어들었다.

***

탑의 대지 지하.

[휴우. 쉬었으니가 또 일해볼까!]

불꽃이가 기합을 지르며 일을 시작했다.

붉은탑, 푸른탑, 녹색탑, 갈색탑, 자색탑.

다시 다섯 개의 탑과 연결된 뿌리를 통해 기운을 옮기는 불꽃이.

[헤헷. 테오 님, 덕분에 뿌리가 완전히 회복돼서 기운이 막 나! 기운을 옮기는 게 한결 편해졌어.]

테오가 세준의 재물을 몽땅 태워 뿌리를 치유해 준 덕분에 그동안 알게 모르게 뿌리에 조금씩 쌓였던 데미지가 완전히 치유됐다.

[뿌리를 좀 더 뻗어도 되겠어.]

뿌드득.

불꽃이가 다섯 개의 탑에 거대한 뿌리를 하나씩 더 연결했다.

***

"으음."

눈을 뜬 세준. 고개를 살짝 들자

끼로롱.

가슴에는 슬링백에 담긴 펜릴이 먹는 꿈을 꾸는 입맛을 다시며 자고 있었고

고로롱.

뀨로롱.

무릎에는 식빵을 구우며 자는 테오와 그런 테오의 꼬리를 감고 자는 이오나가 보였다.

그리고

꾸로롱.

아로롱.

양옆에는 꾸엥이와 아작스가 세준의 옆구리를 안고 자고 있었다. 소리만 들어도 둘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너무 푹 자버렸네."

세준이 다시 고개를 내리며 말했다.

그때

"응?"

세준은 자신의 감각이 이상함을 느꼈다. 뭔가 너무 시원하고 선명한데?

숨도 시원하게 잘 쉬어지고, 눈앞의 것들이 좀 더 또렷하게 보였다. 소리도 좀 더 선명하게 들렸다.

께엑.

밖에서 일하는 버섯개미들의 소리까지 다 들렸다. 거리가 얼마나 떨어졌는지도 알 것 같았다.

뭔가 달라진 게 있나 상태창부터 열고 살펴봤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뭐지?"

내 얼굴 진짜 썩음? 그래서 테 부회장이 치료해서 좋아짐? 세준이 의아해하며 코 골며 자는 테오를 바라봤다.

"아니야."

세준이 고개를 흔들며 부정했다. 내 얼굴이 썩었다니···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

커어어.

열심히 부정에 부정을 하던 세준이 다시 잠들었다.

1시간 후

끼이이잉.

펜릴이 슬링백에서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고 나와

뚱땅.뚱땅.

세준의 가슴을 밟으며 세준의 얼굴로 향했다.

낑!낑!

'야! 일어나! 나 배고파!'

세준의 얼굴을 오르며 밥을 요구하는 펜릴.

"윽!"

세준이 꼬릿한 냄새에 눈을 떴다.

낑?낑!

'일어났어? 빨리 밥 줘!'

눈을 뜬 세준과 눈이 마주친 펜릴이 서둘러 세준의 얼굴에 앉았다. 덕분에 더욱 진한 꼬린내를 맡아 버린 세준.

'그러고 보니 내가 까망이를 목욕시킨 적이 있나?'

숨을 참으며 자신이 펜릴을 목욕시킨 적이 있는지 생각했고 깨달았다.

'없네···.'

펜릴이 한 번도 목욕한 적이 없다는 걸.

덥석.

"까망이, 오늘 목욕하자."

세준이 펜릴의 목덜미를 잡으며 말했다.

낑!

'이것 놔!'

본능적으로 피해야 한다는 걸 직감한 펜릴이 세준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바둥거렸다.

물론 소용은 없었다.

"푸후훗. 박 회장, 목욕하냥?"

"뀻뀻뀻! 테오 님이랑 목욕 좋아요!"

꾸엥!

[꾸엥이 목놀이 잘한다요!]

꾸엥이가 너무 흥분한 나머지 목욕과 물놀이를 합쳐버렸다.

"난 깔끔해서 목욕은 안 해도 되지만, 세준이 형이랑 함께라면!"

같이 목욕하면서 등 밀어주면 친해진다고 책에서 봤어!

펜릴을 든 세준을 따라 목욕탕으로 향하는 일행들.

"그러고 보니 목욕탕을 쓰는 건 처음이네."

분수대를 용들이 차지하면서 부담스러워진 세준이 목욕탕을 따로 만들었다.

목욕탕에 도착하자

꾸헤헤헤.

꾸엥이가 탕에 제일 먼저 들어가 따뜻한 물로 몸을 적셨고

찰싹.

테오는 세준의 무릎에 매달렸다. 당연히 1+1이라 이오나도 함께였다.

그리고

'세준이형 등 언제 밀어주지?'

아작스는 세준의 등을 밀 기회만 엿봤다.

물론 아작스의 힘으로 세준의 등을 밀면 등가죽이 다 벗겨질 테니 세준이 자신의 등을 아작스에게 맡길 리는 없었다.

첨벙.

세준이 먼저 물에 들어가

낑!낑!

'싫어! 싫다고!'

거부하는 펜릴의 몸에 손으로 물을 떠서 펜릴의 몸을 적셔줬다.

그러자

낑?

'따뜻하고 좋은데?'

가만히 있는 펜릴.

조금 시간이 지나자, 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했는지

끼히힛.낑!낑!

'히힛. 야! 봐봐! 고고한 늑대인 이 몸의 고고한 수영을!'

땀방.땀방.

펜릴이 개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353화. 흐흐흐. 기특한 노예군.

353화. 흐흐흐. 기특한 노예군.

"흥흥흥."

쉐킷.쉐킷.

꾸엥이, 아작스, 펜릴이 물놀이를 하는 사이 세준이 취사장에서 콧노래를 부르며 열심히 텀블러를 흔들었다.

그리고

"다 됐나?"

통에 담긴 액체를 컵에 따라 마셨다. 걸쭉한 노란색 액체. 바나나와 우유를 섞은 바나나우유였다.

밖에서 먹던 그 맛을 낼 수 없지만, 그래도 목욕 끝내고 바나나우유를 먹는 기분은 내고 싶었다.

"좀 덜 단가?"

꿀렁.

세준이 바나나우유에 꿀을 1꿀렁 넣어 다시 마셨다.

"음. 좋아."

꿀이 들어가자 단맛이 강화되며 맛있는 바나나우유가 완성됐다.

그렇게 모두가 먹을 만큼의 바나나 우유를 만들어 차갑게 만들어 아공간 창고에 넣고 다시 목욕탕으로 가는 길.

"그러고 보니 아까만큼 감각이 선명하지 않네?"

세준이 아까와는 달리 감각이 조금 둔해진 것을 느끼며 말했다.

숨 쉬는 게 좀 답답해지고 시야가 흐릿해진 느낌에 어느덧 소리만 들어도 그려지던 감각도 사라졌다.

전이라면 몰랐겠지만, 확장된 감각을 한 번 느낀 후기 때문에 세준은 전과 후의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했다.

"뭐지?"

세준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냥! 박 회장, 얼굴이 또 썩었다냥!"

세준의 무릎에 매달린 테오가 앞발로 세준의 얼굴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100억 탑코인으로는 어림도 없다냥···.'

체념한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테오.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아니. 그냥 기분이 나빴다.

이 자식이!

그래서 테오의 볼살을 늘리며 응징에 들어갔다.

"바케장, 자모해따냥!"

"앞으로 썩었다고 할 거야 안 할 거야?"

"하 꺼다냥! 그짓마를 하 쑤는 없다냥!"

세준의 물음에 단호하게 대답하는 테오. 위대한 무릎을 가진 세준 앞에서 거짓을 말 할 수 없었다.

"그럼 썩었다는 말 말고 다른 거로 바꿔!"

"그건···."

잠시 생각하는 테오.

"알겠다냥! 그럼 앞으로 썩었다 대신 부패했다로 바꾸겠다냥!"

"아냐···그냥 바꾸지 마···."

'썩었다'라는 말은 그나마 적응했는데 '부패했다'로 다시 적응하기 싫었다.

결국 건진 게 없는 세준.

다시 이동해 목욕탕에 들어가자

낑히···힛.낑···

'히···힛. 오늘도 나는 고고했어···.'

개헤엄을 하다 지친 펜릴이 목욕탕에서 나와 물에 젖은 자신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철푸덕 엎어졌다.

낑···낑···

'힘들어···이제 잘래···.'

눈을 감는 펜릴.

하지만

"까망이, 아직 씻지도 않았는데 왜 나와?"

아직 씻지 않은 펜릴은 물에서 나올 수 없었다.

세준이 펜릴을 다시 탕에 담그고 펜릴의 몸을 손으로 벅벅 긁으며 씻겼다.

끼히···힛.낑···낑···

'히···힛. 거기 시원해···더 긁어 봐···.'

세준에게 자신의 몸을 맡기고 극락을 체험 중인 펜릴.

잠시 후

끼로롱.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낸 펜릴이 마른 수건에 엎어져 코를 골며 잠들었다.

"자. 다음."

꾸엥!

[이제 꾸엥이다요!]

세준의 말에 만세를 부르며 세준 앞에 서는 꾸엥이. 세준이 꾸엥이의 몸도 벅벅 긁으며 씻겼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기분 좋다요!]

세준의 손길에 좋아 죽는 꾸엥이.

그렇게 세준이 꾸엥이의 전신을 다 씻기고

"다 됐다."

세준이 거대한 수건으로 꾸엥이를 덮어 온몸의 물기를 닦아줬다.

"꾸엥이, 까망이 옆에서 얌전히 대기하고 있어."

꾸엥!

[알겠다요!]

꾸엥이가 펜릴 옆에 깔린 마른 수건 위에 앉았다.

"형! 이제 내 차례야!"

다음 차례인 아작스도 만세를 부르며 세준의 앞에 섰다.

세준이 아작스의 비늘 방향을 따라 손으로 슥슥 쓸어내려 아작스의 몸을 씻겼다.

'조심해야지.'

펜릴, 꾸엥이와 다르게 극도로 조심하는 세준. 실수로라도 절대 비늘의 역방향으로 손을 움직이면 안 된다.

용비늘이 워낙 날카롭기에 피부가 그냥 잘려 나간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아작스를 씻긴 세준.

"끝."

세준이 아작스의 물기를 제거한 후 말했다.

아작스는 털이 없기에 수건으로 툭툭 눌러주는 것만으로 물기를 다 제거할 수 있었다.

"아작스도 대기."

"응. 형!"

세준의 말에 아작스가 꾸엥이 옆에 앉았다.

꾸로롱.

어느새 꾸엥이는 목욕 후의 나른함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꾸벅이며 졸고 있었다.

"자. 다음은···."

덥석.

세준이 요염한 자태로 자신의 뒷다리 털을 열심히 핥고 있는 테오의 목덜미를 잡았다.

"냥? 박 회장, 뭐냥?"

"뭐긴 뭐야? 씻을 시간이지."

세준이 테오를 물에 담그며 대답했다.

수속성 재능 때문에 절대 물에 젖지 않을 수 있는 테오. 그래서 누구보다 꼬순내가 심했다.

"푸후훗. 나 테 부회장은 절대 물에 젖지 않는다냥!"

세준의 말에 테오가 코웃음 쳤다. 실제로 테오의 털은 전혀 젖지 않았다.

하지만 세준에게는 테오의 방수 능력을 해제할 무적의 무기가 있었다.

"목욕하면 무릎 독점권 하루 연장."

"알겠다냥!"

당연히 세준의 무릎을 선택하는 테오. 동시에 테오가 방수 능력을 풀며 테오의 털이 물감 풀리듯 물에 풀어졌다.

세준이 테오의 몸도 벅벅 긁으며 씻겼고 겸사겸사 테오의 꼬리에서 자는 이오나도 씻겼다.

"뀻뀻뀻."

자면서도 세준의 손길에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목욕을 즐기는 이오나.

그러나

"냐아앙···."

이것만 버티면 박 회장의 무릎을 하루 더 독점할 수 있다냥! 테오는 인상을 쓰며 빨리 목욕이 끝나기만을 바랐다.

"끝."

"떨어지라냥!"

세준의 말과 동시에 방수 능력을 켜서 물을 털어버리는 테오.

"테 부회장도 이오나랑 가서 쉬고 있어."

"알겠다냥!"

테오도 마른 수건 위로 올라가자 세준이 자신의 몸을 씻기 시작했다.

그렇게 목욕이 끝나자

"뭐야? 다 자네?"

고로롱.

뀨로롱.

꾸로롱.

아로롱.

끼로롱.

모두가 포개져 사이좋게 자고 있었다.

"크으. 좋다. 에일린도 먹어."

[탑의 관리자가 잘 먹겠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달고 맛있다고 말합니다.]

잘 자는 애들을 깨울 수 없는 세준은 시원한 바나나우유를 에일린과 나눠 먹었다.

그리고

"얘네들 이러다 감기 걸리겠네."

세준이 모두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 아. 나만 걸리나? 또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

"아냐. 까망이는 걸릴 수 있어."

까망이는 나보다 약하니까.

"흐흐흐."

괜히 기분이 좋아진 세준이 웃음을 흘리며 침실로 향했다.

***

녹색탑 99층

후두둑.

"뭐지? 박세준 이놈은 왜 나한테 일을 안 주는 거지?"

오필리아가 짜증을 내며 당근 씨앗을 땅에 심었다.

세준이 일을 시키는 것도 열이 받았지만, 일을 안 시키니까 그건 그거대로 열이 받았다.

뭔가 자신을 무시하는 느낌.

"내가 농사 실력이 얼마나 좋은데! 자라나라."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오필리아가 당근 씨앗을 향해 스킬을 사용했다.

뿌드득.

당근 씨앗들이 빠르게 땅속에 뿌리를 내리며 자라났다.

잠시 후

"좋아. 수확해야지

쑥.쑥.

오필리아가 땅 위로 높게 올라온 당근 줄기를 뽑았고 줄기 하나당 무 크기의 당근 하나가 뽑혀 나왔다.

당근은 뿌리식물이기에 방울토마토처럼 안 열리는 경우는 없었다. 대신 여전히 맛은 없었다.

"엣헴. 이것 좀 먹어보면 내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겠지? 운송."

오필리아가 뿌듯한 표정으로 자신이 수확한 당근 1000개를 세준에게 보냈다. 800만 탑코인의 탑간 운송비용을 지불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