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색탑 99층
후두둑.
"뭐지? 박세준 이놈은 왜 나한테 일을 안 주는 거지?"
오필리아가 짜증을 내며 당근 씨앗을 땅에 심었다.
세준이 일을 시키는 것도 열이 받았지만, 일을 안 시키니까 그건 그거대로 열이 받았다.
뭔가 자신을 무시하는 느낌.
"내가 농사 실력이 얼마나 좋은데! 자라나라."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오필리아가 당근 씨앗을 향해 스킬을 사용했다.
뿌드득.
당근 씨앗들이 빠르게 땅속에 뿌리를 내리며 자라났다.
잠시 후
"좋아. 수확해야지
쑥.쑥.
오필리아가 땅 위로 높게 올라온 당근 줄기를 뽑았고 줄기 하나당 무 크기의 당근 하나가 뽑혀 나왔다.
당근은 뿌리식물이기에 방울토마토처럼 안 열리는 경우는 없었다. 대신 여전히 맛은 없었다.
"엣헴. 이것 좀 먹어보면 내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겠지? 운송."
오필리아가 뿌듯한 표정으로 자신이 수확한 당근 1000개를 세준에게 보냈다. 800만 탑코인의 탑간 운송비용을 지불하면서.
***
꾸엥!
[핫케이크 냄새다요!]
침대에서 맛있는 냄새를 맡고 일어난 꾸엥이.
킁킁.
냄새를 따라 취사장으로 향했고 저녁으로 먹을 핫케이크를 굽고 있는 세준을 발견했다.
"꾸엥이, 일어났어?"
꾸엥!꾸엥!
[그렇다요! 꿀잠이었다요!]
세준의 물음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대답하는 꾸엥이.
"저녁 다 됐으니까. 애들 좀 데려와 줘."
꾸엥!꾸엥!
[알겠다요! 꾸엥이에게 맡긴다요!]
잠시 후
둥실.둥실.
꾸엥이가 자는 이들을 염력으로 띄워서 데려와 각자의 자리에 앉혔다.
그러자
"냥?"
"으잉? 맛있는 냄새 나는데?"
낑?
'밥 먹을 시간이야?'
음식 냄새를 맡고 하나둘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밥 먹을 준비를 했다.
"배고프지? 빨리 먹자."
세준이 각자의 앞에 핫케이크를 올린 접시와 바나나우유가 담긴 잔을 놓으며 말했다.
꾸엥!
[잘 먹겠습다요!]
"형, 잘 먹을게!"
낑!낑!
'야! 나 여기 앉아 있어! 빨리 내꺼도 내놔!"
펜릴이 짖으며 자신이 발밑에서 기다리고 있음을 열심히 어필했다.
"알았어. 우리 까망이도 먹자."
세준이 미니 5단 핫케이크와 함께 작은 그릇에 바나나우유를 담아줬다.
그렇게 시작된 식사.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요리 천재 아빠가 또 엄청난 걸 만들었다요!]
꾸엥이가 바나나우유를 먹고 '역시 우리 아빠'라며 세준을 바라봤고
"으히힛. 역시 세준이형님이야!
아작스도 세준을 '형님'이라고 부르며 존경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낑!낑?낑!
'야! 어디 도망가면 안 돼! 내가 살려준 거 기억하지? 넌 영원히 내 집사야!'
펜릴은 실력 좋은 자신의 집사가 어디 도망가지는 않을까 단속했다.
"푸후훗. 박 회장, 나도 배고프다냥!"
"자."
세준이 왼손으로 테오에게 수제 츄르를 먹이며 오른손으로 핫케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그때
파앗.
[마력을 품은 민첩의 당근 1000개가 도착했습니다.]
밝은 빛기둥이 세준의 앞에 떨어지더니 무만 한 당근 1000개가 나타났다.
덕분에 세준의 핫케이크는 완전히 뭉개졌다.
"뭐야?!"
세준이 인상을 쓰며 자신의 앞에 갑자기 나타난 당근을 들어 살펴봤다.
[생명력을 품은 민첩의 당근]
짧은 시간에 높은 마력과 생명력을 흡수하며 성장한 당근입니다.
농사의 '노'자 정도 아는 어리숙한 농부가 재배해 맛이 없습니다.
섭취 시 체력과 민첩이 영구적으로 1 상승합니다.
재배자 : 녹색탑 탑농부 오필리아
유통 기한 : 100년
등급 : C+
"녹색탑 탑농부 오필리아?"
저번에는 농사의 '농'자도 모른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노'자 정도는 안다는 설명. 성장하긴 한 건가?
"근데 이걸 나한테 왜 보낸 거지?"
세준이 오필리아가 자신에게 당근을 보낸 의도를 생각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당근 테러?"
실제로 자신의 저녁을 망쳤으니 테러가 맞았다.
거기다 스탯만 오르는 맛없는 당근을 보내 '너같이 약한 녀석은 맛없는 당근이나 먹고 강해져라'라는 조롱 담긴 메시지(?)까지 담겨 있었다.
"와. 기분 너무 나쁜데."
생각할수록 열이 받았다. 응징이다!
세준이 더운 걸 싫어하는 오필리아에게 불세례를 내리려 할 때
[녹색탑의 노예가 자신의 농사 실력을 잘 봤냐고 묻습니다.]
오필리아가 말을 걸었다.
"봤지. 아주 잘."
그래서 혼내주려고 했지.
[녹색탑의 노예가 자신의 농사 실력을 봤는데도 왜 일을 안 시키냐고 묻습니다.]
"응? 왜 일을 안 시키냐고? 당연하잖아. 엄청 못 하니까."
[녹색탑의 노예가 발끈합니다.]
"왜 사실인데?"
세준의 말에 분노한 오필리아.
[녹색탑의 노예가 인정할 수 없다며 누가 농사를 더 잘하는지 대결을 요청합니다.]
세준에게 농사 대결을 신청했다.
"그래. 원한다면."
다른 대결이면 모르지만, 종목이 농사면 자신 있었다.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어리석은 녹색탑의 노예가 뛰어난 농부인 당신에게 농사 대결을 요청했습니다. 농사 대결에서 이기십시오.]
패배 시 : 녹색탑의 노예 해방
승리 시 : 노예 기간 +500년
세준의 말과 함께 퀘스트 메시지가 나타났다.
"알아서 500년을 더 노예로 일하겠다니··· 흐흐흐. 기특한 노예군."
세준이 흐뭇하게 웃으며 취사장 밖으로 나갔다.
354화. 당근으로 참교육시켜 주지.
354화. 당근으로 참교육시켜 주지.
"그럼 뭐로 대결할래?"
[녹색탑의 노예가 자신은 뭐든 자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무슨 자신감이지?'
세준은 오필리아의 자신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럼 더 맛있는 당근을 수확하는 탑농부가 이기는 거로 하자."
승부는 냉혹한 법. 바로 이겨버리기로 했다.
'당근으로 참교육시켜 주지.'
나는 맛없는 당근 테러를 당했지만, 맛있는 당근으로 해주는 참교육. 후훗. 이 정도면 나 너무 관대한 거 아냐?
세준이 스스로의 멋에 취해있을 때
[녹색탑의 노예가 좋다고 말합니다.]
오필리아가 승부를 받아들였다.
"좋아. 그럼 나도 수확한 당근 1000개를 보내주면 되지?"
당근 한 개만 보내도 자신의 확실한 승리지만, 앞으로 500년 더 일해줄 노예를 위해 맛있는 당근 1000개를 베풀기로 했다.
세준이 취사장 뒤편 거대한 저장고로 들어갔고 그 뒤를 꾸엥이, 아작스, 까망이가 쫄래쫄래 따라왔다.
취사장 뒤 저장고는 수확한 농작물 양이 늘어나 새로 지은 건물로 안에는 여러 칸의 창고로 나뉘어 창고마다 한 종류의 농작물들이 들어있었다.
"엄청 많이 쌓였네?"
세준이 창고마다 소작농 버섯개미들이 수확한 농작물이 가득한 것을 보며 말했다.
다른 고양이 인턴과 사원들이 열심히 팔고 있지만 그들의 봇짐 용량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세준이 말없이 무릎에 매달린 테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한 번 내려갈 때가···
그러고 보니 풍요의 신 레아가 10번째 탑으로 통하는 문 조각 하나가 탑 80층에 있다고 했으니 땅 문서도 구해야 했다.
"냥? 박 회장, 갑자기 왜 그렇게 보냥?"
"응? 아무것도 아냐."
"뭔가 수상하다냥!"
"아. 이럴 때가 아니지!"
테오의 의심스러운 눈빛에 세준이 서둘러 당근 창고로 향했고 오필리아에게 보낼 민첩의 당근 1000개를 담기 시작했다.
"얘들아, 유통기한 별로 안 남은 애들로 골라."
어차피 맛있는 당근을 보내면 되는 대결. 굳이 유통기한이 긴 당근을 보낼 필요가 없었다.
거기다 용이면 당근 1000개 먹는 데 3일도 안 걸린다.
"푸후훗. 내가 잘 골라낼 수 있다냥!
꾸엥!
[꾸엥이도 잘 한다요!]
"응! 형! 나 열심히 해볼게!"
끼히힛.낑!
'히힛. 먹을 거다!'
세준의 말에 일행들이 유통기한이 일주일도 안 남은 당근들을 골라 상자에 담았다.
그리고
"까망이, 누가 먹으래?"
낑!
'이거 내가 골랐어!'
펜릴은 당근을 먹다 세준에게 현행범으로 잡혀 체포됐고 슬링백에 감금돼 세준이 잘라준 당근 조각을 아작아작 씹어 먹다 잠들었다.
잠시 후
"운송."
오필리아에게 보낼 당근을 상자에 담은 세준이 탑 간 운송을 사용했다.
하지만
[민첩의 당근 200개(100kg)를 녹색탑으로 운송합니다.]
[운송하시겠습니까?]
세준이 옮길 수 있는 당근의 양은 고작 200개였다.
"응?"
생각해 보니 임시 보관소 용량이 100kg인데 오필리아는 어떻게 당근 1000개를 보낸 거지?
오필리아는 그냥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마력을 퍼부어 운송 용량을 늘렸다.
그러나 그런 게 있는지도 모르고 마력이 미천해 할 수도 없는 세준.
"나보다 큰 임시 보관소를 가지고 있나?"
오필리아가 자신보다 큰 보관소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노예가 자신보다 큰 보관소를 가지고 있다니···
'···건방지네.'
괜히 자존심이 상했다.
"나도 이번 기회에 확장 좀 해야겠어."
그래서 임시 보관소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10억 탑코인으로 임시 보관소 용량을 200kg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확장하시겠습니까?]
"응."
[10억 탑코인을 사용해 임시 보관소 용량을 200kg으로 확장합니다.]
[15억 탑코인으로 임시 보관소 용량을 300kg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확장하시겠습니까?]
"응."
세준은 임시 보관소 용량을 계속 확장했다. 오필리아보다 높은 1100kg까지.
오필리아의 당근은 커서 개당 무게가 1kg이었다.
'흐흐흐. 이러면 내가 대결에서도 용량에서도 이긴 건가?'
혼자 흐뭇해하는 세준.
[민첩의 당근 2200개(1100kg)를 녹색탑으로 운송합니다.]
[운송하시겠습니까?]
"운송."
세준이 유통기한 얼마 남지 않은 당근 1200개를 더 담아 2200개의 당근을 오필리아에게 보냈다.
[800만 탑코인의 탑 간 운송 비용을 어떻게 지불하시겠습니까?]
[선불과 착불이 있습니다.]
"착···선불."
세준은 착불로 보내려다 선불을 선택했다.
노예기간 300년을 800년으로 셀프 연장하는 기특한 노예를 위해 주인의 관대함을 보여줬다.
***
녹색탑 99층
"흥! 감히 나한테 당근으로 승부를 걸어?"
세준의 말에 오필리아가 콧방귀를 꼈다.
지금까지 자신이 수확한 당근이 10만 개가 넘었고 무엇보다 자신이 재배한 당근보다 맛있는 당근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당근 맛이 원래 그런 줄 알았다.
잠시 후.
[민첩의 당근 2200개가 도착했습니다.]
밝은 빛기둥과 함께 오필리아의 앞에 당근들이 나타났다.
"풉. 뭐야? 내 당근보다 훨씬 작네."
오필리아가 세준이 보낸 당근을 보며 피식 웃었다. 이렇게 작은 당근이라니, 하찮은 존재라서 그런지 크기도 하찮았다.
안 봐도 자신의 승리였다.
"그래도 먹어는 봐야지."
오필리아가 당근 하나를 들어 베어 물었다.
아작.
"···?!"
아작.
"···!!!"
'뭐···뭐야? 당근이 이렇게 맛있으면 안 되는데···.'
세준의 당근을 먹으면서 오필리아는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던 당근 맛에 대한 모든 기준이 산산이 부서졌다.
'그럼 내가 지금까지 수확한 당근은 뭐지?!'
그렇게 오필리아가 생각에 빠진 사이
아작.아작.
오필리아의 입은 멈추지 않았고 순식간에 당근 하나가 사라졌다.
"당근이 이렇게 맛있는 거였어?!"
이해할 수 없었다. 검은탑 탑농부와 자신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어서 당근 맛이 이렇게 다른지.
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 당근이 쓰레기였다니···."
아작.
오필리아가 신경질적으로 세준의 당근을 씹으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농사 대결에서 패배했습니다.]
[퀘스트를 실패했습니다.]
[퀘스트 실패 페널티로 노예 기간이 500년 추가됩니다.]
오필리아가 세준의 800년짜리 노예가 됐다.
***
[농사 대결에서 승리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녹색탑 노예의 노예 기간이 500년 추가됩니다.]
"흐흐흐. 좋네."
세준이 메시지를 확인하며 웃었다.
인간의 기대 수명을 생각하면 오필리아가 노예 기간 800년을 다 채우기 전에 자신이 먼저 죽겠지만, 뭐든 넘치게 있는 건 좋은 거다.
"아. 맞다! 노예야, 이거 심어봐."
세준이 아공간 창고에서 끈질김의 쑥 씨앗을 한 무더기 꺼냈다. 탑 62층에서 쑥을 딸 때 쑥꽃에서 채종한 것들이었다.
'탑 62층에서는 땅이 평범해 효과가 뛰어나지 않다고 했지만'
녹색탑은 생명력이 넘쳐나는 곳이니 거기서 쑥을 키우면 특별한 효과가 생길 것 같았다.
"운송."
그래서 쑥 씨앗을 오필리아에게 보냈다. 물론 이번에는 착불로 보냈다. 연속 두 번 선불은 버릇 나빠져.
그렇게 오필리아에게 쑥 씨앗을 보내고
"얘들아, 자자."
세준이 하루를 마무리하며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자. 잘 다녀와."
"냥? 이걸 왜 나한테 주냥?"
아침부터 세준을 도와 여러 개의 가죽주머니에 농작물을 열심히 담은 테오.
테오가 그 가죽주머니들을 자신에게 건네는 세준에게 배신감 가득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코브 왕국이랑 레드리본 왕국에 3분의 1씩 주고 나머지는 탑 4층에서 팔면 돼."
"냥? 나 일하러 가는 거냥?"
"응."
"혼자 가기 싫다냥! 박 회장도 같이 가자냥!"
테오가 세준의 무릎과 떨어지기 싫어 떼를 썼지만
"안 돼. 난 할 일 있어."
세준은 단칼에 거절했다. 저번에 흑토끼에게 받은 3개의 탑문서 중 마지막으로 남은 탑 73층 땅문서를 사용할 생각이었다.
"대신 탑 73층까지는 같이 가자."
"푸후훗. 알겠다냥!"
세준과 늦게 헤어질 수 있자 기분 좋아진 테오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단순한 테오를 설득한 세준이 아침을 먹고
"들어가 있어."
일행을 아공간 창고에 넣고 땅문서를 펼쳤다.
그리고
[검은탑 73층 농장 땅문서의 최초 소유자 각인을 위한 소환 기능이 발동합니다.]
검은탑에서 세준과 일행들이 사라졌다.
***
아작.
"에헤헤. 당근 주제에 왜 이렇게 맛있지?"
후두둑.
오필리아가 세준의 당근을 먹고 바보같이 웃으며 세준이 보낸 쑥 씨앗을 바닥에 뿌렸다.
농사 대결에서 지고 노예 기간이 500년이나 늘어나 열불이 났지만, 당근이 맛있어서 자꾸 웃음이 났다.
그때
-오필리아, 잠시 올라와 보거라.
브라키오가 오필리아를 불렀다.
"네. 지금 갈게요!"
오필리아가 서둘러 녹색탑의 관리자 구역으로 이동했다.
오필리아가 사라진 탑 99층.
꿈틀.꿈틀.
그냥 뿌리기만 한 쑥 씨앗들이 꿈틀거리며 땅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할머니, 부르셨어요?"
오필리아가 자신을 부른 브라키오를 보며 물었다.
"오냐. 와서 이것 좀 먹어 보거라."
브라키오가 검은탑에서 10개씩 사 온 방울토마토, 고구마, 감자 등의 농작물을 꺼냈다.
"어?"
그중 오필리아의 눈에 들어온 주황색 농작물. 좀 전에 본 것과 크기가 비슷했다.
아작.
들어서 먹어보니 맛도 똑같았다.
"할머니, 이거 혹시 검은탑 탑농부가 기른 농작물이에요?"
"응? 그걸 어떻게 아느냐?"
"으잉···좀 빨리 부르지!"
이것만 빨리 먹었어도 세준과 농사 대결 같은 건 안 했을 거고 그러면 500년 안 늘릴 수 있었는데···
억울함이 폭발한 오필리아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작.아작.
그러면서 당근 먹는 건 멈추지 않는 오필리아.
'억울한데 맛있어···'
덕분에 입꼬리는 올라가고 눈은 울어 오필리아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오필리아, 괘···괜찮은 거니?"
브라키오가 그런 오필리아를 심각하게 바라봤다. 설마 우리 손녀가 노예가 된 충격에 미쳐서 광룡이···?
"네. 할머니, 저 괜찮아요."
다행히 오필리아는 곧 정상적인 표정으로 돌아와 브라키오를 안심시켰다.
***
[검은탑 73층에 도착했습니다.]
[최상층인 탑 99층에서 탑 73층으로 이동했습니다.]
[26층을 내려갔습니다.]
[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26 상승합니다.]
탑 73층에 도착한 세준. 개복치답게 빠르게 주변에 위험 요소가 없는지 살폈다.
하지만
퍽!
주변을 다 둘러보기도 전에 뭔가가 세준의 등을 강하게 때렸고 세준이 바닥을 구르며 날아갔다.
[가 발동합니다.]
[마력을 소모해 육체가 부서지지 않게 보호합니다.]
[마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용족 스킬 - 용의 비늘이 발동합니다.]
[위대한 검은 용 카이저의 비늘이 파괴됩니다.]
[생명의 구슬 1개를 소모했습니다.]
동시에 권능과 마법과 다시 권능이 발동해 세준을 보호했다.
'뭐야?'
세준이 날아가면서 자신을 공격한 존재의 모습을 확인했다. 온몸이 바위로 이루어진 회색 몬스터였다.
멸망의 사도 7좌 산을 부수는 바위 쿠루거의 파편이었다.
그때
철컹.
낑!
'감히 내 집사를 공격하다니?! 집사는 내가 지켜!'
펜릴이 쿠루거의 머리 위에서 아공간 창고를 열고 나와 쿠루거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감히 박 회장을 건드렸다냥! 혼내준다냥!"
꾸엥!
[꾸엥이 아빠를 때렸다요! 꾸엥이 화났다요!]
"감히 세준이형을 때려?! 박살내줄 거야!"
펜릴을 앞지르며 테오, 꾸엥이, 아작스가 쿠루거를 공격했다.
355화. 흐흐흐. 달다.
355화. 흐흐흐. 달다.
-감히 나 멸망의 사도 7좌이자 산을 부수는 바위 쿠루거에게 덤비다니!
쿠루거가 자신의 두 주먹을 쾅! 소리가 나게 강하게 부딪히며 전투를 준비했다.
빳칭!
"냥냥폭풍권이다냥! 냐냐냥!냐냐냥!"
테오가 가장 먼저 쿠루거를 항해 수천 개의 보이지 않은 마력 칼날들을 날렸다.
'강하군.'
쿠루거가 보이지 않지만, 다가오는 거대한 힘을 느끼며 양손을 땅에 박아 넣었다.
그냥 파편의 힘만 가지고 있었다면 막을 수 없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게 왜 여기 있는지 모르지만, 얼마 전 우연히 얻게 된 검은 구슬.
가슴에 박힌 검은 구슬에서 붉은 안개가 나오며 쿠루거에게 부족한 멸망의 힘을 공급했다.
-산 들어올리기.
쿠루거가 손을 위로 올리자 산이 하나 솟아났다.
낑!낑!
'야! 그거 내꺼야! 코어야! 코어야! 나한테 와!
펜릴이 쿠루거의 가슴에 박힌 자신의 코어 조각을 보며 소리칠 때 테오의 냥냥폭풍권과 쿠루거가 들러 올린 산이 부딪혔다.
콰과광!
테오의 공격에 산이 부서지며 거대한 돌덩이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뚱땅.뚱땅.
공중에 떠 있던 펜릴이 날아오는 바위의 표면을 밟으며 열심히 앞으로 달려갔다.
같은 멸망의 사도인 쿠루거가 가지고 있어서인지 자신의 부름에 코어가 반응하지 않았다.
그때
꾸엥!
[꾸엥뿌셔권이다요!]
테오의 공격이 막힌 걸 확인한 꾸엥이가 쿠루거를 향해 자신의 주먹을 뻗었다.
다리에서부터 허리를 거쳐 주먹까지 부드럽게 연결되는 꾸엥이의 완벽한 펀치.
누구한테 배운 건지 아니면 본능적으로 해내는 건지 조금의 군더더기도 없었다.
-크크크. 좀 하는군. 산 부수기.
쿠루거가 웃으며 주먹을 마주 뻗었다.
콰아아앙!
거대한 힘의 충돌. 이번에는 강한 바람이 일어났다.
다행히 그 전에 열심히 달려 쿠루거의 등에 용발톱을 박아 넣은 펜릴.
께겡!
강풍에 펄럭이기는 했지만, 날아가지는 않았다.
낑!
'야! 쿠루거! 내 코어 내놔!'
펜릴이 용발톱을 박아 넣으며 암벽등반 하듯이 쿠루거의 가슴 쪽을 향해 조금씩 이동했다.
너무 하찮은 힘을 가진 펜릴이기에 쿠루거는 자신의 몸에 뭐가 매달린 줄도 몰랐다.
쩌저적.
꾸엥이의 공격에 쿠루거의 몸에 금이 가기는 했지만, 적을 처치했다는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거기다 붉은 안개가 금이 간 바위에 스며들자 금 간 부분이 빠르게 붙어버렸다.
그렇게 테오와 꾸엥이가 쿠루거를 공격하는 사이
"아작스, 봉인 해제!"
카이저의 비늘로 왼팔에 검은용 문신을 새기고 녹색 생명의 구슬로 2개를 충전한 세준이 외쳤다.
그리고
"전신 갑옷 변신."
빠르게 검은용 문신이 새겨진 용아병 투구를 꺼내 입었다.
용아병의 방어력.
검은용 문신 2개
여분의 생명 3개.
는 좀 전에 마력을 거의 다 소모해 쓸 수 없었지만, 이 정도면 거의 완전무장이었다.
그렇게 세준이 무장을 끝냈을 때
"너 이제 죽었다! 감히 우리 세준이형을 때려?!"
봉인이 풀리며 거대하게 변한 아작스가 쿠루거를 향해 분노의 백색 브레스를 뿜어냈다.
쿠오오오오!
빛의 힘을 조금 회복한 덕분인지 예전과는 다르게 브레스가 약간 밝게 빛났다.
-응? 검은탑에 하얀 새끼용이 왜?
자신에게 브레스를 쏘는 아작스를 보며 잠깐 의아해하던 쿠루거.
상관없지. 죽이면 되니까.
-악산 부수기!
곧 씨익 웃으며 전신의 힘을 끌어올리며 아작스의 브레스를 항해 주먹을 뻗었다.
콰아앙!
거대한 폭음을 내며 두 힘이 충돌했다.
그때
끼히힛.낑!
'히힛.내 코어!'
뽁.
열심히 기어서 쿠루거의 가슴에 도착한 펜릴이 자신의 코어 조각을 앞발로 빼냈고 코어 조각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어?! 펜릴 님의 코어가?
갑자기 힘을 공급해 주는 근원이 사라지며 쿠루거의 힘이 약해지자 힘의 균형이 깨졌다. 브레스가 빠르게 쿠루거를 향해 접근했다.
'끝났네.'
세준이 쿠루거의 최후를 예감할 때
"응?!"
세준의 눈에 쿠루거의 가슴에 있어선 안 되는 것이 보였다.
"까망이?"
너 왜 거기 있어?!
"까망이 지정!"
[용각의 소환 팔찌에 네 번째 소환 대상을 지정합니다.]
세준이 서둘러 오른팔에 착용한 용각의 소환 팔찌로 펜릴을 소환 대상으로 지정했다. 다섯을 다 채워두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었다.
"까망이 소환!"
[지정된 대상을 소환합니다.]
낑?
콰과광!
다행히 펜릴이 세준의 발밑에 소화된 순간 아작스의 브레스가 쿠루거를 덮쳤다.
[파수꾼 아작스 마므브가 멸망의 사도 7좌 산을 부수는 바위 쿠루거를 처치했습니다.]
[파수꾼 아작스 마므브가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1000만을 획득했습니다.]
[아작스 마므브는 당신의 노예입니다.]
[아작스 마므브가 획득한 경험치의 25%인 250만을 추가 획득합니다.]
"휴. 끝났다."
적을 처치했다는 메시지를 보며 안도한 세준.
"아작스, 주변 좀 정찰해 줘."
"응! 형!"
오랜만에 봉인을 해제한 아작스를 위해 약간의 자유 시간을 줬다.
그리고
"까망이, 누가 개복치 주제에 그런 위험한 데 있으래?!"
펜릴을 붙잡아 눈을 마주치고 혼내기 시작했다.
낑!낑!
'야! 놔봐! 내 코어 찾아야 해!'
펜릴도 세준의 눈을 마주치고 바락바락 짖었다.
"어?! 너 지금 나한테 성질내는 거야?!"
낑!낑!
'놔! 내 코어 찾아야 된다고!'
그렇게 세준과 펜릴의 통하지 않는 대화가 오갈 때
꾸엥!
[힘이 조금 덜 실렸다요! 우마왕 아저씨한테 특훈을 더 받아야겠다요!]
꾸엥이가 허공에 주먹을 뻗으며 말했다. 아까의 완벽한 펀치는 우마왕에게 배운 거였다.
꾸엥이는 요즘 우마왕에게 투술을 배우고 있었다.
"푸후훗. 돈 안 쓰고 끝났다냥!"
그런 꾸엥이 옆에는 세준의 재물을 태워야 하나 고민하던 테오가 재물을 안 쓰고 전투가 끝난 것에 기뻐했다.
'재물 많이 태우면 박 회장이 싫어한다냥!'
재물은 금방 벌 수 있는데 왜 재물 태우는 걸 싫어하는지 이해가 안 갔지만, 테오는 세준이 싫어하는 건 최대한 자제했다.
그냥 배불리 먹고 물건을 만지기만 하면 황금이 생기는 유렌이 귀찮게 돈을 버는 테오를 이해할 수 없듯이,
그냥 가다 보면 알아서 돈 벌 건수가 생기는 행운을 가진 테오도 돈을 아끼려는 세준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박 회장이 좋아하는 게 있는지 찾아봐야겠다냥!"
테오가 쿠루거가 소멸한 곳에 뭐 주울 게 있나 찾아보려 할 때
툭.
"냥? 이게 뭐냥?"
자신의 앞으로 날아온 검은 구슬을 집는 운 좋은 황금고양이 테오. 폭발 때문에 하늘로 날았다가 떨어진 펜릴의 코어 조각이었다.
"푸후훗. 이거 펜릴의 코어 조각이다냥!"
테오가 코어 조각을 봇짐에 넣었다. 펜릴이 이것만 보면 달라고 하기에 기운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박 회장! 좋은 거 주웠다냥!"
테오가 신난 발걸음으로 세준에게 달려갔다
"까망이, 눈 또 그렇게 뜰 거야?!"
낑···?
'야. 왜 화내고 그래···?'
세준의 표정이 안 좋아지자 펜릴이 고개를 숙이고 슬쩍슬쩍 세준의 얼굴을 살폈다.
낑···
'화 풀어···.'
펜릴이 자신의 앞발로 세준의 손을 두드리며 화해를 요청했다.
"다음부터 그런 위험한 데 가면 안 돼. 알았지?"
펜릴이 뭔가 반성한 것 같자 세준이 마지막으로 당부하며 펜릴을 바닥에 내려줬다.
낑!낑?낑?
'내 코어! 어? 왜 안 느껴지지?'
세준이 내려주자 펜릴이 서둘러 쿠루거가 소멸한 장소로 달려갔고
"박 회장, 내가 좋은 거 찾았다냥!"
펜릴을 지나쳐 달려온 테오가 봇짐에서 펜릴의 코어 조각을 꺼내 세준에게 전달했다.
"테 부회장, 잘했어. 이건 0.5%짜리네."
세준이 테오를 칭찬하며 말했다.
"에일린, 이것 좀 정화해 줘."
[탑의 관리자가 자신에게 맡기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세준이 에일린에게 펜릴의 코어 조각을 넘긴 후
낑?!낑?!
'어?! 방금 여기서 기운이 느껴졌는데?!
자신의 코어 조각 기운을 느낀 펜릴이 다시 세준에게 돌아와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코어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낑···
'내 코어 조각···.'
침울해진 펜릴의 귀가 축 늘어지고 꼬리가 말렸다.
"까망이, 배고파?"
세준이 그런 펜릴을 슬링백에 넣고 군고구마 말랭이를 입에 물려줬다.
그러자
짭.짭.짭.
입안에 단맛이 퍼지며 이빨이 저절로 움직였다.
우울해도 맛있는 군고구마 말랭이.
끼히힛.낑!
'히힛. 그 정도 코어 조각은 없어도 됨!'
펜릴은 이번 코어 조각은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
녹색탑 99층.
"에헤헤. 맛있었어!"
세준이 녀석 농사 실력이 정말 엄청나네. 나도 노력해야지!
브라키오와 세준의 농작물을 먹고 농사 실력을 더 키우겠다고 다짐한 오필리아가 탑 99층으로 돌아왔다.
"어?! 이게 다 뭐야?"
오필리아가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뒤덮인 땅을 보며 말했다. 붉은색 이파리를 가진 식물과 푸른색 이파리를 가진 식물 두 종류였다.
"설마 저거 내가 심은 쑥 인가?"
땅에 심은 작물은 세준이 준 쑥 씨앗 하나뿐이기에 다른 건 생각할 수 없었다.
"근데 색이 왜 두 종류지?"
오필리아가 신기해하며 푸른색 쑥을 자신의 농사용 칼로 베었다.
[파릇파릇한 마력의 쑥을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70을 획득했습니다.]
"파릇파릇한 마력의 쑥?"
오필리아가 쑥의 옵션을 살펴봤다.
[파릇파릇한 마력의 쑥]
녹색탑의 넘치는 마력을 흡수하며 성장한 쑥입니다.
토양의 온갖 것들을 흡수하기에 그 토양에 따라 성질이 크게 변합니다.
섭취 시 소모된 마력의 1%를 채워줍니다.
쓴맛이 약해지고 단맛이 강해졌습니다.
재배자 :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50일
등급 : A
"신기하네."
오필리아가 이번에는 붉은색 쑥을 수확했다.
[싱그러운 생명의 쑥을 수확했습니다.]
···
..
.
싱그러운 생명의 쑥은 생명력을 흡수해 생명력을 채워주는 효과가 있었다.
녹색탑 99층에 마력보다 생명력이 더 많았기에 파릇파릇한 마력의 쑥보다 높은 3%의 생명력을 채워줬다.
맛은 파릇파릇한 마력의 쑥과 마찬가지로 쓴맛이 약해지고 단맛이 강했다.
"에헤헤. 이 정도면 세준이 녀석도 날 인정하겠지?"
쑥의 옵션을 확인한 오필리아가 서둘러 쑥을 수확했다.
수확한 쑥을 세준에게 빨리 보내 자신도 농사를 잘한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게 오필리아가 열심히 쑥을 수확할 때
"응?! 이건 하얗네?"
하얀색 쑥을 발견한 오필리아가 칼로 쑥을 잘랐다.
[약쑥을 수확했습니다.]
···
..
.
"약쑥?"
오필리아가 약쑥의 옵션을 확인하려 할 때
[녹색탑에서 신품종을 탄생시키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와! 신품종이다!"
신품종 수확이 두 번째인 오필리아가 환호했다. 첫 번째 신품종은 열매가 생기지 않아 재배에 실패했다.
"에헤헤. 이번에는 잘 키워야지!"
신품종은 독점 재배권이 생기기에 오필리아는 당연히 자신의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노예의 업적은 곧 주인의 업적입니다.]
"어?! 내꺼 뺏어갔어! 으앙!"
환호는 곧 울음으로 변했다.
그리고
툭.
[복분자를 수확했습니다.]
···
..
.
[당신의 노예 녹색탑의 오필리아 이올그가 신품종 약쑥을 수확했습니다.]
[노예의 업적은 곧 당신의 업적입니다.]
[탑에서 신품종을 탄생시키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
..
.
[직업 특성으로 모든 스탯이 10씩 상승합니다.]
"응?"
탑 73층 농장에서 복분자를 수확하던 세준이 복분자가 아닌 약쑥으로 신품종 업적을 달성했다.
"흐흐흐. 달다."
오늘도 꿀 빠는 세준이었다.
356화. 800년 다 채울 생각은 없었는데···
356화. 800년 다 채울 생각은 없었는데···
"운송."
새로운 신품종의 옵션이 궁금해진 세준이 800만 탑코인을 들여 탑간 운송을 사용했다.
그러자
파앗.
밝은 빛기둥이 세준의 앞에 떨어지며 수북이 쌓인 붉은색 쑥과 푸른색 쑥이 보였다.
그리고 붉은색과 푸른색 쑥들이 쌓인 더미 가장 위에 혼자 고결하게 놓인 하얀색 쑥 하나가 있었다.
"저게 약쑥인가?"
세준이 하얀색 쑥을 들어 옵션을 살펴봤다.
[약쑥]
녹색탑의 넘치는 생명력과 마력을 흡수하며 성장한 쑥입니다.
생명력과 마력, 두 기운이 넘치는 곳이 아니면 자랄 수 없습니다.
섭취 시 모든 스탯이 20 상승합니다.
섭취 시 수명이 3개월 늘어납니다.(최대 1000살까지만 수명이 늘어납니다.)
약쑥은 약효가 강해 하루에 하나만 섭취하는 걸 권장해 드립니다.
맛이 굉장히 씁니다.
사용 제한 : 체력 1000 이상, 마력 1000 이상
재배자 :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50일
등급 : A
"흐흐흐. 800년 다 채울 생각은 없었는데···."
800년 다 채우라고 이런 것까지 수확해서 보내주다니 오필리아는 참 책임감 넘치는 용인 것 같다.
맛이 굉장히 쓰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매일 쓴 커피로 단련했기에 두렵지 않았다.
"오필리아, 고마워."
세준이 녹색탑에서 분노에 미쳐 브레스를 날려대고 있는 오필리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붉은 쑥과 푸른 쑥을 살펴봤다.
"오. 붉은 쑥은 소모한 생명력을, 푸른 쑥은 소모한 마력을 회복시켜 준다고? 이거 완전 포션이네?"
혹시 800년을 다 채우기 전에 죽을까 봐 이런 것까지 챙겨주는 건가?
"오필리아, 그렇게 안 봤는데 진짜 친절한 녀석이잖아."
세준은 오필리아를 농사는 못 하지만, 책임감 넘치고 친절한 녹색용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신경을 써주기로 했다.
오필리아가 알았으면 분통을 터트릴 일.
"그럼 농사 실력을 키우게 쑥 씨앗이나 더 보내줄까?"
신경 써준다는 게 일을 더 시키겠다는 의미였는지 세준이 쑥 씨앗을 오필리아에게 왕창 보냈다.
그렇게 쑥들의 옵션을 확인하고
우물.우물.
세준이 싱그러운 생명의 쑥과 파릇파릇한 마력의 쑥을 집어 입에 넣고 씹었다. 바닥난 생명력과 마력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생명의 구슬이 목숨은 살려주지만, 세준의 전체 생명력을 회복시켜 주는 건 아니다. 10%를 채워주는 정도.
그래서 안전 제일주의자인 세준은 서둘러 생명력과 마력부터 채웠다. 언제 어디서 생명의 위협을 받을지 몰랐다.
"조금 전에도 그렇게 조심했는데, 죽을 뻔했지."
꿀걱.
세준이 조금 전 크루거에게 맞은 순간을 떠올리며 쑥을 삼켰다.
[싱그러운 생명의 쑥을 섭취했습니다.]
[소모한 생명력이 3% 채워집니다.]
[파릇파릇한 마력의 쑥을 섭취했습니다.]
[소모한 마력이 1% 채워집니다.]
[쓴맛이 나는 약을 섭취했습니다.]
[재능 : 체력에 좋은 약이 쓰다가 발동합니다.]
[체력이 1 상승합니다.]
쓴맛이 있었지만, 단맛이 더 강해 먹을 만 했다. 거기다 체력 +1까지.
"흐흐흐."
세준이 흐뭇하게 웃으며 쑥을 집어 먹자
꾸엥?
[아빠, 그거 맛있다요?]
"형, 맛있어?"
낑?!
'야! 너 혼자 먹냐?!'
세준의 표정을 본 일행들이 관심을 보이며 쑥을 먹었다.
그리고 반응은 두 가지로 갈렸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쓰지만, 달다요! 칡꿀같다요!]
"으히힛. 그러네! 달콤씁쓸해!"
꾸엥이와 아작스는 약간의 쓴맛을 참고 단맛을 즐겼고
께베베.낑!낑!
'에베베. 야! 이거 엄청 쓰잖아! 맛없어!'
펜릴은 조금의 쓴맛도 용서할 수 없었다.
낑?낑!
'야! 너 왜 그런 거 먹어? 그거 못 먹는 거야!'
세준이 맛없는 걸 먹자 펜릴이 집사를 열심히 단속했지만
"까망이, 이거 먹고 가만히 있어."
군고구마 말랭이에 집사를 단속하는 건 뒷전이 됐고
짭.짭.짭.
먹는 데 집중했다
세준이 붉은 쑥과 푸른 쑥을 20개씩 먹자
[싱그러운 생명의 쑥을 섭취했습니다.]
[소모한 생명력이 2.7% 채워집니다.]
[파릇파릇한 마력의 쑥을 섭취했습니다.]
[소모한 마력이 0.9% 채워집니다.]
[쓴맛이 나는 약을 섭취했습니다.]
[재능 : 체력에 좋은 약이 쓰다가 발동합니다.]
[체력이 1 상승합니다.]
쑥의 약효가 10% 줄었다. 같은 농작물을 계속 먹어 효과가 감소한 것.
먹을수록 효과가 감소했지만, 세준은 계속 먹었다.
쑥을 30개씩 정도 먹자 입이 완전히 적응했는지 체력에 좋은 약이 쓰다가 발동하지 않았다. 물로 입을 헹궈봤지만, 소용없었다.
"좋아. 만땅이다."
붉은색과 푸른색 쑥을 100개씩 먹자 생명력과 마력이 완전히 채워졌다.
마력은 쑥으로 회복되는 양이 낮았지만, 기본적인 마력 회복률이 높은 덕분이었다.
"근데 이거 급할 때는 먹기 힘들겠는데?"
완전히 회복하려면 한 번에 쑥을 두 주먹은 먹어야 하는데···
세준의 생명력과 체력을 떨어졌을 때는 급박한 순간. 쑥을 여유롭게 씹을 시간이 없었다.
"나중에 마실 수 있게 즙으로 만들어봐야지."
세준이 쑥을 좀 더 편하게 먹을 방법을 생각하며
달칵.
풍요의 황금 상자를 열어 안에 든 검은콩을 빼고 약쑥을 넣었다.
오필리아가 약쑥의 꽃이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수확해 버려 씨앗을 구할 방법이 없었다.
하루만 넣어두면 약쑥 4개가 추가로 생기니 4일에 한 번씩 넣어서 4일 치 약쑥을 확보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아공간 창고에 풍요의 황금 상자와 나머지 쑥들을 넣고 세준이 다시 일행들과 복분자를 수확했다.
[복분자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8의 숙련도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경험치 1을 획득했습니다.]
···
..
.
세준이 한참 일행들과 복분자를 수확하고 있을 때
"냥냥냥."
세준의 귀에 테오의 콧노래가 들렸다. 분명 잠깐 놀다 심부름간다고 해서 놔뒀더니 아직도 놀고 있는 테오였다.
"테 부회장, 이제 가야지."
세준이 다리를 흔들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며 말했다.
하지만
"푸후훗. 어딜 가냥?"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세준을 보며 묻는 테오. 그세 자신의 일을 잊고 있었다.
"얌마! 일하러 가야지! 아니면 강등···."
결국 분노한 세준이 특단의 대책을 꺼냈고
"냥! 기억났다냥! 테 부회장, 일 잘한다냥! 엄청 열심히 한다냥!"
강등이라는 말에 테오가 팔짝뛰며 서둘러 봇짐을 챙겼다. 강등의 위력은 엄청났다.
"박 회장, 그럼 갔다오겠다냥!"
"그래. 조심히 다녀와."
세준이 부랴부랴 떠나는 테오를 배웅했다.그러게 진작 좀 하지.
테오가 떠나자 세준이 부지런히 복분자를 수확했다.
"이걸로 복분자주 만들어야지. 흐흐흐."
분명 용들에게 인기가 많을 거다.
***
푸른탑 50층.
"벌써 50층이군."
파란색 후드를 쓴 젤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젤가는 대가뭄을 부르는 수박 씨앗을 심으며 물에 잠겨있던 땅들을 회복시켰고 불과 하루 만에 탑 70층에서 여기까지 내려왔다.
"좋아. 빨리 심고 내려가야지."
젤가가 바다에 대가뭄을 부르는 수박 씨앗을 바다에 심으려 할 때
쿠구궁.
물이 솟아오르며 거대한 녹색의 뱀, 멸망의 사도 12좌 해일을 부르는 뱀, 레비아탄의 파편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크크. 거대한 해일에 삼켜져라.
바다가 크게 출렁거리며 높이 10m의 해일 수십 개가 젤가를 덮치기 위해 움직였다.
"흥! 감히 물뱀 녀석이 물로 나를 공격해?"
레비아탄의 공격을 비웃으며 젤가가 몸의 수분이 빠져나가는 걸 막기 위해 걸치고 있던 후드를 벗었다.
첨벙.
"해류 타기!"
젤가가 물속으로 들어가 물살을 타고
"해일 흘리기!"
빠르게 이동하며 다가오는 해일을 흘렸고 순식간에 레비아탄 앞에 접근한 후
"바다 가르기!"
바다와 함께 레비아탄도 갈라버렸다. 젤가는 어인답게 물속에서 더 강했다.
그렇게 레비아탄을 처치하고 대가뭄을 부르는 수박 씨앗을 물에 담그자
[대가뭄을 부르는 수박 씨앗을 심었습니다.]
[대가뭄을 부르는 수박 씨앗이 남 눈치 안 보고 물을 흡수합니다.]
···
..
.
순식간에 씨앗이 물을 흡수하며 바다가 사라졌고 서둘러 대가뭄을 부르는 수박을 수확했다.
그리고
[물을 잡아먹는 수박 씨앗을 심었습니다.]
···
..
.
물을 잡아먹는 수박을 심었다.
바다는 없어졌지만, 아직 하늘에서 많은 비가 내리기에 그냥 놔두면 물이 다시 차버리기 때문.
"좋아. 이 정도면 되겠지."
물을 잡아먹는 수박 씨앗을 곳곳에 심은 젤가가 탑 49층으로 내려갔다.
***
다다다.
서둘러 심부름을 위해 나온 테오.
"일단 탑 79층부터 가야겠다냥!"
심심하니 일단 코브왕국에 들려 삐욧이를 데리고 가기 위해서였다. 왕궁에서 챙길 게 있는지 살펴도 보고···
그렇게 상인통로를 통해 탑 73층에서 탑 79층으로 향하던 테오.
"냥?"
바닥에 떨어진 검은 구슬을 주웠다. 길바닥에 떨어진 돌 줍듯 펜릴의 코어 조각을 줍는 테오. 오늘도 운이 좋았다.
"푸후훗. 나중에 박 회장 주면 좋아하겠다냥!"
테오가 펜릴의 코어 조각을 봇짐에 넣고 다시 탑을 올랐다.
잠시 후
"푸후훗. 도착이다냥!"
테오가 코브 왕국의 수도 에이브에 도착했다.
"삐욧이는 어디 있냥?"
주변을 둘러보며 삐욧이를 찾는 테오.
삐욧!삐욧!
멀리서 우렁찬 삐욧이의 외침이 들렸다.
"푸후훗. 저기다냥!"
테오가 소리가 나는 방향을 향해 달려갔다.
***
전령새 학교 스카이스쿨의 운동장.
"전령새 삐르르르 요트는 우수한 성적으로···."
전령새 교육을 수석으로 마친 삐욧이가 전령새 학교 교장에게 우수 교육생 상장을 받고 있었다.
삐욧!삐욧!
[전령새 55기 후보생 삐르르르 요트! 앞으로 훌륭한 전령새가 되겠습니다!]
상장을 받은 삐욧이가 크게 외치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냥 전령새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요즘 삐욧이는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코브 왕국에 남아 편하게 전령새를 할지, 아니면 보장되지도 않은 위대한 검은용의 부하 황금고양이 테오 박의 오른 앞발이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할지.
'뭐···테오 님은 나 같은 거 신경도 쓰시지 않겠지만···.'
그렇게 졸업식을 마치고 같이 교육을 받은 전령새들과 교문을 나서는 삐욧이.
그때
"삐욧이, 나 왔다냥!"
교문에서 기다리던 테오가 삐욧이를 불렀다.
삐욧!삐욧?!
[테오 님! 제 졸업식 보러 오신 거에요?!]
빠닥빠닥.
그런 테오의 부름에 흥분한 삐욧이가 테오의 주변을 정신없이 날아다니며 물었다.
"그···그렇다냥! 오늘 내 오른 앞발인 삐욧이의 졸업식인 줄 나 테 부회장은 알고 있었다냥!"
오른 앞발의 신뢰를 잃을 수 없기에 테오가 잘 하지도 못하는 거짓말을 열심히 했다.
삐욧?!
[제가 테오 님의 오른 앞발이라고요?!]
테오의 대답에 삐욧이가 놀랐다. 테오는 이미 삐욧이를 자신의 오른 앞발로 여기고 있었는데 삐욧이만 몰랐던 것.
"푸후훗. 그렇다냥! 삐욧이가 내 오른 앞발이다냥! 그리고 한 번 내 오른 앞발이면 영원히 내 오른 앞발이다냥! 도망 못간다냥!"
테오가 혹시 삐욧이가 거부할까 무섭게 엄포를 놨다.
삐욧!삐욧!
[당연하죠! 한 번 테오 님의 오른 앞발은 영원히 테오 님의 오른 앞발이죠!]
역시 난 테오 님의 오른 앞발을 해야겠어! 삐욧이가 자신의 진로를 확고하게 정했다.
그렇게 삐욧이와 얘기를 끝낸 테오.
"푸후훗. 삐욧이. 일단 왕에게 안내하라냥!"
삐욧!삐욧!
[네! 따라오세요!]
삐욧이가 코브 왕국 왕성 털기에 앞장섰다.
테오는 세준이 원하는 80층 땅문서도 찾아보고 재물도 잔뜩 챙길 생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는 왼 앞발이 안 보였다냥···.'
테오가 웬일로 보이지 않은 자신의 왼 앞발을 떠올렸다. 본인은 아직 모르지만, 테오의 왼 앞발은 유렌이었다.
357화. 야! 도망가지마!
357화. 야! 도망가지 마!
검은탑 79층 코브 왕성인 무지개 성.
삐욧!삐욧!
[루이 님! 테오 님을 모시고 왔어요!]
삐욧이가 테오를 왕인 루이에게 데려갔다.
"테오 님, 어서 오시죠.
"푸후훗. 루이, 반갑다냥!"
그렇게 마주한 둘.
"근데 무슨 일로···?"
"박 회장이 이거 주라고 했다냥!"
테오가 세준이 주라고 한 농작물이 가득 든 가죽주머니들을 루이에게 건넸다.
"박 회장이면···아! 위대한 검은용께서요?!"
왜 헷갈리게 위대한 검은용을 박 회장이라고 부르는지 모르지만, 루이는 다행히 둘이 같다는 걸 숙지하고 있었다.
"오!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새들이 많이 태어나 식량이 모자랐는데."
"푸후훗. 많이 감사해하라냥!"
루이의 감사에 신나게 생색을 내며 세준의 첫 번째 심부름을 완수한 테오.
"혹시 검은탑 80층 땅문서있냥?"
두 번째 심부름 완수에 들어갔다.
"80층 땅문서요?"
"그렇다냥! 박 회장이 원한다냥!"
"죄송합니다. 지금은 없지만, 시간을 주시면 코브 왕국의 모든 정보력을 동원해서 80층 땅문서를 확보하겠습니다!"
"알겠다냥! 그럼 오늘은 보물 창고만 보고 가겠다냥!"
네! 테오 님의 보물 창고로 안내하겠습니다!"
루이가 저번에 어머니 나무에 대한 보상으로 준 보물창고로 테오를 안내할 때
"저···테오 님, 어디 가십니까?"
"푸후훗. 거기가 아니다냥!"
테오가 루이가 안내하는 방향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기 시작했다. 끌림이 저기서 느껴진다냥!
그렇게 향한 곳은 테오가 원래 받은 보물창고보다 화려한 문을 가지고 있었다. 코브 왕국의 여왕 프라나의 보물창고였다.
"여긴···"
프라나가 가장 아끼는 보물만 넣어두는 보물창고 앞에 도착한 루이가 당황했다.
"푸후훗. 열어달라냥!"
테오가 그런 루이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했다.
"자···잠시만요."
이걸 자신이 열어 줬다가는 나중에 부인에게 엄청난 바가지를 긁히게 된다. 루이는 서둘러 병사를 프라나에게 보냈고.
"테오 님을 뵈어요. 테오 님, 원하시는 걸 마음껏 가져가세요."
프라나가 직접 와서 보물 창고를 흔쾌히 열어줬다.
"알겠다냥!"
테오가 보물 창고에 들어가 갈색 구슬 하나를 집어서 나왔다.
"휴우."
테오가 하나만 집어서 나오자, 프라나가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껏 고르라더니···진심은 아니었나 보다.
세준에게 줄 선물을 봇짐에 소중히 넣은 테오.
"다음에 또 보자냥! 삐욧이 가자냥!"
삐욧!
[네! 안녕히 계세요!]
테오가 삐욧이와 함께 탑 55층을 향해 내려갔다.
"냥냥냥"
삐욧!삐욧!
그렇게 노래를 부르며 탑 55층을 향해 가는 길.
"냥?"
삐욧!
[테오 님, 갈림길이에요!]
둘의 앞에 갈림길이 나타났다.
"푸후훗. 이쪽이다냥!"
테오가 재물의 기운을 느끼며 오른쪽 길로 갔고 하얀 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요르문간드의 배 속이었다.
그리고
꾸익!꾸익!
멀리서 익숙한 돼지 멱따는 소리가 들렸다.
테오에게 노예를 끌고 오는 노예 유인기이자, 재물을 공급하는 현금지급기이자, 본인만 테오의 왼 앞발인지 모르는 유렌이었다.
"푸후훗. 또 돈 벌겠다냥! 삐욧이, 가자냥!"
테오가 환하게 웃으며 유렌의 비명이 들리는 곳으로 달려갔다.
***
"꾸엥이, 수고했어."
세준이 자신과 함께 복분자 수확을 한 꾸엥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작스는 주변을 정찰한다는 명목으로 자유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중간중간 아작스의 우렁찬 포효 소리가 들리는 게 농장에서 일할 일꾼들을 많이 데려와 줄 것 같았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이제 점심 먹는다요?]
꾸엥이가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세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뭔가 원하는 게 있는 것 같았다.
"응. 이제 점심 먹어야지. 꾸엥이,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꾸엥!
[꾸엥이 쑥가래떡 먹고 싶다요!]
역시 미식 천재 꾸엥이. 쑥가래떡에 대해 말해준 적도 없는데 쑥과 가래떡을 조합했다.
"알았어. 땅 일으키기!"
주문을 받은 세준이 마일러의 괭이로 땅을 찍어 빠르게 흙으로 된 건물을 만들었다.
순식간에 만들어지는 취사장. 겉모습뿐만 아니라 내부까지 탑 99층에 있는 취사장과 똑같았다.
세준이 취사장 안으로 들어가 아공간 창고에 있는 요리 도구들을 꺼내 요리를 시작했다.
우선 붉은색과 푸른색 쑥을 따로따로 물로 씻고 끓는 물에 넣어 살짝 데친 후 물기를 꾹 짰다.
꾸엥이에게 맡기면 물이 아니라 즙이 짜지기에 직접 했다.
"아. 꾸엥아, 이것 좀 짜줄래?"
세준이 옆에서 군침을 삼키며 구경 중인 꾸엥이에게 데치지 않은 싱그러운 생명의 쑥을 주며 말했다.
말이 나온 김에 쑥즙까지 만들어 볼 생각.
꾸엥?
[이거 그냥 꽉 짜면 된다요?]
"응. 아주 꽉."
꾸엥!
[꾸엥이에게 맡긴다요!]
꾸엥이가 세준의 말에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며 싱그러운 생명의 쑥을 두 앞발 사이에 넣고 꽉 누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유리병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는 붉은색 쑥즙. '똑똑똑' 한 방울씩 떨어지는 게 아니라 쑥즙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그리고 꾸엥이의 손에 남은 쑥은 짜질 대로 짜진 건지 쑥이 가루가 되서 부서졌다.
'아. 꾸엥이에게 맡기면 즙이 아니라 가루가 되는구나.'
세준이 큰 깨달음을 얻었다.
꾸엥?
[아빠 이 정도면 된다요?]
꾸엥이가 손에 묻은 쑥 가루를 털어 날려버리며 말했다.
"응. 아주 훌륭해."
착즙기도 저렇게는 못 짜는데···역시 우리 아들은 훌륭했다.
"그럼 부탁할게."
세준이 꾸엥이에게 쑥즙을 부탁하고 물기를 짜낸 쑥을 칼로 얇게 다졌다.
그렇게 다져진 쑥에 쌀가루와 물을 넣고 반죽했다. 쑥에 단맛이 있기에 꿀은 쓰지 않고 소금만 조금 넣었다.
잠시 후
"끝."
반죽을 끝낸 세준이 붉은색 반죽과 푸른색 반죽을 따로 찌기 시작했다.
이제 저 찐 반죽을 검은 국수틀에 넣고 꾸엥이의 힘으로 누르면 가래떡 완성이다.
그때
"어?! 세준이형! 가래떡 만들어?!"
아작스가 돌아왔다. 아무리 자유 시간이 좋아도 점심시간을 패스할 정도는 아니었다.
"응. 마침 잘 왔어. 얘들아, 다 모여봐."
세준이 일행들을 모두 불렀다.
그리고
"발 씻고 여기에 발도장 찍어."
따로 빼둔 쑥반죽을 호떡 모양으로 만들어 발도장을 찍게 했다. 쑥개떡이었다.
꾸엥?
[이거 노예 계약이다요?]
노예 계약서에 발 도장 좀 받아본 꾸엥이가 눈에 힘을 주며 세준을 바라봤다. 아빠, 꾸엥이 노예 만드는 거다요?!
"아냐. 그리고 꾸엥이, 누가 아빠한테 그런 무서운 표정 지으래? 어?! 그러면 못써!"
세준이 엄한 목소리로 꾸엥이에게 말하며 아까 꾸엥이가 짜낸 붉은색 쑥즙을 손에 들었다.
아직 확인은 안 해봤지만, 쑥이 가루가 될 정도로 착즙 됐으니, 효과는 확실할 거다.
꾸엥.꾸엥.
[미안하다요. 꾸엥이가 아빠 의심했다요.]
다행히 세준의 말에 꾸엥이가 빠르게 사과를 하고 쑥개떡에 발도장을 찍었다.
"으히힛. 세준이형, 내 발도장 찍은 건 다 내꺼지?"
아작스가 쑥개떡에 열심히 도장을 찍고 있었기 때문.
꾸엥!
[이건 꾸엥이 발도장 찍었으니까 다 꾸엥이꺼다요!]
그렇게 꾸엥이와 아작스가 쑥개떡에 열심히 발도장을 찍으며 자기 소유권을 주장하는 동안
"자. 까망이도 발도장 찍자."
낑?
'또 목욕해?'
세준이 펜릴의 앞발을 잡아 물로 씻은 후
꾹.
펜릴용으로 만든 작은 사이즈의 쑥개떡에 펜릴의 발도장을 찍었다.
낑?낑?
'이거 말랑한데? 먹는 거야?'
말랑한 촉감에 펜릴이 쑥반죽을 먹으려 했지만, 세준이 군고구마 말랭이로 입을 막았다.
그렇게 발도장을 찍은 쑥개떡들을 찜기에 올린 후
"이거 옵션 좀 볼까?"
세준이 기다리는 동안 꾸엥이가 짠 쑥즙의 옵션을 확인했다.
[생명의 쑥즙]
녹색탑의 넘치는 생명력을 흡수하며 성장한 싱그러운 생명의 쑥 1000개를 풋내기 약초꾼이 힘으로만 짜내 쑥즙의 효과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섭취 시 1ml마다 생명력 5%를 회복합니다.
맛이 농축돼 단맛과 쓴맛 모두 진해졌습니다.
용량 : 100ml
재배자 : 약초꾼 꾸엥이
유통기한 : 300일
등급 : A
다행히 세준이 예상한 대로의 효과였다. 중간에 효과가 절반 정도 줄었지만, 상관없었다. 쑥은 많으니까.
[녹색탑 탑농부 오필리아 이올그가 파릇파릇한 마력의 쑥 1개를 수확했습니다.]
[녹색탑의 임시 보관소에 싱그러운 생명의 쑥 1만 1251개와 파릇파릇한 마력의 쑥 1만 76개가 저장됩니다.]
지금도 오필리아가 열심히 수확 해주고 있었다.
오필리아, 고마운 녀석. 나의 무병장수를 위해 이렇게 노력해 주다니.
"나중에 맛있는 것 좀 보내줘야지."
세준이 나중에 오필리아에게 음식을 대접하기로 하고 생명의 쑥즙을 20ml씩 옮겨 담았다.
그중 하나를 물과 5대 1로 섞은 후 맛을 봤다.
"윽!"
너무 달았고 쓴맛도 강했다. 물 100ml로 쑥 200개가 농축된 맛을 감당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물을 더 탔다.
그렇게 여러 번 물을 추가하며 최적의 배합률을 찾았고 물 500ml에 쑥즙 20ml가 가장 먹을 만 배합이었다.
하지만 약간 쓴 설탕물을 먹는 느낌이라 맛이 많이 아쉬웠다.
그때
꾸엥!
[아빠, 떡 다됐다요!]
예전 가래떡 만들 때의 반죽 냄새를 기억하는 꾸엥이가 세준을 불렀다.
"응."
세준이 서둘러 찜기에서 가래떡 반죽을 꺼내 꾸엥이가 든 검은 국수틀에 넣었고
꾸엥!
꾸엥이가 힘을 줘 가래떡을 뽑기 시작했다.
그리고
[탑에서 최초로 생명의 붉은 가래떡을 만드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
..
.
[탑에서 최초로 마력의 푸른 가래떡을 만드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
..
.
붉은색과 푸른색 가래떡이 뽑혀져 나오며 요리 업적을 달성했고 덕분에 쑥의 효과가 5% 좋아졌다.
끊어지지 않고 나오는 가래떡을 세준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꿀을 듬뿍 찍어 꾸엥이, 아작스, 펜릴의 입에 넣어주고 자신의 입에도 넣었다.
꿀은 쑥의 맛을 해치지 않게 칡꿀이 아닌 일반 꿀로 먹었다.
"음. 맛있다."
씹자마자 진한 쑥 향이 입을 가득 채웠고 쫀득한 떡 사이로 꿀이 스며들어 훌륭한 풍미와 맛을 만들어 냈다.
그렇게 가래떡을 먹는 중 쑥개떡이 완성됐고 각자 자신의 발도장이 찍힌 쑥개떡을 맛있게 먹었다.
점심시간이 끝나자
"풍성해져라."
[복분자나무에 가 작용합니다.]
[복분자나무에서 맺을 다음 열매의 양이 2배로 늘어납니다.]
세준이 떠나기 전 복분자 나무에 권능을 사용해 다음 수확량을 늘렸다.
는 생명력을 사용하지만, 그동안 세준의 생명력도 많이 늘었고
꿀꺽.
[물을 탄 생명의 쑥즙을 섭취했습니다.]
[생명력이 20% 회복됩니다.]
물을 섞은 생명의 쑥즙을 마셔 생명력을 회복했다.
"풍성해져라!"
[물을 탄 생명의 쑥즙을 섭취했습니다.]
[생명력이 1% 회복됩니다.]
···
..
.
나중에는 그냥 물처럼 홀짝이면서 권능을 사용했다.
세준이 복분자 나무의 수확량을 늘리는 동안
꾸엥!
[여기서 일하면 임금으로 하루에 땅콩 10알이랑 5탑코인을 준다요!]
"대신 열심히 일해야 할 거야!"
꾸엥이와 아작스가 아작스를 따라 뒤늦게 도착한 큰 발 다람쥐들에게 농장에서 일하면 받게 될 임금과 뭘 해야 되는지 설명했다.
잠시 후
"얘들아, 이제 집에 가자. 아작스, 웨이포인트로 안내해 줘."
세준이 정찰을 한 아작스에게 웨이포인트 위치를 물어봤다.
"응! 형, 웨이포인트는 서쪽이야. 근데···동쪽에 신기한 호수가 있어."
"신기한 호수?"
"응. 호수가 우유야. 내가 많이 마셨는데도 아직 많아."
"엥? 우유 호수?"
그러고 보니 예전 수확제에 온 너구리족에게 들은 적이 있다. 우유샘이 있어 우유를 퍼서 그거로 치즈를 만든다고.
"가자! 토룡아!"
세준이 서둘러 토룡이를 불러 우유 호수로 향했다.
"진짜였어?"
너구리들의 말을 믿기는 했지만, 실감이 안 났는데···우윳빛깔의 우유 호수를 보니 실감이 났다.
"진짜 우유가 땅에서 나오는 구나···."
세준이 우유 호수에서 우유를 담았고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우유다요!]
"많이 마셔도 돼! 계속 마셔!"
꾸엥!꾸엥!
[알겠다요! 꾸엥이 많이 마신다요!]
낑?
'목 좀 축여 볼까?'
옆에서 셋은 열심히 우유를 마셨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응?"
우유를 푸는 세준과 우유를 마시는 셋이 슬금슬금 앞으로 이동했다. 우유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낑?낑!
'왜 점점 앞으로 움직여? 야! 도망가지마!'
뚱땅.뚱땅.
펜릴이 열심히 줄어드는 우유를 쫓았다.
꾸루룩.
당연히 범인은 꾸엥이. 꾸엥이가 오랜만에 봉인을 해제하고 우유를 마셨다. 덕분에 우유 호수가 결국 바닥을 드러냈다.
운이 없게도 우유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호수였다.
꾸엥?
[꾸엥이, 잘못했다요?]
꾸엥이가 울상을 지으며 세준의 눈치를 봤다.
"아냐. 괜찮아. 우유 많이 담았어."
세준이 수십 개의 유리병에 담긴 우유를 보여주며 꾸엥이를 달랬다. 그까짓 우유. 나중에 더 큰 우유 호수를 찾으면 된다
낑!
'야! 나 목말라!'
다만 줄어드는 우유를 뚱땅뚱땅 쫓아가다 우유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한 펜릴이 우유가 담긴 유리병을 보며 짖었다.
358화. 음성 메시지 구슬을 받으시겠습니까?
358화. 음성 메시지 구슬을 받으시겠습니까?
은색탑 관리자 구역.
"티어···그만 가라고···용용마켓인지 뭔지 관심 없다니까···."
위대한 은빛용의 수장 크리셀라 히스론이 의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크리셀라는 딸인 스텔라가 할파스의 공격에 시체도 남기지 못하고 죽자 충격에 빠져 한 달째 자신의 동굴에서 칩거 중이었다.
그리고
"크리셀라, 언제까지 그렇게 누워만 있을 거야? 그러지 말고 바람도 쐴 겸 용용마켓 한 번만 이용하자."
티어는 그런 크리셀라 옆에서 용용마켓 VIP가 되기 위해 열심히 용용마켓을 영업 중이었다.
티어는 요즘 검은탑 안에 있는 용 조각상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조금만 움직이면···
-오! 일반 등급 티어 왔냐?
-프흐흐흐. 티어, 일반 등급으로 살면 어떤 느낌이야? 난 VIP라 잘 모르겠는데.
용용마켓 VIP가 된 카이저와 램터가 득달같이 달려와 약을 올렸기 때문.
'내가 꼭 용용마켓 VIP된다!'
덕분에 켈리온과 티어는 용용마켓 VIP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휴우. 알았어. 대신 용용마켓인지 한 번 가면 너도 돌아가는 거야."
"응! 그럴게!"
다행히 티어가 크리셀라를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
쿠구궁.
토룡이의 머리에 타고 웨이포인트로 이동하는 길.
꾸로롱.
아로롱.
우유를 많이 먹은 꾸엥이와 아작스는 세준의 몸에 기대서 자고 있었고
짭.짭.짭.
낑!
'또 도망칠 수도 있어! 빨리 먹어야 해!'
펜릴은 그릇에 담긴 우유를 또 도망칠 새라 허겁지겁 마시고 있었다.
우유를 먹어 입 주변이 하얀 꾸엥이, 아작스와 달리 입 주변이 깔끔한 펜릴이 우유가 든 유리병을 보며 짖자
"까망이, 우유 못 먹었어?"
낑!낑!
'그래! 다 도망쳤어!'
세준이 사태를 파악하고 우유를 준 것.
'후훗. 역시 난 명탐정의 자질이 있어.'
세준이 열심히 우유를 먹는 펜릴을 보며 생각했다. 탐정도 천직일지 몰랐다. 집 옆에다 탐정 사무실 열까? 투잡으로.
세준이 쓸데없는 망상을 할 때
껙!껙!
우유를 서둘러 먹던 펜릴이 갑자기 사레들려 기침을 했다.
"많이 있으니까 천천히 먹어."
세준이 펜릴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며 말했다.
덕분에 펜릴은 금방 기침을 멈출 수 있었고
끼히힛.낑!낑!
'히힛. 기분 좋아! 하얀 물 맛있어!'
세준의 토닥임을 받으며 우유를 2그릇이나 먹은 후
낑···낑.
'야. 나 배불러···배 쓰다듬어 줘.'
뽈록 나온 배를 세준의 손에 맡기고 까무룩 잠들었다.
꾸로롱.
아로롱.
끼로롱.
그렇게 셋의 코 고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세준이 고개를 꾸벅거리기 시작할 때
-주인님, 도착했습니다.
토룡이가 탑 73층 웨이포인트에 도착했음을 알렸다.
"응? 벌써?"
이제 막 자려던 세준이 아쉬운 목소리로 이동하기 위해 펜릴을 슬링백에 넣었다.
"꽉 차네."
언제 또 큰 건지 여유가 있던 슬링백이 작아져 터질 것 같았다.
낑···
그 여유 없는 공간에서 펜릴이 몸을 뒤척이며 다리를 밖으로 빼 잠자기 편한 자세를 만들었다.
덕분에 네 다리가 슬링백 밖으로 나온 통닭구이 자세가 됐지만, 확실히 슬링백 안에 여유가 생겨 편해 보였다.
"귀엽네."
세준이 분홍색 혀를 빼꼼 내밀고 자는 펜릴의 혀를 몇 번 건들며 놀다 꾸엥이와 아작스를 품에 안고 토룡이의 머리 위에서 내려왔다.
그러자
"어서 오십시오!"
세준의 품에 안겨 자고 있는 아작스를 본 '탑 73층 보스 거대 날다람쥐 쿼럴'이 화들짝 놀라 웨이포인트로 가는 길을 열었고
[검은탑 73층 웨이포인트가 저장됐습니다.]
세준이 웨이포인트를 등록하고 탑 99층으로 복귀했다.
***
"유렌! 어디 있냥?! 빨리 이쪽으로 오라냥!"
멀리 가기 싫은 테오가 유렌을 부르며 이동하자
"테오 님, 살려주세요!"
멀리서 유렌이 테오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왔다. 뒤에 50명의 강도를 달고.
요르그문드 파편에게 먹히고 그 안에서 강도까지 만나 쫓기고 있었던 것.
유렌에게는 불행 두 배였지만
"푸후훗. 삐욧이, 노예 계약서 꺼내라냥!"
삐욧!삐욧!
[네! 테오 님!]
테오에게는 행복 두 배였다.
"푸후훗! 이 몸은 위대한 검은용의 부하 치명적인 용발톱 황금고양이 테오 박 님이다냥! 빨리 열기다 도장 찍으라냥!"
"웃기지 마! 흥! 위대한 검은용? 우린 그런 거 신경 안 써!"
테오의 자기소개에 강도들은 고맙게도 덤벼줬고
퍼버벅.
"푸후훗. 방금 내 목숨을 노렸다냥! 나 테 부회장의 목숨값으로 2500억 탑코인을 내놓으라냥!"
강도들을 간단히 제압한 겸손한(?) 테오가 세준 목숨값의 절반을 불렀다. 위대한 박 회장과 맞먹을 수는 없다냥!
덕분에 강도들은 2500억 탑코인을 갚아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된 노예 게약서에 도장을 찍었고 테오는 더 행복해졌다.
"푸후훗. 유렌, 돈 내놓으라냥!"
"네! 여기 있습니다!"
테오가 현금지급기 유렌에게서 돈을 뽑는 사이
"테오 님, 도장 다 받았어요."
삐욧이가 노예 계약서에 강도 50명의 도장을 다 받았다.
"수고했다냥! 냥!"
테오가 삐욧이를 칭찬한 후 앞발을 크게 휘둘러 일냥섬을 사용했다.
땡그랑.
요르문간드 파편이 소멸하며 백색 코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삐욧이, 코인을 주워라냥!"
삐욧!
[네!]
테오의 지시에 삐욧이가 빠르게 날아 코인들을 주워 테오의 봇짐에 넣었다.
"푸후훗. 가자냥!"
테오가 유렌, 삐욧이와 함께 노예들을 인솔해 탑 55층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탑 55층의 레드리본 왕국.
"이거 박 회장이 주라고 했다냥! 근데 흑토끼는 어디 갔냥?"
테오가 봇짐에서 농작물이 담긴 가죽 주머니를 꺼내며 물었다. 흑토끼가 보이지 않았다.
쀼쀼!쀼쀼!
[흥! 그런 바보 몰라요!]
대신 성이 잔뜩 난 쀼쀼가 있을 뿐. 둘이 싸운 게 분명했다.
테오는 왜 싸웠는지 궁금했지만,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물어보면 괜히 귀찮아질 것 같았다.
그래서 서둘러 성을 나와
"아빠토끼, 노예들이다냥! 일 시켜라냥! 그럼 간다냥!"
노예들을 토끼부부의 농장에 인계하고 세준의 마지막 심부름을 위해 급히 탑 4층으로 이동했다.
***
[검은탑 99층에 도착했습니다.]
음머!
[세준 님, 안녕하세요!]
세준이탑 99층에 도착하자 웨이포인트를 지키고 있던 우마왕이 인사했다.
"응. 별일 없지?"
음머!
[흑토끼가 농장에 와 있다고 들었습니다!]
"흑토끼가?"
뭐지? 또 소작농이 될 토끼들을 데려왔나? 세준이 흑토끼가 온 이유를 생각할 때
철컹
꾸엥!
[우마왕 아저씨!]
꾸엥이가 아공간 창고를 열고 우마왕을 향해 반갑게 돌진했다.
하지만
꾸엥?
그런 꾸엥이의 돌진을 슬쩍 옆으로 피하는 우마왕. 예전에는 그냥 맞아주더니 이제는 아파서 못 맞아주는 모양이었다.
"그럴 수 있지."
우마왕, 이해한다. 자신도 꾸엥이와 만난 지 한 달쯤부터 꾸엥이의 가벼운 터치에도 생명의 위협을 느꼈으니까.
물론 우마왕과 자신을 향한 꾸엥이의 힘에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동병상련. 그 마음은 같을 거다. 그럴 거다.
꾸엥!
[우마왕 아저씨, 특훈이 필요하다요!]
음머!음머!
[알겠다! 자세를 잡아라!]
그사이 둘은 정권 지르기 자세를 잡았다.
그렇게 검은탑 최강자 우마왕에게 훈련을 받는 꾸엥이.
그냥 성장하기만 해도 다음 검은탑 최강자 자리가 확정돼 있었는데, 좀 더 이른 시간에 검은탑 최강자가 될 것 같았다.
"토룡아, 가자."
세준은 꾸엥이의 훈련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농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콰아앙!
역시나 세준 때문에 힘을 제대로 못 쓰고 있었는지 엄청난 폭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뺙!
[삼촌, 저 왔어요!]
집이 가까워지자 농장에 있던 등에 뾱망치를 맨 흑토끼가 달려 나와 세준을 맞이했다.
"흑토끼, 무슨 일이야?"
소작농이 될 다른 토끼들은 보이지 않았기에 세준이 물었다.
그러자
뺙···
[그냥···]
대답을 얼버무리는 흑토끼. 딱 봐도 그냥 온 게 아니었지만, 말하기 싫어하는 눈치라 더 묻지 않았다.
"흑토끼, 방토 수확이나 도와줘."
뺙!
세준이 흑토끼, 아작스와 함께 농장에 있는 방울토마토를 수확했다.
톡.톡.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8의 숙련도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경험치 70을 획득했습니다.]
···
..
.
방울토마토를 수확하는 세준.
"흑토끼, 앞으로 나한테 작은삼촌이라고 불러. 알았지?"
뺙?뺙?
[정말요? 그래도 돼요?]
"으히힛. 당연하지! 나는 세준이 형 동생이니까!"
그런 세준의 귀로 흑토끼에게 삼촌 노릇을 하려는 아작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같이 농사를 하며 시간이 되자 저녁을 먹었다.
저녁은 흑토끼가 좋아하는 당근으로 만든 수프였다.
뺙!
[삼촌, 진짜 맛있어요!]
탕.탕.
당근 수프를 먹은 흑토기가 흥분하며 발을 굴렀다. 당연했다. 예전 흑토끼가 먹었던 당근 수프는 재료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밀가루, 버터, 우유, 치즈 등 필요한 재료가 다 갖춰져 있었기에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물론 세준의 요리를 매일 먹는 셋의 반응도 흑토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꾸엥!
[맛있다요!]
특훈을 받고 온 꾸엥이는 수프를 먹고는 신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허공으로 주먹을 팡팡 뻗었다.
과아앙.
근데 왜 멀리서 굉음이 울리지?
"으히힛. 형, 너무 맛있어!"
아작스는 꼬리를 부르르 떨며 행복에 겨워했고
짭.짭.짭.
끼히힛.낑!낑!
'히힛. 신난다! 맛있어!'
펜릴은 당근 수프를 몇 입 먹고 흥에 취해 몇 번 짖고 다시 당근 수프를 먹길 반복했다.
"많이 있으니까 또 먹어."
세준이 자신의 요리를 맛있게 먹는 넷을 흐뭇하게 바라볼 때
[쏟아지는 찬사에 영혼이 충만해집니다.]
[정신력이 2 상승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정신력이 올랐다.
"흐흐흐. 좋구만."
세준이 웃으며 당근 수프를 먹기 시작했다.
그때
[10번재 탑의 도우미 위대한 은빛용 스텔라 히스론이 음성 메시지 구슬을 보냈옵니다.]
[음성 메시지 구슬을 받기 위해서는 100만 탑코인이 필요합니다.]
[음성 메시지 구슬을 받으시겠습니까?]
세준의 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10번재 탑의 도우미?
음성 메시지?
용이라는 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주변의 용들이 많았기에 '10번째 탑에 용이 있을 수도 있지'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아도 10번째 탑으로 통하는 문 조각을 찾는 데 정보가 너무 없었는데···
"힌트라도 주려나? 받아볼게."
매너 없이 수신자 부담으로 보내는 게 마음에 들지 않지만, 뭔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세준은 음성 메시지 구슬을 받기로 했다.
그러자
[100만 탑코인을 지불합니다.]
[음성 메시지 구슬을 획득했습니다.]
세준의 손바닥 위에 투명한 구슬이 나타났다.
[음성 메시지 구슬]
음성을 10초 저장할 수 있는 구슬입니다.
마력을 주입하면 저장된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위대한 은빛용 스텔라 히스론의 목소리가 녹음돼 있습니다.
사용 제한 : 마력 100 이상
등급 : D
"마력을 주입하면 된다고?"
세준이 구슬에 마력을 주입하자
[야! 너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 왜 아직도 10번째 탑에 안 와?! 그리고 우리 엄마한테 나 살아있다고 전해!]
주어진 10초 안에 자신의 할 말을 꽉 담은 스텔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세준이 스텔라의 음성을 듣고 있을 때
"티어, 여기는 검은탑이잖아?"
"응. 여기에 용용마켓이 있어."
"휴우. 알았어. 어차피 1시간만 있다가 갈 거야."
"그래. 들어가자."
스텔라의 엄마 크리셀라 히스론이 검은탑에 도착했다.
359화. 이름부터 마음에 드네.
359화. 이름부터 마음에 드네.
"아니. 내가 가기 싫어서 안 가나? 문이 없는데 어떻게 가?"
스텔라의 음성 메시지를 들은 세준이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고 무슨 도움을 준 것도 아니면서···
시련도 혼자 돌파했고, 문도 혼자 찾고 있었다. 그러면서 화만 내다니···
그냥 무시하고 싶었지만, '우리 엄마한테 나 살아있다고 전해!'라는 마지막 음성이 세준의 마음을 약하게 했다.
'엄마'라는 단어는 참···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내가 스텔라 히스론의 엄마를 어떻게 알아?"
전해주고 싶어도 스텔라의 엄마가 누군지 모르니 전해줄 수가 없었다.
"에일린, 스텔라 히스론이라는 용알아?"
그래서 에일린에게 물었다.
하지만
[탑의 관리자가 잘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에일린은 어리다 보니 용맥이 넓지 못했다.
[탑의 관리자가 성이 히스론인 걸 보며 스텔라는 위대한 은빛용인 것 같다고 말합니다.]
"오! 에일린, 대단한데!"
[탑의 관리자가 그 정도는 자신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며 우쭐해합니다.]
세준은 이미 아는 사실이지만, 에일린을 기분 좋게 해주기 위해 호들갑을 떨었다.
[탑의 관리자가 근데 '스텔라'라는 이름은 여자용이 아니냐고 묻습니다.]
[탑의 관리자가 '스텔라 히스론'이라는 이름을 어떻게 알았는지 사실대로 고하라고 눈을 부릅뜨고 말합니다.]
"아. 그건···."
세준은 떳떳했기에 있는 그대로 에일린에게 말했다.
그러자
[탑의 관리자가 부탁하면서 그대에게 돈을 내게 하다니 괘씸하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자신은 그대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빠르게 태세를 전환하는 에일린. 의심한 거 다 알거든.
[탑의 관리자가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자신의 정보망을 풀어 '스텔라 히스론'이라는 용에 대해 알아봐 주겠다고 말합니다.]
"그래."
카이저 님, 불려 가겠네. 에일린이 물어볼 데가 뻔했기에 세준은 들키지 않게 웃으며 대답했다.
"혹시 모르니까 목소리도 들어봐."
세준이 음성 메시지 구슬을 에일린에게 보냈다.
그리고 남은 당근 수프를 먹고 남은 일을 하다 잠에 들었다.
***
검은탑 관리자 구역.
"세준아, 조금만 기다려. '스텔라 히스론'이 누구인지 내가 할아버지한테 물어봐 줄게."
세준의 예상대로 카이저를 부르려는 에일린.
그때
"에일린, 바쁘냐?"
"어? 티어 할아버지?"
관리자 구역으로 보라색 머리를 한 티어와 은발의 여성이 들어왔다.
"에일린, 인사드려라. 여기는 크리셀라 히스론, 위대한 은빛용들의 수장이다."
티어가 크리셀라를 소개했다.
"크리셀라 님, 안녕하세요."
"그래···."
크리셀라가 말끝을 흐렸다. 에일린을 보니 죽은 딸이 떠올라 감정을 추스르기 어려웠다.
"크리셀라 님, 스텔라 히스론이라는 용을 아세요?"
그런 크리셀라를 향해 에일린이 물었다. 위대한 은빛용들의 수장이면 모든 은빛용들을 알 테니까.
"네···네가 그 이름을 어떻게 아느냐?!"
죽은 딸의 이름을 여기서 들을 거라 생각치 못 한 크리셀라가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 우리 세준이가 알려줬어요."
"세준이?"
"크리셀라, 세준이는 검은탑의 탑농부야. 용용마켓에서 파는 농작물은 전부 세준이가 키워. 용용마켓에서 어떤 농작물을 파는지 궁금하지 않아?"
옆에서 티어가 자세히 설명하며 크리셀라가 용용마켓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길 바랐지만
"근데 세준이라는 놈이 어떻게 내 딸의 이름을 알지?"
크리셀라는 티어의 말을 무시하며 에일린에게 물었다.
"우리 세준이, 놈 아니에요!"
크리셀라의 말에 에일린이 발끈하며 소리쳤다.
부우우.
나 화났어요! 에일린이 복어처럼 볼에 바람을 잔뜩 넣어 자신의 심기가 좋지 않음을 표현했다.
"아. 에일린, 미안하구나. 놈이라는 말은 취소하마. 근데 세준이가 어떻게 스텔라를 아는 거니?"
아쉬운 쪽인 크리셀라가 서둘러 사과하며 애일린의 화를 풀었다.
"그게···스텔라 이모가 우리 세준이에게 이걸 보냈어요."
에일린이 세준이 보낸 음성 메시지 구슬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리고 에일린이 구슬에 마력을 주입하자
[야! 너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 왜 아직도 10번째 탑에 안 와?! 그리고 우리 엄마한테 나 살아있다고 전해!]
스텔라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이 목소리는···스텔라···."
목소리의 주인이 단박에 자신의 딸임을 알아차린 크리셀라가 음성 메시지 구슬을 여러 번 재생하며 스텔라의 목소리를 들었다.
"세준이가 이걸 언제 받았다고 하더냐?
"좀 전이요."
"그럼···우리 스텔라가 죽지 않고 10번째 탑에···."
크리셀라가 감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그런 크리셀라를 유심히 바라보는 에일린.
'크히히히. 이거 우리 세준이한테 좋은 기회야!'
자신이 관리하는 세준의 금고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크리셀라 님, 우리 세준이가 이 음성 메시지 구슬 받으려고 돈 많이 썼어요."
그래서 세준의 수고를 언급하며 세준이 음성 메시지 구슬을 받기 위해 쓴 돈을 회수하기로 했다.
"그래? 얼마나 들었니?"
"100억 탑코인이요."
1만 배로 불려서. 에일린은 배포가 컸다. 아주 크게 될 용이었다.
"오냐. 내가 다 보상해 주마. 아니. 앞으로 스텔라에게 음성 메시지 구슬이 올 때마다 내게 전해주면 100억 탑코인을 주마!"
"크리셀라, 이 기회에 용용마켓도 이용하면 어떨까? 용용마켓을 이용하면 세준이에게 도움이 되는 거니까."
기회가 생기자 티어가 다시 용용마켓에 대해서 말했다. 용용마켓 VIP가 멀지 않았다.
"알았다. 세준이게도 보답을 해야 하니까."
그렇게 티어의 말에 용용마켓 회원이 된 크리셀라.
"크리셀라 할머니, 그럼 여기 계약서에 서명해 주세요."
에일린이 용용마켓 회원을 위한 계약서를 꺼내 크리셀라의 서명을 받는 동안
-드하하하! 세준아!
"음···티어 님?"
티어는 자는 세준을 깨워 크리셀라를 용용마켓에 가입시킨 대가로 용용마켓 VIP 30일 체험권을 받았다.
그리고 서둘러 분수대로 돌아갈 때
-티어.
옥수수밭에 몸을 숨기고 있던 켈리온이 조용한 목소리로 같은 일반 등급인 티어를 불렀다.
물론 그건 조금 전까지의 얘기였다.
-켈리온, 나 이제 용용마켓 VIP야! 얘들아, 여기 켈리온 있어!
티어가 카이저와 램터를 불렀다.
-티어, 이 배신자 녀석!
내가 먼저 VIP돼서 놀리려고 했는데! 켈리온이 자신보다 먼저 VIP가 된 티어를 노려본 후 서둘러 몸을 숨겼다.
***
붉은탑 42층.
"칵투스들을 막아라!"
"네!"
우돈의 지시에 다른 드워프 부하들이 칵투스와 싸우기 시작했고
[불콩이의 화염콩을 심었습니다.]
···
..
.
그사이 우돈은 열심히 화염콩을 심었다.
화염콩의 효과는 대단했다. 화염콩을 심자마자 주변의 열기가 크게 줄어들었고 사막화도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덕분에 우돈은 화염콩을 심으며 탑 48층부터 내려와 현재 탑 42층에 화염콩을 심고 있었다.
그때
"우돈 님, 화염 칵투스입니다!"
푸른색 고열의 화염을 뿜어내며 다가오는 칵투스들이 보였다.
"화염병들 준비해라!"
"네!"
우돈의 지시에 다 자란 화염콩이 심어진 화분을 든 드워프들이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풉!풉!풉!
화염콩의 머리에서 칵투스들을 향해 화염콩 씨앗을 뱉어냈다.
화염콩들은 자신을 위협하는 적이 나타나면 씨앗을 적에게 쏴서 폭발시킬 수 있었다.
우돈은 그걸 칵투스와 전투 중에 알게 됐고 이후로 이렇게 화염콩을 화분에 심어 가지고 다녔다.
쾅!콰광!
수백 개의 씨앗들이 칵투스와 충돌하며 폭발했고 순식간에 칵투스는 전멸했다.
그리고
[당신의 농작물이 몬스터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1만을 획득했습니다.]
[당신의 농작물이 몬스터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1만을 획득했습니다.]
...
..
.
몬스터 처치 경험치를 획득하는 우돈.
"푸하하하. 아주 편하군."
우돈이 웃으며 말했다.
자신의 농작물로 우돈이 꿀을 빨고 있다는 걸 알았다면 우돈에게 바로 신품종을 보냈을 세준.
그러나 세준은 우돈이 꿀을 빠는지 모르고 있었다.
***
"읏차."
눈을 뜨자
[자는 동안 가진 생명력의 10%를 저장했습니다.]
[생명의 구슬이 3개 있습니다.]
[추가로 생명의 구슬을 만들 수 없습니다.]
[24시간 동안 마력이 0.1 축적됐습니다.
[마력이 0.1 상승합니다.]
세준의 앞에 보이는 메시지.
"아쉽네."
세준이 생명의 구슬을 만들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며 말했다. 0.2% 정도지만, 버려지는 게 아까웠다.
그때
[탑의 관리자가 스텔라 히스론이 누군지 알아냈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스텔라 이모는 위대한 은빛용의 수장인 크리셀라 히스론 할머니의 딸이라고 말합니다.]
세준이 일어나기만 기다리고 있던 에일린이 자신이 알아낸 정보를 알려줬다.
"딸?"
[탑의 관리자가 그렇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그리고 앞으로 스텔라 이모에게 온 음성 구슬 메시지를 전해주면 크리셀라 할머니가 100억 탑코인씩 주기로 했다고 말합니다.]
"100억? 100만이 아니고?"
100만 탑코인을 소모하고 100억 탑코인을 받다니. 완전 남는 장사였다.
[탑의 관리자가 크리셀라 할머니가 혹시 음성 메시지를 스텔라 이모에게 전달해 줄 수 있으면 그때도 100억 탑코인을 준다고 했다고 말합니다.]
에일린의 말과 함께 음성 메시지 구슬 하나가 나타났다.
스텔라가 보낸 것보다 더 등급이 높은 1시간을 녹음할 수 있는 음성 메시지 구슬이었다.
"내가 전달한다고?"
그게 되나? 한 번도 안 해봐서 잘 모르겠다.
"10번째 탑의 스텔라 히스론에게 전달, 10법째 탑에 전달, 10번째 탑에···."
그래서 몇 가지 발동어를 말해봤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아침 먹어야지."
세준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취사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아침을 만들고 있을 때
"박 회장, 내가 돌아왔다냥!"
테오가 세준의 얼굴로 날아왔다.
"그래."
세준은 테오를 피하지 않고 테오에게 얼굴을 오픈해 줬다. 입술이 테오의 분홍색 배와 닿았다.
"부부부부붑."
"냐앙! 간지럽다냥!"
세준이 입에 바람을 불어 테오를 떼어냈다. 오랜 학습의 결과 이게 그나마 힘들이지 않고 테오를 떼어낼 수 있는 방법이었다.
"테 부회장, 잘하고 왔어?"
세준이 무릎에 매달린 테오를 보며 묻자
"푸후훗. 그렇다냥! 아주 잘하고 왔다냥!"
테오가 우쭐해하며 말했다. 평소에도 우쭐했지만, 오늘은 우쭐함의 강도가 더 컸다. 뭔가 믿는 게 있는 모양이었다.
"이것 보라냥!"
그러면서 테오가 자신의 봇짐을 뒤집어 탈탈 털었다.
그러자 쏟아지는 황금과 탑코인들 그리고 포도씨유. 아주 야무지게도 챙겨왔다.
"잘했네."
근데 이 정도로는 테오가 저런 우쭐함을 보일 리 업는데?
테오를 잘 아는 세준이 의아해할 때
"푸후훗. 아직 두 개가 남았다냥!"
테오가 물건을 하나씩 올린 두 앞발을 내밀며 말했다. 왼 앞발에는 검은색 구슬, 오른 앞발에는 갈색 구슬이 있었다.
"펜릴의 코어 조각?"
세준이 검은색 구슬을 알아보며 말했다.
"푸후훗. 맞다냥! 어서 확인해보라냥!"
"응."
테오의 재촉에 펜릴의 코어 조각을 잡아 살펴보니 펜릴의 힘이 무려 2%나 담겨있었다.
이걸 다른 몬스터가 주웠으면···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테 부회장, 잘했어."
세준이 테오의 머리를 격하게 쓰다듬으며 칭찬했다.
"푸후훗. 안다냥! 나는 원래 잘한다냥!"
세준의 칭찬에 마냥 기분이 좋은 테오. 역시 조금의 겸손도 없었다. 그게 또 테오의 매력이지만.
"이것도 확인해 보라냥!"
테오가 갈색 보석을 세준에게 건넸다.
[대지의 보석]
"이름부터 마음에 드네."
세준이 대지의 보석을 들어 살펴봤다.
360화. 좋은 곳으로 가십시오.
360화. 좋은 곳으로 가십시오.
[대지의 보석]
멸망의 사도 1좌 신을 사냥하는 늑대 펜릴에게 육체가 먹혀 봉인된 대지 속성 신의 영혼이 담겨있습니다.
대지의 보석에 충만한 땅의 힘을 흡수시킬 경우 보석에 봉인된 신의 영혼이 풀려납니다.
봉인이 풀리면 신이 은혜를 갚습니다.
제작자 : 멸망의 사도 1좌 신을 사냥하는 늑대 펜릴
등급 : 측정 불가
"근데 멸망의 사도 1좌는 정말 강한가 보네···."
대지의 보석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게 된 세준이 말했다.
'신의 육체를 먹어서 영혼을 봉인한다니···마주칠 일은 없겠지만, 마주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쳐야지'
그 멸망의 사도 1좌가 지금 자신의 침대에서 코를 골며 늘어지게 자고 있는지도 모르고, 세준은 남은 내용을 마저 읽었다.
"봉인을 풀어주면 신이 은혜를 갚는다고?"
괜챃은데? 은혜 갚는 신이라니. 그 보상이 너무 기대됐다.
역시 테 부회장이었다. 은혜 갚는 신이 봉인된 보석을 가져오다니.
"테 부회장, 아주 잘했어! 무릎 독점권 일주일 연장!"
"푸후훗. 푸후훗. 푸후훗."
세준의 말에 테오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마냥 웃기만 했다.
그사이 테오를 다리에 매단 세준이 밖으로 나와 대지의 보석을 땅에 절반 정도 묻었다.
땅의 힘을 흡수시키면 된다고 했으니 땅에 묻으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10분 정도 기다리자
[대지의 보석 - 5% 봉인 해제 중]
세준의 생각이 맞았는지 봉인이 풀리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신의 봉인을 푸는 게 어렵지 않았다.
"금방 되겠네. 에일린, 이 코어 조각도 정화 좀 해줘."
[탑의 관리자가 자신만 믿으라고 합니다.]
세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에일린에게 2%짜리 펜릴의 코어 조각 정화를 부탁했다.
그때
"아. 약쑥."
다시 취사장으로 들어가려던 세준의 머릿속에 풍요의 황금 상자 안에 든 약쑥이 떠올랐다.
약쑥을 꺼내고 초월의 검은콩을 넣어야 했다.
그래서 아공간 창고를 열고 안으로 들어가
달칵.
풍요의 황금 상자 뚜껑을 열어 안에 있는 약쑥 5개를 꺼내고 초월의 검은콩을 넣고 다시 닫았다.
그렇게 하루 만에 약쑥 4개를 더 확보한 세준이 과감하게 약쑥 하나를 입에 넣었다.
그리고
"···!!!"
후회했다. 이건 커피 정도로 단련해서 되는 그런 쓴맛이 아니었다. 자신이 너무 만만하게 봤다.
[약쑥을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이 20 상승합니다.]
[수명이 3개월 늘어납니다.]
[쓴맛이 나는 약을 섭취했습니다.]
[재능 : 체력에 좋은 약이 쓰다가 발동합니다.]
[체력이 9 상승합니다.]
정신이 흐릿해지는 세준의 눈앞에 나타나는 메시지.
'9라고?!'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쓴맛. 이건 어나더 레벨의 쓴맛이었다.
약쑥은 앞으로 자기 전에···
털썩.
세준이 지독히 쓴맛에 기절했다.
"박 회장, 또 기절했냥?"
테오가 기절한 세준의 팔을 잡고 질질 끌어 해가 잘 드는 곳에 눕혀 놓고
꾹.꾹.
얼굴 마사지를 시작했다.
그렇게 테오가 세준을 마사지할 때
낑?!낑!
'어?! 갑자기 내 코어 기운이 안 느껴져!'
자신의 코어 조각 기운을 느끼고 밖으로 나온 펜릴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낑!
'맛있는 거 많은 데가 열려 있어!'
테오가 닫지 않고 간 아공간 창고를 발견했다.
끼히힛.낑!
'히힛. 신난다!'
펜릴이 아공간 창고로 들어가 간식 투어를 시작했다.
잠시 후
"으음···."
"박 회장, 일어났냥?"
꾹.꾹.
세준이 일어나자 세준의 얼굴을 마사지하며 테오가 물었다.
그러자
뺙?
[삼촌, 일어났어요?]
꾸엥?
[아빠 일어났다요?]
"형, 일어났어?"
"세준 님, 일어나셨어요?"
옆에서 세준이 준비한 아침을 먹고 있던 흑토끼, 꾸엥이, 아작스, 베로니카가 물었다.
"응. 나 얼마나 기절했어?"
"별로 안 했다냥! 1시간도 안 지났다냥!"
"그래?"
생각보다 기절 시간이 짧았다.
"까망이는?"
"아까 아공간 창고에 들어가는 거 봤다냥!"
세준의 물음에 테오가 대답했다.
'또 군고구마 말랭이 먹으러 갔네.'
세준은 펜릴을 그냥 놔두기로 했다.
아무리 욕심부려봐야 군고구마 말랭이 3개가 펜릴의 한계. 크게 사고 칠 일은 없었다.
정신을 차린 세준은 간단히 아침을 먹고
"운송."
[싱그러운 생명의 쑥 2만 3817개와 파릇파릇한 마력의 쑥 2만 1183개가 도착했습니다.]
탑간 운송비용으로 오필리아가 수확한 쑥을 가져왔다.
그리고
"꾸엥아, 짜."
꾸엥!
[알겠다요!]
꾸엥이와 쑥즙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사이 아작스는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관리하기 위해 하얀탑에 보냈다.
그렇게 세준이 꾸엥이와 쑥즙을 만들 때
[자색탑의 탑농부 베로니카가 독기 품은 감자를 허락 없이 심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
..
.
[탑의 율법에 따라 검은 탑의 탑농부 박세준이 앞으로 100년간 자색탑의 탑농부 베로니카를 거느립니다.]
[이미 자색탑의 탑농부 베로니카를 거느리고 있어 노예 기간이 추가되지 않습니다.]
세준의 앞에 나타는 메시지.
"잘 갔나 보네."
세준이 메시지를 보며 말했다.
베로니카는 세준이 준 자색탑 땅문서를 사용해 자색탑에 돌아가 세준의 지시로 독기 품은 감자를 심었다.
종속 계약을 했지만, 시스템 상의 노예가 돼야 세준이 베로니카를 자색탑으로 보내고 다시 검은탑으로 소환할 수 있기 때문.
세준은 해독의 대파와 독기 품은 감자가 잘 자라는 자색탑의 독기 넘치는 땅을 놀리고 싶지 않았다.
거기다 자색탑의 관리자 티어도 허락했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자색탑의 독은 해독의 대파를 많이 챙겨가서 먹는 것으로 간단하게 해결했다.
잠시 후
꾸엥!
[다했다요!]
세준과 꾸엥이가 쑥즙을 다 짰다. 정확히는 꾸엥이가 짜고 세준은 옆에서 박수를 치면서 칭찬만 했지만.
마음만은 함께였다.
어쨌든···꾸엥이의 힘과 세준의 칭찬 콜라보로 생명의 쑥즙 2.3리터와 마력의 쑥즙 2.1리터가 완성됐다.
쑥즙을 만들면서 꾸엥이의 요령이 늘어 쑥즙의 약효가 조금 증가했다. 50%에서 55%로.
꾸엥!
[그럼 꾸엥이는 약초 확인하고 우마왕 아저씨랑 특훈하고 온다요!]
꾸엥이는 쑥즙을 다 짜자 서쪽 숲의 약초를 살피기 위해 일어났다.
참고로 흑토끼는 자신도 특훈을 한다며 아침 먹고 먼저 우마왕에게 갔다.
"간식은 잘 챙겼지?"
꾸엥!
[그렇다요! 간식 주머니 꽉 채웠다요!]
꾸엥이가 간식이 가득 들어 빵빵한 가방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래. 잘 다녀와!"
세준이 서쪽 숲으로 향하는 꾸엥이를 배웅하고
'쑥즙포션 만들어야지."
물과 생명의 쑥즙 1L를 25:1로 섞어 희석시켜 작은 물통 여러 개에 옮겨 담았다.
그리고
"풍성해져라."
[옥수수에 가 작용합니다.]
[옥수수에서 맺을 다음 열매의 양이 2배로 늘어납니다.]
옥수수밭에 있는 옥수수 하나하나에 권능을 사용했다.
평소라면 생명력이 모자라 금방 뻗었겠지만
홀짝.
[물을 탄 생명의 쑥즙을 섭취했습니다.]
[생명력이 1% 회복됩니다.]
이제 쑥즙포션이 있기에 피를 수혈받듯이 수시로 생명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덕분에 무난하게 밭의 모든 농작물에 권능을 사용했고
"풍성해져라."
[옥수수밭에 가 작용합니다.]
[옥수수밭이 2배 비옥해집니다.]
마지막으로 열매가 2배로 열리며 소모될 지력까지 2배로 올려 보충해 주자 만들어 둔 쑥즙포션의 4분의 1을 사용했다.
정확히는 4분의 1의 절반인 8분의 1을 농작물에 나머지 8분의 1을 지력을 올리는 데 사용했다.
세준의 밭은 이미 지력이 높은 상태였기에 지력을 올리는 데 생명력이 많이 필요했다.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또 마렵네."
물을 많이 마셔 화장실을 자주 간다는 것. 수확량을 2배로 늘려준다면 감수할 수 있는 불편이긴 했다.
그렇게 세준이 화장실에 갔다 땅에 박힌 대지의 보석을 확인했다.
[대지의 보석 - 98% 봉인 해제 중]
봉인이 거의 풀렸다.
"흐흐흐. 신이 뭘 주려나?"
"푸후훗. 박 회장, 무조건 비싼 거 달라고 하자냥!"
세준과 테오가 기대감에 부푼 대화를 나눌 때
[대지의 보석의 봉인이 풀렸습니다.]
[대지의 보석에 봉인돼 있던 자갈의 신 페블로스가 봉인에서 풀려납니다.]
대지의 보석에 봉인됐던 신의 영혼이 자유를 찾았다.
"엥? 자갈의 신?"
"박 회장, 자갈이 뭐냥?! 좋은 거냥?!"
약간 벙찐 표정을 지은 세준을 향해 테오가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자갈의 신 페블로스가 자신의 봉인을 풀어준 대상에게 은혜를 갚습니다.]
그래. 자갈의 신이라고 해서 은혜가 허접할 리는 없어. 그럴 거야.
세준이 스스로에게 희망의 세뇌를 걸며 메시지를 주시했다.
하지만
[자갈의 신 페블로스가 1평의 길에 자갈을 깔아 은혜를 갚습니다.]
세준의 기대를 배신하는 자갈의 신 페블로스. 누가 마음대로 길에 자갈 깔래?! 깔려면 다 깔던가. 한 평이라니...그냥 돈으로 내놔!
[은혜를 갚은 자갈의 신 페블로스가 떠났습니다.]
세준이 화낼 걸 알았는지 자갈의 신 페블로스가 도망치듯 빠르게 떠났다.
***
씨앗 본점 상점.
"돌아온 건가?"
페블로스가 자신의 몸을 살펴볼 때
"어···페블로스? 설마 너 자갈의 신 페블로스야?!"
길을 지나가던 고운 모래의 신 실라스가 페블로스를 보며 소리쳤다.
"어. 실라스 반갑다."
봉인된 동안 의식이 없었던 페블로스가 어제 만났던 것처럼 실라스에게 인사했다.
반면에
"페블로스, 진짜 반갑다!"
몇천 년 만에 페블로스를 만난 실라스는 흥분해서 페블로스의 손을 잡고 크게 흔들며 자신의 반가움을 표했다.
"다른 신들은?"
"아. 내 정신 좀 봐. 가자. 내가 다른 신들에게 안내해 줄게!"
실라스가 페블로스를 서둘러 비전투 신들의 리더 풍요의 신 레아에게 데려갔다.
어차피 다른 전투신들을 만나봐야 건사할 입만 늘었다며 눈치만 줄 테니까.
그렇게 레아와 만난 페블로스.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이 절 봉인에서 풀어줬습니다. 그는 충만한 땅을 만들 줄 아는 좋은 농부입니다."
페블로스가 레아와 다른 비전투 신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봉인을 풀었는지 말해줬다.
그러자
"역시 박세준···."
"박세준 파이팅!"
"박세준 파이팅!"
'박세준 파이팅!'을 연호하는 비전투 신들.
"박세준 파이팅!"
페블로스도 다른 신들을 따라 같이 외쳤다.
'그나저나 보상이 충분하려나?'
나도 꽤 무리한 건데···페블로스가 자신이 갚은 은혜를 세준이 만족할지 걱정했다.
***
"허···자갈이라니···."
세준이 허망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사이
"이게 뭐냥?"
테오가 1평의 길에 깔린, 영롱한 빛을 내는 3가지 색 자갈을 바라봤다. 빛깔이 범상치 않았다. 푸후훗. 자갈은 비싼 거였다냥!
"푸후훗. 박 회장, 신이 은혜를 비싸게 갚았다냥!"
직감적으로 바닥의 자갈이 비싸다는 걸 알아챈 테오가 신난 목소리를 세준을 불렀다.
"자갈의 신 페블로스···다음에 만나면 내가 다시 봉인시···응? 비싸다고?"
세준이 자갈을 던지고(?) 튄 페블로스를 향해 이를 갈다 테오의 말을 듣고 서둘러 자갈을 확인했다.
[루비 원석]
[사파이어 원석]
[에메랄드 원석]
그냥 자갈이 아니라 보석 원석으로 만든 자갈이었다.
"페블로스 님, 좋은 곳으로 가십시오."
세준이 환하게 웃으며 페블로스의 명복을 빌어줬다.
그리고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이 당신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신성력이 10 상승합니다.]
세준이 명복을 빌어준 덕분에 페블로스의 신성력이 상승했다.
361화. 히힛. 이번에는 안 걸려!
361화. 히힛. 이번에는 안 걸려!
"흐흐흐. 테 부회장, 흠집 안 나게 잘 담아."
세준이 자갈의 신 페블로스가 1평의 길에 깐 보석 자갈 도로를 보며 테오에게 주의를 줬다.
"푸후훗. 박 회장, 걱정 말라냥! 나 테 부회장의 발바닥은 아주 말랑하다냥!"
테오가 자신 있게 자신의 핑크 젤리를 보여주며 대답했다.
"그래? 크흠. 얼마나 말랑한지 볼까?"
세준이 확인하는 척 테오의 발바닥을 만졌다. 말랑한 촉감에 입꼬리가 자신도 모르게 슬며시 말려 올라갔다.
그렇게 세준이 잠깐의 힐링 타임을 만끽하고 테오와 본격적으로 보석 자갈들을 주웠다.
잠시 후
"루비 원석이 1000개, 사파이어 원석도 1000개, 에메랄드 원석도 1000개네."
세준이 챙긴 보석 원석의 수를 확인했다.
총 3000개의 보석 원석. 자갈의 신 페블로스는 사랑이 넘치는 신이었다.
"푸후훗, 박 회장, 자갈 태워봐도 되냥?"
테오가 보석 원석을 향해 눈을 빛내며 세준에게 물었다.
"그럼."
대지의 보석을 가져온 테오는 보석 원석에 대한 충분한 지분이 있기에 기꺼이 3종 원석을 하나씩 테오에게 줬다.
가장 큰 사이즈로. 자갈 크기가 고만고만해 큰 차이는 없었다.
"푸후훗. 활활 타올라냥!"
파앗.
테오가 웃으며 3개의 보석을 동시에 태웠다. 보석 원석의 크기가 작아지는 만큼 테오의 몸은 더 밝게 빛났다.
"푸후훗. 박 회장, 나 강해졌다냥! 얼굴 대라냥!"
밝은 황금빛을 내뿜는 테오가 두 앞발을 들며 세준의 얼굴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꾹.꾹.
세준의 얼굴에 매달려 열심히 안마를 시작했다. 오늘이야말로 박 회장의 썩은 얼굴을 뿌리 뽑겠다냥!
그렇게 황금빛이 사라질 때까지 세준의 얼굴을 마사지한 테오.
하지만
"냥···실패다냥···뿌리 못 뽑았다냥···."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는지 실망한 표정으로 세준의 무릎으로 돌아갔다.
'이 자식이···.'
그 실패한 얼굴을 가진 당사자로서 세준은 기분이 나빴다.
'근데 확실히 테오의 마사지를 받으면 감각이 조금 예리해지는 것 같긴 하네.'
세준이 테오의 마사지를 받는 동안 멀리 보이는 시야, 잘 들리는 청각, 더 잘 맡아졌던 후각을 떠올렸다.
대신 테오의 발 꼬순내도 더 잘 맡아졌다. 확실히 테오의 마사지를 받을 때 감각이 확장됐다.
어쩌면 테오가 썩었다는 건 외모가 아니라 신경과 관련이 있을지도 몰랐다. 후훗. 그렇지. 내 외모가 썩었을 리 없지.
그렇게 흐뭇한 결과를 도출한 세준.
그러나
[불행한 현실을 정신 승리로 이겨냈습니다.]
[영혼이 충만해집니다.]
[정신력이 5 상승합니다.]
시스템이 아니라고 알려줬다.
"이게 왜 정신 승리야?!"
세준이 대답 없는 시스템을 향해 한참 씩씩거리다
"풍성해져라!"
[태양초에 가 작용합니다.]
[태양초에서 맺을 다음 열매의 양이 2배로 늘어납니다.]
태양초밭으로 가서 태양초에 권능을 사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