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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3 - 43

343화. 이 정도면 난 양아치는 아닌 거지?

343화. 이 정도면 난 양아치는 아닌 거지?

낑!

'그게 내꺼야! 내 코어야!'

뽈짝.뽈짝.

펜릴이 테오의 앞발에 들린 자신의 코어 조각을 향해 열심히 점프했다.

하지만

"냥? 까망이, 안 된다냥! 이건 박 회장 거다냥!"

절대 줄 생각이 없는 테오. 푸후훗. 이거 주고 박 회장에게 칭찬받을 거다냥!

"···그거 제 건데요···."

뒤에서 유렌의 억울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들렸다.

낑···

'힘들어···.'

그사이 점프 몇 번 하고 지쳐버린 펜릴이 바닥에 퍼져버리자

"푸후훗. 박 회장, 여기 있다냥!"

테오가 '나 잘했다냥?'라는 눈빛을 보내며 세준에게 펜릴의 코어 조각을 건넸다.

"응. 잘했어."

쓰담.쓰담.

세준이 테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호두알만 한 코어 조각을 받았다.

하지만

······

예전 같은 반응은 없었다.

"없네."

10번째 탑으로 통하는 문의 조각이 없는 코어 조각이었다.

세준은 아쉬운 표정으로 손에 쥔 코어 조각을 바라봤다.

[멸망의 사도 1좌 펜릴의 코어 조각]

멸망의 사도 1좌 펜릴의 코어 조각입니다.

전체 힘의 1%가 담겨 있습니다.

안에 깃든 멸망의 힘을 제거하지 않으면 멸망의 힘에 잠식됩니다.

이미 펜릴의 코어 조각을 얻어 봤기 때문인지 아니면 펜릴의 코어 조각을 몸에 지니고 있기 때문인지 따로 감정할 필요는 없었다.

정화는 필요해 보였지만.

"뭐야? 여기에 힘이 1%나 담겨 있었다고?!"

코어 조각에 담긴 힘의 위력을 알게 된 세준이 크게 놀랐다.

겨우 펜릴의 힘 0.01%로도 봉인이 풀린 아작스의 브레스를 막아냈다.

"근데 1퍼센트면···."

유렌이라서 정말 다행이었다.

좀 전까지 테오에게 매일 뜯기는 유렌에 대해 동정심이 들었는데 지금은 다행이라는 생각만이 들었다.

"근데 유렌 이거 어떻게 얻은 거야?"

유렌이 어떻게 탑 62층까지 와서 펜릴의 코어 조각을 찾은 건지 궁금해진 세준이 물었다.

"그냥···탑 75층으로 향하는 길에 저를 부르는 속삭임 들렸어요."

"속삭임이 들렸다고?"

"네. 지금도 들려요. 함께 용을 죽이자고요···."

"뭐?! 감히 용을 죽여?!"

유렌의 말에 아작스가 발끈했다.

"아···제가 아니고 쟤가 그런 건데요···."

유렌이 아작스의 눈빛을 피하며 펜릴의 코어 조각을 소심하게 가리켰다.

그때

"헤헤···알았어···."

휙.

유렌이 뭔가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세준의 손에 있는 펜릴의 코어 조각을 향해 앞발을 빠르게 뻗었다.

펜릴의 코어 조각을 낚아채려는 의도.

그러나

"푸후훗. 어림없다냥!"

찰싹!

철벽방어 테오 박이 오른 앞발로 유렌의 두툼한 앞발을 막았다. 어디 감히 우리 박 회장의 물건을 노리냥?!

그리고

"유렌, 정신 차려라냥!"

찰싹!

왼 앞발로 싸대기를 날리며 유렌의 정신을 돌아오게 했다.

"어? 제가 방금 무슨 짓을···."

테오의 싸대기에 정신을 차린 유렌이 자신의 행동을 깨닫고 당황했다.

"죄송합니다. 이거라도···."

유렌이 자신의 품을 뒤적거리더니 돈주머니 하나를 꺼냈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세준이 용서한다는 표정으로 돈주머니를 받았다. 다 용서해 주마.

그렇게 돈주머니를 챙기고

척.

세준이 유렌의 앞에 펜릴의 코어 조각을 다시 보이자

"헤헤헤···."

휙.

찰싹.찰싹.

"앗! 제가 또···."

돈주머니가 또 들어왔다.

"테 부회장, 나이스."

"푸후훗. 박 회장도 좀 한다냥!"

그렇게 서로를 칭찬하며 유렌에게 돈주머니 20개를 받은 세준과 테오.

"윽! 더 맞기 싫어···."

덕분에 유렌은 펜릴의 코어 조각의 유혹에 더 이상 넘어가지 않았다. 역시 매 앞에 장사 없다.

"근데 너희들도 속삭임 들려?"

세준이 펜릴의 코어 조각에 귀를 대며 테오, 꾸엥이, 아작스를 보며 물었다. 난 아무것도 안 들리는데?

"안 들린다냥!"

꾸엥!

[안 들린다요!]

"안 들리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여기서 유렌만이 펜릴의 코어 조각에서 나는 속삭임을 들었다.

"뭐지?"

아작스야 용이니까 그렇다고 쳐도···자신과 테오, 꾸엥이는 들려야 했다.

특히 유렌보다 약한 자신은 들려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 들렸다.

"멘탈이 약한 애들한테만 들리나?"

그럴싸했다. 난 멘탈이 강하니까.

"···아닌 것 같은데···."

"뭐?"

"아닙니다···."

세준의 반문에 유렌이 서둘러 입을 닫았다.

그때

낑!낑!

'야! 그거 내꺼라니까! 넌 내가 하나 줬잖아!'

체력을 회복한 펜릴이 세준의 손에 있는 자신의 코어 조각을 향해 뽈짝뽈짝 뛰면서 짖었다.

그리고

"설마?! 까망이도 여기서 나는 속삭임을 들은 거야?"

펜릴이 코어 조각에서 나는 속삭임을 들었다고 오해한 세준. 까망이한테 위험하겠어!

"에일린, 이거 정화해 줘."

서둘러 에일린에게 코어 조각을 보내버렸다.

[탑의 관리자가 자신만 믿으라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깨끗하게 정화하겠다고 말합니다.]

"응 고마워."

세준이 에일린과 얘기를 끝내자

낑···

'내 코어···.'

코어 조각이 사라지자, 귀와 꼬리를 축 늘어트리고 세준에게 등을 돌린 펜릴이 보였다.

흐흐흐. 우리 까망이 완전 쭈구리 같네. 귀여워.

"자. 까망이, 맛있는 거 먹자."

세준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펜릴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군고구마 말랭이를 두 개를 꺼내 흔들었다.

그러나

낑!

'안 먹어!'

펜릴은 마음이 상한 건지 그렇게 좋아하는 군고구마 말랭이를 보고도 바로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이래도?"

세준이 군고구마 말랭이 하나를 두 개 더 꺼내자

···낑!

'···노랗고 쫀득한 거가 네 개라니!'

한 번에 군고구마 말랭이를 4개나 먹어본 적 없는 펜릴. 이번에는 잠깐 고민했지만, 고개를 돌렸다.

고고한 늑대의 자존심이 있지. 저 정도에 넘어갈 수는 없었다.

"흐흐흐. 이것도 거절할 수 있을까?"

척.

세준이 바나나를 꺼내 까기 시작했다.

낑?!낑?

'그거 뭔데?! 왜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군고구마 말랭이와는 색다른 단내에 어느새 고개만이 아니라 몸이 전부 돌아간 펜릴.

붕붕.

꼬리를 전력으로 흔들며 침을 흘리고 있었다.

낑!낑!

'빨리 까줘! 빨리 달라고!'

"알았어. 자."

세준이 자신을 재촉하는 펜리의 입에 바나나를 넣어 주자

짭.짭.짭.

열심히 먹기 시작하는 펜릴.

그리고

빠안.

세준을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꾸엥이와 아작스. 자신들도 바나나를 달라는 무언의 신호였다.

"알았어. 자. 먹고 하자."

그렇게 갑자기 갖게 된 간식 타임.

"저···저도···."

"푸후훗. 바나나 먹고 싶으면 돈 내라냥!"

눈치를 보며 바나나를 달라는 유렌을 향해 또 돈을 받으려는 테오. 역시 냥아치다웠고.

"네! 드리겠습니다!"

돈주머니 20개를 뜯기고도 또 돈을 꺼내는 유렌도 대호구다웠다.

"이건 그냥 줄게."

그런 유렌에게 세준이 바나나 한 송이를 무료로 줬다.

'후훗. 나 아주 관대하군.'

혼자 뿌듯해하며.

이 정도면 난 양아치는 아닌 거지? 뒤늦게 이미지 세탁을 하려는 세준이었다.

***

검은탑 관리자 구역.

"크히히히. 이거 빨리 정화해서 우리 세준이한테 돌려줘야지! 할아버지들 빨리 모이세요!"

에일린이 열의 가득한 표정으로 카이저, 켈리온, 램터, 티어를 불렀다.

자신의 힘으로는 이 펜릴의 코어 조각에 담긴 멸망의 힘을 1%도 정화하기 힘들기 때문.

잠시 후

-크하하하. 우리 손녀! 할애비 불렀느냐?

카이저와 다른 사룡회 용들이 모였다.

그리고

-어?! 저건?!

-저번 것보다 더 큰데?!

-오! 우리 떼돈 버는 거야?!

-드하하하! 이번에는 세준이한테 뭐 사지?

에일린이 들고 있는 호두알만 한 펜릴의 코어 조각을 보며 돈 벌 생각에 흥분했다.

하지만

"할아버지들, 일단 저번에 쓴 검은콩 값부터 주셔야죠."

그들에게는 갚아야 할 빚이 있었다.

-크흠. 얼마냐?

"1000억 탑코인이요."

-뭐?!

-그건 너무 비싼데?

에일린의 대답에 당황하는 용들.

검은콩은 12배에서 16배로 성능이. 33.33% 늘어났는데.

가격은 250억 탑코인에서 1000억 탑코인으로 300%가 늘어났으니 놀랄 만했다.

"크히히히. 세준이가 원래 성능이랑 가격은 정비례하는 게 아니래요."

-크흠. 우리 세준이가 그렇게 말한다면···

-여기 있다.

용들이 가지고 있던 돈을 에일린에게 줬다.

"크히히히. 감사합니다."

에일린이 돈을 받고 네 용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거 정화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까 돌아가면서 본체로 정화하는 거로 하죠."

-좋다. 네들 사기 치면 재미없을 줄 알아!

-사기치다 걸리면 바로 퇴출이야!

-그냥 깔끔하게 이름 걸고 맹세해!

-순서도 정해야 해!

에일린의 말에 용들이 계약서를 쓰고 펜릴의 코어 조각을 누가 먼저 정화할지 순서를 정했다.

그렇게 정해진 순서는 카이저, 티어, 램터, 켈리온 순.

-크하하하. 그럼 내가 먼저군.

검은용 조각상이 펜릴의 코어 조각을 삼켰다.

***

투둑.

[끈질김의 쑥을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70을 획득했습니다.]

간식 타임을 가진 세준이 다시 열심히 쑥을 수확했고

꾸엥!

[손에서 쑥 냄새 난다요!]

"계속 맡으니까 은근히 좋은데?"

"···나는 왜···?"

옆에서 꾸엥이, 아작스, 유렌도 쑥 수확을 도왔다.

"오늘은 여기서 잘까?"

세준이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고기 조각 하나를 삼켰다.

[에일린의 더 건강한 주먹 고기 조각을 섭취했습니다.]

[음식을 모두 먹어야 효과를 발휘합니다.]

[150조각 남았습니다.]

"진짜 하루에 20개씩 열심히 먹었는데···."

아직도 150개나 남았다.

그래도 열심히 소화시킨 덕분에 활력 스킬이 어느새 7레벨이 됐다.

꾸엥!

[캠프파이어다요!]

"으히힛! 캠프파이어다!"

밖에서 자고 간다는 말에 꾸엥이와 아작스가 서둘러 아공간 창고로 들어가 파 이파리와 고구마, 감자를 꺼내왔다.

그리고

세준, 테오, 꾸엥이, 아작스, 유렌.

다섯이서 함께 고구마와 감자를 파 이파리로 싸기 시작했다.

잠시 후.

타닥.타다닥.

우적.우적.

쑥 농작에는 나무 타는 소리와 먹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그렇게 조용한 저녁 식사가 끝나자

"푸후훗. 잘 먹었다냥! 박 회장의 생선 굽는 실력이 점점 좋아진다냥!"

냥냥냥. 세준의 생선구이를 배부르게 먹은 테오가 세준의 무릎 위에 발라당 누웠다.

그리고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맛있는 저녁이었다요!]

"으히힛. 역시 세준이형이랑 있으면 맛있는 것만 먹을 수 있다니까."

세준의 옆구리에 자신의 몸을 기대고 자신의 배를 문지르는 꾸엥이와 아작스.

철푸덕.

낑···낑···

'나 배 아파···배 쓰다듬어줘···.'

마지막으로 과식한 펜릴이 세준의 앞에 뽈록한 배를 내밀고 누우며 도움을 요청했다.

"으이구. 적당히 먹으라니까."

아까 고구마 한 개 통째로 들고 도망갈 때부터 알아봤다.

척.

세준이 펜릴을 조심히 들어

쓰담.쓰담.

세준이 펜릴의 배를 쓰다듬어 주는 사이

고로롱.

꾸로롱.

아로롱.

끼로롱.

세준의 몸을 베개 삼아 넷 모두 잠들었다.

"나도 자야지."

세준이 몸을 눕히기 위해 주변을 둘러봤다.

근데···

"쟤는 왜 저렇게 자?"

꿀···꿀...

세준의 눈에 혼자서 땅바닥에 누워 쪼그리고 자는 유렌이 보였다. 분명 돈 많은 대상인인데 왜 짠하지?

척.

세준이 파이파리로 유렌을 덮어주고 몸을 눕혔다.

입탑 378일 차. 오늘도 아무 사고···

달그락.달그락.

가 생겼네?

갑자기 나타난 스켈레톤 하나.

달그락.

탑 4층에서부터 세준을 만나러 올라온 농사왕이 고개를 숙이며 세준에게 인사했다.

344화. 내 집사는 얘뿐이야!

344화. 내 집사는 얘뿐이야!

검은탑 4층.

'풍요의 신 레아시여. 저는 오늘도 열심히 성수와 성유를 만들어 팔고 있습니다.'

오늘도 풍요의 신 레아에게 기도를 드리고 힘을 채우는 농사왕.

그때

-나의 아이야. 때가 됐도다!

오랜만에 레아가 농사왕의 기도에 응답했다.

'때요?'

-그렇다.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이 10번째 탑의 시련을 통과했다. 가서 박세준을 도와주고 오거라.

"네! 레아 님!'

레아의 지시에 힘차게 대답하는 농사왕.

'레아 님, 근데 제가 뭘 도와야 하나요?'

-일단 지금까지 번 돈과 성수, 성유를 들고 가거라. 나머지는 박세준을 만나면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네!'

그렇게 레아의 지시를 받은 농사왕이 세준을 만나기 위해 탑을 올랐고 5일을 헤맨 끝에 세준과 만났다.

하지만

"몬스터?!"

세준에게는 그냥 스켈레톤일 뿐. 어두워서 블랙 스켈레톤인지도 구별이 안 됐다.

"냥?! 누구냥?!"

꾸엥!

[아빠는 꾸엥이가 지킨다요!]

"형! 내가 지켜줄게!"

낑!낑!

'얘는 내가 지켜! 덤벼!"

몬스터의 등장에 테오, 꾸엥이, 아작스, 까망이가 세준의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박 회장, 저 녀석은 내가 혼내주겠다냥!"

테오가 농사왕을 공격하기 위해 엉덩이를 흔들며 부릉부릉 공격 준비를 할 때

달그락.달그락.

농사왕이 분주하게 뭔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100억 탑코인.

포도주?

포도씨유?!!

'뭐지?'

저걸 왜 꺼내는지 모르겠지만

"포도씨유 내가 다 살게!"

이제 튀김 요리할 수 있다! 포도씨유를 갖고 싶은 세준이 외쳤다.

그때

-그것은 모두 그대의 것이다.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이여.

농사왕의 눈이 황금빛으로 빛나며 위엄있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풍요의 신 레아가 농사왕의 몸에 강림한 것.

"누구시죠? 누구신데 저한테 이걸 주는 거죠?"

상대의 분위기와 목소리가 갑자기 변하자, 세준이 조심스럽게 포도씨유를 챙기며 물었다.

일단 준다고 하니 챙겨야지.

-나는 풍요의 신 레아. 박세준, 그대를 돕기 위해 왔노라.

그사이 레아가 대답하며 자신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풍요의 신 레아의 비약 상점이 10분 동안 임시로 오픈됩니다.]

[수확의 비약 1방울 - 1000억 탑코인](최대 10방울까지 구매 가능)

세준의 앞에 나타나는 메시지. 10분 동안만 오픈된다고?

"근데 레아 님, 저 도와주신다면서···왜 가격이 더 비싼가요?"

분명 전에는 수확의 비약을 한 방울당 700억 탑코인에 샀는데 지금은 한 방울당 1000억 탑코인이었다.

이게 도와주는 거냐? 바가지잖아.

-허허허. 서로 돕고 사는 것 아니겠느냐. 이게 비공식 루트로 팔아서 수수료가 비싸서 그렇느니라.

"비공식 루트요?"

이놈 신을 사칭하는 사기꾼 아냐? 아니면 잡상인이거나?

생각해 보니 좀 이상했다. 신이 왜 스케레톤의 몸에 강림하지?

-어허! 방금 그 눈빛은 무엇이냐?! 아주 불경스럽구나! 다 사정이 있느니라!

세준의 눈빛에 발끈하며 호통을 치는 레아.

"그럼 신인 거 증명해 봐요."

-크흠. 좋다. 대신 내가 신인 걸 증명하면 너는 내 비약을 전부 구매해야 한다.

"좋아요. 에일린, 나 돈 얼마나 있어?"

수확의 비약은 많아서 나쁠 게 없다. 세준이 레아의 제안을 승낙하고는 에일린에게 물었다.

[탑의 관리자가 7000억 탑코인 정도 있다고 말합니다.]

7000억에 내 돈을 합치면 충분하겠어.

"그거 나한테 보내줘."

[탑의 관리자가 알겠다고 말합니다.]

쿵.

세준의 앞에 묵직한 돈주머니 하나가 떨어졌다.

"이제 신인 거 증명해 봐요. 진짜면 비약 다 살 테니까."

-좋다. 그럼 네가 가진 풍요의 황금 상자를 꺼내 보거라.

"네."

세준이 풍요의 황금 상자에서 검은콩을 꺼낸 후 레아에게 상자를 건네자

척.

-다 됐다. 확인해 보거라.

풍요의 황금 상자를 두 손으로 잠깐 잡더니 세준에게 다시 건넸다.

'아무것도 안 한 거 같은데···.'

세준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레아에게 건네 받은 풍요의 황금 상자를 확인했다.

[풍요의 황금 상자]

고대 풍요를 담당했던 풍요의 신 레아의 능력이 담긴 상자입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신의 능력을 대부분 소실했지만, 풍요의 신 레아가 자신의 힘을 불어넣어 다시 신기의 힘을 되찾았습니다.

곡식이나 과일을 1개 넣고 하루를 기다리면 5개로 늘어납니다.

사용 제한 : 풍요의 신 레아의 인정을 받은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

제작자 : 풍요의 신 레아

등급 : SS+

"어?!"

레아의 손을 거친 풍요의 황금 상자가 신기로 변해있었다.

꽈악.

"흐흐흐."

세준이 신기가 된 풍요의 황금 상자를 꼭 끌어안았다.

'이제 하루에 검은콩이 4개씩 생기면···.'

용들에게 더 많은 검은콩을 팔고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

세준이 돈 벌 생각에 신나 하고 있을 때

-허허허. 원래 나의 신기였으니 다시 신기로 만드는 건 나에겐 아무것도 아니다.

세준의 만족한 표정을 보며 흡족해하는 레아가 우쭐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풍요의 신 레아의 힘이 줄어들었습니다.]

[비약 상점 운영 시간이 2분 남았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요?

-크흠. 박세준이여. 빨리 거래를···

레아가 세준을 재촉했다.

그러자

"푸후훗. 레아 님, 마감 임박 세일 안 해주냥?!"

상대의 약점을 포착한 테오가 인정사정없이 가격을 후려치려 했다. 흐흐흐. 우리 테 부회장, 누구한테 배웠는지 잘 배웠다.

근데···눈치를 너무 안 봐.

그게 오늘만 사는 테오의 매력이지만···

-이노···

"테 부회장, 가만 있어."

"냥?"

역정을 내려는 레아의 말을 끊으며 세준이 서둘러 테오를 자신의 다리로 가려주고

[수확의 비약 10방울을 구매했습니다.]

[풍요의 신 레아에게 1조 탑코인을 지불합니다.]

비약을 구매했다. 일단 사기로 했으면 쿨하게 사는 게 서로 간의 신뢰를 만드는 법.

-크흠. 고맙구나.

"약속했잖아요."

-박세준이여. 10번째 탑으로 통하는 문의 조각 하나는 검은탑 80층에 있느니라. 그럼 다음에 보지.

그 말을 끝으로 레아가 농사왕의 몸에서 떠나며

달그락.

농사왕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80층에 10번째 탑으로 통하는 문의 조각이 있다고?"

세준이 레아의 말을 되뇔 때

꿀···꿀···

꽤 소란스러웠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안 깨고 잘 자는 유렌이 보였다. 조금 괘씸한데?

스윽.

세준이 유렌에게 덮어줬던 파 이파리를 살짝 내린 후

"얘들아, 우리도 빨리 자자."

세준이 일행들과 함께 잠들었다.

"흐흐흐. 따뜻하다."

다리에 테오, 양옆에 꾸엥이와 아작스, 배에 까망이. 넷의 체온 덕분에 이불이 필요 없는 따뜻한 밤이었다.

***

검은탑 관리자 구역.

"세준이가 뭐 하는 거지?"

수정구로만 지켜보는 에일린에게는 풍요의 신 레아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스켈레톤을 마주하고 있는 세준이 보일 뿐.

그때

[검은 거탑 성장 조건 중 하나를 달성했습니다.]

나타나는 알람.

"크힝?"

에일린이 서둘러 검은 거탑 조건을 확인하자

[검은 거탑 성장 조건(5/8)]

-탑농부(A) : 달성

-신품종 10종 이상 탄생시키기 : 초과 달성(20/10)

-경작지 1억 평 이상 경작하기 : 미달성

-세계수 키우기 : 달성(포도리, ?, ?)

-세계의 기운 1만 피스 이상 확보하기: 미달성

-신기 5개 이상 소유하기 : 달성

-위대한 업적 3개 달성하기 : 미달성

-검은탑의 입구 120개로 늘리기 : 미달성

신기 5개 이상 소유하기가 '달성'으로 변해 있었다.

"어?! 언제 신기가 5개가 됐지? 크히히히. 역시 우리 세준이야!"

에일린이 세준의 활약에 자극받아 좀 더 분발하기로 했다.

그리고

냠.냠.

영약급 방울토마토와 짙은 어둠의 체리를 먹으며 힘을 키웠다.

우리 세준이 지켜주려면 강해져야지!

꿈틀.

에일린의 의지에 반응하듯이 에일린의 그림자가 조금 크게 일렁였다.

***

다음 날 아침.

[자는 동안 가진 생명력의 10%를 저장했습니다.]

[생명의 구슬이 2.3% 완성됐습니다.]

[24시간 동안 마력이 0.1 축적됐습니다.

[마력이 0.1 상승합니다.]

"흐흐흐. 늘어났다."

세준이 눈앞에 보이는 메시지를 보며 웃었다.

원래 하루에 생명의 구슬 완성도가 0.15%씩 늘어났는데 오늘은 0.2% 늘어났다.

오필리아를 거느리면서 스탯이 증가한 덕분.

그렇게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한 세준.

"으자자자!"

크게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냐아아앙!"

꾸에에엥!

"아자자자!"

끼이이잉!

세준을 따라 힘차게 기지개를 켜는 테오, 꾸엥이, 아작스, 까망이.

"얘들아, 조금만 기다려. 맛있는 거 만들어 줄게. 그리고 오늘은 위험하니까 떨어져 있어."

콸콸콸.

세준이 냄비에 포도씨유를 부으며 말했다.

화르륵.

기름의 온도를 올리고

"흥흥흥."

튀김 반죽을 만들었다.

"흐흐흐. 다 튀겨주마."

오늘은 튀김의 날.

감자, 고구마, 당근 등 먹을 수 있는 건 다 튀겨 먹을 생각이었다.

"벌써 아침인가요?"

기름 냄새가 풍기자 유렌도 일어났다.

그렇게 세준이 아침을 준비하는 사이

"푸후훗. 박 회장, 내가 쑥 뜯고 있겠다냥!"

꾸엥!

[아빠, 일 도와준다요!]

"나도!"

"저도 도울게요!"

테오, 꾸엥이, 아작스, 유렌이 쑥을 뜯었고

낑···

'졸려···.'

펜릴은 꾸벅꾸벅 졸며 아침이 완성되길 기다렸다.

잠시 후

바사삭.

"냥?! 이건 뭐냥?! 뼈도 맛있다냥!"

꾸엥?!꾸엥!

[이거 뭐다요?! 맛있게 부서진다요!]

"이런 식감은 처음이야! 역시 세준이형은 요리 천재야!"

"대단해요! 이런 음식이라면 돈을 더 내겠습니다!"

튀김 요리를 먹은 테오, 꾸엥이, 아작스, 유렌의 칭찬이 이어졌다.

"흐흐흐. 원래 튀기면 다 맛있어지는 거야."

세준이 흐뭇한 표정으로 대답할 때

[쏟아지는 찬사에 영혼이 충만해집니다.]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정신력이 올랐다.

"우리 까망이도 밥 먹자."

세준이 까망이에게도 얄게 썬 고구마튀김을 줬다.

그리고

바삭.

···!

낑?!낑!

'뭔데?! 이거 왜 이렇게 맛있는 건데!'

고구마튀김을 한 입 먹은 펜릴이 흥분했다. 너무 맛있어서 화가 났다. 이 맛있는 걸 지금까지 몰랐다니?!

'역시 얘를 살리길 잘했어! 내 집사는 얘뿐이야!'

바삭.바사삭.

펜릴이 자신의 코어를 세준에게 주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맛있게 고구마튀김을 먹었다.

"이제 나도 먹어야지."

모두가 맛있게 먹는 걸 보며 세준은 오징어튀김을 들어 고춧가루를 푼 간장에 찍어 입에 넣었다.

바사삭.

경쾌한 소리와 함께 부서지는 튀김과 그 안에 있던 쫄깃한 오징어. 둘이 섞이며 바삭함과 쫄깃함이 입 안에 기름기와 함께 느껴졌다.

그리고 간장이 모자란 간을 맞춰주고 고춧가루가 튀김의 느끼함을 잡아주면···

'크으. 이거지! 장하다! 박세준!'

세준이 스스로의 요리에 감탄하며 튀김을 먹기 시작했다.

바사삭.바사삭.

튀김 부서지는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아침 식사 시간.

달그락.

의식을 잃었던 농사왕이 눈을 떴다.

'내가 왜 여기에 누워있지?'

의아해하는 농사왕.

분명 어제 세준을 만난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이후의 기억이 없었다.

그때

-나의 아이여. 이제 돌아가도 된다.

레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레아 님이시여.'

달그락.

'저는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렇게 세준에게 인사하고 돌아가려는 농사왕.

하지만

"어? 어디가? 같이 쑥 뜯어야지."

세준이 농사왕을 붙잡았다.

공짜 일손을 그냥 보낼 수 없었다.

345화. 너였구나!

345화. 너였구나!

씨앗 상점 본부.

"레아 님, 잘 다녀오셨어요?"

풍요의 신 레아에게 봄바람의 신 멜린과 다른 신들이 물었다.

그런 멜린과 다른 신들의 몸은 뒤의 배경이 흐릿하게 보일 정도로 투명했다.

신성력을 잃으며 소멸되고 있는 것.

"그렇느···응! 이것 봐라!"

멜린의 물음에 세준을 대할 때와는 아주 다른 말투로 으스대며 말하는 레아.

레아가 주먹만 한 빛 덩어리를 보였다.

5000억 탑코인 어치의 신성력. 나머지 5000억 탑코인은 절반은 가져오는 과정에서 소실됐다.

세준에게 말한대로 정식 거래 루트가 아니기에 감수해야 하는 손실.

"와아!"

"역시 레아 님!"

"후훗. 자. 먹어!"

레아가 신성력을 엄지손톱만큼 뜯어 신들에게 건넸다.

"레아 님,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레아 님이 아니셨으면 저희는 이미 소멸됐을 거에요!"

신들이 레아에게 감사를 표하며 레아가 건넨 신성력을 먹었다.

그리고 신성력을 먹은 신들이 신성을 회복하며 몸이 선명해졌다.

"헤헤. 다 돕고 살아야지. 너희들도 신도를 찾으면 세준이랑 거래할 수 있을 거야."

"네! 꼭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그놈들의 눈치를 볼 일도 사라질 테니까."

"그래! 우리 비전투 신들의 긍지를 보여주자!"

레아가 호기롭게 소리칠 때

"푸하하하. 긍지? 방금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쿵.쿵.

그들과는 상대도 되지 않을 만큼 거대한 신 하나가 둘의 대화를 비웃으며 지나갔다.

"흥! 두고 보라지! 곧 비전투 신들이 대세가 될 테니까! 박세준 파이팅!"

"박세준 파이팅!"

레아와 다른 비전투 신들이 세준을 응원했다.

***

투둑.

[끈질김의 쑥을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45를 획득했습니다.]

테오, 꾸엥이, 아작스, 유렌, 농사왕과 열심히 쑥을 수확하는 세준.

그때

낑!낑!

'야! 봐봐! 나도 풀 잘 뜯어!'

펜릴이 쑥을 입으로 뜯어 세준의 앞에 가져갔다.

"오! 까망이도 농사 도와주는 거야?"

척.

세준의 물음에 '앉아'를 하는 펜릴.

낑!

'도와줬으니까 밥 줘!"

속셈이 있었다.

짭.짭.짭.

그렇게 세준이 펜릴에게 군고구마 말랭이를 주고

"자. 이제 절반 남았으니까. 힘내자!"

일행들을 응원하며 다시 쑥을 계속 수확했다.

"푸후훗. 근데 해골 노예는 이름이 뭐냥?"

테오가 농사왕에게 접근해 이름을 물었다.

달그락.

[저는 농사왕이라고 합니다.]

"푸후훗. 이름이 농사왕이 뭐냥? 우리 박 회장처럼 탑농부 정도는 돼야지."

테오가 농사왕의 이름을 비웃어 주며 계약서의 을란에 '농사왕'이라고 적은 후

척.

쑥을 수확하려는 농사왕의 손 앞에 계약서를 가져가

꾸욱.

달그락?

도장을 받았다.

"풋. 유 농사왕? 아임 탑농부."

그런 농사왕을 보며 엄지를 땅으로 향하며 우쭐해하는 세준. 정말 얄밉게도 말했다.

달그락!

[저도 농사 잘합니다!]

덕분에 세준의 도발에 넘어간 농사왕이 참지 못하고 발끈하며 말했다.

"푸후훗. 감히 우리 박 회장한테 농사로 덤비는 거냥? 박 회장 본때를 보여줘라냥!"

"후훗. 좋아. 내가 왜 탑농부인지 보여주지!"

그렇게 농사에 진심인 둘의 자존심이 걸린 대결이 시작됐다.

"그럼 누가 쑥을 더 많이 수확하는지 대결이다!"

세준의 외침과 시작된 수확하기 대결.

"세준이형, 이겨버려!"

탑농부의 체면이 걸린 대결에 아작스가 열심히 세준을 응원했다.

잠시 후.

"후훗. 농사왕, 나한테 덤비려면 아직 한참 멀었군."

결과는 세준의 승리였다.

스킬도 스킬이지만, 피지컬에서 탑 4층 출신 농사왕은 세준을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달그락!

[저는 수확은 못 해도 포도는 잘 심습니다!]

"푸후훗. 박 회장, 농사왕이 포도 심기 대결을 하자고 한다냥!"

세준의 무시가 억울했는지 농사왕이 재대결을 요청했다.

"그래? 그럼 포도 심기로 겨뤄볼까?"

달그락

[좋습니다!]

"좋아. 땅 일으키기!"

세준이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생각으로 포도 씨앗 5만 개를 땅에 뿌리며 마일로의 괭이로 땅을 찍었다.

그러자

쿠구궁.

[마력이 담긴 땅에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 씨앗 5만 개를 심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크게 상승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8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포도밭 20만 평을 만들었습니다.]

[경험치 40만을 획득했습니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20만 평의 포도밭. 후훗. 농사왕, 봤냐? 탑농부의 실력을.

세준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농사왕을 볼 때

척.

농사왕은 겨우 포도 씨앗 하나를 심었다.

그리고

우웅.

씨앗을 심은 곳에 스킬을 사용하자

뿌드득.

포도가 빠르게 자라나기 시작했다.

"어?!"

이건 수확의 비약 효과 아냐? 아니. 수확의 비약보다 훨씬 성장 속도가 빨랐다.

뿌드득.

포도 씨앗은 금세 나무로 자라나더니 열매를 맺었다.

그리고

달그락.

농사왕이 자신의 갈비뼈를 최대한 내밀며 승리자의 포즈로 포도 한 송이를 따서 세준에게 건넸다.

[향긋한 씨 없는 포도]

"씨 없는 포도?"

이거 어디서 봤는데···

"아."

포도리! 씨 없는 포도를 보자 포도리가 생각났다. 설마 맛도?

톡.

포도 한 알을 따 끝부분을 혀에 댔다.

"윽···."

역시 떫었다.

"농사왕, 너 포도리 알지?"

달그락?달그락.

[포도리요? 제가 심었으니까 당연히 알죠.]

세준의 물음에 농사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스스로 범인임을 자백했다. 잡았다. 이놈!

역식 농사왕, 너였구나!

우리 포도리를 고자 만든 게···

"농사왕, 넌 두 가지 잘못을 저질렀어."

달그락?

[제가요?]

"첫째는 우리 포도리를 고자로 만든 죄, 둘째는 포도를 이따구로 맛없게 만든 죄! 왜 그랬지? 빨리 포도들한테 사과해!"

꾸엥!꾸엥?!

[맞다요! 왜 그랬다요?! 그건 진짜 맛없었다요!]

농사 대결은 어느새 잊히고···떫은 포도를 먹고 분노했던 세준과 꾸엥이의 농사왕 청문회로 변했다.

낑?!낑!

'왜 얘를 화나게 해?! 뼈다귀, 네가 무조건 잘못했어!'

펜릴도 세준의 옆에서 열심히 편을 들었다.

잠시 후.

달그락···

둘의 갈굼으로 정신이 바사삭 부서져버린 농사왕을 놔두고

바사삭.

세준과 일행들은 점심도 튀김 요리를 맛있게 먹었다.

메뉴는 피시앤칩스.

생선튀김과 감자튀김을 함께 먹는 게 피시앤칩스니 아침과 다를 게 없다.

다른 게 있다면 타르타르소스.

아침에는 튀김을 먹겠다는 마음이 급해 그냥 간장에 찍어 먹었지만, 점심은 좀 더 본격적으로 실력을 발휘했다.

그래서 포도씨유와 에그푸릇 노른자, 쌀식초 등을 넣고 섞어 마요네즈를 만들고.

거기다 양파, 당근, 대파와 다른 재료들을 넣어 타르타르소스를 만들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이것도 튀기면 맛있겠지?

세준이 쑥에 튀김 반죽을 입혀 끓는 기름에 넣었다.

치이이익.

뜨거운 기름에 반죽이 튀겨지는 소리가 맛있게 들렸다.

"다 됐다."

색이 노릇노릇해지자 쑥을 건져낸 세준.

그러자

[탑에서 최초로 바삭바삭 쑥 튀김을 만드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요리 Lv. 9에 바삭바삭 쑥 튀김의 레시피가 등록됩니다.]

[요리 Lv. 9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요리 Lv. 9의 효과로 요리 재료인 끈질김의 쑥 효과가 5% 상승합니다.]

업적을 달성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좋아."

세준이 메시지를 보며 기분 좋게 쑥 튀김을 입에 넣었다.

바사삭.

튀김이 부서지면 쑥향이 입안에 확 퍼졌고

바삭.바삭.

씹을 때마다 경쾌한 식감이 먹는 걸 즐겁게 만들었고 열을 가해서인지 다행히 쓴맛은 강하지 않았다.

꿀꺽.

[바삭바삭 쑥 튀김을 섭취했습니다.]

[재능 : 강한 끈질김을 개화했습니다.]

세준이 쑥을 삼키며 재능을 개화했다.

"응? 강한 끈질김?"

원래는 그냥 끈질김이었는데 요리 재료의 효과가 5% 상승하는 덕분에 앞에 '강한'이 붙었다.

"어디 보자."

세준이 새로 얻은 재능을 확인했다.

[재능 : 강한 끈질김]

생에 대한 강한 끈질김으로 잘 죽지 않는 재능입니다.

죽을 위기를 넘길 때마다 생명력이 조금 강해집니다.

생명력 +10%

"오!"

생명력 +10%라니?!

세준이 흥분하며 서둘러 쑥에 튀김 반죽을 입혀

치이이익.

튀겨서 먹기 시작했다. 많이 먹어서 재능을 강화시켜야지!

생명력이 높아야 개복치 취급 안 당하지.

[바삭바삭 쑥 튀김을 섭취했습니다.]

[요리 Lv. 9의 효과로 요리 재료인 끈질김의 쑥 효과가 5% 상승합니다.]

[재능 : 강한 끈질김이 미세하게 강화됩니다.]

그렇게 세준이 쑥 튀김을 거의 입천장이 까질 정도로 열심히 먹었다.

하지만

생명력 +10.0001%

생명력이 진짜 조금 상승했다.

"역시 쉽지 않군."

세상은 세준에게 마구 퍼주지 않았다.

"일이나 하자."

세상이 쉽지 않음을 깨달은 세준이 다시 쑥을 수확했다.

2시간 후.

"휴우. 끝났다."

세준이 수북하게 쌓인 쑥을 보며 뿌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영혼이 충만해집니다.]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동시에 상승하는 정신력. 역시 노동은 배신하지 않는다.

"흐흐흐. 좋아. 얘들아, 이제 돌아가자."

세준이 웃으며 돌아갈 준비를 했다.

"푸후훗. 집에 가자냥!"

착싹.

세준의 말에 냉큼 세준의 다리에 매달리는 테오.

하지만

"테 부회장은 농사왕을 탑 4층에 데려다줘."

테오에게는 할 일이 있었다.

탑 4층 출신으로 탑 62층까지 올라온 농사왕.

올라올 때는 운이 좋았지만, 내려갈 때도 운이 좋으리라는 법은 없었다.

그렇기에 테오에게 농사왕을 데려다주라고 한 것.

거기다 테오에게 탑 4층의 포도 농장이 괜찮은지 확인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푸후훗. 테 부회장이 철저히 감시하고 빨리 돌아오겠다냥! 농사왕, 가자냥!"

테오가 농사왕과 빨리 출발하려 할 때

"테오 님, 저도···."

유렌도 안전한 귀가를 위해 테오를 따라간다고 나섰다.

"푸후훗. 알겠다냥! 유렌도 따라오라냥!"

가다가 사고 싶은 건 유렌 돈으로 사야겠다냥! 유렌을 자신의 지갑으로 여기는 테오로서는 당연히 환영이었다.

"박 회장, 다녀오겠다냥!"

"그래. 잘 다녀와."

꾸엥!

[큰형아, 잘 갔다온다요!]

"나중에 보자."

낑!

'올 때 맛있는 거 가져와!'

그렇게 모두의 배웅을 받으며 테오가 농사왕, 유렌을 데리고 떠나자

"우리도 가자. 토룡아."

세준이 토룡이를 불러 붉은 크리스탈이 만드는 붉은 빛기둥을 향해 이동했다.

그리고

꾸엥!

[비킨다요!]

"길 터!"

낑!낑!

'비켜라! 이 몸은 고고한 늑대 펜릴 님이시다!'

꾸엥이, 아작스, 펜릴이 웨이포인트를 지키고 있는 보스몬스터를 위협했고

"지나가십시오!"

보스몬스터가 그들이 지나갈 수 있게 옆으로 비켜섰다.

꾸엥!

[아빠, 이제 웨이포인트 쓴다요!]

"형! 이제 안전해!"

낑!

'앞으로도 넌 내 뒤만 따라와!'

"응. 고마워."

[검은탑 62층 웨이포인트를 저장됐습니다.]

덕분에 세준은 웨이포인트를 편하게 저장하고

"얘들아, 들어가."

[검은탑 99층으로 이동합니다.]

일행과 함께 검은탑 99층으로 복귀했다.

***

녹색탑 관리자 구역.

"좋아. 이제 가야지."

브라키오가 완성된 녹색용 조각상을 가지고 검은탑으로 날아갔다.

이제 검은탑에 들어가서 세준이의 화만 풀면···

세준의 화를 풀 생각만 하는 브라키오.

하지만 아주 안일한 생각이었다.

"우리 세준이를 죽이려 한 브라키오 할머니는 이제 검은탑 출입금지에요!"

검은탑의 최종보스 에일린이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브라키오, 뭐야?"

"에일린이 문을 안 열어줘···."

그래서 카이저를 찾아간 브라키오.

"카이저, 에일린의 화를 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카이저에게 에이린의 화를 풀 방법을 물었다.

"아. 그건 세준이한테 부탁해야 하는데···?"

"······."

'어떡하지?'

검은탑에 들어갈 방법이 없는 브라키오였다.

346화. 테오 님이 돈이 부족하신가?

346화. 테오 님이 돈이 부족하신가?

농사왕을 탑 4층으로 데려다주는 길.

"냥?! 또냥?"

테오의 앞에 갈림길이 나타났다.

벌써 5번째 갈림길.

참고로 중간에 노상강도도 10팀이나 만났다.

모두 유렌의 불행 때문.

유렌만 있었다면 일확천금을 얻을 행운이었지만

"푸후훗. 찍어라냥!"

옆에는 황금고양이 테오 박이 같이 있었고 그들의 행운은 노예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불행으로 변했다.

"푸후훗. 어떻게 이럴 수 있냥? 유렌은 정말 신기하다냥!"

테오가 유렌을 보며 말하자

"헤헤헤. 테오 님, 돈 드릴까요?"

이 사태의 원흉인 유렌이 테오의 눈치를 보며 품에서 돈주머니를 꺼냈다.

"당연하다냥! 돈 내놓으라냥!"

주는 돈은 거절하지 않는 테오. 유렌이 꺼낸 돈주머니를 자신의 봇짐에 넣고

"푸후훗. 이쪽이다냥!"

자신 있게 왼쪽 길로 향했다.

그리고

쿵.

테오를 따라 유렌, 농사왕이 지나가자 어김없이 뱀의 입이 닫혔다.

잠시 후.

쩌저적.

뱀의 몸이 여섯 등분으로 갈라졌다. 테오의 일냥섬을 맞은 것.

"푸후훗. 박 회장이 좋아하겠다냥!"

테오가 떨어지는 백색 코인들을 챙긴 후 다시 길을 나섰고

"역시 테오 님!"

달그락.달그락.

유렌과 농사왕이 관광하듯이 편하게 테오를 따라갔다.

***

[검은탑 99층에 도착했습니다.]

"토룡아."

탑 99층에 도착한 세준이 토룡이를 타고 농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똑.똑.똑.

농장에 돌아오자마자 어둠의 짙은 체리, 빛바라기, 화염콩에 수확의 비약을 한 방울씩 떨어트렸다.

체리와 빛바리기는 검은용과 하얀용들이 빨리 어둠과 빛의 힘을 찾게 돕기 위해서.

화염콩은 어렵게 발아시켰으니 제대로 키우고 싶어서였다.

세 농작물이 수확의 비약을 흡수했다.

그리고

뿌드득.

빠르게 자라나는 체리와 빛바라기.

하지만

······

화염콩은 미동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이파리들이 노랗게 변하며 시들어 갔다.

"뭐지? 비약이 과했나?"

슥.슥.

화염콩의 상태가 나빠지자 세준이 치료를 위해 화염콩의 이파리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농사꾼의 따뜻한 손길 Lv. 7이 발동합니다.]

[손길이 닿는 동안 붉은용의 숨결을 품은 화염콩의 성장 속도가 조금 빨라집니다.]

아픈 게 아닌지 치유했다는 메시지는 나오지 않고 성장 속도만 빨라졌다.

붉은용의 숨결을 품은 화염콩? 램터의 기운을 받으며 이름이 너무 길어져 버렸다.

그래서

"우리 불콩이 아프지 말고 무럭무럭 자라자."

세준이 애칭을 하나 만들어 불러주며 불콩이의 노랗게 죽어가는 이파리를 계속 쓰다듬었다.

그때

툭.

"어?!"

세준이 쓰다듬던 이파리가 줄기에서 떨어져 나갔다.

"불콩아!"

세준이 화들짝 놀라며 서둘러 떨어진 이파리를 떨어진 자리에 도로 붙여봤지만, 한 번 떨어진 이파리가 붙을 리가 없었다.

"미안해···."

슥.슥.

세준이 미안함에 열심히 불콩이의 줄기를 쓰다듬고 있을 때

[히힛. 방금 주인님이 네 이름 지어주셨어. 이제 네 이름은 불콩이야. 불콩아, 우리 조금만 더 힘내자.]

[······.]

땅 밑에서는 불꽃이가 불콩이에게 조심스럽게 화기를 주입하며 불콩이의 성장을 돕고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열심히 불콩이의 줄기를 쓰다듬는 세준.

그때

화륵.

"어?!"

불콩이의 몸이 불타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안 돼!"

세준이 뭘 하기도 전에 불콩이를 태우는 불은 맹렬하게 커져 불콩이를 순식간에 재로 만들어 버렸다.

"···!!!"

충격에 말문이 막힌 세준.

그때

쿙-!

불콩이가 심어진 자리에서 이상한 외침과 함께 콩나물을 닮은 붉은 식물 하나가 빠르게 자라났다.

"...쿙?"

세준이 이상한 소리와 함께 자라난 식물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누구냐 넌?

화르륵.

쿙-!

화르륵.

쿙-!

화르륵.

쿙-!

그런 세준의 눈빛에 불을 만들었다가 '쿙'을 외치는 걸 반복하는 붉은 콩나물.

콩의 끝부분에 구멍이 있어 그쪽으로 소리를 냈다.

그렇게 붉은 콩나물이 같은 행동을 수십 번 반복하자

화르륵.

"불."

쿙-!

"쿙."

불쿙?

세준은 식물이 뭘 말하고 싶은지 알아냈다.

"어?! 너 설마 불콩이야?!"

쿙-!

세준의 말이 맞는지 이번에는 불을 만들지 않고 대답했다.

붉은 콩나물은 세준이 준 수확의 비약과 불꽃이가 준 화기를 흡수하고 성장한 화염콩 불콩이였다.

"너 내 말 다 듣고 있었구나?"

쿙-!

그렇게 세준이 불콩이랑 대화하고 있을 때

[히힛. 불콩이의 바람이 이뤄졌네요.]

세준에게 자신을 직접 소개하고 싶다는 불콩이를 멀리서 응원하던 불꽃이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포도리, 뿌리 더 펴.]

[네!]

화염콩을 괴롭힌 포도리를 벌주면서.

"불콩아, 만져봐도 되지?"

쿙-!

"나 만질 거니까 불 만들면 안 돼. 알았지?"

쿙-!

슥.슥.

재능 : 불의 친구로 불에 대한 내성이 상당했지만, 겁 많은 세준은 여러 번 확인하고 불콩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농사꾼의 따뜻한 손길 Lv. 7이 발동합니다.]

[손길이 닿는 동안 붉은용의 숨결을 품은 화염콩 불콩이의 성장 속도가 조금 빨라집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불콩이는 어느새 정식으로 이름을 가진 네임드가 되어 있었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 불콩아."

쿙-!

그렇게 세준이 불콩이의 머리 부분을 쓰다듬어 주며 친해지는 시간을 보낼 때

에-쿙-!

불콩이가 갑자기 재채기 소리를 내며 붉은색 콩들을 잔뜩 뱉어냈다.

그리고

[화염콩 100개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7000을 획득했습니다.]

나타나는 수확 메시지.

"응? 화염콩?"

척.

세준이 의아해하며 화염콩 하나를 주워 살펴봤다.

[불콩이의 화염콩]

검은탑 안에서 자란 화염콩 불콩이가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 생산한 화염콩입니다.

화기가 강한 곳에서 화기를 흡수해야 발아할 수 있습니다.

주변의 화기를 일정 이상 흡수하면 더 이상 자라지 않고 화염콩을 주변에 퍼트립니다.

화염콩은 위험에 빠지면 화염콩을 무기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섭취 시 화염 관련 재능이 크게 강화됩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없음

등급 : A

"이거 먹고 화염 재능 강화해서···."

나도 화염 브레스 쏴야지. 흐흐흐."

세준이 다른 붉은용들이 들었으면 비웃을 망상을 하면서 주섬주섬 불콩이가 뱉어낸 화염콩을 주웠다.

"좋아. 100개 다 주웠다."

그렇게 세준이 화염콩을 다 주웠을 때

-세준아, 건조할 배가 또 없느냐?

램터가 세준을 찾아와 물었다.

세준이 준 밍밍한 힘과 체력의 배 덕분에 붉은탑에 1000년 만에 비가 내리며 수기가 증가했고.

사막화된 지역이 사라지며 칵투스를 탑 53층에서 탑 45층까지 몰아냈다.

하지만 건조시킬 배가 사라지자 빠르게 사막화가 진행되며 칵투스가 금세 탑 49층까지 진출했다.

"없어요. 저도 빨리 드리고 싶은데 배가 자라려면 시간이 필요해서요."

수확의 비약으로 빠르게 배나무를 키워 배를 몇십 개 정도는 수확할 수 있지만, 그 정도 숫자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근데 배가 다 자라면 수장시켜야 하나?

처음에 밍밍한 힘과 체력의 배가 생긴 게 물에 잠겨서였다.

'일단 나무 하나만 수장시켜 봐?'

세준이 밍밍한 힘과 체력의 배를 만들 방법을 생각할 때

-크흠. 알겠다···.

아쉬운 목소리로 돌아가려는 램터.

"급하시면 이거라도 가져가 보실래요?"

그런 램터를 보고 마음이 약해진 세준이 손에 든 화염콩의 절반을 램터에게 건넸다.

-이건 예전에 내 기운을 흡수했던 콩이랑 같은 거구나?

램터가 화염콩을 알아봤다.

"네. 화기를 흡수한다고 하니 한번 심어보세요."

-그래. 역시 우리 세준이야! 고맙다!

"아직 몰라요. 성능도···."

-프하하하. 우리 세준이가 새로운 농작물을 수확했어!"

세준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램터가 화염콩을 들고 분수대로 날아갔다.

***

"푸후훗. 드디어 도착했다냥!"

테오가 갈림길 3개와 노상강도 20팀을 추가로 만나고 나서야 탑 4층에 도착했다.

유렌의 불행은 엄청났다.

물론 테오에게는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다.

백색 코인을 얻었고, 노예 계약서에 500명의 도장을 받았으며 유렌에게 돈주머니도 잔뜩 받았으니까.

그렇게 도착한 포도 농장.

"농사왕, 저 줄은 뭐냥?"

테오가 포도 농장을 향해 서 있는 두 개의 긴 줄을 보며 물었다.

달그락.달'그'락.

[하나는 일하기 위해 선 줄이고. 다른 하나는 '제가 만든 포도주'를 사기 위해 선 줄입니다.]

농사왕은 '제가 만든 포도주'를 유독 강조했다.

세준과의 농사 대결에서 지며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였지만

"푸후훗. 호구들이 많다냥!"

테오는 듣지 않고 포도 농장을 향해 신나게 달려갔다.

"고양이 유랑 상인 테 부회장이다!"

포도 농장에서 일을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던 헌터들이 테오를 보며 술렁거렸다.

"팀장님! 저기 테 부회장입니다!"

그건 포도주를 사기 위해 정부에서 파견된 요원들도 마찬가지.

요즘 도통 보이지 않던 테오의 등장. 헌터들은 뭔가 대단한 이벤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푸후훗. 인간들아 나 테 부회장이 왔다냥!"

테오가 헌터들이 잘 보이는 곳에 멈추더니

척.척.

"경매를 시작하겠다냥!"

박스를 3개 정도 쌓고 그 위로 올라가 큰 소리로 외쳤다. 푸후훗. 호구들이 이렇게 많은데 그냥 지나칠 수 없다냥!

그렇게 예고 없이 시작된 농작물 경매.

"푸후훗. 첫 번째 농작물은 이거다냥! 10개씩 1000개를 팔겠다냥!"

테오가 자신 있게 꺼낸 농작물은 흔한 고구마였다.

"에이···뭐야···."

"테 부회장이 직접 오길래 기대했더니···."

테오의 앞발에 들린 고구마를 보며 실망하는 헌터들.

당연했다. 이미 탑 41층에서 다른 고양이 사원들이 주기적으로 세준의 농작물을 팔고 있었으니까.

힘의 고구마가 귀하기는 했지만, 놀랄 정도의 농작물은 아니었다.

"어리석은 인간들, 이름을 제대로 보라냥!"

테오가 그런 그들에게 화를 내자 헌터들이 테오 가까이 다가가 고구마를 봤고

"밤···고구마?"

그제야 이름이 다른 고구마라는 걸 알았다.

"푸후훗. 그렇다냥! 일단 옵션을 보라냥!"

테오의 말에 밤고구마의 옵션을 살피는 헌터들.

[밤고구마]

탑 안에서 자란 고구마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 맛있습니다.

밤에만 자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섭취 시 잠을 잘 잘 수 있고, 자는 동안 힘, 체력, 민첩, 마력 스탯 중 하나가 랜덤하게 3 상승합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50일

등급 : A

"어?! 먹고 자기만 하면 스탯이 3개가 랜덤하게 오른다고?!"

헌터들이 밤고구마의 옵션을 보고 경악했다.

최근에 모든 스탯 5를 올려주는 만능 비약 한 병이 경매장에 나와 1000탑코인에 팔렸다.

하지만 만능 비약은 한 사람이 한 번만 먹을 수 있는 제한이 있는 것에 비해 밤고구마는 그런 제한도 없었다.

매일 밤 밤고구마를 한 개씩 먹고 잘 수만 있다면···

"1만 5000탑코인!"

"1만 8000탑코인!"

"2만 탑코인!"

경매는 금세 뜨겁게 달아올랐고

"5만 탑코인!"

"낙찰이다냥!"

밤고구마 10개가 5만 탑코인에 팔렸다.

"푸후훗. 다음 경매 바로 시작이다냥!"

신나는 목소리로 바로 다음 경매를 시작하는 테오.

그리고

"테오 님이 돈이 부족하신가? 왜 저렇게 돈을 힘들게 벌지?"

대상인 유렌이 그런 테오를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347화. 수박을 수확하다.

347화. 수박을 수확하다.

푸른탑 99층.

"킨 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소란스러운가? 젤가여.

"그게...탑 70층까지 물에 잠기고 30층에서 빙하기의 징조가 보이고 있습니다."

-뭐라?!

젤가의 말에 킨이 놀랐다.

원래 62층까지 물에 잠기고, 20층에서 빙하기의 징조가 보이던 상황.

단 며칠 만에 이렇게 상황이 나빠지는 건 불가능했다.

-원인은?! 원인은 알아냈느냐?

"확실하지는 않지만···며칠 전 해일을 부르는 레비아탄과 비명과 얼음의 여왕 샤샤의 파편을 봤다는 보고들이 들어왔었습니다."

-뭣이?! 감히 멸망의 사도가 내 탑에서?!!

젤가의 보고에 킨이 분노지만, 킨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킨이나 푸른용이 멸망의 사도와 싸운다고 탑에 들어가는 순간 강한 수기에 노출된 푸른탑의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일단 가진 화염의 비약을 다 소모해서라도 탑 71층이 물에 잠기는 걸 막아내라.

"네! 위대한 푸른용이시여!"

결국 남은 방법은 남은 층의 사수뿐이었다.

***

"흥흥흥."

톡.톡.

[짙은 어둠의 체리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70을 획득했습니다.]

···

..

.

콧노래를 부르며 수확의 비약으로 성장한 짙은 어둠의 체리를 수확하는 세준.

빠안.

그런 세준을 카이저가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세준이 횽횽횽."

-아이고. 우리 손자 잘 한다.

그 옆에는 세준을 따라 콧노래를 부르며 빛바라기 씨앗을 수확하는 아작스와 그런 아작스를 응원하는 켈리온이 있었다.

잠시 후

"카이저 님, 여기요."

-크하하하. 세준아, 고맙다 이거 받거라!

짙은 어둠의 체리 1000개를 밭은 카이저가 기뻐하며 세준에게 돈주머니를 건넸다.

"할아버지. 여기."

-으하하하. 오냐.

아작스가 주는 빛바라기 씨앗 1000개를 받은 켈리온이 이뻐 죽겠다는 듯이 자신의 손자를 바라봤다.

그때

"할아버지, 빨리 주세요."

아작스가 자신을 바라보는 켈리온을 향해 앙증맞은 두 손을 공손하게 내밀었다.

-으하하하. 내 정신 좀 보게. 여기 있다.

켈리온이 서둘러 돈주머니를 꺼내 아작스에게 주자

"형! 여기 돈!"

아작스는 바로 쫄래쫄래 달려가 세준에게 달려가 켈리온에게 받은 돈주머니를 안겨줬다.

그렇게 모든 탑코인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세준.

하지만

"좋아. 2000억 탑코인이니까 수확의 비약 2방울 살 수 있다."

비약 값에 허덕이는 불쌍한 탑농부일 뿐이었다.

"에일린, 여기."

세준이 카이저에게 넘기고 남은 100개의 체리를 에일린에게 전달했다.

[탑의 관리자가 고맙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잘 먹겠다고 말합니다.]

"응. 맛있게 먹어."

에일린과 대화를 나눌 때

"형! 나도 빛바라기 씨앗 잘 먹을게!"

손에 100개 정도의 빛바라기 씨앗을 손에 쥔 아작스가 세준에게 말했다.

"응. 아작스도 맛있게 먹어!"

"응! 형!"

아자작.

아작스가 대답하고는 빛바라기 씨앗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작스의 몸에서 약하지만, 따뜻한 빛이 흘러나왔다.

"잘 까먹네."

이미 예전 수확 때 빛바라기 씨앗을 먹어본 적이 있는 아작스.

능숙하게 빛바라기 씨앗의 껍질을 까고 안의 내용물을 맛있게 먹었다.

참고로 아작스는 하얀용들 중 가장 먼저 빛바리기 씨앗을 먹고.

빛의 힘이 든 것을 섭취할 경우 빛의 힘이 2배로 쌓이는 특전을 얻었다.

체리와 빛바라기 수확이 끝나자

"남은 건 어디다 쓰지?"

세준이 농장을 돌아다니며 남은 수확의 비약 2방울을 쓸 곳을 찾았다.

"좋아. 한 방울은 여기."

똑.

태양초의 새싹에 수확의 비약을 떨어트렸다.

태양초는 섭취하고 빛을 충분히 받으면 스탯 5개가 랜덤으로 상승한다.

거기다

"고추장은 태양초지."

맛있는 고추장을 만들려면 태양초가 많이 필요했다.

그렇게 태양초에 수확의 비약 한 방울을 사용하고

"으음···."

세준이 두 농작물을 보고 고민에 빠졌다.

하나는 세준의 무릎 위 10cm까지 자란 블루베리 나무.

다른 하나는 아직도 주먹만 한 수박.

슥.슥.

세준이 두 손으로 블루베리 나무와 수박 줄기를 쓰다듬자

[농사꾼의 따뜻한 손길 Lv. 7이 발동합니다.]

[손길이 닿는 동안 블루베리 나무의 성장 속도가 조금 빨라집니다.]

[농사꾼의 따뜻한 손길 Lv. 7이 발동합니다.]

[이미 다 성장한 수박입니다.]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습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답 나왔네."

세준이 블루베리 나무에 수확의 비약을 사용하자

뿌드득.

빠르게 자라나는 블루베리 나무.

세준은 블루베리가 나무가 잘 자라는 걸 확인하고

툭.

[물을 제대로 못 잡아먹은 수박을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70을 획득했습니다.]

수박을 수확해 살펴봤다.

[물을 제대로 못 잡아먹은 수박]

검은탑 안에서 자란 수박으로 영양을 충분히 흡수해 맛있지만, 물이 부족해 크게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수박의 대부분을 씨앗이 차지하고 있어 먹을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습니다.

제대로 성장하지 못 해 먹어도 아무 효과가 없습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50일

등급 : A

푹.

쩌저적.

단검으로 수박을 찔러 갈라보자

"와. 다 씨네."

안은 붉은 과육보다 검은 씨앗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씨앗 수는 변하지 않고 수박의 크기만 작아진 상태.

"아작스, 수박 수확하자!"

"응! 형!"

세준은 일단 빛바라기 씨앗을 다 먹은 아작스를 불러 같이 수박을 수확했다.

크기가 아쉬웠지만, 이미 다 자랐기에 더 크게 키울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수박을 수확하는 세준과 아작스.

그때

[당신의 노예 하얀탑의 탑농부 아작스 마므브가 신품종 말라비틀어진 대가뭄을 부르는 수박을 수확했습니다.]

세준의 앞에 아작스가 신품종을 수확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형! 나 이상한 거 수확했어!"

[노예의 업적은 곧 당신의 업적입니다.]

[탑에서 신품종을 탄생시키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

..

.

[직업 특성으로 모든 스탯이 10씩 상승합니다.]

[탑에서 신품종 21개를 탄생시키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위대한 농부의 업적에 대한 보상으로 검은탑의 위상이 상승합니다.]

[위상이 일정 수준을 넘어 검은탑으로 들어올 수 있는 입구가 1개 늘어납니다.]

[검은탑 입구의 숫자가 106개에서 107개로 늘어나며 107번째 입구가 가장 안전한 장소에 생성됩니다.]

아작스의 외침과 이어서 나타나는 메시지들. 아작스, 나이스!

"아작스, 오늘 저녁 뭐 먹고 싶어?"

"핫케이크!"

세준의 말에 아작스가 눈을 반짝거리며 외쳤다.

"좋아. 그럼 오늘 저녁은 10단 핫케이크다!"

"10단?! 와아!"

세준의 말에 아작스가 환호했다. 핫케이크가 10단?! 뭔가 대단해!

그렇게 아작스에게 10단 핫케이크를 약속한 세준.

"어디 보자."

아작스가 수확한 수박을 살펴봤다. 이름으로 거의 거죽밖에

[말라비틀어진 대가뭄을 부르는 수박]

검은탑 안에서 자란 수박으로 물을 많이 흡수하지 못해 다음 생에는 남 눈치 안 보고 물을 잔뜩 흡수하겠다고 이를 박박 갈며 진화한 돌연변이 수박입니다.

이 수박을 심을 경우 주변에 대가뭄이 옵니다.

수박의 대부분을 씨앗이 차지하고 있어 먹을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습니다.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먹어도 아무 효과가 없습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50일

등급 : A

"대가뭄이 온다고?"

이건 심을 데가 없겠는데? 이름을 보자마자 세준은 이 수박을 심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가뭄을 부르는 수박을 어디다 심는단 말인가?

세준이 생각에 잠겨있을 때

"형! 내가 수박 다 수확했어! 빨리 핫케이크 먹자!"

10단 핫케이크를 먹겠다는 일념으로 남은 수박을 전부 수확한 아작스가 외쳤다.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세준이 생각을 멈추고 취사장으로 가서 반죽을 만들어 핫케이크를 굽기 시작했다.

***

검은탑 4층.

"푸후훗. 밤 고구마 완판이다냥!"

테오가 밤고구마를 다 판 후 외쳤다.

"뭐?! 벌써?"

"테 부회장, 다른 건 없어?"

아쉬움에 묻는 헌터들.

"푸후훗. 이제 없다냥! 다음에 보자냥!"

그렇게 경매가 끝나자 헌터들은 다시 포도농장에 줄을 섰고

달그락.달그락.

[그럼 저는 다시 포도를 키우러 가겠습니다.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농사왕도 포도농장으로 돌아갔다.

"푸후훗. 이제 돌아가자냥!"

테오가 유렌과 함께 다시 탑을 올라가려 할 때

"테오 님, 어디 빚 있어요?"

세준이 챙겨준 삶은 감자를 우적우적 먹던 유렌이 테오에에게 다가가 물었다.

자신이 그동안 준 돈과 탑을 내려오며 테오에게 준 돈만 해도 꽤 큰 액수.

그런데 또 열심히 돈을 버는 테오가 유렌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푸후훗. 유렌은 바보다냥!"

"네?"

그런 유렌을 보며 테오가 코웃음을 쳐준 후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라고 박 회장이 그랬다냥! 그런 의미에서 돈을 더 내놓으라냥!"

당당히 앞발을 내밀었다.

"네?

"빨리 내놓으라냥!"

테오의 당당한 요구에 당황한 유렌.

"네! 잠시만요!"

품에 돈이 없자 유렌이 서둘러 땅에 떨어진 돌을 주웠고

꾸익!

재능 : 마다스의 손을 사용하자 돌이 황금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유렌, 다음은 이거다냥!"

테오가 거대한 바위를 들어 유렌에게 가져갔다. 푸후훗. 박 회장이 좋아하는 거대 황금이다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