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 창조신의 비석?
카이저를 따라온 티어가 세준의 집 앞에 놓인 창조신의 비석을 발견했다.
그리고
[일계(一誡) - 탑농부만이 멸망을 막을 수 있다.]
그곳에 쓰여있는 계명.
'이럴 리가···.'
티어는 지금까지 멸망과 싸우는 건 위대한 아홉 용족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자신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자신들이 가장 강했으니까.
아홉 속성을 지배하는 위대한 아홉 용족.
뇌전을 지배하는 황금용.
불과 물을 지배하는 붉은용과 푸른용.
땅과 바람을 지배하는 갈색용과 은빛용.
자연과 독을 지배하는 녹색용과 자색용.
어둠과 빛을 지배하는 검은용과 하얀용.
그래서 티어는 아홉 용족 중 자색용이 최고가 되어 아홉 용족을 이끌고 멸망을 처치하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우리가 아니라고?!'
티어가 충격에 빠져 있을 때
"어? 이쪽 분은···?"
밖으로 나온 세준이 새로 보는 자색용 조각상을 보며 물었다.
-크하하하. 여긴 티어 페텐이다. 자색용의 수장이지.
카이저가 티어를 소개했다.
"아. 티어 님, 안녕하세요.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이라고 합니다."
-네 녀석이군···베카는 어디 있지?
마음의 동요를 감추며 티어가 세준의 인사를 무시한 채 싸늘한 목소리로 베로니카의 위치를 물었다.
"베카요?"
-그래! 베로니카 말이다!
"아···베카가 베로니카구나. 잠시만요."
티어의 물음에 세준이 서둘러 베로니카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릴 때
"승부를 못 내서 아쉽네요."
"뀻뀻뀻. 그러니까요. 다음에 다시 겨뤄봐요."
"네. 근데 힘을 썼더니 배고프네요."
"뀻뀻뀻. 가서 빨리 점심 먹어요. 분명 세준 님이 맛있는 걸 만들어 주실 거예요."
"정말요?! 후후. 기대되네요."
베로니카가 자신의 손바닥 위에 이오나를 올려놓고 사이좋게 대화하며 걸어오고 있었다.
둘의 승부는 마지막 불개미 한 마리를 남기고 무승부로 끝났다.
마지막 불개미가 불개미 여왕이었기 때문. 불개미를 멸종시킬 수는 없었다.
그래서 둘은 다음 승부를 기약하며 당분간 공동 서열 2위가 되기로 했고.
자연스럽게 분홍털과 꾸엥이의 서열은 4위, 5위로 밀려났다.
-베카!
티어가 다가오는 베로니카를 향해 외쳤다.
"어?! 티어 님?!"
탑 99층에 있어야 할 자색용 조각상을 발견한 베로니카가 당황했다.
-그래. 나다! 베카, 왜 검은탑에 온 것이냐?! 누가 너를 핍박하고 망명을 시킨 것이냐?! 네 녀석이냐?!
티어가 베로니카의 손 위에 있는 이오나를 노려보며 물었다. 이오나 정도면 가능성이 있었다.
탑농부인 세준을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하지만
'아무리 봐도 저놈은 아니야.'
세준을 보자마자 세준의 하찮음을 단번에 알아본 티어.
티어는 세준을 용의 선상에서 가장 먼저 지웠다.
"딸뀩.뀩.뀩."
갑자기 자신을 향하는 티어의 강한 기운에 놀란 이오나가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오나!"
"이오나를 괴롭히지 말라냥!"
세준과 테오가 서둘러 이오나와 베로니카의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세준아!
-티어, 기운을 거둬들여라!
-계약서 내용 잊었어?!
세 용이 세준의 행동에 화들짝 놀라며 티어를 포위했다.
그때
"티어 님, 누구의 강압도 없이 제가 스스로 검은탑에 망명했어요. 죄송해요."
자신 때문에 일이 커지자 베로니카가 서둘러 나섰다.
-뭐?! 왜···왜 그랬느냐?!
베로니카의 말에 티어가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자색탑에서 살기 힘들어서요."
"뭐?! 내 자색탑이 그럴 리가···."
베로니카의 말에 자색탑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티어가 충격을 받았다.
베로니카의 말은 독 때문에 살기 어렵다는 말이었지만, 티어는 다르게 받아들였다.
'내가 관리한 자색탑의 수준이 검은탑보다 떨어진다고?!'
뭐···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기도 했다. 베로니카가 그런 의도로 말한 건 아니지만.
-티어, 이제 오해가 풀렸으면 그만 돌아가. 세준아, 검은콩은 준비됐느냐?
낙심한 티어를 뒤로하고 카이저가 세준에게 물었다.
"네. 근데···이제 네 분이신데···."
세준이 티어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검은콩은 6개. 이러다 여기서 싸움이 나면 안 되는데···
-크하하하. 걱정 말거라. 티어는 검은탑에서 아무것도 사지 않기로 했으니까.
-으하하하. 그래. 절대 안 산다고 했지.
-프하하하. 맞아.
티어가 검은콩을 살 수 없는 것에 기뻐하는 용들.
"그래요? 그럼···."
세준이 용들의 말에 안심하며 왼손에 검은콩을 꺼낼 때
낑!
'검은 열매!'
열심히 세준을 쫓아온 펜릴이 검은콩을 보며 흥분했다.
그리고
척.
낑!낑!
'나 앉았어! 빨리 검은 열매 줘!'
세준의 발 앞에 앉아 검은콩을 요구했다.
"알았어. 자."
슥.
세준이 오른손으로 슬쩍 주머니에 있는 검은색 로얄젤리를 하나 꺼내
쏙.
펜릴의 입에 넣어줬다.
그리고
낑···
'벼텨낸ㄷ···.'
펜릴은 전보다 조금 더 버텨낸 후 기절했다.
"삐욧아, 까망이 좀 침대에 눕혀줘."
삐욧!
[네!]
빠닥.빠닥.
삐욧이가 펜릴을 들어 침대로 날아갔다.
그렇게 펜릴이 사라지자
"여기 검은콩 6개요."
세준이 용들에게 검은콩을 팔았다.
척.척.척.
용들이 세준의 손에서 검은콩을 2개씩 가져가고 돈주머니를 건넸다.
그리고 그걸 지켜볼 수밖에 없는 티어.
'맞아! 그러고 보니 검은콩을 검은탑의 탑농부가 키웠다고 했잖아!'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티어가 자신의 계약을 다시 한번 후회할 때
[탑의 관리자가 베로니카에게 돈을 주고 검은콩을 구매해 티어 할아버지가 받으시면 계약 위반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내조의 여왕 에일린이 티어에게 검은콩을 살 수 있는 방법을 말해줬다.
-오! 그러면 되겠군. 고맙구나. 에일린."
좋은 방법을 알려준 에일린에게 고마워하는 티어.
[탑의 관리자가 그러니 티어 할아버지는 검은콩을 사기 위해 탑코인을 두둑이 준비해 두시라고 말합니다.]
-그래. 그렇지 않아도 에일린 네가 말해줘서 이미 탑코인을 충분히 준비해 뒀단다.
티어가 푸근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탑의 관리자가 잘하셨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양조장에 삼양주가 1000병 정도 남아있다며 베로니카를 시켜 구매하시라고 말합니다.]
-그래? 삼양주가 1000병이나 있어?! 베카야, 잠깐 이리 와 보거라.
에일린의 말을 들은 티어가 베로니카를 불렀다.
"네···."
혼날까 봐 긴장하며 티어에게 가는 베로니카.
잠시 후
"저···세준 님, 혹시 삼양주 좀 살 수 있을까요?"
"삼양주요? 삼양주는 왜요?
베로니카는 술을 싫어했기에 세준이 물었다.
"그게···티어 님, 심부름이요."
베로니카가 조용히 티어를 가리켰다.
"아···알았어요."
세준이 베로니카를 데리고 양조장으로 가서 삼양주를 거래했다.
그리고
"티어 님, 여기요."
베로니카가 세준에게 구매한 삼양주를 티어에게 전달했다.
-그래. 잘했다.
아주 밝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티어.
이제 베로니카를 자색탑으로 데려가겠다는 생각은 티어의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오히려 베로니카가 자색탑에 돌아온다고 해도 이제 검은탑에 머물라고 말릴 생각이었다.
그렇게 용들과의 거래가 끝나자
꼬르르륵.
세준의 배에서 소리가 났다.
"아. 밥 먹어야지."
세준이 서둘러 취사장으로 가서 요리를 시작했다.
점심 메뉴는 김치계란죽. 오늘은 김치 요리만 할 생각이었다.
촤아아아.
세준이 물이 채워진 냄비에 쌀가루를 채워 끓였다.
쌀가루가 죽으로 변하는 사이
송.송.송.
김치 한 포기를 꺼내 잘게 썰고
치이익.
후라이팬에 넣고 볶는 세준.
김치가 볶아지자 죽을 만들고 있는 냄비에 볶은 김치를 넣었다.
휘적.휘적.
국자로 김치와 죽을 섞었다.
잠시 후
꾸엥?!
[아빠 뭐 만든다요?!]
삐익!
[맛있는 냄새가 나요!]
뺙?!
[삼촌 또 맛있는 거 해요?!]
아침을 먹고 동굴에서 늘어지게 자고 있던 동물들이 요리 냄새에 끌려 취사장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다 됐어. 이거 먹으면서 잠깐만 기다려."
세준이 불 속에서 굽고 있던 파를 꺼내며 말했다.
아침은 추억 가득한 공간에서 먹었으니 점심은 추억이 담긴 요리와 함께.
바로 추억의 요리 구운 대파였다.
우적.우적.
동물들이 세준이 접시에 한가득 담아놓은 구운 대파를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오! 진짜 맛있어요!"
새로운 요리를 접한 베로니카가 흥분하며 한입에 대파를 3개씩 씹으며 흥분했다.
탁.탁.
그사이 세준이 에그 푸릇를 깨고 안의 내용물을 죽에 넣고 있을 때
-그건 뭐지?
다른 용들과 삼양주를 먹다 뭔가 가슴을 상쾌하게 하는 향을 따라온 티어가 구운 대파를 보며 물었다.
자색용 조각상은 업그레이드로 냄새도 맡을 수 있었다.
"이건 대파를 구운 거래요. 티어 님, 드셔보실래요?"
베로니카가 티어에게 조심히 구운 대파를 건넸다.
-흥!
티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콧소리를 냈다.
"싫으시면 제가···."
두 번 권하지 않는 베로니카가 구운 대파를 자신의 입으로 넣으려 하자
-내가 언제 싫다고 했어?!
휙.
티어가 서둘러 베로니카에게서 구운 대파를 낚아채 입에 넣었다.
그렇게 공간 이동을 통해 구운 대파를 손에 쥔 티어.
우적.
자색탑에 있는 티어가 자신의 입에 구운 대파를 넣었다.
그리고
싸아아아.
"어?! 시원한데?"
해독의 대파가 티어의 답답했던 가슴을 조금 편하게 만들었다.
303화. 그럼 지금까지는 기어 다닌 거야?
303화. 그럼 지금까지는 기어 다닌 거야?
독을 지배하는 위대한 자색용.
그들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숨결에, 힘을 끌어올릴 때마다 기운에 독이 함께 녹아 나오는 것.
그래서 그들의 주변에는 멀쩡한 게 없었다.
다른 용족들조차 독을 뿜어내는 자색용들을 꺼릴 정도.
그러니 용들보다 한참이나 약한 존재들이 자색용의 힘을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고.
모든 생물과 무생물이 자색용의 독을 버티지 못하고 죽거나 부서졌다.
그렇게 자색용들의 주변은 삭막해졌고, 자색용들은 마음을 줄 대상을 잃어버리고 상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자색용들은 마음을 주지 않는 것에 익숙해졌고 그것이 당연해졌다.
결국 자색용들은 마음을 주는 방법을 잃어버렸고.
자색용들이 가진 독이 더욱 독해지며 그들의 몸 안에 더욱 강한 독(毒)을 쌓기 시작했다.
그리고 쌓인 독기는 점점 응축되며 심독(心毒)으로 변해 자색용들의 심장에 자리를 잡았다.
심독은 독을 지배하는 자색용들까지 중독시킬 정도로 독기가 강했고.
자색용들 중 누구도 자신이 중독됐다는 걸 모를 정도로 은밀했다.
심독에 중독된 자색용들의 마음은 자신만을 생각하며 편협하고 괴팍하게 변했다.
자색용들은 다른 용들을 시기하고 질투했고 당연히 다른 용들과의 관계는 나빠졌다.
거기다 다른 용들과 싸울 때마다 심독이 더 빠르게 쌓이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
싸아아아.
해독의 대파 해독 능력이 사라지자
[해독의 대파가 심독(心毒)을 조금 해독했습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그리고
웅웅.
심장에서 뭔가가 격렬하게 반응했다.
"심독이라고?!"
이제야 자신의 심장에 웅크리고 있던 심독을 발견한 티어.
티어는 자신의 심장에서 느껴지는 독의 기운에 충격을 받았다.
자신은 독을 지배하는 자색용이고 그들의 수장이었다.
"그런 내가 독에 중독됐었다니···."
심독은 이미 티어의 심장을 상당 부분 잠식해 언제 폭주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 상태로 계속 지냈으면···."
나는 광룡이 됐겠지. 위대한 자색용인 자신이 광룡이 된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이걸 더 먹어야 해!"
티어가 서둘러 자색용 조각상을 움직여 구운 대파 접시를 들어 입에 쏟아부었다.
***
[해독의 대파로 심독(心毒)을 해독하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업적을 달성한 보상으로 일주일간 한 단계 높은 해독의 대파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
"심독?"
세준이 갑자기 자신의 앞에 나타난 메시지에 의아해할 때
와르르르.
자색용 조각상이 구운 대파가 든 접시를 자신의 입에 쏟아부었다.
"티어 님이군."
덕분에 세준은 심독에 걸린 게 누군지 금방 알 수 있었다.
꾸엥···
[꾸엥이도 먹어야 되는데···]
상대가 용이라 어쩌지 못하고 발만 동동거리는 꾸엥이.
사라지는 구운 대파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 할 수 있는 게 하나 있었다.
꾸엥!
[아빠 꾸엥이 구운 대파가 사라졌다요!]
세준에게 이르기.
슥.슥.
"꾸엥이가 이해해. 티어 님이 아파서 대파를 많이 먹어야 한대."
세준이 꾸엥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타일렀다.
꾸엥?
[용님들도 아프다요?]
"응. 그러니까 꾸엥이가 이해하자."
꾸엥!꾸엥!
[꾸엥이 이해했다요! 그럼 꾸엥이가 용님 빨리 나으라고 대파를 더 주겠다요!]
"옳지. 우리 꾸엥이 착하다."
세준이 그런 꾸엥이를 칭찬했다. 내 새끼 잘한다!
꾸헤헤헤.
그렇게 세준의 칭찬에 신난 꾸엥이가 아공간 창고에서 생 대파를 한 아름 안아
툭.
꾸엥!
[티어 님, 대파 많이 먹고 빨리 낫는 거다요!]
티어를 응원하며 접시에 대파를 푸짐하게 올려줬다.
-···!
진심을 담아 자신의 쾌유를 응원하는 꾸엥이의 순수한 마음에 티어의 마음이 움찔했다.
-···고맙구나···
들리지 않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감사를 전하는 티어.
익숙하지 않은 말을 하려니 어색하고 마음이 간질간질했다.
그러나 티어가 오해하고 있는 게 있었다.
"박 회장, 105뿌리다냥!"
티어가 대파를 몇 뿌리나 먹었는지 정확하게 체크한 테오가 세준에게 말해줬다.
"흐흐흐. 테 부회장, 잘했어."
"푸후훗. 안다냥!"
대파를 전하는 꾸엥이의 마음은 순수했지만, 그 배후는 순수하지 않았다.
"흐흐흐. 티어 님, 이거 다 외상입니다."
그렇게 꾸엥이 덕에 티어 자신은 모르는 외상으로 매출을 올린 세준.
"이제 밥 먹자. 다 됐어."
세준이 그릇에 김치계란죽을 퍼서 동물들과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티어 님, 미워요."
영문을 모르는 베로니카가 구운 대파를 다 먹어버린 티어를 원망의 눈빛으로 바라보다
후루룩.
"···!!"
김치계란죽을 먹고는 금세 김치계란죽과 사랑에 빠졌다.
***
"휴우. 여기까지군."
해독의 대파를 먹고 열심히 심독을 해독하던 티어가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대파로 심독의 크기를 줄일 수는 있어도 심독을 완전히 뿌리 뽑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계속 먹으면 심독이 커지는 건 막을 수 있다.
그렇게 심독의 위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티어.
"다른 자색용들도 이런 건 아니겠지?"
티어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가까이 있는 자신의 아들 포이를 찾아갔다.
"왜 오셨어요?!"
포이가 티어를 보자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역시···."
티어는 포이를 보자마자 포이의 심장에서 꿈틀거리는 표독한 심독의 기운을 느껴졌다.
"포이, 일단 먹고 얘기하자!"
"아니. 무슨···?"
푹!
티어가 설명도 없이 포이의 입에 해독의 대파를 강제로 욱여넣었다.
웁!웁!웁?!
우적.우적.
처음에는 반항하던 포이가 가슴이 시원해지는 기분에 얌전히 해독의 대파를 씹기 시작했다.
잠시 후
"모든 자색용들을 불러라!"
"네! 아버지!"
티어에게 설명을 들은 포이가 고분고분해진 목소리로 대답하며 자색용들을 소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대파를 더 구해야 해!"
자색용 조각상을 움직여 베로니카를 찾았다. 세준과 거래하려면 베로니카가 필요했다.
***
후루룩.
세준이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실 때
"뀻뀻뀻. 세준 님, 생존 1주년 축하드려요. 이건 제 선물이에요!"
이오나가 푸른색 액체가 남긴 유리병을 세준에게 건넸다.
"응. 고마워."
세준이 이오나에게 감사를 표하며 유리병을 살펴봤다.
[상급 마력의 정수]
순수한 마력이 응축되며 실체를 이룬 정수입니다.
섭취 시 마력이 100 상승합니다.
섭취 시 마력 관련 재능이 크게 강화됩니다.
유통기한 : 없음
등급 : S
"뀻뀻뀻. 어서 드세요!"
"응."
꿀꺽.
이오나의 재촉에 세준이 바로 상급 마력의 정수를 마셨다. 정수는 아무 맛이 나지 않았다.
화아아.
대신 시원하고 청량한 기분이 목구멍을 따라 느껴졌다.
그리고
[상급 마력의 정수를 섭취했습니다.]
[마력이 100 상승합니다.]
[재능 : 넘치는 마력 회로가 크게 강화됩니다.]
[재능 : 넘치는 마력 회로가 축적하는 마력 회로로 진화합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마력 관련 재능이 강화되며 진화했다.
"축적하는 마력 회로? 흡! 어?!"
세준이 갑자기 자신의 들숨을 따라 몸으로 들어오는 마력의 느낌에 당황했다.
그리고 서둘러 재능 축적하는 마력 회로를 확인했다.
[재능 : 축적하는 마력 회로]
마력 회로가 호흡을 통해 주변의 마력을 끌여들여 마력을 축적할 수 있는 재능입니다.
-24시간마다 영구적으로 마력 +0.1
-마력 스탯 +50
-마력 회복 속도 +300%
-마력 잠재력 + 1000
"어?! 숨만 쉬어도 마력이 오른다고?!"
세준이 재능의 설명을 보며 놀랄 때
"뀻뀻뀻. 세준 님, 축하드려요! 이제야 마력의 걸음마를 떼셨네요!"
"이게 걸음마라고?"
"뀻뀻뀻. 네!"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는 이오나. 그럼 지금까지는 기어 다닌 거야?
"뀻뀻뀻. 나중에 세준 님의 재능이 성장해 마력 스트림에 접속할 수 있게 되면 마력이 더 빨리 늘어날 거예요!"
세준이 마력의 걸음마를 떼자 자신이 더 신난 이오나가 흥분한 목소리로 떠들었다.
"마력 스트림?"
"뀻뀻뀻. 세상을 흐르는 아홉 줄기의 거대한 마력 흐름을 말하는 거예요! 참고로 저는 3줄기의 마력 스트림과 접속하고 있어요."
"오. 그런 게 있구나."
세준이 이오나의 말을 들으며 새로운 정보를 얻었다.
그리고
'오호! 그럼 3개의 마력 스트림에 접속하면 이오나만큼 세지는 건가?'
망상을 하는 세준. 물론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마력만 많아진다고 강해지는 건 아니니까.
그렇게 이오나와 얘기를 하며 새로운 지식을 쌓은 세준.
"이제 일 해야지."
세준이 대파밭으로 이동했다.
오늘은 그냥 푹 쉬려고 했지만, 갑자기 일해야 할 이유가 생겨버렸다.
일주일간 한 단계 높은 해독의 대파를 수확할 수 있는 보상 때문.
"흐흐흐. S급 대파를 놓칠 수는 없지."
세준이 웃으며 이동했다.
그리고
"땅 움직이기."
푹.
오래만에 마일러의 괭이를 이용해 대량 수확을 했다.
쿠구궁.
땅이 일어나며 땅에 심어진 해독의 대파가 뽑혀 나왔다.
[해독의 대파 3000개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크게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8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경험치 30만을 획득했습니다.]
[직업 퀘스트를 완료하지 못해 경험치가 쌓이지 않습니다.]
직업 퀘스트 때문에 경험치가 쌓이지 않는 건 아쉬웠지만, 그래도 S급 대파 덕분에 마음이 쓰리지는 않았다.
그렇게 쉬지 않고 10만 개 정도의 S급 해독의 대파를 수확한 세준.
께엑!
께엑!
세준이 수확을 끝낸 해독의 대파를 버섯개미들이 열심히 아공간 창고로 옮길 때
펄럭.펄럭.
-잠깐! 그거 베로니카가 다 살 거야!
티어가 다급하게 날아오며 외쳤고
"네! 제가 다 살게요!"
베로니카가 그 뒤를 따라오며 외쳤다.
"정말 이거 사실 거예요? 이거 비싼 건데요."
세준이 일단 가격을 비싸게 받기 위한 빌드업을 쌓기 시작했다.
하지만
"네! 당연히 비싸겠죠."
"···?!"
빌드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베로니카는 생긴 것답지 않게 너무 물렁했다.
-그래서 얼마냐?!
티어도.
'푸후훗. 박 회장, 둘 다 호구다냥!'
'흐흐흐. 테 부회장, 잘 요리해보자!'
'알겠다냥!'
세준과 테오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눈빛으로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푸후훗. 베로니카, 이 해독의 대파는 개당 1만 5000탑코인이다냥!"
테오가 해독의 대파 가격을 헌터들한테 팔 때의 100배를 불렀다.
"흐흐흐. 그럼 여기에 있는 S급 해독의 대파가 10만 개니까 15억 탑코인이네요."
세준이 웃으며 해독의 대파를 다 사려면 얼마가 필요한지 친절하게 계산해줬다.
"15억 탑코인이요? 저···티어 님, 어떡할까요?"
세준의 말에 베로니카가 티어를 쳐다봤다.
-당연히 사야지! 빨리 사거라!
티어는 고민하지 않고 베로니카에게 S급 해독의 대파를 전부 구매하게 했다.
-앞으로 수확할 해독의 대파 200만 개도 예약하거라.
거기다 티어는 검은콩을 사기 위해 가지고 있던 돈을 전부 베로니카에게 주며 해독의 대파를 예약했다.
지금은 검은콩보다 자색용들의 심독을 해독하는 게 더 급선무였다.
그렇게 대파 거래를 끝내고
"흐흐흐. 돈 벌었다!"
"푸후훗. 다 내 덕이다냥!"
해독의 대파를 비싸게 판 것에 기뻐하는 둘.
"그래. 그러니까 내려가서 먹을 것 좀 사와."
"냥?!
"파티를 좀 더 즐겨야지."
음식하기 귀찮아진 세준이 테오를 내려보냈다.
입탑 366일 차. 아직 파티는 끝나지 않았다.
304화. 꾸엥이가 쏜다요!
304화. 꾸엥이가 쏜다요!
"냥냥냥! 나 테 부회장은 오늘도 박 회장의 심부름을 간다냥~!"
삐욧~!
[테오 님의 차기 오른앞발 삐르르르 요트도 함께 갑니다~!]
테오의 노래를 삐욧이가 이어서 불렀다. 테오는 평소처럼 자신의 부하 삐욧이를 데려갔다.
그리고
꾸엥~!꾸엥~!
[꾸엥이도 먹을 거 사러 간다요~! 꾸엥이 아빠한테 용돈 받았다요~!]
삐욧이의 노래를 이어 부르는 꾸엥이. 오늘은 꾸엥이도 함께 했다.
세준은 꾸엥이도 이제 슬슬 세상을 구경하며 조금씩 견문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꾸엥이에게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용돈을 주며 테오를 따라가게 했다.
꾸헤헤헤.꾸엥!꾸엥!
[헤헤헤. 큰형아, 삐욧이 먹고 싶은 거 있으면 꾸엥이가 다 사준다요! 꾸엥이 아빠한테 용돈 받았다요!]
꾸엥이가 자신의 용돈이 든 간식 주머니를 당당하게 보이며 말했다.
"푸후훗. 좋다냥! 그럼 나는 5색 참치구이를 먹겠다냥!"
삐욧!
[그럼 저도 최고급 새 모이를 먹고 싶어요!]
꾸엥이의 자신 있는 외침에 테오와 꾸엥이가 자신이 먹고 싶은 걸 얘기했다.
그렇게 상점 거리가 있는 탑 75층으로 가는 길.
"냥?!"
삐욧!
[테오 님, 또 갈림이에요!]
꾸엥?
[큰형아 어디로 간다요?]
셋의 앞에 갈림길이 나타났다.
"푸후훗. 나만 따라온다냥!"
길을 만드는 황금고양이 테오 박이 앞장섰고
삐욧!삐욧!
[네! 저는 테오 님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갑니다!]
꾸엥!
[아빠가 큰형아 잘 따라다니라고 했다요!]
삐욧이와 꾸엥이가 그 뒤를 열심히 따라갔다.
그리고
"테오 님, 살려주세요!"
새벽에 탑 99층에서 쫓겨나 탑을 내려가다 요르문간드 파편에게 삼켜진 유렌과 만났다.
100만 명이 내려갔는데 신기하게 혼자만 삼켜진 유렌. 역시 불운했다.
"푸후훗. 유렌, 구해줄 테니까 돈이나 달라냥!"
"네! 그럼요!"
테오의 전용 ATM 유렌이 서둘러 돈을 꺼냈다.
"푸후훗. 꾸엥이 잘 보라냥! 목숨을 구해주면 이렇게 돈을 받는 거다냥!"
테오가 유렌이 주는 돈주머니를 봇짐에 챙기며 꾸엥이에게 우쭐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꾸엥!꾸엥!
[알겠다요! 구해주면 돈을 받는 거다요!]
테오의 가르침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꾸엥이.
빳칭.
그사이 테오가 자신의 용발톱을 뽑아
"냥!"
앞발을 빠르게 휘둘러 요르문간드를 처치했고
땡그랑.
"꾸엥이, 삐욧이 코인을 주워라냥!"
셋이 떨어지는 백색 코인을 주워 다시 탑 75층으로 출발할 때
'테오 님, 저도 같이 가면 안 될까요?"
"푸후훗. 따라오라냥!"
이번에는 안전하게 가고 싶은 유렌이 여정에 합류했다.
잠시 후
"도착이다냥!"
"제가 탑 75층 최고의 맛집을 압니다! 저를 따라오시죠!"
함께 이동하며 파티를 위한 음식을 사러 왔다는 테오의 사정을 들은 유렌.
유렌은 테오에게 최고의 맛집을 소개해주고 싶었다.
"푸후훗. 좋다냥! 안내해 보라냥!"
"네!"
테오의 허락에 유렌이 자신만만하게 앞장서서 식당으로 안내했다.
'후훗. 테오 님, 가보시면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라실 겁니다.'
맛부심 가득한 유렌.
일행들이 자신이 데려간 맛집에 기뻐할 상상을 하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리고
"푸후훗. 5색 참치구이를 정말 맛있게 구웠다냥!"
삐욧!삐욧!
[맞아요! 최고급 새 모이도 맛있었어요!]
꾸엥!꾸엥!
[맞다요! 정말 맛있었다요! 꾸엥이 조금밖에 안 먹었는데 배부르다요!]
모두가 유렌이 안내한 맛집의 요리에 만족했다.
"후훗.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자신의 맛집이 인정받자 유렌이 우쭐해하며 말했다.
잠시 후.
식사가 끝나자
꾸엥!꾸엥!
[꾸엥이 용돈 있다요! 꾸엥이가 쏜다요!]
꾸엥이가 자신의 간식 주머니에서 자신 있게 돈주머니를 꺼내 점원에게 건넸다.
그리고
짤랑.짤랑.
"여기 거스름돈입니다."
1탑코인 100개가 든 돈주머니에서 달랑 1탑코인을 꺼내 꾸엥이에게 건넸다.
···?!
앞발에 1탑코인을 받은 꾸엥이의 동공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꾸엥?!꾸엥?!
[내 돈 다 어디 갔다요?! 이게 그렇게 비싸다요?!]
세준에게 용돈으로 받은 소중한 동전 100개.
그런데 음식값으로 동전 99개가 사라지자 큰 충격을 받았다.
꾸엥이는 100탑코인으로 사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약한 아빠를 보호해줄 강력한 옷.
엄마가 휘둘러도 부서지지 않는 단단한 몽둥이.
작은형아에게 줄 휘두르면 땅이 갈라지는 망치.
이오나 누나에게 선물할 강력한 마법 지팡이.
거대한 토룡이의 등에 탈 때 필요한 단단하고 큰 안장.
까망이 간식.
아주 야무진 소비 계획.
그러나 까망이 간식 빼고는 100탑코인으로 살 수 있는 게 없었다.
세준이 꾸엥이에게 금전 감각을 익히게 하기 위해 큰돈을 주지 않은 건 정말 다행이었다.
하지만
꿰엥!!!꿰엥!!!
[내 돈 없어졌다요!!! 꾸엥이 이제 사고 싶은 거 못 산다요!!!]
꾸엥이의 울음을 그쳐줄 존재는 같이 보내지 못한 세준.
"푸후훗. 꾸엥이, 진정하라냥! 내가 해결해 주겠다냥! 여기 음식값 깎아달라냥!"
대신 배운 거밖에 못 하는 고양이 하나가 있었다.
테오가 자신 있게 나서며 3번 깎기를 중 첫 번째 깎기를 할 때
휙.휙.
모두의 뒤에서 점원을 보며 앞발로 자신을 가리키는 유렌.
'내 앞으로 달아놔.'
다행히 음식점의 단골이자 불운하지만, 돈 많은 돼지 유렌도 함께였다.
"여기 돌려드리겠습니다."
덕분에 점원은 꾸엥이의 돈을 전부 돌려줬고
"푸후훗. 꾸엥이, 봤냥?!"
꾸엥!
[큰형아 대단하다요!]
깎기 한 번 만에 음식값을 0원으로 만든 테오를 꾸엥이가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렇게 먹은 음식의 계산이 끝나고
"음식을 1000인분씩 포장해 달라냥!
테오가 탑 99층에 가져갈 음식을 주문했다.
꾸엥!
[꾸엥이가 낸다요!]
호기롭게 다시 결제를 하겠다고 나서는 꾸엥이.
그러면서 시선은 테오를 향했다. 큰형아가 깎아줄 거다요!
"푸후훗. 꾸엥이, 나만 믿으라냥! 깎아달라냥!"
꾸엥이의 시선을 받은 테오가 당당하게 가격을 깎았고
휙.휙.
쌓여가는 유렌의 외상빚.
삐욧!
[부러워요!]
셋의 훌륭한 콤비 플레이에 끼지 못한 삐욧이가 셋을 부럽게 바라봤다.
그때
"3시간 후에 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점원이 요리를 찾으러 올 시간을 안내했다.
주문한 양이 거의 1만 인분 걸 생각하면 엄청나게 짧은 시간.
하지만
"그렇게 오래 걸리냥?!"
그것도 싫은 테오. 그럼 박 회장에게 늦게 간다냥!
'냥···그래도 박 회장의 심부름은 해야 한다냥.'
테오는 어쩔 수 없이 기다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근데 꾸엥이 아까 뭐 사고 싶다고 했냥?"
기다리는 동안 꾸엥이가 사고 싶은 걸 사기로 했다. 푸후훗. 역시 난 멋진 큰형님이다냥!
꾸엥!
[일단 아빠를 보호해 주는 옷을 사고 싶다요!]
"푸후훗. 박 회장 옷을 사는 것이냥?! 좋다냥! 가자냥!"
테오가 외치며 유렌을 바라봤다. 빨리 안내해달라냥!
그렇게 테오, 삐욧이, 유렌이 꾸엥이의 쇼핑을 위해 움직였다.
***
"잘하고 있겠지?"
테오를 따라 내려간 꾸엥이를 걱정하는 세준.
"아냐. 괜찮을 거야.
누굴 때리면 때렸지 어디서 맞고 올 녀석도 아니고.
옆에 말려줄 테오도 있으니 괜찮을 거다. 대신 도장은 찍히겠지만.
"뭐 황금박쥐도 있으니까."
세준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몰래 따라 보낸 황금박쥐를 떠올리며 걱정을 지웠다.
그리고
저벅.저벅.
다시 걱정이 떠오르기 전에 옥수수밭을 향해 걸었다.
생각이 많아질 때는 몸을 움직이는 게 최고.
그렇게 몸을 움직이기 위해 옥수수밭으로 간 세준.
[···Y···]
옥수수밭 구석에서 끈끈이 옥수수 새싹이 만세를 하며 세준을 반겼다.
"흐흐흐. 잘 자라고 있네."
세준이 이쁘게 자란 끈끈이 옥수수 새싹을 보며 수확의 비약을 꺼내
뽕.
뚜껑을 열었다.
테오를 기다리는 동안 수확의 비약을 사용해 열매를 수확하고 그 씨앗을 다시 심을 생각이었다.
'한 방울!'
똑.
세준이 끈끈이 옥수수 새싹에 극도로 조심히 수확의 비약 한 방울을 떨어트렸다.
그러자
뿌득.
빠르게 자라나는 새싹.
"좋아."
세준이 끈끈이 옥수수가 잘 자라는지 확인하고 자리를 이동해
푹.푹.
간격을 넓게 두고 땅을 파 구멍 2개를 만들었다.
툭.
툭.
세준이 씨앗을 하나씩 구멍에 넣었다. 명중의 대봉시 씨앗과 빛바라기 씨앗이었다.
명중의 대봉시는 탑 85층에서 귤나무에서 귤이 맺히길 기다리며 동물들이랑 간식으로 먹고 씨를 챙겨놨다.
똑.
세준이 먼저 명중의 대봉시 씨앗에 수확의 비약 한 방울을 떨어트리고
스윽.
흙을 덮었다.
똑.
빛바라기 씨앗도 같은 방식으로 심었다.
"이제 채종해야지."
세준이 농작물들이 자라길 기다리며
[옥수수 씨앗을 얻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채종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채종하기 스킬을 79만 1217번 더 사용하셔야 합니다.]
···
..
.
옥수수 알갱이를 뗐다.
1시간 후.
"으자자!"
옥수수 알갱이를 채종하느라 쪼그리고 앉아 있던 세준이 기지개를 켜며 밀어났다.
"잘 자라나 확인해 볼까."
일어난 김에 비약을 사용한 농작물을 확인하러 간 세준.
"오! 다 자랐네?"
세준이 세 농작물 중 끈끈이 옥수수에 열린 옥수수들을 발견했다.
똑.
세준이 옥수수를 따자
[끈끈이 옥수수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70을 획득했습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탑에서 신품종을 탄생시키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
..
.
[직업 특성으로 모든 스탯이 10씩 상승합니다.]
[탑에서 신품종 17개를 탄생시키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
..
.
[검은탑 입구의 숫자가 104개에서 105개로 늘어나며 105번째 입구가 가장 안전한 장소에 생성됩니다.]
이어서 업적 메시지와 검은탑의 입구가 추가됐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어디 보자."
그렇게 쏟아지는 메시지를 보며 세준이 끈끈이 옥수수의 효과를 확인했다.
[끈끈이 옥수수]
탑 안에서 자란 옥수수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영양이 전부 옥수수를 끈끈하게 하는데 집중됐습니다.
열을 가할수록 끈끈함이 강화됩니다.
맛이 밍밍합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50일
등급 : A
"얼마나 끈끈하길래?"
툭.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세준이 끈끈이 옥수수의 한쪽 껍질을 벗겨 바닥에 놓고
푹.
단검으로 알갱이 하나를 찔렀다 뺐다.
하지만
쑥.
깔끔하게 빠지는 단검. 생각보다 끈끈함이 약했다. 아니,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뭐지? 아. 열을 가하면 끈끈함이 강화된다고 했지?"
딱.
화르르.
설명을 떠올린 세준이 손가락을 튕겨 불을 만들고 단검을 가열했다.
그리고
푹.
따뜻해진 단검으로 다시 옥수수 알갱이를 찔렀다 빼자
쭈욱.
이번에는 단검을 따라 길게 늘어나는 옥수수.
뚝.
옥수수가 3cm 정도 늘어나다 끊어졌다.
"오! 늘어나긴 하네. 좋아. 더 뜨겁게 해봐야지."
세준이 늘어나는 옥수수를 신기해하며 단검을 한참 가열한 후
푹.
옥수수를 찔렀다 뺐다.
그러자
쭈우욱.
이번에는 더 길에 늘어나는 옥수수.
세준이 팔을 머리 위까지 올리자 옥수수는 10cm 이상 늘어났다.
그때
뚝.
옥수수가 더 늘어나지 못하고 끊어졌고
호로록.
세준이 늘어난 옥수수를 향해 자신도 모르게 입에 넣었다.
피자를 먹을 때의 버릇이 나온 것.
그리고
"어?! 이거 모짤렐라 치즈랑 비슷한데···?"
세준은 낯선 농작물에서 익숙한 맛을 느꼈다.
305화. 이건 왜 팔이 다 뜯어져 있어?
305화. 이건 왜 팔이 다 뜯어져 있어?
중국과 몽골의 국경 사이에 위치한 고비 사막 동쪽.
중국의 수도 베이징과는 북으로 약 1000km 떨어진 지점.
푸드득.푸드득.
수십만 마리의 녹색 로커스트들이 광활한 모레 대지 위를 날아다니며 3차원의 패턴을 만들었다.
마법진이었다.
잠시 후.
지잉.
마법진의 중앙. 허공에 구멍이 생겼고
나풀.나풀.
구멍에서 나오는 손바닥 크기의 나방 두 마리. 나방이 나오자 구멍은 바로 닫혔다.
그리고
푸드득.
그린 로커스트들은 자신들이 불러낸 나방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동족도 잡아먹는 로커스트. 그들에게 같은 편이라는 개념이 있을 리 없었다.
그렇게 두 나방이 세상에 나타나자마자 로커스트들에게 갈기갈기 찢기기 직전.
화륵.
두 나방의 날개에 불꽃이 피어올랐고
화르륵.
자신들을 공격하는 로커스트들을 태워버렸다.
그러나
푸드득.
로커스트들은 두려움 없이 계속 불나방들을 공격했다.
화르르륵.
로커스트의 시체를 연료로 삼아 점점 더 커지는 불나방의 불꽃.
불꽃이 어느 정도 거대해지자
화륵.
불꽃의 일부가 떨어져나왔고
나풀.나풀.
불꽃은 주먹만 한 나방으로 변했다.
푸드득.
로커스트들은 당연히 새로 태어난 나방을 먹기 위해 공격했지만
화륵.
새로 태어난 나방도 날개에 불꽃을 만들어 로커스트들을 태웠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로커스트는 줄어들고 불나방의 수는 점점 늘어났다. 결국 불나방들만 남았다.
그리고
나풀.나풀.
불나방들은 불꽃의 제물이 될 사냥감을 찾아 사방으로 흩어졌다.
***
탑 99층 취사장.
"흐흐흐."
퍽.퍽.
세준이 열심히 쌀반죽을 하며 웃음을 흘렸다.
'이제 피자를 먹을 수 있어!'
끈끈이 옥수수에서 모짜렐라 치즈의 식감을 느끼자마자 피자를 떠올린 세준.
바로 취사장으로 달려와 이렇게 쌀반죽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
"끝."
쌀반죽을 완성한 세준.
쌀반죽을 넣은 그릇 위에 파 이파리를 덮어 숙성시키고
쏙.
[에일린의 더 건강한 주먹 고기 조각을 섭취했습니다.]
[음식을 모두 먹어야 효과를 발휘합니다.]
[437조각 남았습니다.]
에일린의 요리를 먹으며 간단히 배를 채웠다.
그리고
"좋아. 이제 토마토 페이스트 만들어야지."
반죽을 하는 동안 뜨거운 물에 담가두었던 방울토마토를 하나씩 꺼내
스윽.스윽.
방울토마토의 껍질을 까기 시작했다.
그때
삐익!
[도와드릴게요!]
뺙?
[삼촌, 또 새로운 거 만들어요?]
세준이 새로운 요리를 하자 토끼들이 관심을 보이며 다가와 일손을 보탰다.
"응. 피자라는 요리인데···"
덕분에 세준은 토끼들에게 피자에 대해 설명해주며 심심하지 않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삐익!
[맛있겠네요!]
"흐흐흐. 그렇지."
토끼들과 얘기하며 껍질을 깐 방울토마토가 어느 정도 쌓이자
와르르.
세준이 검은 냄비에 방울토마토를 붓고
솔솔.
소금을 넣고 한 번 강하게 끓인 후 약불로 졸이기 시작했다.
"얘들아, 이것 좀 저어줘."
세준이 토끼들에게 방울토마토가 바닥에 눌어붙지 않게 바닥을 젓게 하고
[끈끈이 옥수수 씨앗을 얻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채종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채종하기 스킬을 75만 161번 더 사용하셔야 합니다.]
수확한 끈끈이 옥수수 20개를 채종했다.
그렇게 세준이 피자 재료를 준비하는 사이
뿌드득.
뿌드득.
수확의 비약을 흡수한 명중의 대봉시와 빛바라기가 열심히 자라났다.
***
"테오 님, 여깁니다."
유렌이 테오, 꾸엥이, 삐욧이를 자신이 아는 최고의 옷 가게로 안내했다.
상점 거리의 번화가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옷 가게 아라크네.
화려하면서 고풍스러운 외관에서 가게의 품격이 느껴졌다.
"대상인 유렌 님, 어서 오시죠."
아라크네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병사가 유렌을 보고는 문을 열어줬다.
"가시죠."
유렌이 안으로 들어가자
"푸후훗. 좋다냥! 빨리 들어가자냥!"
테오가 기분 좋게 유렌을 따라 가게로 들어갔고
꾸엥!
[빨리 들어간다요!]
삐욧!
[네!]
그 뒤를 꾸엥이와 삐욧이가 따라 들어갔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어서 오시죠. 누가 입을 옷을 찾으시는지요?"
가게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직원이 정중하게 그들을 맞이하며 물었다.
꾸엥!꾸엥!
[아빠 옷을 살 거다요! 강력한 옷을 사고 싶다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는 꾸엥이.
너무도 추상적인 대답이었지만
"강력한 옷을 원하십니까? 저를 따라오시죠."
직원은 다시 묻지 않고 그들을 안내했다.
그리고
"한 번 둘러보시죠."
휘황찬란한 사슬 갑옷들이 진열된 방으로 안내했다.
꾸엥?
[이거 튼튼하다요?]
꾸엥이가 갑옷을 보며 물었다.
"그럼요! 검은탑 최고의 제품이라고 자부합니다. 만져보셔도 됩니다. 흠집도 안 날 테니까요"
꾸엥이의 물음에 직원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물론 직원이 허풍을 떠는 건 아니었다. 그럴만 한 가치가 있는 물건들이었다.
꾸엥?
[그렇다요?]
덥석.
직원의 말에 꾸엥이가 눈앞에 보이는 사슬 갑옷의 팔 부분을 잡고 당겨 얼마나 튼튼한지 시험해 봤다.
하지만
꾸드득.
종이를 찢기듯 가볍게 뜯어지는 사슬 갑옷.
···?!
"···?!"
꾸엥이도 놀랐고 직원도 놀랐다.
'뭐가 이렇게 약하다요?'
꾸엥이는 갑옷이 너무 약해서.
'그게 어떤 갑옷인데?!'
직원은 갑옷의 가격 때문이었다.
여기 있는 사슬 갑옷들은 아라크네의 비전으로 미스릴을 미스릴 실로 가공 후.
검은탑 최고의 대장간 이스카라에 의뢰해 사슬 갑옷을 제작하고.
사슬 갑옷을 부여 마탑에 보내 여러 가지 마법을 각인했다.
특히 방금 꾸엥이가 파손한 사슬 갑옷은 강화 마법을 어렵게 3번 중첩 각인한 장비였다.
심히 마스터피스라고 불려도 될 물건.
그래서 가격도 무려 50억 탑코인이나 했다.
그런 갑옷을 저렇게 파손하다니···
꾸드득.
꾸드득.
그것도 모르고 꾸엥이는 다른 사슬 갑옷의 팔을 뜯어보며 세준이 입을 튼튼한 갑옷을 찾고 있었다.
"소···손님, 멈춰주세요! 그것들이 얼마짜린지 아십니까?"
최고의 가게답게 직원이 최대한 흥분을 가라앉히며 꾸엥이를 말렸다.
꾸엥?
[얼마다요?]
직원의 말에 꾸엥이가 정말 순수하게 물었다.
"처음에 부순 갑옷은 50억 탑코인. 다른 것들은 개당 10억 탑코인입니다. 전부 합쳐서 70억 탑코인을 지불해 주셔야 합니다."
꾸엥?꾸엥.
[그게 무슨 소리다요? 꾸엥이는 이거 안 산다요.]
돈을 달라는 직원의 말에 꾸엥이가 대답했다.
꾸엥이의 상식에서 자신은 이런 약한 갑옷을 안 살 거니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었다.
"네?!
꾸엥이의 말에 직원이 당황하며 자신과 대화가 통할 대상인 유렌을 볼 때
"푸후훗. 살 테니까 깎아달라냥!"
테오가 갑옷을 사겠다고 했다.
꾸엥?꾸엥!
[큰형아가 산다요? 그럼 꾸엥이가 돈 낸다요!]
테오가 갑옷을 산다고 하자 자신의 용돈 주머니를 꺼내는 꾸엥이.
휙.휙.
유렌이 서둘러 앞발로 자신을 가리켰다. 이번에도 유렌의 이름으로 외상빚이 늘어났다.
그렇게 팔 한쪽이 떨어진 사슬 갑옷 3개를 산 테오가 자신의 봇짐에 갑옷을 넣으며
"저것도 달라냥!"
테오가 갑옷 진열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걸요?!"
직원이 갑옷 진열대를 들자
"푸후훗. 아니다냥! 이거다냥!"
테오가 갑옷 집열대를 받치고 있는 네모난 나무판자를 챙겼다.
"아. 그거였군요. 많이 필요하시면 말씀하시죠. 더 드리겠습니다."
70억 탑코인의 매출을 올려준 고객. 저런 나무판자는 얼마든지 줄 수 있었다.
"푸후훗. 괜찮다냥!"
테오가 원한 건 평범한 나무판자가 아니기에 당연히 거절했다.
테오가 끌림이 느껴지는 나무판자를 자신의 봇짐에 소중히 넣었다. 푸후훗. 박 회장에게 칭찬받을 건수가 또 생겼다냥!
"시간 됐다냥! 돌아 가자냥!"
테오가 기뻐하며 포장한 음식을 찾으러 갔다.
***
쩝.
"완성이다."
세준이 걸쭉해진 토마토 페이스트를 맛보며 말했다.
그리고
퍽.퍽.퍽.
주물.주물.
숙성시킨 반죽을 꺼내 피자 도우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때
"박 회장, 내가 돌아왔다냥!"
찰싹.
심부름을 마치고 돌아온 테오가 세준의 뒤통수에 매달렸다.
"테 부회장, 왔어?"
"뭐냥?! 왜 음식 만드냥?"
자신에게 음식 심부름을 시켜놓고 음식을 만드는 세준이 못마땅한 테오가 불만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흐흐흐. 갑자기 먹고 싶은 요리가 생겨서."
피자 먹을 생각에 굉장히 기분이 좋은 세준이 즐거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왜 목소리가 밝냥?! 마음에 안든다냥!"
자신이 없었는데도 즐거워 보이는 세준을 보자 기분이 나빠진 테오.
꽈악!
세준의 뒤통수를 더 세게 안았다.
"좋네."
그래 봤자 테오의 말랑한 뱃살에 세준의 기분만 좋아졌다.
"근데 꾸엥이는?"
꾸엥!
[꾸엥이 여기 있다요!]
처음 보는 토마토 페이스트 냄새를 맡고 있던 꾸엥이가 세준의 부름에 손을 들며 힘차게 대답했다.
"우리 꾸엥이 잘 다녀왔어?"
꾸엥!
[잘 다녀왔다요!]
"아빠가 준 용돈은 남았어?"
꾸엥!
[그렇다요! 여기 있다요!]
꾸엥이가 자신의 용돈 주머니를 꺼내며 말했다.
"얼마나 썼나 볼까?"
세준이 꾸엥이가 돈을 얼마나 썼는지 확인하기 위해 용돈 주머니를 열었다.
하지만
"응?! 하나도 안 썼는데?"
용돈 주머니 안에는 자신이 준 100탑코인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꾸엥이, 돈 안 썼어?"
세준이 묻자
꾸엥!꾸엥!
[아니다요! 아빠가 준 용돈으로 음식도 사 먹고 갑옷도 샀다요!]
"근데 왜 돈이 그대로야?"
꾸엥!
[큰형아가 깎아줬다요!]
꾸엥이가 존경의 눈빛으로 테오를 바라봤다.
그리고
"푸후훗. 그렇다냥! 내가 깎아줬다냥!"
그사이 세준의 무릎에 매달린 테오가 고개를 쳐들며 우쭐거렸다.
"가격을 깎았다고?!"
이건 거의 강탈 수준인데? 세준이 의아해할 때
(뱃뱃. 뒤에서 유렌 님이 외상으로 냈어요.)
황금박쥐가 세준에게 진실을 알려줬다.
"아···."
그렇게 꾸엥이의 용돈이 왜 줄어들지 않았는지 깨달은 세준.
"그럼 우리 꾸엥이가 뭘 샀나 볼까?
"푸후훗. 보면 놀랄 거다냥!"
테오가 봇짐에서 포장한 음식, 아라크네에서 산 팔이 뜯긴 사슬 갑옷 3벌과 나무판자를 꺼냈다.
"이건 왜 팔이 다 뜯어져 있어?"
[오른팔이 뜯긴 강화된 미스릴 사슬 갑옷(3중첩)]
[왼팔이 뜯긴 강화된 미스릴 사슬 갑옷]
[오른팔이 뜯긴 강화된 미스릴 사슬 갑옷]
세준이 팔이 한 짝씩 다 뜯어진 미스릴 사슬 갑옷을 보며 묻자
꾸엥!
[꾸엥이가 튼튼한지 확인하다 그랬다요!]
꾸엥이가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꾸엥이가 아빠를 위해 다 확인했다요!
"그랬구나."
팔이 뜯겨진 이유를 안 세준이 가장 비싸 보이는 미스릴 사슬 갑옷을 들어 확인했다.
[오른팔이 뜯긴 강화된 미스릴 사슬 갑옷(3중첩)]
검은탑 최상위 옷 가게 아라크네의 비전으로 미스릴 실을 제련하고···
···
..
.
사용 제한 : 힘 500 이상, 마력 1000 이상
제작자 : 아라크네, 이스크라, 부여 마탑
등급 : A
"안에다 입으면 되겠다."
사슬 갑옷이지만, 맨살에 닿는 느낌이 천으로 된 옷을 입는 것처럼 편안했다.
"꾸엥아, 이거 뜯어줘."
한쪽 팔만 있는 갑옷을 입는 건 어색하기에 세준이 꾸엥이에게 남은 왼팔도 뜯어달라고 했다.
꾸엥!
[알겠다요!]
꾸드득.
꾸엥이가 왼팔을 뜯어냈고
슥.
세준이 민소매가 된 사슬 갑옷을 입었다.
그리고
"테 부회장, 여기다 구멍 좀 뚫어줘."
꾸엥이가 뜯어낸 갑옷의 왼팔 부분을 테오에게 내밀며 말하자
"알겠다냥!"
뽕.뽕.뽕.뽕.
테오가 세준이 원하는 위치에 용발톱으로 4개의 구멍을 뚫었고 개복치 펜릴의 미스릴 갑옷이 완성됐다.
그리고
활짝.
그사이 밖에서 해바라기꽃을 닮은 빛바라기꽃이 피어났다.
306화. 피자를 먹다.
306화. 피자를 먹다.
척.
"근데 이건 뭐야?"
[나무판자]
???
세준이 테오가 가져온 나무판자를 들며 묻자
"푸후훗. 거기서 끌림이 느껴졌다냥!"
테오가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에일린, 이것 좀 감정해줘."
테오의 말에 세준이 기대감을 품고 에일린에게 감정을 부탁했고
[탑의 관리자가 자신에게 맡기라고 말합니다.]
에일린이 나무판자를 가져가 감정했다.
그리고
[탑의 관리자가 테오가 훌륭한 장비를 가져왔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4번째 신기가 생겼다며 기뻐합니다.]
나무판자를 감정한 에일린이 기뻐하며 말하며 세준에게 전달했다.
[수호하는 나무 방패]
세준의 손 위에 올라온 신기. 방패는 여전히 허름했다.
"이게 신기라고?!"
세준이 방패를 살펴봤다.
[수호하는 나무 방패]
전투를 담당하는 고대 전투의 신 배틀러가 사용하던 신기로 세계수의 일부로 만든 방패입니다.
마력을 넣으면 원하는 모양으로 변해 주인을 보호합니다.
방패의 50%만 남아있으면 다시 원상태로 회복이 가능합니다.
사용 제한 : 힘 700 이상, 체력 700 이상
제작자 : 전투의 신 배틀러
등급 : S
"오. 원하는 모양으로 변한다고?"
세준이 긴 막대가 달린 얇은 원판을 생각하자
뿌드득.
나무 방패가 움직이며 세준이 원하는 모양을 만들었다.
덕분에 피자를 화덕에 넣을 때 필요한 장비가 완성됐다.
금세 신기의 쓸모를 찾은 세준이었다.
잠시 후
"흐흐흐. 얘들아, 먹자."
세준이 모양을 변형시킨 수호하는 나무 방패로 화덕에서 피자를 꺼내며 말했고
꾸엥!
삐익!
뺙!
피자 냄새를 맡으며 피자가 완성되기만 기다리던 동물들이 환호하며 서둘러 테이블에 식기를 세팅했다.
그사이 세준은 화덕에서 같은 종류의 피자를 4판 더 꺼냈다.
동그란 도우 위에 붉은색, 흰색, 초록색이 아름답게 자리한 피자.
토마토 페이스트와 끈끈이 옥수수 그리고 바질 대신 대파를 올린 마르게리타 피자였다.
슥.슥.
세준이 빠르게 피자를 16등분으로 잘랐다.
피자는 8등분이 국룰이지만, 그렇게 자르면 피자가 5판이라 40조각 밖에 안 나온다.
하지만 피자를 먹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입은 그것보다 훨씬 많았다.
"자. 기다리지 말고 바로 먹어."
세준이 자른 피자를 서둘러 접시에 한 쪽씩 덜어 나눠주며 말했다.
식으면 끈끈이 옥수수가 늘어나지 않아 피자를 먹는 느낌이 살지 않으니까.
그렇게 생애 처음 피자를 처음 먹는 베로니카와 동물들.
···!
입에 넣자마자 맛에 놀랐고
쭈우욱.
계속 늘어나는 끈끈이 옥수수에 다시 한번 놀랐다.
꾸엥?!
삐익?!
뺙?!
동물들은 당겨도 계속 늘어나는 끈끈이 옥수수에 당황하며 계속 피자를 당겼다.
하지만
쭈우욱.
뚝.
피자를 당겨 끈끈이 옥수수를 끊어낼 수 있는 베로니카와 다르게 동물들은 다리가 많이 짧았다.
꾸엥!
[멀어진다요!]
그래서 꾸엥이는 염력으로 피자를 띄워 멀리 보냈고
삐익!
[여보, 피자 줘봐 내가 당겨줄게!]
삐이!삐이!
[좋아요! 당신 피자는 나한테 줘요!]
토끼들은 서로의 피자를 바꿔들고 당겨줬다.
"푸흡!"
그런 동물들의 모습을 보며 빵 터진 세준.
서둘러 자신도 피자 조각을 들어
냠.
한 입 베어 물었다.
입 안에서 쌀반죽으로 만든 도우의 고소함, 토마토 페이스트의 감칠맛, 대파의 파 향이 느껴졌다.
각자의 맛을 뽐내는 재료들.
하지만
우물.우물.
가장 특색 없는 맛을 가진 끈끈이 옥수수가 모든 재료를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하나의 맛으로 만들었다.
쭈우욱.
호로록.
"흐흐흐. 맛있다."
늘어나는 끈끈이 옥수수를 입으로 빨아들이며 세준이 맛있게 먹었다.
잠시 후.
······
테이블 위의 피자가 사라졌다.
"없어졌어···."
꾸엥···
[벌써 없어졌다요···]
삐익···
뺙···
아쉬워하는 베로니카와 동물들.
"걱정하지 마. 두 번 더 구울 거니까. 잠깐만 기다려."
퍽.퍽.
세준이 쌀반죽으로 다시 도우를 만들고 그 위에 토마토 페이스트를 발랐다.
그리고
슥.슥.
이번에는 끈끈이 옥수수를 바로 뿌리지 않고 으깨놓은 삶은 고구마를 도톰하게 깔았다.
두 번째로 만들 피자는 고구마피자였다.
세준이 추가로 위에 양파와 옥수수를 뿌리고 마지막으로 끈끈이 옥수수를 올려
스윽.
화덕에 넣었다.
그렇게 피자가 구워지는 사이 밖으로 나온 세준.
서걱.
파인애플밭으로 파인애플을 수확했다.
쩌···
잘린 파인애플이 비명을 지르기 위해 입을 벌렸다.
그때
"아이스 큐브."
세준이 파인애플을 감싸는 얼음을 만들었고
쩌저적.
쾅!
비명을 지르는 파인애플이 소리를 지르며 얼음을 산산조각 냈다.
그리고
···이이익!
밖으로 퍼져 나오는 소리.
소리는 얼음을 파괴하느라 힘이 많이 빠져 세준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
파인애플을 수확하는 요령이 생긴 세준이었다.
그렇게 세준이 수확한 파인애플을 취사장으로 가져가 손질이 끝날 때쯤
"자. 먹자."
고구마피자가 완성됐다.
"맛있어!!!"
꾸엥!!!
삐익!!!
뺙!!!
이번에도 열렬한 반응을 보이며 맛있게 먹는 베로니카와 동물들.
"세준 님, 대단하세요!"
꾸엥!
[역시 아빠가 만드는 건 다 맛있다요!]
삐익!
[세준 님이 검은탑 최고의 요리사입니다!]
뺙!
[왕국을 여기로 옮기고 싶어!]
피자를 다 먹고 다음 피자를 기다리며 세준을 칭찬했다. 세준이 만든 건 뭐든지 먹을 기세.
하지만
"어?! 세준 님, 뭘 넣으신 거예요?"
꾸엥!
[파인애플을 넣다니 아빠는 천재다요!]
삐익?!
[그걸 왜 뜨겁게 먹어요?!]
뺙!뺙!
[삼촌, 대단해! 난 상상도 못 했어!]
세준이 마지막 피자로 파인애플을 올린 파인애플 피자를 화덕에서 꺼내자 동물들의 반응이 둘로 나뉘었다.
"한 번 먹어보면 생각이 바뀐다니까."
도리.도리.
세준의 권유에도 절대 싫다는 반 파인애플 피자파.
덕분에 파인애플 피자를 좋아하는 세준과 동물들만 많이 먹을 수 있었다.
***
검은탑 99층 분수대 위.
-크으. 술맛 좋다.
-그러니까. 으흐흐흐.
-매일 이렇게 술만 마시면 좋겠다.
즐겁게 삼양주를 마시는 카이저, 켈리온, 램터
그리고
-나도
티어.
-너 안 가냐?
카이저가 티어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못 가. 아직 베로니카를 못 데려갔잖아. 그리고 에일린이 있어도 된다고 했어.
에일린의 허락을 받은 티어가 당당하게 대답했다.
-끄응.
에일린이 허락했다는 말에 카이저가 더 이상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티어를 노려만 봤다.
베로니카를 통해 세준에게 삼양주 1000병을 구매한 티어.
술도 있으니 혼자 먹으면 되는데 굳이 다른 용들의 눈칫밥을 먹으며 이 자리에서 함께 술을 먹는 이유가 있었다.
그건 바로 세준이 만든 맛있는 안주 때문.
짭짤하고 씹기 좋은 마른오징어, 입안에서 살살 녹는 참치회, 씹을수록 고소한 볶은 땅콩.
거기다 저마다 매력적인 풍미를 가진 달콤한 과일까지. 안주들이 너무 맛있었다.
'내가 여기서 나가나 봐라.'
그렇게 검은탑에서 절대로 떠나지 않겠다고 결심한 티어.
슥.
접시에 담긴 연둣빛 과일을 집어 입에 넣고
오물.오물.
조금 씹어 입안에 향과 맛을 우러나게 한 다음
꼴깍.
삼양주 한 잔을 들이켰다.
-오! 멜론을 먹고 삼양주를 먹으니 맛이 또 오묘하구만!
-에이! 마시자!
티어에게 화를 내봐야 자신만 손해라고 생각한 카이저. 군고구마 말랭이를 씹으며 잔을 들었다.
-나는 땅콩이랑 한 잔.
-나는 참치회랑 한 잔.
그렇게 네 용족의 수장이 술판을 벌일 때
-어?! 이건?!
켈리온이 갑자기 뭔가를 느꼈다. 뜨겁고 밝은 기운.
-켈리온, 왜 그래?
켈리온의 반응이 심삼치 않자 카이저가 술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카이저, 빛의 힘이다! 바로 아래야!
켈리온이 대답하며 빛의 힘이 느껴지는 아래쪽으로 뛰어내렸다.
-뭐?! 그럴 리가?!
카이저가 크게 놀라며 서둘러 켈리온의 뒤를 따라 분수대에서 뛰어내렸다.
창조신이 사라진 이후 모든 조화가 세상이 깨지며 뒤죽박죽이 됐다.
그리고
"어둠이 사라졌다."
"빛이 사라졌어."
그 혼란한 시기에 검은용은 어둠의 힘을, 하얀용은 빛의 힘을 잃었다.
어디서 어떻게 잃어버렸는지도 몰랐다.
어느 순간 아무런 징조도 없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숨 쉬는 것처럼 익숙했던 힘이···
'그런데 빛의 힘이 갑자기 주변에서 느껴지기 시작하다니···그럼 어둠의 힘도?!'
둘 중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도 존재할 수 없는 게 빛과 어둠이다.
가까이서 보며 빛과 어둠은 서로를 배척하는 것 같지만, 멀리서 보면 빛과 어둠은 항상 공존한다.
그래서 가장 어두운 새벽 이후 아침이 오듯이 빛의 끝에는 어둠이 있다.
-켈리온, 여기서 빛의 힘이 나는 거야?
카이저가 기대감을 품으며 켈리온의 옆에 서 물었다.
-그래. 으흐흐흐. 이것 봐. 이 꽃에서 나는 거야.
입에 미소가 가득 걸린 켈리온. 빛을 흡수하는 빛바라기꽃을 보며 말했다.
빛바라기꽃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빛을 흡수해 빛의 힘을 저장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씨앗에.
'농장에 있는 거 보면 세준이가 심은 거겠지?'
켈리온이 서둘러 세준을 향해 날아갔다.
세준이 빨리 수확을 해야 씨앗을 살 수 있으니까.
***
"자. 이건 후식."
세준이 추억을 살려 당근잔에 주스를 담아 준비했다.
장수의 천도복숭아를 나눠 먹기 위해 바나나, 꿀을 넣고 함께 갈아 만들었다.
꿀꺽.
덕분에 모두가 비슷한 양의 장수의 천도복숭아를 먹고 수명이 16년 정도씩 늘어났다.
"내일 아침에 바로 내려갈 거야?"
세준이 아쉬운 목소리로 아빠토끼에게 물었다.
삐익!삐익?
[네! 가서 당근밭에 물 줘야죠. 갈 때 끈끈이 옥수수 씨앗 몇 개 주실 수 있나요?]
"그래. 10개 줄게."
삐익!
[감사합니다!]
세준이 아빠토끼에게 끈끈이 옥수수 씨앗을 꺼내 건네줄 때
"냥?! 박 회장, 까망이 일어났다냥!"
테오가 세준에게 펜릴이 일어났음을 알렸다.
"까망이가?"
세준이 취사장 밖으로 고개를 내밀자
낑?!낑!
'나 밥 주는 애 어디 있냐?! 나 배고프다!'
자다 일어난 펜릴이 세준을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까망이 일어났어?"
세준이 펜릴을 부르자
낑?
'거기 있었어?'
뚱땅.뚱땅.
펜릴이 세준을 향해 열심히 달려갔다.
그리고
낑차.낑차.
취사장의 문턱을 바둥거리며 넘더니
척.
세준의 발 앞에 앉았다. 나 밥 줘라!
붕붕.
열심히 움직이는 펜릴의 꼬리. 세준이 많이 반가운 것 같았다.
"우리 까망이 배고프구나?"
세준이 그런 펜릴에게 군고구마 말랭이를 꺼내 주자
짭.짭.짭.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먹는 펜릴.
'지금이다!'
슥.
그 틈을 노려 세준이 아까 만든 미스릴 갑옷을 꺼내 펜릴에게 미스릴 갑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낑?!
'이게 뭐 하는 짓이냐?!'
펜릴이 싫은 티를 냈지만
짭.짭.짭.
군고구마 말랭이를 먹느라 크게 반항하지 못했고
쑥.쑥.
덕분에 세준은 편하게 갑옷을 입혔다.
조금 헐렁하기는 했지만, 쉽게 벗겨질 정도는 아니었다.
낑?!낑!
'이거 뭐야?! 벗을 거야!'
뒤늦게 군고구마 말랭이를 다 먹은 펜릴이 갑옷을 벗으려 했지만
"까망이, 앉아."
척.
세준의 말에 바로 '앉아'를 하는 펜릴. 또 먹을 거 줄 거야? 그럼 좀 참아주지.
그렇게 펜릴에게 군고구마 말랭이를 먹이며 펜릴이 갑옷에 익숙해지게 할 때
-세준아! 잠깐 나와보거라!
켈리온이 굉장히 흥분한 목소리로 세준을 불렀다.
그리고
짭.짭.짭.
'끼히히히. 맛있어! 행복해!'
자신이 적인 하얀용에게 빛의 힘을 찾아 준 것도 모르고 펜릴은 해맑게 웃으며 군고구마 말랭이를 먹었다.
307화. 손자야, 유학 가거라.
307화. 손자야, 유학 가거라.
"잠시만요."
세준이 켈리온의 부름에 대답하며
척.
낑?
군고구마 말랭이를 잘 먹고 있는 펜릴을 들어 품에 안았다.
자신이 없는 사이 펜릴이 갑옷을 벗을 수도 있기 때문.
그렇게 세준이 펜릴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자
-으흐흐흐. 우리 세준이 나왔느냐?
켈리온이 세준에게 말했다. 이뻐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목소리로.
-우리 세준이라니?!
옆에 있던 카이저가 켈리온의 말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으흐흐흐. 뭘 흥분하고 그래? 우리 카이저.
빛의 힘을 발견한 것에 흥분한 켈리온은 카이저가 뭐라고 하든 마냥 좋았다.
-뭐?! 우리 카이저라니?! 너 미쳤냐?!
켈리온의 말에 카이저가 더욱 분노하자
"켈리온 님, 근데 왜 부르셨어요?"
세준이 서둘러 나섰다. 이러다 싸움이 나면 펜릴이 위험하다.
개복치기 때문에 세준은 누구보다 개복치의 고충을 잘 알았다.
-아. 내가 세준이 너를 부른 이유는···세준아, 저 꽃의 씨앗을 나에게 팔거라!
켈리온이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꽃이요?"
켈리온이 가리킨 곳을 보자 그곳에는 완전히 성장한 빛바라기꽃과 명중의 대봉시 나무가 보였다.
"아. 저게 있었지."
피자를 만든다고 수확의 비약을 뿌려둔 다른 농장물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가서 확인해 봐야지.'
세준이 움직이려 할 때
-빨리 가자!
덥석.
"어?!"
마음이 급한 켈리온이 손수 세준을 들어 빛바라기꽃이 있는 곳으로 날랐고
착.
순식간에 빛바라기꽃 앞에 도착했다.
-어서 수확해 보거라!
"네."
쏙.
켈리온의 재촉에 세준이 꽃 안에 빼곡하게 박힌 빛바라기 씨앗 중 하나를 뽑자
[빛바라기 씨앗을 얻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채종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채종하기 스킬을 74만 6159번 더 사용하셔야 합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꽃을 꺾으면 씨앗을 한 번에 수확할 수 있지만, 직업 퀘스트 완료를 위해 세준은 그러지 않았다.
"먼저 살펴보세요."
-으흐흐흐. 고맙구나!
세준이 켈리온에게 수확한 씨앗을 건넸을 때
[탑에서 신품종을 탄생시키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
..
.
[직업 특성으로 모든 스탯이 10씩 상승합니다.]
이어서 신품종 업적 메시지까지 나타났다.
"어?! 이거 신품종이었어? 역시 테 부회장, 잘했어!"
세준이 의외의 메시지에 기뻐하며 빛바라기 씨앗을 가져온 테오를 칭찬했다.
그러자
"푸후훗. 안다냥! 나 테 부회장은 항상 잘한다냥!"
테오는 당연히 우쭐해 하며 가슴을 내밀었다.
하지만
낑?!낑?!
'뭐야?! 이거 내가 기운만 먹고 뱉은 건데 왜 여기서 빛의 힘이 나와?!'
세준의 품에 안겨 있던 펜릴은 세준이 든 빛바라기 씨앗과 꽃을 보며 당황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검은 열매를 구한다고 검은탑에 들어가서 오히려 빛의 힘을 찾게 도와주다니···
그것도 하필 빛의 힘이었다. 멸망의 힘에 가장 높은 저항력을 가진 힘.
과거 빛의 힘을 가진 하얀용들이 몸빵을 하고 다른 용들이 공격하면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그래서 졌고···
이게 다른 멸망의 사도들에게 알려지면 망신도 이런 대망신이 없었다.
낑···
'난 멸망의 사도 1좌 펜릴인데···용놈들을 도와주다니···.'
상심한 펜릴의 귀와 꼬리가 축 늘어졌다.
그때
"박 회장, 까망이도 씨앗 구하는 걸 도와줬다냥! 까망이가 씨앗을 물어와서···."
펜릴의 침울한 울음소리를 들은 테오가 얘기를 시작했다. 푸후훗. 까망이, 알겠다냥!
펜릴이 슬프게 우는 이유가 빛바라기 씨앗을 구할 때 자신의 공이 있었음을 알아달라는 뜻으로 생각한 것.
덕분에 펜릴이 한 일을 이곳에 있는 모두가 알게 됐다.
"까망이도 잘했네."
테오의 말을 들은 세준이 펜릴에게 상으로 줄 군고구마 말랭이를 꺼내자
낑!
'먹을 거다!'
침울했던 펜릴의 태도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쫑긋.
펜릴의 귀가 빨딱 서고
붕붕.
꼬리는 사정없이 흔들렸다.
좀 전까지의 고민은 뒤로하고 눈앞의 먹이만을 주시하는 펜릴.
포식자는 사냥할 때 딴생각을 하지 않는다. 역시 고고한 늑대다운 훌륭한 집중력이었다.
"자. 여기."
짭. 짭. 짭.
'끼히히히. 먹이다!'
그렇게 펜릴이 군고구마 말랭이에 집중하며 맛있게 먹는 동안
-빛바리기 씨앗을 너희가 가져왔다니! 그럼 내가 둘에게 큰 상을 줘야겠구나.
켈리온이 둘에게 상을 주려 했다.
"푸후훗. 켈리온 님, 뭘 줄거냥?!"
-둘에게 특별히 마므브라는 성을 내려주지.
"냥?! 싫다냥! 나는 박 씨다냥!"
내 이름은 테오 박. 세준의 성을 받은 테오가 켈리온의 제안을 거절했고
-크하하하.
이미 테오에게 거절당한 적 있는 카이저가 켈리온을 보며 기분 좋게 웃었다.
-크음...그래?!
테오의 말에 뻘쭘해진 켈리온.
-그럼···내 가죽을 주지.
잠시 고민하던 켈리온은 자신의 가죽을 주기로 했고
"좋다냥!'
-됐다.
테오가 허락하자 바로 테오의 가죽을 바꿨다. 펜릴의 가죽도.
덕분에 멸망의 사도와 점점 멀어지는 펜릴이었다.
쏙.쏙.
그렇게 테오와 펜릴이 보상을 받는 사이 세준이 본격적으로 빛바라기 씨앗을 수확했다.
***
하얀탑 관리자 구역.
"할아버지 불렀어?"
켈리온의 호출을 받은 아작스가 나타났다.
"그래. 이리 와 보거라."
심각한 표정으로 아작스를 부르는 켈리온.
"어···할아버지 왜 그래···세요?"
켈리온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아작스가 눈치를 보며 쭈뼛쭈뼛 다가갔다.
"이걸 보거라."
그런 아작스에게 켈리온이 빛바라기 씨앗을 건넸다.
"이게 뭐예요? 여기서 빛의 힘이 느껴져요."
"빛바라기 씨앗이라는 거다."
"아···근데 이거 때문에 절 부른 거예요?"
하얀용이 빛의 힘을 잃은 후 태어난 아작스.
아작스는 켈리온이 이걸 왜 보여주는지 의아해했다.
아작스에게 빛바라기 씨앗은 단지 빛의 힘을 품은 신기한 씨앗일 뿐.
"어휴···."
그런 아작스를 보며 한숨을 내쉬는 켈리온.
'종족의 중대한 일을 쟤한테 맡겨도 되나?'
아작스를 보는 켈리온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켈리온이 이러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건 바로 빛바라기 씨앗의 습성 때문.
'이 정도 힘으로는 수십만 개를 먹어도 예전의 힘을 회복할 수 없어.'
처음에 빛바라기 씨앗을 본 켈리온은 빛바라기 씨앗에 담긴 아주 작은 빛의 힘에 실망했다.
하지만 빛바라기 씨앗을 살펴본 결과 씨앗을 먹는 방법보다 더 많은 빛의 힘을 얻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알아냈다.
그건 바로 빛바라기를 심는 것.
빛바라기는 어둠바라기가 저주를 불러들이는 것과 비슷하게 주변에 빛의 힘을 끌어들이는 습성이 있었다.
그래서 켈리온은 햐얀탑에 빛바라기를 대량으로 키워 주변에 모인 빛의 힘을 모을 생각이었다.
빛의 힘이 많이 모이면 하얀용들이 주변에서 호흡하는 것만으로 빛의 힘을 흡수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빛바라기를 심는 건 당연히 탑농부인 아작스가 해야 했다.
'아···오늘따라 왜 이렇게 심각하시지? 그냥 가면 안 되나.'
아작스는 심각한 표정의 켈리온을 보며 마음속으로 구시렁거릴 때
"손자야, 유학 가거라."
결정을 내린 켈리온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유학이요?"
"그래. 검은탑으로 가서 세준이에게 농사를 제대로 배워오거라!"
"뭐라고요?!"
세준의 노예가 됐지만, 얼굴은 보지 않아 편하게 지내던 아작스.
"내가 세준이에게 허락을 받으마."
"네?!"
제발 거절해! 켈리온의 말에 아작스가 세준이 거절하길 간절히 기도했다.
***
"끝."
빛바라라기꽃에 맺힌 3000개 정도의 씨앗을 수확한 세준.
척.
씨앗 하나를 들어 자세히 살펴봤다.
[빛바라기 씨앗]
탑 안에서 자란 빛바라기의 씨앗으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 맛있습니다.
농사에 익숙한 탑농부가 재배해 맛과 효율이 좋아졌습니다.
빛을 흡수해 저장하기 때문에 빛이 없는 곳에서도 자랄 수 있습니다.
자라면서 주변에 빛의 힘을 불러들입니다. (빛바라기가 많이 자랄수록 빛의 힘을 불러들이는 힘이 강해집니다.)
섭취 시 아주 적은 양의 빛의 힘이 몸 안에 저장됩니다. (빛의 힘이 있으면 부정한 것에 대한 저항력이 증가합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50일
등급 : A
"빛의 힘?"
그게 뭐지? 세준이 궁금해할 때
-그건 창조신께서 우리 하얀용들에게 내려주셨지만, 잃어버린 힘이다.
세준이 빛바라기 씨앗을 수확하는 동안 가만히 있던 켈리온이 대답했다.
"잃어버린 힘이요? 아···그래서···,"
세준은 그제야 좀 전 켈리온의 반응이 왜 그렇게 격했는지 이해했다.
그때
-세준아, 빛바라기를 하얀탑에서 키워도 되겠느냐?
켈리온이 물었다.
"하얀탑에서요? 네. 그러세요. 대신 아시죠?"
-으흐흐흐. 그럼. 그럼. 수확한 씨앗은 너에게 다 가져다주마.
세준이 뭘 원하는지 아는 켈리온이 흔쾌히 대답했다.
그리고
-저기···그래서 말인데···하얀탑에서 빛바라기를 아작스가 키워야 하잖아···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내는 켈리온.
"네. 그렇죠."
-근데 알다시피···아작스가 농사 기술이 별로잖아···
"네. 그렇···죠?"
세준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 때
-그래서 아작스를 여기로 보내려고 하는데···괜찮을까?
켈리온이 아작스를 검은탑으로 보내겠다고 말했다.
'네?! 아작스를요?! 그건 안 돼요."
켈리온의 말을 거절하는 세준. 우리 까망이 죽이면 어떡해요?
아작스가 나타나는 것만으로 그 기운에 노출된 펜릴이 위험하다.
거기다 아작스의 기운에 노출되면 농작물도 죽을 거다.
그리고
'나도 힘들지.'
예전처럼 기절을 안 할 뿐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자존심을 구기며 자신의 약함을 실토해야 했지만, 이제 펜릴을 팔면 된다.
끼로롱.
그렇게 최약체로 취급받는 것도 모르고 세준의 품에서 잠든 펜릴.
'흐흐흐. 까망이, 고맙다.'
세준이 그런 펜릴을 사랑스럽게 바라볼 때
-그건 걱정말거라. 내가 아작스의 힘을 봉인시킬 거니까.
켈리온이 대답했다. 아작스를 유학 보낼 생각을 할 때부터 이미 염두에 둔 부분이었다.
"네? 봉인이요?"
-그래. 이 조각상 정도의 힘으로.
조각상을 보내면 되냐고 물을 수 있지만, 조각상을 움직이기에는 아작스가 너무 약했다.
"뭐···그 정도 힘이면 괜찮죠."
-그래. 잠시만 기다리거라.
그렇게 잠깐 멈춘 하얀용 조각상.
잠시 후.
-이제 아작스를 불러보거라.
아작스의 힘을 봉인한 켈리온이 돌아와 말했고
"네. 아작스 소환."
세준이 아자스를 소환했다.
[하얀탑의 탑농부 아작스 마므브를 소환합니다.]
메시지가 나타난 후 10초 정도가 흐르자
"싫어! 가기 싫다고!"
꾸엥이만 한 귀여운 하얀용 한 마리가 세준의 앞에 나타났다. 바닥에 대(大)자로 누워 생떼를 부리며.
하지만
"아작스, 기상."
여기는 아작스의 어리광을 받아주던 하얀탑이 아니었다.
'흐흐흐. 아작스 녀석, 드디어 제대로 부려 먹을 수 있겠군.'
그저 아작스를 부려먹어보겠다는 생각을 하는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이 있을 뿐.
그리고
"푸후훗. 노예야, 빨리 일어나라냥!"
세준의 충실한 오른팔 테오 박도 있었다.
꾸엥?!
[아빠 이 녀석은 누구다요?!]
왼팔 꾸엥이도.
308화. 형이라고 불러.
308화. 형이라고 불러.
뚝.
세준의 한마디에 아작스가 생떼를 멈췄다.
그리고
슥.
몸을 일으킨 아작스.
"할아버지···."
세준의 명령에 일단 일어난 아작스가 켈리온을 보며 도움을 청했다.
자신은 세준의 노예기 때문에 무조건 세준의 말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크흠. 세준아, 그럼 부탁한다.
-크하하하. 세준아, 살살하거라.
펄럭.펄럭.
켈리온은 세준에게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로 카이저와 분수대로 날아갔고
"하···할아버지가 날 버렸어!"
켈리온이 자신을 버리고 가자 혼자 남겨진 아작스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흐잉!"
자신의 생떼를 받아줄 켈리온이 없자
똑.똑.똑.
닭똥 같은 눈물만 흘리는 아작스. 얼굴에는 세준을 두려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야. 왜 울고 그래? 나 나쁜 사람 아냐."
자신을 악당이 된 것 같자 세준이 아작스를 달래기 시작했다.
"아작스, 이거 먹어볼래?"
당연히 가장 자신 있는 먹을 거로 꼬셨다.
툭.
세준이 옆에 있는 명중의 대봉시 나무에서 대봉시 하나를 따서 내밀자
"흐잉! 흐잉!"
도리.도리.
울면서 고개만 젓는 아작스.
"그래? 아작스가 안 먹으면 이건 누가 먹지?"
세준이 고민하는 척 발연기를 하자
꾸엥!
[아빠! 꾸엥이가 먹고 싶다요!]
꾸엥이가 흥분하며 자신의 오른 앞발을 번쩍 들며 외쳤다. 저거 맛있다요!
"그래. 그럼 꾸엥이 줘야겠다."
세준이 슬쩍 아작스를 보며 말하자
"······"
어느새 울음을 그친 아작스가 대봉시를 보며 갈등에 빠져 있었다.
얼마나 맛있으면 저렇게 먹으려고 하지?
원래 내껀데···그냥 먹는다고 할까?
꾸엥이의 격렬한 반응을 보며 흔들린 것.
하지만
'아냐! 용 자존심이 있지!'
위대한 하얀용으로서 울다가 웃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세준의 유혹을 이겨낸 아작스.
'아작스 네가 이래도 안 먹을 수 있을까?'
이미 아작스의 울음은 그쳤지만, 이제부터는 자존심의 영역이었다.
먹이려는 자와 거부하는 자.
'그리고 이건 나의 승리다.'
세준의 옆에는 뭐든지 맛있게 먹는 먹방 꿈나무 꾸엥이가 있었다.
아마 꾸엥이가 너튜브에서 먹방을 하면 구독자 50만 명은 쉽게 모일 거다.
'궁둥이 댄스까지 추면 100만도 가능하겠지? 흐흐흐.'
잠깐 망상을 하는 세준.
"그래. 그럼 이 대봉시는 꾸엥이가 먹자."
망상에서 빠져나온 세준이 꾸엥이에게 대봉시를 건네자
꾸엥!
[신난다요!]
쩍.
대봉시를 받은 꾸엥이가 일단 대봉시를 반으로 가르고
후루룩.
쩝.쩝.
안의 내용물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역시 먹을 줄 아는 꾸엥이.
꾸엥!
[너무 맛있다요!]
대봉시를 먹으며 꾸엥이가 행복의 포효를 질렀다.
'갑자기 나도 먹고 싶어지네.'
맛있게 먹는 꾸엥이를 보자 세준은 입에 침이 고였다. 어떤 맛인지 상상이 돼서 더 그랬다.
그때
"저기···나도 먹어줄 수 있는데···."
어느새 다가온 아작스가 세준의 바지를 슬며시 잡으며 말했다.
꾸엥이의 먹방에 결국 백기를 든 아작스.
"그래? 잠깐만."
툭.툭.툭.
세준이 대봉시를 한 아름 따서
"자. 먹어."
아작스에게 하나, 꾸엥이에게 하나, 나 하나.
그리고
"에일린, 받아."
나머지 전부를 에이린에게 줬다.
후루룹.
그사이 아작스는 대봉시에 얼굴을 박고 허겁지겁 먹었다.
"후. 벌써 다 먹었네···."
순식간에 대봉시를 다 먹고 아쉬운 표정을 했다.
"아작스, 더 먹을래?"
"응! 이번에는 내가 도와줄게!"
펄럭.펄럭.
잘 보여야지! 아작스가 세준에게 잘 보일 생각으로 대봉시 나무 쪽으로 날아오르며
"윈드 커터!"
마법을 사용해 대봉시와 연결된 꼭지를 바람으로 잘랐다.
그리고 당연히 중력의 법칙에 따라 땅으로 낙하하는 대봉시···들.
나무에 있던 대봉시의 절반 정도가 땅으로 떨어졌다.
철퍽.
"안 돼!"
세준이 바닥에 떨어진 대봉시들을 보며 절규했다.
***
멸망의 외곽.
"오래 걸리는군."
펜릴 대신 지휘를 맡은 할파스가 검은탑을 보며 말했다.
금방 돌아올 거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있었다.
"설마 잡힌 건 아니겠지?"
아냐. 펜릴의 성격이면 죽으면 죽었지 잡힐 리는 없어. 어디서 길을 헤매고 있나 보군.
그렇게 펜릴이 길을 헤매고 있다고 생각하는 할파스.
다시 지휘를 시작했다.
그때
"뭐지?!"
멸망이 잠식해가는 차원 중 멸망의 가장 선봉에 서는 첫 번째 재앙 로커스트가 이상하게 적은 차원이 보였다.
바로 지구였다.
"내가 직접 지휘해야겠군."
할파스의 관심이 지구로 향했다.
***
낑···
세준의 조끼 주머니 안에서 웅크리고 자던 펜릴이 일어났다.
낑?
'여기가 어디지?'
빼꼼.
펜릴이 주머니에서 까치발을 들고 일어나 머리를 주머니 끝에 대고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자
"아작스, 잘 봐. 이렇게 꼭지를 꺾으면 돼."
세준이 명중의 대봉시 나무 앞에서 아작스에게 감 따기 시범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알아!"
아작스는 시범을 보여주는 세준을 향해 짜증을 부렸다.
세준이 앞으로 농사일을 할 때는 마법 사용을 금지했기 때문.
"알긴 뭘 알아?! 그렇게 잘 알아서 대봉시를 다 곤죽을 만드냐?!"
"으···잔소리!"
아작스가 듣기 싫다는 듯 자신의 앞발로 귀를 막았다.
"잔소리라니?! 다 널 잘되라고 하는 소리거든!
물론, 그 대가는 세준의 잔소리 폭탄이었다.
낑.낑.
'역시 대단한 놈이야. 약한 주제에 용에게도 대들다니.'
그렇게 아작스를 혼내는 세준을 구경하던 펜릴.
그때
"까망이, 일어났네?"
세준이 주머니에 머리를 내밀고 있는 펜릴을 발견했고
"놀고 있어."
척.
펜릴을 주머니에서 꺼내 땅에 풀어놨다.
킁.킁.
낑?
'근데 이게 무슨 냄새지?'
땅에 내려온 펜릴이 자기 몸에 코를 대고 열심히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그리고
낑?!
'이게 뭐야?!'
몸에서 나는 냄새의 정체를 알게 된 펜릴이 당황했다. 왜 내 가죽이 용 가죽으로 바뀐 거야?!
펜릴이 자신이 당한 감당할 수 없는 치욕에 당황할 때
"푸후훗. 까망이, 그렇게 감격스럽냥? 다 내 덕분이다냥!"
테오가 옆에서 웃으며 펜릴의 속을 뒤집었다.
낑!
'웃지 마!'
화난 펜릴이 테오에게 달려들어
앙.
꽉 물었다. 하지만 테오는 펜릴과 같은 용 가죽.
우득.
낑?!
오히려 펜릴의 이가 나갔다.
"푸후훗. 까망이, 이빨 빠진 거냥?! 푸후훗. 걱정말라냥!"
덥썩.
테오가 펜릴을 들고 분수대에서 술을 마시는 용들에게 달려갔다.
용아(龍牙)를 받기 위해서. 푸후훗. 내가 이빨도 바꿔주겠다냥!
그렇게 테오와 펜릴이 용들을 찾아간 사이
"좋아. 오늘은 여기까지. 이거 먹고 자자."
잔소리를 끝낸 세준이 일어나 걸쭉한 붉은 액체가 든 그릇을 들었다.
아작스 때문에 땅에 떨어진 대봉시의 윗부분만 꾸엥이가 염력으로 걷어내 담은 것이다.
"흥! 안 먹어."
아작스는 고개를 홱 돌리며 자신이 삐졌음을 어필했다.
그리고
꾸엥!
[고맙다요!]
아작스의 거부에 고마워하는 꾸엥이.
아작스가 안 먹는 만큼 자신이 더 먹을 수 있기 때문.
"그래. 그럼 먹지 마라. 아이스큐브."
세준도 더 권하지 않고 얼음을 만들어 그 위에 대봉시를 올려 사각사각한 느낌이 날 때까지 얼음과 비볐다.
바로 홍시 슬러시였다.
'흐흐흐. 이게 얼마나 맛있는데.'
"자. 먹자."
꾸엥!
[잘 먹겠습니다요!]
푹.푹.
세준이 꾸엥이에게 숟가락을 주며 옆에 숟가락 하나를 더 놓고 홍시 슬러시를 맛있게 먹었다.
명중률이 상승한다는 메시지가 나타났지만, 세준과 꾸엥이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푹.
슬그머니 다가와 숟가락을 들고 홍시 슬러시를 떠먹는 아작스.
"오! 차갑게 먹으니까 더 맛있어!"
"그렇지? 많이 먹어."
"응! 근데 형이라고 불러도 돼?"
세준과 친해지고 싶은 아작스가 말했다. 맛있는 거 주면 다 형인 것이다.
"그래. 형이라고 불러."
세준이 흔쾌히 허락했다.
"알았어! 세준이 형!"
세준의 허락에 기뻐하며 다시 홍시 슬러시를 열심히 퍼먹는 아작스.
그렇게 500살 아작스가 27살 세준을 형으로 모시기로 했고
꾸엥?
[그럼 꾸엥이 작은 아빠다요?]
꾸엥이는 작은 아빠가 생겼다.
셋은 아이스홍시를 맛있게 먹고 잠들었다.
***
다음 날 아침.
"읏차."
[자는 동안 가진 생명력의 10%를 저장했습니다.]
[생명의 구슬이 0.6% 완성됐습니다.]
눈을 뜬 세준의 눈에 생명력을 저장했다는 메시지가 보였다.
'그래도 조금 올랐네.'
요즘 스탯이 많이 오른 덕분인지 어제부터는 생명의 구슬 완성도가 하루에 0.15%씩 상승했다.
그때
고로롱.
끼로롱.
삐로롱.
세준의 귀로 곤히 자는 동물들의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아로롱.
하나 더 추가된 소리. 어제 검은탑에 온 아작스였다.
아작스는 형과 같이 자고 싶다며 당당하게 세준의 옆에 누웠고.
덕분에 카이저는 흥분한 에일린의 방문을 받아야 했다.
"할아버지! 나도 세준이 옆에서 잘래! 힘 봉인해줘!"
다행히 힘을 봉인하면 폴리모프가 안 된다는 말에 에일린은 아쉬워하며 돌아갔다.
"일어나야지."
"냐앙···."
세준이 테오를 들어 무릎에 착용하고 밖으로 나가려 할 때
"형, 어디 가?"
아작스가 잠에서 일어나 세준을 불렀다.
"응. 잠깐 수확할 게 있어서."
"그럼 나도 같이 가."
"그래. 따라 와."
"응!"
펄럭.펄럭.
아작스가 날아올라 세준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갔다.
그리고
"오! 다 자랐네!"
세준이 향한 곳에는 호두가 잔뜩 열린 호두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다른 호두나무 9그루가 이제 세준의 가슴 높이까지 자란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성장이었다.
어제 세준이 자기 전 수확의 비약을 한 방울 줬기 때문.
돌아가는 토끼들에게 선물로 주기 위해서였다.
"자. 따자."
뿌드득.
세준이 신기 수호하는 나무 방패를 잠자리채처럼 만들어 호두를 수확했고
"응!"
아작스는 날아다니며 앞발로 하나씩 호두를 수확했다.
[수련의 호두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70을 획득했습니다.]
···
..
.
그렇게 아작스와 열심히 호두를 수확하던 세준.
그때
[특훈의 호두를 수확했습니다.]
···
..
.
"응?!"
이름이 다른 호두가 보였다.
겉으로는 수련의 호두와 큰 차이가 없는 호두.
세준이 특훈의 호두를 찾아 살펴봤다.
[특훈의 호두]
탑 안에서 자란 호두나무에서 희박한 확률로 열리는 호두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 맛있습니다.
수련의 호두보다 더욱 단단한 껍질을 가진 호두입니다.
껍질을 깔 부술 때마다 힘이 10 상승합니다.
안의 호두알을 먹으면 평소보다 포만감이 오래갑니다.
등급 : A
아쉽게도 신품종은 아니었다.
"맛은 어떠려나?"
세준이 특훈의 호두를 쥔 오른손에 힘을 줬다.
수련의 호두보다 더 단단했지만, 세준의 힘은 거의 800에 육박한 상태.
콰직.
특훈의 호두는 쉽게 부서졌다.
그리고
[특훈의 호두 껍질을 부쉈습니다.]
[힘이 10 상승합니다.]
힘이 상승했다는 메시지를 보며 호두를 입에 넣고 씹었다.
우적.우적.
"확실히 더 고소하네."
확실히 힘 1을 올려주는 수련의 호두보다 맛잇었다.
세준이 호두를 먹고 있자
"형님! 나도 먹고 싶어!"
아작스가 서둘러 세준을 향해 날아왔다.
먹을거리를 가진 세준을 보자 어디서 갑자기 존경심이 자라났는지 형에 '님'자가 붙었다.
검은탑 유학 2일 차. 아작스의 맛있는 아침이 시작됐다.
309화. 검은콩을 강화하다.
309화. 검은콩을 강화하다.
"아작스, 수고했어. 들어가서 좀 쉬어."
"응!"
세준의 말에 아작스가 다시 자러 갔다.
그렇게 혼자 남은 세준.
철컹.
세준이 아공간 창고를 열고 들어가
달칵.
풍요의 황금 상자를 열어 검은콩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전부 꺼냈다.
그리고
"잘 되겠지?"
세준이 긴장한 표정으로 강화의 비약을 손에 들었다.
세준은 강화의 비약으로 검은콩을 강화할 생각이었다.
척.
세준이 검은콩을 바닥에 놓고
뽕.
강화의 비약이 든 유리병의 뚜껑을 열어
똑.
조심히 한 방울을 떨어트렸다.
스륵.
검은콩이 강화의 비약을 순식간에 흡수했다.
"된 건가?"
척.
세준이 긴장한 표정으로 검은콩을 들어 살펴봤다.
"어?! 망했다···."
검은콩을 확인한 세준의 얼굴이 굳었다.
하필 강화된 게 유통기한. 150일에서 200일로 늘어났다.
"박 회장, 얼굴이 썩었다냥!"
꾹.꾹.
세준을 구경하고 있던 테오가 세준의 얼굴을 마사지했다.
덕분에 기분이 좀 풀린 세준.
"좋아! 다시 한번 간다!"
"푸후훗. 좋다냥!"
똑.
세준이 테오의 응원을 받으며 검은콩에 강화의 비약을 떨어트리고 다시 확인했다.
[초월의 검정콩(+2)]
···
..
.
초월의 검정콩을 섭취할 시 힘 불끈 노랑콩, 체력 튼튼 빨강콩, 민첩 쌩쌩 초록콩, 마력 풀풀 푸른콩의 효과가 모든 격을 초월해 발휘되고 효과가 400% 활성화됩니다.
심어도 뿌리가 나지 않는 콩입니다.
강화의 비약으로 2번 강화됐습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200일
등급 : A
"오! 됐다!"
테오의 응원과 마사지 덕분인지 다행히 이번에는 원하는 게 강화됐다.
300% 활성화에서 400% 활성화로 변해있었다.
"좋아."
척.
세준이 강화된 2강 검은콩을 풍요의 황금 상자에 넣고 밖으로 나왔다.
잠시 후.
"자. 받아."
세준이 떠나는 흑토끼에게 가죽 주머니 하나를 건넸다.
뺙?
[삼촌, 이게 뭐예요?]
다라락.다라락.
가죽 주머니를 흔들며 묻는 흑토끼.
"수련의 호두야."
뺙?!뺙!
[정말요?! 감사해요!]
예상치 못한 세준의 선물에 흑토끼가 감격했다.
수련의 호두는 레드리본 왕국의 국력을 키우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했다.
"그럼 조심히 가. 다음에 수확하면 또 보내줄게."
뺙!뺙!
[네! 감사해요!]
삐익!
[그럼 가볼게요!]
삐이!
[안녕히 계세요!]
"내가 바래다줄게. 토룡아!"
세준이 토룡이를 부를 때
슥.
"박 회장, 나는 여기 남겠다냥! 해결할 일이 있다냥!"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서 떨어졌다.
"그래? 알았어."
세준 혼자 토끼들을 토룡이 머리에 태우고 탑 99층 입구까지 배웅했다.
그렇게 세준이 자리를 비우자
찌릿.
서로를 노려보는 테오와 아작스.
"난 박 회장의 오른팔이다냥! 내가 더 높다냥!"
"아니! 난 세준이 형의 동생이니까 내가 더 높아!"
테오와 아작스가 서열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때
꾸엥?
[아빠 어디 갔다요?]
어제 늦게까지 세준과 놀다 늦잠을 잔 꾸엥이가 세준을 찾으며 어슬렁어슬렁 다가왔다.
그리고
"꾸엥이, 잘 왔다냥! 우리 중 누가 박 회장 바로 아래냥?!"
"그래! 꾸엥이, 네가 말해줘! 우리 둘 중 누가 이인자야?!"
둘은 꾸엥이에게 누가 이 농장의 이인자인지 물었다.
그러나 둘이 착각하는 게 있었다.
꾸헤헤헤.꾸엥!꾸엥!
[헤헤헤. 둘이 싸우지 않아도 된다요! 왜냐하면 아빠 다음은 꾸엥이다요!]
꾸엥이도 자신을 이인자로 생각하고 있던 것.
덕분에 이파전이었던 서열 싸움은 꾸엥이까지 참가하며 삼파전으로 번졌고
"아니다냥! 나 테 부회장이 박 회장 다음 서열이다냥!"
"아니라고! 세준이 형의 동생인 내가 이인자야!!
꾸엥!꾸엥!
[아니다요! 아빠 다음은 꾸엥이다요!]
그렇게 셋의 논쟁은 세준이 돌아올 때까지 계속됐다.
***
토끼들을 바래다주고 농장으로 돌아가는 길.
쿠구궁.
세준은 토룡이 머리 위에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때
"에일린, 근데 검은용이 지배하는 속성이 어둠이야?"
궁금한 게 생긴 세준이 에일린에게 물었다.
이번 빛바라기 씨앗을 수확하며 아홉 종족이 지배하는 속성이 하나씩 있다는 걸 알게 된 세준.
빛의 반대는 어둠.
세준은 하얀용이 빛의 힘이면 검은용은 어둠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탑의 관리자가 맞다고 말합니다.]
"아. 맞구나. 근데 어둠은 어떤 힘이야?"
세준은 어둠의 힘이 잘 상상되지 않아 물었다.
하지만
[탑의 관리자가 자신이 태어날 때는 이미 어둠의 힘이 사라져서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대답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에일린은 어둠의 힘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아···아니야! 내가 미안해."
세준이 서둘러 사과했다.
그리고
······
어색해진 분위기.
'괜히 물어봐서···.'
세준은 자신의 경솔함을 자책했다.
"근데 에일린에게 어둠의 힘을 찾아줄 방법이 없을까?"
빛바라기로 하얀용에게 빛의 힘을 찾아줬다.
그럼 어둠의 힘을 가진 농작물을 찾으면···
"에일린에게 어둠의 힘을 찾아줄 수 있겠지? 아!"
그때 세준의 머릿속을 스치는 기억 하나. 혹시 그거라면···
철컹.
세준이 서둘러 아공간 창고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경험 많은 농사꾼의 식물도감이었다.
그리고
사라락.
책을 펼쳐 원하는 페이지를 찾았다.
[힘의 호박고구마 - 탑 99층, 탑 55층]
[태양의 호박고구마 - 탑 99층, 탑 55층]
[밤고구마 - 탑 70층]
도감을 시험해보기 위해 사용했던 페이지.
"밤고구마."
왠지 어둠의 힘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촉이 왔다.
"좋아. 일단 탑 70층 땅문서부터 구해야겠다."
세준은 일단 탑 70층에 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슥.슥.슥.
도감에 자신이 원하는 농작물의 이름을 썼다.
검은탑에 없음.
검은탑에 없음.
검은탑에 없음.
···
..
.
생각보다 검은탑에 없는 게 많았지만
[마력의 레몬 - 탑 72층]
[힘과 체력의 배 - 탑 81층]
다행히 2개는 있었다.
그렇게 세준이 먹고 싶거나 생각나는 농작물로 식물도감의 50페이지를 사용했을 때
-주인님, 도착했습니다.
농장에 도착한 토룡이가 세준을 불렀다.
"응. 고마워."
슈웅.
척.
세준이 토룡이의 머리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땅에 착지한 후
"배고프다. 빨리 아침 먹어야지."
서둘러 취사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응? 얘들아, 뭐해?"
세준이 취사장 앞에서 서로 대치하고 있는 테오, 꾸엥이, 아작스를 발견했다.
"박 회장, 잘 왔다냥! 우리 중 누가 이인자냥?! 푸후훗. 당연히 말할 것도 없이 나 테 부회장이겠지만냥!"
"아니야! 세준이 형, 나지?!"
꾸엥!꾸엥!
[아니다요! 꾸엥이다요!]
세준을 발견한 셋이 세준의 다리에 매달려 자기가 이인자라고 주장하며 칭얼거렸다.
"진정해. 일단 밥부터 먹자."
착.
세준이 테오를 들어 무릎에 착용하며 말하자
"푸후훗. 츄르를 달라냥!"
"그럼 그럴까?"
꾸엥!
[좋다요!]
순식간에 얌전해진 셋.
"나 요리하는 동안 얌전히 기다려."
"알겠다냥!"
"응! 형!"
꾸엥!
[꾸엥이 얌전히 앉아있겠다요!]
세준의 말에 셋은 대기모드가 돼서 세준의 요리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셋이 기다리는 동안
탁.탁.탁.
세준은 빠르게 에그 푸릇 100개를 까서 그릇에 넣고
다다다다.
빠르게 저어 계란의 끈기를 없앴다.
치이이익.
그렇게 저은 계란물을 약불로 예열한 검은 냄비에 부어주고
휘적.휘적.
저으며 에그 스크램블을 만들었다.
"다 됐다."
와르르.
세준은 완성된 에그 스크램블을 접시 위에 부었다.
양이 많아 접시 위에 수북이 쌓인 에그 스크램블.
주르륵.
세준이 그 위에 피자를 만들고 남은 토마토 페이스트를 부었다.
그렇게 완성된 요리.
"흐흐흐. 화산 에그 스크럼블 완성."
세준이 웃으며 말했다.
"얘들아, 먹어 봐!"
쿵.
세준이 접시를 테이블 자신 있게 놨다.
그리고
"역시 세준 형님! 앞으로도 형님으로 모실게!"
꾸엥!
[역시 아빠는 요리 천재다요!]
화산 에그 스크럼블의 맛에 감탄하며 열심히 먹는 아작스와 꾸엥이.
"자. 테 부회장도 먹어."
"푸후훗. 잘 먹겠다냥!"
촵.촵.촵.
둘이 맛있게 먹는 걸 확인한 세준이 테오에게 츄르를 주며
냠.
자신의 요리를 맛봤다. 계란과 케첩을 함께 먹는 맛. 맛없을 리가 없었다.
"흐흐흐. 맛있네. 점심에는 감자튀김을 먹을까?"
케첩을 떠올리니 자연스럽게 감자튀김이 연상됐다.
"그럼 기름이 필요한데···."
그렇게 기름 만들 방법을 생각하던 세준.
"근데 뭔가 잊은 거 같은데?"
세준이 자신이 잊은 걸 기억해내려 할 때
낑!낑?!
'야! 너희만 먹냐?!'
세준이 잊고 있던 펜릴이 나타났다.
일어났는데 자신만 덩그러니 침대에 혼자 있자 세준을 찾아온 것이다.
낑차.낑차.
몸을 매달려 가까스로 취사장 문턱을 열심히 넘은 펜릴.
뚱땅.뚱땅.
척.
세준의 앞에 앉아 세준이 먹는 음식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거 맛있어 보인다! 나도 그거 줘라!
뚝.뚝.
침을 흘리며.
"까망이, 이거 먹고 싶어? 자."
세준이 토마토 페이스트가 묻지 않은 에그 스크램블 조각을 손으로 주자
짭.짭.짭.
열심히 먹는 펜릴. 끼히히히. 맛있어!
세준의 손에 있는 걸 다 먹자
낑!낑!
'더 줘! 저기 많잖아!'
펜릴은 세준과 식탁 위 에그 스크램블이 쌓인 접시를 번갈아 보며 짖더니 직접 해결할 생각인지 접시를 향해 점프했다.
깔짝.
지면에서 2cm 정도 떴다 떨어지는 펜릴의 뒷다리. 점프력이 많이 모자랐다.
하지만
낑!
'먹을 거야!'
깔짝.깔짝.
포기를 모르는 늑대 펜릴은 계속 먹이를 노리며 점프했고
"푸흡. 까망이, 이거 먹자."
펜릴을 보며 충분히 웃은 세준이 그릇에 에그 스크램블을 담아 펜릴에게 줬다.
짭.짭.짭.
낑!낑!
'이거 진짜 부드러워! 맛있어!'
펜릴이 검은탑에 들어오고 먹은 군고구마 말랭이와 검은색 로얄젤리 이후 먹은 세 번째 음식.
까망이가 계란맛에 흠뻑 빠졌다.
꺽!
그렇게 배불리 먹고
꾸벅.꾸벅.
세준의 발에 몸을 기대고 조는 펜릴.
척.
세준이 펜릴을 들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이건 앞으로 까망이 밥그릇으로 써야겠다."
펜릴이 사용한 그릇에 '까망이'라고 이름을 새겼다.
그렇게 검은탑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물건을 갖게 된 펜릴이었다.
식사가 끝나자
"테 부회장, 밑에 좀 내려갔다 와."
"냥?! 안 가면 안 되냥?!"
"안돼. 탑 70층 땅문서가 필요해."
세준은 에일린에게 어둠의 힘을 찾아주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추가로 탑 72층, 81층 땅문서도 보이면 구해달라고 말했다.
"푸후훗. 그런 것이냥?! 나만 믿으라냥! 삐욧이 가자냥!"
삐욧!
[네!]
세준의 부탁에 삐욧이와 길을 나서는 테오.
"꾸엥이는 약초 보러 갈 거지?"
꾸엥!
[그렇다요!]
"여기 도시락."
세준이 테오가 음식점에서 사 왔다가 남은 음식을 꾸엥이의 도시락으로 챙겨줬다.
꾸엥!
[아빠, 다녀오겠다요!]
그렇게 꾸엥이도 서쪽 숲으로 떠나자
"휴우. 다 떨어트렸다."
셋을 떨어트려 놓은 세준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작스, 대파 수확 좀 도와줘."
"응! 세준이 형!"
세준이 아작스를 데리고 대파밭으로 갔다. S급 해독의 대파를 수확하기 위해서였다.
"자. 이렇게 뽑으면 돼."
쑥.
세준이 시범을 보이자
"응!"
쑥.
아작스도 세준이 가르쳐준 대로 대파를 수확했다.
1시간 후.
"아작스, 이거 마셔."
세준이 얼음을 동동 띄운 꿀물을 아작스에게 건넸다.
"형님, 고마워!"
아작스가 세준이 건넨 꿀물을 받자마자
꿀꺽.꿀꺽.
빠르게 들이켰고
"와! 맛있어!"
세준을 뿌듯하게 바라봤다. 역시 내가 형으로 모실 만해!
"이제 방울토마토 수확하러 가자."
"응! 형님!"
꿀물로 아작스의 세준에 대한 존경심이 5 상승했다.
310화. 정말 우리 아빠 몰라?!
310화. 정말 우리 아빠 몰라?!
"냥냥냥."
삐욧.삐욧.
검은탑 70층 땅문서를 찾기 위해 콧노래를 부르며 탑을 내려가는 테오와 삐욧이.
그렇게 50층까지 콧노래를 부르며 무념무상으로 내려갔을 때
"냥?! 근데 70층 땅문서를 어디서 구하냥?"
지금까지 아무 생각이 없던 테오가 고민에 빠졌다.
삐욧···
[글쎄요···]
함께 고민하는 삐욧이.
둘이 고민하며 걷고 있을 때
"냥? 또냥?"
삐욧?
[테오 님, 어디로 갈까요?]
둘의 앞에 갈림길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왼쪽이다냥!"
자신 있게 길을 선택하는 테오.
삐욧!
[테오 님이 가는 곳은 항상 옳습니다!]
그렇게 테오와 삐욧이가 지나가자
쿵.
당연하다는 듯 왼쪽 길이 닫히며 뱀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리고
쉬익.쉬익.
길을 가는 둘의 앞에 수백 마리의 하얀 뱀들이 나타났다.
삐욧!
[테오 님, 저한테 맡겨주세요!]
콕.콕.
삐욧이가 부리로 뱀들을 처치했다.
농장에서 잘 먹고 자란 덕분인지 삐욧이는 상당히 강해져 있었다.
"나의 노예 개론, 나오라냥!"
-주인님, 부르셨습니까!
"그렇다냥! 코인을 주워라냥!"
-네!
그렇게 삐욧이가 하얀뱀을 처치하고
날름.날름.
테오의 머리 위에서 개론이 백색 코인을 수거하며 이동했다.
그렇게 길을 걸어가고 있을 때
"살려주세요!"
비명이 들려왔다.
"푸후훗. 유렌이면 좋겠다냥!"
삐욧!
[아마 유렌 님이 맞을걸요!]
당연히 유렌이라고 생각하는 둘.
하지만
"아쉽다냥! 유렌이 아니다냥!"
삐욧.삐욧···
[그러게요. 당연히 유렌 님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이 발견한 건 호구 대상인 유렌이 아니라 꽤 덩치가 있는 판다곰이었다.
판다를 보며 아쉬워하는 둘.
그때
"저기 구경만 하지 말고 저 좀 구해주세요!"
하얀뱀을 피해 벽에 매달린 판다가 테오와 삐욧이를 보며 도움을 청했다.
"푸후훗. 알겠다냥!"
빳칭!
테오가 용발톱을 뽑아
휙!
빠르게 앞발을 휘둘렀다.
그리고
쩌저적.
여섯 등분으로 갈라지는 요르문간드의 파편.
땡그랑.
"삐욧이, 주워라냥!"
삐욧!
[네!]
테오가 삐욧이에게 떨어지는 백색 코인을 줍게 했다.
그렇게 요르문간드 파편 안에서 빠져나온 테오, 삐욧이 그리고 판다.
"구해줘서 고마워! 나는 판첸이라고 해!"
판첸이 테오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사이
"푸후훗. 반갑다냥! 일단 도장부터 찍어라냥!"
꾸욱.
테오가 판첸의 도장을 받아냈다.
"어? 어!!! 지금 뭐 하는 거야?!"
엉겁결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판첸이 소리치며 서둘러 계약서를 읽어 내려갔다. 아무 데나 도장 찍으면 큰일 난다고 했는데···
"푸후훗. 나 테 부회장이 구해줬으니 도장을 찍어야 하는 것이다냥!"
삐욧!삐욧?!
[맞아요! 그럼 공짜로 구해줄 줄 알았나요?!]
테오아 삐욧이는 그런 판첸을 보며 우쭐해 했다.
그때
"끙···돈이 필요한 거면 말을 하지."
계약서를 다 읽은 판첸이 별거 아니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냥?! 그럼 10억 탑코인 줄 수 있냥?"
계약서에 적힌 금액은 유렌을 구해줄 때 쓰려고 미리 적어 놓은 금액인 10억 탑코인이었다.
"그럼.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누구긴 너는 판첸이다냥!"
"아···그게 아니고 사실 우리 아빠가 판수르야."
판첸이 우쭐해하며 말했다. 파핫. 이제 놀라겠지?
판첸은 테오가 깜짝 놀랄거라 생각했지만
"냥? 판수르가 누구냥? 삐욧이, 판수르라고 들어봤냥?"
삐욧.삐욧.
[아니요. 모르겠는데요.]
둘 다 판수르가 누군지 몰랐다.
"어?! 정말 우리 아빠 몰라?!"
판수르를 모르는 테오와 삐욧이를 보며 판첸이 실망했다. 우리 아빠 유명한데···
"아빠 자랑 그만하고 돈이나 달라냥!"
테오가 앞발을 내밀며 돈을 요구했다.
"아···나는 없고 아빠가 돈이 있어."
갑자기 쭈굴해지는 판첸.
"뭐냥?! 그럼 판첸은 돈을 갚을 수 없으니 노예인 거다냥!"
"어?! 우리 아빠가 돈이 있다니까!"
삐욧!삐욧!
[테오 님, 말이 다 맞아! 노예가 어디서 말대꾸야!]
콕.콕.
삐욧이가 테오에게 항의하는 판첸의 머리를 쪼았다.
"앗! 아파! 아프다고!"
삐욧?!
[노예 주제에 어디서 반말이야?!]
"앗! 아프다고요."
그렇게 삐욧이에게 노예로서의 공손함을 배운 판첸.
"푸후훗. 노예야 따라오라냥!"
테오가 판첸을 데리고 다시 길을 나섰다.
하지만
멈칫.
곧 걸음을 멈췄다.
"냥?! 어디로 가냥?"
탑 70층 땅문서를 구하려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삐욧?
[루이 님한테 가서 물어볼까요?]
삐욧이가 아이디어를 냈다.
"그게 좋겠다냥! 루이한테 가서 찾아달라고 말하자냥!"
테오가 코브 왕국이 있는 탑 79층으로 목적지를 정할 때
"파핫. 혹시 찾으시는 물건이 있으신 겁니까?"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판첸이 간사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건 아빠한테 갈 수 있는 기회야!
"그렇다냥! 탑 70층 땅문서를 찾고 있다냥!"
"그럼 저를 따라오시죠! 제가 무슨 물건이든 구할 수 있는 곳을 알고 있습니다!"
"정말이냥?!"
"그럼요! 블랙 마켓이라는 곳입니다!"
"알겠다냥! 안내하라냥!"
"네! 따라오시죠!"
판첸이 탑 66층을 향해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이놈들 두고 봐라! 도착하면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검은탑 66층. 그곳에는 특별한 시장이 있었다.
불법적으로 구한 온갖 물건을 파는 블랙 마켓.
그리고 판첸의 아버지 판수르는 블랙 마켓의 주인이었다.
"푸후훗. 노예야! 빨리 움직여라냥!"
삐욧!삐욧!
[그래! 테오 님, 빨리 돌아가야 한단 말이야!]
그것도 모르고 테오와 삐욧이가 판첸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
저녁 시간.
"꾸엥이, 준비됐지?"
와르르르.
세준이 채 썬 감자를 검은 냄비에 부으며 말했다.
꾸엥!
[꾸엥이 준비됐다요!]
세준의 물음에 냄비 뚜껑을 들고 자신 있게 대답하는 오늘의 부주방장 꾸엥이.
"좋아. 그럼 시작한다!"
세준이 손잡이에 마력을 집어넣어 냄비를 뜨겁게 만들었다.
그리고
"꾸엥이, 지금이야!"
꾸엥!
[알겠다요!]
세준의 신호에 꾸엥이가 5m 정도 크기로 거대화하며 냄비 뚜껑으로 냄비를 일부만 덮었다.
그리고
꾸에에엥!!
[맛있어진다요오오!!]
꾸엥이가 냄비에 꾸엥후를 약하게 사용하며 바람을 불어 넣었다.
검은 냄비의 고열과 꾸엥이의 바람을 이용한 탑 99층식 에어프라이어였다.
그렇게 꾸엥이가 10번 정도 꾸엥후를 사용하자
"꾸엥아, 이제 그만해도 돼."
꾸엥?!
[벌써 완성이다요?!]
"응. 빨리 열어보자."
꾸엥!
[알겠다요!]
척.
꾸엥이가 냄비 뚜껑을 열자
지글지글.
아직 남은 열기로 튀겨지는 감자튀김이 보였다.
솔솔솔.
세준이 감자튀김에 소금을 뿌리고
휘적.휘적
소금이 잘 섞이게 감자튀김을 위아래로 섞어주며 김을 빼줬다.
잠시 후
"잘 됐나?"
척.
감자튀김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아작.
짭짤한 맛에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완벽해!
꿀꺽.
꾸엥?!
[아빠 맛있다요?!]
꾸엥이가 감자튀김을 먹는 세준을 보며 군침을 삼켰다.
'응. 꾸엥이도 먹어봐."
쏙.
세준이 꾸엥이의 입에 감자튀김을 넣어줬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맛있다요!]
발을 동동거리며 기쁨을 표현하는 꾸엥이.
"아작스, 저녁 먹어!"
그사이 세준이 밖에서 쪼그리고 앉아 괭이로 감자를 캐고 있는 아작스를 불렀다.
"응! 형님!"
세준의 부름에 서둘러 날아오는 아작스.
'으히힛! 세준이 형이 또 어떤 맛있는 걸 했으려나?'
기대감을 한가득 품고.
"오! 역시 세준이 형님이야!"
물론 세준의 요리는 기대 이상이었다.
짭쪼롬한 감자튀김은 그냥 먹어도 맛있었고.
아침에 먹은 토마토소스에 찍어 먹어도 맛있었다.
그렇게 세준, 꾸엥이, 아작스가 맛있게 감자튀김을 먹고 있을 때
[주인님, 저 왔어요!]
"어?! 세준 님, 벌써 저녁 드시고 계셨어요?!"
불꽃이를 어깨에 올린 베로니카가 돌아왔다.
불꽃이가 베로니카에게 농장을 구경시킨다고 어제 아침에 데려가서 지금 도착한 것.
말이 구경이지 사실은 불꽃이의 지시로 남서쪽에 사는 엔트들의 씨앗 따주기와 가지치기를 해주고 왔다.
"불꽃이 어서 와. 베로니카 님도 어서 드세요."
세준이 베로니카에게 불꽃이를 건네받으며 감자튀김을 권했다.
그때
'뭐야?! 세준이 형이 왜 쟤한테 존댓말을 하지?'
세준이 형은 나 아작스의 형이니까 아무한테나 존댓말 하면 안 된단 말야!
베로니카에게 존댓말을 하는 세준을 보며 심기가 불편해진 아작스.
베로니카를 노려봤다.
"위···위대한 하얀용을 뵙습니다!"
아작스의 시선을 느낀 베로니카가 뒤늦게 아작스를 발견하고는 서둘러 절을 했다.
'너 앞으로 세준이 형한테 존댓말 받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런 베로니카에게 아작스가 텔레파시 마법으로 협박했다.
'네! 위대한 하얀용이시여.'
덕분에 세준은 베로니카에게 반말을 해달라는 간절한 요청을 받고 말을 놓게 됐다.
그렇게 저녁 식사가 끝나고
"불꽃이, 여기에 잠깐 서 볼래?"
세준이 어깨에 있는 불꽃이를 땅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네! 여기 설까요?]
"응. 잠깐 그러고 있어."
세준이 불꽃이를 서 있게 한 후
뽕.
수확의 비약이 든 유리병을 열었다.
세준은 불꽃이에게 수확의 비약을 사용해 불꽃이를 성장시킬 생각이었다.
똑.
그렇게 세준이 불꽃이의 이파리에 수확의 비약 한 방울을 떨어트렸다.
[헤헷. 시원해요!]
수확의 비약을 맞은 불꽃이가 상큼하게 웃었다.
하지만
······
아무런 반응도 없는 불꽃이.
'한 방울로는 안 되나?
똑.
전혀 반응이 없었기에 세준은 수확의 비약 한 방울을 더 떨어트렸다.
[이얍! 주인님, 힘이 나요!]
불꽃이가 이파리로 알통을 만들어 보여줬지만, 몸은 전혀 성장은 하지 않았다.
'뭐지?'
척.
세준은 두 방울 이상 사용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하고는 불꽃이를 다시 어깨 위에 올렸고
스륵.
불꽃이와 연결됐던 뿌리가 서둘러 땅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북서쪽 지역.
[얘들아, 무럭무럭 자라!]
뿌드득.뿌드득.
불꽃이가 수확의 비약 기운을 엔트들에게 나눠주며 엔트들을 성장시켰다.
베로니카를 데리고 간 이유가 이거였다.
엔트들이 수확의 비약 기운을 잘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불꽃이 성장에 실패한 세준.
똑.
세준이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 씨앗에 조심히 강화의 비약을 떨어트렸다.
비약을 쓴 김에 나머지도 후딱 해결할 생각인 세준.
"아작스, 잠깐 하얀탑에 좀 다녀와."
강화한 씨앗을 심기 위해 아작스에게 하얀탑에 다녀오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렁.그렁.
"세준이 형, 너무해···."
두 눈에 눈물이 고이며 굉장한 서운한 표정을 짓는 아작스. 세준이 형, 내가 싫은 거야?!
"그런 거 아니야. 이것만 심어서 수확만 하고 오라고. 내일 아침에 바로 다시 부를 거야."
"정말이지?! 나 꼭 불러야 해! 알았지?!"
"응. 걱정 마."
"알았어. 그럼 갈게."
아작스는 세준에게 여러 번 확답을 받은 후에야 하얀탑에 가는 걸 승낙했다.
"이거 받아. 씨앗 심고서 위에다 한 방울 떨어트리고 반응이 없으면 한 방울 더 뿌려."
세준이 아작스에게 수확의 비약을 주며 말했다.
"알았어! 형!"
"그럼 잘하고 와. 돌아가. 아작스"
"형! 내일 아침에 나 꼭 불러야 해! 알았지?!"
"응."
[하얀탑의 탑농부 아작스 마므브를 역소환합니다.]
마지막까지 세준에게 다짐을 받으며 아작스가 하얀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때쯤
"여기에요!"
판첸이 테오와 삐욧이를 데리고 탑 66층에 도착했다.
311화. 근데 아침은 뭐야?
311화. 근데 아침은 뭐야?
검은탑 66층.
왼쪽에는 우뚝 솟은 탑이 오른쪽에는 거대한 붉은색 성벽이 보였다.
"따라오시죠."
"푸후훗. 알겠다냥!"
삐욧!
[빨리 안내해!]
판첸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테오와 삐욧이를 블랙 마켓으로 안내했다.
불법적으로 구한 물건을 파는 만큼 블랙 마켓은 검은탑의 여러 층에서 아주 비밀스럽게 운영됐다.
특히 블랙 마켓의 본부가 어디 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블랙 마켓의 단골조차 정확한 위치를 모를 정도.
판첸이 향하는 곳도 블랙 마켓의 지부였다. 다만 판첸에게는 본부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그렇게 판첸이 향한 곳은 붉은색 성벽이 보이는 오른쪽. 레드오크들이 사는 도시 '붉은 성채'였다.
"통과!"
판첸이 다가오자 레드오크들이 검문도 없이 판첸과 테오, 삐욧이를 통과시켰다.
당연했다. 레드오크들은 테오의 노예들. 테오를 보고 통과시킨 것.
하지만
'파핫. 아빠가 언제 경비들까지 매수한 거지?'
판첸은 블랙 마켓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아직도 멀었냥?!"
"이제 다 왔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짜증을 내는 테오를 향해 판첸이 상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제 네 저승길이 멀지 않았지.'
판첸이 테오와 삐욧이를 처리할 생각을 하며 좁은 골목길로 들어갔고
"여깁니다."
판첸이 품에서 열쇠를 꺼내
철컥.
일반 가정집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쿵.쿵.
갑옷을 입은 레드오크 병사들이 테오가 들어간 집을 포위했다.
그리고
"거대한 어금니 님, 여깁니다! 이 집으로 테오 님이 들어가셨습니다!"
"알았다. 여기서 테오 님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레드오크들의 지배자 거대한 어금니가 집 앞에서 테오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
테오와 삐욧이가 판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수천 점의 물건들이 진열된 공간이 나왔다.
"냥?! 뭐냥?!"
겉으로 볼 때는 작은 집이었는데 안은 수천 명이 들어가도 될 정도로 굉장히 넓었다.
공간 확장 마법이 걸린 장소로 블랙 마켓이 지부를 만들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블랙 마켓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100명의 블랙 마켓 직원들이 인사했고
"원하시는 물건이 있으십니까?"
직원 중 하나가 테오에게 다가가 물었다.
"탑 70층 땅문서를 원한다냥!"
"70층 땅문서요? 있습니다. 따라오시죠.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푸후훗. 좋다냥!"
직원의 말에 테오가 기뻐하며 직원을 따라갔다. 삐욧이도.
그렇게 직원을 따라 공간 안쪽으로 들어가자
스르릉.
"크크큭! 감히 판첸 도련님을 건든 간 큰 녀석들이 너희냐?"
블랙 마켓의 직원들이 검이나 도끼들의 무기를 꺼내며 테오와 삐욧이를 포위했다.
"냥?! 판첸은 어디 갔냥?"
어느새 판첸은 도망가고 보이지 않았다.
"뭐냥?! 판첸이 우리를 속인 것이냥?! 설마?! 70층 땅문서도 없냥?!"
판첸보다 탑 70층 땅문서가 더 중요한 테오가 직원에게 화를 내며 물었다.
"크큭. 당연히 없지. 그딴 거 걱정하기 전에 네들 목숨이나 걱정해라!"
처음부터 70층 땅문서는 없었다. 둘을 판첸에게 떼어내기 위해 직원들이 거짓말을 한 것.
삐욧!삐욧?!
[감히 테오 님에게 거짓말을 하다닛! 테오 님, 어떻게 할까요?!]
뿌득.뿌드득.
삐욧이가 목을 좌우로 움직이며 물었다.
"하악! 하악! 삐욧이는 나서지 말라냥! 나 혼자 싸우겠다냥!"
세준에게 돌아가는 시간을 늦춘 것에 분노한 테오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이왕 싸우는 김에 켈리온에게 받은 용가죽을 시험해 볼 생각이었다.
잠시 후
"냐냐냥!"
테오가 맨몸으로 칼과 도끼를 받아내며 블랙 마켓 직원들을 제압했다.
역시 용가죽. 단단하고 질겼다.
척.척.
삐욧!삐욧?!
[나쁜 놈들! 감히 테오 님을 속여?!]
그사이 삐욧이는 기절한 직원들의 무기와 소지품을 수거해 테오의 봇짐에 넣었다.
꾸욱.꾸욱.
계약서에 직원들의 도장을 받으면서. 쁘흐흣. 재미있어요! 테오 님이 이래서 찍는 거군요!
그렇게 직원들을 제압한 테오.
"냥?! 근데 판첸은 어디 숨은 거냥?!
테오가 사라진 판첸을 찾았지만, 구석구석 다 뒤져도 찾을 수 없었다.
"삐욧이, 일단 여기 물건부터 챙기자냥!"
삐욧!
[네!]
테오는 판첸을 찾을 수 없자 삐욧이와 블랙 마켓의 물건들을 봇짐에 넣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끌림이 있는 물건은 없었다.
그때
삐욧!
[테오 님, 여기 세준 님이 부탁하신 탑 81층 땅문서가 있어요!]
빠닥.빠닥.
삐욧이가 땅문서 하나를 들고 날아왔다.
"푸후훗. 삐욧이 잘했다냥! 상으로 나의 오른팔이 될 수 있는 테 부회장 오른팔 하루 이용권을 주겠다냥!"
테오가 세준에게 배운 대로 기특한 일을 한 삐욧이에게 상을 줬다.
삐욧?!삐욧!
[정말이요?! 영광입니다!]
하루 동안 테오 님의 오른팔을 할 수 있다니?! 감격한 삐욧이가 물건들을 더 열심히 봇짐에 담았다.
그렇게 블랙 마켓의 물건을 전부 챙긴 둘.
다시 나가려고 했지만
철컹.철컹.
문이 열리지 않았다.
"열려라냥!"
테오가 힘으로 부숴보려 했지만, 이곳은 마법을 사용해 차원이 분리된 곳.
힘으로는 파괴되지 않았다. 특수한 열쇠가 필요했다.
그렇게 테오와 삐욧이가 블랙 마켓 지부에 갇혀버렸다.
***
"읏차."
아침이 되자 잠에서 깬 세준.
끼로롱.
옆에서는 펜릴이 사람처럼 대(大)자로 누워 자고 있었다.
스륵.
세준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아작스, 소환."
약속대로 아작스부터 소환했다.
[하얀탑의 탑농부 아작스 마므브를 소환합니다.]
메시지가 나타나고 10초 후
"세준이 형!"
다다다.
덥석.
아작스는 소환되지마자 세준을 부르며 세준의 다리를 반갑게 안았다.
"형! 왜 이렇게 늦게 불렀어?! 나 아까부터 기다렸다고!"
부비부비.
세준의 다리에 자신의 얼굴을 비비며 투정을 부리는 아작스.
스윽.스윽.
세준은 아작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작스가 진정하길 기다렸다.
잠시 후.
안정을 되찾은 아작스.
"세준이 형, 근데 아침은 뭐야?"
세준의 다리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아작스가 고개를 빼꼼 들며 아침 메뉴를 물었다.
"아침? 아직 안 정했는데···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어?! 내가 먹고 싶은 거 해줄 거야?!"
"응. 내 부탁 들어줬잖아."
세준의 말에 감격한 아작스. 턱에 손을 괴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세준이 형한테 뭐 만들어달라고 하지?!
"아! 정했어! 아침으로 가래떡 먹고 싶어!"
꾸엥이에게 가래떡이 엄청나게 맛있다는 말을 들은 게 기억난 아작스가 외쳤다.
"가래떡? 그래. 알았어."
"와!"
세준의 승낙에 만세를 부르는 아작스.
"아! 그리고 이거."
아작스가 하얀탑에서 수확해 온 방울토마토 100개와 남은 수확의 비약을 건네며 말했다.
"고마워."
방울토마토와 수확의 비약을 받은 세준.
척.
일단 수확의 비약을 내려놓고 방울토마토부터 확인했다.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1)]
···
..
.
섭취 시 마력이 영구적으로 30 상승합니다.
강력한 마력을 흡수하며 탄생해 마력이 강한 곳이 아니면 자라지 못합니다.
재배자 : 하얀탑 탑농부 아작스 마므브(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의 노예)
유통기한 : 10년
등급 : A
"좋아."
다행히 원하는 것이 강화돼서 마력 상승량이 10에서 30으로 증가했다.
그렇게 방울토마토의 옵션을 확인한 세준.
찰랑.
수확의 비약이 얼마나 남았나 보기 위해 유리병을 흔들어 봤다.
방울토마토에 두 방울을 쓴 건지 유리병에 남은 수확의 비약은 한 방울뿐이었다.
'이건 나중에 필요할 때 써야지.'
철컹.
세준이 방울토마토와 수확의 비약을 아공간 창고에 넣었다.
"가래떡은 만들려면 시간이 걸리니까 좀 자고 있어."
"응! 형!"
폴짝.
세준의 말에 바로 침대로 점프하는 아작스.
낑···?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덕분에 펜릴이 깼다.
그때
껙!
와락.
펜릴을 낚아채 안아버리는 아작스.
"까망이, 같이 자···."
아로롱.
아작스는 피곤했는지 말도 다 못하고 잠들었다.
낑?!낑?!낑!
'이거 뭐야?! 날 죽이려는 거냐?! 야! 나 구해줘!'
아작스의 품에서 벗어날 수 없은 펜릴이 세준을 보며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까망이, 미안."
세준이 펜릴을 외면하며 취사장으로 향했다. 세준의 힘으로는 빼줄 수 없었다.
낑!
'배신자!'
그렇게 펜릴은 아작스가 아침을 먹기 위해 일어날 때까지
끼로롱.
같이 잠들었다.
***
블랙 마켓 지부에 갇힌 지 몇 시간째.
콰앙!
테오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벽을 공격했지만, 역시나 문은 요지부동이었다.
"큰일이다냥!"
박 회장에게 돌아가고 싶다냥! 세준의 무릎에 돌아가고 싶은 테오가 좌절감에 빠졌다.
삐욧!삐욧!
[맞아요! 큰일이에요!]
삐욧이도.
'오늘 안에 자랑해야 되는데···'
오늘이 지나며 테오의 오른팔이 된 걸 자랑할 수 없기 때문.
그렇게 둘이 좌절감에 빠졌을 때
철컥.
끼이익.
이오나가 문을 열며 나타났다.
검은탑 66층에는 원래 두 개의 세력이 있다.
하나는 탑 66층 동쪽에 있는 마법사 협회 본부,
다른 하나는 탑 66층의 서쪽에 있는 레드오크들의 도시 붉은 성채였다.
"왜 안 나오시지?"
거대한 어금니는 몇 시간이 지나도 테오가 나오지 않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위대한 검은용의 부하 테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검은용의 분노가 자신들에게 향할 수도 있기 때문.
그래서 직접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철컥.
"···?!"
문을 열자 안에는 평범한 가정집이 있을 뿐이었다. 거기다 아무도 없었다.
"마법인가?"
뭔가 이상함을 느낀 거대한 어금니.
부하를 보내 마법사 협회 본부에 도움을 요청했고
때마침 마법사 협회 협회장으로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자리에 있던 이오나.
"뀻뀻뀻. 테오 님이 여기에 오셨다고요?!"
직접 레드오크들을 따라왔다.
그리고
"뀨-뀨-뀨- 용서못해요! 감히 테오 님을 가두다니요!"
집에 걸린 마법을 보더니 씩식대면서 마법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시간 정도 지나자
"뀨-뀨-뀨- 테오 님, 이제 꺼내드릴게요!"
마법 분석을 끝낸 이오나.
우웅.
문과 연결된 공간을 열 수 있는 마력 패턴을 손잡이에 흘려보내며
철컥.
문을 열었다.
"이오나다냥!"
삐욧!
[이오나 님!]
테오와 삐욧이가 이오나를 보며 환호했다.
"뀨-뀨-뀨-뀨- 테오 님, 괜찮으세요?! 어떤 놈이 테오 님을 여기 가둔 거죠?!"
분노한 이오나가 테오에게 물었다.
"판첸이라는 녀석이다냥! 근데 어디로 갔는지 안 보인다냥!"
"뀨-뀨-뀨-제가 찾아드릴게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쑥.
테오의 말에 이오나가 테오의 꼬리를 몸에 감고,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뀨- 판첸이라는 놈은 안 보여요. 근데 공간 이동을 사용한 마력의 흔적이 남아있어요!"
어느새 화가 많이 가라앉은 이오나가 눈을 뜨며 말했다.
"역시 도망친 거냥? 그럼 못잡냥?!"
이오나의 말에 테오가 실망했다.
하지만 테오의 앞에 있는 이오나는 검은탑 최고의 마법사.
"뀻뀻뀻. 테오 님, 제가 누구예요?!"
"이오나다냥!"
"뀻뀻뀻. 그래요! 제가 바로 마법사 협회 협회장 이오나라구요!"
이오나가 테오에게 자신의 실력을 뽐낼 기회라고 생각하며 웃었다.
질끈.
조금 전보다 눈을 더 세게 감으며 집중하는 이오나.
"테오 님, 어디로 갔는지 알았어요!"
이오나가 자신 있는 목소리로 외쳤다. 판첸이 공간 이동한 좌표를 알아낸 것.
"푸후훗. 그럼 바로 판첸 잡으러 가자냥!"
"뀻뀻뀻. 네! 공간의 힘이여···."
이오나가 주문을 외우며 판첸이 이동한 좌표로 공간 이동 마법을 사용했고
······
테오, 이오나, 삐욧이가 판첸을 쫓아 블랙 마켓 본부로 이동했다.
312화. 우리 꾸엥이 천잰데?!
312화. 우리 꾸엥이 천잰데?!
탑 4층 포도 농장.
'풍요의 신 레아 님이시여···저는 오늘도 열심히 돈을 벌고 있습니다.'
오늘도 풍요의 신 레아를 향해 무릎 꿇고 기도를 드리는 농사왕.
농사왕의 기도대로 요즘 포도 농장의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를 사러 오는 헌터들이 늘어났기 때문.
하와이 이외의 지역에 거대 거머리들이 나타나면서 다른 국가들의 헌터들이 포도를 찾기 시작했다.
덕분에 공급과 수요의 원칙에 따라 포도 가격도 나날이 오르고 있었다.
그때
-나의 아이야. 아주 훌륭하구나.
레아가 농사왕의 기도에 대답했다.
-하지만···박세준을 돕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구나. 돈을 더 벌 방법을 모색하거라.
'네. 풍요의 신 레아시여···.'
풍요의 신 레아의 신탁에 다시 고민에 빠진 농사왕.
달그락.달그락.
수확한 포도를 저장한 창고로 가서 포도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우웅.
포도들을 감싸는 녹색빛.
잠시 후.
빛이 사라지자 붉은색 액체가 담긴 수백 병과 녹색 액체가 담긴 한 병이 만들어졌다.
사제라면 누구나 익히는 '성수(聖水) 제조'와 '성유(聖油) 제조' 스킬이었다.
그렇게 농사왕의 스킬로 만들어진 포도주와 포도씨유.
농사왕이 포도와 함께 포도주와 포도씨유를 팔자 헌터들은 포도 대신 포도주만 구매해갔다.
당연했다.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주]
탑농부 박세준의 최상급 포도로 만든 포도주입니다.
맛이 진해졌습니다.
향이 진해져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일 때보다 2배 멀리 향이 퍼져나갑니다.
향긋한 포도주 냄새에 피 냄새를 좋아하는 몬스터들이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됩니다.
제조자 : ???
유통기한 : 5년
등급 : A+
병에 담긴 포도주는 포도보다 옮기기 더 편하고 효과도 2배로 늘어났으니까.
그에 반해 포도씨유는 한 병도 팔리지 않으며 창고에 계속 쌓이기 시작했다.
***
퍽.퍽.
세준이 가래떡 반죽을 만들고 있을 때
꾸헤헤헤. 꾸엥?
[헤헤헤. 아빠 가래떡 만든다요?]
잠에서 일어난 꾸엥이가 세준을 찾아 취사장으로 들어오며 물었다.
"응. 아작스가 먹고 싶다고 해서."
꾸헤헤헤. 꾸엥!
[헤헤헤. 신난다요!]
다음에는 아작스에게 꿀감자를 영업(?)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꾸엥이.
꾸엥이가 웃으며 벽에 걸려있는 검은 국수틀을 들었다.
세준이 반죽을 끝내면 가래떡을 뽑기 위해서였다.
국수틀의 구멍 크기를 조절할 수 있어 가래떡 뽑기도 가능하다.
잠시 후.
"꾸엥아, 이제 가래떡 뽑자."
꾸엥!
[알겠다요!]
세준이 완성된 반죽을 국수틀에 넣자
꾸엥!
꾸욱.
꾸엥이가 힘을 주며 가래떡을 뽑았다.
그렇게 순식간에 뽑혀 나온 10m 길이의 가래떡 5줄.
"얘들아, 밥 먹자!"
세준이 외치자
"네! 형!"
끼로롱.
아작스가 날개를 움직이며 아직 자는 펜릴을 품에 안고 창문을 통해 빠져나왔고
[주인님, 가요!]
"네!"
베로니카가 불꽃이를 어깨에 올리고 밭쪽에서 달려왔다.
베로니카는 새벽부터 불꽃이에게 농사 교육을 받고 있었다.
쿵.
멤버들이 다 모이자 세준이 먹기 좋게 자른 가래떡이 쌓인 거대한 접시를 한가운데 놨고
척.척.
"이건 그냥 꿀이고 이건 칡꿀이야. 먹어보고 마음에 드는 꿀에 가래떡을 찍어 먹으면 돼. 먹자."
각자의 앞에 투명한 꿀과 약간 갈색빛이 나는 꿀이 담기 종지 두 개를 두며 말했다.
꾸엥!
[잘 먹겠습다요!]
"형님! 잘 먹을게!"
"잘 먹겠습니다."
세준의 말과 함께 꾸엥이와 아작스, 베로니카가 가래떡을 들었다.
그리고
빠안.
꾸엥이를 바라보는 아작스와 베로니카.
먹잘알 꾸엥이가 무슨 꿀을 선택하는지 보기 위해서였다.
그때
푹.
꾸엥이가 가래떡을 칡꿀에 찍었고
'저기에다 먹어야 되는구나!'
'저거군요!'
푹.푹.
둘도 꾸엥이를 따라 칡꿀에 가래떡을 찍어 먹었다.
'뭘 그런 거까지 따라 하냐?'
그런 둘을 보며 미소 짓는 세준.
드드득.
가래떡을 먹는 셋을 구경하며 커피 원두를 갈았다. 가래떡과 커피를 같이 먹기 위해서였다.
단 걸 먹을 때 쓴 걸 같이 먹어주면 서로의 맛을 극대화하며 먹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평화로운 아침 식사가 끝나고
"오늘 꾸엥이가 아빠 도와줬으니까 용돈 줄게. 자."
세준이 가래떡 만드는 걸 도와준 꾸엥이에게 1탑코인짜리 10개를 주며 말했다.
저번에 테오에게 꾸엥이의 돈 쓰는 교육을 맡겼다가 완전 실패한 세준. 직접 가르치기로 했다.
꾸엥!
[아빠, 감사하다요!]
꾸엥이가 세준에게 10탑코인을 받자마자 자신의 용돈주머니에 넣었다. 기특하다. 기특해.
"그럼 꾸엥이 이제 얼마 있어?"
꾸엥···
[꾸엥이 이제···]
땡그랑.
세준의 물음에 꾸엥이가 용돈주머니를 쏟아 동전을 세기 시작했다. 한 개다요. 두 개다요···
그리고
꾸엥!
[다섯 개다요!]
꾹.
5개가 될 때마다 앞발로 땅에 발자국을 남겼다.
그렇게 꾸엥이가 땅에 발자국 22개를 만들자
꾸엥!
[꾸엥이 돈 이만큼 있다요!]
꾸엥이가 세준에게 자신이 만든 발자국을 보여주며 말했다.
생전 처음 보는 신박한 계산법.
"음···."
세준은 꾸엥이에게 어디서부터 가르쳐야 할지 고민하다
"꾸엥아, 일단 숫자 세는 법부터 배우자."
꾸엥이에게 숫자 세는 법과 더하기 빼기를 가르쳤다.
1시간 후.
"꾸엥이, 용돈 주머니에 얼마 있어?"
꾸엥!
[꾸엥이 110탑코인있다요!]
세준의 물음에 꾸엥이가 자신의 용돈주머니에 든 돈을 정확하게 말했다.
"맞아. 그럼 아빠가 그럼 꾸엥이에게 10탑코인을 주면 꾸엥이이 용돈주머니에는 얼마가 있지?"
꾸엥!
[그럼 꾸엥이는 110탑코인이 있다요!]
"어?! 아빠가 10탑코인을 줬다니까."
꾸엥이가 헷갈렸다고 생각하며 세준이 설명했다.
하지만
꾸엥!꾸엥!
[아니다요! 아직 꾸엥이 용돈주머니에는 돈이 아직 안 들어왔다요!]
꾸엥이는 정확한 계산을 하고 있었다.
"어?!"
꾸엥이의 대답에 세준의 말문이 막혔다. 우리 꾸엥이 천잰데?!
"자. 이제 얼마야?"
세준이 실제로 10탑코인을 주며 물었다.
꾸엥!
[그럼 꾸엥이는 120탑코인이 있다요!]
"맞아. 잘했어."
세준이 꾸엥이의 몸을 쓰다듬으며 칭찬했고
꾸헤헤헤.
꾸엥이는 세준의 칭찬에 방실방실 웃었다.
그렇게 세준과 꾸엥이가 행복해하고 있을 때 아작스와 켈리온의 분위기는 아주 나빴다.
"흥! 할아버지 가!"
-아작스, 화 풀 거라. 다 너를 위한 거였다니까.
켈리온이 자신에게 삐진 아작스를 달래기 위해 쩔쩔매고 있었다.
"몰라! 난 이제 세준이 형이랑 살 거야!"
다다다.
켈리온에게 소리치고 세준에게 달려가는 아작스.
-끄응.
아작스의 반응에 켈리온이 상심했다.
그때
-크하하하. 그냥 세준이한테 부탁해. 아작스랑 화해시켜달라고.
에일린에게 대화를 차단당했다 세준 덕분에 몇 번이나 화해를 한 카이저가 조언했다.
-그게 될까? 우리 손자가 아주 똥고집이라 한번 말하면 최소 한 달은 가는데.
-걱정 마. 세준이는 1초 만에 해결할 테니까.
-진짜?!
-그렇다니까. 세준이가 이런 쪽으로는 아주 유능해!
-그럼 부탁해볼까?
카이저의 강권에 켈리온이 텔레파시 마법으로 아작스와 화해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대가로 용아병 100기를 약속했다.
끄덕.
켈리온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이는 세준.
세준이 아작스에게 말하며 뭘 꺼내서 주자
쫑쫑쫑.
두 손에 가래떡을 하나씩 든 아작스가 쭈뼛거리며 켈리온에게 다가왔다.
"할아버지, 아까는 내가 너무 화가 나서 말이 심했어. 미안해. 이거 세준이 형이 할아버지랑 같이 먹으면서 화해하래."
척.
아작스가 켈리온에게 가래떡을 건네며 말했다.
-으흐흐흐. 오냐! 같이 먹자꾸나.
"응! 할아버지 이거 꿀 찍어 먹으면 더 맛있어!"
그렇게 사이좋게 가래떡을 먹는 조손 지간.
'세준아 고맙다!'
카이저가 가래떡을 씹으며 세준에게 고마움의 눈길을 보냈다.
그리고
-저렇게 화가 바로 풀린다고?!
-저게 어떻게 가능하지?!
그런 아작스와 켈리온을 이해할 수 없는 눈으로 보는 램터와 티어.
'우리 페리온도···.'
'우리 포비도···.'
두 용이 손자들을 세준에게 보낼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
거대한 공동 안에 지어진 저택 안.
"아. 좋다."
질겅.질겅.
판첸이 침대에 누워 편하게 누워 대나무를 씹어 먹으며 쉬고 있었다.
"파핫. 그 녀석들 지금쯤이면 재가 됐겠지?"
판첸이 지금은 세상에서 사라졌을 테오와 삐욧이를 생각하며 웃었다.
그때
똑.똑.똑.
"판첸 님! 판수르 님이 급히 찾으십니다!"
판첸이 판수르의 호출을 받았다.
"아버지, 부르셨어요?"
그렇게 판수르를 찾아간 판첸.
"이놈! 너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판첸을 보자마자 판수르가 대노하며 소리쳤다.
"아···아버지, 왜 그러세요?"
판수르의 눈치를 보며 판첸이 물었다.
"왜?! 지금 네놈 때문에 지부 하나가 풍비박산이 났는데 왜라는 말이 나와?!"
"네? 그놈들 안 죽었어요?"
판첸이 맹한 표정으로 물었다.
"뭐?! 그놈들?! 네가 지부에 누굴 데려왔는지도 모르는 거냐?"
"어···잘 모르겠는데요···."
"하아···."
판수르가 자신의 아들 판첸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들아, 네가 지부에 데려온 분은 위대한 검은용의 부하 황금고양이 테오 박 님이다."
"네?! 위대한 검은용의 부하요?!"
판첸이 테오의 정체에 당황할 때
쾅!
거대한 폭음이 들렸다.
그리고
"뀨-뀨-뀨-뀨-뀨- 테오 님, 찾았어요!"
이오나가 창밖에서 판수르와 판첸을 노려보며 테오를 불렀다.
"이오나, 진정하라냥!"
자신에게 덤벼야지 노예 계약을 하는 테오가 서둘러 이오나를 말렸다. 애들이 겁먹으면 안 덤빈다냥!
"뀨-뀨-뀨- 네!"
테오의 말에 분노를 조금 가라앉히는 이오나.
하지만
"오···오 단계라니···."
이오나의 분노의 뀨 5단계를 본 상황에서 이미 적들은 전의를 완전히 상실했다.
덕분에 노예 계약의 마수에서 벗어난 판수르와 블랙 마켓 조직원들.
삐욧!삐욧!
[쁘흐흣. 이 몸은 테오 님의 오른팔 삐르르르 요트다! 빨리 무기 버려!]
삐욧이가 블랙 마켓 조직원들에게 자기을 소개하면서 무장해제를 시켰고
"쳇. 아쉽다냥···."
테오가 아쉬워하며 벽을 타고 판첸이 있는 3층 방으로 올라갔다.
"푸후훗. 판첸은 나 테 부회장의 목숨을 노렸으니 내 목숨값 100조 탑코인을 갚아야 한다냥! 찍어라냥!"
테오가 판첸에게 새로운 계약서를 내밀었다.
"아버지···"
판첸이 울상이 돼서 판수르를 보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들아, 빨리 찍어라!"
판수르는 오히려 도장을 찍으라고 판첸을 재촉했다.
위대한 검은용의 부하 황금고양이 테오 박의 노예가 되는 건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계약을 하면 돈을 갚아야 하지만, 테오는 보통 돈을 안 받고 노예를 더 선호한다.
거기다 호칭만 노예일 뿐 노예 취급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테오의 노예가 되면 다른 세력에서 섣불리 건드리지 못하기에 노예가 돼서 나쁠 게 없었다.
물론 자신의 얘기가 되면 크게 달라지겠지만.
"네···."
꾸욱.
판수르의 재촉에 판첸이 절망하며 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판수르가 착각하는 게 있었다.
지금까지 테오는 멀리 가는 게 싫어서 돈을 안 받고 노예를 시켰을 뿐이다.
"푸후훗. 삐욧이, 다 담아라냥!"
삐욧!
[네!]
돈을 바로 받을 수 있는데 안 받을 이유가 없었다.
"네?!"
당황하는 판수르.
하지만
"뀨-뀨-뀨- 가만있어요!"
"네···."
판수르는 자신을 감시하는 이오나의 말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테오가 아무런 방해 없이 블랙 마켓 본부의 물건들을 털기 시작했다. 푸후훗. 끌리는 게 많다냥!
세준에게 칭찬받을 생각에 테오의 발걸음은 아주 가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