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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 - 7

***

"흑토끼!"

세준이 밧줄을 당겨 흑토끼를 그물과 함께 건져 올렸다. 좀 전에 강하게 밧줄을 당기는 힘 때문에 걱정이 됐다.

세준이 다급히 그물에 묶인 흑토끼의 다리를 풀고 흑토끼를 조심스럽게 두 손바닥 위에 올렸다.

뺙...

[밑에 다른 곳과 통하는 동굴이 있어요...]

세준의 손에 들린 흑토끼가 기진맥진한 상태로 말했다.

"동굴?"

뺙.뺘악.

[네. 녹색빛이 나는 수중 동굴이에요.]

"녹색빛이 나는 수중 동굴? 에일린 혹시 아는 거 있어?"

세준이 탑의 관리자인 에일린에게 물었다.

[탑의 관리자가 거긴 차원의 바다와 연결되는 통로라고 말합니다.]

"차원의 바다?"

[탑의 관리자가 탑은 차원의 바다를 통해 서로 연결돼 있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차원의 바다에는 아주 무서운 수중 몬스터들이 살고 있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만약 흑토끼가 차원의 바다에 휩쓸렸으면 목숨을 잃었을 거라고 말합니다.]

"그런 게 있었어?"

애일린의 말에 세준은 흑토끼가 무사히 돌아온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흑토끼가 목숨을 걸고 가져온 수산물을 점심으로 먹었다.

꾸엥!

꾸엥이가 장어 살덩이를 통째로 들고 씹어 먹었다. 형아 고마워!

뺙!

흑토끼가 쿨하게 엄지를 올렸다. 형아만 믿으랬잖아.

방금 죽을 뻔했지만, 형아의 위엄이 더 중요한 흑토끼였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흑토끼, 꾸엥이와 휴식을 취하며 먹구름 만들기의 숙련도를 올렸다.

그리고 동굴의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기 위해 내려왔을 때

"어?!"

첨벙.첨벙.

연못에는 수중 몬스터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수중 동굴을 막고 있던 거대 전기뱀장어의 사체가 사라지면서 수류가 제대로 흐르기 시작하자 차원의 바다와 연결된 수중 동굴을 통해 유입된 것이다.

뺙!

흑토끼가 경험치와 단백질을 공급해줄 피라니아의 등장에 신나 하며 연못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이 자식···반갑다!!!"

연못에는 새로운 몬스터도 들어와 있었다. 로켓처럼 끝이 뾰족하고 팔뚝만 한 길쭉한 몸에 10개의 다리를 가진 놈이었다.

흑토끼 나이스! 세준도 서둘러 연못으로 달려들어 새로운 몬스터를 잡았다.

[오징어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3을 획득했습니다.]

오늘 점심은 오징어숙회와 오징어볶음이다!

세준은 아주 무서운 수중 몬스터라는 건 어쩌면 더 맛있는 먹거리를 말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원의 바다라는 곳에 관심이 생겼다. 온갖 진귀하고 맛있는 생선들이 가득한 바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어렵지."

차원의 바다에 나가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세준이 나중을 기약하며 오징어 잡기에 집중했다.

***

[새로운 알림이 있습니다.]

"크잉?"

세준이 혹시나 차원의 바다로 간다고 하지는 않을까 감시하고 있던 에일린이 수정구 화면에 나타난 불길한 붉은색 알림을 눌렀다.

[탑 67층에 레드 로커스트 53억 1281만 3712마리가 침입했습니다.]

"레드 로커스트?!"

에일린이 알람을 보고 크게 놀랐다. 로커스트가 가장 마지막에 탑에 침입했던 게 거의 100년 전이다. 그리고 그때는 탑의 관리자실에서 나갈 수 없는 에일린 대신 할아버지가 해결해줬다.

"어떡하지?"

에일린의 능력으로는 탑의 외부와 연결된 통로를 열 수 없었다.

에일린이 곤란해하고 있을 때

[탑 67층의 0.01%가 레드 로커스트들에게 초토화됐습니다.]

...

..

.

[탑 67층의 1.2%가 레드 로커스트들에게 초토화됐습니다.]

알람이 빠르게 나타났다. 탑 67층이 침입한 레드 로커스트들이 살아있는 모든 걸 먹어 치우고 있었다.

***

조난 218일 차.

"고추장이나 마요네즈가 있으면 좋을 텐데."

질겅질겅.

세준이 반건조 오징어구이를 씹으며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차원의 바다와 연결된 수중 동굴이 뚫린 이후로 피라니아와 오징어가 연못에 넘쳐났다.

그리고 세준은 그렇게 잡은 오징어들을 파 이파리로 꿰 반건조 오징어를 만들었다. 군고구마 말랭이 이후 새로운 간식이 생겼다.

"어때?"

세준이 질척한 진흙을 살펴보는 건축가 토끼를 보며 물었다. 세준은 지금 흑토끼, 건축가 토끼와 함께 블랙 미노타우루스 영역을 둘러보는 중이었다.

삐빅!

건축가 토끼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면 충분해요!

세준이 농사일로 바쁜 와중에도 블랙 미노타우루스 영역까지 온 이유는 진흙 때문이었다.

세준은 예전에 이곳에 들렀을 때 진흙을 보며 진흙벽돌을 만들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건축가 토끼가 합류하자 본격적으로 진흙벽돌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좋아."

세준이 나무 공예가 토끼가 만든 벽돌틀에 진흙을 가득 채웠다. 나무는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에게 부탁해서 구했다.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에게 나무를 부탁하자 다음 날 거의 세준의 몸통만 한 굵기의 나무 두 그루를 가져왔다. 나무 속이 피처럼 검붉은 게 이상하기는 했지만, 회색토끼들이 좋은 나무라고 했다.

쓰윽

벽돌틀을 채우고 넘치는 진흙을 손으로 거둬내 평평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벽돌틀을 거둬내자

쏘옥.

진흙이 그대로 모양을 유지하며 네모반듯한 진흙벽돌이 만들어졌다. 이제 이 진흙벽돌이 단단해질 때까지 건조만 시키면 된다. 너무나 쉽게 진흙벽돌이 만들어졌다.

"일단 10만 장 정도만 만들까?"

세준이 몇십 일을 꼬박 일해야 만들 수 있는 숫자를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당연했다. 자기가 만들 게 아니니까.

주변에 진흙을 뭉쳐 입에 넣고 있는 잉여 노동력들이 넘쳐나고 있는데 굳이 자신이 할 필요가 없었다.

세준이 우마왕과 파 이파리를 대가로 진흙벽돌을 공급받는 새로운 거래를 했다.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사용할 대형 벽돌틀은 미리 만들고 있었기에 오늘 일을 끝내고 돌아가는 블랙 미노타우루스 편에 보내기로 했다.

"뭐부터 만들까?"

세준이 마이너크래프트를 하는 것처럼 벽돌로 뭘 지을지 즐거운 상상을 하며 동굴로 돌아왔다.

그리고 점심으로 생선구이와 오징어볶음을 먹고 오후 일을 시작하려 할 때

"아!"

세준은 자신이 태양의 호박고구마를 심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렸다.

"빨리 심고 방울토마토 수확해야지."

세준이 수확한 태양의 호박고구마를 챙기러 저장고로 갔다.

하지만

"어?! 다 어디 갔어?"

저장고에 저장해둔 태양의 호박고구마가 하나도 없었다.

***

검은 탑 바로 옆에 지어진 한국 각성자 협회 건물의 옥상. 두 명의 건장한 남자가 강남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후우. 박세준 군의 가족에게 접촉한 세력은?"

협회장 한태준이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자신의 첫째 제자인 차시혁에게 물었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총 23개 나라에서 박세준 군의 가족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그중 납치 시도를 한 3개 국가의 사람들은 제가 조용히 처리했습니다."

"잘했다. 지금은 동식이가 호위하는 시간인가?"

"네."

"교대할 때 동식이한테 나한테 들르라고 전해."

한태준은 김동식에게 마력의 방울토마토 심부름을 시킬 생각이었다.

김동식이 준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먹으면 마력이 늘어나는 효과로 화염의 저주를 이겨내기가 조금 쉬워져 외부 활동을 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었다.

"네."

그렇게 10분쯤 얘기를 하고 있을 때

치이익

한태준의 손가락에서 타는 소리가 나며 손에 물집이 잡히며 화상을 입은 듯한 상처가 생기기 시작했다.

"크윽! 제길. 이놈의 저주..."

"스승님, 괜찮으십니까?!"

"이 정도로 무슨 호들갑이야. 그만 들어가지."

"네."

차시혁이 옥상을 내려가는 자신의 스승 한태준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그래도 예전에는 밖에서 1시간 정도는 활동하실 수 있었는데 이제 20분도 힘겨워하셨다.

"분명 방법이 있을 겁니다!"

차시혁이 자신이 꼭 스승의 저주를 풀 방법을 찾겠다고 결심했다.

***

"이게 왜 여기 있는 것이냥?"

엘카의 등에 앉아 자신의 봇짐을 점검하던 테오가 봇짐 안에서 빛을 내고 있는 태양의 호박고구마를 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세준이 분명 태양의 호박고구마를 심을 거라는 말을 했었다.

아마 아무 생각 없이 고구마를 봇짐에 담을 때 함께 담긴 것 같았다.

"테 대표님, 무슨 일이 있습니까?"

"아무것도 아니다냥! 아무 문제도 없다냥!"

엘카의 물음에 테오가 다급히 대답했다.

'부하들에게 빈틈을 보일 수는 없다냥! 난 완벽한 테 대표다냥!'

테오가 태양의 호박고구마를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하는 동안 엘카가 60층에서 50층으로 통하는 상인 통로의 입구로 들어갔다.

54화. 진화하다.

54화. 진화하다.

탑 75층.

유랑 상인 협회의 협회장실.

유랑 상인 협회 협회장 여우족 메이슨.

자유 용병 협회 협회장 호랑이족 한니발.

마법사 협회의 협회장 햄스터족 이오나.

탑의 전 층에 영향을 미치는 3대 세력의 수장들이 모였다.

"탑 67층에 레드 로커스트가 나타난 지 이미 5일이 지났습니다. 저희 정보에 의하면 탑 67층의 3분의 2가 레드 로커스트에게 초토화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현재는 리자드맨들이 웨이포인트를 중심으로 필사적으로 방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메이슨이 자신이 알아 온 정보를 말했다.

"왜 위대한 검은 용께서 나서시지 않는 걸까요?"

이오나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이러다 100년 전의 대기근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100년 전 대기근. 그 일의 시작은 탑 최고의 곡창지대인 탑 55층에 레드 로커스트들이 침입하면서 시작됐다.

그 이전에도 레드 로커스트의 침략은 있었지만, 항상 위대한 검은 용이 나서주었기에 탑의 존재들은 큰일로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는 무슨 일인지 위대한 검은 용이 레드 로커스트의 침입이 일어난 지 몇 시간이 지난 후에 나타났다.

그 결과 탑 55층을 지배하던 토끼들의 왕국, 레드리본은 멸망했다. 운이 없게도 레드 로커스트가 왕국의 상공에 나타났기 때문. 그로 인해 탑 전체에 엄청난 식량난이 발생했다.

"맞다. 웨이포인트가 점령당하는 건 시간문제다. 이대로 레드 로커스트들이 탑 67층의 웨이포인트를 점령하면 곧 위층으로 올라오기 시작할 거다."

메이슨의 말에 한니발이 강하게 동의했다.

레드 로커스트들이 탑 68층의 웨이포인트까지 점령하면 그다음은 탑 69층이다.

그리고 탑 69층에는 리자드맨들의 왕국이 소유한 드라켄 대농장이 있었다. 그곳은 탑의 5대 곡창지대 중 하나. 이건 리자드맨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식량이 줄어들면 그만큼 식량의 유통량이 줄어들며 가격이 올라가고 돈이 없어 식량을 못 사는 존재들은 굶어 죽거나 도적으로 변한다.

전체적인 탑의 질서가 무너지는 것. 이미 한 번 경험한 그들이기에 그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알고 있었다.

"유랑 상인 협회는 군비 100만 탑코인에 해당하는 물자를 지원하겠습니다."

"자유 용병 연합은 자유 용병 1만을 파견하지."

"7대 마탑 협회는 워메이지 200명을 파견할게요."

그렇게 탑 67층으로 레드 로커스트를 막기 위한 지원군이 출발했다.

***

탑 38층.

"고양이 유랑 상인은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조금만 기다려보고 오늘도 안 오면 돌아가지."

5명의 헌터가 거래 장소로 오기 전에 지나는 길목에서 테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요즘 마력의 방울토마토가 밖에서 엄청난 가격에 팔리자 테오를 납치해 마력의 방울토마토가 있는 농장의 위치를 알아내려는 납치범들이었다.

그때

"냥냥냥."

테오의 콧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온다."

헌터들이 서둘러 벽 뒤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지금이다!'

헌터들이 테오를 향해 몸을 날리려 할 때

"크르릉. 감히 테 대표님을 건드리다니!"

"크르릉. 불쌍한 놈들."

어느새 그들의 뒤에 나타난 은빛 늑대 두 마리가 살기 살짝 보이며 으르렁거리자

'뭐야?!'

헌터들은 살기에 놀라 기절해 버렸다.

"냥냥냥. 돈이 굴러 들어온다냥!"

테오가 기절한 헌터들의 엄지손가락을 계악서에 찍으며 콧노래를 불렀다.

'푸후훗. 나를 노렸으니 돈을 잔뜩 받아주마!'

테오의 머릿속에 '나를 공격하는 적 = 나한테 돈을 주는 존재'라는 공식이 만들어져 있었다.

'푸후훗. 박세준이 내 목숨값은 1만 탑코인이라고 했다냥!'

"너희들은 여기서 얘네들 깨어나면 1만 탑코인을 받아내라냥!"

테오는 세준이 평가해준 자신의 목숨값을 헌터들에게 전부 받아낼 생각이었다.

"네."

테오가 늑대들에게 헌터들을 맡기고 늑대들의 가방에 있던 방울토마토를 봇짐에 옮겨 담았다.

이동하면서 식량을 먹으며 봇짐에 자리가 생겼다.

"그럼 다녀오겠다냥."

테오가 거래 장소로 이동했다.

***

조난 220일 차.

음머어!

드디어 완성된 진흙벽돌들과 진흑이 세준의 동굴 근처로 배달되기 시작했다.

삐빅!

음머!

건축가 회색토끼가 벽돌을 놓을 위치를 알려주면 블랙 미노타우루스가 그 위치에 벽돌을 내려놨다.

그리고

슥슥.

세준과 회색토끼들이 벽돌의 주변에 진흙을 발라 벽돌들 사이의 틈을 메꿨다. 30평 정도 되는 집의 외벽 1층이 빠르게 완성됐다.

그리고 중간중간 벽돌을 놓고 그 위를 벽돌로 완전히 덮었다. 밑에 벽돌 1층은 불을 피우기 위한 공간이었다. 세준은 집에 온돌을 만들었다.

별로 춥지도 않은 곳에 무슨 온돌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온돌이 있으면 집 안의 습기를 제거할 수 있고 가끔 몸이 찌뿌둥한 날 지지면서 땀을 쫙 빼면 엄청나게 개운하다.

그렇게 벽돌을 몇 층 쌓자 세준의 허리 높이까지 집이 완성됐다.

하지만 그걸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는 한 존재가 있었다.

꾸엥...

꾸엥이였다. 꾸엥이가 들어가기에는 집의 문이 너무 좁았다.

아빠는 내 생각도 안 해주고...나도 작아져서 집에 들어가고 싶다요...

그렇게 꾸엥이가 상심하고 있을 때

스르륵.

꾸엥이의 소원이 이루어지며 몸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꾸엥?!

꾸엥이가 자신의 작아지는 몸을 바라봤다.

그리고

꾸엥!

신이 난 꾸엥이가 세준에게 달려가 몸을 날렸다. 아빠, 나 작아졌다요!

하지만

퍽!

"커억!"

세준은 대형 트럭에 치인 듯한 충격을 받으며 날아가 대파밭에 떨어졌다. 크기는 작아졌지만, 무게는 그대로인 꾸엥이였다.

대파가 충격을 해소해주지 않았으면 한참은 더 멀리 날아갔을 것이다.

할짝.할짝.

잠깐 저세상에 다녀온 세준이 축축함을 느끼며 눈을 떴다.

꾸엥!

꾸엥이가 눈을 뜬 세준을 보며 기뻐했다.

"으음...너...어떻게 된 거야?"

세준이 작아진 꾸엥이를 보며 물었다. 처음 봤을 때 정도로 작아져 있었다.

꾸엥.꾸엥!

[모른다요. 그냥 몸이 작아졌다요!]

그때

"응?"

세준이 꾸엥이의 머리 위 이름이 바뀐 것을 확인했다.

[크림슨 자이언트 허니베어]

"허니베어?"

꾸엥이가 허니베어로 진화했다.

"그럼 이제 다시 못 커져?"

세준이 불안해하며 물었다. 왠지 그랬다가는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에게 내 새끼를 어떻게 한 거냐며 혼날 것 같아서였다. 죽을지도?

꾸엥!

꾸엥이가 고개를 저으며 다시 원래 크기로 돌아갔다. 아니 5m로 자라나며 전보다 거대해져 있었다.

그동안 세준과 함께 있고 싶어서 작아지고 싶다는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몸을 작게 만들고 있던 꾸엥이였다.

"오!"

세준이 몸을 자유자재로 몸을 키웠다 줄였다 하는 꾸엥이를 신기하게 바라봤다.

"어?!"

그러다 세준은 이 상황이 비상사태라는 것을 깨달았다. 동굴의 저장고!

지금까지는 꾸엥이가 동굴에 내려올 수 없어 안전했지만, 꾸엥이가 다시 동굴을 왔다 갔다 하기 시작하면 저장고의 농작물들이 위험했다.

"흑토끼!"

세준이 동굴을 내려다보며 흑토끼를 부르자

뺙!

연못에서 열심히 사냥을 하고 있던 흑토끼가 지상으로 올라왔다.

"앞으로 꾸엥이랑 같이 다녀. 알았지?"

뺙!

꾸엥!

세준의 말에 둘이 힘차게 대답하고는 신나게 달려갔다. 어디 가니?

세준은 꾸엥이를 감시하라는 말이었지만, 둘은 사이좋게 놀라는 말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꾸엥이에게 감시(?)를 붙인 세준이 점심을 준비하기 위해 동굴로 내려갔다.

오늘 메뉴는 오징어볶음. 세준이 동굴로 내려가자 연못에는 이미 흑토끼가 잡아 손질까지 끝낸 오징어 30마리 놓여 있었다. 역시 믿음직한 흑토끼였다.

서걱.서걱.

세준이 오징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랐다.

그리고 냄비를 달궈 마지막 남은 장어의 지방 덩어리를 넣자

치이익.

지방이 녹으며 고소한 냄새와 함께 기름으로 변했다.

송송송.

세준이 대파를 잘라 기름에 넣고 볶으며 파기름을 만들게 시작했다.

그리고 기름에 대파 향이 스며들자 손질한 오징어를 넣고 함께 볶았다.

그렇게 볶기를 10분 정도. 오징어가 익으며 색이 하얗게 변하자 고춧가루와 다른 양념을 넣고 당근을 넣어 함께 볶았다.

잠시 후

[매운 오징어볶음을 완성했습니다.]

[요리 Lv. 2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숙련도 상승 Lv. 1의 효과로 수확하기 Lv. 2의 숙련도가 5% 추가 상승합니다.]

[요리 Lv. 2에 매운 오징어볶음의 레시피가 등록됩니다.]

매운 걸 못 먹는 백토끼와 회색토끼들에게는 오징어숙회와 소금을, 매운 오징어볶음은 세준과 흑토끼, 꾸엥이가 함께 먹었다.

"에일린, 먹을래?"

에일린은 요즘 무슨 일인지 잘 대답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나?"

세준이 에일린을 걱정하고 있을 때

뺘악...

꾸엥...

식사를 끝낸 흑토끼와 꾸엥이가 낮잠을 자러 왔다. 세준의 무릎에 올라올 수 있게 된 꾸엥이가 흑토끼와 함께 세준의 무릎을 차지했다.

뺘로롱.

꾸로롱.

금세 잠들었다.

그리고 휴식 시간이 끝났을 때

"크윽."

세준은 꾸엥이에게 눌린 다리가 저려 함참을 움직이지 못했다고 한다.

***

"인간들아 내가 왔다냥!"

1만 탑코인을 획득할 예정인 테오가 거래 장소에 밝은 목소리로 나타났다.

하지만

'왜 이렇게 적은 것이냥?"

생각보다 기다리는 헌터들의 수가 적었다. 30명 정도.

테오의 좋았던 기분이 금세 나빠지려고 할 때

"테오, 잠시만 기다려줘."

"그래. 팀원들이 오고 있어."

"10분 정도면 될 거야."

"감히 치명적인 노란 고양이 테오 박 님을 기다리게 하겠다는 거냥?! 딱 1시간만 기다려 주겠다냥!"

"어? 어. 그래."

화내는 것 치고는 1시간이나 기다려주는 관대한 고양이 테오였다.

"응 나야! 빨리 와!"

"빨리 와! 테오가 왔어!"

헌터들이 서둘러 주변에 사냥을 나간 동료들에게 헌터폰으로 연락했다.

이곳에 계속 많은 헌터들이 계속 대기를 하게 되자 각 팀의 대표들은 서로 상의를 한 끝에 이곳에 캠프를 만들었다.

계속 기다리기만 하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그래서 각 팀의 팀원 1~2명이 이곳에서 쉬면서 테오를 기다리고 나머지 헌터들은 사냥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 사냥을 나갔던 헌터들이 돌아왔다. 그러자 거의 300명에 가까운 헌터들이 거래를 위해 모였다.

이번 경매에는 피닉스 길드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로얄나이트 길드와 위자드 길드도 참여했다.

"헌터들이 많군."

레온이 모인 헌터들을 보며 말했다. 테오가 1시간이나 기다려 준 덕분에 36층에서 해독제 퀘스트를 하던 레온도 참여할 수 있었다.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집에 가져간 이후로 확실히 아내의 대우가 달라졌기에 꼭 확보할 생각이었다.

'푸후훗. 손님들이 많다냥.'

테오가 300명의 헌터들을 보면서 웃었다.

그리고

"오늘은 C급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경매로 500개씩 총 6000개를 팔겠다냥!"

"뭐! C급?!"

테오의 말에 헌터들이 흥분했다. D급 마력의 방울토마토 풀린 지 한 달. 이제 막 D급 마력의 방울토마토의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그 놀라운 효능에 사람들이 놀라고 있었다. 그런데 C급 이라니?

"500개에 350탑코인!"

아직 옵션도 확인하지 않았는데?

레온이 옵션도 보지 않고 가격을 불렀다. 서둘러 낙찰을 받고 다시 퀘스트를 하러 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마력의 방울토마토 경매가 1개당 가격 0.7탑코인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500개 600탑코인 낙찰이다냥!"

첫 경매는 레온이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1개당 1.2탑코인의 가격으로 사며 끝났다.

"여기 있다냥!"

레온이 테오가 건넨 C급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받아 옵션을 확인했다.

"응?!"

레온이 마력을 0.5나 올려주는 옵션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 0.3이 아니라 0.5라고?! 10개를 먹으면 마력 5가 오른다.

레온의 머릿속에 사용 제한으로 마력이 5 부족해 창고에 넣어뒀던 A급 아이템 독거미의 날카로운 이빨검이 떠올랐다. 독거미의 날카로운 이빨검만 착용하면 사냥 속도가 지금보다 3배는 빨리진다.

'나머지도 다 사버린다!'

"500개에 650탑코인!"

레온이 한 번만 낙찰받으려는 마음을 바꾸고 다시 경매에 참여했다.

그리고 C급 마력의 방울토마토 옵션을 보고 태세가 바뀐 레온을 보면서 확신을 얻은 헌터들도 적극적으로 경매에 참여하며 테오가 경매로 8900탑코인을 벌었다.

그렇게 경매가 끝나고 다시 헌터들이 사냥을 나가려 할 때

"오늘은 팔 물건이 하나 더 있다냥! 바로 해독의 대파다냥..."

테오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봇짐에서 해독의 대파를 꺼냈다.

55화. 완전범죄를 노리다.

55화. 완전범죄를 노리다.

해독의 대파?!

서둘러 탑 1층으로 내려가 길드 창고에 있는 독거미의 날카로운 이빨검을 가져오려던 레온의 고개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건 다른 헌터들도 마찬가지.

"뭐?! 해독의 대파?"

그들 모두 탑 38층의 보스 치명적인 타란툴라에게 막혀 탑을 오르지 못하는 상태였다.

고양이 유랑 상인이 파는 방울토마토도 범상치 않은데 대파라고 평범할 리가 없었다. 거기다 이름에 떡하니 해독이라는 이름까지.

"테오, 해독의 대파를 볼 수 있을까?"

"나도 보고 싶어!"

"나도!"

"우리 위자드 길드한테 먼저 보여줘!"

"무슨 소리야! 우리 로얄나이트가 먼저 보겠다!"

피닉스 길드를 제치고 가장 먼저 38층을 돌파하려는 로얄나이트 길드와 위자드 길드의 헌터들이 테오에게 몰려들었다.

"줄을 서라냥!"

테오가 해독의 대파를 다시 봇짐에 넣으며 거만하게 소리쳤다. 어느새 자신감을 회복한 테오의 목소리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역시 박세준의 말은 진리다냥!'

팔릴 거라고 생각도 못 한 해독의 대파가 인간들에게 큰 인기가 있자 테오는 다시 한번 세준의 말을 잘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사이 테오의 말에 따라 헌터들이 질서정연하게 한 줄로 줄을 섰다. 그리고 레온도 같은 길드원의 양보로 줄의 3번째에 설 수 있었다.

"오! 진짜야!"

가장 먼저 해독의 대파를 확인하는 로얄나이트 길드 헌터의 감탄성이 들려왔다.

레온이 자신의 차례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때 로얄나이트 길드 헌터가 비장한 얼굴을 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로얄나이트 길드원들이 가진 돈을 모두 하나로 모으는 게 보였다. 그들의 얼굴에서 돈이 얼마가 들던 해독의 대파를 반드시 사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잠시 후

"이거면..."

해독의 대파 옵션을 확인한 위자드 길드의 헌터가 돌아가자 그곳도 상황은 비슷했다. 위자드 길드의 길드원들도 돈을 하나로 모으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떻길래?'

"여기 있다냥!"

"고맙다."

드디어 자신의 차례가 된 레온이 테오가 거만하게 건넨 해독의 대파를 확인했다.

[해독의 대파]

탑 안에서 자란 대파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 맛있습니다.

섭취 시 1시간 동안 D급 이하의 독을 해독합니다.

비각성자가 섭취 시 24시간 동안 해독을 하는 간의 기능이 활발해집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60일

등급 : D

'D급?'

해독의 대파는 마력의 방울토마토와는 다르게 D급이었다.

하지만 그거면 충분했다. 치명적인 타란툴라의 독가스 공격은 E+급 독피해를 준다. 그 독가스를 전투 중 한 번씩 뿜어내기 때문에 치명적인 것이다.

"테오, 이 해독의 대파 몇 개나 있어?"

"100개다냥!"

100개? 애매한 숫자였다. 보스 공략 인원은 최대 50명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공략 인원이 많을수록 공략 보상에서 좋은 보상이 나올 확률이 줄어들기에 15~25명 정도의 인원으로 보스를 공략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리고 보스 공략은 보통 3시간 이상 걸린다.

로얄나이트 길드와 위자드 길드의 전력이라면 20명 정도로 보스를 공략할 것이다. 그 말은 탑 38층의 보스를 공략하기 위해서 저들은 적어도 해독의 대파가 60개는 필요하다는 의미.

하지만 자신들은 퀘스트로 얻은 해독제도 있고 독거미의 날카로운 이빨검을 착용하면 공략 인원을 18명 정도까지 줄일 수 있기에 해독의 대파를 50개만 확보해도 보스 공략이 가능하다.

'우리가 더 유리해. 근데 돈이 얼마나 있지?'

조금 전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사느라 가진 돈을 전부 쓴 레온의 마음이 급해졌다.

"제프리, 여기 있는 우리 길드원들 돈 모아 와!"

"네!"

레온이 1팀의 리더에게 지시를 내리고 헌터폰으로 부길드장 캐서린에게 독거미의 날카로운 이빨검을 서둘러 올려보내라고 연락했다. 레온의 헌터폰은 개당 5억이나 하는 고가형으로 길드 본부에 설치된 특수 수신기를 통해 1층과 통신이 가능했다.

'탑 38층의 보스, 오늘 우리 피닉스 길드가 공략한다.'

레온이 각오를 다질 때

"이제 경매를 시작하겠다냥! 해독의 대파는 10개씩 팔겠다냥!"

테오가 경매의 시작을 알리자

"10개에 50탑코인!"

"10개에 60탑코인!"

"10개에 70탑코인!"

로얄나이트 길드와 위자드 길드의 헌터들이 공격적으로 호가를 부르며 해독의 대파 가격이 무섭게 치솟기 시작했다.

"10개에 130탑코인!"

"10개에 131탑코인!"

"10개에 132탑코인!"

경매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했다.

그리고

"10개에 155탑코인!"

레온의 외침과 함께 첫 해독의 대파는 피닉스 길드가 낙찰받았다.

"좋았어!"

이어서 다음 경매도 내리 3회를 157, 162, 170탑코인으로 피닉스 길드에서 낙찰받았다.

'이제 한 번만 더 낙찰받으면 된다!'

하지만

"10개에 130탑코인!"

"10개에 131탑코인!"

"10개에···"

레온이 호가를 부르려 할 때 1팀의 리더가 급하게 레온을 말렸다.

"제프리, 왜 그래?"

"길드장님, 돈이 모자랍니다."

상대 길드에서 가격을 계속 높이는 바람에 고가에 낙찰받은 피닉스 길드의 돈이 얼마 남지 않았다.

"10개에 132탑코인!"

"낙찰이다냥!"

"10개에 135탑코인!"

"낙찰이다냥!"

그렇게 로얄나이트 길드와 위자드 길드는 피닉스 길드가 가진 돈 위에서 남은 해독의 대파 60개를 30개씩 사이좋게 낙찰받았다.

"젠장!"

레온이 뒤늦게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덜 샀다면 하고 후회했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그렇게 레온이 자책하는 동안

"나랑 사진 찍고 싶은 인간은 줄을 서라냥!"

테오가 부업을 시작했다. 이번에 마력의 방울토마토와 해독의 대파가 비싸게 팔리면서 기분이 좋아진 테오가 오늘도 여성 헌터들에게 제대로 서비스를 하며 포토타임이 끝났다.

'푸후훗. 츄르 100개랑 박세준이 좋아하는 걸 50개나 얻었다냥. 테 사장 50시간 확보다냥!'

테오가 흐뭇한 마음으로 부업의 보상을 봇짐에 넣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근데 김동식이는 왜 안 보이는 것이냥?'

김동식과 처리할 문제가 있는 테오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김동식을 찾고 있을 때

"길드장님, 장비를 가져왔습니다."

"5팀 리더님, 고맙습니다."

레온이 부탁했던 장비를 5팀 리더 김동식이 가져왔다.

"그럼 저는 볼 일이 있어서···"

레온과 대화를 끝낸 김동식이 서둘러 테오에게 다가갔다.

"김동식! 왜 이렇게 늦은 겄이냥? 찾았다냥!"

테오가 발을 구르며 화를 냈다. 오늘은 김동식이 없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미안. 하지만 이유가 있었어."

김동식이 자신이 세준의 가족을 호위하고 있다며 밖의 상황을 전했다.

"그게 정말이냥?! 박 회장의 가족이 위험한 것이냥?!"

"걱정 마. 우리가 잘 지키고 있으니까. 그것보다 내 제안에 대한 답변은 가져왔어?"

"그렇다냥! 박 회장이 승낙하겠다고 했다냥!"

테오가 김동식에게 봇짐 안에 있는 방울토마토 200개와 해독의 대파 10개 그리고 태양의 호박고구마 15개를 보여줬다.

"방울토마토 200개는 3개월 치 선불이다냥. 그리고 다른 농작물은 박회장이 저렴하게 넘기겠다고 했다냥! 특히 이거는 정말 좋은 거다냥!"

테오가 태양의 호박고구마를 김동식이 잘 볼 수 있도록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푸후훗. 동식이가 이걸 가져가면 나의 실수는 아무도 모른다냥!'

완전범죄를 노리는 테오였다.

'이게 뭐지?'

동식이 태양의 호박고구마와 해독의 대파 옵션을 확인했다. 동식은 늦게 올라왔기에 해독의 대파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건?!"

해독의 대파는 탑 38층의 보스를 공략하기 위해 꼭 필요한 물건이었고 태양의 호박고구마의 화염내성 효과는 스승의 저주를 일시적이나마 해결할 수 있었다.

"다 살게!!!"

"그럴 줄 알았다냥! 좋은 선택이다냥! "

긴장한 얼굴로 김동식의 대답을 기다리던 테오가 안도하며 말했다.

"해독의 대파, 태양의 호박고구마 전부 개당 7탑코인이다냥!"

"정말?!"

해독의 대파는 D급이고 태양의 호박고구마는 C급인데 같은 가격이라니? 파격적인 가격에 김동식이 놀라며 물었다.

"그렇다냥! 이번만 이렇게 주는 것이다냥!"

증거를 인멸해야 하는 테오가 태양의 호박고구마를 싸게 넘겼다.

"좋아!"

김동식이 흔쾌히 175탑코인을 지불했다.

"그럼 다음에 보자냥!"

테오가 서둘러 사라졌다. 자신의 보상금을 줄 인간들이 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잘 가!"

김동식이 떠나가는 테오에게 손을 흔들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스승님의 구타 방지권을 3장은 받을 수 있겠군.'

테오나 김동식이나 처지는 비슷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테오와의 거래를 끝내고 뒤돌았을 때

"5팀 리더님!"

레온이 강렬한 눈빛으로 해독의 대파를 쥔 김동식의 오른손을 바라보며 김동식을 불렀다.

그리고 그날 피닉스 길드가 공식적으로는 세계 최초로 탑 38층을 공략했고 공략에 대단한 공을 세운 김동식은 3팀 리더로 승진했다.

***

조난 221일 차.

바스락.바스락.

세준이 땅콩밭 근처에 보금자리를 마련해준 독꿀벌 여왕 고치에서 독꿀벌 여왕이 나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세준이 방울토마토꽃이 달린 가지를 보금자리 안에 조심스럽게 넣고 파 이파리를 다시 덮었다.

그리고

질겅질겅.

반건조 오징어구이를 씹으며 조용히 기다렸다.

오늘은 집을 짓는 것도, 지상의 농사도 모두 올스탑시키고 주변에 아무도 오지 못하게 했다. 독꿀벌 여왕은 태어나 처음 본 대상을 주인으로 삼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후가 되자

위이잉.위이잉.

파 이파리 아래서 가녀린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깨어났나?'

세준이 조심히 파 이파리를 열자 세준과 독꿀벌 여왕의 눈이 마주쳤다.

[독꿀벌 여왕의 고치를 무사히 우화시켰습니다.]

[새로 태어난 독꿀벌 여왕이 당신을 주인으로 인식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양봉 Lv. 3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위잉.위잉.

새로 태어난 독꿀벌 여왕이 세준에게 몸을 비비며 호감을 표하고는 다시 보금자리로 돌아가 꽃의 꿀을 빨기 시작했다.

"많이 먹어."

세준이 보금자리를 다시 파 이파리로 덮어주고 동굴로 내려왔다.

"이제 올라가도 돼."

삐익.

빠아.

세준의 말에 지상에서 할 일이 많은 토끼들이 서둘러 올라갔다. 그리고 태양의 호박고구마밭으로 갔다. 미리 태양의 호박고구마순을 심어두지 않았다면 종자가 그대로 없어질 뻔했다.

"분명 테오가 가져갔어."

세준은 범인으로 테오를 지목했다. 그때는 꾸엥이가 동굴에 내려올 수도 없었으니 테오가 아니면 사고 칠 동물도 없었다.

거기다 태양의 호박고구마가 있던 곳 주변에 떨어진 노랑색 털이 세준의 심증을 굳혀줬다.

"요놈 오기만 해봐라."

세준이 이걸로 테오를 어떻게 골려 먹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뺙!

꾸엥!

연못에서 열심히 사냥하는 흑토끼와 꾸엥이가 보였다. 꾸엥이가 저장고를 노릴 거라는 세준의 걱정은 기우였다.

꾸엥이도 나름 맹수. 꾸엥이는 자신이 사냥해서 먹는 걸 더 선호했다. 꿀만 빼고.

덕분에 꾸엥이가 연못에서 바로바로 먹이를 잡아먹으면서 지상까지 옮길 필요가 없어졌다.

그로 인해 세준은 일이 줄어들며 더 편해졌다.

***

탑 75층.

테오가 상점 거리에 도착했다.

탑 38층에서 붙잡은 헌터들은 돈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 계약서가 있기에 돈을 벌어 오라고 지시하고 풀어줬다.

인간들은 데리고 다닐 수가 없기에 이럴 때는 어떻게 할지 세준에게 물어볼 생각이었다.

'박 회장이라면 분명 인간들에게 돈을 받아낼 방법을 알 거다냥!'

그렇게 헌터들에 대한 문제를 세준에게 떠넘기고

"냥냥냥."

자신의 실수에 대한 흔적을 완전히 없앴다고 생각한 테오가 홀가분한 마음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상점 거리를 걸었다.

"나는 엄청난 유랑 상인이다냥!"

마력의 방울토마토와 해독의 대파를 팔며 번 돈이 무려 1만 575탑코인!

엄청난 매출을 올린 우쭐함에 테오의 어깨에 엄청나게 힘이 들어갔다. 그래봤자 땅 밑으로 다니기에 아무도 보지 못했지만.

다행히 늑대들이 테오의 뒤를 따르고 있어 상인들이 길을 비켜주고 있었다.

그때

"뭐냥?!"

테오의 행차를 막는 무리가 있었다. 아니 작은 햄스터 1마리였다.

"당신이야말로 내가 누군지 모르나요? 비켜서세요!"

마법사 협회의 협회장 햄스터 이오나가 테오를 보며 말했다.

"그러는 너야말로 내가 누군지 모르냥?!"

테오가 어서 자신에 대해 말해달라는 듯이 엘카를 기대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다.

56화. 고민상담을 하다.

56화. 고민상담을 하다.

"뀻뀻뀻."

이오나가 콧노래를 부르며 상점 구역을 걸었다. 마탑에 필요한 생필품을 사기 위해 오랜만에 상점 구역을 쇼핑하는 이오나의 기분은 굉장히 좋았다.

그렇게 이오나가 즐거운 쇼핑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냥냥냥."

반대편에서 노란 고양이 하나가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걸어왔다.

그리고

"뭐냥?"

중견 유랑 상인 주제에 겁도 없이 자신의 앞을 막았다.

"당신이야말로 내가 누군지 모르나요? 비켜서세요!"

"그러는 너야말로 내가 누군지 모르냥?!"

두 꼬꼬마들이 서로 자기가 대단한 존재라며 주장하는 것을 재미있게 구경하던 엘카.

그때

"...?!"

엘카가 앙증맞은 햄스터가 등에 메고 있는 이쑤시개 같은 붉은 색 나무 지팡이를 발견했다. 지팡이의 끝에는 불길한 검은 보석이 박혀있었는데 검은 보석 위에는 금색 문자들이 빽빽하게 새겨져 있었다.

'저건···재앙의 지팡이?!'

재앙의 지팡이는 탑에 3개만 있다는 전설급 아이템 중 하나로 대파괴의 마법사라 불리는 마법사 협회의 협회장 이오나의 신물이었다.

그 말은 저 햄스터가?!

엘카가 당황하고 있을 때 테오가 엘카를 보며 어서 자기가 어떤 존재인지 설명하라고 눈치를 줬다.

'어떡하지?'

한쪽은 위대한 검은 용의 부하, 다른 한쪽은 대파괴의 마법사 이오나였다. 둘 다 엄청난 존재.

쩝.쩝.

엘카가 두 거대한 존재 사이에서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혀를 날름거렸다.

남들이 봤다면 거대한 늑대가 조그만 고양이와 햄스터를 내려다보며 입맛을 다시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정작 실버 울프족의 족장 엘카는 피가 마르는 기분이었다.

"이오나 님, 테 대표님은 위대한 검은 용의 부하입니다."

엘카가 서둘러 테오의 정체를 밝혔다. 이오나가 테오를 공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대파괴의 마법사 이오나. 그녀의 마법 한방이면 거대한 산이 사라지고 강이 만들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이오나가 홧김에 테오를 공격하면 테오는 바로 사망이었다.

"실버 울프족이여 그게 사실인가요? 거짓이라면 그대들은 위대한 검은 용의 이름을 사칭한 죄로 모두 죽음을 면치 못할 겁니다."

"제 부족을 걸고 결코 거짓이 아님을 맹세합니다."

이오나가 사실을 말하는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엘카의 눈을 뚫어지게 보기 시작하자

"내 부하를 괴롭히지 말라냥! 나랑 얘기하라냥!"

테오가 호기롭게 나섰다.

"그럼 그대가 위대한 검은 용의 부하가 맞는지 증명해봐요."

"어떻게 말이냥?"

"당신이 정말 위대한 검은 용의 부하라면 나를 위대한 검은 용께 데려가 줘요."

이오나는 위대한 검은 용에게 탑 67층에 침입한 레드 로커스트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공짜로 말이냥?"

테오가 어림도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냥 승낙하면 안 된다는 상인의 직감이 들었다.

"뭐 원하시는 게 있나요?"

"일단 여기서 살 게 있는 데 이오나가 다 내라냥."

"그...그러죠."

테오의 대답에 이오나가 당황하며 대답했다. 뭐 대단한 걸 말할 줄 알았는데 너무 하찮은 걸 말하고 있었다. 이오나가 테오를 이상하게 보며 일행에 합류했다.

테오는 전에 갔던 잡화점이 아닌 다른 잡화점으로 갔다. 주인이 중견 유랑 상인인 자신을 알아보고 물건을 공짜로 주면 이오나에게 대가를 받는 보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테오가 잡화점에 들어가 살 물건들을 고르기 시작했다.

세준에게 부탁받은 물건은 대형 냄비 3개와 프라이팬 그리고 유리병 10개였지만, 오늘은 이오나의 돈을 쓸 거기 때문에 유리병 90개와 사심을 담아 세준의 것과 비슷한 밀짚모자를 추가했다.

"총 21.1탑코입니다."

"여기..."

이오나가 돈을 지불하려 할 때

"깎아달라냥!"

테오가 3번 깎기를 시작했다. 물건을 살 때는 항상 3번을 깎으라는 세준의 말을 따르기 위해서였다. 테오는 세준의 지시에 대해서는 융통성이 1도 없는 고양이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13탑코인에 드리겠습니다."

"빨리 내라냥!"

그렇게 3번을 깎은 테오가 이오나를 보며 말했다.

'저 고양이 뭐지?'

대단한 걸 요구할 줄 알았는데 하찮은 걸 요구하고, 상점에서는 자신의 돈을 아껴주기 위해 굳이 가격을 3번이나 깎아줬다.

이오나가 테오를 보면서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푸후훗. 다음은 대장간이다냥!"

방금 구매한 밀짚모자를 쓰고 기분이 좋아진 테오가 앞장서서 대장간으로 이동했다.

대장간에 도착하니 다행히 저번에 자신에게 무료로 뽑기를 시켜줬던 점원이 아닌 다른 점원이었다.

"깎아달라냥!"

테오는 이번에도 3번을 깎아 장비 뽑기 비용으로 12.5탑코인을 이오나에게 지불하게 했다. 그리고 테오가 뽑기 코너에서 물건들을 살펴봤다.

"내가 도와줄까요?"

양 앞발을 내밀고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테오를 보면서 이오나가 물었다. 마법사인 이오나는 당연히 감정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기에 나름 자신의 돈을 아껴준 테오에게 보답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

테오는 대답하지 않고 계속 집중했다.

그때

덥석.

테오가 물건 하나를 잡았다. 작은 반지였다. 끌리는 게 없어서 가장 끌리는 걸 잡았다.

"내가 감정해줄게요."

한 번 무시당한 이오나가 재차 도움을 주겠다고 나섰지만

"괜찮다냥."

테오가 거절했다. 자신의 수염이 강하게 거부했다. 왠지 이걸 감정해서 가져가면 무서운 존재에게 미움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뀽! 알았어요! 내 도움은 필요 없다는 거죠?!"

대신 조금 덜 무서운 존재의 미움을 받아버렸다.

끼잉.

늑대들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런 둘을 바라보며 따라갔다.

***

꾸엥!

흔들흔들.

이제 자유자재로 몸 크기를 조절할 수 있게 된 꾸엥이가 동굴로 들어와 세준의 몸을 흔들며 깨웠다.

"으음...꾸엥이 왔어?"

세준이 눈을 뜨고 벽으로 가 획 하나를 추가하며 조난 224일 차 아침을 시작했다.

꾸엥.꾸엥.

꾸엥이가 꿀이 든 유리병을 들고 세준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빨리 꿀을 달라고 보챘다.

"알았어."

딸깍.

세준이 꿀이 든 유리병 하나를 열어 꾸엥이의 앞발에 꿀을 1꿀렁 부어줬다.

할짝.할짝.

꾸엥이가 열심히 꿀을 핥기 시작하자 세준이 유리병은 원래 있던 위치에 갔다 놓았다.

그곳에는 꿀이 가득한 유리병이 3병 더 있었다. 이제 독꿀벌들의 수가 1000마리를 넘으면서 하루 꿀 생산량이 유리병 한 병 반 정도의 양이 됐다.

세준은 연못으로 가 세수를 하고 토끼들과 함께 아침을 먹었다.

오늘은 특별한 일은 없기에 여유롭게 아침을 먹었다. 벽돌집은 건축가 토끼와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의 협력으로 거의 완성되고 있었고 농작물들은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세준은 평소처럼 방울토마토를 수확하는 것으로 아침 농사를 시작했다.

서걱.

[마력의 방울토마토 15개를 동시에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4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숙련도 상승 Lv. 1의 효과로 수확하기 Lv. 4의 숙련도가 5% 추가 상승합니다.]

[경험치 450을 획득했습니다.]

세준이 자른 방울토마토 가지를 저장고 앞에 가져가자

뺘앙!

뺘압!

뺘앗!

이제 완전히 농사일이 손에 익은 새끼 토끼들이 가지에서 방울토마토를 떼어내 저장고에 저장했다.

그리고 쓸모를 다한 방울토마토 가지는 여러 개를 하나로 묶어 지상으로 올려보냈다. 방울토마토 가지는 파 이파리와 함께 블랙 미노타우루스의 뱃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휴우. 끝났다."

방울토마토밭이 이제 1000평에 가까워졌지만, 세준의 육체도 예전과 달랐기에 끝마치는 시간은 예전과 비슷했다.

방울토마토 수확을 끝낸 세준이 지상으로 올라갔다.

그때

"오!"

땅콩밭에 노란 꽃들이 피어난 게 보였다.

위잉.위잉

독꿀벌들이 분주하게 땅콩꽃의 꿀을 빨기 위해 모여들었다. 조만간 땅콩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흥흥흥."

새로운 먹거리가 생긴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진 세준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대파밭으로 갔다.

"와. 여기는 이제 숲이네."

뿌리가 나눠질 때마다 나눠 심기를 한 대파밭은 이제 2000평이 넘어가고 있었다.

서걱.서걱.

엄마 토끼와 낫 토끼가 열심히 대파를 베고 있는 소리는 들렸지만, 대파의 이파리가 무성해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계속 이렇게 대파밭이 커진다면 미국의 옥수수밭에서 사람이 실종되는 것처럼 세준의 대파밭에서 조난 당하는 토끼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럴 때가 아니지."

세준도 서둘러 대파밭에 합류에 파 이파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서걱.서걱.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뺙!

흑토끼가 세준을 불렀다. 점심 먹어요!

어느새 동굴로 내려간 아내 토끼가 회색토끼들과 함께 식사를 준비해 지상으로 가지고 올라왔다.

메뉴는 찐 감자와 군고구마 그리고 생선구이였다.

"으아. 배불러."

점심을 배부르게 먹은 세준이 텀블러에 커피를 타서 앉자

뺘악...

꾸엥...

흑토끼와 꾸엥이가 세준의 곁으로 낮잠을 자러 왔다.

"꾸엥이는 변신해."

작은 크기에 현혹돼 무릎에 앉혔다가는 나중에 크게 고생하기에 세준이 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꾸엥...

흑토끼와 함께 세준의 무릎에서 자고 싶었던 꾸엥이가 실망하며 몸을 키워 세준의 등에 자신의 배를 붙이고 잠들었다.

뺘로롱.

꾸로롱.

세준이 흑토끼와 꾸엥이의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먹구름 만들기를 사용해 그늘을 만들고 이리저리 먹구름을 움직이며 숙련도를 올렸다.

[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그렇게 먹구름 만들기의 숙련도를 올리고 있을 때

[탑의 관리자가 매운 게 먹고 싶다고 요청합니다.]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우울한 에일린에게 매운 음식을 대접해라.]

보상 : 에일린의 우울함 감소

거절 시 : 우울함이 극에 다른 에일린이 다크 모드로 변함.

그동안 대답이 없던 에일린이 말을 걸어왔다.

***

"열려라-!"

에일린이 관리자 구역에 있는 포탈에 마나를 불어넣으며 소리쳤다. 하지만 에일린의 티끌만 한 마나로는 포탈을 활성화하는 게 불가능했다.

"이익!"

에일린은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한 번에 수십 개를 먹고도 시도해봤지만, 소용없었다. 맛있기만 했다.

"크아악! 안 해!"

에일린은 결국 며칠간 시도했던 포탈 활성화를 포기했다.

대신...

"내가 직접 해결하겠어."

할아버지처럼 관리자 구역을 나서서 직접 해결하기로 한 것.

하지만

"어?!"

에일린은 관리자 구역을 나서자마자 세상이 핑그르르 도는 느낌을 받으며 서둘러 관리자 구역으로 돌아왔다.

아직 미약하게 뛰는 드래곤하트로는 관리자 구역 밖에서 에이린의 육체를 유지하기 위해 소모하는 마나를 충당할 수 없었다.

"크힝...기특한 인간아...매운 게 먹고 싶다."

우울해진 에일린이 세준을 찾았다.

***

"다크 모드?"

뭔지는 모르지만, 에일린이 다크 모드로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았다.

"잠깐만 기다려."

세준이 서둘러 말려 놓은 반건조 오징어 5마리를 가지고 동굴로 내려가 오징어볶음을 만들기 시작했다. 마지막 남은 고춧가루까지 아끼지 않고 탈탈 털어 넣었다.

그렇게 세준이 매운 오징어볶음을 만드는 동안

[탑의 관리자가 울먹이며 고민 상담을 요청합니다.]

"고민 상담?"

에일린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다.

"그러니까 탑 67층에 레드 로커스트가 침입했다고?"

[탑의 관리자가 그렇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레드 로커스트를 방치하면 더 강력한 집단으로 진화한다고 말합니다.]

세준은 에일린의 말에 세준이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모든 걸 먹어 치우며 진화하는 메뚜기 떼라니...

"일단 나도 도울 게 있는지 찾아볼게."

세준이 에일린을 위로하며 완성된 오징어볶음을 주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매운 음식을 먹은 에일린의 우울함이 감소합니다.]

'어떻게 하지?'

서걱.서걱.

세준은 오후 내내 파 이파리를 베며 로커스트를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했다.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그때

"윽."

베기 위해 파 이파리를 잡던 세준의 손이 파 이파리에 살짝 베었다.

"뭐야?"

세준이 자신의 손가락을 벤 파 이파리를 살펴보자 다른 이파리와 질감이 완전히 달랐다. 쇠를 만지는 느낌. 운이 좋았다. 잘못했으면 손가락이 잘릴 정도로 파 이파리는 단단하고 날카로웠다.

이거 설마?! 이상함을 느낀 세준이 대파의 뿌리를 뽑았다.

[견고한 칼날 대파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4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숙련도 상승 Lv. 1의 효과로 수확하기 Lv. 4의 숙련도가 5% 추가 상승합니다.]

[경험치 30을 획득했습니다.]

"어?!"

[탑에 신품종을 탄생시키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탑이 신품종에 대해 당신에게 독점 재배권을 인정합니다.]

[당신의 허락 없이는 견고한 칼날 대파를 재배할 수 없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세준이 서둘러 두 번째 신품종인 견고한 칼날 대파의 옵션을 확인하고 있을 때

"내가 돌아왔다냥!"

테오가 햄스터 한 마리를 데리고 돌아왔다.

57화. 해충을 잡다.

57화. 해충을 잡다.

[견고한 칼날 대파]

계속 이파리를 잘린 대파가 자신의 이파리를 보호하기 위해 이파리를 금속화시킨 돌연변이 대파입니다.

탑 안에서 자란 대파로 모든 영양소를 파 이파리를 날카롭고 딱딱하게 만드는 데 사용해 맛과 영양이 떨어집니다.

섭취 시 아무 효과도 없습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90일

등급 : C

섭취 시 아무 효과도 없다? 거기다 맛과 영양도 없고?

'메뚜기 떼가 이걸 먹으려고 할까?'

견고한 칼날 대파의 옵션을 확인한 세준의 생각은 바로 레드 로커스트와 연결됐다.

그때

톡.톡.

"박 회장, 내가 왔다냥! 왜 나를 반겨주지 않는 것이냥? 봐라! 나도 박 회장과 같은 밀짚모자를 썼다냥!"

세준이 자신을 봐주지 않자 서운한 테오가 세준의 다리를 두드리며 자신의 도착을 다시 알렸다.

"어. 테오 왔어? 밀짚모자 잘 어울리네."

테오의 말에 정신을 차린 세준이 테오의 밀짚모자를 칭찬했다.

"당연한 것이다냥! 이 세상에 나와 어울리지 않는 것은 없다냥!"

세준의 칭찬에 우쭐해진 테오가 어깨를 으쓱했다.

"박 회장, 여기 앉아 봐라냥! 내가 이번에도 완판을 하고 돈도 많이 벌어왔다냥!"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 앉기 위해 세준에게 앉기를 권했다.

하지만

"위대한 검은 용께 인사드립니다. 마법사 협회의 협회장 이오나가 인사올립니다."

이오나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덕분에 세준의 무릎에 앉으려는 테오의 작전은 무산됐다.

"마법사 협회의 협회장이라고? 근데 여기는 왜?"

"내가 위대한 검은 용의 부하라고 했는데 안 믿어서 데려왔다냥!"

"미안해요. 이젠 믿어요."

이오나가 테오에게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했다.

그리고

"음...위대한 검은 용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오나가 조심스럽게 세준에게 말했다.

"그래. 뭔데?"

"사실 제가 이곳에 온 것은 위대한 검은 용께 탑 67층에 레드 로커스트의 퇴치를 요청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알고 있어."

조금 전, 에일린에게 들었지만, 원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

"역시 알고 계셨군요."

처음 세준을 봤을 때만 해도 이오나는 세준이 위대한 검은 용이 맞는지 긴가민가했다. 겉모습은 탑의 밖에서 들어온 인간을 닮았고 강한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

'진짜 위대한 검은 용이 맞는 걸까?'

이오나는 의심이 들었다. 검은 머리를 빼면 검은 용과 연관된 것이 전혀 없어 보였다.

마나 스캔 한 번이면 상대가 위대한 검은 용이 맞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지만, 상대의 허락도 없이 마나 스캔을 하는 것은 엄청난 실례였다.

그리고 상대가 위대한 검은 용이 맞다면 그때는 무례를 저지른 자신뿐만이 아니라 마법사 협회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

그렇게 이오나가 세준이 위대한 검은 용이 맞는지 고민하고 있을 때

뀨?

이오나의 눈에 세준이 들고 있는 풀이 보였다. 분명 풀인데 이파리는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그리고 이오나는 거기서 확신했다.

'위대한 검은 용이 맞으시다!'

저 풀은 우선 적으로 풀을 먹어 치우고 다른 걸 먹어 치우는 레드 로커스트의 습성을 이용한 위대한 검은 용이 새로 개발하고 있는 비장의 무기가 분명했다.

'위대한 검은 용께서 바로 나서지 않으신 것도 새로운 무기를 혼자 개발하시느라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이야.'

그렇게 혼자 시나리오를 쓴 이오나.

"위대한 검은 용이시여 제가 탑 67층에서 레드 로커스트를 잡아 와 위대한 검은 용께서 만드시는 신무기의 테스트를 도울게요!"

"신무기? 그래. 그러면 나야 고맙지."

그렇지 않아도 견고한 칼날 대파가 레드 로커스트에게 효과가 있는지 알고 싶었던 세준은 이오나의 말에 흔쾌히 승낙했다.

"저야말로 위대한 검은 용님의 신무기 테스트에 도움을 드릴 수 있다니 영광이에요! 그럼 바로 다녀올게요!""

이오나가 쫑쫑거리며 서둘러 탑을 내려갔다.

그리고

"박 회장, 빨리 앉아서 나의 보고를 받으라냥."

세준의 무릎에 앉고 싶은 테오가 바닥을 두드리며 세준에게 다시 앉기를 권했다. 세준의 무릎에 대해서는 집요한 테오였다.

"알았어. 말해봐."

세준이 바닥에 앉자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 올라가 이번 거래에 대한 보고를 시작했다.

"이번에도 완판을 했다냥. 그리고 총 판매 금액 1만 575탑코인을 달성했다냥! 또..."

후두두둑.

테오가 자신의 봇짐을 뒤집어 사진을 찍어주고 받은 츄르와 세준의 양념과 커피, 상점 구역에서 산 것들을 쏟아냈다.

"테오, 잘했어."

세준이 테 사장 50시간을 인정하고 인센티브로 1만 탑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575탑코인을 테오에게 주었다.

"고맙다냥!"

"근데 테오 너 나한테 말할 거 있지 않아?"

"...냥?"

세준이 테오를 바라보자 테오가 슬며시 딴 곳을 보며 세준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누가 봐도 캥기는 게 있는 자의 행동.

"테오, 진짜 말 안 할 거야?"

"실수였다냥. 근데 어떻게 안 것이냥?"

분명히 태양의 호박고구마를 처리해 완전범죄였는데 어떻게 걸린 건지 테오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동굴 안에서 그런 사고를 칠 존재가 자신뿐이라는 건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테오였다.

"나는 다 아는 수가 있어."

'역시 박세준은 대단하다냥."

테오가 다신 한번 세준의 대단함에 놀랐다.

"좋아. 이실직고했으니까 이번만 봐줄게. 대신 벌칙으로 오늘 하루 츄르 압수랑 테 대표에서 테 인턴으로 강등. 그리고 네가 하는 거 봐서 벌칙 시간을 줄여줄게."

"알겠다냥..."

테오가 순순히 세준의 무릎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팔랑.팔랑.

주변에 떨어진 파 이파리를 적당한 사이즈로 잘라 부채처럼 부치기 시작했다.

'테오, 너 이 자식...'

예전이라면 상심하고 바로 동굴 구석에 처박혀 있었을 텐데...뭐라도 하려고 시도하다니...세준이 테오의 성장에 감격했다.

하지만

"어떠냥? 시원하냥? 이제 나 다시 테 대표냥?"

파 이파리 10번을 부치고 테오가 물었다. 아직 인내심은 키우지 못한 테오였다.

"500번 부치면 생각해 볼게."

"그렇게 많이 말이냥? 알겠다냥!"

"강풍."

파라라락.

"미풍."

팔랑.팔랑.

그렇게 테오가 세준의 말에 따라 부치는 속도를 달리하며 열심히 파 이파리 500번을 부쳤다.

"이제 나 테 대표냥?"

"윽! 허리가..."

꾸욱.꾸욱.

"이제 나 테 대표냥?"

"이번에는 어깨가..."

꾸욱.꾸욱.

"박 회장은 왜 이렇게 아픈 데가 많은 것이냥?!"

테오가 속상한 목소리로 말하며 자신의 앞발에 힘을 실었다. 테오의 자신을 걱정하는 목소리에 장난을 치던 세준의 마음이 약해졌다.

"좋아. 다시 테 대표."

폴짝.

"박 회장! 츄르를 달라냥!"

세준의 말과 동시에 테오가 빛의 속도로 세준의 무릎에 올라가 당당하게 츄르를 요구했다.

"알았어."

세준이 츄르를 뜯어 테오의 입에 가져가자

촵촵촵.

테오가 츄르 삼매경에 빠졌다.

그렇게 세준이 테오에게 츄르를 먹이고 있을 때

"위대한 검은 용이시여! 레드 로커스트를 잡아 왔어요!"

이오나가 자신의 몸보다 몇 배는 큰 레드 로커스트 5마리를 마법으로 제압해 잡아 왔다.

"이렇게 빨리?"

테오가 탑을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아직 탑 67층에 도착도 못 했을 시간이었다.

"상인 통로에는 일반, 고속, 초고속, 광속 상인 통로가 있다냥. 이오나는 광속 상인 통로를 사용한 것 같다냥."

테오가 세준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이오나, 수고했어."

"감사합니다."

둥둥.

세준이 제압돼 공중에 떠 있는 레드 로커스트를 살펴봤다.

"진짜 크네."

처음에는 거대한 모습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계속 보니 일반 메뚜기를 보듯이 익숙해졌다.

"꾸엥아!"

꾸엥!

세준의 부름에 동굴에 있던 꾸엥이가 지상으로 올라왔다.

"꾸엥아 이것 좀 잘라줘."

세준이 견고한 칼날 대파를 내밀었다. 꾸엥이의 가죽은 질기고 두꺼워 상처가 날 걱정은 없었다.

꾸엥!

꾸엥이가 양손으로 견고한 칼날 대파의 이파리를 가볍게 잡고 두 동강 내 세준에게 건넸다.

"고마워."

세준이 꾸엥이가 꺾은 파 이파리를 조심스럽게 잡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땅을 파고 이파리를 땅에 고정시켰다.

"이오나, 얘네들 못 도망가게 잘 붙잡을 수 있지?"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위대한 검은 용이시여."

"그럼 일단 한 마리만 풀어 놔봐."

"네."

이오나가 마법을 풀자

푸드득.

레드 로커스트가 한 마리만 날개를 움직이며 날기 시작했다. 레드 로커스트 한 마리, 한 마리에게 마법을 따로 걸고 있는 이오나. 다른 헌터들이 봤다면 경악할 광경이었다.

이오나가 무려 5개의 마법을 동시에 구사하는 펜타 캐스팅을 하고 있다는 의미였으니까. 그것도 다른 이와 대화를 하면서...

아무리 같은 마법이라도 동시에 5개를 사용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난이도였다. 참고로 지구에서 마법 실력이 가장 좋은 헌터도 같은 마법을 사용한 더블 캐스팅이 한계였다.

푸드득.

풀려난 레드 로커스트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땅에 고정된 견고한 칼날 대파의 이파리를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푹.

까드득.까드득.

레드 로커스트는 죽기 직전까지 견고한 칼날 대파의 이파리를 갉아 먹으려고 애쓰다가 죽어버렸다. 무서울 정도의 식탐이었다.

그때

[농작물로 해충을 잡는 위대한 농부의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위대한 농부의 업적에 대한 보상으로 직업 특성이 1개 추가됩니다.]

[직업 특성으로 농작물이 해충을 잡으면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응?"

농작물이 해충을 잡아도 경험치를 준다고? 세준이 메시지를 읽고 있을 때

"축하드립니다! 위대한 검은 용이시여!"

이오나가 견고한 칼날 대파의 효과를 확인하고는 감격하며 말했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이 이파리 하나만으로도 수만 마리 레드 로커스트도 감당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아그작.아그작

뭔가 씹는 소리가 들렸다.

"응?"

세준이 소리가 나는 곳을 보자 꾸엥이가 견고한 칼날 대파의 이파리와 레드 로커스트를 함께 입에 넣고 씹었다.

"야! 그거 먹으면 다쳐!"

세준이 서둘러 꾸엥이의 입을 벌렸지만

꿀꺽.

이미 삼킨 뒤였다. 다행히 입 안에는 작은 상처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못 먹는 게 없는 꾸엥이였다.

"이오나, 일단 이 이파리들을 탑 67층에 가져가서 이렇게 심어봐. 꾸엥아 나머지 이파리도 잘라줘."

꾸엥!

꾸엥이가 세준의 말에 견고한 칼날 대파의 이파리를 전부 꺾어 이오나에게 건넸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잠깐."

"네?"

"그...나머지 레드 로커스트는 두고 가."

쩝.쩝.쩝

이미 레드 로커스트의 맛을 본 꾸엥이와 피 냄새를 맡은 늑대들이 레드 로커스트를 보면서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이오나가 남은 레드 로커스트 4마리를 꾸엥이와 늑대에게 건네자

아그작.아그작.

꾸엥이와 늑대들이 정신없이 레드 로커스트를 먹기 시작했다.

"그럼 저는 내려가 보겠습니다."

"그래. 내일 아침이면 다시 이파리가 자랄 테니까 그때 다시 가지러 와."

"네."

이오나가 9개의 견고한 칼날 대파의 이파리를 가지고 탑 67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당신의 농작물이 해충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1을 획득했습니다.]

[당신의 농작물이 해충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1을 획득했습니다.]

...

..

.

메시지가 줄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며칠이 흐르자 뿌리가 나눠진 견고한 칼날 대파를 나눠 심기를 하면서 더 많은 칼날 이파리를 잘라 탑 67층으로 보냈다.

그리고 이오나는 칼날 이파리로 탑 67층의 웨이포인트 주변을 두르면서 최소한의 방어라인을 완성하며 레드 로커스트들이 탑 68층으로 올라가는 길을 막았다.

58화. 납품 계약을 따다.

58화. 납품 계약을 따다.

[탑 67층의 레드 로커스트 100만 3781마리를 처치했습니다.]

[탑 67층에 남은 레드 로커스트는 60억 3881만 1918마리 남았습니다.]

[탑 67층의 레드 로커스트의 개체 수가 한 시간 전보다 7마리 늘어났습니다.]

"휴우."

에일린이 수정구의 알림을 보면서 안도했다. 급속도로 늘어나던 레드 로커스트의 숫자가 거의 멈췄기 때문이다.

"크히히. 이게 다 기특한 인간 덕분이야. 나중에 할아버지가 오면 기특한 인간한테 상을 주라고 해야지."

마력이 부족한 에일린이 수정구를 통해서 볼 수 있는 층은 현재 99층뿐. 그래서 탑 67층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보지 않아도 탑 67층의 레드 로커스트 처치에 세준의 역할이 컸다는 것은 에일린도 잘 알고 있었다.

[탑 67층 레드 로커스트 퇴치 공헌도]

1위 - 박세준(30만 3113마리)

2위 - 이오나(12만 3812마리)

3위 - 리자드맨 전사 타무로(1만 1929마리)

...

..

.

수정구에 표시되는 공헌도 때문이었다. 덕분에 에일린의 우울함이 사라졌다.

꼬르르륵.

대신 허기가 찾아왔다.

"크히히. 기특한 인간한테 먹을 거 달라고 해야지."

오늘은 달달한 게 당기는 날이었다.

***

조난 228일 차 오후.

콰직.콰직.

꾸엥이가 견고한 칼날 대파의 이파리를 부러뜨렸다.

"우리 꾸엥이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세준이 박수를 치며 칭찬하자

꾸엥!꾸에엥!

기분이 좋아진 꾸엥이가 엉덩이를 흔들면서 자신만의 리듬으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뾱!뾱!뾱!

꾸엥이의 춤에 흥이 난 흑토끼가 자신의 해머로 비트를 주며 불협화음을 만들어 냈다.

그때

[탑의 관리자가 달달한 군고구마 말랭이를 먹고 싶다고 말합니다.]

"지금 너 대신 탑 67층 레드 로커스트 처리하려고 우리 일 하는 거 안 보여?"

꾸엥이와 흑토끼는 리듬을 타고 있고, 세준이 한 건 꾸엥이에게 박수쳐준 것뿐이지만, 세준은 당당하게 말했다.

[탑의 관리자가 그대의 공로는 잘 알고 있다고 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탑 67층의 레드 로커스트 퇴치가 끝나면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보상? 뭔데?"

[탑의 관리자가 레드 로커스트 퇴치에 공헌을 많이 할수록 보상이 좋아진다며 열심히 하라고 말합니다.]

"따로 보상이 있었어?"

진작 말하지. 세준이 서둘러 군고구마 말랭이를 꺼냈다.

"에일린, 퀘스트 줘."

그렇게 에일린에게 군고구마 말랭이를 전한 세준은 파 이파리를 자르며 탑 67층의 공헌도를 더 높일 방법이 있는지 생각했다.

그때

"세준 님, 다녀왔습니다."

탑 67층에 견고한 칼날 이파리를 배달하고 온 엘카와 늑대들이 도착했다.

이오나는 탑 67층의 웨이포인트에 대한 방어라인이 만들어지자 급한 불은 껐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마탑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래서 자신을 대신해 유랑 상인 협회를 통해 견고한 칼날 이파리를 수송해도 되는지 세준에게 허락을 구했다.

"수송? 우리가 해줄게."

대신 세준은 그 비용을 자신에게 달라고 하면서 늑대들을 시켜 탑 67층에 칼날 이파리를 배달하고 있었다. 물론 견고한 칼날 이파리에 대한 값도 함께 받았다. 칼날 이파리 납품 계약을 따낸 것이다.

그렇게 탑 67층에 견고한 칼날 대파 이파리를 배달해주는 대가로 수송 비용을 합쳐 칼날 이파리 하나당 2.5탑코인을 받았다. 레드 로커스트를 처치하는 효과에 비하면 굉장히 저렴한 가격. 하지만 이유가 있었다.

견고한 칼날 대파의 이파리가 잘린 후 3~5일이 지나면 시들어 버리는 소모품이었기 때문. 덕분에 세준은 견고한 칼날 대파의 이파리 하나당 2.5탑코인을 받으며 꾸준히 팔 수 있으니 나쁘지 않았다.

"여기 대금입니다."

엘카가 앞발로 자신의 복실복실한 털 안에서 돈주머니를 꺼냈다. 돈주머니 안에는 견고한 칼날 대파 이파리 30개의 값인 75탑코인이 들어있었다.

테오가 벌어들이는 돈에 비하면 아주 작지만, 앞으로 견고한 칼날 대파의 이파리 수확량이 점점 늘어나게 된다면 세준의 또 다른 수입원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엘카, 수고했어."

"네. 그럼 다시 내려가 보겠습니다."

늑대들이 꾸엥이가 잘라 놓은 칼날 이파리 200개를 등에 지고 다시 탑 67층으로 내려갔다. 그사이 견고한 칼날 대파의 뿌리를 나눠 심으면서 칼날 이파리 생산량이 몇 배로 늘어났다.

그때

[당신의 농작물이 해충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1을 획득했습니다.]

...

..

.

해충을 처치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다시 한번 레드 로커스트의 공격이 있는 모양이었다.

최근에 세준은 농작물 수확 경험치에 해충 처치 경험치가 더해지면서 1레벨이 올라 20레벨이 되며 직업 퀘스트를 받았다.

[직업 퀘스트 : 농작물 1000개를 수확하라.]

보상 : 21레벨, 50탑코인.

어렵지 않은 퀘스트였기에 세준은 방울토마토를 수확하며 이틀 만에 퀘스트를 완료하고 다시 경험치를 쭉쭉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레벨업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다시 레벨업을 하며 21레벨이 됐다. 보너스 스탯은 이번에도 마력을 올렸다.

***

세준의 동굴에서 서쪽 방향.

쿠어엉.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순찰을 돌고 있었다.

그때

스럭.스럭.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침입자의 이동 소리를 들었다.

스럭.스럭.

10m 정도 되는 나무가 뿌리를 움직이며 걸어오고 있었다. 저렇게 큰 놈은 보통 서쪽 깊숙이 있어 만날 수 없는 놈인데 오늘은 웬일인지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다.

쿠어어엉!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그런 나무 몬스터에게 달려들었다.

콰드득.

나뭇가지가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의 몸을 묶으려 했지만,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의 움직임에는 전혀 지장을 주지 않았다.

쾅!

쩌저적.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나무의 몸통에 두 앞발을 박아넣고 옆으로 벌려 두 동강 내버렸다.

콰직.

나무 몬스터가 죽으며 굳어버린 나뭇가지를 끊어버린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그 자리에서 나무의 몸통과 뿌리를 씹어 먹었다.

그리고

쿵.쿵.

나뭇가지 몇 개를 들고 세준의 동굴로 가져갔다.

***

탑 1층 가겔의 탑농장 프로젝트 본부.

"이게 방울토마토라고?"

연구팀장 토마스의 보고를 받고 급히 달려온 마이클이 꿈틀대며 움직이고 있는 방울토마토 가지들을 보면서 물었다. 열매는 하나도 없었다.

"네. 부회장님. 성장 촉진제 때문인지 돌연변이를 일으킨 것 같습니다."

"돌연변이? 그럼 서둘러 폐기했어야지! 이걸 왜 아직도 키우고 있는 거야?!"

마이클이 고함을 질렀다. 당연했다. 이런 이상한 걸 가겔이 만들었다는 것이 소문나면 회사 이미지에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저희도 그러려고 했습니다. 근데..."

"근데?"

"이 식물을 제거하다가 좋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방울토마토의 밑부분을 잘라보시죠."

토마스가 마이클에게 검을 건네며 말했다.

"뭐길래..."

서걱.

마이클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방울토마토의 밑부분을 잘랐다.

[오염된 방울토마토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29를 획득했습니다.]

"이건?"

서걱.서걱.

[오염된 방울토마토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27을 획득했습니다.]

[오염된 방울토마토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33을 획득했습니다.]

...

..

.

마이클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방울토마토 나무 몇 그루를 더 잘랐다.

"나무가 경험치를 준다고?"

"네. 저희가 키운 식물을 처치하면 경험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거기다..."

토마스가 화분 하나를 가져왔다. 화분에는 작은 싹이 나 있었다.

"스스로 번식도 합니다."

"정말인가?"

"네. 먹이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정말입니다."

토마스의 대답에 마이클의 머릿속에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다.

"좋아. 저번에 탑 2층에 확보한 땅에 전부 이 나무를 심어."

"네. 알겠습니다."

***

조난 230일 차.

드디어 방 하나와 부엌이 있는 세준의 벽돌집이 완성됐다. 아직 가구들은 없었지만.

"이제 혼자 잘 수 있겠어."

세준이 침실로 쓸 곳에 일단 임시방편으로 파 이파리와 모포로 잠자리를 만들었다.

그때

"응?"

침실 구석에 문이 달린 사과 박스 크기의 나무 박스가 보였다.

"이게 뭐지?"

달칵.

문을 열자

뺙?뺙!

흑토끼가 자신의 짐을 정리하다 노크도 없이 문을 연 세준에게 화를 냈다.

"미안."

세준이 급하게 문을 닫았다.

그리고

"어?"

방금 본 흑토끼의 집 안을 떠올렸다. 뭐냐?

아직 세준의 집에는 의자 하나 없었는데 흑토끼의 집에는 이미 침대, 식탁, 의자 등이 전부 있었다.

세준이 나무 공예가 회색토끼를 독촉해야 겠다고 생각할 때

"여기가 침실이냥? 누추하지만, 잘 지내주겠다냥! 난 관대한 테 사장이니까냥. 푸후훗."

테 사장 시간권을 쓰고 있는 테오가 자신의 봇짐을 메고 꾸엥이와 들어와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세준의 잠자리에 누웠다.

"꾸엥이는 앞으로 여기 올라올 때 발을 털고 올라오라냥."

주인 행세를 하며 꾸엥이에게 주의까지 줬다.

꾸엥!

탁탁.

테오의 말에 꾸엥이가 자신의 발바닥에 묻은 흙을 털고 세준의 모포 위로 올라와 발라당 누워버렸다.

조금 전 밖에서 깨끗이 털어서 가지고 들어온 세준의 모포가 금세 테오와 꾸엥이에 의해 털 범벅이 됐다. 가구보다 일단 회색토끼한테 나무로 브러시라도 만들라고 해야 할 판이었다.

그렇게 혼자 자기를 포기한 세준이 침실에서 나와 부엌으로 갔다.

부엌은 나름 최신식(?)으로 지어져 있었다. 식재료를 손질하고 식사도 할 수 있는 아일랜드 벽돌 식탁과 벽돌 화로로 따로따로 불 조절을 할 수 있는 4구 화로까지 구현했다.

"좋아."

세준이 부엌을 흐뭇하게 바라보다 다시 일을 시작하기 위해 밖으로 나오자

"어디 가냥?"

뺙?

꾸엥?

테오, 흑토끼, 꾸엥이도 밖으로 나와 세준을 졸졸 따라다녔다. 오늘따라 더 신난 것 같았다.

그렇게 졸졸 따라다니는 세 녀석을 데리고 농사일을 하던 세준에게 탑 67층에 칼날 이파리를 배달하고 온 엘카가 다가왔다.

"세준 님, 다녀왔습니다. 여기 대금입니다."

엘카가 세준에게 돈주머니를 건넸다.

"그래. 수고했어."

"그리고 탑 67층의 리자드맨들이 저희에게 레드 로커스트의 사체 처리를 맡기고 싶다는 데 저희 실버 울프족이 나서도 되겠습니까?"

"사체 처리?"

"네. 레드 로커스트들의 사체가 너무 많아 리자드맨들이 곤란해하고 있습니다. 물론 거기서 얻는 이득은 세준 님께 드리겠습니다."

칼날 이파리가 생기면서 리자드맨들이 레드 로커스트를 잡아먹는 속도보다 죽는 레드 로커스트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이 시체를 다시 레드 로커스트들이 먹는다는 게 문제였다.

리자드맨들이 넘쳐나는 레드 로커스트 사체를 처리하지 못하면 레드 로커스트들이 다시 동료의 사체를 먹어 치우고 알을 날 테니 빨리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리자드맨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탑 67층에 올 때마다 레드 로커스트 사체를 맛있게 먹고 가는 엘카에게 사체 100kg를 없애줄 때마다 0.01탑코인을 주는 거래를 제안했다.

서로가 윈윈하는 거래. 그리고 엘카는 세준이 허락하면 실버 울프족들을 전부 데리고 탑 67층으로 내려갈 생각이었다.

"그럼 당연히 되지."

그렇지 않아도 칼날 이파리의 수확량이 많아지면서 3마리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늑대들까지 동원한다면 세준이야 환영이었다.

그렇게 실버 울프족이 탑 67층으로 단백질 보충을 하러 떠났다.

59화. 명예가 떨어지다.

59화. 명예가 떨어지다.

조난 232일 차 점심을 먹고 먹구름 만들기를 연습하며 테오, 흑토끼, 꾸엥이에게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을 때

쿵.쿵.

크엉!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거대한 나무의 몸통을 가져왔다.

요즘 회색토끼들이 나무로 의자, 침대, 진열장 등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순찰을 나갈 때마다 나무를 가져오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데..."

세준이 벽돌집 뒤에 산더미처럼 쌓인 나무들을 보면서 말했다. 나무를 갖다 달라고 하기는 했지만, 최근 며칠은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2~3시간마다 나무를 가져오고 있었다.

쾅!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나무를 내려놓고 다시 순찰을 나가자

폴짝!

나무 공예가 회색토끼가 손질을 위해 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도끼로 나무를 자르려 할 때

뿌드득.

나뭇가지가 빠르게 움직여 회색토끼의 몸을 옥죄었다.

쩌어억.

나뭇가지의 옹이처럼 생긴 부분에서 테니스공 크기의 붉은색 열매 하나가 튀어나오며 입을 벌려 회색토끼를 잡아먹으려 했다.

삐릭!!!

"토끼야!"

푹.

세준이 회색토끼를 구하기 위해 서둘러 단검으로 열매를 반으로 베었다.

그때

...

[모두 이곳으로...있다.]

열매에게서 말이 들려왔다.

"무슨 소리야?"

세준이 좀 더 자세히 들어보려 했지만

[타락한 대형 엔트의 식육 열매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50을 획득했습니다.]

이미 나뭇가지는 죽은 후였다.

"타락한 엔트?"

이 나무 몬스터였어?! 가끔 나무에서 혈흔이 보이거나...피냄새가 나는 게 이상하기는 했다.

하지만...

"다른 몬스터의 피라고 생각했지."

진짜 몬스터일 줄이야.

"근데 '모두 이곳으로'는 무슨 뜻이지? 그리고 뭐가 '있다'는 거야?"

세준은 일단 독꿀벌들에게 정찰 범위를 늘리라고 지시했다.

다음 날 아침.

밀짚모자를 쓰며 벽돌집에서 나온 세준의 어깨에 독꿀벌 하나가 앉았다.

그리고

위잉.

[3번 배럭, 순찰 보고.]

위잉.

[주변에 수상한 건 없어요.]

3번째 독꿀벌 여왕의 벌집에서 나온 독꿀벌이 순찰 결과를 세준에게 보고했다.

"응. 수고했어."

부비부비.

세준의 말에 독꿀벌이 세준의 얼굴에 자신의 몸을 비비고 동료들을 향해 날아갔다.

위잉.위잉.

3번째 독꿀벌 여왕의 벌집에서 나온 독꿀벌들은 이제 꽃이 피기 시작한 넓은 지상밭에서 열심히 꽃가루와 꿀을 채취하고 있었다.

세준이 한 달 반 전에 옥수수 3000개와 방울토마토 1000개를 심은 밭으로, 옥수수 1951개, 방울토마토 650개가 끝까지 자라 꽃을 피웠다.

발아율 65%. 씨뿌리기의 레벨이 올라가며 전보다 발아율이 상승했다.

위잉.위잉.

꽃가루와 꿀을 채취한 독꿀벌이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3번째 독꿀벌 벌집은 대파밭 근처에 벽돌을 쌓아 만든 구조물 안에 있었다.

중간중간 독꿀벌들이 들어갈 구멍들이 여러 개 있고 벽돌로 만들어져 튼튼했다.

그렇게 세준이 독꿀벌들을 구경하고 있을 때

삐익!

뺘아!

뺙!

토끼들이 세준을 부르며 재촉했다.

"알았어. 이제 수확할게."

오늘은 지상과 동굴에 1000개씩 심은 당근을 수확하는 날이었다.

쑥.

세준이 당근밭으로 가 당근 줄기를 잡아당기자 토실토실하게 자라난 당근이 뽑혀 나왔다.

그렇게 당근 20개를 수확하고

오도독.

세준과 토끼들이 당근을 하나씩 먹기 시작했다. 확실히 C급은 맛이 달랐다.

"맛있다. 우리 하나씩 더 먹자. 그래야 민첩이 올라가서 더 빨리 일을 끝내지."

삐익!!!

뺘아!!!

뺙!!!

세준의 말에 흥분하는 토끼들. 그들에게 민첩은 중요하지 않았다. 당근을 더 먹을 수 있다는 게 중요할 뿐. 그들은 결국 당근 20개를 전부 먹고 일을 시작했다.

쏙.쏙.쏙.

당근 6개를 먹고 민첩이 3이나 상승한 세준이 엄청난 속도로 당근을 뽑자 당근 수확은 1시간도 안 돼 끝났다.

삐익.

뺘아.

뺙.

토끼들이 동굴 저장고에 가득한 당근을 보며 흐뭇해하고 있을 때

"세준 님, 저희가 왔습니다."

"위...위대한 검은 용 세준 님을 뵙습니다."

엘카가 처음 보는 늑대 2마리를 데리고 왔다. 테오도 다시 거래를 하러 탑을 내려가야 되기 때문에 엘카가 자신을 대신해 탑 67층에 칼날 이파리를 배달할 늑대들을 데려온 것이다.

"말카이라고 합니다."

"보로리라고 합니다."

늑대들이 꼬리를 열심히 흔들며 세준에게 자기 소개를 했다.

"응. 말카이, 보로리 앞으로 잘 부탁해."

"맡겨주세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세준에게 인사를 한 늑대들이 칼날 이파리를 실었다. 그리고 테오가 세준의 벽돌집에서 봇짐을 들고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박 회장, 다녀오겠다냥."

세준의 무릎과 떨어지고 싶지 않은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말했다. 세준의 무릎에 자신의 체취를 묻혀 '주인 있음'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세준의 무릎을 노리는 건 흑토끼와 꾸엥이뿐이지만, 왠지 세준의 무릎을 노리는 존재가 늘어날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무릎 간수 잘하라냥!"

"그게 무슨 소리야? 잘 다녀와."

세준이 자신의 다리에 달라붙은 테오를 떼내며 말했다.

"우냥...알겠다냥! 갔다오겠다냥!"

불안한 표정의 테오와 늑대들이 함께 탑을 내려갔다.

***

"모두 수고했어. 5일간 쉬고 다시 탑 39층 수색을 이어간다!"

"네!"

피닉스 길드의 길드장 레온의 말에 길드원들이 대답하며 탑을 빠져나갔다.

해독의 대파를 구해온 공로로 치명적인 타란툴라의 최초 공략에 참가한 김동식도 탑을 나왔다.

그리고 검은 탑을 나오자마자 바로 옆에 있는 각성자 협회 건물로 한태준을 찾아갔다. 자신의 스승에게 태양의 호박고구마를 건네기 위해서였다.

한국 각성자 협회 협회장실.

영하 30도로 맞춰져 있던 실내 온도가 협회장실은 이제 영하 35도로 맞춰져 있었다. 화염의 저주가 더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동식아 이 태양의 호박고구마를 박세준 군이 기른 거라고?"

한태준이 자신의 손에서 빛을 내고 있는 황금색 고구마를 보며 물었다.

"네. 아이템 설명에 나온 그대로입니다. 제가 태양의 호박고구마에 있는 화염 내성 옵션을 보고는 스승님을 위해 고양이 유랑 상인에게 사정사정해서 얻어왔습니다."

테오가 자신의 실수를 숨기기 위해 태양의 호박고구마를 떠넘기듯이 판 것이지만, 김동식은 스승에게 조금이라도 더 점수를 따기 위해 약간의 과장을 보탰다.

"그래. 동식아 고맙다. 1대1 대련을 거부할 기회를 3번 주지."

한태준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자신의 제자들은 이 보상을 가장 좋아했다.

"감사합니다!!!"

구타 방지권 3회를 얻은 김동식이 기쁘게 대답했다.

"그만 가봐라."

"네."

김동식이 나가자

아그작.

한태준이 태양의 호박고구마의 껍질을 까지도 않고 통째로 씹어 먹기 시작했다.

우적.우적.

"오!"

화염 내성 옵션이 중요했기에 맛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는데 씹으면 씹을수록 진한 단맛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태양의 호박고구마를 섭취했습니다.]

[지방 200g을 분해해 5시간 동안 화염 내성이 증가합니다.]

[재능 : 약발의 효과로 약효가 30% 강화됩니다.]

[화염의 저주가 일시적으로 해제됩니다.]

화염 내성이 크게 증가하며 몇 시간 동안이지만, 화염의 저주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크하하하! 좋아!"

한태준이 서둘러 태양의 호박고구마를 챙기며 일어났다. 자신에게 저주를 건 탑 52층의 보스를 쳐 죽이기 위해서였다. 지금 상태라면 충분히 놈을 죽일 수 있었다.

"김 비서! 나 탑에 들어갔다 올 테니까 누가 나 찾으면 휴가 갔다고 해!"

한태준이 협회장실 밖에서 대기하는 김 비서에게 소리치고

쨍그랑.

건물 30층에서 창문을 깨고 뛰어내렸다.

쾅.

"협회장님! 그럼 내일 있을 세계 각성자 협회 회의는...?!"

한태준의 목소리를 들은 김 비서가 서둘러 문을 열었을 때는 이미 협회장실은 텅 비어있었다.

한태준이 다시 탑을 오르기 시작했다.

***

"여기가 탑 67층이냥?"

"네. 이쪽으로 오시죠."

엘카가 테오를 자신의 부족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크르릉.

크릉.

그곳에는 100마리 정도의 4~5m 정도 크기의 은빛 늑대들이 모여있었다.

"인사해라. 이분이 우리가 모시는 테 대표님이다."

"테 대표님을 뵙습니다."

"그래! 반갑다냥!"

100마리의 늑대들이 엎드려 자신에게 인사를 하자 테오는 가슴이 웅장해지는 것을 느꼈다.

'푸후훗. 역시 박세준과 함께하는 나는 무적이다냥!

"잠깐 주변을 구경하고 살펴보고 오겠다냥."

기분이 좋아진 테오가 탑 67층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칼날 이파리로 인해 조금씩 레드 로커스트를 몰아내면서 제법 넓은 땅을 다시 확복하고 있었다.

그때

"저 고양이가 그 위대한 검은 용의..."

후방에서 쉬고 있던 리자드맨들과 자유 용병 그리고 마법사들이 테오를 힐끗힐끗 바라보며 수군거렸다.

'푸후훗. 위대한 검은 용의 부하 치명적인 노란 고양이 테오 박 님을 알아보는 것이냥?'

테오가 위풍당당하게 턱을 치켜들고 탑 67층의 존재들이 자신의 치명적인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도록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테 대표님, 죄송합니다."

멀리서 그런 테오를 보면 엘카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엘카는 칼날 이파리를 탑 67층에 배달하면서 이상한 소문을 들었다.

주된 내용은 '위대한 검은 용이 돈을 엄청나게 밝힌다.'

이번 칼날 이파리의 거래로 인한 것 같았다. 사실이기는 했지만, 위대한 검은 용을 모시는 입장으로 세준의 명예가 깎이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엘카는 거래할 때마다 리자드맨들에게 다른 정보를 흘렸다.

"위대한 검은 용의 부하 중에 테오라는 고양이 유랑 상인이 있는데 엄청나게 돈을 밝혀. 이번 거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테 대표가 주도한 거야."

그렇게 엘카가 몇 번 테오를 팔자 탑의 존재들은 역시 위대한 검은 용께서 돈을 밝힐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위대한 검은 용의 명예를 지킨 것이다.

대신 테오의 명예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원래 큰 명예가 없었기에 떨어질 명예도 없었지만, 0에 가깝던 명예가 바닥을 뚫고 마이너스로 변하며 0과 멀어지며 악덕 상인 테오에 대한 소문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푸후훗. 뭐냥? 다들 황송해서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는 거냥?'

테오만 자신의 악명을 모르고 있었다.

"테 대표님, 이제 내려가시죠."

"알겠다냥!"

엘카가 들키기 전에 서둘러 테오를 데리고 탑을 내려갔다.

***

조난 235일 차 새벽.

삐이!!!

동굴에서 아내 토끼의 비명이 들려왔다. 산통이 시작된 것이다.

끼이익.

세준이 서둘러 문을 열고 벽돌집을 나왔다. 만일을 대비해 동굴에 내려가 있을 생각이었다.

그때

뿌득.뿌득.

뭔가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리야?"

세준이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자 키 50cm에 세준의 손목 굵기의 나무들이 이족보행을 하며 동굴로 접근하고 있었다.

[타락한 엔트의 소형 나뭇가지 정찰병]

몬스터였다.

"흑토끼 침입자다!"

세준이 서둘러 단검으로 눈앞의 나뭇가지 정찰병을 찌르며 흑토끼를 불렀다.

[타락한 엔트의 소형 나뭇가지 정찰병을 처치했습니다.]

뺙!

세준의 외침을 들은 흑토끼가 자신의 무기인 해머를 들고

뾱!뾱!뾱!

나뭇가지 정찰병들을 후드려 팼다. 순식간에 주변에 있던 나뭇가지 정찰병 8마리가 쓰러졌다.

그때

뿌득.뿌득.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나뭇가지 정찰병이 다가오고 있었다.

쉽지 않은 새벽이 될 것 같았다.

60화. 효심에 감동하다.

60화. 효심에 감동하다.

적의 수가 너무 많았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적이 농작물을 심지 않은 서쪽에서 온다는 것과 자신이 처치할 수 있을 정도로 약한 나무 몬스터라는 것.

그리고 아침까지만 버티면 된다. 아침이 되면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 모자와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출근한다.

'일단 시간을 끌어야겠어.'

"얘들아, 횃불 준비해줘!"

세준이 동굴의 구멍에 소리치자

빠아!

뺘압!

삐빅!

토끼들이 미리 만들어 두었던 횃불을 서둘러 바구니에 담아 밧줄에 연결했다.

"흑토끼, 주방에서 불 가져와!"

세준이 횃불을 끌어 올리면서 흑토끼에게 말했다. 적의 몸이 나무로 만들어졌으니 불에 약할 거라고 생각했다.

뺙!

흑토끼가 서둘러 벽돌집 부엌에서 불을 가져왔다.

그때

뿌득.뿌득.

나뭇가지 정찰병 몇 마리가 접근했다.

뺙!

뾱!뾱!뾱!

흑토끼가 밧줄을 당기는 세준의 어깨에서 세준을 호위하며 적들을 처치했다.

화르르륵.

그사이 횃불을 끌어 올린 세준이 횃불의 머리가 가운데로 오게 둥글게 배치하고 불을 붙였다. 그리고 불이 붙은 횃불 하나를 집어 있는 힘껏 적을 향해 집어 던졌다.

부웅.부웅.

횃불이 50m를 날아가 적의 선두를 맞추자

화르르륵.

적의 몸에 불이 옮겨붙었다. 다행히 잘 탔다.

털썩.

몸에 불이 붙은 나뭇가지 정찰병은 몇 걸음 가지 못하고 쓰러졌다.

[타락한 엔트의 소형 나뭇가지 정찰병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25를 획득했습니다.]

다른 나뭇가지 정찰병들은 불을 피해 좌우로 움직였다.

"얘들아 계속 횃불을 만들어줘!"

세준이 동굴 안에 있는 토끼들에게 횃불을 만들게 하고

부웅.부웅.

다시 나뭇가지 정찰병들에게 횃불을 던졌다.

그렇게 세준이 수십 개의 횃불을 던지자 불에 타며 쓰러지는 나뭇가지 정찰병의 수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화염벽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뺙!

뾱!뾱!뾱!

중간중간 화염벽이 이어지지 않은 곳을 통해 다가오는 나뭇가지 정찰병들은 흑토끼가 처치했다.

"좋아."

이렇게 횃불을 던지며 아침까지 몇 시간만 버티면 된다. 세준이 다시 횃불을 던지며 적들을 공격했다.

화르륵.

[타락한 엔트의 소형 나뭇가지 정찰병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25를 획득했습니다.]

[타락한 엔트의 소형 나뭇가지 정찰병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25를 획득했습니다.]

...

..

.

나뭇가지 정찰병들을 태우며 경험치가 물밀듯이 들어왔다.

거기다

[당신의 농작물이 해충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1을 획득했습니다.]

[당신의 농작물이 해충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1을 획득했습니다.]

...

..

.

레드 로커스트들이 다시 움직이며 경험치를 보탰다.

잠시 후

[레벨업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세준이 레벨업을 하며 22레벨이 됐다.

"좋아. 보너스 스탯은 마력에 투자하고..."

보너스 스탯을 투자하는 여유까지 부렸다.

'이러다 아침이 되기도 전에 다 처치하겠는데?'

세준이 승리를 확신하기 시작할 때

뿌드득.뿌드득.

"어?"

세준의 생각을 비웃듯이 적들의 후방에서 키가 2m가 넘는 놈들이 걸어왔다.

[타락한 엔트의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은 긴 다리로 불의 장벽을 훌쩍 뛰어넘어 버렸다.

"그래봤자. 나무지!"

세준이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을 향해 횃불을 던졌지만

퍽!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은 세준이 던진 횃불을 팔로 모기 쫓듯이 쳐내버렸다. 불에 대한 내성이 강한 것 같았다.

"이런..."

횃불이 먹히지 않자 세준이 당황했다.

그때

뺙!

흑토끼가 앞으로 달려 나가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의 다리를 후려쳤다.

뾱!

흑토끼의 공격에 나뭇가지 정찰병이 다리가 부러지며 균형을 잃자

뺙!

크게 점프한 흑토끼가 해머를 머리 위로 올려 풀스윙으로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의 몸통을 노렸다.

뾱!!!

쿵.

흑토끼의 공격에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이 쓰러졌다.

하지만

뿌드득.뿌드득.

흑토끼가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 한 마리를 상대하는 사이 수천 마리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들이 불을 넘어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 거대한 그림자가 주변을 덮기 시작했다.

"어?! 너흰?!"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와 우마왕이 나타났다.

쿠어어엉!

쿵쾅.쿵쾅.

콰앙!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들을 향해 돌진하자 그 주변이 초토화됐다.

우마왕도 공격을 시작했다.

음머어어!!!

후우웅.

콰앙!

우마왕이 자신의 무기인 붉은 뼈를 허공에 한 번 휘두르자 그 앞에 있던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들이 태풍을 만난 것처럼 휩쓸려 나갔다.

그리고

꾸에에엥!

음머!

꾸엥이와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세준의 주변을 호위했다.

***

촤아악.

"크히히히. 개운하다."

에일린이 호수에서 목욕을 하고 나왔다.

그리고

우물우물.

세준이 준 군고구마 말랭이를 먹으며 배를 채웠다.

"크히히. 달다."

에일린은 적당히 배도 채웠으니 이제 기특한 인간이 뭘 하는지 구경하기로 했다.

시간으로 봐서는 자고 있을 것 같았지만, 기특한 인간의 자는 모습을 보다 보면 금방 아침이 된다.

"수정구."

슈욱.

에일린의 부름에 수정구가 갑자기 앞에 나타났다. 에일린의 드래곤하트에 마나가 조금 쌓이면서 드디어 관리자 구역에서 수정구를 소환할 수 있는 기능이 개방됐다.

"크히히. 마나가 조금만 더 쌓이면 이제 기특한 인간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겠지?"

에일린이 수정구의 음성지원 기능을 생각하며 수정구로 세준의 벽돌집을 살펴봤다. 하지만 세준은 침실에 없었다.

"어?! 어디 갔지?"

에일린이 벽돌집 밖을 살폈다. 그러자 밖에 세준이 엔트의 나뭇가지 들과 싸우는 것이 보였다.

"크아앙! 엔트 놈들! 감히 나의 기특한 인간을 공격하다니!"

마음 같아서는 당장 달려 나가 서쪽 숲을 전부 태워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다는 게 속상했다.

그래도 기특한 인간이 나뭇가지들을 상대로 잘 싸우고 있어 다행이었다.

"빨리 강해져라. 인간."

그렇게 에일린이 세준을 응원하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

"어?! 저놈들까지?!"

세준의 집에서 5km 떨어진 지점에서 수천 마리의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들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어떡하지?! 저건 기특한 인간이 못 막는데..."

소형과 대형의 레벨 차이는 상당했다. 거기다 수도 너무 많았다.

"엄마 곰! 일어나!"

"우마왕! 일어나!"

에일린이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와 우마왕에게 메시지를 보내 깨우기 시작했다.

***

"너희들 어떻게 알고...?"

세준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탑의 관리자가 자신이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와 우마왕을 깨웠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그대는 앞으로도 자신을 믿고 두 다리 쭉 펴고 자라고 큰소리칩니다.]

"에일린, 고마워. 네 덕분에 살았어."

[...]

세준의 말에 웬일인지 에일린은 대답이 없었다. 세준의 말에 갑자기 심장이 너무 심하게 뛰는 에일린이었다.

그때

꾸엥!

꾸엥이가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 앞에서 세준을 불렀다.

"꾸엥아 왜?"

세준이 다가가자

뿌드득.

팔다리가 다 부러졌지만, 아직 죽지 않은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이 움직이려고 애쓰는 게 보였다.

"어?! 아직 안 죽었네?"

푹.

[타락한 엔트의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500을 획득했습니다.]

그렇게 세준이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을 죽이자

퍽!

꾸엥!

꾸엥이가 움직이는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의 하나 남은 팔을 박살 내며 세준을 불렀다.

"오! 얘도 팔다리가 없네."

푹!

세준이 다시 막타를 먹었다.

그사이 꾸엥이가 다시 나뭇가지 정찰병을 무력화시키고 또 세준을 불렀다.

뒤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는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약한 아빠를 키우려고 애쓰는 꾸엥이의 효심에 감동했다.

그리고

우득.

음머!

꾸엥이를 따라 살아남은 나뭇가지 정찰병들의 팔다리를 부러트리고 세준을 불렀다.

그렇게 꾸엥이와 블랙 미노타우루스의 쩔을 받으며 경험치를 독식한 세준의 레벨이 한 번 더 오르며 23레벨이 됐다.

그리고

뾰이...

뾰오...

동굴에서 새끼 토끼들의 가냘픈 울음소리가 들리며 긴 새벽이 끝났다. 테오의 직감은 정확했다. 세준의 무릎을 노리는 존재들이 태어났다.

***

탑 50층에서 40층으로 통하는 상인 통로 앞.

"뭔가 불안하다냥."

파르르르 떨리며 위로 솟구치는 자신의 수염을 보며 테오가 말했다. 빨리 다시 탑 99층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았다.

"안 되겠다냥! 엘카, 최고 속도로 가자냥!"

"네! 테 대표님! 빠르고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테오의 말에 엘카가 테오를 등에 태우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간들아 내가 왔다냥!"

12시간 만에 탑 38층 캠프에 도착한 테오가 엘카의 등에 탄 상태로 자신의 등장을 알렸다.

"테오, 잠시만 기다려줘. 사람들 금방 불러올게."

캠프에서 쉬고 있던 헌터들이 서둘러 동료들에게 연락했다.

"알겠다냥! 관대한 내가 기다려주겠다냥!"

테오가 엘카의 등 위에서 자신의 허리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그들은 실버 울프족을 보고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유랑 상인들이 가끔 용병들과 다는 것을 봤기 때문.

잠시 후 헌터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푸후훗. 인간이 더 많아졌다냥!'

테오가 500명 가까이 모인 헌터들을 보며 기뻐했다. 이렇게 헌터들의 수가 늘어난 건 새로운 농작물인 해독의 대파에 대한 소문 때문이었다.

로얄나이트가 얻었던 해독의 대파 30개. 그중 하나를 길드의 허락을 받고 길드원 하나가 간암 말기의 아버지에게 먹였다.

그리고 세준의 농작물은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해독의 대파를 먹고 24시간 동안 간암 말기 환자의 간에서 암세포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로 인해 간암을 앓고 있는 부호들이 헌터들에게 해독의 대파를 부탁하면서 헌터들의 수가 다시 한번 늘어난 것이다.

"오늘은 C급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경매로 500개씩 총 6000개를 먼저 팔고 D급 해독의 대파를 100개씩 총 3000개를 팔겠다냥!"

테오는 세준에게 받은 인센티브를 전부 봇짐에 투자해 봇짐 용량이 늘어난 만큼 인간들에게 인기가 좋은 해독의 대파를 담았다.

그리고 순서도 일부러 방울토마토 뒤로 했다. 그래야 대파를 사려는 인간들이 계속 남아있기 때문이다.

'푸후훗. 이제 나도 상술을 아는 중견 유랑 상인이다냥!'

테오가 그렇게 스스로의 성장에 뿌듯해하고 있을 때

"500개에 650탑코인!"

헌터들이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사기 위해 호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마력의 방울토마토가 풀리는 숫자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점점 안정되며 평균적으로 대략 개당 1.45탑코인에서 낙착됐다.

"마력의 방울토마토는 완판이다냥!"

그렇게 마력의 방울토마토 6000개를 팔아 8700탑코인의 수입을 올렸다.

그리고

"이제 해독의 대파를 팔겠다냥!"

테오의 말과 함께 헌터들이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100개에 2500탑코인!"

"100개에 3000탑코인!"

"100개에 3500탑코인!"

경매에 참여했던 피닉스 길드, 로얄나이트 길드, 위자드 길드의 길드원은 순식간에 올라가 버리는 호가에 입찰을 포기했다. 오늘은 그들의 날이 아니었다.

"100개에 7200탑코인!"

"낙찰이다냥!"

"100개에 7600탑코인!"

"낙찰이다냥!"

자신의 목숨을 위해서라면 수백억도 낼 수 있는 부호들의 의뢰를 받고 온 헌터들이 해독의 대파를 쓸어갔다.

정말 부르는 게 값이었다. 마력의 방울토마토는 못 먹으면 활력이 떨어지는 정도지만, 해독의 대파를 못 먹으면 죽는다.

부호들에게 이건 값어치를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게 해독의 대파 3000개를 팔고 테오가 21만 5200탑코인을 벌었다.

'푸후훗. 이젠 우수 유랑 상인도 꿈은 아니다냥!'

어느새 테오의 판매 금액이 우수 유랑 상인 승급 조건인 100만 탑코인에 다가가고 있었다. 물론 다른 조건도 필요하지만.

"나랑 사진을 찍고 싶은 인간은 줄을 서라냥!"

테오가 헌터들과 사진을 찍고 츄르와 양념 그리고 커피를 보상으로 받았다.

"그럼 다음에 보자냥!"

테오가 서둘러 탑 99층으로 가기 위해 캠프를 벗어났다.

그때

"저...테오 님."

테오를 납치하려다가 오히려 인생을 저당 잡힌 헌터 5명이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61화. 닭고기 맛이 난다.

61화. 닭고기 맛이 난다.

"...···와...왔냥?"

"테오 님! 설마 저희를 잊으신 건...?"

"아...아니다냥! 이...일부러 너희들이 날 찾아오는지 시험해 본 것이다냥!"

테오는 헌터들을 완전히 잊어먹고 있었지만

'푸후훗. 당황한 티가 전혀 나지 않았다냥!'

자신의 연기력으로 완벽하게 숨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잊어먹고 있었네.'

'그냥 안 보이는 데 숨어있자니까."

'가만히 있을걸.'

후환이 무서워 찾아왔던 헌터들은 테오의 궁색한 발연기를 보며 후회하고 있었다.

"그래서 돈은 벌어왔느냥? 내놔보라냥!"

켕기는 게 있는 테오가 서둘러 다른 화제를 꺼냈다.

"네. 여기 715탑코인입니다."

헌터들이 그동안 열심히 모든 돈을 테오에게 건네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열심히 사냥을 한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러나 방금 거액의 매출을 올린 테오를 만족시키기에는 너무 푼돈이었다.

"뭐냥? 715탑코인? 일 안 하고 놀기만 한 거냥?!"

"네?! 무슨 말입니까?! 저희 진짜 열심히 사냥했거든요!"

"맞아요! 저희 진짜 열심히 했단 말입니다!"

크르릉.

억울한 헌터들이 테오에게 언성을 높이자 늑대들이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윽!"

늑대들의 살기에 헌터들이 입을 닫았다.

"그럼 무능한 것이냥? 꾸엥이만도 못 한 무능한 인간들이다냥!"

테오가 헌터들을 타박했다.

'꾸엥이가 누군데?'

꾸엥이가 헌터들을 상대로 의문의 1승을 올렸다.

"다음에도 이런 식이면 재미없다냥!"

테오가 한껏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뒷짐을 진 앞발로 늑대들에게 사인을 주자

크르릉.

늑대들이 다시 한번 살기를 강하게 뿜어냈다.

"히익! 알겠습니다! 더 많이 벌어오겠습니다!!"

그렇게 헌터들을 갈군 테오가 다시 탑 99층을 향해 출발했다.

***

음머!

나뭇가지 정찰병의 습격이 거의 정리되자 우마왕은 서둘러 웨이포인트로 돌아갔다.

그렇게 우마왕이 돌아가고 2시간 정도 지나자 나뭇가지 정찰병들을 완전히 처치할 수 있었다.

"근데 얘네들 여기로 왜 온 거지?"

갑작스러운 엔트들의 공격에 의문이 들었지만, 이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몰랐다.

[탑의 관리자가 타락한 엔트들은 주변에 타락하지 않은 나무가 있으면 그 나무를 타락시키고 싶어 한다고 말합니다.]

에일린이 알고있는 타락한 엔트에 대한 지식으로 짐작을 해볼 뿐이었다.

"나무?"

주변에 나무라고 해봐야. 방울토마토나무나 옥수수나무 뿐이다.

하지만 나뭇가지 정찰병들은 그쪽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동굴 쪽으로만 관심을 가졌다.

"뭐지?"

세준이 타락한 엔트가 이곳을 공격한 이유를 생각하고 있을 때

꼬르르륵.

새벽 동안 에너지를 과하게 쓴 몸에서 연료 보충을 요청했다.

"얘들아, 밥 먹자!"

세준은 자신을 도와준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와 미노타우루스들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음식을 대접했다.

먼저 새끼를 낳느라 고생한 아내 토끼를 위해 잘게 자른 당근을 주고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에게는 오징어 200마리와 파 이파리로 만든 포대에 고구마를 가득 담아 주었다.

그리고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에게는 파 이파리를 마음껏 먹을 수 있게 했다. 추가로 수확한 당근의 줄기를 잘라 함께 주었다. 시간 제한 때문에 먼저 웨이포인트로 돌아간 우마왕에게도 파 이파리 3더미와 방울토마토 가지 한 포대를 보냈다.

그렇게 그들의 식사를 준비하고 세준과 토끼들이 자신들이 먹을 걸 준비했다.

하지만

"너무 힘든데. 우린 그냥 간단하게 먹을까?"

뺘아!

뺙!

세준의 말에 강하게 동의하는 토끼들. 다른 이들의 음식을 준비하다 보니 너무 지친 그들이었다.

오도독.

토끼들이 저장고에서 당근을 꺼내 하나씩 품에 안고 먹었고

우물우물.

세준은 군고구마 말랭이를 먹었다.

그렇게 식사를 하고 있을 때

우적우적.

오징어 200마리 한 입, 고구마 포대 한 입. 그 많은 양을 단 두 입에 끝내버린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배가 차지 않는지 죽은 나뭇가지 정찰병의 몸을 먹기 시작했다.

"꾸엥아 원래 엄마가 저렇게 나무를 먹어?"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나무 먹는 걸 처음 본 세준이 열심히 꿀을 핥아먹고 있는 꾸엥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꾸엥!꾸엥!

[엄마 항상 배고프다요! 그래서 순찰하면서 나무 먹는다요!]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순찰을 하며 몬스터 고기를 먹고 있다고 생각했던 세준. 나무 몬스터를 먹고 있다고는 생각 못했다.

그때

"세준 님, 저희가 돌아왔습니다!"

레드 로커스트 사체를 가득 실은 수레 3대를 끌고 늑대 6마리가 도착했다.

"수레 하나는 저기에, 두 개는 벽돌집 앞에 놔줘."

"네!"

세준의 지시를 받은 늑대들이 하나는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 앞에 나머지 둘은 벽돌집 앞에 놔뒀다.

"이거 먹어."

세준이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에게 레드 로커스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꾸엉!

세준의 말에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기뻐하며 레드 로커스트를 먹기 시작했다. 늑대, 꾸엥이 같은 육식 몬스터들에게 레드 로커스트 고기는 인기가 많았다.

세준과 토끼들도 궁금해서 맛을 본 적이 있는데 세준과 토끼들에게는 너무 질겼다. 이가 먼저 부러질 것 같았다.

[레드 로커스트 고기를 섭취했습니다.]

[레드 로코스트 고기에 미량의 독이 남아있습니다.]

[E급 신경독에 중독됩니다.]

[해독했습니다.]

거기다 독도 있었다. 다른 동물들이 먹고 괜찮다고 해독의 대파를 먹지 않고 그냥 먹었으면 죽었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세준은 자신도 먹을 수 있는 레드 로커스트 요리를 개발하고 있었다. 더불어 업적을 달성해 요리 스킬의 레벨을 올리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렇게 며칠 전 만든 요리가 레드 로커스트 백숙. 대형 냄비에 물과 레드 로커스트의 살을 넣어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뚜껑을 덮는다.

뚜껑에 벽돌을 올려 고압에서 몇 시간 동안 끓이면 끝나는 아주 간단한 요리였지만, 탑에서 레드 로커스트 백숙 요리를 최초로 창조한 업적을 달성하며 요리 스킬이 3레벨로 상승했다.

그리고 요리 결과는 절반의 성공.

뺘악!

[식감이 부드러워요!]

레드 로커스트 고기가 부드러워지며 토끼들이 먹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레드 로커스트 백숙의 고기는 아직도 세준의 이가 박히지 않을 정도로 질겼다.

"얘들아 일단 레드 로커스트를 아주 얇게 잘라줘."

세준이 늑대들에게 레드 로커스트를 얇게 저며달라고 요구하자

슉.슉.

늑대들이 날카로운 발톱으로 바람칼을 만들어 레드 로커스트를 1mm 간격으로 얇게 자르기 시작했다. 세준이 실패한 요리를 자신들에게 주었기에 늑대들은 적극적으로 도왔다.

레드 로커스트 고기가 너무 질겼기에 세준은 아예 레드 로커스트 고기를 잘게 썰어 수프를 만들 생각이었다. 이번에는 해독의 대파와 감자도 함께 잘라 넣었다.

그렇게 대형 냄비 3개에 재료를 가득 넣고 뚜껑을 덮었다. 그리고 뚜껑이 움직이지 않도록 벽돌 여러 개를 올려 끓이기 시작했다.

"자 이제 일하자!"

레드 로커스트 고기를 몇 시간은 푹 끓일 생각이기에 세준은 토끼들과 늑대들을 데리고 농사일을 시작했다.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에게는 죽은 나뭇가지 정찰병의 나무 몸을 서쪽에 쌓게 했다. 혹시 나중에 타락한 엔트의 나뭇가지 정찰병이 다시 침입하게 되면 화염벽을 만들 재료로 쓰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각자가 자신의 일을 하는 동안 레드 로커스트 고기가 푹 삶아졌다.

***

탑 52층.

"크하하. 죽어라! 돼지야!"

우람한 근육을 가진 한태준이 바지만 입은 채 탑 52층의 보스 불타는 와일드보어와 설욕전을 하고 있었다.

꾸익!

쿵!

화르륵.

불타는 와일드보어가 앞발을 구르자 주변으로 붉은 화염이 퍼져나갔다.

"어림없다!"

에전에는 저 화염에 맞고 화염의 저주에 걸렸지만, 지금은 태양의 호박고구마를 먹고 화염 내성이 올라간 상태.

"자 간다!"

한태준이 화염을 향해 마주 달려갔다. 그리고 전신의 근육에 힘을 주며 공격을 준비했다.

그리고

"매직미사일!"

한태준의 외침과 함께 100개의 매직미사일이 불타는 와일드보어를 향해 날아갔다. 그의 직업은 마법사.

퍼버버벅!

꾸이이익!

매직미사일 100개를 얻어맞은 불타는 와일드보어의 돼지 멱따는 소리가 들렸다.

"한 번 더 간다! 매직미사일!"

왜 마법을 쓰는데 근육을 꿈틀거리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태준이 다시 불타는 와일드보어를 향해 매직미사일을 날렸다.

[탑 52층의 보스 불타는 와일드보어를 처치했습니다.]

[불타는 와일드보어의 화염 저주가 해제됩니다.]

...

..

.

그렇게 매직미사일로 탑 52층 보스를 처치하고 화염 저주를 푼 한태준은 탑 50층으로 내려갔다. 탑 50층에서 화염 몬스터 때문에 고전하는 자신의 첫째 제자인 차시혁에게 남은 태양의 호박 고구마를 건네주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탑 50층에 도착했을 때

"냥?!"

이제 막 상인 통로를 통해 50층에 도착한 테오가 한태준을 발견했다. 정확히는 한태준의 손에 있는 태양의 호박고구마를 발견했다.

"늙은 인간! 태양의 호박고구마 어디서 난 것이냥? 설마 동식이를 죽이고 뺏은 것이냥?!"

테오가 한태준에게 다가가 물었다. 혹시 그런 것이라면 김동식의 복수를 해줄 생각이었다.

"아니다."

"그럼 어디서 난 것이냥?!"

"동식이한테 받았다. 그건 그렇고 네가 태양의 호박 고구마를 팔아준 덕분에 화염 저주에서 벗어났다. 신세를 졌어. 고맙다."

"그럼 신세를 갚아라."

"좋아 어떻게?"

"일단 도장을 찍어라냥."

테오가 백지 계약서를 내밀었다.

하지만

"그건 안 되지."

상대는 한국 각성자 협회의 협회장.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킁킁.

토끼들이 맛있는 냄새를 맡고 세준의 벽돌집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살랑살랑.

늑대들도 세준의 벽돌집 앞에서 꼬리를 흔들며 대기했다.

쩝.쩝.

일찍 순찰을 마치고 돌아온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도 맛있는 냄새를 맡고 입맛을 다셨다.

"잘 익었나 볼까?"

세준이 벽돌을 치우고 냄비 뚜껑을 열자

[탑에서 최초로 전투 식량 - 레드 로커스트 수프를 만드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요리 Lv. 3에 전투 식량 - 레드 로커스트 수프의 레시피가 등록됩니다.]

[요리 Lv. 3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레드 로커스트로 요리를 한 존재는 없는지 이번에도 최초였다.

"전투 식량?"

세준이 요리를 살펴보려 할 때

쿠엉!

크르릉!

꾸에엥!

뺘악!

맛있는 냄새에 흥분한 동물들이 침을 흘리며 세준을 뜨거운 눈으로 보고 있었다. 일단 흥분한 동물들을 진정시켜야 할 것 같았다.

"얘들아 줄 테니까 진정해."

세준은 요리는 나중에 확인하기로 하고 일단 동물들에게 레드 로커스트 수프를 배식했다.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에게는 대형 냄비 하나를 통째로 줬다.

그렇게 동물들이 음식을 먹는 데 집중하는 동안 세준은 남은 대형 냄비에 담긴 요리를 바라봤다.

[전투 식량 - 레드 로커스트 수프]

얇게 썬 레드 로커스트 고기, 해독의 대파, 힘의 감자를 넣고 함께 오랫동안 푹 삶아 모든 재료가 조화롭게 섞이며 모든 효과가 증가합니다.

해독의 대파가 레드 로커스트 고기에 있는 독을 해독하며 레드 로커스트 고기가 더 부드러워졌습니다.

해독의 대파 효과로 요리가 쉽게 상하지 않습니다.

맛이 미세하게 좋아집니다.

섭취 시 힘이 30분간 5.1 상승합니다.(요리 Lv. 2의 효과로 힘이 0.1 상승)

전투 식량 효과로 인해 포만감이 3시간 동안 유지됩니다.

요리사 : 탑농부 박세준

유통 기한 : 30일

등급 : C+

"더 부드러워졌다고?"

세준이 레드 로커스트 수프를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잘게 다져진 고기가 세준의 이에도 부드럽게 씹혔다.

그때

'이건?!'

세준이 레드 로커스트 고기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맛과 식감에 감동했다.

'닭고기잖아!'

후루룩.

세준이 정신없이 레드 로커스트 수프 한 그릇을 다 먹었다.

[전투 식량 - 레드 로커스트 수프 정량을 섭취하셨습니다.]

[30분간 힘이 5.1 상승합니다.]

[포만감이 3시간 동안 유지됩니다.]

먹는 존재에 따라 레드 로커스트 수프의 옵션이 작용하는 정량이 있었다.

하지만

후루룩.

세준은 그런 것은 관심이 없다는 듯이 다시 레드 로커스트 수프를 그릇에 담아 다시 먹기 시작했다. 조난당하고 거의 8개월 만에 맛보는 닭고기였다.

조난 235일 차. 세준이 닭고기 맛을 내는 고기를 찾았다.

62화. 재능을 개화하다.

62화. 재능을 개화하다.

"도장을 찍어라냥!"

"허허. 그렇게 무대포로 백지 계약서를 내밀면 어떡하느냐?"

"늙은 인간. 신세 갚는다고 했다냥. 그러니까 도장을 찍어야 하는 것이다냥!"

분명 테오가 생떼를 쓰고 있는데 묘한 설득력이 있었다.

"그럼 이렇게 하자."

대치가 길어지자 한태준이 새로운 제안을 했다.

"뭐냥?"

"내가 너의 부탁을 3번 들어줄게."

"부탁 3번 말이냥?"

테오가 계약서에 한태준이 말한 내용을 쓰기 시작했다.

-을은 갑의 부탁을 5번 들어준다.

[갑 : 테오]

[을 : 한태준]

"자 찍어라냥!"

테오가 3과 비슷해 보이는 5를 적었다.

하지만

"허허허. 이건 아니지 않느냐."

상대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서류에 사인을 하는 한국 각성자 협회의 협회장. 3을 5로 고치는 건 속아주려야 속아줄 수가 없는 너무 얕은수였다. 한태준이 테오가 쓴 계약서의 내용을 수정했다.

-을은 갑의 부탁을 3번 들어준다.

-갑은 을에게 무리한 것을 부탁할 수 없다.

-을은 갑의 부탁을 3번 거부할 수 있다.

"좋다냥!"

테오는 서둘러 탑 99층으로 올라가야 했기에 이만 계약을 끝내기로 했다. 한태준과의 계약은 원래 계획에도 없던 것. 조금 양보해도 전혀 손해가 아니었다.

꾸욱.

테오가 계약서에 자신의 발도장을 찍고는 한태준에게 내밀었다.

"허허허."

계약서를 받아든 한태준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새 테오가 3을 다시 5로 바꾼 것.

'당돌한 고양이구나.'

하지만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테오를 보고 있으면 뭔가 오냐오냐하게 됐다.

점점 테오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는 한태준. 그는 겉보기와 달리 귀여운 것에 약했다.

'이것도 인연이겠지.'

꾸욱.

한태준이 계약서를 수정하지 않고 도장을 찍었다.

"좋다냥! 이제 내 부탁을 들어줘라냥!"

"벌써?"

"그렇다냥!"

"뭔데?"

"탑 38층에 나와 계약한 무능한 인간들이 있다냥! 그 인간들을 늙은 인간처럼 유능하게 만들어 달라냥."

테오는 돈도 많이 못 벌어오는 탑 38층의 헌터 5명을 한태준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암. 내가 유능하기는 하지. 좋아."

테오의 인정에 기분이 좋아진 한태준이 흔쾌히 승낙했다.

"얘네들이다냥."

테오가 헌터 5명의 이름이 적힌 계약서를 내밀었다.

"장린?"

한태준이 계약서에서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각성자 협회장으로 일하면서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설마 5명이면 흑랑단인가?'

장린이 이끄는 흑랑단은 헌터들의 돈을 훔치는 강도단으로 아직 증거가 없어 예의 주시하고 있는 놈들이었다.

"이놈들은 어떻게?"

"날 공격해서 내 목숨값을 갚는 중이다냥!"

"좋아. 나한테 맡겨라. 내가 유능한 인간으로 만들어 주지."

"알겠다. 그럼 나중에 보자냥!"

테오가 한태준에게 인사를 하고는 서둘러 탑 99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테오가 떠나자 한태준이 자신의 첫째 제자를 찾아갔다.

"시혁아. 탑 38층으로 가자꾸나."

"네?"

"허허허. 바른 길로 이끌어야 할 놈들이 있구나."

그렇게 흑랑단의 운명이 결정됐다.

***

"아 배부르다."

세준이 레드 로커스트 수프를 먹고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

쿠어엉!

특히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는 오랜만에 배를 가득 채우는 포만감에 만족하며 소화를 시키기 위해 순찰을 나갔고

"저희들은 이만 내려가 보겠습니다."

은빛 늑대들은 칼날 이파리와 남은 레드 로커스트 수프를 작은 냄비에 옮겨 담아 수레에 싣고 탑을 내려갔다.

"일단 설거지부터 해볼까."

슥슥.

세준이 파 이파리로 대형 냄비를 깨끗이 닦기 시작했다. 에일린이 먹을 수프를 새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동물들이 한두 그릇씩 더 먹고 나니 수프의 양이 얼마 없었다.

"이러면 에일린에 삐질 텐데···"

세준이 고민에 빠졌을 때

"아!"

머릿속에서 에일린을 위한 새로운 요리가 떠올랐다.

그래서 남은 수프는 늑대들에게 주고 새로 수프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히 늑대들이 손질해둔 레드 로커스트 고기가 많았기에 재료들을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됐다.

"이제 커피 마셔야지."

레드 로커스트 수프를 새로 만든 세준이 쉬면서 마실 커피를 타서 밖으로 나오자

뺘악...

꾸엥...

흑토끼와 꾸엥이가 낮잠을 자기 위해 세준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뺘로롱.

꾸로롱.

세준의 무릎과 등을 차지하고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먹구름 만들기."

세준은 푹신한 꾸엥이의 배에 머리를 대고 먹구름으로 그늘을 만들었다. 요즘은 먹구름을 움직이는 거로는 숙련도가 오르지 않아 다른 걸 시도하고 있었다.

세준이 먹구름의 일부를 떼어내 꾸엥이의 머리 위에 새로운 먹구름을 만든다는 생각을 했다.

뭉게뭉게.

본체 먹구름에서 나온 검은 연기가 새로운 먹구름을 만들다 흩어지며 본체로 합쳐졌다.

"역시 잘 안되네."

그렇게 세준이 먹구름 분리를 시도하는 동안

[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스킬 숙련도가 조금씩 올랐다. 먹구름을 분리하는 것은 실패해도 쑥쑥 오르는 숙련도 때문에 힘들지 않았다.

그때

[탑의 관리자가 자신도 레드 로커스트로 만든 수프를 먹어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내 수프는 어디 있냐며 묻습니다.]

[탑의 관리자가 서둘러 입에 고인 침을 닦습니다.]

세준의 예상대로 에일린이 레드 로커스트 수프를 찾기 시작했다.

"그게...아직 끓이고 있는데?"

[탑의 관리자가 자신이 엄마 곰과 우마왕도 깨워서 도와줬는데 너무하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어떻게 자신에게 이럴 수 있냐며 속상해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당신이 자신을 찬밥 취급한다고 서운해합니다.]

"그게 아니야! 에일린, 너만을 위한 수프를 만들고 있었어."

[...]

요즘 갑자기 대답이 없어지는 횟수가 많아지는 에일린이었다.

세준은 휴식 시간 내내 먹구름을 가지고 놀다 오후 일을 시작했다.

오후 일도 별다른 건 없었다. 방울토마토 수확하기, 파 이파리 자르기, 대파 나눠 심기. 하지만 밭이 넓어져 이것만으로도 오후가 다 갔다.

그렇게 세준이 일하는 동안 수프가 완성됐다.

"한 번 볼까?"

세준이 뚜껑을 열자

[탑에서 최초로 전투 식량 - 레드 로커스트 방울토마토 수프를 만드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요리 Lv. 3에 전투 식량 - 레드 로커스트 방울토마토 수프의 레시피가 등록됩니다.]

[요리 Lv. 3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역시..."

요리의 옵션을 확인한 세준이 미소 지었다.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선호하는 에일린을 위해 감자대신 방울토마토를 넣자 예상대로 힘 대신 마력이 올랐다.

"에일린, 수프 가져가."

세준이 에일린을 불렀다.

***

[탑농부 박세준이 그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탑농부 박세준이 에일린, 너만을 위한 수프를 만들고 있다고 말합니다.]

세준의 갑작스러 고백(?)에 에일린은 화들짝 놀라며 수정구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나만을 위해 수프?"

세준의 말을 곱씹기 시작했다.

"크히히히! 뭐야~! 이 기특한 인간이~"

"크히히. 못 하는 말이 없구나!"

"크히히..."

에일린은 실없이 나오는 웃음 때문에 때문에 한참 동안 세준에게 말을 걸 수 없었다.

그렇게 에일린이 마음을 진정시켰을 때

[탑농부 박세준이 에일린, 수프 가져가라고 말합니다.]

"기특한 인간이 내 수프를 완성했구나!"

쿵.

에일린이 서둘러 자신의 거대한 밥그릇을 꺼내고 세준에게 퀘스트를 줬다. 밥그릇은 거의 유아용 풀장 사이즈였다.

잠시 후.

에일린의 밥그릇에 붉은색 수프가 가득 찼다. 세준이 에일린의 정량을 위해 대형 냄비 3개에 담긴 수프 전부를 에일린에게 줬다.

"우와!"

코를 통해서 들어오는 방울토마토 향기가 에일린의 식욕을 자극했다.

후루룩.

에이린이 밥그릇을 들고 수프를 마셨다.

꿀꺽.꿀꺽.

"크아아! 맛있지만...뜨겁네."

하지만

"크히히히. 뜨거운 인간이군."

수프의 뜨거움을 수프에 담긴 자신을 생각하는 세준의 마음이라고 생각하니 에일린의 기분이 또 좋아졌다.

그렇게 수프를 원샷한 에일린이 밥그릇을 내려놨을 때

[전투 식량 - 레드 로커스트 방울토마토 수프 정량을 섭취하셨습니다.]

[30분간 마력이 7.1 상승합니다.]

[포만감이 3시간 동안 유지됩니다.]

마력이 크게 상승했다.

"기특한 인간..."

에일린이 세준의 요리에 감동할 때

쿵.쾅.쿵.쾅.

드래곤하트가 이전보다 강하고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두근두근.

그에 못지않게 심장도 뛰었지만, 드래곤하트의 박동에 집중한 에일린은 그것도 드래곤하트의 박동으로 생각했다.

"기특한 인간에게 상을 줘야겠어."

기분이 좋아진 에일린이 세준에게 새로운 보상을 주기로 했다. 그동안 쌓인 자신의 마력과 세준의 공헌도라면 괜찮은 보상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세준의 공헌도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

뺙?!

꾸엥?!

흑토끼와 꾸엥이가 빈 냄비를 보며 세준에게 항의했다. 우리 수프는?!

수프 냄새가 사방으로 퍼졌기에 저녁에도 수프를 먹을 거라고 생각했던 흑토끼와 꾸엥이는 저녁으로 생선구이와 찐 감자가 나오자 크게 실망했다.

"내일 만들어줄게."

뺙!

꾸엥!

세준이 흑토끼와 꾸엥이를 달래기 위해 새끼손가락까지 걸며 약속을 하고 있을 때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에일린에게 군고구마 말랭이를 대접하라.]

보상 : 재능 1개 개화.

거절 시 : 흥! 거절하면 너만 손해다!

"아니..."

자신은 수프 때문에 아주 곤란한데 군고구마 말랭이를 달라고 하는 에일린에게 화를 내려던 세준.

"응?"

세준이 눈을 비비며 퀘스트의 보상을 확인했다.

"재능 1개 개화? 여기 있습니다! 에일린 님!"

세준의 태도가 순식간에 달라졌다. 재능의 개화는 정말 어렵다. 그런 재능 개화를 보상으로 주다니!

세준이 군고구마 말랭이가 가득 담긴 바구니 하나를 통째로 바쳤다.

그리고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재능 1개가 개화됩니다]

[재능 : 지주가 깨어납니다.]

"지주?"

세준이 새로 개화한 재능을 살펴봤다.

[재능 : 지주]

-넓은 농장을 가진 농부만이 가질 수 있는 후천적 재능입니다.

-소작농을 최대 30명까지 지정할 수 있습니다.

-소작농들은 지주의 직업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소작농이 지주의 스킬을 사용하면 지주는 1%의 보상을 받습니다.)

-농장의 크기가 커지는 만큼 재능이 성장합니다.

"1%의 보상?"

설명이 애매했다.

"이럴 때는 직접 해보면 되지."

세준이 흑토끼와 꾸엥이를 소작농으로 지정했다.

[소작농 둘을 지정했습니다.]

"흑토끼, 꾸엥아 가서 방울토마토 따와 봐."

뺙!

꾸엥!

세준의 지시에 흑토끼와 꾸엥이가 방울토마토를 따러 달려갔다.

그리고 잠시 후

[소작농이 수확하기 Lv. 4를 사용해 방울토마토 5개를 수확했습니다.]

[지주가 1%의 보상을 받습니다.]

[지주의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지주의 수확하기 Lv. 4의 숙련도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지주의 경험치가 1.5 상승합니다.]

...

..

.

흑토끼와 꾸엥이가 방울토마토를 수확하며 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

메시지를 보니 세준은 1%의 보상이 뭔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직접 스킬을 사용했을 때 얻는 것의 1%구나."

이러면 밭이 넓어져 자신이 직접 수확을 하지 못할 때도 보상을 통해 조금이지만 직업 경험치 등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지금은 큰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나중에 땅이 넓어지면 크게 도움이 될 재능이었다.

'농장이 커지는 만큼 재능이 성장한다고 했지?'

물량으로 승부하는 거다! 세준이 자기 전까지 방울토마토 씨앗을 열심히 심었다.

하지만 다음 날 새벽.

뿌득.뿌득.

소형 나뭇가지 정찰병들이 동쪽으로 우회해서 세준이 씨앗을 뿌린 방울토마토밭을 짓밟으며 다시 쳐들어왔다.

63화. B급 농작물을 수확하다.

63화. B급 농작물을 수확하다.

"이 자식들!"

몇 시간 동안 노력해서 만든 방울토마토밭을 망치는 소형 나뭇가지 정찰병에게 세준이 분노했다.

"에일린,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 좀 불러줘!"

저번에 상대해 본 결과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 혼자로도 충분할 것 같았다.

[탑의 관리자가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합니다.]

"고마워."

그렇게 에일린을 통해 지원을 요청한 세준이 적들을 상대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가라! 흑토끼!"

뺙!

세준의 외침에 흑토끼가 기합을 지르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부웅부웅.

세준은 적들을 향해 횃불을 던졌다. 원을 그리며 날아간 횃불이 소형 나뭇가지 정찰병의 몸에 맞자

화르르륵.

쉽게 불이 옮겨붙었다.

부웅.부웅.

화르르륵.

세준이 횃불을 계속 던지자 이번에도 소형 나뭇가지 정찰병들이 쓰러지며 자연스럽게 화염벽이 만들어졌다.

횃불은 회색토끼들이 온종일 300개나 만들어 뒀기에 모자라지 않았다.

흑토끼는 아예 적들의 한가운데로 들어가서 해머로 적들을 처치하며 혼자 무쌍을 찍고 있었다.

뺙!

뾱!뾱!뾱!

그렇게 세준과 흑토끼가 소형 나뭇가지 정찰병들을 성공적으로 막아내고 있을 때

뿌드득.뿌드득.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들이 화염벽을 넘으며 나타났다.

"흑토끼, 다리를 노려!"

뺙!

흑토끼가 빠르게 움직이며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들의 다리만을 노렸다.

뾱!

우지끈.

다리 하나가 부러진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들이 균형을 잃고 쓰러지며 소형 나뭇가지 정찰병들의 앞을 막아 스스로 길막을 해줬다.

"좋아."

흑토끼가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들의 발을 묶는 동안 세준은 소형 나뭇가지 정찰병들을 횃불로 태워 처치했다.

[타락한 엔트의 소형 나뭇가지 정찰병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25를 획득했습니다.]

...

..

.

그렇게 30분 정도가 지나자

쿠어어엉!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의 우렁찬 포효가 들렸다.

꾸에엥!

꾸엥이도 엄마를 따라 우렁차게 울었다. 꾸엥이는 일단...더 크자.

뿌득.뿌득.

뿌드득.뿌드득.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의 포효를 들은 나뭇가지 정찰병들이 후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뭇가지 정찰병들은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에게서 도망치기에는 너무 느렸다.

쿵.쿵.

쿠엉!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의 돌진 한 번에 나뭇가지 정찰병들이 소형, 대형 가리지 않고 분쇄됐다.

그리고

꾸엥!꾸엥!

꾸엥이가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지나간 곳 근처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나뭇가지 정찰병의 팔다리를 떼 세준에게 가져갔다.

그렇게 꾸엥이의 도움 덕분에 세준은 레벨업을 하고 24레벨이 됐다.

***

탑 38층.

키에엑!

쿵!

거미 몬스터 한 마리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대장, 언제까지 이래야 되는 거야?"

거미 몬스터의 사체를 옮기며 헌터 하나가 투덜거리며 장린에게 물었다.

"그래. 그냥 도망치자!"

"멍청아, 그 고양이가 계약서를 가지고 있는 이상 도망가봐야 소용없어. 나중에 보복만 당한다고!"

"그렇지만..."

"일단 기다리면서 기회를 보자. 분명 빠져나갈 기회가 있을 거야."

그렇게 장린이 부하들을 다독이고 있을 때

"대장, 저기 두 명이 이쪽으로 오는데?"

하의만 입은 근육질의 남자 헌터 두 명이 다가왔다. 한 명은 백발에 60대 후반으로, 나머지 하나는 검은 머리에 40대 초반으로 보였다.

'딱 작업하기 좋은 숫자다.'

장린은 하의만 입은 백발의 60대 남자를 보자마자 한국 최강의 헌터가 떠올랐지만, 그 헌터는 화염 속성과 관련된 저주에 걸려 은퇴했다고 들었다.

"작업 준비해."

"네!"

장린과 부하들이 서둘러 거미 사체를 숨기고 벽 뒤에 숨어 복면을 썼다. 그리고 헌터들이 가까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매직미사일."

두 남자 중 백발의 남자가 그들을 감지하고 먼저 스킬을 사용했다.

'젠장 들켰어!'

"도망간다!"

상대가 범상치 않음을 느낀 장린이 서둘러 외쳤지만, 너무 늦었다. 어느새 백발의 남자와 함께 있던 헌터가 그들의 퇴로를 막고 있었다.

"막혔어!"

그렇게 장린과 부하들이 당황한 사이

퍼버버벅.

매직미사일이 그들의 몸을 때렸다.

'이게 매직미사일이라고?!'

그 생각을 끝으로 흑랑단이 전부 기절했다.

"테 대표 말대로 너무 무능하네."

한태준이 기절한 흑랑단을 보며 어떻게 흑랑단을 유능하게 만들지 훈련 스케줄을 짜기 시작했다.

***

탑의 관리자 구역.

"끄으으응."

에일린이 미간에 힘을 팍 주며 고민에 빠져있었다.

"이름을 뭐로 하지?"

에일린은 세준이 자신을 위해 만든 레드 로커스트 방울토마토 수프의 새로운 이름을 고민하고 있었다.

"기특한 인간이 날 위해 만든 요리인데 불길한 레드 로커스트의 이름이 들어가는 건 완전 별로야!"

그렇게 수프의 새로운 이름을 고민하던 에일린.

"크히히히. 기특한 인간의 이름인 박 세준과 나 위대한 검은 용 에일린 프리타니의 이름을 합쳐서 만들어야지."

"크히히히. 정했다! 세프의 수프!"

[탑의 권리자의 권한으로 레드 로커스트가 들어가는 요리의 이름이 세프로 강제 변경됩니다.]

에일린이 탑의 관리자 권한을 사용해 강제로 요리의 이름을 바꿔버렸다. 물론 거기에 드는 대가는 티끌 같은 에일린의 마력과 세준의 많은 공헌도였다.

***

[탑의 권리자의 권한으로 전투 식량 - 레드 로커스트 수프 레시피가 세프의 수프 레시피로 변경됩니다.]

[탑의 권리자의 권한으로 전투 식량 - 레드 로커스트 방울토마토 수프 레시피가 세프의 방울토마토 수프 레시피로 변경됩니다.]

"세프?"

세준이 메시지를 읽고 있을 때

[탑의 관리자가 세준의 '세'와 프리타니의 '프'를 합쳤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특별히 이름의 앞을 양보했다고 크게 생색을 냅니다.]

[탑의 관리자가 그대의 이름이 위대한 검은 용의 이름보다 앞에 있는 것을 영광으로 알라고 말합니다.]

"그래. 고맙다."

서걱.

세준으로서는 요리 이름이 뭐든 큰 상관이 없었기에 대충 대답하고 방울토마토 가지를 자르며 방울토마토를 수확했다.

[탑의 관리자가 고마우면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달라고 말합니다.]

"알았어. 퀘스트 줘."

세준이 에일린에게 방울토마토를 주고 다시 수확에 집중하고 있을 때

서걱.

[잘 익은 마력의 방울토마토 9개를 동시에 수확했습니다.]

[수확하기 Lv. 4의 효과로 한 단계 등급 높은 농작물 1개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크게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4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숙련도 상승 Lv. 1의 효과로 수확하기 Lv. 4의 숙련도가 5% 추가 상승합니다.]

[경험치 290을 획득했습니다.]

"오!"

지금 수확되는 방울토마토의 등급은 C급. 그런데 등급이 한 단계 올랐다는 건 B급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수확했다는 말이었다.

메시지를 보고 흥분한 세준이 서둘러 방울토마토 가지에 달린 방울토마토들을 살펴봤다. 겉으로는 구별이 안 돼 하나씩 확인해야 했다.

"이게 B급이구나."

세준이 B급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찾아 옵션을 살펴봤다.

[마력의 방울토마토]

탑 안에서 자란 방울토마토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 맛있습니다.

농사에 익숙한 농부가 재배해 맛과 효율이 좋아졌습니다.

섭취 시 몸 안에 지방 40g을 분해해 10분간 마력을 1 상승시킵니다.

한 시간 안에 최대 10개까지 효과가 중복 적용됩니다.

비각성자가 섭취 시 지방 40g을 분해해 몸에 활력을 줍니다.

분해할 지방이 모자라도 효과가 적용됩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20일

등급 : B

40g의 지방을 분해하고 마력 1 상승. 등급이 오르며 효율이 더 좋아졌다. B급 마력의 방울토마토 10개를 먹으면 마력이 10 상승한다. 이제 정말 무시할 수 없는 수치였다.

거기다 지방이 없어도 효과가 적용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어디 맛은 어떤지 볼까?"

세준이 서둘러 B급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입에 넣었다.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들키면 곤란했다.

뽀득.

촤악.

탱탱하지만 얇은 껍질이 터지며 안의 새콤달콤한 즙이 세준의 입을 적셨다.

"맛있다."

한층 맛이 강해진 방울토마토를 먹은 세준이 만족한 표정으로 여운을 즐기고 있을 때

뺙!

꾸엥!

연못에서 사냥을 하고 있던 흑토끼와 꾸엥이가 세준을 향해 다가왔다.

'설마?!'

세준은 혼자 B급 방울토마토를 먹은 게 걸린 건 아닌지 긴장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방울토마토를 수확했다.

뺙!

꾸엥!

다행히 둘은 간식을 먹어도 되는지 하락을 받으러 온 것이었다.

"그럼 먹어도 되지."

세준이 승낙하자 흑토끼는 저장고에서 당근을 꺼내 먹기 시작했고 꾸엥이는 꿀이 든 유리병을 들고 세준에게 왔다.

딸칵.

꿀렁.

세준이 꾸엥이에게 꿀을 1꿀렁 붓고 멈추려 할 때

턱.

꾸엥이가 앞발로 세준의 손을 잡았다

꾸엥.꾸엥.

[꿀 더 줘. 안 그러면 형아한테 아빠가 혼자 방울토마토 먹은 거 말 할 거다요.]

"비밀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는 거겠지?"

끄덕.

꾸엥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꿀렁.

꾸엥이가 비밀을 지키는 대가로 꿀을 1꿀렁 더 얻어냈다.

***

탑 67층.

"오! 왔군!"

칼날 이파리를 기다리고 있던 탑 67층의 보스 리자드맨 전사 타무로가 말카이가 이끄는 늑대들을 반겼다.

"타무로 님, 여기 있습니다."

"고맙네. 여기 칼날 이파리 500개 값인 1250탑코인이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늑대들이 수레를 끌고 부족들이 있는 곳으로 가려 할 때

"잠깐! 그건 뭔가?"

타무로가 수레에서 내리지 않은 냄비를 보며 물었다. 냄비에서 맛있는 냄새가 났다.

"레드 로커스트 고기로 만든 수프인데 한 그릇 드릴까요?"

동족들에게 먹이고 싶어 챙겨온 수프였지만, 냄비를 바라보는 타무로의 눈이 너무 뜨거웠다.

"쩝. 그럼 한 그릇만 먹을까?

말카이의 말에 타무로가 기다렸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며 대답했다.

"여기 있습니다."

말카이가 수프를 그릇에 담아 타무로에게 건넸다.

후루룩.

"...!"

수프의 맛을 본 타무로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벌컥벌컥.

수프를 원샷했다.

[전투 식량 - 세프의 수프 정량을 섭취하셨습니다.]

[30분간 힘이 7.1 상승합니다.]

[포만감이 3시간 동안 유지됩니다.]

"어?!"

타무로가 음식의 효과에 다시 놀랐다.

"이게 정말 레드 로커스트의 고기로 만든 거라고?!"

"네."

"말카이! 레드 로커스트 고기를 전부 줄 테니 우리 우리 리자드맨 전사들도 먹게 해주게! 수프 가격은 충분히 지불하겠네!"

그렇게 세준의 돈 벌 수단이 늘어났다.

***

탑 75층.

"빨리 사고 올라간다냥!"

상점 구역에 도착한 테오가 서둘러 세준이 시킨 물건들을 사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장간으로 장비 뽑기를 하기 위해 달려가는 길.

"테 대표님, 같이 가시죠!"

"아니다냥! 너희들은 천천히 대장간으로 오라냥!"

덩치가 큰 늑대들이 다른 상인들에 치여 이동이 느려지자 테오는 늑대들을 버리고 혼자 빨리 가기로 했다.

'내 무릎!!!'

한시가 급했다.

그렇게 테오가 대장간에 거의 도착했을 때

"아니 이게 누구야?! 얘들아 여기 봐!"

고양이 한 마리가 테오를 보며 아는 체 했다.

"오! 그래니어 마을에서 야반도주한 테오잖아?!"

"유랑 상인을 한다고 하더니 진짠가 보네?"

불량 고양이의 부름을 들은 일행들이 다가왔다.

그리고

"오랜만이다. 테오."

뚱뚱한 검은 고양이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테오에게 큰 망신을 준 그래니어 마을 최고 부잣집 아들 오렌이었다.

"오랜만이다냥."

테오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64화. 인사를 나누다.

64화. 인사를 나누다.

탑 67층에서 레드 로커스트와의 대치가 길어지면서 탑의 다른 층의 존재들이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각 층은 100년 전의 끔찍했던 대기근을 떠올리며 만약을 대비해 앞다투어 식량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그것은 식량 가격의 폭등을 가져왔다.

그로 인해 그래니어 마을로 찾아오는 상인들도 더 비싸게 식량을 팔았지만, 밖의 소식에 어두웠던 그래니어 마을의 최고 부자 이즈라엘은 상인들이 자신을 속이고 식량 가격을 담합해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즈라엘은 자신의 아들에게 1000탑코인을 주며 식량을 사 오게 했다.

"오렌, 세상 경험도 할 겸 유랑 상인이 되어 직접 식량을 사 오거라."

"네. 아버지."

그렇게 그래니어 마을을 떠나 세상 구경을 하게된 오렌은 자신을 따르는 아홉 부하들을 데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상점 구역으로 향했다.

하지만 어깨에 힘을 다니고 다니던 그래니어 마을처럼 세상은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고생 끝에 간신히 상인 구역에 도착한 오렌과 부하들은 함께 유랑 상인 협회에 들러 유랑 상인 자격증과 장비를 샀다. 오렌은 부하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어 5탑코인씩 돈을 지원해줬다.

그렇게 유랑 상인이 된 그들이 식량 시세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을 때 고블린 유랑 상인 하나가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유랑 상인 스카람이라고 합니다. 식량을 구하신다고요?"

"네."

"저한테 좋은 물건이 있는데 식량을 구매하시기 전에 이거로 돈을 불리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좋은 물건이요?"

"네. 이건 탑 밖의 물건입니다."

"탑 밖의 물건이요?"

스카람이 말하면서 고양이들에게 지구의 물건들을 보여줬다.

"오! 이건 뭐죠?"

"그건..."

오렌을 제외한 고양이들이 생소한 모양의 물건을 신기하게 살펴봤다. 하지만 오렌은 큰 관심이 없는지 시큰둥했다.

"이걸 위층으로 가져가면 아주 비싸게 팔 수 있죠. 저 위층에 사는 존재들은 이런 물건을 취미로 모으거든요."

"정말입니까?!"

"네. 그래니어 마을 출신이시죠? 예전에 테오라는 유랑 상인도 저와 거래를 하고 큰돈을 벌었죠."

"테오요?!"

테오가 큰돈을 벌었다는 소리에 오렌의 귀가 쫑긋 섰다.

'그 멍청한 녀석도 큰돈을 벌었으면 나는 그 몇 배는 벌 수 있어.'

자신감에 찬 오렌이 스카람과 거래를 시작됐다.

"물건은 얼마나 있죠?"

"이게 귀한 물건이다 보니 많지는 않습니다."

"다 주세요."

"개당 5탑코인입니다."

"그건 너무 비싸네요."

오렌은 고블린 유랑 상인과 흥정하며 값을 깎아 부하들과 스카람의 물건을 샀다. 스카람은 물건이 많지 않다고 하더니 딱 그들이 낼 수 있을 정도의 물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 돈 많이 버십시오."

그렇게 오렌과 부하들은 스카람에게 거의 전 재산을 사기당했다.

"이것만 마시고 바로 출발하자."

"네! 오렌 님!"

자신들이 사기당한 줄도 모르고 오렌과 부하들은 남은 술을 마시고 기분 좋게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대장간으로 달려가는 테오를 발견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