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이다냥."
'이 녀석이!''
항상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던 테오가 당당히 자신의 얼굴을 보며 웃자 오렌의 얼굴이 굳어졌다.
'흥! 돈 좀 벌었단 거냐?!"
그냥 인사나 하려던 마음이 변했다. 그렇지 않아도 스카람의 물건을 사는 데 전 재산을 쓰는 바람에 식량을 살 돈도 없었는데 오렌은 잘걸렸다고 생각했다.
"테오, 우리가 배가 고파서 그러는데 돈 좀 빌려줘라."
오렌이 불량배처럼 테오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하자
"저런...식량 살 돈도 없는 것이냥?"
테오가 불쌍하다는 듯이 오렌을 바라봤다.
"이익! 조금만 있으면 돈 엄청 벌 수 있거든!"
테오의 무시에 오렌이 발끈하며 소리쳤다.
"맞아! 우린 탑 밖의 물건을 샀다고!"
"너도 그렇게 돈을 벌었으니 잘 알겠지?"
다른 고양이들이 오렌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탑 밖의 물건말이냥?! 너희 설마 스카람에게 물건을 산 것이냥?"
"훗. 그래. 역시 잘 아는군."
테오의 굳은 표정에 오렌이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테오가 자신들을 시셈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탑 99층으로 가는 것이냥?"
"그래. 우린 탑 99층으로 가서 우마왕과 거래를 할 거야."
스카람은 요즘 자신에 대한 추적이 있는 것을 알고는 깔끔한 뒤처리를 위해 오렌과 그 패거리들을 죽여 흔적을 없애려 했다.
"형들이 탑 99층으로 가려면 배가 좀 고프거든. 그러니까 돈 좀 빌려줘라. 나중에 갚을게"
오렌이 테오의 목에 두른 앞발에 힘을 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싫다냥! 안 비려줄거다냥! 너흰 지금까지 나한테 빌려 간 21.34탑코인도 안 갚았다냥! 그 돈이나 갚아라냥!"
지금까지 오렌과 부하들이 조금씩 빌려 갔던 돈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던 테오가 소리쳤다.
"이게!"
테오의 반항에 화가 난 오렌이 퉁퉁한 앞발로 테오를 때리려 할 때
크르릉.
은빛 늑대 3마리가 다가왔다.
"아...늑대님들 오해하지 마세요. 저희 친구입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좀 격하게 환영 인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테오."
오렌이 다급하게 테오에게 대답을 강요했다.
하지만
"테 대표님, 정말 저 고양이가 친구입니까?"
엘카는 오렌의 말을 무시하고 테오에게 물었다.
"테 대표?"
엘카의 말에 고양이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여기서 테 대표라고 불릴 이름을 가진 고양이는 테오뿐이었다.
"친구 아니다냥. 저런 친구 없다냥. 처리하라냥."
테오가 넋이 나간 오렌의 어깨동무를 풀며 앞발로 목을 치는 시늉을 하며 대장간으로 이동했다. 그걸로 그들의 처분은 결정됐다.
크르릉.
"사...살려주세요!"
엘카와 늑대들이 오렌과 그 패거리들을 감쌌고 곧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냥냥냥."
오렌과 그 패거리들의 비명을 들으면서 테오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래니어 마을에서 자신을 괴롭혔던 오렌을 봐도 이제 전혀 무섭지 않았다.
'푸후훗. 역시 박세준과 함께하는 난 무적이다냥!"
세준과 가까워질수록 강해지는 자신이 스스로 두려울 정도였다.
"푸후훗. 나 너무 강해지면 안 되는 거 아니냥?"
그렇게 쓸데없는 망상을 하며 테오가 대장간으로 들어갔다.
"깎아달라냥!"
세준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성실하게 3번 깎기로 장비 뽑기 비용을 깎아 12탑코인을 지불한 테오가 뽑기 코너로 이동했다.
그리고
"냥?! 이거다냥!!!"
뽑기 코너에 가자마자 강하게 앞발을 끌어당기는 물건을 골라 대장간을 나왔다.
"테 대표님, 처리했습니다."
대장간 밖에서 기다리던 엘카가 태오에게 말했다.
"수고했다냥! 빨리 올라가자냥!"
테오가 사악하게 웃으며 서둘러 탑 99층으로 올라갔다. 빨리 가서 세준의 무릎에 이상이 없는지도 살피고 호구들도 맞이하려면 바빴다.
그렇게 테오가 떠나고 몇 시간 후.
"으음..."
"윽..."
늑대들에게 맞고 기절한 오렌과 다른 고양이들이 깨어났다.
"테오, 이 자식! 돈만 벌어봐! 나도 강한 자유 용병을 고용해서 두드려 패줄 거야!"
"맞아!"
"가만 안 둬!"
"빨리 이 물건들 팔아서 돈 만들어오자!"
오렌과 부하 고양이들이 테오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탑 99층을 향해 출발했다. 그곳에 테오보다 몇 배는 더 사악한 존재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
"하나에 유능한, 둘에 인간이 되자."
"하나."
"유능한!"
"둘."
"인간이 되자!"
반항을 할 때마다 한태준의 매직 미사일을 맞고 기절한 흑랑단은 군소리 없이 차시혁의 구령에 따라 전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이거 언제까지 달려야 해?!'
한태준도 차시혁도 언제까지 달리라는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천천히 달릴 수도 없었다.
키에에!!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수십 마리의 거미 몬스터들이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렇게 계속 달려 거미 몬스터 100마리가 그들을 쫓자 드디어 한태준의 입이 열렸다.
"이제 몬스터를 사냥한다."
"네?!"
"빨리 싸워."
한태준이 자신의 주변에 매직미사일 200개를 띄어 놓으며 말했다. 시키는 대로 안 하면 나한테 죽는다는 협박이었다.
"으악!"
"제길!"
흑랑단이 눈을 질끈 감으며 거미 몬스터들을 향해 달려갔다. 그래도 이쪽이 살아날 가능성이 그나마 있었다.
***
조난 238일 차 새벽.
뿌득.뿌득.
"역시 오늘도 왔네."
세준이 다가오는 나뭇가지 정찰병들을 보면서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속 4일째, 세준은 새벽마다 나뭇가지 정찰병들과 싸우고 있었다.
"가라! 흑토끼! 꾸엥이!"
뺙!
꾸엥!
세준의 지시에 흑토끼와 꾸엥이가 우다다 돌진했다.
그리고
쿠어어엉!
그 앞에서 포효하는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
세준은 오랜 설득 끝에 포만감을 주는 세프의 수프를 대가로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의 보금자리를 세준의 집 근처로 옮길 수 있었다.
늑대들이 리자드맨들에게 세프의 수프 주문을 받아오면서 함께 가져온 대형 냄비 20개로 24시간 내내 수프를 끓이고 있었기에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거기다 나뭇가지 정찰병들이 장작을 해결해주면서 화력 문제도 쉽게 해결했다.
그렇게 집 근처에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 모자를 상주시킨 세준은 농장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게 됐다.
"나도 가볼까."
세준이 꾸엥이의 뒤를 따라 잘 손질된 나뭇가지 정찰병들을 처치했다. 엄마 크림슨 자인언트 베어가 너무 일찍 나선 때문인지 나뭇가지 정찰병들이 일찍 후퇴하면서 숫자가 얼마 없었다.
남은 적들을 처치한 세준은 집으로 돌아와 모자란 잠을 잤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소작농이 씨뿌리기 Lv. 4를 사용해 방울토마토 씨앗을 심었습니다.]
[지주가 1%의 보상을 받습니다.]
[지주의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지주의 씨뿌리기 Lv. 4의 숙련도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방울토마토밭 100평을 만들었습니다.]
[경험치 200을 획득했습니다.]
...
..
.
먼저 일어난 백토끼들이 밭에 방울토마토를 심고 있었다. 세준이 새벽에 일어나 농장을 지키는 것을 알기에 따로 깨우지 않은 모양이었다.
"읏차!"
세준이 잠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동굴로 내려가 벽에 획 하나를 추가하고 연못에서 세수를 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나무가 도대체 어디 있다는 거지?"
세준이 답답한 마음에 동굴을 몇 번이나 샅샅이 살펴봤지만, 도저히 나무는 찾을 수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흑토끼를 연못 밖으로 보내 자세히 살펴보게 했지만, 그곳에도 나무는 없었다.
그렇게 세준이 아침으로 먹을 것들을 챙겨 올라가려 할 때
"응?"
동굴에 피워둔 불이 꺼진 것이 보였다. 요즘 지상에서 식사를 하다보니 토끼들도 불 관리에 소홀해진 것 같았다.
"그래도 아내 토끼랑 새끼들이 있는데."
혹시 새끼 토끼들을 돌보던 아내 토끼가 급하게 불을 쓸 수도 있었다.
세준이 불가에 있던 잿가루들을 치우자 녹색의 작은 새싹이 나타났다.
"응? 여기에 왜 새싹이?"
세준이 조심스럽게 새싹을 만졌다.
그때
[주인님! 안녕하세요!]
새싹이 씩씩한 목소리로 세준에게 인사를 했다.
"어?! 방금 네가 말한 거야?!"
세준이 새싹에서 들리는 소리에 당황하며 물었다.
[네! 주인님!]
그동안 불 때문에 땅속에서만 자라고 있던 사과나무가 드디어 세준과 인사를 나눴다.
65화. 화해를 시키다.
65화. 화해를 시키다.
탑 55층.
예전 토끼들의 왕국 레드리본의 왕궁이 있던 곳, 지금은 왕궁 대신 거대한 저택이 지어져 있었다.
그리고 저택의 주인이 머무는 방 안.
온갖 값비싼 물건들로 장식된 방에 거대한 멧돼지가 앉아 있었다.
"내 밀짚모자는 아직도 못 찾은 건가?"
"네. 죄송합니다. 의뢰를 맡겼던 실버 울프족에게서 아직 연락이 없습니다."
대지주 그리드의 말에 멧돼지 부하가 대답했다.
"됐어. 그건 천천히 찾아도 돼."
대지의 성인 패트릭의 밀짚모자에는 강한 봉인 마법이 걸려 있었기에 보통의 감정 마법으로는 밀짚모자의 정체를 알아낼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식량은 잘 비축하고 있겠지?"
"네. 그리드 님의 지시를 받은 후 밖으로 나간 식량은 하나도 없습니다."
"클클클. 드디어 100년 만에 다시 기회가 왔어."
100년 만에 다시 레드 로커스트가 탑에 나타났다. 그리드는 이번 일이 100년 전 탑 55층을 얻은 것처럼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식량의 공급을 막아 식량 가격을 올리면서 탑에 혼란이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
사과 씨앗은 뜨거운 열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밑으로 밑으로 뿌리를 내렸다. 아래쪽에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차가운 기운을 따라 지하수가 흐르는 탑 99층의 바닥까지 뿌리를 내렸다.
물을 충분히 빨아들여 열기를 버틸 수 있게 된 사과나무는 언젠가 해를 받고 새싹을 피울 날만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
열기를 흡수하기 시작한 사과나무에게 의식이 생겼다.
그리고
[주인님! 불꽃이 여기 있어요!]
불을 흡수하고 화염 속성을 각성한 불꽃의 사과나무 불꽃이가 자신을 심어준 세준을 열심히 불렀다. 하지만 세준은 불꽃이의 외침을 들을 수 없었다.
[불꽃이는 굴하지 않아요!!!]
불꽃이는 언젠가 빛을 볼 날을 생각하며 포기하지 않고 계속 뿌리를 성장시켰고 어느덧 사과나무의 뿌리는 타락한 엔트들이 탐낼 정도로 거대하게 성장했다.
현재 불꽃 사과나무의 뿌리는 세준의 농작물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뿌리의 성장을 자제하고 있는 중. 세준이 보고 있는 새싹은 불꽃 사과나무의 극히 작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
세준이 회사 동료에게 받아 조난 2일 차에 먹은 안동 세척 사과의 씨앗. 사과 씨앗을 땅에 심은 이후 거대하게 성장하는 파 이파리와 다른 농작물로 인해 완전히 잊고 있었다.
[와! 빛이다!]
빛을 보며 감격하는 사과나무 새싹을 보면서 세준은 너무 미안해졌다. 거기다 씨앗 위에 불을 피우는 만행까지 저질러 버렸으니.
'내가 이 귀여운 새싹에게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뭐 필요한 거 없어?"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에 세준이 새싹에게 물었다.
[없어요! 불꽃이에게 가장 필요한 게 주인님과 빛이었는데 이제 다 있으니까요!]
"크으. 이녀석..."
새싹은 말까지 이쁘게 하며 세준을 감동시켰다.
"근데 네 이름이 불꽃이야?"
[네! 제 이름은 불!꽃!이!입니다! 주인님이 제 이름을 불러줘서 너무 좋아요!!!]
"불꽃이?"
사과나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었다.
그때
화르르륵.
기분이 좋아진 불꽃이의 새싹이 갈라지는 부분에 콩알만 한 불꽃이 생겼다.
"어?! 불꽃이 너 불도 다룰 수 있어?"
[그럼욧! 저는 불꽃의 사과나무니까요!]
불꽃이가 자랑스럽게 말하면서 불꽃 여러 개를 더 만들어 가지고 놀듯이 움직였다.
"대단하네."
[헤헤헤. 시키실 게 있으면 말씀해 주세욧!]
화르르륵.
세준의 칭찬을 받고 흥분한 불꽃이의 불꽃이 잠깐 동안 주먹 크기까지 커졌다가 줄어들었다.
"그럼 여기에 불 좀 붙여줘."
세준이 아내 토끼를 위해 파 이파리와 나뭇가지를 모아 두고 불꽃이에게 말했다.
[네! 얍!]
불꽃이의 씩씩한 기합 소리와 함께 콩알만 한 불꽃 하나가 장작에 떨어졌다.
화르르륵.
작은 불꽃이 금세 나뭇가지들과 파 이파리가 태우며 큰불을 만들어냈다.
"잘했어."
[헤헤헤.]
세준은 불꽃이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보고 불꽃이를 칭찬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1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
우두둑.
불꽃이가 5cm 정도 성장했다.
[주인님! 저 성장했어요!]
해를 받기 시작하자 드디어 불꽃이가 위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 우리 불꽃이 장하네."
[헤헤헤. 감사합니다! 불꽃이가 빨리 성장해서 주인님을 도울게요!]
"그래."
뭘 돕겠다는 건지는 몰랐지만, 불꽃이의 씩씩한 목소리에 괜히 초를 치고 싶지는 않았다.
세준은 점심을 먹기 전까지 사과나무 새싹과 대화를 하면서 옆에서 곁을 지켰다.
그리고
"우리 농장에 새로운 친구가 생겼어. 이름은 불꽃이야."
점심을 먹으면서 동물들에게 사과나무 새싹을 소개했다. 특히 꾸엥이에게는 절대 먹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조난 238일 차. 세준의 농장에 사과나무가 추가됐다. 아니 발견됐다.
다음 날 새벽.
뿌득.뿌득.
다시 나뭇가지 정찰병들이 세준의 농장에 침입했다.
"감히 우리 불꽃이를 노리다니!"
타락한 엔트가 왜 이곳을 공격했는지 알게 된 세준이 분노했다. 이 쬐그만(?) 애를 어떻게 하려고?!
"얘들아 마셔!"
세준의 외침에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 모자와 흑토끼가 세프의 수프를 빠르게 마셨다.
꿀꺽.꿀꺽.
세준도 그릇에 담긴 세프의 수프를 원샷했다. 미리 덜어서 식혀놨기에 뜨겁지는 않았다.
[전투 식량 - 세프의 수프 정량을 섭취하셨습니다.]
[30분간 힘이 7.1 상승합니다.]
[포만감이 3시간 동안 유지됩니다.]
그렇게 세프의 수프를 마시고 전투력이 상승한 세준과 동물들.
"공격!"
쿠어어엉!
꾸에엥!
뺘악!
동물들이 달려 나가 나뭇가지 정찰병들을 박살 냈고 세준도 횃불과 단검으로 나뭇가지 정찰병을 공격했다.
세프의 수프로 힘이 7.1이나 증가한 세준의 공격력은 이제 팔다리가 달린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에게 충분히 타격을 줄 수 있었다.
푹.푹.푹.
물론 무기의 길이도 짧고 데미지도 낮아 여러 번 공격해야 했지만...
그렇게 나뭇가지 정찰병들을 처치하고 세준이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그때
퍽!
뭔가가 세준의 배 위로 올라왔다.
"뭐야?"
"내가 돌와왔다냥!"
테오가 당당하게 대답했다.
"지금 온 거야?"
"그렇다냥! 이번에도 돈 많이 벌어왔다냥!"
"그래. 일단 내일 아침에 얘기하자."
"알겠다냥!"
세준이 눈을 감자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세준의 배 위로 올라와 눈을 감았다.
커어어.
고로롱.
숨 쉴 때마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세준의 배에서 테오가 안정감을 느끼며 편히 잠들었다.
***
"읏차"
아침과 점심의 중간쯤에 일어난 세준.
"응?! 어디 갔지?"
테오는 이미 일어난 건지 침실에 없었다.
"일단 씻자."
세준이 동굴로 내려가자
"불꽃이 앞으로 필요한 게 있으면 나한테 말하라냥. 테 대표가 해결해 주겠다냥."
테오가 새로 들어온 신참 불꽃이와 얘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냥! 불꽃은 싫다냥! 가까이 오지 말라냥! 아무튼 나를 잘 모셔라냥!"
얘기가 잘되지 않았는지 테오가 불꽃이의 불꽃을 피해 동굴 밖으로 도망치며 소리쳤다.
"푸하하하."
아침부터 큰 웃음을 준 테오 덕분에 세준이 크게 웃었다.
그리고 아침 루틴인 날짜 표시와 세수를 하고 불꽃이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 불꽃이는 그새 세준의 무릎까지 자라나 있었다.
"좋은 아침."
[주인님도 좋은 아침이요!]
불꽃이가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근데 테오랑은 왜 싸웠어?"
[주인님...죄송해요. 근데 테오가 먹지도 못하는 생선구이를 자꾸 주려고 하잖아요...]
세준의 물음에 불꽃이가 혼나는 줄 알고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내가 미안하다."
그렇게 세준을 오래 따라다녔는데 나무한테 생선구이를 권하다니...
이 농알못 고양이를 어떡할지 세준이 고민하며 지상으로 올라갔다.
그때
"박 회장!"
세준이 올라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테오가 세준을 부르며 달려왔다.
그리고
찰싹.
세준의 무릎에 달라붙어 자신의 서러움을 떠들기 시작했다.
"불꽃이를 따끔하게 혼내주라냥! 나를 괴롭혔다냥!"
덥썩.
세준이 자신의 무릎에 달라붙은 테오의 목덜미를 잡아 올려 눈을 마주쳤다.
"왜 그러냥?"
"너 불꽃이에게 생선구이 줬다며?"
"그렇다냥. 불꽃이랑 친하게 지내려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생선구이를 줬다냥!"
나름 잘해보려고 한 테오가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라는 얼굴로 대답했다.
"나무가 생선구이를 어떻게 먹어?"
"어?! 그런 것이냥?! 박 회장은 그런 것도 알고 대단하다냥!"
세준의 말에 또 한 가지를 배운 테오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세준을 존경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으휴. 가서 사과하자."
테오의 눈빛에 마음이 약해진 세준이 몇 마디 더 하려던 잔소리를 그만두고 동굴로 내려가 불꽃이와 테오를 화해시켰다.
"미안하다냥. 앞으로 생선구이는 주지 않겠다냥."
그렇게 둘을 화해시킨 세준이 테오에게 이번 거래의 성과를 보고받았다.
"푸후훗. 놀라지 말라냥. 이번 거래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냥!"
테오가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세준의 무릎 위에서 봇짐 안의 돈을 꺼내기 시작했다.
촤르륵.
촤르륵.
돈이 너무 많아 몇 번을 봇짐에서 꺼내야 했다.
"총 22만 4600탑 코인이다냥!"
"22만?!"
세준이 놀랐다. 해독의 대파가 비싸게 팔린다는 건 알았지만, 이건 진짜 무지막지한 금액이었다. 분명 자신이 모르는 효과가 더 있는 게 분명했다.
"테 대표, 수고했어. 여기 인센티브. 막 쓰지 말고 잘 저금해."
세준이 테오에게 거의 10%에 가까운 2만 탑코인을 건넸다.
"알겠다냥! 그리고 여기 심부름으로 사 온 것들과 커피와 양념들이다냥."
테오가 자신의 봇짐에서 물건들을 쏟아냈다.
그때
"응? 이 계약서들은 뭐야?"
세준이 봇짐에서 나온 2장의 계약서를 보며 물었다.
"아! 그건..."
테오가 자신을 공격한 대가로 1만 탑코인을 갚게 한 헌터 5명 그리고 한태준과 한 계약에 대해서 말했다.
"한태준?!"
세준이 한태준의 이름을 듣고 놀랐다. 한국 최강의 헌터. 한국에서 각성자에 관심을 가진 사람치고 모를 수가 없는 이름이었다.
"테 대표! 대단한데! 한태준 헌터에게 부탁을 5개나 할 수 있는 계약서를 받아내다니! 좋아! 기분이다! 앞으로 테 사장, 한 달!"
"푸후훗. 진짜냥?! 박 회장, 나 츄르가 먹고 싶다냥!"
세준의 칭찬에 자신감이 뿜뿜한 테오가 당당하게 말했다.
"그래. 우리 테 사장이 츄르가 먹고 싶다면 줘야지."
세준이 츄르를 뜯어 테오에게 내밀었다.
촵촵촵.
테오가 열심히 츄르를 핥아먹으면서 떠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혼내줘야 할 놈들이 있다냥!"
테오가 상점 구역에서 만난 오렌 패거리에 대해서 설명했다.
"뭐?! 감히 우리 테 사장을 괴롭혔어?!"
"그렇다냥!!! 박 회장이 나서서 그놈들에게 지옥을 보여주라냥!""
테오의 생각에 주변에 세준만큼 자신의 복수를 잘해줄 사악한 존재는 없었다.
"알았어! 그놈들이 탑 99층의 우마왕을 찾아가고 있다고? 나한테 맡겨."
테오의 말에 세준은 좋은 생각이 났다.
'봇짐을 든 셔틀들이 9마리나 올라오고 있다는 말이지?'
오렌과 그 패거리들이 사악한 존재의 타깃이 되고 말았다.
***
탑 90층에서 탑 99층까지 통하는 상인 통로의 어디쯤.
"갑자기 왜 이렇게 춥지?"
"배고파서 그런가 아닐까요?"
일확천금을 노리며 탑 99층을 향해 올라가고 있는 오렌과 고양이들이 갑자기 느껴지는 서늘함에 몸을 떨었다.
66화. 손도끼를 얻다.
66화. 손도끼를 얻다.
촵촵촵.
세준에게 오렌 패거리에 대해 일러바치고, 세준의 무릎 위에 드러누워 세준이 주는 츄르를 받아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테오.
"냥!"
갑자기 세준에게 칭찬받을 건수가 하나 더 떠올랐다.
그리고
뒤적.뒤적.
"박 회장, 이것 봐라냥! 내가 뽑아왔다냥!"
테오가 봇짐에서 손도끼 하나를 꺼내며 자신 있게 외쳤다.
"손도끼?"
짧은 자루에 손바닥 크기의 도끼날이 있는 손도끼였다.
"이건 내 앞발이 아주 강하게 끌렸다냥!"
"그래?"
테오의 말에 세준이 서둘러 손도끼를 살펴봤다.
[손도끼]
???
사용 제한 : Lv. 20, 힘 15 이상
제작자 : 비공개
등급 : E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위대한 검은 용 에일린 프리타니에게 미감정 손도끼를 줘라.]
보상 : 없음.
거절 시 : 감정을 못 함
[추가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위대한 검은 용 에일린 프리타니에게 세프의 방울토마토 수프를 대접하라.]
보상 : 감정된 손도끼
거절 시 : 손도끼를 받을 수 없음.
에일린이 지켜보고 있었는지 세준이 감정을 요청하기도 전에 먼저 퀘스트를 만들었다.
"여기."
세준의 손에서 손도끼가 사라졌다.
[탑의 관리자가 손도끼에 감정 스킬을 사용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제법 괜찮은 아이템이라고 합니다.]
제법 괜찮은 아이템? 아이템에 대한 기준이 높은 에일린의 좋은 평가에 세준의 손도끼 아이템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저번에 테오가 뽑기로 가져왔던 반지는 에일린이 감정 마법이 아깝다는 혹독한 평가를 했다.
'그건 그럴만했지.'
감정된 반지는 D급 아이템으로 일정 확률로 시력을 뺏는 저주 옵션이 있었다.
반지는 에일린에게 주고 파괴하려 했는데 이오나가 그 반지를 원했다. 저주 마법을 연구하는 마법사의 연구용 아이템으로 쓰고 싶다는 것. 그래서 싸게(?) 10탑코인에 넘겼다.
[탑의 관리자가 입맛을 다시며 어서 세프의 방울토마토 수프를 달라고 말합니다.]
"응. 잠깐만."
세준이 테오를 품에 안고 부엌으로 가서 수프가 완성됐는지 국자로 그릇에 조금 덜어 맛을 봤다.
후루룩.
"음."
오래 끓이며 부드러워진 레드 로커스트 고기와 방울토마토가 세준이 한 양념과 잘 어우러지며 수프 맛을 한층 높였다.
"여기 가져가."
세준의 말과 함께 대형 냄비 3개에 가득 담겨 있던 수프가 사라졌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감정된 손도끼 - 대전사 우카의 투척용 손도끼를 획득했습니다.]
"대전사 우카?"
네임드 아이템이었다. 세준이 기대감을 품고 손도끼의 옵션을 확인했다.
[대전사 우카의 투척용 손도끼]
드워프 대전사 우카가 직접 제작해 사용하던 투척용 손도끼입니다.
손도끼의 무게 중심이 잘 잡혀있어 손도끼의 파괴력과 투척 시 더 멀리 날아갑니다.
도끼날에 미스릴 가루로 마감 처리를 해서 도끼날이 오랫동안 예기를 유지합니다.
사용 제한 : Lv 20 이상, 힘 15 이상, 마력 15 이상
제작자 : 대장장이 우카(붉은 암석족 드워프)
등급 : A
스킬 : [결 쪼개기 Lv. 1], [회수 Lv. 3]
[결 쪼개기 Lv. 1]
손도끼로 결을 찍을 시 적은 힘으로 더 잘 쪼갤 수 있습니다.
[회수 Lv. 3]
300m 범위 안에서 투척한 손도끼를 10초에 한 번 자신의 손으로 공간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케인즈의 수련용 단검으로 나뭇가지 정찰병과 싸우기 불편했는데...
"이거면 나뭇가지 정찰병과의 싸움도 편해지겠어."
세준이 손도끼를 꽉 쥐며 말했다. 아이템의 설명대로 무게 중심이 잘 잡혀서인지 손에 촥 감기는 그립감이 예술이었다.
테오가 저번과는 다르게 정말 제대로 된 아이템을 뽑아왔다.
"잘했어. 테오."
쪽.
세준이 너무 기분이 좋은 나머지 테오의 이마에 뽀뽀를 했다.
"냥?!"
[...!!!]
세준의 뽀뽀에 충격을 받은 두 존재.
"냥! 무슨 짓이냥?!"
테오가 앞발로 세준이 뽀뽀한 자신의 이마를 서둘러 그루밍했고
[탑의 관리자가 그대의 입술은 이제 불결하다고 화를 냅니다.]
에일린도 불결하다며 세준에게 화를 냈다.
"내 입술이 어때서..."
둘의 태도에 상처를 받은 세준.
그때
[성장 촉진 Lv. 1의 재사용 시간이 끝났습니다.]
성장 촉진을 사용한 지 30일 지나며 성장 촉진 스킬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오! 우리 불꽃이에게 사용해야지!"
그리고 자신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는 불꽃이를 찾아갔다.
[주인님! 어서 오세요!]
불꽃이가 씩씩한 목소리로 세준을 반겼다.
"응. 성장 촉진."
세준이 바로 불꽃이에게 스킬을 사용했다.
[성장 촉진 Lv. 1을 사용했습니다.]
[사과나무의 잠재력이 어마어마합니다.]
[사과나무에 농작물 10개분의 성장 촉진력을 전부 사용합니다.]
10개 전부?!
세준이 놀라며 밝은 빛에 휩싸인 불꽃이를 바라봤다.
[오! 주인님! 몸에 힘이 넘쳐요! 이야압!!!]
불꽃이가 기합을 넣으며 소리쳤다.
그리고
뿅.
농작물 10개분의 성장 촉진력을 전부 흡수한 불꽃이의 몸에 이파리 하나가 더 피어났다.
***
탑 67층.
"공격하라!"
"와아!"
리자드맨 대전사 타무로의 외침에 리자드맨들과 자유 용병들이 레드 로커스트를 향해 달려 나갔다.
하루에 2번 그들은 칼날 이파리로 만든 방어지역을 벗어나 레드 로커스트들을 처치하고 있었다.
이유는 칼날 이파이에 죽은 레드 로커스트의 사체를 수레에 실어 수거하고 시든 칼날 이파리를 교체하기 위해서였다.
푸드득.푸드득.
동족의 사체를 먹고 있던 레드 로커스트들이 날갯짓을 하며 그들을 향해 돌진했다.
서걱.서걱.
"서둘러라!"
타무로가 거대한 대검으로 레드 로커스트 5마리를 동시에 베며 소리쳤다.
"네!"
리자드맨 수송병들이 레드 로커스트의 시체를 수레에 싣고 시든 칼날 이파리를 뽑았다.
그리고
푹!
늑대들이 가져온 새 칼날 이파리를 땅에 심었다.
타무로 덕분에 출발 전에 세프의 수프를 먹은 리자드맨들은 늘어난 힘 덕분에 빠르게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대전사 타무로! 작업이 끝났습니다!"
"좋아! 수레를 먼저 출발시키고 우리는 천천히 퇴각한다!"
타무로의 지시에 리자드맨들이 수레들이 움직일 공간을 만들면서 천천히 퇴각 준비를 했다.
그때
"대전사 타무로! 전방에서 레드 로커스트 다섯 부대가 다가옵니다!"
주변을 정찰하던 리자드맨 정찰병이 달려와 타무로에게 보고했다.
"뭐?! 서둘러 후방에 지원을 요청하라!"
항상 일정한 규모로만 움직이던 레드 로커스트들의 패턴이 변했다.
***
불꽃이의 이파리를 하나 더 피어나게 한 세준은 점심을 먹고
"우마왕에게 말 좀 전해줘."
음머!
우천삼을 찾아가 곧 찾아갈 고양이들을 겁은 주되 해치지는 말라고 말을 전하게했다.
그리고 세준이 오후 농사를 시작했다.
"냐앙.냐앙."
"좀 비켜."
파 이파리를 베고 있던 세준이 자신의 입 주변에 얼굴을 비비며 시야를 가리는 테오를 떼어내며 말했다.
하지만
"냐앙.냐앙. 뽀뽀해 달라냥."
아까 세준의 뽀뽀가 칭찬의 표시였다는 걸 알게 된 테오가 뒤늦게 세준의 입에 이마를 비비며 질척거리고 있었다.
"됐거든."
이미 마음이 상한 세준이 그런 테오를 자신의 무릎에 장착하고 다시 파 이파리를 벴다.
그때
[방울토마토꽃의 꿀을 1.1mL 획득했습니다.]
[양봉 Lv. 3의 숙련도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양봉 Lv. 3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
양봉 스킬의 레벨이 상승했다.
그리고
위잉.위잉.
꿀을 빨던 1300마리 정도 되는 독꿀벌들이 세준에게 날아왔다.
"박 회장, 잘못했다냥!"
테오가 세준이 자신을 혼내려고 독꿀벌들을 부른 줄 알고 세준의 상의 속으로 재빨리 숨었다.
"야! 나와!"
"이익! 싫다냥!"
세준이 자신의 등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테오를 간신히 떼어내 다시 무릎에 붙이고
"무슨 일이야?"
독꿀벌에게 물었다.
위잉.
세준이 묻자 독꿀벌 하나가 세준의 손등에 앉았다.
그리고
위잉.
[어떤 꽃을 채취해 꿀젤리를 만들지 지시해주세요.]
"꿀젤리?"
세준은 갑작스러운 독꿀벌들의 말에 방금 레벨이 상승한 양봉 스킬을 살펴봤다.
[특수 직업 스킬 - 양봉 Lv. 4]
-벌집을 소유할 시 양봉을 할 수 있다.
-소유한 벌집 꿀벌들의 활동 영역이 조금 상승한다.
-여왕벌이 알을 낳는 속도가 조금 상승한다.
-벌들의 꿀 채집 속도가 조금 상승한다.
-벌들의 꿀 채집량이 조금 상승한다.
-수분 확률이 조금 상승한다.
-특수한 효과를 가진 꿀젤리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현재 꿀젤리는 한 종류의 꽃에서 채취한 꿀과 꽃가루로만 만들 수 있습니다.)
-현재 소유한 벌집(3/4) : 독꿀벌 벌집 3개
특수한 효과를 가진 꿀젤리를 만들 수 있다고?! 세준이 양봉 스킬의 새로운 설명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일단 벌집 1번과 2번은 방울토마토꽃으로 꿀젤리를 만들어줘."
방울토마토는 수가 많기에 개체 수가 많은 벌집 1번과 2번 독꿀벌들에게 맡겼다.
그리고
"벌집 3번은 땅콩꽃과 나머지 꽃을 맡아줘."
개체 수가 적은 벌집 3번에게 땅콩밭과 나머지 식물의 꽃을 맡겼다.
위잉.위잉.
세준의 작업 지시를 받은 독꿀벌들이 각자 자신의 위치로 날아갔다.
"어떤 꿀젤리가 나오려나?"
서걱.서걱.
세준이 꿀젤리에 대해 생각하며 파 이파리를 베는 동안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됐다.
"자 먹자."
저녁은 세프의 당근 수프.
삐익!
뺘아!
뺙!
당근이 든 수프에 토끼들이 흥분했다.
그렇게 수프를 다 먹자
[전투 식량 - 세프의 당근 수프 정량을 섭취하셨습니다.]
[30분간 민첩이 7.1 상승합니다.]
[포만감이 3시간 동안 유지됩니다.]
민첩이 상승했다.
"빨리 일하고 쉬자."
요즘 지주의 재능을 성장시키기 위해 자기 전 밭을 1000평씩 확장하고 있는 세준과 토끼들에게는 딱 필요한 효과였다.
[방울토마토밭 1000평을 만들었습니다.]
[경험치 2000을 획득했습니다.]
그렇게 늘어난 민첩으로 1시간 만에 방울토마토밭 1000평을 만든 세준과 토끼들이 일과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다 잠들었다.
***
쿠어엉!
조난 240일 차 새벽.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의 포효가 세준의 잠을 깨웠다. 나뭇가지 정찰병이 침입한 것이다.
"읏차!"
새로 얻은 대전사 우카의 투척용 손도끼 개시할 생각에 세준이 기운차게 일어나 테오와 흑토끼를 양손에 들고 전투가 일어나는 곳으로 달려갔다.
꾸엥!
퍽!퍼벅!
세준이 도착하자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의 팔다리를 자르고 있던 꾸엥이가 세준을 반겼다.
"꾸엥이 잘 잤어? 얘들아 가자!"
세준이 꾸엥이에게 인사를 하며 외쳤다.
"박 회장, 나만 믿으라냥!"
팟칭!
샤샤샥.
테오가 앞발에 숨겨놨던 날카로운 발톱을 꺼내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들의 몸을 타고 다니며 처치했고
뺙!
뾱!뾱!뾱!
흑토끼는 자신의 해머를 크게 휘두르며 바닥에서 소형 나뭇가지 정찰병들을 쓸어버렸다.
그리고 테오와 흑토끼가 활약하는 동안.
퍽!
[타락한 엔트의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500을 획득했습니다.]
...
..
.
꾸엥이가 손질한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을 전부 처치한 세준.
'한 번 던져볼까?'
처치할 적이 없어지자 5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다가오는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을 향해 강하게 손도끼를 던졌다.
부웅!
손도끼가 힘차게 바람을 가르며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의 몸 중앙에 박혔다.
퍽!
쩌적.
[결을 공격했습니다.]
[결 쪼개기 Lv.1가 발동하며 쪼개기에 성공합니다.]
[타락한 엔트의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500을 획득했습니다.]
"오!"
첫 공격에 결을 공격하며 공격 한 방에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이 반으로 쪼개지며 쓰러졌다.
"회수."
회수 스킬을 사용하자 다시 손도끼가 어느새 세준의 손으로 돌아왔다.
부웅.
자신감을 얻은 세준이 다시 다른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을 공격했다. 그리고 뒤에서 그런 세준이 싸우는 것을 지켜보며 꾸엥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가 이제 자신의 100분의 1 정도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꾸엥이 기준으로 세준이 이제 0.01인분의 전투력을 갖췄다는 의미였다.
꾸엥!
세준의 성장에 기뻐하며 꾸엥이가 아빠를 신경 쓰지 않고 본격적으로 나뭇가지 정창병을 향해 앞발을 휘둘렀다.
콰앙!
꾸엥이의 진심을 담은 펀치 한 방에 전방 10m의 적들이 깨끗이 몰살당했다.
67화. 서쪽 숲을 태우다.
67화. 서쪽 숲을 태우다.
퍽!
[타락한 엔트의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500을 획득했습니다.]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휴우. 이제 끝났다."
세준은 마지막 남은 나뭇가지 정찰병을 처치하고 레벨업을 했다.
"상태창."
세준이 보너스 스탯으로 마력을 올리고 오랜만에 상태창을 확인했다.
[박세준 Lv. 25]
재능 : 무난한 범재, 자연의 친구, 지주
스탯 : 힘(15.6) 체력(16.1) 민첩(13) 마력(17.25)
직업 : 탑농부(C)
스킬 : 씨뿌리기 Lv. 4, 수확하기 Lv. 4, 씨앗상점 Lv. 2, 채종하기 Lv. 2, 양봉 Lv. 4, 우뢰(雨雷) Lv. 1, 요리 Lv. 3
"와..."
세준이 자신의 상태창을 뿌듯하게 바라봤다. 재능도 2개나 늘었고 스탯도 상당히 늘어나 있었다. 거기다 7개의 스킬까지.
무난한 범재인 거의 최하급 재능을 가지고 이렇게 흘륭한 스탯창을 가지게 된 것에 세준은 감개무량했다.
"잘 컸다. 박세준."
세준이 스스로를 칭찬할 때
퍽.
"나도 잘했다냥!"
나뭇가지 정찰병을 처치한 테오가 세준의 무릎으로 복귀하며 자신의 공로를 알아달라고 어필했다.
"그래. 수고했어."
세준이 테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폴짝.
뺙!
이번에는 흑토끼가 어깨로 올라와 자신의 엉덩이를 내밀며 칭찬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래. 흑토끼도 수고했어."
톡톡.
새준이 그렇게 테오와 흑토끼를 칭찬하고 있을 때
꾸엥!
멀리서 꾸엥이가 빠르게 달려왔다. 형아들만 칭찬을 받고 있으니 억울한 모양이었다. 꾸엥이가 형아들처럼 세준에게 몸을 날리려 했다.
하지만
"꾸엥이! 멈춰!"
세준은 살기 위해 서둘러 꾸엥이의 돌진을 막았다.
꾸엥이가 달려오며 몸의 크기를 줄였지만, 그 질량은 그대로다. 꾸엥이의 질량에 속도를 제곱한 꾸엥이의 운동에너지는 세준을 충분히 저승으로 보낼 수 있다.
꿰에엥...
세준이 자신을 멈춰 세우자 꾸엥이가 서운해하며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아빠 미워...
"꾸엥이도 수고했어. 우리 꿀 먹자."
세준이 꾸엥이의 눈물샘이 터지기 전에 서둘러 꾸엥이를 달랬다.
꾸엥!
꿀이라는 말에 금세 표정이 밝아진 꾸엥이가 몸을 크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
세준의 팔을 잡아 자신의 등에 태우고 벽돌집으로 달렸다. 세준의 집에 꿀이 있기 때문이다.
꿀렁.꿀렁.
집에 도착한 세준이 꾸엥이 전용으로 만든 나무 사발에 꿀을 부어 꾸엥이에게 주었다.
푹.
할짝.할짝.
꾸엥!
꾸엥이가 그릇에 자신의 앞발을 담가 꿀을 핥아먹으면서 맛있어!를 남발하는 사이
커어어.
고로롱.
뺘로롱.
세준과 테오, 흑토끼가 빠르게 잠들었다.
그리고
꾸로롱.
꿀을 다 먹은 꾸엥이도 세준의 가슴 위에 올라가 잠을 잤다. 세준은 그날 생매장당하는 악몽을 꾸었다고 한다.
***
"와! 도착했다..."
"휴. 힘들었어."
"일단 뭐라도 먹고 싶은데..."
탑 99층까지 올라오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오렌과 패거리들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먹을 걸 찾았다. 하지만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일단 우마왕을 찾아가서 이 물건들을 팔자."
돈을 벌어 사 먹으면 된다. 오렌이 탑 밖의 물건이 든 봇짐을 들어 어깨에 멨다.
"이쪽입니다."
부하 하나가 스카람이 준 지도를 보며 앞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봇짐을 멘 9마리의 고양이가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의 영역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음머!
우마왕의 지시로 자신들의 영역 경계에서 고양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블랙 미노타우루스의 막내 우삼천팔이가 고양이들을 발견하고 신호를 보냈다.
***
"으윽...뭐지?"
끔찍한 악몽을 꾼 세준이 삭신이 쑤신다는 말을 체감하며 일어났다.
"응? 뭐야?"
오른쪽 다리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에 세준이 밑을 보자
대롱대롱.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 매달려서 자고 있었다.
"야 일어나."
세준이 자신의 무릎을 흔들며 테오를 깨우자
"일어났다냥."
테오가 눈을 감고 대답만 했다.
세준은 일단 테오를 다리에 매달고 동굴로 내려갔다.
동굴로 내려가자
[주인님! 좋은 아침이요!]
이파리가 3개가 된 불꽃이가 씩씩하게 아침 인사를 했다.
"그래. 좋은 아침."
슥.
세준이 대답하며 벽으로 가서 획 하나를 추가하며 가장 아래 줄인 다섯 번째 줄에 正 8개를 완성했다. 조난 240일 차 아침이 시작됐다.
"9번째 블루문이 얼마 남지 않았네."
다음 블루문은 242일 차 자정부터 발생한다. 시간상으로는 40시간도 남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에일린이 있기에 세준은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세준은 블루문에 모습을 드러내는 에일린을 보면서 자신의 농장에서 함께 밥을 먹자고 제안한 적이 있었다. 직접 보답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탑의 관리자가 자신의 기운이 너무 강해서 그대가 직접 자신을 보면 기절하거나 심하면 죽을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그러니 그대는 빨리 강해지라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 구역을 벗어날 수 없는 에일린이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그런 에일린의 말에 세준은 블루문에 대한 걱정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세준의 지금 능력으로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나 우마왕의 포효로도 기절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포효로 자신이 기절하거나 죽을 정도라니...세준은 에일린이 다른 몬스터들보다 압도적으로 강하다고 오해해 버렸다.
쏴아아.
세준이 나무로 만들어진 물조리개에 물을 담아 불꽃이에게 물을 줬다. 그동안 못 해준 게 미안해서 불꽃이에게 더 신경을 쓰고 있었다.
"우리 불꽃이 무럭무럭 자라라."
[헤헤헷. 주인님! 감사합니다!]
우물우물.
그렇게 불꽃이에게 물을 준 세준이 아침으로 군고구마 말랭이를 먹으면서 불꽃이가 만드는 불꽃을 구경했다.
그리고
촵촵촵.
테오는 눈을 감고 혀만 움직이며 열심히 츄르를 탐님했다.
그렇게 세준이 불꽃이가 만드는 불꽃을 보며 불멍을 하고 있을 때
[주인님! 표정이 안 좋아 보여요!]
"아. 잠을 잘 못 자서 그런가 몸이 찌뿌둥해."
[그런...주인님! 제가 개운하게 해드릴게요!]
"응?! 개운하게?"
불꽃이의 3개의 이파리 중 하나가 하얗게 변하며 하얀 불꽃 하나를 세준의 몸으로 보냈다.
스륵.
하얀 불꽃은 거부감 없이 세준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정화의 불꽃이 3시간 동안 스며듭니다.]
"정화의 불꽃?"
[정화의 불꽃이 부정한 것을 태워 몸의 상태를 개선시킵니다.]
화르르륵.
"어?!"
세준이 하얀 불꽃에 휩싸여 불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혀 아프거나 뜨겁지 않았다. 오히려 몸에 쌓여있던 노폐물이 타버리며 몸이 가벼워졌다.
고로롱.
테오는 어느새 츄르를 먹다 잠들어 세준의 몸에 불길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불꽃이 너...대단한데?!"
불꽃이. 이 녀석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헤헤헤. 주인님께 도움이 됐다니 너무 기뻐요!]
"다른 능력도 있어?"
[네!]
불꽃이의 이파리 하나가 노란색으로 변하며 노란 불꽃이 세준의 몸에 스며들었다.
[친화의 불꽃이 3시간 동안 스며듭니다.]
[정화의 불꽃이 사라집니다.]
불꽃은 중복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것 같았다.
[친화의 불꽃이 사용자가 불을 조종하고 불의 위력을 강화해 돕습니다.]
불꽃이는 이파리 하나당 능력이 다른 불꽃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첫 번째 이파리는 부정한 것을 태우는 정화의 불꽃.
두 번째 이파리는 사용자의 불 사용을 돕는 친화의 불꽃.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이파리는...
[마지막 이파리는 아직 무슨 능력인지 잘 모르겠어요.]
가장 최근에 얻은 이파리는 불꽃이도 아직 능력이 뭔지 파악을 못 한 것 같았다.
"일단 친화의 불꽃이나 시험해 볼까?"
세준은 친화의 불꽃을 사용해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태울 거리가 많은 서쪽 숲에 가보기로 했다. 가능하면 나뭇가지 정찰병을 다 태워버려 밤에 꿀잠을 자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렇게 서쪽 숲 원정대가 꾸려졌다.
멤버는 세준, 테오, 흑토끼, 꾸엥이. 그리고 보호자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
쿠어엉!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의 등에 탄 세준과 동물들이 30분 만에 서쪽 숲의 초입에 도착했다.
***
음머어!
음머!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고양이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몇 겹으로 포위했다.
"저...저희는 우마왕님에게 탑 밖의 진귀한 물건을 팔러온 유랑 상인들입니다."
"해...해치지 말아주세요!"
"살려주세요!"
오렌과 부하들이 공포에 질려서 소리쳤다.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유랑 상인을 해치지 않을 거라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블랙 미노타우루스를 앞에 두자 그냥 몸이 덜덜 떨려왔다.
포식자를 앞에 둔 피식자의 당연한 반응이었다. 우천삼을 도둑으로 잡아 당당하게 세준에게 데려간 테오가 정상이 아니었다. 스스로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음머!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고양이들을 포위한 상태로 우마왕에게 안내했다.
"휴우. 다행이야."
"그러니까요. 죽는 줄 알았네."
"이제 고생은 끝이네요."
고양이들은 이제 고생길이 끝났다고 안도하며 블랙 미노타우루스를 따라 이동했지만, 그들의 고생길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우마왕과의 만남이 고생길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그들은 바로 탑을 내려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행운은 오지 않았다.
***
서쪽 숲의 초입에는 말라죽은 나뭇가지들이 장애물처럼 쫙 깔려있었다.
"무슨 나뭇가지가 이렇게 많아."
세준이 앞으로 나가 나뭇가지를 자르려 할 때
쿵.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거대한 앞발로 세준의 앞을 막았다.
쿠엉!쿠엉.
[조심해요! 가까이 가면 공격해요.]
"저거 움직여?"
꾸엉.
[네.]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앞발을 나뭇가지 가까이 가져가자
뿌드득.
말라죽은 나뭇가지들이 갑자기 움직이며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의 앞발을 감기 시작했다. 동시에 보이지 않던 이름이 나타났다.
[타락한 엔트의 썩은 나뭇가지 파수꾼]
위장을 할 수 있다니...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앞발에 달라붙은 나뭇가지 파수꾼들을 떼어냈다.
그 짧은 사이에 근처에 있던 수십 마리의 나뭇가지 파수꾼이 털과 자신의 몸을 엮어버려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는 털까지 함께 뽑아버려야 했다.
"성가시네."
강하진 않지만, 굉장히 귀찮은 몬스터였다.
챙!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의 시범으로 썩은 나뭇가지 파수꾼을 살펴본 세준이 단검과 손도끼를 부딪쳤다.
그리고 불꽃이 튀자 세준이 친화의 불꽃의 불 조절 능력을 이용해 불꽃을 키웠다.
세준의 손 위에 골프공 정도의 불꽃이 만들어졌다.
"태워라."
세준이 불꽃을 나뭇가지 파수꾼에게 던지자
화르르륵.
불이 나뭇가지 파수꾼들을 태우며 화끈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타락한 엔트의 썩은 나뭇가지 파수꾼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10을 획득했습니다.]
...
..
.
"가라."
세준이 숲 안쪽으로 향하도록 불을 조종했다. 불이 세준의 의지에 따라 조금씩 조금씩 서쪽을 향해 움직였다.
하지만 불길이 움직이는 속도가 굉장히 느렸다. 이대로는 온종일 태워도 서쪽 숲의 안은 구경도 못 할 것 같았다.
그때
후우우웅.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세준의 의도를 파악하고 자신의 앞발을 가볍게 휘둘러 바람을 만들어줬다.
화르르륵.
바람의 도움을 받은 불길이 순식간에 세력을 넓히며 나뭇가지 파수꾼들을 먹어 치웠다.
나뭇가지 파수꾼은 불에는 반응을 안 하는지 가만히 타 죽었다. 덕분에 거대한 불길이 서쪽 숲의 외곽을 완전히 덮었고 세준은 레벨업을 두 번이나 했다.
그리고 보너스 스탯으로 마력을 올리자 불을 조절하기가 더 편해졌다. 손 하나 까딱 안 하는 너무도 편한 사냥이었다.
고로롱.
뺘로롱.
꾸로롱.
어느새 함께 온 테오, 흑토끼, 꾸엥이는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의 등에서 편하게 자고 있었다.
그렇게 서쪽 숲을 태우기 시작한 지 꽤 시간이 지났을 때
사아아아.
서쪽 숲의 안에서부터 안개가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푸슈슈.
안개와 만난 불은 급격히 힘을 잃고 꺼져버렸다. 일반적인 안개가 아닌 것 같았다.
그때
[친화의 불꽃이 사그라듭니다.]
불꽃이에게 받았던 친화의 불꽃이 3시간이 지나 사라졌다.
"얘들아 튀어!"
세준이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의 등에 올라타고 당당하게 도망쳤다.
68화. 재능을 강화하다.
68화. 재능을 강화하다.
고양이들이 웨이포인트를 지키는 우마왕의 앞에 도착했다.
"안녕하십니까! 우마왕님께 진귀한 물건을 팔기 위해 찾아온 유랑 상인 오렌이라고 합니다!"
달달달.
다리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말을 전한 오렌.
대단하십니다. 오렌 님!
다른 고양이들이 그런 오렌에게 존경의 눈빛을 보내며 봇짐에서 지구의 물건을 꺼냈다. 롤 클리너, 텀블러, 각티슈 등등이 진열됐다.
우마왕에게는 전혀 필요 없는 물건들. 그냥 쫓아내면 그만이지만, 세준의 부탁이 있기에 우마왕은 좀 더 대화를 나눴다.
"그건 뭐지?"
"아! 이건 롤 클리너라는 건데 접착 마법이 걸려있어 먼지나 털을 뗄 수 있습니다."
"가격은?"
"아 가격이요? 50탑코인입니다."
오렌은 자신이 산 가격의 거의 10배를 불렀다.
그렇게 몇 가지 물건을 더 물어보던 우마왕.
"네가 파는 물건이 진짜 진귀한 물건이 맞는지 전문가에게 확인하고 싶군. 우삼천이는 이들을 전문가에게 데리고 가라!"
음머!
우마왕의 지시에 우삼천이 고양이들을 데리고 이동했다.
***
세준이 서쪽 숲에 불을 지르고 돌아오자
위잉.위잉.
독꿀벌 한 마리가 세준의 손 위에 앉았다. 그런 독꿀벌의 품에는 노란빛을 띠는 투명한 사각형의 젤리 하나가 있었다. 크기는 밖에서 먹는 카라멜만 했다.
"이게 그 꿀젤리야?"
위잉.위잉.
[네. 방울토마토로 만든 꿀젤리예요.]
툭.
독꿀벌이 세준의 물음에 대답하며 꿀젤리를 세준의 손바닥 위에 놓았다.
[독꿀벌의 방울토마토 꿀젤리 1개를 획득했습니다.]
[양봉 Lv. 4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촉감은 말랑말랑했다.
"한 번 볼까?"
세준이 꿀젤리를 살펴봤다.
[독꿀벌의 방울토마토 꿀젤리]
탑에서 자라 영양을 듬뿍 흡수하며 자란 마력의 방울토마토의 꽃가루와 꿀을 독꿀벌들이 자신들만의 비전으로 가공해 향기와 맛이 일품입니다.
꿀을 농축해 단맛이 극대화됐습니다.
섭취 시 마력 관련 재능이 조금 강화됩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년
등급 : C
미쳤다!
재능을 개화하는 것도 어렵지만, 재능을 강화하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이었다.
많은 헌터들이 재능 강화를 위해 노력한다. 재능을 강화하다 보면 재능이 더 높은 등급의 재능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능을 성장시키는 헌터는 정말 극소수였다. 재능 강화에는 정말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걸 먹기만 하면 마력 관련 재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세준이 꿀젤리의 옵션에 놀라고 있을 때 옆에서 세준보다 더 경악하고 있는 존재가 있었다.
꾸엥!꾸엥!!!
꾸엥이가 살면서 이제껏 맡아본 적 없는 달콤한 꿀젤리의 향기에 취해 세준에게 매달렸다. 아빠! 나 줘요!!!
"꾸엥이 앉아!"
세준이 단호하게 말하며 흥분한 꾸엥이를 진정시켰다.
꾸엥.
세준의 말에 서둘러 꾸엥이가 세준의 앞에 앉아 두 손을 내밀었다. 그거 주세요.
하지만
뺙!
흑토끼도 꿀젤리가 먹고 싶었는지 세준에게 자신을 잊지 말라고 어필했다.
'나도 먹고 싶은데...'
세준이 꿀젤리를 어떻게 할까 고민할 때
위잉.위잉.
다행히 수십 마리의 독꿀벌들이 꿀젤리를 하나씩 들고 날아오기 시작했다. 세준의 손바닥에 있는 꿀젤리가 가장 먼저 만들어진 꿀젤리 같았다.
[독꿀벌의 방울토마토 꿀젤리 1개를 획득했습니다.]
[양봉 Lv. 4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
..
.
세준의 손에 수십 개의 꿀젤리가 쌓였다.
꾸엥!
꾸엥이가 다시 꿀젤리를 달라고 보챘다.
"형들부터 하나씩 주고."
한 손 가득 꿀젤리를 가진 세준이 테오, 흑토끼, 꾸엥이 순으로 꿀젤리를 하나씩 나눠줬다.
하지만
"그건 생선이 아니다냥! 난 안 먹는다냥!"
생선애호가 테오는 역시 꿀젤리를 거부했다. 덕분에 꾸엥이가 꿀젤리 하나를 더 먹을 수 있었고 꾸엥이의 마력 관련 재능이 성장했다.
그리고 세준의 전투력이 꾸엥이의 100분의 1 밑으로 떨어져버렸다.
"얘들아, 와서 하나씩 먹어봐."
세준이 다른 토끼들까지 불러 꿀젤리를 하나씩 맛보게 했다.
"냠."
세준도 꿀젤리 하나를 입에 넣고 씹었다. 처음 느껴지는 식감은 확실히 젤리였다.
오물오물.
씹을수록 꿀젤리가 침에 녹아 풀어지며 묵직한 꿀의 진한 향과 맛이 입 안을 꽉 채웠다.
"오!"
어느덧 솜사탕처럼 사라져버린 꿀젤리의 여운을 느끼던 세준이 탄성을 지르며 정신을 차렸다. 세준은 마력 관련 재능이 없기에 재능 강화는 없었다.
"에일린."
세준이 손에 남은 꿀젤리 10개를 보며 에일린을 불렀다.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좋아하는 에일릴이라면 이것도 좋아할 것 같았다.
"에일린?"
하지만 대답이 없었다.
"자나?"
세준은 일단 남은 꿀젤리를 테오의 봇짐에 넣고 일을 조금 하다가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휴식을 취하려 할 때
[탑의 관리자 에일린 프리타니가 드래곤하트의 폭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뭐?!"
[검은 탑의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검은 탑의 퀘스트 : 에일린 프리타이의 드래곤하트 폭주를 진정시키십시오.]
보상 : 에일린 프리타니가 정신을 차림
실패 시 : 에일린 프리타니가 드래곤하트 폭주로 죽음
***
"크히히히. 기특한 인간! 다 태워버려!"
에일린은 평소와 같이 수정구로 세준을 지켜봤다. 사과나무로 불을 조절하는 능력을 얻은 세준이 서쪽 숲을 불태우고 레벨업을 하자 에일린은 신이 났다.
"크히히히. 기특한 인간아 빨리 강해져라!"
그렇게 열심히 세준을 응원하던 에일린은 목이 타자 세준이 준 세프의 방울토마토 수프를 마셨다.
쿵!쾅!쿵!쾅!
마력이 늘어나며 드래곤하트가 강하게 뛰기 시작했다.
"크히히. 좋다."
에일린이 자신의 드래곤하트가 강하게 뛰는 걸 느끼며 기뻐할 때
"아악!"
에이린이 가슴을 부여잡으며 쓰러졌다.
쿵!!!쾅!!!
갑자기 드래곤하트 안의 마나가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뛰기 시작했다. 마나 폭주였다.
"박...세준...도와..."
에일린이 세준을 부르며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탑의 관리자의 목숨이 위험합니다.]
[검은 탑의 긴급 시스템이 발동합니다.]
[검은 탑의 긴급 시스템이 탑의 과리자의 몸 상태를 분석합니다.]
[...]
[검은 탑의 긴급 시스템이 탑의 관리자가 마지막으로 부른 존재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
[탑의 관리자 에일린 프리타니를 도울 아이템을 고르십시오.]
"근데 에일린의 드래곤하트가 폭주한 이유가 뭐야?"
뭘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모르는 세준이 급하게 물었다.
[탑의 관리자 에일린 프리타니의 드래곤하트가 폭주한 건 에일린 프리타니의 재능 : 굳어버린 드래곤하트로 감당할 수 없는 마나를 흡수했기 때문입니다.]
굳어버린 드래곤하트?
재능이 감당할 수 없는 마나를 흡수했다고?
"그럼 재능을 강화해 주면 되겠네?"
때마침 세준에게는 그런 아이템이 있었다.
[네. 그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에일린에게 꿀젤리를 주려고 했던 세준이 반색했다. 남겨두길 잘했어. 정말 다행이었다.
"테오, 꿀 젤리 꺼내."
"알겠다냥!"
그사이 독꿀벌들이 꿀젤리를 더 가져와서 꿀젤리는 12개로 늘어나 있었다.
"이걸 에일린에게 먹여줘."
[알겠습니다.]
세준의 손에 든 꿀젤리가 사라졌다.
[탑의 관리자 에일린 프리타니에게 독꿀벌의 방울토마토 꿀젤리 12개를 공급했습니다.]
"어때?"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반응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
[독꿀벌의 방울토마토 꿀젤리가 성공적으로 탑의 관리자 에일린 프리타니의 재능 : 굳어버린 드래곤하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재능 : 굳어버린 드래곤하트가 소폭 강화되며 드래곤하트의 폭주가 멈췄습니다.]
"그럼 이제 에일린은 괜찮은 거지?"
[네. 당분간 탑의 관리자 에일린 프리타니의 드래곤하트가 폭주할 일은 없을 겁니다.]
"당분간?"
[네. 지금은 안정된 상태지만, 탑의 관리자 에일린 프리타니의 재능이 성장하지 않으면 다시 폭주할 위험이 있습니다.]
몇 초 후 퀘스트가 완료됐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휴우."
세준이 메시지를 보고 안도했다.
***
꼬르르륵.
"우삼천 님, 언제까지 가야 합니까?"
배에서 요동치는 소리에 오렌이 우삼천에게 물었다. 그들은 며칠째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로 몇 시간째 걷고 있었다.
하지만 우삼천은 대답하지 않고 계속 걸었다. 우삼천의 임무는 고양이들이 지칠 때까지 계속 걷게 하는 것. 그렇게 3시간 정도 걸었을 때 멀리서 동료의 신호가 왔다.
음머!
"네? 밥 먹고 간다고요?!"
"밥?!"
밥이라는 말에 고양이들이 흥분했다.
하지만
"여...여긴...?"
우삼천이 고양이들을 데려간 곳은 진흙이 가득한 땅이었다. 고양이들이 진흙땅 앞에서 멈칫했다. 자신의 발에 진흙을 묻히고 싶지 않았다.
그때
킁킁.
"어디서 생선구이 냄새가 나지 않아?!"
"너희도?!"
고양이들이 생선구이 냄새에 흥분했다.
음머.
우삼천이 고양이들을 진흙밭으로 밀며 말했다.
"네?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고요?"
고양이들의 물음에 우삼천이 말없이 한 곳을 가리켰다. 반대쪽 진흙땅이 끝나는 곳에 식당 하나가 있었다. 그리고 생선 구이 냄새는 식당에서 나고 있었다.
"생선구이다!"
고양이들이 서둘러 식당으로 달려갔다. 식당 안에는 회색토끼들이 생선을 굽고 있었다.
"생선구이 5마리 주세요!"
"저는 10마리요!"
고양이들이 서둘러 생선구이를 주문하자
삐빅!
가장 건장한 회색토끼가 앞발을 내밀었다.
"네?! 선불이요?!"
회색토끼의 말에 고양이들이 당황했다. 생선구이 한 마리의 가격은 0.05탑코인. 하지만 그들은 한 푼도 없는 거지였다.
그때
척.
회색토끼가 계약서 하나를 내밀었다.
"아! 외상으로 먹으라고요?! 감사합니다!"
고양이들이 생선구이를 후불로 갚겠다는 계약서에 발도장을 찍자
삐빅!
삐빅!
삐릭!
회색토끼들이 열심히 피라니아를 구워 고양이들에게 주었다.
3일 안에 외상값을 갚지 않으면 생선구이 한 마리당 진흙벽돌 1000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지만, 가지고 있는 물건들만 팔면 충분히 지불할 수 있기에 그들은 부담 없이 생선구이를 배부르게 먹었다.
그리고 정 안되면 진흙벽돌 1000장 만들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진흙벽돌의 크기가 블랙 미노타우루스 기준이라는 건 비밀이었다.
잠시 후
"아 배불러."
"배부르다."
고양이들이 오랜만의 포식에 행복한 표정으로 누웠다. 그리고 노곤함에 졸던 고양이들이 잠에 빠졌다.
***
"왜 아직도 탑이 열리지 않는 것이야?!"
자신의 사랑스러운 손녀를 보고 싶은 카이저 프리타니가 포탈을 보며 짜증을 냈다.
"가주님, 고정하시지요. 그래도 에일린의 목숨이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가 아닙니까."
"흐음. 그건 그렇지."
카이저는 에이린의 목숨이 위험해지면 에일린이 마지막에 부르는 존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놨다.
'그리고 에일린이 부른 건 항상 나였지. 흐흐흐.'
에일린은 의식을 잃기 전 항상 카이저를 불렀고 그렇게 포탈이 활성화되면 카이저가 먼저 넘어가 다른 용들을 불러와 에일린을 치료하고 돌아갔다.
'에일린 어서 할애비를 부르거라.'
카이저는 에일린이 쓰러지며 세준을 부른 것도 모르고 활성화되지 않은 포탈을 노려보면서 에일린이 자신을 부르기를 염원했다.
그때
[검은 탑의 긴급 시스템의 활동 기록을 전송합니다.]
"뭐?!"
검은 탑의 긴급 시스템이 활동했다는 건 에일린이 발작을 일으켰다는 뜻.
카이저가 서둘러 긴급 시스템의 활동 기록을 살펴봤다.
"다행이야."
폭주는 있었지만, 다행히 에일린의 드래곤하트 상태가 이전보다 훨씬 좋아져 있었다.
하지만
"크오오오! 박세준이 누구야? 누구야!!!"
에일린이 자신 대신 다른 놈을 불렀다는 것에 분노한 카이저가 분노의 포효를 질렀다.
***
"으으."
세준이 갑자기 느껴지는 으슬으슬한 기운에 몸을 떨었다.
[주인님! 추우세요? 이얍!]
불꽃이가 서둘러 세준의 주변에 불꽃을 만들어 따뜻하게 만들었고 으슬으슬한 기운은 금세 물러났다.
69화. 미움을 받다.
69화. 미움을 받다.
드래곤하트의 폭주로 바닥에 쓰러져 있던 에일린이 눈을 떴다.
"나...살아있는 건가...?"
에일린이 자신의 팔다리와 날개를 움직이며 몸 상태를 확인했다. 몸은 이상이 없었다.
"드래곤하트는?"
이제 막 드래곤하트가 좋아지기 시작한 에일린이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드래곤하트의 박동에 집중했다.
쿵쾅.쿵쾅.
드래곤하트의 박동이 리드미컬하게 느껴졌다.
"어?!"
생각보다 드래곤하트의 박동이 괜찮았다. 오히려 폭주하기 전보다 훨씬 좋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에일린이 수정구로 자신이 기절했을 때의 상황을 알기 위해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탑농부 박세준이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며 에일린은 자신이 마지막에 세준을 부르며 의식을 잃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크흠...조금 부끄럽구나..."
에일린이 덥지도 않은데 괜히 날개와 팔을 파닥거리며 열심히 메시지를 확인했다.
"역시 기특한 인간이 날 살렸구나."
에일린은 세준이 자신을 구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졌다. 할아버지한테는 미안하지만, 세준이 자신을 구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크히히히."
괜히 웃음이 나왔다.
"근데...꿀젤리가 뭐지?"
에일린이 꿀젤리의 맛을 떠올리려 했지만...
"우씨! 기절할 때 먹어서 무슨 맛인지 모르겠어."
에일린은 나중에 세준에게 꿀젤리를 얻어 맛을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냐!"
하지만 곧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위대한 검은 용으로서 목숨을 구함 받고 또 꿀젤리까지 얻어먹으려 하다니!!
목숨 빚을 갚지 않고 또 뭔가를 얻는 것은 위대한 검은 용으로서 할 짓이 아니었다.
"크히히. 그러면 갚으면 되지!"
쾅!
"프리타니가 컬렉션 창고 개방!"
에일린이 컬렉션 창고의 문을 발로 차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가문의 조상들이 모아 놓은 물건들을 살피며 세준에게 선물할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검 아포피스], [게이볼그], [성검 엑스칼리버]...
"크힝...속상해. 세준이가 쓸만한 게 없어..."
컬렉션 창고에 진열된 물건들 중 세준의 레벨과 스탯으로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 없었다.
그때
"아!"
에일린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물건이 났다.
"크히히히. 세준아, 기다려!"
컬렉션 창고를 나온 에일린이 탑의 관리자 구역의 정원으로 달려갔다.
***
에일린의 드래곤하트 폭주를 막은 세준이 방울토마토 수확을 끝내고 저녁을 먹고 있을 때
[탑의 관리자가 목숨을 구해줘서 고맙다고 말합니다.]
에일린이 깨어났다.
"에일린, 몸은 괜찮아?"
[탑의 관리자가 그대 덕분에 더 좋아졌다고 합니다.]
"다행이다. 이것 좀 먹어. 이게 에일린에게 도움이 될 거래."
세준이 꿀젤리 3개를 건넸다. 원래는 5개였지만,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와 꾸엥이이게 1개씩 줬다.
[탑의 관리자가 계속 받기만 하는 것은 너무 염치가 없다고 말합니다.]
"염치? 지금까지는 뭔데?"
[...]
[탑의 관리자가 일단 목숨 빚은 갚겠다고 말합니다.]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하늘에 '에일린'이라고 크게 소리쳐라.]
보상 : 아주 크고 좋은 것!
거절 시 : 거절은 거절한다!
"아주 크고 좋은 것? 그게 뭐지?"
세준이 보상을 읽으며 궁금해할 때
"푸후훗. 나는 아주 크고 좋은 것이 뭔지 안다냥!"
세준의 무릎에서 츄르를 받아먹고 있던 테오가 소리쳤다.
"그게 뭔데?"
"푸후훗. 박 회장은 아직 어른의 세계를 모르는 것이다냥!"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서 내려왔다.
"야!"
세준은 왠진 불쾌한 것을 보게 될 것 같은 위기감에 서둘러 테오를 말렸지만
"바로 이것이다냥!"
테오가 세준보다 빠르게 그것을 꺼내버렸다.
"...어?! 그게 어른의 세계야?"
"그렇다냥! 어른만이 이런 큰 생선을 먹을 수 있다냥!"
테오가 바닥에 놓인 봇짐에서 거대한 생선을 꺼내 두 손으로 들어 올리며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요즘 연못 밖에 몇 마리씩 나타나는 방어였다.
"테오, 연애는 해봤어?"
"그...그건 갑자기 왜 묻는 것이냥?!! 우냥! 오렌! 이 자식! 꼭 복수하겠다냥!"
퍽!퍽!퍽!
세준의 연애 질문에 갑자기 오렌에게 속아 마릴에게 고백했다 망신당한 과거가 떠오른 테오가 땅을 때리며 난동을 부렸다.
"괜히 물었어. 미안하다..."
"오렌 자식! 혼내주겠다냥!"
퍽!퍽!퍽!
그렇게 테오가 땅에 화풀이를 하는 동안
"에일린!!!"
세준이 하늘을 향해 에일린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아주 크고 좋은 에일린 탄생 100주년 기념 분수대를 획득했습니다.]
"에일린 탄생 100주년 기념 분수대?"
쿵!
거대한 진동이 울리며 세준의 벽돌집 옆에 거대한 분수대가 세워졌다.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운 검은색 돌로 만들어진 직경 100m의 원형 수조. 그리고 수조 중앙에는 화려한 붉은 보석으로 눈을 장식한 검은 용의 조각상이 있었다.
검은 용의 조각상은 마치 지금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은 역동적인 자세로 입을 벌리며 포효하고 있었다.
세준이 그렇게 조각상을 보고 있을 때
번쩍.
검은 용 조각상의 눈이 빛났며
쏴아아아.
검은 용 조각상의 입에서 물줄기가 곡선으로 뿜어져 나와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들었다.
그리고
드드득.
검은 용 조각상이 천천히 360도로 돌기 시작했다.
"와."
세준이 탄성을 지르며 분수대 가까이 다가가 살펴봤다.
[에일린 탄생 100주년 기념 분수대]
위대한 검은 용 카이저 프리타니가 에일린 프리타니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드워프들에게 주문해 제작한 분수대입니다.
모든 재료를 고급 재료인 흑색 대리석만을 사용했고 검은 용 조각상은 드워프들이 주문자 위대한 검은 용 카이저 프리타니의 모습을 본떠 만들었습니다.
검은 용 조각상의 두 눈은 위대한 검은 용 안톤 프리타니가 직접 마법을 각인한 마법석을 사용했습니다.
분수대가 물을 스스로 만들어내거나 반경 10km 이내의 수원에서 물을 끌어올 수 있습니다.
물을 뿜어내는 세기, 방향, 거리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주문자 : 위대한 검은 용 카이저 프리타니
제작자 : 드워프 왕과 떨거지들
등급 : S
스킬 : [물 생산 Lv. 50], [?????], [?????]
"사용 제한이 없네?"
[탑의 관리자가 설치형 아이템이라 사용 제한이 없다고 말합니다.]
"아! 설치형 아이템?"
세준도 들어만 봤던 아이템이었다.
[탑의 관리자가 이제 물 주는 데 쓰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에일린, 근데 다른 스킬들은 왜 물음표야?"
[탑의 관리자가 그건 할아버지가 안 알려줘서 모른다고 합니다.]
"그럼 물 조작법은?"
[탑의 관리자가 분수대 아무 데나 손을 올리면 물을 조절할 수 있는 조종 화면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렇게?"
세준이 분수대의 수조벽을 만지자 조종 화면이 나타났다.
***
"크흠...마음에 안 들어."
카이저는 세준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심기가 불편했다. 자신이 10년에 한 번 손녀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박세준이라는 놈 때문에 사라진 것이다.
"아버님, 고정하시지요. 그래도 박세준이라는 인간 덕에 에일린의 상태가 좋아지지 않았습니까."
에일린의 아버지 안톤 프리타니가 카이저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안톤은 긴급 시스템의 활동 기록을 보면서 상당히 고무됐다.
에일린의 드래곤하트가 폭주한 이후 나빠지지 않고 오히려 좋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괘씸해! 아주 괘씸해!"
카이저는 자신이 나서도 차도가 없던 에일린의 드래곤하트가 세준의 도움으로 호전된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미워하고 싶은데...신세를 졌다.
근데 또 그게 마음에 안 든다.
시계추처럼 카이저의 마음이 괘씸함과 고마움 사이에서 왔다 갔다 했다.
"그래도 보상은 해야겠지..."
카이저가 세준에게 에일린을 구해준 보상으로 뭘 줘야 할지 고민할 때
[에일린 탄생 100주년 기념 분수대의 위치가 변경됩니다.]
[에일린 탄생 100주년 기념 분수대가 탑 99층에 설치됩니다.]
"뭐?! 탑 99층?"
에일린 탄생 100주년 기념 분수대는 탑에 혼자 있는 자신의 손녀를 위해 카이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 그런데 그걸 탑 99층에 설치하다니...
"영상 전송 시스템 가동."
[에일린 탄생 100주년 기념 분수대의 영상 전송 시스템을 가동합니다.]
카이저가 무슨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에일린 몰래 숨겨둔 스킬 영상 전송을 사용하자 검은 용 조각상이 360도로 돌며 주변 영상을 찍어 전송했다.
영상으로 고양이, 토끼,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와 블랙 미노타우루스같은 몬스터들이 다수 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인간 하나. 카이저는 보자마자 그 인간이 누군지 알 것 같았다.
"크아아! 네이놈! 박!세!준!"
손녀의 관심을 독차지한 세준에게 카이저의 시계추가 괘씸함으로 쏠리며 카이저가 다시 한번 분노했다.
에일린, 이녀석!
그 녀석이 그렇게 좋단 말이냐?! 내가 준 선물을 줄 만큼?!
"검은 용 조각상이여! 놈에게 본때를 보여줘라!"
카이저의 외침과 함께 검은 용 조각상의 시선이 세준을 향했다.
***
"오. 이렇게 하는 거구나."
세준이 분수대의 물 조절 방법을 익히면서 밭에 물을 주고 있을 때
드드득.
팡!
검은 용 조각상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며 세준을 향해 물대포를 쏘기 시작했다.
"윽! 이거 갑자기 왜 이래?!"
갑자기 물세례를 당한 세준이 당황했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물 싫다냥! 박 회장, 빨리 피해달라냥!"
세준의 무릎에 매달려있다 함께 물세례를 당한 테오가 세준에게 외쳤다. 물을 맞으면서도 세준의 무릎에서 떨어질 생각은 없어 보였다. 난 세상 끝까지 박세준의 무릎과 함께 한다냥!
팡!팡!
세준은 일단 물대포를 피해 도망쳤다. 다행히 물대포는 20번 정도 발사되고 끝났다.
"휴우. 뭐였지?"
세준이 다시 분수대를 사용해 밭에 물을 주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새벽.
뿌득.뿌득.
나뭇가지 정찰병들이 다시 침입했다. 세준이 서쪽 숲에 불을 지른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일부 나뭇가지 정찰병의 몸이 검게 그을려 있었다.
아쉽게도 불꽃이의 불꽃 버프는 받을 수 없었다.
정화의 불꽃과 친화의 불꽃을 사용한 불꽃이의 이파리가 백색과 노란색으로 변했는데 그 이파리가 다시 녹색으로 변해야 불꽃 버프를 다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얘들아 가자!"
"도륙을 내주겠다냥!"
뺙!
꾸엥!
세준과 동물들이 나뭇가지 정찰병을 처치하기 위해 달려 나갔다.
하지만
쿠어어엉!!!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적들을 향해 포효하는 동시에 전투가 끝났다.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의 포효 한 방에 나뭇가지 정찰병들이 가루가 돼버렸다.
꿀젤리 1개를 먹고 재능이 강화된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 거의 성장의 끝에 다다라 있었던 재능 마나 포효가 강력한 마나 포효로 성장한 덕분이었다.
"어...다시 자자."
"그러자냥..."
뺙...
꾸엥...
활약하지 못한 4인방이 터덜터덜 거리며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쿠엉?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자신이 너무 애들 기를 죽였나?라고 생각하며 머리를 긁적거리다가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새벽에 전투를 하지 않은 세준이 오랜만에 아침 일찍 일어났다.
"읏차! 에일린, 오늘 밤 괜찮은 거지?"
[탑의 관리자가 자신만 믿으라고 말합니다.]
조난 241일 차. 세준의 9번째 블루문이 다가오고 있었다.
70화. 인턴들이 생기다.
70화. 인턴들이 생기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얘들아, 위치로!"
삐익!
뺘아!
뺙!
세준의 지시에 토끼들이 밭의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이제는 밭이 너무 넓어져서 세준 혼자 블루문의 기운이 담긴 농작물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쿠어엉!
블루문이 뜨자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가장 먼저 영향을 받으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에일린!"
세준이 서둘러 에일린을 부르자
[탑의 관리자가 자신만 믿으라며 자신만만하게 말합니다.]
에일린의 메시지와 함께 하늘에 검은 용이 나타났다.
그리고
쿠아앙-!
검은 용의 포효가 울려 퍼지며 탑 99층의 몬스터들이 정신을 차렸다.
"달이 이쁘네."
오늘은 몬스터도, 블루문의 기운이 담긴 농작물의 위치도 신경 쓸 필요가 없었기에 세준은 조난당한 후 처음으로 하늘에 뜬 블루문과 하늘을 나는 검은 용 에일린을 보며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후루룩.
거기다 커피를 마시는 호사까지.
"더 쓰다듬어 달라냥."
무릎에서 자꾸 뭘 해달라는 테오 때문에 귀찮기는 했지만, 그래도 테오의 온기와 부드러운 털 덕분에 싫지는 않았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사르르르.
농작물들에 블루문의 기운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삐익!
뺘아!
토끼들이 푸른색으로 변한 농작물을 가리키며 세준을 불렀다.
"좋아. 이제 수확을 시작해볼까."
세준이 토끼들의 안내를 받으며 블루문의 기운이 담긴 농작물을 수확했다.
그리고 수확을 위해 동굴로 내려갔을 때
[주인님! 저 성장했어욧!]
불꽃이가 블루문의 기운을 흡수하며 세준의 허리까지 폭풍성장을 했다.
거기다 정화의 불꽃과 친화의 불꽃을 사용하며 흰색과 노란색으로 변해 있던 불꽃이의 이파리가 블루문의 기운을 흡수하며 절반 정도 녹색으로 변해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블루문의 기운을 받으니까 힘이 마구마구 나더라고요!]
블루문의 기운이 불꽃이를 성장시키고 불꽃이의 불꽃 버프 재사용 시간을 단축시켜줬다.
[아! 주인님! 저 3번째 이파리의 능력을 알아냈어요!]
"오. 진짜? 무슨 능력이야?"
[잠깐만요! 이야압!]
녹색으로 남아있던 마지막 이파리가 푸른색으로 변하며 푸른색 불꽃이 세준의 몸에 스며들었다.
[수호의 불꽃이 3시간 동안 스며듭니다.]
[수호의 불꽃이 대상을 보호합니다.]
세준의 주변을 푸른색의 작은 불꽃 하나가 도깨비불처럼 둥둥 떠다녔다.
"이게 수호의 불꽃?"
푸른색 불꽃에 손을 댔지만, 뜨겁지는 않았다.
[네! 수호의 불꽃이 주인님을 지켜줄 거예요!]
"그래. 고마워."
세준이 불꽃이의 이파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줬다.
[헤헤헷. 기분 좋아요!]
불꽃이에게 수호의 불꽃 버프를 받은 세준이 다시 남은 블루문의 기운이 담긴 농장물을 수확했다.
그 결과 마력의 방울토마토 52개와 수확을 앞두고 있던 옥수수밭에서 체력의 옥수수 2개를 수확할 수 있었다.
수확한 마력의 방울토마토는 동물들과 나누어 먹었고 옥수수는 체력이 약한 세준이 전부 챙겼다.
"에일린, 옥수수 가져가."
세준이 옥수수 2개 중 하나를 당분간 드래곤하트의 안정을 위해 마력을 올려주는 농작물을 먹을 수 없는 에일린에게 주었다.
[탑의 관리자가 자신을 잊지 않고 챙겨주는 당신의 배려에 감동합니다.]
그렇게 수확한 농작물을 나눠주고
"나도 먹어야지."
세준이 마지막으로 남은 블루문의 기운이 담긴 마력의 방울토마토 10개와 체력의 옥수수 1개를 먹었다. 덕분에 마력 3과 체력 0.3이 상승했다.
"어? 블루문이 끝났네?"
어느새 푸른색 달빛이 사라지고 다시 햇빛이 지상을 비추고 있었다. 에일린 덕분에 무사히 9번째 블루문이 지나갔다.
"에일린, 고마워."
[탑의 관리자가 그대는 자신만 믿으면 된다고 말합니다.]
아침까지는 시간이 좀 있었기에 모두들 잠깐 눈을 붙였다.
그리고
화르르륵.
"으악! 뭐냥?!"
기분 좋게 세준의 배 위로 점프하는 테오를 푸른 불꽃이 사납게 공격했다. 수호의 불꽃이었다.
"냥?"
화르륵.
세준에게 가까이 가려고만 하면 공격하는 수호의 불꽃.
"감히 박세준의 무릎을 뺏으려는 것이냥?!"
테오가 세준의 무릎을 노리는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에 분노했다.
"냥!"
화르르륵.
테오와 수호의 불꽃의 대치가 계속됐다.
하지만
화르륵...
시간이 지나자 수호의 불꽃의 버프 시간이 끝나면서 푸른 불꽃이 사그라들었다.
"푸후훗. 나의 승리다냥!"
테오가 턱과 꼬리를 바짝 올리고 승리자의 포즈로 세준의 무릎을 밟고 다니다가 세준의 가슴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툭.툭.
테오가 앞발로 세준의 볼을 약하게 몇 번 쳤다.
"푸후훗. 박 회장, 복수다냥."
테오의 소심한 복수였다. 그렇게 복수를 마친 테오가 다시 배 위에 자리를 잡고 잠들었다.
커어어.
고로롱.
다행히 아침이 될 때까지 그들의 잠을 방해하는 나뭇가지 정찰병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
"읏차!"
세준이 4시간을 자고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다.
"테 대표, 좀 떨어져! 땀 차잖아!"
"싫다냥!"
방울토마토를 수확하던 세준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 무슨 일인지 오늘은 테오의 무릎 집착이 더 심했다.
중간에 한 번씩 다른 곳도 돌아다니다 오고 그랬는데 오늘은 몇 시간 동안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를 않았다.
"에휴. 그럼 왼쪽 무릎으로 가."
"알겠다냥!"
세준이 한숨을 쉬며 타협책을 내자 테오는 그제야 세준의 반대쪽 무릎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세준이 테오를 매달고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있을 때
"세준 님, 저희가 왔습니다."
레드 로커스트 사체를 가득 실은 수레 5대를 끌고 엘카가 늑대 9마리와 함께 도착했다. 엘카는 테오가 거래를 떠나기 전까지 다른 늑대들과 탑 67층을 오가며 운송일을 돕고 있었다.
"오느라 수고했어. 일단 밥부터 먹자. 꾸엥이는 수레를 집 앞까지 끌어줘."
꾸엥!
세준의 지시에 꾸엥이가 거대하게 변신해 수레를 한 손에 두 개씩 잡고 끌어 집 앞으로 옮겼다.
그리고 세준은 수프를 24시간 끓이고 있는 취사장에서 수프를 덜어 늑대들에게 주었다.
"세준 님, 잘 먹겠습니다!"
그렇게 늑대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요즘 탑 67층은 어때?"
세준이 탑 67층의 상황을 물었다.
"그게 요즘 레드 로커스트들이 움직이는 패턴이 바뀌면서 리자드맨들과 자유 용병들이 고전하고 있습니다."
칼날 이파리 때문에 싸우기도 전에 동족들이 대부분 죽어버리자 레드 로커스트들은 전보다 훨씬 많은 병력을 움직였다.
그리고 레드 로커스트들은 칼날 이파리를 자신들의 사체로 덮어버렸다. 레드 로커스트의 특기인 물량전이었다.
그로 인해 레드 로커스트들은 칼날 이파리에 정신을 파는 일이 없어졌고 탑 67층의 연합군은 다시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됐다.
덕분에 칼날 이파리의 주문량이 늘어나 요즘은 늑대들이 아침, 저녁으로 수레에 레들 로커스트 사체를 실어 오고 칼날 이파리와 세프의 수프를 실어 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여기 칼날 이파리와 세프의 수프 판매 대금입니다."
엘카가 돈을 꺼내 세준에게 건넸다. 늑대들로 인해 테오가 상행을 가지 않을 때에도 세준의 잔고가 늘어나고 있었다. 돈 쓸 곳이 없어서 문제지만...
"위험하지는 않은 거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직까지 웨이포인트 근처까지 레드 로커스트가 침입한 적은 없으니까요."
"그럼 다행이고, 한 그릇 더 먹을래?"
"네! 감사합니다."
세준의 물음에 늑대들이 꼬리를 반갑게 흔들며 대답했다.
그리고
"저희는 이만 내려가 보겠습니다."
"그래. 잘 가."
수프 한 그릇을 더 먹은 늑대들이 칼날 이파리와 세프의 수프가 담긴 냄비를 수레에 실어 다시 탑 67층으로 내려갔다.
"테 대표, 반대쪽."
"알겠다냥."
늑대들을 배웅한 세준이 테오를 반대쪽 무릎으로 이동시키고는 우천삼을 찾아갔다. 조금 더 오렌 패거리를 고생시키려고 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
탑 99층의 진흙밭.
음머어~
음머어~
수천 마리의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즐거운 노래를 부르며 진흙을 퍼서 가로 2m, 세로 1m, 높이 1m의 벽돌틀에 진흙을 담아 진흙벽돌을 만들었다.
이렇게 10개만 만들어서 세준에게 가져가면 맛없는 진흙 대신 맛있는 파 이파리 한 더미를 먹을 수 있기에 그들은 신이 났다.
이 거대한 진흙벽돌은 타락한 엔트들의 공격을 막기 위한 성벽을 쌓을 용도로 며칠 전부터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으아악!"
"으으윽!"
그런 블랙 미노타우루스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오렌과 부하들이 열심히 진흙을 퍼서 벽돌틀에 담고 있었다.
깨끗했던 그들의 털은 진흙이 덕지덕지 붙어 거지꼴이 된 상태. 그들이 전부 달라붙어야 간신히 하루에 진흙벽돌 10개를 만들기에 그루밍할 시간조차 아까웠다.
"흐그극. 어쩌다가 내가 벽돌을···"
오렌이 억울함에 흐느꼈다.
그들이 회색토끼들이 파는 생선구이를 배불리 먹고 잠에서 깨어났을 때
"응?"
"어?!"
어느새 회색토끼들은 사라지고 주변에는 무시무시한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그들에게 다가와 일을 시키기 시작했다.
그렇게 진흙벽돌 공장의 노예가 돼버린 고양이 10마리.
"집에 가서 돈을 가져오겠습니다! 제발 보내주세요!"
오렌과 고양이들이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을 붙잡고 호소도 해봤지만
음머.
그들은 자신의 권한이 아니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그렇게 고양이들이 죽을 둥 살 둥 3일째 진흙벽돌을 만들고 있을 때
음머!
"네?! 물건을 감정할 전문가께서 오셨다고요?!"
고양이들이 이 진흙벽돌 작업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감격했다.
그리고 그런 고양이들 앞에 나타난 세준.
"일단 물건들 꺼내 봐."
세준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네."
솔직히 볼 것도 없었지만, 한 번 더 희망 고문을 하기 위한 절차였다.
주섬주섬.
고양이들이 봇짐에 있던 물건들을 꺼냈다.
"이 물건들은 전부 쓰레기야."
"네?!"
물건을 대충 본 세준의 말에 고양이들이 절망했다.
"전부 값어치가 없는 물건이라고. 아마 마법이 걸린 물품이라는 말을 들었겠지? 너희 사기당한 거야."
'푸후훗. 어떠냥? 박세준의 독설이? 어서 울부짖어라!'
세준의 등에 매달려 그 말을 엿듣는 테오가 복수의 쾌감에 전율했다.
그리고
"흑흑."
테오의 예상대로 울기 시작하는 고양이들.
하지만 복수는 지금부터였다.
"너희들도 알겠지만, 너희가 서명한 계약서에 따라 생선구이값을 갚기 위해 만들어야 하는 진흙벽돌이 10만 장이야. 그런데 생각을 해봐 하루에 너희가 만들고 있는 벽돌이 몇 장이지?"
"10장이요..."
오렌이 힘없이 대답했다.
"그래. 그럼 너희들이 벽돌 10만 장을 만드는데 최소 1만 일은 걸리겠지. 하지만 그동안 아무것도 안 먹고 일만 할 수 있을까?"
"아뇨..."
"그래. 그럼 빚은 더 많아지고 너희는 더 많은 벽돌을 만들어야 할 거야. 아마 죽을 때까지 여기서 벽돌만 만들어야겠지."
고양이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세준의 말대로라면 이제 자신들의 인생은 여기서 끝이었다.
"하지만 기회를 줄게."
세준이 새로운 계약서 8장을 내밀었다.
"기회요?!"
"1만 일 동안 우리 농장의 유통사업부 인턴으로 일하면서 빚을 갚는 거야."
고양이들이 계약서를 신중하게 살펴봤다. 계약서의 내용은 괜찮았다. 1만 일 동안 봇짐으로 물건을 나르고 매일 생선구이 한 마리도 받을 수도 있었다.
"할게요."
고양이들은 이 좋은 기회가 사라질까 서둘러 자신들의 발도장을 꾹 찍었다.
"저...저는요?"
혼자만 계약서를 받지 못한 오렌이 자신만 혼자 남겨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다급하게 세준을 불렀다.
"자."
세준이 오렌에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오렌의 계약서에는 한 가지 내용이 추가되어 있었다.
유통사업부 대표가 오렌의 집에서 물건 3개를 마음대로 가질 권리.
오렌의 집이 부잣집이라길래 세준이 테오의 황금앞발을 믿고 넣은 내용이었다.
"여기요."
오렌이 계약서에 발도장을 찍어 세준에게 건넸다.
자신의 집에 비싼 물건은 얼마든지 있다. 차라리 거액의 돈을 달라고 했다면 고민했겠지만, 집에 있는 물건 3개 정도 준다고 해서 집의 재산이 크게 줄어들 일은 없었다.
그렇게 고양이들이 세준에게 발도장을 찍어 계약서를 건네자
"인턴들아! 환영한다냥! 나는 유통사업부 테 대표다냥!"
테오가 세준의 어깨에 올라와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말했다.
"어?! 너는 테오?!"
테오를 보며 놀란 오렌이 앞발로 가리키며 말했다.
"인턴 주제에 대표에게 버릇이 없다냥!"
파바바박!
테오가 앞발로 오렌을 때리며 화를 냈다.
"인턴들은 나를 따라와라냥! 앞으로 할 일이 많다냥!"
테 대표의 신나는 복수가 시작됐다. 그리고 세준은 축축한 무릎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71화. 탈모인들의 희망을 심다.
71화. 탈모인들의 희망을 심다.
"인턴들아, 여기가 앞으로 우리가 팔아야 할 농작물들이 자라는 밭이다냥!"
테오가 인턴들을 인솔하며 세준의 밭을 소개하고 동굴의 저장고로 내려갔다.
"인턴 넷은 봇짐을 다 비워라. 봇짐에 방울토마토를 채울거다냥."
하지만
후두둑.
테오의 지시에 바로 봇짐을 비우는 고양이는 하나뿐이었다.
"가장 먼저 움직인 제프 인턴은 계약 기간 10일을 단축시켜주겠다냥!"
"가...감사합니다!"
테오의 말에 제프가 테오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시키는 대로 봇짐을 비운 것만으로 계약 기간이 10일이나 줄어들었다.
"어?!"
눈치를 보던 고양이 3마리가 계약 기간을 줄여준다는 말에 서둘러 봇짐을 비우고 방울토마토를 담기 시작했다.
"그럴 줄 알았다."
세준이 멀리서 테오를 보며 웃었다. 테오는 아직도 호구였고 부하를 다뤄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자신의 말에 과거 자신을 괴롭혔던 인턴들이 조금만 따라줘도 기뻐하면서 계약 기간을 깎아주고 있었다.
테오에게는 이미 늑대 부하들이 있지 않냐고 할 수 있지만, 솔직히 늑대들은 스스로 따르는 것이고 또 말이 부하지 늑대들이 테오를 보살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깎아주는 기간을 최대 10일로 정하길 잘했어."
세준은 테오가 고양이들을 통제할 수단으로 계약 기간을 깎아주는 방법을 생각했다. 그러면 고양이들은 계약 기간을 깎기 위해서라도 테오의 말을 잘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고양이들에게 1만 일이라는 엄청난 계약 기간을 강요했다. 1만 일 정도는 되어야 테오가 마음껏 계약 기간을 깎아줘도 반년은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크 인턴이 봇짐에 가장 빨리 방울토마토를 담았다냥! 마크 인턴, 계약 기간 10일 단축!"
"에릭 인턴이 방금 가장 큰 소리로 대답했다냥! 에릭 인턴, 계약 기간 10일 단축!"
세준의 생각보다 계약을 유지하는 기간이 더 짧을지도 몰랐다. 테오는 나노급 디테일로 인턴들의 행동에서 장점을 찾아 상을 주고 있었다.
그렇게 3시간 정도를 지켜보던 세준.
"안 되겠어."
그 짧은 사이 인턴들의 계약기간이 대부분 300일 정도씩 줄어들었다. 이 속도면 1만 일이 0일이 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반년은커녕 계약 기간을 일주일 유지하는 것도 버거워 보였다.
"테 대표, 잠깐 볼까?"
그냥 지켜만 보려던 세준이 결국 참지 못하고 나섰다.
"알겠다냥!"
세준의 부름에 테오가 후다닥 달려왔다.
"무슨 일이냥? 츄르 먹을 시간이냥?"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 올라오며 물었다.
"...그래."
기대에 가득 찬 테오의 눈을 보며 아니라고는 못 하고 세준은 일단 츄르를 뜯어 테오에게 내밀었다.
촵촵촵.
그리고
"앞으로 테오는 인턴들 계약 기간을 1일만 깎아줘."
"알겠다냥!"
세준은 테오의 계약 기간을 깎아주는 권한을 1일로 제한했다. 그리고 더 많이 깎아주고 싶을 때는 세준과 상의하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박 회장, 다녀오겠다냥!"
"세준 님,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잘 다녀와."
세준이 테오와 엘카를 배웅했다. 고양이들은 두 무리로 나뉘었다.
봇짐에 방울토마토를 담은 오렌과 다른 고양이 3마리는 테오를 따라 탑 38층으로 내려갔고
나머지 5마리는 봇짐에 칼날 이파리와 세프의 수프를 봇짐에 가득 담고 늑대들과 함께 탑 67층으로 이동했다.
테오를 따라 탑 38층으로 이동하는 인턴들의 표정은 밝았지만, 늑대들을 따라 탑 67층으로 가는 인턴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테오와 같이 있어야 계약 기간을 탕감받기에 테오와 떨어진 인턴들의 표정이 어두운 것이다.
그렇게 서로 목적지가 다른 두 무리가 우르르 떠나자 빈자리가 꽤 크게 느껴졌다.
그때
꾸엥!
그런 세준에게 꾸엥이가 다가왔다.
"녀석 나를 위로해 주려고..."
하지만
꾸엥!
[간식 먹고 싶다요!]
꾸엥이는 세준의 생각과 다르게 꿀이 든 유리병을 세준에게 내밀었다. 꿀젤리가 재능을 강화해준다고 해도 꾸엥이에게는 역시 꿀이 최고였다.
"안돼! 너 너무 살쪘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꾸엥이에게 말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그래."
딸깍.
세준이 부엌에서 꾸엥이의 꿀그릇을 꺼내 유리병을 열고 꿀 1꿀렁을 부었다.
푹.
할짝.할짝.
"이제 일 해야지."
앞발을 그릇에 담가 열심히 꿀을 핥아 먹는 꾸엥이를 뒤로하고 세준이 아침 농사를 시작했다.
오늘은 전에 심은 옥수수를 수확하는 날. 세준이 동굴에 심은 옥수수들을 수확하기 시작했다.
툭.툭.
그렇게 녹색 잎사귀에 쌓여있는 푸른 옥수수들을 꺾고 있을 때
"응?"
다른 옥수수들과 다르게 이파리가 붉은 옥수수가 보였다.
툭.
붉은 옥수수를 꺾자
[폭발하는 체력의 옥수수를 수화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4의 숙련도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경험치 30을 획득했습니다.]
"폭발하는 체력의 옥수수?"
이름을 봐서는 왠지 전투용일 것 같은 느낌이 났다.
[탑에서 신품종을 탄생시키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탑에서 신품종에 대한 당신의 독점 재배권을 인정합니다.]
[당신의 허락 없이는 폭발하는 체력의 옥수수를 재배할 수 없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탑에서 신품종 3개를 탄생시키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식량 협회에 당신에 대한 소문이 퍼집니다.]
"식량 협회?"
식량 협회는 테오에게도 들어본 적 없는 협회였다.
세준은 일단 손에 든 옥수수를 확인하기로 했다.
[폭발하는 체력의 옥수수]
탑 안에서 자란 옥수수로 열을 가하면 옥수수 씨앗이 폭발하며 원래 부피의 수십 배로 부풀어 오릅니다.
섭취 시 몸 안의 지방 30g을 분해해 10분간 체력을 0.5 상승시킵니다.
한 시간 안에 최대 10개까지 효과가 중복 적용됩니다.
섭취 시 머리카락을 풍성하게 만듭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90일
등급 : C
열을 가하면 폭발하면서 부풀어 오른다고? 폭발이 체력을 의미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세준이 옥수수 알갱이 부풀어 오르는 장면을 상상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그것!
"설마?! 이거 팝콘?"
세준이 서둘러 폭발하는 체력의 옥수수의 붉은 이파리를 벗겨냈다. 안에 알갱이도 이파리처럼 붉은색이었다.
톡.
세준이 붉은 알갱이 하나를 떼어냈다.
[폭발하는 체력의 옥수수 씨앗을 얻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채종하기 Lv. 2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그리고 불꽃이에게 가져가 옥수수 알갱이를 가열하게 했다.
"조심해. 타면 안 된다."
[네! 주인님!]
잠시 후 불꽃이가 불꽃으로 옥수수 알갱이를 감싸 가열하자
타닥.
튀는 소리가 나며 붉은 옥수수의 겉껍질이 터지며 안에 숨어있던 하얀 속살이 부풀며 밖으로 나왔다.
[여기요.]
불꽃이가 불꽃을 치우자 세준의 손 위로 따듯한 팝콘이 떨어졌다.
솔솔.
세준이 손바닥 위의 팝콘에 소금을 뿌리고 조심스럽게 집어 입에 넣었다.
아자작.
바삭한 식감과 함께 느껴지는 고소하고 짭짤한 맛.
"오!"
세준이 밖에서 사 먹던 팝콘과 비슷한 맛에 감격했다.
"이럴 때가 아니지!"
1초라도 빨리 심어야 1초라도 빨리 수확할 수 있다. 지금의 옥수수 알갱이 하나가 나중에 팝콘 한 봉지가 될 거다.
투두둑.
세준이 폭발하는 체력의 옥수수 알갱이 199개를 채종해 밭에 심었다.
[옥수수밭 50평을 만들었습니다.]
[경험치 100을 획득했습니다.]
"잘 자라라."
세준이 밭에 심어진 옥수수들을 응원했다.
그렇게 전 세계 탈모인들의 희망이 될 농작물이 탑 99층에서 자라나기 시작했다.
***
조난 244일 차 새벽.
뿌득.뿌득.
잠잠하던 나뭇가지 정찰병들이 다시 침입했다.
쿠엉.쿠엉.
자신들이 성장할 기회를 달라는 세준의 요청으로 이번에는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는 멀리서 지켜보며 나뭇가지 정찰병들에게 자신의 존재감만을 드러냈다.
"얘들아 가자!!!"
뺙!!!
꾸에엥!!!
기합을 지르며 세준과 흑토끼, 꾸엥이가 앞으로 달려 나갔다.
타다닥.
쿵.쿵.쿵.
같은 곳에서 출발한 흑토끼와 꾸엥이가 금세 세준을 앞질러 나가 나뭇가지 정찰병들을 처치하기 시작했다. 민첩 스탯도 세준이 가장 낮았다.
부웅.
퍽!
쩌적.
[타락한 엔트의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500을 획득했습니다.]
세준이 뒤에서 대전사 우카의 투척용 손도끼를 던져 적을 처치했다.
"좀 서럽네. 회수."
손도끼를 회수한 세준이 다시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경계를 위해 불을 피워둔 곳 주변에 배치해둔 횃불을 들어 불을 붙이고 나뭇가지 정찰병들에게 던졌다.
화르륵.
불이 나뭇가지 정찰병들에게 옮겨붙으며 적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타락한 엔트의 소형 나뭇가지 정찰병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25를 획득했습니다.]
...
..
.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좋아!"
세준이 레벨업을 하고 28레벨이 됐다.
그렇게 나뭇가지 정찰병들을 처치하며 경험치를 올리고 있을 때
퉷!
퉷!
침 뱉는 소리와 함께 불에 타는 나뭇가지 정찰병을 향해 끈적한 액체가 날아왔다.
푸슈슉.
끈적한 액체가 닿자 불은 금세 꺼졌다.
"뭐야?"
세준이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자
스륵.스륵.
30cm 정도 크기의 노란색 꽃과 보라색 꽃들이 넝쿨같은 팔다리로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의 몸에 매달려 함께 이동하고 있었다.
[타락한 엔트의 끈끈이 꽃 공격병]
[타락한 엔트의 독안개 꽃 공격병]
노랑색은 끈끈이 꽃, 보라색은 독안개 꽃이었다.
"이제 꽃이야?"
세준은 나뭇가지, 꽃, 열매까지 전부 몬스터화 시키는 타락한 엔트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얘들아, 일단 뒤로 빠져!"
적의 이름을 봤을 때 끈끈이로 발을 묶고 독안개로 죽이는 전략을 쓸 것 같았다.
하지만
뺙!
흑토끼는 빠른 스피드로 여유롭게 끈끈이를 피했고
꾸엥!
꾸엥이는 끈끈이를 맞아도 거침없이 움직였다. 전혀 지장이 없었다.
"그래. 나만 약하지. 나만..."
세준은 다시 한번 자신의 전투력 순위를 확인하며 흑토끼와 꾸엥이가 잘 싸울 수 있게 손도끼를 던져 독안개 꽃 공격병을 집중적으로 처치했다.
부웅.
퍽!
[타락한 엔트의 독안개꽃 공격병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1500을 획득했습니다.]
경험치는 괜찮았다.
"그래. 나는 원거리캐였던 거야."
세준이 그렇게 자신을 위로하며 싸우고 있을 때
쿠우웅.쿠우웅.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응?!"
세준이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를 봤다. 왜 움직여?
쿠엉!
도리도리.
자신은 아니라는 듯이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고개를 저으며 서쪽을 가리켰다.
"뭔데?"
세준이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자
"어?!"
멀리서 높이 70m의 거대한 나무가 천천히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쿠우웅.쿠우웅.
[블루문의 기운을 흡수한 타락한 엔트]
불꽃이가 블루문의 기운을 흡수하고 성장한 것처럼 타락한 엔트도 블루문의 기운을 흡수할 수 있다는 걸 간과했다.
타락한 엔트는 거대한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두 팔로 안아도 다 감싸지 못 할 정도로 두께가 굵었고 높이도 훨씬 컸다.
거기다 움직일 때마다 타락한 엔트의 몸에서 떨어져 나오는 여러 몬스터들.
"이길 수 있나?"
세준이 타락한 엔트를 보며 대책을 고민할 때
-내가 도와주지.
세준의 귀에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누구세요?"
세준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그때
펄럭.펄럭.
분수대에 있어야 할 검은 용 조각상이 붉은 눈을 빛내며 세준의 앞에 나타났다.
-나는 위대한 검은 용 안톤 프리타니. 에일린의 아버지다.
"에일린의 아버지요?"
-그래. 시간이 없으니 대화는 나중에 하지.
검은 용 조각상이 대화를 마치고 서둘러 타락한 엔트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콰아아아-!
검은 용 조각상의 입에서 쏘아진 검은 브레스가 타락한 엔트를 향해 날아갔다.
72화. 타락한 엔트의 씨앗을 얻다.
72화. 타락한 엔트의 씨앗을 얻다.
"이노옴! 박세준!"
질투로 눈이 먼 손녀 바보 카이저가 에일린 탄생 100주년 기념 분수대에 설치된 검은 용 조각상으로 세준에게 물대포를 날릴 때
"아버님, 고정하시지요."
검은 용 조각상에 대해 더 높은 통제권을 가진 안톤이 카이저로부터 검은 용 조각상의 통제권을 뺏었다.
"크흠흠."
뒤늦게 자신이 너무 흥분해 추태를 부렸다는 걸 깨달은 카이저가 민망했는지 헛기침을 했다.
"일단 이 박세준이라는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 지켜보죠."
"뭐하러?!"
"이 박세준이라는 인간이 우리 에일린의 드래곤하트를 고칠 수 있는 희망입니다. 어떤 인간인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크흠. 알았다."
그들은 검은 용 조각상을 통해 세준을 계속 지켜봤다.
그리고 신기한 점을 발견했다.
"이 인간 뭐지?"
엄청나게 약한 주제에 농사로 얻은 농작물로 여러 몬스터들을 부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쁘다고 말하기에는 부림을 당하는 몬스터들이 너무 행복해했다.
그리고 여러 효과를 가진 농작물들. 에일린의 드래곤하트 상태가 호전된 것도 농작물 덕분이었다.
"흥! 재주는 있는 놈이군!"
옆에서 도끼눈을 뜨고 지켜보던 카이저가 세준을 조금은 인정했다.
그렇게 며칠간 그들이 검은 용 조각상으로 지켜보고 있을 때 타락한 엔트의 나뭇가지 정찰병이 세준의 농장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타락한 엔트들이 또 퍼졌나 보네요."
"쯧. 잡초 같은 것들."
타락한 엔트는 검은 용들을 귀찮게 하는 탑 99층의 골칫거리 중 하나였다. 주기적으로 처리하지 않으면 어느덧 엄청나게 불어나 다른 몬스터들을 멸종시키기 때문이다.
검은 용들의 입장에서는 타락한 엔트를 완전히 멸종시키면 주기적으로 처리할 필요도 없고 편해지지만, '탑에 정착한 생물을 고의로 멸종시키지 않는다'는 탑의 관리자 의무 사항 때문에 불가능했다.
그래도 인간은 몬스터들의 도움을 받아 농장을 잘 지키고 있었다.
그때
"블루문의 기운을 흡수한 녀석이군."
"저건 좀 어렵겠는데요."
희박한 확률로 탄생하는 블루문의 기운을 흡수한 타락한 엔트는 검은 용이 아니면 처치가 어려운 몬스터였다.
"그걸 써야겠네요."
"이러려고 넣은 기능이 아닌데."
카이저는 투덜거리면서도 세준을 구하는 것에 반대는 하지 않았다.
"검은 용 조각상 가동."
안톤의 말과 함께 검은 용 조각상의 눈에 박혀있는 붉은 마법석이 빛나며 검은 용 조각상이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톤이 붉은 마법석에 각인한 골렙 마법으로 에일린에게 위험한 상황이 생겼을 때를 대비해 넣은 스킬이었다.
그렇게 검은 용 조각상을 이용해 타락한 엔트를 처치한 안톤이 다시 세준에게 날아가 말을 걸었다.
안톤은 며칠 동안 세준을 지켜본 결과 믿을 만한 인간이라고 판단했다.
***
콰앙!
거대한 버섯구름과 함께 거대한 블루문의 기운을 흡수한 타락한 엔트가 증발했다.
"막타는 나 주지."
어차피 30레벨 직업 퀘스트 때문에 레벨업을 많이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좀 아쉬웠다.
세준이 아쉬워하며 안톤이 만든 버섯구름을 구경하고 있을 때
펄럭.펄럭.
검은 용 조각상이 날개를 움직이며 날아왔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에일린 아버님."
-그냥 안톤이라고 불러라.
"네."
-그리고 방금 도움은 그대가 나의 딸을 구해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에일린을 구해줘서 고맙다.
"네..."
세준은 갑자기 여자 친구 부모님을 만나는 기분이 들었다. 여자 친구가 있어본 적은 없지만...
세준도 테오와 비슷한 처지였다. 티를 내지 않을 뿐.
-앞으로도 그대의 도움을 받고 싶다.
"도움이요? 에일린의 드래곤하트를 치료하는 일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것도 있지만, 그대가 에일린을 대신해 검은 탑을 관리해주면 좋겠군.
검은 탑은 에일린이 관리자 구역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었다. 거기다 10년 주기로 카이저가 나서서 급한 것들을 정리했었는데 이번에는 그것조차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 여러 층에서 하나둘 문제가 일어나기 시작할 것이다.
그것을 걱정하던 카이저와 안톤.
그때
"아니 저건?!"
"레드 로커스트?! 언제 침입한 거지?"
레드 로커스트가 검은 탑에 침입했다는 걸 모르고 있던 그들은 늑대들이 레드 로커스트 사체를 수레에 가득 실어 오는 걸 보고 크게 놀랐다.
한번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면 대책이 없는 게 레드 로커스트. 탑이 생겨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였다.
다행히 늑대와 세준의 얘기를 들으며 탑 67층에 침입한 레드 로커스트의 확산을 막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안심했다.
그리고 세준이 탑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탑 99층의 몬스터들을 움직일 능력이 있다는 것만으로 웬만한 일은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그래서 안톤은 에일린을 대신해 세준에게 탑의 관리자 대행직을 맡길 결심을 한 것이다.
"검은 탑의 관리요?"
-그래. 어렵지는 않을 거야. 우리가 서포트할 거니까.
"우리...요?"
-그렇다! 박세준! 나는 카이저 프리타니! 에일린의 할애비다!
갑자기 검은 용 조각상에서 호탕한 목소리가 나왔다.
"아! 카이저 님, 안녕하세요. 박세준입니다."
-크흠. 예의는 아는 인간이군.
세준의 90도 인사에 세준을 미워하던 카이저의 마음이 조금 풀렸다.
"근데 저는 이 층에서 나갈 수 없는데요."
-다 방법이 있느니라!
"정말요?!"
-그렇느니라! 일단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검은 용 조각상의 입에 넣어라!
"네?!"
-크흠! 다 쓸 데가 있어! 절대 먹고 싶어서가 아니니라!
뭔가 찔리는지 카이저는 굉장히 흥분했다. 일단 우기고 보는 게 에일린의 할아버지가 분명했다.
"알겠습니다."
세준이 방울토마토 몇 개를 따서 검은 용 조각상의 입에 넣자
파앗.
빛이 나면서 방울토마토가 사라졌다.
그리고
"일단 힘을 충전해야 하니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지. 서둘러 타락한 엔트가 죽은 곳에 가보거라. 약한 너에게 도움이 될만한 게 있을 거다."
펄럭.펄럭.
검은 용 조각상은 그 말을 남기고 다시 분수대로 올라가 물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
쿵.쿵.
세준이 흑토끼 꾸엥이와 함께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의 등에 타고 타락한 엔트가 죽은 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저기에 뭐가 있다는 거지?"
쿠엉.
[타락한 엔트가 죽은 근처에는 강해지는 구슬이 있어요.]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궁금증을 풀어줬다.
"먹으면 강해지는 구슬?"
쿠엉.쿠엉.
[네. 푸른색 구슬이에요.]
그렇게 얘기하는 사이 타락한 엔트가 죽은 장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거대한 구덩이 한가운데에 1개의 주먹만 한 푸른색 구슬 이외에 10m 길이에 각목 굵기 정도의 나뭇가지가 하나 놓여 있었다.
세준이 푸른색 구슬과 나뭇가지를 들었다.
[타락한 엔트의 강화된 씨앗을 획득했습니다.]
[타락한 엔트의 강화된 나뭇가지를 획득했습니다.]
"와!"
세준이 메시지에 기뻐하며 먼저 씨앗의 옵션을 살펴봤다.
[타락한 엔트의 강화된 씨앗]
블루문의 기운을 흡수한 타락한 엔트의 씨앗입니다.
블루문의 기운으로 씨앗이 강화됐습니다.
섭취 시 모든 스탯이 영구적으로 10 상승합니다.
땅에 놔두면 씨앗이 발아하며 강력한 타락한 엔트로 자라납니다.
유통 기한 : 100년
등급 : A
"먹으면 모든 스탯이 영구적으로 10 상승이라..."
상당히 좋은 옵션.
"이걸 말한 건가?"
카이저가 말한 도움이 될만한 게 이 씨앗을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씨앗 하나를 심으면 최소 몇십 배로 불어난다는 진리를 믿는 탑농부 세준의 머릿속에는 먹는다는 생각보다는 심는다는 선택이 먼저 떠올랐다.
'여기다 불꽃이가 정화의 불꽃 버프를 주면?'
타락했다고 하지만, 정화가 가능할 수도 있었다. 안 되면 그때 먹으면 된다. 유통 기한도 길어 상할 것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일단 보관해야지."
그렇게 씨앗을 주머니에 챙긴 세준이 나뭇가지의 옵션을 살펴봤다.
[타락한 엔트의 강화된 나뭇가지]
블루문의 기운을 흡수한 타락한 엔트의 나뭇가지입니다.
블루문의 기운으로 나뭇가지의 단단함이 강하게 강화됐습니다.
마나를 넣으면 크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 변형 무기의 좋은 재료가 됩니다.
사용 제한 : Lv 35 이상, 힘 50 이상, 마력 30 이상
등급 : A
"나는 못 쓰네."
사용 제한 전부를 충족하지 못하는 세준. 나뭇가지 주제에 까다로웠다.
그때
꾸엥!
[아빠, 그거 내가 쓰고 싶다요!]
항상 흑토끼의 해머를 부러워하던 꾸엥이가 타락한 엔트의 강화된 나뭇가지를 탐냈다.
"그래. 일단 네가 써."
꾸엥!
꾸엥이가 나뭇가지를 받고 기뻐했다.
그렇게 아이템을 수거해 집으로 돌아오자
삐익!
뺘아!
토끼들이 일어나 아침 농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애매하네."
잠시 고민하던 세준은 토끼들과 함께 아침 농사를 시작했다.
***
탑 75층 상점 구역.
"빨리 따라오라냥!"
"네!"
"오! 제프 인턴, 대답이 우렁차다냥! 계약 기간 1일 단축이다냥!"
"감사합니다!"
테오는 바로 탑 38층으로 바로 이동하지 않고 일행들을 데리고 유랑 상인 협회의 본부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유는 고속 상인 통로 사용을 신청하기 위해서였다.
중견 유랑 상인은 고속 상인 통로를 신청할 자격이 있다. 신청 비용인 1만 탑코인만 있다면...
일반 상인 통로가 탑 10개 층을 이동하는 데 대략 하루가 걸린다면 고속 상인통로는 10개 층을 이동하는 데 반나절이면 가능했다.
그래서 빠르게 거래를 끝내고 세준의 무릎으로 돌아오고 싶은 테오는 항상 고속 상인 통로를 사용하고 싶었지만, 지금껏 돈이 없어 신청을 못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세준에게 거래 인센티브로 2만 탑코인을 받으면서 테오도 드디어 고속 상인 통로 사용을 신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만 탑코인 받았습니다. 중견 유랑 상인 테오 님, 앞으로 고속 상인 통로를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여기 새로운 통행증입니다."
유랑 상인 협회 직원이 테오에게 은색 통행증을 건넸다.
"고맙다냥!"
'푸후훗! 드디어 나도 고속 상인 통로를 사용할 수 있다냥!'
그렇게 테오가 새로운 통행증을 받아 위풍당당한 걸음으로 유랑 상인 협회 본부 건물을 나올 때
"뀻뀻뀻."
옆에서 콧노래를 부르는 이오나가 지나갔다.
"이오나, 반갑다냥!"
"아! 테 대표님, 안녕하세요."
그렇게 둘은 잠깐 대화를 나눴다.
"테 대표님은 이제 아래층으로 내려가시나요?"
"아니다냥! 그래니어 마을로 간다냥!"
"아! 진짜요?! 잘됐네요! 저도 그래니어 마을로 가는 데 같이 가요!"
이오나가 기뻐하며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엘카의 머리 위로 기어 올라갔다.
원래 테오는 고속 상인 통로를 통해 빠르게 탑 38층으로 내려가려 했지만
"아버지에게 급히 전달해야 할 소식이 있습니다. 대신 그래니어 마을까지 가주면 1000탑코인을 지불하겠습니다."
"좋다! 가주겠다냥!"
오렌의 제안으로 그래니어 마을로 목적지를 바꿨다. 돈 보다는 고향의 고양이들에게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훨씬 더 컸다.
'푸후훗. 나의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냥!'
"테 대표님, 이분은?"
오렌이 이오나를 보며 물었다.
"이오나다냥! 같이 그래니어 마을로 갈 거다냥! 출발한다냥!"
테오의 외침과 함께 일행이 출발했다.
'제길!'
새로운 존재의 합류에 오렌의 얼굴이 잠깐 굳었다.
하지만
'햄스터 한 마리쯤이야.'
오렌이 금세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서둘러 테오의 뒤를 따랐다.
73화. 지금입니다!
73화. 지금입니다!
조난 245일 차.
세준이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있을 때
[씨앗 상점이 열립니다.]
[박세준 님의 등급은 평범입니다.]
[오늘 판매할 씨앗 4종이 랜덤으로 보여집니다.]
[현재 등급에서는 5탑코인 안에서 씨앗을 원하는 만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씨앗 상점이 열리며 오늘 구매할 수 있는 씨앗들이 나타났다.
[검은콩 씨앗 50개 - 5탑코인]
[무 씨앗 100개 - 1탑코인]
[단호박 씨앗 25개 - 5탑코인]
[양파 씨앗 500개 - 5탑코인]
"어?!"
예전에 봤을 때보다 씨앗들의 가격이 크게 상승해 있었다.
예전에는 분명 무 씨앗 100개에 0.1탑코인이었는데 지금은 100개에 1탑코인으로 가격이 10배나 올라 있었다.
"이것도 식량 가격이 올라서 그런 건가?"
늑대들이 탑 67층을 왔다 갔다 하면서 탑의 여러 가지 소식을 가져왔다. 그중 하나가 레드 로커스트로 인해서 탑의 식량 가격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는 것.
처음에는 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레드 로커스트로 인해 식량이 넘쳐나고 있는데 무슨 소리란 말인가?
하지만 지금이 아니라 몇 개월 후를 생각하면 이해가 됐다. 식물이 지금부터 자라기 시작해도 몇 개월은 지나야 먹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탑 67층은 거의 황무지나 마찬가지. 즉, 탑 한 층이 완전히 식량 생산을 멈췄다는 의미였다.
거기다 100년 전 대기근을 경험한 탑의 다른 층들이 레드 로커스트 출몰 소식에 식량을 대량으로 사재기하고 검은 탑 최대 곡창 지대인 탑 55층의 대지주 그리드가 식량을 풀지 않으면서 식량 가격이 급격히 치솟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늑대들이 꼬리를 흔들면서 자신을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봐 어깨가 으쓱해졌던 게 기억났다.
"근데 뭘 사지?"
세준이 씨앗들을 보면서 고민했다. 가격이 애매했다. 2개를 사면 무조건 5탑코인을 넘어 버려 하나만 살 수 있었다.
"음..."
세준은 고심 끝에 양파를 사기로 했다. 양파는 비린내를 제거해 주고 단맛을 내줘서 대부분의 요리에 다 어울린다.
그리고 요즘 한정된 재료 때문에 토끼들이 자신의 요리를 물려 하고 있는데 이 양파가 있으면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크흐흐. 토끼 놈들 제대로 된 맛을 보여주마."
세준이 악당같이 말하며 양파를 구매했다.
[양파 씨앗 500개를 구매했습니다.]
[씨앗 은행 박세준 님의 계좌에서 총 5탑코인이 빠져나갑니다.]
[씨앗 상점 마일리지 50점이 적립됩니다.]
[씨앗 상점 마일리지가 총 106점 적립됐습니다.]
잘그락.
세준의 손에 양파 씨앗이 든 작은 가죽 주머니가 나타났다.
[씨앗 상점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30일 후에 다시 씨앗 상점 Lv. 2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세준이 동굴의 남은 밭에 양파 씨앗 500개를 심고 다시 방울토마토 수확을 시작했다.
그때
[탑의 관리자가 자신의 할아버지와 아빠가 무슨 얘기를 했냐고 묻습니다.]
블루문 이후 에일린이 처음으로 말을 걸어왔다.
***
"크아아아! 잘 잤다!"
블루문 동안 열심히 소리를 지르며 고생한 에일린이 며칠간 푹 자고 크게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드래곤하트 폭주의 후유증으로 깊은 잠을 잔 에일린이었다.
"너무 많이 잤네. 기특한 인간은 뭐 하고 있지? 수정구 소환."
에일린이 세준을 보기 위해 수정구를 소환했다.
[읽지 않은 알람이 1000개를 넘어갔습니다.]
[알람을 정리해주세요.]
"또 그러네."
며칠 동안 쌓인 수정구의 알람이 에일린의 시야를 방해했다.
에일린이 빠르게 알람을 넘겨 버렸다. 붉은색 알람이 몇 개씩 보였지만, 탑 67층의 알람이라고 생각했다.
알람을 치우고 깨끗해진 수정구로 에일린이 세준을 찾기 위해 농장을 살펴봤다. 농장이 너무 넓어져 이제 이렇게 찾아다녀야 했다.
"며칠 사이 더 넓어졌네."
그렇게 에일린이 농장을 둘러보며 세준을 찾고 있을 때
"응?!"
나뭇가지를 휘두르는 꾸엥이의 모습이 보였다. 크기가 줄었다 늘어났다 하는 게 일반적인 나뭇가지는 아니었다.
"그게 뭐야?"
에일린이 꾸엥이에게 묻자
[크림슨 자이언트 허니베어가 블루문의 기운을 흡수한 타락한 엔트의 나뭇가지라고 말합니다.]
"블루문의 기운을 흡수한 타락한 엔트?! 엄청나게 강한 놈인데? 그거 어디서 났어?"
[크림슨 자이언트 허니베어가 아빠가 줬다고 자랑합니다.]
"기특한 인간이?"
자신이 잠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했다.
에일린은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에게 좀 더 자세히 물어봤고
"크엥? 분수대의 조각상이 움직였다고?!"
"내 할아버지랑 아빠라고 했다고?!"
자신의 할아버지와 아빠가 검은 용 조각상을 통해서 세준과 대화를 나눴다는 걸 알게됐다.
"할아버지랑 아빠하고 무슨 얘기 했어?"
[탑농부 박세준이 에일린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앞으로도 에일린을 잘 부탁하고 탑의 관리를 도와달라고 하셨다고 말합니다.]
"나를 잘 부탁한다고?!"
세준의 말에 에일린이 크게 놀랐다. 자신을 잘 부탁한다니?!
"나 결혼 허락받은 거야?"
[탑농부 박세준이 손사래를 치며 강하게 부정합니다.]
[탑농부 박세준이 잘 부탁한다는 건 앞으로도 에일린의 드래곤하트 치료를 도와달라는 말이었다며 다급히 자신의 말을 정정합니다.]
하지만
"크히히히. 그럼 딱 300년만 기다려."
에일린은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느라 세준의 메시지를 보고 있지 않았다.
***
테오를 따라 탑 75층에 도착했을 때 오렌은 그래니어 마을을 떠나기 전 아버지가 5일 후 블랙 울프족 전체가 마을에 한 달 정도 머물면서 뭔가를 사냥할 거라는 말을 기억해냈다.
'마법사 협회의 의뢰 때문이라고 했었지.'
블랙 울프족 용병들은 탑 89층의 존재. 탑 85층의 실버 울프족보다 더 강한 늑대들이었다. 그래서 테오에게 그래니어 마을로 가자고 한 것이다.
오렌은 블랙 울프족 셋만 고용해도 충분히 테오와 실버 울프족 늑대들을 제압하고 계약서를 뺏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계약서를 뺏기만 하면...'
집에 있는 계약서 무효화 물약을 사용해 계약을 무효화할 생각이었다.
'그때가 되면 테오 널 가만두지 않겠다!'
그렇게 오렌이 복수를 다짐하는 동안 테오와 일행들이 그래니어 마을의 입구에 도착했다.
"저는 먼저 집에 가서 아버지에게 소식을 전하고 테 대표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겠습니다."
"좋다냥!"
오렌이 자신을 맞이할 준비를 하겠다는 말에 테오는 기분 좋게 승낙했다.
크르릉.
엘카가 집으로 달려가는 오렌을 보며 조용히 으르렁거렸다. 테오는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 같지만, 엘카의 눈에는 오렌의 수작이 훤히 보였다.
그래니어 마을로 이동하는 내내 테오의 뒤통수를 그렇게 노려보는 데 그걸 눈치채지 못하는 테오가 더 대단했다.
하지만 엘카는 가만히 있었다. 오히려 오렌이 수작을 부려주면 땡큐였다.
'그럼 목숨값을 더 받아낼 수 있으니까.'
세준과 테오의 영향을 받아 모든 걸 돈과 연결시키는 엘카였다.
다만
"뀻뀻뀻."
멀어지는 오렌을 보며 콧노래를 부르는 이오나 때문에 엘카는 조금 불안해졌다.
그때
"가자냥!"
테오가 당당히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마을에서 야반도주한 지 거의 1년 만에 금의환향하는 테오였다.
하지만 자신이 마을을 떠날 때와는 다르게 활기 없는 마을을 보면서 테오가 당황했다.
"다들 왜 이러냥?"
고양이들은 며칠은 굶은 것처럼 핼쑥했고 기운도 없어 보였다. 대부분 테오를 봐도 미적지근하게 반응하거나 본체만체했다. 이래서는 자신의 화려한 복귀를 마을에 알릴 수 없었다.
"뭐냥? 고양이들이 왜 이렇게 기운이 없냥? 제프 인턴, 그래니어 마을이 어떻게 된 거냥?!"
테오가 제프의 멱살을 잡고 따져 물었다.
"그...그게 제가 떠날 때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제프나 다른 고양이들의 표정을 보니 그들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오히려 그들의 눈동자에는 불안과 걱정이 보였다. 가족들 때문이었다.
"집에 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 오라냥!"
마음이 약해진 테오가 인턴들을 집으로 보냈다.
"테 대표님, 감사합니다!"
"도망가면 계약 기간을 두 배로 늘려줄 거다냥!"
"네!"
"그리고 이것도 가져가라냥."
테오가 봇짐에서 생선구이를 꺼내 인턴들에게 나눠줬다.
"감사합니다!"
테오의 배려에 고양이들이 감사하며 서둘러 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테오가 자신의 단골 생선구이 가게로 들어갔다.
"어서오...테오냥?"
"사장님, 오랜만이다냥. 근데 마을이 왜 이러냥?"
테오가 생선 가게 사장에게 물었다. 인턴들에게 무슨 일인지 알아 오라는 건 그냥 핑계에 불과했다. 츤데레 고양이 테오였다.
"요즘 젠카 호수에 개구리를 닮은 몬스터들이 나타나면서 생선을 구경도 못 하고 있다냥."
"개구리를 닮은 몬스터말이냥?"
"그렇다냥. 그래서 지금 마을 고양이들이 전부 굶고 있다냥."
생선구이 가게 사장의 말로는 그래니어 마을의 고양이들이 먹는 생선의 70% 정도를 책임지던 젠카 호수에서 갑자기 일주일 전부터 개구리를 닮은 몬스터인 프로그들이 나타나면서 생선이 잡히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일단 이거라도 먹으라냥."
생선구이 가게 사장에게 돈이 없을 때 몇 번 생선을 얻어먹은 적이 있기에 테오는 신세를 갚고 싶은 마음에 생선구이 50마리를 넘기고 밖으로 나왔다.
"일단 오렌의 집으로 가자냥!"
테오가 남은 일행들을 데리고 오렌의 집으로 향했다.
***
"아버지!"
"오렌! 왜 이렇게 늦은 것이냐?!"
오렌의 아버지 이즈라엘이 오렌을 반기며 물었다.
"그게..."
오렌은 자신의 잘못을 숨기기 위해 스카람에게 사기당한 얘기를 조금 바꿔 테오에게 협박당해 가진 돈을 전부 뺏기고 1만 일 동안 테오의 밑에서 일하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됐다고 말했다.
"뭐?! 테오가 실버 울프족 자유 용병을 고용해 너를 협박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했다고?!"
"네. 조금 있으면 테오가 올 거예요. 아버지가 블랙 울프족에게 부탁을 해서 테오에게서 계약서를 뺏어 주세요."
"오냐! 나만 믿거라! 그렇지 않아도 블랙 울프족의 족장인 헤겔 님을 우리 집에서 모시고 있다. 내가 부탁하면 들어주실 거다."
이즈라엘의 큰소리를 치며 오렌을 데리고 헤겔이 머물고 있는 방을 찾아갔다.
"좋습니다. 실버 울프족 3마리 정도야 저만 나서도 충분합니다."
이곳에 머물면서 신세 진 것이 적지 않아 부담스러웠던 헤겔은 이즈라엘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줬다.
그때
"오렌! 어디 있냥?!"
테오가 오렌의 집에 도착했다.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제가 조처를 취한 후에 움직이시면 헤겔 님이 좀 더 편하게 놈들을 제압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럴 필요는 없는데...알겠네."
자신 있게 나서는 오렌의 말에 헤겔은 좀 꺼림칙했지만, 집주인의 아들이기에 일단 승낙했다.
"가시죠."
"알겠습니다."
헤겔이 이즈라엘과 오렌을 따라 테오의 일행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모두 움직이지 마! 아니면 이 햄스터는 죽는다! 헤겔 님, 지금입니다!"
테오에게 다가간 오렌이 갑자기 엘카의 머리 위에 있던 이오나를 낚아채 목에 발톱을 겨누며 헤겔에게 소리쳤다.
'야! 이 미친놈아!'
헤겔은 자신의 고용주 마법사 협회의 협회장 이오나의 목에 발톱을 겨누는 오렌을 보며 경악했다.
74화. 탑의 중간관리자가 되다.
74화. 탑의 중간관리자가 되다.
쾅!
"엄마! 저 왔어요!"
세준 농장의 유통사업부 인턴 중 하나인 빌이 자신의 집 문을 거칠게 열며 소리쳤다.
"빌...이제 오니?"
빌의 엄마가 생기 없는 목소리로 소파에 앉은 채로 빌을 맞이했다.
"엄마! 왜 이렇게 말랐어?"
빌은 엄마가 거리의 사람들처럼 핼쑥한 모습을 하고 있자 크게 놀랐다.
"일단 이것 좀 드세요."
빌이 테오가 준 생선구이를 꺼내 엄마에게 건넸다.
"빌, 이게 웬 거니? 설마 너 어디서 훔쳐 온 건 아니지?"
빌의 엄마는 생선구이에 시선을 떼지 못하면서도 자신의 아들이 어디서 훔쳐온 건 아닌지부터 물었다.
"아니야! 엄마, 나 취업했어. 생선구이도 테 대표님이 주신 거야. 먹어도 돼."
"진짜?"
"네.
매일 오렌을 따라다니며 속을 썩이던 아들이 직장을 구했다고 하자 빌의 엄마가 감격했다.
"엄마, 나 잠깐 들른 거라 다시 가볼게요."
엄마가 기뻐하는 모습에 빌은 왠지 뿌듯함을 느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시 테오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아이고. 다곤이 엄마, 우리 빌이 이번에 취업을 해서 생선구이를···"
생선구이를 먹고 기운을 차린 빌의 엄마가 다른 집 엄마 고양이들에게 빌의 취업 사실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로 인해 테 대표의 밑에서 일하면 생선구이를 얻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테오의 밑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고양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
'블랙 울프족 족장인 헤겔이 있었다니...'
왼쪽 얼굴에 길게 3개의 발톱 자국이 난 5m 크기의 검은 늑대가 오렌과 함께 나오는 것을 보며 엘카는 자신이 너무 방심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오나 님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하지만 자신이 상대의 전력을 예측하지 못한 것처럼 상대도 자신들의 전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헤겔이 이오나를 알아봤는지 얼굴이 굳는 게 보였다.
그때
"테 대표님..."
오렌이 테오에게 다가가는 척하면서 엘카의 머리 위에 있는 이오나를 낚아채려 했다. 엘카는 기다리던 상황이 발생하자 서둘러 오렌을 제압하려 했지만
'막지 마세요.'
분노한 이오나의 지시가 들려왔다.
'그 소문이 사실인가 보군.'
이오나는 자신이 작다고 무시당하는 걸 가장 싫어한다고 들었다. 오렌이 자신을 노리는 게 일행 중 자신이 가장 작아서라는 걸 느낀 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오렌은 건드리지 말아야 할 가장 사나운 맹수를 건드려 버렸다. 최악이자 최강의 인질이었다
그렇게 오렌이 이오나의 목에 발톱을 대고 협박하자
"오렌, 무슨 짓이냥?! 빨리 이오나를 내려놔라냥!"
"테 대표님, 괜찮습니다."
"냥?"
"여기서 구경이나 하죠."
오렌을 막으려는 테오를 엘카가 급히 자신의 등에 태우고 뒤로 빠졌다.
그리고
"뀨-헤겔 님, 이게 무슨 짓이죠? 설마 자유 용병이 의뢰인을 죽이려는 상황인 건가요?"
이오나가 오렌의 발톱은 신경도 쓰지 않고 태연히 헤겔을 바라보며 물었다. 뀨-라니 굉장히 귀여운 소리를 냈지만, 그걸 들은 헤겔은 사색이 됐다.
'망했어! 이오나 님이 분노의 뀨를 해버렸어!'
"이...이오나 님, 오해십니다! 제가 어찌...이놈! 빨리 이오나 님을 내려놔라!"
이오나의 말에 서둘러 정신을 차린 헤겔이 대답하며 오렌에게 호통을 쳤다. 현재 이오나는 분노의 뀨 1단계 상태, 어떻게든 이오나의 분노를 가라앉혀야 했다.
저기서 더 분노해 이오나가 뀨-를 뀨-뀨-뀨- 3번 하는 순간, 이오나가 왜 대파괴의 마법사인지 알게 될 것이다. 물론 헤겔은 전혀 보고 싶지 않았다.
이오나와 일을 해본 존재들은 잘 알았다. 뀨-는 이오나의 분노 상태를 알 수 있는 게이지였다.
분노의 뀨 1단계, 이오나가 뀨- 소리를 내며 최소 건물 하나가 파괴된다.
분노의 뀨 2단계, 이오나가 뀨-뀨- 소리를 내며 최소 작은 마을가 파괴된다.
분노의 뀨 3단계, 이오나가 뀨-뀨-뀨- 소리를 내며 최소 도시 하나가 파괴된다.
그리고 분노의 뀨 최종 단계가 있다고 하는 데 그걸 듣고 살아남은 존재가 없어 무슨 소리인지는 알 수 없었다.
"..."
헤겔의 호통에도 오렌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수 없었다. 이미 이오나의 마비 마법에 걸린 상태였다.
"헤겔 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일단 의뢰 결과를 먼저 들어볼까요?"
"저 그게...이오나 님, 죄송합니다. 실패했습니다."
헤겔이 이곳에 온 이유는 1년마다 산란하는 프로그퀸의 알을 토벌하기 위해서였다. 프로그들이 부화하기 시작하면 그 주변 수중 생명체들이 거의 멸종에 가까운 피해를 입기에 매년 하는 토벌이었다.
프로그퀸은 산란 후 잠을 자기 때문에 젠카 호수의 바닥에 있는 수중 동굴에 들어가 알만 처리하면 되는 비교적 쉬운 임무였다.
하지만 헤겔과 늑대들이 동굴의 입구를 막아둔 거대한 바위를 열자
개골.개골.
동굴 안에서 굶주리고 있던 프로그 5천 마리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무슨 일인지 예정보다 일찍 프로그들이 알에서 부화했다.
다행히 절반 정도는 그 자리에서 바로 처치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프로그 2500마리가 늑대들을 피해 젠카 호수로 빠져나갔다.
이후로 프로그들은 젠카 호수의 물고기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으며 성장했고 블랙 울프족들은 그런 프로그들의 사냥을 방해하며 프로그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하지만 물속에서 움직이는 프로그의 속도를 물에 익숙하지 않은 늑대들의 수영 실력으로는 당해낼 수 없기에 거의 성과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의뢰가 잘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해겔은 자신이 의도했든 안 했든 이오나의 목숨을 노리는 편에 서게 되자 정말 난처했다.
이오나가 이걸 빌미로 블랙 울프족 전부를 죽인다 해도 억울해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이럴 수가...의뢰인이라니?"
오렌이 잡은 햄스터가 헤겔의 의뢰인이라는 말에 이즈라엘이 당황했다.
헤겔은 마법사 협회 협회장의 의뢰를 받고 이곳에 왔다고 했다.
'그럼 저 작은 햄스터가 마법사 협회의 협회장?!'
그러고 보니 마법사 협회의 협회장이 햄스터라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오렌! 이 망할 녀석!'
쿵!
"이오나 님! 죄송합니다! 뭐든 다할 테니 제발 저와 제 아들의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이즈라엘이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자신의 이마를 바닥에 찧으며 소리쳤다.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여기서 뻗대고 있다가는 죽기 딱 좋은 상황이라고.
"뀨-! 이미 늦었어요!"
고오오.
이오나가 재앙의 지팡이를 꺼내며 이즈라엘과 오렌을 이 집과 함께 날려버리려 했다.
그때
"이오나, 잠깐 기다려라냥!"
테오가 이오나를 말렸다.
"뀨-뀨- 뭐죠?!"
자신을 막은 테오로 인해 이오나의 분노 단계가 올라갔다.
하지만
"여길 부수면 안 된다냥! 박 회장이 말한 게 있다냥!"
이오나가 분노하던 말든 테오는 오렌의 집에서 물건 3개를 가져오라는 세준의 지시를 수행해야 했다.
"세준 님이요?! 알겠어요. 뭘 해야 하죠?"
이오나는 세준의 지시라는 말에 서둘러 마법을 취소하고 테오를 돕기 시작했다.
***
'무슨 짓이야!'
이오나를 말리는 고양이를 보며 헤겔이 기겁했다. 괜히 이오나의 화를 돋울 뿐이었다.
그리고
'맙소사 분노의 뀨 2단계야!'
헤겔이 걱정한 대로 이오나의 분노 게이지가 올라갔다. 헤겔은 이오나가 뀨-뀨- 소리를 내자 절망했다. 이제 최소 작은 마을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우리 블랙 울프족들도 포함되겠지...
헤겔이 거의 죽는 걸 기정사실로 생각하고 있을 때
"응?!"
이오나가 테 대표라는 고양이의 말에 너무도 쉽게 화를 풀어버렸다.
'저 고양이는 뭐지?'
대파괴의 마법사 이오나의 분노를 저렇게 쉽게 풀어버리다니?
슬금슬금.
"저 테 대표라는 고양이는 누구야?"
헤겔이 엘카에게 다가가 물었다.
"테 대표님은 위대한 검은 용의 직속 부하입니다."
"뭐?! 위대한 검은 용의 직속 부하?!"
쿵!
"테 대표님! 블랙 울프족의 헤겔이라고 합니다! 저를 수하로 받아주십시오!"
엘카의 말을 듣자마자 헤겔은 테오의 앞으로 가 엎드렸다. 블랙 울프족은 아주 오랜 옜날부터 자신과 같은 색을 가진 위대한 검은 용을 숭상하는 종족.
그런 위대한 검은 용의 직속 수하의 수하가 될 수 있다면 그건 블랙 울프족 최고의 명예였다.
"좋다냥! 그럼 여기 도장을 찍어라냥!"
오는 부하는 막지 않고, 가는 부하는 철저히 붙잡는 테오가 계약서를 내밀었다.
"네!"
꾸욱.
헤겔이 계약서에 발도장을 찍었다.
그렇게 오렌의 수작 덕분에 테오는 블랙 울프족 족장 헤겔과 블랙 울프족 전부를 수하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
-녹색 알람은 정말 중요한 거니까 꼭 말하라고 전해주게.
"네. 에일린, 녹색 알람은 중요한 거니까 안톤 님이 꼭 말해달래. 알았지?"
[탑의 관리자가 알았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근데 녹색 알람이 뭐냐고 물어봅니다.]
"에일린이 녹색 알람이 뭐냐고 물어보는데요."
-녹색 알람은 탑에서 멸종 위험의 몬스터가 나타날 경우 나타나는 알람이라고 전해주게.
"네. 에일린..."
세준은 중간에서 안톤과 에일린의 말을 전달하며 탑의 관리자 교육을 함께 받고 있었다.
그렇게 1시간 정도 관리자 교육을 받은 후 세준은 방울토마토 수확을 위해 동굴로 내려왔다.
[주인님! 저 이제 다시 불꽃을 쓸 수 있어요!]
동굴로 내려온 세준을 보며 불꽃이가 자신의 녹색으로 변한 이파리를 움직이며 씩씩하게 외쳤다.
"그래? 그럼 여기다 정화의 불꽃을 사용해줘."
세준이 주머니에서 푸른색 구슬을 꺼냈다. 타락한 엔트의 강화된 씨앗이었다.
[네! 이야압!]
불꽃이의 기합과 함께 불꽃이의 이파리 하나가 하얗게 변하며 하얀 불꽃이 타락한 엔트의 강화된 씨앗에 스며들었다.
"오!"
다행히 세준의 예상대로 효과가 있었다. 씨앗의 이름이 바뀌었다.
[타락한 엔트의 강화된 씨앗(정화율 1%)]
"불꽃이, 수고했어."
[헤헤헷!]
세준의 칭찬에 불꽃이가 이파리로 머리를 쓰다듬는 자세를 취하며 부끄러워했다.
슥.
세준은 타락한 엔트의 강화된 씨앗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방울토마토밭으로 다가갈 때
[탑의 관리자가 녹색 알람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에일린이 세준에게 녹색 알람이 나타났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탑의 관리자가 당신을 탑 75층 젠카 호수의 푸른 잉어 멸종을 막기 위한 탑의 중간관리자로 임명합니다.]
에일린은 아빠에게 배운 대로 녹색 알람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탑의 중간관리자 징표를 확득하셨습니다.]
세준의 손등에 검은 용 문신이 나타났다.
[30초 후 탑 75층의 젠카 호수로 이동합니다.]
[부하들을 데리고 갈 수 있습니다.]
[함께 갈 부하를 지정해주세요.]
세준은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와 꾸엥이 그리고 흑토끼와 다른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을 전부 지정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만큼 안전을 위해 최대한 많이 데려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탑의 관리자가 가진 마력이 부족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가진 마력 한도 내에서 자동으로 부하를 지정합니다.]
뺙!
꾸엥!
흑토끼와 꾸엥이의 왼쪽 어깨에 1과 2라는 숫자가 그려졌다. 둘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다.
잠시 후
[탑 75층 젠카 호수로 이동합니다.]
[활동 반경이 젠카 호수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세준과 흑토끼 그리고 꾸엥이가 사라졌다.
조난 246일 차. 세준이 조난당한 후 처음으로 탑 99층을 벗어났다.
75화. 시합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