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적우적.
뿌득뿌득.
계속 나무를 먹던 정화의 엔트는 몸을 전부 회복하자 다시 적과 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퍽!
적의 주먹을 맞고 팔이 다시 부러졌다. 정화의 앤트는 아직 많이 약했다.
우적우적.
다시 회복을 위해 나무를 먹는 정화의 엔트. 많이 먹어서인지 키도 조금 자라고 머리에 달린 새싹의 끝에 하얀 꽃이 피기 시작했다.
"힘내라."
세준은 정화의 앤트를 응원하고 싶어졌다.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그렇게 세준이 나뭇가지 정찰병들을 처치하고 있을 때
"찾았다냥!"
착.
테오가 꼬리에 이오나를 매달고 달려와 다시 세준의 무릎에 달라붙었다.
"이제 내가 다 처리해주겠다냥! 박 회장은 쉬어라냥!"
"아냐. 내가 싸울게."
"알았다냥."
두 번 권하는 성격은 아닌 테오였다.
"뀻뀻뀻."
덕분에 이오나의 꿀잠이 다시 시작됐다.
적은 간헐적으로 나타났기에 세준은 여유롭게 싸울 수 있었다.
그때
뿌득.뿌득.
정화의 엔트가 세준에게 다가왔다.
"응? 왜?"
세준이 엔트의 몸에 몸을 대고 물었다.
[씨앗...따...]
"씨앗? 어?! 이게 언제?"
정화의 엔트의 머리에 달린 새싹의 끝에 어느새 꽃 대신 하얀색 씨앗이 맺혀 있었다.
똑.
세준이 씨앗을 땄다.
[정화의 엔트의 씨앗을 얻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채종하기 Lv. 2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채종하기 Lv. 2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
옵션을 보니 '강력한'이 이름이 붙지 않은 씨앗에는 스탯을 올려주는 효과가 없었다.
"다시 심어야지."
푹.
세준이 바로 단검으로 땅을 파 씨앗을 심었다.
그러자
꾸드득.
잠시 후 땅에서 새싹이 자라더니 정화의 엔트 한 마리가 올라왔다.
우적우적.
둘이 된 정화의 엔트들이 함께 나무를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좀 전에 태어난 엔트의 새싹에 꽃봉오리가 생기기 시작할 때쯤 나뭇가지 정찰병을 다 먹은 둘이 불꽃이에게 돌아갔다.
"오! 좋은데!"
세준이 엔트들에게 나무를 챙겨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금세 엔트의 숫자가 늘어날 것 같았다.
세준이 집 뒤의 나무들이 쌓여있는 곳으로 가서 나무를 챙겨 엔트들이 있는 동굴로 가는 길.
(주인님! 제가 주인님을 위해 좋은 걸 가져왔습니다!)
세준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황금박쥐가 세준을 불렀다.
88화. 백석꾼이 되다.
88화. 백석꾼이 되다.
"좋은 거?"
(네! 크고 반짝이는 거요!)
'크고 반짝이는 거?!'
세준은 황금박쥐의 대답에 들고 있던 나무를 내려놓고 아공간 감옥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발견한 물건.
"설마...저거야? 크고 반짝이는 게?"
감옥 안에는 세준이 청소할 때는 없었던 황금색 텀블러가 있었다.
(네! 제가 주인님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황금박쥐가 두 개의 날개로 황금색 텀블러를 가리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전 주인인 스카람은 이렇게 크고 반짝거리는 걸 좋아했었기에 황금박쥐는 세준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이건 쓰레기다냥!"
세준의 무릎에 매달려 지켜보던 테오가 텀블러를 보고 외쳤다.
(쓰...쓰레기라니요?! 이건 제가 주인님을 위해 직접 탑 밖에서 가져온 겁니다!)
"그러니까 쓰레기다냥! 박 회장이 탑 밖에 물건은 쓰레기라고 했다냥!"
테오가 세준의 가르침을 자랑하며 말했다.
(그럴 리가···)
황금박쥐가 시무룩해 했다.
"이걸 직접 탑 밖에서 가져온 거라고?"
(네! 주인님! 저는 1분 동안 탑 밖을 돌아다닐 수 있어요!)
세준이 반응을 보이자 황금박쥐가 세준에게 자신의 능력을 어필했다. 저 유능하죠? 저 잘했죠? 칭찬해주세요!
하지만
"황금박쥐, 실망이다."
세준은 칭찬 대신 황금박쥐를 혼냈다.
탑 밖의 물건을 가져올 수 있는 재능으로 고작 텀블러라니?! 과자, 빵, 음료수, 라면 등등 먹을 게 얼마나 많은데! 그런 재능으로 고작 텀블러를 가져오다니!
(네?!!!)
세준의 말에 황금박쥐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능력으로 주인님에게 점수를 따려 했는데 오히려 망쳐버렸다.
'난 쓸모없는 박쥐야...'
숨고 싶었다. 태어나자마자 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버림받았을 때처럼.
황금박쥐가 절망감에 날개로 얼굴을 가리고 숨으려 할 때
"황금박쥐, 넌 엄청난 재능을 낭비하고 있어."
(네? 재능이요?)
"그래. 테오, 계약서."
"여기 있다냥!"
세준의 말에 테오가 바로 계약서를 꺼냈다.
그리고
슥.슥.
세준이 계약서를 쓰기 시작했다. 조금 더 지켜보고 결정하려고 했지만, 이런 고급 인재를 이렇게 대우할 수는 없었다.
"여기서 풀어주는 대신 10년간 날 위해 일해줘."
세준이 감옥에서 풀어주는 대신 황금박쥐에게 계약을 제안했다.
(하루 3끼에 성과급도 주신다고요?!)
황금박쥐가 계약서를 보고 놀랐다. 여기서 나가게만 해줘도 감지덕지한 데 10년 동안 밥도 주고 돈까지 준다니?! 이번 주인은 이상했다.
"자 찍어."
(네.)
꾸욱.
황금박쥐가 날개 끝의 엄지손가락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환영한다. 황금박쥐."
철컥.
계약서에 도장을 받은 세준이 황금박쥐의 다리를 묶고 있던 쇠사슬을 풀었다.
(감사합니다!)
팔락.팔락.
쇠사슬이 풀린 황금박쥐가 날개를 움직이며 세준의 주변을 요란스럽게 날아다녔다. 다리에 거치적거리던 쇠사슬을 달지 않고 날자 날갯짓이 너무 편했다.
"일단 앉아봐. 물어볼 게 있으니까."
(네!)
세준의 지시에 황금박쥐가 세준의 어깨 위에 앉았다.
그리고
"탑 밖에는 매일 갈 수 있는 거야?"
(아뇨. 일주일에 한 번이요.)
"그래? 그럼 탑 밖에 나가면..."
황금박쥐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세준이 여러 가지를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알아낸 것은 황금박쥐는 일주일에 한 번 탑 밖의 지구. 정확히는 특정한 장소 몇 곳에 갈 수 있다. 위치가 어딘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또 탑으로 들고 올 수 있는 건 무게 5kg 이하에 황금박쥐를 중심으로 반경 30cm를 넘어가지 않으면 가능하다고 했다.
지금부터 정보를 모아 황금박쥐가 나타나는 위치만 찾아낸다면?!
'그때부터는 필요한 물건을 보급받을 수 있어!'
"쓰읍."
생각만으로 침이 고이고 짜릿했다.
"알았어. 나머지 얘기는 아침에 하자."
세준이 얘기를 끝내고 감옥 밖으로 나왔다.
"뭐해?"
팔락.팔락.
감옥 문 앞에서 나오지 않고 머뭇거리는 황금박쥐를 보며 세준이 물었다.
(저...저도 나가도 돼요?)
"그럼. 넌 이제 자유야."
세준의 말을 들은 황금박쥐가 용기를 내서 감옥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왔다.
(와...)
황금박쥐가 감옥 밖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감동했다.
그리고
뱃뱃!
팔락.팔락.
주변을 신나게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너무 멀리는 가지 마."
철컹.
세준이 황금박쥐에게 말하며 아공간 감옥의 문을 잠갔다. 아공간 감옥은 앞으로 창고로 쓸 생각이었다.
그리고 다시 나무를 들어 엔트들에게 가져다줬지만, 엔트들은 먹지 않았다.
"왜 안 먹어?"
[주인님, 여기에는 생명력이 없대요.]
"생명력?"
아마 죽은 지 얼마 되지 않는 놈들만 먹는 것 같았다.
"알았어. 이제 자야지."
세준이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너무 졸렸다.
***
"읏차."
눈을 뜨자마자 잠자리에서 일어난 세준.
"응?"
세준은 자신의 무릎이 허전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디 갔지?"
무릎에 있어야 할 테오가 보이지 않았다.
슥.
세준이 침실 벽에 획 하나를 추가하고 밖으로 나오자
"여기는 흑토끼, 꾸엥이다냥!"
(네!)
테오가 황금박쥐에게 흑토끼, 꾸엥이를 소개하고 있었다.
뺙!
꾸엥!
흑토끼와 꾸엥이가 형처럼 보이기 위해 무게를 잡으며 황금박쥐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황금박쥐, 너는 이제 막내니까 앞으로 형님들을 잘 모셔라냥!"
(네! 형님들!)
서열정리를 빠르게 끝냈다.
그때
펄럭.펄럭.
검은 용 조각상이 날아왔다.
-박세준, 이런 게으른 녀석! 왜 이렇게 늦게 일어났느냐?!
세준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줬으면서 괜히 성을 내는 카이저였다.
"아. 카이저 님, 안녕하세요."
-그래.
"근데 무슨 일이십니까? 또 에일린이 얘기를 안 합니까?"
-그래. 아니! 난 그 말을 하려고 온 게 아니다!
에일린이 세계수에 대해 물어보면서 잠깐 열렸던 대화 채널은 금세 카이저의 폭풍 잔소리로 닫혀 버렸다.
"그럼?"
-어제 네가 심은 씨앗에서 엔트들이 태어나면서 이제 타락한 엔트를 멸종시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러 왔다.
"아. 그럼 이제 카이저 님이 나서시는 건가요?"
-내가 왜 나서?! 네놈이 해야지!
"네? 제가요?"
-그래! 오늘부터 서쪽 숲으로 가서 타락한 엔트들을 사냥해!
펄럭.펄럭.
카이저는 자신의 말만 하고 다시 분수대로 돌아갔다.
"우리 서쪽 숲으로 가는 거냥?"
테오가 발톱을 꺼내며 전투 준비를 하자
뺙!
꾸엥!
흑토끼와 꾸엥이도 자신들의 무기인 해머와 타락한 엔트의 강화된 나뭇가지를 들었다.
그때
꼬르륵.
아침을 안 먹은 세준의 배에서 소리가 났다.
"일단 밥부터 먹고 올게."
세준이 주방으로 가자 어느새 세준의 무릎에 달라붙은 테오. 앞발에는 세준에게 까달라고 할 츄르가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뺙!
꾸엥!
뱃뱃!
나머지 동물들도 당연하다는 듯이 세준을 따라갔다.
꾸엥!
특히 꾸엥이는 신나 보였는데 세준이 먹을 때 옆에서 한 번 더 먹으려는 속셈이었다.
식사는 정신없었다.
촵촵촵.
세준은 왼손으로는 테오에게 츄르를 주고 오른손으로 수프와 토끼들이 만들어둔 찐감자를 먹었다.
그리고
꿀꺽.꿀꺽.꾸엥!
틈틈이 꾸엥이가 수프를 원샷할 때마다 수프를 퍼줬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흑토끼와 황금박쥐는 그냥 가만히 세준의 어깨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 알아서 잘 매달려 있어 움직임에 불편은 없었다.
"휴우."
세준이 밥을 먹고 나오며 한숨을 쉬었다. 기운을 내려고 밥을 먹었는데 밥을 먹기 전보다 지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밥을 먹고 나온 세준이 동굴로 내려왔다.
아공간 창고에 농작물과 필요한 물건들을 챙기고 서쪽 숲으로 갈 때 엔트들을 데리고 가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창고를 채우고 불꽃이에게 가자
[주인님! 제가 버프를 드릴게요!]
불꽃이가 불꽃 버프를 걸어주겠다고 했다.
"응. 고마워."
효용성을 알 수 없는 수호의 불꽃이라 받을 생각이 없었지만, 불꽃이의 성의를 생각해 받았다.
[이야압!]
불꽃이의 이파리가 푸른색으로 변하며 세준의 몸에 수호의 불꽃이 스며들었다.
[수호의 불꽃이 3시간 동안 스며듭니다.]
[수호의 불꽃이 대상을 보호합니다.]
"엔트 1호, 따라와."
불꽃 버프를 받은 세준이 덩치가 큰 엔트에게 말했다. 세준은 먼저 태어난 엔트를 엔트 1호라고 이름 붙였다. 당연히 두 번째로 태어난 엔트의 이름은 엔트 2호였다.
둘을 모두 데려가고 싶었지만, 엔트들이 하나는 이곳에서 불꽃이를 지켜야 한다며 둘 모두가 자리를 비우는 건 거부했다. 그래서 그나마 강한 엔트 1호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뿌득.뿌득.
불꽃이가 세준의 말을 자신의 말과 같이 하라는 명령을 내렸기에 엔트 1호는 세준의 명령대로 세준을 따라왔다.
지상으로 올라오자 테오, 흑토끼, 꾸엥이, 황금박쥐 그리고 이오나와 쀼쀼가 기다리고 있었다.
"응? 이오나도 가려고?"
"네. 재료도 구하고 쀼쀼 마법 훈련도 시키려고요."
"그래. 같이 가자."
이오나 같은 강자가 같이 가준다면 세준으로서는 땡큐였다.
꾸엥!
꾸엥이가 거대화했다. 그리고 일행들과 엔트 1호를 자신의 등에 태웠다.
세준의 무릎에 자리를 잡은 테오가 눈을 부릅떴다.
'졸면 안 된다냥.'
"뀻뀻뀻."
테오는 자신을 보며 웃고있는 이오나를 보며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박세준의 무릎을 내줄 수는 없다냥!
"가자!"
꾸엥!
다다다.
세준의 와침과 함께 꾸엥이가 서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로롱.
뀨로롱.
어느새 세준의 무릎 위에서 잠든 테오와 그 옆에서 테오의 꼬리를 덮고 잠든 이오나였다.
40분쯤 달리자 서쪽 숲의 초입에 보였다. 초입을 지키던 파수꾼들은 세준이 불을 지른 후 아직 복구되지 않아 근근이 한두 마리가 보일 뿐 거의 없었다.
"애들아, 일어나."
세준이 테오와 이오나를 깨우고 꾸엥이의 등에서 내려왔다.
퍽!
세준이 손도끼를 던져 파수꾼을 처치하며 서쪽 숲의 초입에 진입했다.
"너는 먹으면서 따라와."
세준이 아공간에서 엔트 1호를 꺼내 지시했다.
뿌득.
엔트 1호가 세준의 지시에 고개를 끄덕이고 파수꾼을 먹기 시작했다.
일행들이 초입을 지나자
스륵.스륵.
노란색 꽃과 보라색 꽃들이 다가왔다. 끈끈이꽃 공격병과 독안개꽃 공격병이었다.
빳칭!
"내가 박 회장이 처치하기 딱 좋게 요리해 주겠다냥!"
테오가 발톱을 뽑으며 달려 나갔다.
그리고
뺙!
꾸엥!
흑토끼와 꾸엥이가 뒤를 따랐다.
퍽!
[타락한 엔트의 독안개꽃 공격병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1500을 획득했습니다.]
세준은 천천히 뒤를 따르며 동물들이 적당히 피를 뺀 몬스터에게 막타를 날려 경험치를 얻었다
그렇게 적들을 처치하고 있을 때
[소작농이 방울토마토밭 100평을 만들었습니다.]
[경험치 200을 획득했습니다.]
[농장의 크기가 3만 평을 넘었습니다.]
[재능 : 지주가 백석꾼으로 성장합니다.]
"백석꾼?"
세준이 성장한 재능을 확인했다.
[재능 : 백석꾼]
-3만 평 이상의 농지를 가진 농부만이 가질 수 있는 후천적 재능입니다.
-소작농을 최대 100명까지 지정할 수 있습니다.
-소작농들은 지주의 직업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소작농이 지주의 스킬을 사용하면 지주는 3%의 보상을 받습니다.)
-농장을 지킬 파수꾼을 최대 5명까지 지정할 수 있습니다.(백서꾼의 주변 1km 안에서 파수꾼이 처치하는 적의 경험치 50%를 보상으로 받습니다.)
-농장의 크기가 커지는 만큼 재능이 성장합니다.
"오! 경험치를 50%나?!"
거기다 이건 동물들의 경험치를 뺏는 것도 아니다. 이 정도면 자신이 몬스터를 직접 처리하지 않고 동물들이 처치하는 게 더 사냥 속도가 빠를 것 같았다.
세준이 테오, 흑토끼, 꾸엥이, 이오나, 쀼쀼를 파수꾼으로 지정했다.
"얘들아, 가라!"
세준의 농장 파수꾼이 된 동물들이 몬스터들을 처치하기 시작했다.
89화. 폭렙을 하다.
89화. 폭렙을 하다.
탑 67층.
푸드득.푸드득.
레드 로커스트들의 몸 대부분이 보라색으로 변했다. 놈들의 숫자가 70억에 가까워지며 퍼플 로커스트로 진화 직전이었다.
칼날 이파리는 레드 로커스트의 독성이 강해지며 몇 마리를 처치하고는 독에 시들어 죽어버렸다.
그리고 놈들은 유유히 리자드맨들의 본진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물러나지 마라! 적들을 막아라!"
리자드맨 대전사 타무로가 하늘을 덮은 보라색 물결을 보며 병사들에게 외쳤다.
하지만 적의 독이 문제였다.
"끄윽...살려줘."
피가 튄 것만으로 병사들이 독에 중독되며 죽어갔다.
"직접 상대하지 마라! 활이나 마법으로 공격해라!"
그러나 거의 70억에 가까운 수를 원거리 공격만으로는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레드 로커스트들이 궁수와 마법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때
아우우!
후방에서 쉬고 있던 은빛 늑대들이 나서 궁수와 마법사들을 지켰다. 그들에게는 만일을 대비해 세준이 챙겨준 해독의 대파가 있었다.
덕분에 여유가 생긴 리자드맨 대전사 타무로가 이곳의 상황을 알리며 지원을 요청했다.
***
첫 공격의 시작은 꾸엥이였다. 꾸엥이는 이제 아빠의 뒤치다꺼리를 위해 힘을 아낄 필요가 없자 전력을 다했다.
그리고
꾸엥!
타락한 엔트의 강력한 나뭇가지에 마력을 넣어 크기를 키우기 시작했다.
쿠구궁.
마력을 흡수하고 거대하게 자라는 나뭇가지.
꾸엥!!!
꾸엥이가 순식간에 20m까지 자라난 나뭇가지를 전력으로 휘둘렀다.
부우웅. 콰앙!
꾸엥이를 중심으로 거대한 충격파가 발생하며 전방 50m가 부채꼴 모양으로 초토화됐다.
[파수꾼 꾸엥이가 끈끈이꽃 공격병을 처치했습니다.]
[파수꾼 꾸엥이가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600을 획득했습니다.]
...
..
.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와."
꾸엥이의 공격 한 번에 레벨이 올랐다.
그리고
"냥! 테 사장의 앞길을 막지말라냥!"
뺙!
쀼쀼!
테오, 흑토끼, 쀼쀼가 꾸엥이의 공격이 닿지 않은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며 몬스터들을 처치했다.
[파수꾼 테오가 독안개꽃 공격병을 처치했습니다.]
[파수꾼 테오가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750을 획득했습니다.]
...
..
.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덕분에 다시 한번 레벨업 했다.
그때
"뀻! 마력의 힘이여! 나의 명에 따라 적을 파괴하라! 파괴의 광선!"
이오나가 재앙의 지팡이를 들고 마법을 사용했다. 이오나는 꿀잠을 자서인지 에너지가 넘쳤다.
지잉.
직경이 1m쯤 되는 붉은 광선이 지팡이 끝의 검은 보석에서 쏘아져 나와 서쪽 숲의 중앙으로 향했다.
잠시 후
콰과광!
거대한 폭음과 함께 서쪽 숲의 중앙 일부가 지워졌다. 괜히 대파괴의 마법사가 아니었다.
[파수꾼 이오나가 타락한 어린 엔트를 처치했습니다.]
[파수꾼 이오나가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5000을 획득했습니다.]
...
..
.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와..."
입어 절로 벌어졌다. 마법 한 방에 3번 연속 레벨업을 하며 37레벨이 됐다.
하지만
"이오나, 사체는 남겨줘. 엔트들이 먹어야 해."
세준은 이오나를 자제시켜야 했다. 방금 공격으로 타락한 엔트들의 사체가 전부 소멸했기 때문이다.
"뀻뀻뀻. 네! 세준 님."
이오나가 대답하고는 다른 마법을 준비했다.
"얼음의 힘이여. 나의 명에 따라..."
세준은 주문을 외우는 이오나를 뒤로하고 꾸엥이에게도 사체는 남겨야 된다는 말을 하고 있을 때
"아발란체!"
이오나가 마법을 사용했다.
갑자기 온도가 내려가며 어두워지는 하늘.
"으. 갑자기 왜 이렇게 추워?"
세준이 꾸엥이의 따뜻한 등에 올라 어두워진 하늘을 바라봤다.
"어?! 저게 다 뭐야?"
하늘에 떠 있는 수천 개의 거대한 얼음창이 서쪽 숲의 중앙을 향해 낙하했다. 그리고 숲이 얼음에 갇혀 버렸다.
[파수꾼 이오나가 타락한 엔트를 처치했습니다.]
[파수꾼 이오나가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1만 5000을 획득했습니다.]
...
..
.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태우지 말라고 했더니 얼려버리는 이오나였다.
서쪽 숲의 타락한 엔트들은 얼음벽 때문에 밖으로 나올 수 없었고 덕분에 동물들은 나머지 몬스터들만 정리하면 됐다.
그 과정에서 세준은 한 번 더 레벨업을 하며 40레벨이 됐다.
그리고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직업 퀘스트 : 농사를 도울 동료를 5명을 확보하라.]
보상 : 41레벨 개방, 5000탑코인, 직업 스킬 - 농사꾼의 손길 Lv. 1
직업 퀘스트를 받자마자 완료했다. 세준에게는 이미 농사를 돕는 백토끼들이 있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41레벨이 개방됩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5000탑코인을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초과 완료 보상으로 직업 스킬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직업 스킬 - 농사꾼의 손길 Lv. 2를 획득했습니다.]
"농사꾼의 손길?"
직업 퀘스트로 직업 스킬을 받는 건 처음이었다. 세준이 서둘러 스킬을 확인했다.
[농사꾼의 손길 Lv. 2]
농사꾼의 손이 닿은 식물들의 성장이 조금 빨라집니다.
"애매한데."
성장이 조금 빨라진다고? 일단 써봐야 알 것 같았다.
"스탯 좀 올려볼까?"
세준이 레벨업을 하며 쌓인 보너스 스탯 8개로 마력을 찍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력을 2개 올렸을 때
[마력이 30을 넘었습니다.]
[우뢰(雨雷) Lv. 1의 의 봉인이 풀립니다.]
드디어 의 봉인이 풀렸다. 하지만 이미 분수대와 수로가 만들어져 농작물에 물을 공급하는 게 어렵지 않은 상황. 큰 감흥은 없었다.
세준은 남은 보너스 스탯 6개도 마력에 전부 투자했다. 세준이 노리는 건 마력 50에 봉인이 풀리는 .
"흐흐흐. 천둥 좀 던지고 그러면 나도 좀 강해지겠지?"
탑 99층의 최약체에서 벗어나고 싶은 세준이었다.
뿌득.뿌득.
뒤에서 나무를 먹으며 따라오던 엔트가 세준에게 다가왔다. 엔트는 나무를 많이 먹어서인지 엔트의 머리가 이제 세준의 허리까지 왔다.
그런 엔트의 머리에는 하얀색 씨앗이 2개 있었다. 한 번 씨앗이 생길 때마다 엔트의 머리에 씨앗을 맺는 수가 늘어나는 것 같았다.
"오! 수고했어!"
툭.툭.
세준이 엔트의 머리에서 씨앗 2개를 딸 때
[농사꾼의 손길 Lv. 2이 발동합니다.]
[손길이 닿는 동안 강력한 정화의 엔트의 성장이 조금 빨라집니다.]
엔트의 몸에 세준의 손이 닿자 농사꾼의 손길 스킬이 발동됐다. 농사꾼의 손길은 식물에 손을 대면 발동하는 스킬. 엔트도 식물은 식물이었다.
"아. 이렇게 쓰는 거구나."
세준이 스킬 사용법을 깨달았다.
그리고 새로 얻은 정화의 엔트 씨앗 2개를 바로 땅에 심자
꾸드득.
꾸드득.
씨앗이 빠르게 자라며 땅에서 정화의 엔트 2마리가 태어났다.
그리고
우저우적.
새로 태어난 엔트 3호와 4호가 엔트 1호를 따라 나무를 먹기 시작했다.
"할 것도 없는데 좀 만져줄까."
세준이 엔트들을 보며 고민하고 있을 때
꾸엥!
꾸엥이가 꿀그릇을 들고 다가왔다. 어느새 점심시간이었다.
"잠깐만."
세준이 아공간 감옥에 챙겨두었던 꿀을 꺼내자 꾸엥이가 두 손으로 공손하게 자신의 꿀그릇을 내밀었다.
딸깍.
세준이 꿀이 든 유리병 뚜껑을 열어
꿀렁.꿀렁.꿀렁.
꿀그릇에 3꿀렁을 붓자 그릇이 가득 찼다.
"잠깐 먹고 있어."
꾸엥!
할짝.할짝.
꾸엥이가 세준의 옆에서 열심히 꿀을 먹는 사이 세준이 아공간 감옥에서 다른 동물들이 먹을 식량을 꺼냈다.
피라니아, 땅콩, 당근.
"배고프다냥!"
"저도요."
뺙...
쀼쀼...
세준이 아공간 감옥에서 식량을 꺼내는 사이 근처의 몬스터를 처리한 동물들이 돌아왔다.
"쀼쀼. 불 좀 만들어줘."
쀼쀼!
세준의 말에 쀼쀼가 마법으로 나무들을 모아 불을 피웠다.
"고마워. 자."
세준이 토끼들에게 당근을 건넸다. 토끼들은 당근만 줘도 충분히 만족해 했다.
오도독.
흑토끼와 쀼쀼가 당근을 맛있게 먹는 사이 세준이 쀼쀼가 만든 불에 생선을 구우면서 땅콩 꼬투리에서 땅콩을 깠다.
그리고 땅콩 100개 정도를 냄비에 넣고 볶기 시작했다. 오늘 가장 활약한 이오나에게 줄 볶음 땅콩이었다.
촤르륵.
세준이 나무 주걱으로 타지 않게 계속 땅콩을 저어주자
타닥타닥.
소리가 나며 땅콩의 고소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뀻뀻뀻."
이오나가 고소한 땅콩 냄새를 맡으며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땅콩의 냄새와 색이 점점 진해지자 세준이 냄비를 바닥에 놓고 식히기 시작했다.
"꿀꺽. 지금 먹어두 되나요?"
이오나가 침을 삼키며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응. 근데 뜨거우니까 천천히 먹어."
"뀻뀻뀻. 네! 윈드."
이오나는 바람 마법으로 빠르게 땅콩을 식히고 땅콩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사이 노릇노릇하게 익은 생선구이를 자신의 무릎에 올라온 테오와 먹었다.
"여기도 엄청 넓네."
세준이 생선구이를 먹으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몬스터들을 깨끗이 처리하자 숲이라기보다는 그냥 광활한 평지였다.
거기다
슥슥.
"토질도 좋아."
세준이 흙을 만져보며 말했다.
"밭 갈고 싶다."
욕심이 났다. 하지만 지금 가진 땅도 다 소화를 못 하고 있는 상황. 세준은 나중을 기약하기로 했다.
"뀻뀻뀻. 배불러요."
이오나가 빵빵해진 배를 두드리며 세준의 무릎으로 올라왔다.
"어딜 올라오냥!"
"뀨-제 마음이죠!"
테오의 반응에 마음이 상한 이오나가 화를 냈다.
"나도 내 마음이다냥!"
방금 이오나의 무시무시한 마법을 보고도 테오는 쫄지 않았다.
'푸후훗. 박세준과 함께하는 난 무적이다냥! 거기다 난 지금 테 사장이다냥!'
이상한 논리지만, 그것이 테오에게 당당함을 줬다. 그리고 그로 인해 곤란한 건 세준.
"얘들아..."
여기서 둘이 싸우기 시작하면 자신은 최소 중상이다.
"아! 이오나, 이 아공간 감옥 좀 봐줘. 이거 업그레이드 가능해?"
세준이 서둘러 이오나의 주의를 돌렸다.
"뀻뀻뀻. 제가 해볼게요!"
이오나는 위대한 검은 용이 자신에게 마법에 대한 부탁을 하자 감격하며 아공간 감옥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뀻뀻뀻. 이건 3중첩 마법을 사용한 구식 버전이네요. 제가 개량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오나가 아공간 감옥의 마법을 체계를 분석하고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 감옥문 좀 닫을게요."
철컹.
이오나가 아공간 감옥의 문을 닫고 아공간 감옥을 업그레이드하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세준이 안도했다. 다행히 싸움도 말리고 아공간 감옥을 업그레이드까지 할 수 있었다.
"테오, 이오나랑 사이 좋게 지내."
"알겠다냥. 박 회장이 그렇게 말하니 조금 양보를 하겠다냥."
세준이 테오의 배를 쓰다듬으며 타이르고 있을 때
[탑의 관리자가 녹색 알람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에일린이 세준에게 녹색 알람이 나타났다고 알려왔다.
"녹색 알람?"
[탑의 관리자가 당신을 탑 67층 나비아 늪의 보석개구리 멸종을 막기 위한 탑의 중간관리자로 임명합니다.]
"탑 67층?"
[30초 후 탑 67층의 나비아 늪으로 이동합니다.]
[부하들을 데리고 갈 수 있습니다.]
[함께 갈 부하를 지정해주세요.]
세준이 서둘러 눈 앞에 보이는 테오, 흑토끼, 꾸엥이, 쀼쀼를 선택했다.
[부하 지정이 완료됐습니다.]
다행히 에일린의 드래곤하트가 성장하면서 4마리 모두 지정할 수 있었다.
"어?! 이오나는?"
세준이 급히 아공간 감옥을 열려고 할 때
[탑 67층 나비아 늪으로 이동합니다.]
[나비아 늪에서 100m 이상 벗어날 수 없습니다.]
세준과 동물들이 사라졌다.
그리고
우적우적.
엔트들만 서쪽 숲에 남아 나무를 열심히 먹었다.
톡.
서로의 머리에 난 씨앗을 따주면서, 지금까지 씨앗을 따줄 엔트가 없어 세준에게 부탁한 엔트들이었다.
쿠드득.
서쪽 숲에 새로운 엔트들이 태어났다.
90화. 업그레이드를 끝내다.
90화. 업그레이드를 끝내다.
"세준이가 잘 해결할 수 있겠지?"
에일린이 탑 67층으로 간 세준을 생각했다.
레드 로커스트가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다른 애들이 세준이 잘 지켜줄 거야."
다른 동물들도 함께 갔기에 에일린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때
[탑 67층의 레드 로커스트의 개체수가 70억을 넘었습니다.]
[탑 67층의 레드 로커스트의 개체수가 진화조건을 달성했습니다.]
[탑 67층의 레드 로커스트가 퍼플 로커스트로 진화합니다.]
"어?! 퍼플 로커스트?"
에일린이 새로운 알람을 보며 당황했다.
그리고
"할아버지!"
서둘러 카이저를 불렀다.
-오! 에일린! 드디어 할애비와 대화를 하고 싶은 게냐?
"할아버지! 탑 67층의 레드 로커스트가 퍼플 로커스트로 진화했대! 우리 세준이 어떡해?"
-적이 강해지면 보상도 좋아지니 잘 됐구나.
"무슨 소리야?! 우리 세준이가 위험해지는데!"
-또 그놈의 세준이 걱정! 그놈은 해독의 대파도 있고 주변에 세준이보다 강한 놈들도 바글바글한 데 뭘 걱정해! 옵션도 하나 딸려갔구만.
"그럼 우리 세준이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지?"
-그렇다니까.
"크히히히. 할아버지 나 빨리 관리자 업무 가르쳐줘!"
-크하하하. 그래. 이 할애비가 다 가르쳐주마!
'우리 에일린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구나.'
카이저가 감동할 때
'크히히히. 빨리 관리자 업무 배워서 우리 세준이한테 더 챙겨줄 거 있는지 찾아봐야지.'
에일린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
탑 67층 나비아 늪.
슈욱.
[탑 67층 나비아 늪에 도착했습니다.]
[지금부터 보석개구리의 멸종에 위협이 되는 원인을 찾아 제거하세요.]
밝은 빛과 함께 세준과 동물들이 나타났다.
첨벙.
"윽. 뭐야?"
도착하자마자 신발이 물에 잠기며 신발 안으로 들어오는 물의 찝찝함에 세준의 표정이 구겨졌다. 그리고 그건 세준과 함께 온 동물들도 마찬가지.
"기분 나쁘다냥!"
뺙!
꾸엥!
쀼쀼!
동물들이 털이 젖으며 인상을 쓸 때
푸드득.푸드득.
갑자기 주변에서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응?"
근처에 있던 거의 보라색으로 변한 레드 로커스트 5만 마리가 사방에서 세준과 동물들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뭐야?!"
"이놈들!"
뺙!
꾸엥!
쀼쀼!
동물들이 세준을 둘러싸며 레드 로커스트들의 접근을 막았다.
"냐앙! 나 테 사장이 박 회장을 지킨다냥!"
샤샤샥.
테오가 발톱을 꺼내 레드 로커스트를 도륙했고
뺙!
뾱!뾱!뾱!
흑토끼는 해머를 휘두르며 레드 로커스트들을 짓이겼다.
그리고
꾸엥!
부우웅.쾅!
꾸엥이는 몸집을 3m 정도로 키우고 나뭇가지를 5m 정도로 늘려 풀스윙으로 만들어진 풍압으로 레드 로커스트를 터트려 죽였다.
쀼쀼!
쏴아아아.
마지막으로 쀼쀼는 수 속성 마법인 워터 캐논을 사용해 고압의 물을 쏴 레드 로커스트들을 처치했다.
[파수꾼 테오가 레드 로커스트를 처치했습니다.]
[파수꾼 테오가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5를 획득했습니다.]
...
..
.
약해서 그런지 경험치도 적었다.
동물들이 레드 로커스트를 처리하기 시작했을 때
[탑 67층 나비아 늪의 보석개구리 멸종 원인을 찾았습니다.]
[중간 관리자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중간 관리자 퀘스트 : 탑 67층의 레드 로커스트를 멸종시켜라.]
레드 로커스트 0/69억 9999만 9712마리
보상 : 경험치 100만, 1만 탑코인
실패 시 : 퀘스트를 완료할 때까지 원래 장소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퀘스트가 나타났다.
"69억 9999만?"
세준이 레드 로커스트의 개체수를 보고 놀랐다. 저번에 늑대들에게 듣기로는 분명 레드 로커스트의 개체수가 거의 50억에 가까워질 정도로 줄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288마리만 늘어나면 퍼플로 진화하는 거잖아?"
그렇게 세준이 퀘스트를 보고 있을 때
꿈틀.
일반 레드 로커스트보다 덩치가 작은 대략 길이 10cm 정도 크기의 레드 로커스트들이 늪 속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방금 알에서 태어난 레드 로커스트 유충들이었다.
이곳 나비아 늪을 레드 로커스트들이 부화장으로 쓰고 있었다. 레드 로커스트 유충은 방금 태어났지만, 기민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중 세준의 바로 아래에서 나온 레드 로커스트 유충이 세준의 발을 물려 할 때
화르르륵.
세준의 몸에서 푸른 불꽃이 일어나며 레드 로커스트 유충을 태워버렸다. 불꽃이가 걸어준 수호의 불꽃 버프였다.
화르르륵.
수호의 불꽃이 바닥에서 나오는 유충들을 태우며 세준을 지켰다.
하지만
푸슈슉.
세준을 지켜주던 수호의 불꽃은 몇 분 후 3시간을 채우고 사그라들었다.
다행히 그사이 동물들이 5만 마리의 레드 로커스트들을 전부 처리했고
꾸엥!
쿵!쿵!
꾸엥이가 바닥을 몇 번 강하게 밟자
[파수꾼 꾸엥이가 레드 로커스트 유충을 처치했습니다.]
[파수꾼 꾸엥이가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2를 획득했습니다.]
[파수꾼 꾸엥이가 레드 로커스트 알을 처치했습니다.]
[파수꾼 꾸엥이가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1을 획득했습니다.]
...
..
.
늪 아래에 있던 레드 로커스트 유충과 알들이 전부 꾸엥이의 발구름에 압사당했다.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덕분에 세준은 다시 한번 레벨업 했다. 레드 로커스트가 주는 경험치는 작았지만, 수가 엄청나게 많아 질보다 양으로 커버가 됐다.
"일단 상황 파악 좀 하자. 먹구름 만들기!"
도착하자마자 공격을 받았기에 세준과 동물들은 상황 파악이 전혀 되지 않았다.
"근처에 웨이포인트가 있으려나?"
먹구름을 만들면서 세준이 잠깐 주변 하늘을 둘러봤다.
"너무 머네."
대충 봐도 10km 정도는 떨어진 곳에서 하늘로 솟은 붉은 빗줄기가 보였다. 이번에도 웨이포인트 등록은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뭉게뭉게.
세준의 손에 만들어진 먹구름이 하늘로 올라갔다. 그리고 하늘에서 그들이 보이지 않도록 3m 정도의 높이로 먹구름을 만들어 넓게 퍼트렸다.
세준을 중심으로 500m가 두께 30cm 정도의 먹구름으로 덮였다. 그동안 먹구름 만들기의 숙련도가 상승하면서 이런 디테일한 조절이 가능했다.
쀼쀼!
잠깐 쉬며 마력을 회복한 쀼쀼가 세준과 동물들에게 방수 마법을 걸어줬다.
"오. 고마워."
쀼쀼의 마법 덕분에 신발은 축축했지만, 발이 쭈글쭈글해지는 불상사는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아공간 창고를."
철컹.
세준이 아공간 감옥을 열었지만
"응?"
이오나가 아공간 감옥을 업그레이드 하는 중이라 문이 열리지 않았다.
"큰일이네."
레드 로커스트의 개체수를 보니 조만간 퍼플로 진화할 것 같았다. 그때를 대비하기 위해 아공간 감옥 안에 있는 해독의 대파가 필요했다.
그때
[레드 로커스트가 퍼플 로커스트로 진화했습니다.]
[퀘스트가 갱신됩니다.]
[중간 관리자 퀘스트 : 탑 67층의 퍼플 로커스트를 멸종시켜라.]
퍼플 로커스트 0/70억 1만 1712마리
보상 : 경험치 300만, 5만 탑코인
실패 시 : 퀘스트를 완료할 때까지 원래 장소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퀘스트가 갱신됐다.
"뭐?! 방금 5만 마리 넘게 죽였는데 오히려 숫자가 늘어나다니..."
다른 곳에도 부화장이 있는 것 같았다.
"박 회장, 이거 빨리 먹어라냥! 위험하다냥!"
퀘스트를 보고 있던 세준의 입에 테오가 급히 해독의 대파를 욱여넣었다.
"우읍! 애그래(왜 그래)?"
"일단 빨리 삼키라냥!"
테오가 세준이 입을 벌리지 못하게 턱을 누르며 외쳤다.
우적우적.
세준이 '두고 보자'라는 눈빛으로 테오를 째려보며 일단 시키는 대로 대파를 씹었다. 생대파라 좀 매웠지만, 씹다보니 단맛이 나서 맛있었다.
꿀꺽.
[해독의 대파를 섭취했습니다.]
[1시간 동안 D등급 이하의 독을 해독합니다.]
"테 사장, 너 무슨..."
대파를 삼킨 세준이 테오를 혼내려 할 때
"박 회장, 아래를 보라냥!"
"아래? 어?!"
세준의 주변 물이 어느새 보라색으로 변해 있었다.
[D급 신경독에 중독됩니다.]
[해독했습니다.]
테오가 조그만 늦게 해독의 대파를 먹였어도 위험할 뻔했다. 레드 로커스트의 몸에서 독이 섞인 피가 흘러나와 늪에 섞인 것이었다.
"테 대표, 너..."
세준이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테오에게 감동했다.
하지만
"박 회장, 큰일 날뻔했다냥! 무릎 간수 잘하라냥!"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 얼굴을 비비며 말하자 마음이 짜게 식는 세준이었다. 원래 이런 놈이었다.
"테 사장, 근데 해독의 대파는 어디서 난 거야?"
"봇짐에 미리 팔 물건들을 챙겨났다냥! 역시 나는 항상 준비된 우수한 우수 유랑 상인인 것이다냥!'
테오가 자신의 봇짐을 보이며 우쭐해했다.
"잘했어."
세준이 자신의 무릎에 매달려있는 테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츄르가 먹고 싶다냥!"
"여기서는 안 돼. 나중에 줄게."
"알겠다냥!"
테오 덕분에 일단 독에 대한 걱정은 덜었다. 세준은 다른 동물들에게도 해독의 대파를 먹였다. 세준보다야 독 저항이 강했지만, 이렇게 지속적으로 노축되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거 괜찮으려나?"
세준이 보라색으로 변한 늪을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멸종 위기라는 보석개구리가 걱정됐다.
***
탑 67층의 리자드맨 본진.
"막아라!"
"버텨!"
"웨이포인트에 절대 한 마리도 들어가지 못하게 해!"
리자드맨과 자유 용병들 그리고 실버 울프족이 웨이포인트를 필사적으로 방어하고 있었다.
하지만 물량으로 밀고 들어오는 레드 로커스트를 막기에는 원거리 화력이 부족했다.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제길! 지원군은 언제 오는 거야?! 이대로는 몇 시간 안에 돌파당한다고!'
리자드맨 대전사 타무로는 기다려도 오지 않는 지원군이 야속했다.
그때
푸드득.푸드득.
레드 로커스트 병력의 4분의 1 정도가 방향을 바꿔 동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그들에게도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교대로 쉬면서 체력을 회복해라!"
'저긴 나비아 늪이 있는 곳인데 무슨 일이지?'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린 타무로가 레드 로커스트들이 날아가는 방향을 보며 생각했다.
***
바위 동굴 안.
촵촵촵.
'푸후훗. 이오나도 없고 참 좋다냥.'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 앉아 츄르를 먹고 있었다. 그리고 세준과 다른 동물들은 불가에서 물기를 말리고 있었다.
그때
폴짝.폴짝.
이마에 형형색색의 보석이 박힌 개구리 20마리가 다가왔다. 보석개구리였다.
"치료는 잘 끝났어?"
세준이 보석개구리의 몸에 손을 대고 묻자
개골.개골.
[고맙습니다. 덕분에 친구들이 건강해졌습니다.]
개골.개골.
보석개구리가 고개를 숙이자 다른 보석개구리들도 세준에게 감사를 표했다.
세준이 보석개구리를 만난 건 보라색으로 물든 늪을 돌아다니며 보석개구리의 서식지를 찾고 있을 때였다. 물이 독에 오염된 만큼 보석개구리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보석개구리를 찾던 중
개골...
흑토끼가 가냘픈 보석개구리의 소리를 들었다.
뺙!
그리고 흑토끼가 세준을 이끈 곳에서 독에 중독돼 죽어가는 보석개구리를 발견했다.
"일단 이거 먹어."
세준이 보석개구리에게 해독의 대파를 먹여 독을 해독시키자
개골!개골!개골!
[고맙습니다! 제 친구들도 보라색 물을 먹고 아픕니다! 도와주십시오!]
정신을 차린 보석개구리가 세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들은 지금 보석개구리의 서식지에서 보석개구리들이 완쾌되길 기다리는 중이었다.
"잘 됐다. 여기는 우리가 처리할 테니까 며칠 동안 나오지 말고 있어."
세준이 보석개구리들에게 큰소리를 치고 보석개구리의 서식지인 거대한 바위틈에서 나왔다.
푸드드득.푸드드득.
나오자마자 세준을 맞이하는 15억 마리의 퍼플 로커스트.
"...?!"
앞도적인 숫자에 세준이 얼어버렸다.
그때
꽝!
"뀻뀻뀻. 세준 님, 제가 업그레이드를 끝냈어요! 무려 5중첩이라구요!"
이오나가 양손으로 아공간 창고의 문을 활짝 열며 나타났다.
91화. 어차피 나를 이뻐할 수밖에 없다냥!
91화. 어차피 나를 이뻐할 수밖에 없다냥!
세준의 무릎에 매달려 있던 테오가 아공간 창고의 문을 열고 나오는 이오나를 보며 털을 바짝 세웠다.
'이오나가 왜 저기서 나오냥?!'
탑 99층에 이오나를 떼어 놓고 왔다고 생각한 테오.
'탑은 엉터리다냥!'
테오가 탑의 시스템에 큰 허점이 있다는 것에 분노할 때
"좋은데!"
부하로 지정하지 않아도 아공간 창고 안에 있으면 함께 이동할 수 있다는 편법을 알아낸 세준이 기뻐했다. 이제는 녹색 알람이 뜰 때 더 많은 부하들을 데리고 갈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이다.
세준이 기뻐하고 있을 때
푸드드득.푸드드득.
퍼플 로커스트들이 세준과 동물들을 향해 날아들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부화장에 나타난 적을 죽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뀨-기가 라이트닝!"
이쪽에는 대파괴의 마법사 이오나가 있었다. 이오나의 앙증맞은 손가락에서 쏘아져 나온 푸른색 뇌전이 퍼플 로커스트를 공격했다.
파지직.
푸른색 뇌전은 연쇄적으로 퍼져나가며 그 힘을 다할 때까지 주변의 퍼플 로커스트를 구워버렸다. 순식간에 세준의 앞에 보이던 퍼플 로커스트가 전부 쓰러졌다.
[파수꾼 이오나가...]
...
..
.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경험치 획득 메시지가 지나갔다.
하지만 세준은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일일 최대 레벨업 제한 횟수인 10회에 도달했습니다.]
[하루가 지날 때까지 직접 얻는 경험치를 제외한 경험치를 획득할 수 없습니다.]
"어?! 그럼 방금 얻은 경험치는?"
세준이 메시지를 보며 당황했다. 단숨에 50레벨을 찍고 직업 퀘스트를 할 수 있는 경험치가 허무하게 날아갔다.
"이런 제한이 있을 줄이야..."
지구의 헌터들 대부분이 모르는 정보. 당연했다. 이런 프리미엄 버스를 타볼 기회가 없었으니까.
"어쩔 수 없군. 일단 후퇴!"
세준은 싸우기보다는 다시 보석개구리의 서식지로 돌아가는 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자신이 열심히 싸워봐야 경험치도 얼마 안 생긴다.
그래서 그냥 이곳을 지키면서 하루가 지나기를 기다릴 생각이었다. 여기를 지키면 보석개구리의 멸종도 막을 수 있으니 1석2조였다.
"얘들아, 고기 좀 챙겨."
세준이 안으로 들어가는 동물들에게 퍼플 로커스트의 사체를 챙기게 했다. 아까 이오나의 전격 마법에 구워질 때 나던 통닭구이 냄새가 세준의 침샘과 함께 요리 영감을 자극했다.
그리고
철컹.
아공간 창고를 열어 견고한 칼날 대파를 20개를 꺼내 퍼플 로커스트들이 쉽게 들어오지 못하도록 입구에 심고 보석개구리의 서식처 안으로 들어왔다.
"근데 여기가 어디죠?"
이오나가 주변을 둘러보며 위치를 물었다.
"여긴 탑 67층의 보석개구리들의 서식처다냥! 우리는 보석개구리의 멸종을 막기 위해 왔다냥!"
"보석개구리요?"
"그렇다냥! 보석개구리들에게 인사시켜주겠다냥!"
이오나의 물음에 테오가 대답했다. 이오나를 경계하면서도 해줄 건 다 해주는 테오였다.
그사이 세준은 요리를 하기 위해 밖에서 가져온 퍼플 로커스트 고기를 살폈다.
"어디 보자."
이오나의 공격을 먼저 맞은 몇 마리는 완전히 새카맣게 타서 먹을 수 없었지만, 뇌전의 기운이 떨어졌을 때 맞은 퍼플 로커스트들은 겉에만 탔다.
덕분에 안은 초벌 한 것처럼 한 번 익혀진 상태라서 편하게 조리해서 금방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해독의 대파를 꺼내야지."
철컹.
세준이 아공간 창고를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와...넓다."
이오나가 업그레이드한 아공간 창고는 전에 비해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커져 있었다. 블랙 미노타우루스가 쭈그리고 앉으면 3마리도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이거랑. 이거랑."
세준이 필요한 재료들을 냄비에 담아 나왔다.
그리고
슥슥.
퍼플 로커스트 고기를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고기 중간에 칼집을 내 안에 독을 해독하기 위한 해독의 대파를 가득 욱여넣었다.
그렇게 안에 대파를 넣은 넣은 고기를 10덩이 만들고
"꾸엥아, 나뭇가지를 얇고 길게 만들어줘."
세준이 옆에서 침을 흘리며 구경하고 있던 꾸엥이를 불렀다.
꾸엥!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꾸엥이는 아주 협조적이었다. 꾸엥이가 타락한 엔트의 강화된 나뭇가지에 마력을 넣어 세준이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었다.
"좋아."
푹.푹.
세준이 꾸엥이가 들고 있는 나뭇가지에 고기들을 찔러 넣고 나뭇가지를 돌을 쌓아 만든 지지대에 올렸다. 나뭇가지가 불길과 20cm쯤 떨어진 곳에 걸쳐졌다.
"이제 여기서 골고루 익도록 한 번씩 돌려주면 돼. 알았지?"
꾸엥!
세준의 말에 꾸엥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요리는 직화를 쓰는 게 아니고 간접열을 이용해 통닭구이 느낌으로 요리해 볼 생각이었다.
퍼플 로커스트구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때
꼬르륵.
배가 먹을 걸 달라고 신호를 보냈다. 생각해보면 탑 99층에서 식사도 다 못 먹고 왔다.
하지만 퍼플 로커스트구이는 직화가 아니기에 요리에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의 허기를 해결할 다른 요리가 필요했다.
"테오, 이것 좀 잘게 잘라줘."
세준이 돌아오고 있는 테오에게 퍼플 로커스트 고기와 재료들을 보며 말했다. 이오나는 어디에다 두고 왔는지 보이지 않았다.
"알겠다냥! 나한테 맡기라냥!"
슈슈슉.
테오가 발톱을 꺼내 고기와 재료들을 잘게 잘랐다.
"고마워."
'푸후훗. 역시 박 회장은 내가 있어야 되는 것이냥?'
테오가 세준의 '고마워'라는 말에 우쭐해하며 세준의 무릎에 매달렸다.
풍덩.
세준이 냄비에 테오가 자른 퍼플 로커스트 고기, 감자, 대파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하고 끓이기 시작했다. 세프의 수프였다.
"쀼쀼. 도와줘."
요리 시간을 줄이기 위해 세준이 쀼쀼를 불러 화력을 강화해 달라고 부탁했다.
쀼쀼!
쀼쀼가 불가에 가서 화염 마법을 사용하자
화르르륵.
불의 세기가 강해졌다.
보글보글.
끓이면 끓일수록 수프의 색이 보라색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보랏빛 세프의 감자수프가 완성됐습니다.]
[요리 Lv. 4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세준이 완성된 요리의 옵션을 확인했다.
[보랏빛 세프의 감자수프]
얇게 썬 퍼플 로커스트 고기, 해독의 대파, 힘의 감자를 넣고 함께 오랫동안 푹 삶아 모든 재료가 조화롭게 섞이며 모든 효과가 증가합니다.
해독의 대파가 퍼플 로커스트 고기에 있는 극독을 해독하며 섭취 효과가 강화되고 고기가 더 부드러워졌습니다.
해독의 대파 효과로 요리가 쉽게 상하지 않습니다.
맛이 조금 좋아집니다.
섭취 시 힘이 30분간 10.5 상승합니다.(요리 Lv. 4의 효과로 힘이 0.5 상승)
포만감이 4시간 동안 유지됩니다.
요리사 : 탑농부 박세준
유통 기한 : 30일
등급 : C+
요리의 옵션은 레드 로커스트 고기를 쓸 때보다 더 좋아졌다.
"얘들아, 밥 먹자."
세준이 동물들을 불렀다.
하지만 수프의 색을 본 동물들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먹을 거로 장난치지 말라는 표정이었다.
물론 아무거나 잘 먹는 꾸엥이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꾸엥!
꾸엥이가 세준이 퍼준 수프를 원샷했다.
웅성웅성.
동물들이 저 보라색 수프를 어떻게 먹을지에 대해 회의를 하기 시작햤다.
"난 안 먹는다냥."
생선애호가 테오는 안 먹는다는 의견을 냈다.
뺙!
흑토끼는 눈을 감고 먹겠다는 의견을 냈다.
"환각 마법을 쓰면 돼요."
이오나는 환각 마법을 써서 뇌를 속이자는 의견을 냈다.
쀼쀼!
쀼쀼는 염색 마법을 사용하자는 의견을 냈다.
꿀꺽. 꾸엥!
그사이 꾸엥이는 수프를 원샷하고 수프를 먹고 있는 세준에게 빈 그릇을 내밀었다. 벌써 5번째 원샷이었다.
"빨리 정해. 이러다 너희 먹을 거 없어.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맛있어."
세준이 회의 중인 동물들을 채촉하고는 꾸엥이에게 한 그릇 더 퍼줬다.
"그냥 먹어요."
뺙.
쀼쀼.
의견을 좁히지 못한 동물들이 각자 자신의 방법으로 보라색 수프를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츄르 먹고 싶다냥."
어차피 수프를 안 먹는 테오는 세준의 무릎에 올라가 츄르를 요구했다.
"그래."
부욱.
세준이 츄르 봉지의 입구를 뜯어 테오에게 내밀었다.
촵촵촵.
그렇게 식사가 끝나갈 때쯤 동굴 안에 닭고기를 구운 냄새가 진동했다. 퍼플 로커스트구이 때문이었다.
"다 익었나?"
세준이 퍼플 로커스트구이를 향해 다가가자
[탑에서 최초로 퍼플 로커스트구이를 만드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요리 Lv. 4에 퍼플 로커스트구이의 레시피가 등록됩니다.]
[요리 Lv. 4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요리 Lv. 4의 효과로 퍼플 로커스트구이에 특수 효과 : 하급 독 저항력이 부여됩니다.]
때마침 요리가 완성됐다.
"하급 독 저항력?"
이름만 들어도 뭔지 알 것 같았다. 세준이 완성된 요리를 확인했다.
[퍼플 로커스트구이]
해독의 대파를 안에 넣고 간접열로 퍼플 로커스트고기를 오랫동안 구워 기름지지 않고 담백합니다.
솜씨 있는 요리 실력으로 퍼플 로커스트 고기와 안에 넣은 해독의 대파가 잘 익어 육질이 부드럽고 맛이 좋습니다.
해독의 대파가 퍼플 로커스트 고기에 있는 독을 해독했습니다.
특수 효과 : 하급 독 저항력
요리사 : 탑농부 박세준
유통 기한 : 15일
등급 : C+
"애들아, 이거 먹어봐."
이미 보라색 수프를 먹어봐서인지 동물들은 보라색인 퍼플 로커스트구이를 거부감 없이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동물들이 퍼플 로커스트구이를 먹고 있을 때 동굴을 가득 채운 퍼플 로커스트구이 냄새가 밖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의도치 않은 사태를 만들었다.
고기 냄새가 동굴 밖으로 퍼져나가며 보석개구리의 서식처 근처에서 이오나의 공격으로 죽은 동족들의 사체를 먹고 있던 퍼플 로커스트들이 냄새를 맡아버렸다.
푸드드득.푸드드득.
퍼플 로커스트들이 냄새를 따라 입구가 잘 보이지 않았던 보석개구리의 서식처인 바위틈 안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당신의 농작물이 해충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1을 획득했습니다.]
[당신의 농작물이 해충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1을 획득했습니다.]
...
..
.
[당신의 견고한 칼날 대파가 독에 시들어버립니다.]
"응?"
갑자기 나타나는 메시지에 세준이 무기를 찾고 있을 때
푸드득.푸드득.
수백 마리의 퍼플 로커스트들이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빨리?"
세준이 서둘러 단검과 손도끼를 들었다.
그때
"뀻뀻뀻. 세준 님, 아공간 창고를 열고 퍼플 로커스트가 들여오면 냉동 보관이라고 외쳐주세요!"
이오나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철컹.
이오나의 말에 세준이 퍼플 로커스트 쪽으로 아공간 창고를 열자
푸드득.푸드득.
퍼플 로커스트들이 아공간 창고 안에 있는 농작물을 먹기 위해 아공간 창고 안으로 스스로 들어갔다.
그리고
"냉동 보관."
세준이 말하자
슈우웅.
아공간 창고에서 강한 바람이 만들어지며 창고 안에 들어온 퍼플 로커스트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퍼플 로커스트를 냉동 보관합니다.]
[퍼플 로커스트가 동면에 빠집니다.]
[퍼플 로커스트를 10시간 안에 꺼내지 않으면 동사합니다.]
...
..
.
[공간의 5%가 채워졌습니다.]
...
..
.
아공간 창고의 구석에 사각 얼음으로 얼려져 차곡차곡 쌓이는 퍼플 로커스트들. 거기다 죽은 것도 아니니 나중에 꺼내 경험치를 얻을 수도 있다.
"뀻뀻뀻. 어때요? 마력이 좀 남아서 새로운 기능을 넣어봤어요!"
이오나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오나, 대단해! 볶음 땅콩 줄까?"
"뀻뀻뀻! 네!"
너무도 기특한 일을 한 이오나에게 세준이 탑 99층에서 볶아놨던 볶음 땅콩을 건넸다.
"뀻뀻뀻. 감사해요!"
이오나가 설레는 눈빛으로 두 손을 들어 볶음 땅콩을 받아 자신의 아공간 주머니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지금은 배불러서 먹을 수가 없었다.
'위험하다냥.'
세준이 이오나를 칭찬하는 것을 보며 테오는 위기감을 느꼈다. 자신의 위치가 위험했다.
하지만
'푸후훗. 박 회장은 어차피 나를 이뻐할 수밖에 없다냥!'
다행히 테오에게는 믿는 게 있었다. 테오가 보석개구리의 서식처를 돌아다니다 찾은 무지개색 보석을 봇짐에서 꺼냈다.
92화. 여기다 발도장을 찍으라냥!
92화. 여기다 발도장을 찍으라냥!
"여기는 이오나다냥!"
테오가 이오나를 보석개구리들에게 소개했다.
개골.개골.
보석개구리들이 이오나를 둘러싸고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계획대로라냥!'
이오나를 세준에게서 떼어낸 테오가 유유히 세준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그때
찌릿
"냥?"
테오는 자신의 앞발이 무엇인가에 끌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또 한 번 세준에게 이쁨받을 기회가 온 것이다.
"어디냥?!"
테오가 빠르게 앞발의 끌림을 따라 달려갔다.
하지만 끌림을 따라 테오가 도착한 곳은 막다른 길이었다.
"뭐냥?"
테오가 잠깐 당황했지만, 자신의 앞발을 믿고 벽을 파기로 했다. 끌림이 목표까지 거리가 멀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었다.
빳칭.
테오가 발톱을 꺼내 벽을 파려 앞발을 뻗을 때
스르륵.
테오의 앞발이 그대로 벽을 통과했다.
"뭐냥?"
태오가 조심스럽게 앞발을 넣다 뺐다 하면서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벽으로 걸어갔다. 알고도 헷갈릴 정도로 정교한 환영 마법이었다.
벽 너머에는 거대한 백색의 신전이 보였다. 테오가 앞발의 끌림을 따라 거침없이 신전 안으로 들어가자 신전 내부의 중앙에는 거대한 개구리 조각상이 있었다.
그리고
"저기다냥!"
테오가 자신의 앞발이 무엇에 끌렸는지 알 수 있었다. 거대한 개구리 조각상의 이마에 박힌 빨주노초파남보 7색의 무지개색 보석이었다.
파바박.
테오가 빠르게 거대 개구리 조각상의 이마에 올라
뽁.
무지개색 보석을 뽑았다.
"푸후훗. 역시 나는 운이 좋다냥!"
테오가 챙긴 보석을 봇짐에 넣고 있을 때
스르륵.
거대 개구리 조각상이 모레처럼 부서지기 시작했다.
"냥?!"
테오는 직감적으로 자신이 뭔가 대형 사고를 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망간다냥!"
테오가 서둘러 신전을 나와 세준에게 도망쳤다. 보석은 세준에게 바로 보여주지 않았다.
'강강강은 좋지 않다냥!'
밀당의 이치를 본능적으로 깨달은 테오. 지금은 보석을 꺼낼 때가 아니었다.
그렇게 기회를 엿보던 테오는 세준에게 칭찬받는 이오나를 본 순간 테오는 보석을 꺼낼 때가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박 회장, 내가 대단한 것을 주워 왔다냥!"
테오가 봇짐에서 무지개색 보석을 꺼내 세준에게 달려갔다.
'이걸로 이오나를 물리치겠다냥!'
보석으로 자신의 위치를 견고하게 할 생각이었다.
그때
-네놈이냐? 나의 잠을 깨운 것이?!
테오의 머릿속으로 분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냥?"
-나는 보석개구리들의 신 개론. 나의 대업을 망친 대가를 치르라!
무지개색 보석이 빛나기 시작했다.
"냥! 박 회장! 도와달라냥!"
테오는 전신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다급히 세준을 불렀다.
***
[퍼플 로커스트를 냉동 보관합니다.]
[퍼플 로커스트가 동면에 빠집니다.]
[퍼플 로커스트를 10시간 안에 꺼내지 않으면 동사합니다.]
...
..
.
[공간의 50%가 채워졌습니다.]
...
..
.
퍼플 로커스트를 5만 마리 정도를 냉동 보관하자 아공간 창고의 절반이 채워졌다.
"편하네."
세준이 퍼플 로커스트들을 가둔 사각 얼음들을 보며 말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은 크기로 창고의 절반을 차곡차곡 채운 사각 얼음을 보니 절로 마음이 편해졌다.
"이오나, 그럼..."
세준이 아공간 창고에 다른 기능도 있는지 물어보려 할 때
"냥! 박 회장! 도와달라냥!"
세준은 자신을 부르는 테오의 겁에 질린 목소리에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털썩.
쓰러지는 테오를 발견했다.
"테오!"
세준이 서둘러 테오를 향해 달려갔다. 보석에서 거대하고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영험함이 느껴졌지만, 테오를 구해야겠다는 일념에 세준은 겁도 없이 테오를 향해 손을 뻗었다.
-감히 나 보석개구리의 신 개론 님의 일을 방해하는 것이냐?!
무지개색 보석이 더 밝게 빛나며 세준까지 빨아들이려 했다.
하지만 세준의 몸에서 나온 검은 기운이 보석의 빛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검은 탑에 불법 침입한 종족신을 감지했습니다.]
[분석 결과 보석개구리의 신 개론입니다.]
[중간 관리자의 권한으로 보석개구리의 신 개론을 추방시킬 수 있습니다.]
[보석개구리의 신 개론을 추방하시겠습니까?]
메시지가 나타났다.
***
-윽! 왜 여기에 검은 용의 기운이?!
개론이 세준의 몸에서 나온 검은 기운에 화들짝 놀랐다.
"푸후훗. 그러니까 왜 위대한 검은 용의 부하인 나 치명적인 노란 고양이 테오 박 님을 건드린 것이냥?!"
보석 안으로 흡수된 테오의 영혼이 거대한 개구리를 보며 기고만장하게 허리에 손을 두르며 말했다. 보석을 훔친 주제에 너무 당당했다.
-뭐?! 네...아니! 당신이 위대한 검은 용의 부하라고요?!
테오의 말에 당황한 개론의 말투가 달라졌다. 시시비비를 따지면 자신이 이곳에 있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이렇게 걸린 이상 어떻게든 위대한 검은 용의 허락을 받고 탑 안에 머물러야 하는데 자신이 건드린 고양이가 위대한 검은 용의 부하일 줄이야!
"그렇다냥! 그리고 나를 건드리면 박 회장이 혼내준다냥! 너는 이제 큰일났다냥!"
테오가 친구랑 싸우다 형이 온 것처럼 우쭐해하며 말했다.
-으으...
겁을 먹은 개론. 하지만 테오의 협박에 겁을 먹은 것은 아니었다.
탑은 종족신이 탑 안에 들어오는 것을 금한다. 개론은 그 규율을 깨고 들어온 것.
-여기서 추방당하면...
소멸이다. 개론이 원래 있던 세상이 이미 사라졌기 때문.
그때
"푸후훗. 살고 싶으냥?"
테오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네!
개론이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외쳤다. 개론에게는 테오의 목소리가 구원처럼 들렸다.
"그럼 방법이 있다냥!"
-뭐...뭡니까?!
"여기다 발도장을 찍으라냥!"
테오가 계약서를 꺼내며 말했다. 테오는 영혼의 상태. 상상하는 대로 만드는 것이 가능했다.
-그건?!
테오가 꺼내는 계약서를 보며 개론이 기겁했다. 테오는 알지 못했지만, 테오가 제안한 것은 영혼 대 영혼의 계약. 죽어서도 벗어날 수 없는 계약이었다.
"싫으냥?! 그럼 어쩔 수 없다냥. 만나서 반가웠고 다시는 보지 말자냥."
테오가 개론에게 앞발을 흔들며 해맑게 인사했다.
-아...아닙니다! 찍겠습니다!
그래도 탑 밖으로 추방당해 소멸당하는 것보다는 이렇게라도 사는 게 나았다. 소멸되고 싶지 않은 개론이었다.
꾸욱.
계약서에 거대한 개구리 발도장과 그에 비하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테오의 발도장이 나란히 찍혔다.
***
"이오나, 종족신이 뭔지 알아?"
"그럼요! 종족신은..."
이오나는 세준이 자신의 지식을 평가한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세준은 종족신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다.
"한 종족만을 지켜주는 신이라...어떻게 할까?"
사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감히 우리 테오를 해치려 들어?! 테오가 숨을 쉬고 있는 걸 확인했기에 세준은 테오가 기절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결정을 내린 세준이 개론을 추방시키려 할 때
[보석개구리의 신 개론이 부하1과 영혼의 계약을 맺었습니다.]
[보석개구리의 신 개론의 신격이 떨어지면 신 이전의 이름인 벌레사냥꾼 개론으로 돌아갑니다.]
[벌레사냥꾼 개론이 부하1의 노예가 됩니다.]
"어?! "
부하1이면 테오였다.
덥석.
"냥! 박 회장! 구하러 와줘서 고맙다냥!"
세준이 상황을 파악하는 사이 의식을 잃었던 테오가 정신을 차리고 세준의 무릎에 매달려 자신의 이마를 비비며 말했다. 그런 테오의 목에는 개구리 모양의 무지개색 보석이 달린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테 사장, 괜찮은 거야?"
세준이 테오의 몸을 살펴보며 물었다.
"그렇다냥! 이제 박 회장은 나만 믿어라냥!"
세준의 손길에 기분이 좋아진 테오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리고
"잠깐만 기달려라냥!"
밖으로 달려 나가는 테오. 세준은 냉동 보관 기능 때문에 이오나를 칭찬한 것이지만, 테오는 퍼플 로커스트를 처치해서라고 생각했다.
"야! 어디 가?"
"이제 박 회장의 적들은 내가 다 물리쳐주겠다냥!"
"뭐?!"
뭔가 불길했다. 아주 불길했다. 저 바보냥이가 뭔가 오해한 것이 분명했다.
"비켜라냥!"
그사이 테오가 동굴로 들어오는 퍼플 로커스트들을 처치하며 밖으로 나갔다.
"야! 기다려!"
세준이 서둘러 테오를 부르며 따라 나갔다.
그리고 세준이 테오를 따라 바위틈으로 나오자
"개론, 나와라냥!"
테오가 뭔가를 부르고 있었다. 테오의 부름과 동시에 목걸이의 개구리 모양의 무지개색 보석이 빛나기 시작했다.
"어?! 박 회장도 나왔냥? 같이 가자냥!"
세준을 발견한 테오가 세준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자
쿠궁.
테오의 발밑을 중심으로 땅이 검은 늪으로 변하며 뭔가가 올라왔다. 크기가 20m가 넘어가는 무지개색 줄무늬가 있는 거대한 개구리였다.
"개구리?"
"내 부하 개론이다냥!"
테오가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푸드드득.푸드드득.
그사이 주변에 있던 퍼플 로커스트들이 전부 몰려들었다.
"개론! 박 회장의 적을 없애라냥!"
낼름.
테오의 명령에 개론이 거대한 혀를 번 날름걸리자 혀가 채찍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퍼플 로커스트 1만 마리 정도를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개론의 혀에는 끈끈이라도 있는 것처럼 개론의 혀에 붙은 퍼플 로커스트는 도망치지 못했다.
꿀꺽.
개론이 1만 마리의 퍼플 로커스트를 한 번에 삼켜버렸다. 그러자 더 거대해지는 개론의 육체.
낼름.
그사이 개론이 다시 혀를 내밀어 퍼플 로커스트를 사냥했다. 개론은 퍼플 로커스트들을 먹을 때마다 더 거대해졌다.
"와. 대단하네."
세준이 30m 크기로 자란 개론을 바라보며 말했다.
"푸후훗. 어떠냥?! 이제 박 회장의 적은 내가 다 물리쳐주겠다냥!"
테오가 으스대며 말했다.
하지만
"웃음이 나오냐?"
세준의 말은 칭찬이 아니었다.
"냥?"
[파수꾼 테오의 노예 벌레사냥꾼 개론이 퍼플 로커스트 20만 마리를 한 번에 처치했습니다.]
[파수꾼 테오가 노예 벌레사냥꾼 개론이 획득한 경험치의 90%를 획득합니다.]
[파수꾼 테오가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500만을 획득했습니다.]
[레벨업 제한 상태입니다.]
[간접적인 경험치를 획득할 수 없습니다.]
세준이 메시지를 보며 말했다. 경험치가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줄줄 새고 있었다.
"내 경험치가..."
"박 회장, 얼굴 표정이 왜 썪었냥? 관리 좀 하라냥?"
세준의 마음도 모르고 테오가 세준의 얼굴을 앞발로 꾹꾹이 하고 있을 때
푸드드득.푸드드득.
멀리서 거대한 보라색 물결이 다가오고 있었다. 개론의 덩치는 멀리서도 잘 보였고 웨이포인트에 있던 퍼플 로커스트까지 전부 개론을 향해 날아들었다.
"야! 빨리 다시 돌려보내!"
"알았다냥! 개론, 돌아와라냥!"
테오의 명령에 개론이 다시 검은 늪 밑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개론이 완전히 가라앉자
"테 사장! 빨리 심어!"
"알겠다냥!"
푹.푹.
세준과 테오가 서둘러 아공간 창고에서 견고한 칼날 대파를 입구와 입구 주변에 심고 서둘러 보석개구리의 서식처인 바위틈으로 들어갔다.
세준과 테오가 동굴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푸드드득.푸드드득.
퍼플 로커스트들이 견고한 칼날 대파를 향해 몰려들었다.
그때
털썩.
대파를 먹다 쓰러저버리는 퍼플 로커스트. 중간중간 그런 비슷한 현상이 여러 곳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쓰러지는 퍼플 로커스트의 근처에는 해독의 대파가 있었다. 테오가 급한 마음에 보지도 않고 심다가 함께 심은 것들이었다.
해독의 대파가 퍼플 로커스트의 독을 해독해 버리자 오히려 퍼플 로커스트는 독에 중독된 것처럼 죽어버렸다.
93화. 멸망에 대해 듣다.
93화. 멸망에 대해 듣다.
탑 67층.
"휴우."
"살았다."
털썩.
퍼플 로커스트들이 갑자기 싸움을 멈추고 동쪽으로 날아가자 몇 시간 동안의 치열한 전투로 기진맥진한 병사들이 주저앉아 쉬기 시작했다.
그때
"말카이!"
탑 99층에서 내려온 엘카가 탑 67층에서 병사들과 함께 퍼플 로커스트와 싸운 말카이를 불렀다.
"엘카 족장, 여기 정신없죠? 무슨 일이..."
"말카이, 서둘러 나비아 늪으로 가야 한다!"
"네?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탑 67층의 상황을 설명하려던 말카이는 엘카의 말에 당황했다.
"세준 님이 나비아 늪에서 퍼플 로커스트들과 싸우고 계신다."
엘카는 세준과 서쪽 숲으로 사냥을 함께 갔던 황금박쥐에게서 세준의 상황을 들었다.
"세준 님이요?!."
아우우!
엘카가 서둘러 하울링으로 실버 울프족 늑대들을 모아 이곳의 사량관인 리자드맨 대전사 타무로를 찾아갔다.
"뭐? 나비아 늪으로 간다고?"
"네! 그곳에 가야합니다."
"흠..."
엘카의 말에 타무로가 생각에 잠겼다.
"나도 같이 가겠네. 그렇지 않아도 왜 퍼플 로커스트들이 나비아 늪으로 간 건지 궁금했거든."
타무로는 나비아 늪을 정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타무로가 지휘하는 리자드맨 병사들과 실버 울프족 늑대 120마리가 나비아 늪으로 향했다.
***
세준이 테오와 동굴로 들어온 후
[당신의 농작물이 해충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1을 획득했습니다.]
...
..
.
[당신의 견고한 칼날 대파가 독에 시들어버립니다.]
견고한 칼날 대파가 퍼플 로커스트를 처치하며 경험치를 얻었다는 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행히 대파로 죽인 경험치는 획득할 수 있었다.
철컹.
세준이 곧 몰려온 퍼플 로커스트를 대비하며 아공간 창고를 열었다. 견고한 칼날 대파가 시들어 버리면 금방 동굴 안으로 들어올 것이다.
"얘들아! 모여!"
만약을 대비해 동물들도 불렀다.
"네!"
뺙!
꾸엥!
쀼쀼!
동물들이 세준의 부름에 서둘러 달려왔다. 그리고 10분 정도가 흘렀다.
[당신의 농작물이 해충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1을 획득했습니다.]
...
..
.
계속 나타나는 경험치 획득 메시지. 아직도 버티고 있는 견고한 칼날 대파가 있는지 시간이 지나도 동굴 안으로 들어오는 퍼플 로커스트가 없었다.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10분이 더 지나자 레벨업까지 했다.
"뭔가 이상한데?"
세준은 기다려도 퍼플 로커스트가 들어오지 않자 직접 나가보기로 했다.
꾸엥!
팡팡!
연약한 아빠를 두고 볼 수 없는 꾸엥이가 두 앞발을 부딪치며 앞장섰다. 역시 효자 꾸엥이였다.
그렇게 꾸엥이를 따라 세준과 동물들이 밖으로 나오자
"어?!"
세준의 눈에 주변을 가득 메운 퍼플 로커스트들의 사체가 보였다.
그리고 시체들의 주변에 죽지 않고 살아있는 대파 몇 개. 모양이 해독의 대파와 굉장히 비슷했다.
"뭐지? 해독의 대파는 안 심었는데."
세준이 대파를 살펴보며 말했다. 세준의 해독의 대파와는 색이 달랐다. 해독의 대파가 밝은 톤의 연두색에 가깝다면 지금 세준의 앞에 있는 대파는 훨씬 어두운 톤의 진녹색이었다.
"모르겠네."
세준은 대파를 살펴봐도 답이 나오지 않자 직접 확인해 보기 위해 대파를 뽑았다.
[독충 떼를 학살한 해독의 대파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4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30을 획득했습니다.]
"독충떼를 학살한 해독의 대파?"
해독의 대파가 맞았다.
그때
[특정 조건을 가진 땅에서 농작물을 제배해 약성을 높이는 재배법을 발견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크게 상승합니다.]
"약성을 높이는 재배법? 무슨 말이지?"
세준이 서둘러 대파의 옵션을 확인했다.
[독충 떼를 학살한 해독의 대파]
독충 떼의 공격에서 독충의 독을 해독하고 오히려 독충을 학살한 해독의 대파입니다.
해독의 대파의 약성이 강화되며 등급이 한 단계 상승했습니다.
섭취 시 1시간 동안 C+급 이하의 독을 해독합니다.
비각성자가 섭취 시 24시간 동안 해독을 하는 간의 기능이 더 활발해집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90일
등급 : C
퍼플 로커스트를 학살한 해독의 대파의 약성이 좋아지며 등급이 C급으로 상승했다. 거기다 해독 능력은 C+급.
"오!"
세준이 감탄했다. 이런 식으로 농작물의 등급이 상승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너냐?'
세준이 해독의 대파가 왜 여기 심어졌는지 궁금해하며 테오를 바라봤다. 어차피 해독의 대파를 심은 범인은 자신 아니면 테오 둘 중 하나. 자신은 아니니 남은 용의자는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냥냥냥."
꾹.꾹.
주변에 아랑곳하지 않고 세준의 썩은 얼굴을 회복시키기 위해 콧노래를 부르며 열심히 꾹꾹이 하던 테오.
"나 잘하고 있냥?!"
세준과 눈이 마주치자 테오가 씨익 웃으며 물었다. 자신의 노력 덕분에 박 회장의 썩은 얼굴이 원상태로 돌아오고 있었다.
"응. 우리 테 사장, 잘하고 있지."
"푸후훗. 그럴 줄 알았다냥! 그럼 어서 츄르를 달라냥!"
"안돼."
"냥?! 왜 안 되냥?!"
세준의 거절에 충격을 받은 테오. 내가 이렇게 열심히 꾹꾹이를 해줬는데?!
"대파 심어야 해."
"알겠다냥! 그럼 착한 내가 양보하겠다냥! 대파를 심고 츄르를 달라냥!"
"그래."
세준이 테오의 말에 대답하며 뜨문뜨문 나타나는 경험치 획득 메시지를 바라봤다.
"해독의 대파는 여기 있는데 어디서 죽고 있는 거야?"
주변에 움직이는 퍼플 로커스트는 보이지 않았다.
"테오, 뭐 들리는 거 없어?"
"소리 말이냥? 저기서 보라색 벌레 소리가 들린다냥!"
테오가 앞발로 한쪽을 가리켰다.
"저쪽?"
세준이 테오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가는 내내 퍼플 로커스트의 사체가 가득했다.
"뭐지?"
아무리 봐도 자기들끼리 물어뜯은 흔적이었다. 그리고 걸을수록 훼손이 심한 사체들이 많이 나타났다.
그렇게 500m쯤 걸었을 때
[나비아 늪에서 100m 이상 벗어날 수 없습니다.]
나비아 늪에서 100m를 벗어난 지점에 도착했다.
그리고
우적.우적.
털썩.
저 멀리에서 죽은 동족의 사체를 먹으며 다가오던 퍼플 로커스트 중 몇 마리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쓰러지는 게 보였다.
[당신의 농작물이 해충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1을 획득했습니다.]
...
..
.
동시에 세준의 앞에 나타나는 메시지.
"아."
세준은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제대로 알 것 있었다.
'해독의 대파가 이놈들에게는 독처럼 작용해!'
그리고 거리가 멀어질수록 사체 훼손이 심한 건 사체에 잔재한 해독 성분이 점점 희석되고 있기 때문.
"여기다 심으면 되겠다."
푹.푹.
세준이 단검으로 땅을 파고 해독의 대파를 10m 간격으로 5000개 정도 심었다. 심다 보니 욕심이 나서 가지고 있던 해독의 대파의 대부분을 심어버렸다.
"이 정도면 되겠지?"
세준이 자신이 심은 해독의 대파 방어선을 뿌듯하게 바라봤다. 어느새 세준의 머릿속에 경험치를 쌓겠다는 생각은 저 멀리 날아갔다.
세준의 지금 관심은 농작물의 등급을 한 단계 올리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역시 괜히 직업이 농부인 게 아니었다.
잠시 후
푸드드득.푸드드득.
동료의 사체를 먹으며 다가오던 퍼플 로커스트들이 해독의 대파를 향해 다가왔다.
퍼플 로커스트들은 해독의 대파를 먹다 쓰러졌고 다른 퍼플 로커스트들은 동족의 사체를 먹다 죽었다. 그렇게 해독의 대파를 중심으로 죽음이 파도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꾸르륵.
꾸엥!
꾸엥이가 자신의 배를 만지며 세준을 불렀다. 밥 먹고 싶다요!
"알았어. 밥 먹자."
밥 먹은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았지만, 꾸엥이는 한창 클 나이. 세준이 동물들과 서둘러 동굴로 돌아갔다. 세준도 몸을 움직였더니 배가 고팠다.
동굴로 돌아가면서 퍼플 로커스트를 몇 마리 더 챙겼다. 그렇게 동굴 안으로 들어간 세준이 빠르게 요리를 했다.
"자 많이 먹어!"
꾸에엥.
꾸엥이가 자신의 앞에 놓인 푸짐한 식사에 환호하며 콧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빨리 형, 누나들이 먹기를 기다렸다.
애타게 형, 누나들이 먹기를 기다리는 꾸엥이를 위해 동물들이 서둘러 옆에 앉아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이제 츄르를 달라냥!"
다시 츄르를 요구하는 테오.
"알았어."
부욱.
세준이 테오에게 츄르를 줬다.
촵촵촵.
그렇게 테오가 열심히 츄르를 핥고 있을 때
-저...테 주인님, 저도 음식을 먹어보고 싶습니다.
개론이 테오에게 말을 걸었다.
"안 된다냥! 너는 너무 크다냥!"
-테 주인님! 저는 몸을 작게 줄일 수 있습니다!
"알겠다냥. 그럼 나와보라냥."
-네! 감사합니다.
테오의 발밑에서 테니스공만 한 검은 늪이 만들어지더니 작은 무지개색 개구리가 나왔다.
그리고
꾸벅.
-큰 주인님, 저도 음식을 먹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개론이 세준에게 고개를 숙이며 부탁했다.
"알았어."
세준이 그릇에 수프를 담아 주자
폴짝.
개론이 뜨거운 수프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큰 주인님! 진짜 맛있습니다! 으. 시원하다!
뜨거운 수프 안에서 목욕과 먹는 걸 동시에 하는 개론이었다.
그렇게 식사를 하고 있을 때
"근데 개론 너는 왜 몰래 탑에 들어온 거야?"
갑자기 궁금해진 세준이 물었다.
-그건...죽기 싫어서요.
"죽기 싫어서? 그게 무슨 말이야?"
-큰 주인님은 위대한 검은 용이니까 아시잖아요. 탑에 들어오지 못하면 최후의 날에 전부 죽는다는 걸...
"최후의 날?"
최후의 날? 탑에 들어오지 못하면 전부 죽는다고? 전부 처음 듣는 내용이었다.
-네. 탑이 나타난 세상이 멸망하는 날이요.
"탑이 나타난 세상이 멸망한다고?!"
-네? 그걸 모르세요? 아니! 도대체 어디서 교육을 받으셨기에...
종족신인 자신도 아는 걸 탑의 관리자가 모른다니? 개론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하악!하악! 개론 감히! 우리 박 회장을 무시하는 것이냥?!"
츄르를 먹고 있던 테오가 털을 세우며 분노의 하악질을 하며 개론을 윽박질렀다.
-아...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하악! 박 회장이 묻는 것에나 답하라냥!"
-넵! 탑은 멸망이 예정된 세상에 나타납니다. 정확히는 재앙의 존재들이 나타날 세계죠.
"재앙의 존재들?"
-네. 조금 전에 싸웠던 로커스트 같은 것들이요.
"로커스트가 나타난다고?"
세준이 로커스트가 지구에 나타난다는 상상을 해봤다. 몇 달 안에 로커스트들은 빠르게 진화하며 세상은 멸망할 거다.
-네. 탑은 세상이 멸망하기 전에 먼저 나타나 세상의 생존자들을 선택해서 탑에 들여보내요.
"멸망이 오기 전에 선택된 존재들만 태운다라..."
세준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 사실이 밖에 알려지면 세상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무엇보다 앞으로 황금박쥐를 이용해 추진하려던 자신의 지구 물품 보급 계획이 무너진다.
"로커스트들이 세상을 멸망시키기 전에 막는 건?"
-글쎄요. 지금까지 많은 세상이 필사적으로 막아 봤지만...모두 멸망했어요. 제 세상도요. 아! 그래도 큰 주인님의 대파라면 변수가 될 것 같아요!
개론도 퍼플 로커스트의 독을 해독시키며 죽이는 건 처음 봤다. 보통 퍼플 로커스트로 진화하면서부터가 진정한 멸망의 시작이다. 세상의 모든 땅이 독에 오염돼버리기 때문이다.
그때
"세준 님! 저희가 왔습니다!"
은빛 늑대들을 데리고 엘카가 세준의 냄새를 쫓아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94화. 권능을 얻다.
94화. 권능을 얻다.
"엘카,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세준이 엘카에게 물었다. 누구에게 말할 틈도 없이 탑 67층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황금박쥐에게 들었습니다."
"아..."
세준은 자신이 황금박쥐를 잊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황금박쥐는 감옥에 오래 갇혀 있어서인지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것을 좋아했고 세준은 가끔 황금박쥐가 있다는 것을 잊어버렸다. 존재감이 약한 황금박쥐였다.
그때
케룩.케룩.
늑대들의 뒤를 이어서 리자드맨들이 들어왔다.
"세준 님, 여기는 이곳 탑 67층을 책임지고 있는 리자드맨 대전사 타무로입니다."
엘카가 다른 리자드맨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리자드맨을 세준에게 소개했다.
"안녕하십니까. 타무로입니다!"
타무로가 세준에게 90도로 인사했다. 엘카에게 미리 위대한 검은 용을 뵈러 간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하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탑 67층 관리를 어떻게 하는 것이냥?! 너 때문에 우리 박 회장이 고생하고 있다냥!"
세준의 무릎에 올라와 기곤만장 상태가 된 테오가 타무로에게 호통을 쳤다. 당장이라도 앞발로 때릴 기세였다.
그리고
뺙?!
꾸엥?!
큰형님을 따라 타무로에게 호통을 치는 흑토끼와 꾸엥이. 타무로에게 겁을 주려고 해머와 나뭇가지를 어깨에 멨다.
'이게 뭐지?'
조금만 녀석들이 까부는 모습에 위대한 검은 용 앞이라 화도 낼 수 없고 타무로는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여기서 자신이 이길 수 있는 존재는 세준뿐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더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그때
"뀨-뀨-타무로 님, 층 관리를 어떻게 한 거죠? 분명 세준 님의 칼날 이파리 덕분에 레드 로커스트의 수가 줄어들고 있었잖아요."
마법사 협회의 협회장인 이오나가 타무로를 추궁했다.
"죄송합니다. 사실..."
분노의 뀨 2단계 상태인 이오나를 상대로 감히 거짓말을 할 수 없었던 타무로가 고개를 숙이며 차우 상단의 상단주인 타릭에게 돈을 받고 개별 활동을 허락했다고 말했다.
"타릭이 다른 유랑 상인들과 밖으로 나갈 때마다 레드 로커스트의 수가 크게 늘었다고요?"
"네. 왜 그런 미친 짓을 벌인 건지는 모르지만, 레드 로커스트에게 먹이를 준 것 같습니다."
"그 말 확실한 건가요? 타릭이 레드 로커스트에게 먹이를 줬다는 증거나 증인이 있나요?"
이오나가 자세하게 물었다. 차우 상단을 이끄는 타릭은 유랑 상인 협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이사회의 멤버 중 하나.
증거나 증인 없이 마법사 협회의 협회장인 자신이 유랑 상인 협회의 유랑 상인을 공격하면 상황이 꼬일 수 있었다.
"그게...없습니다."
증거는 만들 생각을 못 했고 돈을 혼자 독차지하기 위해서 다른 증인은 만들지 않았다.
그때
"증거나 증인은 없으면 만들면 되지. 근데 말이야..."
듣고 있던 세준이 말했다.
척.
세준이 타무로에게 손을 내밀었다.
"...?"
"그동안 타릭한테 받은 돈 내놔. 전부."
타무로가 받은 돈 때문에 자신과 동물들이 고생하고 있다. 받을 수 있는 건 다 받아낼 생각이었다.
그리고
부스럭.
세준의 옆에서 테오가 봇짐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있었다. 역시 세준의 후계자를 자처할 만했다.
***
탑 55층 대지주 그리드의 집무실.
쾅!
"왜 아직도 아무런 소식이 없는 거지?!"
그리드가 분노하며 자신이 앉은 의자의 팔걸이를 부숴버렸다. 지금쯤이면 탑 68층으로 로커스트들이 넘어갔다는 소식이 들여와야 했다.
"그...그게 분명 10만 구가 넘는 몬스터 사체를 탑 67층에 뿌렸고 퍼플 로커스트로 변한 것도 확인했습니다. 단지 탑 67층의 병력이 너무 잘 싸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분노한 그리드의 눈치를 보며 그리드의 오른팔인 슈레드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뭐?! 잘 싸워? 그게 네가 할 말이야?!"
"죄송합니다."
"무능한 놈! 지금 당장 타릭에게 탑 67층에 몬스터 사체를 더 뿌리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그리드의 명령을 전달받은 타릭이 다시 탑 67층으로 향했다.
***
꾸욱.
"자. 부하 관리 잘해."
세준이 타무로의 지장이 찍힌 계약서를 테오에게 건넸다.
"걱정 말라냥! 앞으로 두고 보겠다냥! 타 사원!"
테오가 눈을 부라리며 타무로에게 말했다.
"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타무로가 막막해진 자신의 앞날을 걱정할 때
[당신의 농작물이 해충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1을 획득했습니다.]
...
..
.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해독의 대파의 해독 성분이 퍼플 로커스트들을 죽이며 세준은 계속 레벨업을 했다.
그리고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직업 퀘스트 : 수확의 즐거움을 깨달아라.]
수확하기 스킬 10만 번 사용하기(0/10만)
보상 : 51레벨 개방, 5만 탑코인, 탑농부의 모든 직업 스킬 + Lv. 1
50레벨이 됐다.
"오!"
보상에 탑농부의 모든 직업 스킬 + Lv. 1이 세준의 눈을 확 끌었다.
세준이 현재 가진 직업 스킬은 씨뿌리기 Lv. 5, 수확하기 Lv. 4, 씨앗상점 Lv. 2, 채종하기 Lv. 3 까지 4가지.
씨뿌리기와 수확하기는 스킬 레벨이 올라도 큰 효과가 없는 구간이기에 기대가 되지 않았지만, 씨앗 상점과 채종하기는 기대가 됐다.
특히 씨앗 상점 같은 경우는 레벨이 오를 경우 씨앗 상점의 등급도 오르기에 기대가 컸다.
그러나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하아. 수확하기 10만 번이라니."
절로 한숨이 나오는 숫자. 이곳이 탑 99층이라도 20~30일은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이곳은 탑 67층. 로커스트들이 휩쓸고 지나간 곳에 수확할 농작물은 세준이 심은 해독의 대파를 빼고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때
[퍼플 로커스트가 레드 로커스트로 진화했습니다.]
[퀘스트가 갱신됩니다.]
[지금까지의 공로가 퀘스트 보상에 반영됩니다.]
[중간 관리자 퀘스트 : 탑 67층의 퍼플 로커스트를 멸종시켜라.]
레드 로커스트 0/69억 9762만 1289마리
보상 : 경험치 150만, 1만 5000 탑코인
실패 시 : 퀘스트를 완료할 때까지 원래 장소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어?!"
로커스트들의 숫자가 줄어들며 다시 레드로 변했다.
***
[탑 67층의 퍼플 로커스트의 개체수가 70억 이하로 줄어들었습니다.
[탑 67층의 퍼플 로커스트의 개체수가 퇴화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탑 67층의 퍼플 로커스트가 레드 로커스트로 퇴하합니다.]
"크히히히. 역시 세준이야!"
에일린이 수정구에 나타난 알람을 보며 웃었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에일린은 좀 전까지 세준이 가진 탑의 중간관라자 징표에 부여해 줄 수 있는 권능들을 살펴보는 중이었다. 카이저에게 관리자의 임무에 대해 배우면서 알게 된 정보였다.
...
..
.
그렇게 에일린이 세준에게 줄 권능들을 보면서 몇 시간을 고민하던 사이.
[탑 67층의 레드 로커스트의 개체수가 60억 이하로 줄어들었습니다.]
레드 로커스트의 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세준이는 약하니까. 역시 이게 좋겠지?"
에일린이 세준의 중간관리자의 징표에 부여할 권능을 골랐다.
[탑의 중간관리자의 징표에 를 부여합니다.]
자나 깨나 세준의 약한 몸을 걱정하는 에일린이었다.
***
"그럼 엘카랑 타무로는 돌아가서 로커스트의 수가 줄어들었다고 소문을 내고 혹시 타릭이 오면 현장을 잡아."
"네!"
"네!"
리자드맨들이나 늑대들의 도움이 없어도 로커스트를 처치하는 건 어렵지 않았기에 세준은 둘에게 레드 로커스트에게 먹이를 줘 일을 악화시킨 타릭을 잡게 했다
"이걸 사용하면 증거 영상을 녹화할 수 있어요."
이오나가 타무로에게 작은 목걸이를 건넸다.
그렇게 늑대들과 리자드맨들을 웨이포인트로 돌려보내고
"자자."
휴식을 취하던 세준과 동물들이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 아침 서쪽 숲의 사냥을 시작으로 너무 긴 하루였다.
다음 날 아침.
"으음..."
세준이 몸이 무거운 상태로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무겁게 만든 것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으윽."
먼저 자신을 뒤에서 앉고 있는 꾸엥이의 손부터 풀었다.
이이서 배 위에서 자고 있는 흑토끼와 쀼쀼, 무릎 위에 있는 테오와 이오나를 떼어냈다.
같이 자는 흑토끼와 쀼쀼를 보며 왠지 모를 배신감이 들었지만, 애써 무시했다.
"읏차."
세준이 떼어낸 동물들을 꾸엥이의 몸에 올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덥석.
"응?"
세준이 무릎에 뭐가 닿는 느낌에 다리를 들었다.
"냐앙."
그러자 세준의 무릎을 따라 딸려올라오는 테오. 잠결에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세준의 무릎을 꼭 잡았다.
그리고
"뀨웃."
테오처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테오의 꼬리를 꼭 잡고 있는 이오나도 함게 올라왔다.
대롱대롱.
"푸하하."
세준이 자면서도 매달려 있는 둘을 보며 폭소했다. 너무 귀여웠다.
척.
세준이 테오의 목덜미를 잡아 자신의 무릎에 잘 매달리게 했다.
그리고 해독의 대파가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려 할 때
[탑의 관리자가 탑의 중간관리자 징표에 를 부여합니다.]
"부서지지 않는 육체?"
세준이 손등에 있는 검은 용 문신을 확인했다.
[검은 탑 중간관리자 징표]
검은 탑의 중간관리자임을 증명하는 징표
검은 탑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권능 :
육체가 절대 부서지지 않습니다.
"육체가 절대 부서지지 않는다고?"
세준이 단검을 꺼냈다. 권능을 테스트해 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프면 어떡하지?"
막상 단검으로 팔에 상처를 내 테스트를 하려고 하니 두려움이 궁금증을 이겼다.
슥.
세준이 다시 단검을 넣고
"크흠.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괜히 바쁜 척 해독의 대파를 심은 곳으로 이동했다.
"와."
해독의 대파 5000개를 심은 곳에 도착하자 중간중간 등급이 오르며 이파리가 진녹색으로 변한 대파들이 많이 보였다.
"좋아."
세준이 등급이 오른 대파들을 수확하기 시작했다.
[독충 떼를 학살한 해독의 대파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9만 9999번 남았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4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30을 획득했습니다.]
그렇게 대파를 수확하고 있을 때
"냥? 박 회장, 여기가 어디냥?"
테오가 잠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조물조물.
"뭐냥?"
자신의 꼬리를 주무르며 자고 있는 이오나를 발견한 테오.
붕붕.
테오가 이오나를 떼어내기 위해 꼬리를 강하게 휘둘렀지만, 접착 마법을 사용하고 자는 이오나는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
"이익!"
그렇게 테오가 이오나를 떼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이 세준의 대파 수확이 끝났다.
"오늘 아침은 이거로 만들어 봐야지."
세준이 수확한 대파 1000개를 보며 뿌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등급이 높은 농작물이 더 맛있다'라는 공식이 있는 세준의 농작물. 이걸로 요리를 하면 더 맛있고 옵션도 좋은 요리가 탄생할 것 같았다.
세준이 요리의 맛을 상상하며 동굴로 돌아가고 있을 때
뺙!!!
꾸엥!!!
잠에서 일어난 흑토끼, 꾸엥이는 주변에 세준이 없자 애타게 세준을 부르며 헐레벌떡 밖으로 달려 나오고 있었다.
95화. 깨어나다.
95화. 깨어나다.
뺘악!!!
꿰에엥!!!
"응? 이건 애들 소린데?"
세준이 흑토끼와 꾸엥이의 애절한 울음소리를 듣고 서둘러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갔다.
"얘들아, 왜 그래?!"
울면서 열심히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흑토끼와 꾸엥이를 발견한 세준이 물었다.
뺙?
꿰엥?
세준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흑토끼와 꾸엥이.
뺙!!!
꾸엥!!!
세준을 발견한 흑토끼와 꾸엥이가 양팔을 벌리며 서둘러 세준을 향해 돌진했다.
다다다.
"어?! 얘들아?"
얼마나 반가운지 브레이크 없이 돌진하는 흑토끼와 꾸엥이. 특히 세준을 찾은 반가움에 반쯤 이성을 잃은 꾸엥이를 보며 세준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거 죽는다!
서둘러 둘의 돌진을 피하려 했지만, 세준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민첩 스탯을 가진 둘을 세준이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퍽!!!
"컥!"
세준은 둘의 바디태클에 숨이 턱 막힘과 동시에 인생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죽는 건가? 죽기 전에 에일린을 만나보고 싶었는데...'
그때
[육체가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가 발동합니다.]
[마력을 소모해 육체가 부서지지 않게 보호합니다.]
권능이 발동되며 세준의 육체가 부서지지 않게 보호했다.
'그래. 난 부서지지 않는 육체가 있으...'
기절하기 전 온몸이 부서지는 것 같은 통증과 함께 세준이 마지막으로 한 생각이었다. 권능은 육체를 부서지지 않게 해주지만, 고통까지 없애주는 건 아니었다.
슈웅.
세준이 흑토끼, 꾸엥이와 한 몸이 되어 공중을 날았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세준이 무사하다는 것을 안 테오.
"이익! 떨어져라냥!"
기절한 채로 날아가는 세준의 무릎에 매달려 테오는 이오나를 떼어내기 위해 꼬리를 열심히 흔들 뿐이었다.
***
"타릭 님, 요즘 왜 이렇게 뜸하셨습니까?!"
타무로가 다시 탑 67층에 방문한 타릭을 환대했다.
"하하하. 이렇게 반겨주시니 감사합니다. 타무로 님. 근데 요즘 퍼플 로커스트 때문에 힘드시다는 말을 들었는데..."
타릭이 한산한 방어 진지를 보며 말했다.
"아! 운이 좋았습니다. 웨이포인트가 거의 뚫리기 직전이었는데 무슨 일인지 퍼플 로커스트들이 갑자기 물러가더군요."
"아...그렇군요. 타무로 님, 이건 저의 자그마한 성의입니다. 받아주십시오."
이번에도 타릭은 차우상단이 보증하는 1만 탑코인짜리 검은 패를 내밀었다.
하지만
"켈룩. 타릭 님, 이번에는 조금 더 쓰시죠. 저도 딸린 식구가 많아서요. 이미 5번이나 받았지만, 부족하더군요."
타무로의 말에 잠깐 타릭의 얼굴이 잠깐 굳어졌다.
그리고
"...하하하. 제가 생각이 짧았군요! 그럼요. 더 드려야죠."
타릭이 품에서 검은 패 하나를 더 꺼내 타무로에게 검은 패 두 개를 건넸다.
"켈룩. 감사합니다."
타무로가 웃으며 타릭이 건네는 검은 패를 받았다. 그런 타무로의 목에는 이오나가 준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그럼 원하시는 만큼 나갔다 오시지요. 저는 바쁜 일이 있어서."
타무로가 타릭이 빨리 행동할 수 있도록 서둘러 자리를 피해줬다.
***
척.척.
"으음..."
세준이 이마에서 느껴지는 축축함에 정신을 차렸다.
꾸엥!
정신을 차린 세준을 보며 기뻐하는 꾸엥이.
하지만
꾸엥...
꾸엥이는 전처럼 세준에게 안기지는 못하고 머뭇거렸다. 자신이 안겼다가 세준이 또 정신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괜찮아. 아빠 이제 튼튼해."
세준이 꾸엥이에게 팔을 벌리며 말했다. 몸이 조금 무겁기는 했지만, 권능 덕분인지 불편하거나 아픈 곳은 없었다.
꾸엥.
세준의 말에 꾸엥이가 용기를 내 세준에게 안겼다.
그리고
축축.
세준은 자신의 이마가 왜 축축한지 알 수 있었다. 꾸엥이가 세준을 간호한다고 자기 앞발에 침을 묻혀 세준의 이마에 올려두고 있었던 것.
그때
뺙!
쀼쀼
흑토끼와 쀼쀼가 세준이 먹을 아침을 만들어 가져왔다.
"고마워."
세준이 흑토끼와 쀼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하자
꾸엥.
자신도 칭찬해달라는 듯이 꾸엥이가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래. 알았어."
그렇게 동물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을 때
"박 회장, 이제 일어났냥?"
세준의 무릎에서 자고 있던 테오가 일어났다.
"근데 이오나는 어디 갔어?"
"타릭을 처리하러 갔다냥."
"타릭이 왔어?"
"그렇다냥."
타무로에게 건넨 영상 저장 마법이 걸린 목걸이가 작동된 것을 안 이오나가 확실한 처리를 위해 직접 웨이포인트로 갔다.
***
"타릭, 멈춰라!"
타릭을 미행하며 충분한 증거 영상을 확보했다고 생각한 타무로가 앞으로 나서자
케룩.케룩.
크르릉.
미리 숨어있던 리자드맨 병사들과 실버 울프족 늑대들이 타릭과 부하들을 포위했다.
"흥! 돈만 밝히는 도마뱀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리석기까지 하구나."
타릭이 타무로를 보며 말했다. 몬스터의 사체를 버리는 현장을 걸렸지만, 타릭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모두 죽여라."
"네!"
타릭의 말에 타릭을 따라온 유랑 상인들이 자신의 봇짐에서 장비들을 꺼냈다. 그리고 타릭도 자신의 봇짐에서 거대한 핏빛 배틀엑스를 꺼냈다.
그렇게 시작된 전투. 전세는 의외로 타릭에게 유리에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유는 타릭이 꺼낸 무기 때문.
타릭이 배틀엑스를 휘두르자 배틀엑스에서 붉은 기운이 뻗어져나와 주변으로 날아갔다.
"피해라!"
리자드맨들과 은빛 늑대들은 붉은 기운을 피하기 바빴다.
"어떻게 길로틴을..."
엘카가 타릭이 휘두르는 거대한 배틀엑스를 보며 당황했다. 길로틴은 검은 탑의 최강 10대 무구 중 5번째 자리를 차지하는 유물급 무기였다. 실버 울프족의 신물이었던 물건이기에 누구보다 잘 알았다.
"엘카, 왜 그리드 님을 배신한 것이냐? 너희 선택 때문에 너희 부족은 전부 굶어 죽게 될 것이다!"
"닥쳐라! 긍지를 모르는 너와 할 얘기는 없다!"
"네 할아버지와 부모가 그렇게 죽었는데도 아직도 긍지 타령이군. 정신을 못 차렸어."
그때
"뀨-타릭, 개소리 말고 순순히 죄를 인정하세요."
하늘에서 이오나가 나타났다.
"너는 이오나?! 네가 왜 여기에? 설마 네가 꾸민 일이냐?!"
"그건 알 필요가 없죠. 제가 타릭을 맡을 테니 여러분이 나머지를 맡아요! 봉인!"
이오나가 타릭이 가진 무기에 봉인 마법을 걸며 소리쳤다.
"뭐야?! 갑자기 왜 이래?!"
타릭이 갑자기 작동하지 않는 무기에 당황했다. 타릭의 무기가 봉인되자 압도적인 전력을 가진 리자드맨과 은빛 늑대들의 공격에 전투는 순식간에 끝났다.
"꾸익! 감히 차우 상단의 상단주이자 유랑 상인 협회의 이사회 멤버인 나를 이렇게 핍박하다니! 마법사 협회와 자유 용병 협회에 정식으로 항의해 내가 너희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밧줄에 묶인 타릭이 돼지 멱따는 소리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글쎄요? 당신이 과연 이번에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까요?"
이오나가 타릭을 보며 웃었다. 타릭은 과거 몇 번이나 혐의가 있음에도 증거와 증인을 인멸하고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유유히 빠져나갔었다.
"뭐?! 하하하. 난 탑 55층의 대지주 그리드 님의 비호를 받는 멧돼지족 장로야!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날 처벌할 수는 없다고!"
"네. 근데 이걸 보고도 그런 여유가 생길까요? 타무로."
"여기 있습니다."
이오나의 말에 타무로가 목걸이를 풀어 이오나에게 건넸다.
그리고 이오나가 목걸이를 조작하자
-뭐?! 하하하. 난 탑 55층의 대지주 그리드 님의 비호를 받는 멧돼지족 장로야!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날 처벌할 수는 없다고!
방금 타릭이 말을 하는 장면이 허공에 홀로그램처럼 그대로 재생됐다.
"그...그건?!"
"뀻뀻뀻. 제가 개발한 영상 저장 마법이 걸린 목걸이에요. 네가 한 짓은 모두 저장됐죠! 거기다 대지주 그리드까지 함께 엮어주다니 고마워요."
"...!"
"정리하세요."
"네!"
"네!"
말문이 막힌 타릭을 뒤로하고 이오나가 타무로와 엘카에게 지시했다. 이제 증거도 있으니 살려둘 필요가 없었다.
"사...살려줘!"
"지옥의 불꽃."
이오나의 마법에 타릭의 전신이 죽기 전에는 꺼지지 않는 지옥불에 휩싸였다.
"꾸이익!"
타릭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죽어갔다.
리자드맨과 늑대들이 버려진 몬스터 사체와 유랑 상인들의 시체를 함께 담았다.
***
"내가 기절한 지 5일이나 지났다고?!"
아침 식사를 하던 세준이 놀랐다. 어쩐지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팠다.
"그렇다냥!"
"그럼 로커스트들은?"
"로커스트들이 대파를 먹어 치우기 시작해서 우리가 쫓아냈다냥!"
로커스트의 개체수가 줄어들자 로커스트의 몸 안을 흐르던 독이 사라지며 로커스트들은 해독의 대파를 먹어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럼 퀘스트는?"
세준이 서둘러 퀘스트를 확인했다.
[중간 관리자 퀘스트 : 탑 67층의 옐로 로커스트를 멸종시켜라.]
옐로 로커스트 8억 391만 9112/29억 3817만 12마리
보상 : 경험치 7만 5000, 7500탑코인
실패 시 : 퀘스트를 완료할 때까지 원래 장소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어?!"
로커스트의 수가 줄어들며 어느새 로커스트들이 레드에서 옐로로 두 단계나 퇴화했다. 그리고 로커스트가 퇴화하며 퀘스트 난이도와 보상도 함께 줄어버렸다.
'이러면 보상이 점점 줄어들 텐데. 무슨 방법이 없나?'
세준이 퀘스트 보상을 많이 받을 방법이 없나 고민하고 있을 때
"뀻뀻뀻. 세준 님, 깨어나셨군요!"
이오나가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응. 타릭은?"
"붙잡았어요. 여기 증거 영상이요."
이오나가 저장된 영상을 세준에게 보여줬다.
"어?! 저 몬스터 사체들은 다 어떡했어?"
세준이 영상 안 바닥에 널려있는 몬스터 사체를 보며 물었다. 몬스터 사체를 보는 순간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일단 수거만 해놨어요. 왜 그러신가요?"
"저 몬스터 사체들을 가져와 줘. 쓸 데가 있어."
"네. 금방 다녀올게요."
이오나가 다시 나갔다.
그리고
"자 다들 모여."
세준이 동물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이오나가 몬스터 사체가 든 봇짐들을 가지고 돌아오자 동굴 안은 깨끗이 비워져 있었다.
"얘들아, 여기다 전부 부어."
세준의 지시에 동물들이 이오나가 가져온 봇짐을 들고 몬스터 사체를 동굴 안에 붓기 시작했다. 동굴 안에서 로커스트의 숫자를 늘려 퀘스트 난이도를 올린 후 한 번에 잡으려는 작전이었다.
동굴의 원래 주인인 보석개구리들은 보석개구리의 신이었던 개론이 나서 명령하자 순순히 새로운 거처를 찾아 이사했다.
"이오나, 바람 마법으로 로커스트들을 유인해줘."
"네! 바람이여!"
이오나가 바람 마법을 이용해 몬스터 사체의 냄새를 흩어져 있는 로커스트 무리가 있는 곳으로 가게 만들었다.
잠시 후
푸드득.푸드득.
몬스터 사체의 냄새를 따라 몸이 노란색인 옐로 로커스트 무리들이 동굴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좋아."
세준이 숨어서 그런 로커스트를 보면서 말했다.
"휴우. 이제 밖에 있는 로커스트는 없어요."
"수고했어."
몇 시간 동안 로커스트들을 전부 유인한 세준이 말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옐로 로커스트가 블루 로커스트로 진화했습니다.]
[퀘스트가 갱신됩니다.]
...
..
.
로커스트들의 수가 늘어나며 다시 진화가 시작됐다.
그리고
[레드 로커스트가 퍼플 로커스트로 진화했습니다.]
[퀘스트가 갱신됩니다.]
...
..
.
레드 로커스트가 퍼플 로커스트로 진화하자
"지금이야!"
"네! 미니 블랙홀!"
이오나가 자신의 최강 중력 마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나비아 늪이 통째로 사라졌다.
작가의 말
로커스트의 진화 단계입니다.
그린->옐로->블루->레드->퍼플
96화. 끌리는 걸 가져오다.
96화. 끌리는 걸 가져오다.
쿵.
이오나가 마법을 사용하자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가라앉는 동굴.
잠시 후
[중간 관리자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중간 관리자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경험치 300만을 획득했습니다.]
[중간 관리자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5만 탑코인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나타남과 동시에 원래대로 돌아온 퀘스트의 보상을 획득했다. 이오나의 미니 블랙홀 마법에 로커스트들이 일시에 몰살당한 것이다.
[중간 관리자로서의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30초 후 탑 99층으로 돌아갑니다.]
임무가 끝나며 탑 99층으로 돌아간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오나, 먼저 갈게."
세준이 급하게 이오나에게 인사했다.
"네?"
미안하지만, 부하로 지정되지 않은 이오나는 함께 갈 수 없었다.
뺙!
꾸엥!
쀼쀼...
동물들이 이오나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흑토끼와 꾸엥이의 인사는 마냥 밝았고 쀼쀼는 스승님과 헤어짐을 슬퍼했다.
그리고
"푸후훗. 이오나, 잘 있으라냥. 박 회장의 무릎은 이제 내 것이다냥!"
세준의 무릎을 독차지할 수 있게 된 테오가 이오나를 약올리며 사라졌다.
"뀨-뀨-뀨-뀨-내 꿀자암!!!"
꿀잠을 못 자게 된 이오나가 분노의 뀨 4단계 상태에 돌입했다.
뀨오오오!
이오나의 분노에 따라 커지는 블랙홀. 결국 나비아 늪을 지워버리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이오나가 서둘러 움직였다.
***
탑의 관리자 구역.
[탑 67층의 옐로 로커스트의 개체수가 30억을 넘었습니다.]
[탑 67층의 옐로 로커스트의 개체수가 진화조건을 달성했습니다.]
...
..
.
[탑 67층의 블루 로커스트의 개체수가 50억을 넘었습니다.]
...
..
.
[탑 67층의 레드 로커스트가 퍼플 로커스트로 진화합니다.]
"크엉?!"
줄어들고 있던 로커스트의 개체수가 갑자기 빠르게 늘어나자 에일린이 당황했다.
"우리 세준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 아냐?!"
몸을 보호하는 강력한 권능까지 줬지만, 아직 한참 약했기에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에일린의 걱정 지수가 치솟고 있을 때
[중간 관리자 탑농부 박세준이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탑 99층으로 복귀합니다.]
"크히히히. 보상을 높여 받으려고 했구나? 역시 기특한 인간! 해낼 줄 알았어!"
에일린이 서둘러 수정구로 세준을 찾았다. 며칠 동안 못 봤더니 너무 보고 싶었다.
***
[탑 99층에 도착했습니다.]
세준이 탑 67층에서 임무를 마치고 탑 99층의 집 앞으로 돌아왔다.
꾸엥!
꾸엥이는 도착하자마자 엄마에게 달려갔고
뺙!
쀼쀼.
토끼들도 다른 토끼들을 보러 갔다.
"나도 농장 좀 살펴볼까."
"또 일이냥? 그만 쉬어라냥!"
이제 안락하게 세준의 무릎에서 쉬려고 했는데 세준이 또 일하러 나간다고 하니 테오가 짜증을 냈다.
"금방 끝나."
이제 완전히 농사꾼이 된 세준은 자신이 없던 사이 농장에 이상은 없는지 빨리 확인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때
[탑의 관리자가 너무너무 수고했다고 말합니다.]
"응. 그리고 권능 고마워. 에일린 덕분에 목숨을 구했어."
[...탑의 관리자가 그...그대가 약해서 자신을 보기 전에 걱정돼서 준 거라며 너무 고마워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합니다.]
칭찬을 받자 당황하는 에일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그런데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에일린이 너무 보고 싶었어."
정확히는 죽기 전에 꼭 한 번 봤으면 좋겠다였지만, 세준이 이상하게 말하는 바람에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
"에일린?"
세준의 말에 부끄러워진 에일린이 숨어버렸다.
그리고
-박세준이놈, 조금은 인정해주지.
분수대 위에 있던 검은 용 조각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
에일린과 대화를 끝낸 세준이 농장을 둘러봤다.
"역시 잘하고 있네."
방울토마토밭, 고구마밭, 당근밭 등 지상에 있는 밭들은 농사의 스페셜리스트인 백토끼들의 관리를 받아 잘 자라고 있었다.
수확도 제대로 됐고, 새로운 밭을 만들어 농장의 크기도 제법 커졌다.
그렇게 농장을 살펴보며 밭이 끝나는 곳에 도착하자 검은 땅이 보였다.
"여기도 거의 끝났네."
어느덧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땅을 뒤집어 놓으며 황무지의 90% 정도가 비옥한 흑토로 바뀌어 있었다. 뭘 뿌려도 잘 자랄 것 같은 땅이었다.
지상밭을 살펴본 세준이 동굴로 내려갔다.
"불꽃이, 잘 있었어?"
[네! 주인님! 너무 반가워욧!]
세준이 오자 불꽃이가 이파리를 파닥파닥 거리며 열렬히 세준을 반겼다.
"어?! 엔트들이 늘어났네?"
세준이 어느새 자신의 가슴 높이까지 자란 엔트 10마리를 보며 물었다.
[네! 엔트들이 서쪽 숲에서 계속 씨앗을 만들어 심고 있어요!]
"그래? 한번 가봐야겠네."
세준이 말하면서 불꽃이의 이파리를 쓰다듬자
[농사꾼의 손길 Lv. 2이 발동합니다.]
[손길이 닿는 동안 사과나무의 성장이 조금 빨라집니다.]
스킬이 발동하며 불꽃이의 성장을 촉진시켰다.
[헤헤헤. 주인님! 저 자라고 있어욧!]
"그래."
겉으로 봐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였지만, 괜히 말해서 불꽃이의 좋은 기분을 망칠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불꽃이이와 얘기를 나눈 세준은 집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냥냥냥."
오랜만에 세준의 무릎을 독차지한 기쁨에 신나는 콧노래를 부르는 테오. 너무 좋아서 잠이 오지 않았다.
그때
(테오 형님! 오셨습니까?)
"냐아악!"
침실 구석에 숨어있던 황금박쥐의 인사에 테오가 화들짝 놀랐다.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황금박쥐가 서둘러 사과했다.
하지만
"냥? 무슨 말이냥? 나는 놀라지 않았다냥! 황금박쥐도 잘 있었냥?"
막내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는 테오가 아무렇지 않은 척 안부를 물었다.
(네. 근데 형님 저 고민이 있습니다.)
"뭐냥? 형님이 상담해주겠다냥!"
형님 노릇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테오의 호흡이 가빠졌다.
(탑 밖에 나가서 뭘 가져와야 세준 님이 좋아하실까요?)
곧 다시 탑 밖으로 나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황금박쥐는 뭘 가져와야 세준이 좋아할지 고민이었다.
"그건 너무 쉽다냥!"
다행히 황금박주의 고민은 테오의 전문분야였다.
(쉬워요?)
"그냥 앞발이 끌리는 것을 가져오면 된다냥! 푸후훗. 나는 끌리는 걸 가져올 때마다 박세준에게 이쁨을 많이 받았다냥!"
(오! 부럽습니다. 형님! 근데 끌리는 걸 어떻게 알죠?)
"그냥 안다냥!"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조언이었다.
***
쾅!
이오나가 유랑 상인 협회 협회장실의 문을 바람 마법으로 강하게 열며 들어왔다.
"뀨-뀨-뀨-메이슨 협회장님! 차우 상단의 상단주이자 최우수 유랑 상인인 타릭의 죄를 고발할게요!"
"타릭이요?"
'또 무슨 짓을 했길래?'
분노의 뀨 3단계 상태인 이오나를 보며 메이슨은 타릭이 이번에는 제법 큰 사고를 쳤다고 생각했다.
"이오나 님, 일단 차라도 드시면서 얘기할까요?"
"아니요. 오늘은 바쁜 일이 있어서요. 증거는 여기 있어요."
빨리 탑 99층으로 이동해 꿀잠을 자야 하는 이오나. 이오나는 메이슨의 권유를 거절하며 목걸이를 메이슨에게 건넸다.
"이건?"
"영상 저장 마법이 걸린 목걸이에요."
"아. 그럼 제가 영상을 보고 타릭의 징계 수위를 정하겠습니다."
"그건 이미 제가 했어요."
"네?"
"이미 제가 타릭을 징계했다고요. 사형으로."
"네?!!!"
이오나의 대답에 메이슨이 당황했다. 타릭은 멧돼지족의 대장로인 대지주 그리드의 부하. 식량을 무기로 협박하는 그리드 때문에 메이슨도 타릭을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이오나 님! 아무리 타릭이 큰 잘못을 저질렀어도 어떻게 유랑 상인 협회를 무시하고 유랑 상인을 죽이실 수가 있습니까?!"
메이슨이 불같이 화를 냈다. 이미 뒷수습이 불가능해져 버렸다.
"타릭이 탑 67층의 레드 로커스트들의 수가 늘어나도록 먹이를 줬어요. 그건 탑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죠. 마법사 협회의 협회장인 저도 즉결 심판할 권한이 있이요. 목걸이에 전부 저장돼 있으니 확인해 보세요."
"정말입니까?"
메이슨이 서둘러 영상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영상에는 타릭이 여러 번 뇌물을 줬다는 것과 몬스터 사체를 버리는 장면이 모두 찍혀 있었다. 그리고 대지주 그리드를 언급하며 빠져나가려는 것까지.
그사이 이오나는 서둘러 탑 99층으로 올라갔다.
'이 정도면 그리드까지 엮을 수 있다.'
모든 것은 항상 명분이 중요하다. 그리고 탑을 위험에 빠트리려 한 존재를 처단한다는 명분은 너무도 훌륭했다.
'잘하면 이 영상으로 그리드까지 끝장낼 수 있어.'
그때 영상의 마지막에 이오나가 추가로 저장한 영상이 나왔다.
-메이슨 협회장님, 차우 상단의 재산을 압수해서 유랑 상인 협회, 자유 용병 협회, 마법사 협회가 사용한 비용을 변상하게 하죠. 그리고 남은 돈은 우수 유랑 상인 테오 님에게 맡겨 탑 67층의 재건을 위해 쓰도록 할게요.
"테오?"
메이슨이 부하를 불러 테오에 대한 정보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
"읏차."
세준이 잠에서 깼다.
그리고
고로롱.
뀨로롱.
"응? 이오나?"
세준은 자신의 무릎에서 들리는 이오나의 코 고는 소리에 서둘러 자신의 무릎을 봤다.
그리고
"언제 올라왔지?"
테오의 꼬리를 덮고 있는 이오나가 보였다.
세준이 없어지자마자 광속 상인 통로를 통해 빠르게 이동한 이오나. 다행히 일을 마치고 1시간 전에 도착해 세준의 무릎 위에서 테오의 꼬리를 덮고 잠깐의 꿀잠을 이룰 수 있었다.
그때
파닥.파닥.
황금박쥐가 세준의 앞에 나타났다.
(세준 님! 이거 어때요? 이게 그립감이 있어서 끌리더라고요!)
테오의 조언을 들은 황금박쥐가 자신이 들고 온 물건을 세준에게 건넸다.
"이건 무선 마이크? 설마 너 탑 밖에 나갔다 온 거야?"
(네! 이번에는 테오 형님의 말을 듣고 끌리는 걸 가져왔어요!)
황금박쥐가 잔뜩 기대하는 눈빛으로 세준을 바라봤다.
'뱃뱃. 나도 이쁨받는 건가?"
테오가 분명 끌리는 걸 가져오고 세준에게 이쁨을 받았다고 자랑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황금박쥐, 그건 테오만 되는 거야."
테오는 재능충이었다.
(네...)
세준의 말에 실망하는 황금박쥐.
"괜찮아. 그래도 무선마이크로 네가 노래방에 나타난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일단 우리 글씨부터 배워보자."
세준은 황금박쥐에게 글씨를 가르쳐 황금박쥐가 이동한 장소를 특징지을 수 있는 정보를 얻어오게 할 생각이었다.
(네! 열심히 배울게요!)
"자 이게 기역이야."
스윽.
세준이 나뭇가지를 주워 바닥에 'ㄱ'자를 쓰며 말했다.
슥.
(기역.)
황금박쥐도 나뭇가지를 쥐고 세준이 쓴 글자를 따라 쓰며 읽었다.
조난 264일 차, 세준이 황금박쥐에게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
서울의 한 코인 노래방.
"까만 리무...어?!"
노래를 열창하던 남자의 손에서 갑자기 마이크가 사라졌다.
잠시 후
"어디 훔쳐 갈 게 없어서 마이크를 훔쳐! 빨리 변상해! 아니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
"아니 진짜 안 훔쳤다니까요! CCTV 확인해요!"
코인 노래방 사장의 추궁에 남자는 억울해하며 CCTV를 보자고 했다.
그리고
"어?!"
"맞죠?! 제가 훔친 게 아니라니까요!"
CCTV 영상에는 남자의 손에서 갑자기 마이크가 사라졌다.
그리고 영상을 천천히 돌리자 황금색의 뭔가가 빠르게 이동해 남자의 손에서 마이크를 채가는 게 보였다.
"우리 이거 '세상에 그런 일이'에 보내봐요."
"그럴까?"
우연히도 둘 다 '세상에 그런 일이'의 애청자였다.
97화. 풍요의 수확제를 열어라.(1)
97화. 풍요의 수확제를 열어라.(1)
"자. 이제 가서 복습해."
(네!)
황금박쥐에게 자음과 모음을 전부 가르친 세준이 아침을 준비했다.
"오늘은 새로운 대파로 요리해 봐야지."
세준이 아공간 창고에서 탑 67층에서 수확한 독충 떼를 학살한 해독의 대파와 냉동 보관된 퍼플 로커스트 그리고 당근을 꺼냈다.
오늘은 직업 퀘스트 완료를 위해 열심히 수확만 할 생각이기에 주재료로 민첩을 올려주는 당근을 선택했다.
그렇게 요리가 완성됐다.
[강화된 보랏빛 세프의 당근수프가 완성됐습니다.]
[요리 Lv. 4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등급이 높은 대파를 써서인지 요리 앞에 '강화된'이라는 이름이 추가됐다.
"오! 유지 시간이 1시간으로 늘어났네!"
섭취 시 민첩이 10.5 상승하는 효과가 30분에서 1시간으로 유지 시간이 2배로 늘어났다. 물론 맛은 말할 것도 없이 좋았다.
"얘들아 밥 먹자."
간을 본 세준이 동물들을 불렀다.
"이걸 어떻게 먹이지?"
이제 토끼들에게 이 보라색 수프가 맛있다는 걸 납득시켜야 했다.
우다다다.
세준의 밥 먹으라는 소리에 달려온 토끼들.
삐익...
뺘아...
빠압...
세준의 예상대로 보라색 수프를 본 토끼들의 표정이 안 좋았다. 몇몇 토끼는 음식에 장난친 거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까지 했다.
뺙!
쀼쀼!
다행히 먼저 먹어봤던 흑토끼와 쀼쀼가 토끼들에게 맛있다고 권하며 수프를 먹자 다른 토끼들도 거부감을 이겨내고 하나둘 수프를 맛보기 시작했다.
꾸엥!
특히 꾸엥이의 공로가 컸다.
꿀꺽!
꾸엥!
꾸엥이가 수프를 원샷하며 빠르게 먹어 치우자 음식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토끼들이 수프를 먹었다.
그렇게 전투적인 아침 식사가 끝나고
"좋아. 방울토마토를 수확해볼까."
세준이 방울토마토밭으로 이동하려 할 때
삐익!
아빠 토끼가 세준의 앞을 막으며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뺘아!
뺘압!
뺘얏!
그곳에는 아침을 먹은 백토끼들이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고구마 6500개가 심어진 고구마밭을 노려보고 있었다. 원래는 1만 개를 심었지만, 그중 65% 정도만 제대로 성장했다.
"저기? 고구마밭은 아직 수확까지 시간이 열흘 정도 남았잖아."
세준이 알기로는 수확까지 시간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삐익!
세준의 말에 고개를 흔드는 아빠 토끼.
그리고
척.
삐익.삐익.
[세준 님이 저 돌을 가져온 이후로 농장의 모든 농작물의 수확 시간이 빨라졌어요. 고구마밭 수확이 끝나면 다른 농작물들도 수확해야 해요.]
세준의 다리에 손을 댄 아빠 토끼가 세준의 집 앞에 놓인 신령스러운 비석의 파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신령스러운 비석의 파편에서 흘러나오는 주변을 이롭게 하는 신성력 덕분에 농작물의 성장 기간이 단축되고 있었다.
"그래? 그럼 고구마부터 수확해야겠네."
세준이 고구마밭으로 이동했다. 직업 퀘스트로 수확하기 스킬을 10만 번 사용해야 하는 세준에게 수확할 게 많은 건 환영할 일이었다.
"수확은 내가 테오, 흑토끼, 꾸엥이랑 맡을 테니까 너희들은 다른 농사일을 맡아줘."
삐익?!
뺘아?!
뺘압?!
세준의 말에 백토끼들이 크게 당황했다. 고구마밭에서 오늘 수확할 고구마가 대략 25만 개. 무게로는 100톤이 넘는다. 그들이 괜히 비장한 표정을 한 게 아니었다
그런데 그걸 넷이 하겠다니? 백토끼들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세준, 테오, 꾸엥이, 흑토끼가 고구마 수확하는 걸 보고 나자
삐익.
뺘아.
뺘압.
백토끼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세준의 말을 납득하고 자신들의 일을 하러 이동했다.
세준이 오른손으로 고구마 줄기를 잡고 당기자
우드드득.
고구마 줄기를 따라 고구마들이 딸려 올라왔다. 아쉽게도 고구마를 한 번에 삼사십 개씩 수확해도 수확하기 스킬의 사용 횟수는 1번만 카운팅됐다.
"자. 여기."
세준이 수확한 고구마를 자신을 따라다니는 아공간 창고에 넣었다. 이것 또한 이오나가 추가해준 기능이었다.
"내 차례인거냥?"
파바박.
세준이 고구마를 아공간 창고에 넣으면 창고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테오가 발톱으로 줄기에서 자른 고구마를 나무 상자에 담았고
뺙!
흑토끼가 고구마로 가득 찬 나무 상자를 빈 상자로 교체하며 채워진 상자는 창고에 쌓았다.
설명은 길지만 30초에 고구마 한 상자가 채워질 정도로 작업 속도가 빨랐다. 아침에 먹은 당근수프 덕분이었다.
그리고 꾸엥이는...
"흐읍! 꾸엥아!"
가끔씩 나타나는 거대 고구마의 수확을 도왔다.
꾸엥!
세준의 부름에 근처에서 꿀을 먹고 있던 꾸엥이가 달려와 세준이 잡고 있는 고구마 줄기를 함께 당겨줬다.
"당겨!"
꾸에엥!
세준의 신호와 함께 같이 고구마 줄기를 당기자
우지끈.
땅이 갈라지며 크기 3m의 거대한 고구마가 땅에서 뽑혀 나왔다.
[거대 호박고구마를 수확하셨습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9만 2967번 남았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4의 숙련도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경험치 30을 획득했습니다.]
"이건 우마왕 줘야지."
벌썩 3번째 거대 호박고구마였다. 첫 번째는 에일린, 두 번째는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에게 줬다.
그렇게 세준은 점심을 먹기 전에 고구마를 전부 수확할 수 있었다.
점심은 오랜만에 군고구마를 먹기로 했다.
타닥.타닥.
와르르르.
세준이 고구마밭에 피운 거대한 장작불에 파 이파리로 싼 고구마 2000개를 쏟아 부었다. 모두에게 제대로 된 군고구마 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양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군고구마 2000개가 완성되자
[탑의 관리자가 군고구마! 군고구마!를 외칩니다.]
군고구마가 완성되기만 기다리고 있던 에일린이 말을 걸어왔다.
"자. 여기."
세준이 에일린의 수프 그릇인 대형 냄비에 군고구마 500개를 담아 건넸다.
[······]
그리고 말이 없는 에일린. 분명 얼굴에 검댕을 묻히며 군고구마 껍질을 열심히 까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근데 검은 용이면 검댕이 묻어도 티가 안 나나?'
세준이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
와르르르.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자신의 군고구마가 든 대형 냄비를 입에 털어 넣었다.
우적.
꿀꺽.
너무 부드러워서 그냥 삼켜버린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
쿠엉!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겠다는 듯이 두 번째 대형 냄비를 들었다.
삐익!
뺘아!
뺙!
쀼쀼!
토끼들도 얼굴에 검댕이를 묻히며 열심히 군고구마를 먹기 시작했다.
꾸엥!
꾸엥이는 군고구마 껍질을 대충 까고 한 번에 10개씩 집어먹었다. 덕분에 빠르게 사라지는 군고구마.
"앗!"
사라지는 군고구마를 보며 뒤늦게 정신을 차린 세준이 열심히 군고구마에 바람을 불며 식히고 있을 때
"응?"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졌다.
"황금박쥐는 아닌데."
또 어디 숨어서 지켜보나 했지만
뺙!
(오! 그렇군요! 형님!)
황금박쥐는 흑토끼에게 군고구마 먹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그럼 누구지?"
세준이 주변을 둘러보다 정면을 보고 물을 뿜고 있는 검은 용 조각상을 바라봤다.
'아닌가?'
세준이 다시 군고구마를 보다가
휙.
빠르게 검은 용 조각상을 바라봤다. 그리고 딱 마주친 시선.
-뭐...뭐냐?! 뭘봐!!!
뭐가 찔리는지 카이저가 괜히 화를 냈다.
'솔직하지 못하긴.'
세준이 바구니에 군고구마를 담아 분수대로 올라갔다.
"카이저 님, 이것 좀 드세요."
-크흠. 내 특별히 너가 이곳까지 가져온 성의를 생각해서 먹어보도록 하지!
먹기 싫지만 네 성의를 생각해서 먹겠다는 말과는 다르게 검은 용 조각상이 바구니 안의 군고구마를 통째로 입으로 부어버렸다.
그렇게 카이저까지 챙기고 자리로 돌아오자
"어?!"
군고구마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 이것들이 치사하게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먹어!
세준이 동물들을 집합시키려 할 때
"박 회장! 내가 박 회장의 군고구마를 따뜻하게 보관하고 있었다냥!"
테오가 자신이 품에 품고 있던 노란 군고구마를 보이며 '나 잘했지?'라는 뿌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친절하게 군고구마 껍질까지 까는 바람에 군고구마에는 테오의 털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었다.
세준이 저걸 먹어 말어 고민하고 있을 때
"박 회장, 얼굴이 또 썪었다냥! 이거 먹고 있어보라냥. 내가 얼굴을 좀 만져주겠다냥!"
털이 덕지덕지 붙은 군고구마를 건네며 꾹꾹이를 시작하는 테오.
꾸욱.꾸욱.
세준은 결국 테오의 꾹꾹이를 받으며 군고구마에 묻은 털을 떼어내고 먹어야 했다.
하지만
"퉵!퉵!"
떼어내고 떼어내도 옆에서 털을 풀풀 날리는 원흉이 옆에 있으니 군고구마와 털을 함께 씹는 걸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힘겨운 점심 식사를 끝내고 세준은 낮잠 타임도 없이 아공간 창고에 있던 고구마를 집 옆에 만들어둔 저장고에 옮겨놨다. 다른 농작물을 담기 위해서였다.
저장고는 크게 만들었기에 고구마를 여러 번 실어 날랐지만, 아직 10분의 1도 차지 않았다.
"자. 이번에는 감자밭이다!"
세준이 서둘러 3000개 정도의 감자가 심어진 감자밭으로 이동했다. 오늘은 스케쥴이 엄청나게 빡빡했다. 알고 보니 감자 다음에는 당근 1만 5000개도 수확해야 했다.
그래도 오늘 수확만 끝내면 직업 퀘스트의 30%는 완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빠르게 감자 수확을 끝낸 세준과 동물들이 당근밭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쑥.쑥.
열심히 당근을 수확하고 있을 때
"윽! 꾸엥아!"
세준의 힘으로 뽑히지 않는 당근이 나타났다. 거대 당근이었다.
꾸엥!
세준의 부름에 꾸엥이가 달려왔다.
그리고 꾸엥이와 힘을 합쳐 당근의 줄기를 당기자
우지끈.
땅이 갈라지며 3m 크기의 거대 당근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거대 농작물이었다.
거대 당근이 공중에 둥둥 떠 있었다. 그리고 거대 당근의 중앙에 있는 붉은 리본 문양.
[레드리본의 거대 당근 제단을 수확했습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8만 7818번 남았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크게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4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4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
[경험치 1만을 획득했습니다.]
"레드리본의 거대 당근 제단?"
이상한 이름의 농작물.
뺙?!
거대 황금당근을 본 흑토끼가 놀랐다. 저건?!
아빠에게 말로만 들었던 바로 그 전설의 당근이었다.
그때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24시간 안에 10가지 이상의 농작물을 100개씩 레드리본의 거대 당근 제단에 바치고 풍요의 수확제를 열어라!]
보상 : 풍요의 수확제 개최, 직업 스킬 - 농작물 거대화 Lv. 1
세준의 앞에 퀘스트가 나타났다.
"풍요의 수확제? 농작물 거대화?"
세준이 퀘스트를 읽고 있을 때
뺙!뺙!
흑토끼가 흥분하며 아빠 토끼를 불러왔다.
그리고
삐익!!!
흑토끼와 함께 달려온 아빠 토끼가 황금당근을 보며 크게 감격했다. 레드리본 왕국이 망한 이후로 자신이 황금당근을 다시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 다시 레드리본 왕국을 부흥시킬 수 있을지도 몰랐다.
아빠 토끼가 황금당근을 보며 감동하는 사이
"농작물 10가지 이상?"
세준은 자신이 가진 농작물 수를 세어 봤다.
"호박고구마, 태양의 호박고구마, 감자, 당근, 방울토마토, 해독의 대파, 견고한 칼날 대파, 땅콩. 어?! 8개네?"
퀘스트를 완료하기에는 농작물이 두 개나 부족했다.
98화. 풍요의 수확제를 열어라.(2)
98화. 풍요의 수확제를 열어라.(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