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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 - 16

122화. 이거 쓰라고 만든 거야?

122화. 이거 쓰라고 만든 거야?

가겔의 회의실.

"아프리카에 출몰하는 메뚜기 떼는 어떻게 됐지? 이제 수를 좀 줄여야 할 것 같은데?"

가겔이 식량 수급을 어느 정도는 일부러 줄이고 있다는 걸 알기에 식량 가격이 계속 올라가자 미국과 유럽의 정치계로부터 압박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일부터 새로 개발한 인체에 무해한 살충제를 드론을 이용해 아프리카 대륙에 대량으로 살포할 예정입니다."

윌리엄 회장의 물음에 아프리카의 식량을 책임지는 이사가 대답했다.

"좋아. 대가는?"

압박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어떻게든 실리를 얻어내는 게 가겔의 사업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가겔은 아프리카의 정부들과 비밀리에 협상을 통해 대가를 받아냈다.

"각 정부로부터 농지와 광산을 받기로 했습니다."

아프리카 정부들은 식량 문제로 당장 폭동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였기에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가겔의 요구 조건을 전부 들어줬다.

'뭐...나쁘지는 않군. 살충제는 확실히 안전하겠지?"

"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인간은 아무리 먹어도 지장이 없지만, 메뚜기는 조금만 섭취해도 몸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살충제입니다."

"알았어. 다음 부회장 보고해."

"네!"

윌리엄의 부름에 마이클이 보고를 시작했다.

"현재 탑 2층의 스켈레톤 무덤을 전부 제거해 전부 경험치 농장으로 만들었고 탑 3층으로 경험치 농장을 확대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매출은?"

"현재 매출은 하루에 1만 탑코인. 대략 1000만 달러로..."

마이클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고 자신 있는 목소리로 보고를 이어갔다.

***

검은 탑의 관리자 구역.

오물오물.

에일린이 세준이 준 송편을 볼이 빵빵해질 정도로 가득 넣고 씹고 있었다.

세준이 엄청 큰 크기의 송편을 만들어 에일린에게 준 건 아니고 에일린이 폴리모프 마법을 사용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제 마력 농도가 높은 관리자 구역에서는 부담 없이 폴리모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에일린이었다.

꿀꺽.

"크히히히. 맛있다! 냠.냠."

에일린이 연속으로 송편 2개를 넣었다. 처음에는 인간 따위의 모습으로 변하는 건 수치라고 생각했지만, 세준을 만나기 위해 인간으로 변해보니 인간의 모습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좋았다.

원래 용의 모습이었다면 송편을 2000개 정도는 씹어야 입 안이 차는 느낌이 들었을 텐데 인간의 모습일 때는 송편 2개로도 입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크히히히. 나도 보답을 해야지."

요리로 보답하고 싶었지만, 세준은 항상 요리는 자신이 해주겠다고 했다.

'크히히히. 세준이는 날 너무 생각해 준다니까. 요리는 아껴둬야지.'

에일린은 나중에 세준에게 큰 감동을 주기 위해 요리는 아껴두기로 했다. 절대 요리에 자신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리고

"나도 내 비늘에 마법을 걸어서 선물로 줘야지."

세준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아이템을 선물하기로 했다. 카이저가 비늘에 마법을 걸어 세준에게 준 것이 너무 부러웠던 에일린. 이제 마력에 여유가 있으니 자신도 만들 수 있었다.

"폴리모프 해제."

쿵.

다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에일린.

"어디 있지?"

에일린이 자신의 짐이 있는 곳을 뒤적거리며 유아기 때 빠진 비늘들을 모아둔 상자를 찾았다. 용들도 자신들의 비늘과 이빨이 훌륭한 재료라는 걸 알기에 평소에 모아두는 편이었다.

"아! 여깄다."

에일린이 비늘들 중 하나를 집었다.

그리고

"아얏!"

손가락을 물어 작은 상처를 냈다. 에일린에게는 아직 카이저처럼 마력만 사용해 마법을 각인할 실력은 없었다.

똑.똑.

에일린이 떨어지는 붉은색 핏방울을 발톱에 묻히고

"피가 굳기 전에 끝내야 해!"

사각.사각.

빠르게 자신의 발톱으로 마법진을 각인하기 시작했다.

***

"이건 다시 심어야지."

세준이 황금박쥐가 과즙을 빨아 먹고 남긴 비명을 지르는 파인애플에서 씨앗을 채종해 밭에 심었다.

[비명을 지르는 파이애플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씨뿌리기 Lv. 6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숙련도 상승 Lv. 1의 효과로 씨뿌리기 Lv. 6의 숙련도가 5% 추가 상승합니다.]

신품종인 만큼 일단 길러 볼 생각이었다. 수확만 자신이 안 하면 큰 문제는 없다.

그렇게 씨앗을 심고

"이제 설거지하자."

세준이 동물들과 먹은 그릇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때

[탑의 관리자가 그대가 준 송편은 잘 먹었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자신도 그대를 위해 준비한 게 있다고 말합니다.]

"응?! 준비한 거? 설마...음식은 아니지?"

제발 음식이 아니길 빌었다. 예전에 에일린이 준 건강 수프 때문에 일어났던 연못 독살 사건을 세준은 잊지 않았다. 아니 잊을 수 없었다. 그때의 일은 세준에게 큰 충격이었으니까.

[탑의 관리자가 음식이 아니고 아이템이라고 말합니다.]

"아이템? 휴우."

세준은 음식이 아닌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탑의 관리가자 실망시켜서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다음에는 음식을 준비하겠다고 말합니다.]

에일린은 세준이 실망했다고 생각했다.

"아냐! 아냐! 나 절대 실망 안 했어! 앞으로도 에일린은 요리하지 마! 요리는 평생 내가 할게!"

세준이 극구 부인하며 앞으로 에일린이 요리에 '요'자도 못 꺼내게 강하게 쐐기를 박았다.

그러자

[...]

"에일린?"

무슨 이유에서인지 에일린은 또 대답이 없었다.

대신

"응?"

세준의 손에 알 수 없는 문자가 잔뜩 적힌 검은 하트 모양의 목걸이가 놓여 있었다.

"이건?!"

단단한 재질의 검은 하트는 엄지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크기로 작고 꽤 귀여웠다.

하지만

'이상한 건 아니겠지?'

검은 하트에 적힌 알 수 없는 붉은색 문자 때문에 불길한 느낌이 났다.

그래도 믿을만한 존재가 줬기에 세준이 목걸이를 자세히 살펴봤다.

[어린 용의 비늘 목걸이]

위대한 검은 용 에일린 프리타니가 자신의 어릴 적 빠진 용의 비늘에 용혈을 이용해 마법진을 각인했습니다.

처음 만들어 많이 어설픕니다.

비늘을 파괴하면 최상급 힐링 마법이 발동합니다.

사용 제한 : 에일린 프리타니의 인정을 받은 박세준, 힘 100 이상

제작자 : 에일린 프리타니

등급 : B+

카이저가 준 비늘과 다르게 착용해야 하고, 자동 발동도 되지 않고, 마법 등급도 낮았지만, 다 괜찮았다.

에일린이 처음 만든 물건. 거기다 피까지 사용했다고 하니 받은 것만으로 고맙고 기뻤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이거 쓰라고 만든 거야?"

세준의 현재 힘 스탯은 17.8, 에일린의 비늘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힘이 100 이상 필요했다. 에일린은 목숨이 위험할 때 쓰라고 준 것 같지만, 세준에게는 소장용 액세서리일 뿐이었다.

"마음만 받을게."

세준이 에일린이 준 목걸이를 목에 걸었을 때

"박 회장, 이제 자러 가자냥!"

테오가 이오나와 취사장에서 나오며 말했다.

"설거지는?"

"뀻뀻뀻. 저희가 다 끝냈어요!"

이오나의 주도하에 동물들이 설거지를 끝냈다.

"그래? 수고했어. 이제 자자."

"좋다냥!"

"뀻뀻뀻. 네!"

세준이 테오와 이오나를 데리고 자러 갔다.

***

"읏차."

세준이 일어나

"냥..."

테오를 자신의 무릎에 착용하고

슥.

벽에 획 하나를 긋고 조난 279일 차 아침을 시작했다.

께엑!

께엑!

새벽에 일어나 벌써 등의 버섯을 수확하고 밭으로 가던 부지런한 버섯 개미들이 세준에게 인사했다. 이제 수확하기 숫자에 목을 맬 이유가 없었기에 세준은 버섯 개미들이 자유롭게 수확하게 했다.

"그래. 안녕. 아침 먹으러 가?"

깨엑!

세준의 물음에 버섯 개미들이 다듬이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대답했다

버섯 개미들은 어제 점심부터 방울토마토 밭에서 가지치기를 하며 식사를 동시에 해결하고 있었다.

세준으로서는 가지치기도 하면서 버섯 개미의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으니 1석2조였다.

그리고 버섯 개미들은 가지치기 이외에도 다른 농사일도 도왔다. 원래 하는 일이 농사와 비슷했기에 토끼들이 몇 가지만 더 가르치자 버섯 개미들은 금세 유능한 농사꾼이 됐다.

세준이 버섯 개미들과 인사를 하는 동안

고로롱.

뀨로롱.

여전히 테오와 이오나의 코를 골며 잘 잤다.

"일단 아침을 먹고 오늘은 가래떡 만들어 봐야지. 쌀반죽이 어디 있지?"

세준이 켈리온에게 받은 재화를 삼키는 쌀반죽을 찾았다. 쌀반죽은 토끼들이 챙겨 취사장 한쪽에 고이 모셔둔 상태였다.

세준이 쌀반죽 앞에 갔다.

"응?!"

쌀반죽의 모양이 조금 달라져 있었다. 조금 커진 느낌이랄까?

"뭐지?"

세준이 쌀반죽의 상태를 살폈다.

"어?!"

추가된 내용이 있었다.

[유물 : 재화를 삼키는 쌀반죽]

...

..

.

거대한 재화를 삼키며 능력이 상승했습니다.

재화를 삼키는 쌀반죽이 재화를 삼켰을 때 쌀반죽과 쌀가루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1탑코인에 쌀반죽 1kg, 쌀가루 0.5kg)

사용 제한 : Lv. 50 이상, 마력 50 이상

제작자 : 뿍뿍

등급 : AA+

"거대한 재화?"

10탑코인밖에 안 썼는데? 세준은 카이저가 1000만 탑코인을 소모했었다는 걸 꿈에도 몰랐다.

그렇지 않아도 떡과 막걸리의 반죽이 달라 쌀반죽을 말려서 다시 가루로 만들어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써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됐다.

카이저로서는 1000만 탑코인을 날렸지만, 덕분에 더 맛있는 막걸리를 만들 수 있게 됐으니 세준과 카이저 둘 모두에게 윈-윈이었다.

"자 아침 먹자."

어제 만들어둔 음식을 다 먹은 관계로 오늘 아침은 오랜만에 군고구마 말랭이와 방울토마토 주스로 해결했다.

그리고 쌀가루에 약간의 물과 섞어 살짝 뭉칠 정도의 상태로 만들고 찌자 가래떡을 만들기 위한 반죽이 완성됐다. 하지만 아직은 찰기가 부족했다.

당연했다. 찰기를 더해줄 마지막 과정이 남아 있었다.

"꾸엥아 매우 쳐라!"

꾸에엥!

세준의 말에 꾸엥이가 자신의 나뭇가지를 머리 위로 들어 쌀반죽을 전력으로 치려고 했다.

'아차!'

세준은 자신이 흥분한 나머지 너무 강한 단어를 사용했다는 걸 깨달았다.

"멈..."

그래서 세준이 서둘러 꾸엥이를 말리려 할 때

뺙!

멀리서 흑토끼의 외침이 들려왔다.

꾸엥?!

흑토끼의 외침에 꾸엥이가 서둘러 소리가 난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흑토끼 형아?!

뺙!

빠르게 이동한 흑토끼가 어느새 꾸엥이의 옆에 나타났다. 화려한 금색 옷을 입고. 형아 왔다!

꾸엥!

꾸엥이가 흑토끼를 격하게 반겼다. 형아!

"흑토끼, 왔냥?"

"뀻. 오랜만이네요."

(흑토끼 형님! 안녕하세요!)

거의 10일만의 상봉. 동물들이 오랜만에 만난 흑토끼와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흑토끼, 반갑기는 한데...탑 55층은 어떻게 하고?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세준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뺙!

[당근 씨앗을 얻으러 왔어요.]

세준의 물음에 흑토끼가 세준의 어깨에 올라와 대답했다. 흑토끼는 탑 55층에 당근을 심으러 씨앗 심부름을 온 것이었다.

"알았어. 대신 온 김에 이것 좀 쳐줘."

세준이 쌀반죽을 가리키며 말했다. 항상 흑토끼의 해머로 떡메질을 한 떡은 얼마나 쫄깃할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던 세준이었다.

뺙!

뾱!뾱!뾱!

세준의 말에 흑토끼가 쌀반죽을 때리기 시작했다. 스트레스를 풀듯이 감정을 담아서.

'흑토끼, 너...힘들었구나?'

하긴 왕국 재건이 쉬울 리 없었다. 세준이 흑토끼가 탑 55층으로 돌아가기 전에 꼭 몸보신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123화.

123화.

뺙!

뾱!뾱!뾱!

흑토끼가 반죽에 떡메질을 할 때마다 찰기가 강해지고 반죽에서는 윤기가 났다.

"잘하네."

세준은 흑토끼가 반죽을 만드는 동안 가래떡을 뽑을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꾸엥아 이것 좀 잘라줘."

꾸엥!

부욱.

꾸엥이가 독꿀벌의 독침도 잘 박히지 않는 불개미 일꾼의 외피를 종이 찢듯이 가볍게 찢었다.

그리고

"이오나, 이거 붙여줘."

"네!"

이오나를 시켜 꾸엥이가 찢은 외피를 부착 마법으로 연결해 끝에 작은 구멍이 있는 원뿔형의 깔때기 모양을 만들었다. 이제 깔때기 안에 반죽을 넣고 힘을 줘 누르기만 하면 맛있는 가래떡이 만들어진다.

그때

뺙!

흑토끼가 반죽이 다 된 것 같다며 세준을 불렀다.

"그래? 그럼 일단 한 줄만 만들어 볼까?"

세준이 아직 뜨거운 쌀반죽의 일부를 뜯어 수동 가래떡 기계에 넣었다.

"꾸엥아 천천히 살살 눌러."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고 꾸엥이 압축기의 수준에 맞춰 명령어를 입력했다.

꾸엥!

꾸욱.

세준의 말에 꾸엥이가 반죽을 약한 힘으로 지그시 누르자

줄줄줄.

반죽이 눌리며 원뿔형 깔때기의 끝으로 천천히 뽑혀 나오기 시작하는 우윳빛 가래떡.

"어떤지 볼까?"

세준이 이제 막 뽑은 가래떡의 끝을 뚝 자르자

[조금 쫄깃한 가래떡을 완성했습니다.]

[요리 Lv. 4의 숙련도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요리 Lv. 4의 효과로 조금 쫄깃한 가래떡의 맛과 효과가 미세하게 올라갑니다.]

가래떡이 완성됐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조금 쫄깃한 가래떡?"

조금 쫄깃하다고? 이상한 이름에 세준이 먹기 전 먼저 요리의 옵션을 확인했다.

[조금 쫄깃한 가래떡]

솜씨가 좋은 요리사의 진두지휘 아래 최상의 쌀가루를 이용해 만든 반죽을 강한 압력으로 눌러 길게 뽑았습니다.

어설픈 떡장인의 떡메질이 가래떡의 쫄깃함을 아주 조금 강화했다.

요리사 : 탑농부 박세준, 레드리본 왕국의 왕 흑토끼(어설픈 떡장인)

유통 기한 : 10일

등급 : C+

흑토끼가 레드리본의 왕이 된 거야 쀼쀼가 레드리본 왕국의 여왕이 됐으니 별로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설픈 떡장인?"

뺙···

세준의 말에 곤란한 표정을 짓는 흑토끼. 사실 흑토끼는 각성할 때 2개의 직업을 동시에 각성했다.

하나는 전사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떡장인.

흑토끼는 전사가 되고 싶었고 당시 환경이 떡을 만들 상황이 아니었기에 자연스럽게 떡장인 쪽 직업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뭐야? 이런 좋은 떡메로 지금까지 몬스터를 잡은 거야?"

'어쩐지 몬스터를 때릴 때 찰진 느낌이 나더라···'

역시 자신의 느낌이 맞았다. 흑토끼의 해머는 떡메였던 거다. 저런 재능을 썩히고 있었다니?!

세준은 몰랐지만, 흑토끼의 모계 쪽 조상 중에 유물 : 재화를 삼키는 떡반죽을 만든 뿍뿍이가 있었다. 즉, 흑토끼는 뿍뿍이의 후손. 나름 떡수저였다.

"꾸엥이 따라와!'

세준이 꾸엥이를 부르며 서둘러 취사장으로 달려갔다. 흑토끼 너의 재능 내가 키워주마!

"꾸엥이. 냄비 준비!"

꾸엥!

꾸엥이가 세준의 앞으로 대형 냄비를 가져왔다.

그리고

[유물 : 재화를 삼키는 쌀반죽이 100탑코인을 삼키고 50kg의 최상급 쌀가루를 생산합니다.]

세준이 쌀가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쏴아아.

대형 냄비 안으로 쏟아지는 고운 쌀가루. 그렇게 100탑코인씩 10번 쌀가루를 붓자 대형 냄비가 거의 다 찼다.

"여기다 올려줘."

꾸엥!

꾸엥이가 대형 냄비를 번쩍 들어 세준의 아공간 창고에 넣었다.

그리고 다시 밖으로 나오자

"안녕하세요! 저희 돌아왔습니다."

"테 사장님, 저희 왔습니다."

방금 도착한 인턴 고양이 2마리가 세준과 테오에게 인사했다.

"어?! 흑토끼, 못봤어?"

"아! 흑토끼 님은 방금 오다가 마주쳤는데요. 급하게 내려가던데요?"

"벌써 튀었어?!"

세준의 반응을 예상한 흑토끼가 서둘러 당근 씨앗을 챙겨 도망친 것 같았다.

(세준 님, 흑토끼 형님을 쫓을까요?)

세준을 위해서라면 형님도 거리낌 없이 배신하는 황금박쥐가 물었다. 흑토끼를 따라잡으려면 황금박쥐 정도의 스피드는 있어야 했다.

"괜찮아. 뛰어봤자. 탑 55층이지."

'흑토끼야 어차피 뛰어봐야 삼촌의 손바닥 위란다. 흐흐흐.'

세준이 악당처럼 웃었다. 흑토끼는 몰랐다. 세준에게는 탑 55층의 보물창고에 물건을 넣다 뺐다 할 수 있다는 것을.

"이걸 보물창고에 넣을게."

[레드리본 왕국 보물창고에서 최상급 쌀가루 500kg를 담은 대형 냄비 1개를 출고합니다.]

흑토끼보다 일감이 먼저 도착해 주인을 기다렸다.

"일단 가래떡 맛부터 보자."

세준이 아까 잘라둔 가래떡을 집어서 입에 넣었다.

"오!"

미쳤다! 반죽이 얼마나 쫀득한지 씹어도 씹어도 탄력이 죽지 않았다. 역시 맛있는 떡을 위해서는 흑토끼의 떡메질이 필요하다.

꾸엥?

꾸엥이가 간절한 눈빛으로 세준을 바라봤다. 아빠 다 됐어?

끄덕.

세준은 아직 가래떡을 씹고 있었기에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에는 가래떡을 한 뼘 길이로 잘라 꾸엥이의 입에 넣어줬다.

하지만

꾸엥!

씹기도 전에 고개를 흔드는 꾸엥이.

"왜? 뭐 이상해?"

상한 음식도 맛있다고 먹는 꾸엥이의 반응에 세준이 당황했다.

꾸엥!꾸엥!

세준의 말에 다시 고개를 흔들며 자신의 간식 주머니를 가리켰다. 아니다요! 꿀이 빠졌다요!

"아! 꿀 찍어서 달라고?"

세준이 꾸엥이의 간식 주머니에서 꿀을 꺼내 가래떡을 푹 담갔다 빼서 꾸엥이의 입에 넣어줬다.

꾸엥!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는 꾸엥이였다.

"이제 가래떡 뽑자."

이오나가 반죽의 온도가 내려가지 않게 마법을 걸어둔 상태라 반죽의 상태는 그대로였다.

꾸엥!

꾸엥이가 남은 반죽을 다 넣고 가래떡을 본격적으로 뽑기 시작했다.

하지만 작업이 끝나자 남은 가래떡은 대략 3m. 나머지는 토끼들과 용들에게 주다 보니 나오자마자 사라졌다.

물론 뽑은 가래떡의 90% 정도는 나오자마자 꾸엥이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왜 가래떡을 뽑아서 바로 먹을 때가 가장 맛있다는지 알 것 같았다. 역시 음식은 방금 해서 먹을 때가 가장 맛있다.

'다음에는 백설기 만들어야지. 중간에 고구마를 넣으면...'

세준이 다음에 만들 떡의 레시피를 만들 때

"이번에는 얼마나 팔았냥?!"

테오가 인턴들에게 탑 38층 캠프에서의 매출을 물었다.

인턴들은 지구방위대에 견고한 칼날 대파를 전달하면서 봇짐의 남는 자리에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채워 헌터들에게 경매로 팔고 있었다.

현재 세준의 농장에서 생산되는 마력의 방울토마토가 너무 많았기에 이렇게 계속 팔아주지 않으면 보관할 곳이 없었다.

그래서 인턴들에게 저렴한 마력의 방울토마토 판매를 완전히 맡기고 테오의 봇짐은 고가 농작물 판매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방울토마토 5000개를 팔아 6000탑코인을 벌었습니다."

테오가 마지막으로 경매했을 때 방울토마토의 개당 가격이 1.9탑코인이었으니 거의 40%가 하락했다.

테오처럼 뜸하게 오는 것도 아니고 이제 2~3일에 한 번씩 인턴들이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팔자 방울토마토의 희소성이 떨어지며 가격이 하락했다.

그래도 매일 먹어야 활력을 올려주는 효과와 세준의 농작물 중 가장 먼저 지구에 소개되면서 다이어트 상품으로의 이미지 덕분에 구매자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예상보다 가격 하락 속도가 느렸다.

그리고

"여기 있습니다."

인턴들이 인간들에게서 얻어온 츄르와 양념들을 가져왔다.

"수고했다냥!"

테오가 인턴들이 가져온 돈의 1%를 인센티브로 줬다. 세준 농장의 정책이었다.

"테 사장 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인센티브를 받은 인턴들이 크게 기뻐했다. 이 인센티브를 받아 봇집을 업그레이드하고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는다. 요즘 이게 인턴들의 행복이었다.

돈을 갚아 계약 기간을 줄이겠다는 생각은 완전히 잊어버린 고양이 인턴들이었다.

"근데 태준 님한테 내가 보낸 나무판을 발견했다는 말은 없었어?"

"네. 없다고 합니다."

"그래?"

세준이 대답에 실망했다. 그래도 1000만원이면 한 명 정도는 연락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즘 세상이 너무 무섭다 보니 사람들의 의심이 너무 심해졌다.

"하긴 나라도 연락 안 한다."

막상 자신도 길가다 주운 명함에 '이 번호로 연락해주면 1000만원을 드리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다면 일단 안 믿을 것 같다.

"방법을 바꿔야겠어."

세준은 좀 더 고민해 보기로 하고 밭으로 가 농사를 시작했다. 가래떡을 먹었더니 배가 불러 몸을 움직이고 싶었다.

***

"읏차!"

세준이 오랜만에 혼자 가뿐하게 일어나

슥.

벽에 획 하나를 그으며 조난 282일차 아침을 시작했다.

"애들이 없으니까 허전하기는 하네."

테오와 이오나는 어제 다시 탑을 내려갔다. 테오는 농작물을 팔고 지구방위대의 성과를 보고 받기 위해서 그리고 이오나는 갑자기 마법사 협회에서 연락이 왔기 때문이다.

덕분에 세준은 시원함과 허전함을 동시에 느끼며 집 밖으로 나왔다.

꾸엥!

뱃뱃!

세준이 밖으로 나오자 세준을 반기는 꾸엥이와 황금박쥐. 다행히 둘이 있어 허전함은 덜 했다.

꾸엥!

통.통.

세준을 보자 배부터 두드리는 꾸엥이. 배고프다요!

"그래. 밥 먹자."

세준이 꾸엥이와 황금박쥐를 데리고 취사장으로 가 어제 테오에게 줄 생선구이를 만들고 남은 생선구이를 데웠다.

꾸엥!

평소에 먹던 거지만, 꾸엥이는 마치 새로운 음식인 것처럼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쫍쫍.

과일을 좋아하는 황금박쥐는 방울토마토 즙을 빨아 먹었다.

그렇게 아침 식사를 끝내고 밭으로 가자

삐익!

께엑!

사이좋게 밭농사를 하는 토끼들과 버섯 개미들이 보였다. 토끼들이 버섯 개미의 등에 타 버섯 개미는 밑을, 토기들은 위를 분담해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있었다.

버섯 개미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세준이 없어도 농장은 아무 문제없이 잘 운영됐다.

그때

쿠엉!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 분홍 털의 포효가 들려왔다.

"또 쳐들어왔나?"

요즘 이렇게 한 번씩 불개미들이 10만 마리씩 몰려왔다. 아마 자신들의 노예들을 되찾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얘들아 가자!"

꾸엥!

뱃뱃!

세준과 동물들이 분홍 털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자

쿠어엉!

쿵!

분홍 털이 땅을 가볍게 치며 충격파로 불개미 일꾼들보다 덩치가 큰 개미들을 기절시키고 있었다. 세준이 사냥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불개미 일꾼보다 1.5배나 큰 불개미는 날카로운 앞니와 두꺼운 다리를 가진 불개미 전사였다.

"고마워. 먹구름 만들기."

세준이 분홍 털에게 감사를 표하고 먹구름을 만들며 차려진 밥상을 먹기 위한 세팅을 했다.

그리고 비를 내리려 할 때

촤아악!

불개미 전산들을 향해 물이 뿌려졌다.

-흥! 마력을 아껴라! 그래야 하나라도 더 잡지.

검은 용 족각상이 입에서 물을 뱉어냈다.

"카이저 님, 감사합니다."

-크흠. 그럼 이따가 고구마 백설기를...

다 속셈이 있었다.

"천둥 던지기!"

"천둥 던지기!"

"천둥 던지기!"

덕분에 비 내리는 과정을 생략하며 마력을 아낀 세준이 불개미 전사들에게 푸른 뇌전 다발을 연속으로 3번이나 떨어트렸다.

콰과광!

[불개미 전사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1500을 획득했습니다.]

...

..

.

[레벨업 했습니다.]

세준이 10만 마리 중 5000마리를 해치우고 레벨업을 했다.

쿠어엉!

쾅!

나머지는 분홍 털과

꾸에엥!

쾅!

꾸엥이가 처리했다.

-쯧쯧쯧. 저걸 어따 쓸꼬...

카이저가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찼다.

124화. 땅문서와 함께 사라지다.

124화. 땅문서와 함께 사라지다.

[파수꾼 분홍 털이 불개미 전사를 처치했습니다.]

[파수꾼 분홍 털이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750을 획득했습니다.]

[파수꾼 꾸엥이가 불개미 전사를 처치했습니다.

[파수꾼 꾸엥이가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750을 획득했습니다.]

...

..

.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좋아."

분홍 털과 꾸엥이의 쩔을 받고 레벨업을 2번 하며 55레벨이 된 세준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보너스 스탯을 힘과 체력에 하나씩 투자했다.

게임에서는 이렇게 여러 스탯을 올리면 잡캐겠지만, 현실에서는 잡캐가 살아남는 법이다.

그렇게 불개미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세준이 가장 앞장서서 농장으로 돌아오자 7000마리의 버섯 개미들이 그들을 맞이했다. 그들 나름의 감사 표시였다.

며칠간 불개미들을 피해 버섯 개미들이 추가로 합류하며 수가 2000마리 정도 늘어났다.

그때

께엑!

버섯 개미 중 하나가 세준에게 다가왔다. 등에는 작은 버섯 하나를 달고.

"응?! 그건 새송이버섯이잖아? 그걸 왜?"

세준이 버섯을 알아봤다. 아직 다 안 자란 건지 보통 새송이버섯보다 작고 갓에서 좀 더 윤기가 나는 걸 빼고는 크게 다른 점은 없어 보였다.

께엑!

버섯 개미는 수확해보면 안다는 듯이 등을 더 가까이 세준에게 가져갔다. 아주 자신감이 넘쳤다.

"보면 안다는 거지? 알았어."

툭.

세준이 버섯을 수확했다.

[영약 : 새송이버섯을 획득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6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250을 획득했습니다.]

"영약?"

세준이 새송이버섯을 살펴봤다.

[영약 : 새송이버섯]

탑농부의 소작농 버섯 개미가 키운 새송이버섯이 주변의 모든 영양분을 홀로 흡수해 영약으로 성장했습니다.

뛰어난 맛과 향을 자랑합니다.

섭취 시 모든 스탯 +1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의 소작농 버섯 개미

유통기한 : 90일

등급 : C

"모든 스탯을 1 올려준다고?"

거기다 뛰어난 맛과 향이라니?! 버섯 개미의 자신만만한 태도가 이해됐다.

께엑?

버섯 개미가 어떠냐는 듯 물었다.

"잘했어."

세준이 버섯 개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께르륵!

이상한 소리를 내며 좋아하는 버섯 개미.

께엑!

[이게 다 주인님 덕분입니다! 저는 그저 열심히 키운 것뿐인걸요!]

"에이. 내가 뭘 다 너희가 열심히 키워준 거지."

께엑.께엑...

[진짠데요. 주인님 덕분인데...]

세준은 버섯 개미의 인사치레라고 생각했지만, 버섯 개미에게는 원래 영약을 키우는 능력이 없었다. 그런 게 있었다면 열심히 영약을 키워서 직접 영약을 먹고 불개미들을 몰아냈을 것있다.

버섯 개미들 중 소작농이 된 버섯 개미들만 영약을 키울 수 있었다.

아직 수확할 시기가 되지 않아 나서지 않았지만, 등에 영약이 자라고 있는 소작농 버섯 개미 5마리가 다른 버섯 개미들의 집중 케어를 받으며 영약을 키우고 있었다.

킁킁.킁킁.

꾸엥!

꾸엥이가 새송이버섯을 쥔 세준의 손에 코를 대고 열심히 냄새를 맡았다. 맛있는 냄새 난다요!

"조금만 참아. 가서 요리해서 먹자."

세준이 동물들을 데리고 취사장으로 갔다.

"점심은 새송이버섯이다! 농작물 거대화."

세준이 영약 : 새송이 버섯에 스킬을 사용했다.

이렇게 하면 섭취 효과는 사라지지만, 맛과 향기는 변하지 않으면서 양만 늘어난다.

하지만

[새송이버섯에 농작물 거대화 Lv. 2를 사용합니다.]

[농작물이 영약이라 가진 영양분이 엄청납니다.]

[농작물 거대화 정도가 대폭 증가합니다.]

"어?!"

뿌드득.

영약은 거대화되는 정도가 세준의 예상보다 훨씬 컸다.

쿵!

거대해진 새송이 버섯이 취사장의 지붕을 부수며 커졌다.

"얘들아 나가!"

세준이 서둘러 소리치며 밖으로 나왔다. 다행히 회색토끼와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튼튼히 지어서인지 취사장이 무너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와!"

세준이 취사장 밖에서 거대해진 새송이버섯을 보며 감탄했다. 이렇게 큰 버섯을 본 건 예전에 안톤이 만든 버섯 구름 이후 처음이었다.

쿠엉!

10m 크기로 거대해진 새송이 버섯을 보며 분홍 털이 기뻐했다. 이건 좀 씹는 맛이 날 것 같았다.

"분홍 털, 버섯 좀 다른 곳으로 옮겨줘."

버섯이 너무 커서 어차피 취사장 안에서 뭘 하기는 어려웠다.

쿠엉!

우지끈.

분홍 털이 거대 새송이버섯을 취사장에서 뽑아내 빈 땅으로 옮겼다.

"됐어. 이제세로 방향으로 5등분 해줘."

쿠엉!

세준의 말에 분홍 털이 마력을 일으켜 발톱에 마력을 주입하자 마력으로 이루어진 발톱 4개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서걱.

분홍 털이 거대 새송이버섯을 향해 마력 발톱을 위에서 아래로 한 번 휘두르자 순식간에 거대 새송이버섯이 5등분 됐다.

쿠웅.

분홍 털이 거대 버섯이 쓰러지지 않게 잡고 바닥에 눕혔다.

그리고 시작된 새송이버섯 파티.

가장 윗부분은 분홍 털이, 가장 밑부분은 버섯 개미들이 먹기 시작할 때

음머어어!

새송이버섯에서 흘러나온 향기가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을 유혹했다. 침을 흘리며 다가오는 블랙 미노타우루스들.

"너희들도 하나 가져가서 우마왕이랑 먹어."

세준이 5등분 된 버섯 중 하나를 블랙 미노타우루스에게 가져가게 했다.

음머!

미노 타우루스들이 뿔에 마력을 넣어서 칼처럼 버섯을 썰어 들고갔다.

"우리도 먹자."

버섯 분배를 끝낸 세준의 말에 꾸엥이와 토끼들이 새송이버섯을 먹었다. 처음에는 생으로 먹다가 질리면 버섯찜, 버섯구이로 만들어도 먹었다.

-아쉽구나...술만 있으면 바로 담궜을 텐데...

-또 술 생각이냐?

새송이버섯을 보며 아쉬워하는 카이저를 켈리온이 나무랐다.

"켈리온 님, 더 드실래요?"

-아니다. 많이 먹었어.

두 용들은 에일린과는 다르게 식탐에 비해 많이 먹지는 않았다.

"에일린 더 줄까?"

[탑의 관리자가 이제 배부르다고 합니다.]

"그럴 리가? 너 예전에는 막 대형 냄비 하나는 먹어야 배가 좀 찬다고 했잖아?!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예전에는 밥을 밭솥으로 먹는 애가 반 공기만 먹으면 당연히 아픈가 걱정부터 하는 게 정상. 세준이 에일린을 걱정했다.

[탑의 관리자가 자신보다는 그대를 먼저 걱정하라고 합니다.]

"알았어."

또 남 걱정을 해버렸다.

[탑의 관리자가 그래도 그대가 자신을 걱정해줘서 기쁘다고 합니다.]

"그래? 앞으로도 내가 에일린 걱정 많이 해줄게."

[...]

"에일린?"

또 대화가 끊겼다.

"근데 이건 어떡하지?"

모두가 힘써서 많이 먹었지만, 그래도 5등분 한 것 중 한 조각이 남았다.

"이건 내일 먹어야겠다."

세준이 남은 새송이버섯을 놔뒀다 내일 먹어야 겠다고 생각할 때

꾸엥!

꾸엥이가 새송이버섯 위에 누워 세준을 불렀다. 아빠 낮잠 시간이다요!

"그럼 좀 잘까?"

배가 부르니 나른하기는 했다.

세준이 꾸엥이 옆에 누웠다. 새송이버섯의 속살이 세준의 몸을 삼키듯이 가라앉았다.

"와. 이거 완전 라텍슨잖아?"

세준이 일어나자 숨이 죽지 않고 다시 올라오는 새송이버섯의 회복력을 보며 말했다.

"이거 이따가 잘라서 집에 가져가야지."

잘 때 매트리스 대용으로 쓰면 괜찮을 것 같았다.

꾸엥!

꾸욱.

꾸엥이가 어서 누우라며 세준의 가슴을 살며시 눌렀다. 그리고 떼지 않는 앞발. 묵직하기는 했지만, 앞발 하나라 그런지 버틸만했다.

그리고

뱃뱃.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황금박쥐가 세준과 꾸엥이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커어어.

꾸로롱.

배로롱.

그렇게 잠에 빠진 셋.

30분 후.

쿠어엉!!!

갑작스러운 분홍 털의 포효에 세준, 꾸엥이, 황금박쥐가 화들짝 놀라며 일어났다.

"뭐야?! 무슨 일이야?!"

세준이 다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키이이익!

그들을 둘러싼 100만에 가까운 불개미 전사와 일꾼들. 새송이버섯의 진한 향기가 불개미들이 있는 곳까지 퍼지면서 불개미들을 불러들였다.

"너무 많은데?"

저 불개미들이 불을 쓰기 시작하면 농장을 보호할 방법이 없었다.

그때

-야. 가서 밥값 좀 해. 나 마력 없어.

-크흠. 나서볼까.

카이저의 말에 켈리온이 불개미들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벌레들아 목숨을 끊어라!

한마디를 하고 다시 돌아왔다.

화르르륵.

켈리온의 말에 자신을 태워 죽어버리는 불개미들. 비명을 지르거나 거부하는 불개미는 없었다. 당연한 일을 한다는 듯이 거리낌 없이 죽음을 선택했다.

"아..."

말 한마디로 100만 마리의 불개미를 죽이다니 역시 용은 용이었다. 가끔 우습게 보이다가도 이럴 때는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무서웠다.

'친하게 지내야지.'

앞으로 용들 앞에서 까불지말고 더 친해지기로 결심하는 세준이었다.

***

탑 91층 마법사 협회 본부.

"뀻뀻뀻. 성석의 발굴은 어디까지 됐죠?"

협회의 연락을 받고 급하게 달려온 이오나가 회의장의 상석에 앉아 물었다.

"탐지기의 강도로 봤을 때 100m 안에 있습니다."

하이애나의 모습을 한 부탑주 고노바가 대답했다.

이오나는 어제 마탑이 관리하는 탑 77층의 마나석 광산에서 성석이 감지됐다는 연락을 받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성석은 하늘의 별이 떨어진 것으로 성석의 주인으로 인정 받으면 성석의 특별한 힘이 주인을 보호한다고 알려져있다.

'세준 님한테 주면 되겠어.'

이오나는 연락을 받자마자 성석의 주인으로 세준을 생각했다. 세준이 위대한 검은 용이 아니라는 건 이미 한참 전에 알았다.

처음에야 잠깐 약한척 하는 유희라고 생각했지만, 바보도 아니고 세준과 다른 동물들이 옆에서 하는 걸 보고 있으면 모를 래야 모를 수가 없다.

거기다 다른 용 조각상들까지 세준을 걱정하는데? 옆에서 세준과 용 조각상이 풍기는 마력을 비교하니 더욱 명확했다. 세준은 요즘 탑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헌터들과 마력이 비슷했다.

처음에는 속은 것에 약간 화가났지만, 그게 뭐 중요한가? 함께 있으면 즐겁고, 악몽 없이 잘 수만 있다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꿀잠을 위해 개복치급으로 연약한 세준의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렇게 이오나가 성석을 찾아 세준에게 줄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어서 광산으로 가시지요. 이오나 님."

"뀻뀻뀻. 네."

고노바가 이오나를 마나석 광산과 연결된 마법진으로 안내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고노바가 마법진을 발동하자

슈욱.

사라지는 둘. 이오나를 바라보는 고노바의 눈빛은 시리고 매서웠다.

***

"흑토끼가 잘하고 있나 볼까?"

세준이 수호 토끼 조각상을 사용해 레드리본 왕국의 보물창고를 살펴봤다. 세준이 쌀가루를 넣은 이후로 흑토끼가 시간이 날 때마다 반죽을 만들고 있었다.

[현재 레드리본 왕국 보물창고에서 출고할 수 있는 물건 리스트(총 2391만 1814개)]

반죽 1kg X5

금괴 X 1만

은괴 X 5만

땅 77층의 농장 땅문서

땅 83층의 농장 땅문서

...

..

.

탑코인은 세준이 빼서 씨앗 은행에 입금했고 미스릴괴는 이오나가 마법 실험에 사용하고 싶다고 해서 줬다.

"근데 농장 땅문서는 뭐지?"

꾸엥?

[일단 꺼내보자요! 먹을 걸 수도 있다요!]

"그럼 탑 77층 땅문서를 꺼내 볼까?"

세준이 땅문서를 살펴보기 위해 땅문서를 꺼내기로 했다.

[레드리본 왕국 보물창고에서 땅 77층의 농장 땅문서 1개를 출고합니다.]

척.

세준의 손에 나타난 둥글게 말린 가죽 재질의 문서.

그때

[탑 77층의 농장 땅문서의 최초 각인을 위한 소환 기능이 발동합니다.]

"어?!"

세준이 갑자기 사라졌다.

그리고

꾸에엥!

[아빠 사라졌다요!]

갑자기 사라진 세준을 찾아 꾸엥이가 울었다.

125화. 아빠를 찾아 나서다.

125화. 아빠를 찾아 나서다.

꿰에엥!

꾸엥이의 울음소리가 오랫동안 멈추지 않자

쿠엉?

이상함을 느낀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 분홍 털이 급하게 달려왔다.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평소라면 세준이 꾸엥이를 달래줘 꾸엥이가 금방 울음을 멈추기 때문이다.

쿠엉!

분홍 털이 꾸엥이의 울음소리가 나는 곳에 도착하자

꿰에엥!

세준은 없고 꾸엥이가 자지러지게 악을 쓰며 울고 있었다.

삐익!

께엑!

옆에서 토끼와 버섯 개미들이 꾸엥이를 달래보려 했지만, 꾸엥이가 울며 몸을 심하게 움직였기에 섣불리 다가갈 수 없었다.

쿠어엉?

분홍 털이 꾸엥이의 울음을 멈추기 위해 꾸엥이를 쓰다듬어 주며 우는 이유를 물었다. 왜 그래?

꿰...에엥!꿰엑!

[아빠가...혼자 탑 77층으로 가버렸다요! 아빠 나쁜 놈들에게 맞고 있을지도 모른다요!]

분홍 털이 안아주자 더욱 서럽고 격렬하게 울며 꾸엥이가 대답했다.

쿠엉?!

꾸엥이의 말을 들은 분홍 털이 당황했다. 상황이 심각했다.

그때

-뭐?! 세준이가 어디를 가?!

불개미를 처치해준 감사의 표시로 세준이 대접한 군고구마와 고구마수프 그리고 고구마 백설기까지 고구마 요리로 풀코스 대접을 받고 기분이 좋아졌던 카이저가 당황하며 물었다.

꿰...꾸엥!

꾸엥이가 카이저에게 세준이 사라질 때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용 할아버지는 무서웠기에 울음을 참고 최대한 또박또박 설명했다.

-땅문서를 펼치니까 사라졌다고? 그 바보 녀석이 땅문서를 그냥 펼쳤어?!

꾸엥이의 설명에 분통이 터지는지 카이저가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꾸엥...

[아빠가 잡으니 알아서 펼쳐진 걸지도 모른다요...]

꾸엥이가 아빠를 변호하기 위해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주인이 없는 땅문서 아이템은 최초 펼치는 사람을 주인으로 인식하기 위한 소환 기능이 발동되기에 아무 때나 발동하지 못하도록 잠겨있었다.

일부러 힘을 주지 않는 한 땅문서는 열리지 않는다. 세준이 설명도 읽지 않고 무작정 땅문서를 펼친 것이다.

-크흠...그럼 앞으로 내 고구마수프는...?

고구가 수프가 마음에 들었던 켈리온이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수프가 문제야?!

수프를 걱정하는 켈리온에게 카이저가 화를 냈다. 정말 눈치가 없었다. 지금 수프가 문제가 아니라 군고구...아니. 에일린이 문제였다.

-할아버지! 빨리 우리 세준이 찾아내!

역시나 세준이 사라진 것을 알자마자 바로 카이저를 채근하는 에일린.

-에일린, 잠깐만 기다려 보거라. 이 놈은 갑자기 사라져서...내 밑으로 모두 집합!

카이저가 서둘러 탑 77층으로 소환된 세준을 구조하기 위해 농장의 모든 몬스터를 불러들였다.

갑작스러운 세준의 실종으로 탑 99층은 완전히 비상 상황이었다.

***

[탑 77층 농장에 도착했습니다.]

"여기가 농장?"

주변에는 말라비틀어져 죽어가는 수백 그루의 나무들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몬스터는 없겠지?"

다른 층에 동물들 없이 혼자 온 것은 이번이 처음. 갑자기 외딴곳에 혼자 떨어진 세준이 불안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다행히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툭.

뭔가가 세준의 등을 건드렸다.

"으헉!!"

너무 놀란 세준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열심히 달려 근처에 있던 말라비틀어진 나무 뒤에 숨었다.

그리고

'뭐지?'

자신의 등을 건드린 존재를 찾고 있을 때

(세준 님, 여기가 어딘가요?)

세준의 등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황금박쥐?"

(네! 저예요!)

파닥.파닥.

황금박쥐가 세준의 등에서 앞으로 날아왔다.

세준의 등에 매달려 졸고 있던 황금박쥐를 땅문서가 세준의 몸으로 인식하고 함께 이동시킨 것이다. 황금박쥐의 크기가 작은 덕분. 운이 좋았다.

"오! 정말 다행이다! 여긴 탑 77층이야. 우리만 이동된 것 같아."

세준이 황금박쥐를 보며 안도했다. 혼자가 아니었다.

(뱃뱃! 형님들이 없으니 제가 세준 님을 지켜드릴게요!)

황금박쥐가 큰소리를 치며 세준의 주변을 맴돌았다.

덕분에 마음에 여유가 생긴 세준이 손에 든 땅문서를 살펴봤다. 땅문서가 자신을 여기로 이동시켰으니 돌아갈 방법도 땅문서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탑 77층 농장 땅문서]

탑 77층에 있는 농장의 주인임을 증명하는 땅문서입니다.

각인 과정을 거치면 땅문서의 주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땅문서의 정보를 갱신한 지 100년이 넘었습니다.

소유자 : 없음

등급 : A

"뭐야?! 돌아갈 방법은?"

돌아갈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거기다 각인 과정에 대한 설명도 전혀 없었다.

"어쩌라는 거야?!"

세준이 불친절한 정보에 인상을 쓸 때

[땅 77층 농장 땅문서가 농장의 정보를 갱신합니다.]

"갱신?"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우끼!

우끼끼!

주변을 포위하며 다가오는 100마리 원숭이들. 원숭이들은 조악한 나무 창과 나무 방패를 들고 세준을 포위해 들어왔다.

"훗. 이 정도는 나도 상대할 수 있지. 먹구..."

원숭이들의 형편없는 무장에 자신감을 얻은 세준이 먹구름을 만들어 원숭이들과 싸울 준비를 할 때

우끼!

언제 나무 위에 올라갔는지 원숭이들이 나무 위에서 세준을 향해 그물을 던졌다.

(세준 님! 피하세요!)

황금박쥐가 세준을 끌고 그물을 피하려 했지만, 황금박쥐에게 세준은 너무 무거웠다.

덕분에 둘은 사이좋게 그물에 걸렸다. 혼자 도망갔다면 충분히 피했겠지만, 세준을 챙기느라 같이 붙잡혀 버린 황금박쥐였다.

그리고

우끼!

순식간에 원숭이들에게 포위된 세준과 황금박쥐는 긴 나무 막대기에 통닭구이처럼 팔다리가 묶여 어딘가로 운반되기 시작했다.

그때

[현재 원숭이들이 농장을 불법 점거하고 있습니다.]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농장을 불법 점유한 원숭이들을 처치하거나 합의를 하고 땅의 권리를 되찾아라.]

보상 : 땅문서의 정당한 주인으로 인정

뒤늦게 나타나는 퀘스트.

"빨리도 말해준다."

세준이 막대기에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로 메시지를 읽고는 한탄했다.

(세준 님! 걱정마세요! 조금 있으면 저 지구에 갈 수 있어요!)

"정말?"

생각해보니 황금박쥐가 지구에 갔다 온 지 거의 일주일이 지났다. 지구에 다녀오면 자연스럽게 황금박쥐를 묶은 밧줄이 풀린다.

그리고 다시 탑으로 돌아온 황금박쥐가 세준의 밧줄을 풀어주면 탈출할 수 있다. 방금 전에는 그물 때문에 당황했지만, 이번에는 본때를 보여줄 생각이었다.

"알았어. 조심히 다녀와."

(그럼 다녀올게요.)

황금박쥐가 사라졌다.

우끼?우끼!

막대를 들고 있던 원숭이가 갑자기 황금박쥐가 사라지자 서둘러 상급자 원숭이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우끼.우끼.

[괜찮아. 우리가 필요한 건 이놈이니까.]

상급자 원숭이가 세준의 팔을 묶은 밧줄을 확인하며 말했다.

우끼?

[근데 고릴라들이 이놈을 받아 줄까요?]

부하도 상급자 원숭이를 도와 세준의 다리를 묶은 밧줄을 확인했다.

우끼.우끼.

[받아 줄 거야. 이놈 우리랑 비슷하게 생겼잖아.]

'비슷하다니? 어디가?!'

세준이 상급자 원숭이의 말에 발끈했다.

우끼.우끼.

[이놈은 오래 버텨주면 좋겠네요. 고릴라족 족장 딸과 결혼했다가 죽어 나간 수컷이 100이 넘잖아요.]

'뭐야?! 나 고릴라랑 결혼하러 가는 거였어?! 황금박쥐 빨리와서 구해줘!'

고릴라랑 결혼이라니? 그건 아니었다. 세준이 황금박쥐가 빨리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랐다.

우끼!우끼!

[시간없어! 빨리 움직이자!]

상급자 원숭이가 다른 원숭이들을 재촉하며 빠르게 이동했다.

***

"뭐냥?!"

탑 38층에 도착한 테오가 이상함을 느꼈다.

"갑자기 박세준의 무릎이 가까워졌다냥!"

세준의 무릎이 가까워져 기분은 좋았지만, 무릎 탐지기가 세준의 무릎이 위험하다고 신호를 보냈다.

'박 회장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하다냥!'

"빨리 거래를 끝내고 돌아가야 한다냥!"

테오가 서둘러 캠프로 달려갔다.

그리고

"인간들아 내가 왔다냥! 빨리 모이라냥!"

테오가 서둘러 인간들을 불러 모았다.

하지만

"테오, 잠깐만 기다려줘. 모두 40층에서 사냥을 하고 있어."

캠프는 텅텅 비어있었다. 해독의 대파가 풀리면서 탑 38층의 보스를 공략한 헌터들이 대부분 탑 40층을 공략하고 있는 중.

"그럼 내가 40층으로 가겠다냥!"

마음이 급합 테오는 자신이 직접 40층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인간들아 내가 왔다냥!"

헌터들을 불러 모은 테오가 탑 40층에서 경매를 시작했다.

"처음 팔 물건은 힘의 호박고구마다냥! 1000개씩 1만 개를 팔겠다냥!"

경매를 빨리 끝내고 싶은 테오가 한 번에 파는 호박 고구마의 수량을 2배로 올렸다.

"1000개에 20만 탑코인!"

"1000개에 25만 탑코인!"

"1000개에 28만 탑코인!"

빠르게 올라가는 호가. 개당 200탑코인으로 시작가부터 높았다.

"낙찰이다냥!"

힘의 호박고구마 1만 개는 개당 평균 290탑코인에 팔렸다.

"이번에는 해독의 대파 1만 개다냥!"

테오가 서둘러 다음 농작물의 경매를 시작했다. 팔아야 할 농작물이 많았다.

"1000개에 8만 탑코인!"

"1000개에 10만 탑코인!"

저번 경매에서 해독의 대파의 수량이 적어지며 가격이 치솟았지만, 이번에는 물량이 충분했기에 전에 비해서 낙찰가가 낮아졌다.

"낙찰이다냥!"

덕분에 개당 평균 낙찰가가 저번 경매보다 30% 정도 떨어진 105탑코인에 팔렸다. 그래도 상관은 없었다. 오늘은 새로운 농작물을 출시하기 때문이다.

'오늘의 마지막 상품은 힘의 감자다냥!"

테오가 감자를 꺼내 헌터들에게 보여줬다.

"오! 이건 위의 기능 활성화야!"

"그럼 이건 위암을 치료해주는 거잖아!"

"뭐?! 위암 치료?!"

새로운 암 치료 농작물의 등장에 헌터들이 흥분했다. 특히 가족 중에 위암 환자가 있는 헌터들은 서둘러 주변 헌터들에게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그럼 시작한다냥!"

"1000개에 13만탑코인!"

시작가가 해독의 대파보다 높았다. 같은 암이라도 위암과 간암은 달랐다. 사망률은 간암이 더 높았지만, 위암 환자의 수가 훨씬 많았다.

해독의 대파보다 힘의 감자를 원하는 암환자 수가 더 많은 것이다. 그렇기에 힘의 감자는 해독의 대파보다 비싼 가격에 팔렸다.

"1000개에 18만탑코인!"

거기다 위암을 치료하는 농작물은 처음이었기에 프리미엄이 붙었다.

"완판이다냥!"

그렇게 힘의 감자 1개당 평균 197탑코인에 팔렸다. 총 판매 금액 492만 탑코인. 다시 이전의 총 판매 금액의 2배를 달성하는 쾌거를 올렸지만, 테오는 기뻐할 수 없었다.

무릎 레이더가 세준의 위기를 알려왔다.

"테오, 사진 찍자."

거래가 끝나자 헌터들이 테오와 사진을 찍기 위해 다가왔다.

하지만

"오늘은 포토 타임이 없다냥!"

테오가 헌터들의 손에 든 츄르를 애써 외면하며 거절했다.

그리고

"다음에 보자냥!"

테오가 서둘러 세준의 무릎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떠났다.

***

쿠엉?(간식 챙겼어?)

분홍 털이 꾸엥이의 짐을 챙겨주며 마지막 점검을 했다.

꾸엥!(챙겼다요!)

툭.툭.

분홍 털의 물음에 꾸엥이가 꿀이 든 간식 주머니를 두드리며 대답했다.

쿠엉?(식사는?)

꾸엥!(불꽃이 누나가 큰 물고기 구워줬다요!)

꾸엥이가 자신의 등에 멘 거대한 가방을 보여줬다. 분홍 털이 가방을 열자 3등분 된 거대한 참치를 보여줬다.

쿠엉.(아껴 먹고 조심히 다녀와)

꾸엥!(꼭 아빠 찾아오겠다요!)

핥짝.

분홍 털이 꾸엥이의 몸을 핥아주며 인사를 했다. 꾸엥이가 자신이 아빠를 찾오겠다고 강하게 우기는 바람에 꾸엥이가 블랙 미노타우로스들로 편성한 세준 구조대에 포함됐다.

그렇게 분홍 털이 꾸엥이와 인사를 하고 있을 때

-준비는 다 했느냐?

꾸엥!

[준비 다 했다요!]

카이저의 물음에 꾸엥이가 대답했다.

-이걸 가지고 있으면 세준이가 있는 방향을 알 수 있을 거다.

카이저가 세준이 가진 중간관리자의 표식을 감지하는 나침반을 꾸엥에게 주었다.

꾸엥!

[그럼 다녀오겠다요!]

자기 덩치보다 훨씬 큰 가방을 멘 꾸엥이가 비장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블랙 미노타우루스들과 합류했다.

음머!

500마리의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출발을 알리는 포효를 하자

꾸에엥!

[아빠 괴롭히는 나쁜 놈들 내가 다 혼내준다요!]

꾸엥이도 포효하며 아빠 찾아 삼만리를 시작했다.

126화. 숭배를 받다.

126화. 숭배를 받다.

뱃뱃.

(급해다 급해!)

황금박쥐는 서둘러 탑으로 돌아가 세준을 구할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지금 지구에서 무슨 물건을 가져가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아무거나 가져가야지!)

그래서 황금박쥐는 눈에 띄는 걸 본능적으로 집어 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탑 77층으로 돌아온 황금박쥐가 서둘러 주변을 둘러봤지만

(어?! 세준 님, 어디 있어요?!)

원숭이들에게 끌려간 세준은 보이지 않았다.

****

탑 77층 마나석 광산의 동쪽 심층부.

"여긴 가요?"

부탑주 고노바의 안내를 받고 발굴 현장에 도착한 이오나가 물었다.

"네. 이오나 님. 근데 이곳부터 성석의 탐지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요?"

고노바의 말에 이오나가 눈을 감고 마력 탐지를 사용했다. 성석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성석 발굴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여기는 마나석 광산. 너무 많은 마력 파장이 겹쳐있어 성석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오나가 집중한 상태로 마력 파장을 하나씩 분석하며 성석의 마력 파장을 찾고 있을 때

'그럼 잘 있어라.'

이오나를 보며 비릿하게 웃은 고노바가 주먹만 한 푸른색 구슬 하나를 조심히 내려놓고 자리를 벗어났다.

잠시 후

콰과광!콰광!

쿠웅!

거대한 폭음과 함께 진동이 일어나며 이오나가 있던 광산이 처참하게 무너졌다.

"이제 중력의 마탑의 마탑주는 나 고노바다! 크하하하."

고노바가 폭삭 무너지는 동쪽 광산을 보며 크게 웃었다. 중력의 마탑에 뒤늦게 들어온 주제에 이오나는 당시 마탑주의 수제자였던 자신을 제치고 마탑주가 됐다.

이오나를 증오했지만, 이오나의 재능 앞에서 자신의 재능은 태양빛 앞의 반딧불. 감히 대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거기다 마탑주가 된 이후 대외 활동을 하면서 대파괴의 마법사라는 이명이 붙을 정도로 유명해졌고 마법사 협회의 협회장이라는 위치까지 올라가면서 이오나의 자리는 더욱 견고해졌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는 이오나를 보면서 고노바가 마탑주가 되는 것을 완전히 포기하려 할 때

"고노바 님, 마탑주가 될 생각 없으십니까?"

다른 7대 마탑의 마탑 중 불꽃의 마탑, 파괴의 마탑, 운석의 마탑의 마탑주들이 은밀히 접촉해왔다.

그들은 만약 고노바가 이오나를 죽여도 자신들이 고노바가 마탑주와 마법사 협회의 협회장이 되는 걸 지지해 주겠다고 했다.

덕분에 자신감을 얻은 고노바가 이오나를 처리할 방법으로 자신이 관리하고 있던 마나석 광산을 선택했다.

고노바가 이오나를 데려간 곳은 불안정한 마나석들이 대량으로 묻힌 곳. 작은 마력 폭발만으로도 마나석들이 연쇄적으로 폭발하기 때문에 작업을 멈춘 곳이었다.

"크흐흐흐. 이제 돌아가서 준비를 해야겠군."

고노바가 기분 좋게 웃으며 이오나의 장례식을 준비하기 위해 마탑으로 돌아갔다. 묘비명은 이미 생각해 뒀다.

-불안정한 마력석이 묻힌 곳에서 마법을 사용하다 죽었다. 멍청하게도.

콰광!

우르르.

고노바가 마법으로 다시 중력의 마탑으로 돌아간 후에도 한참 동안 광산 동쪽 심층부에서는 연쇄 폭발이 일어나며 계속 지진을 만들었다. 처음부터 성석 같은 건 없었다.

***

"뭐냥?!"

열심히 탑 99층을 향해 달려가던 테오는 탑 77층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멈춰서서 혼란스러워했다.

"왜 여기에서 박 회장의 무릎이 느껴지는 것이냥?"

세준의 무릎이 가깝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탑 99층에 있어야 할 세준의 무릎이 탑 77층에서 느껴지자 테오는 잠깐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탑 77층으로 간다냥!"

지금은 고민할 때가 아니었다. 자신의 감을 믿기로 했다.

"박세준의 무릎이 위험하다냥!"

세준의 무릎이 위험하다는 신호가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탑 77층에 진입해 10분 정도 이동했을 때

"냥?"

테오가 다시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제 박 회장의 무릎이 위험하지 않다냥!"

갑자기 세준의 무릎이 안전해진 것이다.

"신난다냥!"

자신의 무릎이 안전해지자 테오가 기뻐하며 서둘러 세준을 향해 달려갔다.

***

파닥.파닥.

(세준 님!)

황금박쥐가 열심히 세준을 찾으며 돌아다녔다.

그리고

(세준 님!)

나뭇가지와 풀로 만들어진 움막 수백 채가 있는 마을 한 가운데 나무로 만들어진 감옥에 갖힌 세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끼...

다행히 보초를 서는 원숭이는 졸고 있었다.

"황금박쥐, 와줬구나."

자신을 찾아온 황금박쥐를 보면서 세준이 조용히 감격했다.

"빨리 이것 좀 풀어줘!"

고릴라랑 결혼하고 싶지 않은 세준이 서둘러 말했다. 내일 아침에 고릴라 마을로 출발한다고 했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도망가야 했다.

(네. 이것 좀 들어주세요.)

황금박쥐가 자신이 지구에서 가져온 걸 세준에게 건넸다.

"응? 이건 바나나네?"

세준이 황금박쥐가 건넨 바나나를 받았다.

(그게 이름이 바나나인가요? 달달한 냄새가 나길래 지구에서 가져왔어요.)

서걱.

황금박쥐가 대답을 하면서 나무 감옥의 나무를 잘라냈다.

세준이 황금박쥐가 자른 나무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놓고 감옥을 나올 때

우끼?

"어?!"

달콤한 냄새를 맡고 잠에서 깬 원숭이와 세준이 눈이 마주쳤다.

우끼!

우끼끼!

보초의 외침에 다른 원숭이들이 서둘러 움막에서 나왔다.

순식간에 원숭이들에게 포위된 세준.

"황금박쥐 내가 공격하면 바로 길을 만들어줘."

(네!)

세준이 황금박쥐와 도망갈 궁리를 할 때

우까!

원숭이들 중 지팡이에 기대며 걸어 나온 늙은 원숭이가 세준을 보며 갑자기 절을 했다.

"어?!"

그리고

우끼!

우끼!

늙은 원숭이를 따라 세준에게 절을 하는 원숭이들.

"얘네들 갑자기 왜 이러지?"

세준이 갑자기 자신을 보며 절하는 원숭이들에 당황했다.

(글쎄요.)

황금박쥐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

"이것 때문인가?"

세준이 자신의 손에 든 바나나를 좌우로 움직이며 말했다.

그러자

우끼!

흥분하는 원숭이들.

테오의 감은 정확했다. 테오가 세준의 무릎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때

[농장을 불법 점유한 원숭이들이 당신에게 복종합니다.]

"복종?"

[원숭이들과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땅문서의 정당한 주인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땅문서의 스킬 : 농지 정보 Lv. Max가 활성화됩니다.]

"농장 정보?"

세준이 땅문서를 다시 확인하자

[탑 77층 농장 땅문서]

탑 77층에 있는 농장의 주인임을 증명하는 땅문서입니다.

각인 과정을 거치면 땅문서의 주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땅문서의 정보를 갱신한 지 100년이 넘었습니다.

소유자 : 탑농부 박세준

등급 : A

스킬 : [농장 정보 Lv. Max]

스킬이 보였다.

[농장 정보 Lv. Max]

크기 : 2만 평

작물 : 바나나 나무 5381그루

일꾼 : 1명(땅의 소유자)

특이 상항 : 바나나 나무가 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습니다.(남은 수명 30일) 일꾼으로 쓸 수 있는 원숭이 749마리가 있습니다.

"그때 본 게 바나나 나무였어?!"

세준은 어제 탑 77층에 도착해서 본 나무를 떠올렸다. 그게 바나나 나무일 줄이야.

'살려야 해!'

맛있는 바나나를 먹기 위해 세준은 바나나 나무를 무조건 살려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우끼...

우끼끼...

아직도 엎드려 있는 원숭이들에게 다가갔다.

***

음머어!

꾸엥!

꾸엥이와 미노타우루스들이 탑 77층에 도착했다.

꾸엥!

[저쪽 방향이다요!]

꾸엥이가 카이저가 준 나침반의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며 말했다.

음머어!

음머!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1줄로 서서 꾸엥이가 가리킨 방향으로 돌진했다.

쾅!

끼악!

갑작스러운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의 돌진에 탑 77층의 몬스터들이 치여 죽었다.

그때

꾸엥?

꾸엥이가 나침반을 자세히 봤다. 나침반의 바늘이 두 개다요?

하나는 흰색, 하나는 검은색. 그런데 꾸엥이가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에게 알려준 방향은 흰색 바늘이 가리킨 방향이었다.

하지만 제작자가 위대한 검은 용인 걸 생각하면 절대 흰색 화살표가 세준이 있는 방향일 수 없었다.

꾸엥!

[아저씨들 돌아와야 한다요!]

꾸엥이가 서둘러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을 불렀지만, 이미 너무 멀리 가버린 그들이었다.

꾸엥!꾸엥!

[어쩔 수 없다요! 꾸엥이 혼자 아빠를 구하러 간다요!]

꾸엥이가 가방끈을 꽉 쥐고 검은색 바늘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출발하려 할 때

꼬르르륵.

배에서 소리가 났다.

꾸엥!

[일단 도시락 하나 먹고 출발한다요!]

꾸엥이가 가방에서 3등분 된 참치 덩어리 중 하나를 먹기 시작했다.

우적우적.

꾸엥.

[외롭다요.]

맛있는 걸 혼자 먹으니 쓸쓸했다. 잘 먹는다고 칭찬해주는 아빠도 없고 자기 생선구이를 먹는다고 구박하는 테오 형아도 없었다.

꿀꺽.

그래도 참치구이는 잘도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꾸엥!

[빨리 아빠를 찾아야겠다요!]

그렇게 외로움을 느낀 꾸엥이가 빨리 아빠를 찾아야겠다고 결심할 때

구오오!(멈춰!)

구오!(그만 처먹어!)

블랙 미노타우루스들 때문에 숨어 있던 3m 크기의 고릴라 2마리가 허겁지겁 나타났다.

원래는 상황을 지켜보다 꾸엥이가 먹는 참치구이를 뺏을 생각이었지만, 꾸엥이의 배로 빠르게 사라지는 참치구이를 보며 고릴라들의 마음이 급해졌다.

하지만

꾸엥?

[지금 내 밥을 노리는 것이다요?]

그들은 잘못 건드려도 한참 잘못 건드렸다.

꾸엥!

[내 밥을 노리다니 용서할 수 없다요!]

밥 먹을 때 가장 포악한 아기 맹슈를 건드려버렸다.

그리고 그 결과는 멱살행. 세준이 묶는 건 나쁘다고 했기에 살포시 멱살을 잡았다.

꾸엥?

[또 내 밥 노릴 거다요?]

꾸엥이가 양 앞발로 두 고릴라의 멱살을 잡고 거칠게 흔들었다.

구오오!

구오!

고릴라들이 격렬하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다시 꾸엥이의 주먹을 경험해 보고 싶지는 않았다. 까딱하면 저세상 갈 뻔했다.

꾸엥?!

[근데 너희들 우리 아빠 봤어?!]

구오?(꾸엥이 님의 아버님이요?)

구오!오!!(어떻게 생기셨는지?)

꾸엥.

[머리에만 털이 조금 있고 엄청 약하게 생겼다요.]

꾸엥이의 설명에 고릴라들은 꾸엥이의 모습에서 키가 크고 말랐지만, 털이 머리에만 있는 모습을 상상하고는 나중에 보면 알려주겠다고 했다.

꾸엥!

[알겠다요!]

꾸엥이가 고릴라들을 보내주고 다시 참치를 먹었다.

그리고

꾸엥!

[이제 아빠를 찾는 거다요!]

쾅!

식사를 끝낸 꾸엥이가 빠르게 세준이 있는 방향을 향해 달려 나갔다.

***

그렇게 꾸엥이가 세준을 찾아 출발할 때

"여기서 박세준의 무릎이 느껴진다냥!"

테오는 이미 세준의 무릎이 느껴지는 곳을 따라 원숭이들의 마을에 도착했다.

그리고

살금살금.

"박 회장, 어디 있는 것이냥?"

지붕에 올라가 주변을 둘러보며 세준을 찾을 때

"배고픈데 뭐 먹을 거 없어?"

세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찾았다냥!"

테오가 서둘러 원숭이들에 둘러싸여 있는 세준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우끼!

우끼끼!

감히 자신들의 신을 향해 달려드는 테오를 원숭이들이 막으려 했다.

원숭이들은 세준을 신으로 숭배하고 있었다. 황금박쥐가 가져온 바나나 때문이었다. 원숭이들의 전설에 바나나를 가지고 나타나는 존재가 자신들을 구원할 거러나?

"잠깐!"

세준이 서둘러 테오를 공격하려는 원숭이들을 막았다.

"여기는 테오, 내 부하야."

우끼..

세준의 말에 원숭이들이 서둘러 테오를 향해 절을 했다. 신의 부하는 신의 사자. 즉, 신의 의지를 행하는 자였다.

"푸후훗. 그렇다냥! 나는 박세준의 부하 테 사장이다냥!"

섬김받는 것을 좋아하는 테오가 위풍당당하게 걸으며 세준의 무릎 위에 올라갔다.

그리고

"까달라냥!"

봇짐에서 츄르를 꺼내 세준에게 내밀었다.

촵촵촵.

'역시 이맛이다냥!'

세준의 무릎이 아니면 이런 맛이 나지 않았다.

고로롱.

테오가 세준을 찾아다니느라 고단했던 하루를 세준의 무릎 위에서 늘어지게 자면서 마무리했다.

127화. 바나나 나무를 치유하다.

127화. 바나나 나무를 치유하다.

"크르릉! 서둘러 세준 님을 찾아라!"

뺙!

"네!"

탑 55층에서 레드리본 왕국의 재건을 돕던 블랙 울프족과 실버 울프족도 고양이 인턴들의 연락을 받고 흑토끼와 함께 탑 77층에 도착했다.

"헤겔 님! 냄새가 두 개로 갈라져 있습니다."

"킁킁. 그렇군."

엘카의 말에 헤겔이 바닥의 냄새를 맡으며 말했다.

한쪽은 꾸엥이와 테오의 냄새가 다른 쪽은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의 냄새가 났다.

"그럼 우리도 갈라진다. 블랙 울프족은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의 냄새를 추적하겠다."

"네! 그럼 저희는 꾸엥이와 테오의 냄새를 쫓겠습니다!"

그렇게 늑대들이 두 무리로 갈라졌다.

그리고

"흑토끼왕이여. 우리랑 가겠다고?""

뺙!

흑토끼는 테오의 냄새가 나는 쪽을 선택했다.

테오의 세준 추적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거의 탑의 10대 불가사의에 맞먹을 정도. 흑토끼는 테오가 세준을 못 찾는다면 그건 세준이 죽었을 때뿐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저승까지 가서 찾아낼지도······

"그럼 출발한다!"

뺙!

엘카의 외침에 흑토끼와 다른 은빛 늑대들이 테오와 꾸엥이의 냄새를 따라 이동했다.

탑 99층 블랙 미노타우루스 500마리의 남하.

덕분에 80층 대, 70층 대 보스 몬스터들이 긴장하며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층 존재들의 남하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일부 몬스터들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미리 남하했다. 이 현상이 어떤 나비효과를 만들어낼지는 아무도 몰랐다.

***

검은 탑에 혼란이 일어나고 있을 때 세준과 테오, 황금박쥐는 원숭이들의 시중을 받으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으윽! 잘 잤다!"

세준이 지난 밤 원숭이족 족장이 내준 침대에서 일어나며 기분 좋게 기지개를 켰다. 족장의 침대 위에 아공간 창고에 넣어뒀던 새송이버섯 매트리스를 깔고 잤더니 너무 쾌적했다.

그렇게 잘자고 일어나자

우끼!

원숭이들이 세준의 기침을 알아차리고는 서둘러 음식을 내왔다.

"이건?!"

세준이 원숭이들이 아침으로 가지고 온 음식들을 보고 놀랐다. 노란 과육을 가진 망고와 수분을 잔뜩 머금은 붉은색 수박이 아침으로 나왔다.

'맛있겠다!'

탑에 들어와 처음 보는 망고와 수박에 세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와! 맛있는 냄새가 나요!)

과일을 보고 기뻐하는 건 황금박쥐도 마찬가지. 특히 황금박쥐는 빨아 먹기 좋은 수박에 흥미를 보였다.

"자 먹어."

세준이 수박을 황금박쥐가 쥐기 편한 크기로 잘라주자

뱃뱃!

(감사합니다!)

쫍!쫍!

황금박쥐가 날개로 수박을 쥐고 열심히 빨아먹기 시작했다.

"나도 하나 먹어볼까."

세준의 첫 픽은 망고였다.

"잘 먹겠습니다."

세준이 망고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으려 할 때

"박 회장, 뭐 잊은 거 없냥?"

테오의 섭섭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

세준이 서둘러 테오를 바라보자 뚱한 표정을 하고 있은 테오. 자신은 안 챙겨준다고 삐진 것이다.

"테 사장, 미안."

과일에 정신이 팔렸던 세준이 서둘러 츄르를 꺼냈다.

"자 여기."

세준이 츄르를 뜯어 테오의 입에 가져가자

"냥! 이번만 봐주겠다냥!"

촵촵촵.

그제야 태오의 뚱한 표정이 풀리며 맛있게 츄르를 핥아먹기 시작했고 세준도 다시 망고를 집어 입에 넣었다.

"음······."

입에 넣자마자 망고 특유의 향과 달콤함이 입안을 가득 채웠고 잘 익은 망고의 몽글몽글한 과육이 부드럽게 뭉개졌다.

그리고

꿀꺽.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그냥 목구멍을 타고 스르륵 넘어가 버리는 망고.

"맛있다!"

망고를 먹은 세준이 이번에는 수박을 집었다.

와사삭.

수박을 한 입 크게 베어 물자 수박의 풍미와 단맛을 가득 품은 수분이 수박 과육에서 빠져나와 입 옆으로 흘렀다.

"이게 뭐냥?! 끈쩍하다냥."

덕분에 세준의 무릎에서 맛있게 츄르를 먹던 태오가 수박물 세례를 받고 짜증을 내며 다시 그루밍을 해야 했다.

아삭.아삭.

"와. 진짜 달다."

씹을 때마다 아삭거리는 식감과 단맛. 수박이 시원하지 않은 건 아쉬웠지만, 그래도 정말 맛있었다.

먹으면서 나온 망고 씨앗과 수박 씨앗은 전부 챙겼다. 나중에 탑 99층 농장에 돌아가 심어볼 생각이었다.

우끼.

원숭이들이 아침을 먹는 동안 거대한 나무 이파리로 부채질을 해줬다.

"흐흐흐. 좋다."

"푸후훗. 좋다냥!"

(세준 님!, 테오 형님! 행복합니다!)

뭔가 관광 온 느낌이었다.

그렇게 아침으로 과일을 먹고 세준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바나나 나무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줘."

일단 병이 난 바나나 나무를 살펴볼 생각이었다.

'내가 고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우끼!

세준이 생각하는 사이 원숭이들이 세준을 바나나 나무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흐음. 이게 병에 걸렸다는 거지?"

세준이 바나나 나무를 살펴보며 말했다.

바나나 나무는 겉으로 보기에는 수분이 없어 말라 죽어 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바닥에 있는 싱그러운 풀들을 보면 물이 부족해 이렇게 된 게 아니라는 건 충분히 알 수 있다.

"일단 안을 볼까?"

세준이 바나나 나무의 말라버린 겉껍질을 뜯어내려 할 때

[농사꾼의 손길 Lv. 3이 발동합니다.]

[손길이 닿는 동안 바나나 나무의 성장이 조금 빨라집니다.]

[바나나 나무가 병에 걸려 성장할 기운이 없습니다.]

바나나 나무에 세준의 손이 닿자 스킬이 발동했다.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바나나 나무가 병을 이길 수 있게 기운을 북돋아 줘라.]

보상 : 농사꾼의 손길이 농사꾼의 따뜻한 손길로 업그레이드.

실패 시 : 병에 걸린 바나나 나무의 죽음.

"어?! 업그레이드?"

스킬의 업그레이드. 각 길드에서 극비로 하는 정보기에 세준은 들어본 적 없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바나나 나무의 기운을 북돋아 주려면 뭘 해야 하지? 비료를 줘야 되나?"

우끼?

[비료가 필요하십니까?]

함께 있던 원숭이가 세준의 말을 듣고 서둘러 마을에서 비료를 가져왔다. 원숭이들도 나름 농사를 짓고 있어 비료를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원숭이들이 가져온 비료를 바나나 나무 주변에 뿌리고 물도 주며 기다렸지만, 효과가 없었다.

"냥! 내가 기운을 차리게 할 방법을 안다냥!"

옆에서 지루해하던 테오가 외쳤다.

"뭔데?"

"박 회장은 내가 하는 거나 보라냥!"

테오가 자신 있게 앞으로 가더니

꾹.꾹.

"정신차려라냥!"

바나나 나무에 심폐소생술을 하듯이 꾹꾹이를 시작했다.

하지만

[바나나 나무가 충격으로 기력이 더 쇠약해집니다.]

바나나 나무는 테오의 꾹꾹이를 버티지 못할 정도로 약했다.

"얌마!"

세준이 서둘러 테오의 목덜미를 들어 자신의 무릎에 붙였다.

"왜 기운이 안나냥? 내 앞발은 약발이다냥."

꾹.꾹.

테오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분해하며 세준의 무릎에 꾹꾹이를 했다.

그렇게 세준이 테오의 안마를 받고 있을 때

(세준 님, 노래를 들려주면 어떨까요?)

황금박쥐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노래?"

(네. 노래를 들으면 기운이 나잖아요.)

"음."

황금박쥐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세준도 들어 본 적이 있었다. 식물에게 노래를 들려주면 성장도 빨라지고 과일의 수확량과 맛도 좋아진다고.

"일단 해보자."

다른 방법도 없었기에 일단 생각나는 건 다해보기로 했다.

"크흠. 아.아.아~!"

세준이 나뭇가지 하나를 들고 목을 풀며 노래 부를 준비를 했다.

[바나나 나무가 시끄러운 소리에 기력이 쇠약해집니다.]

"어?!"

나 아직 목만 풀었는데······

바나나 나무가 생각보다 예민했다.

"푸후훗. 나의 노래를 들려줘야 겠다냥! 나는 위대한 검은 용의 부하······."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 매달린 채로 고개만 돌려 바나나 나무에게 자신의 즉흥 자작곡을 불러줬다.

[바나나 나무가 거만한 노래에 기분이 나빠지며 기력이 쇠약해집니다.]

"테 사장, 그만해. 너도 안된대."

"그냥 베어버리자냥!"

빳칭!

감히 자신의 자작곡을 듣고 더 쇠약해지다니! 분노한 테오가 발톱을 뽑았다.

그때

(어디, 어디, 어디에서 나타났나 황금박쥐~)

황금박쥐가 노래를 시작했다. 지구에서 돌아다니다가 들은 마치 자신의 주제가 같은 노래를.

'준비했네.'

세준이 황금박쥐를 보며 생각했다. 그리고 곧 바나나 나무가 보일 반응에 황금박쥐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어?"

"박 회장, 왜 황금박쥐는 계속 노래 부르게 해주냥?!"

바나나 나무가 쇠약해졌다는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다.

잠시 후

[바나나 나무가 평온을 주는 소리에 기력이 조금 회복됩니다.]

'이게?!'

세준이 황당한 표정으로 메시지를 읽었다.

1시간 후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농사꾼의 손길 Lv. 3이 농사꾼의 따뜻한 손길 Lv. 3으로 업그레이드됩니다.]

세준과 테오가 깎아 먹은 기력을 황금박쥐가 노래로 회복시켜 퀘스트가 완료됐다.

세준이 바로 업그레이드된 스킬을 확인했다.

[농사꾼의 따뜻한 손길 Lv. 3]

-농작물을 사랑하는 농사꾼의 손길에 따스함이 베입니다.

-농사꾼의 따뜻한 손길이 닿은 식물들의 성장이 조금 빨라집니다.

-농사꾼의 따뜻한 손길이 닿은 병든 식물들의 병이 조금씩 치유됩니다.

"좋아."

이 스킬만 있으면 바나나 나무들을 살려내는 건 시간문제였다. 세준이 서둘러 바나나 나무에 손을 올려 병을 치유하기 시작했다.

우끼!

우끼끼!

세준의 손에 닿은 바나나 나무가 조금씩 자신의 본래 색을 찾아가는 것을 보면서 원숭이들이 감격하며 다시 절을 했다. 신의 기적이었다.

그렇게 하루 동안 100그루의 바나나 나무를 치유한 세준은 저녁이 되자 다시 원숭이들의 마을로 돌아왔다.

우끼!

마을 안은 이미 세준이 바나나 나무를 치유했다는 소식을 듣고 축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원숭이들이 구할 수 있는 건 망고와 수박뿐이라 축제라고 음식이 더 나오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대신 세준이 아침에 지시해 덜 익은 망고를 얇게 썰어 말린 건망고와 원숭이들이 망고와 수박을 함께 발효해서 만든 과일주가 메뉴에 추가됐다.

그래도 축제를 즐기기에는 너무 음식이 적었다.

"이래서는 축제 기분이 안 나지."

세준이 자신의 아공간 창고에서 음식들을 꺼내 요리를 시작했다.

우끼!

세준이 요리를 시작하자 원숭이들이 세준의 요리를 구경했다.

원숭이들 입장에서는 신의 요리를 구경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수백 년간 자손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이야기. 때문에 원숭이들은 집중해서 세준이 요리하는 걸 집중해서 지켜봤다.

그렇게 세준이 원숭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4가지 요리를 완성했다.

꿀감자, 군고구마, 토마토수프, 오징어볶음.

"자 먹자!"

세준의 말에 원숭이들이 자신의 앞에 놓인 세준의 요리부터 먹었다.

우끼!

세준의 요리를 먹은 원숭이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꿀감자와 군고구마를 먹은 원숭이들은 단맛에 기뻐했고 토마토수프를 먹은 원숭이들은 시큼하면서 중독되는 맛에 매료됐다.

그리고

우끼!끼!

오징어복음의 매운맛을 본 원숭이들은 얼굴이 빨개지며 땀을 줄줄 흘렸다.

우끼!

매운맛을 본 원숭이들은 서둘러 다른 음식으로 매운맛을 달래고는 서둘러 다른 원숭이에게 오징어볶음을 권하며 매운맛에 고통스러워하는 친구를 보며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렇게 축제를 즐기고 있을 때

구오!

구오오!

갑자기 마을 밖에서 들리는 몬스터의 포효. 즐거운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우끼!

우끼끼!

원숭이들이 갑자기 분주히 움직이며 세준의 뒤로 숨었다.

"어?! 너희들 왜 그래?"

우끼!우끼!

[고릴라족들입니다! 신이시여 저희를 지켜주세요!]

"고릴라족?"

그때

쿵.쿵.

거대한 발소리와 함께 축제에 불청객이 난입했다. 3m의 고릴라 20마리를 대동한 7m의 거대한 고릴라였다. 머리에는 어울리지 않게 커다란 리본 하나와 치마를 입고 있었다.

직접 남편감을 찾기 위해 다른 몬스터들의 마을을 둘러보고 있던 고릴라 족장의 딸이 맛있는 냄새를 맡고 나타난 것이다.

128화. 찾았다요!

128화. 찾았다요!

탑 75층 유랑 상인 협회 본부.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탑 99층을 벗어난 이유는 알아냈나?"

유랑 상인 협회장 메이슨이 다급하게 물었다. 유랑 상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서둘러 500마리의 블랙 미노타우루스가 남하하는 이유를 알아내야 했다.

"죄송합니다. 그저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전부 탑 77층에 진입했다는 것만 알아냈습니다."

메이슨의 물음에 부하가 대답했다.

"탑 77층?"

메이슨이 의아해했다. 탑 77층에는 강한 세력도, 풍족한 식량도, 많은 재화도 없었다. 불랙 미노타우루스들이 갈 이유가 전혀 없었다.

"네! 거기다 블랙 울프족과 실버 울프족도 무슨 연락을 받은 건지 탑 77층에 합류했습니다."

"뭐?! 그들까지? 도대체 탑 77층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늑대들에게 얻은 정보로는 원하는 존재만 찾으면 블랙 미노타우르스들은 돌아갈 거라고 했습니다."

"원하는 존재? 그럼 그들이 누군가를 찾으러 갔다는 거야?"

메이슨이 알기로 블랙 미노타우루스를 500마리나 움직일 수 있는 존재는 우마왕뿐이다. 하지만 웨이포인트에 묶여 있는 우마왕이 다른 층에 아는 존재가 있을 리 없었다.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였다.

"서둘러 비밀감찰국의 요원들을 탑 77층에 투입시켜! 블랙 미노타우루스가 누구를 찾는지 알아내야 해!"

메이슨의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블랙 미노타우루스가 찾는 존재가 향후 탑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네!"

그렇게 유랑 상인 협회의 비밀감찰국 요원들이 탑 77층으로 급파됐다.

***

꾸엥!

꾸엥이는 카이저가 준 나침반의 바늘이 향하는 곳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렸다.

구오오!

크아!

중간에 앞을 막는 존재가 나타나면 용서하지 않고 응징했다. 그렇게 오랑우탄, 침팬치 등이 꾸엥이에게 멱살을 잡혔다.

그리고

꾸엥?

[우리 아빠 봤다요?]

만나는 몬스터마다 멱살을 잡고 꾸엥이는 세준을 봤냐고 물었지만, 원숭이 마을에만 있는 세준을 본 몬스터가 있을 리 없었다.

그렇게 아빠를 찾아 달리고 달린 꾸엥이의 앞에 붉은 빛줄기를 둘러 싸고있는 거대한 마을이 나타났다.

꾸엥이는 더 이상 가방을 메고 있지 않았다. 오는 도중 도시락을 다 먹어버렸다. 물론 간식 주머니에 있는 꿀도 이동하면서 출출할 때마가 먹었기에 이미 한참 전에 바닥났다.

꾸엥!

꾸엥이가 거침없이 마을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구오?!(웬 놈이냐?!)

구오!(꺼져라!)

마을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고릴라들이 꾸엥이를 막아섰다.

하지만

꾸엥!

퍽!퍽!

꾸엥이가 자신의 앞을 막는 고릴라들을 가볍게 제압했다.

그사이

구오오오!

다른 고릴라가 서둘러 다른 고릴라들을 불렀고 마을의 모든 고릴라들이 달려 나왔다.

꾸엥!

꾸엥이가 포효하며 고릴라들을 향해 마주 달려갔다.

1대 500의 전투.

하지만

꾸엥!

퍽!퍽!퍼벅!

1이 너무 압도적으로 강했다.

꾸엥?

[너 우리 아빠 봤다요?]

꾸엥이가 쓰러진 고릴라 중 아직 정신이 있는 고릴라의 멱살을 잡고 물었다.

구오!(못 봤습니다!)

꾸엥!

[넌 거짓말을 하고 있다요!]

왜냐하면 꾸엥이는 아직 아빠의 모습을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

퍽!

꾸엥이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 나쁜 고릴라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렸다.

그리고

꾸엥?!

[아빠는 어디 있는 거다요?!]

다시 아빠를 찾아 나서려고 할 때

구오오?!(감히 누가 내 마을에서 행패를 부리는 것이냐?!)

10m 크기의 거대한 고릴라가 분노하며 꾸엥이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탑 77층 보스 고린]

웨이포인트를 지키고 있는 탑 77층의 보스. 고릴라 마을의 족장 고린이었다.

꾸엥!

탑 77층의 보스 고린은 강해 보였기에 이번에는 꾸엥이도 거대화를 하고 싸웠다. 순식간에 22m 크기로 자란 꾸엥이. 그동안 무럭무럭 자라 키가 또 커졌다.

꾸엥!

쾅!

꾸엥이가 두 손을 마주 잡고 전력으로 달려오는 고린의 머리통을 내리찍었다.

콰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고린의 머리가 땅속에 박혔다.

...

그걸로 끝이었다.

꾸엥!

꾸엥이가 다시 나침반을 따라 움직였다.

꼬르르륵.

그렇게 움직이다 보니 다시 배가 고파진 꾸엥이.

하지만

꾸엥···

[이제 먹을 게 없다요···]

꾸엥이가 주린 배를 잡고 세준이 있는 방향을 향해 걷고 있을 때

킁킁.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났다.

꾸엥?!꾸엥!

[이건?! 아빠의 꿀감자 냄새다요!]

거기다 군고구마와 세준이 해주던 다른 요리들의 냄새도 났다.

꾸엥!

[아빠 꾸엥이 배고프다요!]

꾸엥이가 서둘러 세준의 요리 냄새가 나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