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얘들아 산책이나 하자."
황금박쥐와 독꿀벌들을 배웅하고 돌아온 세준은 농장을 둘러보며 걸었다. 대파밭, 옥수수밭, 방울토마토밭 등 토끼들과 버섯개미들 덕분에 잘 관리되고 있었다.
그리고
[소작농이 마력 씨뿌리기 Lv. 6를 사용해 방울토마토 씨앗을 심었습니다.]
[천석꾼이 5%의 보상을 받습니다.]
[천석꾼의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천석꾼의 마력 씨뿌리기 Lv. 6의 숙련도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
..
.
그걸 증명하는 메시지.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그렇게 농장을 다 둘러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꾸엥이 저녁에 먹고 싶은 거 있어?"
세준이 자신을 태우고 다니느라 수고한 꾸엥이에게 저녁 메뉴 결정권을 줬다.
꾸엥!꾸엥!
[아빠! 꾸엥이 바나나랑 떡을 같이 먹고 싶다요!]
세준의 말에 꾸엥이가 왼손을 들며 바나나를, 오른손을 들며 떡을 말했다. 꿀시루떡을 몇 번 먹더니 떡에 다른 걸 섞어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꾸에엥!
[바나나랑 떡을 섞는다아아아요!]
꾸엥이는 양손을 흔들며 혼자 노래를 부르고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췄다. 바나나와 떡이 섞인 맛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 같았다.
'유튜버하면 잘하겠는데?'
재주는 꾸엥이가 부리고 돈은 자신이 벌고
"흐흐흐."
세준이 혼자 즐거운 상상을 하며 취사장으로 들어가 떡을 만들기 시작했다.
잠시 후
"꾸엥아 밥 먹자!"
꾸엥!
[밥이다요!]
세준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밖에서 혼자 흙을 파며 놀고 있던 꾸엥이가 세준의 부름에 서둘러 달려왔다.
그리고
우적우적.
양손에 떡 한덩이씩을 들고 번갈아 가며 한입에 먹어버리는 꾸엥이.
"박 회장, 나도 츄르 하나 더 달라냥!"
촤좌잡!
꾸엥이가 먹는 것에 자극을 받았는지 테오가 츄르 먹는 속도를 올렸다. 하지만 뱁새가 황새를 따라갈 수는 없는 법.
"켁켁켁!"
츄를를 빨리 먹다 사레만 들린 테오였다. 만용을 부린 자의 최후였다.
"그러게 왜 꾸엥이랑 경쟁하려고 해. 그냥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지."
"그냥 이겨보고 싶었다냥! 근데 박 회장의 말이 맞는 것 같다냥!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다냥!"
촵촵촵.
테오가 세준의 말을 듣고 꾸엥이 이기기를 포기하고 츄르를 다시 원래 속도로 먹기 시작했다.
"아. 배부르다."
"맛있는 츄르였다냥!"
꾸엥!
[잘 먹었다요!]
모두가 맛있게 저녁을 먹고
꾸엥!
[꾸엥이는 자러 간다요!]
꾸엥이는 엄마와 자러 갔다.
그리고
"오늘은 한잔하고 자야지. 무슨 술을 마실까?"
세준이 양조장으로 향했다. 오늘쯤이면 만들어 둔 술이 완성될 때가 됐다.
세준은 일반 막걸리가 조금씩 질리기 시작하자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을 넣고 막걸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오늘 만든 밤막걸리를 쉽게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이미 시행착오가 있었기 때문.
그런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한 양조장.
하지만
"어?!"
세준이 만든 다양한 맛의 막걸리들이 전부 사라져있었다.
156화. 용의 발톱을 얻다.
156화. 용의 발톱을 얻다.
세준의 농장에서 막걸리만 훔쳐 갈 존재는 뻔했다. 추리도 필요 없다. 에일린의 할아버지이자 애주가인 카이저밖에 없으니까.
"방심했네."
요즘 바쁜 일이 있는지 나타나지 않길래 숨겨두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테오 앞에 생선구이, 꾸엥이 앞에 꿀, 카이저 앞에 막걸리를 둔 자신의 잘못이었다.
"아니. 그래도 다 가져가는 건 아니지. 나도 아직 맛을 못 봤는데······."
'여기 있던 게 일반 막걸리 10병에, 농작물을 섞은 막걸리가 50병 정도니까······.'
"그럼 막걸리 160병만큼 비늘을 받아내야지."
농작물을 섞은 막걸리는 더 많은 자신의 많은 노력이 들어갔으니 3배의 프리미엄을 붙여 계산하기로 했다.
그렇게 세준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때
-우리 세준이 여기 있었구나!
파닥.파닥.
카이저가 세준을 부르며 빠르게 날아왔다.
"네?!"
우리 세준이요? 카이저의 호칭에 세준이 흠칫했다. 세준이놈이라고 부를 때는 언제고 갑자기 우리 세준이라니?
세준이 카이저의 말투에 당황할 때
-이 기특한 놈! 언제 그런 막걸리를 만든 것이냐?!
카이저가 다짜고짜 세준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
몇 시간 전.
"크하하하. 자 다시 마시자!"
카이저가 가져온 막걸리로 술판을 이어가기 시작한 용들.
"오! 검은 탑에도 막걸리가 있었군!"
"크하하하. 우리 탑농부가 나 먹으라고 만든 거야!"
주인의 허락도 없이 몰래 훔쳐 왔지만, 분명 자신을 위해 만들었다고 강하게 믿는 카이저. 카이저는 일단 일반 막걸리를 따서 용들에게 줬다.
쪼르륵.
"어디 마셔볼까?"
꿀꺽.꿀꺽.
1용 1막걸리병을 들고 용들이 자작을 하며 막걸리를 마셨다.
"흥! 그래도 우리 탑농부한테는 안될걸?"
생각 외로 맛있는 막걸리에 자존심이 상한 아르테미스가 질 수 없다는 심정으로 말했다.
"뭐?! 우리 세준이가 만든 막걸리를 무시하는 거야?! 밖으로 나와! 대결이다!"
아르테미스의 말에 발끈한 카이저가 외쳤다. 탑 안에서는 그렇게 하찮게 여기더니 밖에서는 세준이 만든 막걸리가 무시받자 자신이 무시 받은 것처럼 나서는 카이저였다.
"밖으로 나오라면 못 나갈 줄 알고?!"
쿵!쾅!
그렇게 카이저와 아르테미스가 밖에서 다투기 시작할 때
"자. 마시자고! 힘내! 켈리온. 분명 아작스도 농사에 성공할 때가 올 거야."
"말이라도 고맙군."
둘이 싸우든 말든 브라키오와 켈리온은 막걸리를 마셨다.
"크흐. 좋다! 뭐야? 벌써 다 마셨네?"
"여기 더 있어."
금세 막걸리 1병씩을 비운 켈리온과 브라키오. 브라키오가 카이저가 가져온 막걸리를 마법을 이용해 자신과 켈리온의 앞에 한 병씩 옮겼다.
그리고
딸깍.
뚜껑을 열고
쪼르륵.
잔에 따라
"자 짠!"
"아작스의 풍작을 기원하며!"
쨍.
술잔을 부딪히고 술을 마셨다.
그때
"크흐. 어?!"
"어머?!"
둘이 동시에 탄성을 질렀다. 막걸리에서 생각지 못한 맛이 났기 때문.
"고구마?"
"옥수수?"
"옥수수라고?"
"고구마? 우리 바꿔 먹어보자!"
그렇게 둘은 술병을 바꿔 다시 마셨고
"다른 것도 까보자!"
"그래!"
카이저가 가져온 술병을 까서 한입씩 마셔보기 시작했다.
"맛이 몇 개야?!"
"그러니까······."
고구마, 감자, 옥수수, 당근, 방울토마토, 땅콩, 수박, 망고, 바나나 그리고 아직 숙성이 안 된 밤막걸리까지. 총 10가지 맛의 막걸리라니!
거기다 세준이 기른 농작물이 들어간 막걸리는 맛도 훨씬 좋고 뭔가 미세하지만, 몸에 변화를 주는 느낌까지 있었다.
"박세준, 이 대단한 녀석······ 가만 있어 보자··· 내 용아병이······."
켈리온이 혼잣말로 세준을 칭찬하며 자신의 남은 용아병이 몇 마리나 있는지 생각했다. 용아병 하나면 10가지 맛 막걸리를 10병씩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세준은 3배 정도의 프리미엄을 생각했지만, 켈리온은 10배의 프리미엄을 붙여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박세준··· 검은 탑의 탑농부······."
브라키오의 표정을 보니 10병도 못 얻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마시자!'
꿀꺽.꿀꺽.
켈리온이 손자 걱정도 잊고 열심히 막걸리를 마시기 시작하자
"앗! 치사하게 혼자 마시는 거야?!"
브라키오도 정신을 차리고 다시 막걸리를 마시기 시작했다.
잠시 후
"크하하하!"
"으하하하!"
카이저와 아르테미스가 얼굴이 퉁퉁 부은 상태로 어깨동무를 하고 들어왔다. 애도 아니고 싸우다 친해져 들어온 둘.
"어?! 뭐야?!!!"
"누가 다 먹었어?!"
그런 그들의 앞에 바닥에 널브러진 빈 막걸리병 수십 개가 보였다. 그들이 나가 있는 동안 켈리온과 브라키오가 막걸리를 거의 다 먹어 버린 것이다.
"어?! 왔냐?"
뒤늦게 둘을 발견한 켈리온이 말했다.
"어?! 왔냐?! 지금 그런 말이 나와?!"
"이거 마셔봐. 그럼 내가 왜 이러는지 알 거야······ 카이저 너는 좋겠다. 세준이 같은 탑농부도 있고."
켈리온이 막걸리를 카이저에게 건네며 부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쟤 왜 저래?'
꿀꺽.
카이저가 켈리온을 이상한 눈으로 보며 막걸리를 쭉 들이켰다. 몸을 썼더니 목이 말랐다.
그리고
"······!!!"
고구마막걸리의 맛을 보자 켈리온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세준이가 10가지 종류의 막걸리를 새로 만들었어."
맛에 충격을 받은 카이저에게 켈리온이 추가 설명을 해줬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카이저가 세준의 양조장에서 막걸리를 가져온 것을 후회했다. 혼자 먹어도 아까운 술을 지금 다른 용들과 나눠 먹겠다고 가져온 것이다.
"무슨 맛이길래?"
홀짝.
"······이건?!"
옆에서 카이저의 반응을 보고 궁금증이 생긴 아르테미스도 막걸리를 한입 마시고 충격에 빠졌다.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맛있어!
"흐흐흐. 역시 우리만 그런 게 아니네."
"쟤네들 정신 차리기 전에 빨리 마시자."
충격에 빠진 카이저와 아르테미스를 두고 켈리온과 브라키오가 다시 막걸리를 마시기 시작했다.
"멈춰! 그만 먹어! 이제 안 줄 거야!"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카이저가 막걸리를 수거하려 했지만, 남은 건 켈리온이 일부러 남긴 각 막걸리 10병 바닥에 남긴 두 잔 정도 양의 막걸리뿐이었다.
10가지 막걸리의 맛은 보라는 의미였다.
"이건 무슨 맛이지? 향이 독특한데?"
"크흐흐흐. 이건 수박이라는 거다."
수박 맛을 모르는 아르테미스에게 카이저가 우쭐해 하며 설명해줬다.
그렇게 카이저와 아르테미스가 10가지 맛의 막걸리를 다 마셨을 때
"카이저! 박세준을 나한테 넘겨!"
브라키오가 카이저에게 세준을 요구했다.
"무슨 소리야?! 탑농부를 넘기라니?! 한 번 탑농부가 되면 죽을 때까지 그 탑의 탑농부로 살아야 한다는 걸 몰라? 그리고 된다고 해도 우리 세준이는 절대 안 돼!"
카이저가 브라키오의 말에 화를 내며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감히 우리 세준이를 달라니?!
"흐음······ 과연 그럴까?"
브라키오가 꺼림직한 눈빛을 하며 말했다.
"뭐?! 그럼 다음 회의 때 보자!"
카이저가 서둘러 검은 탑으로 돌아갔다. 세준에게 빨리 막걸리를 만들어 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
-우리 세준이 필요한 것은 없느냐? 참! 아까 가져간 술에 대해서는 내가 비늘 20장으로 보답하마! 그리고 앞으로 새로운 막걸리에 대해서는 2병당 비늘 하나를 지급하지!
"어?! 정말요?! 감사합니다! 아! 그런데 카이저 님, 지금 이러고 계실 때가 아닌데요."
카이저의 제안에 기뻐하던 세준이 지금 열심히 수련을 하고 있을 에일린을 떠올리며 말했다.
-왜? 무슨 일이냐? 내가 다 해결해 주마!
빨리 세준에게 막걸리를 만들게 할 생각에 카이저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세준의 일이 아니라 에일린의 일이었다.
"에일린이 지금······."
세준이 테오가 우연히 검은 용의 드래곤하트 파편을 얻었고 지금 에일린이 그것을 이용해 드래곤하트를 고치겠다며 수련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뭐?! 우리 에일린이 드래곤하트 파편을?
"괜찮을까요?"
세준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에일린이 자신 있게 말했지만, 그래서 더 걱정이 됐다.
-걱정 말거라. 드래곤하트와 공명하는 건 용족이라면 숨 쉬는 것만큼 간단한 일. 별일은 없을 거다. 크하하하. 테오 이 녀석! 정말 큰 일을 했군.
그렇게 세준의 물음에 대답한 카이저가 테오를 칭찬했다. 드래곤하트를 아주 작은 파편이지만, 그걸 구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했다.
드래곤하트는 용이 죽으면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빠르게 환원되기에 구할 수가 없다. 카이저도 환원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말만 들었을 뿐. 근데 그걸 테오가 구해온 것이다.
지금 막걸리가 문제가 아니었다. 아니 안 먹어도 된다는 말은 아니고 조금 늦게 먹어도 괜찮았다.
-위대한 검은 용의 일족에게 도움을 줬으니 내 특별히 프리타니가 가주의 권한으로 너에게 상을 내리겠노라!
"뭐냥?! 뭘 줄 거냥?!"
카이저의 말에 테오가 흥분했다. 카이저에게 좋은 선물을 받아 세준에게 줄 생각에 테오는 신이 났다.
테오의 머릿속 공식은 이랬다.
'박세준에게 돈을 주면 박세준의 무릎과 츄르, 테 부회장 기간 연장권이 나온다냥!'
'박세준에게 단검을 주면 박세준의 무릎과 츄르, 테 부회장 기간 연장권이 나온다냥!'
...
..
.
세준에게 뭘 주면 자판기처럼 무릎과 츄르, 테 부회장 기간 연장권이 나온다고 생각하는 테오였다.
-특별히 프리타니라는 성을 쓸 수 있게 해주지.
"냥?"
프리타니라는 성을 받는 게 좋은지 나쁜지 판단할 수 없던 테오가 세준을 바라봤다. 앞발은 무형의 것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절레절레.
세준이 고개를 저었다. 이름에 성 하나 더 달린다고 뭐가 달라지나. 명예보다는 실리였다.
"별루다냥! 다른 걸 달라냥!"
-흐음··· 의외군. 천 년 전까지만 해도 다들 좋아했는데······ 그럼 나의 발톱을 주지.
끄덕.끄덕.
"좋다냥!"
세준의 끄덕거림에 테오가 카이저의 발톱을 받기로 했다.
-됐다.
"냥?! 뭐가 됐냥? 나는 아직 발톱을 못 받았다냥!"
-발톱을 뽑아봐라.
빳칭!
테오가 앞발의 발톱을 뽑자 검은빛을 띠는 10개의 발톱이 나타났다. 바로 테오의 발톱을 용의 발톱으로 교체한 카이저였다.
"냥!"
테오가 자신의 바뀐 발톱을 신기하게 바라보다
"냐앙··· 이건 박 회장에게 줄 수 없다냥······."
세준에게 발톱을 줄 수 없음에 슬퍼했다.
"괜찮아. 대신 테 부회장이 강해졌잖아."
"냥! 그렇다냥! 내가 이 발톱으로 박 회장을 지켜주겠다냥! 근데 졸리다냥."
"그래. 카이저 님, 저희는 그만 자야 할 것 같습니다."
세준이 테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아침에 보지.
그렇게 세준과 테오가 집으로 자러 들어가고
-크흠. 요즘 우리가 활동이 너무 뜸했나?
용족의 존재감이 작아졌다고 느낀 카이저가 생각에 잠겼다.
아까 자존심 때문에 내색은 안 했지만, 프리타니라는 성을 거부한 테오 때문에 조금 충격을 받았다. 프리타니라는 성을 쓰게 된다는 건 탑 안에서 검은 용으로 대우를 받는다는 의미.
-그런데 그걸 거절해?
하지만 이건 용족의 존재감이 작아진 게 아니라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세준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커어어.
고로롱.
그렇게 검은 탑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대단한 기회를 놓친 것도 모르고 둘은 잘만 잤다.
조난 312일 차 테오가 용의 발톱을 얻었다.
그리고 생일 파티까지 5일이 남았다.
157화. 발톱 수련을 하다.
157화. 발톱 수련을 하다.
"브라키오, 너 아까 무슨 의미로 말한 거지?"
카이저가 떠나고 브라키오가 카이저에게 탑농부를 넘기라고 한 말이 이상했던 아르테미스가 물었다.
"그건 비밀이야."
"브라키오, 너 창조신님의 비석 중 하나를 얻은 거지?"
"그걸······ 어떻게?!"
빙빙 돌리지 않고 바로 찔러들어오는 질문. 갑자기 정곡을 찔린 브라키오가 놀란 표정으로 급히 아르테미스를 쳐다봤다.
"그렇게 놀랄 거 없어. 나도 창조신님의 비석 한 조각을 얻었거든. 켈리온, 너도 창조신님의 비석 한 조각 있지?"
"응."
아르테미스의 물음에 켈리온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검은 탑 99층에서 창조신님의 비석 한 조각을 본 이후로 각 탑마다 창조신의 비석 조각이 하나씩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
아르테미스는 브라키오가 카이저에게 탑농부를 요구할 때 브라키오가 창조신의 비석 조각을 확보했다고 확신했다. 아니라면 카이저에게 그런 내용의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창조신의 비석에서 뭔가를 본 것이 분명했다. 아르테미스가 이렇게 확신하는 데는 자신이 본 창조신의 비석 조각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있었기 때문.
[이계(二誡) - 탑농부는 다른 탑의 탑농부들을 거느릴 수 있다.]
여기서 '들을'이 중요하다. 해석하기에 따라서 한 탑농부가 다른 탑농부 모두를 거느릴 수도 있다는 의미.
그래서 아르테미스는 나중을 위해 일부러 자신의 탑농부를 자랑한 것이다. 미래를 위한 작은 포석 중 하나였다.
"내 생각에 녹색 탑에서 찾은 창조신님의 비석 조각에는 다른 탑의 탑농부를 데려올 수 있다는 내용의 계명이 적혀 있을 것 같군."
"······."
브라키오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여기서 긍정이나 부정을 하는 것 자체가 비석의 정보를 주는 것.
"이렇게 하지······."
이런 식으로 서로 숨기고 있는 상태에서는 대화를 해도 발전이 없다고 판단한 아르테미스가 브라키오와 켈리온에게 제안했다.
서로 알고 있는 창조신의 비석 조각에 대해 드래곤하트를 걸고 말하자고.
"물론 여기서 들은 걸 다른 용들에게 말하지 않겠다는 맹세도 해야겠지."
"좋아."
"좋다."
아르테미스의 제안을 브라키오와 켈리온이 받아들였다.
"좋아. 그럼 나부터 말하지."
아르테미스가 비석의 내용을 얘기하자 브라키오와 켈리온도 말했다.
[오계(五誡) - 탑농부가 원하면 다른 탑의 탑농부가 될 수 있다.]
[육계(六誡) - 탑농부는 서로 계약을 통해 농작물을 교환할 수 있다.]
둘은 오계와 육계를 알고 있었다.
아홉 조각 중 세 조각이 전부 탑농부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것도 2, 5, 6번째 내용이. 그렇다면 적어도 2~6번째 내용이 전부 탑농부에 대한 얘기라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리고 8개의 탑에 창조신의 비석이 하나씩 있다고 가정하면 총 8개의 계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럼 8개 중 최소 5개가 탑농부에 대한 내용.
"이걸로 확실해졌군. 창조신님은 탑농부를 통해 뭔가를 이루고 싶어 하시는 게 분명해."
아르테미스가 확신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다음 회의 때 보지."
창조신의 비석 내용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진 용들이 자신들의 거처로 돌아갔다.
***
조난 313일 차 아침.
"읏차!"
세준이 일어나자
고로롱.
뀨로롱.
테오와 이오나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새벽에 찾아와 테오의 꼬리를 말고 꿀잠을 자는 이오나였다.
잠시 후
"푸후훗. 이오나 이것 봐라냥! 카이저 님이 줬다냥! 나는 이제 위대한 검은 용의 부하이자 치명적인 용 발톱 노랑고양이 태오 박이다냥!"
빳칭!
테오가 카이저에게 받은 자신의 새 발톱을 신나게 자랑했다.
하지만
"뀻뀻뀻. 테 부회장님! 저 발톱 하나만 주세요!"
"냥?!"
곧 이오나에게 용의 발톱을 보여준 건 큰 실수라는 걸 깨달았다. 마법사에게 용의 발톱을 보여줬으니······
"안 된다냥! 아프다냥!"
테오가 급하게 발톱을 집어넣고 도망쳤고
"뀻뀻뀻. 제가 안 아프게 뽑아 드릴게요!"
이오나가 그런 테오를 쫓아갔다.
"싫다냥!"
테오가 빠르게 달리며 도망쳤지만
"뀻뀻뀻."
비행 마법을 쓰며 쫓아오는 이오나를 따돌릴 수는 없었다.
그리고 도망치다 취사장에서 아침을 준비하는 세준의 무릎으로 돌아온 테오. 생각해 보니 자신은 세준의 무릎 위에 있을 때 무적이었다.
"박 회장 해결하라냥!"
무적이 된 테오가 자신 있게 외쳤다.
"뭘 해결해? 둘 다 이리와 앉아."
"알겠다냥!"
"뀻뀻뀻. 네!"
세준이 아침부터 정신 사납게 돌아다니는 둘을 앉혔다. 그리고 서둘러 아침을 준비했다. 곧 작은 맹슈가 들이닥칠 시간이었다.
꾸엥!
[배고프다요!]
빵!빵!
작은 맹슈가 자신의 배가 비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배를 두드리며 들어왔다.
"꾸엥이 왔냥? 빨리 앉아라냥!"
테오가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키며 말하자
꾸엥!
[큰형아 좋은 아침이다요! 이오나 누나도 좋은 아침이다요!]
꾸엥이가 자신의 양쪽에 앉아 있는 둘에게 인사했다.
"뀻. 꾸엥이 반가워요."
그렇게 서로 인사를 하는 사이
"자 여기 아침."
세준이 각자의 앞에 음식들을 놓기 시작했다.
"잘먹겠다냥!"
테오가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생선구이를 맛있게 먹었고
꾸엥!
[아빠 꾸엥이도 잘 먹겠다요!]
꾸엥이는 일단 꿀과 물이 5대5로 섞인 진한 꿀물 한 사발을 원샷하고 보늬밤을 먹기 시작했다.
보늬밤은 밤의 겉껍질만 까고 속껍질을 남겨둔 상태에서 여러 번 삶아 떫은 맛을 뺀 다음 하나씩 잡고 불순물을 제거하고 다시 물에 꿀과 설탕을 넣고 다시 졸여야 하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었다.
세준은 탑 83층에서 고슴도치들의 도움을 받아 손이 많이 가는 것을 많은 손으로 해결했고
꾸엥!
[맛있다요!]
꾸엥이가 한 움큼씩 수백 번 집어 먹을 수 있는 수량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뀻뀻뀻."
갉갉.
이오나는 아침으로 자신의 주머니에 미리 모아둔 볶음 땅콩을 꺼내 열심히 갉아먹었다.
삐익!
뺘아!
마지막으로 아침을 먹으러 들어온 토끼들까지 아침을 챙겨주고
"음. 맛있다."
세준도 보늬밤을 시작으로 아침을 먹었다.
"이제 일하러 가야지."
그렇게 아침을 먹고 양조장으로 향하는 세준. 생일 파티에 쓸 막걸리에 카이저가 주문한 막걸리까지 빚어야 하니 오늘 해야 할 작업량이 만만치 않았다.
"오늘 안에 다 할 수 있으려나······ 어?! 콩깍지가 열렸네."
오늘 할 일을 걱정하며 양조장으로 걷는 세준의 눈에 오색콩밭 안, 속이 꽉 찬 콩깍지 하나가 들어왔다.
처음에는 오색콩 2개를 심었지만, 계속 수확하고 심다 보니 어느새 오색콩나무의 숫자가 50그루로 늘어난 상태였다.
하지만 오색콩나무가 늘어나는 것에 비해 처음 수확 이후 체력 튼튼 빨강콩과 같은 스탯 100%를 올려주는 콩은 나온 적이 없었다.
처음 수확 때가 운이 엄청나게 좋았던 것. 스탯 100%를 올려주는 콩의 수확률은 굉장히 낮았다.
"오늘은 오색콩 말고 다른 콩 좀 수확하자."
툭.
세준이 혼잣말을 하며 콩깍지를 따서 콩깍지를 벌렸다.
[오색콩 4개를 획득했습니다.]
[민첩 쌩쌩 초록콩을 획득했습니다.]
[수확하기 Lv. 6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700을 획득했습니다.]
"오!"
민첩 쌩쌩 초록콩. 이름만 봐도 민첩 스탯 100%를 올려주는 콩이었다. 세준은 기분 좋게 초록콩을 챙기고 서둘러 오색콩 4개를 심었다.
그리고 양조장으로 간 세준이 막걸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시간 정도 쌀가루 반죽을 만들고 잠깐 쉬고 있을 때
"세준 님! 저희가 왔습니다!"
우끼!
우끼!
헤겔과 늑대들이 탑 77층의 바나나원숭이 5마리를 데리고 나타났다. 혼자 빚을 막걸리 양이 너무 많아지자 세준은 헤겔에게 따로 지시를 했다.
탑 77층에서 술을 빚어 본 적이 있는 원숭이들을 데리고 오라고. 그래서 헤겔과 블랙울프들이 원숭이들을 데려온 것.
우끼!
우끼!
바나나원숭이들이 세준을 보자마자 엎드려 절을 했다.
"여기까지 와줘서 고마워. 들어와. 내가 설명해 줄게."
자신의 일을 도와줄 원숭이들이 오자 세준이 원숭이들을 데리고 양조장으로 들어가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우끼?
"아. 그건······."
우끼!
"맞아. 비슷해."
원래 몇 년간 술을 빚어본 원숭이들은 세준에게 몇 가지를 물어보더니 금세 막걸리를 빚는 과정을 이해했다.
그리고
우끼!
"아. 그런 거야?"
이후부터는 오히려 세준이 바나나원숭이들에게 술 빚는 걸 배우고 있었다. 덕분에 이번에 만들어질 막걸리 맛은 더 좋아질 예정이었다.
그렇게 세준이 열심히 막걸리를 빚고 있을 때
"푸후훗. 꾸엥이 이것 보라냥!"
빳칭!
테오가 이오나가 있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꾸엥이에게도 용 발톱을 자랑했다.
원래라면 세준의 무릎에서 떨어지지 않을 테오지만, 꾸엥이에게 자랑하기 위해서는 세준의 무릎에서 떨어져야 했다.
이유는 세준이 어린 꾸엥이가 양조장으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 그래서 테오는 양조장 앞에서 꾸엥이에게 자신의 발톱을 자랑하고 있었다.
꾸엥!꾸엥!
[큰형아 멋지다요! 꾸엥이도 용 발톱 가지고 싶다요!]
큰형아가 가진 건 자신도 가지고 싶어 하는 꾸엥이. 역시 이번에도 꾸엥이가 테오의 용 발톱을 보며 부러워했다.
"푸후훗. 이건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냥! 드래곤하트가 있어야 한다냥!"
꾸엥?
[드래곤하트가 뭐다요?]
"냥? 드래곤하트도 모른다냥?! 잘 들어라냥!"
테오가 드래곤하트는 용의 심장을 말하는 거라고 설명하고는 서둘러 양조장 안으로 들어갔다. 자랑을 충분히 했으니 이제 다시 무릎을 차지해야 했다.
***
꼬르르륵.
"응?"
세준이 배에서 나는 소리에 의아해했다. 왜냐하면 보통 세준의 배꼽시계가 울리기 전에 꾸엥이가 배고프다며 찾아오기 때문.
그래서 세준은 최근에 자신의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얘들아, 점심 먹고 하자."
세준이 쌀반죽에 누룩을 섞고 있는 원숭이들에게 말했다. 남은 작업은 냄비에 담아 숙성하는 과정이기에 밥을 먹고 해도 상관이 없었다.
세준이 바나나원숭이들에게 말하고는 양조장에서 나와 서둘러 취사장으로 갔다. 자신의 배에서 소리가 날 정도면 꾸엥이 배에서는 천둥이 치고 있는 상태.
배고픔에 성난 맹슈로 변한 꾸엥이가 오기 전에 서둘러 점심을 준비해야 했다. 하지만 세준이 점심을 다 차릴 때까지 맹슈는 나타나지 않았다.
"어디서 낮잠 자나? 얘들아, 꾸엥이 좀 찾아 줄래?"
세준이 독꿀벌들에게 꾸엥이를 찾아달라고 부탁했지만
위잉.
[농장에는 없어요.]
농장에는 꾸엥이가 없었다.
"꾸엥이가 어디 갔지?"
세준의 걱정이 커지기 시작할 때
"내 탓이다냥! 내가 꾸엥이에게 드래곤하트를 구해야 한다고 해서 꾸엥이는 용을 잡으러 간 게 분명하다냥!"
"뭐?!"
테오의 말에 세준이 경악했다. 꾸엥이가 아무리 강해도 용을 상대로 싸울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게 모두가 꾸엥이를 걱정하고 있을 때
"뀻뀻뀻. 세준 님, 혹시 꾸엥이 찾으세요?"
꾸로롱.
마탑에 돌아갔던 이오나가 역중력 마법으로 자고 있는 꾸엥이를 들어 데려왔다.
"이오나, 꾸엥이 어디서 찾았어?"
"폭음이 들려 가봤더니 북쪽의 불개미 둥지 근처에서 자고 있던데요?"
"뭐?! 북쪽 지역? 거긴 왜?"
그때
킁킁.
꾸엥이가 코를 실룩거리며 눈을 떴다. 배고픔에 지쳐 잠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꾸엥!
[맛있는 냄새 난다요!]
역시나 일어나자마자 먹을 거 먼저 찾는 꾸엥이. 꾸엥이가 서둘러 맛있는 냄새가 나는 곳으로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꾸엥이, 북쪽에는 왜 갔어?"
세준이 엄한 표정으로 꾸엥이를 보며 물었다.
꾸엥···
[꾸엥이 발톱 수련하러 갔다요······]
세준의 엄한 표정에 주눅 든 꾸엥이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발톱 수련?!"
꾸엥!꾸엥!
[그렇다요! 내가 발톱 수련해서 큰형아 용발톱 보다 더 멋있는 발톱을 가질 거다요!]
드래곤하트를 구할 방법이 없자 다른 방법을 생각한 꾸엥이였다.
"꾸엥이 그럴 필요 없어. 아빠가 꾸엥이 발톱 멋있게 만들어 줄게."
불개미 여왕같은 경우는 이오나도 털이 그을릴 정도. 꾸엥이가 아무리 강해도 북쪽은 위험했다.
꾸엥?
[정말이다요?]
"그럼. 아빠만 믿어. 일단 밥 먹으러 가자."
세준이 꾸엥이를 간단히 설득하고 밥을 먹으러 갔다.
'어떻게 멋있는 발톱을 만들지?!'
밥을 먹으면서 세준이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일단 내뱉고 대책을 생각하는 세준이었다.
"테 부회장, 하루 동안 테 사장으로 강등."
"냥?!"
물론 이런 상황을 만든 테오에게는 벌칙을 내렸다.
158화. 나도 그려 달라냥!
158화. 나도 그려 달라냥!
"됐군."
아르테미스, 브라키오와 창조신의 비석 조각 내용을 듣고 거처로 돌아온 켈리온이 다시 하얀 용 조각상에 영혼을 연결했다.
파닥.파닥.
-왔냐? 늦게 왔네?
카이저가 뚱한 목소리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하얀 용 조각상을 보며 말했다.
-카이저, 아직도 삐진 거냐?
-뭐?! 삐져?! 내가 삐진 거로 보이냐?! 이 막걸리 도둑아!
켈리온의 말에 카이저가 버럭 화를 냈다.
-뭐?! 막걸리 도둑?! 네가 마시라고 가져왔잖아!
-내가 언제 다 마시라고 했어?!
-다 마시긴? 남겼는데!
-고작 한 모금씩만 남긴 게 남긴 거냐?!
성질대로라면 이미 치고박고 난리가 났겠지만, 둘은 말로만 싸웠지 절대 몸을 쓰지 않았다. 싸우다 조각상이 파괴되면 이제부터 세준이 만든 농작물과 요리를 얻기 어려워지기 때문.
그리고 혹시나 자신들의 싸움 여파로 세준이 다치거나 죽기라도 하면? 그건 정말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행위. 그들은 나름 아주 조심하고 있었다.
그렇게 두 용이 싸우고 있을 때
"카이저 님, 켈리온 님, 저 좀 도와주세요!"
꾸엥이에게 멋진(?) 발톱을 만들어준 세준은 두 용이 보이자 냅다 달려와 도움을 요청했다.
그동안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의 싹을 틔우기 위해 분홍 털과 우마왕까지 동원했지만, 결국 실패. 최후의 수단으로 두 용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세준이었다.
펄럭.펄럭.
-세준아. 켈리온, 저놈 도움 따위는 없어도 돼! 뭘 하면 되느냐?
카이저가 빠르게 세준의 옆으로 날아오며 큰소리를 쳤다.
그리고
-그것보다 막걸리는 언제쯤 완성되느냐?
켈리온이 듣지 못하게 결계를 치고 막걸리가 언제 완성되는지 조용히 물었다.
"숙성까지 4~5일은 걸릴 것 같아요."
-크흐흐흐. 그래? 어서 가자! 내가 다 해결해 주마
그렇게 혼자서 모든 일을 해결하려 했던 카이저.
하지만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 씨앗을 심었습니다.]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 씨앗이 뿌리를 내리기에 마력이 강한 환경이 아닙니다.]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 씨앗 심기에 실패합니다.]
스스스.
메시지와 함께 씨앗이 가루로 변해 사라졌다.
"저······ 카이저 님, 혼자서는 힘드신 거 같은데요."
-크흠! 마력석의 출력이 부족해서······.
카이저가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본체의 마력만 쓸 수 있다면 지금 마력의 100배도 쓸 수 있지만, 검은 용 조각상에 장착된 마력석의 용량이 부족했다.
-케헴. 내가 나서야겠군.
뒤에서 지켜보던 켈리온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평소라면 카이저의 실패를 지켜보며 좀 더 고소해 했겠지만, 오늘은 그럴 수가 없었다.
이유는 세준이 꺼낸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 씨앗 때문. 강한 마력이 있는 곳에서만 자란다는 방울토마토. 마치 자신의 손자 아작스를 위해 존재하는 농작물 같았다.
'이건 기회야. 이 농작물만 있으면 아작스도 농사를 지을 수 있어!'
그래서 켈리온이 카이저가 곤란해하는 걸 지켜보며 즐기지 않고 서둘러 세준을 도운 것이다.
빨리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이 정말 아작스의 마력을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우우웅.
그렇게 켈리온이 자신의 전 마력을 카이저의 마력이 깃든 땅에 불어 넣었다. 평소 아작스가 발산하는 마력보다 조금 많은 정도. 이 정도 마력을 버텨 낸다면 하얀 탑에서도 충분히 자랄 수 있다.
-이제 심어봐라.
"네."
세준이 카이저와 켈리온의 마력이 깃든 땅에 다시 한번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 씨앗을 심었다.
그리고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 씨앗을 심었습니다.]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 씨앗 심기에 성공했습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6의 효과로 24시간 동안 농작물의 성장 속도가 빨라집니다.]
영양급 방울토마토 심기에 성공했다.
"됐다!"
세준이 드디어 영약급 방울토마토 심기에 성공하며 환호했다.
그때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를 심은 땅의 마력이 흩어지고 있습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6의 성장 속도 빨라지는 효과가 20시간으로 줄어듭니다.
[땅의 마력이 일정량 이하로 떨어지면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가 죽습니다.]
땅에 불어넣은 마력이 흩어지면서 마력을 다시 넣으라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두 용 조각상이 땅에 불어 넣은 마력량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어?!"
두 용들은 마력을 전부 소모했기에 세준이 일단 마력을 불어넣었지만
[땅의 마력이 일정량 이하로 떨어져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가 죽었습니다.]
세준의 마력으로 될 리가 없었다.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가 허망하게 죽어버렸다.
"어렵네······."
실망한 세준.
그리고
'흐흐흐.'
반대로 켈리온은 웃었다. 강한 마력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아야 하는 농작물.
'이건 아작스를 위한 농작물이야!'
완벽한 조건이었다.
-좋아!
자신도 모르게 본심이 나온 켈리온.
"네?! 방금 뭐라고 하신 거죠?!"
영약급 방울토마토가 죽어 까칠해진 세준이 자신도 모르게 켈리온에게 언성을 높이며 물었다. 농작물이 죽어 기분도 안 좋은데 '좋아!'라니.
-아··· 아니. 안 좋아라고······.
켈리온이 급하게 변명하며 머릿속으로 씨앗을 빼돌릴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의 씨앗만 있으면 아작스도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손자야 조금만 기다려라!'
켈리온이 손에 흙을 묻히며 열심히 일하고 있을 자신의 손자를 생각하며 의지를 북돋았다.
그리고
'수상한데······.'
카이저가 그런 켈리온을 의심스럽게 바라봤다.
***
하얀 탑 99층.
"콱! 이것들이! 지금 휴식 시간이 3초나 지났는데 아직도 앉아있어?! 빨리 일 안 해?! 요즘 아주 편하지? 어?! 지옥 한번 보여줘?! 앙?!"
"죄······ 죄송합니다!"
백발 소년의 호령에 몬스터들이 두려움에 떨며 서둘러 씨앗 포대를 들고 열심히 뿌리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이 뿌리는 씨앗은 하얀 탑의 각 층에서 공수해 온 씨앗들.
'내 마력을 감당할 수 없다면 양으로 승부해주마!'
아작스는 씨앗들이 자신의 마력을 감당할 수 없어 죽어버리자 아예 많이 심어 마력을 분산시키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었다.
"거기 줄이 안 맞잖아!"
켈리온의 걱정과 다르게 뒷짐을 지고 몬스터들에게 지시만 하는 아작스의 손은 흙먼지 하나 없이 아주 깨끗했다.
***
꾸엥!꾸엥?
[큰형아 꾸엥이 발톱 보여준다요! 내 발톱 멋지다요?]
꾸엥이가 세준이 멋지게 만들어준 자신의 발톱을 테오에게 자랑했다. 꾸엥이의 발톱 하나하나에는 위엄있는 대단한 존재들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부럽다냥······."
테오가 그런 꾸엥이의 발톱을 부럽게 바라봤다. 부회장에서 사장으로 강등당하고, 꾸엥이의 멋진 발톱까지. 2연속 우울한 일을 당한 테오의 귀가 축 처졌다.
꾸엥!꾸엥!
[큰형아 힘내라! 언젠가 큰형아도 멋진 발톱을 갖게 될 거다요!]
꾸엥이가 그런 테오를 위로했다.
상황이 이렇게 역전된 건 3시간 전.
'어렵네. 어려워.'
밥을 먹으면서 꾸엥이의 발톱을 어떻게 멋지게 만들지 고민하던 세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한 게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에 빠져있을 때
'아! 이게 먹히려나?!'
좋은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꾸엥아 거대화 해봐."
밥을 다 먹고 세준의 엉덩이에 자신의 궁둥이를 붙이고 다시 졸고 있던 꾸엥이에게 세준이 거대화를 지시했다.
꾸엥······.
[알겠다요······.]
세준의 말에 잠이 덜 깬 꾸엥이가 거대화를 했다.
그리고
"테 사장, 발톱 꺼내 봐."
세준이 테오의 앞발을 잡으며 말했다.
"내가 왜 테 사장이냥?!"
"너 강등 됐잖아."
"냐앙··· 알겠다냥······."
빳칭!
테오가 시무룩해하며 용 발톱을 뽑자
스스슥.
세준이 테오의 용 발톱을 이용해 꾸엥이의 발톱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세준이 생각한 건 네일아트였다.
꾸로롱.
그렇게 꾸엥이가 앉아서 다시 조는 사이. 세준은 테오를 들고 테오의 용 발톱으로 꾸엥이의 오른쪽 엄지에 '꾸엥이 박'이라고 썼다.
이제 세준도 그냥 꾸엥이가 자식 같았다. 그래서 자신의 성도 함께 새겼다.
그렇게 오른쪽 엄지에 이름을 새기고 세준이 나머지 양쪽 9개의 발톱에 그림을 열심히 그리기 시작했다.
2시간 후
"꾸엥아 일어나봐."
세준이 자신의 역작을 완성하고 꾸엥이를 깨웠다.
꾸엥?
[다 됐다요?]
꾸엥이가 서둘러 자신의 발톱을 확인했다.
"오른쪽 엄지에는 꾸엥이 이름을 새겼어. 꾸엥이 박. 어때?"
꾸엥!꾸엥!
[좋다요! 내 이름은 이제 꾸엥이 박이다요!]
꾸엥이가 자신의 엄지를 보며 기뻐했다. 그동안 말은 안 했지만, 테오의 테오 박이라는 이름이 부러웠던 꾸엥이였다.
꾸엥?
[근데 이건 뭐다요?]
꾸엥이가 자신의 발톱에 그려진 도저히 알아볼 수 없는 9개의 그림을 보며 물었다.
"나도 궁금하다냥!"
"어?!"
'이걸 왜 못 알아보지?'
세준이 꾸엥이의 발톱에 그린 것은 세준, 테오, 불꽃이, 흑토끼, 꾸엥이, 황금박쥐, 쀼쀼, 이오나, 헤겔과 엘카였다.
솔직히 헤겔과 엘카는 발톱 하나에 함께 그리다 귀찮아서 몸을 하나만 그려 쌍두견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나머지는 알아봐야 했다.
근데 반응을 보니 사실대로 말하면 큰일 날 것 같았다.
"이건 십천(十天)이라는 존재들이야."
그래서 급박하게 지어냈다.
"십천인데 왜 그림은 9개다냥?!"
의외로 날카롭게 물어오는 테오. 급하게 말하다 나온 실수였다.
하지만
"그건 내가 십천 중 마지막 하나는 못 봤거든. 나머지 하나는 내가 나중에 보면 그려줄게."
세준이 태연하게 대답하며 위기를 넘겼다.
그때
꾸엥?
[근데 아빠 십천이 뭐다요?]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다.
"음······ 십천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10명의 강자를 말하는 거야. 물론 용들은 빼고."
거짓말은 하면 할수록 는다고 하더니··· 조금 있으면 탑사기꾼으로 전직할지도······.
그래도 양심은 있어 용들은 뺐다. 용들은 체급부터 완전히 다른 존재들. 비교가 불가능했다.
물론 꾸엥이는 왠지 나중에 용들과도 맞짱 뜰 수 있을 것 같지만······
꾸엥!
[십천 대단하다요!]
다행히 세준의 말에 홀딱 넘어간 꾸엥이. 꾸엥이가 자신의 발톱에 그려진 그림을 마음에 들어 했다.
그리고
"박 회장! 나도 그려 달라냥!"
테오가 자신도 발톱에 십천을 그려달라고 졸랐다.
자신의 작품에 팬이 생기자
"그래."
신난 세준이 테오의 오른 앞발을 잡고 왼 앞발의 발톱 하나에 그림 그리기 시작했다.
히지만
끼익.끼기긱.
"안 되겠는데······."
용 발톱은 너무 단단해 그림을 새길 수 없었다.
"냐앙······ 부럽다냥!"
엄청난 물건인 용 발톱을 가지고도 꾸엥이의 발톱을 부러워하는 테오였다.
그렇게 테오가 꾸엥이의 발톱을 부럽게 보고 있을 때
"뭐해?"
"냥?!"
척.
영약급 방울토마토 심기에 실패한 세준이 테오의 옆구리를 잡고 자신의 무릎에 장착했다.
그리고
꾸엥······
몸무게 때문에 세준의 무릎에 올라갈 수 없는 꾸엥이가 그런 테오를 부럽게 쳐다봤다.
'푸후훗! 맞다냥! 나에게는 박 회장의 무릎이 있었다냥!'
"박 회장! 츄르를 달라냥!"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 테오가 세준에게 츄르를 요구했다.
그리고
촵촵······
고로롱.
오늘 상심이 커서 힘들었는지 맛있게 츄르를 먹다 잠든 테오.
꾸헤헤헤.
옆에서 꿀을 먹고 발가락을 빨고 있던 꾸엥이가 테오가 먹다 남은 츄르를 자기 입으로 가져갔다.
조난 313일 차. 생일 파티까지 4일이 남았다.
159화. 잠자는 드래곤을 깨우다.
159화. 잠자는 드래곤을 깨우다.
"지구방위대인 저희가 견고한 칼날 대파를 심어 로커스트의 확산을 막고 있으니 브라질리아의 시민분들은 동요하지 마시고 정부의 통제에 따라 주시기 바랍니다."
지구방위대 대원 캡틴K로 방송에 데뷔한 한태준은 이후 다른 방송사와도 인터뷰를 하면서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그렇게 견고한 칼날 대파로 브라질리아가 로커스트의 침공을 잘 막아내고 있을 때
"수도만 막으면 무슨 소용이냐?!"
"우리 농장은?!"
자신의 농장으로 로커스트가 들이닥칠까 봐 걱정하는 브라질의 다른 농장주들이 연합해 자신들의 농장에도 견고한 칼날 대파를 심어달라는 항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절합니다."
한태준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지금도 탑에서 공급받는 모든 견고한 칼날 대파를 브라질리아에 투입해 간신히 버티는 상황. 다른 곳에 견고한 칼날 대파를 투입할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좀 있으면 브라질리아에 처음 심기 시작한 견고한 칼날 대파를 교체해 줘야 한다.
이유는 탑과 다르게 지구에 심은 견고한 칼날 대파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이파리의 단단함을 잃어 버리기 때문. 칼날 이파리를 자르면서 나눠 심기를 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결국 농장주들의 요청을 들어주려면 탑에서 공수하는 견고한 칼날 대파의 수량을 늘리는 방법뿐.
'하지만 그것도 쉬운 게 아니니까······.'
한태준이 좋은 방법이 없나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스승님! 큰일 났습니다!"
한태준의 첫째 제자인 차시혁이 급하게 달려왔다.
"무슨 일이냐?"
"탑에서 견고한 칼날 대파를 옮기던 막내들이 다른 헌터의 습격을 받아 견고한 칼날 대파를 뺏겼다고 합니다."
"뭐라고?! 막내들의 상태는?"
"그게······ 끝까지 저항하다가 장린이 오른팔을 잃었습니다."
"으드득. 장린 이 미련한 놈이······."
한태준이 끓어오르는 분노에 이를 갈았다.
한태준은 흑랑대를 유능하게 만들기 위해 그들과 동고동락하던 중 서로 대화를 나눌 시간이 많았고 그들의 사정을 들으면서 그들이 다른 헌터들의 물건을 훔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중국 시골 지역에 있는 보육원. 흑랑단은 모두 그곳 보육원 출신으로 보육원의 운영 비용을 벌기 위해 강도질을 한 것이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그들이 어려서부터 본 것이 그런 것들이다 보니 헌터가 된 그들은 자연스럽게 강도질을 하게 된 것.
하지만 한태준과 함께 생활하면서 흑랑단은 다른 삶도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생각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태준 님, 저희를 제자로 거둬주십시오!"
"착하게 살고 싶습니다!"
착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이 생긴 흑랑단은 한태준의 제자가 되기를 청했다. 한태준이라면 자신들을 바른길로 이끌어줄 거라는 믿음이 들었다.
"내 제자가 되고 싶으면 그동안의 과오부터 바로 잡아라."
착하게 살고 싶다면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우선. 한태준은 오랜 고심 끝에 그들을 제자로 받는 조건으로 흑랑단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헌터들에게 찾아가 사죄하게 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피해에 대한 보상은 반드시 하도록 하겠습니다!"
헌터들이 입은 금전적 피해에 대한 보상은 한태준이 집적 보증을 서고 조금씩 갚아 가기로 하며 합의를 주선해 흑랑단에 대한 신고를 취하시켰다.
한국 각성자협회의 협회장이 직접 보증을 섰기에 헌터들도 안심하고 합의를 받아들였고 모든 신고가 취소된 후에야 한태준은 흑랑단을 제자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한태준의 제자가된 흑랑단은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자신의 인생을 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지구방위대가 된 후에는 자신이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을 돕는다는 것에 보람과 긍지를 느끼며 최선을 다하고 있었는데······ 착하게 살려는 막내들을 건드리다니!
"애들 모아라! 당장 탑으로 들어간다!"
"네!"
한태준이 견고한 칼날 대파밭을 지구방위대의 부대장인 위자드길드 길드장인 루실리아에게 맡기고 제자들을 이끌고 탑 안으로 들어갔다.
***
"읏차!"
세준이 눈을 떴다.
"조금 일찍 일어났나?"
시계는 없지만, 본능적으로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냐아앙······."
세준이 일어나며 자고 있는 테오를 무릎에 장착하고
스윽.
날짜를 표시하는 침실 벽에 획 하나를 추가하며 조난 314일 차 아침을 시작했다.
"일단 커피 좀 마셔야지."
아침의 여유를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었다. 좀 있다 꾸엥이가 밥 달라고 들이닥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정신없이 바빠진다.
세준이 커피를 뜯어 텀블러에 털어 넣고
딱.
핑거스냅으로 불을 만들어 주전자에 있는 물을 손가락으로 가열해 텀블러에 뜨거운 물을 조금 부어 커피를 녹였다.
그리고
"아이스큐브."
퐁당.퐁당.
세준이 작은 얼음들을 만들어 텀블러에 넣자 금세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이 완성됐다.
"크으. 나 카페 차리면 대박 날 거 같은데?!"
혼자 자화자찬을 하며 세준이 집 앞 테이블에 앉아 농장을 바라보며 오늘 할 일을 정리했다.
"일단 아침을 먹자마자 파인애플을 수확하고."
저번에 파인애플을 수확할 때는 황금박쥐를 위해 아직 익지 않은 걸 수확한 것이고 이제야 파인애플이 제대로 익었다.
"마지막으로 저녁에는 이오나랑 생일파티 피날레 때 쓸 불꽃놀이에 대해서 얘기하면 되나?"
그렇게 세준이 오늘 할 일의 정리가 끝나갈 때쯤
꾸엥!
[배고프다요!]
꾸엥이가 등장했다.
"벌써 아침 먹을 시간이다냥ㅍ······?"
농장의 공식 식사 시간 알림이의 등장에 테오가 잠에서 일어났고
"뀻······ 저는 더 잘게요."
오늘도 늦게까지 일하다 새벽에 들어온 이오나는 테오의 꼬리를 강하게 돌돌 말고 다시 잠들었다.
"자리에 앉아서 잠깐 기다려."
세준이 서둘러 아침을 준비했다.
삐익!
우끼!
그사이 토끼들과 원숭이들도 취사장 안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아 식사를 기다렸다.
원숭이들은 처음에는 신으로 알고 있는 세준이 음식을 차려주자 어쩔 줄 몰라 했지만, 금세 적응했다.
"자 먹어."
세준이 준비한 아침을 테이블에 올렸다. 아침은 고구마와 로커스트 고기를 넣은 수프와 찐감자. 메뉴가 매일 비슷했지만, 동물들은 투정 없이 맛있게 먹어줬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시작한 파인애플 수확. 하지만 수확할 파인애플 11개 중 2개가 비명을 지르는 파인애플이었다.
"준비됐어?"
"준비됐다냥!"
꾸엥
[준비됐다요!]
세준의 물음에 테오와 꾸엥이가 대답하며 각자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테오는 세준의 뒤통수에 매달려 앞발로 세준의 귀를 막았고 꾸엥이는 세준의 앞에 버티고 섰다.
"그럼 자른다!"
세준이 기합을 지르며 파인애플을 단검으로 잘랐다.
[비명을 지르는 파인애플을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6의 숙련도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숙련도 상승 Lv. 1의 효과로 수확하기 Lv. 6의 숙련도가 5% 추가 상승합니다.]
[경험치 30을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꾸엥아 잡아!"
꾸엥!
세준의 지시에 꾸엥이가 파인애플이 갈라지지 못하게 파인애플을 잡았지만,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
······
10분이 넘었지만, 비명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니 꾸엥이가 힘으로 제압해 비명을 지르지 못했다는 말이 맞았다.
"꾸엥아 조금씩 힘 풀어봐."
꾸엥!꾸엥!
[알았다요! 아빠는 위험하니 뒤로 가 있으면 좋겠다요!]
세준을 걱정하며 꾸엥이가 말했다.
"그래? 알았어!"
꾸엥이의 말에 세준이 서둘러 뒤로 물러섰다. 부모 말은 지독히도 안 들으면서 자식 말은 철석같이 잘 듣는 세준이었다.
그렇게 꾸엥이가 한 손을 완전히 파인애플에서 떼고 한참이 지났지만, 파인애플은 벌어지지 않았다.
"괜찮은 건가?"
세준이 꾸엥이 뒤쪽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파인애플을 집어 살펴봤다.
[한 번 꾹 참은 비명을 지르는 파인애플]
탑 안에서 자란 파인애플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 맛있습니다.
수확 시 파인애플이 모아둔 마력이 폭발해 중간 부분이 갈라지며 비명 같은 소리와 함께 마력이 담긴 충격파를 방출하지만, 강력한 힘에 눌려 마력이 폭발하지 못했습니다.
마력 폭발을 한 번 꾹 참으면서 파인애플 내부 마력의 순도가 증가해 폭발의 위력이 크게 증가합니다.
파인애플이 파손되거나 마력이 가해질 경우 폭발합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60일
등급 : C
"오! 좋은데?"
비명을 지르는 파인애플이 휴대용 파인애플 폭탄으로 변했다.
"얘들아 다음 파인애플 따라 가자!"
"알겠다냥!"
꾸엥!
[알겠다요!]
그렇게 파인애플 폭탄 2개를 얻은 세준은 파인애플 꼭지를 다시 심고
"북쪽으로 가자."
급하게 일정을 변경했다. 폭탄을 얻었으니 쓰는 것이 인지상정. 불개미굴에 파인애플 폭탄을 쓸 생각인 세준이었다.
"꾸엥이 거대화!"
꾸엥!
세준이 거대화한 꾸엥이를 타고 북쪽으로 이동했다.
***
타다닥.
척.
세준이 첩보 게임에서 적의 진영에 침투하듯이 조심히 불개미굴 근처에 접근했다.
그리고
꾸엥!
[들키면 안 된다요!]
그 뒤를 열심히 따라오는 꾸엥이.
그때
키에엑.
1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정찰을 하는 불개미 일꾼 하나가 보였다.
"숨어!"
세준이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박 회장만 숨으면 된다냥!"
꾸엥!
[우린 작아서 안 보인다요!]
어차피 돌이 많아서 키가 작은 테오와 꾸엥이는 안 보였다.
"그래."
머쓱해진 세준이 조용히 다시 이동했다.
그리고
데굴데굴.
경계가 없는 불개미 굴 입구에 도착한 세준이 파인애플을 굴려 보냈다. 불개미는 일단 수상한 파인애플을 공격해 볼 거고 그 과정에서 파인애플이 폭발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파인애플 폭탄 하나를 투하하고 다시 다른 입구를 찾아 이동하던 세준의 앞에 다른 불개미 굴보다 입구가 훨씬 큰 굴을 발견했다.
"여기는 불개미 군락이 엄청 큰가 보네?"
세준이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구멍에 파인애플 폭탄을 던져 넣고는 이오나의 허락을 받고 검은 박에 마탑의 최상층에 올랐다.
그리고
"먹구름 만들기."
"비 내리기."
비를 내리며 폭발을 기다렸다. 만일 폭발하지 않으면 천둥 던지기로 폭파할 생각이었다.
잠시 후
콰앙!
세준이 첫 번째 투하한 파인애플 폭탄이 터지며 거대한 폭발과 함께 직경 200m의 땅이 주저앉았다.
[한 번 꾹 참은 비명을 지르는 파인애플의 마력 폭발로 불개미 대전사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5만을 획득했습니다.]
[한 번 꾹 참은 비명을 지르는 파인애플의 마력 폭발로 불개미 일꾼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1000을 획득했습니다.]
...
..
.
동시에 나타나는 메시지. 생각보다 메시지가 적었다.
쿠웅!
이어서 세준이 뿌려둔 비로 인해 2차 붕괴가 일어나며 땅이 한 번 더 주저앉았다.
키에엑!
무너진 굴에서 빠져나온 불개미들이 밖에서 우왕좌왕하기 시작하자
"천둥 던지기!"
세준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음 공격을 시작했다. 이미 땅이 충분히 젖어 있는 상태라 피해를 키울 수 있었다.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그렇게 천둥 던지기를 3번 사용했을 때 레벨이 오르며 56레벨이 됐다. 이제 마력이 많아져서 천둥 던지기 3번으로 다리가 풀리는 일은 없었다.
그때
콰앙!
다시 한번 폭발이 일어났다. 두 번째 파인애플 폭탄의 폭발이었다.
그리고
[한 번 꾹 참은 비명을 지르는 파인애플의 마력 폭발로 잠을 자고 있던 블랙 어스드래곤이 깨어났습니다.]
[블랙 어스드래곤이 자신을 깨운 존재를 향해 분노합니다.]
불개미 굴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
세준이 당황할 때
콰앙!
메시지와 함께 지렁이를 닮은 거대한 몬스터가 땅을 뚫고 나와 세준이 있는 마탑을 향해 머리를 돌렸다.
160화. 지금 도둑질 하는 거냥?
160화. 지금 도둑질 하는 거냥?
"럭키!"
세준이 거대 지렁······ 아니 블랙 어스드래곤을 보며 미소 지었다. 알아서 저런 지렁이를 닮은 몬스터가 나타나 주다니.
이제 밭이 10만 평이든 100만 평이든 문제없다. 블랙 어스드래곤이 지나가면서 흙을 몇 번 삼켰다 뱉으면 끝이니까. 괜히 지구에서 지렁이 농법이 각광받는 게 아니다.
'근데 지렁이는 땅만 파먹고 사나?'
덩치가 크다 보니 세준은 블랙 어스드래곤에게 추가로 뭘 먹여야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세준이 그렇게 이미 블랙 어스드래곤을 길들인 것처럼 혼자 김칫국을 벌컥벌컥 들이켜고 있을 때
"엄청 큰 지렁이다냥!"
블랙 어스드래곤을 향해 테오가 무례하게 발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감히! 감히! 땅을 삼키는 자인 날 깨운 죄도 이미 죽을죄거늘! 이 몸을 지렁이라고 모욕하다니!!! 네놈들을 곱게 죽이지 않겠다!!!
덕분에 이미 자신의 잠을 깨운 세준을 향해 죽일 듯한 살기를 보내고 있는 블랙 어스드래곤의 화를 더 키워버렸다.
하지만
"흥냥! 그래봤자다냥! 내가 더 대단하다냥! 왜냐하면 나는 위대한 검은 용의 부하이자······."
그런 블랙 어스드래곤을 향해 거리낌 없이 자기소개를 하는 테오였지만
-뭐?! 위대한 검은 용께서 너 같은 놈을 부하로 삼았다고?!!! 믿을 수 없다! 정말 위대한 검은 용의 부하라면 증표를 보여라!
테오의 말을 끊으며 블랙 어스드래곤이 검은 용의 증표를 보이라고 요구했다.
"푸후훗. 여기 있다냥! 꾸엥이 너도 보여줘라냥!"
테오가 기다렸다는 듯이 당당히 자신의 뒷발을 앞으로 내밀며 발바닥을 보여줬다.
꾸엥!
[여기 있다요!]
테오의 말에 꾸엥이도 엄지를 들었다.
스윽.
세준도 슬며시 소매를 걷어 왼팔에 힘을 주며 용 문신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 이럴 수가······.
블랙 어스드래곤이 세준의 팔에 있는 검은 용의 문신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가장 커서 멀리서도 잘 보였기 때문은 아니고.
-저런 하찮은 존재에게도 증표를 줄 시간은 있고!!!
세준같은 약한 존재에게도 증표를 줄 여유는 있으면서 검은 탑을 위해 천 년을 넘게 일한 자신은 몇백 년간 찾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였다.
펑!
결국 블랙 어스드래곤의 뚜껑이 열리며 이성을 잃었다. 증표를 보여준 게 역효과가 났다.
그리고
-죽어라!!!
이성을 잃은 블랙 어스드래곤이 세준을 향해 거대한 꼬리를 휘둘렀다.
하지만
"뀨-뀨-뀨-감히 제 마탑에 무슨 짓이죳!!!"
테오의 꼬리에서 자고 있던 이오나가 마탑을 향해 다가오는 거대한 힘을 느끼며 눈을 떴다. 꾸엥이가 부순 마탑을 보수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공격을 받으니 짜증이 났다.
"돌들이여! 나의 명에 따라 적을 때려라! 플레임 스톤 미사일!"
이오나가 다가오는 블랙 어스드래곤의 꼬리를 향해 마법을 사용하자 바닥에 있던 수천 개의 돌들이 떠오르더니 급가속을 하며 블랙 어스드래곤의 꼬리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날아가는 사이 마찰열에 의해 금세 빨갛게 달궈진 돌들. 수천 개의 돌덩이들이 기관총에서 나가는 탄환처럼 꼬리와 부딪히며 꼬리의 추진력을 상쇄했다.
콰과광!
폭음이 일어나고 거대한 충격파가 함께 돌의 파편들이 마탑을 향해 쇄도했다.
하지만
우웅.
괜히 마탑이 아니라는 듯이 마탑에 설치된 배리어가 충격파와 돌들을 막았다.
그사이
"중력의 힘이여. 나의 명에 따라 힘을 강화하라! 그래비티 컨트롤."
이오나가 다시 마법을 사용해 블랙 어스드래곤에게 10배의 중력을 가했다.
쿠구궁.
-크윽······.
이오나의 마법과 함께 땅속으로 매몰되는 블랙 어스드래곤.
"마력의 힘이여······."
이오나가 마지막 최후의 일격을 날리려 할 때
"이오나, 죽이면 안 돼! 얘들아 내려가자."
세준이 지렁이 농법을 위한 일꾼을 죽이려는 이오나를 서둘러 제지시켰다.
그리고 서둘러 동물들을 데리고 마탑을 내려갔다. 증표 때문에 화가 났으니 증표를 준다고 꼬셔서 농장에서 일하게 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블랙 어스드래곤이 매몰된 곳에 도착하자
쿠오오오!
10배의 중력을 이겨내고 다시 몸을 일으키며 땅으로 머리가 올라온 블랙 어스드래곤이 보였다.
"잠깐 내 말 좀 들어봐. 내가 증표를······."
세준이 증표를 빌미로 농장에서 함께 일하자고 블랙 어스드래곤의 몸에 손을 대며 설득하려 할 때
[검은 탑 탑농부의 조력자 블랙 어스드래곤 땅을 삼키는 자와 접촉했습니다.]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직업 퀘스트 : 몇백 년간 방치돼 화가 난 블랙 어스드래곤 땅을 삼키는 자를 길들이고 이름을 지어줘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길들이기만 하면 성공입니다.
보상 : 블랙 어스드래곤 땅을 삼키는 자가 농사를 도움.
퀘스트가 발생했다.
"어?! 조력자?"
-뭐냐?! 너같이 약한 놈이 탑농부라고?!
세준과 접촉하면서 블랙 어스드래곤도 세준의 정체를 알았는지 엄청나게 놀랐다. 세준이 너무 약한 것에. 검은 탑의 역사에서 이렇게 약한 탑농부는 없었다. 망조였다. 탑이 망할 망조.
"그래. 그러니까 나랑 일하자."
이미 약하다고 무시당하는 건 아무렇지 않았기에 세준은 블랙 어스드래곤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그때
-너같이 하찮은 탑농부는 인정할 수 없다!
쿠구궁.
블랙 어스드래곤이 땅속에 숨겨둔 꼬리를 이용해 세준을 공격했고
꾸엥!
[아빠 위험하다요!]
꾸엥이가 거대화하며 세준의 앞을 막아섰다.
콰앙!
크오오오!
꾸엥이의 엄지발가락에 있던 용 문신이 포효하며 꾸엥이를 보호하고 사라졌다.
꾸엥?
아이템 설명에는 목숨이 위험할 경우 발동한다고 했지만, 정확히는 정해진 위력 이상의 공격에 자동으로 드래곤 스킨이 발동한다.
꾸에엥!꾸엥!
[꾸엥이 증표가 사라졌다요! 꾸엥이 화났다요!]
콰앙!콰과광!
증표가 사라지자 흥분한 꾸엥이가 앞발로 블랙 어스드래곤을 난타하기 시작했다.
꾸엥!
[지렁이 나쁘다요!]
-으윽!
꾸엥이의 공격에 블랙 어스드래곤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10배 중력 때문에 몸을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어 반격할 수가 없었다.
"꾸엥아 그만 때려. 증표 다시 새겨줄게."
세준은 꾸엥이가 적당히 블랙 어스드래곤의 몸을 노곤노곤하게 만들자 꾸엥이를 말렸다.
그리고
"자 여기."
카이저의 비늘을 이용해 꾸엥이의 엄지에 다시 용 문신을 새겨줬다.
꾸엥!꾸엥!
[아빠 고맙다요! 꾸엥이 다시 증표 생겼다요!]
그렇게 다시 증표가 생긴 꾸엥이가 기뻐하는 사이
-어떻게······?
"어때? 너도 갖고 싶지? 나를 따라가면 하나 새겨줄게."
꾸엥이에게 다시 증표를 새겨주는 것을 보며 당황하고 있는 블랙 어스드래곤에게 세준이 카이저의 비늘 수십 장을 보이며 블랙 어스드래곤을 유혹했다.
하지만
-약한 주제에······.
강한 몬스터 뒤에서 으스대는 꼴이 반감을 샀다.
"싫어? 그럼 어쩔 수 없지. 꾸엥아 여기 지렁이 좀 더 때려줘."
꾸엥!꾸엥!
[알겠다요! 나쁜 지렁이 더 맞아야 한다요!]
-아··· 아니 잠깐······.
꾸에엥!
콰앙!
블랙 어스드래곤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꾸엥이의 어퍼컷이 날아왔다.
그렇게 한참을 더 맞고
"따라올 거야 안 올 거야?"
세준이 다시 물었다.
-······.
블랙 어스드래곤은 대답이 없었다. 맞기는 싫고 아직 마음으로는 승복할 수 없는 모양.
"내가 너를 위해 멋진 이름도 지어놨는데······ 안 궁금해?"
세준이 블랙 어스드래곤이 승복할 수밖에 없는 명분을 줬다.
-내 이름?!
"그래. 토룡(土龍) 어때? 지구에서는 룡도 용이랑 같은 거야."
룡은 용이지만, 토룡이 지렁이를 뜻하는 것은 비밀이었다.
하지만
-······!
그걸 모르는 블랙 어스드래곤은 세준의 말에 감격했다. 감히 용과 같은 단어를 이름에 넣다니!
[퀘스트가 완료됐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블랙 어스드래곤 땅을 삼키는 자 토룡이가 농장일을 돕기로 합니다.]
대답은 없었지만, 퀘스트 완료 메시지로 알 수 있었다. 블랙 어스드래곤. 아니 토룡이가 세준의 농장에 합류하기로 했음을.
-좋습니다! 주인님,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환영해. 토룡아."
세준이 토룡의 머리에 증표를 새겨주며 말했다. 머리에 콩알만 한 용 문신이 새겨졌다.
"토룡 막내 환영한다냥! 난 가장 큰 형님인 테오 박이다냥!
꾸엥!꾸엥!
[새로운 막내 환영한다요! 꾸엥이는 넷째인 꾸엥이 박이다요!]
-······막내라니?
"가장 늦게 들어왔으니 막내인 것이다냥!"
꾸엥!꾸엥!
[그렇다요! 토룡이는 여섯째다요!]
"둘째는 불꽃이, 셋째는 흑토끼······."
테오가 가족 계보를 읊어줬다.
증표와 이름이 생긴 것까지는 좋은데 덤으로 얻은 5명의 형들과 누나. 토룡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난 2000살이 넘었는데······.
막내라는 건 좀 억울했다.
***
탑 20층.
"모두 모였나?"
"네!"
한태준이 중간에 합류한 제자들을 보며 물었다.
그때
"응?"
한태준의 눈에 한쪽 팔이 없는 장린이 눈에 들어왔다.
"장린! 넌 왜 온 것이냐? 어서 병원으로 돌아가!"
한태준이 호통을 쳤다. 아직 회복도 되지 않은 몸으로 여길 오다니 너무 위험했다.
"스승님. 형제들의 복수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적의 인상착의와 특징을 기억하는 제가 없으면 추적이 힘들 겁니다. 제발 저도 같이 가게 해주십시오!"
"······."
한태준이 말없이 장린의 눈을 봤다. 힘으로 돌려보낼 수는 있지만, 포기하지 않을 눈빛이었다.
"좋다. 대신 내 곁에서 떨어지지 말거라."
"네! 감사합니다. 스승님."
"일단 네가 기억하는 것들을 말해보거라."
"저희를 습격한 헌터들의 인상착의는 검은색 가면과 검은색 상하의를 입고 있었습니다."
"그것 말고는 없느냐?"
보통 강도들의 복장이기 때문에 그걸로는 추격이 어려웠다.
"아! 한 가지 특이한 게 있었습니다."
"특이한 거?"
"네. 그들 중 한 명의 목에서 잠깐이었지만, 머리가 세 개인 뱀이 원형으로 있는 문신을 봤습니다."
"머리가 세 개라고?!"
"네. 제가 잘못 본 걸까요?"
"음······."
한태준은 대답 대신 침음을 흘렸다.
'머리가 세 개인 뱀문신이라니······.'
정확한 조직의 명칭은 모른다. 그저 머리가 세 개인 뱀이 원형을 그리는 문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속칭 삼두사회라고 불린다.
조직의 기원은 마피아, 야쿠자, 삼합회의 헌터들이 모여 만든 조직이라고만 알려져 있다.
장린이 제대로 본 게 맞다면 이건 너무 위험했다. 자신과 제자들만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 견고한 칼날 대파를 노린다면 피할 수도 없는 일.
"일단 탑 40층으로 이동한다."
"네!"
한태준이 제자들을 데리고 탑 40층으로 이동했다. 고양이 상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
농장으로 돌아갈 때는 토룡이를 타고 돌아왔다. 농장에 도착하니 어느새 잘 시간이었다.
-그럼 저는 바로 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농장에 도착하자마자 토룡이는 손가락 크기 정도로 작아지더니 바로 밭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래. 수고해줘."
꾸엥!
[꾸엥이 자러간다요!]
"그래. 꾸엥이 잘자."
세준이 꾸엥이와 인사를 하고 세준이 집으로 향했다. 고단한 하루였다.
커어어.
고로롱.
뀨로롱.
세준과 테오, 이오나는 눕자마자 잠들었다.
그때
쿵.쿵.
아무런 소리도 없이 방문이 열리며 하얀 존재가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누구도 수상한 존재의 침입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렇게 세준의 침실로 들어온 존재가 세준의 몸을 뒤적거리며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찾았다.
세준의 주머니에서 씨앗이 든 가죽 주머니를 꺼내 씨앗 하나를 빼내 삼키려 할 때
척.
테오의 앞발이 햐얀 존재의 입을 막았다.
"뭐냥?! 켈리온 님, 지금 도둑질 하는 거냥?"
-아··· 아니······.
테오가 켈리온을 보며 물었다.
-어떻게······?
켈리온이 자신을 보고 있는 테오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바라봤다.
켈리온은 세준이 가진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의 씨앗을 훔치기 위해 카이저가 자리를 비운 틈만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카이저가 자리를 비우자 침실 안에 소리가 들리지 않는 마법뿐 아니라 인식 왜곡 등 걸리지 않기 위한 모든 마법을 걸었다. 그런데 테오에게 딱 걸린 것이다.
"박 회장! 도둑이다냥!"
테오가 힘차게 도둑의 침입을 알렸다. 아직 하루가 끝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161화. 100년짜리 노예가 생겼다.
161화. 100년짜리 노예가 생겼다.
"켈리온 님을 믿었는데 어떻게 이러실 수 있죠?"
-아니··· 그게······.
세준이 현행범으로 걸린 켈리온을 추궁하는 사이
-크하하하. 꼴 좋다. 테오, 잘했어.
볼일을 보고 다시 돌아온 카이저가 켈리온을 잡은 테오를 칭찬했다.
"그렇다냥! 난 대단하다냥! 카이저 님 잘 들어 보라냥! 내가 자고 있는데 엄청난 악의 기운이 느껴졌다냥! 그래서 이상함을 느낀 내가 눈을 뜬 것이다냥! 그런데······."
우쭐해진 테오가 자신이 켈리온을 잡은 일을 과장하며 신나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안하다. 사실······
세준은 켈리온의 손자 아작스에 대해서 듣고 있었다.
"그러니까 손자분이 하얀탑의 탑농부가 됐는데 마력이 너무 강해서 농작물을 키울 수가 없다고요?"
-그래. 근데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보니 나도 모르게 욕심이 생겨서······
"그럼 그냥 말씀하시죠."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했으면 씨앗을 그냥 줬을 것이다. 물론 종자를 사용하는 대가로 수확량의 10~20%를 받는 조건으로.
세준으로서는 조금 아쉬운 조건이지만, 여기서는 심을 수 없으니 그 정도만 되도 만족할 조건이었다.
하지만 켈리온이 도둑질을 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면서 세준은 압도적으로 유리한 계약을 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
뭐지?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아니 나라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나는 전생에 세계를 구한 게 틀림없다. 그런 게 아니고서야 이렇게 운이 좋을 리가 없다.
아니면 전생에 테오에게 큰 은혜를 베풀었나? 세준이 카이저에게 신나게 자신의 무용담을 떠들고 있는 테오를 보며 웃다가 다시 켈리온을 바라봤다.
"이렇게 하죠."
-어떻게?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의 씨앗 100개를 드릴게요."
세준이 현재 풍요의 황금 상자에 넣어둔 방울토마토를 제외한 가진 씨앗 전부였다.
-정말?!
세준의 말에 켈리온이 믿지 못하겠다는 듯 말했다. 자신이 도둑질까지 했는데 세준이 이렇게 순순히 씨앗을 넘겨줄지 몰랐다. 하지만 세준도 생각이 있었다.
"대신 두 가지 조건이 있어요."
-두 가지 조건?
"네. 먼저 앞으로 100년간 수확량의 90%, 100년 후부터는 수확량의 20%를 저에게 넘기세요."
-좋다.
9:1이 불리한 조건이기는 했지만, 용들에게 100년은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기에 조금 참으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실패해도 리스크가 없었다. 실패하면 수확량이 0이니 넘길 것도 없었다.
-알았다. 두 번째 조건은 무엇이냐?"
"용아병 100마리 주세요."
-뭐?! 100마리? 그냥 돈으로 주면 안 될까?
용아병 100마리면 일반 막걸리 10만 병과 바꿀 수 있다. 차라리 돈으로 해결하는 게 편했다.
하지만
"아니요. 용아병으로 주세요."
세준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세준에게 돈보다는 용아병이 더 필요했다.
늑대족과 탑 55층의 토끼왕국, 탑 77층의 바나나 농장, 탑 83층 밤나무 농장의 동물들이 농장을 잘 지킬 수 있도록 무장시킬 생각이었다.
"테 부회장."
"박 회장, 계약서 여기 있다냥!"
어느새 카이저와 얘기를 끝낸 테오가 재빠르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스스슥.
계약서를 받은 세준이 빠르게 게약 내용을 적고 지장을 찍자
"켈리온 님, 여기 도장 찍으라냥!"
테오가 켈리온에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그렇게 계약서가 완성되자 세준과 켈리온이 서로 영약급 방울토마토 씨앗 100개와 용아병 100개를 교환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는 제가 탑에서 독점 재배권을 받은 농작물이에요. 즉, 제 허락이 없으면 심을 수 없어요."
농작물을 빼돌리지 말라는 경고였다.
-독점 재배권? 그런 게 있다고?
"네. 새로운 품종을 수확한 탑농부에게만 주는 권한이에요. 그러니 수확량 속이고 저 몰래 심을 생각 마세요."
-그렇군. 알았다.
켈리온의 대답과 함께 하얀 용 조각상이 멈췄다. 서둘러 손자에게 씨앗을 주기 위해서. 켈리온도 손자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테 부회장, 우리도 자자."
"박 회장, 나 칭찬 안 해주냥?"
자신이 도둑을 잡았는데 아무런 세러머니도 없이 세준이 자려 하자 테오가 서운해하며 말했다. 이런 건 또 깨알같이 챙기는 테오였다.
"알았어. 테 부회장 한 달 연장."
"뭔가 좀 부족하다냥! 그 뭐랄까 저번과 같은 구호가 있었으면 좋겠다냥!"
그거였냐? 세준이 몸을 흔들며 텐션을 올렸다.
그리고
"밤에 도둑 잡는 능력 있는 고양이의 이름은 누구?!"
리듬을 타며 랩을 하듯이 말하고는 손마이크를 테오에게 가져갔다.
"나 테오 박이다냥!"
"그럼 용 앞에서 당당히 도둑이라고 외치는 용기 있는 고양이의 이름은 누구?"
"나 테오 박이다냥!"
"그럼 용에게 당당히 계약서를 내미는 멋진 고양이의 이름은 누구?"
"나 테오 박이다냥!"
"유 세이 테오, 아 세이 박."
"테오냥!"
"박!"
...
..
.
"이제 잘까?
"아직 아니다냥! 테오냥!"
"박······."
본격적으로 흥이 오른 테오가 폭주했다.
그렇게 1시간 정도 세러머니를 하자
"냐아아아앙... 박 회장, 이제 졸리다냥. 자자냥."
드디어 테오가 만족했다.
"그래······."
간신히 테오를 만족시킨 세준이 잠들었다. 정말 긴 하루가 드디어 끝났다.
***
"할아버지 또 왜 불러?! 나 열심히 농사짓고 있는 몰라?!"
켈리온의 부름에 서둘러 몸에 흙을 묻힌 아작스가 투덜거리며 나타났다.
"시끄럽고 가서 이걸 심어보거라."
켈리온이 아작스에게 영약급 방울토마토 씨앗 100개를 건넸다.
"이게 뭔데요?"
"검은 탑의 탑농부에게 받아온 것이다."
"네?! 검은 탑이요?!"
켈리온의 말에 아작스가 놀랐다. 평소 할아버지가 검은 탑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기 때문. 좋은 방법으로 가져온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알겠어요 일단 심어볼게요."
아작스가 심드렁하게 말하고는 다시 탑 99층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휙.
영약급 방울토마토 100개를 다른 씨앗들이 심어졌던 밭에 던졌다. 몬스터들을 불러 심으라고 말하는 게 더 귀찮았다.
"뭐 알아서 심어지겠지. 흐아암. 잠이나 자야지."
그렇게 씨를 뿌리고 거처로 돌아가려던 아작스.
그때
우우웅.
"어?!"
주변의 마력이 엄청난 속도로 한 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바로 자신이 방금 씨앗을 뿌린 곳이었다.
뿌드득.
무서운 속도로 자라자는 씨앗. 충분한 마력을 이용해 영약급 방울토마토가 빠르게 자라나며 순식간에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푸하하하! 내가 해냈어!"
아작스가 환호했다. 드디어 자신이 씨를 뿌린 곳에서 농작물이 자란 것이다.
톡.
아작스가 방금 맺힌 방울토마토를 따서 먹었다.
"오! 맛있어!"
새콤한 맛이 자신도 모르게 눈이 번쩍 뜨였다.
"푸흐흐흐. 맛있다.'
그렇게 아작스는 배가 부를 때까지 방울토마토를 먹고
"또 심어야지."
방울토마토의 씨앗을 다시 땅에 심기 시작했다.
그때
[독점 재배권을 가진 검은 탑의 탑농부 박세준의 농작물을 허락 없이 무단으로 심었습니다.]
[탑의 율법에 따라······.]
아작스 앞에 나타나는 메시지.
"뭐?! 무단?"
켈리온의 실수였다. 켈리온은 영약급 방울토마토가 이렇게 빨리 자랄 줄 몰랐기에 나중에 방울토마토가 자라는 게 확인되면 그때 아작스에게 계약 내용과 함께 독점 재배권에 대한 것을 알려주려 했다.
"감히! 위대한 하얀 용인 나에게 탑의 율법을 들이밀어?!"
물론 계약 내용을 알려줬어도 아작스는 무시하며 심었을 성격이기는 했다.
***
다음 날 아침.
"······."
세준이 눈을 떴다.
그리고
"내가 어제 박 회장의 물건을 훔치려는 도둑을 잡았다냥!"
꾸엥!
[큰형아 대단하다요!]
들리는 동물들의 대화. 테오가 아침부터 꾸엥이에게 어젯밤 자신의 무용담을 자랑하고 있었다.
꾸엥!꾸엥!
[아빠 일어났다요! 아빠 꾸엥이 배고프다요!]
꾸엥이가 세준이 일어나자마자 바로 배고프다고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잠깐만 기다려."
세준이 동물들과 함께 취사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세준이 아침을 준비하는 사이
꾸엥!
[우리 큰형아가 어제 도둑을 잡았다요!]
꾸엥이가 토끼들과 원숭이들에게 테오의 업적을 자랑했다.
그리고
"푸후훗. 우리 넷째 잘한다냥!"
그런 꾸엥이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테오.
그때
꾸엥······ 꾸엥?
[그래서 큰형아가······ 어? 그다음이 뭐였다요?]
열심히 큰형아를 자랑하던 꾸엥이가 갑자기 말이 막혔다.
"그때 내가 사악한 용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냥! 지금 도둑질을······."
꾸엥!꾸엥······
[그렇다요! 큰형아가 그렇게 말했다요! 그래서 큰형아가······.]
"얘들아 밥 먹자."
꾸엥이가 막힌 곳은 테오가 나서 말해주면서 얘기하는 사이 아침이 완성됐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용의 뒤에는 여러 색 꽃들이 터지게 하자. 그리고 마지막에는 모두가 다 등장하는 불꽃을 만들어줘."
"뀻뀻뀻. 네!"
세준은 이오나와 생일파티 피날레 때 쓸 불꽃놀이에 대해 얘기했다. 어제 얘기를 끝냈어야 했는데 북쪽 지역에서 토룡이를 깨우는 바람에 일정이 지체됐다.
이제 생일파티까지 남은 시간은 이틀. 오늘 안에 빨리 불꽃놀이 모양을 정해야 이오나가 부하 마법사들과 시간 안에 불꽃놀이를 완성할 수 있었다.
"뀻뀻뀻. 그럼 저는 마탑으로 가서 불꽃놀이 작업을 하러 갈게요."
"응. 수고해줘."
그렇게 이오나와 얘기를 끝낸 세준.
"박 회장, 이제 할 거 없으면 자자냥!"
꾸엥이와 동물들에게 자신의 무용담을 얘기한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 붙으며 말했다.
"안 돼. 이제부터 떡 만들 거야."
세준은 꿀시루떡을 벽돌처럼 쌓아 생일파티 때 쓸 대형 떡 케익을 만들 계획이었다.
꾸엥!꾸엥!
[떡이다요! 떡을 꿀에 찍어 먹으면 맛있다요!]
테오를 따라온 꾸엥이가 세준이 떡을 만든다는 소리에 흥분했다.
"안돼. 오늘 만드는 떡은 꾸엥이 못 먹어."
꾸엥?
[그럼 아빠 혼자 다 먹을 거다요?]
꾸엥이가 서운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냐. 아빠가 먹을 거면 우리 꾸엥이랑 같이 먹지. 오늘 만드는 떡은 우리 생일파티 때 쓸 거야. 그러니까 꾸엥이 안 먹고 참을 수 있지?"
세준이 꾸엥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꾸엥?
[생일파티 때는 먹을 수 있다요?]
"응. 같이 노래 부르고 나면 먹을 수 있어. 대신 오늘은 이거 먹자. 농작물 거대화."
세준이 꾸엥이를 달래며 스킬을 사용해 거대화한 3m짜리 고구마를 줬다.
꾸엥!꾸엥!
[알겠다요! 꾸엥이 참겠다요!]
오도독.
꾸엥이가 굳은 결심을 하며 거대한 고구마에 올라가 열심히 고구마를 파 먹으며 빠르게 고구마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박 회장, 나는 뭐 없냥?
세준이 꾸엥이에게만 뭘 주자 테오가 바로 자신도 챙기라며 어필했다.
"츄르 먹을래?"
"식상하다냥!"
"어?!"
츄르를 거부하는 테오의 모습에 세준이 당황했다.
하지만
"그럼 츄르 2개?"
"좋다냥!"
다행히 츄르를 거부한 건 아니었다.
"잠깐만 기다려."
세준이 서둘러 떡을 앉히고 테오에게 참치맛과 닭고기맛 츄르 2개를 동시에 줬다.
촵촵촵.
"맛있다냥!"
테오가 교대로 츄르를 핥아먹으면서 즐거워했다.
그렇게 테오가 츄르를 먹는 것을 보며 세준이 멍을 때리고 있을 때
[하얀 탑의 탑농부 아작스 마므브가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를 허락 없이 심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세준의 앞에 보이는 메시지. 항상 하지 말라고 하면 꼭 하는 존재들이 있다.
세준이 이걸 빌미로 또 뭘 얻어낼지 생각할 때
[탑의 율법에 따라 독점 재배권을 가진 농작물을 허락 없이 심은 탑농부는 100년간 독점 재배권을 가진 자의 밑에서 일해야 합니다.]
[탑의 율법에 따라 검은 탑의 탑농부 박세준이 앞으로 100년간 하얀 탑의 탑농부 아작스 마므브를 거느립니다.]
이어서 나타나는 메시지.
"응?"
100년짜리 노예가 생겼다.
162화. 노예야 일해라.
162화. 노예야 일해라.
얘를 어디다 쓰지? 아작스를 직접 만나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시키다가는 바로 저세상으로 직행할 수도 있었다. 뭐 어차피 직접 만날 방법도 없고.
'아무래도 켈리온 님을 통해서 지시해야겠지?'
세준이 아작스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굴릴지 생각할 때
[하얀 탑의 탑농부 아작스 마므브를 소환하시겠습니까?]
다시 메시지가 나타났다.
"뭐?! 아니! 절대 안 돼!"
세준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용을 소환한다니? 누구 죽일 일 있나. 아직 자신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 상태로 용을 소환할 수는 없었다. 그것도 자신에게 분명 억하심정을 가지고 있을 용을.
"냥?! 박 회장, 내가 츄르 2개 먹는 게 절대 안 될 일인 것이었다냥?"
세준의 말에 테오가 발라당 누웠던 몸을 바로 하며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메시지에 한 말을 자신에게 한 말로 오해한 것.
"아······ 아냐! 테 부회장한테 한 말 아니었어. 어서 츄르 먹어."
세준이 테오의 입에 츄르를 가져가며 말했다.
그러자
"푸후훗. 그럴 줄 알았다냥! 박 회장이 나한테 그럴 리가 없다냥!"
세준의 태도에 금세 기고만장해지며 발라당 눕는 테오. 참 단순한 녀석이었다.
"그래. 자 어서 먹어."
쓰담쓰담.
츄르를 먹는 테오의 배를 쓰다듬으며 테오를 안심시켰다.
"푸후훗. 기분 좋다냥!"
촵촵촵.
테오가 다시 츄르를 먹기 시작하자 세준이 새롭게 나타난 메시지를 확인했다.
[하얀 탑의 탑농부 아작스 마므브의 소환을 거절했습니다.]
[멀리 있는 하얀 탑의 탑농부 아작스 마므브에게 하루에 한 번 원격으로 간단한 지시를 내릴 수 있습니다.]
'원격으로 지시도 내릴 수 있다고?!'
[현재 하얀 탑의 탑농부에게 지시할 수 있는 일]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 수확해서 바치기(0/2115개)
"어?! 뭐지?"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수확할 수 있는 영약급 방울토마토가 2000개가 넘었다. 아마 마력이 강한 땅에 심으면 성장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는 것 같았다.
"흐흐흐. 노예야 일해라."
세준이 악당처럼 웃으며 아작스에게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수확해서 바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하얀 탑의 탑농부 아작스 마므브가 지시를 거부합니다.]
아작스가 지시를 거부했다.
[지시를 거부한 하얀 탑의 탑농부 아작스 마므브에게 벌을 내릴 수 있습니다.]
-물세례
-불세례
-돌세례
-간지럼
"뭐지?"
상대가 용이 되니까 벌칙이 되게 하찮아 보였다. 물, 불, 돌 세례는 타격이 1도 없을 것 같았고
'용이 간지럼을 타나?'
그나마 간지럼이 벌로써의 효과를 보일 가능성이 컵 보였다. 세준이 조금 더 고민하다 벌로 간지럼을 선택했다.
잠시 후
"오! 용도 간지럼 타는구나?"
[하얀 탑의 탑농부 아작스 마므브가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 1개를 수확했습니다.]
세준에게 용도 간지럼을 탄다는 것을 알려주며 아작스가 수확을 시작했다.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 1개가 검은 탑의 탑농부 박세준에게 바칩니다.]
[하얀 탑에서 검은 탑으로 100kg 이하 농작물을 옮기기 위해서는 탑간 운송비용 100만 탑코인이 필요합니다.]
"뭐 100만?"
[지금 당장 운송을 하시겠습니까?]
"뭘 물어봐 당연히 안 하지."
영약급 방울토마토 1개에 100만 탑코인은 너무 비쌌다. 세준이 묶음 배송을 선택했다. 꽉꽉 채운 다음 운송할 생각이었다.
[하얀 탑의 임시 보관소에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 1개가 저장됩니다.]
[하얀 탑의 탑농부 아작스 마므브가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 1개를 수확했습니다.]
[하얀 탑의 임시 보관소에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 2개가 저장됩니다.]
...
..
.
이후로는 영약급 방울토마토가 임시보관소에 저장됐다. 아작스가 일을 하는 것을 확인한 세준은 떡이 완성되자 새로 떡을 안쳤다.
그때
꾸로롱.
꾸엥이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꾸엥아 자?
세준이 조용히 꾸엥이를 부르며 꾸엥이가 있는 거대 고구마를 둘러보다
"풉."
꾸엥이를 발견하고는 소리 죽여 웃었다. 거대 고구마를 파먹으며 안에 구멍을 낸 꾸엥이가 고구마 안에서 자고 있었다.
오도독······
자면서도 고구마를 먹는 꾸엥이. 역시 식탐이 엄청났다.
"있다 목욕시켜야겠네."
세준이 고구마에서 나온 끈적한 물 때문에 털이 뭉쳐 떡진 꾸엥이를 보며 말했다. 고구마를 거의 온몸으로 먹은 것 같았다.
"박 회장, 난 목욕 안 할 거다냥! 나는 깨끗하다냥!"
목욕이라는 말에 테오가 급하게 자신의 몸을 핥아대기 시작했다.
"알았어."
세준이 그런 테오를 다리에 달고 다시 취사장으로 향했다. 내일 오전까지는 계속 떡을 쪄야 밤에 대형 떡 케이크를 완성하고 생일파티 당일에 짜잔하고 모두에게 보여줄 수 있다.
그렇게 떡 몇 번을 찌자 떡이 쪄지고 있는 냄비 앞에서 기다리는 세준은 따뜻함에 점점 노곤해졌다.
꾸벅.꾸벅.
고개가 점점 내려가더니 세준이 졸기 시작했다.
그리고
"푸후훗······."
고로롱.
테오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세준의 무릎을 안고 잠들었다.
***
[검은 탑의 탑농부 박세준이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를 수확해서 바치라고 지시했습니다.]
"뭐?! 나보고 직접 저걸 다 따서 바치라고?!"
움직이는 걸 귀찮아하는 아작스. 그런데 남의 지시를 받으라고? 거기다 감히 위대한 하얀 용인 자신에게 지시를 내려?!
"거부한다!"
자존심이 상한 아작스는 당연히 거부했다.
[검은 탑의 탑농부 박세준이 지시를 거부한 당신에게 간지럼의 벌을 내립니다.]
"뭐?! 프햐햐햐!"
메시지와 함게 아작스는 갑자기 온몸에서 가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용중에서도 간지럼에 취약한 용 아작스였다.
"프햐햐햐! 아······ 알았어! 할게! 한다고!"
간지럼의 벌을 피하기 위해 일단 지시를 따르기로 한 아작스.
"박세준! 으드득. 죽여버릴 거야! 야! 너희들 어서 저거 따!"
아작스가 분노에 이를 갈며 몬스터들에게 일을 시켰다. 순순히 지시를 따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5초 동안 지시가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지시가 10초 이상 이행되지 않으면 간지럼의 벌이 다시 시작됩니다.]
탑의 시스템은 은근히 치밀했다.
"아! 짜증 나!"
결국 직접 움직여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기로 한 아작스.
"흥! 수확해서 내가 다 먹어주마!"
좀 전의 상황을 보면 심는 게 문제가 된 거지 먹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톡.
그렇게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하나 수확한 아작스.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크게 상승합니다.]
...
..
.
단숨에 E급으로 등급이 오르고 수확하기 스킬의 레벨이 올라 2레벨이 됐다.
"프흐흐흐. 좋아. 이왕 이렇게 된 거 이 상황을 이용해 주마."
방울토마토는 먹고 직업 등급과 스킬 레벨도 올릴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그때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 1개가 검은 탑의 탑농부 박세준에게 바쳐집니다.]
"응?"
아작스의 손에 있던 방울토마토가 세준에게 바쳐지며 사라졌다.
"이익!!!"
분했지만, 지시를 어길 수도 없으니 일단 방울토마토를 수확했다.
그러던 중
"찾았다."
아작스가 일을 하지 않아도 지시를 어기지 않는 방법을 찾았다. 그건 방울토마토를 수확하지 않고 그 위에 손을 올리고 있는 것.
"야! 빨리 따서 가져와!"
"네!"
그렇게 아작스는 방울토마토 앞에 침대를 놓고 누워 손가락 하나 올리고 몬스터들에게 방울토마토를 따서 가져오게 했다.
그리고
"아! 맛있다."
몬스터들이 따온 방울토마토를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쓰읍. 내가 졸았나?"
졸다가 잠에서 깬 세준이 서둘러 입 주변의 침과 테오의 등에 떨어진 침을 닦았다.
그때
"응?!"
세준이 오른쪽 엉덩이 부분에서 느껴지는 뜨끈함에 몸을 돌리자
꾸로롱.
꾸엥이가 세준의 엉덩이에 궁딩이를 붙이고 잠들어 있었다.
"언제 왔지?"
"냐앙······."
세준이 조심스럽게 테오를 들어 무릎에 착용하고 냄비로 다가가 뚜껑을 열자
화악.
알맞게 익은 떡 냄새가 수증기와 함께 세준의 코를 간질였다.
"잘 익었네."
세준이 완성된 떡을 옆으로 치우고 새로운 냄비에 떡을 안친 다음 다시 꾸엥이 옆에 앉았다.
그러자
꾸엥······
꾸엥이가 조금씩 몸을 움직이며 다시 세준의 엉덩이에 자신의 궁둥이를 딱 붙였다.
"귀여워."
쓰담쓰담.
세준이 그런 꾸엥이와 테오의 등을 쓰다듬으며 오랜만에 상태창을 확인했다.
[박세준 Lv. 57]
재능 : 무난한 범재, 자연의 친구, 천석꾼, 강화된 마력 회로, 화기 능숙
스탯 : 힘(30) 체력(78) 민첩(45) 마력(109)
직업 : 탑농부(B)[거느린 탑농부 : 하얀 탑의 탑농부(F) 아작스 마므브(지시 수행 중)]
스킬 : 마력 씨뿌리기 Lv. 6, 수확하기 Lv. 7, 씨앗상점 Lv. 3, 채종하기 Lv. 6, 농사꾼의 따스한 손길 Lv. 4, 농작물 거대화 Lv. 2, 양봉 Lv. 8, 우뢰(雨雷) Lv. 3, 요리 Lv. 5
세준의 상태창은 그동안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많은 성장을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버섯 영약을 먹고 꿀을 먹어 냄새를 숨기는 법을 터득해 꾸엥이 몰래 영약을 꾸준히 섭취하며 스탯을 늘리고 있었다.
그때
"아직도 지시 수행 중이네?"
아작스의 상태를 보며 세준이 의아해했다.
F급인 거야 지금까지 농사를 못 했다고 하니 이해가 갔지만, 방울토마토 2000개 정도를 지금까지 수확하지 못한 건 이해가 안 갔다. 이미 한참 전에 끝냈어야 했다.
세준이 이상해하며 상태창에서 아작스의 이름을 누르자
[현재 하얀 탑의 탑농부 아작스 마므브에게 지시한 일]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 수확하기(200/115개)
세준이 아작스에게 지시한 일의 진행 상태가 나타났다.
"응?! 200개?"
수확해야 할 영약급 방울토마토는 2000개가 줄어들었는데 수확한 방울토마토는 200개. 한참을 기다려도 왼쪽의 숫자는 변하지 않았다.
수확이 멈춰 있었다. 벌을 받지 않으면서 일을 안 해도 되는 요령을 터득한 아작스였다.
하지만
(200/110개)
...
..
.
(200/57개)
반대로 오른쪽 숫자는 계속 줄어들었다. 게임할 때도 일꾼이 노는 걸 가장 싫어했던 세준. 근데 이놈은 아예 자원을 빼돌리고 있었다.
"이게 빠져가지고!"
세준이 분노하며 켈리온에게 따지러 갔다. 그사이 방울토마토는 0개가 됐다.
***
"수확이 끝났군."
방울토마토 수확이 끝나자 아작스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내가 올 때까지 방울토마토를 계속 수확해라!"
"네!"
몬스터들에게 지시를 내린 아작스가 탑의 관리자 구역을 통해 탑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감히 나를 거느리고 지시를 내려?!"
푸아아아!
본체로 변신한 아작스가 검은 탑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아작스는 켈리온이 검은 탑으로 들어가기 위해 이용했던 비밀 통로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박세준, 조금만 기다려라. 나를 모욕한 대가를 치루게 해주마!"
그렇게 세준에 대한 분노를 불태우며 검은 탑의 비밀 통로 입구로 들어가려던 아작스.
그때
퍽!
"커억!"
미려한 몸체를 가진 검은 용이 빠르게 날아와 아작스의 배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누구 마음대로 우리 세준이를 건드려?!"
퍼버버벅!
에일린이 분노하며 아작스를 패기 시작했다.
163화. 내가 끌고 갈게.
163화. 내가 끌고 갈게.
씩씩거리며 켈리온에게 아작스의 일을 따지러 가던 세준.
그때
[탑의 관리자가 무슨 일로 화가 났냐며 묻습니다.]
에일린이 말을 걸어왔다.
"어?! 에일린?! 수련은 끝난 거야?! 드래곤하트는 어때? 좀 좋아졌어?!"
세준이 그동안의 걱정을 담아 다다다 물었다.
[탑의 관리자가 그대 덕분에 드디어 드래곤하트가 완치됐다고 말합니다.]
"진짜?! 잘됐다!"
에일린의 대답에 세준이 진심으로 기뻐하며 말했다.
[탑의 관리자가 앞으로 그대는 자신만 믿으라고 말합니다.]
"그래."
'흐흐흐. 나 이제 에일린 꼬리만 잡고 가면 인생 피는 거야?'
탑의 실세인 관리자 에일린의 말에 세준은 가슴이 웅장해지며 앞으로의 미래가 좀 더 밝아지겠다며 좋아했다. 하지만 과연 그럴지는 두고 볼 일이었다.
[탑의 관리자가 이제 그대가 화난 이유를 말해보라고 합니다.]
"아. 사실······."
세준이 켈리온이 씨앗을 훔치다 걸린 일에서부터 방금 전까지의 일을 열심히 에일린에게 일러바치기 시작했다.
***
"크히히히히. 세준이는 이제 나만 믿어! 내가 다 해결해 줄게!"
수련을 끝낸 에일린이 큰소리를 쳤다. 엄청난 자신감. 하지만 그럴 만했다.
드래곤하트 파편을 이용해 드래곤하트를 치료하던 에일린. 그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아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느냐?
드래곤하트 파편의 원래 주인인 검은 용의 잠들어 있던 사념이 깨어나며 에일린의 드래곤하트 치료를 돕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드래곤하트 파편의 주인은 최초의 검은 용이자 그 시대 최강의 용이었던 카이-라였다.
-아가 위대한 검은 용의 긍지를 잊지 말거라.
"네! 카이-라 할머니!"
덕분에 에일린은 카이-라가 남긴 사념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재능을 5단계나 끌어 올렸고 재능 : 강인한 드래곤하트를 얻었다.
그로 인해 드래곤하트가 완치됐을 뿐만 아니라 동년배보다 훨씬 강한 마력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뭐?! 하얀 탑의 탑농부 아작스 오빠를 노예로 만들었는데 말을 안 듣는다고?! 그냥 불러! 내가 아작내 버릴게!"
에일린이 자신만만하게 아작스를 부르라고 세준을 재촉할 때
[하얀 용 아작스 마므브가 검은 탑으로 침입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침입을 허용하시겠습니까?]
에일린의 수정구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과거에는 에일린의 마력이 충분하지 못해 검은 탑의 경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에일린의 마력이 충분해지며 경계 시스템의 주요 기능들이 가동하기 시작했고 아작스가 비밀 통로로 침입하려는 것이 감지된 것이다.
"아! 안 불러도 되겠다! 부르지 마. 내가 끌고 갈게."
에일린이 관리자 구역을 나와 아작스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감히 우리 세준이 말을 안 들어?!'
검은 탑에 몰래 침입하는 것보다 세준의 말을 안 듣는 게 더 열받는 에일린이었다. 그렇게 아작스가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간 에일린.
그때
"박세준, 조금만 기다려라. 나를 모욕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뭣?!"
아작스의 말을 듣고 흥분한 에일린이 아작스를 마구 패기 시작했다.
퍼버벅!
"커억!컥!"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아작스는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에일린은 드래곤하트가 굳는 병에 걸려 관리자 구역에만 있어야 했다.
그런데?! 관리자 구역을 나와도 쌩쌩한 거도 모자라 300살이나 많은 자신을 이렇게 두드려 팰 정도로 강해지다니.
"에······ 에일린! 말로 하자! 나 아작스야! 아작스 오빠! 나 몰라?!"
아작스가 그만 맞기 위해 서둘러 에일린을 불렀다.
하지만
"당연히 알지! 우리 세준이 노예!"
"뭐?!"
"그러니까 왜 우리 세준이 말 안 들어?!"
더욱 에일린을 화나게 할 뿐이었다.
퍼버벅!
에일린은 자신의 속이 풀어질 때까지 아작스를 때렸다.
'크히히히. 스트레스 풀린다.'
그렇게 아작스를 아작내버린 에일린이 아작스의 멱살을 잡고 세준에게 끌고 갔다.
***
탑 40층.
"부끄럽지만, 최근에 견고한 칼날 대파를 다른 헌터들에게 도난당했다. 아무래도 계속 견고한 칼날 대파를 노릴 것 같은데······ 우리 힘만으로는 지키기 어려울 것 같아. 도움이 필요해."
한태준이 견고한 칼날 대파를 가져온 고양이 인턴들을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
"감히 우리 박 회장님의 물건을 훔쳐 가는 놈들이 있다고요?!"
"당장 테 부회장님께 보고할게요!"
"저는 지금 당장 늑대 분들을 부를게요!"
고양이 인턴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감히 박 회장과 테 부회장의 물건을 건드리다니! 용서할 수 없었다. 엄청난 애사심이었다.
처음에는 애사심은커녕 강제로 인턴이 된 고양이들. 하지만 요즘 그들은 자신들의 직장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계약 때문에 임금은 하루에 생선구이 한 마리 말고는 아무것도 받을 수 없지만, 판매대금의 1%를 받은 인센티브. 그 인센티브가 생각보다 컸다. 열심히만 일하면 한 달에 50~100탑코인을 번다.
덕분에 항상 집안의 골칫거리였던 그들은 어느새 집안의 자랑이 됐고 고양이들의 마을 그래니어에서 선망의 대상이 됐다.
그렇기에 이제 그들의 목표는 빨리 계약 기간을 끝내고 자유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인턴을 벗어나 사원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여러 곳으로 보고를 하러 흩어진 고양이 인턴들.
"긴급 상황입니다! 테 부회장님의 물건을 훔치는 존재들이 있습니다. 병력을 지원해주십시오!"
"감히! 감히 위대한 검은 용님의 부하 테오 박 님의 물건을?!"
고양이 인턴 빌이 탑 41층에 있는 블랙오크의 왕 우르치를 찾아가 지원 병력을 요청했다.
***
"괜찮으려나?"
갑자기 아작스를 끌고 오겠다는 말을 하고 메시지가 끊긴 에일린을 걱정하며 세준이 새로운 떡을 안쳤다.
그리고
"꾸엥아 일어나. 목욕하자."
세준이 자고 있는 꾸엥이를 깨웠다. 떡이 쪄질 동안 꾸엥이를 씻길 생각이었다.
하지만
꾸엥···
[꾸엥이 졸리다요······.]
꾸엥이가 잠투정을 했다. 여기서 흔들어 깨우는 건 하수나 하는 짓이다. 잘못하면 아기 맹슈가 포악해질 수 있다. 물론 세준에게는 꾸엥이를 벌떡 일어나게 할 필살기가 있었다.
"꾸엥이 목욕 끝나면 꿀 줄게."
꾸엥!
[꾸엥이 목욕한다요!]
역시 세준의 말에 바로 벌떡 일어나는 꾸엥이. 세준이 그렇게 꾸엥이를 데리고 분수대로 가서 목욕을 했다.
"냥냥냥."
테오는 원래 카이저가 있던 분수대 중앙에서 콧노래를 부르며 세준을 시야에 두고 열심히 자신의 몸을 그루밍했다. 혹시라도 더러우면 세준이 목욕을 시킬지도 모르기에 아주 열심히 핥아댔다.
그렇게 목욕이 끝나고
"박 회장! 꾸엥이! 나 테오 박의 멋진 착지를 보라냥!"
테오가 둘에게 와치고는 20m 높이의 분수대에서 몸을 날리며 공중 3회전을 하며 슈퍼히어로 랜딩으로 멋있게 착지했다.
"푸후훗. 어떠냥? 나 멋있냥?!"
테오가 거만하게 허리에 양손을 올리며 물었다.
짝짝짝.
"오! 좀 멋있는데?!"
세준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 이건 인정할만했다. 완전 깔끔한 착지. 소리는커녕 먼지도 거의 나지 않았다.
꾸엥!
[꾸엥이도 할 수 있다요!]
큰형아가 멋진 착지로 아빠의 칭찬을 받자 자신도 멋진 착지를 하고 칭찬을 받고 싶어진 꾸엥이.
"어? 꾸엥······."
꾸엥아 너 몸무게 생각해야지! 세준이 말리기도 전에 꾸엥이가 분수대에서 뛰어내렸다.
빙글빙글.
꾸엥이가 공중에서 10회전을 성공하며 회전력과 중력을 모두 착지에 쏟아부으며 슈퍼히어로 랜딩으로 착지했다.
그리고
콰앙!
테오의 착지 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쩌저적.
땅이 갈라지며 꾸엥이가 땅을 뚫고 들어가 버렸다.
"꾸엥아!"
세준이 서둘러 분수대에서 내려와 꾸엥이가 만든 구멍에 대고 꾸엥이를 불렀지만, 꾸엥이가 만든 구멍이 너무 깊어 안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쿠구궁.
구멍 안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보면 아직도 내려가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떡하지?"
세준이 어떻게 꾸엥이를 구멍에서 구조할지 고민할 때
꾸에엥!
꾸엥이가 구멍 안에서 튀어나왔다. 바닥에서 다시 제자리 점프로 다시 올라온 꾸엥이였다.
"꾸엥아! 무사했구나! 어?! 이게······ 무슨?"
덕분에 한숨 돌린 세준의 눈에 꾸엥이의 착지가 만들어낸 광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세준의 벽돌집, 분수대 탑, 수로 등 모든 건물에 금이 가 있었다.
거기다 세준이 온종일 만든 떡에 잔뜩 올라간 흙먼지.
"휴우······."
먼지가 내려앉은 떡을 보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꿰엥······?
[꾸엥이가 잘못했다요······?]
세준에게 자랑하기 위해 세준을 따라온 꾸엥이가 자기가 잘못한 걸 아는지 울먹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아. 일단 씻어보고 흙 묻은 데만 잘라내면 돼. 그래도 앞으로는 조심해줘."
세준이 꾸엥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꾸엥!꾸엥!
[알겠다요! 꾸엥이 다음부터는 높은 곳에서 조심해서 뛰어내리겠다요!]
그렇게 꾸엥이와 떡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있을 때
"세준아! 나 왔어!"
에일린이 아작스를 끌고 탑 99층에 도착했다. 거대한 마력이 실린 외침과 함께. 아직 힘 조절에 익숙하지 않은 에일린이었다.
쿠우웅.
거대한 마력파가 탑 99층을 강타했다.
그리고
"어?!"
당연하게도 탑 99층의 공식 개복치 세준은 돌연사 위기에 처했다. 세준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져버린 에일린이었다.
[강력한 마력에 노출된 육체가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가 발동합니다.]
[마력을 소모해 육체가 부서지지 않게 보호합니다.]
쿵!
세준은 갑자기 가슴이 답담해지며 다리 힘이 풀렸다.
"박 회장!"
꾸엥!
[아빠!]
테오와 꾸엥이가 서둘러 세준을 부축했다.
"세준아! 어디 있어?!"
그사이 에일린이 세준을 찾기 위해 다시 한번 크게 외쳤다. 이번에는 전보다 더 강한 마력을 실어서.
[용족 스킬 - 드래곤 스킨이 발동합니다.]
[위대한 검은 용 카이저의 비늘이 파괴됩니다.]
용 문신이 에일린의 마력에서 세준을 보호하며 사라졌다.
"크윽······."
결국 에일린의 강한 마력을 버티지 못한 세준이 기절했다.
"박 회장!"
테오가 여분으로 가지고 있던 카이저의 비늘을 사용해 다시 세준의 몸에 용의 비늘을 새겼다.
그때
펄럭.펄럭.
술을 마시고 있던 카이저와 켈리온이 거대한 마력 파동을 느끼고 움직였다.
그리고
-에일린?!
-아작스!!!
강대한 마력을 뿜뿜 뿜어내고 있는 에일린과 에이린에게 멱살히 잡혀 기절해 있는 아작스를 보며 두 용이 당황했다.
"할아버지! 나 다 나았어!"
그런 카이저를 향해 에일린이 기운찬 목소리로 말했다.
스스스.
에일린이 말할 때마다 마력이 퍼지며 밭의 농작물이 빠른 속도로 누런색으로 변했다. 에일린의 마력에 압도돼 죽어가고 있는 것.
-에일린! 일단 관리자 구역으로 가서 얘기하자!
카이저가 급하게 자리를 옮기려 했다.
"싫어! 나 세준이 만나고 갈 거야!"
-주변을 보거라. 네 마력 때문에 세준이가 키운 농작물이 죽어가고 있잖아. 세준이가 싫어할 거야. 일단 관리자 구역으로 가자꾸나.
말은 농작물이지만, 카이저는 에일린을 빨리 보내지 않으면 세준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기에 서둘렀다. 지금도 카이저가 세준이 있는 방향으로 가는 마력을 일부 막아내고 있었다.
"크힝. 알았어요."
농작물이 죽으면 나중에 세준에게 미움을 받을 수도 있기에 에일린은 카이저의 말에 따라 두 용조각상과 아작스를 데리고 관리자 구역으로 이동했다.
"휴냥! 다행이다냥!"
꿰···엥?
[큰형아······ 아빠 이제 괜찮다요?]
테오가 안도의 숨을 내쉬자 자신의 다리 사이에 세준의 머리를 두고 앞발로 감싸고 있던 꾸엥이가 물었다.
"그렇다냥! 이제 괜찮다냥!"
테오가 대답하며 세준의 얼굴을 살폈다.
그리고
"박 회장, 왜 이러게 약한 것이냥?!"
테오가 속상해하며 세준의 수척해진 얼굴을 주물렀다.
164화. 당장 튀어와!
164화. 당장 튀어와!
검은 탑의 관리자 구역.
-크흠······ 에일린, 일단 아작스의 멱살은 놓아줬으면 좋겠구나.
에일린에게 맞고 기절한 아작스를 보며 켈리온이 헛기침을 하며 불편한 기색으로 말했다.
자신의 손자가 에일린보다 300살이나 많고 에일린은 용들 사이에서 드래곤하트가 굳어가는 병에 걸려 마력이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런 에일린에게 자신의 손자가 기절한 상태로 멱살을 잡혀 질질 끌려다니고 있으니 속이 편할 수가 없었다.
-그래. 에일린. 일단 멱살은 놓고 왜 아작스가 여기에 있는지 얘기해 보거라.
카이저가 켈리온의 말에 동조하며 말했다. 드래곤하트에 관한 것을 먼저 묻고 싶었지만, 켈리온을 위해 양보했다.
에일린이 뿜어내는 마력의 크기만 봐도 에일린의 병이 완치됐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
"네. 사실······."
에일린이 아자스의 멱살을 풀고 자신이 아작스의 멱살을 잡게 된 과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제가 세준이랑 얘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작스 오빠가 불법 침입하고 있다는 알람이 나타났어요. 그래서······."
-고얀 놈······!
-끄응······
에일린이 말할수록 카이저는 분노하며 아작스를 노려봤고, 켈리온은 침음을 삼켰다. 아작스가 이용하려는 비밀통로는 자신이 발견해 아작스에게 알려준 것.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거기다 자신이 아작스에게 세준과의 계약 내용과 독점 재배권에 대해 얘기하지 않은 탓에 아무것도 모르고 씨앗을 심은 아작스가 세준의 밑에서 100년을 구르게 됐다.
물론 알려줬어도 아작스는 계약을 어겼을 가능성이 컸지만, 어쨌든 켈리온은 자신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했다.
'이걸 아작스가 알면 안 되겠지?'
켈리온은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작스가 자신의 잘못을 알 수 없도록 처리하기로 했다.
그리고
퍽!
"컥!"
아작스가 절대 일어나지 못하도록 발로 아작스의 뒤통수를 쳐 확실하게 기절시켰다. 괜히 일어나 쓸데없는 소리라도 하면 자신의 계획이 실패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게 그런 말이었군.'
[이계(二誡) - 탑농부는 다른 탑의 탑농부들을 거느릴 수 있다.]
켈리온은 이번 일 덕분에 계명 중 이계가 무엇을 말하는지 제대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탑농부를 거느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이건 나중에 써먹을 수도 있겠어.'
켈리온이 좋은 정보를 얻은 것에 만족했다.
그리고
-크음······ 이건 명백한 아작스의 잘못이니 100년간 절대 세준이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는 계약서를 쓰는 것으로 용서해 주는 것이 어떻겠나?
계약서를 쓰는 것으로 이 일을 해결하려 했다. 새로운 사실로 기존 사실을 덮어버릴 작정이었다. 이렇게 자신의 잘못은 완전히 묻히는 거다.
-흐음. 계약서라 괜찮은 것 같군. 에일린 네 생각은 어떠냐?
카이저가 에일린에게 의견을 물었다.
하지만
"100년 더 추가해서 200년으로 해주세요. 100년은 원래 있던 거잖아요."
에일린은 100년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세준이었다면 생명의 위협 없이 아작스를 부릴 수 있는 계약서에 옳다쿠나 사인했겠지만, 에일린의 입장에서 아작스는 이미 100년짜리 노예.
100년간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는 계약서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
-끄응······ 좋다.
켈리온이 계약서를 만들어
꾸욱.
아작스의 발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주세요. 제가 세준이한테 보낼게요."
에일린이 세준에게 계약서를 보내자
"이걸 찍으면 된다냥?"
기절한 존재에게서 도장을 잘 받아내는 지장 찍기의 달인 테오가 세준의 엄지를 계약서에 찍었다. 그렇게 세준과 아작스가 기절한 사이 계약 당사자들 모르게 계약이 체결됐다.
그렇게 아작스의 일이 정리되자
-에일린, 그나저나 드래곤하트는 어떻게 된 것이냐?
카이저가 아까부터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병 때문에 동년배는커녕 갓 태어난 용과 마력량을 비교당하던 에일린. 하지만 지금의 마력량은 거의 성룡급에 다다라 있었다.
"크히히히! 엄청 높은 할머니가 도와주셨어!"
-엄청 높은 할머니?
"응! 카이-라 할머니!"
-뭐? 카이-라 님이 도와주셨다고?!
에일린의 말을 들은 카이저가 놀라며 소리쳤다. 100만 년도 더 전에 창조신이 최초로 만든 10마리의 용.
그리고 그중 최강의 용이라 불렸던 카이-라 프리타니. 그녀는 모든 검은 용의 자랑이고 동경하는 대상이었다. 카이저도 어렸을 때 항상 카이-라의 이야기를 어른들에게 해달라고 졸랐었다.
"드래곤하트 파편에 카이-라 할머니의 사념이 남아있었어."
-정말?! 그 드래곤하트 파편 어디 있어?
카이저가 급하게 물었다.
"이제 할머니 사념 사라졌어."
-아쉽구나······ 그래도 정말 다행이구나. 카이-라 님이 도와주시다니!
"응! 그럼 나 이제 세준이 보러 가도 돼?"
-크음······ 그건 힘들 것 같구나.
"왜?! 농작물 없는 데로 세준이 부를게."
-그게······
카이저가 되도록 실망하지 않게 에일린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크헹? 내 마력이 너무 강해져서 가까이 가면 세준이가 위험하다고?!"
카이저의 말에 에일린이 큰 충격을 받았다.
"크힝······ 그러면 드래곤하트를 고친 보람이 없잖아! 세준이 생일파티에 짜잔 하고 나타나기로 했는데······."
-일단 남은 시간 동안 세준이의 능력을 키워 보도록 하자.
에일린의 늘어난 마력을 줄일 방법은 없기에 카이저는 일단 세준을 키우자고 말했지만, 자신도 알았다. 택도 없는 얘기라는 걸.
이틀도 안 남은 시간 안에 에일린의 마력을 버틸 정도로 강해질 수 있었다면 세준은 탑 99층의 최약체로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에일린을 달래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다.
"그래? 그럼 세준이가 강해지게 보양식 만들래! 할아버지도 도와줘!"
세준이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렸지만, 에일린은 이번에는 자신의 사랑이 잔뜩 담긴 요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뭐?! 세준이놈한테 요리까지 해준다고?!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카이저는 세준을 질투하기 바빴다. 요리를 먹어야 하는 당사자의 심정도 모르면서.
***
블랙오크들이 다시 남하하기 시작했다!
탑 40층에서 사냥을 하고 있던 헌터들을 통해 빠르게 소식이 퍼지며 캠프에 있던 헌터들이 서둘러 이동했다.
하지만
쿵.쿵.
캠프 주변을 조여오는 블랙오크 병력들.
그때
"나는 블랙오크의 왕 우르치. 테오 박 님의 부하다!"
우르치가 앞으로 나서서 헌터들에게 말했다.
"테오 박 님의 물건을 훔친 존재를 찾고 있다. 협조하라!"
협조 안 하면 죽일 기세기에 헌터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블랙오크들에게 협조했다. 그래도 테오의 부하라는데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다.
"여자들은 저쪽, 남자들은 이리로 와서 줄을 서라!"
블랙오크들이 여자들은 천막으로 남자들은 넓은 공터로 데려와 줄을 세웠다.
헌터들의 반감을 사지 않도록 우르치 옆에서 헌터들과 거래하며 인간의 문화를 배운 고양이 인턴 빌이 적절한 조언을 하고 있었다.
"속옷만 남기고 다 벗어라."
"네?!"
블랙오크의 말에 여성 헌터들이 당황했다. 옷을 벗기고 무슨 짓을 하려고?!
"부끄러워할 것 없다! 우리도 여자다!"
"네?!"
블랙오크가 육중한 가슴 근육 위에 걸쳐진 옷을 가리키며 말했다. 블랙오크족은 여자만 상의를 입는다. 상체만 봐서는 남녀 구분이 불가능하기에 생긴 블랙오크만의 문화였다.
그렇게 헌터들을 속옷 차림으로 만든 블랙오크들이 한 명씩 꼼꼼하게 헌터들의 몸에 삼두사 문신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렇게 캠프에 있던 헌터의 절반 정도가 검문을 받았을 때
"이것 놔라!"
남자 헌터들이 있는 곳에서 헌터 하나가 소란을 피우다 블랙오크에게 제압됐다. 그 헌터의 찢어진 상의 사이로 머리가 세 개인 뱀이 원형을 그리는 문신이 보였다.
"알고 있는 걸 다 말해라."
블랙 오크족의 주술사 루켄이 해골 지팡이를 흔들며 말했다.
"뭘 말이냐?!"
"글쎄. 나는 모르지. 하지만 결국 다 말하게 되더군."
퍽!
루켄이 해골 지팡이로 남자의 머리를 치자 해골 지팡이에 종속돼 있던 영혼들이 남자의 머리로 스며들었다.
잠시 후
"크헉! 제발! 제가 알고 있는 서클의 정보를 다 말할 테니 이 괴물들을 가져가 주세요!"
남자는 루켄에게 애걸했다.
"다 말하면 가져가 주지."
"네! 제가 아는 건······."
남자가 다 말하자
퍽!
루켄이 다시 남자의 머리를 해골 지팡이로 쳐 영혼들을 회수하고 우르치에게 갔다.
"알아냈습니다."
"그래? 역시 루켄의 주술은 확실하군!"
"클클클. 블랙오크 처녀귀신의 한은 무서운 법이죠."
그때
"왕이시여 검문이 끝났습니다."
블랙오크 병사가 와서 보고했다.
"수고했다. 이동 준비를 하라! 루켄 어디로 가야 하지?"
"놈이 실토한 곳은 탑 38층입니다. 일단 그곳으로 가서 다시 정보를 모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알았다! 전군 탑 38층으로 이동한다!"
뿌우우우.
뿔나팔 소리와 함께 블랙오크 병력이 탑 38층으로 이동했다.
***
"으음······."
에일린의 마력에 노출되며 기절했던 세준이 깨어났다.
"박 회장! 괜찮다냥?!"
꿰엥?
[아빠 괜찮다요?]
"응. 괜찮아. 근데 나 왜 기절한 거지?"
"모르겠다냥! 갑자기 엄청난 마력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냥!"
"마력?"
그게 마력이었나? 세준은 기절하기 직전 뭔가 가슴을 답답하게 했던 느낌을 떠올렸다.
"근데 지금이 몇 시쯤이야?"
꼬르륵.
세준의 물음에 대답하듯이 울리는 꾸엥이의 배꼽시계.
꾸엥!
[저녁 먹을 시간이다요!]
"뭐?! 벌써?!"
세준이 서둘러 취사장으로 달려가자 냄비의 물은 모두 증발했고 떡은 진짜 벽돌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이거 오늘 야근각인데?"
내일 오전까지 떡만 쪄야 감당할 수 있는 스케줄인데 펑크가 났으니 밤을 새야 할지도 몰랐다.
꾸엥!꾸엥!
[야식이다요! 허니팝콘 먹는다요!]
야근을 야식으로 잘못들은 꾸엥이가 환호했다. 그런 꾸엥이를 보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그래. 야근 그게 뭐가 어렵다고. 그냥 야식 몇 번 먹으면 끝날 텐데."
생각해 보니 진짜 별거 아니었다.
세준은 서둘러 새로운 떡을 안치고 저녁을 준비했다. 저녁은 얼큰한 오징어국. 계속 떡찌는 냄새를 맡았더니 얼큰한 게 먹고 싶어졌다.
"꾸엥아 창고에서 오징어 좀 꺼내줘."
꾸엥!
[알겠다요!]
꾸엥이가 아공간 창고에서 오징어를 찾아 꺼내오는 동안
타다다닥.
세준은 오징어국에 넣을 양파와 대파를 썰어 대형 냄비에 계속 넣었다. 냄비가 컸기에 엄청나게 넣어야 했다.
꾸엥!
[아빠 가져왔다요!]
꾸엥이가 손질한 오징어 한 박스를 가지고 나오자 상자의 오징어를 전부 냄비에 쏟아 부었다. 그리고 고춧가루, 소금으로 간을 하고 마지막으로 청양고추를 투하했다.
후루룩.
"크으. 완벽해! 얘들아 밥 먹자!"
간을 본 세준이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동물들을 불렀다. 백토끼들은 매운 걸 못 먹었기에 간을 하기 전 미리 덜어둔 맑은 오징어국을 줬다.
우끼!
반대로 원숭이들은 매운 거를 처음 먹는데도 너무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저녁 식사가 끝나고 다시 새로운 떡을 안치고 멍하니 쉬고 있을 때
"박 회장. 박 회장. 이것 보라냥!"
세준이 자신을 제대로 칭찬할 수 있는 타이밍에 테오가 계약서 하나를 내밀었다.
[절대 명령 게약서]
-200년간 을은 갑의 명령을 절대 거부할 수 없다.
특약 사항.
...
..
.
갑 : 박세준(인)
을 : 아작스 마므브(인)
특약 사항에는 을의 재산이나 목숨 등을 요구하는 명령은 할 수 없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근데 내가 이 계약서에 언제 지장을 찍었지?"
세준이 계약서에 선명하게 찍힌 자신의 엄지 자국을 보면서 의아해했다.
"내가 박 회장이 기절해 있을 때 에일린 누나가 준 걸 찍었다냥!"
"에일린이?! 아!"
세준은 그제야 에일린이 아작스를 끌고 오겠다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
"에일린이 진짜 아작스를 끌고 와서 나 건드리지 말라고 계약서를 받아줬나보네."
흐흐흐. 그럼 아작스는 내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는 말이지?
"아작스, 당장 튀어와!"
세준이 아작스를 소환했다.
165화. 나 이거 다 먹었으면?!
165화. 나 이거 다 먹었으면?!
[하얀 탑의 탑농부 아작스 마므브를 소환합니다.]
메시지가 나타나고 10초 정도가 흐르자
쿵.
세준의 앞에 20m 크기의 거대한 하얀 용 아작스가 나타났다.
"끄응. 뭐냐? 여기가 어디지?"
이제야 정신을 차린 아작스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할 때
"아······ 아작스! 다시 돌아가!"
세준이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끼며 서둘러 외쳤다. 아작스가 그냥 숨 쉬며 뿜어내는 마력을 버티는 것만으로도 세준은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200년짜리 용 노예가 생겼지만, 제대로 쓸 수 없는 세준이었다.
[하얀 탑의 탑농부 아작스 마므브를 역소환합니다.]
"휴우."
아작스를 역소환한 세준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방금 용님이 왔다 간 거냥?"
꾸엥!
[하얀 용님이었다요!]
아작스를 구경하고 있던 테오와 꾸엥이가 말했다. 이미 아작스와의 계약 내용을 알고 있었기에 큰 걱정을 하지 않고 있던 둘이었다.
"하하하. 봤지? 내 부름에 하얀 용이 튀어오는 거?"
마지막 자존심은 지키고 싶었던 세준이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박 회장, 우리가 남이냥?"
꾸엥!
[그렇다요! 꾸엥이 아빠 약해도 괜찮다요!]
괜히 센 척했다가 오히려 동물들의 위로를 받았다.
"······그래. 고맙다."
생각해 보니 애들에게 이런 모습 보인 게 하루 이틀도 아니니 부끄러울 것도 없었다.
'나 용 앞에서 기절하지 않았어!'
정확하게는 아작스의 마력을 몇 초 버텨낸 것이지만, 그래도 대견한 일이었다. 예전에 비하면 엄청나게 강해진 것이다. 단지 주변 애들 때문에 티가 잘 안날뿐.
"일해라. 노예야."
세준은 일단 아작스에게 방울토마토를 수확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다시 떡을 쪘다. 떡을 안치고 기다리고의 반복.
조금씩 지루해지기 시작할 때쯤
꾸르르륵.
세준의 다리 사이에 누워 세준의 쭉쭉 스트레칭을 받고 있던 꾸엥이의 배에서 소리가 났다.
"꾸엥이 허니팝콘 먹을까?"
꾸엥!
[좋다요!]
물으나 마나였다. 꿀이 들어간 음식을 꾸엥이가 거절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그때
"박 회장, 츄르맛 팝콘의 개발을 요청한다냥!"
세준과 함께 팝콘을 먹고 싶었던 테오가 새로운 팝콘맛을 개발해 달라고 요구했다.
"츄르맛?"
츄르를 넣은 팝콘? 상상만 했는데 세준의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엄청 비릴 것 같은데?
"일단 만들어 볼게."
세준이 폭발하는 체력의 옥수수를 이용해 일단 팝콘을 만들었다. 그다음 팝콘을 삼등분해 나누고 소스 제조에 들어갔다.
냄비 2개를 꺼내 한쪽에는 물과 꿀을, 다른 쪽에는 츄르와 물을 섞어 졸였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단내와 비린내.
"맛있는 냄새가 난다냥!"
꾸엥!
[맛있는 냄새가 난다요!]
츄르가 졸여지는 냄비 앞에서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 꾸엥이와 테오.
'안 비린가?'
세준에게는 너무 비렸지만, 테오와 꾸엥이에게는 맛있는 냄새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완성된 소금맛, 허니맛, 츄르맛의 3가지 맛 팝콘. 세준과 테오, 꾸엥이가 팝콘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박 회장, 이거 하나 먹어 보라냥!"
"난 괜찮은데...테 부회장 많이 먹어."
"박 회장! 지금 나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이냥?"
"아니. 그럴 리가······ 테오가 좋아하는 걸 먹으려니 미안해서 그러지."
"박 회장은 특별히 먹게 해주겠다냥!"
자꾸 츄르맛 팝콘을 권하는 테오.
'괜찮다고!'
태오가 나쁜 의도를 가지고 '박 회장, 이 츄르맛 팝콘을 먹고 고통을 받아라냥!' 이랬다면 단칼에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거 주기 너무 아까운데······ 너니까 주는 거다냥!'의 표정으로 세준에게 츄르맛 팝콘을 주니 차마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꾸엥!
[큰형아 나도 츄르맛 팝콘 먹고 싶다요!]
"꾸엥이는 많이 먹었으니까 그만 먹어라냥!"
그나마 꾸엥이가 츄르맛 팝콘의 양을 줄여주지 않았으면 세준에게 돌아가는 츄르맛 팝콘의 양은 더 많아졌을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입에서 나는 비린내에 고통받으며 떡을 찐 세준이 목표로 했던 떡 수량을 맞추고 잠자리에 들었다.
***
하얀 탑 99층.
"이놈!!! 감히 나를 오라 가라 해?!"
자신을 마음대로 불렀다고 다시 쫓아낸 세준 때문에 분노한 아작스.
그때
부스럭.
자신의 발톱 사이에 돌돌 말린 문서 하나가 보였다.
"응? 이게 뭐지?"
아작스가 문서를 펴서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이······ 이게 뭐야?!!! 내가 언제 여기다 도장을 찍은 거지? 설마 에일린이?!"
세준의 명령을 200년 동안 절대 거부할 수 없다는 계약서에 찍힌 자신의 발도장을 보며 아작스가 당황하며 에일린을 의심했다.
설마 자신의 할아버지 켈리온이 했다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아작스였다.
그때
[검은 탑의 탑농부 박세준이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를 수확해서 바치라고 지시했습니다.]
세준의 지시가 나타났다.
"이익!"
아작스는 거부하고 싶었지만, 용의 계약은 다른 존재들과의 계약과는 조금 다르다. 계약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것만으로 존재에 타격을 받는다.
존재에 타격을 받는다는 건 용들에게는 치명적인 일. 그렇기에 아작스는 계약을 철저히 지킬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아작스가 드디어 손에 흙을 묻히며 제대로 일하기 시작했다. 물론 얼굴에는 하기 싫어하는 티가 가득했지만.
"으득! 박!세!준!"
아작스가 이를 갈며 세준의 이름을 불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