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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1 - 21

***

"읏차!"

세준이 눈을 뜨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벽에 잠들었기에 더 자고 싶었지만, 오늘 안에 떡 케이크를 완성해야 하기에 늦잠을 잘 수는 없었다.

덥석.

"냐앙······."

세준이 테오의 옆구리를 잡고 일어나 자신의 무릎에 장착하고

스윽.

침실 벽에 획 하나를 추가하며 조난 316일 차 아침을 시작했다.

"하아. 으······ 아직도 냄새나네."

세준은 손으로 자신의 입 냄새를 맡아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자기 전에 입을 여러 번 헹구고 잤지만, 아직도 비린내가 가시지 않았다.

그때

께엑.

더듬이를 빳빳하게 든 버섯개미 한 마리가 세준을 향해 위풍당당하게 다가오더니 자신의 등을 내밀었다. 그리고 버섯개미의 등에 있는 탐스러운 버섯 하나. 영약이었다.

톡.

세준이 블랙 트러플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색이 하얀 버섯을 땄다.

[상급 영약 : 화이트 트러플을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250을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휙.휙.

서둘러 주변을 둘러본 세준이 버섯을 삼켰다.

[상급 영약 : 화이트 트러플을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이 3 상승합니다.]

강렬한 트러플 향이 입안을 장악하며 단숨에 비린내를 몰아냈다.

"하아. 이제 비린내 안 나네. 고마워. 키우느라 수고했어."

께엑!

세준의 칭찬에 쿨하게 대답하고 떠나는 버섯개미. 그렇게 성공적인 접선을 끝내고 세준이 서둘러 꿀과 꿀젤리를 먹으며 영약의 냄새를 지우고 있을 때

꾸엥!

[아빠! 배고프다요!]

배고파서 한껏 예민해진 아기 맹슈 꾸엥이가 세준을 찾아왔다.

꿀꺽.

"어······ 왔어?"

긴장한 세준이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태연한 척 연기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어색한 목소리와 시선처리.

꾸엥!

[아빠 수상하다요!]

당연히 한껏 예민해진 아기 맹슈를 속이기에는 너무 어설픈 연기였다.

킁킁.

세준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꾸엥이가 세준의 입 주변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어차피 꿀을 먹어서 냄새는 안 날 거야.'

"미안. 아빠가 배고파서 꿀을 좀 먹었어. 꾸엥이도 꿀 줄까?"

꾸엥!

[먹고 싶다요!]

세준의 말에 신경이 꿀로 집중된 꾸엥이. 그렇게 세준이 오늘도 완벽하게 꾸엥이를 속여 넘겼다고 생각할 때

딸깍.

꾸엥!

[아빠 손에서 맛있는 냄새 난다요!]

입의 냄새는 지웠지만, 손에 남은 냄새를 지우는 걸 깜빡한 세준. 유리병을 따면서 트러플의 냄새가 꾸엥이의 코로 들어갔다.

꾸엥?!

[아빠 혼자 맛있는 거 먹었다요?!]

꾸엥이가 세준을 추궁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꾸엥이 몰래 영약 먹기 실패.

그렇게 아침부터 꾸엥이에게 혼자 뭐 먹었냐고 추궁당하고 있을 때

-세준아 잠깐 올라오거라.

카이저가 심각한 목소리로 세준을 분수대로 불렀다.

"네! 지금 갈게요! 꾸엥이 이거 먹고 있어. 알았지?"

카이저 덕분에 도망칠 기회가 생긴 세준이 꾸엥이가 기다리는 동안 배고프지 않게 미리 까놨던 밤을 한 바가지 주고 카이저에게 갔다.

꾸엥!꾸엥!

[알겠다요. 꾸엥이 밤 먹으면서 기다리겠다요!]

오도독.

꾸엥이가 땅에 털석 앉아 세준에게 앞발을 흔들며 다른 앞발로는 밤을 집어 먹기 시작했다.

"카이저 님, 무슨 일이세요?"

-이거 받아라.

카이저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검은색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돌을 세준에게 건넸다. 밀도가 높은지 상당히 묵직했다.

"카이저 님, 이게 뭐예요?"

-뭐긴?! 음식이지! 빨리 먹어!

이 돌이 음식이라는 것도 놀라운데······

"······이걸 먹으라고요?!"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한 세준이 다시 물었다.

-그래! 먹으라고! 복 받은 줄 알아! 에일린이 한 음식도 먹고!

카이저는 음식을 만들고 지쳐 잠든 에일린을 생각하니 다시 열이 받았는지 불같이 화를 냈다.

하지만

"네?! 이거 에일린이 만든 요리에요?!"

카이저의 말에 세준은 기겁하며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리고 서둘러 전혀 음식같이 생기지 않은 음식을 살펴봤다.

[에일린의 건강 주먹 고기]

위대한 검은 용 에일린 프리타니가 여러 가지 영약과 고기를 섞고 고열과 고압으로 쪄서 둥글게 뭉쳐 만들었다.

너무 높은 압력과 열 때문에 고기가 압축되며 다이아몬드만큼 단단해졌지만, 효과는 뛰어나다.

위대한 검은 용 카이저 프리타니의 도움으로 영약들의 독성을 중화해 섭취 시 부작용을 대부분 해결했다.

섭취 시 모든 스탯이 100 상승한다.

요리사 : 위대한 검은 용 에일린 프리타니

유통 기한 : 없음

등급 : S+

"휴우."

그래도 이번에는 카이저 덕분에 독은 없었다.

"근데 모든 스탯이 100이나 상승한다고?!"

독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 세준의 눈에 비로소 다른 내용들이 눈에 들어왔다. 에일린이 특별히 카이저의 허락을 받고 가문의 영약 창고에 있는 재료를 이용해 요리한 덕분이었다.

'근데 이거 먹을 수 있나?"

혹시나 하고 세준이 앞니로 조심히 에일린의 요리를 깨물어 봤지만

까득.

예상대로 완전 돌덩이였다. 고기보다 세준의 이가 먼저 부서질 기세였다. 주먹 고기가 아니라 주먹 도끼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아쉽네.'

이번 요리는 맛이 없다거나 독에 대한 내용이 없기에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았는데······ 너무 단단했다.

-쯧즛. 저걸 어디다 쓸꼬······ 줘봐라. 분쇄.

결국 보다 못한 카이저가 에일린의 요리를 100조각으로 만들어 세준에게 줬다.

"카이저 님, 감사합니다."

-됐다! 나중에 에일린이 일어나면 그때 고맙다고 말하거라!

"네."

펄럭.펄럭.

카이저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술을 마시러 갔다.

그리고

"먹어볼까?"

세준이 조심스럽게 카이저에게 받은 알약 크기의 고기 조각 하나를 입에 넣었다. 다행히 맛은 그냥 약간의 짠맛만 느껴졌다.

꿀꺽.

세준이 고기 조각을 삼키자

[에일린의 건강 주먹 고기 조각을 섭취했습니다.]

[음식을 모두 먹어야 효과를 발휘합니다.]

[99조각 남았습니다.]

따로는 효과를 볼 수 없다고 나타나는 메시지.

"하나에 1스탯씩 오르면 좋겠을 텐데······."

그래도 이렇게라도 먹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불편하지만, 고기 조각을 100개 먹으면 될 일.

세준이 다음 조각을 먹으려 할 때

[뭉쳐있던 고기가 불어나며 포만감이 24시간 유지됩니다.]

메시지와 함께 배가 빵빵해지는 것을 느꼈다. 에일린의 압축 요리가 세준의 배에서 불어난 것.

"어?! 나 이거 다 먹었으면?!"

상상만으로 세준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166화. 참치어죽을 만들다.

166화. 참치어죽을 만들다.

탑 38층 북쪽의 절벽.

"찾아라! 이곳 근처에 삼두사회의 아지트가 있다!"

"네! 왕이시여!"

우르치의 외침에 블랙오크 병사들이 흩어져 수색에 들어갔다. 원래는 사로잡은 삼두사회의 헌터에게 직접 아지트를 안내하게 하려 했지만······ 헌터가 이동 중 자살했다. 아니 정확히는 자살당했다.

헌터는 스스로 자신의 목을 졸라 죽었는데······

"저주 계열 마법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주술사 루켄이 죽은 헌터의 시체에서 저주 마법의 흔적을 발견했다. 블랙오크들이 잡은 헌터와 연락이 끊기자 삼두사회에서 미리 걸어놓은 금제를 발동시킨 것.

덕분에 직접 삼두사회의 아지트를 찾는 수고를 하게 된 블랙오크들.

그때

"왕이시여! 여기 동굴이 있습니다."

절벽을 타고 내려가며 수색하던 블랙오크 병사 하나가 외쳤다.

잠시 후.

"아무것도 없다고?"

"네. 왕이시여. 안에 자살한 놈의 문신과 같은 문양이 벽에 새겨져 있는 것을 보면 삼두사회의 아지트는 맞는데······ 이미 떠난 것 같습니다."

절벽 동굴을 수색한 블랙오크 병사들이 돌아와서 수색 결과를 보고했다.

"흐음······ 벌써?"

벽에 새겨진 자신들의 문양을 지우지 못한 것을 보면 급하게 아지트를 정리하고 뜬 모양이었다.

'보통 놈들은 아니군······.'

조직원 한 명과 연락이 끊겼다고 아지트를 버리는 과감성에 우르치는 삼두사회가 범상치 않은 조직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위대한 검은 용님과 테오 박 님의 행보에 방해가 되지 않게 더더욱 철저하게 추적해서 탑에서 지워버려야지!'

우르치가 세준과 테오를 위해 삼두사회를 지워버리겠다며 각오를 다질 때

크르릉.

다른 고양이 인턴의 연락을 받고 헤겔이 블랙울프들을 이끌고 도착했다. 엘카와 실버울프들은 함께 내려오던 중 갈라져 지구방위대 대원들을 지키며 견고한 칼날 대파를 수송 중이었다.

"헤겔 님, 오셨군요."

"네. 우르치 님."

우르치와 헤겔이 인사를 나눴다. 그들은 우르치가 테오의 부하가 된 이후로 몇 번 인사를 나눴다.

"아지트는 찾았습니까?"

"그게······."

우르치가 지금의 상황을 설명했다.

"저희에게 맡겨주시죠. 아지트를 잠시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헤겔이 늑대들을 데리고 절벽의 동굴로 들어가 삼두사회의 아지트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냄새를 찾았습니다. 가시죠."

킁킁.

늑대들이 도망친 삼두사회의 냄새를 쫓아 이동하기 시작했다.

***

"다 됐다!"

드디어 떡 케이크를 만들기 위한 떡을 다 찐 세준이 만세를 부르자

꾸엥!

[이제 하룻밤만 자면 떡 먹을 수 있다요!]

꾸엥이도 곧 떡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신나게 만세를 불렀다. 동상이몽의 부자였다.

"시작해 볼까."

떡을 다 찐 세준이 떡 케이크 제작에 들어갔다.

"먼저 바닥에 파 이파리를 깔고······."

떡에 흙이 묻지 않도록 바닥에 이파리를 두껍게 깔고 세준이 벽돌 쌓듯이 떡을 쌓기 시작했다.

한 시간. 두 시간······

세준이 집중해서 떡을 쌓았다.

그리고

"완성! 짜잔! 어때 꾸엥아?"

세준이 높이 솟은 직경 2m의 거대한 99층짜리 떡 케이크를 가리키며 꾸엥이에게 물었다.

꾸엥!

[맛있게 생겼다요!]

"아니. 모양이 어떠냐고?"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아니기에 세준이 다시 물었다.

하지만

꾸엥!꾸엥!

[모르겠다요! 그냥 맛있게 생겼다요!]

떡의 모양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꾸엥이. 조금 서운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해가 됐다.

"하긴······ 애들은 탑을 밖에서 본 적이 없으니까."

세준이 만든 건 검은 탑 떡 케이크. 색은 이따가 이오나가 오면 염색 마법으로 검게 칠해주기로 했다.

"흠······ 알아보기에는 좀 부족한가?"

검은 탑 떡 케이크를 보던 세준이 다시 떡 반죽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꼬르륵.

꾸엥이의 배꼽시계가 저녁 시간을 알려왔다.

꾸엥!

[아빠 꾸엥이 배고프다요!]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세준이 서둘러 저녁을 만들었다. 저녁은 고구마수프에 남은 떡 반죽을 둥글게 빚은 새알을 수프에 넣어 동물들에게 줬다.

꾸엥!

[요거 쫀득해서 맛있다요!]

꾸엥이가 새알을 씹으며 기뻐했다.

삐익!

우끼!

토끼들과 원숭이들에게도 인기가 좋았다.

"잘 먹네."

세준이 동물들이 맛있게 먹는 걸 보고 있을 때

"박 회장, 나도 츄르를 달라냥!"

"그래. 테 부회장도 츄르 먹자."

촵촵촵.

세준이 테오에게도 츄르를 먹였다.

그때

'근데 나 왜 이렇게 여유롭지?'

세준이 뭔가 여유로운 느낌에 이상함을 느꼈다. 그리고 곧 그 여유로움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내가 밥을 안 먹어서 여유가 있구나."

에일린의 주먹 고기 조각 덕분에 배고프지 않은 덕분이었다.

'근데 이게 좋은 건가? 여유로워서 좋긴 한데.'

뭔가 혼란스러운 세준.

"박 회장, 할 거 없으면 내 배나 쓰다듬어 달라냥! 몸이 안 좋은 거 같다냥!"

테오가 세준의 놀고 있는 한 손을 보며 말했다.

'안 좋은 거네.'

세준이 다음에는 밥 대신 먹을 커피라도 마셔야겠다고 생각하며 테오의 배를 쓰다듬었다.

쓰담쓰담.

"냐아앙~"

촵촵촵.

테오가 좋아 죽는 소리를 내며 열심히 츄르를 먹었다.

그리고 테오가 츄르를 다 먹었을 때

발라당.

꾸엥!

[아빠가 꾸엥이 배 쓰다듬어 주면 좋겠다요!]

빠르게 저녁을 해치운 꾸엥이가 세준의 옆에 누웠다. 필요한 걸 제대로 요구할 줄 아는 꾸엥이였다.

"그래."

세준이 쉴 틈도 없이 테오에게 츄르를 주던 손으로 꾸엥이의 배를 쓰다듬었다.

그렇게 저녁 시간이 끝나고

조물락.조물락.

세준은 취사장에서 내일 생일파티 케이크 위에 올릴 마지막 떡을 만들었다.

"박 회장··· 안 자냥······?"

테오가 세준에게 자러 가자고 보챘다.

"테 부회장, 잠깐만 기다려. 거의 다 됐어."

"알겠다냥··· 기다리겠다냥······."

세준은 아직 할 일이 남았기에 테오를 타이르며 작업을 이어갔다. 테오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지만, 졸려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들오들.

"박··· 회장··· 춥다냥······."

1시간 정도 지나자 테오가 몸을 떨기 시작했다.

"어?! 테 부회장! 왜 그래?!"

세준은 그제야 이상함을 느끼며 테오의 몸을 살펴봤다.

"뭐야? 테오, 너 몸이 왜 이렇게 뜨거워?!"

테오의 몸을 이리저리 만져본 세준이 당황했다. 온몸이 불덩어리였다.

거기다

색색.

테오의 숨소리도 거칠어져 있었다.

'일단 테오의 열을 내려야 해!'

세준이 서둘러 바닥에 이파리를 깔고 테오를 눕히고 물수건으로 테오의 몸을 낮춰주려 했지만

꼬옥.

"떨어지기··· 싫다냥······."

기운이 없는 와중에도 세준의 무릎에 집착은 여전했다. 테오는 세준의 무릎에 매달리며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알았어."

세준은 일단 테오가 무릎에서 떨어지지 않게 한 손으로 테오를 잡고 다른 손으로 테오의 몸을 닦으며 체온을 낮췄다.

그리고 밧줄을 이용해 자신의 무릎과 테오의 몸을 함께 묶고 밖으로 나와 분수대로 올라갔다.

"카이저 님!"

분수대로 올라온 세준이 서둘러 카이저를 불렀다.

-안 자고 무슨 일이냐?

혼자 막걸리를 홀짝이고 있던 카이저가 세준을 보며 물었다.

"테오가 많이 아파요! 도와주세요!"

세준이 자신의 무릎에 매달린 테오를 가리키며 말했다.

-쯧쯧. 미련한 녀석. 나아라.

카이저가 테오를 딱하게 보며 용언 마법을 사용하자

파앗.

테오의 몸이 녹색 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됐다.

고로롱.

카이저의 치료가 통했는지 테오가 코를 골며 편하게 자기 시작했다.

"근데 테오가 갑자기 왜 아픈 거죠?"

-왜 아프긴? 무리했으니까 아프지.

"네? 무리요?"

테오가 무리한 걸 본 적이 없기에 세준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두 용의 피어를 받았는데 아픈 게 당연하지.

"네?! 그럴 리가······ 분명 아무렇지 않아 보였는데?"

-그건 테오, 저 녀석이 둔한 거야.

세준의 무릎과 함께할 때 자신이 무적이라는 절대적인 믿음 때문에 자신의 몸 상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테오. 카이저의 말대로 테오는 요즘 상당히 무리한 상태였다.

성룡급인 에일린의 마력을 버텨내고 다시 아작스의 마력까지, 탑 75층의 평범한 고양이 상인인 테오가 두 용의 피어를 받았으니 몸에 무리가 올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그 상태에서 약한 세준을 챙긴다고 더 무리를 하며 몸이 더 좋아졌고 그게 뒤늦게 몸살로 온 것이다.

반대로 세준은 테오와 꾸엥이의 관리를 받으며 영약까지 챙겨 먹었고 직업 특성인 '잔병치례를 하지 않는다'와 를 통해서 빠르게 회복하며 멀쩡한 것이다.

"카이저 님, 감사합니다."

-감사하면 알지? 응?

카이저가 손으로 술병을 흔들며 말했다.

"네! 다음에 새로운 술로 10병 드릴게요."

-오?! 새로운 술?! 기대하고 있으마! 크하하하!

새로운 술 소식에 기뻐하는 카이저를 뒤로하고 세준이 분수대를 내려왔다.

"테오도 몸보신 좀 해야겠네."

세준이 테오를 위한 보양식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할 때

쿵!

불꽃이가 있는 동굴 쪽에서 큰 소리가 났다.

"불꽃아 무슨 일이야?"

세준이 동굴 밑을 보며 불꽃이에게 묻자

[주인님! 갑자기 여기로 엄청 큰 참치가 올라왔어요!]

불꽃이가 이파리를 과하게 흔들며 대답했다.

"어?! 참치가 올라왔다고?!"

마침 테오의 보양식을 만들려고 했던 세준의 앞에 스스로 나타난 거대 참치.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세준이 불꽃이의 말을 듣고 동굴 밑으로 내려오자

[심해의 거대 참치]

정말 30m 크기의 거대한 참치 한 마리가 연못 밖으로 올라와 있었다. 호흡을 못 해서인지 참치는 이미 죽어있었다.

"이걸로 테오 보양식 만들면 되겠다."

서걱.

세준이 기뻐하며 참치를 해체할 때

데구르르.

거대 참치의 가슴에서 푸른빛 구슬 하나가 굴러 나왔다.

"응?! 이건?"

세준이 구슬을 들어 살펴봤다.

[심해의 거대 참치 내단]

차원의 바다 깊은 심해에서 2000년 이상 산 거대 참치의 내단입니다.

치유와 물의 힘이 담겨 있습니다.

섭취 시 마력이 50 상승하고 스킬 : 치유와 재능 : 수속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비린 맛이 강하게 납니다.

사용 제한 : 마력 200 이상

등급 : A+

비린 맛이 강하게 난다고? 이건 테오가 먹는 게 맞았다. 거기다 테오가 재능으로 수속성을 얻으면 나중에 목욕시키기 편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도 수속성 고양이를 갖는 것이다.

"테 부회장, 맛있는 거 먹자."

세준이 테오의 입을 조심히 벌리고 비린 맛이 나는 심해의 거대 참치 내단을 넣었다.

"냐아앙······ 냥~"

처음에는 강제로 입을 벌리자 짜증을 내던 테오. 하지만 입에 강한 비린 맛의 내단이 들어오자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내단은 테오의 입안에서 빠르게 녹으며 테오의 몸으로 흡수됐다.

파앗.

잠깐 동안 테오의 몸이 푸른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서걱.

세준은 다시 단검으로 참치를 해체해 참치를 냄비에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참치어죽을 만들 생각이었다.

보글보글.

참치를 끓이는 동안 세준은 아까 만들던 떡을 이어서 만들었다.

그리고 떡을 다 만들었을 때

"뀻뀻뀻. 아직 안 주무셨네요?"

마탑에서 마법사들과 불꽃놀이를 위한 마법을 완성한 이오나가 복귀했다.

"응. 일이 좀 남아서. 이오나 일단 케이크를 검은색으로 염색해 줘."

"뀻뀻뀻. 네."

"그리고 여기 떡에다가······."

세준이 이오나에게 방금 완성한 떡에 따로 마법을 부탁했다.

"뀻. 알았어요."

그렇게 모든 작업이 끝나자

"이제 자자."

"뀻뀻뀻! 네!"

이오나가 냉큼 테오의 꼬리로 자신의 몸을 감쌌고 자연스럽게 세준의 침실로 이동했다.

그리고

커어어.

고로롱.

뀨로롱.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모두가 손꼽아 기다리던 생일파티 당일이 됐다.

167화. 이 몸은 이제 방수다냥!

167화. 이 몸은 이제 방수다냥!

꾸엥!꾸엥!

[꾸엥이 오늘 생일파티 한다요! 생일 있는 꾸엥이는 떡 먹을 수 있다요!]

며칠 전부터 떡 먹기만 기다리고 있던 꾸엥이가 아침 일찍 일어나 우렁찬 외침으로 생일파티 당일의 아침을 열었다.

하지만

"꾸엥이 기다려!"

새벽부터 일어나 생일파티 음식을 준비하던 세준이 흥분한 꾸엥이를 자제시켰다.

꾸엥?!

[꾸엥이 떡 언제 먹는 거다요?!]

눈만 뜨면 떡을 먹는 줄 알았던 꾸엥이의 목소리가 포악해지기 시작했다. 배고파서 짜증이 난 것이다.

"자. 꾸엥이 이거 먹고 떡은 떡 케이크 자를 때까지 참자!"

냠.

세준이 꾸엥이의 입에 꿀과 설탕에 절인 보늬밤을 한 움큼 넣어줬다.

오물오물.

꾸엥!

[맛있다요!]

단맛에 금세 기분이 좋아진 꾸엥이가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 그렇게 춤추면 배 금방 꺼지는데······ 얘들아 서두르자!"

삐익!

꾸엥이가 춤추는 동안 일을 끝낼 생각인 세준이 자신을 돕고 있던 토끼들에게 외쳤다. 꾸엥이의 배가 꺼져 다시 포악해지기 전에 최대한 빨리 일을 마쳐야 했다.

잠시 후

"휴우······ 끝났다. 얘들아 수고했어."

삐익···

간신히 생일파티 세팅을 끝낸 세준과 토끼들이 넋이 나간 표정을 지으며 앉아서 잠깐 휴식 시간을 가졌다.

그때

음머!

우마왕을 필두로 한 블랙 미노타우루스들과

"뀻뀻뀻."

이오나를 필두로 한 검은 박에 마탑의 마법사들이 생일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세준의 농장에 도착했다.

늑대들은 어제 도착한 고양이 인턴 제프를 통해 견고한 칼날 대파를 훔쳐 간 적들을 추적하고 있어 생일파티에 참석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자 그럼 생일파티를 시작하자!"

생일파티에 참석할 인원들이 모두 모이자 세준이 생일파티 시작을 선포했다.

쿠어어엉!

세준의 선포에 분홍 털이 거대한 떡 케이크를 조심히 들고 왔다.

-크하하하. 검은 탑이군.

케이크가 탑의 모습을 표현했다는 걸 단번에 알아본 카이저는 흐뭇해한 표정으로 웃었고

-끄응······ 부럽군.

켈리온은 부러워했다.

하지만 세준은 케이크에 탑만을 표현한 것이 아니었다. 탑의 정상에는 세준이 어제 늦게까지 떡을 조물락거리며 만든 떡인형들이 장식돼 있었다.

가장 앞에는 파 이파리를 작게 잘라 만든 이파리 3개가 달린 작은 나무가 있었는데 불꽃이였다. 각 이파리의 색을 다르게 해 디테일까지 살렸다.

불꽃이 뒤로는 밀짚모자를 쓰고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세준을 중심으로 좌우로 블랙울프와 실버울프, 토끼들과 버섯개미들이 자리했다.

테오와 꾸엥이는 세준의 무릎에 앉아서 행복하게 츄르와 꿀을 먹고 있었다. 꾸엥이가 세준의 무릎에 앉는 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장면.

'내가 꼭 강해져서 무릎에 올려줄게.'

세준은 자신의 무릎에 올라오고 싶어도 자신이 다칠까 봐 올라오지 못하는 꾸엥이의 마음을 잘 알기에 생일 케이크의 장식을 통해서나마 꾸엥이의 바람을 들어줬다.

그런 세준과 동물들의 뒤로는 블랙 미노타우루스들과 분홍 털, 우마왕이 장식돼 있었다. 그리고 케이크의 빈자리에는 얅은 막대로 꽂은 독꿀벌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꾸엥!꾸엥!

[꾸엥이가 아빠 무릎에 앉아있다요! 신난다요!]

대부분은 세준이 신경 쓴 디테일한 부분을 캐치하며 감동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케이크 장식이었다.

"박 회장, 나의 용 발톱이 빠졌다냥!"

물론 약간의 컴플레인은 있었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만족스러워했다.

그때

[탑의 관리자가 자신이 없는 것에 서운해합니다.]

에일린이 케이크의 장식에 자신이 없는 것에 서운해했다.

"기다려봐. 이게 다가 아니야. 창고 오픈. 이오나."

세준이 에일린에게 말하며 아공간 창고를 열고 이오나에게 사인을 주자

"뀻뀻뀻. 네! 마력의 실이여. 나의 명에 따라 움직여라. 마리오네트."

이오나가 마법을 사용했다.

크오오오!

아공간 창고에서 떡으로 만든 3마리의 포효하는 용이 이오나의 마법에 따라 날개를 펄럭거리며 아공간 창고를 빠져나왔다. 거대한 검은 용의 좌우를 검은색과 하얀색의 작은 용이 지키듯이 날았다.

거대한 검은 용은 에일린, 그리고 에일린의 좌우에서 나는 용은 검은 용 카이저와 하얀 용 켈리온이었다.

[탑의 관리자가 자신의 크기에 아주 만족해합니다.]

-에?! 저게 나라고?

-아니?! 내가 왜 저렇게 작아?

에일린은 세준이 자신을 가장 크게 표현한 것에 만족했고 카이저와 켈리온은 자신들을 작게 표현한 것에 불만을 표했다.

"자 이제 내가 미리 가르쳐준 노래를 부르는 거야! 생일 축하합니다~"

세준이 두 용의 불평을 무시하며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생일 축하한다냥~"

꾸에엥~

[생일 축하한다요~]

쿠어어엉~

음머~

삐익~

께엑~

모두가 자기 스타일에 맞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불협화음도 이런 불협화음이 없었다.

"사랑하는~"

그렇게 노래가 클라이막스를 향해 가는 사이

"뀻뀻뀻. 불의 힘이여. 나의 명에 따라 적에게 꺼지지 않은 지옥불을! 헬파이어!"

이오나가 하늘에 촛불을 대신해 거대한 불을 만들었다. 초를 꼽기에는 모두 나이가 달라 애로사항이 있었다.

그리고

"생일 축하합니다-!"

드디어 노래가 끝났다.

"자 이제 저 불을 후하고 불어!"

세준이 동물들을 향해 소리치고는 헬파이어를 향해 바람을 불었다. 입바람에 불이 꺼질 리는 없기에 적당한 시기에 이오나가 마법을 취소시키기로 했다.

"후우-!"

"후냥!"

"후우-!뀻!"

꾸우우엥!

쿠우우엉!

으으음마!

세준을 시작으로 동물들이 헬파이어를 향해 바람을 불었다.

그때

푸슈슉.

예정보다 일찍 꺼져버리는 헬파이어.

"이오나, 아직 아닌데······."

"뀽! 제가 안 그랬어요."

이오나가 당황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우마왕과 분홍털을 바라봤다. 우마왕과 분홍 털의 입바람을 너무 간과했다. 서로 반대편에 있던 둘의 입바람이 중간에서 만나 회오리를 만들었던 것.

헬파이어가 꺼지며 둘이 입바람 부는 것을 멈추지 않았으면 회오리가 커지며 떡 케이크와 모두가 휩쓸렸을 것이다.

"뀨-뀨-내 헬파이어를!"

어쩌다 보니 이오나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갔다.

그렇게 촛불 끄기가 끝나자

"분홍 털, 나를 위로 올려줘."

세준이 분홍 털을 불러 케이크 정상으로 올라갔다. 마지막 케이크 커팅식을 위해서였다.

"분홍 털 고마워. 테 부회장, 발톱 꺼내."

"알겠다냥!"

빳칭!

테오가 발톱을 꺼내 마력을 불어넣었다. 푸후훗. 박 회장, 나의 용 발톱 위력을 보라냥!

"모두들 생일 축하해! 간다!"

세준이 다시 한번 모두의 생일을 축하하며 테오의 발톱을 잡고 케이크를 자르기 시작했다.

스윽.

용 발톱의 예기 덕분인지 잘 잘렸다. 너무.

"어?!"

뭔가 테오의 발톱에 잘리기도 전에 미리 잘리는 느낌이었다. 테오가 발톱자랑을 위해 마력을 잔뜩 불어넣자 보이지 않은 마력 발톱이 자라났기 때문.

"으악!"

덕분에 테오의 발톱이 떡 케이크를 순식간에 잘라버렸고 세준은 어느새 떡 케이크의 가장 아래층인 1층에 도착했다.

쿠궁.

그 여파로 두 쪽으로 갈라지는 떡 케이크.

꾸엥!

[이제 떡 먹어도 된다요!]

떡 케이크 자르는 순간만 기다린 꾸엥이가 떡 케이크를 향해 몸을 날리자

쿠어어엉!

음머!

다른 동물들도 떡 케이크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쿠당탕!

"이게 아닌데······."

세준이 동물들에 의해 분쇄되는 떡 케이크를 보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케이크를 나눠 먹으면서 즐거워하는 화기애애한 장면을 생각했는데······

꾸엥!

크어어엉!

삐익!

우끼!

여긴 야생이었다.

그때

음머!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바닥에 깔린 파 이파리를 먹겠다고 잡아당기자

데구르르르.

파 이파리 위에 있던 세준은 떡과 함께 굴렀다. 완전히 난장판이었다.

하지만

"흐흐흐."

이상하게 웃음이 나왔다. 너무 즐거웠다.

"에잇! 모르겠다!"

뭐가 됐든 즐거우면 그만이다. 세준이 테오를 안고 더욱 적극적으로 떡 케이크 위를 뒹굴었다.

"냐앙! 끈적하다냥!"

테오가 온몸에 떡이 묻어 끈적거리는 털을 보며 짜증을 냈지만, 이따가 씻기면 그만이었다. 이제 테오는 수속성 재능을 가진 고양이니까.

그렇게 떡 케이크 커팅식이 끝나고 본격적인 생일파티가 시작됐다.

"자 여기 막걸리 먹어!"

세준이 11가지 맛 막걸리를 양조장에서 꺼내오자

-이리 와서 술 한 잔씩 받거라! 생일이면 한 잔씩 해야지. 나 한 잔, 너 한 잔. 크하하하.

-크흠. 내 술도 받거라.

카이저와 켈리온이 난입했다. 세준은 술을 많이 먹기 위한 두 용의 꼼수를 제지하려 했지만, '영광입니다!'라는 눈빛으로 두 용의 앞에 줄을 서는 동물들을 보고 그만뒀다.

생각해 보니 탑에서 용들의 권위는 가볍지 않았다. 동물들에게는 두 탑을 대표하는 용들에게 술을 한 잔 받는 것은 자자손손 자랑할 엄청난 영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어른들이 두 용에게 술을 받는 동안

"자 얘들아 이거 먹어."

세준은 아직 술을 못 하는 어린 동물들에게 보늬밤, 고구마맛탕 같은 달달한 간식들을 나눠줬다.

그리고

"나도 좀 먹어야지."

세준도 앉아서 막걸리를 홀짝거리며 다른 음식과 함께 먹기 시작했다.

그때

[탑의 관리자가 그대의 생일을 축하한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이건 선물이라고 말합니다.]

에일린의 말과 함께 세준의 손에 문서 하나가 놓였다. 에일린이 세준의 생일선물을 찾기 위해 프리타니 가문의 창고를 뒤지다가 발견한 문서였다.

[탑 49층 감나무 농장 땅문서]

"오! 감나무?! 에일린, 고마워. 너무 좋은 선물이야!"

감을 먹을 수 있게 된 세준이 에일린의 선물에 크게 기뻐했다. 이제 단감, 감말랭이, 홍시, 곶감 등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탑의 관리자가 선물을 직접 전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괜찮아."

카이저에게 에일린의 상태를 들었기에 온다고 하면 오히려 말려야 할 판이었다.

[탑의 관리자가 그대에게 할 말이 많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드래곤하트 파편에서 엄청 높은 할머니를 만났다고 말합니다.]

"엄청 높은 할머니?"

에일린이 테오가 가져온 드래곤하트 파편에서 카이-라의 사념과 만난 이야기를 했다.

"그런 일이 있었어?!"

그렇게 에일린과 얘기를 하는 사이

"하암······."

술을 마시며 취기가 오른 세준이 하품을 했다. 취기가 오르자 그동안 생일파티를 준비하며 쌓였던 피로도 함께 올라온 것.

"박 회장, 피곤해서 얼굴이 썩었다냥! 하지만 걱정마라냥! 치유의 힘을 가진 테 부회장이 마사지해주겠다냥!"

테오가 앞발로 세준의 얼굴을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테오에게는 이제 치유 스킬이 있기에 테오의 마사지를 받자 그 효과가 바로 느껴질 정도로 피로가 풀렸다.

하지만

쩌억.쩌억.

아까 떡이 그대로 묻어 있는 테오의 앞발. 세준의 얼굴을 꾹꾹이 할 때마다 불쾌한 끈적임이 따라왔다.

"안 되겠다. 일단 씻자."

"푸후훗. 알겠다냥! 씻으러 가자냥!"

역시 수속성 고양이라 그런지 테오는 목욕을 거부하지 않았다.

첨벙.

그렇게 분수대로 간 세준과 테오가 물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응?!"

물에 들어간 테오의 털에는 물이 묻지 않았다.

"뭐지?"

"푸후훗."

그런 세준을 보며 웃는 테오.

"야! 누가 수속성을 그렇게 쓰래?!"

테오가 뭔짓을 한지 깨달은 세준이 화를 냈다.

"푸후훗. 이 몸은 이제 방수다냥!"

테오는 수속성 능력을 이용해 물과 친해진 게 아니라 물을 차단해 버렸다. 세준의 에상과 전혀 다르게 수속성 능력을 쓰는 테오였다.

그래도 다행히 털까지만 방수가 됐기에 털에 묻은 떡은 씻어낼 수 있었다.

첨벙.첨벙.

결국 세준은 빨래 빨듯이 테오를 들어 물에 몇 번 담갔다 빼며 테오를 목욕시켰다.

"개운하다냥!"

몸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목욕을 끝낸 테오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168화. 내 잠재력이 그렇게 낮아?!

168화. 내 잠재력이 그렇게 낮아?!

몸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끈적했던 몸을 세준이 깨끗이 씻겨주자 기분이 좋아진 테오. 목욕을 했지만, 털은 뽀송뽀송. 더 이상 박 회장에게 털이 젖어 털빨이 사라진 모습을 보일 일이 없어졌다냥!

"냥냥냥!"

목욕이 끝나고 세준의 무릎에 매달린 테오가 기분 좋게 콧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꾸엥이가 어디 있으려나?"

테오를 매달고 분수대를 내려온 세준이 꾸엥이를 찾아 어린 동물들이 간식을 먹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꾸엥이도 아까 떡 케이크 위를 굴러 거지꼴이 됐을 게 뻔했기에 꾸엥이도 목욕시킬 생각이었다.

'떡이 굳기 전에 떼내야지.'

그렇게 어린 동물들이 간식을 먹고 있는 곳에 도착한 세준.

하지만

"분위기가 왜 이래?"

어린 동물들이 있는 곳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험악했다.

음머······

바닥에 쓰러져 있는 키 3m 정도의 어린 블랙 미노타우루스 5마리와

꾸엥!

그들의 앞에서 주먹을 들고 포효하는 꾸엥이.

뺘아···

음멩···

꾸엥이 뒤에는 잔뜩 얼은 아기 토끼들과 울고 있는 키 1m의 아기 블랙 미노타우루스도 보였다.

'설마 우리 꾸엥이가?'

순식간에 머릿속에 다른 동물들을 괴롭히는 꾸엥이와 꾸엥이를 말리는 5마리 블랙 미노타우루스의 싸움 장면이 재생됐다.

세준은 자신이 꾸엥이를 너무 오냐오냐 키웠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세준의 기억에 꾸엥이가 남을 먼저 때린 적은 없었다. 세준이 아는 꾸엥이는 아주 선량한 비선공주의자였다.

'그럼! 우리 꾸엥이가 그럴 리 없어!'

세준이 꾸엥이에 대한 믿음을 확고히 할 때

꾸엥!

꾸엥이가 쓰러진 블랙미노타우루스의 손에서 찐옥수수를 뺏었다.

"어?! 설마 간식을 뺏기 위해서?"

세준의 꾸엥이에 대한 믿음이 순식간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말 갈대 같은 믿음이었다.

그때

꾸엥!

꾸엥이가 뺏은 찐옥수수를 뒤에서 훌쩍거리고 있던 아기 블랙 미노타우루스에게 줬다.

"아!"

그제야 세준은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됐다. 나이가 좀 있는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동생이 먹는 걸 뺏자 꾸엥이가 나서서 혼내준 것.

"흐흐흐. 우리 꾸엥이 멋지네."

괜히 으쓱해진 세준이 웃었다.

음메!

찐옥수수를 받은 아기 블랙 미노타우루스가 꾸엥이를 존경의 눈빛으로 봤다. 그런 존경의 시선을 받으며 꾸엥이가 쓰러진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에게 갔다.

그리고

꾸엥!

거대화한 꾸엥이가 그들을 일으켜 세워주더니 자신의 간식주머니에 있는 간식들을 나눠줬다.

꾸엥!

음머!

싸우면서 친해진다더니 꾸엥이와 블랙 미노타우루스는 금세 친해졌다. 소년 만화에 나올법한 훈훈한 화해 장면이었다.

"흐흐흐. 누가 키웠는지 잘 키웠어."

세준이 그런 꾸엥이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때

꾸엥!

세준을 발견한 꾸엥이가 세준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꾸엥!꾸엥!

[꾸엥이 간식 주머니 텅텅 비었다요! 아빠 창고에서 채우겠다요!]

당당히 세준의 아공간 창고에서 먹을 걸 가져가겠다고 요구하는 꾸엥이. 음······ 분명히 우리 꾸엥이는 비선공이 맞는데 왜 선공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지?

철컹.

세준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순순히 아공간 창고를 열어줬다. 소년 만화와 같은 훈훈함이 자주 나오려면 부모의 주머니가 풍족해야 했던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꾸엥이가 아공간 창고에서 간식 주머니를 채우고 있을 때

"테 부회장, 애들 좀 치료해줘."

오늘은 모두의 생일. 모두가 행복하길 바란 세준이 테오에게 어린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의 치료를 부탁했다. 몸이 검은색이라 표시가 나지 않았지만, 꾸엥이에게 맞았으면 분명 멍이 들었을 것이다.

"알겠다냥! 너희들 이리 오라냥."

꾹.꾹.

테오가 어린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을 치료해줬다.

"테 부회장인 내가 직접 치료해 주는 걸 영광으로 알아라냥! 그런데 너희들 무거운 짐 잘 들을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냥! 나의 부하가 될 생각 없냥?"

물론 그 와중에 생색을 내면서 세준 농장의 테 부회장으로서 농작물을 더 많이 팔기 위해 부하를 섭외하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꾸엥!

[다 채웠다요!]

그사이 꾸엥이가 간식 주머니를 채워서 나왔다. 참고로 꾸엥이의 간식 주머니는 이오나가 공간 확장 기능을 넣어 주면서 현재는 대략 작은 방 하나 정도의 크기를 채울 수 있는 용량을 가지고 있었다.

"꾸엥이 목욕하러 가자."

꾸엥!

[알겠다요!]

원래 목욕을 좋아했기에 꾸엥이는 전혀 거부하지 않고 세준을 따라 순순히 분수대로 가서 목욕을 했다. 물론 방수 능력이 생긴 테오는 세준의 무릎에 매달린 채로 함께 물에 들어갔다.

그렇게 목욕을 끝내고

푸다다닥.

꾸엥이가 몸을 흔들며 자신의 몸에 묻은 물을 털어냈다. 그동안 세준은 멀리 떨어져 있었다. 꾸엥이가 터는 물에 맞으면 꽤 아팠기 때문.

꾸엥!

[다 됐다요!]

꾸엥이가 물기를 거의 다 털어내자

슥슥.

세준이 다가와 수건으로 간단히 남은 물기를 닦았다.

꾸엥.꾸엥······.

[꾸엥이 졸리다요. 꾸엥이 좀 자겠다요······.]

세준이 몸을 닦아주자 잠이 오는지 꾸엥이가 졸기 시작했다.

꾸로롱.

통.통.

그렇게 잠든 꾸엥이의 배를 두드려주고 있을 때

[하얀 탑의 탑농부 아작스 마므브가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 1개를 수확했습니다.]

[하얀 탑의 임시 보관소에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 5000개가 저장됩니다.]

[하얀 탑의 임시 보관소가 가득 찼습니다.]

[임시 보관소에 농작물을 넣을 수 없어 하얀 탑의 탑농부 아작스 마므브에게 지시했던 수확하기가 종료됩니다.]

"어?!"

하얀 탑에서 검은 탑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100만 탑코인이 필요하기에 한 번 옮길 때 최대 무게인 100kg을 채우려고 했던 세준. 하지만 임시 보관소의 저장량에 한계가 있었다.

"5000개밖에 저장이 안 될 줄이야······ 어쩔 수 없지. 임시 보관소에 있는 농작물 전부 이쪽으로 옮길게."

세준이 농작물을 검은 탑으로 옮겼다.

[탑 간 운송 기본요금인 100만 탑코인을 지불했습니다.]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 5000개(50kg)를 검은 탑으로 운송합니다.]

"아작스 다시 수확하기 실시."

물론 아작스가 놀지 않게 원격 지시를 내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잠시 후

파앗.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 5000개(50kg)가 도착했습니다.]

밝은 빛기둥이 세준의 앞에 떨어지더니 빛이 사라지자 아작스가 수확한 5000개의 하얀색 방울토마토가 나타났다.

"오!"

세준이 5000개의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를 보며 감탄했다. 이걸 다 먹으면 마력 5만을 올릴 수 있다. 물론 자신의 생각대로 안 될 확률이 높기에 목표치는 소박하게(?) 1만으로 잡았다.

'일단 맛을 봐야지.'

지금까지 씨앗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느라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먹어 볼 기회가 없었기에 영약급 방울토마토의 맛을 보는 건 세준도 처음. 세준이 설레는 마음으로 방울토마토 하나 집었다.

세준이 방울토마토 하나를 입에 넣고 씹자

촤악-!

'······?!'

방울토마토의 껍질이 눌리며 새콤한 즙과 함께 뭔가 시원한 기운이 함께 입안으로 터져 나왔다.

그리고

꿀꺽.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그냥 목구멍으로 넘어가 버렸다. 그렇게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삼키자 뱃속에서부터 시원한 기분이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몸이 빨리 다음 방울토마토를 내려보내라고 아우성을 쳤다. 그리고 세준은 몸의 요구에 따라 허겁지겁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먹었을까?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를 섭취했습니다.]

[마력 잠재력이 한계치에 도달했습니다.]

[더 이상 마력을 흡수할 수 없습니다.]

[마력이 배출됩니다.]

"뭐?!"

메시지와 함께 세준은 의 내용인 '육체의 잠재력과 상관없이 마력을 50 상승시킵니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때 스탯 잠재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됐지만, 이렇게 빨리 잠재력의 한계에 도달할 줄은······.

"내 잠재력이 그렇게 낮아?!"

잠재력까지 낮은 세준이었다.

'그래서 내 마력 스탯 잠재력이 몇이지?'

세준이 자신의 마력을 확인하려 할 때

꾸르륵.

"윽!"

갑자기 배가 아파왔다. 마력이 배출된다고 하더니 아래쪽으로 배출되는 모양이었다.

"테······ 테 부회장! 여기 좀 지키고 있어! 나 화장실 좀!"

"알겠다냥!"

세준이 급하게 테오에게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맡기고 집 안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렇게 세준이 자리를 비운 사이.

음머!

께엑!

마치 블루문이 된 것처럼 주변에 있던 몬스터들이 이성을 잃고 하얀색 방울토마토를 향해 달려왔다.

영약급 방울토마토 5000개가 모이자 블루문만큼은 아니지만, 몬스터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다.

"냥?! 안 된다냥! 먹지 말라냥!"

테오가 서둘러 달려오는 몬스터들을 막아섰다.

***

"휴우. 위험했다."

다행히 화장실에 무사히 도착한 세준이 안도하며 여유롭게 자신의 마력 스탯을 살폈다.

화장실에는 방음 마법이 걸려있어 안의 소리가 세어나가지 않고 외부 소리도 들리지 않아 생각하기 좋은 공간이었다.

마력(157.94)

"슬프네······."

자신의 마력 스탯을 확인한 세준이 허무한 표정으로 말했다.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먹기 전 세준의 마력 스탯은 112. 즉, 5000개의 영약급 방울토마토 중 5개를 먹고 뻗어 버린 세준이었다.

소박하게 1만은 커녕 50도 다 소화하지 못했다. 더 슬플 건 4000개가 넘게 남은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흡수되지 않고 똥으로 나온다는 것.

"근데 내 마력 스탯 잠재력이 99였구나."

스탯창에 보이는 마력 스탯에서 재능 : 강화된 마력 회로의 효과 마력 스탯 +6%의 보정과 의 마력 50 상승을 빼고 남은 스탯을 계산한 세준이 말했다.

나중에 확인해 봐야겠지만, 왠지 다른 스탯의 잠재력도 99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99는 인간의 잠재력일지도 몰랐다. 그래 그런 걸 거다. 이건 인간의 특성인 거다.

그렇게 자신의 특성을 인간의 보편적인 특성으로 결정해버린 세준.

"그럼 내가 지구에서는 마력 스탯이 가장 높을 거야."

재능이나 아이템의 도움을 받더라도 잠재력인 99를 넘어 스탯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흐흐흐."

시야를 탑 99층에서 지구로 바꾸니 세준은 가슴이 웅장해졌다.

그렇게 웅장한 마음을 가지고 세준이 밖으로 나오자

"어?! 다 어디 갔어?!"

수북히 쌓여있던 하얀색 방울토마토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박 회장, 여기다냥."

발밑에서 테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응?"

세준이 아래를 보자 집의 계단 밑에 숨은 테오가 보였다.

"테 부회장, 거기서 뭐 해?"

세준이 자연스럽게 무릎을 내밀며 묻자

"박 회장의 방울토마토를 지키고 있었다냥!"

테오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계단 밑에서 나와 세준의 무릎에 매달렸다.

"방울토마토를 지켜?"

"맞다냥! 박 회장이 화장실에 가고 나서······."

테오가 세준이 화장실에 간 후의 일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동물들이 갑자기 흥분해서 달려들었다고?"

"그렇다냥! 그래서 남은 방울토마토를 봇짐에 담아서 숨어있었다냥······ 그런데 다 지키지는 못했다냥······."

테오가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갑작스럽게 달려드는 바람에 3000개 정도는 동물들이 먹어버렸다고 했다.

"괜찮아. 계약서 꺼내. 테 부회장. 일 좀 하자."

"푸후훗. 알겠다냥!"

세준의 말에 기운을 차린 테오가 음흉하게 웃으며 봇짐에서 백지 계약서 뭉치를 꺼냈다. 이제 다 내 부하가 되는 것이다냥!

그리고

"꾸엥아 일어나봐."

범인 색축을 위해 세준인 그 소란 속에서도 잘 자고 있던 꾸엥이를 깨웠다.

꾸엥?

[왜 깨운다요?]

냠.

잠투정을 하는 꾸엥이의 입에 세준이 영약급 방울토마토 하나를 넣어줬다.

꾸엥!꾸엥!

[맛있다요! 힘이 난다요!]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먹고 꾸엥이가 벌떡 일어났다.

"꾸엥아 방급 먹은 거랑 같은 냄새 나는 동물들을 찾아줘."

꾸엥!

[알겠다요!]

킁.킁.

꾸엥!

[찾았다요!]

"오! 벌써?!"

꾸엥!꾸엥?!

[아빠 입에서 꾸엥이 냄새 보다 더 진하게 난다요! 아빠 몇 개 먹었다요?!]

"어?! 아니 나 말고······."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먹은 동물들 잡으려다가 먼저 잡히고 만 세준이었다.

169화. 검은 탑 사라지다.

169화. 검은 탑 사라지다.

브라질리아의 남동쪽.

콰앙!

로커스트의 웨이브가 잠시 멈춘 사이 휴식을 취하고 있던 지구방위대 대원들이 모인 곳에서 갑자기 거대한 폭음이 터졌다.

"크악!"

"뭐야?! 로커스터야?"

대원들이 당황하는 사이

푹.

"커억!"

은밀히 침투한 헌터들이 대원들을 공격했다.

"와아! 공격해라!"

동시에 헌터들이 사방에서 쏟아져 나와 그들을 공격했다.

"헌터다! 헌터가 습격했다!"

"전원 대형을 갖춰요! 얼음의 힘이여..."

혼란한 상황. 위자드 길드의 길드장인 루시올라가 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는 마법을 준비했다. 대원들이 대형을 갖출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화염 마법이 특기인 루시올라. 견고한 칼날 대파가 심어진 곳에서 화염 마법을 사용할 수는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얼음 마법을 사용하며 시간을 벌었다.

그렇게 루시올라가 시간을 버는 사이 대원들이 대형을 갖췄다.

하지만

"적이 너무 많습니다!"

살아남아 대형을 이룬 지구방위대 대원의 수가 50명인 것에 비해 그들을 포위한 적들의 수는 3000명. 정확히는 헌터 1000명에 일반인 2000명이었다.

"막아!"

"버텨!"

그들은 필사적으로 적의 공격을 버텨냈지만, 적의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계속 밀려났고 어느새 그들은 견고한 칼날 대파를 심은 곳에서 상당히 떨어진 장소에 있었다.

"크윽!"

그렇게 루시올라와 대원까지 10명 정도가 간신히 버티고 있을 때

"물건을 확보했다. 후퇴한다!"

복면을 쓴 헌터들이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견고한 칼날 대파가 있는 곳으로 돌아간 루시올라가 본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은 땅이었다.

"젠장!"

복면인들이 견고한 칼날 대파를 모두 뽑아간 것이다.

***

"5개 먹었는데······."

꾸엥?!!

[꾸엥이는 한 개 주고?!!]

세준의 말에 꾸엥이가 몸을 돌려 세준을 등졌다. 세준에게 자신의 서운함을 표현하는 것이다. 칫! 나 삐졌다요!

"아니······ 꾸엥이가 자고 있어서 그런 거지. 꾸엥이가 먹고 맛있다고 하면 더 주려고 했어."

꾸엥이의 반응에 세준이 서둘러 부연 설명을 하며 테오의 봇짐에서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더 꺼냈다.

그리고

"자 먹어."

세준이 돌아앉은 꾸엥이의 앞으로 가서 방울토마토를 꾸엥이의 입에 넣어주면서 서운함을 풀어줬다.

꾸엥!

[맛있다요!]

그렇게 꾸엥이가 세준이 먹여주는 영약급 방울토마토 10개를 받아먹고

꾸엥!

[꾸엥이 아빠 농작물 훔친 도둑 잡으러 간다요!]

킁킁.

서운함이 풀린 꾸엥이가 영약급 방울토마토의 냄새를 추적하며 드디어 영약급 방울토마토 도둑 검거를 위한 드림팀이 가동됐다.

힘과 추적을 맡은 꾸엥이.

계약서 도장 받기를 맡은 테오.

도난당한 방울토마토의 주인인 피해자를 맡은 세준.

뭐 마지막은 없어도 될 것 같지만······

"근데 꾸엥이는 화장실 안 가고 싶어? 아니면 몸이 불편하다거나?"

세준이 꾸엥이에게 물었다. 좀 전에 꾸엥이가 먹은 방울토마토는 11개. 짧은 시간에 마력이 110이나 상승한 것이다.

높은 확률로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혹시 몸에 무리가 갈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물어봤다.

꾸엥!꾸엥!

[꾸엥이 아직 화장실에 갈 정도로 많이 먹지 않았다요! 그리고 꾸엥이 몸 안 불편하다요!]

역시 꾸엥이는 꾸엥이였다. 괜한 걱정을 한 세준.

'이 바보. 또 남 걱정을 하냐. 그것도 꾸엥이 걱정을······.'

세준이 쓸데없는 걱정을 한 자신을 혼내고 있을 때

꾸엥!

[아빠 빨리 따라온다요! 냄새 찾았다요!]

영약급 방울토마토 냄새를 꾸엥이가 세준을 불렀다.

"벌써?! 알았어!"

세준이 냄새를 추적하는 꾸엥이를 서둘러 따라갔다.

***

브라질 중부 마토그로수.

뚜벅.뚜벅.

검은 정장을 입은 두 명의 남자가 수행원들을 대기시키고 거대한 농장 주변을 걸었다.

"미스터 3, 약속한 것보다 견고한 칼날 대파의 물량이 적지 않습니까?"

가겔의 부회장 마이클 맥라렌이 '3'이라고 쓰여있는 복면을 쓴 남자를 보며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원래 약속한 물량은 마토그로수의 남동쪽을 완벽히 커버할 수 있는 수량이었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곧 필요한 수량이 도착할 겁니다."

복면을 쓴 남자가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

그리고

부우웅.

5분 정도가 지났을 때 짐칸에 견고한 칼날 대파를 가득 실은 트럭 수십 대가 나타났다.

"오! 이렇게 많은 수량을 어떻게?"

"약속한 금액이나 주시죠."

"알겠습니다."

마이클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약속한 의뢰비를 보냈다.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는 가보죠."

그렇게 남자가 돌아가고

"부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비서 하나가 급하게 달려왔다.

"무슨 일인데? 빨리 인부들이나 데리고 와서 견고한 칼날 대파나 심으라고 해."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 좀 보십시오!"

비서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여줬다. 화면에는 브라질리아가 로커스트에게 점령당하고 있었다.

"이게 뭐?"

마이클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이건 예상했던 일이었다.

미스터 3라는 남자가 마이클과 약속한 기일 안에 견고한 칼날 대파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당연히 브라질리아 앞에 심어진 견고한 칼날 대파를 건들 수밖에 없었다.

"검은 탑이 사라졌습니다."

마이클이 영상을 더 보지 않으려 하자 비서가 결론을 미리 말했다.

"뭐?! 검은 탑이 사라져?"

비서의 말에 마이클이 영상을 계속 보기 시작했다.

푸드득.

브라질리아에 들어온 로커스트들이 일제히 한 방향을 향해 날아갔다. 그곳은 검은 탑.

그리고 로커스트들이 브라질리아에 있던 검은 탑을 감싸자

스르르륵.

검은 탑이 사라져 버렸다.

"거··· 검은 탑이 사라지다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마이클이 당황했다.

***

영약급 방울토마토가 사라지자 금방 이성을 찾은 몬스터들. 그들은 자신이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먹은 걸 숨기기 위해 입을 다물고 태연한 척 있었지만

······

"냄새가 나. 냄새가. 그렇지 꾸탐정?"

꾸엥!꾸엥!

[그렇다요! 여기서 2개 먹은 냄새다요!]

꾸엥이가 우칠의 입 주변에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으며 대답했다. 먹은 개수까지 정확히 감지하는 꾸탐정의 후각이었다.

"흐흐흐. 테 부회장, 두 개란다."

"알겠다냥!"

슥슥.

테오가 계약서의 내용을 수정했다. 10년 동안 무상으로 일하기의 내용이 20년으로 변경됐다.

그리고

"푸후훗. 여기다 도장 찍으라냥!"

세준을 따라 악당처럼 웃는 테오가 우칠에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분명 도둑을 잡아 보상을 받는 건데 왠지 일수업자가 빚 받으러 온 그림이 그려졌다.

"꾸엥이 잘했어. 자 고구마 먹어."

테오가 우칠의 발도장을 받는 사이 세준은 칭찬과 달달한 간식으로 꾸엥이가 다음 범인을 찾도록 의욕을 고취시켰다.

꾸엥!

[꾸엥이 또 냄새 찾았다요!]

"응. 잠깐만 기다려. 도장만 받고."

칭찬과 간식으로 의욕이 불타오른 꾸엥이가 빠르게 범인을 찾고

"범인은 이곳에 있어!"

추리물 놀이를 하는 세준과

"찍어라냥!"

빠르게 계약서에 도장을 받은 테오 덕분에 모든 도둑들을 검거하고 1000장이 넘는 계약서를 얻는 데 걸린 시간은 3시간 정도. 확실히 드림팀다웠다.

물론 1명을 뺐으면 시간은 2시간 정도로 단축됐을 것이다.

"푸후훗."

앞발에 들린 많은 계약서를 보면서 테오가 흐뭇하게 바라보며 웃었다.

"내 직원들이 늘어났다냥!'

부릴 부하가 많아진 게 기쁜 것이다.

그렇게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훔친 범인을 모두 잡았을 때

(세준 님! 저 왔어요!)

독꿀벌들을 탑 83층의 밤나무 농장으로 안내하러 떠났던 황금박쥐가 다행히 생일파티가 끝나기 전에 돌아왔다.

"황금박쥐, 수고했어. 그리고 생일 축하해! 이것 좀 먹어."

세준이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느라 생일파티에 늦은 황금박쥐에게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꺼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세준 님도 생일 축하드려요!)

쫍쫍.

황금박쥐가 대답을 하고는 허겁지겁 하얀색 방울토마토를 빨아먹기 시작했다.

(오! 맛있어요!)

황금박쥐가 열심히 방울토마토를 빨아 먹었다.

그때

꼬르르륵.

꾸엥.

[꾸엥이 배고프다요!]

꾸엥이의 배꼽시계가 저녁 시간이 됐다고 알려왔다.

"잠깐만."

세준이 서둘러 저녁을 준비했다. 이미 준비했던 음식들을 내오기만 하면 됐기에 저녁은 빠르게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동물들이 저녁을 먹는 동안

[에일린의 건강 주먹 고기 조각을 섭취했습니다.]

[음식을 모두 먹어야 효과를 발휘합니다.]

[98조각 남았습니다.]

에일린이 만든 주먹 고기 조각으로 배를 채운 세준이 생일파티의 피날레를 준비했다.

"먹구름 만들기!"

세준이 하늘에 먹구름을 최대한 넓게 퍼트려 빛을 막았다. 그러자 어두워지는 하늘. 하늘이 검게 변했다.

그리고

"이오나."

"뀻귯뀻. 네! 불의 힘이여······."

"빛의 힘이여······."

세준의 신호에 이오나가 자신이 데려온 마법사들과 마법을 영창 하며 불꽃놀이를 시작했다.

펑!펑!

불꽃이 터질 때마다 세준을 시작으로 다른 동물들이 하나씩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꾸엥!

[하늘에 꾸엥이가 있다요!]

그렇게 불꽃놀이를 즐기고 있을 때

쿠오오오!

거대한 용의 형상을 한 카이저가 포효하는 불꽃이 나타났다. 이제부터가 불꽃놀이의 클라이막스였다.

'카이저 님이 좋아하시겠지?'

카이저가 분명히 기뻐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용 조각상이 있는 곳을 바라봤지만

"어?!"

카이저와 켈리온이 보이지 않았다.

쿠오오오!

그사이 거대한 하얀 용 켈리온의 불꽃이 나타나 포효했다.

"둘 다 어디 가셨지? 에일린 잘 봐. 다음에 네 불꽃이야."

세준이 에일린이 다음 불꽃을 놓치지 말라고 말할 때

[탑의 관리자가 지구에 이상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뭐?! 무슨 이상?"

[탑의 관리자가 지구에 있는 100개의 검은 탑 중 하나가 소멸했다고 말합니다.]

"뭐?! 탑이 사라져?"

-그건 내가 말해주마.

갑작스럽게 일어난 비상 상황 때문에 관리자 구역에 가서 에일린의 일을 도와준 카이저가 나타나 말했다.

-모든 탑들은 멸망을 만나면 자동으로 입구를 소멸시킨다. 탑 안에 있는 존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지.

"그럼 소멸한 탑을 통해 들어간 헌터들은요?"

-입구가 소멸했으니 당연히 나갈 수 없다. 그리고 지금 그 헌터들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 앞으로 9개의 탑이 더 사라져 총 10개의 검은 탑이 사라지면 모든 검은 탑이 지구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네?!"

카이저의 말에 세준이 크게 놀랐다. 검은 탑이 사라지면 지구는 멸망이다. 결국 지구를 버리고 떠나겠다는 의미.

"탑을 사라지지 않게 하는 방법은 없나요?"

-안타깝지만, 그런 건 없다. 이건 창조신이 정한 법칙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탑이 사라지는 시간을 최대한 늦춰 멸망이 다가오는 시간을 늦출 뿐.

최고로 강하고 거만한 카이저의 입에서 나왔다고 믿기 어려운 너무도 부정적인 대답이었다.

그때

펑!

쿠오오오오!

지금까지 터진 불꽃 중에 가장 큰 불꽃이 폭발하며 거대한 검은 용 에일린이 하늘에 나타나 포효하며 서서히 사라졌다.

그렇게 사라지는 불꽃을 보고 있을 때

"박 회장, 힘내라냥! 뭔지는 모르겠지만, 테 부회장이 도와주겠다냥!"

꾸엥!

[꾸엥이도 아빠 돕겠다요!]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면서 세준이 우울해지자 돕겠다고 나서는 테오와 꾸엥이.

그리고

[탑의 관리자가 자신도 그대를 도울 거라고 말합니다.]

에일린도 세준을 돕겠다고 나섰다.

"그래! 다들 고마워!"

'혼자면 어렵지만, 모두가 함께하면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세준이 테오와 꾸엥이의 털을 쓰다듬으며 지구가 쉽게 멸망당하지 않도록 방법을 생각했다.

170화. 그거 공짜 아닌데.

170화. 그거 공짜 아닌데.

"으음······."

세준이 눈을 찡그리며 잠에서 깼다. 새벽까지 지구를 구할 방법을 생각하느라 늦게 잠들었기 때문.

"박 회장, 얼굴이 또 썩었다냥!"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 세준의 얼굴을 구경하고 있던 테오가 세준이 얼굴을 찡그리며 일어나자 바로 얼굴을 앞발로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아니······."

"고마워할 필요 없다냥!"

막무가내로 베푸는 테오의 친절.

'그래. 네 마음대로 해라.'

꾹.꾹.

세준은 테오에게 얼굴을 맡기고 새벽에 했던 생각을 다시 정리했다.

세준이 새벽까지 고민하고 얻은 결론은 자신의 농작물이 로커스트의 퇴치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

'그러니 원래 작전대로 밀고 나간다.'

대신 이번에는 규모를 대폭 키울 생각이었다. 새로운 멀티를 만들어서.

[탑 49층의 감나무 농장 땅문서]

세준은 땅문서를 이용해 탑 49층에 대규모 견고한 칼날 대파 농장을 만들 생각이었다. 지구에 공급하기 위한 견고한 칼날 대파의 수량을 늘리고 운송 거리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농사를 위한 노동력은 일단 탑 49층에서 가봐야 알겠지만, 노동력을 구하지 못할 경우 탑 55층 토끼 왕국 토끼들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었다.

그때

꾸엥!

[아빠 꾸엥이 아침 먹고 싶다요!]

배고픔에 일어난 꾸엥이가 세준을 찾아왔다.

"알았어."

세준은 서둘러 아침을 준비했다.

그리고

"나 탑을 내려갈 거야······."

아침을 먹으면서 동물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알렸다. 물론 용들에게도 알렸다.

-그래. 다녀오거라.

-조심해라.

용들은 세준이 없으면 막걸리와 음식들을 먹을 수 없기에 서운해하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따로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그렇게 세준이 용들에게 말을 하는 사이

"박 회장, 준비 다 됐다냥!

꿍엥

[꾸엥이도 준비 됐다요!]

봇짐에 짐을 챙긴 테오와 거대한 도시락 가방을 등에 맨 꾸엥이가 세준과 함께 탑을 내려갈 준비를 끝냈다.

(저도 다 했어요!)

황금박쥐도 조그만 보따리를 들고 꾸엥이의 가방 위에 앉았다.

철컹.

"아공간 창고에 들어가 있어."

세준이 동물들을 아공간 창고에 넣고

"에일린, 다녀올게."

에일린에게 인사를 했다.

[탑의 관리자가 그대를 지켜보고 있을 테니 그대는 하고 싶은 걸 다 하라고 말합니다.]

이제 능력이 늘어난 에일린은 탑의 기능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었고 거기에는 수정구로 다른 층의 상황을 볼 수 있는 기능도 있었다.

"알았어. 에일린이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든든하네."

촤르륵.

세준이 웃으며 땅문서를 펼쳤다.

[탑 49층의 감나무 농장 땅문서의 최초 소유자 각인을 위한 소환 기능이 발동합니다.]

세준이 탑 49층으로 이동하며 사라졌다.

***

검은 탑 1층.

출구 쪽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뭐지?"

"왜 나가지지 않아?!"

탑의 출구를 지나 지구로 이동하려던 헌터들 중 일부가 마치 벽에 막힌 것처럼 이동하지 못했다. 그런 헌터들의 공통점은 브라질리아에 있던 검은 탑을 통해 들어온 헌터라는 것.

그들은 브라질리아가 로커스트의 습격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지구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때

[들어올 때 이용했던 검은 탑이 소멸됐습니다.]

[출구가 사라져 나갈 수 없습니다.]

사형선고처럼 그들의 앞에 나타나는 메시지. 브라질리아에 있던 검은 탑을 통해 탑에 들어온 3만 명이 넘는 헌터들이 패닉에 빠졌다. 한순간에 돌아갈 곳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덕분에 다른 헌터들은 알게 됐다. 자신이 들어온 탑이 사라지면 탑에서 영원히 나갈 수 없게 된다는 것을. 헌터들은 서둘러 이 정보를 자신의 국가에 알렸다.

그리고 각 국가들은 로커스트를 한 마리도 통과시키지 않기 위해 검열을 더욱 강화시켰다. 탑에서 성장하는 헌터들의 수준은 각 국가의 무력과 경제력을 큰 부분 담당하고 있는 게 현재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탑이 사라지는 건 국가적으로 큰 손실. 거기가 최근에 탑에서 나오기 시작하는 신비한 농작물로 인해서 탑의 가치는 더욱 커졌다.

"어떻게 하죠?"

루시올라에게 지구방위대의 대원 하나가 물었다. 출구에서 나가지 못하는 헌터들 중에는 로커스트들을 피해 브라질리아의 검은 탑으로 들어온 지구방위대 10명도 있었다.

"일단 태준 님께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죠."

"알겠습니다."

루시올라의 대답에 그들이 서둘러 탑 40층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

[탑 49층에 도착했습니다.]

[최상층인 탑 99층에서 탑 49층으로 이동했습니다.]

[50층을 내려갔습니다.]

[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50 상승합니다.]

"오!"

아무리 생각해도 의 효과는 너무 좋았다. 마치 약자에게 더 강해지라는 것처럼 내려갈수록 스탯이 더 많이 상승한다니.

"아! 이럴 때가 아니지!"

철컹.

세준이 서둘러 아공간 창고를 열어 테오와 꾸엥이, 황금박쥐를 불러냈다. 어디에 위험이 있을지 모른다. 탑 77층과 탑 83층에서 뼈저리게 느꼈기에 세준은 절대 방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빠르게 주변을 둘러봤다. 약 100그루의 감나무가 있었지만, 감이 열린 나무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앙상한 나뭇가지만 가득했다. 딱 봐도 감나무의 상태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때

"지구방위대! 출동이다냥!"

아공간 창고 안에서 테오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리고

파닥.파닥.

(스피드 골드 등장!)

아공간 창고에서 뼈투구를 쓴 황금박쥐가 빠르나 나와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어서

꾸엥!

[파워 허니 등장이다요!]

마찬가지로 뼈투구를 쓴 꾸엥이가 데둘데굴 앞으로 구르며 아공간 창고에서 나왔다.

"푸후훗. 럭키 옐로우 등장이다냥!"

마지막으로 뼈투구를 쓴 테오가 나와 왼쪽 다리를 펴고 앞발을 앞으로 뻗으며 자세를 잡자

데굴.데굴.

꾸엥!

꾸엥이가 테오 옆으로 굴러와 테오와 대칭되는 포즈로 섰다.

그리고

파닥.파닥.

하늘로 올라갔던 황금박쥐가 둘의 사이에 착지해 날개를 최대한 넓게 펼쳤다.

"······너희들 뭐하니?"

"지구를 지키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냥! 박 회장은 그것도 모른다냥?!"

꾸엥!

[그렇다요! 아빠도 빨리 와서 중간에 서야 한다요!]

가운데가 내 자리였어?

"그게 무슨 소리야? 누가 그래?"

(제가 지구에서 봤어요! 지구방위대는 대형을 잘 만들어야 하는 거잖아요. 저 잘했죠?)

황금박쥐가 뿌듯해하며 말했다. 탑 83층에 내려갔다가 지구로 이동한 황금박쥐. 한태준이 세준의 이름으로 매입하고 물건을 채우기로 했지만, 아직 계약이 남은 사무실들이 상당수 있었다.

그렇게 사무실을 돌아다니고 있을 때

(어?!)

황금박쥐는 한 직원이 뭔가를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지구방위대 파워 포스]

아이가 좋아하는 영상을 공부해놔야 나중에 함께 놀아줄 수 있기에 남자는 제법 열심히 봤다. 덕분에 황금박쥐도 뒤에서 같이 보며 지구방위대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지구방위대는 이름이랑 포즈가 중요하군요!)

그렇게 지구의 멸망을 막기 위해 고민하는 세준을 위해 셋이 아공간 창고에서 지구방위대 포즈를 연습을 한 것이다.

"풋."

애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깨달은 세준은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알았어. 용아병-투구 소환."

세준이 투구를 소환해 쓰고 테오와 꾸엥이의 가운데 서서 한쪽 무릎을 꿇고 자세를 잡았다.

"박 회장 등장!"

"푸후훗. 이제 우리는 지구를 지킬 수 있게 됐다냥!"

무슨 논리인지는 모르지만, 테오가 확신을 갖고 얘기하니 왠지 안심이 됐다.

(아닙니다! 큰형님 아직 하나가 부족해요! 지구방위대는 항상 다섯이어야 해요!)

"뭐냥?! 여기서 갑자기 하나를 더 어디서 구하냥?"

꾸엥!

[큰일이다요!]

동물들이 부족한 멤버 하나를 어디서 찾을지 고민할 때

"근데 여기는 몬스터가 없나?"

세준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렇게 시끄럽게 굴었는데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형님들 저를 잊으신 겁니까?! 지구방위대 블랙 어스드래곤 등장!

토룡이가 땅에서 고개를 들며 등장하며 다섯 번째 멤버가 채워졌다. 토룡은 탑농부와 한 쌍이기에 세준이 움직이는 곳은 어디든 따라올 수 있었다.

그리고 주변이 조용한 이유도 알 수 있었다.

두두······

토룡이에게 겁을 먹은 두더지들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고 있던 것. 머리만 빼꼼 내밀고 있는데 머리가 대략 축구공 크기로 꽤 컸다.

"애들아 이리 와봐."

세준이 두더지들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지 않아도 일꾼이 필요했는데 이렇게 쉽게 일꾼을 찾다니 시작이 좋았다.

하지만

두두!

세준의 말에 딴청을 피우는 두더지들. 무리 중 가장 약한 놈이 말하는 건 믿을 수 없었다.

"좋은 말로 할 때 와라!"

세준이 화를 냈지만

두두!

두더지들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때

-이놈들! 주인님의 명을 거역하다니!

토룡이 분노하며 나서자

두두두!

두더지들이 부리나케 도망쳤다.

동시에

[탑 49층 감나무 농장 땅문서의 정당한 주인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땅문서의 스킬 : 농지 정보 Lv. Max가 활성화됩니다.]

땅의 주인으로 인정받았다. 두더지들을 쫓아낸 것으로 인정받은 것 같았다.

[탑 49층 감나무 농장 땅문서]

탑 49층에 있는 감나무 농장의 주인임을 증명하는 땅문서입니다.

소유자 : 탑농부 박세준

등급 : C+

스킬 : [농장 정보 Lv. Max]

"농장 정보."

[농장 정보 Lv. Max]

크기 : 3000평

작물 : 감나무 104그루

일꾼 : 1명(땅의 소유자)

특이 사항 : 두더지들이 감나무의 뿌리를 갉아 먹어 감나무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일꾼으로 쓸 수 있는 두더지 2012마리가 있습니다.

두더지들이 뿌리를 갉아 먹고 있었구나. 감나무들가 앙상한 이유가 있었다.

"토룡이는 일단 땅을 뒤집어줘."

토룡이가 땅을 뒤집어주면 나중에 세준이 마일러의 괭이를 사용해 땅 움직이기로 고랑과 이랑만 만들면 금방 밭을 만들 수 있다.

-네! 맡겨주세요. 주인님!

세준이 토룡에게 지시를 내리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있는 감나무를 만졌다.

[농사꾼의 따뜻한 손길 Lv. 4이 발동합니다.]

[손길이 닿는 동안 감나무의 뿌리가 조금 치유됩니다.]

앞에서 본 내용대로였다. 감나무 주변 땅을 자세히 보자 주변에 볼록하게 올라온 땅들이 보였다. 안 봐도 뻔했다.

'두더지들 짓이네.'

세준은 이어서 하나씩 감나무를 치료해 갔고

"파워 포스! go fight!······."

황금박쥐는 노래를 부르며 나무들을 치유했다.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식물들은 관련 스킬도 없는 황금박쥐의 노래를 듣고 상태가 좋아지고 성장도 빨라졌다.

그렇게 세준이 감나무 5그루의 뿌리를 완전히 치유했을 때

"박 회장, 럭키 옐로우는 츄르가 먹고 싶다냥!"

꾸엥!

[파워 허니도 배가 고프다요!]

테오와 꾸엥이가 배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알았어. 잠깐만."

딱!

세준이 서둘러 불을 핑거 스냅으로 불을 만들어 바닥에 떨어진 마른 감나무 가지에 불을 붙이고 빠르게 식사를 준비했다.

서걱.서걱.

먼저 점심으로 먹을 생고구마와 방울토마토를 놨다.

그리고

"테 부회장, 발톱."

"알겠다냥!"

테오가 꺼낸 발톱으로 얼어있는 로커스트 고기를 꺼내 얇게 썰었다. 저녁에 먹을 수프도 미리 만들어둘 생각이었다.

서걱.서걱.

그렇게 테오의 발톱으로 열심히 로커스트 고기를 썰고 있을 때

두두!

두더지들이 침을 흘리며 세준의 주변을 기웃거렸다. 대략 2000마리는 되는 엄청난 수. 그런 그들의 시선은 세준이 자르고 있는 로커스트 고기에 집중돼 있었다.

"이거 먹고 싶어?"

두두!두두!

세준의 물음에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두더지들.

"흐흐흐. 그럼 와서 먹어."

세준이 음흉하게 웃으며 자른 로커스트 고기를 두더지들에게 건넸다.

두두!

그렇게 두더지들이 고기를 맛있게 먹고 있을 때

"근데 너희 돈은 있어? 그거 공짜 아닌데."

두두?!

세준의 말에 두더지들이 당황했다.

"테 부회장."

"푸후훗. 두더지들 도장을 찍어라냥!"

테오가 고기를 먹고 있는 두더지들에게 도장을 받아냈고 덕분에 세준은 탑 49층 농장에서 일할 일꾼들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171화. 이거 사망 플래그잖아!

171화. 이거 사망 플래그잖아!

[농장 고용 계약서]

-갑은 출근 시간부터 퇴근 시간까지 농장에서 일을 한 을에게 로커스트 고기 500g과 고구마 1개를 지급한다.

-이 계약은 1년마다 갱신되며 갑이나 을 둘 중 하나가 원할 경우 갱신 기간에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갑 : 탑농부 박세준

을 : 두일이.

두더지들은 따로 이름이 없었기에 테오가 임의로 이름을 지어줬다.

"박 회장, 도장 다 받았다냥!"

그렇게 테오가 두더지들의 게약서 작성을 마치고 세준의 무릎 위로 달려왔다.

"테 부회장 잘했어. 오늘 먹은 건 우리 농장에 입사한 입사선물로 내가 쏠게. 그럼 내일부터 잘 부탁해."

세준이 테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두더지들에게 말했다.

두두!

두두!

오늘 먹은 고기에 대한 대가를 돈으로 받는다고 했다가 선물로 준다고 하자 너무 고마워하는 두더지들. 그들은 고기를 먹다 하나둘 내일 출근을 위해 집으로 돌아갔다.

"흐흐흐. 테 부회장, 봤냐? 나의 거래 기술을?"

"역시 박 회장은 대단하다냥!"

테오가 존경의 눈빛으로 세준을 보며 대답할 때

꾸엥!

[꾸엥이 졸리다요!]

그사이 점심을 다 먹은 꾸엥이가 세준의 등을 안고 누웠다. 낮잠을 자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 반해 세준과 테오는 두더지들에게 계약서를 받느라 아직 점심을 먹지 못한 상황.

냠.

세준이 에일린이 준 주먹 고기 조각 하나를 삼켰다. 이걸로 남은 조각은 97개. 점점 배가 불렀다.

그렇게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한 세준.

"테 부회장, 츄르 먹을 거지?"

"당연하다냥! 어서 츄르를 달라냥!"

"그래."

세준이 츄르를 뜯어 테오에게 주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꾸벅.꾸벅.

배도 부르고 무릎과 등이 따뜻해진 세준이 졸기 시작했다.

촵촵촵.

"푸후훗. 이 상황에서도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 테오 박 님은 멋지다냥!"

테오가 츄르를 먹으면서 주변을 경계했다.

하지만

커어어.

고로롱.

꾸로롱.

츄르를 다 먹자 금세 잠에 빠진 테오가 세준과 꾸엥이의 코 고는 소리에 합류했다.

그리고

(뱃뱃. 역시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는 건 저예요.)

감나무에 매달려 있던 황금박쥐가 웃으며 주변을 경계했다.

***

"여기부터 적이 둘로 나눠졌습니다. 저희도 병력을 둘로 나누죠."

삼두사회의 아지트에서부터 냄새를 쫓던 헤겔이 우르치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병력을 둘로 나눠라!"

그렇게 둘로 나뉜 병력이 추적을 이어갔고

"여기 통로가 있습니다!"

삼두사회가 이용하는 비밀 통로 2개를 찾아냈다.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상인 통로처럼 다른 층으로 이어진 통로였다. 적들의 통로를 확인하자 갈라졌던 병력이 다시 모였다.

그리고

"서둘러 끝을 확인하고 돌아와라!"

"네!"

헤겔이 늑대들에게 지시했고 빠르게 통로를 달린 늑대들이 정보를 알아 왔다. 그렇게 찾은 통로는 탑 49층, 탑 33층과 이어져 있었다. 하나는 위, 나머지 하나는 아래로 향하고 있는 통로.

"탑 49층은 제가 다스리던 곳. 그곳은 제가 맡겠습니다. 탑 33층을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탑 33층은 제가 맡죠."

그렇게 우르치와 헤겔이 블랙오크와 늑대들이 섞인 병력을 이끌고 위아래로 갈라졌다.

***

낮잠을 잔 지 30분.

"읏차!"

잠에서 깬 세준이 힘차게 기지개를 했다. 잠깐 자고 일어나니 몸에 기운이 넘쳤다.

"얘들아 일어나."

세준이 서둘러 테오와 꾸엥이를 깨웠다.

"냐앙··· 더 자고 싶다냥······."

꾸엥······

[꾸엥이도 더 자고 싶다요······.]

세준이 깨우자 잠투정을 하는 둘.

"그럼 좀 더 자고 있어."

어차피 일을 하는 건 세준 혼자기에 세준이 테오를 꾸엥이의 배에 올리고 일어났다.

(세준 님, 다시 일 시작인가요?)

세준이 일어나자 감나무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황금박쥐가 날아와 세준의 어깨에 앉았다.

"응. 황금박쥐는 농장 중앙에서 노래 좀 불러줘."

(네!)

세준이 감나무들이 다 들을 수 있도록 황금박쥐를 농장 중앙으로 보냈다. 그리고 세준은 가장 가까운 감나무에 손을 올려 치료를 시작했다.

***

꾸엥.

꾸엥이가 혼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테오는 금세 불편함을 느끼고 세준의 무릎을 찾아 간 지 오래였다.

그때

쿠구궁.

바닥에서 뭔가 거대한 진동이 일어났다.

꾸엥?

[거기 누구 있다요?]

콰앙!

이상함을 느낀 꾸엥이가 진동이 일어난 곳을 두드렸다. 가벼운 노크였다.

쿠구궁.

꾸엥이의 노크에 뭔가가 지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개를 내미는 크기 3m의 거대한 두더지. 머리에는 뿔이 있었고 뒤통수에는 방금 생긴 듯한 혹 하나가 보였다.

"감히 탑 49층의 보스 뿔두더지 두쿠 님을 공격한 게 너냐?!'

탑 49층의 보스로서 웨이포인트를 지키고 있어 한 달에 1시간만 자리를 비울 수 있는 두쿠. 그 귀한 시간을 방해받았기에 두크는 상당히 분노한 상태였다.

꾸엥!꾸엥!

[아니다요! 꾸엥이는 공격한 적 없다요!]

꾸엥이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공격은 안 했다. 단지 가볍게 노크를 했을 뿐.

"거짓말하지 마라! 네 위치에서 파동이 느껴졌다는 걸 내가 모를 것 같아?!"

꾸엥?!

[지금 꾸엥이를 거짓말한 나쁜 놈으로 보는 것이다요?!]

두쿠의 말이 꾸엥이를 흥분하게 했다. 나는 아빠 말을 잘 듣는 착한 곰이다요!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요!

그리고

덥썩.

순식간에 10m 정도로 거대화한 꾸엥이가 왼손으로 두쿠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꾸엥!꾸엥?!

[다시 말해본다요! 꾸엥이가 정말 거짓말했다요?!]

탈탈.

꾸엥이가 두쿠의 멱살을 거칠게 흔들며 물었다.

하지만

'얘 뭐야?!'

"살려······."

변신과 함께 폭발한 꾸엥이의 마력에 두쿠는 이미 기절한 상태였다.

탈탈.

꾸엥!

[정신차린다요!]

두쿠를 다시 깨우는 꾸엥이. 하지만 마력을 줄이지 않았기에 두쿠는 계속 기절해 있었고

탈탈.

꾸엥이는 포기하지 않고 두쿠를 계속 흔들어 깨웠다.

그때

"꾸엥아 무슨 일이야?"

강한 마력이 느껴지자 작업을 멈추고 온 세준이 물었다.

꾸엥!꾸엥!

[얘가 꾸엥이한테 거짓말했다고 했다요! 그래서 꾸엥이는 거짓말 안 한다고 설명하는 중이었다요!]

그게? 누가 설명을 멱살 잡고 해?!

"일단 이거 먹으면서 진정해. 아빠가 얘기해볼게."

꾸엥이에게 상황을 다 들은 세준이 꾸엥이에게 간식을 주며 꾸엥이의 흥분을 가라앉혔다.

꾸엥!

[알았다요!]

꾸엥이가 대답하며 다시 원래 크기로 돌아왔다.

그리고

꾸엥!

[맛있다요!]

보늬밤을 먹고 금세 기분이 좋아진 꾸엥이. 흥분이 가라앉자 폭발했던 마력도 약해졌고

"으음······."

두쿠도 정신을 차렸다.

"너냐? 우리 꾸엥이한테 거짓말했다고 한 놈이?"

"거짓말 아니예요! 제가 지나가다 분명 맞았는데 때린 게 아니라고 하잖아요!"

세준의 말에 억울함이 폭발했는지 두쿠가 소리쳤다. 하지만 말투는 존대로 바뀌어 있었다.

"그건··· 내가 사과할게. 우리 꾸엥이가 아직 힘 조절이 부족해서······."

사정을 들은 세준이 두쿠에게 사과했다. 이건 명백한 꾸엥이의 잘못이었다.

그리고

"꾸엥이 두쿠에게 와서 사과해."

세준은 이 기회에 꾸엥이에게 의도하지 않아도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음을 가르치기로 했다.

꾸엥?

[꾸엥이가 안 때렸는데 왜 사과한다요?]

꾸엥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자신은 때리려는 의도가 없었기 때문. 나쁜 마음을 먹은 적이 없는데 세준이 사과를 하라고 하니 꾸엥이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꾸엥아 큰 힘에는······."

웬지 이 상황에 어울리는 영화 대사라 자연스럽게 말하던 세준.

'안 돼!'

서둘러 자신의 말을 끊었다. 이 대사를 주인공에게 말해준 존재는 죽는다. 이거 사망 플래그잖아!

꾸엥?

[아빠 왜 말을 하다 만다요?]

"꾸엥아 내가 때릴 의도로 친 게 아니라도 상대가 아파하면 그건 때린 거야. 그러니까 두쿠에게 사과하자."

꾸엥······

[미안하다요······.]

아직 이해가 안 가는 눈치였지만, 꾸엥이는 세준이 시키자 일단 두쿠에게 사과했다. 그렇게 천천히 배워나가면 된다.

"아닙니다. 저도 혼자 오해한 것도 있으니까요."

꾸엥이가 사과하자 두쿠도 쿨하게 사과를 받아줬다.

"고마워. 이건 사과의 선물이야."

세주이 두쿠에게 로커스트 고기 한 덩이를 통째로 건넸다.

"오! 감사합니다!"

고기 선물을 받은 두쿠가 침을 흘리며 고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근데 너 보스 몬스터가 여기 계속 있어도 돼?"

"아! 벌써 시간이! 돌아가야겠어요!"

세준의 말에 정신을 차린 두쿠가 서둘러 웨이포인트로 돌아가려 했다.

"우리도 같이 가자!"

세준은 이 기회에 웨이포인트까지 가는 길을 미리 파악해두고 웨이포인트 등록까지 마칠 생각이었다.

그렇게 탑 49층 보스와 안면을 트고 웨이포인트 등록까지 일사천리로 한 세준은 다시 돌아와 감나무를 치료하다 탑 49층에서 첫날밤을 보냈다.

***

다음 날 아침.

"으윽······."

세준은 가위가 눌린 것처럼 오른팔을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여기는 분홍 털이 없었기에 꾸엥이는 당연히 세준과 같이 잤고 꾸엥이가 세준의 오른팔을 안고 자고 있었다. 자세로 봤을 때는 거의 암바에 가까웠다.

무의식적으로 고급 기술을 구사하는 꾸엥이. 역시 무서운 녀석이었다.

"얘들아 일어나자."

세준이 서둘러 동물들을 깨웠다. 오늘부터 두더지들이 출근하기에 두더지들에게 농사를 가르치면서 작업을 하려면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세준이 동물들을 깨우고 탑 99층과 비슷하게 생긴 벽돌집에서 나왔다. 어제 마일러의 괭이를 이용해 땅 움직이기 스킬로 지은 벽돌집이었다. 옆에는 함께 지은 취사장도 있었다.

"아침 먹자."

서둘러 아침을 차린 세준이 동물들을 불렀다.

그렇게 세준과 동물들이 아침을 먹는 동안

두두!

두더지들이 땅굴을 파며 출근하기 시작했다.

"일단 두더지들 도로 정리부터 해야겠네."

두더지들이 중구난방으로 만들어 놓은 땅굴을 보면서 세준이 말했다. 매번 두더지들이 이런 식으로 출근하면 밭을 만들 수가 없었다.

그렇게 세준이 아침을 다 먹을 때쯤

두두!

2012마리의 두더지들이 모두 출근했다.

"오늘은 꾸엥이 교관이 밭 만들기와 심기를 가르쳐 줄 거야."

꾸엥!꾸엥!

[꾸엥이를 따라온다요! 꾸엥이가 심기를 가르쳐 주겠다요!]

세준의 말에 꾸엥이가 두더지들을 데리고 토룡이가 잘 섞어놓은 땅으로 갔다.

"우리 꾸엥이 많이 컸다."

세준이 그런 꾸엥이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예전에 땅에 생선 머리를 심었던 꾸엥이. 하지만 이제 다른 새내기 농부들에게 농사를 가르칠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그런 꾸엥이를 지켜보던 세준.

"이제 우리도 일하자."

(네!)

황금박쥐와 감나무밭으로 갔다. 물론 테오는 세준의 무릎에 기본 옵션으로 붙어 있었다.

[농사꾼의 따뜻한 손길 Lv. 4이 발동합니다.]

[손길이 닿는 동안 감나무의 뿌리가 조금 치유됩니다.]

...

..

.

이미 황금박쥐의 노래로 초벌 작업이 돼 있었기에 어제보다 좀 더 빠른 속도로 감나무를 치유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세준이 감나무를 20그루 정도 치료했을 때

"저기 수상한 놈이 보인다!"

탑 49층에 도착해 삼두사회를 추적하던 블랙오크들이 세준을 포위했다.

"냥?! 블랙오크들이다냥!"

"뭐야?! 테 부회장 아는 사이야?!"

뼈투구를 쓰고 전투를 준비하던 세준이 테오에게 물었다.

"당연하다냥! 나의 부하 우르치의 부하들이다냥! 우르치 어디 있냥?!

테오가 자랑스럽게 말하며 블랙오크의 왕 우르치를 불렀다.

172화. 비밀통로에 대해 알다.

172화. 비밀통로에 대해 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