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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9 - 19

***

삐익······

께엑······

자슈의 위협에 위축된 토끼와 버섯개미들. 하지만 그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이곳은 갈 곳 없는 자신들을 받아준 세준의 농장. 죽더라도 지킬 생각이었다.

"이것들이 정말!"

그들의 각오를 눈치챈 자슈가 분노했다. 감히 자신을 상대로 싸울 생각을 했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탑 99층이라 웬만하면 피를 보지 않으려 했거늘. 죽여라!"

"네!"

초대장에서 농장의 존재들을 건드리지 말라고 쓰여 있었고, 탑 99층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블랙 미노타우루스들도 농장을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농장 안을 돌아다니는 하찮은 토끼와 버섯개미들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자슈.

그때

"냥!"

꾸엥!

하얀 뼈투구를 쓴 존재 둘이 나타나 토끼와 벗서개미들을 공격하려는 표범들을 처치했다.

"꾸엥이 여기다냥!"

정확히는 테오가 표범들의 공격을 피하며 꾸엥이에게 유인하면

꾸에엥!

퍽!

꾸엥이가 몽둥이로 팼다.

"이놈들! 너희는 또 누구냐?!"

콰앙!

분노한 자슈가 땅을 내리치며 소리쳤다.

'너 죽었다.'

세준이 자슈를 보며 씨익 웃었다.

하필 놈이 친 곳은 꾸엥이가 가끔 낮잠을 잘 때 애용하는 바위가 있는 곳. 세준이 꾸엥이를 위해 마일러의 괭이로 만들어준 바위였다.

꾸엥······ 꾸엥!

[아빠가 만들어준 꾸엥이 침대 부서졌다요······ 꾸엥이 화가 난다요!]

세준의 예상대로 부서진 바위를 슬픈 눈으로 바라본 꾸엥이가 분노하며 자슈라는 흑표범을 향해 몽둥이를 풀스윙으로 휘둘렀다.

쾅!

"역시 집 밖은 위험해."

세준이 멀리 날아가는 자슈를 보며 말했다.

149화. 너 사람 잘못 건드렸어.

149화. 너 사람 잘못 건드렸어.

불청객을 쫓아내고 세준은 토끼들과 버섯개미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마탑으로 향하는 몬스터들이 농장에 들어올 수 없게 조치를 취했다.

대단한 걸 한 건 아니고

-사유지입니다. 들어오면 죽습니다! 안에 흉포한 맹수들이 있습니다!

좀 전처럼 몬스터들이 호기심에 들어오지 않도록 경고가 담긴 표지판을 세운 것.

이미 이오나와 블랙 미노타우루스에게 농장의 존재들을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고 좀 전에 자슈가 당하는 걸 목격한 몬스터들도 있기에 표지판으로도 충분했다.

그렇게 표지판을 세운 세준은 꾸엥이의 새로운 돌침대 제작에 들어갔다.

"땅 일으키기!"

구구궁.

땅이 움직이며 침대가 부서진 장소에 새로운 돌침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미 한 번 만든 경험이 있기에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꾸엥이의 체형에 최적화된 침대를 만들었다.

"꾸엥아, 누워봐."

꾸엥!

[새 침대다요!]

세준이 다시 침대를 만들어 준 것에 꾸엥이가 환호하며 냉큼 누웠다.

그리고

꾸엥!

[기분 좋다요!]

침대에서 데굴거리며 기뻐했다.

그때

꼬르르륵.

꾸엥이의 배에서 우렁찬 소리가 들렸다. 아까 힘을 쓰더니 배가 고파진 모양이었다.

꾸엥!

[배고프다요!]

침대에서 데굴거리던 꾸엥이가 벌떡 일어났다.

"그래. 밥 먹자."

저녁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지만, 오늘은 조금 일찍 밥을 먹기로 했다.

"냥냥냥! 생선구이다냥!"

꾸엥!꾸엥!

세준의 밥 먹자는 말에 테오와 꾸엥이가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뱃뱃.

노래가 들리자 황금박쥐도 나타나 함께 노래를 불렀다.

그렇게 동물들이 노래를 부르는 사이

"오늘은 뭐 먹지?"

세준이 저녁 메뉴를 고민했다.

'테오는 생선구이, 꾸엥이는 다 잘 먹고, 황금박쥐는 방울토마토 몇 개면 끝이니까······.'

"좋아."

세준이 저녁 메뉴를 결정함과 동시에 요리를 시작했다.

"먼저 생선과 옥수수를 굽고."

생선과 옥수수를 얆은 나뭇가지를 사용해 꼬치로 만들어 불에 굽는 동안

촥-!촥-!

빈 냄비 안에 방울토마토즙을 짜 주스를 만들었다. 주스를 만드는 사이 구이가 타지 않게 재능 : 화기 능숙을 사용해 중간중간 불을 적절하게 조절해줬다.

"크으. 불 조절 예술이다."

세준이 스스로의 불 조절 솜씨에 감탄하며 열심히 생선구이를 완성했다. 잠시 후 생선구이와 옥수수구이 그리고 꿀을 넣은 방울토마토 주스가 완성됐다.

"얘들아, 밥 먹자!"

세준이 저녁을 먹기 위해 토끼들을 불렀다.

그때

삐익!

뺘아!

토끼들의 환호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세준이 궁금해할 때

꾸엥!

[작은형아 냄새가 난다요!]

꾸엥이가 반가워하며 밖으로 달려 나갔다.

"작은형아면 흑토끼?"

"빨리 흑토끼 보러 나가자냥!"

테오가 세준의 생각을 확인해주며 밖으로 나가자고 재촉했다.

"응."

세준이 서둘러 꾸엥이를 따라 나가자

뺙!

쀼쀼!

흑토끼와 쀼쀼가 다른 토끼들과 반갑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오나의 축하 파티에 초대받은 흑토끼와 쀼쀼가 부하 토끼 300마리를 데리고 세준의 농장에 온 것이다.

꾸엥!

뺙!

쀼쀼!

다가오는 꾸엥이를 본 흑토끼와 쀼쀼가 반갑게 인사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오는 세준과 테오에게도.

"잘 왔어. 일단 들어가서 저녁 먹자."

세준이 토끼들을 데리고 취사장으로 향했다. 과거 수확제 때 토끼 1000마리도 감당한 취사장이기에 토끼들이 전부 들어와도 충분했다.

토끼들이 먹을 식사가 조금 부족했지만, 그건 저장고에서 당근을 꺼내오는 것으로 간단하게 해결됐다.

그렇게 저녁 식사가 끝나고 흑토끼와 쀼쀼가 세준에게 작은 상자를 건넸다.

"이게 뭔데?"

뺙!

[일단 열어보세요!]

쀼쀼!

[열어보시면 아실 거예요!]

둘은 상자를 열라고 재촉했다.

"알았어."

달칵.

세준이 상자를 열자

"응? 차가운데?"

상자 안에서 냉기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냉기가 나오는 상자 한가운데에는 호두 한 알이 고이 모셔져있었다.

"이거 나 먹으라고?"

뺙!

[아니에요!]

쀼쀼!

[레드리본 왕국에 마지막 하나 남은 호두에요!]

세준의 말에 격렬하게 고개를 젓는 흑토끼와 쀼쀼.

"아냐? 그럼 왜 준 건데?"

뺙!

[삼촌이 호두를 심어서 키워주세요!]

쀼쀼!쀼쀼!

[이걸 키워주실 분은 세준 님뿐이에요! 잘 부탁드려요!]

믿고 있어요! 신뢰 가득한 눈빛으로 세준을 보며 말하는 흑토끼와 쀼쀼. 정확히는 호두나무를 키워서 호두를 많이 달라는 의미.

"크흠······."

'갑자기 부담되는데?'

누군가에게 기대를 받는다는 게 어색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흐흐흐. 걱정 마! 삼촌만 믿어."

세준이 큰소리를 치며 말했다. 싸우는 거면 모르지만, 농사는 나름 자신 있었다.

'근데 이거 심을 수 있는 거였네.'

세준이 호두를 신기하게 바라봤다. 지구에서 호두를 보기는 했지만, 그 자체가 씨앗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흑토끼와 쀼쀼가 알았다면 다시 호두를 뺏었을지도 모를 생각이었다.

'일단 한 번 볼까."

세준은 일단 상자 안의 호두를 집어 자세히 살펴봤다.

[수련의 호두]

탑 안에서 자란 호두나무에서 수확한 호두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 맛있습니다.

호두의 단단한 껍질을 깔 때마다 힘이 0.1 상승합니다.

안의 호두알을 먹으면 평소보다 포만감이 오래갑니다.

등급 : C

"수련의 호두?"

호두알을 먹어야 힘이 오르는 게 아니라 호두 껍질을 까야지 힘이 오르는 게 신기했다.

"근데 왜 이거 하나만 있어?"

설명에는 호두나무가 있다고 나와 있었기에 세준이 물었다.

쀼쀼!

[레드리본 왕국이 망할 때 전부 없어졌어요!]

"아."

로커스트에게 먹혀버린 것 같았다.

뺙!뺙!

[이 수련의 호두도 운 좋게 구한 거예요. 토끼 중 한 분이······.]

흑토끼의 설명으로는 수련의 호두나무를 관리하던 토끼 중 하나가 레드리본 왕국이 망할 때 수련의 호두 하나를 간신히 지켜냈다고 한다.

그렇게 구한 수련의 호두를 얼마 전 흑토끼가 얻었다. 하지만 레드리본 왕국에는 호두나무 키우는 법을 기억하는 토끼가 남아있지 않았다.

뺙!

[이거 삼촌한테 가져갈래!]

그래서 흑토끼가 세준에게 가져온 것이다.

뺙!

[삼촌, 흑토끼족의 전투력을 빠르게 올리기 위해서는 수련의 호두가 꼭 필요해요!]

흑토끼는 수련의 호두를 이용해 레드리본 왕국의 군사력을 담당하는 흑토끼족의 전투력을 끌어올리고 싶어 했다.

"알았어. 맡겨둬!"

'나도 필요하단다.'

이건 먹을 게 아니니 뺏기지 않고 강해질 수 있다. 그렇게 얘기가 끝나고 흑토끼와 쀼쀼는 먼저 마탑으로 출발했다. 농장에 있는 토끼들도 함께 갔다.

***

다음 날 아침.

"읏차!"

세준이 일어나자

"박 회장, 일어났냥?"

테오가 어쩐 일인지 먼저 일어나 자신의 몸을 열심히 핥아대며 그루밍하고 있었다.

"테 부회장, 웬일이야? 이렇게 일찍 일어나고?"

"당연하지 않냥? 오늘은 파티니까 몸단장을 해야 한다냥!"

"어?! 몸단장?"

"그렇다냥! 파티에 몸단장은 필수다냥!"

테오의 말에 세준이 당황했다. 그러고 보니 나만 파티에 입을 옷이 없네?! 애들은 다 털이 있어서 상관없지만, 자신은 아니었다.

세준은 파티에 가서 마탑 구경하고 맛있는 거 먹을 생각만 했지, 파티에서 입을 옷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좋겠다. 털빨로 다 커버되고······."

세준이 테오를 보다 자신의 옷을 봤다. 지금 세준이 입고 있는 옷은 조난 당시 입었던 옷을 구멍이 날 때마다 끝부분을 잘라 기워 입은 옷. 즉, 거지꼴이었다.

괜히 아침부터 우울해졌다. 그래도 위로가 되는 건 꾸엥이가 있다는 것. 꾸엥이는 그런 거에 신경 쓸 녀석이 아니었다.

철컹.

그렇게 위안을 얻은 세준. 아공간 창고를 열어 풍요의 황금 상자를 꺼냈다.

그리고 상자 안에 2개로 늘어난 영약급 방울토마토 2개를 빼내고 수련의 호두를 풍요의 황금 상자에 넣었다. 일단 호두의 숫자를 늘려둘 생각이었다.

잠시 후

꾸엥!

[아빠 배고프다요!]

꾸엥이가 찾아왔다.

하지만

"어?! 꾸엥이 너?!"

세준의 기대를 부수고 꾸엥이도 꾸미고 왔다. 그것도 아주 멋지게. 송진으로 만든 포마드 머리에······ 어?! 몸에 반짝이도 뿌렸다.

'펄은 반칙이지!'

이미 털빨이 있는데 거기에 펄빨을 더하다니!

"꾸엥이 너 이거 누가 해줬어?!"

꾸엥!꾸엥?

[엄마가 해줬다요! 나 멋있다요?]

"응! 멋있어! 우리 꾸엥이 완전 멋져!"

세준이 쌍엄지를 들며 꾸엥이를 칭찬했다. 결국 자신만 거지꼴로 파티에 가야 한다는 건 슬펐지만, 꾸엥이는 진짜 귀여웠다. 분홍 털에게 이런 감각이 있을 줄이야!

꾸헤헤헤.

세준의 칭찬을 받은 꾸엥이가 기분 좋게 웃으며 세준을 번쩍 들고 취사장으로 갔다.

세준은 파티에서 많이 먹기 위해 아침을 먹을 생각이 없었지만

꾸엥!

[많이 먹으려면 아침도 많이 먹어야 한다요!]

꾸엥이의 생각은 많이 달랐다.

그렇게 아침을 먹은 세준이 동물들을 데리고 검은 박에 마탑을 향해 출발했다.

꾸엥!

[맛있는 거 먹으러 출발이다요!]

거대화한 꾸엥이가 세준과 동물들을 등에 태우고 힘차게 달려 나갔다.

***

"와!"

세준이 멀리 하늘 높이 솟은 원형의 마탑을 보며 감탄했다. 면적은 대충 봐도 1000평이 넘어 보였다.

"이걸 며칠 만에 지은 거야?"

'이오나 데리고 지구에서 건설 회사 차리면 대박 나겠는데?!'

거기다 테오는 영업, 꾸엥이가 철거를 맡으면 세계 최고의 건설 회사가 되는 것도 금방일 거야!

세계 정복도 가능한 멤버들을 데리고 하는 생각이 너무 하찮은 세준이었다.

세준이 건설 회사를 생각하는 사이 마탑과의 거리가 얼마 남지 않자

"윽······."

점점 몸이 무거워졌다. 정확히는 주변의 강한 기운에 세준이 눌리고 있는 것. 이건 주변 동물들이 도와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미리 써야겠네. 용아병 - 투구 소환."

세준이 파티장에 들어가지 전에 쓰려고 했던 용아병 투구를 착용했다. 켈리온의 마력이 담긴 만큼 주변 기운으로부터 착용자를 보호했다.

'전신갑옷으로 변신.'

세준은 여기서 투구를 다시 전신 갑옷으로 변신시켰다. 옷이 없으니 갑옷으로 가릴 생각이었다.

"냥?! 뭐냥?!"

세준의 무릎 위를 뼈갑옷이 덮어버리자 테오가 짜증을 냈다.

"집에 갈 때까지만 참아."

"알았다냥! 대신 갈 때는 배도 쓰다듬어 줘야 한다냥!"

"알았어."

그렇게 테오를 달래고, 뼈갑옷으로 주변 기운을 막으면서 파티복까지 일석이조로 해결한 세준이 마탑의 파티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번에 새로 최우수 유랑 상인이 되신 테오 박 님 아니신가요?"

세준의 무릎에 매달린 테오에게 래서팬더 한 마리가 다가와 아는 체했다.

"맞다냥! 근데 나를 어떻게 아는 것이냥?"

"저는 우수 유랑 상인 도리라고 합니다. 저번 최우수 유랑 상인을 신청하러 유랑 상인 협회 본부에 오셨을 때 저도 옆에 있었습니다."

"그랬냥?"

"네! 괜찮으시면 저와 다른 우수 유랑 상인에게 최우수 유랑 상인이 되는 노하우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 말이냥?!"

도리의 요청에 테오가 세준과 도리를 바라보며 갈등했다. 가서 으스대며 자랑을 하고 싶은데 세준도 지켜야 했다.

"괜찮아. 갔다 와."

옆에 꾸엥이와 황금박쥐도 있었고 감히 이오나의 마탑에서 싸움을 벌일 간 큰 존재도 없다고 생각했다.

"냥냥냥! 그럼 다른 유랑 상인들에게 이 몸의 상술을 알려주고 금방 오겠다냥!"

테오가 신나 하며 도리를 따라갔다.

그리고

"먹을 게 뭐가 있나 볼까?"

꾸엥!

[맛있는 거 많다요!]

(뱃뱃! 과일도 많아요!)

세준이 동물들과 음식을 구경하고 있을 때

"이봐! 나는 탑 20층의 하급 진골 코토다! 당장 네 뼈를 나에게 바쳐라!"

세준의 예상과 달리 간 큰 존재가 있었다. 3m 크기에 두꺼운 뼈를 가진 스켈레톤 하나가 세준에게 뼈를 달라고 요구했다.

"너 사람 잘못 건드렸어. 얘들아."

세준이 씨익 웃으며 주변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어?!"

꾸엥이와 황금박쥐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150화. 생일을 나눠주다.

150화. 생일을 나눠주다.

꾸엥?

파티장을 돌아다니던 꾸엥이는 세준을 기분 나쁜 시선으로 보는 개뼈다귀들을 발견했다. 꾸엥이가 나쁜 표현을 배운 건 아니고 진짜 개 머리를 한 스켈레톤들이었다.

(뱃뱃! 감히 세준님에게!!! 꾸엥이 형님 제가 쓱싹 해버릴까요?!)

세준을 나쁜 시선으로 보는 개뼈다귀들에 분노한 황금박쥐가 날개로 목을 긋는 자세를 취하며 꾸엥이만 들리게 말했다.

꾸엥!꾸엥!

[아니다요! 아빠보다 약한 놈은 처음 본다요!]

(뱃뱃. 그건 그렇네요!)

탑 99층에서 세준보다 약한 존재를 보기는 하늘의 별 따기. 그래서 꾸엥이는 결심했다. 아빠의 자신감을 살려주겠다요!

꾸엥!

[황금박쥐 저기에 숨는 거다요!]

(뱃뱃! 네! 꾸엥이 형님!)

그렇게 테이블 뒤에 숨어 세준에게 다가가는 개뼈다귀를 주시했다.

그때

킁킁.

꾸엥이와 황금박쥐가 맛있는 냄새를 맡았다.

꾸엥!

[꿀 냄새가 난다요!]

(뱃뱃! 꾸엥이 형님! 향긋한 냄새도 나요!]

하필 그들이 숨은 테이블 위에는 꿀이 발린 가래떡과 딸기가 있었고 그들은 그 음식들에 시선을 뺏겨버렸다.

***

스켈레톤들 사이에는 뼈로 신분을 정하는 골품제라는 계급제도가 있다.

원래 뼈의 주인이 누구인지, 뼈의 주인의 힘을 얼마나 가졌는지, 그 형태를 얼마나 유지하고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5단계로 나눈 계급을 정한다.

성골-진골-비범골-범골-잡골.

그리고 스켈레톤 사이에서 진골부터는 귀족으로 대우받는다.

93층의 성골 케르와 그의 아들 베르를 따라 마탑의 파티에 온 아래층 출신의 진골 스켈레톤들은 파티장을 구경하던 중 웬 스켈레톤 하나를 발견했다.

뼈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뼈의 주인이 가진 힘의 0.1%도 못 가졌고 뼈의 형태도 엄청나게 변형돼 있었다.

'잡골이군.'

자신들도 어렵게 참가한 파티에 가장 천한 잡골 스켈레톤이 있자 그들은 잡골 스켈레톤이 주인을 따라온 노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들 중 가장 계급이 낮은 스켈레톤을 시켜 뼈를 받아 오게 했다. 스켈레톤 사이에서 뼈를 바친다는 건 상대에 대한 복종을 의미. 진골 스켈레톤들의 가벼운 유희였다.

그렇게 세준에게 다가온 탑 20층 출신의 하급 진골 코토가 뼈를 바치라고 요구한 것이다.

***

"크흡."

"큭큭큭."

멀리서 진골 스켈레톤들의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렸다. 노예에게도 무시당하는 코토 때문.

"이익! 이놈! 어서 뼈를 바치거라!"

코토가 언성을 높이며 세준에게 다가가며 팔을 뻗었다. 이미 잡골에게 무시를 받았는데, 여기서 빈손으로 돌아가기까지 하면 오늘의 일은 평생 자신의 흑역사가 될 것이다.

"으억!"

세준은 코토가 공격하는 줄 알고 서둘러 팔을 들어 방어 자세를 취하자

"네가 바치지 않겠다면 내가 직접 받아 가겠다!"

다가온 코토가 세준의 팔을 잡아당겼다.

'미친놈아!'

뼈를 달라는 코토를 보며 겁에 질린 세준이 팔을 휘둘러 코토의 팔을 뿌리쳤다.

그리고

퍽!

너무 가볍게 코토의 팔이 뿌리쳐졌다. 아니 정확히는 코토의 팔뼈가 빠져버렸다.

"어?!"

예상과 너무 다른 상황에 세준이 당황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맞아! 나 강해졌지!'

탑 99층의 존재들과 있어 망각하고 있었지만, 탑 20층 정도는 가뿐하게 압살할 능력을 갖춘 세준이었다.

달그락.

방금까지 쫄았던 주제에 세준이 자신의 팔에 매달려 있던 코토의 팔을 떼서 손에 들었다.

그리고

"흐흐흐. 야. 개뼈다귀. 방금 뭐라고 했냐?"

방금까지 엄청 쫄았던 자신의 모습은 잊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비열함 그 자체였다.

"너! 천한 잡골 주제에 감히 하급 진골인 나를 공격한 것이냐?! 너의 주인은 어디 있느냐?! 너의 주인에게 노예의 잘못을 묻겠다!"

"무슨 노예? 그게 다 무슨 소리야? 그리고 잡골이라니? 이거 용 뼈거든! 네가 방금 한 말 켈리온 님이 들었으면 바로 소멸이야."

"이익! 결투다!"

세준이 '너 큰일 날 뻔했다'는 늬앙스의 말에 격분한 코토가 소리쳤다.

"무슨 결투까지? 그냥 맞자!"

퍽!퍽!

세준이 코토의 오른팔로 코토를 때리기 시작했다.

그때

"그쯤하지."

코토를 보냈던 진골 스켈레톤들이 다가왔다.

지금 파티장의 시선이 모두 세준과 코토에게 몰려 있었다. 두들겨 맞고 있는 코토의 모습을 계속 보이는 것은 같은 스켈레톤인 자신들에게도 좋을 게 없었다.

"뭐야?! 쪽수로 해볼라고?"

코토와는 차원이 다른 분위기의 스켈레톤들이었지만, 이미 자신감을 과하게 얻은 세준은 폭주 기관차처럼 들이댔다.

"겨우 탑 20층의 스켈레톤 하나 이겼다고 우리들이 우스워 보이는 것이냐?!"

뒤에 서 있던 진골 스켈레톤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손뼈를 검으로 변형시켰다. 그리고 뼈검에 기운을 실어 세준을 베었다.

퍽!

뼈검에 뼈갑옷이 부딪혔지만, 용뼈가 단단한 덕분에 뼈검은 목적을 수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뭐야?!'

세준은 오싹함을 느꼈다. 뼈검에 갑옷의 뼈가 절반 정도 패였기 때문. 같은 곳을 한 번 더 공격받으면 갑옷이 뚫린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제법 단단하군. 하지만 몇 번이나 버틸까!"

퍽!퍽!

스켈레톤이 아무리 때려도 세준의 뼈갑옷은 뚫리지 않았다. 스켈레톤의 공격보다 뼈갑옷이 재생되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한 대, 두 대······."

덕분에 세준은 스켈레톤이 몇 번 공격하는지 세며 이 스켈레톤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에 잠겼다.

그때

꾸엥!

[아빠가 위험하다요!]

테이블 위에 있던 꿀 가래떡을 다 먹고 정신을 차린 꾸엥이가 스켈레톤에게 두들겨맞고 있는 세준을 보며 눈이 돌아갔다. 세준의 자신감을 키워주겠다고 숨어 있던 것도 잊어버렸다.

꾸에엥!!!

꾸엥이가 앞뒤 생각하지 않고 스켈레톤을 향해 달려가 냅다 주먹을 날렸다.

콰앙!

폭음과 함께 스켈레톤들이 꾸엥이의 주먹을 맞고 산산이 부서지며 마탑의 벽에 부딪혔다.

그리고

콰앙!

다시 한번 폭음이 들리며 새로 지은 마탑의 벽에 구멍이 났다.

"······."

파티에 참가한 몬스터들이 감히 마탑에 구멍을 낸 꾸엥이를 보며 얼음이 됐다.

꾸엥?!

[아빠 괜찮다요?!]

꾸엥이가 급하게 달려와 세준의 몸을 살폈다.

"으응··· 난 괜찮은데...우리 그만 갈까? 테 부회장!"

세준이 마탑의 벽에 난 구멍을 보며 서둘러 테오를 불렀다.

"무슨 일이냥?!"

세준의 부름에 테오가 우수 유랑 상인에게 열심히 으스대며 자신의 자랑을 하던 테오가 달려왔다.

"우리 가야 돼!"

세준이 테오를 자신의 무릎에 착용하고 급하게 마탑을 나와 농장으로 도망쳤다.

그렇게 꾸엥이의 세준의 자신감 올리기 프로젝트는 성공도 실패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끝이 났다.

잠시 후

"뀨-뀨-누구야?!!!"

이오나가 마탑 벽에 난 구멍을 보며 분노했다.

***

"읏차! 어! 얘네들 새벽에 왔나?"

세준이 일어나며 자신의 무릎에서 자고 있는 테오와 이오나를 보며 말했다.

3일 전, 마탑 완공 축하 파티가 끝나자 꾸엥이가 마탑을 부순 걸 따지러 온 이오나.

"어떻게 축하 파티에서 꾸엥이가 그런 짓을 하게 두신 거죠?!"

마탑 벽에 거대한 곰 발자국 모양으로 구멍이 났기 때문에 꾸엥이의 짓이 아니라고 말하는 건 씨알도 안 먹혔다. 어차피 증인도 많았고.

"이오나 진정해. 사실······."

그래서 세준은 스켈레톤들과 있었던 일을 설명하며 이오나의 분노를 가라앉혔다.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추가로 대가를 지불했다. 대가는 테오 꼬리 사용권 1일 추가.

"뀻뀻뀻. 좋아요!"

이오나와 극적 합의가 이루어질 때

"냥?! 무슨 소리냥?!"

세준의 무릎에서 자고 있던 테오가 자신도 모르게 거래되는 자신의 꼬리 사용권에 불만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신 테 부회장 일주일 연장."

"좋다냥! 며칠 더 써도 된다냥!"

세준의 말에 흔쾌히 자신의 꼬리 사용권을 승낙하며 더욱 권장하는 테오였다.

그렇게 세준은 이오나와 테오의 불만을 모두 잠재웠고 테오는 이틀간 검은 박에 마탑에서 이오나가 업무를 보는 동안 함께 있다 새벽에 업무를 마친 이오나와 돌아온 것이다.

척.

"냐아앙······."

세준은 테오를 들고 일어나 무릎에 장착하고 침실 벽으로 가

스윽.

벽에 획 하나를 추가하며 세준이 조난 310일 차 아침을 시작했다.

"근데 오늘이 며칠이지?"

문득 날짜가 궁금해진 세준이 날짜를 헤아리기 시작했다.

"내가 5월 11일에 조난을 당했으니까······."

세준이 바닥에 3월, 4월, 5월 달력을 그리고 조난당한 날짜에서 55일을 뒤로 세며 오늘 날짜를 계산했다.

"그럼 오늘이 3월······ 16일?! 어?! 그럼 일주일 있으면 내 생일이네?"

세준의 생일은 3월 23일. 어쩐지 날짜를 계산하고 싶더라니······

"휴우. 잘못했으면 생일도 못 챙길 뻔했네."

세준이 큰일 날 뻔했다는 듯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앞으로 일주일 후가 내 생일이야!"

세준이 취사장에서 아침을 먹는 동물들에게 중대 발표를 했다.

하지만

"생일이 뭐냥?"

"뀻? 그게 뭐죠?"

꾸엥?

[그게 뭐다요?]

(생일이요?)

삐익?

뺘아?

동물들은 생일이 뭔지 몰랐다. 그러고 보니 탑에서 생일을 챙기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생일은 태어난 날짜를 말하는 거야. 생일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잘 태어났다고 축하와 선물을 받아."

"태어난 날짜 말이냥?! 그럼 그걸 모르면 생일이 없으면 선물도 못 받는 것이냥?!"

"뀨-그럴 수는 없어요!"

꾸엥?!

(뱃뱃! 그럴 수가!)

삐익!

뺘아!

테오의 말에 충격을 받은 동물들. 당연했다. 여기는 달력이 없으니까. 동물들은 본능으로 시간의 흐름을 알고 기억할 뿐.

세준의 중대 발표로 인해 농장에 혼란이 일어났다.

아침 식사 후

"나는 생일이 없어서 선물을 받을 수 없다냥······."

"뀽··· 위대한 마법으로도 태어난 날짜를 알 수는 없어요······."

(저는 생일도 없는 하찮은 박쥐에요······)

삐익······

동물들이 전부 상심한 표정으로 의욕 없이 앉아 있었다.

음머······

블랙 미노타우루스들도 다른 동물들에게 생일에 대해 듣고는 침울해했다.

그때

꿰엥······

[엄마가 꾸엥이 언제 태어났는지 날짜 모른다요······.]

분홍 털에게 자신의 생일을 물어보러 간 꾸엥이가 실망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어쩔 수 없군.'

이러다가는 동물들이 온종일 우울해 할 것 같았다.

"사실 나는 다른 존재에게 자신의 생일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생일이 필요하면 내 생일을 줄게."

그래서 세준이 없는 능력을 만들어냈다.

"정말이냥? 박 회장! 나 생일 달라냥!"

"뀻뀻뀻! 정말이요?! 저도 생일 주세요!"

꾸엥!꾸엥!

[꾸엥이도 생일 필요하다요! 생일 선물로 꿀 100병 갖고 싶다요!]

(뱃뱃! 세준 님! 저도 주세요!)

삐익!

뺘아!

동물들 모두가 생일을 원했기에 모두가 세준과 같은 3월 23일이 생일이 됐다. 결국 일주일 후 세준의 생일파티는 모두의 생일파티가 됐다.

후일 세준에게 생일을 받은 동물들이 다른 몬스터들에게 자신의 생일을 나눠주면서 3월 23일은 검은 탑의 축제가 된다.

그리고

"크히히히. 그런 게 가능하다고?! 세준아 나도 생일 줘!"

이미 생일이 있지만, 일 년에 두 번 생일 선물을 받으려는 에일린.

하지만

"안 돼. 생일이 있는 존재에게는 생일을 줄 수 없어."

세준의 아주 편의주의적인 능력에 의해 에일린의 잔꾀는 커트당했다.

151화. 우리 밤 따러 갈래?

151화. 우리 밤 따러 갈래?

"푸후훗. 앞으로 일곱 밤만 자면 내 생일이다냥."

꾸헤헤헤. 꾸엥!

[큰형아 나도 다요!]

(뱃뱃. 저도요!)

모두 생일이 같으니 당연했다. 세준에게 생일을 나눠 받은 동물들은 기운을 차리고 예전의 활기를 되찾았다. 아니 예전보다 더 활기찼다.

그렇게 모든 일이 해결된 것 같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아무도 생일을 위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

"근데 너희들 선물은 준비했어?"

"무슨 선물 말이냥?"

테오가 이상한 소리를 한다며 세준을 바라봤고

꾸엥!

[선물 받을 준비했다요!]

꾸엥이는 자신의 귀여운 배를 두드렸다.

(뱃뱃? 선물을 왜 준비해요?)

황금박쥐도 의아해하기는 마찬가지.

"역시······."

동물들은 선물을 받을 생각만 하고 줄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잘 생각해봐. 너희가 다 선물을 받을 생각만 하고 있으면 테 부회장은 누구에게 선물을 받을까?"

세준은 모두 선물 받을 생각만 하면 아무도 선물을 받을 수 없다고 알려주려 했다.

하지만

"당연히 박 회장이다냥!"

"어?!"

꾸엥!꾸엥!

[당연하다요! 꾸엥이 선물도 아빠가 준다요!]

(뱃뱃! 제 선물도 세준 님이 줘요!)

동물들은 다 계획이 있었다. 세준에게 선물을 받겠다는 계획이···

"얘들아 그럼 내 선물은?"

"내가 박 회장의 썩은 얼굴을 마사지해주겠다냥!"

꾸엥!

[꾸엥이는 아빠를 보호해 줄 거다요!]

(뱃뱃! 저는 세준 님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가져올 거예요!)

"아······."

세준은 깨달았다. 이미 자신이 동물들에게 많은 걸 선물로 받고 있었음을.

하지만

"그래도 좀 억울한데."

결국 세준 혼자 동물들의 선물을 다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어차피 생선구이와 츄르, 꿀과 떡, 과일주스. 당근, 풀 등으로 해결할 수 있기는 했지만.

"그리고 썩었다니!!!"

와락!

세준이 막말을 한 테오의 볼을 잡아 당기며 응징했다.

"냥?! 무슨 짓이냥?!"

테오가 세준의 손을 벗어나기 위해 아둥바둥 거렸다.

하지만

'오! 힐링된다!'

세준은 테오 볼살의 말랑함에 중독돼 놓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세준이 테오의 볼살을 잡고 있을 때

[탑의 관리자가 자신이 그대의 선물을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하라고 말합니다.]

"정말? 고마워. 근데 에일린 생일은 언제야?"

생일 선물을 하나도 못 받을 줄 알았던 세준은 에일린의 말에 기뻐하며 에일린의 생일을 물었다.

[탑의 관리자가 자신의 생일은 5월 5일이라고 말합니다]

"오! 어린이날이네?"

[탑의 관리자가 자신은 어린이가 아니라고 분노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자신도 결혼할 수 있다고 외칩니다.]

"아! 에일린, 네가 어린이라는 게 아니고 한국이라는 내가 사는 나라에서는 5월 5일이 어린이들을 위한 날이야."

[탑의 관리자가 어린이면 선물을 받는 거냐고 기대하며 묻습니다.]

'너 방금까지 어린이 아니라고 분노했잖아.'

"어차피 넌 안돼. 13살 넘으면 어린이 아니라 선물 못 받아."

세준이 어림도 없다는 듯이 말했다.

[탑의 관리자가 무슨 나이가 그렇게 짜냐고 실망합니다.]

'이게 짠 거야?'

그리고 네 나이까지 어린이 취급하면 지구에 사는 사람 다 어린이야.

그렇게 에일린과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깝다냥! 나는 어린이가 아니다냥!"

꾸엥!

[꾸엥이 아직 13살 아니니까 어린이다요! 꾸엥이 어린이날에 선물 받을 수 있다요!]

(뱃뱃! 저도 받을 수 있어요!)

동물들이 세준의 목소리를 엿들으며 어린이날 선물을 받을 수 있는지 계산하고 있었다.

"아무튼 고마워. 내 생일 선물 챙겨주는 건 우리 에일린뿐이네."

[······.]

세준의 말에 다시 침묵하는 에일린.

그렇게 생일에 대한 것들이 일단락 되고

"잘 자라고 있나?"

세준이 호두밭으로 갔다. 세준은 어제까지 총 3개의 호두를 성공적으로 심었다.

(...T...)

가장 일찍 심은 호두는 이미 이파리가 활짝 폈고

(...i...)

가장 나중인 어제 심은 호두의 싹은 이제 막 땅을 뚫고 수줍은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이렇게 호두가 빨리 자랄 수 있었던 건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심으면서 했던 실패의 경험 덕분이었다.

처음 호두를 심을 때

푹.

세준은 마일러의 괭이로 땅을 파면서 땅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심을 때 땅에 마력을 불어 넣는 게 농작물에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호두를 심을 때 땅에 마력을 불어 넣었고

[마력이 담긴 땅에 수련의 호두를 심었습니다.]

[마력이 담긴 땅에 농작물 심기를 성공하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크게 상승합니다.]

[씨뿌리기 Lv. 6가 마력 씨뿌리기 Lv. 6로 진화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6의 효과로 수련의 호두가 뿌리를 내릴 확률이 증가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6의 효과로 24시간 동안 수련의 호두 성장 속도가 빨리집니다.]

그 결과 씨뿌리기 스킬이 마력 씨뿌리기로 진화하면서 호두를 심은 지 하루 만에 싹이 올라오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

물론 마력의 씨뿌리기는 다른 농작물들에도 적용되기에 전체적으로 세준의 농장에서 자라는 농작물들의 재배 기간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건 같은 기간 농작물 생산량이 더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니까 당연히 더 열심히 팔아야지. 테 부회장, 안 그래?"

"냥?! 왜 그러냥?"

어느새 세준이 테오의 등에 봇짐을 매주며 테오를 무릎에서 떼 바닥에 내려놨다.

그렇게 생일 때까지 편히 놀고먹으려던 테오는 다시 한번 탑을 내려가게 됐다.

***

-어제저녁 8시경 미 해군은······ 해상에 있던 마샤호에 미사일을 발사해 침몰시켰습니다. 마샤호는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출발한 곡물 운송선으로······

현재 각국이 비상이었다. 나이지리아에서 출발한 배 전부의 입항을 막고, 공해 안에 들어온 배가 연락이 두절되면 미사일을 발사하는 선제 대응을 하고 있었다.

각국이 이렇게 발작적으로 대응하게 된 이유는 브라질이 늦장 대응으로 어떤 피해를 받고 있는지 매일 확인하고 있기 때문.

며칠 전 표류하던 배 한 척이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항구 가까이 접근했다.

항구의 관제탑은 무전이 되지 않는 곡물 운송선에 경비대를 보냈지만, 경비대들은 배 안에 엄청난 수의 메뚜기가 있다는 것을 전하고 연락이 끊겼다.

관제탑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바로 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여기서 시간이 지체되면서 배가 브라질에 가까이 접근했고

푸드득.푸드득.

굶주려 있던 수십만 마리의 로커스트들이 날아서 브라질로 진입했다. 이후 브라질은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처음 이틀 정도는 걱정했던 것에 비해 피해가 거의 없었다. 가끔 한두 마리가 보였지만, 경찰들이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3일째 되는 날.

푸드득.푸드득.

푸른 하늘을 파란색 메뚜기들이 뒤덮었다. 10억이 넘어가는 엄청난 수였다.

브라질은 녹지가 많아 로커스트들이 번식하기에 최고의 환경을 가지고 있었고 로커스트가 녹지에서 방해받지 않고 폭발적으로 번식해 버린 것.

하루아침에 도시 하나가 로커스트들에게 점령됐고 시체를 찾을 수도 없는 사망자의 수가 수십만 명이었다. 재앙이었다.

이후로 브라질은 군대를 동원해 로커스트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각국은 그런 브라질의 정보를 매일 접하고 있기 때문에 바다에 접근하는 모든 배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었다.

***

"땅 움직이기!"

푹!

테오를 내려보낸 세준은 오후 내내 마일러의 괭이로 스킬을 사용해 옥수수를 심었다.

땅 움직이기에 마력 씨뿌리기 스킬까지 마력 소모가 많았지만, 세준의 재능 : 강화된 마력 회로로 인해 마력 회복 속도가 빨라졌기에 할만했다.

그리고

꾸에엥!

뱃뱃!

꾸엥이는 세준이 만들어준 침대에 누워 데굴거리며 황금박쥐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배가 꺼지길 기다리며.

그때

"세준 님! 저희가 왔습니다!"

거대한 은빛 늑대들이 달려왔다.

"수고했어. 탑 83층은 어때?"

"다행히 농장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근처에 위험한 몬스터들도 없습니다. 지금은 헤겔 님이 지키고 있습니다."

세준의 심부름으로 탑 83층을 정찰하고 돌아온 엘카가 대답했다. 세준은 땅문서 때문에 탑 77층에 갔던 경험을 교훈 삼아 땅문서를 사용하기 전 미리 탑 83층을 순찰하게 했다.

"그래? 농장에는 뭐가 있어?"

"그게······ 실망하실 겁니다. 앗!"

엘카가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앞발로 가져온 농작물을 꺼내다 고통스러워하며 떨어트렸다.

툭.

그 농작물에는 고슴도치처럼 가시가 빼곡히 박혀있었다.

"어?!"

"역시 실망하실 줄 알았습니다. 먹을 수 없는 농작물입니다."

세준의 반응에 엘카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세준을 기쁘게 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아니! 먹을 수 있어! 이거 밤송이야!"

"네?! 밤송이요?"

"그래. 잠깐만."

세준이 말을 멈추고 밤송이의 가시를 살펴보며 조심스럽게 밤송이의 가시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팅.

금속음이 들렸다. 탑에서 자라서 그런지 역시 범상치 않았다. 강철 가시를 두른 밤송이라니. 하긴 엘카도 찔려서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면 일반 가시일 리가 없었다.

'와. 이거 살벌하네.'

아무 색각 없이 발로 밟아 깠으면 발바닥 다 빵구났다. 거기다 가시에 독이 있을지도 몰랐다.

"꾸엥아 도와줘!"

세준은 결국 만능튼튼 해결사 꾸엥이를 불렀다.

꾸엥?꾸엥!

[불렀다요? 꾸엥이가 아빠 도와주겠다요!]

세준의 부름에 꾸엥이가 등에 황금박쥐를 달고 열심히 달려왔다.

"이것 좀 까줘."

세준이 밤송이의 가시 하나를 조심히 잡아 꾸엥이에게 건네자

꾸엥.

밤송이를 건네받은 꾸엥이가 귤껍질 까듯이 쉽게 밤송이를 깠다. 강철 가시가 있었지만, 꾸엥이의 두꺼운 가죽을 뚫을 정도는 아니었다.

팅.팅.

오히려 꾸엥이의 힘에 밤송이의 가시가 이쑤시개 부러지듯 부러졌다.

그리고

꾸엥!꾸엥?

[여기 있다요! 근데 이게 뭐다요?]

안에서 나온 큼지막한 밤 2알을 보며 물었다.

"이거 밤이라는 거야. 한 번 먹어봐."

슥.슥.

세준이 단검으로 밤을 깎아 꾸엥이의 입에 넣어주자

오독.오도독.

밤을 씹는 꾸엥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꾸엥!꾸엥!

[이거 신기하다요! 처음 먹는 맛인데 맛있다요!]

꾸엥이가 팔을 붕붕 흔들며 신나 했다.

오도독.

"그치?! 맛있지?"

그사이 세준도 밤을 까서 먹으며 말했다.

"꾸엥아 우리 밤 따러 갈래?"

꾸엥!

[좋다요!]

먹는 것에 대해서는 거절을 모르는 꾸엥이가 힘차게 대답했다.

"좋아. 그럼 잠깐 아공간 창고에 들어가 있어."

자주 쓰지 않아 까먹고는 하지만, 아공간 창고에 있으면 세준이 이동할 때 함께 갈 수 있었다.

꾸엥!

꾸엥이가 황금박쥐와 함께 아공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얘들아 나 잠깐 탑 83층에 다녀올게."

이번에는 자신을 걱정하지 않도록 토끼들과 버섯개미들에게 다른 곳에 갔다 온다고 미리 알려줬다.

"에일린, 나 잠깐 탑 83층 다녀올게."

마지막으로 에일린에게도 자리를 비운다고 알려줬다.

[탑의 관리자가 올 때 맛있는 거 많이 가져오라고 말합니다.]

"알았어. 많이 가져올게."

촤르륵.

세준이 대답을 하고는 탑 83층 농장 땅문서를 펼치자

[탑 83층의 농장 땅문서의 최초 소유자 각인을 위한 소환 기능이 발동합니다.]

세준이 이번에는 안전한 상태로 탑 83층으로 이동했다.

152화. 차별하냐?

152화. 차별하냐?

"냥냥냥! 일주일 후가 이 몸의 생일이다냥!"

탑 40층으로 내려가던 테오는 방울토마토 거래와 견고한 칼날 대파 보급을 위해 내려가던 인턴들을 만나 함께 이동하며 세준에게 받은 생일을 자랑했다.

"생일이요?"

"그렇다냥! 생일이 있으면 박 회장에게 선물을 받을 수 있다냥!"

생일은 원래 주변의 축하를 받는 행사였지만, 탑에서의 생일은 세준에게 선물 받는 날이 돼버렸다.

"축하드립니다. 테 부회장님!"

"축하드립니다."

"고맙다냥!"

그렇게 인턴들에게 축하를 받는 사이

찌르르.

테오의 수염이 떨리기 시작했다.

'불길하다냥!'

박 회장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역시 박 회장은 내가 없으면 안 된다냥! 이렇게 무릎 관리를 못 해서야!

"뛸까요?"

이제 이런 일에 익숙한 인턴이 물었다.

"그렇다냥! 전속력이다냥!"

"네!"

테오와 인턴들이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

[탑 83층 농장에 도착했습니다.]

[최상층인 탑 99층에서 탑 83층으로 이동했습니다.]

[16층을 내려갔습니다.]

[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16 상승합니다.]

"어?!"

상태창에는 이명이 표시되지 않았다. 그래서 잊고 있었는데. 역행자라는 이명은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스탯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는 이명 같았다.

"좋은데? 근데 이게 다 밤이야?!"

메시지를 확인한 세준이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했다. 거의 1000그루가 넘는 밤나무에 밤송이들이 가득 달려 있었다.

"용아병-투구 소환."

세준은 일단 뼈투구를 소환해 머리에 썼다. 운 없으면 떨어지는 밤송이에 맞아 머리에 구멍이 날 수 있다.

'전신 갑옷 변신.'

달그락.

물론 안전을 중시하는 세준은 다른 곳도 보호했다. 모든 스탯 16 정도 상승했다고 안심할 수는 없었다. 강철 가시에 찔리기라도 하면 바로 관통상이다.

그렇게 세준이 뼈갑옷을 입고

철컹.

"얘들아, 나와."

세준이 아공간 창고에 있는 꾸엥이와 황금박쥐를 불러냈다.

하지만

(네!)

파닥.파닥.

황금박쥐만 나왔다.

"어?! 꾸엥이는?"

(꾸엥이 형님은 자고 있어요! 깨울까요?)

꾸로롱.

세준이 슬쩍 안을 보니 배가 뽈록 나와 자고 있는 꾸엥이와 옆에 널브러져 있는 빈 상자들이 보였다. 아마 창고에 있던 농작물을 먹고 잠든 모양이었다.

"아냐. 주변에 블랙울프족이 있을 테니 좀 불러 줄래?"

(네!)

세준은 황금박쥐를 보내고 가장 가까운 밤나무로 다가갔다.

그리고

"얍!"

마일러의 괭이로 가까이 있는 밤송이를 쳐 떨어트렸다.

'흐흐흐. 일단 불에 구워서 군밤을 만들어 먹고 나머지는 카이저 님이 좋아할 밤먹걸리랑 꿀에 졸여서 맛밤 만들고······.'

그렇게 세준이 밤으로 만들 요리들을 생각하며 밤송이를 따고 있을 때

"오! 저건 더 크네?!"

일반 밤송이보다 1.5배 정도 큰 밤송이가 보였다.

"월척이다!"

세준이 냅다 밤송이를 향해 괭이를 휘둘렀다.

그때

툭.

꼬싯.

"응?"

밤송이가 떨어지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내가 잘못 들었나?"

퍽.

세준이 다시 괭이로 밤송이 하나를 더 떨어트렸다.

톡.

꼬싯.

"어?!"

이번에는 분명히 들었다.

"뭐지?"

세준이 이상함을 느끼며 괭이로 가까이 있는 처음 소리를 낸 밤송이를 살살 건드리자

꼬싯!꼬싯!

밤송이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몸을 피기 시작했다. 그러자 머리 위에 보이는 이름.

[밤송이 고슴도치 고도리]

"어?! 고슴도치?"

밤송이가 아니라 밤송이로 위장한 고슴도치였다.

"귀엽네. 근데 이름이 고도리야?"

세준이 고도리에게 말을 걸고 있을 때

퉁.퉁.

세준의 머리를 때리는 밤송이들.

후두두둑.

밤나무에서 밤송이들이 세준을 향해 롤링 어택을 하며 우수수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밤나무에 매달려 있던 밤송이의 절반 정도는 고슴도치들이었다.

그리고

꼬싯!꼬싯!

고도리가 고슴도치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고도리는 밤송이 고슴도치들의 우두머리였다.

푹.푹.

고슴도치의 가시들이 뼈갑옷에 박혔다.

그때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밤송이로 위장해 농장에 숨어 있는 고슴도치들을 처치하거나 평화적인 합의를 통해 땅의 권리를 되찾아라.]

보상 : 땅문서의 정당한 주인으로 인정

세준의 앞에 퀘스트 메시지가 나타났다.

"몬스터 없다고 했잖아!"

세준이 서둘러 고슴도치들을 피해 달렸다. 밤송이 고슴도치의 롤링어택이 뼈갑옷을 뚫을 정도의 공격은 아니었지만, 수가 너무 많았다.

그렇게 세준은 뼈갑옷에 가시가 박힌 채 가시를 빼기 위해 바둥거리는 고슴도치 수십 마리를 달고 열심히 달렸다. 하지만 이곳은 농장의 한가운데. 세준은 금세 1만이 넘는 고슴도치들에게 포위됐다.

"얘들아 일단 우리 대화로 해결하자."

포위된 세준이 고슴도치들에게 대화를 요청했다.

하지만

꼬싯!꼬싯!

고슴도치들은 굉장히 호전적이었다. 세준을 향해 이를 드러내고는 다시 몸을 둥글게 말며 공격을 준비하는 고슴도치들. 대화를 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싸워야 되나?"

뼈갑옷이 적의 공격을 막아주니 천둥던지기와 땅 움직이기 스킬이면 그래도 싸워볼 만 할 것 같았다.

'한 번 해보자!'

세준이 마일러의 괭이를 쥔 손에 힘을 주고 스킬을 사용하려 할 때

꾸에엥!

잠을 충분히 잔 꾸엥이가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일어났다.

그리고

꾸엥!

[와! 밤이다요!]

꾸엥이가 아공간 창고에서 나오며 밤송이로 위장한 고슴도치 한 마리를 집었다.

그러자

꼬시!꼬시!

갑자기 말았던 몸을 풀며 꾸엥이에게 애교를 부리는 고슴도치. 세준을 대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울음소리와 자세. 좀 전까지의 호전적인 모습은 어디 가고 배를 까며 항복의 자세를 보였다.

꾸엥?

[밤 아니다요?]

꼬시!꼬시!

꾸엥이가 자신이 든 게 밤이 아니라고 실망하자 고슴도치들이 부리나케 밤나무로 올라가 밤송이를 떨어트렸다.

툭.툭.

꾸엥!

꾸엥이가 열심히 고슴도치들이 떨어트린 밤송이를 주워 안에서 밤을 빼냈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고 있는 세준은 기부니가 아주 별로였다. 이것들이 약하다고 무시하네!

아무리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탑이라고 해도 그렇지!

"너희 굉장히 낯설다? 지금 차별하냐?"

꼬싯!꼬싯!

세준의 말에 몸을 더 단단히 마는 고슴도치들. 어디서 약한 게 함부로 까부냐는 반응이었다.

"오호! 지금 나를 물로 봤다 이거지?! 꾸엥아!"

고슴도치의 태도에 발끈한 세준이 꾸엥이를 불렀다.

꾸엥?!꾸엥!

[불렀다요?! 여기 밤이다요!]

세준의 부름에 다가온 꾸엥이가 세준에게 밤을 건네자

꼬싯?꼬시?

고슴도치들은 혼란스러워했다. 왜 강자가 약자한테 음식을 바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누가 창고에서 먹으래? 벌이다! 배방구! 부부부붑."

꾸헤헤헤.

세준의 배방구에 꾸엥이가 자지러지게 웃었고

...

고슴도치들은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발라당.

결국 고슴도치들의 우두머리 고도리가 앞으로 나와 배를 보이며 누웠다. 항복의 표시였다. 이제 상하관계를 파악한 것이다.

꼬시!꼬시!

우두머리를 따라 배를 보이며 눕는 고슴도치들. 순식간에 세준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

[밤송이 고슴도치들이 당신의 처분에 따르겠다며 완전히 항복합니다.]

[퀘스트가 완료됐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땅문서의 정당한 주인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땅문서의 스킬 : 농지 정보 Lv. Max가 활성화됩니다.]

동시에 퀘스트가 완료됐다.

"어디 볼까?"

세준이 땅문서를 확인했다.

[탑 83층 농장 땅문서]

탑 83층에 있는 농장의 주인임을 증명하는 땅문서입니다.

소유자 : 탑농부 박세준

등급 : B+

스킬 : [농장 정보 Lv. Max]

"농장 정보."

[농장 정보 Lv. Max]

크기 : 1만 평

작물 : 밤나무 1043그루

일꾼 : 1명(땅의 소유자)

특이 사항 : 밤송이 고슴도치들이 밤송이로 위장하고 밤나무를 지킨 덕분에 밤나무의 상태가 양호합니다. 일꾼으로 쓸 수 있는 밤송이 고슴도치 1만 265마리가 있습니다.

'오! 얘네들이 밤나무를 지키고 있었구나.'

생각해 보니 자신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이곳에 들어왔다가 고슴도치들의 롤링 어택 세례를 받게 된다면 다시는 얼씬도 안 하게 될 것이다.

그때

꼬시!꼬시!

[저희를 쫓아내지 말아 주세요! 저희 갈 데가 없어요!]

고도리가 세준의 발에 매달려 애원했다.

"내가 너희를 왜 쫓아내. 근데 너희 뭐 먹어?"

세준이 임금 협상 전에 고슴도치들의 정보를 조사했다.

꼬시?꼬시!

[아 배고프신 건가요? 얘들아 식량을 가져와라!]

꼬시!꼬시!

고도리의 명령에 고슴도치들이 우르르 어딘가로 이동했다.

꾸엥!

[이거 많이 모으면 아빠가 이따가 맛있는 거 해준다고 했다요!]

그사이 꾸엥이는 열심히 밤송이를 까 밤을 자신의 간식 주머니에 넣었다.

***

탑 40층 캠프에 도착한 테오.

"냥?! 박 회장이 안전해졌다냥!"

세준 무릎 탐지기의 위기 신호 감도가 줄어들자 안도했다.

그리고

"내가 돌아왔다냥!"

헌터들을 향해 자신이 왔음을 외쳤다.

"오! 테오다!"

방울토마토를 기다리던 헌터들이 테오가 오자 서둘러 헌터폰을 들고 사냥을 나간 헌터들을 불렀다.

그사이 인턴들이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팔았다.

"난 100개 줘."

"150탑코인입니다."

방울토마토 같은 경우는 이제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며 1.5탑코인 정도의 안정된 가격에 거래가 되고 있었다.

"완판입니다!"

그렇게 인턴들이 1만 개의 방울토마토를 다 팔았을 때

"경매를 시작하겠다냥!"

테오가 경매를 시작했다.

"폭발하는 체력의 옥수수를 먼저 팔아줘!"

"그래! 돈은 준비했어!"

한시라도 빨리 폭발하는 체력의 옥수수를 구매하고 싶어 하는 헌터들 덕분에 경매장 주변이 환해졌다.

지난 테오의 경매 이후 헌터들 사이에는 로얄나이트 길드의 길드장 에단이 대머리였다는 것과 동시에 탑에서 구한 폭발하는 체력의 옥수수로 단숨에 대머리를 치료했다는 뉴스가 화제였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듣고 대머리 헌터들이 목숨을 걸고 탑 40층까지 올라온 것이다. 탈모 치료제가 지구 헌터들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효과를 만들었다.

하지만

"냥!!"

테오는 헌터들의 열성이 너무 눈부셨다.

"테오, 이걸 써."

눈부심에 힘들어하는 테오에게 헌터 하나가 선글라스를 건넸다.

'꺄악! 이제 소원을 이뤘어!'

그동안 테오에게 선글라스를 씌우고 싶어 기회만 보던 여성 헌터가 테오의 선글라스를 낀 귀여운 모습에 환호했다.

"오! 이제 눈이 부시지 않다냥! 그럼 폭발하는 체력의 옥수수를 먼저 팔겠다냥!"

선글라스를 쓴 테오가 신기해하며 다시 경매를 진행했다.

"1개씩 총 10개를 팔겠다냥!"

저번에는 반응을 보기 위해 조금 많이 가져온 것. 남은 폭발하는 체력의 옥수수는 세준이 대부분 밭에 심었기에 남아있는 수량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 테오는 비싼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조금씩 오래 팔기 전략을 선택했다.

"5500탑코인!"

"완판이다냥!"

덕분에 폭발하는 체력의 옥수수를 저번보다 비싼 가격에 팔 수 있었다.

'푸후훗. 역시 난 똑똑하다냥!'

그렇게 스스로의 잘난 멋에 잔뜩 취한 테오가 나머지 농작물까지 완판시키고 탑코인을 잔뜩 벌어 위층으로 올라갔다. 당연히 세준의 무릎을 향해서였다.

하지만

"왜 또 왔어?"

"당연히 뽑기하러 왔다냥!"

세준의 무릎이 안전하니 잠깐 탑 75층의 유실물 창고에 들려 뽑기 한 판만 하고 가기로 했다.

153화. 많이 배고플 거야? 그렇지?

153화. 많이 배고플 거야? 그렇지?

꼬시!꼬시!

[여기 있습니다! 특별히 가장 맛있는 머리로 가져왔습니다!]

꾸엥이가 간식 주머니를 밤으로 가득 채울 때쯤 고도리가 자랑스럽게 주먹만 한 뱀의 머리를 세준에게 가져왔다. 바로 사냥한 것인지 피가 뚝뚝 떨어졌다.

"아! 미안······ 내가 좀 전에 밥을 먹은 걸 잊고 있었네."

꼬시······ 꼬시!

[이런······ 그럼 가져가서 배고플 때 드세요!]

고도리가 세준 쪽으로 뱀의 머리를 밀었다.

"아니! 절대 그럴 일은 없어!!!"

세준이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다.

꼬시······?

[설마 저희 대접이 마음에 안 드시는 건가요······?]

고도리가 불안해하며 물었다.

"아······ 아니 그건 아니고······."

세준이 사실을 말할 수 없어 곤란해할 때

"세준 님, 죄······ 죄송합니다!"

빠르게 달려온 헤겔과 블랙울프족 늑대들이 엎드려 사과했다. 황금박쥐가 전한 세준이 찾는다는 소식에 서둘러 탑 83층 웨이포인트 보스와의 대화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

그런 헤겔의 눈에 세준을 둘러싼 고슴도치들이 보였다.

'몬스터가 있었다고?!'

"세준 님! 제발 제 목숨 하나로 책임지게 해주십시오!"

몬스터가 숨어있는데도 몰랐으니 헤겔은 자신의 잘못에 안절부절못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목숨 하나로 일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괜찮아. 그래도 다음은 조금 더 주의해줘."

솔직히 고슴도치여서 다행이지 다른 몬스터가 나왔으면 이렇게 좋게 끝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네! 용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준 님의 말씀 뼈에 새기겠습니다!"

"그래. 근데 헤겔 너 엄청 배고파 보인다? 달려오느라 많이 배고프지? 많이 배고플 거야? 그렇지? 이거 먹어."

세준이 헤겔에게 집요하게 배고픔을 강요하며 뱀 머리를 가리켰다.

"네?! 세준 님······."

세준은 필사적으로 어떻게든 뱀 머리를 처리하기 위해서 한 말이었지만

'이 맛있는 걸 실수한 나에게 주시다니!'

헤겔은 그날 크게 감동했다고 한다.

"자! 이제 일하자!"

헤겔에게 뱀 머리를 넘긴 세준이 서둘러 밤 수확을 시작했다.

꼬시!

고슴도치들이 나무 위에 올라가 밤송이를 떨어트리면 꾸엥이와 세준이 밤송이의 껍질을 벌려 밤을 꺼냈다.

꾸엥!

꾸엥이는 바닥에 철퍼덕 앉아 고슴도치들이 가져오는 밤송이들을 손으로 쉽게쉽게 깠지만

"땅 움직이기!"

세준은 스킬을 사용해 밤송이를 한 번에 100개씩 땅속에 넣고 까는 번거로운 방법을 사용했다. 어쩔 수 없었다. 손으로는 깔 수 없으니까.

그렇게 밤나무의 절반 정도에서 밤송이를 깔끔하게 청소했을 때

꼬르르륵.

꾸엥!

[아빠 배고프다요!]

꾸엥이의 배꼽시계가 울렸다. 저녁 먹을 시간이었다.

꼬시!

[저희가 꾸엥이 님이 드실 저녁을 잡아 오겠습니다!]

꾸엥이의 배고프다는 말에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고도리가 호들갑을 떨며 나섰다.

"아냐! 너희들도 고생했잖아. 오늘은 다른 거 먹자."

꼬시······

[아니 그래도······.]

고도리가 눈치를 보며 불안해했다.

"아니! 가만히 있어! 아니면 농장에서 쫓아낼 거야!"

세준이 고슴도치들에게 협박까지 하며 강하게 말했다. 뱀 머리는 도저히 내키지 않았다.

꼬시!

[가만히 있겠습니다!]

세준의 말에 얼음이 된 고슴도치들. 아니 얘들아 그 말이 아니잖아. 세준은 다시 저녁을 구해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었다고 설명하고는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저녁은 오늘 수확한 밤을 이용한 밤죽과 군밤.

와르르르.

세준이 농장 근처 시냇가로 가 밤을 열심히 씻었다. 오늘 수확한 밤은 거의 10만 개 정도. 그중 5000개를 씻었다.

"자! 열심히 씻는 거야!"

꼬시!

물론 고슴도치들과 함께했다. 고슴도치들의 수가 많았기에 고슴도치들이 하나씩만 씻어도 5000개는 금방이었다.

그렇게 밤을 씻고 3000개는 냄비에 넣고 삶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희들은 밤에 칼집을 내줘."

(네!)

"네! 맡겨주십시오!"

황금박쥐와 늑대들에게 나머지 2000개의 군밤용 밤에 칼집을 내게 했다. 그래야 나중에 껍질을 쉽게 깔 수 있다.

쏴아아.

세준은 이어서 재화를 삼키는 쌀반죽을 이용해 쌀가루를 냄비에 붓고 물을 넣고 막대기로 계속 저어주며 끓였다.

그때

꾸엥?

[꾸엥이는 할 거 없다요?]

평소에는 뒤에서 잠만 자더니 오늘따라 할 게 없냐고 묻는 꾸엥이.

"당연히 있지. 자 이걸 계속 저어주면 돼."

세준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꾸엥이에게 자신의 일을 토스했다.

"헤겔 웨이포인트까지 가는 길 좀 알아놔 줘. 밤만 수확하고 바로 탑 99층으로 올라갈 거라서."

잠깐 남는 시간을 이용해 세준이 헤겔에게 웨이포인트로 가는 길을 미리 알아놓으라고 지시했다. 탑 99층으로의 빠른 복귀를 위해서였다.

생각보다 밤 수확량이 많아 탑 99층으로의 복귀 시간이 지체되고 있었다.

"네! 그렇지 않아도 웨이포인트를 지키는 보스와 얘기를 끝냈습니다."

웨이포인트를 지키는 보스 블랙 몽구스는 헤겔이 곧 위대한 검은 용이 웨이포인트를 찾아온다고 하자

몽!!!

위대한 검은 용을 영접할 수 있다는 소식에 부하들을 시켜 성대한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설마 거대한 뱀 머리는 아니겠지?'

세준이 불길함을 뒤로하고 밤이 잘 삶아졌는지 밤을 하나 꺼내 확인했다.

서걱.

단검으로 밤을 반으로 갈라 안의 내용물을 먹어보자 포슬포슬했다.

"잘 삶아졌네. 얘들아 이번에는 이거 까줘."

세준이 밤에 칼집을 내고 쉬고 있는 황금박쥐와 늑대에게 이번에는 삶은 밤 까기를 맡겼다.

꼬시!

[저희도 하겠습니다!]

자신들만 놀기는 불안한지 고도리가 나섰다.

"이거 어떻게 까려고?"

팅!

세준의 물음에 고도리가 자신의 강철 가시 하나를 뽑았다.

그리고

꼬슈슈슉.

펜싱의 팡트 자세를 취하며 삶은 밤을 향해 찔렀다.

꼬시?

[어때요?]

고도리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하며 물었다.

"너 입으로 소리 내는 거 다 들렸거든. 그리고 밤 껍질을 까라고 했지 누가 구멍 내래?!"

꼬시······

[죄송합니다······.]

"아니 죄송할 것까지는 없고······."

세준이 일을 제대로 못 한 고도리에게 뭐라고 했지만, 그렇다고 막 혼낼 수는 없었다.

'혼내다가 짜증 난다고 나 찌르면 어떡해?'

고도리의 찌르기 공격의 위력은 범상치 않았다. 세준의 뼈갑옷에 구멍이 날 수도 있었다.

"가만있기 그러면 밤송이 따놔."

꼬시!

[네!]

그렇게 저녁이 완성될 때까지 고슴도치들은 다시 밤송이를 땄다.

그리고

"자! 저녁 먹자!"

세준과 동물들이 군밤과 밤죽을 배불리 먹고 잠들었다.

***

'저번에 가져간 상자가 괜찮은 물건일 리가 없는데······.'

타루가 당당히 1000탑코인을 내미는 테오를 보며 혼란스러워했다.

'한 번 정도 실패했다고 포기하는 근성 없는 녀석은 아니라는 건가?'

뽑기에 성공하고 또 뽑으러 온 테오지만, 타루는 테오가 근성이 있는 고양이 상인이라고 생각했다.

"뭐하냥? 빨리 돈 받아라냥!"

테오가 타루에게 돈을 받으라고 재촉했다. 빨리 뽑기를 하고 세준에게 가고 싶은 테오였다. 정확히는 세준의 무릎이지만.

"좋아. 이번에도 하나만 가지고 나올 수 있다는 걸 명심해라."

쿵.

타루가 유실물 창고의 문을 열었다.

"알고 있다냥! 그럼 들어가겠다냥! 냥냥냥!"

테오가 콧노래를 부르며 유실물 창고로 들어갔다. 유실물 창고는 가운데 복도를 중심으로 좌우에 4개씩 총 8개의 방이 있었다.

"이쪽이다냥."

테오가 자신의 앞발을 뻗고 끌림을 따라 이동했다. 그렇게 이동한 곳은 좌측 3번째 방. 방 안에는 유실물이 생길 때마다 그냥 쌓아두며 만들어진 거대한 잡동사니 더미가 있었다.

잡동사니 더미에는 그동안 얼마나 방치됐는지 뽀얗게 먼지까지 쌓여있었다. 물건을 찾으려면 먼지를 뒤집어써야 할 판.

원래는 앞발의 끌림이 가장 강한 곳이었지만, 몸이 더러워지는 게 싫었던 테오가 지나친 곳이었다.

"결국 여길 뒤져야 할 때가 됐다냥!"

테오가 열심히 잡동사니 더미를 헤집기 시작했다. 남은 하나의 끌림도 다른 방의 잡동사니 더미 안에 있지만, 여기보다는 끌림이 약했다.

그렇게 테오가 잡동사니 더미 헤집기를 1시간.

"찾았다냥!"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테오가 앞발에 쏙 들어오는 검은색 돌조각을 집어 들어 올렸다.

"근데 이게 뭐냥?"

테오가 돌조각을 자세히 보며 말했다. 아무리 봐도 그냥 돌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자신의 역할.

"이게 뭔지는 에일린 누나가 감정해줄 거다냥!"

그리고 감정이 끝나면······

"푸후훗. 테 부회장 기간 연장이다냥!"

테오가 위풍당당하게 유실물 창고를 나왔다.

"정말 그걸 가져가겠다고?"

타루가 유실물 창고에서 검은 돌조각 하나를 가지고 나온 꾀죄죄한 상태의 테오를 보며 물었다. 한 시간이 넘게 있길래 뭔가 대단한 걸 가지고 나올 줄 알았더니······.

"그렇다냥!"

그런데 돌조각 하나 가지고 나오면서 테오는 또 너무 해맑게 대답한다. 동정심이 저절로 우러나올 수밖에 없는 몰골이었다.

타루는 점점 자신이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저번에는 허름한 상자, 이번에는 길 가다 수십 개는 주울 것 같은 돌조각.

'그런 돌조각이 갖고 싶었으면 그냥 길바닥을 뒤져! 괜히 나 죄책감 들게 하지 말고!'

"그럼 가보겠다냥!"

"그래."

테오가 뒤돌아 떠나자 타루는 테오를 불러 돈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참았다.

'저런 돌조각을 가져갔으니 이제는 진짜 안 오겠지?'

테오가 다시는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조금 아쉬운 타루였다.

쿵!

타루가 아쉬운 마음을 느끼며 유실물 창고를 닫았다.

***

다음 날 아침.

"읏차!"

세준이 최상의 몸 상태로 잠에서 깼다. 3m 크기로 거대화한 꾸엥이의 푹신한 배 위에서 잤으니 당연했다.

세준이 조심히 꾸엥이의 배에서 내려와 아침을 준비했다. 아침 메뉴는 꿀시루떡으로 정했다.

쌀가루에 물을 조금 넣고 고운 채에 거른 다음 반을 먼저 찜기에 넣고 중간에 꿀을 뿌리고 다시 남은 쌀가루를 넣고 찌면 끝이기에 손이 많이 가지 않았다.

20분쯤 흘러 시루떡이 완성될 때가 되자

킁킁.

꾸엥?

[이건 완성을 앞둔 꿀시루떡 냄새다요?]

꾸엥이가 귀신같이 냄새를 맡고 일어났다. 그렇게 꿀시루떡으로 아침을 먹고 다시 밤 수확을 시작했다.

그때

"세준 님, 이제 저희에게 맡기시죠! 저희가 다 하겠습니다!"

땅 움직이기 스킬을 사용해 밤송이에서 밤을 꺼내는 세준에게 헤겔이 능숙하게 밤송이 까는 모습을 보여주며 말했다.

늑대들이 어제부터 구석에서 낑낑거리며 뭘 연습하더니 밤송이 까는 연습을 한 모양이다.

"고생했네. 근데 나도 연습이 필요해서······ 그냥 같이 하자."

"네!"

세준은 밤 수확을 하면서 땅 움직이기 스킬을 연습하고 있었다. 덕분에 성과도 있었다. 어제는 한 번에 100개 정도의 밤송이에서 밤을 꺼냈는데 오늘은 120개 정도의 밤송이에서 밤을 꺼냈다.

늑대들까지 밤송이 까기에 합류한 덕분에 생각보다 더 빨리 밤 수확이 끝났다.

"고도리, 밤나무 농장을 계속 잘 지켜줘."

꼬시!

[맡겨주세요! 목숨을 바칠게요!]

세준의 말에 고도리가 비장한 표정을 하며 대답했다.

"아니. 너무 위험하면 도망쳐도 돼. 소식만 탑 99층으로 전하면 되니까. 알았지? 목숨은 걸지 마."

세준은 고도리에게 당부하며 웨이포인트로 출발했다.

"가시죠!"

세준이 늑대들을 타고 1시간 정도 이동해 웨이포인트에 도착하자

[탑 83층의 보스 블랙 몽구스 몽구]

몽몽!

크기 1m 정도의 탑 83층의 보스 블랙몽구스 몽구와 몽구의 부하인 다른 블랙 몽구스들이 세준에게 절을 했다.

'역시······.'

세준의 예상대로 블랙 몽구스들의 뒤에는 세준을 위한 거대한 뱀 머리가 구워지고 있었다.

"나는 배고프지 않으니 너희들이 내 몫까지 남기지 말고 깨끗이 먹어!"

몽구가 뱀 머리를 권하기 전에 세준이 먼저 선수를 치며 말했다.

"네! 얘들아 가자!"

몽?!

블랙 몽구스들이 뱀 머리를 먹으라는 지시에 어리둥절해하다가 늑대들이 뱀 머리를 먹자 블랙 몽구스들도 서둘러 뱀 머리를 먹기 시작했다.

꾸엥!

"꾸엥이는 안돼!"

늑대들을 따라 달려가려는 꾸엥이를 세준이 제지했다.

그리고

[탑 83층 웨이포인트가 저장됐습니다.]

[저장된 다른 층의 웨이포인트를 불러옵니다.]

[저장된 다른 층 웨이포인트(2개)]

-탑 99층

-탑 77층

웨이포인트를 등록했다.

"이제 가자. 꾸엥이랑 황금박쥐는 아공간 창고로 들어가."

세준이 웨이포인트를 통해 탑 99층으로 이동하려 할 때

"응?! 테오가 근처에 있는데?"

킁킁.

뱃뱃······

세준의 말에 냄새와 소리에 집중하는 꾸엥이와 황금박쥐.

잠시 후

꾸엥!

[큰형아 냄새 난다요!]

(큰형님 발소리가 들려요!)

둘이 테오가 가까이 있음을 느끼며 세준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그건 세준도 마찬가지.

"근데 나 어떻게 느낀 거지?"

테오에게 세준 탐지기가 있는 것처럼 세준에게도 테오를 탐지하는 능력이 생긴 것 같았다.

그렇게 30분 정도 기다리자

"박 회장, 내가 왔다냥!"

꾀죄죄한 몰골의 테오가 나타나 세준의 무릎에 매달렸다. 덕분에 함께 탑 99층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박 회장, 이건 아니다냥! 테 부회장으로서 목욕을 거부하겠다냥!"

"나도 거부한다."

첨벙.

도착하자마자 테오는 목욕을 위해 분수대로 직행했다.

154화. 우리 농장에서 꿀 좀 빨아 볼래?

154화. 우리 농장에서 꿀 좀 빨아 볼래?

탈탈.

"아. 개운하다."

테오를 목욕시키며 함께 목욕한 세준이 개운한 표정으로 머리의 물기를 손으로 털고 있을 때

"어떻게 나를 물에 넣을 수 있냥?! 나 화났다냥!"

테오가 자신을 목욕시킨 것에 분노하며 삐진 티를 마구마구 냈다.

하지만

찰싹.

삐졌어도 세준의 무릎에서 조금도 떨어지지는 않는 테오. 그 상태로 열심히 온몸을 열심히 핥으며 자신의 몸을 그루밍하고 있었다.

"에이. 테 부회장, 왜 그랭?"

쓰담쓰담.

세준이 테오의 배와 몸을 쓰다듬으며 테오의 화를 풀었다.

"냐앙~흥냥! 내가 이 정도에 넘어갈 줄 아냥?!!! 나 화 많이 났다냥! 거기 밑에 배도 좀 쓰다듬어라냥!"

테오가 자신도 모르게 나온 기분 좋은 울음소리에 당황하며 서둘러 다시 삐진 척을 하며 세준의 쓰다듬을 더 받아내려 했다.

"여기?"

"그렇다냥! 더 열심히 쓰다듬어라냥! 나 아직 화났다냥!"

"알았어. 테 부회장, 화 풀어."

"하는 거 봐서 화를 풀겠다냥!"

이미 다 풀린 것 같았지만, 세준은 알면서도 일단 속아줬다.

그렇게 테오의 몸을 한 시간 넘게 쓰다듬어 주자

"박 회장의 성의를 봐서 내가 특별히 화를 풀어주겠다냥! 그리고 이건 뽑기로 뽑아온 물건이다냥!"

테오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인심 쓰듯 봇짐에 앞발을 넣었다.

"오! 진짜? 역시 테 부회장이야!"

"푸후훗. 박 회장, 더 칭찬하라냥!"

테오가 더 칭찬하지 않으면 봇짐에서 발을 빼지 않겠다는 태도로 세준의 칭찬을 기다렸다. 어디 나를 더 칭찬해봐라냥!

"뽑!기!천!재! 테오 박! 뽑!기!천!재! 테오 박!"

세준이 박수를 치며 구호를 만들어 테오를 칭찬하자

"푸후훗. 그렇다냥! 나는 뽑기의 천재 테오 박 님이다냥!"

세준의 칭찬에 만족한 테오가 헤벌쭉한 표정을 지으며 봇짐에 넣은 앞발을 뺐다.

"자! 이거다냥!"

테오가 검은색 작은 돌조각을 꺼냈다.

"에계?"

세준은 자신도 모르게 실망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지금 뽑기의 천재인 나를 의심하는 것이냥?!"

테오가 발끈하며 돌조각을 다시 봇짐에 넣으려 했다.

"아······ 아니! 내가 테 부회장을 의심할 리가 없잖아! 그래서 그게 무슨 돌인데?"

"나도 모른다냥! 하지만 에일린 누나가 감정하면 분명 대단한 게 나올 거다냥!"

자기도 모르지만, 아주 당당한 테오였다.

"그래?"

그냥 평범한 돌로 보이기는 했지만, 테오가 집어 온 물건. 일단 검은 돌조각을 받아 살펴봤다.

[검은색 돌조각]

???

등급 : C

돌조각 주제에 등급이 C였다. 지금까지 테오가 가져온 다른 물건들보다 감정 전 등급이 가장 높았다. 저절로 기대감이 올라갔다.

"에일린 감정 좀 부탁할게.

[탑의 관리자가 잠깐 기다리라고 합니다.]

에일린의 대답과 함께 세준의 손에 있던 검은 돌조각이 사라졌다.

잠시 후

[탑의 관리자가 이건 자신이 써야 한다며 자신에게 달라고 합니다.]

"응? 에일린이 쓴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탑의 관리자가 테오가 가져온 검은 돌은 위대한 검은 용의 드래곤하트 파편이라고 합니다.]

"뭐?! 드래곤하트?!"

에일린의 말에 세준이 크게 놀라며 테오를 바라봤다. 테오는 세준의 무릎 위에서 '난 아무것도 모른다냥!'표정을 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그냥 멍을 때리고 있었다.

'테오 이 대단한 자식! 이런 건 대체 어디서 구해오는 거야?!'

탑에 왜 검은 용의 드래곤하트가 있는지는 몰랐지만, 가면 갈수록 대단한 물건들을 가져오는 테오였다.

"푸후훗. 나 대단하냥?"

세준의 눈빛를 보고는 건수를 잡은 테오가 거만한 목소리로 말하며 세준의 무릎에 발라당 누웠다. 눈빛에는 기대가 가득했다. 어서 쓰다듬어달라냥!

쓰담쓰담.

"그걸 먹으면 에일린의 드래곤하트 치료에 도움이 될까?"

세준이 테오의 몸을 쓰다듬으며 에일린에게 물었다.

[탑의 관리자가 드래곤하트 파편이 자신의 옆에 있는 것만으로 자신의 드래곤 하트와 공명하며 자극을 주기 때문에 먹을 필요는 없다고 말합니다.]

"그래?"

에일린에게 드래곤하트 파편을 주는 게 아까운 건 아니지만, 안 먹어도 된다고 하니 반가웠다.

[탑의 관리자가 자신이 먹지 않아도 지금 그대가 드래곤하트 파편을 갖는 건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드래곤하트 파편의 마력이 폭주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알았어. 그럼 에일린이 보관하고 있어 줘."

[탑의 관리자가 지금부터 드래곤하트 파편을 이용해 자신의 드래곤하트 재능을 한 단계 성장하기는 수련에 들어갈 거라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며칠 대답을 못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응."

[탑의 관리자가 그대의 생일 전에 꼭 끝내겠다고 말합니다.]

"알았어. 너무 무리하지 마."

***

검은 탑의 관리자 구역.

"크히히히. 이것만 있으면 내 드래곤하트를 성장시킬 수 있어."

에일린이 손에 든 검푸른 빛을 내는 드래곤하트 파편을 보며 흥분했다.

에일린은 그동안 세준이 준 꿀젤리로 재능 : 조금 말랑한 드래곤하트를 강화하고 있었지만, 최근 한계가 왔다.

세준이 걱정할까 봐 말은 안 했지만, 현재 꿀젤리로 드래곤하트가 나빠지지 않게 현상 유지만 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때 때마침 테오가 드래곤하트 파편을 구해온 것이다. 이 드래곤하트 파편이 있다면 마력 공명을 이용해 에일린의 드래곤하트에 자극을 주어 충분히 재능을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다.

"크히히히. 테오 잘했어!"

에일린은 나중에 테오에게 따로 보답하기로 하고

"폴리모프 해제"

본체로 돌아왔다. 지금부터는 온 신경을 드래곤하트에 집중해야 하기에 본체가 편했다.

"이번에야말로 세준이 앞에 짠하고 등장할 거야!"

에일린은 드래곤하트를 성장시켜 생일 파티 때 폴리모프한 상태로 세준의 앞에 나타나는 자신을 상상하며 기분 좋게 웃었다.

그리고

"후우우우."

숨을 깊이 쉬며 드래곤하트의 마력에 집중했다.

우우웅.

손에 든 드래곤하트 파편과 에일린의 마력이 공명하기 시작했다.

***

세준이 탑 83층에서 복귀하고 다음 날.

세준은 바로 군밤을 만들며 밤막걸리와 맛밤을 만들기 시작했다. 생일 파티 때까지 완성하려면 서둘러야 했다.

그렇게 세준이 생일 파티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위잉!

독꿀벌 하나가 꿀젤리를 가지고 세준을 찾아왔다.

"꿀젤리 줄려고 왔어? 고마워."

세준이 손바닥을 펴자

위잉.

툭.

독꿀벌이 세준의 손바닥에 꿀젤리를 내려놨다.

[독꿀벌의 방울토마토 꿀젤리 1개를 획득했습니다.]

[양봉 Lv. 7의 숙련도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양봉 Lv. 7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

"오!"

오랜만에 양봉 스킬의 레벨이 올랐다.

[특수 직업 스킬 - 양봉 Lv. 8]

-벌집을 소유할 시 양봉을 할 수 있다.

-소유한 벌집 꿀벌들의 활동 영역이 크게 상승한다.

-여왕벌이 알을 낳는 속도가 크게 상승한다.

-벌들의 꿀 채집 속도가 크게 상승한다.

-벌들의 꿀 채집량이 크게 상승한다.

-수분 확률이 크게 상승한다.

-특수한 효과를 가진 꿀젤리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꿀벌과의 친화도가 대폭 상승합니다.(키우지 않는 꿀벌들도 당신에게 친근함을 느낍니다.)

-현재 소유한 벌집(7/8) : 독꿀벌 벌집 7개

양봉 스킬이 8레벨로 오르자 꿀벌과 친화도가 대폭 상승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키우지 않은 꿀벌도 나한테 친근함을 느낀다고?"

세준은 서둘러 남은 일을 마무리하고 꾸엥이를 불렀다.

꾸엥?

[아빠 꾸엥이 불렀다요?]

세준의 부름에 돌침대에서 데굴거리던 꾸엥이가 달려왔다.

"응. 우리 동쪽으로 독꿀벌 친구들 만나러 가자."

꾸엥?!

[독꿀벌 친구 말이다요?!]

"응."

벌집도 하나 더 확보해야 했고 스킬 설명대로라면 세준이 소유한 벌집 소속이 아닌 독꿀벌들도 세준을 적대하지 않을 테니 그 독꿀벌들에게도 꿀을 따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꾸엥!

[아빠 간다요!]

그렇게 세준이 거대화한 꾸엥이를 타고 동쪽으로 이동했다. 물론 세준의 무릎에 매달려 있던 테오와 세준의 등에 매달려 있던 황금박쥐는 기본 옵션으로 따라갔다.

쿵.쿵.

꾸엥이가 거대화해 30분 정도 전력으로 달리자

꾸엥!

[도착했다요!]

금세 동쪽 지역 깊숙이 들어왔다.

위잉!

위잉!

주변을 경계하던 독꿀벌 2마리가 자신들의 영역에 들어온 세준과 동물들을 공격하기 위해 다가왔다.

하지만

부비부비.

세준 가까이 다가오자 자신의 몸을 비비며 친근함을 표시하는 독꿀벌들. 예상대로 독꿀벌들이 세준을 적대하지 않았다.

"애들아 이것 좀 먹어볼래?"

세준이 독꿀벌들을 상대로 꿀 영업을 시작했다.

꾸엥!

[꾸엥이도 꿀 먹고 싶다요!]

세준이 독꿀벌에게 꿀을 주자 자신도 꿀을 달라며 보채는 꾸엥이.

"그래. 꾸엥이도 꿀 먹자."

세준이 꾸엥이에게 유리병을 꺼내 줬다.

"박 회장, 나도 츄르를 달라냥!"

꾸엥이를 챙겨주자 이번에는 테오가 츄르를 요구했다. 다들 배고픈 것 같았다.

"그냥 여기서 밥 먹고 가자."

세준은 이왕 이렇게 된 거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이동하기로 했다. 꿀벌들을 포섭하러 나온 외출이 순식간에 피크닉이 됐다.

"자 황금박쥐는 여기 수박 먹고."

(네! 감사합니다!)

세준이 자신의 어깨에 앉은 황금박쥐에게 수박 한 조각을 안겨줬다.

그리고

오도독.

왼손으로는 생고구마를 먹고

촵촵촵.

남은 오른손으로는 테오에게 츄르를 먹였다.

그렇게 식사를 하는 사이

위잉.

위잉.

1000마리가 넘는 독꿀벌들이 모여들어 꿀을 먹고 있었다. 처음에 꿀을 먹은 독꿀벌들이 다른 친구들을 데리고 온 것이다.

"얘들아, 어때 우리 농장에서 꿀 좀 빨아 볼래?"

위잉!

세준의 말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승낙하는 독꿀벌들.

"그럼 너희 벌집으로 안내해줘."

독꿀벌들이 승낙했지만, 여왕의 승낙이 있어야 했다.

위잉!

독꿀벌들이 세준을 자시들의 벌집으로 안내했다.

그런데...

"어?! 너희 한 식구가 아니었네?"

여러 방향으로 갈라지는 독꿀벌들.

위잉!

위잉!

독꿀벌들이 서로 자신의 벌집으로 세준을 데려가려고 싸우기 시작했다.

"워.워. 애들아, 다 갈 테니까 진정해."

세준으로서는 일을 여러 번 하지 않아도 되니 땡큐였다.

그때

꾸엥!

[아빠 저기부터 가보자요!]

꾸엥이가 어두컴컴한 동쪽의 끝을 가리켰다.

"저기는 왜?"

세준은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느껴졌다. 딱 봐도 위험해 보였다.

꾸엥!

[웬지 저기 가면 맛있는 꿀을 많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요!]

위잉!

꾸엥이의 반응에 독꿀벌 하나가 크게 좋아했다. 동쪽 끝에 벌집이 있는 독꿀벌이었다.

"알았어. 가보자."

위험해 보이기는 했지만, 독꿀벌들에게 공격받을 위험이 없고 만에 하나 공격을 받아도 테오, 꾸엥이, 황금박쥐가 있었다. 거기다 뼈갑옷까지 있으니 겁먹을 필요는 없었다.

"너희 벌집부터 가보자. 너희는 여기서 꿀 먹으면서 기다려."

세준이 다른 독꿀벌들이 떠나지 않도록 바닥에 꿀을 담은 접시를 여러 개 놓고 동쪽 끝에 벌집이 있는 독꿀벌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했다.

***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의 남동쪽 외곽지역.

"서둘러 대파를 심어라!'

"네!"

한태준의 지시에 빠르게 움직이는 헌터들.

"거기 좀 더 촘촘하게 심어! 최대 간격 30cm다!"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초대 지구방위대 대원의 호통에 2기 멤버들이 서둘러 외쳤다.

지구방위대의 모든 대원들이 브라질리아로 집결해 로커스트의 확산을 막기 위해 견고한 칼날 대파를 심어 방어선을 만들고 있었다.

지구방위대의 로커스트에 대한 반격이 시작됐다.

155화. 일단 챙기자!

155화. 일단 챙기자!

한태준과 헌터들의 행동에 브라질 언론들은 분노하며 그들을 규탄했다. 불난 집에 부채질도 아니고 로커스트의 번식을 도와줄 풀을 더 심고 있다니!

하지만

푸드득.

견고한 칼날 대파를 먹기 위해 달려드는 로커스트들을 본 순간 브라질 방송사들의 어조는 분노에서 찬양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지만, 그런 로커스트가 수십만 마리를 넘어가자

"지금 보고 계십니까?! 로커스트가 스스로 죽으러 달려들고 있습니다!"

까드득.까드득.

방송국들은 앞다투어 자신의 몸이 칼날에 베이는지도 모르면서 열심히 칼날 대파를 갉아 먹으려다 죽어가는 로커스트들을 카메라로 찍어 방송하기 바빴다.

그리고

"이번에 견고한 칼날 대파를 심어 브라질의 수도를 구한 지구방위대의 리더 캡틴K와 인터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구방위대 대원 캡틴K입니다. 저희는 지구방위대 부사령관 옐로우의 지시로······."

한태준이 코드명 캡틴K로 방송에 데뷔했다.

***

위이이잉.

위이이잉.

벌집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많은 독벌들이 세준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다가왔다.

그리고 세준은 알게 됐다. 동쪽 끝이 어두컴컴했던 이유를. 그냥 독꿀벌의 수가 어마무시하게 많아 어두컴컴하게 보였던 것.

"여기야?"

수만 마리의 독꿀벌들에 둘러싸인 세준이 자신의 벌집으로 처음 세준을 안내한 독꿀벌에게 물었다.

위잉!

[네! 여기서 앞으로 쭉 직진하세요!]

너무 많은 독꿀벌 때문에 세준의 손바닥에 앉아 안내를 하고 있는 독꿀벌이 대답했다.

그렇게 안내를 받으며 1시간 정도를 이동하자

위잉!

[여기가 저희 벌집이에요!]

거대한 산이 보였다.

그리고

위잉!

[동굴로 들어가세요! 저희 여왕님을 만나게 해 드릴게요!]

독꿀벌은 세준을 산 밑의 동굴로 안내했다. 동굴 안은 거대한 미로였다. 아니 거대한 아파트라고 해야 할까? 가는 곳마다 방이 있고 안에는 5~10마리의 독꿀벌들이 일을 하거나 쉬고 있었다.

위잉!

[왼쪽으로 가세요!]

독꿀벌은 그런 복잡한 곳에서 아무렇지 않게 길을 찾아냈다. 독꿀벌의 안내를 받으며 세준과 동물들이 동굴 안을 1시간 정도를 이동하자 독꿀벌들의 여왕이 나타났다.

[야생 독꿀벌 대여왕]

비잉?!

위잉!

세준을 데려온 독꿀벌과 독꿀벌 대여왕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대여왕?'

세준은 독꿀벌 대여왕을 관찰했다.

일반 여왕들보다 덩치가 3배는 컸고 날개도 더 화려했다. 세준은 몰랐지만, 독꿀벌 대여왕은 모든 독꿀벌 여왕들의 여왕. 즉, 독꿀벌들의 최고 우두머리였다.

그때

비잉.비잉?

[저도 꿀이라는 걸 맛보고 싶군요. 그게 그렇게 맛있다면서요?]

독꿀벌 대여왕이 세준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독꿀벌이 자신의 여왕을 상대로 영업을 잘한 것 같았다.

'나중에 보너스 줘야지.'

"응. 먹어봐."

세준이 자신을 안내한 독꿀벌에게 나중에 보상을 줘야겠다고 생각하며 꿀을 작은 접시에 담아 독꿀벌 대여왕에게 대접했다.

꾸엥!

물론 접시에 따르고 남은 꿀은 꾸엥이에게 줬다.

그렇게 꿀을 먹은 독꿀벌 대여왕.

비잉!

그녀는 꿀을 맛본 순간 오랜 유전자에 각인된 어떤 본능이 깨어났다. 그건 독꿀벌들이 꽃과 함께하던 시절의 본능이었다.

머릿속에서 어떻게 하면 꿀과 꿀젤리 그리고 다른 것들을 얻고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떠올랐다.

비잉!

[이건 꽃에서 얻은 거군요?!]

"응. 꽃을 알아?"

동쪽지역에서 꽃을 본 적이 없기에 세준이 독꿀벌 대여왕에게 물었다.

비잉.비잉!

[네! 직접 본 적은 없지만요. 어머니들의 기억이 제게 알려주셨어요!]

"그래? 그럼 얘기가 쉽겠네. 우리 농장에서 꿀 좀 빨래?"

세준은 얘기가 쉽게 풀리자 독꿀벌 대여왕의 여왕의 벌집을 포섭하려 했다.

하지만

비잉.

[그러고 싶지만, 당신의 능력으로는 저와 제 아이들을 전부 감당할 수 없어요.]

독꿀벌 대여왕이 우려를 드러냈다.

[야생 독꿀벌 대여왕이 당신을 따르기로 합니다.]

[양봉 Lv. 8의 능력으로는 독꿀벌 대여왕을 길들일 수 없습니다.]

[좀 더 분발하세요!]

"그렇네."

세준도 메시지로 확인하고 있었다.

비잉.

[일단 제 딸 중 하나를 먼저 보낼게요.]

위잉.

독꿀벌 대여왕의 말에 독꿀벌 여왕 하나가 1만 마리의 독꿀벌들과 함께 날아왔다. 독꿀벌 대여왕은 벌집 안에도 독꿀벌 여왕을 여러 마리 거느리고 있었다.

[야생 독꿀벌 여왕이 당신을 따르기로 합니다.]

[야생 독꿀벌 여왕이 거느린 독꿀벌 1만 마리가 여왕을 따라 당신을 따르기로 합니다.]

[독꿀벌들의 수가 6만 마리를 넘었습니다.]

[양봉 Lv. 8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독꿀벌 대여왕의 벌집에 함께 살아서인지 따로 벌집은 없었다.

비잉!

[그리고 저희 구역에도 꽃을 심어줬으면 좋겠어요!]

"꽃?"

꽃을 심어달라는 건 독꿀벌들의 영역에 농작물을 심어도 된다는 얘기. 거기다 독꿀벌들이 얻은 꿀이나 꿀젤리도 얻을 수 있으니 세준으로서는 땡큐였다.

"지금 바로 심어줄게."

이왕 말이 나온 김에 바로 농작물을 심기로 했다.

비잉?

[정말인가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독꿀벌 대여왕과 벌집 밖으로 나온 세준.

"땅 움직이기!"

마일러의 괭이를 사용해 농작물을 심기 시작했다.

[마력이 담긴 땅에 밤 10개, 방울토마토 10개, 옥수수 10개를 심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미약하게 상승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6의 효과로 씨앗들이 뿌리를 내릴 확률이 증가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6의 효과로 24시간 동안 농작물의 성장 속도가 빨리집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6의 숙련도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세준은 독꿀벌들이 여러 가지 꽃의 꿀맛을 볼 수 있도록 밤과 방울토마토 등 다양한 농작물들을 심었다. 그리고 독꿀벌 여왕과 독꿀벌 1만 마리를 데리고 탑 99층의 입구로 향했다.

"황금박쥐 독꿀벌들이랑 같이 가서 고도리한테 잘 말해줘."

(네!)

"너희들도 조심히 가고."

위잉!

꿀을 잔뜩 먹어 배가 빵빵한 독꿀벌 여왕과 독꿀벌들. 세준은 이번에 데려온 독꿀벌들을 탑 83층으로 내려보내기로 했다. 어차피 다른 층의 농장에도 꽃에 수정을 해줄 독꿀벌들이 필요했다.

하지만 벌집을 다른 층까지 옮기는 건 굉장히 수고스러운 일. 그래서 독꿀벌을 보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길들인 독꿀벌들은 아직 벌집이 없기에 탑 83층으로 내려보내 밤나무 농장에 벌집을 짓게 하고 밤꿀을 수확하게 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다른 층으로의 양봉 사업을 확장한 세준이었다.

***

쏴아아아.

에일린 탄생 기념 100주년 분수대 위에서 물을 뿜어내고 있던 검은 용 조각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파닥.파닥.

-세준아! 어디 있냐?!

카이저가 농장을 돌아다니며 세준을 찾았다.

카이저는 켈리온을 위한 대책을 세운다는 명목으로 황금 용 아르테미스의 거처에서 거처의 주인 아르테미스, 녹색용 브라키오, 켈리온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막걸리를 마셨다. 그것도 거의 열흘 동안.

그러던 중

"이런 술이 다 떨어졌군. 미안하네. 더 많이 준비했어야 하는데······."

아르테미스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술자리를 파할 때가 된 것이다.

"아니 벌써?!"

카이저가 실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껏 흥이 오른 상태에서 술이 떨어지다니! 이럴 수는 없었다.

"잠깐 기다려! 내가 가져올게!"

그렇게 서둘러 거처로 돌아와 검은 용 조각상을 움직인 카이저였다. 목표는 세준이 만든 막걸리. 하지만 그 시간 세준은 탑 83층으로 떠나는 독꿀벌들을 배웅하고 있었다.

-세준이가 없으니 어쩔 수 없군.

카이저는 세준이 없자 직접 막걸리를 챙기러 양조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막걸리 10병을 챙겼을 때

-응?! 이건 뭐지?

카이저가 막걸리가 든 유리병과 따로 있는 유리병들을 발견했다. 안에는 막걸리로 보이는 액체가 있었는데 겉으로 봐서는 막걸리보다 색이 조금 더 노란빛을 띠는 것 말고는 큰 차이가 없었다.

-실패한 건가?

세준이 막걸리를 만들다 실패한 것으로 보였지만, 그냥 무시하기에는 애주가로서의 본능이 마셔야 한다고 강하게 말하고 있었다.

-일단 챙기자!

만약 진짜 실패작이면 바로 막걸리로 입을 헹구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애주가라면 항상 위험을 즐길 수 있어야 했다.

-좋아.

카이저의 결심과 함께 검은 용 조각상이 유리병을 삼켰고 유리병을 챙긴 카이저가 서둘러 아르테미스의 거처로 날아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