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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 - 6

***

꾸엥!

꾸엥이가 우렁찬 울음소리로 세준과 토끼들을 깨웠다.

"읏차!"

세준이 기운차게 일어나 벽에 획 하나를 추가하며 207일 차 아침을 시작했다.

"아침 먹자!"

세준이 토끼들을 불러 아침을 먹었다. 아침 메뉴는 당근과 찐 옥수수.

"휴우."

뺘아...

뺘악...

하지만 세준과 토끼들의 얼굴은 더없이 우울헀다. 지금 먹는 당근과 옥수수가 마지막이기 때문.

처음 수확했던 당근들은 이미 한참 전에 다 먹었고 최근에 먹던 당근들은 세준이 당근의 윗동을 심어 수확한 당근들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지금 먹는 당근이 마지막. 그리고 옥수수도 마지막. 모레부터는 대파와 방울토마토만 먹어야 했다.

연못에서 피라니아와 크레이피시도 잡지 못하고 가장 빨리 수확할 수 있는 농작물인 감자도 2주 정도는 기다려야 하는 상황. 배고픈 시절이 올 것 같았다.

우적우적.

오물오물.

그렇게 우울한 아침을 먹은 세준과 토끼들이 오전 농사를 시작했다.

뺙!

오늘은 흑토끼도 열심히 일손을 도왔다.

흑토끼의 연못 밖으로 나가겠다는 의지가 너무 컸기에 세준은 일단 자신이 함께 있을 때만 연못 밖으로 나가자고 흑토끼를 설득했다.

그리고 세준과 흑토끼는 점심시간 이후 2시간 동안 연못 밖을 탐험하기로 합의했다.

뺙!뺙!

그렇게 세준이 작업에서 빠지는 2시간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흑토끼가 엄마 토끼를 대신해 세준이 수확한 방울토마토 가지에서 방울토마토를 떼어냈다.

대신 엄마 토끼는 파 이파리 자르기에 합류해 낫 토끼와 함께 대파밭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엄마 토끼가 파 자르기 작업에 합류할 수 있게 된 것은 새끼 토끼들이 이제 농사일을 조금씩 돕기 시작했기 때문.

뺘앙.

뺘압.

뺘앗.

농부의 피가 흐르는 만큼 새끼 토끼들은 농사에 재미를 느끼며 형, 오빠들을 따라다니며 직업 체험을 하고 있었다.

서걱.

[잘 익은 마력의 방울토마토 6개를 동시에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4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숙련도 상승 Lv. 1의 효과로 수확하기 Lv. 4의 숙련도가 5% 추가 상승합니다.]

[경험치 136을 획득했습니다.]

"D+등급 4개에, D등급 2개네."

경험치만 봐도 뭘 수확했는지 계산이 됐다. 점점 +등급의 농작물을 수확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었다. 직업 경험치가 거의 채워진 것 같았다.

세준이 언제 직업 등급이 상승할지 생각하며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있을 때

윙윙.

독꿀벌들이 단체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뭐지?"

세준이 독꿀벌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그들이 향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응?"

그곳에는 예전에 직업 퀘스트를 위해 심었던 방울토마토들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심었던 방울토마토 씨앗 1000개 중 621개만 제대로 자라났다.

"벌써 수확할 때가 됐나?"

그렇게 말하며 세준의 시선이 향한 곳은 감자밭. 방울토마토를 심은 다음 날 심었기에 심은 시기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내일이면 옥수수를 다 먹기에 세준은 감자밭에 더 눈이 갔다.

서걱!서걱!

곧 감자를 수확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세준이 힘차게 방울토마토 가지를 자르며 방울토마토를 수확했다.

그리고 방울토마토 수확을 끝낸 후 지상으로 올라가자

싹뚝.싹뚝.

조금 더 화려해진 앞치마를 입은 아내 토끼가 날카롭고 커진 가위로 파 이파리를 자르고 있었다.

어제 아내 토끼도 2차 각성을 했다. 덕분에 세준은 아내 토끼의 능력이 어떤 건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아내 토끼의 능력은 만능형. 이번 2차 각성을 하면서 아내 토끼의 앞치마에 들어있던 장비들의 성능이 전부 상승했다.

세준도 대파밭 작업조에 합류해 파 이파리를 자르고 새로 늘어난 대파의 뿌리를 심었다.

풍년의 효과는 파 이파리의 성장뿐만 아니라 뿌리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쳐 풍년이 든 땅에서는 뿌리가 늘어나는 속도도 엄청나게 빨랐다.

"이 정도면 5일 안에 우마왕이 망친 밭을 복구하겠는데?"

그렇게 세준이 파 이파리를 전부 잘랐을 때

뺙!

흑토끼가 지상으로 올라왔다. 오늘은 피라니아를 옮기자는 게 아니고 준비된 점심을 옮기자는 것이었다.

점심 메뉴는 구운 대파와 방울토마토. 세준과 토끼들은 말없이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우적우적.

피라니아를 먹을 수 없게 된 꾸엥이는 파 이파리로 배를 채웠다. 순식간에 거대한 파 이파리 10장 정도가 꾸엥이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잘 먹네?"

생각보다 파 이파리를 잘 먹는 꾸엥이를 보며 세준은 집에 가져간 파 이파리도 전부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 모자의 뱃속으로 사라진 건 아닐까 생각했다.

"파 이파리 필요하면 또 가져가."

꾸엥.

세준의 말에 꾸엥이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편식도 안 하고 착하네."

슥슥.

꾸엥!

기특한 마음에 세준이 꾸엥이의 배를 쓰다듬어주자 꾸엥이는 세준이 쓰다듬디 편하도록 바로 발라당 누워 파 이파리를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꾸엥이를 쓰다듬던 세준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요즘 왜 이렇게 안 크지?"

지금까지의 성장 속도를 생각하면 이미 5m도 넘게 성장했어야 하는데 꾸엥이는 아직도 3m 정도의 크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니 기분 탓인지는 모르지만, 예전보다 더 작아진 느낌이었다.

"먹는 게 부족한 건 아닌데..."

그렇다고 하기엔 꾸엥이는 요즘 힘이 넘치고 있었다.

세준이 꾸엥이에 대한 걱정을 하는 사이

꾸로롱.

꾸엥이는 파 이파리를 물고 잠들었고 세준도 꾸엥이의 몸에 등을 기대고 잠들었다.

그리고

뺘로롱.

점심을 먹고 졸려진 흑토끼도 세준의 무릎 위에 올라가 잠들었다.

***

뺙!

낮잠으로 기운을 차린 흑토끼가 세준을 깨웠다. 이제 연못 밖을 탐험할 시간이었다.

"자 해독의 대파 하나 먹고."

뺙!

세준의 말에 흑토끼가 해독의 대파 하나를 씹어 먹었다. 혹시 모를 중독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다음으로 밧줄 확인해봐."

뺙!

흑토끼가 허리에 감긴 밧줄을 점검했다. 밧줄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흑토끼가 밧줄을 두 번 당기면 세준이 밧줄을 당기기로 했다.

"여기 무기."

세준이 자신의 단검을 흑토끼의 몸에 맞춰 짧은 나무에 연결해 만든 작살을 흑토끼에게 건넸다. 물속에서는 아무래도 해머보다는 작살이 쓰기 용이했다.

풍덩!

그렇게 밧줄과 작살을 장비한 흑토끼가 연못으로 들어갔다.

"조심해서 다녀와."

뺙!

흑토끼가 대답을 하고는 연못의 구멍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스륵.스륵.

세준이 밧줄을 풀며 흑토끼의 안전을 빌었다.

***

연못 밖은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했다. 하지만 이미 한 번 와본 적 있는 흑토끼는 당황하지 않고 기다렸다. 그러자 점점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며 앞이 보이기 시작했다.

완전한 어둠이었다면 이런 게 소용없겠지만, 저 아래 희미한 노란 불빛이 있어 가능했다.

어제는 여기서 암순응을 하고 주변을 돌아다니려 할 때 밖에 소란이 일어나 다시 연못으로 나갔었다.

자 이제 가보자!

파닥파닥.

흑토끼가 아래쪽을 향해 힘차게 발을 저었다. 목표는 노란 불빛.

조금 이동하다 보니 물의 흐름이 노란 불빛 쪽으로 강하게 흐르며 흑토끼는 더 빠르게 노란 불빛과 가까워졌다.

내려갈수록 물의 온도가 차가워졌다.

그리고

저게 다 뭐야?!

노란 불빛이 나는 곳에 도착하자 수류에 끌려 온 엄청난 수의 피라니아와 크레이피시들의 사체가 보였다. 노란 불빛은 사체 더미들의 건너편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흑토끼가 사체 더미를 헤치고 앞으로 나가자 머리에서 밝은 황금빛을 내는 거대한 장어의 사체가 나타났다. 장어의 사체는 너무 길어서 파 이파리를 25번 정도는 연결해야 장어의 길이와 같아질 것 같았다.

저거구나!

흑토끼는 저 장어가 세준이 말한 거대 전기뱀장어라고 확신했다.

파닥파닥.

흑토끼가 발을 저으며 거대 전기뱀장어의 머리로 다가가

푹!

작살로 머리를 찔러 살을 가르고 장어의 머리 속으로 들어가 뒤적거리는 중

파앗!

황금빛을 내는 주먹 크기 정도의 구슬을 찾았다. 이거 삼촌이 좋아하겠어!

뽁.

흑토끼가 신나 하며 구슬을 안고 장어의 머리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작살을 등에 메고 줄을 두 번 잡아당기고는 구슬을 온몸으로 끌어안고 세준의 손에 자신을 맡겼다.

투웅.투웅.

밧줄이 당겨지며 흑토끼가 빠르게 위로 끌어올려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흑토끼가 정신을 잃었다. 숨을 너무 참은 흑토끼였다.

***

'신호다!'

세준이 밧줄에서 느껴지는 두 번의 당김을 느끼고는 밧줄을 당기기 시작했다.

너무 강하게 당기면 밧줄이 끊어질 수도 있기에 최대한 빠르게 하지만 여유롭게 밧줄을 당겼다. 그렇게 2분 정도 열심히 밧줄을 당기자 연못 구멍의 너머에서 황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뭐지?"

세준은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열심히 당겼고 흑토끼가 밧줄을 따라 황금빛을 품고 연못 안에 도착했다.

"흑토끼!"

세준이 서둘러 연못 안으로 들어가 흑토끼를 건져냈다. 그리고 품에 안은 구슬과 밧줄을 제거하고

후웁.

숨을 들이마시고 흑토끼에게 인공호흡을 하려 할 때

퍽.

"아!"

세준의 입을 막는 검은 앞방.

뺙!

흑토끼가 인상을 쓰며 세준을 바라봤다. 삼촌 무슨 짓이야!

"아니. 난 너 살리려고 그랬지..."

웬지 섭섭해지는 세준이었다.

뺙!

정신을 차린 흑토끼가 힘차게 일어났다. 그리고 세준이 던져놨던 황금 구슬을 가져와 세준에게 건넸다.

"이게 뭔데?"

세준이 흑토끼가 건네는 황금 구슬을 받았다.

[전기 뱀장어의 내단을 획득했습니다.]

아까 흑토끼의 품에서 빼낼 때 같은 메시지가 떴었지만, 확인하지 못한 세준이었다.

"거대 전기 뱀장어의 내단?! 너 거대 전기 뱀장어를 찾은 거야?!"

세준이 놀랍다는 듯이 바라보자

뺙!

흑토끼가 고개를 쳐들며 우쭐해했다. 난 강함!

왜 거대 전기 뱀장어의 사체를 찾은 게 강함과 연결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세준은 일단 내단의 옵션을 확인했다.

[거대 전기 뱀장어의 내단]

탑 99층의 지하 호수에서 1000년을 산 거대 전기 뱀장어의 내단입니다.

전기의 힘이 담겨 빛을 냅니다.

섭취 시 스킬 : 우뢰(雨雷)를 배울 수 있습니다.

사용 제한 : 마력 10 이상, 거대 전기 뱀장어를 처치한 자(박세준)

등급 : A

스킬을 얻을 수 있는 내단이라니! 탑의 신비는 정말 무궁무진했다.

하지만

"지금은 못 먹네."

세준의 마력으로는 아직 섭취할 수 없었다.

"자 이거."

꽈악.꽈악.

세준이 황금 구슬을 흑토끼에게 건네며 흑토끼의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뺙?

갑자기 이상한 세준의 태도에 흑토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삼촌 갑자기 왜 이래?

"흑토끼님, 장어 한 덩이 부탁드립니다요."

장어가 먹고 싶은 세준이었다.

그렇게 저녁은 흑토끼가 잘라 온 거대 전기뱀장어의 살을 구운 장어구이로 결정됐다.

그리고 장어구이가 거의 완성됐을 때

"내가 돌아왔다냥!"

테오가 큰 성과를 가지고 돌아왔다.

45화. 위대한 검은 용의 위엄을 보이다.

45화. 위대한 검은 용의 위엄을 보이다.

테오의 도착으로 인해 세준의 저녁 식사가 뒤로 미뤄졌다. 테오가 데려온 늑대들 때문이었다.

"테오, 이 늑대들은 왜 데려왔어?"

"이 늑대들에게 내 목숨을 노린 대가를 치르게 할 거다냥! 근데 얼마를 받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냥! 박 회장이 정해달라냥!"

테오가 늑대들의 발도장이 찍힌 계약서를 꺼내 세준에게 건네며 말했다.

"아. 그건 어렵지 않지."

세준이 어렵지 않게 계약서에 테오가 받을 보상금을 적었다.

"1만 탑코인."

"오! 내 목숨값이 그렇게 비싼 것이냥?!"

세준의 말에 테오가 감동했다. 세준이 자신의 목숨값을 그렇게 비싸게 봐주고 있었다니.

"당연하지. 넌 우리 농장의 유통을 책임지는 테 대표 이사니까."

'푸후훗. 역시 박세준은 나 없이는 안 되는 거다냥!'

테오가 세준의 말에 서둘러 자신의 봇짐을 뒤집었다. 테 대표 기간이 이제 한 달 정도밖에 안 남았기 때문이다.

후두둑.

봇짐에서 거래로 받은 돈과 세준이 심부름으로 시킨 유리병과 사진을 찍고 받은 양념과 커피 믹스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번에는 사진을 많이 찍어서 30시간 정도는 나올 양이었다.

"···2870탑코인?"

"이제 테 대표 몇 시간 추가냥?"

탑코인을 세고 있는 세준에게 테오가 기대 가득한 목소리로 믈었다. 역대 최고의 매출이다 보니 기대가 컸다.

"앞으로 테 대표 추가 시간은 없어."

"무슨 소리냥?!"

세준의 말에 테오가 큰 충격을 받았다. 테 대표 시간권을 주지 않겠다니!

"설마 나를 쫓아내려는 것이냥?! 박 회장, 나쁘다냥! 나 일 잘한다냥!"

덥썩.

테오가 서럽게 외치며 세준의 다리를 끌어안았다. 나를 쫓아낸다고?! 내 무릎은?! 자신은 박세준의 무릎과 함게 해야했다.

박세준의 무릎과 함께하지 못하는 자신은 그냥 하찮은 고양이 유랑 상인. 다시 혼자 유랑 상인으로 활동할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냥무룩.

상심한 테오의 귀가 축 늘어졌다.

하지만···그건 테오의 오해였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테오 너같이 유능한 유랑 상인을 왜 쫓아내. 이제 계속 테 대표일 거니까 앞으로 테 대표 시간권은 필요 없다는 말이었어"

"...!"

"테오 너를 정식으로 우리 농장의 유통 담당 대표로 임명할게. 여기 인센티브."

세준이 태오에게 145탑코인을 건넸다.

"고...고맙다냥!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냥!"

테오가 세준의 다리에 찔끔 나왔던 눈물을 닦으며 외쳤다.

"그리고 테 대표 승진 기념으로 오늘은 테 사장을 하루 시켜줄게."

"테...테 사장?! 뭔가 끌린다냥!!!"

방금 테 대표가 됐지만, 테오는 사장이라는 말에 더 끌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테 사장이 되겠다냥!'

테 대표로 승진하자마자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테오.

"근데 이건 무슨 냄새냥? 맛있는 냄새가 난다냥!"

더 큰 권력을 꿈꾸는 야망냥 테오가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역시 생선애호가인 테오가 장어구이 냄새를 놓칠 리 없었다.

"나머지는 내일 처리하고 저녁부터 먹자."

저녁을 먹지 못한 세준도 배가 고팠다. 세준이 기절한 늑대들의 앞발과 뒷발을 파 이파리 밧줄로 꽉 묶었다.

그리고

"우천삼이랑 우천사한테 오늘은 돌아가지 말고 여기서 늑대들을 지켜달라고 말해줘. 대신 야식과 내일 아침도 주겠다고 하고."

둘을 남겨둔 것은 내일 우마왕한테 보상금을 받으러 갈 때 같이 가려는 이유도 있었다.

"알겠다냥! 테 사장에게 맡겨달라냥!"

테오가 큰소리를 치며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에게 세준의 말을 전하자

음머!

음머!

우천삼과 우천사가 기쁨의 울음소리를 내며 세준의 제안을 승낙했다. 밥을 계속 주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좋아. 이제 밥 먹자. 너희들은 대파밭에 쌓인 파 이파리 먹어."

음머.

음머.

우천삼과 우천사가 늑대들을 어깨에 메고 대파밭으로 이동했고 세준과 테오도 저녁을 먹기 위해 동굴로 내려갔다.

삐익!

뺘아!

뺙!

세준이 오기만 기다리며 배고픔을 참고 있던 토끼들이 빨리 오라고 재촉했다.

"미안. 많이 기다렸지? 먼저 해독의 대파부터 먹자."

우적우적.

세준과 테오, 토끼들이 불에 구운 해독의 대파를 하나씩 먹었다. 장어에 아직 독이 남아있을 지도 몰랐다.

"다 먹었지? 그럼 맛있게 먹어."

세준의 '먹어'라는 말이 끝나자마자 토끼들이 허겁지겁 장어를 먹기 시작했다.

"테오는 조금만 기다려."

세준이 테오를 위해 간이 되지 않은 장어구이를 불에 올렸다.

"알겠다냥. 쓰읍. 기다릴 수 있다냥!"

장어가 익어가는 황홀한 자태에 넋이 나간 테오가 흐르는 침을 닦으며 대답했다.

세준이 해독의 대파를 하나씩 먹고 소금으로 간을 한 장어구이 한 점을 집었다. 껍질은 바짝 익었고 살은 윤기가 흐르며 노릇노릇했다.

"맛있게 잘 익었어."

세준이 잘 익은 장어구이를 입에 넣었다.

[독살당한 거대 전기뱀장어의 살을 섭취했습니다.]

[거대 전기뱀장어의 살에 미량의 독이 남아있습니다.]

[E급 마비독에 중독됩니다.]

[해독했습니다.]

[E급 산성독에 중독됩니다.]

[해독했습니다.]

E급?

D+급 해독의 대파를 먹은 세준이 메시지를 보고 안심했다. 그리고 눈을 감고 본격적으로 장어의 맛을 음미했다.

바삭.

장어의 껍질이 바사삭 부서지며 먼저 껍질에 뿌려둔 소금의 짠맛이 혀의 미각세포들을 깨웠고 이어서 장어살이 세준의 이 사이를 힘차게 헤엄치며 쫀득한 식감을 줬다.

그리고

우물우물.

씹으면 씹을수록 장어의 고소하고 묵직한 담백함이 입안을 점령했다.

쏙.

세준이 서둘러 다시 장어구이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었다. 이 고소하고 담백한 맛의 흐름을 끊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테오의 장어구이가 타지 않게 뒤집어 주며 세준이 틈틈이 소금 장어구이를 먹는 동안 테오의 장어구이가 다 구워졌다.

"자 맛있게 먹어."

"잘 먹겠다냥! 후우! 후우!"

테오가 장어구이가 빨리 식도록 열심히 불었다. 고양이 혀인 테오가 먹으려면 한참은 식혀야 할 것 같았다.

그사이

후추추.

세준이 후추를 한 꼬집 집어 자신이 먹을 장어구이에 뿌렸다. 소금 장어구이가 맛있긴 했지만, 세준에게는 장어의 느끼함을 줄여줄 후추가 필요했다.

그렇게 장어구이를 배불리 먹은 세준과 동물들.

"아 이제 못 먹겠어..."

"배부르다냥..."

삐익...

뺘아...

뺘악...

장어로 배를 채운 모두의 입술이 기름기로 반질반질했다.

"디저트 먹자."

느끼한 속을 달래기 위해 디저트로 새콤달콤한 방울토마토를 먹고 노곤함을 느낀 모두가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쩝.쩝.

자면서 기름기로 반지르르한 입 주변 털을 핥는 토끼들과 테오의 소리가 밤새 들렸다.

***

정신을 차렸다가 몇 번이나 기절당한 엘카가 조용히 눈을 떴다.

"..."

소로롱.

소로롱.

눈앞에 블랙 미노타우루스 두 마리가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게 보였다.

'지금 도망쳐야 해!'

질겅징겅.

엘카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발을 묶은 밧줄을 씹어서 끊었다.

그리고 서둘러 동료들을 깨워 도망가려 할 때

쿠어어어엉!

거대한 그림자가 그들을 덮쳤다.

***

다음 날 아침.

쿠어어어엉!

깨갱!

깨개갱!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의 포효와 늑대들의 자지러지는 소리가 세준의 잠을 깨웠다.

"뭐야?"

서둘러 세준이 지상으로 올라가자

크엉.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양 앞발로 늑대 두 마리를 제압하고 있었고

꾸에엥!

한 마리는 꾸엥이가 늑대의 등에 올라타 목을 졸라서 제압했다. 압도적인 피지컬의 모자였다.

"이게 무슨 일이야?"

음머...

음머...

늑대를 놓친 우천삼과 우천사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다가왔다.

"잠깐 졸았다고 한다냥."

세준의 무릎에 매달린 테오가 대답했다. 둘이 잠든 사이 늑대들이 밧줄을 끊고 도망가려는 것을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 모자가 잡은 것 같았다.

꾸엥?!

꾸엥이가 침을 흘리며 늑대를 바라봤다. 먹어도 돼요?!

"안돼."

늑대들에게는 테오의 목숨값을 받아야 했다.

꾸엥...

자신이 사냥한 먹이를 세준이 먹지 말라고 하자 꾸엥이가 크게 실망했다. 내가 잡은 건데···

"대신 꾸엥이는 장어구이 먹자."

꾸엥!

세준의 '먹자'라는 소리에 꾸엥이의 고개가 빠르게 돌아갔다. 먹을 거!

세준이 어제 먹고 남긴 장어구이를 토끼들에게 말해 가져오게 했고 꾸엥이가 맛있게 장어구이를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물끄럼.

세준의 뒤통수가 따가웠다. 점심에는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먹을 장어도 준비해야 할 것 같았다.

킁.쿵.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점심에 돌아오기 위해 서둘러 순찰을 나가고 토끼들과 테오, 꾸엥이, 블랙 미노타우루스가 늑대들을 포위했다.

"너희가 우리 테 대표를 공격했다고?"

"죄송합니다! 위대한 검은 용이시여! 저 고양이 유랑 상인이 위대한 검은 용의 부하인 줄 몰랐습니다! 제발 실버 울프족의 족장인 제 목숨 하나로 노여움을 풀어주십시오!"

세준의 물음에 세준의 정체를 오해한 엘카가 바짝 엎드리며 외쳤다.

탑 99층의 몬스터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지시하고, 서로 싸워야 할 몬스터들이 사이좋게 지내는 이유. 그건 눈앞의 존재가 위대한 검은 용이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엘카는 생각했다.

'위대한 검은 용?'

세준이 아니라고 반박하려 할 때

[탑의 관리자가 특별히 그대가 위대한 검은 용이라고 사칭하는 것을 용서하겠다고 말합니다.]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실버 울프족의 늑대들에게 위대한 검은 용의 위엄을 보여줘라.]

보상 : 에일린이 기뻐함

거절 시 : 에일린이 서운해함!

[탑의 관리자가 어서 위대한 검은 용의 위엄을 보여주라며 응원합니다.]

아직 위대한 검은 용으로 나서본 적 없는 에일린이 세준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어 했다.

"무슨 소리냥? 우리 박 회장은...억!"

세준이 서둘러 테오의 입을 막았다.

조만간 에일린의 덕을 봐야 했기에 에일린을 서운하게 할 수는 없었다. 에일린과 친해지기는 했지만, 관계가 틀어지는 것은 의외로 작은 서운함에서부터 시작된다.

세준은 퀘스트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탑의 관리자가 자신을 사칭해도 된다고 기회를 주는데 이런 기회를 차버릴 정도로 세준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래. 알고 있다니 위대한 검은 용인 나의 일을 방해한 너희들의 죄가 얼마나 큰지도 알겠군."

"위대한 검은 용이시여!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는 정말 몰랐습니다."

"알고 행해야만 죄가 되는 건 아니다. 몰라도 죄는 죄. 하지만 특별히 너희에게 죄를 용서받을 기회를 주겠다."

세준이 말하며 계약서를 내밀었다.

"우리 테 대표의 목숨을 노린 대가는 1만 탑코인이다. 이 돈을 갚으면 용서해주지."

"네? 1만 탑코인이요?! 그...그렇게나 많은 돈을..."

"없으면 몸으로 갚으라냥!"

뒤에서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던 테오가 잽싸게 외쳤다. 이 말을 꼭 해보고 싶었다냥! 세준이 우천삼에게 그 말을 할 때 너무 멋있어 보였던 테오였다.

"몸으로 말입니까?!"

1만 탑코인 만큼 몸으로 갚으라는 테오의 말에 엘카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리드와의 의뢰는 후불이었고 계약을 파기해도 특별한 불이익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몸으로 돈을 갚는 동안 마을에 있는 부족의 어린 늑대들은...

"저...위대한 검은 용이시여. 감히 청합니다. 저희 부족원 전부가 돈을 갚겠습니다. 대신 굶어 죽지만 않게 해주십시오!"

엘카는 밭에서 자라는 농작물들을 보면서 세준 밑에서 일한다면 굶어 죽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

"좋다. 앞으로 테 사장이 너희를 관리할 거다."

"너희들 앞으로 내 말을 잘 들어야 한다냥!"

세준의 말에 테오가 늑대들에게 큰소리를 쳤다. 그렇지 않아도 사장이 되면 뭐가 좋은지 의문이 들던 테오였다.

테 사장이 되면 뭘 할 수 있는 거냥? 자신은 이미 박세준의 무릎을 정복했다. 더 이상 원하는 게 없다냥.

근데

'푸후훗. 사장이 되면 부하가 생기는 것이었다냥!"

테오가 자신의 부하가 생긴 것에 기뻐했다.

"알겠습니다. 위대한 검은 용의 명을 따라 테 사장님을 따르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위대한 검은 용이시여!"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탑의 관리자가 위대한 검은 용이 칭송받은 것에 크게 기뻐합니다.]

세준이 위대한 검은 용의 위상을 세우고 실버 울프족 전체를 거두며 세력을 키웠다.

46화. 감자를 수확하다.

46화. 감자를 수확하다.

늑대들을 어떻게 할지 처우가 결정되자 세준과 토끼들은 동굴로 내려가 아침을 준비했다.

그리고

"나를 따라오라냥!"

테오는 늑대들을 끌고 다니며 자신의 것처럼 세준의 농장을 소개했다.

"여긴 대파밭이다냥! 그리고 여긴···"

하지만 금세 테오의 설명이 막혔다. 녹색 싹들은 다 비슷해 보였기 때문.

테오의 설명이 막히자

꾸엥!

꾸엥이가 나서서 알려줬다. 거긴 땅콩을 심었다요!

매일 밭 근처에서 놀다 보니 꾸엥이는 어디에 뭘 심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여긴 땅콩밭이다냥!"

그렇게 테오가 꾸엥이의 서포트를 받으면 늑대들에게 밭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아침 먹자."

아침을 준비한 세준이 모두를 불렀다.

아침 메뉴는 원래 대파와 방울토마토···였지만, 어제 흑토끼에게 거대 전기뱀장어 말고도 다른 사체도 있다는 걸 들은 세준이 늑대들을 위해 피라니아와 크레이피시를 먹자고 주장했다.

사실은 든든한 걸 먹고 싶은 세준의 의지가 컸다. 그래도 어제 장어 살을 가져오며 좀 더 편하게 사체들을 가져올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겼다.

흑토끼가 밧줄을 여러 개 가지고 내려가 죽은 피라니아나 크래이피시, 장어 살덩이들을 여러 개 묶어놔 세준이 낚시하듯이 밧줄만 끌어 올리면 됐다.

수온이 낮은 덕분에 사체들은 부패가 거의 진행되지 않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물론 해독의 대파는 먹어야 했다.

그렇게 아침부터 푸짐한 식사를 끝나고 세준과 토끼들은 아침 농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테 사장, 파 이파리를 봇짐에 담아줘."

테오에게는 봇짐에 파 이파리를 담게 했다. 파 이파리를 들고 갈 곳이 있었다.

"알겠다냥! 늑대 사원들은 나를 따르라냥!"

"네. 테 사장님."

오랜만에 배불리 먹은 늑대들이 테오의 말에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그렇게 세준의 지시를 받은 테오가 늑대들을 데리고 봇짐을 파 이파리로 채웠다.

그사이

서걱.서걱.

세준은 빠르게 방울토마토를 수확했다.

그때

[잘 익은 마력의 방울토마토 9개를 동시에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직업 경험치가 가득 찼습니다.]

[탑농부(D)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탑농부(C)가 되었습니다.]

직업 등급이 상승했다.

"좋아."

앞으로 더 맛있는 C급 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게 된 세준이 기뻐했다.

[직업 등급이 상승하며 직업 특성이 강화됩니다.]

[직업 특성으로 자연과 더욱 친해지며 숨겨져 있던 재능 : 자연의 친구가 깨어납니다.]

"응? 재능이 깨어난다고?!"

재능이 깨어났다는 메시지에 세준이 크게 놀랐다. 원래 각성할 때의 재능 외에 다른 재능이 깨어나는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물론 세준처럼 새로운 재능이 깨어나는 헌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헌터들이 숨기고 있어 일반인이었던 세준이 접할 수 없었을 뿐.

[수확하기 Lv. 4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숙련도 상승 Lv. 1의 효과로 수확하기 Lv. 4의 숙련도가 5% 추가 상승합니다.]

[경험치 208을 획득했습니다.]

세준이 서둘러 새로운 재능을 확인하려 할 때

[유물 : 대지의 성자 패트릭의 밀짚모자가 착용자의 직업 등급 상승 확인합니다.]

[탑농부(C)를 확인했습니다.]

[유물 : 대지의 성자 패트릭의 밀짚모자의 등급이 C로 상승합니다.]

[C등급 제한이 풀립니다.]

[스킬 - 대지의 가호 Lv. 4의 제한이 풀립니다.]

[스킬 - 농사꾼의 육체 Lv. 3의 제한이 풀립니다.]

[스킬 - 풍년 기원 Lv. 2의 제한이 풀립니다.]

[스킬 - 성장 촉진 Lv. 1이 개방됩니다.]

직업 등급이 하나 오른 것만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세준이 다시 새로운 재능을 확인했다.

[재능 : 자연의 친구]

-자연과의 친화도가 제법 높은 재능입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동식물과 접촉하면 의사소통이 원활해집니다.

"접촉하면 의사소통이 원활해진다고?"

세준이 지상으로 올라가 혼자 놀고 있는 꾸엥이에게 다가가자

꾸엥?

꾸엥이가 무슨 일인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세준을 바라봤다. 왜요?

척.

세준이 꾸엥이의 앞발을 잡았다.

꾸엥?

[아빠, 나랑 놀아줄 거예요?]

꾸엥이의 울음소리가 번역돼 들리기 시작했다.

"오 대단한데!"

새로운 재능에 놀라던 세준이 멈칫했다. 근데 아빠라니? 아직 결혼도 안 한 사람에게?!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닌가? 너랑 나는 종이 다르다고!

꾸엥이에게 해명하는 건 시간을 갖고 천천히 하기로 했다. 세준이 꾸엥이에게 자신이 아빠가 아님을 설명하다가 충격을 받은 꾸엥이가 '아빠 미워!'하고 한 대 치면 자신은 사망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원래 애완동물을 자식처럼 생각한다. 세준은 자신도 그냥 좀 많이 큰 애완 곰댕이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살려고 생각을 합리화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아닐 거다.

그렇게 자신의 새로운 재능을 확인한 세준은 대지의 성자 패트릭의 밀짚모자 스킬들을 확인했다.

대지의 가호는 지력 회복이 조금에서 조금 많이 빨라졌고, 농사꾼의 육체는 모든 스탯이 3에서 5 상승했고, 풍년 기원은 풍년이 드는 면적이 최대 100평에서 300평으로 넓어졌다.

그리고 새로운 스킬 성장 촉진.

[성장 촉진 Lv. 1]

액티브 스킬

농작물 10개의 성장을 부작용 없이 일주일 촉진시킨다.

재사용 시간 : 10일

농작물의 성장을 일주일 촉진 시킬 수 있다니! 세준은 수확이 얼마 남지 않은 감자밭이 떠올랐다. 감자밭에 스킬을 사용하면?

오늘 점심 메뉴는 찐 감자다!

세준이 서둘러 감자밭으로 갔다.

그리고

"이렇게 쓰는 건가? 성장 촉진."

액티브 스킬을 처음 써보는 세준이 어색하게 손을 뻗어 감자밭에 스킬을 사용했다.

[성장 촉진 Lv. 1을 사용했습니다.]

[감자 10개의 성장을 일주일 촉진합니다.]

세준과 가까이 있던 감자 줄기 10개에 빛이 어렸다.

겉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우드득.

땅에서 감자들이 성장하는 소리가 들렸다.

세준이 잠깐 기다렸다가 가장 가까이 있던 감자 줄기를 당겨 감자를 수확했다.

후두둑.

감자 줄기를 따라 주먹만 한 감자들이 주렁주렁 딸려 나왔다.

[잘 익은 힘의 감자 20개를 동시에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4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숙련도 상승 Lv. 1의 효과로 수확하기 Lv. 4의 숙련도가 5% 추가 상승합니다.]

[경험치 600을 획득했습니다.]

다행히 감자들은 잘 자라주었다.

"힘의 감자?"

세준이 수확한 감자의 옵션을 확인했다.

[힘의 감자]

탑 안에서 자란 감자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 맛있습니다.

농사에 익숙한 농부가 재배해 맛과 효율이 좋아졌습니다.

섭취 시 몸 안에 지방 30g을 분해해 10분간 힘을 0.5 상승시킵니다.

한 시간 안에 최대 10개까지 효과가 중복 적용됩니다.

비각성자가 섭취 시 지방 30g을 분해하고 위의 기능이 활발해집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90일

등급 : C

세준의 직업 등급이 C급으로 오른 덕분인지 옵션에 '농사에 익숙한 농부가 재배해 맛과 효율이 좋아졌습니다.'라는 한 줄이 추가됐다.

그리고 효율이 좋아지며 지방 30g을 분해하고 얻는 스탯이 0.3이 아니라 0.5로 늘어났다.

"이 정도면 레벨이 낮은 헌터들은 관심 가질 수도 있겠는데?"

D급 농작물까지만 해도 10개를 먹고 스탯 2 증가가 끝이었지만, 이제 무려 5가 증가한다. 그 정도면 1레벨 때 5레벨 아이템을 장착할 수 있는 스탯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아니었다.

"우리 먹을 것도 없는데."

세준은 감자를 헌터들에게 파는 건 나중에 감자 수확량이 많아지면 팔아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서둘러 나머지 감자들을 수확했다.

위의 기능이 활발해지는 옵션은 소화가 잘되는 세준에게는 큰 관심거리가 아니었기에 금방 잊혔다.

그렇게 수확한 감자가 총 197개.

"흥흥흥."

세준이 콧노래를 부르며 감자를 씻었다. 그리고 냄비 3개의 바닥에 파 이파리를 깔고 감자를 가득 넣고 찌기 시작했다. 나머지 감자는 요리 빨리 먹기 위해 파 이파리에 싸서 구운 감자로 만들었다.

그렇게 감자들이 맛있게 익어가는 사이 세준이 서둘러 연못 앞 땅에 박힌 나뭇가지에 묶여있던 밧줄 하나를 풀어 당겼다.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먹을 장어구이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잠시 후 밧줄을 따라 장어 살덩이들이 올라왔다. 흑토끼가 미리 잘라 묶어둔 것들이었다.

뺙!

세준이 밧줄을 당기자 거대 전기뱀장어의 내단을 들고 연못 밖을 순찰하던 흑토끼가 연못을 나왔다. 세준이 점심을 준비한다는 걸 알고 돕기 위해 나온 것이다.

세준이 흑토끼와 장어구이를 구웠다.

그때

달그락.달그락.

김이 냄비 뚜껑을 밀고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잘 익었나?"

세준이 냄비 뚜껑을 열어 감자 하나에 나뭇가지를 깎아 만든 젓가락을 찔러 넣었다.

푹.스르륵.

젓가락이 저항감 없이 감자를 관통했다. 찐 감자가 완성됐다.

그리고

쿠어어엉.

때마침 순찰을 마친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돌아왔다.

"점심 먹자!"

세준의 외침에 동물들이 동굴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세준이 먼저 장어구이를 위로 올려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에게 줬다.

그리고 세준이 찐 감자와 구운 감자를 파 이파리에 담아 지상으로 가지고 올라가 원으로 둘러앉은 동물들의 가운데 펼쳐놨다.

"뜨거우니까 조심히 먹어."

뿌우우.

토끼들이 감자를 하나씩 잡고 식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 모자와 블랙 미노타우루스 두 마리는 뜨거운 감자 여러 개를 한 번에 덥석 집어 입에 넣었다.

우적우적.

입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나오고 있었지만,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감자를 삼키고 다시 감자를 집어 입에 넣었다. 무서운 놈들...

이럴 때 보면 몬스터는 몬스터였다. 그렇게 먹성 좋은 몬스터들의 뜨거운 감자 먹방을 세준이 구경하는 사이 감자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어?!"

서둘러 정신을 차린 세준이 자신이 먹을 찐 감자 2개와 구운 감자 2개를 챙겨 자신의 앞에 놨다.

그리고

"호오.호오."

찐 감자에 바람을 넣으며 조심스럽게 껍질을 깠다. 그렇게 감자 껍질을 절반 정도 벗기고

와압.

세준이 감자를 한입 베어 물었다.

"흐어어. 뜨거워."

뜨거웠지만, 뱉지 않았다. 대신 입 안에서 감자를 식히며 씹었다.

"으. 너무 맛있어!"

포슬포슬한 감자의 식감에 세준이 감격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찐 감자 하나를 끝낸 세준이 다시 찐 감자를 까서 이번에는 소금에 찍어 먹었다.

원래 찐 감자에 설탕 찍어 먹는 걸 좋아하는 세준은 설탕이 없는 게 아쉬웠지만

"으음. 맛있다."

소금을 찍어 먹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감자처럼 포근한 점심 시간이 끝나고

"테 사장, 파 이파리는?"

"가득 담았다냥!"

세준의 물음에 테오가 어디서 배웠는지 경례를 하며 대답했다.

"그럼 소화도 시킬 겸 좀 멀리 가볼까나? 우천삼, 우리를 우마왕한테 안내해줘."

세준이 우마왕에게 먹튀의 대가를 받기 위해 처음으로 동굴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보기로 했다.

테오가 우천삼에게 세준의 말을 전하자

음머머?!

우마왕이라는 말에 우천삼이 뒤늦게 우마왕의 지시를 떠올리며 당황했다.

"파 이파리 좀 가져다주고 대화 좀 하려고."

일단 우천삼에게 우마왕의 먹튀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 이걸 이용해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도 있는데 굳이 그걸 포기할 이유가 없었다.

음머!

세준의 말에 우천삼이 크게 기뻐했다. 세준을 데려가면 결과적으로 우마왕의 명령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음머어!

우천삼이 기쁜 마음으로 세준을 우마왕에게 안내하기로 했다.

조난 208일 차. 세준이 드디어 동굴을 떠나 탑 99층의 보스를 공략하기 위해 출발했다.

47화. 노 웨이포인트

47화. 노 웨이포인트

세준이 탑 99층의 보스인 우마왕을 찾아간다고 하자

뺙!

꾸엥!

흑토끼와 꾸엥이가 나섰다. 우리가 지켜줄게!

그리고

"테 사장, 준비해."

"뭐냥? 나도 가는 거냥?"

봇짐 담당인 테오는 강제로 출장이 잡혔다.

"안내해."

음머!

세준의 말에 우천삼과 우천사가 앞장섰다.

하지만

쿵쾅.쿵쾅.

"야! 그렇게 빨리 달리면 어떡해!!"

잠깐 사이 우천삼과 우천사가 빠르게 멀어졌다.

"위대한 검은 용이시여. 제가 모시겠습니다."

엘카가 세준의 앞에 엎드렸고 다른 늑대들이 흑토끼와 테오를 등에 태웠다.

그러나

꾸엥!꾸엥!

꾸엥이는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의 앞발에 붙잡혔다.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로서는 새끼를 우마왕이 있는 위험한 곳에 보낼 수는 없었다.

"꾸엥이는 위험하니까 여기서 기다리자."

세준이 달랬지만

꾸에엥!

같이 따라가고 싶다고 우는 꾸엥이의 울음소리를 뒤로하며 세준과 테오, 흑토끼가 늑대를 타고 우마왕이 지키는 웨이포인트를 향해 출발했다.

다다다다.

늑대들은 이동 속도는 거의 70km/h로 굉장히 빨랐다.

슈욱.

늑대를 타고 달리는 세준의 눈에 넓은 황무지가 빠르게 지나갔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어느새 끝없는 황무지가 끝나고 붉은 땅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진흙인가? 세준의 머릿속에 진흙벽돌이 떠올랐다.

"벽돌을 만들면 건물을 지을 수 있지."

세준이 진흙벽돌을 이용해 건물을 짓는 생각을 하며 이동하고 있을 때

"응?!"

저 멀리 천 마리가 넘는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보였다.

근데

"쟤네 뭐 하는 거야?"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진흙을 뭉쳐 입에 넣는 것이 보였다.

"저런 거 먹으니까 풀만 보면 흥분하는 거 아닐까?"

세준은 갑자기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불쌍해 보였다.

***

음머어!

우일이가 서둘러 우마왕을 부르며 달려왔다

무슨 일이냐?

웨이포인트 앞에 누워 잠을 자고 있던 우마왕이 눈을 뜨며 물었다.

우천삼과 우천사가 돌아왔습니다!

뭐?! 우천삼이?!

쿵!

자신의 지시를 무시하고 연애질이나 한 우천삼이 돌아왔다는 말에 우마왕이 땅을 박차며 일어났다.

어디 있어?!

근데 외부인을 데려왔습니다.

외부인? 모두 데려와라.

네!

그렇게 우일이의 안내를 받은 세준과 일행들이 우천삼, 우천사와 함께 우마왕과 마주했다.

우마왕의 옆으로는 붉은 뼈 몽둥이 하나와 새하얀 뿔나팔이 땅에 박혀있었다.

그리고

"저게 웨이포인트구나."

세준이 우마왕 뒤로 보이는 붉은 크리스탈을 바라봤다.

음머?

"이곳에는 왜 왔는지 물어본다냥."

테오가 우마왕의 말을 번역했다.

"우마왕에게 3일 전 일에 대한 대가를 받으러 왔다고 전해."

"알겠다냥! 우마왕 3일 전 대가를 받으러 왔다냥!"

테오가 세준의 말을 우마왕에게 당당하게 전했다. 자신은 꿀릴 게 하나도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은 위대한 검은 용의 부하 치명적인 노란 고양이니까.

'푸후훗. 이것으로 나의 일대기에 멋진 한 장면이 추가되는 거다냥.'

테오가 나중에 다른 이들에게 들려줄 멋진 이야기의 한 장면을 상상하고 있을 때

음머어어!

우마왕이 당당하게 자신에게 대가를 요구하는 태도에 분노했다.

"냥꾹.냥꾹."

우마왕의 고함에 놀란 테오가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진정해."

세준이 놀란 테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정시키고 우마왕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척.

우마왕의 다리에 손을 올리고

"블랙 미노타우루스는 명예를 아는 전사라고 들었는데 그것도 옛날 말인가 보군. 자신이 한 일에 대한 부끄러움은 모르고 오히려 화부터 내다니···그럼 다른 부하들에게 자신들의 우두머리가 남의 음식을 훔쳐먹었다고 말해도 상관없지?"

세준이 자신의 말을 전달하고 손을 떼려 할 때

음머!

[잠깐!]

우마왕이 다급히 세준을 붙잡았다.

'그럴 줄 알았다.'

세준이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지로 내리고

"뭐지?"

무심한 목소리로 물었다.

음머!음머.음···

[나는 명예를 아는 블랙 미노타우루스의 대전사다! 내가 나중에 찾아가서 보상을 하려 했다. 저번에 내가 먹은 풀의 대가로...]

우마왕이 대가를 제시하려 할 때

"잠깐! 받을 대가는 내가 정해. 대가로 우선 웨이포인트를 사용하게 해줘."

세준이 우마왕의 말을 막으며 자신이 생각한 대가를 말했다.

음머?

[웨이포인트를 말이냐?]

"어때?"

세준의 말에 우마왕은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음머. 음머···

[좋다. 허락하지. 그대에게는 소용없어 보이지만···]

우마왕이 세준이 웨이포인트로 다가갈 수 있게 옆으로 비켜줬다.

됐다!

세준은 웨이포인트에 다가가느라 우마왕의 뒷말을 듣지 못했다.

"드디어···"

세준이 공중에 떠 있는 붉은 크리스탈에 손을 올렸다.

[탑 99층 웨이포인트가 저장됐습니다.]

[저장된 다른 층의 웨이포인트를 불러옵니다.]

[탑 99층 외에 저장된 웨이포인트가 없어 다른 층으로 이동할 수 없습니다.]

"뭐?!"

처음부터 탑 99층에서 시작한 세준에게는 저장된 다른 웨이포인트가 없었다. 갈 수 있는 데가 없었다.

보통 다른 헌터들은 1층에서부터 시작하기에 1층의 웨이포인트를 찍고 탑을 오른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웨이포인트를 저장하면 다음 층으로 가는 포탈이 나타난다.

이건 보스 공략과 상관없이 가능했다. 층의 보스 위치와 웨이포인트의 위치가 다른 층도 많았다.

하지만 내려가는 포탈이 생긴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웨이포인트를 이용해 내려가면 되니 굳이 그럴 이유도 없었다.

그렇게 세준이 실망하고 있을 때

음머.

자신의 애병을 지킨 우마왕이 안도했다. 우마왕은 자신의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대전사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대가로 애병인 붉은 뼈를 세준에게 주려 했다.

붉은 뼈는 수많은 몬스터의 피를 흡수하며 붉게 변한 몽둥이로 등급은 전설급. 탑에 3개 밖에 없는 전설급 아이템이었다.

제대로 쓰지도 못할 웨이포인트 때문에 전설급 몽둥이를 얻을 기회가 사라졌다. 물론 제어하지 못하면 피에 미친 광인이 되는 효과가 있어 세준이 얻었어도 좋을 건 없었다.

"다음 대가는..."

세준이 우마왕에게 대가로 몇 가지를 더 요구했다.

그리고 세준이 테오를 바라보자 테오가 봇짐에서 작은 동산을 이룰 정도의 파 이파리를 꺼냈다.

"이건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는 선물이야."

말이 선물이지 선물보다는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에게 파 이파리를 홍보하기 위해서 가져온 것이었다. 우리한테 이런 게 있으니 관심 있으면 와서 일해라라는 의미였다.

꿀꺽.

우마왕이 파 이파리를 보며 침을 삼켰다. 벌써 일꾼 하나를 구한 것 같았다.

***

우마왕을 만나고 온 지 3일이 지났다.

그사이 몇 가지 일이 있었다. 가장 큰 일은 아내 토끼가 다시 임신을 했다. 장어구이 때문이었다.

"새끼 토끼들을 1대 자식들의 굴에 보낼 때부터 이상하더니...다음부터 장어구이 주나 봐라."

세준은 괜히 심술이 났다.

그리고 우마왕과의 거래로 황무지 지역 전부를 세준의 땅으로 인정받아 매일 10마리의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세준의 땅으로 출근해 황무지 땅을 개간했다.

우천삼의 말로는 매일 이곳에 오고 싶어 블랙 미노타우루스들 간에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뭐 매일 진흙을 먹고 살았으니..."

마지막으로 세준이 어제 독꿀벌 여왕의 고치 하나를 추가로 얻었다. 이것으로 벌집 쓰리배럭이 가능해졌다.

"그나저나 곧 블루문인데 괜찮겠지?"

세준이 지상 밭을 보며 한 달 전쯤 일을 떠올렸다.

블무문 때 우천삼으로 인해 지상 밭이 파괴되자 세준은 고민에 빠졌다.

"이 일이 계속 반복되면 지상 밭에 농작물을 심을 이유가 없어."

운이 좋아 블루문 때 몬스터가 오지 않으면 괜찮지만, 몬스터가 한 번이라도 와서 밭을 난장판으로 만들면 모든 농사가 헛수고가 된다.

이건 어떻게 할 방법이 없기에 세준은 지상 밭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다.

그때

[탑의 관리자가 블루문 때 날뛰는 몬스터들 때문에 고민하는 거라면 자신에게 맡기라고 합니다.]

"맡기라고? 뭘 어떻게 하려고?"

[탑의 관리자가 블루문 때 자신이 나서서 몬스터들을 제압하는 것을 보지 못 했냐고 우쭐해하며 묻습니다.]

"아..."

생각해 보니 세준이 조난 당하고 첫 번째 블루문 때 검은 용이 나서자 몬스터들이 조용해졌던 적이 있었다. 그게 에일린이었구나.

"알았어. 그럼 에일린 너만 믿을게."

[탑의 관리자가 자신만 믿고 농작물을 팍팍 심으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에일린의 말을 믿고 열심히 농작물을 심었지만, 막상 블루문이 다가오자 조금 불안하기는 했다.

"괜찮겠지?"

이왕 믿기로 했으니 세준은 끝까지 에일린을 믿어보기로 했다.

오늘은 블루문 때문에 크림슨 자이언트 모자와 블랙 미노타우루스도 오지 않았다.

그리고 늑대들은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면서 어젯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덩치가 큰 녀석들이 빠져서 그런가 뭔가 허전하네."

세준이 넓은 밭을 보면서 말했다.

그때

촵촵촵.

"뭐가 허전하냥?! 치명적인 노란 고양이 테 사장이 있다냥!"

세준의 무릎에 앉아 쉬는 동안 츄르를 받아먹고 있던 테오가 세준의 가슴을 자신의 앞발로 두드리며 존재감을 어필했다.

"그래. 네가 있는데...미안."

저런 미사여구는 어디서 배워 온 건지...세준이 서둘러 테오의 등을 쓰다듬으며 달랬다. 오늘은 블루문을 대비해 일을 일찍 끝내야 했기에 테오의 노동력이 필요했다.

그렇게 서둘러 일을 마치고 모두가 블루문을 준비했다.

세준은 불을 끄고 냄새를 없앴고, 토끼들은 굴에, 독꿀벌들은 벌집에 들어가 입구를 막았다.

그리고

"아침에 보자냥!"

테오는 자신의 봇짐 안으로 들어갔다.

모두가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자 동굴 안은 지독히 고요해졌다.

"춥네."

그렇게 추운 날씨는 아니었지만, 세준은 외로움 때문인지 추위를 느끼며 모포를 뒤집어썼다.

잠시 후 블루문이 떴다.

***

"크히히. 인간은 위대한 검은 용 에일린 프리타니 님만 믿으라고."

에일린은 인간에게 도움을 줄 생각을 하니 신이 났다.

얼마 전 에일린은 매번 신세를 지고 있는 인간의 탑 입주 200일을 기념하여 고마움과 미안함을 담아 창고에 있던 영약들을 다 넣고 약한 인간의 건강을 위한 수프를 몇 시간 동안 저어서 만들었다.

하지만

"요리는 내 적성이 아니었어."

솔직히 요리는 너무 힘들었다.

에일린은 인간이 너무 맛있다고 더 만들어달라고 하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했지만, 인간은 자신의 고생을 아는지 또 만들어 달라고 하지는 않았다.

거기다 인간은 다음부터는 절대 만들지 말라고 부탁까지 했다.

"크히히. 기특한 인간 녀석 나를 그렇게까지 걱정해 주다니."

세준은 자신의 생명을 걱정한 것이지만, 에일린은 자신을 걱정해 줬다고 생각했다.

에일린이 기특한 인간을 생각하면서 탑의 관리자 공간의 옥상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서치라이트처럼 생긴 직경 5m에 두께는 1m 정도 되는 원통형 물건이 놓여져 있었다.

"크릉.크릉.크릉."

뽀득.뽀득.

에일린이 콧노래를 부르며 검은 용이 그려져 있는 원통의 앞부분을 열심히 닦았다.

그리고 잠시 후 주위가 푸르스름하게 변하며 블루문이 떴다.

"크히히. 이제 내가 나설 때인가?"

달칵.

에일린이 원통형 물건의 옆면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자

파앗!

달에 박쥐맨 표시가 뜨듯이 원통에서 빛이 나며 원통 앞부분에 그려진 검은 용이 움직이며 검은 용의 그림자가 블루문이 뜬 하늘 위를 날기 시작했다.

그리고 검은 용의 그림자가 하늘의 정점에 이르자

쿠아앙!

에일린이 원통 뒤에서 크게 울었다.

쿠아앙-!

원통에서 에일린의 목소리에 마력을 실어 탑 99층 전체에 퍼트려줬다.

이 원통은 에일린의 할아버진인 카이저 프리타니가 자신의 손녀를 위해 만들어준 마법도구로. 관리자 공간을 벗어날 수 없는 손녀가 탑을 관리하기 어려울 때 한 번씩 쓰라고 만들어준 아이템이었다.

"크히히. 인간은 저게 나인 줄 알겠지?"

에일린이 하늘 위에 떠 있는 검은 용을 뿌듯하게 바라보며 다시 한번 크게 울었다.

쿠아앙-!

위대한 검은 용의 포효소리가 블루문으로 인해 미쳐버린 탑 99층의 몬스터들을 진정시켰다.

48화. 요리 스킬을 얻다.

48화. 요리 스킬을 얻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테오가 중견 유랑 상인이 되면서 D급 마력의 방울토마토에 재배자의 정보가 표시되자

"탑농부 박세준이 누구지?"

"이름을 보니 한국인인데?"

"그것보다 탑농부라는 직업이 있었어?"

세계 여러 나라의 헌터들과 부호들이 보낸 사람들이 세준의 정보를 구하기 위해 한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한국 각성자 협회의 협회장실. 협회장실 안에는 책상과 테이블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냉동창고처럼 차가웠다.

테이블의 상석에 앉은 60대 백발의 근육질 노인이 상의를 탈의하고 두께 1m의 얼음판 위에 맨발을 올려놓고 앉아서 한 남자를 노려봤다.

치이익.

발이 얼마나 뜨거운지 이 추운 곳에서 얼음이 녹고 있었다.

"동식아. 긴말 하지 않겠다. 알고 있는 거 있으면 싹 다 말해라."

협회장 한태준이 자신의 막내 제자인 피닉스 길드의 5팀 리더 김동식에게 말했다.

"스승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두꺼운 패딩을 껴입은 김동식이 하얀 입김을 뱉어내며 물었다.

"네가 박세준 군의 집에 두 번이나 다녀갔다고 하더구나."

"아. 그건..."

"박세준 군과 만난 적이 있느냐?"

한태준이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없습니다. 단지 테오라는 고양이 유랑 상인을 통해..."

김동식이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한태준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괜히 뭔가를 숨기는 짓은 하지 않았다.

그랬다가 들키면 한태준에게 진짜 죽기 직전까지 맞는다. 나이 40을 넘기고 그렇게 맞을 수는 없었다.

자신의 스승 한태준은 지금 화염의 저주를 받아 은퇴를 하고 저렇게 몸을 계속 식혀야 하는 상태지만, 비공식적으로 탑 52층까지 올라간 엄청난 괴물이었다.

세준이 40층에 올라갔다고 했을 때 김동식이 쉽게 테오의 말을 믿은 것도 이미 자신의 스승인 한태준이라는 불세출의 천재를 봤기 때문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군. 잘 됐다. 동식아. 네가 박세준 군의 가족들을 경호하거라."

협회장 한태준은 세계의 관심을 받는 마력의 방울토마토 생산자가 혹시라도 가족들의 문제 때문에 타국으로 떠나는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싶었다.

"네?"

"왜? 뭐? 이미 안면도 있으니 네가 하는 게 낮지. 불만 있어?"

"아...아닙니다."

있지만, 말할 수 없었다.

"걱정마. 네 사형들과 교대로 시킬 거야."

그렇게 한태준의 독단으로 김동식이 세준의 가족을 경호하는 인력으로 편성됐다.

***

쿠아앙-!

다행히 블루문이 뜨자마자 약속대로 에일린이 나서줬기에 지상의 밭은 안전했다.

"다행이다."

블루문이 뜬 하늘을 날아다니는 에일린을 보면서 세준은 안심하고 농작물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스스스.

방울토마토밭, 감자밭, 고구마밭에 푸른 기운이 맺히기 시작했다.

"어?!"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다. 고구마도 수확할 시기가 됐다는 것을.

"맙소사! 내가 고구마를 잊다니!"

세준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며 블루문의 기운이 맺힌 농작물들을 확인했다.

방울토마토밭에 13개, 감자밭에 3개, 고구마밭에 7개. 블루문의 기운이 맺혀 있었다.

세준은 블루문의 기운이 완전히 스며들기 전에 서둘러 농작물들의 위치를 기억했다.

그리고 푸른 기운이 농작물에 완전히 스며들자 수확물이 땅속에 숨어 색이 보이지 않는 감자와 고구마부터 수확했다.

"여기였나?"

세준이 미리 기억해둔 위치로 가서 감자 줄기를 잡아당겼다.

후두두둑.

감자 줄기를 따라 주렁주렁 달린 감자들 중에 푸른색 감자 하나가 보였다.

그렇게 감자 줄기를 2개 더 당겨 블루문의 기운이 담긴 힘의 감자를 총 3개 얻은 세준이 서둘러 고구마밭으로 갔다.

그리고

우드드득.

블루문의 기운이 담긴 힘의 호박고구마 7개를 캐냈다.

마지막으로 블루문의 기운이 담긴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있을 때

[탑의 관리자가 자신의 활약을 봤냐며 우쭐거립니다.]

"당연히 봤지. 자 빨리 퀘스트 만들어서 이거 가져가."

세준이 푸른색 방울토마토 5개와 감자 1개, 호박고구마 1개를 내밀었다. 에일린이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농작물을 주겠다고 나섰다. 앞으로도 에일린이 적극적으로 블루문을 막아주길 바라서였다.

그리고

[탑의 관리자가 고맙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앞으로도 블루문은 자신에게 맡기라고 큰소리를 칩니다.]

에일린은 세준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탑의 관리자가 감자와 고구마는 요리한 거로 부탁한다고 쭈뼛거리며 말합니다.]

에일린은 받는 처지에 더 요구하는 게 미안하기는 했는지 조심스럽게 말했다.

"해줄게."

세준은 에일린의 재앙급 요리 실력을 경험했기에 군말 없이 해줬다. 이것도 요리라고 해야 하나?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에일린이 감자와 호박고구마를 굽다가 망쳐버리면 세준으로서는 마음이 좋지 않을 것 같았다.

농작물을 못 먹는 것도. 그리고 요리를 망쳤다고 울상짓는 에일린의 메시지를 보는 것도.

어차피 찐 감자와 군고구마를 만들 생각이었기에 손이 많이 가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수확한 감자와 호박고구마가 찐 감자와 호박 군고구마로 완성되는 동안 세준은 블루문의 기운이 담긴 방울토마토 하나를 들어 옵션을 살펴봤다.

[블루문의 기운이 담긴 마력의 방울토마토]

탑 안에서 자란 방울토마토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 맛있습니다.

거기에 블루문의 기운을 담아 맛이 더욱 좋아졌습니다.

농사에 익숙한 농부가 재배해 맛과 효율이 좋아졌습니다.

섭취 시 마력이 영구적으로 0.3 상승합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20일

등급 : C

"마력이 0.3 오르네."

지금까지는 블루문의 기운이 담긴 농작물과 일반 농작물 사이 스탯 증가치가 2배로 일정했지만, C급부터는 블루문의 기운이 담긴 농작물의 효율이 더 좋은지 그 차이가 2배보다 작아졌다.

"일단 4개만 먹어야지."

연못 밖의 식량을 구할 때 조명으로 써야 하기에 지금 당장 먹을 건 아니지만, 세준은 마력을 10 이상으로 만들어 언제든지 거대 전기뱀장어의 내단을 먹을 준비를 했다.

세준이 들고 있던 방울토마토를 입에 넣고 씹자

뽀드득.

촤악!

탱글탱글한 껍질이 갈라지며 안의 새콤달콤한 즙이 터져 나왔다. C등급에 블루문의 기운까지 담긴 방울토마토즙은 더욱 진한 맛을 냈다.

"크으으. 맛있다."

[블루문의 기운이 담긴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섭취하셨습니다.]

[마력이 영구적으로 0.3 상승합니다.]

세준이 맛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푸른색 방울토마토를 다시 입에 넣었다.

뽀드득.

[블루문의 기운이 담긴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섭취했습니다.]

[마력이 영구적으로 0.3 상승합니다.]

그렇게 푸른색 방울토마토 4개를 먹은 세준이 드디어 마력을 10 이상으로 만들었다. 정확히는 10.25였다.

잠시 후 찐 감자와 호박 군고구마가 완성되자 세준이 방울토마토 5개와 찐 감자 1개, 호박 군고구마 1개를 에일린에게 보내 퀘스트를 완료했다.

그리고 세준이 찐 감자의 푸른색 껍질을 깠다.

"후우.후우."

세준이 감자가 빨리 식도록 바람을 불어 넣었다. 아무도 없는 틈을 타 블루문의 기운이 담긴 감자를 다 먹고 증거를 인멸할 생각이었다.

"설탕이 없는 게 아쉽네."

분명 소금을 찍어 먹는 맛도 괜찮았지만, 설탕을 먹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왠지 더 생각났다.

그때

"아!"

생각해 보니 자신에게는 설탕은 없었지만, 설탕보다 더 좋은 게 있었다. 바로 자신이 직접 키운 방울토마토꽃에서 독꿀벌이 채취한 유기농 꿀.

세준이 서둘러 꿀이 담긴 유리병을 가져와 뚜껑을 열고 그릇에 꿀을 부었다.

꿀렁.꿀렁.

꾸엥이에게 꿀을 줄 때와는 다르게 유리병의 기울기는 거침없이 내려갔다.

그리고

푹.

세준이 꿀이 담긴 그릇에 찐 감자를 깊게 담갔다가 빼 입에 넣었다. 꿀로 코팅된 감자가 세준의 입에 들어왔다.

"후아. 흐아아."

세준이 뜨거운 감자를 입김으로 식히며 감자를 씹었다. 감자를 씹을 때마다 포슬포슬한 감자 사이로 뜨거운 온도 때문에 물처럼 변한 꿀이 사이사이로 스며들며 맛의 조화를 찾아갔다.

꿀꺽.

"..."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이거야말로 꿀조합이니까.

[블루문의 기운이 담긴 힘의 감자를 섭취했습니다.]

[마력이 영구적으로 0.3 상승합니다.]

그렇게 찐 감자 하나를 다 먹었을 때

[탑에서 잊힌 요리 꿀감자를 재현하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이게 잊힌 요리라고?"

그것보다 찐 감자에 꿀을 찍었을 뿐인데?

***

에일린이 세준에게 받은 블루문의 기운이 담긴 마력의 방울토마토 5개를 한 번에 먹고

쿵.쾅.쿵.쾅.

느리고 약하지만, 꾸준히 뛰는 자신의 드래곤하트에 집중했다. 이번에는 몸이 적응을 한 건지 기절하지도 않았다.

"크릉.크를.크릉."

에일린이 두근대는 드래곤하트의 박동을 느끼며 찐 감자와 호박 군고구마를 순서대로 삼켰다.

"아쉽네."

감자와 고구마는 순식간에 녹듯이 사라져버렸다. 에일린의 맛의 여운을 느끼며 아쉬워할 때

"응?"

수정구 너머에서 기특한 인간이 찐 감자를 뭔가에 찍었다.

그리고

[탑에서 잊힌 요리 꿀감자 재현 업적이 달성됐습니다.]

에일린이 고객를 끄덕였다. 맛있는 음식을 재현하다니···역시 기특한 인간이었다.

"기특한 일을 했으니 상을 줘야지."

쿵쾅.쿵쾅.

에이린의 심장 박동이 강해졌다. 이번에는 드래곤하트가 아닌 다른 박동이었지만

"기특한 인간, 퀘스트를 받아라!"

꿀감자에 눈이 먼 에일린은 눈치채지 못했다.

***

[탑의 관리자가 훌륭한 업적을 달성한 당신을 보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탑의 관리자에게 꿀감자를 대접하라.]

보상 : 직업 스킬 1개

거절 시 : 뭐 거절한다면 서운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겠어!

"뭐야?"

서운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겠다니? 그러면 퀘스트에 보이지를 말던가...

"그냥 감자로 만들어도 되지?"

오랜만에 스킬을 준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어려운 것도 아니었고.

[탑의 관리자가 자신도 염치를 안다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세준이 냄비에 있던 찐 감자의 껍질을 까서 꿀이 담긴 그릇에 5개를 넣었다.

"여기."

세준의 손에 있던 그릇이 통째로 사라졌다.

그리고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특수 직업 스킬 - 요리 Lv. 1을 획득했습니다.]

새로운 스킬을 얻었다.

"요리?"

[특수 직업 스킬 - 요리 Lv. 1에 꿀감자의 레시피가 등록됩니다.]

"레시피?"

세준이 요리 스킬을 확인했다.

[특수 직업 스킬 - 요리 Lv. 1]

-탑에서 나는 식재료들을 이용해 만든 요리의 맛과 효과가 미세하게 올라갑니다.

-등록된 레시피 : 1개

"효과가 미세하게 올라간다고?"

세준이 다시 찐 감자의 푸른색 껍질을 까고 꿀에 찍자

[블루문의 기운이 담긴 힘의 꿀감자를 완성했습니다.]

[요리 Lv. 1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요리 Lv. 1의 효과로 블루문의 기운이 담긴 힘의 꿀감자의 맛과 효과가 미세하게 올라갑니다.]

[블루문의 기운이 담긴 힘의 꿀감자]

블루문의 기운이 담긴 힘의 감자를 쪄 껍질을 까고 꿀로 양념했습니다.

찐 감자와 꿀의 조화로 맛이 달고 부드러워졌습니다.

맛이 미세하게 좋아집니다.

섭취 시 힘이 영구적으로 0.3 상승합니다.(요리 Lv. 1의 효과로 오른 마력이 너무 작아 표시되지 않습니다.)

요리사 : 탑농부 박세준

유통 기한 : 1일

등급 : C

"미리 만들어 놓고 먹을 수는 없겠네."

유통 기한이 하루였고 힘의 상승치는 거의 변함이 없었다. 세준은 맛이 올라간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먹어볼까."

세준이 완성된 꿀감자를 입에 넣었다.

그리고

꿀꺽.

슥슥.

푸른 감자 껍질을 방울토마토밭에 묻어 블루문의 기운이 담긴 힘의 감자를 먹은 흔적을 완전히 없앴다.

조난 212일 차. 세준의 8번째 블루문이 아주 평화롭게 지나갔다.

49화. 먹구름을 만들다.

49화. 먹구름을 만들다.

블루문이 끝나자 세준은 지상의 대파밭으로 갔다.

며칠 전 대파밭 일부에 해독의 대파 몇 개를 심어 이파리를 자르면서 뿌리가 늘어날 때마다 나눠 심기를 하고 있었다. 연못 밖의 수산물을 먹기 위해서는 끼니마다 해독의 대파가 필요했기 때문.

그리고 나눠 심기를 한 결과는 다행히 성공적이었다. 해독의 대파에서 나눠 심기로 심은 대파의 뿌리는 같은 등급 해독의 대파로 자라났다. 아이템 복사가 가능해진 것이다.

그래서 혹시 해독의 대파 중에 블루문의 기운을 담은 해독의 대파가 있는지 살펴봤지만

"없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블루문의 기운을 담은 해독의 대파는 없었다.

다른 농작물들은 블루문의 기운을 담는 것에 비해 대파는 그러지 않았다. 조건이 안 맞는 건가?

"일이나 해야지."

고민을 하던 세준이 밤사이 무성하게 자란 파 이파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조금 있으면 아침이라 잠을 자기에는 시간이 애매했다.

서걱.서걱.

그렇게 30분 정도가 지났을 때

쿵.쿵.

꾸엥!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와 함께 출근한 꾸엥이가 세준에게 두 앞발을 흔들며 인사했다.

그리고

쿠엥?!

킁킁.

세준의 곁에 다가온 꾸엥이가 세준의 얼굴 근처에서 열심히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왜...왜 그래?"

찔리는 게 있는 세준이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덥석.

꾸엥이가 도망가지 못하게 세준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킁킁.

세준의 입 주변에 코를 대고 집요하게 냄새를 맡았다.

꾸엥!

[아빠 입에서 꿀 냄새가 난다요!]

꾸엥?

[혼자 꿀 먹었다요?]

"······"

세준의 완벽 범죄가 세준의 눈동자와 함께 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꾸엥아 우리 맛있는 거 먹을까?"

세준이 급하게 대화 방향을 돌리며 동굴에서 찐 감자들을 가져왔다.

그리고

"이거 꿀감자라는 거야."

세준이 파 이파리 위에 찐 감자 5개를 올리고 꿀을 아낌없이 부었다.

[힘의 꿀감자 5개를 완성했습니다.]

[요리 Lv. 1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요리 Lv. 1의 효과로 힘의 꿀감자의 맛과 효과가 미세하게 올라갑니다.]

"자 먹어."

세준이 완성한 꿀감자를 꾸엥이가 파 이파리째로 삼켰다.

우적우적.

"더 줄까?"

꾸엥!

세준의 말에 꾸엥이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꿀감자를 맛 본 순간 꾸엥이에게 세준의 입에서 꿀냄새가 난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세준은 간신히 꿀감자로 꾸엥이의 입을 막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토끼들이 깨어나 함께 블루문의 기운이 담긴 방울토마토와 군고구마를 먹으며 분주한 아침이 시작됐다.

***

탑 1층 가겔의 탑농장 프로젝트 본부.

본부의 마당에는 D급 마력의 방울토마토에서 채종해 발아에 성공한 6000개 정도의 방울토마토가 이미 발목 높이까지 빠르게 자라나 있었다.

"자 빨리 움직여!"

연구팀장 토마스가 고농도 성장촉진제에 물을 부어 희석하고 있는 연구원들을 재촉했다. 이렇게 빠르게 방울토마토가 자라날 수 있었던 이유는 가겔에서 개발한 성장촉진제 덕분이었다.

효과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 상용화가 어려운 제품이었지만, 빠른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부회장 마이클의 지시로 성장촉진제를 아끼지 않고 방울토마토밭에 살포하고 있었다.

그게 어떤 결과를 만들지도 모르고...

꿈틀.

방울토마토 줄기가 약하게 움직였지만, 연구원 중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

점심을 먹은 늦은 오후. 대파밭에서 이상한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서걱.서걱.

파 이파리를 자르는 세준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뺘아.

뺘앙.

반대로 낫 토끼와 2대 자식 토끼 중 홍일점 토끼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둘 사이에 흐르는 핑크빛 기류. 두 토끼가 연애를 하고 있었다.

삐이.

아내 토끼는 그런 둘을 보면서 좋을 때라는 듯이 흐뭇하게 바라봤다.

하지만

"이것들이 신성한 일터에서!"

세준은 둘을 흐뭇하게 봐줄 수 없었다. 이건 절대 배가 아프거나 아니꼬워서가 아니었다. 농장의 리더로서 일할 때는 연애 금지라는 농장의 규율을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가라! 꾸엥이! 롤링 어택!"

꾸엥!

세준의 지시에 꾸엥이가 앞구르기를 한 번 하고

꾸에에엥!

낫 토끼의 뒤를 빠른 속도로 따라가며 공격적으로 파 이파리를 주웠다.

뺘아아!

낫 토끼가 꾸엥이의 돌진에 당황하며 정신없이 낫으로 파 이파리를 베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라! 흑토끼! 오라버니의 위엄을 보여줘!"

뺙!

세준의 지시에 흑토끼가 불량배처럼 껄렁껄렁한 걸음으로 홍일점 토끼에게 걸어가 여동생을 물주기 현장 실습을 하는 곳으로 끌고 갔다.

그렇게 세준을 불편하게 하던 분위기가 사라지자

"흥! 아직 10년은 이르다 애송이들."

세준이 악당 같은 같은 대사를 하고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삣.삣.

아내 토끼가 그런 세준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누가 애송이라는 건지...

저녁이 되자

크어엉.

꾸엥!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꾸엥이를 데리고 집으로 갔다.

그리고

음머!

우천삼이 다른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을 대표해 세준에게 퇴근을 알렸다.

"그래. 수고했어. 저기 파 이파리 한 더미 가져가."

음머!

우천삼이 세준의 말에 기뻐하며 가뿐하게 파 이파리 더미를 들고 퇴근했다.

"우리도 이제 퇴근하자."

삐익!

뺘아!

세준의 말에 토끼들이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동굴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제 일이 끝난 것이냥?"

세준의 빈 무릎을 차지하기 위해 테오가 다가왔다.

"테 사장, 너 어디서 놀고 있었어?! 또 대표 잘리고 싶어?!"

"아니다냥! 봇짐을 정리하고 있었다냥! 그리고 봇짐에서 이걸 찾았다냥!"

테오가 억울해하며 대장간의 뽑기 코너에서 공짜로 뽑은 물건을 세준에게 건넸다.

"이건?!"

작은 노란색 보석이 달린 목걸이였다.

[스크래치가 난 보석 목걸이]

???

사용 제한 : 없음

제작자 : 비공개

등급 : E

이름 대로 보석 위에는 많은 스크래치가 있었다.

"에일린, 감정 좀 해줘."

[탑의 관리자가 자신에게 맡겨두라고 합니다.]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에일린이 목걸이를 가져가 감정을 했다.

[탑의 관리자가 쓸모는 없지만, 위험한 물건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목걸이를 받는 대가로 방울토마토를 요구했다.

"자 여기 방울토마토 20개."

세준이 에일린에게 방울토마토 20개를 줬고 세준의 손에 목걸이가 나타났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감정된 목걸이 - 빛의 목걸이를 획득했습니다.]

"빛의 목걸이?"

세준이 목걸이의 옵션을 확인했다.

[빛의 목걸이]

호박석에 라이트 마법이 각인된 목걸이입니다.

사용 제한 : Lv. 5 이상, 마력 3 이상

제작자 : 녹색 탑의 마법사 호린

등급 : C

스킬 : [라이트 Lv. 1]

[라이트 Lv. 1]

스킬을 사용하면 주변을 밝게 밝혀줍니다.

착용자의 마력이 높을수록 빛이 더 강해집니다.

"어떠냥? 뽑을 게 없었는데 공짜라서 뽑아왔다냥..."

테오가 감정한 목걸이를 확인하는 세준에게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황금발."

"냥?"

테오의 뽑기 실력은 대단했다. 빛의 목걸이에는 세준에게 필요한 기능이 있었다. 바로 빛을 내는 스킬인 라이트.

내단을 먹고 싶어도 자신이 내단을 먹어버리면 흑토끼가 연못 밖의 수산물을 가져올 방법이 사라지기 때문에 참고 있었는데···

마법 목걸이에 내장된 라이트 스킬을 사용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 일단 밝기를 확인해봐야겠지만...

"그것보다 대단하네."

테오의 황금발은 C급 이하로는 발이 나가지도 않는 완벽한 고급 아이템 탐지기였다.

"뭐냥?!"

세준이 자신을 기분 나쁘게 쳐다보자 테오가 불안해하며 세준의 무릎에 찰싹 달라붙었다.

"이리 와봐."

"왜 그러냥?"

"읏차!"

세준이 테오의 몸을 두 손으로 잡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수맥을 탐지하듯이 테오의 앞발을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면서 주변을 돌아다녔다.

"어때? 발이 끌리는 데가 있어?"

세준이 테오를 들고 3분 정도를 걸어 다니면서 물었다. 장난이었기에 이제 그만두고 동굴로 내려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계속 걸어라냥."

"그래."

테오가 눈을 감고 집중한 표정으로 대답하자 세준은 테오가 나름 진지하게 아이템 탐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는 세준이 주변을 열심히 걸었다.

'푸후훗. 떠받듦을 받는 게 이런 기분인 것이냥? 기분이 좋다냥.'

세준이 테오의 마음을 알았다면 그만뒀겠지만, 세준에게 마음을 읽는 능력은 없었다.

그렇게 10분 정도를 걸었지만, 테오의 앞발은 조용했다.

"밥이나 먹자."

배가 고픈 세준이 테오를 들고 동굴로 내려왔다.

"박회장, 다음에 또 하자냥."

테오만 만족스러운 10분이었다.

저녁은 군고구마와 생선구이를 먹었다.

식사가 끝나자

"자 이거 착용해봐."

세준이 흑토끼에게 빛의 목걸이를 건넸다.

"근데 너 마력 3은 넘지?"

뺙!

슥.슥.

세준의 물음에 흑토끼가 자신을 무시하지 말라고 빼액 소리를 지르며 앞발로 흙바닥에 자신의 마력 수치를 썼다.

33.

"어?!"

세준은 흑토끼가 자신보다 마력이 월등히 높자 당황했다.

그사이

파앗.

목걸이를 착용한 흑토끼가 목걸이의 스킬을 사용해 주변을 밝혔다.

그리고

풍덩.

라이트 스킬을 사용한 상태로 흑토끼가 연못으로 뛰어들어 구멍 밖으로 나갔다 돌아왔다.

"어때? 잘 보여?"

뺙!

세준의 물음에 흑토끼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 보여요!

"그래?"

흑토끼의 대답에 세준이 거대 전기뱀장어의 내단을 집었다. 드디어 내단을 먹을 때가 온 것이다.

콰득.

한입 크게 베어 물자

쏴아아아.

단단했던 내단이 통째로 흐물흐물하게 변하며 입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

내단에서 느껴지는 의외의 맛에 세준이 당황했다.

이건?! 여기서 왜 오렌지 맛 탄산음료 맛이나?!

액체로 변한 거대 전기뱀장어의 내단에서 톡 쏘는 오렌지 맛 탄산음료가 느껴졌다. 세준의 머릿속에 오렌지 맛 판타가 떠올랐다.

꿀꺽.

그렇게 짜릿한 목 넘김의 여운을 느끼는 동안

[거대 전기뱀장어의 내단을 섭취하셨습니다.]

[스킬 - 우뢰(雨雷) Lv. 1를 배웠습니다.]

스킬을 배웠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배웠다고?"

항상 스킬을 획득했다는 메시지만 보던 세준이 의아함을 느끼고 있을 때

[우뢰(雨雷) Lv. 1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한 마력이 크게 부족합니다.

[사용자의 안전을 위해 가 봉인됩니다.]

[사용자의 안전을 위해 가 봉인됩니다.]

"뭐야?"

우뢰(雨雷) 스킬에서 비와 천둥이 봉인되면 그건 우뢰(雨雷) 스킬이 아니잖아!

세준이 서둘러 스킬을 확인했다.

[스킬 - 우뢰(雨雷) Lv. 1]

-먹구름을 만들어 비와 천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마력으로 먹구름을 만듭니다. 마력이 강할수록 크고 밀도가 높은 먹구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 환경이 맞으면 낮은 확률로 비를 내립니다.

: (봉인 중 - 마력 30 이상 필요)

: (봉인 중 - 마력 70 이상 필요)

"먹구름 만들기."

세준이 스킬을 사용하자

뭉게뭉게.

세준의 머리 위로 1m 정도의 작은 먹구름이 만들어졌다.

"으음..."

가진 마력의 3분의 1을 사용했는데 생각보다 먹구름이 너무 작았다.

세준은 쉴 때 구름으로 그늘을 만들 수 있는 것과 오렌지 맛 탄산음료를 마신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그때

"위대한 검은 용이시여. 저희가 돌아왔습니다."

블루문을 피해 내려갔던 은빛 늑대들이 회색 토끼 3마리를 데리고 돌아왔다.

50화. 합류하다.

50화. 합류하다.

탑 99층의 블루문을 피해 내려간 엘카와 늑대들은 서둘러 탑 85층에 들러 부족의 늑대들에게 자신들이 위대한 검은 용의 밑에서 일하게 됐음을 알렸다.

그리고 세준이 챙겨준 약간의 식량을 전해주고 다시 탑 99층으로 돌아가는 길.

"엘카 족장!"

부하 늑대가 엘카를 불렀다.

"왜?"

"저기 좀 보시죠."

부하 늑대가 뭔가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토끼 3마리가 길바닥에서 구걸을 하고 있었다.

'저 토끼들은 위대한 검은 용의 하수인?'

많은 고생을 했는지 털도 더럽고 말라 보였지만, 분명히 토끼들이었다. 엘카는 회색토끼들이 세준에게서 도망쳐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감히 위대한 검은 용님에게서 도망치다니!'

"저들을 붙잡아 위대한 검은 용께 데려간다!"

"네!"

"네!"

그렇게 엘카와 늑대들이 구걸하는 회색토끼들을 하나씩 물고 탑 99층으로 올라왔다.

***

세준과 테오가 늑대들을 보러 지상으로 올라가자

툭.

늑대들이 입에 물고 있던 회색토끼 3마리를 세준의 앞에 조심스럽게 내려놨다.

오들오들.

늑대들에게 끌려온 회색토끼들은 겁에 질려 떨고 있었다.

"엘카, 얘네들 뭐야?"

"저희가 위대한 검은 용의 도망친 하수인들을 붙잡아왔습니다."

"도망친 하수인?"

엘카가 '저 잘했지 않습니까?'라는 눈빛으로 꼬리를 흔들며 세준을 바라봤다

"일단 잘했어."

세준이 엘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디서 이런 애들을 구해 온 거지?'

[건축가 회색토끼]

[나무 공예가 회색토끼]

[이파리 공예가 회색토끼]

늑대들이 기술자들을 물어왔다.

***

오들오들

오빠 어떡해요?

오빠 무서워요.

드래곤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어. 모두들 정신 차려.

건축가 토끼가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인간과 고양이 그리고 늑대의 시선을 느끼며 불안해하는 동생들을 다독였다.

자신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여기서 자신까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상황은 더 악화된다.

우리는 위대한 토끼 왕국의 회색토끼들이다!

오빠 토끼가 앞으로 나서 호기롭게 외쳤다. 이렇게라도 해서 불안을 털어내려는 것이었다.

그때

스윽.

인간의 손이 자신을 향했다.

'내가 너무 나섰나?'

오빠 토끼가 후회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

삐빅!

먹지 못했는지 비리비리한 3마리 중 그나마 가장 건장한 건축가 토끼가 무슨 할 말이 있는지 혼자 떠들고 있었다.

세준이 건축가 토끼와 대화를 하기 위해 손을 내밀자

삐릭!!

삐믹!!

뒤에 있던 다른 회색토끼 2마리가 세준의 손을 향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크르릉. 감히 위대한 검은 용께!!!"

늑대들이 가볍게 휘두른 앞발에 회색토끼들은 단숨에 기절했다. 그렇게 정리된 분위기에서 세준이 건축가 토끼의 머리에 손을 댔다.

그리고

"일단 미안. 우리 늑대들이 오해를 좀 했어."

삑?삐빅?

[오해요? 그럼 살려주는 건가요?]

"당연하지. 내가 너희를 왜 죽여."

삐빅...

[다행이네요...]

세준의 죽이지 않겠다는 대답에 건축가 토끼가 안심했는지 기절해버렸다.

"일단 자고 내일 다시 얘기하자."

"네. 위대한 검은 용이시여."

세준이 늑대들에게 말하고는 회색토끼들을 데리고 동굴로 내려왔다.

그리고 불가에 눕히고 파 이파리를 덮어줬다.

"테 대표, 우리도 자자."

세준이 누워 모포를 덮으며 말했다.

"뭐냥?! 나 테 사장이다냥!"

"시간 끝났어."

여러 가지 이유로 늘어났던 테 사장 시간이 끝났다.

"아 그런 것이냥."

세준의 말에 테오가 순순히 인정하고 세준의 배 위로 올라가 잠들었다.

***

꾸엥!

아침이 되자 꾸엥이가 놀러 와 모두를 깨웠다.

"읏차!"

세준이 일어나 벽에 획 하나를 추가하며 조난 213일 차 아침을 시작했다.

그리고

삐익!

삐이!

굴에서 나오던 토끼 부부가 아직 자고 있는 회색토끼들을 발견하고는 크게 놀랐다. 토끼 부부의 표정을 보니 아는 눈치였다.

"서로 알아?"

세준의 물음에 남편 토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척.

삐익.

[옛날에 거대한 토끼 왕국이 있었습니다.]

세준의 몸에 손을 대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남편 토끼의 말로는 과거 토끼 왕국에는 3개 토끼족이 서로 어울려 살았다고 한다. 농사를 좋아하는 백토끼족, 뭔가를 만드는 손재주가 좋은 회색토끼족, 싸움에 능한 흑토끼족.

삐익...

[하지만 붉은 괴물들이 하늘을 덮은 날...]

갑작스러운 붉은 괴물들의 침입으로 토끼 왕국은 망했고 토끼들은 모두 살길을 찾아 흩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저기 기절해 있는 회색토끼들은 자신의 옆 마을 출신이라고 했다.

그렇게 얘기를 하는 사이

아사악.아사악.

천천히 파 이파리를 씹는 소리가 들려왔다.

"응?"

소리가 나는 곳을 보자 회색토끼들이 세준이 덮어 줬던 파 이파리를 잠결에 조금씩 먹고 있었다. 얼마나 배고팠으면 자면서까지...

"일단 깨워서 먹이고 다시 재우자."

삐익!

세준의 말에 토끼 부부가 기뻐하며 서둘러 피라니아 몇 마리와 파 이파리를 더 구웠다. 같은 왕국 출신을 만난 게 반가운 모양이었다.

그렇게 아침이 거의 완성되자

움찔.움찔.

회색토끼들이 맛있는 냄새를 따라 코를 움직이며 깨우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깨어났다.

그리고

삐빅?!

삐릭?!

삐믹?!

회색토끼들이 주변을 돌아다니는 백토끼들과 흑토끼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자신들이 죽어 하늘나라의 토끼들이 자신들을 반겨준다고 오해한 것이다.

하지만

꼬르르륵.

배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며 건축가 토끼가 정신을 차렸다. 죽었는데 배에서 소리가 날 리는 없으니까.

그때

삐익!

정신을 차린 회색토끼들에게 토끼 부부가 다가갔다.

아저씨!

아줌마!

잘 지내셨어요?

회색토끼들이 토끼 부부를 보고 반갑게 인사하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너희 부모님은?

붉은 괴물들에게서 저희를 지키다가 돌아가셨어요.

······

토끼 부부가 조용히 회색토끼들을 안아줬다.

그때

꼬르르륵.

회색토끼들의 배에서 다시 소리가 났다.

삐익!

토끼 부부가 서둘러 회색토끼들에게 아침을 먹였다.

여기는 우리 농장의 주인님이야.

그리고 여기는 우리 아이들.

아침을 먹으면서 토끼 부부가 세준과 테오 그리고 자식들을 소개하며 서로 인사를 했다.

그렇게 아침 식사가 끝나자 토끼들이 각자 자신의 일을 하러 갔다.

그리고 덩그러니 남은 회색 토끼들. 그들은 밥값을 하고자 뭔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응? 이건?!"

점심을 준비하러 불가로 온 세준은 회색 토끼들이 열심히 뭔가를 만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불가에는 파 이파리로 만들어진 바구니 안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잘린 파 이파리가 가지런히 담겨 있었다.

그리고 주변 나무로 만들어진 숟가락과 젓가락. 세준이 대충 만든 것과는 그 퀄리티부터 달랐다.

"혹시 일자리 필요 없어?"

조금 더 친해진 다음에 제안하려고 했지만, 회색토끼들의 손재주를 직접 목격한 세준이 참지 못하고 말을 꺼냈다.

삐빅!

삐릭!

삐믹!

세준의 말에 회색토끼들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회색토끼들이 열심히 실력 발휘를 한 데에는 농장주인 세준의 눈에 들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매일 오늘 아침처럼만 먹을 수 있다면, 아니 매일 파 이파리만 먹어도 그들은 만족할 수 있었다.

그렇게 회색토끼 3마리가 세준의 농장에 합류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세준의 생활 수준이 크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앞으로 회색토끼들도 우리랑 같이 지낼 거야."

세준이 점심을 먹으며 회색토끼의 농장 합류를 발표했다.

점심을 다 먹자

"졸리다냥. 무릎을 내놔라냥..."

뺘악...

꾸엥...

테오와 흑토끼가 세준의 양 무릎을, 꾸엥이가 세준의 등을 차지하고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먹구름 만들기."

뭉게뭉게.

세준이 먹구름으로 꾸엥이까지 덮는 그늘을 만들었다.

후루룩.

세준은 커피를 마시며 자신이 만든 먹구름을 살펴봤다.

"근데 이거 움직이나?"

세준이 먹구름을 움직이겠다는 생각을 하자

스르륵.

먹구름이 옆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느렸지만, 움직이기는 했다.

그때

[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응?!"

먹구름 만들기의 숙련도가 상승했다. 하지만 우뢰(雨雷) 스킬 자체의 숙련도가 오른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꾸엥...

먹구름이 옆으로 가며 갑자기 눈 부신 해가 비추자 꾸엥이가 자신의 머리를 세준의 등에 더 붙이며 해를 피했다.

"미안.미안."

세준이 꾸엥이의 머리를 토닥이며 먹구름을 다시 원위치시켰다.

그리고 이번에는 구름의 모양을 바꿔봤다. 디테일하게는 안 됐지만, 먹구름을 조금 두툼하게나 얇게, 넓게나 좁게 만드는 것은 가능했다.

더불어 세준이 먹구름의 모양을 바꿀 때마다 먹구름 만들기의 숙련도가 상승했다.

"자 그만 일어나자."

30분 정도 낮잠을 재운 세준이 테오, 흑토끼, 꾸엥이를 깨우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덥석.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다시 낮잠을 자려는 테오의 뒷덜미를 세준이 잡았다.

"뭐냥?"

"우리 테 대표도 오늘은 부하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줘야지."

"그런 것이냥? 하긴 나의 멋진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됐다냥! 늑대들은 나를 따르라냥!"

파칭!

세준의 말에 테오가 자신의 발톱을 꺼내며 대파밭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크르릉.

늑대들이 테오를 따라 대파밭으로 달려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파 이파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세준은 테오와 늑대들을 대파밭으로 보내고 동굴로 내려왔다.

방울토마토, 감자, 호박고구마.

오늘은 수확할 게 많았다. 세준은 낫 토끼에게 미리 나중에 심을 고구마순을 자르게 하고 수확을 시작했다.

서걱.서걱.

세준이 빠르게 방울토마토 수확을 끝내고

후두두둑.

감자밭에서 감자 줄기를 당겨 감자들을 수확했다. 감자 줄기를 당겨 수확하지 못한 감자들을 삽 토끼들이 땅을 뒤지업 확인하면서 나머지 감자들을 수확했다.

그리고 세준이 고구마순이 다 잘려 나간 고구마밭에서 호박고구마를 수확하려 할 때

터덜터덜.

테오가 힘없이 걸어와 파 이파리를 자르고 있는 세준의 다리에 매달렸다.

"테 대표, 왜 그래?"

"늑대들이 나보다 더 파 이파리를 잘 자른다냥..."

"응?"

세준이 지상으로 올라가 늑대들을 보자

파바바밧.

늑대의 앞발질 한 번에 날카로운 바람이 일어나며 파 이파리 4~5줄기가 동시에 잘려 나갔다. 특히 엘카의 앞발질에는 파 이파리가 거의 10개씩 잘려 나갔다.

"대단한데?"

테오의 자신감이 꺾일 만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테오의 기를 죽일 수는 없는 일. 세준이 서둘러 테오의 기 살리기 처방에 들어갔다.

"괜찮아. 테 대표, 너의 재능은 발톱에 있는 게 아냐."

"그럼 내 재능은 어디에 있는 것이냥?"

"테 대표, 네 재능은 앞발에 있어."

"그런 것이냥?!"

세준의 말에 테오가 큰 깨달음을 얻었다.

'푸후훗. 박세준의 말은 다 맞다냥! 나는 상인! 나의 재능은 치명적인 마성의 앞발로 고객을 유혹하는 상술!'

앞발이 다른 단어와 연결되며 창의적인 생각이 만들어졌다.

척.

다시 기가 살아난 테오가 세준의 다리에서 내려와 동굴의 구석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덥석.

테오가 다시 세준에게 목덜미를 잡혔다.

"테 대표, 어디가 일은 해야지."

"박 회장, 나 피곤하다냥."

"응. 일 끝나고 쉬어."

테오가 기운 없는 표정으로 말했지만, 세준은 단호하게 대답하며 테오를 아직 고구마순이 베어지지 않은 고구마밭에 내려놨다. 그렇게 테오는 낫 토끼를 도와 고구마순을 베었다.

잠시 후

파바박!

"봤느냥! 테 대표님의 멋진 자르기를!"

동굴 안 한정 테오는 아직 최강자였다.

51화. 맛탕을 만들다.

51화. 맛탕을 만들다.

세준이 고구마 줄기를 잡아당기자

우드드득.

고구마 줄기를 따라서 황금빛 태양의 호박고구마들이 줄줄이 딸려 올라오며 주변을 밝혔다.

[태양의 호박고구마 15개를 동시에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4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숙련도 상승 Lv. 1의 효과로 수확하기 Lv. 4의 숙련도가 5% 추가 상승합니다.]

[경험치 450을 획득했습니다.]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후우. 끝났다."

가장 나중에 심었던 태양의 호박고구마 수확을 끝으로 모든 고구마를 수확한 세준이 레벨업을 하며 19레벨이 됐다.

보너스 스탯은 마력을 올렸다. 우뢰(雨雷) 스킬의 봉인된 와 를 풀 때까지는 마력을 올릴 생각이었다.

그렇게 모든 수확이 끝나고 세준이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 불가로 다가갔다. 토끼들이 다른 요리들을 준비하면서 수확한 감자와 고구마를 미리 찌고, 굽고 있었다.

"이제 저녁 먹자."

삐익!

뺘아!

세준의 일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토끼들이 분주하게 음식을 나르기 시작했다.

그때

꾸에엥!꾸엥엥!

동굴 밖에서 꾸엥이의 서러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꾸엥이가 집에 가기 싫다고 엄마랑 싸우고 있다냥."

테오가 꾸엥이의 말을 통역했다.

"쟤 아직 집에 안 갔어?"

"감자랑 고구마 먹고 가겠다고 한다냥."

꾸엥이가 동굴 안에서 수확되는 감자와 고구마를 보고는 그걸 먹고 가려고 떼를 쓰는 모양이었다. 세준이 회색토끼가 만든 큰 바구니에 감자와 호박고구마를 가득 담아 가지고 지상으로 올라갔다.

"오늘은 이거 먹고 내일 또 먹자. 알았지?"

세준이 꾸엥이에게 바구니를 건네자

꾸엥!

원하는 걸 얻은 꾸엥이가 세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의 머리로 빠르게 올라갔다.

"아! 바구니는 먹지 말라고 말했어야 했나?"

세준이 뒤늦게 꾸엥이에게 바구니에 대한 주의를 주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지만, 그 사이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는 붙잡지 못 할 정도로 멀리 가버렸다.

"위대한 검은 용이시여. 제가 바구니를 먹지 말라고 전달하고 올까요?"

엘카가 세준에게 다가와 말했다.

"아냐. 됐어. 그것보다 배고프지? 어서 밥 먹자."

세준이 꾸엥이에게 먹을 걸 챙겨주는 사이 토끼들이 늑대들이 먹을 음식을 가지고 올라왔다.

"감사합니다. 위대한 검은 용이..."

"너무 길어. 앞으로는 그냥 세준이라고 불러."

"알겠습니다. 세준 님. 저녁 잘 먹겠습니다."

세준과 토끼들이 꾸엥이와 늑대들의 식사를 챙겨주고 드디어 모두가 식사를 불가 주변에 동그랗게 앉았다.

세준과 토끼들의 앞에는 음식이 담긴 회색토끼들이 파 이파리를 엮어 만든 접시와 그릇들이 놓여져 있었다.

원래도 파 이파리 위에 음식을 올려두고 먹었지만, 그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파 이파리를 엮어 만든 것뿐인데 구색이 갖춰진 것 같았다.

척.

"배고프다냥."

테오가 당연하다는 듯이 세준의 무릎으로 올라왔다.

"먹자."

세준의 말과 함께 토끼들이 자신의 앞에 놓인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

"맛있다냥!"

세준이 생선구이를 먹으며 살을 발라 테오의 입에 넣어 주었다.

처음에는 테오가 무릎에 올라오는 것도 귀찮아하던 세준. 이제는 생선구이를 발라주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중이었다.

'푸후훗. 계획대로라냥!'

조난 213일 차. 테오의 하루가 평화롭게 지나가고 있었다.

***

꾸엥!

아침이 되자 꾸엥이가 동굴에 고개를 내밀며 나타났다.

"읏차."

세준이 일어나 벽에 획 하나를 추가하며 214일 차 아침을 시작했다.

서둘러 세수를 하고 아침은 어제 남은 군고구마로 때웠다. 오늘도 어제만큼, 아니 어제보다 더 바빠질 예정이었다.

농작물 수확으로 땅이 비었으니 다시 새로운 농작물을 심어야 했다.

그렇게 세준과 토끼들이 간단히 아침을 먹고 아침 농사를 시작했다.

세준은 오늘도 테오에게 일을 시키려 했지만

"안 된다냥! 테 대표는 재능을 살리기 위해 갈 거다냥!"

테오가 다음 상행을 준비한다며 봇짐에 마력의 방울토마토와 힘의 호박고구마를 담기 시작했다. 감자는 아직 수가 적어 다음 수확 때나 팔 수 있는 수확량이 나올 것 같았다.

"해독의 대파도 몇 개 가져가 봐. 혹시 원하는 헌터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알겠다냥."

해독의 대파는 뿌리가 나눠질 때마다 나눠 심어서 넘쳐나고 있었기에 세준이 해독의 대파 100개를 가져가게 했다.

테오는 해독의 대파가 팔릴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세준의 말이라 일단 챙겼다. 세준의 말은 진리니까.

그렇게 봇짐을 싸는 테오를 놔두고 빠르게 방울토마토를 수확한 세준이 지상 밭에 심기 위한 고구마순 1만 개 정도를 가지고 지상으로 올라왔다.

꾸엥!

크르릉.

지상으로 올라가니 꾸엥이가 늑대들과 놀고 있었다. 드디어 수준이 맞는 상대를 찾은 것 같았다.

그리고 옆에는 어제 꾸엥이가 들고 갔던 바구니가 멀쩡한 상태로 놓여 있었다. 다행히 바구니를 안 먹고 그대로 들고 왔다.

"얘들아. 나 좀 도와줘."

세준이 꾸엥이와 늑대들을 데리고 대파밭 옆,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파 이파리로 덮어둔 빈 밭으로 갔다.

"파 이파리 좀 거둬줘."

"네. 세준 님."

늑대들이 파 이파리를 물어 거둬내자 꾸엥이도 늑대들를 따라 신나게 파 이파리를 주워 차곡차곡 쌓았다.

항상 대파밭에서 파 이파리를 쌓고 꿀을 먹었기에 이번에도 그런 일이라고 생각한 것.

그렇게 늑대들과 꾸엥이가 파 이파리를 거둬내는 동안 세준은 고구마순을 심었다.

푹.

단검으로 찔러 고구마순을 넣을 공간을 만든 다음 고구마순을 넣고 공간을 메꿔주면 끝이었다.

[호박고구마순을 심었습니다.]

[씨뿌리기 Lv. 4의 효과로 호박고구마순이 뿌리를 내릴 확률이 증가합니다.]

[씨뿌리기 Lv. 4의 효과로 해충으로부터 충해를 당할 확률이 미세하게 감소합니다.]

[직업 경험치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씨뿌리기 Lv. 4의 숙련도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숙련도 상승 Lv. 1의 효과로 씨뿌리기 Lv. 4의 숙련도가 5% 추가 상승합니다.]

그렇게 세준이 열심히 고구마순을 심고 있을 때

꾸엥!

일을 마친 꾸엥이가 유리병을 들고 왔다.

"알았어."

꾸엥이에게 꿀을 1꿀렁 부어주고 주변을 둘러보자 늑대들이 괜히 땅을 긁으며 딴 데를 보고 있었다.

"너희들도 이리 와."

"저...저희는 괜찮습니다."

늑대들이 고개를 흔들며 부정했다.

하지만 세준을 속일 수는 없었다. 늑대들의 꼬리가 격하게 흔들리며 대신 대답하고 있었으니까.

"빨리 와."

세준이 단호하게 말하자

"네."

늑대들이 못 이기는 척 빠르게 달려왔다.

"자."

세준이 옆에 떨어져 있던 파 이파리에 꿀을 부어 늑대들에게 주었다.

할짝.할짝.할짝.

늑대들이 처음 맛본 꿀맛에 흥분하며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다.

그때

꾸에에에엥.

어느새 자신의 꿀을 다 먹은 꾸엥이가 늑대들 사이에 머리를 밀어 넣으며 늑대들의 꿀을 뺏어 먹으려 했다.

"꾸엥이 안돼!"

세준이 강하게 말하며 꾸엥이를 제지하자

꿰에엥...

꾸엥이가 몸을 돌리며 토라졌다. 하지만 그래봤자 세준이 손바닥 안이었다.

"우리 점심에 꿀감자보다 맛있는 거 먹을 건대."

꾸엥?!

세준의 혼잣말에 꾸엥이의 몸이 30도 정도 돌아가며 반응했다. 꿀감자 보다 맛있는 거?!

"하지만 이건 남의 먹을 걸 뺏어 먹는 나쁜 곰이 먹으면 큰일 나는 음식이야. 아깝지만, 꾸엥이는 못 먹겠네."

꾸엥!꾸엥!

세준의 청천벽력 같은 말에 꾸엥이가 다급히 몸을 돌리고 양 앞발을 흔들며 부정했다. 꾸엥이는 나쁜 곰 아니다요! 남의 거 안 뺏어 먹었다요!!!

"알았어. 난 또 우리 꾸엥이가 남의 걸 뺏어 먹는 나쁜 곰인 줄 알았지. 오해해서 미안해. 대신 점심에 꾸엥이는 다른 애들보다 5배로 줄게."

이미 꾸엥이가 먹는 양이 토끼들의 10배도 넘었기에 큰 차이는 없었다.

꾸엥!

세준의 말에 금세 기분이 좋아진 꾸엥이가 다시 열심히 파 이파리를 주우러 갔다.

"밥하러 가야겠네."

원래 대충 먹을 생각이었는데 꾸엥이에게 한 말이 있어서라도 꿀감자보다 맛있는 걸 만들어내야 했다.

"뭐 이게 맛없을 수는 없지."

세준이 점심에 만들 건 고구마를 수확했을 때부터 너무 만들고 싶었던 요리. 바로 고구마맛탕이었다.

그동안 재료와 도구의 부재로 먹을 수 없었지만, 이제는 완벽한 고구마 맛탕을 만들 조건이 만들어졌다.

세준은 거기에 감자까지 추가하며 새로운 요리를 만들기로 했다.

"이름하여 감자고구마맛탕."

세준이 동굴로 내려가 감자와 고구마를 씻고 냄비 3개를 이용해 삶기 시작했다.

그리고 삶아진 감자와 고구마를 꺼내고 있을 때

"박 회장, 뭐 하는 것이냥?"

봇짐을 다 싼 테오가 세준에게 다가왔다.

"오! 테 대표, 잘 왔어."

"푸후훗. 내가 그렇게 반가운 것이냥?"

"그럼 반갑지. 발톱으로 이것 좀 잘라줘."

세준이 감자와 고구마를 가리켰다.

"푸후훗. 그 정도는 테 대표에게 우습다냥!"

동굴 안 한정 최강자가 자신의 능력을 뽐내려 했다.

하지만

"그냥 자르려고?"

"그렇다냥. 뭐가 문제냥?"

"발톱은 씻고 와야지."

세준의 위생검열에 걸렸다.

"알았다냥!"

테오가 후다닥 연못에서 발톱을 닦고 와서 감자와 고구마를 자르며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박 회장! 나의 현란한 앞발질을 봐라냥!"

그렇게 테오가 열심히 일을 해주는 동안 세준은 냄비를 달구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불가의 불이 강했기에 냄비는 금세 달궈졌다.

"좋아."

냄비가 달궈지자 세준이 따로 떼어놨던 거대 전기뱀장어의 지방 한 덩이를 냄비에 올렸다.

치이익.

지방이 고소한 냄새와 함께 맛있는 소리를 내며 녹으며 액체로 변했다.

와르르르.

세준이 냄비에 감자와 고구마를 넣고 겉면을 튀기기 시작했다. 맛탕을 먹으면 바삭하고 약간 찐득한 느낌이 난다. 그 느낌을 만들어주려면 겉면을 튀겨줘야했다.

튀겨진 감자와 고구마는 옆에 이파리 접시에 옮겨 담았다. 그리고 튀기기가 끝나자 냄비에 꿀을 넣고 졸였다.

그리고 꿀이 카라멜라이징 되며 갈색으로 변하자 감자와 고구마를 다시 넣고 코팅하듯이 저었다.

점점 감자와 고구마의 겉면에 꿀이 코팅되며 윤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됐다."

세준이 감자와 고구마를 건져내 식히며 요리를 끝내자

[탑에서 잊힌 요리 고구마맛탕을 재현하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탑에서 잊힌 요리 감자맛탕을 재현하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요리 Lv. 1에 고구마맛탕의 레시피가 등록됩니다.]

[요리 Lv. 1에 감자맛탕의 레시피가 등록됩니다.]

[요리 Lv. 1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요리 Lv. 1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

업적을 달성하며 요리 스킬 레벨이 올랐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세준이 개발한 감자고구마맛탕은 탑이 인정해주지 않았다.

세준이 다시 감자고구마맛탕을 만들고 있을 때

"나도 생선을 여기다 튀겨달라냥!"

테오가 피라니아 한 마리를 가지고 와서 아직 감자와 고구마를 튀기고 남은 기름을 가리키며 말했다. 생선애호가는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생선과 기름의 조합을.

"알았어."

치이익.

"자 여기."

불이 강했기에 냄비를 올리자 금세 뜨거워진 기름에 피라니아를 튀긴 세준이 테오에게 생선튀김을 건넸다.

"맛있다냥!"

장어기름에 튀긴 피라니아를 맛본 테오가 이번 주 주급을 생선튀김으로 받기로 했다.

잠시 후 점심 준비가 끝나고

"점심 먹자!"

세준의 외침에 토끼들이 우르르 달려와 감자고구마맛탕을 바구니에 담아 지상으로 날랐다.

꾸!엥!꾸!엥!

꿀감자보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생각에 흥분한 꾸엥이가 침을 흘리며 열심히 바구니를 끌어 올렸다.

그리고 점심시간.

꾸엥!

세준의 말대로 꿀감자 보다 더 맛잇는 감자고구마맛탕을 맛본 꾸엥이는 이후 함부로 남의 음식을 뺏어 먹지 않았다고 한다.

조난 214일 차. 꾸엥이가 음식을 뺏어 먹지 말고 양보 받으면 된다는 걸 배웠다. 세준의 의도와 조금 다르게 이해한 꾸엥이였다.

52화. 딸기와 청양고추를 심다.

52화. 딸기와 청양고추를 심다.

에일린은 요즘 스스로 뛰는 드래곤하트의 박동을 느끼는 재미에 흠뻑 빠져있었다.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드래곤하트가 뛰고 있었다.

쿵...

"오! 뛴다!"

쾅...

"또 뛴다!"

아주 느리지만, 꾸준히 뛰고 있었다. 아직 박동이 너무 약해 마나를 축적하는 건 엄두도 낼 수 없지만, 드래곤하트가 뛴다는 것만으로 에일린은 너무 행복했다.

"이게 다 기특한 인간 덕분이야! 그나저나 기특한 인간은 뭘 하고 있지? 위대한 검은 용인 나 에일린 프라타니 님이 보살펴 줘야 하는데..."

생각이 세준에게로 향하자 에일린은 세준이 궁금해졌다. 혹시 그사이 위험할 수도 있는 미감정 아이템을 쓰고 있을지도 몰랐다. 아니면 혼자 맛있는 걸 먹고 있거나...

"이익! 그건 용서 못 해!"

자신만 빼고 맛있는 걸 먹는다니! 생각만 해도 화가 났다.

그때

"응?"

[탑에서 잊힌 요리 고구마맛탕 재현 업적이 달성됐습니다.]

[탑에서 잊힌 요리 감자맛탕 재현 업적이 달성됐습니다.]

"크히히. 날 위해 새로운 요리를 재현하다니! 기특한 인간이 또 기특한 일을 했어! 빨리 달라고 해야지!"

에일린이 서둘러 수정구로 달려갔다.

하지만

[읽지 않은 알람이 1000개를 넘어갔습니다.]

[알람을 정리해주세요.]

수정구의 알람이 에일린을 방해했다.

"에잇! 바쁜데!"

에일린이 알람을 읽지도 않고 빠르게 넘겨 버렸다. 그중에는 경고를 알리는 붉은색 알람도 있었지만, 빨리 새로운 요리를 먹겠다는 일념으로 후다닥 넘겨버렸다.

그리고

"크히히. 위대한 검은 용인 나 에일린 프리타니께서 기특한 인간이 뭘 만들었는지 봐주도록 할까?"

에일린이 서둘러 수정구로 세준이 뭘 먹는지 확인했다.

***

세준의 배가 어느 정도 찼을 때

[탑의 관리자가 고구마맛탕과 감자맛탕의 소문을 듣고 왔다며 군침을 흘립니다.]

에일린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아까 부를 때 대답하지. 다 식었잖아."

[탑의 관리자가 바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 퀘스트나 줘."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탑의 관리자에게 고구마맛탕과 감자맛탕을 대접하라.]

보상 : 에일린이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음.

거절 시 : 에일린이 아주 서운해함.

"동굴에 뚜껑 덮여 있는 냄비에 챙겨놨어. 그거 가져가면 돼."

세준의 말과 함께 퀘스트가 완료됐다.

[탑의 관리자가 맛있는 걸 먹게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너무 달달하고 힘이 넘친다고 말합니다.]

힘이 넘친다고? 힘의 고구마와 힘의 감자를 먹어서 그럴 거다. 세준과 동물들도 지금 힘이 넘쳐나고 있었다.

"그래. 많이 먹어."

점심을 먹고 테오, 흑토끼, 꾸엥이와 함께 낮잠을 잔 세준은 오전에 못다 한 고구마순을 다시 심기 시작했다.

오후에는 자신의 일을 끝낸 다른 토끼들도 합류해 함께 고구마순을 심으면서 빠르게 고구마밭이 완성됐다.

[고구마밭 2500평을 만들었습니다.]

[경험치 5000을 획득했습니다.]

"휴우. 끝났다. 이제 대파밭으로..."

세준이 대파밭으로 이동하려 할 때

뺙!

흑토끼가 수산물을 끌어 올리러 가자고 세준을 불렀다.

"알았어."

세준이 동굴로 내려가자 연못 앞에 못 보던 것이 있었다. 파 이파리로 만든 그물이었다.

"이거 너희들이 만든 거야?"

세준이 회색토끼들을 보며 묻자

삐빅!

삐릭!

삐믹!

뺘앙!

"응?!"

세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는 회색토끼들 사이에 홍일점 토끼가 함께 있었다. 정확히는 건축가 토끼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낫 토끼랑은 어떻게 된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아직 어릴 때다. 마음이 하루에도 여러 번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할 나이.

대신 나중에 낫 토끼에게 위로의 뜻으로 당근이나 줘야겠다고 생각할 때

첨벙!

뺙!

흑토끼가 그물을 가지고 연못 안으로 들어가며 세준을 불렀다. 나 이제 들어가요!

"알았어!"

세준이 밧줄을 움켜잡았다.

잠시 후

팽!팽!

밧줄을 두 번 당기는 신호가 왔다.

"하압!"

그물에 많이도 담았는지 무게가 상당했다. 세준이 기를 쓰며 그물을 끌어 올렸다. 다행히 중간부터 흑토끼가 그물에 담긴 수산물들을 연못으로 옮기면서 무게를 줄여줬다.

그렇게 그물로 끌어 올린 피라니아와 크레이피시가 대략 100마리. 힘들기는 했지만, 전보다 더 편하게 수산물을 건져낼 수 있었다.

"몇 번 더 하자."

뺙!

세준의 말에 흑토끼가 지체 없이 물 속으로 들어갔다. 100마리 정도면 충분히 많은 양이지만, 아무리 수온이 낮아도 부패를 막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에 빨리 먹어 치우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거기다 자신들에게는 항상 음식을 모자라 하는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 모자가 있다. 음식 남는 걸 걱정하는 것만큼 쓸데없는 걱정도 없었다.

그렇게 꾸엥이와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처음으로 세준이 대접한 식사로 배를 채울 수 있었다.

크어엉.

꾸에엥.

크엉.

꾸엥.

쿵쿠궁.쿵쿠궁.

저녁을 배불리 먹고 기분이 좋아진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꾸엥이와 함께 흥겨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세준은 흑토끼와 다시 수산물을 잡았다. 이왕 빨리 잡기로 한 거 실버 울프족의 늑대들에게도 주기 위해서였다.

그사이 세준의 지시로 회색토끼들이 파 이파리로 늑대들이 들고 갈 수 있는 가방을 만들었다.

몸의 양쪽에 짐을 실을 수 있는 가방으로 나중에 테오의 상행에도 쓸 생각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가방에 늑대들이 피라니아와 크레이피시 그리고 장어 살덩어리를 가지고 탑 85층으로 내려갔다. 내일 오전에 테오와 상행을 떠나야 하기에 오늘밖에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바쁜 하루가 지나갔다.

***

꾸엥!

오늘도 꾸엥이가 힘찬 울음소리로 자신이 도착했음을 알렸다.

"읏차."

슥.

세준이 동굴 벽에 획 하나를 추가하며 조난 215일 차 아침을 시작했다.

"벌써 오늘이 씨앗 상점 열리는 날이네. 뭐가 나오려나?"

세준이 오늘 살 씨앗을 기대하며 일할 준비를 했다.

아그작.

아침은 간단하게 생고구마와 방울토마토 몇 개로 해결하고 작업을 시작했다. 오늘은 감자를 심을 계획이었다.

탁.탁.

세준이 지상에서 밭을 갈다 나온 평평한 돌 위에 감자를 올려놓고서 감자들을 잘랐다.

"이렇게 눈이 붙어있어야 한다고 했지?"

세준이 무조건 4등분 하는 게 아니라 감자의 눈이 너무 몰리지 않도록 적당한 크기로 2~4등분으로 잘랐다.

이전에는 남편 토끼와 말이 통하지 않아 대화를 할 수 없었지만, 남편 토끼와 말이 통하고 나서부터 좀 더 자세한 농사 지식을 들을 수 있었다.

와르르르.

세준이 자른 씨감자들을 두 손으로 퍼서 파 이파리로 만든 크로스백에 담았다. 회색토끼들의 손재주가 좋아서 세준이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말하면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줬다.

그렇게 어제 심은 고구마밭 옆에 세준이 씨감자를 심기 시작했다.

물론 꾸엥이를 불러 빈 밭을 덮고 있는 파 이파리를 치워달라고 했다.

꾸엥!

세준이 자신에게 일을 시켜준 것에 기뻐하며 꾸엥이가 열심히 파 이파리를 날랐다. 정확히는 일을 마치고 얻을 꿀에 기뻐하는 것이었지만.

푹.

세준이 단검으로 땅을 찔러 공간을 만들고 크로스백에서 씨감자를 꺼내 눈이 위로 오도록 심었다. 크로스백에 들어가는 양이 그렇게 많지 않았기에 세준은 왔다 갔다 하면서 열심히 감자를 심었다.

그리고 감자를 절반 정도 심었을 때

[씨앗 상점이 열립니다.]

[박세준 님의 등급은 평범입니다.]

[오늘 판매할 씨앗 4종이 랜덤으로 보여집니다.]

[현재 등급에서는 5탑코인 안에서 씨앗을 원하는 만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씨앗 상점이 열리며 오늘 구매할 수 있는 씨앗들이 나타났다.

[화염콩 씨앗 1개 - 5탑코인]

[당근 씨앗 2만 개 - 4탑코인]

[딸기 씨앗 100개 - 0.5탑코인]

[청양고추 씨앗 100개 - 0.5탑코인]

"화염콩 씨앗?"

1개에 무려 5탑코인이나 했다. 돈은 충분했지만, 5탑코인 안에서 사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화염콩 씨앗을 사면 나머지를 못 산다.

"음... 역시 아는 맛이지."

세준의 고민은 짧았다. 맛도 모르는 걸 하나 사느니 잘 아는 것 여러 개를 사기로 했다.

[당근 씨앗 2만 개를 구매했습니다.]

[딸기 씨앗 100개를 구매했습니다.]

[청양고추 씨앗 100개를 구매했습니다.]

[씨앗 은행 박세준 님의 계좌에서 총 5탑코인이 빠져나갑니다.]

[씨앗 상점 마일리지 50점이 적립됩니다.]

[씨앗 상점 마일리지가 총 56점 적립됐습니다.]

잘그락.

세준의 손에 씨앗이 든 가죽 주머니 3개가 나타났다.

[씨앗 상점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30일 후에 다시 씨앗 상점 Lv. 2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심을 게 많아졌네."

일이 늘어난 것이지만, 세준의 얼굴은 밝았다. 딸기와 청양고추를 먹을 상상을 하니 힘이 솟아났다.

"당근 씨앗은 토끼들에게 맡겨야지."

며칠간 블랙 미노타우루스들과 삽 토끼들이 개간한 광할한 밭이 준비돼 있었고 토끼들의 당근에 대한 열정이라면 잠을 줄여서라도 당근 씨앗을 전부 심을 거다.

그렇게 세준이 감자 4000개를 다 심고 동굴에 딸기와 청양고추를 다 심었을 때

"세준 님, 저희가 왔습니다."

늑대들이 탑 85층에 있는 늑대들에게 식량을 주고 돌아왔다.

"잠깐 쉬고 있어."

세준인 탑 85층까지 다녀오느라 고생한 늑대들을 잠깐 쉬게 하고 늑대들에게 메여 있던 가방을 분리해 동굴로 내려갔다.

그리고

"테 대표."

구석에서 열심히 츄르를 먹고 있는 테오를 불렀다.

촵촵촵.

"무슨 일이냥? 쉬는 시간이냥?"

츄르를 먹고 있던 테오가 세준의 무릎을 향해 달려왔다.

"아니. 이거 같이 담자."

세준이 자신의 무릎에 매달린 테오를 달고 저장고로 걸어갔다. 그리고 테오와 함께 어제 수확한 방울토마토를 가방에 담았다.

늑대들이 메는 가방에는 테오의 봇짐처럼 보존 마법이 걸려있지 않기에 가장 최근에 수확한 걸로 담았다.

그렇게 방울토마토가 100개씩 담긴 6개의 가방을 다시 늑대들에게 착용시켰다.

"잘 다녀와. 테 대표."

"알겠다냥! 또 완판하고 오겠다냥! 부하들아 이제 가자냥!"

"세준 님,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엘카, 볼도, 키슈도 잘 다녀와.

테오와 늑대들이 세준의 배웅을 받으며 탑을 내려갔다.

"휴우. 이제 점심 준비해야지."

세준이 연못으로 가 흑토끼와 함께 피라니아와 크레이피시를 그물로 건져 올렸다.

아직은 먹을 만하지만, 어제와는 다르게 피라니아의 눈알이 조금 탁해진 것이 부패가 진행되는 것 같아 서둘러야 할 것 같았다. 어차피 상해도 해독의 대파가 있으니 식중독 걱정은 없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먹고 싶지는 않지."

그런 생각을 하며 세준이 그물을 끌어 올렸다.

"끙차!"

이번에 그물로 끌려 올라 온 것은 장어 살덩이었다.

뺙!

흑토끼가 연못으로 들어와 숨을 한 번 쉬고 다시 연못 밖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세준의 단검으로 만든 작살로 장어 살덩이를 조그맣게 잘라 구멍 안으로 넣으면 다른 토끼들이 장어살을 불가로 가져가 구웠다.

그 이후로도 흑토끼는 그물에 장어의 살덩이만을 건져 올렸다.

"흑토끼가 장어가 먹고 싶은가?"

세준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어?! 윽!"

팽!!

세준의 몸이 끌려갈 정도로 그물과 연결된 밧줄이 강하게 당겨지기 시작했다.

53화. 진흙벽돌을 만들다.

53화. 진흙벽돌을 만들다.

탑 67층. 사방이 늪지대였다.

개골.개골.

푹.

한 리자드맨 사냥꾼이 1m 크기의 거대 개구리의 머리를 화살로 명중시켰다.

케룩케룩.

오랜만에 큰 사냥감 사냥에 성공한 리자드맨 사냥꾼이 기분 좋게 웃었다. 탑 61층에서 70층까지는 리자드맨들의 터전으로 그들은 늪에서 거대한 개구리나 뱀 등을 잡아먹으며 살았다.

그때

푸드득.

크기 20cm 정도의 붉은 메뚜기 한 마리가 리자드맨 사냥꾼이 사냥한 개구리의 사체 위에 앉았다.

그리고

우적.우적.

붉은 메뚜기가 거대한 턱으로 개구리의 가죽을 가위로 자르듯이 자르며 먹기 시작했다.

케룩!

자신의 사냥감에 손을 대자 리자드맨 사냥꾼이 달려와 단검으로 붉은 메뚜기를 죽였다.

그리고

아작.아작.

붉은 메뚜기의 다리 하나를 뜯어 자신의 입에 넣어 먹어도 되는 건지 맛을 봤다.

케룩케룩.

생각보다 맛이 좋았는지 리자드맨 사냥꾼이 기분 좋게 웃었다.

그사이

푸드득.푸드득.

붉은 메뚜기 몇 마리가 더 날아와 거대 개구리와 동족의 사체를 먹기 시작했다.

붉은 메뚜기들은 먹는데 정신이 팔려 리자드맨 사냥꾼은 신경도 쓰지 않았기에 리자드맨 사냥꾼은 붉은 메뚜기들을 손쉽게 사냥했다.

하지만

푸드득.푸드득.

더 많은 붉은 메뚜기들이 개구리와 동족의 사체를 먹기 위해 날아오며 붉은 메뚜기의 수가 수백 마리로 늘어났다.

케룩...

붉은 메뚜기가 너무 많아지자 두려움을 느낀 리자드맨 사냥꾼이 집으로 돌아가려 할 때 하늘이 붉게 변했다.

케룩?

리자드맨 사냥꾼이 이상함을 느끼며 하늘을 보자 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붉은 메뚜기 떼들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때

푸드드득.푸드득.

붉은 메뚜기 떼에서 떨어져 나온 10만 마리 정도의 붉은 메뚜기가 리자드맨 사냥꾼이 있는 늪지대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곳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

흑토끼는 평소처럼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피라니아와 크레이피시를 그물에 담아 올려보냈다.

오늘은 장어를 배불리 먹고 싶다는 꾸엥이의 부탁을 받아 형아의 위엄을 보이기 위해 장어 살덩이를 그물로 여러 번 옮겼다.

그리고 다시 수류를 타고 밑으로 내려가고 있을 때

쿠웅.

작은 진동과 함께 무슨 소리가 났다.

뺙?

흑토끼가 소리가 나는 곳을 보자

어?! 저게 뭐야?

거대 전기뱀장어와 벽 사이의 틈에서 녹색빛이 흘러나왔다가 사라졌다.

궁금증이 생긴 흑토끼가 녹색빛이 흘러나오는 벽 앞을 가로막은 장어의 몸을 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걱.서걱.

작살이 거대 전기뱀장어의 반대쪽 피부를 자르며 장어의 몸에 구멍을 내자

파앗.

구멍을 통해서 녹색빛이 들어왔다.

그때

쿠웅.

뺙!

진동과 함께 잔잔하던 물의 흐름이 갑자기 거세지며 흑토끼가 장어의 몸에 난 구멍 너머로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출렁.

흑토끼의 다리가 그물과 엉켜버렸다. 정말 천만다행이었다. 그물이 아니었다면 흑토끼는 순식간에 수류에 휩쓸려갔을 것이다.

흑토끼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하자 녹색빛을 뿜어내는 곳을 자세히 바라봤다.

저건?!

거대 전기뱀장어가 몸으로 막고 있던 곳에는 수중 동굴이 있었다. 녹색빛은 수중 동굴 너머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잠시 후 물의 흐름이 멈추며 녹색빛이 사라지자 흑토끼가 밧줄을 두 번 당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