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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 - 4

_ 2권 15화

39화

폭발에 휘말리지 않은 유준조차 도 전신에 닭살이 쭈뼛 돋을 정도 로 폭발의 위력이 컸다.

'거... 마력 좀 아끼라니까.'

파라네트가 아무래도 마력을 전 부 쏟아부은 모양이다.

'그래도 효과는 좋네.'

덕분에 자신에게 달려들던 오만 진영 플레이어 대부분이 흔적도 남 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유준은 이 틈을 타서 체력 물약을삼켰다.

포션은 상처를 치유해 줄 뿐만 아니라고갈된 체력도 어느 정도 회복시켜 주었다.

물론, 상처가 아닌 체력 회복은 그 효과가 미약했다.

그래도 안 마시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그나저나... 지휘관끼리 싸움은 어떻게 됐으려나.'

유준이 성벽 위를 올려다봤다.

콰앙, 쾅 쾅!

아까부터 계속 울리던 폭음.

그건 마법이나 무언가가 폭발하는 소리가 아니라 지휘관 둘이 전 투를 하면서 나는 소리였다.

그러나 막상막하인 건 아니었다.

쿨테룸이 나르샤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나르샤가 죽을 위기에 처한 건 아니지만, 쿨테룸의 공격에 뒤로 물러나기 급급했다.

'원래 지휘관 간의 무력 차이가 이리 클 수가 있나?'

그렇게 생각하던 유준이 무언가

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지휘관은 살생을 못한다고 했지. 그럼 이해가 가네.'

조심스럽게 싸우는 나태 진영 지 휘관이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쿨테룸은 지치지도 않는지 글레 이브를 계속 휘둘러 댔다.

'빨리 끝내고 도우러 가야겠다.'

쿨테룸이 나르샤에게 정신이 팔 려 있는 사이 오만 진영의 플레이어들 수가 확 줄었다.

딱 봐도 나태 진영 플레이어가 더 많은 것이 느껴질 정도로.

나르샤가 조금만 더 버텨 준다면 나태 진영이 승리할 확률이 높았다.

파라네트는 대규모 시체 폭발을 사용하고서도 아주 멀쩡한 모습으로 플레이어들을 상대했다.

언데드라서 전혀 지치지 않는 모습이다.

'언데드가 저런 건 참 부럽단 말 이야.'

신화 등급 반지를 받은 이후로 파라네트의 무력은 눈에 띄게 향상 되었다.

아니, 향상이라는 말로는 부족했다.

격이 다른 존재가 되었다.

'나랑 지휘관들 제외하면 가장 강한 거 같은데?'

파라네트는 특성의 등급도 높고, 시체 폭발이라는 강력한 마법 스킬 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언데드이기까지해서 지 치지도 않는다.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한 유준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크들은 거의 다 죽였고, 남은 건 드워프나 트롤들.

트롤들은 그 맷집과 재생력 때문

에 본래 죽이기가 엄청 힘든 종족 이었는데,

지금은 다르다.

유준의 공격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

콰앙! 쾅!

"크아아악!"

그의 공격 한 번이면 트롤들이 즉사했다.

'5층 시험에서 등장한 트롤이랑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강한 놈들인데. 내가 강해지긴 했구나.'

트롤은 여러 종족으로 또 나뉜다.

트롤이라고 다 같은 트롤이 아닌 것이다.

여기에 나타난 트롤 종족은 재생 력이 한층 더 뛰어난 대신에 덩치 가 좀 작은 이들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웬만한 집 한 채 만큼의 크기였지만.

서걱! 쿵! 쿵!

이건 어린아이와 어른의 싸움보 다도 더했다.

그가 검을 휘두르는 족족 오만 진영 플레이어들이 쓸려 나갔다.

정확히는 목이 남아나질 않았다.

그렇게 비슷한 광경이 몇 번 더 연출되고, 전장에는 오만 진영 플레이어가 몇 남지 않게 되었다.

기껏해야 500 정도.

이 정도 숫자는 나태 진영 플레 이어들이 수월하게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유준은 쿨테룸과 나르샤가치열 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현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치열하다기보다는... 일방적이네.'

나태 진영 지휘관, 나르샤가 쿨 테룸에게 속절없이 밀리고 있었다.

상처 하나없이 깨끗한 쿨테룸과는 다르게 나르샤의 몸에는 찢어진 듯한 상처가 여럿 있었다.

피가 철철 흘렀다.

쿨테룸은 나르샤가 지혈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계속해서 밀어붙였다.

나르샤는 격렬하게 움직이며 쿨 테룸의 공격을 피했다.

갈수록 그녀의 얼굴이 창백했다.

'얼마 못 가겠는데.'

유준이 땅을 박찼다.

자신도 조금 지치긴 했지만, 쉬 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순식간에 쿨테룸의 뒤로 접근한 유준이 참격을 휘둘렀다.

워낙 빠른 속도로 쇄도했기에 쿨 테룸은 유준이 검을 휘두르는 그 타이밍에야 그의 존재를 인식했다.

서걱! 쾅!

"크흡!"

쿨테룸이 몇 번 바닥을 구르다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일반 공격보다 더 강력한 위력을

내는 참격 스킬.

그래서인지 검을 휘둘렀는데도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났다.

'아깝네.'

유준이 혀를 찼다.

원래는 쿨테룸의 목을 노렸지만, 녀석이 재빨리 몸을 비틀어서 검은 둥을 베고 지나갔다.

'얘는 뭐 약점이 없나?'

파라네트처럼 생존 본능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걸까.

방금 기습은 완벽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쉬움에 혀를 찼다.

쿨테룸이 시뻘건 안광으로 유준을 노려봤다.

"아까 그 녀석이로구나! 괜히 살 려 뒀군."

"뭔 소리야? 네가 도망간 거잖아. 내가 무서워서. 덩치만 큰 겁쟁 이."

유준이 쿨테룸을 향해 도발했다.

나르샤에게 상처를 치료할 시간을 주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나르샤는 상처 부위를 손으로 부여잡을 뿐,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유준은 인벤토리에서 상급 포션을 꺼내 그녀에게 던졌다.

나르샤가 그것을 받아 들고는 고 개를 갸웃했다.

"빨리 써. 답답하게 있지 말고."

그때, 쿨테룸이유준을 향해 달 려들었다.

도발이 통한 듯, 쿨테룸이 악귀 와 같은 얼굴로 접근해 왔다.

엄청난 속도다.

거구가 움직이는 거라곤 생각 못 할 정도의 속도.

하지만 도저히 움직임을 좇지 못 할 수준은 아니다.

유준은 눈을 똑바로 뜨고 날아드는 글레이브를 피했다.

동시에 회피 동작과 이어지게 검을 쭉 찔러 넣었다.

푹!

등에 크게 부상을 입은 탓일까.

쿨테룸이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가슴 쪽을 제대로 꿰뚫렸다.

"커헉!"

승기가 기울었다.

유준이 다시 검을 휘두르려는 찰

나, 쿨테룸의 글레이브가 밝게 빛 났다.

보고 있다간 눈이 멀어 버릴 것 같은 세기의 빛이었다.

유준이 불길한 느낌을 받은 그때,

"주, 주인님!"

뒤쪽에서 파라네트가 날아와 유준의 몸을 감쌌다.

콰아앙! 콰-앙!

큰 규모의 폭발이 일대를 뒤덮었다.

뼛가루가 허공에 흩날렸다.

파라네트가 역소환되었다.

'...날지켜준 건가?'

파라네트의 생존 본능.

파라네트는 진즉 주인의 위험을 느끼고 멀리서부터 달려온 것이다.

녀석에게 고마웠다.

말로 전하지 않아도 이 감정은 전해지겠지.

소환수니까.

'그나저나...

그러다 주변의 상황이 눈에 들어 왔는데,

그의 모골이 송연해졌다.

일대가 완전히 초토화되었다.

오만 진영, 나태 진영 플레이어 들의 시체들.

몸이 갈기갈기 찢겨서 형체를 유 지하고 있는 시체를 찾기가 힘들었다.

쿨테룸 또한 멀쩡하지 않았다.

바로 앞에서 아무런 방비없이 폭발을 직격으로 맞았으니 멀쩡한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저번 마족도 그렇고... 뭔 자 폭하는 놈들이 이렇게 많아?'

짜증이 일었다.

유준은 중급 포션의 마개를 따서 입안에 전부 털어 넣었다.

그 뒤 쓰러져 있는 쿨테룸에게 다가갔다.

'끝내야지.'

사실 나르샤와 협공을 통해서 쿨 테룸을 죽이려고 했지만, 상황이 급변해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나르샤는 멀리서 유준을 지켜보 기만 했다.

쿨테룸은 미동도없이 누워 있었다.

'그 와중에 상처 낫고 있는 것 좀 봐.... 진짜 괴물이네.'

놈의 상태가 멀쩡할 때는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나마 민첩 능력치가 높은 편이 라 조금이나마 상대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쿨테룸의 목을 향해 검을 내리찍었다.

푸욱!

한 번으로는 죽지 않았다.

두 번. 세 번.

푹! 푹!

그제야 쿨테룸의 숨이 끊겼다.

[레벨의 격차가 극심한 플레이어를 쓰러뜨렸습니다!]

[영웅 칭호 '전투의 달인'을 획득 합니다.]

-전투의 달인(영웅) - 플레이어 와 전투할 시에 근력과 민첩 능력치가 12 상승합니다.

'뭐지? 레벨이 왜 안 올라.'

강시들을 잡았을 때는 분명히 레

벨이 올랐다.

분명 레벨 차이가 250 이상은 날 거 같은데.

'뭐, 제일 중요한 건 세 번째 임 무 보상이니까.'

실망할 필요는 없었다.

칭호라도 얻은 게 어딘가.

어느새 전장의 모든 싸움이 멈췄다.

지휘관이 쓰러진 탓인지, 아까 그 폭발 때문인지.

둘 다일 수도 있다.

유준은 나태 진영 플레이어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는 홍예 지를 비롯한 플레이어들.

살아남은 나태 진영 플레이어들 의 수는 대략 천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오만 진영 플레이어는 거의 전멸 하다시피 했고.

"유준 씨."

그때 홍예지가 말을 걸어왔다.

"예."

"제가 유준 씨를 과소평가했나 봐요."

"이렇게까지 강하신 줄은 몰랐어요.... 플레이어들 수십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도 그렇고.... 진짜 장난 없네요."

"과찬입니다."

"마지막엔 지휘관까지 혼자 잡아 내셨잖아요. 전 처음에 유준 씨가 우리 지휘관한테 잘 보이려고 그러는 줄 알았지 뭐예요."

홍예지의 수다 기질이 다시 발동 했다.

"예예."

맞장구까지 쳐줄 수는 없고 유준은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유준!"

뒤에서 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뒤를 돌아보자 낯익은 얼굴의 엘 프가 보였다.

"메이?"

"맞아요! 절 기억하시는군요!"

"얼마 전에 봤으니까요."

"그러니까요. 기막힌 우연이네요. 여기서 이렇게 또 만날 줄은 몰랐어요. 유준도 종족 대항전에 참가

하려고 했었군요. 생각도 못 했어요."

그때 옆에 있던 엘프가 껴들었다.

"무슨 소리야, 메이? 저 인간 보 고 싶다고 종족 대항전에 참...

메이가 황급히 동료 엘프의 입을 틀어막았다.

"유준! 더 강해지셨네요!"

"예. 운이 좋았죠."

"에이, 또 또 겸손하게 말하신다."

"용케 살아 계셨네요."

"도망쳐 다녔거든요. 아무리 가 상 죽음이라고 해도 절대 겪고 싶 지 않아서요."

"누구나 그럴 겁니다."

"근데 옆에는 누구예요?"

"여기서 알게 된 사람입니다. 지금은 파티원."

" 아하...

메이가 홍예지를 쭉 훑어봤다.

악의가 있는 건 아니고 단지 홍 예지라는 존재가 궁금한 것 같았다.

"반가워요."

"네. 저도요."

살아남은 이들은 한동안 마음 놓고 대화를 나눴다.

'임무는 언제 종료되는 거지?'

유준이 그런 생각을 할 때쯤에 나태 진영 지휘관, 나르샤가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공을 따지는 임무였지?"

유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선물이라도 주게?"

"선물은 내가 주는 것이 아니다. 내가 보고 듣고 판단한 것으로 시 스템이 결정하는 거지."

"넌 왜 여기 갇혀 있는 거야?"

유준은 아까부터 궁금했던 걸 질 문했다.

나르샤가 피식 웃었다.

"알아서 뭐 하게?"

"뭘 하려는 건 아니고. 좀 궁금해서. 이번 임무에 뭐 배정 같은 걸 받은 건가? 자의로 하는 건 아닌 거 같은데."

"자세한 건 말해 줄 수 없고. 내 저주를 풀기 위한 거라고 생각하면 돼."

"종족 대항전이 끝나고 나면 어 떻게 되지? 무한의 탑에 너라는 존재가 남아 있는 거야?"

나르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만 진영 지휘관은 어떻게 되는 거지? 실제로 죽은 거야? 아니 면 다른 플레이어들처럼 부활해?"

"호기심이 많네, 인간."

"응. 그러니까 좀 알려 줘 봐. 아 까 내가 도와줬잖아."

"도와준 게 아니라 위험에 빠뜨 린 거겠지. 결국, 너 때문에 원치 않는 싸움을 하게 됐으니까."

"에이, 결국 죽을 뻔한 걸 도와 준 건 난데?"

나르샤가 황당한 표정을 짓다가

입을 열었다.

"...쿨테룸은 실제로 죽은 게 아니야. 무한의 탑 어딘가에서 오 크 족장 노릇을 하고 있겠지."

"그래?"

"응. 그 녀석도 플레이어니까."

"그런 걸 말해 줘도 되는 거야?"

"어차피 알고 있잖아? 자, 이만 가 봐. 임무는 끝났어."

홍예지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잠깐! 나도 묻고 싶은게..."

"넌 싫어."

나르샤가 단칼에 거절했다.

그때 유준의 눈앞에 홀로그램 창 이 나타났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2권 16화

40 화

[축하합니다!]

[나태 진영이 승리했습니다!]

[세 번째 임무를 무사히 완료했습니다!]

[나태 진영이 승리하도록 가장 많은 공을 세운 플레이어에게 특별 한 보상을 지급했습니다.]

[전쟁 기여도 순위를 발표합니다.]

[1 위. 신유준, 2위 크렉 파투스, 3위 홍예지, 4위 말리아다스...]

[각자 전쟁 기여도에 걸맞은 보상을 지급했습니다.]

유준의 전쟁 기여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당연히 다른 플레이어들과 차별 되는 보상을 받았다.

[특성 보석(상)을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특성 보석?'

보석이라는 단어.

신들의 전쟁 때 한 번도 보지 못 했던 아이템이다.

아니.

보석이라는 신규 아이템이 나오 기 전에 서버가 종료되어서 실제로 본 적이 없다는 말이 더 정확하리라.

'이걸 준다고?'

제발.

'내가 최초인 건가?'

그랬으면 좋겠는데.

노력하고 공을 세워서 얻은 단 하나의 보상이다.

이 보석이 널리고 널린 그런 아이템이라면 무척 실망할 것이다.

유준은 인벤토리에 들어온 특성 보석을 꺼내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특성 보석(상)]

등급 : 無

옵션 : 특성에 장착할 수 있습니다. 장착한 특성의 위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특성 위력을 올려 준다고?'

유준이 헛숨을들이켰다.

진화의 열매의 하위 호환 아이템이라고 보기에도 좀 그런 것이, 이 특성 보석에는 한계가 없었다.

EX등급 특성이든 SS등급 특성 이든 이 특성 보석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건 상당히 컸다.

'후반용 아이템이구나.'

등급 특성이나 스킬에는 쓰기가 무척 아까운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유준에게는 이걸 당장 사용해도 아깝지 않은 특성이 하나 있었다.

다름 아닌 검술(SSS) 특성.

'바로 쓰면 되겠는데?'

문제는 특성 보석에 대한 사용법을 잘 모르겠다는 점인데....

이럴 때는 해법이 따로 있는게 아니다.

다시도해 보는게 정답이었다.

특성 보석을 쥐고 강렬하게 염원 해 보았다.

'검술 특성에 적용해 줘.'

[검술(SSS)에 특성 보석(상)을 사용하시겠습니까?]

다행히 곧바로 메시지가 떴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검술(SSS) 특성의 위력이 증가했습니다!]

상태창을 열어 보니 겉으로 보이는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직접 몸을 움직이며 검술 특성의 힘을 체감했던 유준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의 검술 실력이 몇 단계 더 상승했다는 걸.

' 대박이다.'

하필 얻어도 특성 보석이 나오다 니.

'능력치 보석도 있을까? 당시에

공개된 내용으로는 보석 종류가 여 러 가지라고 했는데.'

보석.

지금 그의 인벤토리에 없는 몇 안 되는 아이템이었다.

'종족 대항전 같은 이벤트는 절 대 빠지면 안 되겠군.'

종족 대항전이 펼쳐진 탑 밖으로 워프된 유준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멍한 얼굴로 서 있는 수천의 플레이어들이 보였다.

'다들 보상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네.'

메이와 홍예지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아...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쉬워 하는 얼굴의 메이.

"나중에 봅시다."

"네...

유준은 거주 구역으로 돌아갔다.

항상 가던 여관의 방으로 들어간 그는 씻고 몸을 침대에 뉘었다.

'심연 입장권은... 언제 쓰지?'

두 번째 임무 당시 오류인지 뭔 지 때문에 가디언 호리단을 잡고

심연 입장권을 얻었다.

'이걸 당장 쓸 수는 없어.'

지금 심연에 입장하는 건 자살행 위에 가까웠다.

얻을 수 있는 보상은 분명히 달 콤하지만, 그만큼 위험한 곳이었다.

'지금 내 레벨이 198이니까... 얼른 200레벨까지 올리고 장신구랑 방어구를 바꿔 껴야겠어.'

광란의 방어구 세트 옵션은 분명 사기적이다.

하지만 150레벨 제한 광란의 방 어구 세트와 250레벨 제한 아이템을 비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유준은 잠들기 전에 200레벨이 되면 착용할 아이템들을 한곳에 모 아 정리했다.

종족 대항전이 열릴 때마다 항상 그러했지만, 이번 종족 대항전은 유독 더 파급력이 컸다.

그곳에서 벌어진 임무들,

이레귤러로 인해 강제 종료된 두

번째 임무에 아주 강력했던 두 명 의 지휘관들.

그리고 적 지휘관을 단신으로 쓰 러뜨린 신예 플레이어까지.

아무리 기습을해서 유리한 상태에서 싸웠다고는 해도 지휘관을 혼 자 상대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안 그래도 유망주로 이름을 알리 고 있던 유준.

그때문에 무한의 탑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아니, 그러지 마시고...

"안 들어간다니까요. 몇 번을 말 해야 알아들어요? 저랑 싸우자는

겁니까?"

"그, 그럴 리가요. 다시 생각해 주십사 하고..."

"길드에 들어갈 생각 없습니다. 그만 가 주세요."

"...알겠습니다. 혹시 언제라도 생각이 바뀌거든 다시 연락..."

유준이 문을 거칠게 닫았다.

자신이 머무는 여관까지 찾아와 서 저럴 줄은 몰랐다.

그것도 이렇게 이른 시간에.

문제는 길드 영입을 하러 찾아온

인간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심지어는,

"이종족 연합입니다."

"종족 대항전의 모습. 인상 깊게 봤습니다. 저희 연합에서는 당신의 미래가 무궁무진하다고 판단해

이종족 연합까지 방 앞으로 찾아 왔다.

이종족 연합은 현재 무한의 탑에 서 그 파워가 상당하다.

4대 길드와 비교하기도 미안할

정도로 거대한 단체였으니까 말 다 했다.

그렇기에 엉덩이가 상당히 무거 운 작자들인데.

현대의 정장 비슷한 옷을 입은 오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예? 뭘 어떡해요?"

"당신보고 연합에 들어오라는 것 이 아닙니다. 그저 저희와 거래를 하자는 거죠."

"미래가 무궁무진하다느니 그건 뭔 소리였습니까 그럼?"

"당신이 우리 이종족 연합과 협 업을 했으면 합니다."

"협업이라면?"

"말 그대로 협업입니다. 서로가 필요하면 돕자는 거죠."

"돕다뇨? 이종족 연합 입장에서 저는 그냥 유망한 플레이어 수준 아닙니까?"

"아뇨.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다른 최상위 플레이어들에 그리 부족하지 않은 무 력을 지녔습니다."

사실 유준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 하긴 한다.

"그런데 레벨은 낮죠. 종족 대항 전에 참가하셨다는 건 300레벨이 넘지 않는다는 건데.... 그 레벨 로 그 정도의 무력은 이례가 없는 수준입니다. 혹시 지금 300레벨이 넘으셨습니까?"

"...제가 알려 줘야 합니까?"

"실례됐다면 죄송합니다. 하여튼 우리 연합은 당신을 무척 높게 평 가하고 있습니다."

"거래. 지금 당장 하자고요?"

"도움이 필요합니다. 만약 이번

일을 도와주신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보상으로 절 만족시키긴 힘들 텐데...

거만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 실이다.

인벤토리를 생각하면 이종족 연 합이 준다는 보상이 크게 기대되지 않았다.

"원하시는 것이 따로 있으십니까?"

유준이 잠시 고민했다.

원하는 거라면 있다.

"혹시 보석을 아시나요?"

"...세공하는 보석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뇨. 쓰면 없어지는 보석요."

"그걸 어떻게 알고 계시죠? 보석을 이미 얻으셨습니까?"

"그러니까 물어봤죠. 보석을 원 합니다."

오크는 상당히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종족 연합도 보석을 알고 있 나 보네.'

하지만 보석이 넘치도록 있는 건

아닌가 보다.

보석을 달라는 유준의 요구에 오 크가 쉽사리 말문을 열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보석은 상당히 귀한 아이템입니다. 아니, 귀한 수준이 아니라 대륙에 몇 개 없어요."

"그런가요."

"하지만 드릴 수 있는 보석이 있 긴 합니다. 대신 등급이 낮습니다."

"상중하 중에 어느 거죠?"

" 하."

"그렇군요."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

애초에 보석을 보상으로 받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부탁이 뭔진 몰라도 거래할 만 한데?'

보석은 나중으로 갈수록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최대한 많이 모아 놓는 것이 좋았다.

"제 도움이 필요한 일이라고 하 셨죠. 어떤 건지 좀 알려 주세요."

"설명하자면 긴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예."

"앞에 플레이어들이 많이 기다리 고 있습니다. 길드에 들어갈 생각은 없으신 거죠?"

"맞아요."

"잘됐군요."

"잘되다뇨?"

"저들은 결국 헛걸음을 한 게 아 닙니까? 이득을 본 건 저뿐이니 잘 된 거죠."

오크는 뻔뻔한 얼굴로 말을 이어

갔다.

"최대한 간략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이종족 연합에서 큰 규모의 원 정대를 만들었습니다. 대륙에 기생 하고 있는 마족들을 처단하기 위해서죠."

"원정대까지만들 필요가 있어요?"

"이번에 마족들답지 않게 그들이 힘을 합쳤어요. 길드라고 봐도 무 방할 정도로 규모가 커요, 대략 파 악한 마족들의 수만 300이 넘죠."

" 으음..."

마족이 삼백이 넘는다고?

왠지 가기 꺼려진다.

미리 겪어 봐서 알지만, 마족은 기본적으로 그 수가 적은 대신에 강한 육체와 능력을 가지고 있다.

'괜히 원정대를 만든 게 아니구 나.'

확실히 그 정도 수는 이종족 연 합으로서도 부담이 갈 것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고.

"그런데 괜히 벌집만 건드리는 거 아니죠? 마족들이 알아서 해산 하거나...

"아닙니다. 녀석들은 매우 조직 적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다크 엘 프의 한 마을은 벌써 전멸했습니다. 마족이습격해서요."

다크 엘프와 마족 하니까 떠오르는 마을이 하나 있다.

'설마, 아니겠지?'

그 마을은 확실히 아닐 것이다.

다크 엘프 장로와 계속 메신저 대화를 주고받고 있으니까.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다면 그 가 유준에게 먼저 연락을 해 왔을

것이다.

"큰일이네요."

"그러니까요. 괜히 우리 연합에 서 작정하고 원정대를 만든 것이 아닙니다."

"그 원정대에 제가 들어가길 원 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유준이 턱을 괴고 고민에 빠졌다.

마족을 상대하는 건 분명 위험부 담이 있는 일이다.

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수백 명이다.

'이종족 연합의 원정대 수준을 좀 알고 가고 싶은데...

상대가 마족이니만큼 정예들로만 구성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좋습니다. 대신 보상으로 보석을 받을게요."

"물론입니다. 원정대에 참가해 주시는 것만으로 보석을 드리고 만 약 성과를 낸다면 그에 맞는 보상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좋네요."

그가 유망주로, 또 종족 대항전으로 인해 크게 이름을 날리고 있

다고는 해도 그의 레벨은 아직 200 도 안 되는 풋내기.

300레벨 이상부터 레벨이 무척 더디게 올라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정도 대우는 사실 과하다고 봐 도 무방하다.

유준은 원정대가 집결한 곳으로 당장 출발했다.

굳이 숙소에 머물러 있을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거기다 오크의 얼굴에도 약간 조 급함이 묻어 있었다.

'상황이 꽤 심각한가 보네.'

이종족 연합의 건물은 대륙 곳곳

에 있었다.

거주 구역에도 있고 특정 층에 자리를 잡은 곳도 있다.

그러나 원정대가 모여 있는 곳은 여기서 거리가 좀 있었다.

"포털을 탈 건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오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포털을 통한 이동은 상당한 현기 증을 동반한다.

그것 때문에 물어본 듯했다.

유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군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절약해야 하는 상황이라."

거주 구역의 마탑.

마법사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이 자, 탑의 이름인데 그곳에 포털이 있었다.

마탑으로 이동한 둘은 20분 정도 의 시간을 대기하고 나서 거액의 포인트를 지불하고 포털을 이용할 수 있었다.

목적지는 상층과 하층을 오갈 수 있는 석상이 있는 곳이었다.

물론, 돈은 이종족 연합의 오크 가 전부 냈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2권 17화

41 화

문제가 있었다.

원정대가 모여 있는 곳은 무한의 탑 21층.

반면 유준이 클리어한 건 14층까지다.

이제 15층에 올라온 그는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갈 수가 없었다.

"21층이라고 미리 말씀해 주시지."

연합에서 나온 오크, 팔치오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왜 아직도 15층에 계 세요?"

"그걸 왜 저한테 물어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애초에 저는 제 레벨에 맞춰서 잘 등반했는데요."

"레벨...이 몇입니까?"

어차피 파티를 맺으면 레벨을 알 게 될 것이다.

"198요."

"...허."

오크는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 나 오지 못했다.

"레벨이 낮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조금은 과장된 얘기 라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레벨이 전부가 아니라지만, 무력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게 레벨이니까요."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런데 그 소문이 전부 사실이었군요."

유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팔치오가 말을 이어 나갔다.

"뭐, 그게 문제는 아니죠. 레벨이 낮아도 당신의 실력이 뛰어난 건 변함이 없으니까요. 문제는지금 마족들 그리고 원정대가 집결해 있는 곳이 21층이라는 겁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죠."

유준이 남 일 말하듯 하자, 팔치 오가 한쪽 눈가를 찡그렸다.

"그런 것치고는 태평하십니다?"

"금방 끝내고 올게요."

"예? 뭘 말입니까?"

"시험요."

팔치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의 말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듣 지 못한 것이다.

유준은 석상에 손을 얹더니 이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설마 지금...

팔치오가 허망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20층 시험까지 클리어하고 오겠 다는 거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이 양반아.

유준은 거짓말이나 조금의 과장 도 하지 않았다.

정말로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재차 모습을 드러냈다.

"갑시다."

"...21 층을?"

"예."

"방금 다 클리어하고 온 겁니까?"

"예. 시간 없다면서요. 안 가요?"

"후, 갑니다. 가요."

팔치오는 대륙에서 온갖 일을 다 겪어 왔지만, 오늘처럼 당황스러운 적이 없었다.

"다행이긴 하지만...

" 예?"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얼마나 더 가야 하죠?"

유준의 물음에 팔치오가 머리를 긁적였다.

"여기서 다섯 시간은 더 달려야 합니다."

"말도없이요?"

"우리가 말보다 더 빠르지 않습니까? 빨리 지치지도 않고요. 당신 한테도 어렵지 않잖습니까."

"그건 맞죠."

오히려 팔치오가 약간 힘들어하는 기색을 보였다.

유준이 달리는 속도에 그가 맞추 고 있기 때문이었다.

"허... 참."

"왜 그래요?"

"제 레벨이 몇인 줄 아십니까?"

" 몇인데요?"

"390입니다."

"...높네요."

"당신이 놀라면 제가 뭐가 됩니까?"

"네?"

"제 레벨이 두 배가 더 높은데 지친 건 오히려 저잖습니까. 아, 자 괴감 드니까 대화 그만하죠."

팔치오는 생김새는 오크지만, 아무리 봐도 오크 같지가 않았다.

팔치오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 모습을 보며 유준은 생각했다.

'내 능력치가 높긴 하구나.'

스스로 자각이 잘 안 됐었는데, 팔치오의 모습을 보니 이제야 실감 이 되었다.

모든 능력치가 퍼센트로 상승하는 효과가 많았기에 이런 차이가 나는 건가.

유준과 팔치오는 그렇게 쉬지 않 고 달리기만 했다.

"다, 다 왔습니다!"

기진맥진한 팔치오가 소리쳤다.

"아무것도 없는데요?"

"마법진으로 건물을 숨겨 놨습니다.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요."

" 오오...

그런 게 가능했었나.

별 마법이 다 있으니 그러려니 했다.

"그럼 어떻게 들어가죠?"

"제가 왔다는 걸 알리면 됩니다."

"오, 무슨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메신저로 부르면 됩니다."

메신저.

너무 사기 아닌가.

어째 무한의 탑에 갇힌 것치고는 현대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팔치오가 메신저로 연락했는지 바로 앞에서 작은 진동이 생겼다.

미세하게 퍼지는 진동.

어느새 유준의 눈앞에는 아주 거 대한 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때요? 쉽죠?"

"초인종이 따로 필요 없군요."

"메신저가 이렇게 좋습니다."

팔치오가 너스레를 떨며 저택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유준도 조용한 저택 안으로 팔치 오를 따라 들어갔다.

"여기에 원정대원이 전부 모여 있는 거예요?"

"그렇습니다. 곧 마족과의 일전

을 벌일 예정이거든요. 모두 소집 해 둔 상태입니다."

"제가 거의 마지막으로 온 거네요."

"예. 맞습니다. 방으로 안내해 드릴 테니 조금만 쉬고 계세요. 어차 피 금방 다시 부를 겁니다."

"알겠습니다."

방으로 안내받은 유준은 푹신한

침대에 몸을 던졌다.

사실 이렇게 눕는다고해서 자신에게 크게 도움이 되진 않는다.

그의 육체는 인간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 피로가 웬만해서는 쌓이지

않았다.

연합이제공한 방은 쾌적했다.

유준은 밝게 빛나는 천장 조명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 지구에 있을 만한 고급스 러운 방에 누워 있으니 묘한 괴리 감이 느껴졌다.

'과학이 발전한 것도 아닌데 있을 건 다 있는게 좀 신기하네.'

아마도 그건 마법이 있기 때문이 리라.

한국인들이 이 탑에 들어오기 전 부터 이종족들은 마법으로 이미 높은 문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나는지금 지구에 돌아가고 싶은 건가?'

돌아가고는 싶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능력이 전부 없던 것으로 된다면?

인벤토리를 고스란히 가져온 것은 너무나 큰 특혜였고, 그 특혜는 자신을 강자로 만들어 줬다.

고민이 되었다.

'에라이. 지구에 돌아갈 수 있을 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지금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

가 의미 없었다.

유준이 뜬눈으로 누워 있은 지 20분 정도가 흘렀을 즈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신유준 님. 소집 시간입니다."

"네."

드디어 가는 건가.

유준은 살짝 긴장하면서도 들뜬 미소를 지었다.

'이번 기회에 레벨을 잔뜩 올릴 수 있겠어.'

마족을 잡았을 때의 경험치는 다 른 종족이나 몬스터를 죽였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원정대원들과의 첫 대면.

엘프, 다크 엘프, 오크와 같은 흔 한 종족들이 주로 보였고.

드워프나 조인족도 있으며 덩치 가 큰 트롤 종족도 셋 정도 보였다.

'인간은 나밖에 없군.'

당연하다.

이종족 연합의 원정대니까.

그래서 자연스레 원정대원들의 시선이유준에게 꽂혔다.

금세 소란스러워졌다.

" 인간?"

"팔치오가 사고를쳤군."

"인간을 부른다는 의견은 반대가 많지 않았나?"

"아니. 나 쟤 알아. 종족 대항전 때 그 인간이야. 실력은 보장되어 있어."

"종족 대항전? 그건 애송이들이 나 참가하는 거잖아."

이곳에 모인 원정대원들은 레벨 이나 수준이 상당히 높았다.

그렇기에 종족 대항전이라는 말에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애초에 마족과의 싸움을 앞둔 이들이라서 생중계되는 종족 대항전에 관심도 적은 편이었다.

팔치오가 앞으로 나섰다.

"자, 말들이 너무 많은데 걱정하지 마세요. 실력은 확실하니까요."

"연합에 속한 인물이 아니지 않은가? 만약 일이 잘못되면 어떻게 책임질 생각이지?"

"의원장과 의원 다섯 분이 찬성 하신 일입니다. 그뿐입니까. 오히려 그분들께서 이 일을 강력하게 추진 하셨죠."

"그, 그런가? 크흠."

"그렇다는 건 거기 인간이유망 주라는 건가?"

"유망주 수준이 아니야. 내가 종 족 대항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봤는데 저 남자 혼자만 눈에 띄더라고. 인간 플레이어 중 랭커라고 하는 이들보다도 강해 보였어."

"...그 정도라고?"

"팔치오가 바보는 아니야. 그 정 도 급이 아니면 안 데려왔겠지."

" 흐음...

못 미덥다는 시선을 보내는 이 도, 기대감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도 있었다.

그런 시선들은 유준에게 있어 중 요하지 않았다.

유준은 현재 원정대원들의 장비를 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오, 저건 400레벨 장비잖아? 저 거 엄청 구하기 힘든 건데. 400레 벨 전설 장비는 도대체 어떻게 구 했대?'

'잠깐... 200레벨 장비 낀 놈은 뭐야? 레벨은 높아 보이는데. 돈벌 이가 시원찮나?'

'쯧. 영웅 등급 이하 장비가 왜 이리 많아? 착용 레벨 제한은 높은 데 등급들이 너무 낮네.'

몇 명을 제외하곤 장비들의 수준 이 너무 낮았다.

원정대원들은 대체로 300대 초중 반에서 400대 초반까지 골고루 편 성되어 있었다.

이 정도면 한국인들 기준으로 최 상위 랭커라고 부를 만했다.

'레벨들은 높은데... 진짜 장비가 너무 아쉽네.'

그때 팔치오가 입을 열었다.

"먼저 5인으로 구성된 파티를 만들 생각입니다. 우리가 총 499명이 니 총 백 개의 파티가 나오겠군요. 파티의 구성원은 저번에 얘기했던

대로 맺으시면 됩니다."

파티는 짜여 있던 건지, 이미 파 티를 맺은 이들이 많았다.

팔치오가 유준에게 다가왔다.

"당신은 저쪽 인원들이랑 파티를 맺으면 됩니다."

팔치오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 향에는 조인족 한 명과 다크 엘프 한 명 그리고 리자드맨 두 명이 서 있었다.

"알겠습니다."

유준이 고개를 끄덕이고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서로 친한 이들끼리 모였는지 막 어색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반갑습니다. 신유준입니다."

유준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조인족이 웃는 얼굴로 마주인사 했다.

"만나서 반갑네. 난 조르탱이라 하네. 영상으로 보던 것보다 더 기 품이 흐르는구만."

"절 보셨군요?"

"종족 대항전으로. 자네를 관찰 하는 건 아주 즐거운 일이었지."

리자드맨 둘이 같은 걸음걸이로

다가왔다.

"안녕. 난 심지드."

"난 샴자드야."

"우린 쌍둥이야.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태어났지."

"이번 원정에서 잘 지내보자고."

둘은 생김새 하며 말투나 가래 끓는 듯한 목소리까지 비슷했다.

"그럽시다."

마지막으로 다크 엘프였다.

다크 엘프치고는 상당히 나이가 많이 들어 보였는데, 실제로도 그 나이가 상당할 것이다.

최소 수백 살은 되지 않았을까.

"신유준. 이렇게 만나 봬서 반갑습니다. 저는 카인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네?"

"카람탄 부족을 도와주셨다면서요."

"아, 그거요."

"스텔른이 어찌나 칭찬하던지."

"...스텔른을 알아요?"

"제 아들 녀석입니다."

"...아하."

기가 막히는구나.

이것도 우연이라면 우연이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저야말로."

자기소개는 끝이 났다.

원정대는 오크 팔치오를 따라 원 정길을 나섰다.

"마족은 근처에 있는 겁니까?"

유준의 말에 옆에 있던 조인족 조르탱이 고개를 저었다.

"그랬으면 큰일 났지. 놈들은 기

감이 뛰어나서 거리가 좀만 가까워져도 바로 알아챌 걸세."

"그렇겠네요."

"자네. 마족을 상대해 본 적이 있나?"

"예. 한 번이지만 있습니다."

"용케 살아남았군."

"운이 좋았죠."

"아니. 단순히 운이 좋다고 마족에게서 살아남을 수는 없지."

흡족한 미소를 짓던 조르탱의 얼 굴이 갑자기 딱딱하게 굳었다.

"내가 이제 파티 창을 봤네만... 자네 레벨이 198인가?"

"맞습니다."

아무 말없이 뒤따라오던 리자드맨 둘이 화들짝 놀랐다.

"뭐야? 진짜 198레벨이잖아?"

"파티 창에 잘못 표기된 거 아니지?"

"198레벨인데 마족을 상대한다

고? 농담이지?"

"농담이지, 농담이지?"

"심지드. 시스템은 실수 안 해."

"시스템도 실수는 하던데요. 이 레귤러인가 뭐시기 하는 거 다들 보셨죠?"

유준이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아무도 받아 주지 않았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_ 2권 18화

42 화

"왜 그렇게 봐요?"

"...아니 믿기지 않아서 말일세. 내가 봤던 자네는 절대로 198 레벨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으니. 자네들도 그렇지 않나?"

조르탱이 리자드맨 쌍둥이를 보며 물었다.

"나는 본 적이 없긴 한데... 팔 치오가 괜히 데려온 건 아닐 거 아니야. 녀석은 오크답게 편견이 강해."

"그 편견을 깰 만큼 강하다는 거겠지."

"그래서 놀랐어."

"아..."

유준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 라서 멋쩍은 미소만 지었다.

반면 카인은 아까부터 흐뭇하게 웃고 있기만 했다.

"그새 레벨이 많이 오르셨군요."

"제 레벨도 스텔른에게 들었습니까?"

"예. 정확히는 모르지만, 어느 정

도였다는 건 압니다."

"별걸 다 얘기하는군요."

"저와 제 아들 사이엔 비밀이 없죠. 돈독하지 않나요? 요즘 시대에 이런 부자지간은 별로 없습니다."

그렇게 입이 가벼운 놈이었나.

스텔른 앞에서는 입조심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준의 레벨 때문에 충격을 받은 탓인지 정적이 오래갔다.

원정길이 참 멀었다.

달리지 않고 걸어가는 탓이다.

유준이 침묵을 깨고자 입을 열었다.

"마족들이 한곳에 모여 있습니까?"

"그렇다네. 그곳에 모여 무언가를 꾸미고 있겠지. 분명 사악하고 추잡한 짓일 확률이 높아."

"마족을 상당히 싫어하시는군요."

"그럴 만도 하지. 그놈들은 사추 야 사추."

"사추요?"

"사악하고 추잡한 놈들 말일세. 내가 지은 마족들의 별명이지."

"아..."

줄임말은 비단 한국에서만 유행 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조르탱은 그 사추들과 많이 만나 봤습니까?"

"내가 죽인 마족의 수만 열은 넘을 걸세."

"오, 대단한데요."

그냥 띄워 주려고 한 말이 아니다.

마족은 웬만해선 만나기도 힘든 종족.

그런 마족을 열 명 넘게 잡았다

고 하니까 덩치 직은 조르탱이 뭔 가 있어 보이기 시작했다.

"크흠. 그래서 내가 이 원정대에 뽑힌 게 아니겠나. 뭐... 나 혼자 서 잡은 건 아니지만."

조르탱의 뒷말은 유준에게 들리 지 않았다.

워낙 작게 말한 탓이었다.

"원정대에 자원하신 거예요?"

"당연하지. 그러나 자원한다고 아무나 뽑히는게 아닐세. 엄선된 정예들만이 이 원정대에 낄 수 있지. 내 친구들은 내가 이 원정대에 들어온 것을 무척이나 부러워하고

있다네."

"예? 이 일 위험한 거 아닙니까? 왜 부러워해요?"

"아, 자네는 모르겠군. 이 원정에 서 성공적으로 마족을 소탕하면 직 급이 몇 단계나 오른다네. 그것뿐 만이 아니라 그간 이종족 연합이 모아 온 귀한 아이템들을 보상으로 받을 수 있게 되지."

"결국, 직급 상승과 아이템 때문이라는거군요."

"그렇지. 그리고 마족을 소탕하 면 명예도 뒤따르지 않겠는가."

"...음. 그렇군요."

자신이 할 말은 없었다.

그도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 이번 원정에 참여한 것이니까.

'덤으로 보석도 받고.'

조르탱은 말이 많았다.

그는 그 후로도 유준에게 잡다한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정지!"

선두에 서 있던 팔치오가 외쳤다.

"마족들의 영역이 머지않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최대한 소리를 줄 이고 걸어야 합니다. 그냥 떠들지

말고 조용하시면 됩니다."

팔치오의 말에 시끄러웠던 원정 길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이게 의미가 있긴 할까?'

트롤이 걸을 때마다 울리는 진동 때문에 알아차려도 금방 알아차렸을 것 같은데.

'뭐, 생각이 다 있겠지.'

천천히 걸어가던 원정대가 갑자 기 달리기 시작했다.

팔치오가 신호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유준도 덩달아 파티원들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예민한 감각(A) 특성으로 인해 마족들의 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는 건, 적들도 원정대의 존재를 알아차렸다는 것.

그때 하늘에서 큰 불덩이가 떨어져 내렸다.

콰아앙! 쾅! 화르륵!

불덩이는 원정대원들이 만들어 낸 실드에 막혔지만, 근처 나무에 불이 옮겨 갔다.

불은 빠른 속도로 번졌다.

유준은 서둘러 파라네트를 소환 했다.

"주인님!"

"오랜만이다."

"싸움입니까?"

"그럼 노는데 불렀겠냐?"

"...놀 때도 가끔 불러 주시면 안 됩니까? 저도 외롭...

"싫어, 인마. 애초에 내가 논 적이 없는데."

"그럼 좀 노십시오."

" 이놈이?"

"저, 저는 이만 싸우러 가 보겠습니다!"

"어딜가. 나랑 같이 있어야지."

"이번 상대는 누구예요?"

"마족."

"...마족요? 그럼 여기 있는 자 들은 다 아군입니까?"

"웅. 마족만 죽이면 돼."

"좋군요. 마족 따위는 제 상대가 될 수 없죠."

신화 등급 반지를 얻은 파라네트는 이제 마족도 겁내지 않았다.

'내가 너무 좋은 걸 줬나.'

어차피 파라네트 아니면 쓸 수도 없는 아이템이니 아깝지는 않다.

그래도 배가 좀 아팠다.

신화 등급 아이템을 꼈기 때문일까.

파라네트의 덩치가 더 커진 느낌이다.

아니, 기분 탓이 아니었다.

지금 파라네트는 웬만한 오크 족 장보다 컸다.

'능력치가 오르거나 격이 오를 때마다 덩치가 커지나 보네.'

쉬지 않고 달린 결과, 전투태세

를 취하고 있는 마족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원정대원의 수가 더 많은 것을 보고도 마족들의 표정엔 여유가 넘쳤다.

"크하하... 사지에 제 발로 들 어오다니. 멍청하기는."

"제물로 바칠 녀석들이 더 늘었 군. 이런 경사가 다 있나."

마족들이 모여 있으니 그 기세가 상당했다.

마족들은 생김새만 인간과 흡사 할 뿐이지,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 가 흘렀다.

마족이 앞에 모여 있다는 것만으로 기가 죽은 원정대원들이 있을 정도였다.

"마족이 저렇게 큰 규모로 모여 있는 건 난생처음 봐."

" 나도..."

"이거 좀 위험한 거 아니야?"

물론, 이런 이들은 소수였다.

애초에 이 원정대는 마족들을 소 탕하고자 모였다.

마족들의 위험은 익히 경험해 봐 서 알고 있고 단지 마족들의 수가 많다고해서 그들의 견고한 마음을

바꿀 순 없었다.

무엇보다도 원정대에는 마족에게 지독한 원한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콰아앙!

팔치오가 돌격 명령을 내릴 새도없이 전투가 시작되었다.

처음은 마법 간의 충돌이었다.

허공에 생긴 수십, 수백 개의 마법이 마족과 원정대 중간 부근에서 맞닿았다.

콰콰콰쾅! 콰-앙!

폭발이 끊이지 않고 터져 나왔다.

"저는 혼자 움직이겠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린가?"

유준의 말에 조르탱이 눈을 휘둥 그레 뜨며 말했다.

"말 그대로입니다."

"아니. 그건 위험해. 무엇보다도 우린 한 파티야. 한 명이라도 빠지 면 전력 손실이 커."

"소환수를 놓고 가겠습니다."

"...소환수? 아까 소환했던 그 언데드를 말하는 건가?"

"예."

"스켈레톤 소환수로는 마족을 상 대할 수 없어."

"믿기 힘드시겠지만, 쟤는 웬만 한 마족보다도 강합니다."

"...자네 말대로 쉽게 믿음이 안 가네만...

"파라네트는 성장형 소환수입니다. 평범한 소환수랑은 달라요."

"일단 시간이 없는데다가 자네 의 뜻이 확고하니 자네 뜻대로 하게. 대신, 일이 잘못됐을 때의 책임은 자네가져야 할 거야."

"물론입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금방 합류할 거니까."

파티원들의 허락을 구한 유준은 홀로 떨어져 있는 마족들을 노렸다.

목표물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인간? 이종족 연합인 거 같은데... 어떻게 인간이 있는 거지?"

그를 발견한 한 마족이 고개를 갸웃했다.

"연합에 대해서 좀 알고 있나 보네?"

"우리가 곧 지배할 땅이니까."

유준은 아무 말없이 검을 들고 마족에게 달려들었다.

얼굴에 비웃음을 머금은 마족의 몸에서 어둡고 강대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 기운은 근처까지 다가온 유준을 향해 쏘아졌다.

거의 바로 앞에서 쏘아진 그 기 운을, 유준은 몸을 살짝 비틀어 피해 냈다.

"...뭣!"

마족이 당황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서걱!

유준의 검이 마족의 목을 가르고 지나갔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시작이 좋네."

한차례 미소를 지은 유준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량의 경험치를 주는 마족은 이 곳 지천에 널려 있었다.

잠깐이라도 멈춰 있는 건 그에게 있어 무지막지한 손해였다.

'레벨 하나만 더 올리면 방어구 랑 장신구들을 교체할 수 있다.'

그가 미리 정리해 둔 장비들. 그것들만 착용하면 그의 전력은

몇 배는 상승할 것이다.

"마, 막아!"

"저 기운은 무조건 피해야 해! 막으려고도 하지마!"

"얘네 왜 이렇게 안 죽는 거야!"

상황은 원정대에게 안 좋게 흘러 갔다.

원정대의 전력은 분명 정예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마족들은 더한 정예들이었다.

마족들 개개인의 무력이 뛰어난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정도까지일 줄이야.

마족은 단체로 싸우는 난전 상황에서 더욱 큰 힘을 발휘했다.

"크하하..., 우릴 우습게 보고 찾아온 녀석들을 싹 쓸어버리자!"

"분수도 모르는 것들! 오늘 제대 로 그 죗값을 치르게 해 주지!"

"크하하하!"

전장은 나무가 타면서 나는 연기 때문에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운 환경이 되었다.

그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유준은 몰래 전장을 빠져나왔다.

"휴우...

뒤따라오는 마족이 없는 것을 안 유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족을 한번 죽이기 시작하니까 어디서 냄새를 맡았는지 마족들이

끊임없이 달려들었다.

그래서 200레벨을 달성하고도 아이템을 착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 브렀고.

유준은 더 많은 수의 마족들이 달라붙기 전에 아이템을 착용하기 위해 그곳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원정대가 이렇게까지 밀릴 거라고는 예상 못 했는데.'

원정대원들의 실력이 문제가 아니라 적들의 전력이 너무나 막강했다.

전에 설명을 들었던 것과는 비교 가 안 될 정도로.

그때문에 계속 고립되어서 자칫 하면 큰 부상을 당할 뻔하기도 했다.

'광란의 방어구 정도로는 마족들 의 공격을 버텨 내긴 힘들지.'

광란의 방어구 옵션이 사기기는 해도, 그건 150레벨에 착용하는 아 이 템이었다.

인벤토리를 열었다.

미리 준비해 둔 방어구와 장신구들을 꺼내 전부 착용했다.

[극렬의 화염 반지]

착용 제한 : Lv. 250 이상

등급 : 전설

공격력 : 590

옵션 : 모든 능력치 +10, 모든

공격에 화염 속성이 부여됩니다.

극렬의 화염 반지 두 개.

재생력이 뛰어난 마족은 화염에 약하다.

그래서 화염 속성장신구들을 준비했다.

굳이 마족이 상대가 아니더라도 화염 속성은 무척 위력이 강하기도했고.

[치명적인 일격의 팔찌]

착용 제한 : Lv. 250 이상

등급 : 전설

공격력 : 700

옵션 : 모든 능력치 +10, 공격력이 15% 증가합니다.

치명적인 일격의 팔찌 두 개를 착용했다.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아주 귀한 팔찌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또 있다.

[소생의 목걸이]

착용 제한 : Lv. 350 이상

등급 : 신화

방어력 : 3,250

옵션 : 모든 능력치가 10% 증가 합니다. 즉사에 이르는 일격을 당 했을 시에, 모든 상처를 치료해 완 벽한 신체 상태로 회복합니다.

착용 제한 레벨 350에 신화 등 급 목걸이!

유준은 이 목걸이를 착용하고자, 레인보우 스티커까지 사용했다.

모든 능력치 증가 옵션도 좋지만, 즉사 위기에 놓였을 때 완벽한 상태로 소생하는 옵션.

'이건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야.'

목숨이 하나뿐인 지금, 그에게 이것보다 더 필요한 아이템은 없었다.

그래서 레인보우 스티커를 사용

했다.

'무기는 나중에 바꾸자,'

400레벨 때 착용하는 아주 좋은 무기가 있다.

남은 레인보우 스티커는 거기에 쓰고 싶었다.

'장신구는 끝났고.'

이제 방어구를 착용하는 일만 남았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2권 19화

43 화

유준은 광란의 방어구 세트를 벗 고 새로 꺼낸 아이템들을 전부 착 용했다.

광란의 방어구 세트보다 소재가 얇아서인지 몸이 더 가벼워진 느낌 이었다.

[위대한 광전사의 풀 아머]

착용 제한 : Lv. 250 이상

등급 : 전설

방어력 : 5,270

옵션 : 전투에 돌입하는 즉시, 착용자의 공격력이 37% 증가합니다. 쉽게 훙분이 가라앉지 않으며 무분별한 공격을 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방어력이 5% 감소합니다.

[위대한 광전사의 슈즈]

착용 제한 : Lv. 250 이상

등급 : 전설

방어력 : 2,100

옵션 : 전투에 돌입하는 즉시, 착용자의 공격력이 19% 증가합니

다. 쉽게 흥분이 가라앉지 않으며 무분별한 공격을 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방어력이 5% 감소합니다.

[위대한 광전사의 건틀렛]

착용 제한 : Lv. 250 이상

등급 : 전설

방어력 : 3,729

옵션 : 전투에 돌입하는 즉시, 착용자의 공격력이 29% 증가합니다. 쉽게 홍분이 가라앉지 않으며 무분별한 공격을 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방어력이 5% 감소합니다.

[위대한 광전사의 헬멧]

착용 제한 : Lv. 250 이상

등급 : 전설

방어력 : 3,900

옵션 : 전투에 돌입하는 즉시, 착용자의 공격력이 29% 증가합니다. 쉽게 흥분이 가라앉지 않으며 무분별한 공격을 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방어력이 5% 감소합니다.

- 세트 효과 -

2세트 : 공격력 20% 증가

4세트 : 공격력과 방어력 40%

증가, 정신을 잃을 확률이 감소합니다.

'위대한 광전사 세트. 단점이 명 확한 대신에 효과도 엄청난 아이템이지.'

신들의 전쟁을 플레이할 당시 이 방어구 세트를 착용하면 캐릭터가 아군까지 공격하는 불상사가 벌어 지기도 했다.

캐릭터를 유저가 쉽게 조종할 수 도 없었다.

하지만 '평정심' 특성이 있다면 다르다.

등급의 평정심은 정신에 관련된 모든 해로운 효과를 없애 버렸다.

'지금 나한텐 이보다 좋은 아이템이 없지.'

그 평정심 때문에 장점, 단점이 극명하게 갈리는 위대한 광전사 세 트를 선택한 것이었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그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전장으로 향했다.

"아아악!"

"죽여! 죽여! 다 죽여 버려!"

"흥분하지 말고 진정해. 놈들을

제물로 쓰려면 일단 살아 있어야 하니까."

원정대원의 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반면, 마족의 수는 줄긴 했어도 처음과 크게 달라진 것 같지가 않았다.

'파라네트...는 저기 있네.'

녀석은 마족들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도 눈에 띄었다.

워낙 덩치가 커서였다.

파라네트는 고군분투를 하고 있지만, 여럿이 덤벼드는 마족을 상 대로 쉽게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사실 저 정도만 해도 무척 대단 한 것이었다.

다른 원정대원들은 마족들을 상 대로 꼴사납게 밀리고 있었으니.

유준은 거기까지만 관찰하고 바로 전장에 뛰어들었다.

목표했던 레벨을 달성했으니 이제는 이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만 남았다.

그러기 위해선 원정대원이 최대 한 많이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목표한 지점에 도착한 유준은 가 장 앞에 있는 마족부터 공격했다.

서걱!

마족은 반응조차 못 하고 목숨을 잃었다.

유준은 쇄도해 오는 마족 둘을 향해 검을 재차 휘둘렀다.

한 마족은 유준의 공격을 예측하고 피했지만, 다른 한 명은 그대로 가슴이 베어져 사망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또 레벨이 올랐다.

유준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마

족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학살이다.

서걱! 서걱!

그가 움직이는 족족 마족이 풀썩 쓰러졌다.

그의 검술은 이제 신기에 가까워 졌다.

마족들은 죽는 그 순간까지도 자 신들이 왜 죽는지 깨닫지 못했다.

장신구와 방어구를 바꿔 착용한 유준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적의 공격이 닿기 전에도 적을 쓸어버렸다.

간간이 날아오는 마법들도 그에게 큰 피해를 입히기 힘들었다.

"저놈 뭐야? 왜 저렇게 세?"

"저놈부터 죽이자!"

마족들의 이목이유준에게 집중 되었다.

덕분에 사면에 몰려 있던 원정대 원들이 살았다.

서걱! 스윽!

유준은 검을 휘두르는 것을 멈추 지 않았다.

많은 수의 마족이 몰려들었지만, 그를 막을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스킬을 사용하지도 않 고 마족들을 상대했기에 그는 쉽게 지치지도 않았다.

마족들은 상황이 점점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분을 불러야겠는데?"

"의식을 진행하고 계시지 않나? 지금 불렀다간 난리가 날 거야. 우 릴 죽일지도 모른다고."

"지금 그게 중요해? 당장 우리가 위태로운데."

"저 괴물은 도대체 정체가 뭐야? 인간이 맞기는 해? 저런 플레이어 가 있다는 말은 못 들었다고."

유준 혼자서 죽인 마족의 수만 벌써 육십을 넘겨 갔다.

심지어 그 숫자는 실시간으로 갱 신되고 있었다.

성급하게 달려들던 마족 셋이 한 번에 목숨을 잃었다.

저주 마법을 사용하고자, 마력을 끌어 올리던 마족 하나는 어느새 다가온 유준에게 목이 잘려 죽었다.

푹!

등을 보이며 달아나던 마족 또한 뒤통수에 검이 꽂혀 목숨을 잃었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에

원정대원들이 하나같이 입을 떡 벌렸다.

"...저 정도라고?"

"아까 뒤늦게 합류한 그 인간 맞지?"

"팔치오가 데려온?"

"응, 그런 거 같아."

"인간이 저렇게 강할 수 있어?"

"그러게.... 최상위 랭커? 그렇게 불리는 인간들도 저 정도는 아니던데."

"뭐 드래곤이유희 삼아서 인간으로 변해 있는 거 아니야?"

"에이, 설마..."

어느새 유준이 죽인 마족의 수가 백을 넘었다.

300레벨의 마족이 와도, 400레벨 의 마족이 와도 결과는 같았다.

"커 헉!"

"악!"

유준의 일격 한 번에 목숨을 잃었다.

도무지 200레벨의 플레이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

마족 몇이 몰래 전장을 빠져나갔다.

지금 위기를 해결해 줄 상급 마 족을 불러오기 위해서였다.

"솔레인 님!"

"무슨 일이냐."

한창 의식을 진행하고 있던 상급 마족 솔레인이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중요한 단계라는 걸 모르나? 내가 분명히 당분간 날 찾아오 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 그게... 이종족 연합 놈들이 바로 근처까지 밀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뭐? 내가 파악한 놈들의 전

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인간 한 놈이 문제입니다. 그놈 혼 자서 날뛰는데 아무도 막을 수가 없습니다!"

" 인간이라고?"

"예!"

"설마... 검신이라도 온 거냐?"

"독고민수는 아니었습니다."

"그럼 누군데?"

"...모르겠습니다.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한데 인간들 얼굴이 거 기서 거기 아닙니까?"

"꼭 내가 나서야 하는 일인가?"

"죄송합니다."

"쯧."

솔레인이 혀를 차며 몸을 일으켰다.

"인간들, 그것도 최상위 랭커가 왔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런데 이상 하군. 그 랭커라는 작자들은 이종 족들에게 자신들의 힘을 숨기고 있을 텐데... 이종족들의 편에 섰다고?"

솔레인이 혼잣말을 하다가 눈을 크게 떴다.

"놈들이 드디어 본격적으로 움직 이는 건가? 아니면 제물 중에 인간 이 있어서?"

이유가 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었다.

그 랭커들 중에 한 명이 온 거라면 자신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솔레인은 그것만은 아니길 빌었다.

"의식은 조금 미뤄야겠군. 네가 여길 지키고 있어라."

"예. 알겠습니다."

솔레인은 수백 명이나 되는 플레 이어 제물들을 슬쩍 보고는 자리를 떴다.

비교적 강한 마족들은 이미 다 죽은 것일까.

레벨 오르는 속도가 눈에 띄게 더뎌졌다.

아까까지만 해도 레벨 업 메시지 가 눈을 가릴 정도였는데.

그러나 유준은 실망하지 않았다.

지금 자신의 무력이 기대 이상인 것이다.

'하긴, 전설 등급 아이템으로 도 배를 했는데 이 정도는 돼야지.'

심지어 그 귀한 장신구들까지 전 부 전설 등급이었다.

마족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대충 세어 봐도 50도 남지 않은 듯했다.

반면, 원정대의 전력은 전투 중

반 때와 동일했다.

유준이 전투에 참여한 이후로는 사망자가 거의 생기지 않은 것이다.

이제는 유준없이도 마족들을 쉽 게 소탕할 정도로 원정대의 우세가 점쳐졌다.

"이, 일단 후퇴해!"

"의식이 끝나면 모든 것이 해결 될 거야!"

얼마 남지 않은 마족들이 도주하기 시작했다.

잔뜩 지친 원정대는 놈들을 쫓을 여유가 없었다.

대신 원정대원들은 환호성을 내 질렀다.

"이겼다!"

"사, 살았어! 살았다고!"

유준도 미소를 지으며 승리의 기 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긴장을 풀지는 않았다.

'마족들이 왜 모여 있었는지는 해결되지 않았어.... 무언가를 준 비하고 있던 거 같긴 한데.'

그게 뭔지 알아내야 했다.

지금 이대로는 불길했다.

그런 유준에게 다가오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그의 파티원들이었다.

"자네... 혼자 다니겠다고 한 이유가 있었구만."

"살아 계셨군요."

"그럼. 내가 누군가. 최강 조인 조르탱일세."

"다들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뭐, 자네가 도중에 안 나타났으면 우리도 어떻게 됐을지 몰랐겠지. 고맙네. 저 소환수도 큰 도움이 됐지.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일 당백의 전사가 따로 없더군."

"덕분에 살았어!"

"고마워!"

리자드맨 쌍둥이도 감사를 표했다.

카인이 웃으면서 다가왔다.

"역시 제 아들에게 들은 그대로 네요."

"...네?"

스텔른은 자신에 대해 도대체 어 떻게 설명한 걸까.

그때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은 무 력 차이가 어마어마한데.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마족들

을 쫓아가야죠."

"그래야죠."

카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일단 저 먼저 가 보겠습니다. 놈들한테 시간을 주면 안 될 거 같 아서요."

"예. 금방 따라가죠."

파티원들은 유준의 무력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의 단독 행동을 막지 않았다.

막을 수도 없었고.

땅을 박차고 뛰어나간 유준은 마 족들의 혼적을 쫓았다.

황급히 도망쳤던 마족들은 발자 국을 남기고 갔기에 그들의 뒤를 쫓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추격을 이어 가는 그 순 간이었다.

짜릿한 살기에 유준이 황급히 몸을 옆으로 던졌다.

날아든 창은 그를 맞히지 못하고 땅에 꽂혔다.

콰아앙!

"감이 좋군."

뒤에서 나타난 마족.

단 한 명이었다.

"상급 마족?"

" 맞다."

"너무 늦게 등장한 거 아니야? 마족은 내가 거의 다 죽였는데."

"그깟 몇백 죽은 것쯤이야. 마계에는 수십만에 달하는 동족이 있다."

"그래서? 너네 왜 이곳에 모여 있었냐?"

유준은 궁금한 것부터 바로 물었다.

상급 마족 솔레인이 그의 눈을 지그시 응시하다가 입을 열었다.

"흐음... 아무것도 모르고 왔나 보군. 그렇다면 내가 알려 줄 필요는 없지."

솔레인이 땅에서 창을 뽑아 든 후 유준에게 달려들었다.

' 빠르다.'

상급 마족은 그가 여태 봐 왔던 모든 이들보다 빨랐다.

눈으로는 좇기 힘들 정도.

하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예민한 감각.

그 감각에는 상급 마족의 기척이 잡혔다.

유준이 위를 바라보며 검을 쭉 뻗었다.

그의 검은 위에서 짓쳐들어오던 솔레인의 창과 맞부딪쳤다.

콰앙!

그 순간 솔레인의 눈이 커졌다.

"자, 잠깐?"

상급 마족 솔레인이 처음으로 당 황한 듯한 소리를 냈다.

유준의 검과 부딪친 솔레인의 창 이 산산이 박살 난 것이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2권 20화

44 화

솔레인은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 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전설 등 급 창이 부서진 것이다.

단 한 번의 격돌로.

"네,네...놈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 뭘?"

"내 창은 그 허접한 검에 부서질 정도로 약하지 않다."

"이거? 이 검도 전설 등급인데. 그냥 네 힘이 약해서 그런 거 아니야?"

유준이 그렇게 말하고 비웃었다.

솔레인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 졌다.

사실 솔레인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했다.

저창은 푸른 용의 창이라는 400레벨 제한이 걸린 전설 등급 무 기다.

옵션이나 공격력도 상위 쪽에 속해서 적지 않은 창 유저들이 저 무 기를 애용했지.

그러나 무기만 좋다고 능사가 아니다.

특히 레벨과 능력치가 높아질수 록 무기, 방어구, 장신구의 성능이 전투의 승패를 갈랐다.

'재는 무기는 좋은데 방어구가 좀 부족하네.'

솔레인은 영웅과 희귀 등급 방어구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것도 착용 제한 레벨이 본인 레벨보다 낮다.

푸른 용의 창이라는 무기보단 훨 씬 떨어지는 수준.

"무기 더 없어?"

"우, 운이 좋았던 거 같지만 이 번엔 다를 거다."

솔레인이 전설 등급 창을 인벤토리에서 하나 더 꺼냈다.

이번에 꺼낸 창도 전설 등급이지만 330레벨 제한이 붙은 창이다.

그리고 또 한 번 무기 간의 격돌 이 이뤄졌다.

콰앙! 콰직!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아까보다 더 처참하게 솔 레인의 창이 산산조각 났다.

유준은 황당해하는 솔레인에게 검을 휘둘렀다.

솔레인이 몸을 비틀며 검을 피하 려 했지만, 검은 궤적을 바꾸며 그 의 가슴을 베고 지나갔다.

후웅! 촤악!

"큭!"

검이 꽤 깊게 파고 갔는지, 솔레 인이 가슴을 부여잡고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유준이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방금은 일부러 안 죽인 거야."

"...뭐?"

"물어볼 게 있어서."

"크하하... 인간.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상급 마족이잖아."

"솔레인이다! 마계에서 내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하지. 명예로 살고 명예로 죽는 나다. 너 따위에게 해 줄 말은 없다."

"곧 알게 되겠지."

유준은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솔레인의 앞에 섰다.

그리고 팔과 다리에 검을 찔러

넣기 시작했다.

푹! 푹!

"아아악!"

상급 마족이라고 해도 고통을 느 끼는 건 똑같았다.

아니, 오히려 고통에 더 민감하 다고 할 수 있었다.

감각이 뛰어날수록 고통도 더 잘 느끼게 되니까.

"내가 이런 고통에 굴복해서 무 언가를 발설할 것 같은가! 어림도 없지!"

솔레인이 소리쳤다.

유준도 놈에게 고통을 주는게 목표가 아니었기에 여기서 멈췄다.

"내가 묻는 거에 대답하면 살려 줄게."

"싫다! 차라리 죽는게 낫지! 거 기다 인간을 믿을 순 없다."

처음 등장과는 다르게 상당히 아 이 같아졌다.

유준은 아무 말없이 조각조각 난 푸른 용의 창 파편을 한곳에 모았다.

"뭐, 뭐 하는 거지?"

"묻는 거에 답하면 네 무기를 고

쳐 줄게."

"무슨 수로? 네가 뛰어난 대장장이라도 되나?"

유준이 인벤토리를 열었다.

거기서 공구 상자같이 생긴 무언 가를 꺼냈다.

"그건.…"

'장비 아이템 수리 키트'였다.

"그건 뭐지?"

솔레인은 수리 키트를 처음 보는 듯 의문을 표했다.

그럴 만도 했다.

이 키트는 현재 무한의 탑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에서 과금으로만 구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으니 솔레인이 모를 만도 했다.

"직접 확인해 봐."

유준이 수리 키트를 던져 주었다.

키트의 옵션을 확인한 솔레인이 눈을 크게 떴다.

"이런 게 가능하다고...? 단순 히 아이템으로?"

"이걸 줄게. 네가 솔직히 말해

주기만 하면."

솔레인이 침을 꿀꺽 삼켰다.

본인 목숨을 두고 협박할 때보다 도 눈동자가 더 흔들렸다.

' 역시.'

솔레인이유독 무기만 좋은 것을 쓰고 있어서 이러한 식으로 회유해 본 것이었다.

"조, 좋아. 궁금한 게 뭐지?"

솔레인이 결국 고집을 버렸다.

"이 일에 관련된 걸 전부 말해. 참고로 나는 네가 거짓말을 하는지

안 하는지 다 파악할 수 있어. 만 약 하나라도 거짓이라는게 밝혀지 면, 수리 키트는 절대 안 줄 거야."

솔레인의 눈빛이 다시 혼들렸다.

"진실, 거짓말까지 파악한다고? 믿을 수 없다."

"못 믿으면 네 손해야. 너도 느 꼈겠지만, 난 희귀한 아이템이 많아. 네 무기를 한 번에 부순 것도 내 비밀 아이템의 힘이야."

"아, 알았다. 내 거짓은 절대 섞 지 않으마."

생긴 것과는 다르게 꽤 순진하군.

유준은 그런 생각을 하며 솔레인 의 앞에서 쭈그려 앉았다.

"자, 말해 봐."

"...좀 긴데. 요약해서 하면 되나?"

"아니. 길어도 상관없어."

"그. 그런가. 알았다. 끄응..."

솔레인은 온몸에서 느껴지는 고 통에 신음을 흘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솔레인의 입에서 나온 얘기는 아 주 가관이었다.

마족들은 인간을 포함한 여러 종 족 플레이어를 제물로 마왕이나 그에 준하는 존재를 소환할 예정이었 다고 한다.

특히 플레이어를 의식 제물로 바 치면 엄청난 양의에너지가 쌓인다 고 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마왕이 강림하면 대륙을 그대로 집어삼킬 생각이었다고.

그렇게 말한 솔레인이 눈을 똑바로 뜨고 유준을 바라봤다.

"이제 수리 키트를 주는 건가?"

"아직. 물어볼 게 더 남았어."

"뭐지?"

"제물은 어디서 구했지? 너를 포 함해서 마족들이 대륙으로 넘어온 지 얼마 안 됐잖아?"

유준의 말에 솔레인이 눈에 띄게 당황했다.

"으음... 그건."

"여기서 제대로 말 안 하면 아까 네가 한 말들 다 무효로 되는 거야. 괜찮겠어?"

유준이 솔레인에게 키트를 눈앞

에들이밀고 협박했다.

"우리에게 협조한 플레이어가 있었다."

"플레이어? 무슨 플레이어?"

"인간. 너와 같은 인간이었다."

"...인간이라고?"

유준이 잠시 침묵했다.

분명 제물에는 인간들도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제물을 제공한 것이 같은 인간이었다고?

'하긴 같은 인간을 노예로 만드는데 제물이라고 불가능하겠어?'

솔레인이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 도 않았다.

"그자의 정체를 알고 있나?"

"...그래."

"말해."

"네가 감당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 혹여 정의심에 눈이 멀...

"그런 말 할 입장이 아닐 텐데."

"지규태. 그런 이름을 가진 인간 이었다."

"지규태?"

어디서 들어 본 듯한 이름이었다.

"그 이름은 너도 알고 있겠지. 최상위 랭커라는 놈들 증 하나니까. 그중에서도 놈은 꽤 유명한 것 같 더군."

"아..."

솔레인이 덧붙인 말을 듣고 유준은 지규태에 관한 기억이 떠올랐다,

'지규태... 그 성자라고 불리는?'

원래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인 간은 없다고들 하는데....

지규태가 딱 그런 인간이었나?

마족 솔레인의 말만 듣고 판단하

는 건 옳지 않은 일이지만, 솔레인 이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다.

유준은 한동안 말없이 생각에 잠 겨 있었다.

"야. 제물은 어디에 있어?"

"내 부하가 지키고 있을 거다. 이제 그걸 주지 않겠나? 내가 아는 건 전부 말한 거 같은데."

"그래야지."

유준은 수리 키트를 내미는 척하 면서 오른손에 쥐고 있던 검을 쭉 뻗었다.

푸욱!

솔레인의 목을 유준의 검이 꿰뚫었다.

"컥!"

그렇게 상급 마족 솔레인이 죽었다.

'마족과 한 약속을 지킬 필요는 없지.'

솔레인은 유준이 내민 수리 키트에 눈이 멀어 정보를 전부 발설했고, 그렇게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상급 마족을 혼자의 힘으로 쓰 러뜨렸습니다!]

[불가능한 업적!]

[전설 아이템 박스(선택)]

[전설 칭호 '마족의 적수'를 획득 합니다.]

-마족의 적수(전설) - 근력, 민첩, 체력이 10씩 증가합니다.

'푸른 용의 창에 수리 키트를 쓰는 건 아깝기도 하고.'

적어도 신화 등급이어야 수리 키 트를 쓰는 것이 의미가 있었다.

수리 키트는 유준으로서도 무척 귀한 아이템이었으니.

그나저나 상급 마족을 잡은 것치 고는 과한 보상을 얻었다.

'레인보우 스티커를 하나 더 얻었군.'

불가능한 업적이 또 나올 줄은

몰랐다.

최근 한 달 사이에 몇 번이나 불 가능한 업적 판정을 받은 거지?

'그래도 최대한 아끼자.'

사기적인 아이템은 많다.

다만, 레벨이 부족할 뿐.

그 아이템들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레인보우 스티커는 많을수 록 좋았다.

유준은 벌써 백오십이 넘게 쌓인 능력치를 분배하고 제물 플레이어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들은 유준이 상급 마족을 죽인

위치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저기요!"

"도, 도와주세요!"

푸른 실에 꽁꽁 묶여 있는 플레 이어들 수백 명이 보였다.

온갖 종족들이 다 모여 있는데 하나같이 피골이 상접해 있어 보기 가 안쓰러울 정도였다.

"조용히 해! 이것들아!"

마족 하나가 허름한 막사를 박차 고 나왔다.

솔레인에게 이곳을 지키라는 명

을 받았던 그 마족이었다.

녀석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유준 과 눈이 마주쳤다.

마족의 몸이 딱딱히 굳었다.

"너, 너는..."

"그래. 나다."

유준은 망설일 것없이 마족에게 한걸음에 달려가 검을 휘둘렀다.

겁에 질린 마족은 반항 한번 못 해 보고 목이 잘려 목숨을 잃었다.

움직일 수 없는 플레이어들이 기 뻐 했다.

유준은 그들에게 다가가 몸에 묶

인 마력의 실을 검으로 끊어 내기 시작했다.

워낙 많은 인원이 있다 보니 그들을 전부 풀어내는데 걸리는 시간도 한세월이었다.

"누군진 몰라도 정말 고맙습니다!"

"당신은 제은인..."

플레이어들이 감사 인사를 전해 왔다.

유준은 그들을 쭉 둘러보다가 특 이한 걸 발견했다.

그들 대부분의 목에 노예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거의 다 노예 출신인가.'

무한의 탑에는 노예가 무척 많았다.

특히 거주 구역과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는 노예가 합법적으로 거 래되기도 했다.

그때문일까.

속박을 벗어났음에도 우울한 얼 굴로 멍하니 서 있는 이들이 많았다.

유준은 이들을 데리고 원정대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원정대는 때마침 그가 있는 방향

으로 진격하고 있던 터라 금방 마 주칠 수 있었다.

"유준 자네 무사했는가!"

"예."

이번에도 조르탱이 가장 먼저 반 겨 주었다.

"아니, 이곳으로 오는 길에 상급 마족의 시체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네."

"죽었는데도 상급 마족인 게 보 입니까?"

"옷을 보면 알지."

"아...

"그나저나 저 뒤에 있는 이들은 다 뭔가?"

"말하자면 긴데... 마족들이 저들을 제물로 삼아서 마왕을 소환하 려고 했답니다."

"...마왕을?"

"예."

"왠지 그럴 거 같긴 했는데.... 진짜로 미친 짓을 벌이려고 했군."

"유준! 상급 마족, 네가 죽인 거지?"

"맞아! 딱 봐도 유준이 죽인 걸 거야."

리자드맨 형제다.

그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다.

유준은 원정대원들의 무수한 악 수 요청을 무시하고 원정대를 이끄는 팔치오에게 갔다.

"저 보석 주세요."

유준이 다짜고짜 말했다.

"상당히 급하시군요."

"준다고 했잖습니까."

"당연히 드릴 겁니다. 오히려 더 못 드리는게 죄송할 정도죠."

"오, 그럼 더 주세요. 보석."

"...재고가 있어야 드리죠. 일단 보상 건은 제가 더 건의할 예정 입니다. 당신의 활약은 목격자들도 많고 애초에 영상구로도 미리 찍어 놔서 보상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으 셔도 됩니다."

"철저해서 좋네요."

유준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저 없었으면 이번 원정은 실패했을 겁니다. 아시죠?"

"예예. 그렇고말고요. 그건 모두 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때였다.

유준에게 플레이어 한 명이 다가 왔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저, 유준 씨. 저 기억나시나요?"

그녀를 알아본 유준이 눈을 휘둥 그레 떴다.

김 희연이었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2권 21화

45 화

김희연.

던전 탐색 능력이 뛰어난 플레이어였다.

저번에 한번 위기에서 구해 줬었지.

"희연 씨가 왜 여기에...?"

유준이 의아해하며 묻자, 김희연 의 얼굴에 그늘이 꼈다.

"저도 마족에게 잡혀 있었어요."

"아까는 못 봤던 거 같은데요?"

"제 행색이 좀 추레해서 그랬나 봐요. 저도 유준 씨를 첨에 못 알 아봤어요. 그때랑 너무 달라지셔서....

"아, 장비가 바뀌어서 그럴 수도 있겠네요. 얼굴도 꾀죄죄해서 바로 못 알아봤어요."

"...그렇게 대놓고 말씀하실 줄 이야."

"그런데 잡혀 있었다고요?"

"네.... 잡히긴 했는데 얼마 안 되긴 했어요."

"어쩌다가요?"

"으음... 이걸 다 설명하기가 곤란한데."

"괜찮습니다. 천천히 말해 보세요."

유준이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편하게 해 주려는 의도.

그에 김희연이 자초지종을 털어 놓기 시작했다.

"간략하게 말할게요. 어느 날 히 든 던전 하나를 발견했는데 그곳에 하필 마족들이 모여 있는 거예요. 수백 명이나 돼서 제가 어쩔 도리

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의식 제물이 될 뻔했죠. 이게 끝이에요."

" "응."

"별것 없죠? 하여튼 정말 고마워요. 항상 유준 씨 덕분에 목숨을 건지는 거 같네요."

"...예. 그 히든 던전은 어디 있습니까? 이미 공략됐나요?"

"아뇨. 마족들이은신처로 쓰고 있던 거 같았어요. 던전은 아직도 그대로 있을 거예요."

히든 던전은 보스를 잡지 않는 이상 사라지지 않는다.

던전이 남아 있다는 건 보스가

온전히 살아 있다는 것.

유준의 눈에 탐욕이 깃들었다.

"그러니까 어디 있어요?"

"유준 씨. 눈이 무서워요."

"어디?"

"히든 던전의 위치는 제가 말로 설명할 수는 없고 직접 길을 안내 해 드릴게요."

"혹시 콩고물을 노리시는 건

"저도 먹고는 살아야죠. ...는 농담이고 말로는 설명이 힘들어요. 직접 가면서 봐야 길을 안내해 드

릴 수 있을 거 같아서."

"좋습니다. 같이 가죠."

김희연과의 대화를 마친 유준은 팔치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됐는데 보상은 언제쯤 받을 수 있을까요?"

"하급 보석은 당장 드릴 수 있습니다. 사실 당신이 이번 일을 도와 준다고 했을 때부터 일의 성공이나 실패와는 관계없이 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기대 이상이었죠."

"그럼 진작 좀 주시지."

"...죄송합니다. 일단 받으세요."

팔치오가 인벤토리에서 꺼낸 보 석을 유준에게 건네주었다.

유준은 조심스럽게 보석을 받았다.

그는 바로 아이템 정보부터 확인 했다.

[특성 보석(하)]

등급 : 無

옵션 : 특성에 장착할 수 있습니다. 장착한 특성의 위력이 소폭 증가합니다.

확실히 특성 보석(상)보다는 효과가 많이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무척 귀한 아이템이다.

유준은 특성 보석을 어디에 사용 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평정심 아니면 예민한 감각인데.'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등급이 더 높은 평정심 특성에 사용하는 것이 더 이득이었다.

하지만,

'평정심에 등급 낮은 보석을 사

용하는 건 좀 아까워.'

나중에 더 좋은 품질의 보석을 얻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평정심은 그가 생각하기로 상위 1티어 특성이었기에 보석을 박을 자리는 아껴 두고 싶었다.

'예민한 감각 특성에 쓰자.'

특성 보석(하) 아이템이 그의 손에서 사라졌다.

예민한 감각 특성에 스며든 것이다.

"활약에 따른 보상은 나중에 연 합의 의원분들과 상의해서 결정이 날 거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들이 준다는 보상은 별로 기대 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유준은 한마디 덧붙였다.

"이왕이면 장비 아이템 말고 다 른 거 주세요."

"예? 그게 무슨 뜻입니까?"

"장비 아이템은 지금 별로 필요 없어서요. 근데 보통 보상이라면 그런 아이템을 주잖아요?"

"그, 그렇기야 하죠."

"소모용 아이템이나 뭐, 약간 귀 한 재료 아이템이면 저는 만족할

거 같은데...

"...알겠습니다. 당신의 의견을 최대한 전해 드리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그렇다고 장담은 못 합니다. 워낙 고집들이 센 양반들이라."

"고맙습니다."

"자, 그럼 보상 얘기는 끝났고 혹시 이종족 연합에 들어올 생

"없어요. 아직은."

"역시 그렇군요.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예. 그럴게요."

메신저 교환까지 끝났으니 이제 그와 볼일은 없다.

'아니지. 나중에 보상받을 때 한 번 다시 보긴 하겠네.'

유준은 원정대원들과 작별 인사라고 할 것까지는 없고, 그냥 간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여기서 시간을 지체할 수 없지.'

지금 그는 김희연이 말한 히든 던전이라는 단어에 온 신경이 쏠려 있었다.

"그나저나 희연 씨도 레벨이 많 이 오르셨네요."

유준이 말했다.

파티 창에 뜨는 김희연의 레벨은 120.

자신과 비할 바는 아니지만, 어 마어마하게 빠른 속도였다.

게다가 지금 이곳에 있다는 건 그녀는 이미 21층에 도달했다는 뜻 이었다.

"던전 탐색 능력이 효자 노릇 해 준 덕분이죠. 고레벨 파티에 껴서 레벨도 올리고 등반 시련도 쉽게 깼거든요."

"한마디로 버스 탔다는 거네요."

"...맞아요."

"장비도 꽤 좋은 걸 쓰시는 거 같은데."

"제가 포인트는 좀 많아요. 히든 던전은 아니어도 던전 위치나 정보 같은 걸 좀 팔았거든요."

"저번에 그러다 큰일 날 뻔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조심히 거래했죠. 얼굴은 절대 안 드러내고. 대리인을 통해서요."

"그랬군요."

사실 그런 사소한 것들은 크게

궁금하지 않았다.

본론으로 넘어갔다.

"히든 던전 등급이 어떻게 되던 가요?"

"B+등급이에요."

"꽤 어렵겠는데요."

"그래서 마족들은 보스를 공략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했죠."

"일부러 내버려 둔 게 아니고요?"

"마족들이 하는 대화를 엿들었는데, 보스가 너무 강하다고 하던데요? 그래서 그냥 아지트로 쓰는 것

같았어요."

"마족들 수백이 있는데도 보스 공략이 어렵다고요? 상급 마족까지 있었는데... 이상하네."

B+등급 히든 던전이 그 정도였나?

'전력 손실을 걱정했나?'

이종족 연합이 오는 걸 알고 있었다면 던전 공략을 감행하지는 못 했으리라.

"강한 보스가 있다는 건 뭐, 좋은 소식이네요."

"유준 씨. 정...

"걱정하지 마세요. 제 목숨은 제 가 챙깁니다."

"아니요. 그게 아니라 정말 멋있다고요."

"그러니까 그렇게 강해졌겠죠."

"아부해도 뭐 더 안 줍니다."

" 쳇."

"던전은 멀었습니까?"

"거의다 왔어요."

마족들의은신처라더니, 히든 던 전은 제물을 바쳐 의식을 진행하려 던 곳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평범한 동굴처럼 생겼네요?"

유준이 말했다.

히든 던전치고는 너무 잘 보이는 곳에 떡하니 있는게 아닌가.

던전은 보통 어딘가에 숨겨져 있 거나 발견하기가 힘들어야 했다.

하물며 히든 던전은 더하다.

"저도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여 기가 막 외진 곳은 아니잖아요."

"들어가죠."

확실히 동굴 안으로 들어서니 마 족의 향기가 진득하게 남아 있었다.

아니, 향기라기보다는 그 뭐랄까, 음울하고 몸에 달라붙는 듯한 기운 의 잔재에 가까웠다.

김희연이 한차례 몸을 떨었다.

마족에게 된통 당해서 제물 신세 가 되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어떻게 여길 다시 올 생각을 했 어요? 저 같으면 겁나서 못 왔을 텐데."

"유준 씨라면 마족 정도는 다 이 길 거 같아서요."

"마족도 마족 나름이죠. 상급 마

족보다 더한 놈이 오면 저도 위험 합니다."

"그래도 이겨 내실 거라 믿어요."

유준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뭐, 귀족 작위를 가진 마족까지 나타나진 않겠지.'

그런 마족을 게임에서는 보통 네 임드라고 했는데, 네임드 마족은 웬만해선 볼 수 없다.

마계에 가서 찾아다니더라도 만 날 수 없는 족속들이니 이런 던전에 있을 확률은 극히 적었다.

던전에 들어서니 B+ 히든 던전에 입장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던전의 이름은 '고르테가의 동굴' 이었다.

"희연 씨."

"네?"

"여기 던전에 보스 몬스터만 남 아 있는 상태인가요?"

"아마 그럴 거예요."

" 이상하네요."

" 왜요?"

"몬스터들의 기척이 느껴져서요. 그것도 아주 많이. 아니, 몬스터가

맞긴 한 건가?"

"네?"

유준의 중얼거림에 김희연이 화들짝 놀랐다.

"아니에요. 보스 룸으로 가는 길 까지 아무것도 없었어요."

"확실해요?"

"네! 확실해요. 제가 잡혀 오면서 두 눈으로 직접 봤거든요."

"혹시 시간이 지나서 리젠이 된 건가?"

"제가 끌려갔던 게 불과 이틀 전 이었는데요. 아니다. 그것보다도 더

안 됐을걸요. 게다가 히든 던전은 몬스터가 인공적으로 다시 생기거 나 하지는 않잖아요?"

"그렇죠."

그렇다면, 지금 자신의 감각에 잡히는 존재들은 뭘까.

"일단 직접 보는게 더 빠르겠네요. 가 봅시다."

"네."

둘의 발소리가 동굴에 울려 퍼졌다.

동굴이 꽤 깊었다.

실제로 몬스터들의 기척이 멀리

서도 잡혔다.

"잠깐만요."

"왜요?"

유준이 걸음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파라네트."

스으으. 화아악!

바닥에 푸른 빛을 내뿜는 마법진 이 그려졌다.

그 마법진 위에 파라네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헤...

김희연이 입을 벌렸다.

"저번에 봤던 그 해골 병사죠?"

"네."

"왜 저렇게 커졌어요?"

"그러게요."

유준이 귀한 아이템을 팍팍 지원 해 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러 행운이 따라 주기도 했고.

"주인님! 부르셨습니까!"

"그래."

"제가 뭘 하면 되겠습니까?"

"아직 할 건 없어."

"아."

"만약 상황이 위급해지면 너는 여기 옆에 희연 씨부터 지켜. 그게 네 임무야. 오케이?"

"오케이. 알겠습니다. 누군가를 지키는 건 자신 있습죠."

유준과 파라네트의 대화를 듣던 김희연이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어요?"

"아니, 오케이라는 말을 언데드 가 할 줄은 몰라서요."

"요즘 애들이 이래요.습득력이 빠릅니다."

"요즘 애들요? 파라네트가 우리 보다는 나이가 많지 않을까요?"

"아, 그러네."

유준과 김희연이 잡담을 하며 동굴의 점점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 갔다.

한 방향으로만 쭉 가면 되어서 길을 잃거나 하는 불상사는 벌어지 지 않았다.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마물이었다.

마물은 마계에만 서식하는 동물 혹은 몬스터를 말한다.

몬스터가 본래 흉포하고 플레이어를 보면 달려들지만, 마물은 그 보다 더한 놈들이었다.

끊임없는 식욕을 느끼며 눈에 보이는 것을 먹어 삼키려고 한다.

같은 마물끼리도 그러했다.

그래서 마물은 절대 몰려다니지 않는다.

유준과 김희연의 앞에 나타난 마 물도 한 마리뿐이었다.

"크륵...

머리 두 개가 달린 코뿔소.

온몸에 흉터가 가득하고 징그럽

게 생긴 벌레들이 기어 다녔다.

마물의 생김새는 대충 그러했다.

"어... 엄청 흉측하게 생겼네요."

마물을 생전 처음 본 김희연의 감상이었다.

유준 또한 마물을 실제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이미 게임에서 많이 사냥해 봤다.

그 외형에 막 놀라지는 않았다.

"마계에 많이 떠돌아다니는 놈들 입니다."

"네? 유준 씨. 마계도 가 봤어요?"

"아뇨. 전해 들었죠."

"많이 강한가요?"

"네. 마물은 하나하나가 네임드 몬스터라고 보면 됩니다."

"...그럼 위험한 거 아니에요?"

"글쎄요. 쟤는 중급 마물이니까 그렇게 위험하진 않을 거예요."

중급 마물의 평균 레벨은 300.

마족과 비슷했다.

다만, 육체적인 능력으로만 따지 면 마물이 마족보다 더 앞서 있었다.

반대로 마족은 마물보다 이성적이고 다양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고.

마물이유준과 김희연을 향해 달 려들었다.

순간적으로 거리를 좁힌 마물은,

서걱!

유준이 위에서 아래로 쭉 그은 검에 의해 이둥분되었다.

김희연이 입을 떡 벌렸다.

"...뭐예요."

"뭐가요?"

"어떻게 그리 쉽게 잡아요?"

김희연이 황당하다는 듯 묻는다.

"뭔 그런 질문이 다 있어요? 당 연히 더 강하니까 쉽게 잡죠."

유준도 황당한 얼굴로 답했다.

"아니... 방금 스킬도 안 쓴 거 아니에요?"

"예."

스킬을 쓸 필요도 없었다.

지금 공격력이 워낙 막강한 상태 다 보니, 스킬을 쓰는 건 힘 낭비에 가까웠다.

"주인님이 강한 걸 이제 알았나? 나으W 인간."

"으, 웅?"

파라네트가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김희연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유준이 한마디 했다.

"인마. 나도 인간이야. 네가 인간 비하를 하면 난 뭐가 되냐?"

"죄, 죄송합니다."

다시 전진하려던 유준이 멈췄다.

방금 잡은 마물의 사체.

그걸 본 유준이 눈에 이채를 띠었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2권 22화

46 화

"파라네트. 저거 마물 뼈 좀 모 아와."

"예? 왜요?"

"왜긴, 너 주려고 그러지."

"저를요? 저한테 왜요? 혹시 뼈를 갈아 끼운다는 얘기입니까?"

"비슷한데 좀 달라. 하여튼 마물 의 뼈를 좀 많이 모아야 하거든? 그니까 빨리해."

"예!"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물들이 등장하는 던전이라면 파라네트를 강화하기엔 제격의 장 소였다.

'마물의 뼈를 얻을 기회는 흔치 않지.'

마계까지 찾아가지 않는 이상 마 물을 마주칠 일이 없으니 말이다.

그는 던전에 마물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마물의 뼈를 합성해서 더 단단하고 튼튼한 뼈를 만들 방법이 그에 겐 있었다.

한 가지 목표가 생겼다.

"좀 빨리 가 볼까요?"

"네."

마물은 얼마 걷지 않아서 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아까보다도 더 큰 덩치를 지닌 마물이었다.

당연하지만, 그 마물도 유준의 상대가 되지는 않았다.

서걱! 쿠웅!

마물의 몸이 정확히 반으로 잘려 나갔다.

그 뒤로 유준은 쉬지 않고 등장

하는 마물을 계속 사냥했다.

일격.

그 어떤 마물도 유준의 일격을 버텨 내지 못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마물도 마족처럼 많은 경험치를 줬다.

그와 같은 경험치를 공유하는 파라네트도 심심치 않게 레벨이 올랐다.

레벨이 낮은 김희연은 말할 것도

없었다.

"와... 장난 아니에요. 여기. 제 가 갔던 어느 곳보다도 레벨이 빨 리 오르는데요?"

"그렇겠죠. 마물들 레벨이 기본 300을 넘기니."

"아무리 생각해도 전 운이 정말 좋은 거 같아요."

유준이 걸음을 멈췄다.

"...두 번이나 납치당하고도 그 런 말이 나와요?"

"근데 이젠 안 그럴 거예요. 처 음은 그렇다 쳐도 두 번째 때는 너무 어이없게 당했어요. 히든 던전

입구 근처에 하필 마족이 있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하여튼, 유준 씨 덕분에 벌써 140레벨이 됐어요. 고마워요."

"이 히든 던전을 찾은 건 희연 씨 덕분인데요."

"아, 근데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저요? 스물둘인...

유준이 말을 하다 말고 입을 꾹 다물었다.

'잠깐. 내 나이가 몇이지?'

기억을 잃은 건 아니다.

다만, 좀 헷갈렸다.

자신은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 스템에 의해 강제로 잠들어 있지 않았던가?

'내 나이가 어떻게 되어 있는 거지?'

거울을 보면 자신의 얼굴은 5년 전 그대로였다.

플레이어여도 노화가 늦춰질 뿐 아예 세월을 비껴 나가는 건 아니었다.

'난 나이를 안 먹은 건가?'

그렇다고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한 것도 아니다.

'시간은 5년이 흘렀지만, 육체 나 이는 그대로라...

유준은 결정을 내렸다.

"스물둘입니다."

"아, 그래요? 그럼 저랑 동갑이 시네요."

"...예! 맞아요."

"저, 그럼, 말 놓을까요? 계속 존 댓말하는 것도 좀 그러니...

"그럽시다."

"그래! 유준아."

"어...

"그냥 불러 봤어!"

"그, 그러냐."

말을 놓으니 더 어색해진 기분이었다.

"가져왔습니다, 주인님!"

파라네트가 마물에게서 얻은 뼈를 무더기로 들고 왔다.

"잘했어."

"예!"

파라네트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뼈를 모아 오는 작업이 본인 자

신에게 도움이 될 것을 알기에.

"크르륵...

서걱!

"캬악! 캭!"

서걱!

불과 2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열 마리가 넘는 마물을 잡았다.

유준의 사냥 속도가 빠른 것도 있지만, 동굴에 존재하는 마물의 수가 많은 탓도 있었다.

심지어 마물끼리 물고 뜯으며 싸 우는 장면도 발견되었다.

"이야,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인가?"

유준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서걱! 서걱!

가끔 동굴을 꽉 채울 만큼 거대 한 마물도 있었다.

처음엔 거대한 벽인 줄 알았는데 마물인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물론, 이 마물도 유준의 칼질 한 번에 숨이 끊겼다.

'이 정도 공격력이면 진짜 못 벨 게 없을 거 같은데?'

그의 레벨에 이 공격력은 반칙에 가까웠다.

무과금즐겜러보다 칭호 쌓는 속 도도 빠르고 그 캐릭터에겐 없던 태초의 플레이어 능력까지 갖췄다.

그러니 자연스레 자신감이 붙었 고 사냥 속도가 점점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다만, 마물의 뼈를 수거하는 작 업 때문에 시간이 꽤 지체되었다.

"파라네트. 그것도 내가 할게."

"네?"

" 나와."

서걱! 서걱!

유준은 검을 여러 차례 휘둘러

마물의 살점을 전부 잘라 내었다.

"주, 주인님 그건 제 역할...

"시끄러워. 넌 이제 뼈만 주워."

"알겠습니다!"

유준이 도축 작업을 도우면서 시간이 단축되었다.

덕분에 보스 룸에 금방 도달할 수 있었다.

보스 룸은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유독 더 추운 것 같기도 하고.

"도착했네. 준비해."

"웅. 멀리 떨어져 있으면 되지?"

"...어, 맞아."

"보스 룸 밖으로 나가 있을게."

김희연은 눈치가 빨랐다.

"그런데... 보스는 어디 있지?"

유준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감각에 보스의 기척이 잡히지 않았다.

그때였다.

그의 감각이 경종을 울렸다.

유준은 생각하지도 않고 몸을 굴렀다.

쿠웅!

그가 서 있던 자리에 거대한 인 영이 떨어져 내렸다.

유준이 눈을 가늘게 뜨고 보스를 훑어봤다.

" 마물인가?"

마물은 맞지만, 다른 마물들과는 조금 다르다.

'초월종.'

초월종이란 마물이 마물이라는 종족의 한계를 초월했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마물의 경우 초월종은 인간과 홉 사한 외형을 하고 있어 이질감이 상당했다.

"겁도없이 내 영역을 침범하다 니.... 이곳에 온 건 너희 둘뿐이 냐?"

녀석이 말했다.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초월종의 특징이었다.

" 맞아."

"마족 놈들은 어디로 갔지?"

"죽였어."

유준의 말에 초월종이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 전부?"

"웅."

"너, 보통 놈이 아니구나."

초월종은 자세를 다르게 잡았다.

'그냥 거짓말할 걸 그랬나?'

괜히 보스에게 경각심만 새겨 준 꼴

약간 후회가 되었다.

'뭐 상관없지.'

유준은 곧바로 초월종에게 달려 들었다.

초월종은 마물답게 무기를 사용 하지 않았다.

대신 손톱과 발톱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

초월종은 접근한 유준을 향해 두 팔을 휘둘렀다.

카캉!

유준의 검과 맞부딪친 손톱이 허 공을 날았다.

"크아아악!"

손톱이 생으로 뽑힌 초월종이 비 명을 질렀다.

빈틈이 생겼다.

유준은 망설이지 않고 검을 쭉 뻗었다.

후웅!

유준의 검이 목에 닿으려는 그 찰나, 놀랍게도 초월종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 뭐야?"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까와 같은 상태가 된 것이다.

'고등급의은신 스킬을 가지고 있는 건가?'

보석을 장착한 예민한 감각으로 도 느낄 수 없을 정도.

그러나 초월종은 그를 기습하지 않고 먼 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응?"

녀석의 옆에는 고급스러운 망토를 두른 여자 한 명이 서 있었다.

망토에 의해 얼굴이 그늘져 있어 자세히 보이진 않지만,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인간? 아니면 마족?'

유준이 멀뚱멀뚱 서 있는데 사악 한 느낌이 드는 여자가 입을 열었다.

"내 귀여운 아이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유준이미간을 찌푸렸다.

"뭐라는 거야. 얘가 어디가 귀여 운데?"

초월종은 징그러우면 징그러웠 지, 절대 귀엽지는 않았다.

"내 토트 건드리면 가만 안 둘 거야."

"토트? 그 초월종 이름이 토트인가?"

"맞아. 이름도 귀엽지?"

초월종, 토트의 머리를 쓰다듬은 여자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너 마녀냐 혹시?"

"...어떻게 알았어?"

여자, 마녀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마녀.

인간도 마족도 아닌 희귀한 존재.

특이하게도 대륙과 마계를 마음 대로 오갈 수 있는 유일한 종족이었다.

물론, 그게 무한정 가능한 것은 아니고 제약이 있었다.

"마물을 개조해서 초월종을 만든

거지?"

"...너 뭐야?"

실실 웃고 있던 마녀의 표정이 바뀌었다.

딱딱하게 굳었다.

유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검을 들었다.

그리고 초월종에게로 천천히 다 가갔다.

마녀가 소리쳤다.

"오지 말라니까!"

"싫어."

유준은 초월종의 뼈를 어떻게해서든 얻고 싶었다.

게다가 마녀나 마물이유익한 존재도 아니어서 살려 둘 필요가 없었다.

"너 마녀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거 아니야? 더 이상 접근하면 위험하 다는 걸 너 스스로도 알 텐데!"

마녀가 협박해 왔다.

"알지."

분명, 마녀는 마왕급으로 위험한 존재였다.

단순히 무력 때문이 아니라 강력 한 저주를 걸거나 정확히 들어맞는 예언을 한다는 점에서.

키메라를 만들거나 마물을 새로 운 존재로 개조하기도 한다.

무력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이기 도 하고.

그러나 유준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거리가 좁혀진 상황, 유준이 땅을 박차 초월종에게 달려들었다.

초월종이 재생된 손톱을 마주 휘 둘러 왔지만, 유준은 초월종의 공 격을 피하고 지나갔다.

초월종을 지나친 유준은 마녀를 향해 검을 쭉 뻗었다.

검이 마녀에게 닿는 순간,

"이, 이...! 두고 보자!"

마녀가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죽은 것이 아니다.

'역시 허상이었군.'

방금 그와 대화를 나눈 마녀는 실재가 아닌 허상의 존재였다.

마녀는 현재 마계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

'애초에 진짜였으면, 기습해서 날 죽이려고 했겠지. 경고가 아니라.'

뒤에서 초월종이 허리를 굽히고 쇄도해 왔다.

쌔애액-!

마치 화살이 날아오는 듯한 소리 가났다.

그 정도로 빠른 속도였지만, 초월종의 손톱은 이번에도 유준의 검에 가로막혔다.

카앙!

"크아아아!"

손톱이 허공을 날았다.

아까와 다를 것 없는 결과였다.

유준은 참격 (B) 스킬을 사용해서

초월종에게 마무리 일격을 가했다. 서걱!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뭐야. 이번엔 업적을 안 주나?" 분명 레벨 차이가 상당했을 텐데.

'업적은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주는 거야?'

무과금즐겜러로는 불가능한 업적을 달성한 적이 드물었기에 그조차 도 업적에 관련해선 아는 것이 거 의 없었다.

레벨이 대폭 오른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근데 마녀랑 척을 지면 좀 그렇 긴 한데...

저주를 퍼붓거나 어떠한 계략을 꾸며서 자신의 목숨을 노릴 수 있었다.

마녀의 원한은 지독하다.

그러한 사실들을 이미 알지만,

그는 초월종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놈을 죽이고 나서 얻을 아이템과 뼈가 탐났기 때문이다.

"파라네트!"

유준이 보스 룸 밖에서 김희연을 지키고 있던 파라네트를 불렀다.

파라네트가 김희연과 함께 한걸 음에 달려왔다.

"끝난 겁니까?"

"응. 이제 너 강화시켜 줄 거야."

"오오... 드디어!"

"그 전에 잠깐만."

유준은 초월종의 사체에 검을 휘 둘렀다.

뼈와 살이 순식간에 분리되었다.

파라네트가 초월종의 뼈를 집어 들었다.

몸집이 다른 마물처럼 크지 않았 기에 뼈를 수거하는 작업은 금방 끝이 났다.

"주인님! 저는 어떤 방식으로 강 해지는 겁니까?"

"어, 맞아. 나도 궁금해. 원래 뼈 로 언데드를 강화할 수 있는 거

김희연도 궁금했는지 물었다.

"아니. 원래는 안 되는데. 아이템이 있으면 가능해."

"아이템?"

유준이 피식 웃고는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게 어딘가 있을 텐데...

유준은 인벤토리를 한참 뒤적이 고 나서야 원하던 아이템을 찾을 수 있었다.

[뼈 합성 기계]

등급 : 無

옵션 : 뼈를 합성할 수 있습니다.

이 합성 기계는 일회용 아이템이었다.

한 번 사용하면 사라진다.

그러나 넉넉하게 다섯 개는 더 가지고 있었기에 지금 아낄 필요는 없었다.

"오... 그걸로 뭔가를 하는 거야?"

"웅. 근데 이것만 있다고 또 되 진 않아."

유준은 아이템 하나를 더 꺼냈다.

이번엔 주먹만 한 크기의 노란빛을 띠는 돌이었다.

"신기해. 인벤토리에서 뭔가가 계속 나와...

"그게 인벤토리의 좋은 점이지."

"내 인벤토리는 안 그러던데."

"운이 없었구나."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제 순서에 맞춰 일을 진행하기 만 하면 된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2권 23화

47 화

일단 이곳 히든 던전에서 모아 온 뼈들을 바닥에 꺼내 놓았다.

"이렇게 놓으니까 진짜 많다."

김희연이 감탄했다.

뼈로 산을 쌓았다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였다.

"그러게. 우리가 이렇게 많이 잡았었나?"

유준은 한데 모은 뼈들을 뼈 합 성 기계에 쓸어 담기 시작했다.

마물의 뼈들은 마치 블랙홀에 빨 려들듯이 합성 기계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마물의 뼈는 드래곤을 제외한 그 어떤 몬스터보다 가치가 있었다.

'초월종의 뼈를 합성하는 건 이 번이 처음인데...

처음인 만큼 설렜다.

[뗘 합성 기계에 총 1,490개의 뼈가 등록되었습니다.]

[합성하시겠습니까?]

당연히 수락했다.

화아악-!

환한 빛이 합성 기계에서 뿜어져 나왔다.

"오!"

그 수많은 뼈들이 다 사라지고 수십 개의 뼈만이 남았다.

뼈는 아이템이지만, 정보를 확인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저 때깔이 좋아 보여서 기분이 좋았다.

"주인님! 주인님!"

두 다리를 가만히 두지 못하는

파라네트가 유준을 재촉했다.

"알았어. 기다려 봐."

[소환수 강화의 돌]

등급 : 無

옵션 : 성장형 소환수를 강화 가능한 상태로 만듭니다.

뼈 강화는 성장형 소환수에게만 해 줄 수 있었다.

그것도 이 '소환수 강화의 돌'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유준은 강화의 돌을 파라네트에게 갖다 대었다.

돌은 파라네트의 이마에 고스란 히 스며들었다.

파라네트가 고개를 갸웃했다.

"변한 게 없는데요?"

"이제 변할 거야."

유준은 바닥에 놓인 뼈들을 파라네트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억!"

파라네트는 영문도 모르고 유준 이 던진 뼈들에 얻어맞았다.

[파라네트의 3번 뼈를 교체했습니다!]

[파라네트의 12번 뼤를 교체했습니다!]

[파라네트의 16번 뼈를 교체했습니다!]

[파라네트의 2....]

뼈가 교체되어 감에 따라 파라네 트의 외형 또한 변화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큰 몸이 더 커졌다.

동시에 뼈가 검은색으로 변해 갔다.

무광의 완전한 흑색.

" 우와..."

파라네트의 변화를 실시간으로지켜보는 김희연이 감탄했다.

" 멋있어졌다..."

그녀의 말대로 파라네트의 모습은 전과는 판이했다.

멋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어깨 골격은 태평양을 떠올리게 끔 했고 신장은 무려 4m에 이르게 되었다.

몸의 비율도 황금 밸런스라는 말

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늠름해진 파라네트의 모습에 유준이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강화한 보람이 있네."

"많이 변했습니까?"

"좀 움직여 봐. 변한 게 있는지."

"몸에서 힘이 넘칩니다. 전에 머 리에 뭔가를 문질렀을 때보다 더 변화가 큰 거 같습니다."

"당연하지. 이번에는 온몸에 뼈를 던졌으니까."

"장난이고. 초월종의 뼈를 갈았

으니 당연히 효과가 좋은 거야. 그 냥 마물들로만 했어도 괜찮았겠지만, 초월종은 그 육체 성능이 마물 들과는 차원이 다르거든. 어때. 좀 만족스러워?"

"저야 당연히 만족합니다! 이보 다 더 만족할 수야 없죠!"

"그렇다면 다행이고."

"유준아. 아까 들어 보니까 마녀 어쩌고 했는데... 마녀가 뭐야?"

김희연이 물었다.

유준은 자신이 아는 것을 대략 반 정도만 공개했다.

마녀에 대해서 너무 상세하게 아

는 것도 수상하기 때문이었다.

설명을 다 들은 김희연이 입을 열었다.

"볼일은 다 끝난 거야?"

"응. 근데 여기, 그냥 히든 던전 이 아닌 거 같은데."

유준의 말에 김희연이 고개를 끄 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마녀라는 존재가 흔한 존재가 아니라며. 아 까 그 보스 몬스터도 그 여자가 만 든 거면... 이건 자연적으로 발생 한 던전이 아닌 거잖아."

"그래서 뭔가가 더 있을 확률이

높지. 아닐 수도 있지만."

유준의 의도는 명확했다.

이곳 보스 룸을 더 뒤져 보자는 얘기였다.

김희연도 유준의 말뜻을 단번에 이해했다.

유준 일행은 파라네트까지 동원해서 던전을 구석구석, 샅샅이 뒤 지기 시작했다.

각자 흩어져 있던 그들은 이십 분쯤 허비하고 나서 모였다.

김희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발견한 거 있어?"

"그랬으면 진작 불렀겠지."

"하긴...

"저는 찾았습니다."

"뭐?"

유준과 김희연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 찾았다고?"

"예."

" 언제?"

"탐색하고 바로요."

"...그런데 왜 말 안 했어?"

"예? 그냥 최대한 많이 주워 오는게 목표 아니었습니까?"

"그건 맞는데.... 일단 꺼내 봐."

파라네트가 갑옷 안에 숨겨 두었 던 무언가를 꺼냈다.

"잠깐만, 이거...

그 무언가의 정체를 확인한 유준 이 눈을 크게 떴다.

"스킬 북?"

"맞습니다!"

"스킬 북이 왜 나와?"

"저도 모르죠. 그냥 저쪽 바닥

파인 곳에 반쯤 묻혀 있었습니다."

"일단 줘 봐."

스킬 북은 막 구하기 어렵다거나 하는 아이템은 아니다.

웬만해선 던전 한 개에 스킬 북 한 개씩은 나오니까.

'나는 그동안 한 번도 못 얻었지만.'

그 이유는 유준이 히든 던전만을 공략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히든 던전에서는 스킬 북을 보상으로 주는 일이 드물었다.

더 좋은 보상이 나오긴 하지만,

그게 유일한 단점이라면 단점이었다.

'그리고 스킬 북도 다 같은 스킬 북이 아니지.'

파라네트가 건네준 스킬 북의 표 지 색은은색이었다.

은색의 스킬 북을 사용하면 무조 건 A등급의 스킬을 얻을 수 있었다.

"유준아. 빨리 써 봐. 뭐 나올지 궁금하다."

"응? 넌 필요 없어?"

"솔직히 내가 달라는 것도 염치 없는 짓이잖아."

그건 맞다.

"그렇긴 해."

생각이 고스란히 입 밖으로 나왔다.

유준은 사양하지 않고 스킬 북을 펼쳤다.

[A등급 스킬 북(확정)을 펼쳤습니다!]

[스킬 '쾌속 전진(A)을습득했습니다.]

드디어 이동 관련 스킬이 나왔다.

쾌속 전진은 A등급 이동 스킬 중에서 가장 최고의 평가를 받는 스킬이었다.

'잘만 활용하면 진짜 유용한 능력이지. 이번에도 운이 좋았네.'

그러나 좀 찝찝한 기분이 남아 있었다.

보상으로 받은 것도 아니고 던전 의 보스를 처리하고 보스 룸에서 발견한 보상이 하필 스킬 북이라니.

'아니야. 좋게 생각하자. 내가 레 벨에 비해 스킬이 별로 없긴 했지.

오히려 지금까지 스킬 북이 안 나 온 게 더 기이한 일이었어.'

사실 그는 스킬이나 특성이 적은 편은 아니었다.

그가 워낙 빨리 강해진 탓에 그렇게 느껴질 뿐이지.

게다가 유준이 가지고 있는 스킬이나 특성들은 전부 고등급.

유준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좋은 거 나왔어?"

"직접 보여 줄게."

쾌속 전진 스킬은 민첩 능력치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한마디로 민첩이유독 높은 유준에게 안성맞춤의 스킬이라는 뜻이다.

유준이 땅에서 발을 떼는 순간, 쾌속 전진(A)을 발동했다.

그는 눈 깜짝할 새에 다섯 발자 국 떨어져 있던 김희연의 뒤로 이 동했다.

김희연은 유준이 갑자기 눈앞에 서 사라지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여기."

"까, 깜짝이야!"

유준이 뒤에서 말을 걸자 김희연 이 화들짝 놀랐다.

"안 보였지?"

"...으, 웅. 움직이는게 아예 안 보이던데?"

"민첩 능력치 차이가 크면 그래. 공간 이동은 아니야."

"좋은 거 나왔네. 축하해."

"근데 넌 뭐 얻은 거 없어서 어 떡 해?"

"아냐. 나 업적 판정 받았어."

"뭐? 네가?"

"응. 초월종한테서 살아남았다고."

"...그래?"

자신은 초월종을 죽였음에도 업적을 못 받았는데.

김희연은 멀찍이 떨어져서 구경 한 것만으로도 업적을 받았다고 한다.

'업적이 옮겨진 건 아닐 테고.... 설마 업적을 받을 때마다 그 기준이 올라가는 건가?'

그 추론이 사실이라면 그한테는 별로 탐탁지 않은 일이었다.

'뭐, 계속 불가능한 업적을 받아 온 것도 감지덕지긴 한데...

그래도 앞으로 업적을 못 받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는 빠른 속도로 강해지고 있었 고 그에 반해 레벨은 낮은 편이었으니까.

"유준아. 넌 이제 어디 갈 거야?"

"나? 블랙마켓 한번 가 보려고."

"블랙마켓? 설마 22층에 있는 그 경매장을 말하는 거야?"

"응. 근데 경매장 말고도 암시장으로 유명하던데."

"거기 엄청 위험하다던데...

"왜 위험해? 다 가면 쓰고 들어 간다며. 정체도 안 밝혀도 되고."

"그러니까 문제야. 정체를 숨겨 야 할 정도로 위험한 사람들만 오 잖아. 게다가 경매장을 운영하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그녀의 말대로 블랙마켓은 마냥 안전한 곳은 아니었다.

깨끗한 곳도 아니고.

노예를 사고팔 정도로 뒤가 구린 곳이었지만, 대신 그만큼 구하기 힘든 물건들도 많이 나오는 곳이었다.

"괜찮아."

지금까지 잘 운영되어 왔던 블랙 마켓에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기겠는가.

생겨도 상관없었다.

유준은 스스로의 무력에 자신이 있었다.

"그럼 너 22층까지 올라가야겠네?"

"그렇지."

"같이 가도 돼?"

"나한테서 아주 뽕을 뽑아먹는구나?"

"안 돼...?"

"상관없어."

혼자 가든 둘이 가든 똑같았다.

유준과 김희연은 먼저 거주 구역으로 돌아간 뒤 다음 날 아침에 다시 만났다.

그 후에 21층 석상으로 가서 바로 등반 시험에 도전했다.

서걱!

쿵!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새끼 사이 클롭스가 정확히 반으로 갈라지며

21층 시험이 끝이 났다.

유준은 검에 묻은 피를 바닥에 흩뿌리고 검을 거뒀다.

외눈박이에 괴력을 가진 보스 몬 스터치고는 싱거웠다.

'한 40층까지는 계속 이런 식으로 통과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어쩌면 그 이상도 넘볼 수 있으 리라.

"...벌써 끝났네. 그냥 어제 이 거까지 하고 갈 걸 그랬나 봐."

김희연의 말에 유준이 희미한 미 소를 지었다.

"일단 난 블랙마켓으로 가 볼게."

"나는 그럼 22층에서 던전 좀 찾 고 있을게."

"조심해."

"응. 그래야지."

"또 납치당하면 메신저로 말하고."

"...알았어."

히든 던전을 잘 찾아내는 그녀가 죽으면 이래저래 손실이 컸다.

사실은 정이 들기도 했고.

유준은 김희연과 헤어진 뒤 곧바

로 블랙마켓이 있다는 곳으로 이동 했다.

블랙마켓은 거주 구역이 있는 대 륙이 아닌, 22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있다.

레벨이 낮은 플레이어는 거르는 역할도 되고, 22층은 생명체라고는 전혀 없는 황무지인 것도 있었다.

여긴 던전도 없고, 몬스터나 야 생동물도 없다.

오로지 플레이어들만이 있는 곳 이었다.

유준은 거주 구역에 들러서 샀던

가면을 썼다.

아이템도 기존의 것과 전혀 다른 것을 착용해서 정체를 드러낼 만한 요소를 전부 차단했다.

'파라네트도 소환 못 하겠네.'

녀석도 자신 못지않게 유명해졌다.

심심하면 소환해서 데리고 다녔으니 그럴 만도 했다.

워낙 특이한 언데드 소환수이기 도 하고.

블랙마켓은 22층으로 올라온 뒤 한참 북쪽으로 걸어야 나왔다.

1시간은 훌쩍 넘게 걸었을 때쯤 이었다.

지하로 이어진 계단이 보였다.

계단은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 도로 깊게 이어져 있었다.

사이사이에 등불이 있어 안이 그 리 어둡지는 않았다.

유준은 빠른 속도로 계단을 내려 갔다.

"정지."

그렇게 내려가던 도중에 여우 가 면을 쓴 거한 두 명이유준을 막아 섰다.

블랙마켓의 입구를 지키는 문지 기였다.

"무슨 용무로 찾아오셨습니까?"

"거래."

유준이 목소리를 낮게 깔고 말했다.

"마켓을 이용하신 경험이 있으십니까?"

"이번이 처음이다."

문지기 중 하나가 손바닥만 한 크기의 나무패를 건넸다.

"일정 금액 이상 거래를 할 때마 다 등급 증명 패를 갱신할 수 있습니다."

"블랙마켓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

문지기들이 길을 열어 주었다.

유준은 나무패를 만지작거리며 내려갔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2권 24화

48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