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권 23화
96화
조나스 공작은 유준이 리치 로드 인 것을 생각해서 마법으로만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나야 좋지."
선공은 유준이 취했다.
조나스가 먼저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기에.
그는 위력이 강하고 빠른 뇌전 마법을 사용했다.
즈즈즛. 파지직!
콰앙!
삽시간에 뻗어진 뇌전이 조나스 의 바로 앞에서 폭발했다.
재빠르게 펼쳐진 실드에 뇌전이 막혔다.
'역시 캐스팅이 빠르네.'
일부러 발현 속도가 빠른 마법으로 시험해 봤는데, 괜히 공작이 아닌 듯했다.
유준은 틈을 주지 않기로 했다.
온갖 원소 마법을 사용해서 조나 스 공작을 공격했다.
콰콰쾅! 콰쾅!
몇몇 실드가 깨지긴 했지만, 겹 겹이 쌓인 실드를 뚫지는 못했다.
"마법들의 위력이 세긴 하다만, 이게 다라면 좀 실망일 거 같은데."
조나스가 나지막이 말했다.
유준이 아무 말없이 씩 웃었다.
그의 주력은 이런 기본 원소 마법들이 아니었다.
맛보기는 끝이 났다.
이제는 고대 마법을 활용하기로 했다.
고대 마법에는 수백 가지가 넘는 종류의 마법이 있었다.
그중 몇 가지를 골랐다.
블레스를 사용해 모든 마법의 위 력을 증폭시켰다.
그다음으로는 블랙 체인 라이트 닝을 사용했다.
마지막으로 하드 바인드로 조나 스의 몸을 묶었다.
이 모든 과정이 불과 1초도 안 되는 시간 내에 이뤄졌다.
삽시간에 몸이 묶이고 무방비 상태가 된 조나스의 눈이 커졌다.
'이 정도 수준의 속박 마법이라고?'
인지하기도 전에 자신의 몸을 묶을 줄이야.
리치의 마법 숙련도가 매우 높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때 블랙 체인 라이트닝이 실드에 꽂혔다.
콰직! 콰콰콰쾅!
재빨리 실드를 여러 개 더 만들 어 냈지만, 블랙 체인 라이트닝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단숨에 모든 실드를 뚫고 조나스에게 닿았다.
"크흡!"
조나스가치유 마법을 사용하며 다시 실드를 생성했다.
그는 이례적인 상황에 매우 놀란 상태였다.
'내 실드 8개를 쉽게 깨부술 정 도의 마법이라? 도대체 어떤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는 거지?'
신화 등급 아이템으로 도배하지 않고서야....
조나스는 이대로 가다간 꼴사나 운 모습을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법의 대가라고 불리는 자신이 여기서 허무하게 질 수는 없었다.
조나스가 공격 마법을 준비했다.
연무장을 가득 채우는 화염을 생 성했다.
거센 불길이 치솟았지만, 결계에 의해 연무장에는 아무런 피해가 가 지 않았다.
화르륵!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뒤덮었다.
숨쉬기가 버거울 정도의 환경.
불길은 이내 한곳에 모이더니 유준을 향해 덮쳐들었다.
본래 마법사 간의 싸움에서는 마법의 위력과 실드의 단단함, 실드를 만들어 내는 속도가 상당히 중 요했다.
마법 캐스팅 능력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러나 마법사가 싸우는 방식이 그것뿐만인 건 아니었다.
슥.
유준을 집어삼킬 듯 날아오던 검 붉은 화마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무슨...?"
조나스가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떴다.
"설마 마법 캔슬?"
"오, 아는구나."
"그건 분명 고대 마법의 한 종류 라고 알고 있다. 그대는 그것을 스킬로 얻은 건가?"
" 맞아."
"마법 캔슬은 상대방과 마력 차 이가 상당해야만 가능하지. 여기서 더 싸우는 건 큰 의미가 없겠군."
조나스가 허탈한 듯 웃었다.
"리치 로드가 이렇게 강하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네. 대단해. 인
정하지."
"오, 드디어 인정해 주는 거야?"
"당연하다. 마법으로는 나보다 몇 수는 위에 있는 듯하군. 이 정도면 마계에서도 적수가 몇 없겠어."
"칭찬 고마워. 이제 우리 같은 편인 거지?"
조나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는 시험 안 해 봐도 돼?"
"괜찮다."
그렇게 검증은 끝이 났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유준 일행은 그동안 조나스의 성에서 머물며 마왕과 맞붙을 준비를 했다.
사실 꼭 싸운다는 보장은 없다.
문제는 로젠트가 마왕과 얽혀 있다는 건데.
그렇다면 높은 확률로 마왕과 마 주치게 되리라.
결전의 날이 머지않았다.
이미 조나스 공작과 그의 뜻을 따르는 자들은 마왕을 칠 계획을 짜고 있었다.
조나스 공작에게 힘을 보태는 마 족의 수도 적지 않았다.
후작도 한 명 있고, 백작도 넷이 나 된다.
그들만 놓고 봐도 이미 상당한 전력.
여기에 상급 마족 이상의 존재들이 수백은 모였다.
"규모가 장난 없네요."
도지윤이 살짝 긴장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대륙에서는 불의 여제라 불리며 최상위 랭커인 그녀였지만, 이곳에 서 있으니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로 강자가 많았다.
괜히 마계가 강자존이라고 불리는게 아닌 듯했다.
그때였다.
마족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귓 가를 울릴 정도로 커졌다.
조나스가 등장한 것이다.
그 뒤를 따르는 세 기의 언데드 가 있었다.
망토를 푹 눌러쓴 마누엘라까지.
"누구지?"
"이번 일에 언데드도 끼는 거였어?"
"공작님의 소환수 아닐까?"
"소환수도 부릴 줄 아셨구나. 보니까 리치가 둘이야. 공작님 역시 능력 있네."
마족들은 조나스의 뒤에 있는 유준 일행을 소환수로 착각했다.
그럴 만한 것이, 마계에서는 의
외로 언데드가 드물었다.
언데드는 운 좋게 아이템이나 능력을 얻은 마족들이 소환수로, 얻 어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많은 수의 마족들을 앞에 두고 단상에 선 조나스가 입을 열었다.
"대망의 날이 왔다. 그간 모두고생이 많았다."
그는 길게 말을 끌지 않았다.
앞으로의 계획을 짧게 설명한 뒤,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시간이 되면 그때 출발한다. 모 두 미리 준비해 놓도록."
"예!"
마족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마족이라고해서 단합이 안 되고 그런 것은 없었다.
"근데 반역이 과연 성공할까?"
마누엘라가 불안한 얼굴로 작게 말했다.
"그건 모르는 일이지."
"일이 너무 커진 거 같아. 어쩌지."
어떻게 보면 돈 몇 푼 되찾자고 마왕에게 반기를 드는 일에 참여한 건데.
솔직히 말해서 위험부담은 큰데 얻는 것이 작았다.
물론, 이건 마누엘라의 경우고 유준은 달랐다.
그가 노리는 건 초월의 돌이었으니까.
"너 지명수배인 상태라며? 조나 스 공작이 마왕 자리를 차지하면 네 수배도 풀리는 거 아니야?"
" 아?"
"그럼 굳이 숨어서 돌아다닐 필 요가 없게 되잖아."
"그럼 너는?"
"응?"
"너는 뭘 얻는데?"
"말했지. 내가 네 던전 공략하면서 생긴 피해들 복구시켜 준다고. 이 일도 그거의 일환이라고 보면 돼."
"신유준...
마누엘라가 감동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은 딴 속셈이 있기에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지만, 그가 그녀를 도와주는 것은 사실이었다.
"마왕성에 바로 쳐들어가는 건
아니잖습니까?"
파라네트가 물었다.
"막무가내로들이닥치면 승산은 없지."
녀석은 계획에 대해서 제대로 듣 지 못했다.
유준은 조나스가 말했던 것을 떠 올렸다.
조나스가 짠 계획은 이러했다.
몇몇을 제외한 인원은 마왕성에 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기한다.
그 후 무력이 뛰어난 조나스 공 작과 후작, 백작들이 먼저 마왕성
으로 들어간다.
파티를 명목으로 가는 것이기에 잠입할 필요는 없었다.
거기에 추가로 더 끼는 것이유준 일행이었다.
'원래 계획에 우리만 더 추가된 거지.'
전력 향상을 항상 원하고 있던 조나스는 이때다 싶었을 것이다.
타이밍 좋게 유준이 힘을 합치자 고 연락을 해 왔으니.
다만, 처음에는 유준 일행을 의 심하긴 했다.
마왕이 보낸 첩자가 아닐까 하고.
그러나 마누엘라의 정체를 조나 스에게 밝히면서 그런 의심은 말끔 히 씻겨 나가게 되었다.
조나스를 필두로 마족들이 출발 했다.
유준 일행은 조나스의 바로 뒤에 서 따라갔다.
"후우..."
긴장이 몰려왔다.
마왕.
만렙을 찍었었던 게임에서도 상대할 엄두를 못 냈었다.
그런데 400레벨도 채 되지 않은 지금 마왕과 싸우러 간다니.
떨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 내가 500레벨 무과금즐겜 러 캐릭터보다 훨씬 강하다는게 그나마 다행이지.'
그래서 지금 이렇게 마왕성으로 향하는 것이다.
이 정도 무력이 뒷받침되지 않았 더라면 마왕성을 공격한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도 않았으리라.
조나스 공작령은 상당히 넓었다.
중간 지점까지 오는데만 꼬박 하루가 걸렸을 정도.
조나스가 입을 열었다.
"여기서부터는 10인조 각개로 움직인다."
그리 크게 말하지 않았지만, 모 두가 다 알아들었다.
한 번에 모든 인원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눈에 띄기 때문이다.
마족들은 본래 단체로 움직이는 일이 드물다.
만약 천에 가까운 숫자의 마족들
이 일시에 이동하는 것이 목격된다면.
마왕 쪽에서는 당연히 눈치를 챌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마족들은 뿔뿔이 흩어져 서 움직였다.
동시에 이동하지는 않고 어느 정 도 텀까지 줬다.
"생각했던 것보다 치밀하네요."
"전투에 특화된 종족이라는 선입 견이 있어서 그렇지, 마족들도 머 리를 써."
도지윤의 말에 마누엘라가 대답 했다.
"그렇다고 해도 진짜 군대같이 움직일 줄은 몰랐어요."
"이렇게까지 안 하면 굳이 마왕 이 아니더라도 이쪽을 감시하는 누 군가가 낌새를 알아챌 확률이 높거 든 "
"마누엘라 님은? 어쩌시려고요? 마족들이 마녀 하나는 잘 찾아내는 거 같던데...
도지윤은 게임 경험으로 마녀와 마족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녀인 마누엘라가 여기에 같이 있는 것이 그다지 이롭지 못하다는 걸 돌려 말한 것이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방법이 다 있거든."
마누엘라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순혈 마녀 중에서도 엘리트급에 가까운 그녀는 마족들에게 들키지 않을 방법 정도는 알았다.
실제로 그 방법으로 마계 이곳저 곳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마누엘라는 검은 망토를 하나 뒤 집어썼다.
그걸 본 유준의 눈이 살짝 커졌다.
'저거 신화 등급 아이템이잖아.'
전투 능력을 향상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착용자의 존재감을 극도 로 줄여 주었다.
게임에서는 바로 옆을 지나가도 감각이 좋은 몬스터가 전혀 감지를 못할 정도.
그만큼 저 망토의 효과는 뛰어났다.
'좋은 걸 갖고 있네.'
구하기 어려운 아이템이지만, 유준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착용 제한이 500레벨이라
지금 당장은 착용할 수가 없었다.
아껴 둔 레인보우 스티커를 사용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마왕성까지 가는 길은 매우 순탄 했다.
애초에 조나스 공작이 본인의 공 작령을 지나가는 것이라, 문제가 생길 리 만무했다.
그렇게 유준 일행과 조나스 공작을 비롯한 귀족들은 손쉽게 마왕성 영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초대장이 있어서 그런가, 엄청 쉽게 입성하는 느낌인데.'
마왕성에 들어가는 절차도 그리 까다롭지 않았다.
그만큼 성에 있는 경비 마족들의 무력에 자신이 있다는 걸까.
'결계가 많네.'
여러 아이템의 퍼센트 효과 덕분에 마력이 수천에 달하는 유준은 알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결계들이 마왕성 주 위를 둘러싸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들을 감시하는 시선까지도.
그러한 것들을 비단 유준만이 느 낀 것은 아닌 듯했다.
앞장서서 걷는 조나스의 얼굴이 살짝 경직되어 있었다.
'어디 내부 좀 살펴볼까.'
유준이 감각을 최대한 넓혔다.
아득하게 높이 솟은 마왕성은 넓 기까지 했다.
어떻게 이런 건물을 세울 수 있었는지 궁금할 정도로 크고 높았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4권 24화
97화
마왕성은 밖이든 안이든 많은 마 족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주기적으로 열리는 파티 때문에 평소보다도 더 많은 숫자라고 한다.
애초에 이때가 아니면 조나스 공 작을 비롯한 귀족들이 이곳을 마음 대로 드나들 수가 없었다.
대신, 온갖 이들이 모여드는 파 티인 만큼 경계가 삼엄했다.
마왕성의 연회장으로 들어온 유
준은 귀를 쫑긋했다.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귀족 둘이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따라 사람이유난히 많군."
"암매상... 아니, 마계의 대부 호들이 마왕님께 특별한 선물을 준 다고 했었네. 그걸 위한 자리이다 보니 구경하러 오는 이가 많을 수 밖에."
"단순히 아이템 몇 개 선물하는 걸 보자고 이 많은 마족이 모였다고? 그깟 암매상들이 뭐라고?"
"그러는 자네는 왜 이곳에 와 있는가?"
"나야 파티가 열리는 자리엔 절 대 빠지지 않으니까. 꽤 큰 규모의 무투회도 있고."
"아, 하긴 이번 파티에도 무투회 가 있을 것 같긴 하네."
무투회.
일정 규모 이상 크기의 연회가 열릴 때마다 열리는 무술 대회였다.
마족들의 힘 대결.
보는 입장에서도, 싸우는 입장에 서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였다.
유준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게임에서도 마계에 무투회가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는데...
직접 참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무투회의 명성에 대해선 들었다.
이 무투회에서 순위권에 들면 엄 청난 보상을 준다고 했다.
마계의 강자들 사이에서 순위권에 드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그러나 막강한 무력이 있다면 이것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었다.
'무투회도 조나스가 말했던 계획 의 한 부분이었지.'
귀족들도 마찬가지로 무투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다만, 최근 5번 이내로 무투회에 참가하지 않았던 자만이 가능했다.
그런 조건이라서 한 사람이 연속해서 무투회 보상을 얻는 것은 불 가능했다.
"계획대로 해?"
유준이 작은 목소리로 조나스에게 말했다.
"난 석 달 전에 이미 참여했으니 안 되고. 이번 무투회에 참여 가능 한 사람은 그대와 그대 일행, 그리 고 후작 한 명이 있다."
"무조건 많이 참여한다고 좋은 건 아니지?"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으니까. 실력이 애매하다면 구경이나 하는게 좋다고 본다."
"응."
실제로 무투회에서는 매우 많은 수의 마족들이 죽는다고 했다.
워낙 터프한 성격의 마족들이 많
은 데다가, 대회를 주최하는 마왕 성 쪽에서도 마땅한 제지를 하지 않았기 때문.
"무투회는 바로 시작해?"
"파티가 시작되고 8시간 후. 저 녁이 되면 무투회가 열린다. 참가 신청은 내가 도와주도록 하지."
"고마워."
절차가 까다로운 것은 아니지만, 공작이 신청을 대신 해 주면 일사 천리로 해결될 것이다.
"그나저나 마족들 겁나 많네."
만이 넘는 수의 마족들이 모인 자리.
그럼에도 협소하다는 느낌을 받 기가 어려웠다.
연회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었다.
지구의 웬만한 백화점은 비교도 안 될 정도.
마족들이 모인 자리라고는 해도 막 소란스럽거나 하지도 않았다.
의외로 과묵한 이들이 많았고 연 회의 분위기도 살짝 가라앉아 있었다.
연회에 온 건 귀족이나 마계의 강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조나스 공작은 이리저리 돌아다 니면서 다른 마족들과 교류를 하기 시작했다.
"우린 그동안 뭐 하지?"
유준과 도지윤, 파라네트 그리고 정체를 숨기고 들어온 마누엘라까지.
그 넷은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계속 마계에서 죽치고 있을 것도 아니라 누군가와 친분을 쌓는 것도 쓸데없는 짓이고.
"난 혼자 돌아다니면서 정황을 파악하고 있을게."
마누엘라가 말했다.
그녀는 마녀라 이곳 마왕성에서 제일 조심해야 할 인물이었다.
그러나 능력이 뛰어나기에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그래, 너는 혼자 다니는게 나을 수도 있겠다."
그녀와는 통신구로 연락이 언제 든 가능했다.
파티까지 맺은 상황이니 생사까지도 알 수 있을 테고.
"아, 창고는 털지 말고. 조용히 다녀."
"아, 안 그래! 그때는 실수였을 뿐이야!"
마누엘라가 소리쳤다.
입가에 웃음을 띤 유준이 고개를 돌렸다.
"지윤 씨는요?"
"전 따라다닐게요. 혼자는 좀 불 안해서...
파라네트는 말할 것도 없었다.
유준은 음식을 주워 먹으며 연회 장을 돌아다녔다.
마계라고해서 음식이 괴상하거 나 맛이 없거나 하지는 않았다.
의외로 대륙에서처럼 제대로 된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여기 진짜 괜찮은데?'
특히 해산물 같은 요리가 맛이 기가 막혔다.
마계 어디에 바다가 있길래 이런 해산물 요리들이 있는 걸까.
궁금해서 도지윤에게 물어봤다.
"마계에도 바다가 있습니까?"
"아니요. 제가 알기론 없어요."
"그럼 이 음식 재료들은 어디서 나는 거죠?"
"글쎄요."
도지윤도 아는 바가 없었다.
유준이 머리를 긁적였다.
'뭐, 어디서든 구해 왔겠지.'
배가 찬 느낌이 들었지만, 그는 계속해서 음식을 먹고 다녔다.
다른 마족들도 마찬가지였다.
뷔페 형식으로 된 연회장 음식을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걸 먹으러 온 마족들도 있으 려나?'
그때였다.
"그런데 신기하네요."
" 뭐가요?"
"우리 언데드인데도 음식을 먹고 있잖아요. 심지어 맛을 느끼고, 포만 감도 있어요. 아무리 마법이나 이능력이 판을 치는 세상이라지만, 이게 가능한 일이라고 보세요?"
도지윤이 말했다. 유준이 눈을 크게 떴다.
'생각해 보니 나 언데드 상태였지.'
게임에서야 언데드도 음식 아이템을 먹어 버프 효과를 받거나 하는 일이 가능했지만.
이건 게임이 아닌 현실이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었다.
"이벤트 아이템이니까요. 시스템이 어떤 식으로 작용한 거 아닐까요."
"그런 걸까요. 왠지 좀 꺼림칙해요."
그때 파라네트가 입을 열었다.
"주인님. 저는 음식 맛이 안 느 껴지는데요?"
"응? 너도 먹었어?"
"아뇨. 저는 음식을 입안에 넣어 도 뼈 사이로 그대로 빠져나옵니다."
"한번 먹어 봐."
파라네트가 포크로 스테이크 하 나를 찍어 입에 넣었다.
툭!
녀석이 했던 말대로 음식은 뻥 뚫린 구멍에 의해 바닥에 떨어졌다.
"언데드가 음식을 먹는 건 이상 한 행동입니다. 맛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죠."
파라네트가 보란 듯이 말했다.
"그래서 말하는 건데 더 이상 음 식을 섭취하는 행위를 했다간 의심을 살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유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부터 마족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긴 했다.
'그러고 보면 이벤트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긴 하지.'
귀찮은 일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시간 낭비를 할 여유는 없으니까.
타닥!
유준이 갑자기 연회장 끝쪽을 향 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따라오는 놈들이 있어."
그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가까이 있던 파라네트가 들었다.
" 따라온다고요?"
"조용히 말해. 우리가 눈치챈 걸 들키면 안 되니까."
"예."
도지윤도 표정 관리를 하며 뒤따라왔다.
유준은 걸음걸이를 빠르게 했다.
뒤를 쫓는 이들의 속도도 자연스 레 빨라졌다.
'역시 우리를 미행하고 있어.'
마족들이 많았지만, 확실히 느껴 졌다.
그렇다면 따돌리거나, 아니면 제 압을 하거나인데....
연회장이 비록 넓긴 해도 한정되어있는 공간이다.
놈들을 따돌리는게 쉽지는 않았다.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유준이 뒤를 돌아 쾌속 전진을 사용했다.
리치 로드가 되면서 육체 능력치
가 다소 떨어진 그였지만, 절대 느 리지 않았다.
섬광과도 같은 속도.
눈 깜짝할 새에 추격자의 앞에 도달한 유준이 검을 휘둘렀다.
적당히 힘을 조절해서 검 등으로쳤기에 셋 모두 죽이지 않고 기절 시킬 수 있었다.
그를 쫓던 세 명의 마족들이 털 썩 쓰러졌다.
유준은 고대 마법을 사용해 그들에게 공간 왜곡 마법을 걸었다.
실제로 공간이 왜곡되는 것은 아니고, 이곳을 보는 이들의 인식을
저하시키는 것이었다.
이것으로도 충분했다.
마력을 통제하는 능력이 뛰어나 그 누구도 유준이 마법을 썼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
게다가 워낙 삽시간에 벌어진 일이라 방금 장면을 목격한 마족도 없는 듯했다.
'그나저나 여긴 마족이 너무 많은데.'
왜 자신을 쫓고 있었는지 정보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상대방에게서 정보를 캐내는 능력이 없었다.
하나 있다면 직접 고문을 하는 것인데, 이 경우 다른 마족들의 눈에 띌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고 결계를 만들 수도 없고.'
마왕성에는 아주 강력한 결계가 펼쳐져 있어, 마왕의 허락없이는 그 어떤 결계도 설치할 수 없었다.
유준은 통신구를 꺼내 마누엘라를 호출했다.
마누엘라는 단번에 유준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아담한 체구의 그녀가 뒤뚱뒤뚱
뛰는 모습이 약간 우스꽝스러웠다.
"무슨 일이야?"
"여기 봐."
유준이 손가락으로 기절한 세 마 족을 가리켰다.
마누엘라와는 파티를 맺은 상태였기에 그녀에게도 이들이 보일 것이다.
"으음, 마족?"
"얘네가 우리 뒤에 따라붙고 있었어."
"우연...은 아니지?"
"응. 확실해."
"알았어. 심문이 필요해서 부른 거야?"
"네가 저번에 사용했던 능력. 그 거 유용한 거 같더라고."
"그치?"
"부탁할게."
"알았어. 이건 어느 정도 제압된 상대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인 이야. 그런데 상황이 딱 맞네...
마누엘라가 손에서 마력을 뿜어 냈다.
상대방의 머리에서 정보를 빼내는 작업이 순식간에 끝이 났다.
'확실히 보통 마녀는 아니네.'
유준이 감탄했다.
이런 식으로 정신에 간섭하는 능력은 보통 부작용이 크거나, 발 동하기까지 다양한 조건들이 붙는데.
마누엘라의 경우에는 그런 것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기야 하겠지만, 크게 불편을 느끼지 못할 정도니....
'내가 진짜 겁이 없었구나.'
마누엘라의 던전을 공략할 당시
에는 그녀의 무력에는 한참 못 미 치는 상태였다.
그때는 마누엘라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었다.
만약 알았다면 그렇게 무모하게 던전 공략을 진행하지는 않았으리라.
'뭐 결과적으로 잘됐으니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떻게 됐어?"
"다 알아냈어. 근데...
마누엘라가 복잡한 얼굴로 말을 흐렸다.
"왜?"
"우리 큰일 난 거 같은데."
"그니까 왜?"
"조나스 공작 있잖아. 그가 말했 던 계획이 전부 까발려졌어."
"마왕이 다 알고 있다는 거야?"
"그런 거 같아. 심지어 마왕은 조나스 공작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걸 기다리고 있어. 함정을 파 놓고."
"어떻게 알았대?"
"배신자가 있는 거야. 조나스 공 작의 일에 가담하기로 한 마족 중
에."
"그 많은 마족 중에 배신자 한둘은 있을 법하네."
"아니야. 배신자는 훨씬 많아. 애 초에 염탐하려는 목적으로 껴든 이 들도 열은 넘어. 그런 이들까지 합 치면 배신자가 70명 정도는 되는 거 같아. 아니지, 여기 세 마족이 아는게 전부가 아닐 수도 있으니 더 많을지도...
"근데 좀 이상한데."
" 뭐가?"
"조나스 공작 정도 되는 자가 자 기 진영에 스파이가 없을 거라고
단정 지었을까? 조나스 공작이 마 왕의 견제를 안 받는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러네."
"그럼 계획을 따로 짜고 있는 걸 수도 있겠는데."
유준의 말에 뒤에서 듣고 있던 도지윤이 = 크게 떴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럼... 조나스가 우리를 완전 히 믿는 건 아니라는 건가요?"
"아뇨. 애초에 우릴 믿었던 적이 없을 겁니다. 생뚱맞게 등장한 데 다가 마누엘라가 마왕에게 쫓기고
있는 것만으로 신뢰를 받기는 부족 하니까요."
유준이 피식 웃었다.
"우릴 버리는 패로 활용할 생각 인가 보군요."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4권 25화
98화
"잠깐만요. 조나스는 유준 씨의 무력을 봤잖아요. 이렇게 강한데도 버림 패로 활용한다는게 이해가 잘...
"일종의 미끼 역할이죠. 그리고 미끼가 먹음직스러울수록 물고기가 환장하고 달려들 테고요."
"강해서 오히려 더 미끼로서의 가치가 크다?"
"예. 실제로 우리가 어떤 방식으
로든 시간을 끌면 조나스가 원하는 대로 계획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죠."
"괘씸하네요."
도지윤이 분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차라리 잘됐습니다. 조나스가 아무 생각도없이 일을 벌였다면 우리도 답이 없었을 겁니다."
"우린 어떻게 하면 돼요?"
"글쎄요. 돌아가는 상황을 정확히는 모르니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수밖에 없죠."
그때 마누엘라가 입을 열었다.
"내가 아까 좀 돌아다녔잖아? 그 동안 알아낸 게 좀 있어."
"그새?"
"다 설명해 줄게."
마누엘라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조나스 공작.
왜소한 체구를 지녔지만, 그의 눈빛은 매섭기 그지없었다.
"무투회 준비는 끝이 났고.... 호르시."
"네."
그의 곁을 항상 지켜 온 최상급 마족 호르시가 허리를 숙이며 대답 했다.
"연회 분위기는 어떻지?"
"곧 무투회가 열리니 다들고양 되어 있습니다."
"그 마녀와 언데드들은?"
"마왕 쪽 추격자들을 알았습니
다. 금방 마족 셋을 제압했습니다."
"쯧. 뭣 좀 알아낸 거 같던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리치 로드의 감이 좋습니다. 현재 상황을 눈치채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마누엘라라는 순혈 마녀가 함께 있으니 심문은 어렵지 않을 거다."
"계획이 틀어지는 거 아닐까요? 만약 그들이 도망치기라도 한다면...
그녀의 말에 조나스가 차게 웃었다.
"그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원래
계획엔 그들이 없었어. 그들은 갑 작스레 나타난 변수일 뿐이야."
"좀 아깝지 않습니까? 무척 강한 언데드였습니다."
"리치 로드와 마녀. 둘 다 강한 능력을 지니긴 했어. 문제는 놈들이 마법에만 일가견이 있다는 거야. 마왕을 상대하기엔 적합하지 않지."
조나스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왕은 마법 면역 특성. 그 특 성 하나 때문에 마계의 정점에 올라 있는 자니까."
그래서 리치 로드와 마녀를 최후 의 일전에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같이 싸우는 것보다는 그들을 미 끼로 활용해 마왕의 시선을 분산시 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다.
"그리고 놈들이 내 편이라는 확 실한 보장도 없다."
"조사해 봤는데. 마왕과의 연결 점은 없었습니다. 그들이 말했듯 순혈 마녀가 마왕과 크게 얽힌 것을 제외하면요."
"그렇다고 해도 방심할 수 없지. 그 능구렁이 같은 마왕이 상대니까."
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조나스가 진지한 얼굴로 다시 상
념에 잠겼다.
연회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무투회가 시작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연회 한가운데에 마련된 무투장.
여러 명의 마족이 부산스럽게 왔 다 갔다 했다.
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무투회에 참가하는 마족의 수는 생각 외로 그리 많지 않았다.
여기에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는 무투회에서 패배하 면 대개 목숨을 잃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는 전에 이미 참가했던 이들은 5번의 무투회가 열릴 동안 참가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유망주가 있긴 해?"
"항상 보던 놈들만 보는게 다 지, 뭐."
"화끈한 놈 하나 나와줬으면 좋겠는데."
"내 소식통에 의하면 언데드가 이번 무투회에 참가한다더군."
"언데드? 갑자기 무슨 언데드?"
"리치라고 하던데, 알려진 게 거 의 없어. 그래서 더욱 기대되는 걸세. 새로운 신예의 등장! 하필 그게 또 한때 인간이었던 리치인 거고. 놈이 강하다면 이보다 더 재밌는 상황이 없을 걸세."
"오, 그럼 흥미가 생기는걸."
"하여튼, 확실한 건 구경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는 거지."
마족들이 들뜬 얼굴로 무투장을 바라봤다.
그때 무투장에 강력한 결계가 생 겼다.
마왕의 최측근 공작 코켄.
그가 결계를 설치한 것이다.
웬만한 충격으로는 끄떡없는 방 어 결계였다.
무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결계 방면으론 코켄을 능가하는 마족은 없었다.
그의 등장에 마족들이 기대감 어 린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코켄이 나왔으니 마왕 또한 나타 나지 않을까해서였다.
그러나 마왕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마왕은 공식적인 선석 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했다.
마족들이 아쉬워했다.
대륙의 이종족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마족이라고해서 막 사악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유준은 그걸 이제 깨달았다.
'마족들끼리 모이면 아주 난장판
이 될 줄 알았는데.'
사소한 싸움은 종종 일어나긴 했지만, 의외로 평화로웠다.
'장소가 장소다 보니 그런 건가?'
생각해 보니 그렇다.
누가 감히 마왕성에서 난동을 피 우겠는가.
죽고 싶지 않은 이상에야.
재밌는 구경거리인 동시에 기회 의 장.
마족들에겐 기나긴 시간이 지나 고 무투회가 열렸다.
대진표는 무작위로 정해졌다.
실제로 무작위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공식적으로는 그렇다고 마왕 성 쪽에서 밝혔다.
그리고 유준은 공교롭게도 첫 번 째 무대에 서게 되었다.
'조나스가 힘 좀 쓴 건가?'
무투회의 처음을 장식하는 건 마 족으로선 바라 마지않는 일이었다.
'빨리 끝내고 쉴 수 있으면 좋지.'
본래 무투회의 첫 번째 대진은 강자들 간의 결투인 경우가 많았다.
분위기를 확 끌어올리기 위함이었다.
'아무리 봐도 무작위는 아닌 거 같은데.'
정황만 보면 의심스럽지만, 그 누구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러한 식으로 대진이 구성되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기 때문이었다.
"언데드 이겨라! 리치가 이기는 거 한번 보고 싶네!"
"에이, 그래도 괴력 철퇴가 이기
지 않을까? 저놈 첫 싸움에서 진 적 단 한 번도 없잖아."
"으웅? 그런가?"
유준의 상대는 괴력 철퇴라고 불 리는 마족이었다.
엄청난 덩치에, 무거운 철퇴를 들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괜히 괴력 철퇴라는 별명이 붙은 게 아닌 듯했다.
마족들 대부분은 괴력 철퇴가 가 볍게 압승할 거라 판단했다.
마족은 보통 마법사에게 아주 강 력한 면모를 보였다.
그리고 리치는 육체 능력이 전무 하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
상성에서부터 이미 밀리고 시작 하는 것이다.
하물며 상대가 이름 높은 괴력 철퇴인 이상.
리치에게 승산이 있을 거라 생각 하는 이는 드물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결투가 시작되었다.
괴력 철퇴는 봐줄 생각이 없는지 처음부터 무서운 기세로 달려왔다.
'의외로 빠르네.'
덩치에 맞지 않게 무척 빠른 속도였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철퇴가 유준을 향해 날아들었다.
유준은 가만히 서서 마력을 방출 했다.
마력 방출.
이것 또한 고대 마법이다.
말 그대로 마력을 밖으로 방출하는 마법.
간단하지만, 발동 시간이 짧아서 공격용으로도 쓸 수 있었다.
괴력 철퇴의 얼굴이 굳었다.
콰콰쾅!
거구의 몸이 쭉 밀려났다.
괴력 철퇴는 생긴 것과 다르게 감이 좋고 기민했다.
마력 방출의 폭발을 예상하고 미 리 몸을 내뺀 것이다.
완전히 피한 건 아니었는지 괴력 철퇴가 인상을 찡그리며 비틀거렸다.
"꽤 따갑군."
자존심은 지켜야겠는지 그러한 말을 내뱉고는 다시 유준에게 접근 했다.
이번엔 철퇴에 암흑 마기가 진득
하게 담겨 있었다.
속도도 전보다 더욱 빨라진 느 낌.
한번 당한 괴력 철퇴는 이제야 전력을 다했다.
'캐스팅이 빠른 마법에 잠깐 당 황했지만, 이 내가 마법사한테 질 리가 없지.'
순식간에 리치의 앞에 도달한 괴 력 철퇴.
그 순간.
실드가 펼쳐짐과 동시에 리치의 몸에서 다시금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 예상했다!'
한 번은 당해도 두 번은 안 당한다.
괴력 철퇴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 며 철퇴를 휘두르며 온몸에 암흑 마기를 둘렀다.
암흑 마기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 닌 동시에 높은 방어력을 자랑했다.
몸에 암흑 마기를 두르는 건 상당한 손해를 감수하는 것.
그러나 일단 효과는 확실하다고 할 수 있었다.
"죽어라!"
철퇴가 리치를 강타하려는 순간, 엄청난 양의 마력이 방출되었다.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괴력 철퇴가 눈을 부릅떴다.
콰콰콰쾅! 콰콰쾅!
그의 몸이 산산 조각나며 사방으로 흩날렸다.
잠시간의 정적.
유준의 일행을 제외하면 그 아무 도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이 펼쳐진
것이다.
"미, 미쳤다."
"...괴력 철퇴가 진 거지?"
"그런 거 같은데."
마족들이 웅성거렸다.
"리치가 원래 저렇게 강했나?"
"마법 수준이 너무 높은데. 마법에는 문외한인 내가 봐도 그 정도니까...
"이거, 오늘 재밌겠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바라보기만 하는 이들도 있는가 하면 소리를 지르는 이들도 있었다.
반전인 결과에 환호하는 것이다.
"승자는 리치 로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유준은 무 투장에서 내려왔다.
'앞으로 몇 번 더 싸워야 하는 거지?'
이대로 있으면 미끼 역할을 충실 히 하게 되는 것이다.
그게 조나스가 원하는 바일 테고.
하지만 유준은 그걸 거스를 생각이 없었다.
시간 벌이용이라도 좋다.
무투회에서 우승해 보상을 받고 초월의 돌까지 얻을 수 있으면 금 상첨화였으니까.
사실 마왕이 바뀌든 말든 그가 알 바는 아니었다.
"계속하실 거예요?"
도지윤이 물었다.
유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나스에게 놀아나는 거 아닌가요?"
"반대로 생각하죠. 조나스가 우 리 형편에 맞게 놀아나고 있는 거 라고."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우리가 마왕성에 묶여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언제든 벗어날 수 있는데다가 마왕성에는 희귀한 아이템도 많죠. 특히 대륙에서는 구 할 수 없는 종류의 아이템들."
"...설마 창고를 털게?"
마누엘라가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응."
"그건 미친 짓이야. 내가 지명수 배당하는 거 봤잖아. 마계에서 내 현상금이 가장 높을걸? 아이템 몇 개 훔쳤다고 그 정도였는데."
"결국에 너 안 잡히고 멀쩡히 살 아 있잖아?"
"그건 내가 잘 숨어다녀서 그런 거지. 나 마녀인 거 몰라?"
"내가 마계 사람은 아니잖아? 대 륙으로 가면 마왕은커녕 마족도 보 기 힘들 텐데, 뭘."
"일단 수배를 당하면 마계를 벗 어나는게 쉽지는 않을 거야. 아마 균열을 찾아다니며 전부 닫으려 하겠지."
"그거 닫을 수도 있는 거였어?"
"보통은 안 되는데 마왕이 직접 나서면 가능해."
"닫기 전에 탈출해야겠네, 그럼."
"진짜 할 거야?"
"무조건 하려는 건 아니야. 만약, 상황이 따라 주면 한다는 거지. 무 턱대고 창고로 달려간다고 훔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응. 일단 알았어."
"넌 어쩔 거야?"
"여기서 너네랑 같이 있을게. 괜 히 흩어져서 좋을 건 없으니까."
파라네트와 도지윤 그리고 마누 엘라.
이 셋이 지금 할 일은 없었다.
무투회는 쉬는 시간없이 진행되었다.
마족들의 성미가 급한 탓이었다.
열기 띤 분위기 속에서 유준이 다시 무투장으로 올라갔다.
그의 차례가 온 것이었다.
이번 상대는 두 명의 상대를 모
두 일격에 죽이고 올라온 자였다.
"천살 검객과 리치라. 이거 내가 다 떨리는군."
"누가 이길지 감이 안 잡히네. 둘 다 전력을 드러낸 적이 없잖아."
"그래도 경력이 있지. 천살 검객 이 이길 거 같은데?"
마족들이 무척 기대하고 있는 걸 보니 상대는 상당히 유명한 듯했다.
호리호리한 몸에 검 한 자루를 든 검객.
마족인 건 확실하나, 매우 정갈
한 모습이었다.
"좋은 대결이 되길 바라겠소. 이 전 상대들은 너무 심심했던 터라."
"예의 바른 친구네."
"곧 죽을 사람에게 하는 예의일 뿐이오."
"그래?"
유준이 공간 장악 마법을 사용했다.
콰직-!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검객 마족의 몸이 기괴한 방향으로 꺾이며 우그러졌다.
승자가 정해졌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5권 1화
99화
"미친."
"천살 검객을 저리 간단하게...?"
"저런 자가 존재했던가?"
"애초에 리치잖아. 쟤는. 어떻게 리치가 천살 검색을 이길 수가 있는 거지?"
"그러게. 난 천살 검객한테 걸었는데…."
"언데드의 반란이군."
마족들에게 충격적인 두 번째 대 결이 끝이 나고.
유준은 그 후로 파죽지세로 결승 까지 올라갔다.
굳이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 않았 던 것도 있지만, 무투회에 참가한 마족 중 그의 공격을 받아 내는 이 가 없던 것이다.
마족들이 약하다기보다는 유준이 너무 강했다.
백작 작위를 지닌 마족도 그의 일격에 목숨을 잃을 정도였으니.
'확실히 공작이나 마왕 정도가 아니면 어렵지 않네.'
공작이나 마왕의 경우는 제대로 붙어 본 적이 없어서 확실히는 모르겠다.
'미분배 포인트도 벌써 190이 됐고.'
언제 이렇게 쌓였는지 궁금할 지 경이다.
그의 결승 상대는 후작 마족이었다.
특징으로는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잘생겼다.
무슨 엘프를 보는 줄 알았다,
그런 만큼 인기도 많았다.
"스테즈! 스테즈!"
"스테즈 후작님! 꼭 이기세요!"
"언데드 너 스테즈 님 몸에 상처 입히기만 해 봐! 내가 가만 안 둬!"
"저 못생긴 언데드 좀 혼내 주세 요!"
특히나 여성 마족들이 열렬하게 응원했다.
"못생겼다니...너무하네."
도지윤이 불만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그녀도 언데드 모습이라 유준과
동병상련의 처지였기에.
확실히 언데드와 잘생긴 마족의 대결인지라 인기 차이가 장난 없었다.
"리치 로드 맞나? 그대를 보면 감탄만 나오더군. 대단한 마법이었어. 대부분은 모르는 것 같지만, 자 네의 마력 컨트롤은 극에 달해 있어."
"알아봐 줘서 고마워."
"내 온 힘을 다해 자네를 상대하도록 하지."
잘생긴 게 매너까지 좋았다.
이건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닌가.
마족은 작위가 높을수록 마법 저 항력이 높다고 할 수 있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 로 그랬다.
그러나 마법이 아예 안 통하는 건 절대 아니었다.
얼마 전 마법으로만 싸우긴 했지만, 조나스 공작도 이기지 않았던가.
유준이 마력을 끌어 올렸다.
그 순간, 스테즈는 이미 유준의 바로 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유준이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이 인지하는 속도보다 빠르 다니?
스테즈의 건틀릿이유준의 몸을 강타했다.
콰아앙!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튕겨 나간 유준이 결계에 부딪쳤다.
요란스러운 충돌이었지만,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다.
어마어마하게 높은 방어력 때문 이었다.
그래도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공 격을 당한 건 조금 충격적이었다.
'단순히 빠른 게 아니야. 블링크 같은데 그것도 아닌 거 같고.'
최소 S등급 이상의 이동 스킬이 아닐까.
스테즈는 승리를 직감한 표정을 지었다가 유준이 멀쩡한 것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뭐, 뭐야? 어떻게?"
분명 실드를 펼치기도 전에 몸을 가격했다.
건틀릿을 찼기에 분명히 그 손맛을느꼈다.
무엇보다도 막강한 군대를 이끄
는 리치는 보통 맷집이 약해야 정 상이었다.
'내가 헛것을 친 건가?'
수천 번, 수만 번.
그간 많은 이들을 이 건틀릿으로 쓰러뜨렸다.
방금의 그 타격감은 절대 허공을 가른 것이 아니었다.
실드에 막힌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면 뭐지?'
리치 로드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마력을 다시 끌어 올리고 있었다.
스테즈의 눈빛이 진중하게 바뀌었다.
'다시 확인해 보면 알 수 있겠지.'
그가 SS등급의 스킬 '고속 이동'을 사용했다.
이번엔 리치가 그냥 당해 주지 않았다.
우우웅-
대기가 심하게 떨렸다.
스테즈가 고속 이동으로 도달한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아차!'
다른 상대에게 사용했던 것을 미리 숙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절묘한 타이밍에 저 마법을 사용할 줄이야.
스테즈가 황급히 고속 이동을 연 달아 사용했다.
고속 이동 스킬은 연속으로 쓰면 마력 소모가 3배씩 늘어난다.
안 그래도 마력 소모가 큰 스킬.
가까스로 일그러진 공간에서 탈 출한 스테즈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현기증과 머리를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두통.
마력 탈진 현상이었다.
고속 이동을 더는 사용할 수 없는 상황.
스테즈는 패배를 직감했다.
그가 황급히 손을 들었다.
유준이 그런 그를 의아하게 바라 봤다.
"목숨을 구걸하는 건가?"
"어떻게 보면 그럴 수 있겠군."
"뭔데?"
"마왕님께서 자네를 수상쩍게 여 기고 있어. 신원을 알 수 없는 것도 그렇고…이렇게 강한 리치 로드
가 갑자기 등장하는 것도 드문 일 이니까."
"그걸 내게 말해 주는 이유는?"
"자네가 말했던 대로 목숨을 구 걸하는 거다. 난 죽기 싫어."
"솔직하네."
"그래야 사니까."
"자비를 베풀길 바라는 건가?"
스테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결계 때문에 관중들은 이 둘의 대화를 듣지 못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둘의 대치가 길어지는 것 만 봐도 대충 유추할 수는 있었다.
"기…!"
스테즈가 기권을 외치려고 하는 그때, 유준이은밀하게 공간 장악을 사용했다.
이번에는 아주 작은 공간만을 비 틀었다.
그래서 스테즈는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공격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콰직!
스테즈의 목이 부러졌다.
유독 인기 많은 한 후작의 허무한죽음.
[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이게 다 경험치다.
티끌을 모아도 태산이 되는데, 마족을 죽일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그렇게 마족들의 밤을 뜨겁게 달 군 무투회가 끝이 났다.
여성 마족들의 야유가 엄청 났다.
'마계도 외모 지상주의가 장난 아니구나. 한국이랑 별 다를 게 없네.'
문득 떠오른 생각에 유준은 피식 웃으며 무투장에서 내려왔다.
'그나저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 고 있는 거지'?'
주최 측에서 아무런 접촉이 없다.
분명히 마왕은 자신의 존재를 인 지하고 있고.
조나스의 계획을 일부분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건….
'안 보이는 곳에서 일이 진행되고 있나?'
유준은 일행에게 돌아갔다.
도지윤이 웃으며 말을 건넸다.
"축하해요. 우승하셨네요."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유준이 너스레를 떨며 말하자, 도지윤의 표정이 경직됐다.
"농담입니다."
그렇게 말했지만, 농담은 아니었다.
실제로 그는 참가자들의 수준을
보고 자신이 우승할 것이라 확신했으니까.
그리고 생각했던 결과가 나왔다.
'후작까지는 인벤토리에 있는 소 모성 아이템들을 활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네.'
사실 제대로 싸웠으면 스테즈 후 작도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었다.
후작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 하고 싶었을 뿐.
[1,029번째 마왕성 무투회에서 우숭하셨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보상은 플레이어의 행운에 의해 결정됩니다.]
[우승 보상을 준비 중입니다...]
'뭐야...이것도 시스템이 보상을 주는 거야?'
이러한 보상들은 시스템만이 줄 수 있었다.
'그럼 이 무투회도 시스템에게 하나의 콘텐츠로 인정받은 건가?'
그렇다면 이해가 간다.
그리고 안도감이 들었다.
'만약 마왕이나 그 부하가 직접 보상을 건네주는 거였으면 못 받았을 수도 있었을 테니.'
유준은 기대감을 갖고 기다렸다.
행운의 영향을 받는 보상이라니.
무척 희귀한 아이템 '행운의 반 지'.
그는 그것을 섭취하고 행운이 영 구적으로 대폭 증가한 상태였다.
여타 우승자들과는 보상이 궤를 달리할 것이 분명했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그때.
강력한 기세를 뿜어내는 일련의 무리들이유준 일행이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진화의 열매를 획득....]
후웅! 콰콰쾅!
그들은 다짜고짜 유준을 향해 암 흑 마기를 퍼부었다.
유준은 늦지 않게 실드를 생성해 암흑 마기를 막아 냈다.
가진 마력의 삼분지 일.
전부 실드를 만들어 내는데 사용했다.
그런 만큼 실드는 견고하고 단단 해 암흑 마기를 거뜬하게 막아 냈다.
"뭐, 뭐야?"
"저 사람들 마왕 친위대 아니야? 갑자기 왜 저래?"
"리치는 우승자잖아. 그런데...
마족들이 웅성거렸다.
무투회 우승자에게 갑자기습격이라니.
그들 또한 지금의 상황이 어리둥
절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마왕 친위대.
25명의 강력한 마족들로 구성된 집단이며,
마왕에게 위급한 일이 생기지 않아도 항상 그의 곁을 지키고 호위 하는 마족들을 말했다.
친위대의 권력은 막강했다.
마왕을 제외하면 그 누구의 명령 도 듣지 않으며 무력 또한 자타 공 인의 수준.
실제로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위 압감은 장난 없었다.
"무슨 짓이지?"
유준이 물었다.
그를 공격한 열 명의 마족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반역 가담이라는 중죄를 저지른 그대에게 엄벌을 내리겠다. 순순히 투항하라."
'드디어 시작된 건가.'
대충 무슨 상황인지는 알겠다.
그렇지만 유준은 모르쇠로 일관 하기로 했다.
"반역 가담이라고? 내가?"
"그렇다."
"내가 뭘 했는데? 무투회에서 우 승한 게 그렇게 배알이 꼴렸어?"
"우리가 그대에게 설명해 줄 이유는 없다."
반역죄.
아무리 강자생존인 마계라지만, 반역 행위의 무게감은 상당했다.
"무투회 우승자가 반역?"
"리치 로드가 마왕이 되려고 했 던 건가? 마족도 아니면서?"
"역사상 리치가 마왕이 됐던 적이 있었나?"
친위대의 충격적인 발언에 마족들이 술렁였다.
그리고 그때 친위대가 일제히 움직였다.
친위대 한 명 한 명의 힘이 아까 싸웠던 스테즈의 힘 못지않았다.
심지어 스테즈를 능가하는 친위 대원도 여럿 있었다.
'대충 해선 안 되겠네.'
유준은 인벤토리에서 최상급 마 력 포션을 꺼냈다.
이 마력 포션 하나의 값어치는 모든 상처와 질병을 치료해 주는
'엘릭서'와 비견될 정도.
유준은 보유한 마력을 모조리 끌 어 올렸다.
체내에 있던 엄청난 양의 마력이 순식간에 텅 비었다.
마력을 한 번에 끌어 쓰는 것도 능력이다.
그리고 유준은 그런 능력을 가지 고 있었다.
'어차피 금방 회복될 거야.'
높은 마력 재생력.
마력이 금방 차오르기 시작했다.
최상급 마력 포션은 만약을 위한
대비였다.
바닥이 크게 흔들렸다.
감당할 수 없는 양의 마력이 뿜어져 나오자, 지면이 버티질 못하는 것이다.
연회장이 통째로 흔들리기 시작 했다.
친위대가 당황한 듯 속도를 높여 접근했다.
유준이 씩 웃었다.
공간 장악.
그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공간을 장악했다.
이 넓은 연회장 전체를 그의 소 유로 만든 것이다.
그 사실을 아는 이는 친위대를 비롯한 귀족 마족들 몇밖에 없었다.
자신의 고대 마법이 왜 태초에 EX+등급 판정(지금은 EX++등급 이지만)을 받았던가.
단순히 다양한 마법을 쓸 수 있 어서? 특이하고, 생소한 마법이 포 함되어 있어서?
그것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EX+등급을 판정받은 가장 큰 이유는 마법의 위력에 있었다.
그 어떤 마법을 써도 엄청난 공 격력을 자랑했다.
단순한 파이어볼 같은 마법도 그 가 사용하면 '헬파이어' 같은 고위 마법의 위력을 냈다.
등급이 높기 때문이다.
거기에 유준은 마법의 위력을 증가시켜 주는 온갖 아이템을 장착하고 있는 상태.
유준을 향해 달려들던 친위대 열 명이 동시에 우뚝 멈춰 섰다.
자의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붙들린 듯 팔과 다리
가 기형적으로 꺾였다.
우드드득! 우득!
우드득! 우득!
콰직! 콰지지직!
동시다발로 들려오는 끔찍한 소리. 뼈가 으스러지고, 살이 뭉개졌다.
압축.
그리고 또 압축되었다.
친위대 열 명 중 그 누구도 형체를 온전히 남긴 이가 없었다.
공간 장악 마법 한 번에 그들은 전멸한 것이다.
"...미친."
"내가 뭘 본 거지?"
마족들의 이런 반응은 그나마 정 상적인 것이었다.
대부분이 입을 떡 벌리고 방금 벌어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으음..."
유준도 살짝 놀랐다.
'이건 필요 없었네.'
그는 만약을 대비해 손에 들고 있던 최상급 마력 포션을 슬그머니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5권 2화
100화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마력이 반 절 정도 차올랐다.
리치로 변한 탓일까.
마력이 차오르는 속도가 그야말 로 미친 수준이었다.
그러나 아직 상황이 종결되지 않았다.
열 명의 친위대원이 전부가 아니었다.
마족들 사이에 숨어 있는 쥐새끼, 아니 친위대원들이 있었다.
그들이 서 있는 공간도 이미 유준의 손안에 있는 상황.
공간 장악 마법은 아직도 지속되 고 있었다.
우득! 콰지직!
남아 있던 세 명의 친위대원마저 처리했다.
자신들도 저렇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족들이 움찔 떨었지만, 그 후로 누군가 더 죽는 일은 없었다.
"...신유준. 너 진짜 세구나. 내가 생각했던 거 이상이야. 너랑 적 안되길 잘했다."
마누엘라가 감탄하며 말했다.
"마왕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거야. 여길 벗어나자."
"네가 이미 친위대 열셋을 죽였 잖아. 마왕이 나서려고 할까?"
"적어도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
유준의 본 목적은 초월의 돌이다.
무투회 보상도 받았고 하니 여기에 더 있을 필요가 없었다.
'진화의 열매.'
유준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까 나타났던 홀로그램 창.
그곳엔 확실하게 진화의 열매를 획득했다고 나와 있었다.
'고작 이런 무투회 한번 우승했 다고 진화의 열매를 보상으로 주다 니.'
진화의 열매가 인벤토리에 자리 해 있는 것을 확인한 유준은 연회 장을 벗어났다.
"어디로 갈 거야?"
마누엘라가 물었다.
유준은 그녀에게 숨겼던 본심을 조금 드러내기로 했다.
"지금 마왕이랑 척진 상황이잖 아, 우리."
"음."
"어차피 네가 사기당해서 잃어버 린 돈도 되찾아야 하고?"
"그, 그렇지."
"초월의 돌. 그거 여기에 있을 거 같은데. 어때?"
"...초월의 돌?"
"그거 네가 예언했었잖아. 초월의 돌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주변 배경이 고급스러운 성이었다고."
마계에서 가장 크고 웅장한 성. 그건 다름 아닌 마왕성이다. 고급스러운 느낌도 물씬 풍겼고.
"아...그러고 보니!"
마누엘라가 눈을 크게 떴다.
"여기 마왕성…뭔가 내가 상상했
었던 느낌과 비슷하게 생겼어."
"너 저번에 여기 와 봤다며."
"응."
"근데 바로 왜 못 떠올렸어?"
"그러게."
어찌 됐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제부터는 마누엘라의 기억에 의존해야만 했다.
초월의 돌을 찾기 위해선.
"네가 봤던 그 공간. 어딘지 알 수 있겠어?"
"아니."
"그때 그곳의 이미지가 안 그려져?"
"예언의 장면은 잊지 않았어. 그 걸 쥐고 있는 자의 모습이 흐리게 보여서 문제지."
"그러니까 장소는?"
"돌아다녀 보면 알 거 같아."
"알았어."
방향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혔다.
적지나 다름없는 이곳을 돌아다 니며 초월의 돌 찾기.
유준 일행이 그런 식으로 움직이 면 조나스가 일을 진행하기도 훨씬 수월할 것이다.
그에게 일방적인 도움을 주는 건 아니다.
'어떻게 보면 내가 초월의 돌을
찾을 수 있도록 조나스가 시선을 분산시켜 주는 거기도 하니까-.'
마왕성에 있는 경비들의 움직임 이 분주해졌다.
누군가를 찾는 모양새.
분명 유준 일행을 찾으라는 명령을 받았으리라.
여유를 부리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숨어서 다녀야 할 거 같은데요? 유준 씨. 투명 마법 같은 건 없어요? 아까 뒤따라오던 마족들 모습 감췄던 것처럼요."
도지윤의 말에 유준이 아닌 마누
엘라가 대답했다.
"마왕성에 펼쳐진 결계들 때문에 마법으로 우리 모습을 감추는 건 불가능해."
"네? 아까는 됐었잖아요?"
"그건 공간 왜곡. 자리를 이동하 면서 쓰기에는 무리가 있어. 마력을 엄청나게 소모해야 하거든."
마녀의 말에 유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누엘라의 말대로 공간 왜곡은 당장 써먹을 수 없어요. 몸을 투명 하게 하는 인비저블 마법은 결계 때문에 막혀 있고."
"우리 인상착의가 다 퍼진 거 아니에요? 애초에 언데드잖아요."
"방법은 마법만 있는게 아닙니다."
유준이 인벤토리를 열었다.
언제나 그렇듯, 최후의 해결책은 인벤토리에 있었다.
*
*
마왕성의 최상층과 그리 멀지 않은 88층.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의 시체들이 곳곳에 깔려있었다.
타닥! 타다닥!
조나스 공작.
그리고 수십의 마족들이 그를 따 랐다.
마왕을 상대하기 위해 최고 전력으로 엄선한 마족들.
그런 만큼 대부분이 귀족 작위를 가지고 있었다.
"전력에선 우리 쪽이 훨씬 앞설
겁니다. 지금 마왕에게 힘을 실어 주는 귀족의 수는 많지 않으니까요."
호르시의 말에 조나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방심해선 안 된다. 우리 가 상대해야 할 적은 마왕이고, 그를 보좌하는 놈도 반푼이라고 하지만, 명색이 공작이다."
"예."
진짜 문제는 다른 공작에게 있었다.
필레나 공작.
그녀는 마왕 자리에 크게 관심을 보인 적이 없다.
그러나 그녀가 잠자코 있을까?
장담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야욕을 드러내지 않고 숨겼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필레나 공작이 가장 큰 변수라고 할 수 있었다.
마왕 쪽보다 전력이 앞서고 있음에도 반역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이유였다.
'언데드 놈들을 만약을 위한 패 로 쓸 걸 그랬나?'
필레나 공작은 마왕처럼 마법에
완전한 면역을 지닌 것은 아니었다.
그녀를 상대로라면 언데드들이 시간을 끌어 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이미 지나간 일을 아쉬워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이미 놈들 덕도 봤고.'
마왕성을 지키는 경비 전력들이 상당수 하층으로 빠졌다.
그 틈을 파고든 조나스 공작은 비교적 쉽게 88층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전력의 손실은 거의 없었다.
그때 마왕성이 한차례 크게 흔들렸다.
"이 진동...
조나스가 얼굴을 굳혔다.
아까부터 마왕성이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었다.
이 현상은 비정상적이었다.
그 누가 이 거대한 마왕성을 뒤 흔들 수 있겠는가.
메테오가 와서 부딪쳐도 꼼짝 않는 이 견고한 성이.
"결계는 멀쩡해요. 아마도..."
호르시의 말에 조나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성 내부에서 대규모 마법을 쓴 게 분명해."
"설마 그 리치 로드가 한 짓일까 요?"
"아니길 바라야지."
"예? 그게 무슨…."
"놈은 우리에게 앙심을 품었을 확률이 높아. 우리가 한 짓을 생각 하면 당연히 그렇겠지."
"공작님께서 상대해 보시지 않았습니까? 리치가 그 정도였나요?"
"글세… 오래 겨뤄 본 것이 아니
라 모르겠군. 확실한 건 놈이 나보 다는 훨씬 뛰어난 마법사라는 거야."
호르시가 입술을 깨물었다.
"느낌이 좋지 않군요."
"그러니까. 변수가 너무 많아. 쯧."
시간이 지날수록 언데드 놈들을 괜히 미끼로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우리 할 일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다. 출발하지."
조나스가 다시 위층을 향해 움직였다.
콰콰콰쾅! 콰콰쾅!
"미쳤어..."
도지윤이 입을 쩍 벌렸다.
리치 로드의 모습을 한 유준이 사용한 마법에.
수십 명의 마족이 나가떨어졌다.
아니, 표현이 적당하지 않았다.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무슨 마법을 쓰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여태 봐 왔던 마법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것들이었으니까.
도지윤은 그냥 앞에서 폭발이 일 어나고 덤벼드는 마족들이 족족 죽 어 가는 것만 알 수 있었다.
콰콰쾅! 콰쾅!
또 한 번의 엄청난 폭발.
말로 설명하기 힘든 파괴력이었다.
마왕성을 통째로 흔들리게 하는
폭발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지….'
원래는 상황이 이렇지 않았었다.
몸을 숨기며 '초월의 돌'을 찾는게 목표였다.
유준이 인벤토리에서 어떤 한 아이템을 꺼내 몸을 투명하게 하는데까진 성공했다.
그러나 마왕성에는 온갖 결계가 있었다.
일행의 모습이 투명해지는 그 순 간, 마왕성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 려 퍼지며 그들의 위치가 발각된 것이다.
육안으로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없지만, 경고음이 그들이 있는 곳에서만 퍼졌다.
투명화를 했던 것이 의미가 없어 졌다.
그래서 유준은 강행 돌파를 시도 했다.
마족들이 적의를 품고 달려드는 그 즉시, 마법으로 싹 쓸어버렸다.
단순무식한 방법이지만, 그 방법은 무척이나 효율적이었다.
압도적인 강함.
그것이 가진 힘에 대해서 굳이
입 아프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유준은 마력이 무한대라도 되는 듯 마법을 난사했다.
실제로 그는 마력이 단 한 번도 고갈되지 않았다.
'진짜 미쳤다는 말밖에는".'
대륙에서 5년 동안 살아남고, 최 정상의 위치에 오른 도지윤.
눈앞의 유준은 그녀의 상식으로 도 이해 불가능할 정도의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단순히 아이템이 좋아서?'
파티 창으로 보는 그의 레벨은
분명 자신보다 한참 낮았다.
100이 넘는 수치.
그걸 능력치로 환산하면 300이 된다.
'그런데 나보다 능력치가 최소 두 배에서 세 배는 더 높아 보 여....'
아무리 아이템으로 능력치를 뻥 튀기한다고 해도 그 정도 차이는 말이 안 됐다.
'분명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어.'
도지윤은 그 차이가 다름 아닌 특전에서 온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했다.
'그럴 거야.'
격이 달랐다.
유준은 다른 세상 사람 같았다.
'나는 백작 하나 상대하기 힘든 데….'
리치 로드로 변한 저 남자는 마법 한 번으로 백작 마족을 소멸시 켰다.
너무나도 확연한 차이에 질투조 차 나지 않는다.
수십의 마족이 한꺼번에 나타나고, 유준이 처리하는 상황이 지겹
도록 반복되었다.
"그런데 계속 밑으로 가도 되는 거예요?"
도지윤의 물음에 유준이 마누엘 라를 바라봤다.
마누엘라가 입을 열었다.
"내 느낌으로는 중간층 정도에 있을 거 같아."
"초월의 돌이요?"
"응."
"그 감이 맞았으면 좋겠네요."
도지윤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강하고 믿음직스러운 동료가 있다지만, 마족들이 득실거리는 이곳을 돌아다니는 건 살 떨리는 일이었다.
만약 초월의 돌을 찾는다면 그 돌을 소유하는 것은 유준이 하기로 했다.
마누엘라는 유준이 한 초월의 돌 소유권 주장에 의외로 반발하지 않았다.
"내가 한 게 없으니까."
사실 예언으로 초월의 돌이 있는 곳을 찾아낸 것만으로도 큰 공로이 지만.
그녀가 마왕성에서 눈에 띄게 활 약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마누엘라의 최대 관심사는 마왕 이 바뀌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 내려진 수배가 풀리는 것이다.
마계를 제집처럼 돌아다닐 수 있는 순혈 마녀여도 수배령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큰 듯했다.
도지윤은 진짜로 하는게 없었고.
'그럼 이제 마음 놓고 찾으면 되겠군.'
탐색 마법을 수시로 돌리면서 특 이한 파장을 내뿜는 물체를 찾고는 있지만,
크게 성과는 없었다.
'마누엘라만 믿어야 하는 건가?'
마족들은 끝도없이 몰려왔다.
수도 전보다 훨씬 많았다.
"괜찮겠어요, 유준 씨?"
"예."
유준은 최상급 마력 포션을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슬슬 마력이 부족하기 시작했다.
아까까지는 마족들이 나타나는 텀이 길어 여유가 있었지만, 조금 전부터는 그렇지 않았다.
최상급 마력 포션을 사용한 효과는 컸다.
마력이 순식간에 최대치까지 차 오른 것이다.
체내에 존재하는 마력 로드가 넓을수록 마력 포션의 섭취 효과도 증폭된다.
그리고 유준의 마력 로드는 다른 마법사들과 비할 바없이 넓었다.
콰콰콰쾅!
연쇄 폭발.
굉음이 재차 마왕성을 뒤흔들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5권 3화
101 화
'얼떨결에 레벨도 많이 올렸네.'
사실 이런 목적으로 마왕성을 온 건 아닌데.
좋은 게 좋은 거다.
'뜻밖의 수확이 많네. 오길 잘한 거 같아. 진화의 열매도 얻었고. 레 벨도 많이 올랐어.'
400레벨이 머지않았다.
너무나도 빠른 성장 속도.
유준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빠 르게 전진했다.
"그런데 마누엘라."
"왜?"
"마족들이 대놓고 돌아다니는 곳에 초월의 돌이 있을까? 좀 외진 곳으로 가는게 더 확률이 높지 않아?"
"멀지 않은 곳에 다른 마족들은 모르는, 숨겨진 공간이 있어."
"그걸 어떻게 알아? 예언?"
"예언은 아니고 마녀로서의 감이 라고 해야 할까."
그놈의 감.
유준이 답답한 얼굴을 했다.
그러나 감이라는 것을 마냥 무시 할 수 없었다.
그의 소환수인 파라네트만 하더 라도 감이 무척 좋지 않았던가.
녀석의 말을 따라서 손해 본 적이 없었다.
그때였다.
끝이 보이지 않는 행렬의 마족들이 등장했다.
대충 어림잡아 수백. 아니 수천은 되어 보였다.
그러나 그들은 유준 일행에게 관 심이 없었다.
급한 일이라도 있는 듯 다급히 위층으로 향했다.
"...뭐지?"
"마왕이 위험한 상황인 거 아닐 까요?"
도지윤이 말했다.
일리가 있다.
마왕의 상태가 위급하다거나 위 기에 처해 있다면.
마누엘라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닐 거야. 쟤네 조나스
공작 쪽 마족들이거든."
"…조나스 수하가 저렇게 많았다고?"
"정확히 수하는 아니지. 그와 뜻 이 맞았던 거일 뿐이니까. 그렇다 고 해도 조나스의 편인 건 틀림없어."
"마왕성에 들어오기 전에 봤던 거보다 훨씬 많은데?"
"조나스가 머리를 쓴 거야. 진짜 배기 전력은 그 자리에 부르지 않았던 거지."
".…아."
생각했던 것보다 더 치밀하네.
확실히 이 정도 전력에 자신이 처리한 마족의 수를 생각하면 조나 스가 마왕 자리를 뺏는 것도 가능 할 것 같다.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방금 상충으로 올라간 마족들.
그들은 마왕군의 신경을 분산시 키는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사이에 초월의 돌을 찾으면 된다.
* * *
마왕성이 혼돈으로 뒤덮였다.
강력한 경비 마족들에 의해 통제 되던 평소와는 달랐다.
마왕성 곳곳에 마족들의 시체가 널려 있고, 끊임없이 누군가의 비 명이 울려 퍼졌다.
이렇게 난장판이 된 마왕성.
그럼에도 마왕성의 주인인 마왕 '톨카이'는 태평했다.
그는 마왕성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수백 개의 영상구들을
띄워 놓고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재밌군."
톨카이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태연한 척, 허세를 부리는게 아니었다.
돌아가는 상황이 정말로 재밌었다.
'조나스 공작이 반기를 일으킬 거라곤 생각했지만, 이 정도까지 준비했을 줄이야.'
사실 조나스는 큰 문제가 아니다.
그가 신경 쓰이는 것은 언데드 셋과 마녀 하나.
신성처럼 나타난 리치 로드는 마 왕성을 헤집고 다녔다.
녀석을 처리하기 위해 움직인 마 족 수천이 목숨을 잃었다.
'일개 언데드가 조나스 공작보다 도 강하군.'
예상하지 못한 변수였다.
그렇다고 당황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강한 마법사라고 해도 천 적은 있는 법이다.
그리고 마법사의 천적은 마왕인 자신이었다.
저 엄청난 위용을 보이는 리치 로드가 두렵지는 않았다.
'저 리치는 도대체 뭘 찾고 있는 거지?'
알 수가 없었다.
왜 조나스랑 한편인 거 같은 언 데드와 마녀가 위층이 아닌 하층으로 가고 있는지 이해가 잘 안 갔다.
마왕이 두꺼운 손가락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조나스 공작은 기어이 90층에 도달했나.'
마왕성에 남은 자신의 전력은 그 리 많지 않았다.
'뭐, 상관없지.'
조나스 공작이 치밀하게 일을 준 비하고 계획했다는 걸 톨카이가 모를 리 없었다.
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 * *
"찾았어!"
마누엘라가 갑자기 꺼낸 그 말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초월의 돌?"
"그건 아니고 내가 상상으로 봤 던 장소."
"누군가가 초월의 돌을 사용했다 고 한 거기?"
"응."
"어디야?"
유준 일행은 지금 25층의 무척 넓은 복도 끝에 있었다.
마누엘라는 유준의 물음에 대답
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한참을 그러고 서 있더니,
"역시 숨겨진 공간이 있었어."
"그러니까 어디?"
"엄청, 어〜엄청 오래전에 만들어진 공간이야."
"...설마 또 상상한 거야?"
"응."
예언.
마녀들은 보통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예언을 한다.
왜 그러는지는 모른다.
그냥 그렇게 태어난 건가 싶을 뿐.
"이번에도 갑자기 떠오른 거지?"
"응."
"근데 원래 이렇게 자주 예언을 할 수 있는 거야? 미래를 보는 건 데 제약 같은 건 없어?"
"나처럼 급이 높은 순혈은 아무 문제 없어. 대신에 내가 원할 때 미래를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
마누엘라는 불만이라는 듯 말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하다.
대가 없는 미래 예지라니.
'그래도 주동현 씨 능력이 더 좋은 거 같긴 하네.'
하여튼 잘된 일이었다.
"그곳으로는 어떻게 갈 수 있어?"
"그 숨겨진 공간과 이어진 기관 이 있어. 기관을 먼저 찾아야 해."
"오케이."
탐색 마법을 최대한 많이 가동했다.
마력으로 유지할 수 있는 한도.
총 38개의 마력 파장이 온갖 방 향으로 뻗어 나갔다.
동시에 38개의 탐색 마법을 사용 한 것이다.
유준이 어마어마한 양의 마력을 보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5층 전체가 유준의 마력으로 뒤 덮였다.
유준은 가만히 서서 눈을 감고 감각에 집중했다.
마족들의 수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쉴 새없이 몰려들던 기세는 온 데간데없고 이 일과 전혀 관련이 없는 마족들만 지나칠 뿐.
'마왕군 전력이 얼마 안 남았나 보네.'
이 틈을 타서 빨리 초월의 돌을 찾아야 한다.
그 생각으로 마력을 탐색 마법에 아낌없이 퍼부었다.
우웅. 드드드....
위층에서 미약한 진동이 느껴졌다.
바로 위층은 아니고, 한참 먼 곳에서 이는 진동이었다.
'조나스가 본격적으로 마왕과 붙 기 시작한 건가? 잘됐네.'
그렇다면 이곳으로 마족들을 보 낼 여력이 없을 것이다.
탐색 작업이 더 수월해졌다.
그러나 마왕도 모르는 장소를 쉽 게 발견할 수는 없었다.
유준 일행은 그렇게 꼬박 한 시간 정도를 더 소비했다.
그들은 마냥 헛되이 시간을 날린 건 아니었다.
기관을 찾은 것이다.
기계와 흡사하게 생긴 기관은 화 려한 벽 그림 사이에 교묘하게 숨 겨져 있었다.
"여기서 어떻게 하면 돼?"
"그냥 당기면 돼."
"그게 끝?"
"응."
유준은 망설이지 않고 기관을 몸 쪽으로 잡아당겼다.
그긍.
벽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유준 일행이 밟고 있는 바닥과 함께.
눈 깜짝할 새에 반대편, 벽 안쪽에 들어섰다.
" 우와..."
도지윤이 감성에 젖은 눈으로 주 위를 두리번거렸다.
방금 서 있던 마왕성 복도의 모습과는 판이한 풍경이 펼쳐졌다.
푸른 풀밭과 천장 조명에서 내리 쬐는 따스한 빛.
인공적인 공간이지만, 평화로운 느낌을 주었다.
심지어 다람쥐나, 토끼 같은 소 형 초식동물들도 간간이 보였다.
"여기에 초월의 돌이 있다고?"
"응. 제대로 찾아온 거 맞네."
유준의 말에 마누엘라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상상으로는 고급스러운 성 같은 곳이었다며?"
"맞아."
"여기엔 성 같은 게 안 보이는데?"
"그러니 더 돌아다녀 봐야지. 초월의 돌을 쉽게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했잖아?"
"그치."
마누엘라가 맞는 말을 했다.
현재 아무도 가지지 않고 있을
확률이 높은 초월 등급 아이템.
초월의 돌은 그 아이템을 손에 쥐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이었다.
이 정도 고생하는 것쯤이야.
'지윤 씨한테는 조금 미안하네.'
다짜고짜 마계에 같이 와 달라는 부탁도 했고 마왕과 연루되기도 했다.
솔직히 게임에서의 친분이 있다 고는 해도 무리한 부탁일 수 있었다.
군말없이 따르는 그녀에게 유준은 적지 않은 고마움을 느꼈다.
초반엔 그녀의 도움을 많이 얻기 도 했고.
'나중에 보답해야겠는데.'
유준은 나들이라도 온 듯한 기분으로 풀밭을 돌아다녔다.
'나쁘지 않네.'
실로 오랜만에 느껴 보는 여유였다.
마왕성은 지금 난리가 났을 텐데.
이곳만큼은 조용했다.
풀밭과 나무들로 꾸며진 이 공원 같은 곳은 그리 넓지는 않았다.
그래서 다행이었다.
유준이 탐색 마법을 재차 사용했다.
가만히 서서 마력을 퍼뜨렸다.
5분 정도가 더 흘렀다.
허수아비가 하나 있었다.
수상해 보여서 바로 확인하러 갔다.
"유준 씨. 여기 오른손에 낡은 종이가 들려 있어요."
"종이요?"
도지윤이 건네준 종이를 살펴봤다.
-한계를 뛰어넘는 힘. 절체절명 의 위기. 압도적인 강자. 사냥 혹은 처치. 그 후에 비로소 원하는 것을 얻게 될 것이다. 정해진 순리가 비를리는.
자동으로 통역되는 단어들.
이게 다였다.
"이 말들이 뭘 의미하는 걸까요?"
"초월의 돌이랑 관련되어있는 거 같은데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
그때 마누엘라가 글귀들을 유심 히 보더니 탄성을 질렀다.
" 왜?"
"무슨 말인지 알 거 같아."
"글은 우리도 읽을 수 있는데."
"아니, 이 글에 담긴 의미를 말 하는 거야."
마누엘라가 유준을 흘겨보며 말 했다.
"너 왜 눈을 그렇게 떠?"
"뭐가? 아, 일단 조용히 해 봐."
무언가에 집중한 듯 한동안 말이 없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마왕을 죽여야 해."
"응?"
"마왕을 죽여야 초월의 돌을 얻을 수 있어."
"저기에 그런 말은 없잖아?"
"오래전에 마계에서 고위급 마족들이 문서를 주고받을 때 쓰던 방 식이야. 지금은 안 쓰고 아는 마족 도 별로 없을걸. 뭐, 2천 년은 흘렀으니까. 그 정도는 마족들한테도
무척 긴 시간이고."
"넌 그걸 어떻게 알아?"
"응?"
"…나도 그때 있었으니까 알지."
"아..."
"하여튼 마왕을 죽이면 된다고? 그럼 초월의 돌을 자동으로 얻는 거야?"
"나도 몰라. 바로 줄 수도 있고, 또 해야 할 게 있을 수도 있지."
"이 공간을 만든 사람이 초월의 돌을 준비한 거겠지? 그건 왜일까?"
"몰라."
궁금한 게 많았지만, 마누엘라가 알 턱이 없었다.
유준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럼 목적지는 정해졌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5권 4화
102화
마왕 톨카이가 홀로 서 있었다.
그리고 톨카이의 앞에 조나스 공 작과 그를 따르는 천이 넘는 마족들이 쭉 있었다.
그 압도적인 숫자에 겁이 날 만 도 하건만, 톨카이의 표정과 태도는 시종일관 여유로웠다.
"숨겨 둔 패라도 있나 보지?"
살짝 긴장한 듯한 조나스의 말에 톨카이는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그 정도는 충분히 예상하고 왔을 텐데."
"그래. 톨카이, 네놈이 뭘 어쩌 든, 어떤 수를 쓰든 이 위기를 벗 어날 수 없다는 것까지도 알고 있지."
"재밌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 가 뭔지 물어봐도 되나?"
"네 눈으로도 뻔히 보이지 않아? 너 혼자 이 많은 수를 상대할 수 있을 것 같나?"
마왕이라고해서 공작보다 특출 나게 강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정말 미묘한 차이.
그만큼 공작 작위의 마족들은 다 른 마족들과 격이 달랐다.
그래서 조나스가 자신 있게 반역을 저지른 것이기도 했다.
이긴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실제로 결과도 그가 원하던 대로 되었다.
마왕은 혼자 남았고, 그의 편이 라고 할 만한 마족은 현재 곁에 없었다.
'그런데….'
조나스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마왕 톨카이가 지나치게 여유롭 다는 점이었다.
'정찰은 확실히 했다. 적어도 30 층 내에 놈의 지원군은 없어.'
공간 이동을해서 올 수도 없는 것이 마왕성 곳곳에 결계가 쳐져 있다.
마왕도 함부로 해체할 수 없는 것이 마왕성 결계였으니, 그 점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하던 조나스가 미소를 지었다.
'저 자리를 차지할 순간이 머지 않았다.'
얼마나 꿈꿔 왔던가.
기대하고, 기다렸던가.
그토록 고대한 대망의 순간을 목 전에 둔 조나스의 가슴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쳐라!"
조나스가 크게 외쳤다.
마왕의 힘을 빼놓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렇다고 조나스 공작과 귀족 마 족들이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앞장선 마족들을 적극적으로지 원, 보조하며 마왕을 지치게 할 것
이다.
마왕 톨카이의 손에서 암흑 마기 가 뿜어져 나왔다.
콰콰쾅!
마족들이 사용하는 가장 기본적 인 공격이자, 파괴적인 공격.
그것이 마왕의 손에서 펼쳐지니 차원이 다른 위력의 폭발이 터졌다.
"아아악!"
"포, 포션!"
암흑 마기에 직격으로 맞은 마족은 두말할 것도없이 즉사했다.
멀리 있었던 마족이라고해서 멀
쩡한 건 아니었다.
사지 중 일부분이 잘리거나 심하 면 상반신과 하반신이 반쯤 날아가 너덜거리기도 했다.
난리가 났지만, 패닉에 빠지거나 당황하지는 않았다.
이 정도는 누구나 다 예상했다.
마왕에게 먼저 달려드는 마족은 화살받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알면서도 간 것이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대의를 위해서.
마왕 톨카이도 최정예로 꾸려진
마족들을 상대로 대충 싸울 수는 없었는지, 힘을 아끼지 않고 썼다.
마족들이 먼저 쏘아 낸 암흑 마 기가 마왕이 뒤늦게 쏜 암흑 마기에 의해 소멸했다.
모두가 허탈해하는 그때.
허공에서 반원 모양의 암흑 마기 가 다시 생성되었다.
난데없이 생겨난 암흑 마기는 이 전 마왕이 발출했던 암흑 마기보다 도 더 짙으며 컸다.
흡수.
변환.
마왕의 암흑 마기는 다른 이들의 공격을 없앴던 것이 아니다.
그 힘을 흡수했다.
그리고 흡수된에너지를 다시 암 흑 마기로 바꾸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더 강력 한 암흑 마기가 만들어진 이유였다.
"미, 미친!"
"피해!"
"저거 맞으면 바로 골로 간다! 조심해!"
그러나 그들이 반응하는 속도보 다 암흑 마기가 폭발하는 속도가
한 발짝 더 빨랐다.
콰콰콰쾅!
형체가 존재하는 무언가와의 충 돌도없이,
제멋대로 터진 암흑 마기에 조나 스 쪽 마족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울부짖는 소리가 비교적 작았다.
170이나 되는 마족이 한순간에 목숨을 잃었다.
조나스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었다.
'암흑 마기를 잘 다루는 줄은 알았지만, 흡수를 넘어 변환까지 가능한 단계였다니….'
솔직히 충격적이었다.
단순히 마왕의 암흑 마기를 다루는 능력만 보면 자신보다도 두 수 위였다.
'내가 알던 톨카이가 아니군.'
그러나 성장한 것은 비단 마왕뿐 만이 아니다.
톨카이가 마왕으로서 군림한 백 년.
백 년이면 마족들에게도 적지 않
은 시간이다.
그사이에 조나스는 부단한 노력 과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많은 성장을 이뤘다.
마왕의 목숨을 끊을 비장의 무기 도 준비했다.
그렇기에 조나스는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비릿한 미소를 지은 마왕 톨카이 가 입을 열었다.
"단순히 물량 공세로 날 공략할 셈이었나?"
"그럴 리가."
톨카이는 가만히 기다렸다.
상대방이 먼저 공격하기를 원하는 듯한 모습.
'또 암흑 마기를 흡수할 생각이 군.'
암흑 마기보다 급이 낮은에너지는 모조리 흡수당할 것이다.
설령 그게 마족들에게 치명적인 빛 속성이라고 할지라도.
"모두 방어 태세! 절대로 마왕보 다 먼저에너지를 발출하지 마라!"
사실 마왕이 사용한 흡수, 변환에 제대로 대응하기는 힘들었다.
톨카이가 반격 용도로만 능력을 쓸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톨카이가 암흑 마기를 발출했다.
콰콰콰쾅!
마족들이 급하게 만들어 낸 실드 와 암흑 마기가 충돌했다.
수십 겹의 막이 톨카이의 공격에 무참하게 깨졌다.
마왕이 한 번 더 암흑 마기를 쏘 아 냈다.
콰쾅!
"아아악!"
이번엔 암흑 마기의 위력이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죽은 마족들의 수는 적지 않았다.
무방비한 상태에서 암흑 마기에 적중당했기에.
대략 40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순간, 조나스가 움직였다.
조나스는 톨카이가 미처 마력을 끌어 올리기도 전에 그의 앞에 도 달했다.
어느샌가 튀어나온 조나스의 손 톱이 톨카이의 목을 노렸다.
후웅!
톨카이의 신형이 사라졌다.
날카로운 손톱은 허공을 베고 지 나갔다.
톨카이가 조나스의 뒤에서 나타 났다.
조나스가 이미 예상한 듯 뒤로 돌며 암흑 마기가 둘린 손톱을 휘 둘렀다.
카각!
톨카이가 검을 꺼내 조나스의 손 톱을 막았다.
조나스의 손톱에 어린 암흑 마기 가 톨카이의 검에 흡수되었다.
미간을 찌푸린 조나스가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육체 능력치로만 따지면 조나스 가 우위에 있었기에 톨카이는 조나 스를 쫓지 못했다.
조나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보다는지친 모양이군.'
흡수와 변환.
이 능력은 강력한 만큼 그만큼 마력을 많이 소모했다.
조나스는 뒤에서 대기 중인 마족들을 투입했다.
아직 700명의 마족이 남아 있었다.
마왕을 지치게 하기엔 충분한 수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마족들의 수가 400 아래로 떨어 졌을 때쯤.
마왕 톨카이가 거친 숨을 내뱉었다.
' 연기인가?'
조나스는 의심부터 했다.
만약 저 모습에 속았다가 더 큰 희생을 치러야 한다면?
'당해 줄 수 없지.'
그는 마음을 느긋하게 가졌다.
콰콰쾅! 콰쾅!
이번엔 마왕 톨카이의 암흑 마기 가 마족들의 실드를 뚫지 못했다.
확실히 전보다 힘이 약해졌다.
마족들은 더욱 힘을 내서 마왕을 공략해 나갔다.
5분 정도가 더 흐르고.
'마무리를 지을 때가 왔군.'
마왕은 지쳤고.
공작을 비롯한 귀족 마족들의 상태는 아주 멀쩡했다.
조나스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인벤토리에서 아이템 하나를 꺼 냈다.
[유크리아의 성창]
착용 제한 : Lv. 510 이상
등급 : 신화
공격력 : 300,000
옵션 : 투창 시에 공격력이 5배 증가합니다. 단, 누군가에게 적중하는 순간, 아이템이 삭제됩니다. 남은 사용 횟수 1/1
무려 신화급 아이템이다.
이것보다 더 강한 무기는 없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다만, 사용 횟수에 제한이 있었다.
심지어 한 번이 다였다.
그는 이 무기를 얻고서 단 한 번 도 사용한 적이 없었다.
'이걸 내가 어떻게 구했는데. 아 쉽긴 하군.'
공격력은 볼 때마다 놀랍다.
창을 던지면 공격력이 무려 백오 십만.
오랜 세월을 강자로 살아온 조나 스 공작으로서도 믿기지 않는 수치였다.
마왕은 마족들에게 점점 포위되어 갔다.
흡수, 변환을 쓸 마력도 남아 있 지 않은 걸까.
마왕은 조나스 공작의 암흑 마기를 막아 내는 것에만 급급했다.
기세를 몰아갔다.
'거의 끝났군.'
그러나 명색이 마왕이다.
톨카이는 있는 힘을 다해서 저항했다.
그가 사방으로 독 연기를 뿜어냈다.
마계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은 기 본적으로 독에 대한 저항력이 어느 정도 있지만,
톨카이가 뿜어낸 독 연기는 차원 이 다른 수준이었다.
"끄어어억."
"수, 숨을-."
피부가 괴사하는 건 양반이었다.
마족들 대부분이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톨카이도 멀쩡하지는 않았다.
마왕성 대전을 꽉 채울 만큼의 극독 연기를 뿜어낸 것이 상당한 무리였는 듯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조나스 공작과 여러 귀족 마족들은 비교적 멀쩡했다.
다른 마족들에 비해 더 높은 독 저항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조나스가 이를 꽉 악물었다.
방금의 독 연기로 정예 마족들 수백이 목숨을 잃었다.
마왕 하나 때문에 이렇게 고전하
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심지어 톨카이의 눈빛은 아직도 살아 있었다.
'좋아. 단번에 끝내 주지.'
조나스의 팔근육이 부풀었다.
후웅!
유크리아의 성창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대기가 진동하고.
시간이 멈춘 듯이 창이 날아가는 순간이 길게 느껴졌다.
마왕 톨카이는 성창을 피하지 못 하고 심장이 꿰뚫렸다.
푹!
톨카이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털썩 쓰러졌다.
숨소리가 없었다.
완벽히 숨이 끊긴 듯한 모습. 조나스의 입가가 올라갔다.
'드디어…!'
유크리아의 성창은 톨카이가 쓰 러지는 순간 완전히 사라졌다.
아깝긴 하지만, 마왕 자리를 뺏을 수 있다면야.
어차피 일회용인 아이템이었으니
없어진 것에 연연할 필요는 없었다. 조나스가 승리를 만끽하는 그 순 간이었다.
우우웅. 우웅.
거대한 진동이 대전을 덮쳤다.
얼마 남지 않은 조나스 쪽 진영 마족들이 비틀거렸다.
조나스와 귀족 마족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온몸을 저릿하게 하는 진동 때문 이 아니었다.
한차례의 진동이 울린 후, 마왕 톨카이가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었었다.
"...어떻게?"
조나스가 저도 모르게 꺼낸 말에,
"말했지 않나, 숨겨 둔 패가 있다고."
톨카이가 입가에 조소를 띠며 대 답했다.
숨이 끊긴 것도 확인했다.
영혼이 사라진 육체에서 마력이 흩어지는 것도 확인했다.
'설령 엘릭서가 있다고 하더라도 다시 살아나는 것은 불가능해...
그런데 어떻게?'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조나스는 승리를 확신한 것이었다.
그런데 마왕은 멀쩡하게 부활했다.
죽음을 겪고,
살아난 것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걸까.
"궁금한가."
마왕 톨카이가 나지막이 말했다.
"내가 어떻게 죽음에서 벗어났는지."
정예 마족들은 이미 다 죽은 상황.
남은 거라곤 몇 안 되는 귀족 마 족들뿐이었다.
심지어 마왕의 기세는 전보다 더 욱 강해졌다.
단순히 부활만 한 게 아닌 듯 보였다.
승산은 없었다.
조나스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지? 보아하니 언데드 가 된 것도 아닌 거 같은데."
톨카이는 자신의 팔을 내려다봤다.
굵은 선으로 그려진 한 개의 문 양.
원래 그의 팔에는 아무런 문양 도, 표식도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새로운 힘을 얻었다. 기존 마계의 상식과는 거리가 먼…초월 적인 힘이지."
톨카이가 히죽 웃었다.
"죽을 때마다 더욱 강해지는 육체. 나는 그런 능력을 얻었다."
"죽을 때마다 강해진다고?"
"그래. 애초부터 너희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던 거다."
마왕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암울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솔직히 말도 안 되는 능력이다.
죽을 때마다 강해진다니.
그러나,
'단순 허세로는 안 보여….'
설령 마왕의 말이 거짓이라고 해 도, 한 번 더 마왕을 죽일 힘이 그 들에겐 없었다.
조나스와 귀족 마족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슬슬 끝내야겠군. 여홍은 충분 히 즐긴 것 같으니."
톨카이가 마력을 끌어 올리는 그 순간이었다.
쿠웅
끝 쪽에 있는 대전의 문이 벌컥 열렸다.
누군가가 발로 걷어찬 듯 요란한 소리.
대전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쪽을 향했다.
그 시선이 향한 곳에는 언데드 셋과 망토를 뒤집어쓴 이가 들어서 고 있었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5권 5화
103화
"뭐야, 거의 다 죽었네."
"실패한 걸까요?"
"공작은 살아 있는데요? 그럼 저 쪽에 서 있는 건 마왕이겠네요."
"마왕치곤 평범하게 생겼는데요?"
"공작이나 다른 마족들도 특이하게 생기진 않았잖습니까. 마족이 마왕이 된다고해서 갑자기 모습이 변하거나 하지는 않겠죠."
유준과 도지윤은 눈앞에 펼쳐진
끔찍한 광경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대화를 주고받았다.
조나스 공작이 놀란 눈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어떻게 여길?"
"어떻게? 우리 같은 편이었잖아. 그쪽이 뒤통수치긴 했지만."
유준이 빈정거리며 말했다.
조나스는 화가 났다기보다는 의 문으로 가득한 얼굴이었다.
"왜 마왕성을 벗어날 생각을 안 했지? 본인들이 위험한 상태라는 걸 자각했을 텐데."
"위기로 내몬 장본인이 그런 말을 해? 염치도 없네."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군."
"화가 나지, 그럼 안 나겠어?"
사실 화가 나지는 않았다.
그냥 조나스가 괘씸해서 골려 주 고 싶을 뿐이지.
"상황이 별로 안 좋은 거 같은 데, 괜찮겠어?"
"...도움이라. 필요…필요하네. 면목이 없지만."
"뭘 믿고 우릴? 당장 열 받아서 너를 공격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럴 수는 없을 걸세. 목표가 같지 않나."
"마왕이야 우리끼리 잡으면 되는 거고."
"자신감이 대단하지만, 칭찬해 줄 수는 없겠군. 지금 도처에 깔린 시체들을 보게. 저런 무지막지한 괴물을 두고 그대들 넷이서 뭘 할 수 있겠나?"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 지...는 그냥 해 본 말이고. 사이 좋게까지는 아니어도 잠깐 힘을 합 쳐 볼까?"
조나스 공작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보통 공작의 힘이 마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으니, 조나스 공 작이 있으면 큰 힘이 될 것이다.
'마왕이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니까. 확실히 하는게 좋겠지.'
조나스 공작을 비롯한 귀족 마족 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유준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말 하나하나에 일희일비 하는 것이 묘하게 웃겼다.
그때 마왕 톨카이가 눈을 부릅뜨
며 말했다.
"그쪽에 너. 순혈 마녀가 아니던가?"
마왕에게 지목당한 마누엘라가 몸을 홈칫 떨었다.
"나, 나를 말하는 건가!"
잔뜩 긴장했는지 목소리마저 떨렸다.
"그래 너. 내가 수배를 내렸던 그 마녀로군."
"...아니! 나는 마녀가 아니야!"
"너에게서 풍기는 냄새를 나는 기 억하고 있다. 발뺌해도 소용없다."
"음."
마누엘라가 동그란 눈으로 유준을 바라봤다.
"왜 날 봐."
"어떡해?"
"알면 안 거지. 뭐 네가 죄지었 냐? 아니, 짓긴 했었지."
"그러니까!"
"쫄지마. 마왕을 죽이면 수배는 풀릴 테니까. 맞지, 조나스?"
"그래. 내가 마왕 자리에 오른다면 그 마녀에게 걸린 수배를 당장 없애도록 하지."
조나스는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마왕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언데드가 아무리 강해 봤자, 언 데드였다.
죽음에서 자유로운 대신에 한계 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절대 강자 중에 언데드가 없는 것이기도 했다.
심지어 마왕은 마법 면역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저 강했던 리치 로드의 마법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있을 수는 없지.'
일말의 희망.
리치 로드가 아닌 순혈 마녀라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쪽 마녀가 도움을 좀 많이 줘 야 할 것 같네."
" 나는?"
"미안하지만, 이번 싸움에서 그 대의 도움은 필요 없어."
"왜지?"
"놈에게 마법이 통하지 않으니까."
"아, 그런 이유였어? 내가 리치 로드라서?"
"그렇다네."
"나 마법 말고도 할 줄 아는 거 많은데?"
"...무슨 소린가?"
"곧 알게 될 거야."
유준이 인벤토리에서 검을 꺼내 들었다.
"파라네트."
"예!"
"준비해."
"알겠습니다!"
일단 마왕의 힘을 측정해 보고 싶었다.
이곳 최상층으로 올라오면서 진 동을 몇 번 느끼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파악할 수는 없었다.
톨카이는 흥미로운 듯 유준을 보며 웃고 있었다.
"리치가 검이라…. 특이하군."
"처음 봐?"
"그래."
"그럼 진귀한 경험이 되겠네."
유준이 먼저 마왕에게 다가갔다.
톨카이는 선 자세 그대로 암흑 마기를 발출했다.
진득하고 끈적한 살기.
마왕의 암흑 마기는 죽음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를 정도였다.
유준은 가뿐히 피해 냈다.
속도가 빠르긴 해도, 그가 못 피 할 정도는 아니었다.
" 호오..."
톨카이의 눈이 커졌다.
리치치고는 기민한 움직임.
그것에 놀란 듯했다.
유준이 마력을 담은 검을 쭉 뻗었다.
그의 몸이 앞으로 늘어지는 듯하 다가 순간적으로 마왕의 앞으로 이 동했다.
쾌속 전진 스킬이었다.
무척 빠르게 행해진 공격.
톨카이는 당황하지 않고 유준의 검을 피해 냈다.
유준은 그 이후로 수차례 공격을 날렸고, 톨카이는 귀신같이 피해 냈다.
그러나 톨카이가 여유롭게 피하
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반격할 여유도없이 밀리는 형세였다.
시종일관 미소 짓고 있던 톨카이 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꽤 강하군."
톨카이는 자존심이 상했다.
조금 상한 것이 아니라 굴욕을 느낄 정도였다.
죽음에서 벗어나 전보다 더욱 강 해졌음에도,
고작 언데드한테 밀리고 있다.
심지어 그 언데드는 근접 전투는
젬병인 리치였다.
'일개 언데드한테 내가 밀리고 있다니.'
자신의 능력에 부작용이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암흑 마기를 발출해도, 리치 로 드에게 사전에 차단당했다.
리치 로드는 마력을 끌어 올릴 틈조차 주지 않았다.
그렇게 마왕 톨카이는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못 해 보고 목이 잘렸다.
그의 눈앞에 흘로그램 창이 나타 났다.
[사망 강화(EX) 스킬이 발동되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5% 영구 상승 합니다!]
[상황 판단이 소폭 흐려집니다.]
[남은 목숨의 개수 (3/5)]
'짜증 나는군….'
조나스 공작의 창에 목숨을 잃었을 때도 기분이 크게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만큼 기분이 더럽지는 않았다.
'리치 따위한테 목숨 하나를 날 린 건가.'
화가 났다.
하지만, 한 번 더 죽었기에 모든 능력치가 15% 증가했다.
톨카이의 몸이 원상 복구되었다.
후웅-!
그때를 노려서 유준의 검이 날아 왔지만, 톨카이가 신속하게 반응했다.
검을 피한 톨카이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이제야 좀 보이는군.'
어디서 날아올지 몰랐던 검격.
사망 강화로 한층 강해진 톨카이는 유준의 공격이 보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톨카이는 근접 전투에서 유준에게 우위를 점해 갔다.
카앙! 캉!
서로의 목과 심장을 노리는 검 두 개가 쉴 새없이 부딪쳤다.
톨카이가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왜 틈이 안 보이지?'
분명 속도에서 자신이 앞서고 있는 것 같은데.
치명적인 공격을 할 기회가 마땅 히 생기지 않았다.
심지어 유준의 무기와 부딪칠 때 마다 톨카이의 검은 점점 갈리고 있었다.
단순히 무기의 성능 차이 때문이었다.
심지어 이만큼 버틴 것도 톨카이 의 검이 신화 등급이었기 때문이다.
2분 정도가 더 흘렀다.
콰앙! 콰직!
톨카이의 검이 산산 조각났고, 파편이 되어 비산했다.
"뭐, 뭣…."
서걱!
톨카이의 목이 잘렸다.
[사망 강화(EX) 스킬이 발동되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5% 영구 상승 합니다!]
[상황 판단이 소폭 흐려집니다.]
[남은 목숨의 개수 (2/5)]
이제 남은 횟수는 두 번.
톨카이가 황당해할 틈도 없었다.
육체가 재생된 타이밍에 맞춰 유준이 검을 쭉 뻗어 온 것이다.
톨카이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다시 모든 능력치가 15% 증가한 상태.
이제 유준의 공격이 훤히 보이기 시작했다.
현묘한 검술 때문에 까다롭기는 하지만, 곤란할 정도는 아니었다.
드디어 톨카이가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유준은 마왕의 암흑 마기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밀려났다.
그때 조나스 공작을 비롯한 귀족 마족들이 전투에 참여하려 했다.
"거기 그대로 있어! 끼어들지 말 고! 방해만 되니까!"
유준이 소리쳤다.
귀족 마족들이 인상을 찌푸렸지만, 유준의 말을 거스를 순 없었다.
실제로 마왕과 유준의 싸움은 그들이 끼어들기엔 수준이 너무 높았으니까.
반면 톨카이는 미소를 되찾았다.
여유가 생기니 문득 잊고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나머지 공작 둘은 왜 안 오고 있는 거지?'
필레나 공작.
그녀도 자신에게 협조하기로 했다.
마계의 일에 전혀 관심이 없던 그녀가 힘이 되어 준다면 조나스 공작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왜 아직까지...
그녀가 배신했을 리는 없다.
서로에게 확실한 거래를 했었으니까.
그에게 복종하고 있는 나머지 한 공작도 소식이 없다.
분명 필레나 공작과 함께 조나스 군단의 뒤를 치기로 했는데.
그들이 나타나지 않는 바람에 조 나스 공작에게 목숨 하나를 날리기 까지 했다.
으득!
톨카이가 이를 악물었다.
"리치 로드! 네놈을 편히 죽이지는 않겠다."
"갑자기? 왜?"
유준은 밀리고 있음에도 태평한 얼굴로 대답했다.
"몰라서 묻는가?"
"내가 너 도와줬잖아. 강해지게 해 줬으니까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야?"
유준이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톨카이의 얼굴이 악귀와 같이 일 그러졌다.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아, 그리고 궁금한 게 있는데. 너 목숨 몇 개나 남았어?"
톨카이의 눈이 커졌다.
그가 입을 다물자, 유준이 재차 입을 열었다.
"내가 두 번 죽였으니까 세 개 남았나? 아! 아니지. 아까 보니까 조나스가 네가 부활한다는 걸 알고 있던데. 그럼 두 개 남았겠구나."
"...뭐?"
"맞지?"
"알아도 상관없다. 넌 나한테 죽 게 될 테니까."
톨카이가 암흑 마기를 대량 방출했다.
콰콰콰콰쾅!
실드를 펼쳤지만, 암흑 마기의 막강한 공격력에 무참히 깨져 나갔다.
유준의 뼈밖에 없는 몸이 박살 나며 멀리 튕겨 나갔다.
톨카이가 마무리하기 위해 땅을 박찼다.
벽에 처박혀 있던 리치 로드가...
아니었다.
처음 보는 인간이 무표정한 얼굴
로 서 있었다.
"…넌 누구지?"
"너랑 방금까지 싸우고 있던 사 람인데요?"
"인간. 장난치는 건가? 리치 로 드는 어디로 갔지?"
"죽었어."
"리치가 나야."
장난스럽게 말하는 유준.
그의 손에는 리치 로드가 들고 있던 검이 있었다.
"설마 진짜로?"
"그럼 가짜겠냐."
유준은 리치 로드가 되면서 20퍼 센트 육체 능력치가 하락했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그의 기본 능력치가 미친 수준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이젠 좀 다를걸."
그렇게 말한 유준이 검을 들고 마왕을 향해 달려들었다.
섬광보다도 빠른 속도.
번쩍! 서걱!
암흑 마기를 발출하려던 그 자세 그대로 톨카이의 목이 절단되었다.
네 번째 죽음.
이제 톨카이의 목숨은 단 한 개 만이 남았다.
"미, 미친..."
"저 인간 정체가 뭐야?"
"세 번이나 더 강해진 마왕을 일 격에 죽인다고...?"
"인간 맞아? 인간 중에 저렇게 강한 놈이 있었어?"
"이건 진짜 충격인데."
"누구 저 인간 정체 아는 사람
없어, 여기?"
전투를 지켜보던 조나스 공작과 귀족 마족들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갑자기 리치 로드에서 인간이 된 것도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자 마자, 마왕을 일격에 처리했다.
세 번의 죽음을 겪어 몇 배는 강 해진 마왕을 말이다.
[사망 강화(EX) 스킬이 발동되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20% 영구 상승 합니다!]
[상황 판단이 대폭 흐려집니다.]
[남은 목숨의 개수 (1/5)]
[마지막 사망 강화입니다.]
[이성이 흐릿해집니다.]
[육체가 완벽하게 개조되었습니다.]
부활한 톨카이는 이제 분노보다는 조급함이 마음에 자리 잡게 되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5권 6화
104화
시간을 벌어 줄 이가 필요했다.
"필레나! 고타반! 당장 이곳으로 와라!"
톨카이가 다급한 얼굴로 외쳤다.
그의 말에 조나스 공작이 화들짝 놀랐다.
"필레나라고?"
고타반 공작이 마왕의 편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필레나 공작이라니?
설마 미리 필레나 공작을 같은 편으로 만들어 뒀던 건가?
조나스 공작이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짐작은 했었다.
아니, 정확히는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하는게 맞겠지.
'설령 그래도 승산이 있다고 여 겼는데….'
마왕의 힘이 상상 이상이었다.
이제 유준과 마왕의 힘이 비등해 졌다.
아니, 육체적인 능력치로는 마왕 이 많이 앞섰다.
다만, 검술의 차이가 그 간격을 좁혔다.
톨카이와 유준의 싸움이 길어졌다.
카앙! 캉!
"쯧
톨카이가 초조한 얼굴로 대전의 문 쪽을 바라봤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공작
둘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누굴 기다리는 거야?"
톨카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싸움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벅 찼다.
"혹시 그 필레나랑 고타반이 공 작 마족들인가?"
"그놈들 기다리는 거면 소용없어. 올라오는 길에 내가 다 죽였거 든."
"...뭐라? 그 말이 사실인가?" 톨카이가 눈에 띄게 당황했다.
"어이가 없는게 갑자기 먼저 날 공격하던데? 그래서 죽였지."
황당했다.
그래도 비장의 무기라고 생각했 던 그 둘이 이곳에 오기도 전에 죽 어 버릴 줄이야.
그것도 하필 리치 로드, 아니 저 인간이 올라올 때 마주쳐서 말이다.
"잠깐, 필레나 공작은 분명 자신의 수하들, 이천은 넘는 마족을 더 이끌고 왔었을 텐데?"
"응. 끝까지 도망 안 치길래 다 죽였어."
".…허."
기가 차서 웃음도 안 나왔다.
인간 하나 때문에 일이 이렇게까지 되다니.
EX등급의 사망 강화 스킬을 얻 고 무적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5번이나 부활 기회를 얻은 데다 죽을 때마다 강해진다는 것.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만했다.
'도대체 어디서 저런 놈이 나타 난 거야?'
최근 비교적 평화로웠던 마계.
조나스 공작이 반역을 꾀하는 것으로 마계가 한차례 뜨거워졌었다.
그의 행동을 미리 알았고, 대비 했다고 생각했다.
무력에도 충분한 자신이 있었고.
그러나 지금 자신의 꼴을 보라.
순식간에 네 번 죽고 목숨이 위 태로운 상황이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모두 다 눈앞의 인간 놈 탓이었다.
'...이대로 도망치는 것도 꼴사납겠지.'
마왕성을 벗어나서 후일을 도모 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었다.
'끝을 봐야겠군.'
톨카이의 눈빛이 바뀌었다.
4번의 사망 강화.
이보다 더 강해질 수는 없는 상황.
카앙! 캉!
새로이 꺼낸 무기도 점점 파손되어 가고 있었다.
같은 신화 등급의 무기여도 격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콰앙! 콰콰콰쾅!
톨카이가 기습적으로 암흑 마기를 발출했다.
유준은 공간 장악 스킬을 사용해서 암흑 마기를 가둬 버렸다.
"미친…!"
톨카이가 경악했다.
자신에게 마법이 통하지 않는 것은 맞지만, 녀석이 마법을 못 쓰는 건 아니다.
'마법 실력도 검술 못지않다고?'
이해가 안 갔다.
이렇게 강한 인간이 존재할 수가 있나?
약점이 없다.
속도에서 앞서고 있음에도 빈틈을 찾기가 불가능했다.
심지어 인간은 마계에 왔을 때 상당한 불이익을 겪는다.
여긴 자신의 홈그라운드인 것이다.
'이처럼 강한 인간이 한 명 더 있긴 했었지.'
얼마 전에 자신을 찾아왔던 그 남자도 자신에게 절망을 안겨주었다.
인간 중에 비정상적으로 강한 이
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왜 하필 지금.
저렇게 강한 인간이 조나스 공작 의 편에 서 있는 걸까.
조나스 공작이유능해서인 건 아닌 듯했다.
모든 걸 의도하고 판을 짰다면 저렇게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지는 않았을 테니까.
톨카이는 모든 스킬을 활용해서 유준과 맞서 싸웠다.
카앙! 콰직!
톨카이의 무기가 완전히 박살 났다.
"하."
죽음을 직감한 톨카이.
"어이가 없군."
"뭐가?"
유준은 바로 끝내지 않았다.
마왕의 뒷말이 궁금했기에.
"상식을 파괴하는 능력을 얻고도 또 인간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게…."
"또? 또라니?"
마왕이 살짝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
"차단 결계를 펼쳐 줄 수 있겠나?"
"그래."
어렵지 않은 부탁이었다.
유준에겐 고대 마법이 있었다.
모든 소음을 차단하는 결계가 유준에 의해 펼쳐졌다.
"...얼마 전에 한 인간이 찾아 왔었다. 너와 억양이 같은 인간이었지."
" 인간?"
"그래."
"어떻게 생겼는데?"
"글쎄...이질적인 생김새에 눈이 작다는 것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 군."
마족과 인간은 확실히 생김새가 확 달랐다.
마족이 특이한 게 아니라, 무한 의 탑에는 거의 한국인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동양인과 서양인의 차이보다 좀 더하다고 해야 할까.
유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한국인이 왔었다는 건가?'
이해가 안 간다.
마왕은 조율 멤버들보다 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마왕을 이길 정도의 인간이라고?
솔직히 누군지 예상이 안 됐다.
'뭐, 세상은 넓으니까. 내가 모르는 조율 멤버나 더 강한 플레이어 가 있을지도 모르지.'
어찌 됐든 중요한 건 마왕을 한 번 쓰러뜨린 한국인이 있다는 것.
궁금했다.
"널 죽이지 않고 떠난 이유는?"
"죽여? 그는 날 죽일 생각이 없었다. 복종시킬 생각뿐이었지."
"복종?"
"정확히는 나를 필요할 때 쓰겠 다더군. 그자가 다녀간 뒤로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고 아직 아무 일 도 벌어지지 않았다."
"널 어떤 용도로 쓰려고 했는데?"
"잘은 모르지만, 마왕의 권한이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곧 자신을 죽일 상대에게 톨카이는 순순히 아는 것을 말해 줬다.
"나한테 전부 알려 주는 이유는 뭔데?"
"숨겨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
"정보를 가지고 협상할 생각은 없었어?"
"목숨을 구걸하라? 그건 내 자존 심이 허락하지 않는군."
"음..."
괜히 죽이기가 꺼려졌다.
그렇다고 안 죽일 수도 없다.
그를 죽여야만 초월의 돌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게다가 마왕이 착한 놈은 절대 아니었다.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는 없었다.
마왕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웠다.
유준의 검은 자비가 없었다.
검이 기괴하게 꺾이는가 싶더니, 마왕 톨카이의 목을 베고 지나갔다.
서걱!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불가능한 업적!]
[S급 랜덤 스킬 북을 획득합니다.]
[전설 칭호 '마왕 살해자'를 획득 합니다.]
['초월의 돌 위치의 단서가 적힌 종이'를 획득합니다.]
-마왕 살해자(전설) - 신을 제외 한 모든 상대에게 주는 위압감이 300% 증가합니다.
'신을 제외한? 그 말은 신이 있다는 건가?'
칭호 효과는 그게 끝이 아니다.
전설 칭호를 하나 더 획득함으로 써 모든 능력치가 2% 증가했다.
"후우..."
유준이 눈을 감았다.
기나긴 여정에 종지부를 찍을 날 이 머지않았다.
'마왕까지 죽였으니 슬슬 초월의 돌을 얻을 때가 됐지.'
그러나 이번에도 단서를 얻었을 뿐.
아직 그의 손으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마왕이 죽었다.
부활할 줄 알고 긴장하고 있던 조나스 공작의 눈이 커졌다.
"끝…난 건가?"
"공작님. 마왕은 계속 부활할 수 있는 거 아니었습니까?"
후작 마족이 물었다.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네만. 상황을 보니 아무래도 그건 아니었던 거 같군."
"그런데 저 남자는 도대체 누굽니까?"
"아까 그 리치 로드일 걸세."
" 예?"
"분위기를 보게. 흡사하지 않은가."
"그렇다고 해도 언데드가 인간이 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언데드는 저주받았다고 표현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나도 반신반의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정황상 동일한 존재 가 맞을 걸세."
"믿기지 않는군요."
"나도 마찬가지라네. 심지어 인 간의 모습이 되고서 더 강해질 줄 이야. 이때까지 힘이라도 숨긴 것 같더군."
조나스 공작은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네 번이나 부활한 마왕을 손쉽게 처리한 인간.
솔직히 놀랍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아아아아악! 아악!"
멀리 떨어져 있던 마누엘라가 난 데없이 비명을 질렀다.
고통에 몸부림을 치는 그녀에게 유준이 재빨리 다가갔다.
"무슨 일이야?"
"아아...아파!"
조나스 공작이 무언가를 한 것 같지는 않았다.
뭘 한다고 해도 순혈 마녀인 마 누엘라가 쉽게 당할 거 같지도 않고.
그럼 뭘까?
유준은 마누엘라의 손목에 손을 대고 마력을 흘려 넣었다.
마력은 마누엘라의 혈관을 타고 몸 곳곳을 누볐다.
"아악!"
마력이 심장 근처로 간 순간, 마 누엘라의 몸이 크게 요동쳤다.
'이게 문제였군.'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무언가 가 마누엘라의 심장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 크기가 그리 크지는 않았다.
'독은 아니고…저주의 한 종류 같은데.'
그냥 마녀도 아니고 순혈 마녀가 저주에 당하다니.
유준도 정확히는 몰랐다.
그는게임을 다년간 하긴 했지만, 실제로 경험한 것은 많지가 않았다.
하여튼 마누엘라의 상태가 위급 했다.
"네 몸에 저주가 걸려 있는 거 같은데. 짐작 가는 곳 있어?"
"으으..., 모, 모르겠어."
"잘 생각해 봐."
유준이 마누엘라의 입가에 귀한
포션을들이부었다.
포션은 마누엘라의 상태를 호전 시키진 않았지만, 고통은 줄여 주었다.
"마왕이랑 관련되어있는 거 아니야?"
"그, 그런가."
아까보다는 통증이 덜한지 마누 엘라의 표정이 많이 밝아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다시 통증 이 도질 것이다.
마누엘라의 얼굴에 맺힌 식은땀을 대충 닦아 줬다.
"치료 방법은 알겠어? 마녀니까 저주 같은 거에 해박할 거 아니야."
"나도 잘 모르겠어.... 으으."
유준이미간을 찌푸렸다.
'마왕이미리 저주를 심어 둔 건가?'
그랬을 확률이 높다.
마왕이 죽는 순간, 마누엘라가 발작했으니까.
'엘릭서가 소용이 있을까?'
마누엘라에게 엘릭서를 쓰는 건 전혀 아깝지 않았다.
혹시 모르니 물어봤다.
"엘릭서로 괜찮아질 거 같아?"
"...아니. 후욱...아아!"
마누엘라가 심장을 부여잡았다.
조나스 공작이 다가왔다.
"무슨 일인가?"
"저주에 걸렸어."
"저주라니? 누구한테?"
"마왕이미리 심어 둔 거 같아."
"해결법은 있는가?"
"글쎄. 지금 당장은 모르겠네."
"순혈 마녀라면 저주에 능통한 것 아닌가? 본인에게 걸린 저주도
곧잘 해주하곤 하던데."
"보통 저주가 아닌가 보지."
태평한 얼굴의 유준이 인벤토리를 열었다.
해결책은 언제나 인벤토리에 있었다.
평정심 특성을 가진 그는 침착함을 유지했다.
'어디 보자….'
마누엘라를 치료하기 위한 아이템.
그걸 찾기 위해서 유준의 눈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이템 참 많네.'
아직도 착용할 수 없는 아이템이 많았다.
'400레벨이 되면 또 한 번 장비 교체를 해야겠지.'
그의 현재 레벨은 398.
쌓인 미분배 능력치만 300이 넘었다.
'생각해 보니 능력치도 분배 안 하고 마왕이랑 싸웠네. 뭐 결과만 좋으면 됐나. 아, 찾았다!'
유준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인벤 토리를 뒤적이다가 원하는 아이템을 찾아냈다.
[성질 변환 약초]
등급 : 전설
옵션 : 어떠한 성질을 무작위로 바꿉니다.
'이거 엘릭서만큼 귀한 건데.... 쯧. 나중에 초월의 돌 하나 또 찾 아내달라고 해야겠네.'
유준은 약초를 손으로 으깨서 마 누엘라의 입안에 흘려 넣었다.
"삼켜."
성질 변환 약초를 입에 머금은 마누엘라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꿀꺽-.
유준은 그 후 가만히 서서 지켜 봤다.
마누엘라의 심장에 자리 잡은 알 수 없는 기운.
그것이 어떤 성질로 변하든 지금 보단 나을 것이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5권 7화
105화
마누엘라가 눈을 번쩍 떴다.
부들부들 떨던 몸이 진정되었다.
성질 변환 약초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친 게 분명했다.
'긍정적인 성질로 변한 거였으면 좋겠는데.'
유준이 입을 열었다.
"좀 괜찮아?"
"가슴 한쪽에 얹혀 있던 뭔가가
말끔히 씻겨 나간 기분이야…."
그녀가 눈을 뜬 건 다행히 청신 호였나 보다.
"통증이 사라진 걸 제외하고 바 뀐 건 없어?"
"응. 더 건강해진 거 같기도 하고…? 힘이 넘친다고 해야 하나?"
"잠시만."
유준은 다시 마누엘라의 팔에 손을 얹었다.
마력으로 신체 내부를 재탐사했다.
목적지는 정해져 있다.
심장이 있는 곳.
유준이 눈을 크게 떴다.
'심장에 있던 마력이 많아졌어.'
마력이 조금 증가한 수준이 아니다.
이전과 비교해 몇 배는 늘어난 듯 보였다.
물론, 전체적인 양이 아닌 심장 의 마력만 한정해서였다.
그 사실을 당연히 마누엘라에게 알려 주었다.
"정말? 저주를 없애 준 것만으로 도 고마운 일인데…. 진심으로 고
마워! 나중에 뭐든 할게! 진짜진짜 로!"
"그래."
유준은 조나스 공작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마왕 자리가 공석이 되었으니 현재 마계에서 가장 강한 세력을 가졌거나, 무력이 강한 자가 새로 운 마왕이 되겠지."
"그게 누군데?"
"무력만 따지면 그대이겠지만 인 간이 마왕이 된 전례는 없네. 그다 지 혜택도 없고. 게다가 인간의 육
체는 마계 환경에 오래 노출되어 있을수록 쇠약해지지."
" 알아."
"마왕은 나일세."
마음 같아선 마왕 자리도 자신이 가져 버리고 싶지만, 그럼 마계에 몸이 묶이게 된다.
"근데 넌 날 배신했잖아. 남 좋은 일 시켜 주는 거 같아서 지금 기분이 너무 더러운데."
조나스 공작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의 심경을 거슬렀다간 싸늘하게 식은 마왕과 같은 꼴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그게 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었네만, 내가 생각이 짧았네. 정말 미안하네."
목숨이 달린 일이다.
조나스는 무릎까지 꿇으며 진심으로 사죄했다.
쿵.
유준이 머리를 긁적였다.
곧 마왕이 될 자가 무릎을 꿇을 줄은 몰랐다.
이런 걸 바란 건 아닌데.
사실 조나스가 따로 움직여줘서, 초월의 돌 위치에 대한 단서도 얻을 수 있었다.
더 큰 이득을 본 건 유준 쪽이었다.
유준은 대인배인 것처럼 행동했다.
"좋아. 사실 마왕 자리는 크게 관심이 없기도 했으니까."
"고맙네!"
"대신 나중에 내 부탁이나 한번 들어줘."
"물론 들어줄 걸세. 그대가 아니었으면 나뿐만 아니라, 나를 따르는 이들 전부 죽은 목숨이었으니."
"대부분이 죽긴 했잖아."
"...그렇지."
"마왕이 되면 뭘 할 거지? 대륙을 침략한다든가 그러면 안 된다."
"앞으로 백 년은 대륙은 쳐다도 안 볼 걸세. 마계는 넓네. 수많은 도전자들이 새로 마왕이 된 나에게 도전해 올 걸세. 그걸 감당하는 것 만으로도 벅차다네. 대륙을 침략할 겨를 따위는 없지."
"그럼 됐어."
유준은 바로 움직였다.
'초월의 돌을 얻어야지.'
시간을 낭비할 생각은 없었다.
'진화의 열매도 사용해야 하는데.'
진화의 열매뿐만이 아니다.
S급 랜덤 스킬북도 얻었다.
그걸 사용한 뒤 무슨 스킬이 나 올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또 다 른 즐거움이었다.
일단은 초월의 돌이 우선이다.
['초월의 돌 위치의 단서가 적힌 종이'를 획득합니다.]
아까 봤던 홀로그램 메시지.
어느샌가 유준의 손에는 종이 하 나가 쥐여 있었다.
유준은 일행과 함께 대전을 빠져 나갔다.
초췌한 얼굴의 도지윤이 말을 꺼 냈다.
"마왕을 죽인 것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네요."
"그만큼 많이 죽었으니까요. 그
런데 지윤 씨. 많이 피곤해 보여요."
"마음고생을 많이 했나 봐요. 전 그냥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을 뿐 따로 뭘 하거나 하진 않았는데."
"상대가 마왕이니 그럴 만도 합니다."
"유준 씨는 멀쩡하네요."
"예. 의외로 싸울 만하던데요. 마 왕이라고해서 좀 특별할 줄 알았는데."
"그건 그냥 유준 씨가 강해서 그렇게 느끼는 거 아닐까요. 저는 마 왕이 무서웠는데요."
유준이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하여튼 남은 작업도 마무리해야죠."
"초월의 돌요?"
"네."
"힌트는 얻었어요?"
"종이를 받았습니다."
"종이요?"
" 봐요."
유준은 도지윤에게 '초월의 돌 위치의 단서가 적힌 종이'를 보여 줬다.
['정원'이 있는 곳. 그 전장소로 갈 것.]
종이의 이름보다도 간단하고 짧은 내용이었다.
그러나 내용이 뜻하는 바는 명확 했다.
도지윤이 고개를 갸웃했다.
"초월의 돌이라는게 시스템이랑 관련이 있는 거예요?"
"왜 그렇게 생각해요?"
"아니, 마왕을 죽이면 힌트 종이
를 준다는게 이상해서요."
" 그죠?"
안 그래도 뭔가 좀 찝찝했다.
마왕이라는 강한 적을 죽이고 시 스템이 보상을 주는 느낌이라서.
'신들의 전쟁'에는 이정표 같은 것이 없었다.
정해진 길이 없으니 자유도가 넘 친다고 할 수 있었다.
그만큼 불친절해서 유저가 많지는 않았지만.
'내가 누군가의 뜻대로 움직이고 있는 건 아닐까?'
실없는 생각이었다.
유준은 피식 웃고는 걸음을 옮겼다.
중간층.
마왕성의 배경과 전혀 딴판인 그 곳에는 이미 간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곳까지 가는 것에 난항을 겪지는 않았다.
순식간에 중간층에 도달한 유준 일행은 기관부터 찾았다.
"다행히 그대로 있네요."
"누가 건드리진 않았나 봅니다. 찾기 힘든 위치긴 해요."
"근데 정원으로 가는게 목표는 아니지 않나요?"
"예. 그 전장소에 있으라고 했으니 여기서 기다리면...
유준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그그긍.
콰직!
단단한 기관이 한순간에 완전히 바스러졌다.
가루가 되어 바닥에 수북이 쌓일 정도로.
유준이 당황하는 그때 홀로그램 창 메시지가 나타났다.
['초월의 돌'을 획득합니다.]
그게 다였다.
그러나 유준의 마음을 들뜨게 하기엔 충분했다.
'드디어...
도지윤과 마누엘라도 기대에 찬 시선으로 초월의 돌을 바라봤다.
마왕을 죽이는 고생까지 해 가며 얻은 물건이다.
그 효과가 별로일 리 없었다.
"이제 초월 등급 아이템을 볼 수 있는 건가요?"
"예. 잠시만요."
유준은 초월의 돌 아이템 정보부 터 확인했다.
실제로 아이템 등급을 상승시킬 수 있는지 궁금했다.
[초월의 돌]
등급 : 초월
옵션 : 신화 아이템의 등급을 초월로 바꿀 수 있습니다.
드디어!
이걸 얻고자 얼마나 많은 우여곡 절이 있었던가.
덤벼오는 자들을 처치하고, 처치 하고, 처치했다.
'그냥 닥치고 죽이기만 했잖아?'
다시 생각해 보니 우여곡절이 아니었다.
설명은 별것 없었지만, 기대하던 옵션 그대로였다.
"초월의 돌을 사용하기 전에…."
할 일이 있었다.
S급 랜덤 스킬 북을 사용하는 일이었다.
진화의 열매도 마냥 묵혀 둘 수는 없다.
인벤토리에서 랜덤 스킬 북을 꺼 낸 유준은 바로 책자를 펼쳤다.
화아악-!
순백의 빛이 책장으로부터 터져 나왔다.
모두가 = 감는 그때, 유준의 앞에는 홀로그램 창이 한 줄 나타 났다.
[S급 스킬 '절대지기'를 획득했습니다!]
절대지기.
신들의 전쟁에서 얻어 본 적이 있는 스킬이었다.
효과가 등급에 비해 뛰어나기로 유명했다.
'공교롭네. 마왕 살해자 칭호를 얻은 다음에 이런 스킬을 얻은게.'
절대지기는 스킬이지만, 특성으로 분류된다.
사용하지 않아도 플레이어에게서 자동으로 발현되기 때문이었다.
아주 미량의 마력을 지속적으로 소모할 뿐.
절대지기는 적으로 간주하는 모 든 이의 능력치를 퍼센트로 떨어뜨 리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광역 저주 스킬이라고 보면 편했다.
저주보다 좋은 점은 이 능력에 저항할 방법이 따로 없다는 것이었다.
이 스킬을 가진 이보다 체력 능력치가 높지 않으면 무조건 능력치 가 하락한다.
'운이 좋은데.'
절대지기는 보통 운이 아니면 얻 기 힘든 스킬이었다.
유준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여기에 진화의 열매를 사용하 면….'
[진화의 열매]
등급 : 전설
옵션 : 섭취 시, 보유한 스킬이 나 특성 하나를 지정해 특성 혹은 스킬 등급을 상승시킵니다. 또한, 섭취 시에 영구적으로 모든 능력치 가 10 상승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증가하는 건 덤일 뿐.
스킬 등급의 상승이 기대되었다.
SS+등급만 되어도 대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절대지기는 등급 이상으로 올 려 본 적이 없었는데.'
유준이 심호흡했다.
뜸 들일 필요는 없었다.
절대지기에 곧바로 진화의 열매를 사용했다.
눈앞에 뜨는 홀로그램 창을 무시
하고 바로 스킬부터 확인했다.
유준의 눈이 커졌다.
절대지기 (SSS).
단숨에 두 단계 등급이 올라 버렸다.
'행운의 반지 덕인지는 몰라도 계속 운이 따라 주는 느낌인데.'
한순간에 SS등급 스킬을 얻은 유준의 표정이 싱글벙글했다.
'이제 남은 건….'
초월의 돌을 사용하는 것.
그는 자신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예리한 검이 조명 빛에 반사되어 빛났다.
[절대자의 검]
착용 제한 : Lv. 500 이상
등급 : 신화
공격력 : 118,900
옵션 : 모든 능력치가 40% 증가 합니다. '검술'과 관련된 모든 능력 의 효과가 대폭 증가합니다. 방패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검의 공격력이 두 배가 됩니다.
* 전능의 돌 : 모든 능력치
+20%. 모든 스킬의 위력이 300% 추가로 증가합니다.
다시 보니 엄청난 효과의 아이템이다.
공격력은 말할 것도 없고, 부가 옵션도 말이 안 되는 수준.
'이걸 쓰고 있으니 마왕이 상대 가 안 되지….'
그런데 이 무기의 등급이 더 올라간다?
그럼 진짜 범접할 수 없는 무력을 지니게 되리라.
벌써 흥분으로 몸이 떨려 왔다.
"빨리! 빨리해 봐!"
마누엘라도 기대감 어린 얼굴로 유준을 지켜봤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초월의 돌을 무기에 가져다 댔다.
파밧!
한차례 섬광이 번쩍였다.
' 이건….'
먼저 절대자의 검의 외형이 바뀌었다.
더 길어지거나 커지지는 않았지만, 색이 더욱 짙어지고 전체적인
느낌이 차분해졌다.
외형부터 마음에 들었다.
이제 아이템 옵션을 살펴볼 차례였다.
[절대자의 검]
착용 제한 : Lv. 500 이상
등급 : 초월
공격력 : 998,900
옵션 : 모든 능력치가 70% 증가 합니다. '검술'과 관련된 모든 능력 의 효과가 최대폭 증가합니다. 방 패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검의 공
격력이 두 배가 됩니다. 또한, 검을 휘두를수록 공격력이 소폭 증가합니다.
*전능의 돌 : 모든 능력치 +30%. 모든 스킬의 위력이 400% 추가로 증가합니다. 절대로 파손되 지 않습니다.
먼저 공격력이 10배가량 증가했다.
이것만으로도 놀라운 변화인데, 옵션의 상승 폭이 커졌고 심지어 전능의 돌 효과까지 증가했다.
절대 파괴되지 않는다는 옵션도
생겼고.
유준이 입을 떡 벌렸다.
"미친...."
그런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아이템의 효과가 좋았다.
이런 아이템은 생전 본 적이 없었다.
'이건 밸런스 붕괴 수준인데.'
검 하나 좋다고 무적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의 일격을 버틸 자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거기다 그는 전투할 때 방패를 들지 않았다.
검의 공격력이 무려 200만에 필 적하는 셈이다.
심지어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 다 위력이 증가한다니.
이래도 되나 싶어 얼떨떨했다.
"왜, 왜요? 별로예요?"
도지윤의 질문에 유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너무 좋아서 문제 예요."
"좋아서요? 혹시 확인해도 될까요?"
살짝 고민하던 유준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이 아이템엔 그걸 써야겠다.'
[ 영구 소유 낙인의 돌 ]
등급 : 신화
옵션 : 장비 아이템에 '영구 소 유의 돌'을 문지르면 거래 불가능 한 상태가 됩니다. 효과가 발동되 면 가져갈 수도, 거래할 수도 없습니다.
영구 소유 낙인의 돌은 정말 구 하기 힘든 소모성 아이템이었다.
그래서 아끼고 있었는데.
이번에 초월 등급으로 변한 검은 낙인 돌을 써도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유준은 '영구 소유 낙인의 돌'을 절대자의 검에 문질렀다.
돌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효과가 적용된 걸 확인한 유준은 그 제야 일행에게 아이템 정보를 공유 했다.
어차피 이들이 탐내도 가져갈 수 없는 아이템이 되었다.
도지윤과 마누엘라 그리고 파라네트까지 와서 구경했다.
"미쳤네요. 공격력이 무슨…."
황당하다는 듯이 말하는 도지윤.
그녀뿐만 아니라 마누엘라도 경 악했다.
"너도 한번도 못 봤지?"
"응. 애초에 그 무기, 신화 등급 치고도 무척 좋은 편에 속하던 거 같던데."
"맞아. 내가 아는 무기 중에는 제일 좋은 거야."
"...부럽네."
마누엘라가 입맛을 다시며 유준
의 무기를 바라봤다.
유준이 재빠르게 무기를 거둬들였다.
"아, 왜〜! 조금만 더 보자."
"싫어."
"닳는 것도 아니잖아."
"네 눈빛이 불순해서 안 되겠어."
마누엘라가 울상을 지었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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