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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 - 7

75 화

"아니, 간덩이가 너무 부은 거 아니야?"

"어스 드래곤이 뭔 줄은 아는 건가?"

"너무 위험해요."

플레이어들이 갖가지의 반응을 보였다.

유준은 혼자 갈 생각도 하고 있었다.

아이템을 활용하면 혼자서도 어 떻게 되겠지.

그때 처음 유준에게 말을 걸었던 수인족이 입을 열었다.

"본인 실력에 자신이 있는 거 같은데. 한번 확인해 봐도 되겠소?"

"어떤 식으로?"

"대련하는 거요."

"누구랑 하면 되겠습니까?"

"나랑 하면 될 거요. 다들 인정 하오?"

플레이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인정하는 걸 보니 제일 강한 이가 바로 저 수인족인 듯했다.

"좋습니다."

갯과 수인족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상당했다.

레벨이 적어도 400대 후반은 되 지 않을까.

유준과 플레이어들이 저택 마당으로 나왔다.

"난 다베른이라 하오."

"신유준입니다."

"바로 시작하지."

다베른은 봐줄 생각이 없었다.

그가 먼저 땅을 박차고 유준에게 달려들었다.

붉은 기운이 다베른의 팔에 깃들었다.

그 팔을 앞으로 쭉 뻗었다.

후우웅!

유준은 굳이 맞부딪치지 않고 주 먹을 피했다.

겁이 나서 그런 게 아니다.

자신의 공격력이 매우 높다는 걸 인지해서였다.

그냥 무턱대고 충돌했다간 다베 른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유준은 고대 마법을 쓰기로 했다.

속박 마법을 다베른에게 사용했다.

어느새 허공에 생겨난 푸른 실이 다베른의 몸에 휘감겼다.

꽈악.

꼼짝 못 하게 된 다베른이 눈을 크게 떴다.

마력을 끌어 올려 봤지만, 소용 없었다.

얇아 보이는 마력의 실은 그의 몸을 꽁꽁 묶어서 놔주지 않았다.

30초가량 더 실랑이를 벌이다가 다베른이 허탈하게 웃었다.

"어이가 없군."

" 끝났죠?"

"마법사였소?"

"검도 사용합니다."

"그럼 마검사겠군. 내가 졌소."

그러나 엘프 한 명이 결과에 납 득하지 못했다.

"잠, 잠깐만요."

"네?"

"다베른이 방심한 거 같아서요.

저랑도 싸워 봐요."

"그러시죠."

유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일 찍 끝났다.

의구심을 품는 것도 당연했다.

엘프가 대지의 정령과 불의 정령을 소환했다.

유준이 서 있는 자리에서 흙무더 기들이 솟아올랐다.

그 흙들이유준의 몸에 달라붙으 려 했다.

착!

눈 깜짝할 새에 생겨난 실드가 흙들의 접근을 막았다.

스무 개가 넘는 불의 화살들이유준의 실드에 부딪쳤다.

콰콰콰쾅!

실드는 금조차 가지 않고 멀쩡했다.

엘프가 입을 떡 벌렸다.

그 후로도 수차례 공격을 감행했지만, 그녀는 유준의 실드에 실금 하나 낼 수 없었다.

"됐습니까?"

유준은 공격 시도도 하지 않았다.

저 엘프는 툭 건드리면 죽을 것 같아서 쉽사리 공격할 마음이 생기 지 않았다.

"강하시네요. 인정할게요."

그쯤 되자 플레이어들의 심경에 도 변화가 생겼다.

"스킬 등급이 장난 아닌가 본데. 기본 마법인 실드가 저 정도면

"그것보다도 마법이 발현되는 속 도 봤어? 미리 준비하고 있던 것처 럼 생겨나던데."

"마력을 쓰는 것도 엄청 효율적이야. 겉보기랑 다르게 대마도사 의 반열에 든 자 같아."

"지금 보니 아이템도 상당히 좋은 것들을 착용하고 있는 거 같 군."

그때 유준이 입을 열었다.

"같이 갑시다."

다베른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벗어나는게 가능하겠 군."

그가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플레 이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모두가 동참한 것은 아니다.

너무 위험하다며 두 명 정도는 빠졌다.

그렇게 여덟 명의 플레이어가 어스 드래곤 사냥에 나섰다.

어스 드래곤은 임무 내용에 적혀 있던 대로 크록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바로 옆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 도.

어스 드래곤의 거체는 멀리서도 확연히 보였다.

드래곤들 중에서는 급이 가장 떨 어지는 어스 드래곤이지만, 그렇다 고 경시할 수는 없었다.

유준이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꺼내 만일을 위한 준비를 했다.

"오랜만에 보니까 살 떨리네."

"이제 저거랑 싸워야 한다고? 하 아...

플레이어 몇 명이 중얼거렸다.

유준이 다베른에게 물었다.

"어스 드래곤과 싸워 본 적 있습니까?"

"그렇소."

" 결과는요?"

"한 명이 죽었소.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그사이에 도망갔지."

"어스 드래곤이 쫓아오진 않았습니까?"

"여길 벗어나지 않더군."

"영역 침범만 막고, 살생에는 목 적이 없어 보이는군요."

"그런 것 같네."

"촌장이 그래서 그렇게 여유로웠던 건가?"

"그 새끼 얘기는 꺼내지도 마시오. 촌장의 그 비열한 얼굴만 보면

얼마 전에 한 마을을 궤멸시켰던 플레이어가 이해가 가더라니까."

"일단 제가 상대해 볼게요."

먼저 어스 드래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

게임에서야 유저들과 합세해서 어렵지 않게 잡았지만, 이건 현실이다.

게다가 어스 드래곤 개체마다 힘 차이가 큰 것도 생각해야 했다.

유준은 플라잉 마법을 사용해서 어스 드래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녹색과 갈색이 섞인 비늘.

어스 드래곤에게서 고약한 냄새 가 풍겨 왔다.

눈을 감고 잠에 취해 있는 모습.

그러나 공격하려고 하는 순간, 곧바로 잠에서 깰 것이다.

먼저 고대 마법을 사용했다.

'어스 드래곤이 불에 약하다고 했지.'

수백 개의 불덩이가 하늘을 수놓았다.

어스 드래곤의 눈꺼풀이 올라갔다.

불덩이가 어스 드래곤에게로 수

직 낙하했다.

콰콰쾅! 콰앙-!

엄청난 폭음이 울려 퍼졌다.

"해치웠나?"

그때 유준의 등에 업혀 있던 파라네트가 말을 걸었다.

"주인님."

"왜."

"그런 말은 하는 거 아닙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고대로부터 전해져 오는 말입니다. 진짜 해치우기 전에는 해치웠

다고 하면 안 된다고."

"어이가 없네."

파라네트의 말대로 어스 드래곤은 죽지 않았다.

"크오오오!"

고통에 찬 울부짖음.

어스 드래곤이 날개를 펼치며 유준을 향해 날아왔다.

"파라네트."

" 예?"

"저 밑으로 공간 이동해."

"좌표는..."

"시야에 보이면 상관없잖아."

"알겠습니다."

짧은 거리.

그만큼 공간 이동에 소요한 시간 도 적었다.

파라네트의 몸에서 마력의 움직 임이 느껴졌다.

그리고 순식간에 어스 드래곤이 자고 있던 곳으로 이동했다.

어스 드래곤은 갑자기 유준이 사라지자 어리둥절했다.

유준은 마법을 다시 캐스팅했다.

이번에도 불 마법이었다.

"크라아아아악!"

주위를 환하게 밝히는 불덩이들을 본 어스 드래곤이 포효했다.

화가 난 것이다.

드래곤의 포효에 대기가 진동을 했다.

수백 개의 불덩이가 어스 드래곤을 향해 날아갔다.

콰콰콰콰쾅!

어스 드래곤은 역시나 피하지 못 했다.

그러나 맞고만 있을 생각은 아닌 지 거센 화염을 뚫고 유준에게로

날아왔다.

위에서 아래로 하강.

이번엔 공간 이동으로 대처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유준이 몸을 옆으로 내던졌다.

"후와아악!"

어스 드래곤이 입에서 진한 초록 가스를 내뿜었다.

유준이 재빨리 실드를 펼쳤다.

콰직. 콰직!

그 단단한 실드가 무참히 깨져 나갔다.

가스가 유준의 몸을 뒤덮었다.

"홉!"

입을 꾹 다물었다.

고열 가스가 닿는 순간 피부가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이거 위험한데.'

어스 드래곤이 브레스를 쏘는 건 알고 있었다.

역시 게임과는 달리 타이밍을 예 측하기가 힘들었다.

정확히는, 어스 드래곤이 게임처 럼 움직여주지 않았다.

브레스의 대미지가 상당했다.

그의 방어구가 녹슬어 갔다.

유준이 황급하게 자리에서 벗어 났다.

브레스가 뚝 끊겼다.

어스 드래곤이 빨려 들어갈 듯 깊은 눈동자로 유준을 응시했다.

느껴지는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다.

'역시 다 죽어 가는 용이랑은 차원이 다르네.'

그때는 다 차려진 밥상에 수저만 얹었을 뿐이다.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

두 번의 대규모 마법에 당하고도 어스 드래곤은 멀쩡하게 움직였다.

'저놈이 어느 정도인지는 대충 파악했으니 일단 돌아가자.'

유준은 파티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갔다.

어스 드래곤은 유준을 쫓아오려 다 말았다.

그가 일정 영역에서 벗어났기 때 문이다.

"난리가 아니었던데...어떻소? 어스 드래곤을 상대해 본 경험 O "

수인족 다베른이 물었다.

"꽤 강하더군요."

"...그게 다요?"

"예. 단숨에 처리하긴 힘들어 보이네요."

"이길 수는 있을 것 같소?"

"물론이죠."

"지나친 자신감은 아닌 것 같고. 당신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우린 뭘 하면 되겠소?"

"실례일 수도 있지만 각자 능력 좀 알려 주시겠습니까?"

"그러지. 어스 드래곤을 잡기 위

해서라면 뭘 못하겠소."

"저부터 알려 드릴게요."

아까부터 주목받고 싶어 하던 엘 프 한 명이 먼저 자신의 기술을 알 려 주었다.

그녀의 차례가 끝나고 유준은 플레이어들의 능력을 모두 들었다.

"으음."

어스 드래곤에게 효과적인 능력을 가진 이가 거의 없었다.

능력을 조합하기에도 마땅하지 않고.

그나마 쓸모 있다고 생각되는 건

다베른이 가진 도발 스킬.

그리고 마족 한 명이 지닌 고위 저주 스킬이었다.

"이 둘이 핵심이고. 나머지 분들은 어스 드래곤이 지쳤다고 생각할 때 공격해 주시면 됩니다. 그렇다 고 섣불리 행동했다가 반격당하면 책임 못 지고요."

"눈치 있게 행동하라는거군."

"그렇습니다."

"알겠어요."

"맞는 말이야."

준비라고 할 건 딱히 없었다.

유준은 인벤토리에서 소모성 아이템 하나를 꺼내 주머니에 넣어 뒀다.

" 가죠."

유준과 파티원들은 어스 드래곤 의 영역 바로 앞에서 멈췄다.

"어스 드래곤은 죽지만 않으면 금방 몸이 회복되어서 장기전으로 가면 우리가 불리해요."

"어차피 당신의 역할이 크잖소. 우린 처음과 마무리만 잘하면 되는 거고."

"맞아요. 잘 이해하셨군요."

유준이 먼저 영역 안으로 진입했다.

극도로 경계하고 있던 어스 드래 곤이 곧바로 유준을 향해 브레스를 내뿜었다.

파라네트는 이미 공간 이동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스 드래곤의 바로 뒤쪽 공간으로 이동한 유준이 검을 들고 달려 갔다.

놈은 이미 입으로 브레스를 쏘아 내고 있던 상황.

유준이 쾌속 전진과 참격 스킬을 사용했다.

콰아앙-!

검으로 후려쳤을 뿐인데, 어스 드래곤의 꼬리 부근에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어스 드래곤의 두껍고 긴 꼬리가 반 토막 났다.

"쿠오오오!"

어스 드래곤이 황급히 날개를 펼 치며 날아오르려 했다.

" 지금!"

유준이 외쳤다.

마족 플레이어가 어스 드래곤에게 S등급의 쇠약 저주를 걸었다.

아무리 드래곤이라도 S등급의 저주에서 온전할 수 없었다.

날아오르던 어스 드래곤의 몸이 축 처졌다.

유준은 미리 준비한 수백 개의 불덩이를 어스 드래곤의 꼬리 쪽으로 날렸다.

콰쾅! 콰앙!

이미 잘려 있던 꼬리는 불로지져지면서 재생력이 급감했다.

어스 드래곤이 끔찍한 고통에 몸 부림쳤다.

'드래곤은 꼬리에서 가장 큰 고

통을 느낀다고 했지.'

어스 드래곤은 고통으로 정신이 혼미한 상황일 것이다.

지금이 기회였다.

유준이 주머니에 넣어 뒀던 소모 성 아이템을 꺼냈다.

[마법 중폭 비약]

등급 : 전설

옵션 : 단 한 번, 섭취하고 사용 하는 마법의 위력이 3배 증가합니다.

마법 증폭 비약.

마법사들이 아주 유용하게 사용 하는 아이템이다.

스킬이 아닌 마법에만 적용되기 때문이었다.

아쉽게도 마법 증폭 비약의 보유 수량은 많지 않았다.

유준은 현재 자신이 가진 마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고대 마법 중, 가장 위력이 센 마법을 골랐다.

'내 마력으로도 아직 사용 못 하는 마법이 있구나.'

괜히 EX+등급이 아닌 것이다.

유준이 마력을 끌어 올렸다.

공간 장악.

난이도 있고 엄청난 마력을 잡아 먹는 마법이다.

그 범위를 어스 드래곤을 덮어씌 우는 정도로 한정했다.

그때 어스 드래곤이 귀신같이유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도발! 빨리 써요!"

유준이 외쳤다.

수인족 다베른이 고개를 끄덕이 며 우렁차게 소리쳤다.

"여길 봐라! 와아아아악!"

어스 드래곤의 고개가 다시 돌아 갔다.

그리고 공간 장악 마법이 발동했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4권 3화

76화

공간 장악.

지정한 범위 안에 있는 공간을 완전히 지배할 수 있게 해 주는 마법이다.

유준은 공간을 축소. 그리고 또 축소했다.

어스 드래곤의 몸이 비틀렸다.

공간 장악은 안 그래도 위력이 강한 마법이다.

그런데 거기에 마법의 위력을 3배 증가시켜 주는 비약까지 마셨다.

아무리 드래곤이라고 하더라도 멀쩡할 수는 없었다.

콰직! 콰직!

뼈가 으스러지고,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어스 드래곤의 몸이 기괴한 방향으로 비틀려 갔다.

어느 순간.

콰지직!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불가능한 업적!]

[신화 아이템 박스(무작위)]

[전설 칭호 '드래곤 슬레이어'를 획득합니다.]

[임무 '#4480. 어스 드래곤 처치'를 완수했습니다.]

"...신화 아이템 박스?"

어스 드래곤을 잡은 게 그리 큰 업적인가.

그는 한 번도 신화 아이템 박스를 얻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약간 얼떨떨했다.

'무작위 박스가 있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게 신화 등급으로 나오다니.

유준은 먼저 전설 칭호부터 확인 했다.

-드래곤 슬레이어(전설) - 모든 능력치가 10% 증가합니다.

'역시 이거네.'

이 칭호 또한 얻은 적이 있어서 효과를 알고 있었다.

모든 능력치 10% 증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얼마나 좋은 칭호인지 알 수 있었다.

그때 다베른이 다가왔다.

그는 놀란 듯, 입을 다물지 못 하고 있었다.

"진짜로 처리했구려. 믿을 수가 없군."

"말했잖습니까. 시간이 좀 걸릴 뿐이라고."

"그런 것치고는 시간도 오래 걸리진 않은 거 같은데. 진짜 대단 하군. 그대만큼 강한 플레이어는 본 적이 없소."

다베른이 낯부끄러운 칭찬을해서 유준이 말을 돌렸다.

"다들 다친 곳은 없죠?"

"다칠 틈이 있어야 다치지. 다들 멀쩡하오. 레벨들도 많이 오른 모 양이더군. 업적도 달성하고. 우리로 서는 땡잡은 거요. 아무것도 안 하고 보상을 얻었으니. 고맙소."

"임무가 완료됐으니 마을로 돌아갑시다."

"난 그 촌장을 몇 대 패줘야 직 성이 풀릴 것 같소."

"그러진 마요. 잡혀가니까."

"사자들...알고 있소 "

"갈까요, 이제."

"그럽시다."

그때 파라네트가 다가와 유준의 귓가에 무어라 속삭였다.

유준의 얼굴이 굳었다.

"저 잠시만 여기 있다 갈게요. 먼저 가세요."

"무슨 일로...?"

"저기 드래곤 뼈로 할 게 있어서요. 제가 써도 되죠?"

다베른이 파라네트를 힐끔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요. 당신이 혼자 잡은 것 이나 다름없으니."

"다행이군요. 이따 봅시다."

"그러지."

유준은 파라네트와 어스 드래곤 의 영역에 남았다.

모두가 간 걸 확인한 유준이 입을 열었다.

"새끼가 있다고?"

"정확히는 알입니다."

"어디서 봤는데?"

"땅속에서요."

"응? 땅속에 있는 걸 네가 어떻 게 봐?"

"소리를 들었습니다. 알이 깨지는 듯한 소리라고 해야 하나?"

"그걸 어떻게 듣냐고."

"그건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상 식적으로 생각해 보십시오. 어스 드래곤이 왜 이곳만 지키고 있었겠습니까. 다 자기 새끼를 지키기 위

함이죠. 실제로 우리가 거리를 벌 리면 절대 안 쫓아왔잖습니까."

"네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라니까 괜히 열 받는데. 뭐 네 말이 일리는 있네."

유준이 예민한 감각을 사용했다.

고대 마법으로 주위에 결계를쳤다.

상당한 양의 마력이 빠져나갔다.

"안내해."

"예!"

어스 드래곤이 항상 누워 있던 땅.

알은 그 땅속에 있었다.

"뭔가 양심이 찔리는데…."

"뭐가 말입니까?"

"드래곤을 죽이고 남은 알을 가져간다는게."

"하핫. 주인님이 그런 걸 언제부 터 신경 쓰셨다고 그럽니까."

"뭐...?"

"죄, 죄송합니다."

파라네트가 땅을 파서 알을 건네 주었다.

[정체를 알수 없는 알]

등급 : 신화

옵션 : 정체를 알 수 없는 알입니다.

"이것도 아이템 취급인가?"

그런데 등급이 신화 판정을 받았다.

심상치 않았다.

"근데 부화하려면 한참 남은 거 같은데?"

"그러게요. 알에 흠집 하나 없군요."

"아까 알 깨지는 소리 들렸다 며?"

"...잘못 들었나 봅니다."

"알이 하나만 있는게 아닌가?"

그 생각으로 주변을 더 뒤져 봤지만, 소득은 없었다.

"저 잘했습니까?"

" 뭐?"

"알 찾아냈잖아요."

"아. 맞아. 잘했어. 알을 찾다니 아주 큰 도움이 되었구나."

대충 칭찬해 주었다.

알만 얻을 순 없다.

유준은 어스 드래곤의 뼈를 챙겼다.

마물, 초월종과 마찬가지로 어스 드래곤의 뼈 또한 아이템으로 취급 되고 있었다.

덕분에 인벤토리에 넣어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마을로 돌아가니, 축제 분위기가 한창이었다.

"오? 사람들이 의외로 좋아하네요?"

유준이 다베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주민들은 그럴 만도 하지. 작물을 재배해야 할 공간을 되찾았으니까 말이오."

"사실 그건 촌장도 기뻐해야 할 일인데 말이죠."

"당장 급전에 눈이 멀었던 거지. 딱히 그가 흉계를 꾸미거나 하진 않았지만, 괘씸한 건 어쩔 수 없소."

"복수할 생각은 아니죠?"

"내 나름대로 생각해 보고는 있

지만 별로 떠오르는 건 없구려."

촌장이 크게 잘못한 건 맞다.

그러나 꼭 처단해야 할 악인까지는 아니었다.

그는 그저 상황을 이용해서 자기 이득을 챙겼을 뿐이다.

'뭐, 나도 저들처럼 당했으면 화 가치밀어 올랐겠지만.'

그는 이번 임무로 얻은 게 너무 많았다.

불만이 생기려야 생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언제까지 여기 있을 수는 없어.'

한시 빨리 6계로 가야 한다.

정확히는 1계지.

결국, 유준은 마을에서 하루도 보내지 않고 떠나기로 했다.

6계로 가는 문은 마을마다 있었는데,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임무를 완수했을 때.

그때로부터 24시간 이내로 입장 이 가능했다.

만약 24시간을 초과하면 새로운 임무를 또 받아야 했다.

'보상도 안 주는 임무를 하면서 시간 낭비를 하는 건 의미가 없지.'

그래서 바로 6계로 넘어갔다.

[6계에 입장하셨습니다!]

[미분배 포인트 30을 획득합니다.]

[무작위로 특성 한 개를 얻습니다.]

[플레이어에게 막대한 행운이 깃 들었습니다!]

[특성 '마법 이해(S)'를 획득합니다.]

유준의 입이 귀에 걸렸다.

6계로 가면 특성을 얻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등급의 '마법 이해' 특성이라니.

그것도 고대 마법 (EX+)을 얻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기뻐하지 않고 배길 수 없었다.

'그때 행운의 반지를 먹은 게 진짜 신의 한 수가 됐네.'

그로 인한 나비효과가 어마어마 했다.

마법 이해 특성의 효과는 간단하다.

마법의 위력을 증가시켜 주는 것.

또한, 동시에 여러 마법을 사용 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도 한다.

그냥 고대 마법의 성능이 더 향 상되었다고 보면 편하다.

"주인님. 행복해 보이십니다."

"심연에 오길 잘한 거 같긴 해."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너도? 넌 왜?"

"드래곤의 뼈를 얻었잖습니까. ㅎㅎ. 그걸로 저를 강화해 주시려는 거죠?"

"아니? 뭔 소리야? 이건 나중에 재료 아이템으로 쓸 거야."

파라네트가 충격받았는지 두 팔 이 힘없이 내려갔다.

"예? 거짓말이죠? 드래곤 해체 작업은 저를 위해서 한 게 아니었 단 말입니까? 제가 드래곤 알도 찾 아 드렸는데...

유준이 피식 웃었다.

녀석의 뼈 강화도 물론 시켜 줄 생각이다.

드래곤의 뼈가 워낙 거대하니 뼈 강화에 전부 사용하지 않을 뿐.

유준이 주위를 둘러봤다.

6계는 그리 넓지 않았다.

사각형의 큼지막한 단상.

단상을 둘러싼 관중석.

블랙마켓의 경매장과도 흡사한 분위기를 풍겼다.

백 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이들이 따분한 표정으로 한곳에 앉아 있었다.

'다행히 아직 시작 안 했나 보네.'

128명이 모여야만 6계의 임무가 시작될 것이다.

토너먼트.

그게 6계의 핵심이었다.

여기서 대련을 통해 승부를 겨룬다.

특징으로는 상대방 혹은 자신이 죽을 수 있다는 것과,

상대를 죽여도 아무런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것 정도가 있다.

그리고 결투에서 이길 때마다 적 지 않은 경험치가 주어졌다.

그때 파라네트가 물었다.

"5계로 가기 위해선 어떡하면 되는 겁니까?"

"간단해. 8위 안에 들면 돼."

"8강...그럼 4연승을 해야 한다는 거네요."

"그렇지. 잘 아네."

"저 이래 봬도 연금술사였습니다. 이런 단순한 계산은 식은 죽 먹기지요."

"하여튼, 어려울 건 없어."

"싸우기만 하면 되니까요?"

"강하면 장땡이지."

"주인님에겐 아주 쉽겠군요."

물론 여기 토너먼트에 참가하는 이들의 수준은 높았다.

다른 곳에서 온 플레이어들이나 심연에서 거주하는 플레이어들.

6계까지 왔다는 건 그만한 강자 라는 것이다.

유준은 경계해야 할 자가 있는지 플레이어들의 면면을 관찰했다.

아이템 수준이유독 뛰어난 자 들.

보통 아이템만 좋은 걸 착용한 경우는 없다.

무력이 뒷받침되는 이들이 좋은

장비를 착용하고 있을 뿐.

그래서 무력을 측정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방의 아이템을 살 펴보는 것이었다.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줄줄이 꿰 차고 있는 유준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때였다.

유준에게 다가오는 이가 있었다.

머리에 뿔이 달린 것을 보니 마 족인 것 같았다.

"인간? 인간이 여길 온 건가?"

"맞는데."

"어떻게 왔지?"

"어떻게 오긴? 걸어서 왔지."

도중에 공간 이동 마법도 몇 번 사용하긴 했다.

유준이 물었다.

"그건 왜 묻는데?"

"나약한 인간이 여길 왔다는게 믿기지 않아서 그렇다."

"너 혹시 마계에만 있었냐?"

"그렇다."

"응. 알았어. 그럼 그렇지."

유준이 그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마족이미간을 찌푸렸다.

"인간. 날 무시하는 건가?"

"응."

"간덩이가 부었군."

"내가 인간인데 마족인 널 무시해서?"

"잘 알고 있구나. 그럼 네가 지금 해야 할 행동도 잘 알고 있겠지."

"응."

"당장 무릎을 꿇...

유준은 고개를 숙이는 척하다가 앞으로 주먹을 쭉 뻗었다.

빠악!

"컥!"

마족이유준의 주먹을 맞고 멀리 튕겨 나갔다.

놈은 경기장 끝까지 날아간 다음에야 관중석에 부딪혀 멈출 수 있었다.

"왜 시비야."

이런 마족들이 가끔 있다.

마계에만 갇혀 있다 보니 인간을 극도로 경시하고 자신을 과대평가 한다.

특히 좋은 가문에서 태어난 마

족일수록 이런 경향을 띠었다.

게임에서도 이런 마족이 있어서 신기하게 생각했었는데.

현실 반영이제대로 된 거였구 나.

"주인님. 뒤처리는 제게 맡겨 주 시죠."

"됐어. 강한 놈이면 이따 붙게 되겠지."

그게 아니면 신경 쓸 필요도 없을 테고.

정신을 차린 마족이 분개한 얼굴 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유준은 마법으로 범위는 좁지만 튼튼한 결계를 만들었다.

'마법 이해' 특성을 얻어서일까.

마법을 사용할 때의 마력 효율이 좋아진 듯했다.

'등급 값은 하네.'

그에게 시비를 걸었던 마족이 결 계를 두드렸지만, 어림도 없었다.

그렇다고 공격 능력을 쓰면 바로 6계에서 퇴출당한다.

마족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분을 삭일 수밖에 없었다.

'토너먼트 시작까지 아직 시간이

좀 남은 거 같으니 미뤄뒀던 것 좀 해 볼까.'

아직 신화 아이템 박스를 개봉하지 않은 상태였다.

"후우..."

유준이 떨리는 얼굴로 신화 아이템 박스를 열었다.

박스에서 환한 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눈앞에 떠오르는 홀로그램 창.

유준이 눈을 빛냈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4권 4화

77화

[신화 아이템 박스(무작위)를 사용했습니다!]

[신화 등급의 아이템을 무작위로 한 개 획득합니다.]

아이템의 등급이 신화에서 끝나 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설레지 않을 수는 없었다.

'장비 아이템보다는 소모성이 좋

긴 한데.'

유준은 박스에서 나온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했다.

[천년 마력초]

등급 : 신화

옵션 : 섭취하면 마력이 영구적으로 250 증가합니다. 천년 마력초 의 효과는 단 한 번 적용됩니다.

"...미친. 이게 나와?"

다른 능력치에 비해 마력 능력치는 아이템으로 올릴 방법이 많긴

했다.

그러나 마력 능력치도 순수 능력치 중 하나였다.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능력치 이기도 하고.

그런 마력을 250이나 증가시키는 천년 마력초가 나올 줄이야.

'신화 등급 장비 아이템이 나온 것보다 몇십 배는 더 좋은 상황인데.'

저도 모르게 웃음이 실실 나왔다.

지금 가장 필요하다고 느낀 게 마력 능력치인데.

이렇게 바로 나와줄 줄이야.

공교로웠다.

고대 마법을 얻은 순간부터 계속 마법과 관련된 보상을 얻는 것 같았다.

운이 좋아도 너무 좋은 게 아닌가.

'나야 좋지.'

파라네트한테 줄까 생각도 했다.

녀석에게는 호리단의 반지가 있으니까.

그러나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250이나 올려주는 걸 녀석한테 주는 건 너무 아깝지. 효율 문제를 떠나서.'

거기다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봐도 나쁘지 않은 선 택이었다.

고대 마법을 얻은 이상 마력 능력치의 중요성은 전보다 더 커진 상황.

능력치의 퍼센트 증가 효과들을 생각하면.

자신도 파라네트 못지않게 이득을 볼 수 있었다.

'내가 먹어야지.'

언젠가 천년 마력초를 또 얻게 되면 그때 파라네트에게 주면 된다.

그럴 일은 희박하지만.

유준은 천년 마력초를 으적으적 씹어 먹었다.

알싸하고 씁쓰름한 향이 입안에 싹 맴돌았다.

목을 타고 넘어가자 극도로 시원 한 청량감이 느껴졌다.

[천년 마력초를 섭취했습니다!]

[마력 능력치가 '250' 증가합니다.]

마력 250.

단순 수치로 계산하면, 유준은 62번 레벨을 올려야 얻을 수 있는 정도였다.

그걸 아이템 하나로 얻었다.

유준의 입이 자연스레 호선을 그렸다.

"주인님? 어떤 게 나왔길래 그리 좋아하십니까?"

"넌 몰라도 돼."

왠지 알면 화낼 거 같았다.

"너무합니다."

"알면 다쳐. 진짜로."

"예...."

유준은 상태창을 열어 증가한 마력을 확인했다.

'보면 볼수록 뿌듯하네.'

그나저나 레벨이 340에 달해 있었다.

곧 350레벨이 되면 500레벨 신 화 무기를 착용할 수 있게 된다.

방어구와 장신구도 업그레이드 가능했고.

그렇게 되면 조율은 혼자만의 힘

으로도 박살 낼 수 있지 않을까.

일단 확실한 건 그와 앞서 싸웠던 세 명은 가뿐히 이길 거라는 것.

'심연에 온 건 역시 정답이었어.'

대기 시간은 길었다.

꼬박 이틀이 지나서야 128명이 채워졌으니까.

유준이 허탈하게 웃었다.

"여기서 시간을 다 날릴 줄이야..."

시간제한이 있는 건 아니다.

초조해할 필요는 없었다.

토너먼트가 시작되었다.

여기서 또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무려 3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드럽게 오래 싸우네.'

심지어 서로 간의 수가 유준의 눈에는 다 보여서 보는 재미도 없었다.

그래도 결국 그의 차례가 오긴 왔다.

유준의 128강 상대는 블랙 오크였다.

심연에서 자주 보이는 종족이다.

태생이 심연인 건 아니지만, 여 기에 있으면 본연의 힘이 강해 진 다고 했던가.

세계관 설정이 그러했다.

녀석은 자신 있는 발걸음으로 경기장에 올라왔다.

유준도 경기장에 올라갔다.

'멀리서 보는 거랑 좀 다르네.'

경기장이 꽤 높이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생각한 것보다 경기장이 넓었다.

관중도 꽉 들어섰다.

'심연 거주민들이 많이 온다고 했으니.'

경기장의 열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 열기에 취한 것인지 블랙 오 크가 심취한 표정을 지었다.

"심연에서 인간을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군."

"너도냐?"

" 으응?"

"아까 마족 한 명도 그랬거든. 진짜 지겨워죽겠네. 인간만 보면

다 우스워?"

유준이 짜증 어린 얼굴로 묻자,

"아, 아니! 나는 뭐라 하려는게 아니었다. 그냥 인간을 오랜만에 본다고 한 거뿐이다. 진짜 보 기 힘들었으니까!"

얼마나 억울했으면 블랙 오크가 울먹거렸다.

"으, 웅. 미안."

"아니다. 오해할 수도 있지."

"시작할까?"

"그러지. 후욱!"

블랙 오크가 글레이브를 들고 달려들었다.

후우웅!

묵직한 소리를 내며 날아오는 글 레이브를 유준은 가만히 서서 기다렸다.

정확히는 제자리에서 마력만 끌 어 올렸다.

순식간에 생겨난 실드가 글레이 브를 튕겨 냈다.

블랙 오크가 다시 움직이려 했지만, 녀석은 이미 속박되었다.

무형의 기운이 블랙 오크의 몸을 두들겼다.

"아아악!"

"기권해."

"아, 알았다! 기권하지!"

[이번 경기의 숭자는 '신유준' 플레이어입니다.]

이틀을 넘는 시간을 기다린 게 허무할 정도로 경기가 빨리 끝나 버렸다.

관중들이 놀라 웅성거렸다.

"뭐야?"

"마법사 맞지?"

"캐스팅 속도가 어찌 저리 빠르지? 마력 능력치에 아예 올인했나?"

"마력만 높다고 캐스팅 속도가 빨라지겠냐. 좋은 특성이나 스킬 같은 게 있는 거겠지."

"그래도 저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용언 마법도 아니고."

"대박이다. 블랙 오크가 그냥 아무것도 못 해보고 당했잖아."

"이거 이변인데?"

웅성거림이 잦아들 때쯤, 유준

은 제자리로 돌아가 다시 차례를 기다렸다.

"이걸 세 번 더 반복해야 하는 겁니까?"

"그건 통과 조건이고. 이왕 여기 온 거 일등 하고 가야지."

"주인님이 괜히 명예욕 때문에 그럴 리는 없고…보상을 더 주는 거겠죠?"

"이제 날 좀 아는구나."

"크흠. 이 정도는 기본입니다."

그 후 경기 내용은 자세히 설명 할 필요도 없었다.

유준은 고대 마법을 활용해서 상 대방을 쉽게 무력화했고.

죽기 싫은 상대방은 기권했고 반 항하면 망설임없이 죽였다.

그렇게 4강까지 올라왔다.

이제는 진짜배기들만 모인 셈.

유준이 나머지 세 명의 장비를 살폈다.

'역시 운으로 올라온 놈은 없나.'

세 명 다 500레벨에 근접해 보였다.

그래도 500은 넘지 않았다.

400대 중반부터는 레벨 올리기가

무척 힘들다.

괜히 조율 멤버들이 500레벨 넘은 걸 자랑스러워한 것이 아니다.

유준은 4강 상대도 고대 마법만으로 쓰러뜨렸다.

이번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리긴 했지만, 마법 몇 개 더 사용한 정 도.

그에게 패배한 엘프가 황당한 표 정을 지었다.

"진짜 강하시네요."

" 뭘요."

이제 결승이 남았다.

결승 상대는 공교롭게도 아까 유준에게 시비를 걸었던 마족이었다.

"너 잘 만났다."

활짝 웃고 있는 것을 보니 자신이 이기리라고 확신하는 듯했다.

실제로 그는 결승까지 올라오면서 모든 상대를 손쉽게 죽였다.

자신감을 가질 만했다.

"인간. 내 이름은 커트론이다. 널 죽일 대 마족의 이름이니 잘 새겨 두는게 좋을 거다."

커트론의 전신에 검붉은 기운이 어렸다.

피부를 따갑게 만드는 기운이 경 기장을 장악했다.

"커트론? 이름 멋지네."

"크하하... 지금 그렇게 나온다 고 내가 봐줄 것 같은가. 잘 가라."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한 놈이 검붉은 기운을 쏘아 냈다.

주변의 공기가 뜨겁게 달궈졌다.

파괴적인 성향의 그 기운은 실드를 깨트리고 유준에게 날아왔다.

유준은 굳이 그 기운을 건드리지 않았다.

쾌속 전진을 사용해 기운을 비껴

가며 마족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검을 뽑아 마족 의 두 팔을 잘랐다.

서걱! 석!

"…으, 으아아아! 아악!"

두 팔이 잘린 커트론이 뒷걸음질쳤다.

유준은 커트론의 다리마저 절단 했다.

거만했던 마족의 표정이 일그러 졌다.

"잠깐..! 너 마법사 아니었…."

"응. 아닌데."

"비, 비겁한 놈!"

"그래, 미안하다. 검도 쓰고 마법도 써서."

"아니. 으으으. 사, 살려 줘."

"많이 아프냐?"

커트론이 고개를 죽기 살기로 끄 덕였다.

"나도 아프다. 마음이."

푸욱!

유준의 검이 마족의 심장을 꿰뚫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축하합니다!]

[토너먼트의 우숭자는 '신유준' 플레이어입니다!]

그렇게 우승자가 결정되었다.

파라네트가 고개를 갸웃했다.

"토너먼트치고는 되게 허무하네요."

"강한 놈이 없었어."

유준은 5계로 넘어갔다.

[5계에 입장하셨습니다!]

[미분배 포인트 40을 획득합니다.]

[전설 등급 장비 아이템을 획득 합니다.]

['유연한 스네이크 가죽 갑옷'을 획득했습니다.]

5계 입장 보상은 살짝 아쉬웠다.

그에게 전설 등급 아이템은 쓸모 가 없었다.

'미분배 포인트로 만족하자.'

너무 쉽게 5계로 왔으니 불평하기도 뭐했다.

"5계는 어떻습니까?"

"이제는 내가 다 알 거라고 장담 하는 거야?"

"당연하죠. 모르십니까?"

" 알아."

"그럴 줄 알았습니다."

"5계는 별것 없어. 여기도 미로야."

"오, 그럼?"

"응."

"제가 나설 차례군요."

유준은 파라네트에게 기억하고 있는 좌표를 불러 주었다.

곧바로 공간 이동 마법을 사용했다.

[4계에 입장하셨습니다!]

[미분배 포인트 50을 획득합니다.]

"크〜 포인트가 달달합니다."

파라네트의 말에 유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응? 뭔데?"

" 예?"

"너도 보상받고 있어?"

"예."

" 뭐?"

"네?"

"어떻게? 이거 플레이어한테만 주는 걸 텐데."

"엥? 그런 거였습니까?"

"몰랐어?"

"아니, 저도 강해지는게 느껴져 서요. 능력치가 오르는 줄 알았습니다."

"잠시만."

유준은 파라네트의 상태창을 확 인했다.

능력치를 본 유준이 입을 떡 벌렸다.

파라네트의 착각이 아니었다.

실제로 녀석의 능력치가 확 증가 한 것이 보였다.

'그럼 앞으로도 계속 능력치가 나랑 같이 오르는 건가? 특성이나 아이템 보상은 안 받은 거 같은데.'

물론, 능력치를 유준이 받은 것

처럼 많이 오르진 않았다.

그래도 올랐다는 것이 중요했다.

시스템이 성장형 소환수라고해서 플레이어 취급을 할 리가 없고....

이유를 모르겠다.

격이 몇 단계나 상승해서 그런 걸까?

유준의 표정을 살피던 파라네트 가 입을 열었다.

"잘된 거 아닙니까?"

"그치."

4계.

이곳은 썩은 강으로 가득했다.

강물에 신체 부위가 닿는 순간 몸이 썩어 문드러진다.

밟을 곳이 얼마 없어 조심해야 했다.

해도 뜨지 않아서 무척 음산한 분위기였다.

"혹시 저도 강에 떨어지면 위험 합니까?"

"한번 담가 봐."

"시, 싫습니다."

"지금 내 명령 거부하는 거야?"

"...네? 진짜로 합니까?"

"장난이야."

"짓궂습니다."

"다 너 좋아해서 그러는 거지."

"그, 그렇습니까."

사실은 파라네트가 놀리는 맛이 있었다.

"이제 공간 이동하면 됩니까?"

"그건 아니야."

"그럼요?"

"여긴 파티원이 있어야 해."

"파티요? 플레이어랑요?"

"응."

" 왜죠?"

"몰라. 임무 자체가 그래. 파티를 맺으래."

"저와 맺으시죠."

"소환수는 파티원 취급 안 될 걸."

혹시 몰라서 해 봤는데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다.

"어떡해요, 그럼? 여기 돌아다니는 플레이어를 찾아야 합니까?"

"원래는 그런데. 방법이 또 있어."

때마침 유준의 눈앞에 홀로그램창이 나타났다.

[둥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동료 두 명을 구하세요. 0/2]

[메신저에 있는 플레이어를 불러 올 수 있습니다.]

연락 말고는 쓸데가 없어 보였던 메신저.

이걸 활용할 때가 왔다.

물론, 아무렇게나 불러올 수 있는 건 아니다.

상대방의 수락이 있어야만 했다.

그래서 유준은 먼저 연락을 했다.

[.신유준 : 홍예지 씨.]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홍예지에게서 금방 답장 왔다.

[홍예지 : ??????????]

[홍예지 : 유준 씨가 웬일로 먼 저 연락을 다 주셨어요?]

[*신유준 :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홍예지 : 부탁이라됴?]

[*신유준 : 혹시 바쁘십니까?]

[홍예지 : ㅋㅋㅋ뭐예요. 그걸 처음에 말해야죠.]

[*신유준 : 제가 지금 위험하지만 좋은 곳에 와 있습니다. 같이하 실래요?]

[홍예지 : 위험하지만 좋은 곳...? 뭔가 되게 위험해 보이는데요. 여러 가지 의미로.]

[*신유준 : 보상이 좋다는 의미 입니다.]

[홍예지 : 뭐든 간에 가려고 했었어요. 저야 유준 씨가 불러 주 면 대환영이죠!]

[*신유준 : 다행이군요.]

홍예지는 섭외가 됐다.

한 명 더 남았는데, 생각해 둔 사람이 있다.

[*신유준 : 연락 가능하십니까.]

[주동현 : 무슨 일이죠?]

주동현.

미래 예지와 천리안을 지닌 보조 능력의 대가였다.

유준으로서도 탐이 나는 인재.

그에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신유준 : 제가 어딜 왔는데. 여기가 좀 위험합니다. 주동현 씨 의 도움이 필요해서요.]

답장은 곧바로 왔다.

[주동현 : 도움을 먼저 청하시니 오히려 제가 기쁘네요. 물론입니다. 도와 드리겠습니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4권 5화

78화

'내가 덕을 쌓은 덕분인가.'

유준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홍예지와 주동현이 그의 옆으로 소환되었다.

이게 시스템의 힘이었다.

[파티원이 모두 모였습니다.]

[3계로 가는 방법을 찾으십시오.]

이번엔 입구를 찾는 것이 아니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나왔다.

유준은 그 방법을 알고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반갑습니다."

"예."

"그런데 여긴 어디예요?"

홍예지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심연이라는 곳입니다."

"시, 심연요? 제가 아는 그 심연 맞나요?"

"예. 맞을 겁니다."

"혹시 심연 입장권을 얻으신 건 가요?"

"예, 맞습니다."

"우와. 위험하고 좋은 곳이래서 그게 어딜까 궁금했는데. 그 의문 이 오자마자 딱 해결되네요."

"심연을 경험해 보신 적 있으십니까?"

"게임에서요. 제가 신들의 전쟁을 했었다고 했죠? 근데 전 심연을 클리어 못 했었어요."

"그랬군요."

당연하다.

심연을 마지막까지 공략한 건 유준의 파티를 제외하고 없었으니까.

"저희를 초대하신 거 보면 여긴 4계겠죠?"

"예. 잘 아시는군요. 맞습니다."

"다른 파티원이 없다는 건데 여 기까지 혼자 오신 거예요?"

유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홍예지가 황당하다는 듯 웃었다.

'말도 안 돼….'

신들의 전쟁에서 심연은 보통 서버에서 제일 강한 이들 여러 명이

모여서 도전할 만한 것이었다.

그런데 혼자 왔다니?

심지어 4계까지 왔는데 멀쩡한 모습이었다.

'역시 장난 아니게 강하구나, 이 사람.'

홍예지는 대륙에 존재하는 온갖 강자들을 봐 왔다.

그중에서도 눈앞의 남자는 가히 독보적인 존재라고 할 만했다.

'과연 1계까지 갈 수 있을까?'

최상위 랭커들 중에 몇몇은 심연에 갔다가 끝에 도달하지 못하고

실패했다고 들었다.

"유준 씨.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주동현이 말했다.

유준이 고갯짓을 했다.

"미래 예지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예? 시스템이 그래요?"

"이곳에서는 그 능력이 봉인된다 고 하는군요."

장소에 따라 사용할 수 없는 스킬이라니.

미래 예지가 워낙 사기적인 능력

이라, 시스템 쪽에서 막아놓은 걸까?

"그럴 거 같았습니다. 괜찮아요."

"제가 별로 쓸모없을 텐데요. 천 리안 말고는 딱히 특출 난 게 없어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유준이 웃으면서 말하자, 주동현 이 안도했다.

"그래서 먼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천리안인데. 그건 가능할까요?"

"예. 가능합니다. 어딜 확인하면 되죠?"

"북서 방향으로 60km 떨어진 곳 입니다."

"잠시만요."

주동현이 천리안을 발동했다.

그의 눈이 확 뒤집혔다.

주동현은 1분이 지난 뒤에 눈을 떴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덩치 큰 몬스터 없었어요?"

"예. 갈색? 깃발 하나 덩그러니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자, 잠깐만요."

그때 홍예지가 끼어들었다.

"유준 씨가 어떻게 4계 공략법을 알고 계신 거예요?"

"네?"

"신들의 전쟁 안 하셨다고 하지 않았어요?"

"맞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돈 주고 정보를 샀죠."

"아."

홍예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를 샀다는데 더 뭐라 물어 볼 수는 없었다.

"파라네트."

유준의 부름에 파라네트가 가까 이 다가왔다.

"다들 여기 붙으세요."

"뭐 하시게요?"

"보면 압니다."

파라네트가 공간 이동 마법을 사용했다.

좌표 위치는 주동현이 천리안으로 살핀 곳이었다.

화아악-!

순백의 빛이 일행을 덮쳤다.

"이거…. 혹시 공간 이동 스킬이에요?"

"예."

"여기가 아까 말한, 60km 떨어 진 곳?"

"예. 맞아요."

"이제 웃음만 나오네요."

"왜요?"

"소환수가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하는 건 첨 봐서요. 그것도 엄청 장거리잖아요."

"운이 좋았습니다."

"뭐만 하면 운이 좋대 r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유준이 고개를 돌렸다.

"주동현 씨. 천리안을 앞으로 세 번 더 사용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마력은 충분하시죠?"

"넉넉합니다."

"이번엔 동쪽으로 100km 방향을 확인해 주세요. 오차를 최대한 좁 혀야 하니 그 근처 일방을 다 확인 해 주셨으면 합니다."

"예. 맡겨 주세요."

유준이 구체적으로 부탁했기에 이번엔 시간이 좀 걸렸다.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유준은 그사이에 땅에 꽂혀 있는 큰 깃발에 손을 댔다.

[첫 번째 깃발을 찾았습니다.]

[남은 세 개의 깃발을 찾으십시오.]

역시 이렇게 하는 것이 맞았다.

"유준 씨. 몬스터가 있습니다."

"어떻게 생겼죠?"

"생긴 것만 보면 고릴라 같은데 무척 큽니다."

그렇다면 거긴 건너뛰어야 한다.

몬스터가 두려워 피하는게 아니다.

그곳에 있는 몬스터를 잡으면 깃 발을 찾은 게 초기화가 된다.

몬스터가 없는 곳부터 가는 것 이제대로 된 공략법이었다.

"동현 씨. 부탁드립니다."

유준은 주동현에게 또 다른 곳을 봐 달라고 했다.

"이번엔 아무도 없습니다."

"붙어요."

화아악-!

[두 번째 깃발을 찾았습니다.]

[남은 두 개의 깃발을 찾으십시오.]

남은 깃발을 찾는 것도 순조로웠다.

유준은 공간 이동 마법과 천리안 만으로 어떻게 보면 제일 까다로운 4계 임무를 간단히 공략했다.

홍예지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진짜 너무 쉽게 가네요."

천리안과 공간 이동 마법.

며칠, 길게는 한 달까지도 걸리는 임무를 1시간도 채 걸리지 않고 끝냈다.

주동현을 부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예지가 하품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는 할 게 없는데요? 그래도 절 부르신 이유는 있겠죠?"

" 없습니다."

"네?"

" 없습니다."

"그럼 왜 부른 건데요?"

"그야 당연히 인원수 채우기…."

홍예지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 자, 유준이 황급히 말을 바꿨다.

"일 리는 없고. 홍예지 씨가 상황 판단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해서입니다."

"그렇죠?"

"예."

유준과 일행은 3계로 입장했다.

[3계에 입장하셨습니다!]

[미분배 포인트 50을 획득합니다.]

[전설 칭호 '심연 하계 도달자'를 획득합니다.]

-심연 하계 도달자(전설) : 동 일 종족을 상대할 때 대미지가 20% 증가합니다.

"미분배 포인트 50. 거기에 전 설 칭호까지. 보상이미쳤네요."

"이걸 저희 둘 다 받는 겁니까?"

홍예지와 주동현이 감탄했다.

"예. 다음 계층으로 넘어갈 때 마다 그럴 겁니다."

그들은 그때야, 유준이 얼마나 좋은 곳에 초대해줬는지 알게 되었다.

"고마워요. 불러 줘서."

"저도 감사드립니다."

"다 필요해서 부른 건데요 뭐. 아니면 나중에 선물이라도 주던가요. 장비 아이템 말고."

"…그럴게요."

그들은 이 심연의 보상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발판을 얻은 셈이었다.

유준도 칭호 보상이 마음에 들었다.

신화 칭호 '불가능이란 없는'.

이 칭호는 자신의 전설 이상 칭 호가 증가할수록 효과가 증가한다.

전설 칭호는 효과가 어떻든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한번 확인해 볼까.'

-불가능이란 없는(신화) - 보유 한 전설 이상 칭호의 수만큼 모든 능력치가 2% 증가합니다. 현재 (22)% 증가.

보기만 해도 든든했다.

레벨이 오르지 않은 건 아쉽지만, 그런 것보다 칭호 하나가 더 큰 힘이 되었다.

"이런 걸 진짜 받아도 되는 건 지…."

홍예지가 너무 기뻐했다.

사실 심연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으며, 때가 되면 이러한 보상들을 모두 얻을 수 있다.

다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아무 도 모르는 일이라는게 문제지.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심연 1계까지 공략하면 조율과 제대로 맞붙을 생각이었다.

"저도 2계는 처음 와 봤어요. 여기는 어떻게 해야 해요? 유준 씨는 알고 있어요?"

"곧 알려 주겠죠."

이미 알고 있지만, 설명하기가

귀찮았다.

[다른 이들과 함께 거대 인면지 주를 처치하십시오. 0/1]

인면지주.

사람의 얼굴을 한 거미 몬스터였다.

거대 인면지주는 이름부터 그렇 듯 매우 컸다.

수십, 수백은 되는 플레이어들.

그들은 하늘의 절반은 가리는 듯한 인면지주를 상대로 힘겨운

전투를 하고 있었다.

"다리를 다 잘라! 우선 놈의 기 동성을 빼앗아야 한다!"

"저 단단한 걸 어떻게 자르는데요?"

"독 연기 나온다! 다들 실드 준 비해!"

"누구 드레인 계열 스킬 없어? 저놈한텐 그게 젤 잘 먹히던데!"

"그 귀한 능력을 누가 가지고 있겠소!"

플레이어들이 고함을 지르고 난 리가 아니었다.

유준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벌써 시작했네."

"이거 설마 보스 레이드에요?"

홍예지가 말했다.

유준이 고개를 저었다.

"비슷해요. 근데 전쟁에 더 가 깝죠. 이 정도 규모면."

"확실히 그러네요…."

"저걸 잡아야 2계로 넘어갈 수 있는 거죠?"

"예."

그 순간 주동현의 얼굴이 창백

하게 질렸다.

"저, 저기에 껴서 싸워야 하는 겁니까, 우리?"

" 아뇨."

" 예?"

"2계로 가려는 거 아니었어요?"

"2계는 안 갑니다."

유준이 단호하게 말했다.

홍예지가 입을 벌렸다.

"...아니. 왜요?"

"바로 1계로 갈 거예요. 시간 단축하려 고요."

"그럼 2계 진입 보상을 못 받는 거 아니에요?"

"2계를 거치지 않고 1계로 가면 1계 보상이 극대화돼요. 그걸 노 리는 겁니다."

"유준 씨는 그걸 어떻게 알아 요?"

"돈 주고 샀죠."

"누구한테요?"

"궁금한 게 많으시네요."

"네?"

"때론 그 궁금증이 독이 되기도 합니다."

"...죄송해요."

유준은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거대 인면지주가 있는 곳과는 정반대의 방향이었다.

"어딜 가는 거예요?"

"1계로 갑니다."

"그런 길이 따로 있었나요?"

"조용히 따라오세요. 제가 길을 압니다."

그는 앞서 말한 대로 1계로 가는 길을 알고 걷고 있었다.

거대 인면지주와 전투하는 수백 의 플레이어들이 작은 점으로 보

이는 거리에 도달했을 때쯤.

유준이 걸음을 멈췄다.

마력을 끌어 올렸다.

그의 전신에서 막대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그가 땅에 검을 내리꽂았다.

그의 마력 능력치는 천이 훌쩍 넘는 수치를 기록했다.

그런 만큼 마력이 한동안 계속 빠져나와 검을 타고 흘러내렸다.

유준은 그 외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마력을 뿜어내기만 할뿐.

홍예지와 주동현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가만히 지켜봤다.

그의 기이한 행동이 끝날 기미 가 보이지 않자, 홍예지가 입을 열었다.

"뭐 하는 거예요?"

"부르고 있습니다."

"누굴요?"

"브로커요."

"...브로커요?"

"집중해야 하니 지금은 말 걸지 마요."

"알았어요."

사실 그는 신들의 전쟁에서 이런 방법으로 브로커를 불러내지 않았다.

'그땐 귀한 소모성 아이템을 여 러 개 썼었지.'

지금의 그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미 보유한 마력 능력치가 무척 높은 덕이었다.

유준이 한 일은 헛된 게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브로커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쩌적. 쩍.

바닥을 뚫고 나온 브로커의 외 형은 두더지 그 자체였다.

"거래?"

녀석이 다짜고짜 그런 말을 했다.

유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1계로 가는데 드는 비용은 알 고 왔겠지?"

"물론이다."

"3인. 그럼 가격은 늘어나. 그것도?"

"알고 있어."

"총 6억 포인트야. 시간 없으니까 빨리 줘."

브로커 두더지가 재촉했다.

"1계 중간 지점으로 갔으면 하는데."

유준의 말에 브로커가 눈을 크 게 떴다.

"중간 지점? 이 친구가 날로 먹 으려고 하네. 그건 나로서도 위험 부담이 커서 힘들어."

"그냥 가 달라는 건 아니고."

유준이 인벤토리를 열고 아이템 한 개를 꺼냈다.

[알록달록 산호초]

등급 : 전설

옵션 : 강력한 독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산호초를 브로커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뭔지 알지?"

"이 귀한 걸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어어, 중간 지점으로 가고 싶다 했지?"

"그래."

브로커가 방긋 웃었다.

"알록달록 산호초라면 내 목숨

을 걸 만하지."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4권 6화

79화

알록달록 산호초는 브로커, 즉 곤족들이 환장하고 좋아하는 간식 이었다.

곤족들 중에서 정말 계급이 높 거나 돈 많은 이들만 알록달록한 산호초를 구경해볼 수 있었다.

알록달록 산호초는 그만큼 심연에서 희귀한 물건이었다.

"이 일을 하다 보면 가끔 산호초를 챙겨 오는 감 좋은 친구들이 있지."

자신을 '도롱'이라 소개한 브로커 가 말했다.

"그럴 때마다 기분이 좋아. 우리는 알록달록 산호초 하나면 반년은 행복하게 살 수 있거든."

"그래서 가져온 거야."

"크. 우리 친구가 될 수 있겠는데?"

"크〜. 좋지."

도롱이 땅굴로 유준 일행을 안내 했다.

"와, 넓다..."

홍예지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생각한 것보다 더 큰 땅굴이었다.

"여긴 내 전용 굴이야."

"심연 괴수들은 땅굴에 살아간다 고 들었는데. 그건 해결된 거야?"

"아니!"

"…그럼 가다가 마주칠 수도 있겠네?"

"그렇겠지."

"해결법은?"

"네가 처리해!"

"뭐, 그럴 거라고는 생각했어."

땅굴은 계속 아래로 이어져 있었다.

경사진 길을 쭉 걸었다.

"이런 곳이 있군요. 1계로 가는 입구가 여기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건가요?"

홍예지가 궁금했는지 물어 왔다.

유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입구는 따로 없습니다."

"그럼요? 입구가 없으면 1계로 어떻게 가요?"

"뭔가 잘못 알고 계시네요. 심연

의 3계와 2계 그리고 1계는 이어져 있습니다."

"...진짜요?"

"네."

"그것도 돈 주고 산 정보고요?"

" 당연하죠."

"주인님."

그때 파라네트가 입을 열었다.

" 왜?"

"3계와 1계가 다른 곳이 아니라면 공간 이동 능력을 사용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게 가능했으면 내가 진작 부 탁했겠지."

"안 되는 겁니까?"

"불가능해. 공간 이동이나 포털을 막는 결계가 있어. 1계 전체를 덮고 있어서 좌표를 알아도 소용없지."

"그렇군요."

"인간 친구. 심연에 대해 잘 알 고 있네?"

도롱이 말했다.

"음."

"준비를 많이 했나 봐? 실력에도 자신이 있어?"

"넌 길만 잘 안내하면 돼."

"믿음직스럽고 좋네."

여러 갈래 나뉜 길.

브로커 도롱이 없으면 1계로 찾 아갈 수 없었다.

도롱은 무너진 길이 있으면 특유 의 땅 파는 능력으로 뚫고 지나갔다.

"유준 씨."

묵묵히 걷고 있는데 홍예지가 뒤에서 말을 걸어왔다.

"예."

"6억 포인트는 어디서 난 거예요?"

"아이템 팔아서 벌었죠. 몬스터 사냥으로도 포인트가 들어오니까 좀 쌓였고."

"...대규모로 사업을 하지 않는 이상 그런 돈은 손에 쥐기 힘들 텐데요?"

"비밀입니다."

유준의 단호한 대답에 홍예지는 굳이 더 묻지 않았다.

그녀는 대륙의 정세에 밝았다.

그래서 일개 플레이어가 6억 포

인트를 가진 건 흔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

길 안내 한번 받는 조건으로 6억 포인트를 선뜻 내민다?

홍예지는 유준이 선금 3억 포인트를 브로커에게 줄 때 표정을 유 심히 살폈었다.

3억이라는 거금이 사라졌는데도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는 그런 돈을 아무렇지 않게 낼 정도의 재력가인 걸까.

보면 볼수록 놀라운 사람이었다.

그때였다.

"인간 친구! 근처에서 심연 괴수 냄새가 나."

"수는?"

"하나!"

유준이 예민한 감각을 사용했다.

민첩 능력치가 높아지니 이 특성 이 진가를 드러냈다.

흙더미 속에 숨어 있는 심연 괴 수의 기척이 또렷하게 느껴졌다.

"하나가 아니라 둘인데?"

"응? 그래?"

유준이 마력을 끌어 올렸다.

그는 웬만하면 마법으로 해결할 생각이었다.

이 땅굴에서 격하게 움직이면 귀 찮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허공에 커다란 빛의 화살 두 개 가 생성되었다.

화살은 심연 괴수가 숨어 있는 곳을 정확히 집어냈다.

푹! 푸욱!

조용하게 날아간 빛의 화살이 심 연 괴수 둘의 목을 꿰뚫었다.

사족 보행 괴수 둘의 숨이 끊겼다.

"감이 좋네, 친구."

도롱이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뒤로도 심연 괴수는 수시로 등장했다.

그때마다 유준이 나서서 처리했다.

위기라고 할 만한 상황은 단 한 번도 연출되지 않았다.

위로 갔다가, 아래로.

다시 위로.

구부정한 길을 빠르게 지나갔다.

그렇게 유준 일행은 1계에 도착 했다.

1계 중심부.

심연의 온갖 강자들이 돌아다니는 살벌한 곳.

그러나 심연의 1계는 무릉도원 이 연상될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득했다.

꽃밭, 빛을 내는 벌레들.

심연이라는 말과는 사뭇 분위기 가 다른 풍경이었다.

2계, 3계와는 확연히 달랐다.

"후우..."

"지친다. 지쳐."

심연의 주민들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고위 사자.

그들은 각자 무기를 들고 엄중한 표정으로 걷고 있었다.

"심상훈이 1계에 있다며? 그런데 왜 그림자도 안 보여?"

"누가 발견했다고는 하는데 그놈

이 워낙 잽싸야지. 금방 도망가 버 렸대."

"그럼 1계에 없다는 거야?"

"그건 모르지. 1계에 있을 수도 있고 10계에 있을 수도 있고."

"그게 가능해? 각 계층을 그렇게 자유롭게 왕래하는게?"

"적어도 우린 가능하지."

"우린 사자잖아. 놈은 아니고. 비교할 게 따로 있지."

"재판을 받은 후에 도망친 녀석 이야. 무슨 특이한 능력이라도 있겠지."

"하, 귀찮게 됐네."

고위 사자들은 '심상훈'이라는 플레이어를 수색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러나 보름 가까이 소득이 없었다.

그들뿐만 아니라, 심연 수뇌부에 소속된 이들 대부분이 이 일에 동 원되었는데도 그러했다.

"심상훈 그놈이 뭘 갖고 튀었길 래 이 난리일까?"

"응? 죗값을 안 치르고 도망가서 수배당하는 거 아니었어?"

"야, 설마 이유가 그거 하나뿐이

겠냐? 아닐 거다. 분명히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어."

"그게 뭔데."

"그러니까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라고 했잖아. 내가 알겠냐?"

"왕의 딸이라도 납치했나?"

고위 사자 한 명이 우스갯소리로 말하자, 다른 한 명이 정색했다.

"너. 말조심해. 직위 박탈당하고 싶어?"

자신이 실수한 걸 깨달은 고위 사자가 입을 꾹 다물었다.

"괜한 억측을해서 좋을 거 없어. 우린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하 면 되는 거야."

그 순간이었다.

땅속에서 곤족으로 보이는 자가 난데없이 벌컥 튀어나왔다.

"으.…"응?"

"곤족?"

땅에서 튀어나온 곤족, 브로커 도롱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사, 사자?"

"너 곤족. 네가 왜 여기에 있지?"

"죄, 죄송합니다. 제가 길을 잘못 찾아온 듯합...

그때 도롱의 밑에서 유준과 해골 기사가 나왔다.

고위 사자와 도롱이 아무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설마 브로커?"

"곤족이 여기에 있는 경우는 브 로커가 아니면 설명이 안 되지."

고위 사자들이 삼지창을 들고 천 천히 다가왔다.

"자, 잠깐만요!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요즘 브로커들 때문에 여간 골 치 아픈 게 아니었는데. 마침 잘됐 군."

"저 돌아간다니까요! 왔던 길 그 대로 가겠습니다!"

"이미 죄를 저지른 이상, 벌을 피할 수는 없다."

도롱이유준을 원망스러운 눈초 리로 노려봤다.

"뭘 그렇게 봐?"

"너 때문에 이렇게 됐잖아! 눈치가 없는 거야?"

"일부러 나온 건데."

"뭐?"

유준이 검을 꺼내 고위 사자들에게 겨눴다.

"너 미쳤어? 사자분들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당장 무기 내려 놔!"

도롱이 발을 동동굴렀다.

"인간. 죄를 저지르고도 그걸 뉘 우치는 기색이 없군."

"뉘우칠 필요가 없으니까."

"뭐라?"

고위 사자들이 황당해했다.

왕을 제외하고, 심연에 있는 자 라면 고위 사자를 앞에 두고 그 누 구도 이리 떳떳할 수 없었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건가?"

"1계에 올 정도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텐데."

"저, 저랑 저 인간은 상관이 없습니다! 그냥 저는 억지로 협박을 당해 안내했을 뿐이에요! 그냥 보 내 주시면 안 될까요?"

도롱이 다급하게 외쳤다.

손까지 싹싹 비비면서 애원하는

모습이 사뭇 안쓰러웠다.

"그건 이 인간을 처리하고 나서 정하도록 하지. 곤족 너는 그대로 가만히 서 있도록."

"네, 넵!"

더 이상의 경고는 없었다.

고위 사자 한 명이유준에게 창을 뻗었다.

타닥!

그때 유준의 몸이 사라졌다.

쾌속 전진.

석!

창을 뻗던 고위 사자의 왼쪽 팔 이 절단되었다.

다른 고위 사자 둘이 황급하게 뛰어왔다.

유준은 뒤로 물러나며 마력을 끌 어 올렸다.

허공에 수십 개의 빛 화살들이 나타났다.

쐐애액-!

화살은 생성되는 즉시, 고위 사 자들에게로 날아갔다.

두꺼운 물의 장막이 생겨 빛의 화살을 막았다.

콰앙!

그사이에 유준이 움직였다.

순식간에 휘둘러진 검이 고위 사 자 한 명의 목을 갈랐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속박 마법이 남은 둘의 몸을 묶었다.

고위 사자들은 지닌 힘이 강력해 속박을 금방 풀어냈다.

잠깐의 경직이 있었을 뿐.

그러나 그 짧은 시간은 유준이 고위 사자들의 목숨을 앗아 가기엔 충분했다.

서걱! 석!

울상을 지으며 서 있던 브로커 도롱이 입을 떡 벌렸다.

"무, 무슨..."

심연에 온갖 해괴망측한 일이 생긴다지만, 심연 1계에서 고위 사자들을 죽이다니?

"대, 대단해! 대단하긴 한데! 너 간덩이가 부은 거야?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어?"

도롱이 절규하듯 말했다.

"왜 그래? 목격자는 없어."

"목격자? 심연 1계는 모두 심연 왕의 감시 아래 있는 거 몰라? 심 연 왕이 이미 네 만행을 봤을 수도 있다고! 아니, 확률적인 문제가 아니야 이건. 고위 사자가 죽었으니 무조건 확인해 볼 거야."

"걱정 참 많네."

"당연하지! 하. 나 진짜 어떡하지? 괜히 일 나왔다가 이게 무슨 일이야. 흐엉, 헝!"

도롱이 눈물을 홀리더니 울기 시

작했다.

"그만 질질 짜라."

"뭐? 그게 네가 할 소리야?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조심해서 나가지 그랬어. 아무리 급해도 밖은 확인하고 나가야지. 그건 네 잘못이야."

"허? 너만 따라서 안 나왔어도 이 사달은 안 났어!"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은 도롱 뿐이 아니었다.

홍예지와 주동현도 갑작스레 벌 어진 일에 당황한 건 매한가지.

그러나 입만 뻐끔거릴 뿐, 무어

라 말을 꺼내진 못했다.

도롱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제 어쩔 건데?"

"뭘 어째. 길 안내해 줘서 고맙다."

유준이 3억 포인트를 도롱에게 건네주었다.

"선금을 제외한 돈이야."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고위 사자를 죽였으니 우린 죽을 때까지 벌을 받을 거라고! 심연의 형벌이 어마어마한 건 알고 있을

거 아니야!"

"3계로 도망가면 되지."

"고위 사자들이 바보야? 나도 너 와 같이 수배될 거고 어디로 가든 소용없어. 심연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이런 짓을 저 지른 거야?"

도롱이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초조해하는 도롱과는 달리 유준은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그는 아무 생각없이 고위 사자를 죽인 것이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그들을 죽이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니 고위 사자와 바로 마주친 건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었다.

"유준 씨가 괜히 그랬을 리는 없 고 무슨 이유인가요?"

홍예지가 물었다.

"심연 왕을 만나려고요."

"그래서 죽인 거예요?"

"예."

"그냥 왕을 찾아가면 안 되는 건가요?"

"심연 왕은 아무나 안 만나 줍니다. 측근들조차 그 얼굴을 보기가 힘들죠. 왕을 만날 방법은 이것 말고는 없다고 보면 됩니다."

일단 게임에서는 그랬다.

이렇게까지 안 하면 절대 안 만 나준다.

그가 사이코패스도 아니고 일부 러 고위 사자를 건드렸겠는가.

다 이유가 있어서 한 행동이었다.

"도롱. 너는 가 봐."

" 뭐?"

"너한테 수배가 내려지는 일은 없을 거야."

"그게 가능해?"

"음."

"어떻게 확신해?"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4권 7화

80 화

1계 전체가 소란스러워졌다.

유준이 고위 사자들의 시신을 그 대로 방치하고 떠난 탓이다.

소식은 금방 널리 퍼져 나갔다.

"미쳤군."

"고위 사자를 건드리다니.... 누구 짓일까?"

"지금 수배 중인 놈 짓이겠지."

"그 특이한 이름을 가진 녀석?"

"응, 심상훈이던가."

"어휴, 간 떨리는 짓을 어떻게 그리 잘하고 다니냐."

"마을 학살 사건도 그놈 짓이잖 아?"

"그것뿐이겠어? 이건 행간에 떠 도는 소문인데 녀석이 현계와 심연을 연결하려는 시도를 했대."

"...뭐? 현계?"

"확실한 건 아닌데. 한번 통로가 열렸던 적이 있대."

"그럼 입장권없이도 올 수 있는 거야?"

"그럴걸."

"도망치려고 했나 보네."

"근데 너도 알다시피 수배를 당 하면 심연을 못 벗어나잖아. 결국, 실패로 돌아간 모양이야."

"현계로 갔으면 왕께서 진즉 아 셨겠지."

심연 주민들이 그렇게 떠들다가 고위 사자 한 명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입을 꾹 다물었다.

"분위기 한번 살벌하네."

"우리도 어서 들어가자고. 이럴 때 밖을 나돌아다니면 괜히 휘말릴

수 있으니까."

"그래."

주동현이 불안한 눈으로 유준을 바라봤다.

"왜 그렇게 봐요?"

"미래 예지가 안 통하는 곳입니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겁이

나는군요."

"괜찮을 겁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위험해요. 악어 입에 목을들이미는 꼴이 라니까요."

홍예지가 연신 손톱을 물어뜯으 며 말했다.

그런 그들의 불안을 유준은 충분 히 이해했다.

누가 봐도 위험한 일이었으니까. 유준조차도 긴장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파티원들에게 내색해서 좋을 게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악어 입이 있으면 검으로 베면 되지, 왜 목을들이밉니까."

"왜 싸우기도 전에 겁부터 먹어요. 우린 이깁니다. 아뇨, 제가 알아서 다 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유준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홍예지가 살짝 안심했다.

"진짜 용감하시네요."

그녀는 비꼬는게 아니었다.

순수하게 감탄한 것이다.

얼마 전까지 지구에 살았던 현대 인이 맞나 싶을 정도였으니까.

어떻게 저리 적응이 빠를까.

그렇게 일행은 고위 사자들 보란 듯이 아무렇지 않게 걸어 다니게 됐다.

"주동현 씨."

" 예?"

"혹시 왕이 있는 곳도 천리안으로 살펴볼 수 있을까요?"

"그가 있는 곳의 위치를 알면 염탐할 수 있겠지만, 모르잖습니까?"

"압니다."

"네?"

"저기."

유준이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 리 켰다.

육안으로 보이는 건 없었다.

주동현이 고개를 갸웃할 때 유준 이 다시 입을 열었다.

"천 킬로미터 정도? 거리에 있을 겁니다. 한번 확인해 봐요."

"그러죠."

주동현이 능력을 발동했다.

유준은 그를 지켜 서며 주위를 경계했다.

그때 고위 사자들이 그들 옆을 지나갔다.

홍예지가 숨죽이며 상황을 지켜 보다가 그들이 멀어지자 입을 열었다.

"모르네요?"

"아직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했나 보죠. 혹여 심연 왕이 그 상황을 봤다고 해도 그 내용이 전달되기까 진 시간이 걸릴 테니까요."

"그럼 언제까지 이 상황이유지 될까요?"

"심연 1계에는 새로운 얼굴이 많 이 나오진 않으니 금방 알아차릴 겁니다. 그 전에 왕에게 가야겠죠."

"심연 왕한테는 왜 가려고요?"

"받을 게 있어서요."

"왕한테요?"

"예."

"왕을 언제 봤다고요?"

"그건.…"

그때였다.

주동현이 감았던 눈을 뜨더니 입을 열었다.

"왕궁 안을 살펴보는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요?"

"그래도 희미하게 형체가 보이는 수준이라 심연 왕을 확인하기는 했습니다."

"그 안에 있다는 거죠?"

"거처에 있습니다. 왕궁의 꼭대 기 층에."

"알았어요."

왕이 왕궁 안에 있다는 걸 확인했다.

그렇다면 여기 더 있을 필요가 없었다.

유준 일행이은밀하면서도 빠르 게 움직였다.

그렇게 한 10분쯤 이동했을까.

주동현이 입을 열었다.

"유준 씨."

"예. 뭐죠?"

"저 멀리서 고위 사자? 맞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보이는 자들이 수십 명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거리가 얼마나 되죠?"

"지금 속도면 1분 뒤에는 마주할 거 같습니다. 정면으로요."

"우릴 알고 오는 거 같습니까?"

"예."

"우회해서 가 보죠."

그러나,

"그대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또 정면입니다."

고위 사자들은 유준 일행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고 있는 듯했다.

"이러면 피해서 갈 수는 없겠네요."

"어쩌죠?"

홍예지가 물었다.

"어쩌긴요. 부딪쳐야죠."

"고위 사자 수십 명... 가능할까요."

"글쎄요. 저쪽에 고위 사자만 있는게 아니라면 지금은 힘들 수도 있겠네요."

"그럼.....*?"

"준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제 전체적으로 아이템이 한번 바뀔 시기가 되었다.

유준은 인벤토리에서 350레벨에 착용할 아이템들을 앞쪽으로 배치했다.

'레벨 몇 개만 더 올리면 돼.'

여차하면 전투 도중에 아이템을 착용할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유준 일행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고위 사자들 무리와 맞닥뜨리게 되었다.

사나운 기세를 폴폴 풍기며 나타 난 고위 사자들.

홍예지와 주동현의 몸이 절로 움 츠려 졌다.

"그대가 고위 사자 셋을 죽였는가?"

앞장서 있는 고위 사자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잘 찾았군."

"날 잡으러 온 거지?"

"고위 사자 셋을 죽인 큰 죄. 그 리고 브로커를 통해 1계로 넘어왔더 군. 그 죄까지해서 너는 총 6,050 년 가시 지옥에서 속죄해야만 할 것이다."

"육천 년? 너무한 거 아니야? 나는 그렇게 오래 살지도 못하는데."

"그건 내 알 바가 아니다. 죽을

때까지 자신이 한 행동을 반성하고 뉘우치면서 살도록."

고위 사자가 손짓했다.

그 뒤에서 수십 명의 고위 사자 가 뛰쳐나왔다.

유준이 검을 빼 들면서 고대 마법을 사용했다.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마력이 그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마력 파장.

가진 마력을 증폭시켜서 주위로 퍼뜨리는 마법이었다.

고대 마법 술식을 알지 못하면

마력만 낭비하는 매우 비효율적인 마법.

그러나 고대 마법 술식을 알고 있으면 다르다.

그 어떤 마법보다도 효율적이며 강한 무기가 되는 것이다.

콰직. 콰지지직!

마력과 마력 간의 충돌.

마치 스파크가 이는 듯했다.

폭발 수십 개가 동시에 일어났다.

콰콰쾅! 콰쾅!

"크악!"

"억!"

유준에게 달려들던 고위 사자들이 튕겨 나갔다.

그중 몇 명은 목숨을 잃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유준이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좋아.'

이제 두 개의 레벨만 더 올리면 된다.

고위 사자들은 엄청난 폭발에 일

순 당황한 듯했다.

"뭐, 뭐야?"

"무영창으로 저런 마법을 쓴다고?"

"어쩌지?"

그래서 유준에게 쉽사리 접근하지 못했다.

"저런 마법은 한 번, 많아야 두 번이 끝이다. 계속 공격해."

계급이 가장 높은 고위 사자, 즉 대장 사자의 말에 나머지 고위 사 자들이 용기를 냈다.

다시 유준에게로 달려들었다.

확실히 앞선 고위 사자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마력이 넘치는 유준으로서도 방 금과 같은 공격을 두 번 연속 사용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건 아무것도 안 했을 때의 얘기고.

그가 최상급 마력 포션을 꺼냈다.

바닥났던 마력이 금세 불어나기 시작했다.

유준이 바로 앞까지 쇄도한 고위 사자 한 명에게 검을 휘둘렀다.

후웅! 석!

한 명이 창을 마주 뻗었다.

까앙!

유준의 검과 창이 부딪치자 고위 사자의 몸이 멀리 떨어져 나갔다.

그때 곧바로 마력 파장 마법을 사용했다.

콰콰콰쾅!

아까와 비슷한 위력의 폭발이었다.

허나.

이번엔 고위 사자들이미리 실드 마법을 준비한 탓에 큰 효과를 발

휘하지는 못했다.

'눈치가 빠르네.'

일행은 이미 멀찍이 떨어진 지 오래.

좋은 판단이다.

고위 사자들과의 싸움에서 그들은 지금 방해만 될 뿐이다.

최상급 마력 포션을 다시 꺼내려는데 고위 사자들이 황급히 달려와 서 막았다.

카앙! 서걱!

그들은 유준이 마력 포션을 마실 틈을 안 줬다.

설령 마신다고 해도 그에 대한 대비는 다 되어 있었다.

뒤에서 대기 중인 고위 사자들이 매의 눈으로 전투를 지켜봤다.

'좋아. 마법은 이제 안 통한다는 거지.'

유준은 전혀 낙담하지 않았다.

그의 진짜 무기는 마법이 아닌 검이었다.

서걱! 슥!

그가 검을 휘두르는 족족, 그게 목이든 무기든 숭숭 잘려 나갔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마냥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고위 사자들의 힘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고, 그들의 수는 많았다.

꽤 깊은 상처가 유준의 몸에 생 겼다.

'오랜만인데. 이런 부상은.'

지금까지 뛰어난 방어구 덕분에 상처가 난 적이 드물었다.

그런데 고위 사자들은 달랐다.

그들의 공격력은 보통 수준이 아

니었고, 유준의 방어구도 뚫어냈다. 서걱! 석!

유준은 부지런히 검을 휘둘렀다. 그의 현묘한 검술에 고위 사자

둘이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아무리 유준이라고 해도

빈틈이 안 생길 수는 없었다.

유준의 몸이 피범벅이 되었다. 자연스레 체력도 떨어지고, 그의 숨이 거칠어졌다.

꽤 죽인 거 같은데도 아직 남은

고위 사자가 산더미였다.

'지금쯤 파라네트를 불러 볼까.'

고위 사자의 시신이 앞에 널려 있다.

유준이 파라네트를 소환했다.

아껴 뒀던 패를 꺼낸 것이다.

파라네트가 등장하면서 전투의 양상이 다르게 흘러갔다.

"덤벼라! 이 하찮은 녀석들아!"

녀석의 능력치만 놓고 보면 고위 사자들을 웃돌았다.

파라네트는 고위 사자들 둘을 상 대로도 꽤 버텨 냈다.

오히려 힘으로는 압도하는 모습

을 보였다.

'덕분에 시간 좀 벌었네.'

유준은 남은 마력으로 온갖 버프 마법을 사용했다.

그 후에 최상급 마력 포션과 체 력 포션을 꺼내 마셨다.

연달아 포션 두 병을 마신 탓인 지 속이 부글부글 끓는 느낌.

몸 상태가 금방 원래대로 돌아왔다.

"파라네트!"

"예!"

"시체 폭발을 써. 한 번에 마력

다 쓰지는 말고."

파라네트는 행동으로 대답했다.

콰콰쾅! 콰쾅!

끊임없이 달려들던 고위 사자들 의 몸이 찢겨 나갔다.

'어떻게 내 마법보다 위력이 더 강해 보이냐.'

착각이 아니다.

실제로 파라네트의 시체 폭발은 경천동지할 위력을 내보였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시체 폭발의 타깃이 된 고위 사 자의 육체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이었다.

파라네트의 시체 폭발도 워낙 강 력한 스킬이기도 했고.

콰쾅! 쾅!

파라네트는 상황이 조금 위급해 지는 것 같을 때마다시체 폭발 스킬을 사용해서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미쳤군."

"저 언데드는 정체가 뭐야? 검사 야 마법사야? 리치인가?"

"체형을 봐. 저런 큰 리치 본 적 있어?"

"저놈, 거슬려. 어떻게 먼저 처리 못 하나?"

고위 사자들의 얼굴에 패색이 짙 어졌다.

가뜩이나 힘든 상황.

그런데 원래 목표였던 자가 포션을 마시고 힘까지 회복하며 더 날 뛰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걷잡을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아무래도 나셔주셔야 할 거 같습니다."

고위 사자 한 명이 대장 사자에

게 말했다.

"예상 이상이군. 심상훈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인가. 귀찮게 됐어."

대장 사자가 나섰다.

그가 앞에 나선 것만으로도 현장 의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압도적인 기세.

목 주변이 따끔거렸다.

대장 사자가 나서자, 나머지 고 위 사자들이 뒤로 물러났다.

"뭐야? 혼자야?"

"실력이 뛰어나더군. 능력치나 아

이템은 물론이고 검을 다루는 실력에 감탄했다."

대장 사자가 솔직하게 칭찬했다.

"밑밥 까는 건 아니지?"

"그게 무슨 뜻이지?"

"알 거 없고. 너 혼자 싸울 거야?"

다른 사자들보다 덩치가 유독 작은 대장 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혼자면 충분하니까."

"자신감이 대단한데."

"흥."

대장 사자는 대화를 길게 끌 생각이 없는 듯했다.

땅을 박차고 유준에게 달려들었다.

건틀렛과 각반을 찬 것으로 보 아, 손과 발을 무기로 쓰는 타입인 것 같았다.

대장 사자가 발을 뻗어 왔고 유준이 검을 마주 휘둘렀다.

그때 대장 사자가 유준의 눈앞에 서 사라져 버렸다.

검이 허공을 가르고 지나갔다.

뒤통수에 묵직한 충격이 왔다.

콰앙!

"커헉!"

유준이 바닥에 부딪히며 여러번 굴렀다.

세상이 빙빙 도는 느낌.

대장 사자의 속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자신의 인지 능력으로도움직임을 쫓을 수 없을 정도라니.

유준의 눈빛이 변했다.

가만히 있으면 당한다.

'상황 반전을 꾀하려면 역시...

유준은 준비한 포션을 급히 벌컥 벌컥 마신 뒤에 마력을 끌어올렸다.

콰지직. 콰지지직!

마력 파장.

고위 사자들이 있는 곳에 마력 파장을 뿜어냈다.

유준에게 달려들던 대장 사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몇 걸음 뒤로 물 러났다.

섣불리 다가갔다간 본인이 위험 해질 거라는 걸 안 것이다.

그때 폭발이 터졌다.

콰콰콰쾅! 콰콰쾅!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홀로그램 메시지를 확인한 유준의 입가가 올라갔다.

드디어 때가 왔다.

'이때만을 기다렸다.'

레벨이 350이 된 것이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4권 8화

81 화

많은 수의 고위 사자가 죽은 것을 본 유준은 파라네트를 불렀다.

" 파라네트."

마침 가까이 있던 파라네트가 재 빨리 다가왔다.

"공간 이동 사용해."

"좌표는요?"

"일행들이 있는 곳."

"알겠습니다."

파티원이 있는 곳의 위치는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들은 꽤 멀리까지 도망간 상황.

아마도 대기하고 있는 고위 사자들을 의식한 모양이다.

하여튼 유준과 파라네트는 공간 이동 마법을 통해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홍예지가 놀란 눈으로 다가왔다.

"유, 유준 씨? 어떻게 됐어요?"

그녀의 말에 대답할 시간이 없었다.

유준은 곧바로 인벤토리를 열어 미리 준비한 아이템들을 착용했다.

[파괴 신의 풀 아머]

착용 제한 : Lv. 400 이상

등급 : 신화

방어력 : 49,900

옵션 : 근력이 20% 증가하고 공 격력이 35% 증가합니다.

[파괴 신의 팔 보호대]

착용 제한 : Lv. 400 이상

등급 : 신화

방어력 : 19,600

옵션 : 근력이 15% 증가하고 공 격력이 25% 증가합니다.

[파괴 신의 슈즈]

착용 제한 : Lv. 400 이상

등급 : 신화

방어력 : 11,700

옵션 : 근력이 15% 증가하고 공 격력이 30% 증가합니다.

[파괴 신의 왕관]

착용 제한 : Lv. 400 이상

등급 : 신화

방어력 : 19,900

옵션 : 근력이 20% 증가하고 공 격력이 35% 증가합니다.

세트 효과

2세트 - 공격력 45% 증가, 방어 력 25% 증가

4세트 - 공격력과 방어력 각각 55% 증가. 모든 능력치 10% 상승. 자신보다 공격력이 낮은 상대에게 40%의 추가 대미지

파괴 신 세트.

일단 확실한 건 400레벨 신화 장비 중에서 가장 좋은 아이템이라는 거다.

그런 이유로 '신들의 전쟁'에서 무척 유명했다.

무과금즐겜러를 제외한 아무도 가지지 못했던 아이템 세트.

유준이 커뮤니티 사이트에 한번 아이템 정보를 올린 후로 난리가 났었다.

'위대한 광전사' 세트를 몇 단계

나 업그레이드한 것 같은 옵션.

'이제 장신구 차례인가.'

전에 끼던 장신구들은 사실 볼품 없었다.

장신구들의 레벨 제한이 죄다 낮 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성능이 고레벨 장신구에 비해 뒤떨어졌다.

그러나 이제는 제대로 된 장신구를 착용할 수 있게 되었다.

[위대한 마도사의 반지]

착용 제한 : Lv. 400 이상

등급 : 신화

공격력 : 2,999

옵션 : 마력이 총 35% 증가합니다. 마법 발현 속도가 79% 빨라집니다. 마법의 위력이 90% 증가합니다.

[위대한 마도사의 증폭 팔찌]

착용 제한 : Lv. 400 이상

등급 : 신화

방어력 : 3,600

옵션 : 마력이 30% 증가합니다. 마법의 위력이 130% 증가합니다.

[실버 드래곤 목걸이]

착용 제한 : Lv. 400 이상

등급 : 신화

방어력 : 5,000

옵션 : 마력이 100% 증가합니다. 마법의 위력이 200% 증가합니다. 한 시간에 단 한 번, 상대방의 능력을 무효화할 수 있습니다.

반지 두 개와 팔찌 두 개.

그리고 목걸이였다.

총 다섯 개의 장신구 아이템.

이 장신구들을 보면 왜 신들의 전쟁이 아이템 온라인이라고 불리었는지 알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증가 효과.

마력은 230%가 추가로 증가하고 마법의 위력도 640%가 올랐다.

그냥 수치가 아니고 퍼센트가 붙은 거다.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옵션.

신화 등급 아이템 중에서도 이런 증가 수치가 붙은 건 거의 없었다.

신화 등급 아이템 중에서도 최상.

그가 지금 착용한 아이템들이 그 러했다.

'그리고 무효화 능력은 진짜 유 용하지.'

무효화 능력은 말 그대로 모든 능력을 없앨 수 있었다.

위기의 상황을 벗어날 때 좋았다.

이제 마지막으로 무기가 남았다.

[절대자의 검]

착용 제한 : Lv. 500 이상

등급 : 신화

공격력 : 118,900

옵션 : 모든 능력치가 40% 증가 합니다. '검술'과 관련된 모든 능력 의 효과가 대폭 증가합니다. 방패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검의 공격력이 두 배가 됩니다.

* 전능의 돌 : 모든 능력치 +20%. 모든 스킬의 위력이 300% 추가로 증가합니다.

신들의 전쟁 당시 최강 아이템으로 불렸던 '절대자의 검'.

여기에는 이미 전능의 돌이 부착 되어 있었다.

이로써 전능의 돌이 두 개가 되었다.

유준은 빛무리 초월검에 착용하고 있던 전능의 돌을 빼내었다.

장신구 하나에 전능의 돌을 부착 하려는 그때였다.

후웅! 쾅!

그와 일행이 있던 곳에 대장 사 자가 뛰어내렸다.

"멀리 도망갔나 했더니, 다행히 그건 아니었군."

대장 사자가 나지막이 말했다.

유준이 방긋 웃었다.

아이템만 몇 개 바꿔 착용했을 뿐인데 저 얼굴이 왜 이리도 반가 운 것일까.

"이번에도 너 혼자 왔어?"

"널 상대하는데 지원은 필요 없다."

대장 사자가 오만하게 말했다.

그럴 만했다.

아까 전만 해도 유준과의 힘겨루 기에서 그가 승리를 따냈으니까.

유준은 긴말하지 않고 마력을 끌

어올렸다.

그의 기세가 확 바뀌었다.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뼈가 아릴 정도의, 압도적인 기 세였다.

대장 사자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무, 무슨...

"마법? 검? 어떤 거로 싸워 줄까? 말만 해."

"어떻게 된 거지? 분명…이 정 도의 힘을 지니고 있진 않았을 텐데."

"고를 생각이 없네. 그럼 내 알아서 한다."

유준이 움직였다.

대장 사자가 황급하게 물러나려 했다.

그러나 유준의 검은 이미 그의 목을 베고 지나간 상태였다.

서걱!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전설 칭호 '심연의 무법자'를 획득했습니다.]

-심연의 무법자(전설) - 총 방어 력이 7% 증가합니다.

"...쉽네."

그가 움직이려 마음먹은 순간, 대장 사자는 이미 죽어 있었다. 그의 인지보다도 빠른 속도.

방금 애를 먹은 상대라고 보기 엔 힘들 정도로, 손쉽게 죽여버렸다.

"자, 잠시만!"

"멈춰!"

그때 고위 사자들이 헐레벌떡 달 려왔다.

"뭘 멈춰?"

"왕께서 너를 만나고 싶다 하셨다."

"이미 죽였는데."

고위 사자들은 대장 사자가 죽은 것에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심연에서 무력이라면 수위를 다 투는 그가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다니.

"그래도 먼저 보자고 했으니, 가 도 되는 거지?"

"...그, 그렇다. 우릴 따라와라."

고위 사자들이유준 일행을 포위 하듯 둘러쌌다.

사실 대장 사자가 죽은 시점이라 큰 의미 없는 행동이지만, 형식은 지키는 듯했다.

고위 사자들이 알아서 길을 안내 하니 더는 눈치 볼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부르는 걸까요? 원래는 죽이려고 했잖아요."

홍예지가 유준의 귀에 속삭였다.

"고위 사자들이 전멸할 수 있겠 다고 생각했겠죠."

"왕이 여길 지켜보고 있을 수도 있겠네요."

"아마 그러지 않을까요?"

어차피 심연 왕과 만나러 가니 금방 알 수 있겠지.

왕궁까지는 꽤 걸어야 했다.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걷다 보니 고위 사자들이 걸음을 멈췄다.

"여기서부터는 정숙하도록."

고위 사자 한 명이 낮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유준과 고위 사자들은 방금까지 서로 죽이려던 관계.

고위 사자가 살심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왕께 무례를 범하지 마라."

한 고위 사자가 말했다.

유준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내가 아무한테나 막 대하지는 않아."

"...마음에 안 드는군."

"알았으니까 문이나 열어."

"쯧. 아, 그리고 이 남자 한 명만들어갈 수 있다. 너희들은 대기해."

" 뭐?"

"왕을 알현할 수 있는 건 너뿐이다."

"음."

생각해봤는데 심연 왕을 혼자 만나는게 더 좋을 것 같았다.

"상관없죠?"

유준이 일행에게 물었다.

홍예지와 주동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위 사자가 대문을 활짝 열었다.

거센 압력이유준 일행을 덮쳤다.

누군가의 공격은 아니었다.

그냥 심연 왕이 기세를 겉으로 드러내고 있었을 뿐.

유준이 그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혔다.

심연 왕은 신들의 전쟁에서 봤던 대로 매우 거대한 몸집을 지닌 다 크 엘프였다.

얼핏 봐도 4m는 되어 보였다. "나에게 무슨 용무가 있는가?"

"네가 불렀잖아?"

"그대가 나를 보고자 했던 걸 알 고 있다."

"그럼 진작 부르지."

"그건 그대가 그리 강할 줄 몰랐으니까. 죄를 저지르면 벌을 받아 야 하는 건 심연의 당연한 규칙이다."

"아, 맞아. 내가 너한테 받고 싶은 게 하나 있어. 말해도 될까?"

"이 건방진...

뒤에 있던 고위 사자가 발끈하 자, 심연 왕이 고위 사자에게 손짓했다.

나가라는 제스처였다.

고위 사자가 어쩔 수없이 물러 났다.

"받고 싶은 거라 했지. 그게 뭔가?"

"심연초랑 스킬 보석. 보석은 상 등급 이상으로."

"...내게 그 두 가지 물건을 달 라는 건가?"

"음."

"어이가 없군. 그대는 그런 것들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가? 1계에서 그 난리를 쳐놓고?"

"아무 대가없이 달라는 건 아니야. 거래를 좀 하자는 거지."

"거래라. 앞서 언급한 두 개의 물건과 당연히 비견될 만한 물건이겠지?"

유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딸. 병을 앓고 있지? 그거 고쳐 줄게."

심연 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대가 그걸 어떻게...?"

"다 아는 방법이 있지. 그래서? 나랑 거래할 거야?"

"믿을 수 없다. 그 병은 무엇으로 도 치료되지 않았어. 심지어 만병통 치약으로 불리는 엘릭서로도...

"그러겠지."

그건 병이 아니니까.

유준은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 진 않았다.

"난 고칠 방법을 알고 있어. 너 도 뭐라도 해 보고 싶잖아? 지금 상당히 급한 상황일 텐데."

"다 알고 왔군."

"그래."

사실은 게임에서 겪은 경험이 다였다.

그러나 다행히도 게임에서와 같은 전개로 흘러가는 듯했다.

"일단 선금으로 스킬 보석부터 받을게."

"그럴 수는 없다. 그대는 내가 사리 분별도 못 할 것 같은가? 먼 저 내 딸을 고쳐 주게."

"음."

어차피 바로 수락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상태를 직접 봐야겠는데."

"허튼짓은 하지 말게."

"물론이지. 치료하러 왔다니까?"

심연 왕이 직접 왕좌에서 내려왔다.

워낙 키가 커서 걸어오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이 있었다.

"내가 안내하지."

"좋아."

무기를 거두고 따라갔다.

유준은 심연 왕이 가진 힘을 잘 알았다.

500레벨 플레이어 열 명이 한 번에 달려들어도 상대하지 못할 정 도의 강자.

사실 유준조차 심연의 왕을 죽이 지 못했으니 말 다 했다.

'지금은 가능할까?'

과거의 자신보다 훨씬 강해진 상황.

어쩌면 심연 왕을 쓰러뜨리는 것도 가능하리라.

하지만 그건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의 배를 가르는 짓이다.

'그나저나, 대장 사자까지 죽였는데 나한테 별 감정이 없어 보이는데.'

심연 왕은 초연한 듯한 태도를

보였다.

'뭐, 나한텐 잘됐지.'

괜히 대장 사자를 죽인 것 때문에 일이 틀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미리 심연 왕의 성격을 알고 있기에 한 짓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직접 부를 줄은 몰랐다.

"여기에 내 딸이 있네. 자네를 믿는 건 아니지만, 내 딸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은 불과 이틀도 남지 않았어."

"그래서 이리 쉽게 들여보내 주는 거였구만?"

"그래."

심연 왕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부하들을 죽인 자에게 딸 의 치료를 맡기다니.

얼마나 웃기는 상황인가.

심연 왕, 칼리테우스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수많은 이들이 자신의 딸을 치료 하겠다고 왕궁으로 찾아왔다.

수십, 수백, 수천 명의 유명한 플레이어들이 찾아왔고 실패했다.

이번에도 허탕이라면....

딸을 치료하지 못한 이들을 즉결 처분할 생각이었다.

앞에 있는 남자에게 수천 명의 운명이 달린 셈.

심연 왕이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유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4권 9화

8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