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화 연습 전투 (1)
"제 2 사도 대비 23차 훈련 종료."
차가운 기계음이 허공을 울렸다.
"모두, 자세 풀고 1분간 휴식한다."
-촤악!
기계음을 낸 구체형 로봇의 옆.
-웅
-웅
떠올라 서 있던 남자가 온 몸에서 힘을 품과 동시에, 그 주변부를 단단하게 고정하고 있던 포스 역장체들이 해제되었다.
-스르륵···
-스르륵···
3m는 될 법한 거인의 형상에 가까운 포스의 화형.
-탁.
그것이 점차 수그러들며 한우현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크아악···!"
"크악 씨이빨···"
"으흐엥···"
"타마더, 지바···!"
뒤이어 9명의 플레이어들이 육두문자를 내뱉으며 각자 자리에 쓰러졌다.
-쿠궁···!
-쿠궁···!
동시에, 아직은 그 제어가 미숙한 듯.
그들이 각자 형성한 포스 역장체와 에너지 구조체, 스킬들의 여파가.
-우르릉!
-쿠르릉!
바닥을 울리며 주위에 소음과 파장을 일으켰다.
-쿠우웅···!
포스의 안개가 걷히고 나서야, 주변부의 풍경이 제대로 들어왔다.
한 때 평탄한 땅이었던 곳이, 무지막지한 규모로 붕괴되다시피 파여 있는 광경이.
"아우, 위력 진짜."
"이거 너무 세게 하면 땅 무너질까 봐 걱정될 정돈데."
"그러니까, 그 보스가 대체 얼마나 세길래···"
"씹, 게임에선 주보돌이였던 새끼가 이렇게 무섭다니."
"근데 그 보스 대상 공격을 그대로 받아내는 길드장이 난 더 무서운데."
곳곳에는 무수한 파편과 폐허의 자국들이 흉하게 드러난 채, 이 곳에서 이뤄진 훈련들이.
얼마나 강렬하고 큰 충격의 여파를 남겼는지 그 상흔을 드러내고 있었다.
"다들, 쉴 때는 스킬들 조심해서 해제해라. 이 곳의 지반은 그리 강하지 않으니까."
"아니, 애초에 우리도 이렇게 스킬들이 센지 몰랐는데요···."
차정훈이 헐떡대면서 누운 채 대답했다.
"곧 있으면 좀 튼튼한 바닥이 만들어질 테니, 내일까지만 참도록."
-위이잉···!
-철컹, 철컹···.
그 말에 모두들, 주변부 멀리를 힐긋 내다보았다.
"곧···."
"그래, 곧."
막 재개발을 시작한 올림픽 공원의 한 가운데에서 그 바깥의 광경들을 눈에 담았다.
-자, 이쪽 뚫습니다!
-[지맥 제어]!
-여기 관 연결이요!
-주괴들은 이렇게 녹이라고요?
-미래 건설 감리 분들 이쪽 설계 한 번 더 확인 부탁드립니다!
-아니, 그렇게 붙이는 게 아니라···
주변부를 다지고 공사하는 무수한 건설 기계들과 인부들, 그리고 길드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번 작전이 끝나고 나면 우리도 직접 좀 도와야겠어. 역시 우리만큼 섬세하게 스킬을 쓰는 플레이어들은 드무니까."
"으, 그게 이 훈련보단 낫겠죠."
"그건 맞아."
"근데, 진짜 빠르네요···."
정부와 지자체에게서 반 쯤 강탈하다시피 올림픽 공원의 사용권을 위임받아.
무수한 설계 자재들과, 미래 연구팀에서 막 고안해낸 인 게임 신물질 지지대들을 이용해.
본격적으로 훈련장의 공사에 들어간 풍경이었다.
-우르릉!
-쿠아앙!
-구과광!
심지어 초월적인 신체능력을 가진 플레이어들.
-[용맥 제어]!
-[지맥 제어]!
그 중에서도 지형과 변형에 특화된 도사, 풍수사, 원소술사, 별자리꾼 등이 총 동원되어 규모가 큰 일들을 해치우며, 말도 안 되는 속도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자, 이쪽 지반 다지기 끝났습니다!
-미친, 1분도 안 되었는데?!
-나 노가다 출신이야! 할 만 한데?
-진짜 스킬들 제대로 쓰기만 하면 건축 쪽은 완전 달라지겠는데.
-길드 공사니까 우리가 참여하지 솔직히 귀찮게 다른 데 노가다에 가긴 좀.
-하긴 그것도···.
건축가들이 넋을 잃을 정도의,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속도로 해내는 훈련장의 건설과 축조.
"물론 그렇게까지 참여하지 않아도 다음 주까지는 우리 작전부 1군이 쓸 훈련장은 대충 만들어질 모양이지만."
"아니, 다음 주요?"
"미친."
"씹, 근데 더 빨리 만드시려고···. 휴.
김재승이 얼굴을 찌푸린 채 멍하니 중얼거렸다.
"진짜 일정이 급하네요, 던전···."
"하, 보스."
"흐···."
"쯧."
그리고 그가 침을 삼키며 던진 말에, 모두가 긴장감이 서린 표정으로.
일제히 한 방향을 쳐다보았다.
"진짜로, 우리가 내일이면··· 거기에 들어간다고."
"아, 너무 불안한데···"
거대한 검은 어둠의 아가리. 던전 입구를 향해.
"길드장 영상을 어떻게 따라하지?"
"으으."
"진짜 삐끗하면 죽는 거잖아."
"흠."
다시금 일어난 듯한 불안감.
-쿵쿵!
한우현이 방패와 검을 크게 휘둘러 바닥을 울리고, 집중을 환기했다.
"걱정들 마라. 말했지? 다시 부활한 사도는 반으로 약해진다고."
-척!
그리고 그 검을 하늘을 향해 높이 치켜들었다.
"한 번 격파할 때마다 재 격파가 쉬워지니까, 가장 어려운 첫 격파만 주의하면 된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불안한 표정의 모두를 둘러본 한우현이 여유롭게 미소지었다.
"너희들의 화력이면, 정말로 부활한 제 1 사도는 화력으로 쉽사리 격파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손가락을 폈다.
"첫 번째 공격. 거기에만 잘 반응해라. 물론 그것도 대부분 내가 막아 줄 테고, 그러면 그 다음은 쉬우니까."
-힐긋.
거기까지 내뱉은 한우현은 시간을 한 번 확인했다.
뉘엿뉘엿하게 저 너머에서 지는 노을.
"그럼,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작전을 시작해야 하니···. 오늘은 딱 한 번만 더 훈련하고 마쳐 볼까?"
"···저, 정말요?!"
"진짜?!"
그 말에 모두들 얼굴에 화색을 띄웠다.
일본에서 돌아오고 나서부터, 거의 잠 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일정을 대 보스 훈련에만 쏟은 참.
모두가 도무지 언제 끝날지 모르는 훈련의 뺑뺑이에 너무도 지쳐 있었으니까.
"그래. 마지막이니까, 다들 힘 내고."
-우우웅···
-우우웅···
한우현을 중심으로, 포스의 구조체들이 휘몰아치며 거대한 촉수의 형상을 취했다.
"제 1 사도, 멸망기신 데우스 엑스 마키나. 모사 시작."
동시에 한우현의 머리 바로 위에 뜬 맥이 명징한 포스의 기운을 흩뿌렸다.
-시이잉···!
그 위에 삐죽삐죽하게 돋아난 기계 덩어리들의 영상을 덧씌우며.
"포스 데이터 구현 완료."
-그오오오!
-쿠궁!
-쿠궁!
-쿠궁!
거대한 구체의 안에 든 채, 포스의 인공 팔 줄기들을 바닥에 내리찍고선.
"자, 들어와라."
한우현이 광오하게 중얼거렸다.
"흐아아아···!"
"씹, 이게 마지막이야! 쉴 수 있어!"
"사, 살살 안 할 거에요!"
"간다, 마스터!"
-쿠과광!
-쩌저정!
그를 중심으로, 무수한 공격 스킬들이 휘몰아치듯이 작렬했다.
* * * *
조용한 집무실 공간의 위.
-서걱서걱···
한우현이 홀로 계속해서, 서류들을 넘기며 중얼거렸다.
"플레이어 감시 체계는 잘 돌아가는가 보군."
"네, 방위부장과 정보부장이 바쁜 모양이지만. 쉴 새 없이 출동해서, 조금이라도 길드 규칙에서 벗어나려는 이들은 발 빠르게 처리하고 있습니다."
"좋아. 역시 둘 모두, 그런 쪽에서는 유능하단 말이야."
성격이야 약간 하자가 있지만.
그 말대로, 나유나는 효과적으로 길드 내에서 반항의 낌새를 보이는 이들을 짓누르고 있었으며.
홍세희는 길드원 감시 체계 정보를 효율적으로 정리하고, 파악해 전달하고 있었다.
"홍세희도, 나유나도 힘들겠어. 오늘만 해도 추가 업무가 있으니까···."
"마스터만 하겠습니까?"
"난 예외지."
그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그랬다.
다른 플레이어들이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게임 중독자 원숭이들이었지만, 한우현은 멸망한 미래의 의지를 지고 온 사람이니까.
훨씬 더 열심히, 바쁘게,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해야 했다.
다른 모든 길드 간부들이 쉬는 순간에도, 그는 쉬어서는 아니 된다.
"···홍세희야 차정훈만 붙여주면 되지만, 나유나는 따로 치하라도 해 줘야겠어.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자."
"네. 아이템 상세 분석입니다."
-치이익!
그 말과 함께 맥이 하나의 토템의 형상을 허공에 띄웠다.
"역시 이 [전이의 토템]은 불안정해. 잠깐은 몰라도, 오래 쓰는 건 힘들어."
"예. 사쿠라이 카즈키가 오히려 재능이 뛰어난 편이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송과체 자체가 이성과 감정을 잠식시키게 된다니, 이딴 부작용이면 해결도 힘든데."
"그래도 타 직업군의 스킬을 잠시나마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효과입니다."
"그래. 조금이라도 그걸 느낀다면 확실히 실력이 늘 테니까, 사용할 가치는 확실히 있어."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볼까요?"
"으음··· 아니, 어려워."
한우현은 인상을 찌푸려, 부정을 표했다.
"분석 결과를 보니 안 되겠어. 그 재능이 뛰어난 카즈키도 하루 만에 이성을 잃었는데. 다른 놈들이 잘 제어할 수 있을 리가 없을 것 같군."
"그렇다면 일단은 마스터만 사용해보는 방향으로 한계를 계산해 보겠습니다."
"나도 어지간하면 쓰고 싶지 않다만··· 그래도 시도는 해 봐야지."
"제가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
"만약 내가 조금이라도 다른 직업군의 스킬을 쓸 수 있게 된다면 아예 대전략이 달라지는 수준이니."
내키지 않더라도, 확실하게 엄청난 효과를 얻을 수단이 있다면.
어떻게든 활용할 방법 정도는 강구하는 것이 맞으리라.
"그럼 다음. 대충 이렇게인가. 제 5 사도까지는 그대로 초안을 짜면 되겠고···."
"아직 기본 틀일 뿐이니, 보강이 필요합니다."
"그 쪽 연산 할당을 더 강화해라."
"알겠습니다. 보스 공략전 이외에는 전부 사도전 데이터베이스에 할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대답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다시금 서류들을 살펴본다.
-펄럭.
-펄럭.
"제 2 사도는 이 정도면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잡을 수는 있지만··· 그 다음은 어쩌지."
"전부 다 저의 분석이라고 발표할 예정이십니까?"
"솔직히 좀 부자연스럽지만, 다른 방법이 없으니 그래야지."
"원숭이들을 다루기는 어렵군요."
"쌀 팔아먹는 놈들이 그렇지 뭘··· 윽."
-핑···!
"아."
잠시 현기증을 느꼈기에, 1초 정도 머리를 싸맸다.
"···[엘릭서]."
-벌컥!
손 위에 나타난 물약을 한 움큼 들이켰다.
"마스터. 이만 주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신경 피로도는 방금 막 초기화했으니 됐어."
"글쎄요, 인간의 육신은 아무리 플레이어라고 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후."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잠시 한우현은 천장을 올려다 보았다.
정말로.
너무나 할 일이 많았다.
내일이 2차 보스 공략인데도.
그 자체보다는, 다음의 일에 대해서 생각하고 계획해야 할 정도로.
"괜찮아. 괜찮아···."
정말이었다.
라일리 그레인저가 그 전에 겪었던 고통들에 비한다면.
이까짓 것에 어찌 불평을 할 수 있을까.
"조금만 더 하고, 자야···."
-똑똑.
"음?"
-파앗!
즉시 일부러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거둬들였던 포스 감지장을 다시금 펼쳤다.
고목나무 지팡이를 든 여자의 형상.
다행히, 침입자가 아니라 내부인이었다.
"···들어와라."
-끼이익···!
"역시, 아직 안 자네."
"너야말로 오늘 많이 힘들었을 텐데, 아직?"
"뭐, 할 일이 많긴 했는데··· 그냥, 심란해서."
-휘리릭!
지팡이를 한 번 허공에서 돌린 나유나가 한우현의 책상을 한 번 훑어보았다.
"우웩, 서류들 쌓인 거 봐. 진짜 토 나오네."
"···강조하지 마라."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굳이 상기받고 싶지 않았다.
"헤, 역시 길드장도 힘들긴 힘든가 봐?"
"뭐지, 시비 털러 온 거냐?"
안 그래도 피곤한데 무슨 기분 나쁜 말인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 아, 아니 그런 의도가 아니라. 그."
"본론만 말해라."
"이익, 이게 아닌데에···. 그, 그러니까."
얼굴이 조금 빨개진 나유나가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냥,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돼서···."
"아하···."
-드르륵.
그 말에 한우현이 고개를 끄덕이고선,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이렇게나 무섭고 두려운데, 길드장은 어떻게 그렇게 뭐든지, 태연하게."
"그렇지 않아."
"으, 응?"
"나도 당연히 무섭고, 두렵고, 긴장된다."
-뚜벅.
-뚜벅.
그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나는 길드장이니까. 모든 플레이어들을, 너희들을 지탱해야 하니까."
한우현의 눈에 큰 의지가 담긴 채, 나유나와 눈을 마주쳤다.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선,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없는 것일 뿐이야."
"보일 수, 없다고···."
"그러니까, 속까지 다르진 않아. 애초에, 다 같은 이그드라실 플레이어들이었으니까 다를 리도 없고."
"···넌 정말, 대단하네."
"글쎄, 나는 너희가 생각하는 것만큼 특별한 사람이 아니야."
그 말을 내뱉으며, 한우현의 뇌리에 라일리의 마지막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정말로.
아직도, 그녀의 의지를 뒤따라가기에는.
부족하다고 느꼈기에.
"특별···."
"그러니 너도 당연히 잘 할 수 있지. 잘 할 수 있어."
"어떻게···?"
"애초에 게임에서 맨날 잡던 주보돌이잖아? 나유나 너도 수천 번은 잡았을 테고."
"그치만, 그치만. 현실에선 다르잖아. 그 영상만 봐도, 우, 우, 우현이 네가."
"···?"
뭐라고 한 거지 지금?
"뭐라고?"
"길드장이 그렇게 힘들게 고생해서 잡았는데."
아. 잘못 들었나. 피곤하니 그럴 수 있지.
"우리가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단 말이야···."
"몇 번이고 말하지만, 걱정 마라."
-탁.
"으, 에?"
그 떨리는 손을 맞잡아 주었다.
"내가 너희 모두의 앞에서, 모든 것을 막아 줄 테니까."
그리고 살짝 웃었다.
"성기사는 최악의 쓰레기 직업이지. 그래서 다른 직업들보다 보스도 잡기 힘들고."
첫 날, 너무나 떨리고 긴장되는 순간.
진실과는 약간 다른 말이라 해도 격려로, 응원으로 다가가는 것이 필요하리라.
"그러니까, 너희 모두 나보다 훨씬 잘 할 거다."
또렷하게 말하며 그녀의 떨리는 눈도, 마주쳐 주었다.
"너는 더 잘 할 거야. 우리 길드의 무력을 대표하는, 방위부장이니까."
그러니 이 까짓 말 몇 마디로 사기를 진작시켜 줄 수 있다면.
"길드를, 대표하는. 방위부장···."
"게다가 지금까지 잘 해 왔으니까, 넌."
기꺼이 해 줄 수 있었다.
그것이 공격대장의 덕목이니까.
"지, 진짜지이, 진심으로 하는 말이지이···!"
"그럼."
무엇보다 그의 눈앞에 있는 나유나는 몰랐겠지만.
사실, 이 야밤의 두려움과 망설임, 방황은.
모든 첫 레이드에 임하는 공격대원들에게 자연히 나타나는 현상이었으니까.
애초에, 한우현 또한 그를 고려하고선 집무실에서 업무를 해치우며 대기하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너를 믿는다, 나유나."
그렇게, 앞서 다녀간 차정훈, 김재승, 홍세희, 장즈하오, 시하이옌···.
모든 이들에게 거의 비슷하게 해 준 말을, 반복해서 들려주었다.
"만약 너를 믿지 못하겠다면, 너를 믿는 나를 믿어라."
진심으로 신뢰와 의지의 감정을 실어서.
"···응!"
"그래."
효과가 있으니, 다행이다.
그리 생각하며 손을 꼬옥 잡은 나유나를 한 번 더 두드려 주었다.
-토닥.
왠지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그녀의 어깨를.
* * * *
다음 날 아침.
제 1 던전의 안.
-끼리릭!
-콰광···
-끄리리릭!
-콰과광···
저 멀리서 들리는 무수한 기계와 로봇들이 파괴되는 소리를 뒤로 하고선.
"자, 그럼 모두들. 한 번 더 작전과 역할을 재점검하도록."
굵고도 묵직한 미성이 무수한 기계 부품들이 박힌 연구실들의 복도를 울렸다.
-쉬잉!
그 목소리의 주인이 든, 검과 방패에 빛이 깃들었다.
"플레이어의 움직임은, 인지보다는 본능에 가깝게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초심자인 너희에게는 더더욱 그렇지."
-후욱!
그 손이 갑작스럽게 바로 옆의 김재승에게 향했다.
-[반사 입력 : 흉곽 강화]
"큭!"
-까앙!
가슴으로 향한 손 끝에서 단단한 금속음이 울려퍼지자, 한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렇게."
"으, 진짜 당할 때마다 섬칫하네요."
"너희들 모두 마찬가지. 한 번 더 기억하고, 되짚어 보도록."
"네!"
"예!"
-[반사 입력 : 역방향 회피]
-[반사 입력 : 두개골 강화]
-[반사 입력 : 순간 기동]
-후욱!
-카앙!
-츠자작!
동시에 9명의 간부들이 빠르게, [신경 가속]으로 한 층 나아간 속도로 스스로의 동작과 스킬들을 점검했다.
"마쳤습니다!"
"준비 완료!"
"다 되었다!"
그 두 번째 목소리들의 모음마저 확인한 한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들어가자."
-[난이도를 선택해 주십···]
그 지리한 과정들을 빠르게 넘겼다.
-파아앗
공간이 왜곡되며, 보스 룸의 입구가 그들을 삼켰다.
-탁.
-탁.
-탁.
열 명의 플레이어들이, 보스 룸에 발을 디뎠다.
"···침입자 확인."
전과 완벽히 똑같은 모습으로, 멸망기신이 막 거대한 동체를 회전시키려던 찰나.
"지금이다!"
한우현이 길드원 모두에게 연결된 정신적인 의사 전달의 파장.
[전음]을 통해 [자율 공격 투사]의 의지를 전달했다.
"흐아!"
"죽어어!"
"으아아아!"
-쿠과과광!
-쩌어어엉!
-츠자자작!
동시에, 너무나도 강렬하고도 파괴적인 기세의.
무수한 스킬들이 뒤섞인 포스들의 파동이.
-후우우웅!
-즈우우웅!
-위우우웅!
막 그들을 포착하고 첫 공격을 위해 뻗어나가려던 기계 팔들과, 그 동체인 기계 핵까지.
-쿠화아아아아!!!
보스 룸 전체를 뒤덮었다.
81화 연습 전투 (2)
기괴하게 비틀린 기계들이 그 공간 전체에 한가득 빽빽하게 박혀 있는 거대한 동력실의 안.
"기계 팔 2체, 접근."
"으악!"
"걱정 마라!"
-후우웅!
공격대원들의 폭격을 뚫고, 아슬아슬하게 돌진해 들어오는 날카로운 기계 팔.
-쿠궁!
-쿠구궁!
드넓게 펼친 [절대 방어]를 통해, 검과 방패를 매우 크게 휘둘러 동시에 막아낸다.
-끼기기긱!
-끄저저적!
"신경쓰지 말고, 공격에 집중해라!"
-콰가-광!
-쿠왕!
거칠게 한우현한테 긁혀나가는 기계 팔 두 개를 순식간에 [광신의 광검]으로 베어내며 외친다.
"위험한 건 내가 모두 막는다! 맥의 브리핑 대로만 따라라!"
"예, 예!"
"흐아!"
"이이익!"
그 말에 부응하듯, 한우현의 바로 뒤에서 서브탱커로 선 회피형 딜탱들.
야만전사 장즈하오와 마법소녀 라니아, 암살자 홍세희가 온 몸에 붉은 빛과 분홍 빛, 검은 빛을 흘리며 강력한 기운을 발산했다.
-쿠와아아앙!
그의 전신과 도끼의 끝에서 무수한 날카로운 형상이 돋아나며, 기계 핵과 위에서 줄줄이 따라나오는 자폭 드론들을 폭격한다.
-피리리링!
-파라라랑!
그녀의 마법봉과 손 끝에서 무수한 음표와 비눗방울들이 터져나가며 멸망기신의 시야를 교란했다.
-콰락!
-콰라락!
무수한 검은 단검의 형상들이 기계 핵 바로 앞에서 스쳐지나가며 난자했다.
"경고. 레이저 패턴 감지. 권고 이동 경로 표시."
"선두들, 뒤로 이동!"
"흐아압!"
"이얍!"
-휙
-휙
근접 패턴들을 차단하던 셋이 이동함과 동시에 걷힌 시야.
"지금!"
-우웅!
-우웅!
-우웅!
그 말과 함께 최윤, 차정훈, 김재승, 나유나, 시하이옌, 엘리쟈를 비롯한 후방 인원들의 눈과 전신에 강력한 기운이 집중되며 주위 공간이 뒤흔들렸다.
"공격!"
-쿠화아앙!!!
한우현의 신호에 맞춰, 각자 산개해 자리잡은 모든 공격대원들이.
-후와아아앙!!!
1초도 걸리지 않는 시간 안에 강력한 화력을 투사하는 스킬을 뿜어냈다.
자폭 드론, 레이저 포대, 기관포와 같은 자잘한 공격들을 모조리 녹여버리는 위력의 폭발들.
"흐읍!"
-[운동정역법 : 궤도 유도]
그를 보며 한우현은 강력히 정신을 집중했다.
탱커이자 공격대장인 그가 공격을 방어할 때가 아니라고 해서.
가만히 멍이나 때린다면, 얼마나 낭비인가.
-[운동정역법 : 궤도 강화]
-[운동정역법 : 궤도 가속]
무수한 포스를 담은 초월적인 위력의 스킬들.
-끼이이익!
-후위아악!
-싸으아악!
사방팔방으로 날아가는 스킬들의 주위로, 그 공간과 흐름이 왜곡된다.
그것들이 비틀리고 뭉쳐지며, 보스의 중심부를 향해 자연스레 집중된다.
-콰과광!
"와, 진짜 미친."
"포스 전투술만 해도 기초부터가 어려운데, 저건 진짜."
"감상은 나중에! 공격에 집중해라!"
감탄하는 대원들을 윽박지른 한우현이 계속해서 보스의 동태를 살폈다.
"맥!"
"활동 패턴 변화 감지. 멸망기신의 핵융합 반응로 중심부가 재조립됩니다."
"온다!"
"큭!"
다시금 모두의 얼굴에 올라온 긴장과 집중의 기색.
-구구궁!
그럴 만 했다. 가장 위험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쿠구구궁···!
-쯔저저정···!
스킬들의 여파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한 복판에서, 반쯤 부서진 기계 구체가.
-끼리릭!
-까라락!
-끄르륵!
미칠 듯이 카메라 렌즈를 돌리며.
"경고. 경고. 경고. 시스템 손상? 시스템 손···상!"
"섬멸. 섬멸. 섬멸···!"
최후의 단말마를 내뱉었다.
"융합포 패턴이 곧 시작됩니다."
맥의 경고에 대원들이 자세를 바꾸며 안색을 달리 했다.
"그, 그거!"
"아으, 절대 즉사기는 진짜 씹."
"안전 공간, 안전 공간 안 나오는데요?"
"침착해라. 맥, 안전 구역 계산까지는?"
"0.5초의 연산 시간이 소요됩니다. 융합포 발사까지 남은 시간 1초."
"으으윽···!"
이미 몇 번이나 훈련을 한 부분이었지만.
그래도 역시 실전은 다르게 다가온 듯.
모두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입술을 깨물었다.
"괜찮다. 이것만 넘어가면 사실상 끝이니까.
실제로 그러했기에, 가속하는 시간 속에서.
"침착해라. 다 준비한 대로다."
한 번 공격대원들을 격려해 주었다.
"연산 완료. 위치 활성화합니다."
-파앗!
삽시간에 맥의 동체에서 푸른 빛이 곳곳으로 뻗어나가며, 홀로그램처럼 몇몇 영역을 표시했다.
-팟.
-팟.
-팟.
대부분의 구역은 너무도 작아, 한 명이 들어가기에도 버거운 공간.
그것들 중 겨우 세 개.
다섯 명 정도가 간신히 몸을 필 만한 한 두 평 남짓의 공간이 눈에 띄었다.
"셋은 저기, 셋은 저기, 넷은 여기로!"
적당히 나눠 들어가기에 딱 좋아 보여,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휘익!
동시에 한우현이 앞서 달리며, 크게 팔을 휘둘러 손짓했다.
-[란나찰 : 공간 당기기]
아홉 명의 공격대원들을, 그들이 가야 할 방향으로 살짝 당겨 주고선.
"예!"
"네!
"으, 빨리!"
그를 따라 모두가 대답하며, 각자 직업군의 [이동기]를 발동했다.
-휘익!
-휘익!
-후욱!
-[입체 기동술 : 허공답보]
-[입체 기동술 : 허공답보]
곧이어 보다 효과적이고도 빠르게 날아가는 기술도 함께.
-탁.
-타닥.
"흐억···!"
"그래, 별로 안 어렵지?"
"아니, 어려워요, 요···!"
마지막으로 들어온 시하이옌의 손을 잡고, 힘껏 당겨 주었다.
"모두 들어왔으면 [부양]!"
"[부양]!"
"[부양]!"
하나의 대원들도 놓치지 않고, 모두 안전 공간에 성공적으로 딱 맞춰 둥둥 떠 있음을 확인한 순간.
"하!"
-[절대 방어]
흩날리는 핵융합 폭풍에서 그 열상과 화상을 조금 완화해 주고자, 각자 위치한 공간 전체에.
-스아아악!
흡수의 성질을 지닌 빛의 안개를 씌워주었다.
-쿠와아아아!
-쿠화아아아!
그리고 뒤늦게, 세 개의 안전공간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 융합포가 작렬했다.
-콰아아···!
"후우, 진짜 살벌하네."
"좀 덥지?"
-[힘의 순환 : 열 왜곡]
한우현이 여유로운 말투로 양 손에 열 에너지를 응축했다.
엄청난 열이 응축되어 포스로 전환됨과 함께, 주위 공간의 온도가 미지근하게 내려갔다.
"진짜 별 재주가 많으셔."
"그러게요, 요."
"이 상황에서 그런 거까지 생각할 여유가 있어요?"
"긴장은 언제나 해야 하지만, 적절히 중간 중간 풀어 줄 때는 풀어 줘야 하니까."
"···이게요?"
"가만 있는 시간이긴 해도, 쉬는 시간이라고 하긴 좀."
"게다가, 생각보단 쉽지 않나?"
"으음···".
시하이옌, 차정훈, 김재승이 살짝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 영상보다는, 낫긴 하네요···"
"맞으아요···."
그 말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래. 말했듯, 내가 탱커라서 오래 싸움을 끄느라 힘들었던 것이니까."
-척
기다란 검을 열의 폭풍이 휘몰아치는 너머로 가리켰다.
"하물며 재생성으로 체력도 줄어들었으니, 우리 열 명이 동시에 공격을 쏟아붓는다면 바로 3페이즈로 가는 것도 이상한 게 전혀 아니고."
"위기 상황도 꽤 있긴 했지만요."
"다 내가 잘 막아 줬고."
씨익 웃어 보인 한우현이 다시 살짝 목소리의 어조를 낮췄다.
"물론, 첫 생성인 2 사도는 이 놈처럼 만만하진 않을 거다. 일단 그 놈은 이렇게 거대하지 않아서, 공격을 집중하기도 어려우니까."
"그건 그렇죠."
"융합포 패턴이 종료됩니다. 1. 0.9···"
"자, 다시 집중. 다들 궁극기 다시 슬슬 준비 되었나?"
"네!"
"네!"
"준비됐어요!"
셋의 입구에 처음 들어왔을 때와는 달리.
훨씬 더, 자신감이 붙은 눈빛을 보며.
한우현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가자고."
"종료됩니다."
-후와악!
빛과 열의 무자비한 폭풍이 걷히고.
"침입자, 점···"
"죽어어엇!"
"으아아!"
-[크고 아름다운 대포]
-[어둠의 난사]
-[목표 고정 : 죽음]
셋이 최대한의 위력으로, 초월적인 속도로.
온 몸에서 강렬한 포스를 응축시키고 담금질해 내던지며.
-콰과과광!
주력 공격 스킬들을 쏟아부었다.
-[화려한 공연, 시작!]
-[솟구치는 용맥]
-[이 전쟁을 오딘께 바친다]
그들 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 있던 공격대원들도.
-[창세의 빛]
-[마법은 이제부터야!]
-[진정한 죽음]
각자의 무기에서 불가해한 수준의 물리적인 폭풍을 폭격하듯이 내질렀다.
-쿠과과광!!
-쿠과광!
-콰과과광!!!
한 참이나.
보스의 모습은 커녕, 윤곽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지러이.
-쿠우우···!
-후우우우···!
그렇게 수 분이 지나고.
"허억."
"해, 해치웠나아?"
"애미 씨발, 방금 누가 그 소리 했어?"
"왜, 왜애요···?"
"성질 부리지 마라, 최윤."
"아, 그럼···?!"
기겁한 표정으로 홍세희에게 삿대질을 하려던 최윤을, 살짝 팔을 올려 제지했다.
"끝났으니까."
한우현의 그 말에 맞춰.
-[멸망기신을 격파한 원정대여!]
하나의 시스템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그대들이 이그드라실의 진정한 영웅이다!]
"지, 진짜로."
"우리가 그 괴물을 잡았다고."
"그래."
어느새 모두가 한 데 모인 모습을 바라보며.
한우현이 뒤를 돌았다.
"너희는 할 수 있다니까."
"할 수 있어~"
맥의 장난스러운 한 마디와 함께, 그들 주위의 공간이 왜곡되었다.
-휘리리링!
보스가 죽었으므로, 보상 방으로 이동하기 위하여.
* * * *
보상 같지도 않은 무의미한 아이템들을 쓸어담고선.
여유롭게 출구로 걸어나가는 길.
"에구구, 진짜 다들 고생 많았다요!"
"동감이다.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너무 어렵지는 않네 그렇게."
"솔직히 길드장 영상은 진짜 게임보다는 거의 무슨 블록버스터 영화같았는데."
"그래도 딜찍누가 되긴 하는구나···"
시시덕대며 걸어가는 공격대원들을 뒤에서 바라보며, 한우현은 속으로 참았던 한 숨을 아주 작게 내뱉었다.
정말로.
정말로, 다행이었어서.
"이야, 특히 최윤씨! 적재적소에 보호 정말 잘 걸어 주시던데요?"
"크, 끽해야 다섯 번인데 뭘··· 나머진 대장이 다 막았고."
"그래도, 몇 없는 랭커급 사제라더니 믿음직 해요."
"시하이옌이랑 엘리쟈, 라니아도 잘 하던데!"
"흐힣, 정말이에요?"
"맞아, 특히 그 마법이랑 은신으로 중간중간 어그로 잘 빼줬고···."
"뭐, 기본이지."
"칭찬 고맙다요!"
모두들 사실상 위기 상황이 거의 없이 제 1 사도를 쉽사리 격파할 수 있었지만.
그건 한우현이 보기에는, 진짜로 운이 좋아서 그런 것이었다.
생각보다도 화력이 좋아서 첫 기계팔들의 공격마저도 거의 대부분을 공격대원들의 스킬로 녹여버렸고.
그 팔들이 재생되기도 전에 동체까지 완전히 날려버릴 수 있었기에, 거의 1분도 되지 않아 3페이즈로 강제로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결국 제 1 사도가 본질적으로 사고 방식이 제한된 인공지능이기에 가능했던 일.
게임과 달리 지능을 얻은 다른 보스 몬스터들과는 달리, 결국 게임적으로 움직이는 보스였기에 나온 결과였으니까.
"모두들, 너무 방심하지는 마라."
"네?"
"예?"
그러니, 여기서 한 번 정도는 주의를 주는 게 좋으리라.
"우리들이 정말로 잘 했고, 내 기대 이상으로 모두들 잘 해 준 것도 사실이지만."
-척.
검과 방패를 들어올려, 잠시 시선을 집중시켰다.
"2 사도부터는 재격파가 아닌, 최초 격파를 해야 하는 만큼. 훨씬 어려울 테니까."
"후, 그것도 그렇죠."
"확실히 이해는 했다요!"
"맞습니다, 막 방심은 안 했어요!"
"그래."
다행히 한우현의 걱정이 과한 기우였던 듯.
모두들 웃으면서도, 긴장을 전혀 잃지는 않은 듯 했다.
그래, 자신감을 마음 속에 심는 것도 괜찮았다.
너무 위축된 채로 긴장만 하면 오히려 안 하던 실수를 하기 쉬우니까.
그것이 1사도 재격파를, 2사도 첫 도전보다 먼저 한 이유이기도 했고.
"좋아, 모두들 고맙다. 고생들 했으니 보너스는 내가 톡톡히 주도록 하지."
"으흐흐흐."
"···너무 낭비하진 말고, 나유나."
"그, 그런 생각 아니었거든?!"
"마, 맞았잖아요오···."
"야! 홍세희!"
"아니, 유치하게들 왜 그래요···."
거센 훈련을 계속해서 거치며 어느 새 사이도 꽤나 돈독해진 듯한 모습들.
-피식.
한 번 웃어주고선 한우현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자, 다들 고생 많았지만 진짜는 내일이란 걸 잊지 말고."
그리고선 보다 진지하게, 표정을 바꿨다.
"오늘은 푹 쉬고, 제대로 재정비해서."
"내일 다시 보도록 하자."
"""···."""
-꿀꺽.
-꿀꺽.
그 말에 모두들, 고개를 돌려 그 검 끝이 향하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2 던전···."
차정훈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취익!
-꼬르륵···
-치이익···
뒤틀린 생체 실험실 같은 모양새로, 유독한 가스와 폐수를 조금씩 그 밖으로 내뿜는.
두 번째 던전의 입구를 바라보며.
82화 제 2 사도 알을 깬 자 아브락사스 (1)
-짹짹, 짹짹.
이른 아침.
-웅성웅성
-수군수군
권승환, 임수호, 양주은부터 허무성, 이율, 정재선, 한우준···.
하나하나 길드의 요직에서 그 권력 구조와 지배에 주요 역할을 하고 있는 플레이어들.
-화이팅!
-가 봅시다!
-쩌러 레츠고오!
그에 더해 100여명의 길드 창립 멤버들을 비롯한 한국의 주요 간부들까지.
"모두들, 아침부터 자진해서 응원을 와 줘서 고맙다."
시끌벅적한 던전의 입구 앞에서, 한우현은 고마운 마음으로 살짝 고개를 숙였다.
"우리 훈련을 받은 애들도 곧 들어갈 텐 데, 미리 봐 둬야지."
"예, 저희도 홍보부 일 제대로 하려면 입장 샷 남기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요!"
권승환과 홍보부장 이율이 씨익 웃음을 지으며 그 이유를 밝혔다.
"하, 누가 걱정해서 온 지 알아요? 너네한테 지금 우리 그룹의 미래가 달려 있으니까 감시하러 온 거지."
"그렇게 말해도 진심은 다 아니까 구태여 숨길 필요 없다."
"뭐, 뭐래요?"
특히 올림픽 공원 매입부터 투자, 연구 실행에 큰 도움을 준 정재선에게도 그 감사를 더 해 주었다.
"아하하, 네에에···."
"에이, 어제도 했는데 뭘 또."
"이번엔 다르다며. 최초 격파잖아."
"마스터가 너무 겁 주는 거야."
"부장님, 잘 다녀 오시죠!"
"암, 암!"
그리고 어느새 꽤나 안면을 터 친해졌는지.
"잘 다녀오고, 라니아."
"아니, 안 그래도 잘 한다니까 왜 자꾸 불안하게?"
"믿으니까 그러는 거지···."
서로들 수 분 동안 간단한 인사를 나누는 모습들.
잠깐의 기다림으로, 충분히 다들 준비되었다고 생각되자.
-쿵!
한우현이 방패를 땅에 부딪혀, 소음을 일으켰다.
"자, 이제 그만 시간이 됐다."
-척.
그리고 뒤를 돌아, 한 걸음을 내딛었다.
"금방 오지. 너무 기다리지 말고, 할 일들 하고 있어라."
"길드장 만세!"
"한우현! 한우현!"
"한 방에 멋있게 부수고 오세요! 어제처럼!"
"작전부 파이팅!"
뒤이어 들리는 응원들을 뒤로 한 채로.
"자, 가자."
"네!"
"예!"
"네엡!"
-후욱!
한우현과 마찬가지로 다른 공격대원들도 이미 마음의 준비는 다한 듯.
"화이팅!"
"잘들 하고 와요!"
모두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두 번째 던전의 입구로 나아갔다.
-후욱!
유독한 증기와 가스들이 피어오르는 부화장의 안으로.
"맥, 불."
"확인."
"끄에에엑?"
-서걱!
그 불빛에 비춰진 막 태어난 듯, 뒤틀린 하얀 날개가 달린 괴물체가 기어오려다가.
-끼에엑!
날카로운 검기에 베여 운명을 달리했다.
"다들, 적당히 정리하면서 따라오도록."
마치 동물의 내장과 식물 줄기 내부를 뒤섞은 듯한 끔찍한 공간.
-쯔거억.
-쯔아악.
그것들을 밟으며, 공격대원들이 나아갔다.
"으, 느낌 진짜."
"생체 실험장? 부화장? 그런 컨셉이었었지."
"게임에선 배경 음악 꽤 다이나믹해서 나쁘지 않았는데."
"지금은 배경 음악은 없고 쓸데없이 재현도만 리얼한데."
"그건 나도 동감이다."
한우현도 그들의 불평에 고개를 끄덕였다.
"뭐, 다들 알고 있겠지만 한 번 더 설명하자고."
-촤좌좍!
-끼에엑!
-쉬익- 퍼억!
-끄에에엑!
저 멀리서 이따금씩 나타나 기어나오는, 하얗고 검은 흉측한 실험체들을 정리하며.
"게임 스토리처럼, 제 2 사도는 굉장히 전투적인 실험체다."
한우현은 설명을 이어나갔다.
"천사와 악마의 유전인자를 융합시킨 설정이었죠?"
"그래. 날아다니면서 칼질을 하고, 기괴한 생체 물질 공격을 해대지."
"아오, 전자기인 설정도 그렇고 1사도나 2사도도 그렇고. 그 놈이 만악의 근원이네요."
"···그렇지."
별 생각 없이 던진 차정훈의 말.
그 말에 한우현의 안색이 살짝 굳어졌다.
게임 스토리에서는 설정 상으로만 존재했던 미치광이 과학자이자, 12 사도 중 절반의 스토리에 관여한 존재가 생각났기에.
···지금은 생각하지 말자.
"아무튼, 실제로 공격 스타일도 그렇다. 게임과 비슷하지. 날아다니면서 거칠게 돌격하고, 칼질을 하고, 이따금씩 생체 조직들을 변형시켜서 요상한 패턴을 내뿜고."
"뭐, 주보돌이로 수천 번은 잡았으니 일단 그대로라면."
"하지만."
라니아의 평온한 말투에 한우현이 딴지를 걸었다.
"이미 몇 번이나 강조했듯, 제 1 사도와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고 했지?"
"아, 현실···?"
"실제로 현실에서도 맹목적인 알고리즘만 따르는 로봇에 불과한 1 사도와 달리, 그 놈은 인간형 생명체니까."
뒤를 돌아, 진지한 표정으로 또박또박.
"지능이 있지. 아니, 심지어 좋지. 평균적인 인간들보다 더."
그 요소를 강조했다.
"으음, 이미 몇 번이나 들었지만, 잘 모르겠단 말이야···."
최윤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서 네 역할이 중요한 거다, 최윤."
"뭐, 1 사도 때는 생각만큼 그렇게 반응하기 어렵진 않던데."
"잘 해야 할 거다. 정말로."
한우현이 낮은 목소리로 그에게 한 번 더 주의를 주었다.
"아브락사스Abraxas는 전투 시작 후 몇 분 안에, 공격대의 구성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테니까."
"아이고, 몇 번을 말해. 알았다구."
충분히 이해한 듯,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인 최윤을 확인하고서는.
-휙.
한우현은 다시금 앞서나갔다.
"자, 곧이다."
그 말대로, 수 분도 지나지 않아.
-찌지이잉···
-즈으악···
-찌즈으응···
끊임없이 생체 조직들과 구조체들이 꿈틀이며 그 아가리를 벌렁이는, 거대한 문 앞에 들어설 수 있었다.
"그럼 모두들, 준비해라."
"공격대원 전원, 준비하십시오."
맥이 그 카메라의 빛을 번쩍이며.
-피리링···
"윽."
"음."
"읏."
순식간에서 포스의 가느다란 의식 다발들을 열 명의 플레이어들에게 연결했다.
"연결 완료."
"후우···. 하!"
한우현이 그에 뒤이어 눈을 크게 부릅뜨며.
-파자자작···!
-차자자작···!
송과체에서 뻗어나가는 신경 줄기체들의 다발을 어거지로 부풀리고 쪼갰다.
-피이잉···!
세상을 보는 그의 시선이 흔들리며 뒤틀렸다.
인간의 의식을 관장하는 대뇌 겉질들이 뒤엉키며 그 존재성을 시험받는다.
-스···
-스···
-스···
그리고, 마침내 쪼개지며.
-[신경 조작술 : 다층 자아 분리]
인간 정신의 근원이 다시 엮여 어거지로 구현된다.
"다들 잘 느껴지나, 최윤/엘리쟈/장즈하오/시하이옌/차정훈/김재승/라니아/나유나/홍세희?"
"와, 진짜 미친."
"이건 정말이지."
"무슨."
"머리 속 한 구석에 내 존재감이 느껴지나?"
"네에, 확실히."
"좋아. 기본적으로는 미리 입력해 둔 맥의 지시에 따르지만."
아홉 명의 머리 속에 동시에 그 의식을 나누어 담은 한우현이, 모두에게 울리듯이 되뇌였다.
"위기 상황에는 내가 직접 너희 하나하나의 상황에 맞춰 지시할 테니, 즉시 따르도록."
"예!"
"확인!"
"알겠습니다!"
모두의 생각과 행동이 느껴지니.
구태여 고개를 끄덕이지 않고도 그 모든 의사를 확인한 한우현은, 한 걸음 앞으로 걸어나갔다.
-철퍽.
"맥, 전투 준비 확인."
"확인합니다. 버프 아이템 적용, 전 완료. 버프 스킬 적용, 전 완료."
연결된 포스의 실타래를 따라 극도로 정밀하고도 섬세한 분석이 이뤄진다.
"다음 절차. 동작 확인입니다."
"하!"
"흐읍!"
그 말에 맞춰.
-[성기사 전투 교리 : 대 인간 방검술]
-[추적귀 전투 교리 : 대 인간 저격술]
-[마법소녀 전투 교리 : 대 인간 마법술]
-[사제 전투 교리 : 대 인간 축복-저주술]
-[...]
모두가 자기 직업에 맞춰져, 그 상대 유형에 알맞게 구성된 전투법을.
-후우욱!
-쉬이익!
순식간에 몸을 휘두르고 뒤틀며 재점검했다.
-쿵!
"이상 없습니다."
맥이 그 동작들을 모조리 스캔한 뒤, 다음 문장을 내뱉었다.
"다음 절차. 오리지날 스킬들의 준비 태세에 들어갑니다."
"자, 시작해라."
-치익.
-치익.
-치익.
그 말에, 모두가 준비해 둔 주사기를 꺼내들고.
-푸욱!
그 안에 든 엘릭서를 스스로의 목에 꽂았다.
"지금, 집중해라!"
동시에, 그들의 뇌에 해리 장애마냥 분열되어 의식체에 동조된 한우현의 정신 조각들이.
-꿀렁-꿀렁!
그 신비의 액체와 함께 뇌 내에서 무수한 화학 물질들을 합성해냈다.
"인식하고, 기억하고, 구현해라!"
"으그극."
"씨이··· 파알."
"아으으···."
모두가 얼굴을 찡그린 채 뇌에 온 정신을 쏟으며.
-[신경 조작술 : 신경 가속]
-[신경 조작술 : 신경 이해 확장]
뉴런과 아교세포들의 기능과 구조를 한 층 확장해냈고.
-[응급 신체 대사 : 전투 마약 분비]
인간 정신의 집중도에 제각기 다르게 관여하는 물질들.
-부르륽!
항불안제, 항우울제, 항정신제 물질들의 비과학적인 조합.
-바르라륽!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와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과 플루옥세틴Fluoxetine과 카페인Caffeine이 끓어오를 듯 뇌혈류들의 내부에서 생성되었다.
-우르-르륵!
뒤이어, 부교감신경을 관장하는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이 엘릭서Elixir와 뒤섞이며 그 중심으로 순환했다.
-오로-로록!
그들 모두의 뇌에서 미세한 융합과 분열의 소리와 진동이 전달되었으며.
-엘렉사민Elixirmine 합성.
근접으로 순간 순간의 반응에 집중해야 할 탱커인 한우현과 달리, 정밀하고 효과적인 화망을 구성하기 위한.
집중도와 이성도를 극적으로 높이는 초월적인 효과의 플레이어 인공 호르몬.
모든 부작용과 순작용을 인체 생리학과 생화학을 무시하는 기전으로 발현시키는, 불합리한 물질이 그들의 온 몸으로 퍼져나갔다.
-키이이잉···!
-치이이잉···!
-피리리링···!
-파라라랑···!
뒤이어 공격대원들을 중심으로, 강화된 신경 인지 및 이해 능력을 통해 무수한 신체 강화와 보호 역장이 씌워졌다.
"좋아, 다들 잘 했다."
모두가 성공적으로 스스로의 인체 대사와 신경계를 한층 더 강화했다.
"맥, 이제 숨어들어라."
-확인. [은폐장] 상태에 들어갑니다. 앞으로 모든 경고는 [전음]으로 이뤄집니다.
"안에서도 잘 숨어 있도록."
-스르륵···
제 1 사도와 다르게 2 사도부터는 맥을 적으로 제대로 인식하기에, 조치를 취했다.
"다시 한 번 포지션을 점검한다. 메인 탱커, 한우현."
그가 방패를 들었다.
"그 뒤의 방어 서브탱커, 장즈하오. 회피 서브탱커 라니아, 홍세희."
명령을 따르듯 야만전사, 마법소녀, 암살자가 한우현의 뒤에 도열했다.
"메인 딜러 차정훈, 김재승, 나유나. 서브 딜러 엘리쟈, 시하이옌."
포격수, 추적귀, 풍수사를 가운데 두고 마법소녀, 암흑술사가 앞뒤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가장 뒤에 메인 서포터 최윤."
그 뒤에 사제가 커다란 홀을 들고 바닥을 내리 찍었다.
"자, 준비 완료!"
자신감 있게 마지막을 외치며.
"좋다. 그럼, 시작하자고."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기에, 한우현도 씨익 웃어주고선.
-[난이도를 선택해 주십시오.]
-[난이도 : 현실Realism]
"""예!"""
-[입장 인원을 선택해 주십시오.]
-[입장 인원 : 10명 (최대 인원)]
"""예!!"""
무의미한 질문들을 대충 넘기며.
"자, 간다!"
"쩌러레츠고!"
-[알을 깬 자에 맞서는 그대들의 용기에 찬사를 보냅니다! 부디 세계수의 가호가 함께하길···.]
-파아앗!
차정훈과 김재승의 자신감 넘치는 기합과 시공간이 왜곡되는 소리가 뒤섞였다.
-파아앗!
그렇게.
-탁.
-타닥.
-탁.
질척한 생체 조직들과 무수한 총배설강, 산란관들로 뒤덮인 널찍한 방 안으로.
모두가 발을 내딛었다.
"흐읍!"
그리고 그 주변 환경을 제대로 둘러보지도 않고선 곧바로.
-[절대 방어]
-[역장 외골격 : 흡수 장갑]
-[벡터 재조정 : 삼각 초기화]
한우현이, 그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방어]에 연결되는 스킬들을 전신에 둘렀다.
-시아아악!
-스아아악!
거기에 더해 가장 앞서 방패를 내세운 그 뿐 아니라, 나머지 모든 공격대원들에게도 최대한 강렬히.
-쐐애액···!
-쐐애액···!
-쐐애액···!
다행히 늦지 않았던 듯, 아슬아슬하게 날아드는 파공성이 그 직후 느껴졌다.
한우현이 다른 명령에 앞서, 가장 앞에서 [절대 방어]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던 이유.
-쿠과과과광!
들어오기가 무섭게, 공격대원들이 들어오는 입구를 향해.
-쿠과과과과광!!
무수한 흉측하게 생긴 시커먼 검들이 다발로 날아와 꽂히며.
-퍼버-벙!!
-프-브버버-벙!
폭발했으니까.
-푸화학!
-콰하학!
정말이지 엄청난 위력으로.
"하."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가장 먼저 그 공격들을 얻어맞은 한우현 뿐 아니라 모두가.
"좋아!"
"훈련대로 됐어요!"
"으, 시작이다···."
그에 단단히 대비를 하고 있었기에,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우웅···!
곧이어 의아하다는 듯, 방의 한 가운데 떠 있던 존재.
-쩌적!
하얗고 검은 에너지 덩어리들이 응축된 듯한 거대한 투명한 알 안의 존재가 눈을 감은 채, 껍데기의 표면을 진동시켜.
"뭐야, 어-떻게에 대애-비를 한 거-지?"
그 의문을 방 전체에 울리쳤다.
"이건 내-가 지금 원-래 하는 공-격이 아아-닐 텐데?"
의아하다는 감정을 담아, 널찍한 보스룸 전체에 기괴하게 긁어내는 소리를 퍼뜨렸다.
83화 제 2 사도 알을 깬 자 아브락사스 (2) (일러스트)
그리고.
-쩌저적.
조금씩, 조금씩, 갈라지는 거대한 흑백의 투명한 알 속에서.
"뭐어-지? 모-르겠어. 분명히 대애-비 할 수 없었-을 텐-데."
그 기괴한 생명체가 온 몸을 태아처럼 만 채, 철판을 긁는 듯한 목소리를 계속해서 냈다.
"모-르겠어. 모-르겠어. 그러-면. 또 다르으-게 해 봐야 할-까."
"온다."
"씹, 진짜 듣긴 했어도."
"얘는 게임이랑 아예 다르네."
"그래."
한우현 또한 긴장으로 몸을 굳힌 채.
"1 사도와 아주 다르니, 놈과 절대로 대화를 나누지 마라."
한 마디를 덧붙였다.
"습득력도, 지능도, 학습능력도 아주 좋을 것으로 예측되니까."
회귀 전의 지식을, 자연스럽게 강조한다.
-콰작.
-콰자작.
-쩌어어억!
"그으럼, 어-차피 들-켰으니까."
이미 균열이 가해진 알 전체에 커다란 금이 생겨났다.
-번쩍!
곧이어 뒤틀린 형상의 반천반마半天半魔 실험체가 온 몸을 뒤틀며 일어났고.
-우드득
-우드드득!
스스로가 담겨 있던 알을, 팔과 그에 달린 뾰족하게 돋아난 뼈의 날을 크게 휘둘러.
-콰자자자장!
산산조각으로 깨뜨리며, 온 몸을 크게 펼쳤다.
-촤하악!
-촤하악!
미적 감각이 망가진 재봉사가 자기 맘대로 이어붙인 듯한 천사의 하얀 날개와 악마의 검은 날개 두 쌍이, 그 뒤로 크게 펼쳐졌다.
-번쩍!
그리고 굳게 감긴 여러 개의 눈을 크게 떴다.
"눈 번쩍, 시작이다."
"모두 공격 준비."
희한하게도 모든 보스들이, 그 종류에 상관없이 하나같이 가진 시작 모션.
그를 모든 공격대원들이 확인하였으며.
-쯔즈자자작!
-까즈자작!
괴물에게서 막 돋아난 단단한 뼈와 근육, 피로 이뤄진 생체물질들이 그의 왼손과 오른손에 피어올라 굳었다.
-꾸드득!
-꾸드드득!
그것들이 제각기 뭉치며 각각 커다란 방패와, 검의 형상을 취했다.
"바안-갑다. 필-멸자들아."
{@PIC:753383}
[제 2 사도 알을 깬 자 아브락사스]
[레벨 : 210]
[포스 : 4000]
그 정보가, 모두의 눈에 명확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필-멸자란 게 뭐-지? 그렇게 말 해야 할 것 같-지만. 난 모-르겠어."
아브락사스가 중얼거리며, 마치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 고저없는 목소리로.
-펄럭-펄럭!
-타닥.
바닥 위로 날개를 움츠린 채, 발을 디뎠다.
"나는 너-희가 구웅-금하-다."
"준비해라. 2페이즈부터다."
"네."
"네."
"이 밖엔 뭐어-가 있는지. 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지. 너희는 어-디서 왔-"
-후웁
그리고선 평온하게 말을 하던 보스의 몸이, 순간적으로 흐려졌다.
"-는지?"
-쿠구궁!
-쿠과광!
곧바로 나유나의 바로 옆에서, 무수한 굉음과 충격파가 울려퍼졌다.
-[절대 방어]
-카가각!
그 곁에, 빛의 안개로 둘러싸인 방패와 거대한 뼈칼이 아슬아슬하게 부딪힌 채 진동했다.
"-에?"
나유나가 멍하니 목소리를 흘렸다.
"···어?!"
"···무, 무슨?!"
그리고선 뒤늦게, 파티원들이 눈을 크게 뜨며 반응했다.
"큭."
가속된 시간 속에서, 한우현은 신음을 흘렸다.
[제 2 사도 알을 깬 자 아브락사스].
설정 상 미치광이 과학자가 천사와 악마를 융합시켜 만들어 낸 가장 강력한 실험체로, 당연히 두 생명체 모두가 게임 설정 상 지적 생명체이므로.
-여어-긴 어-디지.
-너희인 누-구냐. 내 적이-라고 본능이 말-하지만.
-좀 더 알-고 시잎은-데.
스스로도 어지간한 인간을 뛰어넘는 수준의 지능을 갖추고 있었다.
물론 그 뒤로도 그런 보스 몬스터들은 수없이 등장했지만.
제 2 사도는 게임에서의 패턴을 강화한 것에 불과했던 제 1 사도와 너무도 그 행동 양상이 달랐기에, 초반에 엄청난 피해를 남겼다.
-···왜 돌입한 파티가 연락이 안 되지?
-설령 실패했어도 한 명은 나와야 하는데?
돌입하자마자 갈겨버리는 즉사기.
-2, 2 사도는 자기 능력을 마음대로 사용합니다!
-패턴이라는 게 없어요! 그리고 극도로 전투 지능이 뛰어납니다!
게임의 패턴 순서를 완전히 무시하며, 그를 자유자재로 해체하고 멋대로 사용하는 보스 전투.
-바안-갑다. 필멸-자들아. 우리 대-화를 해 볼-까.
-대, 대화요?
-응하안다면 이버-언에는 물-러가 줄 수도 이있-는데.
기만, 속임수, 거짓말, 혼란.
-너희 미-국은 대-단하구나. 정작 가장 강력한 인간 집단인 한-국이라는 것들은 모-자라기 그-지 없었건만.
-공격대! 모두 모여!
-사-제만 없다면 부-활을 모옷 하-겠지?
-라일리! 피해!
-꺄악!
공격대의 구성과 전력, 직업 밸런스를 파악하는 모습까지.
현실이 된 보스 몬스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은 아무도 몰랐던 시절.
너무도 큰 피해를 남겼던 놈이었다.
-콰과과곽!
-콰가각!
"너어- 힘이 세-구나."
"하!"
거기까지 회상을 마친 한우현은.
-파-아앙!
-퍼-버벙!
놈의 검과 방패에 있는대로 포스를 주입해, 반발하듯이 밀쳐냈다.
-콰광!
"허어-어!"
강제로 튕겨나가진 방패와 검이 궁금하다는 듯.
놈의 호기심 가득한 표정에 눈길 하나 주지 않고, 연속해서 다시 공격의 준비를 했다.
-촤좌좍!
-[광신의 광검 : 공간 절단]
아브락사스가 초반의 공격대원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었던 이유는.
게임과는 전혀 달랐던 제 2 사도의 행동 원리와 사고 방식을 누구도 전혀 몰랐었기 때문.
-촤악!
-쿠궁!
그러니까, 그 모든 것을 미리 알고 있는 지금이라면.
-콰아악!
아무 피해 없이, 막을 수 있으리라!
"하아아!"
"크-으, 으-으?"
-카좌좍!
-쩌끄자작!
한우현이 인정사정없이 날리는 방패와 검의 폭풍들.
-카앙! 카가강!
당연히 아브락사스 또한 검방술의 달인으로 '설정'된 괴수이기에, 그것에 본능적으로 대응해나갔지만.
-쩌억! 쩌저적!
-콰과광!
그 검기들에 의해 놈의 막 생성한 생체물질로 만들어진 방패와 검에 금이 가고, 일부는 깨져 나갔다.
"으으-윽!"
-펄럭-후욱!
0.1초도 지나지 않는 순간에 너무도 빠르게 오간 공방.
-퍼얼럭-퍼얼럭!
그를 견디기 어려웠는지, 아브락사스가 눈살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나듯 날갯짓을 하며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다들 정신 차려라!
-네, 네!
-씨발, 말 걸다가 갑자기 기습이라고?
-저거 보스 맞아?
-나, 나 방금 죽을 뻔 한 거 맞지?
-나유나! 움직여라!
-으으, 알았다구!
다행히, 막 깨어나 아직 스스로의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
원래는 알 속에서 신성력과 악마력을 다루며 서서히 깨어나는 것이 1 페이즈이기에, 그를 어거지로 보스가 깨고 나온 반동이 있는 것이었다.
-작전대로! 진형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위치 이동해라!
-네!
-네!
-네!
-그리고 계속해서 공격해!
-임프 천사 소환 패턴, 산란관 독무 패턴 시작됩니다. 주의하십시오.
-맥의 지시에 따라 잡 패턴은 알아서 파훼해라!
-최윤! 알아서 [엘릭서] 마실 틈이 없이 부상당한 대원들을 치유해!
-움직여라!
순식간에 다시 정신을 차린 공격대원들이, 제각기 자리를 찾았다.
-끼리릭!
-끼에에엑!
보스 룸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잡몹들과.
-취히익!
-촤하학!
독가스 분출을 피해가며 계속해서 위치를 바꾸고.
-후우욱!
-쉬이이익!
정밀하게 한우현을 상대하는 아브락사스에게 일점 집중을 시작한다.
-쿠훙!
그 스킬 중 하나에 머리를 얻어맞은 괴물이 비틀린 입매를 열며 목울대를 움직였다.
"이이-런. 내가 시일-수 했군. 마악- 일어나서 저엉-신이 없어서. 사아-과하지."
"공격! 더!"
놈의 말을 일부러 무시하고자.
-파아앙!
크게 소리치며, 돌진했다.
-번-쩌억!
-쯔거거걱!
그리고 역시 기만책이었다는 듯, 온 몸에서 생체물질로 이뤄진 검날을 생성하고 저주의 눈빛을 빛내려던 아브락사스가.
-콰작!
-콰과광!
"흐으-으윽!"
황급히 방패로 한우현의 검을 막으며, 그 기술들을 중단당했다.
"네 상대는, 나다!"
"너어-라고오-?!"
좋아, 3페이즈 기술을 바로 쓰려던 것은 봉쇄했다.
이제 그 기세를 이어나갈 때다!
-견제해라!
"하!"
"흡!"
"하앗!"
가장 먼저 한우현의 바로 뒤에 위치한 홍세희, 장즈하오, 라니아.
모두가 단검, 도끼, 별빛 방울의 형상으로 포스를 응축하고.
-쒸이-아아악!
-슈웅-퍼버벙!
-콰우우-콰아앙!
근거리에서 한우현과 함께 오가며 그것들을 내던져, 아브락사스의 시야를 가렸다.
"자암-까안. 고옹-격을 머엄-춰-"
-쿠화아아앙!
뒤에 이은 말들도, 메인 딜러 팀들이 퍼부은 스킬들에 묻혔다.
-놈과 절대로 대화하려 하지 마라!
-예!
-예!
-예!
방심했다가 허무하게 목숨이 날아갈 뻔한 상황.
그를 모두가 보았기에, 아예 귀를 막은 태도로 끊임없이 스킬을 날렸다.
-콰광!
-쿠과광!
-멈춰라!
한우현이 끝없이 검과 방패를 휘둘러 놈을 후려치다가, 인상을 찌푸리며 방어 태세를 취했다.
확장된 의식으로 보건데, 놈의 포스 반응이 달라졌기에.
-후와악!
그리고 그에 반응하듯.
약간은 포스 보호막이 벗겨졌지만, 그다지 큰 타격을 입지 않은 모습으로.
-쿠화화황!
빛과 어둠의 포스 에너지가 주위에 폭풍처럼 발산되었다.
"뭐어-지이? 너-는 뭐-냐?"
"···."
그 한 가운데서, 아브락사스가 분노한 기색으로 중얼거렸다.
"너어. 너어. 나를 아-는 구나. 나아-를 예-측하는 구나."
반천반마 실험체의 눈빛이 빠르게 그의 뒤에 서 있던 공격대원들을 향했다.
"너-희들은 구웅-금 하지 않나? 왜 이 기-사가 나를 아-는지?"
더 들을 필요도 없었으며.
대답해 줄 가치도 없었다.
-콰앙!
-쿠궁!
따라서 더 이상 말을 듣지 않은 채.
-쓰으-파바바방!
무수한 파공성과 함께, 한우현이 다시금 초월적인 속도로 몸을 날렸다.
놈이 잠깐이라도, 여유를 가지게 둘 수 없었으니까.
"흐으-으음!"
한가로이 말을 잇던 아브락사스가, 다시금 표정을 급변하며 뼈 방패를 들어올렸다.
-콰광!
-카자-앙!
방패와 방패가 부딪히고.
-쉬강!
-콰작! 콰과곽!
검과 검이 부딪히며, 서로 얽혔다.
-카가가가강!
-키기기기깅!
너무도 빠른, 초속의 공방으로 부딪히고, 몸이 얽히고, 함께 공간 전체를 뒤흔들며.
-카작!
-콰자작!
검방술의 대가들이 엮고 엮이는 현장.
이상하게도, 마치 상호 간의 약속 대련이라도 되는 것 마냥 똑 닮은 무공의 맞부딪힘.
-파앙!
-파앙!
그 움직임들이 서로의 거울과도 같은 모습으로.
-나는 신경쓰지 말고, 공격해라! 정밀하게 말고, 큰 공격을 해도 된다!
-[무궁의 존재감]
-화아아앙!
-휘이이잉!
주위 공간을 왜곡함과 동시에, 시공간 영역 전체에 한우현과 아브락사스가 서로만을 인식하게 된다.
"으으-으음?"
"날- 봐라-!"
-[빛의 광기]
"뭐어-냐 너-언?"
-[무궁의 존재감]에서는 너희가 공격해도 난 맞지 않는다! 신경 쓰지 말고 공격해!
-네, 네!
"이이- 거엄술은 뭐어-냐아-!"
-아니, 이미 들었어도 진짜 못 믿겠네.
-믿는다 진짜!
-갑니다!
불안한 듯 망설이는 공격대원들을 격려해.
-쿠화아아앙!
다시금 초월적인 규모의 힘과 파괴가 한우현과 보스 몬스터를 둘러쌌다.
"너어, 너-어, 너-?!"
"크흐윽!"
공격대원들에게는 피해를 입지 않는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거짓말이었다.
-쿠화아아앙!
-후와아아앙!
게임도 아니고, 현실에서 아군이 있는 곳에 폭격을 하는데 피해를 입지 않을 리가.
그러나 한우현이 미래에서 필사적으로 수련한, 메인 탱커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기술.
보스와 뒤엉켜 싸우면서도 딜러진들의 공격을 온연히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무궁의 존재감].
그를 통해서 대부분의 스킬 피해와 타격을 보스에 집중하고, 조금은 어쩔 수 없이 그가 여파를 맞게 되는 것이었다.
-쩌어억...
-촤아악...
녹아내리고 들러붙는 아브락사스의 날개.
-쩌저적!
그리고 마찬가지로, 조금씩 타고 그을리는 한우현의 갑옷들.
게임과 다르게 [엘릭서]를 싸우는 도중 마실 틈은 없었기에, 피해를 어거지로 [포스 전투술]로 틀어막으며 간간히 날아오는 최윤의 [치유]와 [정화]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
"너-어. 미이-친 자-로구나."
"그래. 미쳤다."
하지만, 버틸 만 했기에.
그 스킬들의 폭풍과도 같은 공간 안에서, 한우현이 의미 없이 뇌까렸다.
-콰광!
-콰과광!
물론 대화를 나누면서도, 수없이 검과 방패를 맞대고 부딪히며.
대등하지는 않았지만, 엇비슷한 수준으로.
-쿠구궁!
-쩌저-정!
아직은, 아직은 한우현이 1대 1로 버틸 수 있는 보스였으니까.
-[힘의 순환 : 덧칠하기]
그리 방검술로 놈이 한 눈을 팔지 못하도록 묶어 놓으면서도, 끊임없이 [물리 왜곡술]로 스킬들의 피해를 놈에게 전가했다.
-후우욱!
-콰과광!
엇나간 스킬들의 궤도를 강제로 비틀어서 놈의 날개에 맞히고.
-촤아악!
-쿠궁!
전체 공간에 날아오는 스킬들은 억지로 그것을 응축하고 모아 놈의 신체 곳곳에 박는다.
"후, 우우, 흐어아아···!"
"음!"
그리고 그것이 수 분 동안 계속되었을까.
"흐어어어···으어아아아···!"
한 참을, 어떻게든 한우현의 영역에서 빠져나가고자 발버둥치던 아브락사스.
-촤학!
-촤하학!
그가 반쯤 녹아내린 몸에서, 갑작스레 새로이 재생된 두 쌍의 날개를 펼쳤다.
-퍼-버버-버버벙!
또한 곧바로 엄청난 양의 포스를 반발력으로 내뿜으며.
-파-바바-바바방!
온 몸에서 살점과 뼈와 피를 폭풍처럼 터뜨렸다.
-즈아아아!
-스아아아!
강렬한 검고 흰 에너지를 온 몸에서 발산하며.
-타닥!
-타닥!
버티기에는 어려울 만치 강렬한 반격이었기에, 방패를 올려 몸을 낮춘 채로 물러난 한우현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2페이즈 끝. 3페이즈다. 잠깐 대기해라.
-네! 대기!
-대기!
-지금 모두들 여유 날 때, 엘릭서 마셔!
-예!
-최윤은 모두에게 다시 치유 한 번씩 더 걸고!
-알았어!
"흐-으으-!"
간단한 명령을 반복하고선, 불길하게 힘을 모으는 놈을 노려보았다.
강렬한 포스의 충격으로 인해 내면의 잠재력이 깨어남과 함께 폭주하는 패턴.
지금 공격하는 것은 딜러진들에게 불필요한 어그로를 끄므로, 잠깐 기다리는 것이 맞았다.
"흐으-아아-아아아!"
다행히 첫 공격 외에는 한우현이 놈의 시야를 막고 끊임없이 몰아붙였기에.
아브락사스가 레이드를 학습하는 것을 거의 차단할 수 있었다.
이대로라면, 어쩌면 가장 중요한 보험인 최윤까지는 가지도 않고.
딜러진들조차 피해를 입지 않는 선에서, 막을 수 있을 지도.
-쿠궁
-쿠구궁!
반 쯤 녹아내리고 뒤틀렸던 아브락사스의 몸이 다시금 재생되며, 더욱 흉측하게 거대해진다.
-쫘라라라-라락!
-쯔지지자자-자작!
그리고 온 몸에서 거대한 뼈와 핏덩이들이 뭉친 칼날들을 만들어 내고선.
-파바박!
-파박!
-파바바박!
그것들을 일제히, 발사했다!
-쉬이이익!
-스이익!
보스룸 전체에, 거대한 뼈의 칼날들이 괴상막측한 궤도를 그리며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너어."
동시에 두 쌍의 날개를 온연히 펼친 아브락사스가,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왜-애. 어어-떻게. 내 방패-거엄-술을 쓰으-는 거-지?-!"
한우현을 쳐다보며 외쳤다.
84화 제 2 사도 알을 깬 자 아브락사스 (3)
"대애-답 해-애라."
온 몸을 기존의 2m에서, 3m쯤 되도록 부풀리며 위협적으로.
-후우욱! 후우우욱!
-챙!
-챙!
-챙!
-챙!
아브락사스가 허공을 부유하는 생체조직 검들을 일제히 한우현을 향해 겨누고선.
"어어-떻게 나와 가앝-은 무-술을 구사하-는 거-지?"
너무나 궁금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닥쳐."
-모두 3페이즈 준비해라. 잡패턴이 많지만 중요한 건 둘 뿐이니, 그것만 주의하도록.
-예!
-예!
-[낙인]과 [어검술]에 연산을 집중 분석합니다. 현재 사출된 비행검은 12체. 모든 검을 공격대원들의 시야에 강조 표시합니다.
맥의 한 마디가 더해짐과 동시에.
"좋-다아. 더 겨뤄-보자."
여전히 대답은 없었지만, 한우현이 마음에 든다는 듯.
-피잉!
-피잉!
-피잉!
아브락사스가 일제히 부유하는 검들을 그에게 내리꽂았다.
"흡!"
느려지는 세상 속에서, 한우현은 정신을 집중했다.
하나, 둘, 셋, 넷···.
-캉!
-카앙!
애초에 그 위력은 그다지 강하지 않은 부유검들.
-카강!
-카앙!
그것들을 초월적인 속도로 휘두르는 검과 방패로, 모조리 쳐냈다. 일부는 다시 허공으로 돌아가고, 일부는 깨지고, 일부는 바닥에 처박힌다.
-휘리릭!
-휘익!
모든 검을 역시 아브락사스와 유사한 방검술로 쳐내자, 더욱 흥미가 돋은 듯.
"너어-희도 바앙-해하지 마-아라-!"
아브락사스가 입을 주욱 찢으며 외쳤다.
-번쩍!
동시에 뒤틀리고 일그러진 눈을 크게 뜨며, 거기서 검붉은 빛이 번뜩였다.
"크윽!"
"윽!"
그 눈이 마주친 모든 공격대원들의 이마에, 하나의 문양이 새겨졌다.
-[낙인] 1체 활성화. 모두 [마안]에 주의하십시오.
-마안으로 새기는 [낙인]은 내가 모두 막아줄 수 없다! 최대한 차단해 보겠지만, 놈이 눈을 번뜩이려고 하면 맥이 경고할 테니 주의해!
-낙인 1체의 효과는 [감속]으로 분석됩니다. 모두들 속도를 더 높이십시오.
-큭, 죄송합니다!
-못 피했어!
-괜찮다! 계속 회피 기동하면서 공격이나 해!
"나와 겨-뤄 보-자!"
아브락사스가 입을 찢으며 웃고서는.
-퍼얼-럭!
-쒸이이익!
날개를 접으며, 한우현을 향해 내리꽂힐 듯 쇄도했다.
"그래, 나알- 봐-라!"
-휘리리링
다시금 탱커 주위의 공간을 왜곡하고 공격을 집중하는 [무궁의 존재감]을 펼치며.
-최윤! 쿨타임 될 때마다 공격대원들을 [정화]해라! 그리고 눈에 띄는 부상이 없어도 보스룸 전체에 퍼진 [독가스] 때문에 기관지, 폐가 손상되니 [치유]도 중간중간 호흡기계에 취해라!
-장즈하오, 라니아! 놈의 머리 부근에 견제기를 날려라! 중간중간 놈이 내 사거리에서 벗어날 때 마다 공격을 박고 물러나!
-홍세희! 놈의 뒤통수가 무방비하게 드러날 때마다 암살검을 박아라!
-시하이옌! [그림자 안개]로 따라오지 못하는 파티원들의 이동을 도와!
-라니아, 엘리쟈! 어검술이 날아올 때마다 마법으로 궤도를 뒤틀고, 환상으로 놈의 감각을 교란해라!
-나유나! [용맥 전개]로 지형을 계속 뒤흔들어 보스룸에서 태어나는 임프 천사들이나 독 열수구같은 잡패턴들을 파훼해! 그리고 놈이 착지하려는 위치마다 [자연지기 폭발]을 일으켜!
-여유가 날 때마다 [엘릭서]를 마셔서 자연 회복력을 높여라!
-모두들 지금 잘 하고 있다! 이대로만 계속해!
한우현은 [전음]을 끊임없이 전달했다.
-후욱!
-파바박!
-타닥!
그에 다행히 잘 반응해, 공격대원들 모두가 끊임없이 자리를 바꾸며.
-휘익!
-퍼버-버벙!
-콰과광!
한우현과 검과 방패를 끊임없이 부딪히는 아브락사스에게 공격을 집중할 수 있었다.
"바앙-해다-아!"
-쩌적!
-쩌저적!
그의 몸에서 다시금 날카로운 칼날들이 돋아나고.
-파바바박!
거대한 검날들이 사방으로 발사되었다.
-어검술 10체 추가. 2체 파손 제외, 총 20체 부유합니다.
-맥의 지시에 따라 알아서 피해라! 이건 게임과 비슷하니까!
-씹, 게임에서는 끽해야 네 다섯 개였잖아!
-진짜 미치겠네!
-조심!
"아극!"
허공을 뛰어다니며 마구 솟구치고 내리꽂히는 검들을 피해다니다 실수를 한 듯, 차정훈이 잠시 멈칫한 사이.
-휘이익
-서걱!
검 하나가 빠르게 날아와, 그의 허벅지를 한 움큼 찢어발기고 지나갔다.
"아악!"
"[치유]! 괜찮아!"
"가, 감사!"
"뒤에 또 온다!"
"큭, 씨발!"
-잘 하고 있어! 그대로 피해다니면서 계속 공격해!
"하안-눈 파알-지 마아-라!"
-쿠궁!
-쿠구궁!
한우현도 아브락사스를 붙잡아두고 검과 방패를 부딪히는 동시에, 그 현장을 분산된 의식들로 확인했다.
"내 무술이 궁금한가?"
"그으-래. 어어-디서 배-웠지이-?"
"무술, 그래, 식당으로 비유하자면···."
"식-당? 무슨 개애-소리냐-?!"
동시에 놈의 이목을 끌 만한 아무 말이나 내뱉으며, 아브락사스가 주의를 다른 공격대원들에게 돌리지 못하도록 한다.
-촤학!
-촤하학!
서로가 서로의 놓친 신체 부위 일부를 검으로 긁고 지나간다.
-카강!
-카강!
거의 똑같은 순서와 동작의 방검술들이, 치열하게 상대의 약점을 노렸다.
실제 검과 방패를 사용하는 성기사의 전투 교리의 근간이 된 것이 바로, 비현실적으로 강력한 육체 능력을 지닌 보스 몬스터이자 방검술을 구사하는 인간형 생물체.
아브락사스의 전투 방식에 대한 모사였기 때문.
-츠저적!
-쯔거걱!
한우현의 어깨 위가 갈라지며 피가 한 움큼 튀었고, 아브락사스의 팔꿈치 절반이 갈라졌다.
-[전투 재생]
하지만 둘 모두, 순식간에 그를 재생하며.
"식당에 손님들이 찾아왔더니 사장님이···."
"무우-슨 비유냐 그으-게! 이해가 하아-나도 안 되는 구-나!"
"네가 이해가 쏙쏙 되지 않는 게 왜 내 잘못이지?"
"그으-딴 게 서얼-명이냐-!"
-콰광!
-콰자장!
공방을 계속한다.
-쉬이익- 쾅!
-차라라랑- 치지작!
-츠하하학!
동시에, 그 공격의 사이사이 빈틈으로.
-파라랑-파라랑-파바방!
-쿠구궁!
딜러 공격대원들이 날린 스킬들도 끊임없이 날아든다.
"후욱!"
"크하악!"
-쿠과-광!
다시금 서로의 신체에 타격을 주고 받고선, 놈의 펄럭이려는 날개를 움켜쥐고 함께 벽면으로 처박혔다.
-콰과광!
동시에 한우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훈련과는 다르다.
훨씬 더 어렵고, 공격대원들의 모습도 그 때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카가-가강!
-쩌어-엉!
"주욱-어라아!"
"넌 식당이 뭔지도 모르나?!"
다행히 예상과 같이, 아브락사스가 지금은 한우현에게 관심을 둔 덕에 다른 공격대원들은 견제기인 [어검술]만 주의하면 돼고.
비록 어검술이 예상보다 많고 위협적이라 다른 공격대원들의 공격 빈도가 낮기는 했어도, 다들 이 정도면 잘 피해다니고 있는 듯 했다.
-서걱!
-스가각!
"그- 방어술-!"
"다 해줘도 불만이 많구나!"
낙인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첫 번째 낙인은 워낙 기습적으로 날리므로, 반응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다행히 3개 이하의 낙인은 효과가 미미하고, 죽음의 낙인은 7번째 부터니까 앞으로 잘 차단만 한다면 괜찮을 것이다.
게다가, 낙인은 마안이 마주쳐야 쌓이는 것.
"보-아라-!"
-번쩍!
"어딜!"
-쩌저-정!
다시금 눈을 빛내려 할 때마다, 한우현은 방패로 그의 얼굴을 후려치며 강제로 그를 바닥으로 처박았다.
"나만, 봐라!"
"이- 노옴-!"
-콰광!
바닥에 처박힌 채로도 전투는 이어진다.
-쩌어엉!
-쿠와아아앙!
생물체의 움직임 한계를 넘어서는 기괴한 동작으로, 그들의 검과 방패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며 맞부딪힌다.
-콰과광!
-파바박!
"내 누운-을-!"
"눈, 감아라!"
-콰아-악!
다시금 아브락사스가 자세를 잡으려 할 때마다, 그 몸에 검을 꽂은 채로 함께 전신을 내던져 함께 나뒹군다.
-쿠과과광!
다시 벽에 부딪히고, 바닥에 충돌하고, 기괴한 궤도로 솟구치고...
-피잉!
-피비빙!
그럼으로서 그에게도, 다른 공격대원들에게도 향하려 하는 마안과 어검술의 조종을 차단한다.
-콰과광!
-콰앙!
끊임없는 추격과 공격.
"크으-하악!"
"흐아아아!"
서로가 서로에게 몇 번이고 검과 방패를 난자했을까.
"크, 크흐, 크흐아, 서얼-명하지 아않-겠단 게-지."
"난 충분히 좋은 비유로 설명을 해 주었는데?"
"크-하."
어느 새 포스 보호막도 모조리 깨지고, 온 방향으로 몸을 부딪히며 스킬들을 뒤집어 써 그 전신이 걸레짝이 된 아브락사스가 음침하게 웃었다.
-펄럭!
-퍼얼-럭!
동시에, 반 쯤 찢어진 날개를 펄럭이며 빠르게 솟구쳤다.
"내애-가 모를 줄 알았-나. 너는 미-끼라는 것-을."
"···."
순간, 한우현이 따라잡지 못할 속도로.
"그으-래도 정체가 구웅-금해서 따라가 주었지-만."
아브락사스가 고개를 기괴하게 꺾었다.
"아무래도 내애-가 순진했-나 보-군."
-번쩍!
동시에, 그가 눈에서 붉은 빛을 발했다.
-눈 감아!
-네!
-네!
지시를 내리며.
-파바방!
한우현은 도약했다.
마안은 사용하는 순간, 아브락사스 또한 대상을 집중해서 바라봐야 한다.
찢어지고 으깨지며 재생이 느려진 몸을 보아하니 저 놈의 체력도 한계.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발악이리라.
-쐐애애액!
"크하하!"
아브락사스가 크게 웃으며, 한우현과 그 눈을 마주쳤다.
-쩌저적!
-서걱!
그리고 그 날카로운 검날에 그대로 몸을 부딪히고선,
-후웅!
떨어져 내렸다.
"흐하-하!"
"뭐?!"
한우현의 공격을 전혀 방어하지 않고, 오히려 온 몸을 검에 가져다대어 튕겨나가며.
-쑤와아악!
반 쯤 상반신이 갈라져, 내장과 피를 질질 흘리며.
-쿠과과광!
차정훈과 김재승의 바로 앞으로.
-차정훈, 김재승!
"바안-갑다-!"
"어."
"아."
-피해! 당장!
흩날리는 보스 룸의 바닥 재질. 생체 조직들의 파편들 속에서.
-쓰화아악!
거대한 검날이 인간의 인지영역을 벗어난 속도로 휘둘러졌다.
한우현을 제외한 그 누구도 반응하지 못한 순간.
-철퍼져적!
순식간에.
-촤하학!
세 조각이 난 차정훈의 상반신과, 목이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쯔좌좍!
삽시간에.
-츠지자작!
김재승의 반 쯤 으깨진 머리와 너덜너덜하게 갈기갈기 찢어진 몸 조각들이 함께 널브러졌다.
"이, 이런 씹!"
"어? 어어?"
당연히 다른 공격대원들 모두가 경악했으며.
"[부···]"
-[부활] 쓰지 마라! 피해!
-[빛의 발걸음]
-[절대 방어]
저도 모르게 몸을 멈추며 스킬을 영창하려 한 최윤의 곁으로, 한우현이 황급히 추락하듯 내려앉았다.
-콰과광!
"어어-차피 끄읕-이 난 거 같으니."
다음 목표로 내장과 포스 에너지를 흩뿌리며 몸을 내던지는 아브락사스를 막기 위해.
"한 노옴-이라도 재미-나게 해-주마-!"
"큭."
예상치 못한 패턴.
-콰과과곽!
-카가가강!
다시금 검과 방패를 맞부딪히며, 한우현은 이를 악물었다.
이건, 예측하지 못한 행보였다.
-촤좍!
-촤하하학!
사도들 중 약한 편이었던 회귀 전의 아브락사스는 몇 번이고 토벌당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싸움에 들어서기 전에는 속임수나 전략을 많이 썼어도.
"아안-돼-지이-!"
"못, 지나간다!"
강력한 플레이어들과 정면 대결을 시작하면, 대부분의 경우 정직하게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패배를 인지하자 동귀어진의 수를 쓰려 하다니, 전에는 이 정도로 압도적으로 밀어붙였던 적이 없었기에 보이지 않았던 모습인 것인가?
그러나 후회할 틈새도 없이.
-콰하학!
"흐흐-하하-!"
아브락사스가 팔 한 쪽이 잘린 채, 몸을 굴리다시피 날리며 또 다시 공격대원들에게 향했다!
-후우우욱!
-나유나! 무적기! 당장!!!
"여, 여, [영체화]아악!"
아슬아슬하게 아브락사스의 검 끝이, 투명하게 흐려진 나유나의 머리를 피해 없이 통과했다.
"이이-러언."
"아브락사스으으!"
"아안-들린다아-!"
어쨌든, 이미 일이 벌어진 마당에 후회해 봤자 늦은 것.
-최윤! 가서 머리만 챙겨라!
-머, 머리?
-[부활]은 송과체만 멀쩡하면 돼! 빨리!
-씨발, 알았어!
-나한테도 계속 [치유]를 걸고! 축복들을 다시 영창해라!
지금은 당장의 최선을 택할 때다.
더군다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는 아니다.
부활이 불가능한 수준의 손상도 아니고, 어차피 아브락사스는 지금 거의 다 죽어가는 상태니까.
-시하이옌! 최윤을 집중적으로 엄호해라!
-엘리쟈, 라니아! 놈을 교란하면서 회피해!
-모두 각자 회피에만 집중하고, 딜은 중지해라!
한우현은 빠르게 작전 방향성을 바꿨다.
-마무리는 내가 한다!
"크흐-아아!"
-피빙! 피피핑!
다시금 수많은 비행검들이 솟구쳤다.
아무렇게나 목표를 정했던 전과 달리, 하나씩 하나씩.
-파바바박!
-퍼버버벙!
조금이라도 뒤쳐지는 공격대원이 있다면, 그 한 명에게 집중하는 식으로.
"나알-봐라아!"
"시잃-다아!"
-콰작!
-콰자자작!
이미 한우현보다 그 속도가 느려진 상태.
-서걱!
-서거걱!
아브락사스는 전혀 방어하지 않은 채, 날아다닌다기보다는 망가진 몸을 억지로 내던지며 공격대원들을 노렸다.
-파방!
"으아악!"
"[치유]! 엘릭서, 빨리!"
"씹, 으흡, 으하악!"
-조금만 참아라! 거의 다 잡았어!
"아아악!"
하지만, 애초에 전투의 흐름 자체가 한우현과 아브락사스의 너무도 빠른 속도에 맞춰진 상태.
-퍼버벅!
"아윽!"
아슬아슬하게 라니아의 왼 팔이 잘려나갔다.
-촤자작!
"크흑!"
아브락사스가 날린 검날에 의해 장즈하오의 오른 다리가 으깨졌다.
"[치유], [치유], [치···], 크흑!"
잠깐 멈춰서서 주문을 외우던 최윤이 식겁하며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스하학!
그 위로, 아브락사스가 있는 힘껏 거대한 방패를 날렸기에.
"아아-쉽군."
그러나 거기까지가 끝이었다는 듯.
-투욱
완전히 부서진 검 끝을 내리며.
온 몸이 뒤틀려 으깨진 형상의 아브락사스가 중얼거렸다.
-쩌적····
-쩌저적····
더는 한계라는 것처럼, 찢어진 다리와 날개의 근육과 뼈를 비틀리듯 주저앉으며.
"너어- 치유사만 지인-작 주욱-였다면."
-퍼헉!
그 두개골의 정 중앙을, 한우현의 하얀 빛에 물든 검이 꿰뚫었다.
"이이-놈과 더 겨어-룰 수 이있-었을 테엔-데."
뇌가 부숴지고도, 아직 움직일 수 있다는 듯.
"구웅-금하다. 구웅-금해애···."
두 마디를 더 내뱉은 아브락사스가, 마침내 고개를 떨궜다.
-서걱!
한 번 더 검에 힘껏 기운을 불어넣은 한우현이, 그 머리를 완전히 몸에서 분리시켰다.
-털썩!
-털썩!
그제서야 사지가 하나씩 없어진, 모든 공격대원들이.
-털썩!
-철퍼덕!
겨우 온 몸에 힘을 풀며, 창백하게 질린 안색으로 주저앉았다
"으, 으으."
"으으으...!"
"아, 아아아..."
"으, 으윽. 아으윽."
멍한 신음을 흘리며.
85화 정신적 외상(Psychological Trau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