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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2 - 12

- 6권 6화

128화

아무리 골렘이라고 하더라도 믿 기 어려운 덩치였다.

그 조그맣던 타파골이 저렇게까지 거대해지다니?

'타락파워골렘이라는 이름이 아 깝지 않군.'

외견만 놓고 보면 정말 강해 보였다.

어떤 원리로 거대화가 진행된 건 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유준 일

행을 공격하려던 플레이어들의 기 가 확 눌러졌다.

"저거 도대체 뭔데?"

"아까 그 골렘 맞...지?"

"저 크기는 뭔데? 드래곤 아니야? 저 정도면?"

"도망쳐야 할 거 같은데, 이거? 그치? 나만 그렇게 생각해?"

"말 좀 해봐!"

이 두 번째 이벤트 장소.

미로는 천장이 보이지 않았다.

벽도 끝도없이 높게 솟아 있었 고 마법사나 조인족들이 하늘을 날 아 벗어나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높게 올라가도 벽이 이어져 있었으니까.

그래서 타파골이 마음 놓고 몸집을 키울 수 있었다.

"방해자들을 발견했습니다. 제거 하면 되겠습니까?"

타파골의 낮은 음성.

그러나 소리가 무척 커 귀가 먹 먹 해졌다.

빨리도 묻는다.

"그래. 알아서 처리해."

"알겠습니다. 명령을 이행합니다."

타파골이 오른발을 들었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이 있는 곳으로 발을 있는 힘껏 내려찍었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진동.

플레이어들은 최대한 방어 능력을 사용해 막아 보려 했지만,

타파골의 무시무시한 질량 앞에 서는 그 어떤 것도 의미가 없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비명 한 번 못 내지르고 네 명의 플레이어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그 후, 타파골의 몸이 순식간에 원래 모습대로 돌아왔다.

"방해물 제거 완료했습니다. 길 안내를 시작하겠습니다."

"그, 그래."

타파골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걸어갔다.

*

*

' 어쩌지...

마족 로테렌이 애꿎은 손톱만 물 어뜯었다.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며 걷는 팀원들이 보였다.

그녀는 마신 추종자였다.

마신 추종자들은 본인들을 직접 마신 추종자라고 불렀다.

그것이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마신을 추종하는 집단.

그리고 대륙을 지배하려는 목적.

머지않은 미래에는 마신까지 소환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다른 팀원들과 달 리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신유준을 보는 즉시, 위치를 알 리고 제거하라. 제거하는 것이 힘 들면 지원을 요청하라.

이것이 현재 마신 추종자들에게 내려진 지령이었다.

'지령이 떨어졌는데 그걸 무시할 수는 없어.'

만약, 그 지령을 이행할 수 있음에도 무시한다면 자신이 선사받은 힘을 모조리 잃게 될지도 몰랐다.

차라리 거기서 끝나면 다행이다.

힘도 잃고 배신의 대가로 끔찍한 형태로 죽음을 맞이할 확률이 높았다.

신유준은 꼭 제거해야 하는 대 상.

그런데 그를 죽일 수 있을지 판단이제대로 안 섰다.

'섣부르게 움직였다간, 내가 당할 거야.'

확신할 수 있었다.

저 남자는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이다.

그냥 싸웠다간 자신이 패배하는 그림밖에 안 보였다.

특히 아까 소환했던 골렘만 해도 자신보다 강해 보였다.

'저런 놈이 갑자기 어디서 나타 난 걸까?'

로테렌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지금은 그를 죽일 방법이 없었

다.

기회가 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유준 일행은 지배자가 있는 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플레이어들을 딱 한 번 본 게 끝인 거 같은데."

"아마도 아까 골렘이 커진 걸 보 고 이쪽으로는 얼씬도 안 하는 거 같은데요."

"...그런가."

"저라도 그랬을 겁니다. 거대 골 렘이 있는 곳으로 누가 일부러 찾 아오겠습니까. 어지간히 실력에 자 신이 있지 않고서야."

"자신이 있어도 안 오겠지. 이번 이벤트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제 일 중요하니까."

"하여튼, 골렘 덕 많이 보네요."

레오나드와에르거가 허탈하게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그나저나, 저게 지배자일까요?"

"분위기만 보면 그럴 거 같군."

미궁의 지배자.

2m에 조금 못 미치는 신장에 한 손으로는 긴 창을 들고 있다.

녀석은 다른 길들과 별다를 거 없는 길 한복판에 서 있었다.

이종족일까,

아니면 몬스터?

생김새만 보면 마수 혹은 초월종 과 흡사한 느낌이긴 했다.

'오만 진영, 나태 진영인가 했을 때, 나타났던 지휘관 같은 NPC일

수도?'

유준이 생각했다.

어떤 한 지역에 묶인 지배자라고 하면 보통 몬스터를 떠올리기 마련 인데.

저건 아무리 봐도 몬스터는 아니었다.

'처음 찾았을 때와 같은 기운을 품고 있어.'

잘못 찾아온 게 아니다.

역시 길잡이 골렘이 위치를 알려 주면 길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찾았다.

유준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 며 지배자를 자세히 살폈다.

'레벨은 나보다 당연히 높겠고. 장비 아이템이 따로 없는 걸 보면, 몬스터가 맞는 거 같은데.'

이번 이벤트에서 지금까지 살아 남은 플레이어라면 장비 아이템 수 준이 꽤 높을 것이다.

그런데 미궁의 지배자는 무기와 철 갑옷을 제외하면 장비 아이템이 없었다.

"이벤트가 시작됐나? 왜 이렇게 소란스럽나 했더니…."

미궁의 지배자가 한 말이었다.

이벤트를 인지하고 있는 듯한 말 투.

"이벤트가 시작된 지 얼마나 지 났지?"

"나한테 묻는 거야?"

유준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 켰다.

"그래. 인간. 너한테 물었다."

"한 시간은 됐나? 아니다. 그것도 안 된 거 같은데."

"...뭐?"

미궁의 지배자가 흠칫했다.

한 시간도 안 됐는데 자신이 있

는 곳까지 도달했다고?

이미궁에 얼마나 많은 함정과 몬스터들이 도사리고 있는데.

심지어 적은 그 둘만 있는게 아니다.

같은 플레이어들조차 적이었다.

길조차 엉키고 엉켜서 이곳을 찾는 것도 어려웠다.

그것들을 다 겪고 여기까지 그 짧은 시간 만에 왔다는 말인가.

솔직히 믿기 어려운 얘기였다.

그러나 지배자는 의심은 하지 않았다.

눈앞의 인간이 강하다는 것쯤은 단번에 알았으니까.

"이곳까지 온 플레이어를 설렁설 렁 맞이할 수는 없지. 봐주지 않고 싸우마."

"아니, 봐줘도 되는데?"

"싫음 말고."

유준이 검을 드는 그 순간, 미궁 의 지배자가 움직였다.

쇄도한 후 창을 쭉 뻗은 지배자.

유준은 목을 뒤로 젖혀 공격을 피했다.

지배자가 창을 아래로 내리그었다.

그때 창과 머리 사이에 유준의 검이 끼어들었다.

카아앙!

창이 멀리 튕겨 나갔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창대가 부서질 듯 균열이 일었다.

단 한 번의 충돌로.

심지어 유준이 검으로 세게 내리 친 것도 아니고, 그냥 갖다 대며 막기만 했을 뿐이다.

미궁의 지배자가 뒤로 물러났다.

무기를 살피기 위함이었다.

생전 처음으로 충격을 받은 얼굴을 한 지배자.

"내 신화 무기가...

"어? 너도 신화 등급이냐?"

유준의 말에 미궁의 지배자가 눈을 크게 떴다.

"네놈도 신화 등급 무기를 쓰고 있다고?"

"아니. 난 더 좋은 거 쓰지."

유준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지배자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신화 등급보다 위는 없다. 애송 이."

"오. 너 모르는구나?"

" 뭐?"

"나도 얼마 전에 처음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뭐?"

유준은 인벤토리에서 플라스크 하나를 꺼낸 뒤 마개를 땄다.

물론, 손으로 하면 눈에 띄니까 마력의 실로 안 보이게 행했다.

그 후에 자신의 검을 지배자의

바로 앞에 던져 버렸다.

까앙!

바닥을 뒹군 검.

"무슨 짓이냐...

"확인해 봐."

유준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 믿기지 못할 광경에 모두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팀원들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자기 무기를 던진다고?"

"신유준, 뭐 하는 겁니까!"

방심할 게 따로 있지.

승기를 잡았다고해서 자신의 무 기를 적 앞에 던져 버리다니?

플레이어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미궁의 지배자도 당혹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러나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재빨리 무기를 잡아챈 뒤 정보를 확인했다.

[절대자의 검]

착용 제한 : Lv. 500 이상

등급 : 초월

공격력 : 998,900

옵션 : 모든 능력치가 70% 증가 합니다. '검술'과 관련된 모든 능력 의 효과가 최대폭 증가합니다. 방 패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검의 공 격력이 두 배가 됩니다. 또한, 검을 휘두를수록 공격력이 소폭 증가합니다.

*전능의 돌 : 모든 능력치 +30%. 모든 스킬의 위력이 400% 추가로 증가합니다. 절대로 파손되 지 않습니다.

'뭐, 뭐지...?'

미궁의 지배자가 두 눈을 껌뻑거렸다.

이런 아이템이 이 세상에 존재할 수가 있나?

너무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 아닌가?

태어날 때부터 지금처럼 강했던 지배자가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아이템의 효과가 터무니없었다.

그때였다.

[이 아이템을 소유할 수 없습니다.]

['절대자의 검'은 플레이어 '신유준'의 소유입니다.]

홀로그램 메시지가 지배자의 눈 앞에 나타나고.

엄청난 압력.

무형의 기운이 그의 몸을 옥죄기 시작했다.

"이...이건...

미궁의 지배자가 홀로그램에서 눈을 떼고 앞을 바라봤다.

그곳엔 진득한 미소를 짓고 있는 유준이 있었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무기는 미끼였다고?'

지배자가 허탈한 표정을 지었지만, 함정에 걸려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의 창을 한 번의 충돌로 파손 시킨 검.

그 검을 눈앞에 뒀다.

손에 안 들고 배길 수가 있을까.

사실 함정이라는 생각을 미리 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상하게 이성적 인 판단이 불가능했었다.

지금도 정신이 살짝 몽롱한 느낌 이었다.

단순히 몸이 묶여 있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어떠한 기운이 자신의 뇌 근처를 맴돌고 있는 기분.

지배자가 느끼는 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실제로 유준이 소모성 아이템을 사용했기에 나타난 현상이었으니까.

그가 몰래 사용한 아이템은 이러 한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옐로우 포이즌]

등급 : 전설

옵션 : 마개를 여는 즉시,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는 독이 뿜어져 나옵니다. 단, 이 효과는 아군에게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아이템은 효과가 강력하다.

단 아군한테, 그러니까 파티를 맺은 이들에게는 효과가 들지 않는다. 그런데 팀원들은 파티 상태가 아니었다.

"머, 머리가 어지러운데."

"이상한 게 보입...니다. 왜 이 러지."

"몸이 이상한 건 아닌 거 같은데 좀 묘해."

팀원들의 상태도 조금은 맛이 가 있었다.

그때문일까.

타닥!

겁도없이유준을 향해 달려드는 이가 있었다.

바로 유준의 팀원인 마족 로테 렌.

승산이 그리 높지 않다는 걸 알 면서도 달려드는 이유는.

지금이 가장 그를 죽일 확률이 높은 적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무기가 없어. 지금이야.'

판단이 흐려진 상황이라고는 하나, 실제로 가장 좋은 타이밍이긴 했다.

유준이 무기를 들고 있지 않은 지금 말이다.

로테렌은 일말의 희망을 품고 유준의 목덜미를 노렸다.

블링크까지 써 가며 완벽한 기습

을 했다고 생각한 그 순간.

로테렌의 몸이 있는 공간이 장악 됐다.

유준이 공간 장악 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그녀는 항거할 수 없는 거력에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블링크와 같은 이동 스킬들도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공간 장악에 몸이 묶인 그녀는 마력을 발현할 수가 없었다.

"어... 어떻게?"

"어떻게 알았냐고?"

"그냥 땐히 보이잖아. 네가 언젠 가 뒤통수칠 거 같았어. 마신 추종자니까."

"...알고 있었나?"

"모르는게 바보 아니냐?"

유준이 공간 장악의 힘을 늘려 로테렌을 먼저 죽이려 했다.

그런데,

[같은 팀원을 살해할 시에 어마 어마한 페널티가 부여됩니다.]

[간접 살인 시에도 똑같은 페널 티가 부여되니, 주의 바랍니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혹시나 먼저 공격당하고 죽이면 정당방위라도 뜰 줄 알았는데.

그냥 팀원을 해하면 페널티가 부 여되는 듯했다.

두 번째 이벤트는 협동 임무.

팀원을 죽이는 건 확실히 이런 종류의 임무에서 중죄일 수 있었다.

시스템이 어마어마한 페널티를 부여한다고 하는 건 유준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뜻이다.

'신들의 전쟁에서 받았던 어마어 마한 페널티가 분명 능력치 감소였지.'

그냥 감소 수준이 아니었다.

모든 능력치 50% 하락.

이벤트가 진행되는 동안만 부여 되는 페널티이긴 해도, 능력치 50% 감소는 너무 컸다.

그 메시지는 로테렌에게도 나타 났었나 보다.

그녀도 유준을 공격하려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로테렌이 갑자기 씨익 웃는다.

"나 죽일 거야?"

기고만장한 표정.

유준은 무표정을 유지했다.

"응. 잘가."

콰직!

로테렌의 몸이 으깨졌다.

[같은 팀원을 죽였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70% 감소합니다.]

[착용한 아이템의 공격력과 방어

력이 20%씩 감소합니다.]

시스템이 경고한 대로 막대한 페 널티를 받았다.

그러나 유준은 절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에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6권 7화

129화

그는 인벤토리에서 미리 준비해 둔 아이템 하나를 꺼냈다.

[페널티 리무브 인젝션]

등급 : 신화

옵션 : 사용자에게 걸린 모든 페 널티 효과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신화 등급의 소모성 아이템.

과연 등급값을 하는 아이템이었다.

'페널티 리무브 인젝션'은 시스템 이 부여한 페널티조차 없앨 수 있다.

유준이 망설임없이 같은 팀원인 로테렌을 죽일 수 있는 이유였다.

그가 믿는 것도없이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었다.

레오나드와에르거가 홈칫했다.

"죽인 건가?"

"예. 절 공격했으니까요."

"...그, 그렇군요. 잘하셨습니

다."

이제 남은 건 미궁의 지배자.

지배자는 체념했는지 저항할 생각을 버리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움직이려고 해도 이미 공간 장악이라는 덫에 걸려 있으니 어쩔 도 리가 없을 것이다.

"인간. 강하군. 인정한다."

"고마워."

"그런 귀한 무기를 미끼로 쓸 생각을 하다니. 대단해."

"어차피 내 소유 물건이니까."

'영구 소유 낙인의 돌'을 사용한 아이템은 언제든지 자신의 수중으로 워프시킬 수 있었다.

인벤토리든, 손이든.

유준이 절대자의 검을 인벤토리 로 이동시켰다.

미궁의 지배자가 쥐고 있던 절대 자의 검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 졌다.

"과연... 그래서 아무런 거리낌없이 무기를 던지는게 가능했어."

"설마 너한테 주려고 던졌겠냐."

유준은 천천히 미궁의 지배자에

게 다가갔다.

공간 장악만으로지배자의 숨통을 끊기는 힘들었다.

로테렌보다는 미궁의 지배자가 훨씬 강하다는 방중이었다.

검을 들고 다가서는 유준을 보며 미궁의 지배자가 눈을 감았다.

"빨리 끝내라."

"너도 어차피 진짜로 죽는 건 아니지?"

"...잘 알고 있군. 맞다."

"그럴 줄 알았어."

서걱!

유준이 검을 휘둘렀다.

그의 공격력은 입 아프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지배자의 목이 단번에 절단됐다.

'레벨은 또 안 오르는 건가.'

점수로만 잘 쳐주면 된다.

10레벨 목표를 달성했으니, 첫 번째 목표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 점수를 받을 것이다.

곧바로 홀로그램 창이 떠올랐다.

['(Lv. 10) 미궁의 지배자 처치'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목표 달성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신유준' 플레이어에게 2,000,000점 이 주어집니다.]

[불가능한 업적!]

[전설 등급 장비 아이템 상자(무 작위)를 획득합니다.]

[신화 칭호 '만능 해결사'를 획득 합니다.]

-만능 해결사(신화) - 민첩 능력치가 25% 증가합니다. 마법 공격 이나 저주에 입는 피해가 감소합니다.

"오오, 저 전설 칭호를 얻었습니다. 뭘 하지도 않았는데.... 업적 판정도 받고."

"나도 마찬가지다."

에르거와 레오나드가 환하게 웃었다.

이게 웬 행운인가 싶을 것이다.

'나만 신화 칭호를 얻었나 보네. 다행이다.'

저들까지 신화 칭호를 얻었으면 배가 아플 뻔했다.

신화 칭호는 자신으로서도 몇 개

없을 정도였으니.

업적 보상과 칭호 효과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안 그래도 저주가 가장 까다롭다 고 생각하는 부분이었는데.

'점수는 이백만 점인가.'

이건 살짝 불만이었다.

그가 첫 번째 이벤트에서 얻은 것에 비하면 다소 적은 점수였으니까.

전설 아이템 상자를 깠는데, 전 설 등급 건틀렛이 나왔다.

'에이, 이걸 누구 코에 붙여.'

유준이 혀를 찼다.

두 번째 이벤트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1 시간 뒤까지 새로운 목표를 설 정해 주십시오.]

최대한 많은 목표를 달성하는 것 이 중요했다.

그렇다고 레벨이 낮은 목표만 선 택하는 건 효율이 떨어졌다.

받는 점수가 10레벨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낮을 것이다.

'무조건 10레벨 목표만 도전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유준은 그 럴 능력이 있었다.

목표들이 다시 쭉 나열되었다.

"우리 그럼 계속 3명으로 진행하는 겁니까?"

"추가할 수는 없잖습니까. 그리 고 골렘... 타파골도 있고요."

에르거의 질문에 유준이 대답했다.

"아. 맞다."

파라네트를 잊고 있었다.

두 번째 이벤트로 오기 전에 녀 석을 역소환해 뒀었지.

유준은 파라네트를 곧바로 소환 했다.

화아악-!

바닥에 생겨난 마법진에서 파라네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인님!"

녀석이 나타나자마자 주위를 두 리번거리더니 소리쳤다.

" 왜?"

"저 골렘은 뭡니까? 불길한 예감 이 듭니다."

"소환수지."

"설마 주인님의...?"

"맞는데."

"마, 말도 안 됩니다! 저 말고 다 른 소환수를 두시다니요?"

"...뭐?"

"저로는 부족했던 겁니까?!"

"뭐래?"

"저 조그만 골렘으로 도대체 뭘 하시려고요? 주인님께 어디 도움이 나 되겠습니까?"

"응. 되던데."

"...그래 봐야 골렘이죠! 멍청해서 말도 제대로 못 알아들을 겁니다."

"말도 잘하던데?"

"...말을 합니까? 골렘이?"

"신기하지? 근데 하더라고. 지금은 저렇게 작지만, 전투 상황이 되 면 크기도 너보다 훨씬 커지더라."

"...에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런 골렘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나도 없을 줄 알았는데, 있더라."

"왜?"

"농담이죠?"

"내가 너한테 농담을 왜 해?"

"종종 하셨잖습니까."

"그랬나? 하여튼 거짓말아니야. 타파골 쟤 겁나 세던데?"

"설마 저 돌덩이한테 이름까지 붙여 주신... 겁니까?"

"음."

"저는요?"

"넌 원래 이름이 있잖아."

"...그렇긴 한데."

파라네트가 울상을 지었다.

자신 말고 다른 소환수가 생겼다는게 저렇게까지 우을해할 일인가?

파라네트는 진심인 듯했다.

"물론, 나는 너를 더 아끼지."

"저, 정말입니까?"

"그럼. 내가 언제 거짓말하는 거 봤어?"

"네! 자주요!"

"그치? 근데 지금은 거짓말아니야."

"그런가요."

"믿어."

"아, 알겠습니다!"

유준이 팀원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한 명 늘었네요. 우린 다섯입니다."

"...플레이어 4명이 있어야 하는 목표가 있으면 어쩌죠?"

"그건 거르고 하면 됩니다."

"목표의 이름에 그 내용이 명시 되어 있지 않으면요? 그럼 진행하 다가 갑자기 막힐 수도 있잖아요."

"막히는 건 없습니다."

인벤토리만 있으면.

유준의 자신감에 레오나드와에 르거는 무어라 더 말할 수 없었다.

그가 그렇다고 하면 진짜일 것만 같았다.

그 어떤 목표라 한들 달성해 낼 것 같았다.

이미 눈으로 보며 겪지 않았는가.

10레벨 목표를 너무나 쉽게 달성 했다.

길을 찾는 것부터가 난관이라고

생각했던 둘이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순식간에 지배자의 위치를 찾아내 더니 길잡이 골렘을 소환해 지배자 가 있는 곳까지 단숨에 갔다.

미궁의 지배자가 가진 힘은 측정 불가능한 수준.

그런 지배자를 유준은 말 그대로 가지고 놀았다.

어린아이 다루듯,

무기를 미끼로 써 가며 말이다.

레오나드와에르거가 받은 충격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특히에르거.

그는 강자들을 만나는 걸 좋아했다.

강자와 싸우는 것도 좋지만, 보 면서 견문을 넓히는 것만으로도 자 신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고 느 끼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미쳤어, 저 인간은.'

이보다 강한 인간, 아니 플레이어가 대륙에 있었던가?

둘 다 가 본 적은 없지만, 마계 나 천계를 뒤져 봐도 없을 것 같았

다.

격이 다르다.

실제 격은 그들보다 유준이 더 낮지만, 단순히 강함을 척도로 하 면 얘기가 다르다.

격으로만 무력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1년 차 플레이어라고 들었는데. 솔직히 바로 앞에서 보고 믿기가 힘들군.'

오히려 바로 앞에서 봤기에 더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자와 팀이 된 건 운이 좋다고밖에 할 수 없겠군.'

"뭘 그렇게 봐요?"

에르거의 부담스러운 시선에 유준이 말했다.

"아, 아닙니다. 그냥 멋져서요."

얼굴색 하나 안 바뀌고 사람 낯 부끄럽게 하는 말을 하는에르거.

저런 시선에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유준은 고개를 돌려 버렸다.

"두 번째 목표는 어떤 거로 하실 겁니까?"

"보고 결정해야죠."

눈앞에 뜬 홀로그램 창.

그곳엔 수백, 수천 개의 목표가

있었다.

여기서 마음에 드는 걸 하나 고 르면 되는데.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무조건 10레벨 목표를 고를 생각이었다.

[(Lv. 10) 플레이어 처치 0/5,00이

[(Lv. 10) 1시간 안에 정해진 지 점에 도착]

10레벨 목표 두 개.

이 중에서 한 개만 골라야 한다.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목표들이 계속 초기화되면서 새로 생기기 때 문에 두 개 전부 고를 수는 없었다.

'둘 다 클리어 가능할 거 같긴 한데.'

플레이어 처치는 다소 귀찮겠지만 시간을들이면 가능하다.

'정해진 지점에 도착' 목표 또한 길잡이 골렘, 타파골을 활용하면 어렵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기에 제일 쉬운 목표였다.

'역시 두 번째가 낫겠지.'

유준이 두 번째 목표를 고르려는 그때였다.

[숨겨진 조건을 달성해 11레벨 목표가 해금되었습니다!]

[11 레벨 목표를 가장 먼저 달성 하는 플레이어에게는 막대한 점수 가 추가로 주어집니다.]

유준이 홀로그램에서 눈을 못 뗐다.

"11 레벨이라고?"

"저, 저도 보입니다."

"나도 보인다.... 새로 해금되었다고 뜨는군."

이러면,

'10레벨 목표를 고를 필요가 없어졌군.'

11레벨 목표가 해금된 상황.

이런 상황에서 아래 레벨 목표를 선택할 유준이 아니었다.

그는 누구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점수를 많이 받기 위해서

움직일 뿐.

"설마 11레벨 목표를 선택하시려는 겁니까?"

"당연하죠."

에르거의 질문에 유준이 답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바로 가시죠."

에르거가 이제는 토 달지 않고 따랐다.

그는 유준을 향해 신뢰 듬뿍 담긴 시선을 던졌다.

"최대한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그러세요."

"나도 마찬가지다."

"예예."

유준이 대충 대답했다.

그는 11레벨 목표를 찾느라 여념 이 없었다.

'어디 보자.... 끝에 있을 텐데.'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11레벨 목표가 보이지 않았다.

'11레벨이 어디 있다는 거야?'

전부 다 확인했는데도 없었다.

'설마 시스템이 낚시한 건가?'

시스템이 거짓말을 했다는 건 말

이 안 되는데.

"다들 확인해 봐요."

"나는 일단 안 보인다."

"저도 안 보입니다."

"음. 그렇다는 건 11레벨 목표가 숨겨져 있을 확률이 높겠네요."

"예? 해금됐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해금이 됐다고는 했지, 바로 고를 수 있다고는 안 했잖아요."

유준은 시간을 보고 얼굴을 굳혔다.

"시간제한이 있으니까 빨리 찾아

야겠네요."

11레벨 목표를 찾는게 목표가 되었다.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11레벨 과 10레벨의 차이는 겨우 한 단계 라고 볼 수 없었다.

시스템이 막대한 보상을 추가로 준다고 했으니.

그래서 무조건 11레벨 목표를 찾 아야 했다.

'어떤 방식으로 숨겨져 있느냐가 문제인데.'

유준은 그 자리에 서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분명히 시스템이 없는 걸 있다 고 하지는 않았을 거야.'

유준은 주변 환경으로 시선을 돌렸다.

홀로그램 내에서만 찾을 게 아니다.

혹시 지형이나 물건에 단서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매의 눈으로 주변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파라네트, 타파골. 너네도 뭔가 좀 찾아봐."

"알겠습니다."

"예! 저만 믿어 주십시오! 저 돌 덩이보다 무조건 빨리 찾아내겠습니다."

"그래. 제발 그래 줘."

시간이 촉박한 상황.

소환수과 팀원들에게만 믿고 맡 길 수는 없었다.

유준은 인벤토리까지 동원하기로 했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6권 8화

130화

유준이 인벤토리에서 꺼낸 아이템은 그리 특별한 게 아니었다.

[이글 아이 스카우테

등급 : 전설

옵션 : 눈가에 장착할 시에 시력 이 극대화됩니다.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일 확률이 높아집니다. 아이템 효과에 민첩 능력치가 큰 영향을 줍니다.

전설 등급 아이템치고는 능력치 가 오르지도 않고, 전투와 크게 관 련된 효과도 아니다.

스카우터를 끼려면 헬멧 부위를 벗어야 한다는 단점까지 있다.

그럼에도 상황에 맞게 쓰면 분명 히 좋은 아이템이었다.

유준은 머리 부위 아이템을 벗고 '이글 아이 스카우터'를 착용했다.

실제로 착용해 보는 건 처음이 라, 착용하는데 버벅거렸다.

눈가가 눌려 살짝 불편한 느낌도

있었다.

" 오오...

이글 아이 스카우터는 효과가 있었다.

안 그래도 민첩 능력치가 높아서 시력이 좋았는데, 지금은 전과 비 교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멀리 있는 것도 정교하게 보였다.

'이 정도였어? 효과가?'

그는 꽤 놀랐지만, 당연한 현상 이었다.

그의 민첩 능력치가 유례가 없는

수준으로 높기에 스카우터의 효과 도 그만큼 증가한 것이었다.

'좋은데, 진심?'

왜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지.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유가 있었다.

게임에서는 이글 아이 스카우터 의 효과가 미미했었다.

솔직히 쓰나 안 쓰나 큰 차이를 못 느꼈던 거다.

하지만 실제로 써 보니 달랐다.

무과금즐겜러보다 능력치가 높은 이유도 있겠지만, 가장 큰 건 게임

그래픽과 현실의 차이가 아닐까.

어쨌든 이글 아이 스카우터의 성 능이 마음에 들었다.

유준이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11레벨 목표를 찾으려고 미궁 전체를 뒤지는 건 말이 안 돼.'

분명 자신, 혹은 팀원들에게만 해금된 11레벨 목표였다.

일정 조건을 만족했기에 해금된 것.

그렇다면 근처에 11레벨 목표가 숨겨져 있을 확률이 높았다.

팀원 두 명과 파라네트 그리고 타파골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11레 벨 목표를 찾는 가운데,

유준만이제자리에 서서 주변을 살폈다.

보이는 것이 다르니 생각 또한 달라졌다.

"내가 숲이 아닌 나무만을 보고 있었구나...

" 예?"

마침 옆을 지나가고 있던 파라네 트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다.

"아무것도 아니다."

"숲이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여기 숲은 없습니다요."

"신경 끄라고."

"옙!"

파라네트가 헐레벌떡 뛰어갔다.

마음이 고요해진다.

유준은 벽부터 둘러봤다.

글자가 새겨지거나 한 곳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11레벨 목표가 있는 가장 유력한 곳이 아무래도 미궁에 널린 석벽이었으니까.

돌로 된 벽은 누가 다듬기라도

한 건지 아주 매끈했다.

보이는 벽이 다 그러해서 이질감 이 느껴질 정도.

'시스템에 의해 가상으로 만들어 진 공간인 건가?'

이 모든 게 다시스템이 의도한 대로 설계된 것이라면.

'내 생각이 맞겠군.'

11레벨 목표가 근처에 있다는 것.

그 추측이 틀리지 않았으리라.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감이유난히 좋은 파라네트조차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그때,

유준의 눈이 빛났다.

'저건가?'

깨끗한 벽에 음각되어 있는 무언 가가 있었다.

아주 절묘한 위치에 있어 육안으로는 발견하기가 힘들었다.

'스카우터가 없었으면 절대 못 찾았겠는데.'

과장이 아니었다.

언젠가 찾았더라도 시간이 한참 지난 후였으리라.

유준이 벽이 파인 곳으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신기한 모양의 문자가 있었다.

생소한 문자지만, 시스템 덕분인 지 그 글을 읽는 것이 가능했다.

[(Lv. 11) 천사의 눈물 찾기, 천 사의 눈물을 사용해 신화 등급 이 상의 아이템 제작]

11레벨 목표.

드디어 찾았다.

괜히 11레벨이 아닌 듯, 천사의 눈물이라는 무척 귀한 아이템을 찾 으라고 한다.

유준도 단 한 번 얻어 봤던 아이템.

지금은 인벤토리에 없었다.

'찾으라고 했으니까, 있었어도 곧 바로 목표 달성하는 건 힘들었겠지.'

그리고 천사의 눈물을 재료로 사용해서 아이템 하나를 제작해야 한다.

신화 등급 이상으로.

이건 어렵지 않다고 판단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11레벨은 여타 목표들처럼 목표 선택이 불가능했다.

"왜 안 되지?"

괜히 선택이 안 되는 건 아닐 터.

유준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벽에 손을 대고 마력을 방출했다.

푸르스름한 마력이 음각된 벽에 스며들었다.

그 순간.

벽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

다.

그 빛의 형태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윽고 벽에서 나온 빛이 형상화 해 홀로그램처럼 되었다.

'아, 이런 식으로 목표를 찾는 거였군.'

내용은 전과 동일했다.

이제는 목표를 선택할 수 있게 변했다.

유준은 망설이지 않고 11레벨 목 표를 골랐다.

[신유준 팀의 목표가 '천사의 눈 물 찾기, 천사의 눈물을 사용해 신 화 등급 이상의 아이템 제작'으로 설정되었습니다.]

'목표 이름 한번 겁나 기네.'

그때 레오나드가 눈을 크게 뜨고 다가왔다.

"어떻게 찾은 거지?"

"보였으니까요."

"...대단하군."

"뭘요. 과찬입니다. 그저 제 실력 이 좋았을 뿐이죠."

"그렇군. 한데 운이라니, 당치도 않다. 겸손까지 겸비.... 응?"

"왜요?"

"아니다."

레오나드가 황당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했다.

"근데, 천사의 눈물이 뭔지 아십니까? 신유준."

에르거가 물었다.

그의 질문에 유준이 웃었다.

"예, 압니다."

"천사의 눈물이 정확히 뭐죠?"

"먹으면 모든 능력치가 올라가는 아이템이요."

"...모든 능력치요? 얼마나 오 르죠?"

"현재 레벨의 10분의 1 수준? 만약 레벨이 500이라면 모든 능력치가 50씩 오르겠죠."

"그런 아이템이 존재한다는 말입니까?"

"예. 대신에 구하기 힘들어요. 무 진장."

"그런데 왜 그 목표를 고르신 겁니까? 실패 확률이 더 높은 거 아 닙니까? 실패가 아니더라도 시간만

허비하지 않을까요?"

"잘 생각해봐요. 천사의 눈물을 찾는게 목표로 나왔다는 거요. 그 말은 이미궁에 천사의 눈물이 있다는 거잖아요. 시스템이 없는 걸 찾아내라 하지는 않을 겁니다."

"...예, 그렇죠."

"그럼, 천사의 눈물도 얻고 목표 도 달성하고. 얼마나 좋아요."

"하지만 그게 쉽지는 않잖습니까."

"11레벨이니까 당연히 어렵겠죠. 10레벨이랑은 비교도 안 될걸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상

황도 염두에 두시는거군요."

"아닌데요?"

" 예?"

"달성해야죠,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하지만 방금 10레벨보다는 어렵 다고...

"그게 불가능의 이유가 되지는 않잖아요. 목표는 무조건 달성할 겁니다."

유준이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말 하자,에르거가 할 말을 잃었다.

"어쨌든 점수랑 천사의 눈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기회입니다. 이걸 놓칠 수는 없죠."

"흐음…."

레오나드도 반신반의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과연 천사의 눈물을 찾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천사의 눈물을 재료로 신화 등급 이상의 아이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게 쉬울 리가 없었다.

상식적으로.

그러나 유준의 표정은 태연자약

그 자체였다.

걱정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듯한 태도.

"믿고 계시는 바가 있습니까?"

에르거가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믿는 거요?"

"예."

"있기야 있죠."

" 있어요?"

"네."

"혹시 물어봐도 될까요?"

"아뇨. 물어보지 마세요."

"...예. 죄송합니다."

"장난입니다. 그냥 제 재치와 순 발력을 믿는 거죠."

«..

"왜 그렇게 봐요?"

"죄송합니다."

"뭐가 그렇게 죄송하대."

유준이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지었다.

그제야에르거의 표정이 밝아졌다.

유준이 믿는 건 다름이 아니라 인벤토리다.

그간 지겹도록 써먹던 게 인벤토리 안의 아이템이 아니던가.

당연히 이번 목표도 인벤토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해결할 생각이었다.

"할 말이 있다."

레오나드가 진지한 얼굴을 하고 선 말했다.

"할 말? 뭐죠?"

"천사의 눈물이 어디에 있을지 알 거 같아서."

"알 거 같다고요?"

유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도 모르는 걸 저 엘프가 쉽게 찾아냈다고?

그럴 수도 있다.

엘프가 예민한 종족이고, 레오나 드의 레벨도 높으니.

"어디에 있는데요?"

"위치를 정확하게 아는 건 아니다. 다만, 결정적인 단서는 있지."

"단서?"

"천사의 눈물은 세계수가 자란 곳에서만 발견된다. 고로, 세계수가 있는 곳을 찾으면 된다는 거지."

"...세계수?"

전혀 몰랐던 정보다.

"확실해요?"

저자의 말이 틀릴 수도 있다.

레오나드는 확신에 찬 얼굴로 고 개를 끄덕였다.

"에르거. 알고 있었습니까?"

"저는 천사의 눈물 존재 자체도 몰랐습니다."

"레오나드는 어떻게 알고 있는 건데요?"

"하이 엘프들에게만 전해진 얘기니까. 다른 피가 섞인 엘프가 알 얘기는 아니지."

"하이 엘프한테만? 천사의 눈물 이 세계수 근처에 있다는 거 말하는 거죠?"

"그래."

레오나드가 하이 엘프였구나.

겉보기론 엘프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몰라봤다.

어쨌든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11레벨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한 결 수월해진다.

"아니면 어쩝니까? 책임질 수 있 어요?"

유준이 레오나드에게 물었다.

그가 쓴웃음을 지었다.

"우린 팀이야. 내가 굳이 그대들을 속일 이유가 없지. 오히려 나한테도 손해인데. 안 그런가?"

레오나드의 눈을 들여다보던 유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세계수. 찾아보죠."

그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도 상관없었다.

11레벨 목표를 달성하는데 시간 제한은 없었다.

시간을 낭비하는 거야 당연히 지 양해야겠지만, 어차피 미궁을 샅샅

이 뒤져야 하는 건 같다.

또한, 이미궁이라는 폐쇄된 공간에 세계수가 진짜로 있다면 레오 나드가 한 말이 사실일 것이다.

유준은 스카우터를 벗지 않았다.

이왕 착용했으니 효과는 톡톡히 봐야지.

문제는 머리 방어구가 아닌 스카 우터를 끼면 방어력이 많이 내려간 다는 점인데.

워낙 방어력이 높으니 크게 염려 스러운 부분은 아니었다.

"타파골.

"예."

"세계수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지? 혹시 감 오는 곳 있어?"

"아니요. 대...신 위치를 불러 주시면 곧장 찾아갈 자신이 있습니다."

아으 "

"o'*

또 마력 포션을 꺼내서 탐색을 시작해야 하나.

생각이 드는 즉시 행동했다.

천사의 눈물을 위해서라면 마력 포션을 얼마나 쓰든 전혀 아깝지 않았다.

'게다가 천사의 눈물을 재료로 쓰면 더한 걸 만들어 낼 수 있지.'

유준의 입가가 귀에 걸렸다.

일단 찾아내기만 하면 된다.

찾아내기만 하면.

'꽃길만 걷자!'

그가 가만히 앉아서 인벤토리를 열었다.

손에 집히는 대로 마력 포션을 꺼냈다.

"미친

아까보다도 더 많아진 포션.

에르거가 자기도 모르게 욕지거 리를 내뱉었다.

저게 말이나 되는 건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중상급 마력 포션을 저리 아낌없이 쓰는 플레이어는 없다.

애초에 저만한 수량의 포션을 가 진 플레이어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유준이미궁의 지배자를 찾을 때 와 마찬가지로 마력 탐색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전보다 더 많은 마력이 필요했다.

레오나드의 말만 듣고 세계수만 찾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서 미궁 전체를 뒤져 볼 생각이었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6권 9화

131화

'탐색이 끝나면 머리 좀 아프겠는데.'

마력 포션을 섭취한다고해서 아무런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다.

쉴 새없이 마력을 배출하다 보 면 송곳으로 머리를 헤집어 놓는 듯한 두통이 느껴진다.

'어쩔 수 없지. 방법이 이것뿐이 니.'

직접 돌아다니기엔 너무나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마력 탐색 이었다.

스아아-!

그의 몸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오 기 시작했다.

여러 갈래로 나뉜 마력의 실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대 마법을 통해 펼쳐지는 것이 기에 가성비, 즉 마력 효율은 무척 뛰어났다.

3분 정도가 지나고, 마력이 고갈 됐다.

이 정도 마력을 배출하고도 마력 의 실이 3분 동안 끊임없이 나오는 것은 쉽게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그래서인지 레오나드와에르거의 표정이 볼만했다.

유준은 그때부터 마력 포션을 입에다들이부었다.

그의 마력 최대치까지 전부 채우 기 위해선 꽤 많은 중상급 마력 포 션이 필요했다.

슬슬 배가 부르기 시작했다.

물배가 찬 것이다.

유준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서 헛

웃음이 흘러나왔다.

'게임처럼 마력 포션 무한 섭취는 힘든가, 역시?'

마력 포션 수십 병을 쉬지 않고 마시고 있는 상황.

미궁이 넓어서인지 특별한 걸 발견하지는 못했다.

미궁이 복잡하다는 것과 아주 많은 수의 플레이어들이 헤매거나 싸 우고 있다는 것만 알았다.

'넓긴 하네...

이만한 규모의 미로, 미궁을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인력이 소모될까.

당연히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은 아니고.

이것 또한 시스템의 힘인가.

시스템이 정확히 뭔지 궁금했다.

신들이 시스템을 이용하는 건지, 아니면 신보다시스템이 더 위에 있는 건지.

'시스템이 신일 수도 있고.'

어느 하나 확신할 수 있는게 없었다.

30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레오나드와에르거도 놀지는 않았다.

유준이 앉아 있는 근처를 돌아다 니면서 세계수의 흔적을 찾으려 노 력했다.

타파골과 파라네트 또한 마찬가 지고.

유준의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 혔다.

많은 양의 마력을 배출하고 채우는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튼튼했던 육체가 흐물흐물해지는 것 같은 느 낌이었다.

느낌만 그런 거지 실제로는 육체 나 능력치의 변동은 없었다.

'그나저나 미궁을 다 돈 거 같은

데. 이거 아무것도 없는 거 맞지?' 그때 유준의 눈가가 움찔했다. 미궁의 끝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것이다.

그는 레오나드와에르거 그리고 소환수들을 전부 불러들였다.

"다들 뭐 찾은 거 없죠?"

"예."

"미안하군. 나도 딱히...

"저도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제가 발견했습니다."

유준의 말에 레오나드가 화들짝 놀랐다.

"그럼...

"근데 세계수는 아니에요. 북쪽으로 쭉 가다 보면 굳게 잠긴 문이 있어요. 그 안으로 들어가면 엄청 나게 큰 공간이 있는데 거기가 좀 수상해 보여요."

"수상하다니요?"

"그 안을 쭉 둘러봤는데... 크기가 딱 세계수가 자랄 수 있을 정 도였습니다."

"저, 정말인가?"

"예."

"세계수는 없고?"

"미궁 전체를 다 뒤졌습니다. 없었어요. 다 자란 세계수는요."

"...미안하다. 괜히 내가 허튼 소리를해서 시간만 낭비하게 했 군."

"아니요. 천사의 눈물이 세계수 와 관련이 있는 건 거의 맞는 거 같습니다."

"그 숨겨진 공간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예. 바로 갑시다."

현재로서는 의심되는 공간은 그 곳뿐이었다.

뜸 들일 필요가 없었다.

이번엔 가는 길까지 전부 기억하고 있었기에 타파골의 도움이 필요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타파골 네가 잘 확인해 줘. 내가 제대로 가는지."

"예. 알겠습니다."

위치는 심상으로 일러두었고, 길을 아는 이가 둘이나 되니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일행이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몇몇 팀을 마주쳤지만, 유준의 얼굴을 알아본 플레이어들은 먼저 공격해 오지 않았다.

"신유준! 신유준이다!"

"튀어!"

"공격하지마! 죽기 싫으면!"

유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이렇게 유명했나?'

분명 첫 번째 이벤트 때까지만 해도 얼굴만 보고 곧바로 알아보는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확실히 첫 번째 이벤트 때의 임

팩트가 크긴 컸나 보다.

950만이라는 처치 수.

그건 요령이나 운으로 해낼 수 있는 종류의 일이 아니었으니까.

심지어 그는 1년 차 플레이어.

신유준이라는 이름 세 글자뿐만 이 아니라 그의 생김새까지 플레이어들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그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남아 있으리라.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 기억력이 좋은 플레이어들이니까.

'유명해져서 기분 좋아해야 하

나?'

그러는 사이에 목표했던 지점에 도착했다.

"여기인가?"

"맞습니다."

"이 문은 어떻게 열어야...

"부숴야죠."

"부서질까요? 여기 미로 벽을쳤을 때도 꿈쩍도 하지 않았잖습니까."

그의 말대로 석벽과 마찬가지로 철문이 안 부서질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해도 시도는 해 봐야

지.

유준은 검에 마력을 듬뿍 담았다.

안 그래도 높은 공격력을 지닌 검.

거기에 순도 높은 마력이 담겼다.

우우웅-!

검이 거세게 진동했다.

그는 검의 파괴력을 최대한 이끌 어 낼 자세를 취했다.

여기에 스킬까지 사용했다.

B등급의 참격 스킬.

등급이 낮기는 해도 기본 공격력 이 높기에 위력은 눈에 띄게 증가 할 것이다.

유준이 그 상태로 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크고 두꺼운 철문이 흔들렸다.

그러나 철문에는 흠집조차 생기 지 않았다.

[격이 낮아 공격이 통하지 않습니다!]

[격이 상승한 뒤에 다시 시도해 주십시오!]

"응?"

원래 이런 메시지가 나타났던가?

유준이 일행을 봤다.

그들은 못 본 듯했다.

"혹시 여기 문 쳐 볼래요?"

"아니요. 유준도 못한 걸 우리가 부술 수 있을 리가...

"부수라는게 아니고. 한번 있는 힘껏 쳐 보라는 겁니다. 확인할 게 있어서요."

"일단 알겠습니다."

에르거가 유준의 말을 따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 공격 스킬로 문을 두들겼다.

쿠우웅!

이번에는 문이 흔들리지도 않았다.

당연히 흠집도 안 났고.

"역시 멀쩡하네요."

"메시지 안 떴어요?"

" 예?"

"격이 낮아서 못 부쉈다는, 그런 비슷한 메시지 안 떴어요?"

"안 떴는데요? 아무것도요."

"으음..."

"나도 한번 해 보지."

레오나드가 나섰다.

그는 대지의 정령왕을 불러서 문을 공격하게 했다.

콰아아앙-!

"나도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없다."

"그래요?"

혹시 격이 그들보다 낮아서 자신에게만 저런 홀로그램 창 메시지가 나타난 걸까.

'아, 맞다. 메시지는 파라네트한테도 나타나지.'

유준은 생각난 김에 파라네트에게 명령했다.

"알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제가 꼭 저 문을 파괴해 보겠습니다!"

"그것까진 안 바라지만, 뭐 노력 해 봐."

파라네트가 자신 있게 나섰다.

콰아앙!

"몸통박치기!"

"...뭐 하냐?"

"죄송합니다."

"그게 네 최선이야?"

"예!"

확실히 파라네트는 시체 폭발을 제외하고 공격 스킬이 아예 없었다.

그래서 저런 방식을 사용한 모양 인데.

어떻게 보면 현명하다.

마력을 몸에 두르고 저 거구의 몸으로들이박았으니.

" 떴어?"

"아니요! 그냥 몸이 부들부들 떨 립니다."

부서지지 않는 문에 있는 힘껏 부딪쳤으니, 파라네트의 몸이 멀쩡 할 리가 없다.

그래도 언데드답게 금방 파손된 뼈를 회복시켰다.

'도대체 뭐지? 왜 나만 그런 메 시지가 뜬 건데?'

파라네트는 자신보다도 레벨이 낮다.

격은 동일하고.

단순히 소환수라서 메시지가 안

뜬 건 아닐 터.

지금까지 녀석은 시스템이 안내 하는 메시지를 잘만 봐 왔다.

'내 공격력이 높아서 그런 건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격만 높았다면 문을 부술 수 있었다는 듯한 알림.

"어쨌든 문은 부술 수 없다는게 확실해졌네요."

"예."

"어쩔 생각이지, 이제? 방법이 안 보이는데."

"기다려 봐요."

유준이 파라네트를 바라봤다.

녀석은 그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 챘다.

"알겠습니다! 어이, 말라깽이랑 혼혈! 내 어깨에 손을 얹어라!"

"웅?"

"그러지."

팀원 둘은 파라네트의 말대로 했다.

"공간 이동!"

아니, 그러니까 왜 스킬명을 굳 이 입 밖으로 꺼내냐고.

하여튼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어, 어라?"

"이럴 리가 없는데...

"뭐가 이럴 리가 없어. 그냥 공간 이동이 안 먹히는 거지."

"왜 그러는 겁니까?"

"내가 알겠냐."

유준이 턱에 손을 괴었다.

부수는 것도 안 되고, 공간 이동으로 뛰어넘는 것도 안 된다.

당연히 블링크로도 통과할 수 없겠지.

그는 문을 자세히 살폈다.

어떻게든 방법이 있을 터.

그렇게 유심히 문을 관찰하던 도 중에, 작은 구멍을 발견했다.

그것도 열쇠 모양으로 있었다.

철문이 거대해서 저기에 뭘 넣는 다고 문이 열릴지는 미지수였지만, 일단 열쇠 구멍이 있다는 건 알았다.

"열쇠 구멍이네요."

에르거도 발견했는지, 그렇게 말 했다.

"예."

"여기에 맞는 열쇠가 미궁 어딘 가에 있나 본데요?"

"일단 제가 찾을 때는 없었습니다."

"미궁의 지배자한테 얻은 거 없 으십니까?"

"예. 열쇠는 없었습니다."

"어쩌죠, 그럼."

"아마도 몬스터나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열쇠를 받는 형태일 겁니다."

"...까다롭네요, 진짜로. 이렇게 능력이 넘쳐도 달성하기가 힘든 목 표라니."

"괜히 11레벨이겠습니까."

"막막하네요. 그럼 일단 열쇠부 터 찾아볼까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유준이 단호하게 꺼낸 말에에르 거와 레오나드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예요?"

"문을 열 방법을 알고 있나?"

유준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열쇠 구멍이 있다면 이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었다.

그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인벤 토리를 열어 아이템을 꺼냈다.

[만능열쇠 (미개봉)]

등급 : 無

옵션 : 어떤 문이든 열 수 있습니다. 단, 만능열쇠를 넣을 최소한 의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개봉 후 3일 뒤에 아이템이 사라집니다.

칠흑색의 열쇠.

만능열쇠는 사용 조건도 그리 까 다롭지 않은 편이었다.

구멍만 있으면 된다.

크기는 알아서 조절되니까.

기간제라는게 흠이었지만, 만능 열쇠는 몇 개 더 가지고 있었다.

"허, 그건 또 뭐죠?"

에르거는 기대하는 눈동자로 유준을 바라봤다.

"만능열쇠요."

"...만능?"

"보세요."

유준은 태연하게 만능열쇠를 열 쇠 홈에 집어넣었다.

구멍 크기에 맞게 자동으로 변형 된 열쇠가 문에 쏙 들어갔다.

철컥!

철문은 여닫이가 아니었다.

굳게 닫혀 있던 문이 마법 장치에 의해 위로 올라갔다.

"쉽죠?"

"신유준. 도대체 정체가 뭐예요? 무슨 아이템이 그리 많은 거죠?"

에르거가 허탈한 듯 묻는다.

"소싯적에 아이템 좀 모았죠."

"1년 차 플레이어 아니셨습니까? 플레이어가 된 지 아직 1년도 안 지났다고...

"그니까요. 좀 바빴어요."

저 남자의 시간은 남들보다 수십 배는 느리게 흘러가기라도 한단 말 인가.

도대체 저런 아이템은 언제 모았

으며, 또 언제 저렇게 강해졌단 말 인가.

솔직히에르거의 상식으로는 이 해가 불가능한 수준의 일이었다.

"뭐 해요, 안 들어오고?"

유준의 말에 생각에 잠겨 있던에르거가 화들짝 놀라며 발을 움직였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6권 10화

132화

넓었다.

문 안의 공간을 직접 본 소감은 그러했다.

"이런 곳이 괜히 있지는 않겠 죠?"

파라네트가 말했다.

"그럴걸."

"주인님."

"또 왜."

"위험합니다."

"뭐가 위험해?"

"불길한 예감이 들어요. 여기에 계속 있다간 큰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예감이요."

"그래?"

파라네트가 위험하다고 했으니 진짜로 무슨 일이 벌어지긴 할 거다.

하지만 녀석의 호들갑은 한두 번 겪는게 아니다.

"정확히 어떤 위험인데? 그건 모르겠어?"

"예. 근데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어떤 한 존재가 오고 있다는 겁니다."

"그게 누군지는 당연히 모를 테고?"

"예."

파라네트의 말대로라면 분명 강 한 적이 나타난다는 건데.

그렇다고해서 도망칠 생각은 없었다.

이곳을 벗어나면 11레벨 목표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길 어떻게 찾았는데.

마포대교가 무너진 것도 아닌데 지레 겁먹고 도망갈 수야 없지.

유준은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위 협보다는 현재 주어진 목표에 더 집중했다.

바로 천사의 눈물을 구하는 것.

그는 천사의 눈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스카우터를 낀 상태로 이 곳을 샅샅이 뒤져 봤는데 천사의 눈물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레오나드가 세계수 근처에 천사 의 눈물이 있다고 했지.

'생각해 보니 내가 처음 천사의 눈물을 구했던 장소도 엘프 마을이었어.'

세계수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기는 했었다.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절대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세계수가 없으면 세계수를 만들 면 될 일이지.'

엘프들과 협상 카드로 썼던 세계 수의 씨앗.

유준의 인벤토리에는 세계수의 씨앗이 몇 개는 더 있었다.

'이것 중에 몇 개만 풀어도 엘프 종족이 엄청 번성할 텐데.'

그렇다고 남 좋은 일 할 생각은 없었다.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일이 아니 라면 언제까지라도 인벤토리에 처 박아 둘 생각이었다.

'역시 인간은 너무 이기적이야. 어쩜 이런 기특한 생각을 다 하지.'

...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한 유준이 싱글벙글 미소를 지으며 세 계수의 씨앗을 꺼냈다.

때마침 씨앗을 심을 수 있도록 식물들에게 자양분을 제공하는 흙

이 널려 있었다.

" 레오나드."

"응?"

"가장 좋은 자리가 어딥니까?"

"세계수 씨앗을 말하는 건가?"

"예. 하이 엘프라서 잘 아실 거 같은데. 틀립니까?"

"아니, 맞다. 씨앗을 심기 위한 최적의 위치를 알고 있지. 저기."

레오나드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이 방의 한가운데.

정중앙이었다.

"가운데?"

"그래. 거기가 좋겠군."

유준은 흙을 파내고 씨앗을 심었다.

망설임은 없었다.

감으로 자신도 여기가 가장 적당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에르거가 감탄했다.

"추진력이 장난 아니네요."

"뜸 들일 이유가 없잖습니까."

"그런데 씨앗을 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습니까?"

에르거의 말에 레오나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수가 완전하게 자라기까지 무척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단시간 내에는 절대 불가능해. 이번 목 표를 달성하기 전에 두 번째 이벤 트가 끝날 확률이 높아."

"그래서 표정이 어두우셨군요."

"괜히 세계수의 씨앗만 하나 날 리는 것 같군."

레오나드의 말에 유준이 황당한 얼굴을 했다.

"그럴 거 같으면 미리 말하지 그랬어요?"

"내가 말린다고 그대가들을 사 람인가?"

" "응."

ㄷ〒

얼마나 봤다고 아는 척이야.

하지만 생각해 보니 맞았다.

자신이 레오나드의 말을 귀 기울 여 듣지는 않았을 것이다.

'...날 잘 알고 있긴 하네.'

유준은 가만히 앉아서 세계수가 알아서 자라나기를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그건 시간을 너무 허비하는 짓이다.

그가 인벤토리를 열었다.

'이럴 거면 그냥 항상 열어 놓는게 낫겠는데?'

하도 열어젖히다 보니 인벤토리 지퍼가 닳아 없어질까 걱정됐다.

물론 인벤토리에 지퍼 같은 건 없었다.

[무럭무럭 성장 열매(이벤트)]

등급 : 신화

옵션 : 식물의 종류와 상관없이 빠른 속도로 성장시킵니다. 사용자 의 마력에 따라 열매의 효과가 중

가합니다.

무럭무럭 성장 열매.

신들의 전쟁에서 단 한 달 동안 만 판매했던 아이템이다.

그때 당시에 너무 비싼 거 아니 냐며 유저들의 원성이 자자했던 이 벤트템이었다.

유준은 돈 쓰기를 주저하지 않았 고 이 신화 등급 소모 아이템을 열 개는 더 가지고 있었다.

'사 두길 잘했지.'

굳이 세계수뿐만 아니라, 여러

상황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아이템.

무럭무럭 성장 열매는 사용자의 마력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한마디로 마력이 높으면 식물도 더 빠르게 성장한다는 말이다.

'지금 내 마력이 높긴 하지만...

더 높일 방법이 있었다.

그건 바로 마력 능력치를 증폭시 켜 주는 장비 아이템들을 착용하는 것.

유준은 인벤토리에서 마력과 관 련된, 500레벨 제한의 신화 등급

장비들을 꺼냈다.

"저, 저건 또 뭐야?"

"또 괴상한 짓을 하려나 본데."

"괴상한 짓이라뇨. 저 얼마나 멋 진 자태입니까. 눈치도 없습니까 당신은?"

"크흠.…"

에르거는 이제 신유준을 완전히 믿고 따르기로 마음먹었다.

그를 믿어서 손해 본 적이 있던가?

없다.

그와 함께 있어서 불이익을 얻은

적은?

단언컨대 없었다.

이익을 얻었으면 얻었지.

본의 아니게 1위 플레이어와 팀 이 되면서 행운을 거머쥔 셈.

당연히 불만이 있을 리가 없었다.

유준은 장비를 갈아입기 시작했다.

마력 능력치를 최대한 증폭시켜 주는 아이템들만 입었다.

아쉽게도 세트 아이템은 아니었지만, 그의 마력이 전보다 열 배

가까이 늘었다.

'진짜 늘리려고 하면 끝도없이 늘어나는구나.'

그의 마력 능력치를 계산하면 수 만에 근접해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 말해도 쉽게 믿지 못할 것이다.

너무 밸런스 붕괴라고 생각했는지 게임에서 존재했던 아이템 중 일부는 대륙에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도 있었다.

운영자 혹은 신이 알아서 조절한 것이겠지.

그런데 유준의 인벤토리에는 있

었다.

대륙의 아이템 밸런스를 단숨에 깨부술 만한 아이템들이.

그가 지금까지 꺼낸 것들은 맛보 기에 불과했다.

신화 등급이라고 다 같은 신화 등급이 아니었다.

그는 비교적 수량에 여유가 있는 아이템들을 사용했을 뿐.

진짜 쓰면 아깝다고 생각할 만한 아이템은 아직 꺼내지도 않았다.

모든 준비가 끝이 났다.

유준은 한 손에는 '무럭무럭 성

장 열매'를 쥐고 한 손은 세계수의 씨앗이 묻힌 흙 위에 얹었다.

무럭무럭 성장 열매에서 상쾌한 기운이유준의 체내에 진입했다.

그 기운은 이미 길을 알고 있다는 듯, 유준의 마력이 있는 곳을 향해 움직였다.

우웅. 웅.

가장 많은 마력이 쌓여 있는 곳 인 심장으로 이동했다.

이윽고 열매에서 흘러나왔던 기 운이유준의 마력과 조화롭게 융화 되었다.

'됐다. 이렇게 하는게 맞겠지?'

게임에서는 캐릭터의 모션만 봤 기에 정확히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는 몰랐다.

대충 이러할 거라고 예상만 할 뿐.

유준은 다른 손으로는 세계수의 씨앗이 있는 곳을 향해 마력을 쏟 아붓기 시작했다.

물이고 햇빛이고 다 필요 없었다.

'역시 마력이 짱이지.'

무럭무럭 성장 열매와 섞인 마 력.

안 그래도 마력 능력치가 일시적으로 수만에 다다랐다.

마력의 순도가 미친 수준까지 오 른 상태.

세계수가 빠른 속도로 자라나기 시작했다.

"...오오!"

레오나드가 감탄했다.

심자마자 세계수가 잎이 생길 정 도로 자랐다.

유례가 없는 속도.

심지어 세계수의 성장은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말도 안 나오는군. 세계수가 마 력의 힘만으로 성장하고 있다 니...

"말 길게 잘하시는데?"

유준이 웃었다.

"이제 시작입니다."

아직 지닌 마력의 10분의 1도 쓰지 않았다.

마력을 주입하는 속도를 늘렸다.

세계수가 무럭무럭 성장 열매의 힘을 받아무럭무럭 성장했다.

무럭무럭.

무럭무럭.

세계수가 완전하게 자랄 때까지

걸린 시간은 20분.

"끝!"

"일단 세계수는 다 자랐습니다."

"놀랍네요."

"20분 만에 자라는 세계수라

그때였다.

[천사의 눈물 생성 조건을 만족

했습니다!]

역시.

이렇게 하는게 맞는 거였구나.

11레벨 목표.

자신이 가진 것들을 활용하니 목 표를 달성하기가 그리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게 아이템의 힘인가.

유준은 곧바로 천사의 눈물을 찾 아 나섰다.

"너네도 잘 찾아봐."

소환수 둘에게 명령을 내렸다.

"예!"

"맡겨만 주시라요!"

방이 넓기는 해도, 미궁 전체와 비할 바는 아니다.

그때 파라네트가 다가왔다.

"주인님. 곧... 그놈이 올 거 같습니다."

"곧? 곧이면 언제?"

"지, 지금요."

"...쯧."

손님맞이할 준비를 해야겠네.

상급 신 소티엔이 입을 떡 벌렸다.

"...미친놈."

저건 달성하라고 있는 목표가 아 닐 텐데?

세계수의 씨앗을 직접 심어서 세 계수를 만들어 버릴 줄이야.

애초에 11레벨 목표를 달성할 방 법은 저것밖에 없기는 했다.

'세계수의 씨앗을 가지고 있는 건 그렇다 쳐도, 현재 대륙에 존재 하지 않는 아이템을 어떻게 인벤토리에서 꺼내 쓴 거지?'

그게 의문이었다.

신유준이 인벤토리에서 꺼낸 황 금색 열매.

그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종류 의 아이템이었다.

'내가 모르는 아이템이 있던가.'

지난 5년간 무한의 탑을 엿보면

서 온갖 아이템들을 구경해 왔다.

'저런 아이템이 한둘이면 이해를 하지. 지난 행적들을 보면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아이템을 극적인 순간에 자주 사용했었던 거 같아.'

소티엔의 눈이 가늘어졌다.

수상하기 그지없었다.

"아마 특전과 관련되어 있겠지."

무심코 중얼거린 말이지만, 소티 엔은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 했다.

단순히 대륙 곳곳을 돌아다니며 희귀한 아이템을 얻었다고 하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신유준의 강함도 믿기지 않는 수 준이지만, 그가 보유한 아이템들은 더했다.

다른 상급 신들도 저러한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까.

'하급 신 중에 신유준을 후원하는 이가 있을 거 같긴 한데.'

저렇게 강한데 후원자가 없을 리 가 없다.

무엇보다도 어떤 상황에서도 여 유로운 그의 태도.

좀 거만한가 싶으면 무척 쉽게 사건을 해결해 버린다.

근거 있는 자신감이라는 얘기다.

'탐나는군.'

뺏어서라도 갖고 싶은 플레이어였다.

따로 후원하는 신이 없다면 더 좋긴 한데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소티엔은 실로 오랜만에 욕망이 끓어오름을 느꼈다.

그녀는 원하는 건 무조건 가져야 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

*

유준 일행이 천사의 눈물이라는 아이템을 찾기도 전에,

그들이 있는 숨겨진 방에 한 남 자가 찾아왔다.

푸른 기가 도는 흑발에 창백한 피부를 가진 남자였다.

외견만 보면 마족과 인간을 섞어 놓은 듯했다.

"진짜로 세계수를 성장시켰군. 대단해."

그가 세계수를 보고 감탄했다.

"구경하러 왔어? 용건이 뭐야?"

유준이 말했다.

"구경하러 온 것 맞다. 그런데 아쉽게 됐군. 가장 진귀한 광경은 놓쳤으니."

세계수가 성장하는 장면을 말하는 것이리라.

"...너 마신 추종자지?"

"음. 맞다고 하기엔 애매하군. 마신 추종자에 속해 있긴 하다만…."

"뭐가 애매해?"

"나는 마신을 추종하지 않는다."

".…"웅?"

" 이상한가?"

"음."

마신을 추종하지 않는데 마신 추

종자라.

눈앞의 남자가 말장난이라도 하

는 걸까.

"무슨 소린데? 뜬구름 잡는 소리

하지 말고 제대로 말해."

"좋아. 알려 주지."

등에 멘 대검을 앞으로 뻗은 남

자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나는 이단 심판관이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6권 11화

133화

이단 심판관.

뭐, 대충 마신을 믿지 않는 이들을 심판하는 역할이겠지.

마신 추종자를 제외한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존재 아닐까.

종교를 가진 자만 골라 죽이지는 않을 테니.

유준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건가.

"이단 심판관이 나한테 왜 온 건 데? 내가 이단이라서?"

"다른 볼일이 있어서 왔다."

"날 죽이라는지령이 있다고 들었는데."

"아니다. 네가 살든 죽든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야."

유준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단 심판관은 아까부터 계속 자 신이 마신 추종자들과는 다르다는 듯 말했다.

'내가 보기엔 그게 그건데.'

이단 심판관이라고 마신 추종자

들과 다를까.

그 조직에 속해 있는 이 중 하나 일 텐데.

"그래서? 다른 볼일이라는게 뭔데?"

"천사의 눈물."

"...미친놈인가?"

유준이 자기도 모르게 욕을 해 버렸다.

자신이 세계수를 얼마나 어렵게 성장시켰는데.

무려 20분이라는 시간과 신화 등 급 아이템 하나를 썼다.

여긴 또 어떻게 찾아왔는데.

그런데 자신의 것이 될 천사의 눈물 때문에 왔다고?

"구경만 하고 가는 거지? 그렇지?"

"아니. 천사의 눈물을 회수해야겠어. 그건 지금 플레이어가 가져 선 안 될 물건이다."

"미친놈인가?"

"목표 달성을 눈앞에 둔 시점에 와서 미안하군.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내켜서 하는게 아니란 걸 알아줬으면 한다."

"미친놈인가?"

"왜 같은 말을 반복하는가."

"네가 미친 거 같아서."

"내가 미쳤다?"

"음."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네가 하는 짓을 봐. 천사의 눈 물을 가져가겠다고? 지금?야. 양 심이 있어야지. 다 만들어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거잖아."

어우, 말하면 할수록 더 화가 나네.

유준이 검을 꺼내 들었다.

"너 혼 좀 나자."

"나와 싸우겠다는 건가?"

"응. 너도 무기들이밀고 있었잖아. 한판 붙자는 거 아니었어?"

"...용맹하군. 이단 심판관에게 덤비는 플레이어는 거의 없었는데."

"난 이단 심판관이 뭔지도 몰라. 그래서 묻는데 너 대단한 놈이야?"

이단 심판관.

일단 신들의 전쟁 세계관 내에는 없던 존재다.

마신 추종자들도 잘 몰랐으니,

이단 심판관은 당연히 모를 수밖에.

유준이 한발 먼저 움직였다.

타닥!

순식간에 앞으로 튀어 나간 유 주

파라네트의 말에 미리 장비들을 원래대로 갈아입은 상태.

그의 쇄도하는 속도는 경이로울 정도였다.

쐐애액-!

이단 심판관은 앞으로 쭉 뻗어진 검을 상반신을 뒤로 확 젖히며 피 했다.

동작이 컸다.

유준은 그대로 검을 아래로 내리 그었고, 이단 심판관이미끄러지듯 뒤로 물러났다.

마치 짜인 듯, 간발의 차로 공격을 피하는 모습.

유준이 감탄했다.

'내 공격을 피할 정도면... 능력치가 장난 아니게 높은가 본데.'

그게 아니면 높은 등급의 회피 스킬이나 특성이 있든가.

'아니다. 그냥 민첩 능력치가 높아.'

상대방의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스킬에 의지해서 자신의 공격을 피하는 건지, 정말 보고 피하고 있는 건지.

이단 심판관은 자신의 공격을 읽었다.

후웅! 후웅! 홍!

다만, 반격은 전혀 못 하고 있었다.

유준이 연달아 휘두르는 검을 피 하기 급급할 뿐이었다.

워낙 검로가 절묘한 데다가 위세 가 대단해 반격할 틈이 없었다.

'이놈... 장난이 아니군.'

강하다는 건 들었지만, 신의 격을 지닌 자신이 이렇게 애를 먹을 정도라니.

도대체 능력치가 어느 정도길래 이런 속도를 내는 거지.

아이템이 좋은 건 그렇다 치자.

그런데 검술까지 능통해 있는 건 반칙이 아닌가.

그냥 뛰어난 수준이 아니라 달인 의 경지를 넘어섰다.

이단 심판관이 헛웃음을 지었다.

반쪽짜리긴 하지만 신격을 지닌

자신을 상대로 이리도 밀어붙일 줄 이야.

솔직히 직접 상대하기 전에는 적 당히 놀아 주다가 천사의 눈물을 가져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신유준의 힘이 상상 이상 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단 심판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틈이 없어. 어떻게 수십 번 공격 하는 동안 자세 한 번 흐트러지지 않지?'

그때였다.

"몸통 박치기!"

공간 이동을 통해서 근처로 접근 한 파라네트.

녀석이 이단 심판관을 몸으로 들이 받았다.

유준에게 모든 신경이 쏠려 있던 이단 심판관은 파라네트와의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

그가 멀리 튕겨 나갈 때 유준이 최상급의 화염 마법을 사용했다.

헬파이어.

빠르게 쏘아진 헬파이어가 이단 심판관의 몸에 적중했다.

"파라네트. 하나만 묻자. 왜 검을

안 쓰고 몸을 써? 비효율적이잖아."

"놀라지 마십시오. 하도 몸통 박 치기를 하다 보니까요, 스킬이 하 나 생겼습니다."

"뭐…?"

"진짜입니다."

유준은 재빨리 파라네트의 상태창을 열어 봤다.

[소환수 : 파라네트(성장형)]

□ 레벨 : 411

□ 특성 : 생존 본능(S), 회피

(A), 마력 컨트롤(A)

□ 스킬 : 독 포션 제조(B), 시체 폭발(S), 공간 이동(EX+), 몸통 박 치기 (S+)

□ 칭호 : 뛰어난 죽음의 기사 (전설) - 치명상을 입었을 시에 모 든 능력치가 15% 증가합니다.

□ 능력치

[근력 776] [민첩 809]

[체력 856] [마력 520]

[미분배 포인트 : 0 ]

"진짜네...?"

녀석에게 몸통 박치기 (S+) 라는 스킬 하나가 생겼다.

분명히 전에는 없던 스킬.

언제 이걸 스킬로 만들었지?

"허헛. 아까 문에 몸을 부딪치면서 생겼습니다."

파라네트가 우쭐대며 말했다.

처음에는 녀석이 장난만 치는 줄 알았는데,

볼품없이 외치던 기술명으로 스킬이 생성되었다.

그것도 S+등급.

"이름을 외치면서 말하는게 스킬 생성이랑 관련이 있는 건가?"

유준이 진지하게 고민했다.

진짜 웬만큼 반복하지 않고서는 안 생길 거 같긴 한데.

파라네트는 쉽게 스킬을 만들어 냈다.

정말 그렇다면, 자신도 도전해 볼 만하지 않은가.

'내가 알고 있는 스킬, 무과금즐 겜러가 가지고 있던 스킬들만 해도 지금보다 훨씬 많으니까.'

무과금즐겜러는 스킬이나 특성의

양이 많았고, 지금 유준은 스킬의 수가 적은 대신 스킬들의 등급이 높았다.

어떤 게 더 효율이 높냐고 하면 선뜻 고를 수는 없지만,

'스킬이 많아서 나쁠 건 없지.'

그래서 유준도 시간이 날 때마다 반복 동작을 수행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때, 때마침 쓰러져 있던 이단 심판관이 몸을 일으켰다.

파라네트의 공간 이동을 통한 기습적인 몸통 박치기와 유준의 헬파 이어 마법.

그 둘에 정통으로 적중당하고도 멀쩡한 모습이었다.

이단 심판관이 일그러진 얼굴로 유준을 노려봤다.

"왜 계속 공격하지 않았지? 날 만만하게 보는 건가?"

"맞아. 너 만만해."

유준의 도발이 통했다.

이단 심판관에게서 무시무시한 기세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노려보면 어쩔 건데?"

"...인간. 너의 격으로는 날 해 할 수 없다. 정확히는 죽일 수 없다. 그걸 알고 있나?"

"왜 못 죽여?"

정말 궁금해서 물었다.

이단 심판관은 순순히 대답해 줬다.

"격의 차이 때문이다."

"...격의 차이? 그렇게 말한 놈 들 전부 다 죽였던 거 같은데."

"그런 잔챙이 놈들과 나를 비교 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군."

"너는 다르다 이거냐?"

"그렇다."

"확인해 보면 알겠지."

유준이 검을 들고 앞으로 뛰쳐나 갔다.

분노했다고해서 이단 심판관이 더 강해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저쪽에서 공격적으로 나 와 주니, 허점이 더 많이 보였다.

유준은 허점이 보일 때마다 검으로 푹푹 찔렀다.

"커헉!"

녀석의 어깻죽지에 검을 꽂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단 심판관도 잠자코 당 하지만은 않았다.

이단 심판관의 검이유준의 머리 칼을 스치고 지나갔다.

유준이 회피한 틈을 타 이단 심 판관이 훌쩍 물러났다.

확실히 공격이 매섭다.

저번 이벤트에서 마주쳤던 캐스 턴보다도 강한 거 같은데.

어디서 이런 놈들이 계속 나타나는 거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유준은 이쯤 되면 자신의 상대가

될 플레이어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생각을 부수게 만든 것이 바로 이단 심판관이었다.

'내가 바로 죽일 수 없는 상대긴 하네.'

그간 만난 적들은 검 한 번 휘두 르면 죽일 수 있을 정도였다.

이단 심판관은 뭔가 좀 다르긴 했다.

다만, 제대로 공격이 먹히기만 하면.

목숨을 끊어 놓는 것이 가능할 터.

그때 유준의 눈이 커졌다.

' 뭐야?'

이단 심판관의 어깨에 상처가 없다.

분명히 자신의 검에 꿰뚫렸었다.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이단 심판관이 포션을 쓴 것도 아니고, 상처를 재생하는 속도가 빨랐던 것도 아니다.

"별안간 이게 무슨 일인지?"

파라네트가 황당해했다.

"저놈 언데드라도 된답니까?"

" 이상해."

"예? 뭐가요?"

아까 행했던 유준의 공격은 그냥 없었던 일로 처리되었다.

유준의 검에 묻었던 피가 사라졌다.

녀석의 갑옷에도 피가 묻어 있지 않았다.

그새 닦았다고 보기도 힘들다.

유준은 이단 심판관에게서 눈을 한 번도 떼지 않고 있었으니까.

이단 심판관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이게 격의 차이라는 거다. 애송아."

"우와, 오그라들어. 만화 캐릭터 도 아니고 뭔...

"...뭐라?"

"그냥. 하나도 안 멋있다고."

"크흠."

이단 심판관이 헛기침했다.

"어쨌든 넌 날 죽이는 것이 불가능해."

"어이가 없네."

"어때? 좌절감이 들지 않는가? 기껏 그렇게 강해졌는데 격이 낮아

상처를 입힐 수 없다니, 크흐

이단 심판관이 갈수록 꼴불견이 되어 가고 있었다.

유준이 입을 열었다.

" 파라네트."

"예!"

"한 번 더들이받아."

"알겠습니다!"

공간 이동과 몸통 박치기 스킬의 조합.

솔직히 알고도 못 피한다.

"몸통... 박치기!"

콰아앙!

"컥!"

이단 심판관이 멀리 튕겨 나갔다.

유준이 땅을 박찼다.

순식간에 이단 심판관이 있는 곳으로 쇄도한 유준은 검을 뻗었다.

이단 심판관의 목덜미에 검이 꽂 혔다.

그 순간.

[격의 차이가 월등해 피해를 입 힐 수 없습니다!]

[격이 상승한 뒤에 다시 시도해 주십시오!]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 문을쳤을 때와 같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유준의 검이 튕겨 나갔다.

분명 살을 파고드는 감촉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단 심판관의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

다만, 고통을 느끼기는 하는지

바닥을 기며 몸부림쳤다.

거기다 경직 상태가 꽤 길게 유 지됐다.

'완전히 무적은 아니라는 건가?'

유준은 계속해서 이단 심판관의 목에 검을 찔러 넣어 봤다.

푹! 푹! 푹!

"아아아악! 그만! 그만해! 좋은 말로 할 때 멈춰라!"

"뭐래. 내가 미쳤냐? 그만하란다 고 그만두게."

목 부위만이 아니라 모든 곳을 다 공격했다.

그래도 동일한 홀로그램 창 메시 지가 나타날 뿐,

변화는 없었다.

'좀 짜증 나는데.'

격이라는 것 하나 때문에 이놈을 못 죽이고 있다고?

도대체 격이 뭐길래?

그게 그렇게 중요해?

"그렇게 나온다는 거지."

유준은 오히려 히죽 웃었다.

세상에 안 되는 건 없다.

어떻게든 찾아보면 방법이 나온

다.

그리고 유준에게 있어 그 방법이 란,

바로 도라에...가 아니라 인벤 토리였다.

유준은 이단 심판관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공간 장악으로 몸을 붙잡았다.

그 후에 검으로 상반신, 하반신 할 것없이 공격했다.

경직 상태를 유지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는 작업하면서 아이템을 하나 꺼냈다.

[절대 봉인의 구슬]

등급 : 신화

옵션 : 상대방 한 명을 구슬에 봉인할 수 있습니다. 봉인된 상대는 '절대 봉인의 구슬'을 소유한 자 가 죽거나, 봉인을 풀기 전까지 절 대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6권 12화

13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