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reads / MSIDJAIS / Chapter 18 - 18

Chapter 18 - 18

- 8권 21화

191 화

'호크'라는 이름을 가진 강력한 적들이 코앞까지 다가왔으나, 유준은 지금 새로 생겼을 아이템이 더 중요했다.

그러나 이대로 호크들을 방치했다간, 제국이 금방 무너지리란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유준은 초집중(EX++) 스킬을 사용했다.

그의 인지 속도가 전과 비교할수 없게 빨라졌다.

인벤토리를 연 유준의 눈이 바쁘게 움직였다.

기존에 있던 아이템들의 배치는 비상해진 머리로 다 외워 둔 상황.

그 덕분에 인벤토리 동기화로 전송된 아이템들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이번엔 총 다섯 개네.'

적은 숫자.

허나 실망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오히려 환희에 젖어 있었다.

저번에 전송된 아이템보다 숫자는 적었지만, 급이 다른 아이템들이 왔기 때문이었다.

후웅!

아이템의 옵션을 제대로 읽어 보 려는 그 찰나였다.

언제 다가왔는지, 호크 셋이유준을 향해 주먹을 뻗어 왔다.

유준은 정확히 검을 세 번 휘둘 러 호크 셋을 날려 버렸다.

'검이 안 들어갔어?'

호크들의 주먹에는 상처가 없었다.

분명 그의 검과 충돌해서 멀쩡할 수 있는 건 격이 다른 상대뿐.

'나보다 격이 높다는 건가.'

자존심이 상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레벨이 낮다고 약한 건 절대 아니었으니까.

유준은 어깨 위에 있는 자신의 신수 '하프'를 힐끗 봤다.

'하프가 위험할 수도 있겠는데.'

혼돈을 사용하면 호크를 쉽게 처 리할 수 있겠지만, 혼돈은 무한정 뽑아낼 수 있는 기운이 아니었다.

금방 소진될 확률이 높았다.

호크들이 격이 높기만 하면 다행 이지만, 불행하게도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한번 맞부딪쳐 보고 알았다.

아까 그 괴수들이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한 놈들이구나.

"아니. 아이템 볼 시간은 좀 줘 야지."

유준의 불평에 아랑곳하지 않고 호크들은 이번에 다섯이 한꺼번에 덤벼들었다.

'왜 나만 노린대?'

호크들도 혹시 괴수들의 기억을 이어받거나, 혹은 공유하고 있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누군가의 명령에 따르고 있는 걸 수도 있었다.

이유가 어떤 것이든, 자신을 노 린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명확했다.

"이런 호크 아이들...

몇 없는 이 즐거운 시간을 방해 하다니.

열받았지만, 최대한 순화해서 말 했다.

보는 눈이 많아서 함부로 욕지거

리를 내뱉기가 좀 그랬다.

유준은 똑같이 갚아 주기로 했다.

달려드는 호크들에게 공간 장악을 사용했다.

다섯 명의 호크가 동시에 몸이 속박되었다.

무형의 기운이지만, 그 좋은 신 체 능력을 가진 호크들이 공간 장 악 마법에 당해 꼼짝도 못 했다.

그러나 혼돈이 담기지 않은 공간 장악이었기에, 호크들에게 대미지를 주지는 못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저것도 풀

고 나오겠지.'

대기하고 있던 호크들이 빈자리를 채우며 유준을 공격하기 위해 접근했다.

콘테를 비롯한 기사들이 열 명이 나 되는 호크들을 막아섰다.

호크가 콘테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그를 지나쳐 가려 했다.

"어딜!"

콘테가 호크에게 검을 휘둘렀다.

호크가 검을 향해 마주 주먹을 뻗었다.

콰앙!

"무, 무슨 힘이...!"

놀랍게도 호크의 주먹과 충돌한 콘테의 검이 멀리 튕겨 나갔다.

당황한 콘테에게 호크 두 명이 동시에 발을 뻗었다.

"커헉!"

무방비 상태였던 콘테가 복부를 얻어맞고 날아갔다.

제국 제일의 기사라고 불리는 콘 테.

그런 그가 호크에게 무력하게 당 하는 걸 본 기사들의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콘테가 갑작스레 나타났던 인간 플레이어에게 패배했던 것도 엄청 난 충격을 안겨다 주었는데, 똑같이 생긴 30명의 적이 전부 호크보 다 강하다니?

한 명 정도야 이해를 하지, 30명 이나 되는 적이 자신들의 우상이었 던 콘테를 무너뜨렸다는 것.

기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기엔 충분한 사유였다.

"껴들지마!"

유준이 외쳤다.

기사와 마법사들이 흠칫했다.

"황궁 안에 들어가는 놈들만 막아.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잡을 테니까."

그의 말을 거역하는 플레이어는 없었다.

유준은 검을 세게 꽉 쥐었다.

'마법, 즉 공간 장악으로는 호크들을 죽일 수 없다.'

그렇다면 장기인 검으로 승부 보는 수밖에 없었다.

놈들은 격이 높아서 일격을 가하 려면 검에 '혼돈'이 담겨 있어야만 했다.

문제는, '혼돈'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

텅 비어 버린 혼돈이 다시 차기 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최대한 아껴 써야 한다.'

유준은 호크들이 만만치 않은 상 대들이라는 걸 인정했다.

'혼돈이 없으면 죽일 수 없는 적들이야.'

혼돈이 아니면 절대 봉인의 구슬 로 봉인해 두는 수밖에 없는데,

절대 봉인의 구슬을 활용하기엔

적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호크가 땅을 박참과 동시에 유준도움직였다.

막 쇄도해 오던 호크의 목에 유준의 검이 꽂혔다.

절묘한 타이밍에 이루어진 공격 이었기에, 호크는 미처 인지하지도 못하고 숨이 끊겼다.

'남은 혼돈은 120...

검에 섞어야 하는 혼돈의 최소 수치는 10.

그 아래 수치로는 호크들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남은 호크의 수는 스물아홉.

그때 여섯 정도의 호크가 제국 마법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유준이 막아서려는 그때, 또 다 른 호크들도 유준을 막아서기 위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유준은 검을 휘두르며 공간 장악 마법을 사용했다.

공간 장악은 제국의 마법사들을 노리는 호크들의 주위에 자리 잡았다.

잠깐에 불과하지만, 호크들의 몸을 묶은 유준은 눈앞의 적들과 난 투를 벌였다.

카캉! 캉! 쾅

그는 절대 혼돈을 남발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호크를 상대할 때는 검에 마력만을 담았다.

그러다 호크를 죽일 기회가 생기 면 혼돈을 섞어 처리했다.

푹!

'두 명째.'

이제 두 명.

아직 갈 길이 멀었다.

호크를 상대할 때 까다로운 점은 또 있었다.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뿐이랴, 그 흔한 방어구 같은 것도 없었다.

플레이어들과는 다르게 아이템을 미착용하고 있는 것.

그런데도 베기 쉽다거나, 약하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단단했다.

호크들은 몸 자체가 무기인 셈이다.

그래서 유준은 자신의 막강한 공 격력을 십분 활용할 수 없었다.

목이나, 머리라고해서 피부가

더 연한 것이 아니었다.

만약 그의 공격력이 지금과 같이 높지 않았다면, '혼돈'이 있더라도 호크를 쓰러뜨리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을 것이다.

십수 명의 호크들이 쉴 새없이 맹공을 퍼부었다.

유준은 그들의 공격을 막아 내느 라 급급했다.

'검막이 통할까?'

격이 높아 공격이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는 사용해 보지 않았는데.

쿠응! 쾅! 쾅!

검이 찌잉 하고 울렸다.

지금은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었다.

검막 스킬이 발동되었다.

무려 SS등급의 검막 스킬.

실제 효과보다 등급이 많이 과소 평가된 스킬이다.

유준이 생각하기엔 '천마신공'이 나 '공간 이동'과 같은 스킬들보다 도 더 등급이 높아야 했다.

물론 유준의 공격력이 너무나 높은 덕에 검막의 효과가 증폭된 것 뿐이지만,

검막이 웬만한 스킬들과 비교할 수 없는 선상에 있는 건 사실이었다.

콰콰캉! 카카캉!

검막이 호크들의 모든 공격을 막 아 냈다.

손목이 살짝 아렸다.

그러나 그걸 제외하면 아무런 문 제가 없다.

유준은 검막을 유지하면서 슬쩍 주위를 둘러봤다.

공간 장악이 풀려 가고 있다.

다시 만든다고 하더라도 호크들

은 공간 장악 마법에 적응해 금방 빠져나올 터.

더 묶어 두는 건 의미가 없었다.

"파라네트! 네가 막고 있어!"

"예?!"

유준은 내친김에 타파골까지 소환했다.

타파골은 상황의 위급함을 알고 스스로 거대화를 시전했다.

쿠구궁.

거대화.

초고층 빌딩 한 채 크기의 타파 골이 전장에 자리했다.

제국의 플레이어들은 그 위압적 인 광경에 현재의 긴박한 상황도 잊고 입을 떡 벌렸다.

"뭐, 뭐야 저건? 왜 저렇게 커?"

"...워."

"저렇게 큰 건물은 처음 보는데."

"바보냐. 저거 건물 아니야, 골렘 이잖아."

"뭐? 골렘?"

그런 제국의 플레이어들과 다르 게 호크들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애초에 감정이 없는 존재들 같았다.

그때, 호크들의 대장 격인 덩치 큰 호크가 입을 열었다.

"언제까지 그 안에 숨어 있기만 할 거지?"

유준에게 한 말이었다.

검막을 사용하는 그를 도발하는 발언.

"너 말도 할 수 있었구나? 그런 데 넌 왜 구경만 하고 있어?"

유준의 질문에 대장 호크는 말이 없었다.

그저 팔짱을 끼고 상황을 지켜보 기만 했다.

'뭐야 먼저 말 걸어놓고….'

웃긴 녀석이네.

'그나저나 제국을 무너뜨릴 생각이 없나?'

다른 호크들은 모르겠지만, 대장 호크는 오로지 유준만 적으로 인식 하고 있는 느낌이 강했다.

유준은 대장 호크의 눈동자가 바 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인다.

'나를 분석하고 있군.'

그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대장 호크는 자신의 사사로운 몸 짓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자신의 무력을 대강은 알아본 듯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 정도로 경계 할 리가 없었다.

유준도 마찬가지로 대장 호크를 주시했다.

지금 검막으로 막아 내고 있는 호크들이야, 시간이 좀 걸릴 뿐이 지 쉽게 죽일 수 있는 적들이었다.

그러나 대장 호크는 달랐다.

그의 감이 위험하다는 경고를 계속해서 보내오고 있었다.

콰앙!

그때 파라네트가 만근추, 몸통박 치기로 호크 하나를 호쾌하게 날려 보냈다.

격 때문에 대미지를 줄 수는 없었지만, 밀어내는 것은 가능했다.

콰쾅! 쾅!

장비를 업그레이드해 줬기 때문 일까.

파라네트는 전보다 기민한 움직 임으로 호크들이 다가오는 족족 날 려 보냈다.

타파골도 마찬가지다.

덩치가 워낙 큰 탓에 어그로가 많이 끌려 호크들 여럿은 기본으로 달고 있었다.

'제법인데?'

그러나 오랜 시간을 버틸 수는 없었다.

해결법을 찾아야 했다.

그럼에도 호크는 많았다.

호크 두 명만 성벽 안으로 들어 가도 제국이 멸망까지 몰릴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상황은 너무나도 안 좋았다.

"아빠!"

그때 하프가 깨어났다.

동그란 눈을 깜빡이며 말을 하는 하프.

" 일어났어?"

"네! 그런데 아빠!"

"웅?"

"제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요!"

"뭘 해결해?"

"호크들요!"

"자고 있던 거 아니었어?"

"상황은 다 알아요!"

"...그래? 그런데 어떻게 해결 한다는 거야?"

"헷. 직접 보여 줄게요!"

하프가 오랜만에 깨어나더니, 무척이나 활기차게 대답했다.

녀석은 유준의 앞에서 공격을 퍼 붓는 호크들을 향해 입을 딱 벌렸다.

하프의 커진 입안으로 막대한에너지가 모이기 시작했다.

'...미친.'

그에너지가 지닌 힘을 파악한 유준이 경악했다.

'전보다 더 세졌잖아? 내가 더 강해졌었나?'

그때 하프가 한계까지 응축된에너지를 발사했다.

콰콰콰콰쾅!

정확히 유준의 앞 지점부터 엄청 난 폭발이 일었다.

하프의 브레스는 블랙 요드가 뿜었던 브레스와는 비교할 수 없는 위력이었다.

그렇게 호크 열둘이 흔적도없이

사라졌다.

격의 차이에 의해 다시 몸이 재생될 줄 알았으나, 사라진 호크들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하프. 이게 뭐야?"

"어때요? 아빠! 더 강해졌죠, 저?"

"...확실히 그렇긴 한데, 어떻 게 죽인 거야? 격의 차이 때문에 힘들 텐데?"

"격요? 아... 그거요. 아빠 능력 좀 빌렸어요."

"응?"

하프의 말에 유준이 고개를 갸웃 했다가 곧 하프의 말이 무얼 의미 했는지 깨달았다.

체내에 있는 '혼돈'의 수치가 60 까지 줄어든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하프의 브레스가 강력한 건 그렇 다 쳐도, 유준만 사용할 수 있는 '혼돈'을 빌려다 쓴다니?

시스템적으로 자신과 하프가 연 결되어 있기라도 한 건가?

"죄송해요. 멋대로 써서."

"아니, 괜찮아."

유준이 인자한 미소를 지어 주며 대답했다.

'대박이다.'

이건 절대 기분 나빠 할 일이 아니었다.

하프가 자신에게 해가 될 짓을 할 리가 없다.

도움이 되면 되었지.

이제 남은 호크는 열여섯.

아쉽게도 대장 호크는 낌새를 느 끼고 미리 피해 하프의 브레스에 적중되지 않았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8권 21화

191 화

'호크'라는 이름을 가진 강력한 적들이 코앞까지 다가왔으나, 유준은 지금 새로 생겼을 아이템이 더 중요했다.

그러나 이대로 호크들을 방치했 다간, 제국이 금방 무너지리란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유준은 초집중(EX++) 스킬을 사용했다.

그의 인지 속도가 전과 비교할

수 없게 빨라졌다.

인벤토리를 연 유준의 눈이 바쁘 게 움직였다.

기존에 있던 아이템들의 배치는 비상해진 머리로 다 외워 둔 상황.

그 덕분에 인벤토리 동기화로 전 송된 아이템들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이번엔 총 다섯 개네.'

적은 숫자.

허나 실망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오히려 환희에 젖어 있었다.

저번에 전송된 아이템보다 숫자는 적었지만, 급이 다른 아이템들이 왔기 때문이었다.

후웅!

아이템의 옵션을 제대로 읽어 보 려는 그 찰나였다.

언제 다가왔는지, 호크 셋이유준을 향해 주먹을 뻗어 왔다.

유준은 정확히 검을 세 번 휘둘 러 호크 셋을 날려 버렸다.

'검이 안 들어갔어?'

호크들의 주먹에는 상처가 없었다.

분명 그의 검과 충돌해서 멀쩡할 수 있는 건 격이 다른 상대뿐.

'나보다 격이 높다는 건가.'

자존심이 상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레벨이 낮다고 약한 건 절대 아니었으니까.

유준은 어깨 위에 있는 자신의 신수 '하프'를 힐끗 봤다.

'하프가 위험할 수도 있겠는데.'

혼돈을 사용하면 호크를 쉽게 처 리할 수 있겠지만, 혼돈은 무한정 뽑아낼 수 있는 기운이 아니었다.

금방 소진될 확률이 높았다.

호크들이 격이 높기만 하면 다행 이지만, 불행하게도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한번 맞부딪쳐 보고 알았다.

아까 그 괴수들이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한 놈들이구나.

"아니. 아이템 볼 시간은 좀 줘 야지."

유준의 불평에 아랑곳하지 않고 호크들은 이번에 다섯이 한꺼번에 덤벼들었다.

'왜 나만 노린대?'

호크들도 혹시 괴수들의 기억을 이어받거나, 혹은 공유하고 있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누군가의 명령에 따르고 있는 걸 수도 있었다.

이유가 어떤 것이든, 자신을 노 린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명확했다.

"이런 호크 아이들...

몇 없는 이 즐거운 시간을 방해 하다니.

열받았지만, 최대한 순화해서 말 했다.

보는 눈이 많아서 함부로 욕지거

리를 내뱉기가 좀 그랬다.

유준은 똑같이 갚아 주기로 했다.

달려드는 호크들에게 공간 장악을 사용했다.

다섯 명의 호크가 동시에 몸이 속박되었다.

무형의 기운이지만, 그 좋은 신 체 능력을 가진 호크들이 공간 장 악 마법에 당해 꼼짝도 못 했다.

그러나 혼돈이 담기지 않은 공간 장악이었기에, 호크들에게 대미지를 주지는 못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저것도 풀

고 나오겠지.'

대기하고 있던 호크들이 빈자리를 채우며 유준을 공격하기 위해 접근했다.

콘테를 비롯한 기사들이 열 명이 나 되는 호크들을 막아섰다.

호크가 콘테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그를 지나쳐 가려 했다.

"어딜!"

콘테가 호크에게 검을 휘둘렀다.

호크가 검을 향해 마주 주먹을 뻗었다.

콰앙!

"무, 무슨 힘이...!"

놀랍게도 호크의 주먹과 충돌한 콘테의 검이 멀리 튕겨 나갔다.

당황한 콘테에게 호크 두 명이 동시에 발을 뻗었다.

"커헉!"

무방비 상태였던 콘테가 복부를 얻어맞고 날아갔다.

제국 제일의 기사라고 불리는 콘 테.

그런 그가 호크에게 무력하게 당 하는 걸 본 기사들의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콘테가 갑작스레 나타났던 인간 플레이어에게 패배했던 것도 엄청 난 충격을 안겨다 주었는데, 똑같이 생긴 30명의 적이 전부 콘테보 다 강하다니?

한 명 정도야 이해를 하지, 30명 이나 되는 적이 자신들의 우상이었 던 콘테를 무너뜨렸다는 것.

기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기엔 충분한 사유였다.

"껴들지마!"

유준이 외쳤다.

기사와 마법사들이 흠칫했다.

"황궁 안에 들어가는 놈들만 막아.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잡을 테니까."

그의 말을 거역하는 플레이어는 없었다.

유준은 검을 세게 꽉 쥐었다.

'마법, 즉 공간 장악으로는 호크들을 죽일 수 없다.'

그렇다면 장기인 검으로 승부 보는 수밖에 없었다.

놈들은 격이 높아서 일격을 가하 려면 검에 '혼돈'이 담겨 있어야만 했다.

문제는, '혼돈'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

텅 비어 버린 혼돈이 다시 차기 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최대한 아껴 써야 한다.'

유준은 호크들이 만만치 않은 상 대들이라는 걸 인정했다.

'혼돈이 없으면 죽일 수 없는 적들이야.'

혼돈이 아니면 절대 봉인의 구슬 로 봉인해 두는 수밖에 없는데,

절대 봉인의 구슬을 활용하기엔

적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호크가 땅을 박참과 동시에 유준도움직였다.

막 쇄도해 오던 호크의 목에 유준의 검이 꽂혔다.

절묘한 타이밍에 이루어진 공격 이었기에, 호크는 미처 인지하지도 못하고 숨이 끊겼다.

'남은 혼돈은 120...

검에 섞어야 하는 혼돈의 최소 수치는 10.

그 아래 수치로는 호크들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남은 호크의 수는 스물아홉.

그때 여섯 정도의 호크가 제국 마법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유준이 막아서려는 그때, 또 다 른 호크들도 유준을 막아서기 위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유준은 검을 휘두르며 공간 장악 마법을 사용했다.

공간 장악은 제국의 마법사들을 노리는 호크들의 주위에 자리 잡았다.

잠깐에 불과하지만, 호크들의 몸을 묶은 유준은 눈앞의 적들과 난 투를 벌였다.

카캉! 캉! 쾅

그는 절대 혼돈을 남발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호크를 상대할 때는 검에 마력만을 담았다.

그러다 호크를 죽일 기회가 생기 면 혼돈을 섞어 처리했다.

푹!

'두 명째.'

이제 두 명.

아직 갈 길이 멀었다.

호크를 상대할 때 까다로운 점은 또 있었다.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뿐이랴, 그 흔한 방어구 같은 것도 없었다.

플레이어들과는 다르게 아이템을 미착용하고 있는 것.

그런데도 베기 쉽다거나, 약하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단단했다.

호크들은 몸 자체가 무기인 셈이다.

그래서 유준은 자신의 막강한 공 격력을 십분 활용할 수 없었다.

목이나, 머리라고해서 피부가

더 연한 것이 아니었다.

만약 그의 공격력이 지금과 같이 높지 않았다면, '혼돈'이 있더라도 호크를 쓰러뜨리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을 것이다.

십수 명의 호크들이 쉴 새없이 맹공을 퍼부었다.

유준은 그들의 공격을 막아 내느 라 급급했다.

'검막이 통할까?'

격이 높아 공격이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는 사용해 보지 않았는데.

쿠웅! 쾅! 쾅!

검이 찌잉 하고 울렸다.

지금은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었다.

검막 스킬이 발동되었다.

무려 SS등급의 검막 스킬.

실제 효과보다 등급이 많이 과소 평가된 스킬이다.

유준이 생각하기엔 '천마신공'이 나 '공간 이동'과 같은 스킬들보다 도 더 등급이 높아야 했다.

물론 유준의 공격력이 너무나 높은 덕에 검막의 효과가 증폭된 것 뿐이지만,

검막이 웬만한 스킬들과 비교할 수 없는 선상에 있는 건 사실이었다.

콰콰캉! 카카캉!

검막이 호크들의 모든 공격을 막 아 냈다.

손목이 살짝 아렸다.

그러나 그걸 제외하면 아무런 문 제가 없다.

유준은 검막을 유지하면서 슬쩍 주위를 둘러봤다.

공간 장악이 풀려 가고 있다.

다시 만든다고 하더라도 호크들

은 공간 장악 마법에 적응해 금방 빠져나올 터.

더 묶어 두는 건 의미가 없었다.

"파라네트! 네가 막고 있어!"

"예?!"

유준은 내친김에 타파골까지 소환했다.

타파골은 상황의 위급함을 알고 스스로 거대화를 시전했다.

쿠구궁.

거대화.

초고층 빌딩 한 채 크기의 타파 골이 전장에 자리했다.

제국의 플레이어들은 그 위압적 인 광경에 현재의 긴박한 상황도 잊고 입을 떡 벌렸다.

"뭐, 뭐야 저건? 왜 저렇게 커?"

"...워."

"저렇게 큰 건물은 처음 보는데."

"바보냐. 저거 건물 아니야, 골렘 이잖아."

"뭐? 골렘?"

그런 제국의 플레이어들과 다르 게 호크들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애초에 감정이 없는 존재들 같았다.

그때, 호크들의 대장 격인 덩치 큰 호크가 입을 열었다.

"언제까지 그 안에 숨어 있기만 할 거지?"

유준에게 한 말이었다.

검막을 사용하는 그를 도발하는 발언.

"너 말도 할 수 있었구나? 그런 데 넌 왜 구경만 하고 있어?"

유준의 질문에 대장 호크는 말이 없었다.

그저 팔짱을 끼고 상황을 지켜보 기만 했다.

'뭐야 먼저 말 걸어놓고….'

웃긴 녀석이네.

'그나저나 제국을 무너뜨릴 생각이 없나?'

다른 호크들은 모르겠지만, 대장 호크는 오로지 유준만 적으로 인식 하고 있는 느낌이 강했다.

유준은 대장 호크의 눈동자가 바 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인다.

'나를 분석하고 있군.'

그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대장 호크는 자신의 사사로운 몸 짓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자신의 무력을 대강은 알아본 듯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 정도로 경계 할 리가 없었다.

유준도 마찬가지로 대장 호크를 주시했다.

지금 검막으로 막아 내고 있는 호크들이야, 시간이 좀 걸릴 뿐이 지 쉽게 죽일 수 있는 적들이었다.

그러나 대장 호크는 달랐다.

그의 감이 위험하다는 경고를 계

속해서 보내오고 있었다.

콰앙!

그때 파라네트가 만근추, 몸통박 치기로 호크 하나를 호쾌하게 날려 보냈다.

격 때문에 대미지를 줄 수는 없었지만, 밀어내는 것은 가능했다.

콰쾅! 쾅!

장비를 업그레이드해 줬기 때문 일까.

파라네트는 전보다 기민한 움직 임으로 호크들이 다가오는 족족 날 려 보냈다.

타파골도 마찬가지다.

덩치가 워낙 큰 탓에 어그로가 많이 끌려 호크들 여럿은 기본으로 달고 있었다.

'제법인데?'

그러나 오랜 시간을 버틸 수는 없었다.

해결법을 찾아야 했다.

그럼에도 호크는 많았다.

호크 두 명만 성벽 안으로 들어 가도 제국이 멸망까지 몰릴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상황은 너무나도 안 좋았다.

"아빠!"

그때 하프가 깨어났다.

동그란 눈을 깜빡이며 말을 하는 하프.

" 일어났어?"

"네! 그런데 아빠!"

"응?"

"제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요!"

"뭘 해결해?"

"호크들요!"

"자고 있던 거 아니었어?"

"상황은 다 알아요!"

"...그래? 그런데 어떻게 해결 한다는 거야?"

"헷. 직접 보여 줄게요!"

하프가 오랜만에 깨어나더니, 무척이나 활기차게 대답했다.

녀석은 유준의 앞에서 공격을 퍼 붓는 호크들을 향해 입을 딱 벌렸다.

하프의 커진 입안으로 막대한에너지가 모이기 시작했다.

'...미친.'

그에너지가 지닌 힘을 파악한 유준이 경악했다.

'전보다 더 세졌잖아? 내가 더 강해졌었나?'

그때 하프가 한계까지 응축된에너지를 발사했다.

콰콰콰콰쾅!

정확히 유준의 앞 지점부터 엄청 난 폭발이 일었다.

하프의 브레스는 블랙 요드가 뿜었던 브레스와는 비교할 수 없는 위력이었다.

그렇게 호크 열둘이 흔적도없이

사라졌다.

격의 차이에 의해 다시 몸이 재생될 줄 알았으나, 사라진 호크들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하프. 이게 뭐야?"

"어때요? 아빠! 더 강해졌죠, 저?"

"...확실히 그렇긴 한데, 어떻 게 죽인 거야? 격의 차이 때문에 힘들 텐데?"

"격요? 아... 그거요. 아빠 능력 좀 빌렸어요."

"응?"

하프의 말에 유준이 고개를 갸웃 했다가 곧 하프의 말이 무얼 의미 했는지 깨달았다.

체내에 있는 '혼돈'의 수치가 60 까지 줄어든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하프의 브레스가 강력한 건 그렇 다 쳐도, 유준만 사용할 수 있는 '혼돈'을 빌려다 쓴다니?

시스템적으로 자신과 하프가 연 결되어 있기라도 한 건가?

"죄송해요. 멋대로 써서."

"아니, 괜찮아."

유준이 인자한 미소를 지어 주며 대답했다.

'대박이다.'

이건 절대 기분 나빠 할 일이 아니었다.

하프가 자신에게 해가 될 짓을 할 리가 없다.

도움이 되면 되었지.

이제 남은 호크는 열여섯.

아쉽게도 대장 호크는 낌새를 느 끼고 미리 피해 하프의 브레스에 적중되지 않았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8권 22화

192화

엄청난 광경을 연출해 낸 하프가 크게 하품했다.

"후암..."

"하프. 더 할 수 있겠어?"

"아니요.에너지를 다 써 버렸어요. 죄송해요."

"죄송할 거 없어. 이미 잘해 줬는데 뭘."

"헤헤. 그럼 저 좀만 더 자고 올 게요."

"그래."

유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프 가 잠이 들었다.

녀석은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그리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것이었다.

이 정도 활약하는데 잠 좀 자는 것 정도야 뭐.

하프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들 어 냈다.

변수뿐이랴, 상황을 완전히 뒤집 어 버렸다.

전체의 반에 가까운 수의 호크를

죽였으니까.

이에 대장 호크도 말은 안 했지만, 당황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유준이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하프가 정말 학교에서 상을 받아 온 아들처럼 대견했다.

그때 제국의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호크들 셋과 충돌했다.

파라네트와 타파골이 뚫린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버틴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호크들의 격과 무력은 유준도 경 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유준의 두 소환수는 능력 밖의 일을 해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가 점멸을 사용해 기사와 마법 사들을 학살하고 있는 호크들의 뒤 로 이동했다.

때마침 그들의 간격이 그.리 넓지 않았다.

유준은 망설이지 않고 혼돈을 담 고 검을 휘둘렀다.

호크 두 명의 목이 동시에 베어 졌다.

남은 한 명이 눈치채고 몸을 날 렸지만, 유준이 한 발 더 빨랐다.

호크 한 명의 목숨을 추가로 거 둔 그는 뒤로 훌쩍 물러났다.

대장 호크의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맞지는 않았지만, 공기가 찢기는 소리만들어도 가공(可恐)할 만한 위력이 아닐 수 없었다.

대장인 녀석을 포함해 남은 호크 의 수는 열셋이 되었다.

'...그리 버거운 수는 아니지만, 혼돈이 부족해.'

혼돈없이는 호크들에게 대미지를 줄 수가 없다.

고로, 유준은 현재 저들을 모조 리 죽이는 것이 불가능했다.

남은 혼돈으로 셋 정도는 더 죽 일 수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고 작 세 명 더 잡아서 뭐 하겠는가.

유준은 이번에도 해결책을 인벤 토리에서 찾기로 했다.

호크들도 때마침 유준에 대한 경 계심이 극도로 강해져, 섣불리 덤 벼들진 못하고 있었다.

지금이 아이템을 살펴볼 기회였다.

'먼저 장비 아이템들부터 후딱 살펴보자.'

[극전능의 풀 아머]

착용 제한 : Lv. 630 이상

등급 : 신화

방어력 : 339,000

옵션 : 근력과 민첩이 70% 증가 하고 공격력이 88%, 방어력이 50% 증가합니다.

[극전능의 팔 보호대]

착용 제한 : Lv. 630 이상

등급 : 신화

방어력 : 210,400

옵션 : 근력과 민첩이 44% 증가 하고 공격력이 72%, 방어력이 50% 증가합니다.

[극전능의 각반]

착용 제한 : Lv. 630 이상

등급 : 신화

방어력 : 210,400

옵션 : 근력과 민첩이 46% 증가

하고 공격력이 78%, 방어력이 40% 증가합니다.

[극전능의 투구]

착용 제한 : Lv. 630 이상

등급 : 신화

방어력 : 267,000

옵션 : 근력과 민첩이 50% 증가 하고 공격력이 55%, 방어력이 32% 증가합니다.

세트 효과

2세트 - 공격력 100% 증가, 방 어력 80% 증가.

4세트 - 공격력과 방어력 각각 140% 증가. 모든 능력치 45% 상승. 신화 등급 무기를 착용하고 있을 시에 공격력이 두 배 증가합니다. 초월 등급 무기를 착용하고 있을 시에 공격력이 네 배 증가합니다.

미쳤다.

그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옵션이 말이 안 되었다.

'극'이라는 단 한 글자만 더 붙긴 했지만, 자신이 착용하고 있는 방 어구의 최소 두 단계는 업그레이드

된 아이템이었다.

근력과 민첩의 증폭 수치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은 물론이고 공격력 과 방어력도 장난 아니게 증가했다.

세트 효과는 또 어떤가.

세트 아이템 네 개를 갖춘 것만으로 공격력과 방어력이 140%씩 증가하고 모든 능력치도 45%가 상승한다.

마침 초월 등급 무기를 착용하고 있으니 그의 공격력은 네 배 증가 한다.

착용 레벨 제한은 630.

580레벨인 유준이 태초의 플레이어 특혜로 딱 맞게 착용할 수 있는 제한이었다.

심지어 세트 옵션이 붙는 아이템이 모두 갖춰져 전송되었다.

과연 이게 우연일까?

'어쩌면 나에게 필요한 아이템들이 순차적으로 전송되는게 아닐까.'

그게 아니면 우연히 아이템이 붙 어 있어 뭉텅이로 보내진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됐든 나한텐 좋은 일이지.'

세트 아이템을 모을 필요도없이, 통째로 아이템이 와 버렸으니.

이게 행운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나머지 한 개의 아이템은 그가 이미 가지고 있는 장검이었다.

세트 아이템 네 개가 왔으니 만 족스러운 전송이었다.

'고맙다. 무과금즐겜러.'

예의상 감사 인사도 전했다.

전해질지는 모르겠지만.

이쯤 되니 무과금즐겜러의 행보 가 궁금하기도 했다.

630레벨의 신화 등급 세트 아이템을 지니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유준은 무과금즐겜 러가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상상이 안 갔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아니 중요하긴 한데,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유준은 초집중을 발동한 상태로 방어구를 갈아입기 시작했다.

호크들과 수만의 플레이어들 앞에서.

그의 괴상 행동에 제국의 플레이

어들뿐만 아니라 대장 호크도 황당 해했다.

갑자기 싸우다 말고 장비를 바꿔 끼다니?

방심해도 정도가 있다.

호크들이 벙쪄 있는 건 한순간에 불과했다.

그들이 쇄도했다.

그리고 유준이 장비를 갈아 착용 한 것도 순식간이었다.

그는 짓쳐들어오는 호크들을 한 손으로 상대했다.

카카캉! 쾅!

초집중 스킬을 해제한 상태.

그런데도 호크들의 공격이 우스 울 정도로 눈에 훤히 보였다.

적당히 긴장감이 필요했던 전과는 달리 눈을 감고도 호크들을 상 대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유준은 너무나도 편하게 호크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이게 아이템이고 이게 인생이지."

그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급격하게 높아진 공격력과 방어력.

무엇보다도 그의 움직임이 달라 진 것은 민첩 능력치가 눈에 띄게 증가한 덕분이었다.

아이템 네 개 바꿔 낀 것으로 그 의 민첩은 전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수치로만 따지면 3만에 가까운 수치.

무려 30,000이다.

능력치 하나의 수치가 말이다.

레벨 580인 플레이어의 능력치라 곤 믿을 수 없는 수준.

그러나 아직 근본적인 문제는 해 결되지 않았다.

호크에게 마무리 일격을 가할 수 없는 것.

'천천히 생각해 보자.'

이제는 호크들을 상대하면서도 여유가 넘쳤다.

굳이 시간을 벌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는 인벤토리를 열어 놓고 호크 들과 전투를 벌였다.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되는 전투에 서, 간덩이가 부었다고밖에 할 수

없는 행동을 유준은 거리낌없이 행했다.

'어디 보자….'

격이 높은 상대를 죽이게 할 수 있는 아이템.

없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혼돈이 회복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나?'

그러나 소모한 혼돈이 다시 생성 되기까지는 까마득히 멀었다.

한참을 고민해 봐도 해답이 나오 지 않았다.

그러던 유준의 뇌리를 스치는 무 언가가 있었다.

'잠깐만, 이건 오히려 잘된 거 아니야?'

그의 높은 공격력이 전혀 통하지 않는 상대가 무려 열셋.

유준에게 있어 그들만 한 수련 상대가 따로 없었다.

어떻게 보면 이건 천재일우의 기 회나 다름없었다.

'괜히 호크들을 죽였나?'

유준이 살짝 후회했다.

최대한 자신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어야 깨달음을 얻을 확률이 높아지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미 반절이 넘는 수를 죽여 버렸다.

'지금이라도 해 보자.'

적을 쓰러뜨리기 위한 전투가 아니라, 성장을 이룩하기 위한 전투.

사상 최대 난이도의 시련.

그 와중에 유준은 수련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허나, 지금 그런 그의 생각을 아는 존재는 이 자리에 없었다.

그저 제국의 플레이어들에게는

유준에게 절체절명의 위기가 계속 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황실 기사 단원이 속삭이듯 대화했다.

"...우리가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야?"

"왜?"

"생각해 봐. 저 인간이 지면 우 리 제국도 그대로 무너질 거 아니야. 우리 힘으로 저놈들을 어떻게 막아. 콘테 님도 상대하지 못하는 괴물들이 무려 열이 넘는데."

"근데 혼자서 벌써 반은 넘게 죽였는데?"

"그거야 힘을 전부 쏟아서 가능 했던 거겠지. 그래서 지금은 막아 내기 급급한 거고."

"우리가 돕는다고 과연 도움이 될까? 방해나 안 되면 다행이지. 그리고 난 저들 싸움에 껴들어 괜 히 죽음을 자초하고 싶지 않아. 명 예로운 죽음도 아니고 그게 뭐야."

"하긴.... 생각해 보니 그러네."

한동안 유준과 호크들의 격돌이 이어지고 제국 플레이어들은 방관 할 수밖에 없는, 기묘한 현상이 지 속되었다.

"뭐가 그리 즐겁지?"

유준이 입가에 연신 미소를 띠고 있자, 대장 호크가 이상하게 여긴 모양이다.

유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장 호크가 아까 자신의 말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사뭇 유치해 보일진 몰라도, 이 건 자존심이 달린 문제였다.

무엇보다 그는 유례가 없을 정도 로 집중 상태였다.

초집중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두뇌가 빠르게 회전하는 느낌.

그가 집중 상태가 된 것은 연이은 충돌로 호크들에게서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저게 뭐지?'

선이 보였다.

그런데 눈을 가늘게 뜨고 지켜봐 도 가느다란 선의 정체를 모르겠다.

'이럴 땐 이글 아이 스카우터가 제격인데.'

스카우터를 착용할 수는 없었다.

극전능의 투구를 벗어야 하기에.

어마어마한 증폭의 세트 효과가 사라지는 것이다.

세트 효과만 사라져도 호크를 상 대로 이러한 여유를 부리긴 힘들었다.

그래서 유준은 초집중(EX++) 스킬을 발동했다.

그것만으로 세상이 좀 더 다르게 보였다.

모든 번뇌가 사라지고 머리가 맑 아지는 듯한 기분.

유준은 검을 휘두르며 호크들의 몸짓, 손짓 하나하나를 면밀하게 주시했다.

호크들의 움직임 자체에는 문제 가 없었다.

특이점은 호크들의 신체에 있었다.

정확히는 심장 쪽에 희미하고 가 느다란 선이 자리 잡고 있었다.

원래였으면 발견하지 못했겠지만,

장비를 업그레이드해 호크들의 움직임이 느리게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 선을 캐치할 수 있었다.

그냥 무시하고 넘길 수도 있다.

평소라면 그랬겠지.

그러나 유준은 혼돈이 모자라 호 크들을 당장 죽일 수 없는 상황.

그러한 상황에서 그는지금에야 보이는 저 얇은 선이 호크들을 쓰 러뜨릴 수 있는 유일한 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쾅! 콰앙!

유준이 호크 하나를 검으로 세게 밀치면서 앞으로 달렸다.

등이 굽어지며 날아가는 호크와 일대일의 상황이 되었다.

완벽한 완급 조절 덕분에 유준의 질주 속도와 호크가 날아가는 속도 가 같았다.

' 지금.'

유준은 아까부터 눈에 걸리던 하 얀 선에 검을 가져다 댔다.

일부러 세게 휘두르지는 않았다.

희미한 선보다 더 긋거나, 덜 긋 지 않고 선에 딱 맞추기 위해서였다.

이윽고 그가 목표했던 바를 달성 했다.

스윽!

그 순간, 호크의 육체가 흔적도없이 사라졌다.

공간 이동이나 블링크 같은 스킬로 없어진 것이 아니다.

소멸했다.

대강 예상은 했지만, 선에 살짝 닿은 것만으로 호크가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

[압도적으로 강한 적의 결을 찾 아내 무찔렀습니다!]

[불가능한 업적!]

['결 찾기(S)' 특성을 획득합니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8권 23화

193화

'...쟤가 나보다 압도적으로 강 한 놈이었어?'

살짝 당황스러웠다.

그런 것치고는 자신보다 속도나 근력에서 현저하게 뒤떨어졌는데?

시스템은 레벨이나 격으로 강함을 매기는 걸까?

'차라리 잘됐어.'

운이 좋았다.

시스템이 잘못 판정을 내린 덕분에 업적을 받았고 특성까지 생성된 셈이다.

그리고 아직 끝난 게 아니다.

호크들은 징글징글하게 많이 남 아 있었다.

고무적인 부분은, 결 찾기 덕분에 혼돈없이도 호크를 쓰러뜨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가 결을 찾아 호크를 죽인 건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그래서 더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유준은 자신의 뒤를 노리고 달려 드는 두 명의 호크를 향해 검을 두 번 휘둘렀다.

그의 검술은 무려 보석(상)이 붙은 EX등급의 특성.

검이 한 치의 어긋남도없이 결을 베고 지나갔다.

스윽. 슥.

호크의 주먹이 닿기도 전에 벌어 진 일.

고로 호크 둘이 소멸했다.

'미친... 진짜 계속되는 건가?'

결 찾기 특성.

이 정도면 너무 사기 아니야?

본인의 능력인데도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효과가 좋은 것 아닌가.

솔직히 격의 차이를 없애 주는 것도 좋지만, 검으로 살짝 긁기만 해도 흔적도없이 사라져 버리니 적들 입장에서 이보다 더 무서운게 있을까 싶었다.

효과는 확실하다.

S급의 결 찾기 특성은 희미했던 결을 더 또렷하게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하지만 결 찾기 특성이 있어도 그 결을 베어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이라는 것이 워낙 가늘어서 조 금이라도 어긋나면 실패였다.

자로 잰 듯, 정확하게 그 결만 베어내야만 방금과 같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게다가 이건 호크들이 아무것도 안 입고 있어서 큰 효과를 발휘하는 거지.'

두꺼운 갑옷을 입은 플레이어를 상대로는 결 찾기 특성이 무의미했다.

직접 상대해 보면 알겠지만, 갑 옷을 얕게 벤다고 그 상대가 갑자 기 소멸하겠는가.

그런 건 말도 안 되었다.

'쓸 일이 많이 없긴 하겠네...

그래도 피부가 노출되어있는 몇 몇 몬스터들에게는 유용하게 쓰이 긴 할 것 같았다.

특히 장비를 착용하기 힘든 거대 몬스터들.

'호크만이 아니라 다른 몬스터들에게도 결이 있는지 확인은 해 봐야겠네.'

대장 호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목이나 머리를 공략해서 죽인 것도 아니고, 검이 스치기만 한 것으로 존재 자체가 사라졌다.

대장 호크가 평정심을 유지하는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어떻게 한 거지?"

녀석이 질문을 던졌다.

"네가 직접 알아봐."

유준이 검을 까딱였다.

대장 호크에게 한번 감정이 상했

던 유준이 결에 대해서 알려 줄 리 가 없었다.

대장 호크가 남은 열 명의 호크 들과 함께 곧장 유준에게 달려들었다.

더 이상 전력이 깎였다간 승산이 없다고 본 모양이다.

'마법을 쓰는 놈은 없네.'

이건 좀 편했다.

괜히 마법사와 근접의 조합이 좋 게 평가받는게 아니다.

게임에서도 가장 효율적인 전투를 하는 것이 마법사와 전사 조합 이었다.

마법사만 있거나, 근접 특화의 플레이어만 있으면 비효율적이라는 건 기본 상식이었다.

그런데 호크들은 마법을 쓸 줄 모르고 주먹과 발을 활용한 공격밖에 하지 못했다.

그것만으로도 제국은 호크들을 막지 못할 것이다.

왜냐, 호크들은 압도적으로 강했으니까.

그러나 그 호크를 능가하는 능력치와 공격력을 지닌 유준은 달랐다.

저렇게 단순한 공격만 하는 적들 만큼 쉬운 상대가 없었다.

힘이 우직하게 강한 상대를 힘으로 찍어 누르는 형세였다.

유준은 쇄도하는 호크들을 향해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휘두르는 족족 호크들이 사라졌다.

"뭐, 뭐야?"

"마법인가?"

지켜보던 제국의 플레이어들이 덩달아 놀랐다.

플레이어들은 처음엔 호크가 죽

는 것이 아니라, 이동 스킬을 사용 한 줄만 알았다.

정말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으니까.

블링크 스킬이라도 썼겠지, 그러 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그게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도 어딘가로 이동했을 호크들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진짜 무슨 마법을 부리는 건지 모르겠네."

"그러게. 저 검에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건가?"

"아, 검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긴 했었지. 확실히 검의 특수 옵션이 라면 이해가 가네."

제국의 플레이어들이 큰 오해를 했지만, 유준의 검이 평범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때 대장 호크가 비장의 수를 사용했다.

겨우 일곱 명 남은 호크를 뒤로 물리더니, 그들의 목을 물어뜯기 시작한 것이다.

호크들이 워낙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서 유준은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대장 호크에게 물린 호크들이 하 나둘 쓰러졌다.

호크의 목덜미를 뜯어 피를 섭취 한 대장 호크의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기존엔 덩치 꽤 큰 오크 정도였 다면, 지금은 그 맛있었던 강화 예 티만큼 커져 있었다.

터질 듯한 근육, 혈관이 도드라 지게 솟았다.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보디빌더를 몇 배 더 확대해 놓은 듯한 외형이었다.

뿜어지는 기세 또한 달라졌다.

우웅. 우우웅.

별다른 행동없이,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데도 대기가 진동하고 땅 이 울렸다.

'도대체 얼마나 세진 거야?'

유준은 대장 호크의 강함을 여실 히 느끼고 있었다.

전에도 유례없는 수준의 강자였지만, 지금과 결코 비교할 수 없었다.

'이길 수 있을까?'

오죽하면 장비를 업그레이드해 한층 더 성장한 유준이 긴장할 정도였다.

강력한 무기인 '결 찾기'도 의미 가 없었다.

대장 호크에게서 결이 보이지 않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진작 죽일 걸 그랬나?

유준이 고개를 저었다.

놈은 치밀했다.

부하들이 죽어 나가는 와중에도 먼저 앞으로 나서는 경우가 없었다.

유준이 선공을 취했어도 어떻게 든 목숨을 부지했을 것이다.

'뒤늦게 부하들을 잡아먹었으니 오히려 다행이지.'

그래도 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방어력.

격의 차이에 의해 공격력이 무의 미하다고 해도 그에게는 높은 방어 력이 있었다.

'혼돈도 꽤 남았고. 여차하면 절 대 봉인의 구슬에 가두면 돼.'

대장 호크가 땅에서 발을 떼었다.

그 순간, 대장 호크는 유준의 눈

앞에 서 있었다.

후웅!

주먹이 뻗어지는 것도 간신히 보였다.

용케 고개를 숙여 피한 유준은 점멸을 사용해 거리를 벌렸다.

대장 호크가 귀신같이 따라붙었다.

투명 상태가 되었는데도, 발각당 한 것이다.

기감이 뛰어난 모양이다.

유준은 검을 쭉 뻗었다.

대장 호크의 복부를 노리던 검이

허공을 갈랐다.

녀석이 높이 날아오른 것이다.

유준은 검에 섣불리 혼돈을 담지 않았다.

공격이 빗나간다고 혼돈이 사라 지진 않지만, 혼돈이 영원히 지속 되는 것도 아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기 중에 흩어진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

반면에 대장 호크는 그럴 생각이 없는 듯했다.

무작정 유준만 쫓아다니며 공격을 가했다.

'약간 화난 거 같은데?'

입을 꾹 다물고 있는 힘껏 주먹을 뻗는 대장 호크.

누가 봐도 그가 분노했다는 걸 알 수 있으리라.

유준이 '혼돈'없이 피해를 주지 못하는 것처럼 대장 호크의 공격도 번번이 빗나갔다.

대장 호크의 모든 수가 읽히는 것같이유준은 미리 행동하고 움직였다.

예측이 아니라 미래 예지에 가까 운 수준이었다.

후웅! 흥!

대장 호크의 콧김이 거셌다.

뜻대로 풀리지 않자, 주먹에 힘 이 더 들어갔다.

빈틈이 생겼다.

유준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번개같이 휘둘러진 검이 대장 호 크의 왼팔을 잘라 냈다.

서걱!

팔을 베고 지나가는 검에는 혼돈 이 담겨 있었다.

"크악!"

혼돈은 상처 지연 외에도 통증을 극대화하는 효과도 지니고 있었다.

'이단 심판관이 그것 때문에 고 생 참 많이 했었지.'

대장 호크가 뒷걸음질쳤다.

통증은 줄어들지를 않고, 상처도 회복되지 않았다.

본인의 재생력을 믿고 있었던 대 장 호크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게 아니었다.

유준도 그걸 알기에 대장 호크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콰앙! 쾅!

검과 주먹이 부딪칠 때마다 폭발 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격이 낮은 유준의 공격은 대장 호크의 주먹에 생채기조차 낼 수 없었다.

그러나 대장 호크의 주먹도 검이 가진 내구성에 못 미쳤다.

무엇보다도 녀석은 팔이 잘렸다.

강력한 무기 중 하나를 잃은 셈.

전세가 급격히 기울어졌다.

유준이 쉬지 않고 몰아붙였다.

대장 호크는 어떻게든 공격을 받 으며 뼈를 취하려 했지만, 유준의

절묘한 검술에 그 시도는 거듭 실 패로 돌아갔다.

대장 호크의 다리를 베고 지나갔다.

녀석은 당연히 혼돈이 담기지 않은 공격인 줄 알고 앞으로 발을 딛 다가 균형을 잃었다.

반쯤 베인 다리.

그 상처에 혼돈이 스며든 것이다.

혼돈은 무자비하게 상처를 후벼 팠다.

'든든하네.'

이게 자식을 잘 둔 부모의 마음 이 아닐까.

흐뭇하게 웃은 유준은 슬슬 전투를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남은 혼돈은 20.

최대 두 번의 공격으로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데, 쉽지는 않았다.

대장 호크도 스스로 위기에 처한 것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아니,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터.

그런 상황에서 대놓고 당해 줄 리가 만무했다.

그래서 유준은 허를 찌르는 공격을 시도했다.

먼저 유효 간격에서 검을 쭉 뻗었고, 대장 호크는 당연히 검에 담긴 혼돈을 보고 몸을 던져 피했다.

그때 유준은 이미 점멸을 사용한 후였다.

대장 호크의 바로 뒤에서 혼돈을 발출했다.

혼돈이 레이저 형태로 쏘아졌다.

마신 추종자 연구실에서 연습했 던 연계 기술이었다.

콰직!

혼돈은 대장 호크의 머리를 꿰뚫고 지나갔다.

살짝 빗나간 것 같기는 한데, 혼돈에 적중당한 이상 게임 끝이었다.

치명상을 입은 대장 호크가 비틀거렸다.

아직도 죽지 않았다.

과연 끈질긴 생명력이었다.

머리의 반이 날아가고도움직이다니.

물론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했다.

유준이 대장 호크의 발을 걷어찼다.

이미 한쪽 다리가 너덜너덜했던 대장 호크가 맥없이 쓰러졌다.

혼돈이 담겨 있던 검을 내리찍었다.

푸욱!

머리를 파고드는 검.

대장 호크의 숨이 완전히 끊겼다.

' 뭐야.'

놀랍게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업적 보상 같은 거 없어?'

대장 호크가 죽은 건 틀림없었다.

그런데 시스템 메시지나 알림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 현상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유준이 대장 호크보다 강하다는 것.

강자가 약자를 죽였는데, 그것으로 거창한 업적을 받는게 더 이상

한 일이긴 했다.

'언제는 호크 한 명이 나보다 강 하다더니?'

시스템이 오락가락하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었다.

아쉽긴 하지만, 애초에 업적을 기대하고 대장 호크를 잡은 건 아니었다.

시련의 최종 보상을 생각하면 아 쉬워할 것도 없었다.

애써 합리화를 마친 유준이 초집 중 상태를 해제했다.

약간의 현기증.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체력 능력치가 높아져서 그런가 초집중의 부작용도 금방 사라지는 느낌이네.'

단순 기분 탓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부작용이 줄긴 했으니까.

거기에 초집중 스킬의 등급이 증가한 것도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다 끝난 건가?"

어느새 옆에 서 있던 파라네트가 불길한 말을 한 직후였다.

[두 번째 웨이브를 무사히 막아 냈습니다.]

[세 번째 웨이브가 곧바로 시작 됩니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8권 24화

194화

"내 이럴 줄 알았다."

두 번째로 끝날 리가 없지.

세 번째도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문제는 세 번째 웨이브로 끝나지 않았을 때인데....

'난이도가 물음표였다는게 마음에 걸리네.'

정확한 난이도가 설정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

막말로 웨이브가 1,000개까지 있다고 하더라도 불평할 수가 없었다.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는데.'

웨이브가 많을수록 최종 보상도 그만큼 큰 편일 것이다.

그러나 네 번째, 다섯 번째는 몰라도 그 이상까지 간다면 자신이 과연 웨이브를 막아 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세 번째 웨이브.]

[500,000시간 동안 암흑의 존재들이 끝없이 몰려듭니다.]

[암흑의 존재들을 막아 내십시오.]

[마지막 웨이브입니다. 모든 걸 쏟아 내시기 바랍니다.]

모두에게 나타난 알림 창.

마치 시스템이 장난을 치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500,000시간이 라니?

5시간도 벅찰 것 같은데, 도대체 오십만 시간이 말이나 되는 건가?

"이제 진짜 끝났어…."

"이걸 무슨 수로 막아."

"인간 플레이어가 활약해 주긴 했지만, 이건 도저히 방법이 없 다...

제국의 플레이어들이 절망에 빠 졌다.

"허, 참…."

반면 유준은 좌절보다도 황당함 이 더 앞섰다.

분명 지금 놓인 상황만 보면 답 도 없었다.

아무리 유준이라고 해도 저 오랜

시간 동안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암흑의 존재들이 얼마나 강할지 도 모르겠고.

'아니야.'

유준은 보이는 그대로 믿지 않기 로 했다.

현실 부정이 아니다.

'잘 생각해 보자.'

분명 돌파구는 있을 것이다.

무작정 오십만 시간을 허비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았다.

시스템은 언제나 플레이어에게

최대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 련해 주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시간을 소요 하는 시련을 내려 준다?

좀 이상했다.

'플레이어를 시험하기 위한 거야.'

시스템 메시지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그때였다.

"오, 온다!"

"잠깐만, 왜 저렇게 많아?"

시커먼 것들이 저 멀리서 다가오고 있었다.

시스템이 말한 암흑의 존재들이 리라.

유준의 신경은 다른 곳으로 분산 되어 있었다.

'검은 군단을 조종했던 놈을 찾 아야 한다.'

첫 번째 웨이브를 막아 내긴 했지만, 꺼림칙한 부분이 몇 가지가 있었다.

황제를 암살하려 했던 괴수들.

콘테와 마법사들을 세뇌했던 괴 수들.

마지막으로 모든 괴수들을 총괄 하는 미지의 존재.

"파라네트. 여기 부탁한다."

" 예?!"

"잘 막고 있어 줘. 내가 부르면 공간 이동으로 바로 오고."

"아, 알겠습니다!"

유준은 미련없이 자리를 떴다.

사실 아까부터 그의 감각을 미묘 하게 간질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거리가 꽤 먼 데다가 그곳을 신 경 쓸 여력이 없어 관심을 주지 않 고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의심 가는 곳이 있다면 그곳부터 캐 봐야 했다.

안 그럼 정말 오랜 시간을 이곳에 갇혀 지내게 될 수도 있다.

유준의 신형이 앞으로 빠르게 쏘 아졌다.

주변 풍경이 초마다 바뀌었다.

암흑의 존재들이 보인다.

그들도 유준을 발견했다.

그러나 유준은 암흑의 존재들이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지나쳐 버렸다.

'호크들보단 훨씬 약하네, 다행히.'

암흑의 존재가 지닌 힘은 첫 번 째 웨이브 때의 괴수와 비슷한 수 준.

다만 괴수들과 달리 암흑의 존재 들은 압도적인 수를 자랑했다.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는 낮인 데도 캄캄한 어둠이 초원을 덮은 것만 같았다.

'알아서 잘 막겠지.'

정 위험하면 마누엘라가 메신저 로 호출할 것이다.

그때 파라네트의 공간 이동으로 돌아가도 늦지 않다.

'슬슬 선명해지네.'

자신의 감각을 건드리던 아주 미 세한 마력 파장.

유준은 그 파장이 어디서 뻗어져 나오는지 정확히 파악했다.

나무.

잎사귀 하나 없는 앙상한 나뭇가 지가 달린 나무가 하나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어마어마한 양 의 암흑 마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 이 느껴졌다.

'이만한 암흑 마기는 처음 보는데.'

일개 플레이어가 가지고 있기엔 너무나 방대한 양이었다.

거기다 순도가 높아 근처의 공기 가 끈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유준은 보는 순간 알았다.

이 음침한 나무가 모든 일의 원 흉이라는 걸.

실제로 그가 잡았던 대장 호크에게서 풍기던 미묘한 향기가 저 나 무에서도 똑같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걸 부수면 해결되겠군.'

정답을 찾은 유준의 입가가 올라갔다.

의외로 해결법이 간단했다.

유준은 망설이지 않고 나무를 향 해 검을 휘둘렀다.

쾅!

[파괴할 수 없습니다.]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그는 웃었다.

"하하. 이 귀여운 녀석. 앙탈은."

유준은 검에 혼돈을 섞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나무조차 격 이 높아서 벨 수가 없다니.

'이거 레벨이 낮으면서러워서 살겠나, 원.'

그가 이번에는 혼돈을 담고 재차 검을 휘둘렀다.

쾅!

[파괴할 수 없습니다.]

유준의 입가가 비틀렸다.

"...아. 알았다. 혼돈이 모자랐 구나? 더 채워서 줄게. 기다려 봐."

혼돈은 전에 비해 어느 정도 채 워진 상태.

그는 남은 혼돈을 전부 검에 담았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불안감을 희석하고자, 마력도 섞고 거기에 스킬도 사용했다.

일섬 (SSS).

B등급의 참격 스킬이 진화해 생 성된 스킬이었다.

등급을 보면 알 수 있듯, 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위력을 지닌 스킬.

유준은 홉족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됐다.'

그는 나무가 완전히 박살 날 거 라는 걸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콰콰쾅!

[파괴할 수 없습니다.]

와.

미치겠네.

혼돈에 스킬까지 썼는데도 멀쩡 한 건 너무하지 않은가.

그러나 불평을 한다고 답이 나오 진 않는다.

유준은 나무를 군데군데 살펴봤다.

'특별한 건 없어 보이는데...

삐쩍 말라 당장이라도 부러질 것 만 같은 나무.

그게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진득한 암흑 마기도 있고.

그러나 그 둘은 유준의 높은 공

격력을 막을 사유가 되진 않는다.

아무리 살펴봐도 모르겠다.

유준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겨우 해결법을 찾았나 했더니, 절대 파괴할 수 없는 것이라니.

이처럼 허무할 수가 없으나...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아이템을 쓰자.'

이럴 때 쓰라고 있는게 도라에...가 아니라 인벤토리 아니겠는가.

그가 인벤토리를 열고 구석에 고 이 모셔 뒀던 양피지를 한 개 꺼냈다.

[척척박사 만담꾼의 글이 적힌 양피지]

등급 : 전설

옵션 : 단어를 적으면 그에 대한 정보가 표시됩니다. 단, 만담꾼이 모르는 경우, 효과는 발동하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꺼내는 만담꾼 양피지다.

정말 답이 안 보일 때 사용하려고 아꼈던 건데.

아끼다 똥 되기 전에 얼른 꺼내 쓰는게 맞겠지.

지금이 보통 상황도 아니고 말이다.

유준은 양피지에 적을 내용에 대 해 고심했다.

'한 번에 핵심 정보를 얻어야 해.'

만담꾼이 말이 많아서 설명을 잘 해 주긴 한다.

허나 문장을 잘못 적으면 양피지만 낭비하는 꼴.

신중하게 결정해야 했다.

'신중하게... 신중하게.'

유준은 양피지에 빠르게 글귀를 남겼다.

=저 나무 어떡해?=

단 여섯 글자.

거짓말 안 하고 이 내용만 적었다.

뭐, 정보가 있어야 적지.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양피지에서 새로운 글이 생겨나 기 시작한 것.

이것만으로도 만담꾼이 저 나무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만담꾼 양피지가은근히 융통성 이 있구나.

호재였다.

-친구.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이렇게 강해졌어? 지금 보고 깜짝 놀랐잖아.

"뭐야?"

유준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만담꾼은 지금 그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처럼 말을 전달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거지?

게임에서 양피지를 사용했을 때는 이런 식의 묘사가 없었다.

만담꾼이 쓸데없는 소리를 많이 하기는 해도 플레이어의 정보를 알 고 있다는 투로 얘기하지는 않았다.

-웅? 말 좀 해 봐. ...아 한번

적으면 끝이었지. 미안해. 내가 너무 훙분한 거 같네. 소리 엿들으면 안 되는 걸 잊고 있었어. 하마터면 직권 남용할 뻔.

-그나저나 질문이 뭐였더라?

-아, 나무를 어떡하냐고 했지. 그런데 네 앞에 있는 나무를 말하는 거 맞지? 표정을 보니까 맞는 거 같네.

-저거 함부로 건드리지마. 엄청 위험한 존재야. 잘못 접근하면 골 로 갈 수도 있어. 아무리 너라고 해도 말이야.

-아. 아니다. 네 격이 너무 낮아

서 괜찮을 수도 있겠네. 네가 레벨은 낮으면서 겁나 강하니까 내가 헷갈렸잖냐.

"본론을 말해라, 제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제국은 지금 자신없이 암흑의 존재들을 막고 있을 터.

두 번째 웨이브도 쉽지 않았는데 세 번째 웨이브를 그들만의 힘으로 막아 낸다?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가 관건인

데, 유준은 그들이 그리 오랜 시간을 버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나마 마누엘라, 파라네트, 타 파골이 있어서 망정이지.'

유준은 파라네트와 타파골에게 마누엘라가 위험해 보이면 대신 죽 으라고 명령을 내렸다.

목숨이 하나뿐인 그녀와 다르게 소환수들은 계속해서 부활할 수 있으니까, 그게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만담꾼은 유준의 말을 듣지 못하고 계속 글을 적어 나갔다.

-저걸 파괴하는 건 힘들어. 아니, 지금으로선 불가능해. 격의 문 제가 아니야. 시스템적으로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에 파괴할 수 없는 거야. 그러니 헛고생할 필요 없어.

-그런데 한 가지 다른 방법이 있어. 나무의 암흑 마기를 최대한 억 제하는 거야.

-저놈 근처에 세계수의 씨앗을 심어.

-물론, 세계수의 씨앗이 없으면 방법은 아예 없어. 포기하는 수밖에.

-세계수의 씨앗이 너한테 있다는

가정하에 설명할게.

-가까우면 좋지만, 너무 가까워 도 안 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씨앗을 심는 걸 추천할게.

-문제는 이걸 성공하기까지 난이 도가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는 거.

-놈은 움직이진 못해도 지적 능력이 있는 생명체야. 지능이 높고, 네가 하려는 짓을 방해하려고 들 수도 있어. 그래서 힘들다는 거야. 세계수가 완전히 자라기까지 환경 이제대로 갖춰져야 하고, 시간도 많이 필요로 하니까.

-사실 이 방법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돼. 대신에 씨앗이 있 고 네가 그동안 저 나무를 상대하고 있으면 일말의 희망이라도 품을 수 있는 거지. 마침 네 격이 낮으니 네가 공격을 해도 반탄력을 받 지 않을 테고.... 잘됐어.

-내가 전할 말은 이게 다야. 어 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일이 잘 풀리길. 행운을 빌게, 친구.

그것으로 만담꾼의 글은 끝이 났다.

"말 더럽게 많네."

가뜩이나 초조한데 글에 온갖 사족을 달 때마다 얼마나 짜증이 났는지.

그래도 만담꾼은 알짜배기 정보를 알려 줬다.

'세계수가 있으면 된다는 거지.'

그냥 세계수도 아니고, 완전히 자란 세계수를 말하는 듯했다.

'다행이네.'

유준이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이미 한번 해 봤던 거잖아.'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_ 8권 25화

195화

돌발 이벤트에서 밀실로 들어간 적이 있었다.

거기서 세계수의 씨앗을 심어야 할 일이 있었는데, 지금이 그때의 상황과 흡사했다.

다른 점이라면 사태의 긴박함 정 도가 있다.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한 상황.

유준은 더 재지 않고 인벤토리를

열어젖혔다.

그가 꺼낸 아이템은 두 개.

세계수의 씨앗.

그리고 무럭무럭 성장 열매였다.

[무럭무럭 성장 열매(이벤트)]

등급 : 신화

옵션 : 식물의 종류와 상관없이 빠른 속도로 성장시킵니다. 사용자 의 마력에 따라 열매의 효과가 증가합니다.

'세계수가 진짜 쓸데가 많긴 하구나.'

저번 이벤트 때도 세계수를 성장 시켜 천사의 눈물이 생성되었고, 이번에는 암흑 마기를 억제하는 역 할을 할 차례였다.

사용자의 마력에 따라 열매의 효과가 증가한다는 부분을 읽으며 유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보다 더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겠다.'

그때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은 비 교하기가 민망할 만큼 큰 차이가 있었다.

마력 능력치가 최소 열 배 이상은 높아졌으니까.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게 좀 걸리네.'

녀석이미처 방해하기도 전에 세 계수가 완전히 자란다면....

유준은 승산이 높다고 봤다.

해결책을 알았으니 그는 그대로 실행했다.

세계수의 씨앗을 적당한 거리에 서 심고, 무럭무럭 성장 열매를 사용했다.

유준의 마력을 흡수한 세계수의 씨앗과 열매.

우웅. 우우응.

세계수의 씨앗에 어마어마한 성장 동력이 주어지자,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마력의 순도가 높은 것이 한몫했다.

그때 앙상한 나무가 견제를 시작 했다.

온갖 저주가 세계수에 퍼부어진 것이다.

세계수의 씨앗을 심은 유준에게 수많은 저주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하는 짓이 아주 비열하기 짝이 없구나."

좀 하는 놈인가.

저주는 마누엘라 특기인데.

물론 그녀가 하는 건 비열하지 않았다.

자신의 편이었으니까.

원래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 아니던가.

유준은 나무가 세계수에 뿌린 저 주를 인벤토리를 열어 해결했다.

모든 저주를 해주하는 소모성 아이템.

등급이 높고 귀한 아이템이지만,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다.

전혀 아깝지 않았다.

'나무'가 당황했다.

말 그대로 나무이기에 겉으로는 전혀 티가 나지 않았지만, 감각 능력이 초인의 범주도 뛰어넘은 유준은 알 수 있었다.

아주 작은 떨림.

그는 녀석이 세계수에게 또 무슨 짓을 하기 전에 선수를쳤다.

검에 마력을 담고 밑동을 겨냥해 냅다 후려갈겨 버린 것.

콰아아앙!

근방 일대가 강력하게 진동했지만, 나무에는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

이미 예상한바, 유준은 당황하지 않고 검으로 연달아 나무를 가격했다.

나무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효과가 있었다.

나무가 뿜어내는 암흑 마기의 양 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유준이 검으로 후려칠 때마다 점 점 희미해졌다.

'내가 방해를 하는 셈이네.'

원래 플레이어 간의 전투에서도 마력을 급격하게 끌어 올릴 때 큰 충격을 받으면 내부가 진탕된다.

저 나무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 도 무언가를 시도하기 전에 번번이 실패했다.

유준이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이 된다.

그의 검격은 무척 빨랐다.

쾌검 (SSS) 특성.

속검에서 진화한 이 특성은 근력 과 민첩 능력치가 낼 수 있는 한계

를 가볍게 뚫고 치솟게 해 주었다.

유준 스스로의 눈으로도 좇기 힘 든 속도로 검이 휘둘러졌다.

그렇다고 빠르기만 하냐,

아니었다.

위력이 더 강해지고, 한 번 타격 할 것을 두세 번까지 타격했다.

대미지 누적 측면으로 봤을 때, 몇 배는 효율이 좋아진 것이다.

[파괴할 수 없습니다.]

[파괴할 수 없습니다.]

[파괴할 수 없습니다.]

[파괴할 수....]

[....]

유준이 세계수 쪽을 힐끗 봤다.

어느새 자신의 신장보다도 높이 자란 세계수.

세계수의 성장 속도가 점점 가속 되었다.

무럭무럭 열매가 사용자 마력의 영향을 받는다고 했던 것이, 거짓은 아닌 모양이다.

저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자라

나고 있었으니까.

한번 탄력을 받은 이후부터는 순 식간이었다.

앙상한 나무의 견제를 받기도 전에 세계수가 최대로 자란 것이다.

나무에서 뿜어지는 암흑 마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이쯤 하면 됐다.'

모든 것이 만담꾼의 말대로 되었다.

그는 실패를 점친 모양이지만, 그건 유준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유준의 인벤토리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었다.

'무럭무럭 열매가 없었으면 힘들었겠는데. 애초에 이렇게 빨리 안 자라면 세계수가 자라기도 전에 제구이 멸망했겠지.'

유준은 아이템이 가지는 힘이 얼마나 큰지 새삼 깨달았다.

"잘 버티고 있어."

세계수를 두드리며 말했다.

말이 전해졌을지는 모르겠다.

유준은 세계수에 강력한 결계를 걸어 두고 자리를 벗어났다.

'설마 암흑의 존재들이 계속 나 타나는 건 아니겠지.'

일단 청신호 하나가 켜졌다.

암흑의 존재들 행렬이 끝없이 이 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흔적만 남아 있을 뿐, 전장에 남 아 있는 존재는 없었다.

'파라네트를 부를까?'

아니다.

공간 이동을 통해 부르면 파라네 트가 자리를 비움으로써 일어날 파장이 걱정되었다.

어차피 빠르게 질주하면 공간 이

동 못지않은 속도를 낼 수 있으니 직접 가는게 나았다.

가속, 또 가속했다.

이윽고 제국의 성벽이 보이는 위 치에 도달했다.

그때가 되어서야 유준은 점멸을 연달아 사용하며 성벽 안으로 진입 했다.

화르륵! 콰앙! 쾅!

"아악!"

"뜨, 뜨거워!"

"막아! 이차 방어선 뚫리면 진짜 답도 없다!"

몬스터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플레이어인 무한의 탑에선, 병사가 아닌 이들도 전투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병사들과 비교하 면 한참이나 떨어지는 수준.

솔직히 무능력자인 민간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물며 암흑의 존재들은 상식 이 상의 무력을 지닌 괴물들.

제국민들이 상대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병사 그리고 기사와 마법 사들은 필사적으로 암흑의 존재들

에 맞서고 있었다.

물론, 그들이라고해서 오래 버 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암흑의 존재가 만들어 낸 암흑 마기 한 번에 수십, 수백의 병사가 쓸려나갔다.

말 그대로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 나라를 지킨 것이다.

가장 무력이 높은 콘테와 하렌, 파라네트와 마누엘라가 그나마 활 약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적의 수가 너무 많았다.

이곳이 뚫리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아주 늦지는 않게 왔군.'

유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은 마누엘라가 메시지를 보 내 계속 전해 주고 있었기에 대강 파악하고 있었다.

'암흑의 존재라는 애매한 이름이 붙을 만하네.'

암흑의 존재들을 제대로 보게 된 유준이 내린 감상평이었다.

형체가 흐릿하고, 선명한 느낌이 전혀 없다.

그러면서도 어두운 느낌을 강하게 주는 것이 암흑의 존재들이었다.

'어둠의 정령이랑 약간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미묘하게 다르긴 해도 풍기는 느 낌은 유사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유준은 검을 들고 암흑의 존재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그가 움직이고 나서부터 적의 수 가 눈에 띄게 줄어 갔다.

서걱! 석!

유준이 세계수로 억제를 해 놓은 나무로부터 암흑 마기를 보충받지 못하는 암흑의 존재들.

처음보다 많이 쇠약한 상태였기에, 혼돈이 섞이지 않았음에도 그 의 일격을 버티는 녀석이 없었다.

'마법도 좀 써 볼까.'

검으로 일일이 처리하기에는 수 가 너무 많았다.

제국 플레이어들의 피해도 커질 테고.

유준이 마력을 끌어 올렸다.

심장 근처에 있던 마력이 소용돌 이쳤다.

방대한 마력이 움직이자 주변 일 대가 흔들렸다.

암흑의 존재들은 그러한 이상 변 화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로선 잘된 일이다.

마음 놓고 마법을 거하게 준비할 수 있었으니까.

마력의 소용돌이가 점차 크기를 불려 나갔다.

'운석을 사용하는 건 좀 그렇고...

제국의 수도를 완전히 날려 버릴 목적이라면 운석 마법을 사용해도 되겠지만, 그게 아니었으니 참았다.

'적당한 마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없이 대규모 마법을 펼치 면, 제국의 피해도 커지게 된다.

시간이 없다.

유준은 빠른 결정을 내렸다.

'헬파이어로 조지자.'

헬파이어도 결코 작은 마법은 아니었다.

오히려 마법사들 사이에서 위력 이 강한 마법으로 유명했지.

그런 헬파이어가 허공에 수백 개 가 동시에 생성되었다.

거대한 불덩이가 어둑해지고 있던 하늘을 대낮처럼 환하게 만들

정도로 사방을 가득 채웠다.

제국 플레이어들이 놀라는 그때, 헬파이어 마법이 암흑의 존재들이 있는 곳에 쏟아졌다.

콰콰콰쾅! 콰콰쾅! 콰앙! 콰쾅!

엄청난 폭발이 근방 일대를 뒤흔들었다.

굉음과 폭음.

마법을 사용한 유준조차 인상을 찡그릴 정도로 소리가 엄청났다.

당연히 결과도 요란스러웠던 만 큼 잘 나왔다.

후방에 있던 암흑의 존재들 대부

분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흘러, 그 많았던 암흑의 존재들이 전부 사라 졌다.

정확히는 소멸했다.

유준의 검과 마법에 의해서.

제국 플레이어들은 버티긴 했으나, 암흑의 존재를 마무리할 능력 이 없었다.

그래서 제국 전체가 잡은 암흑의 존재 수는 매우 적은 편이었다.

한마디로 적들을 유준이 다 잡았 다는 뜻이다.

'좋아. 좋아.'

이렇게 되면 최종 보상도 기대할 법했다.

제국의 힘을 빌리긴커녕, 혼자서 다 해결해 버렸으니 추가 보상도 따 놓은 당상이었다.

[세 번째 웨이브를 무사히 막아 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수많은 난관을 헤치고 모든 웨이브를 막아 냈습니다!]

[시련을 클리어했습니다!]

[플레이어의 활약도에 따른 보상을 정산 중입니다.]

[보상 정산에는 약간의 시간이 소요되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얼마나 더 좋은 걸 주려고 얘가 설레게 하네. 밀당의 고수야, 아주.'

유준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보상은 바로 받을 순 없는 모양이다.

실망스럽진 않았다.

오히려 기대감만 증폭될 뿐이지.

그가 주위를 쭉 둘러봤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체가 쭉 깔려있었다.

암흑의 존재들에게 당한 병사들이었다.

'엄청 죽었네...

비록 오크들이긴 해도, 보고 있으니 씁쓸한 기분이었다.

'내가 좀 더 빨리 왔더라면.'

병사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죄책감까지는 아니고 아쉬운 정 도였다.

그때 얼굴에 땀이 가득한 마누엘 라가 다가왔다.

"살았다..."

"다친 데는 없지?"

"응. 난 뒤에서 보조만 했으니까. 너는?"

"내가 다치는 거 봤어?"

"맞다. 괜한 질문이었어."

"주인니이이임!"

어디서 듣기 싫은 목소리가 들리 나 했더니, 파라네트였다.

"뭐야. 살아 있었잖아."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마 치 죽길 바란 듯한 말투십니다?"

"그래? 그렇게 들렸다면 어쩔 수 없지."

"주, 주인님? 왜 부정하지 않으 시는 겁니까!"

"부정하길 바란 거였어?"

"예! 당연하죠!"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한 파라네 트의 눈총을 유준은 가뿐히 무시했다.

그 순간 하렌이 플라이 마법으로

날아왔다.

"고맙다."

그녀가 감사 인사를 전하며 허리를 숙였다.

"고맙긴, 다 돈... 아니 아이템 받고 하는 일인데."

"그래도 고마워. 미래 예지가 빗 나간 건 이번이 처음이야. 내 예언 이 틀려서 이렇게 기쁠 줄은 몰랐어. 이게 다 네 덕분이야."

"그렇게 고마우면 선물 좀 주든가."

"응. 좋아."

너무나도 당연하게 수락하는 하 렌의 모습에 유준이 눈을 크게 떴다.

" 진짜?"

"자, 받아."

하렌이 인벤토리에서 아이템 한 개를 꺼내 건넸다.

'이렇게 순순히 준다고?'

유준은 의심쩍은 눈으로 일단 아이템부터 받았다.

의심 가는 건 가는 거고, 아이템은 아이템이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9권 1화

196화

하렌이 감사 표시로 준 아이템은 바로 '천사의 눈물'이었다.

[천사의 눈물]

등급 : 無

옵션 : 섭취 시에 모든 능력치가 레벨의 10분의 1만큼 증가합니다. 백해무익한 모든 효과를 제거합니다.

"이걸 준다고? 정말?"

유준이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하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줬잖아."

"이 귀한걸?"

"말했지. 고맙다고. 그 답례야."

"입 싹 닫고 가만히 있었어도 됐 던 거 아니야? 네가 사용해도 되는 거고."

"나랑 콘테는 이미 한 번씩 썼거 든."

"뭐? 천사의 눈물을 먹고도 그렇게 약하다고? 말이 돼?"

"...다시 돌려줘."

"야. 미안하다. 그리고 고마워, 잘 쓸게."

유준은 줬다 뺏길세라 잽싸게 천 사의 눈물을 인벤토리에 넣어 두었다.

하렌이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

"난 이만 가 볼게. 치료해야 할 이들이 많아서...

"수고해."

유준은 천사의 눈물을 바로 사용 하지 않았다.

모든 능력치가 레벨의 10분의 1

만큼 증가하는 옵션을 지닌 천사의 눈물.

이건 이벤트 보상을 받고 나서 사용해도 늦지 않았다.

최종 보상을 받으면 레벨이 오를 터.

그때 천사의 눈물을 섭취하면 효 율을 극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살아남은 플레이어들도 뒤처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워낙 암흑의 존재들이 난장판을 만들어 놔서인지 건물이 부서지고, 불이 붙고 난리가 아니었다.

유준의 헬파이어 마법도 거기에

한몫하긴 했지만, 누구도 그를 탓 하지는 않았다.

'잠깐... 그러고 보니 뭘 까먹은 거 같은데.'

유준이 오른쪽 어깨를 봤다.

하프물범을 닮은 하프가 곤히 자 고 있었다.

귀엽다.

아, 이게 아니지.

유준이 인벤토리에서 절대 봉인 의 구슬을 꺼냈다.

황제를 가둬 둔 걸 잊고 있었다.

그가 절대 봉인의 구슬에 갇히고

시간이 꽤 흐른 상황.

무척 괴로워하고 있을 것이다.

얼른 꺼내서 구해 줘야 했다.

황제를 꺼낼 때가 되니 갑자기 죄책감이 들었다.

'내가 황제를 가두다니. 그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위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선 어 쩔 수 없는 행동이긴 했으나, 죄없는 황제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했을지.

"절대 봉인의 구슬이 잘못했네. 내가 대신 사과한다."

그럴 시간에 꺼내 달라는 황제의 외침이 들려오는 듯했다.

에이, 착각이겠지.

유준이 절대 봉인의 구슬을 꺼냈다.

' 서두르자.'

시련이 끝나서 강제 이송되기 전에 황제를 빨리 만나서 남은 두 개 의 보상을 받아야 했다.

"황제 소환!"

굳이 쓸데없는 소리까지 하며 봉 인 구슬에서 황제를 꺼내 주었다.

주변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함이었다.

과연 신체 능력이 뛰어난 플레이어들답게 유준의 음성을 듣고 달려 오는 이들이 꽤 되었다.

봉인이 해제된 황제.

예상했던 것처럼 초췌하기 그지 없는 몰골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고통스러워하는 얼굴은 아니었다.

"...자네. 왜 그런 곳이라고 말 하지 않았나."

황제가 나지막이 한마디 했다.

"...거짓말은 안 했어."

"그래. 자네는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어. 진실을 말하지 않고 숨겼을 뿐이지."

"많이 힘들었어?"

"내 체통을 생각해서 입조심을 해야 하니 순화해서 말하도록 하지. 자네의 사지를 찢어 최대한 고통스 럽게 죽여 버리고 싶었네."

"...순화해서 말한 거 맞지?"

"난 이미 심상으로 자네를 수천 번, 수만 번을 죽였어. 직접 세 보 지는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니 그 이상일지도 모르지."

황제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떨리

는 음성은 숨길 수 없었다.

많이 격분한 듯했다.

"이야, 날 많이 죽였헜구나. 그럼 이제 나 안 죽여도 되겠네. 이미 많이 죽여 봤으니까, 그치?"

"어림도 없는 소리."

"아, 그냥 넘어가. 일 잘 풀렸잖아."

"...그러고 보니. 적들의습격은?"

"다 끝났어."

황제의 마음 한구석에는 제국이 멸망할 거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있었다.

유준이라는 절대적인 강자가 나 타났음에도 상황을 낙관적으로 볼 수 없었던 것.

그 정도로 적이 강대했다.

"완전히 끝이라고? 진짜인가?"

"보면 몰라? 다른 놈들한테 물어 봐. 아니, 그 전에 아이템부터 줘."

유준이 손을 내밀었다.

강제 전송이 언제 이뤄질지 모른다.

받기로 했던 걸 받아 놔야 마음 이 편했다.

하렌에게서 메시지로 대충 얘기를 들었는지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떨떠름한 얼굴이지만, 오크들의 황제답게 약속한 건 지켰다.

중화된 베히모스의 피와 장시간 숙성된 선단을 받은 유준이 함박웃 음을 지었다.

이 두 개의 아이템은 억만금을 줘도 구하기 힘들었다.

블랙마켓에서 베히모스의 피를 얻은 적이 있긴 하지만, 그건 중화 되지 않은 베히모스의 피였다.

값어치가 다른 것이다.

[중화된 베히모스의 피]

등급 : 전설

옵션 : 섭취 시에 영구적으로 마 력 60이 증가합니다. 단, 베히모스 의 피 섭취 효과는 한 번만 적용됩니다.

'베히모스의 피는 나랑 파라네트 둘 다 효과를 봤으니...

귀한 물건이긴 하지만, 당장 그에게 쓸모 있는 아이템은 아니었다.

그래서 마누엘라에게 줬다.

그녀가 방방 뛰며 기뻐했다.

"나도 인챈트 스톤 많이 만들어 줄게!"

"그럼 고맙지."

인챈트 스톤을 또 만들 수 있는 거였어?

마누엘라에게 베히모스의 피를 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머지 하나는 장시간 숙성된 선단.

[장시간 숙성된 선단]

등급 : 無

옵션 : 섭취할 시에 특성 하나를 추가로 얻습니다. 이때 얻는 특성은 무작위로 정해집니다.

특성을 추가로 얻게 해 주는 아이템.

그의 높은 행운이 다시 활약해 줄 때가 왔다.

황제에게서 먼저 받았던 행운 각 인석으로 행운이 전보다 더 높아진 상태.

선단으로 얻을 특성의 등급을 기 대해 볼 법했다.

'보상 정산은 아직인가?'

상당히 오래 걸리는 느낌이었다.

십 분은 넘게 기다린 거 같은데.

'뭐 상관없지.'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다.

선단을 섭취해서 특성을 확인하는 것부터, 봉인 구슬에 갇힌 미우 라 겐신에게서 정보를 얻어 내는 것까지.

그때 유준을 향해 달려드는 오크 무리가 있었다.

어림잡아 그 수만 수백에 달했다.

공격하려는 것은 아니고, 전쟁에 서 크게 활약한 유준을 가까이서 보고자 하는 듯했다.

'시간도 없는데.'

그는 점멸 스킬을 사용해 성벽 뒤로 모습을 감췄다.

그를 쫓던 오크들이 어리둥절하 며 두리번거렸다.

모습을 감춘 유준은 장시간 숙성 된 선단을 곧바로 삼켰다.

목을 타고 통째로 흘러 넘어가는 선단.

그의 눈앞에 홀로그램 메시지가 떠올랐다.

['장시간 숙성된 선단'을 복용했습니다!]

[특성을 무작위로 한 개 획득합니다.]

[신체에 막대한 행운이 깃듭니다!]

[신체에 막대한 행운이 깃듭니다!]

유준이 눈을 크게 떴다.

강조해서 두 번이나 행운 메시지 가 나타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거 진짜 기대해 봐도 되겠는데?'

['천재(EX)' 특성을 획득했습니다.]

" 뭐야?"

유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천재? 이런 특성도 있었나?

천재(EX) - 모든 특성, 스킬의 효과가 2배 증가합니다. 또한 행운 수치에 따라 깨달음을 얻어 특성, 스킬을 생성할 확률이 증가합니다.

'뭔가 특성 이름이 멋이 없긴 한데... 효과는 죽여주네.'

무슨 이런 사기적인 특성이 다 있지.

모든 능력의 효과가 두 배 증가.

이것부터가 말이 안 된다.

그런데 행운 수치로 깨달음을 얻

을 확률을 높여 준다니?

스킬과 특성에 항상 목말라했던 유준에게는 천금보다도 귀한 효과였다.

"와. 근데 진짜 미쳤다."

천재 특성의 효과를 보면서 유준 이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보면 볼수록 놀라웠다.

EX등급이니까 어느 정도는 이해 가 가긴 하는데 이건 너무 나가지 않았나?

만약 현실이 아니라 게임이었으면, 밸런스 붕괴로 특성이 삭제되어도 할 말이 없었다.

효과가 과하게 좋았다.

'이 특성 진작 얻었으면 스킬 몇 개는 더 생겼겠네.'

하지만 지금이라도 얻은 게 어딘가.

유준의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당장 시험해 보고 싶다.

몸이 근질근질해 참기가 힘들었다.

'그렇다고 오크들을 상대로 스킬을 써 볼 수도 없고...

시련이 어서 끝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보상 정산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루가 꼬박 지나고 나서야 유준의 눈앞에 메시지가 뜬 것.

그동안 그는 몇몇 인물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황궁에 가서 만찬까지 즐겼다.

'역시 맛있어.'

전투라면 지긋지긋하게 한 이곳에 또 오고 싶어질 정도로 음식의 맛이 기가 막혔다.

그래서 그는 저녁을 제공한 요리 사들을 찾아가 레시피까지 물어봤다.

레시피를 안다고해서 따라 할 수 있을진 모르겠으나, 천재 특성을 얻었으니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보상 정산이 완료되었습니다.]

[신유준 플레이어의 기여도는

'3,310,039,900'입니다.]

[시련 최고 등급의 보상을 받습니다.]

[황제가 생존했습니다. 최종 보상에 한계 이상, 등외(等外) 판정을 받습니다.]

[구조물의 파손율이 낮습니다. 최 종 보상에 한계 이상, 등외(等外) 판정을 받습니다.]

[이룩한 업적이 많습니다. 추가 보상을 받습니다.]

[단신으로 97% 이상의 적을 섬 멸했습니다. 어마어마한 업적입니다. 추가 보상을 받습니다.]

"워... 이게 다 뭐야."

아직 보상을 확인하지 않았다.

앞으로 좋은 아이템을 줄 거라는 예고 메시지만 봤을 뿐.

기여도만 봐도 확실했다.

유준은 그 밑에 줄줄이 떠 있는 홀로그램 창을 확인하려 했다.

하필 그때 캡슐이 있던 동굴로 워프가 되었다.

제누스, 마누엘라, 파라네트, 타 파골도 보였다.

제누스가 다가왔다.

" 대단하더군."

"뭘 새삼스럽게. 넌 동기화 구슬이나 내놔."

"없다고 하지 않았나."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가져와."

"너 죽는 거 구해 주고 시련까지 깨 줬잖아. 그 정도는 줘야 하는 거 아니냐? 인간적으로?"

"나는 인간이 아니지만... 네 말이 맞다. 너에게 큰 신세를 졌지. 덕분에 얻은 것도 많고."

"그럼그럼."

"그러나 당장 너에게 줄 아이템이 없다."

"...뭐?"

유준의 살벌한 얼굴을 마주한 제 누스가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그, 그러니까! 메신저 교환을 하는게 어때?"

"내가 왜? 너 좋자고 하는 거 아니냐 그거?"

"절대 아니다! 메신저 교환을 한 후에 내가 동기화 구슬을 찾게 되 면 연락을 하지. 그럼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음... 나쁘지는 않은데."

어차피 제누스에게 뭘 기대하지도 않았다.

다만, 녀석이 약속을 지킨다는 보장이 없었다.

"영혼 계약을 맺자."

"...영혼 계약."

"싫어?"

"아, 아니. 맺겠다."

영혼 계약은 고난이도의 상급 마법이었다.

영혼을 결속해 절대 어길 수 없는 약속을 맺는 것.

만약 약속을 어기면 제누스는 그 대로 목숨을 잃는다.

제누스도 영혼 계약 마법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살짝 얼굴을 굳혔지만, 결연한 눈빛으로 수락했다.

영혼 계약은 유준의 주최로 성립 되었다.

동기화 구슬을 발견하는 즉시, 유준에게 보고하고 전달하기로.

그것도 무기한이다.

"이,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평 생 지속되는 영혼 계약이라니?"

"어차피 너한테 동기화 구슬은 필요 없잖아. 네가 몰래 혼자 꿀꺽 할 거 아니면 상관없는 거 아니야?"

"...너무 찝찝하지 않은가."

"그 찝찝함이 네 목숨보다 소중 한 거지?"

"미안하다. 바로 계약하지."

"우리 제누스 착하네. 말도 잘 듣고."

그가 머리까지 쓰다듬었다.

토끼 수인족이라 그런지 손바닥에 닿는 촉감이 상당히 좋았다.

분명 굴욕적인 상황이지만, 제누 스는 왠지 모를 안락함을 느꼈다.

그렇게 노예 계약...이 아니라 영혼 계약이 완료되었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9권 2화

197화

얼떨결에 제누스에게 동기화 구슬 선물을 약속받은 유준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시리우스에게는 네가 멋진 삼촌 이었다고 잘 말해 줄게."

시리우스를 앞으로 볼 일이 더 있을진 모르겠으나, 일단 립 서비 스를 해 줬다.

제누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눈물 나게 고맙군."

"아. 맞아. 제누스. 너한테 물어 볼 거 있어."

"뭐지?"

"소르툴 숲을 나가는 방법. 알 아?"

"나가는 방법?아. 인간이었지. 소르툴 숲을 잘 모를 수밖에 없겠 군."

"넌 잘 안다는 말투다?"

제누스가 고개를 저었다.

"나도 그리 많이 알고 있지는 않아. 그저 우연히 얻은 정보가 몇 있을 뿐이지."

"안다는 거야, 모른다는 거야?"

"나가는 길은 모른다. 하지만 방 법은 알아."

유준이 눈을 빛냈다.

이제 그만 소르툴 숲을 나가고 싶었다.

언제까지 여기 갇혀 있어야 하는 건지.

지겨울 정도로 오래 있었던 거 같다.

물론 크게 불만은 없는 것이 이 곳에서 얻은 게 너무 많긴 했다.

'사실 안 나가도 괜찮지 않을까.'

워낙 소르툴 숲, 지하 왕국에 노 다지가 많았던 터라 아쉬움도 느껴 지긴 했다.

그래도 탈출은 해야 했다.

'탑을 올라야 하니까.'

스킬 서고가 있는 곳.

누가 그곳을 갔는지, 안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신들의 전쟁 당시에는 자신만이 알고 있던 장소다.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그 장소를 누군가가 발견할 확률이 높아진다.

한시라도 빨리 소르툴 숲을 탈출 하고 탑을 올라 스킬 서고를 선점

해야 했다.

"소르툴 숲에 환상 종족이 산다는 건 알고 있나?"

"모르는데."

"환상 종족을 찾아라. 그들 때문에 숲의 출구가 막혀 있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환상 종족? 그놈들도 마신 추종자랑 관련되어 있냐?"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군."

"어떻게 생겼는데?"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매우 아름답게 생겼다고 들었다."

"아름답다고? 그것만으로 어떻게 찾아?"

"소르툴 숲에는 괴물들만 가득하지 않던가? 나는 오히려 찾기 수월 하다고 보는데."

"일단 알았다. 더 없지?"

제누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넌 어디로 가냐, 근데?"

"왕국으로 가야지. 자리를 오래 비워서 형님이 화 많이 났을 거다."

제누스의 말에 할 말이 많았지만, 참았다.

국왕이 마신 추종자에게 살해당

할 뻔했다는 건 굳이 알려 줄 필요 가 없겠지.

들으면 괜히 심란하기만 할 테니까.

동굴을 빠져나오고, 제누스가 먼 저 떠났다.

그가 떠나자마자 마누엘라가 바 짝 거리를 좁혔다.

"유준. 바로 소르툴 숲을 탈출할 거야?"

"응. 근데 보상만 확인하고."

"나도!"

그 말만 기다렸다는 듯 허공을

응시한다.

그녀도 시련 클리어 보상을 확인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피식 웃은 유준도 한쪽에 두었던 홀로그램 메시지들을 띄웠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EX급 랜덤 스킬 북을 획득합니다.]

[특성 보석(최상)을 획득합니다.]

[스킬 보석(최상)을 획득합니다.]

이번에 얻은 경험치 보상과 세 개의 아이템.

'EX급 스킬 북에 최상급 보석 두 개를 준다고?'

유준이 헛웃음을 지었다.

시스템이 메시지로 난리를 칠 때 부터 알아보긴 했는데.

과연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시련의 난이도가 말이 안 되긴 했다.

유준이 난입해서 난이도를 올려 놓은 셈이지만, 어찌 됐든 어려운 난이도의 시련을 클리어한 건 분명 한 사실이었다.

응당 받아야 할 보상이라고 생각 했다.

'그래도 최상급은 예상 못 했는데.'

스킬과 관련된 세 개의 보상.

전부 마음에 들었다.

'스킬 북부터 사용해 보자.'

EX급 스킬은 결코 쉽게 얻을 수 없다.

장시간 숙성된 선단으로 '천재' 특성이 나왔던 것도 기가 막힌 우 연에 가까웠다.

아무리 행운이 높다고 해도 SS등 급 정도가 나오면 대박이라고 생각 했었다.

그러니 EX급 스킬 북을 사용할 기회는 두 번 다시 없을지도 모른다.

유준은 떨리는 마음을 안고 스킬 북을 펼쳐 들었다.

[EX급 랜덤 스킬 북을 개봉합니다.]

[스킬 '웨폰 어스퀘이크(EX)'를 획득합니다.]

웨폰 어스퀘이크.

무기를 사용해서 땅에 지진을 일 으키는 스킬이었다.

강력한 파동을 보내 발을 땅에 붙이고 있는 적의 내부를 진탕시키는 기술.

마법은 아니지만. 대규모 마법 못지않은 범위 스킬이었다.

거기다 신체 내부, 즉 장기를 공 격하기에 방어력이나 마법 저항력

으로 막을 수가 없었다.

설명만 읽으면 확실히 EX등급 값을 하는 능력이었다.

'특성 천재랑은 좀 비교가 되긴 하네.'

등급은 같지만, 효과는 천재 특 성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 있었다.

이 스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천재 특성이 월등히 우월한 탓이었다.

EX등급 중에서 급을 나눈다면 천재 특성은 최상.

방금 스킬로 얻은 건 '중' 정도였다.

물론, 직접 사용해 보면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

설명만 보고선 성급히 판단하는 건 일렀다.

그래서 써 보기로 했다.

" 파라네트."

" 예?"

근처 바위에 앉아 멍하니 유준을 바라보고 있던 파라네트가 대답했다.

"너 저기 서 봐."

"주인님. 혹시나해서 드리는 말

씀이지만, 스킬의 첫 시현을 위해저를 허수아비로 쓰려는... 그런 잔인무도한 생각은 아니시겠죠?"

" 맞아."

"설마...싫어?"

"아닙니다! 첫 스킬의 대상이 저 라니! 영광이지요! 흐헛!"

"정말이지?"

"예! 그렇고말고요!"

"잔인무도라고 한 건 뭐야, 근데?"

"언데드 세상에서 그건 칭찬입니

다요! 잔인무도하다는 건 그만큼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결단 력 있게 행동한다는 뜻이지요."

"역시 파라네트. 믿고 있었다."

"항상 주인님의 믿음에 보답하고 자 하는 제 노력을 알아주셔서 감 사합니다!"

"자. 그만 떠들고 저기 가 봐."

"..…옙

파라네트가 내키지 않는 걸음걸 이로 유준이 지정한 곳에 섰다.

"여기면 됩니까?"

"그래. 가만히 서 있어라."

"주인님!"

"왜?"

"저 만근추 써도 되겠습니까?"

"겁나냐?"

"...솔직히 말하면 그렇습니다!"

"써. 오히려 써 주면 좋지."

파라네트가 단단한 상태면 더 좋다.

만근추라면 제대로 된 위력 시험 이 가능할 터.

유준이 지면에 검을 꽂았다.

마력이 얼음을 타고 흘렀다.

쿠구구궁!

"커헉!"

파라네트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녀석의 뼈가 부서지고 뼛조각이 허공에 흩날렸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었다.

"으, 응...?"

파라네트가 당황했다.

자신의 주인이 한 공격이 예상외 로 버틸 만했던 것이다.

분명 좋은 스킬을 얻어 시험해 보려 했던 것일 텐데.

'혹시 내가 걱정돼서?'

충복이나 다름없는 자신을 향해서 거친 공격을 할 수 없었던 거지.

본인의 생각에 확신을 가진 파라네트가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님! 감사합니다!"

" 뭘?''

"일부러 힘을 약하게 조절해 주 신 거 아닙니까?"

"아닌데?"

"으엉?"

"조절 안 했다고."

"생각보다 안 아픈데요?"

"그래?"

유준의 표정이 변했다.

본격적으로 스킬을 사용하려는 듯한 그의 표정을 본 파라네트가 다급히 말했다.

"주, 주인님 생각해 보니까', 저는 장기가 없지 않습니까? 내부를 공 격한다고 해도 아무런 타격이 없습니다."

"맞네. 너 천재냐?"

"쑤, 쑥스럽습니다. 천재라뇨. 제 가 어릴 때부터 영특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긴 했습니다만, 주인님께서 그런 말을 해 주시니 정말 감 복...

유준은 열심히 떠드는 파라네트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마누엘라를 바라봤다.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를 질 렀다.

"야! 안 돼!"

"응?"

"너 파라네트한테 한 거 나한테 똑같이 하려고 그러지?"

"...아니. 다들 왜 이렇게 예리 해진 거야. 넌 그런 캐릭터 아니었 잖아."

"날 뭐로 본 거야? 나 눈치 있어. 특히 내 안위에 위협이 되는 건 귀신같이 느끼거든? 그러니까 이상한 생각 접어. 알았지?"

"그...래."

마누엘라도 안 된다면 스킬을 사용해 볼 상대는 없었다.

유준이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보석이나 쓰자.'

특성 보석과 스킬 보석.

둘 다 최상급이었다.

솔직히 EX급 랜덤 스킬 북을 얻은 것보다 이 두 아이템을 보는 것 이 더 설렜다.

어떤 스킬이나 특성에 사용할지 선택권이 있었으니까.

게다가 상급 정도만 되더라도 능력의 효과가 대폭 증가한다.

그런데 최상급이라면?

과연 어느 정도일지 감이 안 잡 혔다.

유준이 오랜만에 상태창을 열었다.

[태초의 플레이어. 신유준]

□ 레벨 : 644

□ 특성 : 평정....

□ 능력치

[근력 1,149(1,092+57)] [민첩 1,241(1,164+77)]

[체력 1,009(952+57)] [마력 1,033(1011+22)]

[혼돈 130 ]

[미분배 포인트 : 376]

-태초의 플레이어 : 레벨 업 시 미분배 포인트가 4씩 주어집니다. 또한, 태초의 플레이어가 됨으로써 미분배 포인트 120을 획득했습니다.

-태초의 플레이어는 착용 제한 레벨을 50까지 무시하고 아이템을 착용할 수 있습니다.

-태초의 플레이어는 마신 추종자들이 두려워하는 존재입니다. 마신 추종자를 상대할 때 공격력과 방어 력이 각각 50%씩 증가합니다.

-언제나 행운이 함께합니다.

-무기술 각인서 Ⅲ : 무기를 사용하는 모든 스킬과 특성의 효과가 70% 증가합니다.

-행운 각인서 Ⅱ : 행운이 증가 합니다. 각인서는 상태창에 각인 되며, 중복되는 효과의 각인서는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미분배 포인트가 꽤 많이 쌓였다.

이번에 64나 되는 레벨이 올랐기에, 기존의 120포인트를 포함해 총 376이었다.

유준은 아직 보석을 사용하지 않은 특성과 스킬들을 유심히 살폈다.

_특성-

마법 이해(SS), 쾌검(SSS), 결 찾 기 (S), 천재 (EX)

_스킬 _

일섬(SSS), 프로즌 필드(A), 쾌속 전진(A), 점멸(SSS+), 검막(SSS), 웨 폰 어스퀘이크(EX)

특성은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천재 특성.

다른 특성들과 비교하기 힘들 정 도로 좋은 효과를 지녔다.

등급도 제일 높고.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스킬 쪽은 조금 고민이 되었다.

일섬 스킬도 좋았고, 검막도 효과를 톡톡히 봤다.

웨폰 어스퀘이크는 등급만 놓고 봐도 깡패였다.

그러나 스킬 보석(최상)은 아껴 두기로 했다.

지금 당장 쓰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킬 서고가 있으니까.'

스킬 서고에 간다면 EX등급 스킬을 구하는 건 확실한 일.

그래서 나중을 염두에 두었다.

혹여나 더 좋은 스킬이라도 나오 면.

그럼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될 수 도 있었다.

'특성 보석만 쓰자.'

천재 특성은 몇 번을 봐도 사기 적인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최상급의 보석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유준은 뜸들이지 않고 특성 보 석을 천재 특성에 부여했다.

[특성 보석(최상)을 사용했습니다.]

[천재 (EX) → 천재 (EX)++]

'오, 두 개나?'

EX등급부터는 최상급 보석이라고 해도 상승률이 그다지 높지 않을 줄 알았는데.

두 단계나 오를 줄이야.

유준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 정도면 됐어.'

만족하는 동시에 한편으로 궁금 하기도 했다.

EX++이상의 등급도 있을까?

천재 특성은 모든 걸 투자할 가치가 있었다.

'맞다. 등급이 달라졌으니 효과도 바뀌었으려나?'

유준은 등급이 오른 특성이 얼마 나 변화했는지 한번 확인해 봤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9권 3화

198화

천재(EX) - 모든 특성, 스킬의 효과가 2.7배 증가합니다. 또한 행 운 수치에 따라 깨달음을 얻어 특 성, 스킬을 생성할 확률이 대폭 증가합니다.

특성과 스킬의 효과가 2배에서 2.7배로. 깨달음을 얻어 능력이 생 성될 확률에 '대폭'이라는 두 글자 가 붙었다.

내용을 읽어 보면 큰 변화는 없어 보이지만, 이것이 전투에 끼치는 영향은 컸다.

특히 특성과 스킬의 효과가 2.7 배나 증가한다는 것.

고대 마법 스킬에는 수많은 마법 이 포함되어 있다.

그 모든 마법의 위력이 수배가 증가하는 것이다.

거기에 여러 마법을 결합해서 사용하면 위력이 수십 배까지 불어날 수 있었다.

유준은 남은 한 개의 아이템을 봤다.

천사의 눈물.

보상을 받고 레벨이 오르면 사용 하려고 아껴 뒀던 아이템이다.

그가 망설이지 않고 천사의 눈물을 섭취했다.

그의 현재 레벨은 644.

천사의 눈물을 섭취함으로써 모 든 능력치가 64씩 증가했다.

사실 레벨이 더 오른 뒤에 사용 해도 되겠지만, 이미 레벨은 높은 편이고, 앞으로 상승 폭도 더뎌질 것이다.

아무리 그가 효율을 중요시한다고는 해도,

레벨을 좀 더 올리고자 하면 한 도 끝도 없었다.

지금이 딱 적절한 시기였다.

거대한 비석을 하염없이 바라보 던 지규태가 어느 순간 눈을 휘둥 그레 떴다.

신탁의 내용이 이상하다.

항상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던 비석이 모든 마신 추종자들에게 뚜 렷한 내용을 전해 온 것이다.

-신도들은 플레이어 신유준에게 접근하지 말 것. 곧 '사도'들이 지 상에 강림할 것이니.

가끔씩 내려오는 신탁.

그리고 동시에 거역할 수 없는 명령이었다.

무려 마신의 뜻이 담긴 비석이었기에.

지규태가 눈썹 사이의 주름을 매 만졌다.

그 전까지는 신유준을 최우선적으로 사살하는 것이 목표였다.

"왜 갑자기 바뀐 거지?"

굳이 마신의 뜻이 아니더라도 신 유준은 죽여야 할 플레이어였다.

대의를 방해하는 플레이어를 굳 이 살려둘 이유가 없었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신유준이 그 들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하 다는 것.

그래서 아직도 그를 죽이지 못했 고 되레 수많은 마신 추종자들이 성과도없이 희생되었다.

'지부장들이 직접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니, 당분간 녀석을 잡을 방 법이 없었는데. 잘됐군.'

마신의 사도가 내려온다고 한다.

그들의 무력은 지규태로서도 짐 작할 수 없었다.

그들을 실제로 본 적이 없었으니까.

다만, 성전에 적혀 있는 내용에 의하면 그들 개개인의 무력이 반신에 필적하는 정도라고 들었다.

반신의 반열에 든 플레이어.

진작에 대륙을 벗어나 다른 차원으로 이동했던 이들.

'성전의 내용이 반만 정확해도 사도 한 명만 나서도 신유준을 잡을 수 있을 터.'

그가 걱정을 한시름 놓았다.

마신의 사도까지 나선 이상 신유준이 살아남을 일은 없었다.

사도는 한 명도 아니고 여럿이었으니까.

지긋지긋한 악연이 드디어 끊길 때가 온 것이다.

그나마 후련했다.

설산을 벗어난 유준은 절대 봉인 의 구슬을 꺼냈다.

"그건 왜?"

마누엘라의 물음에 유준이 방긋 웃었다.

"애국해야지."

"애국? 무슨 뜻이야?"

"보면 알아."

유준은 봉인 구슬에 갇힌 미우라 겐신을 꺼냈다.

비열한 얼굴의 겐신이 헐떡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아아! 제발! 좀! 꺼내 줘어!"

무척이나 괴로워하는 모습.

"네 소원대로 꺼내 주었다."

"...흐억! 헉!"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녀석을 처음 꺼냈을 때는 그리

고통스러워하지 않았던 거 같은데.

자신이 가뒀다가 꺼내니 왜 이리 도 힘들어하는 걸까.

'나 때문은 아니겠지?'

설마.

그가 따로 무슨 짓을 한 것도 아니다.

기분 탓이겠지.

"나한테 뭘 한 거야!어?!"

미우라 겐신이 분개하며 외쳤다.

"왜 나한테 그래? 너 원래 갇혀 있었던 거 내가 잠시 구해 준 거 잊었어?"

"원래가 나았다!"

" 뭐?"

"네놈이 가둔 그 공간은 너무도 끔찍했단 말이다!"

"...그 정도야?"

"도대체 나한테 원하는게 뭐 냐!"

"동기화 구슬."

"그건 이미 줬지 않은가!"

"그럼 정보."

"무슨 정보를 원하지? 내가 순순 히 불면 풀어 줄 생각인가?"

"당연하지. 난 약속은 지켜."

"...알았다.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거라면 답해 주지."

"좋아. 널 봉인 구슬에 가둔 놈. 누군지 알아?"

"...처음엔 몰랐는데 안에서 곰 곰이 생각해 보니 알았다. 정의의 집행자. 그놈이야."

"정의의 집행자? 그게 뭔데?"

"나도 이름만 알뿐이다. 자비롭 지는 않지만, 항상 의를 행한다고해서 그런 이명이 붙은 남자였다."

"혹시 인간이었어?"

"그런 것 같더군."

"귀는 왜 모으고 다녔어?"

"...그건 내 취미다."

"완전 쓰레기네, 이거."

본인도 자각은 있는지 미우라 겐 신이 얼굴을 붉혔다.

유준은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일본 서버에서 이곳으로 어떻게 넘어온 거야?"

"차원의 틈에서 사용하면 발동되는 양피지가 있어. 양피지를 찢으면 그곳을 오갈 수 있다."

"그 양피지는 어디 있지?"

"내가 써 버렸다."

"또 없어?"

"그래."

"양피지는 어디서 구했어?"

"...내가 죽인 플레이어가 살려 달라며 애원하면서 줬던 물건이다. 그래서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총 세 개를 받았지."

"한 명한테?"

미우라 겐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의 귀도 잘랐나?"

"...그렇다면?"

그가 두려워하며 유준을 바라봤다.

유준이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쫄지마. 널 해치려는게 아니니까.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애원하는 상대의 귀를 잘랐어?"

"그렇다."

"왜?"

"왜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그냥 그러고 싶었으니까...

"그렇게 죽이면서 쾌감을 느꼈어?"

겐신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너도 한번 그런 취미를 가져 보는게 어때? 한번 맛을 보면 헤어 나오기 힘들 거다. 귀도 좋고, 손가 락이나 발가락을 자르는 것도 좋겠지. 물론, 나는 귀 부분이제일 좋 더군."

미우라 겐신은 자신의 변태적인 취미에 대해서 열띤 토론을 하고 싶어 했다.

푸석푸석했던 얼굴에 활기가 돌 정도.

유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런 버러지는 살아 있을 필요가

없다.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캐내야 할 정보가 아 직 남아 있었다.

살인 충동을 참고 계속 질문을 던졌다.

"마신 추종자를 알아?"

"알고 있다. 실제로 본 적은 없 지만...

"네가 살던 곳에선 마신 추종자들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었어?"

"아니다."

"너 몇 년 차야?"

"3년 차다. 대륙에 소환된 지 2 년이 조금 넘었지."

"일본인이 무한의 탑에 소환된 지 그것밖에 안 지난 거야?"

"내가 있을 때까지만 해도 그랬겠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데? 네가 봉인 구슬에 갇혀 있었던 시간을 알아?"

"최소 수십 년."

"...뭐?"

"그걸로 놀라긴 일러. 내 체감으

로 느낀 걸 말하면 만 년은 넘게 흐른 것 같았다. 그만큼 지루하고 고독한 시간이었어."

"그런데 만 년이 아니라 수십 년이라고 말한 이유는?"

"그냥 감이다. 이상하게 확신이 들어."

유준이 침음을 삼켰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일본 서버가 생긴 지 수 십 년이 지났다고?

쉽사리 믿기가 힘들다.

신들의 전쟁이라는게임을 일본 인들은 수십 년도 전에 했었다는 건가?

그리고 무한의 탑 소환으로 수 백, 수천만의 인구가 실종되었는데, 자신이 몰랐다고?

지구의 시간대와도 맞지 않았다.

"차원의 틈은 어디에 있지?"

"일본 서버 어딘가에 있는 건 알 지만 여기는 계속 장소가 바뀌어서 특정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있었던 곳은?"

"네가 나를 발견한 곳이겠지."

"일단 알았어. 순순히 말해 줘서 고맙다."

그가 검을 꺼냈다.

"뭐, 뭐 하려고?"

미우라 겐신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서걱!

두 번 휘둘러진 검.

겐신의 왼쪽, 오른쪽 귀가 동시에 잘렸다.

"끄아아으]j 아아,아...파!"

"귀를 수집할 거면 네 것부터 했 어야지. 너부터 멀쩡하게 달고 있

는데 당하는 사람은 얼마나 억울하겠냐?"

"크홉...다 말하면 풀어 준다고 약속했잖아! 약속도 안 지킬 셈이 냐?"

"내가 원래는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은 하는데 너도 안 지키고 다 녔잖아?"

"뭐? 내가 귀를 수집하고 다니긴 했지만, 지키지도 않을 약속은 애 초에 하지도 않았어! 이건 진짜 억 울하다!"

"아니면 말고."

서걱!

유준이미우라 겐신의 목을 깔끔 하게 베어냈다.

3년 차 플레이어라 그런지 저항 한 번 못하고 당했다.

녀석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눈앞의 상대가 절대 감당할 수 없는 강자라는 걸.

움직이려면 움직일 수 있는 상황 임에도 잠자코 유준의 말을 들었던 건 그 이유였다.

[??????]

드?????를 처치했습니다.]

[???????]

[???????]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다른 차원의 인벤토리와 동기화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차원의 틈이 크게 벌어졌습니다.]

[전설 칭호 '차원을 넘나드는'올 획득합니다.]

차원을 넘나드는(전설) - 다른 차원의 존재에게 120%의 추가 대 미지를 입힙니다.

"어라?"

유준은 칭호를 얻은 것보다도 레 벨이 오른 것에 더 놀랐다.

같은 인간 플레이어를 처치했는데 레벨이 오르다니?

본래 같은 인간, 그러니까 동족을 죽이면 경험치가 주어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미우라 겐신을 죽인 지금은 경험치를 얻었다.

'진짜 뭐지? 미우라 겐신이 짐 승만도 못한 놈이라 시스템도 인

간 취급을 안 한 건가? 그럴 리가 없지.'

그렇다는 건 혹시 다른 서버의 플레이어를 죽이면 경험치를 온전 히 획득할 수 있다는 소리인가?

경험치가 조금밖에 오르지 않은 건 미우라 겐신의 레벨이 자신보다 낮기 때문인 거고.

이렇게 생각하니 딱딱 들어맞는 듯했다.

미우라 겐신을 가둔 남자는 누굴까.

절대 봉인의 구슬을 가지고 있었 던 플레이어니, 결코 평범한 자는

아니었다.

'미우라 겐신의 말에 의하면 일 본 서버는 수십 년이 흘러 있다는 건데... 그쪽은 이미 멸망했을 수 도 있겠군.'

마신 추종자, 더 나아가 마신을 막지 못했다면 남은 건 멸망뿐이다.

'일본 서버도 기회가 되면 가 보 고 싶은데.'

지금 당장은 차원의 틈이라는 곳을 갈 방도가 없다.

이미 강제 워프되어 탈출한 시련 장소에서 미우라 겐신을 발견한 것 이었으니.

"다 확인했어?"

마누엘라에게 물었다.

그녀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응!"

"기분 좋아 보인다?"

"강해졌거든! 보상 많이 받아서!"

"좋아. 준비해."

"갑자기 무슨 준비?"

"소르툴 숲. 나가야지."

"아아, 그 얘기였구나. 환상 종족을 찾아야 한다고 했지? 잠깐만, 그럼 또 거길 돌아다녀야 하는 거네?"

"그렇긴 한데, 금방 찾을 수 있을 거 같아."

"어떻게?"

"샅샅이 뒤지면 나오겠지."

"...그게 다야?"

"응."

소르툴 숲에 막 당도했을 때의 유준과 현재의 유준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격차가 있었다.

그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작은 구멍 이 하늘에서 보였다.

저곳이 소르툴 숲의 땅굴 입구였다.

파라네트와 타파골을 역소환했다.

그 후 플라이 마법으로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비행 속도가 빨라 땅굴에는 금방 도달할 수 있었다.

"바로 소르툴 숲으로 가는 거지?"

마누엘라가 움직이려 할 때 유준 이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기다려 봐."

유준이 눈을 감고 기감을 퍼뜨렸다.

감각의 범위가 전과는 확연히 달 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찾았다. 환상 종족."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9권 4화

199화

유준의 말에 마누엘라가 기겁하 다시피 놀랐다.

"벌써? 어떻게 찾은 거야?"

"다 뒤져 보니까 나오던데."

"환상 종족인 건 어떻게 알았는데?"

"보고 알았지."

그의 감각은 한 단계 더 진보했다.

직접 보지 않아도, 기감만으로 생명체의 마력이나 무력 수준부터 생김새까지 알 수 있었다.

플레이어들의 기존 상식 범주를 한참이나 벗어난 것이었다.

"어디 있었어?"

마누엘라가 물었다.

"환상 종족들이 사는 마을이 있는데 이중 결계를 둘러놨더라. 거 기 뚫고 확인했어. 대화 들어 보니까 거의 확실해."

"대화까지 엿들을 수 있어?"

"응."

"...현자가 된 기분이야."

수천 년 동안 뭐 했지, 나는?

신유준은 반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리도 강해졌는데.

그와 같이 다닐 때 종종 드는 상 대적 박탈감에 마누엘라가 허탈하게 웃었다.

유준은 땅굴의 길을 모두 외운 듯이 막힘없이 걸었다.

그가 가는 곳이 곧 길이었다.

마누엘라는 그렇게 느꼈다.

그 정도로 유준은 길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그들은 땅굴을 순식간에 빠져나 왔다.

"스읍... 하."

오랜만에 마시는 소르툴 숲의 공 기.

여전히 탁했다.

유준과 마누엘라는 환상 종족의 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이동했다.

도중에 마주치는 몬스터는 유준 이 마법을 사용해 간단히 처리했다.

본래 소르툴 숲의 몬스터들은 포 식자라고 할 정도로 레벨이 높고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지만,

유준 앞에선 태양 앞 반딧불이 수준에 불과했다.

"크랴아악!"

서걱!

"끅!"

슥! 석!

"끄륵.…"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이야, 짭짤하네."

열 마리를 잡으니 레벨 한 개 정

도는 올랐다.

확실히 소르툴 숲의 포식자들이 레벨이 높긴 한가 보다.

'마음 같아선 더 잡으면서 돌아 다니고 싶네.'

물론 그럴 생각은 없었다.

지금은 무조건 스킬 서고가 우선 이었다.

환상 종족은 외진 곳에 숨어 있 지 않고 오히려 나무가 많지 않고 탁 트인 곳에 있었다.

다만, 강력한 결계가 이중으로 설치되어 있어 포식자들이 발견하 긴 어려워 보였다.

'최상위 포식자면 알 수도 있겠다.'

그러나 결계는 매우 단단했다.

누가 이렇게 수준 높은 결계를 설치해 놓은 건지 궁금할 정도였다.

"부술 거야?"

"아니. 그럼 환상 종족이 비협조 적으로 나오겠지."

"그럼?"

"나올 때까지 기다릴 거야."

물론 여기서 하염없이 대기할 생각은 없었다.

유준이 마력을 끌어 올렸다.

헬파이어를 생성했다.

저번에 사용하고 큰 재미를 봤던 마법이다.

헬파이어는 결계가 있는 부분이 아닌, 그 반대쪽을 향했다.

요란스럽게 소르툴 숲을 헤치고 온 탓에, 포식자들의 신경을 거스 른 유준이었다.

그의 뒤를 쫓으며 몰려온 포식자 들의 수가 꽤 되었다.

갑작스럽게 헬파이어를 만든 이유는 그놈들을 처리하기 위함이었다.

또, 소란을 피우면 환상 종족이 몰려나오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도 없지는 않았다.

수십 다발의 헬파이어가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

콰콰콰쾅!

때마침 도착했던 포식자들이 헬 파이어에 휩쓸려 흔적도없이 사라 졌다.

녀석들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었다.

뒤에서 빠르게 달려오고 있던 포 식자들은 한참을 불타며 고통스러

워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워..."

천재 특성이 강화된 것 때문일까.

헬파이어 마법의 위력이 전보다 몇 배는 더 강해진 거 같다.

절대 과장이 아니었다.

마력을 많이 소모한 것도 아닌 데, 헬파이어 수십 개는 눈앞에 보이는 숲을 완전히 초토화했다.

폭발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 소리가 상당해 마누엘라가 귀를 틀어막았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예전만큼 레벨이 많이 오르진 않았다.

확실히 본인보다 높은 레벨의 적을 사냥하지 않으면 경험치의 양이 확 줄어든다.

경험치 증가 효과도 중첩해서 받 고 있는데도 그러했다.

'내 격도 꽤 높아졌다는 거겠지.'

끊임없이 몰려들던 포식자들의

숫자가 급격히 감소했다.

화염이 워낙 거세고 뜨거워 포식 자들이 다가올 생각을 못 하는 것이다.

더 많은 경험치를 얻지 못해 아 쉽지만,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결계 안에서 환상 종족 한 명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밖으로 나오지는 않고 유준과 마 누엘라를 안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환상 종족이 아름답다는 제누스 의 말에는 한 치의 거짓도 섞이지 않았다.

미(美)로 유명한 엘프들의 뺨을

때리는 미모.

성별이 없는 환상 종족이지만, 인간의 미적 기준으로 보았을 때 감탄이 절로 나오는 외모였다.

유준 일행을 지켜보고 있던 환상 종족의 이름은 호미엔이었다.

호미엔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너희 뭐야? 누구야?"

"마인."

"...마인? 이름부터가 불길한데?"

호미엔이 경계하는 얼굴로 말했다.

"마녀랑 인간이라고."

"...아. 그런데 이곳엔 무슨 일 로?"

"볼일이 있으니까 왔겠지?"

"그러니까 볼일이란 게 뭐냐구."

"알았어. 본론부터 말할게. 소르 툴 숲을 탈출하게 해 줘."

유준의 말에 호미엔이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돼."

" 이유는?"

"아직은 소르툴 숲의 출구를 개 방하면 안 되는 상황이야. 게다가 내 독단으로 정할 수도 없는 문제고."

"문제가 있으면 내가 해결해 줄게."

"뭐어? 웃긴다, 너. 문제가 뭔 줄 알고?"

"뭐든 간에. 말만 해."

"...무슨 자신감이야?"

"봤으면 알 텐데."

헬파이어가 만들어 낸 광경.

호미엔도 목격했다.

당연히 유준이 강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강한 사람 하나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서 그래."

호미엔이 그렇게 말했다가, 도저 히 포기하고 돌아갈 것 같지 않은 유준의 얼굴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기다려 봐. 물어보긴 할게."

"고맙다."

호미엔은 눈앞의 인간이 결계를 부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한데, 그런 험악한 방법을 사용 하지 않고 협박이 아닌 부탁을 해 왔다.

그에 대한 보답은 해줄 생각이었다.

유준이 얼마 기다리지 않아서 호 미엔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대화하고 싶다시네. 족장님이."

"이제 들어가도 되지?"

유준이 결계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그 모습에 호미엔이 눈을 휘둥그 레 떴다.

"뭐야, 어떻게? 아직 안 열어 줬는데...

"결계의 구성, 마력 패턴이야 뻔 하지."

"설마 지금 결계를 파훼한 거야?"

"아니? 그냥 통과한 건데."

"나만 이해 못 했어? 결계를 어 떻게 통과를 해?"

결계는 결계의 주인에게 허락을

받지 못하는 이상 파괴나 파훼하지 않고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유준은 그 상식을 깨부순 것이다.

"몰라. 설명하기 귀찮아. 마누엘라. 너도 들어와."

마누엘라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어떻게 들어가...

"기다려 봐."

그는 결계에서 나와 마누엘라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마력을 홀리기 시작했다.

"이게 이 결계의 마력 파장이야. 네 몸에 흐르는 마력을 이 파장에 맞추면 들어올 수 있는 거고."

"그게 말이 쉽지..."

"그래도 마력 파장 패턴은 알려 줬으니까 들어올 수 있을걸?"

그녀는 자신에게 베히모스의 피 와 신화 등급 아이템을 풀 세트로 받았다.

마법적인 실력이 일취월장했음은 틀림없었다.

유준은 마누엘라를 믿었다.

그녀는 자신과 같이 결계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시도는 해 볼게."

마누엘라는 긴장한 얼굴로 결계에 다가갔다.

자칫 잘못하면 결계의 마력에 온 몸이 갈기갈기 찢어질 수도 있었다.

마누엘라가 침을 꿀꺽 삼켰다.

마력 파장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순간에 벌어질 일이 눈에 훤하게 그려졌다.

결계 바로 앞에서 멈춘 마누엘라는 유준을 바라봤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유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믿음이 가는 표정.

그것에 용기를 얻고 결계에 몸을들이밀었다.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았다.

무사히 결계 안으로 진입한 것이다.

마누엘라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 진짜 죽는 줄..."

"된다고 했잖아."

"나 원래 겁 많단 말이야."

"나이랑 겁 많은 건 크게 상관이 없나 보..."

유준이 말을 뚝 멈췄다.

마누엘라의 살기 가득한 눈을 마 주한 탓이었다.

'결계보다 네가 더 무섭다.'

입 밖으로 감히 꺼낼 수 없는 말

속으로 삼켰다.

그가 호미엔을 바라봤다.

"안내해 줘."

"응."

신장이 180cm가 훌쩍 넘는 유준 과 나란히 걸어도 크게 작아 보이지 않는 호미엔.

그런 호미엔의 뒷모습을 마누엘 라가 시샘의 눈길로 힐끗힐끗 쳐다 봤다.

"뭘 그리 보십니까?"

이번에도 제멋대로 등장한 파라네트가 마누엘라의 귓가에 속삭였다.

마누엘라가 흠칫 놀라며 뒷걸음 질쳤다.

"놀랐잖아."

"예? 이게 그리 놀랄 일입니까? ㅎㅎ...

음흉한 미소를 짓는 파라네트를 본 마누엘라가 인상을 찌푸렸다.

"너 표정이 왜 그래?"

"예? 뭐가요?"

"되게 꼴 보기 싫어."

"마님. 전 말이죠. 다 알고 있습니다요. 마님의 시선이 어딜 향하고 있었는지."

"흐흐흐..."

파라네트가 어이없어하는 마누엘라를 뒤로하고 빠르게 걷고 있는 유준을 따라갔다.

유준은 옆에 선 파라네트를 보자 마자 타박했다.

"너 누가 멋대로 나오래."

"죄송합니다!"

" 말로만?"

"...들어갈까요?"

"됐어. 그냥 따라와."

"엇... 까칠하지만 때로는 상냥 한 남자. 역시 주인님은 멋있어."

파라네트의 주접에 유준이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마치 폭탄 터지는 듯한 소리가 파라네트의 머리통에서 들렸다.

앞서 걷던 호미엔이 화들짝 놀랐다.

"뭐야? 무슨 소리야?"

"별것 아니니까 가던 길 계속가."

"그, 그래."

파라네트가 머리를 매만졌다.

다행히 제때 사용한 만근추 스킬 덕분에 머리가 산산 조각나는 불상 사는 면할 수 있었다.

"주인님 너무 세게 치신 거 아닙니까? 강한 충격은 두피 건강에 안 좋다구요."

"네가 두피 건강을 왜 챙겨?"

"혹시 모르잖습니까. 레벨이 높 아지고 격이 오르다 보.면 저도 머 리카락이 생길 수도 있는 거고. 아, 그리고 얼마 전에 제가 꿈을 꿨는데 말입니다? 그때의 전 머리카락 이 풍성한 상태였습니다. 이게 예 지몽이 아니면 뭐겠습니까, 헛헛."

"그거 다 거짓 환상이야."

"네?"

"여기 환상 전문가가 있으니 직접 물어봐."

유준이 호미엔을 가리켰다.

파라네트가 머리를 긁적였다.

"절 놀리시는 거죠."

"맞아."

"너무해요."

"파라네트. 할 말이 있다."

유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답지 않은 모습에 파라네트가 긴장했다.

"할 말이라면...?"

"너 들어가 있어."

"...네?"

"다른 환상 종족 애들이 너 보고 기겁하면 어쩔 거야. 언데드가 있으면 미관상 좀 그렇잖아."

"그치? 마누엘라?"

마누엘라가 기다렸다는 듯 호웅 했다.

"응! 맞아. 완전 별로야, 완전! 미관을 해치는 정도가 아니지. 대 머리 소환수를 누가 받아 주겠어? 내가 환상 종족이어도...

"진짜 너무해!"

파라네트가 울먹이며 스스로 역 소환을 행했다.

복수에 제대로 성공한 마누엘라는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쟤가 젤 무서워.'

유준이 마누엘라에게 경각심을 가질 때쯤 호미엔이 걸음을 멈췄다.

"데려왔습니다."

환상 종족 네 명이 서 있었는데, 하나같이 아름답지 않은 자가 없었다.

눈이 호강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잘생김과 아름다움의 조화가 그들을 더욱 신비롭게 보이도록 했다.

"네 명이 다야?"

유준이 호미엔의 귀에 대고 말했다.

호미엔이 고개를 저었다.

그때 족장 얀이 입을 열었다.

"내 태어나서 그쪽보다 강한 플레이어를 본 적이 없어."

"응?"

뜬금없이 칭찬하는 얀.

유준이 수줍게 웃으며 대답했다.

"고마워."

"그러나 강하기만 해선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소르툴 숲의 출구를 막아 놓은 것도 그 문제 때문이야."

"잘됐네. 그것만 해결하면 나갈 수 있다는 거잖아."

"말해 봐. 내가 어떻게 하면 돼?"

유준은 그렇게 말하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9권 5화

200화

무과금즐겜러의 인벤토리에는 없는게 거의 없다.

인벤토리는 유준에게 있어 만능 해결사이자 인터넷 수리 기사였다.

든든한 뒷배 같은 느낌도 있었다.

판을 얼마나 크게 벌이든, 다 해 결해 줄 것만 같은 인벤토리.

그것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자 신감이유준의 표정에도 묻어 나왔다.

"숲을 나가고 싶은 그 마음은 이 해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니까. 대 륙의 평화와도 관련되어있는 일이야."

부족의 족장인 얀이 말했다.

"일단 뭔지만 알려 줘 봐."

"...고집이 세군. 알았다."

한숨을 내쉰 얀이 말을 이었다.

"인간. 마신 추종자에 대해 알고 있나?"

"알지."

아는 것뿐이랴, 그는 마신 추종자들의 주적이었으며.

마신 추종자 대부분이 그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된 상태이다.

유준만큼 마신 추종자들과 깊게 연관되어있는 존재가 드물 정도.

"안다니까 그들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지. 하여튼 마신 추종자들이 소르툴 숲을 침범했다. 침범하는 것 자체는 별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그들은 몬스터를 이용해 온갖 실험을 자행했다. 그것도 우 리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문 제는...

얀이 동쪽을 슬쩍 봤다가 고개를 돌렸다.

"놈들이 대륙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발록'을 소환하려 한다는 것이다."

"발록이 뭔데? 몬스터?"

"신화 속에나 존재하던 괴물의 이름을 뜻한다."

"소르툴 숲을 못 나가게 하는 거 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 죽이면 되는 거 아니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아까 말했듯, 발록은 신화 속의 존재. 격 이 반신에 필적할 정도로 높다. 물론 무력까지 반신과 비견될 정도는

아니지만... 플레이어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격의 차이 때문에 발록의 몸에 상처를 입히는 건 불 가능해."

숨 가쁘게 말을 쏟아 낸 얀은 계속 이어 말했다.

"거기다 마신 추종자들의 저항이 거셀 거다. 단순히 발록만 상대해서 끝날 일이 아니야. 발록을 막아 둔다고 하더라도 각지에 있던 마신 추종자들이 끝없이 몰려들겠지."

마신 추종자 집단의 규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

그들 중 일부만 소르툴 숲에 들

이닥치더라도, 소수의 환상 종족들은 막아 낼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그건 무력만 있으면 해결되는 일 아니냐?"

유준의 말에 얀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 전력으로는 발록도 상 대하기 힘든 실정이야. 격에 의한 차이 때문에 아예 공격조차 통하지 않을 거고 거기에 더해 마신 추종자들까지 합류하면... 바위에 계 란 치는 것보다 더 무모한 짓이 되겠지."

"으음..."

"부족이 작고 부족원의 수도 그 리 많지 않지만, 그래도 난 부족을 이끌고 있어. 우린 대륙의 평화를 위해 애쓰기는 해도 부족원들의 목 숨을 도외시하면서까지 하고 싶지는 않아."

"잠깐만. 마신 추종자들은 소르 툴 숲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것 같던데? 출구를 막은 게 의미가 있어?"

"마신 추종자들은 일종의 편법을 써서 가능한 거야. 반면에 발록은 당장 우릴 어떻게 하지 않는 이상 소르툴 숲 밖으로 나갈 수 없어."

"발록은 그 편법을 못 써?"

"애초에 마신 추종자들은 무리해서 발록을 소환한 거다. 그들이 오 가는 좁은 통로는 발록이 결코 통 과할 수 없어."

"확실해?"

"확실하다."

"소르툴 숲의 출구가 막혔던 건 최근이 아니던데? 왜 오래전부터 막고 있었지?"

"…마신 추종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출구를 막기 시작했어. 그들이 곧 탈출할 방법을 찾아내긴 했는데 편법이라도 아무런 대가 없

이 나갈 수 있는 건 아니었고, 그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만은 막으려고 출구를 열지 않았던 거야."

"아휴, 그런 딱한 사연이 있었구나, 그건 그렇고 들어 보니까 발록 만 죽이면 끝나는 문제네."

"아까 내 말 못 들었어? 발록은 격이 높아. 네가 강하긴 해도, 격은 우리보다도 낮더군. 고로 네 공격은 발록에게 대미지를 줄 수 없어."

"그건 해봐야 알지."

"...말이 안 통하는군. 고집불 통이야."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건 너지."

" 뭐?"

"정 못 믿겠으면 나랑 붙어 보고 판단해."

"우리끼리 싸우는 건 의미 없는 짓이다."

"실력만 좀 보라는 거지."

유준의 말에 얀이 무어라 하려는 그때였다.

"족장님!"

환상 종족 한 명이 헐레벌떡 달 려왔다.

거친 숨을 몰아쉬던 그는 멀뚱멀 뚱 서 있는 유준을 보고 홈칫 놀랐다.

"무슨 일이냐."

"발록이... 소환됐습니다."

얀이 올 것이 왔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모두에게 준비하라 일러라."

"알겠습니다."

"막으러 갈 거야?"

"막으러 가는게 아니다. 출구를 막는 일을 더 견고히 하려는 거다."

"그럼 나도 어딜 가든 상관없지?"

유준이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얀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가 검을 들었다.

그는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

"왜 그렇게 좋아해?"

옆에 있던 마누엘라가 물었다.

"좋아한다기보다 귀찮은 과정을 건너뛰었잖아."

"엄청 낙관적이다."

"칭찬 고마워, 마누엘라."

"이럴 때만 고맙다고 하지...

"그럼 어떡해? 내 곁에 있어 줘 서 고맙다고 해?"

"...뭐?"

마누엘라가 순간적으로 당황해 되물었지만, 유준은 이미 땅을 박 차고 쏜살같이 뛰어가고 있었다.

"오, 발록이 어디 있는지 아시는 겁니까?"

재차 나타난 파라네트가 나란히 달리며 말했다.

"응."

"어떻게요?"

"환상 종족 찾을 때 다 알아봤지. 이상하게 한 곳에만 이질적인 기운이 모여들고 있더라고. 그게 발록이 소환되려는 조짐이 아니었 나 싶은데."

"...주인님. 그거 사기 아닙니까?"

"사기? 무슨 사기?"

"눈 한 번 감으시고 어떻게 그리 많은 걸 파악하십니까?"

"눈을 감아서가 아니지. 능력치

가 높은 것뿐이야."

"저도 장비 효과까지 하면 수천은 되는 거 같은데 주인님처럼은 안 됩니다."

"네가 뱁새인가 보지."

"네? 뱁새요? 갑자기 왜 뱁새가 나옵니까?"

"있어. 가랑이 자주 찢어지는 새."

환상 종족이 세운 결계를 벗어났다.

발록이 소환된 위치는 이곳으로 부터 꽤 먼 거리에 있었지만, 유준 이 도착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역시 민첩이 높고 볼 일이야.'

유준이 생각하기에 가장 효율이 좋은 능력치는 민첩이었다.

그래서 민첩 능력치에 주로 미분 배 포인트를 투자했었고, 그간 큰 효과를 봤다.

숲 한가운데 있는 공터.

그곳에는 피로 그려진 마법진이 있었다.

마법진 위에는 눈을 감은 거대 괴물이 있었는데, 딱 봐도 발록이었다.

근육질의 몸에 등에는 털이 수북 한 날개가 달려 있었다.

전체적으로 단단해 보이는 인상 의 괴물이었다.

'정신은 깨어 있는 상태로 보여.'

눈만 감고 있을 뿐이지, 발록의 정신과 신경은 살아있었다.

그때 발록을 실시간으로지켜보 던 마신 추종자 두 명이 있었다.

"누가 왔어."

"누구?"

"야, 미친...

" 왜?"

"신유준이야."

"...뭐? 로제. 장난치지마."

"정 못 믿겠으면 네 눈으로 직접 보든가."

액체 튜브를 만지작거리고 있던 마신 추종자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네. 잠깐만, 로제. 설마 혼자 상대하려는 건 아니지?"

"내가 왜 그럴 거라고 생각해?"

"로지를 죽인 놈이잖아. 네 남동 생인데 당연히 그러겠지."

"참아. 안 그래도 놈을 상대하지 말라는지령이 떨어졌는데 이거 어 기면 감당 못 한다, 우리."

부정할 수 없는 사실에 로제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렇다고 현실에 순응하는 건 그 녀의 성격상 용납할 수 없었다.

로제가 결연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한테는 발록이 있어."

"미쳤어? 발록이 있으면 뭐 해?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데."

"잘 이용해야지."

"너 지금 제정신 아니야."

"멋대로 판단하지마."

"너야말로 멋대로 행동하지마. 상부 지령을 뭘로 아는 거야."

"알아. 나 곧 엿 될 거라는 거. 그래서 미리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

로제의 얼굴에서 굳은 의지가 드 러나자, 마신 추종자 코메인이 한 숨을 내쉰다.

"...어휴. 곧 사도들이 오는데 왜 그걸 못 기다리니."

"같이할 거야. 말 거야?"

"말 거면 너 버리고 도망이라도 가라는 거냐? 내가 그럴 놈으로 보 여?"

"그렇게 보이긴 하는데, 안 그럴 거라 믿어."

"...나중에 보답해라."

"목숨을 부지한다면, 말이지?"

"응."

우선 발록을 깨워야 한다.

적군, 아군을 가리지 않는 흉포 한 괴물이지만, 신유준을 죽이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마신 추종자들은 유준보다도 더 빨리, 발록의 뒤통수를 강력한 마법으로 공격했다.

콰콰쾅!

그리고 발록이 깨어났다.

눈을 뜬 발록에게서 시뻘건 안광 이 뿜어져 나왔다.

녀석은 자신을 공격한 이보다도 눈앞에 보이는 유준에게 관심을 보였다.

발록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첫 제물은 인간인가. 나쁘지 않군."

"멍청한 놈! 눈은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것이냐? 주인님의 수호 기 사인 이 파라네트가 있거늘, 감히 제물이라니?"

파라네트가 용감하게 나섰다.

덩치가 큰 파라네트지만, 발록과 비교하니 어린아이 수준에 불과했다.

선공은 파라네트가 취했다.

만근추와 몸통 박치기를 결합한 기술 콤보를 발록에게 사용했다.

콰아아앙!

어마어마한 폭음이 울리고, 튕겨 나간 것은 놀랍게도 파라네트였다.

"컥!"

유준과 함께 레벨이 상승하며 호 리단의 반지 효과로 눈에 띄게 강 해진 파라네트.

녀석이 가장 자신 있는 기술을 사용하고도 밀린 것이다.

"무, 무슨...

파라네트는 비록 역소환되지는 않았으나, 본인이 밀렸다는 것에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파라네트. 넌 뒤로 빠져 있어."

"예? 저도 싸울 수 있습니다!"

"네가 날고뛰어도 발록의 격을 무시할 방법이 없잖아."

"...그렇긴 합니다."

"뒤에 있다가 내가 위험할 거 같으면 그때 끼어들어."

"아, 그 정도야 당연하죠!"

충성심 가득한 해골 기사를 뒤로 물린 유준이 마력을 끌어 올렸다.

신체 내에 있던 마력이 활발하게 움직였다.

우웅. 우우웅.

엄청난 양의 마력이 허공으로 사라지고, 마법이 발현되었다.

공간 장악.

유준은 숨어 있는 마신 추종자 두 명의 공간을 장악했다.

눈 뜨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그 의 마법에 마신 추종자 둘이 꼼짝없이 묶였다.

"우리 당한 거야? 이렇게 허무하게?"

코메인이 허탈하다는 듯 말했다.

로제도 황당하기는 매한가지.

신유준은 움직이지도 않고 자신들을 제압했다.

저자와 자신들이 그 정도까지 무 력이 차이가 난다는 말인가?

처음엔 발록을 앞세우면 저 오만 한 인간을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 했다.

신유준은 무한의 탑에 소환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은 새내기 플레이어에 불과했다.

그래서 마신 추종자들은 그를 과 소평가하게 될 수밖에 없는데, 코 메인과 로제도 비슷한 경우였다.

악명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실제 로 보지 않으면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다.

한데 발록을 이용하기도 전에 이런 식으로 제압을 당할 줄이야.

로제는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지원 요청은 해 놨으니까 버티 자."

"미치겠네. 저놈 저거 우리 일부 러 살려두고 있는 거야."

" 알아."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발록을 응원하는 것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고맙게도 녀석이 움직이 기 시작했다.

발록이 목표물로 삼은 건 유준,

상황이 마신 추종자들의 뜻대로 흘러갔다.

발록이 '점멸'을 사용했다.

'뭐?'

유준의 눈이 살짝 커졌다.

점멸은 자신만의 전유물인 줄로 만 알았는데.

플레이어도 아닌 몬스터가 점멸 스킬을 쓸 줄이야.

솔직히 좀 당황스러웠다.

'어디 갔지?'

점멸의은신 효과.

육안으로는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기척으로 알아채는 수밖에 없다.

유준은 초집중(EX++) 스킬을 발 동했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9권 6화

20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