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11권 13화
257화
파동이 천족들에게 닿는 순간.
콰지지직! 콰직!
거대한 얼음덩어리들이 생겨나며 파동을 막았다.
정확히는 파동을 얼려 버렸다.
이런 대담한 짓을 누가 하나 했 더니 유트리아의 짓이었다.
'이건 미리 알고 있지 않은 이상 대처가 불가능했을 텐데.'
유트리아는 천족들이 낌새를 알 고 날아오르는 것으로 피할 수 없 다고 진작부터 판단한 듯했다.
'그나저나 마법 수준이 엄청난 데?'
괜히 아트라데온이 행동대장이라고 한 게 아니었다.
어떤 아이템의 도움도없이 혼자 서 자신의 공격을 막아 낼 줄이야.
심지어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파 동을 말이다.
십년감수한 온건파 천족들이 안 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저 파동에 맞으면 어떤 최후를 맞이하는지 지난 조사 결과들로 잘 알고 있었다.
유준은 다시 검을 땅에 내리꽂았다.
'언제까지 막을 수 있나 한번 보 자.'
절대지기로 인해 천족들의 움직 임이제한된 상황.
아직 웨폰 어스퀘이크의 파동이 닿을 수 있었다.
그러나.
콰지지직! 콰지직!
이번에도 어김없이 대규모 얼음 마법이 가로막았다.
"신유준. 네 기술은 내가 원천봉 쇄할 수 있어. 비장의 수가 막힌 기분은 어때?"
유트리아가 기고만장한 얼굴로 말했다.
"비장의 수?"
약간 어이가 없었지만, 적이 착 각해 주면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너 지쳐 보이는데?"
유준이유트리아를 보고 한마디 했다.
"그럴 리가."
유트리아가 애써 괜찮은 척 고개를 저었지만, 사실 그녀는 마력을 전부 소모한 상태였다.
유준의 공격력이 워낙 높았던 탓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양의 마력을 쏟아부어야 했던 것이다.
"한 번 더 막을 수 있겠어?"
유준이 검을 내리찍는 시늉을 하 자, 천족들이 먼저 반응했다.
황급히 지면에서 발을 떼며 하늘 로 날아오른 것이다.
그의 절대지기가 아무리 효과가
좋다지만, 수백의 천족들을 장시간 묶어 두기는 힘들었다.
물론 어스퀘이크를 다시 사용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오랜만에 검술이나 다듬어 보 자.'
여태 편하게 가만히 서서 스킬과 마법으로 적을 죽여 왔지만, 이제는 몸을 좀 움직일 때가 왔다.
파박!
유준이 땅을 박찼다.
땅이 깊게 파이며 그의 신형이 사라졌다.
서걱! 석!
천족 둘의 목숨이 사라졌다.
그들의 목을 벤 자의 모습은 여 전히 보이지 않았다.
"탐색 마법부터 사용해!"
유트리아의 외침.
유준의 위치는 금세 발각되었다.
상관없었다.
점멸을 사용한 투명 효과는 어차 피 5초 내로 끝이 난다.
그로 인한 이점을 볼 생각도 거 의 없었다.
천족 세 명이 더 목숨을 잃었다.
이백 명 가까이 있는 온건파 천 족의 수를 생각하면 피해가 크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이제 5초 남짓한 시간이 지났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되었다.
유트리아는 눈에 불을 켜고 유준을 쫓아다녔다.
그러나 군데군데 있는 온건파 천 족들이 장애물 역할을 해 제대로 따라붙을 수가 없었다.
유준은 얄밉게 감각이 둔한 천족 들부터 처리했다.
실드를 만들어도 단번에 깨부수 고 목숨을 앗아 갔다.
온건파 천족 진영 전체에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심어졌다.
유준의 일행들도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
마누엘라는 수시로 천족들에게 저주를 퍼붓거나 마법을 사용해 큰 피해를 입히고 있었고, 어느새 알아서 튀어나온 파라네트는 그런 그 녀를 보호하면서 적들과 맞서 싸웠다.
아트라데온도 놀라운 실력을 지 니고 있었는데, 유준한테 마법에
관해 불평했던 것이 의문일 정도였다.
괜히 현자라고 불리는게 아닌 듯, 다른 마법을 쓰는 천족들을 농 락하고 있었다.
가호의 덕택도 크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아트라데온의 솜씨는 보통이 아니었다.
물론 유준처럼 일격에 적을 처리 하고 그럴 수는 없었다.
중상을 입히는 것이 최대였고, 온건파 천족들의 끊임없는 치유와 실드로 목숨을 끊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유트리아는 낙관할 수 없었다.
'이대로 가면 안 된다.'
어찌어찌 버티고는 있지만, 천족 의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었다.
신유준이라는 인간 한 명에 의해서.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솔직히 그를 과소평가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일당백이든 일당천의 플레이어든 신유준은 자신과 비슷한 수준이 아 닐까 생각했었다.
그녀도 천계에서 오로지 무력만으로 인정받은 몇 안 되는 플레이어였다.
어린 나이에 강력한 실력을 지닌 그녀를 천족들 대부분이 칭송했으 며 천족치고 다소 평범한 외모에도 그녀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차기 천사장 후보라는 소리를 듣 기까지 했으니.
그런데 자신이 아무래도 인간이 강해 봤자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다.
신유준의 무력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무엇보다 신출귀몰한 저 움직임은 도무지 대처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부하들이 없었더라면...
저자와 온전히 일대일을 펼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그것도 상대가 응해 줘야 가능한 것이었다.
문제는 그와 단둘이 붙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 다는 것.
패배할 확률이 높다.
'아니. 단정 짓지 말자. 직접 붙어 보기 전까지는 몰라.'
지금은 신유준이 거리를 벌리며 자신의 부하들만 죽이고 있는 상황.
플레이어 간의 대결은 눈대중으로만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었다.
뜻하지 않게 그녀가 원하는 상황이 찾아왔다.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천족들이유준을 피해서 하늘 높이 날아오른
것이다.
"귀찮아졌네."
하늘은 넓다.
플라이 마법을 사용한다고 해도 일일이 처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 이 아니다.
적은 아직도 많다.
심지어 지원을 온 천족들까지 더 하면 다시 수가 200을 넘어갔다.
"왜 쟤들만 지원이 오는 겁니까? 우린 언제 와요?"
유준이 공격을 멈추고 아트라데 온에게 묻자, 그가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는 잠입 임무를 수행하고 있네. 지원이 올 리가 없지."
"이게 어딜 봐서 잠입 임무입니까? 달걀로 바위 치기 아니에요? 여섯 명으로 끊임없이 몰려드는 적을 상대해야 하는데."
"엄살 피우지 말게. 자네 실력을 보니 달걀 정도가 아닌 게 확실해 졌네. 우린 대포 정도는 돼. 바위 정도는 단숨에 부술 수 있지."
아트라데온이 마력의 대량 소모 로 땀을 뻘뻘 흘리며 그의 말을 부 정했다.
"아트라데온. 힘들면 쉬고 있어요."
"그, 그래도 되겠나?"
"예. 그럼 이제 우린 다 죽는 거죠. 편하게 쉬세요. 남 생각 안 하고."
"농담입니다."
"농담 같지가 않네. 말에 뼈가 있었어."
"이게 다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요?"
"내 탓이라는 건가?"
"그럼 아닙니까?"
"...없다고는 못 하겠지만, 이 건 세르티프스의 탓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네. 내가 선별한 인원이 아니었잖은가."
"생각해 보니 그러네요."
"나중에 보게 되면 같이 조지는게 어떤가?"
"세르티프스를요?"
"그래."
"2천사장의 자식이라고 들었는데요? 건드리면 큰일 나는 거 아니에 요?"
"책임은 내가 지겠네."
"일단 알았...
유준의 말이 끊겼다.
천족들을 죽이지 않고 소강상태 가 되자, 유트리아가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기습을 해 왔기 때문이다.
사실 기습이라고 하기도 뭐한 것 이, 그녀는 장애물 하나 없는 허허 벌판에서 공격했다.
다 보였다.
유준은 검을 들어 그녀의 기습을 간단히 막아 냈다.
검에 부딪친 할버드가 멀리 튕겨
나갔다.
손에 가해진 어마어마한 충격에 그녀가 버티질 못하고 무기를 놔 버린 것.
"워 그 무기 엄청 좋아 보이는데?"
자신의 무기와 충돌하고도 멀쩡 한 모습의 할버드.
실금조차 가지 않았다.
지금 행성 파괴자의 검을 견딜 수 있는 무기가 있을까 싶었는데 어떻게 버틴 걸까.
유준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파괴 불가 옵션이 있거든. 네가 상대방의 무기를 파괴하는 기술을 사용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유트리아는 찌릿찌릿한 고통에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굳이 대답해 주었다.
"아. 파괴 불가 옵션."
그게 있었지.
만나는 적마다 다 무기가 부서져 그런 옵션이 있다는 것도 까먹고 있었다.
자신만 하더라도 수십 개 가지고 있지 않은가.
공격력과 옵션이 행성 파괴자의 검과 비교할 바가 아니라서 그렇지.
"많이 알아보고 왔구나?"
"당연하지. 난 종족과 상관없이 강자를 존중해. 그리고 상대를 이 기기 위한 준비를 끊임없이 하지. 네가 여태 사용했던 기술은 영상으로 다 확인했어."
"그래? 몰랐네."
정확히는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다.
그는 이미 많이유명하다.
대륙이 아닌 어딜 가더라도 신유
준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모르는 자가 거의 없을 정도로.
그렇기에 그를 엿보는 플레이어 의 수도 적지 않았다.
온갖 영상구부터, 그가 알지 못 하는 아이템이나 기술을 사용해서 그의 일과를 확인하는 이들.
항상 기습의 위험을 달고 사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염탐하는 이들을 막을 수 도 없었다.
어떤 능력과 아이템을 쓰는 건지 잡으려고 하면 귀신같이 눈치챘다.
그들을 저지하기 위한 최선의 방
편으로는 결계를 상시 설치해 놓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근에 결계에 대한 지식 이 해박해지기도 했고.
물론, 그럼에도 결계를 뚫고 자 신을 관찰하는 이가 있기는 했다.
그런 자들까지 신경 썼다간 울화 병이 걸릴 것 같아 그냥 포기했다.
'후, 이게 연예인의 삶인가. 다스 패치인지, 디스코드인지도 이렇게 끈질기지는 않을 텐데.'
"날 그렇게 잘 알면 한번 막아 봐."
유준이 점멸을 사용했다.
이 또한 예상했는지 유트리아의 신형이 동시에 사라졌다.
땅에 떨어져 있던 할버드도 어디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그러나 유준의 감각은 범인의 상 식을 뛰어넘었다.
유트리아의 위치를 단번에 파악 하고 검을 뻗었다.
그때 그녀의 몸이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그리고 유준의 옆구리를 노리고 할버드가 휘둘러졌다.
불시에 이루어진 기습.
직접 움직여 대응하기엔 타이밍 이 너무나도 절묘했다.
유준을 잘 알기에 가능한 공격이었으나. 난데없이 검 하나가 생성 되며 할버드를 가로막았다.
카아아앙!
신검합일로 검을 새로 만들어 낸 것이다.
할버드를 있는 힘껏 휘두른 유트 리아가 엄청난 충격을 받고 튕겨 나갔다.
아까는 할버드를 손에서 놔 버리 며 충격을 흘려 버렸지만, 지금은 그럴 새도 없어 충격이 온전히 그
녀에게 집중되었다.
"쿨럭!"
유트리아가 컥컥거리며 가슴을 부여잡고 숨을 몰아쉬었다.
얼마나 충격이 컸으면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혔었다.
좋은 방어구를 착용해 충격 흡수를 어느 정도 한 상태임에도 이랬으니.
'저 검. 도대체 뭐야? 단순히 무 기를 파괴하는 기술을 갖고 있거나 그런 옵션의 검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불 현듯 들었다.
'단순히 공격력이 높아서라고? 정말?'
그녀의 할버드도 비교할 무기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높은 공격력을 자랑했다.
그런데 이건 뭐 상대가 안 되는 수준이 아닌가.
'내가 장비로 밀릴 줄은 몰랐는데.'
그녀는 그 재능과 실력을 인정받 고 천사장에게 온갖 지원을 받은 상태.
천계에서도 보기 힘든 상위급의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는 그녀는 아
이템으로 격의 차이를 느낄 거라고 생각조차 못 했다.
'안 되겠다. 그걸 써야겠어.'
무기가 박살 나는 것은 막을 수 있었으나, 그 전에 무기를 타고 전 해지는 충격에 먼저 목숨을 잃을 판이다.
유트리아는 어쩔 수없이 비장의 수단을 꺼내기로 마음먹었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_ 11권 14화
258화
유트리아가 인벤토리에서 꺼낸 아이템은 유크리아의 성창이다.
마계에서 톨카이가 마왕을 잡기 위해 썼던 바로 그 창의 이름이었다.
[유크리아의 성창]
착용 제한 : Lv. 510 이상
등급 : 신화
공격력 : 300,000
옵션 : 투창 시에 공격력이 5배 증가합니다. 단, 누군가에게 적중하는 순간, 아이템이 삭제됩니다. 남은 사용 횟수 1/1
유크리아의 성창은 유트리아의 자매, 즉 언니가 만들어 낸 아이템이다.
유크리아는 뛰어난 아이템 제작 자로 유명했다.
아이템 제작에 오랜 시간이 소요 되지만 그만큼 높은 등급, 확실한 효과의 아이템을 만들어 내기에 그
녀에게는 항상 제작 의뢰가 쏟아졌다.
옵션 효과를 받으면 무려 공격력 이 150만으로 상승하는 어마어마한 위력의 창이었다.
유트리아는 유준이 든 행성 파괴 자의 검 공격력이 무려 9천만에 달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검으로 유크리아의 성 창을 막아 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 여겼다.
'이거라면 승산이 있어. 문제는 저 남자가 이걸 대놓고 맞아 주냐는 건데.'
성창을 다루기 위한 준비는 충분 히 했다.
투창 특성을 얻은 것이다.
등급도 낮지 않았다.
S+등급.
사실 준비와는 관계없이 운이 좋아 얻은 것에 불과했지만, 어찌 됐 든 현재 상황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빗나갔을 경우를 대비해 창을 하나 더 준비해 두기도 했다.
[진 유크리아의 성창]
착용 제한 : Lv. 600 이상
등급 : 신화
공격력 : 800,000
옵션 : 투창 시에 공격력이 8배 증가합니다. 사용자의 레벨 1당 공 격력이 퍼센트로 증가합니다. 현재 (740%) 대미지 증가. 단, 누군가에게 적중하는 순간, 아이템이 삭제 됩니다. 남은 사용 횟수 1/1
진 유크리아의 성창.
기존 유크리아의 성창보다 몇 배, 아니 수십 배는 위력이 강한
창이다.
일회용이라는게 아쉬울 정도의 성능을 자랑했다.
그녀의 언니인 유크리아와 돈독 하기에 선물로 받은 아이템이다.
이것 말고도 그녀에게 받은 아이템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지금 가 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유크리아 의 성창이었다.
유트리아는 할버드를 한 손으로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유크리아의 성창을 쥐었다.
투창용 창이라는 것을 들키지 않 기 위한 것이었다.
"뭐 해?"
"...신유준. 오늘이 너의 마지 막 날이 될 거야."
"야. 너무 대놓고 필살기 예고하는 거 아니냐?"
유준의 말에 유트리아는 눈 한 번 깜짝하지 않고 자세를 취했다.
물론 투창 자세는 아니다.
일부러 무기 두 개를 사용하겠다는 제스처를 보였다.
그러나 유준은 온갖 아이템을 수 집하고 다닌 괴짜 중의 괴짜.
그가 유크리아의 성창을 모를 리 가 없다.
그래서 유트리아가 하는 짓이 귀 여웠다.
유준은 그녀가 무엇을 노리는지 명확하게 아는 것이다.
하지만 구태여 티를 내지는 않고 유트리아가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 봤다.
그녀가 먼저 움직였다.
섬광.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유준의 주위를 돌았다.
'저게 특기인가 보군.'
유트리아는 유준에게 섣불리 다 가서지는 않았다.
충돌했을 때의 결과를 알기 때문에 선제공격을 쉽사리 하지 못했다.
다만 빠르긴 무지막지하게 빨라 서 눈이 어지러울 정도였다.
'민첩에 올인한 건가? 근력이 부 족해 보이진 않았는데.'
마법까지 잘 다루는 것을 보면 능력치는 밸런스형일 확률이 높았다.
그녀가 저 속도를 낼 수 있는 건
스킬 혹은 특성의 덕일 것이다.
아니면 아이템일 수도 있고.
'내가 못 보던 아이템이야. 그렇 다는 건 착용 제한 레벨이 500을 넘는다는 뜻이겠네.'
그도 630레벨 신화 등급 방어구들을 착용하고 있기는 했으나, 뭔 가 따라잡힌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건 다 무과금즐겜러의 탓이었다.
'방어구 좀 세트로 보내 줬으면 좋겠는데. 한 750 레벨 제한 붙은 거로.'
이 정도면 사실 과욕이었다.
당연히 무과금즐겜러가 직접 보 내는 것이 아닐 테니 원하는 아이템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 보면 행운에 기대는 셈이지만, 그렇기에 가망은 조금이라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행운 수치는지금 최고로 높은 상태니까.
하여간 유트리아의 방어구가 괜 찮아 보여서 조금 심기가 언짢긴 했다.
지금의 그는 망토와 반지 두 개, 그리고 목걸이와 방어구들, 또 검 하나만 제대로 갖춰진 셈이었다.
'뭐야. 다 갖췄잖아?'
그래도 레벨이 700이 넘었으니 방어구나 장신구 정도는 또 교체할 때가 오기는 했다.
적당한 게 없어서 문제지.
그때 뺑뺑 돌기만 하던 유트리아 가 접근했다.
공기를 찢어발기며 날아오는 무 거운 할버드.
유준이 검을 들어 막았다.
그 순간 유트리아는 할버드를 손에서 놓아 버렸다.
그리고 지근거리에서 유크리아의
성창을 던졌다.
성창을 던질 걸 알고 있었던 유준은 곧바로 점멸을 사용했다.
성창에 유도 기능 같은 건 없다.
대신 누군가에게 적중하지 않으면 사라지지도 않는다.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유트리아가 재빨리 움직여 흙바닥에 꽂힌 성창을 주워들었다.
확실히 그녀는 유준이 보아 온 그 누구보다도 빠른 속도를 자랑했다.
일시적으로 빨라지는 것도 아니
고, 저 속도가 상시 유지되는 것을 보면 높은 등급의 속도 관련된 특 성이 많은 듯했다.
오히려 점점 신속해지는 것 같기 도 하다.
기분 탓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 되고 있었다.
그녀는 뇌전 능력까지 사용했다.
우르르.
콰아앙!
하늘에서 번개가 지면에 내리꽂 혔다.
정확히는 유트리아 본인에게.
즈즈즛. 즈즛.
'뭐 하는 거지?'
왜 갑자기 자해하는 걸까?
그가 의문을 갖는 것도 잠시, 유 트리아의 신형이 사라졌다.
유준이 눈을 크게 떴다.
'뇌전을 몸에 받아들이면 더 빨 라지는 건가?'
눈에 힘을 주고 주위를 둘러보다 가 살짝 유트리아의 얼굴이 보였는데, 그녀의 눈은 흰자만 남아 기괴 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효과를 냈다.
유준의 눈이 바삐 움직이며 유트 리아를 찾았다.
유트리아는 그의 시야에 들어오 면 순식간에 곧바로 모습을 숨겼다.
"그냥 빨리 덤벼. 시간 끌지 말고."
"원하는 대로 해 줄게."
할버드가 먼저 보였다.
이번에도 아까와 같이 무기를 미 끼로 쓰나 싶었지만, 일단 검을 들 어 막았다.
한데 검과 충돌하기 직전, 할버 드의 형태가 바뀌었다.
유크리아의 성창으로.
'설마 환상 마법?'
유트리아는 환상 종족이 아니라 천족이었을 텐데?
유준은 그대로 성창을 반으로 갈 라 버렸다.
파각!
성창은 분명 공격력이 매우 높은 수준이긴 하나, 행성 파괴자의 검 과는 절대 비교할 수 없었다.
"뭣..."
유트리아의 당황스러운 음성이 들려오길 한차례,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투창이 실패할 거라 예상하고 미 리 진 유크리아의 성창을 손에 들고 있었던 것.
진 유크리아의 성창을 젖 먹던 힘을 다해 던졌다.
유준은 성창을 피하려면 얼마든 지 피할 수 있었지만, 그냥 맞받아 쳐 주기로 했다.
여기서 부수지 않으면 저 아이템이 계속 유트리아의 수중에 들어가 기 때문이었다.
후웅!
위에서 아래로 그은 검.
그 궤적에 딱 창촉이 들어왔다.
스윽!
진 유크리아의 성창이 두부 잘리 듯 아주 간단히 잘려 나갔다.
"..."
회심의 일격이나 다름없었던 것 이 너무나도 손쉽게 막혀 버리자, 바쁘게 움직이던 유트리아가 멈춰 섰다.
"...어떻게 한 거야?"
" 뭘?"
"그것도 스킬?"
"스킬... 어떻게 보면 틀린 건
아니지."
그의 검술 특성과 신검합일 스킬.
이 두 개의 덕택이 없다고는 말 못 한다.
행성 파괴자의 검뿐만이 아니라 유준 자체의 공격력이 높기도 하지만, 검의 절삭력을 극도로 높여 준 것은 신검합일의 영향이 컸다.
검술도 어느 정도 있었고.
진 유크리아의 성창이 허무하게 반으로 잘린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유트리아는 박탈감을 느끼며 온 몸에서 힘이 쭉 빠지는 것 같은 기
분을 경험했다.
'끝인가?'
유준은 신검합일로 허공에 열두 자루의 검을 만들었다.
좀 여유롭게 싸우고자 일부러 한 계보다 덜 생성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겼다.
그는 대피해 있던 천족들을 향해 검을 쏘아 냈다.
열두 자루의 검이 동시에 움직였다.
푹! 푸욱!
불시에 이루어진 기습에 천족들이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 하고 추락하기 시작했다.
'금방 정리되겠네.'
역시 다수를 상대할 때는 신검합 일만 한 게 없었다.
'완전히 끝내자.'
유준이유트리아를 처리하기 위 해 직접 몸을 움직이려 할 때였다.
유트리아의 뒤에서 검은 구멍이 나타나더니, 그녀를 쏙 삼켜 버렸다.
"...뭐야?"
닭 쫓던 개가 되어 버린 유준이 당황했다.
기척이 완전히 사라졌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누구지?"
마력의 흐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마법이 아닐 확률이 높았다.
'아쉬운데.'
꼭 죽여야 할 필요는 없으나, 눈에 보일 때 미리 처리해 두면 편했다.
그런데 불가항력 같은 일로 인해서 그 기회를 놓쳤다.
'쫓고 싶긴 한데 문제는 흔적이 남질 않았다는 거야.'
잔존 마력이라도 있으면 모르겠는데, 그런 것도 없었다.
애초에 마력으로 생긴 구멍이 아니었으니.
유트리아가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온건파 천족들이 아직 남 아 있었다.
그들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허공에 있던 검들이 쉬지 않고 움직이며 천족들의 목을 베거나 심 장을 찔렀다.
여분의 검들을 대기시켜 놓았다 가 날아서 도망가는 천족들도 놓치 지 않고 처리했다.
'생각보다 경험치가 잘 안 오르네.'
그의 레벨이 천족들을 뛰어넘었 다는 방증이었다.
자신보다 낮은 레벨의 적을 상대 로는 높은 경험치를 얻기 힘들었다.
여태까지와 같이 빠른 성장을 하 려면 훨씬 높은 레벨의 적들을 사
냥하는 것이 좋았다.
이제는 유준의 입장에서 높은 레 벨의 적은 처치하는 것보다 발견하는 것이 더 힘들어졌다.
대부분의 천족들을 처치한 유준은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어쩌죠?"
"...방법을 찾아야지."
"다 들킨 마당에 뭐 방법이 있을 까요?"
"자네 말이 맞네. 다시 잠입을 시도하기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지."
"정면 돌파할까요?"
"일단 지원은 부르겠네. 아니, 아 까 부르긴 했네. 하지만 오는데 시간이 좀 걸릴 거야. 준비도 해야 하고 우리가...
유준이 아트라데온의 말을 끊었다.
"우리가 먼저 가서 소환 의식을 저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렇네."
"처음 목표와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요."
"다소 변수가 있었으나, 무사히
극복해 내지 않았는가? 그러니 목 표는 그대로 이행해야 하는 걸세."
"변수 정도가 아닌 것 같은데."
"자네라면 할 수 있네."
"왜 같이할 생각은 안 하고 저한테 다 일임하려는 태도처럼 보이죠. 제 착각입니까?"
"나도 최선을 다해 자네를 보조 할 걸세. 난 솔직히 좀 놀랐네."
"놀라요?"
"자네의 무력 말일세. 강한 건 알고 있었지만, 혼자서 이 정도까지 해낼 줄은 몰랐네. 아직도 힘을 전부 드러내지 않았지?"
거의 확신에 가까운 추측.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굳이 숨길 필요가 없어 유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 역시..."
아트라데온은 기쁜 듯 웃었다.
둥실둥실 어깨춤까지 추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왜 그렇게 신났어요?"
"자네 덕분에 일이 잘 풀리게 생 기지 않았는가. 잠행이 들키는 순 간부터 사실 우리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간 터인데, 그걸 되돌릴 힘이
자네에게 있어. 어찌 기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결국 저한테 다 일임하겠다는 거네요."
"서로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는 거지. 나도 지금 이틀 넘게 잠도 못 자고 있네. 여기 눈 밑에 퍼렇게 그늘진 거 안 보이는가?"
"거리는요? 다 와 가긴 합니까?"
"얼마 안 남았네. 저들이 더 많 이 몰려들기 전에 소환 의식 장소에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우 니."
"그럼 서둘러야겠네요. 먼저 갈 테니 잘 따라오세요."
유준은 땅을 박차고 정말 오랜만에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_ 11권 15화
259화
방향만 알면 소환 의식 장소가 어딘지 단번에 알 수 있기에 아트 라데온에게 그것만 메시지로 물어 봤다.
설령 결계로 기척을 감추고 있다 고 하더라도 유준의 예민한 감각을 속일 수는 없었다.
'뭐야. 진짜 가깝긴 하네.'
목표 지점에 도달한 유준은 허탈 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감안 해도 달리기 시작한 지 몇 분 지나 지 않아서 도착했으니.
바로 코앞이라고 봐도 무방한 거 리였다.
천족들은 의외로 많이 없었다.
아직 소식을 못 들었거나, 들었는데 도착하지 못했거나.
둘 중 하나겠지.
유준은 소환 의식을 벌이는 곳부 터 찾았다.
결계 때문에 먹구름 낀 것처럼 모든 기운이 선명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제단은 두 개. 어딜까?'
결계를 깨뜨리고 한 번에들이닥 쳐야 하기에 섣불리 고를 수는 없었다.
감으로 때려 맞혀야 하는 상황.
유준은 열심히 달려오고 있을 파라네트를 역소환한 뒤에 재차 소환 했다.
"오잉?"
"파라네트. 북쪽과 남쪽. 어디로 가는게 좋을 것 같아? 소환 의식 이 벌어지는 곳은 단 한 곳이야."
"두 곳다 아니면요?"
" 응?"
"연막작전일 수도 있잖습니까?"
"...혹시 느낌이 오는 곳이 없어?"
"예. 딱 이거다! 하는게 없네요."
"그래?"
만약 파라네트의 직감이 옳다면, 두 곳 모두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 공산이 컸다.
그렇다고 확인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유준은 허공에 검 두 개를 만들 어 동시에 날아가도록 조종했다.
한 자루의 검은 북쪽으로.
다른 한 자루의 검은 남쪽으로.
그리고 두 개의 검 모두 결계 바로 앞에서 멈췄다.
거리가 멀어지면서 세밀한 조절은 불가능하게 되었으나, 결계에 세게 부딪치게 하는 것 정도는 어 렵지 않았다.
막강한 공격력의 검 두 자루가 동시에 움직였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굉음이 일대를 뒤흔들었다.
결계가 깨지면서 그 안에 있던 내부 광경이 훤히 드러났다.
제단은 있었다.
그러니 허수아비같이 경비로 세 워 놓은 천족 세 명씩 있을 뿐, 아무리 봐도 소환 의식을 벌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강대한 기운도 없어.'
뒤늦게 도착한 아트라데온이 감 탄하며 박수를쳤다.
"대단하군. 그사이에 벌써 의식
을 막아 낸 건가? 괴물의 사체가 없는 것을 보니 소환하기도 전에 끝냈나 보군."
"뭔 소립니까. 여기 아니에요."
"으응?"
"놈들이 위장을 위해 여길 이런 식으로 꾸며 놓은 겁니다. 스파이 가 있었는데 그 장소 그대로 소환 의식을 진행했겠습니까? 애초에 의 식 장소를 거짓으로 흘렸을 확률이 높죠."
"...그렇겠군."
"어디 짐작 가는 곳 없어요?"
"없네. 하지만 어떠한 현상으로
유추할 수는 있지."
"그게 뭔데요?"
"진동일세."
"마력에 의한 진동 말하는 거죠?"
"그렇네."
"그래 봤자 진동이 아주 크지는 않을 텐데요. 현신 직전이 아니면 미세한 수준일 거고요."
"알고 있군. 그래도 자네는 가능 하지 않나?"
아트라데온의 말에 유준이 입을
다물었다.
"자네는 천계 끝에 있는 폭발도 감지할 수 있지?"
"...그 정도는 아닙니다."
"소환 의식으로 생기는 진동은 감지하는 건?"
"가능합니다."
"그것 보게. 자네라면 된다니까."
왜 아트라데온 본인이 더 잘 안 다는 듯이 말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진동을 감지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았다.
"강력한 결계가 걸려 있으면 장
담 못 합니다."
"결계가 있어 봐야 하수가 만든 것 정도의 수준밖에 되지 않을 걸세."
"어떻게 아는데요?"
"이계의 먼, 그것도 강력한 존재를 불러올 때는 사실 결계가 있어 선 안 된다네. 상당한 방해 요소가 되거든. 그렇기에 결계가 없을 수 도 있고, 설사 결계가 있다고 하더 라도 소환 의식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조잡한 결계가 다일 거 라는 거지."
"일리 있군요.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빠르게 부탁하네."
"그럼 구경만 하지 말고 당신도 직접 찾아요."
"나야, 자네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미천한 마법사가 아니던가."
"...아직도 토라져 있습니까?"
"말이 좀 그렇군. 토라지다니.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말일세."
"여기 마누엘라 앞에선 당신도 저도 그 누구든 애처럼 보일...
유준이 아무 생각없이 말을 내
뱉다가 침울해진 마누엘라의 얼굴을 보고 입을 꾹 다물었다.
"왜 말을 하다 마는가? 내 나이 가 이백을 넘었네. 그렇다는 건 저 마녀의 나이가 그럼 수백은 된다는 겐가?"
아트라데온은 현자치고 눈치가 없는 편이었다.
"그 표정은 뭐지? 설마 천 년이 넘..."
"그만. 저 집중해야 합니다."
"알겠네. 그럼 우린 저 겁도없이 달려드는 천족들을 상대하고 있겠네."
고개를 끄덕인 유준은 진동이 일 고 있는 곳을 찾기 위해 눈을 감았다.
마력을 끌어 올려 감각을 최대한 예민하게 만들었다.
천계는 넓다.
이곳 제단 두 개가 위장한 것임 이 분명해졌으니, 분명 소환 의식 이 진행 중인 제단은 여기서 먼 거 리에 있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기껏 위장 결계를 만들어 놓고 바로 근처에서 의식을 진행하지는 않겠지.
"걸려들었습니다."
"안 걸려들 수가 없지. 그렇게 설계했으니까."
"놈들이 허탈해할 것이 눈에 훤 하네요."
"이래서 정보가 중요한 거야. 첩 자의 차이로 저들은 갈팡질팡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고, 우리는 시
간을 벌어 위대한 존재를 소환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부하의 말에 이번 신화 속 존재 의 소환을 총괄하는 천족 '레디온' 이 입가에 조소를 머금었다.
"유트리아는 실패했다고?"
"네. 유크리아가 구출해 내긴 했으나, 데리고 간 천족들을 전부 잃었습니다."
"한심한 것...
레디온이 혀를 찼다.
실은 그도 유트리아 정도면 충분
히 막으리라고 생각했는데.
막기는커녕 전멸을 당할 줄이야.
막강한 전력 중의 한 명인 유트 리아가 살아서 돌아온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시간이라도 좀 지연할 것이지."
"그래도 시간은 충분하지 않습니까? 여길 찾으려면 며칠은 걸릴 겁니다. 아니, 아예 못 찾을 수도 있죠. ㅎㅎ."
부하의 말에 레디온이미간을 찌 푸렸다.
"네가 확신을 하니까 오히려 불 안하군. 놈들의 위치를 확인해 봐.
지금 당장 어디 있는지 알아야겠어."
"알겠습니다."
명령을 내리자마자 사라진 부하.
그리고 그때 또 다른 부하가 나 타나 천족 한 명을 제단 위에 올려 놓았다.
레디온은 제단 위에 서서히 쌓여 가는 산 제물들을 즐겁다는 듯 바 라봤다.
사실 이 소환 의식은 그의 독단으로 행한 일이었다.
온건파의 높으신 분들은 전혀 모르고 있다는 뜻.
그렇기에 약간의 불안감이 있기는 하지만, 결과를 보여 주면 그들에게서도 별말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포상을 받으면 모를까.
이 일로 강경파 천족들을 교란했 고 현자인 아트라데온까지 나섰다.
실력의 끝을 알 수 없는 인간 용 병도 한 명 있고.
그들을 붙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온건파에게 크나큰 도움이 될 터.
자신의 공은 절대 적지 않다는 생각에 레디온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두 시간.
두 시간이면 위대한 존재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ㅎㅎ. 마신께서도 좋아하실 거야.'
신화 속 존재가 강림하는 순간, 마신의 부활이 앞당겨지게 된다.
행성의 보호막이 점점 더 옅어지 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화 속 존재를 소환해 내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신 추종자 들에게는 큰 업적이었다.
마신께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 고자 하는 마신 추종자 중 한 명인 레디온.
천계에서 그의 정체를 아는 이는 같은 마신 추종자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그때였다.
철컥!
열쇠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철문 이 열렸다.
열쇠를 가진 인물은 그의 부하인 시어런.
레디온이제단을 바라보면서 입
을 열었다.
"시어런. 위치는 알아 왔나?"
"응. 멀더라. 여기 숨어 있었구나?"
시어런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누구냐."
"마신 추종자라면 날 알아볼 텐데?"
"신유준..."
"반갑다."
"내가 마신 추종자라는 건 어떻 게 알았지?"
"모를 수가 없지. 내가 죽인 마신 추종자가 몇인데."
-태초의 플레이어는 마신 추종자들이 두려워하는 존재입니다. 마신 추종자를 상대할 때 공격력과 방어 력이 각각 50%씩 증가합니다.
기존에 있던 태초의 플레이어 특 전에서 추가로 늘어난 항목이었다.
마신 추종자들을 하도 잡아 족치 다 보니 얻었는데 보다시피 마신 추종자들을 상대로 효과가 아주 뛰 어났다.
그리고 단순히 보이는 효과가 다 가 아니었다.
이 추가 효과를 얻은 뒤로 그는 마신 추종자를 더 잘 식별해 낼 수 있었다.
또 유준이 그간 마신 추종자들을 한두 번 죽여 온 게 아니기에 웬만 해선 보는 순간 딱 직감이 왔다.
그것이 그가 레디온을 알아볼 수 있던 이유였다.
레디온은 설마 여기서 정체가 들 통날 줄은 몰랐는지 상당히 당황한 모습이다.
"알아도 소용없다. 여기서 널 죽
이면 끝이니."
"과연 그럴까?"
유준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레디온의 불안함을 키우는 불길 한 미소였다.
"...그게 무슨 뜻이지? 과연이 라니?"
"네가 마신 추종자라는 걸 아는 사람이 나뿐일 거 같아?"
"더 있다는 거냐. 누구지?"
"내가 알려 줄 이유가 없는데."
"말해라. 끔찍한 고통을 겪으며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레디온이 전신의 기운을 끌어 올 리며 대놓고 협박했다.
"사실 구라야. 네가 마신 추종자 인 건 나 혼자만 알고 있어."
"지금 장난하자는 건가?"
레디온이유준을 살벌하게 노려 봤다.
뭐라 해도 죽이겠다는 레디온의 태도.
마신 추종자의 주적은 신유준이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는 마신 추종자 집단을 괴롭히고 계획을 방해해 왔다.
레디온의 과한 살의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이해가 간다고해서 놈에게 순순히 죽어 줄 생각은 없었다.
유준이 검을 들었다.
"밖에 있던 이들은 어떻게 됐지?"
"뭘 어떻게 돼. 멀쩡히 살아 있겠지."
유준은 그 어떤 천족도 죽이지 않았다.
문 앞을 지키는 천족 한 명을 기 절시키고 손에 열쇠를 쥐고 있길래
그걸 가져갔을 뿐이다.
그가 천족들을 다 죽이지는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죽이는 시간조차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런 보람이 있었다.
결국에 늦지 않고 가짜가 아닌 진짜 소환 의식이 벌어지고 있는 곳에 도착한 것이다.
심지어 그곳을 지키고 있는 플레 이어가 마신 추종자였다.
'천족이 마신을 추종한다라...
확실히 천계에서는 마신 추종자를 보기가 힘들었다.
기본적으로 천족들에게는 암흑 마기가 거부감이 드는 기운이기 때 문이었다.
신기한 것은 레디온에게서 암흑 마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가 모르는 어떠한 방법으로 숨 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유준의 신형이 사라졌다.
그 직후 행성 파괴자의 검이 레 디온의 목을 파고들었다.
레디온이 피를 토하면서 웃었다.
"웃어?"
"크혹. 멍청한 놈'."
목에 구멍이 뚫려 꾸륵거리면서 도 레디온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마치 상대가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듯 의기양양한 웃음이기도 했다.
유준이 곤혹스러운 얼굴로 중얼 거렸다.
"뭐지? 미소 천사인가?"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11권 16화
260화
"네놈은 늦었다. 내 계획은 벌써 완성되었거든."
"계획? 소환했다고? 안 보이는데?"
"아직 강림하지 못했을 뿐, 의식은 끝이 났다."
레디온이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너 왜 안 죽어?"
"알려 줄 것 같은가? ㅎㅎ...
유준은 감각을 예민하게 유지하 던 중이었다.
이상한 점을 감지하지는 못했다.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데? 지금 허세 부리는 거지?"
"그럴 리가. 내가 죽는 순간, 신 화 속 존재가 소환될 것이다."
"죽기 싫어서 그러는 거 같은데?"
"해보든가."
유준이 레디온의 눈빛을 봤다.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만약 레디온의 말이 사실이라면 상당히 귀찮아질 수 있었다.
거짓말이면?
당장 죽이는게 이득이다.
그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게 없었다.
그는 파라네트를 시켜 아트라데 온을 데려오라고 일렀다.
"무슨 일인가?"
"아트라데온. 와 봐요. 얘가 자기 가 죽으면 바로 소환된다는데요."
"신화 속 존재를 말하는 건가?"
"예. 거짓말 같아요?"
"아무래도 본인의 몸을 촉매제로 썼나 보군."
"그럼 더 앞당겨져요?"
"앞당기거나 늦출 수 있지. 늦출 이유는 없으니 아마 앞당기는 촉매 역할일 걸세."
"그게 가능은 한 겁니까?"
"본인의 목숨을 거는 결정이 어 려울지언정 촉매제 역할이 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네."
"놈의 말이 사실이라는 거죠?"
"그럴 확률이 높지."
유준이 침음을 삼켰다.
"어째야 합니까? 촉매 뭐시기는 마법이 아닙니까? 없애 버릴 수는 없어요?"
"고대 마법인 자네가 사용할 수 없으면 당연히 마법이 아니겠지."
"귀찮게 됐네요. 그냥 죽일까요?"
"지금 의식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네. 신화 속 존재가 곧바로 소환될 걸세. 감당할 수 있겠나?"
"이미 한번 해 봤는데 두 번이라고 못할 것 없죠. 문제는 놈이 소환되면 마신의 부활이 빨라진다는 건데...
"그래 봐야 며칠 정도 더 앞당겨 지는 수준일 걸세."
"아트라데온도 알아요? 마신 추종자들이 있다는 것과 마신이 부활 할 거라는 거."
"마신 추종자 놈들과 계속 충돌 해 왔는데 어찌 모르겠는가."
"그렇군요."
마신 추종자와 싸웠다는 아트라 데온의 말을 들으니 그가 갑자기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정했습니다. 죽이겠습니다."
유준이 검을 빼냈다가 다시 찌르
려는 그 찰나, 레디온이 헛숨을 들이켰다.
"자, 잠깐! 진짜 죽인다고? 정말 로 그 존재가 소환되기를 바라는 것이냐?"
"너도 바라고. 나도 바라고. 아트 라데온도 마찬가지. 우리 모두가 바라고 있어. 널 안 죽일 이유가 있을까? 왜? 이제 와서 목숨을 구 걸하려고?"
"흥. 그분을 위해서라면 난 얼마 든지 죽을 수 있다."
"그럼 죽든지."
검으로 레디온의 왼쪽 가슴을 찔렀다.
"커헉!"
"아니. 왜 얘 안 죽지?"
목이 뚫리고, 심장이 뚫렸다.
분명 감각이 있고 환상이 아닌 것도 확실하다.
그런데 레디온은 죽지 않았다.
아무리 체력이 높아도 심장이 찔 린 순간에 무사할 수는 없었다.
"후회할 것이다! 그분께서 나 대 신 네놈에게 벌을 내릴 것이야!"
유준은 검에 혼돈을 담았다.
"이것까지 버티면 인정한다."
푹!
결국 레디온의 숨이 끊어졌다.
혼돈은 만능 해결 열쇠였다.
"너무 당당하길래 무슨 불사신이 라도 되는 줄 알았네."
죽음에 초연한 모습을 보이는 레 디온이 신기하긴 했다.
실제로 그는 급소에 검을 두 번 이나 찔리고도 목숨을 잃지 않았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역시 해법은 혼돈에 있었다.
레디온이 죽자, 제단에서 엄청난 진동이 일기 시작했다.
진동은 곧 그들이 서 있는 바닥 까지 전달되었다.
아트라데온이 비틀거렸다.
"자네. 준비는 됐나?"
"뒤로 쭉 빠져 있으세요. 아니면 여길 벗어나는 것도 좋은 판단입니다."
"혼자 상대하겠다는 건가?"
"같이 있으면 휘말려서 위험해요."
"...녀석이 많이 강한가?"
"저야 모르죠. 그런데 느낌이 좋 지 않습니다."
그의 본능이 경고를 계속 보내오 고 있다.
이 자리를 피하라고.
웬만해선 이런 경험이 거의 없었는데, 그건 그만큼 이번에 소환되는 녀석이 강하다는 뜻이리라.
그래서 아트라데온이 곁에 있으면 안 된다.
오히려 방해될 수 있으니.
아트라데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자네를 위해서 빠지도 록 하지."
"어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크흠...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건 아니고…자네한테 방해가 될까 봐 그러지."
"얼른 가세요."
마누엘라의 가호는 미리 받고 온 상태.
그녀에게도 최대한 멀리 대피하 라고 메시지로 전해 두었다.
유준은 그답지 않게 상당히 긴장 했다.
발록과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의 존재가 나타나려 하고 있었다.
그래서 발록을 소환했다.
"크아아아!"
"어우, 귀 아파. 왜 그렇게 소리를 질러?"
"왜 이제야 나를 불러냈는가! 네 놈에게 할 말이 얼마나 많았는데!"
"원래는 널 부를 생각이 없었는데 곧 작별 인사를 해야 할 듯싶어 서."
"훙. 이제야 네놈이 죽을 때가 왔나 보군. 죽어서도 매일매일이
고통스럽길 바라겠다."
"떠나는 건 내가 아니야."
" 뭐?"
"넌 내 소환수 후보에서 제외되었다."
"소환수라니?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널 갱생시켜서 같이 다니려고 했는데 너보다 더 좋은 소환수감이 나타난 거 같아서. 이제 널 버리려는 거야."
"인간. 날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닌가? 소환수 후보라... 내 자존 심에 상처를 입히려는 것이라면 성
공했다고 볼 수 있겠군. 난 지금 당장이라도 네놈을 죽일 수 있다."
"그런데 왜 안 그러고 있어?"
"너도 알잖아? 상대가 안 되는 거."
발록은 강하다.
유준을 제외하고는 여태껏 적수를 만나지 못했을 정도로.
그렇기에 잘 알았다.
자신은 저 작은 인간한테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오만한 발록이 당장 덤벼들지 않
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또다시 구슬에 갇히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고.
"혹시 모르지. 네 가치가 뛰어나 다는 걸 입증해 내면 내가 널 안 버릴 수도 있을걸."
"하하. 하하하."
발록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내가 네놈의 눈에 잘 보이기 위해서 아양이라도 떨어야 한다는 말 이냐? 내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발록이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다.
예상한 반응이다.
원래 그런 녀석이니까.
그래서 발록을 버리고 여기서 새 소환수를 얻으려고 한 것이었다.
여기서 소환되는 신화 속 존재가 고분고분하지 않더라도 발록보다는 확실히 강했으니까.
파라네트처럼 성장형 소환수도 아닌 이상에야 둘 다 말을 안 듣는데 기왕이면 더 강한 놈.이 낫지 않겠는가.
"여기서 죽을래, 아니면 나랑 같이 싸울래?"
"누구랑 싸운다는 거지?"
"신화 속 존재."
"...!"
녀석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다른 신화 속 존재를 소환한 건가? 이 멍청한...
"내가 한 거 아니야."
"소환수로 삼는다느니 뭐라 하지 않았나."
"여긴 그냥 우연히 발견한 거야. 내가 미쳤다고 마신 추종자들 좋은 짓 시켜 주냐."
사실 소환 의식 자체도 막을 수는 있었다.
신화 속 존재를 잡고 얻을 이득 때문에 레디온을 그냥 죽여 버린 것이었지.
"일단... 오랜만에 몸 좀 풀어 보고 싶긴 하군."
발록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솔직하지 못하긴."
유준이 입가에 조소를 머금자 발 록이 발끈하려는 그때 신화 속 존재가 온전히 소환되었다.
그그그긍. 그그긍.
제단 위에 있던 석판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며, 그리 크 지 않은 몸집의 존재가 모습을 드 러냈다.
눈처럼 새하얀 피부에 검고 긴 망토를 몸에 두른 여자였다.
이목구비가 짙어 남성처럼 보이 긴 하나, 체형을 보면 여성이 확실 했다.
"흠. 작고 약해 보이는데? 나 혼 자서도 처리할 수 있겠군."
발록의 말에 유준이 코웃음을쳤다.
"왜 웃지?"
"내가 보기엔 너보다 훨씬 강한데?"
"저 작은 몸으로? 흥. 웃기지도 않는군. 게다가 대부분의 마법은 내게 통하지 않는다."
"나도 너보다 작은데 강하잖아."
"그렇게 나오니 할 말이 없군. 하지만 적이 마법사라면 내 적수가 될 수 없다."
"두고 보면 알겠지."
신화 속 존재는 한동안 움직임이 없었다.
유준이 검을 들고 신화 속 존재
를 재빨리 제압하려는 그때였다.
-헉. 블랙 소서리스.
갑자기 유준의 귓가에 아트라데 온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위를 둘러봤으나, 곁에는 아트 라데온이 없었다.
어찌 된 일인지 유준은 단번에 파악했다.
-마법을 쓴 겁니까?
-그렇네. 자네도 지금 쓰고 있지 않은가? 그나저나 대단하군. 한 번 도 써 보지 않은 마법을 이렇게 곧 바로 적용해 사용하다니.
-스킬 덕분에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으니까요.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닐세. 플레이어들은 보통 최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네.
그것도 천재 특성의 덕인 것 같지만, 하여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블랙 소서리스가 뭡니까? 마법 사예요?
-비슷한데 좀 다르네.
-뭐가 다른데요?
-소서러 혹은 소서리스는 고대 마법사들. 그중에서도 아주 위대했 던 존재들에게만 붙는 명칭이거든.
-고대 마법사?
유준이 눈에 이채를 띠었다.
그의 검술 다음 주특기가 고대 마법이 아니던가.
-잠깐만요. 저 블랙 소서리스라는 여자는 과거에서 소환된 겁니까?
-그건 나도 모르겠네. 하지만 과 거에서 누군가를 소환한다는 것은...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 예?
무슨 타임머신이라도 개발했다는 건가?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미래의 존재를 소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지만, 과거라면 혹시 모른다는 얘길세.
-제가 보기엔 둘 다 불가능할 것 같은데요.
-이론상 가능은 하네. 그리고 소 서러나 소서리스는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이들이라네. 최소 수백 년은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지. 어떤가? 아귀가 딱딱 들어맞지 않는가?
-신화 속 존재는 다른 세계에서 소환하는 것 아니었습니까?
-꼭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네. 이계의 존재일 수도 있고 과거 의 존재일 수도 있는 거지.
-과거의 존재가 소환된다면 역사 가 크게 뒤바뀌지 않을까요?
-블랙 소서리스가 어느 순간 갑 자기 사라졌다는 역사 기록이 있네. 당시 블랙 소서리스라고 불리던 이는 단 한 명. 그러니까지금 소환 된 저 존재가 블랙 소서리스라면 역사는 뒤바뀌지 않을 걸세. 애초에 사라진 것으로 되어 있었으니까.
-마신 추종자가 소환했기에 역사에서 사라진 것으로 기술된 거라고요?
-내 추측은 그렇네.
-그럴싸한 추측이네요.
-부탁인데 소서리스를 죽이지 않 고 제압할 수는 없겠나? 그녀는 아 주 좋은 표본이 될....
또 이상한 부탁을해서 사단에 차단했다.
-저 지금 중요한 순간인데. 조금 만 조용히 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쳇.
멍하게 있던 블랙 소서리스가 정 신을 차렸다.
"발록에 언데드... 신기한 조합 이군.어? 처음 보는 종족도 있잖아. 특이하게 생겼네."
블랙 소서리스는 유준을 신기하 다는 듯 바라봤다.
과거의 인물이라서 인간을 모르는 걸까.
"뭐 해? 안 움직이고."
유준이 발록에게 말했다.
"응? 갑자기 무슨 소리지?"
"빨리 붙어 봐. 이길 것 같다며."
"그렇긴 하지만...
"겁먹은 건 아니지?"
"웃기는군! 하! 네놈에게 내 진 정한 힘이 어느 정도인지 이번 기 회에 확실히 보여 주마."
전투력 측정기... 아니, 발록이 블랙 소서리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옳지. 기특하다."
유준은 흐뭇하게 웃었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11권 17화
261화
블랙 소서리스의 힘을 측정하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했다.
그녀의 힘이 강한 것도 있고, 고 대 마법사가 어떤 방식으로 싸울지 전혀 감이 안 잡혔다.
적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상태보 다는 조금이라도 아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그래서 발록을 이용한 것이다.
자존심 강한 발록이 자신의 말을
들을까 우려를 하긴 했었는데, 오 히려 그 자존심을 긁자 뜻대로 움직여 주었다.
'블랙 소서리스도 쟤만큼만 단순 했으면 좋겠는데...
그러나 그 소망이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난이도 있는 고대 마법을 다룬다는 것부터 블랙 소서리스는지능이 뛰어나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유준은 팔짱을 끼고 상황을 지켜 봤다.
발록이 먼저 거대한 주먹을 뻗었 고 블랙 소서리스는 정석적으로 실
드를 만들었다.
실드와 발록의 주먹이 부딪치고,
콰아앙-!
굉음이 일대를 뒤덮었다.
발록은 자신의 공격이 막히자, 헛웃음을 지었다.
실드를 여러 겹으로 두른 것도 아니고 단 한 개로 자신의 주먹을 막았다?
그 후부터 발록은 마력을 아낌없이 사용하며 실드를 두드렸다.
절대 봉인의 구슬에 갇혀 있으면서 쌓였던 울분을 전부 블랙 소서
리스에게 쏟아 내는 듯한 모습이었다.
'많이 힘들었구나.'
발록을 절대 봉인의 구슬에 가둔 장본인이 그런 생각을 할 정도였다.
블랙 소서리스는 시종일관 여유 로웠다.
막 소환된 직후인데도 별로 당황 한 것 같지도 않았다.
철부지 어린아이를 상대하듯, 발 록을 끌어들이고 간단한 마법들만 써서 발록을 상대했다.
콰쾅! 콰앙! 쾅!
"크하하... 간지럽구나!"
하지만 마법 저항력이 무지막지 하게 높은 발록답게 블랙 소서리스 의 마법이 몸통에 적중해도 끄떡없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녀석은 블랙 소서리스의 마법이 자신에게 통하지 않자, 그에 자신 감을 얻었다.
역시 단순했다.
'블랙 소서리스가 대충 상대하고 있어.'
소환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힘이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일까?
대충 그건 아닌 듯했다.
블랙 소서리스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은 유준과 동급이었다.
단순히 뿜어져 나오는게 그렇다는 것이고, 어쩌면 더 많은 양의 마력을 지녔을 수도 있다.
'마력 관련 아이템을 상당히 많 이 가지고 있나 본데.'
유준은 마력 능력치에 미분배 포 인트를 많이 투자하지는 않았다.
거의 다 모든 능력치가 상승하면서 마력도 덩달아 올랐을 뿐이지.
물론 황금만능주의와 여러 소모
성 아이템들로 대폭 오른 것들도 포함해야 했다.
블랙 소서리스는 고대 마법사.
아트라데온의 말에 의하면 그중에서도 상당히 유명했다고 한다.
그때 당시에도 이름을 날렸던 게 블랙 소서리스인데, 당연히 마력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고대 마법을 어떻게 쓰는지도 궁금한데.'
그녀는 아직 기본 마법들로만 발 록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발록은 시간이 지나도 블랙 소서 리스의 옷깃조차 건들지 못했다.
녀석이 마법 패턴이 익숙해질 만 하면 블랙 소서리스가 마법의 강도를 높였다.
단순히 위력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마법을 다채롭게 사용하고 패턴에 변화를 주었다.
콰콰쾅! 콰앙!
"컥!"
계속된 마법 연계에 발록이 정신을 못 차렸다.
높은 마법 저항력이 없었다면 진
작에 제압되었을 정도.
그 말은 발록의 상태는 아직 멀 쩡하다는 뜻이다.
"크아아! 짜증 나게 하지 말고 제대로 덤벼라!"
"정말?"
"그래! 이 벌레 같은 자식아."
"알았어."
우웅. 우우웅-!
그때부터 블랙 소서리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압력이 달라졌다.
대기가 진동하고 뜨거워졌다.
고대 마법.
블랙 소서리스가 드디어 고대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화살의 모양을 한다속 성 마법 투사체가 발록의 몸에 적 중했다.
속도도 빠르고 크기도 상당했다.
그제야 발록의 견고했던 피부가 뚫렸다.
"억!"
이번엔 고통을 제대로 느꼈는지 발록이 상처 부위를 손으로 부여잡았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블랙 소서리스의 마법 폭격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발록은 기민하게 움직이며 몇 개 의 마법을 피하긴 했지만, 그게 다였다.
나머지 마법은 그대로 적중했고, 발록이 고통에 몸부림쳤다.
가볍게 만들어 낸 듯한 마법들 하나하나가 위력이 상당했다.
금방 무력화되었다.
유준도 마법으로 발록을 잡을 생각을 못 했는데, 블랙 소서리스는
간단하게 해내고 있다.
단순히 마법의 위력이 뛰어나서 라기보다는 활용 방법의 문제였던 것 같다.
'배울 점이 많은데. 속성을 다양 하게 사용하는게 진짜 중요하구 나.'
특히 마법 저항력이 높은 적을 상대할 때.
여러 원소 속성, 무속성 마법을 다채롭게 사용하면 효율적이었다.
또한, 그녀는 마법 저항력을 일 시에 낮추게 만드는 뇌전 마법들을 메인으로 활용했다.
'이건 뭐 상대가 안 되는데...
발록도 분명 어마어마한 힘을 지 닌 것은 맞지만, 블랙 소서리스의 마법 활용이 너무나 탁월했다.
어찌 되었든 발록은 막강한 상성을 이점에 두고도 패배 직전까지 내몰렸다.
유준이 파라네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너도 저기 가서 싸워."
"예? 제가요?"
"그럼? 여기 너 말고 누가 있는데."
"에이, 막내 싸우는데 끼는 건 면이 좀 안 서잖습니까."
"막내?"
"발록 말입니다."
"발록이 언제 막내가 됐냐?"
"소환수로들이려는 것 아니었습니까?"
"맞긴 한데...
"그럼 막내지요. 제일 마지막으로 들어왔으니."
"쟨 오늘 죽을 확률이 높아."
"그래요?"
"네가 도와줘, 그러니까. 맏형으로서."
"마, 맏형...! 알겠습니다!"
파라네트가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땅을 박찼다.
'블랙 소서리스도 쟤만큼만 단순 했으면 좋겠는데...
아까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 유준이 눈을 크게 떴다.
'이거 데자뷔인가?'
파라네트가 투입되었다.
사실 발록보다 강하다고 할 수
없는 파라네트였지만, 발록과 힘을 합치면 블랙 소서리스를 곤혹스럽게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콰아앙-!
몸통 박치기와 만근추가 결합된 콤보가 블랙 소서리스의 실드에 적 중했다.
놀랍게도 실드는 깨졌다.
하지만 거기서 그쳤을 뿐, 바로 앞에서 날아온 화염 구체에 파라네 트가 멀리 튕겨 나갔다.
언데드는 특히나 화염 마법에 약 하다.
당연한 기본 상식을 바로바로 전 투에 적용하는 블랙 소서리스였다.
그래도 틈은 생겼다.
발록이 실드가 깨진 틈을 타서 블랙 소서리스의 바로 앞까지 접근 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두 번 다시 없을 기회에 발록은 있는 힘을 다해서 자신의 필살기를 썼다.
자폭 공격.
튼튼한 몸과 높은 마법 저항력을 가진 발록이기에 가능한 전투 방식 이었다.
블랙 소서리스의 표정이 처음으로 바뀌었다.
눈가를 찡그리며 다급히 블링크를 사용했다.
완전무결해 보였던 그녀도 완전 히 피하지는 못했다.
조금 늦게 대피한 탓에 폭발에서 파생된 화염이 블랙 소서리스의 몸에 조금 닿았다.
그러나 그녀는 치유 마법도 사용 할 줄 알았다.
발록이 접근하기도 전에 치유 마법으로 화상을 순식간에 치료해 버렸다.
그리고 생긴 실드.
발록이 답답한 듯 발을 굴렀다.
"아아악! 제발 좀 정정당당하게 싸워라!"
'마법 저항력으로 이득을 보고 있는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가까스로 그 말을 참았다.
저대로 말을 내뱉었다간 그 즉시 발록이 자신에게 달려들 것 같았다.
"잘하고 있어! 발록!"
그래서 생각과 반대되는 내용을 말했다.
"크홍..."
발록이 포기하지 않고 실드를 두드렸다.
파라네트도 합류했다.
둘의 공격력은 높은 편.
실드는 이제 금방 깨졌다.
문제는 깨질 때쯤에 블랙 소서리 스가 또 다른 곳에 자리를 잡는다는 것. 그리고 연이은 마법 포격이 있었다.
발록과 비교해 맷집이 다소 떨어 지는 파라네트는 특유의 뛰어난 기 동력으로 대응을 했다.
물론 아무리 날랜 파라네트라고
하더라도 전부 피해 내는 것은 불 가능했다.
"주, 주인님! 도움이 필요합니다."
"엄살은. 아직 멀쩡하잖아."
"화염 마법은 진짜 위험합니다요."
"그럼 화염 마법만 피해. 다른 건 맞아도 금방 재생되잖아."
"...저한테 날리는 건 전부 화 염 마법뿐인데요."
"그러냐?어? 또 날아온다."
"어엇!"
녀석에게는 잡담이나 늘어놓을 시간이 없었다.
유준은 철저하게 방관하면서 블 랙 소서리스의 마법을 분석했다.
'내가 다 쓸 줄 아는 마법들이야.'
고대 마법 스킬로 펼칠 수 있는 종류의 마법들.
아직 난이도 높은 마법은 나오지 않았다.
'다른 건 또 없나?'
실은 상대적으로 급이 낮은 마법 들의 활용에 대해선 관심이 크게 안 갔다.
그가 진정으로 보고 싶은 것은 고대 마법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마법들이었다.
그 마법들을 보려면 블랙 소서리 스를 더 궁지에 몰아넣어야 했다.
그녀는 한 번 상처가 생기긴 했으나 아직도 여유가 넘쳤다.
'내가 직접 관여하면 마법을 제 대로 분석하는데 애를 먹을 수도 있는데...
좋은 생각이 있다.
그도 원거리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고대 마법을 사용하 면 블랙 소서리스도 오기가 생겨서 라도 더 뛰어난 마법을 사용할 것이 분명했다.
유준은 마력을 끌어 올리며 다속 성 마법을 사용했다.
뇌 속성, 빙 속성, 화 속성, 풍 속성, 지 속성.
속성은 여러 가지가 더 있지만 일단은 이렇게 다섯 가지의 마법을 썼다.
" 호오..."
블랙 소서리스에게서 곧바로 반 응이 나왔다.
"마법인가? 넌 누구지?"
"관심도 없어 보이더니."
"너와 같은 종족을 처음 봤다. 그런데 우리 종족의 전유물이나 다 름없는 마법을 쓰는 것이 신기해."
"네 종족이 뭔데? 너도 인간처럼 보이는데?"
" 테슬라다."
" 테슬라다?"
" 테슬라."
그런 종족이 있었나?
유준이 고개를 갸웃했다가 이내 끄덕였다.
아무래도 오래전에나 존재했던 고대 마법을 사용하던 종족들이니
이미 멸족을 했어도 크게 이상할 것은 없었다.
"계속 그렇게 한눈팔 거야?"
유준의 말에 블랙 소서리스가 황 급히 블링크를 사용했다.
그녀가 있던 자리에 발록의 거대 한 주먹이 꽂혔다.
"쯧. 아쉽군. 인간! 네놈이 말해서 피했잖나!"
발록의 고함.
"네 둔한 몸짓을 쟤가 모르겠냐? 다 알면서 모르는 척한 거지."
"둔하다니? 이 몸을 두고 한 말이냐?"
발록이 황당해할 만도 했다.
힘도 세지만, 속도도 상당한 게 바로 녀석이었으니까.
"좀 더 빠르게 움직여 봐. 그렇게해서 언제 잡을래?"
발록의 붉으락푸르락한 얼굴을 보아 더 이상은 자극하지 않기로 했다.
유준도 발록과 파라네트에게 힘을 실어 주고자 본격적으로 전투에 참여했다.
그래 봐야 고대 마법으로 깔짝거 리는 것이 다였지만, 그것만으로도 블랙 소서리스에게는 부담이 된 모 양이었다.
그녀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져 있었다.
유준은 일부러 블랙 소서리스가 쓰는 마법을 그대로 따라 사용했다.
철저한 미러전.
거기에 파라네트와 발록이 방해 까지 하니 블랙 소서리스로서는 당 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른 마법도 써 봐."
유준이 말했다.
그는 반 박자 느리긴 해도 블랙 소서리스의 마법을 완벽히 복제해 내고 있었다.
위력은 오히려 더 셌다.
아무래도 아이템, 칭호, 스킬, 특 성의 영향일 것이다.
그의 고대 마법 등급이 EX++에 달하기도 했고.
으득.
블랙 소서리스가 이를 악 깨물었다.
그녀는 전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_ 11권 18화
262화
블랙 소서리스가 본격적으로 마 력을 사용하자, 숨이 턱 막히는 느 낌이 들었다.
비단 유준만이 느낀 게 아닌지 발록도 몸을 가만히 두질 못했다.
언데드인 파라네트만이 멀쩡할 뿌
'마력 진짜 많네...
이렇게 되면 블랙 소서리스는 근 접 전투 능력이 거의 없다고 봐야했다.
순수 능력치는 그렇다 쳐도 아이템 옵션은 일단 마력에 몰빵했을 확률이 높았다.
'장기전으로 가면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겠는데?'
물론 검을 사용하지 않고 고대 마법만 사용했을 때의 얘기긴 했다.
블랙 소서리스의 눈이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발록과 파라네트의 몸이 거꾸로 뒤집혔다.
'고대 마법 맞나?'
유준은 저 마법을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다.
써 보진 않았지만.
리버스 바운딩.
일반적인 속박 마법과 같은데, 더 단단하고 웬만한 힘으로는 풀 수 없다.
리버스 바운딩은 상대를 거꾸로 매다는, 이상한 효과의 마법이라 쓸 생각을 못 했었다.
공간 장악만으로도 상대방을 제 압하는데 충분했기에.
그러나 유준이 생각했던 것보다 리버스 바운딩의 효과는 대단했다.
팔까지 아래를 향하고 그게 고정 되는 바람에 어떠한 가드 자세를 취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발록에게 무속성 마법이 작 렬했다.
마법 저항력이 높은 적에게는 속 성 마법보다는 무속성 마법이 효과 적일 때가 있다.
상대방이 무력화되었을 때였다.
발록이 발버둥을쳤지만, 블랙 소서리스가 대량의 마력을 쏟아부은 리버스 바운딩의 마법에서 벗어
날 수는 없었다.
반면 파라네트는 공간 이동을 사용해서 벗어났다.
유준의 옆으로 온 파라네트가 안 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주인님. 죽을 뻔했습니다."
"진짜 죽을 놈은 발록일 거 같은 데? 넌 죽어도 살아나지만 발록은 아니야. 그러니까 쟤 도와줘."
"알겠습니다."
'나도 해 볼까?'
유준은 리버스 바운딩을 블랙 소
서리스에게 사용했다.
당연히 실드를 여러 겹 만들어 몸을 보호한 블랙 소서리스.
그러나 그는 리버스 바운딩만 사용한 게 아니었다.
실드를 뚫기에 용이한, 뾰족한 스피어 수십 개로 실드를 두드렸다.
고난이도의 마법은 아니었지만, 유준의 손에서 펼쳐지니 그것은 메 테오 이상의 위력을 지닌에너지 덩어리가 되었다.
콰아아아앙!
콰지지직-!
실드에 생긴 거대한 구멍 사이로 리버스 바운딩이 들어갔다.
"악!"
제대로 먹혔다.
리버스 바운딩은 마력 소모가 무척 큰 대신에 사실상 회피하기가 불가능한 속박 마법.
육체 능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 마법사 특성상 실드로 막지 못하면 리버스 바운딩을 피할 수는 없었다.
눈 깜빡할 새에 일어난 일이라 블링크를 사용하지도 못했다.
발록과 똑같은 신세가 된 블랙
소서리스.
하지만 그녀는 괜히 고대 마법사 가 아니었다.
자신에게 걸린 리버스 바운딩을 풀어냈다.
이 마법의 본질과 원리를 제대로 알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
유준이 입을 벌렸다.
그는 웬만해선 속박 마법에 걸려 본 적이 없어 술식을 역으로 계산 해 속박을 풀어낸 적이 없었다.
'저런 사용 방식도 있었지.'
고대 마법이 EX++등급에 달하고 마법 특성을 지닌 그도 블랙 소 서처럼 할 수는 있었다.
그 방법을 쓸 일이 있을까 싶기는 하지만.
'은근히 내가 안 쓰는 잡기술들을 많이 활용하네.'
아트라데온은 블랙 소서리스가 당시에 어마어마한 위상을 지니고 있다고 했었다.
그렇다는 건 마법 실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건데.
마력도 많고 기술 활용도 뛰어난데... 아직 위기감이 들지는 않았다.
아직까지는 무언가 압도적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어서 그런 듯했다.
물론 유준의 기준으로 봤을 때만 해당하는 얘기였다.
신화 속 존재 중 하나인 발록이 같이 소환된 처지인 블랙 소서리스에게 너무나 쉽게 제압당했으니까.
블랙 소서리스가 유준을 매섭게 노려봤다.
계속 똑같은 마법으로 대응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심지어 그 마법의 위력이 더 뛰 어나다는 것도.
"어디 소속 마법사지?"
그녀의 물음에 유준이 고개를 저었다.
"알리기 싫다는 건가. 어차피 여 기서 둘 중 하나는 목숨을 잃을 텐 데 그 정도는 알려 줘도 좋지 않겠어?"
"알려 주기 싫은 게 아니라… 진짜로 소속이 없어."
"뭐라? 그렇다면 넌 크펠 제국의 마법사가 아니라는 거냐?"
"크펠 제국? 예전엔 그런 나라도 있었나 보네."
"예전이라니?"
"그건 나중에 차차 알려 줄게. 근데 크펠 제국 마법사만 고대 마법을 익힐 수 있는 거야? 아니면 거기에 뭔가 마법사들이 소속하는 마탑 같은 게 있었나?"
유준의 말에 블랙 소서리스의 표 정이 복잡해졌다.
"고대 마법이라니? 난 그저 마법을 쓰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넌 어찌 마법을 그리 잘 다루면서 이런 기본적인 것들도 모르는 것이 냐?"
"퀴즈 대결할까? 누가 더 기본
상식들 많이 아는지? 미래 정보까지 알고 있는게 아니면 네가 더 불리할걸?"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 군."
못 알아들을 만도 하다.
그녀는지금 본인이 과거에서 넘어왔다는 것도 모를 테니.
"그래서? 네 소속은 뭔데?"
"알려 주기 싫군. 네놈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신기하네. 나도 그래."
유준은 빈자리가 생긴 절대 봉인
구슬을 만지작거렸다.
블랙 소서리스는 소환수로 삼기 엔 너무 지성이 뛰어났다.
'지능이 상관이 있나? 소환수가 아닌 용병 개념으로 쓰면 되는데.'
자발적으로 용병이 되고 싶어 하 진 않겠지만, 그건 시간과 사랑의 매 그리고 절대 봉인 구슬이 해결 해 줄 문제였다.
블랙 소서리스와의 싸움은 점점 유준과 그녀들 간의 전투가 되고 있었다.
서로의 수를 읽고 화려한 마법들이 난무하는 진짜 마법사다운 전투는 아니었다.
오히려 정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강력한 무속성 마법이 서로를 향 해 날아갔고, 그 마법을 파훼하는 것이 반복되었다.
'이거 재밌다.'
유준은 이 무한의 탑에 오기 전에는 자신이 그리 똑똑하다고 생각 하지 않았다.
실제로도 그러했고.
그런데 지금.
머리에 과부화가 와야 정상일 정
도로 복잡한 마법 술식을 보는 것 만으로도 분석하고 단번에 파훼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미 이론을 머릿속에 담고 있기에 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하더 라도 마법을 파훼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었다.
그러한 양상이 장시간 지속되자, 블랙 소서리스가 분통을 터뜨렸다.
"아아아!"
"도대체 소속도 없는 자가 마법을 어떻게 파훼하는 건지 납득이 안 가는군."
"소속이 그렇게 중요해? 요즘엔 마법은 개나 소나 다 익히는데. 몰 랐지?"
"뭐라...?"
"내가 왜 고대 마법이라고 했겠어? 잘 생각해 봐."
"모르겠다."
하긴.
어떻게 본인이미래로 왔다고 쉽 게 생각할 수 있겠는가.
아무래도 블랙 소서리스는 본인 의지와는 관계없이 소환된 것일 수 도 있다.
"네가 쓰고 있는 마법은 구닥다 리 마법이야. 넌 수백 년 전 인물 이고. 요즘은 그런 구닥다리 마법 말고 신세대 마법이유행이야."
"수백 년...?"
블랙 소서리스의 마법이 멈췄다.
유준도 굳이 기회를 노리지 않고 마법의 사용을 중지했다.
"지금이다!"
기절한 척하고 있던 발록이 단숨에 블랙 소서리스의 앞까지 접근했지만, 그녀는 아무런 방비도 안 하고 마법을 멈춘 것이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기운에 발록 이 부딪혔다.
그러다 전신을 부르르 떨더니 기 절했다.
신기한 것은 발록의 육체에 아무 런 외상이 없다는 점이었다.
유준이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이 모르는 마법이다.
확실히 실드나 결계는 아닌 것 같은데?
"그건 무슨 마법이야?"
"내가 독자적으로 연구해서 만들 어 낸 마법이다."
"오, 마법을 새로 만들었어?"
"넌 모르는 모양이지만, 난 3대 마법사 중 하나였다. 새로운 마법을 만드는 건 쉽지 않아도 불가능 하지는 않아."
유준이 감탄했다.
새로운 마법을 창조하는 건 그로 서도 쉽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어떻게 해야 할 지 감이 안 잡혔다.
확실히 이론에서는 그녀가 자신 보다 앞서 있는 것 같았다.
당연한 얘기인 것이 그녀는 온갖
시행착오를 겪고 마법을 체득했지만, 유준은 이미 만들어진 마법을 그대로 머릿속에 주입받고 체득했을 뿐이다.
실패했던 경험이 아예 전무한 것이다.
블랙 소서리스와 비교하기엔 경 험치 자체가 달랐다.
"탐나는데?"
"구닥다리라 하지 않았나?"
"쪼잔하게 그 말을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어?"
"넌 그... 신세대 마법을 알고 있는 건가?"
"그럼."
유준이 뻔뻔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대 마법 스킬에 현재 존재하는 모든 마법들의 이론이 머릿속에 있기는 했다.
그게 고대 마법보다 결코 좋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일단 블랙 소서리스의 눈이 호기 심으로 가득한 것으로 보아, 사실 대로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내가 쓰는 마법과 어떻게 다르지? 더 진화했나? 비교가 안 될 정 도로?"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기는 했지. 위력도 엄청 강하고."
내가 펼치면.
뒷말은 생략했다.
"빨리 알려 줘라. 궁금하다."
블랙 소서리스는 전투할 의지가 꺾인 건지, 호기심이 그걸 짓누른 건지는 모르겠으나 전투태세를 완 전히 풀었다.
아니면 아까 발록이 부딪쳤던 무 형의 기운을 믿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하여튼 블랙 소서리스의 태도가 확 바뀌었다.
고대 마법사의 탐구욕이 정말 어 마어마하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었다.
"공짜로 알려 달라고? 그럴 수는 없지."
"거래하자는 것인가? 좋다. 뭘 원하지?"
"날 믿는 거야, 근데?"
"뭘 말인가?"
"신세대 마법이 있다는 것. 그리 고 네가 지금 미래에 와 있다는 것도."
"미래...는 잘 모르겠지만, 네 가 내가 아는 마법과는 다른 것을 익혔다는 건 확실히 알겠다. 마법에서 풍기는 향기가 조금 달라. 특 이해."
"어떻게 다른데?"
"뭔가 청량한 느낌이 난다고 해야 할까. 음, 아닌가? 미안하다. 이 걸 말로 구체적으로 표현하기가 힘 들다."
"미안할 건 없지. 그래서? 나랑 거래할 거야?"
"좋아. 그 전에. 신세대 마법이라고 했지? 그걸 익히고 있는 마법사
들이 많나?"
"많기는 하지만. 내 수준과 비슷 한 놈은 거의 없어."
"...역시 대단한 놈.이었군. 왠지 내 마법을 너무 쉽게 따라 한다 했어. 단순히 이론을 안다고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지금 네 가 대륙 제일의 마법사인가?"
"그건 잘 모르겠네. 세상이 워낙 넓다 보니...
"그렇다 해도 너 같은 자를 찾기 란 힘들겠지. 여기서 널 만난 건 어쩌면 나에겐 큰 행운일지도 모르겠군."
갑자기 행운이라고?
너무 낙천적인 거 아니냐?
그런 생각들이 들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널 소환한 건 내가 아닌 거 알지?"
"안다. 어떤 자가 부름을 요구하기에 응답했지만, 너에게서 느껴지는 기운과 판이했으니까."
"왜 응답했어? 좋은 기운은 아니 잖아."
"궁금했다. 내 보안 마법을 다 뚫고 내 심상에 접근한 자가 누구
인지가."
"혹시 마신 추종자에 대해서 알 아?"
"그 벌레 같은 자들은 내 전 세 대에서 전부 박멸된 것으로 알고 있다."
"직접 본 적은 없는 거네?"
"그래."
"널 소환한 놈이 마신 추종자야."
블랙 소서리스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들이 부활했단 말인가?"
"응. 지금은 예전보다 오히려 세 력이 더 커졌어."
"상황이 이렇게 되도록 다른 마법사들은 무얼 한 거지?"
"마신 추종자들이 예전보다 더욱 강력해졌어. 힘을 모으고는 있지만, 버거운 상황이지."
"이 얘긴 나중에 하고, 일단계약부터 할까?"
"무슨 계약?"
"서로 원하는 것을 거는 거야.
그리고 계약을 맺는 거지."
"그러니까 무슨 계약을 말하는 건지 물었다."
"영혼 계약."
유준이 턱끝까지 차오른 웃음을 가까스로 참고 말했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_ 11권 19화
263화
영혼 계약.
그 말을 꺼내면서도 살짝 불안했다.
영혼 계약이라는 말이 가지는 파 급력은 상당했다.
서로의 영혼을 걸고 약속을 하는 그 계약엔 일개 피조물이 항거할 수 없는 힘이 담겨 있었으니까.
"영혼 계약…은 위험하다."
"알아. 그러니까 하자는 거야."
"내가 아는 영혼 계약에서 의미 가 변질된 건가? 서로 잃을 것이 없는 자들이나 하는게 아니었어?"
"조건을 까다롭게 잡지 않으면 되지. 무조건 약속을 이행할 수 있게. 설마 얻을 것만 얻고 몰래 빠 지려는 생각은 아니었지?"
"난 약속한 것은 지킨다. 그럴 일은 없어."
"그래 보여. 근데 아무런 보험도없이 구두 약속만 하는 건 불안하 잖아. 그래서 영혼 계약이야."
"조건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
"음..."
유준은 미리 생각해 뒀지만, 일 부러 고민하는 척을 했다.
그때 블랙 소서리스가 입을 열었다.
"먼저 내가 원하는 것부터 말하겠다."
"신세대 마법이지?"
"맞다."
"그거랑 지금 대륙 정세 같은 것 들 알려 줄게. 어때?"
"알아서 정보를 주겠다니 고맙 군."
"이제 내가 원하는 걸 말할까?"
유준이 웃으며 말하자, 블랙 소 서리스는 불길한 느낌을 받았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말해라."
"나랑 같이 다녀."
"응? 그건 어차피 정해진 것 아니었나? 너에게 신세대 마법을 배 우려면...
"동료로서 같이 다녀 달라는 거야. 아군이 되어 달라는 거지."
"어렵지 않은 부탁이다. 계약 기 간은?"
"네가 나한테서 모든 신세대 마
법을 배울 때까지."
"...이상하군."
블랙 소서리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왜? 뭐가 이상한데?"
"나에게 너무 유리한 조건의 계약이 아닌가."
"나도 강한 동료도 얻고, 네가 독자적으로 만든 마법도 겸사겸사 얻으면 좋지."
"알려 주는 건 어렵지 않다. 신 세대 마법을 배울 수만 있다면."
"원래 자기가 만든 마법은 웬만
해선 안 알려 주려고 하던데. 특이 하네."
"신세대 마법을 익히면 더 굉장 한 마법도 만들 수 있을 테니까."
"...그렇구나."
이거, 블랙 소서리스에게 미안해 지는데.
신세대 마법이라고 한 마법들의 수준을 보면 블랙 소서리스가 겪을 실망감들....
어떻게 보면 이건 사기 계약이었다.
그러나 유준은 계약 조건을 위배 하지는 않았다.
"그럼 그렇게 맺을까?"
"응. 좋다."
블랙 소서리스와의 영혼 계약은 금방 끝이 났다.
서로 불만이 있는 조건이 아니다 보니 문제가 생길 여지가 없었다.
신세대 마법이라는 것의 실체를 블랙 소서리스가 안 나중이라면 몰라도.
유준은 손에 쥐고 있던 절대 봉 인의 구슬을 인벤토리에 슬쩍 집어 넣었다.
블랙 소서리스가 자신에게 원하
는 것이 있다.
무엇보다도 영혼 계약을 맺었다.
그것만으로도 발록처럼 길들이는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절대 봉인 구슬이 필요 없다는 말이다.
이로써 발록의 생명줄이 더 길어 졌다.
"발록. 넌 들어가 있어."
"난 저 가증스러운 마법사를 꼭 잡고 싶은데."
"이미 아군이 됐잖아."
"…아쉽군. 잠깐. 언제 내가 네놈의 아군이 되었지?"
"아니야? 그럼 죽여야겠는데."
"일단은 같은 편이라고 해 두지."
발록이 표정 하나 안 바뀌고 말을 바꿨다.
"이번에 노력해 줬으니까 고통은 많이 줄여 줄게."
유준의 말에 발록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가 얼굴이 시뻘게졌다.
"지금까지 일부러 고통을 많이 줬다는 것이냐? 인간 놈!"
"그래서 싫어?"
"좋다."
"들어가 있어."
"알았다."
예전보다 확실히 고분고분해지긴 했다.
절대 봉인 구슬에 있던 시간에서 고통을 겪은 것도 겪은 것이지만, 유준과의 힘 차이를 슬슬 체감하고 있는 것이제일 큰 이유였다.
'생각해 보니까 괜히 다시 넣어 놨네.'
집어넣었던 봉인 구슬을 다시 꺼
냈다.
절대 봉인의 구슬에 발록이 순순 히 들어가고, 파라네트가 이마에 맺힌 물방울을 닦으며 다가왔다.
"주인님."
"응?"
"이렇게 큰 소란이 일었는데, 어 째 천족이 한 명도 안 오는 것 같습니다?"
"결계 쳐 놨어."
"예? 언제요?"
"여기 들어오기 전에."
"밖에 있는 온건파 천족들은 이곳 상황을 모르고 있는 겁니까?"
"응. 그리고 천족 한 놈이 신화 속 존재를 소환하려는 거랑 마신 추종자인 것도 몰랐을걸."
"전쟁은 어떻게 될까요?"
"놈들한테 별다른 수가 없다면 강경파가 이기겠지. 우리가 전력을 많이 줄여 놨잖아."
"별다른 수가 있으면요?"
"내가 그거까지 다 파악하고 있겠냐? 예를 들면 블랙 소서리 스.... 맞다. 너 이름이 뭐야?"
"예닐."
"예닐? 이름이 좀 특이하네. 하 여튼 예닐 같은 애가 갑자기 나타 나지 않는 이상 변수는 없다고 봐 도 돼."
" 흐음
"왜? 불안해?"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
파라네트가 불안하다고 하면 뭔 가가 있는 것이다.
녀석의 감을 그냥 지나쳐서 좋을 게 없었다.
"위험한 뭔가가 있는 것 같아?"
"예.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이 감각."
파라네트가 나름대로 폼을 잡으 며 말했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고? 그냥 막 연하게 불안하다?"
"우리 근처에 있는 위협이라기보 다는... 뭔가 전쟁과 크게 관련되어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것까지 알 수 있어?"
"원래 감이 없거든요. 제가. 그래 서 감이 오면 딱 압니다."
"...특이한 방식으로 미래 예지
를 하는구나. 일단 알겠어."
그때 블랙 소서리스가 둘의 가운 데에 섰다.
"네 이름은 무엇이지?"
유준이 아니라 파라네트에게 묻는 그녀.
파라네트가 가슴을 앞으로 내밀 며 말했다.
"난 파라네트다. 위대한 주인님 의 첫 번째 소환수지."
"데스 나이트?"
"뭐, 대충 그런 셈이지."
"응? 데스 나이트가 아닌 건가?"
"맞다고. 그냥 그렇게 알아들어라. 알겠나?"
"소환수가 왜 이렇게 건방지지? 그..."
"신유준."
"그래. 신유준. 저 파라네트라는 소환수의 관리를 좀 제대로 해 줬으면 좋겠군."
"그러지 말고 둘 다 사이좋게 지 내. 잠깐 보고 말 사이도 아닌데."
"알겠습니다."
"...흥."
그나저나, 파라네트의 말이 맞는
다면 여기서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었다.
"빠져나가자. 파라네트. 마누엘라 있는 곳으로 가 줘."
"저 마법사 나부랭이도 데려갑니까?"
"마법사 나부랭이? 나도 마법 쓰는데. 나도 그럼 나부랭이인 건가?"
"죄송합니다."
"공간 이동부터 해."
"옙!"
공간 이동을 하자, 아트라데온과 같이 있는 마누엘라가 보였다.
유준의 대기하라는 말에 오매불 망 기다리기만 했던 마누엘라는 그 가 모습을 드러내자 웃음을 띠며 다가왔다.
그러다 옆에 있던 블랙 소서리스를 보고는 얼굴을 굳혔다.
"블랙 소서리스?"
"날 알아?"
"모를 리가 있겠어?"
"넌 누구지?"
"말해도 모를 거야. 난 마계에서 활동했으니까."
"그럼 마녀겠네. 풍기는 기운으로 봐서는 순혈 같은데."
"맞아."
마누엘라는 블랙 소서리스를 알 아보는 듯했다.
당연히 그럴 만했다.
블랙 소서리스가 과거에서 왔다 고 해도 그래 봐야 그 기간이 천 년을 넘지는 않았다.
여기서 마누엘라의 나이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되었다.
"와. 마누엘라. 넌 그럼 수백 년 전 유명했던 플레이어들은 다 두 눈으로 봤겠다. 드래곤도 거의 해 츨링 시절부터 성체가 되는 걸 지 켜봤을 수도 있...
"야. 진짜."
"미안하다."
"일부러 말 헛나온 척하지 저번 부터. 응? 왜 그러는 거야?"
"..."
마누엘라가 단단히 화가 난 모양 이었다.
그때 파라네트가 유준을 구원해
주었다.
"마님! 지금 이럴 때가 아닙니다!"
" 으응?"
"나머지 동료분들은 어딜 간 겁니까?"
"아까 세르티프스에게 따로 부탁 받은 일이 있다고… 저 숲에 들어 갔는데."
"아, 역시 불길한 예감은 왜 틀 리지 않는 건지.... 당장 저기로 가야 합니다."
유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저기에 뭐가 있길래 그래?"
"발록과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녀석입니다. 물론 놈보다 강하고요."
"어느 정도인데?"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그냥 위 험하다는 것까지밖에는...
"어찌 됐든 가는 수밖에 없겠네. 독고민수 아저씨랑 요한 씨가 저기 있다는 거잖아."
" 예."
"유준아. 근데 저 소서리스도 같이 가는 거야?"
"응. 이제 같이 다니기로 했어. 반쯤은 동료가 된 거라고 보면 돼."
어째 일행의 전력이 올라간 것치 고 그리 좋아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 왜?"
"아니야."
독고민수와 김요한이 위기에 빠 졌을까?
파라네트가 불안해하는 것을 보 면 저 숲에 강력한 생명체가 있는 것은 분명했다.
세르티프스에게 부탁받았다는 일
도 그것과 연관되어 있을 확률이 높을 테고.
설령 연관되어 있지 않더라도 위 험한 일임에는 분명했다.
유준은 숲으로 달려가면서 세르 티프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신유준 : 독고민수와 김요한한테 뭘 부탁한 겁니까?]
세르티프스의 답장은 금방 왔다.
[세르티프스 : 인간 용병 둘을 말하는 건가?]
[*신유준 : 예.]
[세르티프스 : 레르트랑 숲에 있는 괴물의 부활을 막아 달라고 부 탁했다. 보상도 크게 내걸었지. 그 들은 바로 수락하더군.]
[*신유준 : 너무 위험한 일 아닙니까?]
[세르티프스 :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그 괴물은 잠들어 있는 상태 거든. 아직 깨어나려면 몇 달은 더 있어야 해. 그래서 주기적으로 용 병을 고용하거나 부하들을 시켜 괴물을 계속 잠재우고 있다.]
[*신유준 : 왜 안 죽이고 잠만 자게 하는 건데요?]
[세르티프스 : 그야 당연한 것 아닌가? 놈을 죽일 수 없기 때문이다. 외피가 단단하기도 하지만, 그 게 문제가 아니라 녀석은 무슨 짓을 해도 죽지 않는 생명체야. 불사 의 존재라는 뜻이지.]
'...불사의 존재라.'
불사의 존재라고 하니까 자신의 절대 봉인 구슬에 있는 피의 군주 가 떠올랐다.
그와 비슷한 존재인 걸까?
[* 신유준 : 그럼 봉인을 하면 되 잖아요'?]
[세르티프스 : 녀석은 숲을 벗어
날 수 없어. 잠재우는 것이 최선이다.]
[*신유준 : 어떤 놈인데요? 아니다. 직접 가서 볼게요.]
[세르티프스 : 뭐? 지금 숲으로 가고 있는 건가? 아트라데온과 함께 있는 것 아닌가?]
[*신유준 : 보고받으셨을 텐데
요. 배신자가 있었습니다.]
[세르티프스 : 우리가 찾아내서 처리했다.]
[* 신유준 : 저도 신화 속 존재를 소환하려는 마신 추종자를 죽였습니다.]
[세르티프스 : 소환을 막는데 성공했나?]
[*신유준 : 예.]
사실은 소환되도록 방치한다음에 동료로 영입했지만, 그걸 곧이 곧대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세르티프스 : 숲은 왜 가고 있는 거지?]
[*신유준 : 동료들이 위험하니까요. 그놈이 이미 부활했거나 그 직 전인 것 같습니다.]
[세르티프스 : 웅? 그럴 리가 없다. 분명히 영상구에 신호가 오지 않았는데? 게다가 놈이 잠에서 깨 어나기 위해선 최소 두 달은 필요 해.]
[* 신유준 : 그래도 느낌이 좋지 않으니 직접 가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세르티프스 : ...정 그렇다면 말리진 않겠다.]
숲에 가까워질수록 유준의 불안 감도 커졌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숲에 있는 존재에게서 풍기는 기운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했다.
'도대체 어떤 놈.이길래 나한테 이런 위압감을 주는 거지...
동료들을 구하고자 하는 것도 있지만, 궁금하기도 했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_ 11권 20화
264화
독고민수가 황급히 몸을 내던졌다.
쿠웅!
"아, 아저씨? 괜찮아요?"
"난 괜찮네. 자네 걱정이나 하게."
"전 애초에 공격받지도 않았는데. 하여간 툴툴대는게 기본 패시 브라니까. 그나저나 뭘까요? 숲 전 체가 우리를 공격하는 느낌인데."
"우리는 운 좋게 받은 의뢰를 완 료하기만 하면 된다네. 그리고 그 아이템을 챙기면.... ㅎㅎ."
"성격이 좀 변하신 거 같다? 원 래 아이템 그렇게 탐 안 냈잖아요."
"성격이 변한 게 아니라 가치관 이 바뀐 걸세."
"왜 바뀌었는데요?"
"유준 군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 졌네."
"이 아저씨 참 웃기네. 내가 아이템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할 때는 들은 척도 안 하더니."
"잘 생각해 보게. 랭킹 1위짜리 캐릭터가 이렇게 하면 강해져요, 하는 것과 그저 그런 애매한 수준 의 유저가 조언이나 충고하는게 같다고 보는가?"
"…아니. 그래도 저도 랭커였는데 그저 그런 유저는 아니죠."
"비유만 그렇게 든 거지 게임 얘 기가 아닐세. 현재만 놓고 보자고. 자네가 어디 유준 군에 비빌 수나 있겠는가? 신들의 전쟁 때라면 몰라도 지금은 절대 아니라네."
"그런데 그건 아저씨도 마찬가지 아니에요?"
"그래! 내 말이 그 말일세. 그가 그만큼 강한 것에는 좋은 아이템을 가진 것이 주요했다고 볼 수 있지. 반면에 나는 육체와 정신을 단련하기만 했지, 제대로 된 아이템을 착 용해 본 적이 없어. 그를 보고서 아이템의 중요성을 이제야 깨달았네."
"참 뒤늦은 깨달음이네요."
사실 독고민수도 알고는 있었다.
이 세계에서 아이템이 가지는 비 중이 얼마나 큰지.
아이템에 의지하지 않고 강해지 려는 그 고집 때문에 지금까지 확
안 와닿았던 것뿐이다.
"그래서 이번 일을 흔쾌히 수락 하신 거죠?"
"신화 등급 장비를 준다는데. 안 갈 수야 있나."
"세르티프스가 위험한 일은 아니 라고 했잖아요. 근데 이거 충분히 위험해 보이는데요?"
그때 또 거대한 줄기가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
숲에 있는 거대 식물들은 줄기로 거의 채찍을 휘두르듯 했다.
그 수가 워낙 많다 보니 김요한 과 독고민수가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휘익! 콰앙!
서걱!
독고민수는 검의 달인답게 두꺼 운 줄기들을 뭉텅이로 잘라 냈지만, 식물의 줄기는 끝도없이 몰려왔다.
"잠깐만요. 우리 여기서 죽는 거 아니에요?"
"당연한 걸 묻는군. 우린 여기서 죽을 걸세."
"살벌한 말을 뭘 그렇게 태연하
게 해요? 장난이죠?"
"감각으로 확인해 보게. 아니, 당 장 주위를 둘러만 봐도 우린 여길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지 않나?"
"그런데 왜 태평하신 거냐고요."
"태평하기는.... 나라고 죽음이 무섭지 않겠는가. 어떻게 해야 여 길 돌파할 수 있을지만 생각하고 있네."
"유준 씨를 부르는 건 어때요?"
"좋네."
"고민조차 없으시네."
"당장 죽을 지경인데, 뭔들 못하겠는가."
콰아앙! 쾅!
"크흡!"
독고민수의 어깨에 줄기 끝에 달 린 뾰족한 침이 스치고 지나갔다.
독이 발려 있는지 몸에 힘이 쭉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황급히 실드 스킬을 사용해서 시간을 벌고 인벤토리에서 해독 제 포션을 꺼내 마셨다.
김요한이 외쳤다.
"일단 메시지를 보내 놓을...!"
그때였다.
서걱! 서걱!
누군가가 나타나 둘에게 쏟아지 던 줄기들을 싹 다 베어 버렸다.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 일에 김 요한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유준 씨?"
"여기서 뭐 하고 계세요."
"방금 보냈.... 아니 아직 안 보냈는데 어떻게?"
" 뭘요?"
"메시지요."
"안 그래도 여길 오려고 했었습니다."
"여기 숲을요?"
"레르트랑 숲이라더군요. 무척 위험한 곳입니다. 무시무시한 괴물 이 산다던데요."
"몰랐어요. 그냥 온건파와 강경 파 세력 사이에 있어 전략적 요충 지 정도만 되는 줄 알았는데."
"괴물을 마주쳤어요?"
"아직요. 근데 여기 숲 자체가 살아 있는 것처럼 우릴 공격했어요."
"봐서 알고 있습니다."
"혹시 이 숲이유준 씨가 말한 그 괴물인 겁니까?"
"그건 저도 몰라요. 하지만 유력 해 보이긴 하네요."
세르티프스에게 메시지로 다시 물어보니 평소에는 평범한 숲 그 자체라고 한다.
그리고 괴물이 잠에서 깨어나면 숲은 전투태세를 취한다고.
한마디로 숲 자체가 괴물은 아니 라는 뜻이다.
그걸 일행들에게 설명했다.
"큰일이군."
그때 아트라데온이 심각한 얼굴 로 중얼거렸다.
"왜요? 아시는 것 좀 있나 봐 요?"
"숲이 살아 움직인다는 건 그놈 이 깨어났다는 증거일세."
"도대체 뭐길래 그래요? 어떻게 생겨 먹은 놈입니까?"
"외형을 묘사할 수가 없네."
"본 적이 없어서요?"
"놈은 부활할 때마다 육체가 변 한다네.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지."
"...마지막 모습은 뭐였는데요?"
"아름다운 엘프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 옷 한 올 입지 않은 채."
"음..."
"남자였네. 괜한 오해는 하지 말 게나."
"보통 그런 종류의 종족으로 변 하는 겁니까?"
아트라데온이 고개를 저었다.
"매번 색다른 모습이 된다네. 예 측 불가능한 수준이지."
"그럼 찾는 것도 일이겠는데요."
"뭐, 사실 감만 좋으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걸세. 기운만 쫓으면 되는 거니까."
"굳이 숨기려 하지는 않나 보군요."
"놈은 숲의 주인일세. 힘을 숨길 필요가 없지. 문제는..."
"문제는?"
"강하네. 숲 밖으로 풀리면 전쟁 의 판도가 뒤바뀔 정도로."
"숲 안에만 두면 아무 문제 없는 것 아닙니까? 밖으로 못 나오는 거 아니었어요?"
"나올 수는 있네. 구태여 놈이 숲을 비우려 하지 않는 것일 뿐이지. 그리고 온건파 놈들이 있는 곳으로 진격하기 위해선 이 거대한 숲을 통과해야만 하네. 숲이 이런 식으로 스스로 움직이면 진격하기는커녕, 천족으로 이루어진 군대가 전멸하고 말겠지. 반대쪽에서도 마찬가지일 거고."
"다들 날개 있잖아요. 하늘로 날 아서 가면 되죠."
"소용없네. 숲에는 결계가 쳐져 있어서 걸어서 들어가는 것만이 가능하네. 그 위를 날아서 갈 수는 없어."
"누군가가 여기 숲의 주인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게 되면요?"
"과거에도 그런 시도를 한 자가 많았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네. 하지만 만약, 온건파 쪽에서 숲의 주인을 조종하게 된다면 그야 말로 큰일이 아닐 수가 없지."
"많이 불리해집니까?"
"불리해진다 뿐일까? 그냥 우리 강경파는 온건파에게 패배하게 될 걸세."
"숲의 주인을 어떻게든 잠재워야겠네요. 죽이거나."
"불사의 존재이니 죽이긴 힘들겠지."
유준이 김요한에게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잠재우려고 했어요? 아이템 받은 거 있어요?"
"네. 이거요. 뚜껑을 열고 코에 가져다 대면 된다고 했어요."
김요한이 하얀색 액체가 담긴 작은 유리병을 보여 줬다.
"맞네. 저게 있어야만 놈을 잠재 울 수 있지."
"이미 깨어난 상태여도요?"
"잠에서 깬 상태라면 무력화부터 시켜야 하네."
"예전에는 그게 가능했던 거죠?"
"수많은 천족들이 목숨을 잃었지. 그 희생이 없었더라면 힘들었을 걸세."
"우린 열 명도 안 되는데. 가능 하겠습니까?"
"자네가 있는데, 뭐 안 될 것이 있겠는가?"
"...절 너무 믿는 거 아닙니까? 부담스러운데요."
"아니. 자네라면 돼. 확신할 수 있네."
반박할 수 없는 것이, 유준도 그 리 큰 위기감을 느끼지는 못하고 있었다.
파라네트가 난리를 치긴 했으나, 그건 녀석이 워낙 유난을 떠는 성 격이기도 했고.
녀석이 위험을 경고할 때마다 어 렵지 않게 잘 헤쳐 왔다.
파라네트는 아직도 불안한 기색을 보이며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지만,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감각을 제한하는 결계가 있네요."
"그것 또한 숲에 자체적으로 걸 려 있는 결계지."
"하늘도 못 날게 하고 감각의 범 위까지 제한한다니... 누가 만든 겁니까?"
"아주 오래전 천족이거나, 아니 면 숲의 주인 짓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숲이 본래 지닌 특성이든가 하겠지."
"경우의 수가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나도 확실히 아는게 없네. 사 실 숲의 주인을 잠재우면 그때부턴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지
금까지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었지."
"그런데 예상보다 더 일찍 잠에 서 깨어난거군요."
"한 번도 없었던 일일세."
"세르티프스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방금 내가 메시지로 상황 보고를 했네. 곧 어떤 조치를 취하려고 할 걸세. 일단은 자네가 있으니 우 리가 먼저 일을 해결할 수도 있겠어."
"부담스럽다니까요."
"사실인 걸 뭘 어쩌겠나. 현자인
내가 보기에 자네는 이 세상에 존재해선 안 될 이레귤러 같기도 해. 그렇기에 더더욱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낼 수 있겠지."
"이레귤러라니... 심상훈은 죽었습니다."
"응? 심상훈?"
"있습니다. 진짜 이레귤러."
"아. 심연에 갔던 그 인간을 말 하는 건가."
"알고 있었어요?"
"자네가 그를 죽인 것도 알고 있네."
"...그걸 어떻게 알아요?"
"내 입으로 말하지 않았나. 현자 라고. 그렇다고 모든 걸 알고 있는 건 아니네."
"절 염탐했어요?"
"아니라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조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을 뿐."
아트라데온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아트라데온이 자신이 심상 훈을 죽인 걸 알았을 때 화들짝 놀 랐었다.
하지만 그게 죄는 아니지 않은가.
어차피 심상훈은 심연에서 수배 자였고, 그도 자신을 똑같이 죽이 려 했었다.
"그가 다른 인간들보다 더 빨리 무한의 탑에 온 것도 알고 있었네. 그렇기에 더 그를 조사했지. 이레 귤러였으니까."
"그러다 보니 저에 대해서도 알 게 되었군요?"
아트라데온이 웃으며 고개를 끄 덕였다.
"하지만 자네가 이리도 강해졌을
줄은 몰랐지. 심상훈이 죽은 지 그 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도 않았는데 말일세. 그래서 자네가 더 이레귤 러같이 느껴졌네. 자네가 무한의 탑에 오고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어. 아니지 반년도 안 지났지. 그런 데 지금 이런 수준의 무력을 지니 고 있다는 건... 어떠한 신이 자 네를 편애하고 있다고밖에 안 느껴 지는군."
"신? 아트라데온은 신을 믿어요?"
"신은 있네."
확신하는 듯한 아트라데온.
"실제로 본 적 있어요?"
"본 적은 없네. 하지만 그들이 존재하는 것은 느껴지지. 무어라 말로 설명할 수는 없네만. 하지만 직접 보지 않는 이상에야 내 이야 기를 들어도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 고 믿긴 힘들 걸세."
"음.... 그렇죠."
신을 실제로 봤던 유준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자신을 후원하는 신 네르와 도 만나 봤다.
그를 죽이려던 6급 신도 있었고.
가까스로 네르가 추방해 살아남 기는 했지만, 그 아찔했던 경험은 절대 잊지 못할 추억이 되어 남아 있었다.
추억에 잠겨 있던 유준이 갑작스 레 검을 꺼내 들었다.
검에 닿을 뻔한 김요한이 놀라며 몸을 뒤로 내뺀다.
"뭐예요?"
"옵니다."
"드디어. 보스 몬스터가 나타나는 건가요? 이거 좀 떨리는데. 우."
"아니요. 줄기들이요."
"아..."
숲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김요한이 머쓱한 얼굴로 무기를 꺼냈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11권 21화
265화
후웅! 흥!
식물들의 줄기가 얼마나 큰지 큰 구렁이들이 짓쳐들어오는 듯했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줄기 공격에 다들 긴장하는 그 찰나.
유준의 검이 움직였다.
슥!
소음은 없었다.
깔끔하게 잘린 줄기들이 바닥에
떨어지고 그 빈자리를 새로운 줄기들이 채웠다.
그리고 또 유준의 검에 의해 절 단되기를 반복했다.
"어? 이거 경험치 주네요?"
유준이 검을 휘두르면서 말하자, 독고민수와 김요한이 눈을 크게 떴다.
"그래요?"
"예. 진짜 조금씩 오르긴 하는데, 상태창 열어 보면 게이지 바가 올라가 있어요."
" 흐음..."
그들과 유준의 차이점이 있었다.
경험치 퍼센트 증가가 영구적으로지속되는 아이템을 사용한 적이 있고, 또 경험치를 증가시키는 칭 호도 있다.
한 번에 많은 수의 줄기를 베어 내기도 했고.
"의미 있는 수치는 아니죠?"
"이런 식으로 계속 쌓이다 보면 레벨 한 개에서 두 개쯤은 오르겠는데요?"
"그 전에 숲이 거덜 나겠는데요."
"그 정도로 조금 오르진 않습니다. 생각보다 짭짤해요."
그의 말에 김요한과 독고민수의 눈빛이 바뀌었다.
플레이어인 동시에게이머였던 그들로서는 경험치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애초에 RPG 게임을 좋아하면 경 험치 늘어나는게 반갑지 않을 리 가 없었다.
"유준 씨, 도울게요!"
"나도 돕겠네!"
"그럼 놀고 있을 생각이었어요?"
"다, 당연히 아니죠!"
"자, 자네가 너무 빠르게 움직였을 뿐이네! 나도 때마침 검을 꺼내 들고 있었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유준은 그다음으로 블랙 소서리 스를 바라봤다.
"실력 좀 보여 봐."
"싫다."
"영혼 계약. 동료로서 행동하기 로 했을 텐데."
"...난 너에게서 그 어떤 마법
도습득하지 못했다."
"그럴 시간이 없었지. 나중에 이 일이 해결되면 알려 줄게."
한숨을 푹 내쉰 블랙 소서리스가 품속에서 완드를 꺼냈다.
그때부터 공기가 확 달라졌다.
유준보다도 많은 마력 능력치를 지닌 블랙 소서러소서리스.
그녀가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하 자 줄기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 들었다.
이글거리는 화염이 닥쳐오는 줄 기들을 거침없이 집어삼켰다.
화염은 점점 크기를 불려 나가며 나무들까지 불태우기 시작했다.
"저래도 되는 거죠, 아트라데 온?"
"어차피 숲은 재생하네. 당장 위 기를 모면할 방법으론 화염 마법이제격이긴 하지."
"근데 왜 놀고 계세요. 당신도 마법사잖아요."
"난 언제 찾아올지 모를 변수를 대비하기 위해서 가만히 있는 거라네."
"예를 들면요? 숲의 주인?"
"자네는 내가 그놈을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그럼 줄기라도 막아요."
"...알겠네."
현자 아트라데온도 유준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의 강함을 인정하기에 더더욱.
여기에 파라네트까지 가세하면서 줄기들이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일행에게 접근하는가 싶으면 흔 적도없이 사라지는 거대한 줄기들.
특히 파라네트의 활약이 의외였는데, 녀석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이다.
'쟤 검술 실력이 저 정도였나?'
신들린 듯 검을 휘두르는 파라네 트.
유준이 감탄하며 지켜봤다.
단순히 검술만는게 아니었다.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속 도와 힘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 것처럼 발전했다.
진화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
이런 파라네트의 변화의 원인을 유준은 곧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
'칭호. 초월급 칭호 때문이네.'
-진정한 황금 사원의 주인(초월) : 보유한 소환수의 모든 능력치가 80% 상승합니다. 황금과 관련된 모든 능력의 효과가 100% 증가합니다.
그가 처음으로 얻은 초월 등급의 칭호.
보유한 소환수의 모든 능력치가 80%나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다.
'검술이는 것처럼 보이는 건 그
만큼 몸놀림이 좋아져서 그런 건가?'
기술도 능력치와 관계가 있었다.
육체 능력치가 높아지면 어려웠던 기술도 더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고, 생각처럼 몸이 잘 움직여지게 되는 것이다.
'천마신공도 많이 연습했나 본데.'
파라네트는 검만 쓰는 것이 아니었다.
주먹과 발뿐만이 아니라 온몸을 사용해 전투했다.
특히 맨주먹으로 줄기들을 후려치는데 그 위력이 상당해서 유준도 깜짝 놀랐다.
'괜히 천마신공이 EX+등급 스킬이 아니구나.'
파라네트의 성장이 눈부실 정도였다.
'투자한 보람이 있어.'
파라네트는 단순히 소환수로 치부할 수 없는, 유준이 저레벨일 때 부터 같이 해 온 동반자와도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더욱 뿌듯한 기분이었다.
파라네트가 성장하는 것을 보면 자신이 강해질 때보다 더한 카타르시스가 오는 듯했다.
'녀석. 많이 컸네.'
유준이 파라네트를 대견하다는 듯 바라봤다.
하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좋아요. 아빠. 더 해 주세요."
"오냐."
어느새 전투에서 빠진 유준.
줄기를 없애는 것은 모두 일행에게 맡겼다.
이유가 있었다.
숲의 주인이라는 녀석이 나타나
는 순간 막아야 하기에.
파라네트가 경고한다는 것은 그 만큼 위협적인 존재라는 뜻.
최근 유준은 목숨이 경각에 달했 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기에 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시기를 조심해야 한다.'
현재 유준은 행성 파괴자의 검을 얻고 자만심이 하늘을 찔렀다.
세계의 밸런스를 무너뜨릴 무기, 행성 파괴자의 검.
하지만 그가 직접 만들어 내거나
역경을 헤치고 구한 검은 아니었다.
당장 무과금즐겜러 캐릭터의 인 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가져와 업그 레이드한 것뿐.
무과금즐겜러는 이 행성 파괴자 의 검보다 더 좋은 검을 지니고 있을 수도 있었다.
막말로 무과금즐겜러처럼 뛰어난 아이템을 가진 존재가 천계 그 어 딘가에 존재할 수도 있었다.
그게 숲의 주인이 될 가능성도 있고 말이다.
'가장 큰 문제는 무과금즐겜러가
나한테 무진장 빡쳐 있을 거라는 거지.'
어떻게 보면 무과금즐겜러를 창 조한 유준이지만, 동시에 고혈을 빨아먹는 아주 악독한 고용주 혹은 사장일 수도 있었다.
그것도 좋은 아이템들만 가져가 니 마음이 얼마나 쓰릴지….
미안할 따름이었다.
'그래도 동기화 구슬을 얻는 건 포기할 수 없어.'
동기화 구슬을 모으고 다니는 것도 어느 정도 위험부담을 안고 하는 짓이었다.
무과금즐겜러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자신을 찾아내려 할 수도 있었다.
높은 확률로 그러겠지.
'더 빨리 강해져야 해.'
무과금즐겜러가 가진 아이템들 수준을 보면 결코 자신보다 약하다 고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한시 빨리 강해지도록 노 력해야 했다.
숲에 감각을 제한하는 결계가 있 으나, 유준은 그 결계의 제한을 억 지로 뚫어 버렸다.
'이게 되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결 찾기 특성 덕분이었다.
정확히는 결 찾기 특성과 초집 중 스킬이 시너지를 일으켜 결계에 있는 결까지도 찾아낼 수 있었 던 것.
결 찾기 특성이 정말 만능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제한을 걸던 결계가 무력화되는 순간부터 감각의 범위가 말도 안 되게 늘어났다.
세상이 탁 트이는 이 느낌.
살맛 난다.
감각이제한당하는 기분은 썩 좋 지 않았었다.
유준은 숲의 주인부터 찾았다.
강대한 기운을 내뿜는 존재가 하 나 있기는 했다.
이 거대하고 울창한 숲에서 단 하나의 존재만이 그런 기운을 풍기는데 모른 척하기가 더 어려웠다.
'움직이고 있어.'
역시 예상대로 녀석이 잠들어 있 지는 않았다.
"다들 대비해요. 멀지 않은 곳에
놈이 있습니다."
유준의 말에 아트라데온의 눈이 커졌다.
"숲의 주인이 깨어났는가?"
"보니까 진작 깨어났던 거 같아요. 그리고 무얼 찾아다니고 있는 느낌입니다."
"찾는다고?"
"잠깐만요. 놈에게 접근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천족이에요."
일행이 걸음을 멈췄다.
짓쳐들어오던 줄기들은 모조리 베인 지 오래였다.
"자네. 확실한가? 나 말고 다른 천족들이 있다고?"
"예. 조심성도없이 다가가고 있 네요. 숲의 주인이 원래 온순한 편 입니까?"
"그럴 리가. 흉포하다 못해 악귀 와도 같은 놈일세. 주변에 접근하는 놈을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네."
"그런데 공격을 안 하는데요, 서로?"
"천족들 다섯이 숲의 주인을 둘 러싸고 아이템을 썼어요."
"어떤 아이템?"
"직접 보는게 아니라 잘 모르겠습니다. 마력이 담겨 있다는 것 정 도밖에는."
"...빨리 가 봐야겠군. 느낌이 좋지 않네."
"예. 같은 생각입니다. 놈들은 온 건파 천족들 같아요."
"기어코... 숲의 주인까지 통제 하는데 성공한 건가."
"그게 가능한 거였습니까?"
"불가능하다고 여겼지."
"온건파 천족들은 해냈잖아요.
저쪽에 그런 방향으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 천족이 많나 보죠?"
"유크리아의 짓일 걸세."
유크리아.
익숙한 이름이다.
유크리아의 성창.
그 아이템을 아마 유크리아가 제 작했을 것이다.
"아이템 제작자입니까?"
"아이템도 만들고 연금술도 하고, 포션도 만드는, 못하는게 없는 불세출의 천재라고 할 수 있는 여
자일세. 심지어 싸우기도 잘 싸워 서 전쟁의 최전방에 섰던 이력도 있지."
"이번 숲의 주인을 깨어나게 한 것도 그녀의 짓일 확률이 높겠군요?"
"그렇겠지."
"숲의 주인은 이미 천족들의 말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거 큰일이로군."
"그런 것치고는 태평하신데요."
"자네가 다 해결해 줄 것이라 믿네."
"지금 온건파 쪽에서 숲이랑 숲 의 주인까지 패키지로 차지했는데요? 절 믿고 이대로 손 놓고 계신 다는 건 아니죠? 뭐라도 좀 해 봐요."
"보고는 마쳤네. 근데 자네는 여 기에 지원을 부르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없죠."
아트라데온이 수염을 쓸어내리며 웃었다.
"우리가 여기서 끝내야 되네."
"목표 하나만 딱 정할게요. 숲의 주인 처치. 그걸로 되는 거죠?"
"그렇네. 그리고 세르티프스가 이번 일을 성공적으로 해결하면 약 속한 세 개의 아이템을 준다고 하 더군."
"진작 받아야 했을 물건인 것 같 기는 하지만... 확답을 준 걸 다 행이라고 생각해야겠네요."
"또 어물쩍 넘어갔다간 자네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 내 첨언 했었네. 내 덕도 조금 있는게지."
"절 잘 아시는군요. 고맙습니다."
만약 세르티프스가 아이템을 주 지 않았더라면 강경파 쪽에 가서 날뛰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유준은 상대방이 보상으로 장난 질하는 것을 두고 볼 성격이 아니었다.
목표가 확실히 정해졌다.
"숲이 온건파 천족들을 털끝도 건드리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서 공격받는 건 우리뿐이네요."
유준이 아트라데온의 얼굴을 뚫 어져라 바라봤다.
"왜 그렇게 보는가?"
"아트라데온은 유크리아처럼 못 해요?"
"...난 그저 특이한 것들을 탐
구하는 알량한 천족일 뿐일세. 유 크리아와는 비교할 수 없지."
"이론만 빠삭한 건가요? 실전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일부러 아트라데온의 자존심을 긁는 말을 했지만, 그는 아랑곳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너무 당당해서 할 말이 없 네요."
"당당함이 내 장점 중 하나일세."
"여기에서 대기해요."
"자네 혼자 갈 셈인가?"
" 예."
"저도 같이 갈게요, 유준 씨."
"위험합니다."
"그럼 어쩔 수 없죠."
너무 쉽게 포기하는 김요한.
애초에 예의상 한 말이었을 것이다.
숲의 주인은 너무나 위험한 존재였으니.
"유준 씨가 그렇다니 저희는 줄 기나 베고 있겠습니다."
" 예."
유준이 그때 마누엘라의 손을 잡았다.
"가호 줘."
"...어어? 알았어."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11권 22화
266화
[여신의 가호를 받았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45% 상승합니다!]
[공격력과 방어력이 35% 상승합니다!]
[신체에 걸린 모든 해로운 효과 가 제거됩니다.]
[모든 상처가 회복됩니다.]
[행운이 증가합니다.]
" 응?"
여신의 가호 효과가 조금 달라진 느낌인데.
모든 능력치가 5% 더 증가하고 공격력, 방어력이 5%씩 더 늘었다.
아주 큰 변화라고 볼 수는 없었지만, 변화는 변화였다.
"가호 효과가 좋아졌는데?"
"응. 보석을 사용해서 등급이 올라갔어."
"거기에 보석을 쓴 거야?"
"어차피 중등급이고... 더 높은
등급의 스킬이 딱히 없어서."
"아깝진 않아? 너한테 적용되는 가호는 아니잖아."
"너한테 도움 됐으면 난 그걸로 좋아."
뭐야. 감동이잖아.
마누엘라의 동료애가 이렇게 강 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마계에서 활동하던 순혈 마녀.
보통 순혈 마녀라고 하면 악명이 높은데, 그녀는 처음 만났을 때부
터 악랄하다는 느낌이 많이 없기는 했다.
마녀에 관한 소문이 과장되어 있다는 건 진즉 알았지만, 마누엘라는 순해도 너무 순한 편이었다.
그리고 같이 다닌 지 그리 오랜 시간이 되지 않았음에도 동료를 위 해 희생하려 하다니.
유준은 마누엘라를 다시 보게 되었다.
"...왜?"
"고맙다고. 여기서 기다려. 다 같이. 금방 올게."
"응."
여신의 가호를 받은 유준은 더 가벼워진 몸으로 숲을 내달렸다.
셀 수 없을 정도의 줄기들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지만, 단 하나도 그의 몸을 스치는 것이 없었다.
'이것도 다 경험치인데 무시하고 가긴 그렇지.'
그는 검막을 펼치면서 이동했다.
예전에는 상당한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었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수월했다.
초집중 스킬이 전혀 필요 없을 정도로.
이럴 때마다 성장했다는 걸 느낀다.
'지금이라면 더한 것도 할 수 있 지 않을까.'
지금 당장 시도해 보진 않았다.
더 중요한 일을 해결해야 했기에.
숲의 주인과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온건파 천족 다섯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내 기척을 눈치챘군.'
천족들의 다급함이 여기까지 느 껴지는 듯했다.
온건파에 속한 천족이라면 유준 이 누군지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당한 게 하도 많으니 모르면 간 첩이라는 소리를들을 정도.
온건파 천족들은 직접 나서서 처 리하기보다는 숲의 주인을 활용하기로 한 모양이다.
숲이 더 거세게 유준을 옭아매려 들었다.
하지만 줄기들로 그의 속도를 따라잡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유준은 전속력을 냈고 숲의 주인 과 온건파 천족들이 있는 곳에 금 방 도달할 수 있었다.
"...신유준."
천족 넷은 모르는 얼굴이고 나머 지 한 명이 아는 얼굴이었다.
유트리아였다.
"역시 너도 있었구나."
왠지 낯설지 않은 기운이 있다 했다.
유트리아가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이곳엔 무슨 일이지?"
"넌?"
"순찰."
"옆에 있는 그 괴물은 뭔데?"
유트리아를 비롯한 천족들의 옆에 있는 숲의 주인.
놈의 생김새는 다소 특이하다고 할 수 있었다.
아기와 같은 몸에 기저귀를 차고 흉측한 얼굴과 피부를 가졌다.
눈이 얼굴 면적의 반을 차지하며 코는 뭉툭하고 입은 뭉개져 있었다.
뭉개진 입 사이로 더럽고 끈적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왜 하필 변신해도 저 모습으로 한 걸까...
그 이유는 알 수는 없었지만, 확 실한 건 숲의 주인이 아주 끔찍한 외형을 지니고 있다는 것.
"걔는 자고 있어야 한다며? 억지 로 깨운 거 너네 짓 아니야?"
"천족도 아닌 외지인 그것도 인 간이 상관할 바는 아니다."
"난 그 천족한테 의뢰를 받았으니까 상관해도 되지?"
"용병이라는 건가. 돈을 얼마나 받았지? 제안받은 것보다 두 배 더 많은 돈을 주겠다."
"난 돈 안 받아. 아이템만 받지."
"그래. 그럼 두 배 가치에 해당 하는 아이템을 주겠다."
"가치는 누가 정하는데?"
"내 언니가."
"그게 누군데?"
"유크리아. 인간인 너라도 그 이 름 정도는 알 텐데?"
유트리아의 말에 유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긴 알지.
아이템에 적힌 이름으로만 보다 가 비교적 최근에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되긴 했지만.
"유크리아가 아이템 감정사 노릇 도 하는 거야?"
"그녀는 못하는 것이 없다."
"초월 등급 아이템도 줄 수 있어?"
"그래."
일 초도 고민하지 않고 대답하는 유트리아.
유준이 눈을 크게 떴다.
초월 등급 아이템을 자신하면서 내놓을 수가 있다고?
"믿기 어려운데."
"네가 그녀를 직접 보지 못해서 그래. 그녀가 만든 아이템 중엔 초월 등급 아이템도 있다."
"...초월 등급 아이템을 만들어?"
이거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지는데.
자신은 신화 등급 아이템을 동기화 구슬로 어렵게 구한다음,
거기에 또 초월의 돌을 사용해
초월 등급 아이템을 만들었는데.
유크리아는 그냥 초월 등급 아이템을 제작해 버린다고 한다.
허탈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래도 용병은 신뢰가 생명이라. 조건에 따라 박쥐처럼 왔다 갔 다 하기는 좀 그렇지."
"내 제안을 거절하는 건가?"
"응."
"후회할 텐데."
"후회는 항상 하고 살아. 그때 널 놓치지 않고 제대로 죽일 수 있었으면 하고 얼마나 후회했는데."
"공격해!"
유트리아의 외침에 뒤에서 무기를 뽑고 대기하던 천족들이유준에게 달려들었다.
투사체 마법과 함께 쇄도하는 그 들의 속도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유준은 검을 뽑지도 않고 신검합 일로 허공에 만들어 낸 복제 검들 로 천족들을 상대했다.
서걱! 서걱!
사실 상대라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에 가까웠다.
천족들은 처음의 그 기세는 온데 간데없이 사라지고 당혹스러운 얼 굴로 연신 뒷걸음질 치기 바빴다.
행성 파괴자의 검이 무려 여섯 개나 허공에 띄워져 있다.
천족들이 그 검들을 감당하기엔 검의 공격력이 너무나 높았다.
천족 둘이 한순간에 목숨을 잃었다.
그들이 방심한 것도 아니고, 그 저 뇌가 인지하지 못해 검에 베이 기까지 대처할 수 없었을 뿐이다.
그때 유트리아가 숲의 주인을 조 종했다.
"크야야약!"
소름 끼치는 고함과 함께 숲의 주인이유준에게 달려들었다.
작은 몸집을 지닌 놈은 어울리지 않게 엄청난 양의 기운을 뿜어 대 고 있었다.
'천족들이랑 비교가 안 되는데?'
숲의 주인이 지닌 기운은 유준도 웃어넘길 수 없는 수준이었다.
자칫 스치기라도 했다간 목숨이 위험했다.
'조심해야겠다. 최대한 접근을 막는 방식으로 상대해야겠어.'
검으로 방벽을 세웠다.
숲의 주인은 검에 실린 힘을 잘 알고 있는 듯 쉽게 다가오지 못했다.
주춤주춤하면서 기회를 엿봤다.
녀석이 겁을 먹은 지금이 기회였다.
유준은 고대 마법, 공간 장악으로 숲의 주인을 묶으려 들었다.
낌새를 알아챈 숲의 주인이 전진 하며 공간 장악의 범위를 벗어났다.
'역시 감도 좋네.'
저 정도 마력을 지닌 존재라면
당연히 피해 낼 거라 생각했다.
공간 장악에서 벗어난 숲의 주인에게 두 개의 검이 날아들었다.
후우웅-!
카앙!
숲의 주인에게서 대량의 마력이 방출되며 날아가던 행성 파괴자의 검 속도가 잠시나마 늦춰졌다.
그사이에 숲의 주인은 네발로 달 리며 유준에게 접근했다.
기세가 매섭긴 했으나, 유준에게는 새롭게 만들어 낸 열두 척의 배...가 아닌 열두 자루의 검이 있었다.
"으부뷰."
검의 숫자가 이렇게 많아졌는지는 몰랐던 숲의 주인이 우뚝 멈추 며 뇌 정지가 온 듯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으붑. 뷰부부."
그 모습을 유준이 황당한 눈길로 바라봤다.
'외형에 따라서 지능도 낮아지는 건가?'
유준으로선 다행인 일이었다.
숲의 주인이 똑똑하기라도 했으면 처치하기가 까다로웠을 것이다.
문제는 유트리아였다.
그녀가 지원을 부른 탓에 온건파 천족들 수백이 또 몰려왔다.
이번엔 정예 중의 정예들만 몰린 것인지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존재들이 많이 포진해 있었다.
"왜 항상 적들만 지원이 오는 거야?"
강경파 쪽에서 지원이 오는 꼬라 지를 한 번도 못 본 것 같다.
'뭐... 와도 곤란하긴 하지만.'
지금 아군이 오면 오히려 방해될 수도 있었다.
다수를 상대할 때는 아군이 없는 편이 나았다.
'세르티프스가 똑똑해서 일부러 지원을 안 보내는 거라고 생각하 자.'
유준은 얼추 400은 넘어 보이는 천족들을 바라봤다.
저걸 다 죽이려면....
마법으로는 어림도 없다.
마법에 대한 대비는 확실히 되어 있을 터.
천족들이 허약한 것도 아니고, 확실히 준비해 왔다면 방법은 하나다.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무너뜨리는 것.
'검으로 일일이 죽이기엔 시간이 너무 걸려. 숲의 주인을 상대해야해서 그만한 여유가 없기도 하고...
그래서 검에 마법을 담기로 했다.
검으로 펼칠 수 있는 범위 공격 이 웨폰 어스퀘이크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웨폰 어스퀘이크는지면에 발을 붙이고 있는 적에게만 통하니, 날
개가 달린 천족들을 상대로는 별 쓸모가 없었다.
천족들에게 효과적인 마법은 뇌 속성의 마법.
체인 라이트닝 마법을 똑같은 거 리를 유지하고 있는 열 자루의 검에 균등하게 담았다.
만약 이 광경을 제대로 된 마법 사가 봤으면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단순히 체인 라이트닝 마법을 쓰는 것보다 어떠한 물체에 마법을 담는 것이 몇 배는 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 어려운 작업을 동시에 열 개를 진행했다.
더 놀라운 것은 검들이유준의 손에 닿지도 않았다는 것.
원격으로 검에 마법을 담은 것만으로도 이미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 이었는데 무려 열 개의 검을 동시에 작업했다.
비단 마법사만 놀랄 광경이 아니었는지 유트리아가 헛숨을들이켰다.
그리고 수많은 천족들 중에는 당 연히 마법에 능통한 플레이어들도
적지 않게 있었다.
"저걸 어떻게 한 거야?"
"스킬 아닐까?"
"스킬? 하. 저런 스킬이 있을 것 같아? 차라리 마법으로 손수 해냈 다는게 더 믿기 쉽겠는데."
"저거 그리고 라이트닝 체인이 아니라 체인 라이트닝이지?"
"그런 거 같아."
체인 라이트닝과 라이트닝 체인.
순서만 뒤바뀐 것 같지만, 위력은 천차만별이었다.
라이트닝 체인은 어느 정도 수준
만 되면 펼칠 수 있는 마법인 것에 반해, 체인 라이트닝은 아주 고난이도의 마법으로 유명했다.
그런 체인 라이트닝 마법이 열 개가 연계되었다.
심지어 검 공격력에 영향을 받도 록 무기에 마법을 인챈트시킨 상황.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 유준조 차 짐작이 안 갔다.
즈즈즛.
지지지직.
천족들의 모골을 송연케 만드는 살벌한 소리가 짧은 시간 이어지고,
파밧!
체인 라이트닝의 연쇄 효과가 일 어났다.
검과 검 사이의 거리가 상당히 멀었다.
그 말은 즉, 검들은 넓은 범위를 둘러싸고 있다는 것이고 천족들이 도망가기엔 너무나도 촉박한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유트리아를 비롯한 눈치 빠른 천 족 몇 명을 제외한 천족들 전부가 체인 라이트닝의 범위에 들었다.
파지직!
번쩍! 콰아앙!
연신 스파크가 튀다가 어느 순간 엄청난 굉음이 숲 전체를 강타했다.
체인 라이트닝의 범위에 들고도 살아남은 천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전멸한 것이다.
검에 마법을 단 한 번 담은 것만으로.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11권 23화
267화
체인 라이트닝이 몰아쳤던 일대에 무거운 침묵이 자리잡았다.
방금 연계 기술은 유준으로서도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그의 얼굴에 진땀이 다 날 정도였다.
몇 명을 제외하고 천족은 다 죽었고, 체인 라이트닝에 맞고 유일 하게 미약하게나마 숨을 내뱉고 있는 건 단 한 놈.
숲의 주인이었다.
'불사의 존재라더니... 확실히 그래 보이네.'
사실상 가운데에서 가장 직격탄을 맞은 건 숲의 주인이었다.
그런데 버틴 것도 녀석 혼자뿐이었다.
'단순히 맷집이 좋다고 할 수준 이 아니야.'
그 공격을 받고도 살아남은 걸 보면 지금 당장은 무얼 해도 놈의 생명을 앗아 가는 것은 불가능할 듯했다.
어차피 목적은 죽이는 것이 아니 라 잠재우는 것이었다.
그는 김요한에게 받은 하얀 액체 가 담긴 유리병을 꺼냈다.
'상황을 보니 곧 쓰게 될 거 같 긴 한데.'
끙끙 앓고 있는 숲의 주인을 보 다가 유준이 얼굴을 굳혔다.
'잠깐만.'
잘 생각해 보면 숲의 주인을 잠 재우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녀석은 원래 깨어나야 할 시기보 다 수개월은 일찍 일어났다.
본래 오차 범위가 그 정도는 절 대 아니라고 하니, 분명히 온건파 천족들이 어떠한 방법을 써서 숲의 주인을 깨게 만든 것이다.
입맛대로 조종하는 것도 마찬가 지고.
숲의 주인을 한 번 깨워 봤는데 두 번이라고 안 될까?
분명히 녀석들은 방법을 알고 실 행한 것이고, 설령 그 방법이 까다 로울지라도 똑같이 또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숲의 주인을 하얀 액체를 써서 재운다고 해도 크게 소용
이 없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완벽한 결말을 맞이할 수 없었다.
그걸 깨달은 유준이유트리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쟤를 심문하고 싶기는 한데. 또 전처럼 탈출할 수도 있으니 심문은 안 하는게 낫겠지. 통한다는 보장 도 없고.'
유준은 초집중 스킬을 사용했다.
그의 발이 땅에서 떼어지는 순간 쾌속 전진(A)을 발동하고 유트리아 가 당연히 반응해 움직였다.
그때 점멸을 사용했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발동된 점 멸.
안 그래도 빨랐던 유준이 점멸까지 사용하며 사라졌다.
유트리아가 그를 쫓기란 어려웠다.
푹!
어느새 뒤에서 나타난 검이유트 리아의 뒤통수를 뚫었다.
단말마(斷末魔)도없이 목숨을 잃은 그녀.
유준과 싸우고도 끈질기게 살아
남았던 천계의 행동대장 격 천족이 전사했다.
그러나 그녀의 죽음을 애도할 천 족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소수의 천족들은 도망치면서 각 자 상사 격 천족에게 메신저로 상황을 보고했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이었다.
서걱! 서걱!
워낙 빠르게 휘둘러진 검격에 천 족들은 목이 베이는 감각조차 느끼 지 못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천계에서의 악명이 널리 퍼집니다!]
[공명정대한 악마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 응?"
이런 메시지는 처음인데.
공명정대한 악마라니?
이상한 네이밍은 그렇다 쳐도 시
스템이 일일이 누군가가 염탐하고 있다는 걸 보고해 주기도 하나?
신들의 전쟁을 플레이할 때 악명이라는 것은 분명히 있었다.
악한 종족이 아닌 중립이거나 선 하다고 알려진 종족들을 다수 죽이 면 악명이 퍼지기도 했지.
대륙에서 마족은 아무리 죽여도 악명이 오르진 않았다.
반면에 마계에서 마족을 죽이면 악명이 퍼진다는 메시지가 종종 뜨 기는 했었다.
'무한의 탑에 온 이래로 처음 나 타난 거 같은데.'
천족을 하도 많이 죽여서 작작 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시스템이 천족을 보호하려고 하는 거면...
그 의지를 거슬러서 좋을 것이 없기는 했다.
살짝 불안하기는 했으나, 유준이 어디 그런 것에 굴할 성격이던가.
'뭐, 직접적으로 그만하라는 말은 없으니까 더 죽여도 상관없겠지.'
궁금한 것은 공명정대한 악마의 눈길을 끌었다는 대목이었다.
눈길을 끌어서 도대체 어쨌다는
걸까.
'공명정대한 악마는 신적인 존재 일 확률이 높겠지.'
정황상 그렇다.
일개 플레이어의 눈길을 끌었다 고 시스템이 알려 줄 것 같지는 않아서 한 추측이었다.
유준은 숲의 주인이 천천히 회복 하는 걸 기다리면서 아트라데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공명정대한 악마의 눈길을 끌었 다는 것의 의미를 묻는 내용이었다.
[아트라데온 : 흐음. 공명정대한 악마? 정체는 대충 예상이 가는군.]
[*신유준 : 그래요? 누군데요?]
[아트라데온 : 패트루이.]
[* 신유준 : 그게 이름입니까?]
[아트라데온 : 그렇네. 타락한 천 사 루시퍼라는 존재를 아는가?]
[*신유준 : 루시퍼? 들어는 봤습니다. 근데... 제가 살던 곳에선 허구의 존재로 묘사되던 놈인데요?]
[아트라데온 : 마찬가지로 여기에서도 허구의 존재로 인식되고 있
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러한 존재가 고대 문헌에서도 계속해서 서 술되고 있다는 점이네. 그의 모습을 그린 낡은 양피지도 난 본 적이 있어.]
[*신유준 : 패트루이랑 루시퍼랑 무슨 상관입니까, 근데?]
[아트라데온 : 패트루이는 그 유 명한 루시퍼의 반대 격인 존재일세. 본래 악마였다가 천사가 되었지. 루시퍼가 타락한 천사라면 패트루 이는 악함이 사라진 악마라고 해야 할까.]
[*신유준 : ...악마가 천사가 될 수가 있어요?]
[아트라데온 : 안 될 것이 있나? 실제로 존재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는 이들인데 말일세.]
[*신유준 : 천족과 천사는 다른 거죠? 어떤 연관이 있기는 합니까'?]
[아트라데온 : 천사를 직접 본 이는 없으니 다르다고 할 수 있겠지? 나도 정확히는 모르네.]
[*신유준 : 하여튼 감사합니다. 악마였어도 지금 천사인 거면 나쁜 놈은 아닌 거죠?]
[아트라데온 : 그렇기에 더 좋지 않은 상황인 것 아닌가? 괜히 눈길
을 끌었다고 설명했겠는가? 분명 자네를 눈엣가시로 여길 확률이 높네.]
[*신유준 : 저한테 불이익이 당 장 오지 않는 이상 천사를 죽일 생각은 없습니다.]
[아트라데온 : 자네... 천사를 죽일 생각을 하고 있었나?]
[*신유준 : 그 얘기 아니었어요?]
[아트라데온 : ...천사를 죽인 다는 발상을 하는 것부터가 자네와 내가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구만.]
[*신유준 :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있습니다. 아트라데온도 이런 메시지 받아 봤어요?]
[아트라데온 : 난 받아 보지 못 했네만, 나에게 이런 말을 털어놓은 이가 서넛 있기는 했지.]
[* 신유준 : 혹시 그 사람들이 전 부 죽었다는 불길한 소리는 하지 마세요.]
[아트라데온 : 실제로 그들은 다 죽었네.... 그런데 전투와 성장에 미친 플레이어들이 돌연사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 아니던가? 우연 일 걸세.]
[* 신유준 : 참으로 위로가 되는
말이네요. 일단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아트라데온 : 고맙기는. 얼른 해 결하고 돌아오기나 하게.]
아트라데온과의 대화는 거기서 끝이었다.
공명정대한 악마 패트루이.
천족을 많이 죽여 그의 관심을 끌어 버린 모양이지만, 어디 천족을 학살한 게 자신뿐이겠는가?
너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거기다 아트라데온의 말이 전부
사실이라는 증거도 없잖은가.
"유뷰붑. 부붑."
숲의 주인이 어느새 완벽하게 회 복해서 유준에게 달려들었다.
끔찍한 외형을 한 숲의 주인이지만, 계속 보니 정감이 가기도 했다.
물론 맨손으로 만지고 싶지는 않았다.
숲의 주인이 달려오던 그 자세 그대로 유준의 검에 꿰뚫렸다.
뚫린 부위는 뇌가 있는 머리 부 위.
놈의 움직임이 멎었다.
검에 혼돈을 담기는 했으나 이걸 로 죽지는 않을 것이다.
역시나 숲의 주인이 이내 꿈틀거 리기 시작했다.
피부에서 기포가 올라오면서 울 긋불긋하게 시시각각 변했다.
검에 뚫린 머리에서는 피가 아닌 보라색 액체가 흘러나오며 엄청난 악취까지 났다.
유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뒤로 물 러났다.
혼돈으로도 죽지 않는 놈을 어떻 게 처리해야 할까.
죽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 건 불가능하다고 하고.
절대 봉인의 구슬이 통했으면 애 초에 고민도 안 했겠지만.
그래도 유준은 절대 봉인의 구슬을 꺼냈다.
숲의 주인을 가두려는 목적이 아니었다.
한 존재를 소환하기 위함이었다.
그가 소환하려는 것은 발록이 아닌 피의 군주였다.
피의 군주를 봉인 구슬에서 꺼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화아악-!
망설이지 않고 피의 군주를 소환 했다.
"크아아아악!"
피의 군주가 세상으로 나오자마 자 내뱉은 건 흉포한 괴성이 아니다.
고통스러 워하는 비명이었다.
"적당히 아파야지!"
피의 군주가 울분에 찬 눈으로 유준을 노려봤다.
"네놈!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하 찮은 존재가 감히..."
"뒤를 봐."
불사의 존재인 숲의 주인이 불사 의 존재인 피의 군주를 공격했다.
아무런 무기도없이 몸통으로 부 딪친 것이 다였지만, 피의 군주가 엄청난 충격을 입으며 멀리 튕겨 나갔다.
"뱀파이어 중에 제일 강하다는 놈이 이렇게 둔해서야...
하지만 피의 군주도 결국은 불사 의 존재.
멀쩡한 모습으로 금방 유준 앞에 나타났다.
콰아앙-!
"커헉!"
이번에도 숲의 주인이 피의 군주 의 뒤를들이받았다.
숲의 주인은 어째서인지 피의 군 주만을 노리는 모양새였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어그로가 확 실히 피의 군주에게 끌려 있었다.
유준은 도망갈 염려가 있는 피의 군주에게 신속하게 다가가 물었다.
"너 쟤한테 뭐 잘못한 거 있냐?"
"저놈은 도대체 뭐지? 왜 날 공 격하는 건지 이유를 알려 다오."
"난들 알겠냐. 네가 그냥 싫은 모양인데. 아, 혹시 그거 아닐까? 이 세상에 불사의 존재는 나 혼자 있는 것으로 족해! 이런 거."
"저 흉측한 괴물이 불사의 존재 라고?"
"그렇대. 심지어 봉인도 안 통하 더라. 넌 쟤 처음 보는 거 맞지?"
"그렇다."
피의 군주가 순순히 대답하는 듯 하면서 갑작스럽게 날카로운 손톱을 뻗어 왔다.
후웅!
당연한 말이지만 빗나갔다.
유준과 피의 군주의 격차는 상상 이상으로 컸다.
녀석이 분한 듯 노려봤다.
"너 근데 이름이 뭐였지? 계속 피의 군주라고 부를 순 없잖아."
"마르크스. 네놈을 죽일 위대한 뱀파이어의 이름이다. 잘 기억해 두도록."
"발록도 그렇고, 반항이 너무 심 하네."
"네놈 같으면 네놈 말을 따르겠나?"
"아니."
그때 또 숲의 주인이 마르크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빨라서 마르크스가 회피 동작을 취했지만,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컥!"
옆구리를 가격당한 마르크스가 주저앉았다.
'이렇게 보니까 숲의 주인이 세 긴 하네...
물론 마르크스가 지닌 힘은 본인 이 아닌 권속들로부터 나온다.
피의 군주보다 권속이 더 강하다는 말이다.
그를 얻으면 강력한 권속들도 손 아귀에 들어오게 되는 셈.
그래서 유준이 그를 봉인 구슬에 넣어 두고 다닌 것이었다.
그 이후로도 숲의 주인은 집요하게 피의 군주만을 노리고 쇄도해 왔다.
유준이미간을 찌푸리며 신검합 일로 다섯 자루의 검을 만들어내고 하나씩 놈의 몸에 꽂았다.
"유붑! 우부붑! 왁!"
놈도 고통을 느끼는지 침을 질질 홀리며 비명을 질렀다.
유준이 의도한 대로 숲의 주인은 꼼짝을 못 하고 완전히 고정되었다.
그 광경을 지켜본 피의 군주 마르크스가 안심하며 말을 꺼냈다.
"날 다시 꺼낸 이유가 무엇이지?"
"네 능력이 필요해."
"내 능력? 녀석은 네 힘으로 처 리 가능한 것으로 보이는데."
"바보냐? 상식적으로 네 무력이 필요하겠어?"
"본론을 말해라, 그럼!"
"저놈을 권속으로 만들어."
유준이 손가락으로 다섯 자루의 검에 꿰뚫려 고정되어있는 숲의 주인을 가리켰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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