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C.
월광교 게이트 사건 이후 풀려날 괴물들로 인한 혼란으로부터 스타더스의 부담을 덜기 위해 내가 육성한, 능력자 인재들.
능력자들을 협회 히어로들이 아닌 기업 소속 민간인으로 두어 내가 이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컨트롤할 수 있게 하였으며, 애초에 내가 이들의 선생으로써 다 키워냈다. 내가 에고스트림에서 얻은 능력 컨트롤에대한 노하우와 정수를 다 전했다고 할 수 있지.
그렇게 스스로 능력의 잠재력을 빠른 시일안에 다 깨웠고, 전투경험도 어느정도 시켜주었다. 거기에 내가 몇달간 그들과 함께 먹고 자고 가르치고 고민도 들어주고 하며 지냈기에 유대감또한 최상. 그들또한 날 믿고 따른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가끔 좀 '너무' 믿고 따르는 것같아 걱정될 때가 있기는 한데... 안 믿는 것보다는 낫겠지.
하여튼, 결론적으로 이번에는 우리 PMC 애들이 이설아를 통해 스타더스랑 만나기로 했다.
...사실, 좀 우려되는 부분도 있기는 한데 애들이 다 똑똑하니 잘 해내겠지. 어차피 월광교 이후로 PMC 애들이 본격적으로 데뷔하면 스타더스를 보게 될 테니까, 그때 보느니 지금 미리미리 친분과 신뢰를 쌓아놓는게 좋겠다는 판단에서였다.
또, 덤으로 스타더스가 애들 능력도 점검해준다면 더할나위 없고.
그렇게 유성 스쿼드, PMC 본사 건물.
우리 스쿼드 애들을 가르치러 스타더스가 오늘 온다고 한 만큼, 우리 스쿼드 애들이 스타더스와 만나기 전에 난 마지막으로 확실하게 지도하고 있었다.
"자, 내가 했던 말 기억하지?"
"흥. 알았다니까요. 성격좋게 싹싹하게 굴고, 배울 수 있는 마음가짐같은거 최대한 많이 배우라는거잖아요. 쌤 신분은 비밀이니까 말하지말고."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돌리며 흥-하는 소리와 연한 주홍빛 머리를 휘날리며 퉁명스럽게 답하는 2호.
...이와중에 내가 했던 말을 아주 일목요연하게 잘 요약한 모습이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스승님."
이와중에 고개를 끄덕이며 올곧게 대답하는, 하얀 머리를 뒤로 묶은 1호였다. 애가 참 바르단 말이지.
...사실 1호는 검술을 쓰는 만큼 스타더스보다는 카타나한테 배우는게 맞는거 같긴 한데, 하여튼.
"뭐, 어쨌든간에 기대되네요! 그 유명한 히어로 스타더스를 직접 만난다니."
건틀렛을 낀 주먹을 쾅쾅 치며 밝게 웃고선 그렇게 말하는 붉은 머리의 우리 3호.
그래. 3호는 늘 긍정적이고 열정적이었으니 알아서 잘 할거다.
"....네, 잘할게요."
수면부족에 시달리는지 눈을 비비적대는 푸른 머리를 한 4호.
...이중에서는 제일 어린만큼 걱정도 좀 되지만, 그래도 잘 할거라 믿는다.
"자, 다인씨. 다들 준비 끝났어요?"
"아. 설아야."
그때 때마침, 저쪽 편에서 정장을 입고 걸어들어온 이설아에게 난 고개를 돌렸다.
인사하는 우리 애들과, 웃으면서 손을 살짝 흔들어주는 이설아.
이설아와 PMC애들은 저번에 스타더스와 만나는 날짜가 정해진 이후, 이설아가 직접 와서 한번 만났었다. 애들한테도 미리 이설아가 돈대주는 사장님이라고 설명했던만큼 다들 그녀에게 호의적으로 대했고.
물론 이설아 또한 선천적인 사람을 끌어들이는 능력으로 금새 애들이 어느정도 따랐다.
"자, 이제 슬슬 스타더스도 온다고 했으니까, 다인씨는 미리 가셔도 돼요."
"그래. 애들아, 난 이제 갈게. 다들 잘 배우고."
나는 그렇게 우리 PMC 애들한테 인사를 한 뒤, 이설아 옆에 서서 살짝 속삭였다.
"그리고... 알았지? 뭔 일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애들 좀 잘 봐줘. 말실수 할 수도 있으니까."
"알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싱긋 웃으며 그렇게 답하는 이설아.
그렇게 안심한 나는, 이내 스타더스가 오기전 자리를 떴다. 아마 곧 올테니까.
...근데, 오늘따라 애들이 날 보는 눈길이 살짝 이상했던거 같은데, 착각이겠지...?
하여튼. 곧 스타더스가 올테지.
나는 자리에 나가며, 그런 생각을 했다.
...스타더스가 우리 스쿼드 애들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려나.
***
스타더스.
그녀는 현재, 자신의 친구인 이설아가 만들었다는 유성 스쿼드 PMC 본사 건물에 와있었다.
"스타더스, 어서와."
반짝반짝 빛나는 커다란 하얀 건물 앞에서, 웃으며 자신을 반기는 설아.
오랜만에 편한 옷을 입고 온 신하루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안녕. 여기가 그 PMC 훈련하는데야?"
"어. 돈 좀 썼지."
그렇게 말하며 이설아는 싱긋 웃었다.
확실히, 으리으리하게 큰 건물. 아직은 고작 4명밖에 없다고 들었는데, 확산히 엄청난 투자를 한 듯하다.
"대단하네..."
솔직히, 신하루는 이설아의 PMC 소식을 들었을때 약간 감탄했다.
설아가 아무래도 히어로라기 보다는 경영쪽에 관심이 더 많아보였던 건 사실. 그래도 늘 본분인 부산쪽 치안은 완벽하게 유지했기에 별 상관 안했었으나, 이런걸 준비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
능력자들이 히어로가 되는걸 기피한다해서 아예 돈을 주고 고용해 히어로로 만든다니...
"우리 애들이 다들 훈련 자기들끼리 열심히 했었거든. 그러니 지금 실력 어느정도인지 한번 봐줬으면 좋겠어. 다들."
"응. 알겠어."
신하루는 약간 기대한 채, 이설아의 인도를 따라 승강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그러자 펼쳐진, 지하 속 거대한 공간.
신하루가 살짝 감탄한 사이, 이설아가 드디어 4명의 능력자들을 데리고 왔다.
"다들 인사해, 내 친구 스타더스야."
"안녕하세요!"
그녀를 보자 바로 인사를 하는 아이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신하루는 똑같이 인사를 건내며 빠르게 그들의 스캔했다.
남자 한명에 여자 세명. 다들 앳되보이는 모습이었다. 대학생 새내기같은 느낌에, 한명은 아직 학생같기도 하고.
강함은... 직접 붙어봐야 알겠네.
"자, 애들아. 다들 스타더스는 알지? 아직 스타더스는 너네를 모르니까, 자기 소개 시간을 가져볼까?"
이설아는 그렇게 말한 뒤 싱긋 웃으며 한쪽으로 모두른 인도했다.
그렇게 의자가 있는 공간에서, 스스로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 이들.
그렇게 신하루는, 이 능력자 4명의 소개를 귀기울여 들었다.
"안녕하십니까. 이세검입니다."
첫 순서로 자신을 소개한 긴 하얀색 묶은 머리를 한 남자아이. 도복을 입고 칼을 찬 그는, 특기를 검술이라고 말했다. 편하게 스스로를 1호라고 불러달라는 그. 대충 훑어보니 과묵한 성격같다...라고 신하루는 판단했다.
...참고로 검술하니 카타나가 떠오르고, 카타나와 웃으며 손을잡고있던 에고스틱의 모습이 갑작스럽게 머릿속에 난입해 기분이 싱숭생숭해지는 위기가 있었지만, 어른스럽게 털어냈다.
"...안녕하세요. 서채영이에요."
그 다음으로 인사한 약간 주홍빛 머리를 한 여자아이. 기본적으로 약간 말투가 퉁명스러워 보이기는 한데, 성격은 착해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요 능력은 활로 빛의 화살을 쏠 수 있다라... 대충 무기 강화형인가. 신하루는 납득했다. 2호라고 부르면 된다고 말하는 그녀.
...왜 근데 이 PMC 애들은 다 네이밍 센스가 1호 2호 이런식인가? 대체 누가 지은건지 그녀는 의구심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3호 허다희라고 합니다!"
이내 밝고 쾌활만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붉은 머리카락의 여자아이. 딱봐도 에너지가 넘쳐보이고 정렬적이어 보이는 그녀는, 스타더스 자신과 마찬가지로 육체파로 신체강화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거기에 덤으로 건틀렛을 끼고 불꽃펀치도 날릴 수 있고, 대검도 들고 싸우고.
이어서 마지막으로, 4호의 소개가 있었다.
"....으응, 안녕하세요. 산수아라고 해요."
푸른 머리카락을 한, 제일 어려보이는 그녀.
약간 졸린 눈을 한, 조용조용하고 소심해보이는 아이였다. ...이 애가 빌런이랑 싸운다고? 약간 걱정되는데...
"안녕. 난 스타더스라고 해. 협회소속 A급 히어로고..."
그리고 물론, 신하루 그녀도 스스로를 소개했다. 물론 다들 자신을 알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자신을 존경하는 기색으로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는 애들의 시선은 약간 불편하면서도 썩 나쁜 기분은 아니였다. 스타더스 그녀한테 호의적인 느낌. ...설아가 가르친건가?
한편, 그렇게 방 안에서 말을 하면서도.
'.....'
신하루는, 자기도 모르게 낯익은 느낌에 그 방안을 둘러봤다.
'....뭔가, 여기서 익숙한 느낌? 익숙한 기분 같은게 드는데. '
기분 탓인가.
그녀는 긴가민가 하면서도, 일단 일어났다.
"자, 애들아. 내가 훈련 봐준다고 했지? 따라와."
"아, 네!"
그렇게 오종종 따라오는 넷.
이내 천장이 높게 솟아있는, 넓디 넓은 하얀 강당같은 훈련실에 도착한 스타더스는 손을 잠시 풀더니 대답했다.
"자, 이제 한명씩 덤벼봐."
"....네?"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하는 이들.
...하긴, 슈트도 안입고 셔츠 한장 입은채 상대한다고 하니 당황스러울 수도 있지.
그러나 굳이 비상상황이 아니고서야, 상대하는데 슈트를 꼭 챙겨입을 필요는 없었다.
이들의 능력을 체크해달라고?
그럼 제일 쉬운 방법은 역시나, 한번 붙어보는 거겠지.
자신의 그런 생각을 읽은걸까.
맨 앞에 선 이세검. 1호라고 했나.
그 아이가 이내 심호흡과 함께 칼을 꺼낸 채, 자신에게 말했다.
"...한 수 부탁드립니다."
"그래."
이내, 그녀의 짧은 화답과 함께.
번뜩이는 칼날과 함께 전투가 시작되었다.
...
"크윽."
"...나쁘지 않네. 다음."
물론 몇분만에 당연히도, 신하루 자신이 이겼다.
'...대충 이정도 능력인가.'
예전의 그녀보다는 못한지만, B급 히어로들 보다는 확실히 강한거 같은 기분. 어쩌면, 여기서 실전경험까지 시켜주면 A급까지 갈 수도 있을거 같은 느낌. 꽤나 기대보다 강한 느낌에, 그녀는 내심 감탄했다.
그리고 살짝 기대도 됐고.
'....나중에 얘들이 다 성장해서 나 대신 S급 빌런들을 잡을 수 있을 정도가 되면... 난 에고스틱을 상대하는데만 집중할 수도 있으려나.'
...대한민국에서 제일 위험한건 에고스틱이니까, 응.
그렇게 그녀는 일말의 기대를 품으며.
다음, 2호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그런 날이 언젠가 오면, 좋겠네.'
등록된 마지막 회차입니다
"...."
몇시간 후.
숨을 쎅쎅 몰아쉬며 바닥에 앉아있는 PMC멤버 4명과 달리, 스타더스는 굉장히 멀쩡하게 서있었다.
'....흠, 아직은 부족하지만.'
-이정도면, 꽤 강한거같기도 하고.
손을 풀며,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티셔츠 한장 입고 싸웠지만, 몸에 생채기 하나 안난 그녀.
...조금 더 성장시키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자기들끼리 대련한게 고작이라니까, 좀 약한 빌런이 나타나면 그녀 명의로 훈련 좀 시켜주면 되지 않을까.
다만.....
"음...."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신하루는, 바닥에서 몸을 회복하고 있는 4명의 훈련생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어쩐지, 이 애들 싸움 스타일이 좀 익숙한데.'
맞서 싸우다가 불리해지자 바로 뒤로 물러나 도망가거나, 상대의 방심을 유도해 허를 치는 행동 등. 왠지 좀 익숙한느낌...?
"...."
전체적으로 이곳이 익숙한 느낌이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하며 스타더스는 한번 이 훈련소 안을 슥 둘러봤다. 여기서도 익숙한 느낌이 느껴지기는 해서.
...뭐라고해야되지. 익숙한 시선?같은게 느껴지는데. 별거 아니겠지.
그나저나.
....얘네를 따로 가르친 사람이 있는걸까?
스타더스는 그런 의문이 들었다.
자기들끼리 대전하면서 기술을 익혔다기에는, 꽤나 프로페셔널한 부분이 몇군데 느껴졌다. 좀 전문적인 느낌. 익숙하기도 하고.
뭐, 자신이 지금까지 수많은 빌런들과 싸워온만큼 당연히 어지간한 전투스타일을 다 겪어봐서 착각하는 걸수도 있지만 하여튼.
'...좀 더 지켜볼까.'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저들도 충분히 쉰거 같으니 다시 한번 불러볼까.
특히...
스타더스는 그런 생각을 하며, 벽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은채 쉬고있는 푸른 머리를 한 작은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4호라고 했었나.
허공에 커다란 물방울을 만드는, 제일 약한 여자아이.
다만...
'물방울 주위에 있으면 능력이 강화된다고 했지.'
그래.
굉장히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물방울 주위의 능력자들의 능력이 강화되는 효과.
어째서인지 스타더스 자신에게는 안통하는 걸로 보아 몇몆 제약은 있지만, 확실히 신기한 능력이었다.
'...근데 빌런이랑 싸울때, 그 빌런의 능력도 같이 강화되면 의미없는거 아닌가?'
다만 그런 생각이 들 뿐이었다.
...민간인이나 짐승이랑 싸운다면 모를까, 보통의 테러에서는 별로 쓸모 없을 것같은 느낌.
그래도 물방울의 거리 조절을 잘하면, 다른 이들과 같이 싸울때 아군의 능력을 강화시켜주니 쓸모 있긴 할거다.
그래. 지금 당장 실험해볼까.
그렇게 대충 다 쉰듯한 4명에게, 스타더스는 담담히 말했다.
"자, 이번엔 4명 다 한꺼번에 덤벼봐."
여전히 티셔츠 하나 입은채, 그렇게 말하는 그녀.
마치 4명이 덤벼도 자신이 가볍게 이길 수 있다는 듯한 그녀의 말에.
".....넵."
이들은, 그저 담담히 다시 준비할 뿐이었다.
...애초에 실전경험 한번 없는 넷과, 생사의 경계에서 수백 빌런과 맞서온 스타더스와 그들의 실력차이가 나는건 당연한 일.
그렇게.
다시, 또 한번의 전투가 펼쳐졌다.
그들을 지켜보는, 또 하나의 시선이 있는 것도 모른채.
***
"....확실히 잘싸우네."
에고스트림 지하실 아래 거대한 스크린.
그곳으로 스타더스와 PMC 애들의 싸움을 팝콘을 먹으며 보고있던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지하 대련 장소에서 뭔 일 있을까봐 달아놓은 CCTV를 이렇게 활용하게 될 지는 몰랐는데... 하여튼 현장을 직관할 수 있다는건 상당한 수익. 우리 에고스쿼드 일원들이 얼마나 강한지 직접 눈으로 체크한다는 느낌도 있고, 그 김에 스타더스도 보고.
'...근데 사복입고 싸우는 스타더스는 처음보네...'
음, 역시 슈트를 입던 티셔츠를 입던 스타더스는 이쁘다.
....이게 아니라.
"...오빠, 싸우는거에 집중하고 있는거 맞죠?"
"어? 어, 당연하지."
뭔가 옆에서 짜게 식은 눈으로 나를 힐끔 바라보며 묻는 서은이에 말에, 괜히 찔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음, 집중하기는 했지. 어.
"역시 봐주면서 하는거 같긴 한데...."
그래도, 우리 PMC 에고스쿼드 애들도 나름 잘하고 있었다. 내가 직접 훈련시킨 애들이라 그런지 괜히 뿌듯한 느낌.
그렇게 스타더스와의 대련도 끝났고.
끝에 당연하게도 스타더스가 이겼지만, 나름 훈훈하게 잘 끝났다고 할 수 있었다.
"음... 나쁘지 않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 PMC는 오늘은 이정도면 됐겠지. 나머지는 우리 스타더스가 알아서 잘 키워줄거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스타더스가 성장시켜줄테고.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마지막으로 스크린을 바라봤다.
이내 오늘의 일정은 끝냈는지, 뿔뿔히 흩어지는 모습.
그걸 바라보면서, 나는 서은이랑 함께 방을 나왔다.
이제 앞으로 남은건 빌런 몇명 미리 제거해놓는거랑, 우리 덩쿨마녀님 한번 더 보러가는건가.
"오빠! 맞아요, 제가 이번에 새롭게 만든 장치 있거든요. 한번 볼레요?"
"오 뭔데?"
"히. 고정변수전환기인데, 이게 뭐냐면..."
그렇게 서은이와 잡담을 나누며, 나는 문을 닫았다.
...방 안에서 느꼈던 뭔가 꺼림직한 감각을, 애써 무시하며.
...내가 얼마나 모든걸 철저히 했는데, 별 일 있을리가 없지. 스타더스랑 우리 PMC 애들 만나는겄도 다 조율해놨고.
음, 그래. 뭐 일어나겠어?
***
"아무리봐도, 다인 스승님은 에고스틱이 맞는거같다."
그날 밤.
4명이서 옹기종기 모여앉은 그들은, 심각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미 1호 이세검이 자신이 생각한 여러 증거들을 다 얘기한만큼, 다들 진지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그들.
"....그래. 맞는거같아."
"...서채영?"
그때, 입을 살짝 벌리채 멍하니 그렇게 중얼거린 연노랑 주홍빛 머리카락의 여자, 2호 서채영.
다인이 에고스틱이라는 말을 처음에 들었을때 끝까지 부정했던 그녀가 그렇게 선선히 수긍하자 신기한마음에 다른 이들이 바라보는 사이.
그녀는 약간 영혼이 나간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스타더스 언니... 이번에 봤는데 엄청 이쁘더라. 저런 여자를 안 좋아할리가 없지...."
"너 어차피 인지필터 걸려있어서 제대로 못본거 아니야?"
그때 옆에서 순수한 궁금증으로 들어오는 3호의 일침에, 2호는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니... 그거 뚫고도 다 느껴지잖아, 넌 뭘본거야? 아아아. 왜 나한테 이런 시련이..."
그렇게 서채영이 혼자 머리채를 부여잡고 괴로워하고 있는 사이.
남은 3명은 자기들끼리 모여, 머리를 맞대고 속삭였다.
궁금한 얼굴로 말하는 3호, 허다희.
"...그럼, 다인쌤이 에고스틱이라고 치면 대체 우리는 왜 가르치신거지? 에고스틱은 빌런 아니야?"
"....글쎄요. 우리도 악당으로 만드려고 아닐까요?"
"헉. 그럼 우린 이제 빌런인거야? ...오히려 좋은건가?"
그렇게 3호와 4호가 만담을 하고 있을때.
그걸 듣고있던 1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그건 아닐거다. 늘 그가 말한 히어로써의 마음가짐이 기억나지 않는가?"
"아 그러네."
그 말을 듣고 3호가 납득할때, 4호는 다시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니죠. 에고스틱이 악당이라면 오히려 우리를 그렇게 히어로로 키운 다음에, 타락시켜서 악당으로 만드려고 하는걸 수도 있잖아요. 약간 타락 히어로? 느낌으로."
"....음."
그 말을 들은 이세검은, 눈을 감은채 생각을 해봤다.
타락히어로... 정의를 추구했으나 타락해 인류를 배반해 그들에게 칼날을 겨누는 히어로라.
....그럴듯 한거 같기도.
"....그럴수도 있겠군."
그렇게 이세검이 약간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그렇게 말할때.
갑자기, 멍하니 있던 서채영 바닥을 쾅-하고 치며 말했다.
"....어, 어쨌든! 다, 다인쌤이 악당이든 아니든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중요한건 다인쌤이 빌런인걸 알았으니, 우리가 어떻게 할거냐지."
"...그게 뭐가 중요하지?"
서채영의 말에, 무심히 답하는 이세검.
"다인 스승님이 악당이던 히어로던, 우리는 그를 믿고 따르기로 이미 마음먹었다. 그러니 중요한건 그게 아니지."
"...맞아요. 저는 이미 그분께 은혜를 입었는걸요."
"그래! 음... 근데 우린 유성스쿼드가 아니라 알고보니 에고스쿼드였던건가? 에고스쿼드라... 이게 더 입에 착착 잘붙는데?"
"...에고스쿼드라. 이름 이쁘네요."
그렇게 말하는 사이.
서채영은 눈을 찌푸리며,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아니, 무슨 소리하는거야? 그건 당연한거고,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할거냐는거지. 다인쌤한테 가서 쌤 에고스틱이냐고 그냥 말해?"
"음..."
그 말에 이세검은 침묵했다.
그 사이 의견을 제시하는 허다희.
"그냥 말하자! 쌤 에고스틱인거 다 안다고, 근데 우리는 상관 없다고. 숨기지 말고 솔직히 말해주셔도 저희는 믿고 따를거라고."
"...맞아요. 저도 그게 좋을거 같아요."
그렇게 4호 산수아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할때.
이세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아직은 안돼. 에고스틱이라는 확신도 100프로까지는 없을 뿐더러, 그에 대해서도 잘 모르잖아. 당장 분명 빌런인 그가, 히어로인 이설아와 함께 일하고있는거부터 이상하지 않아?"
"...앗! 생각해보니까 그렇네?"
허다희가 손벽을 짝 치며 그렇게 말할때.
이세검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 그러니 조금 더 알아보고... 나중되면, 솔직히 말해보도록 하자. 그전까지는 일단 절대로, 누구한테도 말하지 말고."
"그래!"
"네."
"흥... 알겠어."
그렇게.
스스로를 에고스쿼드라 자처하기 시작한 이들은, 조용히 에고스틱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아니, 다인쌤 진짜 스타더스 좋아하는거 아니야? 이정도면 우결 수준인데?"
"우결이 뭔가...?"
...아주 열심히.
***
"그러니까, 여기에 민트초코 케이크를 넣으면? 짜잔! 티라미슈 케이크가 나온다는거에요. 응? 오빠, 왜 그래요?"
"아. 아무것도 아니야. 계속 설명해줘, 신기하네."
지하실.
서은이가 만든 고정.. 어쩌구 변환기를 보고있던 나는 갑자기 드는 쎄한 기분에 주위를 둘러보다, 다시 서은이의 말에 집중했다.
...아무래도 요즘 기가 허해진게 맞는거 같은데, 수빈씨가 주던 보약 다시 먹어봐야하나.
귀가 가려운 느낌이였다.
등록된 마지막 회차입니다
"....내가 이걸 아직까지 적고 있었을 줄이야."
내 방안.
나는 그곳에서 언제나처럼 일기를 적고 있었다.
늘 그랬듯 적는건 있었던 일들과 단순한 사건의 나열. 그리고 내가 느낀 감정들.
나중되면 이게 꼭 필요할거란걸 아는만큼 열심히 적고는 있는데, 언제까지 적어야되는건지 고민이 되긴 한다. 그래도 적어야지, 뭐 어쩌겠는가.
그렇게 덩굴마녀한테 가서 다른 누구도 못보게 봉인까지 걸린 특제 다이어리를 다시 서랍속에 넣은 뒤, 나는 자연스럽게 컴퓨터를 켰다.
"음..."
바탕화면에 보이는 다양한 파일들.
여러 테러 계획들과, 이설아의 도움으로 하나하나 얻어가고있는 다른 빌런들의 정보까지.
차근차근, 모든게 잘 준비되고 있었다.
...그러니까 잠깐, 쉬어도 괜찮은거겠지?
그렇게 판단이 선 나는 빠르게 스타더스 팬카페에 들어갔다.
내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우리 별먼지 팬카페.
주로 스타더스에 대한 덕질과 찬양을 하는 이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
오늘도 평화로운 팬카페의 모습.
인기글들은 주로 빌런을 무찌르는 스타더스의 모습, 영상같은 것들이 많이 가는 편이지만. 일반적일때는 일상적인 글들이 주로 올라온다.
특히 요즘들어 많이 보이는 글들은 에고스트림 vs 스타더스 누가 이기느냐.
한번 불붙었다하면 서로 치열하게 대립해서 댓글 100개가 훌쩍 넘기는 뜨거운 모습을 보여준다. 주요 떡밥은 에고스트림 멤버들 전원이 함꺼번에 달려들면 스타더스가 이길 수 있냐는거.
...참고로 이 떡밥에서 슬픈점은, 그 에고스트림 멤버들 전원에 나는 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니, 나도 베히모스 쓰고 총들고오면 나름 강하거든? 그래서 은근슬쩍 그런 얘기를 꺼냈더니, '에고스틱은 상품이다'라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돌아왔었다.
'...에고스트림과 스타더스가 다 함께 싸우면, 어떻게 되려나.'
사실,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애초에 모두 다 한번에 싸우라고 시킬리가 없거든. 미쳤다고 그렇게 하겠어? 그랬다가는 그 지역이 다 초토화되고 말거다.
다만, 그랬다고 가정한다고 하면.
'...우리 팀에선 은월이랑 신룡씨가 강해서.'
애초에 쪽수가 넘사인만큼, 일반적으로 봤을때는 에고스트림이 이기긴 할거다. 원작에서 흑화한 서은이가 빌런 수용소 해킹해서 대탈옥 일어난게 왜 4대 메인 이벤트중 하나였는데. 쪽수 앞에 장사 없는 법이다. 월광교 게이트도 그렇고.
물론, 일반적으로는 그렇다는거고.
'죽기살기로 싸운다면, 결국 이기는건 스타더스겠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타더스. 이 세계의 주인공.
신체강화도, 하늘을 나는 것도, 초감각도. 그녀가 가진 제일 큰 특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막장이 되는 원작 후반부까지 그녀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오직 단 하나. '시련을 겪을수록 능력이 강해진다.' 이것 덕분이다.
능력이 강해진다.
정말 심플하지만, 강력한 특성.
일반적으로 히어로들은 능력이 고정되어있다. 당장 우리 PMC 멤버들만 봐도 능력은 초기랑 똑같다.
다만, 훈련을 통해 능력의 숨겨진 잠재력을 개화하고 활용을 더욱 잘해서 강해진 것처럼 보일 뿐이지.
그와 반대로 스타더스는 그런게 아니라 그냥 위기 상황 앞에서 능력 그자체가 강해진다. 순수하게, 그냥.
'그런만큼, 에고스트림이랑 스타더스가 싸우면...'
위기를 실시간으로 겪는 스타더스가 계속 강해져, 끝내 이겨내지 않을까...
물론 우리 측에서도 죽기살기로 싸우면 또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하여튼.
그런 생각을 멍하니 하고있던 나는, 순간 정신을 차렸다.
....아니, 내가 왜 이렇게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지?
그보다는 더 급한게 있다.
바로 덩굴마녀 그녀를 만나 몇가지를 물어보는 것.
"그래. 여기 이쯤에 있을텐데..."
그런 말을 중얼거리며 서랍을 연 나는, 이내 안쪽 깊숙한 곳에 봉인되어있던 '그것'을 꺼냈다.
"...."
약간 탁한 회색빛으로 하얗게 빛나고있는, 이것.
저번 마왕성 사건 이후, 재가 되어 흩날린 마왕의 잔해 사이에서 주워온 월광석.
"그래. 오늘 시간도 있으니까, 슬슬 가볼까..."
나는 그렇게 주머니에 그 돌덩어리를 넣은 채, 오랜만에 덩쿨마녀를 보러 갈 준비를 했다.
휴, 위에 옷 또 갈아입어야겠네.
***
어느 비밀스러운 골목 사이 한 건물.
어두컴컴한 그곳의 지하실로 향하는 계단을 난 터벅터벅 걸어 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갑작스럽게 내려가도 내려가도 끝이 안보이는, 무한히 연결되는 계단.
공포영화의 한 장면마냥 반복되는 계단에 갇힌 나는.
자연스럽게 벽의 특정 부위를 두들겼다.
끼이익-
그리고 역시나, 스르르하고 열리는 벽돌벽.
나는 익숙하게 벽 뒤에 생긴 고풍스러운 복도를 지나, 그 끝에 있는 검은 문을 두들긴뒤 열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자 느껴지는 따뜻한 공기.
자칭 마녀의 방이라고는 믿기힘들 정도로 우아하게 느껴지는, 양초들로 은은히 방안에는, 장막 뒤에 그녀의 실루엣이 보이고 있었다.
"....왔구나."
"예,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장막을 걷고 안으로 들어가자 보이는, 작은 둥근 탁자 앞에 앉아있는 그녀. 진녹색의 로브를 쓰고있는 덩굴마녀.
"네가 오늘 올 줄 알고 있었단다."
탁자 위에 놓인 둥근 수정을 어루만지며, 그렇게 말하는 그녀였다.
...마법에는 그런 것도 있나?
하여튼, 대충 몇마디 더 인삿말을 나눈 나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마녀님, 이게 무엇인줄 아십니까?"
그 말과 함께 내가 주머니에서 꺼내 그녀한테 보여준 것은 바로 월광석.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그것을 향해 조용히 손을 가져다댄 그녀는, 이내 중얼거리듯 말했다.
"...월신의 기운이 느껴지는구나. 그들의 것이냐?"
"네. 맞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재앙을 앞당기고있군. 어차피 붕괴될 세상을."
가볍게 한숨쉰 그녀는, 이내 말했다.
"내가 관리는 해보도록 하마. 다시 원래의 빛을 발할진 모르겠지만..."
"예. 감사합니다."
그렇게 월광석을 처분한뒤, 나는 원래 묻고싶은 주제를 물었다.
"그래서... 마녀님. 이제 앞으로 남은 시간은 어떻게 됩니까? 우리 차원의 벽이 옅어져 그쪽 차원이랑 연결될 때까지요."
"기다려보게. 대략..."
잠시 고민하던 덩굴마녀는, 조용히 선언했다.
"올해 아니면 내년이 한계일 건 같군. 그 광신도들이 나서면 더 앞당겨지기도 하겠지. 슬슬 준비할 때가 된 것같구나."
"...네. 알겠습니다."
원하던 정보를 다시한번 재확인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꽤나 선문답 같은 대화였지만, 결국 요약하자면 월광의 괴물들이 이차원에서 넘어오기까지 얼마 안남았다는 소리. 혹시 원작과 시기가 달라질 수도 있나 생각했지만, 그런건 없었다.
그렇게 오늘 마녀를 찾아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나는, 다시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다 이내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녀가 날 붙잡기 전까진.
"...점이요?"
"그래. 내가 이제 점을 볼 수 있으니, 한번 미래를 봐보고 가는게 어떤가."
수정구슬에 손을 얹은채, 그렇게 말하는 그녀.
...마법이 미래를 볼 수도 있나?
하여튼 손해볼건 없었기에 나는 다시 앉아 한번 그녀의 말에 따라보았다.
그러자 수정구슬에 손을 대고, 눈을 감은뒤 중얼거리는 그녀. 그러자 구슬에서 빛이 나며, 마녀또한 입을 열었다.
"...보이는군, 그래. 보이네, 자네의 미래가."
"....어떻습니까?"
"힘든 길을 가고있어. 어려운 길을 가고 있네."
눈을 감고 심각하다는 듯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집중했다.
"...미래에 함께하는 여자만 10명이 넘다니, 확실히 쉽지 않은 길일세 그려..."
"뭐라고요?"
순간 들은 귀를 의심하게 하는 황당한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농담인가?
이내 그런 내 말에 닫힌 눈을 살짝 뜨더니, 피식 웃는 그녀.
"농담일세."
".....하하. 거 농담도 참."
...농담 맞겠지?
하여튼, 그새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온 덩굴마녀는 진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자네가 힘든 길을 걷게 된다는 것은 농담이 아닐세. 그걸 감당할 수 있겠는가?"
"하. 그야 당연한거 아니겠습니까?"
나는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는, 확신에 가득찬 목소리로. 예전에 했던 것 같은 비슷한 말을 다시한번 말했다.
"여기서 포기할거였으면, 시작도 안했습니다."
그래. 힘들다고 포기할거였으면 그때 시작할 마음도 안먹었겠지. 이 세계에 떨어지고, 몇년간 방황하다 이내 결심한 그날에 말이야.
그리고...
나는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
...사실, 월광게이트 전까지의 일은 다 준비해놨다. 아마 스케쥴대로라면, 별탈 없이 그 전까지 쭉쭉 가겠지. 별 사건은 안터질거다.
다만...
"....."
대체, 어째서.
이렇게 불길한 기분이, 계속 든단 말인가.
***
대한민국, 지하 어딘가.
불빛이 얼마 없는 어두운 그 공간에서, 몇명의 인물들이 웃고 있었다.
"...크흐. 그래, 끝내 밝혀냈구만."
"이제 그 놈도 끝일세."
사악한 목소리로,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하는 그들.
"그래. 누가 알았겠나. 우리가..."
그중, 가운데에 앉아있던 리더격의 빌런.
그는, 숨길 수 없는 웃음을 담고 입을 열었다.
"우리가 드디어, 그 잘난 에고스틱의 정체를 밝혀냈도다."
"리더. 놈의 얼굴이랑 이름, 사는 곳이 담긴 정보입니다. 분명 틀림없는 정보라고 합니다!"
"크흐흐... 그래. 이걸 결전의 날, 방송국을 통해 전국에 놈의 정체를 뿌려버리자고. 크하하하! 이제 에고스틱이 지배하는 대한민국도 끝일세!"
그렇게 광소를 터트리는 그들.
끝에, 남자는 싸늘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놈의 신분이 밝혀지면, 이제 그도 사실상 히어로들 손에 끝나게 되겠지."
"크하하! 맞습니다. 그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빌런이, 부모님과 함께 빵집 아르바이트를 하고있었을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크흐. 그래. 과연 전국 모두가 너의 얼굴이랑 이름을 다 아는 상태에서, 또 그렇게 웃을 수 있을지 보자고. 에고스틱. 아니, 이름으로 불러주자면-"
거기까지 말한 그는, 차가운 웃음과 함께 그들의 생각하는 에고스틱의 실명을 말했다.
"- 김철우. 네놈 말이다."
크하하하하하!!!
그렇게.
그들의 광소가, 어두운 지하실을 오래도록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시각.
"철우야, 식빵 이거 배치 좀 해줄래?"
"네 어머니."
부모님의 빵집에서 일하는 김철우(25세, 대학생, 일반인)은 열심히 빵을 나르고 있었다.
곧 그에게 찾아올 비극도 모른채...
***
"휴우..."
"음? 에고스틱, 갑자기 그러는가?"
"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뭔가 불안한 기분이 들었는데, 갑자기 사라져서 안심했네요. 아무래도 그냥 착각이였나봅니다.."
"...싱겁구나."
등록된 마지막 회차입니다
슈퍼 히어로물에 빠질 수 없는 수많은 빌런들.
각양각색의 능력과 매력을 지닌 이들은, 극중에서 개개인의 매력을 뽐내며 주인공과 대적하고는 한다. 특히 그중에서도 능력이나 개성이 매력적인 빌런들은, 독자들에게 인기있기도 하고.
그러나 이제 내가 이 히어로 만화속에 떨어진 이상, 빌런들에게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중요한건 그들의 성격. 착한데 어떤 계기로 타락한건지, 아니면 원래 못된 놈이었던건지. 그게 중요할뿐. 만약 원래는 착했던 빌런이라면 타락하기전에 타락할 계기를 없애면 그만이고. 다만 원래 못된 놈들이 더 많으니, 걔네는 그냥 스타더스를 키워서 무찌르게 한다음 수용소에 보내는게 제일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악질인 녀석들.
능력 자체가 너무 강하거나, 사람 수십 수백명을 학살하는 이.
그런 놈들은 어쩔 수없이 내가 미리 나서서 제거할 필요가 있다. 더 큰 희생이 있기 전에, 스타더스가 못구했다고 슬퍼하기 전에. 미리미리.
다만 그중에서, 원작을 통해 내가 이미 신분부터 사는 곳까지 전부 아는 빌런이 있는 반면, 정체를 아예 모르는 빌런들도 있다. 특히 월광게이트 이후 갑자기 튀어나온 놈들은 작중에서 정체를 잘 서술을 안해줬다.
즉, 그런 놈들은 내가 최대한 이 세계 내에서 최소한의 정보로 찾아내야 한다는 소리.
사실, 대한민국에 인구수가 얼마나 많은지 생각하면 원래라면 답이 없는 소리지만... 대한민국의 실권과 개인정보들을 장악한 이설아와 천재 해커인 서은이의 힘을 합치면 불가능은 없다.
그렇게.
어느날 아침, 서은이가 신상을 또 한명 더 찾아왔다.
"오빠, 오빠가 넘겨준 리스트에 있던 사람 한명 더 찾았어요. 이 남자인거 같네요."
"진짜? 어디봐봐."
어느날처럼 소파에서 일하고 있던 때.
노트북을 든 서은이가 거실로 다가오더니, 내게 놈의 사진을 보여줬다.
뭔가 인상을 잔뜩 쓴듯한 얼굴에, 머리를 싹 밀어버린 스킨헤드 남자.
그리고 옆에 적힌 그의 신상과 경력, 그리고 집에서 발견되었다는 무언가.
그걸 모두 본 나는 그냥 확신했다.
"이놈 맞네."
원작에서 등장했던 빌런, 일명 더 스크림메이커.
뒤에 독가스를 담은 통같은걸 제트팩마냥 매달고 줄로 연결해 방출해서 공격하는 빌런.
아마 원작대로라면 월광게이트 이후 혼란할 때 등장한 놈이다. 다른 빌런들과 마찬가지로.
"...."
전 세계에 괴수들이 흘러넘치는 월광게이트 사건.
사실 희망적이게 생각해보면 인류의 적에 맞서 히어로와 빌런이 손을 잡고 같이 그 이계의 괴수로부터 싸울법도 하지만 그런건 없었다. 대부분의 빌런들은 혼란을 틈타 더욱 날뛰었을뿐.
그리고 이 스크림메이커란 놈도 마찬가지.
안그래도 개판인 세상에, 갑자기 마시면 비명을 지르다가 죽게되는 가스를 발명해 세상에 뿌리던 미친놈이다.
첫 테러부터 아주 기가 막힌데, 그냥 사람들 모인 곳에 저 가스 쏴버린다. 스타더스가 뭘 할 틈도없이.
거기에 특제 죽음의 가스가 시중 방독면들도 다 뚫는등, 그저 문제가 한두개가 아닌 상황. 사실 이정도도 원작 후반부 빌런들 중에선 약한편이긴 한데, 문제는 첫 테러에서 너무 많이 죽는다는거다.
즉, 얘는 그냥 내가 미리 없애버리는게 모두에게 좋을거란 소리.
"...준비 좀 하고, 쟤 제거하러 가야겠네."
"오빠, 그때 방송도 킬 거예요?"
"응? 음... 어. 이번에도 켜야지. 이제 슬슬 방송 자주 킬려고."
...최근에 너무, 스타더스랑 있을때만 방송을 킨거 같다. 그러니까 온갖 음해들이 나오지. 아무래도 사람들한테 내가 스타더스 말고도 다른 것들도 신경쓴다는걸 알려줘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사실 이것도 스타더스를 위한것이긴 한데, 어쨌든.
"오. 오빠 팬들이 좋아하겠네요."
한편 방송을 키겠다는 내 말에 그렇게 말하며 웃는 서은이.
나는 피식 웃고는, 놈의 사는 곳을 파악했다.
...역시나, 암살은 좀 힘들겠네. 정면돌파를 해야하나. 어디보자...
서은이로부터 정보를 받은 나는 곧바로 하던 일을 멈추고 바로 미래의 S급 빌런, 스크림메이커를 잡는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해야할 일은 밀리기 전에 바로바로 처리해야 하는법. 당연히 서은이도 같이 도와줬다.
"서은아, 아 다인씨도 계시네요. 뭐하고 있으셨어요?"
"아 수빈씨. 이번에 다른 빌런 한명 신상 드디어 알아내서, 이놈을 어떻게 잡아야할까 연구하고 있었어요."
"아. 그럼 저도 도와드릴까요?"
"그럼 감사하죠."
그렇게 차를 우리러 나온 수빈씨도 우리를 도와주러 왔고.
"야 다같이 모여서 뭐하냐? 빌런 잡는다고? 그럼 나도 껴야지!"
최세희도 거들기 시작하며.
어느새 거실은 다시 꽤나 북적이게 됐다.
"...으어어."
...물론 거실에 누워있는 채 죽는 소리를 내는 서자영도 함께.
쟤는 그냥 방해를 안하는게 도와주는거라 그냥 냅뒀다...
그렇게 거실에서 시작된 빌런 잡기 대작전.
빠르게 놈의 집 설계도를 뽑아온 서은이 덕에, 나름 여러 대화가 오갔다.
"휴... 이제 좀 쉬자."
"그래. 아이고 죽겠다..."
"이정도면 된거 같긴 하네요 오빠."
"다들 쉬세요. 전 과일 좀 깎아 올게요."
그렇게 계획도 대충 어느정도 끝났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는 다들 널브러졌다. 그래, 대충 이정도면 되겠지.
"오빠. 저 머리가 아파요... 아이고."
그렇게 내가 소파에 등을 기대고 있을 때, 내 옆에 자리에 올라타서 그렇게 칭얼거리는 서은이.
나는 그런 서은이의 머리를 붙잡고 꾹 꾹 눌러줬다.
"시원해?"
"네헤..."
에고류 비기, 두피 마사지.
저번에 한번 해준 이후로 만족스러웠는지, 내가 다시 이렇게 주물러주자 흐물흐물 해지는 서은이였다.
최세희는 이미 엎어져있던 서자영을 괴롭히러 갔고.
그렇게, 따뜻한 햇볕이 내려쬐는 집의 거실에서.
나는 소파에 앉아 서은이 목이랑 어깨를 주물러주며, 괜한 감상에 젖었다.
...늘 이렇게 평화로울 때마다 드는 생각이, 얼마나 더 평화로울 수 있냐 이거란 말이지. 당장 이제 윤곽이 보이는 월광게이트 이후만 생각해도 답이 없어질 세상인데.
그래.
뭐...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마음 편하게 생각하자.
지금은 이 순간을 즐기고.
"으흣... 이제 됐어요. 오빠, 다음엔 제가 주물러줄게요! 소파 아래로 내려가봐요."
그렇게 기지개를 편 뒤, 나도 안마해주겠다는 서은이에 의해 나는 강제로 소파 아래로 내려갔다. 애가 기특해. 다 컸어요.
그래, 난 그동안 티비나 켜서 볼까?
그렇게 난 자연스럽게 뉴스를 틀었다.
당분간은 이 평화를 만끽해야지,
그래. 난 이때까지는 이렇게 생각했다. 계속 평화로울 거라고.
팟-.
"....뭐지?"
갑자기, 티비에서 나오던 뉴스가 암전되더니.
[지직]
검은 화면을 배경으로 하얀 가면을 쓴 놈들이 튀어나와서.
노이즈가 잔뜩 낀 목소리로, 말을 시작하기 전까진.
[우리는 -
지직-
지식을 좇는 조직 샤인티아다.]
[이렇게 전국을 향해 방송을 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
[우리가 대한민국을 어지럽히는 빌런, 에고스틱의 정체를 알아냈기 때문이다.]
"....?"
***
서울의 거리.
거대한 전광판이 걸린,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그곳은.
어느덧 발걸음을 멈추고, 전광판을 올려다보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왜냐하면, 평범한 광고 영상이 나와야 할 그곳에는.
해킹이라도 당했는지 이질적인 하얀 가면을 쓴 남성이, 검은 배경을 뒤로 한 채.
노이즈가 낀 상태에서 입을 열고 있었기 때문.
[우리는 -
지직-
지식을 좇는 조직 샤인티아라고 한다.]
[이렇게 전국을 향해 방송을 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
[우리가 대한민국을 어지럽히는 빌런, 에고스틱의 정체를 알아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말이 근처 스피커를 통해 온 거리에 울려퍼진 순간.
당연하게도,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 에고스틱의 정체를, 알아냈다고?
티비를 통해, 휴대폰으로, 전광판으로.
갑작스럽게 침투해서 나오고있는 방송.
그렇게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노이즈 낀 목소리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이 정보를 알아내는건 굉장히 쉽지 않았다. 에고스틱. 그는 대단히 조심스럽고 비밀스럽게 활동했고, 증거를 일절 남기지 않았지.]
[그러나. 우리는 마침내 수년간의 조사를 통해 그의 꼬투리를 잡았고, 이내 드디어 그의 정체를 알아내는데 성공했다. 그의 신분, 이름 모두 다.]
[그리고 우리는, 이 정보를 모두에게 공개하려고 한다. 바로, 지금.]
"오빠! 이거 막아야하는거 아니에요?"
"야! 이거 망한거 아니냐?"
그리고, 우리집.
극도로 당황한 서은이가 노트북을 켜서 막 다급히 뭘 하려고 하고, 최세희와 서자영은 경악하던 그때.
"..."
나는 조용히 굳은 얼굴로 티비를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내 신분을 알아냈다고?
'...아니, 난 신분이 없는데?'
아니. 애초에 내가 누군가. 이세계에서 이곳으로 뚝 떨어진 사람 아닌가. 당연히 다인이라는 사람은 정부의 데이터베이스에 없다. 그러므로 가족도 없고.
한마디로 이 세계에 없던 인간이 갑자기 뿅하고 생겨난게 바로 나. 그래서 아직도 뭔가를 하기 위해선 전부 서은이의 해킹으로 뚫고 그런다.
그럼 그냥 이름이랑 얼굴만 알았다는 소리인가?
그리고, 그렇게 미쳐 내 생각이 다 끝나기 전에.
이미, 방송에서는 놈의 입이.
기어코, 열리고 말았다.
[에고스틱, 그의 정체는-]
그와 동시에, 바뀌는 화면.
그곳에는, 한 남자의 사진이 있었다.
[에고스틱.]
[그의 정체는 바로, 이 남자 김철우다!]
"....!!!"
엄숙한 목소리로 선고하는 화면속의 남자.
그리고 화면을 통해 그가 알아냈다는 에고스틱의 얼굴, 이름, 주소, 재학중인 학교까지 모두 전국민 앞에 공개되고 있는 상황.
그리고 그 숨막히는 상황 속에서.
에고스틱인 나는, 조용히 중얼거릴 뿐이었다.
"...누구?"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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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협회.
그곳의 지하에 있는 부속 연구소.
협회에서 사용되는 도구들과 무기들이 상당 부분 제작되는 이곳에서, 스타더스는 연구원의 안내를 받고 있었다.
하얀 벽에, 다양한 이들이 실험복을 입고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는그곳.
그 연구소의 담당자는, 스타더스를 안내하며 설명을 하고 있었다.
"네. 맞습니다. 이번에 유성기업 쪽에서도 지원을 많이 와주셔서 그분들과 협력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이쪽으로..."
그렇게 길을 안내하며 계속해서 말을 하는 그.
그는 이내 스타더스가 물어봤던 본론으로 들어갔다.
"저번에 스타더스씨가 가셨던 한은그룹 지하실 기억 나시나요? 베헤모스라는 괴물이 만들어졌던 그곳이요. 에고스틱과 함께 있으셨다고 들은거 같은데..."
"에."
"네. 그곳에 다른 괴물들도 많아서 처리팀이 전부 제거할때까지 시간이 걸려 상당히 늦어지긴 했으나... 그래도 일단 회수했습니다."
"아. 이게 바로..."
"네. 스타더스씨가 갇히셨다던 능력 억제의 방. 그것에 사용된 벽면을 뜯어 만든 게 바로 이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는 연구실 한쪽에 격리되어있던 하얀 방을 보여주었다.
다만-이라고 말하며 덧붙이는 그.
"일단 소재 자체가 이능력적인 무언가로 만들어져서인지 양산이 상당히 힘들어 보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원리 자체도 파악이 안되고요. 그나마 실험결과를 살펴보면 저 소재가 천장부터 바닥, 벽까지 전부 한치의 틈도 없이 완벽하게 공간을 격리할때, 그 안에서 어떠한 종류의 능력도 사용할 수 없는걸로 보입니다."
"...."
"일단 제 생각으로는 만약 능력이 외부에서 온다고 치면, 아예 그 외부와의 연결을 차단하는 식으로 작동하는거 같기도 해서. 아직까지는 계속 연구중에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스타더스는 그저 그렇게 답했다.
그렇게 직원의 안내에 따라 다른 장비들도 둘러보고 돌아와서.
다시, 현재.
스타더스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여러 자료들을 살펴보며 한숨을 쉬었다.
"...쉽지가 않네."
딱 채우는 순간 상대의 능력이 억제되는 그런 수갑같은걸 기대했는데, 어림 없나보다.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아쉬워했다.
...이런 것들만 있다면 충분이 감금할 수 있을거 같은데.
그를 말이지.
스타더스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도 모르게 멍하니, 그의 얼굴을 떠올렸다.
얼굴의 반을 가리는 마스크를 쓰고, 늘 자신을 향해 웃던 그의 모습을.
"으...."
...그런 생각을 하며 그의 여러 모습을 떠올리던 그녀는, 문득 고개를 뒤흔들며 얼굴을 매만졌다.
어째서인지 그의 모습을 떠올리자 볼이 붉어진걸 보고, 아무래도 사무실이 더워진것 같다며 창문을 연 채.
"...그래, 빨리 가둬버릴 방법을 생각해야."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새로운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건, 아치에너미를 자처하고는 늘 시선을 다른 이들에게 돌린 그가 잘못한거니까. 응. 이렇게 붙잡는 방법말고는 다른게 없으니까..
그렇게 남는 시간을 타 그녀가 평소와 같이 자신의 아치에너미를 붙잡을 여러 방법을 연구하고 있던 그때.
음소거가 된 채 한쪽에서 뉴스만 흘러나오고 있던 티비가, 갑작스럽게 암전됐다.
그리고 들려오는 노이즈소리.
"...?"
그 모습을 보던 스타더스는 조용히 생각했다.
티비가 고장났나..?
그때 그녀의 머리를 스치는 생각.
아니지, 빌런의 전파납치가 아닐까.
그리고 그럴 빌런은 오직 한명... 설마, 에고스틱?
순간 그런 기대감에 찬 그녀는.
화면에 하얀 가면을 쓴 생전 처음보는 남자와 소리를 듣고 큰 실망을 하였다.
[우리는 -
지직-
지식을 좇는 조직 샤인티아다.]
"...뭐야."
에고스틱도 아닌 것들이, 왜 에고스틱을 따라하고 난리야. 괜히 사람 헷갈리게.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찬 그녀는, 일단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뭔지는 몰라도 딱봐도 빌런일테니, 저들이 테러 예고를 한다면 바로 달려나가기 위해서.
"스타더스님! 어떤 빌런단체에서 전국을 향해 방송을!"
"네. 지금 보고 있습니다."
그때 헐레벌떡 뛰어온 협회 직원에게, 그녀는 차군히 그렇게 답했다.
뭐, 이런적이 한두번도 아니고.
또 무슨 테러를 일으키겠다 이런 얘기겠지,
그래.
그렇게밖에 생각하지 않은 그녀는.
순간, 다음에 이어지는 말을 듣고는 그대로 뇌정지가 왔다.
[이렇게 전국을 향해 방송을 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
[우리가 대한민국을 어지럽히는 빌런, 에고스틱의 정체를 알아냈기 때문이다.]
"....뭐?"
지금, 저기서 뭐라고 나온거지.
자연스럽게 옷장쪽 문을 열고 준비할 것들을 챙기던 그녀는, 그대로 몸이 멈췄다.
방금.
저 빌런이, 뭐라고, 말한거지?
뇌가 비로서 그 말을 이해하지, 티비를 향해 휙 돌아가는 그녀의 고개.
그러거나 말거나, 티비속 인물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이 정보를 알아내는건 굉장히 쉽지 않았다. 에고스틱. 그는 대단히 조심스럽고 비밀스럽게 활동했고, 증거를 일절 남기지 않았지.]
"...잠깐, 잠깐... 저기서 지금, 뭐라는거야?"
그녀는 혼란에 빠진채 그렇게 중얼거렸다.
에고스틱의 정체를 알아냈다고?
어떻게?
...자신도 아직 모르는걸?
[그러나. 우리는 마침내 수년간의 조사를 통해 그의 꼬투리를 잡았고, 이내 드디어 그의 정체를 알아내는데 성공했다. 그의 신분, 이름 모두 다.]
[그리고 우리는, 이 정보를 모두에게 공개하려고 한다. 바로, 지금.]
거기까지 들은 스타더스의 몸은, 그대로 굳었다.
그와 동시에 시간이 멈춘듯 느리게 느껴지며, 폭풍처럼 생각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하는 그녀의 머리.
에고스틱의 신상을 공개한다고? 정체를?
...안돼.
'뭐가 안돼.'
그녀의 머릿속에 껴드는 또다른 생각.
'에고스틱은 사악한 빌런이잖아. 그의 신상을 알게되서 그를 잡게 되면 좋은게 아니야? 거기에, 생각해보면 어차피 S급 이상의 빌런들의 신상은 어지간하면 공개되잖아. 뭐가 문제야.'
뭐가 문제냐고?
...그래.
문제는 없지.
사실, 따지고보면 문제는 없다.
오히려,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는 제일 위험한 빌런의 수장을 잡을 수 있는 기회니 희소식이지.
그러나.
그녀는 순간, 숨이 턱하고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그의 신분이 모두에게 공개된다고? 자신한테만이 아닌, 모두에게?
그걸.
그가 원할까?
'그럴리가.'
그럴리가 없다. 에고스틱은 당연히 괴로워하겠지. 그에게도 따로 일상이 있고, 삶이 있고, 인생이 있을텐데.
에고스틱으로 활동할때가 아닌 다른때에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었겠지.
그게 모두에게 공개되면.
그는 무슨 생각으로, 어떤 행동은 할것인가.
'....'
그 짧은 시간동안.
수없이 많은 생각을 하던 그녀는, 이내 자신도 모르게 괴로움에 일그러진 그의 모습을 상상했다.
늘 자신을 향해 웃어주던 모습이 아닌, 그런 그의 모습을.
'....그래.'
그녀는 늘, 에고스틱 그의 정체를 알애내고 싶었다. 늘, 알고싶었었다. 저번엔 심지어 애꿎은 사람을 붙잡고 에고스틱이라 착각하고 압박할 정도로.
그러나.
그러나, 그녀는.
이런 방식으로, 그의 정체를 알고싶지는 않았다.
"저거 지금 당장 통신 끊어요! 빌런이 전파납치를 했는데 가만히 납두면 어떡하닙까?"
"...저, 저희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근데 아시다시피 이게..."
일갈하는 스타더스와, 아래쪽과 통신하며 황급히 답변하는 직원.
그리고, 둘이 그러던 그사이.
이미, 화면 속 남자의 입은 열리고 있었다.
[에고스틱, 그의 정체는-]
...안돼.
멈춰.
그녀의 그런 소리없는 외침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전국민 앞에서.
에고스틱의 정체가, 공개되고 말았다.
[에고스틱.]
[그의 정체는 바로, 이 남자 김철우다!]
그와 동시에 화면에 뜨는, 남자의 정면 얼굴 증면사진과 주소, 직업, 기타등등.
"허어억...!"
옆에 있던 직원이 공개된 에고스틱의 정체를 보고 숨을 들이마쉬며 놀랄때.
그 모습을 얼어붙은 채 지켜보던 스타더스는.
"...?"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했다.
...저 남자가, 에고스틱이라고?
"어...."
'....아무리봐도, 아닌거같은데..?'
화면속에 당당히 보이는 순박해보이는 남성의 얼굴.
그 모습을 보며 스타더스는 자신도 모르게 직감적으로 느꼈다.
늘 그를 바로 앞에서 지켜보고, 그와 대화를 나눠봤던 그녀이기에.
한눈에, 깨달아 버린것.
아무래도, 저 남자는.
에고스틱이 아닌거같다고.
....그러나 물론, 그건 그녀의 생각일 뿐이었고.
그 빌런 단체의 방송이 끝난 이후.
대한민국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실시간 트렌드
#1 [김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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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김철우 실시간 방송]
#7 [망고스틱 팬카페]
.
.
완전히.
***
경기도의 한 아파트.
대도시로부터 살짝 떨어진, 한적하고 소소한 그 소도시의 아파트 앞.
그곳은 구름때처럼 몰려든 수많은 인파로 인해, 마치 전쟁통처럼 북적였다.
기자부터 일반인들까지 전부 몰려들어, 발 디딜 틈조차 없이 빽빽한 그곳.
"김철우씨!!! 한말씀만 부탁드립니다!!!!"
"철우씨가 현재 철우씨가 에고스틱이란 정보가 공개됐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에고스틱! 에고스틱! 에고스틱! 에고스틱! 에고스틱! 에고스틱!"
"철우씨! 나와서 한말씀만 부탁드립니다!"
"아악 에고스틱 사랑해요!!!!!!"
"김철우씨!! 에고스틱이라는 혐의를 인정하십니까?"
온갖 소리들이 뒤엉켜 마치 콘서트장마냥 북적거리는 동안.
경찰들이 겨우겨우 몰려드는 인파를 막으며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었고.
아파트 앞이 마치 폭탄이 터지기 직전처럼 요동치는 그때.
그 안에 현관문을 걸어잠구고 문을 쿵쿵 두들기는 소리를 들어가며.
방 안에 이불을 껴안고 있던 김철우는 떨면서 중얼거렸다.
"왜... 왜 나한테 이래..."
공부를 안하고 학점을 날로 먹으려 해서 이런 시련이 오는건가? 아니면 어제 빵 하나 흘리고 은근슬쩍 몰래 버려서?
사나이 김철우 25년인생 최대 위기 속에서, 그는 울먹거리며 중얼거렸다.
"나... 에고스틱 아니라고오..."
물론 그의 말은, 아무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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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스틱이 김철우라는 폭로방송이 전국을 탄 이후.
불과 몇십분안에, 사람들은 그가 살고 있다는 곳으로 가득 몰려들었다.
그야말로 인산인해 그 자체.
정말 김철우라는 남자가 에고스틱이 맞는지 궁금한 사람들과 특종을 노리는 기자들, 팬들까지 전부 모여 난리가 났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아직 시간이 많이 흐르진 않아서 근처에 살던 이들만 왔다는 것.
그러나 그 소리는 반대로 말하자면 몇시간 후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라는 것과 똑같았다.
그런만큼.
현재 그 아파트 주위를 지키고 있는 경찰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선배님! 그 김철우인가 뭔가 하는 남자 그냥 체포하면 되는거 아닙니까? 죽겠습니다 그려!"
몰려드는 인파를 막으며, 자신의 상관에게 그렇게 묻는 한 경관.
그러자 그 말을 들은 그의 선배는, 인상을 팍 쓰고는 대답했다.
"얌마! 증거라고 하는게 지금 어떤 빌런조직의 일방적인 호소뿐인데, 그걸 어떻게 믿고 체포하냐? 영장도 없구만."
"그래도..."
"그리고 어차피 빌런과 관련된 일은 우리쪽 소관이 아니야. 협회쪽 일이지. 그러니 우리는 일단 협회에서 지시 내려오기 전까지만 지키고 있으면 된다. 윗선들이 다 알아서 하시겠지."
"쩝. 그러면 그때까지는..."
"그래. 일단 이 사람들 관리부터 해야지. 저기! 담 넘지 마세요!"
그렇게 경찰들은 몰려오는 사람들을 막느라 바빴다.
원채 이쪽은 한적한 곳이라 별로 일할 거리도 없었는데, 갑자기 떨어진 불똥에 바삐 움직이느라 죽을 맛이었던 그들. 그들은 그렇게 추가 지원이나 협회쪽 인사만을 기다리며 버텼고.
그리고 그들에겐 다행히도 채 몇시간이 지나기 전에.
드디어, 협회쪽에서 인물이 왔다.
그것도 다름아닌 히어로 스타더스 본인이.
"하아, 하아. 안녕하십니까."
"아이고 스타더스씨! 만나뵙게돼서 영광입니다 그려. 자, 빨리 이쪽으로."
그렇게 하늘에서 내려온 스타더스를 보고 관중들이 더욱 열광하던 그때.
그 소란스러움을 뚫고, 스타더스는 경관의 안내를 따라 김철우라는 남자가 살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아파트 복도를 걷자 바로 보이는, 경찰들이 앞에 모여있는 한 호수.
"철우씨! 일단 안전한 곳으로 모셔드릴테니 나와보세요. 철우씨!"
굳게 닫혀있는 현관문을 경찰들이 두들기던 그때, 걸어오는 스타더스를 본 그들은 화들짝 놀라며 문에서 떨어졌다.
"아. 스, 스타더스씨!"
"예, 안녕하세요. 지금부터 이쪽은 제가 맡을테니, 물러나주세요."
"네, 넵!"
그렇게 경찰들이 물러서자.
스타더스는 잠시 고민하더니, 현관문 앞에 서서 그냥 문 손잡이를 잡더니 강제로 열어버렸다.
'...이건 나중에 보상하면 될테고.'
일단, 이 김철우라는 남자부터 만나봐야지.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하아..."
에고스틱은 김철우다!라는 방송을 보자마자 일단 곧장 그가 살고 있다는 곳으로 달려온 그녀.
그러나 사실 그녀는, 김철우라는 남자가 에고스틱이 맞는지에 대해선 확신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알아야했다.
정말, 이 김철우라는 남자가 에고스틱이 맞는지.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집의 닫혀있는 방으로 갔다.
안에서 느껴지는 미약한 인기척.
"....."
잠시 심호흡을 한 그녀는, 망설임없이 문을 열었다.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들리는 고함.
"으악! 살려주세요! 전, 전 에고스틱이 아닙니다!"
그렇게 그녀가 들어간 방에는.
사진으로 본 김철우라는 남성이, 몸에 이불을 두른 채 파들파들 떨고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에고스틱이라고 의심받는 남성을 두 눈으로 집접 보게된 그녀는.
"휴우...."
그대로, 안심하고 말았다.
...이 남자는, 에고스틱이 아니다.
직접 에고스틱을 눈앞에서 보기도 하고, 대화도 나눠보고, 심지어 껴안겨져 그의 품을 느낀 적도 있는 그녀였기에 알 수 있었다.
눈앞에서 파들파들 떨고있는 이 남자는, 에고스틱이 아니라고.
목소리도 달랐고, 키도 약간 더 작고, 체격도 에고스틱과는 다르다. 슥 보면 그와 전체적인 키가 비슷해서 비슷해 보일순 있지만, 에고스틱 전문가인 그녀는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김철우인가... 이 남자는 에고스틱이 아니라는걸.
'...대체 놈들이 왜 다른 사람을 붙잡고 그 난리를 친건진 모르겠지만.'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그렇게 안심하던 스타더스는.
문득, 의문을 느꼈다.
"....."
...잠깐.
...왜 안심하고 있는거지?
오히려 히어로라면 이 남자가 에고스틱이 아닌걸 아쉬워해야 하는게 아닐까. 빌런을 체포할 절호의 기회였는데.
그래, 분명 그게 맞을텐데...
그렇게 홀로 스스로를 성찰하던 그녀의 생각은, 앞에 주저앉아있던 남성의 읍소로 끊겼다.
"저.. 저 진짜 에고스틱 아닙니다. 살려주세요! 제가 에고스틱이었으면 진작에 순간이동으로 도망갔지, 왜 여기있겠습니까. 전 그저 빵집에서 일할뿐인..."
"압니다."
"평범한 대학생... 네?"
"저또한 김철우씨 당신이 에고스틱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 정말요? 믿어주시는건가요?"
"네."
"크흑...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거의 그랜절을 하려고 하는 김철우를 붙잡고, 그녀는 조용히 얘기했다. 그래도 이곳은 너무 소란스럽고 그러니, 협회에 가서 조사는 받아야한다고. 그곳에서 조사가 끝나서 혐의가 없다는게 인정되고, 그때 모두에게 발표하면 당신이 에고스틱이 아니라는걸 모두가 알게 될거라고.
조근조근 설명하는 그녀의 말에, 김철우는 혼란스러워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조사는 오래 걸릴까요?"
"아마 그렇게 오래 걸릴꺼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며칠은 있어야할거라 생각합니다."
"크흑... 넵."
그렇게 이내 자신의 처지를 납득한 김철우가 허탈히 일어나고.
이내 스타더스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나왔다, 나왔어!"
"꺄아아아아아아아악!"
"김철우씨 여기 좀 봐주세요!"
그리고 역시나 그가 밖에 모습을 보이자마자 들려오는 수많은 소리들.
거의 곧 기절할듯한 표정을 짓고있는 그가 경관들의 부축을 받고 내려가던 그때.
스타더스는 몰려든 사람들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저 사람들은 아직도 에고스틱이 이 김철우라는 남자라고 믿는걸까.
대체 언제쯤에야 그들이 그게 아니란걸 깨달을까.
"에고스틱! 에고스틱! 에고스틱!"
"김철우씨 얼굴 한번만 보여줘요!"
그런 생각을 하며 온갖 소음들을 그녀가 흘려넘기던 그때.
갑자기, 주위의 웅성거림이 더 커진듯한 느낌이 들었다.
"꺄아아아아아악!"
"에고스틱, 에고스틱이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여러분, 에고스틱이 왔습니다!"
그리고 그런 소음들을 들으며.
스타더스는, 더욱 짜증이 나는게 느껴졌다.
아니. 이 남자는 에고스틱이 아니라니까. 대체 언제까지 저러려는거지.
...안되겠다.
내가 따로, 공식입장이라도 내야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복도 밖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제서야, 볼 수 있었다.
"....?"
사람들이, 모두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게 아닌.
고개를 올려, 하늘 위를 바라보고 있다는걸.
대체 왜 저러는거지?
그녀는 그런 의문에, 자기도 모르게 한발자국 앞으로 가 고개를 들어보았고.
그제서야, 볼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에고스틱을 인터뷰하러 온 에고스틱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망토를 펄럭이며, 모자와 가면을 쓴 채.
하늘을 날며 웃고있는, 그녀에게 그 누구보다 익숙한 남자.
그래.
갑작스럽게, 그가 하늘에서 나타났다.
'진짜' 에고스틱. 그가.
"....하하."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스타더스는, 자신의 머리속에 있던 모든 생각을 수정했다.
그래. 김철우 저 남자가 에고스틱이 아니라는걸 완벽하게 증명하는 방법. 그건 그냥 그 남자와 에고스틱이 같은 장소에 동시에 존재하면 되는거였지.
...그래.
역시 너라면, 이렇게 하는구나.
별다른 소동을 일으키지 않게, 깔끔하게.
멍하니, 그를 이런식으로 볼줄은 예상치 못했던 스타더스가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순간 그녀는, 그제서야 보게 된 또다른 광경에 눈을 깜빡였다.
"으아아아..."
"아이고 철우씨. 하늘을 날아보니 어떠십니까?"
분명 자신의 앞쪽에 경관들과 함께 가고있던 김철우 그 남자가, 어느새 에고스틱의 옆에서 허공에 매달려 있는 것.
...아니, 대체 언제 데리고 간거야. 참...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피식 웃고는, 에고스틱을 올려다봤다. 그래. 어차피 그가 해칠거같지는 않으니, 일단 지켜보자.
다만...
'...왜 내 눈을 피하는거 같지?'
그녀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아니겠지. 설마.
***
하늘 위.
둥둥떠서 발아래 있는 사람들을 내려다본 나는, 방금까지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무슨 듣도보지도 못한 조직이, 에고스틱의 정체를 알았다며 이상한 남자를 지목한 상황.
대충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건지 파악을 한 나는, 잠시의 고민끝에 결정했다.
그래. 바로 나서자고.
'....사실, 이거말고 다른 아이디어도 있었지만.'
바로 우리 에고스트림이 빠르게 성명문을 내는것.
'김철우는 에고스틱이 맞다. 당장 그를 돌려줘라!' 뭐 이런거 말이다. 아마 그랬으면 혼란이 더욱 커졌겠지.
...그러나.
나는, 괜한 혼란을 초래하고 싶지는 않았다.
애초에 내가 빌런이긴 해도, 하도 다른 빌런들을 사냥하고 다닌 덕에 우리나라의 다른 빌런들도 나를 경계하는 상황.
그런만큼 내가 사라졌다고 하면, 마치 스타더스가 사라졌다는 만큼의 혼란이 올 수도 있다-라고 이설아가 분석했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이렇게 나서게 된 것.
그렇게.
사람들이 잔뜩 모인 아파트 앞, 그 하늘 위에서 나는 이 김철우라는 남자를 든 채 서있던 것이였다.
...다만, 여기까지 후딱 날아오느라 예상치 못했던 점이 있으니.
바로, 이 자리에 스타더스도 있다는 것.
'...너 미워.'
갑자기 마지막으로 만났을때 울먹거리던 그녀가그렇게 말하는 환청이 들리는 기분.
이런 식으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몹시 어색했다.
하여튼 나는 그렇게 아파트 복도쪽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는 스타더스의 눈을 피해, 카메라를 키고 바로 인사부터 박았다.
그렇게 세워진, 오늘의 목표.
어차피 다른게 아닌 나랑 김철우라는 남자는 다른 사람이라는걸 알리는게 목적인 만큼, 나는 하나의 목표를 세웠다.
...스타더스 눈 마주치지 않기.
다음화 보기
[먼지들아 에고스틱이 진짜 김철우인거임???]
그런거임???
나 믿기지가 않는데
=[댓글]=
[지금 우리 별먼지 팬카페 말고도 다른 커뮤 보면 김철우 쟤가 에고스틱인 근거 떠돌아다니던데ㅋㅋㅋㅋ 막 에고스틱이 테러하는 때에 늘 모습이 안보이고 키 비슷하고 그런거]
ㄴ[ㄹㅇㅋㅋ 솔직히 빼박아니냐ㅋㅋㅋㅋ]
ㄴ[읭 솔직히 아닐수도 있어서 중립기어 하는게 맞는듯...?]
[몰?루 근데 에고스틱 팬카페 슬쩍 보러 가보니까 난리나가지고 진짜 잘 모르겠음ㅋㅋ]
[근데 이대로 에고스틱 정체 밝혀지면 스타더스한테도 안좋은거 아님..? 좀 걱정되네 우리 별먼지 저만큼 챙겨주는 사람 ㄹㅇ 망고스틱밖에 없는데ㅜㅜ]
ㄴ[ㄹㅇ에고스틱 정도면 명예히어로지...]
[야 아니래ㅋㅋㅋㅋ 방송에 진짜 에고스틱 나옴ㅋㅋㅋ]
ㄴ[아 진짜?]
ㄴ[아니 가짜뉴스였던거냐고ㅋㅋㅋㅋ]
ㄴ[내 이럴줄 알았다(사실 모름)ㅋㅋㅋㅋㅋ]
ㄴ[어디? 링크좀]
ㄴ[그냥 지상파 뉴스 아무거냐 들어가봐 바로나옴ㅋㅋㅋ]
***
에고스틱의 실물을 보겠다고 사람들이 모여든, 그곳 하늘 위.
모두가 어떤 빌런조직이 발표한 '에고스틱의 본명은 김철우다'라는 말만 듣고 김철우의 집에 몰려간 그 순간.
"하하, 여러분. 새로운 에고스틱이 나왔다해서 찾아왔는데, 이게 이분인가요?"
모두가 상상하지 못했던, 이변이 벌어졌다.
바로 에고스틱이라고 의심받는 김철우라는 남자 앞에, 진짜 에고스틱이 나타난 것.
그래.
그냥 내가 직접 이곳에 왔다.
방송을 키고.
*
[에고스틱 라방 ONㅋㅋㅋㅋㅋㅋ]
[철우스틱 입갤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헉 어떻게 에고스틱이랑 김철우가 동시에 있지? 망고 드디어 분신술 익힌거임?ㅋㅋ]
[김철우는! 에고스틱이! 아니었습니다!!!!!]
[에고 갑자기 다른 엉뚱한애 지목되니까 곧바로 튀어나오네 역시 억울한 이까지 신경써주는 S급히어로 망고스틱니뮤ㅠㅠㅠ]
[그럼 그 빌런조직은 ㄹㅇ 헛저격한거임? ㅅㅂ무슨 근거로 그런거냐 바보됐네ㅋㅋㅋ]
[ㄹㅇ에고스틱이 방송만 켜도 반박되는데ㅋㅋㅋ]
[뭐가 어쨌건 이 기회로 에고스틱이 방송켜서 싱글벙글한 망고단은 개추ㅋㅋㅋ 일단나부터ㅋㅋㅋ]
'진짜 살다살다 별일을 다 겪어보네...'
하늘 위, 수많은 카메라들이 나를 촬영하고 있는 그곳에서.
가면과 모자를 쓴 채, 망토를 휘날리며 나는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아니, 내가 살다살다 히어로 신상 털리는경우는 봤어도 빌런 신상을 터는 경우는 못봤다. 그것도 심지어 잘못털었어 또...
하여튼 그 결과, 나는 또 사람들 위에 서있게 됐다.
"진짜 에고스틱이야!"
밑에서 들려오는 여러 소음.
빌런인 나를 보고 도망가기는 켜녕, 눈을 빛내며 막 사진찍는 이들을 보며 난 또 속으로 한숨을 흘렸다. 이들의 안전불감증, 대체 어떡하면 좋을까.
역시 이럴때는 총 몇자루 들고와서 펑펑 쏴주면 되지만, 오늘은 할말만 하고 곧바로 돌아갈 생각이었기에 그러진 않았다.
그래. 오늘 내가 여기까지 온 이유는, 단 2개를 하기 위해서.
김철우라는 남자는 나랑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과, 가짜뉴스를 뿌린 샤인티아인가 뭔가하는 조직을 박살내겠다는 경고. 이 두가지 말만 하기 위해서 왔다고 할 수 있다.
일단 그전에.
...스타더스 대비부터 하자.
나는 염동력에 의해 내 손에 들려진 김철우라는 남자를 흔들고선 말했다.
"자! 오늘 인터뷰시간을 한번 가져오려고 하는데요, 다른 분이 다가오시면 놀래서 이분을 떨어트릴 수도 있을 것 같으니, 오지 마시길 바랍니다."
"아이고! 살려주세요!"
그렇게 나는 오늘 온갖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고있는 불쌍한 김철우군을 한번 더 흔들었다. 미안하다 철우야. 보상은 확실히 해줄게.
하여튼 또 오랜 전통의 인질극으로 눈도 안마주치고 스타더스의 접근을 사전 차단한 나는, 빠르게 순간이동으로 납치해온 김철우한테 말을 걸었다.
"여튼 철우씨. 처음 뵙겠습니다. 오늘 티비에 당신이 에고스틱이라고 나오던데, 정말인가요?"
"히익... 예?"
공중에 둥둥 떠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공포에 질렸다, 내 말을 듣고는 황당해하며 고개를 돌아보는 그.
그는 이내 정신을 어느정도 차렸는지, 세상에서 제일 억울하다는 듯 나를 보며 말했다.
"아니...! 지금 제 앞에 에고스틱 본인이 있으시면서 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거에요...!"
"네? 저는 에고스틱 코스프레를 한 사람일 뿐인데요? 에고스틱은 당신이지 않습니까?"
"아아악...!"
"물론 농담입니다."
"...하아, 감사합니다."
지친듯 머리를 부여잡는 그였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철우 그만 괴롭히라고 아ㅋㅋㅋㅋㅋ]
[철우스틱! 에고스틱 아닌척 그만해!]
[철우좌 미안한데 그냥 이제 얼굴만봐도 웃음이 나옴ㅋㅋㅋㅋㅋ]
*
좋아, 이정도 대화면 대충 사람들이 다 김철우랑 에고스틱은 완벽하게 별개의 인물이라는걸 알게됐겠지.
하루아침에 A급 빌런 혐의를 받은 불쌍한 민간인의 억울함을 풀어준 뒤, 수많은 카메라가 나를 촬영하고 있는 그 위에서 나는 계속해서 준비해둔 말을 꺼냈다.
"뭐,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애초에 제 신상이 털릴 수가 없을텐데, 갑자기 털렸다면서 철우씨 얼굴이 나오는데 안놀랐겠습니까? 처음엔 철우씨가 계획한 일인줄 알았습니다."
"네? 그럴리가요!"
화들짝 놀라는 김철우.
나는 그런 그에게 안심하라며 손을 저었디.ㆍ
"네, 네. 직접 직접보니 아닌거 같네요."
"...감사합니다."
김철우는 공중에서 그렇게 힘없이 답했다.
*
[철우좌 지금 영혼이 나간거같은데ㅋㅋㅋㅋㅋ]
[하루아침에 전국민한테 망고스틱으로 알려졌다가 이제는 직접 망고랑 허공에서 인터뷰중인데 멘탈이 안터지겠냐고ㅋㅋㅋ 무슨 라노벨도 아니고ㅋㅋ]
[???: 아침에 일어나보니 내가 A급 빌런이 되있던 건에 대하여 ~내가 에고스틱일리가 없잖아. 무리무리!~ (※무리가 아니었다?!)]
[무리야 미친놈아ㅋㅋㅋㅋㅋ]
[그래도 철우좌 평생 술안주거리 하나 생겼네ㅋㅋㅋㅋㅋ 오히려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냥 이 상황 자체가 너무 웃김ㅋㅋㅋ]
*
좋아. 이정도면 됐고.
나는 이내 드디어 영혼이 나간 것같은 김철우의 어깨에 손을 올린 뒤 외쳤다.
"걱정마세요 철우씨. 제가 당신의 복수를 해드리겠습니다."
"....네?"
"철우씨를 음해한 그 이상한 빌런단체를, 제가 찾아서 박살내드리죠. 어떠십니까?"
내 말에 갑자기 눈빛이 돌아온 김철우는, 이내 주먹을 허공에 휘드르며 소리쳤다.
"그래 그 새끼들...! 아, 방송중이지. 으, 네. 그놈들좀 꼭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그점은 걱정하지 마시고요. 아 그리고, 지금 실시간 시청자수가 막 몇백만명이라는데, 혹시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 있으세요?"
"하하..."
이내 힘없이 웃은 그는, 약간 영혼 나간 눈으로 카메라를 돌아보더니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경기도 이 근처에서 제가 운영중인 '철우네 베이커리',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빵 좀 사주세요. 감사합니다..."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철우좌 틈새 깨알광고 ㅅㅂㅋㅋㅋㅋㅋ]
[아 저기 근처 사는데 앞으로 빵은 철우좌 빵집에서만 사먹는다ㅋㅋㅋㅋㅋ]
[철우좌 ㄹㅇ 이제보니 멘탈 겁나 강함ㅋㅋㅋ 에고스틱이랑도 상공 몇미터에서 떨면서 대답 다하더니 이제는 광고까지 아ㅋㅋㅋㅋ]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김철우군의 성공전략 아ㅋㅋㅋ]
[걍 오늘방송 ㅈㄴ 웃기네ㅋㅋㅋㅋ 좋은 방송 만들어준 지식빌런아 고맙다~]
[철우네 베이커리 곧있으면 줄서서 먹을듯 아ㅋㅋ]
*
그렇게 할말을 거의 다한 나는, 슬슬 돌아갈 준비를 했다.
하늘에서 우리 둘이 이러고 있는동안, 여전히 사진을 찍어가며 정체불명의 구호를 외치고 있는 사람들.
그래. 이제 슬슬 갈때다. ...좀 더 오래 있으면 스타더스가 튀어나올 수도 있으니.
그래. 마지막으로 이 말은 하고 가야지.
나는 고개를 돌려 카메라를 보곤, 싱긋 웃으며 말했다."
"또다른 에고스틱이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왔는데, 아무래도 오해였나 보네요. 그러니, 가짜뉴스를 퍼트려 괜히 저를 움직이게 한 샤인티아라는 조직은 기대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일단 철우씨, 저희는 그만 작별해야겠네요."
"...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그렇게 웃어준 뒤 빠르게 순간이동 컨트롤로 순식간에 김철우를 땅에 내려놓은 뒤, 나는 카메라를 보고는 말했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그 말과 함께 방송종료후, 곧바로 순간이동을 했다.
방송시간 10분이라. 휴, 이정도면 정말 빨리 끝냈네.
좋아, 이정도면 나름 평타는 쳤구만. 그리고...
'어떻게든, 스타더스랑 눈 안마주치는데 성공했다!'
그래. 나는 작게 스스로를 칭찬했다.
...테러도 아니고 단순 해명방송에 가까웠는데, 굳이 스타더스랑 엮이면 일이 커진다. 여기서 짧게 끝내면 됐지.
그리고... 저번일로, 아직도 스타더스를 마주보기 겁나기도 하고. 이번에도 나쁜놈이라는 소리 들으면 어떡해. 스타더스도 내가 와서 별 말썽 안치고 눈도 안마주치고 가서 좋아하고 있을거다.
"다인씨, 여기에요!"
"넵."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수빈씨가 미리 준비해둔 차량에 탔다.
...오늘 일, 완벽하게 처리한거 같구만.
***
에고스틱이 김철우를 납치해 강제인터뷰를 하고 간 이후.
여전히 아까 있었던 일 때문에 흥분에 빠진 사람들로 시끌벅적한,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그곳에서.
"....."
스타더스는 홀로, 차가운 기색으로 아파트 상층 복도에 서있었다.
'...결국, 끝까지 내 눈은 안마주쳤네.'
"...하하."
....뭐야.
더이상 나한텐 관심도 안간다는거야?
눈 한번을 마주칠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정말 한번은.
그런데 그는 단 한번도, 그녀를 돌아보지 않았다.
마치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듯.
"....하하. 하하하."
그렇게 스타더스는.
한동안 홀로, 복도에서 공허하게 웃었다.
한동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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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젠장!!!"
빛이 안드는 지하 어딘가에 위치한 기지
지식을 좇는 조직, '샤인티아'의 본부.
그곳은 현재 난리가 나고 있었다.
"제기랄! 맞는 정보라며! 김철우라며! 아니잖아! 이제 어떻게 할거야!"
"보, 보스! 어떡하죠? 에고스틱이 저희한테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그, 그놈이 얼마나 무서운 놈인지 아시잖아요!"
"안돼! 우리 이러다가 다 죽을거야!"
에고스틱의 정체는 김철우다-라고 자신있게 방송 한 이후.
곧바로 에고스틱이 직접 등장해 한 반박과, 그의 경고덕에 조직 샤인티아는 완전히 박살나기 직전이었다.
"젠장.. 이게 어떻게 된거지."
그리고 그 조직의 수장, 샤인티아의 보스.
그는 현재 탁자 앞에서 머리를 붙잡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분명 그년이, 그년이 확실한 정보라 하지 않았나? 그년한테 빨리 연락해봐!"
"보, 보스! 연락을 안받습니다. 아무래도 꼬리자르고 도주한거 같습니다!"
파르르 떨며 말하는 부하의 말에, 그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늘 100프로 정확한 정보만 주길래 신뢰했었는데, 제기랄. 하필, 하필 거짓정보를 흘려도 이런걸 흘려!'
그녀의 말을 믿은게 이제와서는 땅을 치고 후회됐으나, 이제와서 원망해봤자 바뀌는건 없었다.
그리고 솔직히, 그도 교차검증으로 김철우가 에고스틱이라고 확신했었으니.
"젠장! 김철우 그놈이 에고스틱이 테러하는 시간대에만 집으로 사라지고, 늘 자주 안보이던 그게 다 우연이라고?"
...늘 음지에 있던 정보 조직 샤인티아를 양지로 내세우기 위해, 너무 성급하게 행동했나. 조금 더 자세히 조사해봤어야 했을까.
후회해봤자 늦은 순간이었다.
"보스! 이제 어떡하죠?"
그렇게 부하들이 애타게 묻는 소리에.
고민하다가 겨우 부여잡던 머리를 놓은 그는, 이내 겨우 다시 침착함을 유지한채 말했다.
"...너무 당황하지 마라. 어차피 에고스틱 그놈은 우리의 위치를 모른다. 알아내는데 한세월은 걸리겠지. 그러니..."
"보, 보, 보스!! 큰일났습니다! 저 바닥에, 저 바닥에!"
"뭐가... 이런 시발."
그리고 그가 애써 현장의 인물들을 통제하려던 그때.
지이잉-
실시간으로.
갑작스럽게, 지하 한쪽 편의 바닥에서 그려지고 있는 불길한 빛나는 보라색 마법진.
어두운 지하실에서 혼자 은은하게 빛나는 마법진이 완성되고 있는 모습을 본 그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자신이 좆됐다는걸.
"...모두, 모두 쏴아!!!!!!"
그렇게.
그의 비명과도 고함과 함께, 근처의 모두가 총을 꺼내들어 마법진이 있는 바닥을 향해 갈겼다.
두두두두두두두두-
바닥을 향해 쏟아지는 수없이 많은 탄약들.
그러나 말거나, 마법진은 어느새 완성되어 있었고.
원의 선이 마침내 연결된 그순간.
펑.
마법진 위에서, 분홍색 연기가 생성되더니.
그 뒤로, 어느새 3명의 인영의 모습이 갑자기 생겨났다.
"세희언니, 자영언니. 다 왔어요."
마법진이 있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무녀복을 입고있는 검은 머리카락을 한 여자아이.
그 뒤로 서있는 두명의 인물.
"그래... 여기가 우리 에고 가짜뉴스 퍼트린 그곳이라는 거지?"
손을 두둑이며 살벌한 눈빛으로 앞을 보고있는 주황색 머리의, 몸에 스파크가 튀어나오는 여자와.
"하암... 그래. 빨리 해치우고 가자."
후드에 손을 넣은채 하품을 하고 있는 졸려보이는 보라색 머리의 여자.
갑작스럽게 지하실에 순간이동하여 온 둘을 보곤, 발작하듯 말하는 남자.
"쏴! 쏘라고!!!"
"으... 으아아아아!"
팅. 팅팅팅팅팅.
그렇게 수많은 총알들의 세례가 비오듯 그들이 있는 곳으로 쏟아졌으나.
이들은 단순히 분홍색의 보호막을 덮어 간단하게 막아낼 뿐이었다.
"자... 이제 슬슬 시작하지?"
"그래. 야, 누가 더 많이 처리하나 내기할래?"
"응. 내가 어차피 이겨."
그렇게 시시덕거리며 농담 따먹기를 한 최세희와 서자영. 세간에는 흔히 에고스트림 사단의 일렉트라와 미스트라 알려진 둘은, 이내 천천히. 총알이 날아오는 곳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한명은 손에서 수많은 노란 번개 스파크가 어둠 속에서 튀긴채.
다른 한명은 조용히 불타오르는 보라색 불꽃을 허공에 타오르게 한 채.
"으... 으아아아악!!!"
월광무녀의 보호막덕에, 어둠 속에서 총알들마저 다 튕기며 천천히 다가오는 그들.
이내 그 무시무시한 광경에, 총을 쓰던 이 몇몇이 결국 등을 보이고 도망치자.
"어딜."
어두운 지하실에 주홍빛 안광이 번득이며, 마치 번개처럼 일렉트라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콰과과과광-
지하에 번개가 내리치고, 보라빛 불이 타오르며.
그렇게, 샤인티아의 붕괴가 시작되었다.
***
[어. 이쪽은 다 처리 끝났어. 이놈들 다 기절시켜놨는데, 이제 뭐해?]
"아. 내가 따로 공지 써서 협회에 알리면 되니까 그건 그대로 내버려둬. 다들 다친데는 없고?"
[하. 우리가 다칠 레벨이야? 깔끔하게 처리했으니 걱정하지마.]
"그래, 고맙다. 조심히 돌아와."
최세희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마친 나는, 한숨 돌렸다.
좋아. 에고스틱 정체를 밝혀냈네 뭐했네 어그로 끈 이놈들을 빠르게 박살냈구만.
이미 놈들이 전파납치를 한 그 순간, 서은이가 바로 뭘 조작하더니 놈들의 본거지를 알아냈다. 절대 못알아내게 막 우회학고 조작하는 변주를 거쳤다지만, 그 모든건 서은이 앞에서 무용지물.
거기에 이설아의 지원까지 합쳐지자, 빠르게 놈들의 전력을 파악할 수 있었고.
그 결과가, 내가 김철우를 만나고 돌아가던 그 순간 이미 박살나버린 샤인티아다.
이정도면 다른 빌런들에게도 경고는 됐겠지. 날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휴... 이제 대충 이 소동은 정리됐다고 봐야하나?"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
그곳에서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그 말을 들은 서은이는 노트북을 두들기며 대답했다.
"네. 그래도 뭐... 하루만에 다 해결했네요. 스타더스랑 엮이지도 않고, 그 빌런 조직만 격파하고 끝났으니까. 이정도면 위기를 아주 스무스하게 넘어간 편이죠?"
"그래... 에휴. 살다살다 별 일을 다 겪네."
나는 시트에 몸을 기댄채, 그렇게 대꾸했다.
집가서 좀 푹 쉬자. 푹 쉬어...
***
*
[언럭키 에고스틱... 김철우네 빵집 근황...jpg]
(사람들이 빵집 앞에 길게 줄 선 사진)
걍 장사 ㅈㄴ잘되는중ㅋㅋㅋㅋㅋ
철우야 이제는 행복해야한다~~~~
=[댓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해피엔딩이네ㅋㅋ]
[하루아침에 신상부터 다 털리고 협회 수용소 끌려갈뻔했는데 잘 풀렸네ㅋㅋ]
ㄴ[솔직히 그날 에고스틱 안왔으면 큰일날뻔ㅋㅋ]
[이거 파는 빵이 더 웃기던데 여기서 바게트에 망고 박아놓고 망고스틱이라고 파는중ㅋㅋㅋ 심지어 한정판ㅋㅋㅋㅋ]
ㄴ[ㅋㅋㅋㅋㅋㅋㅋㅋ]
ㄴ[아 공짜 콜라보 기회 어떻게 참냐고~]
ㄴ[철우좌 물들어올때 노 빡세게 젓네 아ㅋㅋㅋ]
*
김철우 사건이 일어난지 며칠후.
한때 떠들석했던 열기는 빠르게 진정되었다. 다들 단순한 해프닝이였다고 여기는 분위기.
다만 그의 정체를 유출하려한 빌런조직 샤인티스를 순식간에 찾아내 처리해버린 에고스트림의 저력에 관해서는 다들 혀를 내둘렀다.
*
[웃긴점)김철우 사건 현장에 스타더스도 있었음ㅋㅋㅋㅋ]
(영상)
보면 알겠지만 50초경 쯤에 에고스틱이 갑자기 김철우 떨어트릴거라 말한게 스타더스 의식해서거든?
그래서 스타더스가 안움직이고 가만히 있자 그냥 끝까지 눈도 안마주치고 그냥 가버림ㅋㅋㅋ
스타망고 멸망ㅋㅋㅋㅋㅋ 에고스틱은 스타더스한테 관심없다는게 그대로 증명됐죠?
=[댓글]=
[학생 글내려^^]
[휴... 망고스트림 빠는 애들은 숨만쉬면 스타더스 억까하네 이게 정실의 무게?]
[근데 나도 이해안되김 함ㅋㅋㅋㅋ 망고스틱 성격에 스타더스한테 무조건 아는척하고 막 말몇마디하고 갈 줄 알았는데 끝까지 말한마디 안걸더라ㅋㅋ]
ㄴ[둘이 싸웠나?]
ㄴ[ㄹㅇ카메라 없는데서 둘이 싸웠을수도 부부싸움ㄷ]
ㄴ[무친련들아ㅋㅋㅋ 애초에 둘이 히어로랑 빌런인데 당연히 싸우는게 정상이지 ㅅㅂㅋㅋ]
ㄴ[사랑에는... 장벽이 없다!]
[.....하. 이거 보니까 또 화나네요.]
[이거 별먼지 팬카페에서도 말 나오더라ㅋㅋ 스타더스 멘탈 터진거 아니냐고]
ㄴ[거기서도 스타망고 얘기 나옴?]
ㄴ[애초에 거기는 스타더스 빠는 애들이라 막 지들끼리 별먼지 심리분석해서 별먼지가 에고스틱 좋아한다고 이미 판단 끝냄ㅋㅋㅋㅋ 거기 카페 매니저가 그런류 글들만보면 다 순식간에 잘라서 티가 안나서 그렇지]
ㄴ[헉 역시 스타망고단은 다 별첩이었네ㄷㄷ내 이럴줄]
ㄴ[아니 결론이 ㅅㅂㅋㅋ]
[자기가 실망한 스타더스면 개추ㅋㅋㅋ]
*
...물론, 이상한 소리를 계속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아니 서은아, 너 뭐보니?"
집.
쉬고있던 내 옆에서 커다란 태블릿으로 오늘도 내 팬카페를 읽고있는 서은이가 뭐보나 옆에서 보던 나는,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내가 스타더스랑 눈 안마주친 그거 하나로 막 억지떡밥을 굴리고있는 모습.
내가 어이없어 하자, 그런 내 모습을 본 서은이가 순진무구한 얼굴로 물었다.
"왜요? 이상한점이 있어요?"
"처음부터 다 말도안되는 소리지."
나는 딱 잘라 말했다.
애초에 스타더스가 왜 실망하겠는가. 오히려 내가 사고 안쳤다고 좋아하겠지.
내가 그렇게 설명하자, 서은이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앞으로도 스타더스랑 마주치면 늘 무시해요!"
"...아니. 그건 좀."
오바야.
애초에 이 모든게 내가 스타더스를 위해 하고있는데, 그럴리가 있나.
'...은퇴후면 모를까.'
나는 그저 그렇게 생각할 뿐이었다.
등록된 마지막 회차입니다
".....흠."
샤인티아 소동 이후.
이 사건을 일으킨 놈들을 다 찾아내 본거지를 찾아가 박살낸 뒤, 놈들의 자료들을 다 털어내는데 시간을 썼다. 나름 게임의 정보길드마냥 그런게 되고 싶었던 것 같은 애들이었어서 그런지 뭐가 많더라고.
물론 대부분의 정보들은 딱히 우리에게 중요한 정보가 아니여서 전부 다 이설아한테 줘버렸지만...
그래도 몇가지 흥미로운 정보들은 있기 마련.
"오빠, 뭐해요?"
"응? 그냥 쭉 읽어보고 있지 뭐."
그것들은 내가 따로 알아두던가, 아니면 몇개는 저장을 해놨다.
...아직 증거는 부족하지만,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있어서. 가짜정보일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물론 이것도 이제 슬슬 끝이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나머진 내일 해서 마무리하자 서은아. 이정도면 된거같다."
"하아암. 네, 그래요."
그렇게 거의 다 분석을 끝낸둬, 졸려보이는 서은이 먼저 재우고 나도 잘 준비를 했다.
...갑작스러운 놈들의 소행에 일거리가 많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름 배울게 있는 경험이었다. 일단 원작에서 언급도 안나온 빌런집단은 오랜만이기도 했고.
물론 아마 원작에서 안나온 빌런집단은 딱히 위협적이지 않다. 어중이 떠중이라는 소리니까. 이번에 놈들이 잘못된 정보에 낚여버린 것처럼.
하여튼 그러니 문제는 그게 아니였고...
나한테는 다른 문제가 있었다.
"..."
바로 저번에 의도적으로 스타더스의 눈을 안마주친 그날.
그날부터 뭔가, 굉장히 찝찝한 기분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뭔가 해서는 안될걸 한 기분...
"....하아."
그냥 무시하려고 했는데, 어째 날이 갈수록 불안감이 더 커졌다. 마치 직감이 지금 큰일났다고 경고하는 것같은 기분. 아니, 큰일날게 뭐있어? 빌런이 히어로 눈 안마주칠 수도 있지.
다만...
'....음, 한번 반대로 생각해볼까.'
내가 막 테러 비슷한거 하고 난리치다가 스타더스를 마주쳤다. 근데 스타더스가 나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거다. 평소처럼 나만보면 '에고스틱...!'이러면서 으르렁 거리는게 아니라 아예 눈도 안마주치고 무시하고. 마치 내가 딱히 위협적이지 않은 것처럼 없는 사람 취급하고.
"음...."
...어라. 어쩐지 내가 잘못한 기분인데.
그렇게 야밤에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자기 전.
나는 혼자 방안을 서성이며 생각에 잠겼다.
...물론 내가 이상한 생각을 하고있는건 안다. 애초에, 빌런이 히어로랑 눈도 안마주치고 무시했다고 해서 이렇게 신경쓰는게 평범한건 아니지.
다만, 또 생각해보면 나랑 스타더스의 관계는 다른 이들과 달리 좀 특별하다. 서로가 서로의 주적인 아치에너미 관계 아닌가.
...그때, 좀 스타더스한테 뭐라고 아는척이라도 했어야했나?
".....에휴, 내가 또 무슨 걱정을 하는건지."
그렇게 깊은 생각은 하던 나는, 그냥 고개를 절래절래 저어버렸다. 이거 과몰입이야. 애초에 스타더스가 그런걸 신경쓸리가 없잖아. 그냥 '쟤가 왔다가 조용히 사라지네~' 이러고 말았겠지.
그래. 잠이나 자자.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잠들었고.
그날, 바로 악몽을 꿨다.
***
"....다인오빠, 괜찮아요?"
"응? 아 은월아. 어. 괜찮아. 그냥 어제 잠을 제대로 못자서... 하암."
다음날 아침.
눈에 다크서클이 생긴채로 거실에서 꾸벅꾸벅 졸고있는 나를 발견한 은월이가 깜짝 놀라 걱정어린 목소리로 묻는 말에, 나는 쓴 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요즘 꿈자리가 뒤숭숭한가. 뭔 이런 꿈을 다 꾸지.
'...너의 집은, 앞으로 여기야.'
어디 이상한 곳에 감금되어 노란 머리의 히어로와 깊은 대화를 나누는 꿈이었던 것 같은데, 기억은 잘 안난다. 뭔가 전날 자기전에 스타더스 생각을 하다 자서인지, 스타더스가 나왔던거 같기도 하고...
하여튼 일단 갇힌다는 것부터 불안하기 짝이없는 꿈이라 할 수 있었다. 모든 빌런들이 제일 두려워하는게 히어로한테 끌려가서 갇히는거 아니겠냐고.
"다인씨, 아침에 이거 따뜻한 것 좀 마시면서 좀 쉬세요."
그렇게 내가 소파에 늘어져있고, 은월이가 뭔가를 해보겠다며 내 한손을 붙잡고 혈을 누르겠다며 두손으로 주물주물 하고있던 그때.
이미 내 상태를 알고있는 수빈씨가, 찻잔에 따뜻한 무언가를 담아서 와주셨다.
"아, 감사합니다."
그렇게 수빈씨가 타준 따뜻한 차를 먹으니, 그래도 마음이 좀 진정되는 기분. 약간 맑은 연두색의 차가 입안에서 기운을 주입해 주는 것 같았다. 무슨 차인진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난 그런 생각을 하며 자연스럽게 거실의 티비를 켰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나오는 전날 꺼둔 화면.
[간악한 에고스틱이 또! 다른 불쌍한 민간인 남자 김모씨에게 자신의 죄를 덮어씌우려는...]
오늘도 열심히 에고스틱 비판 방송을 24시간 열일하며 방영하고 있는 만족스러운 채널이 보였으나, 이걸 보자마자 벌써부터 옆에서 기분이 실시간으로 안좋아지는 것같은 은월이가 보였음으로, 빠르게 다른 채널로 돌리기로 했다.
그러자 뜨는 내가 늘 보는 뉴스 비슷한 방송.
그곳에서는 오랜만에 스타더스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어제도 빌런을 때려잡았다고 하는 스타더스의 모습이.
그러며 나오는, 빌런 하나를 처리한 뒤 무표정으로 걸어나오는 스타더스의 모습.
그렇게 진행자가 스타더스의 대단함을 설명하는걸, 나는 기쁜 마음으로 들었다. 그래. 우리 스타더스가 대단하긴 하지,
다만, 그렇게 말하던 진행자는 뉴스가 끝나기 전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최근들어 스타더스의 표정이 좀 무표정이라고 하는데요. 물론 그녀가 평소에도 무표정이긴 했지만, 요즘따라 좀 더 무서워졌다고 합니다. 기분이 안좋은 일이라도 있던걸까요? 아무쪼록 그녀를 상대할 빌런들은 다들 분노에 찬 그녀를 상대할 각오를 해야겠네요.]
"....."
...하하. 요즘 우리 하루가 기분이 안좋아 보이는구나..? 스타더스 팬카페에 요즘 안들어갔어서 몰랐네. 음.
...뭐. 그럴수도 있지. 그녀도 사람 아닌가. 살다보면 기쁜 일도 있는거고 나쁜 일도 있는거다. 나랑은 상관없이 그럴 수 있지.
...그런거겠지?
"....."
...뭔가를 대책을 마련해야 할거 같은데. 이 불안한 직감을 없애버릴려면.
어째 평소에 느껴지던 의미모를 불안감이 더 커지는걸 느끼며 내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는 동안, 다시 돌아온 수빈씨가 내게 걱정스럽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인씨, 아직도 피곤하세요?"
"하하, 이제 곧 괜찮아지겠죠. 걱정마세요. 그냥 어젯밤에 꿈자리가 사나워서 그냥 좀 설친거 같아요."
"...그래도. 혹시나 잠자리가 불편해서 그런거라면 제방 와서 주무셔도 돼요. 침대도 넓으니까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씀하시는 수빈씨였다.
...너무 착하신거 아닌가. 물론 수빈씨에게 폐가되니 그럴 순 없겠지만.
나는 하하 웃으며 알겠다고만 대답했다.
...우리의 대화를 서자영이나 최세희가 안들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걔네가 들으면 또 오해한다.
그나저나, 서은이 깨우러 간 은월이는 왜 안오지. 서은이가 또 고등학생의 비기, '5분만 더'를 사용중인건가?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침 은월이가 서은이 손을 잡고 걸어왔다.
"하암..."
나처럼 하품을 하고있는 서은이.
...아무래도 서은이는 좀 아침에 약하다 보니까, 늘 오전시간엔 비몽사몽해 한다. 그래도 은월이랑 친해지고 나서 은월이덕에 좀 일찍 깨어나고는 있지만.
"으음... 오빠."
그렇게 소파에 오더니 내옆에 앉은 서은이.
그러더니 내 어깨에 자연스럽게 기대서 그냥 졸기 시작했다.
...어차피 몇분뒤면 시끄러워서 저절로 정신 차릴테니, 일단은 그냥 냅두자. 나도 지금 피곤해서 서은이 심정이 이해가기도 하고.
하여튼, 오늘부터 이제 마저 정보만 좀 읽어본 뒤, 슬슬 다음 작전을 개시할 때다.
바로 저 세인티아 놈들의 삽질때문에 미뤄진 S급 빌런, 스크림메이커를 사냥할 준비를.
...이번에도 방송 킬테니, 사람들은 또 좋아하려나.
***
스크림메이커.
제트팩같이 생긴 산소통 비슷한걸 등에 맨채, 거기에 연결된 호스로 가스를 내뿜어 공격하는 근육질의 스킨헤드 빌런.
그의 특이점 하나는 바로 자신의 능력을 응용해 만든 특제 독가스를 만든다는 것. 그가 만든 연기를 조금이라도 마시게 된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게 된다. 그렇게 죽음까지 이르고.
딱 들어도 위험해 보이는 것같은 이놈은 당연하게도 원작에선 곧바로 S급 빌런으로 배정받았었다. 실제로 능력이 다수전에 특화되어 있는만큼, 민간인들을 한번에 몇십명씩 보내버리는 놈이기도 했고.
...즉. 내가 굳이 얘는 나서서 먼저 보내버리려고 드는 이유가 있다. 위험성도 위험성이지만, 이놈 첫 테러에 너무 많이 죽는다. 스타더스는 연기를 조금 마신 정도로는 괜찮긴 했지만, 나머지는 얄짤없었지. 원작이 피폐물인만큼 당연히 스타더스는 처음에 잡는데 실패. 그렇게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 앞에서 몹시 괴로워했다.
...그리고 당연히도 난 그 꼴을 볼 생각이 없었다.
지금까지 어떻게 유지시켜온 스타더스 멘탈인데. 이제와서 깨트릴 순 없지. 사상자도 너무 많이 발생하기도 하니까.
그렇게 드디어 이번에서야 놈에 대한 정보를 어느정도 알아내게 된 나는, 서은이를 비롯한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과 작전을 짰다.
그때까지는 분위기 좋았다. 내가 이런일을 벌이는게 한두번도 아니니까. 다만.
"...뭐? 너 혼자서 가겠다고?"
내가 혼자서 처리하고 오겠다는 말을 하자, 갑자기 달라지는 분위기.
걱정스러워하는 수빈씨의 얼굴과, 말도 안된다는 소리를 한다는양 날 바라보는 최세희의 얼굴을 보고 난 느꼈다.
...이거 설득이 쉽지 않겠구만.
ep.230
스크림메이커를 나 혼자서 처리하겠다고 멤버들에게 말한 그날.
격한 반대가 있긴 했지만, 꽤 오랜 시간의 설득 끝에 겨우 설득에 성공할 수 있었다.
"오빠. 오빠가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은월이가 갈거에요."
"...음. 그래. 내가 '굉장히' 위험해 보일땐 와도 괜찮을거야."
"그리고 혹시나 일이 잘못되면 바로 전부 나서서 다 건물들 미사일 비슷한 것들로 다 박살내고 오빠부터 구할테니까 그렇게 알아요."
"음..."
"아 맞다. 그리고 이번엔 꼭 데스나이트 아저씨 든 반지 챙겨가고요. 알았죠?"
"그래..."
...물론 쉽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그래도 혼자 가는데 반대를 없게 만들었다는게 중요한거 아니겠어.
이렇게 해서라도, 일단 내가 혼자 가는게 낫다. 놈의 능력인 독가스 자체가 조금이라도 흡입하면 위험할 뿐더러, 애초에 놈이 사는곳을 알아본 결과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래. 원작을 바탕으로 여러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이놈은 그냥 내가 혼자 들어가서 때려잡는게 제일 바람직하다. 그놈의 공격 패턴을 제일 잘아는게 나이기도 하고.
...그리고.
"흠..."
나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스크림메이커. 내가 스타더스한테 안맡기고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나서는 것처럼, 놈에대해 아무것도 모르면 상대하기 몹시 까다롭다. 특히 원작 후반부에 가면 더더욱.
특히 협회에서 스크림메이커 말고도 나중에 무슨무슨 메이커란 이름을 빌런한테 붙였는데, 이놈들이 자기들끼리 결착해 '더 메이커 트리오'라는 빌런조직을 결성하고는 진짜 깽판중의 깽판을 친다. 그중에 우리 스크림 이녀석이 제일 까다로웠고.
"흐음..."
난 그런 생각을 하며 받은 파일을 다시한번 읽어보았다.
놈은 저 서울 한쪽편 인지드문쪽에 거대한 펜션을 짓고 살고있는데, 그게 사실상 연구소다. 안에는 또 무슨 과학적인 장비들로 가득한. 사실상 침입자를 쫓는 무기겠지.
요즘 빌런들은 참 철저해 그려.
"...."
...아. 옛날이 그립다. 우리 텔레포터 이런애들. 그냥 집에서 낮잠 잘때 습격하면 됐던 원작기준 초반의 순수하던 빌런들. 이제는 자기 집을 요새화시키는 미친놈들만 남았구나...
물론.
그렇다고 못잡아낸다는건 아니지만.
하여튼 그렇게 우리는 계속 계획을 짰고.
"오빠, 진짜 조심해야돼요?"
"다인씨. 위험하다 싶으면 꼭 도망치고요. 아셨죠?"
"...다인오빠. 바로 옆에 있을테니까, 뭔 일 생기면 바로 갈게요."
"알았어 알았어. 자, 이제 진짜 갔다올게."
서울 외곽 어느쪽.
무슨 평지쪽에 홀로 수상하게 크게 지어진 펜트하우스로 나는 이동할 준비를 했다.
당연하게도, 카메라를 허공에 띄우고.
자. 방송 시작이다.
***
에고스틱의 김철우 방송 이후.
일단 에고스틱이 뭐든간에 방송 하나만 키면 좋아하는 전국의 망고스틱 팬들은,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다.
사실 방송 시간 자체가 몇분 되지도 않았지만, 이미 전문가들은 그 영상에서 다 움짤을 따서 수많은 짤방과 쇼츠로 만들어 올려버렸기 때문. 다 떠나서 늘 칼같이 3개월에 한번, 1년에 4번정도밖에 모습을 안보이려고 하는 그여서 더욱 그랬다. 이번엔 그래도 일찍 켰다고.
그렇기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에고스틱이 마지막으로 방송을 킨 지 몇주 지나지도 않았는데, 바로 방송을 킬줄은.
*
[?????????]
[이거 실화냐?]
[와 ㅅㅂ 망고스틱이 방송을 무려 2주만에 켰어ㅠㅠ]
[캬 이거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태식이 돌아왔구나!!!!!]
[킹갓황고스틱 <= 믿고 있었으면 개추ㅋㅋㅋㅋ]
[근데 왜 아침 7시 전에 방송임?? 졸려 죽겠네]
[출근길 지하철 최고의 선택]
[자기가 눈도 잘 안떠지는데 휴대폰으로 보고있으면 개추ㅋㅋㅋ 일단나부터ㅋㅋㅋ]
[늦잠자는 꿀잠충 멸망ㅋㅋㅋㅋㅋㅋ 일어나면 이미 에고스틱 방송 끝나있음ㅋㅋㅋㅋ]
*
그래.
아직 기온이 쌀쌀한 오전.
서울 외각, 고층건물 하나없는 텅텅 비어있는 평지에 약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나는 카메라를 향해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에고스틱입니다!
쏟아지는 채팅들.
눈으로 하나하나 읽기 힘들정도로 빠르게 내려가는 채팅을 보며, 나는 할말을 골랐다.
좋아. 이제 여기서부터 말을 잘해야된다.
지금부터 내가 할것은 나름 역사와 전통이 있는 빌런 사냥방송.
사실 이번에 스크림메이커를 제거하기로 결정한 이후.
내가 한가지 특히 유의한게 있으니, 바로 얘를 무슨 명분으로 치우냐는 것.
사실 이게 별게 아닐수도 있지만, 굉장히 큰 문제다.
애초에 내가 빌런 컨셉을 잡은만큼, 다른 빌런들을 마구잡이로 사냥하고 다니다가는 역풍이 불 수 있다. 아무리 많이 죽여도, 명분이 확실해야 하는법. 그냥 다른 빌런 심심하다고 없애면 그게 히어로랑 다를게 뭐있어?
사실 그것보다는, 다른 숨어있는 빌런들이 문제다. 나를 보고 '나도 에고스틱이 처리하러 오는게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거지. 즉 적이 늘어난다는 소리다. 그걸 위해서라면 명분이 확실해야 한다는 소리.
그렇기에 난 지금까지 다른 빌런들을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면, 늘 어떻게든 명분을 대왔다. 뭐 병기가 멋져보인다던지, 너무 나대서 시끄럽다던지, 내 발밑에서 무기를 만들고 있다! 뭐 그런 것들.
사실 이번에도 그냥 저번에 웨폰마스터 처리할때처럼 '위험해보이니 없앤다' 논리로 가도 되지만, 똑같은 이유를 두번연속 대는건 좀 그렇다.
그렇기에 난 부득이하게, 우리 스크림 메이커를 음해하기로 결정했다.
미안하다 스크림 메이커..! 근데 넌 이미 충분히 나쁜놈이니까, 조금 누명 써도 괜찮지? 응. 그렇게 생각해.
"여러분. 오늘 제가 방송을 킨 이유는 다른게 아닙니다. 바로 제가 선전포고를 받았기 때문이죠."
그렇게 나는 진지한 얼굴로, 방송 시작 몇십초만에 폭탄발언을 했다.
갑작스러운 말에 [?????]로 도배되는 채팅창들.
나는 아주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마를 붙잡고 말했다.
"네! 다름이 아니라, 어떤 다른 빌런분이 메세지를 남겼더라고요. 뭔가하고 봤더니 글쎄! 제가 맘에 안든다며 저랑 에고스트림을 박살내겠다고 하지 뭡니까. 언젠가 다 제거하러 갈테니, 기다리라고요."
*
[헉]
[ㄹㅇ? 무친놈이네ㅋㅋㅋㅋ 겁도없이 에고를 건드리는wwwwww]
[뭐지 신개념 자살선포인가?]
[세인티스에 이어 2차희생자 등장ㅋㅋㅋㅋㅋ]
*
물론 개소리다.
스크림메이커 이놈은 지금 자기 할일에 바빠서 난 신경쓸 틈도 없다. 어떻게해야 더 효율적으로 최대다수의 최대사망을 할 수 있을까나 연구하고 있겠지.
그러나 지금 어차피 변명할 놈도 내앞에 없잖아? 그러니까 놈은 오늘부터 나에게 선전포고한 놈인셈 치는거다. 일류악당의 싸움은 냉정한 법. 상대에 대한 비방과 음해를 서슴치 않아야 진정한 일류로 거듭날 수 있는법이다.
그렇게 나는 카메라를 향해 뻔뻔하게 외쳤다.
"그분은 스스로를 스크림 메이커라고 밝히셨는데, 어쨌든 저를 박살낼거라고 위협하시니 무서워서 가만히 있을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분이 보낸 메세지를 역추적해서 제가 먼저 처리하기위해 왔답니다!"
*
[아ㅋㅋㅋㅋ]
[결국 이렇게 되네ㅋㅋㅋㅋㅋㅋ]
[잘있어라 스크림 뭐시기야... 멀리 안나간다]
[말 한마디에 천냥빛이 갚는게 아니라 생겨버렸네ㅋㅋㅋㅋ]
[이건 복수 ㅇㅈ이지 먼저 위협받았는데]
[아니 걔는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대한민국 랭킹 1위 빌런을 건드린거임? 진짜모름]
[이건 자기가 먼저 박살나도 할말없지ㅋㅋㅋ
*
....순식간에 에고스틱을 건드린 미친놈이 되어버린 스크림메이커를 향해, 나는 심심한 애도를 표했다. 물론 딱히 미안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이로써 명분까지 획득 완료.
이젠 다들 내가 스크림메이커를 처리하러 가도 납득하는 분위기다. 그래. 이럼 됐다. 또 괜히 무슨 다른 빌런 잡는 다크히어로라는 소리는 안하겠지.
즉 마음놓고 깽판을 칠 수 있다는 소리.
나는 그 생각과 함께, 바로 펜트하우스 정문으로 당당히 들어갔다.
"이리 오너라!"
쾅.
내가 한번 발로 차자, 박살나버리는 정문.
물론 염동력을 이용한 연출이지만, 어쨌든...
나는 그렇게 스크림 메이커의 본거지인 펜트하우스에 무혈입성했다.
단정히 정돈되어있는 집안.
정확히는 마치 사람이 사는지는 의심스러울 정도로, 각이 잘 맞춰진 채 먼지가 쌓여있는 집안이었다.
*
[오 뭐지?]
[잘못찾아온거 아님? 여기 아무도 안사는거 같은데]
*
"흠... 여기 어딘가 있을텐데요."
그렇게 시청자들의 의심할 무렵.
거대한 펜트하우스치고는 이상할정도로 작은 집. 그 한쪽의 벽에 다가선 나는 손을 더듬거리다 어떤 스위치를 눌렀다.
그리고.
지이이이이이이잉.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차고처럼 위로 열리는 벽.
그렇게 갑작스럽게 드러난 외벽 안쪽, 회색빛 벽으로 이루어진, 아래로 내려가는 경사진 복도를 보며.
시청자들이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씨익 웃었다.
"역시, 이럴줄 알았습니다. 늘 비밀이 숨겨져있는 법이죠."
그럼 이제 놈의 본거지로 가는 길도 뚫었으니, 슬슬 준비할까.
이제 그놈도 이방인의 존재를 눈치챘을테니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카메라를 향해 등을 돌리고 자연스럽게 가면을 방독면으로 바꿔끼었다.
"자, 이제 한번 들어가 봅시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비밀스러운 복도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싸움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
"흐으음..."
신하루.
아침에 기지개를 하며 일어난 그녀는, 졸린 눈을 비비며 냉장고에서 물을 꺼냈다.
차가운 냉수를 마신뒤, 멍한 표정으로 앉은 채 잠에서 깨려고 노력하는 그녀.
그러면서 그녀는 밤사이 무슨 소식이 있었나, 확인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티비를 켰다.
그렇게 켜지자마자 보이는, 에고스틱의 모습.
[무슨 일종의 연구실처럼 보이네요? 은근 어둡군요. 요즘 빌런들은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나 봅니다.]
실없는 농담을 하며 어두운 복도를 걷고있는 에고스틱의 모습과.
그 옆에 표시된, [LIVE]라는 마크..?
"....?"
스타더스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ep.231
"에휴... 우리나라가 과학 강국이라더니, 진짜 맞는 말이네요."
마개조된 펜트하우스.
무슨 지상층과 지하층이 하나로 이루어져 거대한 실험실이 된 그곳을 걸으며, 난 그렇게 중얼거렸다.
무슨 약품이 든 온갖 병들이 가득한 이곳.
그곳을 나는 천천히 내려갔다. 방독면을 쓴 채.
아마 저 안쪽에 스크림메이커가 있겠지.
좋아. 계획은 완벽하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채팅창을 살폈다.
사람들은 이걸 보고 무슨 생각을 하려나.
자기가 전혀 알지 못한때, 어딘가에 빌런들은 이렇게 철저하게 테러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걸 깨닫고 무서워하려나?
*
[ㅋㅋㅋㅋㅋㅋㅋ에고스틱 안그래도 옷이 검은데 방독면까지 쓰니까 올블랙 패션됨ㅋㅋㅋ]
[ㄹㅇㅋㅋ 좀 색다르네 블랙망고ㄷㄷ]
[이 연구실 곧 박살날거 생각하니 속이 뻥 뚤리면 개추ㅋㅋㅋㅋ 내 대학원 랩도 누가 좀 터트려줬으면 아..]
*
...음, 역시나 다들 별 생각이 없는 모습이다.
그래. 행복한게 좋은거지. 뭐든지 긍정 파워가 최고인 법이다. 괜히 불안해하면 인생이 피곤해진다고. 응...
물론 그런 채팅들말고 '여긴 어디임?'이라는 채팅도 올라오긴 했다. 다들 아무도 위치를 추측하지 못하는 모습. 그래. 내가 일부러 장소를 안들키려고 안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카메라 조작을 잘했다. 잘못했다가는 스타더스가 난입하러 올 수도 있다고...
스타더스가 이곳으로 온다면, 괜히 그녀만 위험해져서 안된다.
"제가 알아본 바로는 그 빌런분이 독가스같은걸 생성하는 능력을 가졌다고 하시더라고요. 여러분, 혹시 기체를 조작하는 능력을 가진 분들을 대비해 집에 방독면은 하나씩 마련해 두시길 바랍니다."
나는 웃으며 내 방독면을 가리키며 기본적인 설명을 했다.
사실 내 방독면은 서은이가 대-스크림 메이커용으로 제작한거지만, 일반도 없는 것보다는 나을거다.
하여튼 나는 계속해서 걸었다.
순간이동을 할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놈이 내가 오고 있다는걸 눈치 챌 수 있게.
그게 바로 우리의 계획.
그리고 펜트하우스 맨 끝에서.
나는 드디어, 누군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
그건, 실로 기묘한 광경이었다.
거대한 인큐베이터 같은 곳에, 대머리의 남성이 눈을 감고 액체속에 떠있는 모습.
그리고 그 주위에 있는 수많은 실험용 자재들과 얽혀있는 호스들.
그리고 내가 그곳에 발을 들인 순간.
방안에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쥐새끼가 들어왔구나.]
끈적한 액체로 이루어진 인큐베이터.
그 안에서 눈을 뜬 대머리의 남자가 뭐라고 입을 움직이자, 그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기계음으로 방안에 울려퍼졌다.
그야말로 이때까지의 빌런들과는 달리 첫 등장 비쥬얼부터 임팩트 넘치는 모습.
물론 오늘부로 이 세계에서 퇴장될 엑스트라한테는 난 큰 관심이 없었으므로, 나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에고스틱이라고 합니다. 당신이 바로 스크림 메이커인가요? 제게 쓴 도전장 잘 봤습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스크림 메이커는 나한테 도전장 같은거 쓴적 없다.
과연 눈앞에서 음해를 들은 놈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나는 그런 궁금증을 가졌고.
[...그 방독면.]
[내가 연구하고 있는 것을, 아는 모양이군.]
...그는 그것보다는, 다른 사실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
[ㄷㄷㄷㄷㄷㄷㄷㄷ]
[아니 쟤 왜 이렇게 강해보임?]
[오늘도 신나는 빌런 사냥일줄 알았는데 이게 뭐누ㄷㄷㄷ]
[저거 망고스틱이 혼자서 상대 가능 한거 맞음..?]
*
여전히 이상한 액체를 흘려가며, 그렇게 말하는 그.
뭔가 공기가 점점 더 무거워지며, 심상치 않아지는 가운데.
나는 웃으면서 여전히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당연한거 아니겠습니까."
[.....그렇군.]
거기까지 중얼거린 그는.
이내 고개를 들더니, 인큐베이터 안에서 한쪽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러는동안.
나는, 웃으면서도.
방독면 안쪽으로, 빠르게 주위를 스캔하고 있었다.
시험관이 열린 후, 밑에서부터 서서히 생겨나고 있는 회색빛 연기.
아마 저게 그 유명한 비명 가스겠지. 마시기만 해도 비명을 지르며 죽는다는.
그래.
내가 놈을 암살하는데, 극도로 신중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 가스는 정말, 정말 소량만 마셔도 죽음에 이르게 된다.
즉, 어설프게 놈을 노렸다가는 이게 대기중에 노출되는 순간 의도치않은 피해자가 엄청나게 나올 수 있다는 소리.
즉, 웬만하면 밀폐된 놈의 연구실에서 제거하는게 베스트다.
'.....'
오른쪽 위에 로봇 팔같은 호스가 4개.
무슨 전기충격기같은게 왼쪽에 있고.
아래 저건 자동사격 머신건인가?
아마 놈이 저 시험관에서 잠들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놓은 방어장치겠지. 외부의 침입에 대비해.
역시 철저한 녀석이다.
지금은 전원이 안들어와 있지만, 아마 놈이 무언가 신호를 하는 순간 순식간에 작동해 나를 공격할 것.
이게 역시 최후반부 네임드 빌런 중 하나, 그중에서도 메이커 트리오의 보스라서 그런가.
확실히 철두철미하다.
대체 독가스만으로도 강한 놈이 왜 기계도 잘만드는건지, 원작자한테 따져묻고 싶은 심정. 예전 한은그룹 연구원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그래서인가.
물론.
나도 이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서은이도.
그렇기에 나는 혼자 분위기를 잡는 놈 앞에서 웃어보았다.
"그럼 이제, 그만 죽을 준비나 하시지요."
[...]
내 말을 그대로 무시한 놈은.
피식 웃더니, 그대로 손을 쥐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퍼어어어엉-
갑자기 주위에서 들리는,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
그와함께 뿌예지는 연기.
그리곤.
지이이이이이이이잉-
주위에 모든 기계로 이루어진 것들이 빛을 내며 움직여, 가운데 있는 나를 향해 움직이는 순간.
나또한, 서은이에게 곧바로 신호를 보냈다.
"아이고, 저를 위해 이런 선물을 다 준비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만."
지금이다-라고.
"아쉽게도,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딱.
나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튕겼고.
그와 동시에.
위이이이이이이이잉...
나를 공격하려던 모든 기계장치들이, 그대로 꺼졌다.
그야말로 모든 장비들이 정지되는 광경.
물론 여전히 독가스는 가득 있었지만, 난 방독면을 끼고 있었음으로 큰 문제는 없었다.
어쨌든 중요한건 이게 아니었다.
중요한건, 대머리 놈이 있었던 거대한 인큐베이터 같은 것도 정지되었는지 그대로 열리기 시작했다는 것.
[이게 무슨...]
그렇게 독극물 사이에서 안전하게, 그 누구도 자신을 건들 수 없도록 방탄 인큐베이터안에 안전히 들어가있던 놈의 몸이 노출되고.
나는 곧바로, 자연스럽게 미리 준비해둔 총을 염동력으로 띄워올렸다.
"그럼, 스크림 메이커씨."
"이제는 당신이, 비명을 지를 차례같군요."
[...젠장! 으아아-]
탕.
그렇게.
놈은 허망하게, 쓰러졌다.
참고로 나는 움직이지도 않았다. 염동력으로 띄워진 총의 방아쇠만 하나 까딱했을 뿐.
"네! 오늘의 복수도 여기서 끝났네요. 혹시 다른 빌런분들 중에서도 저를 만나고 싶으신 분들 있으시면 연락 바랍니다."
그렇게 나는 뿌연 여기로 자욱한 곳에서, 방독면을 쓴 채 카메라를 향해 싱긋 웃으며 말했다.
*
[????????]
[100점... 100점이요....]
[???: 손가락 하나 까딱이지 않고 빌런을 잡는법(진짜 안움직임]
[이게 K-히어로? 내가 지금까지 본 히어로들은 도대체...]
[ 自我棒 クールwwwww]
[아니 점마 폼은 무섭게 잡더니 ㅈㄴ허무하게 가네 아ㅋㅋㅋㅋㅋㅋ]
[대머리 게이야 잘가라...]
[이제 협회에서 쟤 시체 분석해주겠네 아ㅋㅋㅋㅋ]
[잠깐 저놈이 쓰러졌다는 소리는... 오늘 방송이 여기까지란 소리 아님?]
"네! 그럼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번에는 테러로 뵙도록 하죠."
거기까지 말하고 방송을 끄려고 한 나는, 순간 멈칫했다가 다시 카메라를 보며 애매한 웃음을 지은채 말을 이었다.
"아 그리고... 아무래도 여기가 위험해 보이니. 스타더스씨만 와주시는게 좋을거 같네요. 제가 따로 위치는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정말 가보겠습니다. 그럼 이만!"
거기까지 말한채.
어딘가의 지하 아래서 나는 그대로 방송을 껐다.
***
[장비를 정지합니다.]
"휴우...."
놈의 지하실 안.
서은이가 알려준대로 놈의 제어판을 조작한 나는, 이내 놈의 비명가스들을 전부 다시 원래 있던 통으로 빨아들게 하였다. 나중에 사건현장에 올 스타더스가 마시면 안되잖아.
시험관에서 쏟아져나온 독극물도 염동력으로 다 치우고나니, 어느덧 시간이 꽤 지나있는 상황.
"...진짜, 어떻게 잡긴 했네."
나는 놈이 쓰러져버린 곳을 보며 중얼거렸다.
사실 겉보기에는 굉장히 쉽게 잡은 것 같지만, 이게 수십 수백번의 시뮬레이션과 연구 끝에 잡은거다. 워낙 철저한 놈이라. 아니, 독에 면역있다고 독극물 속에서 자는 놈이 어딨어? 진짜 미친놈이 맞다.
요즘 빌런들은 다 이과인건지 방어 시스템도 철저해 서은이가 해킹하는데 애를 먹었지만, 그래도 시스템이 켜지는 순간의 허점을 이용해 겨우 막을 수 있었다. 단 한명의 민간인 피해자도 남기지 않고, 안전하게.
이정도면 됐다.
확실히 원작 최후반부라 그런지 힘든 놈이었지만, 그래도 얘가 특이한거지 나머지는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 선에서 정리 될 것. 얘도 혹시나 숨겨둔 방어시스템이나 뭔가가 있을까봐 다른 애들도 안 데리고 오고 나도 긴장한 채 여차하면 순간이동 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그런건 없었다.
놈이 저장해둔 이 독가스들을 협회가 와서 다 치우겠지. 협회장이 좀 어벙하긴 해도 이런건 철저한 사람이니, 알아서 다 잘할거다. 물론 그전에 스타더스가 와서 파악을 끝내야겠지만. 혹시나해서 포스트잇도 붙여놨으니 문제없겠지.
...좀 웃기긴 한데, 그래도 잘못돼서 스타더스가 다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음..."
...그건 그렇고.
이제 스타더스한테 메세지를 남겨야 하는데. 이게 또 나만의 전통이니까 말이다.
"...."
평소처럼 'For You Stardus' 하나 적고 가려던 나는, 생각해보니 저놈 몸에 독이 묻어있어서 피로 못쓴다는걸 깨달았다.
그럼 그냥 안적고 가야하나.
"...그건 안되지."
음, 근데 왠지 그럼 안될 것같은 기분이다.
뭔가 싸한데.
그래, 포스트잇에서다 적지 뭐.
그렇게 근처 벽에 포스트잇에 챙겨온 볼펜으로 적어온 나는, 뭔가 그거 하나만 적어놓으니 심심하다는걸 깨달았다.
그리고.
"....."
뭔가, 뭔가 느껴지는 직감.
...지금까지 나를 향해 글썽이기까지 한 스타더스, 저번에 그녀의 눈도 안마주치고 간 일. 그리고 계속 꾼 어딘가 갇히는 꿈까지.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직감적으로 뭔가를 느꼈다.
지금. 여기서 잘 해야한다고.
당장 스타더스에게 무언가를 남겨야 한다고.
"음..."
그래. 어차피 여기에는 스타더스만 올테니까...? 그리고 스타더스 성격에 이 내용을 협회랑 공유하진 않을테니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펜을 들고 스타더스에게 할 말을 직감에 따라 더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뭔가 화해의 연애편지를 적는듯한 이상한 느낌에 빠진 채.
ep.232
[제가 알아본 바로는 그 빌런분이 독가스같은걸 생성하는 능력을 가졌다고 하시더라고요. 여러분, 혹시 기체를 조작하는 능력을 가진 분들을 대비해 집에 방독면은 하나씩 마련해 두시길 바랍니다.]
신하루의 집.
더 정확히는, 히어로 스타더스의 집.
그곳에서 그녀는 티비에 나오는 에고스틱의 모습을, 초조한 기색으로 보고있었다.
'저희도 지금 최대한 노력중인데, 알 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미 협회쪽에서는 그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다고 말한지 오래.
그런즉슨, 그녀는 지금 집에서 에고스틱의 방송을 시청하는거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초조한 기색으로 탁자를 부딪혀가며 화면속에 있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는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
그렇게 그녀가 초조해하고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
바로 에고스틱, 그가 걱정돼서였다.
".....괜찮을까."
약간 걱정어린 시선으로 그렇게 말하는 그녀.
...물론, 그녀가 요즘 에고스틱한테 자기도 모르게 서운한건 맞았다. 그를 어떻게든 잡아낼 계획을 짜고 있는 것도 맞았고.
그러나, 그 모든걸 재쳐두고 지금은 불안한 마음이 더 컸다.
저 이상한 통로와 실험실을 홀몸으로 걸으며 다른 빌런과 싸우기 위해 가고있는 에고스틱.
방독면을 쓰고 걷고있는 그의 모습이 의외로 어올려 멋져보이기도 했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였다.
다른 이들을 몰라도, 그와 직접 맞서 싸워본 그녀는 안다.
늘 모든 상황을 준비하고 지배하는 그의 평소 모습과, 한명 한명이 막강한 동료들 때문에 티가 안나서 그렇지.
에고스틱의 순수 무력 자체는, 굉장히 약하다는 것.
그런고로 저 딱봐도 위험해 보이는 통로를 혼자서 걷고있는 에고스틱의 모습은, 그의 히어로인 스타더스를 불안해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평소에는 붙어있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의 동료들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그만큼 드는 걱정.
사실 따지고보면, 히어로가 빌런을 이렇게 걱정하는게 이상해 보이긴 했지만.
'.....그래. 이건 이상한게 아니야.'
히어로가 자신의 담당 빌런을 걱정하는건 당연한 일이다. 자신 말고 다른 사람 손에 쓰러지면 안되잖아. 법의 심판없이 가면 안되지.
...그리고 자신은, 그에게 목숨을 빚지기도 했고. 비록 갚았다곤 하지만.
'...쿨럭. 저한테 하나, 빚지신 겁니다?'
지하실에서 몸이 뚫린채 피를 흘리며 죽어가던 에고스틱의 모습이 다시한번 떠오른 그녀는, 자신은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짓이기며 초조한 마음으로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리고 마침내 마주친, 에고스틱이 말한 자칭 '스크림 메이커' 라는 녀석.
[.....쥐새끼가 들어왔구나.]
무슨 보라빛의 끈적한 독극물같은 액체가 가득한 그 속에서, 화면이 울릴정도의 큰 기계음섞인 목소리로 말하는 대머리 빌런의 모습을 보며.
스타더스의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갔다.
...저걸, 에고가 이길 수 있다고?
화면 너머에 있는 적인데도 느껴지는 불길한 직감.
저 빌런은, 그냥 딱봐도 강해보였다. 애초에 저런 놈이 이 나라에 숨어 살고있었다는게 소름이 끼칠 정도로.
대체 에고스틱이 저런 놈을 어떻게 찾았느냐도 의문이었지만. 저놈을 어떻게 혼자서 상대하려고 하는건지. 그녀는 그게 더 의문이었다.
[...그 방독면.]
[내가 연구하고 있는 것을, 아는 모양이군.]
[네. 당연한거 아니겠습니까.]
[.....그렇군.]
그렇게 이어지는, 이해할 수 없는 둘의 대화.
이내 에고스틱의 마지막 도발과 함께.
통속에 있던 놈이, 손을 쥐었고.
퍼어어어엉-
그 순간, 에고스틱 그의 주위가 갑자기 화면 너머에 딱봐도 뭔가 있어보이는 위험한 가스로 자욱해지더니.
그대로 그 방안에 있던 모든 정체불명의 무기들이 저절로 작동돼, 에고스틱을 노리기 시작했다.
지이이이이이이이잉-
"안돼!"
그리고 그때.
그 장면을 보던 스타더스는 너무 놀라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그렇게 소리치곤 말았다.
그러나.
역시 에고스틱은, 에고스틱이었다.
[아이고, 저를 위해 이런 선물을 다 준비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만..... 아쉽게도,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딱.
마치 아무 문제 없다는 듯, 웃으면서 그렇게 말한뒤 손가락을 튕기는 그.
위이이이잉...
그리고 놀랍게도, 그 순간 그 방안의 모든 장치들이 다 기능이 정지된 채 힘없이 쓰러졌다.
거기에 통또한 열리며, 모습이 드러나는 대머리 빌런.
당황해서 뭐라뭐라 소리를 치려한 놈이었지만
-탕.
에고스틱의 총질 한방에 덧없이 쓰러지는 놈.
그렇게.
[네! 오늘의 복수도 여기서 끝났네요.]
모든 상황이 종료된 뒤, 에고스틱이 싱긋 웃는 그제서야.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하아, 진짜. 사람 걱정시키기나 하고."
그렇게 몸의 힘을 뺀채 뒤에 기대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는.
그제서야, 문득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았다.
"..."
오늘 전까지만 해도 에고스틱은 나쁜놈이니, 기필코 잡아넣고 말겠냐느니 뭐니 하면서 굳은 얼굴로 다짐할때는 언제고.
언제 그랬냐는듯, 그가 무사하기만을 바라며 손에 땀을 쥐던 자신의 모습.
".....음."
뭔가 스스로가 좀 부끄러워져, 약간 볼이 붉어진 그녀는.
'...뭐. 내가 내 손으로 잡아야하니까. 그럴수도 있지. 응. 에고스틱은 내 손으로 잡아넣어야 하는거니까, 잡히면 큰일이 맞잖아?'
자기 합리화를 한 뒤, 아무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여전히 볼은 붉어진 채였지만.
그렇게 왠지 모를 열기에 손으로 얼굴을 부채질하던 그녀는.
문득,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런데, 자신 혼자 이러고 있으면 뭐하나.
어차피 에고스틱은 요즘 그녀는 신경쓰지도 않고, 아예 눈도 안마주치고 있던데.
...나만 그를 아치 에너미라고 생각하고 이러고 있는게 아닐까? 사실 그는 지금도 내 생각은 조금도 안하고 있을텐데.
그리고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며 홀로 땅을 파기 직전인 그때.
화면속에서 무언가를 알아보던 에고스틱은, 문득 기억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여기가 위험해 보이니... 스타더스씨만 와주시는게 좋을거 같네요.
"....!"
그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에.
스타더스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제가 따로 위치는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정말 가보겠습니다. 그럼 이만!]
그리고 꺼진 그의 방송.
그렇게 검은색으로 암전된 화면을 보며.
"....."
스타더스는, 멍하니 그걸 보며 앉아있었다.
응....
뭐. 역시 일 다 끝나고서 부르는건 난가보네.
에휴. 늘 사건 일으키고 나보고 치우라고 하는건가. 하, 내가 히어로인지 자기 사이드킥인줄 아는건지 참.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그가 저번과는 달리, 그녀를 언급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스타더스는 오늘중에 기분이 제일 나아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