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시간 뒤.
자신에게 발신자 불명으로 온 주소를 향해, 스타더스는 날아갔다.
...협회를 통한게 아닌, 그녀에게 그가 직접 연락했다는 것에 기분이 살짝 더 나아보이긴 하지만. 착각일 것이다.
하여튼 자신보고 그녀만 오라고 신신당부했으니, 분명 이유가 있는 것일터.
그렇게 철썩같이 믿으며, 그녀는 그가 알려준 곳에 향했다.
그러자 그제서야 도착한, 방송에서 본 외딴 곳의 펜트하우스.
에고스틱이 이미 박살내서 열려있는 문을 넘어, 숨겨져있는 그곳의 안쪽으로 그녀는 걸어들어갔고.
그제서야 그녀는 스크림 메이커란 놈의 비밀의 실험실로 발을 들일 수 있었다.
"....."
그리고 그와함께 굳어지는 그녀의 표정.
칙칙한 색깔의 실험 자제들이 놓인, 딱봐도 천지가 위험한 곳으로 가득해 보이는 무언가로 가득 찬 그곳.
대충 딱봐도, 라벨에 영어로 무슨무슨 병균, 독극물이라고 적혀있는게 생화학적 무기같았다.
거기에 쥐를 가두는 유리 실험실같은 곳에는, 무슨 실험을 한건지 피가 조금씩 튀어있었고.
그리고 그런 것들이 수십, 수백개씩 놓여져 있었다.
"....심하네."
그 모습들을 보며, 스타더스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런 빌런이, 자신의 눈을 피해 힘을 키우고 있었다니.
생각만해도 끔찍한 기분.
그렇게 아찔한 머리를 붙잡고, 그녀는 계속해서 안쪽으로 발을 옮겼다.
더 깊숙히, 에고스틱이 그 빌런과 맞서싸운 최심층의 방으로.
이내, 마침내 도착한 그녀.
아까까지와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무언가 위험해 보이는게 많은 그곳을 보며, 그녀는 할말을 잃었다.
...대체 대한민국은 뭐가 문제라, 작은 나라에 이렇게 악독하고 강한 능력자들이 많은 것인가.
...정말, 에고스틱이 없었다면.
이 빌런이 테러를 일으키는 그 전날까지,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채 있다가 당했었겠지.
그런 생각을 곱씹으며 주위를 둘러보던 그녀는.
이내, 무언가를 발견했다.
"....?"
칙칙하고 삭막한 단색의 가스통 앞에.
붙어있는, 혼자 튀는 노란색 포스트잇.
너무나도 시선을 잡아끄는 그 모습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채 그곳으로 걸어갔고.
거기에는 휘갈겨쓴 글씨로, 이렇게 적혀있었다.
[위험! 절대 열지 마세요. 안에 소량만 섭취하면 즉사하는 가스가 있습니다. 아무리 스타더스씨라해도 위험하니 절대 마시지 마시고, 협회에 말해 안전하게 처리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에고스틱.]
"...아."
그리고 그 포스트잇을.
스타더스는, 자신도 모르게.
오래도록, 지켜보았다.
이내 잠시 서있다 내려놓고 주위를 다시한번 둘러보니.
곳곳에 보이는, 수많은 포스트잇들.
[전원을 킬시 그대로 왼쪽 벽면에서 머신건 발사. 절대 건들지 마세요.]
[조작시 천장쪽에서 즉사 가스가 흘러나옵니다. 혹시라도 키시지 않길!]
[환기 버튼인 것 같습니다. 이 안쪽에 독극물 섞인 기체가 보관되어 있으니, 나중에 협회에 알려 처리하는게 나을거 같습니다.]
그렇게 널린.
그녀 자신을 위해 적어놓은, 에고스틱의 손 편지들.
누가봐도 자신이 아무렇게나 건드리다가 다칠까, 그녀를 걱정하는 마음이.
휘갈겨진 글씨 속에서도, 너무나 잘 느껴져서.
스타더스는.
지금까지 마음 속 묵혀두었던 응어리들이 다 풀려지는걸 느끼며.
그녀는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이러면... 진짜. 하하..."
...내가 널.
미워할 수가 없잖아.
그 어느 빌런이. 누가, 이럴까.
[독극물은 다 치워놨습니다. 음, 그래도 혹시 모르니 건드리지 마시길.]
그리고 마침내 보이는 끝에있는 그 빌런의 시체.
혹시라도 자신이 밟을까 걱정한 것인지, 다 치워놓은 보라빛의 액체가 깨진 수족관안에 놓인 걸 보며.
그녀는 한번 더 허탈한 미소를 지은 뒤, 시체에 관심을 껐다.
...뭐하는 놈인진 몰라도.
이놈은, 응. 죽을만 한 놈이었나보지.
그리고 그것보다는.
그녀는, 그 옆에 놓여져있는 에고스틱의 마지막 포스트잇에 관심이 갔다.
"...이건 뭐지?"
[For you, Stardus.]
그 편지는, 익숙한 그 문장과 함께 시작했다.
ep.233
지하.
생화학무기를 통한 테러를 계획하고 있던 빌런을 에고스틱이 제거하고, 스타더스 그녀를 위해 포스트잇들을 남긴 그곳에서.
스타더스는, 조용히 그가 남긴 마지막 편지를 읽었다.
[For you Stardus.]
[요즘 안그래도 다른 빌런들도 많아 바쁘실텐데 이놈은... 좀 특별히 더 위험한 것 같아서 제가 처리했습니다. 당신을 신경쓰이게 하는 빌런은 저면 충분하지, 다른 이들한테 집중하게 하고 싶지 않네요. 그리고 요즘 기분이 좀 안좋아보이셔서 무슨 일 있으신가 걱정되는데, 그래서 저번에 따로 말을 걸지는 않았습니다. 얼른 다시 웃기를 바랍니다.]
[P.s.제가 붙인 포스트잇들은 협회가 볼 수 없게 따로 떼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치에너미들끼리의 비밀로, 하하.]
"하하...."
그리고, 그가 남긴 수많은 포스트잇들 뒤로.
마지막으로 적힌, 직접 그가 손으로 한글자 한글자 적은 글을 읽고.
스타더스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
사실 그녀는.
최근들어 계속,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유는 정확히 에고스틱이 다른 여자 빌런을 데리고 온 그날부터.
그리고.
에고스틱이 자신을 무시했던 날. 그 정점을 찍었다.
다른 모든걸 재쳐두고, 에고스틱을 잡아넣는 것만 생각했을 정도로.
...더이상, 그가 자신한테 관심도 없는거 아닐까.
때때로 그런 생각을 하며 우울해졌었던 그녀.
그러나 그 모든 감정은.
에고스틱이 남긴 수많은 포스트잇들과, 마지막 이 편지를 읽고.
그녀의 마음 속에서, 전부 사르르 녹았다.
"...진짜, 어이없어."
이내 그 편지를 몇번씩이고 읽어보더니.
툭, 그렇게 내뱉는 그녀.
당신을 신경쓰이게 하는 빌런은 저면 충분하지, 다른 이들한테 집중하게 하고 싶지 않네요.
...그녀가 자기만을 신경쓰면 좋겠다. 라고 말한 그.
그리고 요즘 기분이 좀 안좋아보이셔서 무슨 일 있으신가 걱정되는데, 그래서 저번에 따로 말을 걸지는 않았습니다. 얼른 다시 웃기를 바랍니다.
...저번에 눈을 안마주친건, 그녀의 기분이 안좋아 보여서였다.
그러면서 다시 웃기를 바란다고 적은 그.
"...하."
참나. 누가 보면 나랑 그가 막 특별한 사이인줄 오해하겠어. 무슨 글을 이렇게 적어? 그리고 마지막에 포스트잇 다 치워달라는건 뭐야. 히어로한테 부탁하는 빌런이라니, 참.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흐흥."
손에 편지를 꼬옥 든 채.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계속. 계속,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막고 있었다.
...갈때, 저 포스트잇들 다 챙겨가자.
뭐... 저렇게 부탁할 정도니 내가 해줄수도 있지. 응.
그렇게 스타더스는 그가 남긴 포스트잇들과 편지를 소중히 품에 챙겨, 떠났다.
그리고 그날이후.
스타더스의 인상은, 확연히 밝아졌다고 한다.
***
"아니 애들아... 나 진짜 괜찮다니까?"
"뭐가 괜찮아요 오빠. 오빤 좀 쉬어야되요."
스크림 메이커를 잡고, 집에 돌아온 뒤.
그날부로 나는 집 한쪽 피로회복기쪽에 감금됐다.
거기에 우리 힐러 하율이도 내 옆에 계속 붙어있는 상황.
"아니... 나 한게 손가락 튕기고 총 쏜거밖에 없어."
"아니죠. 그 유해한 공기속에 장시간 노출되고, 심적 스트레스를 받으셨잖아요? 그러니 쉬는게 당연한거에요."
...그렇게 말하는 수빈씨였다.
스트레스라. 음, 딱히 스트레스 받을만한 일이 있었나? 없었다. 좀 쫄렸던거 빼고는...
하여튼 저번에 하도 피를 철철 흘리며 돌아온 적이 많아서인지, 수빈씨랑 서은이를 비롯해 다들 나늘 과보호하는 경향이 있었기에 그러려니 했다. 내 업보지 뭐...
그렇게 며칠간 쉬며, 나는 이번 일을 복기했다.
스크림 메이커 제거 계획은 성공적. 이로써 또 멸망에서 한발자국 더 멀어져갔다.
...마지막에 스타더스한테 쓴 편지는, 음.
"윽..."
...그걸 다시 떠올린 나는, 머리가 띵해지는걸 느꼈다.
아. 그때 내가 왜그랬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잠시 미쳤던거같다. 뭐? 당신이 신경쓰는 빌런은 저면 충분해? 기분이 좀 안좋아보이니 웃기를 바래? 이게 히어로한테 빌런이 할 말인가.
"아아... 내가 미쳤지, 미쳤어."
나는 나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누가봐도 빌런이 할법한 말과 행동이 아니었다. 스타더스가 그걸 보고 날 뭐라 생각했을지 생각만해도 두려운 기분.
...미친놈이라 생각하는거 아니야?
물론, 나한테도 할말은 있다.
'그때는 진짜 나도 모르게 막 손이 그렇게 움직였었다고...'
직감적으로 이렇게 적어야한다는 생각이 팍팍 들었다. 대체 왜인지는, 아직까지도 모르겠지만.
...그런데, 생각해보니 웃기긴 하네.
그날 이후로 내가 느껴왔던 까닭모를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졌다.
거기에 요즘 계속 꾸던 악몽도 말끔히 사라져, 꿀잠만 자고 있기도 하고.
이것도 이유는 잘 모르겠다...
하여튼 빌런 한마리 잡은 나는 다시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거기에 하율이의 지속적인 힐링으로 몸상태는 거의 최고.
그렇게 스크림 메이커를 잡고 난 뒤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그러던 어느날, 이설아에게 걸려온 전화.
[네. 요즘도 스타더스가 PMC 애들 꽤 잘 봐주고 있어요. 은근 애들이랑 하루가 친해진거 같던데요?]
"그래? 다행이네. 애들 실력도 좋아진거 같은데, 이제 슬슬 우리 PMC도 2기 뽑을까?"
[안그래도 알아보고 있었어요. 음... 대충 이달말쯤 모집하죠. 지원자들은 다 얼추 추렸으니까.]
"그러자."
우리는 그렇게 대화를 나눴다.
내가 PMC를 확장적으로 늘리려는 이유는 단 하나. 앞으로 펼쳐질 대재앙의 시대에는 한명의 강한 능력자보다 여러명의 평범한 능력자가 더 낫기 때문.
월광교가 이계와 우리세계를 잇는 게이트를 열어, 괴물들이 쏟아져 나올걸 생각하면 대비는 필수다.
스타더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도, 더더욱.
하여튼 그렇게 나라의 명운을 건 대화를 하고 있을 때쯤.
이설아는 기억났다는 듯, 내게 말을 덧붙였다.
[아 맞다. 다인씨. 혹시 하루한테 뭐 했어요?]
"....응? 왜?"
[아니. 요즘들어 하루가 계속 기분이 좋아보여서요. 얼굴이랑 목소리가 그냥 밝아졌던데, 정황상 다인씨가 그 방송 한 날 이후더라고요.]
"아... 음.... 난 뭐 아무것도 안했어. 그냥 그 빌런놈이 처리된거 보고 안심해서 그런거 아닐까?"
[흐응... 그런가요.]
...거짓말은 아니다.
물론 아무것도 안했다는 말은 거짓말이지. 편지를 남기긴 했는데, 뭐. 음. 그거때문에 기분이 좋아진걸리는 없잖아? 아마 스크림 메이커가 얼마나 위험한 놈인지 깨닫고 놈이 저지되었다는거에 안심한거 아닐까 싶다. ...그렇겠지. 음.
[그러면 그렇게 알고 있을게요. 아 그리고, PMC애들 좀 보러가요. 애들이 다인씨 보고싶어하더라.]
"아, 그래야지."
나는 그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샤인티아 사건, 스크림 메이커 공략, 거기에 이번에 하율이와 함께 치유하라고 감금된 바람에 PMC 애들은 한동안 못봤었다.
특히 이제는 슬슬 애들의 실력도 무르익은 만큼, 자기 후배들을 가르치는 방법도 알려줘야하니. 또 가봐야지.
그렇게 자기도 만나러 와달라는 이설아한테 알았다고 한뒤, 전화를 끊었다.
좋아. 내일은 우리 에고 스쿼드...가 아니라 유성 스쿼드나 만나고 올까.
나는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다음날, 어떨 일이 생길지 예상도 못한 채.
***
"흡."
유성 스쿼드 건물 지하, 단련실.
그곳에서 애들의 실력을 다시한번 테스트하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납득했다.
"좋아. 다들 잘하고 있네. 스타더스씨랑 훈련한건 도움됐어?"
"네! 엄청 큰 도움이 됐어요."
내 말에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대답하는 우리 빨강이, 3호 허다희.
그러더니 그녀는 스타더스가 함께 B급 빌런을 잡는데 도움을 준 일을 설명했다.
나도 들어서 대충 알고있다. 스타더스가 우리 PMC 애들을 대리고 낮은 등급의 빌런들을 통해 실전훈련을 시켜줬다고. 우리 애들이 잘해서 스타더스가 흡족해했다나.
심지어 자신의 신분, 신하루라는 이름까지 밝히고 사석에서 만나 밥까지 사줬다고 한다.
...사람을 쉽게 믿지않는 하루가 그렇게까지 했다는게 믿겨지지 않는다. 우리 애들이 그만큼 친화력이 좋은가?
하여튼 난 그런 허다희의 말에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내 곁에서 얼쩡거리다가, 은근슬쩍 물어보는 2호 서채영.
"다인쌤. 혹시 스타더스 좋아해요?"
"응? 어. 당연히 좋아하지. 한국인이라면 그녀를 좋아해야되지 않겠니?"
"아... 네..."
"그러니 스타더스씨 말씀 잘듣고, 성실히 배워. 진짜 흔하게 올 수 있는 기회가 아니니까."
"치... 저희도 알거든요."
그렇게 말하면서 뒷짐을 진 채 입술을 삐쭉 내밀며 괜히 바닥만 보는 그녀.
1호는 늘 그런거처럼 벽에 기대서 폼잡고 있고, 4호는 졸고있... 안조네? 우리 4호 수아 안조는건 오랜만에 보네.
...하여튼, 나는 애들을 앞에 두고 잠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리 PMC 애들이 스타더스랑 이렇게 친해지는건 예상 못했는데, 음. 애들한테 내가 에고스틱이란 정체를 진짜 무조건 들키면 안되겠다.
우리 PMC애들은 내가 히어로학 교육을 열심히 시킨덕분에, 웬만한 협회소속 히어로들보다 더 정의로운 상태. 즉, 내가 에고스틱이란걸 알게되면 스승이고 뭐고 칼찌부터 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제 스타더스랑 친하다? 그냥 스타더스한테 말하는순간 내 인생은 파리목숨. 순식간에 납치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에고스틱인걸 안들키더라도 이미 저번에 스타더스랑은 다인이란 신분으로 만난적이 있어서 또 문제될 수 있지만. 뭐.
어쨌든 결론은, 절대 우리 PMC 애들한테 내가 에고스틱인걸 들키면 안되겠다. 그런 생각.
...그런데, 생각을 마치고 보니 오늘따라 애들이 좀 어수선해 보였다. 다들 내 눈치를 힐끔힐끔 보고. 뭐지?
그러던 그때.
"...스승님."
"응?"
벽에 기대고 있던 1호가, 큰 결심을 했다는 듯 똑바로 섰다.
그리고 서로 돌아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는 4명의 아이들.
...뭐지?
뭔가 불길하던 그때.
굳은 마음을 먹었다는듯, 1호는 내게 흔들리지않는 목소리로 물었다
"....다인선생님. 에고스틱이죠."
"응..?"
그리고 그 순간.
내 뇌가, 살짝 멈췄다.
...잘못들었나?
ep.234
"....다인선생님. 에고스틱이죠."
PMC.
내가 만든, 능력자들을 모아
PMC애들이 나를 모두 바라보며, 1호가 진지한 표정으로 나한테 그러던 그때.
나는 그말을 듣자마자.
표정하나 바뀌지 않은채, 무심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무슨 소리니?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 말고."
"선생님. 저희 다 알고 말하는 거예요."
"...."
그리고 그순간.
나는, 거의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 속에서 머리를 핑핑 돌리기 시작했다.
'.....아니. 어떻게 안거지?'
에고스틱을 연상할 수 있는 행동은 전혀 하지 않으려했다. 애초에 내 주요 능력인 순간이동과 염동력도 보여준적이 없고.
그런데 지금 표정을 보니, 한번 찔러보는 것도 아닌거같다. 진짜 진지하게, 확신을 가지고 그렇게 말하는듯한 모습. 거기에 4명 다 긴장한 얼굴을 한걸 보아, 다들 사전에 자기들끼리 이미 얘기도 끝난거같고.
...이건, 정체를 들켰다고 봐야겠지.
대체 어떻게 들킨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들켰으니 대책을 생각해야지.
그렇게 난 언제든 순간이동 할 준비를 한뒤, 이런 비상 상황을 대비해 준비해둔 플랜 A부터 E까지 전부 고민하기 시작했다.
단 몇초만에, 수많은 계획들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사라지고.
나는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좋아, 이렇게 해야겠다.
그렇게 내가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려고 하는 그 순간.
내 표정에서 무언가를 눈치챈 것인지.
PMC 능력자 서채영이 다급한 표정으로 소리를 꽥 지르듯 말했다.
"잠깐! 저희는 전혀 신경 안써요. 다인쌤이 에고스틱이던 뭐던!"
"...?"
"맞아요."
그때 그 옆에서 같이 고개를 끄덕이는 파란 머리를 한 능력자, 산수아.
"다인쌤이 빌런이던 히어로던... 저희는 전혀 신경 안써요."
그때, 이세검도 입을 열어 말했다.
"이미 스승님을 따르기로 마음먹었는데, 저희가 그런 사소한 이유로 배신하겠습니까."
"맞습니다!"
손을 번쩍 들고 그렇게 추임새를 넣는 허다희.
"저희는 그저, 스승님이 저희에게 숨기시지 않았으면 할 뿐입니다. 스승님이 뭘 하시던, 저희는 스승님을 따를테니까요."
그렇게 내가 직접 키운 제자들의 이어지는 말을 들으며.
나는 속으로, 조용히 생각했다.
'.....'
...음, 내가 지금까지 일류 빌런으로서 얻은 경험을 기반으로 한 감으로 느꼈을때.
아무리봐도 갑자기 '사실 뻥이지롱!' 하면서 칼찌할 분위기는 아닌거같지...?
혹시 이게 스타더스와 미리 상의한뒤 나를 방심시켜 잡아버릴 양동작전이 아닌가 생각도 해봤지만... 그래. 그건 그때 생각해도 되겠지. 어찌됐던간에 난 도주 특화 능력, 순간이동이 있으니까.
그렇게 전략적 판단을 마친 나는.
이내 작은 한숨과 함께.
애들을 향해, 깔끔히 인정했다.
"그래... 내가 에고스틱이다."
그런 내 충격발언에, 애들의 반응은.
"음, 역시."
"네. 알고있었어요."
다들 당연한 얘기를 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진짜 순순히 납득하네.
하여튼 다들 뭔가 나를 향해 공격적이진 않은 분위기. 내가 빌런이던 말던 우리의 스승과 제자로 묶인 끈끈한 유대는 끊기지 않는 모양이다. 자랑스럽다 제자들아...!
그렇게 내가 혼자 감복하던 그때.
서채영은 씨익 웃으며 나를 향해 도끼눈을 뜨고 말했자.
"그러면... 그건 됐고. 이제 저희한테 설명을 해주셔야겠죠? 모든걸.
아.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웃고는 있지만 빨리 설명을 바란다는 무언가의 압박이 들어오고 있었다.
음. 큰일났군.
***
애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것을 통해 확인된건, 일단 애들이 날 배신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
아니. 말그대로 전혀 없었다. 혹시나 이러다가 배신각을 잴까봐 계속 유의하고 있었는데, 진심으로 말하더라. 지금까지 받은 은혜와 유대가 있는데, 그런 사소한 이유로 그러겠나면서.
...사실 그게 더 이상하긴 했다. 아니, 내가 히어로교육 열심히 시킨 것 같은데 왜... 아무래도 내 사상교육은 별 의미가 없었나보다. 아니면 그만큼 정이 들었다던가.
어쨌든 내가 제일 궁금했던건 대체 내 정체를 어떻게 알았냐는 것. 절대 들키지않게 정말 여러장치를 해뒀었다. 애초에 관련 언급부터 사소한것까지 다 피했는데 어떻게 알아차린거지?
내가 그걸 물어보니, 돌아온 1호의 말은 담백했다.
"스승님이 스타더스를 좋아하시잖아요."
"...그래. 히어로로서. 그런데?"
"그런데 에고스틱도 스타더스를 좋아하니까, 거기서 출발했죠."
"....?"
당연한 얘기를 한다는 듯 무덤덤하게 그렇게 말하는 1호.
뭔가 반박이 머릿속에서 열댓개는 떠올랐으나, 그냥 포기했다.
아니. 뭘 보면 방송에서의 내모습만 보고 스타더스를 좋아한다는 결론을 낼 수 있지. 사악한 빌런 에고스틱은 스타더스를 숙적으로 생각한다!....아무리봐도 이렇게밖에 안보이지 않나? 아마 착각으로 인한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밟은 격이었나보다.
아무튼, 그렇게 애들 얘기는 충분히 들었고.
몇시간의 대화로 애들이 나를 믿는다는걸 완전히 파악한 나는, 이제 결국 어느정도 다 말해주었다.
...위기를 기회로. 우리 PMC 멤버들을 완전히 에고 스쿼드로 통합시키자는 생각이 있기도 했고.
뭐 그렇다고 많이 얘기해준건 아니다.
대충 내가 빌런 에고스틱으로 활동하는건 사실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다... 이정도?
"역시. 그럴줄 알았습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1호.
...음, 분명 아까까지만해도 빌런인걸 알지만 따른다더니. 알고있던거 맞아..?
하여튼 내가 이들에게 솔직하게 이 모든걸 알린 이유는 단 하나.
이들에게 자신들의 목적을, 분명하게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앞으로 큰 재앙이 닥칠거야. 괴물들이 쏟아져 나올테지."
"그때가 되면 스타더스나 협회의 전력만으로는 전국을 커버할 수 없을거야. 아마 많은 곳이 피해를 입게 되고.. 나라가 혼란해 질테지."
"그날이 오면, 너희의 도움이 필요해."
그런 내 솔직한 말에.
모두들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저 근데 다인쌤! 질문있습니다!"
"응. 말해봐"
"근데 그걸 저희 4명이서 할 수 있을까요..?"
자신있게 손을 들때는 언제고, 마지막에 가선 약간 줄어든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허다희.
나는 그런 그녀에게 마침 잘말했다는 듯, 앞으로 있을 일을 말해줬다.
"그래. 안그래도 그래서 말하려고 했는데... 이제 곧 너희 후임들 뽑을꺼야. 많이."
"...네?"
"그리고 너네들이 걔들 가르쳐서 키워야하고. 음, 일단 2기생은 대략 열명? 다 너네보다는 약할거야."
그래. 바로 이게 내가 계획한 히어로-다단계 구조.
나는 능력자 4명만 키운다. 그럼 그 능력자 4명이 10명을 키운다. 그럼 그 10명이 20명을 키운다... 이런 식으로 쭉쭉 내려가는 거다. 그러면 어느새 짜잔! 히어로 군단 완성!
거의 반자동 능력자 양산공장을 꿈꾸는 나의 원대한 계획. 내가 왜 애들한테 다른 능력자 가르치는 법을 알려줬겠냐고. 다 큰그림이 있어서 그렇다.
"애들아. 잘할수있지?"
"어... 네. 아마도...?"
다들 누굴 가르치는건 처음이라 주저주저하는 모습이지만, 그래도 파이팅하려 해보는 모습. 나는 선생이 아닌 그냥 선배의 입장에서 도와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걔들 영웅 사상교육도 내가 할거거든. ...이미 사상교육한 1기생들이 빌런 아래에서 일하고 있는 이게 맞나 싶긴 하지만.
그렇게 그뒤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밤이 깊어질 때까지.
***
"아이고..."
집.
방의 의자에 몸을 기댄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이번 PMC 일도 어찌어찌 잘 해결됐다. 진짜 나보고 애들이 '에고스틱이죠?' 이랬을때는 심장이 덜컹이는 기분이었는데, 어찌어찌 잘 해결돼서 다행.
...역시, 우리 PMC애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제 PMC라 부르면 안되지. 에고스쿼드라 불러야지.
그래. 애들이 먼저 나한테 강하게 요청했었다. 우리도 유성스쿼드가 아닌, 에고스쿼드라고 불러달라고. 에고스틱 밑에서 일하니까. 사실 애들은 에고스틱인 나보다 다인인 내가 더 익숙해하긴 하는데... 뭐. 본인들이 원하니까. PMC보다는 더 소속이 분명한 정 넘치는 이름이기도 하고.
...앞으로는 좀 더 조심해야지.
하여튼,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앞으로를 생각해봤다.
이제 진짜 얼마 안남았다. 하늘에서 게이트가 열리고 괴물들이 쏟아져나올때까지. 내가 어느정도 막는다해도, 분명 한계가 있을터. 수치상으로만 봐도 하룻밤만에 몇만마리의 B급 빌런들이 뛰어다니게 되는건데, 이게 재앙이 아니면 뭔가. 가히 페이즈의 최종보스 다운 위엄이다.
사실 이게 히어로 만화라 메인 이벤트중 하나로 묶여 취급당하는거지, 다른 만화였으면 이게 핵심 소재가 됐을지도 모른다. 외계에서 쳐들어오는 괴생명체 군단, 그에 맞선 인류의 전투. 윽.
하여튼 사족이 길었는데, 결론은 뭐냐.
바로 나랑 에고스쿼드. 이 둘로만은 이걸 대비하기 충분치 않다는 소리다.
특히 월광교가 게이트 의식을 우리나라에서 연만큼, 제일 개판이 나는것도 우리나라라 생각하면 더더욱 중요한 일.
'...지금 내 정체를 아는 사람이 누구누구지?'
일단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은 당연히 알고. 이설아도 알고. 심지어 섀도우워커도 대충 알고. 아틀라스와 카타나를 비롯한 빌런 동료들도 알고. 거기에 이번에 에고스쿼드 애들도 다 알게됐고.
내 주위 빌런들은 물론이요, 우리나라 A급 히어로 셋중 스타더스만 빼고 사실상 모두 내 정체를 아는 상황.
...이게 맞나? 뭐, 어쨌든 제일 중요한 스타더스만 모르니 됐나.
하여튼, 오랜 고민 끝에.
나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
어차피 신원 이리저리 뿌려진거.
나중에, 협회장도 매수해야겠다.
그렇게 히어로협회랑 빌런조직의 유착.
그 시작이 밝았다.
ep.235
대한민국의 권력은 두축으로 나뉜다.
입법, 사법, 행정부가 전부 뭉쳐버린 강력한 중앙정부와.
국가의 무력을 담당하는 히어로들을 통솔하는, 사실상의 치외법권인 협회. 이 둘이 권력의 중심.
그리고 그 협회의 최고 통솔자이자 대한민국에서 최장기 집권중인 협회장, 박준호.
대한민국 협회 본사 최상층의 협회장 사무실.
"...."
협회장은 자신의 텅 빈 머리를 긁적이며, 진지한 표정으로 책상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흠...."
이내 오랜 고민끝에, 결정한 그.
협회장은 이내 굳은 얼굴로, 자신의 비서를 그의 방으로 불러들었다.
"비서."
"네. 협회장님."
들어온 비서에게, 그는 진중한 얼굴로 말했다.
"....오늘 점심은. 짜장면으로, 하지."
짬뽕이냐 짜장면이냐 그것이 문제였으나, 그는 오늘은 짜장면을 먹기로 했다.
오랜 고민끝에 나온, 현명한 결론이었다.
그렇게 그는 배달온 짜장면을 맛있게 먹었고.
이내 배를 어루만지며, 잠시 하품을 했다.
"음... 평화롭군."
협회장은 이내 자기 방의 손님접객용 소파에 앉아, 그렇게 중얼거렸다.
...사실 대한민국은 별로 평화롭지 않았지만, 대다수는 그에게 보고가 간 순간 스타더스가 다 찢어버려서 큰 문제가 없었다. 거기에 가끔 에고스틱이란 빌런이 자기 알아서 다른 빌런도 가끔 잡아주는 덕에 더더욱.
물론 빌런의 등장만으로 언론은 들썩거리지만, 요즘은 언론들도 좀 잠잠하다. 거기에 평소에 자신을 괴롭히던 그 대통령도 스타더스한테 미사일 쏜 일 가지고 지지율이 나락가더니 결국 은퇴해서 아주 평화로운 상황.
그 이후로 정부도 알아서 잘 굴러가고, 히어로들은 히어로대로 빌런을 자기 알아서 잘 잡아오니 협회장은 자기 할 일만 잘해도 된다는게 컸다. 물론 데몬즈라는 마왕형 빌런의 등장때는 진짜 나라 망하는줄 알았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넘어가서 다행.
그래도 그 이후로는 그정도 스케일의 일은 벌어지지 않고 있으니, 협회장은 아주 흡족했다. 한쪽편에서 들려오는 티비소리를 백색소음 삼아 의자에서 졸기 시작했을정도로.
그리고 그가 그렇게 잠에 빠지기 직전이던 그때.
"협회장님, 큰일났습니다!"
"으임? 쓰읍, 커흠. 으음, 무슨일인가?"
"지금 서울 동부쪽에서 하늘에 커다란 무언가가 나타났습니다!"
...비서가 급한 표정으로 헐레벌떡 뛰어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리고 때마침 티비에 나오고 있는, LIVE라는 표시와 함께 뜨는 현장 영상.
[속보입니다! 지금 서울 도심 한쪽편에서 커다란 원반형의 무언가가 생겨서 화제입니다! 마치 게임 속에 등장하는 포탈처럼 생긴 이 무언가는, 현재 아무 일 없이 떠있는... 으악! 말씀드리는순간 무언가 튀어나왔습니다!]
그렇게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뜬, 검은색과 보라색이 섞여 일렁거리는 기괴한 무언가에서.
기괴하게 생긴 괴물이 툭하고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협회장은 자기도 모르게 넓은 머리를 탁 쳤다.
"...스타더스, 부르게. 지금당장."
...아무래도, 오늘 칼퇴하기는 그른거 같다.
***
평화로운 점심.
나는 그곳에서, 거실에 앉아 집중한채 티비를 보고 있었다.
"...."
[네! 일단 일단 이것의 모습은 프랑스에서 발견되었던 일명 '포탈'이라 불리는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이곳에서 튀어나온 괴물은 근처 B급 히어로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으며...]
열심히 설명하는 앵커의 뒤로 보이는, 검푸른 보라색 연기처럼 보이는 원형 형태의 차원의 틈새. 일명 게이트.
저것은 필시, 월광교가 시험삼아 하나 열어본 것일거다.
"...좀 빠른데."
그리고 난 그걸보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원작보다 놈들이 준비하는 속도가 빠르다. 원래 대한민국에 첫 게이트가 시험삼아 열리는건 내 기억에 몇개월 뒤인데, 이게 벌써 열리다니.
아마, 월광교가 원작보다 연구를 훨씬 더 빨리하고 있다는 소리겠지.
나는 허공에 불길한 기운을 뿜으며 검게 회전하고있는 게이트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네! 방금 드디어 스타더스가 도착해, 괴수를 일격에 날려버렸습니다! 어...! 말씀드리는 순간, 포탈도 사라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화면 저쪽편에, 하늘을 날아온 스타더스로 보이는 인물이 도착한 이후.
괴수를 잡았는지 조용히 허공에서 사라져버린 게이트.
...역시, 보다시피 저 게이트에서 튀어나오는 대부분의 괴수는 생각보단 약하다. B급 히어로들도 버티고 싸울 수 있고, 스타더스 정도면 주먹질 몇번에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다만 문제는 저것들이 앞으로 수천, 수만개가 전국에 생긴다는거지. 동시에.
"....."
월광교의 게이트 술식은, 생각보다 교묘하고 악랄하다.
전 인류의 완전한 멸망을 노리는 놈들인만큼, 목표는 인류멸망. 그런고로 그들은 괴수들이 나오는 게이트, 그게 열리는 술식에 일정한 코드를 짜놨다.
바로 인구가 많은 곳일수록, 게이트가 열릴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는 것.
즉 대도시나 이런 곳들은 게이트가 생성될 확률이 무섭게 높아진다. 술식 자체가 지역대비 인구가 '제일'많은 곳에 대부분 생기고, 이에 차등적으로 내려오는 구조를 갖고있다. 즉 최대한 희생자가 많이 나오도록 악랄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소리.
월광교 사태 이후 대부분의 나라가 쓰러지고, 장르가 거의 아포칼립스물 가깝게 변하는 이유가 있다. 갑자기 도시에 한번에 수십만마리의 B급 능력자정도 되는 괴수들이 달려든다? 어떤 히어로를 데리고와도, 모두를 지키긴 힘들다. 대부분은.
특히 우리나라는 월광교의 본거지인 덕에 아주 그냥 홈팀 보너스라도 있는지 인구수도 적은데 나타나는 게이트는 다른나라보다 더 많다. 즉 그냥 멸망직전까지 간다는 소리. 이설아가 사람들 쉘터에 모으고 스타더스가 눈물의 분투해서 그렇지, 아니면 그냥 몰살엔딩이었다. 섀도우워커 공격도 아무것도 못막는데 말 다했지.
거기에 이 게이트가 사건이 일어난 그날만 생기고 사라지는게 아닌, 무슨 계속 매주 매달 새롭게 새로운 장소에서 생겨난다. 괴수 무한 리필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지경.
즉. 다들 말하다시피 이 월광교 이벤트로 원작 만화의 전과 후가 나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전에는 피폐한 히어로물이었다면, 후에는 그냥 아포칼립스 피폐물? 애초에 정부가 망한다. 협회가 임시정부가 되고.
'....물론.'
난, 이 세계가 그런식으로 흘러가게 두고볼 생각이 없다.
뭐, 피폐? 내가 스타더스를 피폐하게 안만들려고 지금까지 이 모든 고생을 해왔는데, 포기하라고? 그럴리가 있는가. 그렇기에 지금까지, 이 이벤트를 막기위해 모든 준비를 해온 것이다. 은월이 영입부터 PMC 양성까지.
월광교주와 월광교. 대한민국에 본거지를 두고는 있지만, 자기들의 본부는 차원의 틈새 어딘가에 두고있는 그놈들. 그렇기에 월광교 소속이 아닌 이들은 그곳에 찾아가고 싶어도 못찾아간다. 그곳으로 갔다가 그냥 차원의 미아가 될뿐. 나도 그렇고.
...물론, 하려고 하면 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은월이를 혹사시키고, 덩굴마녀의 힘까지 빌려서 어떻게 어떻게 하면 리스크는 있어도 운좋으면 파훼해서 들어갈 수는 있겠지.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어차피 월광교가 게이트를 정확하게 술식까지 입혀서 열지 않아도, 원작 설정상 이미 차원의 틈이 약해지고 있다는 내용이 나왔기 때문. 즉, 월광교주가 꼭 지금 열지 않아도 언젠가는 이차원이 열리며 괴물들이 쏟아져나온다는 뜻이다. 즉 시기를 알 수 없게 랜덤하게 당하는 것보단, 알고 당하는게 나을거란 소리.
거기에.
"....."
내가 생각하는 방법대로라면, 이 사건을 막으려면 오히려 월광교가 필수다.
그러니 일단은, 그날을 기다리는 수밖에.
"...진짜 얼마 안남았네."
나는 나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분명 처음 계획할때는 5년 뒤였어서 안심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바로 눈앞까지 왔지?
물론 그동안 스타더스도 넘칠정도로 쎄지고, 나도 에고스트림에 에고스쿼드에 다 모았긴 했지만... 음, 그게 그건가.
'...그래. 이 재앙만 넘기면, 그래도 한숨 돌리겠지.'
나도 은퇴하고 그러려면, 일단은 이 재앙을 무사히 넘기는게 중요하다.
물론 계획은 어느정도 잘 꾸렸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괴수들이 대한민국에 퍼지는건 다 막을순 없다. 원작처럼 몇만마리는 아니여도, 최소 몇백마리는 계속 주기적으로 생겨나겠지. 어느정도의 위험은 존재하는 소리.
이를 위해 PMC를 꾸렸긴 했지만, 당연히 부족하다.
아예 국가적인 대비가 필요한 상황.
물론 정부쪽은 실세인 이설아가 있으니 상관없지만, 문제는 무력을 총괄하는 협회. 그곳의 협조가 있어야 완벽한 대비를 할 수 있다.
그래.
그러기 위해서, 나는 결심했다.
"내일 나 협회좀 갔다올게."
"...응?"
"네?"
저녁 시간.
모두가 모인 그 자리에서, 나는 선포했다.
협회를 좀 다녀오겠다고.
"....다인오빠, 서, 설마 자수하시려고..?"
"...무슨 소리니. 당연히 아니지."
"아! 오빠 설마 스타더스..."
"뭔진 모르겠는데 아니야."
나는 갑자기 이상한 분위기가 되는 식탁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내일, 협회장좀 만나고 올께."
"...네?"
***
"...머리가 아프구만.."
오전, 협회 최상층의 협회장실.
자신이 머리를 긁적이며, 종이를 내려다보고있는 협회장은 중얼거렸다.
"무슨 놈의 포탈은 포탈인가... 에휴, S급 빌런 포탈 메이커라고 이름 붙여야하는건지."
프랑스에서 처음 일어난 포탈 현상이 대한민국에 일어난 일에 대해, 그 능력을 가진 빌런이 대한민국에 입국했다고 추정하는 가운데.
그 정체를 밝히기 위해 잘 안돌아가는 머리를 굴리고 있던 협회장의 등 뒤에.
갑작스럽게, 무슨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십니까, 협회장님."
"...흠? 누구인가?"
누가 왔나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여전히 굳게 닫혀있는 앞의 문.
...그제서야 협회장은, 그 목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왔단 소식을 깨달았고.
그 사실을 눈치채자마자 고개를 뒤를 돌린 협회장의 등 뒤엔.
"처음 뵙겠습니다. 에고스틱입니다."
반쪽 가면을 쓴, 검은색 모자를 한 익숙한 옷의 남자.
에고스틱이, 입꼬리를 올린채 그곳에 서있었다.
...협회장은 기절할 뻔했다.
ep.236
협회장을 꼬시자.
월광교를 대비해 무엇을 해야할까. 그것에 대해 내가 고민하다 내린 결론이었다.
협회의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내려면 무엇을 해야할까. 당연히 협회장을 설득해야지. 그리고 일단 그럴려면 협회장을 만나야하고.
결심을 마친 나는, 망설이지 않고 계획을 행동으로 옮겼고.
그 결과.
"안녕하십니까, 협회장님."
"...흠? 누구인가."
"처음 뵙겠습니다. 에고스틱입니다."
"..."
서울 한복판 중심부, 철통같은 보안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협회.
그곳 최상층에 있는 협회장실에 당당하게 순간이동한 나랑 눈이 딱 마주친 협회장 박준호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
약간 얼굴이 창백해진게, 소리없는 비명이라도 지르는 듯한 모습. 하긴, 갑자기 자기 사무실에 쳐들어온 빌런과 마주할 줄 그가 상상이나 했겠나.
그렇게 잠시 얼어붙은 그는.
이내 땅이 꺼져라 짙은 한숨을 쉬더니, 다시 고개를 원래 보고있던 서류로 돌린 후 내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에휴. 그래, 자네는 왜 왔는가."
"어라? 별로 놀라시지 않네요. 뭐 히어로들은 안부르시나요?"
내가 의뭉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소파쪽으로 걸어가는 동안, 책상 앞에 앉아있던 협회장은 순식간에 10년은 더 먹은듯 지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자네가 이미 이곳에 들어왔다는게 협회의 보안을 다 뚫었단 소리인데, 이제와서 뭘 해봐야 무엇하겠는가. 하아."
이미 반쯤 포기한 듯 그렇게 중얼거리는 협회장.
...하긴, 내가 이미 들어오는데 성공한 이상 뭘하던 의미 없겠지. 이미 내가 연락망을 다 끊은 것도 사실이고.
즉, 빠르게 포기해버렸단 소리다.
...역시 협회장답달까. 늘 판단과 행동 하나는 빠른 그 다웠다.
"그래서, 여기는 왜 온거지? 날 처리하러 온건가?"
"하하하, 아니요. 제가 왜 그러겠습니까? 일 잘하고 계신 협회장님한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죠."
나는 앞의 소파에 앉으며,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래. 일단 내 목표는 협회장 설득.
그러기 위해서는, 나도 내 패를 까야한다.
즉 입을 털어야한다는 소리.
"...협회장님, 저는 당신과 척을 질 생각이 없습니다. 오히려 같은 편이라면 모를까."
"....흐음?"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나는 거기까지만 말한다음, 웃는걸 멈추고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와 말했다.
"대한민국이, 위험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그걸 막기 위해선, 협회장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
조용히 내 말을 듣고있는 그.
그래.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협회장이 완전히 날 믿게 만드는 것. 그러기 위해선 스토리를 풀 필요가 있다. 이야기에서 오는 설득력이 있거든.
그래서 난, 여기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제 얘기부터 하죠."
"일단 전 딱히 빌런이 되고싶지 않았었습니다."
"...?"
내 말에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는듯 얼굴을 찌푸리는 협회장.
나는 그런 그의 반응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 본격적으로 한번 입을 털어보자.
***
협회장과 진득한 대화를 나눈 이후.
"그러니까... 사실 자네는 빌런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나라를 구하고 싶은게 본심이다?"
협회장은 내 말을 듣곤,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말했다.
내가 한 말은 사실 난 나라를 지키고 싶었으며, 빌런이 활동하는데 더 이점이 있어서 빌런으로 활동했다는거. 테러는 스타더스를 강화시키기 위해 했다 그정도.
"네. 믿지 않으셔도 이해합니다만..."
"아니, 믿네."
"...네?"
너무나도 빠른 답에 내가 순간 벙찌자,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하는 협회장.
"...자네가 그렇게 다 말했는데, 어떻게 안믿겠나. 솔직히 지금까지 한 일들만 봐도 알겠는데. 뭐, 큰 한방을 위한 기만책이 아닐까 하고 경계할 순 있겠지만. 애초에 자네가 날 이곳에서 건들지 않는 것만 봐도 대충은 알겠네."
마치 처음부터 알고있었다는 듯,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그.
그리고 그런 말에, 나는 오히려 더 벙쪄졌다.
...아니, 빌런을 이렇게 쉽게 믿으면 어떡하는데?
협회장이라면, 그 의심 그런걸 해야하는게 아닌가? 내가 신뢰를 쌓는 척 하다가 곧바로 배신때리면 어떡할려고 날 믿는데. 내가 여기서 통수치면 상황이 답도 없어질텐데.
...음. 근데, 뭐. 또 생각해보면.
'하긴, 협회장이니까.'
이 아재는 늘 이런식이긴 했다. 무슨 일에 대한 판단을 거의 뇌도 안거치고 순식간에 내리고, 무조건 그 판단대로 행동한다. 그리고 그게 운좋게도 늘 어지간하면 맞었었고. 그덕에 협회장까지 됐으니.
하여튼 내 말을 믿어준다는건 나쁜일이 아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협회장은 내게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에고스틱 자네가 빌런이든 뭐든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자네가 처음에 말한 그 커다란 위험이란데 더 관심이 가는군. 대체 뭐길래 자네가 나한테 숨겨오던 정체까지 밝히며 그러는건지."
그런 그의 물음에.
나는 자세히 답해주기로 했다.
"월광교 아십니까?"
"당연히 알지. 그놈들이 지랄한게 벌써 몇번째인데."
"놈들이 이세계에서 포탈을 이어, 지구상에 괴물들을 풀어놓으려 하고 있습니다."
"...."
나는 거기서 더 자세히 알려주었다.
이 괴수들의 양이 얼마나 많을건지. 지금의 히어로들 수로는 막기에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는 것과, 나라가 혼란에 빠질거라는 내용."
"월광교, 결국 그놈들인가. 요즘 좀 조용하길레 집에 쉬러간줄 알았더니 그런 짓을 준비해 놓았을 줄이야. 전국의 괴수 영토화라 참..."
그렇게 한숨만 내뱉던 그는, 이내 내게 물었다.
"그래서. 뭘 하면 되는건가?"
"일단 방어시설을 구축해 놔야겠죠. 쉘터나 대피소같은거, 어차피 능력자들 쓰면 몇달이면 만드니까 더 늘리고...등등 있습니다. 총기류도 있으면 좋고요. 효과는 별로지만 어쨌든 어느정도는 통하니까요. 그외에도 여러가지 있습니다만, 이건 따로 자료를 보내 더 자세히 얘기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알겠네. 하아, 하루만에 너무 많은걸 알게됐군. 솔직히 좀 어지럽지만... 애초에 자네가 테러를 한 이유가 스타더스를 위해서라니, 이건 좀 놀랍긴 했다네. 대체 왜 테러를 하나 했더니 그런 이유였을 줄이야."
다른건 예상했지만 그건 예상하지 못했다는 협회장.
나는 그런 그에게, 은근슬쩍 내가 한 일을 협회와 엮에 포장해 말했다.
"어찌됐건 스타더스의 능력이 강해지는게 대한민국이 안전해지는 길 아니겠습니까? 그래야 협회의 명성도 높아지고요. 협회가 잘되는게 대한민국이 잘되는게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맞네 그려. 자네, 대화를 나눠보니 뭘 좀 아는 친구구만?"
역시나 협회쪽을 건드라자 바로 좋아하는 그.
그렇게 협회장의 수협제협 치국평화론을 들어주며, 우리는 좀 더 심도깊은 논의를 나눴다.
"...그런데."
"예?"
그때 마침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연 협회장.
그는 이내,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자네 그래서, 내 본명은 어떻게 아는건가?"
"예?"
"내 본명말일세. 박막춘. 그건 분명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을텐데. 애초에 내가 다 기록삭제까지 했는데, 어떻게 아는건가."
"...?"
진지한 얼굴로 영 쌩뚱맞은걸 묻는 그.
대체 뭔 소리를 하는건가 생각해보다가, 그제서야 내가 예전에 호텔 놀러갔을때가 가면쓰고 뻥치면서 협회장이랑 친구라며 박막춘 이름을 깐게 기억났다.
"아 그거. 그냥 어쩌다보니 알게 됐는데요."
"..."
뭐. 왜.
***
"아무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알겠네."
그렇게 협회장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눈 이후.
나는 이제 슬슬 갈 준비를 했다
...협회장을 설득하는게 은근 힘들줄 알고, 다양한 상황을 다 준비해 왔는데 너무 쉽게 풀리니 좀 당황스러울 지경.
어쨌든 좋은게 좋은거지 뭐.
내가 그렇게 가려할때.
마지막 순간, 협회장이 내게 물었다.
"잠깐... 그래서. 이때까지 우리가 나눈 이야기는 비밀인건가?"
"네? 아, 네. 그렇습니다. 직원들은 당연하고, 히어로중에선 스타더스에겐 절대 말하지 말아주세요."
"알겠네. 음...? 잠깐."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그는, 문득 알아챘다는 듯 내게 물었다.
"스타더스에게만 말하지 말고, 다른 히어로들에겐 괜찮단 소린가?"
"음..."
그게 그렇게 되나?
...늘 쓸데없이 이상한데서 캐치를 잘하는 협회장이었다.
어차피 뭐, 이설아와 다같이 협력해야되니 말해도 상관 없으려나.
그래서 나는, 그냥 대놓고 말했다.
"아... 네. 어차피 아이시클은 제 정체를 알거든요. 섀도우워커도... 어, 생각해보니까 알고."
"...."
내 말에 그는, 자신의 텅 빈 머리를 쓰다듬으며 배신감에 젖은채 중얼거렸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 히어로들이 다들 빌런이랑 이미 붙어있었구만 그려."
"...하하."
"....알겠네. 이만 가보게."
"알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시길."
그렇게 어지러운 듯 머릴 붙잡고 있는 협회장을 뒤로하고, 나는 떠났다.
나중에 또 만나기로 했으니 그때 계획이 더 구체화되면 연락하면 되겠지. 일단은 쉘터 증건이나 PMC 규제완화등 이제부터 빨리빨리 준비해야되는 것들에 대한 대화만 나눴으니까.
그렇게 앞으로 할일이 많아졌다며 탄식하는 협회장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나는 순간이동했다.
좋아, 협회장 설득에도 성공했다.
...그런데 어쩐지 이설아에 섀도우워커에 이번 협회장에, 갈수록 빌런인 내 적이여야 할 히어로 협회 이들이 하나 둘 내 정체를 알고 내 편이 되니 좀 묘한 기분. 이게 맞나..?란 생각이 계속 들긴 한다.
그래도 뭐.
'스타더스만 계속 나를 적대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별 상관없지 뭐.'
그래.
난 그런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스타더스는 날 싫어할테니 상관없을거다. 아마도.
***
그리고 그날 밤.
[For you Stardus.]
[당신을 신경쓰이게 하는 빌런은 저면 충분하지, 다른 이들한테 집중하게 하고 싶지 않네요. 그리고 요즘 기분이 좀 안좋아보이셔서 무슨 일 있으신가 걱정되는데, 얼른 다시 웃기를 바랍니다.]
"흠, 흠."
스타더스는 집의 침대에 누워, 에고스틱이 쓴 편지를 또 읽고 또 읽고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를 계속해서 올린 채.
ep.237
협회장을 만나고 온 이후.
나는 집 방안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었다.
"...."
사실 다 잘풀렸긴 했다. 잘풀렸긴 했는데...
뭐랄까. 좀 찜찜한 기분. 그러니까 생각보다 너무 잘 풀려서 문제였다. 협회장이 내 말을 한방에 믿더라고.
그래서 좀 당황하긴 했는데, 아무튼.
협회장이 원작에서 보여준 모습을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뭐랄까, 좀 단순해...
그래도 분명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애초에 매년 갈려나가던 협회장 자리를 꽤 오래 유지한 것만봐도 능력이 있단 소리겠지. 좀 겉보기에 많이 무능해보이긴 해도.
'....어쨌든, 뭐. 날 완전히 믿은게 아닐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일단 곧 다가올 위험에 대한 경고는 확실히 알아들은 것 같다.
그래, 그거면 된거지 뭐. 협회장은 그정도만 해줘도 1인분 해주는거다. 월광교 막으려면 협회쪽 협력이 필수거든.
참고로 바로 그날, 나는 이설아와 통화해서 얘기해줬다.
[네, 다인씨. 결국 협회장과 접촉하셨다고요?.
"어. 어느정도 협력도 받아냈어."
[다행이네요. 뭐, 협회장이라면 충분히 그럴만하죠. 저도 따로 얘기해 봐야겠네요. 다만...]
"응?"
[다인씨. 어디까지 말하신거예요? 미리 말을 맞춰야죠."
그렇게 묻는 이설아의 말에, 나는 솔직히 대답해줬다.
"음... 대충 난 뭐 국가를 위한다는거랑, 스타더스 키울려고 테러 일으켰다정도?"
[...꽤 많이 말하셨네요. 그럼 제 얘기는요?]
"아, 네 얘기도 나왔지. 그냥 아는 사이다... 이정도만 말해줬어. 같은 편이라고."
[으음....]
내 그런말에 잠시 조용히 생각하던 이설아는, 이내 입장을 정리해서 입을 열었다.
[그럼... 대충 제가 에고스틱씨랑 우연히 만난 이후로 에고스틱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그냥 어느정도 아는 사이다. 그 정도로만 말해둘께요. 일단 협회장을 믿을 수가 없어서...]
"그래. 일단은 그렇게 하자."
...내가 아이시클이랑 아는 사이라고만 말했는데도 그런 반응이었는데, 이미 밥도먹고 술도먹고 같이 테러도 조작해 했다는걸 알면 무슨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
거기에, 이설아가 나한테 협회 기밀정보 넘겨준게 은근 많아서.
[네. 그러면 그건 그렇고...]
그 이후로도 우리는 여러 사업적인 대화를 나누고, 이내 전화를 끊었다. 전화로 나누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나중에 와서 오랜만에 밥도 먹고 직접 만나자는 이설아에 말에 알겠다고 하며.
휴.
뭔가 이러고 있으니, 진짜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기분이 확연히 드네.
나는 그런 감상을 한채 방 밖으로 나왔다.
...뭔가 복잡미묘한 기분이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뭐, 아직 시간은 조금 있으니 지금 너무 고민하지 말자.
어차피 계획은 차근차근 잘 진행되고 있으니까.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거실로 돌아왔을 때쯤.
"....음?"
나는 무언가를 열중해서 바라보고 있는 서은이를 발견했다.
막 노트북을 두들기며 뭔가를 하고 있는데, 아주 집중하고 있는듯한 모습.
거기에 주위에 은월이나 최세희, 심지어 서자영까지 전부 지하 아래로 내려가 훈련인가 무언갈 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은이 혼자 이러고 있는걸 보게된 건 굉장히 의외였다.
"서은아, 뭐하니?"
"아 오빠. 잠시만요."
나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열중한 채 계속 무언갈 다닥이는 그녀.
나는 그런 서은이의 뒤에 서서, 서은이가 하고 있는걸 지켜봤다.
대충 보니 뭔가 이번에 만드는 뭔가 코딩 비슷한걸 하고 있는 모양. 또 뭔갈 만들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 서은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뒤 소파에 앉아 티비의 뉴스 채널을 키자, 곧바로 내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바로 한국에서 생긴 월광교 게이트 하나에, 그것에 대한 해외 반응을 소개해주고 있었던 것.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단순히 빌런의 소행이라고 판단하지만, 일부는 이것이 무슨 불길한 징조가 아니냐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본적없는 형태라는 것과, 전세계 각국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그런 기자의 말 뒤로는, 검푸르게 일렁이고 있는 여기같은 포탈의 모습이 보였다.
하긴, 저런게 생겨서 괴물들이 튀어나오는게 좀 이상하긴 하지. 그런데 세상이 더 이상해서 주목을 못받고 있는거고.
사실 저게 불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설마 저게 전세계 모든 주요 도시에 빽빽하게 생겨나 수십만마리의 괴물들을 쏟아부으며 인류를 멸망으로 이끌거라곤 생각하지 못하고 있을거다.
...그래, 생각해보면 이제 슬슬 카테달 쪽에도 정보를 흘려야 되는데. 곧 소집일이 다가오고 있긴 하다. 다만 그때 그것보다 더 중요한게 있을거 같아서 말이지.
우리나라야 뭐. 나도 있고, 이설아도 있고, PMC도 있고, 스타더스도 있고...
그렇게 스타더스 생각을 무의식중에 하던 나는, 문득 또 내가 저번 스크림 메이커 사건때 그녀에게 남기고 온 편지가 떠올랐다.
"....."
...내가 왜 그랬지.
진짜 갈수록 시간이 지날때마다 느끼는건데, 진짜 왜 그걸 적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내 뛰어난 직감으로 봤을때 스타더스가 보고 표정을 찡그리며 편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렸을 확률이 99퍼센트. 다행히 협회쪽에 건내질 않은걸 보아 역시나 찢거나 불태웠을 확률이 제일 크다고 본다.
내가 티비를 보며 혼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그리고 이거까지 하면, 다했다!"
옆에서 서은이가 뿌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게 들려왔다.
"다했어?"
"네. 하아, 힘들었어요..."
"수고했어."
나는 그렇게 말하며 노트북 앞에 엎어진 서은이의 머리를 격려의 의미로 쓰다듬어 주었다.
"에헤헤..."
그리고 그게 좋은지, 한동안 엎어져서 내 쓰다듬을 받던 그녀.
"...헛. 잠깐!"
그러더니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든 서은이였다.
그리곤 내 눈을 마주치며, 말하는 그녀.
"오빠. 이제 저 안쓰다듬어 주셔도 되요."
"응? 싫어?"
"아니... 그건 아닌데. 큼, 저도 이제 몇달 뒤면 어른이잖아요. 그러니 어른스럽게 행동해야죠!"
허리에 손을 올리곤, 내게 그렇게 말하는 서은이.
...어쩐지 갈수록 성인 되는거에 큰 신경을 쓰는 서은이였다. 아니, 어차피 지금도 이미 미성년자가 겪는 제약은 아무것도 안받지 않나? 사실상 성인이랑 다를게 없는데, 왜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뭐, 본인이 그러겠다면 그런거겠지.
"그래. 우리 서은이 이제 어른이지. 알았어. 안그럴게."
"맞죠 어른이죠! 근데 음... 큼, 큼. 그런데 가끔씩은 또 괜찮을지도요?"
내 빠른 대답에, 또 마지막에 애매한 미소로 덧붙이는 서은이였다.
...본심을 말해 서은아...!
이미 처음 만날때보다 커서 전보다 훨씬 어른스러워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눈엔 예전의 서은이의 모습 그대로 였다. 아, 완전 예전은 아니고 적당히 예전. 서은이 첫 만남땐 좀 무서웠었어...
내가 그런 생각을 하던 그때. 갑자기 내 손을 덥석 잡는 서은이.
"맞아요 오빠. 이제 거의 완성도 됐겠다. 보여드릴게 있어요. 따라와요!"
"응?"
그렇게 난 갑자기 텐션이 업된 서은이에게 잡혀 난 지하실로 끌려갔다.
그렇게 순식간에 맨 밑으로 도착한 우리.
"뭐길래 그래 서은아?"
"뭐겠어요. 바로 제 새로운 스타버스터 5호가 완성됐으니까죠!"
사실 아까부터 나한테 이거 보여줄려고 거실에서 기다렸다고 웃으며 덧붙이는 그녀.
...오, 이번엔 확실히 자신있는 모습이였다. 하긴, 서은이 기술력도 갈수록 발전하니. 이제 거의 정점에 다달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저번에 협회장 사무실 침입할때, 서은이가 잠시 협회 보안망을 셧다운하지 않았는가. 초반엔 협회쪽 전산망은 독자적인 내부 라인을 써서 거의 건들지도 못했다는걸 생각하면 놀라운 발전이였다.
아무튼 그렇게 서은이의 비밀 창고에 도착하자, 그제서야 난 다른 이들을 볼 수 있었다.
"어, 다인 너 왔어?"
커다랗게 뻥 뚫린 지하실.
그 앞쪽에서 무언가 일을 하고 있다가, 막 도착한 날 보더니 땀을 흘리며 그렇게 말하는 최세희.
아마 이때까지 전기 능력으로 서은이를 도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밑엔.
"살... 려... 줘."
지하 바닥에 엎어진 채, 손을 이쪽으로 내밀며 파들파들 떨고있는 서자영이 보였다.
"...얜 왜이래?"
"몰라. 서은이 로봇 내구력 테스트 좀 하게 불 좀 소환하라고 했더니, 그거 하나 하고 이렇게 엎어졌더라."
그렇게 말하는 최세희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음. 평소처럼 꾀병이었구나.
"아니! 야, 내가 그 큰거 다 불 바른다고 얼마나 고생을..."
물론 서자영의 항변이 있었으나, 애석하게도 잘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하여튼 거대한 지하실 한쪽편에 커다란 커튼같은 무언가로 가려져있는 그쪽.
그곳의 앞에서, 서은이는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외쳤다.
"어쨌든! 이게 제 역작이에요. 일명 스타컨쿼러!"
그렇게 말하는 서은이가 버튼을 꾹 누르자.
한쪽편의 커튼같은게 차르륵하고 걷히며.
거대한, 인간형 로봇같은게 모습을 드러냈다.
"어때요 오빠? 가동성을 위해 최대한 인간의 모습을 재현했어요! 그러나 파괴력은 지금까지 것들중에서도 몇배!"
내 앞에서 자랑스럽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서은이.
실제로, 이때까지 서은이가 만들었던 것들중 제일 멋있어 보이는 모습이였다.
이때까지 그녀가 만든것들이 다 좀 투박한 병기같은 느낌이었다면, 이건 마치 예술 작품같은 느낌. 새하얀 색으로 도색되어, 날씬하고 우아한 로봇형 슈트를 몇배로 키운듯이 생겼었다. 이 큰 지하 공간 천장을 찍을 정도로 거대하기도 했고.
종합적으로, 첫인상은 약간 미래지향적이게 생기고 크기도 큰게 그냥 강해보이는 느낌.
"어때요? 대단하죠?"
그리고.
"....어. 멋지네."
난, 그걸 보며 서은이에게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차마 웃을 수 없었다.
'.....'
...저게.
지금이랑 달리.
원작에서 타락해 S급 빌런이자 페이즈 최종보스이던 서은이. 일명 '하얀마녀' 한서은.
그녀가 최종 전투에서 썼던 전투 병기와, 너무나도 똑같이 생겼었기에.
ep.238
서은이.
우리 에고스트림의 정보 통신 및 해킹 담당이자 각종 도구들을 전부 책임지고 만드는 그녀.
지금이야 그저 귀여운 우리 에고스트림 막내이지만, 원작에서는 상당히 달랐다.
애초에 이미지도 굉장히 차갑고 냉소적인 악역이었으니까. 키도 꽤 컸고, 은빛의 머리카락도 단발인 지금과는 다르게 장발이였으니.
원작에서 첫 등장이 지금 시점으로부터도 몇년 뒤인만큼, 어른으로 등장한 그녀는 막을 수가 없었다. 이미 해킹능력이 정점에 다다른 덕분에 빌런 수용소 보안을 뚫어 대탈옥을 일으키질 않나, 무슨 병기들을 수십체 끌고 나타나질 않나.
특히 대탈옥 이벤트는 원작에서는 이때까지 나왔던 모든 빌런들이 다시한번 얼굴을 비추는, 독자들에게는 올스타전같은 느낌일진 몰라도 그걸 다 처리해야하는 스타더스에겐 그저 재앙이었을 뿐.
...물론 지금의 서은이는, 원작의 그 우울한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응? 오빠, 왜그래요?"
"어. 아무것도 아니야. 잘만들었네."
"헤헤."
내가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자기도 모르게 헤실헤실 웃는 서은이.
...아 맞다. 바로 아까전에 이러지 말라고 했었는데.
근데 뭐, 막상 지금은 별말없이 좋아하니 상관없나.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서은이가 만들었다는 거대한 전투병기를 올려다봤다.
표면이 매끈하니, 반사돼서 빛나고 있는 거대한 하얀색의 로봇. 서은이가 일명 스타컨쿼러라고 이름붙인 그것.
그래. 서은이가 자랑스럽다는 듯 나에게 소개한 이게, 내 고민의 시작이였다.
...이거, 원작에서 S급 빌런으로 활동하던 서은이가 전투에 내보냈던 병기랑 너무 닮았거든.
물론 원작에서의 모습이랑은 좀 다르긴 했다. 원작은 이것보다 조금 더 마감이 깔끔했고, 컸고, 기능도 더 많았었으니까. 거기에 양산화에 성공했는지 여러대이기도 했고.
그래도 전체적인 모습은 완전히 같으니, 뭔가 좀 기분이 이상했다. 애초에 저걸 지금 시점에 벌써 만들었다는게 대단하기도 했고. 원작과는 달리 서은이 기분도 더 좋고, 우리 에고스트림 동료들도 있어서 그런가. 원작보다 심지어 더 똑똑한 느낌이다. 더 성장할 여지가 남아있다는건가.
"오빠, 뭔 일 있어요?"
내가 그렇게 로봇을 올려다보며 조용히 생각하고 있던 그때.
내 그런모습에 이상함을 느꼈는지, 서은이가 내 옷을 붙잡곤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그렇게 물어봤다.
....그래.
지금의 서은이는 원작의 서은이랑 다르니, 큰 걱정할거 없겠지. 그때와는 달리 가족이 있으니까. 나랑 서은이가 같이 지낸 세월만 벌써 3년이다. 원작이랑은 다르다, 원작이랑은.
나는 그래서 서은이에게 살짝 웃으며, 아무일도 없다는 듯 말했다.
"아, 별거아니야. 잠깐 다른 생각이 들어서. 그럼 이제 이것 좀 소개시켜줄래?"
"네! 오빠, 이거 봐봐요. 이건 세희 언니랑 같이 만든건데..."
그렇게 신이 난 서은이를 따라, 나는 그 기체에 가까이 다가갔다.
...아니, 진짜 보면 볼수록 신기하네. 이런건 대체 어떻게 만드는거야.
하여튼 이정도면 이제 스타더스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서은이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응원해줬다.
...원작에서도 서은이가 만든 저 로봇이 결국 스타더스에 의해 박살났다는건, 음, 모르는척 하도록 하자.
그리고 그렇게 서은이의 병기를 소개받은 이후로부터 며칠후.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나는 달력을 바라보곤, 문득 그렇게 말했다.
...빌런 회의 카테달이 열린날이, 곧 다가오고 있었다.
***
저택 한쪽편에 위치한 내 방.
그곳 책상에 앉은 나는, 곰곰히 생각에 잠겨있었다.
"흠..."
톡. 톡.
[최근 프랑스의 S급 빌런 모르테가 영국에 출몰해 유럽 사회의 공포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모르테는 유럽 최대 빌런조직에 속한 인물로, '기계왕국 영국의 동력원을 박살내겠다'라는 선전포고와 함께 영국 어딘가에 숨어있다고 밝혀졌는데요. 이에 프랑스 협회가 영국에 아무런 도움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혀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영국 협회는 큰 불쾌감을 밝히며 '이기적인 바보들(idiots)'라는 강한 표현을 쓰며 두 나라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한편 그러는동안 모니터에 나오고있는, 세계 정세를 알려주고있는 영상.
그곳에선 오늘도 다이나믹하게 돌아가고있는 다른 나라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음."
그리고 그걸 보며 내가 집중하고 있는건, 바로 다른게 아닌 빌런들.
특히 다른 나라 빌런들이 자국에 침입해오는 경우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래. 원작 후반부가면 빈번하게 일어나는 상황이다.
세계가 개판이 되면서, 슬슬 자국은 질렸는지 다른 나라에 가서 깽판을 치는 빌런들이 많아지기 시작한것.
그리고 이건 나한테 굉장히 곤란한 경우다.
아니, 나비효과로 내가 아예 모르는 다른나라 빌런이 우리나라 쳐들어오면 어떡해. 안그래도 이미 한국에는 빌런이 가득한데, 다른 나라 빌런들까지 투하되면 감당이 안된다.
...물론.
그럴까봐, 내가 카테달 회의에 꼬박꼬박 참여하고 있기는 하다. 거기서 나름 의미심장한 짓도 하면서 영향력을 넓혀, 다른 나라 빌런들의 침입을 어느정도 막고 있기도 하고.
근데 어째, 이것만으론 좀 부족한 느낌.
"..."
딸깍. 딸깍.
나는 볼펜 끝을 누르며, 생각에 잠겼다.
그래.
월광게이트 뿐만이 아닌, 최후반부를 생각하면 이정도로는 부족하다. 특히 그쯤되면 드디어 진정한 의미의 '국제적 위협'이 닥치며, 다른 나라들끼리 이제 서로 싸우기 시작하거든. 너때문에 우리나라가 망했니 뭐 어쩌니 하며 심지어 전쟁까지 난다. 빌런들이랑 싸우기도 힘든데 히어로들끼리 싸우고 있으니 그야말로 개판.
그리고 더 무서운건,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라는거다. 특히 월광교사건 이후론 더더욱.
그렇기에 내가 지금 하고있는 생각은 하나다.
'아무래도... 다른 나라와도 연합하는게 맞겠지.'
특히 이웃나라들과는 더더욱.
일본이야 뭐, 이미 실세인 카타나와 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저번에도 같이 얘기 나눴었으니까. 대충 조직을 운영하는게 얼마나 힘든지에 대한 푸념을 서로 했던거같다. 거기에 카타나는 이설아와 좋은 사이기도 하고.
하지만 아직 부족한 느낌.
"흐음..."
그래. 내가 지금 하고있는 생각은 단 하나.
"이거 어떻게... 잘 하면."
동아시아 빌런 연합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런 계획을 하고 있었다.
어지러운 국제사회, 협회가 반목한다면 빌런들이라도 서로 뭉쳐야 되지 않을까. 특히 앞으로의 혼란을 생각하면.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지도를 살펴봤다.
그럼 결국 저 대륙의 빌런을 꼬드겨야 하는데...
"리 샤오펑이라..."
중국 최대 빌런조직인 화룡의 수장이자, 무려 불타는 화염으로 이루어진 동양 용을 소환하는 능력을 가진 빌런.
대충 얘도 어떻게 하면...
"흐음..."
내가 그렇게 아시아 최대의 빌런 연합 모임을 꿈꾸며 머리를 끙끙거리고 있을 때.
때마침 모니터에 띄워논 영상에선, 내 얘기가 나오고 있었다.
[네. 이번에 전해드릴 소식은 바로! 대한민국의 A급 빌런 에고스틱이 전세계 빌런 랭킹 탑 100에 이름을 올렸다는 소식인데요...]
"...?"
나는 뜬금없이 들려온 얘기에 고개를 들었다.
무슨 빌런 랭킹. 애초에 빌런에 랭킹이 있었어?
[이는 무력이 약한 빌런들 중 거의 최초에 가깝다고 하는데요. 특히 선정과정에서 '대중의 지지를 받아 히어로들도 처리하기 껄끄럽다'라는 점과 '특유의 친화력과 리더쉽으로 휘하에 수많은, 그보다 강한 빌런들이 따르고 있다는 것'을 주요 사항으로 삼았습니다. 대한민국 빌런이 HVC 랭킹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최근 10년간 최초라고도 합니다...]
아, 거긴가.
나는 HVC라 이름을 듣고서야 기억해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히어로-빌런 연구기관이자, 매년 랭킹을 발표하는 곳. 협회가 모든 히어로와 빌런을 대충 일정기준 이상이면 S급으로 퉁치기에, 이들의 능력의 강함정도를 세세하게 나누겠다는 의미에서 출범한 곳이다.
내가 이곳을 알고있는 이유는 당연히 스타더스 때문.
원작에선 저 HVC인가 뭔가의 히어로 랭킹에 아예 끼지도 못한 스타더스였던만큼, 그걸로 공격받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당연히 랭킹에 이름을 올린지 오래. 그것도 꽤나 예전에 올라왔었다. 내가 그때 참 뿌듯했었지. 비공식이긴 해도, 나름의 권위가 있는 곳에서 스타더스가 인정받았단 소리 아닌가.
근데 여기서 빌런 랭킹까지 매긴다는 소리는 몰랐었는데. 이게 영향력이 있나? 아니, 애초에 나 협회에선 A급밖에 안되는데. 하긴 그건 스타더스도 그렇긴 하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검색을 해봤다.
...어, 꽤나 있나보다. 검색하자마자 무슨 내가 그곳 랭킹에 들어갔다는 얘기밖에 없네.
그렇게 검색해본 결과 뜨는 전체 랭킹.
나는 이중에 이번에 랭킹에 처음 들어온 것 치곤, 무려 50위라는 반절은 재치는 쪽에 위치해 있었다.
"....?"
아니, 그전까지는 랭킹에 아예 없다고 하지 않았나? 생각보다 높네?
그런 생각을 하며 난 심심해진김에 전체 빌런랭킹을 훑어봤다.
1위는 당연히 셀레스트. 카테달의 수장인 그녀고...
내 위에 카타나와 리샤오펑이 위치해 있는 모습이였다. 카타나는 당연히 지금 일본을 먹었으니까 높은 등수겠지. 랭킹자체가 영향력 및 위험성으로 매겨진다고 하니까.
우리나라의 다른 빌런들은 안보이는 모습. 뭐, 월광교가 곧 일치면 순식간에 들어올거 같긴 한데...
결과적으로 이걸보니 세계에 참 미친능력자들이 많다는 결론만이 나왔다. 대부분 미국에 있긴 한데, 무슨 화산 폭발 능력을 가진 빌런은 뭐야.
"뭐 재밌네..."
나는 그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넘겼다. 뭐 내가 50위든 500위든 뭐가 중요하겠어. 어차피 저게 협회 공식도 아니고.
...그래. 그때는 몰랐었다.
이 일이 불러일으킬 파장을.
ep.239
사건의 발단은 간단했다.
[에고스틱이 HVC 전체 빌런 랭킹에 포함되며, 해외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유명 잡지 베를린 포스트에서는 '동양의 작은 나라의 빌런이 무력을 제외한 오직 한 나라에 끼치는 영향력만으로 이토록 높은 등수를 받은 경우는 최초'라면서, 에고스틱을 빌런으로써 굉장히 고평가했는데요...]
빌런랭킹에 에고스틱이란 이름이 올라갔다.
뭐, 따지고보면 등수도 갑자기 들어온 것 좀 높긴해도 걍 평범한 등수였기에 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애초에 협회 공식도 아닌데 뭔 상관이겠어.
근데, 그건 나만 그랬나보다.
*
[에고스틱이 빌런 랭킹 TOP 100에 이름올린 이유ㄷㄷ]
다 필요없고 인맥도르<<<이거 하나로 가능함
랭킹 5위안에 드는 북대서양의 지배자 S급 빌런 아틀라스가 유일하게 공격하지 않는 지역 한국=에고스틱이 있어서
일본의 지금 실세라 불리는 S급 빌런 카타나가 유일하게 일본 밖으로 나오며 친분을 과시한거=에고스틱
거기에 에고스트림에 속한 S급 빌런만 지금 4명임ㅋㅋㅋㅋㅋ 심지어 활동한지 몇년인데 잡히지 않음
결론: 망고스틱 그래서 감사의 방송 언제킴????
나미칠것같아나미칠것같아나미칠것같아나미칠것같아나미칠것같아나미칠것같아나미칠것같아나미칠것같아나미칠것같아나미칠것같아나미칠것같아
=[댓글]=
[막줄추ㅋㅋㅋㅋㅋ]
[아 알겠으니까 방송키라고ㅋㅋㅋㅋㅋㅋ]
[ㄹㅇ망고스틱 작년까지만해도 랭킹에 못들었는데 갑자기 든건 인맥때문이 맞는듯. 대체 아틀라스랑 카타나랑 친한 다른 빌런이 누가 있나고ㅋㅋㅋㅋ]
ㄴ[ㄹㅇㅋㅋ 해외 빌런덕후들이 그거 제일 궁금해하더라 대체 에고스틱이 누구길래 아틀라스랑 협약맺음??? 이러면서]
[망풍당당 가슴이 웅장해진다]
[근데 저 랭킹이 의미있냐? 난 또 협회에서 뭐 한건줄 알았는데 비공식이더만ㅇㅇ]
ㄴ[쟤네 기관이 은근 공신력 있어서 그럴걸? 협회가 안매기니까 쟤네가 대신 매기는 느낌]
[우리는 망고의 시대에 살고있다]
[팩트한접시)비공식 랭킹도르가 어쨌든간에 에고스틱의 협회 정식 랭킹은 A급 빌런일뿐이다]
ㄴ[S급 아님?]
ㄴ[아니 찾아보니까 진짜 아직도 A급이네ㅋㅋㅋ 당연히 S급일줄ㅋㅋㅋㅋㅋ]
ㄴ[전체랭킹 50위 부하직원 다 S급인데 왜 A급이냐고ㅋㅋㅋㅋㅋ]
ㄴ[그거 뉴스 보면 기자들도 가끔 헷갈려서 S급이라함 ㅅㅂㅋㅋ]
*
"....."
"오빠, 이런글들이 하루에도 팬카페를 중심으로 수백개가 올라오고 있어요."
서은이는 나한테 글목록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아니... 뭐 저런걸로 떡밥을 굴리는거지? 방송을 안키니까 굴릴게 없어서 그런가.
"뭐 상관없지 않냐? 어차피 며칠 있다 잠잠해지겠지."
난 그냥 그렇게 답할 뿐이였다.
아니 무슨 상관이겠어, 어차피 내 팬카페에서만 저러고 노는건데.
...나한테야 빌런 랭킹에 이름 올린게 솔직히 그렇게 큰일도 아니고. 어차피 이미 탑급 빌런조직의 수장들만 모여있는 카테달에 속해있는데 그런게 중요하겠어.
난 그렇게 가볍게 생각했었다.
[9시 뉴스입니다. A급 빌런 에고스틱이 공신력있는 히어로, 빌런 연구기관 HVC에서 상위 100인에 포함되어있었단 소식, 저희가 저번에 전해드렸었죠. 그런데 이번엔 네티즌들이 '왜 저런 에고스틱이 아직도 협회 산정으로는 A급 밖에 안되냐'라면서 논란이 번지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권서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야, 다인아. 너 얘기가 오늘 뉴스 메인인데?"
"...."
...아니, 좀 당황스럽네.
난 그런 마음을 한 채 뉴스를 시청했다.
대충 요약하자면, 벌써 다른 모든 전문적인 연구자들은 전부 에고스틱이 충분히 위험하다고 평가하는데, 왜 아직도 협회는 그를 A급으로 내버려 두냐는 것. 무슨 협회 무용론이라는둥 불타고 있다는 모양이다.
"하긴... 내가 S급인데 너가 A급인건 좀 이상하긴 하지."
옆에 누워있는 채 그렇게 중얼거리는 서자영.
근데 뭐, 나는 별생각 없었다.
애초에 스타더스도 아직 A급이잖아.
"뭐, 국제 협회 본부가 지금 다 무너져가는데 뭐 어쩌겠어. 바빠 죽겠어서 난 재심사할 틈도 없을걸?"
난 수빈씨가 가져다준 포도를 한알 우물거리며 그렇게 답했다.
국제 협회가 멀쩡하게 동작하지 않는데는 이미 한참됐다. 애초에 멀쩡했으면 프랑스 협회랑 영국 협회가 지금처럼 서로 으르렁 거리지도 않았겠지. 그냥 중앙 협회 이사회에서 각 지부에 대한 관리가 전혀 안되고 있단 소리다. 그 와중에 저기 멀찍히 떨어져있는 작은 나라의 빌런 등급을 심의할 틈이 어딨겠어.
거기에 협회 등급이 큰 의미있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원작을 봐도 스타더스만 하더라도 S급으로 승격하려면 시기상 아직 멀었다. 그럼 당연히 스타더스랑 세트로 묶이는 나도 그렇겠고.
거기에 늘 말하지만.
A급으로 남는게 차라리 낫다. 괜히 S급 올라가면 어그로만 끌린다고.
...라고 말하기엔 이미 저 랭킹에 내가 올라가서 의미가 없긴하네.
'....'
그래도 뭐 큰일은 없겠지. 곧 열릴 카테달 갈 준비나 해야지, 저런걸 신경쓸 틈이 없다.
그렇기에 난 아무렇지도 않게 답할 수 있었다.
"뭐, 걱정하지마. 저거 누가 신경이나 쓰겠어?"
***
히어로 스타더스의 집.
[네. 에고스틱이 A급인건 상당히 특이한 일인데요...]
집에 막 돌아와 티비를 키고 코트를 벗고있던 스타더스는, 뉴스에 나오는 에고스틱의 모습을 보고 눈을 개슴츠레하게 떴다.
"....?"
뭐. 에고스틱이 티비에 나오는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또 뭐 별거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흠, 흠."
은근슬쩍 외출복을 거실에서 벗으며 티비를 힐끔 바라보는 그녀였다.
[에고스틱 정도면 S급 빌런이라 말하기 손색이 없습니다. 애초에 대한민국에 이때까지 이정도의 영향력을 가졌던 빌런이 있습니까? 없지요. 아무래도 협회 본사가 지금 자기들이 바빠서 심의를 넘기는 것 같은데, 빨리 고쳐야합니다. 아니면 S급 승급권을 각 나라 지부에 넘기던가요. 이게 뭐하는겁니까 지금?]
[네. 최다현 전문가님의 말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너무 흥분하신거 같은데, 일단 진정하고...]
[아니 진정하게 생겼습니까? 이게 사람들이 괜히 망..에고스틱한테 S급 히어로라고 하는게 아니에요. 협회가 일을 안하는데! 차라리 에고스틱이 국제 협회보다 우리나라에선 일을 잘한다고 봅니다 전.]
"음..."
이내 옷을 실내복으로 다 갈아입은 스타더스는, 의자에 앉은 채 방금 들은 말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에고스틱이 아직도 A급이라서 논란인건가?
"....."
좀 웃기긴 했다. 에고스틱이 아직도 A급이라는게.
애초에 그가 저번에 타고다닌 용만해도 즉각 S급 판정을 받았는데, 그 주인인 에고스틱이 더 등급이 낮다니.
[...그래서 이게 논란이 되고있는 만큼, 협회에서 이제라도 곧 에고스틱을 S급으로 승격시켜 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마침 뉴스에서 들려오는, 에고스틱이 승급 될수도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
...뭐. 그게 당연히 맞겠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런 생각을 하던 그녀는.
"잠깐..."
문득 자신또한 아직 A급이라는걸 깨닫고 몸을 굳혔다.
"...."
물론 그녀의 실력은 어지간한 S급 히어로들보다 훨씬 강하긴 했지만,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A급에 머물러있는 상황.
그럼 에고스틱만 승격되면, 자신은 A급인데 에고스틱만 S급이 되는 상황이 오는건가?
"...으음."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뒤척였다.
물론, 협회의 등급제도는 히어로에게 더 빡빡하긴 하다. 일반적으로 A급 히어로가 S급 빌런을 처리할 수 있다고 보고, S급 히어로는 S급 빌런 수십명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고 기준을 잡으니까.
다만, 왠지... 왠지 자신과 에고스틱이 등급이 다르다 생각하니 뭔가 좀 그런 기분.
'하하, A급 히어로 스타더스씨. 안녕하십니까. 'S급' 빌런 에고스틱이라고 합니다. 하하하! 'A급' 히어로인 스타더스씨와 상대하게 되니 뭔가 지루하네요. 하하... 이거 하품나와서 뭔.'
'앞으로 테러는 다른 높은 등급의 히어로를 상대로 해야되는거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하하하하!'
어쩐지 귓가에 자신을 향해 비웃으며 다른 히어로를 찾는 에고스틱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기분이였다. 물론 그가 그럴리는 없겠지만은...
"으응..."
그렇게 괜히 찜찜한 기분속에서, 스타더스는 괜히 혼자 끙끙댔다.
히어로가 된지 어연 몇년. 그녀가 인생 처음으로 자신의 협회 등급에 신경을 쓰는 순간이였다.
"아이씨... 왜 이러는거야."
그래. 에고스틱이 그럴리가 없잖아. 등급이 무슨 상관인가. 자신이 그의 아치에너미인건 변하지 않는데.
그렇게 벽에 걸려있는 에고스틱의 망토와, 빌런의 증거 보존 및 손상 방지를 위해 서랍 깊숙한곳에 따로 처리까지 해서 보관해둔 에고스틱의 손편지를 한번 쓰윽 꺼내본 그녀는 이내 한숨을 쉬며 수건을 들고 욕실로 향했다.
...그래. 오늘은 괜히 또 다른 빌런 상대하느라 마음이 지쳐서 그래. 빨리 씻고 오늘은 일찍 자자.
그렇게 스타더스는 씻은 뒤 침대에 일찍 몸을 뉘였고.
그리고 그날밤.
"으응... 으...."
그녀는, 에고스틱이 자신을 버리고 S급 히어로인 어떤 다른 여자만 상대하는 모습을 보는 꿈을 꾸며 잠을 설쳤다.
...일어나보니 눈에 약간 눈물이 맺혀있던건, 분명 기분탓일 것이다. 응.
ep.240
양질의 테러.
내가 늘 고민하는건, 스타더스랑 상대로 테러를 할때 어떻게해야 더 효과적으로 그녀를 성장시킬 수 있을것이냐는거다.
"흐음..."
다시 오랜만에 내려온 서은이의 지하실.
주로 테러계획을 짤때 쓰는 회의실에서, 나는 홀로 서서 벽 한쪽편에 붙은 거대한 화면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벽 한쪽을 완전히 채우는 그곳에 나와있는건, 거대한 지도.
그리고 그곳에서는, 여러 빌런들의 얼굴이 아이콘처럼 마킹되어 있었다.
대충 내가 지금까지 밝혀낸 S급 빌런들 위치들.
이제 상황이 막장으로 치닫는 원작 후반부에서 우후죽순 등장할 수많은 빌런들 중 이제까지 알아낸 애들만 표시한거다.
내 역할은, 이들중 누구를 그냥 내버려두고 누구를 스타더스 대신 처리할건지 고르는 것.
어차피 이들이 활동을 시작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많이 남아있긴 했지만, 그래도 미리미리 해두려는게 내 생각이다. 나중가면 시간이 없을수도 있고... 내가 없을수도 있으니까.
"어디보자..."
나는 포인터를 클릭해가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어지간한 빌런들이면 충분히 강해진 스타더스가 알아서 처리하겠지만, 지금의 그녀도 상대하기 힘들 이들이 있다. 아예 그냥 너무 강한 놈이라던가, 한번 등장해서 수백명을 학살해버리는 스크림 메이커같은 놈이라던가...
이렇게 청소하지 않으면, 그냥 방법이 없다. 스타더스 몸이 하나인만큼 이정도는 내가 해줘야지. 정말 삐끗하면 개판나는게 이 나라인데. 스토리상 신서울이 멸망했다 무너진게 대체 몇번인지.
그래도 내가 이렇게 한 덕에 스타더스가 매일밤 꿀잠을 자고 있을거라 생각하니 힘이 난다. 사람들은 알까. 내가 뒤에서 이 난리를 안쳤으면 한달 사망자가 지금의 대략 몇배가 된다는것을...? 아무리 생각해도 원작에서 나라가 유지된게 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음..."
그래. 잡생각은 여기까지하고.
나는 본격적으로 분석을 시작했다. 누구를 제거할건지부터 이놈은 제거할때 방송을 킬건지 안킬건지, 아니면 스타더스 선에서 처리 가능할테니 내가 내버려둘테니 뭐 그런것들.
특히 원작에서 병신처럼 밤에 테러를 일으켰다가 섀도우워커한테 찢기는 놈들이 있는데, 이놈들이 나비효과로 낮에 테러를 일으킬 가능성도 생각해봐야된다.
그렇게 열심히 내 원작의 기억들과 자료들을 조사해서 보니 어느덧 순식간에 지난 시간.
그렇게 나는 회의실 책상에 손을 기댄채, 조용히 내가 만든 결론을 바라보았다.
"....."
지도의 거의 모든 빌런 아이콘에 X가 쳐져있는 상황.
...음, 얘네 다 언제 족치지.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변명하자면 나도 이유가 있다. 막상 이놈들이랑 스타더스가 싸우는 모습을 상상하니, 막 원작의 모습이 아른거리며 식은땀이 흐르면서 어? 막 땅에 구르는 스타더스의 모습이 상상되고...
하여튼 이중에 몇명은 빼야될 것 같은 느낌.
쟤네를 언제 다 제거하러 가나를 떠나서, 내가 저놈들을 다 죽이면 스타더스는 대체 누굴 상대하란 소린가?
아, 물론 방법이 있기는 하다.
내가, 직접 저놈들을 대신해 테러를 일으키면 되지.
"....음."
근데 이게 말이 쉽지.
나는 펜을 굴리면서, 탁자 앞 의자에 걸터앉은 뒤 잠시 고민했다.
내가 테러를 일으키는 목적은 여러 이유가 있다.
하나는 내 존재감을 알리며, 우리나라에. 전세계에 내가 빌런이라는 점을 계속 상기시키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내 저력을 과시하기 위해서도 하고...
그리고.
제일 중요한 다른 하나는, 스타더스를 성장시키기 위해서.
그래.
나는 테러를 한번 할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꼭 스타더스를 성장시킬 기회를 주려고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제일 좋은 방법은, 역시나 다른 강한 능력자를 영입해 싸움을 붙이는 것. 정확히는 스타더스가 싸우는 과정에서 뭔가를 배울만한 능력자들 중심으로 한달까.
생각해보니 이제 슬슬 또 새로운 테러를 해야할때네.
그보다도, 당장 카테달이 코앞이기도 하고.
...쓰읍. 내 동아시아 빌런연합 구상을 위해 리 샤오펑인가 걔도 꼬드길 비책을 생각해야하는데...
내가 그런 생각을 하던 그때.
-똑똑.
회의실 바깥쪽 문이 두들겨지더니, 이내 열리며 은월이의 머리가 빼꼼 튀어나왔다.
"다인오빠. 수빈언니가 저녁 다 됐다고 다인오빠 모시고 오래요."
"아, 그래?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나는 시간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벌써 밤이네. 이상하게 일만하면 시간이 금방 간다는 말이지.
나는 그렇게 자리에 일어서서, 불을 끈다음 은월이를 향해 걸어갔다.
"그래, 은월아. 가자"
"네에."
"아으으... 허리야. 밥먹기 전까지 뭐하고 있었어 은월아?"
"방에서 다인 오빠가 저번에 알려주신 그거 계속 혼자 연구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혼자선 좀 어려워서... 오빠가 혹시 오늘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응?"
밥을 먹으로 지하의 순간이동 장치까지 걸어간 뒤, 다시 저택에 계단을 오르는 길.
은근 긴 동선을 따라 걸으며 은월이랑 가는동안 이런저런 잡담을 하던 그때, 은월이가 내게 그렇게 물었다.
어렵다라... 내가 저번에 알려준게 뭐였지?
계속된 빌런 연구로 꼬여있던 뇌를 움직여, 나는 이내 생각해냈다. 아 맞다. 은월이한테 그 마법진 연구 도와달라고 했었지.
슬슬 월광교 사태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당연하겠지만 이 일을 해결한 열쇠는 은월이였다. 월광교의 무녀였던만큼 누구보다도 월광교를 더 잘 알고, 그들의 마법진을 해독 및 변형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니까.
그렇기에 슬슬 은월이한테 심화마법진 연구를 시키는 와중이였다. 내 원작 지식과 덩굴마녀가 알려주었던 무언가를 합쳐서.
...슬슬 은월이랑도 진지한 대화를 해봐야할텐데.
그래도 뭐, 일단은 은월이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게 기특한데 당연히 도와줘야겠지.
그렇기에 난 날 올려다보며 요청하는 은월이의 눈빛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그래, 밥먹고 내가 아는게 있으면 최대한 도와줄게."
그래도 원작 지식으로 같이 고민하는 정도는 해줄 수 있으니까.
그러자 그런 내 말에 은월이는 웃으며 내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래. 은월이의 밝게 웃는 모습이면 됐다. 아직 할 일이 좀 남았긴 하고, 그 중국 빌런은 대체 어떻게 꼬셔야할지 고민해야 하기도 하지만... 그거야 내일의 내가 알아서 해주겠지 뭐.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내 부엌에 도착했고.
모두와 함께 밥을 먹은 뒤, 이내 은월이를 따라 그녀의 방에서 함께 연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참고로 그날 밀린 일을 한다고 밤을 샜다.
하여튼 그렇게, 시간이 빠르게 빠르게 지났고.
어느덧 날이 코앞에 오고야 말았다.
또 정기 빌런회의에 가야하는, 그날이.
그리고.
[다인씨, 잊지 않으셨죠?]
"네 카타나씨."
[네. 그럼 그때 만나요.]
회의에 가기 전, 나는 카타나를 만나러 갔다.
다음번에 카테달에 참석할때는, 만나서 함께 가기로 약속했기에.
...정확히는 이번에는 꼭 오라고 신신당부한, 아틀라스와 함께.
***
그리고, 현재.
"다인씨?"
"...네?"
"저희 도착한거 같습니다."
"아! 네. 도착했네요."
오늘 있을 일을 생각하며 멍하니 잠수함 밖의 바다를 보고있던 나는, 옆에서 들려오는 카타나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자, 내립시다."
"네."
그렇게 우리는 아틀라스가 우리를 위해 준비한 잠수함... 이라고 보기에는 굉장히 신비롭게 생긴 수정빛의 조개닮은 무언가를 타고 라티스 시티에 발을 들였다. 아틀라스가 나와 카타나를 같이 초대했거든. 한번 놀러오라고.
그렇기에 우리는 회의가 열리기 전보다 일찍 만나서, 그가 미리 준비해둔 대 심해 이동수단을 타고 바닷속 아래로 내려왔다.
미리 어떻게 준비해둔 것인지, 밖으로 나오니 물이 없는 도시의 내부로 딱 들어오게 된 우리들.
"우와..."
"하하, 신기하시죠? 저도 처음에 왔을때는 놀랐습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작게 감탄사를 내뱉는 카타나에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라티스 시티. 아틀라스의 조직 라티스단의 거점이자, 심해 한가운대에 세워진 바다인들의 도시.
아틀라스가 괜히 세계 3대 빌런중 하나로 꼽히는게 아님을 증명하듯, 그야말로 엄청난 규모의 도시였다.
평소에 늘 무감정하고 절제된 모습과 말만 하는 카타나조차 감탄하게 만들 정도로.
푸른 바닷속에 옅은 유리망으로 이루어진 돔 안에 세워져, 그야말로 고개를 들면 밖이 바다가 전부 보이는 이곳. 무슨 방법을 쓴건지 마치 아침처럼, 심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밝아 밖이 바다 속 풍경이 그대로 보이는 전경이였다.
하얀색 건물들 주위를 감싼 푸른 물속에서, 넘실거리는 해초와, 주위를 해엄치는 거북이를 비롯한 물고기들이 전부 보이는 몽환적인 풍경.
...대체 심해인데 어떻게 거북이랑 알록달록한 열대어들이 있는진 잘 모르겠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아틀라스의 취향인가보지 뭐.
하여튼 몇번 왔어서인지 이제는 익숙해진 나와는 다르게, 여전히 신기한듯 힐끔힐끔 도시를 바라보고 있는 카타나. 하긴, 카테달을 제외하곤 처음으로 일본 밖 해외로 나간게 날 따라 한국에 왔을때라 하니 말 다했지.
그렇게 난 얼굴이 물고기인 아틀라스의 심복, 일명 물고기 인간을 따라 카타나에게 도시 가이드를 해주며 아틀라스가 기다리고 있을 중앙부의 신전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내 그곳에 도착하자.
"하하하! 안녕하신가, 나의 친우들이여!"
옥좌에서 일어난 아틀라스가 껄껄 웃으며 우리를 밝게 맞아주었다.
"아, 안녕하세요..."
푸른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틀인채, 쑥스러운듯 볼을 살짝 붉히고 있는 그의 딸. 아리엘과 함께.
ep.241
바닷 속 깊은 곳에 위치한 도시, 라티스 시티.
그곳 한가운데 위치한 하얀 신전. 라티스의 수장 아틀라스가 머무는 그곳에서, 우리는 만남을 갖고 있었다.
"하하하! 오랜만에 에고스틱 자네 얼굴 보니까 좋구만. 그래, 그리고 이쪽이 카타나인가?"
"네. 안녕하십니까."
"그래 그래. 말 편하게 하게나 편하게! 아 그리고 이쪽은 우리 딸 아리엘이라네. 카타나 자네와는 초면이지? 서로 인사나 나누게나. 카타나, 이쪽이 아리엘. 아리엘, 이쪽이 카타나."
"안녕하십니까."
"네. 안녕하세요..."
격식있게 정적인 어조로 아리엘에게 손을 건낸 카타나와, 그에 맞추어 자신도 약간 붉어진 볼로 손을 건낸채 악수한 아리엘.
그렇게 둘의 인사도 끝나자, 아틀라스는 다시한번 껄껄 웃더니 말했다.
"그래, 그래. 그럼 이제 서로 인사도 나눴으니, 날 따라오게나. 아직 카테달이 열리기까지 시간도 많이 남았으니."
그렇게 아틀라스가 우리를 손님 응접실로 대리고 가려고 등을 뒤돌리던 그때.
"아, 아빠...!"
내내 조용히 아틀라스 뒤에 서있던 그의 딸 아리엘이, 약간 다급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흐음? 왜그러니, 딸아."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는 아틀라스.
그러다 자신의 아버지를 향해 다급히 눈짓을 하더니, 슬쩍 내쪽을 바라보는 그녀였다.
그제서야 뭔가를 기억해냈는지, 아아-하는 목소리와 함께 껄껄 웃는 그.
그러더니 아틀라스는 나를 향해 말했다.
"크흠. 에고스틱 자네. 아직 시간도 좀 있으니 그동안 난 카타나에게 신전 소개나 시켜주고있겠네. 그동안 내 딸과, 함께 이 근처나 한번 산책하고 오는게 어떤가?
나를 향해 그렇게 말하는 그.
내가 그 말을 듣고 아리엘쪽을 돌아보자, 약간 더 볼이 붉어지는 그녀였다.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대충 알거같네.
상황을 어느정도 파악한 나는, 씨익 웃으며 아틀라스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도록 하죠."
"껄껄, 알겠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덧붙이는 그.
"들어줘서 고맙네. 어휴, 자네 오기 전부터 내 딸이 자네와 단둘이 시간을 내달라고 어찌나 나한테 칭얼거리던지, 만약 안들어줬으면 끝나고 나한테 얼마나 땍땍..."
"아... 아빠아!!!"
"어이쿠, 난 빨리 가봐야겠네. 카타나 이쪽으로 따라오게나."
자신을 향해 두 손을 쥔채 눈을 감고 붉어진 얼굴로 빼액 소리친 아리엘의 눈을 피하며, 짖궂은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그렇게 카타나를 데리고 바람처럼 사라져버린 그였다.
그렇게 텅 빈 중앙에 나와 아리엘만 남은 상황.
"으으으..."
순간 나에게 그런 모습을 보인게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붙잡은채 터질듯이 새빨게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리엘.
나는 그런 그녀에게 자상한 미소를 지어준 뒤,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아리엘, 안내해줄래요?"
"네, 네에..."
그녀는 붉어진 얼굴로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난, 오랜만에 아리엘과 단 둘이 걷기 시작했다.
***
아리엘.
바닷빛처럼 맑고 푸른 머리카락과, 보석처럼 빛나는 하늘하늘한 수정빛 눈을 가진.
아틀라스가 누구보다 아끼는 외동딸이자, 대외적으로 한번도 공개되지 않은 그녀.
그리고, 원작에선 저주로 이 세상을 떠나 존재하지 않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를 내가 원작을 뒤틀어 살려냈고.
'...그게 벌써 몇년 전이네.'
난 아틀라스와 손을 잡기 위해, 힘들게 그와 만난 이후 그의 딸을 구해내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원작을 통해 무슨 종류의 저주인지, 해주법까지도 어느정도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물론 어디까지나 대략적으로만 알던것이기에 해주가 쉽진 않았었지만.
그당시엔 아리엘의 상태가 심각했었다.
이미 저주로 인해 숨만 쉴뿐, 의식을 잃어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있기만 하고 있었으니. 그리고 그런 딸을 살리겠다고 발악하다보니, 아틀라스는 갈수록 폭력적이 되었고.
다만 다행히도 내가 난입한 덕분에, 아리엘은 기적적으로 살아날 수 있었다.
'당신이... 절 구해주신 건가요?'
...처음으로 눈을 뜬 아리엘이, 나와 눈을 마주쳤던 날이 떠오르네.
아리엘이 깨어난 그 이후로도 난 한동안 저주의 완전한 해주를 위해 아틀라스의 도시에 자주 방문했었다.
물론 그 이후론 나도 바빠져 한동안 못갔었지만.
하여튼, 그건 그렇고...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옆에서 여전히 약간 붉어진 볼로 말없이 걷고 있는 아리엘을 바라보았다.
"아리엘?"
"...! 네, 넷! 악, 으으..."
내 말에 순간 놀랐는지, 혀를 깨문 그녀.
나는 아리엘이 수치심으로 눈물까지 글썽이는 모습을 보곤, 빠르게 말을 돌렸다.
"오랜만에 얼굴보니까 반갑네요."
"네... 네. 저도 반가워요..."
"그동안 뭐하시고 지내셨어요?"
여전히 처음 만났을때처럼 수줍음이 많은 그녀를 향해 내가 그렇게 말하자, 더듬으면서도 대답하는 그녀.
"저, 저야 늘 똑같죠. 이 도시에서 그냥 산책한다던가, 아니면 바깥에서 해엄친다던가... 그런 것들이요. 아버지가 몸이 약하다고 못나가게 하니..."
그렇게 말하면서 약간 어두운 표정으로 말끝을 흐리는 그녀.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약간 미소짓는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뭐. 나름 재밌게 살고 있었어요. 아버지가 물려준 능력 덕인지 바다에서도 숨을 쉴 수 있으니까..."
그렇게 자신이 지금까지 뭘 하며 지냈는지를 설명하는 그녀.
역시나 말을 시작하자, 부끄러움이 덜해졌는지 아까의 부끄럼많던 모습과 다르게 웃으며 잘 얘기하는 그녀였다.
하긴, 예전에 아틀라스의 말에 의하면 집에서는 성격이 밝고 몸쓰는걸 좋아하는 천방지축인 느낌이라니까. 이상하게도 내 앞에선 뭔가 늘 급격히 부끄럼이 많아져서 그러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아리엘이 하는 말을 호응해주며 함께 도시의 외곽을 따라 길을 걸었다.
미소지은채 눈을 반짝이며, 저쪽 물속에서 거북이 인간과 함께 놀았던 일을 얘기해주는 그녀.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볼때마다 느끼는건데, 아틀라스의 유전자가 대체 어디간건가 싶다. 분명 아틀라스 아재는 산적처럼 수염이난 험상굳은 인상인데, 그의 딸인 아리엘은 그냥 순수하게 미인이다. 어느정도냐면, 그냥 얼굴이 조각같은 느낌?
또 옷도 여리여리한, 마치 그리스 시대 복장처럼 하얀색의 얇은 천같은 걸 입고있어서 그런지 더 가냘파 보이는 느낌. 이또한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아틀라스랑은 완전히 정반대이다. 그나마 둘의 공통점이라면 둘다 바다 복장이라 그런지 살색 노출이 많다는 정도..? 아, 그리고 아리엘또한 아팠던 몸임에도 불구하고 물속에서 뛰어노는걸 즐기는 활동적인 성격이란거 정도.
...사실, 이것도 억지로 끼워맞춘거지 사실상 푸른 빛깔의 눈동자색 말고는 같은점이 거의 없다봐도 된다. 아리엘이 아빠따라 바닷속에서 숨쉬는 능력과 물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지지 않았으면 친자식이 맞는지 의심했을 정도. ...사별한 아내분의 외모가 쉬이 짐작이 된다.
하여튼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아리엘은 그제서야 자기혼자서만 떠들고있단걸 깨달았는지 말을 멈추곤 다시 약간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앗... 죄송해요. 너무 저 혼자서만 말했죠?"
"하하. 아니에요. 저도 들으면서 재밌었습니다."
"으으응... 에고스틱씨는 뭐하고 지내셨어요?"
"네? 저야 뭐."
...테러하고, 다른 빌런 죽이고, 스타더스 성장 플랜 짜면서..?
순간 뭐라고 말할지 내가 고민하던 그때, 아리엘은 다 안다는듯 내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저도 방송 봤어요. 에고스트림인가... 거기 세워서 활동하시는거 맞죠? 테러하면서. 저희 아버지처럼."
"음, 네. 맞아요."
나는 순간 당황해 볼을 긁적이며 그렇게 답했다.
...맞다. 저번에 아틀라스가 나한테 자기 딸이 나에대해 막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었지. 그러면 다 알겠네.
'스읍...'
뭔가 부끄러운 사생활이 까발려진 기분에 약간 자괴감이 드는 느낌. 아무래도 아리엘은 깨어난 이후로도 오랫동안 환자여서 한동안 누워있었으니, 그러는동안 내가 때때로 찾아가 최대한 자상하게 돌봐주곤 했다. 약간 의사 빙의해서.
그런데 의사가 총들고 미친놈처럼 웃으면서 테러하는걸 환자가 라이브로 봤단 소리 아닌가? 이정도면 내가 진짜 의사였으면 의료면허 박탈급이다...
그렇게 내가 생각을 이어나가 대체 심해에서 어떻게 인터넷이 터지는거냐고 애꿎은 라티스단의 첨단 과학기술력을 원망하던 그때.
내 옆에서 함께 걷던 아리엘은, 세상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걸 보면서... 정말 부러웠어요."
"...네?"
부러워? 뭐가 부럽다는거지.
내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말을 잇는 그녀.
"저도 에고스틱씨처럼 밖에서 그렇게 뛰어놀고 싶거든요. 여기 바다 깊숙히 한가운데에 새장 속 새처럼 갇혀있는게 아니라..."
푸른 바다가 투명한 돔 밖으로 빛을 내고 있는 위를 올려다보며,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녀.
내가 그런 그녀에게 뭐라고 답할지 고민하고 있을때.
그녀는 숨을 들이마쉬더니, 이내 결심했다는 듯 나를 휙 돌아보곤 말했다.
"그래서 에고스틱씨. 오빠에게 부탁이 있어요."
"....뭔가요?"
"저, 저도 오빠 파티의 멤버로 끼워주시면 안돼요? 에고스트림에요."
이내 두손으로 주먹을 쥔 채, 내게 약간 몸을 떨며 그렇게 말하는 그녀.
...아마, 오늘 이 얘기를 하고 싶었어서 날 부른거겠지. 이 말을 내게 하는게, 그녀가 용기를 최대로 낸거겠지.
그리고 난,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에게.
미안한 말투로 답해줄 수밖에 없었다.
"...아쉽지만. 안돼요."
"...."
'....'
내 말에, 큰 충격을 받은 듯 몸이 굳은 그녀.
...그래도, 안되는건 안되는거였다. 아니. 몸도 아직 다 안나은 애를 데리고 테러를 하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다. 아틀라스가 나를 죽일수도 있다고.
거기에 그녀의 능력도 스타더스를 상대할 수 있을진 의문이다. 육안으론 본적이 없어 얼마나 강할진 모르지만, 어쨌든 하루종일 누워있다 깨어난 그녀가 스타더스를 상대할 수 있을거같지도 않고.
난 그래서 그 말을 잘 풀어서, 아리엘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게 잘 설명했다.
그러자 고개를 푹 숙인채 내 말을 듣다가, 이내 허망한 목소리로 잘 안들리는 말을 혼자 중얼거리는 그녀.
"...아하하. 그렇구나. 내가 약해서... 약해보여서..."
이내 그러더니 그녀는 고개를 번쩍 들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겠어요. 에고스틱 오빠가 그런거라면 어쩔 수 없죠."
"이해해줘서 고마워."
"아니에요. 헤헤."
그리고 밝은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의 눈은.
어딘가, 약간 텅 비어있어 보였다.
...뭔가 좀 으시시한 기분이 들긴 하는데, 어쨌든간에 잘 풀린거겠지?
안심이었다.
ep.242
아리엘과의 개인적인 만남 이후.
바닷속에 잠긴 도시, 라티스 시티의 해안가를 아리엘과 함께 돈 나는 다시 아틀라스와 카타나가 있을 중앙 신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리엘은... 일이 있다고 해서 신전 앞에서 먼저 헤어졌다. 마지막까지 나한테 미소지으며 손을 흔든 그녀였으나, 어딘가 어두웠던 그 표정이 무언가 찜찜한 느낌. 물론 나도 마음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는건 어쩔 수 없는거였다. 몸도 아픈애가 어떻게 테러를 해. 능력도 애초에 스타더스 상대가 안될거 같은데.
뭐, 시간이 지나면 아리엘도 이해하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하얀 신전의 내부로 들어와, 날 기다리고 있을 아틀라스와 카타나를 찾아갔다.
그렇게 거대한 시전 한쪽에서, 아틀라스의 애장 도자기..? 전시장 앞에 서있는 둘.
그곳에서 아틀라스는, 껄껄 웃으며 옆에 서있는 카타나에게 무언가를 끊임없이 말하고 있었다.
"...그래! 이런 정교하고 아름다운 도자기가 1300년대에 만들어졌다는게 놀랍지 않나? 그것도 바닷속의 압력에서도 그 광채를 잃지않고 유지했다는게 실로 놀라운 일이지. 난 이걸 처음 본 그 순간부터 깨달았었지, 내가 바로 이 해양왕국을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는 것을. 잡설이 길었네. 아무튼간에, 천천히 설명해보지. 이 도자기 면에 새겨진 표식이 의미하는 것은..."
무언가 도자기에 대해 심도깊은 설명을 카타나에게 주입하다시피 하고있는 모습.
그걸 멍한, 영혼이 나간 모습으로 가만히 서서 초점이 나간채 아틀라스의 도자기 해설을 조용히 듣고있는 카타나였다.
"....!"
그때, 뒤에서 걸어오는 나를 발견한 카타나.
그순간 멍하니 초점이 나가있던 눈이 나에게 고정되더니, 커지는 동공.
그러더니 카타나는 무슨 구세주를 만난것마냥 반가움에 물든 얼굴로, 다급히 입을 열었다.
"앗... 저기 에고스틱씨 왔어요!"
"이건 흑색상기법으로 만들어진... 응? 아, 에고스틱! 하하, 자네 왔는가?"
그제서야 말하는걸 멈추고 내쪽을 돌아보는 아틀라스.
그렇게 아틀라스가 뭐라 입을 열기 전, 나는 미소지으며 먼저 빠르게 입을 열었다.
"네. 아리엘과 대화가 좀 길어지다보니 좀 늦어졌네요. 회의할 시간을 빼앗은거같아 죄송한 마음입니다."
"하하, 아닐세! 안그래도 여기 카타나에게 내 도자기 컬렉션을 소개해주느라 나도 시간가는줄을 몰랐다네. 그럼 어디보자... 아이쿠, 벌써 시간이. 내가 안내할테니 따라오게."
"옙."
그 말을 끝으로, 아틀라스는 껄껄거리며 우리를 손님 접견실로 안내했다.
...휴. 미션 클리어. 내가 먼저 회의를 언급하며 말을 꺼내서 망정이지, 아니였으면 나도 여기에 꼼짝없이 잡혀 아틀라스의 도자기학개론을 듣고 있었어야 했을거다. 심지어 난 이미 다 들은 내용이라고
"...."
한편, 드디어 도자기의 마수에서 벗어난 카타나는 작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내게 눈빛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렇게 지루했나보다.
...쩝. 난 나름 들을만 하던데. 저 도자기 봐봐. 유리로 만들어져서 도자기 내부가 아닌 표면쪽에 무슨 수로 집어넣었는지는 몰라도 겉면에 물이 들어가있다고. 난 아직도 저거의 원리를 모르겠다.
하여튼 그렇게 우리는 아틀라스가 마련해놓은 아기자기한 접객실에서 마주앉아 케테달이 시작하기 전까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하얗고 아름다운 중세 유럽 궁정 느낌이 나는 방에 무슨 커피 비스켓같은 다과까지 준비되어있는 이곳. 아무리봐도 산적같은 아틀라스와는 이미지가 확연히 달라보이는 곳이었다. 아리엘이 꾸민걸려나?
주로 나온 대화는 뭐 이런저런 신변잡기였다. 요즘 어떤지, 히어로들은 얼마나 날뛰는지. 뭐 그런것들.
아틀라스야 뭐 세계에서 강한 히어로들이란 히어로들은 모두 노리는, 굳이 따지자면 SSS급의 빌런인만큼 굉장히 바쁘다고 한다. 물론 원채 강한만큼 흠집조차 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카타나야 뭐... 국제협회가 제 기능을 잃은이상, 범국가적인 토벌령조차 안떨어졌기에 일본을 사실상 빌런 협회의 수장으로 장악했음에도 불구하고 별 문제없이 잘 살고있다고 한다.
...나조차 그 메테엘인가 뭔가하는 미국 히어로가 왔다는걸 생각하면 상당히 부러운 부분.
물론 나와는 다르게 카타나는 이제 실세중의 실세라, 책임자의 위치에서 여러 결정을 내리는게 상당히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대한민국의 실세인 우리 이설아와 주기적으로 연락하며 많이 배우고 있다는 모양. 히어로와 빌런을 초월해 같은 국가실세로써 서로 훈훈하게 교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물론, 그래도 에고스틱씨와 대화하는게 제일 마음이 편하긴 해요."
그리고 끝에는, 슬며시 웃으며 자기의 마음을 살짝 고백하는 그녀였다. 최근들어 부쩍 나에게 연락하는게 그런 이유였나. 하긴, 높은 자리에 있으면 외로운 법이다. 자신과 같은 위치에서 세상을 볼 수 있는 사람이 확연히 줄어드니까. 전화올때마다 카타나의 국제통화 비용 생각부터 먼저 한 스스로에게 반성하게 된다. 하긴 일본 정상인데 돈이 문제겠어.
"저도 카타나씨의 얘기를 듣는게 즐겁습니다. 그러니, 언제든 편하실때 연락주세요. 제가 들어드릴게요."
그래서 나는, 카타나에게 마주 웃어주며 이렇게 답해줄 뿐이었다.
"크하하! 둘이 사이가 아주 핑크빛 기류가 흐르는구만! 젊은 사람들의 연애는 늘 지켜보는 맛이 있네 그려. 우리 마누라 생각 나는구만. 하하!"
참고로 우리가 그러고 있자, 조각케이크를 한입에 털어넣으며 그렇게 호쾌하게 웃는 아틀라스였다.
...아틀라스가 악질 우결러였다니,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다.
"하하, 저희 그런 사이 아닙니다. 친구입니다, 친구."
나는 이미 얼굴 자체는 평온해 보이지만, 볼이랑 귀끝이 약간 붉어진 채 고개를 숙인 카타나를 대신해 웃으며 그렇게 말해줬다.
...음, 늘 차가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카타나도 이런 농담에는 부끄러워하는구나. 기억해두자.
"크하하! 그래, 그래. 다들 처음에는 그렇게 말하지. 흠흠, 눈치없이 괜한말을 꺼냈나?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네. 하하!"
그렇게 끝까지 농담을 던지는 아틀라스였다.
...뭔가 좀 어질어질하긴 했는데, 하여튼. 그 이후론 나도 내 할말을 했다. 당연히 사실상 일본이랑 라티스 시티는 나의 우방국이니, 월광교게이트에 관해서. 이 얘기야 당연히 이번 카테달에서도 할 얘기였지만, 이들에게는 훨씬 더 직접적이고 자세하게 설명해 줄 수 있었다.
아틀라스야 뭐, 심해 깊숙한 곳에 있어서 안전했기에 별 문제없었다. 원작을 보면 괴물 얘네 물에 빠지면 그냥 죽는다. 대체 외계생물이 왜 물에빠지면 죽는지, 산소호흡 하는것도 아닐텐데 뭐가 문젠진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랬다. 그냥 물에선 몸을 못움직여서 그런가?
그렇기에 내 얘기를 제일 집중해서 듣는건 역시나 카타나였다. 내가 몇번 얘기를 꺼내기도 했지만, 오늘처럼 자세히 말한건 처음이거든. 특히 대비책도 알려주었다. 일단 벙커부터 많이 파라고.
뭐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덧 코앞으로 다가온 카테달 개최시각.
"슬슬 갈까요?"
"네. 그게 좋을거 같네요."
"그래. 이제 가세."
그렇게 우리는 밖으로 나와 카테달에 갈 준비를 했다.
콰아아아아앙.
"...?"
참고로 가기전에 도시 한쪽편에서 뭐 터지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물기둥이 솟아오르고, 공주님 어쩌구하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아틀라스가 늘 있는일이라는듯 표정이 평온한걸 보아 별건 아니겠지 뭐.
하여튼 편지를 찢으니 어느덧 몸이 울렁거리는 감각과 함께, 나는 성당같은 곳의 통로에 도착했다.
이제는 익숙해지다 못해 내 집처럼 편안한 느낌의 카테달 성당.
"안녕하십니까, 에고스틱씨."
언제나처럼 나에게 고개숙여 인사하는 우리 하얀사제복의 신도도 오랜만이였다. 내적친밀감이 생기는 느낌. 이사람은 내 담당인가? 올때마다 통로에서 기다리는 분 얼굴이 똑같네.
참고로 난 현재 아틀라스와 카타나와 모두 떨어진 상태였다. 서로 각자의 초청장을 찢었기에, 각자 따로따로 흩어져 이동된 것.
...헤어지자마자 바로 이 복도만 걸으면 회의장에서 다시 만나게 될거란걸 생각하니 좀 웃기긴 했다. 그냥 한명것만 찢은 다음에 다같이 이동할걸 그랬나?
하여튼 나는 뚜벅뚜벅 회색빛의 복도를 걸어, 거대한 원탁이 샹들리에 아래 위치한 본회의실에 도착했다.
"...."
그리고 그러자마자 보이는, 나와 똑같이 반대쪽 복도에서 걸어온 카타나.
...서로 헤어지자마자 몇분만에 짜잔하고 만나자, 나도 모르게 웃겨서 미소가 지어졌다. 아니, 이게 뭐야.
"안녕하세요. 에고스틱."
"...네. 안녕하세요, 카타나."
물론 우리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마치 방금 처음 본것처럼 뻔뻔하게 서로 인사를 나눴다. 왜냐고? 그야... 재밌잖아.
카타나또한 이 상황이 웃긴지 웃음을 참는 모양세였다. 오늘 카타나의 다양한 표정 많이보네.
"크하하! 다들 서서 뭐해? 앉게나!"
그때 때마침 온 아틀라스를 따라, 우리는 각자 원탁에 앉았다.
딱 적당한 때 온건지, 은근 많이들 앉아있는 다른 빌런들의 모습. 다들 서로서로 친해진건지, 근처에 있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현격히 늘었다. 이또한 이 회의의 창시자인 셀레스트가 원했던 모습이겠지.
"다들 오셨군요."
그렇게 하얀 성녀복을 입은 채 눈을 감은, 어쩐지 피곤해보이는 인상의 셀레스트가 마지막에 와 착석했고.
그렇게 이제는 몇번째일지도 모르는 회의가 시작되었다.
나야 뭐, 이번에 풀 정보는 저번것들에 비해 심심한. 그냥 또 포탈과 괴물 설명회 할 예정이라 회의 자체엔 별 관심이 없었다.
다만.
"...."
저쪽편에 앉아있는, 중국 최대빌런 리 샤오펑을 어떻게해야 내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가 더 관심이었지.
...중국정부의 붕괴를 원하는 그를, 어떻게하면 설득할 수 있으려나.
ep.243
"그럼,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셀레스트의 말을 끝으로 시작된 회의.
그리고 차례로, 언제나처럼 다양한 정보의 홍수들이 나의 귀에 들어왔다.
물론 늘 그렇듯, 재밌긴 했지만 별로 쓸모있는 정보들은 없었다. 프랑스의 에펠탑 꼭대기에 새로운 히어로 한명이 숨어서 도시를 내려다보며 지키고있다는건 좀 웃기긴했다. 다만 그놈이 새로운 신세대 히어로들 중에서는 역대급으로 강하므로, 왠만해서는 파리에서 테러를 하지 말라는 진지한 경고까지 해줬거든.
나야 뭐, 이번에는 적당히 말하고 넘겼다. 어차피 진짜배기는 다음에 풀거라.
즉... 오히려 내가 더 관심을 집중한건 저 중국 빌런.
"....."
머리를 뒤로 넘긴, 붉은 중국식 옷을 입고있는 남자. 리 샤오펑.
그는 굉장히 독특한 빌런이다.
정부의 멸망을 바란다는 점은 카타나와 같지만, 차이점은 카타나는 부패한 정부를 붕괴시켜 일본을 다시 부강하게 하겠다는 명확한 목적을 가졌다면... 샤오펑은 그냥 정부가 꼬아서 붕괴시킨다는 느낌?
'하긴... 중국 능력자들중에 정부를 좋아하는 놈들이 얼마나 되겠냐만은.'
중국은 능력자에 대해 굉장히 강경한 방식을 취한다.
바로 특별한 능력을 가진 능력자라면 모두 정부에 중국 이능군 소속으로 입대해야 한다는 점이 대표적.
능력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히어로로 살던, 아니면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게 하던 자유로이 내버려두는 다른 나라들과 가장 차별화된 부분이다.
참고로 자신의 초능력을 숨기면 당연히 삼대가 처벌되는 만큼 거의 강제적인 입영.
'그래서인지, 협회의 위세도 굉장히 낮지.'
협회와 정부가 서로 견제했던 한국.
협회와 정부가 서로 힘을 합쳐 비리를 저지르던 일본.
그리고 그 둘과는 또 다르게, 정부가 협회를 완전히 먹어버린 중국.
'협회장을 주석이 임명하니... 말 다했지, 뭐.'
당연히 국제협회랑도 사이가 안좋았으나, 최근들어 국제협회가 여러 테러로 휘청거리며 힘이 약해지자 그냥 미쳐날뛰는 상황이다.
물론 억압이 쎄면 반항도 그에 맞추어 강해지듯, 그만큼 빌런들이 많은 나라기도 하다. 다행히 우리나라 북쪽에 다른 나라가 방어막이 되어준 덕분에 넘어오진 않지만.
하여튼 리 샤오펑은, 그 많은 중국 빌런 조직들 중에서도 독보적이게 강한 조직인 화룡의 수장이다. 이들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하냐면, 그 대단한 중국정부가 눈치를 볼 정도다. 다른 누구도 아닌 빌런 연합을.
하여튼 이게 중요한게 아니지.
나는 원작의 리 샤오펑을 생각해봤다.
'...원작에선.'
리 샤오펑. 그는 빌런이 되기 아주 최적화된 인재였다.
다른게 아니라, 만약 누군가 빌런이 되면 그 가족들부터 정부한테 족쳐지는데 샤오펑은 애초에 가족이 없는 고아였다.
그럼 고아원이라도 인질잡으면 되지 않냐?라고 하기엔 얘는 고아원도 못가고 길바닥 신세였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친한 능력자 친구를 사귀는데, 그 친구가 정부에게 죽고... 그렇게 리 샤오펑은 정부에 복수를 다짐하고. 뭐 뻔하디 뻔한 스토리.
어쨌든 그렇게 자신의 능력으로 여차저차해서 빌런 연합도 세우고 성장했다는 이야기다.
'결론은...'
결국, 리 샤오펑이 최종적으로 승리한다.
그냥 정부를 무너트리고 지들이 신 정부를 새운 것. 사실 원작 후반부가 개판이라 중앙정부가 무너져서 날먹한거긴 한데, 하여튼 승리는 승리였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해야하느냐?
간단하다. 이 빌런또한 내편으로 영입하자는거지.
'...일단, 리 샤오펑의 성격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면.'
원작에서 나오길, 대충 대협을 추구하는 성격.
즉 의와 협이 넘치는 남자...가 되고싶어한다고 나왔다. 그의 빌런 조직 '화룡'도 의(義)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만큼 당연한 이야기. 애초에 그정도 규모의 빌런연합을 이룬 것도 붉은 동양 용을 소환하는 그의 능력덕분이다. 이게 간지가 나거든. 그덕에 빌런들중에 인지도도 굉장히 높은 편이고.
하여튼 결론은 얘또한 빚이 있으면 그걸 무시할 성격이 아니라는거다. 의와 협을 추구하기로 마음먹었으면서 도움을 받고 모른척해? 너가 선택한 의협의 길이다...! 버텨내렴...!
그렇게 대뇌에서 시뮬레이션을 열심히 굴리고 있을 무렵.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친 표정의 셀레스트의 말을 끝으로, 마침 회의가 끝났다.
...근데, 셀레스트는 왜 지쳐보이는지 모르겠네. 무슨 일 있나?
뭐 랭커급 빌런 걱정은 하는게 아니니, 별 문제 아니겠지. 지금 내가 더 문제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시선을 바로 리 샤오펑에게 고정했다.
자신의 양옆에 앉아있는 남성들과, 뭐라고 말을 주고받는 그. 아마 저들이 그의 측근이겠지.
"그만 일어나지."
하여튼 그들과 대화를 마친 그가 일어나며 그렇게 말하는게 들려왔다.
그래. 이제 가는구만. 지금이 기회다.
"저, 잠시 갔다오겠습니다."
"네. 갔다 오세요."
나는 내 옆에있는 둘에게 그렇게 대답했다.
이미 저쪽 인사와 대화를 나눌거라 설명해서인지, 별로 놀라지 않는 그들.
나는 그렇게 당당하게 리 샤오펑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흠?"
이내 뒷짐을 진 채 자신이 나온 복도쪽을 향해 걷다가, 이쪽으로 오는 날 눈치챈 옆에 있는 심복이 그를 향해 속삭이자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그.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을 본 나는 얼굴에 웃음을 띄운 채,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리 샤오펑씨. 다름이 아니라 서로 붙어있는 나라에서 활동하는만큼 한번쯤 인사 드릴려 했는데 이제야 드리네요. 에고스틱이라고 합니다."
나는 그렇게 물 흐르듯 말을 꺼내며 손을 내밀었다.
내가 이렇게 한 이유는 단 하나. 얘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기 위해서다.
카타나 같은 경우에는 내가 처음에 인사했을때 바쁘다고 무시하고 지나가려 했었지.
과연, 리 샤오펑은 어떻게 나올까.
그리고 나의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
진중한 표정을 짓고있던 리 샤오평은 미소를 짓더니, 내 손을 잡으며 악수하며 말했다.
"에고스틱씨인가요. 반갑습니다. 제가 리 샤오펑이 맞습니다. 먼저 인사했어야 됐는데 너무 늦었네요, 하하!"
호방하게 웃음을 내는 그.
나와 악수를 하고있는 손 또한 기싸움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그냥 평범하게 힘주어 잡은 악수였을 뿐이다.
...생각보다 호의적인 모습. 나에 대해 찾아봤나?
하여튼 이렇게 나오면 돌아갈 필요없이 플랜 A를 밀고나가면 된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난 여전히 얼굴에 웃음기를 띄운 채, 말을 이었다.
"아이고, 아닙니다. 리 샤오펑씨를 언론을 통해 자주 접했는데, 화룡이라는 큰 조직을 운영하시다보니 상당히 바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또 인사드리기 그랬는데, 이제라도 뒤늦게나마 했습니다. 하하."
"어휴, 아닙니다. 하하."
그렇게 우리는 호방한 웃음과 함께 주저리 주저리 간단한 신변잡기를 이어나갔다. 그냥 영업상 처음 만난 남자 둘이 나눌만한, 딱 그런 짧은 대화.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였지만, 나는 리 샤오펑에대해 캐치했다.
...일단 나에대해 자세히 알고있는건 맞는 것같다. 아니면 이런 반응이 나올 수 없지. A급에 불과한 내가 S급 중에서도 최상위인 자신과 같은 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게 보인다. 아마 카테달에서 보여준 여러 정보들 때문이던가, 따로 조사를 해봤던가. 아마 둘다겠지.
이러면 일이, 굉장히 쉬워진다.
그런 생각을 하며 속으로 비릿한 웃음을 한 채, 나는 여전히 명목상 환하게 미소지은 채 대화를 나눴다.
이내 그것도 어느정도 끝나고.
"하하, 이건 제 직통 번호니 혹시라도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시길."
그가 먼저 자신의 번호를 주고 나또한 교환하며, 슬슬 쫑이 날 분위기가 됐다.
그래.
그리고, 지금이 기회지.
"예, 하하. 이번 기회에 좋은 친우를 만든거 같아 기분이 좋군요. 아, 그리고..."
그와 겉으로는 웃어보이며 헤어지기 직전.
나는 자연스럽게 품에서 곽에 담긴 CD를 꺼내, 그에게 주었다.
"약소하지만, 이건 친애의 의미에서 드리는 제 선물입니다. 중국 정부에 관해 제가 아는걸 어느정도 담았으니, 부디 유용하게 써주시길."
"아이고, 뭐 이런걸 다. 하하! 감사드립니다."
딱히 더 묻지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그.
그렇게 우리는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서로 등을 돌린채 헤어졌다.
마지막으로 보인 모습은 심복 둘의 앞에 서서, 뒷짐을 진 채 걷고있는 그의 모습.
그리고 나또한 아틀라스와 카타나가 기다리고 있을 곳으로 돌아갔다.
...하하.
'...저렇게 나온다 이거지.'
나는 속으로 웃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리 샤오펑.
방금 본 모습만 보면 상당히 호방한, 마치 아틀라스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그였으나.
원작을 통해 안 나는 안다.
실상은, 그 반대라는걸.
'...리 샤오펑.'
그는 사실 누구보다도 계산적이고 냉철한 사람이다.
애초에 길거리 고아부터 시작해 중국 최대 빌런조직 정상까지, 꽁으로 올랐겠는가?
타고난 계산적인 머리와 냉철한 탐구력까지. 그 모든걸 바탕으로 정상에 선 그다. 지금 보이는 모습또한 대중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평상시에 보이는 연기. 호걸을 연기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그는 이미 저 CD롬을 받았다.
21세기에 저거 돌릴 디스크장치는 있나 싶긴 한데, 자기가 알아서 하겠지 뭐.
'...분명 계산적인 그의 성격에, 나한테 고마워 할 리는 절대 없겠지만은.'
스스로가 만들어놓은 '의협을 지키는 호걸이 되자' 컨셉때문에, 나한테 빚을 졌으면 이를 갚기 위해 행동할 수밖에 없을거다.
즉 내가 그에게 한방 먹인 셈.
'너의 의지가 어떻든... 넌 나에게 묶일 수밖에 없을거다.'
난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
중국 최대 빌런 조직 화룡(火龍)의 본부.
화룡성(花龍城).
붉은 지붕으로 지어진 탑같은 그곳의 꼭대기층에서, 그곳의 수장 리 샤오펑은 조용히 자신의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리 샤오펑씨. 다름이 아니라 서로 붙어있는 나라에서 활동하는만큼 한번쯤 인사 드릴려 했는데 이제야 드리네요. 에고스틱이라고 합니다.'
"에고스틱이라..."
아까전의 웃음기섞인 표정은 전혀 보이지않는, 진중하고 차갑게 굳은 얼굴로.
리 샤오펑. 그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에고스틱. 그를 왜 모르겠는가.
자신 바로 밑에 있는 나라의 반도를 사실상 잠식한 빌런인데.
"...흐음."
리 샤오펑 자신이 꿈꾸는 제일 이상적인 형태, 대중의 지지를 얻어 나라를 전복시킬 힘이 있는 빌런이 바로 그, 에고스틱. 그의 추측으로 봤을때, 사실상 대한민국은 에고스틱의 손아귀에 있다고 보인다.
거기에 그가 저번에 풀었던, 미국 쪽의 시간여행자에 대한 극비 정보를 알고있는 모습이나, 차원에 관한 정보를 준 것만 봐도 비범한 인물임이 분명. 에고스틱이 접근하지 않았다면, 조만간 그가 먼저 접근할 생각또한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건 그렇고.
"...."
에고스틱, 그가 준 이 CD롬의 정체는 무엇일까.
"끝났나?"
"네, 넵!"
"그럼 나가보게나."
"넵!"
그렇게 컴퓨터 설치를 마친 직원이 서둘러 방에서 나가고.
붉은 금빛의 장식으로 둘러쌓인 고풍스러운 방안에서, 어올리지않는 옛날 컴퓨터에 그는 에고스틱이 준 디스크를 넣어봤다.
그리고 잠시뒤, 위이잉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켜지는 모니터의 파일.
이내 마우스를 클릭해 그 디스크 속 파일들을 확인한 그는.
몇십분후, 자신도 모르게 크게 웃었다.
"...크하하! 그래. 과연, 과연! 그런거였군."
파일 속에 있던 건.
중국 정부의 기밀 자료들.
아니, 그냥 중국 정부의 데이터 센터를 통째로 뜯었는지 아예 정부 산하 모든 문서들이 마구잡이로 들어있었다. 저 작은 디스크 안에 이 많은 것들이 어떻게 들어가있는지 신기할 지경.
이 모든 것들은, 중국 정부의 붕괴를 원하는 리 샤오펑 그가 무엇보다 원하고 필요했던 것들.
대체 이 방대한 양의 자료를, 중국 이능군의 삼엄한 보안을 뚫고 뜯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그래, 확실히 은혜를 입었구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웃다가 나온 눈물을 닦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자신과 친해지기 위해 준 선물이든, 아니면 무언가 다른 꿍꿍이기 있든 어쨌든.
그는 진심으로, 에고스틱에게 고마웠다.
'은혜를 입었으면, 갚아야겠지.'
세간의 의혹과는 다르게.
의와 협을 진심으로 중시하는 그이기에.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그는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가끔 정부 주도의 언론 중심으로 계산적인 성격의 그가 의협을 연기 한다고 모함해도.
그는 어린 시절 길거리에 굴러다니던 삼국지를 읽은 이후.
단 한번도, 의와 협에 진심이 아닌적이 없었기에.
***
아틀라스와 카타나와 헤어진 이후, 집.
'지금쯤이면 샤오펑이 그걸 봤으려나?'
나는 의자에 기대, 그렇게 생각했다.
분명 계산적인 그의 성격이라면 받은 건 좋아하겠지만, 이걸 어떻게 갚아야할까 고민중일거다.
그러게 누가 의와 협 연기하라고 칼들고 협박했냐고.
'...뭐, 어차피 원작을 통해 난 그게 다 뻥이란걸 알지만.'
이미 작중 언론에서 지나가듯 장면으로 나왔었다. 그의 겉 성격은 사실 다 연기고, 계산적이고 냉정한 성격이라고.
그렇기에 난 더 치밀하게 준비했다. 심복들 옆에서 대놓고 중국 정부 관련 정보준다고 말하는 등. 그가 빠져나갈 수 없게.
일명 제 꾀에 제가 빠진단 전략. 완벽하다.
'...하여튼, 이제 이쪽은 됐고.'
나는 자연스럽게 그러며 스타더스 팬카페에 들어갔다.
...슬슬, 스타더스가 보고싶었다.
ep.244
대한민국.
세계 기준으로 봤을때도 A급 히어로가 단 3명밖에 안되는, 히어로들의 수가 굉장히 적은 나라.
그리고 그와는 다르게 강력한 S급 빌런들의 숫자는 또 평균보다 많은 특이한 나라. 인구수대비 테러 횟수도 상위권이다.
이성적으로 봤을때 이런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는건 쉽지 않다. 히어로들의 수에 비해 빌런의 수가 훨씬 많은데, 어떻게 사회가 유지되겠는가.
그러나 놀랍게도, 대한민국은 오늘도 나름대로 평화롭게 잘 굴러가고 있었다.
일부 불만이 있는 사람들 빼고는.
*
[에고스틱 왜 테러안함??? 에고스틱 왜 테러안함??? 에고스틱 왜 테러안함???]
나 미쳐버릴것같아 나 미쳐버릴것같아 나 미쳐버릴것같아 나 미쳐버릴것같아 나 미쳐버릴것같아 나 미쳐버릴것같아 나 미쳐버릴것같아 나 미쳐버릴것같아 나 미쳐버릴것같아 나 미쳐버릴것같아 나 미쳐버릴것같아 나미쳐버릴것같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빌런이 테러 안하는건 ㅅㅂ 직무유기인데 범죄아님? 좋은말할때 방송 켜!!! 사람 미치는거 보고싶음?????????? 아악
=[댓글=
[ㅋㅋ어림도없지]
ㄴ[크아악]
[바로 저번에 방송 하지않음? 스크림 메이커란 빌런 조지는거 했었잖아]
ㄴ[그런건 테러가 아니야!!!]
ㄴ[당하는 스크림 메이커 입장에서는 테러였겠지... 빌런감수성을 좀 기르고 오세욧!]
[게이야 테러를 하는게 범죄지 테러를 안하는게 범죄겠냐고 아ㅋㅋㅋ]
[걍 포기하고 언젠가 오겠지 하면 온다ㅋㅋㅋㅋ]
[ㄹㅇ다른 이상한 놈들 테러영상만 ㅈㄴ올라오고 근본인 망고만 안올라옴 아ㅋㅋ]
[임마는 걍 테러를 안함ㅋㅋㅋㅋㅋㅋㅋ]
*
[ [망고단 선언문] 수고하셨습니다, GOAT]
(대충 에고스틱이 뒤돈채 망토를 펄럭이고 있는 흑백 사진)
당신의 헌신과 열정이 대한민국의 능력자 사회를 더 높은 곳으로 도약시켰습니다.
이젠 비록 당신이 곁에 없지만, 당신이 없는 미래에도 우리는 당신을 그리워할것입니다.
지금까지 수고하셨습니다, GOAT
이제 편히 쉬소서.
-2000년대 대한민국 최고의 빌런, 에고스틱(Mangostic)을 기리며.
=[댓글]=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GOAT]
[당신과 같은 세대를 살아서 행복했습니다 고트시여. 하늘에서 편히 쉬세요.]
[망고의 시대에 살아서 영광이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눈물 흘리면서 개추]
[아니 ㅅㅂ 에고 안죽었다고!!! 왜 죽이는데 미친놈들아ㅋㅋㅋㅋㅋ]
ㄴ[하아? 방송을 안키는데 살아있다고? 망고가 살아있는데 방송을 안킬리 없잖아?]
ㄴ[어이어이... 망고가 우리곁을 떠난지 벌써 3개월인데,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한거냐.]
[망고 미국보내지 말라고ㅅㅂㅋㅋㅋㅋ]
[에고스틱, 보이십니까? 당신이 그리워, 당신이 너무나도 그리워, 결국 미쳐버리고 만 중생들입니다. 유일한 해결책은 테러입니다.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아니 매번 꼬박꼬박 텀 수개월인거 알면서 왜 못기다리고 이러고 있는데... 그동안 현생 좀 살다가 오면 되는거 아님?]
ㄴ[하아?]
ㄴ[나한테는 망고가 <인생>이다]
ㄴ[별먼지 팬카페 첩자 검거]
ㄴ[지금 상황파악이 안돼? 망고가 없으면 현생을 못산다고!!!]
ㄴ[말이 수개월이지 저번 테러 이후로 지금 ㅈㄴ지났잖아 마지막 테러가 그 일본빌런이랑 합작한거 아님? 그때가 벌써 언젠데ㅋㅋㅋㅋㅋ]
[에고스틱이 없으면 대한민국 망한다고~]
*
[유입들 꼴받는 점 ㄹㅇ...]
라때는 말이야 망고가 한번 테러하면 어? 다음번은 언제일지 기약도 없었다 이말이야
심지어 이런 팬카페같은거 있지도 않았어서 걍 종합속보 커뮤 눈팅함ㅋㅋㅋ
그때랑 비교하면 땍!!! 얼마나 편해졌는데 유입들은 그걸 몰라요ㄹㅇㅋㅋ
근데 여전히 좆같긴함 ㅅㅂ갈수록 방송을 안키는거같아 아악
=[댓글]=
[순혈망고단 ㅇㅈㄹ 들으니까 예전 생각나네 그때 에고가 다리 부쉈을때ㅋㅋㅋㅋㅋ]
ㄴ[그때 ㄹㅇ 에고스틱 욕 존나 쳐먹었어서 망고단들 다 끈끈하거 뭉쳤음ㅋㅋㅋ 아니 지들이 돈받아놓고 왜 우리 에고한테 지랄한거냐고ㅋㅋㅋㅋ]
ㄴ[다리 무너진덕에 한은그룹 괴물 물에빠져 죽었을때 여론 180도 변화가 웃기긴 했음ㅋㅋㅋ]
[망틀딱들 또 자기들만 아는 옛날얘기함...]
ㄴ[망틀딱 ㅅㅂㅋㅋㅋㅋㅋ]
[이게 개소리인게 ㅅㅂ 에고스틱 옛날에는 테러 존나 자주함. 처음 배 기차 비행기 이게 다 몇주간격으로 벌어진걸껄? 에고스트림 구성하더니 이후로 벌어진거지]
ㄴ[ㄹㅇ인게 예전에는 테러 ㅈㄴ많이함ㅋㅋㅋ]
[씁 슬슬 카페 불탈 조짐이 보이는데 탈갤해야 되나?]
[망고스틱 너가 테러 안하니까 사이트 곱창나잖아!!! 제발 테러좀 해!!!!!]
[근데 궁금한게 에고 얘 ㄹㅇ 뭐하길래 매번 빌런이 테러도 안하고 늦는거냐?]
*
***
"아이고, 제가 한게 뭐가 있다고.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옛말에 짐승도 은혜를 안다고 하였거늘, 제가 이를 어찌 넘기겠습니까? 결초보은(結草報恩)이라, 이 일은 잊지 않겠습니다. 친우시여. 하하!]
카테달에서 돌아온 이후.
내가 보내준 파일을 확인한 것인지, 곧바로 교환했던 번호로 전화를 걸어온 리 샤오펑과 난 통화를 하고 있었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 이 은혜를 꼭 갚겠다고 말하는 그.
그래. 이렇게 나올줄 알고 있었다. 얘 컨셉상 이런걸 받고도 그냥 고맙다 한마디로 퉁치고 넘길만한 인물이 아니거든. 무조건 갚으려 하겠지. 호걸이 되기 위해서라면.
그걸 제외하고는 뭐, 대충 내가 가진 잠재력을 깨닫고 친해져서 나쁠게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일수도 있고. 늘 말하지만, 난 카테달에선 의도적으로 내 스스로가 뭔가 비밀이 많고 강한것처럼 보이게 유도한다. 늘 폭탄 정보를 푼것도 그런 것들의 연장선이고.
하여튼 역시나 계획대로 리 샤오펑이 나에게 호의적이게 됐으니 됐나.
...심지어 생각보다 더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서 나도 모르게 움찔하게 될 정도였다. 아마 그의 계산적인 성격을 생각해봤을때 이것또한 연기겠지?
어쨌든 내가 넌지시 던진 3자 연합에 대한 떡밥에도 그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채, 서로 시간날때 만나서 술한잔 기울이기로 하고 끝난 통화.
"휴우..."
그렇게 휴대폰을 귀에서 내려놓아, 주머니에 넣은 이후.
통화를 위해 잠시 베란다 밖으로 나가있던 나는, 그대로 난간에 팔을 걸쳐 밖의 풍경을 내다보았다.
좋아, 계획대로 잘 되고있다. 동아시아 빌런 연합의 결성이 눈앞에 보이는 느낌.
만약 이게 이루어진다면, 대한민국은 이전보다 조금 더 안전해질거다. 아무래도 국제적인 아군이 있는게 없는것보단 낫지 않겠어?
...빌드업이 좀 길긴 했지만, 하여튼 성공했으니 다행이지. 특히 원작에서 일본과 중국에서 건너온 빌런들때문에 개판나는걸 생각하면 이건 필요한 일이다.
사실 국가적으로 정부단위로 힘을 합치는것도 아니고 빌런들끼리 연합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은... 그 빌런들이 사실상 각국의 정상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과 다름이 없으니 뭐 그게 그거 아닐까?
물론 이거 이루기 위해 준비하느라 테러를 안하고 있었다는 사소한 프라블럼이 있었긴 했지만, 이건 별 문제는 아니였다. 지금 나라 구하는게 먼저지, 그러게 중요한게 아니다 이말이야.
"뭐... 그래도 이제 어느정도 다 해결됐나."
나는 턱을 괸채 허공을 멍하니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제 우리 에고스쿼드 애들도 2기생들 슬슬 뽑기 시작했고, 협회장도 만나 협력에 첫발을 들였다.
거기에 카타나와 리 샤오펑을 엮어 출범할 동아시아 빌런연합도 슬슬 윤곽이 보이는 상황.
지금까지 내가 오래도록 준비해온 것들이, 하나씩 다 자리를 잡아가려 한다.
그러면 이제 슬슬 내가 하고 싶은걸 해도 되지 않을까.
"...그래. 이제 슬슬."
테러를 하나 하자.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휴대폰 내 달력을 살펴봤다.
내 현재 모든 계획의 중심이자 뭐 하려는걸 다 꼬이게 하는 월광교 게이트가 D-DAY로 설정되어 있는 상황.
아직 몇달이 남았으니, 스타더스를 특훈시키기엔 충분한 상황이다. 특히 다다음번에 리 샤오펑과 나중에 만나서 또 콜라보 테러를 한다면, 그녀의 능력 강화엔 충분하겠지.
즉.
이번 한번은, 스타더스를 상대로 다른 빌런 대리고오는거 말고 내가 원하는거 한번 해봐도 되는거 아닐까...?
나는 스케쥴을 살펴봤다.
아마 내가 알기로 '그 빌런'이 오는 날이 이쯤이니, 그때 전에는 시간이 좀 남은 상황. 오랜만에 스타더스를 만나 테러 하나 후딱하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은 상황이다.
...스타더스를 만나고 싶어서 하는거까진 아니고, 어디까지나 다른 부과적인 이유들로 하는거다. 응.
"좋아..."
그렇게 나는, 새로운 테러 계획을 머릿속으로 떠올리기 시작했다.
좀 옛날 스타일로 가볼까나.
***
히어로에게 있어서, 스스로의 싸움을 복습하는건 굉장히 중요하다.
만약 방송국 등 영상매체로 자신의 전투과정을 복기할 수 있다면, 이를 당연히 활용해야 하는 법.
그래야 '이땐 이렇게 피했어야 했구나.' '이땐 이렇게 공격을 넣었어야 했구나.'하고 성찰 및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법이다.
협회에서 권장하는 훈련법의 일종이기도 했고.
그렇기에 스타더스는, 오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남는 시간을 활용해 자신의 전투 영상을 보고는 했다.
이번에 다시 확인하는 영상은 저번에 서울 무역센터가 마왕성으로 변신한, 그녀에게 있어서 상당한 위기였던 사건. 마왕이라는 놈이 나타났던 테러다.
스타더스, 그녀가 거의 질뻔했을 정도로 강적이었던 만큼, 이 영상은 꼭 주기적으로 한번씩 확인해서 스스로의 실력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었다.
[하여튼, 고생하셨는데 좀 쉬고 계세요. 제 아치에너미가 제가 아닌 다른 빌런한테 쓰러지는게 말이 되나요? 나머지는 대충 제가 처리해드리죠.]
"..."
...물론, 늘 그녀가 집중해서 보는것은 싸움 자체이기 보다는 마지막에 에고스틱이 날아와 마왕 앞에서 그녀를 대신 막아주는 장면인것처럼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착각이었다. 착각.
"흠, 흠."
그렇게 오늘도 약간 붉어진 얼굴로, 복기를 마친 그녀.
...저때 에고스틱이 한 말은 언제 들어도 그녀를 부끄럽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참, 자기가 히어로야 뭐야. 싫다는건 아니지만...
"에휴..."
그렇게 영상시청도 다 끝내고, 모니터를 끈 그녀.
오늘도 자신도 모르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에고스틱이 나오는 영상을 보던 그녀는, 어느덧 팔짱을 끼고 의자에 기댄채 뾰루퉁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그래서.
얘는 대체, 언제 돌아온단 말인가?
에고스틱이 마지막으로 얼굴을 비춘지도 벌써 몇달이 흘렀다.
저번 스크림 메이커 사건때 포스트잇 남기고 떠난 이후론,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도 알 수 없는 상황.
...에고스틱은 언제든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스타더스 그녀가 뭘 하는지 알 수 있을텐데, 왜 자신은 그가 뭘하는지 모르단 말인가. 이건 불공평한거 아니야?
그렇게 책상끝을 톡 톡 두들기며 생각에 잠긴 그녀는, 한숨을 쉬며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대체, 언제 와....."
그리고 그녀는 그때까지만해도 몰랐다.
자신이 에고스틱을 곧 보게 된다는 사실을.
ep.245
[스타더스가 공격합니다! 네! 한방! 빌런 세븐와트가 한방에 쓰러졌습니다! 도시는 안전합니다 여러분!]
"흠..."
-탁.
나는 화면에 나오는 영상을 멈춘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
바로 어제자 뉴스 방송.
또 언제나처럼 서울 도심 한복판에 나타난 빌런, 노란 쫄쫄이를 입은 세븐와트라는 놈.
...그리고 뉴스는, 그런 놈을 주먹 한방에 쓰러트리는 스타더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금발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주먹을 위로 치켜든 스타더스의 모습이 멋지긴 했지만, 그게 중요한건 아니였다.
중요한건 원작에서는 상대하는데 나름 고전했던 저놈을, 스타더스가 한방에 잡아버렸다는 것.
사실 뭐 이게 한두번도 아니다. 애초에 지금 시기에 도시들이 주기적으로 안 불타는것만 하더라도 스타더스가 원작에 비해 아주 성장했다는거지.
얼마나 성장했냐면
다음 월광교 이벤트까지는, 아무래도 극복할 수 있을 것같은 정도로.
"....."
나는 곰곰히 분석해봤다.
월광교 게이트. 전세계 각지에 포탈이 열리며 괴물들이 웨이브 형식으로 쏟아져나오는 2페이즈의 최종 보스.
내가 늘 이 이벤트를 제일 경계했던건, 너무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쳐서였다. 서울 하나만 공격받으면 몰라, 전국에 괴물들이 튀어나오는데 이걸 무슨 수로 막겠어? 원작 분위기가 2페이즈 기반으로 바뀌는건 다 이유가 있는거다.
...물론.
나는 다, 계획이 있긴 했다. 이걸 막을 계획이.
그런데 문제는 그게 쉽지 않다는 것.
적어도 테러가 어느정도 시작된 뒤에야 막을 수 있을거라고 추측된다.
즉 그때까지는 공격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것.
그래서 내가 PMC도 만들고 협회장한테 벙커도 지으라하고 그러는거 아니겠나. 시간을 벌어야한다. 내가 계획을 실행할때까지, 버텨야한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서울이겠지.
"...."
서울 역시 온갖 괴물들이 각종 도시마다 튀어나오는건 같지만, 월광교놈들이 메인 게이트를 여는 곳이 여기라 특별히 강한 놈들이 튀어나온다. 즉, 이놈들은 어지간해선 스타더스가 상대해야된다는 것.
문제는 이게 게이트가 온 사방 팔방에 열려서 게이트마다 거리가 꽤 된다.
그리고 그걸 막기 위해선, 멀리 있는 위치까지 빠르게 날아가는게 중요하고.
"....스피드라."
그래.
요컨데 비행 능력이 꽤나 중요해진다는 것.
서울의 저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최대한 빠른 시간안에 날아갈 수 있는 스피드. 그게 필요하게 될거다. 너무 늦으면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상황이 다 끝나있을 수 있으니.
그런데 문제는 지금의 스타더스는 힘만 쎘지, 딱히 스피드와 관련된건 뭐 없다는 것.
애초에 내가 그녀를 다른 강한 능력자와 싸우는게만 했었지, 딱히 그녀의 비행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테러는 한번도 없었다. 물론 지금도 빠르긴 한데... 좀 더 자극시키면 스타더스가 하늘을 나는 속도도 더 빨라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기에 지금, 내 다음 테러의 컨셉이 정해졌다.
"어차피 힘은... 일단 지금은 넘치도록 쎄니까."
나는 세븐와트를 주먹 한방으로 무찌른 스타더스의 모습을 보며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사실 아직도 부족하긴 하다. 스타더스는 여기서 더 강해질 수 있고, 더 강해져야만 한다.
하지만 일단 지금 당장 이차원의 괴수 정도를 막기엔 충분해 보인다.
어차피 그놈들은 개체 하나하나가 강하다기보단 물량빨이기도 하고...
'게이트에서 튀어나올 제일 위험한 그놈도, 충분히 상대 가능할 것 같으니까.'
"좋아."
생각을 마친 나는 그렇게 혼자 선언했다.
이번 테러의 메인 테마는... 스피드다!
거기에 시민들까지 엮는다면 나쁘지 않을 것같네.
그래, 그럼 이제 이건 됐고...
자세한 계획은 나중에 짜기로 결정한 나는, 일단 당장 곧 다가오는 일부터 알아봤다.
월광교야 내가 계속 차근차근 막아설 준비를 하고 있는 메인 보스고, 그놈말고도 미리 처치해야될 빌런들은 꽤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이놈.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탁자 옆에 인쇄된 종이에 박혀있는, 한 빌런의 프로필을 들어올렸다.
"...."
쓰읍.
역시 아무리봐도 이놈은 나 혼자서 못잡는데.
...그리고 그게, 잠시간 고민한 내가 내린 결론이였다.
아니, 말그대로 나 혼자서는 못잡는다. 나 뿐만이 아닌,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 전원중에서 이놈을 쓰러트릴 수 있는 놈이 없다.
애초에 상성자체가, 스타더스 말고는 쓰러트릴 수 없게 설계되었거든.
그러면 그냥 스타더스보고 쓰러트리라하면 되는거 아니냐... 하면 뭐라 할말이 없긴 한데. 문제는 이놈이 좀 많이 강하다. 지금의 스타더스로는 이기기 힘들 정도로.
...누군가의 도움이 없다면 말이지.
"....."
...그래.
일단 이건 나중에 생각하고, 당장의 테러부터 생각해볼까.
자고로 일류 빌런이란 한번의 테러를 계획할때도 정성을 담아 하는법. 이 테러의 미학을 일반인들은 모른다...!
하여튼 난 그렇게 혼자 초벌을 짰고.
이내 며칠후.
에고스트림 대 회의실.
"하암, 오빠. 이번엔 뭐예요?"
거대한 탁자를 주위로, 모두가 모인 그자리.
나는 거기서.
아주 진지한 목소리로, 모두에게 말했다.
"서울에 미사일을 떨어트릴꺼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