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놈들이 그들을 다 쓰러트리고, 이제 이 위로 올라오고 있다고."
"네. 송구하옵니다. 일단 아래로 마법들을 날려보고는 있는데, 별로 효과가 없는 모양이라..."
"괜찮느리라 아해여. 뭐 어떠리."
놈들은, 어차피 이곳에 온다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미 월문은 열렸다. 재앙은 시작되었다. 놈들이 뭔 짓을 해도, 월광의 진격은 막을 수 없다.
오히려 스스로 죽기위해 날아드는 불나방처럼 이곳으로 온다하니,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제 손으로 찢어발길 기회인데.
"오라해라, 어차피 그들의 묘지가 이곳이 될 뿐, 그게 끝일 뿐 아니겠느뇨..."
그렇게 천월황은, 오만함에 물든 채 그리 생각했다.
"...."
그 아래에서, 자신이 무시하고 버렸던 달의 무녀. 백은월이.
그조차 모르는 기묘한 푸른 술식을 손에 두른 채,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ep.270
어두운 하늘 아래 묵직하게 솟아있는 거대한 탑.
낮이 밤으로 변하던 그 순간, 어떤 건물이 검은 연기로 둘러싸이더니 그 이후 순식간에 생겨났다는.
월광교의 거점. 일명 월광의 탑-이라는 그곳에서.
나와 은월이, 거기에 스타더스까지 함께. 우리는 그곳의 꼭대기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이 위에, 월광교주가 있을 걸 알았기에.
사실상 나는 중간중간 순간이동도 섞어가며 날고있는 거였긴 한데, 하여튼.
물론 월광교 쪽에서도 우리가 오는걸 알았는지, 온갖 방해가 날아오긴 했지만... 스타더스와 은월이의 힘으로 전부 막아냈다. 한쪽에는 별의 신의 딸에, 다른쪽에는 달의 신의 딸에. 든든하다 든든해.
참고로 이 모든건 방송중이었다.
곧 있을 전투를 대비해 채팅창은 안보고 있긴 한데... 시청자수가 난리통임을 감안하면 굉장히 높았다. 아니, 그냥 역대 최고 시청자라 봐도 무방했다. ...아무래도 외국쪽에서도 인터넷 멀쩡한 몇몇은 보고있는 모양. 방송 제목부터 이 재앙을 시작한 그 교주란놈을 죽이러 간다고 해서 어그로가 끌린건가.
하여튼 그렇게 우리는 밤하늘의 공기를 가른 채.
마침내, 탑의 꼭대기에 도착했다.
"하아...."
거대한 탑의 옥상.
난간하나 없이 평평한, 마치 검은색으로 덮힌 운동장같은 그곳에서.
나는 마침내, 처음으로 놈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아해야... 왔느냐."
이 세계의 꼭대기에 서있는 빌런이자, 원작에서 제일 영향력있던 빌런 1, 2등을 늘 다투던.
월광교의 교주이자 마법의 대가, 달의 신을 신봉하는 광적인 인물.
월광교주 천월황.
그의 모습을.
-탁.
우리가 막 발을 놓은 탑의 꼭대기 저 끝에, 하얀 도복을 입은 신도들 사이에 둘러쌓여. 무언가 뒤에 거대한 마법진들 수십개와 연결되어 있는 노인.
그림으로만 보다가, 직접 보게되니 더욱 느껴지는 그의 심상치않은 기백.
그렇게 내 뒤에 스타더스와 은월이가 서있는 상황에서.
나는 피식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처음 보겠습니다, 월광교주. 에고스틱입니다. 여러분, 이쪽은 월광교주입니다. 이 모든 난리를 일으킨 장본인이자, 사이비 종교 수장이죠. 대충 달의 신은 병신 한마디 해주면 여러분을 잡아 죽이려 할겁니다."
중간에 카메라를 보며, 그렇게 얘기하자. 느껴지는 그의 꿈틀하는 기색.
"네이놈, 감히 어디서 높으신 분께!"
"...그만."
물론 옆의 신도들이 오히려 발끈하며 마법을 일으키며 덤비려 하기에, 교주가 손을 들어올려 그들을 막아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네놈들."
"괜찮습니다, 스타더스씨."
...물론 내쪽도 놈들을 보며 이를 가는 스타더스를 말려야하긴 했다.
다행히 내 말을 듣고 그녀또한 순순히 일단은 멈추긴 했지만.
잠깐. 이거 전세계에 생방송중인데 히어로가 빌런 말 듣고 순순히 물러나는 그림을 보여도 되나?
...그래. 긴급상황인데 그런걸 누가 신경쓰겠어. 일단은 눈앞의 적에 집중하자.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물러나는 스타더스에게 슬쩍 귓속말로 말했다.
"...조금만 참아주세요, 스타더스씨."
어차피 곧, 당신이 나서야 할. 당신만이 나설 수 있는 순간이 올테니.
미리 설명을 한 덕분일까. 일단 뒤로 물러나준 스타더스를 뒤로하고.
나는 다시 월광교주를 보며 그에게 말했다.
"그래서, 교주...아니지, 천월황씨. 세계를 개판으로 만들고나니 행복하십니까?"
"네 놈... 하 그래. 옆에 배신자한테 들었겠구나. 행복? 아해야. 세계를 달의 신의 뜻대로 정화하였는데, 충만하지 않을 수가 있겠느냐?"
일그러진, 처음으로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렇게 말하는 천월황.
그리고 이내 그의 뒤에 떠있는 마법진들이 더욱 빛남과 동시에.
그는 내 쪽을 분명하게 바라보며, 선포하듯 외쳤다.
"여기서 다시한번, 분명히 말하마."
"네놈들이 여기서 무엇을 하든, 절대 이 월문들을 막을 수는 없도다."
"이미 차원의 벽은 뚫린지 오래이니, 달의 피조물들... 네놈들의 말론 괴수들. 이들은 영원토록 이 세계로 넘어올 수밖에 없도다."
"말해봐라, 네놈 옆에 있는 백은월. 네년은 내 말에 의미를 알겠지."
"이 재앙은, 종말은. 절대 막을 수 없도다. 너희들이 모두 죽는 그날까지."
"그게 진실이다."
형형한 눈빛을 보내며, 일그러진 웃음을 지은 채.
나를 향해, 방송으로 이 모습을 보고있을 세계를 향해. 그렇게 선언하듯 말하는 그.
그리고 나또한 알았다. 그의 말이 진실임을. 저 괴수들이 이 세계로 넘어오는걸 막을 수는 없음을.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막을 방법이 없다는건 아니지.
그렇게 그의 말이 차가운 바람만이 세차게 불어오는, 검은 탑의 꼭대기를 맴도는 동안.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내 옆에서 아까부터 조용히 서있던 은월이한테 물었다.
"월광무녀... 백은월양. 저 노인의 말이 진실입니까?"
"...네. 맞는 말이에요."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답하는 그녀.
그러자 그 말을 들은 월광교주가 더욱 일그러진 웃음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래... 배신자도 아는구만. 너희는 살아남을 수 있을 방법이 없다는걸."
"그저 절망하고, 또 절망하며. 영원히... 고통에 빠지거라... 저승에서!"
그리고 그렇게 말하던 교주가.
갑작스럽게, 팔을 움직임과 동시에.
위이이이이잉-
"...잠깐!"
뒤에 있는 스타더스가 뭐라 외치던 그 순간.
그는 순식간에 팔을 움직이더니, 우리를 향해 기습적으로 마법진을 전개해 마력탄환들을 날렸다.
퍼버버버버버버버벙.
순식간에 공격으로 인한 뿌연 연기로 가득 찬 검은 옥상 위에서.
이내 한참을 공격을 퍼푸은 이후, 연기가 걷어지고 나서 보였던 건.
"...."
조용히 이를 악문채, 맨 앞에서 마력 보호막으로 우리를 지켜준 은월이랑.
"하아, 하아. 괜찮아?"
".....어, 네."
놀랬는지, 나에게 달려들어 뒤에서 껴안고 같이 넘어져있는 스타더스가 있었다.
순식간에 스타더스에게 안겨있는 상황.
...아니, 당연히 이미 은월이가 마법으로 막을 상황이였는데. 아무래도 그걸 모른 스타더스가 일단 날 지키겠다고 놀라서 달려든 듯 했다. 뭔가 미안해지네...
하여튼 역시 이정도는 막을 줄 알았다는 듯, 교주는 시큰둥하게 우리를 내려다 보며.
맨 앞에 서있는 은월이를 향해, 비웃듯이 말했다.
"그래... 그래. 백은월. 우리 월광교의 무녀였던 백은월. 배신자의 품에서 있었어도, 마법실력은 녹슬지 않았나보구나. 그래봤자지만."
"....천월황."
그렇게 교주의 말을, 고개를 숙인 채 깔끔히 무시한 은월이는.
처음으로,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교주를 향해 그렇게 이름으로 부르며 말했다.
"허허... 저놈 곁에있더니, 이젠 네놈의 애비도 못알아보는거냐."
그렇게 천월황이 어이가 없다는 듯, 말하던 그때.
은월이는 자신의 작은 손을 꼭 쥔 채, 검은 머리카락을 뒤로 늘어트린 채.
마침내 고개를 들어, 붉은 눈동자로 교주를 마주치며.
더이상 떨지않고, 그의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당신은, 내 아버지가 아니야. 이, 이... 쓰레기 새끼야!"
마지막에 눈을 꼭 감은 채, 그렇게 소리치듯 말한 그녀.
...우리 은월이, 많이 컸구나. 드디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그 트라우마 상대에게 욕도하고.
그렇게 내가 여전히 스타더스에게 껴안겨 누워있는 채 눈물을 훌쩍이는 동안, 월광교주의 표정은 아주 볼만해졌다.
아무튼 그것보다는.
'진짜 우리를 어지간히 만만히 보고 있네.'
나는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만 봐도 보아라. 우리가 이렇게 무방비하게 있어도, 바로 전투를 시작하기보다는 말은 다 받아주고 있는걸.
어쩌면 우리를 묶어두려는 계획일지도 있지만, 그걸 감안해도 너무 무방비했다.
절대 우리가 그를 상처입힐 수 없을거라는 자신감. 그리고 우리가 이 재앙을 절대로 막을 수 없을거라는 자신감.
...그래.
그리고 이제, 그 자신감을 부셔줘야겠지.
애초에 달의 신의 창조물인 은월이를, 마력을 잘 다루지 못한다는 이유 하나로 무시한 그에게.
진정한 마법이 무엇인지 이제는 보여줄 때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함과 동시에.
은월이는 손을 펼친 채.
그를 노려보며, 이내 똑같이 선언하듯 말했다.
"당신은... 여기서 끝이야!"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은월이는 손을 움직였다.
그와 함께. 그녀의 뒤로 순식간에 생겨나는 수십, 수백개의 마법진들.
거기까지는, 교주도 피식할 뿐이였다.
그정도로는 자신의 몸에 흠집도 낼 수 없다 생각할테니.
그러나.
"....잠깐, 뭣이?"
그의 뒤에 둘러싸듯 떠있던 수많은 마법진들이, 갑자기 붉게 점멸하며 흔들리기 시작했을 때.
그는 처음으로, 당황한 감정을 비췄고.
이내.
퍼어어어어어어엉.
그의 뒤에 있던 마법진들이 거의 다 산산조각 나며.
은월이의 뒤에 있던 수많은 마법진들이, 파랗게 빛남과 동시에.
"하앗-!"
그녀가 손을 교차시켜, 월광교주의 마법진을 흔들며. 그 힘을 빼았아. 뒤늦게 급히 공격을 시작하는 교주의 마법을 피한 뒤 바닥을 내리치며.
콰아아아아아앙-
하늘이 순간.
파랗게, 파랗게 물들었다.
그리고.
두우웅-.
공중에 떠있던 게이트들 중 몇개가,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게이트는 절대 없앨 수 없다던 그의 말과는 다르게.
"....무슨! 쿨럭."
그 모습에 당황한 월광교주가, 위를 올려다보다 순간 은월이의 마법진 해킹으로 인한 과부하로 피를 토하고.
그 일을 저질러 기력을 다한 은월이가 뒤로 쓰러지는걸.
어느세 그녀의 뒤로 간 나는, 그녀를 받혀주며.
교주를 향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당신이 만든 그 게이트인가 뭔가를, 저희가 역전시켰습니다."
뭐라뭐라 길게 설명할 것도 없었다.
난 이 모습을 지켜볼 시청자들을 대비해, 무지성으로 공격을 날려대는 놈들에게서 은월이가 한 일을 짧게 요약했을 뿐.
결론은 이제 도시 주위에 있던 수많은 게이트들은 사라지고,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만 생길거다.
게이트를 완전히 막은건 아니지만.
적어도, 당장의 재앙은 막았다.
거기에.
"네놈들..."
월광교주의 신체가 마법으로 게이트와 연결되어있던 바람에, 그에게까지 타격을 입혔고.
"교주님...!"
뒤에 신도들도 난리난 상황.
결국 그의 자만이 화를 불렀다 할 수 있다. 아니, 우리 보자마자 총공격을 했어야지 왜 시간을 줬데. 물론 그럴경우도 다 계획을 짜두긴 했지만...
하긴. 악당들만 이렇게 오버스펙으로 강한데 좀 인간적인 면 이런 식으로 보여주는게 공평하지.
그런 상황 속에서도, 교주는 입가에 피를 흘리며 웃고 있었다.
"...하하. 크흐하하. 고작 이런걸로, 날 막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느냐? 고작 이정도쯤! 며칠이면 다시 막을 수 있는 것일뿐..."
그렇게 미친놈처럼 중얼거린 그는.
이내 우리를 보며 더욱 웃더니, 갑자기 마법진을 연성하며 말했다.
"...그래. 이 힘을 벌써 쓰게 하다니, 이 정도는 칭찬해주마."
"그러나 너희들은, 이제 끝이다.."
"이 땅과 함께!"
그렇게 그가 소리치며, 마법진을 전부 다 연성한 그 순간.
구구구구구구구궁-
지축이 울리며.
그의 몸이, 검은색 점액에 훱싸이며 그림자 속에 잠긴 후, 마법진이 빛남과 동시에 사라지고.
그의 마지막 마법을 위해 에너지를 빨린 신도들은 은월이처럼 전부 쓰러져버려.
한순간에 옥상 위에는.
나와, 스타더스만이 남아있는 상황이였다.
구르르르르르르르-
하늘이 울리고, 구름 위에 보라색 번개가 치며. 딱봐도 심상치않은 상황.
그리고 그런 위를 올려다보면서, 스타더스는 주먹을 쥐고 있었다.
"...에고스틱. 이게, 너가 나한테 말한 마지막 단계인거지?"
"네. 맞습니다 스타더스씨. 이 위기만 넘기면, 저희는 마침내 이 재앙을 끝낼 수 있습니다."
본능적으로, 끝이 다가오는걸 느낀듯한 그녀.
그렇게 커다란 천둥과 함께, 스산한 강풍이 더욱 세차게 불어오는 그곳에서.
나는, 스타더스에게 말했다.
"스타더스. 당신만 믿습니다. 이제 보여주시죠, 당신의 힘을."
지금까지 내가 스타더스를 빡쎄게 키운건.
다, 오늘의 이 순간만을 위해서.
"...응. 알았어."
그렇게 내가 망토를 바람에 휘날리며, 금빛의 머리가 옆으로 날리고 있는 그녀의 푸른 눈동자를 마주하던 그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ㅡ!
태어나서 들었던, 제일 큰.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수평선을 가릴 정도의.
지상에서부터 구름의 끝에 닿을 정도의.
도시 전체를 그림자로 물들 정도의.
우리가 서있던 높은 탑보다, 옆으로도 위로도 몇십배는 큰.
거대한.
정말 너무나도 거대한, 원형의 소용돌이같은 게이트 하나가.
구오오오오오오오오오-
탑의 저쪽 편 앞쪽에서, 우리 모두를 가리며.
압도적인 크기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
마침내, 재앙의 마지막 페이즈였다.
ep.271
대한민국의 빌런 에고스틱.
그는 월광교와의 전투 전, 방송을 틀었었다. 그와 대한민국의 히어로 스타더스가 같이 월광교주를 맞서는 영상을 생중계하는 방송을.
그리고 그 방송은, 그가 월광교와의 전투 진행 상황을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알리기 로 시작했겠지만...
"야, 크리스."
"Fuck... 우린 다 죽을거야..."
"지랄하지 말고 이 영상이나 봐봐!"
"이게 뭔데... 어! 저놈은 아까 그 할배?"
*
[에고스틱! 에고스틱! 에고스틱! 에고스틱!]
[제발 개같이 승리 제발]
[교주 진짜 최종흑막처럼 생겼네 ㅅㅂㅋㅋ 저 개새끼 저거]
[What is this place? Is it Korea?]
[에고스틱 스타더스 월광무녀만으로 쟤 막을 수 있냐? 진짜 개떨리네]
[Isn't he that fucking moonlight boomer? Go kill him man]
[応援してください 奴を倒してください!]
[加油 自我棒]
[एशियाई आदमी तुम नहीं जानते कि तुम कौन हो, खुश हो जाओ]
[뭐임 왜 갑자기 외국인들 개많아짐?]
[해외쪽은 위성 인터넷이 국룰이라더니 ㅅㅂㅋㅋ 우리보다 인터넷 잘되네 뭐임]
[장하다 K-스틱 네가 세계를 구하는걸 모두에게 보여주렴]
*
사실,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의 방송은 이미 전세계의 집중을 받고 있었다.
[속보입니다! 크림렌궁을 왠 악귀들이 뜯어먹고있어 대통령이 급히 대피를...]
게이트에 튀어나온 괴수들로, 혼란해진 세상.
아직 게이트의 근원지인 대한민국만큼 습격이 빠르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라 하나의 시스템이 마비되긴 충분한 그 시각.
살기위해 곳곳에 숨은 사람들은, 다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위해 휴대전화를 붙들고 있었고.
통신망이 파괴된 지역에선 위성 인터넷까지 써서 가까스로 그들이 알게 된 정보는.
이 사건이, 생각보다 심각하는 것이였다.
국제 협회는 본사 건물위에 게이트가 열려 개판이 나고, 총리는 실종. 대다수 나라가 현재 습격을 받아, 자국을 지키기에도 바빠 분투중. 그 결과 현재 이 사건의 주도자인,문라이트(월광교주)라는 놈이 있는 대한민국으로는 아무도 접근조차 못하고있는 상황.
특히 괴수들이 나오는 게이트가 인구수가 밀집된 지역에 더 많이 생긴다는 말이 있는만큼, 대도시일수록 피해가 커 모든 히어로들. 심지어 일부 고위 빌런들까지 협력해 괴수들로 다 죽게 생긴걸 막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들도 세계가 멸망하는건 문제니까.
그렇게 대체 어떻게 되가고 있는지 모를, 희망이라고는 거의 보이지않는 상황 속에서.
그 소식은, 빠르게 퍼졌다.
-재앙의 진원지인 대한민국에서, 한 빌런이 이 일을 일으킨 교주란 놈을 죽이러 가는걸 방송하고 있다.
그렇게 네트워크에 가까스로 접근할 수 있던 모든 이들이. 자신의 가족과, 자신의 친구와. 숨죽여 떨면서도 그 사이트로 들어갔고.
지직거리는 음성과, 낮은 해상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볼 수 있었다.
에고스틱(Egostic)이라는 빌런이, 재앙을 선포했던 그 월광교주라는 노인과 맞서 싸우고 있는 모습을.
그렇게 이 소식을 들은 모든 이들은 전부, 이 방송에 집중했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속에서의 유일한 희망이 당장은 이것이었으니까.
그렇게 에고스틱, 그 조차도 이제 너무 가파르게 올라가는 시청자 수를 보고 버근가 하고 신경을 쓰지 않는동안.
전세계 수많은 이들이, 언어조차 알아들을 수 없는 그의 방송을 주먹을 쥔 채 보고있었다.
검은 탑의 옥상 위에서 싸우고 있는 검은 모자를 쓴 에고스틱이란 남자와, 금발 머리의 여자 히어로. 그리고 무녀복을 입은 여자가 다함께 교주와 싸우는 모습을.
그렇기에 그들이 교주와 설전을 벌일때는, 모두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봤으며.
*
[아ㅅㅂ 개놀랐네]
[이와중에 스타더스 에고스틱부터 감싸는게ㅋㅋ 아 왜 내 인생도 같이걸린 심각한 상황인데 그것만 보이지]
[교주←개양아치 새끼면 개추ㅋㅋㅋㅋ]
*
교주가 갑자기 급습을 할때는, 그들도 모두 놀랐고.
그리고 무녀복을 입은 검은 머리카락의 여자가 마법진을 만들며 무언가를 한 순간.
영상 주위의 게이트들이, 그리고 그들 주위의 게이트들이 많이는 아니여도 하나씩은 사라지는 모습을 보곤.
*
[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월광무녀 백은월! 백은월! 백은월! 백은월! 백은월! 백은월! 백은월! 백은월! 백은월! 백은월!]
[교주 물로켓새끼 컷ㅋㅋㅋㅋㅋ 어딜 3류 악역같은게 최종보스인척 하고있어ㅋㅋㅋㅋㅋ]
[What the did she deleted fucking portals?]
[자 이대로만 드가자~]
*
그들은 전부, 희망을 가졌었다.
그래. 그랬었다.
"...시발. 저, 저게 뭐야."
...영상 속에서.
교주가 미친듯이 웃더니 모습을 감춘 이후.
방송에서 나오는 도시 앞에.
그 어느때보다도 거대한. 카메라에 다 담기지 않을 정도로, 하늘을 가릴 정도의 거대한 게이트가 생겨났으며.
그 너머에서.
[ 그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괴할정도로 거대한 괴수가 등장하기 전까진.
*
[?]
[잠깐 ㅅㅂ 저거뭐임]
[아니 왜 갑자기 2페이즈인데 이러지 말자고 제발]
[좆됐]
*
하얀 달이 떠있는 어두운 밤하늘 앞에 서있는 그 괴수.
어지간한 고층건물은 작게 보일정도로 크며, 하늘 전체를 가릴 정도로 무식하게 큰 날개. 존재만으로 공기가 울릴 정도의 위압감. 머리를 볼려면 직각으로 꺾어도 부족할 정도의 크기.
그리고.
마치 용과 닮았으면서도 닮지 않은, 머리에 보석이 박혀있는듯한 얼굴과.
검보라색의 기괴한 배색과 흉포한 생김새로 도시를 내려다보는, 그 압도적인 모습에.
방송을 보던 사람들은, 말그대로 전부 얼어붙었다.
"...저걸, 어떻게 이겨."
자기도 모르게 입밖으로, 이런 말이 나올정도로.
누가봐도 일단 저걸 쓰러트려야 이 게이트 사태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할 수 있을 상황.
그저 꼬리를 몇번 휘두르는 것 만으로도 도시 하나쯤은 무너트릴 수 있을 것같은, 영상으로도 느껴지는 그 압도적인 모습에 사람들이 급속도로 희망을 잃고있던 그때.
반짝-
"...어?"
슈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
이변이, 일어났다.
갑작스럽게 하늘에서 작은 노란 빛이 번쩍이더니.
노랗게 빛나는 무언가가 혜성처럼 그것의 몸통을 향해 달려들어, 마치 대포알처럼 부딪혔기 때문.
사실, 노랗게 빛난다는 점이 특이한거긴 했지만.
사실 워낙의 크기 차이가 나는 바람에, 겉보기에는 별 차이가 없어보였다.
하지만.
[ ㄲ야아아아아아아아아- !]
놀랍게도.
그 공격에, 어떤 것에도 절대로 타격을 입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그 괴수가. 흔들렸다.
고통에 찬 괴성을 뱉으며, 몇발자국 뒤로 물러나며.
목을 흔들며, 괴로워하던 괴수.
그리고 이내 날뛰기 시작하며, 용처럼 생긴 주제에 주위에 마법진을 생성하며 건물들을 부수며 난동을 피우기 시작한 그것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피하며, 노랗게 빛난 채 날아다니는, 대한민국의 스타더스란 히어로가 계속해서 맞서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다시금 생각했다.
이거,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
"흐아아아아아!"
[ 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
어두운 하늘, 차디찬 겨울의 밤공기.
그리고 그 앞에 서있는 압도적인 크기의 괴수.
자신보다 수백, 수천배는 더 큰 그것을 상대로.
스타더스는 그야말로 이를 악물고 홀로 맞서 싸우고 있었다.
휘이이이이이익-
지이이이이잉
-퍼버버버버버버버벙
"크흑...."
놈이 팔을 휘두르는 바람만으로 떠밀려갈 정도로, 한방 한방이 죽음으로 가득 찬 그것의 공격.
거기에 포악해보이는 이성이 없게 생긴 용대가리와는 다르게, 대체 어째서인지 마법까지 쓰며 자신을 압박하고 있는 그것.
그렇게 한대만 맞아도 바로 즉사할 것 같은 상황속에서도.
스타더스는, 지금까지 쌓아올렸던 모든 힘을 다해 그것과 맞서고 있었다.
스타더스씨. 잘 들으세요. 이번만 막아내시면, 이 모든 것이 끝날겁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지상을 박살내가며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놈을 엄청난 속도로 피했다.
그리고 이내 최대한 빠르게 치고 빠지며, 놈의 몸쪽을 노란 별빛의 힘으로 빛나는 주먹으로 전력을 다해 쳤다.
아마 저놈은, 오직 스타더스. 당신만이 쓰러트릴 수 있을겁니다. 다른 능력자들로는 안될거예요.
당신만이, 저것에게 타격을 입할 수 있을겁니다.
"흐아아아아아!"
콰아아아아아앙.
이내 놈의 단단한 살갗과 그녀의 주먹이 부딪히자, 마치 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노란 섬광이 쳤다.
다시 울부짖으며 괴로워하는 놈.
그녀는 그렇게 다시금 공중에 뜬 채, 이제는 호흡을 가다듬을 때도 없이 다시금 날아오는 놈의 마법 공격을 피했다.
지금까지 그녀가 맞서왔던 그 어떤 적보다, 무식할정도로 강하고. 이길 수는 있을지. 그런게 가능한건지 의심부터 되는 적.
분명, 이길 수 없어보이는 놈입니다. 하지만...
그아아아아아아-
다시금 천지가 뒤흔들릴 정도로 울부짖은 놈이 태산같은 덩치를 날렵하게 움직이며 그녀쪽으로 박아대는걸 다시 피하며, 스타더스는 손을 다시금 노란 빛으로 물들였다.
당신은 늘 그랬듯, 할 수 있을겁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렇게 그녀의 주먹이, 다시금 어두운 하늘을 노랗게 빛내던 그때.
"읏...?
[ 콰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
자연스럽게 마법진을 전개해 그녀의 공격을 막은 괴수가, 어느새 그녀의 앞에서 금방이라도 삼킬듯 거대한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녀가 미처 피하기도 전. 공격을 날리고 있던 그 짧은 순간에.
그렇게.
...그리고.
저희도 도울테니까요.
콰지이이이이이익-
놈의 입이 다물어진 그 순간,
"...휴우. 큰일날뻔했네요."
"...하아, 하아. 흥. 나 혼자서도, 하아. 피할 수 있었거든."
"네, 네. 당연히 그러셨겠죠."
누군가 그녀의 등 뒤를 껴안은 채 순간이동을 해, 괴수로부터 한참 떨어진 곳에서 웃으며 그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스타더스씨. 도우러 왔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그의 뒤에선.
"이야, 스타더스 너 오랜만에 본다?"
[크하하하! 스타더스, 오랜만에 봐서 반갑네. 이제부터 우리가 도와주도록 하지!]
"흥... 이번만 도와주는거라고. 다 죽을순 없으니."
일렉트라, 데스나이트, 사우스웨스트라는 해커소녀를 비롯한 에고스틱의 동료들과.
"스타더스...!"
"안심하게, 스타더스. 내가 왔으니 분명 전력은 수십배일테니."
"스타더스 스승님, 저희도 왔습니다!"
아이시클, 섀도우워커, 거기에 유성그룹의 Pmc 멤버들을 비롯한 스타더스 그녀의 동료들까지, 전부 와있었다.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
스타더스를 도와, 저 이길 수 없어보이는 괴수을 쓰러트린다.
오직 그뿐이였다.
"비록 저희는 놈의 시선을 끄는 역할밖에 못하고, 공격은 사실상 스타더스 당신밖에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틈을 만들어보겠습니다."
그렇게 씨익 웃으며 설명하는 에고스틱을 보며.
스타더스는 그의 품에 안긴 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 그아아아아아아아아아! ]
그렇게.
진정한 의미에서의 반격이, 드디어 시직되었다.
이 모든걸 끝낼, 마지막 싸움이.
ep.272
세찬 바람이 불어오는 밤하늘.
난 그 위의 시린 한기를 느끼며,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내 주위를.
"와, 죽겠네..."
"일단 다들 왼쪽에서 공격합시다!"
"여기로 유도해봐 여기로!"
대한민국 협회의 히어로들과, 우리 에고스트림의 빌런들이 전부 모여.
다 함께, 괴수와 맞서 싸우고 있었다.
[ 그아아아아아아아ㅡ! ]
이번 재앙을 끝낼 마지막 적인 월광의 괴물. 하늘 전체를 가릴 정도로 그 어떤 건물보다 크고, 마치 산처럼 육중한 용을 닮은 놈을 향해.
모두가.
정말 총력을 다해. 맞서 싸우고 있었다.
-화르륵.
콰아아아아아아앙.
퍼어어어엉.
하얀 달이 홀로 높이 떠있는 새까만 하늘 아래, 번쩍이는 빛과 함께 여기저기서 들리는 폭발음.
"흐으.. 오랜만에 움직이니 쉽지 않네요."
"그것보다 으음... 이녀석 생각보다 강하군...!"
하늘색 얼음을 쏘며 날아다니는 아이시클... 우리 이설아와 밤하늘을 자유자제로 누비며 그림자로 공격을 하고 있는 섀도우워커.
그리고 그런 그들 사이로, 우리 에고스트림 동료들 또한 빛을 번쩍이며 전투를 이어가고 있었다.
"이게 현대 과학의 힘이다앗...!"
괴수의 머리크기 정도는 되는 거대한 하얀색 로봇 기체에 탄 채, 킥을 꽂아넣고 있는 서은이.
"하하하하하하!"
이중에서 홀로 제일 신난듯, 몸을 전격에 감싼 채 미친듯이 웃으며 번개를 쏘며 날아다니는 일렉트라, 최세희.
[ 그야아아아아악! ]
"아니...! 얘는 좀 사알짝 무서운거 같기도오..?"
후드를 쓴 채 정신없이 거대한 괴수의 공격을 피해가며 보라색 불꽃을 날리고있는 미스트, 서자영.
[크롸아이아아아아!-]
하얀색 용의 모습으로 변한 채, 브레스와 눈보라를 날리며 놈의 주위를 날아다니면서 공격하고 있는 신룡씨. 참고로 이분이 놈의 어그로를 제일 많이 끌어주고 계셨다.
[크하하하! 내 생애 이렇게 거대한 적은 처음이로구나!]
그리고 죽지 않는다는 특성덕분인지, 겁도 없이 괴수의 어깨부분에 올라가 칼로 톱질을 하고 있는 데스나이트.
"미스트, 옆에서 보조좀 해줘!"
"흐아아아아!"
"으으... 버프!"
그리고 놈의 다리쪽에서 열심히 공격하며 괴롭히고 있는 우리 PMC 멤버들까지.
서로 전혀 연관이 없던 이들 모두가, 다 함께 모여서 하나의 적을 상대하고 있는 가슴이 웅장해지는 광경.
그래... 내가 이 모습이 보고 싶었어서 지금까지 그렇게 발빠지게 일하며 모두를 모았다.
[ 그아아아아아악! ]
이 세계의 끝을 향해가기 위해서라도, 결국 월광교라는 산을 넘어야 했기 때문에.
그리고 나 또한, 우리 힐러인 하율이를 든 채 이들을 도와 은탄과 빛의 총을 비롯한 모든 무기를 다 때려박고 있었다.
중간중간 싸우고 있는 모두의 곁에 순간이동으로 다가가, 하율이를 통해 힐과 버프를 해주는 것도 잊지 않고.
"오빠, 너무 무리하시는거 아니예요?"
"괜, 괜찮아. 하아, 하아. 이정도는."
뒤에서 하율이가 그렇게 걱정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애써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그래. 오늘을 위해 지금까지 능력을 비축해뒀으니까. ...벌써 떨어진거 같기는 했지만.
나는 머리 위의 모자를 잡은 채, 하늘 높이 떠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도시 한가운데에 우뚝 서있는 거대한 괴수.
그리고 그놈 하나를 상대하기 위해 주위에서 하늘색, 노란색, 검은색, 보라색 등 다양한 빛을 내며 싸우고 있는 수십명의 내 동료들.
사실, 나는 알고 있다.
이들의 공격이 저놈한테 큰 타격은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본적으로 능력자들의 능력에 어느정도 내성이 있는 놈이라, 모두가 이렇게까지 해도 쓰러트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쟤가 괜히 이번 재앙의 최종보스가 아니거든.
하지만.
이정도면, 놈의 시선을 끌고 방해하게 하는데에는 충분하다.
그리고 이렇게 번 시간은...
나는 괴수를 향해 날아가고 있는 어두운 하늘을 가르는 노란 빛을 보며, 조용히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
이렇게, 스타더스가 그 어떠한 방해도 없이 순수하게 공격만을 할 수 있는거지.
번쩍
콰아아아아아앙-
어두운 하늘을 밝게 비출 정도로 노랗게 번쩍이는 빛이 괴수를 중심으로 뿜어져 나오더니, 이내 터져나오는 놈의 비명소리.
[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ㅡ! ]
그래. 바로 이런거다.
원작의 저 거대한 괴수는 일명 '월광의 흉수'라 불리는 신의 창조물 중 하나.
어째서인지 이 시기쯤 월광교주가 조종하는데 성공한 저놈은, 모든 능력자들에게 내성이 있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원작에서 미국부터 시작해 전세계에 살아남은 거의 모든 S급 히어로들이 달라붙었음에도 쓰러트리지 못했을 정도로.
그러나, 스타더스는 달랐다.
스타더스는 다른 능력자들과는 홀로 능력의 기원이 다른 이들과는 달랐기에. 한 신이, 스타더스를 위해 특별히 그녀에게 내려준. 다른 초능력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별빛의 힘이기에.
그녀의 공격은, 저놈에게 공격이 제대로 박혔다.
그렇기에 내가 지금까지 이 시점 전에 그녀를 최대한 많이 성장시킬려고 그 난리를 쳤던거고.
그리고 지금.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앙.
"흐뭇하네..."
나는, 빛나는 노란색 섬광을 보며 나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래. 스타더스는 지금 너무나도 잘해주고 있다.
지금까지 그녀가 했던 모든 노력이, 헛되지 않을 정도로.
이 전투를 지켜보고 있을 모든 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시청자 수는, 여전히 미쳤군.'
이제는 카메라를 갖고 갈 힘도 없어 대충 근처 건물 난간에 고정시켜놨음에도, 끊임없이 오르는 시청자수.
궁금해서 채팅창 한번 켜봤다가, 온갖 언어로 채팅들이 물밀듯 올라오는걸 보곤 놀라서 꺼버렸다. 사실상 전세계에서 다 보고 있구만...
그래. 어쨌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
저 월광의 흉수를 쓰러트리고, 월광교주를 다시 끌어내려 이 게이트 사태도 끝내기 위해.
그런 마음을 먹으며, 나는 다시 하율이와 함께 옥상에서 뛰어내려 육중한 몸을 휘두르는 흉수쪽으로 다시 순간이동했다.
...그래. 오늘 이거 하고 죽는다고 생각하면 되지 뭐. 인생 별거 있나.
"야, 괜찮냐?"
"난 괜찮다니까. 온김에 너나 치료받고 가라."
"참 나..."
그렇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쪽으로 날아온 최세희에게, 하율이를 시켜 힐이나 시켜준 뒤. 난 다시 베히모스를 팔에 감으며 전투를 도와줄 준비를 했다.
"다들 이쪽으로 이놈 몰아봐요!"
"어이 스타더스! 놈의 뒤가 비었으니 이쪽을 공격하게나!"
그렇게.
"데식이 아저씨, 여기 좀 도와줘요!"
"에고스틱, 그쪽으로 미사일 쏠테니 좀 피해보실레요?"
시간이 지나고.
"...이익!"
"흐아아아아아!"
[ 그아아아아아아ㅡ! ]
상대할 수 없을 것만 같던 적을 상대하던 전투도.
마침내,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곧 쓰러질 것 같은 내 끝도 보이기 시작했다.
살려줘.
****
"하아, 하아..."
번쩍. 번쩍.
콰아앙. 콰아아아앙-
[ 끄아아아아아ㅡ! 끼에에에에에ㅡ!]
"다들 조심해!"
퍼엉. 퍼어어엉.
"크으윽..."
어두운 하늘.
그 사이를 날며, 스타더스는 침음을 흘렸다.
어느덧 꽤나 장시간 이어진 전투.
조작된 검은 하늘로 인해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벌써 한참이나 지난 듯 했다.
괴수와의 전투로 무너진 도심의 폐허가, 벌써 엄청나게 커졌으니까.
그러나 그렇다고 소득이 없는 것도 아니였다.
아니, 사실 꽤나 많았다.
마침내 저 괴수도, 곧 쓰러질 것처럼 보였으니까.
[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ㅡ! ]
보라색 눈을 빛내며, 하늘이 찢어질 정도로 울부짖는 산처럼 커다란 용 형태의 괴수.
놈의 날개도 한쪽은 이제 완전히 뜯겼고, 몸도 상당수 붕괴가 일어나서인지 지쳐보였지만.
그래서인지 오히려, 더욱 포악해진 모습이었다.
[ 끄에에에에엑ㅡ! ]
"크흑..."
"이보게 거기 히어로 양반! 괜찮나?"
...그리고, 놈이 이젠 집중적으로 자신만 노리고 있기도 했고.
스타더스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마법진들의 공격과 괴수의 돌진을 피해 하늘에 곡예를 그리듯 날며, 그렇게 숨을 가파르게 쉬었다.
"어이, 이쪽이다!"
"아오! 저 여자 그만보고 내쪽을 보라고...!"
그리고 그러는 사이 괴수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에고스틱의 동료 빌런들과 동료 히어로들.
...사실, 이들이 아니였으면 그녀는 진작 놈의 공격을 홀로 받고 쓰러졌을거다. 저들이 자신으로부터 저 괴수의 관심을 분산시켜준 덕분에, 최대한 체력을 아끼고 공격을 할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그것도 한계.
저 괴수는 이제 자신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사람이 누군지 완전히 깨닫았고.
그 결과, 스타더스 자신만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른 이들도 이젠 지쳐서인지, 자신과 마찬가지로 다들 동작이 처음보다 느려진 상태.
"흐으, 하아, 하아..."
그리고, 저쪽편에서 하늘을 날고 있는 에고스틱은 거의 다 죽어가고 있었다.
...중간에 마주쳤을때 쉬라고 했는데도 말을 안듣고, 계속해서 있는 모습. 저대로면 진짜 큰일 날 수도 있어보인다.
'그래...'
아무래도 이제 슬슬, 끝내야겠다.
아니. 끝내야만 한다. 더 시간을 끌면, 여기있는 모두에게 큰 위험이 닥칠수도 있으니까.
'...저 괴수의 상태도, 이젠 거의 한계인거 같으니...'
물론 자신도 이젠 한계였지만.
마지막, 마지막 힘을 끌어써 강력한 한방을 날리면. 이제는 되지 않을까.
"하아, 하아...."
그녀는 자신의 주먹쥔 손을 중심으로 밝게 타오르는, 태양과도 같은 힘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그렇게 그녀는 지쳐보이는 모두-특히 에고스틱의 모습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고.
마침내.
"흐아아아아아아-!"
그녀는 자신의 전력을 다해, 이를 악물고 놈을 향해 주먹을 내쥔 채 달려들었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ㅡ
그녀의 주먹이 괴수의 몸과 닿음과 동시에.
눈이 타버릴 정도로 노랗게 밝은 빛이, 온 도시를 순간 밝히며.
[ 아그아아아아아아아악ㅡ! ]
거대한 괴수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귀를 찢어버릴 듯 울려퍼지며.
마침내.
길고 길었던 이 싸움이, 끝이 났다.
***
"와우..."
[ 그어어어어어어어ㅡ ]
하늘 위.
나라 전체를 밝힐 정도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온 이후.
나는 처절한 마지막 단말마를 내지르며, 가루로 돌아가 붕괴하는 괴수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래.
드디어, 드디어 끝났다.
이 끔찍하게도 길었던 싸움이, 드디어.
"하하... 다행이네."
"오빠? 오빠! 정신 차려요!"
"괜찮아. 아직 안쓰러져."
나는 내 옆에서 다급히 날 부르는 하율이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피하다가 부딪혀서인지 머리에서 피 좀 흐르고, 입에 피만좀 나는 것만 빼면 괜찮다. 그마저도 하율이가 고쳐줘서 괜찮고.
그리고 지금은 버텨야한다.
아직, 모든게 완전히 마무리된건 아니니까.
난 그렇게 하율이를 안전한 곳에 맡겨놓은 이후,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에고스틱. 왔어?"
"스타더스씨."
난 다시,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옷이 좀 찢어졌고, 몸은 지쳐보였지만.
그래도 멀쩡하게 서서, 나를 향해 살짝 미소짓고 있는 스타더스. 그녀의 모습을.
"오빠아아! 몸은 좀 괜찮아요?"
"어. 괜찮아."
그렇게 내 주위로 달려오는 서은이를 가볍게 안아준 후, 나는 다시 눈을 돌렸다.
우리가 이곳에 내려온 이유는 단 하나.
"쿨럭..."
괴수가 서있던 곳 중심으로 깊숙히 파여있는 크레이터. 그곳에 월광교주, 놈이 땅에 쓰러져 있었기 때문에.
그래.
이제 이놈만 처리하면, 이 모든 것도 끝난다. 하늘이 다시 밝아지겠지.
난 그런 생각을 하며, 스타더스에게 다가갔다.
표정을 굳힌 채 그쪽을 바라보다,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그래. 이제 슬슬 끝낼때가 됐다. 이 지긋지긋하게 길었던 놈과의 인연을.
근데 뭐. 이제 힘 다쓴 저 교주가 뭘 할 수 있겠어. 그냥 얌전히 죽어야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스타더스와 함께 자연스럽게 놈이 쓰러져있던 그쪽으로 다가갔다.
지팡이를 짚은 채, 다리를 후들거리며 한쪽 무릎을 꿇고 피를 흘리고 있는 그.
"네... 네이놈들..."
아직 정신은 멀쩡한지, 다가오는 우리를 보곤 그렇게 말하는 그에게 난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자. 이제 당신의 지랄도 끝났군요. 뭐 더 있으십니까? 최종병기도 다 쓰신 모양인데."
"네놈들... 네놈들은! 신이, 우리의 신이 기필코 복수할테다!"
"예, 예. 그러시겠죠. 참 걱정되네요."
난 그렇게 말하며, 자연스럽게 품에서 총을 꺼냈다.
그런 내 모습을 봐도, 별말은 하지 않는 스타더스.
그래. 이놈은 여기서 죽어야한다. 이 재앙을 멈추기 위해서라도. 오직, 이것밖에 없다.
...드디어 끝나는구나. 이 2페이즈의 월광교 이벤트도.
이거 막겠다고 내가 얼마나 긴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가.
그래. 마침내 우린 막아냈다.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한 잘.
이제 저 교주놈을 죽이면 해도 다시 뜨고, 게이트들도 하나 둘 사라지겠지.
난 그런 생각을 하며, 희망에 젖어있었다.
...어쩌면, 난 그랬기에 몰랐던걸꺼다.
저놈이, 마지막 한 수를 숨기고 있었을줄은.
"크흐흐... 크하하하!"
그렇게 내가 총을 장전하는 사이, 갑자기 웃던 놈은.
분명 모든 힘을 잃었을 틈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지팡이를 빛내더니, 무언가를 하기 시작했고.
"이몸이, 이대로 혼자 갈 것 같으냐!"
그리고 그 순간.
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내 몸 아래에 땅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가 급히 순간이동을 하며 몸을 피했으나.
"....어?"
내가 아닌, 내 옆의 스타더스가 있던 자리에 하얀 포탈이. 작은 게이트가 생겨났고.
그와 동시에, 스타더스의 당황하는 표정을 끝으로.
휘이이이익
그녀는, 그 너머로 사라졌다.
마치 넘어지듯, 사라지듯. 자연스럽게.
그리고 게이트가 지지직거리더니.
검은색, 분홍색, 파란색. 마구잡이로 변하는 그것.
"크하하하! 다른 아무 변칙적인 차원들과 일방적으로 이어진 문이다. 이제 저 여자는, 쿨럭. 영원히 이 세계로 돌아오지 못하겠지. 하하하하!"
그렇게 교주가 뭐라 중얼거리던 그때.
나는 순간, 머리가 새하얘졌다.
잠깐. 지랄하지마. 다 끝났는데, 마지막에 왜 이러는데. 원작에서도 이런 적은 없었잖아.
그러나 더 고민할 틈은 없었다.
그래. 일단 구해야지. 내 히어로인데.
"오빠!"
"야, 에고스틱. 자네 어디가는가!
나는 그렇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나또한 그곳으로 뛰어들어갔고.
쿠웅-
이내 문이 닫혔다.
ep.273
신하루, 스타더스.
그녀는 현재, 아주 안좋은 경험을 하고 있었다.
".....으윽."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길고 긴 전투를 끝냈을때만 해도 이제 다 끝일 줄 알았다. 다만 문제가 뭘까. 월광교주를 상대로, 마지막에 방심한 것? 아니. 그건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게 아니였다. 그녀의 초감각으로도 예측하지 못한 공격이였으니까.
결국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그놈의 순간 저지른 무언가의 공격에 맞아, 어디 장막 넘어로 넘어지는 느낌과 함께. 그대로 풍덩.
그렇게 그녀는 현재, 눈앞이 안보이는 어딘가에서 미친듯이 쑤시는 머리를 붙잡고, 몸이 이리저리 튕겨나가는걸 최대한 막고 있었다. 마치 소용돌이에 빠진 듯한 느낌. 빙글빙글, 빙글빙글 몸이 흔들리고.
이내.
"허헉!"
그녀는 마침내, 땅을 짚을 수 있었다.
"하아, 하아. 쓰읍.... 하아."
그렇게 몸을 추스르는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스타더스. 그녀가 눈을 떠 앞을 보았을때.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건.
"...?"
모든게 무너져있는, 폐허로 이루어진 세계였다.
"뭐야..? 이게..."
스타더스는 자신도 모르게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붉은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져있는 유령도시.
분명 아까까지도 괴수에 의해 거의 반쯤 무너진 서울에서 싸우고 있기는 했지만, 분명 이정도는 아니였다. 여기는 근처 건물들이 이미 오래전에 무너진 듯 먼지들이 날렸으니까.
그렇게 불길한 감각 속에서.
"하아...!"
그녀는 힘든 몸을 이끌고 하늘 위로 날아가, 사람이나 도시를 찾아 한참을 날아보았고.
그렇게 시간이 꽤 지난 뒤, 한참을 돌아다니고 나서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딜가도,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 멸망한 도시들밖에 없는 세계.
직감적으로 느꼈을때.
'이곳은 원래와 다른 세계인가..?'
그녀는, 그런 생각을 했다.
월광교주가 차원을 다룬다... 그랬던 말로 추측해봤을때... 이곳은 멸망한 다른 차원 어딘가의 세계가 아닐까.
그녀는 그런 불길한 상상을 하다가, 일단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환각일 수도 있다.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을리가...
"...."
그리고 그런 그녀의 생각은, 정차없이 걷다 만나게 된 한 표지판을 보고는 멈췄다.
"...신서울?"
도로에 표지판이였던 듯, 초록색으로 물든 표지판에 적힌 신서울이란 말.
...태어나서 처음 들은 그런 말에, 그녀는 무언가 잘못된걸 느꼈다.
아무래도.
이곳은, 자기가 알던 세계가 확실히 아닌것 같다.
***
그렇게 붉은 하늘 아래 세계를 얼마나 오랫동안 떠돌았을까.
그녀는 그나마 남아있는 건물들 사이에서, 몇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컴퓨터같은 것들은 이미 파손되어 있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기에, 그나마 믿을건 찢어진 신문들이나 책이 전부라는 문제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알게 된게 없는건 아니다.
"...."
일단, 이 세계의 연도는 지금으로부터 몇년 뒤.
즉 꽤 시간이 지난 시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자신은, 미래로 왔다는 소리인가.
미래가, 이렇게 끔찍하게 변한다고?
...아니, 그건 아닌거 같다.
"...."
반쯤 무너진 건물 안.
...아마도, 원래는 도서관라고 불렸을 그 폐허속에서. 그녀는 불타오른 잔해를 뒤져 또다른 몇가지 정보를 알아냈다.
밖의 표지판에 봤듯, 이곳은 서울이 아니라 신서울이라고 불린다는 것.
그리고 이 신서울이 준공된 시점은.
"...월광무녀의 폭풍이 서울을 붕괴시킨 이후, 무너진 수도를 유성기업의 회장 이설아가 다시 일으켰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붉은 하늘 아래, 무너진 건물의 창문 사이로 마치 노을처럼 들어오는 주홍빛 아래에서.
깨진 틈새로 들어오는 쌀쌀한 바람을 맞아가며, 그녀는 서서 종이를 내려다보며 한참을 고민한 뒤 중얼거렸다.
"분명 서울은, 그때 나와... 에고스틱이, 막아냈을텐데..."
그래.
월광무녀. 에고스틱이 동료로 삼은, 하얀 무녀복을 입고 다니는 검은 머리카락을 한 여자아이.
분명 그녀가 분홍빛 폭풍을 일으키며 서울을 습격해 자신과 섀도우워커, 아이시클이 못 막은건 사실이지만... 그때 분명 에고스틱이 등장해 무녀를 설득해 대리고 간 바람에, 서울은 무사했었다.
...그때, 에고스틱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수고했다고 한 것도 기억나는걸.
하여튼 어제 있었던 일처럼 다시 생생히 기억나는, 그런 일이였던 월광무녀 테러 사건.
그렇기에 그녀는 더더욱, 이 책에 적힌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서울은 분명 큰 타격없이 지켜냈었는데, 멸망했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이 의미불명의 정보를 계속 붙잡고 있다고 더 알 수 있는건 없다.
다른 지역에 가서, 더 조사를 해보자.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금 하늘을 날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모든걸 폐허 사이에서 닥치는대로 뒤지기 시작했고.
이내 그녀는 그 이후, 꽤나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분명 그녀의 세계와는 다르게 흘러간 과거에 대한 정보를.
[[속보]도시 4개를 붕괴시킨 S급 빌런 '세인트 페트리어스', 일명 데스나이트를 마침내 체포 완료. VK기업이 현재 깊숙히 엮인 것으로 알려져 조사중.
...에고스트림에 소속되어, 자신말고는 싸운 기록이 없던 A급 빌런 데스나이트는 어째서인지 사람 수백명을 살해한 S급 빌런으로 기록되어 있었고.
[북대서양 빌런조직 라티스, 전세계적인 침공 강행... 대한민국은 국토의 15퍼센트를 잃어. '이정도면 선방했다' 자회자찬의 의견도.]
분명 한국은 공격하지 않았을 S급 빌런 아틀라스가 이끄는 라티스는, 대한민국을 공격했던 것으로 나온다.
그렇게 그녀는 잔해속에 다 부스러진 신문들과 책을 더욱 찾아가며, 어떻게든 정보를 찾으려 애썼고.
결국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하아, 하아..."
마침내, 직감이 향하는 대로 따라간 덕분인지 무너진 서점같은걸 발견한 그녀.
지하 속 잔해에 묻혀있는 그곳에 흙을 묻으며 들어가, 창고쪽에 꽤 괜찮은 상태로 있는 시사잡지랑 뉴스 같은 것들을 꺼내온 그녀는.
"하아..."
근처 바위에 걸터 앉아, 한숨을 쉬며 그것들을 후르륵 넘겨 본 끝에.
이내, 이 세계와 원래 세계의 연도별 차이점들을 꽤 많이 찾아낼 수 있었다.
"...."
이 세계는.
그녀가 있던 세계보다, 너무나도 잔인한 세계였다.
매달 평균 수천명이 죽어나가고, 빌런들이 훨씬 강한, 국가가 존속되는게 더욱 이상한 세계.
[S급 빌런 라이노, 또 연쇄 살인 테러 감행... 피해자 수십명 전원 사망]
[[1면]S급 빌런 웨폰마스터 대규모 살인 로봇으로 서울 침공. 협회 '당장 안전한 곳으로 도망쳐라.'라고 말은 했지만... 대응 미비 지적. 한시간만에 사망자 수백명에 달해... 웨폰마스터, 차후 침공 예고에 시민들 불안 급증.]
[신서울 국토의 30퍼센트를 차지한 마계의 악마성과 데몬즈, 막을 방법은? 전문가들 '연구중이나 뚜렷한 해결책은 없어보여...']
[S급 빌런 스크림메이커 테러 이달만 벌써 닷세째... 야당 의원, '우리 국민들이 벌써 이놈에게 수천명이나 죽었는데 그러는동안 대통령은 골프치고 논거 아니냐' 발언 파문...]
라이노라는, 이름도 가물가물한 빌런은 한번 테러할때 수십명을 죽이는 놈이였고.
그녀 자신이 싸웠던 데몬즈는 원래와는 다르게 수도의 거의 절반을 검은 촉수로 정복한데다가, 에고스틱이 죽였던 웨폰마스터와 스크림메이커는 죽지 않고 버젓이 살아 수천명을 죽였다.
그리고 피해자가 큰 테러를 한 고위급 빌런들만 따져서 이정도지.
원래 그녀가 쉽게 체포했던 자잘한 빌런들도 전부, 어째서인지 이 세계에서는 잡히지도 않고 테러를 계속하고 있었다.
이 세계의 빌런들이 스타더스 그녀가 있던 세계의 빌런들보다 강하던가.
아니면...
이 세계의 자신이, 지금의 그녀보다 훨씬 약하던가.
[A급 히어로 스타더스 국민 선호도 역대 최악... 비호감 '90퍼센트'. 1순위 이유로는 무능이 꼽혀... '국민이 죽는걸 방관한 히어로'라는 평이 지배적.]
"...."
대충 사설같은 곳에 자신의 얼굴에 커다란 빨간 X자가 처져있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씁슬한 심정이 되었다. ...자신 하나 약하다고, 세계가 이렇게까지 될 수 있구나.
그러나 이보다도.
그녀가 제일 신경쓰이는 것, 제일 이해가 안되는 것은 따로 있었다.
그건은 바로.
'...에고스틱은, 어디있지?'
그래.
그녀의 아치에너미이자, A급 빌런. 테러조직 에고스트림을 설립했어야할 에고스틱은, 대체 어디있단 말인가.
그 의문을 풀기 위해 그녀는 온갖 정보를 뒤져봤으나, 그 어디에서도 에고스틱이란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다른 어지간한 빌런들은 이 세계에도 다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에고스틱만 안보이는 상황.
심지어 이름을 바꿨나 하고 다른 빌런들도 찾아봤지만, 끝내 에고스틱은 찾을 수 없었다.
[대한민국 이주신청 폭증... 하얀마녀의 대탈옥으로 무너진 한국, 다음 길은 어디인가.]
심지어 이 세계의 올해 시점으로부터 몇년 안된, 그러니까 원래 세계보다 몇년 후의 연도에서 기어코 에고스틱의 그 해커 여자애의 성장한듯한 모습마저 찾아냈으나... 여전히 에고스틱의 모습은 안보이는 상황.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걸까.
혹시 이 세계에서는... 음. 자신의 동료였던거 아닐까? 하하. 그럴리는 없나.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밖으로 나왔다.
"....하아."
그러자 보이는 여전히 붉은 하늘과, 무너진 도시.
...해도, 달도 보이지 않아 시간축을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밥을 여기와서 지금까지 못먹어서인지 체력이 부족한건 쉽게 깨닫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의도적으로 의식하지 않았지만... 이거, 내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은 있을까.
일단 뭐라도 찾아보자. 이곳을 빠져나가면, 사람 사는 곳이 나올 수도 있겠지. 신문 최신호에서는 부산을 새로운 수도로 임명했다고 되어있으니.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금 멸망한 세계 위를 날았다.
그래. 계속해서 날았었다.
"....어?"
그러던중, 건물들이 무너져 쌓여있는 마치 쓰레기장 같은 곳에서.
그 꼭대기에 등을 돌린 채 서있는, 이 세계에 와선 처음으로 본 '사람'을 발견하기 전까진.
"저기요!"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반가운 마음에, 그쪽으로 날아가며 그렇게 말했고.
그리고 가까이 다가갔을 때야, 무엇인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
긴 금발의 머리에, 붉은빛과 푸른빛이 섞인 탁한 라텍스 슈틀 입은 채 폐건물의 탑 위에 서있는 여성의 모습.
그리고 그녀 주위에서 느껴지는 위험한 아우라.
그리고.
"...뭐야."
...그런 그녀가 자신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순간.
스타더스, 신하루는 순간 숨이 멎을 뻔했다.
...분명, 지금보다 더 성숙하고, 어딘가 피곤하면서도 날카로운 모습이긴 하지만.
저건, 분명.
"...나?"
스타더스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건 또 뭐야."
그렇게 탁한 목소리의 여성의 말... 그러나 틀림없는 자신의 목소리를 닮은 그 목소리를 듣곤, 스타더스는 더욱 큰 혼란에 빠졌다.
그녀가 처음으로, 이 세계에서의 스타더스를 만나는 순간이였다.
ep.274
멸망한 세계.
그곳의 붉은 하늘 아래, 자신과 똑같이 금발 머리를 한 여자를 스타더스는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
자신보다 조금 더 탁한 금발의 머리를 한, 훨씬 성숙해보이는 모습으로 이쪽을 차가운 표정으로 보고 있는 저 여자가...
아마, 이 세계의 자신. 미래의 스타더스겠지.
...이렇게 자기 자신과 우연히 마주칠거라곤 상상도 못했던 그녀가 당황하던 사이.
이쪽을 조용히 바라보던 여자는, 별로 당황스럽지도 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환각계 마물의 잔재인가. 이 구역은 전부 처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였네."
그렇게 혼자에게 말하듯 조용히 중얼거리더니, 이내 팔을 뻗고 주먹을 쥐는 이 세계의 자신.
그러자.
쿠우우우우웅-
그녀의 손과 팔을 중심으로, 강렬한 노란 빛으로 빛나는 엄청난 에너지가 마치 건틀렛마냥 팔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공격할 기세.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 화들짝 놀란 스타더스는 황급히 입을 열었다.
"자, 잠시만요! 전 마물 같은거 아니예요."
"흐음..?"
여전히 피곤한 눈빛을 한 채, 폐건물의 산 위에서 팔에 빛을 뿜으며 그녀쪽을 올려다보는 미래의 자신.
그런 그녀 앞쪽에서 하늘을 날고있던 스타더스는, 그녀가 갑자기 공격하기 전에 서둘러 입을 열었다.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침착하게 설명해보자.
"전... 다른 세계에서 온 당신입니다! 싸우고 싶지 않아요, 전 그냥..."
그렇게 그녀가 설명을 시작하자, 잠시 공격을 멈춘 채 조용히 서 이쪽을 바라보며 그녀의 말을 듣고있는 이 세계의 스타더스.
...그렇게 스타더스는, 현재 그녀의 상황을 열심히 설명했다. 어쩌다보니 차원의 문 같은 곳에 빠져서, 이 세계에 떨어지게 되었다. 뭐 그런 이야기.
"..."
그리고 그 얘기를 듣고 있는 이 세계의 자신의 모습을, 스타더스는 조심스럽게 살폈다.
나이가 있어서인지 지금의 자신보다도 훨씬 성숙해 보이고, 어딘가 피곤하면서도 날카로운 인상으로 보이는 그녀의 모습.
무언가 삶에 지친듯하면서도... 위험한 분위기가 풍기는 현재의 자신보다 나이가 확실히 많아보이는 이 세계의 자신의 모습은 마치 남처럼 느껴졌고.
그래서인지, 스타더스는 그녀도 모르게 존댓말을 써가며 설명하고 있었다.
"...그래서. 눈을 떠보니 여기였던 거예요."
그렇게 그녀의 설명이 끝났고.
지금까지 조용히 그녀의 말을 들으며 이쪽을 탁한 눈빛으로 보던 이 미래 세계의 스타더스는.
그녀가 말한 내용에는 별 관심을 가지진 않은듯 보였다.
다만.
"...하하. 재밌네.""
"완전 옛날의 내 모습을 빼다 박았잖아?"
어쩐지 씁쓸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할 뿐이였다.
그 말을 들은 스타더스가 여전히 혼란스러워 할때, 고개를 돌린 뒤 조용히 말하는 그녀.
"...다른 차원이라. 응. 그럴리는 없겠지.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그래도, 너가 무슨 존재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받아줄게. 어차피 끝나버린 이곳에서 더 할것도 없고..."
인과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 같으니까.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려 처음처럼 멍하니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였다.
마치 자신에게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한, 그녀의 태도.
...아직까지 자신을 환각 취급하는게 아닌지 스타더스는 순간 그런 의문이 들었으나, 어쨌든 더이상 공격하지는 않고 일단 받아주겠다고 말한걸 다행이라 생각하기로 결정했다.
붉은 하늘 아래.
자신과 똑 닮았으나 분명히 다른 자신을 마주한, 기묘한 순간.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도, 현실인지도 슬슬 애매하긴 했으나.
스타더스는 자신의 뒤를 보곤 일단 자신이 가장 궁금했던 것부터 묻기로 했다.
"저..."
"말 편하게 해."
"어... 응. 알았어. 그래서 여기는... 대체 어떻게 된거야?"
그래.
그녀는 제일 궁금한 그것을 먼저 물었다.
어째서 사방이 폐허이고,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는건가. 왜 이 근방 모든 곳이 다 무너져 있는가.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굉장히 무덤덤하게 돌아왔다.
"멸망했어."
"....."
역시나.
예상은 했지만, 직접 들으니 다시금 충격적인 말이였다.
"...왜?"
떨리는 눈으로 주위의 횡량한 모습을 보며 그렇게 이어서 질문하자, 또다른 자신은 조용히 침묵하더니 이내 지친 표정으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마지막에 이기긴 했는데, 결국 세계가 끝났으니 이긴건 아니겠지. 묻는 말에 답해주자면... 글쎄. 어쩌면 처음부터 이렇게 될 운명이였는지도 모르겠지."
그녀는 그렇게 지친 목소리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했다.
"너무 많았어. 빌런이, 그냥 너무나도 많았어. 적들은 강하고 수도 많은데, 그에 맞서는 히어로들의 수는 한없이 부족했지..."
마치 과거를 회상하듯, 그렇게 계속해서 중얼거리는 그녀.
"결국 간신히 어떻게든 균형을 이루고는 있었지만. 한은그룹이 병기로 서울을 쳐들어와 수도의 반쯤이 파괴되었을 때, 그때부터 몰락이 시작됐었지..."
그렇게 또다른 스타더스는 자신한테 하는건지, 아니면 스스로 기억을 반추하는 건지. 그녀는 그렇게 담담히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온갖 빌런들의 침공으로 인해 무너진 서울, 그리고 부산으로 수도를 옮긴 이야기. 그 이후 다시 무너진 서울의 도심을 새로 지은 후, 신서울을 만들었으나 그마저도 빌런들의 손에 무너졌다는 이야기까지.
그리고 그렇게 중얼거리는 미래의 자신의 이야기를. 아니, 이 세계의 자신의 이야기를 스타더스는 조용히 침묵하며 들었다. 갑자기 좀 어지러운 머리로 바쁘게, 그녀의 세계가 겪어온 길과 비교해보며.
'...전체적인 흐름은 비슷해. 내 과거랑.'
빌런들의 이름도, 그들이 벌인 테러와 시기도. 거의 전부 다 똑같았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그 테러들을 최대한 사상자를 덜 내고 막아냈던 이쪽과는 다르게 여기는 하나하나가 상당히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
월광무녀 사건도, 한은그룹 사건도, 전부 막아낸 그녀와는 다르게, 이 세계는 막아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의 세계에서는 쉽게 처리했던 빌런들조차, 이 세계에서는 흉악범이 되어있었고.
...그리고 그런 모든 차이점은, 단 한명의 인물과 엮여있었다.
이 세계에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스타더스. 그녀의 아치에너미이자, A급 빌런인 남자 빌런. 빌런집단의 대장이자, 늘 웃는 얼굴로 자신을 상대하던 그.
그래.
에고스틱.
그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는게, 이 세계와 자신의 세계의 제일 큰 차이점이였다.
그렇기에 그것이, 현재 스타더스가 제일 궁금했던 것이였고.
그녀는 그렇기에, 이걸 먼저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때 월광교주가 일으킨 테러로. 세상이 더욱 멸망의 가속화를 겪었지. 온 지구에 게이트란게 생기고, 그 괴수들이 몇년동안 계속해서 이 세계로 넘어왔거든. 도시는 멸망하고, 사람들은 다들 지하에 숨어 살았어. 우리나라 뿐만이 아닌 거의 모든 나라가..."
"잠깐..."
"...?"
머리를 짚은 상태로, 이 세계의 자신이 덤덤히 설명하고 있는걸 끊은 그녀.
...아까부터 이상하게, 계속해서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렸으나. 이건 확실히 물어봐야했다.
아마 이 모든 것과 근본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것같은.
그의 존재를.
그렇게 스타더스는 조용히 숨을 들이킨 뒤,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에고스틱이라고 아세요?"
기록에는 없지만, 혹시 모르니까. 눈앞의 자신은 그녀와 같은 신하루, 스타더스였으니까. 그리고 그녀라면 그를 모를 수 없으니까.
그녀는 막연한 희망을 갖고, 그렇게 물었고.
돌아온 대답은.
"...아니? 그게 누군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는 듯, 얼굴을 찡그리며 그렇게 답하는 그녀의 모습이였다.
그리고, 그 대답을 듣고서야.
스타더스는, 마침내 깨달았다.
그녀가 살던 세계와, 이 세계와의 가장 큰 차이점.
그것은 바로...
이 세계에는 에고스틱이 없다는 것이였다.
"...잠시만요."
잠시 현기증을 느낀 그녀는 미래의 자신에게 그렇게 양해를 구한 뒤, 근처의 바위처럼 쌓인 벽돌에 손을 기댔다.
그래.
이 세계에는 에고스틱이 없었다. 방금 또다른 자신의 말로 확실해 보인다.
그리고 아마도, 그녀가 추측컨데.
그 하나의 차이가, 세계의 기로를 바꿨다.
...에고스틱이 탈취했던 한은그룹의 거대 병기는, 이 세계에선 그 누구도 막지 못한 채 그대로 서울의 절반 가까이를 무너트렸으며.
분명 에고스틱 그의 곁에 있었을 데스나이트는, 다른 이의 손에 넘어가 민간인을 학살하는 병기로 살았다.
거기에 에고스틱이 테러 도중 난입해 동료로 맞이해 멈춘 월광무녀의 테러. 그것은 이 세계에서는 결국에는 아무도 막지 못해 서울 전체를 파괴한 뒤, 무녀는 끝내 이 세계의 자신에 손에 죽고 말았다. 그 결과 수도가 부산으로 바뀌고, 무너진 서울에 신서울이 생긴거고.
그 외에도 라이노, 웨폰 마스터, 스크림 메이커등... 그가 사적으로 제재했던 이들은 이 세계에서 살아남아 수백명을 죽이는 학살자로 버젓이 행동했고.
그가 동료로 맞이한 하얀마녀... 사우스 실버, 아틀라스 등 또한 그가 없는 이 세계에서는 나라를 거의 멸망까지 이끌뻔했던 이들이였다.
즉, 자신의 세계가 이 세계와는 다르게 평온했던 이유는 단 하나.
"...에고스틱, 때문에?"
그렇게 아까보다 어지러워진 머리로 난간을 짚은 스타더스가, 비틀거리고 있을 때.
"야... 너, 잠깐."
그런 그녀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이 세계의 스타더스는, 순간 얼굴을 굳힌 뒤 그렇게 물었다.
"너.. 몸이 왜그러냐?"
"응? 내 몸이 왜..."
그렇게 아래를 내려다본 스타더스는, 깜짝 놀라고 말았나.
자신의 몸이 마치 노이즈가 낀 티비의 화면처럼, 부분 부분이 지직거리며 이상하게 굴절되어 보이고 있었기 때문.
마치, 또다른 차원이 그녀를 끌어들이는 것처럼.
"어라..? 왜 이러지?"
그런 자신의 몸을 본 스타더스가, 어지러움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음을 이제서야 깨달았을때.
"...잠깐. 너는 설마... 아. 역시, 그런거였나. 하하."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던 이 세계의 자신이 그리 말하던 그 순간.
또다시 그녀의 몸 주위에 처음으로 차원문을 탔을때처럼 하얀 빛에 둘러쌓였고.
"...뭔진 모...지만, 잘... 아마도, 미..... 너가 말하...한테....주고."
이내 그런 자신을,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약간의 미소를 띄운 채 보는 이 세계의 자신의 모습을 끝으로.
스타더스. 그녀의 의식은, 다시 어딘가 우주같이 어지러운 공간 속으로 빠졌다.
***
그렇게 스타더스가 다른 세계의 자신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던 그 시각.
"으아아아아아."
월광교주에 의해 이상한 차원운 너머로 사라진 스타더스를 쫓아 갔던 나는, 이상한 의식의 공간 속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에고스틱 살려.
ep.275
어두운 공간.
"하아..."
한치 눈앞이 보이지 않는 그 기묘한 우주같은 공간에서, 또 어디론가 떠밀리고 있던 스타더스는.
다음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방금 그녀가 보았던 것을 다시한번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다른 차원의, 멸망한 세계에 관하여.
"...."
...그녀가 사는 세계와 모든 것이 똑같았지만, 어째서인지 모든게 틀어져있던 세계.
막아내는데 성공했던 수많은 재앙들을, 전혀 막지 못했던 그 세계.
그리고 그 세계가, 그녀의 사는 세계와 다르게 철저히 무너졌던 이유는.
그 세계와 그녀의 세계의 가장 본질적인, 유일한 차이점은.
'...에고스틱이, 없다는거였지.'
그녀는 어두운 공간속에 혼자 눈을 감은채 휩쓸리며, 그런 생각을 중얼거렸다.
단 한 인물의 차이.
그 세계에는 에고스틱이 없다는 단 하나의 차이가, 그 두 세계의 운명을 바꿨다.
...에고스틱이 지금까지 자기 마음대로 살해했던 빌런들은, 만약 살해하지 않았다면 훗날 몇천명씩 학살하고 다니던 S급 빌런들이 돼있었고.
그가 난입하여 막아냈던 재앙들은, 만약 그가 없었더라면 그대로 이뤄져 한국을 거의 멸망 직전까지 이끌고갔었다.
그렇게 스타더스, 그녀는 에고스틱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본 그때서야 마침내 깨닫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에고스틱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지를, 다시한번. 새삼스럽게.
'....에고스틱.'
그래.
생각해보면, 모든게 끝난것만 같은 위기의 상황에서 늘 자신에게 와준건 오직 에고스틱 그였다.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도 모르게 이때까지 에고스틱과 함께했던 일들을 떠올렸다.
자신이 떨어지는 비행기를 막지 못할거라 생각하고 좌절할때, 연락해 단언하듯 용기를 준 그.
한은그룹 실험실 지하에서, 자신을 대신해 목숨을 걸고 공격을 대신 맞아주던 그.
한은그룹 놈들이 거대 병기를 이끌고 올 때, 대신 탈취해서 막아주던 그.
월광무녀가 폭풍을 일으켜 도시를 공격할 때, 마지막 순간 나타나 그녀를 대신 막고 대려가던 그.
마왕이라는 놈이 자신을 죽이려 다가올 때, 갑자기 등장해 놈을 막아주며 쓰러트리던 그.
그 모든 순간에, 에고스틱은 자신과 함께있었다.
늘 위기에 처한 순간, 그녀를 위해 달려와줬었고.
자신을 대신해, 다른 빌런들을 스스로 포섭하거나 사냥하기까지 했으며.
이번 월광교 사태에서도, 결국 그녀를 도와 사람들을 이끌고 왔던 그였다.
그래. 늘 그랬지, 그는.
두근.
그렇게 스스로 계속해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던 그녀는.
마침내,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했다.
...에고스틱이 없었으면, 수백만명, 수천만명이 죽었다.
에고스틱 덕분에 세계의 평화가 지켜졌고, 무사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에고스틱은... 빌런이라 할 수 없지 않을까?'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다.
테러를 하되 민간인은 절대 해치지 않고.
다른 빌런들을 처리하며, 수많은 사람을 구해낸 그 정도면.
...늘 자신이 위험한 순간, 그녀를 위해 나서주는 그라면.
빌런보다는, 차라리 영웅에 더 가깝지 않을까.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이 이상한 우주같은 공간을 떠돌았다.
...그래서, 나는 이제 대체 어디로 가는걸까. 에고스틱에 대해 생각한건 좋은데, 일단 그가 있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조차도 잘 모르겠다.
...설마 영원히 못돌아가고, 이 이상한 공간을 떠돌아야 하는건 아니겠지.
그렇게 스타더스는 그런 불길한 상상을 했고.
그런 순간, 자신도 모르게 또 익숙한 그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래. 지금까지 다른 세계의 자신과는 다르게 그녀가 멀쩡할 수 있었던 이유. 그게 바로.
늘 지금과도 같은 순간엔, 에고스틱 그가 다가와 줬어서였지.
...나는 지금까지, 에고스틱에게 굉장히 많이 의지했었구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그리 생각했다.
왜 지금까지는 깨닫지 못했을까. 왜 그에 대해 늘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려 한걸까.
결국 마지막 순간 그녀가 떠오른 것은, 에고스틱의 얼굴이였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걸. 지금까지 내가 이런 생각을 할때면, 헛된 희망을 품을때면. 그게 헛되지 않는다는걸 증명하듯. 나만 믿으라고 주장하듯- 늘 네가, 밝게 웃으며 내 앞에 나타났었으니까. 도저히, 싫어하고 싶어도 싫어할 수 없게. 늘, 나타나줬었으니까. 너의 곁에 있으면, 난. 늘, 나도 모르게 안심이 됐었으니까.
...보고싶어.
그리고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던 그 순간.
-화악
갑자기 그녀의 눈앞에, 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했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떴고.
그런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하하, 스타더스씨. 여기서 뭐하고 계십니까?"
검은 모자를 쓰고,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하얀 가면을 쓴 채. 검은 망토를 두르고 씨익 웃고있는.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떠올리던.
...그리고, 보고싶었던.
"구하러왔습니다, 스타더스씨."
자신의 빌런.
자신의... 아치에너미.
검은 공간 위쪽에 떠서,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는.
에고스틱의, 모습이였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스타더스는, 멍한 눈으로 생각했다.
...또 와줬구나. 나를 위해.
역시나, 또. 늘 위기의 순간에 그녀를 향해 손을 벌려주는건 그였다. 오직, 그.
그렇게 웃고있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생각했다.
...이런 너를.
내가, 대체 어떻게 싫어하겠어.
내가.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겠어.
그렇게 그런 그녀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에고스틱은 여전히 웃으며, 손을 내민 채 그녀에게 말했다.
"스타더스씨, 이제 그만 돌아가죠."
"저희의 집으로."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며.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지으며.
웃으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응..."
그렇게.
그녀와 그의 손이, 마침내 서로를 잡았고.
그녀가 그 온기를 채 느끼기도 전에.
번쩍
하얀 빛이 그들에게 뿜어져나오며, 그들의 모습은 그 공간에서 사라졌다.
이제, 함께 돌아갈 순간이였다.
그들이 왔던 집으로.
그들의 지구로.
***
"오빠! 오빠아!"
스타더스가 월광교주가 쓴 마법에 맞고, 차원문 너머로 날아가고.
그런 그녀의 뒤를 따라 에고스틱이 그곳으로 따라 사라진 이후.
그 차원문이 닫힘과 동시에.
검은 하늘 아래, 무너진 도시들 사이로 서있던 이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야... 야 이 개새끼야! 이게 뭐하는 짓이야!"
"크흐흐... 아악! 커억, 컥 컥..."
자신의 눈앞에서 에고스틱이 사라지는걸 보고는 눈이 돈 일렉트라가, 번개같이 교주 놈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고 흔들기 시작했으나.
교주는 숨을 헐떡이더니, 오히려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고는 말하기 시작했다.
"크하하... 크하하하하하! 네놈들은 이미 늦었다. 저들은 이제 영원히 다른 차원을 떠돌며, 그곳에서 죽게 되겠지. 너희들은 절대로 두번다시 놈의 얼굴을 볼 수 없을 것이다. 크하하하하하하하!!!"
"지랄하지마! 당장 안돌려내!"
"크하하하하하! 커억, 컥 컥..."
그렇게 분노를 참지 못한 일렉트라, 최세희가 그를 땅바닥에 던져버린 뒤.
그런 그를 둘러싼 일동에게는, 불길한 동요감이 흘렀다.
"...오빠를, 두번 다시 못만난다고?"
이미 한서은의 눈에는 빛이 사라진지 오래.
다른 일행들도, 무언가 불길한 직감을 느낀 것인지 저마다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들 슬슬 정신이 무너지려 하던 그때.
땅에 쓰러진 채 입에서 피를 흘리던 월광교주는, 손으로 땅을 짚은 채 그들을 올려보다보며 소리쳤다.
"그래! 이젠 영영 끝이다. 네놈들이 나를 어떻게 한다해도, 그들이 돌아올 수는 없겠지. 영원한 작별이도다! 크하하하하하!"
그렇게 월광교주 천월황의 광기어린 웃음만이 울려퍼지고, 남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좌절감히 서서히 퍼지던. 바로 그때.
"...누가 못 돌아온다고요?"
"크하하!!... 어?"
"어! 여러분, 저 위에!"
그순간, 어두운 하늘 위해 밝은 흰 빛의 타원형의 문이 생겨남과 동시에.
그 너머에서, 마치 어디 잠시 놀러갔다 왔다는 듯. 아주 자연스럽게.
웃고있는 얼굴의 에고스틱과, 그의 손을 함께 잡고있는 스타더스가. 그 공중의 문 너머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오빠!"
"그래, 나 돌아왔다. ...다행히 얼마 안지나있었네?"
그렇게 자연스럽게 바닥에 착지한 그는.
고개를 돌려, 아래에서 입을 벌린 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위를 올려다보고 있는 교주를 향해 씨익 웃었다.
"...그래서 교주님. 마지막 발악은 성공적이셨습니까?"
"네... 네놈이 어떻게! 인간의 몸으로 그 차원의 급류에서 넘어올 수 있을리가 없는데..."
"하니까 되던데 안되긴 뭐가 안돼요. 하여튼 이제 더 할것도 없죠?"
"이... 이..."
"어딜."
그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움직여, 허공에서 월광교주의 몸을 염동력으로 잡았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총을 품에서 꺼내는 그.
"하여튼, 이제 다 끝났으니 그만 추해지고 가십쇼. 아, 그리고..."
그렇게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그는, 한쪽에 엎어져있던 카메라를 찾은 뒤 염력으로 들고는, 렌즈를 향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 오늘의 에고스틱 깜짝 이벤트. 월광교 처리하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다들 즐거우셨나요?"
"그럼 오늘은 이제 여기서 헤어지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안녕히 계시길!"
"네놈...!"
그렇게 교주의 마지막 발악의 한마디로.
탕.
한발의 총성과 함께, 그의 몸은 스르르 무너지며.
그 순간, 땅에서 마법진들이 수십, 수백개가 생겨나 빛났고.
화아아아아아아.
그와 동시에 하늘에 떠있던 게이트들이 하나 둘, 전부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내 어두웠던 하늘의 달도 사라지고 날이 개며, 밝은 해가 떠오르며.
그 하얀 빛이 그곳에 서있는 모든 이들을 빛내며, 도시를 배경으로 한 그들의 그림자 진 모습을 끝으로.
방송은, 끝이났다.
그리고.
마침내, 월광교의 게이트 재앙도 그 끝을 맺었다.
*
그렇게, 밝아진 하늘 아래에서.
힘겹게 씨익 웃으며, 그 위를 올려다보고 있는 에고스틱의 옆모습을 보며.
...스타더스는, 자기도 모르게 그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
에고스틱이. 결국 자신과 함께 놈을 쓰러트리고 이 재앙을 막았다.
그의 덕에, 수천. 수만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이 아니라 이전에도. 전부, 그의 덕에 이 세계를 지킬 수 있었다.
이런 그를, 단순히 빌런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어?'
그런 생각을 하던 그녀는.
불현듯, 무언가를 깨닫았다.
...만약, 에고스틱이 빌런이 아니라고 한다면.
'내가 이제 그와 더 가까워져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거 아니야..?'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다.
*
'드디어 끝났구나...'
월광교주를 쓰러트린 뒤.
나는 다시 밝아진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래 걸렸다. 월광교, 이놈들이 일으킨 재앙을 막는 데에도.
이제 당분간은 푹 쉴 수 있겠지. 원작에서는 한동안 이 2페이즈의 끝의 월광교 게이트의 괴수들을 막는걸로 시간 다 보내는데, 이젠 그런게 없으니까 말이다. 그 이벤트가 사라진 덕에, 당분간은 뭐가 일어날 리가 없으니까.
'...음?'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불현듯, 무언가를 깨닫았다.
...어차피 3페이즈의 보스는 서은이였으니까, 사실상 이미 3페이즈의 가장 큰 문제를 해결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4페이즈는 어차피 최종보스니까...
'나, 이제 슬슬 은퇴해도 상관 없는거 아닌가?'
나는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다.
***
[대한민국에서 시작된 월광교 사태가, 마침내 그 끝을 맞았습니다.]
[현재 세계 주요 각국들은 남아있는 괴수들 처리와 도시 전후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한민국의 A급 빌런 에고스틱이 생중계 한 영상이 조회수 수천만회를 기록하며, 해외에서 엄청난 관심이...]
[[단독]스타더스와 에고스틱, 각자 S급 히어로와 S급 빌런으로 승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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